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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원특별자치법 개정안’ 첫 문턱 넘나

    ‘강원특별자치법 개정안’ 첫 문턱 넘나

    내년 6월 강원특별자치도 성공 출범을 위한 첫 걸음인 국무총리 산하 강원특별자치도 지원위원회(이하 강원지원위) 설치 조항이 담긴 법안이 국회에서 다뤄진다. 19일 강원도에 따르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제1법안소위는 20일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심의한다. 강원지원위 설치를 골자로 한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허영·국민의힘 노용호 의원이 발의했다. 김진태 지사는 이날 국회를 찾아 제1법안소위 위원들에게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도는 개정안이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무쟁점 법안이어서 제1법안소위를 통과하면 오는 22일 행안위 전체회의, 26일 법제사법위원회, 27일 본회의에서도 무난히 의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단, 개정안 심의 과정이나 추후 강원지원위 단독 설치가 기존 제주지원위, 세종지원위와 통합으로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 도 관계자는 “개정안은 무쟁점 법안으로 분류돼 다른 법안으로 인해 국회 일정이 지연되지 않으면 이달 말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는 내년 초에도 도와 시·군 특례 조항이 담긴 추가 입법을 계획하고 있다. 도와 강원연구원이 지난 8월 착수한 강원특별자치도 종합계획 수립 연구용역의 결과는 내년 2월 나온다. 김상영 도 강원특별자치도추진단 추진담당관은 “용역 결과와 시·군이 제출한 특례 조항을 넣는 법안을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이전 통과시킬 계획이다”고 말했다.
  • ‘신당역 사건’이 부른 ‘여혐범죄’ 정의 논란…여가부 “논의 필요”

    ‘신당역 사건’이 부른 ‘여혐범죄’ 정의 논란…여가부 “논의 필요”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보지 않는다고 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발언이 논쟁을 일으키자, 여가부는 “정의를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민경 여가부 대변인은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을 통해 “지난 16일 이후 해당 사건에 대해 ‘여성혐오 범죄다’, ‘아니다’ 하는 논란이 많았다”며 “이것은 학계나 다른 여성계에서도 정의 부분을 한 번 논의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조 대변인은 “장관님이 말씀하신 것은 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고 엄중 처벌하며 관련 법·제도를 개선하는 데 집중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지난 16일 서울 중구 신당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번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보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이 사건은 스토킹 살인 사건이어서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고 실제로 피해자가 이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는지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와 상의해 16일 상정된 스토킹 피해자 지원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사건을 계기로 젠더폭력·여성혐오 범죄에 대한 인식 전환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면식 여부는 혐오범죄의 구성요건이 아니며, 신당역 사건은 구조적 성차별이 빚어낸 페미사이드(여성 살해)”라고 말한다.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자신의 요구를 받아 주지 않는 여성의 태도를 자신의 남성성에 대한 가해 행위로 해석해 위해를 가하고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남성 권력’”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여가부는 스토킹 피해자 지원 강화를 위해 ▲경찰과 1366센터 간의 연계를 강화하고 ▲사건 발생시 여가부에 통보가 될 수 있도록 사건 통보 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대책을 강구할 계획이다.
  • ‘미성년 제자 강간미수 혐의’ 피겨 이규현 코치, 불법촬영 혐의도 추가

    ‘미성년 제자 강간미수 혐의’ 피겨 이규현 코치, 불법촬영 혐의도 추가

    미성년 제자를 성폭행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출신인 이규현 코치(42)가 불법 촬영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19일 CBS노컷뉴스에 따르면,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 형사1부(부장검사 손정숙)는 지난달 말 강간미수와 성폭렴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 등으로 이씨를 구속 기소했다. 이씨는 올해 초 자신이 가르치던 미성년 제자를 대학 입학 축하를 이유로 불러내 술을 먹인 뒤 성폭행을 시도한 혐의로 지난 6월 검찰에 송치됐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불법 촬영까지 한 사실이 수사를 통해 확인됐다. 검찰은 빙상계에서 영향력이 큰 이씨가 2차 가해를 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도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 등을 이유로 영장을 발부했다. 이씨는 불법촬영 혐의는 인정하나 강간미수 혐의는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첫 재판은 20일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에서 열린다. 한편 이씨는 1998년 나가노, 2002 솔트레이크 등 두 차례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국가대표 출신이다. 2003년 현역 은퇴 이후 코치로 활동해 왔다.
  • ‘삼청교육대 탈출’ 억울한 옥살이…40년만에 무죄

    ‘삼청교육대 탈출’ 억울한 옥살이…40년만에 무죄

    1980년 신군부가 만들었던 삼청교육대에서 탈출한 혐의로 옥살이를 한 60대가 40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2단독 이지수 판사는 사회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4개월을 선고 받았던 A(69)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이에 따라 A씨는 1982년 4월 형이 확정된 지 40년 5개월 만에 전과자 멍에를 벗었다. 1980년 8월 계엄 포고 제13호 발령에 따라 삼청교육대에 끌려간 A씨는 사회보호위원회로부터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며 5년간의 보호감호 처분을 받았다. 경기 고양군 송포면 대화리의 한 군부대에 수용된 A씨는 1981년 8월 17일 오후 8시 35분쯤 동료와 함께 감호시설을 탈출했다가 붙잡혀 재판에 넘겨졌고, 그해 12월 1심에서 징역 4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듬해인 1982년 4월에는 판결이 확정됐다. A씨를 군사시설에 가두고 보호감호 처분한 근거는 계엄 포고 제13호(불량배 일제 검거)와 구 사회보호법이다. 포고문에는 폭력사범과 공갈 및 사기사범, 사회풍토 문란사범을 검거한 후 일정 기준에 따라 분류해 수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수용시설을 무단이탈하거나 난동·소요 등을 금지했고, 이를 어기면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수색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8년 12월 계엄 포고 제13호가 해제 또는 실효되기 전부터 위헌·무료라고 결정했다. A씨는 이를 근거로 지난 4월 20일 재심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계엄 포고가 위헌·위법한 이상 이를 통해 불법 구금된 피고인이 감호시설에서 도주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무죄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 ‘첫출근’ 이원석 검찰총장, ‘신당역 사건’에 “깊은 책임감”

    ‘첫출근’ 이원석 검찰총장, ‘신당역 사건’에 “깊은 책임감”

    이원석(사진·53·사법연수원 27기) 신임 검찰총장은 19일 “국민의 안전한 일상을 지켜드리는 것이 우리 검찰이 해야 할 첫 번째 책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이날 대검찰청 첫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최근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과 관련해 “국민 기본권, 특히 생명·안전을 지켜주지 못해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이 부분을 포함해 보이스피싱·전세 사기·성폭력·성 착취물·아동학대와 민생범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며 “이런 충격적이고 불행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다짐을 갖고 첫 출근을 한다”고 덧붙였다. 이 총장은 ‘스토킹범죄 처벌을 강화할 구체적인 방안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지 아직 1년도 되지 않았다”며 “부족한 점이 많지만 피해자 안전을 중심에 두고 어떻게 법률을 운용할지 경찰청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답했다. 이 총장은 검찰·경찰, 두 기관이 범죄 대응 일선에서 긴밀히 협력해야 하는 관계라는 것도 강조했다. 그는 “외부에서는 검·경 간에 불편한 관계 또는 갈등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일선 경찰관과 검찰 구성권은 수없이 많은 사건을 협의하고 제대로 처리하도록 독려하는 동료 관계다. 경찰 지휘부를 만나 어려운 민생사건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특히 최근 발생한 충격적인 사건과 관련해 힘을 합쳐 재발하지 않도록 협력할 것이다”라고 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전날 “이 총장은 직접 육성으로 피해자 보호를 모든 판단과 결정의 기준으로 삼으라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지난 16일 전국 60개 검찰청 스토킹전담검사 89명이 참여하는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해 스토킹범죄에 엄정 대응하라고 ‘1호 지시’를 내렸다.
  • [포토] ‘한국 사위’ 래리 호건 미국 메릴랜드주지사, 제1호 명예보훈장관 위촉

    [포토] ‘한국 사위’ 래리 호건 미국 메릴랜드주지사, 제1호 명예보훈장관 위촉

    ‘한국의 사위’로 유명한 래리 호건 미국 메릴랜드주(州) 지사를 대한민국 명예보훈장관으로 위촉한다고 국가보훈처가 18일 밝혔다. 박민식 보훈처장은 19일 오전 서울지방보훈청에서 호건 주지사를 제1호 명예보훈장관으로 위촉하고 위촉장과 기념메달을 전달한다. 위촉장에는 호건 주지사가 한국전 참전용사 명예선양에 힘쓴 데 감사하고 앞으로도 계속 지원을 당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감사와 예우의 증표로 전달하는 기념메달에는 태극 문양 바탕에 한국, 미국 등 22개 유엔참전국의 국기가 그려졌다. 박 처장은 이에 앞서 호건 주지사와 내년 정전협정 70주년 사업 등을 협력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호건 주지사는 한미동맹 발전과 우호 증진에 크게 기여한 공화당 유력 정치인으로 올해 7월 워싱턴 D.C.에 제막한 ‘한국전전사자 추모의 벽’ 건립에 25만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아내 유미 호건 여사는 한국계다. 그는 보훈처의 명예보훈장관 위촉 제안에 “굉장히 멋지다!(Very Wonderful!)”며 흔쾌히 수락했다고 보훈처는 전했다. 보훈처는 호건 주지사에 이어 앞으로도 유엔 참전국의 유력 인사를 대상으로 명예보훈장관을 위촉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박 처장은 “보훈처는 명예보훈장관을 비롯한 다양한 국제보훈사업을 통해 6·25전쟁 정전 70주년을 22개 유엔참전국의 뜨거운 인류애와 공동의 희생을 기억하고 세계에 널리 알리는 대규모 국제행사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층간소음 항의하려고 윗집 찾아가 벽돌 휘두른 60대 ‘집유’

    층간소음 항의하려고 윗집 찾아가 벽돌 휘두른 60대 ‘집유’

    층간소음 갈등 끝에 윗집을 찾아가 벽돌로 현관문을 파손하고, 거주자를 다치게 한 60대가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울산지법 형사3단독은 특수재물손괴, 특수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A(여)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경남 양산의 한 아파트에 사는 A씨는 지난해 3월 중순 층간소음 문제로 집 안에 있던 벽돌을 들고 윗집에 올라가 여러 차례 문을 두드렸으나 열어주지 않자 벽돌로 현관문을 파손했다. 이어 40대 집주인 B씨가 현관문을 열자 B씨의 머리와 팔 등을 향해 벽돌을 수차례 휘둘러 전치 2주의 부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하고 피해 보상도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오랜 층간소음에 우발적으로 범행한 점과 현재 이사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 김현숙 “임신해서 결혼…어쩔 수 없이 했다”

    김현숙 “임신해서 결혼…어쩔 수 없이 했다”

    배우 김현숙이 싱글맘 사연에 깊이 공감했다. 지난 16일 유튜브채널 ‘이상한 언니들’에는 ‘아이와의 만남을 거부하는 남편, 저 어떻게 할까요?’라는 제목의 영상이 공개됐다. 이날 상담 사연자로는 임신 후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홀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30대 미혼모가 등장했다. 사연자는 “저는 선택적 미혼모다. 4년째 아이를 열심히 키우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에 김현숙은 “저도 임신해서 결혼을 했다. 어쩔 수 없이”라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사연자는 아이에게 아빠를 알려준 적이 없는데 미디어 등에 나오는 가족 구성들을 보면서 아빠의 존재를 물어보기 시작했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아이가 아빠의 존재를 물어보면 사연자는 사진을 보여주면서 “우리랑 만날 수는 없지만 너에게도 아빠가 있다”고 알려주지만“아이가 아빠를 찾을 때마다 마음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이에 김현숙은 “저도 겪어봐서 안다. 심리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굉장히 힘들다”며 공감했다. 그러면서 “저는 사연자의 행동이 너무 이해가 된다. 싱글맘이라는 것을 아무리 친해도 얘기할 필요가 없다. 그런 말을 안 하는 게 당연한 거다”라고 위로했다.
  • [이연실의 Book 받치는 삶] 내 가슴속 제주 어멍, 잘 갑서양/출판사 이야기장수 대표

    [이연실의 Book 받치는 삶] 내 가슴속 제주 어멍, 잘 갑서양/출판사 이야기장수 대표

    지난 12일 현영자 여사가 제주 서귀포에서 91세로 별세했다. 현 여사는 올레길을 만든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의 어머니다. 나는 ‘영초언니’라는 책을 만들다 현 여사를 알게 됐다. 책을 만들다 보면 놀랍고 감동적인 책 속의 어머니들을 만나게 된다. 내 가슴속엔 내 몸을 낳아 준 것은 아니나 내 영혼을 길러 준 수많은 어머니들이 살아간다. 현 여사는 그중에서 단연 내게 특별한 ‘어멍’이었다. 현 여사는 노점상에서 시작해 강인한 생활력으로 제주 시장통에서 40여년간 식료품 가게를 운영했다. 그 가게의 이름은 ‘서명숙상회’다. 딸이라면 이름도 아무렇게나 지어 버리던 시대, 누구 아내, 누구 엄마로 쉽사리 여자의 이름이 지워지던 시대, 현 여사는 1959년에 딸의 풀네임을 간판에 내걸고 세상 사람들이 수천수만 번씩 부르게 했다. 딸 명숙에게 “독신으로 살아라. 똑똑하고 잘 배운 여자는 좋은 직업을 가지게 되니 굳이 결혼할 필요가 없다. 남자에게 의지하지 말아라”라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말했다 하니, 일찌감치 생각이 깬 여성이었다. 어멍이 금이야 옥이야 길러 낸 딸 명숙은 공부도 잘해서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한다. 그리고 교사가 되기 위해 제주의 모교로 교생 실습을 나가기 바로 전날 돌연 동네 형사들이 마당에 들이닥친다. 명숙이를 서울에 잠깐 데리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서슬 퍼런 긴급조치 시대였다. 형사들은 그저 선배 일로 잠시 물어볼 것이 있다며 안심시켰으나, ‘월요일 출근 전에 돌아오려면 배를 타고 갈 수도 없고 어쩐다’ 하고 뜸들이며 현 여사에게 왕복 비행기삯까지 뜯어 갔다. 훗날 현 여사는 “내 딸 끌고 가는 놈들 비행기삯까지 내준 멍청한 에미가 됐다”며 수없이 가슴을 쳤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딸은 돌아오지 않았고, 서명숙상회 주인은 장사를 작파하고 딸을 찾으러 서울로 날아갔다. 울며불며 서울 바닥을 헤매고 다녔으나, 딸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딸 명숙이 어멍을 다시 만난 것은 법정에서였다. 여대생 서명숙이 꼿꼿이 “박정희는 독재자다”라고 입을 떼는 순간 어멍은 절규했다. “맹숙아, 겅 곧지 말라게. 빨리 판사님한티 잘못했댄, 다시는 겅허지 않으켄 싹싹 빌라게.” 아주 나중에야 명숙은 어멍에게 물었다. 그때 왜 빌라고 했느냐고. 정말 딸이 잘못했다 생각했느냐고. 어멍은 말했다. “살아야 하니까. 살려야 하니까. 일단 어떻게든 살려서 데리고 나와야 하니까.” 먹고사느라 뼈 빠지게 일만 한 어머니라고 세상의 더러움을 모르겠는가. 딸 잡아다 무지막지하게 가둔 사람들에게 침이라도 뱉어 주고 싶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어머니는 딸에게 빌라고 절규했다. 물론 딸들은 엄마의 가장 애절한 소원은 잘 들어 주지 않는 법. 대학생 서명숙은 어머니의 절규 속에서도 소신대로 꼿꼿하게 준비한 최후진술을 마쳤다. 당시 운동권 대학생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친 ‘영초언니’와 함께 독재권력에 맞서 싸웠던 서명숙은 그렇게 감옥으로 갔다. 서명숙 이사장은 지금 긴급조치 피해에 대한 국가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진행 중이다. 승소하는 모습을 어머니께 간절히 보여 드리고 싶었건만, 왜 언제나 국가의 사죄와 배상은 꼭 이렇게 한발 늦는 것일까. 지금도 책을 열면 영자 어멍이 “멍청한 에미”라며 가슴을 치고, 길도 모르는 서울 바닥에서 “맹숙아, 맹숙아” 외치며 딸을 찾아 헤매는데. 나는 기다린다. 하늘에서나마 영자 어멍이 이 나라가 사죄하는 모습을 보실 수 있기를. 그리하여 이승에서 멍 들도록 치셨던 가슴, 하늘에선 가만히 쓸어내리실 수 있기를. 현영자 여사의 명복을 빈다.
  • ‘한국 사위’ 美 호건 주지사, 제1호 명예 보훈장관 위촉

    ‘한국 사위’ 美 호건 주지사, 제1호 명예 보훈장관 위촉

    미국 공화당의 대선 잠룡인 ‘한국 사위’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가 제1호 ‘명예 보훈장관’에 위촉된다. 18일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박민식 보훈처장은 19일 서울 용산구 서울지방보훈청에서 호건 주지사와 만나 위촉장 및 기념메달을 전달한다. 박 처장은 호건 주지사와 내년으로 다가온 정전협정 70주년 사업 등에 대한 공동 협력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보훈처는 “내년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유엔 참전국의 명망 높은 인사들을 위촉함으로써 참전용사들의 명예 선양과 권익 증진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건 주지사는 한미동맹 발전과 우호 증진에 기여해 온 유력 정치인으로, 지난 7월 워싱턴 DC에서 제막한 ‘한국전전사자 추모의 벽’ 건립에 25만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아내 유미 호건이 한국계로 둘 사이에 자녀 3명을 두고 있어 ‘한국 사위’로 불린다.
  • 먹물 대신 디지털 탁본… 더 선명해진 역사

    먹물 대신 디지털 탁본… 더 선명해진 역사

    “한국 문화재, 나아가 세계 문화재를 보존하고 분석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탁본은 동양문화권에서 하나의 기술이자 그 자체로 문화유산이다. 그런데 탁본은 작업 과정에서 문화재가 훼손될 우려가 있어 탁본을 선명하게 뜨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오래 방치된 목판 같은 경우 워낙 건조해 먹물을 뿌려도 곧바로 흡수돼 작업자를 혼란에 빠뜨리기도 한다.지난 16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2022 국제문화재산업전’에서 만난 문화유산사진연구소장 장선필(53) 박사는 훼손될 우려 없게 사진으로 디지털 탁본을 뜬다. 얼핏 카메라로 그냥 글자 사진을 찍어 탁본처럼 보이게 하는 일이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일련의 깐깐한 작업 과정을 거쳐야 한다. 대학에서 학사, 석사로 사진을 전공한 그는 어느 날 박물관 유물 촬영을 하다가 탁본을 뜨는 것을 보고 의아하게 여겼다. 문화재 훼손 우려가 있을뿐더러 결과물이 선명하게 나오는 것도 아닌데 굳이 탁본을 해야 하느냐는 의문이었다. 이를 계기로 장 박사는 디지털 탁본 연구를 위해 2009년 문화재과학 박사 과정에 들어가게 됐다. 장 박사는 “내가 아는 사진 기법을 통해 새로운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어차피 광학 쪽이니 물리학과 지도교수님을 찾아가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도와주셨다”고 말했다. 자외선, X선, 가시광선 등으로 문화재를 분석하는 연구는 전례 없는 길이었기에 “내가 모르는 거지 방법이 없는 게 아니다”라고 생각하며 끊임없이 답을 찾아갔다.수년간의 연구 끝에 알고리즘을 활용해 탁본을 뜨는 방법을 찾아냈다. 지난달에는 특허도 받았다. 장 박사는 2D로 작업하는 그의 디지털 탁본이 3D 디지털 탁본보다 왜곡이 적고 가격이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부스에 걸린 그의 작업물은 기존의 탁본 자료보다 선명했다. 원자료보다 글씨가 두꺼워지는 왜곡도 없었고, 기존의 탁본으로 잘 보이지 않던 글씨의 정체도 밝혀낼 수 있었다. 장 박사는 “‘선각대사편광탑비’도 디지털 탁본을 통해 기존 책자랑 비교해 308자를 바로 잡았고 48자를 새로 찾았다”고 밝혔다. 글씨 위에 중첩된 도장 낙관도 따로 추출할 수 있었다. 장 박사는 “송광사 고경 스님이 ‘옥룡사증시선각국사 비명병서’에 찍힌 도장이 누구 것인지 알고 싶다고 의뢰했다”면서 “광학의 세계에선 몇만 배 확대하면 층이 다른 게 보일 거라 생각해 살펴보니 ‘옥룡사 승도 주지 인’이 나왔다”고 말했다.기록 문화재에 대해 활용 가치가 높은 신기술이라 많은 관계자가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발주를 하려면 검증된 선례가 필요한 공공기관의 특성상 아직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훼손이 심하고 볼록한 구조라 종이 탁본 작업이 어려운 ‘경주 황복사지삼층석탑 금동사리함 명문’은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전향적으로 의뢰한 덕에 디지털 탁본 자료를 확보하고 전시할 수 있던 사례다. 장 박사는 “목판은 수명이 유한하다는데 팔만대장경이 제작된 지 벌써 800년 가까이 됐다”면서 “전통 인출본 방식으로 복각하면 두꺼운 글자로 하게 되지만 사진으로 하면 원형 그대로 복각할 수 있다. 어떻게든 디지털 자료로 남기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 목판이 40만~50만점 있다는데 자료를 만들고 보존하는 데 역할을 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 큰 몸집 귀엽게… 냉장카트 전용 플랫폼 적용 혁신

    큰 몸집 귀엽게… 냉장카트 전용 플랫폼 적용 혁신

    “귀엽게 보이려 눈이랑 귀까지 달았는데…. 큰 덩치에 위압감만 주지 뭡니까. 녀석의 몸집을 최대한 ‘슬림하게’ 깎는 데 주력했죠.” 가격은 1400만원. 웬만한 소형차와 맞먹는다. 달리는 데 특화된 게 아니기에 최대시속 8㎞로 느리지만 1회 충전 시 달리는 거리는 40㎞로, 어지간한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차량의 순수 전기 주행거리와 비슷하다. 2014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이후 3세대로 거듭나며 전기차 업계에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는 hy(옛 한국야쿠르트)의 탑승형 냉장카트 ‘코코’ 이야기다. ‘코코 3.0’ 프로젝트의 주역인 hy 구매팀의 이성근 과장에게 18일 개발 뒷얘기를 들었다. 하루 내내 걷는 ‘야쿠르트 아줌마’(공식 명칭 프레시매니저)의 체력적인 부담을 덜어 보자는 취지로 2012년 코코 개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개발 기간 2년, 다섯 번의 현장테스트를 통해 처음 상용화에 성공했을 땐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전기로만 구동되는 ‘이동식 냉장고’는 소비자에게 냉장 그대로 제품을 전달하는 ‘풀 콜드체인’을 완성한 유통 혁신인 동시에 당시 어렴풋했던 ‘전동화’의 가능성을 보여 준 사례여서다. 뉴욕타임스, BBC 등 주요 외신에도 소개됐다. “이미 화제가 됐던 코코를 다시 이슈화하려면 새로운 기능이 필요했어요. 고객과 소통하는 마케팅적 요소를 추가해 보자는 생각을 했죠.” 코코에 캐릭터성을 부여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다. 카트의 용량을 키우면서 자연스레 코코의 몸집도 불어났는데, 실제 프로토타입 모델을 만들고 보니 코코는 전혀 ‘귀엽지’ 않았다. 외려 위압감만 줬다. 개발팀은 프로젝트를 전면 수정하고 나섰다. ‘근육량은 유지하고 체지방만 깎아 내는’ 다이어트의 철칙처럼 용량은 지켜 내면서 외형만 깎는 수고로운 작업이 이어졌다. 그 결과 코코 3.0의 용량은 260ℓ로 전작보다 40ℓ나 늘었다. ‘야쿠르트 라이트’(65㎖)로만 채우면 약 2200개까지 담을 수 있다. 3세대 코코는 요즘 완성차 업계에서 유행하는 ‘전용 플랫폼’이 적용된 모델이다. 차체 하부에 배터리를 두는 저중심 설계도 일반 전기차와 닮았다. 차이는 220V 전압에서도 충전이 가능해 충전소가 따로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워낙 다이내믹한 변화를 해 와서 그런지 차세대 코코가 ‘변신 로봇’이 되는 것 아니냐는 장난 섞인 패러디도 돌아다니는 걸 알고 있습니다. 회사의 사업 확장과 연계해 배송 품질을 향상하고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최선의 형태를 찾아 혁신을 이어 갈 것입니다.”
  • 화장실 가기조차 두렵다…강남역 6년 변한 게 없다, 조금 더 일찍 구속했다면

    화장실 가기조차 두렵다…강남역 6년 변한 게 없다, 조금 더 일찍 구속했다면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스토킹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닷새째인 18일에도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젊은 여성부터 중년 남성, 70대 노인까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범행 현장을 찾아 고통 가운데 생을 마감한 피해자를 추모하는 한편 피의자 엄벌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찾은 신당역 여자화장실 앞 벽면은 형형색색의 추모 메모지로 가득 찼다. 메모지에는 ‘내 또래이기에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왔다. 원통하고 참담하다’, ‘2016년 강남역 사건 이후 6년이 지난 지금 무엇이 바뀌었나’, ‘화장실에 가는 것조차 두려워해야 하냐’는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3일 전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부터 마음이 아파 잠조차 이루지 못했다’는 동료의 글도 눈에 띄었다. 추모를 하기 위해 화장실을 찾는 시민이 많아지자 벽 앞에는 일렬로 줄을 설 수 있는 안전선이 세워졌고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던 시민들은 다른 사람이 적은 메모를 보며 눈물을 훔치거나 손을 모아 묵념했다. 경남 창원에서 추모를 하러 온 한규리(26)씨는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비슷한 사건이 반복될 때마다 막막하고 무력했는데 그동안은 지방에 있어 올라오지 못하다가 이번에는 마음이 안 좋아 찾아왔다”며 “조금만 더 일찍 피의자를 구속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일이라는 생각에 화가 난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인근 꽃집에서 국화꽃을 사 왔다는 김영석(64)씨는 “저도 서른두살 딸을 키우는 아버지로서 우리나라가 성범죄나 스토킹 범죄 등에 너무 안일하다”며 착잡해했다. 경찰은 이 사건의 용의자 전모(31·구속)씨에 대해 오랜 시간 범행을 계획한 보복성 범죄로 보고 혐의를 형법상 살인에서 특가법상 보복살인 혐의로 변경해 수사하고 있다. 전씨는 범행 당일인 지난 14일 피해자가 살았던 거주지 일대를 찾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전씨는 서울 서대문구 자신의 집에서 흉기를 챙겨 은평구 구산역까지 이동해 피해자를 기다리다 나타나지 않자 7분이 넘도록 다른 여성을 미행하기도 했다. 전씨는 이날 오후 3시쯤 정신과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기도 했다. 한편 경찰은 범행 11일 전인 지난 3일부터 전씨가 범죄를 계획했다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전씨는 지하철 6호선 구산역에서 역무원의 컴퓨터를 이용해 서울교통공사 내부망에 접속한 뒤 피해자 근무지를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자신의 휴대전화에 위치정보시스템(GPS) 정보를 조작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을 미리 설치하고 휴대전화 내 일부 파일을 삭제했다. 현재 디지털 포렌식을 마치고 자료를 분석 중인 경찰은 19일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전씨의 신상 공개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은 19일부터 추모 주간을 선포하고 추모 행동에 돌입하기로 했다. 20일부터는 조합원 전원이 교통공사 근무 중에 추모 리본을 달아 애도의 뜻을 표하고 20일 서울시청 본청 앞에서 ‘현장 안전 확보 대책 수립 촉구 기자회견’(가칭)을 열 계획이다.
  • 여성혐오 아니다?…“불법촬영→스토킹→살인, 전형적 페미사이드”

    여성혐오 아니다?…“불법촬영→스토킹→살인, 전형적 페미사이드”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을 계기로 젠더폭력과 여성 혐오 범죄에 대한 인식 전환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퍼지고 있다. “여성 혐오 범죄가 아니다”(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좋아한다는데 안 받아 주니 폭력적으로 대응한 것”(이상훈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 같은 발언이 강한 비판을 받는 이유다.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과 달리 신당역 사건은 아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보복범죄’로 봐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면식 여부는 혐오범죄의 구성요건이 아니며, 신당역 사건은 구조적 성차별이 빚어낸 페미사이드(여성 살해)”라고 말한다.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이 2017년 ‘한국여성학’ 제33권 제2호에 게재한 논문 ‘젠더폭력과 혐오범죄’는 ‘묻지마’ 여부가 혐오범죄를 구성하는 필수요건이 아니라고 말한다. 젠더폭력 사건들에서 피해자는 우연적으로 선별된 것이 아니라, 가해자가 적대감을 표출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겨진다. 가해자가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한 상대적 약자는 대체 가능한 불특정 다수로 확대되고, 특히 피해 가능성에 대한 여성들의 공감대는 확산된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가정폭력도 집안의 일로 치부하고 간섭하지 않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누구나가 불평등한 남녀 권력관계에서 비롯된 젠더폭력으로 인정한다”며 “아는 사이에서 일어난 것이라 해서 가정폭력을 젠더폭력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전문가들은 불법촬영에 이은 스토킹, 살인으로 이어지는 ‘신당역 사건’은 ‘페미사이드’의 전형적인 메커니즘이라고 진단한다.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자신의 요구를 받아 주지 않는 여성의 태도를 자신의 남성성에 대한 가해 행위로 해석해 위해를 가하고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남성 권력’”이라고 분석했다. 피해자가 두 번이나 고소했음에도 용의자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 가해자의 접근을 막지 못한 경찰·검찰 등이 젠더폭력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허민숙 조사관은 “‘구조적 성차별’이라는 시스템 없이는 혐오범죄가 일어나지 않는다”며 “사법기관 등 가해자를 엄벌하는 대신 내버려둠으로써 살인이 일어나기까지 조력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 “화장실 가는 것조차 두려워해야 하나” 신당역 추모 행렬

    “화장실 가는 것조차 두려워해야 하나” 신당역 추모 행렬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닷새사건 여자화장실 앞 추모 행렬“구속했다면 막을 수 있었다”피의자, 피해자 전 주거지 미행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스토킹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닷새째인 18일에도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젊은 여성부터 중년 남성, 70대 노인까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범행 현장을 찾아 고통 가운데 생을 마감한 피해자를 추모하는 한편 피의자 엄벌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찾은 신당역 여자화장실 앞 벽면은 형형색색의 추모 메모지로 가득 찼다. 메모지에는 ‘내 또래이기에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왔다. 원통하고 참담하다’, ‘2016년 강남역 사건 이후 6년이 지난 지금 무엇이 바뀌었나’, ‘화장실에 가는 것조차 두려워 해야 하냐’는 등의 문구가 적혔다. ‘3일 전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부터 마음이 아파 잠조차 이루지 못했다’는 동료의 글도 눈에 띄었다. 추모를 하기 위해 화장실을 찾는 시민이 많아지자 벽 앞에는 일렬로 줄을 설 수 있는 안전선이 세워졌고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던 시민들은 다른 사람이 적은 메모를 보며 눈물을 훔치거나 손을 모아 묵념했다. 경남 창원에서 추모를 하러 온 한규리(26)씨는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 비슷한 사건이 반복될 때마다 막막하고 무력했는데 그동안은 지방에 있어 올라오지 못하다가 이번에는 마음이 안 좋아 찾아왔다”며 “조금만 더 일찍 피의자를 구속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일이라는 생각에 화가 난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인근 꽃집에서 국화꽃을 사왔다는 김영석(64)씨는 “저도 서른두살 딸을 키우는 아버지로서 우리나라가 성범죄나 스토킹 범죄 등에 너무 안일하다”며 착잡해했다. 대학생 손녀가 있다는 심윤례(74)씨는 “이런 일이 자꾸 생기는데 바뀌는 게 없다”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경찰은 이 사건 용의자 전모(31·구속)씨에 대해 오랜 시간 범행을 계획한 보복성 범죄로 보고 혐의를 형법상 살인에서 특가법상 보복살인 혐의로 변경해 수사하고 있다. 전씨는 피해자가 살았던 이전 거주지 일대를 여러 차례 찾아갔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씨는 범행 당일인 지난 14일 서울 서대문구 자신의 집에서 은평구 구산역까지 이동해 피해자를 기다렸지만 나타자지 않자 7분 넘게 다른 여성을 미행하기도 했다. 경찰은 19일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전씨의 신상 공개 여부를 검토한다.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은 19일부터 추모 주간을 선포하고 추모행동에 돌입하기로 했다. 20일부터는 조합원 전원이 교통공사 근무 중에 추모 리본을 달아 애도의 뜻을 표하고 20일 서울시청 본청 앞에서 ‘현장 안전 확보 대책 수립 촉구 기자회견(가칭)’을 열 계획이다.
  • “불법촬영→스토킹→살인, 방관한 사법기관… 신당역 사건은 ‘페미사이드’”

    “불법촬영→스토킹→살인, 방관한 사법기관… 신당역 사건은 ‘페미사이드’”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을 계기로 젠더폭력과 여성혐오 범죄에 대한 인식 전환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퍼지고 있다.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다”(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좋아한다는데 안 받아주니 폭력적으로 대응한 것”(이상훈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 같은 발언이 강한 비판을 받는 이유다.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과 달리 신당역 사건은 아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보복범죄’로 봐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면식 여부는 혐오범죄의 구성요건이 아니며, 신당역 사건은 구조적 성차별이 빚어낸 페미사이드(여성 살해)”라고 말한다. 혐오범죄는 ‘개인에 대한 증오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닌, 피해자가 속한 그룹에 대한 적대감에 의해 저질러지는 범죄’로 정의된다.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이 2017년 ‘한국여성학’ 제33권 제2호에 게재한 논문 ‘젠더폭력과 혐오범죄’는 ‘묻지마’ 여부가 혐오범죄를 구성하는 필수요건이 아니라고 말한다. 성폭력 같은 젠더폭력 사건들에서 피해자는 우연적으로 선별된 것이 아니라, 가해자가 적대감을 표출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겨진다. 가해자가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한 피해 여성은 대체 가능한 불특정 다수가 되고, 이에 피해 가능성에 대한 여성들의 공감대는 확산된다. 강남역 사건에 이어 신당역 사건에서 수많은 여성들의 추모 물결이 이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가정폭력도 집안의 일로 치부하고 간섭하지 않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누구나가 불평등한 남녀 권력관계에서 비롯된 젠더폭력으로 인정한다”며 “아는 사이에서 일어난 것이라 해서 가정폭력을 젠더폭력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전문가들은 불법촬영에 이은 스토킹, 살인으로 이어지는 ‘신당역 사건’은 ‘페미사이드’의 전형적인 메커니즘이라고 진단한다.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자신의 요구를 받아주지 않는 여성의 태도를 자신의 남성성에 대한 가해 행위로 해석해 위해를 가하고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남성 권력’”이라며 “똑같이 여성이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 남성이 있다고 해서 살인에까지 이르는 케이스가 얼마나 되나”라고 반문했다. 반대의 경우도 있지만 여성에게 요구를 거절당한 남성의 폭력이 압도적으로 많으며, 이는 곧 페미사이드의 전형이라는 것이다.피해자가 불법 촬영과 스토킹을 이유로 두 번이나 고소했음에도 용의자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 가해자의 접근을 막지 못한 경찰·검찰 등이 구조적인 젠더폭력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허민숙 조사관은 “‘구조적 성차별’이라는 시스템 없이는 혐오범죄가 일어나지 않는다”며 “사법기관 등 가해자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를 엄벌하는 대신 내버려둠으로써 살인이 일어나기까지 충실히 조력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신당역 사건을 두고 ‘젠더 기반 폭력’이지만, ‘여성 혐오’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여성 대상 묻지마 범죄’였던 강남역 사건과 달리, 신당역 사건은 자신의 욕구가 수용되지 않는 것에 대한 분노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 소장은 18일 페이스북에 “(신당역 사건은) 불법촬영, 스토킹 등을 통해 상대의 신체적 자유를 구속하려다가 끝내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사건”이라며 “스토킹은 상대가 자유 의지를 가진 존재라는 걸 완전히 무시하는 폭력행위지만, 이성애 관계에서 폭력이 남성 중심적으로 낭만화되어 폭력으로 인지가 잘 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여가부 수장으로서 김 장관의 안일한 성평등 인식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높다.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은 18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김 장관은) 지난 인하대 성폭력 사망사건에서도 처음엔 젠더폭력이 아니라고 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나서 정정하는 일을 겪었다”며 “그 일로부터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했다면 더 이상 장관직을 수행할 수 없는 분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 추천서 안 써주면 승진 심사 못 받는다?…“서울대병원, 제도 개선 필요”

    추천서 안 써주면 승진 심사 못 받는다?…“서울대병원, 제도 개선 필요”

    추천서가 없으면 승진이나 재임용 심사를 받을 수 없는 서울대병원의 인사 제도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8일 서울대병원 비기금 임상교수의 승진 및 재임용 과정에서 진료과장의 추천서 없이는 심사 절차 개시가 불가능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평가 결과에 대한 이의제기 절차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인권위는 주문했다. 서울대병원 임상교수인 진정인은 승진 임용과 관련해 자신이 속한 과의 진료과장에게 세 차례에 걸쳐 추천서를 요청했으나 성별과 가족 상황을 이유로 추천서 작성을 거부했다며 이는 차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진정을 냈다. 병원장은 대학이 발령한 겸직교수 및 임상교수(기금)와 병원이 발령 내는 임상교수(비기금)는 각각 다른 법령에 따라 운영되기 때문에 승진·임용 절차가 같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담당 과장은 “성별은 임상교수요원의 승진 임용 추천 여부에 고려 사항이 아니었다”면서 “객관적인 심사도 필요하다고 생각해 진정인의 재임용 심사에는 추천서를 작성해 줬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진정 자체는 기각했다. 겸직교수와 기금 임상교수는 총장, 비기금 임상교수는 병원장이 임명하기 때문에 양자를 비교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다만 인권위는 승진 및 재임용은 근로자의 신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특히 재임용 탈락의 경우 근로 기회를 잃게 된다는 점, 단독의 추천권자가 추천서를 써 주지 않을 경우 승진 및 재임용의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된다는 점, 추천권자가 1인인 경우 그 사람의 추천서가 평가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현 제도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 “매달 100만원씩”…박수홍 사망 보험, 아직 해지 전

    “매달 100만원씩”…박수홍 사망 보험, 아직 해지 전

    연예 기자 출신 유튜버 이진호가 친형 부부와 법정 공방 중인 개그맨 박수홍과 관련, 친형이 가입한 박수홍의 생명보험을 아직 다 해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17일 유튜브 채널 ‘연예 뒤통령 이진호‘에는 ‘박수홍 충격적인 보험 상황. 눈물 고백 그 후’라는 제목의 생방송이 진행됐다. 이날 이진호는 박수홍 모르게 가입된 사망보험 8개에 대해 “박수홍 책임이 분명히 있다. 결과적으로는 본인이 주체가 되는 보험이기에 일일이 확인을 하고 서명을 해야 하는 게 맞다”며 “형과 형수를 너무 믿었다. 꼼꼼하게 확인을 했어야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그는 현재 보험 8개 중 4개가 해지된 상황이라며 “나머지 보험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데 제일 큰 문제가 되는 것은 2018년 5월 친형이 대표로 있는 법인 ‘메디아붐’으로 계약한 보험이다. 법인 이름으로 계약됐기 때문에 해지가 안 된다. 그리고 사망보험금 수혜자가 ‘메디아붐’이기 때문에 형과 형수, 임원으로 등록된 조카들이 보험금을 받도록 설계가 됐다. 해지를 하려면 소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진호는 “하지만 소송을 안 해도 되는 아주 쉬운 방법이 있다”며 “형과 형수가 이 보험을 그냥 해지해주면 된다. 재판도 소송도 다 필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진호는 “박수홍 측 관계자에게 ‘보험에 대한 변동이 있냐’고 물어봤는데 ‘없다’고 했다”며 친형이 아직 보험을 해지해주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진호는 박수홍의 친형이 보험을 해지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당사자들만 알 수 있는 문제다. 해당 보험이 2018년 5월 가입 이후 매달 1,014,000원씩 냈다. 납입기간이 10년이기에 현재까지 54개월 납입이 된 상황”이라며 “보험 관계자들에게 물어봤더니 중도 해지하면 원금을 보장 받지 못한다고 한다. 최대 50%까지, 일반적으로는 40%까지 받을 수 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진호는 “이 보험료 전부가 박수홍 출연료로 벌은 돈으로 낸 돈이다. 만약 해지하더라도 그 해지 비용을 누가 내느냐. 그게 관심사”라며 “법인으로 이름이 되어 있기 때문에 보험금이 법인 통장으로 입금이 될 거다. 박수홍이 이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 ‘한국 사위’ 호건 美 주지사 ’명예 보훈장관 1호‘ 위촉

    ‘한국 사위’ 호건 美 주지사 ’명예 보훈장관 1호‘ 위촉

    미국 공화당의 대선 잠룡인 ‘한국 사위’ 래리 호건 메릴랜드주 지사가 제1호 ‘명예 보훈장관’에 위촉된다. 18일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박민식 보훈처장은 19일 서울 용산구 서울지방보훈청에서 호건 주지사와 만나 명예 보훈장관 위촉장 및 기념메달을 전달한다. 박 처장은 호건 주지사와 내년으로 다가온 정전협정 70주년 사업 등에 대한 공동 협력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보훈처는 명예 보훈장관 위촉과 관련해 “내년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유엔 참전국의 명망 높은 인사들을 위촉함으로써 참전용사들의 명예 선양과 권익 증진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건 주지사는 민주당 강세 지역인 메릴랜드주에서 최초로 공화당 소속으로 지사 재선에 성공한 인물이다. 한미동맹 발전과 우호 증진에 기여해 온 유력 정치인으로, 지난 7월 워싱턴 D.C에 제막한 ‘한국전전사자 추모의 벽’ 건립에 25만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한국계인 아내 유미 호건 여사와의 사이에 자녀 3명을 두고 있어 ‘한국 사위’로 불린다. 방한 중인 호건 주지사는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해 “(미국에서) 저와 얘기했던 많은 지도자들이 이 문제를 다시 한번 살펴보고 타협을 통해 어떻게 협력해 나갈 수 있는지 살펴보기로 했다”며 한국의 우려에 공감 입장을 밝혔다.
  • 文전 대통령 “한반도 평화는 겨레의 숙원”

    文전 대통령 “한반도 평화는 겨레의 숙원”

    문재인 전 대통령은 9·19 군사합의 4주년을 맞아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는 한순간도 포기할 수 없는 겨레의 숙원”이라고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18일 공개된 ‘9·19 군사합의 기념 토론회’ 서면 축사를 통해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는) 민족 생존과 번영의 길이며 세계 평화와 안정에 결정적으로 기여하는 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평화는 저절로 찾아오지 않고, 그 누구도 대신 만들어주지 않는다”며 “우리 스스로 한반도 평화를 일구는 주도자가 돼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만 한 걸음이라도 전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전히 (남북 간) 불신의 벽이 높고, 외교·안보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게 지금의 현실이지만, 우리가 상황을 비관하지 않고 주도적 입장에서 극복하고 헤쳐나갈 때 비로소 평화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9·19 군사합의에 대해서는 “반목과 대립, 적대의 역사를 끝내겠다는 의지를 담아 ‘전쟁 없는 한반도의시작’을 만방에 알렸다”며 “남북군사합의서를 부속합의서로 채택해 군사적 위험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실천적 조치를 합의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6·15 선언, 판문점 선언 등 남북 간 합의를 언급하며 “모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역지사지하며 허심탄회한 대화와 협상을 통해 만들어낸 역사적 합의”라며 “정부가 바뀌어도 마땅히 존중하고 이행해야 할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또 문 전 대통령은 “북한 역시 거듭된 합의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며 “합의 준수를 위해 남북이 함께 노력해나갈 때 신뢰가 쌓이고, 대화의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문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사상 최초로 능라도경기장의 15만 평양시민들 앞에서 연설했던 그 날의 벅찬 감동이 다시금 떠오른다”며 “분단을 넘어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한반도 시대가 하루속히 열리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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