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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망과 절망… ‘블루의 두 얼굴’

    희망과 절망… ‘블루의 두 얼굴’

    파랑에는 싱그러운 희망의 이미지가 담겼다. 그런가 하면 어둡고 우울한 이미지도 동시에 보여준다. 이 야누스적인 속성은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상상의 날개를 달아줬다. 파랑은 잡고 싶은 꿈을 상징하는 파랑새, 혹은 푸른 암벽 사이에 피어 있는 그리움의 푸른꽃이 되기도 한다. 그리움의 파랑은 블루스 음악을 낳았다. 인간적인 슬픔과 고뇌, 우울한 마음을 노래한 것이 블루스다. 멜랑콜리한 분위기 속에서는 사랑도 파랑이 되는 법.“파랑, 파랑, 사랑은 파랑…”이라고 읊어대는 샹송 가락이 이를 말해준다. 그러고 보면 파랑은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이기에 앞서 예술이 가장 사랑하는 색인지도 모른다. 파랑! 그 깊고 서늘한 색의 세계가 새 봄을 유혹한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가 파랑을 주조로 한 작품만을 한 데 모은 ‘블루(BLUE)’전을 마련했다. 지난해 정열과 사랑, 분노의 ‘레드’전을 연 데 이어 이번엔 차갑고 지적인 블루를 주제로 삼았다. 국내외 ‘블루 대가’들의 작품 70여점이 나온다. 푸른 점들 속에 한국인의 마음과 정서를 담은 김환기의 대작 ‘16-Ⅱ-70 #147’, 으스름 달밤의 정서를 짙은 블루로 표현한 장욱진의 ‘달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자리자’를 모티프로 한 르네 마그리트의 ‘라 조콘드’, 꿈과 환상의 세계를 푸른색에 실어 표현한 마르크 샤갈의 ‘결혼’ 등을 만날 수 있다. 젊은 현대 작가들도 작품을 냈다. 청바지 조각을 이어붙인 최소영의 풍경화 ‘가야풍경’, 강영민의 재기발랄한 푸른빛 네온 설치작업 ‘야반도주’, 우주와 하늘의 모습을 담은 정연희의 천장 설치작업 ‘휴식으로의 초대’ 등은 파란색의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측면을 잘 표현한 작품들이다. 이우환, 공성훈, 홍수연, 이기봉 등의 작품도 선보인다. 현대 작품뿐 아니라 조선시대 선비들이 가까이 두고 사용하던 연적, 필세(筆洗), 붓통 같은 청화백자들도 나온다. 한없이 맑고 푸른 기운이 청운의 꿈을 안고 학문에 매진하던 선비들의 정신을 닮았다. 옛 도자기에서 첨단 미디어 아트까지 망라하는 이번 전시는 시공을 초월해 블루를 공감케 하는 색채감수성의 훈련장이다. 개막일인 9일(오후 6시30분)에는 오프닝 행사로 최종범의 비주얼 퍼포먼스도 예정돼 있어 관심을 모은다.9일부터 27일까지.(02)720-1020.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말말말˙˙˙

    일제의 야만적인 산림자원 약탈 만행은 전쟁범죄와 더불어 반드시 계산돼야 한다.-북한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6일 입수된 최근호에서 “일제가 식민통치시기 압록강 두만강 연안의 원시림 200여만㏊를 비롯해 우리 나라의 이름난 처녀림을 모두 약탈해 갔으며, 그 죄악을 반드시 사죄하고 청산해야 한다.”며-
  • 시뻘건 쇳물에 ‘뭉클’…INI스틸 당진공장 가동하던 날

    시뻘건 쇳물에 ‘뭉클’…INI스틸 당진공장 가동하던 날

    때 아닌 봄 눈이 세상을 수놓은 2일 INI스틸 당진공장(옛 한보철강)의 A지구 열연공장은 ‘생기’가 넘쳐났다. 먼지를 뒤집어 쓴 낡은 기계들은 새 생명을 부여받고, 엄청난 굉음을 울리며 힘차게 돌아갔다. 시뻘건 쇳물이 연속주조기(쇳물을 덩어리로 만드는 기계)를 거쳐 섭씨 1100도의 슬래브로 바뀔 때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마침내 균열로와 압연 과정을 거쳐 핫코일 시제품 1호가 세상에 나왔다. 이를 지켜본 50여명의 A열연공장 생산 직원들은 눈시울을 붉힌 채 그간의 회한을 다 날려버린 듯한 표정이었다. INI스틸 당진 A열연공장이 드디어 재가동됐다.‘고철 덩어리’로 전락한 지 7년만에 당진공장의 정상화를 알리는 신호탄이 울려퍼진 것이다. 이로써 국내 열연강판 시장은 포스코의 독점체제가 사실상 무너졌다. 당진공장 신승주 차장은 “시설보수 공사에 들어갈 때만 해도 부식이 워낙 많아 제대로 돌아갈지 걱정이 태산이었다.”면서 “그러나 핫코일 시제품을 보니 가슴이 뭉클하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핫코일 첫 시제품 나오다 A열연공장에서 고철을 핫코일(열연강판)로 만드는 데 4시간이면 충분했다. 그러나 핫코일이 재생산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7년.INI스틸이 한보철강을 인수한 이후 뜯고, 닦고, 조이고, 칠한 지 5개월 만이었다. 이날 생산된 핫코일은 총 7개. 두께가 5.8㎜, 길이 45m, 무게는 20t 규모다. 주로 파이프용 강관과 일반 철판용 강판으로 쓰인다. 이광선 공장장은 “전기로 열연강판은 응용성이 뛰어나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에 적합하다.”면서 “충분한 시험 생산을 거쳐 품질도 고로 제품에 못지않게 만들겠다.”고 밝혔다.A열연 압연부 박봉석 부장은 “생산 과정에 전혀 문제가 없다.”면서 “고철만 확보되면 상업 생산에 들어가도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INI스틸은 다음달까지 시험 생산을 거쳐 5월부터는 본격 상업 생산에 들어갈 방침이다. ●내년 B열연공장 정상 가동 INI스틸은 A열연공장이 재가동됨에 따라 올해 68만t의 열연강판을 생산, 수요업체의 공급난을 해소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연간 180만t의 열연강판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연간 10억 5000만달러(현재 수입가 t당 580달러)의 수입대체 효과가 기대된다. 또 포스코의 열연강판 독점체제가 경쟁체제로 전환되면서 고객 서비스와 기술 개발 등의 시너지 효과도 낳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관계자는 “국제 열연강판 가격이 상승중인 만큼 A열연공장 가동에 대한 수익성 확보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INI스틸은 2006년 10월에는 B열연공장도 정상 가동시킬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오는 4월 B지구 5만t급 선박을 접안시킬 선석 공사에 돌입,2006년 12월 완공시킬 예정이다. 당진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성덕대왕신종에 담긴 신비한 ‘소리과학’

    성덕대왕신종에 담긴 신비한 ‘소리과학’

    우리 선조들의 종 제조기술은 창조는 고사하고 모방하기조차 쉽지 않다.(서울신문 2월25일자 10면 참고) 특히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서기 771년 제작) 은 종 표면에 새겨진 그림의 예술성에 은은하게 울려퍼지는 종소리의 아름다움이 포개지면서 단연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변변한 과학기술 장비 하나 없이 귀에 의지해 만들어냈을 우리 선조들의 ‘소리 과학’ 속으로 들어가본다. ●울림의 미학 ‘맥놀이’ 종소리는 종 몸체에 외부 타격으로 만들어진 진동이 주변 공기를 진동시키고, 이 진동이 귀에 전달돼 들리게 된다. 타종 직후에는 수많은 부분진동음이 발생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기본진동과 울림만 남게 된다. 일정시간이 지난 뒤 남는 소리가 바로 종 고유의 소리로 받아들여진다. 따라서 타종 직후 곧바로 소멸되는 ‘탕’하는 타격음에는 종의 각 부문에서 발생하는 각종 진동수가 섞여 있다. 이어 먼 곳에서도 종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고음(원음)이 타격 후 10초 안팎까지 지속되며, 타격 후 1분 이상 계속되는 여음은 점차 줄어들면서 은은한 울림을 만들어낸다. 울림 가운데 소리의 세기가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는 ‘맥놀이’는 성덕대왕신종을 비롯한 한국종에서만 들을 수 있다. 맥놀이는 선명하고 오래 지속될수록 아름다운 소리로 느껴진다. 다만 1초당 5∼6회 정도 반복되면 좋은 느낌을 주지만, 그 이상이면 불쾌감도 줄 수 있다. ●종 내부 쇠찌꺼기·종 아래 웅덩이에도 과학이… 성덕대왕신종도 타종 직후에는 여러가지 진동수의 음파들이 혼재하지만 차츰 64㎐와 168㎐ 가량의 기본진동수 음파만 남게 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김양한 교수는 “성덕대왕신종의 맥놀이는 종의 재질과 두께가 균일하지 않아 기본진동수에 미묘한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라면서 “종 구조 자체가 갖는 자연스러운 비대칭성이 아름다운 소리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즉 성덕대왕신종 내부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쇠찌꺼기가 과거에는 주조기술의 한계로 인식됐지만, 종의 비대칭성을 만드는 한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종 윗부분에 속이 빈 파이프처럼 생긴 음관도 음질과 음색을 좋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음관의 지름은 아래쪽 8.2㎝, 위쪽 14.8㎝의 나팔관 형태로 한국종에서만 볼 수 있다. 중국종과 일본종 등에는 없다. 김 교수는 “종을 칠 때 외부 진동은 멀리 전파되지만, 내부 진동은 서로 충돌하거나 반사돼 잡음이 나게 된다.”면서 “음관은 종 내부에서 형성되는 고진동수의 잡음을 신속히 방출,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종은 종 아래에 구덩이(음통)를 판 뒤 설치했는데, 음통은 종 안에 들어있는 공기의 진동수를 맥놀이 현상을 유발하는 진동수와 일치시켜 종소리가 오래 지속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젖먹이 아이를 희생양으로” 전설은 진실 혹은 거짓? 전설에 따르면 신라인들은 성덕대왕신종을 만들기 위해 30여년을 매달렸지만 실패를 거듭하자 젖먹이 아이를 희생양을 바쳐 결국 종은 완성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종을 치면 아이가 엄마를 부르는 것같은 ‘에밀레∼, 에밀레∼’라는 소리가 났다는 것. 전설이 사실이라면 성덕대왕신종에서는 사람의 뼈를 구성하고 있는 인(P)이 포함돼 있어야 한다. 1970년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성덕대왕신종을 복제한 ‘우정의 종’을 보내는 과정에서 한국과학기술연구소가 정밀조사를 벌였다. 당시에는 성덕대왕신종에서 어린아이에게서 검출될 수 있는 인이 나왔다고 발표된 바 있다. 반면 1998년 당시 포항산업과학연구원은 “성덕대왕신종 성분 분석을 한 결과, 인은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다만 인의 비중은 구리보다 가벼워 쇳물 위로 뜨기 때문에 ‘불순물’로 여겨져 제거됐다면 인이 검출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단서를 덧붙였다. 결국 성덕대왕신종에 얽힌 전설은 13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진위 여부를 밝힐 수 없는 신비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셈이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떠오르는 허니문 여행지 호주

    떠오르는 허니문 여행지 호주

    호주가 허니문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흔히 호주라면 그 유명한 오페라 하우스와 골드코스트 해변을 생각하지만 멜버른이야말로 인생의 새 출발을 하는 사람들에게 딱 맞는 여행지다. 끝없이 펼쳐있는 푸른 평원, 변덕 심한 파란 하늘, 모든 것을 삼켜버릴 듯 달려드는 파도, 태곳적 초록의 원시림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 멜버른이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서 뽑은 가장 살기 좋은 도시이며 호주의 문화와 패션의 중심지다. 또 파도와 해풍이 만들어낸 기암절벽에 감탄사가 흘러나오는 그레이트 오션로드, 푸른 바다와 은빛 모래사장에 우뚝 서있는 12사도 바위,1850년대의 금광촌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소버린 힐, 증기기차로 원시림을 여행하는 단데농. 때 묻지 않은 대자연과 함께하는 허니문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간직하기에 충분하다. 멜버른은 캔버라가 수도가 되기 전 호주의 옛 수도였던 만큼 역사가 깊은 도시다. 패션과 문화의 중심지이기도 한 이곳에선 KBS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촬영하기도 했다. 도심이 아름다워 각종 CF와 드라마의 단골무대이기도 하다. ●1800년대 전차 타고, 야라 강 배를 타고 멜버른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트램(Tram)’이라는 전차. 덜컹덜컹 소리를 내며 도심도로의 한가운데를 질주하는 트램은 멜버른의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고풍스러운 자주색 나무의 전철인 시티서클 트램을 탔다. 차창으로 보이는 이국의 풍경,1800년대에 지어진 뾰족한 지붕의 유럽풍 교회, 건물들이 눈길을 잡는다. 마치 잘 정리된 거리가 소박하다. 갑자기 트램이 속도를 줄인다. 앞에 관광용 마차가 또각또각 말발굽 소리를 내며 여유있게 도심을 돌고 있다. 뒤에서 빵빵거리고 불평도 함직한데 아무도 얼굴 붉히는 사람이 없다. 마차와 자동차가 뒤섞였으나 결코 각박하지 않아 아름답다. 이곳 사람들의 여유도. 트레저리 공원, 캡틴 쿡의 오두막, 사우스 게이트, 빅토리안 아트센터 등 주요 관광지를 도는데 30분 정도 걸린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행한다. 무료. 멜버른을 가로지르며 흐르는 야라강변은 호주 젊은이들에겐 최고의 데이트 코스. 그들에 섞여 강변을 걸어보는 맛도 특별하다. 플린더스역 맞은편 식당가가 들어선 야라강변 샤우스뱅크 거리에서 강을 따라 1시간 동안 유람선 여행을 할 수 있다. 보통 20여명이 탈 수 있는 작은 배이다. 강변에는 멜버른의 여유가 그대로 느껴진다. 잔디밭에 누워 한가로이 일광욕을 즐기는 연인들. 커다란 나무 아래서 바비큐 파티를 즐기는 가족들. 강변을 따라 걷는 사람. 카누와 요트를 즐기는 사람들까지. 정원처럼 잘 가꾸어진 강변과 어우러져 그림 속에 내가 들어온 것 같다. 사우스뱅크거리에는 강변을 따라 수십개의 식당과 카페들이 밀집해 있다. 야라강의 야경을 즐기며 맥주 한 잔을 하면 밤은 더욱 달콤해질 것임이 분명하다. ●100살짜리 증기기관차를 타고 ‘도대체 100년 된 기차가 움직인단 말야.’하는 의문을 품고 멜버른에서 동쪽으로 1시간가량 떨어진 곳에 휴양지 단데농에서 100살짜리 빨간색 증기 기관차 ‘퍼핑 빌리’를 탔다. 하얀 증기를 내뿜으며 칙칙칙 기차가 움직인다. 그런데 아이들이 차창 창살사이에 걸터앉아 손을 내민다. 기차가 천천히 달리고 안전장치가 있어 위험해 보이지 않는다. 우거진 원시림과 푸른 계곡 속으로 기차는 미끄러져 들어간다. 향긋한 나무냄새. 크게 숨을 한번 들여마신다. 나무다리와 꽃, 새들이 어우러진 풍경이 참으로 아름답다. 매일 4차례 운행되는 증기 기관차는 벨그레이브 역을 출발해 에메랄드 호수 구간까지 약 15㎞를 반복 운행한다. 약 2시간30분. 역장과 기관사의 복장뿐 아니라 기차표까지 100년전 그모습 그대로라 더 멋지다. ●겁없는 캥거루 호주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캥거루와 코알라. 특히 캥거루는 겁이 없어 사람에게 먼저 접근한다. 벨그레이브역 인근의 힐즈빌 동물원에서 캥거루와 처음 만났다. 먹이를 내밀자 다가와 손바닥을 핥는 놈들. 경계심이 전혀 없다. 보드라운 캥거루 머리를 쓰다듬고 있으려니 이상한 소리를 내며 목이 긴 타조가 다가온다. 또 하루 중 20시간 이상을 잔다는 코알라. 눈만 끔뻑거리고 먹는 것 빼고 제발로 움직이는 시간이 하루 겨우 4분정도인 진짜 게으름뱅이 귀염둥이들과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다. 인간과 동물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태즈매리언 데블, 오리너구리, 왈라비 등 다양한 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 매일 오전 11시 투어가이드가 안내한다. 어른 17.5호주달러. ●황금을 찾아서 멜버른은 지난 1850년대부터 금을 찾아 몰려든 광부들이 만든 전형적인 골드러시 타운이다. 대부분의 금광이 문을 닫았지만 멜버른 북서쪽으로 1시간가량 떨어진 밸러랫의 소보린 힐에 가면 당시 금광촌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마치 우리 민속촌을 생각하면 된다. 빅토리아주 금의 삼각지대에 속하는 밸러랫은 1851년 황금이 첫 발견된 데 이어 무려 70㎞에 이르는 커다란 금광맥에 이르기까지 당시에 골드러시를 주도했던 곳이다.1970년에 소보린 힐을 만들어 1850년대 금광촌의 생활상과 금 채굴과정 등을 직접 체험하고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빅토리아 양식의 대장간, 사탕가게, 우체국, 금제련소뿐 아니라 뿌연 먼지를 날리며 달리는 마차까지. 거리에는 19세기 옷을 입은 자원봉사자들이 관광객들과 함께 금광 갱도안으로 들어가 금맥과 채굴과정 등을 설명해주고 금광옆 개울에 앉아 직접 사금을 채취하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알려준다.‘공짜라는데‘라며 옷을 팔뚝까지 걷어붙이고 개울에서 흙을 그릇에 담아 찾아봤지만 눈에 띄지 않는다. 견학 온 학생들은 눈곱만한 사금들을 찾아서는 조그만 약병에 담아 서로 자랑한다. ●자연의 거대한 힘을 느끼며 난파선해안은 아름다움에 취해 난파한 배가 160여척에 달해 붙여진 이름. 이곳은 웅장한 12사도상(Twelve Apostles)이 유명하다. 해안선을 따라 나란히 서 있는 거대한 바위섬들의 모양이 마치 예수의 12제자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12사도의 형성과정은 더욱 우리를 놀라게 한다. 폭약이나 기계 등 인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오직 세찬 파도와 해풍이 대자연의 걸작품을 만들었다. 파도가 해안 절벽에 아치형 굴을 만들고 절벽과 돌출부를 끊어 내어 바다에 홀로 우뚝 선 거대한 조각품을 만들었다. 이 조각품을 만드는데 걸린 시간은 무렵 2000여만년. 인간의 머리로는 감히 상상을 할 수조차 없는 시간이다. 그들은 지금도 세찬 파도에 자신의 살이 깎여 나가는 고통을 참아내며 무엇인가 우리에게 읊조리고 있는 듯하다.‘대자연 앞에 인간은 얼마나 초라하고 하잘것없는 존재인지, 만물의 영장이라며 인간이 인간을 만들어내고 자연을 정복했다고 교만하고 무례한 인류에게 스스로를 돌아보라.’고 말이다. 12사도상은 완성된 지 수백년이 지나면서 그들을 만들었던 파도와 해풍에 밑동부터 서서히 깎여나가 결국을 무너지는 운명을 맞게됐다. 벌써 2개의 사도상은 무너졌다. 그들도 인간처럼 자연에서 왔다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파도가 만든 두개의 구멍이 다리 같다고 이름 붙여진 런던브리지. 해안절벽과 연결된 부분이 1990년 떨어져 나가 이제는 사도상으로 발전을 했고,1878년 영국을 떠나 3개월 간의 긴나긴 항해 끝에 로크 아드호는 멜버른을 눈앞에 두고 이곳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나 붙여진 12사도 인근의 로크 아드 고지. 자연의 아름다움은 황홀했다. 지금도 파도와 바람에 의해 쉼없이 새롭게 태어나는 난파선 해안. 높이 60m의 수직절벽이 앞으로 1000년의 세월이 흐르면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궁금해졌다. ●지금 호주는 호주 대륙 남단에 있는 빅토리아주 멜버른은 우리와 계절이 정반대다. 지금은 초가을. 그러나 일교차와 날씨 변화가 심해 가벼운 잠바는 필수.3월 말까지 서머타임을 적용해 멜버른이 우리보다 2시간 빠르다. 환율은 1호주 달러에 830원정도. 멜버른까지는 현재 직항편은 없으며 시드니에서 국내선으로 갈아타든지 캐세이 퍼시픽 항공을 이용하면 홍콩을 거쳐 멜버른으로 바로 갈 수 있다. 문의 호주 빅토리아주관광청02-752-4138. ●허니문 상품은 여행상품 가야여행사(02-536-4200)에서는 멜버른과 시드니를 여행하는 허니문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매주 금·토·일요일 출발하며 5박 6일의 일정으로 멜버른 시내, 그레이트 오션 로드, 단데농과 시드니까지 둘러보게 된다. 캐세이 퍼시픽 항공을 이용하고 돌아오는 길에 홍콩에서 연장체류도 가능하다. 가격은 1인당 169만원. 멜버른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해외 허니문 베스트 5 둘만의 사랑이 시작되는 허니문. 갈 곳은 많고 시간은 짧다. 그렇지만 안락한 리조트에서 편하게 쉴 것인가 아니면 멋진 곳에서 추억을 남길 것인가를 꼼꼼하게 따져 보면 둘만의 멋진 장소를 찾을 수 있다. 최근 새롭게 떠오르는 해외 허니문 명소 5곳을 소개한다. 베트남 나트랑 베트남의 지중해로 불리는 나트랑은 호찌민(사이공)에서 북동쪽으로 320㎞쯤 떨어져 있는 세계적인 미항이다. 금빛 모래사장과 눈부신 햇살, 에메랄드빛 바다는 동양의 나폴리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리조트내에서 낭만적인 바비큐 파티는 영원한 추억으로 남는다. 고대 참 왕국의 유적이 많아 관광도시로도 유명하다. 베트남전쟁 때는 한국군이 주둔한 곳으로, 태권도 간판을 비롯해 곳곳에 한국군과 관련된 흔적이 남아 있다.4박 5일에 비용은 130만∼150만원. 태국 코사무이 방콕에서 남쪽으로 560㎞ 떨어진 코사무이는 태국에서 푸껫과 꼬창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섬이다. 섬 둘레를 따라 고운 백사장과 에메랄드 빛을 띠는 해변의 바다가 곳곳에 위치해 있다. 여행객 대부분은 유럽인들이며 한국 여행객들의 발길도 점점 더 늘고 있는 추세다. 때묻지 않은 해변의 모습으로 여행객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으며 수많은 볼거리, 놀거리, 휴식처로서 손색이 없는 곳이다.4박 5일에 130만∼150만원. 필리핀 펄팜 진주조개 농장이라는 뜻의 펄팜은 자연속에서 편안히 쉴 수 있는 곳이다. 마닐라 공항에서 국내선을 타고 1시간 20분 가량 남쪽으로 가야 한다. 도착공항인 다바오에서 버스를 타고 선착장으로 가서 여기서 필리핀 전통목선(엔진추진)인 방카로 갈아타고 다시 30여분 바다를 질주한다. 때묻지 않은 자연과 수줍은 듯 감추는 원주민의 미소띤 모습 속에서 평생 잊지 못할 일생일대의 화려한 휴가를 보내게 된다. 펄팜리조트에 일단 들어서면 해양레포츠(무동력)는 모든 것이 무료다. 펄팜리조트는 태풍영향을 받지 않아 연중 맑고 청명한 날씨를 자랑한다.4박 5일에 비용은 120만∼130만원. 캐나다 밴쿠버 천혜의 자연환경을 간직한 캐나다는 세계에서 가장 살고 싶은 나라 1위.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최대의 도시인 밴쿠버의 가로수와 아름다운 꽃길은 로맨틱한 신혼을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캐나다 건국을 기념하는 밴쿠버 100주년 박물관과 해양박물관, 사이언스 월드, 아마존의 진귀한 물고기가 있는 수족관 등을 돌아본 뒤 북미 최대의 항구도시 빅토리아를 돌아보는 코스가 좋다. 특히 북미 최대의 항구이자 영국풍의 아침의 향기가 감도는 꽃의 도시 빅토리아로의 허니문은 새로운 체험이 시작된다.4박 5일에 150만∼170만원. 파리와 로마 유럽의 핵심 도시인 파리와 로마를 돌아보며 신혼의 달콤함을 느낄 수 있다. 프랑스 파리의 베르사유 궁전과 샹젤리제 거리, 콩코드 광장, 개선문, 에펠타워 등 17∼18세기 아름다운 건축물을 감상할 수 있다. 또 로마에선 교황이 머무는 바티칸과 성베드로 광장, 콜로세움 등 찬란했던 이탈리아 문화를 엿볼 수 있다.5박 6일에 140만∼150만원. ■ 도움말 가야여행사(www.kayatour.co.kr)
  • [씨줄날줄] 선림원 종/신연숙 수석논설위원

    ‘원컨대 이 종소리 법계에 두루 퍼져, 철위산간의 어두운 지옥이 모두 밝아지고, 삼도의 고통을 여의어 도산지옥이 무너져, 일체중생이 정각을 이루어지이다.’ 원래 사찰에서 치는 범종은 일체 중생이 지옥의 고통을 떨치고 성불하기를 기원하는 바람을 담은 것이다. 요즘은 새벽 예불 33번, 저녁예불 28번 타종하지만 옛날에는 초경, 이경, 삼경, 사경, 오경 때,2번에서 108번까지 수행의 의미를 담아 타종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불교도가 아니라도 멀리서 들려오는 종소리를 듣노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정화됨을 느낀다. 단지 시각을 깨우치는 느낌을 지나 걸음을 멈추고 서서 긴 울림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보는 심정이 되는 것이다. 지나는 곳이 도심일지라도 그윽한 고요를 체험하는 순간이다. 우리나라 전통 범종소리는 여운이 길고 아름다운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멀리서 들어야 더 아름답다고 한다. 에밀레종으로 대표되는 이 신비의 종소리에 과학자들이 매달렸다. 그결과 밝혀진 비밀 하나가 맥놀이 현상이다. 진동수가 다른 두 파동이 진행되면서 합쳐져 반복적으로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변화가 계속되는데 이것이 ‘웅∼웅’하는 은은한 울림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맥놀이 현상의 원인에 대해서는 종의 형태나 재료를 비대칭적으로 설계해 파동 차이를 만들었다는 비대칭 구조설이 통설이었다. 여기에 범종 아랫부분, 오므라든 부분의 둥근 종소리가 수축과 확산을 반복해 맥놀이 주기를 만든다는 주장은 새로운 학설. 어쨌거나 맥놀이 현상은 종 윗부분의 파이프모양의 음관, 종이 놓인 땅 바닥에 구덩이를 파고 설치한 울림통과 함께 우리 종소리를 아름답게 만든 음향학적 장치로 이해된다. 이처럼 종소리의 신비는 풀리고 있으나 종소리 자체가 대중과 멀어진 것은 큰 아쉬움이었다. 에밀레종(성덕대왕신종), 상원사종, 보신각종 등이 보존을 위해 타종이 자제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통일신라시대 선림원 종을 원형 그대로 복원한 것은 반갑다. 천연재료 이암(泥岩)을 사용해 우리 고유의 청동종 밀랍주조기술을 재현했다 한다. 에밀레종의 복원도 멀지 않은 듯하다. 많은 범종들이 복원돼 속도의 시대에 느림의 미학을 맛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신연숙 수석논설위원 yshin@seoul.co.kr
  • 에밀레종 복원길 열었다

    에밀레종 복원길 열었다

    ‘에밀레종’으로 더욱 유명한 성덕대왕신종(국보 제29호)을 원형 그대로 복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국립중앙과학관은 23일 “통일신라시대에 제작된 선림원종(높이 120㎝, 무게 1t)을 처음으로 ‘밀랍주조’ 방식을 이용,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면서 “비슷한 시기에 동일한 기술로 만들어진 성덕대왕신종도 복원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동으로 만들어진 선림원종은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월정사가 불타면서 파손돼 현재 춘천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국립과학관은 이 종의 복원을 위해 우선 경주 인근 감포에서 구한 이암(泥岩)을 활용, 거푸집을 만든 뒤 표면에 문양을 조각했다. 이어 밀랍을 붙여 불을 때 밀랍이 흘러내리도록 한 뒤 쇳물을 부어 완성했다. 과학관 정동찬 실장은 “복원된 선림원종 소리를 음향측정한 결과, 타종 직후 0.75초부터 소리가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는 신라시대 종 고유의 ‘맥놀이 현상’이 일어났다.”면서 “문양과 소리를 완벽하게 복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중국 등에서 사용하는 사형주조(모래와 흙을 섞어 거푸집 제작) 방식을 활용했으나 문양이 선명하지 못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또 현대적 방법인 페세트기법(실리콘으로 거푸집 제작)은 문양은 잘 드러나지만, 맥놀이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과학관 윤용현 연구관은 “밀랍주조 방식을 이용하면 신라시대 종의 문양과 소리를 되살릴 수 있다.”면서 “높이 3.75m, 무게 20t에 달하는 성덕대왕신종도 이르면 오는 2010년쯤 복원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가이어 독일대사와 요리cook 조리cook

    가이어 독일대사와 요리cook 조리cook

    흔히 독일음식은 맛이 없다고 말한다. 맥주와 소시지, 감자요리뿐 대표적인 음식도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웃의 프랑스나 이탈리아와 비교해 투박하고 정확한 독일의 이미지는 몇 가지 재료만으로 얼렁뚱땅 만들어도 감칠맛이 나는 요리와는 좀 다르다. 길이를 자로 잰듯 맞추고,‘적당히’란 없이 곧이곧대로 계량숟가락을 사용한 ‘과학’이 바로 맛으로 연결되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미카엘 가이어 주한 독일대사는 ‘화려함은 없으나 순박하고 깊은 맛’을 독일음식이라고 자랑했다. 또 독일의 보통 가정에선 일요일이면 한국의 찌개처럼 큰 냄비에서 음식을 덜어먹는다고 우리 문화와 비교하면서 친근함을 표하기도 했다. 한때 분단국이었던 동질성과 함께 올해를 ‘한국의 해’로 정했다는 독일은 친근감이 가는 나라다. 프랑크푸르트도서전을 비롯, 여러 행사에서 올해는 한국이 중심국이다. 또 베를린에는 한국음식점만 10여개, 하이델베르크에는 최근 최고급 한식당도 문을 열었다. 이른바 독일에도 한류(韓流)가 시작될 모양이다. 편견은 문화를 이해하는 걸림돌임에 분명하다. 독일음식이 맛없다는 편견을 버리기 위해 주한 독일대사관을 찾았다. 글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사진 김명국·정연호기자 daunso@seoul.co.kr “코를 톡 쏘는 홍어 맛에 반했지요.”오뚝한 코에 파란 눈의 미카엘 가이어(61) 주한 독일대사는 음식 이야기가 나오자 놀랍게도 한국인 중에서도 호오가 명확하게 갈리는 토속음식 홍어부터 꺼냈다. 지난해 경주에서 홍어맛을 봤다.“처음엔 인상이 찡그려졌지만 나중엔 코가 뚫리는 느낌이었습니다.”이후 맛을 들였다. 그는 포도 농장을 소유, 서양 정찬에서 빠지지 않는 포도주 ‘가이어’를 생산하는 가문 출신이다. 나름대로 유명한 와인이란다. 이런 영향인지 그는 요리하기를 좋아한다.“요리책을 많이 모았습니다.”라며 수북이 쌓인 책을 보여줬다. 가이어 대사는 한국 전통음식 김치도 담가봤단다.“싱싱한 재료를 쓰는 것이 인상적이더군요.”동석했던 부인 율리아 가이어는 김치를 두번 담갔다고 거들었다. “독일과 한국은 음식에서 공통점이 많습니다.”우리의 김치처럼 독일 식탁에서 양배추를 채썰어 식초에 발효한 사우어크라우트가 빠지지 않는다.‘시큼한 양배추’란 뜻의 사우어크라우트와 독일식 면요리인 스패출레 등의 조리법을 대사 부인이 시연해 보여줬다. 또 “독일의 보통 가정에선 일요일엔 가족 모두 모여 한국에서 찌개를 먹듯이 큰 냄비에서 음식을 덜어 먹습니다.”대개 그날 식사에 나오는 모든 요리를 각자의 큰 접시 하나에 담아서 남김없이 비운단다.“푸짐하면서도 소박하지요.” 독일은 200여년전 270여개의 크고 작은 군주국가가 통합된 연방국가다. 지방색이 너무나 분명한데 음식에선 더욱 그렇다 했다. 북해 주변 사람들은 남부 사람들과는 먹는 것은 고사하고 말도 통하지 않을 정도다.“재미난 것은 북해에 ‘햄버거 장어수프’란 음식이 있는데 한국의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이 장어가 전혀 안 들어 있어요.”그의 고향인 베스트팔렌에선 햄·소시지와 새까만 빵이 유명하며, 멧돼지와 사슴 등의 야생동물도 많이 먹는다고 들려줬다. 소시지에 대해 묻자 독일인들은 세계 어느 민족보다 돼지고기를 좋아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돼지고기를 삶아 만드는 아이스바인, 족발을 오븐에 구워낸 슈바인 학세 등을 즐긴다. 소시지는 종류만도 무려 1500여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소시지의 내용물은 살코기 외에도 간이나 내장으로 만들기도 하고, 물에 삶는 것과 오븐에 굽는 것, 새끼손가락처럼 가는 것부터 어른 팔뚝처럼 굵은 것까지 다양하다. 독일음식에선 감자도 빠질 수 없다. 곁들이는 정도가 아니라 주식이다. 맥주와 소시지도 지방마다 상당한 차이를 보이며 먹는 방법도 다르다.“모두 자기 지역에서 생산되는 맥주가 가장 맛있다는 자부심이 무척 강하지요.” 맥주는 600여회사가 3000∼4000여 종류를 생산한다. 맥주는 15세기 초반에 제정된 ‘순수성유지법’에 의해 호프·물·맥아의 순수 자연원료 외에 방부제 등을 첨가하면 불법이다. 따라서 장기보존이나 냉장보관 등이 어려워 유명세에 비해 세계적으로 널리 퍼지지 못했다. 거의 대부분을 생산지에서 소비한다. 요즘엔 양조기술과 주조기구를 수출, 국내에도 하우스 맥주라 하여 마니아층이 형성되고 있다. 가장 독일적인 맥주광장 ‘비어가르텐’이 있다. 프랑스의 노천 카페에 비견되는 비어가르텐은 맥주 한잔으로 걸쭉하게 흥에 젖는 서민적인 풍취를 더해준다.“일상의 피로를 씻어내는 곳이지요.” 비어가르텐에서 나오는 음식은 안주 차원이 아니라 식사용이며, 소시지가 빠지지 않는다. 여기에 감자요리와 샐러드도 곁들인다. “당신이 먹는 음식이 당신이 된다.”고 갈파했던 독일 철학자 포이에르 바흐의 말처럼 음식을 생활 철학으로 승화시킨 독일, 음식은 투박하면서도 깊은 맛을 담고 있었다. 가이어 대사는 음식과 관련된 독일 속담을 들면서 맥주잔을 부인과 건배했다.“아침은 황제처럼, 점심은 귀족처럼, 저녁은 거지처럼.” ■ 만들어 볼까요 ●겨자소스를 곁들인 돼지안심 스테이크와 스패출레 스패출레(독일식 국수요리·4인분) 재료 밀가루 375g,물 ¼컵,계란 3개,소금 ½작은술 만드는 법 ①밀가루와 물을 잘 섞은 다음,계란과 소금을 넣고 섞어 반죽해 놓는다.②큰 냄비에 물(4∼6ℓ)을 넣고 소금을 조금 넣어 끓인다.③물이 끓으면 ①의 반죽을 작은 도마에 올려놓고 칼로 조금씩 잘라 넣는다(우리의 수제비나 칼국수와 비슷해 보인다).④끓는 물에 떨어뜨린 국수가 떠오르면 채로 건져내 버터나 기름으로 버무린다(국수가 서로 달라붙지 않게 주의한다).⑤혹시 기름기를 싫어하면 찬물에 담갔다가 건져내도 된다. ●돼지안심 스테이크 재료 돼지안심 200g,후추를 섞은 소금 10g, 소스(고기를 구울때 나오는 육수,생크림 50㎖,겨자 1작은술-함께 넣고 약간 졸인다) 만드는 법 ①안심을 다듬어서 물기를 제거한 다음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해서 달궈진 팬에 앞뒤로 갈색이 나게 굽는다.②①을 180℃의 오븐에 넣고 20분 정도 구운 뒤 꺼내어 소스를 끼얹어 먹는다. ■ 요리조리 독일 쿡 ●소시지와 사우어크라우트 사우어크라우트(독일식 양배추김치) 재료 양배추 1㎏(채썰어둔다),후추를 섞은 소금 10g(간을 맞출 때 넣는다),베이컨 50g,햄육수 100㎖,소금 150g(양배추 절일 때 넣는다),캐러웨이 씨 10g,양파 50g(채썬다) 만드는 법 ①채썬 양배추를 소금에 절여 유리병에 담아 밀봉을 하고 시원한 곳에 두세달 보관해 발효시킨다.②①이 발효가 되면 물에 깨끗이 씻은 다음,햄육수를 약간 붓고 삶는다.③물기가 가시면 양파,캐러웨이 씨,잘게 썬 베이컨을 넣고 볶는다.④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고,소시지와 함께 차려낸다. 팁 삶은 감자와 같이 먹는다. ●감자샐러드 재료 감자 1.5㎏,다진 양파 1큰술,오이피클 3∼4개,겨자 1작은술,후추를 섞은 소금 ½작은술,포도주식초 3∼4큰술,육수 ½ℓ,샐러드 오일 3∼4큰술 만드는 법 ①감자를 껍질째로 30분가량 삶는다.하루 전에 삶아두면 좋다.②삶은 감자를 벗겨 얇게 썰어 놓고 다진 양파와 섞어서,뜨거운 육수를 골고루 붓고 식힌다.③나머지 재료는 드레싱을 만들어 다시 ②와 섞는다.④오이피클은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먹기 바로 전에 다져 섞는 게 좋다.미리 섞어두면 물기가 생긴다. 팁 너무 차지 않게 먹기 한두 시간 전에 실온에 보관했다가 먹으면 좋다. ■ 대사가 콕 찍은 독일식당 가이어 대사는 메모리스(02-795-3545)를 최고의 독일 음식점으로 꼽았다. 국내 특급호텔 조리장을 지낸 요리 경력 30년이 넘는 독일인 콘라드 베르머스(62)가 주방을 지키고 있다. 국내에서 독일인이 자국 음식점을 경영하기는 유일하다. 독일의 가정식 스타일인 이곳은 각종 소시지와 돼지고기 요리를 수더분할 정도로 소박하게 내놓는다. 가장 대표적인 소시지 음식으론 흰소시지인 브라트부르스트(1만 4500원)를 비롯해 예닐곱가지를 내놓는다. 여러가지 소시지를 동시에 맛보려면 모둠소시지(2만 8500원)를 주문하면 된다. 소시지는 우리 입맛에 조금 짠 듯 느껴진다. 또 돼지고기로는 아이스바인(1만 9500원)이 통째로 나온다. 나이프와 포크를 주지만 카빙해달라고 하면 주방에서 잘라서 가져온다. 돼지고기 넓적다리 부분을 맥주에 재워 여러가지 야채 및 향신료를 넣고 삶은 것으로 돼지고기 특유의 느끼한 맛이 전혀 없이 부드럽다. 아이스바인은 양이 많아 웬만한 사람의 2인분 분량이 된다. 모든 요리에는 감자와 야채가 곁들여진다. 메모리스에선 다양한 독일 맥주를 맛볼 수 있다. 병맥주를 비롯해 흑맥주와 생맥주도 다양하다. 독일 소주인 쉬납스도 나온다. 서울 어린이대공원 근처의 카페라인(02-465-5815)은 우리나라 사람이 많이 찾는 독일 음식점이다. 이런 까닭으로 상당히 짠 독일 음식을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소스를 약간 변형했다. 카페라인은 동빙고동 독일 대사관 건물에서 시작, 2002년 7월 이전해 왔다. 사장 겸 조리장 지영수씨는“소박하면서도 단순한 독일 음식은 하면 할수록 깊고 푸근한 맛을 내는 데 매료됐다.”고 말했다. 대표적 음식은 슈바인 학세(3만원). 돼지고기를 야채와 향신료를 넣고 아이스바인처럼 삶았다가 맥주를 발라가면서 구운 것. 겉모습은 우리의 족발과 비슷하고 맛은 햄과 비슷하다. 껍질은 젤리처럼 졸깃하고 감칠맛이 나는게 특징. 학세의 경우 요리하는데 3∼4시간이 걸리는 까닭에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다. 얇게 자른 감자 요리와 독일식 양배추 김치인 사우어크라우트, 빵·디저트도 곁들여 나온다. 학세도 아이스바인처럼 통째로 서빙된다. 이외에도 점심으로 가볍게 먹을 수 있도록 굽거나 데친 소시지가 7000∼8000원에 나온다. 또 독일 맥주를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부산에서 유일하게 독일식 브로이 맥주를 내놓는 곳으로 동양 최대의 온천시설인 허심청의 브로이(051-550-2345)도 내공이 깊다. 독일 최고의 양조기술 자격증을 가진 크리스티안 카스파가 맥주를 만들고 있다. 지난해 10월 부산 방문차에 이곳에 들른 가이어 대사는 “맥주가 독일의 맛에 가장 가깝다.”고 평가했다. 나오는 맥주는 감미롭고 신선하면서 쌉쌀한 뒷맛의 필스, 은은한 과일 맛이 나는 바이첸, 볶은 맥아를 이용해 구수한 맛이 일품인 흑맥주 둔켈이 있다.300㏄에 3300원. 맥주에 맞는 안주로는 슈바인 학세(2만 900원), 소시지 모둠(3만 800원), 치즈 튀김(1만 4300원) 등이 있다. 서울 해밀턴호텔을 지나 제일기획 맞은편의 도이치 하우스(02-794-1313)는 독일식 호프집이지만 모둠 소시지로 널리 알려졌고, 동교동로터리 린나이 건물옆의 소세지 하우스(02-326-0077)도 힐튼호텔 주방장 출신인 주인이 내놓는 소시지가 다양한데 특히 훈제 소시지가 유명하다.
  • [박은영의 DVD 레서피]거장의 선율엔 커피향 짙고

    재즈나 블루스를 들으면 커피 생각이 절로 난다. 씁쓸하면서도 숭늉처럼 구수하고, 목 안 깊숙한 곳에서 부드럽게 넘어가는 기막힌 맛은 블루스와 커피의 뜨거운 공통점이기도 하다. 재즈와 블루스는 흑인들의 음악이다. 아프리카의 태양을 받고 자란 커피 열매에는 그들 선조들의 열정과 고단한 삶이 묻어 있다.‘영혼을 치유하는 마법의 열매’로서 커피는 여전히 제 기능을 발휘하고 있는 듯하다. 레이 찰스의 음악은 종류를 헤아릴 수 없는 커피의 총집합 같다. 커피는 어떻게 원두를 볶고, 어느 정도의 입자로 갈고, 물의 양을 어떻게 맞추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의 맛이 난다. 그의 음악은 커피의 종류만큼이나 다양한 흑인음악 전반을 아우르는 방대함을 보여 준다.‘영혼을 울린 천재 레이’는 솔의 거장 레이 찰스의 추모공연을 담은 DVD다. 다른 가수들이 부르는 레이 찰스의 노래는 원곡과는 또 다르게 제조된 독특한 향과 맛이 난다. ‘콜래트럴’은 재즈를 주조로 한 스코어가 인상적이다.‘레이’의 주인공 제이미 폭스가 12년 동안 사업을 구상만 하고 있는 택시운전사 역할을 맡았고, 톰 크루즈는 로스앤젤레스 지하철에서 쓸쓸하게 죽는 킬러로 분했다. 아름다운 도시와 서정적인 음악을 접하고 있노라면 머릿속에는 커피 생각이 간절해진다. ●영혼을 울린 천재 레이 찰스:LA 스테이플센터 추모 공연 실황 지난해 사망한 레이 찰스의 추모공연 실황으로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한 자리에 모인, 그야말로 놀라운 공연 실황이다. 엘튼 존, 스티비 원더, 노라 존스, 어셔를 비롯한 가수들이 레이 찰스처럼 직접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과 제이미 폭스, 톰 크루즈, 브루스 윌리스 등 배우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The Right Time’,‘Georgia On My Mind’,‘I Got A Woman’ 등 주옥같은 곡들이 실렸다. 고인들을 추모하는 인터뷰 영상과 영화 ‘레이’를 위해 제이미 폭스에게 자신의 버릇을 설명하고 있는 레이 찰스의 생전 모습도 볼 수 있다. ●콜래트럴CE 킬러를 태운 택시운전사가 하루 저녁 동안 겪게 되는 이야기다. 그러나 액션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이 아니라 지독하게 외로운 사람들의 심상이 주조를 이루고 있다.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편곡한 클라츠 브라더스 & 쿠바 퍼커션의 연주와 마일즈 데이비스 등 재즈 스코어가 감미롭다. 상공에서 고화질 카메라로 촬영한 로스앤젤레스의 야경은 맨해튼과는 아주 다른 서정적인 느낌을 준다. 주된 배경이 밤이고 주연 배우가 흑인임에도 선명한 윤곽과 풍성한 색감을 느낄 수 있는 화질이다. 부가영상으로 마이클 만 감독의 충실한 코멘터리와 톰 크루즈의 액션 훈련 과정을 비롯한 제작과정을 담은 메이킹 필름이 수록되었다.
  • KT ‘사외이사 선임’ 勢대결

    KT 노조가 경영 참여의 사전 포석인 노조 추천 사외이사를 배출하기 위한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사측도 임기가 끝나는 사외이사 2명을 선임, 주총을 앞두고 세(勢) 대결이 예상된다.KT는 다음달 11일 주주총회에서 2명의 사외이사를 선임할 예정이다. KT 노조는 22일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율이 5.7%나 되는데도 조합이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면서 “노조를 대표하는 사외이사를 경영에 참여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펴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와 관련, 우리사주조합원들로부터 1.34%의 위임장을 확보해 중앙대 사회학과 이병훈 부교수를 지난해에 이어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는 주주제안서를 지난달 25일 이사회에 냈다. 노조는 이어 지난 17일부터 24일까지 우리사주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을 위한 의결권을 위임받고 있다. 다음 주부터는 소액주주 등 기타 주주들로부터도 의결권을 위임받기 위한 행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노조는 또 주총에서 사외이사를 뽑을 때 집중투표제를 통해 표대결을 할 계획이다. 집중투표제는 기업이 2명 이상 이사를 선출할 때 주주들이 의결권을 후보자 1명에게 몰아줄 수 있는 제도다. 예컨대 후보 3명 중 2명을 뽑을 경우 전체 지분의 3분의1 정도만 확보하면 사외이사를 낼 수 있다. 사측도 최근 사외이사 후보추천위를 통해 스튜어트 솔로몬 메트라이프 생명 사장과 곽태선 세이에셋코리아자산운용 사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임주환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 스튜어트 솔로몬 사장 등 2명의 사외이사 임기는 다음달 열리는 주총에서 만료된다. 그러나 노조가 우리사주조합 지분 5.7%를 비롯해 다른 소액주주의 지분을 모두 집결한다고 하더라도 사측(지분율 26.%) 및 기관 투자자들과의 득표 대결에서 이길 공산은 거의 없다. 노조는 “노조를 대표하는 사외이사를 내는 것은 언젠가 실현돼야 할 일”이라면서 “소액 주주는 물론 사원들의 의식전환 활동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도 노조가 사외이사를 추천해 주총에서 표대결을 하려다가 사측으로부터 우리사주조합장 직선제를 받아내면서 중도 포기했다. KT의 사외이사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예컨대 오는 8월 이용경 사장의 임기 종료를 앞두고 열리는 사장후보추천위 위원 5명 중 3명은 사외이사 8명 중에서 나온다. 최근 노사가 필요하다고 공감한 농구팀 신설 문제도 사외이사들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이태진·심우준교수 ‘명예박사학위’

    이태진(63)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와 심우준(70) 전 중앙대 교수가 한국학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2일 한국학중앙연구원(옛 정신문화연구원)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는다. 이 교수는 육군사관학교·경북대·서울대를 거치면서 농업사와 사회사에서 한국적 이론을 만들어냈고 고종시대를 발전적으로 평가하는 데 힘썼다. 심 전 중앙대 교수는 일본에서 한국고서를 연구·수집한 끝에 금속활자 주조문제를 해결한 물증을 발견하는 등 고문서 수집과 분류에 크게 기여했다.
  • [박은영의 DVD 레서피]‘연인’과 ‘해지기전’ 초콜릿사랑

    [박은영의 DVD 레서피]‘연인’과 ‘해지기전’ 초콜릿사랑

    초콜릿은 연인들의 음식이다. 혀끝에서 달콤함을 느끼는 동시에 씁쓸함이 혀의 깊숙한 곳을 자극하는 맛의 스펙트럼은 사랑의 아이러니를 닮았다. 초콜릿에 들어있는 테오브로민과 카페인 등의 성분은 신경계를 자극하고 근육을 이완시킨다고 한다. 사랑에 빠졌을 때와 비슷한 증세다. 초콜릿은 이처럼 일단 시작된 사랑의 감정에 불을 지피기도 하고 고통을 느끼게도 하며, 실연의 상처를 달래주기는 약이 되기도 한다. ‘비포 선라이즈’의 9년 뒤 이야기인 ‘비포 선셋’은 다크 초콜릿을 닮았다. 코코아 페이스트의 농도를 진하게 한 쌉싸래한 이야기는 설레고 수줍었던 연인들의 달콤함 대신 인생의 쓴맛도 알게 된 그들을 다시 조명한다. 배우들이 직접 참여해 완성한 대사들과 세월로 농익은 연기가 영화의 완성도를 더했다. ‘영웅’에 이어 또다시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장예모의 ‘연인’은 각종 열대 과일들과 땅콩이 잔뜩 들어 있는 초콜릿 같다. 신맛, 짠맛, 떫거나 고소한 맛에 씹는 맛도 다채로운 과일 초콜릿처럼, 만나고 사랑하고 이별하기까지의 과정이 스펙터클하다. ●비포 선셋 전작 ‘비포 선라이즈’는 비엔나의 아름다운 풍광을 주로 담았지만,9년 뒤의 파리에서의 이야기는 인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해질 무렵 오후의 파리 정경은 아름답기는 해도 DVD의 주된 포커스는 아니다. 옥수수 알갱이처럼 옹골지게 박혀 있는 대사들과 자연스럽게 녹아든 배경음이야말로 이 DVD를 빛나게 하는 요소다. 무엇보다 줄리 델피의 황홀한 노래 실력이 압권이다. 그저 옆에 있던 기타를 집어 들고 흥얼거리기 시작하는 노래는 대화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재즈 가수 니나 시몬이 살아 돌아온다고 해도 줄 수 없는 감흥을 선사한다. 배우들과 감독이 함께 만든 영화의 제작과정에 대한 부가영상은 짧고 완성도가 떨어진다. 음성 해설이 빠져 있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연인 홈시어터의 5.1 스피커는 이래서 필요하다! 이 DVD는 영화가 지닌 ‘뻥의 미학’을 그럴듯하게 완성하는 감각적인 사운드 디자인을 보여준다. 다채널을 오가는 소리의 이동감은 박력이 넘치고 화려하며, 그 자체로 음악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입체적으로 디자인되었다. 초반 장쯔이가 춤을 추는 장면에서 사방을 오가는 북소리는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고 주렴이 흔들리는 청아한 소리는 목덜미를 찌릿하게 만든다. 대나무 숲에서 추적을 당하는 장면이나 바람을 가르는 화살 소리, 바스락거리는 발자국 소리 등도 섬세한 사운드를 자랑한다. 디지털 영상처럼 완벽하지는 않지만 자연광이 주조를 이룬 화질도 만족스럽다. 다만, 다큐멘터리를 기반으로 한 부가영상은 지나치게 단조롭고 알맹이가 빠져 있다는 인상을 준다.
  • 말말말˙˙˙

    남한이 주적 표현 대신 사용하기로 한 ‘가장 핵심적인 적’이나 ‘실체적인 군사 위협’ 표현은 동족을 적대시한 ‘제2의 주적’ 개념이다.-북한의 내각기관지 민주조선이 “남한이 진심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바라고 6ㆍ15 공동선언의 순조로운 이행을 원한다면 표현이나 바꾸는 놀음을 걷어치워야 한다.”며-
  • 유인행성탐사 2050년께 실현

    최근 미국과 유럽의 공동 행성탐사선 카시니호가 토성 궤도 진입에 성공한 데 이어 탐사정 호이겐스가 토성의 가장 큰 위성인 타이탄의 각종 영상자료를 지구로 보내오면서 인류의 우주개발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특히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이후 35년간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던 유인 행성탐사선 계획, 태양계 밖 우주 공간에 대한 궁금증 등이 인류의 관심을 우주로 이끌고 있다. ●태양계 밖 탐사는 ‘속도와의 전쟁’ 인류가 태양계 밖을 탐사하기 위해서는 ‘속도와의 전쟁’이 불가피하다. 태양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명왕성까지의 거리는 60억㎞이다.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별(항성, 핵융합 반응을 통해 스스로 빛을 내는 천체)까지의 거리는 이보다 6700배 가량 먼 40조㎞이며,1초에 30만㎞를 달리는 빛조차도 4.3년이 걸린다. 그러나 현재 탐사선의 최대 속도는 빛의 1만분의1 수준인 초속 40㎞에 불과하다. 이는 서울∼부산(약 400㎞)을 10초에 주파할 수 있는 빠른 속도지만, 우주 공간에서는 ‘경부고속도로 위를 기어가는 굼벵이’에 비유될 수 있다. 현재 태양계를 벗어났을 것으로 추정되는 탐사선은 모두 4대다. 우선 목성 탐사를 목적으로 지난 1972년 발사된 파이어니어 10호는 1983년 명왕성 궤도를 통과, 처음으로 태양계를 벗어났지만 통신이 두절된 상태다. 같은 목적으로 발사된 파이어니어 11호(1973년)와 보이저 1·2호(1977년)도 임무를 마친 뒤 태양계 저편을 향해 항해를 지속하고 있다. ●태양계 벗어난 후 통신두절 특히 탐사선 가운데 가장 빠른 보이저 1호(초속 40㎞)는 지난 1998년 파이어니어 10호를 추월, 현재 지구로부터 150억∼200억㎞ 떨어진 곳까지 이르렀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이저 1호가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별을 관측하기 위해서는 3만년 이상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계산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김방엽 박사는 “지난 1967년 발효된 ‘우주조약’은 유해물질 사용을 금지해 화성 탐사선의 경우 태양에너지를 사용하지만, 그보다 멀리 가는 탐사선은 불가피하게 핵연료를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탐사선의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여야 태양계 밖 탐사가 가시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올해부터 120억달러(한화 13조원)를 투입해 달에 이어 화성에도 유인 탐사선을 보낸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유인 탐사의 성공 여부는 탐사선의 대형화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성유인탐사에 120억달러 투입 달 왕복은 1주일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현재 계획대로라면 초속 33.6㎞ 속도로 4억㎞ 이상을 비행해야 하는 화성은 가는 데만 8개월 가량이 걸린다. 이 때문에 연료를 비롯, 왕복 1년6개월 동안 우주비행사들이 소비할 물과 식료품 등을 포함하면 탐사선에 실어야 할 하물 중량만 470여t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현재 가장 무거운 하물을 운반할 수 있는 ‘새턴V’ 로켓의 용량은 104t이다. 따라서 탐사선을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조립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또 우주비행사 한 명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하루 평균 1㎏ 정도.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를 넘으면 두통을,10% 이상이면 호흡곤란과 현기증을 유발한다.25%를 웃돌면 혼수상태에 빠지게 된다. ●달 왕복 1주일… 화성 가는데만 8개월 기존의 우주 왕복선은 이산화탄소와 결합력이 강한 수산화리튬을 사용해 이산화탄소를 제거했지만, 하물 중량을 최소화해야 하는 화성 유인 탐사선의 경우 식물 활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 박사는 “NASA는 화성 유인 탐사가 오는 2050년쯤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화성보다 멀리 떨어진 목성 유인 탐사의 경우 왕복 30년이 걸리는 만큼 2세대 이상이 함께 탐사에 나서야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그래픽 이완형기자 whl@seoul.co.kr
  • 대형건설사 ‘M&A무방비’

    대형건설사 ‘M&A무방비’

    기업 인수·합병(M&A)을 앞둔 대형 건설업체들에 ‘기업 사냥꾼’ 경계 비상이 걸렸다. 외환위기 이후 쓰러졌던 업체들의 경영이 정상화되면서 채권단이 본격적으로 매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상 건설사들은 적대적 M&A를 피하기 위해 회사 차원에서 건전한 자본가를 찾는 한편 우리사주조합 등에 의한 인수·합병을 꾀하고 있다. 남광토건이나 한신공영처럼 무일푼 기업 사냥꾼의 먹잇감이 되는 전철을 더이상 밟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하지만 현행 법테두리 안에서 적대적 M&A를 가려낼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매각작업이 가시화되면 검은 자본이 대거 달려들 것으로 전망된다. 자칫 남광토건이나 한신공영 사태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매각 앞둔 건설사, 적대적 M&A에 무방비 노출 매각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되는 굵직굵직한 업체는 현대·대우·쌍용·청구 등이다. 외환위기 이후 나름대로 뼈를 깎는 노력으로 회사가 정상화의 길을 걷고 있다. 수주·매출이 증가하고 당기 순이익을 내는 등 재무 상태도 개선됐다. 하지만 채권단에 넘어간 이상 채권회수를 위해 공개 매각 절차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내년 3월이면 채권단과 맺은 경영협약이 끝난다. 올해 연말부터는 채권단이 경영협약을 연기하거나 매각을 결정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국내 최대 건설사로 경영상태가 좋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적대적 M&A를 노린 검은 자본에는 더없는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다. 대우건설은 채권단이 이미 M&A를 통한 매각 방안을 내놓았다. 업계에서는 악성 ‘브로커’들이 모두 대우빌딩 주변에 몰려있다고 할 정도다. 대우 노조는 적대적 M&A를 통한 헐값 인수를 막기 위해 사원들이 적극 나서서 우리사주조합 형태의 인수까지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덩치가 워낙 커 우리사주조합이나 국내 소규모 자본이 인수에 참여하기가 어렵고 검은 자본의 교묘한 전략전술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쌍용건설도 사원들이 인수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으나 대규모 검은 자본 앞에서는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남광토건 전철 우려돼 남광토건이 기업 사냥꾼에 걸려든 대표적인 사례. 전 직원의 뼈를 깎는 노력을 바탕으로 2003년 우량 회사로 다시 태어나자마자 채권단은 매각 절차를 밟았다. 건전한 자본이 투자됐다면 곧 정상화의 길을 걸을 수 있는 회사였다. 하지만 이 회사는 기업 사냥꾼에 불과한 골든에셋플래닝 컨소시엄에 넘어갔다. 과정이 교묘하게 이뤄지는 바람에 채권단이나 사원 모두 속았다가 지난해 10월 당시 대표이사 이희헌씨의 회사돈 횡령 사건이 터지면서 전모가 드러났다. 결국 어렵게 살려낸 회사는 다시 신용 등급이 추락하고 수주가 감소하는 등의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 검은 자본의 실체는 대부분 건설업 경영과는 무관한 일시적 자금이다. 빼먹을 가치가 있는 회사라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단 집어삼킨 뒤 웃돈을 붙여 되판다는 생각으로 덤벼든다. 우리사주조합이나 건전한 자본의 참여를 막기 위해 흔히 높은 가격을 제시, 우선매각협상자의 지위를 얻은 뒤 실사를 통해 값을 후려쳐 헐값에 매입하는 수법이 동원된다. 김영진 M&A연구소의 김영진 소장은 “M&A시장에 나올 건설사들이 남광토건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법이 없다.”면서 “노조나 사주조합 등이 아무리 나서도 검은 자본의 교묘한 전략·전술을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이식 줄기세포 면역거부 완화법 개발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환자에게 이식하면서 생기는 면역 거부반응을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서울대 연구팀에 의해 개발됐다. 서울대 의대 안규리 교수팀은 줄기세포 이식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됐던 면역거부 반응을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고 17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International Journal of Biochemistry & Cell Biology’ 등 2개의 국제 학술지 1월호에 각각 발표됐다. 논문에 따르면 연구팀은 면역세포의 공격시 표지 역할을 하는 ‘MHC분자’를 숨기는 방법을 사용했다. 줄기세포를 환자에게 이식할 경우 환자의 면역세포는 이식된 세포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파괴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자신의 것과 남의 것을 구별하는 역할을 하는 게 ‘MHC분자(주조직적합성분자)’이다. 안 교수팀은 이번 연구에서 바이러스나 암세포가 MHC분자를 숨김으로써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해간다는 사실에 착안,MHC 분자를 숨기는 데 이용하는 유전자를 이식할 줄기세포에 넣었다. 그 결과 줄기세포 표면의 MHC분자가 정상수준보다 현저하게 감소하는 현상을 확인했다고 연구팀은 보고했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진로인수전 갈수록 치열

    국내 최대 주류업체인 진로 인수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진로는 1997년 9월 부도난 뒤 법정관리에 들어간 상태이며, 그동안 지분 손바뀜이 잦았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소주시장의 55%를 점하고 있다. 우호지분 등을 합쳐 골드만삭스가 최대주주로 파악되고 있다. 채권단협의회를 골드만삭스가 이끌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매각 주간사로 지정된 메릴린치증권이 최근 실사작업을 끝내고 이달말쯤 매각공고를 낼 예정이다. 매각가격이 2조∼3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수 대상자 후보로는 10여곳이 거론되고 있다. 두산, 롯데,CJ, 하이트맥주 등 국내 업체와 JP모건 등 외국계 업체가 있다. 덩치가 워낙 커서 자금확보가 인수전의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금줄로 보면 롯데, 두산,CJ 등이 유리한 입장이다. 특히 롯데는 대선주조로 부산권을, 두산은 산소주로 강원·수도권을 공략하고 있는 기존 세력들이다. 종합식품회사인 CJ는 자금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소주시장 경험은 없다. 전북이 거점인 하이트맥주의 하이트주조(옛 보배소주)도 만만치 않다. 오너측에서 ‘관심이 있다.’고 말할 정도로 애착이 강하다. 다만 자금확보면에서 대기업들에 비해 다소 불리해 여의치 않으면 컨소시엄 형태로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다분하다. 무주리조트 등 인수·합병(M&A)으로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는 대한전선도 4700억원대의 진로 채권을 보유하고 있어 주특기를 살릴지 여부가 주목된다. 이밖에 금복주(경북), 무학(경남), 보해(전남)등이 있긴 하지만 인수 여력이 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 업체의 경우 단독으로 입찰에 응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시장성이 뛰어나 관심은 많지만, 홀로 인수에 나서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얘기다.JP모건 외에 CVC캐피털, 뉴브리지캐피털 등이 컨소시엄 형태로 들어올 가능성이 점쳐진다. 주병철기자 bcjoo@seoul.co.kr
  • 장기파업 청주 최대 버스업체 우진교통 노조서 인수

    장기 파업을 벌이던 충북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우진교통 노동조합이 경영권을 인수, 직접 경영에 나섰다. 우진교통은 청주 6개 시내버스 회사(총 437대) 가운데 가장 많은 117대의 버스를 보유하고 있으며, 사무직과 정비사 40명, 운전사 230명 등 모두 27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 회사 노조는 10일 청주시장실에서 회의를 갖고 임금 퇴직금 등 회사부채 140여억원을 떠안고, 회사측은 전체 주식 29만주의 50%와 대표이사·이사 선임권을 노조에 넘기기로 합의했다. 노사 양측은 파업기간에 부당노동행위와 업무방해 등으로 맞섰던 고소·고발을 모두 취하하고 파업이탈자 17명의 고용을 보장하는 데도 합의했다. 노조는 지난해 6,7월 사측이 임금(총 15억원)을 체불하자 7월24일부터 파업을 벌였고 사측은 이에 맞서 8월25일 직장폐쇄에 들어갔다. 거듭된 노사 협상에도 합의를 이루지 못해 청주시는 지난해 11월16일 “합의가 안 되면 사업면허를 취소하겠다.”고 선언했다. 노사는 이 같은 위기의식에 수차례 물밑접촉을 벌였으나 실패를 거듭하다 청주시가 못박은 면허취소 유예 만기일 날에야 합의에 성공했다. 경영은 노조 출신 이사와 조합원들이 맡는다. 이사는 노조 출신 3명과 나머지 주주 가운데 2명 등 모두 5명으로 구성된다. 주식은 일반적인 사주조합과는 달리 1인 명의로 보유한다. 조합원이나 사외 인사 가운데 누구에게 주식을 양도할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여러 사람이 주식을 보유하면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된 김재수 민주노총 충북지부 사무처장은 “주식을 조합원들이 나눠 보유하는 우리사주조합형태의 회사는 국내에 여럿 있지만 우진교통은 주식 소유 방식에서부터 경영에 대한 의사결정 구조, 임금체계 등 기존 기업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 자주관리 기업’이 될 것”이라면서 “이러한 형태의 회사는 우리 회사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청주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10원짜리 만드는데 12원 든다

    구리와 아연의 국제시세 급등으로 동전값보다 동전만드는 재료값이 더 비싸졌다. 이른바 ‘멜팅포인트(Melting Point)’를 넘어섰다는 얘기다. 멜팅포인트는 동전의 소재로 쓰이는 금속의 시세가 동전의 액면금액과 똑같아지는 시점을 뜻하며, 소재 가격이 액면금액 이상으로 상승하면 동전을 녹여 여기서 나오는 금속을 다른 용도로 쓰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현재 10원짜리 동전은 구리 65%, 아연 35%의 비율로 주조되고 있으며 국제원자재 시세를 기준으로 한 10원짜리 동전의 소재가격은 2003년말 개당 9.0원이었으나 지난해 6월말에는 9.7원으로 높아졌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들어 구리의 국제가격이 급등하면서 10원짜리 동전의 소재가격이 작년말 기준으로 12원 안팎으로 급등한 것으로 알려졌다.10원짜리 동전을 만드는데 사용된 금속의 실제 가치가 액면금액을 능가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주병철기자 bcjoo@seoul.co.kr
  • 자연의 재앙, 인간/프란츠 부케티츠 지음

    ‘자연의 재앙, 인간’(프란츠 부케티츠 지음, 박종대 옮김, 시아출판사 펴냄)은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답답하고 우울한 느낌을 지울 수 없게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 책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진화는 있을지언정, 진보는 없다.’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 ‘진화란,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의 연속’이란 절망적 목소리뿐이다. 처음엔 ‘이렇게 극단적이고 병적인 비관주의적 사고의 소유자가 있을까.’ 하고 저자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번득이면서 책장을 넘겨보지만, 거부하기 어려운 논리에 의문부호를 하나씩 내주다 보면 결국 남는 것은 가슴 가득 차오르는 답답함뿐인 걸 어쩌랴. ●진화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의 연속 냉정하게 돌이켜보면 사실 인간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인류의 진보를 종교처럼 떠받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과학기술의 발달에 비례해 살육의 기술과 규모를 키우는 인류의 광기, 개발과 물질만능 뒤안의 환경파괴와 그로 인한 자연재앙들만 보아도, 진보는 허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완전히 지워버리긴 어렵다. 책이 시작되자마자 저자는 묻는다. 최초의 인간이 석기나 맨손으로 짐승을 사냥하고 열매를 따먹다가 현대인이 슈퍼마켓에서 포장된 음식을 구입해 요리해먹게 된 것을 진보라고 할 수 있는가. 인간이 과학기술 문명의 혜택을 누린다는 이유만으로 석기시대의 선조들보다 나은 인간이라가 말할 수 있는가. 이 책은 생물학적 진화와 사회문화적 진화 영역에서 진보사상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발전했는지를 해부하고, 이를 통해 진보사상이 얼마나 공허한 것인지를 여지없이 파헤친다. 먼저 생물학적 진화를 과연 진보와 발전의 개념으로 연상하는 것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기생생물의 예를 들어 밝힌다. 바다에 사는 게에 기생하는 주머니벌레는 유충때 자유롭게 바닷속을 떠다니다가 숙주인 게의 몸속으로 구멍을 뚫고 들어간다. 일단 들어가면 눈과 다리, 신경조직은 완전히 퇴화하여 사라지고, 대신 앞쪽 끄트머리에서 가느다란나 관들이 나와서 벌레 자체가 생식선화한다. 이처럼 기생생물은 진화가 오로지 진보와 발전이 아닌 퇴행도 함을 잘 보여준다. 생물이 고도로 진화해 탄생했다는 포유류중 하나인 개 1마리에 얼마나 많은 기생생물이 살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진화에서 진보와 상승발전이 핵심이라는 주장은 정말 터무니없다는 것이다. ●수많은 생물종들이 진화하다 멸종 지은이는 생물들의 진화는 근본적으로 크고 작은 재앙들의 연속이라고 누누이 강조한다. 지구가 생긴 이후 수많은 생물종들이 진화하다가 멸종의 재앙을 맞았으며, 이는 인간도 예외일 수 없다는 것. 만일 진화과정에서 중단 없는 진보가 존재한다면 이같은 재앙들을 설명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은 그 자체가 자연사에서 발생한 갖가지 재앙들의 한 결과물일 뿐이다. 한데도 그러한 사실을 잊은채, 지구상의 어떤 동물보다 더 나은 지식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연과 진화를 점점 더 큰 재앙속으로 밀어넣고 있다. 인간은 여전히 자연의 폭력 앞에 미약하고 무력한 존재이며, 정교하게 발달한 과학기술에도 불구하고 대규모의 자연재앙에 속수무책일 뿐이다. 지금까지 멸종을 맞은 수많은 생물, 아니 우리 선조인 구석기인들만 해도 막대한 재앙을 일으킬 능력이 애초에 없었지만 현대인 즉 ‘연미복을 입은 석기시대인’은 진보의 기치를 높이들고 대량소비와 환경파괴란 폭탄을 짊어지고 재앙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자연의 재앙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사회문화적 진화는 진보성을 띠고 있는가. 지은이는 이 또한 단호히 거부한다. 진보의 증거로 내세우는 문명은 오히려 인간의 원시적 습성과 행위 충동, 즉 파괴본능을 더 조장한다. 파괴본능으로 무장한 인간의 원시적 행위 충동들이 쉽게 발현될 수 있도록 특별한 삶의 조건들을 만드는 것은 다름아닌 문명인 것이다. 그 노골적인 예가 바로 국가간의 전쟁이다. 구석기시대의 무리들이 생존을 위해 사냥감을 놓고 싸움을 벌였다면, 현대 국가들은 이데올로기적 이유로, 국가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는 이유로, 혹은 세계를 지배해야겠다는 신념으로 전쟁을 일으킨다. 문명화 과정은 오히려 갖가지 도구들의 축적과 함께 인간의 폭력적 잠재력을 체계적으로 확장시킨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문명은 인간의 파괴본능 되레 조장 이 책은 만물의 영장을 자임하고, 지구의 주인으로 행세하면서도 지구의 황폐화를 향해 달려가는 현대인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국제적으로 저명한 생물학자이자 과학철학자인 저자는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까지도 헛된 희망을 땅에 묻어버리라고 독자들에게 요구한다.‘인간이 우주조차도 자신을 위해 존재한다는 오만을 버리고 우주의 한 점에 불과한 곳에 사는 털없는 원숭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재앙을 향한 발걸음을 최소한 늦출 수는 있지 않을까. 그러나 오만과 광기로 점철된 지난 역사를 돌이켜볼 때 이 또한 헛된 희망일 듯싶다.1만 8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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