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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사모 등 보수단체 집회…JTBC 중계진에 폭력 행사

    박사모 등 보수단체 집회…JTBC 중계진에 폭력 행사

    19일 박사모(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등 보수 단체들이 서울역 광장서 ‘맞불 집회’를 연 가운데 일부 참가자들이 행진 과정에서 JTBC 중계진에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JTBC에 따르면 이들 보수단체 회원들은 서울역 광장 집회를 마친 뒤 숭례문으로 행진하는 과정에서 일부 참가자들이 중계방송을 준비중이었던 JTBC 중계진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이들은 JTBC가 최순실 국정 개입 관련 보도를 이어온 데 대해 “좌경세력의 주장” 이라며 비판하면서 촬영 장비를 파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바람에 현장 기자를 화면이 아닌 전화로 연결하는 해프닝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는 박사모를 비롯해 한국자유총연맹, ‘근혜사랑’, 나라사랑어머니연합 회원 등 80여개 보수단체에서 주최 측 추산 6만 7천명, 경찰 추산 1만 1천명이 모였다. 집회 참가자들은 사회자의 구호에 맞춰 함성을 지르거나 태극기와 함께 ‘강제하야 절대반대’, ‘대통령을 사수하자’, ‘법치주의 수호하자’ 등 문구가 쓰인 손피켓을 흔들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씨줄날줄] 뼈아픈 슈퍼 마리오 퍼포먼스/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뼈아픈 슈퍼 마리오 퍼포먼스/서동철 논설위원

    ‘슈퍼 마리오’의 주인공 마리오는 빨간 모자와 멜빵바지 차림에 콧수염을 기른 이탈리아 배관공이다. 일본 닌텐도사(社)가 1985년 개발한 ‘슈퍼 마리오’ 시리즈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게임으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마리오가 배관공인 것은 ‘슈퍼 마리오’의 전신 ‘마리오 브러더스’에서부터 배경이 지하였기 때문이다. 슈퍼 마리오를 창조한 미야모토 시게루는 “어릴 적 집 근처의 맨홀 뚜껑을 보면서 안으로 들어가면 과연 어디가 나타날지 궁금했다”고 술회하곤 했다, 2016 리우올림픽 폐막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슈퍼 마리오 코스프레를 하고 등장했다. 차기 올림픽 개최지를 알리는 대목에서 도쿄 중심가의 초록색 배관 입구로 뛰어든 슈퍼 마리오가 순식간에 지구 반대편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마라카낭 경기장 한복판에 솟아오른 같은 색깔 배관 출구로 튀어나온다는 설정이다. 그런데 정작 모습을 드러낸 것은 슈퍼 마리오 차림의 아베 총리였다. 미야모토 시게루의 궁금증을 세계인들에게 자연스럽게 풀어 준 꼴이기도 하다. 아베의 마리오 퍼포먼스를 정치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2020년 도쿄올림픽이 성공을 거두려면 자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을 보여 준 것으로 해석한다. 아베의 자민당 총재 임기는 2018년 9월 끝나는 만큼 당헌을 개정해 임기를 늘리겠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표시했다는 것이다. 한·일 마찰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아베라지만, 일본 국내 정치에 이래라저래라 할 생각은 없다. 오히려 정치적 의미가 어떻든 중계방송을 지켜보면서 부러웠다는 것이 감출 수 없는 속마음이다. 아베 퍼포먼스는 4년이나 남은 도쿄올림픽이 이미 주(主)엔진의 회전수를 높이고 있음을 보여 준다. 반면 1년 반밖에 남지 않은 평창올림픽은 이미 가동을 시작했어야 마땅한 ‘로드맵’조차 아직 점화 이전 단계가 아닌지 걱정스럽다. 2014년 소치올림픽 폐막식에서 2018년 평창올림픽을 알리는 프로그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리우올림픽 기간에도 평창조직위원회가 코파카바나 해변에 평창 홍보관을 만들기는 했다. 그렇다 해도 한국 스포츠 외교는 리우올림픽에서 훨씬 더 치열하게 평창을 각인시켜야 했다. 한국이 비슷한 퍼포먼스를 아예 할 수 없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세계인이 공감하는 캐릭터를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우리에게 강점이 있는 정보기술(IT) 분야마저 일본에 선수를 빼앗겼다는 것이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폐(廢) IT 기기의 금속을 재활용해 금·은·동메달을 만드는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평창올림픽이 과연 어떤 아이디어로 ‘환경올림픽’을 구현할 수 있을지 궁금하기만 하다. 그런 점에서 평창을 준비하는 사람들만큼은 마리오 퍼포먼스를 재미가 아닌 충격으로 받아들여야 마땅하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사설] 메달보다 중요한 올림픽 의미 찾은 한국 선수단

    여자골프 박인비 선수는 허리와 손가락 부상에 시달렸다. 지난 6월까지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대회에 줄줄이 불참했다. 그러면서도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다. 꼭 우승하고 싶다”고 의지를 불태우면서 골프선수가 된 이후 가장 치열하게 훈련했다고 한다. 하지만 리우행 비행기를 타기 직전 열린 국내 대회에서도 컨디션은 정상이 아니었다. 그럴수록 오로지 올림픽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었던 그는 결국 압도적인 집중력으로 해내고 말았다. 116년 만에 열린 올림픽 여자골프에서 금메달을 따낸 것이다. 박 선수는 시상식이 끝난 뒤 “몸에 남은 에너지가 하나도 없는 기분”이라고 했다. 중계방송을 본 사람이라면 한 방울의 무엇도 남아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도 남는다. 박 선수의 아름다운 의지는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다면 묻히고 말았을 것이다. 반면 기대가 높았던 리듬체조 손연재 선수는 4위에 그쳤다. 그럼에도 동메달 경쟁자인 우크라이나 선수의 연기가 끝나자 진심 어린 축하의 포옹을 했다. 손 선수는 “런던올림픽 5등에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쉬지 않고 노력한 결과”라며 스스로를 대견해했다. 다이빙의 우하람 선수는 한국 선수로는 사상 처음 결승에 진출했다. 이전까지 예선조차 통과한 선수가 없었으니 다이빙 역사를 새로 쓴 것이다. 고교생인 그는 “목표를 이뤘으니 편하게 즐겨 보려 한다”며 결승에 나섰고 11위에 머물렀지만 누구보다 당당했다. 보기 드물게 승자에게 마음에서 우러난 축하를 건네고 패자를 위로한 이대훈의 ‘태권 정신’도 돋보였다. ‘재미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던 태권도지만 ‘종주국’을 대표해 ‘정신 수련의 도구’로서 그 가치를 전 세계에 웅변한 것이나 다름없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이 22일 오전(한국시간) 막을 내린다. 한국은 금메달 9개를 차지해 금메달 10개로 국가순위 10위에 오른다는 당초 목표는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 선수단이 보여준 ‘즐기는 올림픽’의 가능성은 메달 순위보다 더 큰 성과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승패보다는 ‘스토리’가 더 감동을 준다는 것을 분명히 확인시켜 주었다. 정반대의 시차에도 불구하고 리우올림픽이 흥미를 집중시킨 것도 이 때문이었다. 물론 연금과 병역혜택이 걸려 있는 메달에 초연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 선수들이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여준 것은 우리 사회가 발전하면서 선수들의 생각도 그만큼 바뀐 결과일 것이다. 우리는 2년 뒤 평창올림픽을 치러야 한다. 평창 대회는 그야말로 즐기는 올림픽으로 만들어 보자.
  • 리우 올림픽, 나혼자산다+그것이 알고싶다+언니들의 슬램덩크 ‘모두 결방’

    리우 올림픽, 나혼자산다+그것이 알고싶다+언니들의 슬램덩크 ‘모두 결방’

    리우 올림픽 중계방송 관계로 지상파 3사의 금요 예능이 모두 결방했다. 19일 지상파 3사의 방송편성표에 따르면 ‘듀엣가요제’ ‘나 혼자 산다’ ‘어서옵쇼(SHOW)’ ‘언니들의 슬램덩크’ ‘유희열의 스케치북’ ‘웃찾사’ 등의 예능 프로그램이 줄줄이 결방했다. 그 대신 리우 올림픽 골프, 리듬체조, 레슬링, 태권도 리우 올림픽 중계방송이 편성됐다. MBC는 오후 일일드라마 ‘워킹 맘 육아 대디’, 오후 9시 30분 방송예정인 ‘듀엣가요제’, 오후 11시10분 방송했던 ‘나 혼자 산다’까지 모두 줄줄이 결방을 결정했다. KBS 2TV에서는 밤 9시 35분 방송 ‘어서옵SHOW(쇼)’, 밤 11시 방영 되던 ‘언니들의 슬램덩크’, 밤 12시 20분 심야 방송을 책임지던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결방되고 ‘여기는 리우-골프, 리듬체조, 레슬링, 태권도’ 중계방송이 편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SBS ‘정글의 법칙 in 뉴칼레도니아’는 저녁 8시 55분에 당겨서 정상방송 됐으며, 이후 밤 10시 15분부터 ‘리우 2016-리듬체조, 골프’ 올림픽 중계방송이 시작됐다. 이에 금요일 밤 11시 25분 방송되던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는 결방됐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옥중화’ 결방, 펜싱-여자배구 중계 ‘가화만사성’ ‘그래 그런거야’는 정상 방송

    ‘옥중화’ 결방, 펜싱-여자배구 중계 ‘가화만사성’ ‘그래 그런거야’는 정상 방송

    MBC 주말드라마 ‘옥중화’의 결방이 확정됐다. 14일 MBC 편성표에 따르면 당초 이날 오후 9시 55분 방송 예정이었던 ‘옥중화’는 펜싱과 여자 배구 한국 대 카메룬 경기 중계로 인해 결방한다. 지난 13일 올림픽 중계로 결방 했던 ‘옥중화’는 이날 중계방송과 2안 편성됐으나 결국 결방을 확정지었다. 이날 KBS2 ‘아이가 다섯’, MBC ‘가화만사성’, SBS ‘그래 그런거야’, ‘끝에서 두번째 사랑’은 정상 방송한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옥중화’ 진세연 VS 고수, 연인될줄 알았더니 등 돌렸다 ‘안타까워’

    ‘옥중화’ 진세연 VS 고수, 연인될줄 알았더니 등 돌렸다 ‘안타까워’

    어제의 동지이자 잠재적 연인이었던 진세연과 고수가 등을 돌렸다. 이 안타까운 커플이 갈림길 끝에서 만날 수 있을지 시청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한층 흥미진진해진 전개로 안방극장을 쥐락펴락하는 MBC 창사 55주년 특별기획 ‘옥중화’(연출 이병훈, 최정규/ 극본 최완규/ 제작 ㈜김종학프로덕션) 28회에서는 옥녀(진세연 분)가 과거 시험을 이용해 정난정(박주미 분)-공재명(이희도 분) 상단이 큰 이윤을 챙기게 만들어주려는 태원(고수 분)의 계획을 수포로 돌아가게 하며 치명타를 입히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에 태원은 실패를 만회하고자 중소 상단에 고액의 세금을 부과하는 악랄한 선택을 감행, 갈수록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옥녀와 태원의 모습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다.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듯 보이는 옥녀와 태원이지만 사실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하나다. 부정한 권력에 짓밟히지 않을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 다만 목표를 이루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극명하게 엇갈렸을 뿐이다. 태원이 선택한 길은 부정한 권력과 손을 잡아 그들의 힘을 자신의 힘으로 만드는 것이다. 반면 옥녀는 중소 상단을 규합해 흩어져있는 작은 힘들을 커다란 힘으로 치환하려는 계획을 하고 있다. 즉 태원은 처음부터 권력의 정점에 서는 방법을, 옥녀는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힘을 쌓아가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시청자들은 소위 ‘흑화’된 태원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며 그가 다시 옥녀와 같은 길을 걷기를 염원하고 있다. 그렇다면 태원은 다시 ‘백화’될 수 있을까? 다행스러운 점은 앞서 말했듯 옥녀와 태원의 목적이 동일하며, 더욱이 태원이 옥녀를 여전히 사랑한다는 점이다. 지난 28회 엔딩에서는 태원이 옥녀를 찾아와 애절한 눈빛으로 손목을 붙드는 극적인 모습이 연출됐다. 이에 태원이 자신의 길을 버리고, 옥녀의 곁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궁금증이 높아진다. 동시에 태원이 옥녀와 다시 같은 길을 걷게 되는 순간, 위기를 딛고 꽃을 피울 두 사람의 로맨스에 기대감이 증폭된다. 한편 ‘옥중화’는 옥에서 태어난 천재 소녀 옥녀와 조선상단의 미스터리 인물 윤태원의 어드벤처 사극으로, 사극 거장 이병훈-최완규 콤비의 2016년 사극 결정판. 14일 일요일 방송되는 ‘옥중화’는 2016 리우 올림픽 중계방송과 이원 편성돼 있었으나 결국 결방이 확정됐다. 사진=‘옥중화’ 영상 캡처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북한 올림픽 어떻게 중계하나…국내 지상파 3사 무료 제공

    북한 올림픽 어떻게 중계하나…국내 지상파 3사 무료 제공

    북한 관영 조선중앙TV가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각)부터 연일 2016 리우올림픽의 개회식과 주요 경기장면을 녹화해 방송하고 있다. 중계권을 사지 못한 북한이 어떻게 리우올림픽 방송을 할 수 있을까.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이 리우올림픽 방송을 무료로 제공해주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지상파 방송사들의 연합체인 한국방송협회는 1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리우 올림픽중계 지원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인도주의와 스포츠 정신에 따라 북한 주민도 TV로 올림픽의 열기를 누릴 수 있도록 별도의 비용 부과 없이 방송권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한반도 전체에 대한 올림픽 공식 중계권은 한국방송협회 산하 ‘스포츠 중계방송 발전협의회’(KS)가 갖고 있다. KS는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로 구성됐다. 이에 따라 북한의 올림픽 중계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조선중앙방송위원회(KRT)가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ABU)을 통해 지상파 3사로 구성된 한국방송협회에 방송권 협조를 요청하면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산하 올림픽방송기구(OBS)가 리우올림픽 현장에서 제작한 경기영상을 전 세계에 송출하면 북한이 자체 위성시스템으로 수신해 중앙TV 방송제작에 활용하고 있다. 지상파 3사는 2006년 독일월드컵을 비롯해 2010년 남아공월드컵, 밴쿠버동계올림픽, 2012년 런던올림픽,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브라질월드컵 등의 방송권을 북한에 지원한 바 있다. 중앙TV는 지난 6일 브라질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진행된 올림픽 개회식 장면을 하루 늦게 7일 저녁 방송하면서 156번째로 입장한 북한 선수단의 행진 모습을 소개했다. 방송은 또 귀빈석에 앉아있는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의 모습도 보여줬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W 결방, 이시언도 울었다 “수봉이 분량 챙겨서 다음주에 만나요”

    W 결방, 이시언도 울었다 “수봉이 분량 챙겨서 다음주에 만나요”

    w 결방 알리며 이시언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11일 MBC 드라마 ‘W’ 공식 인스타그램에는 “홍보요정 #수봉 이도 울고 인별지기도 울고 #W#더블유#MBC#이시언#봉무룩#눈물좀닦고가실게여#수봉이분량챙겨서_우리다음주에만나요”라는 글과 함께 한 장의 사진이 게재됐다. 공개된 사진 속에는 ‘8회 결방. 죄송염’이라는 팻말을 들고 울상을 짓고 있는 이시언의 모습이 담겼다. 이날 방송 예정이었던 ‘W’ 8회는 리우올림픽 중계방송으로 인해 결방이 결정됐다. 이시언 역시 이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 = W 인스타그램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서동철 칼럼] 리우에서 평창 올림픽을 바라본다

    [서동철 칼럼] 리우에서 평창 올림픽을 바라본다

    리우올림픽에서 한국 양궁이 남녀 모두 금메달을 확정 지은 이튿날이다. 한 동료는 “이러다 올림픽 종목에서 양궁이 아예 없어지는 것 아니야?” 하고 조금은 진심이 어린 듯한 농담을 했다. TV는 잇따라 한국이 단체전에 이어 개인전까지 양궁에 걸린 금메달 4개를 휩쓸 가능성이 크다고 흥분하고 있었다. 세계 양궁계는 그동안 한국을 견제하고자 끊임없이 룰을 바꾼 것도 사실이다. 여자 양궁 단체전은 올림픽 8연패라고 하지 않았나. 다음날 남자 양궁의 세계 랭킹 1위인 김우진 선수가 개인전 32강전에서 탈락했다. 그는 올림픽 개막 직전 세계신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니 실망이 없을 수 없다. 그런데 상대가 한국에 적지 않은 이주근로자와 결혼이민자가 있는 인도네시아 선수라는 소식은 다소 위안이 되기도 했다. 예선 33위가 세계 최강을 꺾었으니 인도네시아 국민에게는 큰 격려가 됐을 것이다. 게다가 김 선수에게는 미안하지만, 이승윤 선수가 16강에 진출했으니 우리에게는 금메달의 희망도 여전하다. 인도네시아는 런던올림픽에서 역도에서만 은·동메달을 한 개씩 따는 데 그쳤다. 개인적으로 리우올림픽 중계방송을 역대 어느 올림픽의 그것보다 마음 편하게 시청하고 있다. 역시 세계 랭킹 1위에 올라 있던 남자 유도 선수들이 줄줄이 금메달에서 멀어지는 장면도 웃으며 볼 수 있게 됐다. 선수와 그 가족, 그리고 지도자의 원통함은 뼈에 사무치고도 남을 것이다. 하지만 고국의 시청자들은 매운 고추처럼 당찬 여자 유도 정보경의 은메달과 두 아이의 엄마라는 윤진희의 역도 동메달에서 더 큰 보상을 받고도 남았다. 올림픽에 목숨을 건 듯 침을 튀기는 사람도 중계방송을 하는 아나운서와 해설자 말고는 보이지 않는다. 물론 성적에 완전히 초연해 즐기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은 아직 과장이다. 하지만 경기를 치른 선수는 물론 국내에서도 아까운 패배에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하던 과거와는 다르다. 이만큼 의젓하게 올림픽과 만나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분명히 우리 사회가 진보한 증거라고 생각한다. 올림픽을 즐기게 됐다는 것은 오로지 ‘나’에서 벗어나 ‘주위’를 바라보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뜻이 아닐까 한다. 그런 점에서 공기권총 10m에서 한국인 박충건 감독이 지도한 호앙쑤안빈 선수가 베트남에 사상 첫 금메달을 안겼다는 소식은 매우 뜻깊다. 물론 이 종목 3연패를 노리던 진종오 선수가 5위에 그친 안타까움은 별개다. 베트남 며느리의 기쁨은 남달랐을 것이다. 그 2세가 자부심을 갖고 자라나는 데도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이미 다문화 사회에 접어든 한국이다. 다문화 인구의 출신 지역이 대부분 아시아 국가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이 아니더라도 아시아 선수라면 ‘이웃’을 넘어 ‘사돈’이라고 해도 좋다. 하지만 한국·중국·일본을 제외하면 아직은 목숨을 걸다시피 해도 올림픽에서 성적을 내기는 쉽지 않다. 우리는 후년 평창올림픽을 연다. 서울올림픽에 이은 동계올림픽의 개최는 변방의 한국 스포츠가 세계 중심으로 확고하게 진입함을 알리는 일종의 세리머니다. 그런 점에서 평창에서는 ‘성적’에 대한 강박을 떨치고 ‘공헌’을 목표를 삼아 보면 어떨까. 넓게는 세계인, 좁게는 아시아 이웃에 대한 공헌이다. 리우올림픽을 느긋하게 즐기는 국민의 모습에서 여건은 성숙하고도 남았음을 확인한다. 평창올림픽이 아시아 이웃들을 동계 스포츠 불모지에서 벗어나게 하는 노력의 본격적인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개·폐회식 행사도 한국은 물론 아시아에도 초점을 맞추었으면 한다. 평창을 ‘아시아 동계 스포츠 지원센터’의 본부로 공표하면 그 이상 좋은 일은 없다. 평창, 정선, 강릉에 들어서는 동계 스포츠 인프라를 아시아 각국을 위해 쓰겠다는 선언이다. 한편으로 막대한 비용을 들인 시설을 올림픽 이후에도 놀리지 않는 길이다. 외교력을 발휘해 아시아 각국이 모두 참여하는 동계 스포츠 진흥기구를 조직하고 중국과 일본에는 비용을 분담케 하는 방안도 있다. 금메달 몇 개를 더 따는 것보다 훨씬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dcsuh@seoul.co.kr
  • 숙적 日 울린 김연경, 난적 러시아도 울린다

    숙적 日 울린 김연경, 난적 러시아도 울린다

    ‘배구 여제’ 김연경(28·페네르바체)이 세계 최고 몸값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면서 메달 전망을 밝히고 있다. 이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지난 6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의 마라카낭지뉴에서 열린 올림픽 여자배구 첫 경기 A조 예선 1차전에서 일본을 세트스코어 3-1로 누르고 40년 만의 올림픽 메달을 향한 성공적인 첫걸음을 뗐다. 4년 전 런던올림픽에서 최우수선수와 득점왕을 석권하고도 3·4위전에서 일본에 패해 통한의 눈물을 쏟아야 했던 주장 김연경은 이날 양팀 최다 득점인 30점을 혼자 쓸어 담으며 패배를 설욕했다. 반면 런던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고 환하게 웃었던 일본팀 주장 기무라 사오리(30)는 고개를 떨궜다. 김연경은 세계 여자배구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최고 연봉자’(120만 유로·약 15억 6000만원)답게 절정의 기량으로 상대를 압도했다. 1세트에서 한국은 기무라, 나가오카 미유, 시마무리 하루요 등 일본의 ‘삼각 편대’에 막혀 첫 세트를 내줬다. 그러나 2세트 이후 김연경은 전후방을 가리지 않고 상대 코트에 볼을 꽂아 넣으며 연이어 3세트를 따내면서 첫 경기를 짜릿한 역전승으로 마무리했다. 김연경은 “4년 전 일본과의 3·4위전 패배를 드디어 되갚았다”며 “그때 눈물을 흘렸는데 오늘은 이렇게 웃을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교민이 거의 없는 현지 경기장은 일본 팬들과 브라질 관중의 응원이 대다수였지만 한국에서는 이날 경기 중계방송 시청률이 29.8%에 이를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한국은 김연경을 앞세워 오는 9일 오전 8시 30분(한국시간) ‘난공불락’ 러시아 격파에 나선다. 이번 올림픽에는 12개 팀이 A·B조로 나눠 각 조 4위까지 8강에 진출하는데 조 1·2위에 들어야 8강에서 상대적으로 수월한 상대와 만난다. 세계랭킹 9위인 한국은 같은 조인 A조에 브라질(3위), 러시아(4위), 일본(5위), 아르헨티나(12위), 카메룬(21위)이 포함돼 있다. 러시아를 이긴다면 4강 진입을 위한 ‘9부 능선’을 넘는 셈이다. 한국은 역대 러시아전에서 7승 44패로 철저하게 당했다. 올림픽에서는 7번 만나 모두 패했다. 여기에 러시아에는 김연경과 함께 ‘세계 3대 공격수’로 꼽히는 타티야나 코셸레바(27·191㎝)가 버티고 있고, 러시아 대표팀의 평균신장은 186㎝로 우리보다 6㎝ 더 크다. 코셸레바는 김연경보다 1㎝가 작지만 공격 정확성 면에선 김연경 못지않다. 러시아도 이날 코셸레바의 활약을 앞세워 아르헨티나를 3-0으로 가볍게 제압했다. 결국 김연경이 코셸레바를 압도한다면 이변이 연출될 수 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옹기종기 김기수 경기 보던 밤… 50년 전 한국의 풍경

    옹기종기 김기수 경기 보던 밤… 50년 전 한국의 풍경

    1966년 6월 25일 밤, 수많은 사람이 라디오와 TV 앞에 모였다. 한국 복싱 사상 최초로 김기수 선수가 WBA 주니어미들급 세계 챔피언에 도전하는 경기의 중계방송을 듣거나 보기 위해서다. 손에 땀을 쥐는 경기가 이어졌다. 15라운드가 모두 끝났지만 승부가 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심판 판정에 귀를 기울였다. 한 번은 이기고 한 번은 졌다. 1대1 상황에서 세 번째 심판의 점수가 불렸다. “벤베누티 68, 김기수 74.” “우와~.” 전국이 함성으로 들끓었다. 김기수 선수가 한국 최초로 세계 챔피언에 오른, 1966년 한여름 밤의 모습이다. 1960년대 한복판의 한국 사회상을 통해 50년 전 우리나라 사람들이 경험했던 도전과 환희, 일하고자 했던 열정, 그 속에서의 시련과 희망을 되새겨보는 전시가 마련됐다. 19일부터 다음달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일하는 해 1966’ 특별전이다. 전시는 1960년대 정치, 사회, 경제, 교육 등 7가지 주제로 이뤄졌다. 김기수 선수가 WBA 주니어미들급 세계 챔피언인 이탈리아 니노 벤베누티 선수를 누르고 세계 챔피언이 됐을 때 사용한 글러브를 비롯해 국내 최초 흑백 텔레비전인 ‘금성 텔레비전 VD191’, 1966년 8월 31일 출판된 ‘수학의 정석’, 베트남 추가 파경 때 한·미 양국 정부가 주고받은 ‘브라운 각서’, 1967년 야당인 신민당이 발행한 6·8 부정선거 백서, 만화 ‘호피와 차돌바위’ 포스터 등 관련 자료 500여점과 음원·영상자료 100여점으로 꾸며진다. ‘냉전 속의 열전’에선 미국과 소련의 냉전 대치 아래 진행된 베트남 전쟁, 북한의 무력도발 증가 등 우리나라를 둘러싼 세계사를 확인할 수 있다. ‘고도성장의 궤도진입’에선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마지막 해였던 1966년의 경제적 성과와 ‘일하는 해’라는 구호와 함께했던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월남에 간 김상사’에선 베트남전에 참가했던 군인들과 기술자들의 이야기를, ‘선택 1967’에선 1967년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를 위한 각 당의 활동과 선거 과정 및 결과를, ‘변화하는 사회’에선 인구 증가, 도시 집중현상, 가족계획 등 당시 사회상이 소개돼 있다. ‘국민교육’에선 콩나물 교실과 3부제 수업에서도 열심히 공부했던 학생들, 정부가 교육을 통해 새로운 국민상을 제시하려고 했던 모습을, ‘쇼쇼쇼’에선 1960년대 당시 대중문화를 접할 수 있다. 오승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김기수의 세계 챔피언 등극 이야기로 시작해 7개 주제로 구성돼 있다”며 “각각의 주제가 독립돼 있어 자유롭게 감상하며 관람객마다 다른 1966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용직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은 “1966년은 ‘일하는 해’라는 기치 아래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노력했던 시기로 오늘날 대한민국의 초석을 다진 해”라며 “이번 전시는 50년 전 한국과 한국인들의 삶을 경험하고 지금의 우리나라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창간 112주년 특별기획] 통역은 AI, 경기는 VR, 속도는 5G… 평창은 ‘ICT올림픽’

    [창간 112주년 특별기획] 통역은 AI, 경기는 VR, 속도는 5G… 평창은 ‘ICT올림픽’

    세계 첫 5G 시범망 구축… 최대 25만여대 단말 접속 7개 언어 통역 AI콜센터 IoT로 체크인·티켓 확인 “기술 수출 올림픽 목표” 2018년 2월 9일. 강원 평창군 일대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을 즐기기 위해 프랑스인 줄리앙이 한국을 찾았다. 인천공항에 내리자마자 대규모 곡면 스크린인 ‘울트라 와이드비전’(UWV)이 그를 맞았다. 가로 15m, 세로 4m 크기의 스크린은 마치 올림픽 경기 현장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평창 동계올림픽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시키자 공항에 설치된 비콘(근거리 무선통신기술 장치)이 줄리앙의 현재 위치를 정확히 찾아냈다. 덕분에 복잡한 공항에서도 손쉽게 길을 찾았다. 앱에 숙소 정보를 입력하자 인천공항에서 평창(진부역)까지 가는 KTX 탑승 시간과 좌석번호가 자동으로 안내됐다. KTX 안에서도 끊김 없이 실시간 고화질(HD) 방송을 볼 수 있다. 열차가 1시간 38분 만에 진부역에 다다르자 스마트폰으로 자동차 렌트 정보와 주변 음식점의 할인 정보가 속속 들어왔다. 호텔 로비에 들어서자 스마트폰 앱이 자동 체크인을 도왔다. 방에 짐을 풀고 호텔을 나선 줄리앙은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 셔틀버스를 타고 경기장 주변을 둘러봤다. 경기장 인근에서는 국제 드론 레이싱 대회부터 케이팝 홀로그램 콘서트, 가상현실(VR) 시뮬레이터 체험까지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VR 고글을 착용하자 마치 알펜시아 스키점프 경기장 위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었다. 상체를 잔뜩 웅크리며 급경사면을 활강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자 강원도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하늘을 나는 듯한 짜릿한 쾌감이 느껴졌다. 한국어를 전혀 할 줄 모르는 줄리앙이었지만, 렌터카를 빌리거나 쇼핑을 할 때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콜센터 도우미와 자동통번역 서비스 앱이 바로 통역과 번역을 도왔기 때문이다. 경기장 주변은 물론이고 5만명을 수용한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도 와이파이 접속이 순조로워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영상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었다. 정부의 ‘K-ICT 평창 동계올림픽 실현전략’을 중심으로 구성해 본 2018년 2월 평창의 모습이다. 올림픽은 더이상 스포츠 경연장으로서 역할에만 만족하지 않는다. 각국 정보통신기술(ICT)의 각축장으로 첨단 기술을 선보여 국가적 위상을 뽐내고 글로벌 진출의 장으로 활용된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은 올림픽 최초로 전자태그(RFID) 입장권과 얼굴 식별 기술을 경기장에 적용했다. 관람객 입장이 편리해진 것은 물론이고 정확한 인원 집계가 가능해졌다. 베이징올림픽은 또 유선 인터넷 기반의 생중계 서비스와 3세대(3G) 이동통신 광대역 무선 서비스를 제공했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은 ‘트위터 올림픽’이라는 별칭이 붙었을 만큼 스마트폰을 활용한 SNS가 본격화된 올림픽이었다. 최초로 스마트 기기와 PC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경기를 실시간으로 제공한 올림픽이기도 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최초의 올림픽 공식 앱이 보급됐다. 개발도상국에 실시간 번역 서비스를 제공해 올림픽 정보를 차별 없이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은 경기장에 설치된 2500여개의 무선공유기(AP)를 통해 관람객이 초고속 와이파이에 무료로 접속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 정부는 일찍부터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해 ‘K-ICT 올림픽’을 표방해 왔다. 2014년 7월 미래창조과학부 2차관을 단장으로 한 ‘평창 ICT동계올림픽 추진 태스크포스(TF)’가 구성됐다.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 강원도, 올림픽 파트너사, 관계기업 등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을 거쳐 ICT 분야별 서비스를 발굴했다. 그 결과 ‘세계 최초 5세대(5G) 이동통신 올림픽’, ‘편리한 사물인터넷(IoT) 올림픽’, ‘감동의 초고화질(UHD) 올림픽’ ‘똑똑한 AI 올림픽’, ‘즐기는 VR 올림픽’ 등 5대 주요 과제가 선정됐다. 이에 따라 경기장 주변, 프레스센터에 세계 최초의 5G 이동통신 시범망이 구축된다. 인천공항, 광화문도 시범 서비스 지역에 포함된다. KT 관계자는 “시제품 수준이 아니라 상용 수준의 5G 단말기를 개발해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3만 5000개의 유선 통신 라인을 설치하고 최대 25만여대의 기기에서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무선 통신망을 구축하는데, 이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의 2배 이상 규모”라고 말했다. IoT 기술은 교통, 숙박, 관광 정보를 알리는 데 활용된다. 인천공항, 서울역 등 주요 지점에 설치된 비콘들이 입·출국, 교통 등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각국 선수단, 관람객 등이 공항에 도착하는 즉시 공항 내 이동경로를 안내한다. 인천공항에서 평창까지 개통된 KTX의 탑승 시간과 좌석 역시 자동으로 안내된다. 평창 내 교통, 차량 렌트 정보는 물론이고 주변 업소 할인 정보까지 한꺼번에 제공할 수 있다. IoT를 통해 숙박 시설의 체크인과 경기장 티켓 확인 역시 자동으로 이뤄진다. IoT 기술은 우리 선수단의 경기력도 향상시킨다. 선수들은 센서 등이 부착된 시계, 옷 등 ‘트레이닝 웨어러블’을 활용해 건강 상태를 수시로 체크하고 기록 분석을 통해 체계적인 경기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실제로 쇼트트랙에서 구간별 속도 분석을 통해 직선주로, 곡선주로에서 각각 어떤 자세를 취했을 때 기록이 좋은 지 등의 분석이 가능하다. VR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스키점프, 스노보드 등 VR 시뮬레이션 게임을 제공해 관람객들도 평창올림픽 코스를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설악산, 평창, 강릉 등 강원도의 대표 관광지를 가상현실로 제공해 관람객들의 관광체험도 가능하다. 케이팝 홀로그램 콘서트부터 문화재 홀로그램 전시도 제공된다. 셔틀버스 내외부에 스크린을 마련해 초다시점, 홀로그램 등과 같은 실감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AI 기술은 언어 장벽이 없는 올림픽을 만드는 데 기여한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독일어, 러시아어 등 7개 언어를 실시간 자동 통·번역하는 서비스가 제공된다. 음성인식 및 대화처리 기술을 활용해 경기 정보, 길찾기, 민원 등 각종 전화 문의를 처리하는 AI 콜센터 안내 도우미도 운영된다. 올림픽 중계방송도 달라진다. 세계 약 38억명에게 첨단기술을 이용한 방송이 제공된다. 일부 종목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풀HD(고화질)보다 4배나 더 선명한 UHD(4K)로 방송된다. 경기장 주변 영상, 케이팝 공연 등을 영상으로 제작해 UHD의 2배 해상도인 ‘8K UHD’ 방송 시범 서비스도 선보인다. 국내 기술로 개발된 울트라 와이드 비전도 조직위 본부, 홍보관, 공항, 서울역 등 유동 인구가 많고 홍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지역에 설치된다. 미래부 평창ICT올림픽 추진팀 관계자는 “올림픽 개최국은 ICT를 경기 운영의 한 요소로 활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내외에 알리고, 최종적으로는 수출로 이어지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돈 쓰는 올림픽이 아닌 돈 버는 올림픽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설명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In&Out] 프로축구, 리그보다 승부조작 뿌리뽑는 게 우선이다/박지훈 스포츠문화연구소 사무국장·변호사

    [In&Out] 프로축구, 리그보다 승부조작 뿌리뽑는 게 우선이다/박지훈 스포츠문화연구소 사무국장·변호사

    프로축구 전북 소속 스카우터가 2013년 시즌 중 심판에게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말 경남FC 사태에 연이어 심판 매수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전북은 이번 사건이 개인적 일탈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려 한다. 아울러 심판에게 건넨 금액이 500만원으로 그다지 크지 않다는 설명도 빠트리지 않는다. 사죄의 진정성도 의심스럽지만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프로축구에서 처음 승부조작 사건이 불거진 5년 전이나 지금이나 승부조작에 대한 안이한 인식에는 거의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현재 사법부는 승부조작을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혹은 ‘업무방해죄’로 처벌한다. 그러나 심판 매수를 비롯한 승부조작은 본질적으로 ‘사기죄’에 해당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다. 경기장을 찾아 입장료를 지불하고 경기를 관전하는 관중들에게 사기를 친 죄는 물론이고, 중계방송으로 경기를 시청하는 팬들에게 사기를 친 죄도 성립한다. 프로축구연맹에 거액의 중계권료를 지불하고 중계권을 구매한 방송사 역시 직접적인 피해자에 해당한다. 각본대로 진행될 축구경기 중계권을 구매할 방송사는 없다. 또한 승부조작 대상 경기에 베팅해 손실을 본 ‘스포츠토토’ 구매자 역시 피해자임을 부정할 수 없다. 이처럼 승부조작이라는 ‘범죄’로 인한 피해는 확정하기 힘들 정도로 광범위하다. 피해액은 도무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이는 심판에게 건넨 금액이 많고 적음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전북의 기대(?)와는 달리 “심판에게 건넨 금액이 크지 않다”는 항변이 면죄부 내지 정상 참작 사유로 작용할 여지는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 전북이 ‘적은 금액’을 항변하는 것은 어찌 보면 법리적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인지상정상 그러한 항변 자체를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스카우터의 개인적 비리라고 ‘해명’하는 대목에 이르면 전북은 아직도 이번 사건의 본질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해명이 궁색할 뿐만 아니라 지극히 비상식적이다. 발포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며 5·18 학살의 책임을 부정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스카우터가 자신의 업무 영역을 한참 벗어나는 일을, 형사처벌을 감수하면서까지 굳이 감행해야 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납득할 만한 설명도 전혀 내놓지 못했다. 만일 정말로 스카우터가 개인적으로 저지른 일이라면 이건 또 다른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다. 이는 전북이 프로구단으로서 기본적인 시스템조차 갖추지 못했음을 스스로 시인하는 꼴이다. 경험으로부터 깨닫지 못하는 자만큼 어리석은 자는 없다. 2011년 선수 수십 명이 연루된 대형 승부조작 사건 당시 리그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음에도 눈앞에 보이는 이익에 급급해 서둘러 사태를 봉합하고 리그를 강행한 프로축구연맹이야말로 그 전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는 사이 승부조작은 근절되기는커녕 오히려 ‘심판 매수’라는 형태로 진화를 거듭했다. 썩은 환부를 도려내지 못한 의사에게 또다시 메스를 쥐게 할 사람은 없다. 스스로 직분을 저버린 프로축구연맹은 이번 사건의 관련자들을 단죄할 자격을 상실한 것이다. 스포츠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그것이 공동체의 작동 원리를 체험하고 익힐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사회의 혼탁함이 그대로 재현되는 스포츠는 부정(不正)과 부조리의 학습 도구에 지나지 않아 차라리 없느니만 못하다.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전북은 구단을 해체할 각오로 반성하고 수사에 임해야 한다. 그리고 프로축구연맹은 즉시 리그를 중단하고 오로지 승부조작의 뿌리를 뽑아내는 데에만 전념해야 한다. 더이상 스포츠를 수단 삼아 국민을 기만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야구술사’ 허구연 해설위원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야구술사’ 허구연 해설위원

    지난 21일 저녁 서울 효창공원 근처 사무실에서 만난 허구연(65)은 “오늘은 기분이 너무 좋은 날”이라고 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시애틀에서 뛰고 있는 이대호 때문이었다. 주말인 그날 아침 이대호는 홈런 1개를 포함해 2타수 2안타 3타점을 기록했다. 그는 이대호를 사랑한다고 했다. 빵 한 봉지를 위해 야구를 시작했지만 늘 변함없이 유지해 온 밝은 미소, 어렵게 키워 주신 할머니를 떠올리며 흘리는 눈물. 그는 “야구라는 스포츠가 가진 모든 장점이 한데 모여 현실로 구현된 선수가 이대호”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 또한 야구에 신세를 진 것이 많은 사람이라고 했다. -“감독님, 저 대학 가고 싶습니다.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습니다.” 1970년 11월 말 서울 중구 소공동 상업은행 본점(현 한국은행 별관) 사무실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제자의 폭탄선언을 들은 이곳 상업은행 야구단 장태영(1999년 작고) 감독님의 표정엔 실망과 배신감이 교차했다. 그해 초 어렵게 팀에 들인 주축 4번 타자가 갑자기 야구를 때려치우겠다니…. 그것도 경남고 후배라고 각별히 아껴주었는데. 감독님은 끝까지 나의 청을 수용하지 않으셨다. 결국 나는 도망치다시피 상업은행을 떠나 이듬해 71학번으로 고려대 체육학과에 체육 특기자로 들어갔다. 그리고 1년 뒤에는 같은 학교 법학과 72학번으로 두 번째 입학식을 가졌다. -1962년 부산 대신국민학교 5학년 때였다. ‘불도저 시장’으로 유명한 김현옥씨가 그해 4월 부산시장으로 왔는데, 그는 취임하자마자 시내 모든 국민학교를 대상으로 ‘부산시장배 야구대회’를 개최했다. 당시 우리 학교엔 야구부가 별도로 있었지만 교장 선생님은 “숨은 인재를 발굴한다”며 반마다 한 명씩 추천받아 운동장에서 테스트를 시켰다. 담임 선생님은 유난히 큰 덩치에 달리기와 축구를 잘했던 나를 지목했고, 나는 얼결에 운동장으로 불려 나가 방망이를 들었다. ‘꽝’ 소리와 함께 내가 때린 공이 저 멀리 한참을 날아갔다. -다음날 방과후 야구 감독님과 교감 선생님이 나를 따라 우리 집에 왔다. “그냥 돌아들 가세요. 우리 아이는 공부를 잘해서 안 된다니까요.” 아버지는 등을 돌리고 그들을 외면하셨다. 당시 나는 공부도 반에서 1, 2등을 다퉜다. 경기고-서울대 코스를 밟을 아이한테, 난데없이 야구라니. 하지만 아버지와 달리 전날 홈런을 때릴 때의 쾌감이 내 몸속엔 그대로 남아 있었다. 내가 나서서 아버지를 졸랐다. 며칠 후 아버지는 야구부 입단을 허락하셨다. 단, 국민학교 졸업 때까지, 그리고 경남중 입학시험에 반드시 합격한다는 조건이었다. 내가 기존의 야구부 선수들을 제치고 주전 1루수에 4번 타자가 되기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 학교 우승의 주역이 됐다. 6학년이 돼서는 4번 타자에 더해 ‘주전 투수’란 타이틀이 추가됐다. 만일 ?내가 일곱살 때 집안의 뿌리인 경남 진주를 떠나 부산으로 오지 않았더라면 내 인생은 어떻게 됐을까 생각해 보곤 한다. -경남중 합격은 어렵지 않았다. 아버지와 한 약속대로라면 야구는 이제 끝이었다. 그런데 입학식도 하기 전에 경남중 야구 감독님이 과일을 싸들고 집으로 오셨다. 그날 밤 아버지는 가족회의를 소집하셨다. 내 생각을 말했다. “공부도 좋긴 한데 일단 야구를 좀더 해보고 싶습니다.” 아버지의 단념은 의외로 빨랐다. -중1 입학과 동시에 2, 3학년 형들을 제치고 3~4번 타순을 맡았다. 나는 초등학교부터 경남중·경남고·상업은행·고려대·한일은행에 이르기까지 선수를 하면서 후보 생활을 해본 적이 한번도 없다. 그건 내게 한편으론 독이 되기도 했다. 후보 선수의 심정을, 잘해 보고 싶은데 잘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고충을 비로소 뼈저리게 느꼈던 건 나의 ‘흑역사’라고 할 수 있는 청보 핀토스 감독 시절이었다. 1985년 만 34세 최연소 사령탑으로 주목받으며 시즌을 시작했지만, 8승23패로 중도 퇴진했다. 아침마다 ‘허구연의 청보, 허구한 날 패배’, ‘허공만 바라보는 허구연’ 같은 제목의 기사들을 보며 충격과 좌절을 느껴야 했는데, 그게 외려 나에겐 큰 깨달음을 주었다. -고3이 되자 상업은행에서 우리 학교 출신인 장태영 감독님을 통해 집요하게 손짓을 해왔다. 하지만 내가 실업팀에 갈 이유는 없었다. 우리 학교가 황금사자기 대회 우승을 했던 고1 때 이미 고려대와 연세대로부터 입학 제안을 받은 상태였다. 완강히 거부하자 상업은행에서는 “허구연을 보내 주면 다른 선수 한 명을 추가로 받아 주겠다”며 학교 쪽을 공략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럴 게 있었나 싶기도 하지만, 그때 나는 ‘한 명의 친구’를 택했다. 어차피 그 즈음엔 평생 야구를 하기로 마음먹은 터이기도 했다. -상업은행에서는 빳빳한 신권으로 월급을 줬다. 그 돈은 상당 부분 서울에서 대학 다니는 친구들에게 칼질(경양식) 시켜 주고 맥주 사주는 데 들어갔다. 상업은행 본점 근처 명동은 ‘부산 촌놈’에겐 별천지였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친구들과 헤어져 숙소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거워져 갔다. 대학수업과 리포트, 여자 친구, 캠퍼스 축제 얘기들. ‘술을 사주는 건 난데 더 초라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고민은 시간이 갈수록 깊어져 갔고, 결국 나는 장태영 감독님의 마음에 비수를 꽂고 말았다. -1971년 3월 체육학과에 입학하면서 나는 야구선수와 수험생의 생활을 병행했다. 말하자면 ‘주야야독’(晝野夜讀)이었다. 정식으로 예비고사, 본고사를 거쳐 법과대학에 들어가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사법고시에 합격한 최초의 국가대표 야구선수’가 되고 싶었다. “운동선수들은 무식하다”는 세간의 편견을 깨고 싶었다. 신문 인터뷰에서 “판검사나 변호사를 못 하는 게 아니라 야구가 더 좋아서 안 하는 것뿐입니다”라고 말하는 꿈을 꾸기도 했다. 이듬해 나는 고려대 법대에 신입생으로 다시 들어갔다. 체육 특기자 출신이 고려대 안에서도 입학하기가 가장 어려운 학과로 통했던 법대에 시험을 봐서 합격하자 나를 아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교내에서도 난리가 났다. 야구선수 생활은 계속됐지만 수업을 들으려고 무진 애를 썼다. 아침 9시에 중간고사를 보고 낮에 동대문야구장에 가서 홈런을 2개 친 날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법대를 졸업할 때쯤 내가 선택한 것은 다시 야구였다. 한일은행 야구단에 들어갔고 다시 국가대표가 됐다. 거기서 치른 1976년 한·일 실업야구 올스타전은 내 인생의 방향을 다시 한번 바꿔 놓았다. 상대 선수의 거친 슬라이딩에 왼쪽 정강이가 두 동강이 났다. 4차례에 걸쳐 수술을 받았지만 회복이 되지 않았다. ‘이대로 퇴원하면 은행에서 일반직으로 일하는 건가. 하지만 나는 주산·부기도 못하는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결국 김응용(전 삼성라이온스 사장) 감독님에게 은퇴를 고했다. 그때 나이 스물다섯이었다. -“허구연이가 돌아왔다고?” 고대 법학과 대학원 시험에 합격하자 누구보다도 김상협 총장님께서 기뻐하셨다. 고대 야구부 시절에 나를 많이 아껴준 분이셨다. 53명의 응시생 중 13명만 붙은 대학원 입학으로 내 꿈은 ‘야구 국가대표 출신 교수’로 방향 수정이 됐다. 처가의 영향도 있었다. 장인어른은 우리나라 노동경제학의 대가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설립의 주역인 고려대 김윤환 명예교수님이신데, 작년 2월에 돌아가셨다. 고대 법대 커플인 아내는 현재 충남대 로스쿨 교수로 있다. -경기대에서 강사 생활을 하던 1982년 프로야구가 개막하고 얼마 후 MBC에서 전화가 왔다. 대학원 시절 동아방송 라디오를 통해 실업야구 해설을 한 적이 몇 번 있었는데 MBC 조광식 스포츠국장이 그걸 기억해 낸 것이었다. 방송을 몇 번 하고 났더니 MBC에서 전속 계약을 하자고 했다. 당시 TV 중계를 한 번 하면 MBC에서 3만 6500원을 줬다. 하지만 나는 선수들처럼 연봉제를 요구했다. 연 2200만원을 달라고 했다. 당시 특급인 박철순 투수(2400만원)를 제외한 A급 선수들의 연봉이 2200만원이었다. 서울 강남의 30평 아파트 평균 가격이 2200만원이라는 데서 나온 액수였다. 첫해 1400만원에 사인을 했다. -해설자로서 남다른 자부심을 갖는 게 몇 가지 있는데, 대표적인 게 일본식 용어를 몰아낸 데 기여했다는 사실이다. 1982년 당시는 온 나라가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에 따른 반일 정서로 들끓었다. 나는 “포볼, 데드볼 같은 일본식 조어들을 몰아내야 합니다. 프로야구 출범 초기인 지금 못 하면 앞으로는 더 어려워질 겁니다”라고 MBC PD와 아나운서들을 설득했다. 미국 유학 중인 친구를 통해 다저스 감독 출신의 월터 올스턴이 지은 ‘더 베이스볼 핸드북’을 구입했다. MBC 아나운서들과 나는 ‘포볼’은 ‘베이스온볼스’, ‘데드볼’은 ‘히트바이피치트볼’로 불렀다. 이 말들은 나중에 ‘볼넷’, ‘몸에맞는볼’ 등 우리말로 다시 순화됐다. -우리 프로야구가 두 시즌을 마친 뒤인 1984년 3월, 나는 미국 플로리다 베로 비치에 설치된 LA다저스의 스프링캠프에 4주 동안 머물렀다. 그곳에서 선진적인 훈련 방식과 선수 관리를 지켜볼 수 있었다. 피터 오맬리 다저스 구단주의 특별한 배려였다. 토미 라소다 감독에 알 칸파니스 단장 등 쟁쟁한 멤버들이 포진해 있던 때다. 그런데 당시 다저스 에이스였던 페르난도 발렌수엘라가 투구를 마친 뒤 더그아웃에 들어오더니 어깨에 아이싱(얼음 찜질)을 하는 것이었다. ‘왜 저러지? 우리는 공 던지고 나면 따뜻한 물에 팔을 담그라고 배우지 않았던가.’ 그러나 내가 알고 있는 지식들은, 다시 말해 일제 시대 야구를 배웠던 스승들에게서 얻은 지식의 상당수는 미국 스포츠 의학계에서 이미 20~30년 전에 폐기된 것들이었다. -난 그런 새로운 지식들을 빨리 우리 야구계에 전해 주고 싶었다. “이 중계방송을 보시는 감독님들, 부모님들 잘 들으세요. 선수가 공을 던지고 나면 절대로 온찜질을 하지 마시고 냉찜질을 해 주셔야 합니다.” 그해 첫 TV 중계에서 이렇게 말했더니 뜻하지 않은 공격이 들어왔다. “새파랗게 어린 해설자가 미국 한번 갔다 오더니 돌아이가 됐다”는 식이었다. 지금은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온찜질을 하는 경우는 없다. -나의 해설 철학은 겸손하자는 것이다.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하고, 확실하지 않은 것은 얘기하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불편부당하려고 노력한다. 감독이나 선수들과 술은 물론이고 밥도 먹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다. 나는 항상 경기 시작하기 3시간 전에 야구장에 나가 감독 및 주요 선수들과 인터뷰를 한다. 여기에 더해 우리 회사(야구정보회사 ㈜KSN) 직원들이 나에게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전해 준다. 중계 때 말하는 것이 준비한 것의 50분의1, 100분의1에 불과한 이유다. 3~4시간에 걸쳐 중계를 하고 나면 온몸의 진이 빠져 어떤 때는 말도 안 나온다. 특히 조금이라도 실언을 하면 문제가 커지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말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온 신경을 곤두세운다. -일부에선 내가 특정 선수를 편애하는 해설을 한다고 비판한다. 그렇게 비쳐지는 대목이 있다면 그건 새로운 스타를 발굴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나는 축구계에 부러운 점이 있다. 축구는 월드컵, 올림픽, A매치 등이 많아 스타 탄생의 기회가 많다. 야구는 그렇지 않다. 가능성 있는 젊은 후배들이 스타로 성장하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 이미 다 커버린 선수보다는 정수빈, 안치용, 김선빈, 구자욱, 이태양, 김하성 같은 젊은 선수들에게 더 많은 찬사를 보냈던 이유다. 여기에도 철칙은 있다. 미리 감독에게 물어본다. “칭찬을 해줘도 되느냐”고. 잘못된 칭찬이 선수를 망칠 수 있다는 걸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김태균 경제정책부장 windsea@seoul.co.kr >>허구연 해설위원 1982년 프로야구 원년부터 지금까지 35년간 마이크를 잡아 온 한국의 대표적인 스포츠 해설가다. 고교야구, 대학야구, 실업야구에서 국가대표 선수로 활약했으나 부상으로 은퇴하고 법학 교수의 꿈을 키우다 해설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방송이 없으면 야구장 건립과 어린이 야구 보급을 위해 전국 각지를 도는 걸로 유명하다. 이로 인해 얻은 별명이 ‘허프라’(허구연+인프라스트럭처)다. ‘허구연장학회’를 통해 아마추어 야구를 지원하고 있으며 베트남 등 해외에도 야구를 전파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1951년 경남 진주 출생 ▲부산 대신초, 경남중, 경남고, 고려대 체육학과·법학과, 고려대 법학 대학원 ▲상업은행·한일은행 야구단 ▲1985년 청보 핀토스 감독, 1987년 롯데 자이언츠 코치, 1990~91년 MLB 토론토 블루제이스 코치 ▲한국방송대상 특별상, MBC 연기대상 공로상 등 ▲저서 ‘허구연의 프로야구’, ‘프로야구 10배로 즐기기’, ‘홈런과 삼진 사이’, ‘여성을 위한 야구 설명서’ 등 ▲(현) MBC 야구해설위원, ㈜KSN 대표이사, 한국야구위원회(KBO) 야구발전위원장, 서강대 겸임교수 등
  • [하프타임]

    [하프타임]

    레스터 라니에리 ‘올해의 감독상’ 레스터시티를 창단 132년 만에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으로 조련한 클라우디오 라니에리(65·이탈리아) 감독이 프리미어리그에서 선정한 2015~16 시즌을 가장 빛낸 사령탑으로 선정됐다고 구단 측이 17일 밝혔다. 라니에리 감독은 이번 시즌 세 차례나 프리미어리그 ‘이달의 감독’으로 뽑힌 바 있다. 그는 이날 프리미어리그뿐만 아니라 리그감독협회(LMA)가 주는 ‘올해의 감독상’까지 받는 겹경사를 맛봤다. 라니에리 감독은 지난달 ‘이탈리아 올해의 감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NBA 미네소타 타운스 신인왕 미국프로농구(NBA)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의 칼 앤서니 타운스(21)가 신인상 투표에서 만장일치 1위표를 받았다. NBA는 17일 “미국과 캐나다 기자단과 중계방송진 투표 결과 타운스가 1위표 130표를 모두 획득했다”고 전했다. 신인상 투표에서 만장일치가 나온 건 1984년 랠프 샘프슨, 1990년 데이비드 로빈슨, 2011년 블레이크 그리핀, 2013년 대미언 릴라드에 이어 올해 타운스가 다섯 번째다.
  • 대회장 200m 앞에서 외신 취재 가로막은 北

    대회장 200m 앞에서 외신 취재 가로막은 北

    북한이 6일 오전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개막한 제7차 당 대회 회의장에 외신들의 출입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일본, 중국, 서방 언론이 일제히 전했다. 외신들은 북한이 부슬비가 내리는 평양에서 수십년 만에 처음 당 대회를 열고 있다고 전했지만 회의 진행 상황과 내용은 전하지 못했다. 대신 평양 시내가 축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각양각색의 붉은 선전물로 뒤덮였다고 소개했다. ●英 기자 “北, 우리 측 촬영 영상 삭제 요구” 북한 당국이 이날 초청한 120여명에 이르는 외국 취재진을 4·25문화회관 근처까지 안내해 길 하나를 사이에 둔 채 약 200m 거리에서 대회장 외관을 촬영하게 했지만, 대회장 내부 입장은 허용하지 않았다고 일본 NHK와 교도통신 등이 전했다. NHK는 이날 오전 4·25문화회관 앞 주차장에 당 대회 참석자들을 태우고 온 것으로 보이는 수십대의 대형 버스와 승용차가 정차돼 있었다고 전했다. 교도통신은 평양 거리 곳곳에 ‘당 대회를 빛나는 노동의 성과로 맞이하자’ 등의 글귀가 적힌 간판이 걸려 있다고 보도했다. 취재에 응한 평양의 한 남성 주민은 “당의 역사에서 획기적인 계기이자 뜻깊은 대회”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일심단결의 힘을 과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도는 “1980년 제6차 노동당 대회 때는 118개국 대표단이 참석했지만 이번에는 외국 고관들의 참석 예정 사실이 전해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AP는 4·25문화회관 바깥에서 한 시간이 넘도록 외부 스케치만 허용한 끝에 북한 당국이 외신기자들을 묵고 있던 호텔로 돌려보냈다고 보도했다. 일부 외신기자는 북측의 취재 관련 통제가 편집증적 수준에 이르렀다며 혀를 내둘렀다. 영국 BBC의 스티븐 에번스 기자는 “취재진 4명에게 각자 1명씩 검은 옷의 감시원이 배치됐고, 화장실 안까지 따라붙고 있다”면서 “우리가 찍은 영상 일부를 삭제하라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北 TV, 행사 중계 없이 기록 영상만 상영 북한 관영 TV 조선중앙방송은 행사장 중계방송을 하지 않은 채 당을 칭송하는 기록 영상으로 오전 방송을 채웠으며, 아나운서 두 명이 나와 당의 성과에 관한 긴 논평을 30분간 읽기도 했다고 AFP가 전했다. 서방 매체들은 과학자들을 위해 최근 준공된 미래과학자 거리에 김정은 정권을 극찬하는 간판이 장식되고, 4·25문화회관을 비롯한 평양 시내의 주요 시설물에는 모두 노동당을 상징하는 붉은 기가 내걸렸다고 전했다. 중국 언론 중에서는 홍콩 봉황위성TV가 평양 특파원발로 현장에서 생중계를 하고 있지만, 회의장 출입 및 내부 촬영이 불허돼 회의 상황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이경형 칼럼] ‘물태우’에게 배우는 참 용기

    [이경형 칼럼] ‘물태우’에게 배우는 참 용기

    1989년 가을, 여소야대의 13대 국회에서 여야 4당의 합의로 ‘한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이 선포됐다. 심야 중계방송을 연장하는 국회 공청회를 비롯, 전국의 대학과 수많은 시민단체들이 주최했던 통일 논의가 국민의 여망으로 집대성되는 순간이었다. “‘대통령의 아집’을 자제하면서 ‘타협의 정치’로 나간 노태우 대통령의 판단과 인내력의 결과였다.” 당시 국토통일원 장관으로서 이 통일 방안을 입안하고 3김(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을 일일이 찾아가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 성사시켰던 이홍구 전 총리의 회고담이다. 13대 국회는 여당인 민주정의당(125석), DJ의 평화민주당(70석), YS의 통일민주당(59석), JP의 신민주공화당(35석)의 여소야대 국회였으나, 5공 비리 청산과 지방자치제 시행, 광주민주화운동 등 민주화 이후 산적한 난제들을 타협으로 풀어 나갔다. 박근혜 대통령은 16대 국회 이후 16년 만에 재현된 여소야대 국회를 맞아 향후 국정 운영에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자칫 ‘식물정부’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박 대통령은 ‘참 용기’를 발휘해 여소야대를 극복할 수 있는 채비를 차려야 한다. ‘참 용기’는 지도자의 단호한 의지에서 나온다. 6공화국 당시 노태우 대통령에게 “시중에서 대통령을 ‘물태우’라고 부른다”고 질문하자 자신의 신조는 ‘참 용기’라면서 “참고, 용서하고, 기다리는 것”이라고 설명한 적이 있다. ‘참 용기’를 현재의 버전으로 바꿔 보면 “(두 야당이 떼를 써도) 참고, (유승민 같은 ‘배신의 정치’도) 용서하며, (3당이 타협할 때까지) 기다리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민의를 겸허히 받들기” 위해서는 국회를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독선과 불통의 이미지가 설사 박 대통령의 진심과는 다르다 해도 이를 불식시키려는 행동이 중요하다. 20대 국회가 출범하면 대통령이 국회로 가서 각 당 및 원내 대표들과 회동하고 ‘상생’을 다짐하는 것이 좋다. ‘여·야·정 협의체’를 수시로 가동하고, 대통령이 각 당 대표와 연쇄 회담을 갖는다면 정국 분위기는 ‘타협 모드’로 전환될 것이다. 대통령은 청와대 경내에서 나와 정치적인 행동 반경을 넓혀야 한다. 청와대 수석회의에서 ‘모두 발언’하는 것으로 국회와 소통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정무장관을 부활하는 것도 정국 해법의 작은 도구가 될 수 있다. 대통령의 의중을 정무수석을 통해 일방적으로 전하는 고식적인 방법으로는 여소야대 정국을 풀어 가기 어렵다. 정무장관실이 제1, 2, 3 야당과 상시 채널을 열어 놓고, 정부의 정책 의도를 설명하고 야당 입장을 경청해 입안 단계에서부터 반영하고 협조를 구하는 업무를 일상화하는 것이다. 대통령만 준비를 갖췄다고 여소야대 국회가 잘 굴러가는 것은 아니다. 더민주당(123석), 새누리당(122석), 국민의당(38석) 할 것 없이 총선 민의를 올바르게 해석하고 거기에 상응한 행동을 할 때, 국회가 생산적으로 돌아갈 수 있다.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 8년을 파헤치는 청문회를 열자고 제의했다. 총선 민심은 한국의 대의정치를 망친 여야 모두에게 회초리를 들어 상생정치와 민생회복을 독려한 것이다. 야당이 몸집이 커졌다고 해서 근육질의 정치적 투쟁으로 한풀이를 하겠다고 나선다면 민의를 크게 잘못 읽은 것이다. 오늘부터 열리는 19대 마지막 4월 임시국회는 사실상 20대 국회 운영의 예행연습이다. 각 당이 대승적 차원에서 협치의 시험무대로 삼아야 한다. 13대 국회가 2년 만에 3당 합당으로 여소야대가 깨진 것처럼 야소야대는 가변성이 많은 정치 구조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개헌 논의를 고리로 정계 개편의 폭풍이 불면 지금의 3당 체제가 지속될지도 장담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은 정권 재창출보다는 임기 종반을 잘 갈무리하는 데 힘쓰는 것이 좋다. 두 야당은 박 대통령이 차기 대권을 두고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국정의 건전한 협력자가 될 때, 국민들로부터 수권 정당으로서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주필
  • [특파원 칼럼] 언제까지 ‘별그대’와 ‘치맥’만 팔 건가/이창구 베이징 특파원

    [특파원 칼럼] 언제까지 ‘별그대’와 ‘치맥’만 팔 건가/이창구 베이징 특파원

    지난달 말 중국 아오란그룹 임직원 6000여명이 인천에서 벌인 ‘월미도 치맥파티’는 중국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다. 중국 언론은 이들의 동선을 중계방송하듯 전하는 한국 언론을 그대로 베끼면서도 “한국 경제에 미치는 유커(遊客·중국 관광객)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평가를 빼놓지 않았다. 때마침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은 한국 원정 성형수술의 문제점을 폭로하는 보도를 반복해서 내보냈고,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만 따로 모아 유커들에게 먹였다는 낯 뜨거운 소식을 비중 있게 전달하는 언론도 있었다. 이런 중국 언론의 보도가 ‘발길 끊기 전에 알아서 잘 모시라’는 경고처럼 보여 불쾌했다. 하지만 ‘별그대’와 ‘치맥’ 말고 우리가 중국에 어필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를 생각하니 언뜻 떠오르지 않았다. 더구나 800만 유커 유치 목표 달성을 위해 두(頭)당 5만~10만원씩 ‘인두세’를 중국 여행사에 내고 데려와 헐값 관광을 시키는 현실이 아닌가.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 역사를 거칠게 정리하면 봉제·액세서리→텔레비전·냉장고→자동차·스마트폰 순인데, 전기차·인공지능으로 뻗어 나가야 할 화살표가 갑자기 ‘치맥’으로 샌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얼마 전 한 포럼에서 중국 학자와 이 고민을 얘기한 적이 있다. 그는 중국 경제를 총괄 기획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소속 연구원으로, 향후 5년의 청사진인 13차 5개년 규획(13·5규획)을 입안하는 작업에 참가한 브레인이다. “한국이 중국에서 공략할 만한 새 먹을거리를 콕 집어 달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이미 정답이 나와 있는데, 뭘 더 가르쳐 달라는 것이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인터넷에 공개된 13·5규획집, 중국제조 2025 프로젝트, 전인대 정부업무보고 등 구체적인 수치와 시간표까지 제시된 발전 방안을 보라는 것이다. 그는 “발전 문제에 관한 한 중국은 중장기 계획을 낱낱이 공개하고 하늘이 무너져도 밀고 나간다”면서 “디테일을 보라”고 조언했다. “시멘트 사업은 분명 내리막이지만, 13·5규획집을 보면 공항 활주로용 시멘트 개발이 시급한 과제로 들어가 있어요. 고령화 시대에 노인들과 대화하는 로봇이 필요한데, 이건 한국이 더 빨리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그는 “성공한 것과 익숙한 것에 안주하려는 건 아닌지, 좀 더 도발적으로 덤벼야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고 충고했다. 엊그제 선전에서 베이징으로 출장을 온 고향 후배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이 친구는 미국 테슬라와 맞먹는 중국 최대 전기자동차업체 비야디(BYD)의 기술담당 이사로, 중국 기술자들에게 무선 안테나 기술을 전수해 주고 있다. “요즘 한국에서 문제가 되는 기술 유출의 대표 사례가 바로 너구나”라고 물으니, 그는 자신이 살아온 길을 들려줬다. 지방 무명 대학 전자공학과를 나와 삐삐에 들어가는 안테나를 만드는 중소기업에 취업했다. 이 회사를 인수한 미국 휴대전화 업체가 한국에서 철수하는 바람에 미래가 막막해졌다. 그때 비야디의 기술연구소장이 찾아왔다. “솔직히 우리 대기업이 지방대·중소기업 출신을 거들떠나 보나요? 저도 비슷한 학교 나온 사람들이 모여 익숙한 일만 하는 것에 별 관심 없어요.” 그가 교육한 기술 인재들이 요즘 화웨이나 테슬라 등 경쟁사로 많이 떠난다고 한다. 그러나 이 친구는 이걸 유출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도전이죠!” window2@seoul.co.kr
  • [직장인을 위한 서바이벌 IT]](32) 증강현실, 가상현실 너머의 세계

    [직장인을 위한 서바이벌 IT]](32) 증강현실, 가상현실 너머의 세계

     수상한 회사, 매직리프  체육관 바닥에서 고래가 튀어나왔다.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육중한 몸이 천정까지 솟구쳤다. 고래가 파도 속으로 몸을 날리자 체육관은 순식간에 물바다가 되었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마술과 같은 장면에 관중석에서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이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고래는 사라지고 마른 바닥이 드러났다. 한동안 IT 업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증강현실(AR, Augment Reality) 스타트업 매직리프(Magic Leap)의 소개 영상 내용이다. 증강현실은 실제 세계에 가상의 이미지를 겹쳐서 보여주는 기술이다. 2015년 판매가 중단된 구글 글래스는 대표적인 AR 기기였다.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도 홀로렌즈(Hololens)라는 AR 헤드셋을 공개하였다. 가상현실은 오큘러스 리프트나 삼성 기어 VR과 같이 헤드셋을 쓰면 바깥을 볼 수가 없다. 외부와 차단된 상태에서 컴퓨터로 만들어진 가상의 세계를 경험하는 것이 증강현실과 다른 점이다. 최근에는 360도를 촬영하는 카메라로 만든 영상도 가상현실이라고 불러 가상과 증강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  매직리프의 동영상을 보면 무엇이 가상이고 무엇이 현실인지 구분하기가 어렵다. 공개된 몇 개의 홍보 영상 외에는 알려진 것이 없어 조작된 것이라는 의심을 받기도 했다. 3D선샤인사의 창업자인 스티븐 박사는 허핑턴포스트를 통해 매직리프가 미래의 내러티브(이야기)를 팔아먹는다며 ‘벌거벗은 임금님’ 우화에 빗대어 꼬집었다. 뉴스위크지도 이 회사가 아무런 기술도 없이 허풍을 떤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보도하며 의혹을 제기했다. 가상현실 시대,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는 수상한 회사 매직리프의 진실은 무엇일까.  마이애미 해변에 있는 신생 벤처 기업인 매직리프의 투자자들을 살펴보면 더욱 궁금증이 커진다. 2014년 구글은 본사가 나서 이 회사의 투자를 주도하였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업도 칩 메이커 퀄컴, 세계적 투자사 안데르센 호로비츠, 미국 대표 사모펀드 KKR 등 쟁쟁하다. 그 해 10월, 매직리프는 5억 4200만 달러의 기록적인 펀딩을 성사시켰다. 그뿐만 아니라 구글의 CEO 순다르 피차이 당시 수석 부사장이 이사회에 참여하고 퀄컴의 폴 제이콥스 회장도 옵저버로 이름을 올렸다. 무명의 매직리프는 12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면서 한순간에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스타트업)으로 등극하였다. 2016년 2월에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와 워너브라더스, JP모건, 모건스탠리 등 막강한 투자사들이 참여한 펀딩에서 8억 달러에 이르는 신규 투자를 받았다. 올해 1, 2월 두 달간 가상현실 업계 전체 투자액 11억 달러의 70%가 넘는 금액이다. 이번 투자로 매직리프의 기업가치는 45억 달러가 되어 몇 개월 사이에 4배 가까이 뛰었다.  베일에 싸인 스텔스 기업이라고 불리는 이 회사를 조사하던 중 몇 가지 단서가 포착되었다. 첫째로, 2015년 매사추세츠공대(MIT)의 테크놀로지 리뷰는 올해의 ‘10대 혁신기술’(10 Breakthrough Technologies)로 매직리프를 선정하였다. 심사단들이 본 내용의 일부가 알려지면서 윤곽이 드러났다. 두 번째로는 최근 공개된 매직리프의 특허를 통해 기술이 알려졌다. 350페이지의 방대한 내용으로 특허 항목만도 703개에 이른다. 세 번째는 중국 텐센츠의 QQ에 올라온 “매직리프, 어쩔 수 없이 밝힌 비밀”이라는 구글 연구원과 뉴욕대 교수의 강좌 내용이다. 이 세 가지 단서를 간단히 요약하였다.  매직리프의 비밀  매직리프의 CEO 로니 애보비츠(Rony Abovitz)는 우주복을 입고 TED 강연을 하고 록그룹에서 기타를 연주하기도 한다. 신문에 만화를 기고하고 집안에 온갖 동물을 키우는 등 자유분방하고 기발한 인물로 유명하다. 2004년에는 수술로봇 회사 마코서지칼을 설립하였다. 이 회사의 수술로봇 리오에는 국내 기업 큐렉스의 특허가 적용되어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그는 촉감을 전달하는 로봇 팔을 개발하던 중 환자의 뼈를 보면서 수술을 할 수 있는 가상현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기존의 가상현실 기기들로 시도를 해보았지만 모두 실망스러웠다. 마침내 애보비츠는 새로운 기술을 찾아 나섰다. 그러던 중 워싱턴 대학의 에릭 세이벨 교수를 만나게 되었고 그와의 만남은 애보비츠를 증강현실의 세계로 이끌었다  세이벨 교수는 혈관 속을 볼 수 있는 초소형 내시경을 연구하던 중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내시경은 몸속을 촬영할 때 사용하는 일종의 카메라이다. 그는 거꾸로 내시경으로 빛을 쏘아 빔프로젝터처럼 영상을 만드는 증강현실 기기를 생각했다. 2010년 세이벨 교수가 발표한 내시경 프로브는 직경이 1mm에 불과했다. 이 가느다란 관에서 나오는 빛을 렌즈를 통해 직접 망막에 쏘아 영상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 현실 세계에서 들어오는 빛과 컴퓨터가 만든 가상의 빛이 뒤섞여 사람의 눈은 이 둘을 구분할 수 없게 된다. 체육관에서 튀어나온 고래는 이런 식으로 만들어지는 영상의 데모 버전이다. 세이벨 교수의 시제품을 본 애보비츠는 2011년 매직리프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증강현실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2013년에는 마코서지칼을 16억 5천만 달러에 매각하고 매직리프에 올인 하였다. 그 이후 얼마나 많은 발전이 있었는지는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애보비츠가 공개를 망설이는 것은 신비주의 전략이라기보다는 말 못할 사정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몇 가지 짐작을 해 보았다. 우선 냉장고만한 시스템의 크기를 몸에 착용할 만큼 작게 만들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실내에서 시연을 하였지만 그보다 수백, 수천 배 이상 밝은 태양빛 아래에서 제대로 영상이 보일지도 의문이다. 무엇보다 레이저를 눈에 직접 쏘는 것이 걱정스럽다. 신체에 영향이 없을 정도로 약한 레이저를 사용한다고 하지만 아직 의학적으로 검증된 결과는 없다. 그 밖에도 좁은 시야각, 선명도, 응답 속도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페이스북이 오큘러스 VR을 인수할 때 후원했던 스파크 캐피탈은 “매직리프의 증강현실은 낙관적으로 보이지만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애보비츠는 “디지털과 물리적 현실 세계를 융합해 새롭고 놀라운 세상을 만들겠다”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구글, 퀄컴, 알라바바는 그 미래를 확신하고 매직리프에 수억 달러를 투자한 것이다.   현실 속의 증강현실  증강현실의 대명사로 불리던 구글 글래스는 현재 판매가 중단되었지만 다시 한번 재기를 노리고 있다. 구글에 인수된 네스트의 창업자 토니 파델이 구글 글래스를 맡으면서 산업용을 겨냥한 엔터프라이즈 버전을 준비하고 있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도 매직리프에 투자한 이후 “구글 글래스 사업을 포기하지 않았다”라고 재천명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증강현실 기기 홀로렌즈의 예약 판매를 시작하였다. 전문가들은 가상현실 기기인 오큘러스 리프트보다 한 수 위의 제품으로 평가하고 있다. 홀로렌즈를 쓰면 게임 속의 인물이 튀어나오고 벽면에는 가상의 TV가 나타난다. 테이블 위에서 미식축구를 관람하고 마인크레프트로 게임을 할 수도 있다  증강현실은 이미 우리 생활 속에 가까이 와있다. 그래픽 화면 앞에서 진행하는 일기 예보나 선거 중계방송도 증강현실 기술을 사용한 것이다. 자동차의 앞 유리에 교통 정보를 보여주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도 중요한 증강현실 기기이다. 아이언맨이 쓴 헬멧의 눈앞에 나타나는 화면이나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톰 크루즈가 허공의 스크린을 손으로 조작하는 것과 같이 SF 영화의 단골 소품으로도 등장한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증강현실 서비스도 재미있는 것이 많다. 이케아의 AR 앱과 카탈로그를 이용하면 미리 가구를 배치해 볼 수 있다. 어떤 색상과 디자인이 우리 집에 어울릴지 고민하는 소비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서비스이다. 해외여행을 하다 보면 길거리의 안내판이나 식당의 메뉴를 읽지 못해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다. 구글이 인수한 퀘스트비주얼에서 개발한 ‘워드 렌즈’라는 앱은 이런 걱정을 덜어준다. 스마트폰으로 외국어 글자를 비추면 자동으로 번역을 해주는 AR 기능 덕분이다. 그 외에도 교육, 국방, 의료, 공공 서비스 분야로 증강현실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게임과 같이 단절된 가상공간에서 사용하는 가상현실에 비해 응용 분야가 넓어 시장 전망도 밝다. 전문 컨설팅 업체 디지 캐피털에 따르면 2020년 증강현실 시장은 1200억 달러로 300억 달러인 가상현실의 4배에 달한다. 이 거대 시장을 향해 선두 기업들은 전력질주를 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돌아봐야겠다.   김지연 R&D경영연구소 소장 jyk9088@gmail.com <지난 칼럼은 아래 링크로 들어가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seoul.co.kr/news/newsList.php?section=kimjy_it
  • 中 양회방송도 중단 승리 속보로

    中 양회방송도 중단 승리 속보로

    중국이 자랑하는 최고의 바둑 고수 커제(柯潔·19) 9단은 13일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를 상대로 첫 승을 거둔 데 대해 “프로기사들의 자존심을 되찾아 줬다”며 기뻐했다. 커 9단은 이날 현지 스포츠TV 대국 해설 등을 통해 “알파고는 오늘 무기력했다. 이 9단이 직업 바둑 기사로서 존엄을 일부 만회했고 분풀이도 제대로 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 이 9단의 승리로 우리가 알파고를 더는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이 9단이 내일도 이길 것”이라고 장담했다. 또 “컴퓨터에 일부 ‘버그’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계산 능력을 높이 평가했지만 한계가 노출됐다”고 설명했다. 커 9단은 “나 역시 알파고를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더 생겼다. 알파고는 내게 도전할 자격이 아직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앞서 이 9단이 잇따라 패한 3국 이후 “경악했다”, “위축됐다”며 경계심을 드러냈지만 이날 이 9단의 승리로 자신감을 되찾은 모습이었다. 중국 언론들도 이 9단의 승리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국영 중국중앙방송(CCTV)은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 중계방송을 잠시 중단하고 인간의 인공지능에 대한 승리 소식을 속보로 전했다. 양회 기간 일부 인터넷을 통제해 누리꾼들이 이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을 못 본다며 불만을 터뜨린 가운데 이례적인 보도로 받아들여졌다. 전날 “바둑 고수 1개 부대는 몰라도 한 명의 기사는 알파고의 적수가 될 수 없다”고 말했던 구리(古力) 9단도 환구망(環球網)에 “이 9단이 신의 한 수를 둬서 전세를 역전시켰다”고 말했다. 환구망은 “이는 인류의 체면을 지킨 승리”라고 평가했다. 신화통신도 “인간 바둑 챔피언이 3연패 끝에 마침내 인공지능을 이겼다”며 “이 9단은 최소 1승은 거두겠다는 당초 목표를 달성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한편 언론통제 조치의 하나로 구글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는 중국 정부는 구글의 알파고와 커 9단 대결 추진을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치부하면서 부정적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서울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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