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동 “정책실패 반성 않는 자세 고쳐야”
최근 ‘시장주의자를 반시장주의자로 내몰고 있다.’며 경제 관료들을 빗대 쓴소리를 내뱉았던 금융통화위원회 김태동 위원이 “관료들의 속성은 반시장주의자이며,시장주의자와 반시장주의자(관료주의)는 양립할 수 없다.”며 관료들을 향해 재차 직격탄을 쏘았다.지난 17일 그를 만나 최근 모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관료들에 대한 시각을 다시 물어봤다.
김 위원이 말하는 ‘시장주의자’는 어떤 사람들인가 하는 질문을 먼저 던졌다.김 위원은 “시장을 아는 사람,시장을 보스로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그런 사람은 누구냐고 묻자 “배운 건 시장경제뿐이고 아는 것도 시장경제인 경제학자들과 경제전문가들,그리고 시장참여자들이 그들”이라고 답했다.
그러면 경제 관료들은 시장주의자가 아니냐고 묻자 “시장주의자와 반시장주의자(관료주의)는 양립하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경제관료들이 추진하는 경제정책은 반시장주의적이냐고 되묻자 “외환위기가 이를 확인했고,카드사태가 이를 재확인해줬다.”고 답했다.
그는 “외환위기와 카드위기의 공통점은 관료들이 시장을 무시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며 “외환위기 때는 국민소득 1만달러를 지키기 위해 달러당 800원대를 지나치게 고집해 일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며 “카드위기도 금융시장에 대한 기초적 이해부족에서 출발했으며,특히 LG카드 사태는 경쟁사가 경쟁사를 지원한 꼴이며,이는 시장경제 논리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경제 관료가 반시장주의자라는 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 “물론 관료들 개인적으로는 똑똑하고 유능하지만,관료집단이라는 틀속에 갇히면 인사권자인 윗사람만 무서워하고,시장은 무서워하지 않는다.”며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관료주의가 퇴행해 가는데 반해 이웃 일본과 우리나라는 관료주의가 더 득세하고 있어 이는 분명 반시장적인 행태”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관료들은 지금까지 각종 정책실패에 대해 반성한 적이 없다며 반성론도 거론했다.외환위기나 카드위기 때도 정책적 실패에 대한 솔직한 반성이 없었고,그때마다 ‘시장’에 잘못을 떠넘겼다고 지적했다.경기침체의 해법과 관련해서도 경기부양을 떠들면 마치 ‘시장주의자이자 성장론자’인 것처럼 비치는 데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재정·금융·환율정책은 경기변동을 조정하는 안정화대책일 뿐,성장정책은 될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제도개혁 정책,산업정책,과학기술정책 등을 성장정책으로 볼 수 있는데,제도개혁 정책은 기득권측의 반발로 마치 분배를 주장하는 것으로 잘못 비쳐지고,경기부양을 거론하면 성장론자로 비쳐지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경기부양책 자체도 시장을 못믿는 반시장적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동산 안정대책에 대해서는 “투기억제를 위해 일시적으로 불가피한 부작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실거래가로 과세하겠다는 것은 반시장적이고,주택시장의 활성화 차원에서 주택정책을 완화해 투기꾼을 비호하는 것은 시장친화적이라는 얘기냐.”며 주택거래신고제를 옹호했다.
김 위원은 “시장은 관료의 재량보다는 시장의 규율에 의해 움직여야 하고,이를 위해 관료들의 독점적인 정책생산에 시장주의자들의 참여를 막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경제 관료들을 너무 부정적으로 매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는 “개인적인 차원이 아니라 폐쇄적인 관료집단의 조직이기주의 문화를 지적한 것”이라며 “관료들이 시장을 더 무서워하고,잘못된 정책실패에 대해 반성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주병철기자 bcjo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