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차 세계정치학회 서울대회 주요 논문
제17차 세계정치학회 서울대회 첫날인 18일 서울 롯데·프라자·프레지던트호텔 등 3곳에서는 ‘한국의 세계화:비교학적 고찰’등을 주제로 각각의 패널이 열렸다.다음은 한국관련 논문들의 요지다.
◎비교학적 관점에서 본 김영삼정권스테판 해가드 캘리포니아대 교수/보수세력의 영향력 개혁정치 저해
김영삼 대통령의 개혁정치는 현 정권초부터 정치계 및 재계 등의 보수세력의 영향에 의해 제약을 받아왔다.초기의 민주화 열풍이 임기말에 이르면서 점차 약화된 것도 그러한 보수세력들의 영향력이 개혁의 날을 무디게 해왔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의 민주화과정에서 나타난 독특한 특징은 과거 군사독재정부가 성공적인 경제발전을 이룩해놓았다는 점에 있다.이는 경제적 침체가 독재정권을 약화시킨 주원인이 되었던 필리핀,라틴아메리카의 경우와는 정반대의 상황이다.한국의 경우 전두환 노태우 정권부터 문민정부에 이르기까지 보수주의세력이 한국의 정치현실에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해오고 있다.
김영삼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은 그의 민주화실현에 있어 충분한 뒷받침역할을 해주지 못했다.지난 90년 민정계와의 대연합구도 결성 당시 이미 자동적으로 보수적인 정치세력을 그 스스로가 수용한 셈이 되었기 때문이다.김대통령의 개혁내용은 당초 의도했던 것보다 더 복잡한 양상을 띄게 됐지만 그의 개혁은 부패된 현실과 과거청산에 있어 모두 만족할만한 결과를 보여주지는 못했다.이는 그 이면에 보수적 정치세력의 영향력이 직접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과거 독재정권과 연계성을 지닌 보수세력이 미친 영향력은 민주화로의 이행에 있어 제약요인이 되었다.
김대통령의 정치개혁 영역 가운데 중요한 것들이 정치사범과 운동권에 대한 사면조치,안기부의 권한 약화,정부 관료들의 부패척결 등이었다.그러나 지금까지 한국은 완전한 민주화를 달성하지 못했다.그 이면에는 과거유신정권과 전·노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독재정권하에서 달성한 경제성장이라는 성과로 인해 문민정부 집권후에도 보수적인 세력들의 영향력이 끊임없이 정책결정과정 속에 존재해왔기 때문이다.
◎한국의 세계화와 제3세계에의 함의데이비스 봅로우 피츠버그대 교수/‘세계화’통해 국제지위 괄목할 성과
한국이 추진하고 있는 세계화정책의 문제점으로 먼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세계무역기구(WTO) 등에 가입함에따라 경제성장을 촉진할 수도 있겠지만 개방의 압력에 취약해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제 한국은 미국의 개방압력에 덧붙여 OECD의 다자간 투자협정,WTO의 경쟁,환경,노동기준 등을 고려해야 한다.한국이 극복해야할 또하나의 문제점은 중소기업이 발달하지 못했으며 대기업은 지나치게 비대하다는 것이다.또 북한의 위협도 장애요인으로 꼽을수 있다.단기적인 안보의 유지를 위해 한국은 미국 일본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밖에 없고 장기적으로 북한의 경제수준을 한국의 현 수준으로 끌어올려놓을 자본과 사회기반설비가 필요하다.
세계화의 성과로는 국제적 지위의 면에서 괄목한만한 성과를 올리고 정치분야에서 부패척결의 성과를 가져왔다.그러나 경제성장의 측면에서는 세계화정책시행이후 경상수지,무역수지의 적자를 기록해 단기적인 성과를 거두는데는실패했다.국제무역관계의 다변화 추진과 관련해서는 수출의 경우 과거 미국과 일본에 집중되었던 것에 비해 동남아시아,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국가로의 다변화가 이루어졌는데 이는 세계화라기 보다는 지역화의 결과로 평가받아야 한다.수입의 경우에는 다변화정책의 성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국은 세계화를 통해 국제무대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국가로 변모할 것을 약속했다.이 세계화정책은 국제금융시장에의 활발한 참여와 해외로부터 기술이전을 통해 장기적인 차원에서의 경제발전을 가져올수 있다.이러한 세계화의 정책은 일관성을 가지고 추진될때 정책의 신뢰도를 높일수 있으며 이 정책은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모든 변화를 포함한 정책으로 풀이되고 있다.
◎민주화 세계화 시대의 한국의 외교안보정책토마스 헨릭센 스탠포드대 교수/워싱턴·북경일변도 정책 지양해야
민주화,세계화 이 양대세력은 정치적 대격변을 초래했으며 이같은 정치적 변화는 자유시장의 확산,치열한 국가간 경쟁,그리고 통신시장의 부상과 같은 새로운 경제질서를 확립했다.이 두세력은 소련해체의 원동력이 되었으며 북한의 변화에도 주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이는 또 중국을 아시아의 지배적 국가로 부상시키는데 기여하고 있으며 냉전이후 미국의 안보체제를 재정립시키고 있다.이에 대처해 한국의 외교와 안보는 워싱턴과 북경일변도를 지양해야만 할 것이다.
국제화 민주화 시대에 대응하는 한국의 외교안보정책 전망에 대한 시나리오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북한이 어떤 변화도 보이지 않는다면 한국은 국제정치상의 현상유지를 할 것이다.미국은 대북한외교를 공식화할 것이며 이는 궁극적인 한반도통일에 도움이 된다.미국은 군사적으로 남한에 개입하고 남한은 미국일변도 외교를 유지할 것이다.
둘째,북한내부의 변화로 미국이 남한에서 철수할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로 남북통일이 이루어지면 한국 및 중국은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지도 모른다.주한미군 철수는 남한의 외교안보정책상의 큰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한국은 더이상 미국일변도 외교를 고수하지 않고 중국의 대미관계 변화가한국의 지역전략을 결정지을 것이다.이에 대한 한국의 대응전략은 ▲소련연방의 안전지대내에 존재하면서 나토와 미군사력의 보호를 받았던 핀란드나 ▲공식적으로 나토에 가입하면서 소련으로부터 독립을 보장받았던 노르웨이,▲중립적 위치를 표방하면서 이를 위해 강한 군사력 확보와 비동맹 국제지위를 유지했던 스웨덴,또는 ▲나토나 유럽연합에 가입해 서독의 안보 및 경제적 지위보다 두 독일의 통일을 택했던 독일형 모델 등을 따를수 있다.
아무리 폐쇄적 공산국가라고 할지라도 외부세계의 변화물결은 피할수 없을 것이다.한국은 덜 폐쇄된 북한을 염두에 두고 한반도를 바라보아야 할 것이며 민주화 국제화 시대 한국의 외교안보정책을 이런 시각에서 재평가해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