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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정부 분양시장 열기…신규 단지 ‘힐스테이트 의정부역’ 주목

    의정부 분양시장 열기…신규 단지 ‘힐스테이트 의정부역’ 주목

    의정부시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다양한 교통개발 호재와 비규제지역에 대한 풍선효과가 맞물리면서 각종 지표들이 상승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서울 접근성 개선에 따른 기대감이 높은 데다 대출규제나 전매제한 등에서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전까지 의정부 분양시장은 수도권에서 주목도가 덜한 지역 중 하나였다. 하지만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과 7호선 연장선 등 서울 접근성을 높이는 교통망 사업이 추진되면서 관심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GTX C노선은 양주(덕정)~수원을 연결하는 노선으로 개통될 경우 서울 삼성역까지 약 16분대 이동이 가능해진다. 7호선 연장선은 서울 도봉산역~양주를 잇는 노선이며, 개통 시 환승 없이 강남권으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 여기에 올해 발표한 ‘2.20부동산대책’으로 경기 남부 지역에 규제가 집중되자 비규제지역인 의정부시에 수요자들의 관심이 몰렸다는 평가다. 의정부시는 서울과 맞닿아 있는 지역인 데다 경기 지역에서 얼마 남지 않은 비규제지역이다. 특히 지난 11일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전매제한 강화 대책에 의정부시가 포함돼 주택법 시행령 개정 전인 8월 이전 분양하는 단지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을 전망이다. 이러한 가운데 오는 6월 의정부시에서 분양을 앞둔 신규 단지가 있어 눈길을 끈다. 현대건설은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동 일원에서 ‘힐스테이트 의정부역’을 분양할 예정이다. 단지는 지하 4층~지상 49층, 아파트 전용면적 59~106㎡ 172세대, 오피스텔 전용면적 84㎡ 60실 등 총 232세대로 구성된다. 지하철 1호선 의정부역과 가능역을 비롯해 의정부경전철 흥선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의정부역의 경우 GTX C노선이 정차할 예정으로 개통 시 서울 삼성까지 약 16분대 이동이 가능해 강남 및 서울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특히 의정부시는 현재 미군 철수 공여지를 활용해 군사도시에서 벗어나 문화도시로 개발되고 있다. 시는 지난해 10월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발전종합계획 변경(안)’을 행정안전부에서 최종 승인받아 국비 175억 원, 민간자본 약 7000억 원 등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캠프 라과디아 도시개발사업, 호원동 예비군훈련장 이전, 호원중~서부로 나들목 개설사업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반경 약 1㎞ 내에 하나로마트 가능점, 신세계백화점 의정부점 등 쇼핑시설이 있으며, 의정부 로데오 거리 상권과 의정부역 상권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의정부중앙초, 의정부중, 의정부여중, 의정부여고 등 초·중·고를 도보로 통학할 수 있다. 또한 벌말어린이공원, 무한상상시민정원, 역전근린공원, 평화의광장, 직동근린공원, 백석천, 중랑천 등이 가까워 여가시간에 산책과 운동 등을 즐길 수 있다. 힐스테이트 의정부역은 관심 고객을 대상으로 사전 분양상담을 진행 중이며, 전화로 사전예약을 통해 방문 상담이 가능하다. 또한 견본주택은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동 240-44번지에 6월 중 개관할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美, B-52H 폭격기 괌에서 뺐다…국방부 “방위비 연계 비상식적”

    美, B-52H 폭격기 괌에서 뺐다…국방부 “방위비 연계 비상식적”

    국방부 “한미간 충분히 공유한 사안…확장억제 영향 없어”미국 공군이 괌에서 전진 배치한 B-52H 전략폭격기를 미국 본토로 전격 이동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군 관계자는 19일 미국이 태평양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 배치한 B-52H 5대를 최근 미국 본토로 철수시켰다고 밝혔다. 미국 군사전문지 ‘성조’도 지난 17일자에서 “미국 공군은 2004년 이후 순환 배치를 통해 태평양 지역에 지속해서 폭격기 주둔을 유지해오던 오랜 관행을 종식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미국 전략사령부는 “미국은 국방전략에 따라 전략폭격기가 필요할 경우 보다 광범위한 해외거점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전개해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접근방식으로 전환했다”면서 “전략폭격기는 미국에 영구 주둔한다”고 밝혔다. 이는 2004년 이후 6개월 단위로 주둔해오던 전략에서 필요할 때 단기적으로 배치하는 방식으로 작전을 변경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의 이번 결정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태스크포스 브리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좋은 편지를 받았다”고 소개한 부분이 중요한 요인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앞서 전날 오후 가진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의 친서를 먼저 언급하며 “따뜻한 편지가 왔다”는 말을 했다고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브리핑에서 전했다. 북미 협상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가기 위해 이런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국 국방부는 이런 분석에 대해 “이번 조치는 미국 국방전략에 기초한 전력운용 개념 조정의 일환으로 한미 양국 국방 및 군사 당국 간 사전에 관련 내용을 충분히 공유했다”고 밝혔다.그러면서 “이번 조치로 미국의 대 한반도 방위공약과 확장억제 개념에 미치는 영향은 없으며, 한미 국방 당국은 매년 SCM(안보협의회)을 통해 확인해 오고 있다”며 “한미 국방부는 주한미군 전력은 물론 유사시 미군 증원전력 운용에 대해서도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하고 있고, 연합방위태세를 확고하게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 국방부 관계자는 “미국의 국방전략에 기초해 수년 전부터 추진되어 온 중장기적 플랜으로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연계시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며 “미국 전략사령부도 이번 조치는 오랫동안 계획된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전략폭격기인 B-52H는 핵탄두 적재가 가능한 AGM-129 순항미사일(12발)과 AGM-86A 순항미사일(20발) 외에도 재래식 탄두를 장착한 AGM-84 하푼 공대함 미사일(8발), AGM-142 랩터 지대지 미사일(4발), JDAM(12발), 500파운드(226.7㎏)와 1000파운드 무게의 재래식 폭탄 81발, GPS형 관성유도 폭탄(JSOW) 12발 등 모두 32t의 무기를 적재할 수 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특파원 칼럼] 김칫국 마신 방위비 협상…최악 대비를/한준규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김칫국 마신 방위비 협상…최악 대비를/한준규 워싱턴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정부가 제시한 ‘13%+α’ 방위비 분담안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의 한미 공동 대응이 제11차 한미 방위비 분담특별협정(SMA)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한미 실무협상팀이 합의안을 만들었지만, 결국 500% 인상을 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고집을 꺾지 못한 것이다. 또 한국 정부가 김칫국부터 마신 결과이기도 하다. 사상 초유의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갑자기 한국 정부 관계자가 ‘협상의 잠정 타결’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한미가 협상에 합의한 것처럼 전해졌다. 이에 미국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지난 2일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이 트위터에 ‘김칫국 마시다’라는 내용을 올리면서 한국 정부가 미국과 충분한 논의 없이 SMA 타결설을 흘린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잘잘못을 따질 만큼 한가하지 않다. SMA 협상 전략을 원점에서 다시 세워야 할 때다. 이번 잠정 합의안 거부에서 드러났듯,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공약을 지키기 위해 명분 없이 SMA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그는 50% 혹은 200%, 300% 등 대선 유세에서 자랑할 수 있는 상징적인 숫자의 인상률을 고집할 것이 뻔하다. 또 SMA 협상의 장기화도 한국 정부에 큰 부담이다. 지난 1일부터 8600여명에 이르는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중 절반에 가까운 4000여명이 강제 무급 휴직에 들어갔다. 한국 정부의 ‘선 근로자 문제 해결’ 요청에 미국은 싸늘한 반응을 보이며 ‘거부’했다. 볼모로 잡힌 한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대책도 시급하다. ‘혈맹’이라는 한미 동맹에도 균열이 생기면서 안보 문제가 이슈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인 근로자들의 무급 휴직이 장기화한다며 앞으로 한미 군사훈련도 불가능하다. 군사훈련은 비상 상황에서 한미가 ‘합’을 맞추는 가장 중요한 행동이다. 또 주한미군의 ‘철수’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당장 주한미군의 철수 계획은 없다”면서도 “어쩌면 누가 알겠는가”라며 묘한 여운을 남기는 언급을 자주 했다. 따라서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전면 철수’는 아니지만, 일부 감축과 역할 변경 등을 내세우며 한반도의 안보를 뒤흔들고 한국 정부를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갑자기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 카드를 꺼내 들었던 것처럼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협상의 돌파구로 주한미군의 감축 카드를 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오는 11월 대선에서 한국 등 우방의 방위비 대폭 인상을 자랑하지 못한다면 이를 자신의 유일한 외교 치적인 ‘대북 협상’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에 주한미군 감축에 코로나19 지원이라는 명분과 실리를 주고 핵탄두 반출이나 핵시설 폭파 등의 이벤트를 연출해 대선 정국을 유리한 국면으로 이끌 수 있는 그런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할 필요는 없다. 미국은 이미 세계 보안관 배지를 반납했고, 돈이 안 되는 글로벌 리더십을 버린 지 오래다. 이에 한국 정부와 정치권은 조만간 다시 열릴 한미 SMA 협상에 총력전을 펴야 한다. 정부는 동맹 기여와 무기 구매 등 기존의 방어 논리를 버려야 한다. 또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오는 15일 총선을 마치고 어수선한 정치권은 당리당략을 떠나 한반도의 평화가 걸려 있는 SMA 협상에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hihi@seoul.co.kr
  • 소수정당 첫 유세지엔 ‘전략’ 담겼다

    소수정당 첫 유세지엔 ‘전략’ 담겼다

    정의당 노동자 공략 지축차량기지로민생당·국민의당 호남에 방점반미자주 민중당 美대사관 찾아4·15 총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일 군소정당들은 각 당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는 장소에서 첫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정의당의 키워드는 ‘노동자’였고, 민생당과 국민의당은 ‘호남’에 방점을 찍었다. 민중당은 ‘반미자주’였다. ●심상정 “노동위기 최전선에 서겠다” 정의당은 첫 일정으로 경기 고양 지축차량기지를 찾았다. 경기 고양갑 후보인 심상정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새벽 지하철 운행 시작점인 이곳에서 심야 노동자들을 만났다. 심 위원장은 “정의당이 코로나19로 인한 노동위기를 막는 최전선에 서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이 자리에 왔다”고 밝혔다. 심 위원장은 총선 슬로건인 ‘당신을 지킵니다’를 거론하며 “비정규직 노동자, 청년,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여수~광양 국토대종주 이틀째 민생당 손학규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새벽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시장에서 선대위 출정식을 열고 “오로지 민생, 오직 민생, 기호 3번 민생 정당 민생당이 이곳 가락시장에서 13일간의 대장정을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이후 손 위원장은 광주를 찾아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광주시당 선대위 출정식도 열었다. ‘민생’을 앞세우면서도 지역적 기반인 ‘호남’을 소홀히 하지 않는 방식이었다.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후보만 낸 국민의당은 중앙당 차원의 출정식을 여는 대신 권역별로 선거운동을 펼치며 당 알리기에 나섰다. 안철수 대표는 전남 여수에서 광양까지 35㎞를 달리며 국토대종주 이틀째 일정을 소화했다. 안 대표는 출발지를 여수 이순신광장으로 정한 데 대해 ‘국난 극복’과 ‘총선 승리’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여수는 안 대표 부인의 고향이자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 바람이 시작됐던 곳이다. ●민중당 “한미 방위비협상 반대” 진보정당인 민중당은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첫 공식 일정을 시작하며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 당의 ‘반미자주’ 성향이 반영된 일정이었다. 민중당은 “올 한 해에만 주한미군에 들어가는 돈이 9조 5000억원이다. 미군이 한국사회에 주둔하는 것 자체가 재난”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해리 해리슨 주한미국대사를 규탄하며 미대사관저 담을 넘는 시위를 벌였다가 구속됐던 김유진 비례대표 후보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 열린민주당도 이날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열린민주당 정봉주 공동선대위원장은 참배 후 “광주 열사들의 희생정신과 민주화 정신을 열린민주당이 계승하겠다”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군소정당들의 이유 있는 첫 유세 장소…정의당 ‘노동자’ 민중당 ‘미대사관’

    군소정당들의 이유 있는 첫 유세 장소…정의당 ‘노동자’ 민중당 ‘미대사관’

    민생당, 열린민주당 5·18 민주묘지 찾아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전남 여수에서 국토대종주 시작4·15 총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일 군소정당들은 각 당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는 장소에서 첫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정의당의 키워드는 ‘노동자’였고, 민생당과 국민의당은 ‘호남’에 방점을 찍었다. 민중당은 ‘반미자주’였다. 정의당은 첫 일정으로 경기 고양 지축차량기지를 찾았다. 경기 고양갑 후보인 심상정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새벽 지하철 운행 시작점인 이곳에서 심야 노동자들을 만났다. 심 위원장은 “정의당이 코로나19로 인한 노동위기를 막는 최전선에 서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이 자리에 왔다”고 밝혔다. 심 위원장은 총선 슬로건인 ‘당신을 지킵니다’를 거론하며 “비정규직 노동자, 청년,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지키겠다”고 강조했다.민생당 손학규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새벽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시장에서 선대위 출정식을 열고 “오로지 민생, 오직 민생, 기호 3번 민생 정당 민생당이 이곳 가락시장에서 13일간의 대장정을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이후 손 위원장은 광주를 찾아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광주시당 선대위 출정식도 열었다. ‘민생’을 앞세우면서도 지역적 기반인 ‘호남’을 소홀히 하지 않는 방식이었다.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후보만 낸 국민의당은 중앙당 차원의 출정식을 여는 대신 권역별로 선거운동을 펼치며 당 알리기에 나섰다. 안철수 대표는 전남 여수에서 광양까지 35㎞를 달리며 국토대종주 이틀째 일정을 소화했다. 안 대표는 출발지를 여수 이순신광장으로 정한 데 대해 ‘국난극복’과 ‘총선승리’ 의미를 부여했다. 여수는 안 대표 아내의 고향이자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 바람이 시작됐던 곳이다. 진보정당인 민중당은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첫 공식일정을 시작하며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이 당의 ‘반미자주’ 성향이 반영된 일정이었다. 민중당은 “올 한해에만 주한미군에 들어가는 돈이 9조 5000억원이다. 미군이 한국사회에 주둔하는 것 자체가 재난”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해리 해리슨 주한미국대사를 규탄하며 미대사관저 담을 넘는 시위를 벌였다가 구속됐던 김유진 비례대표 후보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 열린민주당도 이날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열린민주당 정봉주 공동선대위원장은 참배 후 “광주 열사들의 희생정신과 민주화 정신을 열린민주당이 계승하겠다”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사설] 어려울 때 협력해 동맹 재확인한 한미, 방위비도 타결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이 우여곡절 끝에 잠정 타결됐다. 서울신문 4월 1일자 단독보도에 따르면 우리 측이 분담해야 할 방위비 인상률은 지난해(1조 389억원)와 비교해 ‘10%+α’ 수준이라고 한다. 당초 미국 측이 50억 달러(약 60조원)를 요구했던 점을 감안하면 한국 측 입장을 더 많이 반영시켰다. 게다가 미국이 1년마다 적용하겠다던 협상 적용 기간을 한국의 요구대로 5년으로 되돌려, 1년에 2000억원꼴이기 때문에 ‘좋은 협상’이었다고 할 만하다. 어제부터 주한미군 소속 한국인 근로자 8600여명 중 4000여명이 무급휴직에 돌입한 상황에서 이를 조기수습할 계기를 마련한 것 역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9월 시작된 협상이 해를 넘긴 가장 큰 원인은 무리하게 요구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있다. 한미 외교가에선 주한미군 철수론까지 거론되는 등 한미 동맹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밤 통화를 통해 급반전을 끌어낸 사실에 주목한다. 코로나19 대응에 양국 정상이 협력하면서 한미 동맹을 재확인한 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협상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이 상처가 되지 않도록 동맹의 기틀을 다져야 할 것이다. 분담금 인상률을 낮추고 적용 기간을 늘려 급한 불은 껐지만 협상 과정에서 노출된 갈등구조 자체는 개선돼야 한다. 5년 뒤 협상을 재개할 때 똑같은 갈등과 논란이 재현되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번 협상에서 인건비와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 등 기존 3대 항목 외에 연합방위력 증강사업비 항목을 신설해 총액 규모를 대폭 올리려고 했는데 재현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분담금 총액을 설정하는 현행 방식을 항목별 소요비용 등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적극 고민해야 한다.
  • [사설] 미, 주한미군 군무원 볼모로 한 방위비협상 안 돼

    미국 국방부가 어제 주한미군의 한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무급휴직을 시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윌리엄 번 미 합참 부참모장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타결이 지연되면 오는 4월 1일부터 9000명에 이르는 주한미군의 한국인 근로자 대상 무급 휴직을 시행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미 실무협상팀은 11차 방위비 분담금 협정(SMA) 체결을 위해 작년 9월부터 모두 6차례 만난 상태로, 7차 협상에서 타결을 시도하기 전 입장을 최종 정리하는 단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미 국방부가 주한미군 군무원에 대한 무급휴직 시행 계획을 거듭 밝힌 것은 막바지 방위비 협상 과정에서 주한미군에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를 볼모로 활용,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려는 의도다. 이는 동맹의 가치를 훼손하는 부도덕한 행태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무급휴직 압박’이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헤아려야 한다. 주한미군 한국인 노조는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월급을 받지 못하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대한민국의 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일을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미국의 부당한 압력에 굴복하지 말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국익에 도움이 되는 협상을 하라는 주문이다. 미 민주당 외교·군사 분야 중진 상원의원들도 지난달 28일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 변화를 촉구하는 공개서한에서 “행정부의 분담금에 대한 집착은 한미 동맹의 가치에 대한 근본적 착각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 상원의원들의 지적대로 분담금은 동맹국 모두에 전략적 이익을 주는 것이다. 즉 한국이 일방적으로 혜택을 더 보는 구조가 아니다. 돈 문제로 옥신각신한다면 동맹의 가치가 흔들리고 반미세력이 득세할 수 있다. 반미감정이 강화되면 주한미군 철수 주장과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주장까지 고개를 드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점을 트럼프 행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 샌더스 여론조사 첫 1위… 뉴햄프셔에선 웃을까

    샌더스 여론조사 첫 1위… 뉴햄프셔에선 웃을까

    “상승세 지속되면 ‘대세론’ 급부상” 전망도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민주당의 두 번째 경선인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를 하루 앞둔 10일(현지시간) 처음으로 전국 단위 지지율 1위에 올랐다. 1차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0.1% 포인트 차로 패했던 샌더스 의원이 뉴햄프셔에서 상승세를 탄 피터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시장에게 설욕할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퀴니피액대학이 지난 5~9일 민주당원과 민주당 지지자 665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 여론조사에 따르면 샌더스 의원은 지난달 조사보다 4% 포인트 상승한 25%의 지지율로 1위에 올랐다. 줄곧 선두를 유지했던 바이든 전 부통령은 9% 포인트 하락한 17%로 2위를 차지했다. 이어 마이클 블룸버그(15%) 전 뉴욕시장과 엘리자베스 워런(14%) 상원의원, 부티지지(10%) 전 시장 순으로 집계됐다. 뉴햄프셔 주민 715명을 대상으로 CNN과 뉴햄프셔대가 4~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샌더스 상원의원은 28%의 지지율로 21%인 부티지지를 7% 포인트 차로 앞섰다. 바이든과 워런은 9%로 4위권을 유지했다. 자신의 지역구인 버몬트주와 맞닿은 뉴햄프셔주 여론조사에서 샌더스는 꾸준히 선두를 지켜 온 가운데 바이든·워런의 표가 부티지지로 옮겨 간 점이 눈에 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샌더스 의원의 상승세가 11일 뉴햄프셔와 오는 22일 네바다, 29일 사우스캐롤라이나까지 이어진다면 ‘샌더스 대세론’이 급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세론’이 꺾인 바이든 전 부통령의 지지자들이 대거 이탈하고 있다. 이날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발표한 조사에서도 일주일 만에 5% 포인트 하락한 17%를 기록하며 샌더스(20%) 의원에게 밀렸다. 낡은 공약과 비전에다 유세장에서 여대생과 입씨름을 벌이는 등 추락을 자초하는 모양새다. 이 조사에서 블룸버그 시장이 15%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정치적 가능성을 보여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민주당과 백악관이 동시에 혼란을 겪으면서 블룸버그 전 시장에게 유리한 흐름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경선의 향배는 여전히 부동층의 표심에 달렸다. 퀴니피액대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6%는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고 답했다.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도 아직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40%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이날 민주당의 모든 대선 후보들이 주한미군 철수를 반대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북핵 해법에서는 바이든 전 부통령 등 중도 성향의 후보들은 ‘선 비핵화’를, 진보 성향의 샌더스·워런 의원은 ‘단계·병행적’ 해법을 주장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트럼피즘·중국몽·보통국가… 한국 균형 외교 ‘선택의 딜레마’

    트럼피즘·중국몽·보통국가… 한국 균형 외교 ‘선택의 딜레마’

    우호적인 외교 환경은 없다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2020년 한국 외교는 “진짜 힘들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트럼피즘, 중국몽, 보통국가 등 미중일을 이끄는 소위 스트롱맨들이 국수주의를 심화하면서 갈등이슈가 증가하고 외교문제는 지리·경제·군사·사이버 등 영역을 넘나든다. 북핵 문제는 답보 상태다. 결과적으로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고, 한국은 ‘더욱 절묘한 균형추 찾기’라는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숙제를 앞두고 있다.당장의 한미 간 현안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다. 방위비는 세금으로 부담하기 때문에 국내 찬반 여론의 흐름이 중요한 난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2월부터 약 1년간 “한국은 5억 달러(약 5000억원)를 줬고 더 많은 돈을 지불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을 지속하며 압박 중이다. 양국은 주한미군 철수설까지 불거지면서 곤욕을 치렀다. 전시작전권 전환 시점에 대한 양국의 견해차도 현안으로 불거질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조속한 전환을 원하고 있지만 한국군의 연합방위 주도능력 및 북핵·미사일 초기 대응능력이라는 전작권 전환 충족요건을 두고 한미 간 이견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 올해 초 한중 관계는 훈풍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상반기 방한이 예상되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지속됐던 ‘여행 한한령(한류제한령)’이 풀릴 조짐이다. 중국 온라인 여행사들은 한국 여행 상품을 다시 선보였고, 중국 기업 ‘이융탕’의 임직원 5000명이 인천을 찾으면서 인센티브 관광이 부활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복병 ‘우한 폐렴’이 관광산업에 찬물을 끼얹었지만, 중장기적으로 한한령의 해제 기류는 지속될 전망이다. 한중 갈등이 관리되더라도 미중 패권 경쟁은 여전히 한국에 ‘선택의 딜레마’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에 동참해 줄 것을 한국에 요구하고 있으며, 중국 화웨이 제품의 사용 금지, 중거리미사일 배치 협조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자신들의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에 동참하기를 원한다. 또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해 9월 “중거리미사일 배치 현실화 땐 양국 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한국과 일본에 경고한 바 있다. 지난해 한국 정부는 우리나라 기업의 화웨이 통신장비 사용을 제한하라는 미국의 요구에 대해 기업이 자율적으로 정할 문제라며 모호하게 입장을 전하며 버텨 냈다. 하지만 올해 선택의 딜레마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미국은 2018년까지 남중국해에서 단독으로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쳤지만 지난해부터 다국적 합동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영국, 프랑스, 일본, 호주 등이 동참 의사를 밝힌 가운데 올해 한국에도 참여를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또 미국이 홍콩, 신장위구르, 티베트, 대만의 인권 및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가운데 중국은 이를 내정간섭이라며 불괘한 반응을 보였다. 양국은 한국에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도록 강요할 수 있다. 실제 지난달 중국 언론들은 한중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홍콩·신장 문제는 중국 내정이라고 발언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해 논란이 빚어졌다. 이후 한국 외교부는 단지 ‘중국의 입장을 잘 들었다는 취지였다’며 바로잡았지만 이런 압박은 더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미중의 수장이 지난 15일 1차 무역협상안에 서명을 했고, 이에 앞서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에서 해제하는 등 그간의 무역갈등이 봉합되는 분위기도 읽히지만 일시적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본질적인 분야를 다룰 2차 무역협상에서 미중이 더 세게 충돌할 경우 한국은 무역상대 1·2위 사이에서 곤욕을 치를 수 있다. 게다가 미중 패권 경쟁은 100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거대한 판의 이동이다. 한국에는 상존하는 위협이라는 의미다. 미중 패권 경쟁에서 한국의 균형 외교 구사를 더 어렵게 만드는 건 북한 변수다. 북한의 ‘통미봉남’ 전략으로 현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주변 여건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생일축하메시지 및 친서를 전달한 데 이어 북미 실무협상 재개 의사도 전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를 계기로 북미 간 협상이 제 궤도로 복귀한다면 미국에 힘이 쏠릴 수 있다. 하지만 북미 간 정체가 지속된다면 중국의 역할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미중 사이에서 무게추를 시시각각 옮겨야 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복합갈등 양상을 보이는 한일 관계는 한국의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으로 일본 역시 수출규제를 암묵적으로 철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방출 문제나 위안부·독도 등 과거사 문제는 여전히 양국 관계를 악화시키는 뇌관이다. 특히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압류한 일본 기업의 자산을 현금화할 경우 잠시 봉합됐던 양국 관계는 더 큰 파국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12일 일본 기업 자산이 현금화될 경우 “나라 대 나라로 교제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고, 일본 고위 관리들은 이미 비자 발급 제한, 송금 규제 등 최고 수준의 조치를 단행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러시아와는 수교 30주년이다. 양국이 서비스·투자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미국의 중거리미사일 한국 배치는 러시아에도 민감한 사항이다. 러시아 군용기의 카디즈(방공식별구역) 침입 등 돌발적인 리스크가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주변 강대국 중 어떤 나라와도 관계가 편하지만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이 택할 수 있는 기본적 자세는 역시 ‘균형외교’다. 일본처럼 미국에만 밀착하는 정책을 구사하기도 힘들고 북한처럼 핵개발에 나서 소위 ‘고슴도치전략’을 쓰는 것도 비현실적이니 말이다.실제 지난해 한국은 ‘전략적 모호성’으로 미중 사이에서 한쪽에 쏠리지 않고 나름 적절하게 중립을 지켰다. 그 결과 미국에서 신뢰를 잃지 않고 대중국 관계를 개선할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도 있다. 또 신남방 정책, 신북방 정책과 같은 외교다변화 노력도 이어 갔다. 올해는 한국이 의장국인 중견국 협의체 ‘믹타’(MIKTA)를 중심으로 외교다변화 행보를 이어 갈 전망이다. 2013년 출범한 믹타에는 한국, 멕시코, 인도네시아, 터키, 호주 등 5개국이 속해 있다. 다만 외교다변화가 강대국에 대한 저항력으로 발현되려면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에 반해 선택의 딜레마는 바로 눈앞에 놓여 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향후 미중 경쟁이 치열해지면 ‘전략적 모호성’은 일시적인 문제 회피 방법밖에 될 수 없다”며 “이런 기조를 유지할 경우 외려 미중 모두에게서 전략적 불신을 당할 수 있으니 우리만의 외교전략 원칙을 수립하고 이 원칙에 기반해 현안별로 구체적인 입장표명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현재로서는 미중 가운데 승기는 미국 측에 있는 듯 보인다”며 “한미 동맹을 안전판으로 움직일 때 급변하는 신지정학 시대를 준비할 수 있고 반대로 미국에도 한국이 원하는 바를 명확히 요구하는 여건이 조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한국 스스로 미국·이란, 미중에 낀 프레임을 만들기보다 우리의 가치를 분명히 하는 게 필요하다”며 “호르무즈 파병 문제도 애초에 한국 원유의 70%를 의존하는 지역에 관여하겠다는 관점에서 보면 한쪽 편을 드는 게 아니라 한국을 위한 행보를 결정하는 차원이었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총독인가 동반자인가’… 주한 미국대사 70년사

    ‘총독인가 동반자인가’… 주한 미국대사 70년사

    해리스 대사, 호르무즈파병 압박 등으로 ‘총독’ 비난받아역대 23명 대사 중 유일 직업군인 출신, 국민에게 낯설어결례 논란 전임 대사도 자유롭지 않아…현대사에 영향력미국대사 과거 막후 외교관이었지만 지금은 공공 외교관변화된 역할 조정 과정서 시행착오 겪으며 논란 불거져 ●한국민에게 낯선 미국대사, 해리스 “해리스 대사는 한국 총독처럼 행세하지 않느냐. 자기가 무슨 총독인 줄 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 17일 공개된 재단 유튜브 채널 ‘유시민의 알릴레오’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 미대사에 대해 이같이 언급했다. 해리스 대사가 지난 7일 KBS와 인터뷰에서 “한국이 그곳에(호르무즈해협)에 병력을 보내길 희망한다”며 정부에 파병을 압박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을 ‘총독 행세’라고 비판한 것이다.해리스 대사가 16일 외신 기자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같은 날 신년기자회견에서 남북 협력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향후 제재를 촉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려면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서 다루는 것이 낫다”고 하면서 당정청은 일제히 반발했다. 다음 날 “의견 표명은 좋지만 우리가 대사가 한 말대로 따라 한다면 대사가 무슨 조선 총독인가”(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 “내정간섭 같은 발언은 동맹 관계에도 도움이 안 된다”(민주당 설훈 최고위원), “대북정책은 대한민국의 주권에 해당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통일부 이상민 대변인), “대사가 주재국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언론에 공개적으로 언급한 부분은 대단히 부적절하다”(청와대 관계자)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앞서 해리스 대사는 호르무즈해협 파병과 남북 협력 사업뿐만 아니라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과 관련 미국 정부의 입장을 직설적으로 표명하면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해리스 대사는 지난해 11월 당시 국회 정보위원장인 바른미래당 이혜훈 의원을 관저로 불러 방위비분담금을 50억 달러 내라는 요구만 20번 정도 반복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교적 결례라는 비난을 받았다. 해리스 대사는 같은 달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맞서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내린 데 대해 “한국이 한일 과거사 문제를 안보 영역으로 확대한 데 대해 실망했다”며 종료 결정을 번복할 것을 압박했다. 해리스 대사를 둘러싼 논란은 우선 대사의 개인적 성향에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해리스 대사는 첫 직업군인 출신 주한 미국대사다. 1949년 부임한 1대 존 무초 대사부터 해리스 대사까지 23명 대사 중 6명을 제외하면 모두 직업 외교관 출신이다. 비외교관 출신 6명 중 해리스 대사를 제외하고는 외교를 전공한 교수이거나 한국과 인연이 깊은 목사, 외교에 익숙한 중앙정보부(CIA) 출신 요원, 국회와 국방부에서 외교를 담당한 정치인이었다. 군인 출신으로 외교적 수사보다 직설 화법에 익숙한 해리스 대사가 한국민에겐 ‘낯선 대사’라는 것이다.외교 소식통은 “한국어에 능숙한 캐슬린 스티븐스 대사와 한국민과 스킨십을 즐겼던 마크 리퍼트 대사에 익숙했던 한국민에게 4성 장군으로 태평양사령관을 역임한 해리스 대사의 야전군 사령관 스타일이 낯설어 보일 것”이라고 했다. 다만 주한 미국대사의 행보와 발언이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승만 정권 당시 윌리엄 레이시 대사는 한미 관계 현안에 대해 이승만 대통령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 불만을 표출하는 등 거만한 태도를 보여 이 대통령의 반감을 샀다. 박정희 정권에 베트남 파병을 압박했던 윈스럽 브라운 대사는 카운터파트인 이동원 외무부 장관을 ‘패싱’하고 정일권 국무총리, 박정희 대통령과 직접 담판을 짓는 오만함을 보이기도 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대사는 진보적인 노무현 정부와 보수적인 조지 W 부시 정부가 마찰을 빚던 당시 노무현 정부의 남북 화해협력 정책과 어긋나는 발언을 해 정부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주한 미국대사가 ‘한국의 총독’이라는 논란은 한국 현대사에서 미국 정부와 그의 입장을 대변하는 주한 미국대사가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에 불거졌다는 해석이다. 미국대사는 한국 현대사의 분기점마다 주·조연으로 등장하며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데 영향을 미쳤다. 미국대사는 한국 현대사와 한국 정치에서 한복판에 서 있을 수밖에 없는 존재다. ●국가원수급 대우 받은 초대 미국대사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첫 주한 미국대사는 존 무초 대사다. 무초 대사는 1948년 8월 13일 주한 최고대표로 임명돼 사흘 후 부임했다. 미국은 이듬해 1월 1일 한국을 정부로 승인하고 4월 7일 무초 최고대표를 주한 미국대사로 임명했다.1년 전 남북에 각각 단독정부가 수립되고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지원이 절실했던 이승만 대통령은 무초 대사의 신임장 제정식을 ‘장엄하게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1949년 4월 20일 무초 대사의 신임장 제정식에는 이 대통령과 이시영 부통령, 이범석 국무총리, 신익희 국회의장, 김병로 대법원장 등 삼부 요인이 모두 참석했고, 무초 대사는 중앙청에 육해군 의장대의 사열을 받으며 입장했다. 국가원수급 대우를 받은 무초 대사는 1950년 이 대통령과 6·25 전쟁 첫 2년을 함께 겪었다. 무초 대사는 전쟁 발발 직전인 6월 초 미국 의회에 북한의 침공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는 전쟁 당일인 25일 워싱턴 국무부에 “북한군의 전면 공격이 시작됐다”고 보고했고 이 대통령의 관저인 경무대로 들어갔다. 무초 대사는 피난가겠다는 이 대통령을 말렸지만, 이 대통령은 무초 대사에게 알리지 않고 27일 서울을 떠나 수원으로 갔다. 무초 대사는 이 대통령의 행동에 분노했지만 이후 한국 정부를 따라 수원·대전·대구·부산으로 피난가던 도중 이 대통령을 자신의 차에 태워 피신시키기도 했다. ●이승만 하야 작전의 선봉장? 이 대통령은 미국에서 교육을 받고 독립운동을 한 친미주의자였지만, 집권기에는 미국과 갈등을 빚었다. 이 대통령은 6·25 전쟁 기간 휴전 반대, 반공포로 석방 등으로 휴전을 원하던 미국과 틀어지기 시작했다. 전쟁 후에 미국은 냉전 전략의 일환으로 한일 관계를 정상화하라고 요구했지만 이 대통령은 이를 뿌리쳤고, 미국의 우려에도 독재의 길을 걸어가면서 양측의 갈등은 악화됐다. 미국 정부는 이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한 계획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는데, 일각에서는 미국대사들이 야당 인사들과 접촉하며 최전선에서 하야 계획을 수행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당연히 미국대사와의 관계도 좋지 않았다. 1955년 5월 취임한 3대 윌리엄 레이시 대사는 재한 미국인 상사에 세금을 물리는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 정부와 충돌하자 이 대통령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 불만을 토로했다. 이 대통령은 반감을 느껴 이례적으로 미국 정부에 대사 교체를 요청했고, 취임 다섯 달 만에 레이시 대사는 사임했다. 후임인 4대 월터 다울링 대사는 진보당 사건, 보안법 파동 등 이승만 정권의 정치 탄압을 두고 이 대통령과 부딪쳤다. 다울링 대사는 이승만 정권이 1958년 야당 진보당의 조봉암 당수 등을 간첩 혐의로 체포해 사형을 구형하자 정권 2인자인 이기붕 국회의장을 두 차례 만나 조봉암을 구명하려 했으나 조봉암은 1년 후 사형당한다. 1958년 12월에는 이승만 정권이 야당과 언론을 탄압하기 위한 국가보안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일방 통과시키자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다울링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며 항의의 뜻을 표했다.1959년 12월 부임한 5대 월터 매카너기 대사는 이승만 정권의 종말에 일조했다. 매카너기 대사는 1960년 4·19 혁명 당일 “시위자들과 당국이 폭력을 자제하고 법과 질서를 되찾아 정당한 불만이 해결되기를 바란다”며 시위대에 우호적인 성명을 발표했다. 19일과 21일 경무대에 이 대통령을 찾아가 미국 정부의 우려를 전달했다. 26일 서울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리자 매카너기 대사는 “전국적으로 퍼진 정당한 국민의 불만 표시에 한국 정부는 즉각적인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고 미봉책을 취할 시기가 아니다”며 이 대통령의 하야 요구를 시사하는 성명을 냈다. 직후 경무대로 가 이 대통령으로부터 하야 의사를 전달 받았다. 경무대 앞에 있던 시위대는 매카너기 대사의 차가 경무대에서 나오자 그가 이 대통령의 하야를 이끌어냈다고 생각하며 ‘매카너기 만세’, ‘미국 만세’를 외쳤다고 한다. ●박정희 인정하되 미국 요구 관철시킨 대사들 박정희·전두환 독재 정권 하에서 미국대사들은 미국의 국익을 위해 반공의 최전선에 서 있는 이들을 돕기도 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미국의 가치에 반하는 이들을 견제하기도 했으며, 국익과 가치의 딜레마에서 이들의 독재를 방관하기도 했다. 1961년 5·16 쿠데타가 발발하고 한 달여 후 취임한 6대 새뮤얼 버거 대사는 박정희의 쿠데타 세력을 사실상 인정하되 미국의 정책을 따르도록 설득하는 전략을 취했다. 쿠데타 발발 당일 마셜 그린 주한 미국대사대리와 카터 매그루더 주한미군사령관이 쿠데타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을 뒤집은 것이다. 버거 대사는 박정희에게 민정 이양을 위한 선거를 실시하고 한일 국교정상화를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박정희는 전역하고 1963년 10월 대선에서 승리했으며, 2년 후 한일 국교정상화를 위한 한일기본조약 등을 체결했다.7대 윈스럽 브라운 대사는 박정희 정권에 미국이 수행하던 베트남전 참전을 압박했다. 박정희 정권은 1964년 미국이 베트남전에 본격 개입하자 그 해 9월 베트남에 의무 요원과 태권도 교관을 파견했는데, 브라운 대사는 12월 박정희 대통령에게 증파를 요청했다. 박정희 정권은 1965년 10월부터 전투부대를 파병하기 시작했고, 브라운 대사는 이듬해 3월 한국의 추가 파병에 대한 미국의 보상을 담은 ‘브라운 각서’를 전달했다. 브라운 각서와 월남 특수로 한국은 경제·군사적 성장을 이루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지만, 국군 장병의 피를 돈을 받고 팔았다는 비난도 제기됐다. ●유신 정권과 대립했던 대사들 1970년대 미국에 닉슨·포드·카터 정부가 차례로 들어서고, 박정희 정권이 1972년 유신헌법 개정으로 독재의 길을 걸으며 양국은 충돌하기 시작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1969년 냉전 완화(데탕트)를 이유로 아시아에서의 개입을 줄이고 아시아 국가들의 자력 방위를 요구하는 ‘닉슨 독트린’을 발표했다. 닉슨 독트린에 따라 8대 윌리엄 포터 대사는 1970년 박 대통령에게 주한미군을 6만 명에서 4만 명으로 감축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박 대통령이 감축에 불만을 갖고 미국의 주한미군 주둔비용 지원 요구를 거부하자 포터 대사는 “(박 대통령은) 엉클 샘(미국)의 큰 젖통에 달라붙어서 떨어지질 않으려 한다”며 독설을 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등 동맹국이 미국을 벗겨 먹는다며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주한미군 감축까지 고려할 수 있다고 시사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닌 셈이다.1971년 10월 취임한 9대 필립 하비브 대사는 ‘미국 당대의 가장 걸출한 전문 외교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 내에서는 김대중 대통령을 구명한 인물로 유명하다. 하비브 대사는 1973년 8월 박정희 정권이 야권 정치인 김대중을 납치하자 조용하지만 적극적으로 사건에 개입했다. 하비브 대사는 박 대통령에게 “김대중 납치 사실을 알고 있으며 김대중이 죽는다면 미국과 한국의 관계는 끝장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고 당시 미국 중앙정보국(CIA) 서울지부장이자 후일 주한 미국대사로 부임하는 도널드 그레그가 회고했다. 김대중은 납치 닷새 후 서울 자택에서 풀려났다. 후임 10대 리처드 스나이더 대사는 박정희 정권이 비밀리에 핵무기 개발을 추진한 사실을 알아채고 박정희 정권에 경고해 핵무기 개발 계획을 무마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독재 정권의 견제자인가 방관자인가 11대 윌리엄 글라이스틴 대사는 1978년 7월 취임, 이듬해 10·26 사태와 12·12 쿠데타,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등 한국사의 주요 변곡점을 겪은 인물이다. 1977년 출범한 카터 정부는 도덕주의 외교 노선을 앞세우며 박정희 정권의 독재 정치를 비판하고 주한미군 철군을 추진함에 따라 한미 관계가 악화됐다. 이 과정에서 글라이스틴 대사는 카터 대통령을 설득해 주한미군 철군 계획을 철회하는 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박정희 정권이 1979년 10월 국회에서 여당 공화당과 유신정우회를 동원해 야당 신민당의 김영삼 총재를 의원직에서 제명하자 카터 정부는 항의의 뜻으로 글라이스틴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기도 했다.전두환 신군부 세력이 1979년 12·12 쿠데타를 일으키고 이듬해 5월 광주민주화운동을 탄압할 당시 글라이스틴 대사와 미국 정부는 이를 묵인하거나 최소 방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전두환과 그의 참모들을 만나 광주에서의 군사 작전을 항의하기도 했으나, 1980년 5월 27일 계엄군이 전남도청 진압작전을 수행하기 하루 전 글라이스틴 대사는 ‘(신군부에) 군사작전을 포기하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백악관에 보고한 것으로 기밀해제 문서를 통해 드러났다. 신군부의 진압작전을 묵인했다고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1999년 발간한 회고록에서 “신군부의 행동에 미국이 공모자는 아니었으나 무력했던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12대 리처드 워커 대사는 1981년 8월부터 1989년 1월까지 약 7년 5개월간 재임해 현재까지 최장수 대사 기록을 갖고 있다. 1대 무초 대사부터 11대 글라이스틴 대사까지 모두 직업 외교관이었으나, 워커 대사는 학자로서 첫 비외교관 출신 주한 미국대사이기도 하다. 워커 대사는 1980년 7월 내란음모죄로 사형 선고를 받은 김대중을 석방시키는 데 역할을 했지만, 김대중 석방 대가로 전두환 대통령의 조기 방미를 성사시켜 12·12 쿠데타와 광주 학살로 집권한 전두환 정권에 정통성을 부여하는 데 일조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민주화 이행기의 CIA 출신 대사들 13대 제임스 릴리 대사와 14대 도널드 그레그 대사는 CIA 요원 출신으로, 1987년 6·10 항쟁과 대통령 직선제 개헌, 1993년 문민정부 출범까지 한국의 민주화 과정을 목격했으며 민주화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의 광주 학살 개입, 방조 의혹으로 반미 정서가 고조됐던 1980년대 말 부임했던 릴리 대사와 그레그 대사는 한국민의 거센 반감에 직면해야 했다. 릴리 대사는 반미 시위대로부터 수차례 인형 화형식을 당했으며, 그레그 대사는 시위대의 관저 침입을 겪기도 했다. 특히 릴리 대사의 후임으로 연이어 CIA 출신인 그레그 대사가 미국대사로 임명되자 야당과 언론은 ‘미국이 한국을 외교 대상이 아닌 정보·공작 대상으로 본다’며 반발하기도 했다.하지만 1987년 6·10 항쟁 당시 전두환 정권이 명동성당에 강제 진입해 학생들을 연행하려 하자 릴리 대사는 13일 최광수 외무부 장관을 만나 “전 세계가 떠들썩해질 것”이라며 진입을 저지했다. 그는 전두환 정권이 계엄령을 검토하자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게 시위를 평화롭게 해결해야 한다는 내용의 친서를 요청해 받았다. 릴리 대사는 전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으나 청와대는 18일 거절 의사를 밝혔다. 릴리 대사는 결국 다음 날 전 대통령을 찾아가 친서를 전달하고 “무력을 절대 사용하지 마라”고 경고했으며 전두환 정권은 계엄령 선포 계획을 백지화했다. 그레그 대사는 취임 약 4개월 후인 1990년 1월 광주를 찾아 미국의 광주 학살 개입 책임을 묻는광주민주화운동 참가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그는 “레이건 대통령이 전 대통령을 취임 후 첫 외국 정상으로 초청한 것은 김대중을 사형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기 때문”이라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레그 대사는 노태우 정권의 남북화해정책과 북방정책을 지지했으며 미군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철수를 추진하며 1992년 남북 한반도비핵화선언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레그 대사는 1992년 남북화해를 위해 한미연합훈련인 팀스피리트 훈련을 취소하도록 이끌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듬해 한미 정부는 그레그 대사와 상의 없이 훈련을 재개하면서 북한은 준선시상태를 선언했고 핵확산방지조약(NPT)에서 탈퇴했다. 그레그 대사는 2015년 발간한 회고록에서 “내가 대사로 봉직하던 기간 중에 미국이 결정한 유일한 최악의 실수”라고 했다. ●북핵 전문 외교관 전성시대 1993년 북한의 NPT 탈퇴로 1차 북핵 위기가 촉발되자 미국의 대한국 외교는 물론 주한 미국대사의 역할도 북핵 문제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1993년 11월 취임한 15대 제임스 레이니 대사는 목사 출신으로 직업 외교관은 아니었으나, 1947~1950년 서울에서 정보장교로 근무했고 1959~1964년 연세대에서 신학을 가르친 ‘지한파’였다. 레이니 대사는 1994년 북한이 영변의 핵연료봉 추출을 강행하고 미국은 영변 핵시설 정밀 타격을 시행하려 하면서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오르자 카터 전 대통령을 만나 대북 특사로 방북해 중재할 것을 요청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그 해 6월 김일성 주석을 만나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냈으나, 7월 김 주석이 사망하면서 남북정상회담은 무산됐다. 하지만 북미는 9월 제네바합의를 타결하며 1차 북핵 위기를 종식시켰다.레이니 대사의 후임인 16대 스티븐 보즈워스 대사, 17대 토머스 허버드 대사, 18대 크리스토퍼 힐 대사는 모두 북핵 전문 외교관이다. 보즈워스 대사는 1995~1997년 제네바합의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신 북한에 경수로를 건설하는 역할을 맡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사무총장을 역임하고 주한 미국대사로 자리를 옮겼다. 보즈워스 대사는 2001년 주한 미국대사에서 퇴임한 이후에도 2009~2011년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대북특별대표를 맡아 북미 협상을 총괄했다. 그는 미국 대북 협상파의 상징적 인물로 꼽힌다. 허버드 대사 역시 1994년 북미 제네바협상에 실무급으로 참여한 대북 협상 전문가다. 2001년 9월 취임한 허버드 대사는 이듬해 2차 북핵 위기를 맞게 된다. 아울러 2002년 6월 주한미군 장갑차의 여중생 압사 사건, 이듬해 정부의 이라크 파병 결정, 2004년 주한미군 기지 평택 이전 반대 시위 등으로 반미 감정이 고조되고 한미 동맹의 균열 우려가 심화되자 이를 해결하는 데 임기를 보냈다.후임인 힐 대사는 2004년 9월 취임해 이듬해 2월 북핵 문제를 논의하는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로 지명됐으며, 두 달 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에 취임하면서 대사직을 내려놓았다. 힐 대사는 인터넷을 통해 한국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반미 감정을 누그러트리는 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힐 대사는 2005년 9월 6자회담에서 북한 비핵화의 이정표로 평가받는 9·19 공동성명을 이끌어냈다. ●‘리코드 브레이커’ 대사들의 명과 암 19대 알렉산더 버시바우 대사부터 23대 해리 해리스 대사까지 다섯 명의 대사는 주한 미국대사 역사의 ‘신기록 보유자’들이다. 버시바우 대사는 직전에 주러시아 미국대사를 역임하고 주한 미국대사 중 역대 최고위급 인사로 부임했다. 캐슬린 스티븐스 대사는 최초의 여성이자 최초의 한국어 구사 대사, 성 김 대사는 최초의 한국계 대사였으며 마크 리퍼트 대사는 현재까지 최연소 대사 기록을 갖고 있다. 해리스 대사도 최초의 직업군인 출신 대사 기록을 세웠다. 2005년 10월 취임한 버시바우 대사는 역대 주한 미국대사 중 최고위급 인사로 부임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에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버시바우 대사는 부임 초기 북한의 인권과 위조지폐 문제를 거론하고 김정일 정권을 ‘범죄 정권’이라고 칭하며 대북 강경 기조를 보였고 당시 노무현 정부는 버시바우 대사에게 북한 비난을 자제하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버시바우 대사는 2008년 5월 이명박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에 반대하는 촛불 시위가 한창이던 때에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실망스럽다”고 해 외교적 결례 논란을 빚었다. 버시바우 대사는 손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를 주장한 데 대해 “과학적 근거도 없이 불안을 야기한 것에 대해 실망스럽다”고 했으며, 민주당 측은 이를 공개하며 반발했다. 다만 버시바우 대사는 힐 대사와 마찬가지로 인터넷을 통해 한국민과 소통하며 국민을 상대로 한 공공 외교를 이어나갔다. 스티븐스 대사는 유창한 한국어로 한국 국민과 접촉면을 늘리면서 공공 외교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대사로 평가받는다. 스티븐스 대사는 미국 평화봉사단에 들어가 한국 복무를 자원, 1975~1977년 충남 예산군 예산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고, ‘심은경’이라는 한국 이름을 지었다. 그는 1978년 국무부에 입부한 후 1983~1989년 한국에 다시 와 서울 대사관과 부산 영사관에서 근무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2008년 10월 취임하자마자 33년 전 봉사한 예산중학교를 방문, “예산은 내가 외교관으로 필요한 자질을 배웠던 곳”이라며 한국 국민의 마음을 샀으며, 블로그도 개설해 글을 연재하며 ‘파워 블로거’로서의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후임 성 김 대사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6자회담 특별대표를 역임하다 그 해 11월 주한 미국대사로 취임했다. 김 대사는 2017년 주필리핀 미국대사로 자리를 옮겼으나 이듬해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판문점에서 최선희 당시 외무성 부상과 정상회담 조율을 위한 실무협상을 했다. ●‘같이 갑시다’ 한미 동맹 캐치프레이즈 만든 리퍼트 리퍼트 대사는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 보좌관을 지내다 2008년 오바마 정부 인수팀에 합류했다. 정부 출범 후 국방장관 수석보좌관,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 국방장관 비서실장을 역임하고 2014년 11월 주한 미국대사로 취임했다. 이전 직업 외교관 출신 대사들이 ‘늘공’(늘 공무원)이었다면 리퍼트 대사는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 참모로서 관직을 맡은 ‘어공’(어쩌다 공무원)인 셈이었다.리퍼트 대사는 2015년 3월 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김기종 씨에 의해 습격을 당했을 때 의연하게 대처함으로써 자신은 물론 미국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나아가 한미 동맹 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습격 소식이 전해지자 리퍼트 대사의 수술은 물론 한미 관계에 대한 우려의 여론이 높아졌다. 리퍼트 대사는 사건 당일 수술을 마치고 트위터에 “한미 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최대한 빨리 복귀합시다. 같이 갑시다!”라고 올리며 우려의 여론을 신속히 잠재울 수 있었다. 이후 ‘같이 갑시다’(Go together)는 한미 동맹의 캐치프레이즈가 돼 한미 동맹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인사말이나 건배사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문구가 됐다. 리퍼트 대사는 대사 부임 전 한국과 인연이 별로 없었지만, 부임 후 빠르게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익히며 한국민과의 거리를 좁혀나갔다. 리퍼트 대사는 한국 부임 후 갖게 된 첫째 아들에게 ‘세준’이라는 한국식 이름을 미들 네임으로 줬고, 딸에게도 ‘세희’라는 미들 네임을 붙였다. 야구팀 두산 베어스의 팬으로 유명한 리퍼트 대사는 대사 재임 기간은 물론 퇴임 후에도 야구장을 찾아 두산을 응원하면서 ‘야구 외교’를 선보이고 있다. ●막후 외교서 공공 외교로 대사의 역할 변화했지만 해리스 대사는 2018년 2월 주호주 미국대사로 지명됐다가 세 달 후 주한 미국대사로 재지명된 뒤 7월 취임했다. 전임 리퍼트 대사가 퇴임하고 1년 6개월여 만에 공석을 메운 터라 기대도 높았던 반면, 그가 대북·대중 강경파라는 점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와 마찰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교차했다. 하지만 해리스 대사는 2018년 6월 상원 외교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실제 협상에 진지한지 가늠하는 차원에서 주요 (한미연합)훈련을 일시 중단할 필요가 있다”며 트럼프 정부의 대북 협상 기조에 보조를 맞췄다. 해리스 대사가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우려를 표하고 문 대통령의 남북 협력 사업 추진에 한미 협의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개인의 신념이라기보다 트럼프 정부의 기조를 대변한 것이다. 해리스 대사뿐만 아니라 전임 대사들도 한국 정부와 이견이 있는 이슈에서 항상 미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해왔다. 버시바우 대사도 재임 기간 당시 조지 W 부시 정부의 기조대로 ‘남북 경제협력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말해 해리스 대사처럼 외교적 결례라는 비판을 받았다. 스티븐스 대사도 2010년 한미의 핵심 현안이자 2000년대 한국 내 반미 정서의 주요인이었던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 “(한국의) 시장이 완전히 개방되기를 바라지만 이 사안의 민감성을 잘 알고 있다”며 비록 정제된 톤이었지만 미국 정부의 입장을 명확히 전달했다.그럼에도 해리스 대사의 발언이 더욱 논란이 되는 것은 트럼프 정부가 방위비분담협상 등 한미 관계의 현안에 대해 한국 정부를 전례 없이 강하게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공교롭게 한일관계가 악화 일로를 걷는 중에 해리스 대사가 부임하고, 그의 취임 후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를 계속해서 밀어붙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가 한국 정부에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번복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며 해리스 대사에게는 ‘고압적인 미국 외교관’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졌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한미 관계가 과도기를 겪는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 모두 주한 미국대사의 역할을 변화한 상황에 맞게 조정하는 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이같은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미일과 북중러가 대립하는 냉전 구도가 해체되고 한국의 국력이 급성장하면서 한미 관계가 상호 호혜적 관계로 재조정되는 가운데 주한 미국대사의 역할도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닌 대국민 공공 외교를 통해 한미 관계를 증진시키는 것으로 변화할 필요가 생겼다. 하지만 과거 미국대사의 한 마디에 한국 정부의 기조가 흔들렸던 경험을 겪었던 한국민은 미국대사의 발언을 정부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로 간주하며 의심의 눈초리로 볼 수밖에 없다. 미국대사들도 한국과 미국이 불평등한 관계에 있었던 역사와 한국민의 의심을 고려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발언함으로써 오해를 자초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1990년대 초반까지 주한 미국대사는 주한미군사령관과 함께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었지만, 냉전 이후 한국의 국력이 강화되면서 미국대사는 한미 관계를 부드럽게 하는 역할로 변화했다”고 했다. 이어 “해리스 대사를 둘러싼 논란은 대사 개인의 성향에 기인한 것도 있겠지만, 한미 정부가 변화된 양자 관계 속에서 이견을 조율하고 자신의 입장을 정제된 톤으로 발표하는 데 서툰 모습을 보이는 탓도 있다”고 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트럼프, 美국방부 핵심 회의실에서 군 수뇌부에 “약쟁이·애송이” 폭언

    트럼프, 美국방부 핵심 회의실에서 군 수뇌부에 “약쟁이·애송이” 폭언

    백악관 참모 등 200여명 인터뷰 토대 “신성한 공간에서 중대한 모욕” 비판 ‘진주만 공습’조차 몰라 관광으로 착각 해외파병 등을 경제적 잣대로만 계산‘탱크’라 불리는 미국 국방부의 2E924 회의실은 미군에 신성한 장소다. 탱크로 향하는 복도엔 전직 합참의장들을 기리는 초상화가 걸려 있다. 이 방 벽엔 ‘중재자들’이라는 1865년 그림이 걸려 있는데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이 참모총장들과 남북전쟁 전략 회의를 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링컨이 그랬던 것처럼 합동참모본부가 대의를 위해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이 방에서 미 장성들은 경건함과 예의를 갖춘다. 2017년 7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방, 탱크에서 수뇌부 회의를 가지던 중 제임스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 이하 수많은 장성과 장교들이 보는 앞에서 이렇게 일갈했다. “당신들은 (겁먹어서 전쟁에서 계속 패배하는) 약쟁이와 애송이들이다.” 오는 21일(현지시간) 발간되는 책 ‘아주 안정된 천재’(A Very Stable Genius) 저자인 워싱턴포스트(WP) 소속 필립 러커, 캐럴 D 르닉 기자는 이 발언에 대해 “이 신성한 공간에서 트럼프가 이들에게 가할 수 있는 가장 중대한 모욕”이라고 썼다. WP는 지난 17일 책 내용을 원문 그대로 발췌한 두 기자 명의의 기사로 당시 군 수뇌부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 자리는 관리들이 트럼프에게 국제 정세와 외교, 파병 문제 등에 관해 ‘개인지도’를 할 필요성을 느껴서 마련됐다. 하지만 트럼프는 해외 파병을 오로지 경제적 잣대로만 계산하고 있었으며, 내내 자국군을 ‘패배자’라고 말하며 울분을 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의 발언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16년 동안 작전을 했으며, 페르시아만에 군을 주둔하고 7조 달러를 쏟아붓고도 그 지역 석유를 얻지 못했다고 질책하던 중 나왔다. 저자들은 트럼프가 줄기차게 되풀이하는 주한미군 철수 협박이 이 자리에서도 나왔다고 소개했다. 미국이 구축한 미사일방어(MD) 체계 비용 100억 달러 규모를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며 안 되면 주한미군을 철수시켜야 한다고 거듭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그는 “한국에 미군 임대료를 부과해야 한다”고까지 했는데, 일국 정상이 자국 장병을 부동산이나 물건처럼 빌려주고 돈을 받는 대상으로 보는 몰상식한 수준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시 틸러슨 장관이 회의 후 트럼프에 대해 “멍청이”라고 말한 사실은 NBC를 통해 보도됐다. 두 기자는 전직 백악관 참모 등 200여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책을 썼다. 제목은 트럼프가 2018년 1월 정신 건강 논란에 휩싸이자 “나는 매우 안정된 천재”라고 말한 것을 비튼 것이다. 417쪽에 달하는 분량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적 수준을 보여 주는 사건들로 채워져 있다. 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인도가) 중국과 국경을 접한 것도 아닌데”라며 중국 위협을 대수롭지 않게 표현했다. 국경을 맞댄 두 나라가 70년 가까이 분쟁을 겪었다는 사실도 몰랐다는 얘기다. 그는 타국 역사는 물론 미국이 1941년 겪은 ‘진주만 공습’도 잘 모르는 것으로 묘사됐다. 트럼프는 당시 하와이 진주만에서 일본 공습으로 침몰한 애리조나호 위에 세워진 추도시설 ‘애리조나 기념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존 켈리 당시 비서실장에게 “어이 존, 이게 다 뭐야? 이번 투어는 뭐지?”라고 물었다고 한다. 저자들은 익명의 전직 백악관 고문 말을 빌려 “트럼프는 가끔 위험할 정도로 지식이 없었다”고 썼다. 그의 무식에 관해서는 이전에도 종종 보도된 적이 있다. 최근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미국의 작전으로 이란 군 최고사령관이었던 가셈 솔레이마니가 숨진 가운데 트럼프가 대통령 후보 시절까지만 해도 솔레이마니가 누군지도 몰랐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2015년 라디오 인터뷰에서 솔레이마니를 아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잘 안다면서도 “그에 관해 좀더 말해 달라”고 했다. 진행자가 “그는 쿠드스 부대를 운영한다”고 말하자 트럼프는 “그래 맞아. 쿠르드족은 끔찍한 학대를 받았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이란 혁명수비대 일원인 쿠드스 부대와 중동 민족인 쿠르드족은 다르다고 설명하자 트럼프는 “말을 잘못 들었다”고 피해 갔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곽병찬의 역사 앞에서 묻다] 해리스 美대사에게 전하는 ‘주한명군’의 빗나간 동맹 스토리

    [곽병찬의 역사 앞에서 묻다] 해리스 美대사에게 전하는 ‘주한명군’의 빗나간 동맹 스토리

    중동 파병 압박·분담금 5배 인상 요구 한국의 자율적 주권 부정하는 언사 잦아 “근래 드문 총독형 외교관” 지적 많아 외세 방어 외쳤던 명나라 모문룡의 군대 주둔비·상납 요구에 병자호란의 빌미 예속 스스로 끊는 민중의 복수 기억해야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요즘 보기 드문 ‘총독형’ 외교관이다. 부임 이래 방위비 분담금, 한국군의 파병, 남북 관계, 한일 관계 등 한미 현안과 관련해 보인 그의 언행은 해방 후 미 군정장관을 빼닮았다. 불과 1년 1개월 전 방위비 분담금을 10억 달러 이상으로 증액하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고 했던 그는 채 1년도 안 돼 한국은 분담금을 다섯 배는 증액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뚜렷한 근거도 없다. 오로지 한미 동맹 강화가 이유였다. 그가 말하는 동맹의 강화란 한국의 미국에 대한 예속의 강화를 의미하는 듯했다. 지난 7일 해리스 대사는 말했다. “나는 한국이 중동에 파병하기를 희망한다.” 황제가 속국의 왕에게 지시할 때 쓰는 ‘점잖은’ 명령이다. 한국군을 미군 예하 부대로 간주하지 않는다면 하기 힘든 말이었다. 8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이나 비무장지대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동 등재 추진에 이렇게 말했다. “그것은 미국과 협의할 문제다.” 한국 정부의 자율성, 한국의 주권을 부정하는 언사였다.배경이 궁금하다. 그는 주한미군을 통할하던 태평양사령부 통합사령관이었다. 한국군의 전시작전권은 주한미군에 있으니 그의 눈에 한국은 주권국가가 아닐 수 있다. 그는 툭 하면 주한미군 철수를 앞세워 한국 정부를 압박하곤 했다. 아버지는 미국인, 어머니는 일본인이라는 혈통도 개운치 않다. 미국과 일본은 한국을 점령하거나 지배했다. 막무가내의 해리스를 보면 400년 전 조선을 쥐락펴락했던 명나라의 장수 모문룡이 떠오른다. 조선 땅에 주둔하면서 조선으로부터 군량과 은을 뜯어내고 명청전쟁에 조선군을 동원하는 데 앞장섰던 인물이다. 모문룡의 군대는 호란의 빌미가 됐고, 조선은 두 차례나 쑥대밭이 됐다. 역사학자 한명기 교수는 2013년 펴낸 ‘역사평설-병자호란’에서 ‘주한명군’(駐韓明軍)이라는 생경하면서도 익숙한 표현을 선보였다. 1621년부터 평안북도 철산 앞바다의 가도에 주둔하던 모문룡의 군대(‘모병’)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이른바 ‘주한명군’은 1637년 청군이 정벌하기까지 청(후금)으로부터 조선을 보호해 준다며 주둔비와 작전 비용은 물론 각종 상납까지 요구했다. 중원을 노리던 후금(청)에 가도의 ‘주한명군’은 목젖을 노리는 송곳이었다. 중원으로 나아가자면 반드시 거쳐야 할 곳이 요동이었다. 대체할 수 없는 이 병참선을 위협하는 해상 요충지가 가도였다. 또 ‘주한명군’의 존재는 후금에 정복된 지역에서 한족의 동요를 부추겨 후방을 불안케 했다. 한족들은 이들을 믿고 조선이나 가도로 도망쳐 후금에 저항했다. 모문룡이 군사작전보다는 조선을 등치며 ‘해상 천자’ 놀음에 빠진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하지만 놀고 있다 해도 칼날은 칼날. 그것을 유지하고 강화한 게 조선이었다. 1627년 중원 정벌에 앞서 조선을 침략(정묘호란)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조선을 정벌한 후 후금은 ‘주한명군’에 대한 조선의 지원 중단을 조약으로 명기했다. 가도의 명군은 애초 패잔병 무리였다. 1619년 사르후 전투 이후 연패하던 명이 1621년 요동마저 잃게 되자 영관급 장교 모문룡이 떠도는 패잔병을 모아 편성한 부대였다. ‘모병’은 평안북도 용천, 의주 등지를 떠돌며 노략질로 연명했다. ‘부모의 나라’ 군대라는 이유로 행패를 징치할 수 없었던 광해군은 모문룡을 설득도 하고 어르기도 해 가도를 내줬다. 명과 후금을 모두 자극하지 않는 선택이었다. 후금으로서도 모병이 조선의 청북(청천강 북쪽)에서 활개를 치는 것보다는 나았다. 광해군 시절 ‘찬밥’이었던 ‘모병’은 인조가 즉위하자 반정세력의 구세주가 됐다. ‘쿠데타’를 일으킨 인조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명나라의 책봉이었다. 책봉이 늦어지면 ‘이괄의 난’ 같은 또 다른 반란의 빌미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명은 책봉을 차일피일 미뤘다. 조카가 삼촌을 내쫓은 것이었으니 책봉할 명분도 약했고, 반정세력 내부에서 반란까지 일어날 만큼 불안정한 정권이었으니 섣불리 책봉했다가는 망신만 살 수 있었다. 당시 조선은 명에 책봉 사절을 보내려 해도 요동이 막혀 험난한 해로를 이용해야 했다. 길목에 있는 것이 가도였다. 인조는 명의 실세를 자처하는 모문룡에게 매달려 로비를 했다. 20세기 한국의 쿠데타 정권이 미국의 인정을 받고자 주한 미국대사에게 매달렸던 것처럼. 모문룡은 이런 사정을 이용해 조선으로부터 군량은 물론 온갖 뇌물을 챙겼다. 그것으로 당시 명 조정의 최고 실세였던 환관 위충현을 구워삶아 놓았다. 모병의 위세가 커질수록 조선은 등골이 빠졌다. 인조 즉위 원년(1623년) 조선은 모병에 쌀 6만 석을 지원했다. 매년 그 규모가 늘어나, 인조가 명의 책봉을 받은 이듬해(1626년)엔 16만 석을 제공했다. 조선은 이 ‘모문룡 군량(모량)’을 채우기 위해 특별세(토지 1결당 쌀 1말 5되)를 신설해야 했다. 모문룡은 이 밖에도 수시로 평안도 일대의 수령들에게 은과 군량을 요구했다. 수령들이 거부하면 병사를 동원해 창고를 약탈했다. 당시 평안감사 윤훤은 ‘온 나라 식량의 절반이 모문룡 휘하에게 넘어가고 있다’고 개탄했다. 여기에 한족 유민 10만여 명이 ‘주한명군’을 믿고, 평안도를 쓸고 다니며 곡식은 물론 개, 돼지, 닭까지 노략질했다. 이정구는 이들을 ‘조선의 홍건적’이라고 한탄했다. 오죽하면 ‘청북’(청천강 이북 지역)을 포기하자는 논의까지 나왔다. 모문룡은 가끔 후금을 정벌하겠다며 원정군을 상륙시켰다. 물론 후금과 전투를 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군량과 물자를 약탈하기 위한 것이었다. 모병은 함경도까지 돌아다니며 각 고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의주 부윤 이완(이순신 장군의 조카)은 약탈하던 모병을 체포해 곤장을 쳐 내쫓았지만, 모문룡의 항의를 받은 인조는 이완을 강등시켰다. 그것도 모자라 김류로 하여금 평안도 안주에 모문룡 공덕비를 세우도록 했다. 정묘호란 때 모병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군량이나 인삼 따위를 뜯어내는 것은 멈추지 않았다. 정묘호란 이듬해(1628년) 11월엔 명나라로 가는 조선의 동지사 일행에게서 은과 인삼 등 조공물을 빼앗기도 했다. 1629년 명의 병부상서 원숭환은 모문룡을 제거한다. 후금을 배후에서 견제할 조선이 모문룡의 등쌀에 망해버릴까 걱정해서였다. 이후 ‘벗겨먹기’는 주춤했지만, 원숭환이 부패한 관리들에 의해 처형당하자 즉각 부활했다. 후임 손원화는 1630년 11월 조선 조정에 ‘군량과 전마 2000필을 공급하라’고 재촉했다. 가도의 도독 유흥치는 툭 하면 평안도로 나와 접대를 요구했고, 명군은 노략질과 부녀자 겁탈을 일삼았다. 후금의 홍타이지는 1633년 1월 ‘가도 정벌에 필요한 전함 300척과 배를 조종할 수군을 의주 포구로 가져와라. 듣지 않으면 사신 왕래를 끊겠다’고 통보했다. 인조는 쿠데타의 기치였던 ‘숭명’의 이념을 버릴 수 없었다. 호란으로 말미암은 국토의 유린은 망각한 지 오래였다. 인조는 허황된 결단을 했다. “단교는 물론 전쟁도 불사하겠다”, “오랑캐가 침략해 오면 자신이 전방으로 나아가 장사들을 독려하리라”고 허세를 부리기도 했다. 그해 가도의 장수 공유덕과 경중명이 반란을 일으켰다. 인조는 진압군을 파견해 반란군을 추격하기도 했다. 1633년 6월 여순을 함락한 후금이 ‘가도를 돕지 말라’고 다시 경고했다. 그러나 인조는 10월 가도의 부총병 정룡의 요구에 따라 군량을 제공했다. 1636년 11월 25일 결국 청 태종 홍타이지는 조선 정벌을 선언했다. 병자호란이었다. 그가 환구단에서 고한 전쟁의 이유 6가지 가운데 4개는 ‘주한명군’과 관련된 것이었다. 조선은 다시 한 번 쑥대밭이 됐다. 인조는 청 태종의 ‘신하’가 됐다. 4개월 뒤 인조는 황해도의 병선 100척과 수군 3000여명을 징발했다. 가도의 명군을 정벌하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 조청연합군의 지휘관은 1633년 조선군이 토벌하려던 공유덕이었다. 가도에 상륙한 조선군은 청군보다 더 심하게 살육과 약탈을 자행했다고 한다(‘병자록’). ‘주한명군’이 저지른 패악질에 대한 민중의 복수였다. 상대를 예속시키고 수탈하는, ‘빗나간’ 동맹의 결과이기도 했다. 논설고문 kbc@seoul.co.kr
  • “세계 3차대전 막아야” 매티스 국방장관이 절실한 이유

    “세계 3차대전 막아야” 매티스 국방장관이 절실한 이유

    “지금까지 매우 좋다(So far, so good!)” “지금까지 올해는 망했다(So far, 2020 suck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이란의 미사일 반격 이후 올린 트윗에서 “모든 것이 좋다”고 밝히자 세계 네티즌들은 “2020년은 망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미군기지 미사일 공격으로 인한 피해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작전명 ‘순교자 솔레이마니’로 시행된 이번 이란의 공격으로 미군 헬기가 미군 주검을 실어나른다는 이란 통신사의 보도가 나왔지만, 곧 “한밤중에 헬리콥터로 시체를 운반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반박이 잇따르며 가짜 뉴스란 주장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지난 3일 이란의 2인자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이 드론을 이용한 미사일 공격 때문에 살해당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처럼 무리한 공격은 ‘우크라니아 스캔들’로 인한 본인의 탄핵 국면, 즉 국내 정치의 위기를 외부의 적을 통해 돌파하려는 목적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30분간 전화통화를 통해 야당인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부패 의혹 수사를 요청하며 군사원조를 대가로 제시한 것이다.트럼프 대통령이 솔레이마니 암살 작전을 급작스럽게 결정한 배경에는 대통령의 판단을 조율하는 ‘백악관의 어른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1월 경질된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부딪히면서도 44년 군 복무 경험을 바탕으로 안보 정책을 수립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치부를 폭로한 책 ‘화염과 분노’에서 매티스 전 장관은 “주한미군은 세계 3차대전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책에 따르면 매티스 전 장관은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을 막고자 이와 같은 발언을 했다. 매티스 전 장관을 마지막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하기 어려운 정책 결정이 자제력을 발휘할 수 있게끔 한 바른말 하는 백악관 참모들은 모두 경질됐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이란 미국 공격’에 국방부 “예의주시”…외교부 “철수 단계 아니다”

    ‘이란 미국 공격’에 국방부 “예의주시”…외교부 “철수 단계 아니다”

    “주한미군 차출 가능성은 낮아”이란 혁명수비대가 8일(현지시간) 새벽 미군이 주둔 중인 이라크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 등에 수십 발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감행한 것과 관련해 우리 국방부가 미국과 관련 정보를 공유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이란이 미군기지를 공격한 상황 등에 관한 정보를 미국 국방부와 긴밀히 공유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전개될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아랍에미리트의 아크 부대와 레바논 동명부대 등 중동지역 파병부대에 부대원들의 안전 조치 강화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부는 유사시 현지 교민을 보호하고 수송하기 위한 군 장비 지원 소요를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의 한 소식통은 “정부의 결정이 내려지면 군은 즉각 임무를 수행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 역시 중동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현지 교민이나 체류 중인 한국 국민들을 철수할 단계는 아니라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공격 지역과) 한국 기업이 있는 곳과는 150km 이상 떨어져 있어서 당장은 영향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상황을 모니터링 중이며 단계별 대응책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아직 철수를 고려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1월 현재 이라크에 체류 중인 한국인 1570여명 중 다수는 카르발라 정유공장, 비스마야 신도시 등 각종 프로젝트를 수주한 대형 건설사 직원이다. 카르발라와 비스마야 모두 중부에 있으며, 이란 미사일 공격을 받은 북부 에르빌이나 서부 알 아사드와는 멀리 떨어져 있다. 외교부는 지난 5일 조세영 1차관이 주관하는 부내 대책반을 설치, 본부와 공관 간 24시간 긴급 상황 대응 체제를 나흘째 가동 중이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군 병력이나 장비가 차출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이에 주한미군 관계자는 “현재까지 주한미군에 특별한 변화는 없다”고 전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주한미군 차출 가능성은 낮게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날 낸 성명을 통해 “미국의 우방이 우리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미국의 반격에 가담하면 그들의 영토가 우리의 공격 목표가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만약 아랍에미리트(UAE)에 주둔하는 미군이 이란 영토를 공격하는 데 가담하면 UAE는 경제와 관광 산업에 작별을 고해야 할 것”이라면서 “두바이가 우리의 표적이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하이브리드戰 불댕긴 글로벌 무역전쟁… ‘정글’로 회귀하나

    하이브리드戰 불댕긴 글로벌 무역전쟁… ‘정글’로 회귀하나

    2019년은 ‘무역전쟁의 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의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무너뜨리고 신무역체제를 구축하려는 미국과 자국에 유리한 현행 체제를 지키려는 중국의 한판 승부는 무역뿐 아니라 각 분야에서 충돌하는 ‘하이브리드 위협’의 시대가 왔음을 알렸다. 한일 무역갈등 역시 경제보복이 안보를 위협하는 사례로 기록됐다. 지난 13일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는 미국의 1차전 승리라는 분석이 많았다. 미국이 있지도 않았던 관세로 중국의 대규모 미국산 농산물 구매 등을 이끌어 냈다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에 대한 압박도 멈추지 않은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관세나 방위비 인상 등을 돈의 논리로 접근하면서 안보동맹까지 흔들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는 충분한 방위비 인상이 없으면 관세 폭탄을 던지겠다는 식으로 협박했다. 방위비 협상 중인 한국 역시 주한미군 철수설로 곤욕을 치렀다. 기술·정치·경제·군사력을 망라하는 하이브리드 위협을 행사하는 셈인데 그 중심에는 무역, 즉 돈이 있었다. 일본이 지난 7월 1일부터 수출관리 규정을 개정해 포토레지스트, 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에 대해 한국 수출 물량을 제한한 경제보복도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이라는 양국의 과거사 문제에 무역갈등을 무기로 쓴 사례였다. 무역갈등은 다시 부활한 보호무역주의의 산물로 보인다. 미국은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을 맺었고, 각국과의 양자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기존 무역체제를 다시 쓰고 있다. 자유무역의 수호자를 자처했던 WTO 창설 25년 만에 유례없는 위기다. 미국의 후임자 선정 반대로 상소 기구가 정원을 채우지 못해 지난 11일부터 무역 분쟁의 최종심 역할을 못 하고 있다. 무역갈등의 시대는 지속될 전망이다. 미중은 지적재산권, 기술이전 강요 등을 본격적으로 다룰 2단계 협상에서 훨씬 큰 갈등을 빚을 것으로 관측된다. 유럽연합(EU)이 1월 말 탈퇴할 영국과 관세·통관 등의 부문에서 합의할지도 지켜봐야 한다. ‘정글의 법칙’만 남을 수 있다는 우려가 세계 곳곳에서 나온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참수작전’ 보도에 열받은 美 국방부…“터무니 없고 위험해”

    ‘참수작전’ 보도에 열받은 美 국방부…“터무니 없고 위험해”

    미국 국방부가 최근 한국 언론에서 보도된 한미 특전사의 ‘참수작전’ 보도와 관련해 “터무니없고 매우 위험한 보도”라고 반박했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23일(현지시간) 지난 8~11월 한국 군산 공군기지 등에서 진행된 한미 특전사의 공동훈련 영상을 지난 16일 홈페이지에 게재한 의도와 이후 삭제한 배경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고 VOA가 보도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지난 23일 “주한 미 특수전사령부가 지난달 한국군 특전대원과 함께 북한군 기지를 습격해 가상의 요인을 생포하는 내용의 훈련을 진행했다”며 “북한군 수뇌부를 제거하는 일종의 참수작전 훈련을 한 셈”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미 국방부가 영상정보 배포시스템(DVIDS)에 공개한 사진과 영상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참수작전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지적이 나왔다. 미 국방부가 공개한 사진 중에는 흰색 옷을 입은 요원이 미군에 의해 호송되는 장면이 나온다. 이를 두고 한미가 북한 기지를 습격해 북측 요원을 생포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생포보다는 구출과 엄호하는 모습에 가깝다는 주장이 나왔다. 육군은 “납치된 우리측 요인을 구출하는 훈련으로 한미가 일상적으로 진행하는 훈련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훈련이 ‘참수작전’이라는 보도에 대해 미측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이런 보도는 잘못됐을 뿐 아니라 무책임하고 매우 위험하다”라고 반박했다. 미 국방부가 해당 훈련의 사진과 영상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를 두고 미국이 공개적인 대북 압박 메시지를 보낸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참수작전이란 용어까지 사용하면서 극도의 대결 분위기를 조장하는 것에는 ‘선긋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주한미군 관계자도 해당 훈련의 보도 직후 “미군은 더이상 참수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라고 일축했다. 한국도 훈련의 성격이 잘못 알려졌다고 강조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 국방부와 한국 국방부 입장이 같은 것이냐’는 질문에 “(보도에 대한) 미 국방부 설명은 훈련의 성격에 대해서 이해가 잘못됐다는 부분인 것 같다”며 “한국 국방부와 미 국방부는 같은 입장”이라고 밝혔다. 미 국방부가 한국 언론의 보도에 대해 공개적인 불편함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21일 워싱턴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연결시켜 주한 미군 1개 여단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조나단 호프먼 미 국방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미 국방부가 현재 한반도에서 미군을 철수한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와 같은 뉴스 기사는 익명의 한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의 위험하고 무책임한 결점을 드러낸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전광훈 국회의원·이석기 국방위원, 극과 극 선거법 여론전

    전광훈 국회의원·이석기 국방위원, 극과 극 선거법 여론전

    與 설훈 “석패율로 전광훈 국회 입성”한국당 “연동형은 전교조 교육위”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선거법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여야가 극단적 상황을 가정한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설훈 최고위원은 20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 의원총회가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의 석패율제 합의안을 거부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전광훈 목사(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의 여의도 입성 가능성을 예로 들었다. 설 최고위원은 “석패율제를 했을 때는 엉뚱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어쩌면 원하지 않는 인물, 전광훈 목사 같은 사람이 기독교당을 만들어서 나온다면 그런 분도 국회에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전 목사는 지난여름부터 서울 광화문과 청와대 인근에서 ‘문재인 대통령 하야 촉구’ 집회를 이어오면서 과격한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8월 31일에는 “문재인 저놈을 모가지를 끌고 나와야 한다”고, 11월 16일에는 “3000만명이 (하야)서명을 했는데도 문재인이가 (청와대에서)안 나오면 그때는 너 죽고 나 죽고다”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하나님 꼼짝마,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라는 발언으로 신성모독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은 황교안 대표와 자유한국당을 비난할 때 전 목사를 단골 소재로 이용한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한국당의 ‘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와 관련해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황 대표의 모습은 의회 민주주의라고 할 수 없는 딱 광화문 태극기부대의 정체성이었다”며 “몸은 여의도에 있지만, 마음은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광화문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이에 맞서는 한국당도 마찬가지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민주당의 2중대, 3중대를 만들려는 좌파 장기 집권 플랜’이라고 공격하는 한국당도 극단적인 가정을 내세운다. 한국당 정책위원회는 19일 배포한 정책서신에서 “연동형 비례제가 통과되면 국회 비례대표 자리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등의 좌파단체 내부 보직처럼 운영될 것”이라고 했다. 또 “국회 15개 상임위원회의 법안소위에 좌파를 모두 배치하는 것이 노림수”며 “그렇게 되면 좌파단체는 이제까지 처람 기성정당을 거치는 수고로움 없이 주한미군철수, 재벌해체, 토지공개념 등 좌파 정책을 마구 밀어붙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전교조 출신이 교육위원회 법안소위에, 통진당(통합진보당) 출신이 국방위원회에 있다고 가정해보라. 상상 못할 일들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내란음모 등으로 해산된 통진당 출신이 국가 안보를 다루는 국방위원으로 군의 보고를 받는다는 설정이다. 한국당이 통진당을 집중적으로 거론한 것은 연말·연초 특별사면 시즌이 다가오면서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의 지지자들이 ‘이석기 석방, 사면’ 집회를 잇달아 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전 의원은 2013년 내란음모·내란선동·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되고서 징역 9년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됐고, 통진당은 2014년 12월 19일 헌법재판소의 정당 해산 결정에 따라 강제 해산됐다. 한편 ‘4+1(민주당,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은 이날도 선거법 협상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민주당이 지난 18일 군소야당의 석패율제 도입 요구를 거부하면서 논의가 중단됐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 석패율 적용 의석을 3~4석으로 최소화하고, 대안신당이 제안한 석패율제 대상에서 중진 의원을 제외하는 절충안을 수용할 가능성도 나온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국회에 보낸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에 군소야당의 협조가 필수인 만큼 타협 가능한 수준에서 선거법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할 필요성도 커졌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황성기 칼럼] 2020년 외교를 생각한다

    [황성기 칼럼] 2020년 외교를 생각한다

    2019년 한국 외교는 후하게 점수를 매겨 D 학점 정도다. 남북 정상회담 3차례, 북미를 중재한 2018년엔 ‘외교의 힘’이 돋보였으나 1년 만에 빛이 바랬다. 문재인 정부 외교에 결함이 있어서 그렇게 됐다기보다 우리의 국력과 외교력으로는 어떻게 해보기 어려운 강적과 난제들이 첩첩이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그렇게 공들인 남북 관계는 사실상 파탄 직전에 와 있다. 남북 접촉과 교류가 제로에 가까운 올해였다. 북한 매체는 문 대통령을 ‘보기 드물게 뻔뻔한 사람’으로 부른다. 미국은 그들의 필요에 의해 한국에 군인 2만 8500명을 주둔시키고, 전략자산을 전개하는 비용마저 청구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이하 당국자들이 일치단결해 품격 없는 떼를 쓰고 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왕이 외교부장이 서울에 와서 ‘바링(覇凌)주의’를 들먹이며 한바탕 미국 욕을 하고 갔다. 주한 중국대사밖에 안 되는 자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 전까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미국 중거리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라고 큰소리친다. 안하무인의 극치다. 일본은 강제동원 판결의 외교적 해결도 시도하지 않은 채 경제제재부터 가했다. 과거사 문제는 수면 아래서 해결하려던 종전의 일본은 온데간데없이 품어 둔 칼을 휘두르기 직전이다. 우리 국민의 주변국 정상 호감도를 묻는 조사에서 현안이 없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1위(17%)를 차지한 것은 아이러니이다(한국갤럽 11월22일 조사, 트럼프·시진핑 15%, 김정은 9%, 아베 3%). 2020년이 되면 사면초가의 한국 외교에 변곡점이 찾아올 것인가. 전망은 밝지 않다. 북한, 미중일과 얽힌 지금의 과제들은 보다 팽창해 어려우면 더 어려웠지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뒤로 물러설 데 없는 외교 문제의 근원은 미중의 패권경쟁이다. 두 대국의 대립은 동북아 안보 지형을 전환기에 몰아넣으며 한미, 한중, 한일, 남북 관계를 규정짓는 거대 팩터로 작용한다. 미중의 무역갈등은 봉합됐지만 군사·지역·기술 패권 다툼은 더욱 본격화할 것이다. 언제까지 우리가 두 대국 사이에 끼여 위험한 줄타기, 기계적 중립을 계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더라도 당분간은 사드의 본격 배치는 최대한 미루면서 곧 닥칠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의 한반도 배치 요구는 단호하게 거부할 수밖에 없다. 내년 봄 시 주석의 방한은 한중 관계와 한반도 정세를 가늠할 이벤트다. 북미 비핵화 협상의 중단으로 중국은 대북 영향력을 키우면서 동북아 장악력을 강화하려 들 것이다. 어떻게 하든 중국 리스크를 줄여야 하며 남방정책은 내년에 보다 확장돼야 한다. 미국과의 방위비 협상이 어떻게 결론날지 모르지만 매년 협상이 아닌 2~3년마다 협상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미국이 카드로 쓰는 주한미군 감축·철수론은 이참에 공론화해야 한다. 전작권 전환과 더불어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이 2020년 우리에게 무엇인지 물어볼 시점이 됐다. 북한으로 인해 빚어질 한미대립도 피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일본은 우리에게 사죄할 마음이 없다. 2015년 8월 14일 패전 70주년 아베 담화의 핵심이기도 하다. 많은 일본인도 역사는 청산됐다고 생각한다. 과거사 문제를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기 어렵게 된 점, 인정해야 한다. 정부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손댈 자신이 없다면 ‘강제동원 문제는 우리가 해결하겠다’고 선언하는 게 옳다. 과거사는 일본에 무거운 부채로 떠넘긴다는 역발상이 필요하다. 일본이 안보구도에서 우리를 빼건 넣건 그들의 자유이니 알아서 하라고 해라. 가장 까다로운 게 남북이다. 입구에도 못 가 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여기서 중단시킬 수는 없다. 북한이 아무리 남한을 깔아뭉개더라도 껴안고 갈 수밖에 없는 게 우리의 숙명이 아닌가. 코앞에 닥친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문제이지만 한미가 그 충격을 흡수하고 내년 미국 대선까지 한반도 상황을 관리할 수 있도록 ‘인내의 벽’을 쌓아야 한다. 북한이 제재의 압력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해 자폭하지 않도록 국제사회를 설득해야 한다. 이런 과제를 이루고 싶다면 청와대와 정부의 외교라인을 과감하게 개편할 것을 권한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의 파기가 가져올 파장도 계산하지 못한 무능한 자들에게 2020년 외교를 맡길 수 없다. 지정학적 힘의 논리가 거세지고 충돌도 피할 수 없는 내년, 믿을 것은 ‘외교의 힘’뿐이다. marry04@seoul.co.kr
  • 美, 50억弗서 한 발 뺐지만… 韓 입장 대폭 수용 가능성은 희박

    美, 50억弗서 한 발 뺐지만… 韓 입장 대폭 수용 가능성은 희박

    “韓분담금 90% 한국 경제로 돌아가” 주장 “‘韓 동맹 기여’와 분담금은 별개” 못 박아 무역보복·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엔 선 그어 ‘미군 2만 8500명’ 국방수권법 상원 통과미국 측 수석대표인 제임스 드하트 국무부 선임보좌관은 18일 올해 마지막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직후 한국 언론 대상 기자회견을 자청해 한국이 분담금을 인상해야 할 이유를 설명하며 한국 측의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드하트 대표는 이날 “중요하게 언급하고 싶은 것이 있다”며 “한국에서 보도되고 있는 그 수치(50억 달러)는 오늘의 협상에서의 우리 입장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초기에 제시한 50억 달러보다 낮은 수치를 제안했다고 추정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미국이 내년에 이어질 협상에서 한국의 입장을 대폭 고려하는 방향으로 궤도를 수정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그는 우선 한국 측이 기존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따라 주한미군 한국인 고용원 임금과 군사시설비, 군수지원비 등 세 개 항목만 분담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한국 분담금의 90%가 한국 경제로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은 기존 SMA에 포함되지 않는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며 “여기에는 미국 군대의 한반도 순환배치와 임시배치가 포함된다. 이는 한국의 방위 대비 태세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는 기존 SMA의 한국 분담금 항목 외에 주한미군의 순환배치 비용,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비용 등의 소위 ‘대비 태세’ 항목을 신설해야 한다는 기존의 주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드하트 대표는 한국이 현금·현물로 지불하는 방위비분담금과 한미 동맹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하는 비용은 별개라고 못박았다. 앞서 한국 측은 최근 반환된 주한미군 기지의 오염 정화 비용을 우선 부담하고 미군 주도의 호르무즈 해협 연합 방위에 참여를 검토하며 미국산 무기를 구입하는 등 한미 동맹에 재정적 기여를 하고 있는 점을 내세워 미국의 분담금 인상 요구에 맞선다는 방침이었다. 드하트 대표가 이러한 한국의 주장을 일축한 셈이다. 드하트 대표는 한국의 ‘동맹 기여’에 대해 “회담에서는 전혀 논의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며 “(주한미군 기지의) 오염 정화 문제도 우리의 논의에서 큰 화두는 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한국이 상당한 수준의 미국산 무기를 구매한다. 이는 부담 분담의 맥락에서 우리의 중요한 고려 사항”이라면서도 “이는 우리가 고려하고 있는 많은 요소 중 하나”라며 한국의 미국산 무기 구매가 한국의 분담금을 정하는 데 결정적 역할은 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드하트 대표는 ‘협상이 잘못되면 무역상 불이익이나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엔 “그런 지시를 받은 적이 없으며 협상에서 실제로 제기된 적도 없다”고 답했다. 한편 미국 상원은 17일(현지시간) 주한미군 주둔 규모를 현 수준인 2만 8500명으로 유지하고 한미 방위비분담금의 급격한 인상을 견제하는 내용을 담은 2020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을 통과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 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방위비 전쟁 불 댕긴 트럼프… ‘세계경찰’ 미군기지 시대 저무나

    방위비 전쟁 불 댕긴 트럼프… ‘세계경찰’ 미군기지 시대 저무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돈(방위비 분담금)의 전쟁’을 시작하면서 세계 곳곳에 산재한 ‘미군기지의 운명’도 달라질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말 이라크 주둔 미군기지에서 “미국이 계속해서 세계의 경찰일 수는 없다”고 선언했다. 전통적인 동맹 체제에 균열을 일으키는 발언이었다. 그는 1990년 플레이보이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미군 주둔에 대해 “대가 없이 부자나라들을 지켜주는 일”이라고 비난했고, 이후 일관되게 동맹국과 방위비의 ‘공정한 부담’을 강조해왔다. 최근에는 미국의 재정적인 이득이 되지 않는다면 철군도 고려할 수 있다는 언급도 서슴지 않았다. 지난 3일 주한미군의 철수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난 주둔이든 철수든 어느 쪽으로든 갈 수 있다”고 한 것이 대표적이다.전 세계 해외 미군기지는 총 800여곳으로 추정된다. 지난 9월 기준으로 국제법상 국가의 약 70%인 162개국(미국 제외)에 미군 17만 4253명이 주둔하고 있다. 중동, 유럽, 동아시아 등 익히 알려진 곳뿐 아니라 아프리카 지부티·차드, 남미의 벨리즈 등에도 미군기지가 있다. 미군기지는 각국에 미국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다. 동시에 미군기지의 존재만으로 전쟁을 억제해 평화를 유지하는 기능을 해왔다. 그런데 안보를 상품처럼 취급하는 ‘트럼프 리스크’로 해가 지지 않는 미군기지의 운명이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오찬에서 “미국의 보호를 받으면서 돈을 내놓지 않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며 동맹을 ‘보호비를 내고 보호받는 관계’로 표현했다. 세계경찰을 자임해 온 미국의 입장을 뒤집는 셈이다. 만일 미국이 실제 세계경찰 지위를 포기하고 해외 미군기지의 수를 줄여나간다면 전후 세계 질서의 틀이었던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에 대변혁이 일어난다. 미국은 자유무역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전 세계에 안보를 공공재로 제공했다. 75년간 강한 군사력으로 해상 무역의 길목을 지켜왔던 미국이 그 역할을 거부하면 세계 외교·안보·통상의 질서가 뒤바뀌는 ‘혼돈의 시대’에 진입할 수 있다.‘질서파괴자’(disruptor-in-chief)로 불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군 철수 언급을 단순 돌출 발언으로만 보기는 힘들다. 1990년대부터 미국 내에서 세계경찰의 역할에 대한 피로감이 쌓여온 탓이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식민지 지배를 확대하는 대신 ‘시장 개방’을 약속했다. 더 나아가 세계 최강의 해군력을 동원해 모든 국가의 해상무역을 보호하겠다고 했다. 기존의 식민지 경제보다 자유무역체제가 신흥 강대국인 미국에 유리했을 터다. 그 결과 해외에 미군기지가 차례로 건설되기 시작했고 1950년 한국전쟁부터 베트남 전쟁, 이라크 걸프전,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을 거치면서 세계 곳곳으로 확장됐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미국의 전략은 변하기 시작했다. 2개 지역의 전쟁에서 동시에 승리한다는 ‘윈윈 전략’은 한쪽에 군사력을 집중해 전쟁을 끝낸 뒤 다른 쪽으로 병력을 집중하는 ‘윈홀드윈(win hold win) 전략’으로 바뀌었다. 2000년대에 들어 해외 주둔군은 신속 기동군으로 전환됐다. 주일미군을 제외한 전 세계 미군을 붙박이로 두지 않고 필요에 따라 한국, 유럽, 중동 등지로 이동시키는 ‘전략적 유연성’을 택한 것이다. 그 결과 해외 주둔 미군은 2008년 9월 37만 449명에서 올해 9월 17만 4253명으로 11년 만에 53%가 줄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소련이 해체되자 미국 정부는 자국 국민에게 국방비 증가를 설득하기가 현저히 어려워졌다”며 “한국과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만든 것도 쌍둥이(경상수지·재정수지) 적자가 발생했던 시기인 1991년이었다”고 말했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2019 회계연도 역시 9844억 달러(약 1176조원)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주둔 상위 3개국인 일본(5만 5245명), 독일(3만 7275명), 한국(2만 6525명)을 집중적으로 거론하는 것 역시 ‘국방비 인상 압박’이라는 배경이 깔려 있다. 한국에는 올해 방위비 분담금(1조 389억원)의 5배가 넘는 약 6조원을, 일본에는 기존의 약 4배에 달하는 9조원을 요구한 상태다. 독일 등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는 국내총생산(GDP)의 2%를 방위비로 지출토록 압박 중이다. 전임 미국 대통령들이 동맹국의 기여를 점잖게 요구했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온갖 수단을 동원 중이다. 지난해 6월 12일 1차 북미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 철수는 지금 논의 대상은 아니지만 언젠가 그렇게 되길 원한다. 나는 우리 병사들을 (한국에서) 빼고 싶다”고 말했고, 나토에는 방위비 인상이 없다면 무역 보복을 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에 동맹국들은 미국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세계경찰로서의 책무를 버리려 한다는 우려를 하게 됐다. 국제지정학 전략가 피터 자이한은 저서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에서 미군 기지의 종말을 전망했다. 그는 “미국은 모든 회원국을 위해 해로를 순찰하고 영토를 방어해주기로 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역할을 하지 않게 된다”며 “외국에 기지를 두지는 않되 항구적으로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게 된다”고 했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은 보유하되 책무는 지지 않으며 무력을 바탕으로 어디든지 간섭할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미국이 고립주의로 회귀하더라도 당장 해외 미군기지의 종말이 현실화되기는 힘들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손익 계산법에 따르더라도 그렇다. 데이비드 바인 아메리칸대 교수는 저서 ‘기지국가’에서 미군기지가 상업적 이익에 꾸준히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팬아메리카(팬암)항공은 2차 대전 당시 남미에서 기지 설치권을 확보했고, 결과적으로 전후 항공산업에서 경쟁 우위를 누렸다는 것이다. 또 2001년부터 13년간 군사기지를 건설·공급·유지하는 미국 업체의 170만개 계약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독일에서 278억 달러(약 33조원)를 벌어들였다고 했다. 한국 수입액은 182억 달러(약 21조 5000억원), 일본 152억 달러(약 18조원), 영국은 147억 달러(약 17조 5000억원) 등이었다. 게다가 해외 주둔 기지를 미국 본토로 이동시키고 각종 유지비를 오롯이 부담하기보다 방위비를 분담하는 해외 주둔이 경제적인 편익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미군기지가 근본적으로 미국의 안전에 기여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평택 주한미군 기지는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최전방 기지 역할을 한다. 해외 주둔 미군은 꾸준히 감소했지만, 미군기지가 주둔한 국가 수는 2008년 163개국에서 올해 162개국으로 변동이 거의 없다. 한국은 방위비 인상 압박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의 첫 상대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일본과 협상을 하기 전에 한국과의 협상 결과를 선례로 삼으려 주한미군 철수카드까지 흔드는 상황이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과거에 닉슨이나 카터 전 대통령이 전략을 세우고 해외 기지를 움직였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마디로 마음대로여서 대응이 더욱 힘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호언에도 미국은 자신의 편익을 위해서라도 당장 미군기지들을 빼기 쉽지 않다. 방위비를 분담 이상으로 안보 및 경제적 측면에서 유무형의 이익을 충분히 거두고 있다. 미군 주둔 3대국 중 하나로 방위비 분담은 물론 미국의 안보 이익에도 충분한 기여를 하고 있는 한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무리한 요구에 맞설 수 있는 이유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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