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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아프리카 러브콜/이목희 논설위원

    폴 케네디 미 예일대 교수는 근대사에서 중국이 유럽에 밀린 이유로 대항로 개척 포기를 들었다.600년전 명나라의 환관 정화(鄭和)는 동남아-인도-동아프리카를 잇는 바닷길을 개척했다.2만 8000여명의 선원에,240여척의 선박이 동원된 대선단이었다. 콜럼버스의 범선보다 배수량에서 10∼100배에 달하는 대형 선박들이었다. 그러나 정화 이후 집권세력은 중국 밖에서 얻을 게 없다는 중화사상에 심취했다. 해금정책을 실시하고, 대항해용 선박과 항해기록을 불태워 버렸다. 중국이 얼마전 정화함대의 선박을 복원한 것은 상징적 사건이다. 유럽과 미국이 석권해온 대양에서 중국의 위상을 되찾겠다는 의지의 표출인 셈이다. 정화의 항해 행적 복원계획도 밝혔다. 동남아-인도-아프리카 진출을 강화함으로써 패권국가로 서려는 야심이 깔려 있다. 중국이 정화함대의 기개를 이어받은 외교행사를 벌이고 있다. 아프리카 48개국 정상을 베이징으로 초청해 어제부터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을 열었다. 중국이 아니면 어떤 나라도 하기 힘든 기획이다. 중국은 지난 10년 동안 미국과 유럽이 아프리카에서 주춤하는 동안 엄청난 경제·군사·문화·스포츠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석유를 중심으로 에너지자원 확보, 통상·투자 확대, 인적 진출, 무기판매 등 중국이 이익을 얻을 분야는 다양하다. 국제사회에서 표대결때 그 숫자도 만만치 않다. 때문에 중국이 아프리카에 보내는 러브콜은 대단한 수준이다. 무상원조를 넘어 부채탕감, 연수 초청, 첨단 소프트웨어 제공…. 중국의 공세에 미국·유럽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신식민주의 정책’이라며 견제하고 나섰다. 값싼 중국 제품의 범람과 중국인들의 인력시장 잠식에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도 긴장했다. 잠비아는 중국자본이 운영하는 구리광산을 폐쇄하기도 했다. 중국은 분할대응 전략으로 맞설 조짐이다. 유럽 국가 중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프랑스와 손을 잡았다. 앞으로 아프리카에서 중국·프랑스 연대와 미국·일본 연합이 일대 충돌하는 양상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어느 한 쪽을 편들기 힘들다. 양 세력권 사이에서 이삭줍기라도 충실히 한다면 아프리카에서 서너번째 영향력 있는 국가는 되지 않을까.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2008 베이징올림픽 한국체육 뿌리를 다지자] (2) 생활체육이 희망이다

    [2008 베이징올림픽 한국체육 뿌리를 다지자] (2) 생활체육이 희망이다

    지긋한 체육계 인사들에게 80년대는 노스탤지어다. 정부와 재계의 화끈한(?) 지원 아래 운동에 전념하고, 성과를 내면 존경과 경제적 보장을 해주던 때다. 서울올림픽 이후에도 엘리트체육에 대한 투자는 이어졌고, 스포츠 강국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엘리트에 의존하는 기형적 시스템은 한계에 이르렀다. 최근 국제대회에서 전통의 메달 박스에서 참패를 면치 못한 것은 어쩌면 정해진 수순인 셈. ●한국 생활 체육 현주소 스포츠 강국 독일의 저력은 19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풀뿌리 스포츠클럽에서 나온다. 국민의 30%가 넘는 2700여만명이 8만 9000개의 클럽에서 활동한다.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된 덕이다. 누구나 한 달에 8∼10유로(9600원∼1만 2000원)만 내면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취미와 여가 활용 수준이지만 일부는 세계적인 스타로 성장하기도 한다. 조기축구와 테니스동호회, 산악회 등이 중심이던 국내에서도 클럽의 증가세가 최근 뚜렷하다.1998년 3만여개(동호인수 117만여 명)에 불과했으나 8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 국민생활체육협의회에 따르면 현재 전국 8만여 클럽에서 267만여명이 운동한다. 미등록 숫자까지 감안하면 실제 두 배 이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생활체육, 어른의 전유물? 동호인 클럽의 증가는 저변 확산을 의미한다. 하지만 특정 세대에 몰렸다는 것이 아쉽다.‘호돌이 계획’(90∼92)과 ‘국민체육진흥 5개년 계획’(93∼97) 등 관(官) 주도의 사업과 ‘웰빙’ 바람을 타고 생활체육이 빠르게 뿌리내렸지만 수혜자는 중·장년층에 집중됐다. 유소년의 스포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거나 동기 부여를 위한 특화된 프로그램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97년 외환위기 이후 출산율 감소로 기본적인 자원이 줄어든 데다 ‘운동꾼’ 양산에 대한 부정적 시각으로 학부모들은 자식들이 운동선수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나마 스타 출신들이 운영하는 각종 ‘교실’들이 거름 역할을 해냈다.2005체육백서에 따르면 축구와 탁구, 배드민턴, 농구, 테니스 5개종목에 96개 교실이 운영되고 있다. 정현숙 도하아시안게임 선수단 단장이 운영하는 ‘정현숙 탁구교실’은 대표적인 케이스. 베이징아시안게임 때 중국인들이 손바닥만 한 장소만 있어도 탁구를 즐기는 것에 자극받아 문을 연지 17년째다. 무려 1만명이 이곳을 거쳐갔다. 정 단장은 “한국 스포츠의 위기는 기본적으로 선수 수급 문제다. 자고 일어나면 전통의 팀들이 없어지는 상황을 돌이킬 순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생활체육 저변의 유소년층 확대에서 탈출구를 모색해야 한다. 정부와 관련 단체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클럽선수들의 선수등록을 받기로 한 것은 의미있는 조치”라고 말했다. 대한체육회는 2004년부터 시·도체육회에서 6개 청소년 스포츠클럽을 시범운영, 유망주들을 발굴하고 있다. 특히 선수층이 엷은 수영과 체조, 스키, 아이스하키 등에서 성과를 이뤄낸 점이 주목된다. 지난 6월 소년체전에서 수영 혼계영 200m에서 동메달을 딴 김령희(봄내초교3)와 체조 금메달 추정은, 임지현(이상 부개초교4) 등이 대표적. 체육회 관계자는 “문화부에서 주도하는 한국형 스포츠클럽 사업은 성인 동호인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유소년이나 청소년을 키우기 위한 마스터플랜이 없어 안타깝다.”고 털어놓았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데스크시각] 북한과 중국사이/이석우 국제부 부장급

    압록강 너머 신의주를 마주보고 있는 중국의 국경도시 단둥(丹東)에는 ‘항미원조(抗美援朝)기념관’이 우뚝 서 있다. 중국의 1950년 한국전 참전을 정당화하고 북한과 중국 사이의 동맹과 우의를 강조하기 위해 세운 곳이다. 기념관 이름 그대로 ‘(침략자)미국에 대항해 조선(북한)을 돕는다’는 주제로 각종 사진, 자료 등이 전시되어 있다. 베이징 중심거리 창안다제(長安大街) 서편의 국방부 청사 옆에 위치한 군사박물관에도 ‘항미원조 전시관’이 있다. 이곳의 주제도 단둥 항미원조 기념관과 다르지 않다. 각종 비밀서류와 사진자료, 당시 사용됐던 무기와 병사들의 소지품들, 중국군이 유엔군 공습을 피해 한반도 곳곳에 만들었던 지하동굴 모형이 눈에 띈다. 전시관 가운데에는 3∼4m 길이의 한반도 지도가 동판으로 제작돼 바닥에 고정돼 있다. 중국군의 이동 경로와 주요 격전지 등이 새겨져 있다. 관람객들이 서울, 대전 등이 표시된 지도를 밟고 다니며 즐거워하는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전쟁이 끝난 지 20∼30년후에 태어난 젊은 중국인들도 대부분 ‘항미원조’의 대의명분을 의심치 않는다. 그들은 “참전으로 한반도에서 침략자를 몰아낼 수 있었다.”며 자랑스러운 역사로 여긴다. 반면 북한에 대해서는 자신들의 도움을 받고도 고마워조차 않는다며 분개하는 사람들이 많다.“중국의 희생으로 얻어낸 승리인데도 북한은 자기 힘으로만 승리했다는 식이다.”며 분을 삭이지 못하는 중국인들을 많이 봤다. 항미원조를 둘러싼 ‘주체의 북한’에 대한 중국인들의 ‘배은망덕’의 느낌만큼 ‘김정일의 북한’에 대한 태도도 상상 외로 부정적이다. 공산주의 간판 아래서도 시장경제를 꽃피우고 있는 중국인들은 국민을 굶겨죽이는 ‘부자세습왕조’를 놓고 “40년전 (중국의) 문화대혁명 때보다 더 심한 것 같다.”고 혀를 찬다. 북한의 배은망덕을 탓하는 개인 감정이나 시대착오적 집단이란 일반 국민의 황당한 느낌속에서도 김정일정권에 대한 중국의 ‘보살핌’은 각별하다. 혈맹의 기억과 유대는 사라졌어도 전략적 이해는 오히려 강해진 까닭이다. 그런 중국이 “북한을 세게 몰아붙여 6자회담 복귀를 결정하게 했다.”는 소식들이 나왔다. 뉴욕타임스 등은 지난주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압박을 위해 9월 한달동안 원유 공급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같은 이야기들은 전반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핵 실험뒤 중국의 대북 압력들을 1일자 워싱턴포스트(WP)는 “김정일 정권을 보호하려는 중국의 전략”이라고 분석했다.6자회담 재개로 미국과 국제사회의 강경 대응을 차단, 북한 붕괴를 막겠다는 뜻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이런 조치로 중국은 조지 부시 미 대통령에게서 감사의 말까지 들었다. “중국이 미국의 ‘하청’을 받아 북핵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중·미 협조는 두드러졌고 중국 중재속에 6자 회담의 틀을 유지해 왔다. 항미원조의 전쟁 상대 미국과 동상이몽(同床異夢)속에서도 중국은 북핵 사태가 악화되지 않게 수위를 조절하며 중재자로서 입지도 높였다. 고속성장과 초강대국으로 가는 길에 북한 때문에 발목 잡히지 않으려는 터라 무리한 해결보다는 북핵의 안정적 관리와 한반도 현상 유지에 중국은 더 무게를 둔다. 한반도에서 미국의 일방적인 질서재편을 경계하는 중국에는 북핵 문제는 도전이자 기회이고 미국에 대한 유용한 카드다. 북한에 대한 압박과 지원, 미국에 대한 협력과 견제사이의 미묘한 균형잡기를 통해 중국은 북핵 위기 와중에서 한반도·동북아 균형자로서 입지를 다졌다. 북한도 이같은 중국 입장을 최대한 역이용하고 있고 ‘북핵 위기’는 북·중 두나라를 전통적 혈맹과 전략적 동반자, 후견인과 피보호자, 이해충돌 당사국 사이를 오가게 하고 있다. 이석우 국제부 부장급 jun88@seoul.co.kr
  • [문화마당] 양쯔강은 흐른다/황주리 화가

    중국의 양쯔강 크루즈는 바다가 아닌 강과 산을 바라보며 유유히 떠다니는 명상여행이다. 중국의 모든 풍경이 그렇듯, 아름다운 강산뿐 아니라 땀 냄새 물씬 풍기는 사람 사는 구경을 함께 한다는 게 좋았다. 어릴 적 말로만 듣던 양쯔강은 누런 흙탕물이 끝없이 흐르는 긴 강이었다. 물난리가 나면 속수무책인 가난한 백성들, 그들이 터를 잡고 살아온 양쯔강에 거대한 삼협댐이 세워지고 있다.2009년 댐이 완공되면 삼국지의 무대인 이곳의 귀한 역사 유산들이 수몰된다 하여, 내심 조급한 마음이었다. 이미 강물 수위는 150m나 높아졌고, 많은 토착민들의 집은 수몰되고 높은 곳으로 이주했다. 양쯔강을 끼고 수려한 산과 절벽들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는 장강삼협의 풍경은 실로 중국의 풍경을 심도있게 그려낸 동양화 한 폭을 보는 듯하다. 누런 흙탕물 위에 떠가는 나룻배들과 천천히 그리고 눈 깜짝할 새 변하는 삼협의 풍경을 배안의 침대에 누워서 유유히 바라본다. 그러다가 높은 산 중턱에 뚫려 있는 동굴 속마다 2000년 전에 죽은 시신이 썩지도 않은 관속에 누워 있다는 말이 생각나 벌떡 일어나 앉았다. 중국인들의 죽음에 관한 연구는 그 땅의 크기만큼이나 상상의 폭이 넓고 깊다. 어떻게 관을 들고 올라갔을지 상상이 안되는 높은 산 중턱의 동굴들 속에 누워있거나 가파른 절벽 위에 나무를 괴고 올라가 매달려 있는 2000년 전의 죽음들은, 배를 타고 스치며 눈길로만 만난 풍경이라 해도 섬뜩하고 놀랍고 아름다웠다. 어쩌면 양쯔강의 잦은 홍수 탓에 무덤이 물에 잠길새라 물이 닿지 않는 높은 곳으로 안치한 것은 아닐까? 아주 옛날부터 양지 바른 곳에 묻히기를 바랐던 한국인들에게는 산중턱 절벽 동굴 속에 들어가는 일은 죽어서도 벌받는 일일지 모른다. 양지 바른 곳의 땅 속과 서늘한 동굴 속은 어느 곳이 더 아늑할까? 37년에 걸쳐 만들어진 세계 최대의 묘는 진시황제의 무덤이다. 죽은 왕들과 귀족들의 영생을 위해 한많은 민중들을 착취한 대가로 고대의 화려한 문명이 남아 있다. 고산지대의 추위로 인해 땅을 파는 일이 용이하지 않았던 자연 배경이 이유가 되었을지 모르는 티베트의 조장은, 시신의 가죽과 살을 발라내 토막을 치고 머리와 뼈는 빻아서 주먹밥을 만들어 독수리떼의 밥이 되게 하는 장례문화이다. 새떼가 시신을 먹어치우면 죽은 이의 영혼이 영원한 안식을 찾는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 한다. 이집트의 미라나 진시황의 화려한 지하무덤에 비해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는 티베트의 장례문화는 어떤 의미에서 사회주의적이다. 마오쩌둥의 공산주의 혁명 이전만 하더라도 중국의 거대한 땅은 어디를 가나 묘지들로 빽빽이 들어차, 중국 묘지의 총면적이 남한 땅보다 넓었다 한다. 마오쩌둥 혁명정부는 1956년 화장을 법으로 정하고 시신을 관에 넣어 매장하는 토장제도를 금지시키는 장묘 문화혁명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1979년에 사망한 저우언라이 총리의 유골은 본인의 유언에 따라 화장을 한 뒤 비행기로 전국에 뿌려졌다. 저우언라이 총리를 비롯한 지도자들의 솔선수범에 고무되어,1994년 이래 지금에 이르는 장묘 제2문화혁명은 시신을 화장한 뒤 유골을 납골당에 안치시키지 않고 바다에 뿌리는 운동이다. 사회주의는 지도자들이 부와 안일을 버리고 인민의 모범이 될 때 아름답다. 땅은 산 사람들을 위해 알뜰하게 쓰여지고, 죽은 자들의 유골은 바다에 뿌려지거나 나무 밑에 뿌려져 영원한 생명의 순환에 기여할 것이다. 오래 전부터 나 역시 죽으면 강이나 바다에 뿌려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했다. 그럴바엔 누런 흙탕물 양쯔강보다는 두만강이나 압록강 푸른 물이 좋겠지. 아니 며칠 지났다고 벌써 그리운 한강이 제일 좋겠지. 그런 부질없는 생각들 사이로 양쯔강은 서서히, 그리고 도도하게 흘렀다.
  • 양쯔강, 적벽가 한류에 젖다

    |우한(중국) 손원천특파원|한국의 가락이 중국 양쯔강(揚子江)변 우한(武漢)시를 신명으로 가득 채웠다. 정부의 ‘문화나눔사업’의 하나로 나라음악큰잔치 추진위원회(위원장 한명희)가 지난달 31일과 11월1일 허베이성(湖北省) 우한시 편종음악청과 황허루(黃鶴樓) 등에서 벌인 ‘적벽대전의 환몽(幻夢)-한국음악 속의 적벽사화(赤壁史話)’ 공연을 통해 우한시민들은 우리 가락의 아름다움에 한껏 취했다. 이번 공연은 한국이 중국문화를 그대로 수용한 것이 아니라 우리 것으로 소화해 왔음을 중국인들에게 보여준 것이어서 의미를 더했다. 지난달 31일 저녁 우한시민들은 마치 한국의 전통음악 공연에 굶주린 듯한 모습이었다.‘대장금’ 등 TV드라마를 통해 우리 가락에 익숙해져 있던 우한시민들은 시내에 행사를 알리는 포스터 한 장 없었지만, 공연시작 전부터 행사장 주변으로 속속 모여들었다.“1시간30분이나 기다렸다.”는 왕치밍(王啓明·18)양은 “대장금 등 한국 드라마 속에 나오는 전통음악을 직접 들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700석 규모의 공연장에 930여명의 관객이 몰릴 만큼 공연은 성황을 이뤘다. 주최측에서 공연장 문을 열자 한꺼번에 몰린 관객들로 입구가 한때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공연시간이 지난 다음에도 관객들의 발걸음은 이어졌다. 자리를 못잡은 관객들은 계단에 선 채 관람하기도 했다. 생황과 단소가 협연을 펼친 ‘생소병주’, 제갈공명이 남병산에서 동남풍을 비는 장면을 묘사한 ‘공명가’ 등 유장한 가락이 흐르자 소란스럽던 장내가 숨을 멈춘 듯 조용해졌다. 황숙경이 ‘황학루’를 우조지름시조로 부른 다음 옷고름을 부여잡고 사뿐히 걸어나갈 때는 그의 고운 자태에 나지막한 탄성이 흘러 나오기도 했다. 차분하게 이어지던 분위기를 신명나는 흐름으로 돌려세운 것은 조갑용이 이끄는 사물놀이팀. 신들린 듯한 몸짓과 가락을 따라 관객들은 손뼉을 치기도 하고, 머리를 흔들기도 하는 등 마음껏 흥을 즐겼다. 정류(鄭柳·18)양은 “사물놀이의 공연이 신기하고 인상적이었다.”며 “간단한 악기로 관객들을 흥분시킬 수 있는 것에 놀랐다.”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가장 인기를 끈 것은 타악그룹 공명. 마지막 순서로 이들의 공연이 펼쳐지자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이들의 재치넘치는 퓨전 타악공연에 관객들은 마치 한류스타를 보는 듯 환호했다.TV드라마와 대중음악 등으로 자진모리 장단을 이어온 한류가 국악공연을 통해 휘모리 장단으로 기세를 이어갈 지 기대되는 장면이었다. 공명 단원인 박승원씨는 “적극적으로 이런 ‘판’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라고 공연소감을 밝혔다. 나라음악큰잔치 공연단은 3일 남병산 배풍대와 적벽대전 유적지에서 두차례 더 무대를 갖는다. angler@seoul.co.kr
  • (5) 에티오피아에서 만난 아시아

    (5) 에티오피아에서 만난 아시아

    세계 최빈국이라는 에티오피아에 와서 이런저런 경험을 아주 많이 한다. 길거리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내밀어 구걸을 하는 사람들에는 아직도 적응이 안됐지만 무조건 헬로우, 하고 뛰어와 손만 잡고 그냥 도망치는 어린 꼬마들에게는 이제 적응이 되었다. 그래서 헤이, 차이나, 하고 누군가가 부르면 손을 내밀 준비를 한다. 에티오피아 전체에 도로를 까는 일을 거의 중국인들이 하고 있기 때문에 대도시든 시골이든 현지인들은 아시아인을 보면 무조건 차이나, 라고 부른다. 챙이 있는 모자에 커다랗게 태극기를 달고 다녀도, 그리고 그 태극기 아래에 노란색으로 선명하게 KOREA라고 박아 넣었는데도 그냥 차이나, 라고 부른다. 돌아보던 말던 그냥 일단 불러놓고 본다. 에티오피아 전체에 한국인은 약 150여 명, 일본인은 약 130여 명 정도가 체류하고 있고 중국인은 수천을 헤아리고 있다. 직접 만난 중국인은 약 7천명 정도가 살고 있다고 하는데 정부기관 사람들에 의하면 그 이상이라고 한다. 중국인들은 에티오피아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전체에 워낙 많이 들어와 살고 있기 때문에 중국 문화가 곧 아시아 문화로 둔갑을 해서 한국인도, 일본인도, 중국 사람과 같은 문화를 가지고 있느냐는 질문들을 많이 한다. 적어도 아프리카에서는 현재 중국이 아시아 문화를 대표하고 있다. 질 낮은 중국산 제품이 에티오피아를 점령한 지는 아주 오래되었다. 그 덕분에 한국에서 온 물건들은 중소기업 제품도 명품 취급을 받는다. 도로를 깔아도 금방 갈라지고 패는 통에 신뢰를 할 수 없다는 얘기를 하면서도 중국이 가지는 가격경쟁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금도 에티오피아 곳곳에서 중국인들이 도로 포장공사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업체로는 유일하게 경남기업이 에티오피아에 와서 지방도로를 공사 중인데, 역시나 명품으로 인정 받고 있다. 에티오피아를 구성하는 민족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암하라족들의 주거주지인 바하르다르(Bahar Dahr)라는 곳이 있다. 에티오피아 최대 담수호로 면적이 3,000㎢나 되는 타나 호수와 나일강의 원류인 블루 나일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이 곳에서 버스로 30분 정도 가면 머라위(Merawi)라는 곳이 나오는데 이곳에 사는 중국인들은 먹는 것을 자급자족하고 있다. 수도인 아디스아바바 이외의 장소에서는 배추를 구경할 수가 없다는데 이곳 머라위에 가면 중국인들이 농사지은 배추를 구경할 수 있다. 먹는 게 안 맞는다고 언제 본국으로 돌아갈지 모르는데 직접 농사를 짓는 중국 사람들이다. 일본은 체류 인구수는 한국에 밀리지만 머무는 장소 수에서는 한국을 압도한다.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아디스아바바와 같은 대도시가 아닌 지방 곳곳에 흩어져 살고 있다. 우리나라 국제협력단(KOICA, 코이카)의 모델인 일본국제청년협력대(JICA, 자이카)의 자원봉사자들이 시골 구석구석까지 파견이 되어 그들의 기술과 문화를 전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하르다르에서 만난 코이카 봉사단원의 말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안전을 이유로 현재 대도시 위주로 파견을 하고 있다고 한다. 머라위에 갔을 때, 그 시골 구석에서 자이카 봉사단원을 만나 좀 놀랐다. 한국은 아프리카 4~5개국에 봉사 단원을 파견하고 있는데 일본은 현재 아프리카 대부분의 나라에 자이카 봉사단원을 파견하고 있다. 메켈레에서 만난 일본 자이카 시니어 봉사단원에 따르면 현재 약 600여 명의 자이카 봉사단원이 아프리카 곳곳에 파견되어 있다고 한다. 보통 파견 기간이 2년이니까 임기 후에 이들은 파견 지역의 전문가가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지금 에티오피아를 여행하면서 단지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자이카 봉사단원들을 많이 만나고 있다. 동네에 파렌지(현지어로 ‘외국인’을 의미)가 나타나면 현지인들은 부탁하지 않아도 그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안내를 한다. 자이카 봉사단원들을 만나면서 자기가 머무는 곳에 자기가 먹을 농작물을 재배하는 중국이라는 나라보다도 지구촌 곳곳에 일본 문화의 메신저가 될 ‘사람’을 심는 일본이라는 나라가 참 부러웠다. 6,7년째 벼룩과 빈대 천국인 이 곳에서 아프리카 전체도 아니고 에티오피아에 있는 그 무엇을 연구하고 있는 일본 연구자들을 만났을 때는 참으로 존경스러웠다. 우리는 미국이 몇 개의 주로 이루어졌는지 아는 사람은 많아도 아프리카 대륙에 몇 개의 나라가 있는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아직은 더 많지 않는가.       <윤오순>
  • [서울광장] 샤먼(厦門)의 서러운 야경/ 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샤먼(厦門)의 서러운 야경/ 진경호 논설위원

    중국 동남쪽 푸젠(福建)성의 항구도시 샤먼(厦門)의 밤은 화려하다. 초고층 빌딩숲이 휘황찬란한 불빛들을 칭칭 휘감은 채 중국내 6위 규모의 이 미항을 밤새 밝혔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과 함께 중국 안에서 맨 먼저 빗장을 열었고, 지난 28년간 연평균 18%라는 경이적인 속도로 커왔다. 불과 200여㎞ 떨어진 타이완과는 하루 20여차례 비행기와 여객선이 오가고 항구 옆 청과물도매시장에는 타이완의 비싼 과일들이 넘친다. 지난해에만 세계 각지에서 관광객 1700만명이 인구 200만명의 이 도시를 찾았다.1인당 주민소득도 6000달러를 넘었다. 샤먼과 성도 푸저우를 품고 있는 푸젠성의 표정도 풍성하다.1980년대초 타이완의 40분의 1에 불과하던 주민소득이 4분의 1 수준으로 따라붙었다. 그런데도 이들은 여전히 배고파했다. 고도성장의 단맛은 외국자본에 대한 갈증만 더 키워 놓았다. 예솽위 푸젠성 부성장은 1시간이 넘는 환영사 대부분을 교역과 투자 확대를 호소하는 데 썼다. 왕쿵룽 중국 상무부 아주국장은 400억달러가 넘는 대한(對韓) 무역적자를 어떻게 줄일지보다 1100억달러를 넘어선 양국 교역량을 어떻게 더 늘릴 것인지에 관심을 쏟았다. 그들의 4대 수출국,2대 수입국으로 자리한 한국이지만 그들은 성에 안 찼다. 베이징에서 샤먼까지 중국 연안도시들을 따라 내려가는 일주일간 호텔방 TV에선 시시각각 미 CNN의 북핵 관련 뉴스들이 쏟아졌다. 인민일보 등 중국 언론들도 연일 북핵소식을 주요기사로 내보냈다. 탕자쉬안 국무위원과 중국 외교 당국자들의 북핵 발걸음도 분주했다. 갈 길 바쁜 이 중국인들에게 50년 혈맹 북한은 지금 어떤 존재일까. 베이징과 평양을 오가는 항공편수는 북·중 관계의 오늘을 말해준다. 중국측 항공편은 완전히 끊겼고, 일주일에 고작 세차례 고려민항만이 오간다. 그나마 이용객도 80%가 남쪽 사람들이다. 하루 546차례 1만 2000명의 한국인이 중국을 드나드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된다. 양국 간에 늘어난 것은 국경 철조망과 검문검색뿐이다. 중국에서조차 북녘은 이미 외딴섬인 것이다.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북핵 해법을 묻는 질문에 두 가지 답을 내놨다.“미국에 달렸다.”와 “북핵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고 생각하는 한국인이 많다는 점을 주목한다.”이다. 북핵 해법을 미국이 내놔야 한다는 얘기다. 한반도 전문가인 진링파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중국은 해법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북핵에 담긴 것은 미국에 대한 사랑일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관계개선에 대한 북한의 절박감을 미국이 갈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둠 속에서 힘을 키우던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를 넘어 이제 주변 정세에 적극 목소리를 내는 후진타오의 유소작위(有所作爲)로 접어든 중국에 북핵은 해결의 대상이 아니라 미국에 맞서 자신의 몸집을 달아보는 저울이 됐다. 두 강대국의 새로운 패권경쟁의 복판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말한 저 ‘가난한 동생’이 초라한 핵무기를 움켜쥔 채 악다구니를 쓰고 있는 것이다. 당장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자연스레 북한의 모든 문제가 풀릴 수 있을까. 미국과 중국의 몸짓, 그리고 그 틈바구니에서 그저 허둥대기 바쁜 남쪽의 ‘힘 없는 형’의 안쓰러운 모습은 고개를 젓게 한다. 샤먼의 화려한 야경이 점점 섬뜩해진다.(중국 샤먼에서)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中, 北관광 중단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중국 단둥(丹東)과 평양간의 관광열차 운행이 중단되는 등 중국인들의 북한 여행이 사실상 완전 중단됐다. 중국 단둥의 한 여행사 관계자는 20일 “22일부터 조선(북한)으로 들어가는 관광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북한 정부에서 관광열차 운행을 취소시켰다.”고 밝혔다. 북한의 국경지역 관광을 위주로 한 중국인들의 대북 관광은 북한측의 ‘정치적 원인’ 때문에 완전히 중단돼 단기간 내에 재개되기가 어려운 상태가 됐다. 우전(郵電)국제여행사, 베이징청년여행사들도 19일 “북한 관광을 중단했다. 북한의 날씨가 추워진 데다 정치적인 원인 때문에 언제 재개될지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중국인들의 북한 관광은 일반적으로 신의주와 마주보고 있는 랴오닝(遼寧)성 단둥으로 가 그곳에서 출국수속을 한 뒤 북한에 들어가는 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단둥 국제여행사의 한 관계자는 “대북 관광업무를 중지했으며 북한 현지 여행사들도 단둥에 있는 중국측 여행사들과의 제휴관계를 중단했다.”고 밝혔다.jj@seoul.co.kr
  • [한류 통신] 중국인을 사로잡는건 스케일 아닌 인간냄새

    [한류 통신] 중국인을 사로잡는건 스케일 아닌 인간냄새

    두 달 가까이 한국의 한 학술재단 초청으로 고려대 외국인 교수 숙소에서 ‘신선 생활’을 하다 귀국해 보니 여름이 다 끝나 있었다. 상하이로 돌아와 대학에서 가깝게 지내는 교수들과 함께 ‘귀국보고회’ 겸 저녁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동북공정’에 대한 한국의 격렬한 반응과 최근 TV 등 공중파를 타고 있는 한국의 역사극들을 화제에 올리게 됐다. 동북공정에 대해 관련 전공자들이나 지식계층에선 어느 정도 알지만 중국의 일반인들은 전혀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의 TV나 신문 등 언론매체에선 전혀 이 문제를 다루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사회주의 언론’의 특성도 작용했을 것이고 사실 관계자를 제외하곤 별다른 관심이 없기도 하다. 왜냐하면 중국은 주변국들과 수없는 영토분쟁을 겪었고 또 지금도 이곳저곳에서 진행형이며 중국의 일반 국민들이 상당히 탈정치적인 까닭도 있다. 그런데 이날 자리를 같이한 교수들은 연속극에 대해 많은 관심들을 보였다.‘대장금’을 비롯해 한국의 영화·연속극들에 빠진 재미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양이다. 이야기의 전개와 극의 반전, 등장 배우 등을 꼬치꼬치 캐물었고 극과 관련된 역사적 배경 등에 관심을 보였다.‘주몽’ ‘연개소문’ 등등. 역사극으로 말하자면 외람되지만 중국도 간단치 않다. 그 방대한 규모와 광활한 시간적·공간적 배경. 다양한 문화적 색채와 수많은 민족들이 뒤섞여 만들어나가는 ‘중화민족’의 역사…. 한국에서 대학물을 먹은 친한적인 ‘한국유학파’ 입장에서 보더라도 한국의 역사극은 정말 죽었다 깨어나도 중국 역사극의 스케일과 방대함에는 따라갈 수 없다. 한류가 중국인의 눈과 귀, 생각과 관심을 휘어잡고 있는 것은 그 스케일과 방대함에 있지 않다. 한류 연속극들의 힘은 그 중심에 인간이 서 있기 때문이다. 한 개인 한 개인의 구체적인 삶과 고뇌, 좌절과 극복. 그 개개인을 둘러싼 인간들간의 기대와 실망, 연민과 고독, 배신과 복수…. 한국의 연속극에는 인간 냄새가 가득하다. 중국인들은 그러한 구체적인 인간들의 삶의 여정과 인간적 체취를 사랑한다. 최근 한국의 역사극들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서울 체류 동안 그 역사극들을 보면서 한국의 강점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았다. 국가, 역사, 명분 등등. 거대함 속에서 우뚝서 있는 인간. 도도한 역사의 물결 속 주인공인 인간. 한국과 한국적인 것의 인간적임을 다시 한번 생각했다. 쑨커즈 (중국 푸단대학 교수) ●한류통신은 이번 게재분을 마지막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 [데스크시각] 식민주의 원조와 짝퉁/임병선 국제부차장

    서울의 자기네 대사관에서 받아온 비자를 제시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느물거리는 미소를 흘리는 세관원은 “리턴 티켓 온리!”를 되풀이한다. 서부 아프리카의 부국, 가나 수도 아크라 국제공항에서 일행의 발은 1시간반이나 묶여 있었다. 가나를 떠나는 비행기 표를 보여 주지 않으면 공항을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입국 심사대 주변에 주저앉아 “우리가 불법체류할까 걱정된다는 건가? 참 별 걱정 다 한다.” “통행료 달라는 거 맞지?” 어쩌고 하고 있는데, 일단의 동양인이 몰려 들어온다. 여자 둘에 일행이라야 다섯밖에 안 되는데 짐은 집채만 하다. 느물거리던 그 세관원이 다가와 말을 건다.“중국인들인데, 영어를 전혀 못한다. 그래서 말인데, 너희 말 통하겠니?”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중국인과 많은 얘기를 나눠본 친구를 보냈더니 잠시 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돌아왔다.“쟤들,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 모르겠어. 영어는 고사하고 자기 이름도 한자로 쓸 줄 모르는데, 어휴.” 그랬다. 나중에 보니 가나 세관은 중국인을 위해 따로 한자로 만든 서류까지 갖춰 놓고 있었다. 일행은 거기서 말로만 듣던 인해전술의 실체를 절감했다. 일단 보내 놓으면 뚫릴 것이라는. 중국이 사람만 보낸 것은 아니다. 일본을 제치고 곧 외환보유고 1위로 올라선다는 중국은 ‘세계의 공장’을 돌리는 석유를 확보하기 위해 아프리카에까지 돈 보따리를 풀어헤치고 있다. 원자바오 총리는 올해만 벌써 두 차례 순방했다. 미국이 눈꼴 시렸던 모양이다. 지난달 중순 월스트리트저널에는 기막힌 기사 하나가 실렸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서방선진 7개국(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한 티모시 애덤스 미 재무부 차관이 중국이 얼마 전 가나와 르완다에 약속한 수출 금융 지원을 문제 삼으며 공동성명에 이를 지적하는 내용을 넣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애덤스 차관은 지난해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아프리카 개발펀드(ADF)를 채널로 600억달러에 달하는 42개 최빈국의 채무를 탕감한 사실을 적시하며 중국의 책동이 무임승차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같은 ‘쪽박 깨뜨리기’는 빈국의 부채를 탕감해 보건이나 교육, 빈곤퇴치 프로그램에 전념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더니 중국이 그 틈을 비집고 선심이나 펑펑 쓰고 있다는 비난에 다름 아니다. 거칠게 말하자면 아프리카 빈국들 버릇 고치려고 단속했더니 느닷없이 나타나 물 흐리더라는 것이다. 그는 G7이 중국을 제재하지는 않겠지만 “도덕적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했다. 한데 미국이나 G7이 “도덕적 압력” 운운할 자격이 있느냐는 데 문제가 있다. 영화 ‘지옥의 묵시록’의 원작이기도 한 조지프 콘래드의 소설 ‘암흑의 핵심’에는 “위엄있는 선의(善意)를 가지고서 그 거대한 이국적 세계를 통치해야 한다는 생각이 담겨 있었어.”라는 대목이 나온다. 식민주의의 원조 격인 유럽과 미국의 ‘위엄있는 선의’ 경쟁은 이제 G7 전체와 중국 인도의 드잡이로 바뀌는 모양이다. 짐바브웨 출신이면서 국제이주기구(IOM) 프리타운 사무소 대표로 일하고 있는 앤드루 초가는 아프리카 엘리트들의 부패가 다른 나라들의 선의를 가로막고 있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얘기는 “관료들이 축재한 떡고물이라도 빈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는 것. 넘쳐흐르는 물이 언젠가는 바닥을 적실 것이라는 절박한 호소인 셈이다. 앞의 책에서 지적한 “피부색이 다르고 우리보다 코가 약간 낮은 사람들을 상대로 자행하는 약탈”에의 유혹은 원조든 짝퉁이든 매한가지일 것이다. 가나 출신 사무총장의 뒤를 이어 한국인이 유엔 수장에 오를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벌써 개도국 원조 확대 목소리가 들려온다. 짝퉁 식민주의의 유혹, 간단치 않을 것이다. 임병선 국제부차장 bsnim@seoul.co.kr
  • [지금 인천에선] ‘제2의 번영기’ 누리는 차이나타운

    [지금 인천에선] ‘제2의 번영기’ 누리는 차이나타운

    인천시 중구 선린·북성동 일대에 자리잡은 차이나타운의 불빛은 언제나 휘황찬란하다. 시간이 멈춘 듯한 ‘한국 속의 작은 중국’인 이곳 가로등에 불이 하나둘씩 켜질 무렵이면 중국 전통 대문인 파이러우(牌樓) 사이로 자석에 이끌리듯 사람들이 몰려든다. 외식을 하러온 가족, 중국 물품을 사러온 사람, 그저 이국적 정취를 느끼려고 온 연인 등으로 옛날 우리 장터와 같은 흥겨운 분위기가 연출된다. 인천 개항과 같은 역사를 지닌 차이나타운은 한때 사양길을 걸었지만 중국인 특유의 뚝심을 반영하듯 최근 제2의 번영기를 누리고 있다. ●거리 곳곳 이국적 정취 물씬 인천차이나타운 하면 흔히 자장면의 발상지로 알려져 중국요릿집만 부각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는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격으로 이곳에 가면 중국 만물상을 접할 수 있다. 거리를 걷다 보면 중국 의상와 민예품, 각 지역의 차(茶) 등 이색적인 물품들에 정신이 팔려 이곳이 인천인지, 중국 도시의 뒷골목인지를 잊게 만든다. 그래도 역시 차이나타운 얘기는 ‘먹을거리’부터 풀어나가는 것이 순리인 것 같다. 인천역에서 차이나타운으로 올라가는 조그만 골목길 왼편에는 ‘공화춘(共和春)’이라는 중국요릿집이 있다. 이곳이 바로 1905년 ‘외식의 왕중 왕’인 자장면을 탄생시킨 주역이다. 당시 가난한 부두노동자 등을 위해 간편식으로 춘장(중국 된장)에 면을 비빈 것이 빅 히트를 쳤다. 이로 인해 공화춘은 차이나타운을 대표하는 요릿집으로 명성을 누리다 1984년 문을 닫았다. 지금은 빈 건물로 방치돼 있다. 하지만 차이나타운에 있는 25개 음식점들은 모두 자장면에 관한 한 ‘원조급’임을 내세운다. 종류도 삼선자장, 유니자장, 사천자장, 옛날자장 등 백가쟁명식이다.‘자장면의 날’이 있을 정도로 이곳 화교들의 자장면에 대한 애정은 대단하다. 술은 한술 더 뜬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고량주와 이과두주는 기본이고 수정방, 주귀주, 모태주, 소흥주, 공부가주, 오량순 등 이름조차 야릇한 중국술들이 애주가들을 솔깃하게 한다. 중국만두만 전문적으로 파는 음식점이 따로 있고 월병, 오향 등 중국과자를 취급하는 점포도 있다. 차(茶)를 파는 집에는 철관음, 오룡차, 감비차, 용정차, 국화차 등 중국 차들이 망라돼 있다. ●중국 만물상도 접할 수 있어 거리 곳곳에는 중국 공예품과 의상, 문구류, 잡화 등을 파는 상점 30여개도 있다.‘화하량자’라는 이색적인 간판을 내건 점포는 도자기, 공예품, 전통의류 등을 취급하고,‘중강무역’은 점잖은 명칭에 걸맞게 골동품과 옥, 그릇 등을 판다.‘중화예원’은 중국 의상과 신발, 액세서리 등을 다루는데 맞춤복을 전문으로 한다.‘홍복’은 중국 술과 차, 음료 등을 취급한다. 이들은 중국 상하이·베이징·다롄·광저우 등에서 배로 수입한 중국물품을 파는데, 국내 제품보다 40∼50% 가량 싼 편이다. 차이나타운내 유일한 백화점인 ‘보문중국백화점’에는 60∼100평 규모의 대형 매장 7개가 자리잡아 차, 생활용품, 도자기, 조각품, 옷 등을 판다. 특이한 것은 화교들의 본거지인 차이나타운에 수년 전부터 중국인들의 진출이 눈에 띈다는 점이다. 중국음식점은 아직 화교들이 장악하고 있는 반면, 상품점은 절반 가량이 중국인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오래 거주한 화교가 운영하는 가게는 대화가 통해 흥정이 가능한 반면, 중국인이 운영하는 점포는 정찰제지만 상품의 수준은 더 높다는 평이다. 거리에서 만난 화교 손미령(孫美·41·여)씨는 “이곳 화교들은 대부분 한국에서 태어났다.”면서 “한국 사람들이 차이나타운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자주 찾아주어야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이나타운에서는 중국인 특유의 자존심을 반영하듯 호객을 하는 행위가 전혀 없다.‘오고 싶으면 오고, 아니면 말고’라는 식이다. 딱딱한 상술 같지만 거리를 다니기에 부담이 없어서 좋다. 차이나타운에는 중국식 한약방도 두곳이 있지만 우리나라 한의대에서 학위를 딴 전문의들이 개업했다고 한다. 한약방만은 ‘한국식’인 셈이다. 무엇보다 차이나타운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것은 화교학교다. 거리 중간 ‘중화당한의원’ 뒤편에 있는 화교학교에는 유치부 및 초·중·고 과정에 500여명의 화교 자녀들이 다니고 있다.2004년 12월 이 학교 후문 담장에 그려진 ‘삼국지 벽화’는 차이나타운의 새로운 명물이다. 무려 135m에 달하는 담장에는 유비·관우·장비의 ‘도원결의’에서부터 진(晉)의 삼국통일까지 ‘소설 삼국지’의 77개 주요장면이 자세한 해설과 함께 천연색 벽화로 그려져 있다. 등장인물들의 표정이 워낙 생생해 금방이라도 벽을 뚫고 나올 것 같다. ●활성화 대책 인천시 중구는 2001년 차이나타운을 포함한 월미도 일대가 관광특구로 지정되자 120억원을 들여 차이나타운 활성화 사업을 펼쳤다. 차이나타운 3곳에 큰 대문 모양의 중국 상징물인 파이러우(牌樓)와 사자상, 삼국지벽화 등을 설치했다. 파이러우는 중국 웨이하이(威海)시 등이, 공자상은 칭다오(靑島)시가 각각 중국 현지에서 만들어 기증한 진품으로 한·중 친선에도 기여하고 있다. 또 도로는 전선 등을 지중화한 뒤 바닥은 붉은색 아스콘으로 포장했다. 도로 곳곳에는 중국풍 붉은 깃발을 꽂은 기둥을 설치했다. 차이나타운 한복판에 위치한 북성동사무소까지 중국풍으로 바꿨다. 지난해 4월 한·중 교류 활성화를 위해 차이나타운 입구에 들어선 한·중문화관은 720평 부지에 중국 전통양식의 지상 5층, 지하 1층 규모로 중국문화소개관, 중국기증물품전시관, 문화예술공연장 등을 갖추었다. 중구 관계자는 “차이나타운 활성화 대책 이후 수백명에 불과하던 관광객들이 주말이면 수천명으로 크게 늘어났다.”면서 “차이나타운을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관광지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신용대출 규제 완화·편의시설 확충 절실” “인천차이나타운 개발은 이제 시작에 불과할 뿐입니다.“ 인천화교협회 부회장인 손덕준(50)씨는 인천시와 중구 등이 추진하는 차이나타운 활성화 대책에 기대를 표하면서도 “지금까지 지자체가 추진한 활성화 방안이 지지부진한 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손씨는 차이나타운에서 중국요릿집인 ‘태화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자장면 원조인 ‘공화춘’의 마지막 주방장 아들이기도 하다. 손씨는 화교에 대한 규제가 차이나타운 활성화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1998년 외국인부동산취득법 개정으로 화교들의 부동산 취득이 자유로워지는 등 규제가 많이 완화되기는 했지만 아직 금융기관에서 신용대출이 안 되는 등 보이지 않는 규제들이 상존해 있습니다.” 외국인부동산취득법 완화 이전에는 화교는 상업지역의 경우 50평 이하, 주거지역은 200평 이하만 취득이 가능했다. 화교 2세들이 대거 미국이나 동남아 등으로 떠난 것은 이러한 재산권행사 제한 때문이었다고 한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처음으로 화교에게 선거권이 주어지는 등 당국이 화교에 대한 차별철폐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좀더 과감한 규제철폐가 이뤄져야 합니다.” 그는 특히 중국 투자자들이 차이나타운에 진출하려면 초청장을 받아야 하는 등 출입국상의 규제는 시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차이나타운 자체 자본만으로는 활성화에 한계가 있어 중국 본토 및 동남아 등의 화교자본이 유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손씨는 또 차이나타운 내 부족한 주차장과 편의시설 등을 지적하면서 “차이나타운이 관광특구로 지정된 만큼 이들 시설에 대한 보완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미국·일본과 같이 제대로 된 차이나타운이 조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손씨는 중구와 협력해 중국인 투자를 적극 유치,1990년대 중반 중국음식점 10여개만이 남아 숨이 끊어질 듯하던 차이나타운을 회생시키는 데 일조했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이용원 칼럼] 중국 正史에 고구려는 외국이었다

    [이용원 칼럼] 중국 正史에 고구려는 외국이었다

    중국이 2년 전의 ‘약속’을 깨고 동북공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사실이 최근 밝혀져 국내 여론이 또다시 들끓고 있다. 한·중 양국은 2004년 8월24일 외교부 차관급 인사를 대표로 해 ‘5대 양해 사항’을 구두 합의한 바 있다. 고구려사 문제가 양국간 주요 현안으로 대두된 사실을 중국 정부가 유념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정치문제화를 방지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확인된 것처럼 중국은 동북공정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중국이 동북공정을 통해 내세우는 주장은 대략 다음과 같다. 한국사 가운데 고조선-고구려-발해로 이어지는 북방의 역사는 중국의 변방사이며, 중국이 한때나마 통치한 지역은 한강 이북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이 내포한 ‘음모’는 명확하다. 만주는 예나 지금이나 중국 땅이니 넘보지 말라는 건 물론이고, 여차하면 현재 북한 영역인 한강 이북 지역에 대해서도 연고권을 내세우겠다는 뜻이다. 중국 측의 이같은 주장에 대응하느라 국내 학계는 갖가지 이론을 들이대며 반박하지만, 그 헛된 논리를 깨는 일은 의외로 간단하다. 중국이 자랑하는 역대 사서에 고구려를 비롯한 고조선·부여·발해 등이 중국의 일부가 아니라 외국임을 인정한 사실이 정확히 기재돼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공자가 ‘춘추(春秋)’를 저술한 이래 역사 기록을 대단히 중시해왔다. 그래서 기존 왕조가 망해 새 왕조가 들어서면 국가사업으로서 전 왕조의 역사를 정리했다. 예컨대 유비·조조·손권이 다투던 삼국시대가 진(晉)의 통일로 막을 내리면 진나라에서 ‘삼국지(三國志)’를 편찬하는 식이다. 그 결과 ‘사기(史記)’에서 ‘명사(明史)’에 이르는 25사(史)가 현재 정사(正史)로 남아 있다(청나라 역사인 ‘청사고(淸史稿)’를 더해 26사라고도 한다). 이25사 가운데 처음 고구려를 다룬 사서는 ‘후한서’로,‘동이열전’에 부여·한(삼한)·왜(일본) 등과 나란히 올려놓았다. 그 기록은 ‘고구려는 요동의 동쪽 1000리에 있으며, 남쪽으로 조선 및 예맥과 접하고 동쪽으로 옥저와, 북쪽으로 부여와 접해 있다.’라고 시작한다. 중국 땅 요동을 기점으로 거리를 산출한 ‘딴 나라’인 것이다. 고구려가 등장하는 마지막 정사인 ‘원사’에도 ‘열전 외이(外夷)’편에 일본·유구(오키나와)등과 함께 나온다. 고구려는 25사 중에서 17가지 사서에 기록돼 있는데, 모두 ‘동이’ ‘이역’ ‘외국’ ‘외기’ ‘외이’ 등의 이름으로 올라 있다. 한결같이 중국 본토가 아닌 주변국, 즉 외국이라는 의미이다. 고구려와 동시대를 산 중국인에서 그 후예에 이르는 2000년 세월 가까이 중국인에게 고구려는 당연히 외국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21세기를 사는 중국인들이 새삼 고구려사를 중국의 변방사라고 우기는 행위는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다. 그들이 역사 연구에 금과옥조로 여기는 25사를 스스로 부인하는 꼴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들이 ‘동이’ ‘외국’ 등으로 분류한 나라들의 역사 또한 자국사의 일부라고 강변한다면 이는 더욱 못난 짓이 된다. 그 논리대로라면, 고구려와 늘 함께 등장하는 일본에 대해서도 중국의 변방이라고 주장해야 일관성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동북공정에 우리가 과도하게 흥분하거나 분개할 필요는 없다.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일은 스스로 우리 역사를 알고 사랑하려는 노력이다. 수석논설위원 ywyi@seoul.co.kr
  • 중국 10대 명승지 구이린(桂林)

    중국 10대 명승지 구이린(桂林)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달나라에만 있다고 생각했던 계수나무가 가득한 천국 같은 곳, 바로 중국의 구이린(桂林)이다. 중국인들도 이곳 여행을 평생의 소원이며 영혼이 구제 받는다는 신비롭고 복받은 땅으로 여긴다. 말로만 들었던 구이린, 역시 가는 곳마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영락없는 한폭의 산수화가 그려진다. 특히 그 중에서도 천년의 모습을 한폭 한폭 내보여지는 ‘자원현의 팔각채’는 깎아지르듯 아득한 발밑 세상이 고개만 떨구어도 금방 빨려들 것 같은 짜릿함에 온몸이 저려온다. 구이린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글 사진 이혜선기자 okong@seoul.co.kr # 산과 물, 동굴, 바위가 어우러진 구이린 일상사에 지쳐 있을 때, 중국의 중국 10대 명승지 중 만리장성 다음이라는 구이린을 접한 기분은 ‘가슴뭉클’ 그 자체였다. 한낮의 날씨는 서울 못지않게 더웠지만 눈으로 보여지는 기온은 청명한 가을로 느껴진다. 산수 풍광이 수려하고 역사문화도시인 광서장족자치구(廣西壯族自治區) 구이린은 중국의 남쪽에 위치해 있다. 주민수는 488만여명. 장족, 한족, 묘족, 모한족 등 다양한 소수민족들이 각기 독특한 생활을 하면서 서로 어우러져 지내고 있다. 그래서일까. 어딜 가든 낯선 이방인들을 환영하는 소수민족 쇼가 벌어진다. 화산 폭발로 구이린은 세상밖으로 나왔고, 이때 지상을 절반이상 덮은 석회암이 침식작용을 거치면서 독특한 카르스트 지형을 형성하게 된다. 그 결과로 생긴 기묘한 형태의 산봉우리와 절벽사이를 굽이굽이 흐르는 맑은 강물, 각 산마다 생긴 기이한 동굴 등은 구이린의 중요한 관광유산이다. 아열대기후로 1년 내내 관광이 가능하다. 그중에서 여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4∼5월 또는 9∼10월이라는 게 이곳 사람들의 귀띔이다. 특히 음력 8월 가을이면 계수나무 꽃이 피면서 그 향기가 사방에 퍼져 여행의 절정을 맛볼 수 있다. 구이린에서 배를 타고 ‘이강(離江)’을 따라 관암(冠岩)동굴을 지나면 서양의 거리라 불리는 ‘작은 구이린’ 양삭(陽朔)에 도착한다. 양삭은 중국 젊은이들도 자전거로 배낭여행을 즐긴다. 숙박비와 물가가 저렴해 여유를 갖고 풍요로움을 즐기려는 외국인들로도 붐빈다. # 중국인들도 모르는 팔각채 구이린에서 자동차로 4시간정도 가면 ‘광서자원 국가 지질공원’이 나온다. 자원현에 있는 전형적인 ‘단하지모(丹霞地貌)’ 유적과 독특한 지세로 중국에서도 최고의 평을 받고 있는 곳이다. 공원 남북의 길이는 33㎞, 동서 너비는 3∼9㎞, 총면적은 여의도 면적의10배 이상이다. 자강은 광서자원-호남신녕과 남북방향의 사암석(沙巖石)으로 조성된 붉은색분지에서 동정호로 흘러 들어간다. 토끼귀같은 구이린의 산봉우리와는 달리 바위산에 흙이 있는 곳에만 나무가 자라 마치 낙타등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팔각채’(높이 814m)가 눈에 확 들어온다. 그동안 개방이 안된 팔각채는 여덟개의 면으로 구성돼 그중 동, 서, 북면은 손을 댈 수 없을 정도의 날카로운 절벽이고 서남쪽으로만 등산할 수 있다. 정상까지는 4시간가량 걸린다. # 여행정보 아시아나항공에서 구이린 직항 노선을 월, 토요일 주2회 운행한다.10월 말쯤에 한편 더 증설할 계획이다. 그 외에는 상하이, 광저우 등 주요 도시를 경유해 국내선으로 연결된다. 업투어(02-775-7979)여행사에서 구이린과 팔각채에 인상유삼제가 포함된 5일 상품을 69만 9000원에 판매한다. 매주 수요일 출발하며 4명이상이면 가능하다.
  • “반했어요, 원자바오”

    더 타임스, 로이터, 헬싱키타임스 등 서방 언론이 중국의 ‘독서광’ 총리에게 반했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6일 동서고금의 고전을 인용하며 정치 철학을 설파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엘리트 정치인의 진면목을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서방 기자들과의 만남은 원 총리가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참석하기 위해 영국으로 떠나기 전날 중국 중난하이에서 이뤄졌다. 북핵과 이란핵, 위안화, 지적재산권 등국제 정치와 경제를 넘나드는 외신 기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도 원 총리는 시종 물 흐르듯 막힘없는 달변을 과시했다. 외신들은 그가 중국 정치와 경제, 사회발전, 유럽과의 관계 등에 대해 풍부한 학식을 바탕으로 ‘명강의’를 했다고 평가했다. 원 총리의 해박한 지식은 더 타임스 기자의 질문에서 절정을 이뤘다.“어젯밤 읽은 책이 무엇이며 잠을 못이루게 하는 고민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원 총리는 “내가 좋아하는 국내외 작품을 인용해 대답하고 싶다.”고 고전을 소개했다. “반마지기 땅도 가지지 못했지만 마음속에는 천하를 걱정한다(身無半苗,心優天下)”는 청나라 재상 주어중탕의 시구를, 독일의 근대 관념론의 선구자 임마누엘 칸트도 인용했다.“늘 존경과 경외심을 갖게 하는 유일한 두 대상은 별이 빛나는 전 하늘과 내 맘속의 도덕률’이라는 ‘실천이성비판’ 문구에서 벅찬 감동을 표현했다. 원 총리는 “관저에 누워 바람 소리만 들려와도 백성들의 고통 소리를 듣는다.”는 시구를 읊다가 눈물까지 글썽였다. 군데군데 떨어진 헌운동화를 신고 수년째 지방 시찰에 나선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인들에게 깊은 감동을 준 ‘평민 총리’의 모습을 유감없이 서방에 보여준 것이다. 그는 “세상을 보여주는 건 재물이 아닌 1만권의 책”이라며 간간히 독서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시종 일관 자상한 언변으로 기자들을 대했던 원 총리는 “경제발전에 비해 민주화가 느리다.”는 기자들의 지적에 “서양식 민주주의는 우리에겐 필요하지 않다.”고 냉정하게 반응했다다.국내외에서 늘 인자한 이미지를 보여주던 그도 중국의 체제 모순에 대한 서방의 비판적 견해는 영 거슬렸나보다.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베이징 국제도서전 48개국 1100개社 참가

    베이징 국제도서전 48개국 1100개社 참가

    |베이징 황수정특파원|제3회 베이징 국제도서전(BIBF)이 개막한 지난달 30일. 빗방울이 날리는 궂은 날씨에도 도서전이 열리는 베이징 국제전시관은 아침 일찍부터 내외국인 출판 관계자들로 성황을 이뤘다. 2일까지 나흘간 이어지는 올해 행사에는 세계 48개국 1100여개 출판사가 참가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인 베이징 국제도서전은 아시아 출판의 ‘허브’로 급성장하는 중국 위상을 잘 보여줬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도서전에 참석한 대한출판문화협회 박맹호 회장은 “규모나 내용 면에서 한 해가 다르게 눈에 띄는 변화를 실감케 한다.”면서 “올해는 특히 러시아를 주빈국으로 선정, 러시아 총리가 개막식에 참석하는 등 도서전을 두 나라 외교의 창구로 적극 활용하는 전략이 돋보였다.”고 말했다. 국내 출판사들의 참가규모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사계절 랜덤하우스중앙 중앙M&B 청어람 등 개별적으로 부스를 설치한 22개 출판사를 포함해 올해 참가 회사는 60개.1860여종 3000여권의 다양한 국내 출판물이 출품돼 중국시장 진출을 위한 저작권 협상을 모색했다. ‘출판 대국’의 면모를 갖춰 가고 있는 중국시장이 최근 가장 주목하는 출판 장르는 교육 건강 미용 등의 실용서와 아동창작물. 중국인들의 교육열이 고조되면서 특히 정서가 비슷한 한국 아동출판물에 대한 호감도가 몇 년 사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도서전을 참관하는 중국 출판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최근 ‘살아남기’ 시리즈 등으로 중국 독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아이세움의 한 관계자는 “도서전을 통해 당장 눈에 띄는 계약성과는 거두지 못하더라도, 디자인이나 제책 기술 등 우리 출판물의 분위기와 장점에 중국인들의 관심을 점진적으로 이끌어내는 작업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15억 인구를 가진 중국은 최고의 잠재력을 갖춘 출판시장이지만 시장확대의 걸림돌은 중국 사람들의 희박한 저작권 인식이다. 출판사의 개인 소유가 원칙적으로 금지돼 국영 체제로 굴러가는 중국 출판사들이 해적 출판, 인기도서의 컨셉트를 그대로 베끼는 위서(僞書) 문제 등에 신속히 대응하지 않는 현실 등이 한계로 지적된다. sjh@seoul.co.kr
  • [한민족 문화유전자를 찾아서] (3)강역(江域)-자연상징(상)

    [한민족 문화유전자를 찾아서] (3)강역(江域)-자연상징(상)

    한반도의 모양은 흔히 대륙으로 도약하려고 웅크린 호랑이에 비유된다. 이때 호랑이의 등뼈에 해당하는 것이 백두대간(白頭大幹)이다. 백두대간이란 용어는 조선 후기의 실학자 신경준의 저술로 알려진 ‘산경표(山經表)’에 처음 등장한다. 민족의 발상지 백두산 우리 조상들은 산을 이어지는 줄기로 파악하였는데, 우리 국토의 뿌리인 백두산에서 시작해 낭림·금강·설악산 등을 거쳐 태백산에 이른 뒤 다시 남서쪽으로 소백·속리·덕유산으로 이어져 지리산에서 멈춘 가장 크고 뚜렷한 산줄기를 백두대간이라 불렀다. 백두대간은 한반도의 생명선이다. 한반도의 주요 강이 백두대간에서 시작되고, 대부분의 산이 백두대간으로 연결되어 생명의 통로가 된다. 또한 백두대간은 한민족의 문화와 역사의 저장고이다. 옛 사람들에게 백두대간은 신앙의 대상이자 수련의 장소였으며, 의식주에 필요한 물품을 구하고 고달픈 삶을 피할 수 있는 안식처였기 때문이다. 오늘날 백두대간은 가장 중요한 자연유산이며, 여가와 관광, 그리고 교육의 공간으로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백두대간의 시작인 백두산(白頭山)은 우리나라 산의 시조(始祖)이다. 백두산은 화산활동에 의해 만들어졌는데,‘조선왕조실록’에는 1597·1668·1702년에도 백두산에서 분화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백두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고 큰 산으로, 머리에는 천지(天池)라는 커다란 호수를 이고 있어 사람들이 외경심과 신비감을 가지기에 충분하였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백두산을 민족의 발상지로 여기고, 성산(聖山) 또는 영산(靈山)으로 신성시해 왔다. 백두산은 우리나라와 중국의 국경에 걸쳐 있다. 그래서 백두산을 둘러싼 양국의 분쟁도 끊이지 않았는데, 최근 중국이 백두산을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등록하고 상품화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소식이 들려와 마음이 편치 않다. 백두대간에 속한 산 가운데 경치로는 금강산(金剛山)이 최고로 꼽힌다. 화강암이 오랜 세월 동안 풍화를 받아 만들어진 ‘일만 이천 봉’과 기암괴석, 그리고 맑은 계곡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고 있다. 금강산의 아름다움은 중국에까지 알려져 중국인들도 금강산을 직접 구경하는 것을 소원하였다고 한다. 우리 선조들도 금강산 구경을 평생의 소원으로 간직한 이가 적지 않았다. 이들은 금강산의 빼어난 경치뿐 아니라 곳곳에 산재한 문화유산을 답사하기 위해 산에 올랐다. 금강산은 사찰과 문화재, 전설을 많이 간직한 산으로도 유명하였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에는 금강산 여행이 오늘날의 해외여행보다 더 어려웠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기행문을 통해 간접 여행하는 ‘와유(臥遊)’가 유행하기도 하였다. 오늘날 금강산은 남북화해의 상징이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은 아직 금강산의 절반인 외금강만 구경할 수 있는 반쪽 관광이다. 조선시대 사람들이 더 좋아했고 그래서 더 많이 찾았던 내금강을 하루빨리 구경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본다. 며칠 전 광복절을 맞아 생각나는 강역으로 독도(獨島)를 빼놓을 수 없다. 우리 국토의 동쪽 끝인 독도는 동해(東海) 한가운데 있는 섬이다. 독도는 행정구역 상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이며, 우편번호는 799-805이다. 화산활동에 의해 형성된 독도는 하나의 섬이 아니라, 동도와 서도 2개의 큰 섬과 주위에 89개의 부속 섬으로 구성되어 있다.‘독도(獨島)’라고 표기해 ‘외로운 섬’,‘홀로 섬’에서 유래한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사실은 ‘돌섬’을 ‘독섬’으로 발음하면서 ‘독도’로 표기한 것이다. 독도가 한국의 영토라는 사실은 다양한 자료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심지어 일본 측 자료에도 독도가 우리 땅이라고 표시되어 있으나, 일본은 계속해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강역과 관련된 민족문화상징으로 독도를 꼽은 것은 이러한 일본의 억지로부터 반드시 지켜야 할 우리 국토의 막내이기 때문이다. 일본자료에도 “한국땅” 독도 독도를 품고 있는 동해(東海)도 일본과 마찰을 빚고 있는 바다이다. 동해를 둘러싼 문제는 영역이 아닌 명칭 때문인데, 같은 바다를 두고 우리는 동해(East Sea), 일본은 일본해(Sea of Japan)라 부르고 있는 것이다. 문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동해라는 명칭이 사용된 것은 기원전 5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구려 시조 동명왕에 대한 기사에 동해라는 이름이 사용되어 약 2000년 전부터 동해라 부른 것이다. 이에 비해 일본은 ‘일본’이라는 나라 이름자체가 7세기부터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와 같이 동해 명칭이 일본해에 비해 역사적으로 선행하는 만큼 동해는 동해로 불러야 마땅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세계지도에서 동해 표기는 90% 이상이 일본해로 되어 있다. 국제사회에서 동해가 일본해가 아닌 동해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민족문화상징에 해양강역으로 동해가 선정된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지금까지 살펴본 우리 강역에 대한 정보를 조선시대 사람의 눈으로 집대성한 것이 김정호의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이다. 이 지도는 한반도를 북에서 남까지 동서로 끊어 22폭으로 나누어 담았다. 이 22폭을 상하로 모두 이으면 가로 약 3.3m, 세로 약 6.7m의 거대한 대축척 전국지도가 만들어진다. 대동여지도는 한반도의 윤곽을 정확하게 그렸을 뿐 아니라 백두대간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산줄기와 물줄기를 상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여기에 도로망·역·창고·성곽 등 각종 인문지리 정보도 풍부하게 담고 있어 19세기 중엽 우리 국토의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한마디로 대동여지도는 우리나라의 고지도 중 최고의 걸작으로, 우리 문화와 과학기술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문화상징물이라 할 수 있다. 자연경관으로는 황토, 갯벌, 풍수 등 3가지가 선정되었다. 황토(黃土)는 한국인과 가장 친한 흙이다. 우리 조상들은 황토로 만든 집에서, 황토로 빚은 옹기에 저장한 음식을 먹으며 평생을 보냈다. 황토집은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할 뿐 아니라 습도도 저절로 조절된다. 가을에 수확한 곡식을 종자로 쓰기 위해 황토벽에 걸어두면 이듬해 봄까지 온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도시화·산업화의 바람 속에서 황토벽을 몰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 시멘트벽에 걸린 종자는 겨울을 나는 동안 상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들어 건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황토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적당히 가열된 황토가 몸에 이로운 원적외선을 방출한다고 하여 ‘황토침대’,‘황토방’이 유행한다. 옛날 어른들이 온돌방에서 ‘지지고’ 나면 몸이 가뿐해진다고 한 것은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자연경관 ‘황토·갯벌·풍수’ 황토는 바다의 적조 제거에도 한몫을 하며, 가축의 사료로도 쓰인다. 황토의 흡수력, 해독력을 이용한 것이다. 그래서 옛날에는 사람과 가축의 질병을 치료하는 약으로도 황토를 사용하였다. 흥미로운 점은 한하운의 시에 “가도 가도 붉은 황토길”이라는 대목이 나오듯이, 우리나라 황토가 누런색이 아닌 붉은색을 띤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술용어로는 ‘적색토’라 불린다. 황토는 전국적으로 나타나지만, 특히 서해안의 해발 150m 이하의 경사가 완만한 구릉지에 넓게 분포한다. 갯벌은 바닷물이 드나들면서 운반해온 미세한 흙이 쌓인 해안의 평평한 땅을 말한다. 우리나라 서남해안에 발달한 갯벌은 그 규모에서 세계적이다. 우리는 과거 갯벌을 쓸모없거나 간척의 대상으로만 여겼다. 그러나 갯벌은 일찍부터 ‘바다밭’이라 불린 어민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갯벌에 자라는 각종 조개를 캐거나 어살을 설치해 물고기를 잡는 일은 서남해안 어민들의 가장 중요한 생계수단이었다. 우리가 갯벌의 중요성을 알게 된 것은 무분별한 대형 간척사업으로 갯벌이 많이 사라지고 나서부터이다. 갯벌은 어민들의 생활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살아있는 박물관’이며, 다양한 동식물이 자라는 ‘생물 다양성의 보고’인 동시에, 각종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거대한 정화조’이다. 우리나라 갯벌은 국토면적의 2.5%를 차지하는데, 돈으로 따지면 연간 10조원에 가까운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고 한다. 이와 같이 갯벌은 우리나라가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천혜의 자원이다. 보존과 함께 지속가능한 이용도 필요할 것이다. 풍수(風水)는 선조들의 삶의 지혜가 응축된 전통적 환경사상이다. 풍수는 그 이론들이 중국에서 비롯되었으나,8세기경 우리나라에 도입된 뒤, 우리 나름의 생각과 가치가 더해지게 되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풍수를 묘 자리나 보는 지술(地術)로 오해하고 있다. 그러나 풍수는 죽은 사람의 쉴 자리보다는 산 사람들의 살 자리를 찾는 일종의 입지론이다. 풍수는 오랜 세월 동안 우리나라에서 수도에서부터 마을의 터 잡기까지, 그리고 도시와 마을의 공간배치와 구성 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쳐 왔다. 따라서 우리 전통문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상징이 풍수인 것이다. 정치영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
  • 지구촌 좀먹는 도박의 바다

    지구촌 좀먹는 도박의 바다

    지구촌이 도박에 푹 빠졌다? 정보화 확산속에 편벽한 시골 촌구석까지 컴퓨터와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사이버 도박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인터넷 도박 인구는 곱절로 늘었고 정보강국으로도 부상 중인 중국에선 지난 6월 형법을 개정하는 등 도박 차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반면 ‘파친코의 천국’ 일본에선 엄격한 규율과 적절한 행정지도, 절제있는 이용문화의 정착을 통해 자칫 사행성이 판칠 수도 있는 파친코를 국민 오락으로 가꿔가고 있다. ■ 日-4명중 1명 파친코 즐겨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에서 파친코는 도박이 아닌 국민적 오락이다. 돈을 잃고 따는 점에서 사행성 도박으로 볼 수 있지만, 국민 생활속에 깊숙이 뿌리내려 여가활동이나 오락의 하나로 간주되고 있다. 일본대사관 홈페이지에서도 “파친코는 젊은 여성들까지 좋아하는 게임으로 ‘대중오락의 왕’”이라고 소개할 정도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파친코 영업점수는 1만 5165개. 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접할 수 있다. 국민 4명 중 한 명이 파친코를 즐긴다는 조사도 있다.90년대 중반에는 매출액이 30조엔을 돌파했었다. 기간산업인 자동차나 백화점 매출액보다 많다. 일본 파친코 산업의 70% 정도는 한국계나 조총련계 동포들이 좌우하고 있다. 일본에선 도박을 법으로 엄격히 규제해 합법적인 도박은 경마와 경륜, 경정 3종류뿐이다. 카지노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파친코는 도박으로 볼 여지도 있지만 영업소내에서 직접 돈을 환산해 받지않는다는 점이 다르다. 장내에서는 구슬을 구입한 뒤 게임을 즐기다 구슬을 따게 되면 라이터나 문진, 담배 등과 같은 경품을 받는다. 경품은 별도 장소의 별도의 업자가 운영하는 교환소에서 돈으로 환급받으며, 경품은 다시 중간수집상을 거쳐 파친코점으로 들어가는 시스템이다. 실제로 경품의 90% 이상이 환금되지만, 각 주체의 행위에 도박성이 없기 때문에 경찰에서 단속할 근거가 없다. 한때는 경품 교환소에 야쿠자 같은 조직폭력이 자금원으로 개입한 적이 있었으나 지금은 폭력단의 경품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일본의 파친코가 국민적인 오락으로 자리잡은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오락성과 함께 사행성이 분명하지만 환급률이 높다는 점에서 부담없이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환급률이 70∼80% 정도로 높아 실컷 즐기고 업소 이용료나 수수료 정도를 내는 셈이다. 요즘에는 업소간 경쟁이 심해 환급률을 더 높게 조정해놓은 곳도 있다. 대부분은 ‘한탕’보다는 ‘절제된 도박’을 즐기고 있다. 업주들도 파친코나 파치슬롯 등의 기계에 대한 정확한 게임 정보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회계와 경영도 투명화해 세금 탈루가 없게 하는 등 업계의 자율 규제와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파친코 점포도 상업지역에서만 영업할 수 있다. 주택가로 파고드는 것을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또한 경품 교환소도 지자체별 조례에 따라 장애인 단체 등 지원이 필요한 단체에서 운영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taein@seoul.co.kr ■ 中-형법강화·사이트 폐쇄 ‘무용지물’ |베이징 이지운특파원|도박은 중국 4세대 지도부가 추진 중인 ‘조화로운 사회’ 건설의 10대 장애 가운데 하나로 꼽힐 만큼 심각하다. 1년 관광 수입 정도가 해외 인터넷 도박, 축구 복권 등으로 빠져나가는 것으로 베이징대 공익복권사업연구소는 보고 있다. 지난 한해 국가 복권사업 규모의 10배에 해당하는 6000억위안(약 72조원)이 유출됐다는 추정도 나온다. 독일월드컵 기간 전세계에서 축구 도박 및 복권 구매 자금으로 흡수된 100억파운드(17조 5000억원) 가운데 60% 이상이 중국과 동남아 화교권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 밖에서 운영되는 중국어 도박 사이트만 미국, 타이완, 홍콩, 동남아 등지에 700여개 이상으로 중국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축구 등 스포츠 경기 결과 알아맞히기도 올림픽을 앞두고 성행하고 있다.‘체육 복권’이 있지만 중국인들의 ‘도박성’을 충족시켜 주지 못해 지하 도박의 확산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 환율이나 채권·주식 이자율 등 금융 수치를 대상으로 하는 도박도 유행이다. 미인대회나 가요대회 등 각종 선발대회 결과도 도박 대상이 되고 있다. ‘사행성 인터넷 게임’도 확산일로다. 유력 인터넷 사이트나 게임 개발업체들이 사행성 사이트로 변질 운영되는 현상도 나타난다. 게임 사업의 선두 격인 ‘성다(盛大)’는 ‘촨치스제(傳奇世界)’를 통해 ‘제톈라오(劫天牢)’라는 사행성 게임을 서비스했다. 텅쉰(騰訊)이나 광퉁(光通) 롄중(聯衆) 등도 사행성 게임 사이트로 변질됐다는 비난을 일고 있다. 중국 공안부장인 저우융캉(周永康)은 지난해 1월 ‘도박금지 인민전쟁(禁睹人民戰爭)’을 선언, 본격적이고 대대적인 도박 단속에 돌입했다. 중앙 17개 부서를 망라하는 전문 부처까지 설치했다. 일부 공무원들이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공금을 횡령하고 뇌물을 받고 있어 부패 방지 차원의 성격도 있다. 도박과의 전쟁이후 전국적으로 15만여건이 적발돼 60여만명 이상이 도박 혐의로 처벌받은 것으로 중국 언론은 전하고 있다. 그러나 도박은 근절은커녕 확산일로다. 인터넷 도박은 갈수록 수법이 교묘해지고 있다. 인터넷 바와 도박 사이트들에 대한 집중 단속을 벌여 도박 사이트를 대량 폐쇄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사이트들이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다. 도박을 좋아하는 네티즌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알려진 전문 도박 사이트만 1000여개가 넘는다. 전인대 상무위는 지난 6월 형법개정을 통해 3년으로 돼 있는 도박에 대한 최고 형량을 10년으로까지 늘리며 강경 대처하고 있으나 효력은 아직 미지수다. jj@seoul.co.kr ■ 美-인터넷 도박인구 800만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에는 ‘바다이야기’와 같은 형태의 도박장은 없지만 인터넷 도박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가 나서 단속을 해보려 하지만 인터넷 도박을 뿌리뽑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의 인터넷 도박 이용자는 800만명. 이들이 1년 동안 쏟아붓는 돈은 60억달러(약 6조원)를 넘는다. 미국게임협회는 전세계 인터넷 도박 시장에서 미국이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들어 미국인 전체의 4%가 온라인 도박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두 배가 늘어난 수치다. 현재 미국에서 운영 중인 인터넷 도박 사이트는 2300개 정도라고 한다. 미국의 온라인 도박은 인터넷 카지노와 스포츠 경기 결과에 대한 내기가 주종이다. 그러나 갈수록 사람들의 말초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도박들도 등장하고 있다. 인터넷 도박 사이트인 벳어스닷컴의 경우 “피델 카스트로(쿠바 국가평의회장)가 죽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을 던진 뒤 구체적인 사망 날짜에 돈을 걸도록 유도하고 있다. 사회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도박이 큰 돈을 벌어들이자 골드만삭스나 피델리티같은 미국의 세계적인 금융회사들도 뮤추얼펀드를 통해 도박업체에 거액을 투자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이처럼 인터넷 도박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미 의회가 입법을 통한 제재에 나섰다. 미 하원은 지난달 인터넷 도박 금지 법안을 찬성 317대 반대 93의 압도적인 다수로 의결했다. 이 법안은 은행과 신용카드사가 온라인 도박 사이트에 돈을 결제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 미국에서 이뤄지는 모든 형태의 국제 도박에 대한 정부의 단속권도 확대했다. 미 법무부도 인터넷 도박은 “집 안에 슬롯머신을 한 대씩 갖다 놓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불법 활동에 대한 대대적 감시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의회와 정부의 입법과 단속이 미국의 인터넷 도박을 발본색원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확신하기 어렵다. 일단 상원은 하원과 달리 이 법안의 처리에 적극적이지 않다. 인터넷 도박을 불법화하기보다는 규제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또 인터넷 자체를 차단하지 않는 이상 미국인의 제3국 도박 사이트 접근을 막기 어렵다. 짐 리치 의원 등 하원의 인터넷 도박 금지법안을 발의한 의원들도 인터넷 도박이 마약이나 매춘처럼 근절되지 않는 사회악으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dawn@seoul.co.kr
  • [문화마당] 중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친밀감/임영균 중앙대 사진학과교수 ·사진작가

    지난 7월말 중국 윈난성 사진가협회와 베이징 민족화보사 초청으로 중국 윈난성 스린, 쿤밍 등지를 10일간 촬영하고 돌아왔다. 현재 윈난성 당국은 그 지역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그래서인지 미국·프랑스·캐나다를 비롯한 7개국의 저명 사진가들을 초청, 모든 경비를 대주면서 촬영하게 하고 저녁마다 현지의 시장 등 주요인사들이 주최한 만찬을 베풀어 주기도 했다. 또한 외국사진가들이 촬영한 사진들을 가지고 ‘외국인의 눈으로 본 스린’이라는 사진전을 열고 출판도 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 행사에는 중국 윈난성 출신 베이징 중앙민족대학 소수민족문화과 황교수도 동행했다. 그는 만찬이 있을 때마다 우리민요인 아리랑과 도라지 등을 부르며 한국에 대한 친근감을 표시했다. 특히 시장 등의 중요한 사람과의 만찬이 있을 때에는 으레 나를 개인적으로 소개시켜 주며, 건배를 하게 하는 등 특별한 배려를 해 주기도 했다. 쵤영여행 중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스린시 공설 운동장에서 열린 ‘횃불 축제’였다. 횃불을 피워 악귀를 쫓아낸다는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온 풍습인데 점점 규모가 커져 이제는 국제적인 행사가 됐다고 한다. 각 지역에서 온 소수민족들이 나와서 저마다 전통무용과 민속음악을 연주했다. 공연이 절정에 이르자 벌판 곳곳에서 모닥불이 피어오르고 스피커에서 흘러 나오는 민속음악에 맞춰 남녀노소가 하나 돼 손에 손을 잡고 원무를 추는 것이었다. 빠른 템포의 음악에 따라 원을 그리며 춤을 추는 사람들은 처음에는 10여 명에 불과했지만 이내 수백 명으로 늘어 났다. 모닥불을 가운데에 놓고 서로 손을 잡고 돌다 보니, 문득 자석을 돌려서 전기 에너지를 만드는 발전기가 생각났다. 그들의 에너지는 마치 발전 모터처럼 대단했다. 그렇게 불 주위를 몇 시간씩 돌며 춤을 춰도 힘이 들지 않는지 그들의 몸짓은 더욱 격렬해졌다. 주술의 힘이라도 얻은 것일까. 나는 새삼 중국 소수민족들의 용솟음치는 에너지를 느꼈다. 행사가 끝난 다음 날 아침을 먹으면서 동행한 황교수는 한국은 전통적으로 중국과는 ‘형제 나라’이니 앞으로 자주 찾아 오라고 했다. 내가 이번 가을에 베이징 전시 준비를 위해 다시 올 예정이라고 했더니, 그는 언제라도 오면 자기에게 꼭 연락하라며 숙식까지 제공하겠다면서 친밀감을 드러냈다. 그 이후에 만난 베이징의 사진관계 인사들뿐만 아니라, 상하이 푸단 대학의 교수들이나 중국 사진화랑에 관계하는 사람 모두 대단한 친밀감을 표하며 전통적인 우방임을 과시했다. 세계 어느나라를 가도 이런 환대는 미처 받아 보지 못했다. 최근 수년간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중국은 강대국 행세를 하며 주변 국가인 한국이나 일본의 사진가들은 잊어버린 듯했다. 서양의 사진가들만 초청해 중국을 촬영하게 한다는 소식을 이미 들은 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행사에는 한국인 사진가가 찍은 사진을 특집으로 내겠다고까지 했다. 그러면 왜 중국사람은 미국이나 프랑스 등 서양이 아니라 한국인에게 더욱 친밀감을 보이는 것일까. 지난 수천년 동안 한국은 중국에 침략만 받았지 한국이 중국을 침략한 적은 한 번도 없어서이기 때문일까.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이제 한국은 세계 경제 10위권일 뿐 아니라 과학·문화·체육 등의 분야에서도 세계인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중국 지식인들은 대부분 한국은 작지만 강한 나라, 급속한 현대화를 이룬 나라, 그래서 과거와는 달리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 중국내에서 세계 각국의 브랜드 가치를 조사했는데 삼성이 미국 등 각국의 내로라 하는 브랜드를 물리치고 브랜드 선호도 1위에 선정됐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보이는 친밀감은 어쨌든 반가운 일이다. 우리로서나 그들로서나 그것이 어느 일방에 대한 ‘억지 짝사랑’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임영균 중앙대 사진학과교수 ·사진작가
  • [고이즈미 8·15 도발] 中 “인류양심 짓밟는 행위” 분개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중국은 15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직후 외교부 성명을 통해 “국제 정의에 대한 도전이자 인류의 양심을 짓밟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은 미야모토 유지(宮本雄二) 주중 일본대사를 불러 “강력한 분개와 규탄의 뜻을 표시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그러나 성명은 “일본 각계의 지식인들이 역사의 조류에 순응해 정치적 장애를 제거하고 중·일관계가 조속히 정상적인 발전 궤도를 회복하는 데 앞장설 것을 믿는다.”면서 포스트 고이즈미 시대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지난 10일 ‘주요 공관장 회의’ 참석 형식으로 불러들인 왕이(王毅) 주일 중국대사는 20일 이후 복귀할 것으로 관측된다. 왕이 대사의 사전 귀국 조치는 신사참배로 야기될 수 있는 극단적인 충돌을 피하기 위해 선택한 외교적 ‘묘수’로 간주된다. 대외적으로는 ‘대사 소환’ 형태로 비쳐져 체면치레를 한 셈이 됐고 외교적 부담도 더는 효과를 거뒀다. 한편 중국 광저우(廣州)에 있는 일본 총영사관은 이날 교민들에게 외출을 자제하고 중국인들과 정치적 토론을 하지 말 것을 권고하는 안내문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중국에 반일시위 정황이나 관련 정보가 있으면 총영사관에 연락해줄 것도 당부했다. 광저우 외의 다른 일본 공관도 반일 시위가 발생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비상상태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jj@seoul.co.kr
  • 아시아 52개 도시의 멋과 맛

    울란바토르와 암만, 베이루트, 교토, 베이징, 두바이, 자카르타…. 이들 도시는 그 나라보다는 도시 자체로서 더 유명한 곳들이다. 세계화 시대에 국가간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이제는 도시가 점차 힘과 명성을 얻고 있다. 아리랑TV가 15일부터 매주 화요일 오후 8시에 방송하는 26부작 다큐멘터리 ‘아시아 앤드 더 시티’(Asia and the Cities)는 아시아 24개국 52개 도시들이 품고 있는 문화의 궤적을 좇아간다. 각 도시의 독특한 전통과 현대, 음식문화, 풍속과 생활, 그리고 다양한 볼거리까지 아시아 최고의 맛과 멋을 보여준다. 특히 오랜 세월 속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문명과 새롭게 발전해가는 현대문화, 지금까지 남겨진 전통과 현재가 맞물려가는 아시아 도시들의 생명력과 잘 알려지지 않은 비밀까지 담아낸다. 1부 ‘중국 베이징’편에서는 뒷골목 ‘후통’에서 살아가는 중국 소시민들을 만난다. 또 중국인들의 차(茶)문화와 요리의 역사 등을 통해 음식천국인 베이징의 이면을 들여다본다. 전통한옥 800여채를 중심으로 양반문화를 지켜가고 있는 도시는 다름아닌 우리나라 전주다. 기와와 처마, 대청마루에서 궁중한정식, 비빔밥, 한복, 한지공예품 등 가장 한국적인 전주의 의식주 문화도 1부에서 함께 소개된다. 몽골의 푸른 하늘과 광활한 초원의 도시 울란바토르. 전통축제 ‘나담’의 길거리 음식과 3종 경기, 전통음악 등에 담긴 몽골인들의 정서는 2부에서 만날 수 있다. 또 서구와 동양,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공존하는 요르단 암만의 신비로운 풍경과 문화도 소개된다. 이와 함께 중국 대륙 서쪽 끝에 위치한 사막의 오아시스 우룸치에서 살고 있는 소수민들의 다양한 문화, 지중해 연안의 항만도시 레바논 베이루트의 자유로움, 일본의 고도(古都) 교토의 이색적인 축제와 전통문화, 세계적인 중개무역의 허브도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화려한 변신도 볼 수 있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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