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권력 NGO] 21세기 슈퍼파워는 시민단체
“새 세기는‘제5의 권력’이 지배한다”입법,사법,행정,언론에 이어‘제5의 권력’으로 불리는 시민사회단체(NGO).
20세기가‘폭력’과 ‘강제성’에 바탕을 둔 국가권력의 세기였다면 21세기는 NGO가 세계를 주도할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실제로 커다란 사회적 이슈가 터질 때마다 시민단체가 중요한 몫을 한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미 국가권력을 견제하는 거대한 손으로 작용하고 있고최근 미국 시애틀의 세계무역기구(WTO) 뉴라운드 협상에서 보듯 국제협약의채택에서도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정부와 유엔 모두 NGO의 협력을 정책 성패의 관건으로 삼을 정도다.
1863년 스위스의 국제적십자운동에서 출발한 NGO는 현재 전세계에서 유엔과 공식적인 관계를 맺고 움직이는 단체만 해도 1만5,000개,회원수가 3,000만명을 웃돈다.한국은 이같은 수준의 단체는 극소수지만 시민사회단체로 등록된 단체는 무려 4,023개.중복 난립의 문제까지 지적될 만큼 급속한 발전을거듭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100여년전 설립된 독립협회와 YMCA,흥사단에서 NGO의 뿌리를 찾을수 있다.그러나 실제로 시민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87년 민주화항쟁 과정을 거치면서.재야세력이 합법적인 활동공간을 갖게 되면서 시민사회의 역할이 부쩍 늘어난 것이다.
최근에는 경실련 참여연대 등과 같은 종합적 성격의 NGO뿐만 아니라 전문성을 띤 단체로 세분화되고 있는 추세다.
한국의 NGO들은 서울NGO세계대회(지난해 10월10∼15일)를 개최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질적인 성숙은 이루지 못한 편.무엇보다 ‘시민없는 시민운동’이라는 비판이 있듯 시민참여의 기반이 매우 취약하다.재정 자립기반도 허약하다.대부분의 NGO들이 재정의 절반이상을 정부나 기업에 의존하는 형편이다.
따라서 정부·기업에 대한 정상적인 감시와 견제가 어려워 지고 있다.또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하지 못한채 당파성을 띠고 흔들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것은 결국 “시민단체가 또하나의 권력이 돼간다”는 일부 NGO관계자들의반성을 낳게 됐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우선 NGO에 대한 정부와 일반인들의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NGO는 정부의 역할을 보완하는 파트너로서 협력관계를 구축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아울러 NGO자체의 혁신도 요구된다.NGO라면 ‘민주성’을 조직운영에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인건비와 사업 자체에 투입되는 비율을 겸허하게 따져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예산전액을 사업비로 쓰는 ‘국경없는 의사회’가 바람직한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NGO들이 국제적 입지를 넓히기 위해서는 유엔의 협의지위(Consultative Status)를 부여받는 일도 중요하다.협의지위를 부여받으면 유엔회의 참석과 발언,의제제안 뿐 아니라 자신의 견해를 유엔 공식문서로 배포할 수 있다.현재 세계적으로 약 2000개의 단체가 이 지위를 획득했으나 우리나라는 이웃사랑회와 ‘밝은사회국제본부’ 등 두곳에 불과하다.
결국 NGO의 성공을 위한 필요조건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전문성의 확립,재정적 취약성의 극복으로 귀결된다.
성공회대 시민사회복지대학원 조희연교수는 “상당수의 단체가 상근자와 임원,일부 열성회원만으로 운영되는 전근대적인 틀을 보이고 있으나 이로서는NGO의 성공을 기대할 수 없으며 자칫 이용당할 위험성마저 있다”고 지적하고 “참여적 시민문화및 기부문화의 확대를 통해 회비에 의한 재정충당이나공익재단의 간접적 지원체제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imus@ * * 한양대 제3섹터연구소 ‘NGO와 대학을 잇는다’ 한양대 제3섹터연구소(소장 주성수교수·46).일반인들에겐 생소하지만 NGO(비정부기구) 세계에선 매우 유명하다.지난 97년말 발족한 국내 유일한 NGO연구소로써,대학교수들이 NGO 지도자들과 함께 연구·교육활동을 벌이는 ‘산학협동기구’이다.
현재 국내 NGO관련 대학 학부강의는 한양대에 마련된 ‘한국과 세계의 NGO’가 유일하다.이는 주 교수가 학부생을 위해 설치한 교양과목.환경이 이렇게 척박한 터라 이 연구소는 NGO관계자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이 연구소의 모태는 지난 94년 설립된 한양대 사회봉사단.사회봉사단이 추천하는 시민사회단체에서 학생이 봉사를 마치면 한 학기당 1학점을 인정해주었다.학교 차원의 이같은 사회실험이 꾸준히 진행되면서 연구소의 설립토대가 마련된 것.
연구소는 봉사단에서 출발한 만큼 직접 프로그램을 짜 ‘자원봉사 NGO운동’‘사이버 자원봉사지도자과정’‘시민사회리더십 과정’을 운영한다.한마디로 대학과 시민사회단체의 가교역할을 도맡고 있는 것이다.
사이버 자원봉사지도자과정은 98년 9월부터 지금까지 3기에 400명을 배출했고 시민사회리더십과정도 98년 10월부터 지금까지 3기에 걸쳐 100여명을 졸업시켰다.이 과정은 NGO지도자 교육담당으론 유일한 것이다.10주간의 교육과정을 마친 NGO지도자들이 수시로 자문을 요청해와 자연스럽게 네트웍이 형성된다.
이 연구소의 최근 관심분야는 중앙의 NGO를 지역 차원의 NGO로 확산시키는일.지역 공동체를 중심으로 NGO를 활성화한다는 것인데 아파트 주민들의 모임이나 읍면동 사무소를 NGO 센터로 활용하자는 취지이다.연구소는 이의 지원을 정부에 정식 건의할 예정이다.
주 교수는 앞으로 NGO가 가야할 방향에 대해 “무엇보다도 시민없는 시민운동을 탈피해야 한다”면서 “교수 변호사 등 전문가 보다는 일반 시민들을많이 참여시키고 전문가들이 호흡을 맞추는 시스템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美軍범죄 근절본부 정유진 사무국장 지난해 11월말 ‘21세기 동아시아 평화와 인권 국제학술대회’가 열린 일본 오키나와 사시키 후생연금복지센터.동아시아 인권운동가 300여명이 참석한이 대회에서 단연 화제는 ‘주한미군에 의한 인권유린 행위’였다.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사무국장 정유진(鄭柚鎭·31)씨의 열기에 찬 목소리가 300여명에 이르는 참석자들의 마음에 감명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정씨는 그 때 “미군 범죄가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더이상의 피해를 막고 피해자의 인권회복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외쳤고 지금도 그때와 똑같은 마음으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서울 종로5가 기독교회관 511호 주한미군근절운동본부는 이른 아침부터 부산하다.
정씨 등 상근자 4명이 전화상담과 방문객 면담,강의·캠페인 활동 등에 눈코뜰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낸다.1년 365일 계속되는 이같은 북새통의 중심에는 언제나 정씨가 있다.
정씨가 주한미군범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세종대 4학년에 재학중이던 지난 91년.월간 ‘말’지를 통해 동두천 기지촌 여성들의 실상을 안뒤 동두천 여성 봉사자들의 모임인 두레방을 찾았다.
2년간 혼혈아 놀이방 보조교사,상담,빵 판매 등 봉사활동을 하면서 밤낮을가리지 않고 뛰어다녔다.
그러던중 미군 사병에 의한 윤금이씨 살인사건이 터졌다.동두천 민주시민회가 적극적으로 사태규명을 위해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이어 ‘매매춘 근절을 위한 한소리회’ 등에 관심을 갖게 됐고 전국 48개 인권·종교·여성·청년단체가 모여 만든 대책위원회에서 1년간 활동을 벌이던중 또다시 미군 강간사건이 발생했다.
주한미군 범죄에 대한 상설기구의 필요성이 거론됐고 마침내 92년 10월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가 발족,정씨가 간사로 초빙된 것.
운동본부 발족 이후 정씨와 그의 동료들이 해낸 일은 엄청나다.미군부대가주둔한 동두천 의정부 평택 송탄 군산 대구 등 전국 10개 지역에 주한미군범죄 신고센터가 설치됐고 윤금이씨 기일에 맞춰 한해도 빠짐없이 주한미군 범죄 희생자추모제를 열고 있다.
한미행정협정(SOFA) 개정운동은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운동본부 산하에 한미행정협정개정위원회가 설치돼 지난 95년 개정안을 만들었고 지금까지 10여차례의 공청회·토론회를 갖고 현행 협정의 부당성을 홍보하고 있다.정부에서도 이 개정안을 토대로 협정을 연구할 정도다.
매주 금요일마다 서울 용산 미8군 정문 앞에서 ‘미군범죄 근절과 한미행정협정 개정을 위한 금요집회’를 갖는다.
지금까지 250여차례나 열었다.그런가 하면 주한미군 범죄 신고내용과 재판과정,환경오염 사례 등을 기록해 단행본 3권도 냈다.자료집도 15종이나 된다.
“피해자들이 저희들을 찾아와서는 ‘하소연을 할 수 있어 고맙다’고 합니다.비정부 단체들은 이처럼 억울한 약자를 위해 세상의 부정부패,불필요한폭력과 강제성을 깨나가는 데에서 의미를 찾아야 합니다” 정씨는 대학에도 불려다니고 인권단체 등에서 청탁해오는 원고 건수도 감당하기가 벅찰 정도이지만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가 피해자들에게 ‘깃발같은 곳’으로 인식되고 있는 게 가장 흐뭇하다고 말한다.
그동안 NGO활동을 하면서 인간의 행복과 무폭력상태의 소중함을 진정으로 깨달았다는 그는 국내 NGO들에 대해 “당장 빛이 나진 않아도 일반인들의 손이닿지 않는 일에 희생적으로 앞장서는 그런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성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