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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을 다시본다] (18) 일본인이 그리는 일본의 미래

    [일본을 다시본다] (18) 일본인이 그리는 일본의 미래

    |도쿄 특별취재팀|일본인 특유의 엄살을 감안하더라도 많은 일본인들이 너무나 진지한 표정으로 “이대로 가다간 일본은 안된다.”고 하는 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미래에의 비관은 엘리트층일수록 더 심하다. 미국의 케네디스쿨에서 유학 중인 아키(42·전 중소기업 이사)는 “미국에서 보면 영락없이 일본은 미국의 여자친구다. 남자친구가 하자는 대로 한다. 이렇게 해도 정말 괜찮은지 걱정이 든다.”고 꼬집는다. 그의 지적은 일본의 종속적인 대미관계를 비판한 것이지만, 외교를 비롯해 일본의 시스템 전반을 뜯어고치지 않으면 2류국가로의 추락은 시간문제라는 사고를 갖고 있는 일본인을 만나기란 어렵지 않다. 일본의 집권 자민당은 창당 50주년을 맞는 올 가을쯤 싱크탱크를 출범시킨다. 웬만한 대기업, 은행에 하나쯤 있는 게 싱크탱크인데 뭐 대단하냐고 하지만 관료집단에 정책을 의존해 온 일본 정치 풍토에서는 예사롭지 않은 시도이다. 경쟁이라도 하듯 제1야당 민주당도 비슷한 시기에 싱크탱크를 띄운다. 입법이나 정치활동에 자기의 정책을 관철시키는 것이 정당 본래의 임무인데도, 패전후 일본을 이끌어온 자민당 정치는 관료에 의한, 관료를 위한, 관료의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만큼 관료의존이 심각했다는 진단은 일본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공유하는 것이다. 관료의 정보와 정책에 목을 매는 한심한 처지를 호소하는 일본 정치인의 자조인 셈이다. 스즈키 다카히로는 “가스미가세키(霞が關·중앙관청가)가 최대의 적”이라고 말한다. 스즈키는 아베 신조 자민당 간사장대리의 특명을 받고 지난해부터 싱크탱크 출범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인물이다. 오사카대학 교수 출신의 그는 도쿄재단을 만든 수완을 인정받은 일본의 싱크탱크 1인자이기도 하다. “정치가 행정을 컨트롤해야 하는데, 일본은 그렇지 않다.”고 비판하는 그는 정당과 싱크탱크, 행정이 합체화되어 있는 미국이 이상적인 모델이지만 거기까지는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행정과 민간, 정치의 경계를 넘나들 수 없는 일본 시스템을 이들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도록 바꾸는 게 그의 소망이다. 차기내각의 재무상으로 꼽히는 시오자키 야스히사 의원도 자민당 싱크탱크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그는 지금의 일본을 이렇게 진단한다.“자본주의라고 하면서도 관료통제의 사회주의 경제를 해왔다.” 미국 유학파(하버드대학)인 그가 싱크탱크에 거는 기대가 높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는 “10∼20년 뒤의 동아시아가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큰 그림이 없다면 곤란하다.”면서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라든가, 일본 내 미군기지의 재편 같은 문제들은 미래의 밑그림이 없으면 불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일본의 핵무장에는 동의하진 않지만, 헌법 개정에는 찬성한다.70년대와 같은 고도 경제성장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사람·돈·물건이 어떤 장애없이 오갈 수 있는 시스템은 필요하다고 믿는다. 또한 유엔에 내는 분담금이 가맹국 중 2위인 일본이 국제정치에서의 영향력은 30위라는 불균형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인다. 일본의 추락을 걱정하기는 40대의 소장파인 고바야시 유타카 참의원 의원(자민당)도 마찬가지다.“일본이 선진국 중 가장 하위로 떨어지고, 중국이나 인도에도 추월당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그는 강한 경제의 재구축이라는 기대를 미래 일본에 걸고 있다. 민주당에서 브레인으로 꼽히는 마쓰다 고지 의원(참의원)의 진단은 보다 가혹하다. 그는 “일본이란 나라 전체가 바뀌어야 한다.”면서 재정악화, 소자화(少子化)·고령화, 교육, 역사의 순으로 ‘위기의 일본’이 타개해야 할 문제로 꼽았다. 일본이 떠안고 있는 780조엔의 국채 및 지방채는 경기악화가 지속될 경우, 하이퍼 인플레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외교방식과 역사인식에도 통렬한 일침을 놓는다.“미국에는 3분의2 정도를, 나머지는 한국이나 아세안과 손잡아야 하는데, 고이즈미는 양다리를 모두 미국에만 걸치고 있어 너무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고이즈미는 역사인식 문제만 나오면 이상한 발언을 하는데, 개인적인 신조와 일국의 총리된 입장은 달라야 한다.”고 꼬집는다. 우정민영화 법안이 부결돼 지난 8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중의원을 해산함에 따라 9월11일 치러질 총선은 패전 60년 이후 일본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는 가늠자이다. 색깔이 비슷한 자민·민주당의 정권교체의 가능성보다는 전쟁을 모르는 전후 세대, 특히 30∼40대의 주류화 여부는 큰 관심거리다. 청년시절 80년대 거품경제의 단맛과 90년대 장기불황의 쓴맛을 두루 경험한 그들이 일본의 메인스트림으로 자리잡는다면 그들 선배가 이룩한 ‘재팬 넘버1’의 신화를 어떻게 재창조하려 들지가 최대 관전포인트이다. ■외무성 출신 하라다 다케오 |도쿄 특별취재팀| 지난 3월 외무성에서 잘 나가던 젊은 관료가 자리를 박차고 나온다.1971년생, 도쿄대 법대 출신. 고시출신인 그는 출세가 보장되는 코스인 북한반장을 끝으로 관직을 접는다. 대북 외교의 최일선을 떠나 민간인이 된 그는 ‘북한 외교의 진실’이란 책을 펴내 일본에서 화제를 불러 일으킨다. 책의 저자 하라다 다케오는 “동아시아가 ‘세련된 제국주의’의 격전장이 되고 있으나 일본은 그런 데 전혀 눈치조차 못채고 있다.”고 주장한다. ‘세련된 제국주의’에 대한 그의 정의는 이렇다.100년 전에는 군대를 보내 상대를 제압해 이익을 취했다면, 지금의 제국주의는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게 세련된 방법으로 이익을 챙긴다는 것이다. 북핵문제도 이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냉전구조가 무너진 뒤 동아시아, 북동아시아가 같은 큰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면서 “겉으로는 북핵문제를 떠들고 있으나 미국은 부(富)가 어디에 있는지 눈을 돌려 군사·외교·문화 정책을 전개하고 있으나 일본만 뒤떨어져 있다.”고 말한다. 그는 “세련된 제국주의를 인식하고 최대한의 이익을 취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점점 다른 나라의 기업에 빼앗겨서 일본은 점차 하락할 것”이라고 걱정한다. 따라서 일본은 새롭게 부(富)를 챙기기 위해서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 자성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런 논리는 그의 책에서 북한의 희소광물에 주목해야 한다는 섬뜩한 주장으로 연결된다. 그는 “북한은 어디까지나 ‘사례연구’일 뿐”이라고 하지만 ‘세련된 제국주의’에 입각한 일본의 한반도 경제침략론으로 읽히는 그의 논리전개는 당돌하고, 우리로선 입맛이 쓰지 않을 수 없다. 이른바 고도경제성장의 단물을 누린 70년대생인 그는 일본 사회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옛 세대는 좋은 대학 나와서 좋은 회사에 들어가고 좋았다. 단독주택에 살고 아이 낳고, 그런 꿈이 있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우수한 사람은 해외로 나가고 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경제가 안 좋아지고 정치의 수준도 떨어진다.‘내일 뭘 하지.’라는 그런 논의밖에 하지 않는 정치가 되어버렸다. 그런 악순환에 빠져 있다.” 그렇지만 그는 “우리 같은 70년대생들이 일본을 바꿀 수 있다.”며 자신만만하다.‘70년대생의 힘’, 그 실체는 있는가.“절대적으로 사람 숫자가 많다. 노동자도 많고, 시장에서 볼 때 소비자도 많다.”일본의 전후를 일궜던 베이붐세대(단카이세대)에 이은 제2의 베이붐 세대가 일본의 재약진을 이루겠다는 소리로 들린다. 일본의 향후 10년은 어떤 모습일지를 묻자 그는 또 ‘세련된 제국주의’를 꺼낸다.“뺏을까 뺏길까 하는 상황에서, 지금까지는 뺏는 주체였으나, 다른 나라에 빼앗기는 대상이 될 수 있다. 발상의 전환, 대담한 정책 즉 외교, 교육문제에 눈을 돌려야 하며 새로운 국가를 만드는 데 힘을 써야 한다. 지금 방향전환, 그 분기점에 와 있다.” marry04@seoul.co.kr ■취재 후기 2020년의 세계정세를 전망한 ‘지구의 미래를 그린다’는 지난 1월의 미 중앙정보국(CIA) 보고서. 중국의 국민총생산(GNP)이 일본을 웃돌고 “21세기는 중국·인도가 이끄는 세기가 될 것”이라고 중국의 위협을 경고하고 있다. 일본에 대해서는 ‘노화하는 대국’으로 정의,“중국에 대항하느냐, 영합하느냐의 선택에 몰릴 것”이라며 일본의 분발을 우회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3개월 뒤, 일본 정부의 경제재정자문회의는 2030년의 미래상을 담은 ‘일본 21세기 비전’을 발표한다. 소자(少子)·고령화가 진행되어도 구조개혁에 힘쓰면 몇살이 되더라도 일이나 사회에 참가하는 ‘건강수명 80세 시대’의 실현할 수 있다는 낙관적 목표를 설정해 두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시대조류의 변화에 둔감한 채 있으면 되돌릴 수 없는 사태에 이른다.”는 경고도 잊지 않는다. 미지근한 물이 덥혀지면서 서서히 죽어가는 개구리처러 비극을 맞게 된다는 낙관과 비관이 교차하는 20년쯤 뒤 일본의 자화상이다. 일본에서 만난 차세대 정치인, 교수, 언론인들, 그들의 상당수는 지금의 일본에 답답해 하는 듯 보였다. 패전 이후 일궈온 제2의 경제대국, 그러나 세계에서 존경받지 못하고 배척받는 나라.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은 이미 사죄했으니 더 거론하지 말라는 신경질적인 반응. 공룡이 되어가는 중국의 압박과 유일한 동맹국 미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 그들은 패전 직후 전쟁 포기를 명문화한 헌법을 개정하는데서 질식할 듯한 일본의 상황을 돌파하는 열쇠를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헌법을 지키겠다는 좌파세력이 몰락한 토양에서 이윽고 시동이 걸린 개헌론. 개헌을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겠다는 일본호의 향후 10년간은 우리가 결코 눈을 뗄 수 없는, 엄중한 압력이 아닐 수 없다. marry04@seoul.co.kr ●특별취재팀 한종태 국제부장(팀장), 황성기 사회부장, 이춘규 도쿄특파원, 주병철(경제부)·손원천 이언탁(사진부)차장, 안미현(산업부)·김상연 황장석(정치부)·유지혜(사회부)·정연호(사진부)기자 marry04@seoul.co.kr
  • 세금부담 가중… 실수요 세율인하 뒤따라야

    주택·토지부문의 대책은 ‘거래 투명성 확보+공공부문 역할 강조+투기수요 억제’로 요약된다. 뿌리깊게 정착된 잘못된 부동산 거래 관행을 단칼에 도려낼 수 있는 기회이지만 반발도 만만치 않다. 우선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 의무화가 부동산 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주춧돌이라는 데는 모두 수긍한다. 만시지탄이지만 정책 방향은 잘 설정됐다. 하지만 세율 조정이 뒤따르지 않는 실거래가 신고의무화는 엄청남 세금 부담 증가로 이어져 조세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여러 채의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추가로 주택을 구입할 때 내는 취득·등록세나 보유·양도세를 무겁게 매기는 것은 당연한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무주택자가 생애 처음으로 집을 살 때 내는 취득·등록세나,1가구 1주택자의 보유세도 덩달아 크게 오르는 부작용이 따른다. 실거래가 확보는 거래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수단이지 세금을 더 거둬들이자는 정책이 아니라는 점에서 과감한 세율인하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다주택자의 투기성 거래를 막는 정책이라고 하지만 거래의 일방에는 실수요 거래가 포함돼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상적인 수준의 거래를 기대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시장 자체가 가라앉을 위험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정상적인 거래 활성화 정책도 보완돼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공영개발방식도 분양가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하는 것을 막고 업체에 귀속됐던 개발이익을 상당부분 공공부문으로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도시 개발에 따른 주변 아파트값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민간 업체들의 지나친 이윤추구에 따른 자업자득이라고는 하지만 민간 주택산업의 육성책도 동시에 마련돼야 한다. 민간 건설산업 위축은 주택산업의 건전한 성장을 막고 공공부문의 비대화를 가져올 수 있으며, 경쟁력을 잃어 주택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 당첨에 따른 불로소득의 환수대책과 토지 거래 제한도 투기성 수요를 차단하는 데 상당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실거래가신고 기반이 구축되고 양도세 강화 조치 등이 뒤따르는 마당에 인위적인 거래제한 조치는 재산권 침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대한민국은 부동산공화국이다?/김헌동·선대인 지음

    아파트 분양가 자율화 이후인 지난 2000년부터 집값 폭등이 5년째 계속되면서 정부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부동산 안정대책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지만 집값이 잡힐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하다. 그만큼 부동산 불패(不敗) 신화는 국토 전체를 ‘투기장’으로 만들었다. 20여년간 건설업계에 몸담았던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 거품빼기 단장과 미디어다음 선대인 기자가 함께 쓴 ‘대한민국은 부동산공화국이다?’(궁리 펴냄)는 국민 모두가 왜 부동산 투기판으로 끌려가고 있는지를 냉철하게 분석한다. 특히 세계 최고 수준인 강남권 아파트값 급등은 공급부족이 아니라 투기세력 때문임을 강조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같은 상황을 부추기면서 예산을 낭비하고 부동산 거품을 만든 ‘개발5적’이 있다는 것.▲재벌 대형업체를 중심으로 한 건설업계 ▲업계의 이해를 대변하는 건설교통부와 재정경제부 관료 ▲건설업계 뒤를 봐주는 정치인 ▲건설업체 광고에 신경쓰는 일부 언론 ▲업계 용역에 기생하는 연구인력 등이다. 그렇다면 저자들이 제안하는 주택가격 안정책은 무엇일까. 공공부문은 공공보유주택 확보에 주력하고, 민간분야는 소비자 중심의 주택정책으로 전환해 집값 거품을 빼자는 것.1만 5000원.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양도세 2주택 60%·3주택 70%로 인상추진”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주택과 토지에 대한 종합부동산세를 개인별이 아닌 가구별로 합산과세하고 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율도 50∼60%로 높이기로 했다. 또 1가구 2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율은 60%,3주택자는 70%까지 높이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18일 이해찬 총리 주재로 6차 부동산 정책 당정협의회를 갖고 토지에 대한 투기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가구별 합산과세 방안과 양도세 강화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토지에 대한 종부세 부과기준도 강화, 비업무용토지나 나대지의 경우 6억원에서 4억원으로 낮추고 토지 양도세율은 현행 9∼36%에서 50∼60%까지 높이기로 했다. 앞서 여권의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양도세율을 1가구 2주택자는 60%,3주택자는 60%에서 70%까지 높이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재경부 관계자는 “종부세 부과를 가구별로 합산하고 1가구 2주택자 이상 및 토지에 대한 양도세율을 더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당정은 부동산 투기가 토지로 이동하는 조짐을 보인다는 인식 아래 취득 단계에서 농지나 임야에 대한 토지거래 허가요건을 강화하고 개발단계에서는 개발부담금을 재부과하는 등 토지개발 이익을 환수키로 했다. 공공사업으로 인한 토지수용시 현금이 아닌 토지나 주택 등의 현물과 채권으로 보상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저렴한 산업·주거 용지를 공급하기 위해 공공의 가용토지 매입과 비축기능도 강화키로 했다. 백문일 황장석기자 mip@seoul.co.kr
  • 상가·업무용건물 경매로 눈돌려라

    상가·업무용건물 경매로 눈돌려라

    31일 발표되는 부동산종합대책을 비껴갈 수 있는 길은 없을까. 그동안 나왔던 크고 작은 대책들과 비교하면 판이하게 다르다. 투기의 뿌리를 자르는 고강도 대책이 포함된다. 보유와 거래 자체를 옥죄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에 주는 충격 또한 ‘10·29대책’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으로 재테크 효자 상품으로 취급받던 아파트는 더이상 위력을 발휘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대신 상가와 같은 수익형 부동산이나 토지거래허가구역 밖의 땅이 인기 투자종목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경매를 통한 투자는 더욱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엔 직격탄 대책에는 보유세 및 양도세를 강화하는 세금 중과방안이 들어간다. 채권입찰제와 전매제한 조치강화도 포함되고 주택담보대출제한 등의 금융 규제도 곁들어진다. 때문에 지난 연말 이후 급등했던 수도권 아파트값은 더이상 오름세를 이어가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강남권, 분당 등 신도시 아파트값이 미약하나마 내림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최소 6개월∼1년 정도는 하락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집값 상승의 진원지 역할을 했던 강남권 아파트값 하락이 눈에 띄고 일시적 급락세도 배제할 수 없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중대형 아파트 등 고급 아파트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급매물 출현도 예상된다. 당초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없어 내놓는 물건이나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한 급매물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거래침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거래 투명성을 강조하고 여러 채의 주택 보유자에게 높은 세금을 물리는 방안이 포함될 것이기 때문이다.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을 하향조정할 경우 강남의 웬만한 아파트는 모두 과세 대상에 들어간다. 김태호 부동산랜드 사장은 “거래 자체를 규제하는 정책은 시장을 침체에 빠뜨릴 가능성이 크다.”면서 “부동산 경기뿐 아니라 일반 경제의 침체까지 이어지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강북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강보합세 내지 상승세를 띨 수 있다. 강북 뉴타운 개발의 호재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뉴타운 개발을 어느 정도 직접 지원하느냐에 따라 대책 발표 이후 초반 시장 분위기는 확 달라진다. 그러나 강북 주택 시장 역시 활기를 띠고 가격 상승이 눈에 띄게 나타나면 추가 규제 조치가 따를 수 있다. 투기지역을 확대 지정하거나 세무조사 등이 강화되면 다시 침체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이달들어 낙찰가율 치솟아 감정가 웃돌기도 법원 경매시장에서는 8월 대책을 비껴갈 수 있는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아파트·토지 등에 집중됐던 투자자들이 상가·사무실 등으로 눈을 돌리는 현상이 뚜렷해졌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들어 상가·사무실 등 상업용·업무용 건물의 낙찰가가 치솟고 있다.8월 상업·업무용 건물 2183건이 경매에 부쳐졌으며 이 중 428건이 낙찰됐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60.7%로 지난달 대비 10%포인트 올랐다. 특히 서울에서는 낙찰가율이 84%를 기록, 지난달 67%보다 크게 올라 상업용·업무용 빌딩으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음을 보여줬다. 송파구 석촌동 쇼핑센터 점포는 감정가를 웃돌아 낙찰됐고, 인천 서구 마전동 상가는 감정가 8억 5400만원을 훨씬 뛰어넘어 8억 8615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길목에 있는 업무용 빌딩을 찾는 수요도 많다. 성찬호 공인중개사는 “지역을 가리지 않고 7∼8층 사무실을 찾는 고객이 많다.”면서 “아파트·토지에 집중했던 투자자들이 수익성 부동산쪽으로 눈을 돌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허가구역에서 벗어난 지역의 땅을 사두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일단 지역에 관계없이 외지인도 땅을 살 수 있다. 허가지역에 비해 복잡한 허가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경매를 통한 토지 매입도 권할 만하다. 최근 낙찰된 가평군 북면 밭은 감정가보다 4배 넘는 가격에 낙찰되기도 했다. 옹진군 북도면 시도리 섬도 감정가의 3배 넘는 가격에 낙찰되는 등 법원 경매 땅이 인기를 끌고 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2005서울 범죄 리포트] 범죄꾼들 ‘CCTV 사각’ 파고든다

    [2005서울 범죄 리포트] 범죄꾼들 ‘CCTV 사각’ 파고든다

    오는 25일로 개관 1년을 맞는 서울 강남경찰서 폐쇄회로(CC)TV 관제센터는 ‘한 사람의 생명권이 백 사람의 인권보다 소중하다.’는 모토를 내걸고 있다. 사생활 침해보다는 시민을 범죄로부터 지켜내는 게 우선이라는 뜻이다. 논란 속에 문을 연 관제센터는 초기에 관내 범죄를 줄이는 즉효를 보였으나, 일정한 시간이 지나자 효과가 사라지고 있음을 지난 1년간 서울 31개 경찰서의 5대 범죄 발생통계가 보여주고 있다. CCTV 설치 직후 5개월간 범죄는 월 평균 약 394건이 발생했으나, 올 2월부터 지난달까지는 월 평균 약 460건으로 16.7%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으로 비교했을 때 서울 전체 월 평균 범죄건수는 오히려 0.01%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처음에는 강남서와 인접한 서초·수서서 관내로의 범죄 전이(轉移) 효과도 있었다. 지난해 9월 강남서의 5대 범죄 발생건수는 전월보다 22.7%나 감소한 반면 서초서는 2.5%, 수서서는 3.9% 늘었다. 하지만 초기 5개월과 올 2월부터 지난달까지 발생건수를 비교해볼 때 서초서는 범죄율 3.6% 감소, 수서서는 6.1% 증가를 보였다. 이는 강남서보다 나은 결과로 결국 CCTV가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CCTV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은 범죄예방 효과를 지속적으로 알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개관 초기 언론보도가 나간 이후로는 별다른 홍보활동이 없어 범죄자들이 CCTV의 효과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360도 회전이 가능한 고성능 망원카메라라고 해도 상가 지하 등 사각지대가 있다는 점을 이용하거나 CCTV의 위치와 성능 등에 관한 정보를 미리 파악한 ‘나는 범죄꾼’들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관제센터를 운영한 11개월간 CCTV를 활용해 검거한 건수는 36건 정도에 불과했다. 운영한 지 1년이 다가오고 있지만 주민들을 상대로 치안 만족도나 CCTV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는 중간점검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강남구 관계자는 “경찰서가 운영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구청 독단으로 설문조사를 할 수 없다.”면서 “먼저 경찰서측에서 요청해 오면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강남서측은 이에 대해 “최근 관내에 CCTV 100대를 추가설치하느라 점검시기를 1주년에 맞추지 못했다.”면서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빠른 시일 내에 주민들을 상대로 치안만족도를 알아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형사정책연구원 최인섭 범죄동향실장은 “최근 영국테러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CCTV는 범죄는 물론 대테러 활동에서도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수사자료를 제공한다.”면서 “CCTV를 이용한 치안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해 그 성과 분석 등에 보다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경찰서별 범죄 증감 추이서울에서는 1.7일에 한 건꼴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강도는 6시간마다, 강간은 5시간15분마다, 절도는 15분24초마다 한 건씩이다. 또 6분54초마다 1건씩 경찰서에 폭력사건이 접수된다. 서울신문이 최근 1년간(2004년 8월∼2005년 7월) 서울시내 5대 범죄 발생건수를 분석한 결과, 범죄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때는 여름의 초입인 6월로 총 1만 1270건으로 집계됐다. 이어 10월 1만 500건,7월 1만 448건 순이었다. 반면 2월은 6881건으로 가장 적었고,1월에는 8226건,3월에는 8505건이었다. 계절별로는 여름(6∼8월) 3만 1808건, 가을(9∼11월) 2만 9923건, 봄(3∼5월) 2만 7923건, 겨울(12∼2월) 2만 4128건의 분포를 보였다. 살인사건은 1년 동안 215건이 발생, 만 하루 하고도 17시간 만에 한번씩 일어났다.4월이 25건으로 가장 많았고 9월과 6월에도 각각 24건이 발생했다. 계절별로는 여름이 58건으로 겨울 43건보다 30% 이상 빈도가 높았다. 폭력사건은 약 7분에 한 번꼴인 7만 6274건이 발생한 가운데 10월 7196건,8월 6821건,7월 6732건 순으로 자주 일어났다. 반면 2월에는 4782건,3월 5753건,1월 5777건으로 날씨가 추울 때에는 주먹질을 하는 사람들이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계절별로는 여름에는 2만 457건으로 겨울(1만 6957)보다 20.6%가 더 많았다. 강도는 평균 6시간에 한 번씩 총 1458건이 발생했다.4월이 192건으로 가장 많아 가장 적은 11월(71건)의 2.7배에 달했다. 이어 6월 180건,5월 153건,8월 135건 순이었다.2월 88건,12월 98건 등 겨울에는 발생률이 낮았다. 절도는 6월이 4006건으로 가장 많았으나 2월에는 그 절반이 안 되는 1893건이었다. 총 1668건이 발생한 강간은 5월부터 8월까지가 연중 최고치를 보여 여름 노출과 휴가철 등이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5대범죄 6월에 가장 많다 서울 북부·남부를 중심으로 한 주거 밀집지역의 치안상황이 최근 1년간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전체 5대 범죄(살인·강도·강간·절도·폭력) 발생률은 같은 기간 줄었지만 이 지역들의 범죄율은 부문별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서울시내 31개 경찰서 중 중부·남대문·종로·동대문서 등 도심 관할 경찰서의 범죄율(인구 10만명당 발생건)이 최상위권을 기록했다. ●베드타운 살인발생 급증…곳에 따라 2∼3배 최근 1년간(지난해 8월∼올해 7월) 서울시내 5대 범죄 발생률은 직전 1년간 12.6%가 줄었다. 강도가 전년 대비 41.9% 줄어든 것을 비롯해 절도와 강간, 폭력도 각각 22.8%,3.6%,5.9% 감소했다. 그러나 살인은 1.9% 늘어났다. 특히 살인은 31개 경찰서의 절반인 15개 경찰서에서 늘었다. 은평서 관할지역에서 300% 늘어난 것을 비롯해 노원서 233%, 동부서 220%, 도봉·서대문서 200%, 송파서 125%의 증가율을 각각 기록했다. 반면 살인 발생률 10건으로 전년도 1위였던 남대문서 관내에서는 최근 1년 동안 단 한 건도 살인이 발생하지 않았다. 강도는 27개 경찰서에서 감소했으나 노원서 33.3%, 노량진서 25.0%, 남부서 14.6%, 구로서 5.0% 등 주거밀집지역에서 증가세를 보였다. 절도는 성북(18.3%), 송파(5.7%), 수서(4.9%), 강서(1.1%)에서 늘었으며 강간은 성북·강서·동대문·마포·수서·용산·은평·영등포서 관내에서 큰 폭의 증가를 기록했다. ●중부서 범죄율 서울 평균의 7.5배…도봉서의 11배 육박 경찰서별로 중부서의 5대 범죄 발생률은 8377건으로 서울 평균의 7.5배에 달했다. 이어 남대문서 6783건, 종로서 4395건, 동대문서 2523건으로 4대문 안을 관할하는 경찰서들이 줄줄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범죄율 공식의 특성상 상주인구가 적은 게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한강 이남의 부도심이라 할 수 있는 영등포서는 1808건, 강남서는 1424건, 서초서는 1265건으로 10위권에 들었다. 범죄율이 가장 낮은 곳은 도봉서로 780건이었다. 가장 높은 중부서의 9% 수준이다. ●범죄율 중부서-북부서-남대문서 순 감소…성북서 유일한 증가 서울시내 최고를 기록하긴 했지만 중부서의 범죄율은 이전 1년에 비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2003년 8월∼2004년 7월의 범죄율(1만 2209건)에 비해 1년 사이 31.4%가 줄었다. 다음으로 ▲북부서 28.8% ▲남대문서 26.7% ▲용산서 25.9% ▲동부 21.3% 순으로 높은 감소율을 보였다. 강도 발생률은 중부서가 203건에서 23건으로 88.6%나 감소해 1위를 차지했다. 순서대로 ▲서초서 75.4% ▲강동서 72.5% ▲서대문서 69.5% ▲북부서 64.9% 등의 감소율을 보여 한강 이북과 이남에서 골고루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절도는 북부서의 감소율이 62.6%로 가장 컸다. 중부·용산·남대문·동대문서 등 강북 도심의 절도발생 감소율은 모두 서울 평균 감소율인 22.8%를 웃돌았다. 반면 강남·서초·송파서 등 한강 이남 부도심의 감소율은 평균에 못 미쳤다. 일선서 형사과 관계자는 “불황이 이어지면서 심야에 귀가하는 부녀자와 취객을 노리는 퍽치기가 주택가 곳곳까지 스며들고 있다.”면서 “단속 강화는 물론이고 주민들 스스로도 경계를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사설] 1가구 2주택 중과세 옳다

    정부가 집 두채를 가진 사람이 한채를 팔 때 물리는 양도소득세율을 크게 올리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부동산 종합대책을 마련,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이달 말 발표할 계획이다. 우리는 조세형평의 차원에서 1가구 2주택 보유자에 대한 중과세 방침이 옳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830만가구가 대략 1300만채의 집을 갖고 있다. 이 가운데 2주택 보유자는 158만가구나 된다. 현재 이들에게는 양도차익의 크기에 따라 9∼36%의 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근로소득자가 부담하는 세율과 같은 수준이다. 이는 형평에 어긋난다는 것이 우리의 시각이다. 근로자가 땀흘려 일해 번 소득에 물리는 세율과, 자산가가 앉아서 부동산 매매로 번 소득에 물리는 세율이 같다면 누가 굳이 땀흘려 일하려고 하겠는가. 불로소득보다 근로소득을 우대해야 함은 조세정책 면에서 재론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2주택자의 양도세 중과세 방침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그렇다고 일시 급격한 세율 인상으로 시장에 충격을 주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도 세율 인상폭을 3주택 보유자에 대한 중과세율(60%)보다 낮게 하고,1년의 유예기간을 거치며(2007년 시행), 일시적 2주택자는 비과세한다고 하니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주택시장에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대책에는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을 9억원에서 6억원으로 내리고 세대별 합산과세하는 부분도 포함돼 있다. 우리는 부동산 중과세 원칙에 공감한다. 그러나 입법 과정에서 위헌시비나 시행 단계에서 조세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또한 조세정책만으로는 투기 억제 효과가 제한적이므로 시중자금을 선순환 구조로 돌릴 수 있는 대책도 조속히 마련해주기 바란다.
  • [혁신 공기업 탐방] (19) 이재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혁신 공기업 탐방] (19) 이재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제주와 강원도, 북한 개성을 잇는 거점 지역. 국제적으로는 중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아시아의 관문. 패션산업을 주축으로 하는 해양도시. 오락, 관광, 숙박, 쇼핑, 금융, 비즈니스가 가능한 복합공항도시. 이재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내다보는 향후 인천공항의 청사진이다. 사람과 화물이 오가는 종전의 공항기능이 아니라 초일류 허브공항으로 키우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이 사장은 15일 “복지부동과 같은 부정적인 공기업의 기업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인천공항은 다른 나라의 국제공항에 주도권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면서 “인천공항의 비전에서부터 조직의 구성이나 운영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인 큰 틀을 확 바꿔놓겠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오풍연 공공정책부장이 민간경영인 최초로 인천공항 사장으로 취임한 이 사장을 만나 비전과 전략을 들어봤다. ▶여건이 좋다는 다국적기업에서 공기업으로 온 이유부터 말해달라. -경영여건이나 보수 등에서 다국적기업이 국내 공기업보다 나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20여년 동안 다국적기업의 최고경영자(CEO)로 일해 오면서 한번쯤은 국가를 위해 일하고 싶었다. 이런 꿈이 있었기 때문에 기득권을 포기하고 인천공항을 택하게 됐다. 요즘은 출근할 때마다 무거운 책임감과 새로운 도전에 대한 설렘을 느낀다. 의욕을 갖고 전력투구할 목표가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인천공항에 대한 느낌은 어떤가.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훌륭하다. 건설과 운영, 서비스, 영업실적 등이 매우 좋다. 인천공항은 세계적으로도 전무후무한 성공사례를 갖고 있다. 개항 4년 만에 흑자로 전환하고 공항서비스부문 세계 2위를 달성한 것도 놀라운 일이다. 인천공항을 축으로 법무부·세관 등 입주기관, 공항 협력업체, 입주업체간의 네트워크도 비교적 원활하게 작동하고 있고 종사자들의 자부심이나 서비스 의식 또한 남다르다. ▶서비스부문에서 호평을 받는 이유는 뭔가.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국제민간항공수송협회(IATA) 등에서 매년 공항서비스에 대해 모니터링한다. 과거 김포공항에서 국제선을 담당할 때에는 순위가 최하위권인 50위 내외였다. 그러나 인천공항 개항 이후에는 줄곧 5위권을 유지해 왔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선두권으로 올라섰다. 서비스개선위원회를 설치, 공항이용객의 체감도가 높은 분야를 집중적으로 개선한 덕분이다. 이를 통해 전날의 이용객 수를 미리 예고하는 승객예고제를 도입했고, 이용객이 좀 더 쉽게 목적지를 찾을 수 있도록 각종 안내표지판을 행선지 위주로 변경했다. 또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한 전용라운지(한마음라운지)를 설치하여 특수고객에 대한 편의도 더욱 세심하게 배려했다. 공항 내에서 우리나라 전통문화는 물론 첨단 정보기술(IT)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이용객들에게 ‘문화공항’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심어주기도 했다. ▶공사직원들의 역량을 평가한다면. -1단계 건설 공사를 성공적으로 끝낸 것을 보면 직원들의 자질이 훌륭한 것 같다. 전체적으로 훈련이 잘 된 조직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만 유연성이라는 측면은 보강돼야 할 것으로 본다. 앞으로는 건설조직뿐만 아니라 관리조직도 강화하겠다. ▶인천공항이 초일류공항으로 발돋움하려면 직원들의 꾸준한 자기계발이 필요한데. -물론이다. 그래서 주간·야간반으로 나눠 초일류공항에 대한 시스템 등을 집중 교육하고 있다. 또 직원들에게 1년 동안의 기간을 줄 테니 영어를 공부해 앞으로는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고 제안했다. 인천공항 직원의 30% 정도는 정말 영어를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세계적인 공항을 벤치마킹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 ▶인천공항을 이끌 방향은 어떻게 설정하고 있나. -인천공항이 보인 지금까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세계 초일류 허브공항의 기반을 확고히 다지겠다. 인천공항의 하드웨어는 세계 정상급이다. 따라서 앞으론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에 더 큰 비중을 둘 것이다. 기존의 공기업 마인드로 일류는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초일류가 될 수는 없다. 세계 초일류가 되기 위해서는 외형적인 실적뿐만 아니라 각종 시스템에서 마인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글로벌스탠더드가 되어야 한다. ▶이를 실현할 구체적인 전략은 무엇인가. -5가지 전략을 도출해냈다. 세계 최고의 동북아 물류허브 구현,2단계 사업의 성공적 완수, 전략적인 공항 주변 개발을 통한 복합공항도시 건설, 초일류 공항기업의 실현, 다양한 이해당사자와의 협조 등이다. 우선 외국항공사의 취항을 위해 전략적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공항 주변 지역에 글로벌 물류기업의 물류센터나 지역본부를 유치하겠다. 공항 주변의 360여만평 여유부지에 국내외의 민간투자자본을 끌어들여 물류, 오락, 비즈니스, 숙박, 관광, 쇼핑 등 다양한 지원기능을 갖춰 나갈 것이다. 이러한 허브기능이 공항 인근 용유지역의 관광기능, 인천항의 해운기능과 연계되면 그 파급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가능하다면 공항 주변과 영종∼용유지역을 넘어서 청라∼송도 자유무역지역, 제주도, 강원도는 물론 더 나아가서는 남북관계가 잘 풀릴 경우, 개성까지 확장하는 거시적 가능성도 구상해보고 싶다. ▶벤치마킹할 곳은 있나. -홍콩의 첵랍콕공항, 싱가포르 창이공항, 네덜란드 스키폴공항 등이다. 인천공항은 2010년쯤 이같은 세계의 일류 공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명실상부한 초일류공항으로 발전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 ▶2단계 건설사업도 초일류공항으로 가는 관건인 것 같다. -2단계 건설사업은 베이징올림픽으로부터 유발되는 항공수요를 흡수할 수 있도록 2008년 내에 완료해야 한다. 대규모 투자사업인 만큼 발주단계에서부터 투명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불필요한 잡음이 일지 않도록 하겠다. 2단계 사업은 공항 운영과 병행돼야 하므로 운영·건설시스템간의 유기적인 연계가 관건이다. 이 때문에 안정적인 공항운영과 고품질의 공항건설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도록 통합관리체계를 구축하여 관리할 것이다. 사전 검증시스템과 함께 충분한 시운전기간을 확보해 만일의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 공항 확장은 중장기적인 공항경쟁력과 직결되므로, 항공수요 추세를 면밀하게 검토하여 2단계 이후 3단계 확장사업에 대해서도 대비하겠다. ▶노사문제는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특별히 풀어나갈 것이 없다는 판단이다. 노조와 대화를 나눠보니 정말로 순수했다. 나에게 요구하는 것이 낙하산 인사 막아달라거나 경영을 투명하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노조측에 내가 사장으로 취임한 이유가 바로 그 같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 임무니까 요구하지 않더라도 반드시 해나가겠다고 했다. 물론 그동안 일부 노사문제가 불거져 나오기도 했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항상 열린 마음으로 노조와 대화할 것이며, 균형과 효율성을 지켜 원칙과 기본에 어긋나는 타협은 하지 않을 방침이다. 올해 안으로 다른 기업의 모범이 될 만한 선진적인 노사문화를 정착시킬 것이다. 정리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이재희 사장은 이재희(58)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물류 전문가다. 다국적기업인 TNT익스프레스 북아시아지역 사장을 역임하는 등 20여년 동안 물류분야와 다국적기업에서 근무했다. 순수한 민간경영인 출신으로는 첫번째 인천공항 사장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인천공항 사장은 건설교통부 출신 관료들이 맡아왔다. 이 사장은 이미 검증된 CEO다. 그는 1999년 외환위기로 국내 철수를 고려 중이던 유니레버코리아의 회장으로 취임,3년 동안 연평균 55% 성장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일궈냈다. 문닫기 직전의 회사를 회생시켜 놓은 것이다. 이때 이 사장은 ‘위기돌파형 CEO’라는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치열한 기업경영을 게임처럼 즐기는 여유도 있다. 현재 공사·공단 등 213개 정부산하 공공기관의 기관장 가운데 순수 민간경영인은 이 사장과 한행수 대한주택공사 사장뿐이다. 이 사장은 “민간경영인이 관료나 정치인 출신보다 경영을 잘 한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면서 “특히 주공 한 사장과의 경쟁은 재미있는 게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격식이나 권위를 강조하지 않는다. 그는 지난달 취임 직후 구내식당의 임원전용 식당칸을 없앴다. 사소한 칸막이가 경영진과 직원들 사이에 벽을 만든다는 생각에서다. 지금은 직원들이 격식 없이 뒤섞여 점심을 먹는다. 사내 전산망에 감명깊게 읽었던 시를 올리기도 하는 로맨티스트이기도 하다. 경남 김해 출신의 이 사장은 부산고와 부산대 상대를 졸업한 뒤 1970년부터 8년 동안 세계적인 컨설팅기업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했다. 이후 하얏트 리젠시서울 상무이사와 TNT익스프레스 북아시아지역사장, 유니레버코리아 회장, 대통령직속 동북아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이 사장은 인천공항 사장 공모가 3차례나 불발로 그친 뒤 4차 공모에서 헤드헌팅업체의 추천을 받아 사장으로 선임됐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중산층도 무상보육 혜택

    앞으로 유산·사산 휴가제가 도입되고 보육료 지원도 대폭 늘어난다. 산전·산후 휴가 급여도 전액 정부가 부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범정부적 저출산 대책을 추진하기로 한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정부는 내년부터 오는 2009년까지 10조원 이상을 투입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같은 대책은 합계 출산율이 1.17∼1.19명을 오가는 지금의 저출산 기조를 반전시키지 못할 경우 ‘국가 파산’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에서다. 정부는 우선 90일 동안 산전·산후 휴가 급여 가운데 60일을 기업이 부담토록 했던 것을 전액 국가가 부담하고,45일 한도내에서 유산·사산 휴가제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보육료 지원 대상을 도시가계 평균소득(올해 기준 월 311만원)의 60% 미만 가구에서 130% 미만 가구로 확대,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중산층에도 무상 보육료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多) 자녀 가구에 대해선 국민주택 특별공급과 국민임대주택 우선권 부여, 주택기금 대출한도 확대 및 대출금리 인하 등 각종 주택우대 정책을 강력 추진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육아휴직급여 50만원으로 인상 ▲불임부부에 대한 불임 시술비 지원 ▲국공립 보육 시설을 전체 시설의 10%로 확대 ▲취업모를 위한 시간 연장형 야간 보육서비스 제공 ▲출산친화적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두 자녀 이상 대학생에 대한 정부 보증 학자금 대출 확대 등도 검토하고 있다. 농촌지역의 경우 영유아 양육비를 농지 규모에 관계없이 지원하고, 영유아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농가에 대해서는 일정액의 양육비를 지원하는 방안도 강구하기로 했다.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한국은행 ‘숫자로 보는 광복 60년’ 펴내

    한국은행 ‘숫자로 보는 광복 60년’ 펴내

    자동차 생산량은 50만배, 전화가입자는 700배, 대학생·대학원생은 66배 증가…. 광복후 60년. 격동의 세월을 거치며 한국 사회와 경제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한국은행이 12일 펴낸 ‘숫자로 보는 광복 60년’을 보면 이런 궁금증을 풀 수 있다. 우선 경제규모를 보면 비교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눈부신 성장을 했다. 한국전쟁(6·25전쟁)이 끝난 해인 1953년 13억 달러에 그쳤던 국내총생산(GDP)은 2004년에는 6801억 달러로 무려 520배가 커졌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1953년엔 67달러(2000원)에 불과했다. 이를 소비자물가변동(213배)을 감안해 2004년 가치로 환산하면 42만 6000원.2004년 1인당 소득인 1만 4162달러(1621만원)의 약 10일간 소득에 그친다. 광복 이후 60년간 소비자물가는 11만배(연평균 상승률 21.3%)가, 생산자물가는 7만배(연평균 상승률 20.4%)가 각각 상승했다. 서울시내 버스(전차)요금은 1945년 0.16원(圓)에서 2005년에는 800원이 됐다. 두 차례 화폐개혁으로 ‘1000원(圓)=1원’인 점을 감안하면 무려 500만배가 오른 셈이다. 쌀은 55만배가, 담배는 50만배가, 금은 13만배가 각각 올랐다. 1975∼2005년 설렁탕·자장면 등 주요 외식 가격이나 대학납입금 등은 평균보다 높은 20∼30배 상승했다. 서울지역 땅값은 1975년 이후 30년간은 다른 필수품과 비슷한 수준인 29배 올랐다. 또 올 상반기 예금금리는 연 3.46%로 1949년 이후 최저치였다.1945년에는 연 3.4%,1946∼48년에는 연 3.2%였다. 예금금리가 가장 높았던 때는 1965∼67년(연 26.4%)으로 대출금리(26%)보다 예금금리가 높은 역금리체제가 지속됐다. 올 상반기 대출금리인 연 5.56%도 광복 이후 가장 낮다. 한국은행 콜금리는 올 상반기 중 연 3.26%로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76년 이후 최저치였다. 최고치는 1980년의 22.85%였다. 총예금은 가계, 기업의 금융자산 증가를 반영, 지난 6월 말 현재 555조원으로 확대됐다.1960년에는 141억원이었다. 소득수준의 지속적인 향상으로 생명보험의 수입보험료는 1955년 200만원에 불과하던 것이 2004년에는 47조원이나 됐다. 생명보험의 지급보험금도 1955년엔 30만원에 불과했지만 2004년에는 28조원이었다. 주식거래량도 그간의 자본시장 발달을 반영하듯 1956년 4억원에서 2004년에는 556조원으로 크게 늘었다. 자동차 생산대수는 최초 생산한 1955년의 7대에 비해 2004년에는 347만대로 약 50만배가 늘었다. 쌀 생산량은 1988년 최고치(605만t)를 기록한 이후 매년 500만t 안팎에서 변동을 보이고 있다. 철강(조강기준)생산량은 정부의 기간산업 육성책에 힘입어 1946년의 800t에서 2004년에는 5만 9000배 신장한 4752만t을 기록했다. 2004년 시멘트 생산량도 그간의 꾸준한 건설투자 증가 등을 반영,1945년의 9000t보다 6000배 증가한 5433만t이었다. 세계적인 교육열을 보여주듯 대학생 및 대학원생은 1952년 3만명에서 2004년에는 66.1배인 211만명으로 껑충 뛰었다. 의료기관수는 2004년 4만 7403개로,1962년의 6247개보다 8배가 많아졌다. 우유소비량은 2004년 1인당 연간 63.9㎏으로,1962년의 0.1㎏에 비해 639배가 늘어났다. 도로, 통신, 주택 부문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세는 이어졌다. 도로 총길이는 2004년 10만 278㎞로,1944년(2만 5550㎞)보다 4배가 길어졌다. 자동차 총보유대수는 2004년 1493만대로 1945년(7300여대)보다 2000배 가까이 많아졌다. 전화가입자수는 올 6월 현재 약 2300만명으로 1955년의 3만 2000명에 비해 700배가 증가했다.1987년 1만명에 그쳤던 이동전화 가입자는 2004년에는 3659만명으로 대폭 늘었다. 주택수는 그간의 주택건설촉진정책 덕에 1962년의 362만가구에서 2004년에는 3.6배 늘어난 1300만가구나 됐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판교·뉴타운 개발 연기론 대두

    정부가 도입을 추진 중인 아파트 공영개발이 업계와 시민단체의 시각차가 커 이달 발표될 최종 부동산대책에 어떻게 반영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12일 열린우리당 주최로 열린 2차 부동산정책 공청회에서 손경환 국토연구원 토지주택연구실장은 판교 공영개발과 관련,“저렴한 주택공급으로 집값 안정을 유도하고 개발이익환수로 저소득층 주거지원 재원 마련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평가한 뒤 “그러나 강남 주택수요 대체 효과가 반감되고 장기적으로 주택산업의 건전한 성장을 저해하고 공공부문의 비대화를 초래하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 실장은 주택공급 확대정책 방향으로 ▲광역개발을 통한 서울 강북 뉴타운 개발▲강남 대체 신도시 건설▲중대형 위주의 공급 비중 확대를 제시했다. 그는 “주택시장 수급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단순 공급확대가 아닌 시장이 원하는 수요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강북 뉴타운사업에 현행 용적률을 적용하면 늘어나는 가구수는 3%에 불과하기 때문에 용적률·층고제한 규제 완화가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부동산값 상승, 사업비 증가, 토지수용 및 보상절차 지연 등의 부작용이 따르는 만큼 개발이익환수 부담금제가 제대로 도입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건축 규제완화와 관련해서는 “단기간에 수요가 많은 지역에 많은 주택을 공급하는 효과가 있으나 투기 수요 유발 성향이 강하므로 시장 안정기반 정착이 선행된 이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고철 주택산업연구원장은 “공영개발 도입, 원가연동제의 확대, 전매제한기간의 연장은 득보다 실이 클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주택산업 위축으로 전반적인 거시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장기적인 측면에서 신규택지가 부족한 서울과 수도권의 안정적인 주택공급에 매달려야 하며 재건축사업의 순기능을 살릴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참여연대 김남근 변호사는 공영개발을 확대하는 등 주택산업의 공공성을 강조해야 한다고 맞섰다.김 변호사는 판교 개발과 관련, 투기억제책과 공급정책을 입체적으로 연계시키는 ‘패기지형 정책’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그는 “판교나 뉴타운 개발 시점을 종합부동산세 제도와 실거래가 확보, 개발이익환수제 등이 완전히 정착된 2007년 이후로 미루되, 부득이한 경우 후분양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순탁 서울시립대 교수도 “과도한 분양가 억제와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공급을 위한 공영개발방식은 불가피하다.”면서 “분양가의 적정성 심사, 분양가 주요 항목 공개, 후분양제 정착이 바람직하다.”고 거들었다.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학교용지 확보 재개발·재건축 단지 임대주택 비율 최대 50%축소 추진

    서울시내에서 재개발이나 재건축 사업을 하면서 학교시설용지를 확보하면 그만큼 임대아파트를 덜 지을 수 있다. 서울시는 10일 “뉴타운 사업 등 재개발·재건축 단지에 학교시설용지를 확보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만큼 의무화된 임대아파트 건립물량을 줄여줄 방침”이라면서 “이달 중 건설교통부에 이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허영 주택국장은 이에 대해 “뉴타운 지역 등의 학교시설 등 공공용지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면서 “재건축의 경우도 재개발과 같은 기준을 적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건축 조합 등으로부터 임대아파트를 줄이는 대신 학교시설용지를 확보하는 것도 일종의 개발이익환수다.”면서 “재개발단지는 건교부 고시만 개정하면 되는 만큼 수용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재건축 임대아파트 건립의무비율 축소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개정해야 한다. 현재 서울시가 검토 중인 방안은 학교시설용지 가격 기준에 따라 임대아파트 건립비율을 최대 50%한도 내에서 낮춰주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재개발·재건축조합 등은 줄어든 임대아파트 물량만큼 일반아파트를 건립, 분양할 수 있어 사업성이 좋아지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 서울시가 학교시설용지 확보시 임대아파트 건립 가구수를 줄여 주기로 한 것은 뉴타운 사업지 등의 교육여건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학교용지 확보가 사업 성공의 관건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말 학교용지부담금의 위헌판정으로 재원확보가 쉽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재건축아파트는 개발이익환수제에 따라 늘어나는 용적률의 25%(사업승인을 받은 단지는 10%), 재개발아파트는 평균 전체 건립물량의 17%를 임대아파트로 짓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조합은 단지에 임대아파트가 섞이면 단지 이미지가 깎인다며 일부 조합은 이를 꺼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의 이같은 방침에 대해 서민들의 주거시설인 임대아파트를 줄이고 공공용지를 확보하겠다는 발상은 사업추진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서민들의 실정을 고 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는 비판도 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부동산稅 형평·효율성 보완을”

    “부동산稅 형평·효율성 보완을”

    이달 말 발표될 당정 부동산종합대책이 대폭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10일 열린우리당 부동산정책기획단(단장 안병엽 의원) 주최로 열린 ‘부동산 세제 개편 및 개발이익 환수방안’ 공청회에서 전문가들은 대부분 당정이 마련한 대책안이 부동산 투기수요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흐름은 맞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세금 인상과 각종 부담금 부과에는 형평성과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특히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 폐지 주장과 종합부동산세의 가구별 합산 주장이 강력하게 대두 됐다. ●‘1가구1주택 비과세´ 도마에 한국조세연구원 노영훈 선임연구위원은 “부동산 조세정책은 집값이 일정 금액 이상 되면 취득·양도·보유자 모두에게 세금을 무겁게 물려 거래를 중단시키고 급매물이 쏟아져 나와 시장이 안정됐다고 판단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노 위원은 “특히 2001년 하반기 이후 수도권에서 집값 급등으로 종합부동산세 부과대상이 된 1가구1주택자가 많은데 이들에게 보유세 부담을 늘리는 것은 강한 조세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 위원은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제도와 관련,“부동산 세제정책의 목적이 실거래가 과세기반 구축과 부동산 거래의 투명성 확보에 있다면 비과세가 아니라 세액공제 등을 통한 감면혜택을 확대해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러 차례 지적돼온 종부세 가구별 합산 주장도 제기됐다. 투기를 막기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한 가구를 이루는 사람의 주택 보유 현황을 파악, 이를 합산한 뒤 세금을 물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참여연대 최영태 조세개혁센터 소장은 “현재 종부세는 가구별 합산이 아니라 인별 합산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그러나 부부가 10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각각 1채씩 소유할 경우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모순이 있는 만큼 가구 기준으로 과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서강대 경제학과 김경환 교수는 “국민이 주택을 자산으로 여기는 상황에서 정부가 그와 반대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라며 지나친 규제를 경계하고 정상적인 양도차익에 대한 환수 등으로 시장안정을 도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발부담금 부과 이해관계 엇갈려 최영태 소장은 “개발구역 내 투기이익 환수장치로 개발부담금제도를 부활시키고 개발 인근 지역의 투기이익 환수를 위해 토지초과이득세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강력한 개발이익 환수제 도입을 주문했다. 그러나 손광락 영남대 교수는 “개발부담금 부과는 주택공급 감소를 가져와 결국 집값 오름세로 이어진다.”면서 “개발부담금 부과보다는 과표 현실화나 재산세·종부세 부과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동산뱅크 양해근 리서치센터 실장도 “기반시설부담금 또는 개발부담금 부과는 개발이익이 크게 날 것으로 예상되는 단지에만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찬희 황장석기자 chani@seoul.co.kr
  • 판교 실수요자 청약전략

    판교 신도시 아파트를 기다려온 청약통장 가입자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특히 청약제도 변경에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다만 정책의 흐름을 읽어 예상해 볼 정도다. 채권입찰제는 과거보다 강화된 모습을 띨 것으로 전망된다. 전매제한 조치는 종합적인 투기근절대책이 마련된다는 전제 아래 다소 완화될 수도 있다. ●채권 매입액은 얼마나 우선 중대형 아파트에 적용되는 아파트 채권매입액이 얼마나 될 것인지 궁금증이 더해간다. 채권매입액은 분양 당시 주변 시세를 따져 결정되기 때문에 현재 예상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원가연동제에 따른 분양가(땅값+건축비+제 비용)와 시세의 차익 가운데 얼마만큼을 채권매입액으로 인정할 것인지는 분양 공고 임박해서 결정된다. 채권매입액을 고려하지 않은 순수한 원가연동제에 따른 땅값, 건축비 등은 평당 1200만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현재 분당 30∼40평형대 시세는 평당 1700만∼19000만원. 현재 시세를 놓고 볼 때 평당 600만원 정도의 시세차익이 예상된다. 하지만 부동산종합대책 등이 발표되고 투기억제조치가 이어질 경우 앞으로 분당 아파트값은 안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게 되면 시세차익이 작아져 채권매입액도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채권상한액과 주택채권 할인율과도 직접 관련이 있다.1999년 이전까지 적용된 채권입찰제에선 상한비율을 70%로 정해 대부분 채권 최고 상한액을 제시,‘분양원가+채권 상한액=최종 분양가’로 자리잡았었다. 이번 대책에는 공급자의 불로소득을 차단하는 동시에 당첨자의 과도한 기대 수익도 원천적으로 막는다는 취지에서 상한비율이 상향 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채권 할인율과 만기를 어떻게 정하느냐도 분양가에 큰 변수로 작용한다. 만기가 20년 이상 장기로 정해지는 데다 금리가 낮아 청약자들은 당첨자 동시에 채권을 할인할 것으로 보인다. 차익을 평당 600만원으로 예상하고 채권 상한액을 70%로 가정하면 원가연동제에 따른 분양가 외에 추가로 420만원을 더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때 채권을 팔아 50%에 할인 매각한다면 실제 추가 부담은 평당 210만원이 된다. 결국 채권입찰과 관련한 가장 큰 변수는 분양 당시 주변 시세가 되므로 섣불리 분양가를 예단하기 어렵다. 소신있는 청약을 위해서는 분당 중대형 아파트 시세 흐름을 제대로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청약자격은 어떻게 현재 청약제도의 뼈대를 크게 흔들지 않을 전망이다. 공영개발 방식으로 아파트를 공급하더라도 민영 아파트 청약 자격이 주어지는 청약예금통장 가입자에게 중대형 아파트 청약자격 박탈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도 “기존 청약통장 가입자의 권리는 최대한 보장하는 범위에서 청약 제도를 손볼 것”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청약예금통장 가입자들은 판교 중대형 아파트 청약을 쉽게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 중대형 임대 아파트에 대한 청약자격도 관심거리다. 청약저축·부금 가입자에게도 청약자격을 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으나 확정된 것은 없다. 전매제한 기간도 마찬가지다. 당정회의에서 현재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그러나 중대형 아파트의 경우 원가연동제, 채권입찰제 등으로 당첨자에 대한 개발이익환수 장치가 마련되는 데 10년까지 연장하는 것은 무리가 따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실거래가에 따른 양도소득세 부과 등 시세차익에 대한 환수 조치가 확실하게 마련된다면 전매제한기간 10년 연장 방안은 수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농촌 ‘국제결혼 바람’ 그후] 한집 건너 외국인신부…무관심·언어장벽 고통

    [농촌 ‘국제결혼 바람’ 그후] 한집 건너 외국인신부…무관심·언어장벽 고통

    ‘윗집은 베트남 며느리, 한집 건너 아랫집은 필리핀 며느리’요즘 농촌에선 농촌 노총각에게 시집온 피부색이 다른 동남아 출신 주부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자연부락마다 한집 건너 외국인 주부가 있을 정도로 이들은 농촌 가정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언어와 문화, 관습 차이 등으로 ‘한국인 주부’로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또 이들에게서 태어난 혼혈2세는 피부색 때문에 소외되는 등 우리 사회의 새로운 소수 약자로 전락할 우려마저 낳고 있다. 뒤늦게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농촌지역 자치단체들은 이들의 정착을 돕기 위해 다양한 지원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농촌에 늘어나는 외국인 주부 경주시 건천읍에서 버섯 농사를 짓는 최모(48)씨는 올초 베트남 처녀(26)를 아내로 맞았다. 그동안 만나는 한국 처녀마다 모두 ‘농사일이 싫다.’면서 등을 돌려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겨우 가정을 꾸렸다. “배운 건 농사일밖에 없고 장가는 가야하는데 시집오겠다는 여자는 동남아 여자뿐이더군요.” 경북도가 최근 실시한 ‘농촌거주 외국인 주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경북도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부는 모두 1544명. 이 가운데 농촌지역 거주 여성은 1292명으로 83.7%를 차지, 한국에 시집온 외국인 여성 대부분이 농촌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신 국가별로는 중국, 베트남, 필리핀, 일본 등 4개국이 93.6%를 차지했고 거주 기간은 2년 이하가 24.8%,3∼5년이 31%로 최근 5년 사이에 한국에 시집온 경우가 절반을 넘었다. 평균 연령은 31.8세로 20대(38.9%)와 30대(40.1%)가 79%를 차지했다. 특히 주택 및 농지보유 현황, 영농규모 등을 종합평가한 생활수준 조사에 ‘상’은 2.5%에 그쳤고 ‘중’은 54.8%,‘하’는 39.6%로 분류됐다. 경북도 관계자는 “국내에서 신붓감을 구하지 못한 40대 농촌 노총각들의 국제결혼이 최근 5년 사이 러시를 이루면서 농촌에 외국인 주부가 급증했다.”면서 “이들 가운데 10가정 중 4가정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어 앞으로 빈곤에 따른 가정해체 등 정착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코시안 혼혈 2세도 크게 증가 경북 구미에 사는 석호(4·가명)군은 ‘발달성 언어장애’를 겪고 있다. 아직 우리 말에 서툰 엄마(40·필리핀) 때문이다. 엄마는 “농사일에 바쁘고 가르쳐주는 곳도 없어 인사 등 기초적인 말 이외에 아직 한국말을 거의 못한다.”면서 “말뿐만 아니라 한국관습도 서툴러 앞으로 애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농촌에 외국인 주부가 급증하면서 혼혈 코시안(한국인 남성과 동남아 여성에서 태어난 2세)들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경북도 내에서 국제결혼을 통해 태어난 코시안은 모두 1534명. 국제결혼 가정 가운데 자녀가 1명인 가정이 44.6%로 가장 많았고 2명 38.8%,3명 이상 16.6%로 조사됐다. 5명을 낳은 외국인 주부도 8명이나 됐고 외국인 주부 중 20∼30대 여성비율이 약 80%여서 앞으로 더 많은 코시안이 태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제결혼으로 코시안 자녀를 둔 농촌가정들은 요즘 아이들이 커가면서 걱정이 태산이다. 바로 인종차별과 혼혈아에 대한 우리사회의 뿌리 깊은 편견 때문. 필리핀 여성과 결혼해 6살 난 여자아이를 둔 박모(52·경북 청송군)씨는 “지금은 어려서 잘 모르지만 나중에 아이가 피부색이 다르다며 멸시를 받을 것을 생각하면 차라리 낳지 말 것을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뒤늦게 외국인 주부 정착 지원나선 자치단체 1990년대부터 농촌지역에 외국인 주부가 하나둘 늘어났지만 이번에 경북도가 처음으로 실태조사에 나설 정도로 그동안 자치단체는 이들에 대해 무관심했다. 이번 조사 결과 농촌지역 외국인 주부는 한국어교육과 컴퓨터교육, 기술교육, 요리강습 등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이들에 대한 지원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경북 예천군은 시집온 동남아 여성들을 위해 3개월 과정의 한글교육과 음식, 전통예절 등 ‘국내적응 교육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또 영천시는 지역 여성단체의 도움을 받아 외국인 주부들의 갈등을 상담해주는 창구를 마련하고 문경시는 2세 양육비 지원과 의료보호확대 등의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특히 경북도는 출신국과 국제통화 비용을 전액 감면해 주거나 정액을 지원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키로 했다. 또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교양, 어학, 제빵 등 교육 프로그램에 수강료 감면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세환 경북도 여성정책계장은 “베트남 출신 주부들이 늘어나면서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언어문제”라며 “바쁜 농촌생활 현실을 고려해 자원봉사자를 가정으로 파견해서 한국어를 교육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권오복 예천 국제결혼가족모임 회장 “더 이상 국제결혼을 색안경 끼고 보지 마세요.”. 경북 북부지역 국제결혼가족모임 회장인 권오복(43·경북 예천군 보문면)씨는 “농촌 총각 4명 중 1명은 외국인 아내를 두고 있을 정도로 우리 농촌에서는 국제결혼이 보편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권씨는 “앞으로 국제결혼 부부가 10만쌍 정도는 더 늘어나야 농촌 총각들의 결혼난이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도 지난 2003년 9월 베트남 처녀(23)와 결혼했다. 권씨는 “결혼정보업체의 소개로 처음 베트남에 신부감을 구하러 갔을 때는 ‘이 방법밖에 없을까’라며 많이 망설였지만 2년 가까이 결혼생활을 하면서 한번도 결혼을 후회한 적이 없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현재 예천지역에만 국제결혼 부부가 90쌍이 넘는다. 권씨는 이들의 친목도모와 권익보호를 위해 지난 2월 국제결혼가족 모임을 만들었다. “베트남, 필리핀, 중국 등 아내들의 고향은 저마다 다르지만 만나면 늘 가족같은 분위기다.”고 말했다. 이 모임에서의 화두는 2세 교육문제다. 권씨는 “아이들에게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엄마가 우리나라 말과 문화에 서툴다 보니 교육문제가 항상 마음에 걸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구늘리기 사업이 국가 정책사업으로 확대되고 그 핵심에 국제결혼이 있지만 결혼한 외국인 아내에 대한 한글교육과 문화적응 등은 관심밖이다.”면서 “한글학교 상설화와 면단위까지 유아교육시설 설치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권씨는 국제결혼 실패 원인으로 부부간 이해부족을 들었다.“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내의 한국 문화적응도 중요하지만 남자가 아내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천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베트남여성과 ‘결혼할래요’ ‘신부찾아 베트남으로 베트남으로’ 요즘 농촌 총각들의 국제결혼 상대는 중국이나 필리핀보다 베트남 여성이 단연 인기다. 왜 베트남 신부를 선호하는 걸까? 대구지역 K 베트남전문결혼업체에 따르면 베트남은 아직 70∼80%가 농업에 종사하는 등 농경문화가 지배하고 있어 여성들은 농사일에도 익숙하고 농촌 사정에 밝아 결혼 후 한국 농촌에 적응이 빠르다는 것. 특히 불교 문화권에서 자란 베트남 여성들은 한번 결혼하면 좀처럼 헤어지지 않고 자식 교육에 평생을 헌신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고 있어 한국 농촌 노총각들의 인기가 높다. 이 때문에 최근 대구지역에는 농촌 노총각들을 대상으로 베트남 여성을 소개해주는 전문 중매업체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처럼 농촌 노총각들이 베트남 여성을 선호하자 자치단체와 새마을단체 등이 나서 베트남 여성과의 국제결혼을 적극 지원하는 사례도 있다. 새마을운동 성주군지회는 최근 성주군을 찾은 베트남 타이옹우옌성 관계자와 간담회를 갖고 지역 농촌 노총각과 베트남 여성과의 결혼을 주선키로 합의했다. 유충하(41) 사무국장은 “양측이 신랑, 신부에 대해 개인재정 상태와 성실성 등에 대해 보증을 하기로 했고 9월 중 예비조사를 위해 베트남을 방문할 예정”이라며 “결혼 성사 후에도 베트남 여성들의 정착을 돕기 위해 한글교육 프로그램 등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예천군은 농촌총각 가정이루기 사업을 전개, 농촌 총각 16명을 베트남 여성과 결혼을 주선하기도 했다. 베트남 여성과의 결혼하는 한국 신랑은1년치 곡식을 장인, 장모에게 바치고 신부를 데려갔던 베트남의 옛 풍습에 따라 500∼1000달러 수준의 지참금을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인사]

    ■ 법무부 △정책홍보관리실 검사 趙鍾泰△법무심의관실〃 姜蟹暈△법무과〃 金榮基△법조인력정책과〃 任寬爀△검찰국〃 金東柱△검찰2과〃 文泓性△검찰3과〃 金哲秀△검찰4과〃 田盛元△대검 연구관 李載雄 李源坤 李枓奉△서울중앙지검 검사 具本善 李宗哲 張榮燮 朴龍基 申昊澈 崔盛弼 白惠蓮 崔技榮 朴吉培 申奉洙 金泰昊△서울동부지검 검사 林在東△서울남부지검 검사 金暎鐘 李相億 權敬日 李文聖 曺賢鎬 蘇秉珍△서울북부지검 검사 金新煥 徐聖昊 尹席主 金石潭△서울서부지검 검사 崔得信 鄭淳信△의정부지검 검사 方貞淑△인천지검 검사 安晟秀△수원지검 검사 金漢洙 李成熙△성남지청 검사 尹喜植△안산지청 검사 朴章佑△대전지검 검사 具泰彦 金炯吉△천안지청 검사 李魯公 洪起采△대구지검 검사 鄭溶鎭 李相奎 邊昶範 金範起 李貞勳 柳奭桓△경주지청 검사 鄭在旭△부산지검 검사 高基榮 劉一錫 金翰秀 辛升基 吳在爀 李健領△부산동부지청 검사 李善旭△창원지검 검사 金鍾亨△진주지청 검사 柳鉉植△광주지검 검사 李完揆 朴載現 宋庚鎬△목포지청 검사 金志容△공정거래위원회 파견 崔才鎬(안산지청 검사)△여성가족부〃 鄭美京(수원지검 검사)△여성가족부 파견 복귀 黃銀永(안산지청 검사) ■ 시사저널 △편집국장 李潤三 ■ 뉴시스 △국제국 국제전문위원(부국장) 兪世鎭 ■ 제일은행 (상무)△소매영업운영 金仙珠△주택금융영업 朴弘泰△인력개발 張志活 (상무대우)△글로벌기업 高正九 尹在春△대기업영업 崔殷鎬 李光植△기업영업1 金守洪△기업영업2 申允鶴△부동산금융 金興濟△자금 閔庚纘△SME여신지원1 李澤遠△SME여신지원2 金鎭暎△회계 閔富永△개인신용여신영업1 李達遠△서서울본부 李鍾闕△영남〃 蔡永玉△충청·호남·강원〃 韓相龜△잠실서지점 金鍾秀△트윈타워〃 李愛里 ■ 한국중부발전 ◇상임이사 선임 △관리본부장 李昌熙
  • [클릭이슈] ‘전기요금 인상·불가’ 논쟁 격화

    [클릭이슈] ‘전기요금 인상·불가’ 논쟁 격화

    전기요금 인상과 관련한 논란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산업자원부와 한국전력은 연료비 부담 증가와 투자재원 확보를 위해 올해 안에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와 소비자단체는 경영난을 심화시키고 서민경제를 압박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생산비용 상승으로 요금인상 불가피 한전은 전체 발전연료의 60%를 차지하는 유연탄 및 원유가격이 상승해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중 유연탄 도입비는 2003년 1조 5000억원에서 지난해 2조 5000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올해에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현 수준의 요금으로는 앞으로 투자재원을 마련하기가 어렵다고 강조한다. 오는 2017년까지 발전설비 3820만㎾, 송전선로 9365㎞를 확충하는데 연간 8조원씩, 총 100조원의 투자비를 확보해야 한다고 한전은 밝히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환율 하락이 유가상승을 상쇄시킨다는 점을 감안해도 올해 연료비 증가액은 6500억원에 이를 것”이라면서 “현재의 요금 수준으로는 매년 6조∼7조원의 투자자금 부족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경제 규모는 세계 13위인 반면 에너지 소비량은 7위인 우리나라의 에너지 과소비를 줄이려면 저가요금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깔려 있다.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현재 용도별로 차등부과하는 요금체계를 원가연동 방식의 전압별 요금체계로 바꾼다는 구상이다. 한전 관계자는 “전압이 높을수록 공급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에 낮은 요금을 적용해야 한다.”면서 “이럴 경우 전기요금은 일반용과 주택용은 떨어질 수 있지만 산업용은 오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 고려해야 우리나라의 전력 공급률은 100%로, 산간벽지 어디에도 전기를 쓰지 않는 곳이 없다. 이 때문에 전기요금 인상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다른 공공요금에 비해 클 수밖에 없다. 또 전기요금 인상은 전기를 쓰는 고속철도나 지하철 등 다른 공공요금에도 영향을 미치고, 기업체의 생산비용도 상승시켜 제품가격의 ‘도미노 인상’마저 우려된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90년대 중반 이후 전력 수요가 급증했지만 낮은 요금을 받고도 대규모 설비투자가 원활하게 이뤄졌다.”면서 “지난해에도 원자재 가격이 폭등했지만 한전은 안정적인 이윤을 올린 만큼 요금 인상보다 물가와 서민생활 안정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8일 경기부진과 고유가, 원자재가 폭등 등으로 중소기업이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해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전기료 인상은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며 이를 철회하거나 인상시기를 조정할 것을 정부와 한전에 건의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최근 업종별 단체의 실무자들이 참석하는 회의를 갖고 전기료 인상 움직임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한전이 공기업이라는 점을 감안, 비용 상승의 부담을 소비자인 국민에게 돌리기보다 주주배당을 줄여서라도 가격안정에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전의 배당금은 2002년 5113억원,2003년 6615억원, 지난해 7241억원 등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중 절반 이상은 1,2대 주주인 산업은행(29.99%)과 정부(23.97%)의 몫이었다. ●실제 인상 여부는 불투명 산자부는 요금인상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이를 확정하려면 부처협의와 당정협의 등을 거쳐야 한다. 공공요금 및 물가정책을 총괄하는 재정경제부는 요금인상에 신중한 입장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협의 단계이기 때문에 (전기요금 인상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여론이 불리하게 흘러갈 경우 정치권도 요금인상에 동의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우리 야학 지키고 싶어요”

    “우리 야학 지키고 싶어요”

    지난 5일 오후 9시 서울 신당동 중앙시장 어귀에 있는 한 건물 지하. 가파른 계단을 한 층 내려가자 20여평의 공간에 2개의 교실이 나온다.‘늘푸름반’의 수학 시간이다.“반원에 대한 원주각이 몇도이지요?” 몇몇 학생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인다. 내일 모레가 환갑인 중학생이 다니는 ‘신당야학’이다. ●야학 전국500여개 2만여명 향학열 시장 상인과 주부, 영세민 등 교실을 채운 학생 19명의 평균 연령은 50대.21살부터 26살까지, 모두 20대 자식뻘인 교사 5명은 대학생이다. 못 배운 설움도 맞들면 나을까. 환기가 안돼 곰팡이가 핀 교실 벽면에는 ‘참된 사랑·꾸준한 노력·성실한 마음’이라는 급훈이 걸려 있다. 지난 1월 입학한 한상진(44·가명)씨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31년만에 중학교 과정을 공부하는 게 즐겁다.”면서도 “야학이 어렵다는데 혹시 문을 닫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1979년에 설립된 뒤 25년 동안 중앙시장을 지켜온 신당야학은 문을 닫을 위기에 놓여 있다.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30만원을 주고 써 온 야학 건물이 지난달 경매로 넘어갔다. 교실로 쓰는 건물 지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적용받지 못하는 대피소 용도여서 보증금마저 고스란히 날릴 처지다. 임승택 교감은 “미처 보증금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경매에 들어간데다 다른 교실을 마련할 비용이 없다.”고 말했다. ●구청 지원금 재정의 10%도 못미쳐 못 배운 서민들이 향학열을 불태우는 보금자리인 야학들이 운영난으로 하나둘 문을 닫고 있다. 야학 연합단체인 전국야학협의회에 등록된 야학은 165개. 미등록 야학까지 합치면 전국적으로 500여개의 야학에서 2만여명이 공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기초학력 미보유자는 초등과정이 200여만명, 중등과정은 420여만명에 이른다. 김호석 전야협 사무총장은 “지난해 꽤 이름이 알려진 야학만 4곳이 눈물 속에서 문을 닫았다.”면서 “매년 이름없는 더 많은 야학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야학은 재정과 교사 부족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성인 140여명이 배우는 서울 S야학은 월세 150만원을 마련하기도 버거운 형편이다. 외부 후원금은 해마다 줄어 교사들의 호주머니까지 털고 있다. 구청 지원금은 1년에 불과 400만원. 전체 재정의 10%도 미치지 못한다. 교사 충원 문제도 야학의 존속을 위협한다. 야학 교사의 주류인 대학생 지원자는 과거의 3분의1이하로 줄었다. 신당야학은 교사 정원 7명을 못 채워 교사들이 한 주에 1∼2일씩 초과 수업을 한다. 고지수(21·고려대) 교사 대표는 “대개 1년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는 교사가 많다.”면서 “교사가 부족하고 자주 바뀌면서 전공에 상관없이 여러 과목을 가르친다.”고 말했다. ●교육소외계층 학습권 보장 절실 교육인적자원부가 정책연구과제로 전국 야학 121곳을 조사한 ‘야학의 실태 및 지원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야학이 꼽은 어려움 1순위가 재정부족이었다. 조사 대상의 55.6%는 교사가 부족하다고 응답했고,29.5%는 자원교사의 평균 활동기간이 1년 미만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교육 소외계층을 위해 정부가 나서서 야학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졸업 학력을 인정받으려면 검정고시를 봐야 하는데 소외계층에게 사설학원에 다니는 비용도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공주대 교육학과 양병찬 교수는 “야학에 대한 현실적인 인력·예산 지원이 시급하고 성인을 위한 초·중등 학력인정제도도 현재보다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사진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사설] 판교정책 집값 잡는 데는 역부족

    정부와 여당이 엊그제 내놓은 판교 신도시 개발과 관련된 부동산 정책은 분양가를 되도록 낮추되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시세차익을 정부가 흡수하거나 최대한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부동산 투기 재발을 어떻게든 막으려는 고육지책으로 일단 그 취지에 우리는 공감한다. 특히 공영개발 방식을 모든 공공택지에 적용키로 한 것은 그동안 건설사의 경쟁적인 분양가 인상 폐해가 컸던 점에 비춰 바람직하다. 모든 공공택지의 건축비와 토지비 조성원가에 근거해 계산하는 원가연동제를 도입해 분양가를 낮추기로 한 것도 긍정적이다. 또 분양가가 낮아지는 대신 지난 1999년 폐지됐던 채권입찰제를 부활시켜 시세차익을 정부가 흡수키로 한 것 역시 타당한 대안이 될 것이다. 물론 부동산투기 바람이 불면 과거에 채권입찰액이 커지면서 사실상 분양가를 올리는 부작용이 있었다. 원가연동제를 적용받는 주택에 대해 전매 제한기간을 현재 최장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놓고 지나친 규제라는 비판도 없지 않으나 투기를 잠재우려면 불가피하게 받아들여야 할 조치라고 본다. 그러나 ‘로또복권’으로 불리던 판교 신도시의 분양정책을 원점에서 검토한 이런 당정의 부동산정책은 집값과 땅값을 원천적으로 잡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한마디로 이런 정책은 땅값이 올라버린 후의 대안이지 급등을 막을 근본적인 정책은 못 된다. 부동산 투기를 잠재우려면 그동안 논의되어왔던 부동산 보유세를 대폭 올리고 1가구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금을 철저히 징수해야 할 것이다. 판교신도시가 어떻게 주변 지역 집값을 올렸는지 정밀 조사해야 한다. 개발계획설만 돌아도 땅값이 급등했으며 주변 집값도 덩달아 올랐다. 그래도 정부가 손을 쓸 수 없었다. 도시계획 수립단계부터 개발단계까지 기간 동안의 이익환수 시스템에 구멍이 뚫려 있었기 때문이다. 도시계획 수립 단계부터의 개발이익도 환수할 수 있도록 도시계획수립절차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지난 수년간 수도이전설로 충청도 지역 땅값이 올라 토지보유자에게 엄청난 이익을 안겨주었던 실패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 [기고] 학교용지부담금 환급특별법 제정 서둘러야/최종구 경기도 법무담당관실 행정심판전문요원

    학교용지에 관한 특례법은 지난 3월24일 개정되기 전에는 공립의 초·중학교 및 고등학교의 학교용지를 쉽게 확보하기 위하여 건축법과 주택법 등 관련 법률에 따라 개발되는 300가구 규모 이상의 주택건설용 토지 또는 주택을 분양받는 자에게 학교용지부담금을 내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3월31일 헌법재판소는 학교용지부담금의 부과 근거조항에 대해 학교용지는 의무교육을 위한 물적 기반임에도 토지 또는 주택을 분양받은 특정 집단으로부터 부담금을 징수하는 것은 헌법이 정하고 있는 의무교육의 무상원칙과 평등원칙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위헌결정을 내렸다. 그동안 정부는 법률의 근거 없이 학교용지부담금을 거둬들인 셈이다. 그렇다면 마땅히 부담금을 돌려줘야 할 것인데, 여기에는 법적 안정성에 터잡은 법적 논란이 있다. 헌법재판소법은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조항은 형벌에 관한 것이 아니라면 소급하여 효력이 상실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위헌결정 이후에 그 위헌법률이 재판의 전제가 되었음을 이유로 법원에 제소된 일반 사건에도 위헌결정의 효력이 미친다고 하는 등 위헌결정의 소급효를 꾸준히 확대해 왔다. 대법원은 그러나 제소기간이 경과하여 위헌법률에 근거한 행정처분을 다툴 수 없는 경우에까지는 위헌결정의 소급효를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법리적으로 제소기간을 놓친 부담금 납부자의 구제방법은 없어 보인다. 그래서인지 교육부가 전국 시·도에 보낸 학교용지부담금 환급지침은 대법원이 취한 법리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지침에 의하면 쟁송기간 내(부과처분을 안 날로부터 90일 내)에 행정소송·행정심판·감사원 심사청구 등의 쟁송수단을 통하여 이의를 제기한 사람에 대해서는 부담금 부과 관청이 부과처분을 직권으로 취소하고 부담금을 환급하라는 것인데, 이들은 어차피 쟁송수단에 의하여 적법하게 구제받을 수 있는 자들임에 비하여, 쟁송기간이 경과한 자, 쟁송기간 내이지만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자 등이 환급대상에서 빠져 있다. 위헌결정이 언제 있었는가의 우연한 사정에 의하여 법과 정책을 믿고 따른 사람은 손해를 보는, 정의 관념에 반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의 경우 2001년부터 2005년까지 부담금으로 징수된 금액은 약 2000억원이고, 행정심판 청구는 약 8000건, 감사원 심사청구는 약 4만 6000건인데, 이중 환급지침에 의하여 구제받는 경우는 약 500억원에 불과하므로 구제받지 못하는 대다수 사람들의 저항은 예측불능이다. 이에 당정은 부담금 환급대책을 논의하고 있으나, 당은 대체로 조세 형평성을 훼손할 수 있다면서 이의신청 여부나 기간에 관계없이 납부자 전원에게 학교용지부담금을 돌려줄 것을 주장하는 반면, 정부는 헌재 결정이 형벌과 관련된 사안이 아니면 소급적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이의를 신청하지 아니하거나 기간이 경과한 납부자까지 환급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어서 서로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번 위헌결정은 국가가 저지른 잘못을 확인해준 것이므로 국가는 자신이 만든 위법상태를 스스로 제거할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국가는 법률을 창조하는 힘이 있고 이를 통하여 자신의 잘못을 교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법적 안정성이라는 법 형식논리에 얽매여 환급 대상을 제한한다면 정부는 더 이상 법과 정의를 이야기할 수 없고, 오히려 법적 안정성이 깨져 법치행정의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당정은 열린우리당 이상민 의원이 부담금을 낸 모든 사람에게 부담금을 환급하는 것을 골자로 발의한 학교용지부담금 환급 등에 관한 특별법안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환급대상에서 빠진 부담금 납부자들로부터 하루에도 수십통씩 볼멘소리의 전화를 받을 때 그 어떤 말로도 이들을 설득할 수 없다는 사실에 무력감을 느낀다. 3년치 가계부를 내보이며 나는 이렇게 각종 공과금을 성실하게 납부해 왔는데 앞으로는 일단 내지 않고 버티겠다는 어떤 아주머니의 푸념이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법은 제정할 때보다 지켜질 때 정당성을 인정받는 것이다. 당정은 조속히 학교용지부담금의 환급특별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한다. 최종구 경기도 법무담당관실 행정심판전문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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