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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론] 국정원 사건에 대한 헌법기관의 책무/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시론] 국정원 사건에 대한 헌법기관의 책무/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국가정보원의 선거 개입 사건에 대한 국회의 국정조사가 위원회 구성 때문에 난항을 겪고 있다. 검찰 수사와 별개로 국회가 조사를 해야 하는 까닭은 그 헌법적 임무가 다르기 때문이다. 국정조사권은 국회가 입법권을 올바르게 행사하기 위해 필요하다. 검찰은 법 위반의 내용을 다뤄 직접관련자를 처벌하는 데 그친다.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제도를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국회의 몫이다. 헌법은 국가의 주요 사항을 반드시 국회가 법률로 정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국회가 입법조치를 필요로 하는 사태의 진상을 직접 규명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답을 낼 수 없다. 국정조사의 실시 자체는 여야 간에 다툴 문제가 아니다. 국회가 입법기관으로서 헌법적 책무를 다하는가의 문제이다. 다만, 제도 개혁의 내용과 범위에 대해서는 여야 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예컨대 국정원 개혁을 놓고 수사권을 폐지하자는 점에 합치하되, 국내 보안정보 업무 중에서 대북 업무를 남길 것인가에 대해 의견이 갈릴 수 있다. 그렇게 보면 여당의 태도는 직무유기다. 대통령과 입을 맞춘 듯이 ‘전 정부의 일’이라고 외면했다. 정권은 단속적이지만 국정은 연속적이라는 상식이 없었다. 대통령제에서 여당과 대통령의 관계는 가깝다. 그렇지만 여당이 청와대와 한통속이 된다면 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무시하는 것이다. 여당이 국회의 입장에서 견제의 책무를 다할 때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민주적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여당이 청와대에 충성을 다하면 제왕적 대통령제로 변질이 일어난다. 한편 국회가 국정원을 개혁하는 법률개정안을 만들어 내는 일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더욱이 지금 상황에서 국정원 개혁은 정보권력 분립의 문제이다. 각종 정보기관의 업무가 비밀리에 비대해졌기 때문이다. 국정조사의 범위는 국정원만이 아니라 경찰과 검찰, 군의 정보기구까지 확장되어야 한다. 국회는 이 기관들의 예산·업무 등에 대해 필요하다면 비공개로 조사하고, 결과에 따라 국가안보 차원의 비밀을 유지하면서 각 정보기관을 법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국회가 국정조사 및 입법 활동을 하는 동안 대통령은 할 일이 따로 있다. 집행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국정원 개혁안을 제시하는 일이다.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헌법 제66조 제2항)를 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정원은 대통령의 지시와 감독을 받는 직속기관이며, 국정원의 조직은 국가정보원장이 대통령 승인을 받아 정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은 절망스럽다. ‘국정원 개악’의 지침이다. 국정원법은 국내 보안정보를 ‘대공, 대정부 전복, 방첩, 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으로 정하고 있다. 그런데 대통령은 국정원이 “대북정보 기능을 강화하고 사이버테러 등에 대응하고 경제안보를 지키는 데 전념”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테러와 사이버테러는 다른 개념이다. 경제안보로 표현한 기업의 비밀은 국가기밀과 다르다. 이는 법이 정한 국정원의 업무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다. 국정원은 법을 어기고 정치 및 선거에 개입함으로써 본연의 의무를 위반하고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했다. 한국의 민주주의 수준을 고려하면, ‘3·15부정선거의 사이버 버전’이라 부를 만한 중대한 사건이다. 대통령은 인사권자로서 관련자들에게 지휘감독의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 정보기관은 비밀주의 속성 때문에 인권 또는 민주주의와 친할 수 없다. 최소한의 업무와 권한만을 주어야 하는 까닭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헌법과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의 공정성이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롭다. 헌법을 경시하는 국회와 대통령의 행태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국가기관이 헌법적 책무를 저버린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 때에는 유책 추정의 원칙이 적용되고, 관련 기관은 그 무책을 입증해야 할 책임이 있다. ‘유권무책 무권유책’이라는 분노의 신조어를 만들어내려 하는가.
  • [기고] 국정조사와 국정원 개혁 방향/문순보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기고] 국정조사와 국정원 개혁 방향/문순보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최고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이 수난의 시대를 맞고 있다. 지난 대선 때의 정치 개입 의혹부터 최근의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에 이르기까지 전대미문의 사건들로 시끄럽다. 최근 여야 정치권에서 국정원 댓글사건과 관련해 45일간의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국정원의 미래는 수술대 위에 오르게 됐다. 그러나 최근 남북관계를 고려할 때 국가안보와 방첩활동을 담당하는 정보기관의 위상을 깎아내리고 심지어 조직의 폐지까지 주장하는 것은 과도한 처사라 생각된다. 국정원에 집중되는 비난의 시선과 온갖 의혹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정보기관은 필수적인 존재다. 북한이 다양한 도발 위협을 가하고 남남갈등을 조장하려는 현실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가령 야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주장처럼 국정원 조직을 해체할 경우 6·25 사이버공격 같은 북한의 은밀한 도발을 어떻게 감지하고 대응할 것인가. 실제로 국정원은 최근의 혼란상과 비난에 대한 대응책에 고심하다 지난 6·25 사이버 공격을 사전에 감지하지도 못하는 등 본연의 업무에 소홀한 모습을 보인 것 같다. 야권에서는 최근 국정원장의 탄핵과 조직 해체까지 거론하며 정보기관의 부도덕성을 연일 질타하고 있다. 심지어 야권에서는 장외투쟁까지 벌이며 국정원 개혁을 위한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구국전선’이 대선 무효 및 정권 퇴진을 부추기는 촛불시위를 선동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 야권의 국정원 단죄 의지가 북한의 남남갈등 조성 전략에 이용당하여 퇴색되거나 자칫 변질될 우려가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향후 전개될 국정조사에서는 국정원의 정치 개입 의혹과 관련하여 사실관계를 토대로 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국정원 개혁의 방향은 정보기관의 전문성을 최대한 살리되 조직의 정치 개입이나 정치 사찰은 엄격히 규제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들을 도출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국정원의 전문성이란 대북정보 수집 외에도 종북세력 및 간첩 활동을 차단하고 국가안보를 위한 파수꾼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전문성을 넘어 국정원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남용하며 민주주의에 역행할 소지는 확실히 규제돼야 한다. 그러나 국정조사 정국이 정보기관에 대한 민주적 통제라는 이름하에 국정원을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 북한까지 ‘국정원 죽이기’에 나선 마당에 정치권에서마저 조직의 폐지 등 극단적 처방을 논의한다면 조직 구성원들의 사기 저하와 업무 위축 등 국익을 저해하는 또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자유와 민주, 인권이라는 지상가치도 따지고 보면 국가안보가 충만히 보장될 때 추구될 수 있는 가치들이다. 국가의 안위가 흔들린다면 그런 가치들도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번 국정조사를 통해 조직 운영상에 문제점이 드러났다면 정치권은 그것을 시정하는 노력을 통해 국정원을 한 차원 성숙된 정보조직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국정원이 국민의 신뢰를 받는 진정한 정보조직의 위상을 갖추도록 관련 법안을 정비하고 정보기관으로서의 특수성과 기능을 제도적으로 정비할 때, 국정원은 새롭게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 “당론 위배”… 민주, ‘회의록 제출’ 투표 반대표 의원들 서면경고

    “당론 위배”… 민주, ‘회의록 제출’ 투표 반대표 의원들 서면경고

    민주당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제출 요구안’에 반대표를 던진 소속 의원들에게 당론을 위배했다며 서면경고했다. ‘구속적 당론’(강제당론)이 당내 민주적 의사결정을 저해한다는 논쟁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는 등 후유증이 예상된다. 정치권에선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자율성을 위해 강제적 당론을 지양하는 흐름이 형성 중이다. 지난해 대선 때 문재인·안철수 의원이 야권후보 단일화 논의를 하는 과정에서 합의했던 ‘새정치 공동선언’ 정치개혁 과제 중에도 강제적 당론 지양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런 흐름을 들어 해당행위가 아닌데 당론을 위배했다고 경고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왔다. 5일 민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 3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반대표를 행사한 의원들에 대해 서면경고 결정을 내리고, 해당 의원실에 전병헌 원내대표 명의의 서면경고장을 발송했다. 당헌·당규상 강령 및 당론 위반은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국익 등을 들어 대화록 공개를 반대한 이들 의원의 소신 자체는 존중한다는 취지에서 당 윤리위에 회부하지는 않았다. 당시 김성곤·김승남·박지원·추미애 의원 등 4명이 반대표를 행사했다. 민주당은 종합편성채널 출연금지 당론의 경우 일부 의원들의 출연에도 불구, 제재가 이뤄지지 않아 당론 자체가 유명무실해지자 지난 4월 해제했다. 이번에도 민주당 지도부가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조사라는 여야 대치국면에서 단일대오 형성을 위해 경고했지만 실효성이 의심받고 있다. 가결이 강제적 당론이었던 새누리당은 표결 참석 의원 중에는 반대가 없었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 이집트軍, 무르시측 反군부 시위대에 총격

    이집트軍, 무르시측 反군부 시위대에 총격

    이집트 군부의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 축출로 시작된 정국 혼란이 무력 충돌로 확산되고 있다. AP통신은 5일 이집트군이 카이로 공화국수비대 본부로 행진하던 수백 명의 무르시 지지자들에게 총을 쐈다고 보도했다. 이 총격전으로 인해 최소한 3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부상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지난 3일 내쫓긴 무르시는 현재 공화국수비대의 한 병영 시설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무르시의 정치적 기반인 무슬림형제단은 이집트 전역에서 ‘거부의 금요일’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군부에 대한 반(反)쿠데타 시위를 벌였다. CNN은 카이로 외곽에서 무르시 지지자들의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군부가 무슬림형제단과 자유정의당의 지도부 300여명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등 새로운 체제 구축에 나서자 무르시 지지세력의 반격이 거세진 것으로 보인다. 이 시위로 인해 혼란이 확산되는 것을 우려한 아들리 알 만수르 임시 대통령이 “무슬림형제단은 국민의 일부이며 국가를 재건하는 데 참여할 기회를 주겠다”며 회유에 나선 것도 무위로 돌아갔다. 앞서 이날 오전에는 이슬람 급진주의자들로 추정되는 세력이 로켓포와 기관총으로 무장한 채 시나이반도 엘 아리시 지역의 군경시설 4곳을 공격해 군인 1명이 숨졌다. 이 공격으로 인해 이집트 군부는 가자지구로 이어지는 국경을 무기한 폐쇄했고 엘 아리시 지역을 중심으로 군병력을 증강 배치했다고 이집트 현지 국영신문인 알-아흐람이 전했다. 군부에 의해 축출된 무르시는 압델 파타 엘시시 국방장관이 지난 1일 제시한 최후통첩에 “내 시신을 밟고 가라”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저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르시는 첫 민선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무색하게 자기 편에게서도 버림받고 군대와 경찰로부터도 지지를 받지 못하게 되면서 군이 제시한 최종 시한이 끝나고 특공대원들이 도착했을 때 압송에 조용히 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군부가 무르시를 몰아낸 데 대해 대부분의 서방 언론들은 “잘못된 쿠데타”라면서 비판적인 기조를 드러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사설에서 “무르시의 많은 실책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집트에서 처음으로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였다”면서 “군부의 축출은 의문의 여지없이 쿠데타”라고 지적했다. 영국 언론인 사이먼 젠킨스는 가디언에 쓴 칼럼에서 “군에 의한 갑작스럽고 폭력적인 정부 전복은 쿠데타가 분명한데도 서방 정부들이 ‘좋은 의도를 가진 군사개입’과 쿠데타를 구분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이집트 軍, 무르시 축출… 쿠데타 논란에 민심 분열

    이집트 軍, 무르시 축출… 쿠데타 논란에 민심 분열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이 집권 1년 만에 반정부 시위와 군부 개입으로 결국 권좌에서 축출됐다. 군부는 조기에 대선을 치르겠다고 밝혔지만 쿠데타 논란과 함께 민심도 분열돼 정국은 혼란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된다. CNN에 따르면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국방장관은 3일 오후(현지시간) 국영TV 생방송에서 무르시 대통령의 권한을 박탈했다고 발표했다. 엘시시 장관은 “무르시가 이집트 국민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실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30년간 이집트를 통치했던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아랍의 봄’으로 퇴진한 뒤 지난해 6월 대선을 통해 권력을 잡은 무르시 대통령도 정책 실정과 민심 이반으로 실각하는 운명을 맞았다. 이집트 군부는 현행 헌법 효력을 정지시키고 새로운 내각을 구성하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또 아들리 알 만수르 헌법재판소장을 차기 대선 때까지 임시 대통령으로 임명했다. 만수르 소장은 4일 취임식에서 “무르시 사임을 촉구한 대규모 시위로 영예로운 혁명의 길을 바로잡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무르시와 그를 지지하는 세력의 반발이 거세 정치적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무르시는 축출 발표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나는 선출된 대통령이다. 군의 로드맵 발표는 쿠데타”라며 반발했다. 무르시는 측근들과 함께 카이로 공화국수비대 병영 건물에 억류됐다가 국방부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무르시의 정치적 세력 기반인 무슬림형제단은 “저항 집회를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반면 무르시 취임 1주년인 지난달 30일부터 대규모 시위를 벌여 온 수십만명은 이날 발표 후 축포를 쏘며 환호했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이집트의 상황에 우려를 표하며 군부는 조속히 민간에 권력을 이양하라고 촉구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군이 이른 시일 안에 투명한 절차를 거쳐 민주적으로 선출된 민간 정부에 전권을 돌려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 [이집트 군부 무르시 축출] 오바마 “깊은 우려” 속 ‘쿠데타’ 규정 안해…사실상 묵인

    미국 정부는 이집트 군부의 쿠데타를 묵인하는 분위기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미국은 무함마드 무르시 정권을 전복시키고 헌정을 중단시킨 이집트 군부의 움직임에 깊은 우려를 표시한다”면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민간 정부에 투명한 절차를 통해 전권을 신속하게 되돌려 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무르시 대통령을 복귀시켜야 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또 이번 사태를 쿠데타로 규정하지도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군부는 무르시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을 임의로 체포해서는 안 되고 이집트 국민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면서도 “미국은 이번 사태에서 어느 편도 들지 않고 있고 이집트의 미래는 궁극적으로 이집트 국민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고 말해 현 상황을 사실상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다. 미국이 이처럼 쿠데타를 사실상 방관하는 것은 이슬람형제단보다는 군부 통제를 받는 온건 이슬람 정권이 들어서는 게 국익에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미 국방부는 이날 척 헤이글 국방장관이 전날과 지난주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국방장관과 두 차례 전화 통화했다는 사실을 공개해 양국 군 수뇌부 사이에 교감이 있다는 관측을 불렀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역사학자 225명 국정원 사태 시국선언

    국내 역사학자들이 “국정원의 대선 개입과 2007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에 대해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시국 선언에 동참했다. 하일식 연세대 역사학과 교수(한국역사연구회장) 등 사학계 교수 10여명은 4일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역사학계 교수 및 강사 225명이 서명한 시국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전국의 역사학자들이 국민께 드리는 글’이라는 선언문을 낭독하기에 앞서 “현 사태에 대한 심각성을 알리고 온 국민이 나서서 책임을 물어야 하기에 ‘격문’ 형식으로 시국 선언문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국가정보기관이 최고급 국가기밀을 마음대로 공개한 것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반국가 행위이자 민주주의를 파괴한 중대한 범죄 행위”라면서 “국민의 일원으로서 국정원의 책임을 묻고 모든 실상을 역사에 분명히 기록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한 여야 국회의원들이 지난 3일 국회 본회의에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자료 요구안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 “역사학자, 기록물 관리 전문가의 입장에서 입법 취지와 법 정신에 모두 위배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한편 사법연수원 2년차인 43기 연수생 95명은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고 공소 유지를 엄정히 해달라는 청원 형식의 의견을 검찰에 제출했다. 이들은 대검찰청에 낸 A4용지 3장 분량의 의견서에서 “국정원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절차에 개입하는 것은 헌법상 최고 통치기구인 대통령에 대한 민주적 정당성을 훼손하는 헌정 문란 범죄라는 점을 검찰총장이 충분히 감안해 사건을 정당하게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中, 박근혜 좋아하고 김정은 싫어해”

    중국은 박근혜 대통령을 좋아하는 반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싫어한다는 내용의 칼럼이 중국 최대 포털인 바이두(百度)의 뉴스 사이트에 소개됐다. 중국에서 남북한 지도자를 비교하며 김정은을 비호감이라고 적시한 글이 공표된 것은 이례적이다. 3일 바이두 뉴스는 주요 칼럼 코너에서 환구시보 등에 기고하는 칼럼니스트 왕진쓰(王錦思)가 쓴 ‘중국이 박근혜 대통령을 환영해 김정은이 난감하다’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그는 칼럼에서 “중국은 1960년대 전후로 박정희 전 대통령을 반동분자로 지목해 반대했지만 지금 그의 딸에 대해서는 라오펑유(朋友·오랜 친구)라고 부르며 귀빈으로 대접한다”면서 “반면 선혈로 맺어진 우의로 통했던 북한은 핵실험으로 중국을 난처하게 하면서 호감을 잃었고 중국인들은 김정은을 라오펑유는커녕 샤오펑유(小朋友·어린이, 작은 친구)로도 여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중국 문화를 존중하고 중국을 중시하며 민주적 선거 절차를 통해 선출된 지도자인 데다, 동양 여인의 온화함과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강인함까지 두루 겸비해 중국인들의 지지를 받는다고 치켜세웠다. 반면 김정은은 나라가 가난하고 국민이 배를 곯는데도 혼자 생선회와 중국요리를 즐겨 먹고, 고가의 요트를 타면서 언론을 통해 스스로를 구세주로 미화시키기도 한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중국인들은 세습으로 지도자가 된 김정은에게 ‘진싼팡’(金三?·김가네 셋째 뚱보)이라는 별명을 붙여 놀리거나 조롱한다”면서 “극보수파의 일부가 김정은을 좋아할 수 있지만 박 대통령의 인기와는 비교도 안 된다”고 말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기고] 신생 협동조합 과제는 경쟁력 확보/명정식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기고] 신생 협동조합 과제는 경쟁력 확보/명정식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된 지 6개월 만에 협동조합이 1200여개 설립됐다. 사회적 협동조합은 37개로 적은 편이지만 연합회도 4개나 설립됐다. 하지만 사회적 반향은 아직 잔잔한 편이다. 기대가 컷던 탓일까, 아니면 경영상 또는 우리 토양 부적응의 문제일까. 협동조합의 날(6일)을 맞아 신생 협동조합이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안착할 수 있는 길을 생각해 본다. 통계적으로 보면 출발은 신선해 보인다.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5월 말까지 6개월 동안 1210개의 조합이 설립됐고 조합원 수는 2만 6000명에 이른다. 조합 관리를 위해 대표와 이사, 감사, 직원 등 최소 5명만 선임됐어도 일자리가 6000개 이상 창출된 셈이다. 평균 조합원 수는 22명이지만 100명 이상인 조합은 23개, 10명 이하인 곳은 393개로 소규모가 많다. 평균 출자금은 220만원. 1억원 이상은 64개, 500만원 이하는 625개로 소자본 조합이 절반이다. 업종도 제조, 도소매업, 교육, 의료, 사회복지, 예술, 에너지, 농림축산 등 다양하다. 시행착오를 줄이려면 자본 조달과 경쟁력 확보가 관건인데, 협동조합 자본의 성격상 쉬운 일이 아니다. 북미나 유럽처럼 자본조달이 용이하도록 1인당 출자한도 확대, 총출자액의 일정비율을 비조합원에게 출자 개방, 주식시장 상장 등 융통성이 필요하다. 검증된 가장 큰 경쟁력은 윤리적 경영이다. 안전한 농식품, 공정한 가격, 윤리적 경영 등 기본에 충실한 협동조합들은 위기 속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다. 생존을 위해 협동조합과 기업이 상호 수렴해 가고 있지만, 시작하는 우리로선 무엇보다 협동조합 기본원칙에 충실하는 것이 중요하다. 협동조합은 가슴이 먼저임을 염두에 둬야 한다. 협동조합을 통해 큰 소득을 올리는 게 목적이라면 시작하지 않는 게 나을 것이다. 1844년 영국에서 최초로 로치데일 협동조합이 싹틀 때부터 오늘날까지 협동조합은 자본력이 아닌, 사회의 든든한 자양분으로서의 소임이 중요했다. 주식회사가 주주 이익에 최고의 가치를 둔다면,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 향상에 목적을 둔다. 1인 1표의 민주적 의사결정과 사업 이용에 따른 이익분배 등 절차적 측면에서도 확연히 다르다. 조합원이 되는 데는 일정한 자격요건이 필요하고 객관적 심사와 가입승낙의 절차가 필요하다. 가입기준이 자본(돈)이 아니기 때문에, 자본이익을 위해 시작했다면 돈으로 인해 쌓아온 조합원 간 신의도 깨질 수 있다. 끝없는 욕망을 좇던 자본주의가 부작용을 나타내자 따뜻한 자본주의와 경제민주화가 화두가 되었고, 대안으로 협동조합이 부각되고 있다. 공정한 분배와 정신적 유대 등 돈으로 살 수 없는 고유의 가치가 깊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 협동조합 임원은 명예직인 경우가 많고 자본력도 크지 않아 전문성과 책임감에서 미흡하다. 민주절차에 따른 의사결정의 지연을 극복하기 위해 상시 대면 접촉도 중요하다. 기업엔 ‘규모의 경제’가 유리하지만 협동조합에선 때로 소규모의 대면적 가치가 힘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기심을 통제하지 못하면 협동조합은 영원한 이상에 머무를 것이다.
  • [전문가 진단] 이슬람·세속주의 충돌… 군부 개입이 관건

    [전문가 진단] 이슬람·세속주의 충돌… 군부 개입이 관건

    2011년 2월 아랍 민주화 운동의 영향으로 이집트는 장기 군부독재정권을 타도하고 민주주의 정권을 창출했다. 하지만 새 정권은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대다수 이집트인들이 원했던 형태가 아니라 이슬람주의를 주창하는 정권이었다. 그 중심에는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과 무슬림형제단(MB), 자유정의당(FJP)이 있었다. 30일은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지난 1년 동안 이집트는 4900여 차례 파업과 22차례의 대규모 시위 등 수많은 정치·사회적 혼란을 겪었다. 이집트 정치와 사회를 움직이는 실질적인 주체는 이슬람 세력과 세속주의 세력, 군부다. 내부의 역학구도는 이슬람주의와 세속주의의 대립, 이슬람 세력과 군부의 갈등, 기득권 세력과 일반 대중의 갈등으로 형성돼 있다. 30일 대규모 시위를 주도한 세력은 지난 4월부터 활동하기 시작한 ‘타마르루드’(Tamarrud) 운동이다. 이는 무르시 정권에 대한 불신임, 불복종 운동으로서 세속주의 운동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 운동은 지난 대선 후보자였던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등 야권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 운동은 무르시 대통령의 하야와 조기 대통령 선거를 요구하고 있으며, 1500만명 이상의 지지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반면 친 무르시 지지자들은 6월부터 ‘타자르루드’(Tajarrud)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는 공평과 공명정대, 합법성을 주장하는 운동으로 이슬람주의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이 운동은 무르시 대통령이 민주적 절차에 의해 합법적으로 당선됐기 때문에 반(反)무르시 집회를 개최하는 것은 반헌법적이고, 미국과 시온주의자(유대 민족주의자)들의 사주를 받은 무모한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대중들은 지난 30년 동안 축적됐던 부패와 타락을 해소하기 위해 1년은 너무 짧은 기간이기 때문에 4년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정치적으로 1년 만에 무르시를 몰아내면 더 큰 혼란이 닥쳐 이집트의 정치는 더 큰 수렁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양 진영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30일 반정부 시위 이후 이집트 사회의 미래가 여전히 불안한 것은 이슬람주의자들과 세속주의자들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계속 대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군부는 위기 때마다 정치에 개입할 공산이 크고, 이슬람은 이집트의 전통적·현대적 가치에서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 [서울광장] 진보의 레일 바로 깔아야 한다/김종면 수석 논설위원

    [서울광장] 진보의 레일 바로 깔아야 한다/김종면 수석 논설위원

    진보적 자유주의가 새삼 정치 공론장의 화두가 되고 있다. 그다지 새롭지도 않은 가치논쟁에 저마다 한자리 걸친다. 정치권 재편의 핵으로 떠오른 안철수 의원의 ‘새 정치’ 지향점, 나아가 예상되는 신당의 정체성을 가늠할 이념적 푯대로 간주되기에 한층 주목받는 양상이다. 왜 지금 진보적 자유주의인가. 보수가 강조해온 이념인 자유주의에 ‘진보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신자유주의의 시장근본주의로 인한 사회경제적 문제를 민주적인 방법으로 개선한다는 뜻이 담겼다고 한다. 인간의 얼굴을 한 따뜻한 시장주의로 나아가겠다는 데 이의를 달 필요는 없다. 그러나 국민이 원하는 건 허공을 맴도는 고상한 이념이나 선언적 담론이 아니다. 진보가 됐든 보수가 됐든 포즈만 취하지 말고 구체적인 정치개혁의 결과물을 하나라도 보여 달라는 게 국민의 뜻이다. 안철수식 새 정치는 여전히 손에 잡히지 않는다. 자신의 싱크탱크가 진보적 자유주의를 공식 제시했음에도 정작 안 의원은 새 정치를 진보적 자유주의라고 명토 박아 말하지 않는다. 진보적 자유주의 간판이 결국 좌우 어느 한쪽으로 규정되지 않고 ‘중도의 프리미엄’을 누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진보의 정체성을 보다 확고히 해야 한다. 진보적 자유주의라는 모호한 개념보다 차라리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는 일직선적인 주장이 더 나은 것인지도 모른다. 한결 설득력 있고 정치적으로도 유효해 보인다. 하지만 이미 패는 던져졌다. 진보적 자유주의는 한없이 투명한 이념이 아니다. 그런 만큼 분명하게 맺고 끊는 정치가 필요하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 결선투표제만 해도 그렇다. 사실상 양당체제처럼 운영되는 우리 정치현실에서 결선투표제라도 없으면 의미 있는 제3 정치세력의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결선투표제를 당론으로 정했고, 진보정의당은 결선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치개혁연대 구성을 제안했다. 현재의 양당 구도를 ‘적대적 공존관계’라고 비판한 안 의원 역시 제3 섹터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면서도 막상 결선투표제 제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생각한 바 없다는 식이다. 이건 불신의 정치다. 자신의 대안정당이 궁극적으로 보수 대 진보적 자유주의라는 새로운 구도의 양당제를 꿈꾸는 것이 아니라면 더 이상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최근 ‘불평등의 대가’라는 책에서 미국이 “1퍼센트의, 1퍼센트를 위한, 1퍼센트에 의한 나라”가 됐다고 경고했다. 스티글리츠의 지적이 남의 일 같지 않다. 우리 또한 ‘1대99 사회’니 ‘갑과 을의 나라’니 하는 말을 예사로 하는 분열된 사회에 살고 있다. 사회양극화에 따른 불평등 해소가 물론 진보의 가치로만 추구할 문제는 아니다. 진보의 오래된 의제를 보수가 선점하는 시대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그래도 진보다운 진보가 좀 나서서 사회경제적 약자의 입장을 정직하게 대변해 줬으면 하고 바라는 게 사실이다. 진보정당의 존재 이유는 충분하다. 마침 진보가 쓴 ‘진보정치 반성문’도 나왔다. 진작 했어야 할 고해성사다. 정치적 존재감을 상실한 채 야위어 가는 진보정당이 재기의 몸부림을 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진보에 의한 진보의 재구성이 절실한 때다. 혁신의 외길로 내달려야 한다. 북유럽식 사회민주주의를 해보기로 마음먹었으면 그 길을 가면 된다. 진보의 종착역은 민생이다. 성장과 안보 담론까지 진보의 몫이라는 자각에 이를 때 진보의 미래가 있다. 진보정당의 문패를 내릴 심사가 아니라면 정체성의 위기를 극복하고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 진보적 자유주의는 진보와 어떻게 다른지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진보는 진보로 살아남아야 한다. 진보정당은 먼저 궤도를 이탈한 진보의 레일부터 바로 깔아 놓아야 할 것이다. 그런 연후에 진보적 자유주의와 회통(會通)을 해도 늦지 않다. 서늘한 진보의 항심(恒心)을 기억하라. jmkim@seoul.co.kr
  • [시론]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개혁의 성공 조건/김형준 명지대 정치학 교수

    [시론]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개혁의 성공 조건/김형준 명지대 정치학 교수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여야가 한목소리로 약속했던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여야 대표가 18일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관련 법안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최우선 처리키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국회 정치쇄신특별위원회에서도 국회 폭력 예방, 국회의원 겸직 금지, 연로 국회의원에 대한 연금 지급 폐지, 인사청문회 대상 확대 등에 합의했다. 특위가 합의한 사안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국회 폭력에 대한 강도 높은 처벌 조항이다. 국회의원들이 의사당 내에서 저지른 단 한 번의 폭행으로도 의원 배지가 날아갈 수 있도록 했다. 한국 선거의 역사는 정치 쇄신의 역사와 맥을 같이한다. 선거가 있을 때마다 모두가 정치 개혁에 대해 입에 발린 공약을 했다가 선거가 끝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법을 지키고,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치를 하겠다는 국회의원들의 약속을 국민들은 더 이상 믿지 않는다. 오죽하면 대한민국 국회는 거짓말만 일삼는 ‘양치기 국회’라는 오명을 갖고 있겠는가. 이번에도 정치 쇄신에 대해 어정쩡한 시늉만 내며 국민을 기만하면 국민 불신이 거세지면서 큰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따라서 여야가 합의한 ‘특권 내려놓기’가 공염불이 되지 않으려면 국회의원들이 자기 혁신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 우선, 정치 쇄신 법안을 국가정보원 대선·정치 개입 의혹 국정조사와 분리시켜 이번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 여야 대표는 최근 조찬 회동에서 최대 현안인 국정원 국조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여야가 이미 검찰의 국정원 댓글 수사가 종료되는 즉시 국조를 하기로 합의한 만큼 즉각적인 국조 이행을 여당에 촉구하며,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여야 협력관계의 마감을 선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또다시 국정원 국조를 둘러싸고 파행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과거 국회에서 파행이 길어지면 정치 쇄신안은 물 건너 간 경우가 많았다. 더구나 시간을 질질 끌면 정치 쇄신안은 누더기 법안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번 6월 임시국회에서 정치 쇄신 법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9월 정기 국회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둘째, 특권 내려 놓기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불체포 특권과 면책 특권도 대폭 축소해야 한다. 헌법에는 의원의 자주적·독립적 의정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대해 국회 밖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면책특권과, “현행범이 아닌 한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는 불체포 특권을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특권들을 교묘하게 악용해 정치 불신과 국회 파행을 증폭시키는 경우가 빈번했다는 점이다. 대정부 질문에서 면책특권에 기대어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막가파식 발언으로 본회의장을 여야 정쟁의 장으로 전락시킨 경우가 많았다.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는 최근 부패 비리나 선거법 위반의 경우에는 ’불체포 특권‘을 제한하고, 의원 체포나 석방 동의안 표결 시에는 공개 투표하도록 했다. 또한 명예훼손 및 부패 관련 발언에 대한 ’면책 특권‘을 제한하여 기준을 위반한 경우에는 윤리특별위원회의 결정으로 본회의에서 징계할 수 있게 했다. 국회 정치개혁 특위가 깊이 유념해볼 만한 사항들이다. 셋째, 국회의원 윤리심사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의원 윤리 사항을 담당하기 위해 국회의장 산하에 전원 외부 민간인으로 구성되는 의원윤리조사전담기구 설치를 검토해볼 만하다. 그래야만 윤리위의 제 식구 감싸기 관행이 사라지고 의원들은 자신의 행동에 무한 책임을 지게 되는 풍토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제 국회의원들은 자신에게 부여된 특권이란 오직 법을 만드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각오로 기존의 모든 특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더 이상 미완의 정치 쇄신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 [기고] 서울에서 즐기는 글로벌 홈스테이/고재득 서울 성동구청장

    [기고] 서울에서 즐기는 글로벌 홈스테이/고재득 서울 성동구청장

    전 세계의 공통언어로 자리 잡은 영어가 지도상의 경계를 없앤 지 오래다. 요즘 영어는 당연히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글로벌 시대의 필수 언어가 됐다.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사교육비 19조원 가운데 가장 많이 지출된 과목이 영어라고 한다. 특히 사교육비의 총 규모는 1조원가량 줄었지만 중·고교생의 월평균 영어 사교육비는 오히려 3년 연속 증가세다. 이에 성동구는 영어 학습의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논의한 끝에 학생과 원어민 강사 간 유대감 형성에 초점을 맞추고 홈스테이 형식의 교육 공간을 마련해 운영하기로 했다. 먼저 큰 규모의 건물 대신 원어민 부부가 상주하고 학생들이 함께 기숙생활을 할 수 있는 일반 주택을 골랐다. 이에 용답동 단독주택을 리모델링해 다양한 영어 체험공간으로 꾸며봤다. 공항, 은행, 우체국 등에서 역할극을 해볼 수 있는 총 7가지의 팝업 공간과 외국 식생활을 체험해 보는 오픈 키친, 빔 프로젝트 등이 설치된 교육 공간, 학생 숙소 등을 마련했다. 이름은 ‘성동글로벌영어하우스’(SD Global English House)로 지었다. 올 2월 문을 연 성동글로벌영어하우스는 현재 5기 학생들이 입소해 있으며 총 32명의 아이들이 이곳을 이용했다. 한 기수당 8명씩, 3주간 생활한다. 아이들은 학교 수업을 마친 후부터 다음 날 등교 전까지 이곳에서 원어민과 오직 영어로만 소통한다. 원어민 강사가 영어로 아이들을 깨우고 아침식사를 함께하며 시작하는 하루는 미국의 여느 가정과 다름없다. 은행이나 카페를 방문했을 때를 가정해서 영어 역할극을 해보고 외국 음식도 만들어 본다. 매일 저녁에는 영어일기도 쓴다. 회화부터 작문까지 꼼꼼히 익힐 수 있다. 교육을 맡은 원어민 강사는 미국 오리건주립대 출신의 젊은 신혼부부인데, 이곳에 거주하면서 아이들과 늘 가족처럼 지낸다. 학생들은 외국인과 장시간 함께 생활하면서 민주적 의사결정 방식이나 서양 예절 등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어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학부모 입장에서도 아이를 멀리 외국에 보내고 마음 졸이지 않아도 된다. 취사·청소·시설관리를 지원하는 근무자를 채용했으며, 성동구청 직원들이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야간 숙직도 병행하고 있다. 비용도 22만 5000원으로 최소한으로 책정했고, 국민기초생활수급자와 한부모가정 자녀 등 저소득층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앞으로 성동구는 이용 학생과 학부모의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하고 기존 수료생들도 강사와의 지속적인 유대관계를 맺도록 할 것이다. 또 글로벌영어하우스 주변 공원 등을 정비해 영어타운과 같은 지역의 명소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자신의 아들을 독일의 유명한 천재로 키워낸 칼비테가 제시한 자녀교육법 중 하나는 ‘배움을 즐겁게 유도하라’이다. 성동글로벌영어하우스 운영의 핵심 키워드를 ‘재미’, ‘몰입’, ‘유대감’으로 설정한 것도 그 때문이다. 성동구의 영어 홈스테이와 같은 시도들이 사교육비 경감과 더불어 아이들이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영어 교육 모델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 [터키 사태를 보는 두 시각] “권위적 정치에 국민 폭발”

    [터키 사태를 보는 두 시각] “권위적 정치에 국민 폭발”

    터키 시위를 ‘아랍의 봄’과 같은 민주화 시위로 볼 수 없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터키는 다른 아랍 지역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높은 민주화 의식을 가진 국가다. 에르도안 정권도 50% 안팎의 지지를 얻고 있다. 2008년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산 소고기 수입 재개를 놓고 반정부 시위 열기가 거셌지만, 일부 참가자들의 구호대로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시위로 인해 물러날 것으로 본 국민은 거의 없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탁심 사태를 ’단순 폭동’으로 평가 절하해서는 안 된다. 10년 넘게 이어진 에르도안 총리의 권위적 정치에 국민들의 분노가 쌓여 폭발한 것 역시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2002년부터 집권한 에르도안 총리는 ‘3류 국가’로 전락한 터키에 성장 드라이브를 걸어왔고, 최근에는 유럽연합(EU) 가입도 눈 앞에 두는 등 성과도 얻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많은 반대 세력들이 비민주적 방식으로 제거됐고, 에르도안 총리 이전의 터키와 이후의 터키를 다른 나라로 봐도 될 만큼 이슬람화가 가속화돼 우려도 샀다. 현재 터키 상황에서 선거로 정권을 바꾸는 것 역시 불가능해 보인다. 보수적 이슬람 성향인 동부지역을 중심으로 에르도안 총리에 대한 지지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총리는 게지공원 재개발을 놓고 ‘국민투표’ 카드를 꺼냈다. 어떤 사안이라도 지지율 대결로 몰아가면 자신이 이길 수밖에 없다는 점을 그는 잘 알고 있다. 특히 에르도안 총리는 2014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통해 장기집권의 토대를 구축해가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제기하듯 ‘에르도안이 ‘술탄’(과거 터키의 황제)이 되려 한다’는 걱정 또한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갖는 게 사실이다. 오종진(39) ▲터키 빌켄트대 국제관계학 박사 ▲키프로스 이스턴메디테리언대 국제관계학 박사 ▲한국외국어대학교 터키-아제르바이잔학과 교수(학과장)
  • [터키 사태를 보는 두 시각] “민주화 운동 아닌 폭동”

    [터키 사태를 보는 두 시각] “민주화 운동 아닌 폭동”

    터키 이스탄불 탁심 광장에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가 2주를 넘기면서 ‘탁심 사태’가 세계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특히 시위대가 언론자유 보장과 권위주의 정권 퇴진 등을 요구하자 대부분의 서방 언론들은 이번 시위를 ‘민주화 시위’로 보도하고 있다. ‘터키 한국특파원 1호’인 알파고 시나시 지한통신사 기자와 중동 문제 전문가인 오종진 한국외대 터키-아제르바이잔학과 교수를 통해 터키 사태에 대한 상반된 시각을 소개한다. 정리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탁심 사태’는 이스탄불 탁심 광장 내 게지(Gezi) 공원 재개발을 둘러싼 작은 시위가 발단이 됐다. 당초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외국 비즈니스맨들이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점에 착안해 호텔과 백화점, 박물관 등을 결합한 복합 쇼핑몰을 지으려 했다. 그러자 환경론자들이 숲 철거를 반대하기 위해 집회를 시작했다. ‘숲을 살리자’는 취지도 좋았고 시위도 평화롭게 진행돼 초기에는 이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일부 정치 세력들이 이런 상황을 이용하면서 시위가 본래 목적을 잃고 과격해졌다. 극좌 집단들이 시위에 참가했고, 나중에는 ‘에르게네콘’(요인 암살 등을 통해 현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비밀 네트워크)을 지지하는 사람들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한 유명 기자가 트위터에 “시위가 48시간 이상 지속되면 유엔이 현 정부를 합법 정부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멘션을 남기는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잘못된 정보를 확산시키는 데 한 몫 했다. 터키는 선거를 통해 정권을 선택해 온 민주주의 국가다. 총리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면 선거를 통해 합법적으로 물러나게 할 수 있다. 에르도안 총리는 세 번이나 총선에서 승리해 집권하고 있고, 선거 때마다 지지율을 더욱 끌어올렸다. 현 총리는 민주적 절차를 통해 충분한 정당성을 인정받았다.결론적으로 탁심 사태는 ‘터키의 봄’ 등으로 포장될 민주화 시위가 아니다. 2011년 영국 런던 시위처럼 일부 과격분자들의 ‘폭동’으로 보는 게 정확하다. 탁심 광장에는 에르도안 총리를 싫어하는 시위자들이 넘쳐나지만, 집이나 일터 등에는 묵묵히 에르도안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더 많다는 사실도 알았으면 한다. 알파고 시나시(25) ▲터키 이스탄불기술대 ▲충남대 정치외교학과(학사) ▲서울대 외교학과(석사 재학중) ▲터키 지한통신사 한국특파원(터키 한국특파원 1호)
  • 성균관 차기관장 선출 싸고 ‘집안싸움’

    성균관 차기관장 선출 싸고 ‘집안싸움’

    성균관이 차기 관장 선출을 둘러싸고 심한 내홍을 앓고 있다. 향교 대표들과 유도회 등 각 기관·단체들이 현 대행체제 불신과 함께 새 관장 즉각 선출을 요구하고 나선 반면 현 집행부는 이들이 대표성을 갖추지 못했다며 반발하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각 기관·단체들은 자신의 입장에 맞는 차기 관장 선출방식과 자격을 강력하게 요구해 최근덕 전 관장 구속 수감으로 표류하는 성균관의 혼란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12일 성균관 재건비대위(위원장 서정기)에 따르면 전국 234개 향교 대표들의 모임인 전국비상전교협의회(간사 박희찬 전 동래향교 전교)는 지난 4일 회덕향교회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현 직무대행체제 및 기구의 불인정과 1개월 이내에 성균관직제규정(안)을 만들 것을 결의했다. 이에 앞서 성균관유도회(회장 박남호)도 지난달 30일 성균관 유도회본부에서 전국 시도본부장 회의를 열어 차기 관장 선출을 시급히 촉구하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이들 성균관 각 기관·단체들이 일제히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일단 최근덕 전 관장 구속 수감후 2달째 성균관 표류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현 대행체제가 최 전 관장의 구속 수감으로 실추된 성균관의 환골탈태와 관련한 뚜렷한 입장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비상전교협희의회와 성균관유도회, 성균관 재건비대위가 한 목소리로 요구하고 나선 건 성균관 장정(章程) 폐기와 현 대행체제의 시급한 종결이다. 이 가운데 장정은 최 전 관장의 16년 장기집권을 부른 ‘최고의 악’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실제로 성균관 내부에서는 사실상 최 전 관장 연임 때마다 거수기 역할을 한 관장 추대위(50∼60명)의 바탕이 바로 장정이며 추대위 인선을 둘러싼 매관매직이 횡행했다고 보고 있다. 현 대행체제도 장정에 따라 최 전 관장이 지명한 인사들로 구성된 만큼 이른바 ‘성균관 사태’에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그런데 문제는 차기 관장 선출방식과 자격을 둘러싼 각 기관·단체의 주장이 흩어지고 있어 혼란스럽다는 점이다. 유교의 수장인 성균관장을 장정 이전의 민주적 선출방식에 따라 추대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지만 실천 방식에서 각 기관·단체의 입장차가 크다. 전국비상전교협의회 측은 지난 4일 전체회의에서 ▲16개 시도 전교대표자로 구성되는 전국비상전교협의회에서 제반 문제를 의결 결정할 것과 ▲성균관직제규정(안)을 전국전교회의의 의결을 거쳐 시행하며 이 협의회의 결의를 부인할 경우 성균관의 유교 대표성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앞서 성균관유도회도 지난달 30일 시도본부장 회의에서 차기 관장을 유림총회에서 추대 또는 경선으로 선출해야 한다고 결의했다. 이에 대해 현 대행체제는 이들 기관·단체들의 집단행동과 주장을 대표성을 갖추지 못한 일부 인사들의 야합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나섰다. 현재 성균관장 대행을 맡고있는 어약 성균관 수석부관장은 “나름대로 파악한 결과 최근 새 관장 선출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선 이들은 각 기관·단체의 전체성을 담보하지 못한 채 목소리만 높이고 있다”며 “특히 현 집행부를 전 관장 체제에 몸담았다는 이유만으로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현 대행체제는 이에 따라 다음 달 18∼20일쯤 각 기관·단체의 대표들이 참여하는 전국 유림대회를 열어 새 관장을 선출할 방침이다. 그러나 그때까지 각 기관·단체의 입장을 온전히 수렴하지 못할 경우 성균관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성금 횡령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구속 수감된 최근덕 전 관장은 징역 3년이 구형된 뒤 성균관장 등 일체의 직책에서 사임했으며 오는 14일 선고공판이 예정돼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사설] 심상정의 진보 반성문이 던지는 울림

    심상정 진보정의당 원내대표가 11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진보 반성문’을 내놓았다. 심 원내대표는 “진보정치는 국민의 기대만큼 준비되지 못했다”면서 “과거의 낡은 사고 틀에 갇혀 국민의 요구에 응답하지 못했다”고 했다. 나아가 “진보정당은 대기업 정규직 정당이 아니냐는 지적”이 “근거 있는 비판”이라고 시인했다. 또 “이념적 트라우마와 안보 불안을 깊이 주목하지 못했고, 이에 성실히 응답하지 못했다”고도 했다. 무엇보다도 “진보가 항상 옳은가”, “진보는 더 민주적인가”라고 자문하고 “민주주의 운영능력을 갖추지 못해 급기야 패권적 형태를 보이며 국민 불신을 자초했다”고 자인했다. 이런 발언은 지난해 4·11 총선에서 야권단일화 효과 등으로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13명을 당선시켰지만, 이후 비례대표 경선 부정과 ‘종북 논쟁’에 휘말리며 추락한 진보세력의 첫 번째 공개적인 자기반성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난해 4~5월 국민은 일부 진보세력들이 그들이 손가락질하던 보수보다 더 비민주적이고 더 부패하거나 타락한 것을 목격했다. 정파적 이익에 사활을 거는 추태가 깨알같이 드러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환멸했다. 이들의 등장을 격려한 1970~1980년대 뜨거운 아스팔트 위를 ‘반(反)민주 척결’을 위해 뛰어다녔던 이른바 운동권 출신의 국민도 마찬가지였다. 2003년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소속 지역구 2명과 비례대표 8명이 등원할 수 있었던 배경은 우리 사회에도 진보적 가치를 내건 정당의 필요성을 국민이 인정한 덕분이었다. 그러나 제도권에 진출한 진보정치세력들은 중소기업 노동자와 비정규직, 소외계층을 대변하기보다 등 따뜻한 대기업 정규직을 편드는 편향성을 드러냈고, 사회의 개혁, 복지의 확산, 경제 민주화 등에 힘을 쏟기보다 ‘민족해방’(NL)이니 ‘민중민주’(PD)니 하는 노선투쟁을 하며 사분오열했다. 큰 기대가 무산되니 그 반동으로 정치적 무관심과 불신이 찾아왔다. 지금은 진보세력들이 철저하고 진솔한 자기반성과 혁신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때이다. 더불어 새누리당과 민주당도 ‘내 눈의 들보’를 들여다보고 자기성찰에 기반을 둔 국민의 뜻이 반영된 정치개혁을 진행해야 한다.
  • 대화한다던 터키 총리 하루만에 최루탄 진압

    터키에서 반정부 시위가 12일째로 접어든 11일(현지시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무관용’ 원칙을 천명하며 시위대에 대한 강경 진압을 예고했다. 이날 여당인 정의개발당(AKP) 국회의원들에게 한 연설에서 에르도안 총리는 “이번 사건은 이제 끝났다. 더는 관용을 (시위대에) 보이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시위가 ‘폭력의 악순환’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며 “민주적 요구를 위해 투쟁하는 것은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전날 터키 정부는 에르도안 총리가 12일 시위대 대표와 회동할 예정이라고 발표해 사태 해결에 대한 기대를 모았으나 하루 만에 강경한 태도로 돌변, 반정부 시위가 재점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1일 이번 시위가 촉발된 탁심광장에서 철수했던 경찰은 이날 오전부터 진압 차량 2대를 동원, 광장 인근에서 시위를 벌이는 시민들을 향해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며 진압에 나섰다. 시위대도 경찰을 향해 화염병과 돌을 던지며 맞섰으나 속수무책이었다. 탁심광장 뒤편의 게지공원으로 물러난 수천명의 시위대는 텐트 수백 개를 설치한 채 타이이프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계속했다. 휘세인 무틀루 이스탄불 주지사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우리의 목적은 광장 주변에 있는 현수막과 동상을 제거하는 것”이라면서 “게지공원과 탁심광장은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탁심광장은 ‘타이이프(총리) 사임’, ‘입 닥쳐, 타이이프’라고 적힌 현수막으로 뒤덮였으나 모두 철거됐다. 경찰은 대신 터키 국기와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케말 파샤의 초상화를 내걸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위기의 한국사 교육] (2) 10년 이상 반복 교과서 논란

    [위기의 한국사 교육] (2) 10년 이상 반복 교과서 논란

    보수·진보 진영 간 중·고교 역사 교과서의 편향성 논란은 10년 넘게 반복된 해묵은 논쟁이지만 현 사회상에 대한 비판의식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진행형 이슈’이기도 하다. 10여년 전 편향성 논란을 최초로 제기한 측이 역사 전공자가 아닌 국회와 언론 등이었다면 최근에는 역사학계가 총동원돼 역사 전쟁을 벌이고 있다. 보수 진영은 북한 역사학계의 관점과 닮은 1980년대 운동권의 민중사관이 최근 역사 교과서에 반영됐다는 주장을, 진보 진영은 뉴라이트 등의 의견이 일본 극우파 의견과 닮은 꼴이란 주장을 이어 가고 있다. 최근 보수 진영 학자들이 모인 한국현대사학회의 ‘중·고등 한국사교과서 분석과 제언’ 학술대회에서 나타난 현행 교과서에 대한 비판은 2008년 뉴라이트 사관(史觀)을 담은 대안교과서에서 보인 인식과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학술대회에서 오영섭 연세대 이승만연구소 연구교수는 “동학농민운동을 조선 사회를 변혁하고 외세 침략에 맞서려 한 투쟁으로 본 관점은 북한 학계와 닮은 점”이라고 비판했다. 현대사학회 회장인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현행 교과서들은 해방 후 좌익이 신탁통치를 받아들인 것이 소련의 지시 때문이란 점을 감추고 있다”며 현행 교과서의 편파성을 주장했다. 한국현대사학회 소속 학자들은 기존 교과서에 대한 비판에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고교 교과서 집필 참여를 선언했다. 이들이 주도한 역사 교과서는 국사편찬위원회 검정 본심사를 통과해 8월에 마무리되는 최종 합격 심사 중에 있다. 보수 진영의 역사 교과서가 검정 본심사를 통과한 것은 처음으로, 이들이 주도한 교과서가 최종 합격될 경우 역사 교과서 논쟁이 고교 현장에서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미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역사 교과서 왜곡 대응팀을 꾸려 한국현대사학회가 주도한 교과서 배급에 대비하고 있다. “뉴라이트와 관련 없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한 한국현대사학회 측은 광주시교육청 등이 과잉 대응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과서 집필을 책임 진 이명희 공주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11일 “최종 합격 전이라 교과서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이승만 대통령 시절 자유민주주의가 훼손됐던 사실을 분명히 명기했고, 5·16쿠데타에 대해서는 쿠데타가 외래어이기 때문에 군사정변으로 서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과거 역사 교과서 논쟁에서 심판 격인 교육부가 보수 측 주장을 수용한 사례가 많다는 점에서 광주시교육청의 대응이 적절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2002년 당시 근현대사 교과서가 김대중 정부를 미화했다는 비판에 근현대사 교과서 검정위원이 일괄 사퇴하는 내홍을 겪은 뒤 교육부는 교과서 4종을 수정, 배포했다. 2004년 금성출판사가 내놓은 근현대사 교과서가 좌편향됐다는 국회 국정감사 지적 이후에도 교육부는 교과서 206곳에 대해 수정을 지시했다. 2011년 한국현대사학회가 중·고교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에 ‘민주주의’란 표현 대신 ‘자유민주주의’란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했을 때도 교육부는 이 주장을 수용했다. 2008년 뉴라이트 시각을 담은 대안교과서 출판 당시 학교 채택이 이뤄지지 않은 탓에 대응하지 않은 것을 빼고는 교육부가 늘 보수 측 주장을 받아들인 셈이다. 동학농민운동, 각종 단체의 독립운동 활동에 대한 평가, 해방 후 찬탁·반탁 논쟁에 대한 평가 등 근현대사 사건 대부분에 대해 보수·진보 진영 간 이견은 좁히기 어려운 상태다. 보수 측인 권 교수는 “현행 교과서 대부분이 대한민국 건국 이후 지속된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폄하하거나 북한의 전체주의와 균형을 맞춰 서술하고 있다”면서 “현행 교과서가 대한민국 헌법정신에 맞지 않는 왜곡된 역사 교육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진보 측이면서 중학교 역사 교과서 집필자인 주진오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는 “검정 기준을 통과해 현행 교과서에 나타난, 대다수 역사학자가 공유하는 역사인식을 좌편향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면서 “뉴라이트야말로 일본의 식민 지배와 친일을 정당화하고 독재를 불가피한 선택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는 양 진영의 충돌이 역사 논쟁에 대한 거부감과 피로감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커버스토리-甲 중의 甲 국회의원] 면책·불체포특권… 일 안해도 월급… 연봉은 1억 4500만원

    [커버스토리-甲 중의 甲 국회의원] 면책·불체포특권… 일 안해도 월급… 연봉은 1억 4500만원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은 국회의원이 누리는 가장 대표적인 특권이다. 물론 “국회에서 직무상 한 발언과 표결에 대해 국회 밖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의 면책특권과, “현행범이 아닌 한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는 불체포특권은 의원의 자주적·독립적 의정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헌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권한임에도 불구하고 종종 국민적 논란이 제기되는 것은, 책임의식은 갖추지 못한 채 권한만 남용하는 듯한 모습을 자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의원들에게는 무노동·무임금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국회를 파행적으로 운영하거나 회의에 불참해도 금전적 불이익이 전혀 없다. 유권자들이 국회의원의 특권을 문제 삼는 것은 그 특권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보편적인 상식과 정서를 넘어서는 언행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입법부로서의 권한 자체가 시빗거리가 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 같은 현실을 잘 알고 있는 여야는 지난 대선 당시 특권을 먼저 내려놓겠다고 경쟁했지만 1년이 지나도록 특권 관련 법안 처리는 전무한 실정이다. 이번 6월 임시국회에서는 새로 취임한 여야 원내대표들이 국회의원 특권 개선법을 일부 통과시키기로 합의했어도 의원들 사이에 겸직·영리활동 금지 등으로 생계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불만들이 많아 처리 전망은 여전히 밝지 않다. 여야는 6월 임시국회에서 정치쇄신특위를 가동해 ‘의원 특권 내려놓기’에 결실을 내겠다고 다시 약속하고 나섰다. 세비 삭감, 연금제 폐지, 겸직·영리행위 금지 등을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 5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미 여야가 합의한 국회의원의 겸직 및 영리업무 금지, 국회의원 연금 폐지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지난 4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법을 6월 국회에서 처리할 것”이라면서 “의원 겸직, 영리업무 금지, 전직 국회의원 지원금(연금) 축소, 국회 폭력 처벌 강화 등이 그 내용”이라고 말했다. 여야가 6월 임시국회에서 합의 처리키로 한 의원 특권 관련 법안들은 ▲변호사·교수 등의 겸직과 영리 활동 금지를 담은 ‘국회법 개정안’ ▲19대 의원들부터 연금 혜택(65세부터 매달 120만원)을 폐지하는 ‘헌정회 육성법 개정안’ ▲국회 폭력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이다. 아이디어 차원의 다양한 정치쇄신 관련법도 쏟아지고 있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2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 심사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국회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예결위의 감액 및 증액 한도를 법으로 정해 개별 의원들의 ‘쪽지 예산’을 차단하는 것이 목적이다. 국회의원의 입법권을 시민단체나 개인들에게 대폭 개방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도 여럿 제출됐다. 문제는 동료 여야 의원들이 법안 처리에 얼마나 동의해주느냐다. 지난달 31일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임채정 상임고문은 “의원정수 축소나 세비 삭감, 면책특권 축소는 정치 발전에 도움이 안 되는 얘기”라면서 “폐해가 있다고 하지만 만일 없앤다면 부작용이 훨씬 클 것”이라고 반발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도 “대선 국면에서 경쟁적으로 내놓은 특권 관련 법안들은 포퓰리즘적인 성격이 강하다”며 처리에 반대하고 있다. 국회의원 1인당 올해 기준 월 실수령액은 1031만원 수준이다. 기타 명절휴가비·특별활동비(회기중)·관리업무수당 등을 모두 포함한 연봉은 연 1억 4586만 2720원이다. 수당 외에 자녀의 중·고교 학비와 가족 수당이 별도로 지원돼 고교생은 분기당 44만 6700원, 중학생은 6만 2400원씩 주어진다. 가족 수당은 배우자 월 4만원, 자녀 1인당 2만원씩이다. 이 밖에 정책개발·자료발간·출장비·사무실운영·차량운영비 등으로 연 1억원이 추가로 지원된다. 또 한 번이라도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으면 범죄 등으로 처벌을 받아도 65세부터 월 120만원(연 1440만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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