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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대 7명 출교사태 500일…법정다툼 벌이는 스승과 제자

    고려대 7명 출교사태 500일…법정다툼 벌이는 스승과 제자

    #.8월21일 오후 2시 서울 중앙지법 민사법정 562호. 원고측 변호인 “학생들과 대화를 통해 보건대 학생들과 고려대의 협의 창구를 마련해줬다면 지난해 4월 교수 감금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증인 “아닙니다.” (원고들이 앉아 있는 방청석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피고측 변호인 “원고 측이 자꾸 재판 내용과 관련 없는 내용에 대해 묻고 있습니다.” 판사 “필요한 내용입니다. 그리고 원고들, 자꾸 웃지 마세요. 원고들 태도가 양형에도 고려될 수 있는데 증인 의견이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자꾸 웃고 그러면 어떻게 합니까.” 고려대 사제지간에 법정다툼이 한창이다. 고려대 학생 7명은 지난해 4월 출교처분을 받자 학교를 상대로 ‘출교처분무효확인 소송’을 냈고, 이날 법정에서는 2차 심리가 열렸다. 학생들이 다시는 학교에 돌아올 수 없는 고려대 사상 첫 출교조치에 고려대의 교수와 학생들이 이례적으로 법정에서 만난 것이다. 피고측 증인은 성영신 전 학생처장(심리학과 교수). 학교 측은 교내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출교생들이 행정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며 천막 철거 소송을 제기했다. 맞소송인 셈이다. ●학생측 “교수 감금 사실과 다르다” 법정 다툼의 쟁점은 출교라는 징계사유의 사실관계다. 출교 결정의 발단은 지난해 4월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100여명의 학생들은 고려대 병설 보건전문대생에게 총학생회 투표권을 줄 것을 촉구하는 요구안을 학교에 전달하려다 거절당하자 본관에서 보직교수들과 승강이를 벌였다.2층과 3층 사이 계단에서 17시간가량 대치했다. 학교측은 이를 ‘교수 감금 사태’로 규정했고, 학생들은 항의시위라고 주장했다. ●“충분한 소명기회 없었다” 또다른 쟁점은 징계 과정의 적법성과 형평성이다. 학교 측은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교수 감금 사태와 관련해 상벌위원회를 소집한다고만 통보했다. 하지만 징계 사유에는 이보다 앞선 2월 입학처 점거 시위도 포함되어 있었다. 원고측 이상준 변호사는 “징계 통보 단계에서 사유를 특정해야 대상자들도 이에 대한 소명을 충분히 준비할 수 있는데, 학교 측이 입학처 점거 건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가 징계과정에서 끼워넣었다는 사실을 실토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징계 대상인 학생들에게 충분한 소명기회를 줬는지도 논란거리다. 이 변호사는 “출교 조치에 대해서는 재심 절차도 없는데 4시간 동안 19명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다니, 좀더 많은 시간을 소요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질문했고, 성 교수는 “소명 시간 부여는 상벌위의 결정이었으며, 충분했다고 본다. 반복되는 답변에 대해서만 소명을 제지했다.”면서 “폭력적인 학생운동에 반대한다는 소회를 밝힌 학생들에게는 가벼운 징계를 내렸다.”고 답했다. ●학교측 “반성한다면 출교처분 재고” 학교 측은 이번 소송과 무관하게 학생들의 진심어린 반성이 출교 사태를 매듭지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지적했다. 학생처장을 맡고 있는 교육학과 강선보 교수는 “조정과정에서 이미 재판부에 ‘출교생들이 진정한 의미의 사과를 할 경우 출교 조치를 교육적으로 재고하겠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면서 “이럴 경우 다시 상벌위원회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 반성하면 뭘 어떻게 해주겠다는 확답은 못 주지만, 교육적으로 재검토의 소지가 충분히 있다.”고 설명했다. 출교처분무효확인 소송의 1심 판결은 다음달 20일 나온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콘디’ 제나의 웃음 찾아주기 프로젝트

    인도에 사는 8살 소녀 제나에겐 표정이 없다. 예쁘장한 얼굴에 공부도 잘하지만 가족이 아닌 사람들 앞에서는 잘 웃지도, 말을 하려 하지도 않는다. 제나는 선천적으로 윗입술이나 입천장이 갈라지는 구순구개열 환자. 호텔 주방에서 일하는 제나 아버지의 월급은 한국 돈으로 고작 6만원. 먹고 살기 빠듯한 형편이라 제나를 병원에 데려가보지도 못했다. MBC 의학프로그램 ‘닥터스’는 27일 오후 6시50분 제나를 비롯한 27명의 구순구개열 환자 ‘콘디’들에게 환한 웃음을 되찾아주는 4박5일간의 프로젝트를 방영한다. 영양결핍과 약물남용이 가장 큰 원인인 구순구개열은 흔히 후진국병으로 분류된다. 인도에서는 1만명에 300명꼴인 흔한 질병. 장애도 장애지만 가난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해 사람들의 손가락질에 더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이들에게 희망과 웃음을 되찾아 주고자 한국 의료진이 나섰다. 지난달 한국 얼굴기형 환자후원회 의료진 13명과 ‘닥터스’ 취재진은 인도 28개주에서도 가장 낙후된 지역인 오리사주의 SCB 의학대학병원을 찾았다.40여명의 ‘콘디’ 가운데 당장 손을 쓰지 않으면 얼굴에 심각한 기형이 우려되는 27명의 수술이 결정됐다. 기한은 4일, 빠듯한 일정이다. 의료시설은 낙후됐고 수술 도중 정전 사고가 일어나는 일도 흔하다. 과연 이들은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미소천사’로 거듭날 수 있을까?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Metro] 파주, 저소득층 영어캠프 지원

    파주시는 이달 말부터 저소득층 초·중·고교생 자녀에게 경기영어마을 영어체험캠프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15일 밝혔다. 이 서비스는 복지정책 수혜자에게 민간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바우처(상품권)’를 주는 방식으로, 시는 학생들에게 영어체험캠프에서 사용할 수 있는 16만원 상당의 바우처를 지급한다. 대상은 법정 저소득층이나 월평균소득이 전국 평균(4인 기준 353만원)에 못 미치는 가구의 자녀로 2만원의 추가 비용만 내면 경기영어마을 영어체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바우처사업 영어체험캠프는 초등생은 10월 중 한 차례(4박5일 일정) 100명을 대상으로, 중·고생은 이달 말부터 12월까지 매주(2박3일) 100명을 대상으로 각각 진행된다.서비스 신청은 다음달 20일까지 시청 시민복지과(031-940-4391)나 각 읍면동사무소에서 받는다.파주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전통무용음악 집대성하는 대금산조 명인 이생강 선생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전통무용음악 집대성하는 대금산조 명인 이생강 선생

    신적(神笛)이다.‘귀신을 일으키고 거친 바다를 잠재우는 신라의 소리’라고 했다. ‘만파식적’ 설화에 등장한다. 제31대 신라 신문왕(神文王)은 아버지 문무왕(文武王)을 위해 동해안에 감은사(感恩寺)를 지어 추모했다. 그러자 죽어서 해룡(海龍)이 된 문무왕과 천신(天神)이 된 김유신(金庾信)이 합심, 용을 시켜 동해의 한 섬에 대나무를 보냈다. 그런데 이 대나무는 낮이면 갈라져 둘이 되고, 밤이면 하나가 됐다. 왕은 이 기이한 소식을 듣고 하루는 현장에 나갔다. 이때 나타난 용에게 왕이 대나무의 이치를 물었다. 용은 “한 손으로는 어느 소리도 낼 수 없지만 두 손이 마주치면 능히 소리가 나는지라, 이 성음(聲音)의 이치로 천하의 보배가 될 것이다.”라고 대답하고는 홀연히 사라졌다. 왕은 곧 이 대나무를 베어서 피리를 만들어 불었더니, 나라의 모든 걱정과 근심이 해결되었다고 한다. 아울러 이 피리를 국보로 삼고는 ‘만만파파식적(萬萬波波息笛)’이라고 이름지었다. 삼국통일 이후, 흩어져 있던 유민들의 민심을 통합해 나라의 안정을 꾀하려 했다는 전설이다. 이처럼 대나무는 3죽(竹)이라고 해서 대금·중금·소금 등 우리 고유의 전통악기의 재료로 사용돼 왔다.‘笛(적)’은 가로 부는 관악기를 가리킨다. 시인 복효근의 ‘어느 대나무의 고백’의 내용도 눈길을 끈다.‘∼내게서 대쪽같은 선비의 풍모를 읽고 가지만/내몸 가득 칸칸이 들어찬 어둠속에/터질듯한 공허와 회의를 아는가/∼흰눈 속에서도 하늘 찌르는 기개를 운운하지만/바람이라도 거세게 불라치면/허리뼈가 뻐개지도록 휜다 흔들린다/제 때에 이냥 베어져서/태평성대 향기로운 대피리가 되거나∼/흉흉하게 들려오는 세상의 바람소리에/어둠속에서 먼저 떨었던 것이다∼’ ●올해로 음악인생 65년째 대금산조의 최고 명인 죽향(竹鄕) 이생강(70·중요무형문화재45호) 선생. 다섯살 때부터 소금(小)을 배웠으니 사실상 올해로 음악인생 65년째를 맞은 셈. 그 세월만큼이나 대나무 악기에 관한한 독보적인 존재로 인정받는다. 지난 4월5일 북악산 개방행사때에는 노무현 대통령 등이 참석한 자리에서 감동적인 대금산조를 연주,39년 동안 잠자던 북악산의 정기를 새삼 일깨우기도 했다. 그는 얼마전 우리 음악사의 중요한 획을 하나 더 그었다. 한국 전통무용음악을 집대성한 ‘춤의 소리’(신나라뮤직) 전집음반 50장을 한꺼번에 내놨다. 본인의 평생 숙원사업이기도 하지만 이 전집에는 산조춤, 화관무, 부채춤, 살풀이, 승무, 농악 등이 총망라돼 있어 우리나라 전통 무용음악의 100년사를 담은 ‘대백과사전’이라는 점에서 실로 의미가 크다. 아울러 이번을 시작으로 나머지 350장(최종목표 400장)의 음반을 더 내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늦어도 2∼3년 안에 완결짓겠다며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지난주 서울 성북구 삼선동에 위치한 연구실(죽향대금산조 원형보존회)에서 그를 만났다. 괄괄한 목소리에다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를 내뱉으면서 “우리나라의 난다긴다는 예인들은 대부분 전라도 사람들인데 그곳에 가서 대금을 배울 때 경상도 사투리를 함부로 쓸 수 있었겠느냐.”고 하면서 누가 말을 시키면 “그저 대금을 입에 대고 소리만 냈다.”며 웃는다. 얼굴이 50대로 젊어 보인다고 하자 “대금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복식호흡을 하게 된다.”며 나름대로의 비결을 귀띔했다. 20여평 남짓한 연구실 벽면에는 온갖 상장이며 지나온 발자취의 업적이 쭉 내걸려 있었다. 아들 이광훈이라는 이름도 눈에 들어왔다. 중앙대 국악과 석사과정까지 마치고 자신의 뒤를 잇고 있다면서 “저기봐, 대통령상도 받았어, 아주 잘해.”라며 잠시 자랑끼를 발동한다. 친손자와 외손자들도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대금과 가야금 등에 소질이 많다고 부연했다. “11세 되던 1947년, 전주에 계신 스승(한주환)을 만나면서 대금을 본격적으로 배웠지요. 판소리든 민요든 한국의 전통공연은 음악과 무용의 조화가 이루어지는 종합예술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일제시대 때 우리 문화말살 정책으로 우리 것이 중단되고, 또 6·25때 16개국이 참전하면서 서양음악이 거칠게 들어왔어요. 그래서 국악공부에 더욱 오기가 생겼습니다.” 6·25로 인해 부산으로 피란온 당대 국악의 대가들과 자주 접한 것은 그에게 큰 행운이었다. 어떨 때는 하루 동안 열심히 뛰어 일곱분의 스승에게 찾아가 ‘한수 한수’ 가르침을 받기도 했다. 일취월장, 자신감을 얻은 그는 서양의 7음계를 우리 5음계에 접목시켜가면서 ‘대니 보이’‘엘 콘도 파사’ 등의 팝송과 재즈를 넘나들며 대금의 음역을 계속 넓혀나갔다. 그랬더니 얼마후에는 악보도 없이 ‘눈물젖은 두만강’‘목포의 눈물’ 등 우리의 전통가요까지 자유자재로 불 수 있게 됐다. 결국 그는 다섯살 때 선친에게 단소와 피리를 배우는 것을 시작해 11세 때 한주환 선생을 비롯, 퉁소의 전추산, 피리의 오진석·임동석, 태평소시나위의 김문일 등 여러 스승에게 배우면서 스스로 ‘이생강류’라는 독특한 음악세계, 즉 전통과 현대를 크로스오버하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민속악예술대학 설립이 숙원사업 그의 명성이 세계 무대에 알려진 것은 1960년 5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회 세계민속예술제. 이때 단원의 악사로 참가했으나 춘향역을 맡은 주연 무용수 안나영씨가 갑자기 맹장수술을 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혼자 13분 동안 최초의 대금독주로 시간을 때운 것. 이때 객석에서는 동양적 음향에 반했다며 많은 찬사를 쏟아냈다. 그러던 1968년 멕시코올림픽 참가공연을 계기로 여기저기에서 초청을 받아 40여개국 순회공연까지 가졌다. “군대생활요? 27사단 정훈부 군예대에서 돌아가신 코미디언 이주일씨와 같이 근무했어요. 나중에는 피리명인 정재국씨와 함께 근무했는데 서로 ‘정악’(피리)과 ‘민속악’(대금산조)을 가르쳐주며 생활했습니다. 무형문화재는 정씨가 먼저 됐지요.” 나이 70을 넘기면서 그에겐 할 일이 더욱 많아졌다. 하루속히 자신을 뛰어넘는 제자를 길러내는 것(서울 국악예고와 중앙대 국악대 강의)이고 각종 공연활동과 음악강연을 틈틈이 하면서도 ‘춤의 소리’ 백과사전을 마무리짓는 일이다. 이 사업이야말로 먼저 가신 스승에게 보답하는 길이요, 후배들에게는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사명감이다. 오래전부터 단소와 단소교본을 만들어 왔는데 ‘국민1인 1국악기 갖기’운동에도 앞장설 생각이다. 또한 전통 가무악을 전수할 민속악예술대학을 설립하는 것도 숙원사업. 궁중음악은 국립국악원을 중심으로 교육되고 있으나 민속음악은 그러지 못한 형편이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의 화합번영과 자긍심을 위해서라도 민속악의 대금소리는 계속 울려퍼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거듭 강조한다.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37년 일본 도쿄 출생. 해방후 부산 정착.▲42∼60년 이덕희·지영희·전추산·오진석·방태진·한주환 등에게 피리, 단소, 퉁소, 소금, 태평소, 대금 등을 익힘.▲59년 임춘앵 여성국극단에서 음악반주.▲60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회 세계민속예술제 참가공연.▲77년 첫 대금산조 개인 발표회. 이후 16차례 개인발표회.▲88년 서울 올림픽폐회식 때 대금독주.▲96년 중요무형문화재 제45호 대금산조 보유자 지정. ▲2005년 음악인생 60주년 기념공연(세종문화회관). ▲07년 6월 ‘춤의 소리’ 전집음반 50장 제작. 현재 죽향대금산조원형보존회를 운영, 한국국악협회 부이사장. # 수상경력 전주 대사습대회 장원(78년), 신라문화재 대통령상(84년),KBS국악대상(84년), 한국국악대상(02년), 서울시 자랑스런 시민상(94년), 대한민국 국민상(97년) # 주요 작품 한국 전통무용음악을 집대성한 ‘춤의 소리’(07년, 신나라뮤직) 전집음반 50장 외에 400여 종의 앨범제작.
  • 내 고장 피서지 ‘원정 홍보’

    내 고장 피서지 ‘원정 홍보’

    여름 휴가철을 맞아 전국의 지자체들이 서울 등 주요 도시의 지하철, 터미널, 휴게소 등에서 ‘고향 피서지 알리기’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해당 지역 공무원 등은 주요 도시의 도심과 지하철 입구 등에서 ‘내고향에서 여름을’이란 문구를 담은 팸플릿을 돌리며 물 좋고, 공기 좋은 시골을 찾아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천리길´ 마다않고 대도시로 출동 전남도는 올해 도내 22개 시·군 공무원 등 25명이 4∼5일 서울 종로3가, 을지로4가, 왕십리 등 지하철 환승역에서 전남의 볼거리·먹거리 등을 소개한 책자를 시민들에게 돌린다. 신연호 도 관광마케팅담당은 “시·군별로 어깨띠를 두르고 4개 지하철역 출입구에서 시민들에게 피서지 홍보물을 나눠준다.”고 말했다. 시민들에게 전할 홍보물만도 6만여부다. 치약, 칫솔 등이 든 깜짝선물 상자도 준비했다. 항구도시 목포시는 지난달 말 서울 인사동에서 시민들에게 ‘외달도 해수풀장’ 개장을 알렸다. 영화배우 오정해씨를 앞세워 새로 지은 한옥 숙박시설을 홍보했다. 경북 경주시도 7일 인사동에서 ‘경주관광 홍보전’을 갖는다. 행사에서는 경주국악협회 회원들이 가야금 병창 등의 공연을 선보이며 석가탑·첨성대 모형 만들기 코너도 운영된다. 경주시 홍보대사인 만화가 이현세씨와 영화배우 조상구씨의 팬 사인회도 마련된다. 홍보전에서는 기념품 등 경품도 준다. 서해안 지역인 충남 서천군 직원들은 이르면 다음주부터 인천∼목포 서해안고속도로 휴게소들을 방문한다. 관광안내 책자를 나눠주고 이 자리에서 방문 약속을 다짐받는 게 목표다. 군은 해마다 5월에 열던 한산모시문화제를 이달 27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서면 도둔리 춘장대 해수욕장으로 옮겨 연다. 모시 패션쇼, 비치 카페, 청소년 음악제로 시원한 여름피서 무대를 연출한다. 서울 용산역∼춘장대역간 하루 한번의 관광열차도 운행된다. 김완주 전북지사는 ‘마음의 고향, 전북으로 휴가 오세요.’란 편지를 출향 인사 2만여명에게 보냈다. ●야자수 식재 등 유인책 다양화 충남 보령시는 외국인 5명 이상이 관내에서 하룻밤을 묵으면 1인당 5000원씩 인센티브를 해당 여행사에 준다는 점을 적극 알리고 있다. 울산시는 지역 방송사와 함께 오는 28일∼8월3일 1주일간 울산지역의 해수욕장에서 ‘울산 서머 페스티벌’을 연다. 지난 2003년부터 해마다 행사를 개최해 일본지역 등에서 많은 해외 관광객이 찾아와 일본인 유인책을 마련 중이다. 제주시 공무원들은 달라진 관광안내 책자를 들고 제주공항과 여행사에 드나들고 있다. 제주시는 올해 2억원으로 함덕해수욕장 주변에 야외 텐트촌(7500㎡)을 만들고 야자수 41그루를 심었다. 숙박비 부담을 줄이려는 알뜰 휴가에 눈높이를 맞췄다. 제주시 관계자는 “고속철도(KTX)와 전남 목포항에서 크루즈를 타면 서울∼목포∼제주는 7만원(단체 10명 이상), 대전∼목포∼제주는 5만 2000원이면 된다.”고 강조했다. 쪽빛 바다, 하얀 모래사장, 이국적 풍취 등 여름 휴가철이면 가보고 싶은 제주섬을 보다 싼 가격으로 즐길 수 있게 됐다. 전국종합 무안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공무원들 제발 휴가 좀 가세요”

    “공무원들 제발 휴가 좀 가세요”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공직사회에서 ‘휴가 밀어내기’가 한창이다. 휴가 사용을 독려해 연가보상비를 절감하고, 충분한 휴식으로 업무능률을 높이자는 취지다. 하지만 지난해 7월부터 주5일근무제 도입으로 업무시간이 줄어든 데다,‘상사 눈치 보기’도 여전해 쉽지만은 않다. ●전체 휴가의 3분의1만 사용 6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최근 모든 중앙부처에 개인별 휴가계획을 제출한 뒤 이를 따르도록 한 ‘분기별 계획휴가제 활성화 방안’을 보냈다. 이 같은 공문이 각 부처에 전달되기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행자부 관계자는 “올해부터 총액인건비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자율항목에 포함돼 있는 연가보상비를 줄이면 성과금이나 다른 수당으로 전환할 수 있는 만큼 휴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공직사회에서 휴가는 ‘그림의 떡’에 그쳤다. 행자부가 중앙부처 본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2004년 기준 평균 휴가 사용 일수는 6일로, 전체 휴가 일수 20일의 30% 수준이다. 또 계획휴가제가 처음으로 시행된 지난해는 3·4분기까지 전체 휴가 일수 20.3일 가운데 5.2일만을 사용했다.4분기까지 포함하더라도 휴가 사용 일수는 6∼7일 정도에 그칠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기관별 휴가 사용 일수는 4∼5배까지 차이가 났다. 지난해 가장 많은 휴가를 쓴 기관은 중앙인사위원회로,1인당 평균 10.5일이다. 이는 휴가 사용 일수가 가장 적은 농촌진흥청 2.3일보다 4.5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또 여성가족부 9일, 통계청 8.1일, 공정거래위원회 6.8일, 대검찰청 6.4일, 조달청·비상기획위원회 5.9일, 환경부 5.7일 등의 순으로 휴가 사용이 많았다. 반면 농진청을 비롯, 과학기술부 3.3일, 교육인적자원부·중소기업청 3.5일, 관세청 3.6일, 국정홍보처 3.8일, 국가보훈처 3.9일, 금융감독위원회 4.5일 등은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환영하면서도 상사 눈치보기 여전 공직사회 내부에서는 휴가 권장을 반기는 분위기다. 교육부 한 연구사는 “휴가는 당연한 권리지만, 일하다 보면 솔직히 휴가를 쓸 생각조차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휴가를 편하게 쓸 수 있는 문화가 자리잡았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최근 이틀 동안 휴가를 다녀왔다는 또다른 연구사는 “가정에 소홀한 면이 적지 않아 휴가를 쓰라는 지침을 반기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면서도 “하지만 아직은 눈치보지 않고, 마음 편하게 휴가를 갈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정을 반영, 환경부의 경우 이치범 장관이 직접 나서 휴가를 권장하고 있다. 이 장관은 최근 간부회의에서 “실·국장이 솔선수범해 휴가를 다녀와야 직원들도 휴가를 쓸 수 있다.”면서 적극적인 휴가 사용을 지시했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게시판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로 혁신을 계속하려면 재충전도 소홀히 해서는 안되는데, 휴가를 제대로 안 가 피로가 쌓이고 있다.”며 휴가 사용을 권유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휴가를 9일 이상 쓰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휴가를 많이 쓴 직원에게 인사고과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는 ‘통합성과 평가지침’도 만들었다.”면서 “국·과장들에게 연가를 사용하라는 알림 서비스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처종합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6월 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 그 이후] (7) 한국민주주의 운동 토론회-지상중계 (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함세웅)가 4∼5일 이틀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6월 민주항쟁 20주년 기념 학술토론회에서는 외국 학자들이 본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발표회가 참석자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에드워드 베이커 하버드대 옌칭연구소 자문위원과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홀거 하이데 독일 브레멘대 명예 교수 등은 한국 민주주의 운동의 의미와 과제 등에 대해 발표했다. ●6월 항쟁은 민주주의 운동이자 근대화 운동 하이데 교수는 5일 ‘한국민주주의 운동에 대한 개인적 단상’이라는 기조 발제에서 “1986∼87년 민주화운동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것이 민주주의 운동인 동시에 근대화 운동이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이데 교수는 ‘민주화와 근대화’라는 ‘발전의 양면성’을 통해 민주화 20년을 조망했다. 그는 “6월 항쟁은 더 많은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세력과 더 근대화된 사회를 원하는 세력이 힘을 합쳐 전두환 정권에 대항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진단하고 “이런 맥락에서 6·29선언은 민주화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권력 엘리트들의 전술적 후퇴였으며 동시에 근대화론자들의 부분적인 승리였다.”고 평가했다. 권력 엘리트 가운데 근대화론자들과 형식적 민주화를 요구하던 자유주의 정치세력이 6·29선언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는 것이다. 반면 6·29선언 이후 실질적인 민주화를 위한 첫 단계로 민주노조를 건설하려던 노동자들은 즉각 극심한 탄압에 부딪쳤다고 꼬집었다. ●외환위기 민주주의 운동 취약점 드러나 하이데 교수는 “1997년 발생한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김대중 정부가 추진한 근대화의 범위를 통해 민주주의 운동의 취약점이 분명하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가 지적하는 취약점은 노동계급운동 진영이 ‘민족주주의-보수주의자’와 ‘신보수주의자’ 사이에서 적절히 대응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데 있다. 민족주의-보수주의자들은 한국 국가자본의 경쟁력을 위해 노동조건을 제한하려 했고, 신보수주의자들은 ‘시장’을 노동조건 문제의 해결 수단으로 내세우며 세계시장을 개방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도 “신세대 사이에서는 신기술로 가능해진 기회를 활용해 전혀 새로운 운동이 싹텄다.”면서 “그 징후는 노무현 후보 당선과 탄핵을 물리치는 데 성공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한국 민주주의 도전 과제 많다’ 베이커 자문위원은 지난 4일 ‘한국 민주화에 대한 고찰과 결론’에 대한 기조발제에서 “한국 국민들은 유신반대운동, 광주항쟁,6월 항쟁 등을 자체적으로 잘 풀어왔고, 이제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라며 한국 민주화 운동의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하루키 교수는 ‘한국의 민주혁명 30년과 일본’을 주제로 한 기조강연에서 “광주 항쟁은 운동의 비폭력적 성격과 모순되지 않는 비폭력 운동의 혁명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면서 “6월 항쟁은 유신체제의 폐지를 얻어냈다.”고 평가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손호철교수 ‘민주화 진영’ 비판 “민주화운동 출신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최소한 겸손한 자세만 보였어도 지금과 같은 위기는 자초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5일 발표한 ‘한국 민주주의 20년, 성과와 한계 그리고 위기’를 통해 민주화 운동세력과 노무현 정권을 거세게 비판했다. 손 교수는 “민주화 20주년을 맞아 민주화운동과 민주주의는 심각한 위기, 어쩌면 최대 위기에 처해 있다.”며 도덕성 추락과 무능을 지목했다. 하지만 그는 “국민들에게 정말로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오만과 독선’일 것”이라고 개탄했다. 손 교수는 “정통성을 과신한 김영삼 정권의 오만과 독선은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오히려 증폭됐다.”면서 “이를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청개구리마냥 자신의 노선을 고집하는 한편 오히려 국민을 비판하고 원망하는 노 대통령과 측근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은 내용은 별로 없고 정책은 보수적이면서도 스타일만 급진적이어서 빈 수레만 요란한 개혁으로 잡음을 일으키고 기득권 세력의 불안감을 조성해 사회 갈등을 불필요하게 증폭시킨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화운동 진영이 그동안 절대적으로 누려왔던 도덕적 우위가 무너졌다.”면서 “대표적인 것이 각종 비리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정치권뿐 아니라 민주노총도 현장 지회는 말할 것도 없이 중앙지도부까지 비리에 연루될 정도니 할 말이 없다.”고 꼬집었다. 손 교수는 민주화운동 진영이 위기를 겪게 된 구조적인 원인으로 신자유주의를 꼽았다. 그는 “자유주의정권인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서민과 중산층의 정부를 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 정책을 펴면서 최악의 사회 양극화를 초래했다.”면서 “군사독재정권들보다 더 빈부 격차를 심화시킨 가장 반서민적인 정권이 되고 말았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화운동 진영이 그동안 북한 인권문제와 민주주의에 침묵하는 이중성을 보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 “북한 문제도 대중들이 민주화운동 진영의 진실성과 헌신을 의심하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교황 브라질 가자마자 ‘낙태 반대’ 화두로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9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에 도착,4박5일간의 일정에 들어갔다. 취임 2년 만에 이뤄진 교황의 이번 방문은 전통적인 가톨릭 강국 중남미에서 신자 감소와 낙태 허용 논란 등 가톨릭 위기론이 심화되는 시점에 이뤄진 것이어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이날 오후 상파울루시 국제공항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수천명의 군중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은 교황은 도착 성명에서 “이번 중남미·카리브 주교회의가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인식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 중남미 순방의 최대 화두인 낙태 문제를 강조한 발언이다. 보수주의자인 교황은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가톨릭 국가들의 낙태 합법화 움직임에 강한 불만을 보이고 있다. 교황은 브라질행 비행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멕시코 가톨릭계가 낙태합법화 법안에 찬성한 의원들의 교적을 박탈하기로 한 결정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룰라 대통령은 앞서 가톨릭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낙태를 반대하지만 불법 낙태로 숨지는 여성들이 많기 때문에 의료안전이라는 차원에서 정부가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낙태 문제와 더불어 가톨릭 인구의 감소도 교황에게는 힘든 과제다. 브라질의 경우 1991년 81%였던 가톨릭 인구 비율은 2000년대 64%로 떨어졌다. 교황은 로마를 떠나기 전 “개신교로의 탈출이 우리의 가장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망은 밝지 않다. 교황은 10일 오전 룰라 대통령과의 면담에 이어 30여만명이 열리는 청소년 미사를 주관하는 등 12일까지 다양한 일정을 소화한다.13일 이번 방문의 주 목적인 중남미·카리브 주교회의 개막식을 주관하는 것을 끝으로 중남미 순방을 마무리할 예정이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새기록(記錄) 몰고온 제2의 물개

    새기록(記錄) 몰고온 제2의 물개

    올해의 수영「시즌」은 「조오련의 해」가 될것 같다. 7월4,5일 이틀동안 서울운동장 「풀」에서 열렸던 전국체전 수영 서울시예선에서는 자유형의 기수였던 김봉조(金鳳朝)의 신화(神話)가 산산 조각이 나고 말았다. 공식대회에 얼굴을 내민지 꼭 1년밖에 안되는 조오련이 자유형 2백m를 2분10초F(종전 2분13초 F), 4백m를 4분40초1(종전 4분45초6), 1천5백m를 18분38초7(종전 19분52초9)로 헤엄쳐 김봉조가 지녔던 한국기록 3개를 모두 휴지통에 던져넣어 버렸다. 우리나라의 자유형이 제대로 틀을 잡은지가 얼마 되지 않는다. 원래 자유형이란 어떤 「스타일」로든지 마음대로 헤엄칠 수 있는 종목이기 때문에 초기에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자유형에 나가서 평영으로 헤엄치는 바람에 수영연맹은 부득이 『자유형은 「아메리칸·크롤」로 헤엄쳐야 한다』는 「로컬·룰」까지 정했을 정도였다. 그뒤 느린 「템포」나마 정상궤도에 오른 자유형은 64년 「도꾜·올림픽」에 출전했던 김봉조의 출현으로 활기를 띠었다. 혼자서 판을 치던 김봉조가 은퇴하자 그뒤를 이은 것이 66년 「아시아」경기대회에 나갔던 구종서(具宗書). 그러나 구종서는 뛰어난 자질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채 사라져버렸다. 결국 조오련은 우리나라 수영 자유형의 세번째 「스타」가 되는 셈이다. 전남 해남군 해남읍이 고향인 조오련은 별명이 김봉조와 같은 「물개」. 검고 윤이 나는 피부에 물속을 자유자재로 헤엄쳐 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아닌게 아니라 「물개」라는 표현이 알맞다고 느껴진다. 나이는 19세. 양정고 2년에 재학중. 조오련의 손과 발은 남달리 크다. 말하자면 물을 긁고 물장구를 치기 좋도록 몸이 되어있는 것이다. 그리고 호흡조절과 「스태미너」가 좋은 것이 장점이다. 구태여 단점을 꼬집으라면 발의 「비팅」이 좀 약하고 정신력이 차돌같이 단단하지 못한 점이라고나 할까? 조오련의 「데뷔」는 참으로 우연한 일로 이루어졌다. 지난해 2월 YMCA「풀」에서 수영을 즐기고 있던 장형숙(張亨淑·40·상업)라는 여자같은 이름의 신사는 이상한 소년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공부가 하기 싫어 아침부터 수영을 하러 나온 학생이려니 라고만 생각했던 장씨는 다음날 또 그 다음날도 계속 헤엄치러 나온 그 소년에게 관심이 쏠렸다. 해주사범학교의 수구부 주장까지 지낸 장씨는 소년이 「폼」은 엉성하나 끈질긴 「스태미너」를 가지고 있음에 놀라 그 소년을 기초부터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제는 돈도 떨어졌으니 고향으로 내려 가겠읍니다』라는 조오련을 잡은 장씨는 같은 해주사범동창이자 YMCA수영회원인 원종훈씨(元鍾勳·40·상업) 정일용씨(鄭日龍·40·공무원)등과 함께 이 「해남의 물개」를 보살펴주기로 했다. 숙식문제를 해결받은 조오련이 장씨의 꾸준한 지도로 지난해 전국체전 수영 서울시예선에서 좋은 기록으로 두각을 나타내자 그때까지 외면했던 수영연맹은 잽싸게 조오련을 맡았다. 일본에 건너가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조오련은 지금 체육회의 호의로 태릉선수촌에서 먹고 자면서 열심히 물에 뛰어들고 있다. 최항기(崔恒基)씨의 지도로 「서키트·트레이닝」을 하고 김대환(金大煥)씨의 「코치」아래 수영훈련을 받고 있는 조오련은 1년사이에 그 영법은 물론 몸도 많이 좋아졌다. 수영연맹은 오는 12월 태국의 「방콕」에서 열릴 제6회 「아시아」대회에서 조오련이 한국사람으로서는 최초로 자유형의 「메달」을 따줄 것을 바라고 있다. <고두현(高斗炫) 기자> [선데이서울 70년 8월 2일호 제3권 31호 통권 제 96호]
  • 신안 ‘흑산도’ 홍어 아리랑

    신안 ‘흑산도’ 홍어 아리랑

    뱃길이 요즘 같지 않았던 시절, 섬은 ‘육지를 바라보다 검게 타버린’ 곳이었다. 요즘은 참 많이 변했다.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고픈 뭍사람들이 한없이 그리는 곳이 바로 섬. 특히 흑산도 등 1004개의 섬을 거느린 ‘천사의 섬’ 신안군은 도시인들에겐 신기루와 같은 곳이다. 파시를 이루던 시절, 항구의 개들도 돈을 물고 다녔고, 요즘처럼 보궐선거라도 치를 때면 일가붙이 3대가 말을 안 할 만큼 작은 대륙 흑산도와 소금처럼 하얗게 빛나는 비금·도초도를 다녀왔다. 글 사진 흑산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다도해 뱃길 여행의 진수 유달산을 뒤로하고 흑산도행 쾌속선이 미끄러지듯 목포항을 빠져나갔다. 목포에서 흑산도까지는 92.7㎞. 뱃길로는 230여리나 된다.5월이 지나야 겨울이 끝났다고 말할 정도로 일교차가 심하고 바람과 안개가 많은 곳. 쾌속선을 타고 나는 듯 달려도 2시간30분가량 걸린다. 그나마 배가 연중 120일 가까이 출항을 못할 만큼 변덕 심한 날씨는 체감상의 거리를 더욱 멀게 한다. 목포에서 비금·도초도까지는 그야말로 다도해 뱃길의 진수다. 하늘보다 파란 옥빛 바닷길에 늘어선 섬들이 다가서는가 하면 어느새 멀어져 간다. 섬 어귀를 돌아서면 조그만 수중여 위에 앉아있던 바다 가마우지들이 길동무 하자는 듯, 물수제비를 뜨며 날아 오른다. 도무지 지루할 틈이 없다. 잠시 비금·도초도에 들러 승객을 내려준 배가 드디어 큰바다로 나왔다. 물길이 험해지기 시작했다. 비금·도초도까지 포장도로를 달려왔다면, 흑산도까지 1시간 남짓한 바닷길은 마치 놀이공원의 ‘롤러 코스터’나 ‘바이킹’을 타는 듯했다. 홍도의 절경에 취해 웃다가 사나운 흑산도 바닷길에 눈물 흘린다더니, 딱 그 모양이다. 흑산도에 다가서자 속도를 줄인 쾌속선이 길게 누운 S자 모양을 그리며 예리항 여객터미널로 들어섰다. 이미자의 노래 ‘흑산도 아가씨’가 흘러나왔다. 서울의 어느 오래된 다방에서 듣던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 어디선가 ‘머나먼 그 서울을 그리던’ 흑산도 아가씨가 뛰쳐나와 팔을 부여잡을 것만 같다. 관광객과 주민들을 내려놓은 쾌속선은 더 머무를 이유가 없다는 듯 지체없이 사라졌다. 뭍과 단절된다는 생각에 묘한 아쉬움이 남는다. 아마도 섬사람들은 오랫동안 이런 단절감을 느끼면서 살아왔을 게다. # 처녀신과 피리부는 소년 서둘러 섬 일주에 나섰다. 해안선을 따라 유람선을 타고 구경할 수도 있지만, 섬마을의 속살을 보기 위해서는 육로여행이 제격. 섬 일주도로 포장률이 85%에 달해 별 어려움 없이 둘러볼 수 있다. 본섬을 비롯해 홍도, 가거도 등 유인도 11개와 무인도 89개 등 100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25개 마을에 5000명 가까운 주민이 사는 제법 큰 섬이다. 가장 먼저 닿은 곳은 바다에 제물로 던져졌던 처녀의 혼을 모신 진리(鎭里)의 처녀당. 귀신을 부른다는 초령목(招靈木)을 타고 앉아 있는 모습이다. 처녀의 단심(丹心)인 양 붉디붉은 동백꽃이 흩뿌려진 이곳엔 처녀신과 피리부는 소년의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고 있다. 어느 날 뭍에서 잘생긴 소년 하나가 옹기 장수들과 함께 섬을 찾았다. 소년이 사당 옆 소나무 위에 걸터앉아 피리를 불었더니, 아름다운 피리소리에 반한 처녀신이 옹기배가 떠나지 못하도록 바람과 파도를 일으켰단다. 소년을 놔두고 가야만 배가 뜰 수 있다는 무당의 말에 옹기 장수들은 소년을 마을로 심부름 보내고는 몰래 떠나버렸다. 결국 소년은 마냥 옹기배만 기다리다 굶어 죽었다는 얘기. 그래선가, 한서린 소년의 무덤에는 이상하게도 풀이 자라질 않는다. 가끔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소년이 추울까 하여 덮어준 솔잎만이 무덤 위에 수북하다. 큰 소나무 밑이라 그늘이 져서 풀이 자라지 못할 뿐인데도, 어쩐지 스산해지는 기분을 떨칠 수가 없다. # 흑산도 최고의 절경 상라봉 죄인을 감금했던 옥섬과 흰 비단을 펼쳐놓은 듯한 배낭기미 해수욕장을 지나 상라산으로 오르는 12굽이 ‘용고개’와 마주했다. 일주도로 여행의 백미인 곳. 꽃보다 아름다운 잎이라던가. 상라산을 뒤덮은 100∼150년된 동백나무의 잎들이 햇빛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였다. 사면이 뻥 뚫린 상라봉 전망대에서 굽어본 다도해의 모습이 장관이다. 흑산도 최고의 절경이라더니, 과연 명불허전.12굽이 도로와 함께 진리, 예리항이 한눈에 들어온다. 뒤편으로는 기다란 장도와 홍도가 줄을 섰다.‘흑산도 아가씨’ 노래비 주변 스피커에서 예의 낭랑한 가락이 울려퍼지자 물밀 듯 감흥이 몰려왔다.‘육지를 바라보다 검게 타버린’ 흑산도 아가씨들은 대부분 뭍을 향해 떠났지만, 비경만은 남아 이방인들을 반겨주는 듯하다. # 절경들과 나란히 달리는 일주도로 24㎞에 달하는 해안 일주도로는 곳곳에 아찔함을 숨겨 놓았다. 가파르고 꼬불꼬불한 도로를 달리다 보면 절벽 따라 길을 낸 480m짜리 ‘하늘다리’와도 만난다. 리아스식 해안의 절경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일주도로의 가장 큰 장점. 어느 화가가 이처럼 아름다운 풍경화를 그려낼 수 있을까. 한반도 모양의 지도바위와 서산머리 칠형제 섬, 그리고 곤촌리, 심리 등 아름다운 해안마을들이 캔버스를 수놓는다. 문암약수 시원한 물로 목을 축이고 사리마을(모래미)로 들어섰다. 다산 정약용의 형 약전이 유배돼 15년을 머물렀던 곳. 문화재로 지정될 만큼 아름다운 돌담길이 인상적이다. 돌담길 끄트머리에는 정약전이 섬마을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쳤다는 복성재(復性齋)가 퇴락한 모습으로 서있다. 이 마을 이장이었던 박찬식(70)씨는 바닷가 마을 주변 해안에도 저마다 주인이 있다고 했다. 바닷가에 있는 지형지물을 경계로 마을과 마을간, 그리고 마을내 주민들간에 일정한 해산물 채취 구역이 정해져 있는 것. 이태원이 쓴 ‘현산어보를 찾아서´는 장다랭이 토지바위에서 대구밀인 둔벙까지’‘상낭기미 취개에서 짝지개까지’‘줄여목에서 이참봉 손 씻는 개까지’ 등으로 적고 있다. 순 우리말 표현이 정겹다. 섬을 통틀어 논이라곤 한뼘도 없는 까닭에 쌀 대신 인동초와 더덕, 천궁 등으로 농주(農酒)를 만들었다. 사리마을 부두민박(061-246-3587)에서는 마을마다 맛이 다르다는 흑산도 막걸리를 맛볼 수 있다.1ℓ 한통에 5000원. 거북손과 톳 등 인근에서 채취한 싱싱한 해산물 안주는 무료다. # 홍탁에 취하고 흑산도 절경에 취하고 흑산도를 대표하는 해산물은 단연 홍어. 수놈의 경우 ‘같잖은 가오리’가 생식기는 두개인 데다 ‘암컷을 잡으면 수컷은 부록’이라고 할 만큼 연중 짝짓기를 해 ‘본초강목’에서는 ‘해음어(海淫魚)’라 일컫기도 했다. 모두 9척의 배가 20∼60마일 떨어진 동지나해 주변 어장에서 ‘걸낙’을 이용해 잡는다. 걸낙은 미끼를 쓰지 않는 낚시방법. 홍어가 다니는 길목에 4∼5일, 많게는 10일 정도 설치해 둔 다음, 오가는 홍어를 잡는 것이다. 시기적으로는 꽃이 필 무렵인 3월까지가 절정이다.5∼6월은 산란철 금어기. 여름철에 잡히는 놈은 ‘개홍어’라고 해서 맛이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출어를 안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흑산 홍어가 맛이 좋은 이유는 산란을 위해 연평도로 올라가기 직전 잡히기 때문. 살이 찰지기도 하려니와 불그레한 고깃결이 슬레이트 지붕처럼 올록볼록하다. 다소 밋밋한 칠레산과 비교해 보면 단번에 알 수 있다. 무게를 기준으로 8㎏이 넘는 1등급 대홍어(40만∼50만원을 호가한다)부터 2㎏ 미만의 ‘폴랭이’까지 모두 7등급으로 나뉜다.‘1코 2날개 3꼬리’라 해서 몸의 각 부분마다 맛 등급을 정해 놓기도 했다. 내장은 물론, 뼈까지 연해 어디 하나 버릴 것이 없다. 이른 봄 보리싹과 함께 끓인 ‘홍어애(간 또는 내장) 국’은 애간장을 녹일 지경. 수컷은 대부분 5㎏ 미만으로, 몸무게도 적고 맛도 덜해 암컷에 비해 값이 훨씬 눅다. 요즘 흑산도엔 홍어가 풍년이다. 눈엣가시 같던 중국어선들이 해경의 지속적인 단속으로 눈에 띄게 줄어든 데다, 어부들의 자발적인 불법조업 규제로 홍어의 개체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칠레산 가오리에 만족해야 했던 식도락가들에게 입맛 당기는 희소식이다. 코끝이 찡할 정도로 삭힌 홍어가 오늘날 대표적인 발효음식의 하나로 자리잡은 배경에는 흑산 어부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 체험이 숨겨져 있다. 돛단배로 뭍에 이르기 위해서는 1∼2주일이 걸리던 옛날, 잡은 생선을 내다 팔아야 하는 어부들에게 순풍만 있었던 것은 아닐 게다. 육지에 도착하는 날이 늦어지면 생선이 모두 썩게 마련. 끼니를 잇기 위해 상한 생선을 먹는 과정에서, 다른 생선과는 달리 홍어는 전혀 탈이 없었다. 오히려 암모니아처럼 톡 쏘는 냄새가 심해질수록 맛 또한 깊이를 더해 갔던 것. 나주 영산포에 이르러 삭힌 홍어를 먹는 ‘즐거운 고통’이 세인들을 ‘별스러운 중독성’에 빠뜨리면서 오늘에 이른 것으로 전해진다. 요즘은 현지에서 택배도 가능하다.18만∼45만원선. 흑산도수협 (061)275-5033. # 하얗게 빛나는 비금도 큰 새가 날아가는 모습을 닮았다는 섬, 비금도(飛禽島)는 소금의 섬이자 바람의 섬. 여름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생겨났다는 천일염전에서 희디 흰 소금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목포에서 54㎞, 쾌속선으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다.3900여명의 주민이 48㎢ 크기의 섬에서 올망졸망 살아간다. 선왕산과 함께 비금도를 대표하는 여행지는 하누넘 해수욕장. 아담한 하트모양을 하고 있어 연인에게 사랑을 고백하기 딱 좋은 곳이다.‘하누넘’은 ‘산 너머 그곳에 가면 하늘밖에 없다’는 뜻. 이처럼 비금도에는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작은 해변이 많으니, 시간이 된다면 나만의 해변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도초도는 1996년 우아한 아치형의 서남문대교가 완공되면서 비금도와 형제섬이 됐다. 반달처럼 생긴 백사장이 3㎞ 가까이 이어진 시목해수욕장과 거무스름한 절벽이 이채로운 시목리 일대의 해안 절벽지대가 가볼 만한 곳. 오는 2020년엔 세계 최대 규모의 야생동물 사파리가 들어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초면사무소 (061)275-6696. # 여행정보 ●홍도+흑산도 여행 홍도와 흑산도는 하나의 여행코스로 묶어지게 마련.1박2일 여행 프로그램을 계획해 보자. 서울 용산역 오전 8시30분 KTX→11시57분 목포 도착→오후 1시 흑산도행 쾌속선→오후 3시 흑산도 도착후 섬 일주→이튿날 오전 9시50분 홍도행 쾌속선→오전 10시20분 홍도 도착→12시20분 홍도유람선(2시간,1만 7000원)→오후 3시40분 홍도 출발→오후 6시10분 목포 도착→오후 7시 서울행 KTX. 홍도 해상 유람선 (061)246-2244. 솔항공여행사(www.soltour.co.kr)는 함평해수찜과 비금·도초도를 KTX전용차량으로 둘러보는 상품을 준비했다. 어른 18만 5000원, 어린이 16만원.(02)2279-5959. ●제1회 흑산도 개매기 체험축제 4월14일 배낭기미와 진리해수욕장 일대에서 열리는 숭어잡이 축제. 매년 이곳에는 한식을 전후로 맨손으로 잡을 만큼 숭어떼가 몰려든다. 각종 체험행사와 청정해산물 판매행사 등이 열린다. 신안군청(www.sinan.go.kr)문화관광과 (061)240-8356. # 가는 길 목포에서 비금·도초도와 흑산도를 거쳐 홍도까지 가는 쾌속선이 오전 7시50분, 오후 1시 두차례 운항한다. 성수기엔 오후 2시에 출발하기도 한다. 비금·도초도까지 1만 4900원, 흑산도 2만 6700원, 홍도 3만 2600원. 동양고속 (061)243-2111∼4, 남해고속 (061)244-9915∼6. 흑산도에는 택시 9대와 관광버스 5대가 운행 중이다. 섬 일주 택시요금은 2시간 기준 6만원, 버스요금은 1인당 1만5000원. 동양택시 (061)246-5006,(011)9559-1429, 개인택시 (061)246-4110,(011)644-9776. 관광버스 (061)275-9744. 해상유람선은 오전 8시와 오후 1시,5시 세차례 운항.1인당 1만 5000원.(061)275-9115,(011)633-9115.
  • [종교건축 이야기] (24) 춘천 죽림동 성당

    [종교건축 이야기] (24) 춘천 죽림동 성당

    강원도 춘천 시내의 언덕 지대인 약사리 고개에 우뚝 선 죽림동 주교좌성당(등록문화재 54호·죽 림동 38)은 춘천 천주교 신앙의 못자리이다. 신도들이 자생적인 신앙의 싹을 틔워 공소·본당에서 주교좌성당까지 이끌어냈고 그 과정에서 숱한 희생이 따랐다. 지난 1990년 후반까지만 해도 4000여명이 미사에 참석할 만큼 교세가 컸던 본당. 개발 바람이 불어 인근 지역에 아파트 단지들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신도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지금은 ‘주교좌성당’의 명맥만 근근이 이어가는 형편이다. 그럼에도 신앙의 태동기부터 고난의 신앙 역정을 모두 견뎌내고 묵직하게 선 ‘맏형’격 신앙터임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죽림동 성당의 역사는 1920년 본당으로 설립된 곰실 공소로부터 시작된다. 당시만 해도 강원 중심 본당인 횡성 풍수원 성당의 신부가 이 지역의 작은 공소들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세례를 베풀었다고 한다. 죽림동 성당에서 동쪽으로 5㎞ 떨어진 외딴 곳의 곰실 공소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신도가 늘어나면서 본당 설립을 요청했고 마침내 1920년 본당이 설립돼 당시 풍수원 성당의 보좌였던 김유용 신부를 초대 주임으로 모셔왔다. 이후 신도들은 춘천 시내에 성당을 마련하기 위해 밤낮없이 함께 가마니를 짜고 짚신을 삼아 내다 팔았다고 한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지금의 성당 아래 골롬반의원 터와 아랫마당, 수녀원 터를 사들여 성당을 세운 게 1928년 5월이다. 지금의 성당은 이 부지에 보태 1939년 서울(경성)대목구에서 춘천 지목구가 분할되면서 부임한 구인란(Quinlan) 주임신부와 신도들이 약사리 고개 언덕의 도토리 밭을 추가로 매입해 마련한 것이다. 그 때만 해도 성당 모양새만 갖췄지 구조며 성물은 변변치 못했던 것 같다. 결국 1941년부터 새 성당을 지을 계획을 세웠는데, 성당 벽의 라틴어 초석이 말해주듯 일제의 살벌한 감시와 박해로 8년 뒤인 1949년 4월5일에야 착공할 수 있었다. 전남 광주의 ‘자’씨 성을 가진 화교 기술자가 설계와 건축을 맡았다. 홍천 발산리 강가에서 석재를 날라다 외벽을 모두 쌓고 동판 지붕까지 얹어 내부공사를 하던중 6·25전쟁이 터졌다. 한쪽 벽이 모두 무너지고 사제관이며 부속건물이 대파되었는데 전쟁 중에도 복구작업을 벌여 1956년 6월 마침내 주교좌 성당 축성식을 가질 수 있었다. 이후 교구 설정 60년을 맞은 1998년 춘천교구장 장익 주교와 가톨릭 미술가회 작가들이 힘을 모아 제대며 내부 성물들을 새롭게 꾸몄는데, 물론 외벽이며 골격은 그대로 유지한 채였다. 성당은 명동성당의 옛 십자가와 똑같은 모습의 십자가와 종탑을 갖춘 로마네스크 양식의 석조. 이 작은 십자가는 서울대교구에서 갈라져 출발한 교구임을 상징한다고 한다. 성당에 들어서려면 둔중한 청동 문을 지나야 하는데 성당 건립을 관할했던 성골롬반외방선교회를 기리는 한 쌍의 아일랜드풍 십자문양이 새겨져 있다. 성골롬반외방선교회는 주로 강원과 호남 지역을 관할했는데 죽림동성당에서도 1939년부터 30년간 모두 11대에 걸쳐 이 선교회 소속 신부가 주임을 맡았다. 지금도 성당 입구엔 이 선교회 소속 수녀원이 있으며 성당 아래쪽 병원의 이름도 여전히 ‘성골롬반 의원’. 지역 주민들에게 ‘성당 병원’이라 불리는 이색 공간이다. 고풍스러운 외벽과는 달리 내부는 현대식으로 가꿔져 대조를 이룬다. 양쪽 벽을 두른 정감어린 예수 고행 14처가 유난히 눈길을 끈다. 이 성당의 핵심은 역시 감심과 화강암 제대, 독경대, 주례석, 촛대로 구성된 중앙 제대 공간. 한국 천주교계에서 성미술과 전례에선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것으로 정평난 장익 주교와 가톨릭 미술인들이 뜻과 품을 모은 작품들이다. 요즘 새로 짓는 성당들이 모두 이곳에 와 그야말로 ‘한 수 배워간다’는 바로 그 이름난 전례공간이다. ‘파격의 아름다움’을 뒤로 한 채 성당 뒤쪽으로 발길을 옮기다 보면 이내 낯선 광경을 만나게 된다. 이 성당에 몸을 담았거나 강원 지역에서 희생된 내외국인 성직자 유해 16구를 모신 성직자 묘역이다. 성당 본당에 바로 붙여 묘지를 쓴 흔치 않은 곳이다. 묘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전쟁기 북한으로 끌려가다 순교한 신부들. 전쟁 발발 당시 보좌신부였던 프란치스코 신부와 라바드리시오 신부, 고안당 신부, 진야고보 신부의 이름이 눈에 띈다. 외국인 신부들 틈에 나란히 누운 한국인 이광재 신부는 원산까지 끌려가 어느 방공호에서 선종했다고 한다. 춘천교구는 해마다 11월 첫 주간을 ‘위령의 달’로 정해 이 ‘죽음의 행진’에서 희생된 사제들의 넋을 위로한다. 이 ‘위령의 달’ 행사에는 춘천 지역 사제와 신도들이 모두 모인다고 한다. 6·25 전쟁 중 주요 인사들이 쇠사슬에 손이 묶인 채 북한으로 끌려간 이른바 ‘죽음의 행진’에서 기독교계도 숱한 희생자들을 냈다. 당시 교황 사절을 비롯해 외국인 사제와 수녀, 개신교 목사 수백명이 평안북도 산골에 강제수용돼 34개월간 포로생활을 했는데 적지 않은 인물들이 돌아오지 못했다. 이 성당이 건립될 때 주임으로 있었던 구인란 신부도 미사 도중 끌려갔으나 기적적으로 돌아와 주한 교황청 대사를 지낸 뒤 1955년 초대 춘천 대목구장에 부임했다고 한다. 죽림동 성당과는 아주 질긴 인연을 가진 인물인 셈이다. 이 묘역 바로 뒤편에는 기이한 십자가가 나무에 기대어 서있다. 지난 2000년 대희년 6월25일 춘천교구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전국대회’를 열면서 제단에 설치했던 십자가다. 동해안 지역을 휩쓴 화마로 불 탄 소나무에 북한의 주목나무를 엮어 만든 것으로 분단 교구의 아픔과 신도들의 통일 염원이 서려 있다. 지금 죽림동 성당에 적을 둔 신도는 1600명. 대부분 오래도록 이 성당을 다닌 나이 든 세대들이다. 지난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3800명이 성당을 다녔다고 한다.2000년대 들어 춘천 지역엔 17개의 성당이 새로 생겨나 애막골, 퇴계동, 수무숲 성당같은 곳엔 신도 수가 3000명을 넘는다. 지난 2003년부터 주임을 맡고 있는 김현준 신부는 “지금 죽림동 성당은 옛날의 교세와 모습과는 크게 다르지만 신도들의 자생적인 믿음에서 출발해 신앙 공간을 일군 흔치 않은 성당으로 한국 교회사에서도 결코 빼놓을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kimus@seoul.co.kr ■ 죽림동 성당·춘천교구 ‘밀알’ 엄주언 죽림동 성당과 천주교 춘천교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바로 이 지역에 신앙의 싹을 틔워 성당을 세워놓은 밀알인 엄주언(말딩·1872∼1955)이다. 한국의 천주교가 외국 선교사의 전교없이 자생적으로 이루어진 특징을 갖는다고 할 때 춘천 지역이야말로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아닐 수 없다. 그 한 가운데 바로 엄주언이 있는 것이다. 춘성군 장학리 노루목에서 태어난 엄주언은 19살때 우연히 ‘천주실의’와 ‘주교요지’를 읽고 천주교와 연을 맺었다. 맏형과 함께 천주교 발상지인 광주 천진암을 찾아 움막생활을 하면서 가족 모두가 영세하도록 인도했지만 정작 고향에서는 ‘천주학쟁이’로 몰려 따돌림과 온갖 수모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화전을 일구며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에 감화된 주민들이 차츰 모여들었으며 죽림동 성당의 모태인 곰실 공소를 마련해 예절을 보기에 이른 것이다. 곰실 공소가 본당으로 설립된 것도 순전히 엄주언의 공이다. 풍수원 성당과 서울의 명동 성당을 오르내리며 상주사제 파견을 간청한 결실이다. 본당 설립후 신도들의 애련회를 조직해 춘천 시내로 진입하기 위한 자금 마련에 나서 결국 성당 터를 구입했으며 여기에 6대 춘천 본당 주임으로 부임한 구인란 신부가 인근 밭을 매입해 지금의 죽림동 성당을 세우게 된 것이다. 성당 입구의 사제관과 연결된 말딩회관은 바로 춘천교구가 그의 공을 기려 지난 1997년 건립한 곳으로 춘천 지역 천주교계의 핵심 공간으로 통한다.
  • “직접 끓인 떡국 혼혈아들과 나누고 싶어”

    미국 NBC의 TV 게임쇼 ‘딜 오어 노딜(Deal or No Deal)’에서 뛰어난 미모와 입담으로 미국인들을 사로잡고 있는 한인 혼혈 모델 우르슐라 메이스(27·한국이름 이영미)가 어머니 나라인 한국을 찾는다. 오는 11일 방한하는 우르슐라 메이스는 4박5일 동안 혼혈아동 보육시설을 방문해 만두를 빚고 떡국을 만들며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에게 후원물품을 전달하는 등 봉사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방한 기간 얻은 수익금 전액을 혼혈 어린이돕기에 기부한다. 미국 풋볼 스타 하인스 워드 방한 당시 혼혈스타로 국내에 소개됐던 우르슐라 메이스는 주한미군이었던 독일계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6살까지 한국에서 성장했다. 방한을 앞둔 그녀는 “어렸을 때 설마다 어머니가 끓여 주시던 떡국 맛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며 “한국을 찾아 직접 끓인 떡국을 어린이들과 함께 맛보고 양로원 등을 방문해 어른들께 세배도 드리며 따뜻한 한국의 정을 느끼고 싶다.”고 전했다. 또한 “하인스 워드나 문블러드 굿 등 글로벌 스타들이 펼치고 있는 한국 혼혈아동 돕기 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예정이며 앞으로도 한국 혼혈 아동들을 후원하기 위해 방한할 것”이라고 말했다.세계적 남성잡지 ‘맥심(MAXIM)’의 표지모델 선발대회 3위에 입상하며 미국 연예계에 입문했다.지난해 미국 피플지가 선정한 ‘100인의 가장 아름다운 사람’에 안젤리나 졸리, 할 베리, 줄리아 로버츠 등과 함께 뽑히는 등 미국내 새로운 대중문화 아이콘으로 주목받고 있는 신세대 스타다.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서울 저소득층 영어마을 세운다

    서울지역 저소득층 학생을 위한 ‘서울 영어체험교육원’이 내년 3월 문을 연다.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은 15일 “영어체험마을을 이용하기 어려운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무료 영어체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교육청 직속으로 영어체험 교육원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98억원을 들여 경기 가평에 운영 중인 학생교육원 시설을 리모델링해 교육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교육원에는 현재 서울시가 운영하고 있는 영어체험마을처럼 영어를 직접 사용해볼 수 있도록 거리와 상점, 은행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선다. 원어민과 한국인 교사 각 15명씩 참여하며, 한 차례 180명씩 연간 468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프로그램은 학기 중에는 4박5일, 방학 때는 3주 코스로 운영될 예정이다. 교육원은 현행 영어마을과는 달리 저소득층이 많은 지역 학교를 중심으로 신청을 받아 운영한다. 연간 계획에 따라 학급·학년·학교 단위로 입소하도록 해 수업을 빠지지 않아도 된다. 시교육청은 특히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저소득층 학생에게는 형편에 따라 무료로 이용하거나 최소 경비만 부담하도록 할 방침이다. 기존 영어마을이 주로 초등학교 5∼6학년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것과는 달리 교육원은 초·중·고교생은 물론 교사 영어연수 장소로 활용된다.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희망과 나눔 그리는 화가 될래요”

    “희망과 나눔 그리는 화가 될래요”

    ‘할머니 감사합니다. 어릴 적부터 업어주고, 먹여주고, 기저귀 채워주고, 옷 빨아 주셔서 절 이만큼 키워주셨으니 너무나도 감사합니다.10년을 하루같이 키우시느라 얼마나 고생하셨는지요.’<‘나의 일상생활’ 중에서> ‘엄마’와 같은 할머니와 단둘이 지하방에 사는 초등학교 3학년생인 박진주(10·서울 광진구 중곡동)양의 얼굴엔 늘 해맑은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한정숙(77) 할머니와 매 끼니를 걱정하며 어렵게 살고 있지만 진주에게는 어려서부터 헌신적으로 돌봐주시는 할머니가 있고, 화가가 되겠다는 꿈이 있기 때문이다. 진주는 지난달 28일 한국복지재단 주최로 641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전국 소년소녀가장 생활수기 공모전’에서 할머니의 고마움과 자신의 꿈을 담은 ‘나의 일상생활’이라는 글로 당당히 금상을 거머쥐었다. ●‘엄마’ 같은 할머니가 있어 행복해요 9일 서울시 광진구 중곡동 지하에 있는 보금자리 문을 열자 진주가 “안녕하세요.”라는 우렁찬 인사와 함께 통통한 볼을 활짝 펴며 밝게 웃는다.“아프리카에는 굶어 죽는 아이도 있다던데 저는 할머니가 돌봐주시니 행복한 아이가 아닌가요?” 진주가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외환위기를 맞으며 아빠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부모가 집을 나갔고, 어느날 연락이 끊겼다. 그 뒤부터 할머니가 진주를 돌보고 있다. 진주와 할머니는 기초생활수급 보조금 43만원과 복지재단에서 주는 후원금 10만원, 구청 양육 보조금 7만원을 생활비로 쓰며 어렵게 삶을 꾸려나가고 있다.6년 전만 해도 할머니가 공공근로로 일당 2만원씩 벌었지만 식도 수술을 받은 뒤 건강이 악화되면서 더 어려워졌다. 도시가스비만 매월 7만원씩 나오는 겨울이 버거울 뿐이다. 하지만 진주는 수술로 몸무게가 11㎏이나 빠진 할머니의 속을 썩이지 않고 가난과 사라진 부모도 탓하지 않은 채 명랑하게 자라고 있다. 할머니는 “진주는 지금도 일본에 있는 고모를 제 엄마로 알고 있는데 조만간 이야기를 해 줄 생각”이라면서 “진주가 대학교 갈 때까지만 건강하게 살아있어야 할 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화가가 돼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어요” 진주는 화가가 꿈이다. 어릴 때부터 종이접기, 그림그리기, 조립하기, 글쓰기 등 손으로 하는 건 뭐든 뛰어난 소질을 보였다.2학년 때 처음 미술을 배우기 시작해 지금은 어떤 물체도 스윽 한번 쳐다보곤 똑같이 그려낸다. “할머니가 늘 ‘북한과 아프리카엔 아이들 병원이 많이 없어 굶고 병들어 죽는 아이들이 많으니 일상에 늘 감사하고 살아야 한다.’고 하세요. 앞으로 화가가 돼서 어려운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어요.” 진주는 공모전에서 받은 금상 부상으로 다음달 4박5일 동안 중국여행을 떠난다.“처음으로 비행기 타는 게 너무 기대돼요.”진주에게 북한이 고향인 할머니가 “멀리서나마 할머니 고향 사진 많이 찍어와야 한다.”며 얼굴을 쓰다듬는다.“할머니, 얼른 음식도 잘 넘기고 건강해져야지. 나 할머니가 ‘무억만년’ 사시라고 매일 기도할 거야.”진주가 할머니를 꼬옥 안았다. 후원 문의는 한국복지재단 서울지부(02-325-2205) 송진호 사회복지사. 글 사진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4~5일 걸리던 민원 접수 즉시 “처리됐습니다”

    4~5일 걸리던 민원 접수 즉시 “처리됐습니다”

    서초구가 기존의 느리고 융통성 없는 민원서비스의 관행을 뒤집겠다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들이 마련한 비장의 무기는 26일 문을 연 ‘OK 민원센터’. 시설과 기능 등에서 기존의 민원실과 전혀 다른 개념의 민원서비스를 통해 ‘호텔같이 편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26일 오후 건축허가를 내기 위해 서초구청을 방문한 이석근(53)씨는 의외로 빨리 진행되는 민원처리에 싱글벙글이었다. “내년에 다시 찾아오면 될까요.”라는 질문에 “4∼5일 내에 허가 날 수 있을 것 같으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라는 공무원의 답변을 들은 때문이다. 건축과, 공원녹지과, 사회복지과까지 업무가 연계돼 있는 데다 연말연시까지 겹쳐 일주일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건축허가가 나흘여만에 가능하다는 것. 게다가 접수한 민원은 과마다 여기저기 다닐 필요 없이 그 자리에서 단번에 해결됐다. ‘OK 민원센터’는 한 곳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일종의 종합 민원창구다. 하지만 그 범위나 서비스의 질은 기존의 ‘원스톱서비스’와 전혀 다르다. 실제 서초구의 OK 민원센터는 거의 모든 종류의 민원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해결되는 민원은 주민등록, 호적, 세무, 토지, 건물, 건축, 식품, 위생, 산업, 환경, 청소, 교통, 주차, 장애인, 사회, 토지거래, 부동산, 공원녹지, 복지 등이다. 구청이 담당하는 모든 증명과 발급, 인허가, 신고 등이 한 자리에서 처리되는 셈이다. 복합업무는 해당 담당자들이 함께 해결해준다. 빠른 처리를 위해 즉시 처리되는 민원도 23종에서 171종으로 늘렸다. 예전 같으면 최대 5일까지 걸리던 민원들이었다. 민원인이 해당 부서를 찾아다닐 필요도 없다. 구청측은 “민원인이 공무원을 찾는 것이 아닌, 공무원이 민원인을 찾는 개념으로 바꿨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화 민원이 대표적이다. 이날 오후 동네 언덕에 제설용 염화칼슘 함이 필요하다는 민원전화를 건 주부 김모(34)씨는 30분이 못돼 구청 담당직원의 응답전화를 받았다. 오전에 구청 콜센터에 남긴 민원내용을 보고 담당공무원이 바로 민원인에게 전화를 걸게 하는 ‘콜센터 서비스’ 덕분이다. 김씨는 “과거 담당자와 통화하려면 다른 공무원에게 몇 번씩이나 반복해 설명해야 하고 전화도 자주 끊기는 통에 먼저 화가 나는 상황이었다.”면서 “흡사 대기업의 애프터 서비스를 받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근무인원도 늘려 기능 업무별로 37개 창구 62명이 배치됐다. 과거 민원실의 2배 이상 규모다. 외국인을 위해 외국인 전용창구도 마련된다. 영어, 불어, 중국어, 일본어 등 외국어에 능통한 공무원을 선발 배치했다. 파스텔톤 마감재, 쾌적한 휴식공간, 화사한 회색유니폼을 차려입은 직원들의 미소까지 외형도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는 은행 PB객장을 방불케 한다. 법무사 문진만(44)씨는 “업무상 구청 민원실을 자주 방문하는데, 화사한 분위기에 들어서자마자 기분이 좋아졌다.”면서“부드럽고 친근감이 느껴지는 이미지가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박성중 서초구청장은 “우리나라 경제규모와 국가위상에 걸맞은 세계 일류수준의 행정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제도 개선에 나섰다.”면서 “구청의 서비스도 호텔 못지 않다는 말이 절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OUR STORY] 눈내리는 플롯폼에 서보셨나요

    [OUR STORY] 눈내리는 플롯폼에 서보셨나요

    7년 동안 330여 차례나 기차여행을 한 사람이 있다.1주일에 최소한 한번 이상은 기차를 타야만 가능한 숫자다. 거리로는 22만 2000여㎞. 지구를 다섯바퀴 돌고도 남는 거리를 국내선 기차로만 여행한 셈이다.1999년 이후 모아온 기차표가 1200여장에 달하고, 기차역 주변 음식점 명함만 600여장이다. 가슴에 KTX 1호 승객이란 ‘훈장’도 달고 있다. 이만하면 우리나라에서 기차여행 좀 ‘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겠다. 다소 부족한 느낌이 든다면 이런 건 어떨까. 의자 하나만 달랑 놓인 간이역을 비롯해, 경전선과 영동선 일부를 제외한 국내의 모든 역에서 기차를 타고 내려 보기도 했다. 폐선이 된 기차역을 찾아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축구를 워낙 좋아해 전북 현대의 경기가 열리는 곳이라면 불원천리, 기차를 타고 찾아 간다. 홈구장인 전주까지는 461호 첫 열차부터 마지막 열차인 489호까지 시간대별로 모두 타보았다. 직업상(그의 현재 직업은 기차여행 가이드다) 다녀온 것을 제외하더라도, 강원도 정동진역에 내린 것만 무려 80여회에 달한다. 32세의 청년 박준규. 우리나라 기차여행의 대표선수다. 그와 함께 강원도 북부의 고원도시 태백시를 다녀왔다. 글 사진 태백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박준규씨와 떠난 기차여행 아침 8시. 배낭하나 멘 단출한 차림의 박준규씨와 함께 청량리에서 강원도 강릉까지 가는 무궁화 열차에 올랐다. 갑자기 추워진 바깥 날씨와는 달리 열차 안은 포근하고 안락했다. “기차를 처음 탄 것은 유치원 때였어요. 지금은 레일 바이크로 유명한 경북 문경시 가은읍의 외가에 가기 위해서였죠. 초등학교 시절에는 혼자서 문경까지 다녀오곤 했어요.” 당시 기차는 그에게 교통수단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했다. 그가 오롯이 기차여행을 한 것은 중학교 2학년때. 진주행 통일호 열차를 타고 구례구역에서 내려 5박6일 동안 지리산 종주를 한 것이 그의 첫번째 기차여행이었다. 이후 기차는 그에게 따로 뗄 수 없는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는다. 왜 그렇게 기차여행이 좋은지 궁금했다.“내 집은 기차라고 할 만큼 기차여행이 편하고 즐겁기 때문이죠. 기차여행은 세상사의 축소판인 것 같아요. 다양한 사람과 일들을 만나고 경험하게 되죠. 어떤 사람과 함께 여행을 하게 될지 막연한 기대감 같은 것도 있고요. 의자를 돌려 모르는 사람들과 마주보며 이야기도 나누고,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보이는 산과 들, 강 등 경치를 감상하는 것이 참 좋아요.” 양평역에서 단체관광에 나선 촌로 10여명을 태운 기차는 다시 강원도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모처럼 나들이에 나선 노인들이 열차에 오르면서 조용하던 객실 분위기가 한순간 왁자지껄해졌다. 마치 어린아이들처럼 들뜬 모습이다. 승객이 별로 없어, 맞은편 의자에 다리를 뻗은 채 이야기를 이어갔다. “대학교 1학년 때인 1994년부터 본격적으로 기차여행을 하기 시작했죠. 하지만 취미가 직업이 될 만큼 빠지게 될 줄은 몰랐어요. 대학 3학년때는 기차로만 4박5일 동안 여행한 적도 있어요. 거리로는 5000㎞ 정도 됐고요. 군대를 제대한 다음 그야말로 기차여행에 굶주렸던 때였죠.‘한붓 그리기’처럼 청량리에서 출발해 강릉, 부산, 목포를 돌아 대전, 천안까지 간 다음 다시 장항, 군산을 거쳐 서울로 오는 코스였어요. 중앙선과 태백선, 경전선, 동해남부선, 호남선, 장항선 등 거의 전 노선을 한번에 돌았던 거죠.” 원주를 지난 기차는 어느덧 태백준령을 향하고 있다. 금교 신호장과 치악역 중간에 있는 ‘금대 2터널´은 루프식 터널. 일명 ‘또아리 굴´로 불린다. 경사가 급해 직선으로는 오르지 못하고, 용수철처럼 빙글빙글 돌아서 가야 한다.‘유령굴’로도 불리는 치악터널을 지날 때는 괴기스러운 분위기 때문에 왠지모를 한기가 느껴지기도 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코스는 태백-영동선. 청량리역까지 오는 1640호 열차의 경우, 강릉역 등 이 구간에 있는 모든 역에서 출발해 보기도 했다.“우리나라의 원초적인 지형을 지나는 코스예요. 평균속도가 60㎞ 이하여서 느긋하게 경치를 감상할 수 있죠. 이 코스의 백미는 흥전에서 나한정 구간이에요. 경사가 급하고 고도차가 400m에 달해 열차가 스위치 백으로 운행해야 하죠. 내년 하반기에는 루프식 터널로 바뀐다고 하니, 아쉽네요. 영동선은 정동진역 다음부터가 정말 좋아요. 열차가 바다와 나란히 달리죠. 안인역의 해돋이도 좋고요.” 두번째로 좋아하는 코스는 정선선.“‘느림의 미학’을 한껏 맛볼 수 있는 구간이죠. 구불구불한 조양강을 따라 증산에서 아우라지까지 1시간 정도 가는데, 역마다 펼쳐지는 시골풍경이 아름답기 그지없어요. 자그마한 간이역과 북한강의 경치가 이어지는 중앙선도 둘째가라면 서럽죠. 특히 경북 의성역에서는 반드시 자장면을 먹어봐야 해요. 맛이 정말 일품이에요. 기차에서 어떻게 자장면을 시켜 먹냐고요? 제 홈페이지(www.traintrip.wo.to)에 오시면 알려 드릴게요.” 기차가 가뿐 숨을 내쉬며 강원도 영월땅으로 접어 들었다. 옛날 큰 물난리 때 삼척에서 떠내려 왔다는 전설을 간직한 삼척산과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 등 수려한 풍광이 차창 밖으로 잇달아 펼쳐졌다. 서강에서는 큰고니 4∼5마리가 물위에 뜬 채 한가로이 유영하고 있다. “기차를 타고 가다 처음으로 여자친구를 만나기도 했어요. 지금은 없지만요. 여자친구보다 기차가 훨씬 좋아요. 수학공식으로 표현하자면 ‘여친 기차’죠. 축구와 비교하자면 ‘여친 축구’쯤 될까요.”이렇게 얘기했던 그도 기차가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촬영지였던 함백을 지나자 아련한 눈망울로 ‘새비재’오르는 길을 바라보았다. 새비재는 ‘그녀’와 견우가 타임캡슐을 묻은 소나무가 있는 곳. 그는 정말로 여자친구보다 기차가 좋은 걸까. ● 기차여행 고수되기 첫째:사전준비를 철저히 하라. 열차나 버스 등의 출발정보가 담긴 ‘월간 시각표’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제공하는 팸플릿 등을 반드시 챙길 것. 둘째:각종 할인혜택을 꼼꼼히 챙겨라. 철도회원에 가입해 일정 포인트를 적립하면 무료여행도 가능하다.KTX의 경우 비즈니스 카드 할인(주중 30%, 주말 15%), 역방향 할인(5%), 자동발매기 할인(1%) 등을 합치면 최대 36%까지 싸게 여행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사전예매 할인, 철도회원 카드 할인, 얼리 버드(early bird)할인 등 다양한 할인혜택이 있다. 셋째:장시간 여행에 필요한 것들은 반드시 챙겨라. 물 등 간단한 먹거리와 디지털 카메라, 각종 충전기 등을 가져갈 것. 밤열차는 춥기 때문에 작은 담요 등도 가져가면 좋다. 충분한 수면을 위해선 안대가 필수다. ■ ‘문화재급’ 추억의 간이역 10곳 간이역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굵직한 사건들로 점철된 20세기의 역사이자, 그 시기를 살아간 세대들의 애환이 서려 있는 곳이다. 번듯하지는 않지만, 허술한 겉모습에서 외려 푸근함이 느껴지는 공간이다. 간이역의 사전적 의미는 역무원이 없고 정차만 하는 역. 철도법에서는 역원배치 간이역과 무배치 간이역 이하 등급의 철도역사라고 규정하고 있다. 전국 650여개의 기차역 중 400여곳이 간이역이다. 다음은 박준규씨가 추천한 가볼 만한 간이역들이다. 유형문화재로 지정되는 등 언론보도를 통해 익히 알려진 곳은 제외하고, 아직 소개가 덜 된 ‘문화재급’ 간이역으로만 선정했다. 1. 구 전라선 서도역 한 문학가의 작품이 역사(驛舍)를 살려낸 특이한 경우에 해당된다. 고 최명희의 소설 ‘혼불’의 주요 배경지. 혼불문학관이 인근에 위치하면서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다.1930년대 지어진 목조역사를 최근 대대적으로 보수해 예전모습 그대로 복원해 놓았다. 주변 풍경이 수려하고, 현 서도역에서 도보로 5분이면 도착하는 곳이어서 접근하기도 수월하다. ▲가는 길 용산이나 영등포역→여수행 열차→남원역→75번 버스→서도역. 무궁화가 하루 10회, 새마을호는 3회 운행하고 있다. 현재 서도역에는 열차가 정차하지 않는다. 2. 구 전라선 오수역 붉은 벽돌로 지어진 1950년대 중반의 전형적인 간이역. 지금은 기차가 새로 지은 오수역으로 다니고 있다. 주인을 구한 개 이야기로 유명한 이곳은 지역이름 또한 오수(獒樹·개나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개의 무덤에 꽂아 놓은 지팡이에서 싹이나 커다란 나무가 되자, 이 나무를 오수라 부른 데서 유래했다. 영화 ‘광복절특사’에서 주인공들이 탈출하기 위해 이용했던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가는 길 용산, 영등포역→여수행 열차→오수역. 무궁화호가 하루 9회 운행. 오수역에서 구오수역까지는 도보로 이동해도 될 만큼 가깝다. 3. 중앙선 문수역 1941년 7월1일 현재의 역사가 만들어졌다. 작은 마을 앞을 흐르는 하천과 철길이 어우러진 풍경이 좋다.65년 된 역사도 아름답지만, 역사 옆에 있는 보선반 건물도 비슷한 세월의 깊이를 간직한 옛 건물이다.30년 전 폐역된 승문역까지 철길을 따라 이어지는 1차선 포장도로는 트레킹하기에도 좋다. 경북 영주시에서 가까워, 부석사 등 관광후 들러볼 만하다. ▲가는 길 청량리역→안동행 열차→문수역. 무궁화호가 하루 1회 운행. 4. 영동선 하고사리역 강원도 삼척시 골짜기에 위치한 곳으로, 하루 단 한번 열차가 선다. 상상속으로만 그리던 그림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두평 남짓한 맞이방(대합실)과 무인 간이역, 그리고 역사앞에 가지를 내린 채 서있는 수양버들이 하고사리역의 전부지만, 철도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성지처럼 여겨지는 곳이다. 어쩌면 철거될지도 모르는 곳이어서 더욱 더 아쉬운 곳이다. ▲가는 길 청량리역→안동행 열차→영주역→강릉행 열차로 환승→하고사리역. 무궁화열차가 하루 1회 운행. 영주발 강릉행 열차는 아침 6시5분에 출발하기 때문에 영주에서 1박을 해야 한다. 영주에서 버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5. 구 수인선 송도역 10년 전 운행을 중단한 협궤철도 수인선의 종착역. 어천역과 소래역 등과 함께 아직까지 남아 있는 수인선의 3대 역사 중 한 곳이다. 현재는 일반기업체의 사무실로 활용되고 있다. 인천 도심에 있어 경관이나 운치는 다른 간이역에 비해 덜하지만, 과거 수원과 인천을 오가던 협궤 꼬마열차의 추억이 어려있는 곳이다. ▲가는 길 지하철 1호선→동인천역→6-1번,46번 버스→송도역 삼거리. 6. 정선선 나전역 꼬마열차로 유명한 정선선의 4대 간이역 중 한 곳. 과거 석탄을 나르던 정선선이 이제는 관광객을 나르는 철길로 바뀌었고, 그 중심에 나전역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보기드문 목조역사인데다, 성신여대 미대 학생들이 그린 도깨비그림이 인상적이어서 철도마니아뿐 아니라, 아이들도 무척 좋아하는 곳이다. ▲가는 길 청량리역→강릉행 열차→증산역 →아우라지행 통근열차로 환승→나전역. 증산과 아우라지를 오가는 통근열차는 하루 2회 운행. 청량리역에서 오전 10시에 출발하는 열차를 타면 증산역에서 오후 2시에 출발하는 통근열차와 연결된다. 7. 경원선 서빙고역 문화재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서울시내에 남은 역사 중 가장 오래된 곳 중 하나다.1958년에 지어졌다. 전철 서빙고역과 맞붙어 있다. ▲가는 길 지하철 1호선 서빙고역 하차. 8. 동해남부선 거제역 1940년대에 지어진 일제시대 간이역. 철도역사가 플랫폼 위에 서있는 몇 안되는 역사 중 한 곳이다. 부산광역시 거제동에 섬처럼 자리잡고 있다. 동해남부선 이설 및 광역 복선전철화 작업과 함께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동해남부선 철길과 맞닿은 벽화도 볼거리다. 철도에 관한 시와 귀여운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가는 길 서울역, 영등포역→포항, 울산행 열차 →경주역 하차→거제역. 무궁화 열차가 하루 3회 운행. 9. 중앙선 우보역 중앙선에는 유난히 1940년대 초반에 지어진 역사가 많이 남아 있다. 그중 경북 군위군에 위치한 우보역과 화본역이 추천할 만하다. 두 곳 모두 시골 한적한 마을을 감싸안은 모양으로, 하루 4∼5회 열차가 선다. 기차가 아니면 접근이 쉽지 않은 깊은 산 속 간이역이다. 아담한 간이역사 외에도 오래 된 화물홈의 모습과 역장의 친절함이 인상적인 곳. ▲가는 길 청량리역→안동행 열차→안동역 하차→부전행 열차→우보역. 무궁화 열차가 하루 1회 운행. 10. 구 문경선 진남역 석탄산업이 한창이던 1960년대 문경선과 가은선의 분기점이자 신호장역으로 개업한 곳이다.60년대 지어진 곳으로는 보기 드물게 목조역사의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다. 현재는 레일바이크 매표소로 쓰이고 있다. 문경 레일바이크를 타기 위해서는 가은선 가은역 앞 가은농공단지, 또는 문경선 진남역을 이용하면 된다. 진남교반과 그 아래를 흐르는 영강의 경치가 일품인 곳. 여행과 레저를 겸할 수 있는 멋진 간이역이다. ▲가는 길 서울역→김천역 하차→영주행 열차(하루 3회 운행)→점촌역→가은, 문경행 시내버스→진남휴게소.
  • 박근혜·이명박 신경전 가열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들의 경쟁이 조기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진영은 연말 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구성을 앞두고 물밑 경쟁을 벌이는데 이어 상대 후보의 외국 방문에 의원들이 함께 가는 것을 놓고도 신경전을 벌이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 전 시장측은 박 전 대표가 오는 27일부터 4박5일간 중국공산당 초청으로 베이징·칭다오·옌타이 등지를 방문하는데 이경재·임인배·김재원·김정훈·김충환·이진구 의원 등 6명이 동행키로 한 것으로 알려지자 간접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 전 시장과 가까운 한 의원은 “정기국회에 충실해야 할 의원들이 특정주자를 수행해 외국으로 나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의원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무시한 채 이런 식으로 편을 갈라서야 되겠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측에선 “이번 중국 방문은 중국공산당이 박 대표를 포함해 당 소속 의원 10여명을 공식 초청한 데 따른 것으로 의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졌다.”며 “최근 이 전 시장의 일본 방문 때, 일본측의 초청을 받지 않은 의원들이 수행한 것은 어떻게 해명하려고 그런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양측의 막후 공방이 표면화할 조짐을 보이자 강재섭 대표가 진화에 나섰다. 강 대표는 22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경선 열기가 조기에 과열되는 것은 오히려 정권교체의 독약이 될 수 있다.”며 “경선의 공정한 심판관으로서 경선관리를 할 것이며,(선의의 경쟁을) 해치는 행위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대선후보가 강의하고 외국에도 나가 당의 진로와 정책에 대해 식견을 내주는 것은 바람직하고, 그런 과정에서 의원들이 ‘호불호’를 갖는 것은 당연하지만 선의의 경쟁을 넘어 경선 자체를 해치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이어 공정 경선을 위해 ▲특정주자에 노골적으로 줄서거나 특정캠프에 가담하는 일 금지 ▲악성 루머 유포·비방 삼가 ▲대의원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지지 호소 자제 ▲캠프별로 지역별 사조직 입회 강요 금지 ▲사무처 요원들의 줄서기 행위 금지 등 5개항을 제시했다.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새달초 수출 3000억弗 돌파

    새달초 수출 3000억弗 돌파

    수출 3000억달러 시대가 곧 열린다. 산업자원부는 21일 “다음달 4∼5일쯤 우리나라 해외 수출액이 3000억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은 세계에서 12번째로 수출 3000억달러를 달성한 나라가 된다. 무역강국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는 것을 뜻한다. 산자부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10월까지 수출액은 2661억 8800만달러다.10월 한 달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8% 늘어난 280억 9000만달러였다.10월의 조업일수 20.5일을 감안하면 하루 13억 7000만달러의 수출이 이뤄진 셈이다. 산자부는 이런 속도로 수출이 이뤄지면 11월까지의 누적 수출액은 2900억달러선을 넘어서고 12월 둘째주(12월 4∼9일)에 30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수출목표인 3180억달러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산자부 차동형 수출입팀장은 “올해 수출 목표치도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들어 10월까지 중국으로 수출한 금액은 568억 5100만달러로 미국(354억 2200만달러)과 일본(217억 9300만달러)에 수출한 금액(572억 1500만달러)과 비슷하다. 한편 올들어 10월까지 수입액은 2550억달러다. 연말까지 3000억달러를 넘을 게 확실시돼 수출과 수입을 합한 우리나라의 연간 무역액은 6000억달러를 웃돌 전망이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한나라 빅3 ‘부족한 2% 채우기’

    “부족한 2%를 채워라.” 한나라당 ‘빅3’의 발걸음이 더 분주해졌다. 여권의 대권주자들이 정기국회 이후에 본격화될 정계개편에 대비해 전략을 모색중이라면, 한나라당 빅3는 현 시점에서 상대보다 취약하다고 평가받는 점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스킨십과 콘텐츠 보강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20일부터 ‘광폭 행보’를 예고했다. 당장 이번 주에만 서울과 제주, 부산, 대구를 오가며 4차례 연쇄 강연한다. 교원단체와의 정책 간담회에선 교육 정책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다. 다음주엔 초청을 받아놓고 미뤄왔던 중국 방문길에 오른다.4박5일 동안 중국의 정치 지도자와 함께 외교·통일·안보 전략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는 박 전 대표가 그동안 국회에 매진하느라 외부 일정은 사실상 자제하면서 다른 주자에 비해 스킨십, 언론노출 빈도에서 취약하다는 평가에 따른 것이다. 앞으로 강연·인터뷰·행사 참석 등 미뤄둔 60여건의 일정을 줄줄이 소화하기로 했다.다른 주자에 비해 정책 비전이 취약하다는 평가에 대해 한 측근은 “그동안 정책을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박 전 대표가 그동안 공들인 국정운영 비전과 정책 구상을 새달에 발표하면 경쟁 구도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사이버 홍보와 당심(黨心)잡기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지난 9월에 시작한 강연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21일 한양대에서 ‘창조적 도전이 역사를 바꾼다’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23,24일에도 군산과 서울에서 대학 특강이 잡혀 있다. 젊은 층과 만나 눈높이를 맞추고 자연스럽게 접촉 빈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22일에는 국회에서 열리는 당 참정치운동본부 출범식에도 참석한다. 당과 보폭을 맞추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 전 시장측은 새달에 홈페이지(www.mbplaza.net)를 개편하는 등 사이버 홍보를 더 강화할 방침이다. 네티즌과 소통하는 점에 있어서는 직접 ‘싸이질’을 하는 박 전 대표보다는 취약하다는 안팎의 평가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전 시장측은 네티즌도 직접 다양한 콘텐츠를 올리도록 홈페이지를 단장하는 등 사이버 지지층을 넓히는 계기로 삼을 계획이다. 또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파워코리아’ 정책비전을 강조하며 홍보하는 장으로 변신시킬 계획도 갖고 있다.●부동산 정책 등 공세적 언급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공격적인 발언으로 차별화를 시도하면서 인지도 도약에 나섰다. 그는 19일 당사에서 간담회를 열어 “책임있는 정치 지도자라면 중요한 민생 문제인 부동산 문제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밝히고 국민적 입장을 도출하는 데 참여해야 한다.”면서 “책임있는 정치인이 이를 외면하고 회피해서는 안 된다.”고 피력했다.‘책임있는 정치인’은 “스스로 나라의 미래에 대해 책임지고자 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즉, 부동산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지 않은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 등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확고한 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2차 민생대장정의 일환으로 버스를 개조해 전국을 누비며 ‘비전투어’를 펼치고 있는 그는 지난 17일에는 “손학규가 곧 일자리임을 증명하겠다.”고 말했고,13일에는 “내가 한나라당의 미래”라고 호언했다.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표류하는 의료법안 (상)] 기나긴 ‘나홀로 싸움’… 집·직장 잃어

    [표류하는 의료법안 (상)] 기나긴 ‘나홀로 싸움’… 집·직장 잃어

    의료사고는 환자의 몸과 마음에 이중의 고통을 안긴다. 사람 일이 으레 그렇듯 의사도 실수를 하지만 의사들이 이를 은폐하려 들면 환자들은 극도로 어렵고 힘든 싸움을 벌여야 한다. 나날이 늘어만 가지만 뚜렷한 대책은 없는 의료사고의 문제점과 법적 쟁점, 대안을 상·하 두차례에 걸쳐 짚어 본다. 대전에 사는 박모(59)씨는 1997년 2월 턱밑이 부어 올라 한 정형외과를 찾아 수술을 받다 왼쪽 목 정맥이 절단당했다. 그러자 병원측은 느닷없이 말기암이라며 수술을 감행했다. 있지도 않은 암수술을 받은 박씨는 편도선 일부를 잘라내 지금 고무줄로 목을 조이는 느낌을 갖고 산다. 보상을 받기 위해 박씨는 병원을 상대로 9년 동안이나 소송을 벌였다. 그동안 의료소송에 전문성도 없는 변호사와 브로커들에게 준 비용만 1억 5000만원이나 된다. 하지만 박씨는 대법원에서 패소하고 말았다. 도장 공사업체를 운영하는 사업가로 집과 땅 등 부동산도 상당히 갖고 있었지만 다 날리고 지금은 영세민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박씨는 “온갖 브로커들에게 속다 보니 이제 믿을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것 같은 의심병만 생겼다.”고 했다. 서울신문 취재팀이 만난 의료사고 피해자들은 모두 지칠대로 지쳐 있었다. 의사의 과실로 난 사고를 전문지식이 없는 환자가 입증하기 어려운데다 1·2심 판결에만 평균 3.9년 정도 걸리는 기나긴 소송 과정도 더욱 큰 고통을 주고 있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사는 천모(60)씨는 5년전 고혈당으로 쓰러져 한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아내(58)의 몸 속에 1m 가량되는, 고무로 된 의료기기가 들어 있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의사가 의료기기를 몸속에 둔 채로 수술 부위를 봉합했기 때문이었다. 소송에 필요한 신체감정을 위해 지난해 5월부터 아홉달 동안 법원이 지정해준 대학병원 등에 4번이나 진료기록을 보내 감정을 의뢰했지만 모두 “희귀한 케이스라 판별이 어렵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결국 감정결과 없이 소송에 나섰다가 병원측의 설득에 합의금을 받는 것으로 소송을 끝내고 말았다. 천씨는 개인택시까지 팔아 병원비를 충당해야 했다. 의료사고 전문 이인재 변호사는 “의사 세계가 워낙 좁기 때문에 서로 피해를 주는 감정을 해주지 않으려 해 어쩔 수 없이 대충 합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울산에 사는 회사원 이모(31)씨는 2001년 10월 출근길에 다른 사람들의 싸움을 말리다가 오른손 검지를 물리는 부상을 당했다.M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며칠이 지나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았다.3주가 지나자 고름이 흐르고 썩은 냄새까지 나 다른 병원을 찾았더니 골수염이라고 했다. 결국 2차례 수술 끝에 손가락 한마디를 잘라냈다. 수술받은 병원에선 “1차 치료에서 원인균을 규명하지 않아 잘못된 항생제를 처방했다.”고 말했다.M병원에 항의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결국 스스로 민사소송에 나서 직장일을 소홀히 하다 이씨는 5년 동안 세번이나 직장에서 쫓겨나야 했다. 감정을 받더라도 절차가 피해자에게 절대 불리하다. 피해자들이 소송을 제기하면 법원이 대부분의 전문 감정을 대한의사협회에 의뢰하고 의협이 대형병원 등을 통해 감정한 결과를 통보해 주는 방법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협은 2년전 법원에 “의협을 통해야 감정의사가 알려지지 않아 객관적인 감정을 받을 수 있다.”고 자기들 주도의 감정을 의뢰하도록 요청했다. 정부는 실태 파악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피해자를 돕거나 객관적인 감정기관을 만드는데는 더 무관심하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의술도 결국 인간이 하는 것이라 과오가 분명히 존재한다. 의료선진국인 미국에서도 입원환자 100명당 4명 가까이 의료과오 피해를 보고 있다는 통계를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의료기관의 협조도 없고 정부도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의료정책팀 임종규 팀장은 “관련 법도 없는 상태에서 실태조사를 하기는 불가능하다. 종합병원 한곳에만 연간 환자가 수십만명일 텐데 하나하나 사고인지 아닌지 밝히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재훈 윤설영기자 nomad@seoul.co.kr ■ 관련법안 4대쟁점 의료사고 관련법안은 1988년 의료계에서 처음으로 제정을 촉구했다. 이후 18년이 흘렀지만 각계의 입장 차이로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발의와 폐기를 반복해 왔다. 현재 열린우리당 이기우 의원이 2005년 11월 발의한 ‘의료사고 예방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안과 의사 출신인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이 올 5월 발의한 ‘보건의료분쟁의 조정 등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에 올라와 있다. #1 과실 입증책임 전환 현재는 환자가 의료인의 과실을 입증해야 한다. 이 의원안은 의료인이 본인의 무과실을 입증하도록 입증책임 주체를 전환하자는 것이다. 최근 대법원의 판례를 보면 피고측(의료인)에게 무과실을 입증토록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해자가 상대방의 과실을 입증하도록 하는 민법의 대원칙을 거스르기 어렵고 의료계가 “의료인에게 과다한 부담을 지운다.”며 반대하고 있다. #2 분쟁조정기구 위원회의 구성과 운영 안 의원안은 모든 의료분쟁에 대해 반드시 조정기구를 거치고 합의에 이르지 못한 사안에 한해서만 소송을 걸도록 하는 ‘필요적 전치주의’를, 이 의원안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임의적 전치주의’를 주장하고 있다. 법무부에서도 ‘필요적 전치주의’에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조정기구 지휘권 문제와 직결되는 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도 각계가 요구하는 배정 인원수에 차이가 있다. #3 무과실 책임 보상 의료인의 과실이 없는 것으로 판명된 의료사고에 대해 보상금을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두 법안이 보상금 지급한도 금액에서 차이가 있다. 그러나 기획예산처가 예산 문제를 들어 부정적인데다 시민단체 측에서도 “무과실 판례가 급증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4 의사의 형사처벌 면책특권 의사가 책임보험에 가입한 경우 경미한 과실에 따른 의료사고는 형사처벌을 면제해 주자는 것. 법무부에서 가장 반대하는 부분이다. 이 의원안은 환자측이 의사의 처벌을 원하지 않을 경우에만 면책권을 주는 ‘반의사불벌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도 의사의 형사처벌은 벌금형 정도가 고작이다. 윤설영 이재훈기자 snow0@seoul.co.kr ■ 코 조직검사받다 시력 잃어 안녕하세요, 저는 52세 김정자라고 합니다. 스물아홉살 된 제 아들은 1급 시각장애인입니다.5년 전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코 속 조직검사를 받다 불의의 의료사고를 당했습니다.2001년 9월4일이었습니다. 회사원인 아들이 코가 막히고 눈 아래가 당긴다고 해서 서울 종로구의 병원을 찾았습니다. 코 안에 연골육종이라는 혹이 생겼으니 수술을 위해 조직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같은 달 25일 검사를 했는데 멀쩡하게 들어갔던 아들이 1시간 뒤 부축을 받고 나오더군요. 의사는 “피가 많이 나서 조직을 못 떼어 냈으니 약 먹고 쉬다가 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10월4일의 두번째 조직검사도 이튿날의 세번째 조직검사도 모두 실패했습니다. 그럴수록 상태는 나빠져 갔습니다. 아들이 “눈이 빠질 것 같고 하나도 안 보인다.”고 하자 의사는 “조직검사에 실패해 수술을 못할 것 같다.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했습니다. 무책임함에 어이가 없었지만 급한 마음에 앰뷸런스를 요청했습니다. 대여비를 요구하더군요.5만원을 주고 강동구의 한 병원으로 가서 곧바로 혹 제거 수술을 했지만 아들은 결국 시력을 잃었습니다. 의사는 “무리하게 조직검사를 시도하기보다 수술을 먼저 했더라면 실명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금 아들은 사람들과 연락을 끊은 채 방에만 틀어박혀 삽니다. 저의 투쟁이 시작됐습니다. 병원에서 진료기록을 떼어 보니 10월 4,5일 문제가 된 검사를 했다는 기록이 삭제돼 있었습니다. 녹음기를 들고 의사를 찾아가 “조직검사를 했다.”는 말을 녹취했습니다. 하지만 호소할 곳이 없었죠. 변호사 사무실을 10군데 정도 돌아다니며 전문지식을 묻는데 30분 상담에 사무장은 3만원, 변호사는 5만원을 요구하더군요. 이듬해 7월 시작한 민사소송 재판에서 문제의 의사는 조직검사를 하지 않았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결국 법원은 두세달 간격으로 조정절차를 서너차례 밟더니 공판 한 번에 “조직검사가 시력손상의 직접 이유가 될 수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후 올 2월 고법과 5월 대법원까지 4년 정도 걸렸지만 결과는 변함 없었습니다. 올 8월엔 관할 종로보건소를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법원에서 판결했으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병원 앞에서 두달 동안 현수막을 펼치고 목이 터져라 부당함을 호소했고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장에서 1인 시위를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형사고소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검에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고소를 했고 검찰은 지난 9월 벌금 200만원으로 의사를 기소했습니다. 한 걸음이나마 진전된 것이라며 좋아해야 할까요. 사고 후 5년이 흘렀습니다. 병원비와 변호사비로 수천만원이 들었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남편과 아들, 그리고 저의 가난하지만 행복했던 생활이 송두리째 날아가 버렸습니다. 의사가 사과 한 번만 했더라면 이렇게 힘든 과정은 시작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경고를 보내고 싶습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오늘도 팔을 걷어붙이고 집을 나서는 이유입니다. 글 사진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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