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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번째 창작 뮤지컬로 만난 남경주&최정원

    14번째 창작 뮤지컬로 만난 남경주&최정원

    ●20년 전 롯데월드 예술단 1기. 뮤지컬의 대중화를 이끈 1세대 커플 남경주(44)와 최정원(39)의 첫 만남의 계기였다. “본 지 하루이틀짼가,(정원이가) 노래연습을 시켜달라 해서 피아노 반주를 해줬는데 다듬어진 건 아니지만 재능이 있는 친구다, 느꼈죠. 귀찮을 정도로 많이 물어봐 대학 강의 노트도 빌려줬어요.”(남) “오빠는 그때도 스타였어요. 서울예전 시절부터 재능꾼이었죠. 고3때 처음 봤을 때의 아우라란…. 제가 열정만 있고 그저 좋아서 춤추고 노래했을 때 연기, 이론을 가르쳐줬고. 만난 그 순간이 제가 이 자리에 있게 한 에너지원이죠.”(최) ●3년 전 뮤지컬 ‘아이러브유’, 두 사람이 13번째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두 배우 모두 20여년 무대인생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여기서 꼽았다. “마지막에 할아버지, 할머니의 장례식 장면이 있어요. 그 장면을 하면서 나중에 우리가 늙었을 때의 모습을 봤어요. 과연 우리가 진짜 할머니, 할아버지가 됐을 때 이렇게 무대에서 공연하거나 얘기 나눌 수 있을까. 틀림없이 그럴 수 있을 거라 확신하면서요.”(남) ●현재 뮤지컬계의 ‘장소팔고춘자’‘최불암김혜자’커플이 이번엔 ‘소리도둑’(4월5일∼5월25일·서울 호암아트홀)으로 만났다. 영화 ‘에이미’(Amy)를 원작으로 한 ‘소리도둑’은 연출가 조광화가 쓰고 지휘하는 창작 뮤지컬. 유명가수인 아버지의 사고로 소리를 잃은 소녀 아침이가 엄마 인경(최정원)과 함께 시골로 내려가 실패한 천재 작곡가(남경주)를 만나며 소리를 되찾게 된다는 내용이다. 남경주와 최정원은 ‘사람 냄새’ 때문에 이 작품을 택했다. 소리를 잃은 아이를 통해 외려 어른들의 상처가 치유되는 인간애가 맘에 들었기 때문. 두 배우 모두 아이가 있는 터라 감정이입은 자연스레 배가됐다. 딸 수아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되는 최정원에 대해 남경주는 “다리가 연습실 바닥에 붙어 있는 듯한 안정감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제작자가 수아도 오디션을 보게 하라고 했어요. 그런데 현실과 무대는 달라야 하는데 제 딸이면 몰입이 힘들 것 같아요. 언젠가 딸이 무대에 서겠다 하면 찬성이지만요.”(최) 남경주는 5월 말 태어날 아기 덕분에 매일매일이 감격스럽다.“작품을 하고 있는 사이에 아이가 태어나고 아이가 소리를 찾는 과정의 조연으로 연기하니 마음이 참 좋아요.” 뮤지컬의 성장에 한몫 한 ‘커플’인 만큼 공연계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은 남다르다.“제겐 적성에 맞아 한 일이지만 속으로는 이 장르가 사람들에게 인정 못 받는 불모지니 선구자가 되어 한번 해보자 했었어요. 그런데 후회스러운 게 있다면 내가 대중화에 앞장서다 보니 요즘 뮤지컬이 가벼워진 데 일조하지 않았나 하는 거죠.” 연극으로 데뷔한 남경주는 유치진 선생이 주창한 진실과 아름다움이라는 연극정신을 구현하고 싶은 바람이 크다. 점점 작품 선정에 신중해지는 이유도 그래서다. 십수년 전 잘 나가는 영화배우, 탤런트들과 함께 출연해 그들의 10분의1도 안 되는 출연료를 받던 시절이 최정원에게도 있었다. 그렇게 15년차 팬을 얻은 최정원. 그런 그가 요즘 아쉬워하는 건 ‘무대에 대한 존경심’이다.“예전에 저희는 무대 오르기 전에 흙이나 먼지가 묻지 않은 신발을 신고 올라가는, 무대에 대한 존경심이 있었어요. 무대는 꿈이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무대에 침을 뱉는 배우도 봐요.” 두 배우에게 공연은 ‘달맞이꽃’이다. 관객과 같은 공간, 시간에 한껏 펼치고 나면 없어지고 마는 공연. 마치 달이 환하게 비칠 때 아무도 모르게 피었다 지는 달맞이꽃처럼 그 순간만 존재하는 시간.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베컴 새달 한국 온다

    `프리킥의 마술사´ 데이비드 베컴(LA갤럭시)이 다음달 말 한국을 찾는다. 그의 매니지먼트 회사인 영국 ‘19 엔터테인먼트’와 방한행사 대행계약을 맺은 ‘툴박스’(대표 류세진)는 4일 “베컴이 팬미팅 등 개인일정으로 다음달 말 4박5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다.”며 이 기간 SBS-TV ‘이경규 김용만의 라인업’에 출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라인업’ 관계자는 “툴박스와 협의 끝에 베컴이 ‘라인업’에 출연하는 것으로 확정했다. 국내 방송 프로그램으론 유일하게 그가 출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베컴의 뛰어난 기량을 소개할 뿐 아니라 한국의 축구 꿈나무, 유소년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기술지도 내용도 담을 예정”이라며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세계적 스타와 함께하는 방송인 만큼 단순히 웃고 떠드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이춘성의 건강칼럼] 위대한 발명품 ‘척추경 나사못’

    척추관 협착증이 심한 환자는 우선 좁아진 척추관을 넓혀주는 수술을 받게 된다. 주변의 뼈나 관절을 제거해 공간을 넓혀 줌으로써 오랜 기간 압박된 신경을 풀어주는 것이다. 이를 ‘신경 감압술’이라고 한다. 감압술을 시행하고 나면 각각의 마디가 불안정하게 되는데 놔두면 장기적으로 여러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따라서 ‘척추 유합술’로 척추의 상태를 안정화시켜야 한다. 이는 인접해 있는 척추뼈들을 ‘척추경 나사못’을 이용해 고정한 뒤 뼈 이식을 통해 한 개의 통뼈로 합쳐주는 과정이다. 유합술은 퇴행성 척추질환, 척추 골절, 척추 기형, 목 디스크 등 대부분의 척추질환에 사용하는 유용한 수술법이다. 그러나 많은 환자들이 몸 속에 나사못이 박히는 것에 대해 겁을 내고 거부감을 보인다. 하지만 알고 보면 나사못은 환자들이 대단히 고마워 해야 할 의료기기다. 척추경 나사못이 없었던 1980년대 중반까지는 환자들이 수술 후 이식한 뼈가 굳을 때까지 3개월 이상 온 몸에 기브스를 하고 꼼짝 없이 누워 있어야만 했다. 물론 환자 보호자들이 매일 대·소변을 받아내야 했기 때문에 고충이 컸다. 반면 나사못이 도입된 이후에는 수술 후 4∼5일 뒤부터 환자가 혼자 걷고 움직일 수 있게 됐다. 움직이면서도 뼈가 굳을 수 있게 척추뼈들을 견고하게 고정해 주는 ‘척추경 나사못’은 MRI(자기공명영상촬영) 검사와 함께 척추 수술 분야의 획기적인 발전을 가능케 한 일대 전환점이었다. 척추외과 의사가 되는 과정은 나사못을 척추경에 안전하게 삽입하는 것을 배우면서 시작된다. 하지만 척추외과를 전공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나사못을 삽입하는 데 종종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뒤틀리고 휘어진 척추기형 환자에서 나사못을 박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
  • [사회공헌] 월드메르디앙-소년소녀 가장 해외연수 후원

    [사회공헌] 월드메르디앙-소년소녀 가장 해외연수 후원

    월드건설의 사회공헌은 교육과 지역 봉사에 초점을 맞춘다. 우선 지난 2002년 월드장학재단을 설립하고 장학 및 교육관련 기부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예컨대 대구 경북고에 20억원 상당의 역사관을 지어주고 교내 조경공사도 해 주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선발해 현재 33명의 중학생·고등학생·대학생에게 전액 학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매해 학자금만 1억 5000만원 규모다. 내년에도 12명을 추가로 선발해 학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학자금 지급은 대학 졸업 때까지 이어진다. 또 올해부터 소년소녀 가장 어린이에 대한 해외연수도 후원하고 있다. 지난 6월 4박5일 일정으로 서울과 울산 지역 소년소녀 가장 어린이 50여명을 사이판에 보내 현지 학교의 수업 참관 및 현지 역사 체험 등을 하도록 했다. 내년에도 이어질 예정이다. 지역 봉사는 월드메르디앙의 서울 본사와 각 지역 현장에서 각각 하고 있다. 서울 본사의 봉사단은 지난 2004년 결성됐다. 이름은 월드봉사단이다. 강제 사항은 아니고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봉사활동이다. 전사 직원 400여명의 봉급에서 일정 금액을 갹출해 매달 평균 200만원가량을 모금한다. 그 돈으로 독거노인들을 매달 한번 이상 방문해 일상 생활 용품을 전달하고 목욕봉사 등의 활동도 한다. 전국의 각 공사 현장에서는 월드메르디앙 지역사랑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매달 한번 이상 지역 봉사 활동을 전개한다. 현장 해당 관공서의 추천을 받아 현장의 규모에 맞게 독거노인, 소년소녀 가장 또는 사회 복지단체를 후원한다. 해당 아파트 현장이 개설된 시기부터 입주 때까지다. 현장 직원들이 직접 후원 가구를 방문해 필요한 물품을 제공하고 사랑의 집 고쳐주기 등 봉사활동을 벌인다. 월드건설은 지난해 9월 ‘1사 1촌 운동’을 시작했다. 본사 직원들 20여명이 어버이 날이나 명절, 혹은 농번기에 경기 양평 용문 신점1리를 찾아 방한복, 방송시설 장비 등 물품을 지원하고 명절에 잔치를 벌이거나 수확 때 일을 돕고 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선택 2007 D-16] “이번주 밀리면 끝장”…설전 가열

    검찰의 BBK 수사결과 발표가 4∼5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은 이번 주를 이번 대선의 최대 고비로 보고 총력전을 전개하고 있다. 이번 주에 벌어질 BBK 공방에서 밀리면 대선에서의 승리를 거둘 수 없다는 절박감에 양보 없는 설전이 전개되는 형국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은 ‘BBK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미진하다고 판단될 경우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BBK 연루의혹에 대한 특별검사제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김효석 원내대표는 2일 당산동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선대본부장단 회의에서 “수사 결과가 미진할 경우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종률·윤호중 의원 등 34명은 이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 대해 ▲BBK 주가조작 등 증권거래법 위반 ▲공금횡령 등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다스의 지분 96%, 시가 930 억원 상당의 재산 누락신고 등 공직자윤리법 위반 ▲공직선거법상 허위재산신고 혐의 등이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며 특검법 도입 방침을 밝혔다. 또한 이캐피탈 홍종국 대표와 합병했던 전 웰컴기술금융 대표 채운섭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홍씨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BBK 주식을 1999년 10월과 2000년 3월에 김경준씨한테 팔았다고 말한 것은 근거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측도 “BBK는 이명박 후보의 소유”라고 주장하면서 이명박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는 등 공세 수위를 높였다. 강삼재 전략기획팀장은 성명서에서 “최소한 국민을 속인 사실 한 가지만으로도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이혜연 대변인도 “이명박 후보는 거짓과 변명의 굴레에서 벗어나 전과기록을 상세히 밝히라.”고 가세했다. 통합신당과 이회창 후보측의 합동 공격에 한나라당도 “헛방으로 끝났다.”며 총력전으로 맞섰다. 돌발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지도부와 클린정치위원회가 총동원돼 ‘BBK 주가 조작 의혹 종결’을 재차 강조했다. 홍준표 클린정치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명박 후보에 대한 모든 의문이 어제 검찰 조사로 끝났다.”면서 “11월25일 자체적으로 ‘BBK종결 선언’을 했는데, 이 때 이미 (이 후보가)무관함이 인정된다고 100% 확신했다.”고 밝혔다. 이종락 한상우기자 jrlee@seoul.co.kr
  • [박찬구 기자의 정국 View] BBK 수사 발표와 대선정국

    상처투성이의 대선이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위증교사와 위장전입, 위장취업에 BBK 의혹까지 겹쳐 만신창이 신세다. 그래도 여론조사 지지율에서는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이회창 무소속 후보는 정당정치와 두 차례의 대선패배를 부정하고도 미래세대에게 ‘반듯한’ 나라를 안겨주겠다며 이율배반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 후보들은 한줌도 되지 않는 기득권에 매달려 요행수만 바라고 있다. 정치 후진국이나 삼류(三流) 정치 드라마에서나 연출될 만한, 희한한 풍경이다. 가치 실종의 대선이다. 오는 4~5일쯤으로 예상되는 검찰의 BBK수사 결과 발표에 각 후보와 정파의 신경이 곤두서 있다.17대 대선의 최대 분수령을 정책과 비전이 아닌, 검찰 수사가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후보가 간신히 버텨낸다면 1강 2중 구도가 유지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보수 양강(兩强) 구도가 부각될 것이다. 범여권이 바라는 3강 구도는 이명박 후보의 추락과 범여권 후보간 단일화 가속화라는 두 가지 변수가 합쳐져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보수 전면전의 대선이다. 이명박·이회창 어느 후보도 검찰 발표 이후 중도 사퇴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사안의 성격으로 보나, 정치적 부담으로 보나 검찰이 칼로 두부를 자르듯 명쾌한 해답을 내놓긴 어려울 것이다. 이회창 후보의 한 측근은 검찰 발표 이후의 상황을 “이명박 후보와의 전면전”이라고 요약했다. 그는 “당선자가 BBK 특검법의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주변에서는 소속 국회의원 10명 안팎의 추가 탈당 리스트까지 돌고 있다. 이명박 후보쪽은 지지율이 30% 안팎으로 고착화하는 상황을 내심 걱정하고 있다. 우려가 현실이 되면 보수 후보간 오차범위 내의 격전이 불가피하다. 진보 무력화의 대선이다. 대선 종반전이 보수 양강의 사투로 흐른다면 범여권은 끝내 17대 대선의 종속 변수로 전락할 것이다. 범여권 후보들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해답은 명확해 보인다.“자기 희생과 헌신에 노력한 후보와 세력이 승리할 수 있다.”는 정치 원칙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정 후보는 거대 세력과 조직을 이끌고 있지만 참여정부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고, 다른 범여권 후보들은 참여정부 책임론에서는 자유롭지만 내년 4월 총선에서 독자세력으로 생존하기 어렵다는 고민을 안고 있다. 역설적으로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는 과정에서 시너지 효과와 극적 드라마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정치컨설팅업체인 폴컴의 이경헌 이사는 “정 후보가 먼저 한계를 인정하고 중대선거구제, 섀도캐비넷, 정당명부제 등을 고리로 권력 분점 논의를 공식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 40대를 중심으로 참여정부에 등을 돌린 지지층에게 결집과 회귀의 명분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범여권이 늦어도 검찰 발표 이전에 단일화 테이블을 선보여야 할 것이다. 현 상태로는 ‘BBK 수혜´마저 누리기 힘들 정도로 범여권의 처지가 옹색해 보인다. ckpark@seoul.co.kr
  • 체 게바라 방송을 타다/ 마이브리트 일너·잉게 브로더젠 편저

    베레모를 꾹 눌러쓰고 먼 곳을 응시하는 체 게바라의 사진은 그 자체로 혁명정신의 결정체로 두고두고 기억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촬영 당시 상황을 더듬어보면 사진 앞의 흥분이 민망할 정도다. 쿠바 사진작가 알베르토 코르다가 이 사진을 찍은 것은 1960년 4월5일. 이날 아바나 항구에서 열린 추모행사에 참석한 체 게바라를 찍은 사진은 단 두장이었다. 남은 필름이 얼마 없었던 사진작가는 그를 프레임 모퉁이로 몰아넣고는 주변풍경을 배제한 채 가로, 세로 구도로 각각 한번씩만 찍을 수밖에 없었다. 사진작가도, 그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그렇게 찍은 사진 한장이 훗날 지구촌 젊은이들을 통째로 매료시킨 시대의 아이콘이 될 줄은. 간결한 구도의 사진은 고립되고 추상화된 ‘인간’ 체 게바라의 이미지를 단적으로 웅변하는 데 뜻밖의 대박을 터뜨렸던 것이다. 그렇다면 사진언론은 순수한 진리만을 말하지 않는다는 뜻일까. 답은 “아마도 그렇다.”이다. ‘체 게바라 방송을 타다’(마이브리트 일너·잉게 브로더젠 편저, 이재영 옮김, 이룸 펴냄)는 ‘제4의 권력’으로 통하는 저널리즘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지은이는 모두 독일의 현직 저널리스트들이다. 미디어 세계에 몸담고 있는 이들이 뉴스현장에서 맞닥뜨리는 갈등과 위험을 현재성을 견지한 논조로 풀어내는 건 물론이다. 책의 진정한 매력은, 구체사례를 적시하며 뉴스의 ‘가공’과정을 세밀묘사함으로써 독자들의 뉴스가치 판단력을 일깨워 주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이 경쟁적으로 생산한 정보를 일방적으로 ‘소비’해야 하는 독자들에게 책은 우선 “‘정보’와 ‘선전’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하며, 믿을 만한 보도와 그렇지 못한 보도를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권고한다. 디지털 시대에 언론의 진실을 가려내기는 더 힘들어졌다는 귀띔도 한다. 체 게바라 사진의 사례를 통해 엿볼 수 있듯 특히 사진은 뉴스제공자의 가치관에 따른 주관적 진실일 때가 많다는 고백도 있다. 권력으로서 언론의 태생적 속성을 짚어보이는 솔직함에 독자들은 책장을 넘길수록 책을 더 신뢰하게 될 듯싶다.“사설을 쓰는 언론인은 권력자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그러므로 세계에서 가장 출세한 사람”이라고 단언한다. 폭로성 정치 스캔들 기사를 다루는 기자들이 시시각각 얼마나 큰 결단력을 갖고 있어야 하는지 생생한 현장사례를 들어 정치권력과 언론 관계를 뒤집어 보이기도 한다. 집필진의 글쓰기 방식이 모두 제각각인 덕분에 지루할 틈없이 읽힌다. 뉴스진행자(안네 빌)는 어린이 독자를 겨냥해 글을 썼다. 뉴스가 ‘폭로자’와 ‘방관자’ 사이에 묘하게 양다리를 걸친 현실을 고백하며, 진실을 가려낼 줄 아는 시력을 높여주려 한다. 뉴스가 시청자들의 비위를 맞추느라 얼마나 눈치를 보는지 아는가. 기분좋은 공연무대, 스포츠 스타 이야기로 어김없이 마무리되는 방송 뉴스에 주목해보라고 주문한다. 더러 언론이 사회의 ‘자발적 방관자’가 되는 정황증거이다.1만 1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선택2007 D-19] 박근혜 “BBK 발표뒤 유세 계속할지 판단”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9일 이명박 후보 지원유세를 계속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검찰이 (BBK 수사결과) 발표를 하면 그때 보고 또 판단할 일”이라고 말해 주목된다. 이회창 후보의 무소속 출마를 “정도가 아니다.”고 평가해 이명박 후보를 지원했던 그가 이같은 언급을 하자 한나라당은 술렁이는 분위기다. 수사 결과에 따라 입장을 철회할 수 있다는 뉘앙스로도 읽혀지기 때문이다. 이명박 후보측은 진의를 파악하느라 비상이 걸렸다. 이회창 후보측은 “물꼬가 터졌다.”며 고무된 분위기다. 여기에 곽성문 의원이 이날 탈당을 선언하면서 “추가로 탈당할 의원이 몇 분 있다.”고 말해 기름에 불을 끼얹는 형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발언은 모친인 고 육영수 여사의 82주기 생일을 맞아 열린 숭모제에서 나왔다. 검찰 수사에 대해 “BBK 문제는 확실하게 매듭을 지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면서다. 특히 “사실 관계를 한 점 의혹 없이 밝히고, 그에 따라 국민이 판단하실 일”이라고 덧붙였다. 비록 ‘수사발표를 보고 나서’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상황에 따라 입장을 바꿀 수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명박 후보에게 ‘불미스러운 결과’가 나온다면 원칙과 신뢰·도덕성을 중시하는 그가 어떤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유세 중단은 물론이고, 지지 철회가 그중 하나로 거론된다. 한 핵심 측근은 “말씀 그대로 받아들여 달라. 원칙을 말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친박(親朴) 의원들의 움직임은 분주해졌다.“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어야 한다.”는 게 핵심 의원의 설명이다. 그는 “수사결과 이명박 후보의 심각한 거짓말이나 불법이 드러나면 박 전 대표를 포함해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 그리고 이런 상황에 문제의식을 갖는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치열한 격론의 장이 열려 어떤 식으로든 의사 표시를 하게 될 거란 얘기다. 공교롭게도 곽 의원의 탈당이 겹쳐 묘한 분위기가 형성됐다.3∼4명이 탈당할 것이란 소문도 돈다. 곽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후보에 의한 정권교체는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이회창 후보를 대안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경선의 승자가 패자를 단죄하려는 오만한 태도와 승자독식을 당연시하는 독선적 자세는 자신에게 큰 좌절을 가져다 줬다.”며 ‘이 후보가 자초한 탈당’임을 주장했다. 곽 의원은 “신상에 관한 문제라 말하기 곤란하지만 뜻을 같이하는 분이 몇 분 있고, 다음 주에 정치상황에 따라 몇 분이 동참하리라고 본다.”고 공개적으로 거론해 이 후보측을 긴장케 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측 내부에서는 일단 검찰이 새달 4,5일쯤 어떤 결과를 내놓는지를 보자는 의견이 많다. 김무성 최고위원은 “박 전 대표의 발언이 꼭 당장 ‘정도가 아닌’ 쪽(이회창 후보)으로 간다는 말은 아니지 않으냐. 추가 탈당설도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李 vs 昌 ‘보수內戰’ 시작됐다

    李 vs 昌 ‘보수內戰’ 시작됐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7일 대선 출마를 결국 선언했다. 대선일을 42일 남겨 놓은 시점이다. 이명박, 이 전 총재, 정동영, 문국현, 이인제, 권영길 후보 등 대선전은 유례 없는 다자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 오는 26일 후보 등록까지는 겨우 17일 남았다. 여·야 정치권은 단일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저마다 완주를 다짐해 쉽지 않아 보인다. 대선에다가 내년 4월 총선까지 맞물리면서 ‘단일화 계산법’은 더 복잡해졌다. 이 전 총재는 칩거 6일만인 이날 오후 2시 자신의 사무실이 있는 서울 남대문로 단암빌딩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곤 기자회견을 갖고 “그동안 몸 담았던 한나라당을 떠나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고자 한다.”고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1 李·昌 60% 지지 고수? 보수 진영의 두 후보는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지지율을 합하면 60%가 넘는다. 지난 5일 한겨레신문 조사에서는 이명박 후보가 38.7%, 이 전 총재가 26.3%로 두 후보가 65% 지지율을 차지했다. 일단 현 선거구도에 큰 변화가 없다는 전제 아래서는 두 주자의 지지율 합계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지지율 변화의 1차 고비는 오는 14∼15일이 될 전망이다.BBK 주가조작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씨가 송환되는 시점이다. 이를 전후해 이 후보에 대한 여론 추이와 범여권의 공세에 따라 지지율이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김씨 귀국에 앞서 전개될 양측의 기싸움도 이와 관련해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이방호 사무총장은 2002년 불법 대선자금 잔금 내역을 담은 수첩이 있다고 폭로한 데 이어 이날도 공개 여부를 묻는 기자 질문에 “더 구체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수첩이 공개될 경우 이 전 총재로서는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한나라당도 ‘차떼기의 추억’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부담 때문에 막상 꺼내들기는 쉽지 않은 카드다. 범여권이 ‘반부패’를 이슈화하면서 후보 단일화를 이룰 경우도 또 다른 변수다. 실현되면 60% 안팎의 보수진영 지지율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2 李·昌 결국 손잡을까 이 후보 진영은 모두 이 후보 중심의 단일화를 그리고 있다. 박계동 의원은 “지난 2월 이 후보를 둘러싼 BBK 의혹을 샅샅이 뒤졌는데 별 거 없었다.”면서 “김경준씨가 귀국한 이후 4∼5일 정도 추이를 보다 이 전 총재가 이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기대 섞인 전망을 내놨다. 김정훈 의원도 “후보등록 마감일까지 (이 후보 중심으로)단일화되지 않겠나.”라고 내다보았다. 이 전 총재로서도 “제가 선택한 길이 올바르지 않다는 국민적 판단이 분명해지면 저는 언제라도 국민의 뜻을 받들어 살신성인의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해 막판 이 후보 중심의 단일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후보 단일화 열쇠’는 박근혜 전 대표가 쥐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박 전 대표가 두 후보 가운데 누구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지지율에 큰 변화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 전 총재 지지율 가운데에는 ‘반 이명박’표심이 적지 않음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박 전 대표는 이 전 총재에 대한 여론 추이를 지켜본 뒤,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김경준씨에 대한 검찰 수사도 또 다른 변수다. 검찰이 대선 후보 등록 전 이 후보의 검찰 출두를 요청할 경우, 이 후보로서는 출두 여부와 관계없이 적지 않은 부담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3 범여 후보 단일화는 한나라당 못지않게 범여권도 이 전 총재 출마로 다급하기는 마찬가지다. 반부패 연대를 기치로 후보 단일화에 나섰다. 지지율 1·2위를 보수진영 후보에게 내준 터라 정권 재창출을 외쳐온 명분을 현실화시키기위해서는 군소 주자간 합종연횡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의 송영길 의원은 범여권 후보 단일화에 대해 “오는 15일까지 단일화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그래야 후보 등록일까지 10일 정도 단일후보가 효과적으로 선거운동할 수 있지 않으냐.”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대통합민주통합신당과 민주당, 창조한국당 등 각 정파간 이해관계가 엇갈려 연대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통합신당의 조경태 의원은 “답은 뻔히 보이는데…”라면서 “저쪽은 내년 총선을 생각하니 단일화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범여권 후보단일화의 관건은 통합신당 정동영 후보가 얼마만큼 지지율을 끌어올리느냐가 될 전망이다. 고만고만한 지지율로는 후보단일화를 이끌어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아메리칸 일렉트릭 파워社 사상최대 환경 피해 합의금

    미국 최대 전력업체인 아메리칸 일렉트릭 파워(AEP)가 46억달러(약4조2251억원)란 사상최대 규모의 환경피해 합의금을 내게 됐다.AEP는 또 향후 10년 동안 화학물질 방출량을 69% 이상 감축해야 한다. AP 통신은 8일(현지시간)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으나 공식 발표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있다고 보도했다. 법무부와 환경청도 논평을 거부했다. 팻 헴렙 AEP대변인은 “회사가 청정대기법 위반 혐의로 고소를 제기한 8개주및 12개 환경단체와 합의했다.”라면서도 “회사가 지출할 금액은 단지 16억달러”라고 말했다. 그는 46억달러라는 말은 회사가 이미 공해 절감 운동에 투입하기로 한 자금을 포함한 액수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공해 절감 투자에 2010년까지 50억달러의 자금을 계상해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합의금은 공해 문제로 고발당한 미국 기업이 부담한 규모로는 사상 최대이다. 이전엔 석유 대기업 엑손 모빌사가 지불한 것이 가장 많았다. 엑손 모빌사는 지난 1989년4월5일 알래스카연안에서 유조선를 좌초시켜 바다에 1100만갤런의 석유를 흘려 최악의 해상 기름 오염사고를 일으켰다. 이로 인해 오염 제거와 과징금, 배상 등으로 35억달러를 냈다. 지금은 25억달러의 추가 배상 문제로 소송에 걸려있다.최종찬기자 siinjc@seoul.co.kr
  • 신정아씨 전격 귀국 왜

    두달간 미국에서 도피생활을 해 온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검찰 소환에 맞춰 돌연 귀국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6일 인천공항을 통해 신씨와 함께 귀국한 박종록(사시 14회) 변호사는 “신씨가 4∼5일 전부터 스스로 검찰 출두를 결정했다.”면서 “신씨와 변 전 실장 간의 사전 협의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신씨는 시사주간지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는 귀국 시점을 ‘9월 말이나 10월 초’라고 밝혔었다. 신씨가 몰래 출국한 7월 중순까지 학력위조 의혹에 불과하던 이 사건이 변 전 실장 등 권력층 비호 의혹으로 확대되자 검찰 소환에 서둘러 응한 것이라는 게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변 전 실장과 신씨가 동시에 검찰에 출두해 ‘입을 맞추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들의 검찰 출두일은 변 전 실장이 사용했던 컴퓨터 내용물을 청와대의 협조로 제3의 장소에서 분석한 날과도 일치한다. 또 박 변호사의 사무실은 서울 서초동 정곡빌딩 서관 404호로 변 전 실장이 선임한 김영진 변호사가 쓰는 405호 바로 옆방이다. 박 변호사는 황우석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의 변호인단 가운데 한명으로 참여했다. 변 전 실장이 자신의 고교 동창생인 김 변호사를 통해 ‘믿고 맡길 만한’ 변호사로 박 변호사를 추천받아 신씨에게 소개해 준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만약 변 전 실장 이외의 비호 세력이 존재한다면 그의 존재를 숨겨주기 위해 자발적으로 또는 비호 세력의 지시에 의해 신씨가 돌아와 변 전 실장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지으려 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검찰도 핵심 인물인 두 사람을 불러 서둘러 조사한 뒤 추석 연휴(22일) 전인 금주 안에 마무리짓기 위한 수순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추석 이후에는 정국이 남북정상회담과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 국면으로 본격 전환하기를 청와대가 내심 바라는 게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는 정치적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신씨가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의 확산으로 더 이상 숨길 것도, 잃을 것도 없는 처지에 이르러 자포자기 심정으로 귀국과 함께 검찰 소환에 응하기로 한 것이 아니냐는 추론도 적지 않다. 모든 게 밝혀졌기 때문이 아니라 사태가 더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진화 차원에서 귀국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또 스스로 ‘부자’라며 경제적 여유를 자랑했던 신씨지만 실제로는 개인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채무자 상태였다는 점에서 많은 비용이 드는 뉴욕 생활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귀국했을 것이라는 가정도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신씨의 변호인은 “누드 사진을 게재한 언론사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죄로 고소할 수 있는지) 법률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동호회 만세] 광진구청 ‘고사모’

    [동호회 만세] 광진구청 ‘고사모’

    광진구에는 고구려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유별난 모임이 있다. 줄여서 ‘고사모’라고 부른다. 국내 최대의 고구려 유적지인 아차산에 터잡고 있는 광진구에서 고구려의 역사를 배우고 진취적인 정신으로 구민행정을 적극적으로 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만주벌판에서 고구려를 느끼다 고사모 회원들은 지난 6월5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중국 지린성 지안(集安)의 고구려 유적지와 백두산을 다녀 왔다. 오녀 산성, 평지성, 장군총, 광개토대왕비, 금강대협곡 등을 둘러 봤다. 구청 지역경제과 이동영씨는 졸본성에 올라 느낀 점을 직원용 게시판에 올렸다. 이씨는 ‘계단 999개를 오르며 높이 820m 산성에 우뚝 서니 남북 1000m, 동서 300m의 평지가 눈아래 펼쳐졌다. 졸본성이 있는 환인(桓因)은 고구려를 건국한 주몽이 첫 도읍지로 삼았다. 천혜의 요새 같은 산성에 궁궐지와 연못, 샘이 있는데 샘은 성민 3000여명의 식수로 이용됐다는 말을 듣고 다시 한번 놀랐다.’고 소개했다. 문화체육과 조민경씨는 “고구려 유적을 책이나 사진으로 공부할 때에는 큰 감흥이 없었는데, 직접 와서 보니까 묘한 흥분감이 들었다.”면서 “발아래 전경을 감상하며 정신없이 사진을 찍는 사람, 먼 산을 스케치하는 사람, 웃으며 떠드는 사람 등 회원 모두에게 고구려인의 기가 스며든 듯했다.”고 전했다. 여행 기간에 찍은 동영상을 게시판에 올렸다. 고사모 회원 40명 가운데 33명은 휴가원을 내고 자비 65만원을 들여 방문길에 올랐다. 조씨는 “드넓은 고구려의 옛 영토를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히는 회원도 있었다.”고 말했다. ●고구려 유적·유물 사진전도 고사모는 지난해 11월 송혁 기획공보과장의 제안으로 만들었다. 동호회를 만들자마자 역사와 여행을 좋아하는 직원들이 너나없이 모여 들었다. 송혁 고사모 초대 회장은 “고구려의 진취적인 정신을 몸에 익혀 구청이 주민들의 무슨 고민이든 다 해결해 주는 곳으로 거듭 나도록 모임을 이끌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회원들은 지난 3월부터 전문가 초빙 등을 통해 고구려 역사를 공부하고 자료조사후 발표회도 가졌다.4월에는 아차산에 고구려 군대가 주둔하던 보루(堡壘) 9곳을 둘러보고 각자 느낌을 토론했다. 이달 말에는 고구려 유적 및 유물 사진을 모아 사진전도 열기로 했다. 다음달 구청 주관으로 아차산 일대 등에서 열리는 ‘아차산 고구려 축제’에서는 아예 도우미로 나설 예정이다. 그동안 배운 지식과 중국에서 느낀 감흥을 구민과 동료 직원들에게 쏟아부을 수 있는 기회다. 11월에는 고구려와 백제, 신라의 유물과 유적의 특징을 비교하고 발표하는 행사도 갖는다. 행사를 마치고 나면 지난 1년을 평가하는 모임을 열 방침이다. 고사모의 명예회원인 정송학 구청장은 “최광식 고려대 박물관장, 정호섭 고려대 교수 등 남북역사학자협의회 소속 연구진과 함께 지난 6월 북한 평양의 고구려 유적지를 탐방할 기회가 있었다.”면서 “진파리 고분과 대성산성, 안악궁 등을 둘러 본 자리에서 현재 추진하고 있는 고구려박물관의 임기내 건립을 재차 다짐했다.”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아프간 석방 이후] 피랍에서 석방까지

    [아프간 석방 이후] 피랍에서 석방까지

    |두바이(아랍에미리트) 류지영특파원·카불 공동취재단|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돼 40여일간의 억류 생활 끝에 풀려난 한국인 피랍자 19명을 대표해 유경식(55)씨와 서명화(29·여)씨는 31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시내의 세레나 호텔에서 처음 국내 언론과 기자회견을 갖고 납치 상황과 억류생활, 석방 상황 등에 대해 상세히 밝혔다. 이들의 진술을 토대로 납치에서 석방까지를 재구성했다. ■ 출발직전 운전기사 바뀌어 막무가내로 2명 합승시켜 아프간으로 봉사활동을 떠난 분당 샘물교회 봉사단원 23명은 지난 7월19일 아프간 카불에서 칸다하르로 전세버스를 이용해 가는 길에 운전기사가 “나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며 다른 운전사를 소개시켜 주었다. 봉사단원들은 당시 “밤엔 위험하지만 낮엔 안전하다.”는 말을 믿었다. 새로 온 운전기사는 가즈니주를 지나는 길에 현지인 2명을 태웠다. 봉사단원들이 “왜 모르는 사람을 태우냐.”고 항의했더니 운전기사는 “가면서 내려주면 된다. 아는 사람이다.”고 막무가내로 버스에 태웠다. 2명을 태운 뒤 20∼30분쯤 지났을 무렵 갑자기 총소리가 났다. 당시 이들은 운전기사에게 총을 겨누면서 정지하라고 했는데 운전사가 무시하니까 발포했다. 이어 운전사가 정지를 하자 탈레반이 차를 옆으로 빼라면서 차 바퀴에 한발을 쐈다. 차 안으로 무장한 2명이 올라와 운전사를 구타했고, 전부 내리라고 요구했다. 당시 고 배형규 목사는 실신을 하는 등 일행 대부분이 극심한 공포를 느꼈다. 이어 탈레반은 이들을 오토바이 등에 태워 비포장도로로 10분 정도 달려 한 마을로 데려갔다. 맨 처음에 전체를 집합시켜서 일렬로 세우고 담벼락 앞에 기관총 소총으로 위협했다. 서너명이 무기로 위협하고 한 사람이 비디오 카메라로 찍었다. 총을 겨누자 이들은 거의 ‘패닉 상태’에 빠졌다. 그러더니 자기들이 알카에다라고 밝히는 등 그제서야 신분을 드러내면서 돌변했다.“너희들 잘못하면 이렇게(총쏘는 시늉을 하면서) 한다.”고 위협했다. 탈레반의 납치극은 우발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탈레반이 사전에 치밀히 준비한 것이었다. ■ 5일째부터 3~4명 분산 억류 감자 2개로 4명이 끼니 때워 AK 소총으로 무장한 탈레반은 회당안에 강제로 몰아 넣었다. 회당에서 이들은 단원들이 가지고 있던 핸드캐리용 짐 배낭과 몸을 수색하면서 휴대전화와 카메라를 회수했다.“우린 정부의 사복 경찰인데 너희들을 알카에다로부터 보호하려고 임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돌려 줄테니 걱정 말라.”면서 노트북 1대, 카메라, 캠코더, 휴대전화 등을 가방 2개에 집어넣고 갈 때 돌려주겠다면서 자물쇠를 채웠다. 탈레반은 반 지하에 짐승 우리 같은 창문 없고 환기통 하나 있는 곳에 감금했다. 이어 이곳에서 나흘 밤을 자고 4박5일 만에 분산되기 시작했다. 처음에 11명이 나눠지고 12명은 그 다음에 6명으로 나뉘고 다시 3∼4명씩 나눠졌다. 이들은 주로 민가를 돌아다니면서 10차례 이상 자리를 옮겼다. 이동은 주로 야간에 달이 없을 때 오토바이에 태워서 헤드라이트를 끄고 불빛 신호를 보내면서 이뤄졌다. 도보로 이동한 적도 몇번 있다. 초반에는 민가에서 보호되면서 그 사람들도 못 먹고 못 살고 해서 적응이 안 됐다. 비스킷 먹으면서 먹을 수 있는 음식 달라고 손짓 발짓했다. 감자 2개를 절반으로 쪼개서 4명이서 먹었다. 토굴에도 머물렀다. 집 마당에 한 사람 겨우 들어갈 토굴이 있었는데 4m 깊이 끝엔 T자로 25m 크기였다. 몸집 작은 사람이 겨우 갈 정도였다. 첨엔 걸려서 못 들어갔는데 어떻게 해서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처음에는 빨리 구출해 달라고 금식 기도를 했었다. 탈레반은 “너희가 아프다고 해야 빨리 구출해 준다.”며 육성을 녹음하기도 했다. ■ 29일 탈레반이 석방 알려줘 동료 2명 살해소식에 눈물 8월25일쯤 탈레반이 2명 와서 4일 밤을 자면 석방된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가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통화했다. 당시 정부 관계자는 “건강 이상없냐. 누구 있냐.”고 물어 “언제 나갈 수 있냐.”고 했더니 며칠만 참으라고 했다. 29일쯤 탈레반이 와서 석방이라며 2명 먼저 간다고 했다. 그날 서씨에게 여자 1명과 함께 나오라고 요구했다. 서씨는 “함께 있던 4명이 같이 나가게 해달라.”고 하자 보스처럼 생긴 사람이 “너희 정부에서 다 내보내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오후 4시쯤 서명화, 차혜진씨 2명을 탈레반이 오토바이로 접선 장소에 떨어뜨려 놓고 망원경으로 살펴볼 때 둘러보니 적십자 차와 깃발이 눈에 들어왔다. 이들은 31일 오전 1시쯤 카불 세레나 호텔에서 서로 부둥켜 안고 눈물의 재회를 했다. 탈레반에 의해 마지막으로 풀려난 제창희(38)씨 등 7명은 30일 밤 먼저 풀려난 12명과 합류했다. 제씨 등은 풀려날 당시 배 목사와 심성민씨가 살해됐다는 사실을 몰랐고, 먼저 풀려난 동료들로부터 소식을 전해듣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쏟았다. superryu@seoul.co.kr
  • 고려대 7명 출교사태 500일…법정다툼 벌이는 스승과 제자

    고려대 7명 출교사태 500일…법정다툼 벌이는 스승과 제자

    #.8월21일 오후 2시 서울 중앙지법 민사법정 562호. 원고측 변호인 “학생들과 대화를 통해 보건대 학생들과 고려대의 협의 창구를 마련해줬다면 지난해 4월 교수 감금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증인 “아닙니다.” (원고들이 앉아 있는 방청석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피고측 변호인 “원고 측이 자꾸 재판 내용과 관련 없는 내용에 대해 묻고 있습니다.” 판사 “필요한 내용입니다. 그리고 원고들, 자꾸 웃지 마세요. 원고들 태도가 양형에도 고려될 수 있는데 증인 의견이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자꾸 웃고 그러면 어떻게 합니까.” 고려대 사제지간에 법정다툼이 한창이다. 고려대 학생 7명은 지난해 4월 출교처분을 받자 학교를 상대로 ‘출교처분무효확인 소송’을 냈고, 이날 법정에서는 2차 심리가 열렸다. 학생들이 다시는 학교에 돌아올 수 없는 고려대 사상 첫 출교조치에 고려대의 교수와 학생들이 이례적으로 법정에서 만난 것이다. 피고측 증인은 성영신 전 학생처장(심리학과 교수). 학교 측은 교내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출교생들이 행정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며 천막 철거 소송을 제기했다. 맞소송인 셈이다. ●학생측 “교수 감금 사실과 다르다” 법정 다툼의 쟁점은 출교라는 징계사유의 사실관계다. 출교 결정의 발단은 지난해 4월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100여명의 학생들은 고려대 병설 보건전문대생에게 총학생회 투표권을 줄 것을 촉구하는 요구안을 학교에 전달하려다 거절당하자 본관에서 보직교수들과 승강이를 벌였다.2층과 3층 사이 계단에서 17시간가량 대치했다. 학교측은 이를 ‘교수 감금 사태’로 규정했고, 학생들은 항의시위라고 주장했다. ●“충분한 소명기회 없었다” 또다른 쟁점은 징계 과정의 적법성과 형평성이다. 학교 측은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교수 감금 사태와 관련해 상벌위원회를 소집한다고만 통보했다. 하지만 징계 사유에는 이보다 앞선 2월 입학처 점거 시위도 포함되어 있었다. 원고측 이상준 변호사는 “징계 통보 단계에서 사유를 특정해야 대상자들도 이에 대한 소명을 충분히 준비할 수 있는데, 학교 측이 입학처 점거 건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가 징계과정에서 끼워넣었다는 사실을 실토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징계 대상인 학생들에게 충분한 소명기회를 줬는지도 논란거리다. 이 변호사는 “출교 조치에 대해서는 재심 절차도 없는데 4시간 동안 19명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다니, 좀더 많은 시간을 소요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질문했고, 성 교수는 “소명 시간 부여는 상벌위의 결정이었으며, 충분했다고 본다. 반복되는 답변에 대해서만 소명을 제지했다.”면서 “폭력적인 학생운동에 반대한다는 소회를 밝힌 학생들에게는 가벼운 징계를 내렸다.”고 답했다. ●학교측 “반성한다면 출교처분 재고” 학교 측은 이번 소송과 무관하게 학생들의 진심어린 반성이 출교 사태를 매듭지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지적했다. 학생처장을 맡고 있는 교육학과 강선보 교수는 “조정과정에서 이미 재판부에 ‘출교생들이 진정한 의미의 사과를 할 경우 출교 조치를 교육적으로 재고하겠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면서 “이럴 경우 다시 상벌위원회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 반성하면 뭘 어떻게 해주겠다는 확답은 못 주지만, 교육적으로 재검토의 소지가 충분히 있다.”고 설명했다. 출교처분무효확인 소송의 1심 판결은 다음달 20일 나온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콘디’ 제나의 웃음 찾아주기 프로젝트

    인도에 사는 8살 소녀 제나에겐 표정이 없다. 예쁘장한 얼굴에 공부도 잘하지만 가족이 아닌 사람들 앞에서는 잘 웃지도, 말을 하려 하지도 않는다. 제나는 선천적으로 윗입술이나 입천장이 갈라지는 구순구개열 환자. 호텔 주방에서 일하는 제나 아버지의 월급은 한국 돈으로 고작 6만원. 먹고 살기 빠듯한 형편이라 제나를 병원에 데려가보지도 못했다. MBC 의학프로그램 ‘닥터스’는 27일 오후 6시50분 제나를 비롯한 27명의 구순구개열 환자 ‘콘디’들에게 환한 웃음을 되찾아주는 4박5일간의 프로젝트를 방영한다. 영양결핍과 약물남용이 가장 큰 원인인 구순구개열은 흔히 후진국병으로 분류된다. 인도에서는 1만명에 300명꼴인 흔한 질병. 장애도 장애지만 가난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해 사람들의 손가락질에 더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이들에게 희망과 웃음을 되찾아 주고자 한국 의료진이 나섰다. 지난달 한국 얼굴기형 환자후원회 의료진 13명과 ‘닥터스’ 취재진은 인도 28개주에서도 가장 낙후된 지역인 오리사주의 SCB 의학대학병원을 찾았다.40여명의 ‘콘디’ 가운데 당장 손을 쓰지 않으면 얼굴에 심각한 기형이 우려되는 27명의 수술이 결정됐다. 기한은 4일, 빠듯한 일정이다. 의료시설은 낙후됐고 수술 도중 정전 사고가 일어나는 일도 흔하다. 과연 이들은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미소천사’로 거듭날 수 있을까?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Metro] 파주, 저소득층 영어캠프 지원

    파주시는 이달 말부터 저소득층 초·중·고교생 자녀에게 경기영어마을 영어체험캠프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15일 밝혔다. 이 서비스는 복지정책 수혜자에게 민간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바우처(상품권)’를 주는 방식으로, 시는 학생들에게 영어체험캠프에서 사용할 수 있는 16만원 상당의 바우처를 지급한다. 대상은 법정 저소득층이나 월평균소득이 전국 평균(4인 기준 353만원)에 못 미치는 가구의 자녀로 2만원의 추가 비용만 내면 경기영어마을 영어체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바우처사업 영어체험캠프는 초등생은 10월 중 한 차례(4박5일 일정) 100명을 대상으로, 중·고생은 이달 말부터 12월까지 매주(2박3일) 100명을 대상으로 각각 진행된다.서비스 신청은 다음달 20일까지 시청 시민복지과(031-940-4391)나 각 읍면동사무소에서 받는다.파주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전통무용음악 집대성하는 대금산조 명인 이생강 선생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전통무용음악 집대성하는 대금산조 명인 이생강 선생

    신적(神笛)이다.‘귀신을 일으키고 거친 바다를 잠재우는 신라의 소리’라고 했다. ‘만파식적’ 설화에 등장한다. 제31대 신라 신문왕(神文王)은 아버지 문무왕(文武王)을 위해 동해안에 감은사(感恩寺)를 지어 추모했다. 그러자 죽어서 해룡(海龍)이 된 문무왕과 천신(天神)이 된 김유신(金庾信)이 합심, 용을 시켜 동해의 한 섬에 대나무를 보냈다. 그런데 이 대나무는 낮이면 갈라져 둘이 되고, 밤이면 하나가 됐다. 왕은 이 기이한 소식을 듣고 하루는 현장에 나갔다. 이때 나타난 용에게 왕이 대나무의 이치를 물었다. 용은 “한 손으로는 어느 소리도 낼 수 없지만 두 손이 마주치면 능히 소리가 나는지라, 이 성음(聲音)의 이치로 천하의 보배가 될 것이다.”라고 대답하고는 홀연히 사라졌다. 왕은 곧 이 대나무를 베어서 피리를 만들어 불었더니, 나라의 모든 걱정과 근심이 해결되었다고 한다. 아울러 이 피리를 국보로 삼고는 ‘만만파파식적(萬萬波波息笛)’이라고 이름지었다. 삼국통일 이후, 흩어져 있던 유민들의 민심을 통합해 나라의 안정을 꾀하려 했다는 전설이다. 이처럼 대나무는 3죽(竹)이라고 해서 대금·중금·소금 등 우리 고유의 전통악기의 재료로 사용돼 왔다.‘笛(적)’은 가로 부는 관악기를 가리킨다. 시인 복효근의 ‘어느 대나무의 고백’의 내용도 눈길을 끈다.‘∼내게서 대쪽같은 선비의 풍모를 읽고 가지만/내몸 가득 칸칸이 들어찬 어둠속에/터질듯한 공허와 회의를 아는가/∼흰눈 속에서도 하늘 찌르는 기개를 운운하지만/바람이라도 거세게 불라치면/허리뼈가 뻐개지도록 휜다 흔들린다/제 때에 이냥 베어져서/태평성대 향기로운 대피리가 되거나∼/흉흉하게 들려오는 세상의 바람소리에/어둠속에서 먼저 떨었던 것이다∼’ ●올해로 음악인생 65년째 대금산조의 최고 명인 죽향(竹鄕) 이생강(70·중요무형문화재45호) 선생. 다섯살 때부터 소금(小)을 배웠으니 사실상 올해로 음악인생 65년째를 맞은 셈. 그 세월만큼이나 대나무 악기에 관한한 독보적인 존재로 인정받는다. 지난 4월5일 북악산 개방행사때에는 노무현 대통령 등이 참석한 자리에서 감동적인 대금산조를 연주,39년 동안 잠자던 북악산의 정기를 새삼 일깨우기도 했다. 그는 얼마전 우리 음악사의 중요한 획을 하나 더 그었다. 한국 전통무용음악을 집대성한 ‘춤의 소리’(신나라뮤직) 전집음반 50장을 한꺼번에 내놨다. 본인의 평생 숙원사업이기도 하지만 이 전집에는 산조춤, 화관무, 부채춤, 살풀이, 승무, 농악 등이 총망라돼 있어 우리나라 전통 무용음악의 100년사를 담은 ‘대백과사전’이라는 점에서 실로 의미가 크다. 아울러 이번을 시작으로 나머지 350장(최종목표 400장)의 음반을 더 내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늦어도 2∼3년 안에 완결짓겠다며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지난주 서울 성북구 삼선동에 위치한 연구실(죽향대금산조 원형보존회)에서 그를 만났다. 괄괄한 목소리에다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를 내뱉으면서 “우리나라의 난다긴다는 예인들은 대부분 전라도 사람들인데 그곳에 가서 대금을 배울 때 경상도 사투리를 함부로 쓸 수 있었겠느냐.”고 하면서 누가 말을 시키면 “그저 대금을 입에 대고 소리만 냈다.”며 웃는다. 얼굴이 50대로 젊어 보인다고 하자 “대금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복식호흡을 하게 된다.”며 나름대로의 비결을 귀띔했다. 20여평 남짓한 연구실 벽면에는 온갖 상장이며 지나온 발자취의 업적이 쭉 내걸려 있었다. 아들 이광훈이라는 이름도 눈에 들어왔다. 중앙대 국악과 석사과정까지 마치고 자신의 뒤를 잇고 있다면서 “저기봐, 대통령상도 받았어, 아주 잘해.”라며 잠시 자랑끼를 발동한다. 친손자와 외손자들도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대금과 가야금 등에 소질이 많다고 부연했다. “11세 되던 1947년, 전주에 계신 스승(한주환)을 만나면서 대금을 본격적으로 배웠지요. 판소리든 민요든 한국의 전통공연은 음악과 무용의 조화가 이루어지는 종합예술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일제시대 때 우리 문화말살 정책으로 우리 것이 중단되고, 또 6·25때 16개국이 참전하면서 서양음악이 거칠게 들어왔어요. 그래서 국악공부에 더욱 오기가 생겼습니다.” 6·25로 인해 부산으로 피란온 당대 국악의 대가들과 자주 접한 것은 그에게 큰 행운이었다. 어떨 때는 하루 동안 열심히 뛰어 일곱분의 스승에게 찾아가 ‘한수 한수’ 가르침을 받기도 했다. 일취월장, 자신감을 얻은 그는 서양의 7음계를 우리 5음계에 접목시켜가면서 ‘대니 보이’‘엘 콘도 파사’ 등의 팝송과 재즈를 넘나들며 대금의 음역을 계속 넓혀나갔다. 그랬더니 얼마후에는 악보도 없이 ‘눈물젖은 두만강’‘목포의 눈물’ 등 우리의 전통가요까지 자유자재로 불 수 있게 됐다. 결국 그는 다섯살 때 선친에게 단소와 피리를 배우는 것을 시작해 11세 때 한주환 선생을 비롯, 퉁소의 전추산, 피리의 오진석·임동석, 태평소시나위의 김문일 등 여러 스승에게 배우면서 스스로 ‘이생강류’라는 독특한 음악세계, 즉 전통과 현대를 크로스오버하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민속악예술대학 설립이 숙원사업 그의 명성이 세계 무대에 알려진 것은 1960년 5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회 세계민속예술제. 이때 단원의 악사로 참가했으나 춘향역을 맡은 주연 무용수 안나영씨가 갑자기 맹장수술을 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혼자 13분 동안 최초의 대금독주로 시간을 때운 것. 이때 객석에서는 동양적 음향에 반했다며 많은 찬사를 쏟아냈다. 그러던 1968년 멕시코올림픽 참가공연을 계기로 여기저기에서 초청을 받아 40여개국 순회공연까지 가졌다. “군대생활요? 27사단 정훈부 군예대에서 돌아가신 코미디언 이주일씨와 같이 근무했어요. 나중에는 피리명인 정재국씨와 함께 근무했는데 서로 ‘정악’(피리)과 ‘민속악’(대금산조)을 가르쳐주며 생활했습니다. 무형문화재는 정씨가 먼저 됐지요.” 나이 70을 넘기면서 그에겐 할 일이 더욱 많아졌다. 하루속히 자신을 뛰어넘는 제자를 길러내는 것(서울 국악예고와 중앙대 국악대 강의)이고 각종 공연활동과 음악강연을 틈틈이 하면서도 ‘춤의 소리’ 백과사전을 마무리짓는 일이다. 이 사업이야말로 먼저 가신 스승에게 보답하는 길이요, 후배들에게는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사명감이다. 오래전부터 단소와 단소교본을 만들어 왔는데 ‘국민1인 1국악기 갖기’운동에도 앞장설 생각이다. 또한 전통 가무악을 전수할 민속악예술대학을 설립하는 것도 숙원사업. 궁중음악은 국립국악원을 중심으로 교육되고 있으나 민속음악은 그러지 못한 형편이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의 화합번영과 자긍심을 위해서라도 민속악의 대금소리는 계속 울려퍼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거듭 강조한다.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37년 일본 도쿄 출생. 해방후 부산 정착.▲42∼60년 이덕희·지영희·전추산·오진석·방태진·한주환 등에게 피리, 단소, 퉁소, 소금, 태평소, 대금 등을 익힘.▲59년 임춘앵 여성국극단에서 음악반주.▲60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회 세계민속예술제 참가공연.▲77년 첫 대금산조 개인 발표회. 이후 16차례 개인발표회.▲88년 서울 올림픽폐회식 때 대금독주.▲96년 중요무형문화재 제45호 대금산조 보유자 지정. ▲2005년 음악인생 60주년 기념공연(세종문화회관). ▲07년 6월 ‘춤의 소리’ 전집음반 50장 제작. 현재 죽향대금산조원형보존회를 운영, 한국국악협회 부이사장. # 수상경력 전주 대사습대회 장원(78년), 신라문화재 대통령상(84년),KBS국악대상(84년), 한국국악대상(02년), 서울시 자랑스런 시민상(94년), 대한민국 국민상(97년) # 주요 작품 한국 전통무용음악을 집대성한 ‘춤의 소리’(07년, 신나라뮤직) 전집음반 50장 외에 400여 종의 앨범제작.
  • 내 고장 피서지 ‘원정 홍보’

    내 고장 피서지 ‘원정 홍보’

    여름 휴가철을 맞아 전국의 지자체들이 서울 등 주요 도시의 지하철, 터미널, 휴게소 등에서 ‘고향 피서지 알리기’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해당 지역 공무원 등은 주요 도시의 도심과 지하철 입구 등에서 ‘내고향에서 여름을’이란 문구를 담은 팸플릿을 돌리며 물 좋고, 공기 좋은 시골을 찾아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천리길´ 마다않고 대도시로 출동 전남도는 올해 도내 22개 시·군 공무원 등 25명이 4∼5일 서울 종로3가, 을지로4가, 왕십리 등 지하철 환승역에서 전남의 볼거리·먹거리 등을 소개한 책자를 시민들에게 돌린다. 신연호 도 관광마케팅담당은 “시·군별로 어깨띠를 두르고 4개 지하철역 출입구에서 시민들에게 피서지 홍보물을 나눠준다.”고 말했다. 시민들에게 전할 홍보물만도 6만여부다. 치약, 칫솔 등이 든 깜짝선물 상자도 준비했다. 항구도시 목포시는 지난달 말 서울 인사동에서 시민들에게 ‘외달도 해수풀장’ 개장을 알렸다. 영화배우 오정해씨를 앞세워 새로 지은 한옥 숙박시설을 홍보했다. 경북 경주시도 7일 인사동에서 ‘경주관광 홍보전’을 갖는다. 행사에서는 경주국악협회 회원들이 가야금 병창 등의 공연을 선보이며 석가탑·첨성대 모형 만들기 코너도 운영된다. 경주시 홍보대사인 만화가 이현세씨와 영화배우 조상구씨의 팬 사인회도 마련된다. 홍보전에서는 기념품 등 경품도 준다. 서해안 지역인 충남 서천군 직원들은 이르면 다음주부터 인천∼목포 서해안고속도로 휴게소들을 방문한다. 관광안내 책자를 나눠주고 이 자리에서 방문 약속을 다짐받는 게 목표다. 군은 해마다 5월에 열던 한산모시문화제를 이달 27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서면 도둔리 춘장대 해수욕장으로 옮겨 연다. 모시 패션쇼, 비치 카페, 청소년 음악제로 시원한 여름피서 무대를 연출한다. 서울 용산역∼춘장대역간 하루 한번의 관광열차도 운행된다. 김완주 전북지사는 ‘마음의 고향, 전북으로 휴가 오세요.’란 편지를 출향 인사 2만여명에게 보냈다. ●야자수 식재 등 유인책 다양화 충남 보령시는 외국인 5명 이상이 관내에서 하룻밤을 묵으면 1인당 5000원씩 인센티브를 해당 여행사에 준다는 점을 적극 알리고 있다. 울산시는 지역 방송사와 함께 오는 28일∼8월3일 1주일간 울산지역의 해수욕장에서 ‘울산 서머 페스티벌’을 연다. 지난 2003년부터 해마다 행사를 개최해 일본지역 등에서 많은 해외 관광객이 찾아와 일본인 유인책을 마련 중이다. 제주시 공무원들은 달라진 관광안내 책자를 들고 제주공항과 여행사에 드나들고 있다. 제주시는 올해 2억원으로 함덕해수욕장 주변에 야외 텐트촌(7500㎡)을 만들고 야자수 41그루를 심었다. 숙박비 부담을 줄이려는 알뜰 휴가에 눈높이를 맞췄다. 제주시 관계자는 “고속철도(KTX)와 전남 목포항에서 크루즈를 타면 서울∼목포∼제주는 7만원(단체 10명 이상), 대전∼목포∼제주는 5만 2000원이면 된다.”고 강조했다. 쪽빛 바다, 하얀 모래사장, 이국적 풍취 등 여름 휴가철이면 가보고 싶은 제주섬을 보다 싼 가격으로 즐길 수 있게 됐다. 전국종합 무안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공무원들 제발 휴가 좀 가세요”

    “공무원들 제발 휴가 좀 가세요”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공직사회에서 ‘휴가 밀어내기’가 한창이다. 휴가 사용을 독려해 연가보상비를 절감하고, 충분한 휴식으로 업무능률을 높이자는 취지다. 하지만 지난해 7월부터 주5일근무제 도입으로 업무시간이 줄어든 데다,‘상사 눈치 보기’도 여전해 쉽지만은 않다. ●전체 휴가의 3분의1만 사용 6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최근 모든 중앙부처에 개인별 휴가계획을 제출한 뒤 이를 따르도록 한 ‘분기별 계획휴가제 활성화 방안’을 보냈다. 이 같은 공문이 각 부처에 전달되기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행자부 관계자는 “올해부터 총액인건비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자율항목에 포함돼 있는 연가보상비를 줄이면 성과금이나 다른 수당으로 전환할 수 있는 만큼 휴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공직사회에서 휴가는 ‘그림의 떡’에 그쳤다. 행자부가 중앙부처 본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2004년 기준 평균 휴가 사용 일수는 6일로, 전체 휴가 일수 20일의 30% 수준이다. 또 계획휴가제가 처음으로 시행된 지난해는 3·4분기까지 전체 휴가 일수 20.3일 가운데 5.2일만을 사용했다.4분기까지 포함하더라도 휴가 사용 일수는 6∼7일 정도에 그칠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기관별 휴가 사용 일수는 4∼5배까지 차이가 났다. 지난해 가장 많은 휴가를 쓴 기관은 중앙인사위원회로,1인당 평균 10.5일이다. 이는 휴가 사용 일수가 가장 적은 농촌진흥청 2.3일보다 4.5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또 여성가족부 9일, 통계청 8.1일, 공정거래위원회 6.8일, 대검찰청 6.4일, 조달청·비상기획위원회 5.9일, 환경부 5.7일 등의 순으로 휴가 사용이 많았다. 반면 농진청을 비롯, 과학기술부 3.3일, 교육인적자원부·중소기업청 3.5일, 관세청 3.6일, 국정홍보처 3.8일, 국가보훈처 3.9일, 금융감독위원회 4.5일 등은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환영하면서도 상사 눈치보기 여전 공직사회 내부에서는 휴가 권장을 반기는 분위기다. 교육부 한 연구사는 “휴가는 당연한 권리지만, 일하다 보면 솔직히 휴가를 쓸 생각조차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휴가를 편하게 쓸 수 있는 문화가 자리잡았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최근 이틀 동안 휴가를 다녀왔다는 또다른 연구사는 “가정에 소홀한 면이 적지 않아 휴가를 쓰라는 지침을 반기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면서도 “하지만 아직은 눈치보지 않고, 마음 편하게 휴가를 갈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정을 반영, 환경부의 경우 이치범 장관이 직접 나서 휴가를 권장하고 있다. 이 장관은 최근 간부회의에서 “실·국장이 솔선수범해 휴가를 다녀와야 직원들도 휴가를 쓸 수 있다.”면서 적극적인 휴가 사용을 지시했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게시판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로 혁신을 계속하려면 재충전도 소홀히 해서는 안되는데, 휴가를 제대로 안 가 피로가 쌓이고 있다.”며 휴가 사용을 권유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휴가를 9일 이상 쓰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휴가를 많이 쓴 직원에게 인사고과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는 ‘통합성과 평가지침’도 만들었다.”면서 “국·과장들에게 연가를 사용하라는 알림 서비스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처종합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6월 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 그 이후] (7) 한국민주주의 운동 토론회-지상중계 (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함세웅)가 4∼5일 이틀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6월 민주항쟁 20주년 기념 학술토론회에서는 외국 학자들이 본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발표회가 참석자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에드워드 베이커 하버드대 옌칭연구소 자문위원과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홀거 하이데 독일 브레멘대 명예 교수 등은 한국 민주주의 운동의 의미와 과제 등에 대해 발표했다. ●6월 항쟁은 민주주의 운동이자 근대화 운동 하이데 교수는 5일 ‘한국민주주의 운동에 대한 개인적 단상’이라는 기조 발제에서 “1986∼87년 민주화운동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것이 민주주의 운동인 동시에 근대화 운동이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이데 교수는 ‘민주화와 근대화’라는 ‘발전의 양면성’을 통해 민주화 20년을 조망했다. 그는 “6월 항쟁은 더 많은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세력과 더 근대화된 사회를 원하는 세력이 힘을 합쳐 전두환 정권에 대항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진단하고 “이런 맥락에서 6·29선언은 민주화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권력 엘리트들의 전술적 후퇴였으며 동시에 근대화론자들의 부분적인 승리였다.”고 평가했다. 권력 엘리트 가운데 근대화론자들과 형식적 민주화를 요구하던 자유주의 정치세력이 6·29선언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는 것이다. 반면 6·29선언 이후 실질적인 민주화를 위한 첫 단계로 민주노조를 건설하려던 노동자들은 즉각 극심한 탄압에 부딪쳤다고 꼬집었다. ●외환위기 민주주의 운동 취약점 드러나 하이데 교수는 “1997년 발생한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김대중 정부가 추진한 근대화의 범위를 통해 민주주의 운동의 취약점이 분명하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가 지적하는 취약점은 노동계급운동 진영이 ‘민족주주의-보수주의자’와 ‘신보수주의자’ 사이에서 적절히 대응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데 있다. 민족주의-보수주의자들은 한국 국가자본의 경쟁력을 위해 노동조건을 제한하려 했고, 신보수주의자들은 ‘시장’을 노동조건 문제의 해결 수단으로 내세우며 세계시장을 개방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도 “신세대 사이에서는 신기술로 가능해진 기회를 활용해 전혀 새로운 운동이 싹텄다.”면서 “그 징후는 노무현 후보 당선과 탄핵을 물리치는 데 성공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한국 민주주의 도전 과제 많다’ 베이커 자문위원은 지난 4일 ‘한국 민주화에 대한 고찰과 결론’에 대한 기조발제에서 “한국 국민들은 유신반대운동, 광주항쟁,6월 항쟁 등을 자체적으로 잘 풀어왔고, 이제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라며 한국 민주화 운동의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하루키 교수는 ‘한국의 민주혁명 30년과 일본’을 주제로 한 기조강연에서 “광주 항쟁은 운동의 비폭력적 성격과 모순되지 않는 비폭력 운동의 혁명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면서 “6월 항쟁은 유신체제의 폐지를 얻어냈다.”고 평가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손호철교수 ‘민주화 진영’ 비판 “민주화운동 출신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최소한 겸손한 자세만 보였어도 지금과 같은 위기는 자초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5일 발표한 ‘한국 민주주의 20년, 성과와 한계 그리고 위기’를 통해 민주화 운동세력과 노무현 정권을 거세게 비판했다. 손 교수는 “민주화 20주년을 맞아 민주화운동과 민주주의는 심각한 위기, 어쩌면 최대 위기에 처해 있다.”며 도덕성 추락과 무능을 지목했다. 하지만 그는 “국민들에게 정말로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오만과 독선’일 것”이라고 개탄했다. 손 교수는 “정통성을 과신한 김영삼 정권의 오만과 독선은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오히려 증폭됐다.”면서 “이를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청개구리마냥 자신의 노선을 고집하는 한편 오히려 국민을 비판하고 원망하는 노 대통령과 측근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은 내용은 별로 없고 정책은 보수적이면서도 스타일만 급진적이어서 빈 수레만 요란한 개혁으로 잡음을 일으키고 기득권 세력의 불안감을 조성해 사회 갈등을 불필요하게 증폭시킨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화운동 진영이 그동안 절대적으로 누려왔던 도덕적 우위가 무너졌다.”면서 “대표적인 것이 각종 비리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정치권뿐 아니라 민주노총도 현장 지회는 말할 것도 없이 중앙지도부까지 비리에 연루될 정도니 할 말이 없다.”고 꼬집었다. 손 교수는 민주화운동 진영이 위기를 겪게 된 구조적인 원인으로 신자유주의를 꼽았다. 그는 “자유주의정권인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서민과 중산층의 정부를 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 정책을 펴면서 최악의 사회 양극화를 초래했다.”면서 “군사독재정권들보다 더 빈부 격차를 심화시킨 가장 반서민적인 정권이 되고 말았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화운동 진영이 그동안 북한 인권문제와 민주주의에 침묵하는 이중성을 보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 “북한 문제도 대중들이 민주화운동 진영의 진실성과 헌신을 의심하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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