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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토] 무라카미 하루키 신작 ‘색채가 없는’

    [포토] 무라카미 하루키 신작 ‘색채가 없는’

    무라카미 하루키 신작소설을 구입하기 위해 독자들이 1일 교보문고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이날 출간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새 장편소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사기 위해 낮 12시에 시작하는 행사임에도 독자들은 새벽5시에 부터 줄서기 시작했다. 이언탁 utl@seoul.co.kr
  • ‘국정원 수사 축소·은폐’ 논란에 뒤숭숭한 경찰

    국정조사까지 예고된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에 대한 경찰 고위층의 은폐 의혹이 나오면서 경찰 조직이 술렁이고 있다. 이번 기회에 수사의 원칙과 정치중립성을 담보할 제도적 장치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황정인 서울 강남경찰서 수사과장은 21일 “경찰은 2007년 한화 사건 때 충분히 반성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당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 폭행에 대한 수사가 경찰 고위층의 압력에 의해 청탁, 로비, 짜맞추기로 왜곡됐던 것으로 드러났지만 경찰 고위층은 징계 통보 선에서 사실상 면죄부를 받았다. 황 과장은 “부당한 수사 개입을 뿌리 뽑는 유일한 방법은 고위층의 부당한 개입을 세상에 드러내 당사자가 회생 불능의 파멸을 맞는다는 전례를 확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영진 마산 동부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은 페이스북에 “국정원 사건을 계기로 그간 무분별하게 이뤄진 경찰 내부의 수사 개입, 부당 지시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현재 범죄수사규칙(경찰청 훈령) 제15조의 수사지휘는 서면 수사지휘의 대상과 절차를 규율하고 있을 뿐 그 대상, 범위, 절차, 한계가 상세히 규정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수사부서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것, 예를 들어 수사차장제 도입, 광역수사체제 도입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위층이 수사를 압박했다는 주장에 경찰 내부의 탄식과 분노가 들불처럼 일어난 것이다. 경찰 윗선의 부당 수사 개입을 폭로한 권은희 현 송파경찰서 수사과장 역시 지난달 사석에서 “국정원 사건은 경찰 내 좌우 싸움이 아닌 신구 싸움”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일부에서 제기한 조직 내 사상·이념 대결이 아니라 정치권 눈치를 보며 물타기, 줄서기 하는 경찰 지휘부와 수사의 원칙을 고수하려는 젊은 경찰 세력 간의 갈등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경찰은 불거진 의혹에 대해 “언론 내용에 대해 수사 실무자에게 보도 경위와 판례를 묻거나 ‘확인되지 않은 사안을 비공식적으로 언론에 유출하지 말라’는 취지로 주의를 준 사실은 있다”면서도 “사건을 축소, 은폐했다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지난 20일 오전 지휘부 티타임에서 언론 보도 내용을 공유하고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권 과장에 대한 감찰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한편, 인터넷에서는 양심선언을 한 권 과장을 향한 응원이 줄을 이었다. 권 과장을 응원하는 서명운동이 벌어진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21일 자정 현재 6000명이 넘는 누리꾼이 지지 글을 남겼다. “조직 내 따가운 시선 속에서 진실을 말하는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 “국민을 위한 내부 고발자는 국민이 응원합니다” 등 칭찬 일색이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韓水原, 직원 승진심사때 외부인사 참가

    국내 공기업 처음으로 한국수력원자력이 직원 승진 심사에 외부 인사를 참가시켰다. 이는 승진 청탁과 줄서기 문화 등을 없애기 위한 인사제도 개편의 하나다. 한수원은 최근 외부 전문가가 참여한 가운데 승진 심사를 실시해 실장급 36명, 부장급 95명에 대한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고 17일 밝혔다. 특히 한수원은 공기업 최초로 개방형 승격심사를 도입해 대학교수와 컨설턴트,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이 20% 이상 참여했다. 또 기존의 2단계 심사방식을 1단계로 줄이면서 개인 성과와 교육 결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계량화된 승진 시스템을 도입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시론] 새 정부 금융산업의 비전/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

    [시론] 새 정부 금융산업의 비전/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

    박근혜 정부의 정책과제를 보고 금융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규제는 보이나 비전이 안 보인다거나 가계부채 해결과 서민금융 활성화 과제가 제시되었으나 정작 금융산업을 어떻게 이끌겠다는 큰 그림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것 등이다. 한국 경제가 현재의 부진을 털고 선진화하는 데 금융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믿음에서, 그리고 이명박(MB) 정부 5년간 한국금융의 퇴보를 경험한 터에 금융인들은 새 정부 들어 기대 반 걱정 반이다. 미국의 비우량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증권화라는 금융 혁신을 통해 글로벌 금융시장으로 퍼져나가 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를 초래했고 이것이 유럽 재정위기로 이어지면서 세계적으로 경제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일본이 양적완화를 통해 위기 탈출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재정절벽 등의 악재로 아직은 출구가 잘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도 글로벌 금융위기 동안 큰 어려움을 겪었다. 무엇보다 외화자금의 급격한 유출입이 진행되면서 환율이 급등했고 이것이 금융시장에 충격을 가져왔다. 정부가 선물환 규제 강화, 은행세 도입 등으로 시스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 왔지만 이들 조치는 위험관리 차원의 방어적인 것이다. 한국 금융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혁신과 위험 부담을 살리는 방향으로 과잉규제 완화, 시스템 리스크 대비 및 소비자 보호의 강화 등이 필요해 보인다. 현 시점에서 한국 금융산업의 비전은 무엇일까? 한국 경제의 당면과제인 성장동력 부족 극복 및 지속성장에 필요한 금융서비스를 개발·제공하는 것을 금융산업의 목표라고 한다면, 이러한 목표의 성공적 달성을 위해 자생력을 지닌 산업으로 발전하는 것이야말로 한국 금융산업의 비전이라 할 수 있다. 금융 관련 연구들을 살펴보면, 그간 한국에서 금융 산업이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는지 아니면 단순히 경제성장에 부수되어 성장했는지가 분명하지 않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은행들의 관계금융 효과에 대한 연구도 크게 고무적이지 않다. 관계금융을 은행과 기업 간 금융거래를 둘러싸고 형성되는 관계 및 관련 서비스로 정의할 때, 이는 은행이 기업에 제공한 금융중개 서비스 내용이 부실하여 그 가치가 기업고객이 부담한 비용에 미치지 못함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부실한 금융중개 기능의 일차적 책임은 과잉규제에 있어 보인다. 그간 금융당국이 금융기관 경영에 다양한 방식으로 개입한 까닭에 중개서비스 창출과 위험관리 능력 배양 등에 소홀했다. 물론 낙하산 인사도 한몫 단단히 했다. 최고경영층이 낙하산 타고 내려오는 상황에서 실력 배양을 통한 후계자 양성이 얼마나 설득력을 지니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조직에 업무성과 제고나 위험관리보다 줄서기에 신경 쓰는 문화가 자라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라 할 수 있다. 시장은 다양한 의견을 지닌 거래자들 간 자유로운 거래를 통하여 발전한다. 그런데 이런 과정에 만약 정부가 개입한다면, 무엇보다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 쏠림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누구도 정부 정책보다 더 권위 있는 정보와 리더십을 갖지 못하였기에 자신의 정보에 우선하여 그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결국 시스템 리스크가 창출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상적 위험관리나 상품개발 노력은 뒷전으로 밀려나 위험이 확대되어 이것이 다시금 정부 개입을 부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다른 이유들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에서 투자은행(IB)이 자라나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앞으로 정부는 스스로의 역할을 금융산업 내 금융기관들 간 경쟁체제 마련, 쏠림현상의 예방 및 그 밖의 시스템 리스크 감독 그리고 금융소비자 보호 등에 두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금융산업의 금융중개 기능이 활짝 피고 경쟁력이 살아나 미션을 달성함으로써 금융산업이 비전을 성취하기를 기대해 본다.
  • 경계, 넘어야 예술이지

    경계, 넘어야 예술이지

    우리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음악 발전에 대한 노력도 없이 예술가랍시고 잰 척하는 모습이 그렇게 싫었다. 국악계의 줄서기에 치가 떨렸다. 어떻게 우리 음악을 해 나가야 하는지 고민했다. 마음 맞는 사람들을 모아 연구 모임을 시작했다. 2006년, 아쟁 연주가 신현식(34)은 그렇게 친구들을 만났다. 추구할 음악 방향에 대해 어느 정도 가닥을 잡고 틀거리를 만들어 갔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출신 20대 연주자들이 의기투합해 프로젝트 국악그룹이 탄생했다. 신현식을 비롯해 하세라(가야금), 김진혁·김지혜(타악), 이봉근(소리), 정송희(피아노, 작·편곡)가 모인 ‘앙상블 시나위’다. 그게 2007년. 음악학원을 빌려 수업이 없는 새벽 시간에 연습을 하고, 근근이 음악을 만들며 공연하기를 2년. 눈여겨보던 공연기획자를 만나 음반을 내고 초청 무대도 조금씩 늘었다. 2011년 5월에는 서울 중구 흥인동 충무아트홀의 상주예술단체로 지정됐다. 충무아트홀을 기반으로 다양한 시도를 한 공연을 올리면서 지난해에는 KBS국악대상에서 연주(단체)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앙상블 시나위의 목표는 확고하다. “이 시대의 전통을 우리가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우리 음악이라는 양식을 바탕으로 지금의 이야기를 전달하면서 새로운 전통을 쌓아 가야 한다. 우리 것을 지키면서 다른 장르와의 융합을 시도하고 우리 음악의 현재와 변화하는 모습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신현식) 연극, 무용, 재즈, 클래식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눈이 번쩍 뜨이고 귀가 뻥 뚫리는’ 공연을 만들어 왔다. 2일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여는 ‘시간 속으로-판소리, 통섭의 가능성’은 연극과 판소리 눈대목을 섞었다. 이미 지난 1월 서울 마포구 대흥동 마포아트센터에서 선보여 융합의 효과를 검증받았다. “우리 음악이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내용을 익히 알고 있는 판소리로 감동을 되새기는 시간이 되길 바랐어요.”(이봉근) 바람은 객석으로 확실히 전달됐다. 심봉사가 눈을 뜨는 ‘심청가’의 눈대목에서는 배우 고수희가 심청을 애틋하게 표현하고 이봉근이 절절하게 받아치면서 객석에 나직한 흐느낌이 퍼졌다. 월북 작가 박기동이 죽은 누이를 그리워하며 지은 시 ‘부용산’을 바탕으로 작곡한 음악과 앙상블 시나위의 새 음반 ‘시간 속으로’에 담긴 ‘하루 종일’을 엮어 선보이자 그립고도 짠한 마음이 밀려들어 왔다. 가야금과 피아노의 경쾌함과 아쟁의 묵직함, 장구와 북 등 타악의 박자감에 마음을 울리는 목소리를 가진 배우 고수희와 김주완의 연기가 덧대어져 공연 내내 희로애락이 휘몰아쳤다. 이번 공연은 극단 골목길의 박근형 연출가와 함께 하는 다섯 번째 작업이다. 2011년 앙상블 시나위 공연을 본 박 연출가가 신현식에게 “한번 재미있게 놀아보자”고 제안했고 그해 8월 연극 ‘햄릿 업데이트’에 참여했다. 9월 김덕수 한예종 교수와 소리꾼 오정해가 합세해 ‘전통에서 길을 찾다’를 선보였고 이후 김시습과 단종, 세조의 이야기를 시적으로 구성한 ‘전통에서 말을 하다’(2012년 2월), 현대무용·발레·씻김굿 등을 접목한 ‘전통에서 춤을 추다’(2012년 3월)를 연달아 올렸다. 경계를 넘나드는 융합의 시도는 앙상블 시나위에게 존재의 이유이자 음악의 지향점이다. 지난해 10월 프라임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공연한 ‘영혼을 위한 카덴차’에서 전통음악과 서양음악의 결합 가능성을 확인했다. 올해는 일본 아오모리 예술원의 국제교류기금 지원을 받아 한국과 중국, 일본 7개 도시에서 공연할 계획이다. 앙상블 시나위는 이 공연에서 음악감독을 맡았다. 매년 1~2월 전남 화순에서 충전 겸 음악 작업을 아우르는 ‘산공부’를 한다는 앙상블 시나위는 공연을 위해 지난 27일 서울에 도착했다. 오자마자 기자를 만났으니 피곤할 법도 한데 멤버들에게 생기가 돈다. 이 기간에 3집 음반에 들어갈 곡 일부를 준비했고 멤버들의 장기 계획까지 마무리했단다. 연습실에 들어가더니 주섬주섬 악기를 펼쳐놓고 또 연습이다. “앙상블 시나위는 즐거운 배움터이고 모든 것을 쏟아내는 삶”이라고 여기는 이들에게서 20~30대 젊은 세대의 전통음악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느껴진다.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특파원 칼럼] 이방인이 된 한국인/이종락 도쿄특파원

    [특파원 칼럼] 이방인이 된 한국인/이종락 도쿄특파원

    지난달 1박 2일 일정으로 서울에 갔다 왔다. 거의 3년 만에 고국을 찾은 것이다. 재작년 원자력병원에서 방사능 피폭 검사를 하려고 서울에 잠시 들른 적은 있다. 하지만 그때는 너무 경황이 없어 지나쳤던 광경들이 이번에 새삼 눈에 들어왔다. 3년이란 길기도 짧기도 한 기간 동안 모국은 너무 많이 변해 있었다. 우선 공항철도의 발전에 놀랐다. 2010년 2월 부임할 때 인천공항에 버스를 타고 가면서 승객 없이 텅빈 채로 운행하던 공항철도를 보면서 혀를 찼다. 하지만 민자 철도로 고전하던 것을 코레일이 인수해 서울역 및 인천메트로와 연결한 뒤 이용자가 늘어났다. 지난해 7월부터 직통열차 요금을 1만 3800원에서 8000원으로 할인한 뒤 6개월 동안 하루 평균 이용자가 93% 증가했다고 한다. 나리타 공항에서 도쿄 신주쿠까지 3110엔(약 3만 7200원), 파리 드골 공항에서 시내까지 60유로(약 8만 4300원)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저렴한 셈이다. 특히 공항철도가 국제공항 위주의 인천공항과 국내공항 위주의 김포공항을 동시에 연결하고 있다는 점은 획기적으로 보였다. 노선도 얼마나 알기 쉽게 짜여져 있는지 미소가 절로 나왔다. 일본의 경우 우리의 코레일과 같은 JR은 물론 각종 사철(私鐵)이 발달했다. 도쿄만 해도 10개의 민간 지하철과 도쿄도에서 운영하는 4개의 지하철, 7개의 대표적인 사철이 있다. 회사와 노선마다 요금체계가 달라 자국 승객들도 전철과 지하철을 갈아타는 것을 무척 버거워한다.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 관광객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것 중의 하나가 알기 쉬운 서울의 지하철 노선이다. 반면 우리 교통문화는 아직도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더러 있었다. 전철 안에서 버젓이 큰 소리로 휴대전화 통화를 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일본에 와서 놀란 것 가운데 하나는 승객들이 지하철이나 전철 안에서 절대로 통화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휴대전화 메시지로 내용을 주고받을 뿐이다. 꼭 얘기할 내용이 있으면 일단 내렸다가 통화를 한 뒤 다음 열차를 이용한다. ‘메이와쿠’(迷惑·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를 싫어하는 문화 때문이다. 외국어 표기가 부족한 것도 여전하다. 일본의 첩첩산중 시골역에 가도 ‘나가는 문’, ‘화장실’ 등의 필수 안내는 한글이 영어, 중국어와 병기돼 있다. 버스 정류장에서의 줄서기는 아직 갈 길이 먼 듯하다. 버스가 다가오자 서로 먼저 타려고 뛰는 모습이 여전했다. 일본은 철도 플랫폼뿐만 아니라 버스 정류장에서도 정해진 위치에 버스가 서고, 승객이 차례로 줄을 지어 탄다. 승객들도 버스가 완전히 정차해야 의자에서 일어난다. 승객이 내리자마자 급발차하는 경우는 한번도 경험한 적이 없다. 특히 서울 지하철에서 지체장애인과 맹인 몇 분이 전철 안을 오가며 도움을 호소하는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일본이나 미국, 영국 지하철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들이어서 오랜만에 생경하게 보였다. 지하철을 이용하던 외국인들도 안쓰러웠는지 고개를 숙이고는 장애인들과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려 애썼다. 대통령선거가 있었던 지난해는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가 어느 때보다 극명하게 표출된 한 해였다. 국가 인프라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양극화를 해소하는 게 새 정부의 과제임을 실감한 이틀간의 서울나들이였다. jrlee@seoul.co.kr
  • [사설] 지자체 백화점식 부패 언제까지 봐야 하나

    감사원이 그제 밝힌 지방자치단체의 인사·인허가 비리 실태를 보면 과연 이러고도 조직이 제대로 굴러왔나 의문이 들 정도다. 지자체장이 근무성적 평정을 조작해 부당 인사를 하는가 하면 골프장 용도변경 등 인·허가 특혜, 부당 수의계약 등 막장 행태는 끝 간 데를 알 수가 없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109곳의 지자체를 선정해 행정서비스 취약 분야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1차로 점검한 61곳 지자체에서 190건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 대전 중구청장 등 9명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자자체의 비리는 그동안 감사원 감사와 지자체 내부감사를 통해 수없이 적발됐다. 하지만 그때뿐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도마뱀 꼬리처럼 자라나는 악순환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그만큼 고질적 병폐라는 얘기다. 이번에 적발된 인사 비리를 보면 일부 단체장은 선거 과정에서 도움을 준 측근을 업무 특성과 능력을 따지지 않고 주요 보직에 앉혔다. 인사위원회를 개최하기도 전에 승진자를 내정한 사례도 있다. 이렇게 부당한 자리를 차지한 측근이 인사와 예산을 마음대로 주물렀다고 한다. 어느 지자체에서는 단체장 측근을 특정 자리에 앉히기 위해 인사 시스템을 바꾸고 근무성적 평정 시뮬레이션까지 했다니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지방선거철만 되면 으레 공무원 사회의 정치권 줄서기병이 도지는 것 아닌가. 상대적으로 외부의 유혹에 더 노출될 수밖에 없는 현장 업무 종사 공무원뿐만 아니다. 그야말로 거세개탁(擧世皆濁)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너나없이 스스로 윤리의식을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감사원은 3~5년에 한 번씩 ‘의례적인’ 지자체 정기감사를 벌인다. 지자체의 비리가 이 지경이라면 그와 별개로 비리의 개연성이 큰 분야를 선별해 ‘기획 감사’를 활성화하는 것도 적극 고려할 만하다. 이번 감사에서도 드러났듯 지자체의 부패 구조는 갈수록 교묘화·지능화하고 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 결과를 담은 백서를 발간해 지자체 등에 배부할 계획이라고 한다. 백서가 한갓 책꽂이용에 그쳐서는 안 된다. 치열한 성찰과 반성의 교본으로 삼기 바란다.
  • 홍기택·인요한 부적절 인선 논란

    홍기택·인요한 부적절 인선 논란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선 문제를 놓고 또다시 부적절 논란이 불거졌다. 홍기택(왼쪽) 경제1분과 인수위원과 인요한(오른쪽) 국민대통합위 부위원장이 도마 위에 올랐다. 9일 NH농협금융지주에 따르면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인 홍 위원은 지난해 8월 이 회사의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으로 선출됐으며, 인수위원으로 임명된 후에도 직함을 유지해 왔다. 현행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에는 인수위원에 대한 겸직 금지 규정이 없어 법적으로는 문제가 안 된다. 그러나 홍 위원이 금융 분야를 담당하는 경제1분과에 소속돼 있어 특정 금융사와 연관된 사람을 인수위원으로 임명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논란이 확산되자 홍 위원은 이날 NH농협금융지주 측에 사외이사 및 이사회 의장직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또 인 부위원장은 최근 피고발인 자격으로 수원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인 부위원장은 외국인학교 이사로 재직하던 당시 총감이던 미국인 P씨가 교비를 불법 전용한 사실을 알고도 이를 눈감아 준 혐의로 고발당했다. 검찰이 P씨를 지난해 10월 사립학교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했으며 P씨는 자신의 교비 불법 전용이 인 부위원장의 승인 아래 이뤄졌다며 인 부위원장을 검찰에 고발한 것이다. 인 부위원장은 “교비가 다른 곳에 쓰이는 것을 전혀 몰랐다”며 입증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인 부위원장에 대해 “당장 부위원장직을 사퇴하고 떳떳하게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막말’ 논란, 청년특위 소속 하지원·윤상규 위원은 각각 ‘비리 전력’과 ‘불공정 하도급’ 문제로 구설수에 휘말리기도 했다. 여야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철통 보안’ 인사를 놓고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설전을 주고받았다.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은 “(인사가 공개주의로 갈 경우) 줄서기, 음해, 투서가 난무하고 한 자리를 놓고 내부적으로 갈등과 암투가 벌어져 그 부작용이 생각보다 굉장히 클 수 있다”면서 “인사권자가 차분하게 객관적으로 인사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박 당선인이 ‘내가 이렇게 결정했으니까 그냥 받아들이면 된다’고 말한 셈이다. 정말 무슨 왕조 시대 교서를 받던 그런 모양새로 보인다는 비판까지 나온다”고 지적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경제 프리즘] 금감원, 새정권에 코드 맞추기?

    금융감독 개편 체계가 정부 조직 개편의 주요 안건으로 떠오른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올해 검사업무의 초점을 금융소비자 보호에 맞췄다. 소비자 보호 기능 분리설에 대한 맞대응인 셈이다. 앞서 권혁세 금감원장은 신년사에서 재정 투입을 통한 가계부채 해결 등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 이행을 노골적으로 지지한 바 있어 ‘코드 맞추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영제 금감원 부원장보는 8일 ‘2013년도 검사업무 운용방향’ 브리핑에서 “펀드 불완전 판매, 대출금리·수수료 부당수취, 꺾기 등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해치는 불건전 영업행위에 대해 검사와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우선 서민금융지원상품이나 동산담보대출 등 서민과 중소기업을 위한 금융지원 운영실태를 점검한다. 금융소비자 중심의 업무 관행을 유도하고자 민원처리와 사후관리 실태를 살피고 반복·집단민원이나 사회적 이슈가 될 만한 민원이 제기된 금융사에 대해서는 현장조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갑상선암 분쟁과 관련, 오락가락 판정을 지적<2013년 1월 8일 자 17면>한 서울신문 기사에 대해 “금감원이 아니라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소관”이라며 선을 그었다. 당국이 이렇게 소비자들과 직접 연관된 사안에 대해 책임공방만 하는 등 소홀한 점들 때문에 소비자 보호기능 강화가 절실해진 것이라는 목소리가 적잖다. 앞서 지난달 31일 권 원장은 “당선인이 공약한 국민행복기금을 활용해 연체된 가계대출 채권을 사들이고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 적용 대상도 확대하겠다”며 사실상 검토도 다 안 된 공약에 동조하는 뉘앙스를 보여 ‘줄서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빈축을 산 바 있다. 당시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재정 투입의 부작용을 들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금감원은 올해 저성장·저금리 기조 장기화, 가계부채 부실화 등 시스템 리스크에 대응한 사전예방적 검사도 강화한다. 조 부원장보는 “시장불안 요인에 선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회사의 리스크 관리 대응체계가 적정한지 상시 감시하고 고위험상품 투자, 편법·변칙영업 가능성에 대한 선제 점검을 강화한다”고 말했다. 올해 예정된 종합검사 대상 기관은 은행 15개사, 금융투자회사 14개사, 보험사 8개사 등 모두 42개사다.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을 상대로 첫 검사를 나간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박근혜 정부시대 정책 분석] (7·끝) 검찰 개혁

    [박근혜 정부시대 정책 분석] (7·끝) 검찰 개혁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검찰 개혁 공약은 크게 ▲독립성·중립성 확보 위한 인사제도 ▲비리 검사 퇴출 ▲검찰권한 축소·통제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으로 나뉜다. 공약상으로는 4개 분야로 분류했지만 검찰 개혁의 핵심은 인사제도와 검찰 권한 축소에 있다. 특히 인사제도 개선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검찰 조직이 일부 지연(대구·경북)과 학연(고려대) 중심의 계파가 형성된 데다, 검찰이 이 대통령의 대학교 후배인 한상대 전 총장 취임 이후 정치 입김에 휘둘려 왔다는 비판을 받아 온 만큼 검찰 내부에서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찰의 한 고위 관계자는 27일 “기존 정치권은 물론 이번 대선 과정에서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가 검찰 개혁의 상징처럼 됐는데 이는 본질과 상당히 떨어진 생각”이라면서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을 중립적 총장과 ‘줄서기’가 필요 없는 합리적 인사제도만 확립된다면 현재 검찰이 안고 있는 문제는 대부분 해결된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의 이 같은 문제 의식과 비슷한 맥락으로 학계에서는 공석인 검찰총장 인선을 검찰개혁 의지의 가늠자로 보고 있다. 현재 검찰은 연이은 악재와 최재경(현 전주지검장) 전 중수부장과의 갈등 속에 한상대 총장이 사퇴, 김진태 대검 차장이 총장 직무를 대행하고 있다. 박 당선인은 공약을 통해 검찰총장은 ‘검찰총장 후보자 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인물을 총장으로 내정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이는 검찰 개혁 공약이라기보다는 지난해 개정된 검찰청법에 따른 것이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총장 임명을 위해 총장 후보자 추천위원회 위원을 검찰 내부 인사나 친검찰 성향의 법조인으로 채울 것이 아니라 절반(5명) 이상을 학계나 시민단체 등 외부 위원으로 위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 중립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대검 중수부는 ‘약속은 꼭 지킨다.’는 박 당선인의 정치 소신과 새 정부의 강력한 정책 개혁 드라이브를 위해서라도 폐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과 재벌 등 권력형 수사를 전담하는 중수부를 폐지하는 대신 기능을 서울중앙지검 등 일선 검찰청의 특별수사부에 이관하고, 예외적인 경우는 서울고검에 태스크포스(TF) 성격의 한시적 수사팀을 만들겠다는 게 박 당선인의 공약이다. 하지만 중수부 폐지라는 상징적 의미만 가질 뿐 정치수사 탈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박노섭 한림대 법행정학부 교수는 “중수부의 정치 편향 문제는 중수부 수사를 직접 지휘하는 총장으로부터 비롯된 것인데 박 당선인의 공약은 수사팀의 지휘와 보고체계를 총장에서 일선 지검장으로 옮기는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일선 지검장은 총장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고 결국 상부의 수사 개입 여지만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수부 검사들은 “중수부 폐지로 득을 보는 게 어떤 계층인지를 따져 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중수부 폐지의 최대 수혜자는 정치인과 재벌이라는 지적이다. 이 밖에 박 당선인은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분점을 통해 검찰의 수사권을 축소하는 동시에 검·경이 상호 견제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구체적인 시행 방안은 내놓지 않고 있다. 경찰청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출범하면 검찰의 직접 수사를 원칙적으로 배제하는 내용의 수사권 조정안을 제출할 예정이지만, 검찰이 극렬 반발 중인 데다 국회에 검사 출신 의원이 다수 포진해 있기 때문에 수사권 분점은 난항을 거듭할 것이란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유치원 입학, 이번엔 ‘추첨 전쟁’

    유치원 앞 밤샘 줄서기와 같은 폐단을 없애기 위해 교육 당국이 내년도 유치원 신입생 선발 방식을 선착순에서 추첨제로 바꿨지만 이번에는 유치원 간 추첨일 담합으로 학부모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인근 지역의 유치원들이 신입생 추첨일을 모두 한날한시로 정하면서 최대한 많은 유치원의 추첨식에 참석하기 위해 아르바이트생까지 고용하는 학부모도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추첨일 담합 의혹을 받는 유치원들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4일 서울·경기 지역 유치원들에 따르면 경기도 사립유치원들은 지난 1일 일제히 입학 추첨을 했다. 서울에서는 701개 사립유치원이 5일, 157개 공립유치원이 11일 추첨을 한다. 사립유치원의 경우 중복 지원을 허용하기 위해 추첨일을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지만, 유치원들은 일부 인기 유치원으로의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같은 날로 추첨일을 정했다. 유치원 관계자들은 “일부 지방 유치원들은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하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어 특정 유치원으로 몰리지 않게 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한 유치원 앞에서 밤새 줄을 섰던 학부모들은 올해 여러 곳의 유치원으로 뛰어다니는 신세가 됐다. 당첨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한꺼번에 여러 유치원에 지원을 해 두고, 온 가족이 총동원되는 경우도 흔하다. 경기도 의왕시에 사는 워킹맘 오진희(35)씨도 지난 1일 둘째 아이의 유치원 추첨식에 참가하기 위해 남편과 함께 휴가를 냈다. 친정엄마와 아이들을 돌보는 베이비시터, 아이 친구 엄마까지 모두 5명이 동원됐다. 오씨가 맡은 B유치원에는 신입생 11명 모집에 181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유치원 원장이 번호가 적힌 종이쪽지를 하나씩 뽑을 때마다 환호하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고 나머지 180명의 학부모는 탄식을 내뱉었다. 다행히 오씨는 이날 친정엄마가 찾아간 유치원에서 당첨의 행운을 얻었다. 오씨는 “2년 전 첫째 아이 입학 때는 새벽 3시부터 줄을 섰는데 올해 또 맘을 졸이게 될 줄 몰랐다.”면서 “당첨이 안 된 다른 엄마들한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선발 방식이 달라져도 여전히 치열한 유치원 입학 경쟁은 수요보다 한참 부족한 정원 때문이다. 내년 유치원에 입학할 만 3~5세 인구는 140만여명이지만 유치원 수용 인원은 최대 61만여명, 어린이집 정원도 최대 62만여명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예산상의 이유 등으로 유치원을 당장 증설하기는 힘든 상황”이라면서 “추첨일 담합을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지 공정위에 검토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뉴욕 빈민가 학교의 ‘한국식 교육 성공기’

    뉴욕 빈민가 학교의 ‘한국식 교육 성공기’

    미국식 교육을 이른바 선진 교육 기법이라며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한국과는 달리 엄격한 규율과 가치를 강조하는 한국식 교육을 실시하는 미국 뉴욕의 한 공립학교의 성공기가 관심을 모은다. 얼마 전 이 학교 선생님과 학생들이 한국을 방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MBC TV는 5일 밤 8시 45분 MBC 스페셜에서 뉴욕 빈민가의 대명사인 할렘의 ‘데모크라시 프렙 차터 스쿨’의 성공기인 ‘우리 학교는 한국 스타일’을 내보낸다. 이 학교는 미국 내에서 유일하게 한국어를 졸업 필수 과목으로 지정한 학교이기도 하다. 체육시간에 태권도를 배우고 장구와 북, 꽹과리를 치고 한국의 탈춤을 배운다. 한국의 학교들보다 더 한국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전교생이 흑인과 히스패닉이며, 이 가운데 80% 이상이 저소득층 가정이다. 또 75%는 한 부모 가정에서 자란 학생들이다. 제대로 된 교육기회조차 얻기 힘들었던 이들. 학교에 진학을 해도 졸업하는 학생들은 많지 않았다. 어려운 가정 환경과 마약, 범죄 등 각종 유혹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할렘가에 교육 기적이 일어났다. 한국식 교육에 깊은 감명을 받은 교장과 교사들의 열정과 헌신, 학생들의 호응과 믿음이 얻어낸 결과다. 학교 설립자인 세스 앤드루는 10년 전 한국에서 원어민 교사로 일하면서 한국식 교육에 감명을 받았다. 미국에 돌아와 할렘에 ‘열심히 공부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가치를 담아 학교를 세웠다. 한국식과 미국식 교육의 장점을 결합한 그의 교육혁명은 7년 만에 빛을 발했다. 2010년 뉴욕의 자율형 공립학교 가운데 최우수 학교로 선정되고 뉴욕주 정부에서 실시한 졸업시험에서 98%가 통과해 주 전체에서 최고의 성적을 냈다. 보통 미국 학교에서 연상되는 자유로운 분위기와는 달리 규칙이 엄격하다. 등교 시 복장 검사부터 수업 간 이동 시 줄서기, 정숙 등이 그렇다. 방과후 수업은 물론 토요일까지 학교에 나와 밀린 공부를 한다. 이 학교는 또 정규 교과서를 쓰지 않는다. 대신 교사들이 스스로 연구해서 만든 교과서를 사용한다. 교사들은 정규 수업이 끝난 뒤에도 남아 학생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해준다.교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 프로그램은 뉴욕 할렘가 현지 취재와 학생들의 2주일간 한국 방문활동을 모두 담았다. 한국인 친구 집에서 보낸 꿈 같은 2박 3일, 서울과 천안, 포항, 경주 방문 등 빡빡한 일정에도 전혀 피곤한 기색이 없다. 인기 탤런트 이영애 부부와의 식사 등 잊지 못할 추억도 더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문재인 “만납시다” 행장들 “고민되네”

    문재인 “만납시다” 행장들 “고민되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시중은행장들이 16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만난다. 이 때문에 행장들의 고민이 깊다. 자칫 ‘줄서기’로 비춰져 정치적으로 오해를 사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그렇다고 유력 대선 후보가 만나자는데 뿌리치기도 어렵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문 후보와 은행장 회동은 문 후보 측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에 격식 없는 간담회를 제안했다. 10여명의 행장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주제는 ▲서민금융 지원 확대 방안 ▲중소기업 지원 확대 방안 ▲가계부채 ▲은행의 사회적 기여 확대 방안 등 크게 네 가지다. ●오늘 간담회 10여명 참석할 듯 문 후보 측은 “하우스푸어(빚을 내 집을 샀다가 원리금 상환에 허덕이는 계층)나 가계부채 등 여러 금융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려는 것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유력 대선 주자가 현직 행장들과 간담회를 갖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행장들은 대선이 불과 한 달여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일부 행장들은 홍보팀 등을 불러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미리 ‘도상훈련’을 해 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유력 대선주자가 부르는데 안 가기가 쉽지 않다.”면서 “지주 회장이 아닌 은행장을 부른 것을 보면 비교적 정치 성향이 덜한 행장들에게 솔직하고 가감 없이 현장 목소리를 들어보려는 취지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의 관계자는 “(문 후보가) 서민 지원 쪽에 다양한 공약을 내놓은 만큼 우리 경제의 핵심뇌관인 가계부채 문제를 주로 얘기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정치적 해석 여부를 떠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은행측 “금융당국 어떻게 해석할까 부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아직 참석 여부를 확정하지 못한 한 은행의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어떻게 해석할지 몰라 부담스럽다.”고 털어놓았다. 문 후보가 서민금융 및 중소기업 지원 확대 방안을 구체적으로 요청해 올 경우 어떻게 반응할지도 난감한 문제다. 현 정부의 금융정책이나 방침에 어긋나면 뭐라고 답할 것이며, 설사 방향이 어긋나지 않더라도 즉석에서 맞장구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고민이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최영주 강남구의원 “기초의원 정당공천 반드시 폐지해야”

    최영주 강남구의원 “기초의원 정당공천 반드시 폐지해야”

    “기초의원 후보 선택권을 주민들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강남구의회 최영주(55) 의원은 22일 “기초의원은 행정 최일선에서 지역 주민과 동고동락하는 생활정치인”이라면서 “현재 기초의원 정당공천제가 생활정치와 풀뿌리 주민자치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정당공천제로 인해 기초의원의 본래 의무인 생활정치는 뒷전이고 공천권자의 눈치와 줄서기 폐혜가 발생한다.”면서 “기초의원들이 주민들의 심부름꾼 역할에 충실하려면 정당공천제는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 구석구석을 돌며 지역 현안을 꼼꼼히 챙긴 탓에 전남 완도군 보길도 출신의 민주통합당 의원이지만 여당의 텃밭인 강남에서 주민의 선택을 받아 제6대 상반기에는 부의장까지 지냈다. 부의장을 맡을 당시 그는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듣고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부의장실을 민원실로 개방했다. 그는 “제가 속한 개포 1·4동 주민의 가장 큰 현안은 열악한 환경에 있는 개포지구 저층아파트와 구룡마을, 재건마을의 주거환경 개선”이라면서 “당 정책에 앞서 주민들의 의견이 구정과 시정에 반영되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구와 시의회 등을 수차례 방문해 개포1단지와 시영아파트 재건축, 구룡마을, 재건마을이 조속히 개발되도록 힘을 보탰다. 국가보훈 대상자와 그 유가족의 복리 증진을 위한 서울시 강남구 보훈회관 설치 및 운영조례안을 발의해 통과시켰고, 무상급식 추진을 이끌기도 했다. 지난 9월에는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복리증진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소비자경영평가원이 주관한 ‘2012년 대한민국 문화경영대상’ 시상식에서 우수의정행정부문 대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출마 당시 주민의 손과 발이 돼 열과 성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면서 “초심을 잃지 않고 앞으로도 주민을 가장 우선하는 참다운 봉사자로 주어진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면서 집행기관 감시와 주민 복리증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총리실 “정권 말 줄서기 등 엄단”

    국무총리실의 공직복무관리관실이 임기 말에 다시 칼을 빼들었다. 정권 말 무사안일 또는 줄서기 공무원에 대해 ‘시범 케이스’로 일벌백계하겠다는 의지도 배어 있다. 국무총리실은 22일 공직복무관리관실 직원을 중심으로 정부합동공직복무점검단을 구성, 활동에 들어갔다. 이들이 벌이는 특별감찰은 오는 12월 19일 대통령선거 전까지 공직기강을 확립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된다. 주요 점검 사항은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 등에게 줄서는 정치적 중립 훼손 행위 등에 맞춰져 있다. 주요 감찰 대상은 ▲당면 현안을 고의로 지연시키거나 ▲정책 결정을 차기 정부로 미루는 직무태만 ▲주요 정책 자료나 기관 내부자료를 무단 유출하거나 특정 정당 등에 제공하는 비밀엄수·보안유지 의무 위반 행위 등이다. 특별감찰은 공직사회의 복지부동과 줄 서기가 도를 넘었다고 판단한 김황식 국무총리의 지시로 이뤄졌다. 김 총리는 공무원의 중립성을 강조하면서 무사안일 등 태만을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총선 때에도 김 총리는 “줄서기를 하는 공무원에 대해서는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김 총리는 “정부의 임기 마지막날까지 공무원들이 근무에 해이해지는 일 없이 충실히 임해 달라.”고 여러 차례 주문해 왔다. 총리실이 이번 감찰과 관련, “적발 사안에 대해서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일벌백계해 엄정한 공직기강을 확립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분위기와 맥을 같이한다. 총리실의 강력한 공직기강 특별감찰 의사로 이미 시작된 행정안전부의 특별감찰단과 감사원의 특별공직감찰 등 3중 그물의 공직 감찰이 연말까지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공무원 선거개입·토착비리 척결”

    정부가 12월 19일 제18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공직기강 특별감찰을 한다. 행정안전부는 18일 “행안부 5개반 15명, 시도 50개반 185명 등 200명으로 구성되는 감찰단을 꾸려 선거일정에 맞춰 정보수집, 권역별 특별감찰, 집중감찰 등으로 감찰활동을 강화한다.”면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들에게 줄서기를 하거나 정책자료를 유출하는 사례를 방지하고, 유력 인사에 연줄을 대거나, 주요 정책·비밀자료를 무단 유출하는 등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훼손행위를 중점 감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근무지 무단 이탈이나 시급한 현안 미루기 등 무사안일한 행태, 공금 횡령·유용과 금품·향응 수수 등 지역사회와 결탁한 토착비리에 대해서도 감찰을 병행할 계획이다. 또 경상남도지사와 인천 중구청장 등 재·보궐 선거가 동시에 시행되는 지역에 대해서는 감찰활동을 보다 강화할 계획이다. 행안부는 선거관리위원회와 검찰, 경찰 등 유관기관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공무원들의 선거개입 행위를 차단하는 한편, 적발된 위법 부당행위에 대해서는 모두 엄벌할 방침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씨줄날줄] ‘곤조 저널리즘’/노주석 논설위원

    ‘곤조’(gonzo)란 용어에는 몇 가지 설이 있다. 황당함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곤자가스(gonzagas)에서 나왔다는 설과, 술자리에서 끝까지 버티는 작자를 뜻하는 미국 보스턴의 아이리시계 속어라는 설, 근성(根性)이라는 일본말 곤조에서 나왔다는 설 등이다. 정설은 없지만 황당하기도 하고, 기분 좋은 악바리이기도 하고, 앞뒤 가림 없이 내지르는 꼴통이기도 한 그런 사람이다. 언어와 국경을 뛰어넘는 괴팍한 인간형이다. 우리말로는 ‘삐딱이’가 어울릴 법하다. ‘곤조 저널리즘’(gonzo journalism)에 대한 해석도 자유롭다. 곤조라는 단어에 저널리즘을 갖다 붙인 것으로 이해될 정도인데, 기존 저널리즘이론의 신성불가침을 파괴하는 게릴라적 성격이 강하다. 이론창시자이자 20세기 최고의 곤조 저널리스트였던 헌터 S 톰슨(1937~2005)의 삶과 죽음을 살펴봐야 그의 이론을 이해할 수 있다. 톰슨은 미국의 저널리스트 출신 작가였다. 프리랜서 기자로 샌프란시스코 오토바이 폭주족 취재를 청탁받고 1년 이상 폭주족으로 생활하면서 쓴 글이 ‘지옥의 천사들’이었다. 켄터키 경마의 세계를 다룬 ‘켄터키 더비는 퇴폐적이고 타락했다’에서 곤조 저널리즘을 탄생시켰다. 이어 ‘라스베이거스의 공포와 혐오’를 통해 아메리칸 드림의 야만성을 폭로해 이론적 지평을 넓혔다. 권총 자살할 때까지 술과 마약·담배에 찌들어 살았지만, 닉슨 대통령을 ‘정신 나간 돼지새끼’라고 몰아쳤다. 공격적인 정치칼럼은 팬덤을 형성했다. 그가 추구한 저널리즘은 뉴욕타임스 스타일의 객관적 글쓰기를 버리고 기자가 일인칭 화자가 되어 현장에서 까발리는 식이다. 다듬거나 편집하지 않고 당시 취재수첩에 적혀 있는 그대로 싣는 것이 특징이다. “최고의 허구는 어떤 종류의 저널리즘보다 진실하다.”라는 윌리엄 포크너의 지침에 충실했다. “나는 뉴욕타임스 스타일로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엘리베이터에서 추락해서 인어로 가득 찬 풀장에 떨어진 것 같다.”라고 기성 언론을 비꼬았다. 톰슨의 소설을 영화화한, 럼주를 사랑하는 기자의 좌충우돌 취재기 ‘럼 다이어리’가 20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유언대로 탑에서 유골을 대포에 넣어 발사한 절친 조니 뎁이 주연을 맡았다. 요즘 대선주자들에 대한 언론의 줄서기가 횡행하면서 검증이 미진하다는 지적이 많다. 톰슨 정신을 계승하는 곤조있는 기사가 대선국면에서 많이 나왔으면 한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웹툰에서 대박 터뜨린 생활만화 2종 발간

    웹툰에서 대박 터뜨린 생활만화 2종 발간

    웹툰에서 대박을 터뜨린 만화들이 그 여세를 몰아 종이책으로 묶어져 나오고 있다. 최근 포털사이트 다음의 ‘만화 속 세상’에 연재 중인 난다 작가의 ‘어쿠스틱 라이프’ 3권과 윤태호 작가의 ‘미생’(未生) 1·2권이 나왔다. 지방출신으로 서울에서 신혼생활을 하는 난다 부부의 알콩달콩한 신혼 이야기는 미혼여성들에게 결혼하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깜찍한 만화다. 대기업 회사원들의 애환을 그린 ‘미생’은 거의 완벽한 취재로 직장인들에게 절대공감을 일으키고 있다. 신간 출간에 맞춰 두 작가를 각각 인터뷰했다. ■신혼부부의 ‘깨알같은 즐거움’ 난다作 ‘어쿠스틱 라이프’ ‘깨알 같은 즐거움’이란 표현은 단어 그대로 이해해야 한다. 동그란 얼굴에 눈이라고는 두 점을 찍어 놓았는데, 희로애락이 모두 표현된다든지, 또 만화 옆의 대화들이 때론 두 눈을 비비고 들여다봐야 할 정도로 작은 글씨들이 깨알처럼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폭소가 터져나온다든지 하는 상황이다. 난다(본명 김민설·31)의 ‘어쿠스틱 라이프’가 그러하다. 2010년 8월에 ‘만화 속 세상’에 등장한 ‘어쿠스틱 라이프’는 이제 시즌 4를 마치고 지난 8월부터 시즌 5에 접어들었다. ‘좋아요’가 평균 800회 정도에 ‘폭풍 댓글’이 장난이 아니다. 고정 등장인물은 단 세 명. 직업이 만화가인 초보 주부 난다와 게임 개발업체에서 일하며 신제품이 나오면 밤샘 줄서기도 마다하지 않는 통통한 남편 한군, 피부 가꾸기가 취미인 남동생 토깽이다. 생활에서 지지고 볶는 이야기가 옴니버스로 진행된다. 웹툰 애독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인물은 난다보다도 남편이라는 것이 작가의 분석이다. 난다는 “만화를 본 사람은 남편을 궁금해한다. 토깽이 싱글이라서 인기가 있다. 독자들이 남편을 좋아하는 것은 제 시선이 투사된 인물이라서, 사랑스럽게 그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난다는 “원래 스토리 만화를 준비하면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했는데, 가벼운 소재로 그리던 생활만화가 먼저 (대박이) 터졌다.”면서 인기 비결에 대해 “사소한 일로 부부가 토라지거나, 치킨배달로 좋아하는 등 소소한 일들이 사람들에게도 늘 일어나는 일이라 반응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시즌 5는 짧게 진행된다. 10월 20일 전후로 첫딸 출산일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즌 4, 5에는 임신부의 복잡한 감정 기복들이 소개되고 있다. 어쿠스틱 라이프가 끝날 수도 있고, 계속될 수도 있다. 난다는 “출산을 하고 복귀한다면 다른 작품으로 할 예정이다. 육아일기는 별로 원하지 않아 고민 중”이라고 했다. ■월급·승진에 목맨 직장인 애환 윤태호作 ‘미생’ ‘미생’(未生)은 글자 그대로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이다. 바둑에서는 두 집이 나야 ‘완생’(完生)이라고 한다. 완전히 살아 있지 못했으니 상대로부터 늘 공격을 받을 여지가 많은 직장 초년생의 이야기다. 주인공 장그래는 열한 살에 한국기원 연구생으로 들어가 프로기사만을 목표로 살았던 청년인데 입단에 실패한 뒤 회사에 들어가 평범한 삶을 시작한다. 검정고시 고졸인 장그래가 종합상사에 입사해 인턴사원을 거쳐, 정식사원증을 걸고 직장인의 삶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려 한다. 실제로 10급 정도의 실력을 갖춘 바둑 애호가인 작가 윤태호(49)가 바둑과 샐러리맨의 삶을 버무린 것이다. 장그래가 김 대리에게 묻는다. 회사원은 무엇으로 사느냐고. 그때 김 대리는 “월급과 승진이지 뭐.”라고 답한다. 작가 윤태호는 직장생활이 월급이나 승진이 아닌 직장생활 자체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접근하고 있다. 실제 미생을 읽고 댓글을 다는 직장인들은 나만 하루하루가 힘든 것이 아니라는 점에, 회사는 선배와 후배·동료가 모두 합심해서 일하는 곳이라는 점에, 장그래를 보니 나는 오늘도 열심히 살지 않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스트레스를 날린다. 잠이 부족해 항상 눈이 빨간 일 중독자 오 과장이나, 그 오 과장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잘 받쳐주는 넉넉하고 실력 있는 김 대리를 보고 있으면 “사는 게 뭐 있어.” 하고 낙담하고 자포자기하던 마음을 추스르게 된다. 어느 직장인인들 알아주지 않는 괴로움이 없으며, 무능력을 자탄하고 험담과 권모술수의 장난질에 놀아나지 않겠는가 말이다. 미생 60회와 61회는 모든 직장인들의 괴로움인 고문관이 등장한다. 60회 댓글에는 그 고문관을 두고 “사무실 질량 보존의 법칙, one 사무실, one 또라이”라고 해서 작품만큼이나 공감을 일으키기도 했다. 윤태호는 작품 마감 때마다 이틀에 한 번꼴로 잠을 잔다. 출판만화 버전으로 제작해서 그리고, 액자형태의 틀을 다 뜯어서 다시 웹툰 형식으로 올린다. 윤태호는 “´이끼´ 때 책으로 내놓고 나니 아쉬워서 이번에는 그렇게 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책 ‘미생’은 웹툰이 아니라 당초 출판만화용으로 그린 것처럼 보인다. 윤태호는 영화 ‘이끼’의 원작만화 작가로 미생을 “TV드라마로 만들자.”는 제작자들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지방의회 감투싸움에 회기 날려” 성남시민단체, 의정비 환수 추진

    감투 싸움으로 법정회기일 절반을 낭비한 경기도내 기초의회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이 의정비 환수 운동에 나섰다. 성남참여자치시민연대는 “아까운 시민혈세만 축내는 시의회 앞에서 25일 정상화 촉구 및 세비 환수 서명운동 추진 계획 등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의회는 후반기 의장단 선출과 원구성 협상을 둘러싼 여야 의원들 간 다툼으로 지난 2일 회기를 시작했지만 의장을 선출한 12일 단 하루만 본회의를 열고 지금까지 개점휴업 상태라는 주장이다. 지방자치법과 시의회 운영조례에 따른 연 2회의 정례회 회기 50일 중 20여일을 허송했다. 원구성과 전년도 결산검사엔 한 발짝도 진척을 이루지 못했다. 이 같은 파행은 의장선거를 위해 정례회를 열었지만 다수당인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선출된 박권종 후보가 아닌 최윤길 의원이 당선되자 ‘최 의원과 민주당 사이에 비밀각서에 의한 야합’이라며 등원을 거부한 탓이다. 지난 5일 후반기 첫 정례회를 개회한 의정부시의회도 의장단 선출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23일 막을 내렸다. 당초 19일까지 후반기 원구성을 끝내고 2011년 예비비 승인안 및 결산안, 조례 개정안 등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볼썽 사나운 다툼을 벌이다 연간 40일의 정례회기 중 절반에 가까운 19일을 날리고 말았다. 남양주시의회도 지난 3일 개회 후 의장선출 결과를 놓고 의원들끼리 대립각을 세우며 상임위원회조차 구성하지 못하다가 23일 폐회했다. 당연하게도 2011회계연도 일반 및 특별회계 세입·세출 결산 예비심사와 행정사무감사 등 원래 의사일정을 소화하지 못했다. 시민사회단체와 지방의회 전문가들은 “숱한 파행은 지방의원들이 국회의원들에게 줄서기를 하도록 한 정당공천제 때문”이라며 즉각 폐지를 주장했다. 한상봉기자 hsb@seoul.co.kr
  • 특허청 “비위직원 직무 즉시 정지”

    최근 직원들의 음주 사건으로 도마에 오른 특허청이 공직기강 확립에 고삐를 죄고 나섰다. 정부 부처 최초로 원스트라이크 ‘직무아웃제’를 도입한 것. 공직에서는 뇌물·향응 등 단 한번의 부패 행위를 저질렀다가 적발돼도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이미 시행하고 있다. 특허청도 비공개 특허 관련 문건을 고의로 유출한 경우 이 규정을 적용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 새로 도입한 직무아웃제는 어떤 직무든 개인의 처신을 징계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점에서 훨씬 더 엄격해진 대책이다. 직무아웃은 중징계 대상자에게 내리는 직위해제와 동일한 효과로, 복무관리와 직무명령을 위임받은 국장이 내리게 된다. 공직자로서 비위를 저지르면 직무를 즉시 정지시키고, 반드시 청렴교육 이수 및 사회봉사 활동을 거친 후 직무에 복귀하게 하는 일종의 자정 과정을 거치게 했다. 또 물의를 일으켜 징계 처분을 받은 공직자는 법령에 정한 승진제한 기간을 2배로 확대 연장하는 등 징계 규정도 강화했다. 감사담당관실을 중심으로 대외활동 모니터링을 통한 감찰 활동에 나설 방침이다. 대선을 앞두고 공무원의 복지부동과 줄서기 행위 등도 중점 점검하기로 했다. 간부들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도 묻는다. 부서장 평가시 범죄발생 및 청렴도를 평가해 반영함으로써 ‘개인 문제’라는 안이한 의식에 경종을 울린다는 취지에서다. 이와 함께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부서장 책임 아래 ‘119운동’과 ‘염치지키기 운동’도 전개한다. 119 운동은 회식 때 ‘1차에서 1가지 술로 오후 9시 이전에 마쳐’ 건전한 음주문화를 정착시킨다는 의미다. 염치지키기는 공직자로서 스스로 창피함을 알고 부정한 일을 하지 말자는 윤리의식 제고 운동이다. 김호원 특허청장은 “특허청은 업무의 전문성이 반영돼 5급 이상 간부들이 상대적으로 많기에 보다 엄격한 청렴성과 도덕성이 요구된다.”면서 “처벌이 궁극적인 목적은 아니며, 공직자로서 스스로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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