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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형준의 정치비평] ‘정당적폐’ 청산 없이 나라다운 나라는 없다

    [김형준의 정치비평] ‘정당적폐’ 청산 없이 나라다운 나라는 없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매년 167개국의 민주주의 상태를 분석해 ‘민주주의 지수’를 발표한다. ‘선거절차 및 다원주의’, ‘시민의 권리’, ‘정부의 기능’, ‘정치 참여’, ‘정치 문화’의 다섯 가지 범주를 기초로 평가한다. 2016년 민주주의 지수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7.92점(24위)으로 ‘결함 있는 민주주의’에 속했다. 문제는 한국의 민주주의 지수가 시간이 경과하면서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가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는 진단과 맥을 같이한다.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와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촉발시키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허약한 정당 정치 때문이다. 한국 정당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국회의원이 되려고 모인 조직에 불과하고, 국민을 대표해서 민의를 수렴하고 그것을 정책으로 만들어 나가는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국민의 이익을 표출하고 집약하는 정책 정당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도 한국의 정당은 “정치 엘리트 사이에서 어떻게 권력을 쟁취하고 공직을 획득할 수 있느냐 하는 공직 추구를 향한 투쟁”에만 매몰돼 있다고 비판한다. 그런데 문제는 임의단체에 불과하고 권력 쟁취에만 도취돼 있는 정당이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당인 민주당의 경우 권력을 견제하는 일에는 눈을 감고 대통령과의 코드 맞추기에 급급해 스스로 ‘청와대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정부를 ‘민주당 정부’라고 명명했지만 집권 여당의 존재감은 거의 사라지고 있다. 한편 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만 일삼고 추악한 계파 싸움에만 혈안이 돼 있다. 자유한국당은 친박 청산을 둘러싸고 친박과 친홍으로 갈라져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국민의당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둘러싸고 친안과 반안으로 갈려 풍비박산 직전이다. 여당의 청와대 예속화가 일상화되고, 제1 야당의 무차별적인 대여 투쟁이 장기화되며, 당 대표의 독단에 의해 통합이 추진되는 기형적인 정당 구조 속에서 한국 정치는 무너지고 있다. 국회 생산성도 낙제점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6년 6월에 출범한 20대 국회에서 올 10월까지 원안 또는 수정 가결돼 통과된 법안은 3.8%에 불과했다. 이 수치는 역대 최악의 국회라고 평가받는 19대 국회(7.3%)보다도 낮다. 한국 정당들의 일탈 행위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선거가 가까이 오면 지역 연고나 정치인 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간판과 주인을 바꾸거나 분당이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새 정당이 우후죽순 생겨난다. 당명만 보면 가장 오래된 정당은 정의당(4년4개월)이라는 것이 이를 입증해 주고 있다. 이념이나 정책이 다른 정당들이 오직 선거에 승리하기 위해 통합하고 연대하는 것은 결국 정체성 없는 정당을 양산할 뿐이다. 정당이 정체성을 잃게 되면 그 정당에 대한 일체감이 생길 수 없게 되고 결국 생명력을 잃게 된다. 한국 정당들이 이렇게 정체성을 잃고 망가지면서 무당파는 늘어나고, 정당은 국민이 가장 신뢰할 수 없는 조직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런 정당들이 적폐를 청산하고 새 정치를 하겠다니 누가 믿겠는가. 그렇다면 이렇게 무너지고 있는 한국 정당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무엇보다 정당에서 자율성, 대표와 책임의 원리 등 민주주의의 제도적 장치가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 그 핵심은 전근대적인 정당 운영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당 대표와 계파에 의해 움직이는 원외 정당체제를 원내 정당체제로 전환하고, 강제적 당론도 폐지해야 한다.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줘서 의원들이 청와대와 당 지도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국민만 바라보며 오직 자신의 소신과 양심에 따라 의정 활동을 할 수 있는 정치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더불어 무분별한 분당과 정당 간 이합집산을 막고, 당원이 중심이 되는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정당에 지급되는 국고 보조금을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해야 한다. 단언컨대 국가 발전을 위한 비전과 정책과 소중하게 여기는 정당이 없는 한 생산적 국회도 성숙한 민주주의도 불가능하며 나라다운 나라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 [스포트라이트] 머릿수 채워라, 의자라도 옮겨라…700개 지역축제 폭죽인지 폭탄인지

    [스포트라이트] 머릿수 채워라, 의자라도 옮겨라…700개 지역축제 폭죽인지 폭탄인지

    지역 축제가 해마다 증가하면서 지방직 공무원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텅 빈 행사장에 머릿수를 채우려고 표를 할당받거나 주로 주말에 진행되는 행사 준비와 진행에 동원되기 때문이다. 물론 지역 발전에 앞장서야 하는 공무원 본연의 역할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의자라도 옮겨라”, “당연히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식의 압박, 쉴 권리 침해 등을 이유로 공직사회 내부에서는 불만이 새어나오고 있다. 한 해에 700개가 넘는 축제 가운데 예산 대비 방문객 수가 지나치게 적은 축제 등 경쟁력이 없는 축제를 줄여 행정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12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15년 전국적으로 662건이 열렸던 지역축제는 2016년 693건, 올해는 733건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축제 기간이 2일 이상이고 불특정 다수가 참여할 수 있는 문화관광예술축제만 문체부 통계에 잡힌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개최되는 축제 및 행사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방직 공무원들 사이에서 ‘한 달에 한 번은 축제나 행사에 동원된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잦은 축제와 행사로 인해 목숨을 잃는 일도 있다. 2012년에는 경북 영주시 소속 공무원이 풍기인삼축제를 준비하다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대구지법은 2014년 “해당 공무원을 국가유공자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 지역경제 활성화 취지 좋지만 여기저기 축제 지역축제는 1995년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역경제 활성화와 관광상품 개발 등을 이유로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비슷한 주제나 특성의 축제가 인근 지역에서 열리기도 하고, 연예인 초청공연 등 사람을 쉽게 모을 수 있는 전시성 행사도 개최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축제를 방문한 사람이 1만명도 채 되지 않는 경우가 전체의 16.9%(지난해 기준, 693건 가운데 117건)에 달한다. 반면 50만명 이상이 찾은 축제는 62건으로, 전체의 8.9%에 불과하다. 단순히 축제나 행사가 자주 열린다는 이유로 공무원들이 불만을 터트리는 것은 아니다. 마땅히 지원해야 할 업무가 없음에도 ‘공복’이라는 이유만으로 행사장에 동원돼 허드렛일만 하거나 시간만 보내다 오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이 지역 축제에 참석하는 것을 ‘휴일을 빼앗긴다’, ‘4시간짜리 초과근무 수당 받고 멍하니 서 있는 시간’이라고 인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논란이 된 경기 파주시도 이런 이유로 불만이 제기됐다. 파주시 공무원노동조합은 축제가 열리기 한 달 전인 9월 시에 ‘축제 및 행사에 부당하게 직원을 동원하는 것을 자제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지난달 21∼22일 시가 임진각에서 개최한 파주개성인삼축제에는 공무원 일부가 동원됐다. 시는 “올해는 예년과 같이 강제동원도 하지 않았고, 상당수는 행사 진행이나 교통 안내 같은 행사 담당 일을 위해 참석한 직원”이라며 “자율적으로 참석한 직원들이 서로 나눠 봉사활동을 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축제 행사장에는 근무평가 등에 영향력을 미치는 관리자나 인사권을 쥔 지방자치단체장이 항상 자리를 지키고 있다. ‘무조건 참석하라’는 식의 강제 동원은 아니라는 말이 무색한 이유다. 공무원 A씨는 “축제 현장에서 해야 할 일이 명확하지 않은데도 매년 동원되고 있다”며 “강제동원은 아니지만 ‘주말에 다들 행사장으로 오느냐’는 식으로 물어보는 경우가 많아 참석하지 않기도 어려운 분위기”라고 전했다. 공무원 B씨는 “축제 준비나 진행과정에서 서빙이나 식당 설치, 철거 등 허드렛일을 한다”며 “정작 공무상 필요한 지원 업무나 축제를 발전시키기 위한 기획 준비 업무 등은 뒷전”이라고 지적했다. # 천안 삼거리 축제, 명확한 업무·지원으로 상생 충남 천안시에서 열리는 천안 삼거리 축제는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문제점을 모두 안고 있었다. 하지만 2년 전부터 시 집행부서, 문화재단이 필요한 인력을 협의하고 있다. 담당 업무와 함께 지원이 필요한 인력 규모까지 논의하고, 3년 전 공무원들이 담당했었던 주차장 관리, 화장실 청소는 외부 용역업체에 맡기고 있다. 공주석 천안시공무원노조 위원장은 “담당 업무가 명확한 인원에 대해 지원을 요청하고, 축제에 지원 업무를 하면 시간외 초과근무나 대체 휴무 부여 등도 함께 논의한다”며 “지자체, 지역단체, 공무원 간의 소통으로 그동안 제기됐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진혁 충남대 행정학부 교수는 “지역의 고유 사무를 처리하는 것이 지방직 공무원의 업무라는 점에서 그동안 축제 준비와 진행을 지원해 왔다”면서 “하지만 축제나 행사가 늘어나면서 휴일 근무나 강제 동원 등의 문제가 생겨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축제가 당초 취지대로 지역주민과 해당 지자체 발전을 위한 것인가에 대한 주민들과 공무원, 지방정부의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며 “단순히 소비성이나 보여주기식 축제가 아니라면 공무원들도 강제동원으로 인식하지 않을 것이고, 주민·지자체·공무원의 협의에 의해 발생하는 문제를 풀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홍종학 “이케아·다이소 영업규제 필요”

    홍종학 “이케아·다이소 영업규제 필요”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8일 대형마트와의 규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는 이케아, 다이소 등에 대해 영업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홍 후보자는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전문점으로 등록된 경우라도 실질 업태가 대형마트와 유사하다면 의무 휴업 등 영업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케아 등은 가구 전문점으로 등록돼 영업시간이나 의무휴업 등의 제한을 받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이마트 등 대형마트들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홍 후보자는 “일부 전문점의 골목상권 침해가 우려되고 있는 만큼 실태 등을 파악해 규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다이소와 관련해서도 “현행 체계에서는 규제 사각지대에 해당한다”면서 “중소기업 적합업종·사업조정 제도를 활용해 규제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되 해당 제도만으로 부족하다면 (다이소에 대한) 추가 규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유통법상 규제 대상 대규모 점포 기준은 매장면적 3000㎡ 이상이지만, 다이소는 평균 매장 면적이 460㎡ 정도여서 규제를 피해 왔다. 이에 매장이 우후죽순 늘었다. 대규모 점포 정의에 매출 및 전체 매장 수를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홍 후보자는 자신을 둘러싼 ‘부의 대물림’ 논란과 관련해 “(여러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과도한 부의 대물림에 대해 적절한 제어 수단이 필요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사설] 단속 사각지대에서 활개치는 온라인 암표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의 입장권이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최대 열 배가 넘는 가격에 뒷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10만원 VIP석 티켓은 120만원, 5만원 블루지정석은 23만 5000원까지 치솟았다. 인기 있는 스포츠 경기뿐 아니라 유명 공연 티켓, 명절 KTX 탑승권, 심지어 경복궁 야간개장 입장권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온라인 암표 거래가 기승을 부린 지 오래다. 하지만 현장 암표 단속과 달리 온라인 거래는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어 속수무책이라고 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청와대 국민신문고에는 최근 ‘문화 예술 체육 쪽 암표 관련 법을 만들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이틀 만에 5500여명이 서명했다고 한다. 온라인 암표 거래는 예매 정보를 자동으로 입력하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단시간에 티켓을 대량으로 구매한 뒤 중고거래 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웃돈을 받고 되파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예매 시작 수분 만에 매진됐던 티켓이 얼마 지나지 않아 양도라는 이름으로 각종 온라인 사이트에 우후죽순으로 올라오는 배경과 무관치 않다. 부당한 이득을 목적으로 편법 프로그램까지 사용하는 온라인 암표 거래는 정상 가격으로 티켓을 살 수 있는 소비자의 정당한 기회를 박탈하고, 시장 질서를 저해하는 불공정 행위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그뿐만 아니라 범죄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티켓값만 받고 잠적하거나 가짜 티켓을 보내는 사기가 판친다. 다음달 공연하는 나훈아 콘서트의 경우 예매 7분 만에 표가 매진된 뒤 기획사가 ‘암표 강제 취소’라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정도로 신경을 썼지만 티켓 사기 피해자가 최소 100여명에 이를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문제는 온라인 암표를 처벌할 법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현행 경범죄처벌법에는 경기장, 공연장 등 현장의 암표 판매만을 제재할 수 있게 돼 있다. 오프라인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거래되는 온라인 암표는 사실상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것이다. 19대 국회 때 온라인 암표를 처벌하는 ‘경범죄처벌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발의됐다가 폐기됐다. 올 들어 매크로를 통한 온라인 암표 거래 규제를 위한 법들이 여러 의원에 의해 발의됐지만 모두 국회에 계류 중이다. 미국은 지난해 매크로 등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예매한 티켓을 재판매하는 행위를 규제하는 법을 제정했다. 우리도 더 늦기 전에 법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 [김상선의 함께하는 세상] 노벨과학상 유감

    [김상선의 함께하는 세상] 노벨과학상 유감

    매년 10월이 되면 과학계를 힘들게 하는 일이 두 가지 있다. 그중에 첫 번째는 노벨상이다.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1901년에 시작돼 올해로 117회를 맞고 있는 노벨상은 누가 뭐래도 과학기술 분야에서 최고로 지명도가 높은 상이다. 10월 노벨상의 계절이 다가오면 전 국민적인 관심 아래 크고 작은 관련 행사와 함께 노벨과학상 수상자 발표를 기다리게 된다. 아쉽게도 올해에도 우리나라 최초의 노벨과학상 수상자 배출 소식을 들을 수 없었지만 이런 기대는 앞으로도 매년 반복될 것이다. 매년 노벨상의 계절만 되면 우리나라 과학기술계가 마치 죄인이라도 된 것처럼 풀이 죽는다. 이웃 나라 일본이 벌써 과학기술 분야에서만 25명의 수상자를 배출한 것을 빗대어 25대0이라는 자극적인 기사 제목이 등장하기도 한다. 과연 우리 과학계가 기죽을 일일까. 돌아보면 일본은 2차 대전 때 이미 잠수정, 비행기를 만든 나라다. 그때부터 벌써 일본 과학자들이 노벨상 후보로 거명될 정도였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1982년에 시작된 국가연구개발사업 규모는 불과 100억원이었다. 그나마 1990년대 초까지는 선진기술을 소화·모방·개량하기에 정신이 없었다. 실제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바탕으로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한 반면 우리만의 기초연구는 1990년대 초에야 비로소 본격적인 지원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제 불과 30여년이 경과했음을 감안하면 아직 노벨상 수상이 시기상조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결코 실망할 일이 아니다. 최근 우수한 성과들을 보면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 배출도 멀지 않았다. 그리고 한 번 수상자가 배출되고 나면 그 이후에는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많은 한국 과학자들이 노벨상을 받게 것이다. 두 번째 과학기술계를 기죽게 하는 일은 바로 국정감사다. 매년 이맘때 국감의 계절이 되면 과학기술계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연구개발 투자 규모는 큰데 성과가 없다는 지적이다. 심지어는 연구개발 투자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돌이켜 보면 이런 목소리가 처음은 아닌 듯하다. 경제 여건이 어려워지면서 뭔가 핑곗거리가 필요할 때면 어김없이 이런 주장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과연 타당한 지적일까.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투자 비율이 4.23%로 세계 1위이며, 절대 금액에서도 66조원 규모로 세계 6위권으로 조사되고 있다. 그렇지만 이 중 정부 예산은 전체의 25%에 불과하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규모 면에서도 30여개 부처가 사용하는 우리 과학기술 전체 예산이 미국 국립보건원 1개 기관 예산보다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기초연구, 삶의 질 향상, 사회문제 해결, 대형 연구, 거대 시설장비, 인력 양성 등 성과를 쉽게 평가하기 어려운 분야에 대한 국가 R&D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과학기술의 기본 특성 중 하나가 일정한 시간이 경과해야 성과가 나타나는 점을 감안하면 뚜렷한 근거 없이 성과가 없다고 평가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우리는 과학기술 중심 사회에 살고 있다. 경제발전은 물론 문화, 예술, 체육, 국가안보, 삶의 질 향상, 사회문제 해결 등 모든 분야의 핵심에 과학기술이 있다. 쓰나미처럼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4차 산업혁명의 성패 역시 과학기술에 달려 있다. 그 과학기술은 결국 과학기술인의 양어깨에 달려 있다. 연구 현장을 지켜야 할 과학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져서는 우리의 미래를 결코 보장받을 수 없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단방약을 기대할 수는 없다. 뚜렷한 근거 없이 과학계를 기죽이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믿어 주는 가운데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연구의 자율성 확대,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신명나고 안정적인 연구여건 조성, 연구원 중심의 지원 체제 개편, 미래를 위한 씨앗인 과학기술 투자의 지속적인 확대, 기초연구와 개발연구의 균형적인 지원, 오픈 이노베이션, 국격에 맞는 국제협력 여건 조성 등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여건과 여야 없는 초당적인 지원이 있을 때 우리 과학기술계는 세계적인 기초원천 성과 창출을 통해 우리나라 과학기술이 ‘국가 경쟁력 제고는 물론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제 역할을 충실히 해 줄 것이다. 그러다 보면 노벨상 수상자 배출 소식도 덤으로 따라올 것이 분명하다.
  • [세종로의 아침] 문화 이벤트 과잉의 시대/함혜리 문화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문화 이벤트 과잉의 시대/함혜리 문화부 선임기자

    춥지도 덥지도 않은 요즘 전국적으로 약속이나 한 듯이 각종 문화 이벤트가 벌어지고 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인 줄 알았더니 이젠 아닌 모양이다. 차분하게 책을 읽으며 나의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를 성찰해 보는 시간을 갖도록 가만두질 않는다.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부터 부산 바다미술제, 청주 공예비엔날레, 경기 도자비엔날레, 제주 비엔날레 등 격년제로 열리는 굵직한 비엔날레 성격의 행사들에 이어 각 도시와 지자체가 주관하는 크고 작은 문화 행사들이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지역의 문화 행사들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이후부터지만 최근 들어 문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지면서 우후죽순 격으로 급증하고 있다. 지자체장들은 문화 이벤트 강박증을 가진 것 같다. 왜 없어도 그만인 그저 그런 문화 행사들이 그렇게 많이 열리는 것인가. 겉으로는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을 높이고 문화 복지를 실현하는 행사라고 내세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단체장의 업적 쌓기를 통한 문화 정치적 성격이 매우 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제대로 된 전시를 할 만한 조직과 예산도 없이 철저한 준비와 노력도 없이 흉내만 내는 경우가 태반이다. 흉내도 제대로 내면 감사하지만 그것도 아니다. 기대를 갖고 일부러 시간을 내어 찾아가 보면 역시나 실망만을 안겨 준다. 차라리 없었으면 좋을 조형물들이 자연 풍광을 해치며 거북하게 자리 잡고 있거나 지역 작가 우대 차원에서 내준 공간에 학예회 수준의 작품이 마구잡이로 걸려 있기도 하다. ‘국제’가 붙은 행사에는 외국 작가라고 초대를 하지만 그 정도의 작가는 국내에도 많은데 왜 굳이 돈 들여서 초대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허다하다. 중앙정부가 주관하는 행사라고 예외가 되지 않는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각종 문화 행사를 보라. 문제는 문화를 빙자한 이벤트성이 강하다 보니 이렇게 많은 행사가 열림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계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진정한 감동을 안고 가기보다는 헛헛한 가슴으로 행사장을 떠난다. 이런 행사에서 예술가들은 뒷전이고 행사를 기획하는 몇몇 전문가 집단과 이벤트 기획사들이 얼마 되지 않는 수익을 챙기는 형국이다. 그 많은 행사가 전국적으로 쏟아지건만 일부 스타급 예술가들을 제외하고는 예술가들은 여전히 먹고살기가 힘들다고 야단이다. 창작준비금 지원이나 예술인 파견 지원 등 창작 활동을 위한 다양한 지원 정책이 있다고 하지만 그림의 떡이 되기 일쑤다. 신청 절차와 행정 처리 방식이 복잡하고 까다로워 아예 포기하고 몸으로 때우는 아르바이트를 찾는 젊은 작가들이 대부분이다. 예술인 직거래 장터라는 것도 말뿐이지 큰 도움이 되진 않는다. 이런 열악한 상태에서 작가적 자긍심을 갖고 창작에 몰두하기는 어렵다. ‘문화’라는 이름을 빌려 공중에 물거품처럼 부서지는 돈이 참으로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예술인 복지는 문화 이벤트 공급 과잉 속에서 벌어지는 이 불균형의 해소 방안을 찾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어떨까. lotus@seoul.co.kr
  • [특파원 생생 리포트] 우후죽순 日 빌딩형 납골당 ‘갈등 유발자’

    [특파원 생생 리포트] 우후죽순 日 빌딩형 납골당 ‘갈등 유발자’

    첨단 빌딩형 신형 납골당들이 도쿄 등 일본 대도시 주택가와 도심을 파고 들고 있다. 수도권과 오사카부 등 대도시권에서는 지난 10년 전에 비해 납골당이 3할가량 늘어나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을 키우고 있다.2016년 일본의 사망자 수가 전후(戰後) 최초로 130만명 선을 넘어서는 초고령화사회의 진전 속에 도시 지역의 묘지를 쓸 부지 부족 현상과 맞물려 주택가와 도심을 파고드는 신형 납골당 갈등 현상은 심해지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연고자들이 묘지 대신 경제적 부담이 적고 찾기 쉬운 납골당을 선호하면서 도시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납골당에 대한 행정규제가 거의 없는 상황도 이를 부추겼다. 묘지가 여러 법적규제를 받고 있고, 현행법상 지역주민 동의도 얻어야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작은 공간에 많은 유골을 모실 수 있어 경제적 이득을 기대한 업자들의 늘어난 투자도 이를 가속화시켰다. 인구 감소로 빈집들이 늘면서, 이를 납골당으로 쓰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닛케이는 지난 24일 도심 납골당 확산에 따른 갈등 사례를 전했다. 도쿄 인근 치바현 우라야스시에는 2대에 걸쳐 40여년 넘게 한 해 평균 600명 이상의 출산을 도와 온 사노 산부인과의원이 최근 이전을 결정했다. 한 불교사찰이 올 4월 병원 근처의 낡은 아파트를 사들여 납골당 건설을 시작했다. 지역 주민들은 문제를 제기했지만, 우라야스시는 “묘지는 인접 거주자들의 동의를 얻어야 지을 수 있지만 납골당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대답을 내놓았다. 산부인과병원 원장은 “출산을 앞둔 임신부의 심정을 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오사카시내 주택지 600㎡의 공터에 6층 빌딩형 납골당을 지어 6000기가량의 유골을 수용하려는 계획이 지역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예도 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17일 연고자들이 “먼 곳 성묘는 어렵다” “무덤 지킬 후사가 없다”면서 도시 납골당을 선호하는 현상을 보도했다. 지방 납골당은 비어 있지만, 도시의 납골당은 인기다. 불단형·로커형 등 다양한 형태의 납골당도 생겨나고 있다. IC카드를 넣으면 액정화면에서 고인 사진과 동영상이 음성과 함께 흘러나오고, 납골 부스 문이 열리면서 유골을 모신 감실이 나타나는 현대식 납골당도 인기를 끌고 있다. 2040년 일본의 1년 사망자 수가 168만명 선을 넘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다(多)사망 사회와 가족관 변화에 따른 제도적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글 사진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잇달아 문 여는 가상화폐 거래소…금융 미래 열까 도박판 전락할까

    잇달아 문 여는 가상화폐 거래소…금융 미래 열까 도박판 전락할까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사고파는 거래소가 잇달아 문을 열고 있다.●110종 이상 거래 ‘업비트’ 새달 출범 카카오가 투자한 핀테크 기업 ‘두나무’는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렉스’와 독점 제휴를 맺고 다음달부터 국내에서 가장 많은 가상화폐를 취급하는 거래소 ‘업비트’를 출범시킨다고 25일 밝혔다. 기존 거래소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6~8종의 주요 가상화폐만 다루는 반면, 업비트는 최대 110종 이상 거래가 가능하다. 가상화폐는 경제·금융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아이콘이지만, 가격 변동이 극심한 가상화폐 투기를 부추겨 ‘도박판’으로 전락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두나무는 2014년 모바일 주식거래 앱 카카오스탁을 출시해 현재 하루 평균 22만명이 이용하고 있다. 업비트가 카카오스탁 수준의 편의성을 제공한다면 빗썸과 코인원, 코빗 3사가 과점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국내 가상화폐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송치형 두나무 대표는 “안전하면서도 빠르고 간편한 가상화폐 거래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세계적 기업과 협업했다”고 말했다. 2013년 국내에 처음으로 등장한 가상화폐 거래소는 신생업체가 우후죽순 탄생하면서 현재 3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국내 거래소의 하루 평균 가상화폐 거래량은 1조 5000억원으로 추산되는데, 거래 수수료율이 0.1% 안팎인 걸 감안하면 하루에 15억원 이상 이익이 남는 것이다. 영국 가상화폐 분석업체 크립토컴페어에 따르면 비트코인 통화별 거래량 중 원화의 비중은 지난해 12월 0.05%에 불과했으나 지난달 11.05%로 확대됐다. 엔(42.24%)과 달러(27.56%), 위안(14.25%)에 이은 세계 4위다. 이더리움 거래는 원화가 41.94%로 달러(22.75%)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상용화 vs 규제… 지구촌 대처 갈려 가상화폐에 대한 지구촌의 대처는 엇갈린다. UBS와 HSBC 등 글로벌 은행은 블록체인 기반 결제용 가상화폐를 공동으로 개발해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일부 주와 영국, 일본, 베트남 등은 가상화폐를 결제수단으로 인정했다. 에스토니아는 국가 차원의 발행을 검토한다. 반면 중국은 이달 들어 가상화폐를 통한 자금 조달을 전면 금지하는 등 강력한 규제에 나섰다. 올해 1~8월 비트코인 가격은 무려 364.5%나 뛰었는데, 나스닥(18.4%)이나 금(14.0%) 등과 비교하면 비정상적이라는 것이다. ●“한국 최대 투자국… 보호장치 시급” 황수영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분권형 화폐 시스템인 가상화폐는 정부 등 제3자가 임의로 폐쇄할 수 없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한국은 가상화폐 최대 투자국 중 하나인 만큼 거래소 인가제 등 최소한의 투자자 보호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칙칙했던 왕십리 모텔촌, 쉬엄쉬엄 걷고픈 여행자거리로

    칙칙했던 왕십리 모텔촌, 쉬엄쉬엄 걷고픈 여행자거리로

    지난 22일 저녁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인근 ‘여행자거리’ 내 도선동상점가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일대 식당·호프집 150여곳은 20대 젊은이들뿐 아니라 중장년층들로 가득했다. 일본, 중국, 러시아, 베트남, 태국 등지에서 관광차 온 외국인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서울의 번화가 1번지로 꼽히는 강남, 홍대 일대를 연상케 했다. 대학 친구들과 함께 온 이민지(23·강남구 일원동)씨는 “강남에서도 가깝고, 쇼핑센터·식당 등 즐길 거리·먹거리도 다양해 젊은층이 많이 찾는다”고 했다. 직장 동료들과 회식하러 온 박수연(34·중랑구 면목동)씨는 “모텔이 밀집해 있어 이미지가 좀 음침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밝고 깨끗해서 놀랐고, 사람들이 많아 또 한번 놀랐다”고 말했다.여자 친구와 함께 한국을 찾은 일본인 와타나베 호시이(23)는 “한국의 골목상권이 죽어가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이곳을 보면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생기가 넘쳐서 좋다”고 했다. 와타나베는 일본 내 여행사 사이트를 통해 여행자거리 내 숙박촌을 알게 돼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이곳을 찾았다. 그는 “성동구의 여행자거리 내 숙박촌은 다른 곳보다 저렴하고, 교통이 편리해 일본인들이 즐겨 찾는다”며 “낮에는 경복궁, 남산 등지를 둘러보고 밤에는 여행자거리 내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다”고 말했다. 고사 직전의 왕십리 도선동 골목상권이 살아나고 있다. 여행자거리 조성으로 국내외 젊은이들이 몰리면서 지역 경제가 활력을 찾고 있다. 도선동 골목상권은 왕십리역에서 채 5분도 걸리지 않는 초역세권에 형성돼 있다. 하지만 많은 유동인구와 지역민들로 시끌벅적한 왕십리역 일대 다른 곳과 달리 적막했다. 모텔촌이라는 ‘오명’ 탓이다. 상가가 모텔들과 인접해 있어 모텔촌이 풍기는 어둡고 부정적인 이미지가 사람들 발길을 돌리게 했다. 이곳 모텔촌은 1970년대 형성됐다. 다른 지역보다 교통이 편리한 데다 숙박료도 저렴해 동대문을 찾은 상인들이 대거 몰리면서다. 모텔들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거리는 생기를 잃고 칙칙해졌고, 모텔을 이용하는 차량들로 사람들이 지나다니기도 어려웠다. 보다 못한 상인들이 뭉쳤다. 말 그대로 살기 위해서다. 이들은 2015년 서울시 ‘골목형 육성사업’에 응모해 선정됐다. 이기백 도선동상점가번영회장은 “시에서 5억여원을 지원받아 상권을 살리는 사업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며 “전통시장은 상가가 한곳에 모여 있어 집약적으로 투자할 수 있지만 이곳은 식당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예산도 부족해 상권을 살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상인들은 성동구에 도움을 청했다. 구에서 ‘여행자거리’ 조성 안을 꺼내 들었다. 도선동 일대 모텔촌의 숙박료가 싸고 교통이 편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점을 감안, 태국 방콕 ‘카오산 로드’처럼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카오산 로드는 방콕 방람푸 시장 인근에 1970년대 숙박촌이 형성되면서 만들어진 여행자거리다. 400m 정도의 2차선 도로에 수많은 게스트하우스, 인터넷 카페, 레스토랑, 기념품점 등이 들어서 있다. 외국인 여행객들이 몰리면서 전 세계 배낭여행자들의 베이스캠프로 통한다. 지금은 외국인뿐 아니라 현지인들도 즐겨 찾는 관광 명소로 자리잡았다. 외국인 여행객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숙박료가 저렴하고, 교통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도선동 숙박촌도 카오산 로드와 조건이 비슷하다. 일대에는 호텔 4곳, 모텔 18곳을 비롯해 커피숍·음식점 150여곳이 성업하고 있다. 지하철 2·5호선, 분당선, 경의·중앙선 등이 통과하는 교통 요지인 데다 숙박료도 저렴하다. 호텔 4곳의 일일 평균 숙박료는 주중 7만원, 주말 9만원이다. 상인과 구가 의기투합했다.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예산 3억원을 투입, 재생사업을 시작했다. 환경부터 개선했다. 모텔촌 일대의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를 싹 걷어내고 밝고 깨끗한 거리를 조성했다. 밤에도 화사한 빛을 발하는 아트월도 설치했다. 아트월은 나무 조형물에 ‘세계는 한 권의 책이며 여행자들은 그 책의 한 페이지를 읽었을 뿐이다’라는 문구를 새겨 넣어 만들었다. 도로포장도 다시 하고, 보행자 중심의 걷기 편한 거리로 만들었다. 거주자 우선 주차선을 없애 모텔 앞 도로에 진을 쳤던 차들을 모두 사라지게 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다국어 관광 안내 표지판을 설치하고, 외국인들이 자주 찾는 21개 음식점에는 다국어 식당 메뉴판을 제작, 배포했다. 숙박시설엔 서울숲, 성수동 수제화거리 등 지역 내 명소 소개 책자를 비치했다. 여행자거리 출발점인 왕십리문화공원엔 고산자 김정호 동상을 세웠다. 구청 앞 도로 이름이 고산자로인 데 착안, 대동여지도를 만들기 위해 전국을 떠돈 김정호를 여행자거리 상징으로 정했다. 여행자거리는 왕십리문화공원에서 시작해 할리스커피숍~호텔컬리넌과 힐모텔~리전트모텔, 두 개 구간(360m)으로 이뤄져 있다. 여행자거리 조성 사업이 시작되면서 외국인 관광객부터 급증했다. 호텔컬리넌·비전호텔의 2015년 중국·일본·동남아 등 외국인 투숙객은 5만 8510명이다. 이 두 호텔과 2015년 10월 신설된 아모렉스호텔을 합하면 지난해에 14만 6739명으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 8월 문을 연 호텔포레스트와 모텔 투숙 해외 젊은 배낭족까지 합하면 지난 한 해만 20만명이 넘는 외국인이 이곳을 찾았다. 이마트 왕십리점은 제주를 제외하면 중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곳이기도 하다. 족발가게를 운영하는 이기백 회장은 “불과 3년 전과 비교하면 천지개벽 수준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그는 “예전엔 일 매출이 100만원도 되지 않았다. 아내와 둘이서 겨우 운영했다. 여행자거리 조성 후 일평균 매출이 200만원으로 올랐고, 직원 6명을 두고 장사하고 있다. 우리뿐 아니라 일대 식당, 호프집 매출이 두 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고깃집을 하는 한 업주는 “여행자거리 조성으로 어둡고 낡은 모텔촌 이미지가 확 바뀌면서 죽었던 골목상권이 정말 기적같이 살아났다”며 “중장년층들만 드문드문 오가던 거리와 상가에 젊은 사람들까지 찾아들고 있다”고 밝혔다. 한 호텔 관계자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은 줄었지만 개별 관광객들이 늘고, 일본이나 동남아 관광객들도 많다”며 “사드 여파로 다들 힘들다고 하는데, 이곳 호텔들의 객실 가동률은 95%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호텔 관계자는 “국내 여행사와 연계해 외국인 관광객들을 모객하고 있다”며 “아직 여행자거리 조성 사업 초기라 카오산 로드와 비교할 순 없지만 사업이 진전되면 카오산 로드를 능가하는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동구는 2단계 여행자거리 조성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모텔촌으로 낙후되고 기피되던 동네가 여행자거리 조성으로 활력을 찾았다”며 “앞으로 게스트하우스 유치, 통역 서비스 제공 등을 통해 외국인들이 더 많이 찾게 하고, 내국인도 일부러 찾아오고 싶은 거리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기념물 세운 자, ‘기억의 정치’ 승리자

    기념물 세운 자, ‘기억의 정치’ 승리자

    도시는 기억이다/도시사학회 기획/주경철·민유기 외 11명 지음/서해문집/544쪽/2만 3000원깡총한 단발머리에 치마저고리를 입은 소녀. 앳된 얼굴엔 어울리지 않는 슬픔이 서려 있다. 굳게 다문 입매와 말아 쥔 주먹, 한곳을 응시하는 시선에선 꺾이지 않는 의지가 읽힌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의 단적인 상징이 된 ‘평화의 소녀상’이다. 2011년 12월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건너편에 처음 등장한 소녀상은 일부 극우 단체나 시민들의 훼손, 일본 정부의 끈질긴 ‘철거 압박’에도 전국 각지와 해외로 퍼져 나가고 있다. 소녀상 설립에 힘을 보태는 시민들의 역사의식과 이로 인해 빚어지는 국내외 갈등으로 소녀상은 그 자체로 ‘기억하고 바로잡아야 할 역사’가 되고 있다. 도시가 그곳을 거쳐 간 모든 인간의 삶의 흔적으로 짜인 ‘기억의 총합’이라면, 소녀상을 둘러싼 갖가지 갑론을박은 무심코 스쳐 지나는 도시의 공공기념물들이 얼마나 강력한 ‘기억의 매개체’인지 보여 준다. 도시 안에 즐비한 공공기념물(기념비나 기념탑, 전몰자 추념이나 과거사 관련 시설물, 영웅이나 위인의 동상, 공적 기념 혹은 추념을 위한 박물관이나 건축물 등)은 도시가 기억하고 싶어 하는, 기억해야 하는 과거를 압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징들은 켜켜이 쌓여 한 도시의 정체성을 이룬다. 국내 도시사학자들이 세계 주요 도시의 공공기념물에 대해 설립 배경과 주체, 설립 과정에서의 갈등, 공공기념물이 기억하려는 역사, 대중의 반응, 공공기념물이 나타내는 상징 등을 입체적으로 살펴본 이유다.“공공기념물은 건립의 주체가 정치권력이든, 시민단체이든 역사와 기억에 대한 치열한 해석과 의미 부여의 결과다. 도시가 다양한 공공기념물을 통해 무엇을 기억하고자 하는지는 시민의 집단적 역사인식 수준을 보여 준다”는 민유기 경희대 교수의 말은 우리나라 곳곳에 서 있는 평화의 소녀상부터 세계 문화의 수도 파리의 즐비한 인물 동상까지 시대와 국경의 경계를 넘어 적용된다. 프랑스의 문화예술인 동상을 연구한 민 교수는 ‘동상은 죽은 이를 산 자의 기억 속에 영속화시키는 매개물로 항상 기억의 정치와 연관된다’고 지적한다.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 옛 소련과 동유럽 각지에서 공산당 지도자 동상을 파괴하고 프랑스대혁명 당시 파리의 혁명적 시민들이 왕의 동상들을 쓰러트린 것은 과거와의 단절을 바라는 새로운 주체의 요구 때문이었다.고대나 중세 도시에서 동상의 주인공은 대부분 통치자나 전쟁 영웅, 순교자와 성인들이었다. 권력이 원하는 ‘기억의 정치’를 이어 가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근대 도시들은 다양한 기획으로 도시 정체성을 만들어 간다. 1880~1914년 파리 전역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문화예술인 동상이 대표적인 예다. 파리에 있는 인물 동상은 모두 347개인데, 이 가운데 153개가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세워졌다. 프랑스 제3공화국이 등장하기 전에는 프랑스에서 예술가, 과학자들의 동상을 공공장소에 건립해 숭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1879년 ‘공화파의 공화국’이 시작되면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공공장소에 위인 동상을 세우는 것이 허락됐다. 시민들이 기억하고 숭배하고 싶어 하는 위인들의 동상을 가질 수 있다는 건 ‘강요된 숭배’ 대신 ‘숭배의 민주화’가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이에 “동상이 유행이다. 모든 곳에 동상이 세워진다. 위인이 없다면 새로운 위인을 만들어 낸다”는 일간지의 비판이 나올 정도로 20세기 초 파리의 동상 세우기 열풍은 과열 양상을 빚었다. 이는 전쟁에선 패배를 거듭했던 프랑스인들이 예술에서 강한 위로를 발견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도시를 가득 메운 문화예술인 동상들은 파리를 제국의 수도나 혁명의 도시가 아닌 문화예술의 도시라는 이미지와 정체성을 만들어 가려 했던 정부나 시민들의 요구와도 맞아떨어진 것이다.파리의 문화예술인 동상 세우기 열풍이 ‘숭배의 민주화’라면 히틀러가 꿈꾼 세계 제국의 수도 ‘게르마니아’는 반대의 극단에 있는 예다. “국가는 국민에게 가능한 한 거대하게 보여야 한다”고 했던 히틀러는 독일 도시에 기념비적 건물은 없고 영리 목적의 백화점, 호텔만 들어차 있다고 비판하며 나치 제국의 힘을 선전할 도시를 구축하려 했다. ‘히틀러의 건축가’로 유명한 알베르트 슈페어가 설계한 게르마니아를 보면 기이할 정도로 규모가 거대하다. 베를린에 폭 120m, 길이 7㎞의 중심 도로를 깔고, 높이 117m, 폭 170m의 개선문을 세운다는 식이다. 히틀러의 과대망상과 자아도취, 명성을 떨치고 싶었던 애송이 건축가의 치기와 상상력으로 뭉쳐진 게르마니아는 정복전쟁의 승리를 전제로 한 만큼 ‘허상의 도시’로 끝났다. 하지만 당시 그 일환으로 세워진 템펠호프 비행장이 지금은 베를린 시민들의 휴식처가 됐듯 잔혹한 역사의 흔적은 다른 역사적 의미와 쓸모로 도시에 여전히 새겨져 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죽음의 바다’ 마산만 다시 숨 쉰다

    ‘죽음의 바다’ 마산만 다시 숨 쉰다

    한때 ‘죽음의 바다’로 불렸던 마산만이 되살아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지역주민들이 함께 일궈낸 성과다.21일 해양환경관리공단에 따르면 공단은 2014년 경남 창원시, 마산만 민관산학협의회 등과 협약을 맺은 뒤 마산만 해양환경 복원 사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경남 창원시 연안 일대 마산만은 해수 순환이 잘 이뤄지지 않는 반폐쇄 해역이다. 1970년대 해안을 따라 공장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면서 공장폐수와 생활하수 등이 만으로 흘러들었다. 해양환경은 심각하게 훼손됐고 물고기가 살기 힘들 정도로 수질도 나빠졌다.이에 따라 공단은 유해 해양생물은 없애는 대신 보호 대상 해양생물은 되살리는 ‘투 트랙’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공단은 지난 14일 해양수산부와 공동으로 어민 등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보름달물 해파리’ 부착유생 제거작업을 벌였다. 해양구조물에 붙어 사는 부착유생인 해파리 폴립은 1개(2~3㎜)를 제거하면 성체 5000마리를 없애는 효과를 발휘한다. 공단은 해파리 폴립을 흡입 방식으로 신속하게 대량으로 제거하는 신기술을 개발해 올해 처음 적용했다. 반면 멸종위기종이자 보호 대상 해양생물인 ‘붉은발말똥게’는 국내 최초로 실내 인공 증식에 성공해 올해 처음으로 500마리를 연안습지 보호지역인 마산만 봉암갯벌에 방류했다. 앞서 창원시는 봉암갯벌 관리업무를 공단에 위탁했는데 해양보호 구역관리를 전문 공공기관에 맡긴 것은 처음이다.장만 공단 이사장은 “마산만 해양환경 개선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소중한 바다를 지키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수요 에세이] 미 항공사 구조조정에서 트럼프 현상을 보다/문재도 무역보험공사 사장·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수요 에세이] 미 항공사 구조조정에서 트럼프 현상을 보다/문재도 무역보험공사 사장·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얼마 전 미국 워싱턴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국적기가 만석인 관계로 워싱턴에서 디트로이트까지는 델타항공의 국내선을 타고 그곳에서 다시 국제선으로 인천공항까지 오는 편을 이용했다. 이 여행에서 미국 항공산업의 큰 변화를 목격했다. 우선 미국 항공사의 재편이다. 미국을 대표하던 11개 항공사가 2014년까지 순차적인 구조조정 등을 통해 아메리칸, 델타 등 6개만 남았다. 1990년대 후반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저가 항공사들도 없어지고 대형 항공사의 자매 항공사로 재편되었다. 필자가 탄 국내선 비행기는 워싱턴에서 디트로이트까지 손님을 실어 나른 후, 디트로이트에서 다시 밀워키로 가는 소위 연결편 위주의 항공기이다. 이는 미국 보잉사 제품이 아닌 캐나다 봉바르디에사의 100석 미만 소형 단거리 항공기였다. 항공기 내 승객 승무원도 한 명뿐이었다. 디트로이트에서 인천으로 오는 비행기는 보잉 점보기이나 우리 국적기에 비해 낡은 기종이다. 근무하는 기내 승무원 수도 우리 국적기에 비해 훨씬 적어 보였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대답은 델타항공의 기내 잡지 13페이지 ‘우리를 도와주세요. 미국의 일자리를 방어합시다’라는 광고에서 찾을 수 있었다. ‘카타르나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자국의 국적항공사에 수십억 달러의 보조금을 주어 세계 항공시장을 장악해 가고 있습니다. 미국 항공사들은 경쟁에 밀려 국제항로 취항지를 점차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 사람들이 직업을 잃고 항공사들도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광고 문구가 절절하다. 미국 항공사들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진행함과 동시에 소위 애국심 마케팅에 나선 것이다. 델타항공은 국내선 전용으로 자국의 보잉사 제품이 아닌 캐나다와 브라질에서 생산되는 중소형기를 100대 넘게 주문했다고 한다. 이러한 시장 변화에 대응해 미국의 보잉사가 대형기보다 중소형기 제작에 주력하고, 유럽의 에어버스사도 지난해부터 초대형기인 A380 주문을 하나도 받지 못했다며 중소형기 제작에 치중하고 있다.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 나서는 이유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아뿔싸! 그런데 이런 징조는 곰곰이 생각해 보니 몇 년 전부터 있었다. 6년 전 미국 언론에 젓가락을 만드는 공장이 소개된 적이 있었다. 조지아주에 풍부한 포플러나무를 사용해 매일 수백만개의 젓가락을 생산해 중국에 수출하고 80여개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세계 경제를 호령하던 미국이 컴퓨터와 같은 첨단제품은 중국에서 수입하고, 젓가락이나 만들어 수출하다니?’ 하고 넘어갔는데 이제 보니 그때부터 싹수가 보였다. 3년 전 중국의 부자들이 미국에서 대리모 출산하는 것이 붐을 이룬 적이 있다. 당시 중국은 산아 제한으로 아이를 하나만 가질 수 있었는데 15만 달러만 주면 미국의 백인 여성을 대리모로 해 미국 시민권을 가진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유럽을 떠나 근면과 청렴 윤리의 새로운 국가를 세운 후손들이 이제 중국의 아이를 낳는 대리모로 돈을 버는 일을 하고 있다니 자존심이 상할 만한 기사였다. 이러한 현상이 하나둘씩 쌓여 아웃사이더라고 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지도자가 되었다. 이것은 한 개인의 성향에 좌우될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란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 사실 미국 우선주의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19세기 말 미국이 국내적으로 국수주의, 백인 우월주의, 제국주의 등으로 정치적 리더십이 약화될 때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미국은 민간 경제분야에서 세계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꾼 기술혁신이 있었다. 이때 세상에 등장한 것이 20세기 수송과 통신을 바꾼 포드의 자동차와 벨의 전화기이다. 이번에도 미국은 혁신을 통해 경제 구조를 다시 재조정(reset)하고 세계시장에 다른 모습으로 나올 것이다. 세계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어 가고 있는 이 시점에 우리도 정신 바짝 차리고 신발끈을 동여매야 한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 [한 컷 세상] 건물은 금연, 카페는 흡연

    [한 컷 세상] 건물은 금연, 카페는 흡연

    최근 전 좌석 흡연 가능한 ‘흡연카페’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식품자동판매업소로 사업자등록을 해 법망을 피해 갔지만 정부는 이를 편법으로 보고 규제를 검토 중이다. 흡연전쟁은 단순 금지로 해결될 것이 아니다.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필요한 때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대한민국 최대 가족 캠핑 페스티벌 코베아 코카프

    대한민국 최대 가족 캠핑 페스티벌 코베아 코카프

    종합 캠핑레저 기업 코베아에서 주최, 주관하는 코베아 캠핑 페스트벌, ‘코카프’(KOVEA CAMPIMG FESTIVAL, KOCAF)가 올해 6년째 14회차를 앞두고 있다. 지난 8월 14일 참가자 발표를 마치고 9월 23~24일에 진행될 14회차를 포함하여 코카프에서 캠핑과 피크닉을 즐긴 캠퍼는 모두 2만 2천명 이상이다. 코카프는 2012년 코베아 창립 30주년을 맞아 고객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시작된 사은행사로 시작되었다. 코베아 텐트와 타프를 가지고 있는 고객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행사로 해를 거듭할수록 고객들의 관심과 참여가 늘어나며 현재는 대한민국 캠퍼라면 꼭 참가하고 싶어하는 대한민국 대표 캠핑페스티벌로 자리잡았다. 최근 급속하게 늘어난 캠핑인구와 아웃도어 열풍으로 인해 많은 기업과 지자체들에서도 앞다투어 캠핑이벤트를 진행하고 있고 수익사업을 목적으로한 캠핑페스티벌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코카프는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행사가 아닌 대한민국 캠핑1위 브랜드 코베아가 책임감을 가지고 고객들과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건강하고 올바른 캠핑문화를 선도하고 보급하기 위해 진행되는 캠핑페스티벌로 단순히 야외에서 잠을 자고 음식을 해먹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캠핑을 통해 함께하는 가족, 연인, 친구들이 서로간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힐링을 경험하는 것이 코카프의 목적이다. 코카프에 참가한 고객들은 캠핑은 물론 다양한 부대행사와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무료로 참여하고 즐길수 있다. 코베아의 신제품 전시회를 비롯하여 함께 하는 여러 협찬사들이 준비한 부대행사, 가족들이 참여할 수 있는 안전교육, 체험행사 등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알차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캠핑은 물론 축제분위기까지 즐길 수 있다. 저녁이 되면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코베아 콘서트가 개최되어 국내 정상급가수들의 공연으로 자연과 함께하는 진정한 야외콘서트의 열기를 느낄 수 있다. 코베아는 코카프에 참가했던 고객들은 물론 참가자들의 경험을 전해 듣는 고객들까지 다음 행사를 손꼽아 기다리고 행사일정에 대해 문의가 끊이지 않는 등 고객들의 관심과 성원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여 매년 참가자 수를 늘려나가고 수도권에 국한되지 않고 지방에서 개최되는 행사의 빈도도 높여가며 지속적으로 고객들을 위해 더욱 만족도 높은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연중 코카프 일정, 프로그램, 응모신청 등 코카프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코카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中공유서비스 우후죽순…이번에는 ‘슈퍼카’ 공유

    중국에서 공유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새 '공유 목록'으로 슈퍼카도 등장했다. 지난 29일 중국영자매체 상하이스트는 항저우의 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슈퍼카 공유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중국은 '공유경제'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공유서비스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그중 자전거가 대표적이지만 최근에는 공유 우산과 우산 거치대, 공유 수면방, 공유 충전기, 공유 헬스장 심지어 공유 남자친구까지 있을 정도. 이번에 항저우에 새롭게 등장한 공유 슈퍼카는 최후의 공유 서비스라고도 불릴 만큼 가장 비싸다. 보도에 따르면 3억 위안(약 510억원)의 자본금을 유치한 이 스타트업은 프로모션 기간 동안만 파격적인 가격으로 슈퍼카를 빌려준다. 닛산 GT-R은 단 19.9위안(약 3400원). 롤스로이스는 불과 49.9위안(약 8500원). 행사기간이 끝나면 일반적인 슈퍼카는 시간당 300~600위안(약 5~10만원), 맥라렌 P1의 경우 시간당 무려 1만 5000위안(약 255만원)을 내야 타볼 수 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이른바 '하차감'이 최고라는 슈퍼카를 단 한 번이라도 타볼 수 있다는 매력에 젊은이들이 지갑을 열 것으로 보고있다. 이처럼 다양한 공유 서비스가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서는 회의적인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이름만 공유일 뿐 사실상 임대 서비스라는 것. 중국의 경우 기업이 물건을 소유하고 이를 이용자에게 빌려주는 형태로 운영돼 사실상 렌탈 사업에 가깝다. 이에 따라 물품 파손 및 도난, 보증금 사기, 교통 법규 위반 등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으며 가장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받은 공유 자전거도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비싼 ‘졸사’ 대신 친구끼리 ‘찰칵’ 달라진 졸업식

    비싼 ‘졸사’ 대신 친구끼리 ‘찰칵’ 달라진 졸업식

    대학 졸업식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졸업식이 가족·친지·친구들이 모두 모여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졸업생을 성대하게 축하하는 자리였다면 지금은 졸업식 자체가 대폭 간소화된 모습이다. ‘끼리끼리’ 뭉쳐 그들만의 졸업식을 거행하는 새로운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졸업앨범 대신 나만의 기념사진” 최근 서울 소재 한 대학을 졸업한 이모(27·여)씨는 졸업앨범을 사지 않았다. 대신 친구 2명과 사진관에서 졸업 기념 스냅사진을 촬영했다. 이씨는 “모르는 얼굴로 가득 찬 졸업앨범을 사는 것보다 친한 친구들과 추억을 남기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졸업앨범 촬영을 하려면 정장을 사고 메이크업을 따로 받아야 하는데 그 비용까지 아낄 수 있었다”고 자랑했다. 졸업식날 인터넷을 통해 섭외한 전담 사진사에게 촬영을 부탁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천편일률적인 졸업사진이 아닌 나만의 기념사진을 남기기 위해서다. 출장 사진 전문업체 대표 A씨는 27일 “한두 시간 정도 사진을 찍어 주고 15만원 안팎의 비용을 받고 있다”면서 “2~3년 전부터 수요가 생기기 시작했고 올해는 졸업생 15명을 전담으로 촬영했다”고 말했다. ●현수막엔 “26·무직·미래 김밥왕” 교정에 현수막을 내걸어 졸업을 축하하는 학생들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지난 25일 졸업식이 열린 서울의 한 대학에는 ‘○○○(26·무직·미래의 김밥왕) 외식왕 백종원을 이을 ○○대학의 자랑’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최근 현수막으로 축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취업난 속에 학생들이 교수나 학교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졸업을 해냈다는 의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취업난에 꽃집 등 ‘졸업식 특수’ 옛말 이런 분위기 탓에 ‘졸업식 특수’는 사라진 지 오래다.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앞에서 꽃을 파는 이모(50)씨는 “5년 전만 하더라도 졸업식이 열리는 날이면 꽃다발 100개는 기본으로 팔렸는데 오늘은 겨우 30개 팔았다”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는 “대학 졸업생이 ‘준비된 사회인’이라는 의미를 잃어버린 상황에서 졸업식은 학위 취득 이상도 이하도 아닌 절차적 행사가 됐다”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발효 음식 이야기] 3000년 묵은 숙성의 지혜… 세계인 건강 지키는 ‘발효 한류’

    [발효 음식 이야기] 3000년 묵은 숙성의 지혜… 세계인 건강 지키는 ‘발효 한류’

    발효(醱酵)란 미생물이 에너지를 얻기 위해 유기물을 분해시키는 과정이다. 같은 단계를 거치지만 그 대상에 유해한지 혹은 유익한지에 따라 ‘부패’가 되기도, ‘발효’가 되기도 하는 역설이 우리네 삶과 닮았다. 또 발효는 시간이 흐를수록 맛과 영양을 더하는 ‘기다림의 미학’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한 땀 한 땀 숨을 쉬며 익어가는 자연의 레시피에 따라 고유한 풍미를 갖게 되는 발효음식은 우리 식문화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우리 전통음식의 시작이자 끝이라 불리는 김치는 그 오묘한 맛의 대표주자다.김치가 인류 역사에 처음 나타난 것은 약 3000년 전이다. 당시 중국의 고대 문헌 ‘시경’에는 ‘오이를 깎아 저(菹)를 만들었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이 ‘저’가 바로 김치의 원형으로, 채소를 오래 보관하기 위해 절이거나 숙성시킨 음식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김치의 어원은 채소를 소금물에 담갔다는 뜻의 ‘침채’(沈菜)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침채는 ‘팀채’로 발음됐는데, 구개음화로 인해 팀채가 ‘딤채→짐치→김치’로 변했다는 것이다.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절인 채소 형태의 김치를 먹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농경문화가 발달하고 곡류가 주식이 되면서 겨우내 부족한 채소를 보관·섭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채소를 소금, 장, 술지게미, 식초 등에 절이면서 점차 김치의 형태를 갖춰 나갔다. 고려시대에는 불교의 영향으로 육식이 억제돼 채소를 이용한 음식이 더욱 발달했다. 이 시기의 김치는 오이, 미나리, 부추, 갓, 죽순 등 다양한 채소를 이용했으며, 오늘날의 물김치와 같은 형태도 처음 등장했다. 김장 풍습이 시작된 것도 이 시기로 추정된다. 단순한 소금 절임 형태의 장아찌에서 벗어나 여귀, 생강, 귤피, 마늘, 파 등 향신료와 양념을 사용한 김치도 만들어졌다. ●빨간 김치 1766년 문헌서 등장 김치가 오늘날과 비슷한 모습을 갖게 된 것은 조선시대다. 임진왜란 이후 일본을 통해 고추가 도입되면서 1766년 ‘증보산림경제’ 등 당시 문헌에 비로소 빨간 김치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젓갈을 김치에 이용했다는 기록도 있다. 조선 후기에는 중국으로부터 통이 크고 속이 꽉 찬 결구형 배추가 전래되면서 오늘날과 같은 통배추를 사용한 김치의 형태가 완성됐다. 배추통김치, 보쌈김치 등 다양한 종류의 김치가 개발된 것은 1850~1860년 이후로 보인다. 김치가 본격적으로 대량 생산되기 시작한 것은 1950~1960년대 군대에 공급되면서부터다. 이후 1970년대 들어서 각종 산업체 등의 단체급식 수요가 늘고 1980년대 초 중동 파견 근로자용으로 수출되면서 김치시장이 하나의 산업을 이루게 됐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상품화 작업도 함께 진행됐다. 1987년에는 현재 국내 김치시장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종가집김치’가 처음 출시됐다. 초기에 김치를 상품화하는 데 가장 큰 난관은 포장이었다. 김치는 발효와 숙성과정에서 탄산가스가 발생하는 탓에 포장재가 부풀어오르는 일이 잦았다. 심할 경우 김치국물이 주변에 튀면서 터지기도 했다. 포장김치의 유통 기간과 직결되는 문제였다. 종가집김치는 1989년 탄산가스를 붙잡아두는 ‘가스 흡수제’를 김치포장 안에 넣는 기술을 개발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후 캔 김치, 컵 김치, 페트(PET) 김치 등 다양한 포장이 등장했다. CJ제일제당도 2000년 ‘햇김치’를 선보이면서 김치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어 2007년 젓갈과 액젓류를 판매하는 하선정종합식품을 인수하면서 김치 상품군 보강에 나섰다. 지난해 6월에는 자사의 종합 식품 브랜드 ‘비비고’의 이름을 내건 프리미엄 김치 브랜드 ‘비비고 김치’를 내놨다. 지난 5월에는 기존 서울 및 경기도식의 대중적인 김치맛인 ‘비비고 김치 오리지널’ 제품 외에 ‘비비고 김치 더 풍부한 맛’과 ‘비비고 김치 더 깔끔한 맛’ 2종을 추가로 출시했다. 신세계푸드도 지난 1월 ‘올반 김치’를 처음 내놓은 데 이어 계절에 맞는 열무김치 등을 선보이며 제품군을 확대해가고 있다.●1인가구 증가로 김치시장도 성장 이처럼 업체들이 잇따라 뛰어들면서 국내 김치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특히 맞벌이 가정, 1인가구 등이 증가하면서 과거와 같이 김치를 직접 담가 먹는 가정이 줄어들자 포장김치 시장은 더욱 빠르게 몸집을 키우는 추세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포장김치 시장은 약 1700억원 규모로 2014년 1400억원 대비 27% 이상 증가했다. 이에 따라 식품업체뿐 아니라 워커힐 등 호텔과 대형마트, 백화점 등 유통업체들도 직접 김치 브랜드를 선보이며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갖가지 채소와 양념 등 최소 15가지 이상의 재료가 들어가는 김치는 무기질, 비타민, 식이섬유를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항산화·항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발효 과정에서 생긴 유산균은 면역력 강화와 변비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잘 익은 김치에는 1g 당 1억개의 유산균이 함유돼 있어 식중독균이나 위염의 원인이 되는 헬리코박터균 같은 유해균의 생육과 대장암 발병을 억제한다. 또 몸에서 사용하고 남은 잉여 콜레스테롤을 분해·배출해 콜레스테롤이 혈관에 쌓이는 것을 막아준다. 이 밖에도 아밀라제, 셀룰라제 등과 같은 소화효소를 생성해 음식의 소화 흡수를 돕는 작용도 한다. 이런 효능을 인정받아 김치는 2008년 미국의 건강전문지 ‘헬스’(Health)가 선정한 ‘세계 5대 건강식품’에 스페인 올리브오일, 일본 콩, 그리스 요거트, 인도 렌틸과 함께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1g당 유산균 1억개… 항암효과도 한편 집에서 김치를 담글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재료를 고르는 일이다. 주재료인 배추는 속이 단단하게 차 있고, 반으로 갈랐을 때 속이 노랗고 깨끗해야 한다. 흰 줄기 부분에 검은색 점박이 무늬가 있거나 색이 어두운 것은 병 든 배추다. 또 씹어 봤을 때 단맛과 고소함이 있어야 한다. 최근에는 절임배추를 구입해서 김치를 담그는 가정도 늘고 있다. 배추를 절인 상태에서 시간이 흐르면 자체가 발효될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구입해서 곧바로 김치를 담그는 것이 가장 좋다. 특히 줄기 쪽이 제대로 절여지지 않으면 김치를 담그고 나서 국물이 많이 생기거나 보관 과정에서 지나치게 물러질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양념을 구성하는 젓갈(건더기가 있는 형태) 혹은 액젓(건더기가 없는 맑은 액체 형태)은 단맛과 구수한 향미가 함께 느껴지는 것으로 고른다. 젓갈류라고 해서 무조건 짠맛만 나는 것은 소금물로 희석했을 가능성이 있다. 액젓의 빛깔은 밝은 갈색이 좋다. 액젓은 시간이 지날수록 빛깔이 어두워지는 까닭이다. 김치 감칠맛의 비밀은 ‘단짠’(단맛+짠맛)의 조화에 있다. 김치의 간을 담당하는 젓갈을 잘 사용하면 따로 조미료를 넣지 않아도 김치의 감칠맛을 높일 수 있다. 여기에 적당량의 단맛을 가미하는 것이 비결이다. 또 황태나 다시마 우린 물을 풀이나 양념에 섞으면 더욱 깊은 맛을 낸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식탁 덮친 ‘에그포비아’

    식탁 덮친 ‘에그포비아’

    달걀 함유 제품 SNS 공유·문의 쇄도 전문가 “유해성 여부 단정할 수는 없어” 두부·오리알·인조달걀 등 대체품 주목 ‘살충제 달걀’ 후폭풍이 빵과 김밥 등 음식에 이어 달걀 성분이 포함된 가공식품으로 번지고 있다. 각종 과자는 물론 국민 식품으로 꼽히는 라면, 분유에까지 달걀 성분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당분간 계란을 먹지 않겠다”며 대체 식재료나 식품으로 눈길을 돌리는 사람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18일 인터넷 육아·먹거리 카페 등에는 각종 가공식품 이름을 거론하며 먹어도 되는지를 문의하는 글이 쇄도했다. 달걀이 함유된 각종 제품의 명단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퍼지고 있다. 한 인터넷 육아 카페 회원들은 “(달걀 성분이 함유된) 분유를 먹이고 있는데 ‘멘붕’(멘탈붕괴)이다”, “눈물을 머금고 있던 거 버리고 (달걀 성분이 없는) 분유로 갈아탔다”는 등의 글을 남겼다. 또 현재 자녀에게 먹이고 있는 분유에 적힌 원재료명을 직접 카메라로 찍어 올리며 ‘달걀 성분’이 포함됐다는 사실을 공유하기도 했다. 7개월 된 아기가 있는 이모(28)씨는 “분유에 든 달걀 성분이 극히 미량이라곤 하지만 어린 아기가 먹는다고 생각하면 얘기가 달라진다”며 걱정을 쉽게 거두지 못했다. 국내 분유 제조사들은 제품에 ‘달걀노른자’(난황)에서 추출한 레시틴 성분이 함유됐다는 소식이 확산되자 홈페이지에 “유해물질 검사 결과 ‘불검출’로 재확인됐으며, 안심하고 먹이셔도 문제가 없음을 알려 드린다”는 내용의 공지를 올리기도 했다. 라면에도 불똥이 튀었다. 라면의 면에 달걀 껍데기에서 추출한 ‘난각분’과 ‘난각칼슘’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함유량은 1%에 불과하지만 살충제 성분이 묻은 달걀에서 추출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난황액을 주로 사용하는 마요네즈도 의심의 눈초리를 사고 있다. 앞서 오스트리아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이 검출된 마요네즈 18개 제품을 전량 회수했다. 무엇보다 달걀을 대체할 수 있는 식품과 식재료에 대한 정보가 확산되면서 식생활 풍속도를 바꿀 기세다. 완두콩, 수수 등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인조달걀인 ‘비욘드 에그’와 메추리알, 오리알 등이 ‘유사품’으로 시선을 모으고 있다. 가격과 영양 측면에서 최적의 대체식품으로는 두부가 가장 많이 꼽힌다. 회사원 주모(47)씨는 “이번 살충제 달걀 파동 이후 과자를 사 먹을 때 달걀 성분이 들어갔는지를 살펴보고 살지 말지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부 이모(46)씨는 “달걀을 먹지 않고 있다. 꼭 필요하면 메추리알이나 오리알 같은 대체 식품을 찾을 생각”이라면서 “앞으로 동물성 단백질보다는 콩이나 두부류 등 식물성 단백질로 식단을 꾸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살충제 달걀로 인해 불거진 먹거리 논쟁에 대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이영은 원광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달걀에서 난황 레시틴을 추출했을 때 살충제 성분이 잔존해 있을지에 대해서는 분석된 바가 없어 (유해성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상석 이화여대 식품공학과 교수도 “분유 등에 사용하는 레시틴을 추출할 때 생달걀을 쓰는지 확인해 봐야 알 수 있다”며 답변을 유보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코스닥 기업은 부실하다고?… 2011년 이후 상장 종목 폐지는 1.3%뿐

    코스닥 기업은 부실하다고?… 2011년 이후 상장 종목 폐지는 1.3%뿐

    한글과컴퓨터, 인터파크, 안랩.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벤처 붐이 일던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코스닥 시장에 상장돼 이른바 ‘닷컴 버블’이 꺼지던 시절을 거쳐 현재까지 살아남은 정보기술(IT) 기업이라는 점이다. ‘한국판 나스닥’을 표방하며 출범해 중소·벤처기업의 자금 조달 창구 역할을 한 코스닥 시장은 1996년 개설된 뒤 최고 2800대에서 최저 200대까지 지수가 널뛰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거치며 21년 동안 성장통을 겪었다.11일 서울신문과 한국거래소가 올 6월 현재까지 코스닥 시장에서 상장 폐지된 기업을 분석해 보니 코스닥 출범 첫해인 1996년에 신규 상장된 208개사 중 94.2%인 196개사가 퇴출당했고 현재까지 남아 있는 기업은 12곳으로 파악됐다. ●2009년부터 3년간 부실기업 약 200곳 걸러내 1996년 7월 코스닥 시장 개설 후 상장된 기업은 모두 1940개사이며 이 중 709개사가 상장 폐지됐는데 79.7%에 해당하는 565곳은 1996년~2003년, 즉 ‘IT 버블’ 시기에 상장된 기업들이다. 당시 김대중 정부의 지원 등을 고려해 “벤처기업의 옥석을 가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사회적으로 높았지만, 벤처가 붐을 이루던 시절 ‘옥석 가리기’는 실패한 것이다. 김대중 정부(1998~2002년)는 집권 초기 외환위기 극복의 일환으로 일자리 창출과 미래의 먹거리를 찾아 벤처기업 지원책을 쏟아냈다. 연도별로 1997년에 상장된 83개사 중에서는 42곳(50.6%)이 상장 폐지됐다. IT 버블이 절정이었던 1999년부터 2002년까지 4년간 매년 100개가 넘는 기업이 코스닥에 진출했다. 하지만 1999년 입성한 기업 100곳 중 58곳이 상장 폐지됐고 이후 3년간도 매년 신규상장사 10곳 중 최소 4곳 이상이 퇴출당했다. 코스닥 출범 초창기에는 벤처 열기와 함께 많은 기업이 상장돼 코스닥 주가가 2800대까지 치솟았지만 버블로 터져버린 기업도 많았던 셈이다. 그러나 벤처거품 시기 이후 상장된 기업들의 생존율은 상대적으로 높다. 2004년 이후 2010년까지 코스닥에 상장된 414곳 중 80곳(19.3%)만 퇴출됐다. 2011년 이후 상장 기업 396곳 중에는 5곳(1.3%)만 상장 폐지됐다.이는 IT 버블이 꺼진 이후 코스닥 시장 상장 기준이 대폭 강화됐고 상장 실질심사 기능이 개선된 덕분이다. 한국거래소는 2002년 이후 이익요건 신설, 규모요건 상향, 보호예수 강화, 매각제한 기간 연장 등 진입요건을 정비했다. 특히 2009년 상장적격성 실질 심사제라는 칼을 빼들어 매출 부풀리기나 횡령, 배임 등 질적 기준에 미달하는 기업의 상장유지 적격 여부를 결정했다. 그 결과 2009년부터 3년 사이 200개에 가까운 기업을 코스닥에서 퇴출시켰다. 코스닥 소속 기업들이 아주 건전해졌다는 의미다. 올해 들어 굴뚝기업들이 모여 있는 코스피는 2400선을 뚫고 사상 최고치 행진을 펼치며 박스권을 탈출했다. 하지만 벤처기업의 산실이던 코스닥 시장은 뚜렷한 상승 흐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코스닥이 상승장에서 소외된 이유로 주도주 부재, 대형주 위주의 패시브 투자 등 여러 원인이 꼽힌다. 일반인 투자자들은 코스닥 스스로 ‘한계기업 속출→신뢰 추락→투자자 외면’이라는 악순환을 우선 끊어야 한다고 지적하지만, 실제로 코스닥 시장이 많이 변했다는 증거가 적지 않다. 개인 투자자들의 부정적 인식과는 다르게 2011년 이후 상장된 기업 중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당한 기업은 5곳뿐이다. 상장 폐지율은 1.3%다. 출범 21년이 지난 현재 코스닥 출범 초기 우후죽순 상장했던 기업들은 어느 정도 솎아내져 시장의 체질개선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6년간 상장폐지 5곳뿐… 시장 체질 개선 김재준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장은 “코스닥 소속 기업에는 부실 기업이 많다는 막연한 인식이 있지만 상장 시스템이 안정화된 2011년 이후 들어온 기업들 중 상장 폐지율은 1%대에 그친다”면서 “상장 시스템도 정교해져 2013년부터는 성장성 있는 기업들이 적극 유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벤처버블기의 부실기업들이 걸러졌기 때문에 코스닥 상장 기업들이 건전해졌다”면서 “이제 기관투자자의 비중이 늘어나면 코스닥 시장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독점하고픈 ‘공유 자전거’…실패한 中 정책 실태

    독점하고픈 ‘공유 자전거’…실패한 中 정책 실태

    #‘우리는 연구를 위해 매일 이 자전거를 3시간 정도 타고 연구실로 출·퇴근해야 한다. 이 자전거는 우리가 다른 지역에서 무려 3시간 동안 타고 온 자전거로, 돌아갈 때도 이 것을 타고 돌아가야만 하니, 부디 우리를 이해해주길 바란다’ #‘동급생 여러분, 나는 30도가 넘는 폭염에 2시간동안 이 자전거를 타고 왔고,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 이번 여름 방학동안 계속해서 이 자전거를 이용할 것이니, 공유하려는 시도는 하지 말아주세요. 많은 협조 부탁합니다’ 최근 중국 도심에서 공유되고 있는 공유 자전거에 무단으로 부착된 경고문구 중 일부다. 개개인이 소유한 스마트폰으로 QR 코드를 인증해 공유하는 방식으로 널리 활용되는 공유자전거가 일부 중국인들에 의해 ‘독점’되고 있는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로 이를 둘러싼 논란이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경고문은 고객이 자전거 이용을 위해 필수적으로 인증해야 하는 QR코드에 부착돼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비단 해당 경고문의 내용이 협조를 부탁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단순한 협조 부탁의 글이 아닌, 공유제를 독점하겠다는 불순한 의도를 가진 것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중국 현지 유력 언론에서는 공유자전거를 소유, 운영하는 업체 의도와 무관하게 중국인 중 일부 소비자가 해당 자전거를 독점해 이용하는 문제에 대해 집중 보도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현재 중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공유자전거 업체 수는 총 50여 곳으로, 2015년 최초의 공유자전거 업체 오포(OFO)가 상용화에 성공한 이후 다수의 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더욱이 대기 오염 문제를 해결하는 친환경 대중교통으로 각광을 받으며, 베이징 등 일부 대도시에서는 지역 정부가 나서 다양한 업체에 대한 공유자전거 운영 권한을 확대해오고 있는 분위기다. 때문에 올해 말까지 베이징에서만 총 7곳의 공유자전거 신설 업체가 정부의 허가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미 상용화된 공유자전거에 대한 이용자의 인식 수준이 정부가 기대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해 각종 사회 문제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6월 후베이성(湖北) 샹저우(襄州)구 공안국 관계자는 길거리에 주차된 공유자전거 2대를 무단으로 절도하려던 남성 펑(21)씨를 현장에서 적발했다. 해당 지역 공안국 관계자에 따르면, 현장에서 벽돌과 망치 등으로 공유자전거에 탑재된 잠금장치를 부수는 등 절도하려던 펑씨가 손괴한 자전거는 총 2대로 원가 3593위안(약 62만 원)의 가치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펑씨는 평소에도 지인들과 함께 공유자전거를 무단으로 훼손하고 절도해왔는데, 앞서 그가 절도한 공유자전거는 해체된 뒤 삼륜차에 실어 고물상에 재판매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국은 펑씨의 집 안에서 공유자전거 부품 등을 추가로 발견, 여죄를 조사해 엄중한 처벌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사진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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