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죽순
    2026-08-06
    검색기록 지우기
  • 표차
    2026-08-06
    검색기록 지우기
  • 누설
    2026-08-06
    검색기록 지우기
  • 보트
    2026-08-06
    검색기록 지우기
  • 안성
    2026-08-06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057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골동품 수집 열 올리는 중국인들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골동품 수집 열 올리는 중국인들

    중국에 ‘골동품 열풍’이 불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 소득 수준 향상으로 중국인들도 이제 먹고사는 문제에서 벗어나 서서히 ‘정신문화’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중국 언론들은 북송(北宋) 말기와 청조(淸朝) 초기인 강희제,1850년 이후의 청조 말기 등에 이어 4번째로 중국에 골동·예술품 수집 광풍이 몰려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근 중국내 확산되고 있는 ‘중화사상’의 고조와 민족주의도 골동품 열풍에 일조하는 분위기이다. 지난 1949년 공산정권 출범 이후 홀대받던 중국의 ‘전통 문화’가 사회주의 퇴조와 함께 중국인들의 새로운 관심 대상으로 떠오른 것이다. |베이징 오일만특파원| 20년만에 찾아온 베이징의 무더위만큼이나 판자위안(潘家園) 시장은 열기로 가득했다. 베이징의 대표적인 골동품 시장으로 꼽히는 이 곳은 4만 8500㎡(약 1만 5000평)의 넓은 공간에도 불구하고 편하게 걸어다닐 수 없을 만큼 사람들도 붐볐다. 베이징 자오양(朝陽)구 동남쪽의 삼환(三還)에 위치한 이 시장은 1993년 자연발생적인 ‘벼룩 시장’으로 시작해 지난 97년 정식 시장으로 변모했다. ●활황 맞고 있는 골동품 시장 3000여개의 상설·간이 상점에서 흘러나오는 골동품 도매상과 수집 애호가, 관광객들간의 ‘흥정 소리’로 시장 전체가 메아리치는 듯했다. 콜라회사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20대 청년은 소매가 닳고 군데군데 해진 청조 시대 비단옷 1벌을 2500위안(약 30만원)에 샀다. 자신의 월급 절반 이상을 투자했지만 그는 “고대의 비단 무늬 복장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어 아깝지 않다.”며 웃는다. 그는 ‘짝퉁(모조품)’이 곳곳에서 판치고 있어 각종 관련 서적을 통해 전문지식을 쌓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자기 수집가인 천펑(陳馮·53)은 ‘사기 조각’이 수두룩하게 쌓여있는 좌판에 걸음을 멈췄다. 얼핏 아무짝에도 소용 없어 보이지만 진품 조각은 무려 2000위안(약 26만원)까지 거래된다. 골동품 시장에서 모조품이 판을 치고 있어 이 조각들은 진품 판별의 주요 기준이 된다고 한다. 동전 수집 애호가인 또 다른 20대 청년은 청조 말기 쑨원(孫文) 시대의 동전을 개당 5위안씩 100개를 골랐다. 하루종일 전통 향로(香爐)만을 찾아다니는 장카이이(張凱一·62)는 향로 전문가로서 이 곳에서 간간이 나오는 진품을 구입, 애호가들이나 전문 소매상에 되파는 일로 생계를 꾸려간다. 한달 수입이 5000위안을 넘어 중국에선 제법 ‘먹고 살 만한’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판자위안 시장은 중국 전통 예술품과 골동품의 도매상 역할도 하고 있다. 광저우(廣州)에서 왔다는 30대 스님은 부처상과 불주(佛珠) 등 불교용품이 가득 쌓인 점포에서 리어카 1대분의 물건을 구입했다. 다른 곳에 비해 30% 이상 싸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 구입, 광저우 인근의 사찰에 공급한다. 이외에 윈난(雲南), 신장(新疆), 티베트 등의 소수 민족은 물론 만족(滿族) 회족(回族) 묘족(苗族) 등의 민속 예술품들도 인기가 높다. 이 곳에서는 문방사우와 도자기, 고가구, 소수민족 복장, 서화, 고서적 등 1000여종의 각종 상품이 판매된다. 주말에는 하루 8만명의 방문객들이 찾고 있으며 골동품 수집가는 물론 일반인과 외국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다. 연간 거래액은 4억위안(약 500억원)∼6억위안(약 750억원)에 달한다는 것이 시장 관리소측의 설명이다. 베이징의 경우 판자위안 외에도 류리창(琉璃廠)·바오궈스(保國寺) 문화거리와 베이징구완청(北京古玩城), 량마 수장품(亮馬收藏品)·훙차오(紅橋)시장 등 10여곳이 성업 중이다. ●작년 골동·예술품 1조3000억원대 거래 중국의 골동품 소장 애호가들은 전국적으로 6800만명을 넘어섰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들의 소장 분야는 고대 청동기와 자기, 옥기, 서화, 가구, 동전, 복식, 편액, 문방사우, 고서적, 고사진 등 다양하다. 지난해 중국 전역에서 거래된 골동·예술품은 대략 100억위안(약 1조 30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으며 앞으로 1000억위안(약 13조원) 이상의 ‘발전 공간’이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인터넷 예술품 거래도 성행, 지난해 25만여점이 거래됐다.1분마다 2명이 가격을 흥정하고 2분마다 1건씩 소장품이 거래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설명한다. 이러한 열기에 힘입어 골동·예술품 투자는 중국의 새로운 투자 대상으로 떠올랐다. 골동품에 대한 투자 이익은 30%가 넘어 증권의 평균투자 이익률(15%)이나 부동산(21%)보다 유망하다는 분석이다. 베이징 수집가협회 관계자는 “중국경제의 고도성장과 소득확대에 따라 중국인들의 정신문화 수요가 매우 빠르고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이같은 분위기에 편승, 최근 골동품 관련 정기 간행물은 물론 언론, 방송사들의 골동·예술품 안내 프로그램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모조품 난립·가격체계 혼란 하지만 급속한 시장 확대에 따른 모조품 난립과 가격체계 혼란 등의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다. 지난 4월1일 선전에서 열린 ‘제1회 예술 전시회’에 출품된 작품들의 상당수가 모조품일 정도로 ‘짝퉁’의 폐해는 심각하다. 공정한 시장가격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거래 자체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화 소장가협회 옌전탕(閻振堂) 회장은 “중국 고전 예술품 시장은 급격히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 시장 질서와 안정을 확립할 법적 규제가 미비하다.”며 시장 규범화와 모조 방지를 위한 ‘소장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oilman@seoul.co.kr ■‘중국의 유대인’ 원저우상인들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중국의 유대인’으로 불리는 원저우(溫州) 상인들이 골동품 시장으로 몰려온다. 중국의 부동산 붐을 일으킨 원저우 상인들은 160만명의 탄탄한 조직망과 1000억위안(약 13조원)의 유동 자산을 번개처럼 움직이는 ‘게릴라 상단’으로 유명하다. 올초 항저우(杭州) 경매에서 140만위안(약 1억 8000만원)에 황빈훙(黃賓虹) ‘청록산수(靑綠山水)’를 구매한 게 신호탄이다. 지난 3월 베이징에서 열린 서화 경매에서는 2000만위안(약 26억원)에 리커란(李可染)의 ‘황산만학도(黃山萬壑圖)’를, 최근에는 당대(唐代) 최고의 화가인 루옌사오의 ‘두보 100절’을 6930만위안(약 90억원)에 사들였다. 최근 중국당국이 부동산 투기근절을 선언하자 수익률 높은 예술품 투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중국 전역에서 열리는 예술품 경매에 조직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2001년부터 약 4년동안 원저우 상인들이 상하이에만 퍼부은 부동산 자금은 100억위안(약 1조 3000억원)이다. 골동품 업계에서는 “전국에 걸친 원저우 조직망을 이용해 고가의 예술품을 싹쓸이할 것”이라며 벌써부터 두려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oilman@seoul.co.kr ■베이징 골동품 상인 수레이 |베이징 오일만특파원| “중국의 농민들은 지금 돈이 되는 집안의 가보나 소장품들을 앞다퉈 내다팔고 있습니다.” 중국에 불고있는 골동품 열풍이 농촌으로 파급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판자위안(潘家園) 시장 어귀에 좌판을 깔고 ‘사업’을 하는 수레이(蘇雷·41)는 매달 9000위안(약 110만원) 안팎의 수입을 올리는 고소득층이 됐다. 허베이(河北)성 농촌 판타오(蟠桃) 출신인 그는 1990년대 초반부터 베이징에서 막노동을 하다가 96년부터 골동품 장사로 나섰다. 주로 100∼2000위안짜리의 중·저가 향로나 촛대, 자기류가 주종이고 간혹 명·청대의 고급 도자기 등도 매매하고 있다. 고객들은 주로 수집가이지만 최근 도매 상인들이나 외국 관광객들의 출입도 잦아지고 있다. 젊은층 중심의 수집가들이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서방 세계를 흠모하던 청년층들이 요즘 들어 ‘중국적인 것’에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분석한다.‘골동품·서화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대학생들도 새로운 고객이 되고 있다. 그는 “처음 장사를 시작할 때는 입에 풀칠도 하기 어려웠지만 지난해부터 골동품 바람이 불면서 수입이 3∼4배나 늘었다.”며 최근 젊은층들이 골동·예술품 구입에 가세하면서 시장이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oilman@seoul.co.kr
  • 中 대학 졸업장 25%가 가짜

    |베이징 오일만특파원| ‘학력 제일주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중국에서 가짜 학력증이 판치고 있다. 중국 유일의 안후이(安徽)성 학력검증센터는 지난 2001년 9월 개원 이후 지난 3월까지 1만 1858개의 학력증을 검증한 결과 3203개의 가짜를 발견, 전체의 4분의 1을 넘었다고 인민일보가 최근 보도했다. 2004년 한해만도 모두 2571개 학력증서 가운데 가짜가 949개로 전체의 37%에 달해 매년 급증하는 추세이다. 지난 3월 안후이성의 한 국유기업은 신입사원 모집 과정에서 118명을 뽑았지만 이 가운데 25명만이 진짜 대학 졸업생으로 밝혀져 충격을 줬다. 검증센터 셰강(謝剛) 주임은 “가짜 학력증 제조기술도 점차 다양화·고도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력증 위조업자들은 이메일이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해 가짜 학력증 수요자들을 찾고 있어 적발도 어렵다. 최근 가짜 학력증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공급업자’들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2000년대 초기만 해도 가짜 학력증서 구입 비용이 2000위안(26만원)∼3000위안(39만원)의 고가였지만 최근 과당경쟁으로 400위안(5만 2000원) 안팎까지 떨어지고 있다. 중국 정법대학 장수이(張樹義) 교수(행정법학)는 “가짜 학력증 시장의 형성은 기업들이 학력만을 중시하는 사회 전반적인 기형적 인재관 때문”이라고 지적했다.oilman@seoul.co.kr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23)정감록과 혹세무민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23)정감록과 혹세무민

    ‘정감록’ 때문에 민중이 울었다. 정감록은 민중의 희망이었지만 늘 그랬던 것은 아니다. 정감록을 이용해 자기 한 몸의 안락과 치부(致富)를 꾀하는 못된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물론 정감록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지배층의 평가는 늘 부정적이었다.‘혹세무민’(惑世誣民)이라는 것이다. 이런 평가는 지배층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잣대로 삼은 것이었다. 민중의 입장에서 보면 다른 판단이 내려질 수도 있었다. 그렇다 해도 상당수 민중이 정감록 때문에 재산을 잃거나 심지어 목숨을 앗기는 일도 심심치 않았다. ●백백교(白白敎)의 아전인수(我田引水) 일제시대 백백교 사건은 그야말로 혹세무민의 대표적인 사례다.1937년 백백교 간부 150여명이 집단살인사건으로 검거돼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조사 결과 핵심 간부 18명이 최소한 신도 314명을 살해한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이경득은 61회에 걸쳐 166명을 살해했고, 문봉조도 129명이나 되는 교인을 죽여 암매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의 백백교는 교단 이름부터 ‘정감록’을 빌렸다. 정감록에 보면 말세에 사람이 다 죽은 뒤 “사람의 종자를 양백(兩白)에서 구한다.”고 했다.‘양백’은 곧 백백(白白)으로 풀이된다. 백백교에서는 이 구절을 끌어다 구원을 받을 사람들은 오직 백백교도뿐이라고 내세웠다. 또 한 가지. 정감록을 자세히 살펴보면 “전라도운봉두류산(全羅道雲峰頭流山) 성인출어함양림중(聖人出於咸陽林中)”이란 대목이 있다. 글자 그대로는 “전라도 운봉에 두류산 즉, 지리산이요, 성인은 함양 땅 수풀 속에서 나온다.”는 뜻이 된다. 그러나 백백교에선 색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앞부분은 “전(全)씨가 도(道)를 열(라)고 운(運)을 만(逢)난다.”고 보았다. 뒷부분은 성인이 출현하기로 예정된 ‘함양림’이란 장소를 백백교가 창시된 함(咸)경도 운림(林)면 마양(陽)리로 풀이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란 말이 있긴 하지만 이쯤 되고 보면 정말 기발한 해석이었다. 나로선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억지 춘향이다. 그러나 20세기 초 많은 한국 사람들은 백백교 식의 정감록 해석을 환영했다. 그들은 도리어 기상천외한 해석에서 비결의 힘과 매력을 발견했다. 그만큼 순리대로 살기가 어려웠다는 뜻이다. ‘백백’이란 “한 가지 흰 것으로 천하를 희게 만들자(一之白將欲白之於 天下地).”는 구호를 요약한 것이기도 했다.‘흰 것’은 정감록에서 말하는 “계룡산 바위가 희어진다.”는 구절과 관련이 있다. 여기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흰 바위란 전통적으로 미륵을 상징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한 가지 흰 것”은 정씨 진인이 출현할 시기이자 미륵부처나 다름없는 백백교의 교주를 가리켰다. 요컨대, 새 종교 백백교와 더불어 이 세상이 완전히 바뀐다는 선동적 믿음이 구호에 담겨 있었다. 백백교의 남자 신도들은 “백백백의의의적적적”이라는 주문을 줄곧 외워댔다. 그러면 무병장수하고 말세에 살아남는다고 했다. 그들은 말세에 서양은 불로 망하고, 동양은 물로 망한다고 했다. 불로 심판을 받는다는 것은 본래 기독교 성경에 나와 있다. 그런 이유로 기독교의 본고장 서양은 불로 망한다고 보았다. 동쪽은 서쪽의 반대라 물에 약하다고 풀이했다. 중요한 점은 백백교를 믿는 사람만이 무사히 살아 남는다는 주장이었다. 교단 측은 신도들에게 일단 한국의 53개 성지에 들어가 기다리라고 했다. 그러다 말세의 심판이 닥치면 곧바로 금강산으로 들어가라 했다. 금강산엔 ‘피수궁’(물의 재난을 피하는 궁궐)이 있고 거기서 잠시 기다리면 백백교의 교주 대원님이 하강해 신도들을 이상향으로 인도한다는 것이었다. 백백교의 이상향은 동해의 섬이었다. 동해 바다 한 가운데 3000리나 되는 영주란 섬이 있다고 했다. 그 섬엔 봉황과 기린이 살고 불로초도 있다. 신선처럼 살고 싶은 백백교 신도는 누구나 그리로 인도된다. 그러나 만일 부귀영화를 한껏 누려보고 싶은 이라면 계룡산으로 안내된다. 백백교의 수장인 대원님이 새 세상의 왕이 되어 교단에 대한 공헌도에 따라 신도들에게 관직을 준다고 했다. 교단에 재산을 많이 헌납한 사람은 당연히 큰 벼슬을 받게 된다. 이런 감언이설로 백백교 지도층은 세상 삶에 지친 민중을 유혹했다. 백백교를 세운 이는 가난한 농부 전정운(全廷雲)이었다. 본래 동학교도였던 그는 1900년 평안남도 영변군 근산면 화현동에서 백도교(白道敎)란 간판을 걸었다. 얼마 뒤 그는 앞에서 설명한 이유로 교명을 백백교로 바꿨다. 그는 1904년 6월 사상 초유의 대홍수가 한국을 휩쓸어 말세가 된다면서 이상향에서 살고 싶으면 무조건 백백교에 입교하라고 선동했다. 물론 전정운의 예언은 빗나갔다. 그럼에도,1905년 강제로 을사보호조약이 맺어지는 등 세상은 무척 어수선해졌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백백교의 거짓 예언을 뿌리치지 못했다. 교주 전정운이 늙어 죽자 아들 전해룡이 뒤를 이었다. 전해룡은 1923년 경기도 가평에 궁궐을 방불케 하는 대규모 교당을 지었다. 교단에 대한 일반의 신뢰를 높이려는 술책이었다. 그는 평소 단식을 잘했다.20일 동안 단식한 뒤에도 평소와 같은 기력을 과시해 신도들 사이에 신비감을 조장했다. 이 역시 28수라는 그의 허다한 고등 사기수법의 하나였다. 전해룡은 별의별 수단을 다 동원해 신도들의 재산을 갈취했다. 그뿐 아니었다. 만일 신도들의 자녀 가운데 아직 미혼인 여성이 있으면 성적 노예로 삼아 착취했다. 유부녀라 해도 용모가 아름다우면 마음껏 유린했다. 전해룡은 변태성욕자가 분명해 자기의 정사(情事) 장면을 숱한 여신도들이 지켜보게 했다. 그는 이를 신(神)의 행사라고 불렀다. 그는 마음에 들지 않는 신도가 있으면 이상향에 보낸다며 산으로 끌고 가 남몰래 살해했다. 살인을 담당한 간부들은 벽력사(霹靂使)라는 명칭으로 부를 만큼 백백교 지도층은 집단광란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들의 살인극은 무려 14년간 지속됐다. 만일 교주 전해룡의 명령을 따르지 않거나, 교단을 배신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엿보이는 경우는 물론 간부나 첩이라도 태도가 변한 기색이 보이면 즉시 살해되었다. 또한 신도들은 재산을 전액 헌금하게 돼 있었는데, 이를 조금이라도 어길 경우 생매장 당했다. 엄청난 범죄행위에도 불구하고 백백교는 무사했다. 교단 간부들이 해마다 거액을 상납했기 때문에 일제 경찰은 눈을 감아준 것이었다. 그러다 1937년 우연한 일로 백백교의 비리가 세상에 폭로된다. 백백교 사건의 충격과 파장은 컸다. 소설가 박태원은 ‘금은탑(金銀塔)’이라는 제목으로 이를 소설화해 장안의 화제가 됐다. 이런 사건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일제시기 한국의 민중은 정치에 실의하고 생활에 궁핍했다. 근대 한국 민중의 불안한 사회심리를 이용해 우후죽순 격으로 뻗어난 것이 바로 백백교 따위의 악질적인 사이비 종교단체였다.1930년 6월 현재 정체불명의 그런 사이비 단체가 55개, 신도 수는 10여만명을 헤아렸다(동아일보 1930년 6월16일자 사설). 백백교 같은 사이비 종교단체는 암울한 시대배경 속에서 자라난 독버섯이었다. ●정감록을 이용한 재물 뺏기 ‘정감록’을 이용한 사기행각은 식민지 시기 사회 전반에 꽤 널리 퍼진 병리현상이었다.1930년께 김창하라는 사람은 ‘천병만마’(千兵萬馬·무수한 군대)를 격퇴할 해인(海印)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병통치약이라며 가짜 약을 판매하다가 검거됐다. 비슷한 무렵 경상북도 봉화군 내성면에 살던 경호창과 최성기는 태백산 기슭의 벽촌을 돌아다니면서 곧 세계대전이 일어난다, 보천교도 외에는 살아남을 수 없으니 입교하라고 강요했다. 물론 입교 시에는 소정의 돈을 납입하게 돼 있었다. 경호창 등은 유언비어를 살포한 죄로 20일의 구류처분을 받았다(중앙일보 1932년 3월16일자). 이런 일은 식민지 사회에 비일비재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비슷한 사건은 조선 후기에도 많았다.1826년(순조 26) 충청도 청주에서 정상채라는 사람이 붙들려 처벌을 받았다. 그는 여러 고장을 들락거리며 나이와 이름을 멋대로 속였다고 했다. 도술을 부린다고 거짓을 늘어놓고 ‘환묘문(幻妙門)’과 같은 도술 책을 친구에게 주어 타인의 물건을 빼앗게 했다. 마침 홍경래의 난이 일어나자 그것은 전주곡에 불과하며 진짜 난리는 얼마 뒤에 일어난다며 민심을 선동했다. 그러면서 정상채는 진인이 이미 섬에 와 있다고 황당한 말을 꾸미는 한편 진인의 당에 가입하려면 이름을 직접 서명하라고 사람들을 졸라댔다. 뿐만 아니라 섬에 있는 진인의 군대에 군복을 지어 입힌다며 군자금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모은 돈을 그가 착복했음은 물론이다. 정상채의 동료 박형서도 비슷한 혐의로 체포돼 사형을 받았다. 주된 죄목은 남의 재물을 속여서 빼앗고 ‘흉언(凶言)’ 즉 거짓 소문과 예언을 지어내 인심을 소란케 했다는 것이다. 그 역시 전쟁이 박두했다는 둥, 해도(海島)에 진인이 있다는 둥 거짓 예언을 퍼뜨리며 자기가 살길을 아노라 했다(실록·순조 26년 10월27일 을해). 비슷한 예는 정말 많았다. 박형서나 정상채 같은 사람들을 변호하는 입장에서는 그들은 조선왕조를 전복시키기 위해 군자금을 마련했다고 주장할 것이다. 변호인들은 왕조사회의 한계와 모순을 지적하면서 ‘범인들’이야말로 실은 ‘혁명아’였다고 강변하겠지만, 과연 그랬을까? 남의 호주머니를 털어 마련한 군자금을 생활비와 용돈으로 소비한 사람들이 과연 혁명아일지 의문이다. 그들이 말한 진인은 결국 환상적인 존재였을 뿐이다. 그들에게 금품을 건네준 사람들의 기대는 처음부터 어긋났다. 한마디로 그들은 사기꾼이었다. ●홍경래의 난 그런데 어떤 경우엔 도무지 이것이 ‘혹세무민’인지, 사기행각인지 또는 진정한 의미로 민중의 투쟁이었는지를 잘라 말하기가 어렵다. 결코 백백교와 동렬에 놓일 성질은 아니지만 경계 짓기의 어려움을 확인하기 위해 홍경래의 난을 예로 들어 보겠다. 결코 홍경래 난을 매도하려는 뜻은 아니란 점을 다시 강조한다. 홍경래 난은 1811년(순조 11) 12월18일 시작됐다. 반란군은 순식간에 청천강 이북을 장악했다. 그러나 전열을 재정비한 관군의 반격을 받고 곧 정주성에 갇혀 버렸다. 정주성 싸움은 이듬해 4월19일까지 제법 오래 계속됐지만, 결국 관군의 승리로 끝났다. 장기간 싸움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반란군 측은 여러 차례 격문을 내걸었다. 격문엔 정감록이 예언한 정진인(鄭眞人)도 언급됐다. 서북 사람들에 대한 차별대우를 철폐하라, 세도정권의 가렴주구는 악행이라는 등 그 시대 서북 사람들의 고민과 희망도 모습을 드러냈다. 참고로 정감록과 관련된 부분만 발췌하면 대개 이런 식이었다. “지금 나이 어린 국왕과 주위의 간악한 무리들 때문에 나라가 어지럽다. 그런데 다행히도 세상을 건질 성인이 청북 선천 검산 일월봉 아래 군왕포 위 가야동 홍의도에서 탄생하셨다. 성인은 나서부터 비범하신데 평안도 지역은 성인의 고향이라 직접 손을 대지 못하시고 우리들에게 명하여 반란을 일으키게 하셨다.” 정감록이 예언한 새 왕조의 창건자가 이미 홍경래의 곁에 와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로써 반란이 반드시 성공할 거라는 인식을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시키려 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격문을 짓게 한 홍경래 자신은 각종 병서(兵書)와 술서(術書), 특히 ‘정감록’에 조예가 깊었다고 한다. 그는 풍수지리에도 능통해 전국을 유람했다고도 전한다. 홍경래 일당은 정감록에 의지하는 바가 컸다. 그런 까닭이겠지만 난이 실패로 돌아간 다음에도 사람들은 정감록과 해도 진인에 대해 더욱더 이야기하게 되었고, 심지어는 홍경래가 아직 살아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홍경래 난은 무려 10년 동안 사전에 준비됐다고 했다. 조직적인 반란이었던 셈이다. 풍수 전문가 홍경래를 비롯해 우군칙, 김사용, 김창시 등 유랑지식인 또는 몰락 양반들이 반란군의 지도부를 구성했다. 그들은 중국과 무역을 통해 벼락부자가 된 이희저의 가산 다복동의 사저를 거점으로 삼아 평안도 각지의 부자들과 연합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운산에 광산을 열어 빈농과 유이민 등을 모아 훗날 군사로 동원했다. 이 당시는 청나라와 국경무역이 활발했을 때라 평안도 출신 가운데는 이희저의 경우처럼 대상인이 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수요에 맞춰 평안도엔 유기(鍮器) 등 수공업이 발달했으며 광산 개발도 상당히 활발한 편이었다. 홍경래 일파는 이런 시대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이 기회에 서북지역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서울로 진격해 일거에 정권을 장악하려 했다. 연구자들이 지적하듯 홍경래를 지지한 계층은 민중이라기보다는 평안도 각지의 부호들이었다. 좌수와 별감을 비롯한 향임(鄕任·행정보조집단)과 별장(別將)과 천총 등 무임(武任·군사 및 치안담당자) 가운데 재산이 넉넉한 사람들이 홍경래를 후원했다. 민중의 지지는 정주성을 지킬 때 엿보이는 정도였다고 한다. 본래 유랑지식인이었던 홍경래나 자칭 제갈공명이라 불렀던 우군칙은 반란을 모의하는 과정에서부터 갖은 방법으로 부자인 이희저를 포섭하는 데 주력했다. 결과적으로 이희저는 반란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책임지게 됐으며, 비슷한 처지에 있던 평안도 유지들을 후원자로 끌어들인다. 그런 점에서 홍경래 난은 일부 유랑지식인과 상층부 인사들이 주도했다고 볼 수 있다. 홍경래 등은 서북지방의 숙원이던 지역차별 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했고, 그 점에 있어 해당지역 민중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을 만했다. 하지만 일반 민중과는 경제적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평안도의 부호들이 반군을 가장 강력하게 지지한 점으로 보아 실상은 평안도 지배층의 정치적 이해를 반영하는 반란이었다. 실제로도 격문을 분석해 보면 소농과 빈농 등 하층민의 요구를 반영하는 내용은 거의 없다.1894년의 동학농민운동과는 천양지차가 있다. 만일 이 점을 확대 해석한다면 홍경래의 난은 평안도 지배층이 중앙정부를 상대로 한 싸움이었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홍경래 등이 자주 거론한 ‘정진인의 출현’은 민중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민중을 동원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조선왕조의 입장에서 보면, 홍경래 난은 두말할 나위 없이 ‘혹세무민’이었다. 왕조의 입장은 그렇다 해도 반란이 실패로 끝난 뒤 한때 홍경래 일파를 적극 지지했던 평안도의 부자들은 어떤 태도를 보였을까? 한마디로 판단하기는 참 어려운 문제다.‘사물은 하나지만 해석은 구구하다.’라 했던 어느 역사가의 주장이 문득 뇌리에 떠오른다. 홍경래의 난은 복잡했다 해두자. 어쨌거나 틀림없는 한 가지 사실은 때로 정감록은 민중에게 고난과 아픔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시대가 어려울 때일수록 그런 경향이 심했다. 이 점을 인식한 듯 근세의 종교지도자 소태산은 이렇게 말했다.“근래의 인심을 보면 사술(邪術)로 대도를 조롱하는 무리와 모략으로 정의를 비방하는 무리들이 세상에 가득하여, 각기 제가 무슨 큰 능력이나 있는 듯이 야단을 치고 다니나니, 이것이 이른바 낮도깨비니라. 그러나 시대가 더욱 밝아짐을 따라 이러한 무리는 발 붙일 곳을 얻지 못한다.” (푸른역사연구소장)
  • 불붙는 ‘치킨전쟁’

    ‘통닭 전쟁’이 뜨겁다. 정부가 일부 자영업에 자격증제를 도입하고 프랜차이즈 창업을 유도한다고 밝히면서 치킨 관련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홍보전이 후끈달아 오르고 있다. 품질경쟁에서 홍보전으로 비화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치킨집 수명은 휴대전화보다 짧다.’는 통설이 나올 만큼 1∼2년안에 정리하는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에 일대 혼란이 초래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휴대전화 수명보다 짧다(?) 한동안 ‘안동찜닭’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더니 어느 새 ‘불닭’으로 대체되는 등 닭집은 유행따라 주제가 변하면서도 꾸준히 창업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국치킨외식산업협회에 따르면 5월 현재 협회에 가입된 가맹사만 30개사이며 이들의 가맹점은 전국 총 1만 2000여개 점이다. 비가맹사까지 합치면 우리나라 전체 닭집은 4만∼5만여 업체로 추산된다는 설명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를 하나 운영하기 위해서는 보통 5000만∼1억원 정도가 든다. 관계자는 “치킨 집이 워낙 포화상태라 다른 외식 업체와 마찬가지로 2년이내 주인이 바뀌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면서 “치킨 집 수명이 휴대전화 수명보다 짧다는 통설이 나올 정도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킨 프랜차이즈를 하려는 지원자가 끊임없이 나타나는 것은 정부가 창업을 독려하는 가운데 프랜차이즈는 원료공급부터 인테리어까지 모든 고민을 본사에서 책임지는 편리성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닭 싸움 후끈!…파이를 키워라 정부의 프랜차이즈 유도 정책 시점과 맞물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는 대대적인 이미지 혁신에 몰두하고 있다. 전국 1700여개 가맹점으로 프랜차이즈 업계 매출 1위를 달리고 있는 BBQ측은 지난 5월 말부터 일반 기름 대신 최고급 100%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올해는 해외시장 확대를 목표로 삼아 연말까지 중국에 120개 가맹점을 낼 계획이다. 특히 7일 스페인 마드리드에는 1호점을 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 시장은 포화상태라며 지난해부터 신규 가맹점을 받지 않고 있다. 전국 1000여 가맹점을 가진 교촌치킨측은 최근 일간지 1면에 대대적인 광고를 통해 튀김용으로 적합한 카놀라유를 1991년부터 사용하고 있다고 맞섰다.‘교촌의 건강한 생각을 따라오세요!’라며 캐치 프레이즈까지 만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포화 상태인 치킨 프랜차이즈를 계속 운영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치킨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게 중요하다.”면서 “기름 등 재료를 업그레이드시켜 치킨의 맛과 영양을 내세우는 것은 치킨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업체들의 전략이다.”고 설명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어린이 영어전문학원 활용 어떻게?

    어린이 영어전문학원 활용 어떻게?

    영어교육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최근 몇 년 사이 영어 학원이나 어학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서울 일대에만 수십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관련 업계는 추정하고 있을 정도다. 영어 사교육을 생각하고 있는 학부모들은 어떤 곳에 보내야 자기 아이에게 맞는 교육을 받게 할 수 있을지 답답해한다. 유아와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서울 지역 영어 전문학원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초등학교 5학년인 건영(11)이는 종종 편의점에서 영어를 사용해 물건을 산다. 점원과 대화도 척척 나눈다. 하지만 이곳이 외국은 아니다. 초등학생 전문 영어학원인 원더랜드다. 건영이는 4살 때부터 이곳에서 영어를 배우고 있다. 이처럼 편의점이나 공항, 스포츠룸 등 일상 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는 시설을 꾸며놓은 학원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학생들이 실제 상황에 맞게 영어를 활용할 수 있어서다. 주로 초등학교 저학년이 대상이다. 즐기면서 영어를 활용해볼 수 있도록 한 것이 장점이다. ●실생활 활용·종합사고력 개발 중점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외국어 학원들은 각자 독특한 프로그램을 내세워 학생들을 모집하고 있다. 방과후 매일 참여하는 프로그램에서 일주일에 2∼3차례 가는 곳까지 다양하다. 수강료는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일주일에 두 차례 이상 가는 경우 15만∼30만원이 일반적이라고 보면 된다. 교재 값이나 이벤트성 프로그램에는 별도의 비용을 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영어 학원들은 원어민 강사와 한국인 강사를 함께 활용하고 있다. 한국인 강사는 주로 재외 동포 2세나 오랜 기간 유학생활을 한 젊은 사람들로 주로 원어민 교사를 지원하는 보조교사로 활동한다.LCI키즈클럽은 원어민 강사만 있다. 미국에 와 있다는 느낌을 최대한 강조하기 위해서다. 시사영어사에서 운영하는 YBM ECC는 원어민 강사와 한국인 강사가 교대로 들어온다. 한국인 강사가 들어오더라도 수업은 물론 영어로만 진행된다. 이춘재 과장은 “원어민 강사는 외국인을 대하는 두려움을 없애는 역할을, 한국인 강사는 문법에 맞는 영어 등 체계적인 영어를 가르치는 역할을 나눠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어를 통해 종합사고력을 개발하는 데 중점을 두는 학원도 있다. 말하기와 듣기, 쓰기, 읽기 영역을 고루 가르치는 곳이다. 이들 학원은 단순히 영어를 잘 말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른다기보다는 언어를 잘 활용하기 위한 논리적인 사고력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둔다. 주로 초등학교 고학년이 많이 다닌다. 청담어학원과 W어학원(구 이화학원)이 대표적이다. 청담어학원 임동욱 차장은 “미국의 대학입학 사정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논리적 사고력이 있어야 언어를 잘 배울 수 있다.”면서 “논리적 사고력은 말하기와 쓰기를 통해 키워진다.”고 설명했다. 청담어학원의 경우 처음에는 읽기와 듣기에 70%, 말하기와 쓰기에 30%쯤 비중을 두다가 점차 말하기와 쓰기의 비중을 늘려 마지막에는 골고루 배우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있다. W어학원도 오는 9월부터 종합사고력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김영진 이사는 “앞으로 토플에서 말하기와 쓰기가 대폭 강화되면 여기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종합사고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W어학원은 이를 위해 변호사·언론인·방송인 모임 등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토론 프로그램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외국 유명 매체와 계약 강의 질 높여 초등학교 고학년에 올라갈수록 기본 어휘 실력도 강조된다. 영어의 기본에 익숙해지면 어휘력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청담어학원과 이지학원 등은 수업 시간마다 일정한 표현을 의무적으로 외우게 한다. 청담어학원은 매 수업마다 10개의 지문을 반복적으로 외우게 해 말하기와 문법실력을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하고 있다. 이지어학원도 매주 관용어를 5개씩 외우게 한다. 강의의 질을 높이기 위해 외국의 유명 매체와 계약을 맺기도 한다.YBM ECC는 CNN과 계약을 맺고,CNN에서 나오는 방송을 초등학생이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언어로 바꿔 강의하고 있다. 청담어학원은 롱맨에서 제작한 펭귄시리즈 문학작품을 독점 계약, 강의교재로 사용하고 있다. 해설집도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해 시험도 치른다.YBM ECC는 매달 시험을 치르고 학부모에게 학생이 부족한 부분과 나아진 부분을 설명해준다.LCI키즈클럽은 매년 말 학부모와 아이가 함께 수업에 참여하는 시간을 갖는다. 문화경험을 통해 영어에 대한 흥미를 높이기도 한다. 원더랜드는 영어권 국가의 명절인 추수감사절이나 핼러윈 데이에 영미권 국가에서처럼 칠면조를 먹고 가면의상을 입어보는 행사를 가진다.LCI키즈클럽은 캐나다 노바스코셔주의 밸리교육청과 자매결연을 하고, 수강생의 신청을 받아 겨울방학 때 해당 지역 초등학교에 두 달 동안 연수를 보낸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유아·초등학생 대상 영어 전문학원 -YBM ECC www.ybmecc.com (02)2267-0509 -원더랜드 www.wonderland.or.kr (02)517-0533 -리틀팍스 www.littlefox.co.kr (02)538-8770 -정철주니어 www.jungchul.com (02)586-0579 -서강SLP www.slp.ac.kr (02)716-1230 -삼육 SDA주니어 www.sda36.co.kr (02)2211-3605 -GNB영어전문교육 www.gnbenglish.com (02)567-0582 ■ 강남대 김종남교수 조언 “아이가 어떤 프로그램에 흥미를 느끼는지가 중요합니다.” 강남대 영문과 김종남 교수는 학부모들에게 이같이 조언한다. 유아와 초등학생 영어 프로그램을 고르기에 앞서 아이의 관심 사항부터 파악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미취학 아동들은 10분 이상 학습을 할 수 없지만 2∼3시간 놀 수는 있다.”면서 “학습을 하더라도 곧바로 놀이로 바뀔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택하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드라마나 연극 속에서 한 역할을 맡아 보거나 레고를 맞춰보고 이를 설명하는 등의 방식으로 영어를 가지고 놀 수 있게 하라는 것이다. 그는 학부모가 경계해야 할 사항으로 욕심을 들었다.“많은 학부모들이 급한 마음에 어릴 때부터 많은 것을 ‘배울’ 것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어릴 때부터 영어에 흥미를 잃어 싫증을 느끼게 돼 역효과를 낳습니다.” 영어 조기교육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입력시키듯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편 그는 “만 5∼7살 때 언어능력이 생긴다는 것은 언어학습이론에 의해 통계적으로 증명된 바 있다.”면서 조기교육 옹호론을 폈다. 그가 말하는 이 시기의 가장 중요한 영어교육은 발음 교정. 김 교수는 “이 시기가 지나면 발음이 굳어지고 나중에는 발음 교정이 훨씬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언어에서 말하기와 쓰기, 듣기, 읽기 모두 중요하지만 만 5∼7살 때는 말하기와 듣기에 우선 순위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다른 두 영역은 말하기와 듣기가 되면 나중에 쉽게 해결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영어로 의사소통을 자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을 학부모에게 조언했다. 값비싼 영어유치원이나 학원을 다니지 않더라도 집에서 만화영화를 보거나 노래를 듣고 따라부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영어 유치원도 우후죽순 영어 조기교육 열풍이 불면서 영어 유치원이 크게 늘고 있다. 영어 유치원의 ‘춘추전국시대’라고 할 정도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알려진 곳만 10곳 이상이라고 한다. 이름은 유치원이지만 사실상 미취학 아이들을 위한 놀이방도 겸하고 있는 곳이 적지 않다. 주로 4살부터 7살까지의 원생을 모집한다. 수강료는 대략 월 60만∼70만원선이다. 국내 4년제 대학 등록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영어 유치원의 수업은 ‘놀이 형태’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이가 어린 만큼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고 즐겁게 경험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초등학생 대상 영어학원이나 어학원이 영어의 기본에 중점을 두는 것과는 차별된다. SOT는 감성을 중요시 한다. 음악을 통해 아이와 원어민 강사가 함께 경험하는 느낌을 영어로 표현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현숙 원장은 “음악감상은 감성 프로그램의 하나로, 강사와 아이가 느낌을 함께 표현하다 보면 영어를 마음으로 익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영어권 국가의 초등학교 1학년 수준의 쓰기와 읽기 수업도 병행한다.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영어를 배우는 시기가 초등학교 3학년부터인 점을 감안하면 읽기와 쓰기를 어느 정도 배워야 영어를 잊어버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설리번 영어유치원은 친환경적인 교육을 강조한다. 이곳 마당에는 강아지와 거북이, 도마뱀 등 동물들과 꽃과 감, 포도 등 다양한 식물을 심어놓았다. 친환경 체험을 통해 영어를 가르치는 방식이다. 원어민 강사는 영어로 동·식물 이름을 가르쳐주고 식물을 가꾸는 방법 등도 영어로 설명한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영어권 국가의 식사 예절을 배운다. 정장을 갖춰입고 포크와 나이프 사용법을 배운다. LCI키즈클럽이 운영하는 영어유치원은 원어민 강사 선발과정이 까다롭기로 알려져 있다. 미국과 캐나다 정규 대학 졸업자 가운데 아이들이 선호하는 30대 이하 강사만 배치한다.5∼7살의 아이들이 대상이지만 5∼6살 아이들에게는 교재를 사용하지 않고 원어민 강사가 말하는 영어만 듣도록 한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지금 그곳은] 논현동 나산백화점

    [지금 그곳은] 논현동 나산백화점

    서울 강남구 논현동 강남구청 사거리는 청담동·압구정동 등과 이어져 있고 강남구청·강남세무서와도 가까워 강남지역의 요지중 하나로 손꼽힌다. 하지만 이곳에는 수년째 ‘폐가’로 방치돼 있는 건물이 하나 있다. 바로 1990년대 말 가격파괴 전략으로 유통시장에 겁없이 도전했던 옛 나산백화점 건물이다. ●원래는 83년 문 연 ‘영동백화점’ 옛 나산백화점의 원래 이름은 ‘영동백화점’이었다. 영동학원 이사장이었던 김형목씨가 지난 83년 지하 2층, 지상 8층에 연면적 4359평 규모로 지은 이 건물은 문을 연 뒤 강남의 신흥백화점으로 상당한 인기를 모았다. 강남 지역에서 나고 자랐다는 김서아(27·여)씨는 “어머니 손에 이끌려 백화점에 가면 또래 아이들과 옥상에 설치됐던 놀이기구에서 놀곤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80년대 후반부터 강남지역 일대에 그랜드백화점, 현대백화점 등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면서 이들과의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특히 아버지를 대신해 백화점 경영을 맡았던 김택씨는 여배우와의 마약복용, 경마 승부조작 혐의 등으로 연이어 구속되면서 ‘방탕한 재벌2세’라는 세인들의 눈총을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그는 집으로 들이닥친 강도들에게 인질로 붙잡혔던 불운을 겪기도 했다. 결국 영동백화점은 93년 1월 문을 닫았고 신세계 백화점이 위탁경영에 나섰다. 하지만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한 채 이듬해인 94년 당시 급성장 중이던 나산그룹에 인수됐다. ●나산그룹에 팔린 뒤 붕괴위험으로 폐쇄 나산백화점으로 다시 선보인 이곳은 특유의 ‘가격파괴’ 전략으로 유통업계의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농수산물과 생활필수품 등을 특정시간대에 원가에 가까운 가격으로 판매하는 전략은 당시 유통업계에 돌풍이었다. 여성복 ‘조이너스’로 기틀을 잡은 나산그룹은 서울 및 수도권 지역 곳곳에 백화점을 만들겠다며 호기를 부렸다. 하지만 백화점의 인기는 이내 시들해졌고 위기에 빠진 나산측은 97년 이곳을 ‘나산 홈플레이스’로 재개관했다. 국내 최초의 홈인테리어·가정용품 전문점을 표방하고 나섰지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채 IMF 사태를 맞았다. 설상가상으로 98년 당시 지하철 7호선 공사과정에서 지하 주차장 곳곳에 균열이 발생되자 강남구는 이곳을 ‘재난위험시설물’로 지정, 입주자퇴거 및 건물사용제한 조치를 내렸다. 지난 95년 붕괴된 삼풍백화점과 같이 대들보가 없는 ‘무량판’구조로 지어졌던 것이다. 당시 그룹은 핵심 계열사의 부도로 파국에 처해진 상태였다. 결국 백화점 건물은 99년 경매물건으로 넘겨졌다. 건물 근처에는 노점상들이 몰려 장사판을 벌이기도 했다. ●부실시공 원인 공방…부동산 사기에 휘말리기도 그뒤 입주 상인들은 건물 균열의 원인이 지하철 공사과정에 있다며 지하철 시공사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소송은 고등법원에서 진행중이며 확정판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부동산개발업체가 이곳을 개발한다는 소식을 흘린 뒤 잠적해 버리는 사기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글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길섶에서] 송홧가루/심재억 문화부 차장

    소나무가 많은 나라이지만 도시에 갇혀 살다보면 소나무 꽃가루인 송홧가루를 체험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송홧가루는 지금이 제철입니다. 비가 내린 뒤 산비탈 소발자국에 고인 물에 노란 송홧가루가 떠있습니다. 이 무렵이면 솔밭에서는 송진내가 진동하고 물오른 솔가지 끝에서는 새 순이 죽순처럼 자라 절정의 봄을 그려냅니다. 수삼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의 위패를 모신 사찰을 찾아 젊은 학승 한 분과 담소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자식 노릇 못한 죄책감에 등 떠밀려 혼자 절을 찾았던 것인데, 그래선지 이런저런 말 끝에 나도 몰래 어머니의 사후를 궁금해 했지요. 그때 그 스님이 말씀하시더군요.“사람이 죽어 산 사람과 헤어졌다고 여기는 것 또한 오로지 산 사람의 생각일 뿐입니다. 지금 보살님께서 드시는 차 한잔, 선과(禪菓) 한 조각에도 어머니는 계십니다.” 그 선과는 송홧가루로 만든 것이었는데, 그 말을 듣고는 입안에 넣은 선과를 차마 씹을 수가 없었습니다. 길지 않은 자리를 파하고 솔밭 길을 되짚어 돌아오는 길. 사위에 솔바람 소리만 가득하고, 바람결에 노란 송홧가루가 뽀얗게 나부껴 눈자위가 시리던 그 해 오월 어느날.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 낙산사 산불 한달 “스님 어떻게 지내십니까”

    낙산사 산불 한달 “스님 어떻게 지내십니까”

    “스님, 산불 이후 어떻게 지내십니까.” “중들이 할 일이 무엇이겠습니까. 부처님 앞에 정진, 또 정진할 뿐입니다.”우문현답. 천년사찰 낙산사의 웅장했던 가람은 잿더미로 변했지만 용맹정진하는 스님들의 염불소리는 경내에 끊이지 않고 있다. 주변 수백년생 소나무 대부분도 시커멓게 그슬려 서 있지만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줄줄이 달아 놓은 연등은 여전히 세상을 밝히고 있다. 공양간과 숙소로 쓰이던 근행당, 취숙헌, 무설전, 종무소뿐 아니라 주 기도처인 원통보전마저 사라졌지만 기거하는 19명 스님들의 일상에는 하나 흐트러짐이 없다. 달라진 모습이라면 스님들의 공양간과 숙소가 사찰에서 직영하던 인근 낙산유스호스텔로 옮겨지고 기도로 정진하는 시간이 더 늘었을 뿐이다. 그래서 화마를 피한 홍련암과 보타전, 관음전,7층석탑, 임시 원통보전(의상교육관)에서는 하루종일 목탁소리와 염불소리가 이어진다. 교무스님인 지상(志常) 스님은 “부처님의 법력을 빌려 더욱 잘 해 보자는 뜻에서 스님들이 자진해서 기도정진에 나서고 있고 종교를 떠나 모든 사람들이 도움을 주고 있어 큰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3대 관음성지로 잘 알려진 홍련암에서는 4명의 스님이 24시간 교대로 용맹정진 중이고 원통보전이 불타고 7층석탑만 남은 자리에서도 1000일 기도가 진행 중이다. 서울 불광사에서 내려와 공양시간 외에 하루종일 7층석탑 앞에서 정진하고 있는 주일(柱一) 스님은 “낙산사가 다시 중건되는 날까지 기도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기도 덕분일까, 파랑새 전설을 간직한 관음송이 깊은 화상속에서도 푸른잎과 송화를 틔우고, 불타버린 홍련암 경사면에 대나무숲이 죽순을 내밀고 있어 여름철 장마걱정을 덜게 해주고 있다. 주지인 정염(正念) 스님은 “부처님 오신날 제등행렬은 산불로 모든 것을 잃은 양양지역 주민들의 아픔까지 밝히는 행사로 치르겠다.”면서 “부처님 법력 앞에 절망을 딛고 일어서 새로운 희망의 싹을 틔우자.”고 말했다. 글 양양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은행들 ‘핵심예금 지키기’ 비상

    은행들 ‘핵심예금 지키기’ 비상

    ‘핵심예금을 사수하라.’ 지난 3월 각 은행의 수신담당 직원들에게는 비상이 걸렸다. 개인 고객들이 맡긴 핵심예금이 수천억원씩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개인 핵심예금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저축예금이나 보통예금 등을 뜻하는 것으로, 은행 거래를 처음 트는 고객들이 맨 먼저 접하는 예금이다. 금리가 워낙 낮기 때문에 은행들은 저비용성 예금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은행들은 50만원 미만의 핵심예금에 대해서는 이자를 전혀 주지 않고, 일부 은행은 수수료를 물리기도 한다. 설령 이자가 붙는다 해도 0.5% 이하다. 은행의 입장에서 보면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알짜배기’ 수익인 셈이다. 특히 최근 제살깎기식 대출금리 인하 경쟁을 벌여 은행 이익의 근간이 되는 순이자마진(NIM)이 크게 줄어든 은행들로서는 핵심예금을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정기예금의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은 커봤자 2%포인트 안팎이지만 핵심예금의 예대마진은 6%포인트까지 난다. 이토록 중요한 핵심예금이 지난 3월 일시에 감소한 것은 은행으로서는 충격이었다. 특히 3월은 공무원이나 금융계 종사자들이 상여금을 받는 달이어서 핵심예금이 증가하는 게 관례였다. 실제로 조흥은행은 2월보다 7201억원이나 감소했고, 우리은행도 3916억원이 줄었다. 가장 큰 이유는 당시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예금이 줄줄이 증시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각종 적금이나 연계상품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나옴에 따라 고객들이 저축예금에 묻어뒀던 ‘푼돈’까지 꺼내 다양한 상품으로 갈아탄 것도 원인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은행들은 즉각 핵심예금 사수에 나섰다. 최근 은행들은 저마다 송금수수료 면제, 대출금리 인하 등을 미끼로 대기업이나 공사 등 큰 업체의 급여이체 통장을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됐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은 자동화기기 이용수수료 면제, 자기앞수표 발행수수료 면제, 환전·송금수수료 면제, 신용카드 연회비 면제 등의 혜택이 보장되는 핵심예금 통장을 발빠르게 내놓았다. 은행들의 분발로 4월 들어서는 핵심예금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워낙 ‘변덕’이 심한 예금이라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인 고객들의 핵심예금은 전체 순이자마진의 30% 이상을 지지하는 큰 버팀목”이라면서 “핵심예금 유치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독자의 소리] 결혼정보업체 농간 폐해 심각하다/이대영

    결혼정보업체가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면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예전과 달리 주로 혼기를 놓친 사람들이 결혼 정보업체에 가입비를 내고 회원으로 등록해서 짝을 찾고 있다. 하지만 일부 결혼정보업체가 가입비만 챙기고 회원관리 등을 소홀히 해 분쟁이 잦아지고 있다. 가입비 자체도 업체들이 일방적으로 높게 책정하고 심지어 회원 탈퇴때는 위약금을 과다하게 요구해 말썽이 되고 있다. 지난 1999년부터 결혼정보업이 자유화되면서 업체들이 전국적으로 한꺼번에 많이 생겼다. 일부 공신력 있는 업체 이외에는 비싼 가입비만 챙기는 데 혈안이고 업체를 통한 결혼도 별반 이뤄지지 않는 등 부작용만 속출한다. 특히 손해배상기준과 서비스 제공기준 등이 포함된 관련법 제정이 안 돼 회원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보고 있다. 하루빨리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결혼정보업에 관한 관련법이 제정되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 이대영
  • 온라인 도박 확산… 지구촌 골머리

    온라인 도박 확산… 지구촌 골머리

    온라인 도박을 둘러싼 국제전이 뜨겁다. 기존 도박산업에 충격을 주고 국가간 분규거리가 되는 등 온라인 도박이 국제적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모나코 등 유럽의 기존 ‘도박 강국’들은 온라인 도박이 급성장을 거듭하면서 자국 도박산업의 밑둥을 흔들어대고 있어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최근 전했다. 연간 거래액 75억달러 규모인 온라인 도박이 2010년에는 두배 규모인 150억달러 이상으로 커지면서 기존 도박 시장을 잠식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무역기구(WTO) 등의 무역 규정으로 각 국 정부가 이를 규제하기 쉽지 않다는 데 고민이 있다. 미국과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 안티구아 사이의 인터넷 도박 금지 분규는 일단 미국의 승리로 끝났지만 불씨는 남을 전망이다. WTO 상고위원회는 지난 8일 “공공 도덕 및 질서유지를 위한 조건아래 미국은 지금처럼 외국인을 제외한 내국인에 대해 인터넷 도박을 규제할 수 있다.”고 지난해 판결을 뒤집고 미국 손을 들어줬다. ●美 1800개 불법 사이트로 몸살 그렇다고 인터넷 도박이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WTO는 온라인 도박에 대한 미국의 규제 조치가 일관성이 결여됐다는 의견도 덧붙이는 등 미국 정부의 추가 조치를 요구, 여지를 남겨뒀기 때문이다. 미국은 원칙적으로 인터넷 도박을 금지했지만 경마 온라인 도박은 허용하는 등 이중 잣대의 적용으로 비난을 사고 있다. 게다가 카리브해 지역에 우후죽순으로 설립된 인터넷 도박업체들의 파상 공세를 행정력으로 막아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뉴욕법원은 코스타리카에 거점을 둔 도박업체 사이트 관련 혐의자 17명을 기소했지만 밀물처럼 밀려드는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NYT는 아울러 최근 미국 대학가가 온라인 도박 열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소식도 전했다.1800개에 이르는 불법 도박 사이트들이 대부분 미국 밖에서 운영되는 탓에 통제가 쉽지 않아 국제적 분규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英등 유럽선 제한적 수용 고육책 이처럼 온라인 도박의 신장세가 두드러지자 고육책으로 영국에선 온라인 도박의 제한적 수용을 규정한 새로운 도박법을 제정했다. 프랑스 등 다른 유럽국가들도 이를 따라갈 움직임이다. 급속히 확산되는 온라인 도박을 언제까지나 불법화하고 막을 수 없다는 현실론을 반영한 결과다. NYT에 따르면 영국과 프랑스 성인의 3.2%와 3.5%, 독일 성인의 4.4%가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방문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박 관련 인터넷 웹사이트는 카지노 게임뿐만 아니라 경마, 축구 등 스포츠 배팅과 각종 선거, 주요 기업의 CEO 임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게임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면서 흡인력을 넓혀가고 있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월드이슈-아시아 카지노붐] “관광객 잡자” 정부서 도박 앞장

    [월드이슈-아시아 카지노붐] “관광객 잡자” 정부서 도박 앞장

    아시아에 도박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3년 전 마카오가 독점체제로 운영돼온 카지노 산업을 전면 개방해 대규모 자본과 관광객을 끌어들이자 대표적인 ‘윤리국가’ 싱가포르가 최근 카지노 설립을 허가키로 했다. 싱가포르와 마찬가지로 도박을 금지해온 태국이 카지노 설립을 검토하는 등 타이완과 일본 등 주변 국가들도 경제 부흥과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해 수년 내에 카지노를 허가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리셴룽(李顯龍·53) 싱가포르 총리는 지난 18일 카지노 설립을 허가, 대형 카지노 리조트 2곳을 지을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3월 한 장관에게서 “정부가 카지노 허가를 고려할지도 모른다.”는 말이 나온 지 1년여만의 일이다. 싱가포르는 그동안 카지노 설립을 법으로 금지해 왔다. 시내 중심가인 마리나 베이와 싱가포르 최고의 관광 명소인 센토사섬에 각각 건설되는 30억달러(3조원) 규모의 이번 리조트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서 라스베이거스 거대 카지노기업 MGM 미라지 등 19개 업체가 입찰제안서를 냈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들을 대상으로 평가 작업을 벌여 연말까지 사업자를 선정,2009년 리조트 건설을 마치고 카지노를 개장토록 할 계획이다. ●경제성장을 위한 ‘윤리국가’의 도박(?) 길에 침을 뱉거나 화장실에서 일을 본 뒤 물을 내리지 않아도 벌금을 물릴 만큼 질서와 윤리를 중시하는 싱가포르가 ‘사행심을 조장하고 범죄 발생률을 높일 것’이라는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카지노를 허가키로 한 것은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다. 싱가포르 정부에 따르면, 아시아 역내 관광산업에서 싱가포르가 차지하는 비율은 1998년 8%에서 2002년 6%로 줄었다. 또 1991년 당시 싱가포르를 찾은 여행자들이 평균 4일씩 머물렀던 데 비해 지금은 3일밖에 묵지 않고 있다. 경쟁 관계인 홍콩의 방문자 평균 체류기간인 4일보다 하루가 짧다. 카지노 리조트 건설은 ▲연간 관광객 숫자를 지금의 2배인 1700만명으로 늘리고 ▲관광수입을 180억달러로 3배까지 증대시키며 ▲10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리셴룽 구상’의 핵심이다. 카지노 2곳이 연간 9억달러의 국내총생산(GDP) 증대와 3만 5000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낼 것으로 싱가포르 정부는 보고 있다. 리셴룽 총리는 지난해 8.4%였던 경제성장률이 올해에는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카지노 산업이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카지노의 도시 마카오가 지난해 경제성장률과 방문한 관광객 수에 있어 싱가포르의 각각 3배와 2배를 기록했다는 사실 등을 들어 카지노의 경제적 파급력을 높이 평가했다. 이에 대해 노무라증권 싱가포르지점의 이코노미스트 도모 기노시타는 “카지노 리조트 건설로 싱가포르 경제성장률이 연간 0.6%포인트 증가하고 1만 3000명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며 싱가포르 정부와는 약간 다른 분석을 내놨다. ●시민단체 카지노 반대서명 3만명 참여 내국인에 대해 1인당 하루 60달러 가량의 입장료를 받는 등 내국인 출입을 제한해 도박 중독자 양산 등의 문제를 피해가겠다고 정부는 밝히고 있지만 사회적 폐해를 지적하는 반대 여론은 수그러지지 않고 있다. 한 시민단체의 카지노 반대 서명에는 지금까지 3만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국가권력에 대한 복종을 최우선 가치로 교육하는 싱가포르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일은 극히 드문 일이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싱가포르 성인 가운데 2.1% 가량이 도박 중독자가 되기 직전인 것으로 나타났다. 카지노 반대 시민단체 등은 전체 인구 460만명 중 1.2%인 5만 5000명 정도가 도박 중독 직전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현재 싱가포르 국민이 말레이시아, 필리핀, 마카오 등의 카지노로 원정을 가서 쓰는 돈이 연간 12억달러에 이르고 있다는 점을 들어 오히려 외화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태국 등도 카지노 허가 움직임 싱가포르 정부의 이번 발표는 태국과 타이완, 일본 등 그동안 카지노 사업 허용을 검토해온 아시아의 다른 나라 정부에 상당한 자극제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공식적으로 도박을 전면 금지하고 있는 불교국가 태국의 경우, 올해 재선에 성공한 탁신 친나왓 총리가 카지노 합법화를 추진하고 있다. 탁신 총리는 반대 여론을 달래기 위해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완 정부 역시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고 외국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카지노를 허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이미 운을 뗀 상태다. 카지노 금지법이 있으면서도 ‘선상(船上) 카지노’는 허용하는 이중적인 정책을 펴고 있는 인도 역시 ‘육상(陸上) 카지노’ 설립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라스베이거스를 넘본다” 마카오 경제 카지노 대박 마카오의 카지노 산업은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카지노 산업의 빠른 성장이 외화 증가와 관광객 및 투자 유치 등 ‘1석3조’의 효과를 이끌어내면서 관광산업에 의존하는 마카오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메릴린치에 따르면 카지노를 중심으로 한 지난해 마카오 도박업계의 매출액은 전년보다 50%나 늘어난 52억달러. 같은 해 라스베이거스의 매출액 53억달러를 바짝 뒤쫓고 있다. 수년내 라스베이거스를 추월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2003년 마카오의 카지노 등 도박 수입은 36억달러였다. 카지노 등 도박산업이 마카오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영향은 40% 남짓. 마카오 GDP는 2003년 14.2%에 이어 2004년 28%나 늘었다.1인당 국내총생산의 증가도 24.7%나 된다. 카지노가 고용 창출과 관광객 유치에 미친 영향을 고려할 때 증가액의 절반 이상이 ‘카지노 특수’란 분석이다. 마카오 정부는 2002년 40여년간 독점적으로 운영해오던 카지노의 영업권을 선탁·멜코, 갤럭시 카지노, 와인 리조트 등 3개 업체에 내줌으로써 자유화를 단행했다. 그 결과 해외 자본투자가 봇물을 이루고 관광객도 몰리고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샌즈그룹은 2억 4000만달러(2400억원)를 투자, 카지노 클럽 ‘샌즈 마카오’를 지난해 개설했으며 추가로 종합 리조트 설립을 추진 중이다.120억∼150억달러(12조∼15조원)를 투자,7개의 카지노와 6만여개의 호텔 객실을 짓겠다는 계획이다. 마카오 카지노를 독점해온 ‘도박왕’ 스탠리 호(何鴻桑)도 호주 대부호와 손잡고 대중형 카지노의 설립 계획을 발표,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파이낸셜 타임스(FT)는 “호가 호주 언론재벌 케리 패커의 ‘퍼블리싱 앤드 브로드캐스팅’과 합작으로 10억달러 이상을 투자, 일반인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카지노 설립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면적 26.8㎢, 인구 44만명의 중소 도시에 불과한 마카오를 찾은 관광객은 2004년 448만명. 전년도에 비해 28.1%나 늘었다. 카지노 도박이 허용되지 않는 중국 본토와 홍콩에서 온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마카오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 수는 950만명으로 2000년보다 4배나 불었다. 그러나 카지노 대박 속에 과잉투자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공급이 수요를 넘어설 거란 경고다. 골드만 삭스는 마카오 내 카지노가 지난해 말 845개소에서 2008년 3700개소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규모 2500개소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다. 스미스바니도 보고서에서 마카오 카지노 산업의 거품론을 지적했다. 카지노의 급작스러운 팽창에 중국 정부의 고민도 커가고 있다. 중국 내 도박 열기가 과열되면서 카지노 등 도박으로 인한 공금 횡령, 부정부패 등 사회문제가 연이어 터지고 있다. 광둥(廣東)·하이난(海南)·윈난(雲南)성 등 지방에선 마카오를 본딴 무허가 카지노가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고 있다. 베이징대 중국공익복권 사업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인의 해외 도박은 연간 6000억위안(약 90조원). 카지노로 인한 마카오의 호황은 환영하면서도 중국 전역에서 꿈틀대는 도박 열풍으로 중국 정부가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마카오는 442년간의 포르투갈 통치에서 벗어나 지난 1999년 12월 중국으로 반환됐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장군 아내’의 보리밥 뷔페

    ‘장군 아내’의 보리밥 뷔페

    “장성 출신은 예편한 뒤 무엇인가 하려지만 용기를 선뜻 내지 못하죠. 사실 새로 시작하기에는 겁나는 나이잖아요. 그래서 저희처럼 장사에 뛰어든 사례는 드문 편입니다.” ‘사모님’으로 불리던 ‘장군의 아내’ 남경남(53)씨가 보리밥집을 열었다. 지하철 5호선 굽은다리역 인근에 저렴한 보리밥 뷔페 음식점을 열고 ‘3.3보리밥뷔페’의 체인점 대열에 합류했다. ●경쟁업소 못 생기게 대형점포 선택 주택가에 역세권이라는 빼어난 입지에 자리잡은 그의 보리밥집은 원래 예식장이 빠져나간 자리다. 차량을 50대까지 댈 정도로 주차공간이 넓으며 매장 모양도 정사각형이다.1층에 위치한 예식장 식당 150평을 권리금 없이 빌렸다. 규모가 큰 장점을 살려 처음부터 대형 매장을 열었다. 좌석수가 400개다. “40∼50평의 중·소규모 매장은 장사가 잘 되면 인근에서 비슷한 업종을 내놓아 우후죽순 들어서요. 이 때문에 처음부터 경쟁상대가 생기기 어려운 대형 가게를 택했어요.” 가게를 들어서면 보리밥과 쌀밥, 잡곡밥을 택할 수 있으며 달래와 냉이 등 30여가지의 나물이 건강식으로 제공된다.10종류 정도의 밑반찬과 4종류의 국, 떡볶이, 샌드위치, 호박죽 등도 곁들여진다. 여기에다 탕수육과 불고기, 돈가스 가운데 하나가 ‘오늘의 메뉴’로 추가된다. 가격은 1인당 4500원에 불과하지만 뷔페식이라서 위의 저장 능력에 따라 마음껏 먹을 수 있다. ●1인당 4500원… 나물·죽·불고기등 성찬 “‘이렇게 팔아서 어떻게 장사하죠?’라는 질문을 자주 받아요. 하지만 ‘앞에서 남고 뒤로 밑지는 장사’는 아닙니다. 웰빙의 바람을 타고 보리밥이 인기를 끄는 덕에 손해를 입지는 않죠. 돌잔치를 비롯, 각종 연회를 이곳에서 하는 사람도 있어요.” 사실 집에서 따로 야채를 사면 1인당 4500원이라는 가격에 푸짐한 식사를 하기 어렵다. 이 가게는 체인점 본사에서 식자재를 대량 구입해 원가를 낮출 수 있었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내놓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가게 홍보 초창기에 전단지 4000장을 신문에 끼워 돌렸다. 개업 첫날은 이용객을 3500원에 모셨으며 이후 5일 동안 1000원짜리 할인쿠폰을 가져오면 할인된 가격을 받았다. 직접 맛을 보고 평가하도록 이끈 입소문 전략이 통했다. “남편을 따라서 전국을 옮겨 다니던 전업주부여서 장사에는 엄두를 내지 못했어요. 하지만 장사가 제법 잘 되는 가게를 찾아본 뒤 보리밥집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꾸었습니다. 저렴한 뷔페식으로 건강식을 내놓으면 손님의 발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죠.” ●하루 매출 500만원 육박… 순익 30% 안팎 주택가에 자리잡은 가게의 속성상 주말장사가 주중 매출액을 압도한다. 토·일요일에는 하루 1200∼1300명이 찾으며 주중에는 1000명 안팎이 몰린다. 하루 매출액은 평균 450만∼500만원으로 식자재 비용이 50%, 인건·관리비 20%, 나머지 30%가 순이익에 해당된다. 초기 투자 비용은 가게 보증금 2억원에 평당 180만원의 인테리어 등 시설비가 추가됐다. 가장 바쁜 시간대는 일반 음식점처럼 정오∼오후 2시, 오후 6∼9시. “셀프서비스를 원칙으로 해서 직원수를 많이 줄일 수 있었어요. 그러나 주차요원까지 합치면 종업원이 20명에 달하죠. 체인점이라서 손이 많이 들어가는 편은 아닌데도 규모가 커서 사람관리가 힘들어요.” 글 사진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정책펀드 ‘난립’ 부실화 우려

    정책펀드 ‘난립’ 부실화 우려

    정부 각 부처별로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정책펀드’가 우후죽순격으로 설립될 예정이어서 출범 전부터 부실화 우려를 낳고 있다. 정책펀드는 민간기업과 일반인의 투자금을 끌어들여 정책사업에 투입되는 목돈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종합투자계획의 민간투자사업(BTL)과는 별개의 민간자본 유치 사업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공공성이 강한 사업을 진행하면서 수익성도 보장하려면 과거의 벤처펀드 등과는 다른 전문적인 펀드 운영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이 정부부처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실태를 파악한 결과, 정책펀드는 30여종으로 규모는 13조원에 이른다. 이미 시행 중인 펀드도 있지만 상당수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신규 펀드다. 돋보이는 펀드는 과학기술부·정보통신부·중소기업청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벤처투자 모태(母胎)펀드’와 문화관광부의 ‘문화산업 모태펀드’, 산업자원부의 ‘유전개발펀드’ 등이다. 모태펀드는 투자금을 개별 펀드에 재투자하는 펀드다. ●과거 정책펀드 적자 수두룩 벤처투자 모태펀드는 유망 벤처기업 지원을 위해 2008년까지 매년 2000억원씩 1조원을 조성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중소기업청은 다음달에 전담기관을 만들어 오는 6월부터는 펀드에 투자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문화부는 문화콘텐츠 산업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하반기에 문화산업기본법을 개정해 문화산업진흥기금, 영화진흥금고 등을 통·폐합하고 5년 안에 1조원의 목돈을 마련할 방침이다. 유전개발펀드는 위험성과 수익성이 모두 높은 펀드로, 내년 출시를 목표로 2010년까지 10조원의 자금을 유치할 계획이다. 한·중·일 과학기술협력을 위한 펀드, 여성기업인 전용펀드, 일자리 창출 펀드도 있다. 심지어 환치기범 수사비 마련을 위한 펀드도 추진된다. 정부는 지난해 신행정수도 건설 등 대형 국책사업이 막대한 재원 마련 논란을 빚자 민자 유치를 통한 정책펀드 조성에 관심을 갖게 됐다. 시중의 400조원대 부동자금을 끌어들여 경기부양 및 고용효과도 기대했다. 해양수산부가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선박펀드와 적립식펀드 등 민간펀드의 고수익 열풍 영향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거 일부에서 운영된 정책펀드의 수익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문화부가 지난 2000년 결성한 150억원대의 ‘게임산업펀드’는 2003년 수익률 중간평가에서 100% 이상의 높은 수익률을 올려 105억원을 투자자에게 중간배당했다. 반면 정통부가 1999년 설립한 8개의 벤처펀드(총 1400억원)는 ‘코스닥 버블’이 꺼지면서 5년만기 수익률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모금·운영 모두 문제 금융전문가들은 정책펀드가 민간 펀드처럼 ‘수익률이 높은 대신 투자위험과 원금손실의 부담은 투자자의 책임’이라는 원칙에 충실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일정한 수익을 보장하더라도 한꺼번에 너무 많은 정책펀드가 쏟아져 기업 등으로부터 돈을 끌어모으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대덕연구개발(R&D)특구 벤처펀드’는 2000억원의 재원 마련이 여의치 않아 아직 출범도 하지 않은 모태펀드에서 자금을 대기로 했다.‘신기술사업화펀드’도 5000억원의 재원을 모태펀드에 의존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기업 인수·합병(M&A)펀드’는 공급과 수요는 충족되었지만 입맛에 맞는 투자처를 찾지 못해 뭉칫돈이 떠돌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민자유치를 통한 정책사업이 고수익을 내며 성공한 사례가 드믈다.”면서 “기업이 호응할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국채 수익률보다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고 홍보하지만 금리상승세 등을 감안하면 믿기 어려운 말”이라면서 “정부가 운영하는 펀드인 만큼 수익을 내지 못해도 배당금을 지급하려면 재정압박과 세금인상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우영희의 출동! 요리구조대] 우영희의 ‘맛있는 요리’

    서울신문 We에 ‘우영희의 출동!요리구조대’를 진행하던 요리연구가 우영희씨가 ‘맛있는 요리’라는 책을 냈다. 그동안 푸드채널에서 방송했던 그의 요리 88개를 모아 정리한 것으로 레서피를 모두 따라 적지 못했던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요리 한 가지로도 식탁이 풍성해지는 일품요리, 바쁜 이를 위한 간편요리, 시원하고 얼큰한 국물요리로 정리돼 있다. 그의 요리가 그렇듯이 조리법은 간단하고 재료 선택도 수월한 것이 특징. 그렇다고 맛까지 평범한 것은 아니다. 예사롭지 않은 맛에 젊은이들이 추구하는 감각과 멋이 스며 있다. 재료와 조리과정을 영어로도 적었다. 한식 조리법을 궁금해하는 외국인 친구들에게도 선물하기에 좋을 듯하다. 예영커뮤니케이션,1만 8000원. 그의 요리 가운데 인기가 높았고, 레서피 문의가 많았던 음식 두 가지를 뽑아 조리법을 소개한다. ●두부깐풍소스 재료 두부 1모, 죽순 1쪽, 표고버섯 6개, 다진 파·다진 마늘·청주 1큰술씩, 청·홍고추 1개씩, 참기름·후추 조금씩, 감자전분·식용유 적당량씩,소스(간장·식초·설탕 3큰술씩, 두반장·전분 1큰술씩, 물 1컵) 만드는 법 (1)소스의 재료를 넣고 섞어 전분이 녹을 때까지 저어준다.(2)죽순은 빗살무늬로 썰어 준비한다.(3)표고버섯은 밑둥을 잘라 내고 저민다.(4)두부는 먹기 좋은 크기로 깍뚝썰기 한 다음 감자 전분을 두부 표면에 묻힌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전분이 익을 때까지 지진다.(5)기름 2큰술을 팬에 넣고 김이 오를 때까지 온도를 올려준다.(6)다진 파·다진 마늘과 청·홍고추에 청주를 붓고 기름에 볶는다.(7)준비한 소스·죽순·표고버섯을 함께 넣어 높은 불에서 계속 저으면서 끓인다.(8)참기름과 후추를 약간 넣고 두부를 넣어 섞는다. ●궁중흰살생선말이 재료 흰살 생선 300g, 당근 1/2개, 청오이 1개, 불린 포고버섯 4장, 쇠고기 50g, 소금·후추 약간씩, 녹말가루 적당량,양념장(간장 2큰술, 생수·설탕·식초 1큰술씩, 고추씨기름 1/2큰술) 만드는 법 (1)당근-채썰어 기름에 볶아낸다. 이때 소금간을 약간 한다.(2)청오이-4㎝ 길이로 돌려깎기하여 소금에 절인 다음 꼭 짜서 기름에 볶아낸다.(3)불린 표고버섯과 쇠고기-채썰어 간장·다진파 1큰술씩, 설탕·다진 마늘·참기름 1/2큰술씩과 후추로 양념한 다음 볶아낸다.(4)흰살 생선-소금·후추를 뿌려 밑간을 한 다음 녹말 가루를 골고루 뿌린다.(5)생선살에 당근·오이·볶은 표고버섯과 쇠고기를 넣어 돌돌 말아 김오른 찜통에서 10분간 쪄낸다. 팁 고추씨를 100% 착유한 고추씨 기름을 사용하세요. ■오퀸 디너세트 당첨자 이번주 당첨자는 ‘미니핫도그∼ 간식&술안주로 그만!!!’이란 글을 올려주신 ‘quesera’님 입니다.quesera님에겐 오퀸이 제공하는 프랑스제 4인용 디너세트를 선물로 드립니다. ‘우영희의 출동!요리구조대’의 상담게시판에 글을 쓰시는 분은 이메일도 함께 남겨 주세요.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을 바랍니다. ■녹차 고등어 당첨자 고등어 요리법 당첨자입니다. 푸드플러스가 제공하는 녹차고등어 세트를 집으로 보내 드립니다. 당첨자 명단입니다.▲맛있는 고등어 스파게티(파스타)를 올려주신 파스타 ▲여보!고갈비 해놨어요∼빨리 들어오세요∼의 어설픈주부 ▲고등어 튀김의 천경조 ▲캠핑 가서 먹을 고등어 찜식 구이의 행복하세요 ▲고등어 추어탕의 시원함은의 초보새댁 ▲고등어 불고기랍니다∼의 Genie ▲고등어 케첩조림의 고미경 ▲고등어 햄버거의 송옥예 ▲고등어 된장조림의 김미경 ▲고등어 카레구이의 예쁜주부 입니다. 당첨자 가운데 이메일을 올리지 않은 분은 20일까지 올려주세요. 그때까지 올리지 않으면 당첨이 무효 처리됩니다. 많은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 자기랑 나랑 길위에서 진수성찬

    자기랑 나랑 길위에서 진수성찬

    ‘길거리표 음식’도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있다. 세계 각국의 전통있는 음식들이 서울의 거리를 주름잡고 있다. 떡볶이, 어묵, 순대 등 토종 군것질 거리외 가마보코, 케밥, 와플, 타르트, 박탄야키 등 전세계 행인들의 사랑을 받는 음식들이 서울의 도심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적은 창업비용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20∼30대 젊은 사장들이 거리로 나오면서 맛과 재미가 넘치는 새로운 메뉴들이 생겨나고 있다. 외국에서 들어와 젊은이들의 입맛을 잡고 있는 2005년 4월, 서울 거리 최고의 맛 10선을 소개한다. 서울시내 ‘길거리 맛’은 종각역에서 종로3가까지 이어지는 대규모 노점타운과 명동, 신촌과 강남권으로 크게 나뉜다. 종로에선 여전히 떡볶이와 순대, 튀김 등 전통메뉴가 인기지만 신촌에선 매일매일 신기한 메뉴가 쏟아져 나온다. 강남권에는 테이크 아웃점이 많다. 요즘 길거리 음식은 일본풍이 강세다. 정서적으로 미묘한 부분은 있지만, 입맛만은 가장 비슷한 까닭이다. 을지로 지하철역엔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와플가게가 있다. 송연상(37) 사장은 회전율이 높아 언제나 바삭바삭한 맛을 제공하는 와플을 친숙한 길거리표 음식으로 정착시켰다. 하루 1000명이 이 와플을 먹는다. 한국인의 입맛을 중독시킨 떡볶이처럼 길거리 음식의 스테디셀러의 비결은 무엇일까. 송 사장은 “거리에서 팔더라도 위생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일단 맛있고, 들고다니며 먹기 편하고, 손님들이 기다리지 않도록 빨리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거리의 음식은 반짝 유행하는가하면 어느 새 사라진다.‘유행은 살아 있는 생물’이므로 빨리 변하기 때문. 특히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일수록 더욱 더 주기가 빠르고, 특이한 음식일수록 반짝 유행에 그치고 만다. 홍대입구에서 일본식 어묵튀김 ‘가마보코’를 만드는 어유당의 강정욱(34) 사장은 백화점 지하에서 기술을 전수받았다. 원래 애니메이션 회사에 근무했다는데 깔끔한 가게 외양과 유니폼이 눈길을 끈다. “국내 최초로 마키를 길거리에서 만들기 시작했다.”는 이대앞 오신마키의 신현주(29)씨는 거리의 입맛을 바꿔놨다. 소공동에는 전통 포장마차가 유명하다. 메뉴는 토스트, 오뎅, 떡볶이 등 평범한 것들. 하지만 인근 직장 여성들의 입맛에 맞춰 게·황태·새우를 넣은 오뎅국물, 녹차붕어빵, 메추리알 떡볶이 등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강준(45)씨는 아저씨 특유의 넉살로 손님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소공동 인근 오피스 레이디 가운데 강씨를 모르면 신입사원이란다. 노점상의 한계는 있지만, 거리의 맛집은 도심의 쉼터다. 굳은 얼굴과 빠른 걸음으로 무심하게 지나다니는 도시인들에게 잠깐 발길을 멈추고 출출함과 피곤함을 달랠 수 있게 하는 곳, 거리의 맛집은 ‘서울의 오아시스’다. ●압구정동 앤드루 에그타르트 위치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하나은행 골목 100m 메뉴 에그타르트 1000원, 고구마·단호박·단팥 타르트 1500원. 에그타르트는 원래 포르투갈에서 낫타라 불리며 옛날 수도원에서 불우이웃돕기 행사를 할 때 만들던 빵. 겹겹이 바삭바삭한 페스트리에 계란 생크림을 얹었다. 유명 패스트 푸드점보다 크기는 훨씬 크고 한결 고소하다. 보통 타르트는 비스킷 반죽을 쓰는데 비해 결이 풍부한 파이 반죽을 써 바삭바삭하다.3년전부터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마카오의 제빵사 앤드루가 아시아 지역에 낸 프랜차이즈점이다. 한국에는 압구정외 동부이촌, 현대백화점 목동점, 신세계 강남점도 있다. ●명동 에드워드 와플 위치 2호선 을지로입구 지하철역 롯데백화점 입구 옆 메뉴 와플과 바닐라·초콜릿·딸기·블루페어·키위·베리믹스 6가지 크림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1000원. 와플은 벨기에 음식으로 알려졌으나 한평 남짓 공간에서 하루에 1000개 이상 팔릴만큼 이곳이 유행의 진원지다. 저녁에는 일본 여성 등 외국인 관광객까지 줄을 선다. 폭발적 인기에 자극받아 석달 전 바로 앞에 다른 와플가게가 생겼지만 매출엔 전혀 지장없다고. 밀가루 믹스를 특급재료를 써서 와플이 식어도 빳빳하게 서있을 정도로 바삭바삭한 것이 인기비결이다. 아저씨네 포장마차 위치 웨스틴조선호텔과 롯데 영플라자 사이 양복점 앞 메뉴 토스트 1500원, 오뎅 500원, 메추리알 떡볶이 2000원. 메뉴는 평범하지만 소공동 인근 여직원들을 사로잡은 포장마차로 여느 노점에선 쓰지 않는 고급재료를 쓴다.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고 오뎅국물은 게와 황태 외에도 참치내장, 보리새우, 청양고추, 정종 등 16가지 재료가 들어간다. 식빵 6개 두께의 토스트는 설탕없이 버섯, 딸기잼, 치즈, 생오이, 햄, 생야채 등을 넣는다.2월까지만 파는 녹차붕어빵은 일본과 미국의 교포들이 주문할 정도다. 호두, 땅콩, 잣, 마, 찹쌀가루 등이 들어간다. 박탄야키 위치 명동 아바타 옆 영플라자 길건너 맞은편 로즈버드 옆 메뉴 박탄야키 3000원. 5년전부터 일본에서 유행한 길거리 음식으로 지난해 10월 시작했다. 다코야키 5배 크기의 원형 풀빵 안에 메추리알, 비엔나 소시지, 조개, 오징어, 양배추, 버섯 등 10가지 속재료를 넣었다. 껍질은 바삭하고 안은 말랑말랑하다. 문어가 들어간 다코야키, 해물을 넣은 몬자야키, 우리나라 부침개와 비슷한 오코노미야키의 장점만을 모았다는 것이 점원의 설명. 지름 8㎝크기로 야구공만 해 하나만 먹어도 배부르다. 박탄은 폭탄이란 뜻으로 20분안에 다 못 먹으면 터진다는 설명도 재치있다. 32파르페 위치 명동 명동의류 앞 메뉴 바닐라·초코·딸기·녹차 아이스크림 1000원, 요구르트·체리 아이스크림 1500원. 소프트 아이스크림 길이가 32㎝ 이하면 공짜다. 보통 아이스크림 두배 크기로 겹겹이 쌓인 긴 아이스크림콘이 행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32는 ‘행복한 만남’을 뜻하기 때문에 아이스크림 길이를 32㎝로 결정했단다. 빨간 옷을 입고 일하는 7명 남자직원들의 너스레도 명동 거리를 걷는 즐거움을 더한다. 가게 안에는 핫도그, 커피 등을 팔며 아이스크림을 들고 안에 들어가서 먹을 수도 있다.2년전 문을 연 32파르페가 인기를 끌자 주변에 아이스크림 가게가 우후죽순 생겼지만 결국 다 문을 닫고 원조가 평정했다. ●강남역 파샤 케밥 위치 강남역 씨티극장 골목 입구 메뉴 치킨케밥 3000원, 쇠고기케밥 3500원, 터키 아이스크림 2500∼1만1900원. 프랑스, 중국에 이어 세계 3대 요리라 자부하는 터키 케밥을 길거리에서 맛볼 수 있는 곳. 길 건너편에 있는 터키 레스토랑 파샤에서 일년전 낸 테이크 아웃점이다. 닭고기를 기둥에 켜켜이 꽂아 수직 그릴에 천천히 익힌 도네르 케밥이 일단 시선을 사로잡는다. 케밥을 주문하면 터키에서 온 요리사가 기둥에 꽂힌 닭고기를 잘라 철판에 다시 구워 빵에 싸준다. 쫀득쫀득한 터키 아이스크림과 같이 먹어도 좋다. ●이대·홍대 생과일 사탕 위치 이대역 1번출구로 나와 정문쪽으로 가다 베스킨라빈스에서 꺾어내려가 30m 메뉴 딸기·포도사탕 1000원, 사과 1500원. 일본에서 유행하던 생과일 사탕이 부산을 거쳐 서울에 상륙했다. 딸기와 포도를 꼬챙이에 꽂아 액체사탕을 입힌 것으로 과일은 익지 않아 상큼한 맛이 그대로 유지된다. 딱딱한 사탕껍데기 안에서 톡 터지는 과일의 맛과 향이 일품이다. 사탕 재료는 일본에서 수입한다.2년전부터 이화여대 시장골목에서 특히 중·고생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계절에 따라 다양한 과일을 사용하고 있다. 오신마키 위치 2호선 이화여대역 1번 출구 앞 메뉴 오뎅 500원, 미니우동 1000원, 단순·오순이·버섯·김치·새우·계란마키 1000원, 날치알마키 1500원. 일식집에서 5년간 일한 신현주씨와 오세현(26)씨와 함께 창업했다. 신씨는 일본 길거리에서 잘 팔리는 마키가 우리나라엔 없는 것에 착안했다. 주문하면 즉석에서 마키를 말아주는데 밥은 7가지 양념을 넣는다. 오후 3시∼새벽 1시까지 영업한다. 지하철 막차를 타고 찾아오는 단골들을 위한 배려다. 마키 2개와 우동이 2000원. 녹차는 무한리필된다. 오신마키는 두 창업자의 성을 딴 것이지만 ‘오, 신나게 마키를 먹자!’란 뜻도 있다. 어유당 위치 홍익대 정문앞 길건너편 메뉴 깻잎·야채·소시지·김·맛살 가마보코 1000원. 가마보코는 일본에서 1000여년 전부터 잔칫상에 올랐던 전통음식. 갈아 으깬 생선살을 얇은 대나무막대기 주위에 발라 굽는다. 그 모양이 부들 이삭과 비슷해 부들 창이란 뜻의 가마보코란 이름이 붙게 됐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어유당은 부드러운 어묵맛살을 즉석에서 튀겨내 항상 따뜻한 꼬치어묵을 준다. 케첩·칠리·데리야키·겨자·고추장 등 5개 소스를 골라 발라먹을 수 있다. 곳곳에 가마보코를 만드는 맛집은 많지만 어유당의 가마보코는 양도 푸짐하고, 속살이 부들부들해 소스를 바르지 않은 맛을 좋아하는 ‘마니아’들도 많다. 하루 200∼400개가 팔린다. 미스터 빅슈 위치 홍익대 정문앞 어유당 옆 메뉴 슈크림빵 800원 일본에서 건너온 것으로 알려진 슈크림빵이 백화점 지하에서 길거리로 나오면서 값도 싸졌다.2002년 고구마 맛탕에서 슈크림빵으로 메뉴를 바꾼 뒤 홍대앞에서 근처의 와플, 가마보코 가게들과 삼각점을 형성하며 3대 군것질거리로 자리잡았다. 주먹보다 큰 빵에 호스로 슈크림을 듬뿍 넣어 주는데 먹을때 크림이 흐르지않도록 조심해야할 정도로 인심이 좋다. 거리로 나온 슈크림빵의 원조를 자부하는만큼 맛고 인심도 최고다. 글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이번 주말엔 뭘 먹지]

    밀레니엄 서울힐튼 일식당 켄지(02-317-3240)는 14일 일본 요리의 정수를 모은 쇼군(將軍) 만찬을 선보인다.3가지 전채와 도미·광어 등 생선회, 왕새우와 은대구 구이·죽순과 봄야채죽 등 9가지가 코스로 나온다.11만 8000원. 롯데호텔서울 페닌슐라(02-317-7121)는 블랙데이인 14일 오징어먹물 파스타를 내놓는다. 자장면 대신 먹물 스파게티(2만원), 먹물 페투치니, 먹물 라비올리를 준비한다. 웨스틴조선호텔 일식당 스시조(02-317-0373)는 이달 말까지 거위간(푸와그라) 맛이 나는 아구간(안키로), 코끼리조개(미루가이), 상어지느러미(샥스핀) 등 이색 재료를 이용한 초밥을 선보인다.3만원부터.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 호아빈(031-904-7600)은 업계 최초로 건면 대신 생면 쌀국수를 내놓았다. 생면 쌀국수는 갓 지은 밥처럼 신선하고 부드러운 맛이 특징. 가격은 기존 쌀국수에 1000원 추가.
  • 오페라의 ‘봄’…상반기 20여편 공연

    오페라의 ‘봄’…상반기 20여편 공연

    국내 공연계가 때아닌 ‘실내오페라’ 바람으로 들썩이고 있다. 오페라를 ‘늘 보는 사람들만 보는 공연’쯤으로 밀쳐놓기엔 그 무대가 몰라보게 다양해졌다. “올 상반기의 무대 수가 예년의 한해 공연횟수와 맞먹는다.”는 공연계의 추산이 나올 정도다. 올들어 지금까지 공연됐거나 상반기에 선보일 크고작은 실내오페라 레퍼토리는 줄잡아 20여개.‘가면무도회’‘라 보엠’‘마탄의 사수’‘아, 고구려 고구려’‘마술피리’ 등이 이미 공연됐고 ‘사랑의 묘약’‘투란도트’‘탄호이저’‘카르멘’‘토스카’ 등이 대기 중이다. ●실내오페라 ‘이상열기’ 내용면에서도 주목해볼 만하다. 지난달 공연된 국립오페라단의 ‘마탄의 사수’는 38년 만에 무대에 올랐고, 서울시오페라단은 근 10년 만에 ‘일 트로바토레’(7∼10일)를 선보인다. 제작비 부담, 성악가 부족 등의 이유로 좀체 엄두를 내지 못하던 공연들이다. 공연계 내부에서조차 “이상열기”로 진단하는 실내오페라 붐의 배경은 뭘까. 우선, 최근 뮤지컬 시장이 급속히 팽창하면서 저변확대된 관객층이 오페라 쪽으로 자연스럽게 관심을 쏟고 있다는 해석이다. 여기에 얹혀 결정적 요인은 지난 2년여 수십억원씩의 제작비를 투입해 우후죽순 격으로 기획됐던, 이른바 ‘운동장 오페라’(야외 오페라)들이 대부분 실패로 끝나면서 새로 눈돌린 돌파구가 실내오페라라는 것이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뮤지컬 시장에 편입된 (오페라)잠재관객층이, 전례없이 다양해진 오페라 무대에 선택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분위기”라면서 “‘운동장 오페라’의 거품에 실망한 관객들이 (실내오페라 쪽으로)새롭게 기대를 품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투란도트 ‘오페라 붐’ 시험대 될 듯 공연계의 전반적 불황에도 불구하고 제작비 부담이 큰 오페라가 줄을 잇는 데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문화마케팅’ 전략도 큰 몫을 한다. 대기업들이 입장권을 무더기 구입해 영업전략(?)으로 고객들을 초청하는 이벤트가 유행이다. 몰라보게 향상된 관객들의 감상수준도 오페라 무대를 확장시킨 요인. 공연기획자들은 “세계적인 화제작이 곧바로 DVD타이틀로 제작되고, 심지어 국내 관객들이 해외로 ‘원정관람’까지 다녀오는 현실이니 관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지지 않을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지금의 오페라 붐이 언제까지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공연계에서도 의문이 적지 않다. 올해 실내로 옮기는 ‘투란도트’의 흥행여부에 따라 실내 오페라 붐이 중간점검을 받게 되리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2003년 85억원을 들여 야외오페라 붐을 이끌었던 화제작 ‘투란도트’는 새달 14∼28일 무려 15일 동안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막올릴 예정. 국내 오페라 사상 최고액인 55억원을 투입,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장기공연(뉴욕 메트로폴리탄의 ‘아이다’ 12회 공연이 세계기록)을 시도한다. ‘투란도트’의 모험에 대해 현장 관계자들은 “국내 순수 오페라 관객은 2만명선으로 추산되는데,50억원이 넘는 블록버스터의 제작비를 회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공연의 실패가 모처럼 살아난 오페라 시장의 활력을 단박에 꺾어놓을 수도 있다는 우려들이다. 오페라 평론가 유형종씨는 “오페라가 ‘배고픈 예술’에서 벗어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면서 “그러나 기획사들이 덩치경쟁, 물량공세보다는 내실을 다져 이 참에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균형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뒷골목 맛세상] 인사동 맛집

    [뒷골목 맛세상] 인사동 맛집

    인사동 학고재의 옆 골목을 따라 끝까지 들어가면 거기에서 경인미술관 후문에서 나오는 길과 만나게 된다. 별로 길지 않은 이 골목은 뜻밖에도 시골의 고즈넉한 고샅길 같아서, 어! 인사동 안에도 이렇게 정이 가는 골목이 있었나 하고 잠깐 놀라게 되는데, 바로 그렇듯 정이 가는 분위기 그대로 여느 손때 고운 살림집 같은 지리산(02-723-7213)이 있다. 얼핏 보면 지리산은 그냥 인사동 골목 안에 흔하디 흔한 한정식집의 하나에 불과할 뿐이다. 그리고 주인 되는 모경숙씨도, 나이에 비해 참 곱다며 지나치거나 어쩌다 손님들에게 건네는 밝은 미소가 인상적이다 하고 무심하게 넘길 뿐이다. 그러나 나로서는 지리산이나 주인 되는 이를 결코 무심하게 흘려 넘길 수가 없다. 1997년에 나는 청산(靑山)이라는 장편소설을 펴낸 적이 있다. 청산은 일종의 실명소설인 셈인데, 흔히 국선도(國仙道)를 수련하는 이라면 함부로 입밖에 소리 내어 들먹이는 것마저도 외경스럽게 여기는 이름으로, 바로 우리나라에 국선도를 있게 한 이다. 그이는 한때 물속에 들어가서 숨을 멈춘 채 십 몇 분을 있었다거나 혹은 불 속에 들어가서 견뎌낸다든가 하는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신비적인 도력으로 유명한 이기도 하다. 국선도는 요즘 들어 어린 초등학생들마저도 모르는 이가 없는 국민적인 영웅 황우석교수가 오랜 기간 수련을 하고 있다고 하여 덩달아 유명해지고, 그런가 하면 일일연속극 같은 데서 주인공들이 국선도 수련을 하는 장면이 곧잘 나오기도 해서, 사람들의 눈이나 귀에 별로 생경한 단어는 아니다. 국선도는 단전호흡을 중요한 수련법으로 한다. 여기에서 단전호흡에 대하여 길게 늘여 설명할 수도 없고 또 그런 자리도 아니지만, 간단하게 한 마디로 하자면, 폐호흡이 아닌 단전이라고 불리는 아랫배호흡을 통해서 건강을 지키는 것은 물론 나아가 하늘 기운까지 얻는다는 호흡법이다. 마음을 호흡 하나에 모아 호흡 자체가 자신이 되고, 자신에게 불어오는 바람이 되고, 물소리가 되고, 새소리가 되고, 그렇게 마음과 호흡이 흔연히 하나가 되어 하늘에 있는 기운을 얻는다는 것이다. 하늘의 기운이란 선계(仙界)의 기운이기도 한데, 선계는 자신의 몸속에 있는 어떤 우주적인 세계라고 바꾸어 말해도 괜찮을 터이다. ●국선도의 전설 ‘청산’의 부인·동서가 운영 국선도와 함께 여러 신비적인 일화를 만들어냈던 청산은 1980년대 들어 어느날 문득 증발이라도 하듯이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어버렸다. 그리고 한동안 국선도 주변에서는 청산이 마지막 단계의 수련을 위해 다시 산으로 들어갔다거나 혹은 죽었다거나, 혹은 마침내 신선이 되어 하늘에 올랐다는 등 뒷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청산에 대한 뒷소문마저도 잠잠해질 무렵에 인사동 골목에는 슬며시 지리산이라는 한정식집이 문을 열었다. 그런 지리산을 드나드는 손님들 중에서 뭔가 여느 집과는 다른 점을 느낀 이가 있었다면, 그것은 무엇보다도 객석을 오가며 손님들 시중을 드는 이들이 모두 젊은데다가 저마다 얼굴빛이며 눈빛이 예사롭지 않게 맑고 푸르다는 점이었을 터이다. 그랬다. 그이들은 실제로 지리산 청학동 옆 골짜기에 있는 하동군 청암면 옥종리의 국선도 수련원에서 사범교육을 받고 있는 이들이었고, 주인 되는 모경숙씨는 다름 아닌 청산의 부인이었다. 뿐만 아니라 지리산에 나오는 한정식 차림의 갖가지 산채나물이며 야채들은 모두 지리산 수련원에서 사범교육을 받고 있는 이들이 국선도를 수행하는 틈틈이 기르거나 채집한 것들이었다. 얼굴빛이며 눈빛이 맑고 푸른 이들은, 청산이 증발이라도 하듯이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어버린 후로, 청산의 동서가 되는 고장홍법사가 모경숙씨와 함께 국선도 장래를 위하여 지리산 골짜기에 수련원을 마련하고 전국의 도장에서 유능한 남녀들을 뽑아 들여 특별히 사범교육을 하고 있는 이들이었다. 이들은 얼마간의 기간을 두고 수를 반으로 나누어 반은 인사동 한정식집 지리산에서 주방이며 객실을 맡게 하고 나머지 반은 지리산에서 직접 국선도 수련을 하게 하는 식으로, 이를 테면 인사동 지리산에서는 세상의 가장 밑바닥에 몸을 두면서 세상살이의 공부를 하고 청학동 옆 골짜기의 지리산에서는 단전호흡에 몰두하게 하면서 세상 안팎의 공부를 함께 하는 셈이었다. 한편으로는 청산이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어버린 후로 종로3가에 있는 백궁빌딩의 국선도 본원을 위시해서 전국에 있는 국선도 도장들이 한때 어쩔 수 없이 경영이 어려워졌는데, 인사동 지리산은 경영이 어려운 도장을 앞장서서 경제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뜻이 우선이었다. ●지리산 산채·야채 등 토속미 물씬한 한정식 지리산에는 1인분 1만 3000원의 지리산정식이 가장 대중적인 메뉴인데, 각종 모듬전에 시래기와 무나물·콩나물 하루나(평지·유채)를 모아내는 모듬나물, 배추보쌈, 더덕무침, 콩비지, 굴비, 된장국, 단호박찜, 두부김치, 봄나물 물김치, 새송이버섯, 두부와 들깨를 섞어 톳에 무친 톳무침, 돈나물, 청포무침, 고추장아찌, 우엉조림, 멸치생젓, 물김치, 총각김치, 배추김치 등 물경 30가지에 가까운 반찬이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나온다. 그러나 그렇듯 넘쳐나는 가짓수보다는 반찬 하나하나의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먼저 돋보인다. 보다 소중한 자리라면 1인분 4만원의 코스 요리인 지리산 한정식이 있는데, 깨죽이며 호박죽같은 죽에서 시작하여 물김치, 야채샐러드, 잡채, 삼색전, 문어회, 꼬치구이, 키조개죽순볶음, 낙지볶음, 두부탕, 갈비찜, 삼색떡, 탕수육 등의 요리에 된장찌개며 굴비에 각종 밑반찬을 곁들인 식사가 나온다. 이밖에도 저녁의 술자리를 위한 안주로는 두부전골, 한방보쌈, 돼지갈비찜, 제주도 돼지족발, 암퇘지볶음, 홍어무침, 홍어회, 굴무침과 회, 조개탕, 녹두전, 감자전, 굴전, 해물전, 해물파전, 모듬전 등이 있는데, 저마다 1만원에서 2만원 안팎이다. 주류로는 시중에 판매되는 술 이외에도 지리산에서 내는 담근 술이 있는데, 칡주, 송이주, 돌사과주, 금귤주, 대추주, 홍매실주 등이 있다. 종로에서 오는 인사동길의 4거리 ‘질경이우리옷’과 ‘서호갤러리’ 사이의 골목에 얼마 전에 ‘여자만’(02-725-9829)이라는 약간 별스러운 이름의 맛집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얼핏 보기에 여자만 전용으로 출입하는 맛집인가 싶어 다시 한번 눈길을 돌리면, 간판 아래에 여자만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전남 고흥과 여수 사이에 위치한 만 이름이 여자만입니다. 고흥 며느리로서 남도음식을 정성껏 만들어보겠다는 일념으로 여자만으로 이름을 정했습니다. 물론 남자분도 들어오셔도 됩니다.(남자만!) 주인장은 산악인 박기성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박기성 이미례 부부.) 산악인 박기성씨와 함께 여자만의 맛집 부부로 나오는 이미례씨는 일찍이 ‘수렁에서 건진 내 딸’을 찍은 영화감독이다. 왕년의 잘 나가던 영화감독이 뜬금없이 맛집 주인이 되어서 인사동에 나타난 것이다. 인생유전이라면 영화감독이 맛집 주인이 된 그 자체만으로도 드라마틱한 인생유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 영화판의 저간의 사정을 들여다보면 아예 수긍을 못할 바도 아니다. 오히려 영화판의 이러저런 체면들을 훌훌 털고 생존경쟁의 치열한 삶 속으로 돌아온 그이의 어떤 용기가 눈에 부실 정도이다. 일찍이 동국대학교 영화과를 졸업하고 유현목 감독 밑에서 조감독 생활을 하며 영화인생이 된 이미례씨는 1984년 ‘수렁에서 건진 내 딸’로 데뷔한 이래 물망초·영심이 등 6편의 영화를 찍었다. 그리고 몇 해 전부터 이미 다음 작품을 시나리오까지 끝내고 제작자를 찾았으나, 거의 성사될 듯하다가 결렬되는 식이 서너 차례나 이어졌다. 그러다 보니 그이는 먹고 사는 일의 어려움은 물론이려니와 얼마 전부터 몸도 마음도 더 이상 가눌 수 없으리만큼 지친 상태에서 설상가상으로 우울증마저 찾아왔다. ●벌교꼬막 등 고흥에서 가져오는 풍성한 해산물 그이는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영화고 예술이고 간에 우선 살아남고 보자. 이를 테면 이미례씨의 여자만은 그이가 자신의 짧지 않은 생애를 담보로 하여 새롭게 다시 출발하는 자리이다. 그이는 맛집을 해서 돈을 벌면 어디에 쓸 것이냐는 농담 비슷한 질문에 기다리지 않고 대답했다. “물론 영화 만들어야죠.” 재료를 거의 대부분 이미례씨의 시댁이 있는 고흥에서 가져오는 여자만의 요리는 풍성한 해산물들이 우선 눈에 띈다. 피굴탕, 누룽지 해물탕, 매생이국, 벌교꼬막, 낙지볶음, 녹두해물부침, 황태구이, 버섯들깨탕 등의 술안주가 있고, 점심에는 5000원짜리 여자만정식이 있다. 이중에서 여자만이 특히 자랑하는 요리는 이미례씨가 시어머니에게 전수 받았다는 피굴탕이 있다. 피굴탕은 여자만에서 나오는 굴을 껍질 채 물에 데치듯 은은한 불로 삶아서 건져내어 속살을 까내고, 껍질 삶은 물을 앙금을 버리고 우윳빛 나는 윗물만을 국물로 사용하여 다시 속살을 넣고 대파며 깨소금을 넣어서 맑게 한소끔 끓여내는 식이다. 이를 테면 여느 굴탕과는 달리 껍질을 삶아서 국물로 사용하는데,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시원한 국물맛의 비법이 거기에 있는 모양이다. 피굴탕에 이어서 역시 자랑하는 누룽지해물탕은 누룽지를 넣고 끓이다가 찹쌀가루를 넣어 국물을 약간 걸죽하게 만들어 해물의 비린내를 없애고, 조갯살, 키조개, 깐새우, 오징어, 낙지, 홍합 등에 죽순이며 청경채 같은 야채를 넣어 끓여낸다. ■ 유기농 맛집 원조 ‘시천주’ 안국동 로터리에서 인사동으로 들어오는 초입에 있는 크라운베이커리 옆골목이나, 조금 내려와 가나아트스페이스 골목을 들어서면 뒤편 한정식 골목에 시천주(02-732-0276)라는 맛집이 있다. 동학의 시천주(侍天主)를 차음하여 ‘시와 술이 샘솟는 공간’이란 뜻으로 바꿔 쓰고 있는 시천주는 뜻밖에도 신시(神市)라는 유기농산물 유통단체인 녹색세상의 자매점이며 한편으로는 환경을 생각하는 모임인 ‘그린네트워크‘의 일원이다. 그렇듯이 시천주는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문을 연 유기농 맛집의 원조로 꼽히는데, 유기농쌀, 우리밀, 유기농 야채, 채소, 손수 담은 된장, 유정란, 유기농 차와 주스 등 모든 재료를 신시를 위시한 명동성당의 가톨릭센터 안에 매장이 있는 ’하늘 땅 물 벗‘이라는 유기농가게에서 구매한다. 현재 시천주의 운영을 맡고 있는 주정호씨 또한 일찍이 환경단체인 생태보전 시민모임, 생명의 숲 등에 관계하다 그만 지리산으로 들어가 노고단 산장에서 생태가이드를 하던 중,3년 전에 그린네트워크에 관계된 친구의 권유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저자거리로 내려온 환경운동가이다. 눈이 몹시 맑은 그이는 시천주에 관련되어 매스컴에 이름이 나는 등의 일이 많이 불편한 모양으로, 그만큼 시천주의 운영자가 되어 돈을 버는 따위의 세상일에는 서툴고 어눌한 기색이 역력하였다. 시천주의 메뉴는 담백한 채식 위주의 요리가 특징이다. 나물비빔밥과 된장국, 녹차냉면, 김치두부전골, 야채두부전골, 추억의 간장빠다밥이 있고, 술안주로는 해물부추전, 도토리묵무침, 떡잡채, 오색냉채, 골뱅이소면 등이 있다. 물론 삼계탕이며 불고기버섯전골 같은 육류도 없지 않다. 시천주가 자랑하는 것은 1인분 7000원의 나물비빔밥과 된장찌개다. 고사리, 콩나물, 도라지, 당근, 시금치, 상추, 호박 등의 나물에 유정란을 넣어 비벼먹게 되어 있는데, 미역줄기, 도라지오이무침, 두부부침, 시래기나물, 취나물, 무나물, 감자졸임, 멸치볶음, 배추김치, 야채샐러드 등의 풍성한 반찬에 맑은 된장국이 뒤따른다. 이밖에 시천주에서 자랑하는 술로는 강원도에서 담군 머루주와 경상도 악양 막걸리가 있다. 또한 식당의 한쪽에서는 유기농 제품인 우리밀 곰돌이, 우리밀 햇살콘, 싹낸 건빵 등의 과자류와 우리밀 밀가루, 부침가루, 한라산 고사리, 감골 표고버섯, 지리산 야생 수제차로 뽕잎차, 두충잎차, 구절초차, 산죽잎차, 연잎차 등을 판매하기도 한다.
  • [뒷골목 맛세상] 화성의 봄나들이

    [뒷골목 맛세상] 화성의 봄나들이

    봄에 느끼는 꽃이며 생명에 대한 신비는 결코 젊은이들의 소유가 아니다. 길가에 피어 있는 무심한 꽃다지 한 송이에도 지나온 70,80년의 시간이 통째로 들어있는 것을 느끼며, 그 생명의 신비가 너무 깊어서 차마 만지지도 못하는 저 노인의 떨리는 손길을 보아라. 꽃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이는 이미 꽃다운 나이를 지나 몸과 마음 모두가 더이상 꽃일 수 없는 저 노인일지도 모른다. 젊은이들이야 제 자신이 꽃다운 나이이므로 어디 꽃의 신비며 그 깊이에 눈 돌릴 까닭이 있으랴. 고작해야 단 한번의 일별로 건듯 부는 바람처럼 지나치든가 아니면 살풀이하듯이 함부로 꺾고 짓뭉개려 들 터이다. 만일 그대에게 지난 겨울을 안녕히 넘기고 뜰에 있는 매화 옛 등걸처럼 또다시 봄을 맞이하는 어른이 있다면, 어떤가, 하루쯤 좋은 날을 받아 함께 봄맞이 길을 떠나보는 것이. 그리하여 햇살 바른 언덕에 자리를 펴고 앉아 준비해온 다기(茶器)에 물을 끓여 어린 쑥잎이며 냉이의 선연한 향기를 음미해보는 것이. 나이든 어른과 함께 하는 얼마간 고풍스러운 봄맞이에서 아직 젊은 그대는 지금껏 전혀 몰랐던 꽃이며 생명의 신비에 번쩍, 눈을 뜨게 될지도 모른다. ●하루해의 봄맞이 여행으로 나무랄 데 없어 경기도 화성은 서남쪽에서 반달 모양으로 수원을 감싸 안은 채, 비산비야로 처녀의 젖가슴처럼 부드러운 구릉을 잇따르며 서해안을 향해 사뿐한 발걸음을 옮긴다. 이를테면 화성의 어디에 자리를 잡고 앉아도 거칠거나 위압적인 산야는 눈에 뜨이지 않아, 나이든 이를 위한 하루해의 봄맞이 여행으로는 나무랄 데가 없는 경관이다. 태안 일대의 목장지대며 보통 저수지와 봉담 저수지를 위시해서 군데군데 빼어난 저수지들이 에메랄드처럼 박혀있는가 하면 남양이며 송산을 거치면 마침내 서해안에 이르러 제부도의 바닷길이 소위 모세의 기적으로 그대를 기다리고 있다. 어디 경관뿐이랴. 남양반도며 조암반도를 위시한 화성 일대의 차진 갯벌에서는 예부터 꽃게며 낙지, 굴을 위시한 해산물이 풍성해서, 하다 못해 걸신 걸린 듯 먹어대는 이를 일러 ‘남양 원님 굴회 마시듯 한다.’는 속담이 나올 정도다. 서해안고속도로에서 발안IC로 빠지거나 수원이나 오산에서 국도를 따라 발안으로 오다 보면 발안 네거리가 나오고 바로 이어 왼쪽으로 양감면으로 가는 43번 국도가 기다린다. 이 길을 따라 10분쯤 달리면 양감면사무소 못 미쳐 오른편에 뽕나무골(031-353-6220)이라는 예사롭지 않은 음식점이 있다. 일찍이 서울 농대 잠사학과를 나와 누에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따고, 농촌진흥청 잠사곤충연구소 소장을 거쳐 대한잠사회 회장을 역임한 임수호씨가 애오라지 누에로 한길만을 걸어온 끝에 일구어 놓은 필생의 꿈과 노고가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이다. 뽕나무골은 임수호씨가 30년 가까이 무려 2만여평에 걸쳐 일구어 놓은 실크타운이라는, 누에농장·누에박물관·감실 및 누에사육장·곤충생태관찰관·자연허브온실·뽕나무밭·오디밭·회화나무 삼림욕장·단풍나무터널·장미터널 산책로·실크로드 산책로·누에 산책로·잔디광장 등 다양한 시설 속에 부속된 식당이다. 기실 뽕나무골이라는 식당이 우선이 아니라 누에에 미쳐서 일생을 바친 한 사람의 누에에 대한 꿈이 우선 돋보이는 곳이다. ●누에박사가 일구어 놓은 필생의 꿈 실크타운 누에로 만드는 명주 옷감이 중국산 싸구려에 밀려 사양길을 걸으면서, 우리 누에산업은 뽕잎이며 누에를 중심으로 한 기능성 식품으로 방향을 바꾼 듯하다. 누에박물관에는 누에며 뽕나무를 원료로 하여 생산한 여러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뽕잎차·뽕잎비누·실크파우더·동충하초·오디술·뽕나무뿌리와 동충하초를 원료로 한 고급술 불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데, 이 모든 제품에 대한잠사회 회장을 지낸 임수호씨의 손때가 들어있는 것은 물론이다.60대의 그이는 불행히도 몇해 전에 갑자기 몸이 불편해지면서 잠사회의 일을 놓아두고 이곳 실크타운에서 요양중이다. 중국에서 진시황 때부터 불로초로 알려졌던 동충하초는 겨울에는 벌레로 있다가 여름에는 버섯이 된다는 뜻으로, 원래는 티베트지방에서만 자생적으로 나오는 신비한 약용버섯이었다. 이 동충하초를 우리의 경우 누에를 이용하여 인공적으로 생산해낸 것이다. 버섯의 종균을 누에에 뿌려놓으면 몸속에 잠복하여 누에의 단백질을 영양원으로 발육하면서 겨울을 지내다가 이윽고 여름이 되어 온도와 습도가 높아지면 마침내 누에에 자실체를 만들면서 버섯으로 자라나는 것이다. 실크타운에서 뽕나무골을 직접 운영하는 이는 임수호씨의 부인되는 김성숙씨인데, 역시 뽕나무골이라는 이름답게 뽕나무며 누에와 연관된 요리가 적지 않다.1인당 1만 5000원인 뽕나무골 한정식에는 뽕잎전·뽕잎장아찌·뽕잎나물·누에고치의 가루를 원료로 한 실크파우더로 숙성시킨 돼지갈비찜에서부터 돼지보쌈·조기구이·게장·가오리찜·된장찌개·고추전·물김치·시래기무침·느타리버섯무침·참나물·숙주나물·해파리무침·조개젓 등 한 상 가득히 나온다. 그러나 뽕나무골의 비장의 메뉴는 동충하초오리백숙이다. 먼저 동충하초와 뽕나무뿌리를 오래 삶아서 육수를 낸 다음에 오리를 통째로 넣어 인삼·황기·대추·밤·엄나무·당귀 등의 한약재와 함께 푹 고아낸다. 만일 그대 내외가 어른 내외를 모시고 넷이서 봄맞이에 나선 길이라면 뽕나무골에서 한정식 2인분과 함께 동충하초오리백숙을 시킬 것을 권한다. 아이들이 한두 명쯤 딸렸어도 무방하다. 안녕하게 겨울을 넘기고 봄을 맞이한 어른들에게 보약 한 첩 지어준다고 여기면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일 터이다. 오래 고아서 부드럽게 입안에 넘어가는 오리고기의 담백한 맛도 일품이지만, 동충하초에서부터 각종 한약재까지 어우러진 진한 국물로 쑤어낸 죽으로 입맛을 마무리 하고 나면, 세상살이의 무엇이 더 이상 부러우랴. 그대가 그렇듯 여유로운 눈길이 되어 뽕잎차 한 잔을 들고 문득 실크타운의 아름다운 경관을 돌아보면, 봄은 한 발 더 성큼 그대에게 다가와 있으리라. ●비장의 동충하초 오리백숙 보신용으로 제격 서해안고속도로 비봉IC를 빠져나와 306번 도로를 타고 송산면으로 오다 보면 사강리에 사강횟집거리가 있다. 그리고 사강횟집거리의 택시터미널 뒷골목에 마산횟집(031-357-5001)이라는 탁자가 6개밖에 안 되는 작은 식당이 숨어 있다. 마산횟집이라는 간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주인아주머니 되는 이난용씨가 17년 전에 처음으로 이곳에 마산횟집을 열었을 때 달았던 간판이 바로 마산횟집인데, 지금은 횟집을 하지 않으면서도 아예 간판을 바꿔달 생각이 없이 여전히 옛 간판을 달고 있는 것이다. 마산횟집이야말로 소문을 모르는 이라면 전혀 찾을 수가 없는 집이다. 그런데 바로 그렇듯 숨어 있는 마산횟집을 찾아 멀리 서울이나 수원에서 허위허위 달려오는 이들이 있다. 일찍이 시인이면서 교육자로 수원이며 화성이며 오산 일대에서 오래 교육장을 지낸 김윤배씨도 애써 허위허위 먼 길을 찾아오는 이들 중의 한 사람이다. 그런 마산횟집의 메뉴는 놀랍게도 딱 한 가지다. 낙지연포탕. 남양만의 차진 갯벌에서 나는 커다란 산낙지만을 재료로 쓰는 낙지연포탕은 1인분에 2만 5000원이다. 뒷골목에 숨어 있는 위치며 허름한 실내며 17년간이나 바꿔달지 않은 간판 같은 것으로 보면, 낙지 두 마리의 연포탕 가격은 얼핏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낙지연포탕이야말로 조리하기에 가장 쉬운 요리가 아닌가. 실제로 마산횟집의 조리법도 다른 집에 비해 무슨 특이한 비법 따위는 있는 것처럼 여겨지지 않는다. 맹물에 무를 삶다가 낙지를 산 채로 집어넣고 마늘과 소금을 넣어 끓인 다음에 대파와 후추를 넣어서 마무리하는 식이다. 사는 일이며 음식 만들어 돈버는 일에 별로 크게 마음 두지 않는 듯한 주인아주머니의 무심한 어투에도 무슨 특별한 것은 느껴지지 않는다. ●한번 맛들이면 먼길 마다않고 찾는 마산횟집 “비법은 무슨 비법, 그냥 낙지가 생물이다 보니까 맛이 있는 게지.” 그런데도 사람들은 한번 마산횟집의 연포탕 맛을 들이면 그 맛에 연연해하여 먼 길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 마산횟집의 비법이라면 어쩌면 바로 주인아주머니의 무심한 마음씨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주인아주머니의 그런 무심함이 연포탕에 배어서 얼핏 다른 집에 비해 싱거운 것 같으면서도 차츰 맑고 시원한 맛이 가슴 저 밑바닥까지 깊게 스며드는 것인지도. 이런 맑고 시원한 맛이라면, 육류를 싫어하는 어른들께는 다시없는 요리일 터이다. 더군다나 원래 낙지 자체가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한데다가 타우닌 성분이 들어 있어 성인병에는 물론이거니와 나이든 어른들의 봄 입맛을 찾는 데는 적격이 아니랴. 마산횟집에서는 연포탕을 시키면 비싼 꽃게 간장게장이 무료로 무한정 나오는데, 간장게장을 좋아하는 이라면 연포탕보다는 싱검싱검한 간장게장만으로 실컷 배불릴 수 있다. 여기에 밑반찬으로 톳나물, 달래, 미나리, 표고버섯무침, 파장아찌, 멸치볶음, 김치가 손 큰 주인아주머니의 품성대로 풍성하게 나온다. ■창해상전 추억의 선창포구 발안에서 82번 도로를 타고 조암으로 빠지다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월문리 삼거리에서 332번 도로와 나누어진다. 이 332번 도로를 따라 끝까지 가면 선창포구다.1970년대 말 내가 어머니와 함께 월문리에서 살 때는 수원에서 발안을 거쳐 월문리며 선창포구로 가는 길은 아직 비포장도로였다. 하루에 서너 번 마을 앞을 지나는 버스를 타고 덜컹거리며 15분 가까이 가다 보면 마침내 선창포구였는데, 아아, 바다 쪽으로 길게 뻗어나간 제방을 경계로 끝 간 데 없이 펼쳐져 있는 황량한 갯벌이라니! 제방 위에 아무렇게나 지은 낮은 지붕의 움막 서너 채와 함께 선창포구의 풍경은 흡사 세상의 끝에라도 온 듯 분위기였다. 그래서였을까. 아직 서른 살의 젊은 나이가 너무 무겁게만 여겨지던 나는 끝 간 데 없는 갯벌이며 낮은 지붕의 움막들이 마치 내면의 풍경인 양 전혀 낯설지 않아서 곧잘 선창포구를 찾았다. 그리고 어부들을 상대로 하는 움막 한 곳의 구멍가게에서 네 홉들이 소주와 새우깡을 사들고 제방 위에 앉아 자신의 내면에 있는 황량한 풍경을 바라보며 병나발을 불었다. 그렇게 낮술에 취해 기절이라도 하듯이 혼곤히 잠속으로 빠져들고는 했는데, 그러다 보면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잠이 깰 때도 없지 않았다.‘어어, 안 죽고 살았네!’ 그이들은 나의 혼곤한 낮잠을 자살을 하려고 음독이라도 한 것으로 여긴 것이었다. 얼마 후 영화감독 이장호씨며 배창호씨와 함께 이곳을 찾았을 때, 이장호씨도 첫마디로 꺼내었다.‘자살하기에는 더 없는 곳이네!’ 1980년대가 되어 수원에서 발안은 물론 선창포구까지 포장도로가 나자, 어느날 문득 선창포구는 횟집이며 생선가게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인근에서는 유명한 횟집거리가 되었다. 선창횟집·주곡리횟집·소문난 횟집·이어도횟집·판장횟집·진명횟집·서해바다횟집·군산횟집…. 나는 횟집에 앉아 술을 마시면서도 어쩐지 누군가에게 내 젊은 날의 소중한 장소를 빼앗겨버린 것 같은 상실감을 어쩔 수가 없었다. 그리고 2000년대에 접어든 어느해에 다시 선창포구를 찾았더니 제방 너머로 끝 간 데 없이 펼쳐졌던 갯벌은 물론 바다마저도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린 것이었다. 그와 함께 횟집거리로서의 선창포구도 화려한 번성의 한때를 지나 경기가 시들해지면서 빈 가게들이 늘어나고 있었는데, 횟집의 유리창 너머로 아프게 눈을 찔러오는 것은 갯벌 대신 생겨난 간척지의 생뚱한 풍경이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