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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멸의 위훈’ 유관순 추도 백범 친필 복원

    ‘불멸의 위훈’ 유관순 추도 백범 친필 복원

    아우내 독립만세운동일인 4월 1일을 앞두고 유관순 열사의 의거와 죽음을 ‘불멸의 위훈’으로 기리며 백범 김구가 썼던 친필 추도사를 국가기록원이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국가기록원은 1947년 11월 27일 아우내 독립만세운동 기념비 제막 때 헌정된 추도사 3건과 유관순 열사 기념관에서 소장하고 있던 자료 등 희귀 기록 4건(99매)을 복원했다고 31일 밝혔다. 이 가운데 김구 친필 추도사에는 “유관순 열사의 거룩한 의거와 숭고한 죽음은 일월같이 빛나고 빛나 천고 불멸의 위훈을 세운 것이다.…순국선열의 독립정신을 이어받아 조국의 완전한 자주독립을 달성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복원은 지난해 5월 유관순열사기념관에서 국가기록원에 지원을 요청해 지난 1~2월 2개월간 이뤄졌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세계 1, 2위 ‘죽음의 조’… 갤러리는 “신나죠”

    세계 1, 2위 ‘죽음의 조’… 갤러리는 “신나죠”

    누구에게 죽음의 조가 될까. 여자골프 세계랭킹 1, 2위 고진영(26)과 박인비(33)가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미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ANA인스피레이션 1라운드에서 동반플레이를 펼친다. ANA인스피레이션은 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의 미션힐스 컨트리클럽(파72·6763야드)에서 개막한다. 대회조직위가 31일 발표한 조 편성에 따르면 고진영과 박인비는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와 1번 홀에서 1라운드를 시작한다. 티오프 시간은 2일 새벽 4시 33분이다. 흥미진진한 샷 대결을 기대하는 주최 측으로서는 흥행을 보장받을 수 있는 ‘블루칩’이나 다름없다.세계 1, 2위의 무게감은 물론 고진영은 2019년, 박인비는 2013년 우승 뒤 나란히 대회 2승에 도전하는 터라 전체 40개조 중 가장 주목을 받을 게 확실하다. 여기에 한때 투어 우승을 휩쓸던 한국 선수들을 질투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앙숙관계까지 갔던 2011년 우승자 루이스까지 가세했다. 저마다 2승째를 노리는 ‘삼파전’인 셈이다. 나비스코 챔피언십으로 불렸던 2011년 이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던 루이스는 조그만 샷 실수에도 얼굴이 벌게지는 다혈질이다. 루이스를 상대로 ‘냉정하고 고요한’ 박인비가 어떤 플레이를 펼칠지 주목된다. 박인비와 메이저대회 1라운드에 루이스와 함께 편성된 건 2015년 브리티시여자오픈 이후 처음이다. ‘디펜딩 챔피언’ 이미림(31)은 전 세계 1위 에리야 쭈타누깐(태국), 오스틴 언스트(미국)와 2일 새벽 5시 6분 1번 홀에서 첫 티샷을 날린다. 그는 “메이저 챔피언으로 불리게 돼 정말 기분이 좋다. 50번째 맞는 이 대회에서 한 번 더 우승하면 좋겠다”며 2연패를 염두에 둔 출사표를 던졌다. 1983년 시작한 이 대회에서 타이틀을 방어한 선수는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2000~01년)이 유일하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닉슨 끌어내린 ‘워터게이트’ 실행자 고든 리디 사망

    닉슨 끌어내린 ‘워터게이트’ 실행자 고든 리디 사망

    “나는 말을 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게 자랑스럽습니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을 사임으로 몰고 간 워터게이트 도청 사건을 계획하고 실행했으며, 이런 말을 남기며 끝까지 함구하는 ‘빗나간 충성심’을 보였던 고든 리디(90) 전 연방수사국(FBI) 요원이 30일(현지시간) 사망했다. 해당 계획을 승인했던 존 미첼 전 법무장관, 사건을 은폐했던 닉슨 전 대통령, 워싱턴DC 워터게이트 빌딩에 침입했던 정보장교 출신 하워드 헌트와 중앙정보국(CIA) 요원 제임스 매코드 등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리디를 포함한 핵심 당사자의 죽음으로 워터게이트 사건은 이제 기록으로만 남게 됐다. 닉슨이 재선 가도를 달릴 때 리디는 현장에서 각종 지저분한 정치 공작을 실행하는 조직인 ‘배관공들’을 이끌었다. 당시 리디는 정적 암살, 좌익 성향의 싱크탱크 폭파, 베트남전쟁 시위대 납치 등을 닉슨의 재선위원회에 권고할 정도로 무모해 논란이 많았다. 대부분이 무시됐지만 1972년 법무장관이자 재선위 위원장이던 미첼은 워터게이트 빌딩의 민주당 본부 침입 계획은 승인했다. 리디는 헌트와 매코드에게 침입을 지시했고, 5월 28일 이들은 래리 오브라이언 민주당 전국위원장의 전화에 도청장치를 설치했다. 하지만 장치 이상으로 도청에 실패하자 6월 17일에 재차 침입했다 강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고, 추악한 스캔들의 전모가 세상에 드러났다. 리디는 자신은 “간첩이나 쥐”가 아니라며 수사에 협조하지 않아 20년형을 받았다. 수사 과정에서 1971년 9월 국방 분석가인 대니얼 엘즈버그의 정신과 의사 사무실을 침입한 사건에도 연루된 것이 밝혀졌다. 리디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사면으로 4년 4개월 만에 석방됐다. 그는 라디오 진행자, 보안 컨설턴트 등으로 일했고 자서전을 출간하기도 했다. 자서전 ‘윌’(Will)에서 베트남전쟁은 미국 내부의 전쟁이기도 했다며 “전쟁 중에는 법이 침묵한다”는 키케로의 격언을 인용해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했다. 그의 라디오 방송은 극단적 언변으로 인기도 높았지만 논란도 컸다고 USA투데이가 전했다. 일례로 정부 요원과 마주치면 “(방탄조끼를 입었을 테니) 머리를 쏘라”고 조언했고, 자신이 청년 시절 아돌프 히틀러의 연설에 “전류”가 솟구치는 경험을 했다며 나치에 일찍이 매료됐음을 고백하기도 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동물세계에 개입하면 안 된다. 하지만 펭귄을 죽일 순 없었다”

    “동물세계에 개입하면 안 된다. 하지만 펭귄을 죽일 순 없었다”

    “동물 세계에 개입해서는 안된다” 원칙다큐멘터리 제작진, 남극에서 내린 결정‘곧 죽을 위기’ 펭귄 무리를 구출 제작진은 갈등했다. 자연 다큐멘터리를 촬영할 때 동물의 세계에 직접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죽음을 앞두고 있는 펭귄 앞에서 그냥 돌아설 순 없었다. 31일 해외 온라인커뮤니티에서 BBC 자연 다큐멘터리 ‘다이너스티’ 제작진의 행동이 재조명됐다. 제작진은 지난 2018년 남극에서 황제 펭귄을 촬영했다. 제작진은 촬영 도중 수십 마리의 황제 펭귄 무리가 협곡에 갇혀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목격했다.온도는 영하 60도까지 떨어졌고, 협곡은 경사가 너무 높아 펭귄들이 빠져나오기 힘들었다. 새끼 펭귄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둘씩 죽어갔다. 꼼짝없이 죽을 위기에 처한 펭귄 무리를 외면할 수는 없었다. 그동안 자연 다큐멘터리를 촬영할 때 동물의 세계에 직접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고수해왔던 제작진들은 갈등했다.하지만 제작진은 일종의 타협안을 냈다. 펭귄에게 직접 다가가지는 않은 채 협곡을 빠져나갈 수 있는 경사로를 만들어두자는 것이었다. 제작진은 잠시 촬영을 중단하고, 삽을 가져와 펭귄이 오르기에 충분한 경사로를 만들었다. 펭귄은 새로 생긴 완만한 경사로로 천천히 협곡을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다큐멘터리 감독의 결정에 펭귄 수십 마리가 무사히 살 수 있었다. 윌 로슨 촬영감독은 “우리는 눈앞에 놓인 상황만 두고 생각했다. 원칙은 생각하지 않았다”며 “우리의 결정을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옳은 결정을 했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소신을 밝혔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은 “감동적이다”, “다큐멘터리보다 감동적인 이야기”, “복 받으실 거에요”, “펭귄들 얼마나 무서웠을까”, “이런 도움주는 프로그램도 있었으면 좋겠다”등 반응을 보였다.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세 모녀의 억울한 죽음… 범인은 연인이 아니었다 [이슈픽]

    세 모녀의 억울한 죽음… 범인은 연인이 아니었다 [이슈픽]

    “그 쓰레기 XX의 실명을 거론하지 못하고 이렇게 적어야 하는 현실이 아프다. 잘못된 정보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동생과 가족들이 욕보여 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난 25일 피해자 지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집 안에서 숨진 세 모녀와 거실에서 자해한 가해자 A씨를 발견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인정한 A씨는 병원에서 회복 중이다. 숨진 큰딸 B씨와 A씨는 오래 알고 지냈지만 연인 관계는 아니었다. 큰딸의 지인은 30일 게임커뮤니티 인벤에 글을 올려 “조용히 장례를 마무리하고 이제서야 글을 올린다”며 B씨가 올해 1월부터 스토킹을 당했고, A씨가 비정상적으로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지인은 “부담감을 느낀 B씨가 A씨에게 ‘더 이상 연락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정중히 연락을 끊어내자 그때부터 앙심을 품고 이번 일을 계획한 것 같다”라며 B씨가 다른 지인과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했다. ‘자꾸 다른 번호로 연락 와서 마지막으로 내가 밥 샀는데 그거 얼마인지 보내달라고. 그래서 그냥 받을 생각 없어서 씹었는데 나중에 번호 바꿔서 마지막이라고 잘 생각해라 XX하길래 너무 귀찮아서 그냥 계좌 불러줬다.’ - B씨가 A씨와 관련된 일을 언급한 메시지 내용 지인은 이 사건이 남녀갈등 혹은 온라인게임 때문으로 논점이 흐려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그는 “A씨로 인해 한 가족이 희생된 너무나도 슬프고 끔찍한 사건”이라며 “잘못된 정보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가족들이 욕보여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지인은 “B씨는 정말 착하고 좋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친척분들과 친구들, 지인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너무나 괴로워하고 슬퍼하고 아파하고 있다. 그 쓰레기 XX의 실명을 거론하지 못하고 이렇게 적어야 하는 현실이 너무 마음 아프다”라며 A씨의 신상을 공개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글을 공유했다.“가해자 신상 공개하라” 19만명 청원 서울 노원경찰서는 전날 A씨의 서울 강남구 집을 압수수색했다. A씨의 집에서 휴대전화를 추가로 발견한 경찰은 “사건과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휴대전화들에 대해서 디지털 포렌식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범행 현장에서 발견됐던 휴대전화는 포렌식이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노원 일가족 3명 살인사건의 가해자 20대 남성 신상 공개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은 지난 26일부터 현재까지 19만 여명이 넘는 시민들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하루에도 수십 명씩 죽어가는 여성들은 ‘안 만나줘’, ‘그냥’(묻지마), ‘약하니까’ 등 상대적 약자라는 이유로 많은 범죄에 노출돼있다”며 “현재 ‘노원 세 모녀 살인 사건’으로 기사가 올라오지만, 세상은 왠지 조용한 것 같다. 조용하면 안 된다. 그냥 넘어가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이 사건의 가해자는 자해를 시도해 치료 중이라 아직 제대로 밝혀진 바는 없지만, 일가족 3명이 죽임을 당한 것은 확실하다”며 “작정하고 범행을 저지른 것도 확실하다. 가해자 신상을 빠른 시일 내에 공개 바란다”고 촉구했다. 피의자의 신상 공개 여부는 지방경찰청별로 설치된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위원회는 경찰, 변호사, 의사 등으로 구성돼 있다.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대한 특례법에 따른 신상 공개 기준은 △범행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강력범죄 사건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만한 충분한 증거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범죄 예방 등 공공 이익 △피의자가 청소년에 해당하지 아니할 것 등이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우리말로 아리아 메이드인 코리아 오페라

    우리말로 아리아 메이드인 코리아 오페라

    다음달 서울 예술의전당에서는 오페라 무대가 더욱 다채로운 봄을 꾸민다. 창작 및 번안 오페라를 모두 우리말 가사로 즐길 수 있는 오페라 축제와 다양한 명작 오페라 속 아리아들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콘서트 무대가 관객들을 기다린다. 다음달 6일부터 25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리는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는 오페라 다섯 편을 무대에 올린다. 오페라 관객층을 넓히고 창작 오페라를 발굴·육성하자는 목표로 1999년부터 시작된 소극장오페라축제는 지금까지 120여개 민간 오페라 단체가 참여해 작품을 선보이며 뛰어난 성악가를 배출한 한국 오페라의 산실로도 꼽힌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열리지 못한 뒤 올해 19번째를 맞은 축제는 처음으로 레퍼토리 시스템을 도입해 같은 무대에서 매일 다른 작품을 만나도록 준비했다. 창작 작품으로는 한국판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가장의 비애를 다룬 블랙코미디 ‘김부장의 죽음’과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한 남자의 비극을 담은 ‘달이 물로 걸어오듯’, 고전 속 캐릭터에서 지금의 여성상을 참신하게 녹여 낸 로맨틱 코미디 ‘춘향 탈옥’ 등이 공연된다. 이와 함께 유쾌한 소재와 기발한 발상으로 코믹 오페라의 진수를 보여 줄 도니체티의 ‘엄마 만세’와 이윤이 최고의 가치가 된 비인간적인 사회를 비판하는 바일의 ‘서푼짜리 오페라’ 등 해외 작품들도 무대에 오른다. 모두 우리말로 가사가 이뤄졌고 공연시간도 인터미션을 포함해 100분 안팎이어서 보다 쉽게 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다. 축제 조직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은 “오페라 애호가뿐 아니라 초심자 관객도 소극장 오페라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국립오페라단은 다음달 9~11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콘서트 ‘오페라 여행’을 연다. 벨리니 오페라 ‘청교도’, 베르디의 ‘일 트로바토레’, ‘아틸라’, ‘맥베스’,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 푸치니 ‘마농 레스코’, 마스카니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칠레아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 구노 ‘파우스트’, 마스네 ‘베르테르’ 등 다양한 명작 오페라 속 아리아로 무대를 잇는 여정이다. 그동안 한국 무대에서 만나기 어려웠지만 오페라 역사에서 의미 있는 작품들로 주요 아리아를 통해 벨칸토 오페라와 프랑스 및 독일 낭만주의, 이탈리아 사실주의(베리즈모) 등 다채로운 오페라 장르를 엿볼 수 있다. 이번 무대를 위해 370명의 성악가가 동영상 오디션에 참가했고 치열한 경쟁 끝에 47명이 화려한 아리아를 선보인다. 김주현 지휘로 코리아쿱오케스트라가 풍성한 음악을 채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뒤틀린 일상에… ‘집 나간 밤잠’을 찾습니다

    뒤틀린 일상에… ‘집 나간 밤잠’을 찾습니다

    죽음을 잠에 비유하는 것은 인류의 오래된 언어습관이지만 사실 잠은 죽음보다는 오히려 생명활동과 더 관계가 깊은 신체활동이다. 깊은 잠 속에서 우리는 피로를 씻어 내고 기억을 저장하고 불쾌하거나 불안했던 감정을 풀어 준다. 다시 말해 잠을 제대로 못 자거나 수면시간 자체가 부족하면 ‘힐링’을 하지 못하고 스트레스가 계속 누적된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제대로 잠을 못 자는 코로나 불면증, 이른바 코로나섬니아로 고통받는 사람이 늘고 있다. 대한수면연구학회장을 맡고 있는 조용원 계명대 동산의료원 신경과 교수는 30일 “코로나19 이후 수면장애가 늘어난 원인으로는 먼저 실업이나 소득 감소, 경제적 불안감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 증가를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거기다 재택근무 확대도 수면장애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출퇴근이 명확하지 않으면서 우리 몸이 일과 휴식, 근무시간 경계가 모호해지고 더 늦게 자고 더 늦게 일어나는 현상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취미생활이나 각종 모임이 힘들어지면서 스트레스 해소에도 어려움을 겪게 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은 이들은 2019년 64만 2280명에서 2020년 66만 8743명으로 4.1% 증가했다. 이로 인한 진료비 역시 2019년 1361억원에서 2020년 1461억원으로 7.4%나 증가했다. 특히 여성은 진료비가 14.8%나 늘었다. 진료비 증가추이를 보면 특히 연령에 따른 차이가 확연하다. 반면 60대는 14.6%(남성 8.8%, 여성 20.3%), 70대는 17.1%(남성 13.8%, 여성 20.2%), 80대는 22.5%(남성 23.5%, 여성 21.9%)로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진료비 증가율이 높다. 코로나 불면증은 외국에서도 여러 연구 결과가 나오는 등 건강 관련 현안으로 자리잡았다. 영국 BBC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영국 사우샘프턴대 연구에서 불면증 경험자가 6명 중 1명에서 코로나19 이후 4명 중 1명으로 늘었다. 중국 역시 봉쇄 기간에 불면증 비율이 14.6%에서 20%로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캐나다 오타와대 발표를 보면 의료 종사자들은 불면증이 24%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잠을 제대로 못 자는, 즉 수면의 질이 낮아지면 다양한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비만, 불안, 우울증, 심혈관 질환, 당뇨병 등이 대표적이다. 더 나아가 일에 집중하기 힘들고 실수가 많아진다. 이를 오타와대 연구 결과와 연결시키면 불면증은 단순히 개개인의 문제를 넘어선다는 게 분명해진다.불면증이란 환자 자신이 잠이 불충분하거나 비정상적이라고 느끼는 상태를 말한다. 잠이 들기 힘들거나, 자다가 자주 깨거나, 한번 깨면 다시 잠들기 힘들거나, 수면시간이 짧다고 느끼거나,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다고 느끼는 등 여러 가지 형태가 복합적으로 혹은 단독으로 나타날 수 있다. 불면증의 기간이 한 달 미만이면 일시적 불면증이라 하고, 6개월 이상이면 만성적 불면증이라고 한다. 성인의 경우 일시적 불면증은 전 인구의 3분의1에서, 만성적 불면증은 전 인구의 10% 내외에서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면증은 진단명이 아니라 발열이나 두통 같은 하나의 증상이다. 두통이 있거나 열이 날 때 무조건 두통약이나 해열제를 복용하기 전에 그 원인을 찾아야 하듯 불면증의 경우 에도 어떤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야 한다. 특히 만성적 불면증 환자나 노인 환자라면 더욱 그렇다. 불면증을 2차적으로 초래하는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수면무호흡증, 우울증, 주기적 사지운동증, 하지불안증후군, 약물남용이나 금단, 통증 등이 꼽힌다. 최창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일시적인 불면증에는 적절한 수면제를 쓰는 것이 큰 도움이 되지만 불면증의 원인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효과가 일시적일 수 있고 어떤 경우에는 수면제 사용이 수면무호흡과 같은 상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다. 특히 음주 후의 수면제 복용은 위험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이어 “만성 불면증의 경우 원인질환이나 동반질환을 치료해도 불면증이 남아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건강한 수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면서 자신의 잘못된 수면습관이나 믿음을 교정하며 수면제를 줄여서 끊도록 도와주는 인지행동치료가 좋은 치료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윤인영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불면증을 호소하는 환자 중 최소 25% 이상에서 불면증이 우울증의 한 증상으로 나타나므로 우울증에 대한 철저한 평가 및 치료가 필요하다”면서 “특별한 원인이 없는 불면증의 경우 신경안정제, 수면제, 소량의 항우울제를 사용하지만 장기간 사용할 경우 담당의사와 반드시 상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면은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과도 밀접히 연관된다. 대한수면연구학회 총무이사인 김혜윤 가톨릭관동대 국제 성모병원 교수는 “예방접종 후 면역반응을 통해 필요한 항체가 생성되는데, 수면은 이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A형 간염 바이러스 예방접종을 한 날 밤에 제대로 잠을 잔 집단과 그렇지 못한 집단을 비교한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수면을 제대로 취했을 때 A형 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조절T세포 생성이 두 배로 증가했으며 A형 간염에 대한 항체 생성도 늘어났다. 또 수면을 제대로 취한 대상자들에게서 면역력을 증가시키는 성장호르몬과 프로락틴의 분비가 늘었으며, 면역력을 저하시키는 코티졸의 분비는 줄었다. 김 교수는 “수면과 항체 생성의 연관성은 독감 예방접종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여러 차례 나왔다”면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에서도 수면의 양이 충분해야 항체 생성이 원활해지며, 접종 전 이틀간 수면시간도 항체 생성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탯줄 달린 채 쓰레기봉투에 버려진 ‘곰이’…새 가족 찾습니다”

    “탯줄 달린 채 쓰레기봉투에 버려진 ‘곰이’…새 가족 찾습니다”

    인공 수유 등 통해 건강 회복해경찰, 고발 접수하고 유기자 추적 탯줄이 달린 채 쓰레기봉투 안에 담겨 버려졌던 새끼 강아지가 새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30일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6시 40분쯤 부산 사상구 한 주택가에서 강아지가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담긴 채 발견됐다. 목격자는 강아지 울음소리가 크게 들려 주변을 살피다 봉투 속에서 강아지를 발견했다. 당시 새끼 강아지는 젖은 상태로 탯줄도 안 뗀 채 버려져 있었다. 라이프에 따르면 이 강아지는 암컷으로 생후 2주가 지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름은 ‘곰이’라고 지었다. 곰이가 유기된 장소는 평소 인적이 드문 도로로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버리는 주민들도 몇몇 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라이프는 부산 사상경찰서에 동물학대와 동물유기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하고 유기자를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경찰은 고발장을 접수하고 유기자 추적에 나섰다. 심인섭 라이프 대표는 “동물을 유기한 것도 잘못됐지만 새끼 강아지를 봉지에 담아 묶은 건 죽이려는 의도가 있었다고밖에 안 보이기 때문에 명백한 동물학대”라며 “엄중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곰이는 인공 수유 등을 통해 다행히 건강을 회복한 상태다. 최근 임시보호자를 만나 두 달 동안 관리를 받을 예정이다. 두 달이 지나면 라이프는 입양 절차를 밟고 새 주인을 찾아 줄 계획이다. 한편 지난달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을 유기할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서 벌금으로 처벌 수위가 높아졌다. 또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이 강화됐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권성우의 청파동 통신] 희망에 대하여-서경식 선생께 보내는 편지

    [권성우의 청파동 통신] 희망에 대하여-서경식 선생께 보내는 편지

    정치는 속절없고, 희망은 희미한 이즈음 당신의 글 ‘은퇴기’(한겨레, 2021. 3. 26)를 잘 읽었습니다. 이번 칼럼을 읽고 당신에게 기꺼이 편지를 보내고 싶었답니다. 칼럼에는 3월 말로 70세 정년에 이르러 20년간 일해 온 대학을 그만두는 당신의 소회가 인상적으로 적혀 있네요. 소년 시절부터 “내 출신과 문화를 홀로 등에 짊어진 채 나는 다른 모든 학생들과 정면으로 대치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소년의 눈물’)는 디아스포라의 소수자 감성을 느끼며 살아온 당신, 조국의 감옥에 있는 두 형의 존재로 인해 늘 죽음의 그림자를 응시하던 당신, 적성과는 전혀 맞지 않는 파친코 가게 업무를 보면서 그 우울한 일상을 밤늦게 루쉰 읽기로 달래던 당신, 쉰 살 이전에는 정규직이 돼 본 적이 없었던 당신이 대학에서 무사히 정년퇴임을 맞이한다는 사실이 왠지 너무나 낯설게 다가옵니다. 당신 자신도 젊은 날 이런 순간이 오리라고는 전혀 예감하지 못했겠지요. 행여 당신의 여정이 한 예민하고 성실한 소수자의 인간 승리라는 관점으로 해석될 수는 없을 겁니다. 당신이 언젠가 제게 얘기했듯이 지금에 이른 당신의 삶에는 분명 행운이 크게 작용했을 겁니다. “대부분의 재일조선인들은 저 같은 이런 기회를 상상도 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들도 나름대로 하고 싶은 얘기들이 많이 있을 텐데, 그런 기회를 못 얻은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저를 둘러싼 행운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이 세상이 지금보다 나아지기 힘들 것이라는 우울과 두려움을 마주합니다. 여러 겹으로 꼬인 정치·사회적 상황을 응시하다 보면 환멸에 빠지기 쉬운 시대이기도 합니다. 몇 년 전 촛불혁명 이후 한국 사회에 불어온 정치적·문화적 혁신이라는 희망은 이제 강고한 진영 논리와 집값 폭등, 힘겨운 개혁 과정 속에서 난관에 봉착해 있습니다. 이런 시대일수록 늘 깊은 비관 속에서도 세계의 모순과 질곡, 죽음을 탐구해 왔던 당신의 글을 찾게 됩니다. 당신은 어떤 순간에도 희망을 쉽게 얘기하지 않습니다. 절망의 극한을 끝끝내 응시하는 당신의 태도는 쉽게 허무와 회의에 빠지곤 했던 이들을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당신은 최근 저작에서도 여전히 공허한 희망과는 분명한 거리를 둔 채 짙은 비관 속에서 일본 사회를 비롯한 시대의 퇴행을 또렷이 응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나 오랜 역사를 거치고 이토록 수많은 잔혹함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이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비관한다”(‘나의 이탈리아 인문기행’)는 당신의 전언을 지금 이 시대 한국 사회에도 되비추게 됩니다. 시대의 비관을 응시하며 개혁의 지지부진함을 지적하는 과정은 언젠가는 슬며시 다가올 새로운 희망의 싹을 예비하는 시간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당신도, 저도 계속 쓰고 절망하는 과정이 늘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어느 날 당신이 연구실에서 말했던 “저는 불행하게 살다가 불행하다는 얘기도 할 수 없었던 사람들의 쪽에 서고 싶습니다”라는 얘기가 제 마음을 관통해 글쓰기의 근원적 의미를 생각하게 됐지요. 이런 상황은 참 역설적입니다. 불행과 절망에 대한 깊은 통찰, 희망이 없었던 사람들에 대한 글쓰기가 외려 이 시대의 힘들고 우울한 사람들에게 커다란 힘과 위안을 주는 아이러니 말입니다. 때로 정직한 절망은 어떤 낙관보다도 미래의 희망을 향한 길을 비춥니다. 그 역설이 당신의 글이 지닌 힘입니다. 이제 완연한 봄날입니다. 당신이 한국에 오지 못한 지도, 제가 일본에 가지 못한 지도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구니타치(國立)에는 벚꽃이 한창이겠지요. 그곳 당신의 단골 소바집에서 함께 식사하며, 다시 그 희미한 희망에 관해 얘기하는 순간을 간절한 마음으로 고대합니다. 부디 정년 이후 펼쳐질 당신의 인생에 행운과 건강이 함께하길 기원하며, 권성우 드림.
  • “다홍이가 나를 구조했다” 박수홍 위로한 반려동물 [김유민의 노견일기]

    “다홍이가 나를 구조했다” 박수홍 위로한 반려동물 [김유민의 노견일기]

    개그맨 박수홍(51)과 반려동물 다홍이의 특별한 동행이 많은 이들의 응원을 받고 있다. 박수홍은 최근 살면서 가장 힘겨운 해를 보냈고, 인생 최악의 순간에 다홍이를 만나 따뜻한 위로를 받았다고 고백했다. 1991년 K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 후 군 입대를 제외하고 방송을 쉰 적이 없는 박수홍. 최근 인터넷에는 박수홍의 가족들이 무려 30년에 달하는 방송 생활 내내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며 그동안 벌어온 재산을 착취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박수홍을 위해 돈을 모으는 척했으나 뒤로는 자신들의 명의로 재산과 부동산을 따로 축적했고 그 액수가 무려 100억이 넘는다는 구체적인 주장이었다. 박수홍은 이를 최근에 알게 됐고 본인 유튜브와 인스타 댓글을 통해 밝혀진 루머가 사실이 맞다고 시인하기도 했다. 박수홍은 SNS를 통해 “다홍이 사진과 영상을 계정에 공유하는 것이 마음에 위로가 되고 있다”면서 “30년 평생 쉬지 못하고 일만 했고, 가족들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왔지만 뒤돌아 보니 저에겐 아무도 없었다. 많이 허탈하고 공허하지만 다홍이 덕분에 힘을 내고 있다”며 응원해준 이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이어 유튜브 댓글에서는 “다홍이도 처음엔 반대했었지. 특히 형. 고양이는 절대 안 된다고. 고양이 만나면 내가 망한다고. 정말 말이 안 되죠?”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박수홍은 “형과 형수의 명의로 운영된 소속사에서 피해를 본 것은 사실”이라며 “그렇게 30년의 세월을 보낸 어느 날, 내 노력으로 일궈온 많은 것들이 내 것이 아닌 것을 알게 됐다. 이에 큰 충격을 받고 바로 잡기 위해 대화를 시도했지만, 현재까지 오랜 기간 답변을 받지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살면서 이렇게 상처받은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정말 사람이 이러다가 죽겠구나, 인생이 무너지는 경험을 했다. 그때 곁에 있어준 다홍이에게 정말 감사하다. 인간으로서 철이 든 건 다홍이를 만난 후다. 다홍이가 옆에만 있어도 존재만으로 다 채워진다.” -SBS ‘뷰티앤더비스트’ MBN ‘동치미’ 방송 박수홍은 2019년 낚시터에서 길고양이었던 다홍이를 만났다. 원래 고양이를 무서워했다는 박수홍에게 다홍이가 다가와서 안겼고, 박수홍은 다홍이를 동물병원에 데려갔다. 거리생활을 했던 다홍이의 몸 안에는 회충이 가득했고 혹도 달려있었다. 박수홍 덕분에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입양을 간 다홍이는 박수홍을 기다리며 밥도 잘 먹지 않았고, 그런 다홍이가 마음에 밟혔던 박수홍은 그렇게 ‘다홍아빠’가 되었다. 다홍이는 박수홍의 사랑 덕분에 무럭무럭 자랐고, 박수홍도 그런 다홍이를 보며 힘을 냈다. 박수홍은 친형이 대표로 있던 소속사에서 나와 다홍이의 이름으로 1인 회사를 차리고,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개설했다. 박수홍은 “길고양이도 사람에게 사랑을 받으면 이렇게 예쁘고 영리하고 행복을 주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박수홍은 ‘다홍이는 수홍씨한테 그동안 잘 살았다고 하늘에 내려준 선물 같아요’라는 댓글을 읽으며 “힘들었다가도 다홍이가 곁에 와서 부비부비 대고 자는 순간까지 눈 마주치고 하는 하루하루가 정말 위안이 되고 웃게 되고 열심히 살아야 되는 이유를 가지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수홍은 “늘 혼자서 가족들을 지켜야 한다는 그 부담감이 있었다. 다홍이를 자랑하려고 유튜브를 시작했는데 ‘박수홍 씨가 다홍이 구조한 줄 알죠? 다홍이가 박수홍 씨 구조한 거에요’라는 댓글이 있었다”고 오열했다.  다홍이를 만나 유기동물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박수홍은 “사회적으로 동물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동물을 숍에서 상품처럼 구매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면서 “더 열심히 해서 유기된 동물을 데려와서 키울 수 있는 마당 있는 집을 마련해 도움을 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한국에서는 해마다 10만 마리의 유기동물이 생겨납니다. “한 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그 나라의 동물들이 받는 대우로 짐작할 수 있다”는 간디의 말이 틀리지 않다고 믿습니다. 그것은 법과 제도, 시민의식과 양심 어느 하나 빠짐없이 절실하게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생명이, 그것이 비록 나약하고 말 못하는 동물이라 할지라도 주어진 삶을 온전히 살다 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노견일기를 씁니다. 반려동물의 죽음은 슬픔을 표현하는 것조차 어렵고, 그래서 외로울 때가 많습니다. 세상의 모든 슬픔을 유난이라고는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에게 반려동물과 함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반려인들의 사진과 사연,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동물의 이야기들은 y_mint@naver.com 로 보내주세요. 진심을 다해 쓰겠습니다.
  • 의료 봉사하던 외아들 총탄에, 네 아이 아버지 불에, 미얀마의 ‘떨어진 별들’

    의료 봉사하던 외아들 총탄에, 네 아이 아버지 불에, 미얀마의 ‘떨어진 별들’

    미얀마인들이 지난달 1일 군부 쿠데타 이후 유혈 진압에 희생된 이들을 ‘떨어진 별들’이라고 표현한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지난 27일에는 적어도 114명이 스러져 쿠데타 발발 이후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낳았다. 어린이도 상당수 포함됐으며 거리에서 시위를 벌이다 총에 맞는 이들은 물론, 집안에 있다가 화를 당하는 일도 적지 않다. 오죽 했으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까지 “상상도 할 수 없는 참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개탄했을까? BBC는 ‘떨어진 별들’ 가운데 대표적인 이들을 소개해 눈길을 끈다. 가장 먼저 두 번째로 큰 도시 만달레이에서 애꿎게 희생된 네 아이의 아버지 아이 코(40)다. 코코넛 간식과 쌀음료를 팔아 온가족을 먹여 살리던 가장이었다. 자경단원이기도 했던 그는 그날 밤 9시쯤 아웅먀타잔구를 급습한 군경의 총에 맞아 다쳤다. 누군가 시위대가 바리케이드로 쌓아 놓은 폐타이어 더미에 불을 붙여 화재가 발생하자 자경단원으로서 불을 끄기 위해 나왔다가 변을 당했다. 군경은 그를 체포한 뒤 불붙은 폐타이어 위에 던져버렸다. 한 주민은 “불길로 던져진 뒤 그가 ‘엄마 살려줘요’라고 외치고 있었다”고 전하면서 군경이 계속해 총을 쏴 주민들은 그를 구하러 집 밖에 나올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다음날 곧바로 장례식이 거행됐는데 한 친척은 “고인이 유일하게 돈을 버는 사람이었다”며 그의 죽음이 가족에겐 커다란 손실이라고 AFP 통신에 털어놓았다. 같은 도시에서 18세 청년 아웅 진 피오의 장례식도 열렸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린 랏 풋살클럽의 골키퍼였던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 응급실에서 자원봉사를 하기도 했던 아름다운 청년이었다. 가족들은 취재진에게 그가 시위대 맨앞에서 싸우다가 충탄을 맞았다고 했다. 그의 어머니는 관을 부둥켜 안고 “아들이 하나뿐이었는데 차라리 나도 죽여 아들과 함께 지내게 하라”고 외치며 오열했다.11세 소년 아예 먓 뚜의 관 옆에는 장난감들과 꽃들, 헬로키티 그림이 놓여 있었다. 현지 매체들은 마울라미인 시의 남동쪽에서 시위 도중 총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중부 메익틸라 시에서는 14세 소녀 판 에이 피유가 군인들이 쳐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 문을 걸어잠그다 변을 당했다고 어머니가 증언했다. 어머니는 “딸애가 넘어진 것을 봤는데 처음에는 그저 발을 헛디뎌 넘어진줄 알았다. 그런데 가슴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더라”고말했다. 최대 도시 양곤에서도 13세 소년 사이 와이 얀이 거리에서 놀다 총에 맞아 스러졌다고 복수의 매체가 보도했다. 장례식은 28일 거행됐는데 어머니는 “너 없이 어떻게 살란 말이냐”고 오열했다. 또 19세 청년 흐티 산 완 피도 시위대의 바리케이드를 구축하다 뺨에 총알을 맞고 숨졌다. 이웃들은 고인을 커다란 웃음을 늘 짓던 청년이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부모들은 흐느끼는 아들 친구들을 향해 “아들이 순교했으니 울지 말라”고 말했다.28일에도 유혈 사태는 이어졌다. 37세 여권운동가 마 아 쿠가 서부 칼레란 도시에서 총탄에 맞아 숨졌다고 위민 포 저스티스가 전했다. 위민스 리그 오브 버마도 “헌신적인 영혼과 희망 넘치는 마음을 소유한 여성이 희생됐다. 그녀의 용기와 헌신, 대의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한편 미얀마 나우는 이날 오전 양곤 인근 바고 지역의 한 장례식에 모인 시민들을 향해 군경이 총기를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전날 군경이 쏜 총탄에 맞아 숨진 스무 살 학생을 추모하는 자리였다. 이라와디는 군경이 도망치는 장례식 참석자들을 체포하려 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또 최대 도시 양곤의 흘라잉구에서는 이날 군경이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를 난사해 최소 두 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군경은 열차를 타고 와서 내린 뒤 총격을 가했다. 아래 동영상을 보면 시위대원 중 일부가 화염병과 함께 수제 총을 제작해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장하기 시작했다는 얘기인데 카친족 등 소수민족 무장반군과는 다른 움직임으로 보인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내 아들이 죽었어요” 미얀마父 눈물…유엔 왜 안 나설까(종합)

    “내 아들이 죽었어요” 미얀마父 눈물…유엔 왜 안 나설까(종합)

    어린이 희생자 속출에 국제사회 분노 민주화 시위에 대한 군부 탄압이 날로 거세지는 미얀마에서 27일 군경의 무차별적 총격에 어린이도 여러 명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제사회도 분노하고 있다. ‘미얀마군의 날’인 이날 역시 미얀마 곳곳에서는 군부독재 타도를 외치는 시민들이 거리에 나왔다가 하루 동안 군경의 총격으로 약 100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일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이래 하루 동안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날이었다. BBC방송은 “이날 미얀마 군경의 잔인함이 쿠데타 이후 그 동안 봐온 것과 다른 차원이었다”면서 “늘어난 사망자를 집계하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데 특히 어린이 사망자들을 보면 더욱 그렇다”고 지적했다.무고한 어린이 희생자 속출…국제사회 분노 이라와디 등 미얀마 매체에 따르면 이날 5~15세 어린이 최소 4명이 군경의 총탄에 목숨을 잃었다. 또 미얀마 수도 양곤 교외의 집 근처에서 놀던 1살 여아는 눈에 고무탄을 맞았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이 아기의 오른쪽 눈이 붕대로 덮인 사진이 퍼지면서 네티즌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14세 소녀 판아이푸도 군인들의 총격에 희생됐다. 판아이푸의 어머니는 군인들이 오는 소리를 듣고 집의 문을 닫으려고 했지만 돌아온 건 총에 맞아 피로 물든 딸의 시신이었다. 판아이푸의 어머니는 BBC에 “딸이 쓰러지는 것을 보고 처음에 그냥 미끄러져 넘어진 것으로 생각했는데 딸아이 가슴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며 통곡했다. 트위터에서는 한 아버지가 의식을 잃은 아들을 부둥켜안고 “내 아들이 죽었어요”라며 우는 영상이 공유되며 네티즌들을 안타깝게 했다. 미얀마 현지 언론에 따르면 군부 쿠데타 이후 약 2개월간 군경의 총격에 숨진 어린이가 20명이 넘는다. 어린이들의 무고한 죽음에 국제사회는 미얀마 군부를 목소리 높여 규탄했다. 미얀마 주재 유럽연합(EU) 대표단은 성명을 통해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들, 특히 어린이들을 살해하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면서 “미얀마의 76회 국군의날은 영원히 테러와 불명예의 날로 새겨질 것”이라고 통렬히 비판했다.미얀마 주재 미국대사인 토머스 바이다는 “미얀마 국군의 날에 군경이 어린이들을 포함한 무고한 시민들을 살해하고 있다. 희생된 이들은 다름 아닌 군이 보호하겠다고 맹세한 사람들이다. 매우 끔찍한 유혈 사태다”라며 “이는 군경이 할 짓이 아니다. 미얀마 국민들은 군정 하에 살고 싶지 않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 즉각 폭력을 멈추고 선출된 민주 정부를 복귀시켜라”고 촉구했다. 도미니크 라브 영국 외무장관도 트위터에서 어린이들을 비롯한 민간인들에 대한 살인을 규탄하고 “이 분별없는 폭력을 종식하기 위해 국제사회 동반자들과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트윗을 통해 “우리는 버마(미얀마) 보안군이 자행한 유혈 사태에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국제 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인 ‘세이브더칠드런’은 최근 성명으로 “평화 시위대에 대한 죽음을 초래하는 이러한 공격의 대상에 아이들이 계속 포함된다는 사실에 몸서리 치게 된다”면서 미얀마 군부에 살상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중·러 등 8개국, 군부에 외교사절단 보내이처럼 시위대뿐만 아니라 무고한 어린이의 희생도 날로 늘어가자 유엔 등 국제사회가 직접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국제 정세를 볼 때 유엔 차원의 미얀마 압박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톰 앤드루스 유엔 미얀마 인권특별 보고관은 전세계가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내지는 국제 긴급 정상회담을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군부가 대량학살을 계속하는 가운데 말로만 비난과 우려를 표시하는 것은 미얀마 국민들에게 공허하게 들릴 뿐”이라면서 군부의 가장 큰 수입원인 원유과 가스 수출에 제재를 가하고 무기 금수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군부의 범죄를 유엔 안보리에서 국제형사재판소로 가져가길 꺼린다면 보편관할권을 동원해서라도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밖에 인도적 지원을 직접 제공하고, 미얀마 군사정부를 합법정부로 인정하지 말자고 촉구했다.이러한 국제 사회의 다각적인 비난에도 미얀마 군부에게는 여전히 여러 우호세력이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전날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열린 ‘미얀마 국군의 날’ 열병식에 러시아, 중국,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베트남, 라오스, 태국 등 8개국이 외교사절단을 보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유엔 차원의 행동을 막을 수 있다. 미얀마 군부로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국제사회로부터의 보호막이 되는 셈이다. 아직까지도 중국과 러시아는 미얀마 군부의 무차별적 탄압과 학살을 향한 국제 사회의 비난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수에즈운하 좌초사고에 수천마리 동물 떼죽음 위기

    수에즈운하 좌초사고에 수천마리 동물 떼죽음 위기

    이집트 수에즈 운하 좌초사고로 막대한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을 뿐만 아니라 동물 수천 마리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CNN방송은 27일(현지시간) 선박 운항정보 사이트 ‘마린트래픽’을 인용해 수에즈 운하 부근에서 가축을 산 채로 싣고 기다리는 배가 13척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가축 산 채로 싣고 가는 배 13~20척 ‘대기중’ 블룸버그통신은 이러한 배가 최대 14척이라고 보도했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자체 파악한 9척에 동물보호단체가 확인한 11척을 더해 최대 20척이라고 전했다. 가축을 산 채로 싣고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려던 배들은 대부분 유럽에서 중동으로 가던 길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블룸버그는 운하 근처에 대기하는 배 수척은 루마니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로 가는 배라고 설명했고,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루마니아 당국은 가축 수출선 11척이 이번 사태에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세계 최대 양 수입국인 사우디는 루마니아에서 살아있는 양을 수입해 이슬람 방식으로 도축한다. 이슬람교에서는 이슬람식 도축 방식인 ‘다비하’에 따라 도축된 고기만 할랄(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제품)로 인정된다. 문제는 살아있는 가축을 실은 배 대부분 사료와 물의 여분이 넉넉하지 않다는 점이다. 비정부기구 ‘애니멀 인터내셔널’의 가브리엘 파운 유럽국장은 “이틀 안에 (가축용) 물과 사료가 떨어지는 배들이 있다”라면서 “24시간 내 운하가 열리지 않으면 중대한 비극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배는 6일치 이상 사료와 물을 가지고 있다면서 “(출발지인) 루마니아로 돌아가기로 한다면 아직 기회가 있지만 2~6일 더 운하가 막히면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물권단체들은 가축을 산 채로 배로 운송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동물복지단체 ‘컴패션 인 월드파밍’의 피터 스티븐슨은 배에 수천 마리의 가축을 빽빽이 싣고 장기간 운송하는 방식은 가축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질병에 걸릴 위험을 높인다며 “일부 배는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다가 전용돼 가축 운송에 완벽히 적합하지도 않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가축 수출업계에선 배마다 수의사가 탑승해 해상운송이 육상운송보다 동물 사망률이 높지 않다고 주장한다. 수에즈운하 당국 “강풍 아닌 인재 가능성”수에즈 운하는 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Ever Given)호의 좌초로 닷새째 운항이 막힌 상태다. 이집트 운하·통상서비스업체 ‘리스 에이전시’에 따르면 운하가 열리길 기다리는 배는 27일 현재 276대에 달한다. 당초 강풍 때문에 배가 좌초한 것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인재(人災)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집트 수에즈운하관리청(SCA)의 오사마 라비 청장은 27일(현지시간) 수에즈 시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사고의 주요 원인은 바람이 아니며, 사람의 실수이거나 기계적 결함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라비 청장은 컨테이너선 좌초 원인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강한 바람이 주요 원인은 아니며 기계 또는 사람의 실수가 사고의 한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사고 선박이 운하를 가로막으면서 유발한 엄청난 손실의 책임과 관련해 그는 “벌금 등 조치는 조사가 끝난 후에 언급하겠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내 아들이 죽었어요” 미얀마 군경 총격에 울부짖는 부모들

    “내 아들이 죽었어요” 미얀마 군경 총격에 울부짖는 부모들

    어린이 희생자 속출에 국제사회 분노 민주화 시위에 대한 군부 탄압이 날로 거세지는 미얀마에서 27일 군경의 무차별적 총격에 어린이도 여러 명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제사회도 분노하고 있다. ‘미얀마군의 날’인 이날 역시 미얀마 곳곳에서는 군부독재 타도를 외치는 시민들이 거리에 나왔다가 하루 동안 군경의 총격으로 약 100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일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이래 하루 동안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날이었다. BBC방송은 “이날 미얀마 군경의 잔인함이 쿠데타 이후 그 동안 봐온 것과 다른 차원이었다”면서 “늘어난 사망자를 집계하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데 특히 어린이 사망자들을 보면 더욱 그렇다”고 지적했다.이라와디 등 미얀마 매체에 따르면 이날 5~15세 어린이 최소 4명이 군경의 총탄에 목숨을 잃었다. 또 미얀마 수도 양곤 교외의 집 근처에서 놀던 1살 여아는 눈에 고무탄을 맞았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이 아기의 오른쪽 눈이 붕대로 덮인 사진이 퍼지면서 네티즌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14세 소녀 판아이푸도 군인들의 총격에 희생됐다. 판아이푸의 어머니는 군인들이 오는 소리를 듣고 집의 문을 닫으려고 했지만 돌아온 건 총에 맞아 피로 물든 딸의 시신이었다. 판아이푸의 어머니는 BBC에 “딸이 쓰러지는 것을 보고 처음에 그냥 미끄러져 넘어진 것으로 생각했는데 딸아이 가슴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며 통곡했다. 트위터에서는 한 아버지가 의식을 잃은 아들을 부둥켜안고 “내 아들이 죽었어요”라며 우는 영상이 공유되며 네티즌들을 안타깝게 했다. 미얀마 현지 언론에 따르면 군부 쿠데타 이후 약 2개월간 군경의 총격에 숨진 어린이가 20명이 넘는다. 어린이들의 무고한 죽음에 국제사회는 미얀마 군부를 목소리 높여 규탄했다. 미얀마 주재 유럽연합(EU) 대표단은 성명을 통해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들, 특히 어린이들을 살해하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면서 “미얀마의 76회 국군의날은 영원히 테러와 불명예의 날로 새겨질 것”이라고 통렬히 비판했다.미얀마 주재 미국대사인 토머스 바이다는 “미얀마 국군의 날에 군경이 어린이들을 포함한 무고한 시민들을 살해하고 있다. 희생된 이들은 다름 아닌 군이 보호하겠다고 맹세한 사람들이다. 매우 끔찍한 유혈 사태다”라며 “이는 군경이 할 짓이 아니다. 미얀마 국민들은 군정 하에 살고 싶지 않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 즉각 폭력을 멈추고 선출된 민주 정부를 복귀시켜라”고 촉구했다. 도미니크 라브 영국 외무장관도 트위터에서 어린이들을 비롯한 민간인들에 대한 살인을 규탄하고 “이 분별없는 폭력을 종식하기 위해 국제사회 동반자들과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트윗을 통해 “우리는 버마(미얀마) 보안군이 자행한 유혈 사태에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국제 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인 ‘세이브더칠드런’은 최근 성명으로 “평화 시위대에 대한 죽음을 초래하는 이러한 공격의 대상에 아이들이 계속 포함된다는 사실에 몸서리 치게 된다”면서 미얀마 군부에 살상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이광식의 천문학+] 빅뱅 직후 몇 초 안에 무슨 일들이 일어났을까?

    [이광식의 천문학+] 빅뱅 직후 몇 초 안에 무슨 일들이 일어났을까?

    -우리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 빅뱅 직후에 무슨 일들이 있어났는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빅뱅 직후의 사건에 대해 흥미롭게 정리한 폴 M. 서터의 칼럼을 소개한다. 칼럼은 26일(현지시간) 우주전문 사이트 스페이스닷컴(Space.com)에 게재되었다. 서터 박사는 미국 뉴욕주립 스토니 브룩 대학과 플랫아이언 연구소의 천체물리학자이며, Ask a Spaceman 및 Space Radio의 호스트이자 '우주에서 죽는 방법'(How to Die in Space)의 저자이다.  복숭아만 한 아기 우주 믿거나 말거나 물리학자들은 우주가 빅뱅 직후 불과 몇 초 밖에되지 않았을 때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대뇌를 혹사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의 상황은 복잡하고, 마땅한 검증 방법이 없는만큼 과학자들의 외로운 싸움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소득이 영 없었던 것은 아니다. 상당한 진전을 이루어내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많이 부분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 미니 블랙홀에서 물질 상호작용에 이르기까지 아기 우주는 엄청 붐비는 장소였다. 일반적인 줄거리부터 훑어보자. 137억 7000만 년 전 갓 태어난 우리 우주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뜨겁고 작았다. 온도는 무려 1천조 도, 크기는 복숭아만 했다. 천문학자들이 우리 우주가 탄생 1초 만에 엄청난 속도의 팽창기를 겪었다고 보는데, 이를 인플레이션이라 한다.  이 사건으로 우리 우주는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시대에 접어들었다. 우리 우주는 이로 인해 순식간에 어마무시하게 커졌다. 천문학자들은 계산서까지 뽑아냈는데, 대략 10 ^ 52제곱 배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급속한 팽창 단계가 끝났을 때, 인플레이션을 일으킨 그 무엇(아직도 그것이 무엇인지 우리는 모른다)은 쇠퇴하고, 물질과 방사능이 우주를 가득 채웠다. 그러나 그 과정이 어떠했는지 역시 밝혀지지 않았다.문자 그대로 몇 분 후, 첫 번째 원소가 우주에 나타났다. 이 시간 이전에 우주는 너무 뜨겁고 밀도가 높아서 안정된 어떤 것도 형성할 수 없었고, 쿼크(원자핵의 구성 요소)와 글루온(강한 핵력 운반체)의 거대한 혼합체였다. 그러나 우주가 10분 남짓 지난 후에는 쿼크가 서로 결합하여 최초의 양성자와 중성자를 형성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냉각되고 팽창되었다. 양성자와 중성자는 최초의 수소와 헬륨 그리고 약간의 리튬을 만들기 시작했고, 이러한 과정은 수억 년 후 최초의 별과 은하를 만들어내기까지 계속되었다. 첫 번째 원소의 형성으로부터 우주는 계속 팽창하고 냉각되어 결국 플라스마와 중성 기체로 가득 차게 되었다. 이 개괄적인 이야기가 대체로 옳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특히 첫 번째 원소가 형성되기 이전의 시간에 대해서는 많은 세부사항이 누락되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우주가 겨우 몇 초 밖에 되지 않았을 때 일부 물리법칙에 위배되는 사건이 작동했을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가 가진 물리학으로는 규명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알아내려는 우리의 시도와 노력을 막지는 못할 것이다. 알려진 '수수께끼'  최근에 출판 전 논문 저장 저널 아카이브(arXiv)에 게재되어 '천체물리학 오픈 저널'에 게재된 논문은 매우 이색적인 초기 우주 시나리오를 설명한다. 예를 들어, 암흑물질에 대한 모든 질문이 망라되어 있다. 우리는 암흑물질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모르지만 그것이 우주에 있는 물질의 80 %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또한 초기 우주의 뜨겁고 진한 수프에서 어떻게 정상 물질이 생성되었는지 잘 알고 있지만, 암흑물질이 언제 어떻게 무대에 등장했는지는 전혀 모르고 있다.태초의 몇 초 안에 나타났을까, 아니면 훨씬 나중에 나타났을까? 암흑물질이 과연 첫 번째 원소로 이어지는 우주 화학을 엉망으로 만들었을까, 아니면 그냥 뒷전에 얌전히 머물러 있었을까? 우리는 모른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이 있다. 우리는 이 놀라운 팽창 이벤트에 에너지를 공급한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있으며, 그 시간이 지속된 이유도, 중단된 이유도 모른다. 아마도 인플레이션은 우리가 가정했던 것보다 오래 지속되어 온전히 1초 동안 작동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상황도 있다. 모든 우주학자들에게 큰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물질-반물질 비대칭 문제이다. 실험을 통해 물질과 반물질은 완벽하게 대칭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주 전체에 걸쳐 만들어진 물질의 모든 입자에 해당하는 반물질 입자가 있다. 그러나 현재의 우주를 둘러보면 반물질은 한 줌도 볼 수 없고 정상 물질 더미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물질-반물질 균형을 깨뜨리기 위해 우주의 처음 몇 초 동안 엄청난 사건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이 그 같은 사건을 일으켰는가에 관한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직도 안개에 가리워져 있다. 만약 암흑물질과 인플레이션, 반물질이 충분하지 않았다면 초기 우주가 미니 블랙홀의 홍수를 만들어냈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 130억 년 동안 블랙홀은 모두 거대한 별의 죽음에서 비롯되었다. 죽는 별만이 물질 밀도가 블랙홀 형성에 필요한 임계값에 도달할 수있는 유일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기 우주 곳곳에서 충분한 물질 밀도를 달성하여 별 형성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블랙홀을 생성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생각하고 있다. 중력파로 아기 우주를 본다 우리의 빅뱅 이론은 풍부한 관측 데이터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의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미스터리가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고맙게도 우리는 우주 초기 시대에 관해 완전한 장님은 아니다. 예를 들어, 우주가 몇 초 밖에 되지 않았을 때의 상태를 직접 볼 수는 없지만, 강력한 입자 충돌기에서 이러한 상황을 재현해 완벽하지는 않지만 우주 초기 환경의 물리학에 대한 이해를 꾀할 수 있다. 태초의 몇 초 동안 우주에서 일어난 사건의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리법칙을 초월한 일이 일어났다 하더라도 반드시 그 흔적을 남겼을 것이다. 암흑물질의 양이나 인플레이션 시간이 달라졌다면 수소와 헬륨의 생성이 어떻게 되었을지 알 수 없다. 아마도 오늘날 우리가 우주에서 측정 할 수 있는 상태로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주는 38만 년이 지났을 때 플라스마에서 중성 기체로 전환되었다. 물질에서 놓여나 방출된 빛은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의 형태로 지속되었다. 우주가 미니 블랙홀들을 만들어냈다면 이 잔광 패턴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는 우주 초기 상태를 직접 관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빛이 아니라 중력파를 통해서. 그 혼란스러운 지옥은 우주의 마이크로파 배경과 같이 시공간 구조에 무수한 주름을 지게 했을 것이며, 그것은 오늘날까지 남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아직 중력파를 직접 관찰할 수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점차 거기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 중이다. 이윽고 거기에 이른다면, 아마도 우리는 갓 태어난 우주의 모습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미군이 천안함 침몰’ 제기 박영선이 천안함 음모론 원조” 野 맹공

    “‘미군이 천안함 침몰’ 제기 박영선이 천안함 음모론 원조” 野 맹공

    오세훈 “朴, 北소행 안 믿으려 해…정상이냐”“아직도 북한 아닌 미국 소행이라 믿나”“북한 비위 맞추려 눈치 보는 박영선, 서울시장 자격 없다”국민의힘이 26일 ‘서해 수호의 날’을 맞이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북한의 천안함 폭침 사건과 관련한 과거 언행을 언급하며 “천안함 음모론의 원조”라고 공세를 퍼부었다. 국민의힘은 박 후보가 천안함 침몰 사건 당시 북한을 두둔하고 미군이 개입돼 있다는 의혹을 언급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이날 유세에서 박 후보를 언급하며 “북한 소행이라고 믿고 싶어하지 않는 분 중 한 분”이라며 “정상적 판단력이라 생각드는가”라고 비판했다. 2010년 3월 26일 발생한 천안함 침몰 사건은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인해 한국 장병 46명이 희생된 사건이다. 박영선 “군사정권과 보수언론이 적 소행 단정, 공포 분위기 확산”에 조수진 “처음부터 北 소행 의도적 배제” 2010년 박 “천안함, 한미연합 훈련이나미 해군 잠수함과 관련된 거 아니냐”조 “美의 천안함 침몰 가능성 집중 제기” 오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을 맡은 조수진 의원은 카드뉴스를 제작해 박 후보가 ‘천안함 음모론’에 일조했다고 공격했다. 조 의원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음모론, 미 잠수함 충돌설 거짓’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카드뉴스에 ‘군사 정권과 보수 언론이 안보와 관련한 사고가 나면 적의 소행이라고 단정하고 공포 분위기를 확산시킨다’던 박 후보의 과거 발언을 상기하며 “처음부터 북한의 소행이라는 것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당시 민주당 의원이던 박 후보가 천안함 사건 닷새 뒤 평화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왔다. 박 후보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2010년 4월에도 국방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천안함 침몰이 한미연합 독수리훈련이나 수리 중인 미 해군 잠수함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조 의원은 “미군의 천안함 침몰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고 몰아세웠다.“박영선, 어느 나라 ‘엄마 마음’이냐? 북에 스러져간 장병 외면한 엄마냐” “국민 안위 뒷전인 문재인정권 아바타” 김예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2010년 박 후보가 민주당 천안함침몰진상규명특위 위원으로 활동했던 당시 발언들을 나열하며 “북한 비위를 맞추기 위해 눈치 보는 박 후보는 서울시장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를 방문해 ‘미군의 천안함 침몰 사건 개입 가능성’을 집중 제기하며 본질을 호도하고, 한미연합사령관이 고(故) 하주호 경위 유가족에 건넨 위로편지를 두고는 ‘왜 위로금을 주냐’고 따졌다며 “국민 안위는 뒷전인 문재인정권의 아바타” “천안함 음모론의 원조”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특히 ‘엄마의 마음’을 부각한 박 후보 선거캠페인을 겨냥해 “어느 나라 엄마인가. 잔인하게 북한에 의해 스러져 간 천안함 장병들을 외면한 엄마란 말인가. 우리가 아는 ‘엄마’는 그런 의미가 아니다”라고 비꼬았다. 김웅 “천안함도 피해호소인이냐” 천안함 생존자 ‘朴 음모론 생생’ 글 공유 김웅 의원은 천안함 생존자이자 천안함 예비역 전우회장인 전준영씨가 박 후보를 향해 “과거 음모론을 주장하던 모습이 생생하다. 유족과 생존장병에게 반성부터 하라”고 쏘아붙인 글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그러면서 “박 후보에 묻는다. 아직도 북한이 아닌 미국 소행이라고 주장하는가”라면서 “천안함도 피해호소인인가”라고 물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여직원 성추행 사건 당시 여권 인사들이 피해자를 겨냥해 사용한 ‘피해호소인’ 조어를 비꼰 것으로 보인다.박영선 SNS “장병 희생 영원히 기억”“천안함 피격, 북한 도발에 맞서다 산화” 한편 이날 박 후보는 자신의 SNS인 페이스북에 천안함 사건과 관련, “조국을 위해 바친 장병들의 희생은 우리 국민의 가슴 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후보는 “제2연평해전과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도발에 맞서 서해를 지키다 산화한 서해수호 용사들을 추모하는 날이다. 해군 장병들의 죽음과 고귀한 희생을 진심으로 추모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또 “사랑하는 아들을, 자랑스러운 형제를 가슴에 품고 사는 유가족에도 깊은 위로를 전한다. 지금도 서해 수호를 위해 헌신하는 장병 여러분께도 격려를 보낸다”면서 “서울시민의 안전을 위해 흔들림 없는 안보,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심리학의 세상 유람] 코로나 시대, 우리 안의 파랑새를 찾아서

    [심리학의 세상 유람] 코로나 시대, 우리 안의 파랑새를 찾아서

    두 달 전쯤 코로나 검사를 받은 적이 있다. 저녁 무렵부터 열이 오르기 시작하더니 밤이 되자 38도가 되었다.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도 먼일처럼 느껴졌는데 그제야 실감이 났다. 다음 날에 있었던 중요한 일정을 취소하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선별진료소에 갔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이틀 동안 자가 격리를 하며 마음을 졸였다. 다행히도 결과는 음성이었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워킹맘인 나는 작년 한 해가 참 고단했다. 무엇보다 두 아이를 몇 달 동안 어린이집에 보내지 못하다 보니 더 힘들었다. 여행이라도 갈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마저도 어려웠고 무엇보다 다른 사람에게 아이를 맡길 수도 없으니 온전히 혼자 감당해야 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우리 모두 그 형태나 정도는 다를지언정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초기에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관계의 단절이 힘들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실업이나 경제적 곤란과 같은 실질적인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코로나로 인해 삶의 여러 영역이 제한되는 것 또한 큰 심리적 고통으로 다가온다. 그렇다면 코로나 시대, 우리는 어떻게 마음의 괴로움을 다룰 수 있을까. 역설적이게도 가장 첫 번째 방법은 심리적 고통을 수용하는 것이다. 심리치료 분야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수용전념치료(Acceptance-Commitment therapy)에서는 심리적 고통의 수용을 강조한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필연적으로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는데, 그 고통을 피하거나 없애려고 애쓰다 보면 오히려 괴로움이 더 커질 수 있다. 따라서 통제할 수 없는 삶의 고통은 오히려 수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작금의 현실에 적용해보면, 코로나 상황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다. 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일일 확진자가 3~400명씩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여전히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으며 일상에서의 제약도 상당하다. 이러한 객관적 상황을 변화시킬 수는 없지만 이에 대한 태도는 내가 선택할 수 있다. 즉, 현재 상황을 탓하면서 분노하거나 무력감을 느끼며 우울해하기보다는, 이 상황이 누구에게나 힘든 것임을 먼저 수용할 필요가 있다. 나만 힘든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힘들고, 이렇게 고통스러운 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하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부터 마음의 변화를 시작할 수 있다. 그다음으로는 직시한 고통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보는 것이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의미치료를 창시한 빅터 플랭클은 죽음이라는 극한 상황에서조차 삶을 살아가는 이유, 즉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 삶을 더욱 만족스럽게 살아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코로나 시기에도 의미를 찾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가령,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지만, 인류애적인 측면에서 모두가 한마음으로 나와 타인을 보호하려고 애쓰는 시민 의식을 자각하는 것은 고통을 위로하는 힘이 될 수 있다. 또한 의미를 찾기 위해서는 고통을 보다 면밀히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하다. 고통이 의미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관계 단절로 외로움을 느낀다는 건 그만큼 친밀감과 유대감이 필요하다는 뜻이고, 무능하다고 느껴 고통받는다는 건 성취와 유능감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반증일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해 무엇이 가장 고통스러운지를 볼 수 있다면, 내 삶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발견할 수 있다. 객관적인 상황은 힘들지만 내가 원하는 삶의 의미를 분명히 알게 된다면 이후에 그 길로 가는 여정을 감내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관계를 통해 고통을 치유할 수 있다. 심리학의 수많은 연구는 심리적 고통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지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코로나 시기,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도 두려웠지만, 무엇보다 가장 두려웠던 건 타인을 함께 할 대상이 아닌 나를 감염시킬 수 있는 감염원으로 가정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새로운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 법을 찾아내고, 서로를 향한 지지와 위로를 여전히 지속해나갔다. 차의과학대학교 의학과 박사과정 학생들과 ‘내 안의 삶의 의미를 찾아나가는 파랑새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대상으로 화상 집단 상담을 진행한 적이 있다. 지금까지 백여 분을 상담하며 그 안에서 발견한 가장 큰 의미는 우리 모두 외로웠고 사람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온라인에서나마 서로의 어려움을 나누고 위로했던 그 순간이 매우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우리가 살아왔던 평범한 나날들이 다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버렸죠. 당연히 끌어안고 당연히 사랑하던 날 다시 돌아올 때까지 우리 힘껏 웃어요.” 이적의 ‘당연한 것들’이라는 노래 가사의 일부다. 이제 백신 접종도 시작되었고, 코로나 치료제도 승인되어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생긴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한 심리적 후유증은 앞으로 계속될 수 있다. 코로나 시대, 객관적 상황을 바꿀 수 없다면 고통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서로를 향한 온정과 위로를 건네는 것으로 새로운 일상을 수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벨기에의 동화 ‘파랑새’의 치르치르와 미치르처럼, 돌고 돌아 찾게 되는 파랑새는 어쩌면 이미 우리 안에 있을지도 모른다. 박선영 차의과학대학교 상담심리학과 초빙교수
  • 구리시,국가유공자 기록 ‘잠들지 않는 이야기3’ 발간

    구리시,국가유공자 기록 ‘잠들지 않는 이야기3’ 발간

    경기 구리시는 국가유공자 17명, 구리시 출신 독립운동가 후손 2명의 이야기를 책으로 남기는 구리시 국가유공자 기록화사업 ‘잠들지 않는 이야기 3’을 전국 지자체 최초로 지정한 국가유공자의 날인 26일 발간했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국가유공자에 대한 존경과 예우 확산을 위해 그분들의 생생한 체험담을 문학으로 승화시키며 그분들의 숭고한 정신을 길이 기억하고자 추진됐다. 매년 기록화 대상자를 확대하여 2019년에는 국가유공자 10명, 2020년에는 17명, 2021년에는 국가유공자, 구리시 출신 독립운동가 후손 등 19명에 대한 소소하고 가슴 뭉클한 일상을 기록으로 남겼다. 올해에는 기록화사업 대상자를 국가유공자에만 국한하지 않고 구리시 출신 독립운동가 노은 김규식 선생과 이강덕 선생의 알려지지 않은 일대기를 실어 후손이 기억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청소년들이 나의 조국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불사한 고귀한 희생을 잊지 않고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전자책(http://www.infoprism.net/guri/nosleep3/ )과 애니메이션으로도 작품을 제작했다. 안승남 구시장은 “올해도 국가유공자분들을 모시고 국가유공자의 날을 맞아 ‘잠들지 않는 이야기 3’속 그분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억하고자 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부득이 행사를 열지 못해 매우 아쉽다”며“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국가유공자분들의 고귀한 업적과 희생을 항상 기억하며 나라 사랑과 구리시 사랑을 더욱더 실천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구리시는 국가유공자에 대한 존경과 업적을 기리고자 2018년 12월 24일 전국 지자체 최초로 ‘구리시 국가유공자의 날 지정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여 매년 3월 네 번째 금요일을 국가유공자의 날로 지정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한국병원은 환자보다 병원중심”

    “한국병원은 환자보다 병원중심”

    “한국의 병원은 환자보다 의료 공급자 중심으로 운영되고,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보다 편의성을 좀 더 강조합니다.” 호텔 로비처럼 으리으리한 대학병원, 잘 꾸민 카페 같은 동네병원. 외형으로만 보면 세계 어느 나라 못잖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병원을 다녀온 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것일까. 최근 ‘한국인의 종합병원’(생각의힘)을 낸 신재규(사진) 캘리포니아주립대 샌프란시스코(UCSF) 임상약학과 교수는 서울신문과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 병원들의 문제에 대해 의료 공급자 중심의 의료체계를 핵심으로 지적했다. 책은 4년 전 갑작스레 췌장암 진단을 받고 돌아가신 어머니의 치료와 돌봄을 위해 저자가 한국으로 와 대학병원, 대형약국, 동네의원, 동네약국 등 여러 의료기관을 두루 찾았던 경험을 토대로 썼다. 1차 의료기관인 동네의원이 위염으로 오인해 한 달 동안 투약 처방을 받았지만, 병세가 나아지지 않자 가족들은 대학병원으로 향한다. 동네병원이 위염으로 진단을 내렸던 터라 대학병원도 위염 전문 의사를 배정했다가 의사를 바꾼 뒤에야 췌장암 판정이 나왔다. 대학병원 의사들은 의무 기록을 미리 읽지도 않고, 현재 복용하고 있는 약에 대해 묻지도 않은 채 환자를 맞기도 했다. 초조한 환자와 가족 대신 모니터를 들여다보던 대학병원 의사는 “항암치료 하면 한 3개월쯤 살겠다”며, 그야말로 ‘남의 일’처럼 대한다. 책에는 환자나 환자 보호자가 직접 진료 3차 의료기관에 진료 예약을 하는 시스템, 환자에 대한 정보 공유 부족, 소견서를 제대로 살피지 않고 이를 받아 처리한 대학병원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담았다. 이런 상황이라면, 결국 환자와 환자의 가족은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였다. 어머니가 황달이 심해 시술을 받아야 하는데, 대학병원은 환자를 금요일에 입원시키고 당일 저녁 11시 MRI 검사 일정을 잡는다. 빠른 처리에 감탄한 것도 잠시, 검사 일정이 이내 토요일 새벽 2시로 바뀐다. 저자는 복도에 쓰여 있는 ‘외래’ 두 글자를 보고 이내 병원의 속내를 깨닫는다. 돈을 벌기 위해 외래 환자를 대상으로 진료 시간 내내 비싼 MRI를 쉬지 않고 돌렸고, 어머니의 검사 일정이 뒤로 밀려난 것이다. 영리 추구에 여념이 없는 대학병원 탓에 저자의 어머니는 새벽에 잠도 제대로 못 잔 채 MRI 검사를 받아야 했다. 월요일 시술을 앞두고 감염 우려가 있는 암환자를 입원시켜 주말을 보내게 해놓고, 의사는 정작 주말 동안 코빼기도 보이지 않은 채 레지전트나 인턴이 분주하게 움직인다.간호사에게서 “환자가 욕창에 걸리지 않게 가족이 환자의 자세를 바꿔줘야 한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살펴보니, 1명의 간호사가 무려 12명의 환자를 담당하고 있었다. 1명의 간호사가 많아야 5명을 돌보는 미국과 달리 환자 가족까지 의료에 동원되는 이유다. “병원이 입원환자들의 돌봄을 모두 담당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환자의 치료입니다. 이를 위해, 필요하면, 병원은 간호사 수를 적절하게 늘리고 간병인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미국과 한국의 의료체계와 비교하며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다. “의사와 간호사 수를 늘린다 해도 의료체계를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특히 1차 의료기간과 의료체계 자체에 문제가 많다고 그는 덧붙였다. “한국은 1차 의료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현재로선 2차 의료 그리고 대학병원의 3차 의료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여러 의료제공자 간의 협력과 조정을 주도하고 이끌어낸 역할의 1차 의료제공자 제도를 조속히 확립해야 합니다.” 그의 어머니는 고통스러운 항암치료 탓에 온 가족과 친지들이 모인 마지막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항암치료가 시작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의사가 잘 알려주지 않았다. 저자는 이를 두고 “아무리 의학지식이 뛰어나도, 환자에게 충분한 정보가 글과 말로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않으면 의료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면서 “의대에서 학생을 선발할 때부터 의사소통 능력을 선발기준의 중요한 요소로 포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그의 어머니는 대학 병원을 나와 호스피스 병원에서 임종을 맞는다. 췌장암 진단 이후 동네병원과 대학병원에서는 고통스러웠지만, 그나마 호스피스 병원에서 환자로서 대우를 받으며 편안함을 느꼈다 한다. 그러나 호스피스 병원을 찾는 일 역시 쉽지는 않았다. 환자가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한국의 의료체계 전반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그는 거듭 강조했다. “제도 안에 있는 사람들은 그 제도와 환경에 익숙해져 있어서 문제가 있는지조차 인지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제도 밖에 있는 사람이 제도 안에 있는 사람들보다 문제를 더 잘 볼 수도 있습니다. 우선은 문제가 무엇인지 인식해야 제도 개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모두에게 익숙한 제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면, 제가 그 역할을 조금이나마 했다고 생각합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돈 벌려고 외래 환자 목매는 한국 병원…“공급자 중심 체계 바꿔야”

    돈 벌려고 외래 환자 목매는 한국 병원…“공급자 중심 체계 바꿔야”

    췌장암 투병 어머니 이야기 책에 담아“MRI 돌리기 급급… 인턴이 주말 채워수가 낮은 탓 환자당 진료시간 짧아져맘놓고 진료할 수 있게 보상 방안 필요”동네병원에선 위염이었던 게 대학병원에선 췌장암 판정으로 바뀌었다. 금요일에 입원을 시키더니 주말 동안 의사는 코빼기도 안 보였다. 일흔셋 노모는 새벽 두 시에 일어나 MRI 촬영을 해야 했고,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던 환자와 가족 앞에서 의사는 무표정하게 말했다. “항암치료하면 한 3개월쯤 살겠네요.” 신재규 캘리포니아주립대 샌프란시스코(UCSF) 임상약학과 교수는 4년 전 췌장암 진단을 받은 어머니와 한국 병원에서 겪었던 몇 장면을 떠올렸다. 최근 서울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그는 “환자보다 의료 공급자 중심으로 운영되는 한국 의료체계 자체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황달이 심해져 입원한 어머니는 외래 환자들에게 밀려 새벽 2시에 MRI 검사를 받았다. 노모를 새벽에 깨워야 했던 신 교수는 복도에 적힌 ‘외래´라는 두 글자를 보고서야 깨달았다. 돈을 벌기 위해 외래 환자를 받아 진료시간 내내 MRI를 돌렸고, 어머니의 검사 일정은 자연히 밀리고 밀렸다. 수술 직전 주말 동안 환자를 돌본 건 레지던트나 인턴 의사였다. 이렇게 직접 경험한 의료체계의 문제점을 신 교수는 책 ‘한국인의 종합병원’(생각의힘)에 꾹꾹 눌러 담았다. 환자나 환자 보호자가 직접 진료 3차 의료기관에 진료 예약을 하는 시스템, 환자에 대한 정보 공유 부족, 소견서를 제대로 살피지 않고 이를 받아 처리한 대학병원의 모습이 적나라하다. 고통스러운 항암치료를 받은 어머니는 결국 대학병원을 나와 호스피스 병원에서 임종을 맞았다. 그나마 호스피스 병원에서 환자로서 대우를 받으며 편안함을 느꼈다 한다. 그렇게 어머니를 보내면서 신 교수는 환자가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모든 과정을 한국의 의료체계 전반에서 고민해야 한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혹독한 항암치료를 제대로 된 설명 없이 받아야 했던 어머니를 떠올리며 “의대에서 학생을 선발할 때부터 의사소통 능력을 선발기준의 중요한 요소로 포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책을 통해 한국은 진료 수가가 낮아 의사가 환자 한 명당 쓸 수 있는 진료 시간이 짧은 점을 지적하고, 의사가 시간에 쫓기지 않고 환자를 진료해도 경제적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상해 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처음 마주하는 1차 의료기관의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제 경험엔 1차 의료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어요. 의료제공자 간의 협력과 조정을 주도하고 이끌어 내는 1차 의료제공자 제도부터 확립해야 합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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