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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진공폭탄’ 썼다”

    “러시아,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진공폭탄’ 썼다”

    폭탄 유효반경 생물체, 압력·열에 즉사…유엔, ‘집속탄 사용 금지 협약’러시아·우크라이나, 명단에 없어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전투과정에서 민간인 다수가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집속탄’과 ‘진공폭탄’을 썼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러시아군이 이들 무기로 실제로 사용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국제형사재판소(IOC)가 러시아 전쟁범죄를 조사하겠다고 밝히는 등 러시아를 향한 국제사회 비판에 파장이 일어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옥시나 마르카로바 미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 의원들과의 회의 후 취재진에게 “러시아군이 진공폭탄을 사용했다”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려고 한다”고 했다. 진공폭탄으로 불리는 ‘열압력탄’은 폭발력으로 피해를 주는 일반 포탄과 달리 화염·폭발 압력을 키운 무기다. 가연성 물질·분말가루를 넣은 탄이 목표물에 닿거나 근처에 도달하면 인화성 기체를 대량 살포하고 이를 이용해 폭발을 일으킨다. 폭탄 유효반경 안에 있는 생물체는 압력·열에 즉사하고 주변 산소를 고갈시켜 밀폐 공간의 생물은 질식한다. 폭탄은 위력이 강한 데다 폭발시 핵폭탄과 비슷한 버섯구름이 생기는 경우가 있어 ‘방사능 없는 핵폭탄’으로 불린다. 그러나 폭발 반경으로부터 일정 거리를 벗어나면 위력이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에 제한된 지역만 타격 가능하다. 또 일반 폭탄과 달리 파편에 의한 피해가 없어 예상하지 못한 피해를 막을 수 있다. 군인·민간인을 가리지 않는 파괴력 때문에 ‘전투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제네바 협약상으로는 진공폭탄이 사실상 금지돼 있다. 유엔에서도 한때 이 무기를 ‘금지’ 항목에 추가하는 것을 검토했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러시아의 진공폭탄 사용 의혹 보도에 “사실이라면 전쟁범죄”라며 “이를 평가할 국제기구가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관련 조사의 일원이 될 것”이라고 했다. 대부분 국가들은 실전에서 진공폭탄을 사용하는 걸 꺼리지만 러시아는 달랐다는 평이다. 아프가니스탄 침공, 체첸 전쟁 등에서 이 폭탄이 등장해 러시아와 대치한 군인들은 공포에 떨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러시아군은 이 무기를 쏠 때 ‘TOS-1 부라티노’ 로켓을 쓴다. 부라티노는 러시아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가 동화 ‘피노키오’에서 영감을 받아 쓴 단편소설 속 목각인형 이름이다. ‘죽음의 목각인형’인 TOS-1은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할 때 접경지 전역에서 이미 포착됐다. 이후에도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제2도시 하리코프 등지에서 TOS-1을 목격했다는 증언이 온라인에 잇따라 올라왔다. 러시아군 대부분 국가에서 사용을 금지한 짐속탄을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부터 제기됐다. 국제 인권단체 국제엠네스티는 러시아군이 지난달 25일 우크라이나 북동부 접경지 유치원과 민간인 대피 시설을 집속탄으로 타격해 어린이 1명 등 3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집속탄은 폭탄 1개 안에 또다른 폭탄이 들어가 있는 형태 무기다. 개방된 지형에서 다수 인명을 살상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내부 소형 폭탄의 40%는 불발탄으로 남아 전쟁 이후에도 대인지뢰처럼 터져 민간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유엔은 지난 2010년 공식적으로 ‘집속탄 사용 금지 협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106개국기 참여하고 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는 그 명단에 없다. 러시아가 진공폭탄·집속탄을 우크라이나 침공과정에서 사용했다는 직접 증거는 아직 포착되지 않았다. ICC는 러시아 전쟁범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조사를 시작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범 재판에 회부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카림 칸 ICC 검사장은 지난달 28일 “우크라이나에서 전쟁·반인류 범죄가 자행됐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다”며 “법원에 수사 개시 허가를 요청하는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 영성을 담은 건축 스케치…30년 지켜 온 빈자의 미학

    영성을 담은 건축 스케치…30년 지켜 온 빈자의 미학

    “우리 선조는 일상에서 영성을 느끼며 살았습니다. 집안엔 사당이 있고 무덤도 가까이 있었죠. 죽음을 돌아보며 삶이 경건해질 수 있었는데, 이젠 그런 공간이 없어졌습니다.”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사무실에서 만난 승효상 이로재 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오는 12일까지 강남구 갤러리508에서 열리는 스케치전 ‘솔스케이프’(Soulscape)는 국내를 대표하는 ‘건축가 승효상’의 정수를 엿볼 수 있는 기회다. 스케치북과 트레이싱페이퍼 등을 통해 그의 건축물이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졌는지 살필 수 있다. 스케치북 원본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건 아니고 복사 프린트한 뒤 약간의 붓터치로 색을 입혔다. 솔스케이프, 즉 ‘영성의 풍경’은 그가 최근 고민하는 화두다. 선조들과 달리 “마치 영혼이 없는 것처럼 사는” 현대인에게 성소나 묘역을 가지 않더라도 삶을 돌아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는 게 건축가의 의도. 그래서인지 전시된 스케치 공간은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과 경북 칠곡 왜관 베네딕토수도원 피정센터, 경기 화성 남양성모성지 순교자 기념묘역 등 죽음이나 종교 관련 건축뿐 아니라 단독주택, 커뮤니티센터, 복합문화시설에서도 경건함이 느껴진다. 승 대표는 “건축물은 자신을 직시하고 성찰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건축 속에서 개인이 빛나거나, 안전하다고 느끼거나, 귀한 존재라는 걸 깨달으면 힘을 얻고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호화로운 건축에서 허황되고 거짓스러운 삶이 만들어지기 십상이고, 초라한 건축에서 올곧은 심성이 길러지기가 더 쉽다”는 ‘빈자의 미학’은 승 대표의 오랜 건축 철학이다.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이 철학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그는 “나에게는 진리와 같다. 지난 30년간 내 궤적은 ‘빈자의 미학’을 밝히고 확장하는 과정이었다”며 “영성의 풍경도 그 일부”라고 강조했다. 승 대표는 서울시 건축정책위원회 위원에 이어 2018년부터 3년간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도시의 건축물을 ‘개인의 것’에 머무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인간의 완성은 밀실이 아니라 공공의 광장에 자신을 투여함으로써 이뤄지는 것’이라는 정치 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말에 꽂혔다”는 그는 짬짜미가 이뤄지던 건축 현상공모 제도를 개선해 공정하게 심사하도록 했고, 공공건축 발주 과정을 개선한 특별법 제정에도 앞장섰다. 최근엔 경남고 동기이자 50년 지기 친구인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를 설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승 대표는 “모든 설계를 나에게 맡겼다”며 “자연 속에서 함께 어우러지는 것,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취향을 반영했다”고 전했다. 칠순이 넘어서도 여전히 활발히 활동하는 그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걸작을 만드는 건축가 중엔 70대 이상이 많다. 나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환하게 웃었다.“건축가는 타인의 삶의 형태를 조직하는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해석해야 하는 만큼 오래 살수록 연륜이 쌓이죠. 내가 잘못 그은 선 하나가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걸 생각하면 여전히 두렵거든요. 앞으로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고민하고, 실수 없는 건축을 해야죠.” 
  • 이른 봄 눈과 귀 호강하는 ‘불후의 명작’ 오페라

    이른 봄 눈과 귀 호강하는 ‘불후의 명작’ 오페라

    봄을 맞아 불후의 명작으로 꼽히는 오페라가 잇달아 개막한다. 풍자와 해학이 가득한 서양 고전과 비장미 흐르는 토종 창작물로 주목받고 있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3일 오후 7시 30분과 5일 오후 5시 수원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을 콘서트 오페라로 선보인다. 콘서트 오페라는 무대 장치나 의상을 최소화하고 연주회 형식으로 전막의 주요 아리아만 간추려 서사를 이어 가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번 공연은 무대와 의상에도 공을 들여 볼거리를 더한다. ‘죽기 전 꼭 봐야 할 오페라’로 손꼽히는 ‘피가로의 결혼’은 모차르트의 빼어난 재치와 귀족 사회에 대한 신랄한 풍자가 돋보이는 시트콤 같은 작품이다. 경기필하모닉 음악감독 마시모 자네티가 지휘봉을 잡는다. 자네티는 지난 시즌 베를린 슈타츠오퍼에서 푸치니의 ‘나비부인’을 공연한 오페라 전문가다. 피가로 역은 베이스 손혜수, 수잔나 역은 소프라노 박하나가 맡는다. 손혜수는 2002년 아시아인 최초로 오스트리아 모차르트 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독일 함부르크, 뉘른베르크 등 공립오페라 극장에서 전속 솔리스트로 활동했다. 박하나는 미국 울프트랩오페라에서 선보인 ‘라보엠’에서 주역을 맡아 호평받았다. 국립오페라단은 창단 60주년을 맞아 음악계 거목 장일남(1932~2006)의 창작 오페라 ‘왕자, 호동’을 11일 오후 7시 30분과 12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린다. ‘왕자, 호동’은 삼국사기에 기록돼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1962년 국립오페라단 창단을 맞아 초연한 작품이다. 그동안 일부 장면만 간간이 선보여 왔는데 전막을 제대로 무대에 올리는 것은 초연 이후 60년 만에 처음이다. 올해 새롭게 태어나는 ‘왕자, 호동’은 연출가 한승원과 지휘자 여자경이 의기투합해 시대의 인물에 집중한 관념적 무대로 펼친다. 무대 미술과 세련된 의상은 물론 낙랑공주에게 강렬한 캐릭터를 부여해 비극적 죽음을 맞이할 운명임을 알지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강인한 인물로 그려낸다. 기존 오페라와 달리 막 사이 해설자로 국악인 김미진, 서의철을 등장시키는 것도 색다르다. 호동왕자 역은 테너 이승묵과 김동원이, 낙랑공주 역은 소프라노 박현주와 김순영이 각각 맡았다.
  • 승효상 “‘빈자의 미학’은 30년 지나도 계속…실수 없는 건축 하고파”

    승효상 “‘빈자의 미학’은 30년 지나도 계속…실수 없는 건축 하고파”

    “우리 선조는 일상에서 영성을 느끼며 살았습니다. 집안엔 사당이 있고 무덤도 가까이 있었죠. 죽음을 돌아보며 삶이 경건해질 수 있었는데, 이젠 그런 공간이 없어졌습니다.”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사무실에서 만난 승효상 이로재 건축사사무소 대표의 말이다. 승효상 대표는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가 중 한명이다. 거장 김수근(1931~1986)의 문하에서 오랫동안 지냈고, 1989년 이로재를 설립해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2002년 건축가로는 최초로 국립현대미술관이 주관하는 올해의 작가에 선정됐고, 2008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와 2011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 등을 맡기도 했다. 특히 2010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묘역을 설계·건축해 주목받았다. 오는 12일까지 강남구 갤러리508에서 열리는 스케치전 ‘솔스케이프’(Soulscape)는 ‘건축가 승효상’의 정수를 엿볼 기회다. 스케치북과 트레이싱페이퍼 등을 통해 그의 건축 프로젝트 12개가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졌는지 살필 수 있다. 스케치북 원본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건 아니고 복사 프린트한 뒤 약간의 붓터치로 색을 입혔다.-전시명인 ‘솔스케이프’는 무슨 의미인가. “한국어로 풀어보자면 ‘영성의 풍경’. 영성은 우리 삶과 떨어져 생각할 수 없는 건데도 현대인들은 마치 영혼이 없는 사람처럼 산다. 과거 선조들은 죽음을 늘 가까이 보고 살았는데, 이젠 그런 공간이 없어졌다. 굳이 성소나 묘역에 가지 않더라도 삶을 돌아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전시된 스케치 공간은 노 전 대통령 묘역과 경북 칠곡 왜관 베네딕토수도원 피정센터, 경기 화성 남양성모성지 순교자 기념묘역, 경기 광주 시안추모공원 시범묘역 등 죽음이나 종교 관련 시설이 많다.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단독주택, 커뮤니티센터, 복합문화시설까지 포함됐다. 일상의 공간에서도 경건함이 느껴진다. 승 대표는 “건축물은 자신을 직시하고 성찰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건축 속에서 개인이 빛나거나, 안전하다고 느끼거나, 귀한 존재라는 걸 깨달으면 힘을 얻고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기독교라는 종교가 큰 영향을 미친 건가. “어릴 때부터 종교의 영향을 받긴 했지만, 건축이 우리 삶을 지속시키는 중요한 도구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먹고 소비하는 일차원적 삶 외에 공동체를 형성하고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회적 공간이 필요하다.” -사회적 공간이 무슨 의미인가. “인간이 살다 보면 누구나 고독해지고 싶을 때, 울고 싶을 때, 성찰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때 갈 만한 곳. 고독해지기 위해 꼭 사찰이나 교회만 가야하는 건 아니지 않나. 지친 삶이 위로받지 못하기 때문에 더 거칠어진다. 분을 풀 데도 없고.” -설계를 구상하는 과정이 궁금하다.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땅의 이야기와 사람들의 이야기다. 건축은 다른 작업과 달리 땅을 점거해야만 존재할 수 있는 시설이다. 땅은 과거의 역사와 관련이 깊다. 오래된 땅일수록 내게 말을 많이 걸어온다. 어떤 공간이 되고 싶다는 얘기를 한다. 두 번째로는 그 공간에 거주할 사람들의 말을 듣는다. 현재와 미래에 어떤 삶을 이루고 싶다는 얘기. 그게 땅의 이야기와 결합하면 과거로부터 현재, 미래까지 이어지는 설계가 된다.”“호화로운 건축에서 허황되고 거짓스러운 삶이 만들어지기 십상이고, 초라한 건축에서 올곧은 심성이 길러지기가 더 쉽다”는 ‘빈자의 미학’은 승 대표의 오랜 건축 철학이다.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이 철학이 유효하냐는 질문에 그는 “당연하다”고 답했다. -그간 사회적으로, 개인적으로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나. “처음 얘기할 때만 해도 내용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지난 30년간 내 궤적은 빈자의 미학을 밝히고 확장하는 과정이었다. 내게는 진리고, 그 안에서 놀 때 자유스럽다. 영성의 풍경도 결국 거기서 뻗어 나온 가지다.” 승 대표는 서울시 건축정책위원회 위원에 이어 2018년부터 3년간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등 10여년간 공직 생활도 했다. 도시의 건축물을 ‘개인의 것’에 머무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공직 생활을 마무리한 소감이 어떤지. “살면서 그렇게 많은 공무원을 만날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나오면서 ‘다시는 부르지 말라’고 했다. (웃음) 할 수 있는 만큼 했고, 의미는 컸다. 건축이 공공성을 유지해야 모든 환경의 풍경이 좋아지지 않겠나. 소나기가 오면 남의 집이라도 들어가서 비를 피할 수 있고, 옆집이 낮으면 자기 집도 적당히 낮게 짓는 게 공공성이라고 생각한다. 거기 관해 많이 배울 수 있는 기간이었다.” ‘인간의 완성은 밀실이 아니라 공공의 광장에 자신을 투여함으로써 이뤄지는 것’이라는 정치 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말에 꽂혔다고 한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혼자 작업해선 안되고, 몸을 던지며 부닥치며 이뤄내야 한다는 것. ‘배운 기간’이라고 표현했지만, 실제 이룬 게 더 많다. 짬짜미가 이뤄지던 건축 현상공모 제도를 개선해 공정하게 심사하도록 했고, 공공건축 발주 과정을 개선한 특별법 제정에도 앞장섰다. 최근엔 경남고 동기이자 50년지기 친구인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를 설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문재인 대통령 사저 건축에서 신경 쓴 부분은. “임기 마친 5월이면 입주할 수 있게 진행 중이다. 모든 설계를 나한테 맡겼다. 자연 속에서 함께 어우러지는 것,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취향을 반영했다. 궁금하면 나중에 직접 방문해보시라.” 칠순이 넘어서도 여전히 활발히 활동하는 그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걸작을 만드는 건축가 중엔 70대 이상이 많다. 나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바라는 미래의 모습이 있다면. “건축가는 타인의 삶의 형태를 조직하는 사람이다. 젊은 작가도 물론 좋은 건축을 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해석해야 하는 만큼 오래 살수록 연륜이 쌓인다. 일한 지 수십년이 됐지만 내가 잘못 그은 선 하나가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걸 생각하면 여전히 두렵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고민하고, 실수 없는 건축을 하고 싶다.”
  • 봄철 맞아 명작 오페라 향연…‘피가로의 결혼’, ‘왕자, 호동’

    봄철 맞아 명작 오페라 향연…‘피가로의 결혼’, ‘왕자, 호동’

    봄을 맞아 불후의 명작으로 꼽히는 오페라가 잇달아 개막한다. 풍자와 해학이 가득한 서양 고전과 비장미 흐르는 토종 창작물로 주목받고 있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3일 오후 7시 30분과 5일 오후 5시 수원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을 콘서트 오페라로 선보인다. 콘서트 오페라는 무대 장치나 의상을 최소화하고 연주회 형식으로 전막의 주요 아리아만 간추려 서사를 이어 가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번 공연은 무대와 의상에도 공을 들여 볼거리를 더한다.‘죽기 전 꼭 봐야 할 오페라’로 손꼽히는 ‘피가로의 결혼’은 모차르트의 빼어난 재치와 귀족 사회에 대한 신랄한 풍자가 돋보이는 시트콤 같은 작품이다. 경기필하모닉 음악감독 마시모 자네티가 지휘봉을 잡는다. 자네티는 지난 시즌 베를린 슈타츠오퍼에서 푸치니의 ‘나비부인’을 공연한 오페라 전문가다. 피가로 역은 베이스 손혜수, 수잔나 역은 소프라노 박하나가 맡는다. 손혜수는 2002년 아시아인 최초로 오스트리아 모차르트 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독일 함부르크, 뉘른베르크 등 공립오페라 극장에서 전속 솔리스트로 활동했다. 박하나는 미국 울프트랩오페라에서 선보인 ‘라보엠’에서 주역을 맡아 호평받았다.국립오페라단은 창단 60주년을 맞아 음악계 거목 장일남(1932~2006)의 창작 오페라 ‘왕자, 호동’을 11일 오후 7시 30분과 12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린다. ‘왕자, 호동’은 삼국사기에 기록돼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1962년 국립오페라단 창단을 맞아 초연한 작품이다. 그동안 일부 장면만 간간이 선보여 왔는데 전막을 제대로 무대에 올리는 것은 초연 이후 60년 만에 처음이다.올해 새롭게 태어나는 ‘왕자, 호동’은 연출가 한승원과 지휘자 여자경이 의기투합해 시대의 인물에 집중한 관념적 무대로 펼친다. 무대 미술과 세련된 의상은 물론 낙랑공주에게 강렬한 캐릭터를 부여해 비극적 죽음을 맞이할 운명임을 알지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강인한 인물로 그려낸다. 기존 오페라와 달리 막 사이 해설자(이야기꾼)로 국악인 김미진, 서의철을 등장시키는 것도 색다르다. 호동왕자 역은 테너 이승묵과 김동원이, 낙랑공주 역은 소프라노 박현주와 김순영이 각각 맡았다.
  • 영상·방송 출연동물 보호 ‘가이드라인’ 제정 속도

    영상·방송 출연동물 보호 ‘가이드라인’ 제정 속도

    KBS는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장에서 말이 사망한 사고를 계기로 영상·방송 출연동물 보호 대책 마련이 본격화되고 있다.농림축산식품부는 1일 ‘영상 및 방송 매체 출연동물 보호 안내서(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민관협의체 1차 회의를 2일 개최한다고 밝혔다. 협의체에는 정부 관계부처와 영상 및 방송 매체, 동물보호단체, 동물 행동·진료에 관한 전문가 등 약 20명이 참여한다. 최근 각종 미디어에 출연하는 동물이 늘고 있지만 반려동물에 비해 보호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없어 촬영 현장이 동물복지의 ‘사각지대’로 지적됐다. 협의체는 출연동물 보호 가이드라인의 방향성과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마련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한다. 가이드라인에는 촬영 중 동물에게 충분한 휴식시간과 물·먹이 제공, 훈련사·수의사 등 전문 인력 현장 배치 등 촬영 현장에서 동물의 보호·복지 수준을 높이기 위해 고려해야 할 점들을 담을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외국 사례 분석과 연구용역 등을 통해 가이드라인 초안을 마련한 후 협의체 논의를 거쳐 올해 상반기까지 출연동물 보호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예정이다. 가이드라인은 각 제작사, 방송사 등에서 자체 운영 중인 제작 지침에 반영될 수 있도록 공유해 출연동물 보호·복지 수준을 강화할 방침이다. 앞서 KBS는 지난달 9일 동물 안전 보장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제작 현장에 적용한다고 밝혔다. 가이드라인은 동물 학대 예방 방지를 위해 동물이 신체적으로 위험에 처하거나 정서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연기 장면은 최대한 CG 작업을 활용토록 했다. 또 실제 동물 연기 장면은 최소화하고 살아있는 동물에게 인위적으로 상해를 입히는 장면 및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거나 산 채로 먹는 장면 등은 연출하지 않는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 영웅 아닌 탐정으로… 배트맨이 돌아왔다

    영웅 아닌 탐정으로… 배트맨이 돌아왔다

    수수께끼 늘어놓는 연쇄살인마 그 뒤를 쫓는 분노에 찬 패틴슨배트모빌 뽐내는 차량 추격 장면‘숙적’ 6대 조커 막판 잠깐 등장그렇지 않아도 음침하던 고담시가 우기에 접어들고 밤은 더 깊어졌다. ‘다크나이트 트릴로지’ 이후 10년 만의 배트맨 솔로 무비에서 나오는 고담시가 그렇다. 좀처럼 비가 그치지 않는다. 대부분 장면이 밤이나 어두운 실내다. 대도시 뒷골목의 끈적한 습기와 짙은 어둠이 화면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지는 가운데 배트맨은 사건 현장에 수수께끼를 늘어 놓는 연쇄살인마 리들러를 쫓는다. 1일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로 개봉하는 맷 리브스 감독의 ‘더 배트맨’은 배트맨이 트렌치코트만 걸치지 않았을 뿐이지 영락없는 누아르 탐정물이다. 배트맨이 1939년 탐정과 악당을 다루는 만화 잡지 ‘디텍티브 코믹스’를 통해 탄생했고, 오랜 세월 별명 중 하나가 ‘세계 최고 명탐정’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그러나 고담시를 구하는 영웅에게 익숙한 관객이라면 다소 낯설 수 있다. 리브스 감독은 ‘컨버세이션’, ‘차이나타운’(이상 1974), ‘택시 드라이버’(1976) 등 1970년대 누아르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언급했는데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출세작 ‘세븐’(1995)을 떠올리기 쉽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빗줄기와 1960년대 말 미국 사회를 공포로 물들인 연쇄살인마 조디악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는 점, 배트맨의 단짝 고든 경위 역을 사상 처음 흑인 배우(제프리 라이트)에게 맡겨 흑백 듀오를 이룬다는 점에서 그렇다. ‘다크나이트 트릴로지’에서 장쾌함을 줬던 아이맥스 화면은 없다. 전작들에 견줘 영화가 소품처럼 느껴질 수 있는 대목인데 중간에 배트모빌이 머슬카로 위용을 뽐내는 차량 추격 장면이 나오고 말미에 대규모 재난 상황을 끌어들이며 이를 상쇄한다. 덕택에 배트맨 무비 역대 최고 러닝타임인 176분이 그리 지루하지는 않다. 사실 가장 눈길이 가는 것은 애덤 웨스트, 마이클 키튼, 발 킬머, 조지 클루니, 크리스천 베일, 벤 애플렉에 이어 7대 배트맨이자 브루스 웨인(장편 실사 영화 기준)을 맡은 로버트 패틴슨이다. 패틴슨은 세상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지만 아직은 완벽하게 통제되지 않아 충동적이며,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비밀에 다가가며 더욱 흔들리는 2년 차 배트맨을 맞춤 정장처럼 차려입는다. 리브스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 때 은둔한 록스타 이미지와 커트 코베인, 패틴슨을 떠올리며 록 밴드 너바나의 ‘섬싱 인 더 웨이’를 틀어 놨다고 한다. 이 노래는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와 함께 주요 테마로 맴돌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앤디 서키스가 늘 웨인 곁을 지켜 온 알프레드 집사로 나온다. 서키스는 ‘혹성탈출’ 3부작에서 시저를 연기하며 감독과 인연을 맺었다. 조 크래비츠가 흑인으로는 세 번째로 캣우먼 가면을 쓰고 배트맨과 로맨스를 연출한다. 악당들이 풍성하다. 배트맨 무비에서 한두 번쯤 얼굴을 내민 캐릭터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펭귄(콜린 패럴), 카마인 팔코네(존 터투로)는 ‘대부’(1972)의 아우라를 뽐낸다. 패럴의 경우 특수분장 때문에 사전 정보가 없다면 그가 펭귄임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다. 짐 캐리가 연기했던 경망스런 리들러도 잊는 게 좋겠다. 선한 얼굴에서 돌변하는 폴 다노는 ‘프라이멀 피어’(1996)에서 파격적으로 데뷔한 에드워드 노튼을 다시 보는 듯하다. 말미에 배트맨의 숙적 조커가 살짝 등장해 눈길을 사로잡는다. 시저 로메로, 잭 니컬슨, 히스 레저, 재러드 레토, 호아킨 피닉스에 이은 6대 조커다. 6대 조커가 후속편에서 본격적으로 기괴한 웃음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이번 작품의 흥행에 달렸다. 15세 관람가.
  • 이어령은 떠났지만… 다시 주목받는 ‘시대의 지성’ 메시지

    이어령은 떠났지만… 다시 주목받는 ‘시대의 지성’ 메시지

    “영화가 끝나고 ‘the end’ 마크가 찍힐 때마다 나는 생각했네. 나라면 저기에 꽃봉오리를 놓을 텐데. 그러면 끝이 난 줄 알았던 그 자리에 누군가 와서 언제든 다시 이야기가 시작될 수 있을 텐데.”(‘이어령의 마지막 수업’·47쪽)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떠났지만 그가 남긴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시대의 지성’이 남긴 메시지는 계속 독자들과 만난다. 그가 전한 삶의 지혜를 찾는 독자들의 ‘역주행’도 이어진다. 28일 출판계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은 별세 전 30여권에 달하는 출판 계약을 했다. 우선 2020년 2월 나온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 ‘너 어디에서 왔니’(파람북)에 이은 두 번째 책 ‘젓가락의 문화 유전자’가 이르면 이달 중 출간된다. 젓가락을 문화적 유전자로 받아들인 한국인의 문화적 우수성을 고찰하는 내용의 책이다. 이어 인공지능(AI)을 다룬 ‘알파고와 함께 춤’(가제), 일제강점기를 유년의 눈으로 기록한 ‘회색의 교실’(가제)도 올해 나온다. 파람북 측은 “당초 12권 시리즈로 기획됐다가 작고 전 10권으로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10권 분량의 원고는 모두 정리돼 나머지 6권도 ‘아직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로 내년 안에 모두 출간될 예정이다.이 전 장관의 생전 마지막 책이 된 ‘메멘토 모리’를 비롯해 총 20권의 대화록을 펴낼 계획인 열림원은 다음달 종교를 주제로 한 두 번째 대화록 ‘젊은이는 늙고 늙은이는 죽어요’를 선보인다. 이 전 장관이 세상을 먼저 떠난 딸 이민아 목사를 추모하는 글과 편지를 담아 2015년 낸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에 실린 시와 새로 쓴 시들을 모은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도 이달 중 나온다. 한편 지난해 10월 출간된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열림원)은 이날 교보문고 인터넷 일간 베스트와 예스24 일별 베스트에서 나란히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사랑과 용서, 종교, 과학 등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며 삶과 죽음에 대해 묵직한 울림을 전하는 책으로 교보문고에서 2월 셋째 주(16~22일) 온·오프라인 종합 47위였다. ‘메멘토 모리’도 하루 만에 여섯 계단 올라 이날 교보문고 인터넷 일간 베스트 14위를 기록했다.
  • [핵잼 사이언스] “반려견도 친구 개가 세상 떠나면 슬퍼한다”

    [핵잼 사이언스] “반려견도 친구 개가 세상 떠나면 슬퍼한다”

    반려견들도 함께 생활한 개가 세상을 떠나면 슬퍼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견주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이탈리아 밀라노 대학 연구팀은 한 가정에 사는 개들 중 한 마리가 먼저 세상을 떠날시 남은 개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사실 반려인이라면 어느정도 경험으로 느낄 수 있는 사항이지만 연구를 통해 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쉽지않다. 연구팀은 이탈리아 견주 총 42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며 10명 중 9명은 생존한 개가 죽은 개와 1년 이상 살았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약 86%의 반려견이 친구의 죽음을 슬퍼하는 부정적인 행동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행동은 평소보다 덜 먹고, 덜 놀고, 덜 자거나 더 자주 짖거나 공포를 느끼는 모습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반려견의 이같은 행동은 먼저 죽은 개의 품종, 나이, 성별과는 관계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를 이끈 페데리카 피론 박사는 "개들도 사람과 같은 방식으로 친구 개에게 애착을 형성하고 슬퍼할 수 있는 것 같다"면서 "집에서 기르는 개는 여러 종의 개들에 적응한 사회적 종"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연구팀은 개의 슬픔을 극복하는데 견주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피론 박사는 "견주가 죽은 개에 대해 슬퍼하고 있는 사실 또한 남은 개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서 "남은 개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견주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은데 되도록 개와 가까이 지내면서 활동을 공유하고 보호받는 느낌을 주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 항암 포기한 채… “머릿속 마지막 한 자까지 글로 남기고 떠나련다”

    항암 포기한 채… “머릿속 마지막 한 자까지 글로 남기고 떠나련다”

    지난 26일 타계한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은 약 1년 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죽음은 누구에게나 두렵고 불안한 것”이라며 “죽음을 앞둔 사람은 그 어느 때보다 진실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될 거다”라고 말했다. 또 “건강이 다할 때까지 머릿속에 들어간 모든 것을 마지막 한 자까지 글로 남기고 떠나려 한다”고 했다. 장녀 이민아 목사의 9주기 즈음이었다. 2015년 발간한 추모집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 개정판을 이때 내놓는 까닭에 대해 이 장관은 “딸의 10주기까지 살 수 있을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장관은 자신의 말처럼 죽음을 앞둔 순간까지 부인과 설립한 영인문학관에서 집필을 거듭하다 딸의 10주기를 열이레 앞두고 하늘로 향했다. 89세. 결코 한 단어나, 한 문장으로 설명될 수 없는 ‘시대의 지성’이 우리 곁을 떠났다. 2017년 암 진단을 받고 2년 뒤 이를 공개했으나 항암 치료 대신 글쓰기를 선택한 고인이었다. 한국 지성사에 한 획을 그은 그는 문학평론가이자 언론인, 관료, 교수, 시인, 소설가, 칼럼니스트 등 다양한 직함으로 자신의 생애를 큰 산으로 쌓아 올렸다. 1933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나 서울대 문리대와 대학원을 나온 고인은 1956년 문단 원로들의 권위 의식을 질타하며 세대 논쟁을 부른 ‘우상의 파괴’를 신문 지면에 발표하며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1960년 서울신문 논설위원을 시작으로 ‘삼각주’(서울신문), ‘여적’(경향신문), ‘분수대’(중앙일보), ‘만물상’(조선일보) 등에 칼럼을 쓰며 당대 최고 논객으로 활약했다. 1960년대부터는 학계에 몸을 뒀다. 1966년 이화여대 강단에 선 뒤 문리대 교수, 국문과 석좌교수를 거쳐 2011년 명예교수가 됐다. 50대인 1988년 서울올림픽 때는 개·폐회식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문화 기획자의 면모도 과시했다. 개회식의 ‘굴렁쇠 소년’도 고인의 아이디어였다. 노태우 정부 때는 문화공보부에서 분리돼 신설된 문화부 초대 장관(1990~1991)을 지냈다. 문화예술인으로는 처음 문화 정책을 지휘하며 한국예술종합학교와 국립국어원을 설립했고, 조선총독부 청사를 철거하는 경복궁 복원 계획을 수립했다. 이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조직위원장, 동아시아 문화도시 조직위원회 명예위원장 등으로 활동했다. 고인은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문화, 시대 정신과 그 흐름을 읽어 내며 ‘흙 속에 저 바람 속에’(1963), ‘축소지향의 일본인’ (1982), ‘세계 지성과의 대화’(1987), ‘생각을 바꾸면 미래가 달라진다’(1997), ‘디지로그’(2006), ‘지성에서 영성으로’(2010), ‘생명이 자본이다’(2013) 등 수많은 저서를 펴냈다. 특히 ‘디지로그’에서는 디지털 기반과 아날로그 정서가 융합하는 세상을 언급하며 비빔밥과 같은 우리 문화와 정서에 조화의 힘이 있다고 강조했다. 숱한 상과 훈장을 받았던 고인은 지난해 10월 문화계 최고 영예인 금관 문화훈장을 수훈했다.유족으로 부인 강인숙 영인문학관장, 장남 이승무 한예종 교수, 차남 이강무 백석대 교수가 있다. 장녀 이민아 목사는 2012년 암으로 별세했다. 빈소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마련됐다. 장례는 5일간 문화체육관광부장으로 치러진다. 전임 장관을 부처장으로 치르는 건 처음이다. 영결식은 새달 2일 오전 10시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다. 장지는 충남 천안의 공원묘지로 알려졌다.
  • 떠나기 사흘 전 “세상에 평안한 인사 전해 달라”

    떠나기 사흘 전 “세상에 평안한 인사 전해 달라”

    “세상 사람들에게 평안한 인사를 전해 줘요.”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임종 사흘 전 이런 말을 남겼다. 고인이 이사장으로 있던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에서 사무국장을 지내며 오랜 기간 고인을 보필했던 윤재환 작가는 지난 26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사흘 전 장관님을 뵀던 날, 제가 별세 소식을 알려도 좋겠냐고 여쭸더니 세상 사람들에게 평안한 인사를 전해 달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물음표와 느낌표에 생애 바친 인물 ” 윤 작가는 고인을 “물음표와 느낌표에 생애를 바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세상 모든 것에 끊임없이 호기심을 가졌고, 이를 해결하며 세상 사람들에게 ‘유레카’를 안겨 줘 ‘우리 시대의 지성’으로 불렸기 때문이다. ‘21세기의 패관’(稗官), 이야기꾼을 자처한 고인은 말년에 한국인의 문화 유전자를 탐구하는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 집필에 몰두해 2020년 2월 첫 권 ‘너 어디에서 왔니’를 내놓기도 했다. 이 책에서 고인은 “생과 죽음이 등을 마주 댄 부조리한 삶. 이것이 내 평생의 화두였으며, 생의 막바지에 이르러 죽음 아닌 탄생의 이야기를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라고 했다. ‘죽음을 기억하라’는 의미의 라틴어 ‘메멘토 모리’에 이 전 장관은 생의 마지막을 불태웠다. 지난해 10월 발간한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 등장하는 이 말은 지난달 대화록 시리즈 첫 권의 제목이 되기도 했다. 윤 작가는 “장관님께서는 자아에 대한 인식이 형성되던 6세 때부터 죽음에 대해 생각해 왔다”며 고인이 어린 나이 때부터 죽음에 호기심을 갖고 연구해 왔다고 이야기했다. ●“문명에 관해 늘 시대 앞서가신 분” 고인과 60년 지기인 시인 이근배 전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은 “그저께 자택에서 임종처럼 뵈었는데, 제가 쓴 병풍을 눈앞에 두고 계셔서 많이 울었다”면서 고인과의 마지막 순간을 떠올렸다. 이 전 회장은 “장관님은 마치 발명가처럼 ‘디지로그’란 새로운 용어를 쓰셨고, 문명과 관련해 늘 시대보다 앞서가셨다”며 “모든 사물뿐 아니라 한국의 문화, 전통, 역사, 예술에 대해 다르게 해석하셨고 이 어른만큼 모든 걸 통섭할 수 있는 분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에서 태어났으면 노벨문학상을 타고 세계의 지성이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역시 60년 가까이 인연을 맺은 김종규 문화유산신탁 이사장 겸 삼성출판박물관장은 “우리 문화가 세계화하는 데 업적을 쌓은 분”이라고 평가했다. 또 “문인, 학자, 교수, 문화행정가의 종합 세트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시대 한류가 부흥하는 데 촉매 역할을 한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까지 인문학적 화두로 대화” 20여년 인연을 쌓은 화가인 김병종 가천대 석좌교수는 이틀 뒤 고인을 뵙기로 했었다며 황망한 마음을 드러냈다. 김 교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세속적인 언급 없이 책에 대한 말씀이나 인문학적 화두를 얘기하신 철저한 인문학자”라고 회상했다. 이어 “야심한 밤에도 잠이 안 오시면 전화로 예술, 인문학, 기독교 세 개 주제를 갖고 굉장히 길게 말씀하셨다”고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 말 죽음 논란 ‘태종 이방원’ 시청률 3.2%P 하락

    말 죽음 논란 ‘태종 이방원’ 시청률 3.2%P 하락

    ‘태종 이방원’이 6주 만에 방송을 재개한 가운데, 시청률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27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방송된 KBS 1TV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 13회는 8%(이하 전국 가구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직전 회차인 1월16일 12회 때 시청률로 자체 최고이기도 했던 11.2%보다 3.2% 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또한 첫 회의 8.7% 보다도 낮은 기록이다. 방송을 잠정 중단하기 전까지 자체 최고 시청률을 연이어 기록하는 등 승승장구 중이었다. 한편 ‘태종 이방원’은 지난 1월1일 7회 방송에 등장한 장면때문에 동물학대 논란에 휩싸였다. 이성계(김영철 분)가 말을 타고 가다 낙마하는 신이었는데, 이 장면에서 말의 몸체가 90도 가량 뒤집히며 머리가 바닥에 곤두박질치는 모습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 동물자유연대는 해당 방송에 출연한 말이 심각한 위해를 입었을 수 있다는 점에 큰 우려를 표했다. KBS는 말의 죽음이 알려진 후 1월22일부터 결방했다. 말 죽음 사건과 관련해 KBS는 총 3번의 공식 사과를 했으며 동물 안전과 관련해 새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 “성찰의 계기 주신 분” 이어령 전 장관 추모 행렬

    “성찰의 계기 주신 분” 이어령 전 장관 추모 행렬

    지난 26일 별세한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의 빈소에는 휴일인 27일에도 조문 행렬이 계속됐다. 문화계의 거목인 만큼 문화예술계와 정치인들이 속속 빈소를 찾았다. 시인인 이근배 전 대한민국예술원 회장과 곽효환 한국문학번역원장을 비롯해 김홍신·박범신·유현종 소설가, 오탁번 시인, 문학평론가 김화영 고려대 명예교수 등이 빈소를 찾았다. 박범신 작가는 “개발 이데올로기가 전 사회를 지배하고 있을 때 인문학적 마인드로 세계를 폭넓게 봐야 한다고 가르쳐주신 매우 소중한 역할을 하신 분이다. 우리 사회가 아쉬워해야 할 분”이라며 “고등학교 2학년 때 이어령 선생이 쓰신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를 읽고 받은 충격이 문학의 길로 들어서는 소중한 실마리가 됐다”며 애도를 표했다. 곽효환 번역원장은 “이어령 선생은 평생 청년에게 표상이 된 분”이라며 “청년 시절부터 걸어온 길을 보면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지적 모험을 감행한 분”이라고 했다. 빈소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김부겸 총리, 문화예술계 단체 등이 보낸 조화로 가득 찼다. 정치권에서는 김부겸 국무총리와 이홍구 전 국무총리가 빈소를 찾았다. 전날에는 문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조문했다. 원불교 나상호 교정원장도 이날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의 열반에 깊은 애도를 전한다”며 “시대의 지성으로 통찰의 지혜를 나눠주셨던 선생의 평화로운 영면을 빈다”고 전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 공간에서도 추모 메시지가 이어졌다. 투병 중이던 이 전 장관을 몇차례 만났다는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는 페이스북에 “여러 성찰을 할 수 있었던 아주 각별한 경험이었다”며 “한 지식인의 마지막을 함께 하면서 저도 제 삶의 마지막을 떠올려보았다. 학자는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할까요? 선생님이 제게 주신 질문”이라고 고인을 추억했다.
  • “세상 사람들에게 평안한 인사를 전해줘요”

    “세상 사람들에게 평안한 인사를 전해줘요”

    “세상 사람들에게 평안한 인사를 전해줘요.”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임종 사흘 전에 남긴 말이다. 오랜 시간 가까운 거리에서 이어령 선생을 보필했던 윤재환 전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사무국장이 문안 인사 차 고인을 찾았다가 마지막으로 들었던 말이다. 결코 한 단어나, 한 문장으로 설명될 수 없는 이, 이어령 전 장관이 26일 별세했다. 89세. 지난 2017년 암 투병 사실을 처음 밝인 이 전 장관은 이후 항암치료 대신 글쓰기를 선택한 뒤 마지막까지 글쓰기 작업을 벌이다 이날 세상을 떴다. 고인은 한국 지성사에 한 획을 그은 큰 산이었다. 문학 평론가, 언론인, 관료, 교수, 시인, 소설가 등 다양한 직함으로 생애를 보냈다. 고인은 1933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나 서울대 문리대학과 같은 대학 대학원을 졸업했다. 20대 약관의 나이에 서울신문 논설위원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린 고인은 ‘삼각주’(서울신문), ‘여적’(경향신문), ‘분수대’(중앙일보), ‘만물상’(조선일보) 등에 칼럼을 쓰며 당대 최고의 논객으로 활약했다.1960년대부터는 학계에 몸을 뒀다. 1966년 이화여대 강단에 선 이후 1989년까지 문리대학 교수, 1995∼2001년 국어국문학과 석좌교수를 지냈고, 2011년 명예교수가 됐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선 개·폐회식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문화 기획자로서의 면모도 선보였다. 개회식에 등장한 ‘굴렁쇠 소년’도 고인의 아이디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노태우 정부 때는 신설된 문화부의 초대 장관(1990~1991)을 역임했다. 당시 한국예술종합학교와 국립국어연구원(현 국립국어원)을 설립했고, 조선총독부 청사를 철거하는 경복궁 복원계획을 수립했다. 이후로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조직위원장, 동아시아 문화도시 조직위원회 명예위원장 등으로도 활동했다. ‘신부여팔경’의 저자 윤재환 작가는 고인을 “물음표와 느낌표에 생애를 바친 인물”이라고 했다. 세상 모든 것에 끊임없이 호기심을 가졌고, 이를 해결해 세상 사람들에게 ‘유레카’를 안겨줬던 고인의 생애를 함축하는 말이다. 윤 작가는 고인이 이사장으로 있던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에서 사무국장을 역임하며 오랜 기간 가까운 거리에서 고인을 보필했던 이다. 그는 26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사흘 전 이 전 장관님을 뵀던 날, 제가 별세 소식을 알려도 좋겠냐고 여쭸더니 세상 사람들에게 평안한 인사를 전해달라고 하셨다”며 이같이 밝혔다.‘메멘토 모리’도 이 전 장관의 생애를 설명하는 말 중 하나다. 고인의 마지막 저서가 된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 나오는 말로,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는 의미다. 윤 작가는 “이 전 장관님께서는 자아에 대한 인식이 형성되던 6세 때부터 죽음에 대해 생각해 왔다”고 했다. 어린 나이 때부터 죽음에 호기심을 갖고 연구해 왔다는 것이다. 고인은 이제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얻었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7시께 빈소를 방문해 고인을 추모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빈소를 찾은 것은 지난달 9일 이한열 열사의 모친인 고 배은심 여사를 조문한 이후 48일 만이다. 문 대통령은 “우리 세대는 자라면서 선생님 책을 많이 보았고 감화도 많이 받았다”며 “우리나라의 큰 스승이신데 황망하게 가셔서 안타깝다”고 유족을 위로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강인숙 영인문학관 관장, 장남 이승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차남 이강무 천안대학교 애니메이션과 교수가 있다. 고인의 장녀 이민아 목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지역 검사를 지내던 2012년 위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빈소는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마련됐다. 5일간 문화체육관광부장으로 치러진다. 부처의 전임 장관을 부처장으로 치르는 건 처음이다. 이날 장례식장을 지킨 황희 문체부 장관은 “이 전 장관의 영결식이 새달 2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진행된다”고 밝혔다. 황 장관이 장례위원장, 김현환·오영우 차관이 부위원장을 맡는다. 장지는 충남 천안의 한 공원묘지로 알려졌다. 손원천 기자
  • “아내가 10번씩 운다” 우크라 축구선수 결국 입대

    “아내가 10번씩 운다” 우크라 축구선수 결국 입대

    우크라이나 출신의 축구 선수 바실 크라베츠(스포르팅 히혼)가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싸우겠다는 뜻을 밝혔다. 영국 더선은 “크라베츠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와 싸우기 위해 선수 생활을 잠시 멈추고 싶어한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21세 이하(U-21) 대표팀 출신이기도 한 크라베츠는 반폭력 신념까지 버리고 입대 의사를 밝혔다. 가족과 조국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는 “러시아군은 민간인까지 죽이고 있다. 이건 블라디미르 푸틴의 잘못이다. 러시아의 잘못이 아닌 푸틴의 잘못”이라며 “우리는 평화를 원하는 나라다. 어느 누구도 공격하지 않고 차분하게 살아왔다”라고 규탄했다. 입대 의사를 밝힌 크라베츠는 “전쟁에 나가 조국을 돕고 싶다. 총을 장전하거나 쏘는 법을 하나도 모르지만 정말 돕고 싶다. 내 나라가 모두를 필요로 한다면 나는 기꺼이 우크라이나로 갈 것이다. 팀과 이야기해 떠날 것”이라고 비장한 모습이었다. 크라베츠는 “통화 도중에 총소리가 들린다. 그저 힘내라는 말밖에 하지 못한다. 전화를 끊으면 30분 후에 다시 걸 수밖에 없다”면서 “아내는 하루에 8~10번씩 운다. 죽음을 두려워하고 있다. 훈련 중에도 가족 생각뿐이고 잠도 못 잔다”라고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에 답답해 했다.
  • “세상 사람들에게 평안한 인사를 전해달라”

    “세상 사람들에게 평안한 인사를 전해달라”

    “세상 사람들에게 평안한 인사를 전해달라.”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사흘 전 남긴 말이다. 결코 한 단어나, 한 문장으로 설명될 수 없는 이, 이어령 전 장관이 26일 별세했다. 89세. 지난 2017년 암 투병 사실을 처음 밝인 이 전 장관은 이후 항암치료 대신 글쓰기를 선택한 뒤 마지막까지 글쓰기 작업을 벌이다 이날 세상을 떴다. 고인은 한국 지성사에 한 획을 그은 큰 산이었다. 문학 평론가, 언론인, 관료, 교수, 시인, 소설가 등 다채로운 직함으로 생애를 보냈다. 고인은 1933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나 서울대 문리대학과 같은 대학 대학원을 졸업했다. 20대 약관의 나이에 서울신문 논설위원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린 고인은 ‘삼각주’(서울신문), ‘여적’(경향신문), ‘분수대’(중앙일보), ‘만물상’(조선일보) 등에 칼럼을 쓰며 당대 최고의 논객으로 활약했다.1960년대부터는 학계에 몸을 뒀다. 1966년 이화여대 강단에 선 이후 1989년까지 문리대학 교수, 1995∼2001년 국어국문학과 석좌교수를 지냈고, 2011년 명예교수가 됐다. 50대 때인 1988년 서울올림픽 때는 개·폐회식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문화 기획자로서의 면모도 선보였다. 개회식에 등장한 ‘굴렁쇠 소년’도 고인의 아이디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노태우 정부 때는 신설된 문화부의 초대 장관(1990~1991)을 역임했다. 이때 한국예술종합학교와 국립국어연구원(현 국립국어원)을 설립했고, 조선총독부 청사를 철거하는 경복궁 복원계획을 수립했다. 이후로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조직위원장, 동아시아 문화도시 조직위원회 명예위원장 등으로도 활동했다. ‘신부여팔경’의 저자 윤재환 작가는 고인을 “물음표와 느낌표에 생애를 바친 분”이라고 했다. 세상 모든 것에 끊임없이 호기심을 가졌고, 이를 해결해 세상 사람들에게 ‘유레카’를 안겨줬던 고인의 생애를 함축하는 말이다. 윤 작가는 고인이 이사장으로 있던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에서 사무국장을 역임하며 오랜 기간 가까운 거리에서 고인을 보필했던 이다. 그는 26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사흘 전 이 전 장관님을 뵀던 날, 제가 별세 소식을 알려도 좋겠냐고 여쭸더니 세상 사람들에게 평안한 인사를 전해달라고 하셨다”며 이같이 밝혔다.‘메멘토 모리’도 이 전 장관의 생애를 설명하는 말 중 하나다. 고인의 마지막 저서가 된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 나오는 말로,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는 의미다. 윤 작가는 “이 전 장관님께서는 자아에 대한 인식이 형성되던 6세 때부터 죽음에 대해 생각해 왔다”고 했다. 어린 나이 때부터 죽음에 호기심을 갖고 연구해 왔다는 것이다. 고인은 이제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얻었을까. 유족으로는 부인 강인숙 영인문학관 관장, 장남 이승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차남 이강무 천안대학교 애니메이션과 교수가 있다. 고인의 장녀 이민아 목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지역 검사를 역임하던 2012년 위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빈소는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다. 유족 측은 5일간 가족장으로 치를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지는 충남 천안의 한 공원묘지로 알려졌다. 손원천 기자
  • ‘한국의 이야기꾼’ 떠나다…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 별세

    ‘한국의 이야기꾼’ 떠나다…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 별세

    한국 지성의 대들보인 이어령 이화여자대학교 명예석좌교수가 암 투병 끝에 26일 별세했다. 향년 89세. 유족 측은 이어령 전 장관이 숙환으로 별세했다고 이날 밝혔다.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며 유족 측은 5일간 가족장으로 치를 계획이다. 1933년 충남 아산에서 출생(호적상 1934년생)한 고인은 문학평론가, 언론인, 교수 등으로 활동하며 우리 시대 최고 지성으로 불렸다. 서울대와 동(同)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고인은 20대 초반에 문단 원로들의 권위 의식을 질타한 ‘우상의 파괴’를 1956년 한국일보 지면을 통해 발표하며 평단에 데뷔했다.  1960년 서울신문을 시작으로 1972년까지 한국일보, 경향신문, 중앙일보, 조선일보 등의 논설위원을 역임하면서 당대 최고의 논객으로 활약했다.  1966년부터 이화여대 강단에 선 이후 1989년까지 문리대학 교수를, 1995∼2001년 국어국문학과 석좌교수를 지냈으며 2011년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됐다. 고인은 노태우 정부 때 문화공보부를 공보처와 문화부로 분리하면서 1990년 출범한 문화부의 초대 장관에 임명됐다. 문화부 장관 재임 시절 중요한 업적 중 하나는 세계적인 예술인을 길러내는 집합소로 자리잡은 한국예술종합학교(1992년 개교)를 만든 것이다. 국립국어연구원(현 국립국어원) 설립, 조선총독부 청사를 철거하는 경복궁 복원 계획 등도 고인이 문화부 초대 장관으로 이뤄졌다. 고인은 1988년 서울올림픽 개폐막식 식전행사 기획자로도 활약했다. ‘화합과 전진’이라는 주제의식과 역동성을 모두 표현해낸 명문으로 평가받는 ‘벽을 넘어서’ 구호와 개막식에 등장한 굴렁쇠 소년 기획 모두 고인의 아이디어였다. 저술 활동도 쉬지 않았다. 1984년 발표한 ‘축소지향의 일본인’은 고인의 대표작 중 하나다. 고인은 ‘축소지향의 일본인’을 통해 하이쿠, 분재, 트랜지스터, 쥘부채 등 일본 문화가 가진 독창적인 특징이 바로 ‘축소지향’이라는 주장을 펼쳐 화제가 됐다. 2006년엔 ‘디지로그’를 통해 후기 정보화 사회는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공존 상생하는 ‘디지로그’ 사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밖에도 고인은 ‘이것이 한국이다’(1986), ‘세계 지성과의 대화’(1987), ‘생각을 바꾸면 미래가 달라진다’(1997), ‘지성에서 영성으로’(2010), ‘생명이 자본이다’(2013) 등 60여년 동안 약 130여 종의 저서를 펴냈다. 고인은 2017년 암이 발견돼 두 차례 큰 수술을 받았지만, 항암치료를 받는 대신 저서 집필에 마지막 힘을 쏟았다. 고인은 자신을 ‘이야기꾼’이라 칭하며 한국인의 문화 유전자를 탐구하는 마지막 저작 시리즈 ‘한국인 이야기’ 집필에 몰두해왔다. 12권으로 계획한 시리즈 중 지난해 2월 첫 권인 ‘너 어디에서 왔니’를 출간했다. 이 책에서 고인은 “생과 죽음이 등을 마주 댄 부조리한 삶. 이것이 내 평생의 화두였으며, 생의 막바지에 이르러 죽음 아닌 탄생의 이야기를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고인은 지난해 10월 한국 문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금관 문화훈장을 받았다.
  • “보드카 안 먹어” 하수구에 ‘콸콸’… 북미, 러시아 불매운동

    “보드카 안 먹어” 하수구에 ‘콸콸’… 북미, 러시아 불매운동

    캐나다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직접 제재하기로 했다. 일부 주에서는 러시아산 보드카를 판매 중지하는 등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제재 대상 명단에 올렸다고 밝혔다. 트뤼도 총리는 푸틴 대통령과 라브로프 장관을 거명한 뒤 “이들은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파괴행위와 죽음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이 있다”라며 러시아에 협조하고 있는 벨라루스의 지도자들에 대해서도 제재를 하겠다고 말했다. 트뤼도 총리는 이어 캐나다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러시아를 퇴출하는 방안도 지지한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트뤼도 총리는 전날에도 대국민 연설을 통해 러시아에 항공우주와 정보기술(IT), 광업 분야의 수출을 통제하는 등의 제재를 발표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도 푸틴 대통령과 라브로프 장관을 직접 제재하겠다고 발표했다.보드카 사지도, 팔지도 않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캐나다 온타리오 주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항의하는 의미로 러시아산 보드카 판매중지를 선언했다. 캐나다에서 보드카는 위스키 다음으로 많이 팔리는 증류주다. 캐나다 전체 인구의 약 40%가 있는 온타리오 주정부는 이날 각 소매업체에 러시아산 보드카를 진열대에서 제거하라고 지시했다. 다른 주들도 속속 보드카 판매 금지를 선언하고 있다. 미국 미시간주의 많은 바에서도 우크라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기 위해 러시아산 보드카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켄자스주에서는 선반에서 100병 이상의 러시아 보드카를 치웠다. 버몬트주 매직 마운틴 스키장에서는 바텐더가 러시아 보드카 스톨리를 하수구에 붓는 영상을 올렸다. 1만여명 이상이 이 영상을 시청했다. 라트비아에서는 보드카를 비롯해 러시아 상품 전반에 대한 불매운동을 펼치고 있다.
  • “푸틴, 가장 고통스런 죽음 맞길”…우크라 축구선수의 분노

    “푸틴, 가장 고통스런 죽음 맞길”…우크라 축구선수의 분노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수도 키예프를 향해 진격 중인 가운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우크라이나 출신 축구 선수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24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맨체스터시티에서 수비수로 활약 중인 올렉산드르 진첸코는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되자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푸틴의 사진과 함께 “당신이 가장 고통스럽게 죽음을 맞이하길 바란다, 괴물아”라고 썼다. 이어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지 않는 러시아인들은 영원히 적으로 간주할 것”이라는 내용의 우크라이나 언론인의 페이스북 글도 공유했다. 또 키예프 인근 주민들이 지하철역에 대피한 영상을 올리며 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진첸코의 인스타그램 글은 이후 삭제됐는데, 진첸코 스스로 삭제한 것인지 아니면 인스타그램 규정에 의해 자동 차단된 것인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을 맡고 있는 진첸코는 전쟁 위기감이 고조되던 지난 22일에도 인스타그램에 “문명화된 세계가 모두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 뒤로 물러서서 내 생각을 알릴 수는 없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 내가 세계의 경기장에서 지키는 나라, 우리가 발전시키려는 나라, 침범을 받지 않고 지켜져야 하는 나라”라면서 “내 나라는 우크라이나인의 것이다. 포기하지 않겠다. 우크라이나에 영광을”이라며 조국에 대한 애정과 걱정을 드러냈다. 진첸코가 소속된 맨시티는 아랍에미리트(UAE) 부호인 셰이크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얀이 구단주로 있다.
  • 러 “벨라루스 민스크서 우크라이나 중립국 논의하자”

    러 “벨라루스 민스크서 우크라이나 중립국 논의하자”

    우크라이나를 침공 중인 러시아가 협상을 위해 벨라루스 민스크로 대표단을 보낼 준비가 돼 있다고 크렘린궁이 25일(현지시간) 밝혔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오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중립국 지위를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대표단에는 러시아 국방부와 외무부, 대통령 행정실(비서실) 대표들이 포함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처음부터 (우크라이나 침공) 군사작전의 목표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지원이며, 그 일환이 우크라이나의 ‘탈군사화’와 ‘탈나치화’라고 말했다”고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이는(탈군사화와 탈나치화는) 중립국 지위의 불가분적 요소”라고 강조했다.사실상 탈군사화는 우크라이나의 국방력을 무력화하는 것, 탈나치화는 현 우크라이나 정권을 몰아내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러시아는 젤렌스키 정권을 극단적 민족주의를 신봉하는 신나치주의자들의 정권이라고 비난해 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 텔레그램을 통한 화상 연설에서 “오늘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의 중립국 지위에 대해 대화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우리는 대화하는 것이 두렵지 않다”면서 협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어 이날도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러시아 대통령에게 다시 한번 요청한다.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전투가 진행되고 있다. 사람들의 죽음을 중단하기 위해 협상 테이블에 앉자”고 촉구했다.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도 로이터통신에 “우크라이나는 평화를 원하며 나토에 관한 중립을 포함해 러시아와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러시아의 민스크 회담 제안에 우크라이나 정부가 대표단을 보낼지에 대한 언급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중립국’ 발언이 나온 뒤 민스크 협상을 제안하기 전 페스코프 대변인은 “긍정적 방향으로 가는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앞서 “젤렌스키가 중립국 지위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됐다고 말하면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서 “젤렌스키는 안보 협상의 기회를 놓쳤다”고 말했지만 이후 러시아 정부는 민스크 협상을 제안했다. 한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이날 푸틴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민스크 협상이 안전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모든 여건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페스코프 대변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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