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권력투쟁설 사실 무근”/황병태 대사가 전하는 요즘의 북경
◎지도부,“등사후 기존권력 유지” 이미 합의/최근 태자당 내사는 부패척결 운동일뿐/강택민·이붕 밀월관계… 우리기업 대중 투자계획 재검토 안해
『현재 중국 지도부는 등소평사후 과도기의 안정확보를 위해 기존 권력구도 유지에 합의한 상태이며,일부 외국언론의 보도처럼 권력투쟁을 벌이거나 대립상태에 있지 않다』
○이붕 꼭 필요한 인물
황병태 주중대사는 9일 본사와 가진 인터뷰에서 요즘 중국정세가 혼란한 위기상황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현재 중국지도부는 강택민 주석을 정점으로한 집단지도체제의 합의 메커니즘을 통해 부정부패 척결문제와 등소평사후문제를 비교적 순조롭게 처리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황 대사는 『중국지도부가 현재 벌이고 있는 것은 부정부패 척결운동 뿐』이라며『이 작업은 일부 병든 부분을 도려내려는 외과적인 수술로 비유할 수 있는 것이지 결코 전체적인 권력구도와 안정을 흔들어놓으려는 시도는 아니라는 것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중국이 심각한 권력투쟁과 정치불안 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에 국내 일부 기업들이 중국투자계획을 수정했다는 소식도 자신이 아는한 「근거없는 추측」이라고 일축했다.
○투자계획 변화없어
강택민 주석이 이붕 총리를 밀어내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는 등 권력투쟁이 날로 격화되고 있다는 소문이 퍼져 가고 있다.등사후를 향한 권력투쟁이 본격화된 것인가.
▲모택동이나 등소평처럼 카리스마를 갖고 있지못하는 강택민으로선 등사후 과도기에 보다 많은 협력자를 필요로 한다.적대적이지 않는한 주위 세력들을 끌어안을 것이다.이붕총리처럼 관료층에 두터운 지지기반을 가진 지도자는 과도기에 꼭 필요한 협력자다.중국정치의 두축인 이 두지도자는 적대관계가 아닌 밀월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진희동 정치국원겸 북경시서기의 경질은 심각한 권력투쟁의 표현으로 볼 수 있지 않은가.
▲중국지도부는 부정부패문제가 중국공산당과 중국식 사회주의의 존립은 물론 기존 집권층의 위치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는데 공감대를 갖고 있다.부정부패의 척결없이 정통성확보나 국민들의 지지,경제적인 효율을 높이는데도 한계에 부딪쳤다는 문제의식도 갖고 있다.여러가지 복선을 깔고있긴 하지만 진의 경질은 이러한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기존 집권층들은 권력투쟁이 공멸을 의미하며 새로운 대체세력의 등장을 가져올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누구든 「돌출된 행동」을 하는 지도자는 「조직」의 합의와 이름아래 교체될 것이다.
등소평의 차남인 등질방의 부패조사설과 등의 처인 탁임의 자살설등 특권층의 자제인 소위 태자당과 등의 가족에 대한 비리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보도도 있는데.
○홍콩언론 추측 보도
▲태자당에까지도 부정부패 척결차원에서 내사가 이루어졌다고 듣고 있다.그 결과에 대한 폭과 범위는 강택민이라는 개인에 의한다기보다는 「조직」의 합의와 법률의 규정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등씨 일부 가족에 문제가 있다면 역시 같은 절차를 밟게 될 것이다.왕보삼북경시부시장의 피살설이나 탁임의 자살설등은 70년대말 모택동사후의 권력투쟁 시나리오를 90년대 말에도 적용하려는데서 오는 억지이다.현 집권층이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도 이 문제를 해석하는 한 방법이 될 것이다.(강택민등 현집권층은 등소평에 뿌리를 두고 있으므로 등의 가족을 해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국내기업들이 중국의 권력투쟁격화를 확인하고 중국 투자계획을 수정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는데 사실인가.
▲몇몇 언론을 통해 대우그룹의 52억달러규모의 북경시 통현지역의 대공원건설사업과 선경그룹의 심천지역 연5백만t규모 정유공장 건설투자계획등이 중국 정국불안을 이유로 백지화됐다는 보도가 있었다는 보고를 받았다.그러나 대우그룹의 통현개발계획은 원래 존재하지도 않았다.(지난 1월말 일부 국내신문에 1면 머릿기사로 보도된 이 기사자체가 사실무근이라는 것이다)또 지난 94년부터 심천지역에 추진중인 선경의 정유공장건설계획등은 확인해 보았으나 변함없이 계속 추진되고 있다.이밖에 다른 기업들의 투자계획 변경도 역시 근거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면 왜 이러한 사실무근의 소식들이 확산되고 있는가.
▲이러한 소식의 근원지가 되고 있는 홍콩 언론들의 성격을 한번 살펴볼필요가 있을 것이다.대만계 신문과 영국계 신문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이들 신문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문제는 이러한 보도의 복선과 의도를 생각지 않고 그저 뉴스를 확대재생산한 일부 국내 언론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북경의 외교가에선 홍콩반환을 앞둔 영국·중국과 외교전을 벌이고 있는 대만의 여론유도와 상대국에 대한 체면깍기등 심리전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분석이 적잖다.또 그동안 십수차례의 등사망설과 권력투쟁 격화소식은 홍콩의 주식가격을 크게 변동시켰으며 이를 통해 상당히 재미를 보는 집단이 있다는 것은 이미 정설처럼되고 있다)
○카리스마시대 끝나
황 대사는 또 일부 외국언론들이 현재 모스크바를 방문중인 강택민주석이 정치불안이유로 일정을 앞당겨 10일 하오 귀국한다는 보도가 있었다고 들었다며,그러나 이홍구 총리와의 면담일정조정과정에서 이는 이미 오래전에 결정된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황 대사는 『이미 중국은 모택동이나 등소평처럼 카리스마를 가진거인들이 지배하던 시대는 끝났다』며 『강택민주석도 전형적인 기술관료출신이며 그 역시 조직과 법률에 의해 자신의 행동반경을 제한받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