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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中 ‘화장실굴기 ’ 뒤에서 웃는 日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中 ‘화장실굴기 ’ 뒤에서 웃는 日

    한국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게 됐지만, 여전히 세계 곳곳에는 당혹스러움이나 불편함을 감출 수 없는 화장실이 존재한다. 이웃국가인 중국과 일본도 마찬가지다. 이미 오래전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일본이나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에는 옳다 그르다를 논하기는 어려우나 현지인들도 불편함을 인정하는 화장실이 버젓이 ‘운영’ 중이다.중국은 2015년 시진핑 국가주석이 화장실을 개혁의 대상으로 삼고 ‘화장실 혁명’을 외치면서 본격적인 화장실 개선에 들어갔다. 문이나 칸막이가 없는 것은 예사고, 물이 졸졸졸 흐르는 긴 도랑으로 배설물이 흘러가는 ‘레전드급 화장실’은 중국 화장실의 대표적인 이미지였다. 현지인들이야 불편함을 감수하고 그럭저럭 사용해 왔지만, 문제는 몰려드는 관광객들이었다. G2 대열에 들어선 뒤 전반적인 국가 이미지 개선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중국은 그 넓은 땅덩어리 곳곳에 자리잡은 화장실을 개조하거나 새로 짓기 시작했다. 일명 ‘관광 화장실 혁명’이 시작된 것이다. 중국에서 관광객 비중이 높은 도시로 꼽히는 남부 하이난성의 경우, 2020년까지 총 1305개의 화장실을 새로 짓거나 보수해야 하는 ‘막중한’ 임부를 부여받고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중국 관광분야 담당인 국가여유국이 2015년부터 3년 동안 화장실 7만여개를 만드는 데 쓴 돈은 200억 위안(약 3조 279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노력이 ‘과유불급’이라는 지적으로 먹칠되고 있다. 시 주석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함과 동시에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일부 지방정부가 경쟁적으로 수백만 위안을 들여 초호화 화장실을 찍어내다시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5성급 화장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선 것이다. 쓰촨성 청두시의 한 공공화장실에는 소파와 정수기뿐만 아니라 냉장고와 전자레인지까지 구비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충칭시의 한 화장실에는 텔레비전도 모자라 분수까지 설치했다. 이러한 화장실을 짓는 데 드는 비용은 적게는 100만 위안(약 1억 6400만원), 많게는 800만 위안(약 13억 1130만원)에 달한다. 화장실 개혁이 화장실로서의 기능과 편의을 강화하기보다는 보여 주기에 급급한 돈 낭비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고, 국가관광국이 뒤늦게 제동을 걸었다. 국가여유국은 최근 “사치와 과시의 상징인 ‘5성급 화장실’의 건립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국이 화장실 혁명으로 몸살을 앓는 사이, 일본은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와 여당은 시 주석의 화장실 혁명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을 정했으며, 이에 따라 중국인에게 인기가 높은 일본산 비데를 보급해 일본 기업의 사업 규모를 확대하고 동시에 일본과 중국 관계 개선에 일조하는 ‘화장실 외교’를 펼칠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 최대 화장실 용품 및 설비업체인 T기업의 비데는 중국 관광객의 ‘싹쓸이 리스트’에 꼭 올라 있는 제품으로 유명하다. 2016년 한 해 동안 중국 내 T기업의 비데 판매량은 전년 대비 47% 증가했다. 해외사업 전체 매출의 절반인 약 632억엔(약 6027억 1320만원)을 중국이 차지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중국에 화장실을 ‘대량 수출’해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일본도 화장실 혁명에서 자유롭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일본 관광청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맞아 일본을 찾을 외국 선수와 관광객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일본식 변기를 양변기로 바꾸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일본의 호텔 및 공공장소에는 걸터앉아 볼일을 보는 양변기(좌변기)가 아닌 무릎을 구부리고 앉아야 하는 일본식 변기(화변기)가 여전히 상당수 존재한다. 일본관광청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 내에서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소 4000곳에 설치된 화장실의 40%는 일본식 변기를 사용하고 있다. 일본식 변기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상당한 불편함을 가져다준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는 도쿄올림픽이 치러지기 전까지 화장실을 개조하고, 변기 개조공사에 동의하는 시설관계자 및 건물주에게 공사비의 3분의1을 정부가 지원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일본 관광청 관계자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변기 캠페인은 일본을 찾을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것이지만, 나이가 들어 일본식 변기 사용을 어려워하는 일본의 고령층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수의 편의뿐만 아니라 건강과 위생, 안전과도 직결된 중국과 일본의 화장실 혁명이 거품을 빼고 실효를 거둘 수 있길 기대해 본다. huimin0217@seoul.co.kr
  • 면세점 업계, 中에 러브콜 보내거나 새시장 모색

    지난해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성 조치로 한바탕 진통을 겪은 면세점 업계가 새해를 맞아 새로운 생존전략 모색에 나섰다. 다시 중국인 관광객에 ‘러브콜’을 보내는 업체들이 있는 반면 아예 다른 곳으로 눈 돌리며 시장 다변화를 꾀하는 곳도 있다. 12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면세점은 얼마 전 국내 최초로 중국판 ‘론리플래닛’으로 불리는 온라인 여행 정보 커뮤니티 ‘마펑워’와 손잡고 여행 콘텐츠 제작에 나섰다. 중국의 젊은 세대인 ‘지우링호우’(1990년대 이후 출생자)는 단체관광보다 싼커(개별 관광객)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이들이 애용하는 온라인 콘텐츠를 통해 싼커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에서다. 신라아이파크면세점도 매장 안에 중국 파워블로거의 일종인 ‘왕홍’을 위한 전문 스튜디오를 개장했다. 음향 등 전문 장비를 갖춰 왕홍이 국내 여행코스나 쇼핑 정보를 소개하는 동영상 콘텐츠를 제작·생중계하도록 돕는다. 중국 최대 왕홍 마케팅그룹인 ‘레드인’과 공동 마케팅을 위한 전략적 업무제휴(MOU)도 맺기로 했다. 새해부터 왕홍을 활용한 다양한 관광상품을 개발할 방침이다. 사드 사태에 가장 크게 데인 롯데면세점은 아예 동남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동남아 최대 온라인 여행사인 ‘클룩’과 MOU를 맺은 것도 동남아 마케팅 확대 차원에서다. 지난해 태국 방콕시내점과 베트남 다낭공항점을 잇달아 개장하는 등 해외 점포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이에 맞서 신라면세점도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에 의존해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인식”이라면서 “자유 개별관광을 선호하는 젊은 싼커에 공들이거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등 저마다 차별화 전략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경제지표는 나쁘지 않은데… 문제는 청년 실업

    경제지표는 나쁘지 않은데… 문제는 청년 실업

    ‘숫자에 집착하면 큰 코 다칠 수 있다.’ 무술년 새해를 맞은 한국 경제는 이렇게 요약된다. 전체적인 지표는 나쁘지 않다. 생산과 소비, 투자가 반등했고 수출 증가율은 2011년 이후 최고치다. 하지만 서비스업 고용 부진과 최악의 청년 실업률 등 만만찮은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지표가 주는 착시효과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기획재정부는 12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월호’에서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일자리 문제와 통상 현안 등은 대내외 위협 요인으로 꼽았다. 지난해 11월 서비스업 생산은 1년 전보다 4.1% 증가했다.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와 주식거래 실적 호조 등이 영향을 미쳤다. 소매판매는 자동차 프로모션, 동절기 의복 수요 증가 등에 힘입어 전년 동월 대비 6.5% 증가했다. 중국인 관광객 감소율이 지난해 7월 69.3%로 바닥을 친 뒤 12월에는 36.7%까지 축소된 것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그러나 실업률은 지난해 12월 3.3%로 전년 동월 대비 0.1% 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청년층(15~29세) 실업률이 9.2%에 달하는 데다 나아질 기미도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또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는 1.5% 상승했다. 다만 12월에는 원화 가치가 상승(환율 하락)하면서 국제유가 오름세가 물가에 영향을 덜 미치도록 완충 역할을 했지만 앞으로도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실제 새해 들어 환율 하락세는 다소 진정된 반면 국제유가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수입물가가 오르면 소비자물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2월 수출은 8.9% 늘어나며 1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 갔다. 다만 지난해 연간 수출 증가율(15.8%)과 비교할 때 둔화됐다는 점이 꺼림칙한 대목이다. 주환욱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올해도 수출 증가세는 지속되겠지만 기저효과와 유가 등이 부정적으로 작용하면서 증가폭 자체는 둔화될 것”면서 “올해 수출 증가율은 4.0% 성장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김현욱 KDI 정책대학원 교수는 “전체적인 경제지표 자체는 좋다. 하지만 비유하자면 학교 평균 성적은 높은데 알고 보니 몇몇 특출난 학생들이 워낙 성적이 좋아서 그렇게 된 것과 비슷하다”면서 “전체 성적표만 보고 경제 상황을 낙관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신중한 경제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섣불리 금리 인상이나 경기 조절책을 쓸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특파원 생생 리포트] 웰빙 바람에 무너지는 ‘컵라면 제국’

    [특파원 생생 리포트] 웰빙 바람에 무너지는 ‘컵라면 제국’

    2012년 이후 하락… 작년 업계 주식 30%↓ 소득 늘어 건강식단 선택 배달앱 보편화 한몫 최대 소비자 농민공 줄고 고속철선 대체 식품한국인은 세계에서 라면을 가장 즐겨 먹는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인 1인당 1년에 평균 74.1개를 먹었다. 이 중 컵라면의 비중이 33.5%로 1인당 24.8개를 차지했다. 중국인들은 봉지라면보다 간편한 컵라면을 훨씬 좋아한다. 13억 8000만명이 1년에 평균 27.9개(2016년 기준)의 컵라면을 먹었다. 연간 385억 2000만개가 팔린 것이다. 이 숫자는 전 세계 컵라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이다. 가히 ‘컵라면 천국’이라 부를 만하다.하지만 최근 들어 컵라면 판매가 계속 하락하고 있다. 2012년 연간 462억 2000만개 판매를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1년까지 8년 연속 두 자릿수 상승세를 기록하던 때도 있었다. 더욱이 세계인스턴트면협회(WINA)에 따르면 중국, 인도네시아, 일본, 베트남, 인도, 한국 등 주요 컵라면 시장 가운데 유독 중국만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컵라면 제국’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가장 큰 원인은 ‘웰빙 바람’이다. 소득이 높아지면서 컵라면을 주식처럼 먹는 이들이 줄고, 인스턴트식품 소비를 이끌던 젊은 세대들이 저설탕, 저지방, 비가공 식품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지난해 상하이 주식시장을 분석한 결과 스포츠 의류, 유산균 음료, 스키용품, 식물성 치약 등은 주가가 40% 이상 오른 반면 컵라면 회사들은 일제히 30% 가까이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최대 라면 상표 가운데 하나인 캉스푸(康師傅)는 이미 도산했다. 중국 대도시에 농민공(농촌에서 이주한 노동자) 유입이 줄어든 것도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일자리를 얻기 위해 대도시에 정착한 농민공들은 대부분 취사시설이 열악한 비좁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어 간편한 컵라면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경기 둔화로 대도시 일자리가 줄어들고 지방·농촌 개발로 현지 취업이 늘면서 농민공 숫자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2016년 대도시로 유입된 농민공은 전년에 비해 170만명 줄었다. 고속철과 항공기 이용이 활성화된 것도 컵라면 쇠락을 재촉하고 있다. 고속철이 깔리기 전에는 기차 여행이 3~4일씩 걸려 끼니의 대부분을 컵라면으로 때워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웬만한 도시가 모두 고속철로 연결돼 있어 여행 시간이 길어야 7시간이다. 객차 내부와 기차역 시설도 개선돼 컵라면 이외의 식품이 많아졌다. 2016년 기준으로 중국 고속철 이용객은 12억 2000만명이고 항공기 이용객은 5억명에 이른다. 음식배달 서비스 역시 컵라면의 적이다. 스마트폰 배달앱 사용이 보편화하면서 굳이 컵라면을 끓일 이유가 사라졌다. 2011년 216억 위안(약 3조 5000억원)이었던 온라인 음식배달 서비스 규모가 지난해에는 2100억 위안(약 34조 4000억원)으로 10배 증가했다. 현재 중국의 인터넷 사용인구 7억 3000만명 가운데 95%가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하고 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중국 ‘일대일로’가 주변 나라에는 차이나 드림? 차이나 트랩?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중국 ‘일대일로’가 주변 나라에는 차이나 드림? 차이나 트랩?

    중국 사상 최대의 인프라투자 프로젝트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이 주변 나라들에 약(藥)이 아니라 독(毒)이 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페어뱅크 중국연구센터 패트릭 멘디스 연구원과 조이 왕 군사 분석가는 지난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공동 기고한 글을 통해 중국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대규모 투자와 차관 등을 제공받은 주변 국가들이 되레 ‘빚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표적인 사례로 스리랑카를 지목했다고 SCMP가 전했다. ‘일대일로’의 일대(一帶·One Belt)는 중국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뻗어나가는 육상 실크로드 경제벨트이고, 일로(一路·One Road)는 중국에서 동남아를 경유해 아프리카와 유럽으로 이어지는 해양 실크로드를 말한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2013년 9월 주창한 이 프로젝트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을 육로와 해로로 연결해 거대한 경제권을 형성하는 전략이다. 미국 폴슨 연구소에 따르면 현대판 실크로드(Silk Road·비단길)라고 불리는 이 사업은 항구와 도로, 공항, 파이프 라인 등 인프라 건설을 통해 중국을 중앙아와 남미, 동남아, 아프리카 등 일대일로 영향권에 놓인 연변(沿邊) 65개국과 촘촘히 연결해 세계 인구의 63%(44억 명),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의 29.3%(21조 달러, 약 2경 2300조원)에 이르는 ‘경제블록’ 창출을 목표로 하는 계획이다. 중국 정부는 이를 위해 이들 연변 65개국에 일대일로 프로젝트 동참을 요청하며 상대국에 대규모 투자와 차관, 경제협력 등의 ‘당근’을 약속했다. 사회간접자본(SOC) 미비와 투자재원 부족에 어려움을 겪던 연변 개발도상국들은 중국의 대규모 투자와 차관을 두손 들고 환영하며 프로젝트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세상에 공짜가 없는 법.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차관 제공이라는 달콤한 유혹은 곧 ‘빚의 함정’에 빠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마힌다 라자팍사 전 스리랑카 대통령은 아시아개발은행(ADB),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손을 벌리기보다 중국의 차관을 도입해 인프라 건설에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중국의 차관으로 건설된 스리랑카 남부 함반토타 항구의 이용률이 저조해 적자가 쌓이자 스리랑카 항만공사는 2016년 지분 80%를 중국의 거대 국유기업그룹인 자오상쥐(招商局)에 매각하고 99년간 항구 운영권을 넘기기로 했다. 국부 유출과 주권 훼손을 이유로 반대 여론이 강해지자, 두 나라는 지난해 7월 재협상을 통해 합작법인을 설립해 중국 지분 비율을 70%로 낮추고, 장기적으로는 50%까지 끌어내리기로 합의했다. 자오상쥐는 지난달 합작법인 지분 인수금 11억 2000만 달러(약 1조 2000억원) 가운데 1차분(2억 9200만 달러)을 스리랑카에 지급하고 항구 운영권을 인계받았다. 라자팍사에 이어 취임한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대통령은 이같은 대중 의존정책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차관 재협상을 통해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자 안간힘을 썼지만 끝내 무위로 돌아갔다. 중국이 차관이나 대출로 인프라 건설 등을 도와준 후 상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천연자원이나 인프라 운영권 등을 빼앗는 전략을 쓴 것이다. 멘디스 연구원은 “일대일로는 ‘하나의 띠,하나의 길’이 아닌 ‘하나의 길, 하나의 함정’이라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면서 일대일로 참여국은 중국의 새로운 세계전략이 불러올 이 같은 함정에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스리랑카뿐 아니라 파키스탄과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네팔, 에티오피아, 케냐, 베네수엘라 등 연변 65개국 모두가 이런 위험에 노출돼 있다. 미얀마 등지에서는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에서 환경 보호를 무시하고 불공정한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불만이 집단 시위로 터져 나왔다. 중국이 미얀마에 36억 달러를 투자해 6000㎿급 미트소네댐을 건설하려던 사업이 중단 된 게 그 사례다. 과거 미얀마 군사정부가 중국과 협력해 카친주 이라와디강에 건설하기로 했던 이 댐은 중국이 건설비용 대가로 전력의 90%를 끌어다 쓴다는 계획이었지만, 환경 파괴를 우려한 주민의 반대 속에 2011년 프로젝트가 중단됐고 재개 여부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일대일로 참여국 정부들이 중국은행으로부터 빌린 돈을 중국 기업에 지불하고, 중국인 노동자와 중국산 자재를 수입해서 인프라를 건설하는 것에 대한 현지인들의 반발도 거세다. 중국과 파키스탄은 ‘일대일로’ 사업인 ‘중·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사업을 통해 인더스강에 디아메르 바샤댐을 건설하기로 했다. 바샤댐은 높이 272m, 시설용량 4500㎿로 수력발전소로는 파키스탄 최대 규모다. CPEC는 중국 신장(新疆)자치구 카스(喀什)에서 파키스탄 남부 과다르항을 잇는 3000㎞ 구간에 460억 달러를 들여 고속도로·철도·송유관·광통신망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중국은 미국의 대중(對中) 포위망을 뚫고 인도양으로 진출하는 길을 확보하고, 파키스탄은 낙후한 인프라를 현대화해 경제 발전을 꾀한다는 구상이었다. 파키스탄은 ADB 등 국제금융기관이 투자를 받아 건설비를 충당하려고 했으나 건설 예정지가 인도와 파키스탄 영토분쟁 중인 카슈미르 지역이어서 국제금융기관으로부터 거절당했다. 이에 중국은 댐 건설비용을 부담하는 대신 소유권을 갖고 건설 인력도 중국 싼샤(三峽)댐 건설 인력 1만 7000명으로 충원하기로 했다. 중국이 댐 건설의 이득을 독차지한 셈이다. 당초 중국이 일대일로’참가를 요청하며 홍보해왔던 현지 일자리 창출 효과도 없다고 판단한 파키스탄은 중국과 협력을 중단하고 자체 재원으로 사업을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 순항해왔던 CPEC 사업은 제동이 걸린 것이다. 네팔도 지난해 11월 중국 거저우바(葛洲?)그룹에 25억 달러 규모의 부디 간다키 수력발전댐 건설 공사를 맡기려던 계획을 파기했다. 카말 타파 네팔 부총리는 “각료회의에서 거저우바그룹과 합의한 부디 간다키 수력발전댐 건설 공사 계약이 변칙적이고 경솔했다고 결론내리고 의회 위원회의 지침에 따라 계약을 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네팔은 지난 5월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키로 하고 한 달 뒤인 6월 1200㎿급 수력발전소를 건설하는 양해각서(MOU)를 거저우바그룹과 체결한 바 있다. 콘스탄티노 자비에르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연구원은 “중국은 통상적으로 대규모 투자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해당 국가에 손해가 되는 투자 계획을 받아들이게 한 다음, 그 ‘채권’을 빌미로 전체 프로젝트를 모두 삼키거나 그 국가에 대한 정치적 지렛대로 삼는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말레이시아 남부 조호르주에 중국제 레이더와 미사일, 자주 다연장 로켓포 AR-3 12대를을 배치하도록 제안하기도 했다. 중국 베이팡(北方)공업이 개발한 AR-3은 지대지 공격에 사용하지만 사정거리가 220km에 달해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까지 타격 가능하다. 중국의 이런 제안은 지난해 8월 열린 동해안 철도 기공식에 시진핑 주석의 특사로 참석한 왕융(王勇) 국무위원이 나집 총리에게 직접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동해안 철도는 일대일로 사업비 120억 달러 가운데 85%를 중국 측이 지원했고 중국 기업이 건설을 맡았다. 중국 정부는 연변 국가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자원 배분과 시장통합을 촉진하고 균형잡힌 지역경제 협력을 이룩하는 것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인프라 투자가 절실한 이들 국가에 투자와 차관이라는 ‘당근’을 통해 정치적·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숨은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월드피플+] 세계 울린 ‘눈송이 소년’ 그후…아빠도 만났다

    극심한 추위로 인해 머리가 눈송이처럼 변해버린 한 중국인 소년의 사연이 현지는 물론 전세계를 울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등 중국언론들은 12일 윈난성 루뎬현의 가난한 시골마을에 사는 왕푸만(8·王福滿)과 학교에 온정의 손길이 쇄도했다고 보도했다. 왕군의 사연은 얼마 전 인터넷과 언론에 보도된 사진 한장에서 시작됐다. 초등학교 3학년인 왕군은 매일 아침 4.5km 거리에 있는 학교를 가기위해 1시간 이상 걷고 또 걷는다. 그러나 최근 아침 기온이 갑자기 영하 9도로 떨어지면서 학교에 도착했을 때 왕군의 머리카락과 눈썹은 고드름처럼 변해버렸다. 왕군의 학교 교장은 "왕군의 모습을 보고 같은 반 친구들이 킥킥 웃어도 전혀 곤혹스러워하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우스운 표정을 지어 아이들을 웃게 만들었다. 그래서 귀여웠다”고 밝혔다. 특히나 왕군은 추위로 갈라진 손까지 보여주며 주위 사람들을 감동을 안겼다. 왕군은 “할머니 농장 일을 돕다보니 동상에 걸렸다”면서 “아빠를 몇 달 동안 보지 못해 무척이나 그립다”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왕군의 아버지는 다른 도시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로 어머니는 가족을 버리고 떠나 현재 누나, 할머니와 진흙 집에서 살고 있다. 소년의 사연이 알려지자 온정은 불어닥친 추위를 금방 녹였다. 왕군의 갈라진 손에는 장갑이, 그리고 따뜻한 옷과 모자가 기부됐다. 인민일보는 "10만 위안(약 1600만원)이 넘는 후원금이 학교에 도착했으며 144개의 옷과 난방기구가 기부됐다"면서 "왕군 뿐 만 아니라 학생 81명에게 500위안(약 8만원) 씩 주어졌다"고 보도했다. 사실 기부 만큼이나 왕군에게 더 기쁜 소식은 뒤늦게 알려졌다. 한 회사가 외지에 나가있는 왕군의 아빠에게 일자리를 제안했기 때문이다. 특히나 왕군은 뉴스를 보고 집으로 돌아온 아빠가 용돈으로 손에 쥐어준 5위안(약 800원)을 받고 가장 기뻐했다. 왕군은 "많은 사람들이 선물을 주고 도와준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행복하다"면서 "돈을 부지런히 저축해 아빠가 아플 때 치료비로 쓰고싶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13억 중국인의 가슴 먹먹하게 만든 한 장의 사진에 담긴 사연

    13억 중국인의 가슴 먹먹하게 만든 한 장의 사진에 담긴 사연

    최강 한파가 동북아시아를 강타한 가운데 중국에서 극심한 추위 속에서 등교하다가 ‘눈송이 소년’이 된 한 소년의 사연이 중국인의 마음을 울렸다. 이 소년의 가슴 아픈 사연이 전해지자 중국 전역에서 성금이 쇄도해 전날까지 벌써 12만 위안(약 2000만원)이 쾌척됐다.1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소셜미디어와 포털사이트에는 윈난성 자오퉁시 주안산바오 마을에 사는 8살 소년 왕푸만(王福滿)의 사연과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사진 속 왕푸만은 겨울옷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얇은 옷차림을 한 채 머리와 눈썹은 온통 눈으로 뒤덮여 서리까지 맺혔고, 볼은 추위에 빨갛게 상기됐다. 어색한 표정의 왕푸만 주변 학생들은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이 초등학교에서 약 4.5km 떨어진 마을에 사는 그는 매일 1시간 넘게 걸어서 등교한다. 영하 9도의 맹추위 속에서도 목도리나 장갑을 하지 않은 채 걸어서 등교하다가 이런 모습이 된 것이다. 담임교사가 찍은 이 사진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국에 전해졌고, 그에게는 ‘눈송이 소년’(氷花男孩)이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중국 네티즌들은 “너의 고생은 미래에 너의 길을 비춰주는 등불이 될 거야”라는 글을 올리는 등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이 사진이 중국인들의 마음을 울린 것은 왕푸만이 농촌 출신으로, 도시로 돈을 벌러 나간 농민공 자녀인 이른바 ‘류수아동’(留守兒童)이기 때문이다. 농민공 부모와 떨어져 농촌에 홀로 남겨진 류수아동들은 극심한 가난과 외로움에 시달리다가 자살을 하기도 하며, 혼자 불을 피우다가 화재로 사망하는 등 이들의 가슴 아픈 사연이 끊이지 않고 있다. 왕푸만도 누나와 할머니와 함께 낡은 집에서 살고 있으며, 돈이 없어 주로 밥과 야채로 끼니를 때운다고 이웃은 전했다. 난방 기구도 없어 장작을 태워 온기를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 구경을 하고 싶다”는 왕푸만은 “학교에 가는 것은 춥지만 힘들지는 않다. 커서 경찰이 돼서 나쁜 사람을 잡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이기철 기자 chuli@seoul.co.kr  
  • “알아야 잡는다”… 검찰은 비트코인 열공 중

    “알아야 잡는다”… 검찰은 비트코인 열공 중

    “비트코인 관련 범죄가 늘고 있다고 하니 알아두려 합니다.” 10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대강당. 대검 사이버범죄연구회가 주최한 ‘비트코인 기술 개요와 활용 현황’ 세미나에는 검사와 수사관 등 80여명으로 가득 찼다.이재승 대검 사이버수사 과장은 “언론에서 많이 다루고 정부에서도 관심 있게 보면서 일선 검사나 수사관들도 관심이 많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세미나는 홍원택 가천대 금융수학과 교수의 비트코인에 대한 개념 설명과 함께 가상화폐를 이용한 범죄에 대한 수사기법 등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홍 교수는 해외 ‘다크 웹’(불법 정보가 거래되는 심층웹) 등의 사례를 설명하며 비트코인이 악용되는 사례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세미나에선 가상화폐를 수익으로 한 범죄에서 가상화폐를 추적하는 기법과 이를 몰수·추징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검찰이 가상화폐 공부에 열중인 이유는 최근 범죄에 사용되는 빈도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그 성격이 모호해 비트코인으로 범죄수익을 거뒀을 경우 사후 처리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수원지법은 불법 음란사이트 운영자의 1심 재판에서 “비트코인은 현금과는 달리 물리적 실체 없이 전자화한 파일의 형태로 돼 있어 몰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검찰은 이에 항소해 이달 30일 예정인 2심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가상화폐를 몰수·추징의 대상이 되게 할 수 있는 논리적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검은 이날 세미나 내용을 가상화폐를 활용한 범죄에 대한 일선 검찰청의 수사와 재판에 활용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 검찰과 경찰은 가상화폐 투기 관련 불법행위 단속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국내 3위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원을 도박 개장 등의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코인원의 마진거래 서비스가 ‘우연한 승패’에 따른 재물의 득실로 보고 이를 도박이라 판단했다. 마진거래는 투자자가 최장 1주일 뒤의 시세를 예측해 공매수 또는 공매도를 선택하고서 결과에 따라 돈을 잃거나 따는 방식이다. 또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이날 이스트소프트 ‘알툴즈’ 회원 16만 6000여명의 회원 정보를 대량으로 빼내 업체를 협박하며 돈을 요구하고, 유출된 정보로 가상화폐 계좌에서 돈을 빼낸 중국인 조모(27)씨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글 사진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해외 우수인재 유치에 ‘올인’하는 중국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해외 우수인재 유치에 ‘올인’하는 중국

    중국 베이징시 외국전문가국(外國專家局)은 지난 2일 사주 조지(Saju George)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아시아·중동·아프리카 지역 인사 담당 임원에게 ‘해외 우수인재 확인증’을 발급했다. 이어 총구(Chong Gu) 미 퍼듀대학의 교수와 루치오 소이벨만(Lucio Soibelman) 미 남가주대 교수가 우수인재 확인증을 받았고, 조 케저(Joe Kaeser) 독일 지멘스그룹 회장 등 여러 명의 다국적기업 임원들도 우수인재 확인증을 신청해 놓은 상태라고 중국 차이나데일리가 지난 5일 보도했다. 해외 우수인재 확인증을 받은 외국인 전문가는 5년 또는 10년짜리 복수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다. 이들은 비자 만료 시까지 자유롭게 중국을 드나들 수 있고 한 번에 최장 180일까지 중국에 체류할 수 있다. 기존 체류기간(90일)보다 두 배로 늘려준 것이다. 비자는 최단 하루 만에 발급되며, 발급 비용은 무료다. 이들 우수인재 전문가의 배우자 및 자녀도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발급 대상자는 노벨상 수상자를 비롯해 세계 일류 대학의 교수나 박사학위 취득자, 올림픽 메달리스트, 국가대표팀 혹은 성(省)급 팀에서 활약하는 코치 및 선수, 중국 국영 매체의 편집인, 중국 평균 임금의 6배 이상을 받는 외국인 등이다. 지난해 베이징 시민들의 연평균 수입은 9만 2477 위안(약 1520만원) 안팎이다.중국 정부가 외국의 우수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집권 2기를 맞아 경제 발전의 새로운 동력으로 해외 우수인재 수요가 많은 첨단과학 육성을 제시한 만큼 이를 뒷받침할 세계적인 과학자와 기업인 등을 영입하기 위해 비자의 장기 발급 등 파격적인 혜택을 내놨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외국전문가국과 외교부, 공안부는 공동으로 1일부터 이런 내용의 ‘외국 우수인재 비자제도 시행방법’을 도입해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파격적인 혜택을 내놓은 것은 과학과 기술 등의 분야에서 최고의 외국인 우수인재를 끌어들여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는 목적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해외에서 활약하는 중국 출신 우수인재를 불러들이는 데 주력해오던 중국이 앞으로는 국적을 가리지 않고 해외 우수인력을 대거 확보하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번에 새로 도입한 비자정책은 본국과 중국을 자주 오가는 외국인 우수 인력이 편하게 일하고 머무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이보다 앞서 2004년부터 미국과 유럽 선진을 따라잡는다는 전략에서 과학자와 발명가, 기업 경영인 등 국가에 크게 공헌할 수 있는 외국인에게 영구거류증(그린카드)을 발급해 주고 있다. 2016년 2월 국가기관과 연구소에서 일하는 외국인에게만 주던 그린카드 발급 대상을 확대했고, 지난해에는 그린카드 발급 절차를 간소화하고 자격 요건도 대폭 완화했다. 지난해 유럽 출신 노벨상 수상자 2명에게 영주권을 부여한 것이 대표적이다. 2016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베리나르트 페링하(네덜란드)와 2002년 수상자 쿠르트 뷔트리히(스위스)가 그 주인공이다. 페링하는 분자기계를 설계·제작한 공로로 노벨화학상을 받았고, 상하이 화동(華東)이공대학의 자가치료 물질 연구팀을 이끌고 있다. 생물의 몸을 구성하는 단백질 분자 질량과 3차원 구조를 알아내는 방법을 개발해 노벨상을 수상한 뷔트리히는 상하이과기대학에서 인간 세포 수용체를 연구하는 팀을 지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이와 함께 외국인 우수인재를 정부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러시아의 장비제조 전문가, 쿠바의 생물학 전문가 등 외국인 인재가 대거 채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우수인재들과는 달리 일반 외국인에 대해서는 중국의 비자 발급과 이민 제도가 매우 엄격한 편이다. 취업비자 발급에 제한이 많고, 이미 발급한 비자에도 수시로 엄격한 규정을 적용해 통제한다. 취업비자를 받아도 매년 또는 2년에 한 번 갱신해야 한다. 중국 정부가 비판적인 성향의 인사에게는 비자를 발급하지 않는 등 비자 제도를 자의적으로 운용하기도 한다. 엘리자베스 이코노미 미국 외교협회(CFR)의 아시아 연구 주임은 “중국 정부에 비판적이거나 민감한 주제를 다루는 인사에게는 비자가 발급되지 않는다”면서 “이들 인사에게 비자가 발급되더라도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기 일쑤다”라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중국 정부는 그동안 경제·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우수인재 확보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해외에 있는 자국 출신 우수인재를 본토로 불러들이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왔다. 2008년부터 시작한 ‘천인(千人)계획’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세계 일류 대학교수와 다국적 기업의 기술 전문가 등 최우수 인재 1000명을 유치하는 계획이다. 이들에 대한 대우는 각별하다. 영입이 확정된 인재에겐 100만 위안이 넘는 보조금을 일시금으로 지급하고 영주권을 발급한다. 각종 세금 공제 혜택을 주고 정부가 직접 나서 자녀 취학도 도와준다. 이 덕분에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중국계 미국인 양전닝(楊振寧·96) 박사와 컴퓨터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튜링상 수상자인 야오치즈((姚期智·72) 박사가 미 국적을 포기하고 중국 국적을 취득했다. 두 박사는 모두 중국에 거주하면서 중국 명문 칭화(淸華)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안후이(安徽)성 출신인 양 박사는 1945년 미국에 유학했다. 시카고대에서 엔리코 페르미에게 수학하고 1966년 뉴욕주립대 교수가 됐다. 1957년 ‘약한 상호작용에 의한 패리티(parity) 비보존(非保存) 이론’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상하이에서 태어난 야오 박사는 국공 내전 기간에 부모를 따라 대만으로 이주한 뒤 1972년 미 하버드대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0년 컴퓨터 양자정보과학 분야의 탁월한 연구성과로 튜링상을 수상했다. 닝촨강(寧傳剛) 칭화대 물리학과 교수는 “다른 중국계 과학자들이 외국 국적을 포기하는 선례가 될 것”이라며 “중국에서 과학연구 자금 지원을 받기 쉬워지면서 젊은 중국계 과학자 사이에선 외국 국적을 포기하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2012년에는 ‘천인계획’을 2012년 ‘만인(萬人)계획’으로 규모를 확대했다. 향후 10년 동안 자연과학과 철학, 사회과학 분야 등의 우수인재 1만 명을 키우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다. 노벨상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세계적인 과학자 100명을 배출하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이들에게는 연구과제 선정부터 처우까지 특별 대우해준다. 연구과제는 스스로 정하게 하고 번잡스러운 보고는 면제 해준다.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정부도 인재 유치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베이징과 상하이, 광둥(廣東)성 선전 등은 해외 유학을 갔다가 현지에 정착한 중국인 인재를 귀국시키기 위해 다양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에게 최고 50만 위안의 창업 자금과 임대아파트 등을 제공한다. 중국의 재외공관도 귀국을 원하는 유학생에게 창업경진대회 참가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국내 귀환을 유도하고 있다. 중국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에서 공부한 중국인 유학생 중 82%인 43만 2500명이 귀국했다. 2012년(72%)에 비해 10%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수원시 ‘관광객 800만 시대’ 활짝

    수원시 ‘관광객 800만 시대’ 활짝

    경기 수원시를 방문한 관광객수가 지난해 처음으로 800만명을 돌파했다. 중국과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갈등 여파로 줄어든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의 빈자리를 내국인 관광객이 채운 결과다.10일 수원시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동안 수원시 방문 관광객은 807만 5268명으로 집계됐다. 관광객 유치 프로모션(수원화성방문의해) 덕분에 역대 최대 방문객수를 기록한 2016년 (713만 2707명)보다 12.8%(94만 2561명)가 늘었다. 사드 갈등 때문에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이 136만 6304명으로 전년보다 17.4%(28만 8437명) 감소했지만, 내국인 관광객이 670만 8964명으로 전년보다 21.8%(120만 4733명) 증가한 결과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水原華城) 일대에서 열린 역사문화 체험 프로그램 ‘수원야행(夜行)’과 1964년부터 해마다 개최하는 수원화성문화제 기간에 많은 관광객이 찾으면서 수원시의 목표(500만명 유치)를 1.62배 초과달성했다. 제54회 수원화성문화제가 열린 9월이 159만 1812명으로 관광객수가 가장 많았다. 화성문화제 축제기간 동안에는 역대 최대 인원인 75만명이 찾았다. 수원화성문화제의 가장 큰 볼거리인 ‘정조대왕 능행차 재현’은 서울 창덕궁에서 화성시 융릉에 이르는 59.2㎞ 구간에서 완벽하게 재현됐다. 을묘년(1795년) 능행차가 창덕궁에서 융릉까지 완벽 재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수원야행’ 행사가 열린 8월에는 95만 6654명이 수원을 방문했다.외국인 관광객은 9월이 22만 9057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8월(13만 6586명), 6월(12만 4411명) 등 순이었다. 송영완 문화체육교육국장은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줄어들어 전체 관광객 수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내실 있는 행사·축제를 개최해 예상보다 많은 관광객이 수원을 방문한 것 같다”면서 “관광객 요구와 관광 패러다임 변화에 발맞춰, ‘시민 맞춤형 여행서비스’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월드피플+] 머리가 고드름됐네…中소년의 힘겨운 ‘등굣길’

    극심한 추위로 인해 고드름처럼 변해버린 한 중국인 소년의 머리가 수 백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9일(이하 현지시간) 중국 일간 인민망은 남서부 윈난성 루디앤현의 시골 마을에 거주하는 왕 후만(8)의 사연을 소개했다. 초등학교 3학년인 후안은 매일 아침 4.5km 거리에 있는 학교를 가기위해 1시간 이상 걷고 또 걷는다. 얇은 옷을 걸친 후안에게 겨울 추위는 대수롭지 않다. 공부에 대한 열망을 꺾을 수도 없다. 후안은 가난한 저소득층 집안 출신이다. 아버지는 다른 도시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다. 어머니는 가족을 버리고 떠났고, 후안은 누나, 할머니와 진흙 집에서 살고 있다. 교장은 “기말고사가 어제 시작됐다. 그러나 아침 기온이 갑자기 영하 9도로 급감했다. 꽤 먼 거리를 걸어온 후안이 학교에 도착했을 때 머리카락과 눈썹이 완전히 서리로 덮인 상태였다”며 당시 모습을 설명했다. 그는 “후안은 자신의 모습을 보고 같은 반 친구들이 킥킥 웃어도 전혀 곤혹스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스운 표정을 지어 아이들을 웃게 만들었다. 그래서 귀여웠다”고 덧붙였다. 후안은 혹독한 추위로 갈라진 손을 내보이며 “할머니 농장 일을 도우다보니 동상에 걸렸다”며 멋쩍어했고, “아빠를 몇 달 동안 보지 못해 무척이나 그립다”고 말했다. 한편 후안의 사진을 본 네티즌들은 불우한 환경에도 공부를 열심히하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 그들은 “너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공부 열심히해. 넌 할 수 있을거라 믿는다”면서 그를 지원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이덕일의 새롭게 보는 역사] “우리 사회 혼란의 가장 큰 이유는 역사관이 바로 서지 못한 탓”

    [이덕일의 새롭게 보는 역사] “우리 사회 혼란의 가장 큰 이유는 역사관이 바로 서지 못한 탓”

    역사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각자의 사관과 역사의식 등에 따라 우리 역사학자들의 관점도 다양하다. 스스로 재야학자로 부르는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도 기존 학계와는 색다른 시선으로 우리 역사를 바라보는 학자 중 한 사람이다. 서울신문은 ‘새롭게 보는 역사’라는 제목으로 우리 역사에 대한 이 소장의 새로운 해석을 매주 1회 게재한다.역사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가끔 받는데, 역사공부에 왕도란 없다. 1차 사료를 많이 보고, 그 의미를 깊게 생각하는 것뿐이다. 1차 사료란 그 시대에 쓰인 사료를 뜻한다. 그리고 기회 있을 때마다 현장을 답사해서 사료와 현장 사이의 연결점을 찾는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 즉 역사관이다. 역사관은 그 종류가 많아 보이지만 크게 나누면 둘이다. 나의 눈으로 보는 역사관과 남의 눈으로 보는 역사관이 그것이다. 누구의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크게 달라진다. 팔레스타인을 유대인의 시각으로 보느냐, 아랍인의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역사를 보는 관점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이규보(李奎報·1168~1241)와 김부식(金富軾·1075~1151)의 눈을 통해 잘 알 수 있다. 둘 다 고려인이고, 유학자였다. 김부식은 ‘삼국사기’(三國史記)를 남겼고, 이규보는 ‘동명왕편’(東明王篇)을 남겼는데, 김부식은 유학자의 관점으로 ‘삼국사기’를 썼다. 공자가 ‘춘추’(春秋)에서 천명한 유학의 역사관이 유학의 역사관이다. 공자는 주(周)나라를 정통으로 보고 ‘춘추’를 서술했는데, 이것이 춘추필법(春秋筆法)이다. 주나라를 임금의 나라로 보고 나머지는 신하의 나라인 제후국이나 오랑캐로 보는 역사서술이다. 여기에서 중국 한족(漢族)을 세계의 중심으로 보는 중화(中華) 춘추사관이 나왔다. 그런데 김부식·이규보처럼 몸은 한족(漢族)이 아니지만 유학자의 시각으로 역사를 보는 경우이다. 이족(夷族)의 몸에 한족(漢族)의 눈을 가진 유학자들이 탄생한 것이다. 김부식은 사마천의 ‘사기’를 본뜬 기전체(紀傳體)로 ‘삼국사기’를 썼는데, 기전체가 바로 춘추필법의 역사서다. 황제의 사적인 ‘본기’(本紀), 제후의 사적인 ‘세가’(世家), 신하의 사적인 ‘열전’(列傳) 등으로 나누어 쓰는데 이민족의 역사는 열전에 서술하기 때문이다. 김부식은 ‘삼국사기’에서 삼국 임금들의 사적을 ‘본기’(本紀)라고 불렀지만 실제 내용은 제후들의 사적인 ‘세가’(世家)에 준해 편찬했다. 이규보도 공자의 제자를 자처한 유학자였다. 이규보는 고구려 시조 추모왕(동명성왕)의 이야기를 담은 ‘동명왕편’을 썼다. 이규보는 그 서문에서 “세상에서는 동명왕의 신이(神異:신기하고 이상)한 사적에 대해서 어리석은 남녀들까지도 많이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고려 사람들이 고구려 시조의 신이한 사적에 대해 많이 말한다는 것은 고려를 고구려의 후신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동명성왕이 고려의 개국시조고 왕건은 중시조로 여겼다는 뜻이다. 이규보는 이를 듣고 웃으면서 “스승 중니(仲尼·공자)께서는 괴력난신(怪力亂神)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동명왕의 이야기는 실로 황당하고 기괴한 이야기라서 우리들(유학자들)이 이야기할 바가 아니다”라고 믿지 않았다. 공자는 “괴력난신(괴이한 것과 용력과 패란과 귀신)에 관한 것은 말하지 않았다(논어 ‘술이(述而)’)”라고 말했는데, 이를 따라 동명성왕의 신이한 사적을 믿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던 이규보는 명종 23년(1193) ‘구삼국사’(舊三國史)를 읽어 보게 되었다. 지금은 전해지지 않는 ‘구삼국사’는 김부식이 ‘삼국사기’를 편찬할 때 참고했던 책이다. 그런데 이규보가 본 ‘구삼국사’는 “(동명성왕의) 신이한 사적이 세상에서 말하는 것보다 더해서 처음에는 믿지 못하고 귀(鬼·도깨비)나 환(幻·허깨비)의 이야기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규보는 “세 번을 반복해서 탐미해 점점 그 근원에 들어가니, 그제야 환(幻)이 아니라 성(聖·거룩함)이요, 귀(鬼)가 아니라 신(神·신령)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세 번을 탐미하자 고구려 시조사를 바라보는 역사의 눈이 달라졌다는 뜻이다. 그러자 도깨비, 허깨비의 이야기가 아니라 거룩한 사적이고 신령한 이야기로 보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동명왕편’을 썼다는 것이다. 이규보는 김부식이 ‘삼국사기’에서 이런 내용들을 빼놓은 것을 비평했다. “김부식 공이 국사(國史)를 다시 편찬할 때 자못 이런 기사를 생략한 것은 국사는 세상을 바로잡는 책이니 크게 기이한 사적을 후세에 보일 수 없다고 해서 생략한 것이 아니겠는가?” 김부식이 편찬한 ‘삼국사기’는 이규보가 본 ‘구삼국사’의 내용과 달리 동명성왕의 신이(神異)한 사적들을 생략했다는 것이다. 김부식은 ‘삼국사기’에서, “(시조 동명성왕이) 재위 19년(BC 19) 가을 7월 승하하니 마흔 살이었다. 용산(龍山)에 장사 지내고 시호를 동명성왕이라고 했다”고 썼다. 그러나 이규보는 ‘동명왕편’에서 “왕이 하늘로 올라가 내려오지 않았으니 나이가 마흔 살이었는데, 태자가 남긴 옥 채찍을 용산에 장사 지냈다”고 썼다. 김부식은 동명성왕이 마흔 살 때 세상을 떠났다고 썼지만 이규보는 “하늘로 올라갔다”고 달리 쓰고 있는 것이다. 고구려인들이 직접 쓴 ‘광개토대왕릉비문’은 어떻게 쓰고 있을까? ‘광개토대왕릉비문’은 “왕이 세상의 지위를 즐기지 않자 황룡이 내려와서 왕을 맞이했는데, 홀본(忽本) 동쪽에서 용의 머리를 밟고 하늘로 올라가셨다”라고 말하고 있다. 고구려인들의 시각에서 쓴 ‘동명왕편’, 즉 ‘구삼국사’와 ‘광개토대왕릉비문’은 모두 추모왕이 세상에서 죽은 것이 아니라 하늘로 승천했다고 쓰고 있었다. 이규보는 ‘동명왕편’ 서문에서 “이를 시로 지어 기록함으로써 아국(我國)이 본래 성인(聖人)의 나라라는 것을 천하에 알리려는 것”이라고 끝맺었다. 유학자의 눈에는 중국 개국군주들의 사적만 성인(聖人)의 사적이었는데, 고구려인의 눈으로 보자 동명왕의 이야기도 나라를 개창한 성인의 사적으로 보인 것이다. 사마천은 ‘사기’, ‘고조 본기’에서 한 고조 유방(劉邦)의 모친 유온(劉?)이 대택(大澤) 언덕에서 잠잘 때 꿈에 신을 만났고, 교룡(蛟龍)이 그 몸 위에 올라와 유방을 낳았으며, 적제(赤帝)의 아들이라고 썼다. 유방 부모의 신분이 낮은 것을 감추려 한 것이다. 또 유방이 있는 곳의 하늘에는 늘 운기(雲氣)가 서려 있었다는 등의 황탄한 이야기를 잔뜩 써 놓았지만 중국의 역대 주석가들은 그 의미를 분석하고 덧붙였지 황탄하다고 비판하지 않았다. 유독 우리나라 학자들만 자국사에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 깎아내리는데 그 근본 이유가 남의 시각으로 우리 역사를 바라보기 때문이다. 바로 이 때문에 이 나라는 역사학자들과 역사에 관심이 있는 일반 국민들 사이의 괴리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가 되었다. 때로는 중국인의 시각으로, 때로는 일본인의 시각으로 우리 역사를 본다. 모두 자국사를 환(幻)과 귀(鬼)로 보는 것이다. 그러니 국조(國祖) 단군(檀君)의 사적을 신화라고 깎아내리기 바쁘다. 이규보가 역사를 보는 눈을 바꾸자 환(幻)과 귀(鬼)가 성(聖)과 신(神)으로 보였다. 우리 사회가 중심이 없고 혼란스러운 가장 큰 이유는 역사관이 바로 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체는 세계 10위권 경제로 성장했지만 정신은 유아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제 성(聖)과 신(神)의 역사관으로 나 자신을 찾을 때가 되었다. ■사학자 이덕일 소장은 숭실대 대학원에서 ‘동북항일연군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사학자다. 식민사관을 비판하고 한사군이 한반도가 아닌 현재 중국의 영토에 있었다고 주장해 학계에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많은 부분에서 기존 역사학계와 다른 시각에서 우리나라 역사를 바라보고 해석한다. 이 소장의 주장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마찬가지로 동의하지 않는 학자들 또한 많다. ‘당쟁으로 보는 조선 역사’, ‘누가 조선왕을 죽였는가’, ‘한국사 그들이 숨긴 진실’ 등 수십권의 저술과 저서가 있다. 조만식숭실언론인상을 받았고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를 창립해 활발한 연구,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 시진핑 신년사 키워드 ‘발전’… 집무실엔 ‘탈빈곤’ 사진·AI 서적

    시진핑 신년사 키워드 ‘발전’… 집무실엔 ‘탈빈곤’ 사진·AI 서적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신년사에는 13억 중국인뿐 아니라 세계인의 눈과 귀가 집중된다. 트위터로 활발히 소통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달리 신년사는 시 주석의 생각을 알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인 데다 세계 2대 강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미래를 전망할 수 있는 중요한 가늠자이기 때문이다. 올해 신년사는 인민대회당에서 발표한 전년과 달리 책과 사진이 빽빽하게 꽂힌 책장을 배경으로 한 중난하이(中南海) 집무실에서 발표했다. 중국의 네티즌들은 시 주석 책장의 장서와 사진을 분석해 그의 새해 의도를 읽어 내기도 한다. 지난 5년간 시 주석의 신년사 단어를 분석해 세계인이 주목하는 중국의 2018년 계획을 살펴보았다.2013년 국가주석직에 오른 시 주석은 2014년 이후 매년 신년사를 발표했다. 인민대회당에서 서서 발표한 2017년을 제외하면 모두 만리장성 그림과 수백 권의 책 등이 진열된 책장을 배경으로 한 집무실이 신년사 발표 장소였다. 서울신문은 지난 5년간 발표된 시 주석의 신년사를 단어 빈도 통계 프로그램을 통해 분석했다. 올해 신년사에서 의미 있는 단어로 가장 많이 사용된 것은 7번 등장한 ‘발전’이었다. 이어 대중 6회, 실현 5회, 개혁·홍콩·세계·빈곤이 각 4회 등장했다. 전년 신년사에서 제일 많이 등장한 단어는 개혁이었다. 2017년 신년사에서는 개혁과 전면이 8번, 지속 6번, 세계·대중 5번, 빈곤이 4번 사용됐다. 신년사는 시 주석의 통치 후반기로 갈수록 길어졌는데 2014년에는 5분여에 불과했지만 뒤이어 10분가량으로 분량도 늘고 사진과 동영상도 사용해 우주선 발사와 같은 성과를 과시했다. 2016년 신년사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중국, 국제, 동포, 세계로 모두 6번씩 나왔다. 2015년 신년사에서는 인민이 14번, 생활이 8번, 세계와 개혁이 각각 6번 사용됐다. 2014년 신년사에서는 인민과 공동이란 단어가 7번으로 가장 많이 쓰였다. 자주 등장하는 단어를 살펴보면 시 주석이 점차 개혁에 대한 자신감을 얻어 중국 발전에 대한 희망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신년사의 주제가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2015년에는 항공기 추락 사고와 지진, 2016년에는 여객선 전복 사고, 톈진항 폭발, 선전 산사태 등 각종 안전사고에 대한 언급으로 인민들을 위로하는 말도 있었으나 갈수록 공산당이 이룬 성과에 대한 자랑이 신년사의 대부분을 차지했다.시 주석이 신년사를 발표한 집무실 책상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숫자판이 없는 붉은색 전화기 두 대다. ‘훙지’(紅機)라 불리는 이 전화기는 공산당 전용 전화로, 중국 공산당 권력의 상징이다. 세계 인구의 5분의1이 사는 중국에서 단 3000명만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 주석이 사용하는 두 훙지 가운데 하나는 인민해방군에 보안전화를 걸 때 쓴다. 다른 하나는 공산당 간부, 지방 성의 서기, 국영기업 책임자, 관영언론 편집장들과 통화할 때 사용한다. 4자리 숫자의 번호만으로 이루어진 훙지는 암호화돼 감청이나 도청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화기를 들면 베이징 징시호텔에서 24시간 근무하는 인민해방군 교환수들이 받아 필요한 사람에게 연결해 준다. 여성 교환수들은 3000개 이상의 번호를 외우고, 모든 지방 사투리를 다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한다. 징시호텔은 말만 호텔일 뿐 공산당과 인민해방군 간부들이 대규모 회의를 여는 곳으로 경비와 보안이 삼엄한 것으로 유명하다.2010년 언론인 리처드 맥그리거가 ‘중국 공산당의 비밀’이란 책을 펴낼 때만 해도 훙지를 가진 사람은 300명 정도라고 설명했는데 그동안 증가한 공산당원의 숫자만큼 훙지의 숫자도 10배 이상 늘었다. 중국 공산당은 1949년 중난하이로 터전을 옮기면서 당의 핵심 인물임을 입증하는 훙지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한국 정부는 국가공무원이 국장급 이상의 직위에 오르면 삼성 갤럭시 휴대전화를 지급하는데, 중국 공산당은 훙지를 준다. 홍콩 일간 빈과일보는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모습을 거의 볼 수 없는데 그 이유로 서방 지도자들처럼 가족과 같은 사적 관계를 맺는 것을 제한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시 주석의 집무실 책장에 배치된 15장의 사진도 신년사의 내용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집중 토론 대상이다. 이 가운데 9장은 올해 새로 등장한 것들이다. 새롭게 배치한 사진 중 4장은 시 주석이 중국의 가난한 농촌 마을을 방문한 장면들이다. 농촌의 빈곤 퇴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시 주석의 의지를 알 수 있는 단서들이다. 2013년 후난성 화이안현의 한 마을을 찾았을 때 시 주석은 “나는 인민 대중을 위한 공복”이라고 말했다. 2016년 장시성을 방문했을 때는 “빈곤과 싸우는 우리의 노정에서 단 한 가족도 빈곤 속에 남겨 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9장 중 한 장은 지난해 10월 19차 당 대회 직후 사진이다. 이때 새로 선임된 상무위원과 함께 1921년 중국 공산당 1차 전국대표대회를 비밀리에 연 상하이 회의장을 방문해 공산당 선언을 외쳤다. 또 인민해방군 열병식 사열 장면, 네이멍구 국경수비대 격려 사진도 있다. 이는 강군(强軍)을 향한 시 주석의 의지라는 해석이 있다. 지난해 홍콩 반환 20주년을 맞아 홍콩을 직접 방문해 홍콩 어린이들과 찍은 사진, 지난해 5월 연 제1차 국제 일대일로 포럼 사진 등으로, 말로 못다 한 신년 메시지를 대신했다. 기존에 배치했던 6장은 꾸준히 시 주석의 신년사 배경으로 등장했던 젊은 시절 사진과 가족과의 사진들이다. 아버지 고 시중쉰(習仲勛)의 휠체어를 미는 모습, 딸을 뒤에 태우고 함께 자전거를 타는 장면, 어머니의 손을 잡고 산책하는 사진 등을 통해 평범한 아버지이자 가족의 일원이며 어른을 섬기는 시 주석의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한다. 시 주석의 외동딸 시밍쩌(習明澤·26)는 2015년 하버드대학을 졸업했다. 한 번도 외국 생활을 한 적이 없는 시 주석과 비교하면 딸은 미국 유학생이지만 서방 언론이 ‘신비한 중국 공주’로 묘사할 정도로 대외 활동은 거의 없다. 중국 네티즌들은 매와 같은 눈으로 매년 수백 권의 책이 꽂힌 시 주석의 책장을 꼼꼼하게 들여다본다. 열렬한 독서가로 알려진 시 주석의 독서 목록을 통해 그의 뇌 구조를 그려 보려는 노력이다. 올해 시 주석의 책장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인공지능(AI)에 관한 책 두 권이었다. 페드로 도밍고스 워싱턴대학 컴퓨터과학과 교수의 ‘마스터 알고리즘’과 미래학자 브렛 킹의 ‘증강현실’이 시 주석의 책장에 꽂혀 있었다. 두 책은 모두 인공지능이 사회에 미칠 영향을 다룬다. 첨단기술에 관한 책 외에도 ‘전쟁과 평화’, ‘노인과 바다’, ‘오디세이’, ‘레미제라블’과 같은 서양 고전도 그의 장서 목록에 포함돼 있다. 경제서적도 있었는데 윌리엄 괴츠먼의 ‘돈이 모든 것을 바꾼다’, 미셸 부커의 ‘회색 코뿔소가 온다’ 등이다. ‘공산당 선언’, ‘자본론’과 같은 칼 마르크스의 고전부터 마오쩌둥,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와 같은 중국 지도자의 저작도 그의 책장에서 빠지지 않는다. 중국 언론은 시 주석이 책장에 비치한 책들은 ‘지적인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로 자신의 이미지를 만드는 고도의 장치라고 평가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사각지대 놓인 중도입국 청소년] 부모 따라 한국 온 다문화자녀 1만~3만명…통계도 복지도 캄캄

    [사각지대 놓인 중도입국 청소년] 부모 따라 한국 온 다문화자녀 1만~3만명…통계도 복지도 캄캄

    만 18세 미만 중도입국 청소년. 법무부 기준으로는 1만명이 안 되지만 현장에서는 3만명이 넘는다고 추산한다. 상당수 청소년이 국내에 들어왔지만 통계적으로 잡히지 않고 있다. 제대로 된 통계가 없다 보니 전반적이고 체계적인 복지정책도 없다. 현장 전문가들이 가장 시급한 정책으로 정확한 실태조사를 꼽은 까닭이기도 하다.8일 법무부에 따르면 중도입국 청소년은 ‘결혼이민자(혼인귀화자 포함)의 전혼(前婚) 관계에서 출생한 미성년 외국인 자녀로서 우리나라에 입국해 외국인등록을 하고 체류하는 사람’이다. 쉽게 말해서 외국인과 결혼한 한국인의 의붓자녀를 말한다. 이 기준으로 추산한 중도입국 청소년은 지난해 11월 기준 9726명이다. 국제화가 진행되면서 해마다 중도입국 청소년 수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복지와 돌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법무부 규정이 협소하다 보니 현장에서는 중도입국 청소년 수가 법무부 통계의 최소 3배 이상으로 본다. 여성가족부의 2015년 다문화실태조사에서 따르면 만 9~24세 다문화가족 자녀(8만 2476명) 가운데 60.8%가 국내에서만 성장했다. 나머지 39.2%(3만 2300명)는 중도입국에 해당하지만 법무부와는 통계 기준이 다르다. 지난해 11월 두 번째로 친 귀화시험에 합격해 한국 국적을 얻은 순자운(17)양은 매일 아침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종로구 서울다솜관광고로 등교한다. 이곳은 다문화 청소년을 위한 학교다. 2년 6개월 전 결혼을 이유로 한국에 온 중국인 엄마를 따라 이곳에 왔지만 막상 도착한 뒤 한동안 집 밖에 나가지 못했다. 한국어를 할 줄 몰랐기 때문이다. 순양은 “집 밖에 나가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엄마가 일하러 나가면 혼자 집에 남아 한국 방송만 틀어놨다”고 회상했다. 한국어 공부가 시급했던 순양은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서 중도입국 청소년에게 한국어 수업을 하는 서울온드림교육센터를 찾았다. 서울에 단 한 곳뿐인 중도입국 청소년 지원 시설이다. 그곳에서 지금 다니는 고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도록 도움도 받았다. 그러나 모든 중도입국 청소년들이 이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순양은 “주변에 중도입국 청소년을 위한 교육기관이 없었다면 한국어를 배우거나 고등학교에 진학하기가 매우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주변 친구 중에는 한국에 산 지 5년이 됐는데도 한국어를 잘 못하거나 학교에 입학하지 못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순양의 경우 중국에서 다니던 중학교에서 학력 인정 서류를 떼 올 수 있어 고등학교 진학이 가능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라 의무교육인 중학교까지는 학력인증이 되지 않더라도 공교육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한국어 실력이 부족한 아이들을 받으려 하지 않는다. 학생의 입학은 학교장 권한이기 때문에 교육청에서도 이에 대해 별다른 제재를 하지 못한다. 공교육을 받지 못하면 검정고시를 치러야 하는데 한국어 실력이 미비한 상태에서 검정고시에 통과하기란 쉽지 않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16년 577명의 중도입국 청소년을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 학교에 재학하는 중도입국 청소년 가운데 27.4%가 한국에서 공교육 입학에 걸린 기간이 1년 이상이라고 답했다. 2년 이상이라는 응답 비율도 10.6%다. 공교육 진입 과정에서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에 대해 55.2%가 ‘한국어 실력 부족’을 꼽았다. 현재 학교를 다니지 않는 중도입국 청소년의 24.6%도 한국어 실력이 부족해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비인가 대만학교를 다니다가 학력인증이 안 돼 중퇴 뒤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이현수(15)군은 7년 전 부모와 한국에 왔다. 중국 동포인 부모가 이군과 함께 한국에서 살길 원했기 때문이다. 한국에 들어온 이군은 한국어 공부부터 시작했다. 서울온드림교육센터에도 이군처럼 한국에 살고 싶어 하는 외국인 근로자 부부 자녀가 절반이 넘는다. 여기에 장기거주 비자를 받지 못해 3개월마다 본국을 오가는 청소년 등을 포함하면 실제 국내 체류 중도입국 청소년은 3만~5만명으로 추산된다. 중도입국 청소년 교육기관 관계자는 “넓은 의미로는 해외에서 태어나 한국에 입국해 오래 머무는 이주배경 청소년은 모두 중도입국 청소년”이라면서 “한국어 교육이 필요하고 한국에서 살아가기 위해 적응기간을 거쳐야 한다는 점, (입양이 가능한 경우를 제외하곤) 정주를 위해 귀화시험을 쳐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말했다. 2016년 청소년정책연구원이 현장 전문가 48명에게 물은 결과 중도입국 청소년에게 가장 시급한 정책으로 ‘중도입국 청소년의 정확한 실태조사’를 꼽았다. 정신건강 및 상담 지원, 부모 대상 교육, 탄력적 편·입학제도, 효과적인 지원을 위한 통합시스템 구축 등이 뒤를 이었다. 현재 정책에 대한 평가 또한 낙제 수준이었다. 이들은 현 정책에 대해 10점 만점에 평균 4.25점을 줬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평창’ 관람 외국인 체류 최장 30일 연장

    평창동계올림픽을 관람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체류 가능 기간이 한 달 더 늘어난다. 법무부는 평창올림픽을 보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의 체류 기간을 최장 30일 연장키로 했다고 8일 밝혔다. 통상 단기비자를 받거나 비자면제 협약에 따라 무비자로 방한한 여행객은 90일간 체류할 수 있다. 이번 조치로 연장 허가를 받을 경우 최장 120일간 국내에 머물 수 있게 된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체류기간 연장으로 국내 관광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오는 3월 말까지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중국인에게 체류 기간 15일의 무비자 입국도 허용하고 있다. 특히 이들이 별다른 사고 없이 정상적으로 입·출국하면 향후 5년간 유효한 복수비자를 발급해 준다. 또 우리나라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이 평창올림픽 경기를 관람하면 법무부가 운영하는 사회통합 프로그램 현장교육 참여시간으로 8시간까지 인정해 준다. 경기 입장권 등 증빙서류를 법무부 장관이 지정한 사회통합 프로그램 운영기관에 제출하면 참여시간을 인정받을 수 있다. 사회통합 프로그램은 국내 거주 외국인의 사회 적응과 자립에 필요한 내용을 교육하는 것으로 이수자에겐 체류허가 심사 시 가산점이 부여되고 영주권 신청 시 한국어 시험 면제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한국 오던 유조선, 中해역서 화물선과 충돌… 32명 실종

    한국 오던 유조선, 中해역서 화물선과 충돌… 32명 실종

    실종자 이란인 30명·방글라 2명이란을 떠나 충남 서산 대산항으로 오던 유조선이 지난 6일(현지시간) 중국 해안에서 화물선과 충돌하면서 화재가 발생, 선원 32명이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7일 중국중앙(CC)TV 등에 따르면 중국 교통운수부는 6일 오후 8시쯤 장강(長江) 입구 기준 동쪽 160해리 해상에서 파나마 선적 유조선 상치호가 홍콩 선적 화물선 창펑수이징호와 충돌했다고 발표했다. 이 사고로 유조선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전소돼 타고 있던 선원 32명(이란 국적 30명, 방글라데시 국적 2명)이 실종됐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은 자국 석유부 카스라 누리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사고 유조선은 이란 국영유조선회사(NITC) 소유이며 이를 한국의 한화토탈이 임대해 초경질유(가스콘덴세이트)를 싣고 대산항으로 운반하던 중이었다”고 전했다. 누리 대변인은 “사고 유조선에 실려 있던 초경질유는 100만 배럴로 시가 6000만 달러(약 640억원) 규모”라고 설명했다. 화물선에 타고 있던 중국인 승무원 21명은 인근에서 조업 중이던 어선에 의해 구조됐다. 이 화물선은 미국에서 곡물 6만 4000t을 싣고 중국 광둥으로 이동하던 중이었다. 중국 당국은 기름 유출로 인한 해상 오염 방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100평 넘는 홀 주말에도 텅텅, 소주 한 병 5만원 음식값 폭리…제재 비웃듯 “영업은 계속한다”

    100평 넘는 홀 주말에도 텅텅, 소주 한 병 5만원 음식값 폭리…제재 비웃듯 “영업은 계속한다”

    “오늘 공연이 있을지 잘 모르겠습네다.” 지난 6일 저녁 찾은 베이징의 북한 식당 옥류관은 썰렁함을 넘어 을씨년스러웠다. 토요일 저녁 외식을 하러 나온 손님들로 북적거리는 인근 중국 식당들과 비교돼 더 초라해 보였다.●적자 메우려는 듯 지나치게 비싸 100평이 넘는 1층 홀의 30여개 테이블 가운데 손님이 앉은 곳은 고작 4개였다. 그중 한 테이블의 손님은 북한 여종업원들을 관리하는 ‘기관원’처럼 보였다. 식당 내부를 찍으려 하자 이 테이블에 앉은 남성이 “사진 그만 찍으라우”라며 날카롭게 반응했다. 또 다른 테이블에 앉은 손님들도 억양으로 볼 때 북한 사람들처럼 보였다. 이들은 마시다 남은 들쭉술을 챙겨갔다. 지난해 가을에 왔을 때와 달라진 풍경은 종업원 수가 크게 줄었다는 점과 종업원들이 인공기 배지를 더이상 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50여명은 돼 보이던 종업원 숫자가 이젠 10여명에 그쳤다. 유엔 안보리 제재에 따라 중국이 신규 취업비자를 발급하지 않는 데 따른 현상으로 보인다. 7시 30분이 되자 공연이 시작됐다. 화려한 드레스를 차려입은 두 여성이 중국어 노래 두 곡을 불렀다. 이어서 한 종업원이 장구춤을 추며 홀을 한 바퀴 돌았다. 이것으로 이날 공연은 끝이었다. 40여분 동안 다채롭게 진행되던 예전과 비교하면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中 사업자로 명의 변경한 듯 쌓인 적자를 메우려는 듯 음식값은 지나치게 비싸졌다. 단고기 수육 한 접시가 1000위안(약 16만 4000원)이나 됐고, 평양 소주 한 병이 300위안(약 4만 9000원)이었다. 2003년 베이징에 진출해 대표적인 북한 식당으로 자리매김한 옥류관은 지난해 대대적으로 리모델링까지 했다. 음식 가격 상승, 공연 품질 저하, 매출 급감 등으로 오래 버티기 어려워 보였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9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2018년 1월 9일 이후 중국에 있는 모든 북한 기업과 식당 등 중·북 합자기업 또는 북한 단독 투자 법인의 영업을 금지하기로 했다. 이 조치에 따르면 중·북 합작기업인 옥류관은 10일부터는 영업할 수 없다. 그러나 옥류관 지배인은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120일간의 유예 기간에 사업자 명의를 중국인으로 변경한 듯 보였다. ●매출 급감에 줄폐업… 절반이상 뚝 베이징 시내의 다른 북한 식당도 마찬가지였다. 해당화와 은반관 등에 10일 이후에도 예약이 가능한지 문의하니, 모두 다 “문제없다”고 답변했다. 북한이 단독 투자한 음식점인 해당화 측은 ‘9일 이후 영업이 불가능하다는 소식이 있는데 괜찮은가’라고 물으니 “뜬소문”이라고 일축하고 3800위안짜리 룸을 예약해 줬다. 이처럼 북한 식당들이 명의 변경 등의 조치를 취함에 따라 9일 이후 북한 식당이 일거에 자취를 감추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 식당의 퇴출 흐름은 이미 대세가 됐다. 최근의 유엔 제재 결의에 따라 2년 뒤에는 기존 종업원들도 모두 철수해야 한다. 선양시의 고려관 등 동북 3성 지역의 북한 식당들은 이미 줄줄이 폐업했다. 100여개로 알려진 중국 내 북한 식당 가운데 현재 영업을 하는 곳은 40여곳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글 사진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월드피플+] 다리 하나 뿐인 中여가수, 30km 사막횡단 희망찬가

    다리가 하나뿐인 여성이 ‘가수’의 꿈을 실현하고, 고비사막 30km의 기나긴 여정까지 도보로 마무리하며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불굴의 의지로 장애를 극복하고, 꿈을 실현해 나가는 여성 얼마아이(尔玛阿依,29)의 사연을 텐센트 ‘중국인의 하루’ 프로그램에서 소개했다. 1988년 쓰촨성 아바저우(阿坝州)에서 태어난 그녀는 3살 때 입은 부상을 제때 치료하지 못해 다리 하나를 잃었다. 이후 그녀는 말이 없고, 집에만 갇혀 지내는 소극적인 아이가 되었다. 그런 그녀에게 생애 처음으로 자신감을 찾아준 것은 바로 ‘노래’였다. 그녀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우연히 반 친구들 앞에서 노래를 불렀고, 이에 감탄한 선생님과 친구들이 큰 손뼉을 쳐주었다. 그때부터 가수는 그녀의 꿈이 되었다. 그녀가 19살 되던 해 마침내 기회가 왔다. 청두시 장애인연합 예술단 모집에서 당당히 합격해 독창자가 되었다. 그리고 지난 2014년 한쪽 발에 하이힐을 신은 그녀의 뒷모습이 사진에 찍혀 인터넷에 올라오며 큰 화제가 됐다. 비록 한쪽 다리지만 하이힐을 신고 당당하게 걷는 모습은 사람들의 마음을 크게 감동시켰다. 이후 전국 각지 TV 방송국에서 그녀를 찾았다. 2014년 TV예능 프로그램인 ‘Voice Of China’를 비롯해 2015년에는 중앙티브(CCTV-1)의 유명 종합예능 프로그램인 ‘성광대도(星光大道)’에도 출연해 전 중국인 앞에서 아름다운 목소리를 자랑했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은 그녀의 모습에서 ‘긍정의 힘’을 전달받았다. 지난 2016년에는 장애인 올림픽 챔피언인 허우빈(侯斌)과 함께 고비 사막 30km 도보에 도전했다. 빈곤 지역 장애아동의 의족을 위한 모금 운동이 목적이었다. 이때의 경험은 그녀의 인생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그녀는 원래 노래로 사람들에게 기쁨을 가져다주는 것을 삶의 위안으로 삼았지만, 이제는 자신의 삶이 다른 장애인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고 깨달았다. 이후 그녀는 수많은 공익 활동과 무대에 참여하고 있다. 깊은 산 속에서 숨죽여 지내던 자신이 세상 밖으로 나와 당당히 고개를 든 것처럼 더욱 많은 장애인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는 소망이다. 특히 빈곤 지역의 장애 아동들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희망을 품을 수 있기를 바란다. 지난해 그녀는 고향인 쓰촨성 아바저우의 ‘가장 아름다운 사람’으로 뽑혔다. 그녀는 말한다. “자신이 가수로서의 꿈을 실현한 것은 절망에 빠진 장애인들을 돕기 위한 희망의 부름”이라고 말이다. 사진=텐센트뉴스 이종실 상하이(중국)통신원 jongsil74@naver.com
  • [서동욱의 파피루스] 서유기와 혹성탈출의 정치

    [서동욱의 파피루스] 서유기와 혹성탈출의 정치

    충직한 개들은 인간의 무용담에 출현하지만 영악한 원숭이들은 자신의 무용담을 만든다. 매력적인 원숭이 무용담은 고전에서 현대 작품에 이른다. 오늘날엔 ‘종의 전쟁’으로 일단락된 ‘혹성탈출’ 시리즈가 있고, 과거엔 ‘서유기’가 있다.‘종의 전쟁’에서 원숭이 백성을 삶의 터전으로 이끌고 자신은 죽어 가는 시저에게서 사람들은 가나안으로 백성을 이끈 모세를 목격할 것이다. 나는 시저에게서 손오공의 그림자를 보는 게 더 흥미롭다. 영화 포스터 속에서 눈을 맞고 있는 전사 시저를 보면 이런 생각부터 떠올랐다. 이마에 금테만 두르면 딱 손오공이야. 시저가 인간 가족 속에서 점점 능력을 성장시키듯 손오공도 수보리조사 밑에서 자신의 능력을 키워 나간다. 시저는 지도자로서 원숭이들의 구원이 목표인데, 손오공 역시 그렇다. 그는 원숭이들의 왕이며, 도술을 배운 뒤 첫 번째 하는 일이 바로 혼세마왕에게 잡혀 간 백성들을 구하는 일이다. 시저는 그를 제압하려는 인간 세상을 혼란에 빠트리는데, 사실 전 우주적 대혼란의 충격은 ‘서유기’가 담고 있다. 손오공은 염라대왕과 옥황상제를 쩔쩔매게 해 하늘나라를 난장판으로 만든다. 생명 가진 것들의 수명을 기록한 생사부(生死簿)까지 까맣게 지워 버리니 자연질서 자체의 파괴자라 할 만하다. 이에 비하면 고작 인간을 혼란에 빠트린 시저는 아주 얌전한 원숭이다. 그런데 혼란을 일으키는 이 두 원숭이의 이야기는 서로 정반대 방향으로 가지를 뻗는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손오공은 석가여래에게 벌을 받고 삼장을 도와 수행을 마친 뒤 마침내 죄를 씻고 싸움꾼다운 투전승불(鬪戰勝佛)이라는 부처가 된다. 손오공뿐 아니라 삼장, 저팔계, 사오정, 심지어 삼장이 타던 백마까지 삶의 어디선가 꼬여 버린 혼란스러운 매듭을 수행 속에서 풀고 더이상 죄지음도 불만도 없는 영광스러운 자리를 찾게 된다. 요컨대 모두 다 조화롭게 통일된 하나의 세상 속에서 자신의 적합한 위치를 가지는 것이다. 이렇게 ‘서유기’는 당대 중국인들이 납득할 수 있는 불교 교리의 형태 속에서 조화와 통일의 이념을 제시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모든 진여(眞如)가 속세에 떨어졌다가 사상(四相)과 조화를 이루어 다시 몸을 수련하였다”(‘서유기’, 100회) 헤겔 시대라면 이 조화와 통일은 ‘인륜성’이라 불렸을 것이고, 종교에 의지하지 않는 세속화된 우리 시대에는 자유나 평등 같은 이름을 통해 더 익숙하게 사람들에게 울려 퍼졌으리라. 반대로 ‘종의 전쟁’에는 혼란과 투쟁 속에 들어간 자들을 화해와 조화 속으로 이끌어 주는 통일의 이념은 없다. 화해의 목소리는 실패하고, 죽거나 죽이는 실력 행사, 승리 아니면 패배, 그리고 바이러스 같은 우연적 변수만이 남는다. 그 결과 한 종은 멸망하고 한 종은 발전한다. 이런 점에서 ‘혹성탈출’ 시리즈는 고대인들의 쾌활한 ‘서유기’를 거꾸로 뒤집어 놓은 어두운 ‘서유기’라 일컬을 만하다. 이 어두운 ‘서유기’가 우리 시대의 것이다. 화해와 조화의 이념에 내기를 거는 정치가 있고, 노골적인 이익 행사를 향해 걸어가는 정치가 있다. 오늘날 주변 국제사회 어디를 돌아보건 누구나 그 빛 속으로 걸어 들어가 동참하고 싶은 이념을 제시하는 정권은 없는 듯하다. 오로지 힘의 자랑과 토라짐과 위협이 있다. 가령 김정은과 눈높이를 맞춘 ‘내 핵단추가 더 세다’는 최근 미 대통령 발언은 인류가 바라볼 이념이 사라진 대신 동네 아이들식으로 주먹으로 투닥거려 골목을 제패하는 수준의 정치가 인류를 지배하는 현실을 말해 준다. 그야말로 짐승들 사이의 ‘종의 전쟁’이 있을 뿐이지 갈등이 상승된 화해에 가 닿고 이상을 드디어 손으로 만져 보는 ‘서유기’식 전망은 지구 밖으로 나가 떨어진 듯하다. 이런 전망은 관념적이라고? 모든 사람들은 지치도록 고달픈 나날의 싸움으로부터 관념 아닌 현실의 규칙은 이미 질리도록 채득했다. 반대로 정치만이 인간의 꿈에 귀 기울기고 그 꿈을 향해 인간이 오를 수 있는 계단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인간의 삶에는 권력가와 그가 만든 임의의 규칙, 규칙의 허점을 노린 축재(蓄財), 위반에 대한 형벌, 그리고 보복으로서 ‘종의 전쟁’만이 있을 뿐이다.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일대일로 올라탄 ‘찰리우드’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일대일로 올라탄 ‘찰리우드’

    중국이 글로벌 영화시장에서도 우뚝 섰다. 중국 대륙 내 영화 흥행 수입과 영화관 스크린 수, 영화관 방문객 수 등 여러 부문에서 미국을 따돌리고 세계 1위 자리를 꿰찬 것이다.중국 미디어 총괄 부처인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國家新聞出版廣電總國)에 따르면 2017년 중국 본토 내 영화 흥행 수입 규모는 전년보다 13.5% 늘어난 559억 1100만 위안(약 9조 1700억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규모의 영화 시장으로 등극했다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지난 1일 보도했다. 지난해 중국산 영화 흥행 수입은 전년보다 54%나 급증한 301억 400만 위안이다. 지난해 1억 위안 이상의 흥행 수입을 올린 ‘소박’을 터뜨린 영화가 92편이고, 이 중 중국산 영화는 절반이 넘는 51편(55.4%)이다. 전년( 39편)보다 30%나 늘어나 중국 영화의 경쟁력이 급성장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특히 10억 위안 이상의 흥행 수입을 올린 ‘대박’ 영화가 6편이고, 5억 위안의 흥행 수입을 올린 ‘중박’ 영화도 13편에 이른다. 지난해 7월 말 개봉된 ‘전랑(戰狼)Ⅱ’는 1억 60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57억 위안의 흥행 수입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미 할리우드 영화를 포함해 중국에서 개봉한 영화 가운데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중국 흥행만으로 아시아 역대 흥행 1위, 세계 흥행 5위의 성적이다. 이 영화는 중국 특수부대 출신 주인공 렁펑(冷鋒)이 내전 중인 아프리카에 들어가 중국인과 난민을 구한다는 내용의 액션 블록버스터다. 중국 전사가 세계의 난민을 구하는 내용을 두고 중국 내에서는 자부심을 고취시킨다는 호평이, 서방에서는 민족주의를 부추기는 홍보물이라는 혹평이 엇갈렸다. 어쨌든 중국 관객들이 세계 최고 흥행작을 만들어 냈다. ‘전랑Ⅱ’와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의 ‘그레이트월’(長城) 등 중국산 영화는 지난해 해외에서 42억 위안을 벌어들여 전년보다 11%의 성장을 기록했다. ‘전랑Ⅱ’ 외에도 지난해 개봉된 코미디 영화 ‘수줍은 철권’(羞羞的 鐵拳·6위)과 청룽(成龍) 주연의 ‘쿵푸요가’(功夫瑜伽·8위), 쉬커(徐克) 감독의 ‘서유복요편’(西遊伏妖篇·10위) 등도 중국 역대 흥행 10위권 내에 들었다.중국 영화산업이 고속 성장하는 까닭은 정부가 문화산업을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덕분이다. 1997년 문을 연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중국 저장(浙江)성의 헝뎬스튜디오((橫店影視城)가 그중 하나다. 36㎢의 부지(약 1100만평·축구장 60배 크기)에 자금성과 진(秦)나라 황궁 등을 실물 크기로 재현했다. 이곳은 촬영에 필요한 소품과 단역 자원이 넘친다. 2200여년 전 춘추전국(春秋戰國) 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시대별 소품 수십만 가지가 구비돼 있고, 단역 배우는 4만명이 넘는다. 이곳에서 촬영된 영화와 드라마는 2000편이 넘고 ‘미션 임파서블 3’, ‘미이라 3’ 등 세계적 흥행작도 제작됐다. 이를 발판으로 중국 영화시장은 연평균 37%의 고속성장률을 기록하며 2020년에는 시장 규모가 700억 위안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헝뎬스튜디오가 중국과 할리우드를 합친 ‘찰리우드’로 불리는 이유다. 중국 정부의 아낌없는 지원에 영화업계는 성장의 기회로 잘 활용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야심차게 주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에 편승해 중국 영화가 해외 수출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과 아시아, 중동, 유럽,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철도 등 인프라 투자와 무역 확대에 역점을 두고 있지만, 영화라는 문화상품의 수출 확대에도 좋은 기회가 된다는 분석이다. 베이징의 영화사 샤인워크미디어(閃亮媒體)는 이를 위해 카자흐스탄과 전기(傳記) 영화, 이란과 코미디 영화, 인도네시아와 재난 영화를 공동으로 제작하기로 하는 등 일대일로 프로젝트 관련 국가들의 영화사들과의 합작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완성을 앞둔 중국·카자흐스탄 합작 영화 ‘작곡가’가 대표적이다. 영화는 중국인이 카자흐스탄에서 작곡가로 활약하며 양국 교류·협력의 상징적 인물이 된 시싱하이(洗星海)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 제작자 선젠(沈健)은 “2013년 시진핑 주석의 연설 속에서 언급된 작곡가의 이름에서 감명을 받았고 영화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의 말에서 영화 제작의 의도가 분명히 드러나는 셈이다. 중국 제작자들이 영화를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일부로 간주하는 정부 당국의 입장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중국 정부는 실크로드 주변 국가들과 영화제, 영화 제작을 통한 인적 교류도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의 지원은 중국 영화계에서 금전적 투자 이상의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정부 지침을 따르는 영화들은 검열과 행정적 규제를 쉽게 통과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터키 영화 감독인 무라트 야부즈가 ‘요리사와 공주’(?師與公主)라는 영화를 제작하는 데 제작 비용을 대기로 했다. 13세기 실크로드의 전설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중국의 공주가 터키의 요리사와 함께 아나톨리아(소아시아·거의 대부분 터키 영토)로 달려가 침략자들이 올 것이라고 경고하는 내용이다. 야부즈 감독은 3년간 투자자를 물색하던 끝에 중국 투자자를 만나 실크로드를 테마로 한 작품이라는 사실을 말하자 그들이 반색했다는 것이다. 영화는 지난 5월 촬영에 들어갔고 야부즈 감독은 중국과 터키는 물론 몇몇 실크로드 지역에서 로케이션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는 “영화의 배경이 실크로드 전체이기 때문에 중국, 터키와 실크로드 주변 나라에서 모두 상영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개인보다는 공동체를 우선하는 동양의 가치를 바탕으로 할리우드에 대적하는 영화가 많이 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발맞춰 지난달 초 푸젠(福建)성 푸저우(福州)에서는 제4회 실크로드 국제영화제도 열렸다. 중국과 실크로드 주변 국가들의 합작 확대 가능성을 보여 준 행사였다. 주최 측은 고대의 무역로를 보여 주는 대형 지도를 걸었고 중국 유명 배우들은 그 위에 속속 자필 서명을 남기게 하는 등 일대일로 프로젝트 전파에 총력전을 펼치기도 했다. 중국 내에서는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주제로 한 민족주의 성격의 대작들이 등장하고 있다. 중국 통신사 직원이 유럽 라이벌을 누르고 아프리카에서 계약을 따내는 성공담을 다룬 ‘차이나 세일즈맨’(中國推銷員)의 탄빙(檀冰) 감독은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주제가 해외 바이어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다”며 “이미 30여개 실크로드 주변 국가들에 영화 배급권을 팔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개봉된 ‘쿵푸요가’는 고대 티베트의 보물을 찾아 나선 중국과 인도 고고학자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다. 인도 여성 고고학자 역을 맡은 아미라 다스투르가 영화 중에서 “우린 중국과 인도의 고고학 협력을 증진할 수 있습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에도 부합하겠죠”라고 말하자 중국 고고학자 역을 맡은 청룽은 “당연하지”라고 대답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 사업 중 하나로 신장(新疆)자치구 카스(喀什)에서 파키스탄 남부 과다르항까지 2300여㎞에 도로와 철도, 에너지망 등을 구축하는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사업에 인도가 영유권을 주장하는 지역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k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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