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 지금이 적기/이성규 서울시립대학교 사회복지정책학 교수
건강보험제도가 시행 37년 만에 새로운 도전을 맞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와 비만, 만성질환자 증가로 재정지출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으나 치료 위주의 관리시스템 탓에 효율적인 지출 관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수입 부분도 마찬가지다. 전국적으로 건강보험이 통합된 지 14년이 됐지만, 보험료 부과기준이 지역·직장마다 달라 이미 퇴직해 소득이 감소했는데도 전(월)세, 주택, 자동차 등이 있다는 이유로 보험료가 올라가는 모순이 다반사로 발생하고 있다.
또 자녀가 직장에 다니면 피부양자가 돼 보험료를 안 내도 되고, 자녀가 직장가입자가 아니면 보험료를 내야 한다. 직장에 다니는 부모를 둔 자녀는 보험료 부과대상이 아니나 직장이 없는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 직장가입자 내에서도 근로소득만 있는 사람과 다른 소득도 있는 사람이 보험료를 다르게 내 부과의 형평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이런 보험료 부과체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소득을 중심으로 부과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보험료 부과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소득파악률도 92.2%까지 올라갔다. 양도소득, 퇴직소득, 상속, 증여소득을 포함하면 소득파악률이 95% 이상으로 높아져 소득 중심 단일 보험료 부과체계로 전환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히 성숙한 상황이다.
사회보험 방식으로 제도를 운용하는 주요국가(독일, 프랑스, 벨기에, 타이완 등)는 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하고 있으며 부과대상 소득도 근로소득에서 모든 소득으로 확대하고 있다. 우리와 제도가 가장 유사한 타이완도 전민건강보험 초기부터 소득중심의 단일 보험료 부과체계를 운영하고 있으며, 2013년부터는 부과체계 개혁을 통해 건강보험료 부과소득의 범위를 모든 소득으로 확대했다. 주요 소득뿐만 아니라 원고료·강의료 등의 부가소득에도 보험료를 부과할 뿐 아니라, 현재 우리나라에서 논란 중인 임대소득에 대해서도 이미 부과하고 있다. ‘같은 보험가입자에 대해 같은 보험료 부담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가입자의 실제 부담능력을 완벽하게 반영해 부담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높여 재정의 안정 기반을 넓혀 가고 있다.
타이완의 사례는 우리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개선하는 데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커 보인다. 소득기준으로 제도 개선을 함에 있어서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부담 정도가 어떻게 변하는 지, 재산부분에 대한 보험료를 뺄 경우 국민들이 흔쾌히 납득할 것인지, 제시된 자영자들의 소득파악률이 검증이 되었는지 등에 대한 검토를 하루빨리 해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설득과 소통의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정책의 필수적인 부분이다.1987년 지역가입자에게 적용대상을 확대한 이후부터 논의 되어온 부과체계 개편이 이번에는 하루 속히 결론이 나 국민들의 불평과 불만을 줄여줬으면 한다. 되는 일이 없는 요즈음 국민들은 마무리되는 것에 대한 갈증이 크다.
현행 불공정한 보험료 부과체계는 과도한 보험료 민원을 유발하고, 생계형 체납자를 양산해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소득의 역진성으로 ‘소득재분배’와 ‘사회연대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부과체계 개편이 더는 탁상공론으로 끝나지 않아야 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잘못된 부과체계로 고통받고 있는 국민을 생각할 때 하루속히 소득을 기준으로 합리적으로 개선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