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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벌의 기형적 지배구조 개선 지금이 기회”

    “재벌의 기형적 지배구조 개선 지금이 기회”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재벌 개혁을 촉발하는 분위기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여당은 관련 법을 손질해서라도 재벌기업의 후진적인 지배행태를 개선하겠다고 벼른다. 그러나 법적인 강제를 통해 민간기업의 지배구조를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방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주 권한을 강화하고 ‘거수기’로 전락한 사외이사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5일 정부와 여당은 다음날 당정협의를 열어 재벌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공정거래법 개정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제히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롯데를 잡겠다고 법을 건드리면 애꿎은 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면서 과잉 입법을 우려했다. 소수 지분을 가진 오너가 그룹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하는 수단인 순환출자의 고리는 롯데가 전체기업의 90.6%인 416개를 갖고 있다. 순환출자 고리를 가진 기업은 롯데를 포함해 11개에 불과하다. 법을 개정해도 실효성이 적다는 얘기다. 법으로 강제하기보다는 기업 스스로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도록 이해관계가 있는 주주들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김 교수는 “국민연금공단처럼 롯데그룹 7개 상장사의 주식을 가진 주주들이 주주총회를 소집하고, 경영권 분쟁에 따른 이미지 추락으로 주주 가치가 훼손됐다며 기업에 지분 구조 공개 등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주주권에 의한 기업 견제를 강화할 수 있도록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전자·서면 투표제,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다중대표 소송 및 집단소송 등의 빠른 입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인 김선웅 변호사는 사외이사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상장회사 가운데 규모가 큰 곳은 이사회의 절반 이상을, 규모가 작은 기업은 25% 이상을 사외이사로 채우도록 하고 있다”면서 “주주 이익을 대변하는 사외이사 수를 늘려 기업의 지배구조와 경영활동이 투명하게 드러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시론] ‘머나먼 다리’ 건너 있는 한국의 지배구조/최중성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부원장

    [시론] ‘머나먼 다리’ 건너 있는 한국의 지배구조/최중성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부원장

    자본시장의 역사와 함께했지만 투자자의 관심을 그다지 끌지 못했던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가 최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계기로 세간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외국 투자자에게 우리나라에 투자할 때 고려하는 위험 요인에 대해 물으면 대부분 경영의 불투명성과 부실한 이사회 등 지배구조의 후진성을 지적한다.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기술력 부족’이나 ‘남북 대치’라는 특수한 상황이 아닌, 기업 지배구조 문제를 먼저 지적하는 것이다. 기업 지배구조 전문평가기관인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의 평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아시아 11개국 중 8위로 태국과 인도보다도 후진적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 훌륭한 제도를 갖추고 있음에도 제도가 원래의 목적대로 운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발생한 KB 사태, 현대차 본사 부지 매입 건,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 모두 전형적인 지배구조의 낙후성에 기인해 발생한 사례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은 이 사례들과 차원이 다른 중·장기적 파급 효과가 예상되는 만큼 국내적인 시각이 아니라 국제시장의 기준에 맞춰 객관적으로 시사점을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합병 목적, 합병 비율, 이사회의 견제 기능, 엘리엇의 합병반대 의사 표명 이후 삼성의 대응 등 국제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채 진행된 아쉬운 점이 적지 않았다는 얘기다. 기업 지배구조 측면에서 봤을 때에도 많은 교훈을 제공한다. 우선 삼성은 합병의 목적을 양 사의 합병을 통한 시너지 효과의 극대화라고 주장하나 실질적으로는 자연스러운 경영권 승계가 주된 목적임을 부인할 수 없다. 본질이 이런데도 삼성 측은 현실화를 담보하기 어려운 미래 가치를 부각시키고, 지배주주 일가에 큰 혜택이 되는 경영권 승계 시 문제점과 비판적 시각을 피하려고만 하고 있다. 또한 이번 합병 건에서 가장 논란이 된 합병 비율의 경우도 법적인 문제는 아니지만 외국인 지분이 33%를 넘은 상태로 이미 글로벌 기업의 범주에 속해 있으면서도 외국인 주주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지 못하는 실수를 범했다. 예를 들면 외국에서는 합병 시 양사의 주가뿐만 아니라 자산가치도 고려하는데 이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 국내법에서도 시가에 의한 합병 방식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계열사 간 합병의 경우 10% 범위에서 합병가액을 조절할 수 있는 근거를 두고 있다. 지배구조 모범 규준에 제시된 이사회의 역할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을 본격적으로 논의한 시간이 짧아 삼성물산 이사들이 합병의 실익을 제대로 검토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것도 이사회의 경영 견제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 흠결로 지적될 수 있다.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경영진이 주가 안정을 위한 노력을 다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도 삼성물산 경영진이 주주들의 이익 보호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여겨지는 이유다. 특히 엘리엇의 합병 반대 의사 표명 이후 삼성의 대응 과정 역시 아쉬운 점이 많았다. 이 기업이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삼성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의심스러운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상호 간 협의를 통해 엘리엇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할 시간적 여유를 가졌어야 했다는 얘기다. 또 법이 보장한 주주권을 행사하는 주요 주주를 초반부터 ‘국제 투기꾼’이나 ‘먹튀 기업’으로 몰아 가면서 전면전을 선포함으로써 엘리엇의 퇴로를 차단한 것도 지적할 만하다. 이 점은 두고두고 추후 글로벌 기업 삼성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우려되는 대목이다. 또 합병에서 야기되는 문제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헤지펀드 개입을 예측할 수 있었음에도 대비책이 부족했었다는 점은 비록 합병이 성사됐다 하더라도 꼭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다. 앞으로 삼성물산 출범을 위한 움직임이 분주히 진행될 것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개인투자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개별 접촉을 통해 한 표 한 표 모았을 때의 절박함을 새겨 국제사회에 모범이 되는 주주 친화 정책을 향후 시행하길 바란다.
  • [엘리엇 사태의 교훈-기업도 변해야 산다] 시장 키우고 과실 뺏기지 말자

    [엘리엇 사태의 교훈-기업도 변해야 산다] 시장 키우고 과실 뺏기지 말자

    2011년 12월 김석동 당시 금융위원장은 헤지펀드 출범에 대해 “작게 낳아 크게 키운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3월 말 기준 전체 헤지펀드 설정액은 2조 9000억원이다. 삼성을 공격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29조원)의 10분의1 수준이다. 그나마 삼성자산운용이 9207억원으로 전체 헤지펀드의 3분의1을 차지한다. 헤지펀드는 출범시켰지만 주요 투자 수단인 공매도에 대한 따가운 시선, 기업에 대한 쓴소리는 논리적이고 옳아도 참지 못하는 경영진, 그리고 투자가 아닌 ‘도박’을 하는 일부 개인투자자들이 맞물려 자본시장 발전을 더디게 할 뿐 아니라 과실마저 국내보다 외국인 투자자가 더 많이 가져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의 ‘큰손’으로 떠오른 기관투자가의 실력 향상과 장기 투자가 더욱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헤지펀드가 구사하는 주요 전략의 하나가 ‘롱숏’(long-short)이다. 이 전략은 시장에서 본질 가치보다 싸게 거래된다고 여겨지는 주식은 사고(롱), 비싸다고 생각되는 주식은 빌려서 팔아(숏) 수익을 얻는 방법이다. 즉 갖고 있지 않은 주식을 파는 공매도가 반드시 포함된다. 기업 가치보다 주가가 비싸면 주식을 팔 수 있는 세력을 존재시켜 시장 스스로 적정가격을 찾아가도록 돕기 때문에 각국 금융 당국이 허용하고 있다. 원래 공매도는 주식을 빌리지 않고 파는 것(무차입 공매도)도 포함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허용돼 있지 않다. 따라서 주식을 많이 갖고 있는 연기금 등에서 주식을 빌려야 한다. 공매도한 주식에 대해 반드시 보고해야 한다. 경기부양책 등이 가동돼 주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정부 쪽에서 감지되면 기관들은 주식을 빌려주려 하지 않는다. 최근의 경기부양책을 반영하듯 2013년 말 1조 1000억원에 이르렀던 헤지펀드의 주식 공매도는 지난해 말 1조 2000억원, 올 3월 말 1조원 등으로 별 변화가 없다. 주가는 오르기만 하지 않는다. 또 이상 과열로 주가가 올랐다면 내려야 한다. 해서 증권사 보고서가 과열 때는 매도로 나와야 한다. 하지만 어느 증권사도 섣불리 말하지 않는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발표됐을 때 엘리엇이 제기한 합병 비율을 문제 삼은 국내 증권사는 한화증권 한 곳뿐이었다. 한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은 “삼성 때문에 자기 검열을 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매도’ 의견을 (애널리스트가) 가져오면 해당 기업 경영진한테 시달릴 수 있기 때문에 여러 번 확인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상장사들이 증권사의 보고서를 폄하하면서도 안 좋은 내용이 담긴 보고서는 참지 못하는 이율배반적 행태를 보이는 것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서스틴베스트도 합병 비율을 문제 삼아 합병에 반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 기관은 기관투자가들을 위해 주총 의안을 분석하고 의결권 행사에 대한 의견을 내놓는다. 국내에 도입된 지 몇 년 되지 않았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관투자가의 주총 안건 반대율은 2.4%다. 2013년 0.9%보다 많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최중성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부원장은 “금융위원회와 관련 연구기관들을 중심으로 연구 중인 ‘기관투자가의 주주권 행사 준칙’(스튜어드십 코드)이 올 하반기에 제정되면 주주친화 정책이 더욱 절실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에게 의결권 행사에 대한 세부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영국을 중심으로 주요 선진국들이 도입했고 일본은 지난해 도입했다. 기관투자가와 함께 일반인의 장기 투자도 필요하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의 지난 17일 기준 외국인 지분율은 51.82%로 절반을 넘는다. 지난해 12월 상장한 제일모직은 3.16%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사장은 “일반인이 축구에 관심이 많아야 그 나라가 축구를 잘하듯 주식도 일반인의 관심이 많아야 전체 자본시장이 발전한다”며 “주식을 사고파는 ‘도박’이 아니라 발전 가능성이 보이는 종목을 사서 모으는 ‘투자’로 접근해야 자본시장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노후 준비를 걱정하면서 주식에 투자하고 지배구조가 좋은 기업을 중심으로 주가가 오르는 게 시장 변화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엘리엇 사태의 교훈-기업도 변해야 산다] 주주친화 기업문화 만들라

    [엘리엇 사태의 교훈-기업도 변해야 산다] 주주친화 기업문화 만들라

    2011년 5월 지역통신사업자인 ‘신시내티 벨’은 주주총회에서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보수를 70% 이상 올리는 안을 상정하고 주주권고 투표를 진행했다. 이 투표는 미국 금융개혁법 제951조에 따라 도입된 이른바 ‘세이 온 페이’(Say on Pay) 제도에 근거한 것이었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주주들이 이사 보수에 대해 의견을 내는 것이다. 신시내티 벨의 주주들은 보수 인상안에 거세게 반발했다. 2010년 회사의 순이익과 주주 이익이 전년에 비해 각각 68.4%, 18.8% 떨어져서다. 66%의 주주가 반대표를 던졌다. 그러나 회사 측은 인상을 강행했다. 그러자 주주인 NECA-IBEW 연기금은 배임 및 부당이득 혐의로 CEO와 이사회를 상대로 주주대표 소송을 제기했다. 그해 9월 오하이오주 남부연방지방법원은 “객관적으로 보수를 심사하고 판단해야 할 이사들이 (보수 인상안을) 승인·상정한 주체라는 점에서 객관성이 떨어진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 줬다.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미국 기업 주주들의 위상이다. 미국은 주주들이 이사회 보수까지 제동을 걸며 법적 공방도 불사한다. 미국 내 중견기업과 대기업 179사를 대상으로 이뤄진 타워 왓슨의 설문조사에서 32%의 기업이 ‘주주권고 반대투표가 예상된다’는 이유로 임원보상 계획을 변경했다고 답했다. 이에 반해 한국의 주주들은 이익이 침해당해도 제대로 목소리조차 내지 못한다. 최상의 경영권 방어 수단은 주주 친화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주주와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얻으면 경영진 교체를 시도할 일도, 그들의 결정에 반기를 들 일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이제 우리 기업들도 주주 친화적으로 변해야 한다”면서 “대기업의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이 안 될 정도로 형편없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장부가치만큼도 주가가 형성되지 않아 주주들의 불만이 팽배하다”고 황 회장은 지적했다. 외국은 세이 온 페이 제도처럼 꼭 법적 수단이 아니더라도 주주와 소통하고 의견을 반영하는 문화가 잘 조성돼 있다. 우리나라와 출발선부터 다른 셈이다. 주주의 요구를 ‘경영권 개입’이 아닌 ‘주주와의 소통’으로 받아들인 사례로는 세계적 정보기술(IT) 기업인 애플이 있다. 주요 기관투자가이자 ‘기업 사냥꾼’으로 악명 높은 칼 아이칸은 경영진에 자사주 매입을 요구했다. 애플의 매출이 급격히 늘며 쌓인 막대한 사내유보금을 겨냥한 것이다. 기업이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하면 그만큼 주식 유통량이 줄어들어 주가를 부양하는 효과가 난다. 오른 주가만큼 주주들에게 현금을 나눠 주란 뜻이다. 얼핏 보면 지나친 경영 간섭으로 볼 수 있지만 애플 경영진은 유보금에 대한 명확한 계획안을 제시하지 못했고 결국 주주들의 의견을 수용했다. 사실상 주주에게 기업 성과가 돌아간 셈이다. 한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는 “얼마 전 어떤 상장사 대표를 만났는데 ‘주주는 회사의 주식을 잠시 소유하는 것이니 경영에 대해 왈가왈부하면 안 된다’고 말해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엘리엇이 단기적 차익만 노리는 투기자본이라고들 하지만, 애플이 아이칸을 인정한 것처럼 엘리엇 역시 주주 권리가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주주 이익을 대변하려면 이사회의 경영진 견제 기능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느냐도 중요하다. 박경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은 “우선은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보장돼야 하지만 사외이사 권한 강화나 CEO 승계 프로그램만으로는 지배구조 선진화를 이루기 힘들다”면서 “궁극적인 해결책은 주주협의회”라고 제안했다. 기관투자가를 중심으로 주주협의기구를 운영하면 ‘대리인 문제’(대리인인 경영진이 주인인 주주 이익보다는 자신이나 회사 이익을 우선시하는 문제)가 사라지는 등 주주가 목소리를 내는 것이 모든 방법에 우선할 수 있다는 얘기다. 스웨덴은 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위원이 주요 지분을 가진 주주다. 주주가 경영진을 견제하고 주주 간 견제가 동시에 이뤄지기 때문에 대리인 문제나 특정 주주의 전횡을 막을 수 있다. 박 원장은 “우리나라 상법에서도 0.5% 이상의 지분을 소유한 대형 상장사 주주는 사외이사를 추천할 수 있다”면서 “주주 권리가 보장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이나 해외 기관투자가들은 기업 저항 등으로 사용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다중대표소송제’ 필요성도 언급한다. 이는 모(母)회사 주식을 일정 비율 이상 보유한 주주가 불법 행위를 저지른 자회사 혹은 손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자회사 경영진의 위법 행위로 자회사에 손해가 발생하고 주가를 떨어뜨려 저가에 주식을 매입하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선웅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장은 “주총을 일괄적으로 3월 둘째주나 셋째주에 몰아서 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기업이 진정으로 주주와 소통하고 싶다면 충분한 시간을 들여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진국은 이해관계자를 의결권 행사에서 제외한다. 이동기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나마 현대차가 투명경영위원회를 만들고 삼성물산이 거버넌스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한 것 등은 다행”이라면서 “주주 친화 경영을 좀 더 강화하고 지배구조 관련 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삼성 “주주친화정책으로 합병 방해 돌파”

    삼성 “주주친화정책으로 합병 방해 돌파”

    합병을 진행 중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주주친화’ 정책으로 합병을 반대하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공격을 막아 내기로 했다. 윤주화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은 3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긴급 기업설명회(IR)에서 “삼성물산과의 합병 이후 주주친화 추진 방향으로 배당 성향을 확대하고 거버넌스 위원회와 CSR(기업사회공헌) 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IR은 오는 17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내외 기관의 표심을 잡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졌다. 삼성그룹 계열사에서 거버넌스 위원회가 신설되는 것은 처음이다. 윤 사장은 프레젠테이션에서 “이사회의 독립운영 강화를 위해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거버넌스 위원회를 신설해 특수관계인 거래, 인수합병 등 주주권익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항을 심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위원 중 1명을 주주권익 보호담당 위원으로 선임해 이사회와 주주 간의 소통을 맡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외부 전문가와 사내 전문인력으로 CSR 전담 조직을 구성해 글로벌 기업의 주주·시장·사회에 기여한 사례를 연구해 정책에 반영하기로 했다. 윤 사장은 “플랜B가 있느냐. 재합병 등을 추가 고려할 여지가 있느냐”는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질문에 대해 “플랜B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봉영 제일모직 리조트건설부문 사장은 “(삼성물산과의) 합병 비율은 충분히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했다. 합병 비율을 재산정할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고 강조했다. 윤 사장은 합병 시간을 늦추면 주가가 정체돼 있는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더 손해가 될 수 있어 합병해서 시너지를 발휘하는 게 최선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합병법인은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윤 사장은 “합병법인은 그룹의 사실상의 지주회사로서 기존에 보유 중인 글로벌 사업 역량과 다각화된 사업 플랫폼을 기반으로 헬스케어, 에너지 등 미래사업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제일모직은 IR에 이어 1일 삼성그룹의 핵심 바이오 계열사이자 합병 시 ‘통합 삼성물산’이 최대주주가 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시설을 애널리스트들에게 전격 공개하기로 했다. 이처럼 연이어 갑작스럽게 진행되고 있는 행사들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반드시 이뤄 내겠다는 회사의 의지로 해석된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삼성 엘리엇에 승소, 주총 결국 표대결로…삼성 드디어 승기 잡았다

    삼성 엘리엇에 승소, 주총 결국 표대결로…삼성 드디어 승기 잡았다

    삼성 엘리엇 승소 삼성 엘리엇에 승소, 주총 결국 표대결로…삼성 드디어 승기 잡았다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저지하기 위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1일 기각됨으로써 삼성물산 임시 주주총회가 이달 17일 예정대로 열리게 됐다. 삼성은 특히 엘리엇이 공격 명분으로 삼은 양사 간 합병비율에 문제가 없다는 법원 판단을 받아냄으로써 향후 표대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하지만 엘리엇이 함께 제기한 삼성물산의 자사주 매각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결정은 주총 직전에야 나올 예정이어서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주총 개최 자체를 막아달라는 엘리엇의 요구가 법리적으로 수용 가능성이 작았다는 점에서 법원의 이날 결정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평이 주류를 이뤘다. 업계의 시선은 삼성물산이 우호 관계에 있는 KCC에 매각한 자사주 899만주의 의결권 행사 여부에 쏠리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의 고위 관계자는 “엘리엇이 낸 2건의 가처분 신청 가운데 KCC로 넘어간 자사주의 의결권 행사를 막아달라는 것이 핵심”이라며 “주총 금지 요구는 기각될 가능성이 컸다”고 말했다. 법원이 엘리엇의 손을 들어 자사주 처분을 금지할 경우 KCC로 넘긴 자사주 5.76%의 의결권 행사가 차단돼 삼성그룹으로서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다만 이날 법원의 결정 논리를 살펴보면 삼성그룹에 유리한 점이 적지 않다. 우선 법원은 1대 0.35로 결정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이 현행법 테두리에서 적법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주가는 공개시장에서 다수 투자자가 참여해 형성된 것이므로 주가 조작 등 명백한 범법 행위가 개입됐다는 것이 입증되지 않고서는 상장 법인끼리 합병할 때 유일한 기준이 된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또 삼성물산 주가가 낮고 제일모직 주가가 높은 상황에서 합병이 결정됐다고 해도 총수 일가의 이익을 위해 결정된 것이라고 볼만한 증거가 뚜렷하지 않다는 재판부의 판단도 삼성그룹에는 고무적 결과다. ’불공정한’ 합병 비율과 총수 일가에게 유리한 합병 시점의 문제는 삼성그룹을 공격하는 엘리엇의 주된 무기였다. 법원이 이런 엘리엇의 공격 논리를 약화시키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주총을 앞두고 주주 다수의 이익을 위한다는 ‘도덕적 우위’를 앞세워 반대표를 결집해보려던 엘리엇의 계획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총에 지분 70%가 참여한다고 가정할 때 삼성은 합병 통과를 위해 47%의 지분을, 엘리엇은 합병안 부결을 위해 23%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엘리엇과 삼성물산은 위임장 확보전(프락시 파이트)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재 삼성물산의 우호 지분은 계열사와 이건희 회장 개인, KCC를 모두 더해 19.95%이다. 엘리엇의 지분 7.12%를 포함해 외국인이 33.61%를 보유 중인 가운데 국민연금 10.15%를 비롯해 국내 기관이 21.2%의 지분을 들고 있다. 삼성물산이 국민연금과 국내 기관의 지분을 모두 확보한다고 가정해도 총 지분이 41.15%에 그친다. 승리를 위한 최소한의 지분으로 예상되는 47%까지는 여전히 미치지 못한다. 엘리엇의 제외한 나머지 외국인 지분이나 소액 주주 지분을 6%가량 추가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2.11%의 지분을 보유한 일성신약은 합병 반대를 시사하고 있다. 엘리엇과 연대 가능성이 큰 미국 헤지펀드 메이슨 캐피털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지분 2.2%를 최근 확보했다는 점도 삼성에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따라서 KCC 지분 5.96% 가운데 애초 삼성물산 자사주였던 5.76%의 의결권 행사 여부는 국민연금의 행동 방향과 더불어 게임의 판세를 가를 주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주주 가치 훼손’을 주된 이유로 들어 SK C&C와 SK의 합병에 반대한 점을 들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도 반대표를 던질 유사한 결론을 내릴 수 있지 않느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만 국민연금이 최근 삼성물산에 합병 후 주주 가치 제고 방안을 문의한 것은 삼성 측에 좋은 신호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삼성 측이 가시적인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내 ‘성의’를 보인다면 SK와는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국민연금의 요구 이후 삼성물산과 합병을 추진하는 제일모직은 6월 30일 기업설명회(IR)를 열어 주주권익위 신설, 배당성향 30%로 확대 등의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국민연금 외에 사학연금, 교직원공제회, 공무원연금 등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들은 제일모직 지분을 함께 보유한 경우가 많아 합병 찬성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 밖에 3일 나올 것으로 알려진 ISS의 의견서도 엘리엇의 제외한 외국인 주주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중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삼성 엘리엇에 승소, 주총 결국 표대결로…삼성이 승기

    삼성 엘리엇에 승소, 주총 결국 표대결로…삼성이 승기

    삼성 엘리엇 승소 삼성 엘리엇에 승소, 주총 결국 표대결로…삼성이 승기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저지하기 위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1일 기각됨으로써 삼성물산 임시 주주총회가 이달 17일 예정대로 열리게 됐다. 삼성은 특히 엘리엇이 공격 명분으로 삼은 양사 간 합병비율에 문제가 없다는 법원 판단을 받아냄으로써 향후 표대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하지만 엘리엇이 함께 제기한 삼성물산의 자사주 매각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결정은 주총 직전에야 나올 예정이어서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주총 개최 자체를 막아달라는 엘리엇의 요구가 법리적으로 수용 가능성이 작았다는 점에서 법원의 이날 결정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평이 주류를 이뤘다. 업계의 시선은 삼성물산이 우호 관계에 있는 KCC에 매각한 자사주 899만주의 의결권 행사 여부에 쏠리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의 고위 관계자는 “엘리엇이 낸 2건의 가처분 신청 가운데 KCC로 넘어간 자사주의 의결권 행사를 막아달라는 것이 핵심”이라며 “주총 금지 요구는 기각될 가능성이 컸다”고 말했다. 법원이 엘리엇의 손을 들어 자사주 처분을 금지할 경우 KCC로 넘긴 자사주 5.76%의 의결권 행사가 차단돼 삼성그룹으로서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다만 이날 법원의 결정 논리를 살펴보면 삼성그룹에 유리한 점이 적지 않다. 우선 법원은 1대 0.35로 결정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이 현행법 테두리에서 적법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주가는 공개시장에서 다수 투자자가 참여해 형성된 것이므로 주가 조작 등 명백한 범법 행위가 개입됐다는 것이 입증되지 않고서는 상장 법인끼리 합병할 때 유일한 기준이 된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또 삼성물산 주가가 낮고 제일모직 주가가 높은 상황에서 합병이 결정됐다고 해도 총수 일가의 이익을 위해 결정된 것이라고 볼만한 증거가 뚜렷하지 않다는 재판부의 판단도 삼성그룹에는 고무적 결과다. ’불공정한’ 합병 비율과 총수 일가에게 유리한 합병 시점의 문제는 삼성그룹을 공격하는 엘리엇의 주된 무기였다. 법원이 이런 엘리엇의 공격 논리를 약화시키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주총을 앞두고 주주 다수의 이익을 위한다는 ‘도덕적 우위’를 앞세워 반대표를 결집해보려던 엘리엇의 계획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총에 지분 70%가 참여한다고 가정할 때 삼성은 합병 통과를 위해 47%의 지분을, 엘리엇은 합병안 부결을 위해 23%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엘리엇과 삼성물산은 위임장 확보전(프락시 파이트)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재 삼성물산의 우호 지분은 계열사와 이건희 회장 개인, KCC를 모두 더해 19.95%이다. 엘리엇의 지분 7.12%를 포함해 외국인이 33.61%를 보유 중인 가운데 국민연금 10.15%를 비롯해 국내 기관이 21.2%의 지분을 들고 있다. 삼성물산이 국민연금과 국내 기관의 지분을 모두 확보한다고 가정해도 총 지분이 41.15%에 그친다. 승리를 위한 최소한의 지분으로 예상되는 47%까지는 여전히 미치지 못한다. 엘리엇의 제외한 나머지 외국인 지분이나 소액 주주 지분을 6%가량 추가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2.11%의 지분을 보유한 일성신약은 합병 반대를 시사하고 있다. 엘리엇과 연대 가능성이 큰 미국 헤지펀드 메이슨 캐피털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지분 2.2%를 최근 확보했다는 점도 삼성에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따라서 KCC 지분 5.96% 가운데 애초 삼성물산 자사주였던 5.76%의 의결권 행사 여부는 국민연금의 행동 방향과 더불어 게임의 판세를 가를 주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주주 가치 훼손’을 주된 이유로 들어 SK C&C와 SK의 합병에 반대한 점을 들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도 반대표를 던질 유사한 결론을 내릴 수 있지 않느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만 국민연금이 최근 삼성물산에 합병 후 주주 가치 제고 방안을 문의한 것은 삼성 측에 좋은 신호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삼성 측이 가시적인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내 ‘성의’를 보인다면 SK와는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국민연금의 요구 이후 삼성물산과 합병을 추진하는 제일모직은 6월 30일 기업설명회(IR)를 열어 주주권익위 신설, 배당성향 30%로 확대 등의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국민연금 외에 사학연금, 교직원공제회, 공무원연금 등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들은 제일모직 지분을 함께 보유한 경우가 많아 합병 찬성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 밖에 3일 나올 것으로 알려진 ISS의 의견서도 엘리엇의 제외한 외국인 주주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중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거수기 전락 사외이사 이유 있었네

    이사회 안건에 반대표를 던진 사외이사는 교체될 확률이 찬성표만 던진 사외이사보다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재훈·이화령 연구위원이 27일 내놓은 ‘사외이사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0∼2012년 상위 100위(매출액 기준)의 비금융권 상장기업 이사회에서 사외이사가 한 명이라도 반대한 사례는 9101개 안건 가운데 33건(0.4%)에 불과했다. 이 기간에 한 번 이상 반대표를 던진 사외이사는 15개 기업에서 모두 59명이었다. 이렇게 반대한 사외이사는 ‘끝’이 좋지 않았다. 한 번이라도 안건에 반대한 사외이사는 그렇지 않은 사외이사보다 이듬해에 교체된 비율이 2배 높았다. 안건에 반대하면 사외이사를 그만두게 될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그나마 최고경영자(CEO)와 학연·지연 등의 관계가 있으면 교체 확률은 줄었다. CEO와 같은 지역 출신일 경우 사외이사 교체 확률은 타향 출신의 60%였다. 특히 고등학교 동문이면 교체 확률이 비(非)동문의 50%로 줄어들었다. 보고서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에 대한 CEO 개입을 차단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를 사외이사만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사외이사 후보를 복수 추천으로 제도화하고 CEO의 이사회 의장 겸직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전자투표 의무화와 대리투표 도입 등을 통해 소액주주들의 주주권 행사도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소액주주 3분의2 이상 상장사 ‘섀도보팅제’ 폐지 3년간 유예

    소액주주 지분이 전체 지분의 3분의2를 넘는 상장회사의 경우 ‘섀도보팅’제도 폐지가 3년간 유예된다. 섀도보팅이란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주주들의 주식(의결권)도 예탁결제원의 대리 투표 허용을 통해 주총 의결에 합산하는 것을 말한다. 정족수 미달로 주총이 무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1991년 도입됐지만 일부 기업이 대주주에게 유리한 쪽으로 악용하고 소수·소액주주들의 주총 참여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당초 취지대로 상장회사의 주주권 행사를 독려하기 위해 25년 만에 이를 폐지, 올해 1월 1일부터 적용하려 했다. 하지만 대기업을 중심으로 상장사들이 “갑작스러운 제도 변경으로 주요 안건을 결의하지 못해 기업 경영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그러자 국회가 이 제도를 3년간 유예할 수 있는 내용의 관련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지난해 통과시켰다. 단, 감사(위원) 선·해임과 금융위의 고시 기준에 해당하는 법인의 안건 등으로만 유예 적용 범위를 제한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고시 기준을 소액주주(발행 주식총수의 1% 미만)들이 가진 주식의 총합이 ‘의결권이 있는 발행 주식 총수의 3분의2 이상’인 상장회사로 한정하고 섀도보팅제도 폐지를 3년간 한시 유예한다고 8일 밝혔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지배구조 모범규준 ‘임원추천위 신설’ 2금융권 적용 없던 일로

    지배구조 모범규준 ‘임원추천위 신설’ 2금융권 적용 없던 일로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20일 내놓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 규준’에서 재계가 반대해 온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신설’ 규정을 보험·증권사 등 제2금융권에 결국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금융위는 24일 정례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의 최종안을 확정했다. 가장 논란이 됐던 ‘임추위 신설’ 규정은 최고경영자(CEO) 자격 요건을 미리 정해 대기업 총수가 금융계열사 사장단을 마음대로 임명할 수 없게 했던 조항이다. 이 때문에 금융 계열사가 많은 삼성그룹 등 재계가 “주주권 침해”라며 거세게 반발해 왔다. 금융위 관계자조차 “삼성에 백기 들었다”고 자인했을 정도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금융위는 넉 달이나 끌어왔던 KB금융의 LIG손해보험 인수를 승인했다. 전문가들은 “금융 당국이 KB에는 가혹하게 해놓고 대기업의 요구엔 바로 꼬리를 내리는 등 규제 대상에 따라 처신을 달리하는 모습을 보여 줘 시장에 부정적인 신호를 줬다”고 비판했다. 김상조(경제개혁연대 소장) 한성대 교수는 “금융 당국이 존재 가치를 스스로 부정했다”며 “우리 금융 산업이 왜 후퇴할 수밖에 없는지 단적으로 보여 준 사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교수는 “재계의 불평에 대해 당국은 유연성을 가지되 최소한의 원칙은 지켰어야 했다”면서 “논란이 된 임추위 역시 모든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하되 대신 CEO추천위원회와 임원추천위원회를 이원화해 1·2금융권 성격에 맞게 규율과 강도를 달리 구성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주인이 없는 은행과 달리 제2금융권은 ‘오너’가 확실한데 금융위가 애초 무리한 시도를 했다는 지적도 있다. 김선웅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장은 “금융 당국이 처음부터 사외이사 권한을 제한하는 데만 초점을 맞춰 다소 무리하게 추진한 측면이 있었다”면서 “무슨 사건이 터질 때마다 모범 규준을 내놓는 등 (당국이) 급박하게 대응하는데 새로운 제도를 만들기보다 검사나 감독 등 가지고 있는 권한을 정확하게 행사하고 원칙을 만들어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위 측은 “임추위는 2금융권 적용을 아예 포기한 것이 아니라 은행권의 제도 정착을 봐가며 중장기적으로 검토 중이며, 원래 (규준 자체가) 업계 의견을 수렴해 손질하기로 돼 있던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금융위는 금융지주사와 은행 사외이사 임기를 2년에서 1년으로 줄이려던 방침도 백지화했다. 임기가 너무 짧아 독립성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카드사 등 여신전문금융업자에 사외이사 선임 및 감사위원회 설치 등을 의무화하는 조항은 당초 이달에서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 시점인 내년 하반기 이후로 시행 시기를 늦췄다. 연차보고서 공시 시점도 정기 주주총회 30일 전에서 20일 전으로 다소 늦췄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2015 경제정책 방향] 눈길 끄는 이색 정책

    22일 발표된 ‘201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눈길을 끄는 정책은 주식시장의 ‘큰손’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와 투자 확대를 통해 민간 기업의 배당정책에 적극 관여하겠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수준으로 배당을 늘리지 않으면 실력 행사에 나선다. 정부는 기업의 이익 규모와 재무 상황, 투자 기회 등을 고려해 과소 배당으로 판단되면 주주 관여와 중점감시 기업으로 지정해 주주권을 행사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내년 4월 국민연금의 위탁투자 유형에 ‘배당주형’을 신설해 배당 확대를 유도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 측은 추진 배경과 관련해 “국내 기업의 낮은 배당이 외국인 투자를 저해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한다”면서 “특히 국민연금의 안정적인 수익 창출에도 장애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분양가 상한제처럼 초·중·고교 교과서에도 가격상한제 도입이 추진된다. 현행 가격자율제 아래에서 교과서 가격이 크게 올라 정부 재정과 학부모에게 부담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가격이 부당하게 결정될 우려가 있으면 ‘가격조정명령’을 통해 합리적으로 조정할 계획이다. 기업 문화접대비의 ‘손금 산입’(세법상 비용으로 인정) 특례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적용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각종 공연 입장권과 비디오·음반·간행물 구입비뿐 아니라 앞으로는 문화예술 관련 강연 입장권과 초빙 강연료도 손금 산입에 포함된다. 체불임금 부가금 제도도 도입된다. 임금 체불 사업주의 제재를 강화해 해마다 1조원이 넘는 임금체불 규모를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고의적·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할 때, 법원 판결을 통한 체불금 지급 외에 동일한 금액 내에서 부가금 지급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공공기관 발주공사 입찰 때 불이익도 준다. 미지급 임금에 대한 지연이자를 재직 근로자에게도 적용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 등 8개 부처에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규제비용 총량제’를 내년부터 전면 시행한다. 규제비용 총량제는 새로운 규제를 만들거나 강화할 때 비용을 고려해 비슷한 기능을 하는 다른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해야 한다. 정부는 내년 3월부터 규제연구센터를 확대하고 관련 인프라를 구축한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지배구조 투명화 기회냐 vs 주주권 침해냐

    지배구조 투명화 기회냐 vs 주주권 침해냐

    금융 당국이 금융회사 지배구조 대수술을 예고하면서 업계의 반발과 맞물려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는 당국 입장과 “주주권 침해 및 과도한 정보 노출 부작용”이라는 금융회사의 주장이 팽팽히 맞선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20일 금융회사 대주주의 대표이사나 임원 인사권을 제한하고, 사외이사를 매년 평가하는 내용의 ‘지배구조 모범 규준’을 발표했다. 새달 10일 시행을 앞두고 은행연합회와 생명·손해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등 관련 협회를 통해 의견을 모으고 있다. 27일 각 금융협회를 통해 접수된 의견은 “업무 권역 간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규제”라는 지적이다. 대주주가 명확지 않은 은행과 달리 제2금융권은 대주주가 실질적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어 승계 지연 우려 등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없다는 것이다. 대주주의 입김이 별로 없는 은행권의 반발은 좀 덜한 편이다. 특히 모범 규준에 따라 임원후보추천위가 금융사 대표이사와 임원 후보를 선발하는 것은 상법상 주주총회나 이사회의 권한을 침해한다는 반발이 거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 증권 등 업계 영향력이 가장 큰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는 대기업 사주가 계열사 사장단을 선임해 온 관례에 제동이 걸리는 것이라 이번 조치에 불만이 크다”고 설명했다. 외부 추천으로 사장 후보군이 선정되면 적정성 검증이나 외압 가능성이 더 높다는 비난도 제기된다. 영업 비밀이 드러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외이사 평가를 위해 활동 내역을 일일이 공시나 보고서를 통해 알려야 하는데 자연스레 기업 전략이나 영업 방침 등 자사 이익과 연관된 정보들이 노출될 가능성이 커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적 잣대가 애매하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현재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다수 국회에 제출돼 있다. 금융 당국이 법 제정에 앞서 법적 구속력이 없는 모범 규준을 사실상 강제화·의무화했다는 주장이다. 다양한 경력을 동시에 지닌 사외이사를 어떻게 구분해야 할지 경계도 모호하다. 인력도 부족한데 업무량이 많아 전담 상설 부서가 필요하다는 볼멘소리도 있다. 지난 10월 “행정지도 남발을 억제하겠다”던 금융 당국의 방침과도 배치된다는 불만도 나온다. 대주주의 전횡을 막기 위해 꼭 필요하다는 반론도 있다. 김상조(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사외이사 임기를 1년으로 정한 것을 빼면 국제적인 흐름을 반영한 기본적인 사항”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국이 ‘원칙준수·예외설명’의 원칙을 세워 금융사들이 따라올 수 있게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융위원회 역시 “공적 특성이 있는 금융회사에선 대주주의 권한이 일정 부분 제한될 수밖에 없다”면서 “당국은 기준만 제시하는 것일 뿐 세부적인 내용은 각 사가 정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준 것”이라고 반박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은행·우정본부 투자 한도↑… 한국판 다우지수 개발

    은행·우정본부 투자 한도↑… 한국판 다우지수 개발

    “떠나간 투자자를 잡겠다”며 금융 당국이 10월 중 선보이겠다던 주식시장 발전 방안이 26일 뒤늦게 공개됐다. 은행과 우정사업본부의 주식투자 한도를 올리고 기관투자자의 주주권 행사를 강화했다. ‘한국판 다우지수’도 개발된다. 시장이 가장 기대를 걸었던 ‘증권거래세 인하’가 제외돼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의 ‘주식시장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방안대로라면 기관투자자의 주주권 행사가 활발해진다. 이를 위해 한국판 ‘스튜어드십 코드’를 만든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영국이 2010년 도입한 제도로 기관투자자가 배당, 시세차익에 대한 관심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토록 하는 준칙을 말한다. 쉽게 말해 기관투자자들의 책임과 적극성을 강조하는 행동 지침이다. 금융위는 유관 기관과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내년 상반기 중에 세부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우정사업본부의 주식 투자 한도도 상향된다. 예금자금의 10%로 묶은 한도를 20%로 높인다. 이렇게 되면 우정사업본부의 주식투자한도가 지금보다 6조원가량 늘게 된다. 은행의 유가증권 투자 한도도 자기자본의 60%에서 100%까지 확대된다. ‘연합 연기금 투자풀’(가칭) 설치 등 연기금 자금의 문(門)을 넓히는 방안도 마련된다. 그간 사립대 적립기금 등 중소 규모의 연기금들은 운영 인력이 적어 여유 자금을 저수익 안전자산에 치중해 운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투자풀을 설치해 중소형 연기금이 자금 운용을 위탁하게 하려는 것이다. 중장기 자금은 주간 운용사가, 단기자금은 증권금융이 맡아 운용한다. 코스피·코스닥 종목 중 국내 경제와 산업구조를 대표하는 30개 종목으로 구성된 한국판 다우지수(KTOP30)도 개발된다. 시가총액과 매출액뿐만 아니라 가격과 거래량 등에서 우수한 종목으로 엄선할 계획이다. 공모펀드는 자산의 50% 내에서 한 종목을 25%까지 편입하는 것을 허용하되 나머지 50% 자산에선 동일 계열 증권을 5%까지만 편입하는 분산형 펀드도 도입된다. 예컨대 한 펀드가 삼성전자 주식을 지금은 자산의 10%까지만 편입할 수 있지만 분산형 펀드가 도입되면 자산의 25%까지 살 수 있게 된다. 업계는 냉담한 반응이다. 거래세 인하는 세수와 실효성 문턱에 걸려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시 활성화의 핵심은 다우지수 개발 같은 투자 도구의 문제가 아니라 세제다. 지수가 없어서 주가가 오르지 않는 것이 아니다”라며 “거래세를 낮춰 증시가 활성화되면 세수를 더 확보할 수 있었을 텐데 알맹이가 빠졌다”고 폄하했다. 이날 코스피(0.63포인트 상승)는 정부 발표에 거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국민연금 “만도 대표 연임 반대” 판결 없이 첫 의결권 행사 표명

    국내 주식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이 투자 기업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본격화했다. 국민연금은 6일 ‘국민연금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를 열고 7일 개최될 만도 주주총회에서 신사현 대표이사의 연임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주주권익을 침해했다면 법원의 판결 없이도 제동을 걸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배임·횡령 또는 기업가치를 훼손하거나 주주권익을 침해한 이력에 대한 명백한 법원 판결이 나와 있는 경우에만 반대 의결권을 행사해 왔다. 법원 판결 없이 객관적 사실만 갖고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것은 처음이다. 위원회는 “오늘 회의에 참석한 8명의 위원 중 6명은 만도가 100% 자회사인 마이스터를 통해 한라건설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은 부실 모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며, 이는 만도의 장기 기업가치와 주주권익을 훼손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라를 비롯한 최대주주 지분율이 23.5%에 달해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만도의 대표이사 연임안이 부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주주총회 안건 중 ‘이사 및 감사’ 선임 안건 162건에 대해 반대의결권을 행사했지만 실제로 부결된 사례는 많지 않다. CJ 이재현 이사 선임과 롯데케미칼 신동빈 이사 선임에 행사한 반대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용산에 3000억” 코레일 ‘승부수’

    코레일이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을 살리기 위해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드림허브)에 연말까지 3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대신 민간 출자사에 공사 발주 권한 등의 기득권 포기를 요구했다. 부도 초읽기에 들어간 용산 개발 사업에 새 전기가 마련된 셈이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코레일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용산 개발 정상화 최종 협상안을 지난 8일 열린 이사회에서 확정했다. 한 관계자는 “사업이 무산될 경우 코레일이 드림허브에 줘야 하는 반환금 3073억원에 대한 확약서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드림허브는 확약서를 담보로 3000억원 규모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을 발행할 수 있다. 코레일은 이 같은 지원안을 11일 드림허브 이사회에 제안할 예정이다. 지원안이 통과되면 12일 30개 출자사가 참여하는 사업성 재검토 회의도 열 계획이다. 코레일은 지원 조건으로 민간 출자사들의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먼저 삼성물산이 2010년 사업에서 발을 빼면서 롯데관광개발에 넘긴 용산역세권개발(용산AMC·용산 개발 실무 담당) 지분 45.1%에 대한 주주권 제한을 요구할 예정이다. 또 향후 공사에 대한 출자사들의 시공권과 이미 수주한 삼성물산의 랜드마크빌딩 시공권 등의 기득권 포기도 요구했다. 서울시에는 용산 개발 사업 인허가 문제 등을 책임져 달라고 요구했다. 여기엔 사업 지연에 따른 인허가 취소 문제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자산 387조 ‘슈퍼갑’ 마음만 먹는다면…

    [주말 인사이드] 자산 387조 ‘슈퍼갑’ 마음만 먹는다면…

    #1 지난해 11월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미국 뉴욕에서 예정된 골드만삭스 고위 관계자들과의 점심 약속을 취소했다. 예고 없는 골드만삭스의 한국 자산운용부문 철수 소식을 들은 직후 심기가 불편해진 탓이었다. 골드만삭스 측은 급히 ‘사절단’을 보냈다. 마이클 에반스 부회장이 직접 한국으로 날아와 전 이사장을 면담, ‘파워 고객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에반스 부회장은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한 것이 아니라 글로벌 전략 차원의 일환이었다고 해명한 뒤 향후 투자은행(IB) 부문을 강화할 것이라고 거듭 설명했다. #2 시간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 지난해 6월. 유럽 금융계 최고경영자(CEO)와 정·관계 인사 150여명이 영국 런던에 총집결했다. 더글러스 플린트 에이치에스비씨(HSBC) 회장, 디디에 발레 소시에테 제너럴 회장, 데이비드 루빈스타인 칼라일그룹 회장 등 웬만해선 만나기 힘든 거물들이었다.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큰 손’인 국민연금의 첫 해외사무소 개소를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국민연금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굴리는 돈은 62조 4000억원이다. 세계 금융계 거물들이 만사 제치고 ‘눈도장’을 찍으러 개소식에 온 이유다. 국민연금은 이렇듯 국제무대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영향력이 막강하다. 국민연금이 지난달 24일 동아제약의 지주사 전환과 관련해 ‘반대’ 입장을 밝히자 당일 동아제약 주가는 전날보다 4.5%나 급락했다. 동아제약이 우호지분을 끌어들여 지주회사 전환을 주주총회에서 관철시키기는 했지만 이를 계기로 국민연금이 단순 의결권 행사를 넘어 사외이사 추천, 대표소송 제기 등 좀 더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1일 금융권과 재계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자산 규모는 지난해 11월 말 현재 387조 4000억원이다. GPIF(일본 공적연금), GPFG(노르웨이 글로벌펀드연금), ABP(네덜란드 공적연금)에 이어 세계 4위다. 이 가운데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한 돈만 70조원이다. 막강한 자금력을 무기로 국민연금은 금융시장과 주총장에서 세를 키워가고 있다. 국민연금이 지분을 9% 이상 갖고 있는 기업 수는 지난해 11월 말 현재 삼성엔지니어링 등 67개다. 1년 전에 40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67%나 늘었다. 5% 이상 지분을 가진 기업도 2011년 말 174개에서 1년 새 222개로 늘었다. 통상 지분율이 10%를 넘어서면 주요 주주로 분류되기 때문에 국민연금은 10%선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가 발표한 ‘10대 그룹 상장사에 대한 국민연금 주식 보유 현황’에 따르면 10대 그룹 상장사 중 국민연금이 실질적인 최대 주주인 곳은 4곳이나 된다. 삼성물산 9.68%, 호텔신라 9.48%, 제일모직 9.80%, 포스코 5.94%이다. 국민연금이 2대 주주인 곳은 삼성전자(7%), 현대차(6.75%), SK하이닉스(9.10%), SKC(9.48%) 등이다. 하나금융(9.35%), KB금융(8.24%), 신한금융(7.34%), 우리금융(4.04%) 등 4대 금융지주에도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다. 국민연금이 ‘작심하고’ 달려들면 이들 기업의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해 3월 포스코는 주총에 올리려던 정관 변경안을 자진 철회했다. 당시 지분 6.44%를 갖고 있는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부정적 기류가 포착됐기 때문이었다.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지기 전에 ‘알아서’ 눈치를 본 셈이다. 포스코처럼 지분이 분산돼 있는 상장사는 주주 권익을 앞세운 국민연금의 의견을 거부할 수 없는 처지다. 오너가 있는 상장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대림산업의 경우 국민연금과 외국인 지분율을 합하면 오너 대주주 지분율의 두 배에 가깝다. 이 때문에 대림산업도 포스코처럼 주총 전에 국민연금이 반대하는 안건을 철회했다. 류동완 국민연금 홍보실장은 “일부러 어깃장을 놓은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금융시장 투자규모나 소유 지분율이 높다 보니 시장에 대한 책임과 관심이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국민연금은 지난해부터 주주로서의 권리 행사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의결권을 행사한 2565건 중 반대표를 던진 안건이 436건(17%)이나 된다. 2010년 8%, 2011년 7% 등과 비교하면 반대 비중이 두 배 이상 늘었다. 주로 정관 변경이나 임원 선임 등 경영 현안에 관해 제동을 걸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경제 민주화를 위해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를 강화하겠다”고 발언한 이후 국민연금에 더욱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국민연금은 그야말로 슈퍼갑”이라면서 “말하기가 조심스럽다”며 국민연금에 관한 언급 자체를 극도로 피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파워는 갈수록 막강해지고 있는데 국민연금이 기업의 중장기 투자와 의사결정에 대해 얼마나 전문성을 갖고 고민하는지 의문이라는 점에서다.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행위까지 간섭하고 침해하려 들면 기업들의 고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국민연금 측은 지침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한다고 강변하지만 지침 자체가 굉장히 추상적”이라면서 “때문에 모든 사안에 주주가치 훼손이라고 주장하면 어쩔 도리가 없다”고 털어놓았다. 이렇게 되면 총수의 결단을 요구하는 그룹 차원의 의사 결정을 내리기가 힘들다는 하소연이다. 국내 재벌 그룹은 상당수가 순환출자 등으로 얽혀 있고 경영권 승계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 국민연금이 주주 권리를 내세우기 시작하면 그룹 지배구조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고충도 나온다. 반대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민연금의 반대표 행사가 실제 안건 부결로 이어진 사례는 한섬, 삼천리, 키움증권 등 3건에 불과해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안건 부결까지 끌어내지는 못했다고 하더라도 기업의 투명성을 끌어올린 효과는 크다”면서 “상당수 기업들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기준을 미리 공부해 경영에 참조한다”고 전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朴, 공정시장 확립 文, 재벌 구조개혁 安, 재벌해체 수준

    朴, 공정시장 확립 文, 재벌 구조개혁 安, 재벌해체 수준

    연말 대선을 앞두고 유력 후보 세 명 모두 ‘경제민주화’를 시대정신으로 내세우며 주요 공약에 포함시키고 있다. 경제 양극화를 해소해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인식은 공통적이다. 그러나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에,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재벌 지배구조 개혁에 좀 더 힘을 싣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개별정책별로 ‘재벌 해체’ 수준의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순환출자 부분에서 세 후보 간 차이는 극명하다. 박 후보는 기본 출자분은 인정하고 있지만 문 후보는 ‘3년의 유예기간 내 자율 해소’를 내걸었다. 세 후보 중 가장 강력한 방안이다. 안 후보는 기존 출자분은 일단 자율 시행에 맡긴 뒤 진척이 없으면 강제 이행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부당 내부 거래 규제에 대해 두 야권 후보는 모두 찬성했으나 박 후보는 필요성에 공감하는 정도다. 노동 분야에서도 문·안 후보는 최저임금을 전체 평균 임금의 50%로 인상하는 방안을 냈다. 박 후보는 성장률과 물가인상률을 반영한다는 기준을 제시해 차이를 보였다. 특수고용직 보호에 대해서도 박 후보는 아직 구체적인 안을 내놓지 않았다.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규제 수위는 세 후보가 엇비슷하다. 공정거래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강화, 대기업 총수 관련 기업 범죄의 집행유예·사면 제한 등이다. 안 후보가 내놓은 계열분리명령제(시장지배력 남용 시 금융계열사 지분을 강제 매각하도록 하는 제도), 재벌개혁위원회 설치 등은 ‘혁명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좋은 기업 지배구조 연구소의 김선웅 변호사는 16일 “금과옥조처럼 여겨지는 순환출자 규제가 경제민주화의 전부는 아니다.”라면서 “대기업 불공정 행위, 편법 상속 등을 막을 법령 정비와 실천 의지가 더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박 후보 공약에 대해 “중간금융지주회사 설치 등 재벌 기업의 불공정 행위 근절 수단을 도입하고 엄정한 집행 의지를 밝힌 것은 중요한 변화”라면서도 “대규모 기업집단법을 중장기 과제로 돌린 것은 재벌 개혁을 공정거래위원회 규율에만 과도하게 의존하는 현행 법 체계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아쉽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정책 의지 측면에선 문 후보의 공약이 가장 나아 보이고 안 후보는 사안별로 가다듬어야 할 부분이 엿보인다.”면서 “박 후보 공약은 당초 알려진 수준에서 후퇴한 만큼 실행 의지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10월 유신 40년] 대학에 부대 주둔… 언로 막히고 국회는 거수기 전락

    [10월 유신 40년] 대학에 부대 주둔… 언로 막히고 국회는 거수기 전락

    박정희 전 대통령이 기존의 헌법을 폐기시키고 유신헌법을 발표한 이후 한국사회는 시인 양성우의 표현대로 ‘겨울공화국’의 가위에 눌려 지냈다. 대통령이 입법·사법·행정의 삼권을 실질적으로 통제하고 제왕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되면서 주권재민(主權在民)의 민주주의 이념은 실종되고 ‘군주주권(君主主權)의 시대’가 시작됐다는 시각이다. 유신시절 내내 박 전 대통령은 긴급조치를 발표해 항시적 계엄상태를 유지했고 대학에는 부대가 주둔했으며 언로가 막히고 국회는 거수기로 전락했다. 유신헌법을 비판하는 것만으로도 권력의 공격을 받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반유신민주화운동을 통해 민주주의에 대한 자각을 일깨워준 시기이기도 했다. 처음부터 정치권과 재야인사들이 반유신 운동을 벌였던 것은 아니었다. 박 전 대통령이 10월 17일 비상계엄 선포와 함께 대학에 휴교조치를 내리고 저항세력에 대한 대대적인 구속에 나서면서 이들은 한동안 숨을 죽이고 있었다. 대대적인 저항의 계기가 된 것은 1973년 김대중 납치사건이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서울대학생 300여명이 10월 2일 일제히 반정부 시위에 나섰고 이를 필두로 전국 각 대학에서 반유신 학생시위가 꼬리를 물었다. 종교계와 언론계도 유신반대운동에 동참했다. 유신은 1973년 김대중 납치사건, 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 인민혁명당 사건, 1979년 부마민주화항쟁을 거치며 정치·사회·노동·학계·종교계 등 각계의 대대적인 저항을 불러왔다. 민청학련 사건은 단일 사건으로는 해방 이후 사상 최고의 검거 기록을 남겼는데, 당시 검거돼 조사받은 인사만 1200여명이다. 재야세력의 강한 결속은 1979년 10월 26일 박 전 대통령의 죽음과 함께 유신체제가 막을 내린 뒤에도 민주화 운동을 이끄는 동력이 됐다. 유신에 대한 평가는 보수·진보 진영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민주진보진영은 사회양극화, 지역감정, 정경유착과 부정부패가 유신 시절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고속 성장을 위해 재벌 기업에 각종 특혜를 주는 과정에서 정경 유착과 부정부패가 고착화됐고 사회 양극화가 심화됐으며 통치의 수단으로 지역감정을 조장하면서 지금의 지역갈등을 낳았다는 것이다. 반면 유신 지지자들은 소모적 정쟁을 피하고 국력을 집중해 중화학공업을 국책사업으로 육성시켜 경제발전을 이루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재벌 총수들 경영만 하고 책임은 안진다?

    재벌 총수들 경영만 하고 책임은 안진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공통점은?’ 경영에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기업 총수 가운데 등기이사를 맡고 있는 사람은 2%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 현대중공업, 두산, LS, 신세계, 대림, 미래에셋, 태광 등 8개 회사의 총수는 단 한 곳의 계열사에도 이사로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권리만 누리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공정거래위원회는 46개 대기업집단(계열사 1582개)의 지배구조 현황 등을 분석해 27일 보고서를 내놓았다. 전체 등기이사 5844명 가운데 ‘총수 이사’는 157명으로 2.7%에 불과했다. 2010년 3.2%, 지난해 2.9% 등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 아들·딸, 친인척 등 총수 일가로 범위를 확대하면 이사 등재 비중은 9.2%(535명)다. 지난해 8.5%보다 약간 늘었다. 하지만 올해 대기업집단으로 처음 지정된 대성 등 세 곳을 빼면 8.2%로 사실상 지난해보다 낮다. 김성삼 공정위 기업집단과장은 “총수 일가의 이사등재 비율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책임경영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라면서 “등기이사가 아니면 법적 책임을 묻기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그룹별로는 부영(30.9%), 세아(29.8%), 대성(28.1%) 순으로 총수 일가의 이사등재 비율이 높았다. 삼성(0.3%), 미래에셋(1.3%), LG(1.5%), 동부(1.9%), 현대중공업(2.7%)은 저조했다. 삼성그룹은 전체 354명의 이사 가운데 이 회장의 맏딸인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만 유일하게 이사를 맡고 있다. 총수 일가 가운데 1명이라도 이사를 맡고 있는 회사는 384곳(27.2%)뿐이다. ‘거수기 사외이사’를 뒷받침해 주는 통계도 나왔다.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상장기업 238개사의 1년 이사회 안건 5692건 가운데 사외이사 반대 등으로 원안대로 가결되지 않은 안건은 36건(0.63%)에 불과했다. 그나마 24건은 총수 없는 집단에서 나온 것이었다. 같은 기간 소수 주주가 주주권을 행사한 것도 3차례뿐이었다. 2대 주주(쉰들러그룹)가 2건의 주주권을 행사한 현대엘리베이터를 제외하면 사실상 소수 주주가 권한을 행사한 사례는 1건에 그쳤다. 소수주주의 권한 행사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집중투표제·서면투표제·전자투표제 등은 활용된 사례가 거의 없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2012 대선공약 대해부-경제분야] ① 재벌 개혁

    [2012 대선공약 대해부-경제분야] ① 재벌 개혁

    2012년 대선 공약의 경제 키워드는 여야 구분 없이 ‘좌클릭’이다. 이른바 ‘경제민주화’로 불리는 ‘약자 보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각 후보 간 선명성 경쟁도 치열하다. 그러다 보니 실현 가능성과 진정성에서 고개를 젓게 하는 대목도 없지 않다. 서울신문은 여야 후보들의 대선 공약 중 경제 분야를 5회에 걸쳐 집중 해부한다. 경제민주화 중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대상이 재벌 개혁이다. 여야 간 공방이 뜨겁다. 대한민국 재벌의 지배구조를 뿌리째 흔들 수 있는 금산 분리 주장도 나왔다. 2007년 대선의 ‘비즈니스 프렌들리’와 견줘 격세지감이다. ‘표를 의식한 행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개혁의 대상자로 몰린 재벌은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그럼에도 지배력이 커진 재벌들에게 일정 수준의 규제와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여야 후보들의 입장이 다르지 않다. ●朴, 신규 순환출자만 금지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측은 ‘재벌 개혁’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재벌 개혁보다 ‘공정 경쟁’을 더 선호한다. 재벌의 긍정적인 역할을 인정하면서 재벌의 문제점으로 제기된 경제력 남용과 불공정 행위 등을 차단할 수 있는 방안에 주력하고 있다.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이 야권의 선명성 경쟁에 맞서 생명과 보험 등 제2금융권을 산업자본과 분리하는 법안을 내놓기도 했지만 박 후보가 이를 채택할 가능성은 현 시점에서 높지 않다.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21일 재벌의 금융계열사 소유권을 허용하되 의결권은 제한하는 금산 분리 강화 방안을 추진키로 해 박 후보가 이를 수용할지도 관심이다. 현행 금산 분리를 대폭 강화하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지난 20일 새누리당 후보로 선출된 뒤 가진 인터뷰에서 “후보가 됐으니 경제민주화에 대한 종합 계획, 이른바 마스터플랜을 만들어 실천해 나가는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지난 새누리당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식 재벌 개혁의 내용 일부를 내놓았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집단소송제도, 대기업의 편법 상속 제한, 재벌 총수의 집행유예 금지, 대기업 계열사에 일감 몰아주기 금지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재벌의 문어발식 공격 경영을 가능하게 했던 출자총액제한제와 순환출자에 대해서는 이명박 정부와 그다지 차별화된 것이 없다. 다만 순환출자(계열사 A가 B, B는 C, C는 다시 A의 지분을 소유하며 서로를 지배하는 구조)에 대해서는 기존 순환출자는 그대로 두고 신규 출자만 금지하자는 입장이다. 이 밖에 법인세 인상과 재벌세 신설 반대, 연기금 주주권 행사 중립 등 대기업들이 민감하게 여기는 분야에서는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박 후보는 “우리 경제는 효율성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공정성의 중요성을 간과해 불균형이 심화됐다.”면서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경제 질서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야권은 문자 그대로 ‘재벌 개혁’ 문재인, 손학규 등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들은 재벌 해체까지는 아니더라도 개혁의 칼날을 휘두르겠다는 입장이다. 박 후보와 달리 출자총액제한제 부활과 순환출자 금지(유예 기간 3년)에 찬성한다. 이를 뺀다는 것은 경제민주화에 역행한다는 판단에서다. 대기업의 은행 지분 소유 한도도 기존 8%에서 4%로 낮춰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문 후보 측은 한발 더 나아가 재벌세 신설과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에도 찬성한다. 대기업의 편법 상속 제한과 법인세 인상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문 후보는 “재벌 해체는 아니다.”라면서 “재벌이 가진 글로벌 경쟁력을 살려 나가야 하지만 재벌의 지배구조나 의사결정 구조가 너무나 정의롭지 못하고 민주적이지 못한 점은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링 밖의 예비 후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도 저서 등에서 기업집단법을 제정해 계열사 간 내부 거래와 대기업의 편법 상속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재벌 총수로 대표되는 경제 범죄자에 대한 처벌 강화와 출자총액제한제의 부활, 공정거래법 강화도 밝혔다. ●전문가들 “표 의식한 경제민주화” 경제 전문가들은 최근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재벌 개혁을 순수하게 바라보지 않는다. 재벌 개혁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한 과도한 요구가 없지 않으며 재벌 길들이기 의도도 엿보인다고 해석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주당의 재벌 개혁 공약은 과거에 나왔던 내용에서 강도만을 끌어올린 것 같다.”고 꼬집었고 박근혜 후보 측에 대해서는 “경제민주화를 대선 공약으로 내놓은 것은 높게 평가하지만 진정성에 의혹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새누리당에서 나온 제2금융권의 산업자본 분리는 금산 분리의 원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면서 “표를 의식한 표퓰리즘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경두·김효섭기자 golder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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