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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 1㎞ 진격 마다 병사 160명 잃었다”…러軍 ‘고기분쇄술’의 현실 [밀리터리+]

    “푸틴, 1㎞ 진격 마다 병사 160명 잃었다”…러軍 ‘고기분쇄술’의 현실 [밀리터리+]

    5년째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을 이어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1㎞ 진격할 때마다 약 160명의 병사가 전사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러시아군이 막대한 손실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영토는 거의 획득하지 못했다”면서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은 자국민에게 실질적인 전장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러시아 사회의 민족주의적이고 급진적인 세력조차도 정부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신뢰하지 않는다. 그들이 전장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있기 때문”이라며 러시아군의 사상자 수를 근거로 들었다. 우크라이나 측은 매월 3만~3만 5000명의 러시아 병사가 전사하거나 중상을 입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영토 1㎞를 진격하기 위해 병사 156명의 목숨을 바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하일로 페도로프 국방부 장관도 최근 유럽 관계자들과의 회담에서 러시아군 사상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러시아군의 전사자와 중상자는 최대 3만 5000명에 달하며 이는 영상 증거를 통해 확인됐다”고 밝혔다. 러시아군 1월 사상자, 증원 병력보다 많아지난 1월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해당 월에 동원령을 통해 충원한 병력보다 더 많은 병력을 전투에서 잃었다.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최고사령관은 지난 9일 “적의 공습 격퇴와 병력 충원 및 보급 현황, 요새화 작업 현황, 전투 및 작전 임무 수행 현황 등을 분석한 결과 1월 한 달 동안 러시아군의 총 사상자는 3만 1700명에 달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는 같은 기간 러시아군에 증원된 병력보다 9000명 더 많은 수치”라면서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군의 이러한 주장은 서방 국가 국제 분석가들의 의견과도 거의 일치한다. 전략국제연구센터(CSIS)의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막대한 인명 손실을 보았음에도 영토 점령은 제한적이었다. CSIS는 “러시아는 2022년 2월 침공 전쟁을 개시한 이후 약 120만 명의 사상자를 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주요 강대국이 단일 분쟁에서 입은 가장 큰 손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2025년 한 해 동안 러시아의 사상자는 약 41만 5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월평균 사상자가 약 3만 5000명에 달하는 셈”이라면서 “개전 이후 러시아군의 전체 사망자 수는 최대 31만 5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CSIS는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군 사망자 수는 1980년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소련군 사망자 수의 17배 이상, 1990년대와 2000년대에 각각 벌어진 제1차 및 제2차 체첸 전쟁 당시 사망자 수의 11배,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모든 러시아와 소련 전쟁의 사망자 수를 합친 것보다 5배 이상 많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결과는 우크라이나군이 전선에서 드론 사용을 늘린 것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크라이나 매체 유나이티드24는 “2025년 여름 이후 우크라이나 무인 시스템 부대의 목표물 파괴 효율은 4%에서 33%로 급증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와 러시아, 트럼프 심기에만 집중”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이번 주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국의 중재를 통해 3자 회담을 가졌지만 실질적인 진전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19일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화나게 하는 것을 피하는 데 급급한 탓에 회담이 실질적인 진전 없이 교착돼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러시아 대표단장은 이번 회담이 “어려웠지만 비즈니스적”이었다고 묘사했다. 감정을 배제하고 실무에 집중하며 효율적으로 진행되었다는 표현이다. 루스템 우메로우 우크라이나 수석대표는 “실질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위트코프 미 특사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환영했다. 이들이 사용한 표현들은 낙관적 전망을 밝히는 외교 전문 용어들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들의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을 납득시키기 위한 정치적 연극에 불과하며 평화회담의 교착 상태를 감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의 한 고위 당국자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올 들어 지금까지 아부다비와 제네바에서 열린 3차례의 3자 회담에 참여한 것은 우크라이나가 평화 합의를 막고 있는 것이 아님을 트럼프에게 납득시키기 위한 연극일 뿐”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대통령궁 연설문 작성가 출신인 압바스 갈랴모프 정치 평론가 역시 “러시아 경제가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를 화나게 할 여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현재 러시아는 돈바스(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루한스크주) 지역 점령 영토의 러시아 편입을 요구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한정훈의 미디어gpt] 시댄스 2.0이 던진 질문

    [한정훈의 미디어gpt] 시댄스 2.0이 던진 질문

    틱톡의 모회사로,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바이트댄스의 인공지능(AI) 영상 생성 모델 ‘시댄스 2.0’이 미국 할리우드를 뒤흔들고 있다. 옥상 위에서 톱스타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가 난투를 벌이는 15초짜리 영상은 완성도만 놓고 보면 신작 블록버스터 예고편과 다름없지만 실제로는 ‘두 줄짜리 프롬프트’로 만든 AI 생성물이다. 카메라, 스태프, 배우 없이도 이 정도 퀄리티의 액션 시퀀스가 찍히자 미국 영화업계에서는 “우리는 끝났다”는 비관론까지 터져 나왔다. 시댄스 2.0은 텍스트만으로 15초짜리 실사 영상과 유명 지식재산권(IP)에 기반한 장면을 쏟아내는 도구다. 실제로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클립들을 보면 ‘스파이더맨’, ‘타이타닉’, ‘반지의 제왕’, ‘기묘한 이야기’ 등 주요 프랜차이즈와 ‘브레이킹 배드’의 주인공 캐릭터 월터 화이트까지 총출동한다. 문제는 이들이 모두 정식 라이선스가 아닌, 사실상 ‘AI 클립아트’처럼 무단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영화 작가와 감독들은 “머지않아 한 사람이 컴퓨터 앞에 앉아 현재 할리우드와 구분할 수 없는 영화를 만들 것”이라며 생계 위협을 호소하고 있다. 미국영화협회(MPA)는 시댄스 2.0이 “미국 저작권 보호 대상 작품을 단 하루 만에 대규모로 무단 사용했다”며 강력하게 비난하고 침해 행위의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스튜디오인 디즈니는 바이트댄스에 저작권 침해 중단 요구서를 보내 “스타워즈·마블 캐릭터를 마치 무료 퍼블릭 도메인 클립아트처럼 취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우·감독조합이 참여한 ‘휴먼 아티스트리 캠페인’ 등 창작자 단체는 시댄스를 “대규모 절도”로 규정하며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관전 포인트는 이 사태가 단순한 기술 쇼크를 넘어 AI 시대 저작권 질서를 둘러싼 미중 패권 경쟁의 일부라는 점이다. 디즈니는 오픈AI와는 정식 라이선싱·지분 투자를 바탕으로 협력 모델을 구축했지만 중국 기업과는 연이어 경고장과 소송을 주고받는 ‘충돌 구조’를 반복해 왔다. 딥시크가 AI 추론에서 미국 빅테크를 위협한 데 이어 시댄스 2.0은 영상 제작 영역에서 비슷한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기술 경쟁이 곧 규범 경쟁이 되는 국면이다. 한국 콘텐츠 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늘 시댄스가 복제하는 대상이 할리우드라면 내일은 K드라마, K팝 아티스트, 웹툰 IP가 될 수 있다. AI 기업의 무단 학습과 생성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저작권·초상권·퍼블리시티권을 재정비하고 해외 사업자를 겨냥한 집행 수단까지 준비해야 한다. 동시에 국내 AI 기업에는 정식 라이선싱과 수익 공유를 전제로 한 ‘협력 모델’을 열어 주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 병에서 나온 요정은 다시 넣을 수 없다. 그렇다면 한국이 할 일은 AI를 막는 것이 아니라 창작자의 권리를 전제로 공존의 규칙을 빠르게 설계하는 것이다. 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
  • [세종로의 아침] 트럼프 관세 전쟁의 진짜 피해자

    [세종로의 아침] 트럼프 관세 전쟁의 진짜 피해자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 관세를 올리면 가격 인상분은 결국 미국 소비자가 떠안게 됩니다.” 지난해 미국 버지니아에서 만난 전직 미국인 공무원은 “관세가 25% 오르면 4만 달러(5800만원) 수준인 한국 자동차 가격이 5만 달러(7200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기업은 손해 보며 팔지 않는다”며 “한국 자동차는 미국 브랜드보다 디자인과 편의성, 가성비가 좋은데 관세가 붙어 더 비싸게 사야 한다.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라고 토로했다. 시장조사업체 워즈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자동차·기아의 미국 내 점유율은 역대 최대인 11.3%까지 확대됐다. 제너럴모터스(GM)·포드 등 미국 브랜드는 30% 수준에 머물렀다. 관세 인상분이 미국 소비자의 부담을 키울 거란 우려는 미국 주요 기관과 학계 등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보고서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품에 부과한 관세의 90%를 미국 소비자와 기업이 부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관세 비용을 ‘외국 수출업자가 낸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상반된 내용이다. 보고서는 또 “지난해 미국이 부과하는 평균 관세율이 2.6%에서 13%로 상승했는데 외국 수출업자가 가격을 낮추지 않아 관세 부담이 전적으로 수입 가격에 반영돼 미국 시민의 부담이 커졌다”고 명시했다. 미 의회예산국(CBO)도 보고서에서 “관세가 수입품 가격을 올려 미국 소비자와 기업의 비용을 증가시킨다”면서 “관세는 외국 수출업자가 약 5%, 미국 기업이 30%를 부담하고 나머지 65%는 가격에 반영돼 소비자에게 전가된다”고 분석했다. 예일대 예산분석·정책연구실은 “25% 관세 인상 시 자동차 가격이 평균 13.5% 상승한다. 수입 부품을 포함한 차량 가격은 최대 31%까지 인상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조세 정책 연구기관 ‘택스 파운데이션’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지난해 미국 가구당 평균 1000달러의 ‘세금 인상 효과’가 나타났으며 정책이 유지된다면 올해는 가구당 1300달러까지 비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추정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관계자들도 “관세가 물가를 일정 부분 끌어올렸다”며 지난 1월 미 물가상승률(2.4%)이 올해 물가상승률 목표치 2%를 초과한 원인 중 하나로 관세를 꼽았다. 큰 폭의 관세 인상과 철회, 부과 지연을 반복하며 심리적 기대 인플레이션을 높이고 금융 시장의 변동성과 경제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것이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등 일부 행정부 인사들도 월마트 같은 미국 소매업체들이 관세 인상의 영향을 받았음을 인정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대한국 무역적자를 개선하겠다”며 한국에 25%의 고율 관세를 매기겠다고 했다가 한국이 3500억 달러(506조원) 대미 투자를 약속하자 관세를 15%로 낮췄다. 그러다 지난달 26일 한국의 대미 투자 입법 처리 속도가 늦다며 다시 25%로 올리겠다고 압박했다. 모든 지표가 가리키는 결론은 분명하다. 대미 수출기업에 단기적인 충격은 있겠지만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정책의 최종 피해자는 미국 소비자란 점이다. 관세 인상으로 자동차 가격이 뛰면 중고차 가격과 보험료도 덩달아 오른다. 이렇듯 물가 상승으로 생활비가 늘어 소비자의 구매력이 감소하면 경제는 둔화한다. 미국 기업은 수입 부품 가격 인상으로 생산비가 늘어 가격 경쟁력을 잃는다. 첨단 기술력을 다수 보유한 한국은 미국의 주요 공급망 파트너이자 안보 협력국이다. 미국은 관세 인상이 아닌 그간 한미 무역을 통해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상생 방안을 찾아야 한다. 우리 정부는 대미 투자를 약속한 만큼 ‘우리가 잘하는’ 분야에서 양국이 윈윈할 1호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 미국 기업이 국내에서 사업을 확장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선제적으로 완화하는 등 미 행정부에 관세를 인상할 빌미를 주지 않는 전략도 필요하다. 강주리 경제정책부 기자(차장급)
  • 보는 행위는, 보는 것과 보이는 것 사이 움직임이다

    보는 행위는, 보는 것과 보이는 것 사이 움직임이다

    모든 사람은 자기 식대로 세상 응시세상도 자신 바라보지만 쉽게 망각선택·행동 따른 후회 견디며 살아가물결치는 어둠 보며 죽음 의미 고찰 “어둠을 오래 노려보고 있으면 그 어둠이 마치 살아서 물결치는 것처럼 보인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소설가 김채원(34)에게 질문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기자와 작가 사이, 의도치 않았던 이 선문답(禪問答)을 이해하고자 적지 않은 시간 고민했음을 밝힌다. 살아서 물결치는 저 어둠은 나더러 살라는 것인가, 죽으라는 것인가. 그걸 알려면 어둠을 오래 노려봐야 한다. 19일 김채원과 서면으로 대화를 나눴다. 그의 단편 ‘별 세 개가 떨어지다’가 얼마 전 젊은 소설가들에게 주어지는 영예인 ‘젊은작가상’ 대상을 받은 게 계기가 됐다. 김채원은 이렇게 덧붙였다. “자살, 죽음은 어려서부터 나와 가까웠고, 역설적으로 나를 지켜주기도 했다. 그런데 그게 무엇인지 아직 잘 모른다. 만화가인 후지모토 타츠키가 자신이 그린 단편 만화의 뒷면에 짧게 적어둔 일화가 있다. 편집부로부터 ‘몇 페이지면 끝날 이야기를 너무 길게 그렸다, 분량을 좀 줄이라’는 말을 들었다는 거다. 이때 그의 반응이 재밌다. 그러고 보면 자신은 항상 몇 페이지면 끝날 이야기를 아주 길게 그리는 것 같다고. 나에게는 자살과 죽음이 그런 것 같다. 적어도 지금은 그렇다. 소설 속 인물들에게는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지만.” ‘별 세 개가 떨어지다’는 할아버지와 손녀들이 함께 죽음을 맞이한 한 남성의 발을 바라보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열린책들 ‘하다’ 앤솔로지(걷다·묻다·보다·듣다·안다) 중 ‘보다’에 실린 단편이다. 말 그대로 ‘보는’ 것이란 무엇인지, 시각에 관한 다섯 편의 소설 중 하나다. 김채원은 거기서 죽음이라는 단어를 길어 올렸다. 본다는 것이 작가에게 무엇이길래. 물어봤더니 꽤 긴 대답이 왔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보지 못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보고도 못 본 척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썼다. 본다는 행위는 나에게 ‘내가 보는 것’과 ‘(내가) 보이는 것’ 사이를 오가는 움직임에 가깝다. 추상적으로 나간다면 ‘내가 보이는’ 일에 신(神)의 존재를 개입시킬 수도 있겠다. 한여름에 친구들과 그늘 한 점 없는 뙤약볕 아래에 놓일 때마다 신이 우리를 너무 주목하는 것 같다고 말하며 웃는다. 그 말이 농담일 때도, 아닐 때도 있다.” 우리 각자는 죽음을 맞이하기 전까지 자신이 보는 세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저 쉽게 ‘모든 인간은 이기적이다’라고 정리할 수도 있지만, 사실 그것보단 더 복잡하다. ‘이타적’이라는 개념으로 이를 극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 우리를 볼 수 있다는 걸 쉬이 망각한다. 사실 세상의 많은 문제는 여기서 비롯된다. 김채원은 이렇게 덧붙였다. “나를 포함해 모든 사람이 세상을 자기 방식대로 보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나는 소설을 쓰고 발표하는 사람이니 내 눈에 보이는 세상이 어떤 모습인지 다른 이에게 들킬 수밖에 없을 뿐이다. 다들 마음대로 조금씩 이상하게 세상을 볼 텐데, 이 이상함의 어디까지가 받아들여지고, 어디까지가 받아들여지지 않는지 모른다. 누가 정해주지 않으니 혼란스러울 테고.” 모든 선택은 후회를 남긴다. 그것이 과거의 자신에게 최선이었음에도 그렇다. 인간은 그 후회를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이것이 작품을 밀어붙이는 힘이다. 김채원은 젊다. ‘젊음’의 기준이 모호하지만, 일단 ‘젊은작가상’을 받았으니 일단 지금의 김채원은 젊은 것이 틀림없다. 젊다는 건 과거보다 미래가 더 많이 남은 상태를 의미하는 것일 터다. 앞으로 후회할 순간이, 후회되는 순간보다 훨씬 더 많다는 걸 말하기도 한다. “오히려 더 어릴 때 나는 내가 너무 늙었다고 생각했다. 한때 불면이 아주 심했는데, 너무 오래 깨어 있다 보니 남들보다 두 배는 더 산 것 같더라. 이제 불면도 많이 나아졌고 내가 늙었다고 섣불리 생각하지도 않는다. 젊음이란 조금 서두르고, 실수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끊을 때 망설이는 무엇이지 않을까.”
  • ‘이 목적’이면 강간해도 된다?…가해자 남성 불기소한 재판부, 황당 이유 공개 [핫이슈]

    ‘이 목적’이면 강간해도 된다?…가해자 남성 불기소한 재판부, 황당 이유 공개 [핫이슈]

    정신 질환을 앓던 여성을 상대로 한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중국 검찰이 가해 남성을 불기소 처분했다. 피해자와 가정을 이뤘다는 것이 그 배경이다. 미국 뉴욕타임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8일(현지시간) 중국 산시성(省) 진중시(市)에 거주하던 대학원생 부 씨의 사례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부 씨는 2008년 당시 석사 학위를 취득했지만 2001년 5월 돌연 실종됐다. 실종 당시 부 씨는 조현병 증세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었다. 부 씨의 가족은 그녀가 실종된 지 3년 후인 2024년 말 실종 당시 거주지에서 100㎞ 이상 떨어진 산시성 허수현의 한 농촌에서 장 씨(46)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출산한 뒤 동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부 씨의 가족은 그녀가 정신 질환을 앓고 있었다는 점에서 인신매매와 성폭력 피해 가능성을 제기했다. 조사 결과 부 씨는 같은 마을에 사는 남성 2명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사실이 확인했다. 그러나 허순현 인민검찰원은 마을 주민 2명만 성폭행 혐의로 기소했을 뿐 같은 혐의를 받았던 동거인 장 씨에 대해서는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장 씨의 행위는 가정을 꾸리고 함께 생활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강간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면서 “두 사람의 첫 성관계는 만남 이후 2~3개월이 지난 시점 역시 불기소 처분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중국 법원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한 공간에 거주하고 있다는 이유로 가해자의 ‘행위’가 성폭행이나 인신매매가 아닌 가정을 이루려는 정상적인 행위로 판단한 것이다. 이에 현지에서는 법원이 또 다시 여성 인신 매매 문제를 외면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청두에서 활동하는 옌썬린 변호사는 SNS에 “강간 유무는 오직 성적 동의 여부로 판단해야 하며 돌봄이나 동거가 형량을 낮추는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적 장애 여성에 대한 국가의 사회적 보호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SCMP 역시 현지 법조계 인사들의 말을 인용해 “이번 결정은 성적 자기방어 능력이 부족한 지적 장애 여성과 가정을 이루면 강간 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조선의 사대부도 ‘밥상 물가’ 걱정했다

    조선의 사대부도 ‘밥상 물가’ 걱정했다

    “집에 쌀이 떨어진 지 이미 오래되어, 상식에 쓸 쌀을 사 오게 했더니, 1냥에 겨우 14되를 구했습니다. 쌀값 뛴 것이 이와 같습니다.” “역서(曆書, 달력) 살 돈이 없지만, 그래도 전처럼 나눠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담배가 남는 것이 있으니 그것을 판 돈으로 역서를 사도록 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양반 사대부는 조선 사회를 주도한 핵심 지배층이다. 더군다나 조선 후기 양반이라고 하면 힘없는 백성들의 고혈을 쥐어짠 탐관오리와 권문세가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쌀값과 달력 값을 걱정하는 양반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가족들과 주고받은 서신으로 사대부 가문의 일상을 생생하게 복원한 책이 나와 눈길을 끈다. ‘신현의 가서(상·하권)’는 조선 후기 문신 신현(1764~1827)이 아버지 신대우, 두 형 신진과 신작, 아들 신명호, 조카 신명연 등과 주고받은 600통 넘는 편지로 18~19세기를 살아간 한 사대부 일가의 70년 이야기를 고스란히 복원했다. 신현은 정조가 “사서삼경을 자기 말처럼 외는 사람은 처음 봤다”고 감탄하며 진나라 분서갱유 때 경전을 지켜낸 인물인 복생에 빗대 칭송했던 인물이다. 책에는 과거 급제를 위해 매진하던 젊은 시절의 열정부터 암행어사와 순천부사, 강원도 관찰사, 강화유수 등 지방관으로서 백성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관료로서 면모까지 조선 후기 사대부의 인간적 입신양명 과정과 속내가 그대로 녹아 있다. 우리의 눈길을 잡아끄는 건 본지와는 다른 종이에 사연을 써서 동봉한 편지인 ‘별지’다. 본지가 가족의 안부를 비롯한 가정사를 주로 다뤘다면, 별지에는 금전 문제, 농장 관리, 질병, 의약, 노비, 탈것, 이동, 음식, 주택, 의복, 가재도구, 풍문 등 일상생활의 모든 면을 다뤘고, 심지어 불미스러운 일, 신분이 낮은 사람에 관한 언급 등 다양했다. 별지를 보면 조선 후기 사회상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하영휘 가회고문서연구소 소장을 필두로 편지를 옮기고 번역한 12명의 필자는 “이 책은 조선을 주도했던 세력인 사대부가 실제로 어떻게 먹고, 자고, 고민하며 생활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정직한 기록”이라며 “조선시대 사대부가 어떻게 살았는지 궁금할 때 두고두고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일자리 찾아 떠나는 지방 청년들… 취업 자신감마저 낮았다

    일자리 찾아 떠나는 지방 청년들… 취업 자신감마저 낮았다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현지 대학을 다니는 최모(26)씨는 전주에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취업을 포기하고 공무원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최씨는 “졸업을 유예하고 1년간 일자리를 찾았는데 원하는 조건에 맞는 일자리가 하나도 없었다”면서 “비수도권에는 공무원 이외에 선택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도권 인구 쏠림 현상이 심화하면서 지방에 사는 청년의 ‘취업 자신감’이 수도권 청년보다 약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행정통합’ 움직임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외형적인 통합에 앞서 청년 이탈을 막기 위한 일자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최근 발표한 ‘지역별 청년고용과 정책인식조사’ 보고서에서 비수도권 청년 4명 중 1명(24%)이 “취업 가능성이 낮다”고 응답했다고 18일 밝혔다. 수도권 청년은 18%로 비수도권 청년과 6% 포인트 낮았다. ‘취업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률은 비수도권 청년 21%, 수도권 청년 27%였다. 비수도권에 사는 청년일수록 취업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특히 거주지 인근에서 취업할 가능성에 대해 비수도권 청년은 17%, 수도권 청년은 29%가 ‘높다’고 답했다. 이런 일자리 불안 속에 비수도권 청년 다수가 수도권행 교통편에 올라타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청년층의 지역 간 이동 현황과 과제’에 따르면 20~24세가 가장 몰린 곳은 서울 관악구(17.1%)였고, 가장 많이 떠난 곳은 경남 남해(-20.0%)였다. 25~29세는 경기 포천(10.8%)으로 가장 많이 이동했고, 경북 청도(-10.1%)를 가장 많이 떠났다. 수도권으로 간 20대 순이동자는 5만 4055명으로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많았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교수는 “비수도권 대학을 나와 중소기업에 들어가는 순간 삶의 질 격차가 벌어져 구 직을 단념하게 된다”면서 “행정 단위만 묶고 고용 격차를 해소하지 못하면 청년은 계속 수도권으로 떠날 것”이라고 했다. 홍형득 강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방의 취업·교육·문화를 고루 발전시켜야 지방대 출신 인재가 수도권으로 가는 것을 잡을 수 있다”고 했다.
  • 포탄 속에서 진화한 개들?…우크라 유기견들, 4년 만에 ‘늑대화’ [핵잼 사이언스]

    포탄 속에서 진화한 개들?…우크라 유기견들, 4년 만에 ‘늑대화’ [핵잼 사이언스]

    4년 동안이나 이어진 인간들의 전쟁이 개들의 진화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우크라이나 리비우 이반 프랑코 국립대학과 폴란드, 오스트리아 국제 공동연구팀은 최전선에 사는 유기견들을 연구한 결과 전쟁이 빠른 ‘자연선택’을 유발하는 강력한 요인이 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이란 생물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형질을 가진 개체가 살아남아 그 형질을 다음 세대에 더 많이 물려주는 현상을 말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전쟁이 사람뿐만 아니라 개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 인근, 중부 등 전쟁 위험 지역뿐 아니라 비교적 안전한 후방 등 세 지역에 사는 총 763마리 개들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전쟁 위험 지역에 사는 개들의 경우 안전한 지역에 있는 개들에 비해 몸집이 훨씬 작았다. 세부 내용을 보면 위험 지역의 개들이 몸집이 작은 이유는 당연히 안정적인 식량 공급원이 줄어들었기 때문인데, 이는 평균 체질량지수(BMI)를 통해 쉽게 확인됐다. 특히 전쟁이 개들의 외모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먼저 위험 지역의 개들의 경우 몸집이 작은 것은 물론 귀가 뾰족하며, 주둥이가 긴 경향이 있었다. 전통적으로 인간이 좋아하는 개의 외모인 처진 귀나 짧은 주둥이 같은 특징들이 거의 사라진 것. 연구팀은 이는 소위 ‘야생형’ 특성으로 늑대 조상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특징으로 혹독하고 불안정한 환경에서 유리한 이점을 제공해준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전선 유기견들의 건강 상태도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는데, 조사 대상 개 중 최대 12%가 사지 절단, 파편상, 총상 등 눈에 띄는 부상이나 질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또 위험 지역 개들에게서 사냥 성향 증가와 공격성 심화와 같은 극단적인 행동 변화도 관찰했다. 연구팀은 “포격과 버려진 환경 속에서 귀여움은 개들에게 아무런 이점을 주지 못한다”면서 “최전선에서 사람의 시신을 뜯어먹는 사례도 3건이나 목격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들의 이러한 변화가 유전적 수준에서 어떻게 작용했는지는 전쟁의 기간이 비교적 짧아 분석이 불가능하다”면서 “이번 연구는 전쟁이 강력하고 빠른 자연선택의 요인이 될 수 있으며 그 영향이 대규모 자연재해와 유사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진화 응용’(Evolutionary Applications) 최근호에 발표됐다.
  • “관세? 말투 짜증 나서 올렸어”…트럼프가 직접 밝힌 충격적 이유 [송현서의 디테일+]

    “관세? 말투 짜증 나서 올렸어”…트럼프가 직접 밝힌 충격적 이유 [송현서의 디테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른 나라와의 관세율을 정할 때 적용된 충격적인 ‘기준’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간) 폭스 비즈니스와 한 인터뷰에서 지난해 스위스와의 관세 협상 과정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위스 총리에게서 긴급 전화를 받은 적이 있는데 그녀는 친절하긴 했지만 매우 공격적이었다”면서 “자꾸만 ‘우리는 작은 나라’라는 말만 반복하며 전화를 끊어주지 않아 즉석에서 관세를 더 올리라(30%에서 39%로 상향)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언급한 ‘스위스 총리’는 정황상 지난해 12월 31일 퇴임한 카린 켈러-주터 전 스위스 대통령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설에서도 켈러-주터 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를 언급하며 “솔직히 말해 그녀가 내 기분을 상하게 했다”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농담이 아니라면, 국가 재정 전반이 휘청일 수 있는 관세 정책이 트럼프 대통령의 기분 하나에 결정된 셈이다. 이후 미국과 스위스는 지난해 11월 무역 합의를 체결, 미국은 스위스에 대한 관세를 39%에서 15%로 인하했다. 대신 스위스는 2028년 말까지 2000억 달러 규모의 직접 투자와 소고기(500톤), 들소고기(1000톤), 가금류(1500톤) 등에 대한 무관세 쿼터를 적용하기로 했다. 한국에게는 ‘기분 따라’ 안 했는데…스위스와 다른 점은?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한국에 대한 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다시 인상한다고 통보했다. ‘공식적인’ 이유는 대미 투자 3500억 달러와 관련한 한국 국회의 입법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한국에 대한 관세 재인상 사례는 스위스와 다소 차이가 있다. 스위스의 경우 즉흥적이고 감정적으로 관세율을 변경했지만, 한국의 경우 대미투자특별법 처리 지연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보고하는 정책그룹과 이들의 보고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이어졌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우리의 무역 합의들은 미국에 매우 중요하다. 합의된 거래 내용에 맞춰 우리의 관세를 신속하게 인하하는 행동을 취해왔다. 우리는 당연히 우리의 교역 상대국들도 같은 조치를 취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인과관계가 명확하고 매우 정제되고 구체적인 메시지다. 이는 평상시 정치적·외교적 관계에서도 존중의 표현 방식을 매우 중시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그대로 반영한 사례다. 스위스와 달리 한국의 경우 안보 동맹인 것은 물론이고, 반도체·자동차·배터리 공급망, 대중국 견제 전략에서 꼭 필요한 존재다.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고려했을 때, 관세와 관련해 외교적 여지를 남기고 수위를 조절했다는 것은 한국이 스위스보다 미국과의 구조적 이해관계가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무기 삼아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수많은 나라와의 통상 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일방적 태도를 보인다는 사실만은 변함이 없다. 한국 이어 일본·캐나다도 압박하는 미국한국 정부는 미국이 관세를 25%로 재인상하는 것을 확정하기 전에 이를 철회 또는 지연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회에서 대미투자특별법이 통과되고 투자기금(펀드) 조성 및 투자위원회 구성까지 정상적인 절차를 밟는 데 시간이 적지 않게 걸리는 만큼 먼저 행정부 차원에서 대미 투자 후보 프로젝트 검토에 들어가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15일 통상 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범정부 한시 조직으로 출범한 ‘한미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 이행위원회’ 업무를 지원하기 위한 실무단 구성에 들어갔다. 지난 13일 출범한 이행위원회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재인상에 대응해 신속한 대미 투자 추진을 위해 발족한 범정부 기구로,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산업부·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 외교부 등 관계부처 차관과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등 국책 금융 기관장이 참여한다. 이행위는 출범 당일 첫 회의에서 최근 한미 관세 합의 이행 동향을 공유하고, 대미 투자 후보 프로젝트의 검토 방향과 향후 추진 절차 등을 논의했다. 한국이 고군분투하는 상황에서 일본 역시 관세 협상 당시 합의한 5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 구체화를 두고 미국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캐나다는 ‘미국의 51번째 주(州)라는 비아냥도 모자라,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에서 미국이 탈퇴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혀 사면초가에 몰렸다. USMCA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를 대체하기 위해 탄생한 협정이다. 현재 USMCA 협정 체결국인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으로부터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실효 관세율을 적용받고 있다. 자동차 등 예외 품목을 제외하면 대부분 상품에서 무관세로 교역하고 있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이 USMCA에서 탈퇴하면 캐나다·멕시코산 제품에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 경제적 파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 [세종로의 아침] 변곡점 맞은 한국경제, ‘신뢰 위기’ 극복하길

    [세종로의 아침] 변곡점 맞은 한국경제, ‘신뢰 위기’ 극복하길

    “신뢰가 높아지면 속도는 빨라지고 비용은 내려간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 스티븐 R 코비의 아들인 스티븐 M R 코비는 저서 ‘신뢰의 속도’에서 신뢰가 실증 불가능한 관념이라는 통념에 일침을 가한다. 그는 신뢰 수준이 경제적 성과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주장한다. 앞선 인용문을 뒤집어 해석하면 신뢰가 깨질 때는 거래 속도가 느려지고 비용도 증가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를 보면 알 수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장부거래 자체엔 잘못이 없다고는 하나, 실제로 보유한 비트코인이 4만개인데 ‘유령 코인’을 포함한 62만개를 지급했다는 사실만으로 거래에 대한 신뢰는 산산조각이 났다. 가상자산 장부거래에 대한 신뢰 회복에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는 알 수 없다. 반면 국회에서 논의 중인 가상자산 2단계 입법안에선 관련 규제가 촘촘히 논의될 것이고 거래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번 깨진 신뢰를 되돌리려면 어마어마한 비용이 수반되는 것이다. 한국 경제는 ‘신뢰의 위기’를 맞고 있다. 대표적인 현상이 바로 ‘뉴노멀’로 불리는 고환율의 위기다. 원화 가치의 하락은 곧 원화에 대한 신뢰가 낮다는 것이고, 한국 경제에 리스크(위험)가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는 의미다. 원달러 평균 환율은 지난해 11월 1457.77원에서 12월 1467.40원으로 10원 가까이 뛰었고, 2월 현재도 1400원대 중반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고환율은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고물가로 이어진다. 외식비 상승으로 회사의 구내식당에 늘어선 줄은 점점 길어지고 있다. 신뢰의 위기를 맞은 고환율 시대에 국내 주식시장이 ‘불장’이라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환율이 상승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고 떠나면서 주가가 내려가야 하지만, 코스피지수는 5000선을 넘어 6000으로 향하고 있다. 문제는 주식시장이 불장일지라도 신뢰 문제를 덮어 주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최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자신의 SNS에 최근 청년 투자자들과의 만남에 대한 글을 올렸다. 김 실장은 “‘국장 탈출은 지능순’ 이 표현은 단순한 유행어나 과장된 자조로 치부하기 어려웠다”면서 “상당수 청년 투자자들에게 한국 시장은 이미 ‘공정하지 않은 운동장’, ‘신뢰하기 어려운 구조’로 인식되고 있었다”고 우려했다. 김 실장이 접한 청년들의 속마음은 ‘아픈 손가락’ 정도로 치부하고 넘어가기 어렵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취업시장에서 인공지능(AI)의 직격탄까지 맞고 있는 청년들의 분노와 좌절 밑바탕에 사회와 제도에 대한 불신이 자리잡고 있어서다. 부동산 시장에 고인 돈을 주식시장과 같은 생산적 금융으로 흘러 들어가게 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머니무브’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온전히 회복했다고 볼 수 있을까. 정부는 국내 주식시장 복귀계좌(RIA)를 신설해 유턴하는 서학개미(해외주식 투자자)들에게 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당근책을 쓰고 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서학개미들은 요지부동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주식 순매수 규모는 50억 달러(7조 2000억원)에 달한다. 게다가 부동산과의 전쟁을 벌이는 이 대통령의 의중과는 달리 주식시장으로의 머니무브 전략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지난해 수도권의 주택담보대출을 6억원 이하로 제한한 6·27 대책 이후 7월부터 연말까지 6개월 동안 투자자들이 주식과 채권 2조원어치를 팔아 강남 3구의 고가 주택을 매입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은 현재진행형이다. 코스피 6000시대를 향해 “가즈아~!”를 외치는 동안 오히려 국내 주식시장에서 소외된 개미들이 수두룩하다. 이 대통령이 연일 SNS 정치를 통해 부동산 시장을 옥죄고 있지만 그게 유일한 방책일까. 윽박지르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부동산 정책,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현실을 바로잡는 것이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 황비웅 디지털금융부 기자(차장급)
  • 온기로 씻어낸 자리, 차향으로 감싸고… 잡념을 비워낸 자리, 무소유로 채우네[박상준의 문장 여행]

    온기로 씻어낸 자리, 차향으로 감싸고… 잡념을 비워낸 자리, 무소유로 채우네[박상준의 문장 여행]

    여느 달보다 짧은 2월의 날 손끝에 머무는 찻잔의 열기 모자란 두세 날 채워줄 듯찻잎 춤추니 향기 가득차나를 위해 수고 더하는 일누구도 비난 안 하는 시간역사 깊은 선암사 茶문화 법정 스님이 머문 불일암나를 사랑하는 게 무소유“카페와 같은 공공장소에서 티포트를 들어 신중히 차를 따르는 모습을 보라.… 누군가는 지금 기꺼이 시간을 낭비하면서, 한 번쯤은 자신에게 충실해보려고 애쓰는지 모른다.” -‘차의 기분’(김인) 中 라면을 끓여 아끼는 그릇에 담는다. 간편식을 먹고 있지만 식사라는 행위는 즉석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나 자신을 충실히 대하는데 서툴러 스스로 세운 라면의 원칙이다. 그런 나를 보며 ‘굳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각자의 분투가 있다. ●茶의 여유 즐기는 ‘충실한 낭비’ 작가 김인의 ‘차의 기분’(웨일북)에서 ‘티포트의 일’을 읽다가 격하게 공감했다. 낭비와 허영이 충실과 동의어로 쓰일 수 있다는 건 위안이지 않은가. 그게 고작 티포트 때문이었다는 사실 역시. 티 블렌더인 작가는 길을 걷다 카페에서 신중히 티포트를 들어 차를 따르는 누군가를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길을 가던 어떤 이는 “자신만의 쾌락에 몰두한” 그 모습에 “적개심”을 가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리 바쁜데 저리 한가한 모습이라니. 그렇지만 작가는 알고 있다. 차의 여유를 즐기는 카페 안의 그조차 어제는 총총대며 길을 지나기도 했다는 걸. 인스타그램의 여행처럼, 차를 따르는 일도 보는 방향에 따라 달리 읽히는 법이다. 전남 순천시 전통야생차체험관에서 모처럼 ‘차의 기분’을 만끽한다. 창살 너머 풍경은 스산한데 찻잔 위로 온기가 모락거린다. 차 맛은 곡우(4월 말~5월 초) 전후가 좋다고 한다. 그즈음에는 체험관 툇마루에 앉아 찻상을 맞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든다. 그런데도 여느 달보다 짧아 금세 바스러질 것 같은 2월의 날들에는, 봄과 여름에 비할 바가 못 되는 겨울의 분위기가 있다. 손끝에 전해오는 찻잔의 열기는 모자란 두세 날을 채워주고도 남을 것만 같다. 야생차의 고장 순천, 그 중심인 조계산 선암사 일대 차 문화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정확한 연대는 알 수 없으나 고려시대 대각국사 의천이 선암사에 머물던 시절로 추정한다. 그로부터 선암사와 지역 공동체가 함께 일궈온 울력의 역사가 야생차에 배어 있다.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은 1612년에서 1613년 사이에 ‘성소부부고’라는 시문집을 썼다. 책 속 ‘도문대작’ 편은 전국의 음식과 식재료에 관한 장이다. 그가 귀양 중에 그동안 먹었던 맛있는 음식들을 떠올려 쓴 글인데 ”작설차는 승주산이 제일 좋고 다음이 변산이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승주가 바로 선암사 일대다. ●선암사 그리고 순천의 야생차 선암사는 여러 차례 찾았는데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 문을 열기는 처음이다. 체험관과 승선교의 갈림길에서 매번 아름다운 승선교에 마음을 빼앗겨 번번이 지나치곤 했다. 봄은 봄이라서, 여름과 가을은 또 그 계절의 자태가 궁금해서 매번 승선교와 강선루를 택했다.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으로 방향을 튼 건 겨울이어서일 것이다. 겨울 산사를 찾는 건 얼음물에 손을 담그는 일과 닮았다. 초록을 떨군 계절은 장식 없이 명징해 머릿속의 잡념을 지운다. 차는 그 반대편에서 어른다. 맑게 비워낸 자리를 따뜻하게 덥힌다. 우리의 산사가 산지정원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산지정원은 영어로 ‘Buddhist Mountain Monasteries’라고 표기한다. 산속에 있는 불교 수도원이라 할 수 있는데, 겨울은 한층 고요하여 산사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선다. 오늘의 나처럼 평소와는 다른 선택을 하게 한다.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은 여러 채의 한옥으로 이뤄져 있다. 다례 체험과 다식 체험을 하고 숙박도 이뤄진다. 다실은 좌탁을 두고 앉는 한옥의 실내다. 다식 체험은 2인 이상이어야 하지만 다례 체험은 혼자여도 괜찮다. 차 선생님은 예절에만 치중하지 않아서 차 우리는 방법과 다기 사용법을 간략히 전한 후 자리를 비켜준다. 차 선생님이 떠나고 다례의 순서를 기억하지 못해 허둥댔다. 그래도 결국 다관 안에서 차의 빛깔이 번진다. “찻잎은 춤추고 향기를 발산”하는 찰나다. 머그잔에 티백을 우려도 그만일 테지만 그것이 티포트의 일이다. 시간을 늘려 쓰는 일, 나를 위한 수고를 더하는 일. 찻잔에 따르고는 향을 음미하고 입가로 가져가 한 모금을 마신다. 평온이 나의 것이 된다. 누구도 간섭하지 않으며 누군가 비난하지 않는다. ‘체험’이란 형식적인 이름이 붙었지만 수도승이 된 양하다. 밥 먹고 차 마시는 평범한 일상을 뜻하는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가 불교에서 온 말이지 않은가. 깨달음이 그리 거창하거나 특별하지 않다는 의미일 것이다. 스님의 차 수행은 체험관 샛길로 들어서기 전, 이미 동부도전에서 한 번 경험했다. 동부도전은 입적한 큰 스님들의 부도와 탑비가 있는 곳이다. 최근에 세운 탑비 상단의 글자 하나가 눈길을 끌었는데 지허스님의 탑비였고 ‘茶’(차)라는 글자가 새겨 있었다. 그는 선암사에서 출가하고 입적한 선승이고 다승(茶僧)이었다. 선암사 주지로 있으며 ‘지허스님의 차’(김영사)를 출간했다. 우리 차와 선암사 야생차에 대한 애정이 담긴 책이다. 한 수도자의 생이 ‘茶’ 한 글자로 대변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산사가 근심을 대하는 자세 체험관에서 차로 몸을 덥힌 후에는 다시 선암사를 향한다. 일주문 앞은 야생차밭이어서 겨울 선암사도 푸른빛을 띤다. 선암사의 차밭은 가장 안쪽에 또 있다. 칠전선원은 원통전 북쪽에 있는 일곱 개의 전각인데, 그 가운데 선암사의 차를 덖는 달마전 뒤편으로 너른 차밭이 펼쳐진다. 달마전 후원은 네 개의 돌확으로 만든 수각(水閣)이 보물이다. 차밭에서 흘러든 물이 돌확과 대롱을 거치며 층층이 흘러내린다. 돌확의 첫물은 부처님께 올리거나 차를 끓일 때 사용한다. 그다음 물을 스님들이 마시는 물로, 쌀이나 채소를 씻는 용도로, 마지막은 허드렛일에 쓴다. 상시 개방하는 장소가 아니니 템플스테이의 ‘스님과의 차담’에 참여해 선암사에서 직접 만든 차를 맛보는 것도 좋겠다. 울타리 너머 칠전선원의 차밭을 기웃대다 나오는 길, 무우전을 지나며 담장 곁 봄날의 매화를 떠올린다. 무우전(無憂殿)은 근심이 없다는 뜻인데 선암사에서 가장 큰 스님이 머물던 전각이다. 수행이 깊어지면 근심이 덜어지는 것일까. 원통전 뒤편의 600살 넘은 선암매 곁에서 나뭇가지 끝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왠지 꽃을 피우려 꼼지락대는 것만 같다. 대웅전 앞에서는 무란 근심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인정하는 것일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선암사 대웅전은 정면 중앙의 문, 어간문이 없다. 보통 어간문은 스님들의 출입문인데 선암사에선 문의 실체가 없다기보다 부처님만 통행하는 문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기둥이나 벽에 교훈이 되는 글씨를 적은 주련도 없다. 대신 원통전 댓돌 위 ‘~이용해 주세요’라는 안내문은 맨 끝 ‘요’자를 낮춰 수행의 마음가짐을 전한다. 그러고 보니 겨울을 닮은 산사는 비워낸 것이 많다. 일주문을 지나 대웅전에 이르기까지 엄한 표정을 짓는 사천왕상도 보지 못했다. 속세의 여행자에게 그 백미는 사찰의 뒷간이자 화장실, 해우소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정호승 시인의 시 ‘선암사’의 첫 구절이다. 시인은 선암사에 가거든 해우소에 쭈그려 앉아 실컷 울라고 했다. 풀잎들이 눈물을 닦아줄 거라고. 선암사 해우소는 전라남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사찰의 재래식 화장실이 문화유산이 된 경우다. 앞면 6칸, 옆면 4칸의 한옥은 입구에서 보면 맞배지붕이 두드러진다. 해우소에서 몸을 가벼이 하자 근심마저 씻겨나간 기분이다. ●무언으로 안는 불일암 선암사는 송광사와 조계산을 사이에 두고 각각 동쪽과 서쪽에 있다. 두 고찰은 천년불심길이라고도 불리는 굴목재로 이어진다. 선암사에서 편백숲 길을 지나 굴목재 너머 송광사까지는 걸어서 4시간 정도 걸린다. 산중에는 보리밥 상차림으로 이름난 맛집이 있다. 송광사는 우리나라 삼보사찰의 하나인 큰 가람이다. 불교의 세 가지 보물 불(佛), 법(法), 승(僧) 가운데 열여섯 명의 국사를 배출한 승보 사찰에 해당한다. 선암사와는 또 다른 품위가 있다. 둘 가운데 하나만 보고 돌아오는 건 못내 아쉬운 일이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을 인상 깊게 본 관객이라면 더욱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그 가운데 삼청교와 다리 위에 지은 우화각은 선암사 승선교와 강선루에 비견할 만하다. 그 위에서 영화 속 송서래(탕웨이)는 장해준(박해일)에게 “처음부터 좋았습니다”라고 고백했다. 선암사와 송광사를 떼어 돌아볼 수 없듯, 송광사에서 불일암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불일암은 법정 스님이 17년간 머물며 수행하고 책을 쓴 암자다. 불일암은 ‘무소유길’의 대나무 숲과 사리문을 지나 이르는데 암자라기보다 검소한 선비의 소박한 옛집 같다. 댓돌 위에 ‘묵언’이라는 글자가 보여 먼저 침묵하고 돌아본다. 암자 앞 ‘후박나무’는 법정 스님이 직접 심었는데 입적 후 유골을 뿌려 산골했다. “진정한 무소유란 자기를 사랑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법정 스님이 쓴 ‘무소유’(범우사)의 한 구절이다. 언제부터인가 일 밖의 것, 목적이 없는 유유한 행위는 시간 낭비라 불린다. 온전히 나에게로 향하는 일은 더더군다나 드물다. ‘차의 기분’에 등장하는, 티포트를 보고 뿔이 난 이는 한가로움이 부러워서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알고 보면 진짜 갖고 싶었던 건 자신을 위한 ‘충실’은 아니었을까. 매주 금요일에는 순천시티투어가 산사투어를 테마로 운행한다. 순천역을 출발해 송광사와 선암사,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을 돌아본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이들에게 알맞다. 순천 야생차에 관심 있는 이들은 선암사를 나오며 명인신광수차에 들러도 좋겠다. 대한민국 명인 18호인 신광수 명인과 자녀들이 구증구포의 전통 제다법으로 야생 작설차를 생산한다. 신광수 명인은 선암사 주지를 지낸 용곡스님의 아들(태고종은 스님에게 결혼을 허용한다)로 선암사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차 만드는 법을 익혔다. 차를 구매할 수 있고 운이 좋다면 신광수 명인과 인사를 나눌 수 있다. 이맘때는 금전산 자락 금둔사에도 꼭 들를 일이다. 금둔사는 지허스님이 복원하며 납월매를 심은 작은 사찰이다. 납월은 음력 섣달(12월)을 말하니 겨울 끝에 피는 매화다. 설날이 지나며 슬슬 꽃을 피워 3월까지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금둔사에서는 매화에서도 차향이 날지 모를 일이다. 글·사진 박상준 여행작가
  • [포착] 이런 군기로 나라 지키나…호텔 화장실에 소총 두고 간 군인, 美 발칵

    [포착] 이런 군기로 나라 지키나…호텔 화장실에 소총 두고 간 군인, 美 발칵

    미국 주방위군 소속 군인이 순찰 중 호텔 화장실에 들렀다가 총을 두고 나간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CBS뉴스 등 현지 언론은 11일(현지시간) “루이지애나주 주방위군 병사가 지난 8일 뉴올리언스의 한 호텔 화장실을 이용한 뒤 자신의 M4 카빈 소총을 두고 나온 사실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호텔의 한 투숙객이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세면대에 세워진 총 한 자루를 발견했고 이를 촬영해 SNS에 공개하면서 논란이 확산했다. 미 육군 규정에 따르면 총기 관리 소홀은 가장 심각한 군기 위반 행위 중 하나로 비사법적 징계부터 군사재판 회부까지 넘어갈 수 있다. 소식을 접한 루이지애나주 주방위군 측은 공식 성명을 통해 “총은 주방위군에 반환됐으며 해당 병사와 사건은 내부적으로 처리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뉴올리언스의 한 시민은 “군인의 기본 수칙 중 하나는 무기를 타인에게 넘겨주지 않고 항상 손에 들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은 군인들의 총기 관리가 소홀해지면 시민 안전에도 문제가 발생하는 게 아니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논란이 된 주방위군의 M4 카빈총은 현역 미군과 마찬가지로 표준 개인 화기 중 하나이며, 유효 사거리는 약 500m다. 재난 대응과 폭동 진압 등 국내 보조 임무뿐 아니라 주방위군의 해외 파병 시에도 지급된다. 해당 소총은 반자동/연발 기능을 갖춘 군 제식 소총이라는 점에서 민간 지역에서 분실할 경우 매우 심각한 보안 사고로 간주한다. 한편 AP 통신에 따르면 2011년부터 약 10년간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 등 미군 전체에서 분실 또는 도난당한 무기는 1900정 이상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소총 약 1200정, 권총 약 700정, 기관총 74정, 유탄 발사기 36정, 로켓 발사기 34정, 박격포 25정 등이 포함돼 있다. 분실 또는 도난 사유로는 무기 보관실 문이 잠기지 않았거나 감시카메라가 고장 난 경우 등 관리 부실, 내부자가 무기 부품을 판매하려는 시도 등 절도와 장비 유출, 기록 누락 등으로 조사됐다. 이 중 일부는 폭력 범죄에 사용됐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군 당국은 실제로 분실·도난당한 군용 화기가 보고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죽은 반려동물, 주인 곁에 묻어줘라”…‘반려동물 대국’ 브라질서 관련법 공포

    “죽은 반려동물, 주인 곁에 묻어줘라”…‘반려동물 대국’ 브라질서 관련법 공포

    죽은 반려동물을 주인의 곁에 묻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이 세계적인 반려동물 대국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공포됐다. 인구 약 4500만 명(전체인구의 약 21%)이 살고 있는 상파울루는 브라질에서 가장 큰 주(州)로 브라질에서 이런 법을 제정한 건 상파울루가 처음이다. 현지 언론은 11일(현지시간) “지난해 12월 상파울루 주의회를 통과한 반려동물 매장에 관한 법이 공포돼 10일부터 법적인 효력을 내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브라질 상파울루에선 사망한 주인과 죽은 반려동물의 합장이 법적으로 가능해졌다. 주의회 통과 후 2개월 만에 법안에 서명해 공포절차를 완료한 타르시시오 드 프레이타스 상파울로 주지사는 “반려동물이 유난히 많은 브라질에서 주인과 반려동물 간의 정서적 유대관계가 법률적으로 인정됐다 점에서 이번 법안의 의미는 특별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에두아르도 노브레가 상파울루 주의원이 발의한 이 법은 일명 ‘보브 코베이로 법’으로 불리면서 법안처리 과정에서부터 큰 화제가 됐다. 보브 코베이로는 브라질 상파울루의 대도시 타보앙 다 세라에 살던 개로 사망한 주인의 장례행렬을 따라가 10년간 주인의 무덤을 지키다가 2021년 묘지에서 세상을 떠난 충견이다. 죽은 보브 코베이로는 상파울루 당국의 특별허락을 받아 그리워하던 주인의 곁에 묻힐 수 있었다. 보브 코베이로의 사연은 당시 언론에 보도되면서 브라질은 물론 전 세계에게 큰 감동을 줬다. 발효된 법은 큰 틀의 규정이다. 상파울루의 각 지방자치단체는 반려동물 매장에 대한 규정을 자치적으로 제정할 수 있고 민간이 운영하는 공원묘지나 납골당은 반려동물 매장을 위한 별도의 규정을 둘 수도 있다. 상파울루 당국자는 “세칙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준 것”이라면서 “주의회가 제정한 보브 코베이로 법은 상위법으로 이를 위반해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브라질의 동물단체들은 보브 코베이로 법 제정을 강력히 환영했다. 관계자는 “브라질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상파울루에서 이런 법을 제정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면서 “앞으로 다른 주들도 유사한 법을 제정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현지 언론은 “다른 주에서 상파울루와 비슷한 법을 제정하라는 로비와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한편 브라질은 자타가 공인하는 반려동물 대국이다. 브라질 반려동물산업협회(Abempet)에 따르면 반려견과 반려묘 등 브라질의 반려동물은 약 1억 4160만 마리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세계 4위 규모다. 브라질의 현재 인구는 약 2억 1300만 명. 인구 1명당 평균 0.65마리 꼴로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반려동물산업협회의 통계를 보면 브라질의 반려동물 중에선 반려견이 약 5500만 마리로 가장 많고 이어 각종 새 4000만 마리, 반려묘 2470만 마리, 물고기 1940만 마리 순이었다.
  • “죽은 반려동물, 주인 곁에 묻어줘라”…‘반려동물 대국’ 브라질서 관련법 공포 [여기는 남미]

    “죽은 반려동물, 주인 곁에 묻어줘라”…‘반려동물 대국’ 브라질서 관련법 공포 [여기는 남미]

    죽은 반려동물을 주인의 곁에 묻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이 세계적인 반려동물 대국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공포됐다. 인구 약 4500만 명(전체인구의 약 21%)이 살고 있는 상파울루는 브라질에서 가장 큰 주(州)로 브라질에서 이런 법을 제정한 건 상파울루가 처음이다. 현지 언론은 11일(현지시간) “지난해 12월 상파울루 주의회를 통과한 반려동물 매장에 관한 법이 공포돼 10일부터 법적인 효력을 내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브라질 상파울루에선 사망한 주인과 죽은 반려동물의 합장이 법적으로 가능해졌다. 주의회 통과 후 2개월 만에 법안에 서명해 공포절차를 완료한 타르시시오 드 프레이타스 상파울로 주지사는 “반려동물이 유난히 많은 브라질에서 주인과 반려동물 간의 정서적 유대관계가 법률적으로 인정됐다 점에서 이번 법안의 의미는 특별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에두아르도 노브레가 상파울루 주의원이 발의한 이 법은 일명 ‘보브 코베이로 법’으로 불리면서 법안처리 과정에서부터 큰 화제가 됐다. 보브 코베이로는 브라질 상파울루의 대도시 타보앙 다 세라에 살던 개로 사망한 주인의 장례행렬을 따라가 10년간 주인의 무덤을 지키다가 2021년 묘지에서 세상을 떠난 충견이다. 죽은 보브 코베이로는 상파울루 당국의 특별허락을 받아 그리워하던 주인의 곁에 묻힐 수 있었다. 보브 코베이로의 사연은 당시 언론에 보도되면서 브라질은 물론 전 세계에게 큰 감동을 줬다. 발효된 법은 큰 틀의 규정이다. 상파울루의 각 지방자치단체는 반려동물 매장에 대한 규정을 자치적으로 제정할 수 있고 민간이 운영하는 공원묘지나 납골당은 반려동물 매장을 위한 별도의 규정을 둘 수도 있다. 상파울루 당국자는 “세칙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준 것”이라면서 “주의회가 제정한 보브 코베이로 법은 상위법으로 이를 위반해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브라질의 동물단체들은 보브 코베이로 법 제정을 강력히 환영했다. 관계자는 “브라질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상파울루에서 이런 법을 제정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면서 “앞으로 다른 주들도 유사한 법을 제정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현지 언론은 “다른 주에서 상파울루와 비슷한 법을 제정하라는 로비와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한편 브라질은 자타가 공인하는 반려동물 대국이다. 브라질 반려동물산업협회(Abempet)에 따르면 반려견과 반려묘 등 브라질의 반려동물은 약 1억 4160만 마리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세계 4위 규모다. 브라질의 현재 인구는 약 2억 1300만 명. 인구 1명당 평균 0.65마리 꼴로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반려동물산업협회의 통계를 보면 브라질의 반려동물 중에선 반려견이 약 5500만 마리로 가장 많고 이어 각종 새 4000만 마리, 반려묘 2470만 마리, 물고기 1940만 마리 순이었다.
  • [사설] 李대통령·여야 대표 만남, 목 마른 ‘소통 정치’ 물꼬 트길

    [사설] 李대통령·여야 대표 만남, 목 마른 ‘소통 정치’ 물꼬 트길

    이재명 대통령이 오늘 청와대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오찬을 함께한다.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은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라고 전격 성사된 회동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그제도 “현재와 같은 입법 속도로는 국제사회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토로했다. 청와대는 오늘 회동의 의제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미 관세 협상, 광역지자체 행정통합, 각종 특검 등 국정 현안 전반에 대한 여야 소통 정치의 분기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어제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서는 민주당 주도로 대법원 판결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는 재판소원법안(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국민의힘 불참 속에 통과시켰다. 4심제 논란이 있는 재판소원법은 법원행정처가 “헌법 위반”이라며 반대 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마당이다. 민주당은 이 법안을 법왜곡죄(형법 개정안), 대법관증원법(법원조직법 개정안) 등과 함께 ‘3대 사법개혁안’으로 분류해 이달 임시국회 내 처리할 방침이다. 법왜곡죄는 법조계는 물론 법무부와 당 정책위에서까지 위헌 소지를 우려하고 있다. 대법관 증원 관련 법안도 정권의 사법부 장악 논란이 있는 쟁점 법안이다. 국회 입법은 국익과 민생 우선으로 여야 협의를 통해 추진돼야 국민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이 대통령도 “개혁도 작은 것, 할 수 있는 것부터 해결해야 한다”며 “한 방에 혁명적으로, 그런 게 어디 있느냐. 너무 충격이 크고 출혈이 많아서 안 된다”고 했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 필요성도 언급했다. 국정에 속도를 내고 싶은 대통령의 의지를 정작 집권여당이 떠받쳐 주지 못하는 모양새다. 어제 공개된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인식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9명이 다양한 사회 갈등 가운데 보수·진보로 나뉜 ‘정치 갈등’을 가장 심각한 문제로 답했다. 여당이 국정과제와 민생 관련 법안보다 지지층 입맛에 맞는 쟁점 법안들에 골몰하는 진영 정치에 갇힌다면 망국적 국민 갈등은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 여당이 앞장서 실마리를 풀어야 할 현안들이 지금 얼마나 많은가. 미루고 있다 관세 협상의 동티가 된 대미투자특별법,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대책 후속 입법, 필수의료 강화법 등 내일 당장 입법해도 시원찮을 민생경제 법안들이 차고 넘친다. 이런 다급한 상황에 민주당 의원 87명은 이 대통령 공소취소 추진 모임을 만들었다. 상식 있는 국민이라면 과연 집권당다운 자세라고 하겠는지 가슴에 손을 얹어 봐야 할 것이다.
  • [단독] 국제학교 재학생 최대 25% 급감…  빨간불 켜진 ‘제주 영어교육도시’

    [단독] 국제학교 재학생 최대 25% 급감…  빨간불 켜진 ‘제주 영어교육도시’

    학령인구 감소·비인가 학교 확산1년 새 국제학교 4곳 482명 줄어“직항 확대 등 정주여건 개선해야” 제주 영어교육도시 국제학교들이 학생 수 급감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1년 사이 재학생이 10% 넘게 줄면서 ‘유학 대체 모델’로 불리던 영어교육도시의 지속가능성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11일 서울신문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영어교육도시 국제학교 4곳의 재학생은 2024년 4613명에서 2025년 4131명으로 10.4% 감소했다. 특히 브랭섬홀 아시아(BHA)는 1189명에서 886명으로 25.5% 급감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한국국제학교 제주(KIS)는 1060명에서 988명으로 6.8%, 노스런던컬리지에잇스쿨 제주(NLCS)는 1305명에서 1282명으로 1.8%, 세인트존스베리아카데미 제주(SJA)는 1059명에서 975명으로 7.9% 줄었다. 교사 수 역시 NLCS 14.1%, BHA 15.9%, SJA 13.6% 감소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오영훈 제주지사는 지난 10일 국제학교장 간담회를 직접 주재했다. 국제학교는 영어교육도시의 핵심 인프라다. 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글로벌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의뢰한 분석에 따르면 국제학교는 연간 약 2958억원의 소득 창출과 2만 5540명 취업 유발 효과를 낸다. 2011년 이후 유학수지 개선 효과도 1조 4165억원에 달한다. 국제학교 개교 이후 서귀포시 대정읍 인구도 증가세로 전환됐다. 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빠르게 식고 있다. 국제학교 측은 학령인구 감소와 전국 200여개 비인가 국제학교 확산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비인가 국제학교는 국내 학력은 인정되지 않지만 해외 대학 진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학생을 유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레어 리 BHA 총교장은 “비인가 학교의 운영으로 인가 학교에서 학생들이 빠져나가고 있다”며 도와 중앙정부에 규제 강화를 촉구했다. 국제학교 졸업생 학부모 A씨는 “학령인구 감소, 교육 선택 다양화, 해외 유학 회귀가 맞물린 결과”라며 “최근에는 해외 명문학교 진학을 위해 떠나거나 가족과 떨어지기 싫어 육지 학교로 이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짚었다. 이런 흐름 속에 영어교육도시 다섯 번째 국제학교로 2028년 8월 개교 예정인 미국 풀턴 사이언스 아카데미 애서튼(FSAA)이 반등 계기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FSAA는 순수 민간자본으로 설립되는 첫 국제학교로 학생 1354명 규모다. 한 교육 전문가는 “재학생 상당수가 고소득층 자녀인 만큼 의료·여가시설과 제주~인천 직항 확대 등 정주여건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아내 안 죽였다” 20년 호소… 무기수로 죽고나서야 ‘무죄’

    2003년 보험금 노린 살인 혐의무기징역 확정 후 2024년 재심형집행정지 날 백혈병으로 숨져보험금을 노려 아내를 살해했다는 혐의로 무기징역을 살던 남편이 옥중 사망 후 열린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20년 넘게 이어진 ‘보험금 살인’의 오명을 죽음 이후에야 벗게 된 것이다. 광주지법 해남지원 형사1부(지원장 김성흠)는 11일 고 장동오씨에 대한 재심에서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장씨의 화물차와 감정서, 피해자 가족 진술조서 등 원심의 근거가 된 핵심 증거들이 법원 영장 없이 수집되는 등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찰 제시 증거만으로는 고의에 의한 교통사고로 보기 어렵다. 피해자가 다수의 보험에 가입한 사정으로도 공소사실 증명이 힘들다”고 판시했다. 또 2024년 진행한 현장검증을 토대로 졸음운전 가능성이 있고 화물차 조향 장치 조작 없이도 사건 장소에 도달할 수 있다고 봤다. 수면제를 이용한 범행 등 검찰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장씨는 2003년 7월 전남 진도군의 한 교차로에서 자신이 몰던 화물차를 명금저수지(현 송정저수지)로 추락시킨 뒤 홀로 빠져나와 조수석의 아내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8억 8000만원의 보험금을 노린 고의 사고로 보고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장씨는 검경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졸음운전으로 사고가 발생했고 일부 보험은 아내가 직접 가입했다고 주장했으나 2005년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이번 재심은 2017년 장씨 가족의 요청을 받은 한 경찰관과 박준영 변호사가 사건을 재검토하면서 비롯됐다. 대법원은 2024년 1월 재심 개시를 결정했지만 장씨는 같은 해 4월 형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지던 날 급성 백혈병으로 숨졌다. 당시 66세였다. 때문에 이번 재심은 궐석 재판 형식으로 진행됐다. 검찰이 재심 결과에 불복할 경우 사건은 항소심에서 다시 다뤄진다.
  • 캐나다 돈으로 지은 대교, 절반 차지하겠다는 트럼프

    캐나다 돈으로 지은 대교, 절반 차지하겠다는 트럼프

    美, ‘中과 관계 개선’ 캐나다 압박加가 약 7조원 공사대금 전액 낸加-디트로이트 다리 ‘개통 불허’백악관, 美자재 사용 여부로 트집USMCA 재협상도 난항 겪을 듯 그린란드를 내놓으라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탐욕이 이번엔 자국과 연결되는 캐나다의 한 대교로 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가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선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며 관세 부과를 예고하는 등 엄포를 놓았는데, 트럼프 1기 임기 때부터 시작한 양국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10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캐나다가 고디 하우 국제대교를 통제하고 양국 부지를 모두 소유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캐나다와 즉시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며 “우리는 적어도 이 자산의 절반을 소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캐나다 출신의 전설적인 아이스하키 선수 이름을 딴 고디 하우 대교는 디트로이트 강을 마주 보고 위치한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와 미국 디트로이트를 연결하는 다리다. 총길이 2.5㎞에 달하는 이 다리는 2018년 착공해 올해 하반기 개통을 앞두고 있다. 캐나다 정부가 47억 달러(약 6조 8500억원)의 공사비를 전액 부담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루스소셜에서 공사에 미국산 자재가 사용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하며 보상이 이뤄질 때까지 개통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예측 불가능한 행보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미국 보수층은 이 대교를 건설하는 데 자국 세금이 들어가는 것을 반대했고, 캐나다가 결국 비용을 부담하기로 결정한 것을 트럼프 대통령이 모를 리 없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고디 하우 대교를 문제 삼은 건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중국과 관계 개선에 나선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캐나다가 중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면 미국에 수출하는 모든 상품에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일각에선 고디 하우 대교 건설을 막으려는 디트로이트 운송 재벌이 트럼프 행정부에 로비를 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1기 집권 시절 쥐스탱 트뤼도 당시 총리를 향해 “위선자”, “나약하다” 등 인신공격을 일삼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카니 총리와도 계속해서 충돌하고 있다.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라고, 트뤼도를 ‘주지사’라고 부르던 비아냥은 카니 총리에게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캐나다·멕시코 자유무역협정(USMCA) 재협상이 곧 예정돼 있어 미국과 캐나다 간 갈등은 더욱 첨예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4㎏ 조끼 입고 72㎏ 인형 끌어… 경찰 체력 지옥 코스에 땀 뻘뻘

    4㎏ 조끼 입고 72㎏ 인형 끌어… 경찰 체력 지옥 코스에 땀 뻘뻘

    올해 남녀 구분 없이 6608명 채용순환식 5개 종목, 합격선 4분 40초허들 발 걸리고 다리·팔에 힘 풀려근력 요구… 18명 중 男 2명만 통과 “성별보다 직무 적합성 초점 맞춰야” “4.2㎏ 조끼를 입고 세 바퀴째 도는데 숨이 턱하고 막히더라고요. 꾸준히 연습하지 않으면 시간 내 통과하기 정말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난 9일 서울 노원구 서울과학기술대 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된 순경 공채 ‘순환식 체력검사’ 체험장에서 만난 홍모(29)씨가 거친 숨을 고르며 말했다. 이날 체험장에는 60여명의 경찰 준비생들이 참가해 올해 새롭게 도입되는 체력검사에 통과하기 위해 기를 쓰고 진땀을 흘렸다. 올해부터 순경 공채가 남녀 구분 없는 통합 선발로 바뀐다. 채용 인원은 6608명으로 지난해보다 990명 늘면서 취업 준비생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남녀 동일한 조건의 체력시험 통과가 최대 관심사다. 경찰은 올해부터 윗몸일으키기·팔굽혀펴기 등 기존의 종목형 체력시험이 아닌, 실제 현장 상황을 반영한 코스형 ‘순환식 체력시험’을 도입했다. ▲장애물 달리기 ▲장대 허들 넘기 ▲밀기·당기기 ▲구조하기 ▲방아쇠 당기기 등 5개 종목을 남녀 모두 4분 40초 안에 통과해야 한다.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가늠하기 위해 본지 20대 남녀 수습기자도 직접 뛰었다. 4.2㎏ 조끼를 입는 순간 무게에 짓눌려 어깨가 처졌다. 조끼는 권총 등 장비 무게를 반영한 것이다. 첫 종목은 6바퀴를 도는 장애물 달리기. 초반 두 바퀴는 버틸 만했지만 네 바퀴째부터 남자 기자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0.6m 높이 허들에 발이 걸려 넘어졌고, 다시 일어나 뛰었다. 장대 허들을 넘고 엎드렸다 일어나는 동작을 반복하자 곧 다리에 힘이 풀렸다. 32㎏ 기구를 밀고 당기는 구간에선 팔이 말을 듣지 않았다. 파울이 계속되자 시험관은 “다음 코스”를 외쳤다. 해당 구간은 사실상 떨어졌다는 뜻이었다. 참가생들 사이에서 가장 어려운 코스는 ‘구조하기’로 꼽혔다. 72㎏ 모형 인형을 10.7m 끌어야 한다. 기자는 팔에 힘이 빠져 몇 초간 멈춰서길 반복했다. 방아쇠를 당길 땐 손 끝에 힘이 남지 않았다. 기록은 6분 10초. 제한 시간을 1분 30초 넘긴 탈락이었다. 여자 수험생들에겐 첫 코스인 1.5m 장벽부터 난관으로 꼽혔다. 주말마다 꾸준히 러닝을 하는 여자 기자도 1.5m 장벽에서 여러 차례 막혔다. 72㎏ 인형을 5m 가량 움직이는 데도 숨이 가빴다. 방아쇠는 끝내 당기지 못했다. 통과는 언감생심이었다. 이날 3개 조 중 기자가 속한 2조(18명)에서 합격자는 남성 2명뿐이었다. 3년차 준비생 김모(27)씨는 “유산소와 전신 근력을 동시에 써야 해 예전의 종목식보다 훨씬 어려웠다”고 말했다. 순환식 체력검사는 이미 일부 경력채용에서 시범 운영됐다. 지난해 경위 공채 통과율은 남성 98.4%, 여성 67.8%였다. 남녀 통합 선발이 본격화되면 여성 합격자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이날 체험 현장에선 “기초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통과하기 쉽지 않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현직 경찰들 사이에서도 시각은 엇갈린다. 서울 한 지구대 팀장은 “현장은 팀 단위로 움직이기 때문에 성별보다 역할 분담과 협업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경찰관은 “긴박한 상황에선 여전히 체력과 힘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논쟁의 초점을 ‘성별’이 아닌 ‘직무 적합성’에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재훈 강원도립대 경찰경호과 교수는 “범죄 상황은 상대의 성별을 구분하지 않는다”며 “누가 유리한지를 따지기보다 직무 수행에 필요한 능력을 어떻게 공정하게 평가할 것인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중앙경찰학교는 3월까지 충북 충주시 중앙경찰학교 순환식 체력검사 상설센터에서 체험부스를 운영한다. 수험생을 대상으로 하루 60명 선착순 신청을 받아 실제 장비와 동일한 환경에서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 日 그라비아 모델, 국회의원 당선 ‘이변’…10선 의원 꺾은 비결은? [핫이슈]

    日 그라비아 모델, 국회의원 당선 ‘이변’…10선 의원 꺾은 비결은? [핫이슈]

    그라비아 모델 출신의 일본 여성이 최근 치러진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강력한 경쟁자를 꺾고 당선됐다. 요미우리신문은 11일(현지시간) “2000년대 그라비아 모델로 활동했던 모리시타 치사토(45)가 지난 8일 치러진 중의원 선거에서 미야기현 4구에 출마해 당선됐다”고 보도했다. 모리시타는 2001년 그라비아 모델로 데뷔해 가수와 배우로도 활동하며 일본 연예계에서 최정상급 인기를 누렸다. 그라비아는 수영복과 비키니 등을 입은 모델의 노출이 있는 화보 콘텐츠로 전 세계에서 오랫동안 관심을 받아왔다. 모리시타는 활발하게 연예계 활동을 하다 2019년 활동을 중단하고 일반 기업의 직장인으로 전직했다가 2021년 정계에 입문했다. 그녀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봉사활동을 계기로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시와 인연을 맺고 해당 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긴 뒤 정치 활동을 시작했고, 2021년 처음으로 중의원 선거에 도전했지만 패배했다. 정계 입문 5년 만에 ‘10선 정치인’ 꺾었다2024년에는 비례대표로 당선돼 국회에 입성한 뒤 환경대신정무관을 맡으며 정치 경험을 쌓았다. 모리시타의 국회의원 도전은 정계에 입문한 지 고작 5년 만에 이룬 성과다. 모리시타의 성공이 더욱 화제가 된 이유는 2024년부터 미야기현에서 국회의원 자리를 두고 경쟁해 온 정치인이 무려 10선에 달하는 화려한 경력을 가진 아즈미 준 이었기 때문이다. 아즈미 준은 전 재무상 출신으로, 1996년 첫 당선 이후 해당 지역에서 약 30년간 10차례 이상 당선된 중도개혁연합 소속의 대표적인 중진 정치인이다. 그러나 모리시타는 이번 선거에서 아즈미 후보(1만 78표)를 6333표 차로 따돌리며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그라비아 아이돌에서 정치인까지…승리 비결은?모리시타의 이번 선거 승리 비결은 지역 밀착형 선거 전략이다. 그녀는 지난 5년간 매일 거리에서 ‘츠지다치’ 활동을 이어왔다. 츠지다치 활동은 교차로나 사거리 등 길목에 서서 유권자들에게 인사하는 선거 활동이다. 일본의 경우 지역구 기반 정치가 강한 탓에 유권자에게 얼굴과 이름을 알리고, 성실·근면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츠지다치 활동은 무명 신인 정치인에게는 필수 코스로 꼽힌다. 실제로 모리시타는 당선 다음 날에도 이시노마키 시내 교차로에 나가 출근길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영하의 기온에 눈까지 내리는 추운 날씨 속에서도 이어진 모리시타의 ‘정성’이 해당 지역 유권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모리시타는 환경대신정무관 경험을 살려 다양한 환경 정책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예컨대 최근 일본의 골머리를 앓게 한 곰이나 멧돼지 등 야생동물 피해 관련 대책을 포함해 지역 전반의 환경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번 결과를 두고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라며 선거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로 평가했다. 한편 모리시타가 속한 자민당은 이번 총선에서 316석을 확보하며 압승을 거뒀다. 연립 정당인 일본유신회까지 합산하면 352석에 달한다. 반면 입헌민주당과 공명당이 결성한 중도개혁연합은 대패했다. 아즈미를 비롯해 다수의 거물급 정치인이 의석을 잃으며 정치 지형이 크게 흔들렸다. 모리시타 측 관계자는 “아즈미 의원의 기반이 워낙 단단해서 솔직히 따라잡았다는 실감이 없었다. 정말 힘든 선거였다”면서도 “현 정권이 출범한 이후 유리한 흐름을 느꼈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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