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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촌 지붕 위 불법 ‘누수 방지 덮개’ 난립

    농촌 지붕 위 불법 ‘누수 방지 덮개’ 난립

    농촌 지역 노후 건축물 지붕에 누수 방지용 덮개가 불법적으로 설치돼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크지만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고 있다. 2일 경북도 시·군들에 따르면 농촌 지역의 지은 지 오래돼 낡고 허술한 각종 건축물 지붕에 누수 방지용 덮개가 즐비하게 설치돼 있다. 시·군마다 이런 덮개가 설치된 건축물이 수천채에 이른다. 전국 농촌 지역이 비슷한 실정이다. 지붕 방수 처리 비용보다 저렴한 데다 누수 방지 효과도 뛰어나 주민들이 선호한다. 또 비바람을 피할 수 있어 고추·마늘·양파·콩 등 각종 농산물 건조 및 보관 장소로 활용할 수 있다. 설치 비용은 70~80여㎡인 경우 600만~700만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붕 덮개를 주로 철골 구조물(높이 1~3m)에 패널을 씌우는 방식으로 시공, 건축물에 속하지만 대부분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건축물이다. 게다가 무자격 건축업자들이 농촌 지역을 돌며 20~30% 정도 싼값에 덮개를 설치해 주겠다며 공사를 따내 부실 공사 우려도 나오고 있다. 부실하게 설치해 태풍 등에 덮개가 날아가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입힐 가능성도 있다. 우후죽순 생겨나고 모양과 색깔도 제각각이라 주변 경관 훼손은 물론 일조권 침해 등으로 이웃집과 분쟁도 잇따른다. 실정이 이런데도 시·군들은 실태 파악과 지도·단속에 손을 놓고 있다. 전담 인력 부족과 집단 민원 발생이 우려된다는 핑계를 대고 있다. 시·군들이 사실상 불법 건축물을 묵인해 주고 있는 셈이다. 전남도의 불법 건축물은 2013년 1080건, 지난해 1048건, 올해 상반기 621건으로 매년 1000건을 넘고 있다. 각 시·군에서 단속하지만 담당 직원이 부족하고 농촌의 특성상 정확한 실태 파악도 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주민들은 “농가주택 등에 지붕 덮개를 설치하면 누수 방지와 농산물 건조장으로 활용이 가능하지만 대개 허술하게 만들어져 비바람에 언제 흉기로 돌변할지 몰라 항상 불안하고 두렵다”면서 “관계 당국은 하루빨리 관리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시·군 관계자들은 “노후 주택 등의 지붕 덮개 설치가 짧은 시간에 대규모로 이뤄져 또 다른 농촌문제가 되고 있다”면서도 “단속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판단되는 만큼 양성화하는 방안을 정부 차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글 사진 군위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韓中 정상회담] 첨밀밀·아리랑 들으며 시진핑 “함께 장작 모으면 불 커진다”

    [韓中 정상회담] 첨밀밀·아리랑 들으며 시진핑 “함께 장작 모으면 불 커진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0년 지기 라오펑유(朋友·오랜 친구)인 박근혜 대통령을 환한 미소로 반갑게 맞이했다. 연한 하늘색 상의에 남색 바지를 입고 베이징에 도착한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위해 화사한 분홍색 상의와 검은색 바지로 갈아입었다. 두 정상은 인민대회당 동대청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서대청으로 함께 걸어가면서도 이야기꽃을 피웠다. 시 주석이 두 손으로 큰 동작을 그리며 뭔가를 설명하자 박 대통령이 파안대소했다. 2일 정상회담에는 시 주석의 핵심 브레인이 모두 배석했다. 시 주석 오른쪽에는 ‘오른팔’ 왕후닝((王滬寧) 당 중앙정치국원 겸 중앙정책연구실 주임이 앉았다. ‘은둔의 책사’로 불리는 왕후닝은 장쩌민(江澤民)·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에 이어 시 주석까지 3대에 걸쳐 ‘책사’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육·해상 신실크로드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를 관장하는 ‘업무영도소조’의 조장을 맡았다. 시 주석 왼쪽에는 ‘왼팔’ 리잔수(栗戰書) 중앙판공청 주임이 앉았다. 리 주임은 시 주석의 비서실장 격으로 늘 그림자 수행을 한다. 두 사람 옆에 각각 양제츠(楊潔?)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배석했다. 우리는 박 대통령의 오른쪽으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주철기 외교안보수석, 안종범 경제수석이 앉았고 왼쪽으로 김장수 주중대사, 김성우 홍보수석 등이 배석했다. 시 주석은 “한국에는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중국에도 ‘많은 사람이 함께 장작을 모으면 불이 커진다’는 말이 있다”고 하면서 ‘함께’를 특별히 강조했다. “한·중 양국은 제국주의의 침략과 강점에 맞서 싸웠다. 마침내 두 민족은 목숨 걸고 맞서 싸워 해방을 이뤄 냈다”고 하는 식이다. 6번째 정상회담은 짧은 시간에도 평소보다 대화의 양을 늘리는 등 압축적이고도 긴밀하게 이뤄졌다. 통상적인 순차통역이 아닌 동시통역으로 진행됐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회담이 이뤄진 34분 동안 아주 많은 정보가 왔다 갔다고 생각하면 된다. 순차통역으로 치면 1시간 넘는 회담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 한국만을 특별하게 배려한 뒤이은 오찬도 정상회담의 연속이었다. 1시간 4분 동안 진행된 오찬에서 중국은 중앙민족가무단이 두 나라의 노래를 번갈아 연주하면서 양국 간 문화적 유대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첫 번째 곡은 지난해 7월 시 주석 내외가 방한했을 때 연주했던 시 주석의 부인이자 유명 가수 출신인 펑리위안(彭麗媛)의 대표곡 ‘희망의 들판에서’였다. 다음 곡으로 우리의 ‘아리랑’과 ‘첨밀밀’, 대장금 주제가 ‘오나라’, ‘당신에게 장미 한 송이’,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주제곡, ‘야래향’(중국곡), 박 대통령의 애창곡인 거북이의 ‘빙고’ 등이 이어졌다. 오찬은 정상회담과 달리 순차통역으로 진행됐다. 오찬에는 식전 냉채, 연밥백합탕, 대파해삼찜, 꽃등심 스테이크, 황금 죽순과 아스파라거스, 레몬향 대구롤, 딤섬 등이 메뉴로 나왔다. 또 ‘중국의 보르도’(와인 산지로 유명한 프랑스 남서부 항구도시)로 불리는 화베이(華北) 지역에서 생산된 레드·화이트 와인이 각각 곁들여졌다. 오찬 메뉴판에는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의 사진이 인쇄돼 있었으며 박 대통령의 사진 밑에는 ‘이심전심 무신불립’(以心傳心 無信不立), 시 주석 사진 밑에는 ‘번영창조 미래개척’(繁榮創造 未來開拓)이라는 글귀가 한글과 한자로 적혀 있었다. 무신불립은 시 주석이 지난해 7월 방한 당시에도 사용한 표현으로, 시 주석은 당시 언론 기고문을 통해 선린우호(善隣友好) 견지 및 상호 신뢰 증진을 제안한 뒤 논어에 등장하는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란 성어를 소개하며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 주석 발언 내용이 오역되는 해프닝도 빚어졌다. 주중 한국문화원이 먼저 번역한 정상회담 모두발언 자료에는 시 주석이 “한·중 관계가 역대 최상”이라고 말한 것으로 돼 있었으나 우리 대사관의 최종 번역 자료에선 해당 발언이 아예 빠졌다. 정상회담이 동시통역으로 진행됐고 서둘러 번역 자료를 배포하는 과정에서 시 주석 발언이 과도하게 의역됐던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통·번역 과정에서 일부 오류가 있었다”며 양해를 구했다. 베이징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서울광장] 대학도 ‘해산 장려금’이 필요하다/김성수 논설위원

    [서울광장] 대학도 ‘해산 장려금’이 필요하다/김성수 논설위원

    대학 구조개혁 평가 결과가 지난 31일 발표된 뒤 매머드급 후폭풍이 불고 있다. 예상했던 대로 A~E등급 중 낙제점인 D, E등급을 받은 대학들의 반발이 거세다. “평가무효”를 외치며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대학이 속출하고 있다. 총장이 사퇴한 곳도 있고 보직교수 전원이 물러난 학교도 있다. ‘부실’ 낙인이 찍힌 대학들은 당장 이달에 시작되는 수시전형부터 수험생들의 외면을 받게 된다. 교육부는 일부러 발표 시점을 수시전형 직전으로 맞췄다고 설명한다. 낙제점을 받은 대학들은 내년 신입생부터 장학금은 물론 학자금 융자도 못 받게 되니 이런 점을 잘 알고 지원하라는 것이다. 물론 재학생들은 장학금 제한 등의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대학의 이미지 실추로 재학생들의 사기도 바닥에 떨어져 있다. 취업을 앞둔 학생이라면 부실 대학 출신이라는 낙인이 불리하게 작용할 건 뻔하다. 대학의 잘못이 학생에게 전가되면서 선의의 피해자가 된 셈이다. 사실 부실 대학이 늘어난 건 대학보다는 정부의 탓이 더 크다. 김영삼 정부 때인 1996년 대학 설립 규제를 다 풀어준 게 도화선이 됐다. 운동장과 건물 등 몇 가지 기준만 맞추면 대학 설립을 허용했다. 이후에도 규제완화 기조는 지속됐고 대학은 우후죽순처럼 늘었다. ‘무늬만 대학’인 곳도 덩달아 급증했다. 교총은 “(대학의 부실은) 양적 팽창에만 몰두해 온 역대 정부의 과오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이명박 정부 들어 본격적으로 부실 대학에 재정지원을 제한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섰다. 박근혜 정부도 구조개혁의 고삐를 더 바짝 죄었다. 앞으로 9년간 정원 16만명을 줄인다는 게 교육개혁의 핵심이다. 433개 대학(전문대, 사이버대 등 포함)의 평균 입학 정원이 1650명인 점을 고려하면 약 100개의 대학을 없애겠다는 뜻이다. 대학을 평가해 정원 감축을 하고 부실 대학은 퇴출시키는 방식이다. 문제는 강제성이 없다는 것이다. 강제성을 확보하려면 ‘대학구조개혁법’이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 김희정 의원이 지난해 4월 발의한 법안으로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부실 대학을 청산할 때 사학 법인에 일정한 지분을 돌려주거나 아니면 요양병원이나 평생직업교육기관 등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 등이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학교법인이 해산하면 잔여 재산은 모두 국고에 귀속된다. 대학 설립자로서는 학교를 접으면 한 푼도 못 건지고 손을 털게 돼 있다. 정부의 재정지원이 끊기고 학생수가 줄어 등록금 수입이 고갈돼도 부실 사학이 계속 버티고 있는 이유다. ‘좀비 대학’을 정부의 지원으로 계속 연명하게 할 수는 없다. 시간문제일 뿐 부실 대학은 언젠가는 문을 닫게 된다. 대학 스스로 결단을 내리는 게 가장 좋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퇴로’를 열어 줘야 한다. ‘대학구조개혁법’과 비슷한 개념인 ‘해산(解散) 장려금’ 제도를 대학에 적용해 보는 것을 검토할 만하다. 학생수가 줄어 경영위기를 겪는 초·중·고교가 해산하면 남은 재산을 평가해 30%까지 돌려주는 제도다. 사립학교법의 특례조항(35조 2항)으로 2004~2008년 한시적으로 적용됐다. 고교 이하에만 적용했던 제도를 대학 청산 때 적용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초·중·고는 사실상 의무교육인 데다 재산 총액이 크지 않지만 대학은 평가액이 비교할 수 없게 크고 (부실이 생긴 데는) 설립자의 자기 책임도 크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떤 인센티브도 주지 않고 부실 대학이 자발적으로 퇴출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뾰족한 다른 대안도 현재로서는 찾기 어렵다. 심사를 더 엄격하게 해서 적용하고, 대학을 청산할 때 돌려주는 재산도 최대 30%가 아니라 그 이하로 낮추는 방식도 고려할 만하다. 대학 구조개혁은 지속돼야 한다는 점에서 교육부가 이번에 등급별 대학 명단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학자금 대출제한’ 명단을 통해 낙제점을 받은 대학만 우회적으로 알리는 데 그쳤다. 교육부는 “대학의 서열화라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사실을 공개해도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는 법률 자문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학교를 선택할 권리는 무엇보다 우선이다. sskim@seoul.co.kr
  • 소자본창업, 무엇을 따져야 할까?

    소자본창업, 무엇을 따져야 할까?

    가족들끼리 외식을 할 때, 회사 동료들과의 회식장소로,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밥 한끼 먹을 때, 한국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외식메뉴는 바로 삼겹살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해 국민 메뉴로 손꼽히기도 한다. 그만큼 고기집 창업에 대한 관심도 높지만, 또 이러한 이유로 그 어떤 창업보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기도 하다. 요식업 소자본 창업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맛, 아이템, 그리고 시장성 판단이다. 시대에 따라 고객들의 요구도 변하기 때문. 고기와 상추만 있으면 한 상이 완성되던 시대가 있었는가 하면 지금은 시시각각 변하는 고객의 니즈에 따라 지속적인 메인 메뉴 개발과 사이드 메뉴를 곁들여 내야 한다. 인테리어도 중요하다. 소자본 창업의 경우, 전문적인 인테리어를 하기에는 비용과 전문성에 어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맛만큼이나 고객들의 취향을 잡아 끄는 것이 인테리어기 때문에 간과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우후죽순 생기는 소자본 창업업체들 사이에서 성공할 수 있는지 반드시 시장성 검토를 해야만 성공하는 창업으로 갈 수 있다. 만약 창업주 혼자서 판단하기 어렵다면 건실한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권한다. 카페형 고깃집 나이스투미츄 관계자는 “예비창업자들은 요즘 뜨는 창업 아이템만을 선정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보다는 전문적으로 시장현황을 파악하고 메뉴개발이나 노하우, 그리고 점포유치의 과정을 살펴본 후 창업 파트너를 만나는 것이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나이스투미츄는 고기가 가장 맛있게 익는 250도의 불판에서 다리미처럼 생긴 웨이트로 44초간 고기를 굽는 독특한 방식으로 고객들의 눈과 입을 사로잡은 고깃집 프랜차이즈다. ‘테이스티로드’, ‘찾아라 맛있는 TV’, ‘생생정보통’ 등의 프로그램에 맛집으로 소개되었으며 카페형 인테리어와 메쉬드 포테이토, 청포도 에이드 등으로 젊은층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나이스투미츄는 서울 홍대점, 일산 라페스타점, 대구 경북대점, 평택역점, 김포 사우점, 화성 병점점, 부산 서면점, 대구 광장점, 서울 대학로점, 동성로점, 성서계대점, 구미 인동점, 부산 부산대점, 부산 광안리점 등의 가맹점을 운영 중이며, 경산 영남대점, 대구 상인동점, 여수 학동점이 오픈을 앞두고 있다. 특히 대구 경북대점주는 매장 오픈 6개월만에, 부산 서면점주는 오픈 2개월 만에 추가로 매장을 계약하여 2개 매장을 동시에 운영중일 만큼 시장성을 인정받고 있다. 나이스투미츄 관계자는 “다리미삼겹살은 표준화된 주방 시스템으로 인건비를 줄이고 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한다. 또 본사에서 식자재 공장을 직접 운영해 가맹점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재료를 공급 중”이라면서 “본사는 예비창업자들이 스스로 하기 어려운 시장현황 파악, 투자금의 규모, 손익분석과 출점 전략 등을 꼼꼼히 상담하여 창업 및 운영에 까지 도움을 준다”고 전했다. 유망창업, 안정적인 소자본 창업 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는 나이스투미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오는 8월 27일 본사에서 진행되는 창업설명회를 통하거나 홈페이지(www.nicetwomeatu.co.kr) 또는 전화(1644-9234)로 확인 가능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씨줄날줄] 불효자 방지법/박홍환 논설위원

    중국 춘추전국시대 진(晉)나라의 오맹(吳猛)은 겨우 8살 때 이미 효자의 열공에 올랐다. 그가 행한 효는 이른바 ‘자문포혈’(恣蚊飽血). 한여름밤 일부러 맨몸으로 잠들어 모기가 마음껏 자신의 피를 빨도록 함으로써 아비에게는 얼씬도 못하게 만들었다니 이만한 효자가 또 있을까. 일찍이 모친을 여의고, 가난한 부친과 함께 지내던 중 여름마다 부친이 모기의 성화에 잠을 못 이루자 기꺼이 자신을 모기의 먹잇감으로 내던졌다고 한다. 제(齊)나라 사람 강혁(江革)의 효행도 남달랐다. 머슴살이를 하면서까지 홀로 된 모친을 평생 극진히 봉양했다고 한다. “내가 죽으면 홀로 계신 어머니를 누가 모시겠느냐”며 산적들까지 감동시켰다. 삯일을 해 어머니를 봉양한다는 ‘행용공모’(行傭供母) 고사의 주인공이다. 이 밖에도 어머니 모시는 데 소홀해질까 봐 갓 태어난 자식을 묻어 버리고 어머니 봉양에만 매진했다는 ‘매아봉모’(埋兒奉母), 늙은 모친에게 죽순 탕을 대접하기 위해 대나무를 붙잡고 통곡해 죽순이 나오게 했다는 ‘곡죽생순’(哭竹生筍) 등 중국에는 대표적인 효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24효(孝)’라는 책이 전해진다. 우리나라에서도 늙고 병든 부모를 대접하기 위해 한겨울에 얼음을 깨고 연못에 들어가 잉어를 잡거나 어머니 약재를 구하기 위해 집을 나섰으나 거센 강물에 막혀 안타까워하자 호랑이가 나타나 강을 건너게 해 줬다는 등 다양한 효자·효부(孝婦) 이야기들이 전래되고 있다. 불효자에 대해서는 불과 몇십년 전까지만 해도 엄한 사회적 처벌이 내려졌다. 옛 신문을 뒤적이니 이런 기사도 눈에 띈다. 1964년 2월의 일이다. 경북 경주의 한 마을 주민 300여명이 추방대회를 열어 재산에 눈이 멀어 아버지를 때리고 내쫓은 불효자 최모씨를 마을에서 영구 추방했다. 주민들은 ‘수화불통’(水火不通)이라는 결의문까지 채택해 최씨와 말을 섞는 주민들까지 함께 처벌하기로 했다니 불효자에 대한 분노가 하늘을 찔렀던 셈이다. 사회가 점점 빨리 고령화되면서 노인 봉양 문제가 커지고 있다. 국가의 사회보장이 100% 완벽하지 못하다 보니 각 가정 스스로 해결할 몫이 크다. 최근에는 미리 재산을 자식들에게 나눠 줬다가 자식들이 서로 부양을 외면하는 바람에 낭패를 겪는 부모들도 많다고 한다. 그 때문에 노인들 사이에서는 “죽기 전까지 어느 정도의 돈을 수중에 남겨 둬야 대접받는다”는 얘기가 정설처럼 굳어져 있다. 돈으로 효를 산다는 슬픈 이야기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불효자 방지법’도 같은 맥락이다.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는 자녀를 상대로 부모가 증여나 상속한 재산을 되돌려 받을 수 있도록 민법과 형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효도하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것인데 효와는 담을 쌓고 있는 세태를 반영하는 것이어서 씁쓸하기만 하다. 박홍환 논설위원 stinger@seoul.co.kr
  • 가을은 서핑의 계절, 서퍼들은 바다에 산다

    가을은 서핑의 계절, 서퍼들은 바다에 산다

    지난 20일 오후 2시 강원 양양군 기사문해수욕장. 50여명의 서퍼(surfer)가 서핑보드 위에 납작 엎드린 채 바다 위에 둥둥 떠 있었다. 서핑보드는 육지를 향하고 있지만 서퍼들의 시선은 모두 뒤로 쏠려 있었다. 파도가 밀려오는 순간을 기다리는 듯했다. 20분쯤 흘렀을까. 구름으로 잔뜩 찌푸린 하늘에서 장대비가 뚝뚝 떨어지며 천둥·번개와 함께 먼바다에서 거대한 파도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제야 엎드려 있던 서퍼들이 일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등대 주변에서 파도를 기다리고 있던 한 남성 서퍼는 크게 울렁이는 파도에 올라타는 기술을 능숙하게 선보였다. 마치 보드와 양발이 붙어 있는 것 같았다. 얕은 곳에서 하얗게 깨지는 파도는 이제 막 서핑을 시작한 초보 서퍼들의 차지였다. 파도는 서퍼들을 빠른 속도로 백사장까지 데려다줬다. 일어서다 중심을 잃고 바다에 빠진 한 20대 여성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보드 위에 올라타 다음 파도를 기다렸다. 오후 6시가 훌쩍 넘었지만 바다 위의 서퍼들은 시간을 잊은 듯했다. 이곳에 있는 서핑스쿨 ‘낭만비치’ 강사이자 국내 유일의 여성 서핑마스터 김지나(24)씨는 “오늘은 평일이어서 서핑을 즐기는 사람이 주말의 3분의1 정도밖에 되지 않아 한가한 편”이라며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서핑 강습을 받으러 오는 사람만 하루에 100명 이상 몰려 가득 찬 서핑보드 때문에 바다가 좁아 보일 정도”라고 말했다. ●예능·드라마 등에서 서핑 소개되며 인기몰이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서핑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젊음과 자유로 대변되는 서핑이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등에 소개되면서 젊은이들이 서핑을 즐기기 위해 바다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서핑협회(KPSA)에 따르면 21일 현재 전국에서 서핑을 즐기는 사람은 약 3만명으로 지난해보다 50%가량 급증했다. 서핑 교육과 장비 렌털을 담당하는 서핑숍은 서핑 포인트가 있는 강원과 부산, 제주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에 50여개가 형성돼 있다. 이 가운데 50% 이상이 최근 2년 안에 생긴 신생 업체다. 특히 30여개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서핑의 메카’로 떠오른 양양군에 몰려 있다. 동해 지역 1호 서핑스쿨인 낭만비치 대표 이동형(32) 마스터는 “5년 전만 해도 동해 지역 전체의 서핑숍이 6~7개에 불과했는데 최근 서핑 교육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면서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며 “양양의 서핑숍도 마찬가지로 60% 이상이 1~2년 안에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마니아층도 점점 늘고 있다. 2013년 1100명이었던 KPSA 회원은 이듬해 2600명으로 2배 이상으로 증가했고 지난달을 기준으로 3800명에 육박했다. 이달 등록 회원 수까지 합치면 4000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KPSA 회원으로 가입하면 전국 협회 가맹숍에서 할인 등 특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회원이 늘었다는 것은 곧 서핑을 장기적으로 즐길 마니아 수가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서핑 인구가 늘면서 일반인에게 개방되지 않았던 양양 하조대가 지난 11일 국내 최초 서핑 전용 해변으로 빗장을 풀었다. 서피비치 김병국 홍보팀장은 “오랫동안 해외 마니아 스포츠로 여겨졌던 서핑이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서핑 대중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같다”며 “향후 서핑 시장뿐만 아니라 서핑 저변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서핑은 2030세대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급속도로 퍼졌다. 지난 16일 동해시 대진해수욕장에서 처음 서핑을 해 봤다는 정은실(29·여·회사원)씨는 “친구가 페이스북에 서핑복인 래시가드를 입고 서핑을 하고 있는 사진을 올렸는데 나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서핑은 요즘 유행하는 ‘허세’를 부리기 딱 좋은 스포츠여서 2030 사이에서 하나의 힙(hip)한 트렌드로 자리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한 서핑 전용 의류업체 관계자도 “서핑은 멋진 사람들이 하는 스포츠라는 인식이 인기에 한몫한 것 같다”면서 “2년 전 SBS 드라마 ‘상속자들’에서 배우 이민호의 서핑 장면이 나온 이후 추성훈·야노 시호 부부 등 유명인들이 연이어 서핑을 즐기는 이미지를 노출시켰고 이에 따라 서핑 전용복인 래시가드 판매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낮엔 서핑, 밤엔 클러빙 ‘잘 노는 문화’로 인식 서핑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단순한 스포츠 활동이 아니라 하나의 ‘잘 노는 문화’로 자리잡았다는 얘기도 있었다. 지난달 서핑에 입문한 박진주(28·여·회사원)씨는 “양양의 죽도해변으로 처음 서핑을 갔는데 숍마다 밤에 파티를 열더라. 춤도 추고 디제잉도 하는데 마치 클럽에 온 것 같았다”며 “낮에는 서핑을 하고 밤에는 클러빙(clubbing)을 하는 서핑족들의 놀이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간편함과 접근성, 저렴한 가격도 장점이다. 여름 레포츠 가운데 여러 장비를 갖춰야 하는 스쿠버다이빙과 달리 서핑은 보드 하나만 있으면 물 위에서 스피드를 즐길 수 있다. 동해시 서핑숍 ‘왓서프’ 대표 이효근(37) 마스터는 “지상에서 1시간 정도 자세와 요령, 안전 교육을 등을 받고 바로 바다로 나가면 된다”며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제대로 된 교육을 받는다는 가정하에 매 주말마다 서핑을 배운다면 스스로 파도를 읽고 탈 수 있기까지 3~4개월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서핑 경력 3년차인 정대권(27·대학생)씨는 “예전에는 서핑을 무조건 해외에서만 할 수 있는 것으로만 알았다”며 “서울에서 버스로 3시간만 가면 서핑을 할 수 있어 좋다”고 밝혔다. 비용은 초보자 기준 강습비·숙박비·보드 렌털비 포함 6만~8만원 선이다. KPSA로부터 안전 교육·서핑 룰·바다 수영 50m·일어서기(Take off) 기술 등이 포함된 기초 강습을 수료한 초보 서퍼에게는 오픈 서퍼 자격이 주어진다. 이후 단계별 테스트를 통해 세미 서퍼, 서퍼, 세미 마스터를 거쳐야만 마스터가 될 수 있다. 마스터가 되면 KPSA 주관 프로대회 중 일대일 대결인 ACC대회에 참가하거나 숍에서 강습을 진행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총 20명(남자 19명·여자 1명)의 서핑 마스터가 있다. 여름휴가철이 지났지만 서핑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제철이다. 바다의 시간은 육지보다 한 계절 느리게 흘러간다. 이동형 마스터는 “차가운 바다가 데워지려면 육지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서 “바다가 데워질 만큼 데워진 9~10월은 서핑슈트를 입지 않고 들어가도 따뜻해 서핑을 즐기기에는 최적의 시기”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서핑의 인기가 급증하면서 서핑을 여름에만 즐기는 스포츠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7월만 해도 슈트를 입지 않으면 추워서 (바다에) 들어갈 수 없다”며 “4~5월쯤 바다는 한겨울이라고 보면 된다”고 조언했다. ●초보자 기준 강습·숙박·보드 렌털비 6만~8만원 파도도 가을이 더 좋다. 이 마스터는 “한국 바다는 가을·겨울에 북동쪽 ‘스웰’(큰파도와 너울)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남쪽 스웰을 받는 여름보다 훨씬 파도가 자주 들어오고 밀어 주는 힘도 크다”며 “1년에 5~6차례 열리는 프로서핑대회가 주로 9~10월에 몰려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프로서핑은 KPSA가 주관하는 공식 서핑대회로 마스터끼리 일대일로 대결을 벌이는 ACC대회 3~4차례, 모든 서퍼가 참여해 우승자를 가리는 오픈대회 1차례, 협회 회원 등록 1년 미만인 자로 참가 자격이 제한되는 신인왕전이 1차례 열린다. 김지나 마스터는 “2년 전까지만 해도 신인왕전을 치르는 데 하루면 충분했는데 서핑 인기의 영향으로 최근 새로운 서퍼가 대폭 늘면서 지난해에는 대회를 치르는 데만 꼬박 이틀이 걸렸다”며 “다음달 19~20일에 신인왕전이 열리는데 사상 최대 인원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양양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학교 주변 호텔 허용 ‘관광진흥법’] 신성범 새누리 의원 “클린호텔 지어 관광객 유치·고용 창출”

    [학교 주변 호텔 허용 ‘관광진흥법’] 신성범 새누리 의원 “클린호텔 지어 관광객 유치·고용 창출”

    “학교 주변에 러브호텔을 짓겠다는 게 아닙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여당 간사인 신성범 새누리당 의원은 19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학교 주변에 관광호텔을 짓는 것을 허용하는 내용의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늘어나는 해외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신 의원은 “개정안은 유해시설이 없는 100실 이상 규모의 ‘클린’ 호텔만 지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유해 영업 1회 적발 시 영구적으로 영업을 못하게 하고 주차장을 개방형으로 하는 등 규제를 하면 러브호텔을 차단할 수 있고 교육 환경을 저해할 일도 없다”고 말했다. 학교 주변에 큰 관광버스가 다니게 돼 학생들이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회차로나 주차 시설을 별도로 만드는 것을 의무화하면 된다”고 답했다. 이어 “야당은 ‘호텔=유해시설’로 인식하는 편견에 사로잡혀 법안이 가져올 긍정적 경제효과에는 눈을 감고 있다”면서 “법안이 통과되면 곧바로 18개 호텔이 새로 생겨 1만 7000여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신 의원은 “호텔을 하필 학교 주변에 지어야 하느냐”는 야당의 반대 논리에 대해 “서울시에 초·중·고교가 2000개가 넘는데 학교 주변 200m를 계산하면 서울시 면적의 70%를 차지한다”며 “이 때문에 소방안전 기준을 지키지 않은 불법 숙박 시설이 도심 외곽 지역에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서울에서 방을 구하지 못하고 경기 이천, 여주, 평택 등지로 나가는 해외 관광객들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신 의원은 최근 경복궁 옆 대한항공 부지에 호텔 건설이 무산된 것을 언급하며 “야당이 제기한 대기업 특혜법이라는 오해가 해소됐다”고 주장했다. 또 “서울행정법원이 지난 16일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면 학교 근처에 호텔을 지어도 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려 입법에 큰 걸림돌이 하나 없어졌다”며 올해 정기국회 내 처리를 자신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김경운 기자의 맛있는 스토리텔링1] 원조 평양냉면 맛을 지키고 있는 곳은?

    [김경운 기자의 맛있는 스토리텔링1] 원조 평양냉면 맛을 지키고 있는 곳은?

    고소한 메밀국수에 깊은 맛을 내는 찬 고기 육수를 부은 뒤 국수에 무 몇 조각을 얹어 먹는 평양냉면은 여름철에 빼놓을 수 없는 별미다. 보통 국수는 메밀과 전분 가루를 6대4 또는 5대5 등으로 섞어 부드러운 식감을 더했다. 육수는 쇠고기나 꿩고기를 쓰는데, 때론 닭 뼈 또는 돼지고기도 함께 넣어 더 깊은 맛을 우려내기도 한다. 평양냉면은 본래 평북 지방에선 그냥 냉면으로 불린다. 조선 시대부터 육수가 아닌 차가운 동치미 국물에 국수를 말아 한겨울에 먹었으니 차가운 냉면이라고 했을 것이다. 메밀에는 일부 유해 성분이 있기 때문에 해독 작용이 탁월한 무는 궁합이 꼭 맞는 고명이다. 냉면의 육수 맛은 짠맛, 신맛, 단맛, 쓴맛에 이어 이른바 5번째 맛이라고 하는 감칠맛이 중요한 요소이다. 이 구수한 맛은 L-글루타민산나트륨이 함유된 MSG 계열의 조미료로도 풍부하게 낼 수 있다. MSG 조미료를 넣지 않은 냉면을 전국적으로 수소문하는 방송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이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은 냉면집이 어딘가 있기는 하겠지만 왠지 우리가 아는 냉면 맛이 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다. 냉면에는 인체에 해롭지 않은 소량의 MSG가 들어가야 한다. 겨울철 동치미 국물에 먹던 냉면이 여름철 육수 냉면으로 자연스럽게 바뀐 것은 한 일본인 덕분이었다. 1907년 도쿄대 교수는 다시마 등을 농축해 ‘우마미’(감칠맛)를 발견했다. 이를 화학 성분으로 처리해 최초의 화학조미료 ‘아지노모토’를 개발했다. 쇠고기, 다시마, 멸치 등을 넣고 몇 시간씩 푹 끓이지 않아도 되는 혁신적 발명이었다. 음식점 등에서 반응이 더 뜨거웠던 곳은 조선이었다. 일본인보다 국물 문화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특히 당시 한양에 있던 평양식 냉면집은 값싸고 편하게 육수를 만들 수 있던 아지노모토 조미료를 넣었고, 이 맛에 길들여진 식객들의 입소문을 통해 냉면집이 우후죽순처럼 생겼다. 냉면의 본고장인 평양에도 퍼졌다. 6·25전쟁 이후 서울에 다시 평양 냉면집이 하나둘 문을 열었다. 지금은 많은 평양냉면 전문점이 있지만, 역사성을 따져 분류하자면 3종으로 보인다. 을지로 충무로길의 ‘Y점’ 등은 냉면에 고춧가루를 살짝 넣는 게 묘한 특징이다. 필동 서애로의 ‘P점’도 Y점과 마찬가지로 돼지고기를 잘게 썰은 (제육)편육을 평양냉면 외의 대표 메뉴로 한다. 다른 하나는 장충동 장충단로의 ‘P점’과 마포 숭문길의 ‘Y점’을 꼽을 수 있다. 처음 먹어본 식객들에겐 너무 심심한 육수에다 만두가 특징이다. 나머지 한 맥은 중부시장 근처의 ‘W점’이다. 화려한 고명과 불고기, 누구나 좋아하는 맛을 특징으로 한다. 평양냉면이 서울식으로 진화해 최고 절정에 오른 맛이다. 그럼 왜 3종으로 분류된 것일까. 우선 충무로길 Y점 등은 평양 시내의 큰 음식점에서만 맛볼 수 있었던 냉면이다. 북쪽 지방에선 귀했던 고춧가루를 사용했고, 또 접대용으로 돼지 편육을 쓰기 때문이다. 쇠고기는 산세가 험한 북한에 거의 없었다. 따라서 실향민이나 탈북자들은 Y점 등에 가면 “북한 냉면에 가깝다”며 극찬한다. 두 번째 맛인 P점 등의 냉면은 부유한 양반 집에서 즐기던 맛이다. 일종의 가정식 냉면이어서 맛이나 모양이 그리 화려하지 않다. 특유한 맛을 좋아하는 식객들은 “중독성이 있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마지막 W점은 이 모두를 합쳐 외국인의 입맛까지 넘볼 수 있는 맛이다. 그런데 지금 평양에서도 서울과 똑같은 현상이 펼쳐지고 있다. 평양을 다녀온 지인들의 평가를 종합한 결과 북한 측이 남한 고위 인사들을 데려가거나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권하는 대동강변의 ‘옥류관’ 냉면 맛은 서울 중부시장 근처의 W점처럼 화려한 맛의 극치를 자랑한다. 고명에 쇠고기 수육도 쓴다. 보통강변의 ‘청류관’은 고명으로 빨간 김치나 심지어 고추장까지 등장한다. 청류관 냉면은 충무로길 Y점 등 냉면의 변형으로 여겨지는데, 결국 그 원형은 본고장을 떠난 Y점 등이 지키고 있는 셈이다.  <국수> 시인 백석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쩡하니 익은 동티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 ‘19禁’ 앱 광고 SNS 무법지대

    ‘19禁’ 앱 광고 SNS 무법지대

    “올빼미 삼행시?… 올라탈게, 빼지 마, 미치게쏘~.”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 등에 올려진 모텔 예약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의 홍보 게시물 내용이다. 제휴한 모텔이 3000여곳에 이른다는 이 앱의 운영업체는 해당 앱을 통해 예약하면 숙박비 할인과 시간 연장 혜택을 준다고 광고하고 있다. 하지만 성인뿐 아니라 청소년들에게도 무차별로 노출되는 SNS 광고치고는 너무 원색적이고 자극적이다. ●모텔·성형외과 자극적 문구로 ‘낚시질’ 미용에 관심이 많은 고등학생 김희진(17·가명)양은 한 성형외과가 SNS에 올린 광고 이벤트에 응모했다. ‘일반인 얼짱’(예쁜 얼굴로 화제가 된 일반인)의 ‘쁘띠 성형 시술기’에 이벤트 신청 댓글을 달아 당첨되면 할인을 해 주는 행사였다. SNS에는 ‘심플하고 통증 없는 시술’이라는 성형 광고가 돌고 돈다. 우후죽순 난립하는 호텔·모텔 예약 앱들과 각종 성형외과 광고들이 SNS를 무대로 서로 경쟁하듯 자극적인 ‘낚시성’ 광고를 쏟아 내고 있다. 현재 국내 SNS 광고에는 규제가 없다. SNS 마케팅의 특성상 청소년들에게 무분별하게 노출될 가능성이 많은데도 아무런 법적 통제 및 제재 수단이 없는 것이다. 직장인 이모(29·여)씨는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뜬 한 모텔 앱 광고를 듣고 귀를 의심했다. 젊은 남성들이 여자친구와 싸웠던 경험을 얘기하는 팟캐스트 광고에서 “명백히 걔(여자친구) 잘못인데 ‘안 해’라기에 한번 하려고 빌었다. ○○가 뭐라고”라는 대화가 여과 없이 흘러나왔다. ●SNS 광고 성인 인증 없어 버젓이 노출 이런 SNS 광고물에 대한 청소년 접근은 차단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SNS는 별도의 실명 인증을 거치지 않고도 가입이 가능해 연령에 따른 ‘접근 제약’이 없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성형이나 모텔 광고가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지정될 경우 별도의 성인 인증 등을 통해 접근을 제한할 수 있지만 현재로선 지정된 것이 하나도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SNS 광고의 유해 매체 지정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는 기본적으로 SNS 광고에 대한 법적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모텔 앱이나 성형 광고 자체를 불법 매체 또는 유해 매체로 분류하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특히 업종별 포괄 고시가 아닌 각각의 콘텐츠에 대한 개별적 시정 권고만 가능해 근본 해결책 자체가 없다. 정부 당국은 현재 SNS에 퍼진 모텔 및 성형 광고 규모나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유해성 세분화해 규제정책 마련해야” 유현정 충북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은 일상에서 정보화 기기 등에 이미 길들여진 세대이기 때문에 온라인 정보를 특히 친숙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광고 유해성의 기준을 세분화해 정책을 만들고 청소년 접근을 제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안흥찐빵 모락모락

    안흥찐빵 모락모락

    잊힌 강원 횡성 안흥찐빵마을이 ‘모락모락마을’로 재기에 나선다. 횡성군은 전국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찐빵마을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안흥찐빵마을의 명성을 다시 살리기 위해 모락모락마을 조성사업을 추진한다고 17일 밝혔다. 국비 등 60억 3000만원이 들어가 2020년쯤 완공될 예정이다. 사업은 안흥마을 입구에 별도의 부지를 확보해 안흥찐빵 명품관과 저장고, 관광안내소, 공원, 주차장 등을 건립할 예정이다. 안흥찐빵 명품관은 찐빵과 산골마을 안흥지역 지역특산품의 홍보와 전시, 판매가 목적이다. 저장고는 찐빵의 저장용 냉동창고로 사용하고 찐빵 저장 모습을 방문 관광객들이 직접 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모락모락 광장과 공원도 조성해 찐빵을 사먹기 위해 찾는 외지 관광객들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테마광장으로 가꿀 계획이다. 모락모락마을 추진에 앞서 올해부터 내년까지 창조지역사업이 추진된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찐빵마을 활동가를 양성하는 아카데미와 서비스교육 등이 이뤄진다. 콜센터와 쇼핑몰이 구축돼 운영에 들어갔고 찾아가는 찐빵 푸드트럭 운영, 애니메이션 스토리와 각종 캐릭터 개발에도 들어갔다. 안흥찐빵마을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어머니 손맛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이후 전국에 비슷한 찐빵마을과 상품이 생겨나고 기계로 만드는 찐빵이란 소문이 나면서 명성을 잃었다. 한규호 군수는 “어머니의 손맛과 향수를 살리며 4년 만에 찐빵축제도 다시 열어 전국 최고의 횡성한우와 함께 안흥찐빵의 명성을 살리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횡성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버스·지하철·주차료… 줄줄이 오르는 공공요금

    버스·지하철·주차료… 줄줄이 오르는 공공요금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끝난 지난해 중순부터 버스·지하철 요금과 쓰레기봉투값 등 공공요금이 우후죽순처럼 오르고 있다. 통계청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8개월째 0%대라고 발표했지만, 체감물가는 다르다. 서울시 관계자는 17일 “25개 자치구 중 14곳이 쓰레기봉투 가격을 인상했고 내년 상반기까지 모든 구가 가격을 올린다”면서 “현재 360원인 생활쓰레기봉투(20ℓ)의 평균가격을 460원으로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기존보다 4배까지 가격을 올린 구도 있다. 또 지난 6월 27일부터 지하철 요금은 1050원에서 1250원으로, 시내버스는 1050원에서 1200원으로 올랐다. 한 달에 지하철을 25일 탄다고 가정하면 왕복요금은 1년에 12만원이 늘어난다. 4인 가족의 1년간 추가 부담은 48만원이 된다. 서울시설관리공단은 서울·파주·고양시민의 화장료를 기존 9만원에서 최대 16만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시에 건의했다. 의회를 통과하면 내년 초에 인상한다. 서울동물원도 입장료를 성인 1명당 3000원에서 최대 6000원까지 올리겠다고 시의회에 보고했다. 현재 일요일 및 공휴일에 요금을 받지 않는 43개 한강공원 주차장의 유료화 계획도 나왔다. 주차료는 최초 30분은 1000원, 10분당 200원이 유력하다. 무료였던 청계천 자전거 대여료가 1인당 3000원 유료로 바뀌었다. 남산 1, 3호 터널의 혼잡통행료를 현행 2000원에서 더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공공요금 상승은 지방도 마찬가지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도 광역좌석버스비는 2100원에서 2500원으로 19% 올랐다. 전남도는 오는 24일부터 도시가스요금을 평균 4.8% 인상한다. 순천시는 이달부터 쓰레기 종량제봉투 가격을 24% 올렸다. 대구시의 도시가스 요금은 지난달부터 9.82% 올랐고 상수도 요금도 내년부터 10% 오를 예정이다. 울산 시내버스 업계도 요금을 현행 1200원에서 1430원으로 19.1% 올려 달라고 시에 요구했다. 가구주에 부과하는 주민세도 대폭 올랐다. 인천시와 문경·상주·영천 등 경북의 15개 시·군 등에서 4000~6000원 선이던 주민세를 1만원 선으로 올렸다. 전남도 이미 올랐고 경기도는 내년에 인상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쓰레기봉투 가격은 20년 만에 올리는 것이고 서울동물원도 2003년부터 같은 가격”이라고 말했다. 지자체는 공공사업의 적자를 더이상 세금으로 보전하기 힘들다고 앓는 소리다. 이에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원가절감 노력 없이 시민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새로운 50년을 열자] 역사 충돌에 교류 올스톱… ‘反아베 vs 혐한’ 속 서서히 기지개

    [새로운 50년을 열자] 역사 충돌에 교류 올스톱… ‘反아베 vs 혐한’ 속 서서히 기지개

    한·일 간 역사 충돌과 외교 갈등은 경제와 문화 교류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정경분리 원칙도 소용이 없었다. 국내에서는 ‘반(反)아베 현상’이 두드러졌고 일본에서는 ‘혐한’(嫌韓) 감정이 확산됐다. 그럼에도 양국의 꼬인 실타래를 푸는 수단으로 경제와 문화 교류 등을 꼽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해관계가 충돌하지 않고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교류만 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가까운 이웃’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한 교류 움직임이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막걸리는 ‘웰빙 바람’을 타고 한때 일본 한류 붐의 상징이었다. 우리나라를 찾은 일본 관광객의 구매 목록에는 김과 더불어 막걸리가 2대 품목이었다. 일본에서는 ‘막걸리바’가 우후죽순 생겨났고 막걸리병이 부풀어 올라 터져서 일본 곳곳에서 막걸리 냄새가 진동했다는 우스갯소리도 전해지곤 했다. 그런 막걸리도 악화된 한·일 관계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막걸리 수출 실적은 2012년 대비 74%나 급감했다. 올 들어 한·일 경제인 사이에서 이처럼 쪼그라진 양국 교역과 악화된 경제 관계를 풀려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한·일 재무장관회의가 2년 6개월 만에 다시 열렸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월 일본 도쿄에서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을 만났다. 재무 당국 수장 사이의 공식 대화 채널이 부활한 것이다. 양국 부총리는 구조 개혁과 고령화 대책, 투자 활성화 등 공통 관심사에 대한 정책을 서로 벤치마킹하기로 했다. 기업인들도 교류 대열에 대거 참여하고 있다. 기업인들은 지난 5월 한·일 경제인회의를 열고 한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가와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의 대학생들에게 기업 인턴십 연수를 추진하고 중소기업 차세대 경영자를 위한 교류회도 열기로 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과 2020년 도쿄하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지원 방안도 찾기로 했다. 앞서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 경제단체인 게이단렌(經團連)은 지난해 말 경제 교류와 협력은 이어져야 한다는 공감대 속에 2007년 이후 중단됐던 한·일 재계회의를 7년 만에 재개했다. 한·일 경제협력의 폭을 더 넓히려면 10년 넘게 협상이 지지부진한 양국 간 FTA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나라와의 FTA에는 적극적인 우리 정부는 한·일 FTA에 대해서는 되레 한발 빼는 모습이다. 양국의 교역량은 2011년 1000억 달러를 돌파했지만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3년째 내리막을 걷고 있다. 지난해 교역량은 860억 달러로 2011년 대비 20% 가까이 감소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16일 “한·일 FTA를 체결하면 1억 2000만명의 일본 시장이 열린다”며 “최근 일본의 제조업이 예전보다 많이 약해져서 우리 기업도 일본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FTA와 함께 양국 간 비관세장벽을 줄이면서 서로 다른 산업 규제를 맞춰 나가고 한국 경제특구에 일본 기업도 적극 유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신도시 학교 이름따라 집값도 출렁!

    신도시 내 신설 학교 이름을 둘러싸고 보이지 않는 ‘교명 브랜드 경쟁’이 치열하다. 교명은 학교 정체성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진학 선호도는 물론, 주변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신도시 지명이 붙은 긴 글자 학교명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경기도 성남교육지원청은 지난 28일 학교명선정위원회를 열어 위례신도시 성남시구역에 내년 3월과 9월 개교하는 9개 유치원과 초중고의 교명을 결정했다. 특이한 점은 1곳을 제외한 8곳의 교명에 모두 ‘위례’ 단어가 들어가 있다는 사실이다. 위례새초롱, 위례푸른, 위례고운, 위례중앙, 위례한빛 등이다. 위례신도시 하남시구역에 오는 11월과 내년 3월에 개교하는 유치원과 초중고 4곳은 모두 ‘위례’로 정해졌다. 위례한빛고(성남)와 위례고(하남)의 가칭은 법정동 이름에서 따 각각 창곡고와 학암고였다. 이런 유행은 하남 미사강변도시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7월 이후 미사강변지구 내에 신설된 초중고 8곳 가운데 6곳의 이름에 ‘미사’ 또는 ‘강변’이 붙었다. 신설 학교뿐 아니라 기존 학교들도 신도시 이름으로 바꾸고 있다. 2011년 판교신도시에 문을 연 삼평고는 내년 3월 판교고로 교명을 바꾼다. 판교지역의 대표적 고등학교로 거듭날 수 있게 지역명을 학교 이름에 반영해달라는 학부모와 학생, 교직원들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이들 학교 소재지는 모두 대규모 택지개발지구로 분양 성공으로 부동산 가치가 치솟은 곳이다. 학교 선호도가 집값 등락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것이 부동산업계의 전망이기도 하다. 이 때문인지 해당 지역 교육지원청별 학교명선정위원회 심의 과정에 신도시 입주민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결정된 미사강변도시 내 가칭 미사5초 교명을 놓고 일부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미사5초 교명 공모에서 미사강변도시 22블록 입주자들은 미사한성초, 인근 21블록 입주민들은 미사제일초로 청원했다가 황산초로 결정되자 재심의를 요구하고 있다. 일부 주민은 지명에서 따온 황산(荒山)은 뜻과 어감이 좋지 않아 초등학교명으로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내놨다. 성남교육지원청의 경우 논란을 사전 차단하고자 학교명선정위원회에 위례신도시 주민 대표 2명을 참여하게 했다. 도교육청의 도립학교 설치·운영 조례 및 시행규칙 개정 업무 지침이 있지만 실무 가이드라인일 뿐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취업 ‘블루오션’ 특성화 학과를 가다] 가톨릭대 미디어기술콘텐츠학과

    [취업 ‘블루오션’ 특성화 학과를 가다] 가톨릭대 미디어기술콘텐츠학과

    “캐릭터 이쪽이 조금 어두운 것 같은데, 배경이 밤이라도 가로등 불빛이 반사되니까 명도를 조금 높여야 할 것 같아.” “응. 알았어. 캐릭터가 움직이니까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비율 조절을 잘 해야겠네.” 23일 경기 부천 가톨릭대 성심교정의 미디어기술콘텐츠학과 실습실에서는 3명의 학생이 컴퓨터 모니터를 함께 보며 3차원(3D) 애니메니션 제작에 몰두하고 있었다. 오는 10월 열리는 부천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상영될 오프닝 트레일러 영상 제작을 위해 미디어기술콘텐츠학과 문화콘텐츠 전공 대학원 및 학부생인 채현석(24), 서보명(25)씨와 컴퓨터공학과 소속으로 문화콘텐츠를 복수 전공하는 윤예슬(24·여)씨가 팀을 이뤘다. 이들은 여름방학을 오롯이 애니메이션 제작에 바치고 있었다. 채씨는 “페스티벌 전체의 콘셉트를 축약해 보여 주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일인 만큼 영광스럽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다”며 “대학원 석·박사 과정 선배들이 도와주지만 기본적으로 기획과 제작은 우리 팀의 몫”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팀의 역할은 단순한 스토리 구성과 기획에 그치지 않는다. 기획과 구성부터 제작까지 애니메이션이라는 콘텐츠 생산의 전 과정을 맡아 진행하고 있었다. 윤씨는 “일반적인 문화콘텐츠 전공자가 할 수 없는 기술적이고 실무적인 영역까지 우리 스스로 할 수 있고, 해야 한다”며 “인문학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를 전공한다 하더라도 학부 과정에서 프로그래밍 등 기본적인 기술을 배웠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게임, 애니메이션, 광고, e러닝 등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가 새로운 산업 분야로 급부상하면서 전국 대학에 우후죽순처럼 관련 학과들이 생겨났다. 주로 콘텐츠에만 집중하다 보니 당초 기대만큼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가톨릭대가 2005년 개설한 미디어기술콘텐츠학과는 다른 평가를 받는다. 콘텐츠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술까지 가르치고 연구하는 커리큘럼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대박’을 터뜨릴 애니메이션의 내용을 고민하는 동시에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주는 것이다. ‘물고기 잡는 법’과 ‘그물 치는 법’을 함께 배운다는 뜻이다. 이영재(25·11학번)씨는 “보통 콘텐츠 전공이라고 하면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좋은 생각’을 만드는 것에 그친다”며 “하지만 우리 과에서는 그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생산해 내는 ‘기술’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하나 더 갖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씨의 설명대로 미디어기술콘텐츠학과는 인문학과 예술 지향적인 ‘문화콘텐츠’와 공학 지향적인 ‘미디어공학’으로 교육 과정이 세분화돼 있다. 둘 다 선택하는 것도 가능하다. 문화콘텐츠 과정은 다양한 콘텐츠를 분석·평가하는 능력을 기르고 나아가 스스로 새로운 콘텐츠를 기획하고 창조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춰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다. 미디어공학 과정은 미디어 정보처리 및 디지털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기술을 체계적이고 집중적으로 학습시킴으로써 컴퓨터 관련 전문 기술 및 미디어 표현에 관한 공학적 감각과 능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미디어공학 전공인 장한결(24·11학번), 강현우(25·10학번)씨는 “특이한 커리큘럼이 마음에 들어 학과를 선택했다”며 “패턴 인식, 컴퓨터 비전 등 공부하는 내용이 어렵고 힘들기는 하지만 고생한 만큼 분명히 남는 게 있다”고 입을 모았다. 문·이과의 구분 없이 모든 학생들이 지원할 수 있다. 실제 재학생 비율도 문과와 이과의 비율이 비슷하다. 학과 관계자는 “특히 언어영역과 수리영역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학생들이 많이 입학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1학년 때는 우리 주변을 둘러싼 다양한 콘텐츠에 대한 기본 지식과 이를 실현할 기본 미디어 기술에 대해서 학습한다. 2학년부터 자신의 관심도에 따라 문화콘텐츠와 미디어공학 중 자신의 중점 분야를 선택하여 심도 있는 공부를 하게 된다. 문과 출신이면 문화콘텐츠, 이과 출신이면 미디어공학으로 가게 될 것 같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이과 출신 학생들이 문화콘텐츠, 문과 출신이 미디어공학으로 ‘크로스’하는 경우도 많다. 학과에서는 이 같은 교차 선택을 권장하고 있다. 두 분야의 능력을 모두 갖추도록 하는 것이 학과의 근본적 목표이기 때문이다. 교수들의 전공 분야 역시 인공지능, 3D 애니메이션, 증강현실, 문화정책, 컴퓨터 아트, 디자인, 팝아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학생들은 강의시간 외에도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콘텐츠 분석과 기획에 관심이 큰 학생이라면 부천시와 학부 간의 연계로 부천시가 주관하는 영화제를 비롯해 국가에서 주관하는 콘텐츠 산업 세미나와 인턴십에 참여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게임,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있다면 게임, 3D 애니메이션 회사와의 협력 인턴 프로그램을 접할 기회가 열려 있다. 나아가 해외 직무연수의 기회도 제공된다. 학부 과정을 마친 졸업생들은 게임, 애니메이션, 스토리텔링, 미디어 등의 관련 회사로 진출하고 있으며 콘텐츠 분석가, 비평가, 정부 연구원 등 다양한 길을 가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사용자 중 수십만 명이 설치해 활용 중인 애플리케이션 ‘스마트 서브웨이’는 이 학과 출신 변일황(05학번)씨와 같은 학교 채우석(컴퓨터정보공학 05학번) 도플소프트 대표 등의 합작품이기도 하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사설] 사이비 언론 광고 요구 폐해 심각하다

    악의적인 기사를 반복적으로 노출한 뒤 이를 수단으로 기업들에 광고를 요구하며 공갈과 협박을 일삼는 사이비 언론의 폐해가 심각한 수준이다. 광고주협회가 최근 발표한 ‘유사언론행위 피해 실태조사’는 사이비 언론의 심각한 병폐를 고스란히 보여 준다. 100대 광고주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한 기업의 광고 담당자 90%는 “유사언론행위(사이비 언론) 문제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또 86.4%가 지난 1년 사이 사이비 언론으로 인해 피해를 봤고, 응답한 기업 대부분(97.6%)은 ‘협박성 요구’에 굴복해 광고·협찬을 했다고 답변했다. 사이비 언론이 기업을 괴롭히는 수법은 기업과 관련된 부정적 기사의 반복 게재(87.4%), 부정적 기사에 경영진 이름이나 사진 노출(79.3%), 국민의 반(反)기업 정서에 편승해 부정적 이슈를 함께 엮는 행태(73.6%) 순이다.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를 유지해야 할 기업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광고·협찬을 할 수밖에 없다. 건전한 여론을 형성하고 권력의 전횡을 감시하는 기능을 해야 할 언론이 기업 등에 공갈·협박을 일삼은 탓에 발생한 공론장 파괴의 대가는 국민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언론계는 사이비 언론이 기승을 부리는 원인 중 하나로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는 신생 인터넷신문을 지목하고 있다. 인터넷신문은 기자가 3명 이상이면 등록할 수 있다. 진입 장벽이 크게 낮은 탓에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인터넷신문 사업자는 5950곳에 이른다. 한국기자협회 회원사는 인터넷신문을 포함해 180여곳에 불과하다. 지난해 한 해에만 1179곳이 증가해 하루에 3.2곳이 등록했다. 광고시장은 정체해 있는데 종합편성채널이 생기고 인터넷신문까지 급증하자 독자를 유인할 수 없는 매체들이 기업에 대한 공갈·협박으로 광고를 수주하는 사이비 행태가 늘어난 것이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정부나 기업이 관련 기사에 직접 댓글을 달 수 있는 ‘오피셜 댓글’ 서비스 도입을 고려한다고 밝혔다. 언론의 자유에 대한 침해가 우려된다는 반론이 있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사이비 언론들이 언론의 자유를 외칠 권리는 없다. 만에 하나 그런 일이 있더라도 그 때문에 사이비 언론들의 횡포를 눈감아 줄 수는 없다. 언론계와 포털이 앞장서 특단의 자정 노력을 펼쳐 사이비 언론이 발붙일 수 없도록 해야 한다.
  • [新국토기행] 제주시

    [新국토기행] 제주시

    제주시는 제주도의 관문이자 특별자치 제주도의 행정·교육·문화·상업의 중심지다. 제주시에 위치한 제주국제공항과 제주항을 통해 연간 1000여만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제주시를 찾는다. 제주공항은 요즘 넘쳐나는 관광객으로 5분마다 항공기가 뜨고 내리고 제주항에는 쉴 새 없이 국제 크루즈선이 들락거린다. 중국인 관광객이 폭증하면서 신제주에는 중국인 거리가 생겨났고 거리마다 중국인 간판이 즐비하다. 투자 유치와 제주 이주열풍 등으로 주거단지와 대규모 숙박시설이 속속 들어서는 등 제주시는 요즘 거센 개발 바람과 함께 밀물처럼 밀려드는 관광객으로 동북아 최고 관광 휴양지를 꿈꾸고 있다. [볼거리] ●제주관광의 상징, 승천하는 용 닮은 ‘용두암’ 거대한 용이 포효하며 바다를 솟구쳐 오르는 모습을 한 용두암은 제주 관광의 상징이다. 바람과 파도가 거친 날이면 꿈틀거리는 용이 하늘을 향해 오르는 듯한 장관을 연출한다. 용두암은 높이가 10m나 되고 바닷속에 잠긴 몸의 길이가 30m쯤 된다. 한라산 신령의 옥구슬을 훔쳐 하늘로 승천하려다 들켜 신령이 쏜 활을 맞고 바다에 떨어진 용이 고통으로 몸을 뒤틀며 울부짖는 형상으로 굳어 용두암이 됐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요즘 용두암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단골이다. 제주를 찾는 연간 300만명의 중국인이 용두암을 배경으로 셔터를 눌러댄다. 밤에도 불빛을 밝혀 하얀 파도와 어우러져 신비스런 모습을 보여준다. 용두암을 끼고 도는 해안도로는 제주 관광객이 가장 선호하는 드라이브 코스 중 한 곳이다. 용두암 옆 용연은 푸른 물빛으로 밤마다 제주도 푸른 밤을 연출한다. ●숲 해설가가 동행하는 작은 한라산 ‘한라생태숲’ 한라산 중산간 용강동 일대 한라생태숲은 소, 말 등 가축 방목 목장으로 이용되면서 훼손돼 가시덤불만 무성하던 황무지 국유림을 10년(2000~2009)에 걸쳐 원래의 숲으로 복원에 성공한 곳이다. 거짓말처럼 한라산 북쪽 사면 해발 500~900m에 196㏊ 규모의 거대한 생태숲이 탄생했다. 저지대의 난대성 식물에서부터 한라산 고지대의 한대성 식물까지 한곳에서 볼 수 있어 제주 생태 관광명소로 유명하다. 구상나무 숲 등 13개 테마숲에 300여종 28만 8000그루의 나무를 심었고 생태숲 내 자생하는 수종은 780여종에 이른다. 생태숲을 한 바퀴 돌아보는 숫모르 숲길은 한라생태숲의 백미다. 숫모르란 ‘숯을 굽는 동산’이란 한라생태숲 일대의 옛 지명이다. 전문 숲해설가가 동행하는 숲체험 탐방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 중이다. ●배비장전의 무대·신선들의 놀이터 ‘방선문’ 제주시 오라동 한천계곡 방선문은 ‘신선이 방문하는 문’이라고 해 방선문(訪仙門)이라 불렀다. 백록담에서는 매년 복날이면 하늘에서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했는데 이때마다 한라산 산신은 방선문 밖 인간세계로 나와 선녀들이 하늘로 돌아갈 때까지 머물러 있어야만 했다. 어느 복날 미처 방선문으로 내려오지 못한 한라산 산신이 선녀들이 목욕하는 모습을 훔쳐보고 말았고, 이에 격노한 옥황상제가 한라산 산신을 하얀 사슴(백록)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방선문은 한국 해학소설의 백미이자 판소리 열두 마당의 하나인 ‘배비장전’의 무대이기도 하다. 예로부터 제주에 부임한 지방관리뿐만 아니라 유배인까지 많은 선인들이 이곳에서 풍류를 즐겼다. 방선문 기암괴석 곳곳에는 그들이 남긴 마애명이 남아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낙석 위험 등으로 방문객이 계곡에 들어가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휴양·치유를 위한 명품 숲 ‘절물 휴양림’ 제주시 봉개동 절물 자연휴양림은 휴양과 치유를 위한 명품 숲이다. 1997년 7월 문을 연 절물휴양림은 300㏊의 국유림에 40~45년생 삼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울창한 삼나무 숲에서는 사계절 피톤치드가 쏟아지고 아무리 날이 가물어도 마르지 않는다는 약수터는 동네 우물이 모두 말랐을 때에도 주민들의 식수로 이용됐을 만큼 풍부한 수량을 자랑한다. 생이소리길과 장생의 숲길은 절물휴양림의 백미다. 생이소리길은 제주어로 ‘아름다운 새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길’이란 뜻이다. 어린이와 노약자도 산책이 가능하도록 계단이 없는 목재 데크 길로 조성된 3.6㎞ 생이소리길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원래 길이 777m 규모였던 생이소리길은 2009년 8월 이곳을 찾은 반 총장이 “제주 중산간에 이렇게 아름다운 숲길과 산책 코스가 있어 정말 좋다”며 “다만 산책 코스 길이가 너무 짧아 아쉬움이 남는다. 길이를 좀 더 늘여 명품 산책로로 가꿨으면 좋겠다”고 제안, 3.6㎞로 연장 조성됐다. 반기문 산책로라고 불리기도 한다. 장생의 숲길 11.1㎞는 천연림의 곶자왈과 인공적으로 가꾼 삼나무 조림지 사이로 노면이 전부 흙길로 돼 있어 화산섬 제주의 땅기운을 한껏 느낄 수 있다. ●만장굴 등 걸작 동굴 낳은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거문오름(해발 456m)은 제주의 오름(기생화산) 가운데 유일하게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돌과 흙이 유난히 검다고 해서 거문오름이라 불린다. 분화구 둘레는 4551m로 한라산 백록담 1720m에 비해 2.6배나 더 크다. 이곳에서 분출된 용암은 낮은 지형을 따라 북동쪽 월정리 바닷가까지 15㎞나 흘러내렸고 이 과정에서 만장굴·벵뒤굴·김녕굴·용천동굴·당처물동굴 등 걸작 동굴이 탄생했다. 1일 탐방객은 400명만 허용해 하루 전까지 반드시 예약을 해야 한다. 2009년 환경부 선정 생태관광 20선, 2010년 한국형 생태관광 10모델에 선정됐고 2007년 세계자연유산 등재 이후 매년 국제트레킹대회가 열린다. 곶자왈 돌무더기 사이로 더운 바람이 들어가 차가운 바람으로 바뀌어 뿜어 나오는 풍혈은 여름철 탐방객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거문오름 주변에는 검은콩, 검은깨 등 검은색을 테마로 한 블랙푸드 음식점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먹거리] ●돼지사골의 깊고 진한 맛 ‘고기국수’ 고기국수는 다른 지역에서는 맛볼 수 없는 제주의 전통 음식이다. 돼지고기와 뼈를 푹 삶아 소금으로만 간을 한 육수에, 면을 넣고 삶아 국물과 면 위에 고명으로 돼지고기 수육을 올린다. 돼지의 사골만을 골라 우려내 깊고 진한 국물 맛을 낸다. 여기에다 국수에 넣어 먹는 돼지고기 수육도 제주산 오겹살로 쫄깃쫄깃 씹히는 육질이 일품이다. 국수 면 가락은 다른 지역에서는 주로 가는 소면을 사용하지만 굵은 중면을 사용한다. 고기국수와 마늘장아찌는 궁합이 맞다. 고기국수의 느끼한 맛을 싹 없애준다. 적당하게 잘 익은 배추김치와 깍두기도 국수 맛을 돋운다. 돼지다리 발목 아래 뼈만으로 만든 아강발(돼지족발)은 애주가들의 안줏감으로 인기가 높다. 아강발은 차게 먹는다. 제주사람들은 ‘술을 마신 후 고기국수 한 그릇이면 속이 편안해지고 든든해진다’며 해장으로 즐겨 먹는다. 관광객들이 한 끼 식사로 고기국수를 찾을 정도로 제주의 대표 음식으로 사랑받고 있다. 국숫집이 즐비하게 모여 있는 제주시 삼성혈거리 국수거리에는 야밤에도 해장 손님들이 넘쳐난다. 최근에는 느끼한 돼지뼈 국물 대신에 맑은 멸치국물에 돼지고기 수육을 얹어 주는 멸치고기국수도 인기다. ●제주 사람들의 여름보양식 ‘자리물회’ 자리물회는 제주의 대표 여름 음식이다. 팔딱팔딱 뛰는 싱싱한 자리돔을 뼈째로 썰어 채소와 함께 막된장으로 양념한 후 시원한 물을 부어 먹는다. 자리돔의 비늘을 긁어내고 머리와 지느러미, 내장을 제거하고 썰어서 식초를 약간 뿌려 둔다. 상추, 깻잎 등의 채소들은 잘게 썰고 오이는 채를 썬다. 토장과 다진 마늘 등 양념을 넣고 무친 후 찬물을 부어 먹는데 제피나무의 잎을 약간 넣으면 향도 좋고 비린내도 가신다. 제주 사람들은 여기에 더 톡 쏘는 빙초산을 한 방울 떨어뜨려 먹는다. ‘여름철 자리물회 다섯 번만 먹으면 따로 보약이 필요없다’고 할 만큼 제주사람들의 여름 보양식이다. 씹을수록 구수한 생자리돔은 아미노산과 칼슘이 풍부하다. 바닷가에서는 자리물회를 먹었고 한라산 중산간에서는 자리돔을 바로 소금에 절여서 젓으로 담가 먹었다. 큰 자리는 구이를 해도 맛있다. 뼈째로 막 썰어 막된장에 찍어 먹는 자리강회도 술안주로 좋다. ●체조선수·모델들의 살 안 찌는 건강식 ‘말고기’ 말고기는 저칼로리, 저지방, 저콜레스테롤, 저포화지방, 고단백, 고미네랄, 고비타민 식품이다. 콜레스테롤 함유량의 경우 100g당 60㎎으로 소고기(75㎎), 돼지고기(89㎎), 닭고기(99㎎) 등보다 현저히 낮다. 소화 흡수율이 좋고 비만 및 성인병 예방, 만성환자에 효과가 있고 회복기 환자들은 회복이 빨라진다며 선호하는 음식이다. 유럽에서는 미용·건강 유지에 최적의 건강식으로 체조선수, 모델 등의 식이요법 음식으로 인기가 높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문화적인 이유로 말고기 식용이 대중화돼 있지 않지만 말의 고장 제주는 예로부터 말고기 요리가 흔했다. 말고기 육회, 불고기, 말곰탕 등을 주로 하는 말고기 전문식당이 50여곳에 이른다. 말고기가 대중화된 일본에서 제주 말고기 시식 관광을 오기도 한다. ●단맛 과하지 않아 아이들 간식으로 좋은 ‘오메기떡’ 오메기떡은 차조 가루를 뜨거운 물을 끼얹어가며 하는 익반죽을 해 도넛 모양으로 만들어 삶아 고물을 묻힌 떡이다. 차조를 물에 담갔다가 건져내어 소금을 넣고 가루로 빻는다. 차조 가루를 끓는 물로 익반죽한 후 직경 5㎝ 정도의 도넛 모양처럼 가운데 구멍이 뚫리게 둥글게 빚는다. 끓는 물에 만들어진 떡을 삶아낸다. 떡이 삶아지면 꺼내 한 김 나간 후 콩가루나 팥고물을 묻히거나, 건져낸 떡을 냉수에 씻어내어 서로 붙지 않게 하고 꿀을 묻혀 먹기도 한다. 오메기떡은 간식으로 만들기도 하지만, 이 떡에 누룩 가루를 버무려 항아리에 넣어 두면 오메기술이 된다. 팥알이 살아 있어 식감이 좋고 씹을 때마다 느껴지는 고소함이 일품이다. 특히 단맛이 과하지 않고 적당해 아이들 간식으로 인기다. 냉동실에 넣어 두고 먹으면 마치 아이스크림처럼 시원해 여름철 간식으로 좋다. 최근에 맛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관광객들이 찾기 시작해 제주 시내에는 오메기떡집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났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장기요양기관 방만 운영 심각한데… 개혁법안 국회서 ‘낮잠’

    장기요양기관 방만 운영 심각한데… 개혁법안 국회서 ‘낮잠’

    장기요양기관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는 지난해 26만명을 넘어섰지만 아직도 월 80만원밖에 받지 못하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장기요양급여를 부당 청구했다가 보건복지부에 적발된 요양기관은 지난해만 665곳으로, 무려 178억원이 기관장들의 쌈짓돈으로 쓰였다. 도입된 지 올해로 8년째를 맞은 장기요양보험제도가 이처럼 방만하게 운영되고 서비스 질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관련 규정이 없어 재무회계 관리조차 못하고 있다. 노인장기요양기관의 투명한 운영을 위해 재무회계 자료 제출을 의무화한 ‘노인장기요양보험법 개정안’(장기요양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7개월째 계류 중이다. 초고령 사회를 앞둔 시점에 장기요양기관 개혁을 더는 미뤄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13일 발표한 ‘2014 노인장기요양보험 통계 연보’에 따르면 전국의 재가·시설 장기요양기관은 모두 1만 6543곳이다. 제도가 느슨해 신고만 하면 설립할 수 있다 보니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문제는 난립한 기관을 관리, 감독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노인장기요양법에 따라 설치된 요양시설은 재무회계 규칙을 적용받지 않는다. 즉 장기요양기관이 재무회계 자료를 거짓으로 작성해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해도 건강보험공단은 자료 제출 요구권이 없어 이를 직접 확인할 길이 없다. 그렇다 보니 실제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도 요양보험료만 챙기는 허위 청구 등의 불법 행위가 빈번하다. 요양보호사 인건비 규정도 명확하지 않아 요양보호사들은 임금을 올려 달라고 하고 싶어도 무엇을 기준으로 얼마나 올려 달라고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장기요양법 개정안은 장기요양급여 비용 중 복지부 장관이 고시한 비율에 따라 요양보호사 인건비를 지급하고 3년마다 장기요양기관에 대한 실태 조사를 시행하며 관할 시·군·구에 재무회계 자료 제출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장기요양기관의 반대에 부딪혀 국회도 눈치만 살피는 형국이다. 장기요양기관들은 “개인 시설이 사회복지 재무회계 규칙을 적용받는 것은 개인의 사유재산권 침해이며 인건비를 강제하는 것은 영업권 침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복지부는 “국민이 낸 세금으로 장기요양기관이 운영되는 만큼 장기요양기관은 공적 서비스 영역”이라고 반박한다. 장기요양기관을 ‘개인 시설’로 볼 것인지가 논란의 핵심이다. 장기요양기관 설립은 개인이 하지만 운영비의 20%는 국고에서, 80%는 국민이 내는 장기요양보험료에서 지원된다. 한번 설립하면 노인 1명당 한 달에 최대 150만원의 장기요양급여를 받을 수 있으니 한마디로 ‘돈 되는 장사’인 셈이다. 장기요양보험료는 건강보험료를 낼 때 부과 징수한다. 건강보험 가입자라면 누구나 장기요양보험료를 낸다. 장기요양사업소득은 비과세 소득으로 분류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개인 시설이라면 이런 혜택을 줄 이유가 없다. 사실 공적인 장기요양서비스를 민간의 영역으로 넘겨 논란을 자초한 쪽은 정부다. 장기요양시설을 운영하는 한 사업자는 “정부가 장기요양제도를 처음 도입했을 때 무지갯빛 청사진을 제시했다. 충분히 이익을 남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예산을 아끼려고 민간에 의지하다 보니 벌어진 일이다. 정부도 이 점에 대해선 공감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재무회계를 투명하게 공개한다고 서비스가 갑자기 좋아지지는 않지만 최소한 이번에 잘못된 제도의 틀을 바꿔야 장기요양기관의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사설] 심야 총동원령, 본회의 보이콧… 국회 포기한 여야

    국회가 또다시 멈춰 섰다. 국회법 개정안 파동으로 어제 국회는 휴업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새누리당의 국회법 개정안 재의 표결 불참에 강력히 항의하면서 상임위원회를 전면 중단시켰다. ‘발등의 불’인 추가경정예산안 논의도 당연히 중단됐다. 무슨 일이 있어도 1년 365일 국회 문을 열어야 한다는 19대 국회 개원 당시의 맹약은 헌신짝처럼 내팽개쳐졌다. 이러고도 국민의 혈세로 지급되는 세비를 꼬박꼬박 챙길 자격이 있는지 참으로 개탄스럽다. 국회 무력화의 책임은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그제 국회법 개정안 재의 표결 이후 상황에서 여야가 보여 준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대한민국 유력 정당들의 낯부끄러운 모습에 자괴감마저 들 정도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한밤중에 소속 의원 총동원령을 내려 단독으로 본회의를 속개했다. 단독 본회의 개회를 위한 의결정족수인 150명을 채우기 위해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KTX를 타고 대구에서 급거 여의도로 갔다. 법안 처리는 더욱 가관이다. 재고품 땡처리하듯 1시간 동안 크라우드펀딩법 등 61개 법안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통과 법안 1개당 1분씩 소요된 셈이다. 중간에 일부 의원이 자리를 비워 겨우 채웠던 의결정족수가 미달되자 정의화 국회의장이 잠시 기다렸다가 표결 처리하는 촌극도 빚어졌다. 군사독재 시절에나 자주 볼 수 있었던 본회의 여당 단독 개회, ‘통법부’의 망령이 버젓이 지금 우리 국회의사당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나마 야당의 극렬한 저항 등 몸싸움이 없었던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참이다. 여당과 합의했던 일정을 강경파들에게 눌려 보이콧했다는 점에서 새정치연합 역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이종걸 원내대표가 “약속을 안간힘을 다해 스스로 지키겠다”고 공언했지만 의원총회에서 강경파 의원들의 반발을 무마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새정치연합으로서는 ‘야당 본회의 보이콧-여당 단독 개회-61개 법안 여당 단독 처리’라는 구태 재연의 시발점을 제공한 셈이 됐다. 무엇보다도 새누리당의 국회법 개정안 재의 표결 불참이 예상돼 왔다는 점에서 이를 문제 삼아 본회의를 보이콧하고, 법안 처리 합의를 깨뜨린 것은 명분이 없다. 이번 사태 내내 갈팡질팡한 새누리당에서는 여당의 품격이 느껴지지 않는다. 얼마나 자신감이 없기에 국회법 개정안 재의 표결 불참으로 야당의 거센 반발을 자초했는가 말이다. 오늘 의원총회를 통해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가 일단락되겠지만 친박(친박근혜)과 비박으로 첨예하게 나뉘어 치고받는 한 국민들은 새누리당에 신뢰를 보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19대 국회는 ‘일하는 국회’를 표방하고 출범했지만 낙제점 평가를 받고 있다. 법안을 우후죽순처럼 쏟아내기만 할 뿐 처리에는 관심도 없어 생산성과 효율성 면에서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자기가 발의한 법안을 스스로 반대하는 정신 나간 의원까지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까지 포기한다면 남는 것은 국민들의 심판뿐이다. 20대 총선은 채 1년도 남지 않았다. 여야의 처열한 각성을 촉구한다.
  • [씨줄날줄] 절의 ‘탐욕’과 소작농의 설움/문소영 논설위원

    단편소설 ‘사하촌´(寺下村)은 소설가 김정한의 1936년 문단 데뷔작이다. 제목처럼 절 소유인 논밭을 빌려 농사를 짓는 소작 농민들의 찌든 가난과 고통을 잘 그려 냈다. 가뭄에 논이 쩍쩍 갈라져 농민 폭동이 우려되자 저수지 물을 터 놓았더니 그 봇물을 탐욕스럽게 보광사에서 다 차지해 소작농들은 그 귀한 물을 구경도 못 하고 물싸움을 벌이게 된다. 불교에 귀의한 종교인을 중이라고 부르지 않고 스님이라고 존칭하는 이유는 그들이 불쌍한 중생을 고해(苦海)의 바다에서 구제해 부처의 정토로 이끈다는 믿음 때문인데, 사하촌을 읽다 보면 승려도 탐욕스런 인간에 불과해 가난한 소작농을 착취하고 타락한 폭력집단에 불과한 게 아닌가 싶다. 종교인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때는 일제강점기로 나라 잃은 설움에 타락한 승려들의 착취로 뼛속까지 가난이라는 이중 고통을 겪는다. 한국 3대 사찰이라는 통도사 주변의 넓은 논밭이 모두 사찰 소유라고 해 고려시대는 대체로 이런 풍경이었겠지 하고 잠깐 ‘사하촌’을 떠올리기도 했다. 토지개혁 하면 1945년 해방 이후 북한과 남한의 토지개혁을 떠올리지만, 왕조가 바뀔 때 토지개혁은 기본이었다. 민생 안정과 기득권 세력의 약화, 세금 낼 자경농 육성 등이 목표다. 조선도 개국하자 토지개혁을 한다. 기득권 세력인 귀족과 불교를 억압하기 위해 사찰과 귀족, 호족 등이 소유한 땅과 노비 등을 농민에게 나눠 주었다. 또 ‘도조’(賭租) 또는 ‘도지’(賭只)라는 소작료를 고려 말 8할에서 4할로 낮추었다. 조선 초기의 이런 토지개혁에도 불구하고 중·후기를 거치면서 가뭄과 흉년으로 양민이 노비가 되면 그 토지를 헐값에 산 양반들이 대지주가 되는 탓에 17~19세기에 토지개혁은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물론 실현은 잘 안 됐지만. 귀농을 했으나 소작농으로 유기농 포도 농사를 충북 영동에서 짓는 40대 부부가 있다. 이들 부부가 최근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하소연을 했다. 2012년 6월 법주사 말사인 한 절의 주지로부터 버려진 땅 약 1만㎡(3000여평)를 2022년까지 10년 동안 빌려 농사를 짓기로 계약서까지 썼는데, 최근 “절 소유 밭에서 나가라”는 내용증명과 함께 “철수하지 않으면 영동에서 영영 못 살게 하겠다”는 엄포까지 들었다고 했다. 그해 여름부터 몇 개월 동안 포크레인을 빌려 땅을 개간하는 데 1500만원 가까운 돈이 들어갔다. 40대 부부도 예상하지 못한 목돈이다. 주변 대나무 밭에서 뻗어 나온 죽순들과 땅 깊이 뿌리박은 칡덩굴, 관목까지 모두 걷어 내고 갈아엎는 일이 쉽지 않았단다. ‘무상으로 쓰라’던 약 3000㎡(1000평)도 개간해 놓자 절에서 가져갔다. 땅이 척박해 돼지똥 거름 400통을 가져다 부어 작물을 키울 만하니까 탐욕이 생겼나 싶다. 진짜 농부가 자기 땅을 소유하는 세상은 언제쯤 올 것인가.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이슈&이슈] 편법 허가로 우후죽순 ‘빌라 숲’… 주민 편의시설은 뒷전

    [이슈&이슈] 편법 허가로 우후죽순 ‘빌라 숲’… 주민 편의시설은 뒷전

    전셋값 급등 여파로 도심 외곽에 다세대주택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 다세대주택은 10여년 전 아파트값이 급등했을 때 크게 유행한 적이 있다. 이후 불편한 생활환경 등으로 인해 외면받다 최근 도시 지역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저렴한 비용으로 내 집을 마련하는 서민들을 타깃으로 다시 유행하고 있다. 흔히 ‘빌라’로 불리는 다세대주택은 주차장을 제외한 연면적이 660㎡ 이하, 4층 이하인 주택을 말한다. 과거에는 20가구, 현재는 30가구 이상 지으려면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에 해당돼 관리사무소 등의 부대시설을 갖춰야 한다. 이에 따라 이를 피하기 위해 1개 동에 29가구 이하가 되도록 ‘쪼개기 방식’으로 허가 신청을 하는 경우가 많아 논란이 일고 있다. 예를 들어 한 곳에 10개 동을 신축할 경우 가구수 제한 규정을 피하기 위해 한두 개 동씩 따로따로 허가받아 부대시설 설치 의무를 피하는 편법을 쓰고 있는 것이다. 난개발이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향후 입주민들이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불편을 호소하는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면서 “허가 때부터 꼼꼼한 검토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연접개발제한과 같은 과거 규제를 다시 도입할 경우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은 더 멀어진다”면서 “오히려 모처럼 되살아난 다세대주택 불씨를 새로운 규제로 꺼뜨려서는 안 된다”고 항변한다. 통일로(국도 1호선) 변인 경기 고양시 덕양구 내유동. 10여년 전부터 다세대주택이 하나둘 들어서더니 5일 현재 3500가구에 이르는 거대한 ‘빌라촌’이 형성됐다. 1만명이 입주해 살지만 놀이터·경로당·관리사무소·공원 등 주민편의 부대시설이 없다. 이 같은 규모의 공동주택이 들어서면 인도와 도로 개설 등 교통 대책을 세워야 하지만 쪼개기 허가로 면제됐다. 출퇴근 시간대에는 극심한 차량 정체 현상도 나타난다. 60가구 이상 공동주택은 갖춰야 하는 쓰레기 분리배출 시설도 없어 입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최근에도 동당 6~18가구가 입주하는 다세대주택이 20여개동 200여 가구 규모로 들어서고 있지만 쪼개기 허가를 받아 사업승인 대상도 아니고, 부대시설 설치 의무도 없다. 고양시 일산동구 설문동과 접한 파주시 상지석동 133 일대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2월부터 같은 모양의 디자인, 색상을 가진 다세대주택 20여개 동이 곳곳에서 신축되고 있다. 이곳도 한 건물당 8~18가구 규모로 건축되고 있다. 현재 200가구 가까이 사용 승인을 받았다. 주 용도는 다세대주택이지만 전형적인 공동주택 단지다. 상지석동(괸돌수용소) 마을 입구 도로변까지 빼곡히 들어서고 있다. 내유동처럼 이곳에서도 놀이터와 관리사무소, 경로당, 공원 등의 편의시설이 없다. 20여개 동이 따로따로 허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편법으로 난립하는 다세대주택 건축에 대해 관련 법규를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건축 허가는 쪼개기 수법으로 허가받았지만 개발행위 허가는 한 번에 허가받았을 것”이라며 “공무원들이 쪼개기식 편법허가 신청을 몰랐다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서 “다세대주택도 부담금을 미리 받아 뒀다가 주변에 일정 규모 이상 가구가 들어설 경우 공동 편의시설을 지자체가 설치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민들이 아파트의 반값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면서 오히려 관련 제도를 개선해 도심 외곽에 최소한의 편의시설을 갖춘 다세대주택이 자유롭게 들어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심 지역 소형 아파트를 월세로 임대하는 것보다 도심 외곽에 더 적은 비용으로 내 집을 마련할 방법은 다세대주택뿐이란 설명이다. S건설 대표는 “고양 지역 아파트 전셋값이 3.3㎡당 600만~800만원대에 이르는데, 우리가 분양 중인 다세대주택은 아파트 못지않은 건축자재를 사용하고도 3.3㎡당 500만원대에 분양하고 있다”면서 “지금보다 규제를 더 풀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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