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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천시 ‘재정위기’ 주홍글씨서 벗어나다

    인천시 ‘재정위기’ 주홍글씨서 벗어나다

    ‘재정난’ 하면 인천시를 떠올릴 정도로 인천을 옥죄었던 주홍글씨에서 마침내 벗어났다.인천시는 행정안전부가 재정 정상 척도로 삼는 ‘예산 대비 채무비율 25% 미만’ 기준을 최근 3분기 연속으로 충족시킴으로써 행안부 지방재정위기관리위원회로부터 13일 ‘재정위기 주의’ 등급 해제를 통보받았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재정위기 주의 지자체로 남아 있던 인천시가 불명예를 떨쳐낸 것이다. 2015년 8월 부산·대구·태백과 함께 재정위기 주의 지자체로 지정된 지 2년 7개월 만이다. 부산시와 대구시는 2016년 5월, 강원도 태백시는 2016년 1월 주의 등급에서 해제돼 재정정상 단체로 전환됐다. 인천시 채무 비율은 2015년 1분기 중 39.9%까지 치솟았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개최, 인천지하철 2호선 조기 건설, 경제자유구역 개발 등 굵직한 대형 사업을 동시에 추진한 결과다. 채무비율이 40%를 넘는 지자체는 ‘재정위기 심각’ 단체로 지정돼 40억원 이상의 재정투자사업에 제한을 받는 등 예산편성권에 제한을 받게 되는데 40%를 코앞에 둔 것이다. 위기감이 증폭되자 유정복 시장이 직접 ‘재정 건전화 3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재정 개혁 정책을 강도 높게 시행했다. 세입·세출·재산관리 부서를 한곳에 모아 재정기획관실을 신설하고 ‘수입은 늘리고 지출은 줄이며 누락 세원은 발굴한다’는 철칙을 세웠다. 공무원 연가보상비와 시간외수당, 시장과 국장의 업무추진비를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맸고 행사·축제 경비는 반으로 줄였다. 이러한 노력으로 채무비율은 지난해 2분기 예산 대비 24.1%, 3분기 22.9%, 4분기 21.9%로 계속 떨어졌다. . 유 시장은 “재정 건전화 성과를 바탕으로 복지를 강화하고 원도심 부흥, 미래성장 기반 육성사업 등을 중점 추진하겠다”며 “인천이 우리나라 제1의 행복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벗은 몸’ 낙인 작가 여성 넘어 인간 해방 꿈꾸다

    ‘벗은 몸’ 낙인 작가 여성 넘어 인간 해방 꿈꾸다

    # 1968년 5월 30일 서울의 음악감상실 쎄시봉에서는 미술계에 오래 각인될 장면이 연출됐다. 러닝셔츠와 반바지 차림으로 한 여성이 등장한다. 남자들이 칼로 그의 옷을 찢고 상반신에 투명한 풍선을 붙여댄다. 그리고 풍선을 터뜨리자 여성의 상반신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국내 첫 누드 퍼포먼스로 기록된 ‘투명 풍선과 누드’다. # 1969년 앳되지만 단단한 표정을 지닌 한 여성이 대형 목화솜 뭉치의 한가운데를 쇠파이프로 눌러놓은 설치작품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불, 옷 등 여성의 자리에서 자주 쓰이던 폭신하고 부드러운 솜을 차갑고 날카로운 성정을 지닌 철이 묵직하게 억누른다. 제목 역시 ‘억누르다’. 솜과 철이라는 단 두 가지의 상반된 재료로 남성중심적 사회에 짓눌린 여성 그리고 예술가로서의 주체성을 영리하게 은유했다.두 작품은 지난해 위암으로 갑작스레 타계한 한국 전위예술 1세대 작가 정강자(1942~2017)가 빚어낸 것이다. 1960~1970년대 ‘억압의 시대’, 여성을 넘어 인간의 해방과 자유를 꿈꿨던 그의 작업은 현재 우리 시대의 요구와도 긴밀하게 맞닿아 있다. 하지만 ‘벗는 예술론’이라는 당시 한 신문 기사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그의 작업은 ‘선정적’, ‘퇴폐적’이라는 주홍글씨에 갇혀 왜곡되고 저평가됐다. 여성의 몸을 당당하게 앞세우며 사회적 편견과 싸워 나갔던 정강자의 외롭지만 견고했던 50년 화업을 돌아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관과 천안관에서 동시에 진행 중인 전시 ‘정강자: 마지막 여행은 달에 가고 싶다’에서다.서울관에서는 ‘명동’, ‘사하라’, ‘환생’, ‘한복의 모뉴먼트’ 등 그의 시대별 대표작 11점이 나왔다. 1969년 제작됐지만 현재는 원본이 남아 있지 않은 ‘억누르다’는 이번 전시를 위해 재현한 것으로 감상할 수 있다. 천안관은 작가가 투병 중에도 고통을 딛고 창작열을 빛낸 최근작과 아카이브 자료 등 60여점으로 꾸며졌다. 아라리오갤러리 전지영 큐레이터는 “그는 1970년대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였지만 실험미술에 대한 기여를 인정받지 못하고 여성의 신체를 차용한 작업에 대해 던지는 선정적인 시각을 감내해야 하는 등 이중 소외에 시달렸던 작가”라며 “타계 후 처음 열리는 이번 회고전은 한 시대를 증언할 뿐 아니라 인간의 희로애락, 육체를 초월하게 하는 것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가늠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관 전시는 2월 25일까지. 천안관 전시는 5월 6일까지. 월요일은 휴관.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데스크 시각] 국민은 ‘주홍글씨’의 대상이 아니다/장세훈 경제정책부 차장

    [데스크 시각] 국민은 ‘주홍글씨’의 대상이 아니다/장세훈 경제정책부 차장

    ‘성장통이 될까, 관절염이 될까.’ 경제 정책을 바라보는 가장 큰 궁금증이다. 정부가 내세운 정책 취지대로라면 성장통을 겪는 과정일 텐데 정작 경제주체들이 내놓는 반응을 살피면 관절염을 의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복기해 보자. 문재인 정부의 취임 일성은 일자리 창출이었다. 문 대통령이 취임 첫날 내놓은 ‘업무지시 1호’가 일자리위원회 구성이다. 뒤이어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이 돈이 시장에 채 풀리기도 전에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대한 ‘부자 증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양극화 해소라는 명분을 앞세웠다. 그러나 경제 상황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추경과 증세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지난해 7월 최저임금위원회는 올해 적용할 최저임금을 지난해보다 16.4% 올리기로 결정했다.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 증대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우리 기업의 99%를 차지하고 고용의 88%를 책임지는 중소기업, 전체 취업자의 25%에 해당하는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흘러나왔다. 정부가 최저임금 위반 사업주의 명단 공개를 추진하면서 잠재적 범죄자로 내몰리는 상황에서도 일자리안정자금에 대한 신청률은 저조한 실정이다. 6개월여의 사전 준비 기간이 있었지만 정부가 ‘을(乙)의 보이콧’과 같은 부작용에 대해 대비가 부족했다는 방증이다. 가상화폐 문제도 정부 정책이 시장 흐름을 제대로 따라잡지 못한 대표적 사례다. 비트코인 가격이 2만 달러에 육박하고 거래소 서버가 다운돼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질 때까지 가상화폐는 사실상 ‘제도권 밖 세상’에 머물렀다. 손 놓고 있던 정부가 뒤늦게 내놓은 대책은 거래소 폐쇄라는 설익은 카드였다. 정부의 말 한마디는 투자자 전체를 투기 세력으로 규정시켰다. 이후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갈지(之)자’ 규제 행보는 300만명으로 추정되는 가상화폐 투자자들에게 정책 불신만 키우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자 규제의 칼을 빼들었다. 지난해 8·2 대책을 필두로 지금까지 7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서울 강남권 집값은 시쳇말로 자고 일어나면 치솟고 있다. 정부는 대출 강화부터 보유세 인상에 이르기까지 ‘두더지 잡기’ 식으로 규제를 쏟아내고 있다. 실수요자와 투기세력, 강남권과 비강남권 중 누가, 어느 지역이 더 큰 부담을 느낄지에 대한 고민은 뒤로 밀린 모양새다. 자산 가격이 급등하는 것 못지않게 자산 시장이 불안정해지는 것도 좋지 않은 신호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울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경제 전반에 갈등도 증폭되고 있다. 좋은 일자리(정규직)와 나쁜 일자리(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등의 편 가르기에 기반한 정책이 주된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이분법 경제’다. 물론 취지가 좋거나 명분이 큰 정책을 추진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다. 정책의 정당성을 얻기 위해 특정 국민이나 기업에 ‘주홍글씨’부터 씌워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정부 정책은 효과와 부작용, 수혜층과 소외층이 있기 마련이다. 편부터 가르는 게 정치 속성이라면 편을 가르면 퇴보하는 게 경제의 원리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부작용과 소외층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명실상부한 일류 정부가 된다. 이를 제대로 못하면 삼류 정부에 불과하다. ‘통쾌한’ 정책보다 ‘보듬는’ 정책이 우선적으로 고민돼야 하는 이유다. shjang@seoul.co.kr
  • [이현정 기자의 소리통] SNS 마녀사냥과 시인의 비극

    [이현정 기자의 소리통] SNS 마녀사냥과 시인의 비극

    한 사람의 일상이 무너지고 가슴에 주홍글씨가 새겨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사흘이었다. 그는 ‘2014년 동료들이 뽑은 올해의 젊은 시인상’, 2015년 시작작품상을 받은 촉망받는 시인이었다.모든 일은 지난해 10월 19일 트위터에 “미성년자인 저는 지난해 저보다 스무 살 많은 시인에게 성희롱을 당했습니다. 박진성 시인임을 밝힙니다”란 글이 올라오면서 시작됐다. 또 다른 이의 비슷한 폭로성 글이 꼬리를 물었다. 국내 일부 언론은 10월 21일 시인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했다. 해명할 기회는 주지 않았다. 마녀사냥이 시작됐고 시인은 물론 가족의 삶까지 무참히 파괴됐다. 집 앞 피켓 시위가 이어졌다. 그는 고통의 기억을 자신의 블로그에 이렇게 기록했다. “창문 바깥으로 수십 명의 사람이 웅성대는 소리가 들렸고 몰래 열어 본 창틈으로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피켓을 들고 있는 게 보였다. 저 집에 범죄자가 산대. 흉악한 범죄자가.” 검찰은 지난 9월 이 사건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온라인 유목민은 낙인찍기를 멈추지 않았다. ‘자살하고 싶지 않으세요’라며 도를 넘는 악성 글을 올린 이도 있었다. “잘못된 사실을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던 시인은 지난 2일 “지쳤다. 제가 저의 결백을 밝힐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라는 걸 이제야 알았다”며 극단적 시도를 했다. 자제력을 잃고 폭주하는 일명 악플러들은 SNS 공간에 사람을 전시하고 발가벗겨 포르노적으로 소비하고서 결국 파괴한다. ‘통신망으로 연결된 가상 사회의 구성원’이란 공동체적 의미를 갖는 단어 ‘네티즌’은 이들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그저 승냥이떼와 같은 고립된 개인의 ‘무리’이며 목소리가 아닌 ‘소음’일 뿐이다. 때론 정의를 표방하나 인간애와 공존하지 않는 정의를 우린 정의라 부르지 않는다. 악성 댓글에 멍든 이들이 심각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별다른 대책은 없다. 세계와 관계 맺기를 하며 고유명사로 살아온 시인이 한순간 ‘성범죄자’란 일반명사가 돼 갈가리 찢기고 존재가 거처할 곳을 잃었을 때 마주했을 그 고통의 무게를 짐작한다. 극단적 시도를 하기 전 “단 하나의 눈동자만 있어도 견딜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쳤다”고 한 그의 말이 묵직한 돌덩어리로 남았다. 피투성이가 되더라도 그가 자신이 선 땅을 딛고 다시 한번 바깥을 향하길 바란다. 온갖 억측과 싸워 앞으로 살아갈 생과 맞바꾸려 했을 만큼 절실히 바란 진실을 찾고 길을 찾길 바란다. 자살로는 결코 결백을 입증하지도 그 무엇을 이룰 수도 없다. 그저 비난하던 이들을 지극히 짧은 시간 모래알처럼 흩어지게 할 뿐이다. 지난해 3월 학내에 거짓 대자보를 붙여 교수에게 성추행 누명을 씌워 죽음에 이르게 한 제자는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교수는 이 세상에 없다. 가족에게는 더한 고통이 기다리고 있다. SNS를 떠도는 과다한 정보는 거짓과 진실의 경계마저 모호하게 만들어 때론 거짓마저 진실로 둔갑시킨다. 직접 돌을 던지진 않았으되 심정적으로 동조한 모두를 공범으로 만든다. 더 많은 정보가 꼭 진리로 귀결되진 않는다는 점도 기억해야 할 대목이다. hjlee@seoul.co.kr
  • [159만명 채무 탕감] 빚 일부 갚고 있어도 상환능력 없으면 ‘주홍글씨’ 떼 준다

    [159만명 채무 탕감] 빚 일부 갚고 있어도 상환능력 없으면 ‘주홍글씨’ 떼 준다

    대부업 장기소액연체채권 포함 행복기금 채무자 심사 거쳐 탕감 정부의 ‘장기소액연체자 지원 대책’은 10년 이상 소액 연체로 고통받는 취약계층을 보호하려는 취지다. 이들이 추심의 공포 등에 시달려 근로의욕 저하로 취업 등의 정상적인 경제 활동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민행복기금이 사들인 연체 채권 이외에도 대부업체 등이 보유한 장기소액연체 채권도 포함해 대상자를 넓혔다.29일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국민행복기금의 장기소액연체자 83만명 중 사회취약계층은 12만명(약 30%) 정도다. 기초생활수급자 3만 2000명, 60세 이상 고령자 8만 8000명 등이다. 또한 약 46%는 중위소득 40% 이하(1인가구 기준 월소득 66만원, 4인가구 기준 268만원)이다. 신용등급 8~10등급의 저신용자이기도 하다. 이번 대책은 장기소액연체자들뿐 아니라 국민행복기금이나 민간 금융회사들이 보유 중인 빚을 일부 갚고 있던 약정자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가도록 만들어졌다. 10월 31일 기준으로 원금 1000만원 이하 채무를 10년 이상 다 갚지 못한 국민행복기금 내·외부의 장기소액연체자들이 수혜자다. 규모는 159만명, 총원금은 6조 2000억원으로 추산된다.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누구도 혼자 부자가 된 사람은 없다”는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상원의원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누구도 혼자 가난해진 사람은 없다. 우리 경제가 건강한 활력으로 유지되기 위해선 가장 취약한 계층에 있는 분들이 다시 건강한 경제·금융 생활로 돌아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장기소액연체자들 중 상당수는 ‘어차피 벌어야 추심으로 다 뜯길 것’이라면서 일손을 놓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번 조치의 결과 이들이 재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자 상환능력 심사를 거쳐 갚을 능력이 없다고 판단돼야 채무면제가 된다. 조건은 회수 가능한 재산이 없고, 중위소득의 60% 이하여야 한다. 10년 넘은 자동차, 장애인 자동차, 1t 미만 영업용 차량 등 생계형 자산은 재산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박모(47)씨는 사업 실패로 1600만원의 빚을 진 뒤, 국민행복기금으로부터 45%를 감면받고 30개월째 매달 21만원을 갚고 있다. 그는 약정금액이 410만원 남았지만 심사에서 통과되면 빚 탕감이 가능해진다.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장기소액연체 채권 중 빚을 갚는 42만 7000명은 상환능력이 없으면 즉시 채무가 면제된다. 반드시 본인이 신청해야 한다. 아직 갚고 있지 않은 미약정 연체자 40만 3000명은 일괄적으로 재산·소득 조회를 거쳐 상환능력이 없으면 즉시 추심을 중단한다. 다만 최대 3년 유예 기간을 둘 방침이다. 은닉재산 등이 발견되지 않으면 3년 뒤 빚은 탕감된다. 대부업체 등이 보유한 연체자 76만 2000명은 본인이 신청하면 심사해 상환능력이 없으면 즉시 추심을 중단한다. 최대 3년 이내 채권을 소각한다. 사업 실패로 대부업체로부터 원금과 연체이자 등 800여만원의 빚을 지게 돼 11년째 대부업체로부터 추심을 받고 있는 김모(53)씨 역시 심사를 통해 추심의 늪에서 헤어나올 수 있을 전망이다. 정부는 또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10년 미만, 1000만원 이상 채권도 본인이 신청하면 상환능력에 따라 최대 90% 원금감면율로 분할상환을 지원할 방침이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장기소액 연체자들이 ‘붉은 딱지’를 떼게 되면 사회 전체적인 생산성이 높아지는 등 정책의 비용보다 편익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블랙리스트 사태 진상 문화예술위 독자 조사”

    “블랙리스트 사태 진상 문화예술위 독자 조사”

    “한국문화예술위원회도 독자적으로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한 진상 조사를 하고 그 실상을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신임 위원장으로 위촉된 황현산(72) 고려대 명예교수는 27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박근혜 정부에서 발단이 된 여러 산적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학평론가인 황 위원장은 자신도 블랙리스트의 피해자로 박근혜 정부가 특수한 목적으로 작성한 ‘문화계 블랙리스트’ 명단에 포함됐다. 그가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성명에 이름을 올린 점 등이 주효하게 작용했다는 게 문단이 유추하는 이유다. 황 위원장은 “공식 임명 전 문예위 워원장에 내정된 걸 통보받았지만 문학인들과 특별히 의견을 나누거나 한 바는 없다”면서도 “이심전심으로 문화예술인 대부분은 블랙리스트의 진실을 알고 싶어 하고 그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건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 목포 출신으로 고려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교편을 잡아 온 황 위원장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우리말로 번역했으며 비평집 ‘말과 시간의 깊이’,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 등을 썼다. 2012년 제11회 아름다운 작가상을 수상했고 한국번역비평학회 초대회장도 지냈다. 예술위는 연간 2000여억원을 문화예술계 지원 사업에 투입하는 기관이다. 지난 정부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집행 기관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졌고, 박명진(70) 전 위원장은 임기를 1년 가까이 남겨 두고 지난 6월 사퇴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날 “지난 17일 문예위 신임 위원들의 간담회 자리에서 임원추천위원회가 공개 모집 절차를 거쳐 추천한 후보자들에 대해 의견을 나눴고 이를 토대로 문체부 장관이 황 위원장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임기는 2020년 11월 26일까지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루스벨트도 대처 총리도 소수자였다

    루스벨트도 대처 총리도 소수자였다

    커버링/겐지 요시노 지음/김현경·한빛나 옮김/류민희 감수/민음사/368쪽/2만 2000원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은 각료회의 전에 늘 휠체어를 책상 뒤에 숨겨 놨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코치를 불러 음색을 낮추는 발성 훈련을 받았다. 왜 그랬을까.‘주류 중의 주류’였던 이들의 행동은 장애, 그리고 여성이라는 소수자의 정체성을 지우기 위해서였다. 성적 취향, 성별, 종교, 국적, 인종 등으로 ‘차이’를 가르고 기어코 ‘소수자’란 낙인을 찍어 내는 이 세계의 폭력적인 셈법에 익숙해 있는 우리에게 이들의 노력은 일견 아연하다. 이미 더없이 공인된 주류이면서도 필사적으로 주류인 척하려고 애썼기 때문이다. 이 조그만 진실은 역설적으로 거대한 진실을 일러 준다. 우리 모두는 ‘조금씩은 소수자’라는 사실이다. 동성애자이자 인종 소수자란 ‘주홍글씨’로 누구보다 통렬하게 고통받아야 했던 저자 겐지 요시노 미국 뉴욕대 로스쿨 헌법학과 교수는 여기서 ‘커버링’이라는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폭력을 캐어 올려 그 근원을 파내려간다.‘커버링’이란 주류의 질서에 맞게 타인이 선호하지 않는 자신의 정체성을 억누르는 것이다.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이 언급한 개념으로, ‘사회적으로 낙인찍힌 존재들이 자신의 낙인이 두드러져 보이지 않도록 신경 쓰는 과정’을 일컫는다. 우리 시대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합의 아래 굴러간다(고 우리는 믿고 있다). 인종, 성별, 장애, 종교 등에 따라 타인을 차별해선 안 된다는 것쯤은 민권법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누구라도 알고 있다. 문제는 날것 그대로의 현실이다. 저자는 동성애자로 통과해야 했던 숱한 장벽, 수백여개의 판례와 사례를 통해 모든 이들이 ‘커버링’을 사회와 법을 통해 폭력적으로 강요받고 있음을 드러낸다. 백인에 의한 소수 인종의 종속, 남성에 의한 여성의 종속, 이성애자에 의한 동성애자의 종속, 주류 종교에 의한 소수 종교의 종속, 비장애인의 장애인의 종속을 없애 온 것이 민권법이라는 게 우리의 오랜 믿음이다. 실상도 그럴까. 저자는 미국 사회가 ‘다양한 정체성의 폭발’을 해결하기 위해 연방대법원이 동화주의(소수자성을 주류 정체성으로 편입시켜 지우려는 것)적 태도로 숨어들었다고 비판한다. ‘분열된 미국’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미국의 차별 금지법은 차이에 대한 일관된 무심함을 평등과 혼동한다고도 꼬집는다. “차이에 대한 법이 주류 집단에게는 그 차이를 무시하도록, 주변인 집단에게는 그 차이를 감추도록 지침을 내리는 것”이라면서. ‘차별’은 보호하지만 ‘차이’는 보호하지 않는 이런 법과 사회의 교묘한 공격은 ‘커버링’을 더욱 공고하게 한다.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을 표현하며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권리가 박탈당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저자는 차이를 보호할 방법, 즉 새로운 민권의 패러다임이 절실하다고 호소한다. 견고한 법과 사회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법 밖의 개인들이 나서야 한다는 당부와 함께. 개인들은 일상 곳곳에서의 대화를 통해 ‘커버링’을 대중적인 어휘로 만들고 커버링이 어떻게 개인을 옭아매고 파괴하는지 증언할 수 있는 당사자들이기 때문이다. 뉴욕대 교수진 가운데 유일하게 종신 교수직을 보장받지 못한 저자에게 종신 교수직 심사위원장이 건넨 값진 조언처럼 말이다. ‘그는 내가 보다 더 나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것, 즉 기존 법의 테두리 안에서 논증하기보다는 나의 진실을 이야기해서 법이 스스로 형성되도록 해야 한다고 일러 주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마인드피부과의원 청소년 무료 문신 제거 프로젝트, ‘사랑의 지우개’ 참여

    마인드피부과의원 청소년 무료 문신 제거 프로젝트, ‘사랑의 지우개’ 참여

    과거에는 타인에게 위압감을 주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졌던 문신이 근래에는 문신 인구가 100만 명으로 추정될 만큼 일반인들도 즐겨하는 하나의 패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문신은 외부 물질을 주입하는 침습적 방식으로 위생이 보장되지 않는 환경에서 시술 시 알레르기, 감염, 이물 반응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의사 면허를 소지한 사람만 시술할 수 있도록 의료 행위로 규정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대부분의 문신 시술이 불법으로 행해지고 있는 가운데 합법적인 경로로 문신을 할 수 없는 청소년들은 불법 업소를 찾아 문신을 하고 시간이 흐른 뒤 후회하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인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처럼 충동적인 생각으로 했던 문신으로 인해 학업 및 사회생활에서 제한을 받기 시작하면 지울 수 없는 주홍글씨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청소년들의 고민을 돕고자 시작된 프로젝트가 바로 ‘사랑의 지우개’다.사랑의 지우개는 경찰청과 대한피부과의사회, 대한피부과학회가 공동으로 주관하고 있는 사회공헌 캠페인으로 소외 계층을 돕고자 하는 피부과 전문의들에 의해 시작됐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무료 문신 제거 프로젝트 사랑의 지우개는 경찰청에서 모집된 학생들을 대상으로 재능 기부를 허락한 전국의 피부과 전문의에 의해 지역별로 시행되고 있으며 마인드피부과의원이 선정됐다. 마인드피부과의원은 남, 녀 피부과전문의의 체계적인 진료가 가능하다. 마인드피부과의원의 이홍선 대표 원장은 “미성년자인 청소년들이 보다 안전하고 위생적인 방법으로 문신을 제거할 수 있도록 노하우와 경험을 토대로 시술하고 있다”며 “사랑의 지우개 프로젝트를 통해 외면 받은 청소년들의 상처까지 지워지기 바란다”고 참여 소감을 밝혔다. 이어 마인드피부과의원의 유지영 원장은 “문신을 깔끔하게 제거하기 위해서는 반복 시술이 요구되며 성인에게도 시간적, 비용적 부담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며 “문신 제거에 효과적인 전문 레이저 장비를 이용해 크기에 따라 횟수를 조절, 시술하면 최소 80% 이상의 제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단독] 재검사서 ‘적합’농장 이름 바꿔 새 출발 괜찮나요?

    난각코드 변경은 신고로 가능 농장주 “재검서 통과땐 바꿀 것” 소비자들 “변경 불가” vs “허용” 충남 홍성군 금마면 ‘송암농장’은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전국 52개 농가 중 한 곳이다. 그런데 지난 21일 재검사에서 살충제 성분인 ‘비펜트린’이 기준치인 0.1㎎/㎏보다 낮은 0.006㎎/㎏이 검출돼 5일 만에 다시 ‘적합’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난각코드 ‘11송암’이 새겨진 달걀은 이미 살충제 달걀이라는 낙인이 찍혀 재판매를 하지 못하고 있다. 기존 거래처에서도 “송암농장 달걀을 취급하지 않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결국 농장 주인 윤찬헌(63)씨는 농장의 이름을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윤씨는 “40여년 동안 일군 농장이지만 이런 상황을 극복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는 농가의 현실을 감안해 재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는 즉시 달걀 재판매를 허용하기로 했다. 현행 규정상으로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 ‘식용란의 미생물 및 잔류물질 등 검사요령’에 따라 잔류 물질 기준을 위반한 농가는 2주 이상 간격으로 2회 이상 실시한 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아야 위반 농가 지정이 해제된다. 최소 한 달 이상 발이 묶일 수 있는 것을 정부가 농가의 사정을 고려해 직권으로 재판매를 허용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한번 새겨진 ‘살충제 달걀’이라는 ‘주홍글씨’ 탓에 적합 판정을 받은 달걀도 정상적인 판매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부 농가에서는 ‘낙인’을 지우기 위해 지역별 고유 번호와 농장 이름으로 된 난각코드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농장 이름을 바꾸는 것에는 이렇다 할 규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연식 경기 포천시 축산정책팀장은 “축산 면적을 변경하는 것은 법에 정한 규격에 따라야 하지만 상호나 대표명을 바꾸는 것은 신고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실제 비펜트린이 초과 검출된 경기 북부의 한 농장 주인은 “한 달 후쯤 두 차례의 재검사를 통과하면 농장 이름을 무조건 바꿀 것”이라면서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장 모두 이름을 바꾸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최종 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기 전까지는 농장 이름 변경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공문으로 내려 논란이 예상된다. 서상교 경기도 축산산림국장은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18개 농장에 합격 통보를 받기 전까지는 농장 이름을 바꿀 수 없다는 지침을 내렸다”고 말했다. 소비자 사이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서울 용산구에 사는 최모(58)씨는 이날 “농장 이름을 바꿔버리는 것은 소비자들을 기만하고 알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면서 “농가명을 바꾼 살충제 농가가 어디인지 정부가 꼭 명시를 해 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서초구에 사는 황모(37)씨는 “살충제 성분이 한번 검출됐다고 영원히 살충제 농가로 낙인찍는 것은 너무 가혹하기 때문에 농장명 변경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황우석에 발목 잡힌 박기영 또 낙마에 발목 잡힌 靑인사

    황우석에 발목 잡힌 박기영 또 낙마에 발목 잡힌 靑인사

    朴 “황우석 사태는 주홍글씨” 항변 사과에도 반대 들끓자 교체로 가닥 靑 “더 낮은 자세로 국민 목소리 경청”‘황우석 논문 조작’에 연루된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차관급)이 11일 임명 나흘 만에 자진 사퇴하면서 문재인 정부 인사에 또 오점을 남겼다. ‘자진 사퇴’ 형식을 취하긴 했으나 박 본부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황우석 사건과 관련해 공개 사과를 했는데도 반대여론이 잦아들지 않자, 청와대는 전날 이미 박 본부장 교체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기술계와 야 4당은 물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 상당수도 청와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더 버틸 명분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박 본부장이 전날 간담회에서 사퇴 거부 의사를 밝힌 후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과 통화해 당 소속 의원들의 ‘부적격’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모두의 지지를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칫 시간을 끌었다가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불통’ 이미지가 씌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당장 다음주부터는 8·15 광복절 행사와 문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등 굵직한 행사가 예정돼 있어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고자 이번 주 내 논란을 빨리 정리하는 쪽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가 이날 박 본부장이 자진 사퇴한 이후 대변인 명의의 서면브리핑을 통해 ‘더 낮은 자세’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것도 불필요한 갈등이 발생한 데 대해 청와대가 엄중한 책임을 느끼고 있으며 소통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차관급 이상의 후보자나 임명자가 자진 사퇴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김기정 국가안전보장회의(NSC) 2차장이 지난 6월 5일 ‘과중한 업무로 인한 건강 악화와 시중의 구설’을 이유로 가장 먼저 자진 사퇴했다. 같은 달 16일에는 ‘도장 위조 혼인신고 논란’ 등 각종 의혹에 휩싸인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물러났다. 지난달 13일에는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했다. 이미 세 차례의 인사 실패를 경험한 청와대는 이번에는 안 전 후보자 때와는 다르게 움직였다. 전날 춘추관에서 긴급 브리핑을 갖고 “박 본부장의 (참여정부 정보과학기술보좌관 시절) 과(過)와 함께 공(功)도 함께 평가해야 한다”면서 적극 해명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과학기술계의 의견을 경청하겠다”며 사실상 ‘자진 사퇴’ 쪽에 무게를 뒀다. 청와대 관계자는 “자진 사퇴를 하든, 사퇴를 시키든 인사권자로서는 왜 이번 인사를 했는지 이해는 구해 보고 결론을 내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안 전 후보자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명분 있는 사퇴를 위한 ‘출구전략’을 구사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인사 마무리 단계에서 다시 인사 파문이 일면서 청와대는 또 한번 체면을 구기게 됐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육종학의 아버지’ 故 우장춘 박사 나팔꽃 유전 연구기록물 첫 공개

    ‘육종학의 아버지’ 故 우장춘 박사 나팔꽃 유전 연구기록물 첫 공개

    ‘육종학의 아버지’ 고(故) 우장춘 박사의 나팔꽃 유전에 관한 연구 기록물이 국가기록원을 통해 공개된다. 국가기록원은 10일 우 박사 서거 58주년을 맞아 8일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과 기증 협약식을 열었다.협약식을 통해 1930년대 생산된 우 박사의 연구 기록물 713점을 기증받은 국가기록원은 앞으로 이 기록물을 영구 보존할 계획이다. 유족은 연구 결과물을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시설원예연구소에 기증했고, 연구소는 국가 차원에서 이 기록을 보다 안전하게 보존하기 위해 국가기록원에 다시 기증했다. 우 박사는 1898년 일본 도쿄에서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도쿄제국대학 농학실과를 졸업하고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50년 한국 정부의 요청으로 한국농업과학연구소장에 취임해 1959년 사망할 때까지 육종개량 연구에 전념, 식량 자급의 길을 열었다. 우 박사는 일본인 처와 여섯 자녀를 남겨 둔 채 귀국하기 전 히로시마에 있는 부친의 묘비 앞에서 “지금까지는 어머니의 나라 일본을 위해 노력했다. 지금부터는 아버지의 나라에 뼈를 묻고자 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속이 꽉 찬 배추와 무, 제주 감귤, 대관령 감자 등을 만들어 낸 우 박사는 친일파란 주홍글씨에 시달리다 사망 3일 전에 민간인으로서 최대 명예인 문화포장증을 받고 눈물을 흘렸다. 우 박사의 넷째 사위는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교세라(교토세라믹)의 창업자 이나모리 가즈오 명예회장이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서민 ‘연체 주홍글씨’ 완전 삭제… “재기 기회” vs “상환 회피”

    서민 ‘연체 주홍글씨’ 완전 삭제… “재기 기회” vs “상환 회피”

    文정부 ‘연체채권 정리’ 현실화…1인당 1257만원 ‘빚 굴레’ 벗어 민간도 연말까지 4兆 자율 소멸…10년 만기 장기연체정책 곧 발표31일 정부가 소멸시효완성채권을 소각하고 무분별한 시효연장 관행을 개선하기로 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과제로 제시된 ‘장기·소액 연체채권 정리’가 현실화된 것이다. 그동안 일부 금융회사가 소멸시효완성채권을 자체적으로 소각한 적은 있지만 금융권 전체가 일률적으로 소각에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이번 결정에 200만명이 넘는 장기 연체자가 경제적으로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정부의 ‘공식 부채 탕감’ 정책으로 ‘빚은 안 갚아도 되는 것’이라는 그릇된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날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정부 계획대로 금융공공기관과 민간 금융회사들이 올해 말까지 소멸시효완성채권을 소각하면 지난해 말 기준 214만 3000명의 장기 연체 채무자가 25조 7000억원의 채무 기록이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1인당 1257만원 정도다.지금까지 장기 연체 채무자들은 채권 시효가 완성되더라도 ‘빚의 굴레’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었다. 기록이 지워지지 않아 정상적인 금융 거래가 불가능한 데다 상황에 따라 빚이 되살아날 여지도 있었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채권이 소각되면 채무 일부 상환 등으로 채권이 부활할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사라지고 연체 기록 등도 완전히 삭제된다”면서 “채무자의 심리적 부담감이 해소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각에 나서는 금융공공기관은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자산관리공사, 예금보험공사, 주택금융공사,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 등이다. 은행 등 민간 금융회사들은 연말까지 자율적으로 소멸시효완성채권을 소각할 예정이다. 채권 소각은 기관별로 ‘내규 정비→미상각채권 상각→채권 포기 의사결정(이사회 등)→전산 삭제 및 서류 폐기’ 등의 절차로 진행된다. 채무자는 오는 9월 1일부터 본인의 연체채무의 소각 여부를 해당기관 개별 조회시스템 또는 신용정보원 소각채권 통합조회시스템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민간 연체 채권 중 일부는 정부 재정으로 사들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 “10년 만기 1000만원 이하의 장기소액연체채권 정리 방안도 조만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해당 채권은 금융기관들도 이미 손실 처리를 다 했으면서도 의미 없이 시효를 연장한 것”이라면서 “채무자의 제2의 출발을 보장하는 포용적 금융 정책”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시한이 충분히 지나고 사실상 상환능력이 없는 채무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소각은 긍정적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의 공식적인 부채 탕감이 ‘연례행사’가 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제3자들에게는 ‘빚은 안 갚아도 되는 것’이라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면서 “누군가가 빚을 안 갚으면 결과적으로 전 국민에게 부담이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악마의 자식이다” 주홍글씨…또 다른 비극된 IS의 아이들

    “악마의 자식이다” 주홍글씨…또 다른 비극된 IS의 아이들

    IS 가담뒤 돌아온 자녀도 고립 “훈련대로 공격했다 학교서 격리”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조직 ‘이슬람국가’(IS)에서 활동하던 저격수였던 아버지는 연합군과 이라크군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살아남은 아들 모하메드(9)는 자신을 상담한 연합군에게 “커서 저격수의 왕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전쟁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없다. 이달 초부터 IS가 연합군과 이라크군에 잇따라 패퇴하면서 모하메드 같은 ‘IS 전쟁고아’들이 속출하고 있고, 이들이 보복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지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에게는 ‘악마의 자식’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다. 이들은 IS와 생활하면서 제대로 된 가르침을 받지 못한 채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가 되기 위한 세뇌 교육과 훈련을 받아왔다. 그런 이유로 돌봄이 필요한 아이인데도 불구하고 구호단체들마저 쉽사리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는다. 이 때문에 IS 조직원의 자녀들은 이라크 북부 곳곳에 자리한 구호 캠프나 모술 동부 및 북부 쿠르드계 지역의 가정집에 숨어 지낸다. 이들의 친인척과 자원봉사자, 적은 급여를 받는 공무원들이 최대한 지원을 하려 애쓰고 있다. IS의 아이들을 위해 임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니네베 주의 여성·아동 사무소장 수카이나 모하메드 유네스는 “모술에서 엄마나 아빠를 잃은 아이 수만명을 넘겨받았다”면서 “이 중 약 75%가 IS 조직원 가족이라고 보면 된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유네스는 IS 피해자들이 IS 조직원의 자녀들을 상대로 보복을 할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고아가 된 아이들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IS에 가담했다가 귀국한 부모를 둔 아이들이 자신들이 태어난 유럽으로 속속 돌아오고 있지만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럽 난민에 대한 저서를 쓴 작가 샬럿 맥도널드-깁슨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을 통해 이 같은 현실을 소개했다. 서유럽의 한 국가에서 태어난 9살짜리 소년은 부모를 따라 IS 치하에서 2년간 생활하다 지난해 초 고향으로 돌아와 등교한 첫날 동급생을 공격하고 바로 격리됐다. 아이의 눈에 비친 또래 친구들은 죽어 마땅한 이교도였고 아이는 IS 학교에서 훈련받은 대로 이교도를 공격했다. 아이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온 엄마는 IS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고 아이는 자신이 증오해야 할 대상으로 배웠던 곳에 갑자기 내던져진 셈이다. 2012년 이래 유럽에서는 5000여명의 남녀와 아이들이 IS에 합류한 것으로 집계됐다. IS는 피임을 금지하고 있어 IS에 가담한 유럽 국적자들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아이를 출산했는지 알 수 없다.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 [커버스토리] ‘주홍글씨’ 공무원

    [커버스토리] ‘주홍글씨’ 공무원

    공무원은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직업 중 하나다. 실업난이 계속되면서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공직 입문을 위한 구직자들의 경쟁도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나 ‘공무원’이라는 이름 때문에 겪어야 하는 남모를 고통도 적지 않다. 특히 범죄를 저지를 경우에는 일반인 신분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뒤 소속 기관에서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한 차례 더 징계를 받는다. 징계를 통해 해임이나 파면이 될 경우 노후 자금인 공무원연금도 삭감된다. 16일 경찰청에 따르면 2015년 공무원 범죄는 1만 1243건이 발생해 전체 범죄 186만 1657건의 0.6%에 불과하다. 하지만 공무원이라는 신분 때문에 국민들이 받아들이는 충격과 체감도는 훨씬 클 수밖에 없다. 공복(公僕)이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거나 이중 처벌을 받아야 하는 공무원들의 속내를 들어 봤다.경찰 공무원 A씨는 2015년 1월 모임에서 소주를 마신 뒤 운전대를 잡았다. 4㎞ 정도를 운전하다 빨간불 신호에 차를 멈췄다. 피로가 겹쳐 잠시 눈을 감는다는 것이 그만 그대로 잠이 들어 버렸다. 지나가던 시민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힌 A씨는 음주측정 결과 혈중 알코올농도가 형사처벌 기준(0.05%)을 약간 넘는 0.055%가 나와 형사 입건됐다. 면허는 정지됐고, 벌금 100만원을 냈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A씨는 경찰 내부에서 ‘정직 3개월’의 징계 처분을 더 받았다. A씨는 ‘평소 과중한 업무로 피로가 누적됐었다’며 소청을 제기했다. A씨는 17년간 성실하게 근무했다는 점 등이 참작돼 징계 수위가 ‘감봉 3개월’ 낮춰졌지만 중징계는 피하지는 못했다. # 고강도 징계 앞에 맥 못 추는 공무원 이처럼 공무원들은 비리나 범죄 앞에 ‘추풍낙엽’이다. 일반 국민들은 형사처벌을 받으면 끝이지만, 공무원은 형사처벌에다 내부 징계까지 받는다. 특히 금품수수, 성 추문, 음주운전 등 정부의 신뢰를 실추시키거나 비난 가능성이 높은 3대 범죄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감경’이 적용되지 않는다. “불가피했다”는 해명이 거의 수용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공무원이 음주운전으로 면허취소 이상의 처벌을 받게 되면 징계위원회에서는 정직 이상의 중징계가 내려진다. 2회 적발되면 해임이 가능하고, 3회 적발되면 파면된다. 실제로 한 공무원은 소속 기관에 스스로 음주운전 사실을 신고하고 깊이 반성한다는 내용의 경위서를 작성하며 ‘경징계’를 요구했지만 중징계인 ‘정직 2개월’에서 감경되지 않았다. 공무원이 금품을 100만원 이상 수수하면 곧바로 옷을 벗게될 수 있다. 사실 관계를 따져봐야하는 성 추문 역시 처벌 수위가 높다. 고강도 징계는 ‘돈 문제’, 즉 생계와도 직결된다. 공무원이 파면되면 연금의 2분의1이, 해임되면 연금의 4분의1이 삭감된다. 정만석 인사혁신처 윤리복무국장은 “복무 규정을 위반한 공무원 수는 100만명 가운데 연간 약 5000명(0.5%)으로 수사 당국에 적발되는 범죄뿐만 아니라 성실 의무 위반, 품위 유지 의무 위반 등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 직업 꽁꽁 숨기는 공무원 공무원들은 범죄나 비리를 저질렀을 때 사실상 이중, 삼중 징계를 받다 보니 신분을 공개하기 꺼려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음주운전으로 걸렸다 하면 ‘십중팔구’ 신분을 숨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음주단속에 적발돼 경찰로 연행된 한 검사는 신분을 밝히지 않고 난동을 피우다 수갑이 채워진 끝에 자신이 검사라는 사실을 밝혔다. 공무원이자 수사를 지휘하는 검사가 면허취소 수준의 혈중 알코올농도로 경찰에 적발됐다는 점이 치욕스러웠다는 후문이 전해진다. 이철성 경찰청장도 지난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1993년 강원경찰청 근무 당시 음주운전 사고를 낸 뒤 경찰 신분임을 밝히지 않아 벌금형만 받았을 뿐 경찰공무원으로서의 징계는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청장은 당시 “너무 정신도 없고 부끄러워서 신분을 밝히지 못했다”면서 “그래서 징계 기록은 없다”고 해명했다. 각 시·도 교육청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음주운전 혐의를 받은 각 시·도 교육청 소속 공무원 1610명 가운데 53.4%인 859명이 적발 당시 공무원 신분을 은폐한 것으로 조사됐다. 각 시·도 교육청도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감사원 조사를 통해 뒤늦게 파악할 수 있었다. # 공무원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공무원’이라는 신분에 발이 묶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는 일도 다반사다. 주로 군인이나 경찰 등 직업을 숨기기가 쉽지 않은 직군들이 이런 상황에 자주 놓인다. 중사로 전역한 권모(24)씨는 2014년 1월 초임 하사 시절 휴가 중 술을 마시다 옆 테이블의 취객으로부터 얼굴을 가격당했다. 단순히 쳐다봤다는 게 폭행의 빌미가 됐다. 그러나 권씨는 군인이라는 신분 때문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 저항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경찰에 신고도 할 수 없었다. 경찰에 신고를 하기만 하면 사건이 헌병대로 이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권씨는 “아무런 잘못을 저지르지도 않았는데 군인이다 보니 폭행에 ‘연루’됐다는 사실만으로 불이익을 받게 될까 두려웠다”고 말했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일반직 공무원에겐 ‘진상 민원인’이 눈엣가시다. 법원직 9급 공무원인 전모(25)씨는 최근 일부 악성 민원인에게 시달리다 징계의 위기까지 갔다. 민원인은 자신이 요청한 민원이 빨리 처리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무원이 말야. 이래서 되겠어”라며 전씨에게 폭언을 해댔다. 그러면서 “책임자가 누구야”라며 ‘윗선’에 직접 민원을 제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전씨는 처음엔 그 말을 믿지 않았으나, 상급자로부터 호출을 받고서야 ‘일이 벌어졌구나’ 싶었다. 전씨는 진상 민원인 사태의 전말을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공공의 적, 철밥통 인식은 억울” 그저 공무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비난의 대상이 된다는 게 억울하다는 하소연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 부처의 한 사무관(37)은 “저지른 범죄에 대해선 징계받아 마땅하지만 아무런 이유도 없이 ‘공공의 적’이나 ‘철밥통’으로 인식되는 건 참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교육공무원인 김모(45)씨는 “공무원들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공무원을 ‘신의 직업’이라 말하면서 업무 강도도 약할 것이라고 비꼬는 사람들을 보면 직접 한번 일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서울의 한 구청에서 근무하는 김모(35·여)씨는 “직업적 안정성이 높다는 점은 부정하지 않지만, 관공서의 공식적인 일 처리는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기 때문에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경찰공무원인 양모(46)씨는 “공무원은 국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국민을 섬기는 서번트(servant·하인)”라면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만큼 책임감도 막중하기 때문에 범죄에 대한 징계 수위가 높은 것에 동의한다”고 했다. 글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사진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 전문대 ‘직업교육대학’으로 명칭 바꾼다

    산업대학·기술대학 등 포함할 듯 “지원금 차별·사회적 편견 극복 노력” 전문대학 총장협의체인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가 ‘직업교육대학’으로 명칭을 바꾸는 작업에 돌입했다. 고등교육법을 개정해 ‘연구’와 ‘직업교육’을 축으로 하는 이원화 체제를 만들고 4년제 일반대학의 ‘이류 대학’쯤으로 취급받는 전문대학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전문대교협 임원단은 오는 17일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만나 이런 의견을 전달한다. 이와 함께 교육부의 전문대학 전담부서인 ‘전문대학정책과’를 ‘고등직업교육정책실’로 높여 줄 것을 요청할 예정이다. 이기우(인천재능대 총장) 전문대교협회장은 14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우리 사회에 전문대학을 4년제 일반대학의 하위 대학쯤으로 여기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이런 인식을 깨지 못하면 새 정부의 직업교육 정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직업교육대학을 만들어 연구 중심 대학과 직업 중심 대학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도록 법 개정 활동에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고등교육법 제2조에는 대학 종류가 대학(4년제 일반대학), 산업대학, 교육대학, 전문대학, 방송대학·통신대학·방송통신대학 및 사이버대학, 기술대학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전문대학을 비롯해 산업대학, 기술대학 등을 포괄하는 ‘직업교육대학’을 새로 만든다는 게 전문대교협의 구상이다. 전문대학들이 명칭을 바꾸는 고등교육법 개정 활동에 나선 데는 4년제 일반대학과의 ‘차별’이 밑바닥에 자리하고 있다. ‘전문대학’ 명칭은 1977년 교육법 개정으로 전문대학 제도가 도입되면서 생겨났다. ‘4년제 일반대학은 연구, 전문대학은 직업교육’이라는 공식도 이때 생겼다. 1998년 제정된 고등교육법 시행령이 2011년 개정되면서 전문대학도 ‘대학’ 대신 ‘대학교’ 명칭을 혼용하게 됐다. 현재 전국 138곳의 전문대학 가운데 ‘전문대학’ 명칭을 사용하는 곳은 경북전문대학, 영진전문대학, 인하공업전문대학 등 3곳에 불과하다. 이승주 전문대교협 기획실장은 이날 “전문대학이라는 명칭이 일종의 ‘주홍글씨’처럼 여겨지면서 거부감이 심하다”고 설명했다. 전문대학 명칭 개정과 함께 정부 재정지원 차별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2014년 기준 정부 재정지원액은 4년제 일반대학이 8조 8698억원, 전문대학이 1조 3296억원이었다. 재학생 1인당 지원액은 4년제 일반대학이 493만원, 전문대학은 281만원에 불과했다. 최용섭 광주보건대 교수는 “4년제 일반대학 상당수가 본래 목적인 연구를 등한시하고 전문대학의 고유 분야인 직업교육을 병행하고 있다”며 “전문대학을 위주로 직업교육 체제를 재편하고 ‘고등직업교육 육성법’ 같은 지원법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서울광장] 노정(勞政), 2003년의 데자뷔를 넘어/박건승 논설위원

    [서울광장] 노정(勞政), 2003년의 데자뷔를 넘어/박건승 논설위원

    참여정부 초기의 노사 분규는 민정수석 소관이었다. 그때 민정수석이 문재인 대통령이다. 이정우 정책실장은 노동정책을 다뤘다. 아무래도 노동단체 접촉이나 검찰·경찰과의 협조 업무는 정책실보다 민정수석실 쪽에서 다루는 게 더 적합하다고 봤던 듯하다. 문 수석이 노동 변호사를 오래 한 것도 무관치 않았을 것이다. 2003년 2월 출범한 노무현 정부는 서너 달 만에 화물연대 파업(5월)과 철도 파업(6월)에 부닥쳤다. 두 파업은 최악의 물류대란을 몰고 오면서 참여정부의 블랙홀로 불렸다. 화물연대는 다단계 구조로 인한 낮은 운송료 체계의 개선을 요구했다. 구호도 살벌했다.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고 했다. 노 대통령은 부산항 수출입을 막아 주장을 관철하려는 노조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화물연대 파업은 첫 방미 일정과도 겹쳤다. 그는 미국 현지에서 매일 상황을 점검했다. 군 대체인력 투입을 검토하라고 문 수석에게 거듭 지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부산항 수출입 화물이 육상 수송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에서 단호한 대응은 어려웠다. 결국 정부는 부산항에 화물이 계속 쌓이자 어쩔 수 없이 두 손을 들었다. 화물연대는 1차 파업의 성공에 고무됐는지 두세 달 뒤 재차 파업에 나섰다. 첫 파업 때와 달리 무리한 요구가 많다고 판단한 정부는 원칙대로 대응했다. 지도부는 구속됐다. 정부와의 대화마저 끊겨 버렸다. 참여정부는 철도노조의 해고자 복직과 민영화 중단 요구도 대부분 받아들였다. 그 과정에서 솜방망이 대응이란 눈총을 받았다. 그러나 노조는 두 달 뒤에 공사화 반대를 주장하며 재차 파업에 돌입했다. 공권력이 투입되고 수많은 구속자와 해고자가 발생했다. 문 수석은 그로부터 8년 뒤 펴낸 ‘운명’에서 회고했다. ‘참여정부 초기 정부와 노동계의 충돌로 노정(勞政) 관계는 첫 단추부터 잘못 채워진 측면이 있었다. 참여정부에 대한 기대 때문에 노동계가 처음부터 서두르거나 과욕을 부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결과적으로 노동 분야는 참여정부 개혁을 촉진한 게 아니라 거꾸로 개혁 역량을 손상한 측면이 컸다’고 썼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민주노총이 지난달 30일 총파업에 나서며 ‘사회적 총파업’ 주간을 선포한 것을 두고 말들이 많다. ‘2003년의 데자뷔’란 시각이 적지 않다. 충분히 그럴 만하다. 대통령 취임 50일 만에 파업에 나선 것이나, 대통령 방미 중에 대규모 집회를 벌인 것이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1만원 즉각 인상과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한다. 총파업은 새 정부의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니라 개혁 추진을 위한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국민적 지지도가 높은 대통령 취임 직후가 파업의 골든타임이라고 독려한다. 정부는 지금이 총파업할 때냐며 서운함을 드러낸다. 일자리 혁명과 사회적 대개혁을 위해 힘든 길을 가고 있는 터에 힘을 빼지 말라는 얘기다. 문 대통령도 1년가량 시간을 달라고 호소한다. 최저임금제나 비정규직 문제는 이미 노사정의 틀 안에서 해결 방안을 찾는 중인데, 총파업에 나서는 일이 과연 합당하냐는 의견도 만만찮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노동자 편에 서겠다고 나서는 정부가 있었는가’라고 되묻는 목소리도 늘었다. 교섭하고 투쟁하는 건 노조의 정당한 권리 행사다. 파업은 노동자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어야 한다. 총파업을 보는 눈은 사람마다 제각각일 것이다. ‘촛불 청구파업’이니 ‘빚 독촉 파업’이니 하는 따위의 주홍글씨 붙이기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총파업이라는 형식에 그토록 얽매여 성급하게 밀어붙이는 것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파업의 명분이나 시기의 적절성 여부는 ‘국민의 눈높이’가 말해 줄 것이다. 칼은 칼집에 있을 때 무서운 법이다. 지금의 민주노총 파업이 14년 전 노무현 정부 출범 초기의 데자뷔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데자뷔를 느끼는 데 머물러선 안 된다. 그때의 실패학에서 교훈을 얻을 일이다. 정권 초기 노정 관계가 뒤틀어져 결국 ‘양패구상’(兩敗俱傷)하는 일만은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승자여야 한다. ksp@seoul.co.kr
  • 일은 善이다? 관념을 버려라

    일은 善이다? 관념을 버려라

    일하지 않을 권리/데이비드 프레인 지음/장상미 옮김/동녘/352쪽/1만 6000원‘지금은 아침 여덟 시입니다.(일터에서) 나올 때는 이미 어두워진 뒤일 겁니다. 태양은 오늘 당신을 위해 빛나지 않을 겁니다.’ 태양이 오늘 나를 비켜 간 기분. 종일 일터에서 에너지와 영혼을 탈탈 털리고 나면 누구나 이런 기분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1971년 이탈리아 영화 ‘천국으로 가는 노동계급’에 나오는 대사다. 삶의 다양성을 바닥내는 자본주의에 반기를 들고 일 바깥에서 더욱 풍족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 이탈리아 자율주의 운동을 담은 영화는 일, 일, 일 끝에 소진된 지금 우리를 정확히 겨냥한 듯하다. 현대사회에서 일은 하나의 ‘종교’처럼 떠받들어진다. 처음 사람을 만나면 으레 따라붙는 “무슨 일 하세요?”란 질문은 일 바깥의 범주에 머무는 사람은 아예 취급조차 하지 않으려는 의도다. “우리는 일하는 사람, 그리고 일하기 원하는 사람을 위한 나라를 만들고 있다. 이 정부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부”라는 영국 캐머런 총리의 2013년 연설은, 일하지 않는 사람은 주홍글씨로 낙인찍어 온 사회를 여실히 보여 준다. 일하는 사람과 일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구분 짓기는 마치 온전한 사람 대 미친 사람, 정상인 대 비정상인, 비위험인물 대 위험인물이란 이분법적 구도에 압도돼 왔다. 그렇다면 그렇게 가치 있는 일에 몰두하고 난 우리에게 남는 건 뭘까. 황폐해진 영혼, 너덜너덜해진 육신만 기신기신 남아 있을 뿐이다. 노동시장은 개인의 창조성과 능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데 실패한 일자리들로 무너진 지 오래다. 대량 실업, 일자리 부족, 저임금 노동 등으로 고용은 더이상 만족할 만한 소득이나 권리, 소속감을 얻는 원천이 되지도 못한다. 사회학자인 저자는 이런 현실을 낱낱이 해부하며 열심히 일하는 것이 올바른 생활 방식이자 국가 번영을 위한 소명으로 여기는 고정관념이 어떻게 우리 삶을 망가뜨리고 개인에게 모멸감을 안기고 있는지 들려준다. 그리고 일 자체를 그만두거나 일하는 시간을 줄인 이들을 인터뷰하면서 이들의 시도가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지 탐구한다. 사회는 일하지 않는 이들을 게으름뱅이, 식충이, 악인 취급을 하지만 저자가 만난 일에 저항한 사람들은 ‘놀려고’ 일을 그만둔 사람들이 아니었다. 망가진 몸을 회복하기 위해, 스트레스를 덜 받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창조적으로 쓰기 위해 일을 거부하거나 줄인 사람들은 자신의 결정을 “긴 잠에서 깨어난 결과”라고 말한다. 일을 그만두게 된 경로에는 일 자체가 주는 부정적 경험, 개인의 역량을 죽이는 관료주의의 득세, 의미 없는 관계 등이 수반됐다.이들은 ‘언제나 일을 하고 돈을 벌어야 한다’는 사회의 주입식 요구에서 벗어나 이런 삶이 옳은지 깊이 성찰한다. 그리고 다른 가능성을 향해 열려 있는 삶을 재발견하면서 높은 열의와 자부심도 보인다. 시간표, 의무, 일과, 규정 등 타인이 정해 놓은 세계를 거부함으로써 진정한 자유와 카타르시스를 얻는다. 저자는 “이들은 일을 거부하는 사람은 기피자나 게으름뱅이라는 낡고 오래된 고정관념을 넘어서게 해 준다”며 “창조성을 발휘하고 타인을 돕고 성공을 물질적 부나 사회적 지위 개념이 아니라 개인 역량을 개발할 기회로 보는 등 진정한 유익함에 이끌렸다”고 말한다. 하지만 일에 저항하는 삶에 낙관만 흐르는 건 아니다. 저자 역시 일을 덜어낸 삶에 풍요롭고 자유로운 삶만이 존재하는 건 아니라고 감상에 빠지는 것을 경계한다. ‘일 윤리’가 굳건한 사회에서 일을 거부한 사람들은 새로운 감각과 기쁨을 누리기도 했지만 경제적 어려움, 고립과 모욕, 소외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경제적 성장이라는 원칙과 여가시간을 소비로 밀어 넣으려는 자본주의의 노력은 노동 시간을 줄이는 노력을 계속 방해하고 있다. 개인적 차원의 노력은 삶을 생산하고 소비하라는 압박에서 벗어나 우리를 해방시키는 데 한계가 뚜렷했다. 일에 대한 저항은 환경, 건강, 성 평등, 가족, 개인의 자율성, 재미를 위한 저항이기도 하다. 이는 일에 대한 재평가, 일과 여가, 부의 재분배를 위한 열린 토론으로 사회적, 정치적, 제도적 변화를 이끌어야 하는 이유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퍼블릭IN 블로그] 주홍글씨 문체부 개혁 ‘태풍의 눈’… 정치인 출신 장관 올까요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된 지난 10일 오전 용산구 서계동 문화체육관광부 서울사무소에서 송수근 1차관 겸 장관 직무대행과 유동훈 2차관, 주요 실장들이 참석한 간부회의가 열렸습니다. 문체부 내부 현안부터 새 정부의 문화예술체육 정책과 대통령 업무보고 방안 등을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지난 1월 조윤선 전 장관 구속 이후 4개월째 수장이 공석인 문체부 간부들이 새 정부를 맞아 업무 공백이 없도록 하자는 결의도 나왔습니다. # 블랙리스트 관련 감사원 감사결과 촉각 지난 박근혜 정부의 김종덕·조윤선 전 장관부터 김종·정관주 전 차관까지 줄줄이 구속된 문체부는 국정 농단의 주무부처라는 주홍글씨가 지워지지 않고 있습니다. 대선에서 적폐 청산을 강하게 외쳤던 문재인 정부에서 개혁과 쇄신이 집중될 ‘태풍의 눈’입니다. 문 대통령의 문화예술체육 공약도 문화계 적폐 청산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특히 ‘공정’, ‘자유’ 등의 표현이 공약 곳곳에 언급돼 있는 건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구체적으로 블랙리스트의 철저한 진상조사와 인적청산, 표현의 자유 확대 등은 선언적 수사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 대통령이 전 정부의 범죄로 규정했던 만큼 부처의 책임을 묻는 문책 조치가 수반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 신호탄은 두 갈래로 본격화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지난 1월부터 두 달 동안 문체부에 대한 고강도 감사를 벌여 온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발표도 주목됩니다. 국가 기관이 블랙리스트와 비선 실세들의 체육계 이권 개입에 어떤 식으로 동원되고 이용됐는지 그 진상이 드러날 것이라는 기대가 크기 때문입니다. 부절적한 처신이나 범죄 행위를 방조한 공직자들에 대한 처분도 내려질 것으로 보입니다. # 교수 출신 장관 트라우마… 선호도 떨어져 또 다른 하나는 신임 장관 인선입니다. 문체부 안팎에서는 이미 하마평이 파다하게 퍼지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D의원, J 전 의원, 문화예술계 저명 인사인 Y씨, 문체부 전 차관을 지낸 P씨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예스맨’ 평가가 지배적이었던 김종덕 전 장관과 김종 전 차관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인지 교수 출신 장관은 선호도가 확 떨어지는 기류입니다. 오히려 정부 출범 초기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이해하고, 추진력과 정무 감각이 뛰어난 정치인 출신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지난해 국정 농단 사태 이후 ‘추락하는 건 날개가 없다’는 걸 절감한 문체부 공무원들은 새 정부의 새 장관 리더십을 통해 부처의 정상화를 꿈꿉니다. 한 간부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무엇인가를 바라는 것보단 국정 농단의 주무부처라는 악명을 하루빨리 떨치고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과 문화예술의 균형 발전, 4차 산업혁명 대응 등 당면한 현안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영화 ‘프리즌’ 한석규·‘보통사람’ 장혁…나쁜놈 vs 나쁜놈

    영화 ‘프리즌’ 한석규·‘보통사람’ 장혁…나쁜놈 vs 나쁜놈

    최근 안방극장에서 정의의 편에서 활약하며 큰 사랑을 받았던 두 배우 한석규(왼쪽·53)와 장혁(41)이 이번엔 나란히 ‘다크 사이드’로 자리를 옮겼다. 영화 ‘프리즌’과 ‘보통 사람’에서 악으로 스크린을 물들이며 맞대결을 펼친다. 두 배우 모두 주인공과 대립하는 안타고니스트를 연기한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그 순도에 있어서 전작들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한석규가 헐떡이는 야수 같은 악을 보여준다면 장혁은 악의 평범함으로 서늘함을 느끼게 한다. ■범죄형 나쁜놈 ‘익호’ “한 신을 해낼 때 여러 접근법이 있는데 이번엔 한 가지 이미지에 매달려 연기했어요. 언젠가 다큐멘터리에서 봤던 장면이죠. 무리에서 거부되고 공격당해 간신히 살아남은 하이에나예요. 입술은 다 뜯기고 혀도 떨어져 나가고 눈알 하나는 빠져서 덜렁거리고 귀도 찢기고 코는 짓뭉개지고 살점이 떨어져 나가 피가 철철 흐르는, 오로지 살아남는다는 목적만 갖고 있는, 저에게 익호는 그런 모습이었어요.”지난 22일 개봉한 범죄물 ‘프리즌’에서 한석규는 한 교도소에서 황제처럼 군림하는 악의 결정체 익호를 연기한다. 교도소에선 그의 말이 곧 법이다. 교도소장까지 수족 부리듯 한다. 또 교도소를 근거지로 바깥 세상을 오가며 온갖 악행을 저지른다. 그러한 익호가 있는 왕국에 ‘꼴통’ 경찰 유건(김래원)이 이감되며 정적이 깨진다. 나현 감독은 김동인의 단편 소설 ‘붉은 산’에 나오는 삵에게서 이야기를 떠올렸다. 언제부터인가 동네를 폭력적으로 휘젓고 다니고 있지만 당최 정체를 알 수 없는 악다구니인 삵의 본명이 바로 익호다. “슬픈 장면을 할 때 이건 슬프게 해야지 하고 마음먹으면 그게 함정이에요. 연기하는 저는 슬픈데 보는 관객들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죠. 악역도 마찬가지예요. 악역이라는 것에 정신 팔리지 않으려고 노력했지요.”물론, 악역이 처음은 아니다. ‘넘버 3’나 ‘주홍글씨’, ‘구타유발자들’ 등에서도 딱히 선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익호는 차원이 다르다. 눈빛만으로도, 뒷모습만으로도 서늘함이, 흉폭함이 느껴질 정도다. 익호를 빚어내는 게 쉽지 않겠다는 생각에 두렵기도 했다는 그다. 결과물은 마음에 들었을까. “다른 것은 모르겠는데 제 눈은 조금 볼만했던 것 같아요. 이전에는 연기하는 제 눈을 잘 못 보겠더라고요. 멍 때리는 것 같고 텅 비어 보이는 느낌이 있었거든요.” 최근 들어 영화 쪽보다는 ‘뿌리 깊은 나무’와 ‘낭만닥터 김사부’ 등 TV 드라마에서 더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처음에 직업란에 성우라고 쓰다가 탤런트라고 쓰다가 언젠가부터는 영화배우라고 쓰게 되더라고요. 요새는 연기자로 쓰죠. 같은 연기를 하는데도 영화배우라고 쓸 때는 난 고급스러운 일을 하고 있다는 병신 같은 생각을 가졌던 거예요. 지금은 어떤 매체인가보다는 무엇을 하느냐가 더 중요해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거든요. TV와 영화에서 할 수 있는 것도 다르죠. TV에서는 연기의 맛을, 영화에서는 연기의 멋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말미에 관객 입장에서 만난 최고의 악역을 물었더니 ‘양들의 침묵’에 나오는 한니발 렉터 박사를 꼽았다. “악인이면서도 너무나 매력적인, 영화사에 길이 남을 캐릭터예요. 앤서니 홉킨스가 정말 부럽네요. 저도 그런 캐릭터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허허허.”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권력형 나쁜놈 ‘규남’ “제 캐릭터의 직업, 상대역, 시대상을 하나씩 지우고 맨얼굴에 대입하면 ‘보통사람’에서 제 대사 톤은 어른이 애기에게 하는 말투예요. 실제 세 살짜리 막내딸에게 그렇게 말하거든요. 그런 말투가 영화 설정 안에서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줘요. 상대를 대우하는 듯하면서도 전혀 그렇지 않은 식이 되는 거죠. 대사 톤이 그렇다 보니 몸에 힘을 빼고 연기하게 되더라고요.”장혁은 23일 개봉한 시대물 ‘보통사람’(감독 김봉한)에서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의 잘나가는 실장 규남을 연기한다. 하수상하던 1980년대 시국에 연예계 대마초 사건이나 강력 사건 등을 부풀리고 조작하며 대중의 시선을 돌린다. 대한민국 최초 연쇄살인마 사건을 엮어 보려다가 청량리서의 소시민 형사 성진(손현주)과 얽히게 된다. “중앙정보부나 안기부 캐릭터들을 몇 개 찾아봤더니 기본적인 성향이 있더라고요. 상대를 찍어 누르는 거친 언행, 폭력적인 느낌에서 벗어나는 연기를 해 보고 싶었죠.” 규남은 외양에서부터 위압적인 캐릭터가 아니다. 그런데, 말쑥한 슈트에 포마드 기름으로 정갈하게 정리한 가리마, 느릿느릿 예의 바르게 상대를 어르는 말투에서 서늘함이 뚝뚝 묻어난다. 센베이를 가득 담은 종이 봉지를 품고 퇴근하는 가정적인 모습도 있다. 일터에서는 피투성이 사람에게 측은지심이 거세된 눈빛을 늘어뜨린다. 직접 몽둥이를 드는 경우도 거의 없다. 아랫것들이 하는 일이다. 감정도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물론, 남산에 끌려온 여가수 얼굴을 후려갈기며 단단히 숨겨 놓은 광폭함을 드러내는 찰나가 있기는 하다.장혁은 자신의 캐릭터가 마음에 걸렸는지 시사회 당시 “배역은 미워해도 배우는 미워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배우로서 어떤 역할이든 땀 흘려 연습하고 최선을 다해 보여줘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관객들은 종종 배우를 그 역할로 보는 경우가 있잖아요. 저도 관객 입장에서 보니 규남이가 진짜 나쁜 놈이더라고요. 시사회 때 불이 켜지기 전에 자리에서 일어났죠.” 장혁은 40대 초반의 배우로서 앞으로 가야 할 길에 고민이 많아 보였다. “안타고니스트를 조금씩 해 보기는 했는데 이 나이대에 한 번쯤 더 해서 스펙트럼을 넓혀 보고 싶었어요. 때마침 절친인 손현주 선배가 출연하는 작품에서 이전엔 해 보지 않았던 색깔을 만나게 됐죠. 저는 보통 배우지만 늘 지금보다 더 나은 배우를 꿈꿔요. 주연이든 조연이든 제 신에서만큼은 챔피언이 되려고 합니다.” 관객으로 만난 최고 악역으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의 살인마(하비에르 바르뎀)을 꼽았다. “정말 셌어요. ‘다크 나이트’ 히스 레저, ‘아메리칸 사이코’ 크리스천 베일, ‘미저리’ 케시 베이츠, 이런 악역들은 생각이 있어요. 그런데 마치 생각이 없는 것처럼 냅다 갈겨버리는 바르뎀은 묵직한 느낌이 있더라고요.”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문화 강국 지도자는 안희정” 변호인 양우석 감독 등 영화인 150명 안희정 지지 선언

    “문화 강국 지도자는 안희정” 변호인 양우석 감독 등 영화인 150명 안희정 지지 선언

     영화 ‘변호인’의 감독 양우석씨 등 150명의 영화인이 안희정 충남지사 지지 선언을 했다고 안 지사 캠프가 21일 밝혔다. 양 감독을 포함해 방은진(집으로 가는 길), 조진규(조폭마누라), 이상우(똑바로 살아라), 유영선(여곡성), 김정진(새앙쥐상륙작전) 감독과 프로듀서, 촬영·조명감독 등은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안 지사 캠프 사무실을 방문해 안 지사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새로운 대한민국이 열리고 있는 이 역사적인 시기에 저희 영화인 150인은 백범 김구 선생의 ‘문화 강국론’을 되새겨 보면서 문화에 대한 통찰력과 리더십을 갖추고 문화 강국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지도자가 누구일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9년의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대한민국의 영화인들을 좌파, 진보, 종북 세력으로 매도하며 부산국제영화제를 파국으로 몰아넣었고 문화계 블랙리스트라는 주홍글씨를 씌워 지울 수 없는 상처와 트라우마를 안겨 주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새롭게 출발할 대한민국은 온 국민의 역량을 하나로 모아서 다시 한 번 도약할 모멘텀이 절실히 필요하고 그 모멘텀은 바로 문화의 힘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찍이 백범 김구 선생이 꿈꾸던 ‘문화 강국’이 실현되는 ‘새로운 대한민국’, 이러한 시대적 소명에 화답할 통찰력과 리더쉽을 갖춘 안희정 후보의 또 하나의 확고한 소신과 신념인 ‘문화 강국론’에 적극 동참하고 지지 한다”고 밝혔다.  최근 영화인들을 포함해 각계각층에서 안 지사 지지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9일 더불어민주당에서 재선의 김민기(경기 용인을)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완주(충남 천안을) 의원이 안 지사 지지를 선언한 데 이어 20일 강훈식(충남 아산) 의원과 박용진(서울 강북을) 의원 등 두 초선 의원이 캠프에 합류했다.  또 같은 날 광주·전남지역 30~40대 변호사 25명이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 지사 지지를 밝혔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지지 단체였던 ‘바른국가만들기’(구 바른반지연합) 회원들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 지사 지지를 선언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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