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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법이주노동자 ‘생존의 투신’

    불법이주노동자 ‘생존의 투신’

    지난해 11월25일 밤을 생각하면 지금도 소름이 끼친다. 경기도 발안의 ‘중국인교회’에서 예배를 마치고 나오다 법무부 단속반원과 맞닥뜨린 순간, 중국인 노동자 쑨찐성(40)과 쩡더썽(27)은 교회 안으로 내달렸다. 교회 2층으로 쫓아온 단속반원들은 신분을 밝히기는커녕 아무 설명 없이 다짜고짜 수갑을 채우려 했다. 두 사람은 간신히 몸을 피해 3층 옥상으로 달아났다.‘추적자’들은 등 뒤에 있었고, 겁을 먹은 이들은 높이를 가늠해 볼 정신도 없이 몸을 던졌다. 쑨찐성은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쩡더썽은 다리를 움직일 수 없었지만 기어서 건물 틈에 들어가 2시간 동안 몸을 숨겼다. 사건 발생 54일 뒤.18일 서울 가리봉동의 외국인노동자 전용의원에서 만난 이들은 같은 병실에 누워 있었다. 쩡더썽은 하루 전에야 다리 깁스를 풀었지만 손목의 깁스는 그대로였다. 다리뼈가 완전히 으스러졌던 쑨찐성은 아직 거동조차 하지 못했다. 이틀전 중국동포 권모(50·여)씨가 단속을 피하려다 8층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 소식 탓인지 이들의 안색은 더욱 나빠 보였다. 쑨찐성은 “8층에서 뛰어내린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가족들을 생각하면…”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쩡더썽도 “단속반이 쫓아오면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잡히면 가족이 먹고 살 수 없으니 끝장이란 생각에 도망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체류기간이 끝났으니 단속하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막다른 골목까지 이르면 잠시 놔둬야 하는데 끝까지 몰아붙이니 뛰어내리게 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쑨찐성은 한국인에게 사기를 당해 이 땅을 밟았다. 중국에서 들기름, 참기름 장사를 하다가 한국인 사장으로부터 ‘한국에서 3년 동안 합법체류할 수 있도록 손을 써줄테니 20만위안(약 2600만원)을 빌려달라.’는 말에 속았다.“아내가 간호를 위해 한국에 와서 중국에 홀로 남아 있는 아들(12)이 보고 싶다. 돈을 떼먹은 사람을 잡지 못하면 돌아갈 일이 막막한데….”라며 울먹였다. 쩡더썽은 지난해 5월 석달짜리 비자로 한국에 왔다. 보따리 장사를 하려던 쩡씨는 각종 서류를 꾸미는 데만 8만위안(약 1040만원)을 썼다.“몸이 나아도 걱정이다. 한국에 오기 위해 쓴 돈과 가족들이 먹고 살 돈을 구해야 하는데 무슨 낯으로 집에 가겠나.”라며 눈물을 훔쳤다. 글 임일영 신혜원기자 argus@seoul.co.kr
  • ‘파룬궁’ 中동포 2명 난민 첫 인정

    심신수련법인 파룬궁(法輪功)을 수련한다는 이유로 중국 정부에 박해를 받은 중국동포 2명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난민 지위를 인정받게 됐다. 오는 8월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정부가 파룬궁 수련자 문제를 민감한 돌발변수의 하나로 여기고 있는 터라 미묘한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전성수 부장판사)는 중국 정부의 파룬궁 탄압을 피해 한국에 들어와 난민 신청을 한 A씨 등 중국동포 2명이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난민인정 불허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중국에서 파룬궁 수련과 관련해 박해를 받은 사실에 대한 A씨 등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설득력이 있어 전체적으로 신빙성이 있으며 이들이 한국에 입국한 이후에도 파룬궁 관련 집회를 주도하거나 중심 역할을 담당해 중국 정부의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면서 “중국으로 송환되면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이들의 공포에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함께 소송을 낸 30명에 대해서는 “파룬궁 관련 활동으로 중국에서 박해를 받은 사실이 인정되지 않거나 한국에서도 관련 활동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난민인정 불허처분 취소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뒤에야 항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원론적으로 난민 지위 인정이라는 것이 정치적·외교적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법원이 어떤 기준과 논리로 난민 지위를 인정한 것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외교적인 문제 등도 종합 고려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이천시 공무원 2명 소환

    경기 이천 냉동창고 화재 사고를 수사 중인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9일 냉동창고 ‘코리아2000’의 인·허가와 관련해 이천시 담당 공무원들을 불러 비리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또 회사 대표 공모(47·여)씨와 일부 공무원 등 사건 관련 핵심 관계자들을 출국 금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본부는 코리아2000의 건축 허가 신청과 설계 변경 허가, 사용 승인 등과 관련해 이천시 전·현직 건축 부서 관계자 2명을 소환, 인·허가 과정이 적법했는지 추궁했다. 수사본부는 “회사측이 건축 허가(6월29일)가 나가기 전에 건축물 기초공사를 벌이다 이천시로부터 6월14일 건축법 위반으로 고발당한 사실을 확인하고 보름 후 건축 허가를 내준 배경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였다. 또 창고 지하층을 포함해 건축 면적을 늘리는 설계 변경 과정에서 금품이 오갔는지도 캐고 있다. 냉동창고 화재의 최초 발화지점은 지금까지 알려진 기계실이 아닌 냉동실로 확인됐다. 합동감식반은 “1차 감식 결과 첫 발화 지점이 창고 왼쪽 끝부분인 13냉동실로 파악되며 발화 흔적을 찾았다.”고 밝혔다.13냉동실은 기계실과 150m 거리이며, 화재 당시 13냉동실 앞 복도에서 배관 보온 작업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본부는 또 “지금까지 사망자 40명 가운데 16명의 신원이 확인됐으며 나머지 희생자는 오는 14일까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38명(신원확인 16명 포함)의 유전자를 확보했다. 우즈베키스탄 뉴알리, 중국동포 김용해씨 등 외국인 사망자 2명은 거주지를 확인한 뒤 수사 요원을 보내 구강세포 등 유전자를 확보하기로 했다. 한편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이천 창전동 이천시민회관에는 조문객의 발길이 이틀째 이어졌다. 이천 윤상돈 김병철기자 yoonsang@seoul.co.kr
  • [단독]죽어서도 서러운 이주노동자 누알리

    [단독]죽어서도 서러운 이주노동자 누알리

    그는 마지막까지 서러웠다. 이천 냉동창고 화재참사 현장지휘소 상황판에 한국인 26명과 중국동포 13명의 사망자 이름이 차례로 적혀 갈 때 그의 이름은 ‘신원불상 외국인’에 불과했다. 참사 발생 30시간이 지난 8일 오후 하청업체인 ‘동신’측이 사고 당일 인력사무소에서 데려온 인부 명단을 확인했다. 그제야 우즈베키스탄인 미등록 이주노동자 ‘할리코프 누알리’란 이름이 합동분향소에 위패로나마 적힐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위패를 부여잡고 울어줄 사람도 흐트러진 국화를 다듬어줄 사람도 없다. 서울신문이 출입국관리사무소에 확인한 결과 그의 본명은 할리코프 누랄리(42). 아마 부르기 어려워 한국에서는 누알리로 불렸던 것 같다. 그는 한달 체류가 가능한 단기상용비자(C-2)를 들고 2006년 11월15일 무작정 한국에 왔다. 살기 위해서,3남매를 공부시키기 위해서였다. 고향 타슈켄트에는 아내와 17세된 딸, 아들 둘, 노모와 남동생이 있다. 어릴 때 아버지를 여의어 가족들은 누랄리만 바라보고 있다. 창원의 한 공장에서 일하다 1년 전쯤 이천으로 흘러들어 왔다. 월세방을 얻어 매일 인력사무소에 나갔다.7만원을 받으면 인력사무소에 10%를 떼주고 6만 3000원만 손에 쥔다. 한국인에겐 쉬운 일이 맡겨지고, 누랄리에겐 쇠파이프와 철근을 나르는 일이 돌아왔다. 일용직임에도 인력사무소에서 모아서 돈을 내주는 바람에 임금을 떼이기도 했다. 하지만 불평 한마디 내뱉지 않았다.“우즈베크 사람들 중에서도 성실하기로 소문이 났었어요.‘형, 우리 하루만 쉬자.’고 해도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멀리까지 왔으니까 열심히 일해야지.’라고 다독이며 일하게 만들 정도였어요.” 이천에서 함께 일했던 고향친구 S(35)씨의 말이다. 누랄리는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보고싶으니까 돈 조금만 더 벌어서 8월에 돌아갈게.”라고 말하며 그리움을 달래왔다고 한다. 참사 당일 아침 인력사무소에서 만난 사촌동생 카이룰루(34)와 커피를 마시며 “빨리 빨리 돈 벌러 가자.”고 밝게 웃던 그였다. 두달 전부터 일해 온 냉동창고에 도착해 따로따로 할 일을 맡았다. 창고 안쪽으로 걸어들어 가던 뒷모습이 누랄리의 마지막이었다. 카이룰루는 “가족들에게 어떻게 알려야 할지….”라며 서툰 한국말로 걱정했다. 하지만 사고 현장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그도 지난달 23일 비자가 만료돼 미등록 신세다. 당장 추방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이 때문에 이천시민회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기도 어렵다. 까맣게 그슬린 시체가 누랄리가 맞는지 확인하는 작업도 제일 마지막에 이뤄질 전망이다. 직계가족들이 속속 DNA검사에 들어간 39구와 달리 누랄리 시체와 대조하기 위해 상피세포를 제공할 유가족이 없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정낙은 집단사망관리단장은 “사촌 카이룰루를 통해 내의나 칫솔 등 세포가 묻어 있을 가능성이 있는 물품을 구해 확인하려 하지만 카이룰루가 미등록 신분이라 연락이 잘 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독립운동가 김규식씨 후손도 참변 이번 참사에서 독립운동가 김규식씨의 후손도 희생됐다. 사망한 김군(27)씨의 아버지 김용진(57)씨는 9일 “조상들이 목숨 바쳐 지킨 조국에서, 아들은 중국 국적으로 불에 타 죽었다.”며 오열했다. 김용진씨는 한말의 의병장이자 한족회 등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 김규식씨의 후손이다. 용진씨는 2000년 ‘조선족 노동자’로 입국해 건설현장에서 일했고, 지난달 31일 아들 군씨를 한국에 초청했다. 아들은 부자상봉 이틀만에 돈을 벌겠다고 냉동창고 현장으로 취직했고, 결국 참변을 당했다. 이천 이재훈 이경원기자 nomad@seoul.co.kr
  • 이주노동자·중국 동포에 ‘나눔의 정’

    외국인 노동자와 중국 동포를 격려하는 대규모 축제가 열린다. 지난달 출범한 개신교 사회봉사단체 한국교회희망연대(한희년·상임대표 이철신 목사)가 13일 오후 2시부터 4시간에 걸쳐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개최하는 ‘2008 외국인 노동자·중국동포 희망축제’. 국내에 체류하는 동남아 이주노동자와 중국동포 등 5000명을 초청해 공연과 나눔행사로 진행한다. 한희년이 소외계층을 위한 첫 사업으로 마련한 이날 축제에서는 참가자들이 함께하는 예배에 이어 축하무대와 문화공연이 펼쳐질 예정. 김병찬 아나운서의 사회로 가수 주현미 등이 출연하며 스리랑카·태국·몽골·필리핀·방글라데시·인도·중국 등 각국 문화공연에 이어 행사 참가자들 모두에게 방한복 한 벌씩을 나눠준다. 한기총 대표회장과 한희년 상임대표가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도 전한다. 한희년측은 “한국인들도 미국과 독일 등에 나가 어려운 생활을 했던 지난날을 돌아보면서 국내의 외국인들을 위로하고 축복하기 위해 축제를 마련했다.”면서 “이 땅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외국인 이주노동자와 중국동포들이 따뜻한 마음을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희년은 영락교회, 여의도순복음교회, 제자교회, 종교교회, 은평성결교회 등 국내 개신교계의 굵직굵직한 교회들이 연대해 지난달 10일 출범한 봉사단체. 출범하자마자 120개 회원 교회의 신자 1만 5000여명이 태안반도 기름제거 봉사활동에 힘을 보태는 등 어려운 이웃 섬기기에 나서고 있다. 설 연휴 기간인 다음달 6일부터 5일동안 서울역 앞에서는 노숙자들에게 떡국과 밥을 제공하는 나눔행사도 계획하고 있다.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이천 화재 참사] ‘불타버린 코리안드림’

    [이천 화재 참사] ‘불타버린 코리안드림’

    “하늘 아래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냉동창고 화재로 숨진 중국교포 출신 7명이 일가족으로 밝혀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2000년 한국에 들어와 2006년 한국 국적을 취득한 강태순(65)·순녀(59)씨 자매에 따르면 이번 화재로 숨진 중국동포 출신 조동명(44)씨와 박정애(44)씨는 강태순씨의 아들과 며느리다. 또 숨진 박용호(60)씨는 순녀씨의 남편이고, 박영식(31)씨는 순녀씨의 아들로 확인됐다. 더욱이 박영식씨의 처남 김군(26)씨와 고종사촌 손동학씨도 숨졌다. 숨진 조동명씨의 매형 엄준영씨 역시 사망해 일가족 7명이 냉동창고 안에서 안타깝게 참변을 당했다. 이들은 낯선 한국생활에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면서 일자리를 찾다 한꺼번에 같은 공장에서 일하게 됐고, 한사람도 참화를 피하지 못했다. 일가족이 일하던 공사 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8일 유가족 대기실이 차려진 경기도 이천시민회관을 찾은 강순녀씨의 오빠 성문(68)씨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벌어졌다. 하루 아침에 우리 집안의 기둥이 모두 뽑혔다.”며 목놓아 울었다. 특히 강태순·순녀씨 자매는 8년 전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와 공사장 등을 전전하며 열심히 일해 2년전 꿈에 그리던 한국 국적을 취득했고, 서울 관악구에 조그마한 전셋집도 마련했다. 한국에서 안착하게 돼 아들과 며느리 등을 초대할 수 있었다. 순녀씨의 아들 영식씨는 최근 결혼해 쌍둥이를 낳아 한국생활에 점차 정착해 가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순녀씨는 남편과 아들을 이번 화재로 잃고 말았다. 숨진 조동명씨 부부도 어머니 강태순씨의 초청으로 지난해 8월 한국에 들어와 중국에 있는 아들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부부가 함께 일을 하다 화마에 목숨을 잃었다. 강태순씨는 “왜 내가 너를 불러서….”라며 오열하다가 아들·며느리의 이름이 적힌 영정을 부둥켜안고 혼절했다. 이천 이경원 신혜원기자 leekw@seoul.co.kr
  • 신원확인 보름이상 소요

    신원확인 보름이상 소요

    7일 발생한 이천 냉동창고 화재현장에서 수습된 시신들은 얼굴과 지문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이 심해 유전자 감식과 치아 대조 등을 거쳐 신원을 확인하려면 보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의 경우 일부 실종자는 인력시장을 통해 파견된 중국동포 및 외국인 노동자들로 이름 외에 얼굴 등 다른 신상정보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아 신원확인이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국과수 신원확인단과 경기경찰청 과학수사계 감식반은 이날 이천 화재현장 및 시신안치 병원에서 합동으로 법치의학, 법의학, 슈퍼임포즈법(시신의 두개골을 X선 촬영한 뒤 평소 얼굴사진과 두개골의 각도와 크기를 비교하는 감정기법) 등을 통해 신원확인에 착수했다. 경기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관계자는 “유전자 감식이 이뤄질 경우 결과가 나오려면 15~20일 정도 걸린다.”면서 “여러 방법이 시행되고 있고 아직 감식 초기단계라서 상황을 속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한국에 왔다며 신년인사 왔는데…”

    “한국에 왔다며 신년인사 왔는데…”

    7일 ‘코리아 2000’ 냉동창고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희생된 사람들은 대부분 일용직 근로자나 하청업체 직원, 중국 동포들이었다. 하루하루 힘든 노동을 하며 먹고 사는 이들이었기에 안타까움은 더했다. 특히 ‘코리아 드림´을 꿈꾸며 고국으로 일하러온 중국동포 12~13명이 사망했다. 생사확인이 안 되다 끝내 사망한 것으로 밝혀진 김준수씨의 장모 명모씨는 “손녀가 눈치가 뻔해 ‘아빠가 다친 거야?’라고 물어서 할머니가 확인해 보고 온다며 다독이고 겨우 나왔다.”면서 “사위는 딸에게 ‘5일 뒤면 일이 모두 끝나니 그때부터 많이 놀아주겠다.’고 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며 오열했다. ●대부분 일용직근로자·하청업체 직원 사망한 중국동포 김용해(26)씨의 고모 김모씨는 “조카가 몇달 전에 중국 지린성에서 한국으로 돈벌러 왔다.”면서 “며칠 전에는 나에게 신년 인사까지 다녀갔다.”며 땅을 쳤다. 김씨는 조카에게 전화를 걸어본 뒤 신호가 가다가 곧바로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메시지가 나오자 다시 눈물을 흘리며 실신했다.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베스티안병원에는 작업장에서 함께 일하던 중국동포 부부가 동시에 사고를 당한 사실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응급치료를 받고 입원해 있는 임춘원(44·여)씨는 얼굴에 3도 화상을 입고 몸 전체의 35%에 화상을 입었다. 남편 이성복(44)씨는 현장에서 사망했다. 중국 지린성에 23세 아들을 홀로 남겨두고 한국에 온 부부는 창고의 단열재 마감 작업을 했다. 임씨의 담당의사는 “의식도 없고, 얼굴 화상도 심해 세균이 들어가면 폐로 전이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병원의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는 안순식(51)씨는 이천에서 생활하며 주말에만 서울 도봉구 집을 방문하던 가장이었다. 매형 김진세(63)씨는 “용접일을 30년 정도 하면서 아들·딸 다 키우고 효도받는 일만 남았는데 이런 끔찍한 일을 당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결혼 3개월만에 날벼락 화상을 입은 천우한(34)씨는 서울 구로성심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았다. 천씨의 아버지 천종길(61)씨는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병원 응급실 관계자는 “천씨는 몸 전체의 50% 이상에 2∼3도 화상을 입었다.”면서 “더 지켜봐야 되겠지만 화상뿐만 아니라 기도의 상태도 좋지 않다.”고 전했다. 천씨는 유치원 교사인 부인 전모(30)씨와 지난해 10월 결혼했다. 그는 경기 성남시 단대동에 신접 살림을 차리고 “출퇴근이 편한 가까운 회사로 옮기겠다.”며 ‘코리아 2000’에서 냉동기술자로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새 직장에서 1개월 반 만에 사고를 당했다. 천씨의 아버지는 임신 3개월인 며느리가 충격을 받을까봐 아들의 사고 소식을 며느리에게 알리지 않았지만 뒤늦게 남편의 동료로부터 사고 소식을 전해들은 전씨는 이날 오후 5시40분쯤에야 병원에 도착해 오열했다. 이경주 서재희 장형우기자 kdlrudwn@seoul.co.kr
  • [생각나눔 NEWS] 사형수 → 무기형 감형의 두얼굴

    “선원은 물론 병으로 귀국하기 위해 승선한 사람까지 범행은닉 목적으로 살해하는 등 인간의 행동으로 보기 어려운 범행을 저지른 만큼 원심의 형량은 결코 무겁지 않다.” 대법원은 지난 1997년 7월26일 해상강도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중국동포 전재천(49)씨에 대해 사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전씨는 1996년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페스카마호 선상반란사건’의 주범. 남태평양 사모아섬 부근 해상에서 열악한 작업조건과 선상 폭력에 앙심을 품고 다른 중국동포 선원 5명과 함께 한국인 선원 7명 등 모두 11명의 선원을 살해한 뒤 사체를 바다에 버렸다. ●교화위원들 “사형은 법이 허가한 살인”우리나라가 국제 앰네스티(국제 사면위원회)가 분류하는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선포된 지 하루 만인 지난 31일 단행된 특별사면에서 부산구치소에서 11년째 복역중인 전씨를 비롯한 6명의 사형수가 무기징역형으로 감형됐다. 참여정부 들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뤄진 사형수 감형조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정권교체 직전인 97년 12월30일 23명을 형장의 이슬로 보내 사형제에 쐐기를 박은 지 꼭 10년 만에 참여정부는 사형수 6명에게 ‘새생명’을 줌으로써 사형제 폐지에 한걸음 다가간 셈이다. 이로써 차기 이명박 정부 역시 사형 집행에는 신중한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게 됐다. 수십년 동안 사형수들을 만나온 교화위원들은 사형 역시 법에 의해 허가된 것일 뿐 ‘살인’임에는 다를 바 없다고 지적한다. 또 함무라비 복수법식으로 사형에 처하는 것보다 교화를 통해 뉘우치는 법을 깨닫게 하는 것이 진정한 벌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때문에 늦은 감이 있지만, 참여정부의 이번 사면을 사형제 폐지로 가는 중대한 단계로 높이 평가했다. 전씨 역시 처음에는 억울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재판부에 보낸 탄원서에서 선상생활에 대해 “한국인은 우리를 개라고 부른다. 매일 욕과 몽둥이, 쇠파이프 등으로 맞아 진저리가 났다.”면서 “고기 한마리 값보다 못했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인권단체에 편지를 보내 “내가 죽는 것만이 유가족에게 위로가 되는 유일한 길임을 스스로 느끼며 혼자 마음정리를 해왔다.”고도 했다. ●피해자·유족 배려 뒤따라야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 위원장 이영우 신부는 “사형수들이 수감될 때는 재판과정에서 모든 것을 다시 떠올리고 불안한 상태에서 세상에 대한 독설을 퍼붓지만, 또 한편으로는 죄책감을 갖고 있으면서도 표현하는 방법을 몰라 어쩔 줄 몰라 한다.”면서 “피해자 유족과의 만남을 주선해 줬던 한 사형수는 ‘이렇게 용서를 빌기 위해 이날까지 살아 있었던 것 같다’고 참회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사형제 폐지와 별도로 피해자 가족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전씨와 오랫동안 연락해온 외국인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 정귀순 대표는 “항상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살아야 하는 사형수 입장에서는 의미있는 일이지만 극단적인 상황에서 일어난 사건이기 때문에 피해자와 유족의 마음을 생각하면 의미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다.”고 말을 아꼈다. 한 교화위원 역시 최근 페스카마호 사건의 피해자 가족들을 만나려다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고 한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이야기겠죠. 어쩌면 영원히 그때가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이니까 노력해야죠.”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태안, 실의 딛고 희망 다진다

    원유 유출 피해로 큰 시름에 빠진 충남 태안군 주민들이 새해 첫날 한마음으로 ‘희망찬 새해’를 다짐한다. 태안군은 1월1일 오전 7시 태안읍 백화산 정상에서 주민 2000여명과 함께 해맞이 행사를 갖고 빠른 복구와 새해 무사안녕을 기원한다고 30일 밝혔다. 군은 당초 해넘이, 해맞이 행사를 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실의에 빠져 있는 군민들에게 새 희망을 불어넣자는 의견이 모아져 해맞이 행사를 갖기로 했다. 이날 해맞이 행사는 ‘태안반도 살리기 염원낭독’,‘희망기원 함성 보내기’,‘신년사’ 등의 순서로 진행되며, 특히 ‘소망풍선 띄우기’ 시간에는 지역주민들의 소망을 적은 풍선을 하늘 높이 날리게 된다.●위문편지 `밀물´·복구방법 제시도 실의에 빠진 태안군민들을 위로하는 위문편지도 전국 각지에서 속속 답지하고 있다. 이들 위문편지에는 고사리손으로 정성껏 적은 위문 편지도 섞여 있어 재난과 추위로 얼어붙은 주민들의 마음을 녹여주고 있다. “저희 반이 조금이라도 힘을 모아 헌옷과 마음을 담은 편지를 보내드립니다. 저희는 비록 바다에 가지 못하지만 잘 써주시면 좋겠어요.”(대구 월배초 4학년 임현주) “물고기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저지른 일은 우리가 마무리해야 하는데, 우리들의 힘으로, 의지로 정화시킬 수 있습니다.”(수원 화홍초 5학년 이은지) 이렇듯 연말연시를 맞아 태안군청에는 따듯한 위로의 마음이 담긴 위문 편지 1000여통이 날아들었다. 서울 둔촌고등학교 특수학급 1,2학년 학생들은 “함께가서 일을 하고 싶지만 몸이 약한 친구들이 많아 갈 수가 없습니다. 용돈으로 고무장갑과 목장갑을 샀습니다. 맑고 푸른 서해바다를 다시 볼 수 있게 해주세요.”라며 위문품을 보내오기도 했다. 전남 무안군의 이용접씨는 “해안가 바위와 돌 등에 남아있는 기름은 뜨거운 물을 소화포로 쏴 제거하는 것이 화학약품을 사용하는 것보다 환경면에서나 효율면에서 우수하다.”며 복구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외국인 1000여명 기름제거 봉사 한편 각급 사회단체, 기관 등을 비롯해 중국동포 등도 태안반도를 찾아 자원봉사와 함께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 희망을 기원한다. 특히 중국동포 등 외국인 1000여명은 태안반도를 찾아 1일 오전 7시 개목항 일원에서 기름 제거 자원봉사 활동을 펴고 오후에는 의항교회에서 주민 300여명을 초청해 위안잔치도 열기로 했다. 진태구 태안군수는 “전국에서 찾아주신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노고로 실의에 빠진 군민들이 조금씩 기운을 되찾아가고 있어 감사한 마음뿐”이라며 “새해 첫날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복구 의지를 전 군민이 새롭게 다질 계획”이라고 말했다.전국 무안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법률구조공단 국선변호인 법률서비스 화제

    법률구조공단 국선변호인 법률서비스 화제

    법률지식이 부족하면서도 경제적으로 어려워 법의 보호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법률 상담뿐 아니라 변호사에 의한 소송 대리 및 형사변호 등의 법률적 지원을 하기 위해 설립된 공공기관이다.1987년 만들어졌다.18개 지부·38개 출장소가 있다. 공단에서는 법률구조 대상 확대 등 법률복지 증진에 힘쓰고 있으나 개인회생·파산 등 다양한 법률 문제에 보다 신속한 대응을 해주기를 이용자들은 요구하고 있다. “보신 대로 2홉들이 소주 한 병에 8잔이 나왔습니다.6잔이라는 검찰의 주장보다 2잔이 많은 양입니다.”A씨는 이 변호사 변론 덕분에 벌금 50만원형을 받은 원심을 깨고 이날 무죄판결을 받을 수 있었다. A씨는 2005년 6월 맥주 한 잔을 마신 뒤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교차로에서 정지해 있던 차를 들이받는 접촉사고를 냈다. 차에 타고 있던 젊은이들이 윽박지르는 통에 A씨는 엉겁결에 모두 변상해 주겠다고 하고 자리를 떴다. 나중에 억울한 기분이 들어 근처에서 소주를 마신 뒤 협박당한 사실을 신고하러 파출소를 찾았다가 도리어 음주운전 사실이 드러났다. 혈중 알코올 농도 0.083%인 A씨는 “사고 뒤 소주 1병 중 1잔을 제외한 나머지를 다 마셨다.”고 진술했다. 검찰측은 소주 1병에 6잔이 나오니 피고가 5잔을 마셨다고 주장했고, 이 변호사는 1병은 8잔이니 7잔을 마신 것이라고 다투다 법정에서 소주 측정이 이뤄진 것이다. 이 변호사는 국회도서관과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에서 음주 및 혈중 알코올농도와 관련된 논문들을 뒤졌고, 위드마크(음주 운전자의 혈중 알코올 농도가 시간당 평균 0.015%씩 감소한다는 원리로 시간이 지난 뒤 사건·사고 당시의 음주 상태를 추정하는 방법) 공식을 들이밀어 무죄판결을 이끌어 냈다. 2급 언어장애를 갖고 있는 B(50·여)씨는 지난해 개명신청 상담을 하려고 공단 수원지부를 찾았다. 신부전증, 자궁근종, 유방양성종양 등 10년이 넘도록 병마와 싸워온 B씨의 원래 이름은 ‘병애’. 사건을 접수한 조계성 계장은 막연한 사정만으로는 개명이 어렵다고 판단해 ‘병을 사랑한다는 뜻의 이름을 바꿔 온갖 질병으로 점철된 삶에서 벗어나고자 한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그는 개명에 성공했다. 중국동포 C(32·여)씨는 2002년 한국 남성과 결혼했으나 남편은 술을 마시고 C씨를 수시로 폭행했다. 결혼 1년여 만에 딸을 낳았지만, 결혼생활은 갈수록 악화됐다. 중국어 학원강사 일을 하는 C씨가 집에 돌아와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가 하면, 놀러온 C씨의 사촌오빠를 밀입국자로 신고했다. 결국 2005년 협의이혼을 했지만,C씨에게는 양육비 청구 소송을 할 돈이 없었다. 공단 인천지부를 찾은 C씨는 황보영 변호사의 도움으로 양육비 등 1900만원을 받을 수 있었다. 공단의 법률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는 ARS전화 ‘132’나 홈페이지(klac.or.kr)를 이용하면 된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법률구조공단은 법률지식이 부족하면서도 경제적으로 어려워 법의 보호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법률 상담뿐 아니라 변호사에 의한 소송 대리 및 형사변호 등의 법률적 지원을 하기 위해 설립된 공공기관이다.1987년 만들어졌다.18개 지부·38개 출장소가 있다. 공단에서는 법률구조 대상 확대 등 법률복지 증진에 힘쓰고 있으나 개인회생·파산 등 다양한 법률 문제에 보다 신속한 대응을 해주기를 이용자들은 요구하고 있다.
  • [현장 행정] ‘희망종로 만들기’ 큰 성과

    [현장 행정] ‘희망종로 만들기’ 큰 성과

    불우가정의 문제점을 찾아내 꼭 필요한 부분을 지원하는 ‘희망종로 만들기’ 프로그램이 기대 이상의 효과를 내고 있다. 단순히 복지예산을 나눠주는 데 그치지 않고 대학과 연계한 상담과 관찰을 통해 불우 이웃이 원하는 부분을 직접 지원하고 있다. 행정관청이 직접 나서 주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셈이다. 이 프로그램은 구청의 복지예산 부서, 사회복지기관, 자원봉사자 등이 제각각 산발적으로 불우계층을 찾아서 지원하던 것을 한데 모아 필요한 부분만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원스톱 통합지원시스템이다. #조손가정 돌보기 중학교 3학년생인 김모군은 부모가 이혼한 뒤 몸이 불편한 할머니(70)와 계동의 단칸방에서 산다. 자원봉사 상담사 2명이 김군의 집을 방문해 상담한 결과, 성격이 삐뚤어지고, 불우한 환경을 비관해 자살도 여러 차례 시도했을 뿐 아니라 학교 성적은 전체에서 꼴찌를 맴돌고 있었다. 김군의 가정을 ‘희망종로 만들기’의 수혜대상으로 선정, 일주일에 두번씩 성균관대 자원봉사 학생에게 무료 과외학습을 받도록 했다. 앓고 있는 아토피와 천식은 보건소에서 정기적으로 치료에 들어갔다. 쇠약한 할머니를 위해 ‘반찬 나눠 주기 봉사단’이 수시로 밑반찬을 공급한다. 국세청 여직원회가 내놓은 불우이웃돕기 성금 35만원도 전달했다. 아울러 고정 수입이 없는 할머니가 할 수 있는 공공근로 일을 맡겼다. 최근 김군은 학교 성적이 부쩍 오르면서 대학진학의 목표도 세웠다고 한다. 할머니도 건강해져 공공근로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장애인 의료지원 홀어머니와 함께 사는 장애3급 최모(고교 중퇴)군은 전문 상담을 통해 학습지도, 의료지원 대상자로 선정됐다. 불법체류 중인 중국동포 어머니와 함께 사는 폐모(7)군의 가정에는 국적 취득을 도와 주고, 각 기관에서 내놓는 성금의 우선지원 대상으로 정했다. ●구청과 대학의 역할 분담 종로구는 지난 4월 성균관대 사회복지대학원과 협약을 맺고 ‘희망종로 만들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구청이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면 대학이 전문가 교육을 시켰다. 구청은 자원봉사자 40명과 프로그램 수혜가정 23가구를 선정했다. 자원봉사자의 상담과 운영, 지원내용 논의 등은 대학이 맡았다. 각 수혜가정에 필요한 지원내용이 정해지면 구청은 이를 돕는 방안을 여러가지 측면에서 마련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국세청 여직원회, 조계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에서 성금이나 학습공간 제공 등의 부수적인 성원이 답지했다. 종로구 주민생활계획과 원차연씨는 “한 사람이 나서면 불우이웃에게 한 가지만 도울 수 있지만 여러 사람이 모여 머리를 맞대면 필요한 곳에 꼭 맞는 지원 방안을 찾아냄으로써 더 많은 불우이읏이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나처럼 어려운 이웃 돕고 싶었죠”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한 기초생활수급자가 연금의 일부를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경기 성남시 수정구 태평2동에 사는 윤성기(49)씨는 5년 전부터 파킨슨병 증세를 보이면서 오른 팔 마비로 일을 하지 못해 월 40만원의 정부보조금을 받는 기초생활수급자이다. 그럼에도 최근 장애연금으로 1000만원이 일시불로 나오자 이 중 300만원을 두 차례에 걸쳐 떼 내 재래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성남사랑 상품권을 구입한 뒤 태평2동 주민센터에 기부했다. 동장과 이웃들이 나서 말렸지만 윤씨의 기부의사는 확고했다. 윤씨가 기탁한 상품권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경기지회를 거쳐 태평2동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 상품권은 태평2동 내 차상위계층, 희귀난치성 질환자, 장애인 가정 등 70여 가구에 고루 전달됐다. 윤씨는 “정부 보조금으로 살고 있는데 장애연금까지 타게 돼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며 “(주민자치센터에) 남에게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라며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몇 년전 중국동포와 결혼했으나 지금은 혼자 살고 있는 윤씨는 “내가 힘들기 때문에 어려운 이들의 삶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면서 “생전에 나와 같이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 삶의 보람을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현장 행정] 금천구 외국인 멘토링 사업

    [현장 행정] 금천구 외국인 멘토링 사업

    5일 오후 금천구 시흥동 현대시장을 찾은 주부 김묘문(45)씨는 남보다 이른 초복(15일) 준비에 바빴다. 준비할 음식은 백숙. 벌써 닭 안에 넣을 찹쌀부터 밤, 대추, 인삼, 마늘, 황기, 녹각까지 재료 준비는 마쳤다. 재료를 넉넉하게 준비한 김에 저녁 밥상에 백숙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일종의 예행연습이다. 초복까지는 열흘이나 남았는데 웬 수선인가 싶겠지만 이같은 준비는 외국인 친구들을 위해서다. 다음날인 6일 김씨는 일본인 고바야시 요우코(36) 등 외국인 4명을 집으로 불러 백숙 만드는 법을 일러 주기로 했다. 김씨는 “결혼 후 20여년 동안 만들어온 음식이지만 그냥 아는 것하고 설명하는 건 다르잖아요. 미리 만들면서 순서도 적어보고 제 맛이 나는지도 보려고요. 은근히 부담되네요.”라고 말했다. ●늘어난 외국인의 한국생활 도와주기 금천구가 거주외국인의 한국생활 돕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금천구에 거주하는 등록 외국인은 1만 949명(5월 현재). 점차 늘어가는 거주외국인들에게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사회 적응도를 높여주기 위해서다. 구는 지난달 28일 구 공무원을 포함한 주민 31명과 중국, 일본, 베트남, 미얀마 등 8개국 외국인 31명을 멘토(조언자)와 멘티(조언받을 대상)로 엮어주는 결연행사를 열었다. 멘토(내국인)는 멘티(외국인)의 친구 노릇을 하며 한국 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을 함께 풀어주는 조언자 역할을 맡게 된다. 구 관계자는 “멘토로 나선 주민 역시 멘티를 통해 외국어와 외국문화를 접하고 싶어 한다.”면서 “차츰 친구처럼 끈끈한 관계가 된다면 사실 멘티와 멘토의 역할 구분이 큰 의미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멘티 31명 중 25명이 여성이다. 최근 국제결혼을 해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 여성들이 늘어난 데다 멘토링 등의 정서적 교감 등을 원하는 것도 여성들이 많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국적은 중국(14명), 일본(8명), 베트남(3명), 미얀마(2명), 우즈베키스탄(1명), 나이지리아(1명), 인도네시아(1명), 태국(1명)순이다. ●말배우기가 주관심사 멘티들의 주된 관심사는 단연 한국말 학습이다. 돈을 벌기 위해 지난해 한국에 들어왔다는 중국동포 백수임(32·여)씨는 멘토인 박명운(31·여·금천구 주민생활지원과)씨에게 한국말을 제대로 배우려고 한다. 백씨는 “많은 사람이 한국말이 익숙한 것으로 아는 중국동포들도 사실 말하고 쓰는 것에 애로사항이 많다.”면서 “박씨와 나이가 비슷하다 보니 말도 잘 통할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문제는 아침 저녁으로 식당일 등을 해야 하는 백씨가 시간을 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중국과 동남아 외국인들이 비슷한 처지다. 멘토 박씨는 “최대한 백씨가 편한 시간에 맞춘다는 계획”이라면서 “주말에 영화도 보고 수다를 떨며 자매같이 지내다 보면 원하는 한국말도 금방 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구는 이들이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도록 매월 1회 이상 ‘멘토링데이’를 정하기로 했다. 단 자연스러운 만남을 위해 만나는 장소 등은 각자가 자유롭게 정하기로 했다. 하반기엔 결연행사에 참가하지 않는 대다수 외국인을 위해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등 3개 국어로 된 생활안내책자를 만들어 배포하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중국어 특기 살려 수사도 하고 싶어”

    “외사로 입문하지만 중국어 특기를 살려 나중에는 수사 일도 해보고 싶어요.” 8일 충북 충주의 중앙경찰학교 졸업 및 임용식.6개월 동안의 험난한 교육을 마치고 경장으로 임용된 신춘화(38·여)씨는 중국동포 출신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또박 또박한 발음으로 포부를 밝혔다. 중국 하얼빈의 과학기술대학에서 재무관리를 전공한 신 경장은 1995년 한국인 남편을 만나 귀화한 뒤 프리랜서로 통·번역사 일을 하면서 관광가이드로 일했다.2005년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에 입학해 지난 2월 졸업했다. 신 경장이 경찰에 입문하게 된 것은 서울 서대문경찰서 외사계의 여인엽 경장과의 인연에서 비롯됐다.2004년 관광교육원에서 알게 된 여 경장의 소개로 서대문서 강력반에서 중국어 통역 지원을 하면서 경찰관의 꿈을 키우게 됐다.“그 전까지 꿈도 꾸지 않았어요. 귀화인이라 공직은 힘들거라고 생각했고요. 하지만 서대문서에서 중국인 피해자들을 돕다보니 늦게나마 한 번 도전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막내동생뻘 동기들과 훈련과 교육을 받다보니 힘든 순간도 많았다. 이번 임용자 가운데 최고령인 신 경장은 “나이 탓에 체력적으로도 달리고 공부하는 데도 힘들었죠. 하지만 동기들이 많이 도와주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졸업식장을 찾은 남편이 “수고했어. 정말 고생했어.”라며 안아주는 순간 힘들었던 모든 기억이 사라졌다고 한다.“하얼빈의 친정에서 돌봐주시는 아들이 못 와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라면서 신 경장은 활짝 웃었다. 한편 이날 임용된 747명 가운데는 7급 상이군경인 이호일(31) 경장과 4급 지체장애인 김수미(31·여) 경장이 포함돼 주위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핑크빛’ 국제 콜렉트콜 사기로 25억원 챙겨

    ‘핑크빛’ 국제 콜렉트콜 사기로 25억원 챙겨

    “중국에 유학중인 여대생입니다.22살이고요. 며칠 뒤 한국에 들어가는데 남자 친구도 없고 외로워요. 전화 요금은 제가 낼 테니 수신자 부담에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대학생 A씨는 유명 인터넷 채팅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여자로부터 걸려온 국제 전화를 수차례 받았다. 요금은 상대방에서 낼 것이라는 말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조만간 여자 친구가 생길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던 A씨는 한달 뒤 600만원짜리 전화요금 고지서를 받고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중국동포 여성 등을 고용해 인터넷 채팅사이트로 남성들을 유혹한 뒤 ‘수신자 부담 국제전화(콜렉트 콜)’를 받게 하는 수법으로 수십억원을 챙긴 국제전화 사기단이 경찰에 붙잡혔다. 국내 유명 통신업체는 이러한 사기 행각을 알고도 영업이익을 올리는 데 급급해 이를 방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3일 국제전화 사기단 4개 조직을 적발, 박모(47)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사기) 등 혐의로 구속하고, 김모(33)씨 등 19명을 불구속 입건하는 한편 6명을 지명 수배하고 4명에 대한 공조 수사를 인터폴(국제 형사경찰 기구)에 요청했다. 또 이들의 사기 행각을 방조한 혐의로 기간통신업체 D사 영업부장 김모(48)씨와 별정통신업체 K사 서비스사업팀장 정모(35)씨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2005년 9월부터 올 4월까지 중국과 필리핀 등에서 동포 여성이나 국내 여성 수십명을 고용해 한국 남성들에게 콜렉트콜을 걸도록 한 뒤 통화료의 45∼65%를 수수료로 받아 25억여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에게 속아 콜렉트콜을 받은 남성이 9만 5000여명이며 부과받은 통화료는 56억원에 달했다. 피해자들은 1분에 2000원가량의 통화료가 부과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전화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된 여성들은 채팅사이트의 남성 회원들에게 준비된 사진을 보여주며 “조만간 귀국할 테니 사귀자.”고 접근했고,“전화 요금은 내가 부담한다.”,“요금은 1분에 200원쯤 나오는데 반반씩 내면 된다.”며 전화 통화를 오래 끌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특히 D사는 2006년 9월쯤 소비자 피해 신고가 급증했는데도 본격적인 경찰 수사가 시작될 때까지 3∼6개월가량 박씨 등과의 계약해지 등 피해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D사의 영업부장 김씨는 경찰에서 “처음 통신망 계약을 할 때는 사기인 줄 몰랐고, 이후 고객 민원이 급증했지만 회사 수익과 영업실적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지난달 회사에 명예 퇴직을 신청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9월 클레임(항의)이 집중되면서 D사 상무까지 보고가 올라갔지만, 부서간 책임을 미루다가 유야무야된 것으로 알고 있다. 수익을 위해 기업 윤리를 저버린 행위”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D사 측은 “김 부장이 중국에서 통신서비스 유통망을 운영하는 사람과 계약했다.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기 쉽지 않고 사실 확인도 필요해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해명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자진신고땐 방문취업 비자 발급

    방문동거(F-1-4)비자나 비전문취업(E-9)비자를 갖고 불법체류 중인 동포 가운데 일정 요건을 갖춘 동포가 방문취업제 혜택을 받게 됐다. 법무부는 합법적으로 입국했다가 허용업종이 아닌 업종에 취업했거나 체류기간 연장을 하지 않아 불법체류자가 된 동포들을 선별적으로 구제키로 했다고 5일 밝혔다.국내에 체류한 지 3년이 안된 동포들 가운데, 불법체류 기간이 1년 미만이면서 자진신고한 동포와 불법체류 기간이 3개월 미만이면서 단속에 적발된 동포가 구제 대상이다.이들은 범칙금을 내고 방문취업(H-2)비자를 발급받게 된다. 법무부는 혜택을 받게 될 동포가 45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구제 대상이 되는 불법체류 동포들은 즉시 법무부에 신고해 새 비자를 받아야 한다. 한편 방문취업제 시행 첫날인 이날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자격을 신청하거나 문의하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서울 양천구 신정6동 출입국관리사무소에는 중국동포를 비롯한 해외 동포들이 업무 시작 전부터 몰려 들었다. 오후 3시 현재 준비한 대기번호표 3000장이 모두 뿌려지고도 많은 사람들이 번호표를 받지 못해 발길을 돌릴 만큼 인산인해를 이뤘다. ‘불법 체류자’로 전락할 위기에서 안정적인 신분과 취업의 자유를 얻게 된 동포들은 제도 시행을 반겼다. 중국 지린(吉林)성에 살다가 1년전에 F-1-4비자로 들어온 박윤오(47)씨는 “한국말이 서툴러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는데 시간적 여유가 생긴 만큼 더 노력해 직장도 구하고 돈도 벌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역시 지린성 출신인 김성근(52)씨는 “재입국이 가능할지 몰라 춘절에도 중국에 가지 못했다.”면서 “이제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포들 중에는 방문취업제의 조건에 해당하지 않거나 해당 여부를 전혀 모르는 이들이 많았다. 옌볜(延邊)출신인 김수남(58)씨는 상담을 받으려고 왔다가 발길을 돌렸다.1년이 넘게 불법체류를 한 김씨는 “한국에 다시 들어오려면 중국으로 돌아간 뒤 H-2비자를 새로 받아야 한다. 대사관 사정에 따라 4개월이 넘게 걸릴 수도 있다는데, 한국에서 다진 기반을 모두 날릴 것 같다.”며 허탈해했다. 동포들에 대한 차가운 시선과 체류자 관리 및 지원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경화(45·여)씨는 “직업소개소를 통해 직장을 구하다 보니 걸핏하면 사기를 당하는 등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친절하게 해외 동포들을 맞아 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사무소 측은 이날 몰려든 인파 가운데 체류기간이 2개월 이상 남아 있어 변경 신청 대상자가 아닌 사람도 많은 것으로 파악하고 지하 1층에서 설명회를 열어 신청 접수 방법과 대상자를 일러 줬다.임일영 홍희경 류지영기자 argus@seoul.co.kr
  • “억울한 사람 없게 하겠다는 다짐 지켰을 뿐”

    “적어도 제가 담당한 사건에서는 억울한 사람이 없게 하겠다는 처음의 다짐을 지킨 것뿐인데 아프다고 유명세를 타는 것 같네요.” 뇌종양이 생긴 것도 모른 채 조선족 동포를 돕기 위해 항소심까지 가는 법정싸움 끝에 진실을 밝힌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 진혜원(32·여·사시44회) 검사는 20일 담담하게 말문을 열었다. 잇단 부정과 비리로 국민들의 신망을 잃은 법조계의 현주소에 견줘 뒤늦게 밝혀진 그의 사연은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항소심까지 끌고 가 진실 밝혀 지난해 공판부에서 일하던 진 검사는 조선족 허모(49)씨가 김모(33)씨를 상대로 낸 형사소송을 맡았다. 중국 선양에 살던 허씨는 김씨에게 목도리 5400개(시가 3500만원어치)를 수출한 뒤 대금을 요구했지만 김씨가 ‘돈 받아놓고 딴 소리냐.’며 오리발을 내밀었다. 그는 허씨의 주장이 진실이라고 확신했고, 재판에 최선을 다했지만 1심 재판부는 지난해 7월 증거 부족을 이유로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그는 이후 수사 부서로 발령났지만 항소심까지 공판검사를 맡겠다고 고집했고, 검찰 수뇌부는 그의 뜻을 받아들였다. 그는 방대한 양의 통관서류를 뒤져 추가 증거를 찾는 한편 허씨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중국인을 증인으로 세워 김씨 주장이 거짓말임을 입증했다. 결국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북부지법 형사11부(부장 이병로)는 지난달 26일 김씨에게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국서 정의 입증” 중국동포 감사편지허씨는 이달 초 판결 소식을 전해듣고 북부지검 강충식 검사장과 하윤홍 형사2부장에게 감사 편지를 보냈다. 허씨는 편지에서 “진 검사는 제 사건을 마치 자신이 피해를 본 것처럼 열정을 갖고 파헤쳤다. 정의는 살아 있다는 신념과 강한 의지는 저뿐 아니라 사건 내막을 아는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다.”고 밝혔다. 또 “‘진실만이 세상과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는 작은 신념이 제 핏줄의 근원인 한국에서 입증됐다는 게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 검사는 최근에서야 하 부장검사가 복사해 건네준 편지를 받았다. 선고공판 직후인 지난달 31일 종양 제거 수술을 받고 요양과 치료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지만 단순한 빈혈인 줄 알고 참고 지낸 그는 공판을 앞둔 지난달 16일에야 병원을 찾았다. 검진 결과 오른쪽 귀 윗부분에 4∼7㎝ 크기의 혹이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종양의 90%를 떼내는 수술을 받았다.1주일 뒤 퇴원을 했고, 현재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친정과 서울대병원을 오가며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아직 일선 복귀의 기약은 없다. 얼마나 오랫동안 항암치료를 받아야 할지 알 수 없어 일단 새달 15일까지 병가를 다 쓴 뒤 휴직계를 낼 계획이다. 병마와의 싸움으로 몸은 지쳤지만 변함없는 열정은 씩씩한 목소리에 묻어났다. 그는 “잠시 재충전하라는 뜻으로 알고 마음을 비웠어요. 열심히 치료받고 빨리 복직해야죠.”라며 활짝 웃었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늘어나는 귀화자] “애국가 밤새워 외웠는데 한국인 되기 어렵네요”

    [늘어나는 귀화자] “애국가 밤새워 외웠는데 한국인 되기 어렵네요”

    시험 3분전.“첨성대를 만든 사람이 누구죠?”파키스탄인 돌루 시이드(37)씨의 질문에 기자는 “신라 시대 석공이 아닐까요.”라며 궁색한 대답을 했다.“이것봐. 한국 사람들도 잘 모른다니까….”타박하면서도 시이드씨의 손은 예상 문제지를 뒤적였다. ●“3번밖에 기회 없는데…”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정부과천청사 안내동 지하에는 귀화시험이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1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귀화신청을 냈다. 한번에 100명을 웃도는 귀화신청자들이 필기시험을 치른 뒤 합격하면 면접시험을 본다. 지난 10일의 시험장에도 80여명이 모여 시험을 봤다. 귀화신청자 대부분은 중국동포 2∼3세대. 부모를 따라 한국 국적을 얻기 위해 시험을 본 것이다. 오전 10시30분. 시험장에 들어가는 자녀들을 배웅하기 위해 부모들은 문앞까지 몰렸다. 자녀들이 시험장 안에서 주관식·객관식 문제(20문항)의 답을 찾는 20분이 부모들에게는 20년처럼 느껴진다. 다들 처음 본 사이지만, 금방 서로를 격려한다. “애국가를 밤새워 외웠는데 잘 쓸 수 있겠죠.”“우리 애는 한국말이 서툴러요. 그래도 세종대왕이랑 이순신은 외웠는데….”“3번밖에 기회가 없으니 이번에 떨어지면 큰일이에요.” 시험장 안에 있는 신청자들은 모두 긴장한다. 우리말로 된 문제를 이해하지 못한 옆 응시자가 손을 번쩍 들고 감독관에게 질문하는 동안에도 신청자들은 시험지에만 집중했다. 책상 오른쪽 위에는 외국인등록증이 놓여 있다. 시험에 합격하면 외국인등록증은 없어지고 주민등록증 수여와 함께 부모의 호적에 오른다. ●“군대 가야 한다면 가겠습니다.” 신청자들의 편의를 위해 30분 동안의 즉석 채점이 끝나고 필기시험 합격자가 발표된다. 이날 합격률은 52%로 60% 정도 되는 평소 합격률보다 낮았다. 탈락자들은 한국말과 중국말을 섞어가며 복받치는 감정을 토해냈다. 부모들이 항의하지만,“애국가는 다 맞았다는데요.”라는 말이 전부다. 오후 1시부터 5시까지의 면접시험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치른다. 한국에서 ‘가족’을 이룰 수 있는지 종합 검토를 하는 절차다. 중국에서 1년 전쯤 입국해 국내 인터넷 바이크 동호회에도 가입한 안용철(23)씨는 면접관 앞으로 가자 시킨 사람도 없는데 쓰고 있던 모자를 얼른 벗었다. 면접관이 “애국가 문제를 많이 틀렸다.”고 지적하자 얼굴이 붉어진다. 20대 남성 귀화 신청자에게 빠지지 않는 질문이 군입대에 관한 것이다. 면접관은 “국내 법령이 바뀌어 귀화자들도 모두 의무적으로 군대에 가게 될 수도 있는데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대부분은 “그렇다면 가겠다.”“의무도 중요하다.”고 대답한다.“지금 대답을 기록해 두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라도 하면 부모들도 “국민이 되면 의무를 다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나선다. 중국군으로 5년 동안 복무했던 최광욱(24)씨는 “중국군 경력도 있고 중국이 지금보다 발전할 가능성도 높은데, 중국 국적을 포기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망설임없이 “네.”라고 했다. 사실 귀화 신청자보다 더 긴장하는 사람들은 부모들이다. 한국에서 미용 학원에 다니고 있는 김려화(23·여)씨는 10년 전에 한국인과 결혼한 어머니를 따라 한국에 왔다. 그동안 태어난 동생도 처음 봤다. 면접관이 “90년대 초반에 들어와 지금까지 이렇게 성실하게 사시니 보기 좋습니다.”라고 말을 건네자 “아이를 데려오는데 10년이나 걸렸네요.”라며 아버지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김철명(26)씨도 김려화씨와 같은 이유로 어머니와 10년을 떨어져 지냈다. 면접관이 “어린 마음에 원망스럽지는 않았나요.”라고 조심스럽게 묻자 김씨는 “원망할 처지가 못됩니다.”라며 어머니의 손을 꼭 쥐었다. 필기시험과 면접시험을 모두 통과한 신청자들은 보름에서 한달이 지나면 최종 통보를 받는다. 면접에서 불합격되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다시 한번 면접을 볼 수 있다. 이날 돌루씨 등 시험을 본 파키스탄인 6명은 아쉽게도 모두 필기시험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들은 한국에서 5년 이상 산 외국인들이다. 돌루씨가 마지막까지 궁금해 한 예상문제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첨성대는 신라 선덕여왕 시절에 만들어졌다.”면서 “하지만 그렇게 어려운 문제는 출제되지 않는다.”고 귀띔하며 아쉬워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외국인 서울살이 걱정 끝

    자치구들의 ‘거주 외국인 껴안기’ 정책 입안이 활발하다. 외국인 지원의 법적 근거를 위해 조례를 마련하는가 하면 국적별로 필요한 지원사업을 찾기 위해 실태조사도 준비 중이다. 3일 서초구, 용산구, 구로구 등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자치구를 중심으로 국내생활 적응교육은 물론 생활·법률·취업상담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지원대책을 쏟아내고 있다.●프랑스는 이웃사촌 프랑스인 커뮤니티인 서래마을이 있는 서초구는 올해 2200만원의 예산을 편성해 거주 외국인 5548여명에 대한 실태조사를 준비 중이다. 일종의 ‘외국인 인구센서스’인 이번 조사를 통해 서초구가 얻고자 하는 정보는 ‘타향생활에서 느끼는 어려움이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서초구에는 ▲미국인이 1471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프랑스인 560명 ▲중국인 304명 ▲일본인 250명 ▲타이완인 129명의 순으로 살고 있다. 특히 프랑스인은 전체 한국 거주자의 40%가 몰려 있다. 서초구 관계자는 “지역 외국인의 연령층과 가족구성, 생활패턴 등 정확한 실태를 파악해야 맞춤형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5월21일을 ‘세계인의 날’로 정하고, 이 기간 동안 문화, 예술, 체육행사 등 다문화 축제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서초구는 지난해 프랑스 파리의 대표적인 명소의 이름을 딴 ‘몽마르트 공원’을 조성했고 반포4동 주변에는 프랑스어로 된 지명을 붙이고 이정표도 세웠다. 또 프랑스 학생 및 외국인을 위한 무료 건강검진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구로·용산은 외국인노동자 지원 초점 중국동포 등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구로구의 경우 외국인 노동자와 배우자, 자녀 등의 기초적인 생활을 지원하는 사업에 비중을 둘 방침이다. 구로구의 경우 등록 외국인과 비등록 외국인을 합쳐 1만 6000여명이다.우선 구립 화원종합복지관을 통해 각종 ▲법률상담 ▲한국어 교실 ▲요리교실 등 문화체험활동 ▲길찾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장보기 등 일상생활훈련을 시키고 ▲한방진료, 물리치료 등 무료진료를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KT&G 복지재단과 함께 외국인노동자 자녀들을 위한 보육시설 마련을 추진중이다. 또 서울에서 가장 다양한 외국인이 모여 산다는 용산구(1만 4803명)도 지원사업의 초점을 ‘사회복지’에 맞추기로 했다. 용산구 내 ▲리틀 도쿄(동부이촌동) ▲독일인 마을(한남동 독일인학교 주변) ▲이탈리안 마을(한남동 이탈리아문화원 주변) 등 비교적 잘사는 나라들의 마을도 많지만 지원사업은 처지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집중돼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용산구 관계자는 “지원 사업에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선진국보다는 후진국 사람들을 지원하는 생활지원사업을 중심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정부 예산지원이 관건 행자부에 따르면 지난해 4월말 현재 국내에 90일 이상 장기거주하는 외국인 수는 53만 6627명으로 당시 주민등록인구 4878만명의 1.1%에 달했다. 우리나라 거주자 중 100명 중 1명은 외국인이란 이야기지만 이들을 지역주민으로 끌어안는 지원책은 빈약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 구청 관계자는 “결국 중요한 것은 정부의 예산이지만 예산 지원계획은 쏙 빠져 있다.”면서 “구 특성에 맞는 외국인지원책이 공염불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정부의 예산지원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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