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급등 배경과 전망
석유 공급부족의 심화에도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의 증산결정이 여전히 불투명해지면서 국제 유가가 수직상승하고 있다.
7일 뉴욕 상품거래소의 서부텍사스경질유(WTI) 4월 인도분은 90년 10월 이후 최고치인 배럴당 34.13달러까지 급등했다.
런던 국제석유거래소의 북해산 브렌트유도 9년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30달러선을 돌파했다.
이같은 급등세는 공급부족 탓이다.석유수요는 계속 늘어나는데 비해 산유국들이 지난해 4월부터 생산량을 줄이는 바람에 공급이 달려,미국의 석유재고량은 23년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OPEC 회원국간 의견대립으로 오는 27일로 예정된 OPEC 회원국 각료회의에서 증산결정이 내려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감이 급등세를 부추기고 있다.
이 때문에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이날 OPEC가 증산에 나서지 않는다면세계적인 소비감소와 비(非) OPEC 산유국의 증산으로 유가폭락사태를 맞게될 것이라며,적정한 유가 유지가 OPEC 회원국들의 경제적인 이해에도 부합될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 에너지연구센터의 줄리안리 시장분석가는 OPEC가 일부 회원국의 반발로 증산결정을 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우려감이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다며“일부 OPEC 회원국이 현재의 생산량을 고수한다면 국제 유가는 배럴당 35달러선을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OPEC 회원국들중 사우디아라비아와 베네수엘라가 비회원국인 멕시코와 함께증산에 찬성하는 반면,이란과 리비아,알제리, 이라크는 고유가 추세는 일시적 현상이라며 성급한 증산에 반대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석유업계의 한 소식통은 OPEC의 경우 미국 등이 요구하는 하루 250만배럴 증산을 수용하면 유가 하락사태를 맞을 것으로 우려하는 탓에 증산량은 하루 100만배럴 수준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국제 석유시장의 관심은 빈에서 열리는 OPEC 각료회의에 집중돼 있다.OPEC 회원국들이 기존의 감산합의를 중단하고 생산량을 얼마나 늘릴 것인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증산합의가 이뤄지지 못한다면 올 여름 유가는 배럴당 35달러선을웃도는 초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올해 세계 석유수요는 하루 180만배럴 가량증가할 것으로 보여 적어도 이 수준으로 증산돼야 유가가 진정될 수 있다고지적했다.
김규환기자 khkim@.
*유가급등 국내 영향은.
국제원유가가 걸프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며 석유 파동 조짐마저 보이자국내경제에 초비상이 걸렸다.
유가급등은 무역수지 악화와 물가상승으로 이어져 자칫 회복중인 국내경기에 결정적인 타격을 줄 우려를 낳고 있다.
□무역수지 ‘비상’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를 경우수입은 8억8,000만달러 증가하고 수출은 1억달러 감소,총 10억달러 정도의무역수지 악화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정부와 민간경제연구소들은 유가가 예상 밖의 급등세를 보이자 한결같이 올해 연평균 두바이산 원유가를 배럴당 21.5달러로 잡았던 당초 전망치를 3달러 정도 상향조정했다.즉 당초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30억달러 정도의 무역수지 악화요인이 발생한 셈이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吳文碩)연구위원은 “유가 상승세가 장기화할 조짐을보이고 있어 정부가 잡아놓은 올해 무역수지 120억달러 흑자목표 달성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종별로는 반도체와 자동차,철강,섬유업계 등이 원가부담 가중에 따른 내수위축과 수출경쟁력 약화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물가상승 정부는 지난달 중순 특별소비세,교통세 등 유류관련 세율을 내려국내 유가를 가까스로 현상유지시켰다.
그러나 유가상승세가 계속될 경우 재정수지 악화를 감수해야 하는 이같은정책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를 경우 국내 소비자물가는 0.10∼0.17%포인트 정도상승요인을 안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유가상승에 따른 물가오름세가 올 하반기부터 본격화될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범식(金凡植) 수석연구원은 “수입물가의 방어막 역할을하는 원화의 평가절상 폭이 올해의 경우 원유 등 국제원자재 가격의 상승폭보다 작아 하반기부터 물가상승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환용기자 drago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