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집값 어떻게 할건가 / 집값 왜곡 부르는 ‘엉터리 통계’
‘아파트 시장에 아파트 가격이 없다.’
정형화된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인 아파트값 통계가 없음을 두고 하는 말이다.
나라 전체가 아파트 투기로 멍들고 있는데도 믿을 만한 아파트값 통계자료 하나 없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얼마나 미약한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믿을만한 통계 하나 없어
현재 아파트값 시세는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는 민간업체 5∼6곳이 좌우한다.업체가 제공하는 시세정보는 일선 부동산중개업소를 회원으로 확보,이들이 보내주는 자료를 근거로 산정한다.
문제는 중개업소에서 제공하는 시세가 호가 위주여서 실거래가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8일 현재 서울 강남구 개포동 현대1차 58평형 시세의 경우 닥터 아파트는 시세정보 사이트에 8억∼8억 5000만원,국민은행은 9억 1000만∼11억원으로 올려 놓았다.부동산114는 9억∼11억 5000만원,공공기관인 한국감정원은 10억∼12억원,부동산랜드에는 12억∼13억원으로 나와 있다.
층·향 등에 따라 값 차이가 있다고 해도정형화된 아파트를 놓고 무려 4억원 이상의 가격차가 나는 것은 호가 위주의 가격 통계 때문이다.아파트 단지에서는 부녀회 등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을 조직적으로 조작하는 사례도 많다.
올해 서울-경기-전국의 아파트값 상승률을 조사해본 결과도 업체마다 제각각이다.부동산랜드는 9.79%-11.66%-9.91%로 분석했고,닥터 아파트는 12.4%-11.47%-10.4%라고 답했다.부동산114는 13.79%-12.14%-11.96%라고 밝혔다.
●가격 통계,정부의지에 달려 있다
현재 정부가 갖고 있는 주택 거래 관련 통계는 토지공사를 통해 얻는 검인계약서 검인 건수에 불과하다.검인계약서에 신고된 가격은 믿을 수 없으며,다만 지역별 거래 건수만 알 수 있다.가격 정보로는 쓸모없는 정보다.
그나마 계약 이후 검인계약서신고,통계처리까지는 3개월 정도 걸린다.거래 동향을 파악,대처하기까지는 그만큼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다.정부 정책이 나올 때마다 ‘뒷북정책’이라는 비난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아파트값 통계를 만들 수 있다.아파트는 단독주택과 달리정형화된 상품이어서 시세를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교부는 다행히 내년부터 국민은행에 예산을 지원,객관적인 시세동향 통계를 갖추기로 했다.더욱 객관적인 통계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부르는 값이 아닌 실거래가 제공을 유도하고,모니터 수를 최대한 확대해야 한다.
류찬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