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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개미/송한수 출판부 차장

    “주식시장이 거품이라는 말도 있는데, 개미들이 투자해도 괜찮을까요?” “개미란 근면함을 상징한다지만 뜯어보면 얼마나 불쌍한 존재입니까?” H증권 임원이 내놓은 대답이다. 죽도록 일만 하다가 세상 종치는 동물이라며. 여왕개미에게만 좋은 짓이라고 빗댔다. 오해 없길. 다름 아니라 ‘투자해봤자 기관만 좋다.’는 얘기다. 주식을 수집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란다. 샀다 팔기를 되풀이하다가, 기껏해야 몇 푼 움켜쥐게 되는 게 개미라고 덧붙였다. 개미에겐 아무런 낙(樂)이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사람의 삶을 여기에 비춰보면 어떨까 하는 말로 강의를 끝냈다. 어느 누구와 비교하기보다 과거의 자신과 오늘의 자신을 비교해 나아졌으면 성공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대한민국 보통 사람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듯하다. 누구든 가능한 만큼의 욕심을 부릴 일이다. 가는 곳곳 ‘명강의’ 소리를 듣는다는 그에게서 얻은 작은 교훈이다.“막걸리 거르려다 지게미도 못 건진다.”는 옛말도 있잖은가. 송한수 출판부 차장 onekor@seoul.co.kr
  • 이명박·박근혜 생활기록부는

    이명박·박근혜 생활기록부는

    11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학창시절 생활기록부가 공개됐다. 서울신문의 관련자료 제출 요청에 박 전 대표측은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관련 성적표를 모두 보내 왔다. 이 전 시장은 고교 성적표만 전달해 왔다. 따라서 두 후보간 비교 소개는 고교 시절의 내용으로 국한했다. 박 전 대표의 초·중학교 및 대학 시절 내용은 별도로 싣는다. 이 전 시장의 경우 관련 자료를 제출받는 대로 추후 소개할 예정이다. 포항 동지상고를 졸업한 이 전 시장과 성심여고를 졸업한 박 전 대표는 모두 국가지도자 반열에 오른 정치인답게 모범적인 학창시절을 보냈다. ●인적 사항 이 전 시장은 생활기록부에 단기 4274년 12월16일생으로 기록돼 있다. 기록부의 날짜 부분에 18일,19일로 작성했다가 다시 정정한 부분이 눈에 띈다. 이 전 시장측 관계자는 “담임선생님이 잘못 기재한 것으로 12월19일이 맞다.”고 설명했다. 이 전 시장의 ‘생장지(한자로 生長地로 표기)’는 경북 포항시 죽도동. 본적은 영일군 의창면 덕성동 537번지로 기록돼 있다.‘이명박 학생’의 아버지 이충우씨의 직업은 노동으로 기재됐다. 박 전 대표의 경우 1953년 2월2일생으로 본적은 경북 선산군 구미면 상모동 171번지로 나와 있다. 생장지는 경북 선산.‘박근혜 학생’의 주소가 ‘서울특별시 종로구 세종로 1번지’로 기재된 점이 이채롭다. 이 주소는 청와대 주소다. 아버지 직업란에 대통령으로 기재돼 있다. 박 전 대표는 고교 3년 동안 결석, 지각 한번 없이 개근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학생의 종교’란에 천주교로 기재한 것이다. 현재는 ‘종교 없음’으로 설명하고 있다. ●장래 희망 이 전 시장은 관리(官吏)를 장래 희망으로 썼고, 이 전 시장의 부모도 ‘본인과 동일’이라고 기재돼 있다.‘취미 또는 특기’란에는 영어로 기록돼 이 전 시장은 학창 시절부터 영어에 관심이 많았다. 중학교 시절 특기는 ‘체육(탁구)’. 박 전 대표의 고교 시절 장래 희망은 교육자였다. 부모의 희망도 교육자였다. ●성적과 학교생활 이 전 시장은 고교 성적은 우수했다. 지금처럼 석차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전교 1등을 놓쳐본 적은 거의 없다고 한다. 이 전 시장 측의 한 관계자는 “이 전 시장은 성적이 제일 안좋았을 때가 3등이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학과 성적 대부분이 ‘수’였고, 간간이 ‘우’가 눈에 띄는 정도다. 또 이 전 시장은 특별 활동으로 문예반 활동을 했다. 이 전 시장의 학교생활에 대한 교사들은 “적극적 활동”,“학업이 우수하고 타의 모범임. 장래가 기대됨”이라고 평가했다. 박 전 대표의 경우 3년 내내 반에서 1등을 차지했다.1학년 때는 63명 중 1등,2학년 때는 34명 중 1등,3학년 때는 26명 중 1등이었다.1학년 담임교사는 학교 생활에 대해 “근면·착실하고 책임감이 강하여 반장의 임무를 잘 수행했음. 언어와 행동이 단정하고 친절하여 타인의 신뢰를 받음. 스스로 정당한 일을 할 줄 아는 용기를 가졌음”이라고 썼다.2학년 때는 “반장으로서 훌륭한 지도성을 발휘하여 맏은 바 책임을 다함. 매사가 훌륭하여 타의 모범생임. 단 하나 지나치게 어른스러움이 흠임”이라고 돼 있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9일부터 무주 ‘반딧불 축제’

    “청정 자연의 품에서 반딧불이의 황홀한 사랑을 느껴보세요.” 올해도 전북 무주에서 ‘반딧불축제’가 다채롭게 열린다. 벌써 열한 번째다. 행사는 9일부터 17일까지 무주읍을 관통하는 남대천과 한풍루, 반디랜드 일원에서 진행된다. 축제는 열번의 행사를 치르면서 ‘맑은 물, 깨끗한 공기, 오염되지 않은 대지’ 무주를 전국에 알려 몇개 안되는 전국의 대표 축제로 자리잡았다. 반딧불축제는 전국 유일의 천연기념물을 소재로 한 환경테마 축제다. 천연기념물 제322호로 지정된 ‘반딧불이와 그 먹이 다슬기 서식지’를 모티브로 1998년부터 친환경 축제로 열리고 있다.2003년 이후 5년 연속 문화관광부의 우수 축제로 선정됐다. 14·15일에는 무주리조트에서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재무차관 회의가 열려 무주군은 어느 해보다 축제준비에 분주하다.●초여름 밤의 향연 여름의 문턱 6월에는 무주의 밤이 화려해진다. 남대천을 가로질러 무주군청으로 향하는 ‘사랑의 다리’에 반딧불을 상징하는 불이 점등되면서 여름밤의 축제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길이 120m의 남대천교에 3310m의 파이프로 터널을 만들고 11만개의 전구를 엮어 만든 등불은 반딧불이의 군무(群舞)를 연상시키는 환상적인 불빛으로 축제의 흥을 돋운다. 지난 4일부터 불을 밝혀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불빛 터널을 건너 남대천변을 걷는 워킹투어 코스는 가족과 연인의 사랑을 확인하는 감동의 기회로 준다. 사철 1급수의 맑은 물이 흐르는 남대천 양안 2.4㎞는 ‘사랑의 빛 거리’로 조성됐다. 이번 축제는 자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환경보전형 축제로, 의미있는 체험거리가 다양하다. 9일 오후 육군 군악대와 취타대 퍼레이드를 시작으로 축제의 막이 오른다. 동요제, 환경예술대전, 가요제, 영화제 등 환경과 반딧불을 주제로 한 행사에는 많은 관람객이 몰린다. 남대천 송어잡기, 삼도화합 장기자랑, 방앗거리놀이, 섶다리밟기 등 주민과 관광객이 직접 참여하는 행사도 풍성하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남대천변 숲 일대의 ‘반딧불이 탐사’다. 반딧불이가 출현하는 곳을 찾아가 관찰하는 이벤트이며, 옛 고향의 정취를 만끽하는 기회를 듬뿍 준다. 수많은 반딧불이가 짝을 찾기 위해 빛을 발하는 장관을 직접 살펴볼 수 있다. 어른에게는 애틋한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어린이에게는 자연의 중요성을 인식하도록 해준다. 반딧불이의 일생을 알려주는 ‘반딧불이 자연학교’ 반딧불이 불빛으로 책을 읽는 ‘형설지공 체험’도 무주에서만 볼 수 있는 행사다. 반디랜드-곤충박물관은 이번 축제에 와서 꼭 보고 가야 할 곳이다.2000여종 1만 3500마리의 세계 희귀곤충 표본과 150여종의 열대식물이 자라는 온실, 돔 스크린은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고생대에서 신생대까지 동·식물 화석, 세계에서 하나뿐인 네발변이 하늘소와 발톱변이 풍뎅이, 자웅동체사슴벌레 등 희귀 곤충이 전시된다. 천연염색, 도자기, 목공예 등을 경험하는 전통수공예체험, 농경문화 민속놀이 체험, 무명·삼베·실크짜기 등 각종 체험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태권도공원과 기업도시를 유치한 지역임을 알리는 태권도, 소림무술단시범도 새로운 볼거리다.●주변에 절경 많아 무주는 태고적 신비를 간직한 깨끗한 자연 환경을 가장 큰 재산으로 내세운다. 기암괴석과 계곡, 아름드리 나무가 어우러진 덕유산국립공원은 무주읍에서 버스로 40분 거리다. 구천동 관광단지에서 천년 사찰 백련사까지 펼쳐지는 6㎞의 산책 코스는 몸과 마음의 피로를 풀기에 제격이다. 삼림욕과 함께 시원한 계곡에 발을 담그고 참다운 여유를 가져볼 수 있다. 라제통문, 적상산사고지, 양수발전소 전력홍보관 등 숨은 볼거리도 적지 않다. 스키장으로 유명한 무주리조트도 사철 자연을 탐방하며 골프 등을 즐기는 종합휴양지이다. 무주의 대표 음식은 덕유산에서 채취한 ‘산채’이다. 별미가든, 전주가든, 한국관 등에서는 30여개의 찬이 오르는 산채 정식을 내놓고 있다. 취나물, 고사리, 두릅, 버섯 등이 들어가는 산채비빔밥과 표고국밥, 표고전도 무주가 자랑하는 별미이다. 남대천 맑은 물에서 갓 잡아올린 싱싱한 민물고기로 쑨 어죽도 무주 토속음식이다. 쏘가리, 메기, 붕어, 피라미 등 민물고기를 반쯤 익혀 뼈를 발라낸 다음 찹쌀, 고추장, 파, 마늘, 인삼, 들깨 등 갖은 양념을 넣어 끓인 어죽은 시원하고 얼큰해 일품이다.무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동해안 철조망 54곳 21㎞ 철거…7월초 해수욕장 개장전 완료

    동해안 철조망 54곳 21㎞ 철거…7월초 해수욕장 개장전 완료

    강원도 동해안 일대의 군(軍) 경계 철조망이 설치 20여년만에 철거돼 올 여름 피서객들이 동해안 해변을 한층 더 가까이에서 즐기게 된다. 군 철조망은 안보적 이유로 1986년에 설치됐었다. 24일 강원도환동해출장소와 주민들에 따르면 강원도 내 주요 해수욕장과 상가·주택 밀집지역 등 54곳 인근 총 21㎞의 군부대 경계 철조망이 7월 초순 해수욕장 개장 이전에 철거된다. 정부는 최근 ‘군 경계 철조망 현대화 계획’을 국무조정실에서 최종적으로 조정, 발표만을 남겨놓고 있다. 주민들은 “새로운 동해안 관광시대를 맞게 됐다.”며 크게 반기고 있다. 철거 구간에는 동해안 61.7㎞의 철조망 가운데 산악지역과 주요 군 시설 주변 등을 제외한 대부분이 포함됐다. 철거 대상지는 ▲고성 송지호·공현진·거진11리해수욕장 ▲속초 속초해수욕장·외옹치 ▲양양 낙산·죽도·물치 ▲강릉 주문진∼영진간 상가밀집지역·정동진해수욕장 ▲동해 어달동횟집명소·망상해수욕장 ▲삼척 증산해수욕장 등이다. 철조망이 철거된 해안가 백사장은 24시간 개방된다. 이들 지역의 경계 기능은 TOD(열 영상 감지기),IVS(열 감지기),CCTV(폐쇄회로 TV) 등 첨단 감시장비로 대체되고 경계등이 설치된다. ●주민들 ‘관광 활성화 기대’ 환영 일색 이 소식을 접한 동해안 주민들은 크게 반기고 있다. 강릉에서 펜션업을 운영하고 있는 최돈희(45)씨는 “전국 최고의 피서지인 동해안의 주민들은 거추장스러운 철조망으로 애환이 많았다.”면서 “남북으로 육로, 해로가 뚫린 마당에 철조망까지 걷어내면 동해안 관광시대가 새롭게 열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자치단체 등도 반색을 표하면서 새로운 동해안시대 구상에 들뜬 분위기다. 이근식 강릉부시장은 “해안가 철조망은 동해안 주민들의 생활불편과 경제적 불이익을 뛰어넘어 지역 개발에 가장 큰 걸림돌의 하나였다.”면서 “대단위 민자유치 등 지역경제를 살리는 밑그림을 그리는 데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난개발·환경훼손 우려도 그러나 일부에서는 무분별한 난개발과 환경훼손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지역 환경단체들은 군부대 철조망이 자연을 보호하고 난개발을 막는 데는 순기능을 해왔는데 보호장치 없이 철조망이 없어지면 무허가 상가가 난립하거나 백사장 등 천연자연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며 우려를 했다. 강릉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민망해 지역구 못가고 ‘무적자’ 구박까지…”

    “민망해 지역구 못가고 ‘무적자’ 구박까지…”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무소속 A의원은 요즘 이래저래 서럽다. 아내로부터 “언제까지 무적자로 지낼 거냐. 그럴 거면 다음 총선에는 출마하지 말고 그냥 예전에 하던 일(변호사)이나 해라.”는 ‘구박’을 받기 때문이다.A의원은 “대통합 신당이 잘 안돼 가뜩이나 뒤통수가 따가운데, 집에서도 핀잔을 받으니 가슴이 허하다.”고 털어 놨다. B의원은 탈당 이후 점심을 두번, 세번 먹는 일이 흔해졌다. 그는 “대통합에만 목을 매고 있다가는 죽도 밥도 안되겠다.”면서 “차라리 지역구라도 관리해 두는 게 남는 장사인 듯싶다.”고 했다. 반대 경우도 있다. 중도개혁통합신당의 염동연 의원은 지역구(광주 서갑)에 거의 가지 않는다. 대통합과 관련, 가시적인 성과가 없어 지역에 얼굴을 내밀기가 민망하다는 것이다. 염 의원의 측근은 “지역에 가서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고 했다. 노웅래 의원은 요즘 손에 붕대를 감고 다닌다. 중도개혁통합신당 창당을 앞둔 회의 석상에서 “대통합도 안했는데 창당부터 덜컥 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격앙된 목소리로 탁자를 내리쳤다가 손을 삐었다. 결국 그는 중도개혁통합신당에 합류하지 않았다. “대통합의 밑거름이 되겠다.”며 탈당했지만 명분에 대한 확신이 없는 속내도 감지된다. 중도개혁통합신당의 C의원은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하던 날 TV를 보면서 “나보다 더 명분 없는 탈당이네.”라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탈당의 그늘’은 보좌진에도 드리운다. 해외연수 대기 1번이었던 유필우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당으로부터 곧 연수갈 기회가 생긴다는 연락을 받고 기뻐했지만, 며칠 뒤 유 의원이 열린우리당을 탈당하면서 연수가 물건너간 케이스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집단 탈당은 기존 무소속 의원 보좌진에도 달갑지 않다. 권선택 의원실의 한 보좌관도 무소속 의원실에 배당되는 연수 프로그램을 오래 전부터 노렸지만 갑자기 무소속 의원들이 늘어나면서 경쟁률이 높아져 기회를 놓쳤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한·일 역사학자 2명 공동 연구 “독도는 한국땅”

    ‘독도(獨島)냐, 다케시마(竹島)냐.’ 독도 문제 해결은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 숙제로 남아 있다. 양측 주장이 워낙 팽팽하다 보니 공동연구는 물론 일본내에서의 독도 서적 출간도 꿈꿀 수 없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일본에서 출간된 ‘사적(史的)검증 죽도·독도’는 그 자체로도 의미있는 책이다. 일본 최대 출판사인 이와나미(岩波)서점이 출판한 이 책은 김병렬 국방대학 교수와 나이토 세이추 시마네 대학 명예교수가 공동으로 연구해 집필했다. 지난해 12월 우선 ‘한·일 전문가가 본 독도’가 국내에서 출판됐고, 그것의 일본어판이 이 책이다. 나이토 교수는 “일본은 역사적으로 두번에 걸쳐 독도가 일본 영토가 아니라고 밝혔기 때문에 1945년 이후에도 독도가 일본령으로 남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원화(元和)4년의 죽도도해면허’ ‘2005년 시마네현 무라카미가(家)에서 발굴된 고문서’ ‘1870년 조선국교제시말내탐서’ ‘1900년 대한제국칙령 제41호’ 등을 근거로 자신의 견해를 실증해 나갔다. 모두 3부로 구성된 책은 1부를 나이토 교수가,2부를 김 교수가 집필했다. 두 사람의 견해를 종합한 3부는 나이토 교수가 대표 집필을 맡았다. 김 교수는 일본내에서 한국의 독도영유를 비판해온 인사들이 제기해온 ‘울릉도에서 독도가 보이는가.’라는 문제에 대해 울릉도 주민의 생활조건, 기후조건 등을 근거로 독도가 가시거리에 포함되어 있음을 실증했다. 또 일본의 독도편입 문제를 러·일전쟁 수행과 한국병합 과정이란 맥락에서 사료를 들어가며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의 출간을 지원한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김용덕)은 “한·일간 공통된 역사적 인식은 공통점과 차이점을 기초사료에 의거해 검증한 후 그 결과를 서로 공유하고자 할 때 성립될 수 있다.”면서 “일본 최대 출판사의 철저한 내용검증을 통해 출판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Local] 진해엔 가을에도 벚꽃핀다 희귀종 ‘춘추벚나무’ 심어

    ‘벚꽃도시’경남 진해에서는 가을에도 벚꽃을 구경할 수 있게 됐다. 진해시는 11일 아름다운 시가지 경관을 조성하기 위해 화천동 진해루 주변과 소죽도 등에 희귀종 ‘춘추벚나무’ 100그루를 심었다고 밝혔다. 이번에 심은 춘추벚나무는 5년생으로 가을이 무르익는 9월 말쯤 꽃이 필 것으로 예상된다. 봄·가을 두번 꽃을 피운다고 해서 춘추화(春秋花)라고 불리는 춘추벚나무는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종으로 기존의 왕벚과는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춘추화는 꽃잎이 10∼20장으로 장미처럼 겹겹이고, 한 가지에서 꽃이 피고 지기를 반복, 한 달 이상 꽃을 볼 수 있다. 반면 왕벚은 꽃망울이 크고, 꽃잎은 5장으로 개화기간은 10일 정도다. 시는 이와 함께 진해루 진입도로에 10년생 수양벚나무(처진개벚나무) 20여그루도 심었다.2010년까지 희귀 벚나무 5∼6종 5만여그루를 심기로 했다. 그동안 진해 ‘군항제’가 벚꽃축제의 대명사였지만 이제는 전국 대부분 지자체가 같은 축제를 개최, 빛을 잃게 되자 차별화하려는 것이다.진해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역사왜곡 교과서 검정통과 유감”

    “역사왜곡 교과서 검정통과 유감”

    교육인적자원부가 일본 정부의 역사 교과서 왜곡에 공식 항의했다. 김신일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9일 오후 주일 한국대사관 배우창 교육관을 통해 이부키 분메이(伊吹文明) 문부과학상에게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2005년 일본 후소샤 교과서의 역사 왜곡 파문 당시 안병영 부총리가 항의서한을 전달한 데 이어 두번째다. 김 부총리는 항의 서한에서 “최근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통과한 일부 교과서의 우리나라 관련 내용 가운데 양국의 선린관계를 훼손하고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는 기술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문부과학성이 교과서 수정의견까지 내면서 독도 영유권을 왜곡한 교과서를 검정에 통과시킨 것은 평화와 화해의 시대를 누려야 할 미래 세대들의 희망을 빼앗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본군 ‘위안부’ 등 인권 유린 문제에 대하여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인류 최고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 존중의 정신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해야 할 어린 학생들에게 잘못을 저지르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이처럼 이례적으로 항의서한을 보낸 것은 일본 문부과학성의 교과서 수정 의견이 위험 수위를 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문제 삼는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다케시마(죽도)와 독도를 함께 표기한 교과서에 대해 ‘우리 영토라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이라는 이유 등을 들어 독도 표기를 빼도록 했다.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과 관련해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표현한 교과서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해당 표현을 삭제토록 해, 사실상 해결됐다는 어감을 주도록 했다. 동해의 호칭은 ‘세계 지도에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일본해’라고 표기하도록 했다. 문제의 교과서는 일본 고등학교 2·3학년들이 내년부터 배우게 될 세계사와 일본사, 윤리 등 사회과 교과서 29종이다. 문부과학성은 지난 3월말 교과서를 검정하면서 정부의 수정 의견을 반영한 교과서만 검정에 통과시켰다. 이 교과서는 오는 8월 학교별로 채택 과정을 거쳐 내년부터 일선 고교에 배포된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책꽂이]

    ●랭보-바람구두를 신은 천재 시인(클로드 장콜라 지음, 정남모 옮김, 책세상 펴냄) 보들레르와 함께 19세기 프랑스 상징주의 시를 대표하는 시인 랭보의 삶과 작품세계를 조명.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시기별로 변모해가는 랭보의 내면을 그렸다. 강압적인 모친 아래서 반항과 탈출을 꿈꾸던 소년기, 자신을 본격적인 문학세계로 이끌어준 폴 베를렌과의 교유, 문학을 포기한 뒤 아프리카에서 자유롭지만 권태로운 삶을 살아가던 시기 등. 시간을 따라가며 광기와 반항으로 가득했던 그의 삶이 지향했던 바를 추적한다.‘랭보의 침묵시기’로 거론되며 문학사에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던 1878년 이후 랭보의 아프리카에서의 삶을 소상히 살폈다. 전2권, 1권 2만 5000원, 2권 2만 3000원.●그림 속의 의학(한성구 지음, 일조각 펴냄) 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분과장을 지낸 저자의 의학 에세이. 의사는 일반인과는 다른 시각으로 그림을 뜯어본다. 렘브란트의 ‘밧세바’를 보고 유방암이나 유선염일 수 있다는 진단을 내려보기도 하고,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에서는 양쪽 어깨와 목의 방향이 어색하다며 결핵 환자를 모델로 했을 가능성도 제시한다. 술과 환락의 신 디오니소스의 젊고 팽팽한 모습과 타락한 모습을 그린 카라바조의 그림 앞에서는 알코올의 폐해를 짚어보고, 교통사고로 온 몸에 철심을 박고 살아간 프리다 칼로의 그림 앞에서는 환자를 돌보는 의사의 심정이 되기도 한다.2만 3000원.●조선의 묵죽(백인산 지음, 대원사 펴냄) 먹으로 그린 대나무 그림을 시대순으로 정리. 효행, 절조, 길상, 은일 등 다양한 의미를 갖는 대나무는 예로부터 그림의 소재로 널리 채택됐다.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우리나라의 묵죽화는 화원 화가들을 중심으로 북송 화조화풍의 영향을 받았으며, 소식과 문동이 그린 문인화풍 묵죽도가 크게 유행했다. 그러나 남아있는 작품은 많지 않다. 조선 초기의 작품은 미미하고 조선 중기는 이정, 이징, 김세록, 허목, 이급 등이 대나무가 갖는 선비의 절개와 지조라는 상징성에 주목해 즐겨 그렸다. 조선후기는 유덕장·심사정·강세황 등 문인화가와 최북·김홍도·임희지 등 화원화가, 말기에는 신위·김조순·송상래·허유·조희룡 등이 묵죽화의 맥을 이었다.3만 5000원.●두뇌개발 비결(리처드 레비턴 지음, 김종석 옮김, 이너북스 펴냄) 이른바 ‘3파운드 우주’인 인간의 두뇌는 약 1000억개의 신경단위 혹은 신경세포로 이뤄져 있다. 무궁무진한 두뇌능력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뇌 용량의 4∼10%밖에 활용하지 못한다. 인간의 두뇌력을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을까.‘두뇌의 리듬을 맞춰라’ ‘두뇌를 해방시켜라’ 등 일곱가지 비결을 소개한다.1만 3600원.●나이야, 가라!(원이숙 지음, 바오로딸 펴냄) 40여년 전 프랑스에서는 우아한 노년을 위한 LAI(Life Ascending International)라는 운동이 시작됐다. 한국에서는 2003년에 받아들여 교구청에서 인준도 받았다. 조금씩 올라가자는 뜻으로 우리말로는 ‘오름회’라고 이름 붙였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오름회 회원으로 활동하는 저자는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일은 없다.”고 강조한다.“젊은이들은 노인들보다 훨씬 현명하고 이해가 깊다.”는 말도 덧붙인다.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포용력과 인내심이 줄고 신경질적인 노인이 적지 않음을 지적한 말이다.9500원.●유럽 장인들의 아틀리에(이지은 지음, 한길아트 펴냄) ‘어린왕자’의 작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종손인 알랭 드 생텍쥐페리는 옛날 열쇠를 복원하는 희귀한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어린왕자가 그려진 자신의 헬기를 직접 만든 제조가이며 전통 프랑스 가구에 장식을 하기 위해 나무를 여러 문양으로 자르는 ‘시아쥐(sciage)’전문 장인이기도 하다. 이 책은 생텍쥐페리처럼 장인의 대열에 들어선 사람들을 찾아가 그들의 삶과 작업현장을 둘러보고 쓴 방문기다.2만 3000원.
  • [HAPPY KOREA] “키토산 덩어리 대게껍데기가 효자”

    [HAPPY KOREA] “키토산 덩어리 대게껍데기가 효자”

    경북 영덕군 축산면 축산항 주변에는 규석 광산이 많다. 때문에 축산항은 일제시대 이후 80년대 이전까지 광산에서 캐낸 규석을 일본으로 수출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영덕 대게는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은지 이미 오래다. 축산항도 인근 강구면 강구항과 더불어 대게잡이 어선들이 들락날락하는 대표적인 어항이다. 대게라는 이름도 축산항 인근 죽도(竹島·대나무섬) 해역에서 잡아올린 게의 다리가 대나무 마디처럼 생겨 붙여졌다고 한다. 이처럼 축산항은 대게와 오징어 등 어업생산의 전초기지 역할도 담당해 왔다. 지금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어업과 농·축산업을 연계하는 지역특화의 전초기지로 자리잡고 있다. 해법은 ‘발상의 전환’에서 찾을 수 있다.‘살기좋은 지역만들기’ 30개 대상지역으로 선정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진정한 ‘게맛’은 살이 아닌 껍데기에 있다? 매년 수십만명의 방문객이 축산항 일대 음식점에서 먹어치우는 대게는 위판장을 통해 외지로 팔려나가는 양보다 월등하게 많다. 전체 대게 어획량의 80%가량이 직거래를 통해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마을에는 대게 껍데기 같은 잔해물들이 수북이 쌓여 있을 법한데,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이유는 간단했다. 게와 같은 갑각류 껍데기에는 키토산이 풍부하다. 키토산은 노화 억제 및 면역력 강화 기능과 더불어 생체리듬 조절 기능까지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초 대게 껍데기는 어민들에게는 처치 곤란한 골칫거리였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농민에게는 논밭에 뿌리는 유용한 비료용 원료가 되고 있다. 이 지역 특산품인 ‘키토산 쌀’은 이렇게 탄생했다. 지난 28년간 대게잡이 어선을 운영해온 김해성(50)씨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대게 껍데기는 누구 하나 거들떠 보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농민들의 경쟁이 치열해 없어서 못 가져갈 정도”라고 전했다. 에덴농장에서 생산되는 ‘키토산 계란’도 닭에게 주는 모이에 대게 껍데기를 갈아넣은 것이다. 일반 계란의 납품가가 10개당 1800∼1900원 정도인 반면, 키토산 계란은 이보다 30∼80%가량 비싼 2300∼3200원 수준이다. 때문에 에덴농장은 연매출만 20억원이 넘고, 직원 수도 10여명에 이른다. 에덴농장 이상환(31)씨는 “영덕에서 유일한 양계농가라 질병 예방과 브랜드화에 강점을 가진 것”이라면서 “남이 하는 일을 따라하기보다 남이 하지 않는 일에 관심을 갖는 것이 경쟁력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성게·불가사리,‘바다의 해적’서 ‘농사짓는 단비’로 새로운 ‘쓸모’를 찾은 것은 비단 대게 껍데기만은 아니다. 인근 해역에 많이 서식하는 성게는 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대(對)일본 수출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인건비 상승으로 중국과의 가격 경쟁에 밀리면서 한때 성게는 불가사리와 더불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수출길이 막히면서 어민들이 성게 채취를 중단하자, 전복의 먹이가 되는 미역 등 해초류를 먹어치우는 ‘바다의 해적’으로 둔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농민들이 성게는 물론, 불가사리를 식용이 아닌 퇴비용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성게에는 콜레스테롤을 억제하는 물질인 타우린 등이, 불가사리에는 인체에 유용한 칼슘 등이 각각 다량으로 함유돼 있다. 이에 따라 이 지역 논밭에는 화학비료 대신 성게와 불가사리를 가공한 천연비료를 뿌리는 친환경 농법도 이뤄지고 있다. 때문에 일반쌀 80㎏ 한 가마당 16만∼17만원선인데 반해 이곳에서 생산돼 ‘불가사리 쌀’,‘타우린 쌀’ 등의 상표가 붙을 경우 25만원선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김병목 영덕군수는 “수산물의 활용 범위를 김치 등 가공식품까지 확대해나갈 계획”이라면서 “지역 활성화를 위해서는 다른 지역의 장점을 벤치마킹하기에 앞서 지역 특성을 살려나가는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영덕 김상화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새달 ‘물가자미 축제’ 김병목 영덕군수 “특성 없는 지역축제 난립 문제” “고만고만한 축제를 경쟁적으로 개최해서야 경쟁력이 생기겠습니까.” 김병목 경북 영덕군수는 지역축제 난립에 대해 이같이 일침을 가했다. 예컨대 산지가 전체 면적의 81.5%에 이르는 영덕군은 우리나라 전체 산송이버섯 생산량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경북 영덕군·울진군·봉화군과 강원 양양군 등 국내 4대 송이 주산지 가운데 ‘송이 축제’를 열지 않는 곳은 영덕이 유일하다. 또 과메기 생산량도 인근 포항시에 뒤지지 않지만,‘과메기 축제’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대신 영덕군은 이 지역 대표 축제인 ‘대게 축제’에 이어 또다른 주산물이자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고 있는 ‘물가자미 축제’를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대상지역인 축산마을에서 오는 4월 말 열 계획이다. 김 군수는 “이미 다른 곳에서 특화돼 있는 축제를 따라하는 것은 결국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이라면서 “인근 지역끼리 협력·조정해야 인지도는 물론, 지역 경쟁력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군수는 또 영덕군의 가장 큰 장점으로 매캐한 연기를 내뿜는 공장이 단 한 곳도 없다는 점을 주저없이 꼽았다. 물론 뭉칫돈이 들어올 곳이 없다보니 지방재정은 열악하다. 연간 예산 규모는 2000억원이 넘지만, 지방세 수입은 담배소비세 25억원 등 80억원이 고작이다. 그는 “종합부동산세다 뭐다 말들도 많지만, 딴세상 얘기”라면서 “무리하게 공장을 짓기 보다 지역 주산물에 청정지역이라는 포장을 씌우는 게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때문에 축산마을에 향후 3년 동안 투입될 국비 186억원, 지방비 132억원, 민자유치 27억원 등 모두 345억원은 ▲수변공간 정리 ▲생태공원 조성 ▲하수종말처리장 설치 등 생태환경 보존에 집중 투입될 예정이다. 김 군수는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음에도 해양 전문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한 뒤 “수산자원을 체계적으로 관리·보존하기 위한 ‘바다종합개발계획’도 수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무분별한 대게잡이 자율규제키로 ‘살기좋은 지역만들기’를 위한 경북 영덕군 축산면 축산마을 주민들의 첫걸음은 ‘대게 지키기’이다. 대게잡이는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대상지역 선정 직후 12월 이전에는 대게잡이를 자제하기로 주민들이 합의했다. 또 자율 규제와 관리를 위해 이달 초에는 주민 공동으로 영어법인까지 설립했다. 김해성(50)씨는 “어족 자원이 줄어들면서 대게를 잡으려는 연·근해 어선간 영역 다툼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이라면서 “상품성이 떨어지는 대게를 마구잡이식으로 잡아들일 경우 우리 지역의 대표 자원인 대게가 고갈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진환(40)씨는 “전국적으로 대게는 너나 할 것 없이 영덕 대게로 팔려나가고 있다.”면서 “영어법인을 통해 ‘지리적 표시제’를 도입해 차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번영회와 청년회, 어촌계 등 자생단체 대표자들은 기존 60대 이상 노년층에서 40∼50대 젊은층으로 이른바 ‘물갈이’도 이뤄졌다. 마을의 앞날은 젊은층이 책임지고 주도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김성만(49)씨는 “축산항 일대 개발 문제는 선거철마다 20년 넘게 나온 얘기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했다.”면서 “지금까지 기회조차 주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는 기다리지 않고 주민들이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축산마을 주민들의 전체 소득 가운데 90% 정도는 대게와 오징어 등 수산물 생산·가공을 통해 얻고 있다. 수산물 직거래를 통해 침체된 지역경제를 되살린다는 계획이다. 임상휘(47)씨는 “수협에 위탁 판매하는 것보다 마을을 찾는 방문객 등과 직거래할 경우 같은 양을 팔아도 소득은 2배 이상 높아진다.”면서 “아직은 마을이 볼품 없는 곳도 많지만, 외지인들이 와서 머물고 싶은 곳으로 가꿔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영덕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군부대가 지역발전 저해”… 이전 촉구 잇따라

    경북지역 시·군들이 지역 내에 주둔하고 있는 군 부대 및 관련 시설이 지역발전에 저해된다며 잇따라 이전을 촉구하고 나섰다. 영덕군은 관광개발 계획 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축산면 축산3리 죽도산(해발 75m)의 국군 모부대 레이더기지 이전을 국방부 등에 건의하기로 했다고 13일 밝혔다. 군은 앞으로 레이저기지의 이전부지를 물색하는 한편 조속한 이전을 위한 범군민 서명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레이더기지로 인해 죽도산 산책로를 비롯해 관망대 및 죽산타워 설치 등 관광지 개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산시 ‘SEC연구소 이전 대책 추진위원회’도 압량면 신월리 국군 모부대의 군용전기통신시설인 SEC연구소 이전 촉구 20만명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날까지 시민 12만여명으로부터 서명을 받았으며, 이달말쯤 이를 토대로 SEC 이전 건의서를 작성해 청와대를 비롯해 국회, 정부 등에 제출할 계획이다. 추진위 관계자는 “SEC연구소의 조속한 이전 결정이 없을 경우 궐기대회 등 가능한 방법을 총동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미시도 주한미군 등에 도립공원 금오산(해발 977m) 정상에 설치된 통신기지를 조속히 철거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1953년 설치된 미군 통신기지가 1991년 무인통신기지로 전환하면서 상주 병력이 철수했으나 사무실, 숙소, 식당, 탄약창고, 초소, 유류탱크, 소각장 등 시설물이 그대로 방치돼 금오산의 흉물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통신기지가 철수되는 대로 6억원을 들여 식목 및 등산로 등을 개설해 시민·관광객 휴식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영천시 남부동 주민들은 인근 군 부대가 1999년 마을 공동 부지와 개인 소유의 땅 26만 4000여㎡(8만여평) 주위에 높이 3m의 철조망을 설치한 뒤 10년 가까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주민들은 “230여농가가 통제구역 내에 농지를 갖고 있다.”면서 “자신의 땅에 농사를 짓기 위해 드나들 때마다 신원 파악에 20여분씩이 걸리는 불편을 겪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Local] 여수 낚시지도 발간

    초보자도 ‘월척’을 잡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여수 낚시 포인트와 해양 관광’이란 낚시 지도가 국내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여수 낚시연합회 윤용수(51) 전무이사가 5개월 넘게 발품을 팔아 정성을 들인 작품이다. 지도는 크게 오동도∼남면의 여수근교권, 금오도·안도∼화태도의 금오열도권, 거문도·손죽도의 삼산도권 등 3개 지역으로 나뉜다. 앞면에는 낚시 포인트를 지역별로 적고 뒷면에는 포인트 가운데 포인트 30여곳을 가려내 사진으로 담았다. 여수의 대표 어종인 감성돔과 참돔, 농어 등이 잘 잡히는 장소는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윤 전무는 “전남 여수 앞바다에서 ‘낚싯대를 담갔다 하면 찌가 움직이는 포인트(자리)는 300여개”라면서 “산을 올라가도 지도가 필요한데 바다 낚시는 지도 한 장 없는 현실이 안타까워 지도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 가볼만한 맛집

    최근 중식당들이 대부분 현대적인 색채를 넣어 ‘퓨전’을 내세우지만 연희맛길의 중식당은 여전히 ‘중국집’스럽다. 실내에는 중국 소품들로 가득하고, 어릴 적 동네에서 봤던 허름한 중국집 분위기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덩치 키우기 경쟁이 치열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하든 공통점은 하나다. 어설프게 중식을 흉내내면 퇴출당한다는 것. 정통 중식만을 추구한다. 물론 자장면·짬뽕 등은 기본으로,4000∼6000원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대부분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영업한다. ●4000~6000원대 정통중식 고집 서대문구청에서 연희로를 따라 걷다가 고급 주택가를 지나면 연희맛길이 열린다.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이 중국식 만두 전문점인 산동수교대왕(山東水餃大王)이다. 종류는 많지 않지만 빚은 모양이나 맛이 깔끔해 인기있는 곳이다.10개 4000원. 바삭한 북경오리요리가 일품인 진북경(338-7668)은 이곳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중국 관광객의 필수코스이기도 하다. 담영발 사장은 20년 가까이 이곳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며 화교사회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건너편 걸리부(傑利富)(322-9998)는 저렴한 세트 메뉴가 많아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연희맛길의 한가운데 ‘사러가쇼핑’을 중심으로 건너편에는 해산물요리 전문점인 해지연(332-8835)이, 안쪽 골목에는 이품(322-6172)이 있다. 개업한지 1년이 조금 넘은 해지연은 고급 중식당의 분위기를 갖췄다. 해물과 야채가 풍성한 요리를 특징으로 꼽는다. 큰 길만 따라가다간 ‘이품’을 놓친다. 바삭하게 튀긴 군만두나 쫄깃한 면발의 자장면은 ‘일품’에 가깝다. 양은 푸짐하고, 가격은 근처 중식당보다 1000원정도 저렴해 동네 중국집으로는 최고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중국 소품으로 화려하게 꾸민 진보(338-2897)는 최고의 재료로 최고의 음식을 내놓는다는 자존심을 가지고 있다. 탕수육·레몬소스 닭고기·칠리소스 닭고기 등 요리는 1만 4000∼2만 5000원 수준. 지역 내 독거노인에게 점심을 대접하는 등 사회환원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한·일식집은 어디 이곳 맛길과 조금 떨어진 서대문구청 근처에 40년 전통의 대복장(336-6590)이 있다. 면발이 쫄깃하고, 국물이 특히 개운한 굴짬뽕이 인기다. 케첩소스를 뿌린 닭요리인 ‘지엔타기’를 경험하는 것도 좋다. 끊임없이 손님이 몰려드는 연희동에서 손꼽히는 맛집으로 연희동칼국수(333-3955)를 들 수 있다.6000원짜리 보통 칼국수는 노랑·초록·주황의 고명을 얹어 시각을 자극한다. 우윳빛의 사골국물은 고소하고 진하다. 남은 사골국물에 공기밥 하나 말아먹으면 두 끼니는 거뜬하게 건너뛰어도 좋을 만큼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혹 사골국물이 느끼하다면 백김치와 겉절이 김치로 개운하게 해결해도 좋다. 서대문구청 직원들이 추천하는 식당은 지리산삼계탕(335-6477)과 제주항(325-6592)이다. 직원들은 지리산삼계탕집을 여름철 일미로 대번에 꼽는다. 들깨를 갈아 걸쭉한 국물이라 닭냄새가 적다. 비슷한 방식으로 만든 닭죽도 담백하고 부담이 없다. 제주항은 살찐 갈치와 고등어로 만든 조림을 뜨거운 밥 위에 얹어먹는 맛이 일품이다. 사러가쇼핑 맞은편의 향가 초밥집(333-5900)은 저렴한 가격으로 초밥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통통한 초밥이 12개 나오는 생선특초밥은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다. 직접 만든 두부로 다양한 요리를 내놓는 파주골손두부(325-4748), 시래기와 채소를 넣어 만든 순대로 끓인 독특한 순대국으로 유명한 백암왕순대(337-1547)도 이곳에서 유명한 맛집이다. 연희맛길로 들어서는 이정표이기도 한 피터팬제과점(336-4775)은 연희동에서 으뜸가는 빵집으로 인정받는다. 초콜릿, 만주 등 기본적인 제과류는 1200원,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파티셰 빵들은 4000∼6000원선이다.
  • “우리고장 재래시장 살리자”

    “우리고장 재래시장 살리자”

    ‘재래시장을 살려라.’경북도 내 자치단체들이 설 대목을 앞두고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 관련 상품권을 발행하는가 하면 투어 프로그램 운영 등에 적극 나서 성과가 기대된다. 2일 도내 시·군들에 따르면 대형 할인점의 진출 등으로 고사위기에 처한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 상품권 발행 및 투어 프로그램 운영, 설 대목 재래시장 장보기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경주시는 오는 18일 설 이전에 지역 재래시장과 상가에 유통될 상품권 14억원어치를 이날 발행했다. 6일부터 판매될 상품권은 1만원권 8만장과 5000원권 12만장으로 도심과 감포, 안강, 건천, 외동 등 4개 읍지역 재래시장 및 가맹점 가입 상가에서 사용할 수 있다. 김천시도 이달 재래시장에서 사용이 가능한 ‘김천사랑 상품권’을 발행했다. 이번에 첫 발행된 상품권은 5000원·1만원권 각 5만장 등 총 7억 5000만원 규모이다. 성주군도 조만간 5000원권,1만원권 상품권 17억원어치를 발행할 예정이며, 포항 죽도시장상인연합회도 설 상품권 8억원어치를 발행키로 했다. 울진군은 지난달 초 5000원권,1만원권 등 총 15억원어치를, 문경시는 지난해 말 5000원권,1만원권 상품권 6억원어치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지역 기업은 구입으로 호응 지역 기업체 등도 재래시장 상품권 이용하기에 적극 동참하고 나섰다. 포스코는 최근 죽도상인회가 발행한 상품권 중 6억 8000만원어치를 일괄 구입했다. 포스코는 이 상품을 설 이전에 전 직원 및 관련 업체 격려용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와 월성원전도 경주시가 발행할 상품권을 다량 구매할 의사를 밝힌 상태다. 자치단체들의 재래시장 투어 등 이용 활성화 노력도 적극적이다. 경북도는 올해부터 종전 월 1회씩 대구지역 아파트 주부 등을 대상으로 실시하던 ‘경북 재래시장 마케팅 투어’를 월 2회(2,4주)로 늘렸다. 지난 2004년부터 실시된 이 투어는 23개 시·군 전체 재래시장 192개(상설 98개,5일장 94개)를 돌며 지역 특산물 구입과 함께 문화 유적지를 둘러보는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32차례에 걸쳐 2334명이 참가했다. ●‘시장투어´에 버스 무료 제공 포항시는 이달부터 죽도시장 러브투어를 연중 실시키로 하고, 최근 대구를 비롯한 인근 시·군 주부들을 대상으로 모집에 들어갔다. 전화 및 방문 또는 시 홈페이지 등을 통해 시 지역경제과(270-2433)에 신청하면 대형버스 1대(45인승)를 무료로 제공한다. 이밖에 청도·울진군 등도 매월 1회씩 대구의 아파트 및 부녀회 등을 대상으로 재래시장 마케팅 투어를 실시 또는 계획 중에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올해 도내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16개 재래시장에 230억원을 투입, 아케이드·주차장·화장실 신축·소방시설 확충 등의 시설 개선사업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콕 찍어 떠나는 국내 별미여행 4곳

    콕 찍어 떠나는 국내 별미여행 4곳

    한국관광공사(www.knto.or.kr)는 2월의 가볼 만한 곳으로 ‘낭만을 아는 미식가의 여행-일몰을 보며 즐기는 새조개(충남 홍성)’,‘못생겨도 맛은 좋아-해장국의 대표선수 곰치국(강원 삼척)’,‘바람이 고이 빚어낸 생선회! 포항 구룡포 과메기’,‘정겨운 한려수도의 맛과 멋이 깃든 여수 별미여행’ 등 4곳을 선정, 발표했다. # 낭만을 아는 미식가의 여행-일몰을 보며 즐기는 새조개 충청남도 홍성은 겨울별미여행으로 제격인 곳. 홍성읍 남당리 포구에서 새조개 샤브샤브를 맛보며 한적한 어촌의 낭만을 느끼고 돌아오는 건 어떨까. 새조개는 다른 조개처럼 퍽퍽하지 않고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워 ‘조개의 명품’ 이라 불린다. 광천읍 소재 광천시장은 200m∼300m 토굴에서 발효시킨 토굴새우젓이 유명한 곳. 갈산면에서 해산물과 젓갈을 보관하기에 적격인 전통옹기 만들기 체험을 한 다음, 만든 옹기와 새우젓을 집으로 배달시켜도 좋은 추억이 될 듯하다. 홍성군청 문화관광과 (041)630-1362. # 못생겨도 맛은 좋아, 해장국의 대표선수 ‘곰치국’ 푸른 바다와 신비한 동굴의 도시 삼척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 곰치국.20여년 전만 해도 그물에 곰치가 걸리면 살이 흐물흐물하고 모양이 징그러워 그냥 버렸다. 이때 물속에 빠지면서 ‘텀벙텀벙’소리를 낸다고 해서 ‘물텀벙’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생긴 모양과는 달리 비린 맛이 없고 육질이 연해 입안을 감치는 맛이 은근한데다, 많이 먹어도 질리지 않아 요즘엔 귀하신 몸으로 톡톡히 대접받고 있다. 곰치 몇 토막에 묵은 김치 숭숭 썰어 푹 끓여낸 곰치국은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맛과 입안에서 살살 녹는 살점 때문에 술을 좋아하는 뱃사람들에게 해장국 중 으뜸으로 꼽힌다. 삼척시청 관광개발과 (033)570-3545. # 바람이 고이 빚어낸 생선회! 포항 구룡포 과메기 ‘숙성시킨 생선회’ 과메기가 어느 해부터인가 겨울철 명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포항의 ‘구룡포 과메기’는 이제 ‘목포 홍어삼합’처럼 귀에 익숙하다. 과거엔 주로 청어로 만들었으나 이제는 꽁치를 사용해 내장을 발라낸 ‘배지기’ 형태로 시장에 나온다.2월까지 구룡포 지역에서는 과메기 만드는 덕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울러 전국 5대 재래시장 가운데 하나인 포항 죽도시장과 과메기 전문음식점 등에 가면 윤기가 흐르고 속살은 붉은 먹음직스러운 과메기가 푸짐하게 차려져 나온다. 비릿함을 저어하는 사람이라도 일단 먹어보면 ‘꾸득꾸득한 고소함’에 겨울철이 기다려질 만하다. 포항시 문화공보관광과 (054)270-2243, 포항시 관광안내소 (054)270-5837. # 한려수도의 맛과 멋이 깃든 여수 별미여행 여수의 대표적인 별미로는 금풍생이구이, 서대회, 장어구이(탕)등이 있다. 딱돔의 일종인 금풍생이는 주로 구이로 즐기며, 내장은 물론 머리까지 씹어 먹는 것이 제대로 즐기는 법이다. 또 다른 별미인 서대회는 서대의 부드러운 살코기와 막걸리 식초, 설탕의 새콤달콤함이 어우러져 입안에서 살살 녹는 맛이 일품. 붕장어구이는 담백한 맛을 내는 소금구이와 양념장을 발라 맛깔스레 구워내는 양념구이 두가지가 있는데, 여기에 장어뼈와 내장을 넣은 장어탕을 곁들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맛깔나는 별미에 동백꽃으로 유명한 오동도, 일출로 유명한 향일암, 야경이 멋진 돌산대교, 백야등대가 자리한 백야도 등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관광지까지 두루 구경할 수 있으니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여수시청 관광문화과 (061)690-2036.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포항시 재래시장 “제철소 고마워요”

    ‘포항제철이 역시 큰 손이야.’ 포항제철소(소장 오창관)가 설 대목을 앞두고 경북 포항죽도시장상인연합회가 발행한 재래시장 상품권을 대거 구입해 줘 상인들이 즐거운 비명이다. 포항제철소는 29일 포항시청 시장실에서 박승호 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죽도시장상인연합회 관계자로부터 ‘죽도시장 사랑권’ 6억 7660만원어치를 구매했다. 이는 상인연합회가 이번 설 상품권으로 발행한 액면가 8억원 어치의 85%에 해당하는 금액. 포항제철소는 이번에 구입한 상품권을 회사 및 외주 파트너사 임직원 등 1만 3500여명에게 지급키로 했다. 죽도시장상인연합회 백남도(56) 회장은 “포항제철소가 이번에 구입해 준 상품권은 죽도시장에서 통상 2년간 유통되는 분량”이라며 “침체된 재래시장을 살리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인연합회는 나머지 상품권을 죽도1동 새마을금고(054-246-1786)와 죽도시장상인연합회(054-247-1393)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죽도시장내 노점상은 물론 횟집, 건어물, 농산물 등 전 업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죽도시장 상품권은 3만원과 5만원 짜리 2개 유형이 있으며, 구입시 1시간 무료주차권이 지급된다.포항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할아버지? 짐승? 10년간 손녀 성폭행 ‘사내’

    “원,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까.” 중국 대륙에 한 60대 남성이 자신의 친손녀를 오랫 동안 성폭행하는 등 온갖 못된 짓을 저질러온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짐승보다 못한 종자’는 중국 동북부 지린(吉林)성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안투(安圖)현에 살고 있는 60대 중반의 둥제(董杰·가명).그는 감옥에 간 아들 대신 손녀를 데려와 기르다가 못된 짓을 해온 ‘천하의 못된 XX’이다.손녀로서는 마치 잡아먹히려고 ‘호랑이 굴’로 쳐들어간 셈이다. 둥은 지난 1990년대 초반 손녀 잉잉(瑩瑩·여·18)양을 데려다 키우는 과정에서 아내가 외출하거나 잠이 든 틈을 타 손녀에게 성폭행을 저지르는 파렴치한 일을 해오다 동네 주민들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혀 쇠고랑을 차는 경악할만한 일이 일어났다고 성시만보(城市晩報)가 최근 보도했다. 사건 발생은 지난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안투현에서 부모와 함께 살고 있던 잉잉양은 아버지가 20년형을 받고 감옥에 들어가버리고 어머니는 어떤 남자와 함께 야반도주해버리는 바람에 졸지에 ‘고아’가 돼 버렸다. 할 수 없이 할아버지와 할머니 부부가 사는 집으로 들어간 것은 그녀가 겨우 4살 때였다.당시 할아버지는 50대 초반으로 뜬벌이 생활로 겨우 연명하고 있는 터수여서 형편이 어려웠다. 할아버지가 처음부터 짐승보다 못한 짓을 저지르지는 않았다.그녀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매일밤 잉잉양이 잠이 들 때까지 머리맡에 앉아 재미있는 얘기를 들려주는 등 매우 자상한 할아버지였다. 그러던 할아버지가 인간의 탈을 쓴 짐승으로 표변했다.그녀가 8살이 되던 때였다.그해 어느날밤 잉잉양은 꿈을 꾸는 와중에 갑자기 자신의 몸을 짓눌러 가슴이 답답함을 느꼈다.너무 답답해 온힘을 다해 가슴 위의 답답하게 하는 물건을 떼어놓으려고 떠밀어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너무 무서운 생각이 들어 울음을 터뜨리며 빠져나오려고 애썼으나 끝내 무너져버리고 말았다.이때 잠에서 깬 할머니가 달려와보니 할아버지에게 어린 손녀가 겁탈당하는 모습을 보고 ‘그 짐승보다 못한 종자’를 향해 욕 몇마디를 퍼붓다가 도리어 거의 죽도록 두들겨 맞았다. 이후 종자는 할머니가 깊은 잠이 들었을 때나 외출하는 틈을 타 공공연히 어린 그녀를 성폭행했다.잉잉양이 조금이라도 반항을 하기만 하면 무차별 구타했다.때문에 밤만 되면 그녀는 종자가 너무너무 무서워 미칠 것만 같았다.이를 안타깝게 여긴 할머니가 몇차례에 걸쳐 그 XX에게 대들어봤으나 번번이 얻어터지기만 했다. 그녀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나날이 화사한 모습으로 예뻐지자 종자는 시도 때도 없이 달려들어 유린하고 야욕을 채웠다.그녀가 중학생이 돼 생리와 인륜이라는 배우고 알게 되자 더욱 더 참을 수가 없었다. 가출도 해보기도 하고,친구 집에 숨어 있기도 하고,선생님 집에 있기도 하는 등 그 XX의 마수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썼으나 번번이 붙잡혀 집으로 돌아갔다.특히 잉잉양이 집을 나가기만 하면 할머니를 ‘복 날에 개 패듯이’ 팬다는 사실을 알게 돼 더이상 집을 나가기도 어려웠다.말 그대로 집은 ‘거대한 창살 없는 감옥’이나 다름 없었다. 이런 신산(辛酸)의 세월을 보내던 상황에서 종자는 잉잉양이 18살이 되자 고등학교마저 퇴학시켜버렸다.이때부터 어느정도 성년이 된 그녀의 반항이 더욱 더 세졌다.한번은 잉잉양이 야욕을 채우려던 그 XX를 발로 걷어차 벌렁 뒤로 나가떨어지게 만들기도 했다. 짐승보다 못한 종자의 만행도 영원한 비밀로 남을 수는 없었다.이달초 같은 동네에 살던 큰 아버지가 우연히 잉잉양의 집을 들렀다가 할아버지와 손녀가 치고받고 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대경실색을 한 것이다. 이때 그녀는 큰 아버지에게 울부짖으며 종자의 짐승보다 못한 행위에 대해 낱낱이 까발렸다.그 XX의 얘기는 삽시간에 동네 주민들에게 퍼졌다.경악하다 못해 분노한 동네 주민들이 종자를 공안(경찰)당국에 신고했다.그 XX가 수갑을 차고 공안에 붙들려 가던 날,집안에 있던 잉잉양은 멍하니 하늘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잉잉이 너무 가여워요.앞으로 남은 날이 창창한데 말이에요.그녀의 불행을 너무 늦게 알게 돼 송구스러워 고개를 들기가 어렵습니다.” 이웃에 사는 동네 주민 천잉(陳潁··여·64)씨는 “짐승같은 그 XX가 잡혀가는 모습을 보니 시원하기는 하지만,그 집에 돈을 버는 사람이 없어 밥은 굶지 않을까 해서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수입스크린 인터넷서 개봉” 중소 영화사들 반란 통할까

    “영화계의 작은 반란은 성공할 것인가.” 수입한 외국영화는 무조건 극장에서 상영을 해야 제대로 된 영화로 인정받는 한국 영화시장 풍토.‘힘도, 백도, 돈도 없는’ 작은 영화 수입사가 이런 관행에 반기를 들었다. 죠이앤키노는 국내 처음 영화 ‘걸스 라이프’를 개봉일인 오는 19일부터 인터넷포털 다음의 ‘큐브’에서 상영한다. 이벤트로 하루 이틀 인터넷으로 개봉작을 상영한 경우는 있으나, 인터넷 상영을 전제로 한 것은 처음이다. #우리도 살고 싶다 영화산업의 급격한 질적·양적 성장이 작은 영화수입사들엔 치명타를 날렸다. 할리우드 대작이나 국내 영화는 그들의 자본력으로 감히 넘볼 수 없는 자리까지 올라섰다. 그래서 비영어권인 스페인, 콜롬비아, 멕시코, 일본 등의 로맨틱 코미디류의 상업영화를 선별해서 수입했다. 좋은 작품도 많았다. 하지만 영화를 수입한 이들은 또 다른 고민에 빠진다. 영화를 걸 수 있는 국내 극장이 마땅치 않다. 소위 멀티플렉스 상영관 빅3인 CGV, 메가박스, 롯데 시네마가 상영관의 50% 정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 또한 이들이 수입과 배급마저 손대 나머지 50%인 다른 상영관도 안정적인 영화수급을 위해 그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물론 돈이 되지 않아 극장이 기피하는 이유도 있다. 인디영화 전용관이나 시네콰논 등 제3세계 영화에 대해 우호적인 상영관이 작품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몇 개월을 기다리기는 다반사다. 그래서 수입한 제3세계 영화들이 창고에 수십편씩 쌓여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앉아서 죽을 순 없다.’며 죠이앤키노가 온라인 영화 개봉을 결정했다. 영화 마니아들의 다양한 욕구에 맞는 파격적이고 신선한 작품들을 2000원이란 싼 가격으로 즐길 수 있게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린다. #영화 마니아들은 모여라 죠이앤키노의 첫 온라인 상영작인 ‘걸스 라이프’는 국제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인터넷 포르노 스타의 평범하지 않은 삶과 사랑, 분노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파격적인 영화다. 인터넷을 통해 세계 남성들에게 성적 유희를 파는 독특한 직업의 세계를 다큐멘터리와 같은 기법으로 촬영했다. 예술과 외설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으로 독립영화와 CF감독으로 유명한 애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포르노 스타인 문이 친구의 부탁으로 그녀의 약혼자를 유혹하며 이를 계기로 일반인을 상대로 ‘애정 확인 서비스’라는 사업을 시작한다는 내용이다. 2월1일부터는 일본 정통 AV 시네마를 온라인에서 상영한다. 일본에서 인기를 얻었던 ‘완벽한 정사의 비밀’ ‘죽도록 사랑해’ ‘도쿄의 욕망2’ ‘비밀여행’ 등 작품성과 이야기 구조가 탄탄한 작품들을 2주 간격으로 소개한다.3월부터는 멕시코, 스페인, 러시아 등의 재미난 영화들을 줄줄이 개봉해 새로운 영화 관람의 모델을 정착시킨다는 계획이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강태규의 연예 in] 폭행으로 얼룩진 연예인 커플의 비애

    결혼 12일 만에 폭행으로 얼룩진 연예인 커플 이민영과 이찬의 책임공방을 둘러싼 전개과정이 점입가경이다. 죽도록 사랑하겠다던 맹세속에 파국으로 돌아서면 모르는 남보다 더 큰 상처를 남겨주고야 말겠다는 서늘함이 느껴진다. 물론 당사자들의 아픔은 얼마나 더할까마는, 인기와 이미지로 살아야 하는 이 커플이 앞날을 생각했다면 이 결과는 그야말로 최악의 경우를 선택했다는 생각이다. 연예인 매니지먼트에서 매체의 캐스팅 영향력을 발휘하는 일보다 위기 대처능력, 즉 리스크 매니지먼트가 더 중요한 시기를 맞은 지 오래되었다. 연예인도 사람이다. 실수를 범한다. 그러나 그 실수의 대가가 내일 당장 어떻게 펼쳐질지 예측하지 못한다면 대중에게 사랑받는 일은 포기해야 한다. 사건 직후 대중의 일반적인 판단과 여론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선의 해법은 있다. 그 예측을 할 수 없다면, 벼랑 끝에 서있는 것과 같다. 2005년 클릭비의 김상혁과 원타임 송백경의 음주운전 사건은 리스크 매니지먼트의 전형적인 대조를 이룬 사례다. 젊은 가수가 똑같은 실수를 저질렀으나 여론은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었다. 사고후 대처능력이 판이하게 달랐던 탓이었다. 김상혁 소속사 관계자의 ‘젊은 친구가 술 한잔하고 실수했는데 왜이러는지 모르겠다.’라는 푸념섞인 멘트가 전파를 타자, 여론은 질타로 이어졌다. 이에 반해 송백경의 소속사는 대표가 직접 나서 발빠르게 공식성명을 통해 사죄했다. 소속사의 교육과 관리부재를 깊이 사죄하며, 향후 공식활동을 모두 중단하고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그 내용은 네티즌들로 하여금 동정의 여론을 들끓게 했다. 결국 여론을 미리 감지한 매니저의 말 한마디가 소속 가수의 생명력을 재생시키고 다시 대중의 품으로 복귀하는 단서가 된 것을 우리는 지켜보았다. 격앙된 감정을 추스르고 냉정을 되찾는 일은 자신을 아끼는 대중을 위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앞날이 걸려있는 일이기도 하다. 이 간단한 사실을 왜 망각하고 있는지 씁쓸할 따름이다.대중문화평론가
  • [서울신문 신춘문예-희곡당선작] 문득, 멈춰 서서 이야기 하다- monologue Quartet/김정용

    따사로운 봄볕, 아련한 음악. 그리고……. 명일, 고개를 숙인 채 힘없는 걸음으로 등장, 어디론가 걸어간다. 신내, 꽃다발을 들고 환한 얼굴로 등장, 어디론가 걸어간다. 두정, 병원복 차림으로 휠체어를 타고 등장, 잠시 휠체어를 세우고 주위를 둘러보더니 이내 어디론가 간다. 신흥, 전화기를 들고 등장, 상대가 받지 않는지 계속 버튼을 눌러대다가 퇴장한다. 다시 명일이 등장했다 사라진다. 다음엔 신흥, 신내, 두정 차례로 등장했다가 사라진다. 그들은 서로 인식하지 못한 채,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어느새, 각자 자리를 잡고 서 있는 네 사람. 모두들 잠시 망설이다, 각자 어딘가를 향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네 사람: (동시에)저기……. 짧은 암전. 명일: 그녀를 처음 본 건 두정: 치악산이었습니다. 신흥: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군요. 신내: 환하게 웃는 모습이 너무 멋졌어요. 신흥: 숨이 멎는 것 같았습니다. 명일: 노을이 너무나 아름다웠던 해질무렵이었는데, 지금도 기억나요. 두정: 그날 따라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습니다. 신내: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명일: 운명이라고 해야 할까요? 남들이 뭐라하건 전 그때 운명을 느꼈습니다. 두정: 이렇게 될 운명이라 그랬던 걸까요? 신흥: 앞이 깜깜하더군요 신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그 사람 모습만 보이는 거 있잖아요. 신흥: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떤 것부터 수습해야 할지, 그때만 생각하면……. 두정: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날 일은. 명일: 그날이 제 생애에서 가장 큰 기적이 일어난 날입니다. 신내: 제가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편이라……, 그래도 용기를 내야겠죠? 신흥: 용기가 나질 않더군요, 어떻게 마누라 얼굴을 봐야 할지, 술이라도 먹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술은 입에도 못 대고……. 두정: 술요? 입에도 대지 않았습니다. 산행하는 날은 술을 마시지 않습니다. 내려와서 마시면 모를까. 명일: 시간 되시면 저랑 술 한 잔 하실래요? 명일 주변이 밝아지고, 나머지 사람들은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명일: 이 말이, 제가 그녀에게 처음 건넨 말이었어요,‘술 한 잔 하실래요?’ 참 바보 같았죠, 머릿속에 별별 말이 다 떠돌았는데, 막상 나온 말이 그거였어요, 말을 해놓고 아차 싶었죠,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런데 그녀가 뭐라고 한 줄 아세요? ‘한잔만요?’(미소) 그렇게 시작 했어요. 우리들. 정말 행복했어요, 너무 행복해서 불안할 정도로,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좋은 일만 계속 생기면 왠지 불안해지고 그러는 거. 육상 경기복 차림의 신내 등장. 얕은 숨으로 몸을 푼다. 명일: 하지만 그런 불안도 그녀의 미소 앞에선 힘을 잃고 말았죠.(신내 환하게 미소 짓는다.) 우린 언제나 함께였어요, 몸이 떨어져 있는 시간에도 마음만은 늘 붙어 있었죠. 신내: 그만해, 더는 못 들어주겠다. 그래서 대학 떨어지면 누구 탓하려고? 아빠가 그러시더라고요. 많이 놀랐어요, 원래 말씀을 거침없이 하시는 편이시지만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리라곤 생각지 못했거든요, 제가 원하는 일에 반대 한번 안 하셨던 분인데, 아빠도 제가 고3이 되는 게 스트레스가 되셨나봐요, 사실 전 아무렇지도 않은데. 육상하면서 공부 열심히 할 수 있다고 아무리 말해도 들으실 생각조차 안 하세요 명일: 그런 우리를 하늘이 시샘했는지 신내: 그만해 명일: 불안함을 현실로 만들어 버리더군요. 신내: 그래서 그만두기로 했어요. 명일: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이야. 신내: 낼 모레가 마지막 시합이에요. 오빠가 와 줄까요?(호루라기 소리) 예, 가요! 암튼 쉬는 꼴을 못 본다니까.(급하게 달려 나간다.) 명일: 다 제 잘못이에요, 급하게 달려 나가는 연수를 잡았어야 했는데, 연수가 제 눈앞에서 붕 떠오르더니 바닥으로 나뒹굴었어요, 아주 잠깐 사이였는데……, 두정: (휠체어를 타고 등장) 그렇게 몇 바퀴를 굴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깨어나 보니 병원이더군요. 명일: 수술실 앞에서 내내 기도했어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두정: 멀리서 누군가 절 부르는 것 같은 소리에 눈을 떴는데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하얀 천장, 그보다 더 하얀 형광등뿐이었죠, 고개를 돌릴 수도 없었고,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명일: 잠깐만 쉬었다 하면 안 될까요? 저 세수좀 하고 올게요. 죄송합니다.(나간다.) 두정: 이제 에베레스트는커녕 문턱하나 넘지 못하게 된다고 생각을 하니 죽고 싶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결과가 나와봐야 안다고, 설령 잘못 되더라도 열심히 재활하면 될 거라고 말했지만, 제 몸은 그 누구보다 제가 잘 압니다. 저는 걷지 못할 겁니다. 이제 에베레스트는 제게 있어 그림엽서 속에서만 존재하는 산일 뿐입니다. 신흥: (통화하며 등장)아니라니까 그러네, 왜 내 말을 못 믿어, 다 잘 될 테니까 너무 걱정마……, 나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끝나지 않아,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그깟 일로 안 무너져……, 여보 나 믿지? 그래 내가 알아서 잘할게, 그리고 내 전화 말고는 다른 전화는 절대 받지마……, 알아, 알아 당분간 친정에 가 있어, 애들은……, 그래, 너무 걱정마.(끊는다.) 두정: 너무 걱정마, 모두들 저에게 그렇게 말했습니다. 저라도 그렇게 말했을 거예요, 인간이란 동물은 원래, 남의 불행에 대해서는 지나치리만큼 관대한 법이니까요. 이렇게 되고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관대함이란 게 무관심의 다른 말이라는 것을요, 지나친 비약이라고 생각하시죠? 그것도 다 여러분이 사고를 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드는 생각입니다.(사이)저도 며칠 전까진 여러분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저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상상도 못하고 있었죠. 정말 순식간이었습니다. 절망이란 놈은 순식간에 저를 이곳에 앉혀 놓고는 두 다리를 옭아맸습니다. 정말 순식간에……. 신흥: “너무 걱정 마”,“걱정하지 마세요.” 도대체 이 말을 몇 사람에게 몇 번이나 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길거리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붙잡고 걱정 말라고 당부하는 꿈을 꿀 정도였으니까요, 근데 웃긴 건, 그 어느 누구도 저에게 이 말을 해주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 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은 저인데도 말이죠. 가해자 취급만 당했어요, 물론 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저 잘못 했어요, 그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딱 까놓고 말해서, 저만 좋자고 프로젝트 진행시킨 겁니까! 다 같이 잘되자고 한 일인데, 일이 틀어지고 나니까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모든 사람들이 피해자로 돌변하더군요, 같이 진행한 동료들까지도 말이죠, 정말 순식간이었습니다, 정말 순식간에……. 두정: 다 필요 없습니다. 신흥: 다 필요 없어요. 신내: (등장)꽃이 필요할 거예요, 그쵸? 신흥: 그래서 준비한 게 있습니다. 두정: 전……, 이곳에서 탈출할 생각입니다. 신흥: (약병을 꺼낸다)저만 없어지면 됩니다. 두정: 제가 없어지면 모두들 걱정하는 척하다가 금세 잊어버릴 겁니다. 다리병신 하나쯤 없어졌다고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을 테니까요 신내: 아니야, 그건 아니야.(두정 나간다.) 여자가 먼저 꽃을 주는 건 좀 그렇겠죠? 신흥: (병뚜껑이 열리지 않는다.) 이게 왜 이래. 신내: 어떡하지? 신흥: 어떡하지? 신내: 오빠가 와주긴 할까요? 신흥: 깨버릴까? 신내: 용기내서 말하긴 했는데 대답을 못 들었거든요 신흥: 용기가 깨질 때 유리 파편이 섞이면 먹기 힘들 텐데.(열심히 뚜껑을 돌린다.) 신내: 다시 한 번 말해 볼까요? 이상한 애로 보이면 어쩌죠?(사이) 안 되겠어요. 신흥: 안 되겠어. 수건 같은 게 있으면 좋겠는데. 신내: 무슨 수를 써야지……. 명일, 나가는 신흥과 교차되며 들어온다. 신내: 아하! 다시 말하기는 그러니까, 편지가 좋겠어요. 그렇죠? 좋은 생각이죠? 마지막 시합에 오빠가 와주면 더 힘내서 뛸 수 있을 것 같다고 쓰는 거예요. 역시 솔직한 게 좋겠죠? 그래, 그래야겠어요. 명일: 죄송합니다. 어디까지 얘기했었죠? 신내: 편지 명일: 편지 얘기는 아직 안 하지 않았나요? 신내: 우선 펜하고 종이가 필요하겠죠? 명일: 적지 않으셨으면 좋겠는데, 그냥 듣기만 하시면 안 될까요?(신내, 고개를 끄덕인다.) 감사합니다.(신내, 나간다.) 그럼 얘기가 나왔으니 편지 얘기를 할게요.(잠시 머뭇거리다) 사귀기로 한 날부터, 저는 하루도 빠짐없이 그녀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뭐 그렇다고 대단한 연애편지를 쓴 건 아니고요, 일기 쓰듯이 오늘 하루 무슨 일이 있었나 써서 메일로 보냈어요. 하루도 빼먹지 않았어요, 단 하루도.(웃음) 어떤 일이 있었냐면요, 어느날 술을 잔뜩 마셔서 떡이 된 적이 있었는데요, 그 다음날 아침에 눈을 떴는데 아차 싶은 거예요, 하루도 빼먹지 않겠다고 약속했었거든요, 늦었지만 변명이라도 해볼 양으로 부랴부랴 컴퓨터 앞에 앉았죠, 그리고 메일을 쓰려고 로그인을 했는데 수신 확인 창이 뜨는 거예요, 그래서 뭔가 하고 봤더니, 글쎄 제가 전날 밤에 메일을 보냈더라고요, 무슨 말을 썼는지 궁금해서 메일을 열어 봤는데(피식거린다.) 그게, 영어도 아니고 한글도 아니고 그런 거 있잖아요.fhufhㅈ뎌???ㄷew 이런 거 (웃는다.) 더 웃긴 건, 제목이 뭐였는지 아세요? fhi롤fwqo어ㅈㅇ……. 명일, 말을 잊지 못하고 정신없이 웃는다. 무대 뒤에서 두정과 신흥의 절규가 들려온다. 명일: (무안해 하며)죄송합니다. 신흥, 두정 서로 반대편에서 등장 신흥, 두정: 이럴 순 없어 두정: 병원 정문도 못가서 잡혀버리다니. 신흥: 내 맘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어 신흥, 두정: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 내가 아무리 이런 꼴이 됐어도 두정: 병원문턱 하나 신흥: 병뚜껑 하나 신흥, 두정: 내 맘대로 두정: 넘지, 신흥: 열지-못하다니, 왜 하필 이런 일이 나한테 닥친 거야, 왜 하필이면 나냐구, 내가 뭘 잘못했게! 내가 바라던 삶은 이런 게 아니었어. 다시 시작할 수만 있다면……. 명일: 다시 시작하죠. 두정: 그만하자, 그만해, 이런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내 꼴만 더 우스워지지. 두정, 신흥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신흥: (병을 내밀며) 저……, 이것 좀. 명일: 네? 두정: 뭘 봐! 휠체어 탄 사람 처음 봐! 명일: 네. 신흥: 죄송합니다. 이것 좀 열어 주세요, 부탁 좀 드릴게요.(병을 건넨다.) 두정: 씨발.(술병을 꺼내 마개를 따려한다.) 이건 왜 이렇게 안 열려 신흥: 잘 안 열리죠? 너무 무리하지는 마세요. 명일: 무리라뇨, 전 괜찮아요.(사이) 알겠습니다. 내일 오면 되는 거죠? 같은 시간에 두정: (술병을 집어던진다) 젠장, 젠장, 젠장! 신흥: 그렇게 까지 하실 필요는 없는데,(사이) 안 열리면 할 수 없죠 뭐(병을 받는다) 감사합니다. 명일: 안녕히 계세요. 아련한 음악 다시 흐른다. 명일, 천천히 무대를 돌고. 신흥 뚜껑을 열기 위해 애쓰며 퇴장, 두정 지친 듯 어깨를 늘어뜨리고 퇴장, 신내 편지를 들고 등장, 음악이 끝나면 명일과 신내 각자 자리를 잡는다. 신내: 편지 다 썼어요, 들어 볼래요?(편지를 꺼내 읽는다.) 오빠 명일: 연수야, 야! 신연수 신내: 잘 지내고 계세요? 명일: 난 잘 지내고 있어, 너는 잘 지내고 있는 거야? 신내: 전 무지무지 잘 지내고 있어요. 제가 며칠 전에 오빠에게 했던 말 기억나세요? 명일: 기억난다. 너랑 여기 자주 왔었는데, 신내: 죄송해요, 갑작스럽게 말하고는 대답도 듣지 않고 도망쳐 버려서, 놀라셨죠? 명일: 아니야. 네가 미안할 건 없어, 붙잡아 주지 못한 내가 미안하지. 신내: 그래서 말인데요. 오빠가 너무 당황스러운 나머지 제 얘기를 못 들었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편지를 써요. 저, 내일모레 있을 시, 도 대항 육상 대회에 시 대표로 나가게 됐어요, 아마도 제 인생의 마지막 경기가 될 것 같아요, 아빠가 육상을 못하게 하시거든요. 마지막 경기를 오빠가 꼭 보러 와줬으면 좋겠어요, 그럼 힘이 불끈 불끈 날거 같아요 어쩌면 한국 신기록을 세울지도 몰라요, 그렇게 되면 아빠도 더는 반대 못하시겠죠.-제발 그렇게 됐으면-, 자라나는 한국 육상 꿈나무의 앞길을 열어 주세요, 네 오빠! 우리가 대기하는 곳이 3번 게이트 쪽이거든요, 그쪽 스탠드 앞쪽에 계시면 제가 오빠를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꼭 와주셔야 해요, 오빠가 오지 않으면 저는 실망한 나머지 다리에 힘이 풀려 꼴찌를 할지도 몰라요, 꼭 와야해요, 꼭 꼭 꼭. 명일: 가고 싶어, 그곳에……. 멀리서 호루라기 소리 들려온다, 신내 재빨리 편지를 감춘다. 명일: 저 소리 들려? 우는 소리가 괴상하니까 분명 생긴 것도 이상한 새일 거라고, 확인해 보고 싶다고 몇 시간이나 헤매고 다녔었잖아. 결국 확인도 못해보고…….(목이 멘다.) 두정, 훈련복 차림으로 호루라기를 불며 걸어서 등장. 두정: (버럭)지금 뭐하는 거야! 정신이 있어 없어!(신내 얼른 뛰어 나간다.) 그런 정신 상태로 뭘 하겠다는 거야, 응! 그것밖에 안 되는 놈이었냐? 정말 실망이다. 네놈만은 꽤 괜찮은 녀석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너 같은 녀석은 에베레스트를 입에 담을 자격도 없어! 명일: 미안, 그때 널 잡았어야만 했는데. 두정: 에베레스트는 고결한 자에게만 허락된 곳이다, 약해 빠지고 결점투성이인 인간에게는 절대로 그 하얀 살결을 허락하지 않아! 명일: 그렇지 않아, 다 내 탓이야. 두정: 그깟 집안일 때문에 술에 절어 사는 게 부끄럽지도 않냐? 네가 말했던 꿈이라는 게 고작 이런 거였어? (사이) 그래, 나 이해 못한다, 아니 이해하고 싶지도 않아. 네가 이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것 같지? 얼빠진 놈.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어떤 인간인 줄 알아? 바로 너 같이 환경 탓, 상황 탓 하는 것들이야. 우리는 최악의 상황을 뚫고 나가야 하는 사람들이야. 별것도 아닌 일에 주저앉아 버리는 너 같은 놈은 필요없어! 당장 내 눈 앞에서 사라져, 무슨 염치로 훈련장에 나타난 거야, 나타나길. 다른 팀원들이 너 보면 사기 떨어지니까, 좋은 말로 할 때 얼른 꺼져라, 그리고 다시는 우리 앞에 나타나지 마. 명일: 제발 나타나줘, 한번 만이라도 좋으니까, 제발 내 앞에 나타나줘. 암전. 빛 속에 홀로 있는 신흥 신흥: (반쯤 줄어든 약병을 들고 허탈하게 웃으며) 안되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고, 겨우겨우 열어가지고 스무알을 넘게 먹었는데……, 뭐? 고통 없이 갈 수 있다고? 나쁜 새끼들.(꺽꺽댄다.) 이딴 걸 20만원씩이나 주고 산 내가 미친놈이지.(전화 벨이 울린다, 병을 내려놓고 전화를 확인하고는 배터리를 빼버린다.) 미안해 여보. 날 용서하지 마.(사이) 한심하죠? 저도 처음부터 이러진 않았습니다. 하기야 태어날 때부터 한심한 인간이 어디 있겠습니까. 살다보니까, 어찌어찌 하다보니까 한심해지는 거지.(사이) 돌아가신 저희 아부지께서 술만 드시면 어린 저를 붙잡고 늘상 하시던 얘기가 생각나네요. 두정: (빛 속에서 등장) 너 같은 놈은 필요 없어.(사라진다) 신흥: 그때는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어요, 근데 상황이 이렇게 되니까 알겠더군요, 그게 무슨 말이었는지, 아부지가 어떤 심정이었을지.“넌 어른이 되지 마라, 세상에서 가장 더럽고 추악한 동물이 바로 어른이란 동물이다.” 백번 맞는 말인 것 같아요, 그렇지 않나요? (사이) 그나저나 이제 어떡해야 하죠? 수습할 수도 없고, 도와줄 사람도 없고, 빌어먹을 죽지도 못하고, 어떡해야 하죠? 신내: (빛 속에서 등장) 그럴 땐 초콜릿을 먹으면 돼요, 그것도 아주 진한 다크 초콜릿, 아무리 우울해도 한두 조각이면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한두 번 혼난 것도 아니고 뭐. 괜찮아요. 초콜릿 하나면 땡이에요.(사라진다.) 신흥: 그 생각도 안해본 건 아닙니다. 근데 제가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예? 그건 너무 고통스럽지 않을까요? 제가 아픈건 딱 질색이라. 명일: (목소리) 연수야, 연수야 신흥: 쉿! 지금 누가 제 이름 부르지 않았나요? 설마 놈들이 여기까지?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텐데. 제발 좀 도와주세요, 잡히기라도 하는 날엔……, 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명일: (목소리)아! 꿈이었구나. 신흥: 윽!(배를 움켜쥔다.) 아 배야, 갑자기 왜 이러지? 뭐 먹은 것도 없는데. 화장실, 화장실……, 크 아퍼, 먹은 거라곤 이것뿐인데,(무언가 떠올라.) 약! 이 약! 개새끼들.(배를 부여잡고 달려 나간다.) 빛 속에 덩그러니 남겨진 약병. 빛이 점점 번져 공간을 환하게 만든다. 밝아지면 테이블에 앉아 있는 신내. 신내: 이 시간이면 항상 이곳을 지나가는데 (두정 등장) 어! 태령 오빠! 두정: (신내의 맞은편에 앉는다.) 왜 불러낸 거야? 신내: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드릴 게 있어요. 두정: 뭔데 신내: (편지를 건네며) 이거 두정: (받으며) 이게 뭔데? 신내: 나중에 읽어 보세요(얼굴이 붉어진다.) 두정: (읽은 후) 각서……, 야! 지금 너 장난하냐? 신내: 아니에요, 안 빨개요 두정: 이딴 종이 쪼가리를 어떻게 믿어? 신흥 한손에 휴지를 들고 등장, 처절한 소리를 지르며 부리나케 테이블을 지나쳐 반대편으로 사라진다. 신내: 전엔 죄송했어요, 제 말만 하고 멋대로 가버려서. 두정: 죄송하다면 다야? 신내: 예, 그치만 오래 기다리진 않았어요. 두정: 그 말을 어떻게 믿어. 신내: 오빠. 두정: 이제 날 그렇게 부르지 마. 더 이상 난 네 대장이 아니다 신내: 호, 혹시……, 여, 여자친구……, 있으세요. 두정: (단호하게) 없어, 추호도. 난 한번 결정한 건 목에 칼이 들어와도 바꾸지 않아. 마음 같아서는 널 죽도록 패주고 싶지만 옛정이 있어 참는다. 신내: 다행이다. 제가 얼마나 조마조마했다고요. 두정: 더 할 말 없으면 나 간다. 훈련중이었거든, 네놈이 그렇게 하찮게 여겼던 그 훈련 말이다. 신내: 그러세요, 예, 가보세요, 편지 꼭 읽어 보시고요, 두정: 두 번 다시 널 만나는 일이 없길 바란다.(각서를 구겨 테이블에 던진다.) 신내: 저도요, 그럼 안녕히 가세요 신내 꾸벅 인사하고는 떠나는 오빠(두정)의 뒷모습을 눈으로 는다. 두정 나간다. 신내는 오빠의 모습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자리를 뜬다. 신흥 허겁지겁 등장, 숨을 곳을 찾는다. 급하게 숨을 곳을 찾고는 몸을 숨긴다. 신흥: (숨을 몰아쉬며) 하필이면 화장실에서 마주칠 건 뭐야, 그나마 나오는 길에 마주쳤기에 망정이지 들어가는 길에 마주치기라도 했어봐. 아유아유 죽겠네.(두정이 버렸던 병을 발견) 뭐야? 새거잖아.(너무나 쉽게 병을 열고는 벌컥벌컥 마시고는 다시 뚜껑을 닫아 제자리에 놓는다.) 햐 시원하다.(허탈하게 웃으며) 안좋은 일만 생기는 것 만은 아니구나.(제자리에 털썩 주저앉는다.) 제 인생이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요? 아부지 말처럼 어른이 돼버려서 이렇게 된 걸까요? 가장 더럽고……, 후후후.(사이) 네? 어른이 되기 전에요? 글쎄요, 어른이 되기 전이라……. 그러고 보니 제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네요. 그땐 뭐, 다들 그렇겠지만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되고 싶은 것도 많고 그랬는데, 샐러리맨 따위가 될 거라고는 상상이나 했겠어요, 그 때의 저한테 미안한 생각까지 드네요,(사이) 그럼요, 뭐였냐면요……, 막상 말하려니까 쑥스럽네요, 웃지 마세요, 가수예요, 가수 (웃음) 웃기죠? 가수를 꿈꾸던 청년 도망자 되다! (웃음 소리속에 점점 슬픔이 담긴다.) 명일: (초췌한 모습으로 등장) 꿈이었어, 꿈. 연수야 보고 싶다. 보고 싶다 연수야.(컴퓨터를 켠다, 윈도 시작음악) 언제까지 너한테 편지를 쓸 수 있을까? 언제 와서 이 편지 읽어 줄래,(창 뜨는 소리, 몹시 놀란다.) 어, 어! 신흥: 아, 아! (배를 움켜쥐고) 또야? (뛰어 나간다.) 명일: (흥분) 틀림없어요. 그녀가 읽은 거예요. 그녀가 읽은 거라고요! 연수는 살아 있어요. 죽은 사람이 어떻게 메일을 읽어요, 안 그래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죽은 게 아니었던 거예요, 오 하나님 감사합니다.(짧은 사이)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요? 신흥: (등장) 지독한 놈들, 왜 화장실 앞에서 죽치고 있는 거야, 아, 미치겠네.(반대쪽으로 달려 나간다.) 명일: 봤죠, 네 봤어요, 근데 제가 본건 사고 나서 실려 가는 것까지였어요, 죽은 연수를 본 건 아니잖아요. 장례식요? 어……, 그건……, 아 그래그래, 필요했던 거예요 장례식이, 연수는 큰 사고를 당했어요, 죽지는 않았겠지만 몸이 성치는 않을 거예요, 왜 그런 것 있잖아요, 영화나 소설 보면 죽은 걸로 하고 숨어서 지내는 거, 그래 그거야, 그거.(짧은 사이) 비약요? 그건 선생님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다시는 여기 오지 않겠어요, 연수가 살아있어요! 제 우울증 따위는 한방에 끝났다고요. 하나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연수를 데려가지 않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어떤 모습이라도 좋아요 살아 있기만 하다면요, 신흥: (퀭한 얼굴로 등장) 살았다……. 두정: (목소리) 야! 야! 신흥: (소리 나는 쪽을 보며) 젠장! (도망친다.) 두정: (휠체어를 타고 등장. 낮은 목소리로) 거기 서! 뭐 나한테 속이는 거 있지? 틀림없어, 귀신은 속여도 나는 못 속이지. 뭐야? 사실대로 말해봐. 뭐야 대체? 명일: 예? 두정: 뭐라고 했어 지금? 다시 한 번 말해봐. 명일: 몇 번을 얘기해야 알아들으시겠어요, 지금은 연수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짧은 사이) 선생님! 왜 자꾸 그러세요? 선생님은 연수가 살아 있는 게 싫으세요? 비밀 번호를 아는 사람은 연수밖에 없어요, 그런 건 철저한 애였어요, 수신확인이 됐다는 건 연수가 열어 봤단 소리예요. 다른 가능성은 없어요. 두정: 그래 알았어, 너희들이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거 이해한다. 알았어, 알았어,(짧은 침묵) 잘 가라, 참 그리고 앞으론 문병 같은 거 오지마라, 훈련에만 전념해, 나 들어간다. 명일: 안녕히 계세요. 연수를 찾아봐야겠어요.(나간다.) 두정: (가다 멈춰서) 개자식들! 신흥: (온 몸엔 상처, 옷은 쥐어뜯겨 엉망인 채로 등장) 개새끼들! 두정: 의리 없는 놈들 같으니라고, 내가 이렇게 된지 얼마나 됐다고……, 그 자식을 끌어들여? 신흥: 아무리 그래도 사람을 이렇게 패냐 두정: 씨발, 씨발 씨발,(거친 웃음) 신흥: 아, 진짜 아프다, 돈 몇 푼에 아주 사람을 죽이려고 환장을 했구먼, 도망치지 않았으면 골로 갈 뻔했네.(어이없다는 듯이 웃다가 흐느끼기 시작한다.) 씨발 새끼들, 아부지, 여보, 나 아퍼.(울음소리 점점 커진다.) 두정: 그만해, 그만해!(울먹인다.) 두정과 신흥의 울음소리가 무대를 가득 메운다. 신내 허겁지겁 들어온다. 신내: 뭐하는 거예요 대체,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요. 이러고 있으면 어떡해요 얼른 일어나요 (두정, 신흥 울음을 그친다.) 자 초콜릿 (두정과 신흥 앞에다 놓는다.) 이거 먹으면 힘나거든요, 씹어 먹지 말고 천천히 녹여 먹어요.(사이) 자 가요, 가서 멋지게 1등하고 돌아오면 되잖아요. 그럼 분명 코치님도 기뻐하실 거예요, 얼른 일어나세요. 시간 다 됐어요. 우리 몸도 풀겸, 경기장까지 뛰어 가요! 오케이.(나간다.) 두정, 신흥 꾸역꾸역 자리를 털고 일어나, 신흥은 두정의 자리로, 두정은 신흥의 자리로 간다. 둘은 동시에 바닥에 떨어져 있는 초콜릿을 발견하고 집어든다. 신흥: 아깐 음료수 이번엔 초콜릿? 두정, 신흥: (하늘을 올려다보고 주변을 둘러보고는 다시 초콜릿을 본다.) 뭐야? 둘, 초콜릿을 까서 입에 넣는다. 마법같은 음악 잠깐. 알 수 없는 미소가 둘의 얼굴에 감돈다. 두정, 신흥: 그래, 힘내자, 신흥: 약을 스무 알씩이나 먹고, 그렇게 맞았는데도 안 죽었는대. 두정: 어차피 이렇게 될 일이었던 거야, 발버둥 쳐 봤자지. 두정, 신흥: 뭔가 길이 있을 거야. 두정: 그렇지? 신흥: 그렇지. 둘, 서로 반대편으로 퇴장, 신내 다른 곳으로 들어온다. 신내: 자! 우리 파이팅하는 거예요! 코치님도 병원에서 틀림없이 우릴 지켜보고 있을 거예요.(몸을 풀며 두리번거린다.) 아직 안 왔어요, 조금 있으면 시작인데 설마 안 오는 건 아니겠죠? (관중석으로 손을 흔들며 웃는다.) 엄마, 아빠 여기, 여기.(사이) 차가 막히나? 설마 무슨 일 생긴 건 아니겠지? 아닐거야. 그래, 그래. 오빤 틀림없이 올 거야. 자! 힘내자 연신내. 멋지게 달려서 일등 하는거야, 알았지? (더욱 열심히 몸을 푼다.) 명일 등장. 신내: 어! 오빠! (명일에게) 여기에요, 여기.(환하게 웃으며 인사) 오빠가 왔어요, 오빠가 왔다고요. 좋았어, 아자아자! 명일: 어디서부터 시작하지? 친구들은 모를 테고, 부모님을 찾아뵈어야 하나? 그래, 일단 아이피 추적부터 해보자, 좋았어, 아자아자! (컴퓨터 앞에 앉는다.) 소리: 여자 800미터 예선전 참가자들은 본부석 쪽으로 와주시길 바랍니다. 신내: (오빠 쪽을 향해) 꼭 일등 할게요! (나간다.) 두정 등장, 휠체어를 세우고 천천히 바닥으로 내려 재활운동을 시작한다. 각자의 일에 열심인 두 사람. 명일: 안 되네, 이렇게 하는 게 아닌가? 두정: 헛 둘, 헛 둘. 한참을 하다 지친 둘. 명일: 아, 모르겠다.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 야? 두정: (숨을 몰아쉬며) 두고 봐 꼭 해내고 말 테니까. 기다려라 에베레스트, 내 네놈을 꼭 밟아주고 말 테다. 소리: 딩동댕동.601호 특실 환자분 면회객이 와 있습니다. 속히 병실로 돌아와 주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명일: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어디서 공사하나? 집중을 할 수가 없잖아 집중을. 두정: 면회? 누구지? (휠체어에 오른 후 퇴장.) 명일: 도저히 안되겠다. 누구 컴퓨터 잘하는 사람 없나? 아 그렇지! (휴대전화를 꺼내 건다.) 여보세요? 문정이냐? 응, 나 명일인데·…….(통화하며 나간다.) 나가는 명일과 교차하며 신내 등장. 긴장을 풀기 위해 몸을 턴다. 소리: 여자 800미터 세번째 경기가 시작되겠습니다. 선수들은 입장해주시길 바랍니다. 신내 앞으로 나와 몸을 푼 다음 놓여 있는 병을 들고 마시고는 (두정이 버렸던 병) 출발선에 선다. 소리: 차렷, 준비. 소리2: 거기 서 개새끼야! 소리: (총소리) 탕 출발과 동시에 터지는 응원과 환호성 속에서. 슬로 모션으로 출발하는 신내.“안 서면 죽어!” 소리를 등지고 신흥 슬로로 뛰면서 등장. 신내와 신흥 같은 방향으로 뛴다. 혼신의 힘을 다해 뛰는 두 사람. 신흥이 점점 신내를 따라잡아 이윽고 나란히 뛰게 된다. 신흥이 신내를 앞서가려는 찰나. 신흥의 발이 꼬여 중심을 잃고, 그런 신흥에 걸려, 비명을 지르고 넘어지는 신내. 신흥은 얼른 추스르고 멀리 달아난다. 엎어진 채 그대로 있는 신내에게 빛이 모아진다. 빛은 점점 작아진다. 암전. 다시 서서히 밝아지면 신내의 자리에 서서 홀로 빛을 받고 있는 신흥 신흥: 하하하, 꼴좋다, 내 그럴 줄 알았어. 내가 한번은 잡혀도 두 번은 안 잡힌다! 이래 봬도 왕년에 한달리기 한 사람이야 왜 그러셔.(사이) 그나저나 이제 뭘 어떡해야 하지? 집에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렇게 길거리에서 전전긍긍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약만 안 샀더라도 좀 더 나았을 텐데 (뒤적거려 지갑을 꺼낸다.) 육 만원. 육 만원이라, 이걸 갖고 뭐해……, 인생 허무하다, 나이 서른여덟에 가족 버리고 수중에 딸랑 육 만원 들고서 고민하는 꼴이라니……, 아니다, 아니다. 돈 한푼 없는 것 보다 낫지, 그래 그렇게 생각하자. 육 만원으로 새출발하는 거야! 까짓 인생 대역전이 별거야, 나라고 뭐 육 만원의 신화 만들지 말라는 법 있어? (절규한다.) 젠장, 근데 뭘 하냐구! 세 개의 빛이 동시에 들어온다. 빛 속에 나란히 있는 명일, 신내, 두정, 신흥. 명일은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고 있고, 신내, 입 주변이 피에로처럼 초콜릿이 범벅인 채로 무지막지 멍하게 앉아 있다. 두정은 한 곳을 응시한 채 얼어있다. 지하철 환승 멜로디가 경쾌하게 울린다. 소리: 이번 역은 전동차를 갈아타실 수 있는 환승역입니다. 다른 전동차를 이용하실 손님께서는 빠뜨리신 물건이 없나 잘 살펴보시고 다른 열차로 갈아타시길 바랍니다. 넷. 각자의 자리를 떠나 각기 다른 사람이 있던 자리로 이동한다. 두정과 신흥 쪽의 빛이 어두워진다. 명일: 틀림없다니까요, 증거요? 몇 번이나 말씀드려야 돼요, 제가 보낸 메일이 수신 확인이 되어 있었다고요, 왜 그게 증거가 안 되는 건데요, 비밀번호는 연수 말고 다른 사람은 아무도 모른다니까요.(사이) 그러니까 한번만 조사해달라는 거예요, 저기요, 무슨 얘긴 줄 알겠는데요, 사망신고가 됐다고 해서 꼭 죽었다고 볼 수는 없잖아요.(사이) 말이면 답니까! 제가 미친놈으로 보입니까? 당신들 시민의 요청을 거절하는거 그거 직무 유기야 알아? 민중의 지팡이라며? 친절봉사라며! 이따위로 일할 거야! (사이) 제발요, 딱 한번만이라도 좋으니까 조사해 주세요. 연수는 살아 있어요, 죽은 사람 살리는 셈치고 아니, 정말로 죽은 사람 살릴 수 있는 일이니까 한번만 도와주세요? 네? 한번만요. 신내: 안 돼! 안 돼! 아무리 초콜릿을 먹어도 나아지지 않아,(흐느낀다.) 마지막 시합이었는데, 다시는 달릴 수 없는데……, 오빠가 보고 있었어, 정말 잘하고 싶었는데……, 끝이야, 전부 끝장나버렸어. 명일: 이대로 끝낼 순 없어. 신내: 코치님 얼굴을 어떻게 보지? 입원하실 정도로 열심이셨는데. 명일: 이젠 뭘 어떡해야 하지? 신내: 이젠 뭘 어떡해야 하지? 모두들 나한테 손가락질할 거야, 부모님도 친구들도 오빠도 모두들 한심하게 생각할 거야. 내가 전부 망쳐버린 거야. 어떡해. 멀리서 신흥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한 손에 낡은 기타를 들고 등장하는 신흥 미친 듯 웃으며 무대를 휘젓고 다닌다. 신흥: 하하하, 이거야 이거! (기타를 튜닝하며 흥얼댄다.) “나는야 돈 한푼 없이 기는 도망자라네 하지만 나에겐 낡은 기타와 노래가 있어 둥기둥가.” 가수가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요? 육 만원으로 어떻게 새 삶을 시작할까 고민해 봤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없더군요, 이럴 때 의지할 마땅한 친구도 없는 내 자신이 한심했습니다. 갈 곳은 없고 배는 고프고, 그러고 있자니 일단 배라도 채우고 보자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눈에 띄는 포장마차에 들어가 오뎅을 집어 들었습니다. 터진 입술에 닿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한입 베어 물었는데,(웃음) 오백원짜리 오뎅이 그렇게 맛있는 거예요, 사실 길거리에 서서 쩝쩝거리며 먹는 사람들을 보면 손가락질 했었는데……, 아! 이래서들 먹는 거구나, 이해가 되더라고요. 막 세 개째 꼬치를 집어드는데 낯익은 노래가 들려왔어요, 포장마차 앞에 있는 레코드 가게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노래였어요, 렛잇비였는데, 너무 유명해서 촌스럽게까지 느껴졌던 그 노래가 전혀 다르게 들리는 거예요, 길거리 오뎅과 렛잇비, 저한테는 그냥 그저그런 뻔한 것들에 지나지 않았거든요……, 뭐 암튼, 오뎅을 질겅거리며 노래를 들었어요. 렛잇비가 그대로 두라는 뜻이라면서요? 어렸을 때는 왜 그대로 두라는 건지 이해를 못했었는데, 그 순간에 아! 그런 거구나 하고 고개가 끄덕여졌어요 그래서 그길로 곧장 중고 악기상으로 달려가 이놈을 장만했습니다. 지금 제 수중에 있는 거라곤 이 녀석과 단돈 삼천원이 전부입니다. 기타와 삼천원이라 뭔가 고독하기도 하고 낭만적이지 않나요? 그래서 결정했습니다.20년 만에 만들 노래의 제목.“기타와 삼천 원” 하하하, 놀라셨죠? 저도 놀랐습니다 이런 완벽한 제목을 만들어 내다니, 제목부터 뭔가 확 필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명일: 뭐라고요? 다시 한 번만 말씀해 주세요. 신흥: 기타와 삼천원 명일: 설마……. 신내, 신흥 쪽을 바라보다 ‘흑’ 소리를 내며 고개를 돌려 뛰쳐나간다. 신흥: (신내가 나간 방향에 대고) 놀라시긴……, 노래가 완성되면 여러분은 지금보다 열배는 더 놀라실 겁니다. 명일: 잘 알겠습니다.(사이) 흥신소요? 아닙니다. 그냥 개인적인 일 때문에 찾는 겁니다. 그러니까 서둘러 이사를 간 것 같은 느낌을 받으셨다는 거죠.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신흥: 일단은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만들었던 노래로 시작할 겁니다. 장소는 뭐, 찾아봐야죠, 설마 서울 하늘아래 제가 노래할 만한 곳이 없겠습니까. 지금 이 순간부터 저는 가숩니다. 불행한 샐러리맨이 아니라 어릴적 꿈을 이룬 멋진 사람이 된 거죠. 하하하. 자! 그럼 저를 기다리는 무대를 찾으러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신흥, 큰 소리로 웃으며 퇴장, 명일 쪽지와 주소들을 확인하며 여기저기를 기웃거린다. 두정 휠체어를 타고 등장. 두정: (놀람을 감추며) 웬일이냐? 명일: 여기가 16-28번지 맞죠? 두정: 용케도 올 생각을 했구나. 명일: (떨리는 목소리로) 연수네 집 맞죠? 두정: 다 알고 온 거 아니야? 그런 건 왜 물어. 명일: 저는 연수 남자친구 명일이라고 합니다. 두정: 팀을 맡게 됐다고, 축하한다. 명일: 힘드시겠지만 저도 어렵게 마음먹고 온 것이니 제 얘기 좀 들어주세요. 두정: 너하고 할 얘기 없으니까 그만 가봐. 명일: 그 심정 이해합니다. 하지만……. 두정: 사실대로 말하지, 네 얼굴 두번 다시 안 봤으면 좋겠다. 명일: 잘 알겠습니다. 오늘 이후 찾아뵙는 일은 없을 겁니다. 대신 한 가지만 대답해 주십시오. 두정: 꼴 좋다고 웃고 싶겠지, 웃고 싶으면 웃어. 명일: 연수……, 연수 살아있죠? 네? 두정: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야! 명일: 사실대로 얘기해 주십시오. 사고 이후에도 매일같이 연수에게 메일을 보냈었는데 며칠전 그 메일이 모두 수신 확인이 됐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전에 살던 집에서 이사 하실 때 도망치듯 떠났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연수가 살아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두정: 상상력이 풍부하구먼. 그따위 소리는 집어치워, 보시다시피 난 글러먹었어. 명일: 그렇다면 제가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 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저는 연수 찾는 걸 포기하지 못합니다. 두정: 내가 그런 소리를 했던가? 그래 그런 말을 했겠지……, 하지만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달라. 상황 탓, 환경 탓 하는 게 아니야, 현실이 그렇다는 거지. 네 놈이 그런 말을 하는 저의를 모르겠다. 더 이상 널 마주하고 얘기하고 싶지 않다. 조심해서 가라.(나가려 한다.) 명일: 거짓말……, 거짓말이죠? 그럴 리 없어, 저를 포기하게 하려고 하는 얘기죠? 그렇죠? 두정: (멈춰서서 혼잣말로) 고결한 자만이 에베레스트에 오를 수 있다·……, 고결한 자라…….(쓴웃음) 에베레스트. 그런 게 있기는 한 걸까 (나간다.) 명일: (절망적으로) 잘 알겠습니다, 폐를 끼쳐 드려서 죄송합니다.(나가려다 멈춰서서) 연수야……, 너 정말 없는 거야? 명일이 나가자마자, 박수 소리와 함께 현란한 조명이 무대를 훑는다. 무대 중앙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선글라스를 쓴 신흥이 기타를 들고 마이크 앞에 서 있다. 신흥: 여러분 감사합니다. 다음에 들려드릴 곡은 지금의 저를 있게한 바로 그 노래입니다.20년 전 그러니까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가수의 꿈을 가득 품고 며칠 밤을 새우며 코피를 쏟아가면서 만든 노래입니다. 제 입으로 말하기는 쑥스럽지만, 좋은 노래는 세월이 흐를수록 그 가치를 더해간다는 얘기가 있죠, 그게 바로 이 곡을 두고 한 얘기란 걸 요즘 들어 새삼 느끼게 됩니다. 자 그럼 눈을 감고 제 목소리에 취해 보시기 바랍니다. 제목은 “빌어먹을 인생.” 신흥 기타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단조롭고 유치한 느낌의 멜로디. 신흥: 인생이란 무엇일까 인생이란 무엇일까 그것이 뭔지 몰라도, 이건 아니야, 이건 아니야 산다는 건 무엇일까 산다는 건 무엇일까 각각의 빛을 받으며 세 사람 나타난다. 약통을 들고 있는 명일, 휠체어 위의 두정, 경기 중에 쓰러져 있는 신내. 신흥: 그것이 뭔지 몰라도 신내: 이건 아니야, 명일, 두정: 이건 아니야 신흥: 목적도 모른 채 공부를 하고, 의지와 상관없이 순위가 매겨지고 누구의 인생인데, 내 삶의 주인은 대체 누구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야. 모두: 이건 아니야. 간주. 두정 굳은 표정으로 한곳만 응시하며 생각에 잠겨있다. 명일: 전부 제 착각이었습니다. 여동생이 혹시나 하고 비밀번호를 쳤는데 열렸대요, 계정을 없앤다고 그러더군요, 그렇다고 앞으로는 메일 보내지 말라고……, 근데 비밀번호가 뭐였는지 아세요? ‘엠, 와이, 유, 엔, 지, 아이, 엘’이었대요. 명일, 제 이름이었어요.(허탈하게 웃는다.) 연수야 조금만 기다려 내가 갈게.(약병을 바라본다.) 신내: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어떡하지, 일어날 수가 없어, 오빠, 엄마, 아빠, 코치님……. 일어나 달려야 하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아요, 모두들 저만 바라보고 있겠죠, 고개를 들 수 없어요, 너무 무서워요. 신흥: 이른 아침, 아니 그건 해도 안 뜬 새벽이야. 흔들어 깨우며 하시는 말씀, 얼른 일어나, 얼른 일어나. 늦은 밤에, 아니 그건 달도 지는 새벽이야 지친 나에게 하시는 말씀, 공부 하다 자, 공부 하다 자, 조금만 더 자고 싶어요 제발. 잠도 못 자가며 난 무얼 하는 걸까. 누구의 인생인데, 내 삶의 주인은 대체 누구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야. 이건 아니야. 간주. 명일 결심한 듯 약을 꺼내 털어 넣는다. 신내는 여전히 그대로 엎드린 채다. 등이 들썩거린다. 두정, 휠체어에 브레이크를 걸고 수건을 감은 숟가락을 꺼내 입에 문다. 명일 쓰러진다. 두정, 있는 힘껏 일어나려 하지만 바닥에 쓰러지고 만다. 온힘을 다해 일어나려 한다. 신흥: 귓가에 맴도는 어머니 말씀. 일어나, 일어나, 어서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다 너를 위해 하는 말이야 인생이란 다 그런 거야, 좋은 말로 할 때 어서 일어나,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 신내 서서히 일어나기 시작한다, 일어나려고 애쓰는 두정 신흥: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명일 갑자기 일어나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간다. 명일: 아 배야! 눈물을 흘리며 일어난 신내, 이를 앙다물고 슬로로 뛰기 시작한다, 두정 간신히 몸을 지탱해 휠체어에 오른다. 신흥을 제외한 나머지 빛이 사라진다. 신흥: 인생이란 그런 거야 이유는 없어, 모두들 다 그렇게 살아 일어나, 일어나. 얼른 일어나서 밥 먹고 학교가 빌어먹을! 일어나, 어서 일어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기쁨에 차 인사를 하다가 갑자기 표정이 굳는다.) 여, 여보……. 무대 밝아진다. 신흥 머뭇거리는 사이 신내 천천히 등장한다. 신내: 오빠 신흥: 여, 여보 신내: 어쩐 일이세요? 신흥: 당신이 어떻게 여길……. 신내: 잘 왔어요, 그렇지 않아도 할말 있었는데. 신흥: 그러니까……, 그게 신내: 아무 말 마세요, 부탁이에요, 제가 얘기할 테니 듣기만 하세요. 신흥: 미안해, 정말 미안해. 신내: 사실 저 오빠 좋아했었어요, 하지만 이제 아니에요. 신흥: 그게 무슨 소리야? 신내: 말 그대로예요, 이젠 오빠를 좋아하지 않아요. 신흥: 여보, 그러지 마, 제발, 응? 내가 잘못했어, 내가 죽일 놈이야. 신내: 고마워요, 진작 얘기해 줬으면 좋았을 텐데, 정말 고마워요 그렇게 말해줘서, 저 꼴찌해서 이런 거 아니에요. 정말 오빠에 대한 마음이 식어 버려서 그런 거예요. 신흥: 내 뭐든 할 테니까, 제발 죽는다는 소리는 말아줘, 부탁이야. 신내: 그러지 마세요, 오빠답지 않아요. 신흥: 난 이미 끝난 놈이지만, 당신하고 우리 창신이 수진이는 아니잖아. 남편, 아버지 잘못 만난 죄밖에 없잖아, 여보, 그러니까 그런 소리 두번 다시 하지마. 신내: 괜찮아요? (사이) 저요? 보세요 전 아무렇지 않아요. 신흥: 많이 생각해 봤는데 그 방법밖에 없는 것 같아. 신내: 그래요, 그렇게 해요. 신흥: 이혼하면 놈들도 더는 못 괴롭힐 거야, 자리잡히는 대로 연락할게, 당분간은 어렵겠지만 생활비랑 애들 교육비는 최대한 노력해 볼게. 어떻게든 아빠 노릇은 하도록 할게. 미안해 여보. 신내: 그럼 저 이만 가볼게요, 오빠도 조심해서 가세요. 안녕……, 안녕.(자리를 옮긴다.) 신흥: 놈들이 위치추적을 해서 전화기 못쓰니까, 내가 연락할게. 신내: 오빠도 제가 좋대요, 우습죠? 기껏 마음 정리했는데 고백을 받다니……, 조금만 빨리 말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괜찮아요, 저, 아무렇지도 않아요, 아무렇지도…….(사이) 저 끝까지 달렸어요, 포기할까도 생각했었는데, 그 순간 어디선가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어요,“일어나, 일어나! 어서 일어나서 레이스를 마쳐!” 목소리를 따라 나도 모르게 일어나서 다시 달리기 시작했어요, 사실 그 이후엔 아무 생각도 안나요, 어떻게 결승점을 통과 했는지, 어떻게 집으로 돌아 왔는지……. 정신이 들고 보니까 제 방에 덩그러니 앉아 초콜릿을 잔뜩 쌓아놓고 먹고 있더라고요, 그러다 우연히 거울을 봤는데 눈은 너무 울어서 퉁퉁 부어 있고, 입 주변은 초콜릿이 번져서 피에로처럼 되어 있더라고요, 순간 그 모습이 너무 우스워서 깔깔대고 웃어버렸어요, 한참을 그렇게 웃고 있는데 또다시 목소리가 들려 왔어요,“일어나, 일어나! 어서 일어나서 레이스를 마쳐!” 눈을 감고 목소리에 온 신경을 집중해서 들어 봤어요, 자세히 들어 보니까 제 목소리더라고요, 자기 목소리를 녹음해서 들어 보면 처음엔 자기 목소린 줄 모르잖아요, 그런 것과 비슷한 거였어요, 조금 익숙해지니까 알겠더라고요, 제 목소리인지. 신흥: 그랬어? 그거 다행이네. 알았어 그러니까 그렇게 하자고.(사이) 내 걱정은 하지마, 당신하고 애들이 힘들지 나야 뭐……. 그만 가봐, 수일내로 전화할게, 조심해서 들어가고 (손을 들어 가볍게 흔든다.) 여보! (사이) 아, 아니야. 애들한테 안부 전해줘.(사이. 혼잣말로) 잘 살아,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평소에 안해 버릇해서 힘드네. 신내: 근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경기는 이미 끝나버렸는데, 레이스를 마치라니,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그게 무슨 뜻일까 하고,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신흥: 자! 이젠 나의 무대를 찾아가 볼까,(기타에게) 가자 로시난테, 갈 길이 멀다. 서두르지 않으면 날이 저문다고.(나간다.) 신내: 800미터 경기는 트랙을 2바퀴 도는 거예요, 작전도 중요하긴 하지만 페이스 조절과 순간의 판단력이 그 어떤 종목보다 중요해요, 처음부터 너무 빨리 달려도 안 되고 페이스 조절한다고 천천히 출발해도 안 되죠, 작전대로 달리다가도 상황에 따라 작전을 포기하고 감으로 스퍼트하는 경우도 많고요. 생각해 봤어요, 나는 지금 어디쯤 달리고 있을까.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달려온 것보다 달려야 할 트랙이 더 많이 남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낸다.) 알람이네요. 저 이제 그만 가봐야 해요, 중요한 일이 있거든요.(나간다.) 텅 빈 무대. 멀리서 전동차가 다가오는 소리가 점점 가까이로 들려온다. 소리는 멈추지 않고 무대를 가로지른 후 점점 멀어져 간다. 두정 훈련복 차림으로 빈 휠체어를 끌고 등장한다. 휠체어를 세우고 한두 걸음 떨어져 선다. 두정: (휠체어에 대고) 너한테는 안 된 일이지만, 위로해 주고 싶은 맘은 추호도 없다. 잔인하게 들려도 할 수 없어. 다 네 잘못이야, 한 번 더 점검했어야지, 한 번 더 살폈어야지. 그 정신 상태로 에베레스트에 올랐다면 너 때문에 동료들 모두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어, 너 이렇게 된 거, 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목숨과 다리를 바꿨다고 생각해, 어찌 보면 이렇게 된 거 너한테는 축복일지도 모른다, 이런 경우를 한두 번 본 게 아닌 인생 선배로서 하는 얘기니까 귀담아 듣는 게 좋아, 휠체어 생활도 익숙해지면 괜찮을 거야, 괜히 재활한다고 힘 낭비하지 말고 그 다리에 적응하는 편이 나을 거다. 나같이 바른 말을 하는 선배를 만난 걸 다행이라고 생각하라고. 이제 가봐야겠다, 돌아가서 합숙 준비를 해야 하거든, 들어가서 한 숨 자는 게 어때? (휠체어를 밀고 나간다.)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와 함께 두정이 나간 반대편에서 피골이 상접한 명일이 다리 힘이 풀린 채로 등장 명일: 이렇게, 이렇게 죽는 건가……. 정말 특이한 약이야. 고통스럽냐고 물었을 때 왜 그런 웃음을 지었는지 이해가 돼.(힘없는 웃음) 왜 죽으려고 했는지, 죽기로 결심한 내가 원망스러워지다니……, 아픈 배를 감싸고 변기 위에 앉아 있자니 살려달라는 말이 절로 나오더군요, 그러다 알게 됐어요, 연수를 잃었을 때보다 변기 위에서 더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을요.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는데 웃음이 나왔어요, 눈물은 줄줄 흐르고 웃음은 멈추지 않고, 아래도 멈추지 않고 (힘없는 웃음) 제가 연수를 사랑하지 않았던 걸까요?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는데, 배가 아프기 전까지만 해도 더 이상 아픈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걸까요? 멀리서 호루라기 소리 명일: 저 새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 까요? (고개를 숙인다.) 서로 다른 곳에서 나오는 신흥, 신내, 휠체어 탄 두정. 각자 자리를 잡고 선다. 네 사람: 요 며칠 정말 힘들었어요. 세상에서 버려져, 혼자 어딘가에 버려진 것 같은 느낌, 세상의 모든 불행이 한꺼번에 나한테 달려든 것 같은 느낌, 빠져나오려 하면 할수록 더 깊이 빠져드는 진흙 구덩이에 빠진 것 같았죠. 두정, 신흥: 왜 하필 나야? 명일, 신내: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거지! 네 사람: 속으로 원망도 하고 고래고래 소리도 질러 봤습니다. 근데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어요. 당연한 얘기죠, 고민하고 소리 질러서 일이 해결 된다면 이 세상에 힘든 사람은 한 명도 없을 테니까요.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신흥: (큰 목소리로) 가수가 되기로요! 두정, 명일: (바로 이어) 받아들이기로요 신내: (이어서) 다시 달리기로요. 네 사람: 많이 겁나고 솔직히 자신 없기도 하지만 어쩌겠어요? 일어나야죠, 신흥: (노래한다) 일어나, 일어나, 어서 일어나 네 사람: 변하는 건 하나 없지만 그렇다고 되돌릴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두정: 저, 결국 에베레스트에 오르게 되었습니다.(휠체어를 뒤로 돌리자 자동차 번호판 모양의 판에 ‘에베레스트’라고 쓰여 있다.) 썰렁했나요? 지하철이 들어온다고 알리는 방송이 나온다. 지하철이 다가오는 소리, 멈추는 소리, 문 여는 소리. 모두 한발씩 앞으로 자리를 옮긴다. 다시. 따사로운 봄볕, 아련한 음악. 그리고……. 명일, 고개를 숙인 채 힘없는 걸음으로 어디론가 걸어간다. 신내, 힘찬 걸음으로 어디론가 걸어간다. 두정, 주위를 둘러보더니 이내 어디론가 간다. 신흥, 기타를 정성껏 보듬으며 어디론가 간다, 다시 명일이 등장했다 사라진다. 다음엔 신흥, 신내, 두정 차례로 등장했다가 사라진다. 그들은 서로 인식하지 못한 채,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어느새, 각자 자리를 잡고 서 있는 네 사람. 모두들 잠시 망설이다. 각자 어딘가를 향해 이야기한다. 네 사람: (동시에) 저기……. 암전. 어둠 속에서 신흥의 목소리 신흥: (목소리) 드디어 완성했습니다.‘빌어먹을 인생’을 이을 평생의 역작.‘기타와 삼천원’ 조명을 받으며 멋지게 등장한 신흥. 노래한다. 신흥: 옛날 어느 시골 마을에 가수를 꿈꾸는 소년이 살았다네 매일 밤 꿈속에서 노래하던 소년은 매일이 너무나 행복했다네 그러나 어느 샌가 소년은 노래하는 꿈을 꾸지 않게 되었네 그렇게, 그렇게 어른이 되어 갔다네. 서울 하늘 아래 어딘가 가수를 꿈꿨던 남자가 살고 있다네 꿈을 잊은 채로 살아가던 남자는 하루가 너무나 힘들었다네 그러나 어느 순간 갑자기 노래하던 꿈을 떠올렸다네 그렇게, 그렇게 어른이 되어 갔다네 아, 가진 건 사랑스런 기타와 단 돈 삼천 원뿐이지만 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하다네, 아, 가진 걸 모두 잃어 남은 것 하나 없어 불행하지만 나에겐 기타와 삼천원 있네, 기타와 삼천원, 기타와 삼천원. 기타와 삼천원, 기타와 삼천원. 세상에 내 것이 하나 없어도, 노래를 할 수 있어 행복하다네, 기타와 삼천원, 기타와 삼천원, 기타와 삼천원 있어 너무 행복하다네. 너무 행복하다네. 박수 소리에 몇 번이고 감사의 인사를 하던 신흥, 키스를 날리며 퇴장한다. 무대 한쪽에서 연수, 차분한 걸음으로 등장 어디론가 걸어간다. 태령, 꽃다발을 들고 환한 얼굴로 등장, 어디론가 걸어간다. 약장수, 전화기를 들고 등장, 상대가 받지 않는지 계속 버튼을 눌러대다가 퇴장한다. 다시 연수가 등장했다 사라진다. 다음엔 약장수, 태령, 차례로 등장했다가 사라진다. 그들은 서로 인식하지 못한 채,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어느새, 각자 자리를 잡고 서 있는 세사람. 연수: 그 사람을 처음 만난 건 약장수: 종로 5가입니다. 태령: 어찌 할 바를 모르겠더군요. 연수: 환하게 웃는 모습이 너무 멋졌어요. 약장수: 주로 자살하려는 사람들이 고객이죠. 혹시 필요하신가요? 태령: 네, 그녀를 사랑했거든요. 연수: 사랑했어요, 그래서 많이 미안했고요, 혼자 남겨두고 떠나서 약장수: 미안한 마음은 들지 않습니다. 태령: 그녀는 떠났지만 전 아직 그녀를 떠나보내지 않았습니다. 연수: 이제 떠날 거예요, 명일씨를 놓아주려고요, 마음속에서 서서히 사라질 거예요. 약장수: 그 약을 먹게 되면 죽을 각오로 살게 되죠, 태령: 각오는 되어 있습니다. 우선은 열심히 달리는 신내를 뒤에서 지켜보는 것부터 시작하고요 연수: 뒤에서 지켜본다는 거 그리 쉽지 많은 않더라고요, 많이 아파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다는 것이……. 약장수: 그것이 문제죠, 부작용이 너무 심해요, 설사가 장난 아니거든요, 어떻게든 해결해 보려고 했는데 잘 안 되네요, 하하하. 세 사람 모두 정지. 두정이 휠체어를 밀고 들어온다. 무대 중앙에 휠체어를 놓고 나간다. 휠체어 홀로 빛을 받는다. 휠체어: 전 에베레스틉니다. 제 주인님이 붙여준 이름이에요, 전 어디를 가나 주인님과 함께 하죠,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라고나 할까요. 늘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주인님이 제게 이름을 붙여주고 난 뒤로 가끔이긴 하지만 웃는 모습을 보이시더라고요, 저는 그래서 제 이름이 좋습니다. 지하철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휠체어: 지하철이 왔네요, 못다한 얘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죠, 저는 지금 지하철을 갈아타야 하거든요. 경쾌한 음악과 함께 암전. ■ 등장인물 명일(25세, 대학생) 신내(18세, 고등학생, 육상부) 두정(32세, 산악인) 신흥(38세, 샐러리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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