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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닻 올린 ‘자치분권전략회의’… 연내 지방분권 특별법 개정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지방분권’의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기 위한 논의기구인 ‘자치분권전략회의’가 13일 출범했다. 행정자치부는 ‘자치분권전략회의’를 매주 목요일마다 정기적으로 열어 새 정부의 자치분권 추진전략 및 실천과제, 지방분권형 개헌 등 지방분권 전반에 대해 논의하게 된다. ‘자치분권전략회의’는 심보균 행자부 차관과 안성호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를 공동위원장으로 하고 자치단체장, 학계, 민간단체 등 사회 각계의 지방분권 전문가 18명으로 구성된다. 자치단체장으로는 김영배 서울 성북구청장, 최형식 전남 담양군수가 참여하며 나소열 자치분권비서관, 곽현근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 김순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이창용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상임대표 등이 위원이다. 김부겸 행자부 장관은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위해서는 중앙권한의 획기적 지방이양, 자주적인 지방재정 확충, 자치단체의 자치역량 제고, 풀뿌리 주민자치 기반 강화가 핵심적으로 추진되어야 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지방분권형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지방분권 추진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기 위해 지방분권 특별법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대통령 소속으로 현재 가동 중인 지방자치발전위원회는 자치분권위원회로 이름을 바꿔 오는 9월 말 재출범하게 된다. 자치분권위원회의 9월 출범에 맞춰 지방분권 특별법을 개정하고 늦어도 올해 안에 법 개정을 완료하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지방분권 특별법 개정의 목표는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에 부쳐질 예정인 헌법 개정이 국민 참여 속에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개헌 논의가 여의도 국회에서 독점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막게 된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대통령 소속으로 운영된 비슷한 성격의 지방자치발전위원회와 지역발전위원회를 가칭 ‘지방분권·균형발전위원회’로 통합하는 내용 등을 담아 오는 19일 ‘국정 100대 과제’를 발표할 예정이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박형주의 세상 속 수학] 코파카바나 해변에서 말편자를 찾다

    [박형주의 세상 속 수학] 코파카바나 해변에서 말편자를 찾다

    미국 수학자 스티브 스메일은 1998년 ‘수학 인텔리전서’라는 학술지에 논문을 기고했는데, ‘리오의 해변에서 말편자를 찾다’라는 특이한 제목을 붙였다. 코파카바나 해변에서의 추억을 다룬 듯이 보이는 이 글은 사실 혼돈 이론을 설명하는 수학 논문이었다. 수학 논문에 어울리지 않은 이 범상치 않은 제목은 뭘까. ‘푸앵카레의 추측’은 20세기를 통틀어 수학자들을 좌절시키던 난제 중의 난제였다. 위상수학 분야의 문제인데 쉽게 표현한다면 ‘내 근처의 사실을 관찰해 전 우주적 성질을 유추할 수 있는가’ 정도 된다. 난공불락이던 이 문제를 5차원 이상에서 해결해 1966년에 필즈상을 받은 사람이 스메일이다. 그 뒤에 4차원의 경우를 해결한 프리드먼과 최종적으로 3차원의 경우를 해결한 그리고리 페렐만에게 필즈상이 수여됐다. 수상을 거부한 페렐만까지 포함해 하나의 문제로 3개의 필즈상이 나온 것이니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대단했었겠는가. 이 난제의 돌파구를 처음 찾은 스메일은 올해 87세의 고령인데도 여전히 강연과 연구를 한다. 하지만 그는 어린 시절부터 영특함을 드러냈던 천재가 아니었다. 공부를 잘하는 편에 속해 미시간대학에 입학했지만, 대학 성적이 신통치 않아 오히려 주위에 걱정을 끼쳤다. 미국 대학원에서는 성적만을 보지 않고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투자의 의미로 소수의 대학원생을 뽑아 기회를 주는 경우가 있는데, 스메일은 운 좋게도 이런 경우로 대학원에 진학했다. 하지만 ‘역시나’ 무리였던 걸까. 대학원에서 낙제점을 받다가 수학과 학과장에게 불려가 퇴학 경고까지 받고 나서야 마음을 가다듬고 심각하게 공부하기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박사 학위를 받은 스메일은 포스트닥 연구원이 됐다. 반전은 이때 일어났다. 당시 괴물과도 같던 푸앵카레 추측 문제를 5차원 이상에서 완벽히 해결하는 기념비적 논문을 내어 수학계를 충격에 빠트린 것이다. 스메일은 당시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에서 친해진 브라질 수학자의 초청으로 리우에서 지내면서 이 연구의 주요 부분을 진행했다. 그래서 자신의 주요 연구 업적은 리우의 해변에서 이루어졌다고 말하곤 했는데, 이 때문에 나중에 큰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미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미국 연구재단의 연구비로 놀러 다녔다는 비난을 받게 된 것이다. 1968년 당시 미국 존슨 대통령의 과학보좌관이던 도널드 호닉은 ‘사이언스’ 저널에 기고한 글에서 ‘리우의 해변에서 수학한답시고 국민 세금을?’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하지만 그렇게 이루어진 연구로 세기의 난제를 풀었고 필즈상을 받았다. 전공 분야인 위상수학에서 최고의 명성을 쌓더니 관심을 바꾸어 동역학계로, 그리고 계산이론으로 연구 분야를 종횡무진 넘나들며 20세기 최고 수학자의 반열에 올랐으니 어쩌랴. 그가 해변에서 가장 연구 생산성이 높았다고 말한 건 과장이 아니었던 것이다. 말편자 함수(horseshoe function)는 스메일이 혼돈 이론을 발전시키면서 개발한 주요 수학 개념이다. 호닉이 그를 비난하기 위해 사용했던 표현을 그대로 가져다 쓰면서 혼돈 이론의 주요 개념이 바로 그 리우 해변에서 탄생했음을 말하는 과정에서 이 범상치 않은 제목이 탄생한 것이다. 연구자의 자율성은 통상 연구 주제 선정의 자율성을 말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스메일의 경우를 보면 연구 방식의 자율성은 훨씬 더 어려운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 [열린세상] 말의 품격이 사회의 품격을 정한다/이인희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열린세상] 말의 품격이 사회의 품격을 정한다/이인희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입에서 나오는 대로 함부로 말하거나 속되게 표현하는 말을 ‘막말’이라고 한다. 엊그제 어느 국회의원이 쏟아낸 막말이 국민의 가슴에 상처를 냈다. 정당의 원내수석부대표가 파업하는 노동자들을 “미친놈들”이라 하고, 급식 조리 종사원들을 “그냥 밥하는 아줌마들”로 비하한 말이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정치인 막말 행위를 보면서 정치의 품격 상실감에 스스로 아연실색한다. 막말은 언어폭력이다. 우월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상대방에게 저속어, 폭언, 욕설을 통해 열등감 또는 모욕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다. 대의민주주의에서 국민의 대리인에 불과한 국회의원이 국민을 향해 막말을 서슴지 않는 것은 제도가 부여한 자신의 처지를 잘못 알고 행하는 처신이다. ‘아가리가 광주리만 해도 막말은 못한다’는 속담도 있을진대. 언제부턴가 우리나라는 막말이 넘치는 사회가 됐다. 지난 10일 교육부가 발표한 ‘2017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중·고등학생들이 경험하는 학교폭력 유형 중에서 언어폭력이 34%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고 한다. 순수한 청소년 시절에 학교에서 바른 교육을 받아야 마땅할 텐데, 학교폭력의 그늘에서 고통을 받는다면 성인이 됐을 때 언젠가 폭력의 가해자가 될 가능성도 있으므로 학교폭력은 어떻게 해서라도 없애는 것이 최선의 교육이다. 보고서의 결과대로 청소년들의 일상화된 욕설과 비속어가 학교폭력으로 전이되는 점을 고려한다면 사회가 지혜를 모아 청소년들의 언어문화 개선을 유도해야 한다. 어른들은 왜 막말을 하는가. 연구에 따르면 막말은 상대방을 열등감에 빠뜨리기 위해 고의로 행하는 언어적 횡포라고 한다. 가해자는 상대방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다고 느끼고 있으며, 공감과 배려 능력이 약하고, 성장 과정에서 자신도 언어폭력의 피해를 경험한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리학적으로 막말하는 사람에게는 일종의 정신장애가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막말의 피해자는 처음에는 불쾌한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느끼다가 빈도가 잦아질수록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해자의 막말에 익숙해져 결국 자존감을 잃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다. 막말은 초기부터 단호하게 대응해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 지난달 미국 예일대학에서 촉망받던 학장이 온라인 공간에 “백인 쓰레기”, “무식한 멍청이들”이라는 댓글을 남긴 것이 알려져 논란을 일으키자 학교에서 즉시 퇴직당한 사례가 있었다. 소위 명문대학 출신으로 일류 커리어 코스만 밟아 온 젊고 유능한 학자의 속내가 겉보기와 달리 백인에 대한 혐오와 노동자를 비하하는 인식을 보여 사회를 놀라게 했다. 막말의 발원지는 대체로 사적인 맥락을 띤다. 예일대학 교수도 온라인에 올린 자신의 짧은 댓글이 그토록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을 줄 몰랐던 것이다.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도 방송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발언한 점을 보면 기자와의 일대일 질문에 평소 가지고 있던 감정을 쏟아냈을 수도 있다. 오늘날 미디어는 공인의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구분을 무너뜨리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미디어는 정치지도자나 유명인의 반열에 오른 사람들에게 사적 영역을 누리도록 가만히 두지 않는다. 공인이여, 그대의 일거수일투족이 미디어의 세포를 타고 끊임없이 대중의 눈과 귀로 퍼져 나간다는 점을 명심할지어다. 언어는 개인 소유물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의 소통을 위해 정신적, 문화적으로 학습되고 축적된 자산이다. 사회 규범에 따라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에서 개인이 사용해야 하는 언어의 품격도 달라야 하는 법이다. ‘말의 품격’의 저자 이기주는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품격이 드러난다. (중략) 내가 지닌 고유한 인향은 내가 구사하는 말에서 뿜어져 나온다”고 했다. 언어폭력 연구자 패트리샤 에번스는 막말이 상대방의 경험, 가치, 계획, 성과를 무시하고 부정하며 궁극적으로 자존감을 잃게 한다고 주장한다. 막말은 인간적 품격뿐만 아니라 사회적 품격을 해치는 반민주적, 반사회적, 반교육적 행위다. 잊을 만하면 다시 터지는 막말 논란으로 국민의 자존감이 상처받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 유엔에 ‘김영란법’ 소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해결하고,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정착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한국의 반부패 자정 역량이 국제사회에 소개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11일 박경호 부위원장이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지속가능개발 고위급 포럼의 반부패분과회의에서 새 정부의 반부패 정책 방향과 한국 국민의 반부패 자정 역량을 소개한다고 10일 밝혔다. 이 회의는 우리 외교부와 유엔개발계획이 공동주관한다. 박 부위원장은 발표문을 통해 새 정부를 탄생시킨 동력은 반부패에 대한 우리 국민의 열망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최고 지도자가 탄핵당하고 구속기소가 되는 상황이 유감이긴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위급한 시기에 정부·국회·법원 및 시민사회에 내재해 있던 반부패에 대한 역량이 발휘되어 평화적이고 민주적으로 위기를 극복했다”고 강조했다. 박 부위원장은 청탁금지법에 관해서도 소개한다. 그는 “최근 서울시립대의 조사결과를 보면 각자 내기(더치페이) 횟수가 늘었다는 응답자 비율이 63%, 단체식사 빈도가 줄었다는 응답이 65%였다”며 “이러한 통계는 청탁금지법으로 거래업체와의 식사자리가 줄고, 술자리가 줄어드는 등 한국사회 특유의 접대문화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이방인… 노숙자… 소외된 아픔을 들춰내다

    이방인… 노숙자… 소외된 아픔을 들춰내다

    “아이를 지켜주지 못해 너무 미안해요.…나는 무식한 아줌마여서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었어요. …제발, 사람이 소중한 나라, 사람 목숨이 소중한 나라가 됐으면 좋겠습니다.”아들이 입고 뛰었던 운동복을 든 여인은 북받치는 울음을 삼키며 가슴속에 맺힌 한을 털어놓는다. 백범 선생의 좌상을 본뜬 거대한 조형물에 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잃은 어머니를 비롯해 탈북 예술가, 해고 노동자와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귀화한 영화배우, 동성애 인권운동가, 20대 청년 등이 각자의 소원을 말하는 모습이 투사된다. 한결같이 억압과 차별을 견뎌 온 사람들, 심리적 외상과 박탈감에 고통받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어두운 공간을 가득 메우며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개인전을 갖는 폴란드 출신의 공공미술 거장 크지슈토프 보디츠코(74)의 신작 ‘나의 소원’이다. 자주적인 문화대국을 꿈꿨던 백범의 ‘나의 소원’에서 강한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이다. 지난해 5월부터 약 1년간의 조사를 거쳐 백범을 상징적인 인물로 선정한 데 대해 그는 “김구 선생은 ‘나의 소원’에서 통일된 한국에 대한 비전을 기쁨의 국가, 아이디어가 자유롭게 교환되는 민주적인 국가, 제국주의가 아니라 건강하고 아름다운, 문화에 초점을 맞춘 그런 국가를 꿈꿨다”면서 “이상적인 사회, 특히 민주주의를 향한 기대감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결코 타인의 고통의 깊이에 가 닿을 수는 없지만 타인의 고통에 대해 귀 기울일 수 있으며 또한 귀 기울여야 하는 의무가 있다”면서 “심리적 외상을 겪은 사람들이 사회의 모순을 극복하고 변화를 이끌어 내는 주체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예술가도 사회의 고통과 문제를 극복하도록 예술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1943년 바르샤바에서 태어난 보디츠코는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1968년부터 현미경을 디자인하는 산업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업무 이외의 시간에는 실험적인 예술인과 지식인들이 운영하던 대안공간(갤러리 포크살)을 중심으로 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1977년 캐나다의 레지던시에 참여하면서 캐나다로 이주한 그는 1980년대 들어 미국 뉴욕과 독일 슈투트가르트와 카셀 등 여러 도시에서 사회비판적,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는 야외 프로젝션 작품을 잇달아 발표했다. 특히 그는 세계 각지에서 난민, 외국인, 노숙자, 가정폭력 희생자 등 상처받고 억압된 사람들이 공적인 공간에서 발언할 기회를 만들어 주는 공공 프로젝션과 디자인 작품을 선보여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이번 전시는 ‘크지슈토프 보디츠코: 기구, 기념비, 프로젝션’이라는 제목으로 196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의 주요 작품 80여점이 총망라된다.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사회의 주요 담론을 선도해 온 보디츠코의 아시아 최초의 대규모 회고전이다. 회고전 형식의 5전시실은 모두 4개 파트로 구성됐다. 폴란드에서의 초기작으로 최초의 퍼포먼스 작품인 ‘개인적 도구’와 바삐 움직이는 공공장소에서 혼자 느린 속도로 걸을 수 있도록 디자인된 ‘수레’, 사방으로 감시당하고 막막한 상황을 표현한 ‘자화상’ 등 사회주의 국가에서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억압 간의 긴장을 다룬 작품들이 소개된다. 디자인의 사회적 역할을 논의할 때 자주 언급되는 대표작 ‘노숙자 수레’도 눈길을 끈다. 추운 겨울 길거리에서 폐타이어를 태운 열로 몸을 녹이는 노숙자, 쇼핑카트에 빈 캔을 모아 파는 노숙인들의 모습을 본 그가 쇼핑카트를 개조해 만든 복합기능의 수레는 사람들이 길에서 먹고 자고 생활하도록 내몰린 상황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다. 90년대 초에 발표한 ‘외국인 지팡이’와 마우스피스 모양의 ‘대변인’은 거리에 들고 나가면 누구라도 쳐다볼 기이한 모양이다. 보는 사람들이 말을 걸게 만듦으로써 발언과 소통의 기회를 내포한 작품들을 작가는 ‘문화적 보철기구’라고 부른다. 공공장소에서 건물 외벽 등을 스크린 삼아 영상작업을 투사하는 공공 프로젝션에서는 세계 각국의 도시에서 현지 공동체와 함께 진행한 작품들이 소개된다. 치료에서 차별을 받은 재일조선인 등 원폭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담긴 ‘히로시마 프로젝션’(1999), 가정폭력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은 ‘티후아나 프로젝션’(2001) 등 10점의 영상이 소개된다. 보디츠코는 “프로젝션 프로젝트의 목표 중 하나가 많은 사람의 목소리와 경험을 다른 곳으로 확장하는 것”이라면서 “대규모 집회나 시위를 통해 공공장소가 활기를 띠곤 하지만 이런 프로젝트를 공공장소에서 보여 준다면 시위나 집회가 일어날 이유와 조건이 조금은 줄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전시의 하이라이트 ‘나의 소원’은 7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전시는 10월 4일까지. 글 사진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국민의당, 이준서 영장 강경대응…‘협치’ 현수막 떼고 “적폐” 비판

    국민의당, 이준서 영장 강경대응…‘협치’ 현수막 떼고 “적폐” 비판

    ‘문준용 의혹제보 조작’ 파문으로 이준서 전 최고위원의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당이 9일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국민의당은 당사에 걸려 있던 ‘협치’ 현수막까지 떼고 영장 청구에 대해 검찰이 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수사한 것이라면서 여권에 의한 ‘탄압론’을 제기했다. 김유정 대변인은 “영장 내용과 자체 진상조사 결과의 사실관계가 다르지 않다. 영장에 따르더라도 이유미 씨의 단독범행”이라며 “그런데도 이 전 최고위원에게 미필적 고의를 적용해 영장을 청구한 것은 검찰이 자의적 판단으로 과잉 충성수사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여당 대표가 사실상 검찰총장의 역할을 한 것”이라며 “검찰을 권력 시녀로 또다시 이용하려고 하는 반민주적 행태”라면서 “문재인 정부는 포퓰리즘 독재를 하고 있다. 야당의 목소리는 아예 깔아뭉갠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나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에 협조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추경심사 역시 계속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원내수석부대표는 “청와대와 여당이 더는 합치할 의지가 없다는 점이 명백해졌다. 여당과의 협치는 끝났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여의도 당사에 걸어뒀던 ‘국정은 협치,국민의당은 혁신’이라는 문구가 담긴 현수막도 철거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여전히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안 전 대표의 측근으로 꼽히는 김경록 전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나는 그 친구(이 전 최고위원)를 믿는다”고 말했지만, 정작 안 전 대표는 아무런 입장도 내지 않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언주, 이준서 영장청구에 “추미애, 검찰총장 역할했다”

    이언주, 이준서 영장청구에 “추미애, 검찰총장 역할했다”

    이언주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9일 검찰의 이준서 전 최고위원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결국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실상 검찰총장 역할을 하신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비판했다.이 원내수석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행위 자체가 이유미씨가 단독으로 한 것이고 만약 이 전 최고위원이 그것을 알지 못한 부분에 대해 ‘미필적 고의’로 의율한다면 그건 추 대표가 말씀하신 것과 똑같은 내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원내수석은 “검찰이 정권의 앞잡이, 시녀가 돼선 안 된다는 게 검찰개혁의 정신 아니냐”라며 “그런데 어떻게 하고 있나. 검찰에 대해 여당이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내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사 결과가 나온 다음에 입장을 이야기하는 것이 정상적 국가의 여당대표 행실이다”며 “밝혀진 사실에 대해서 비판을 할 수 있겠지만 여당 대표가 수사지침을 내리는 일은 결코 묵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이 원내수석은 “검찰 조직이 검찰 개혁 문제로 위축돼 정권에 잘 보이려는 생각이 있을 수 있는 상태”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아주 구체적으로 수사지침을 내리며 국민의당을 괴롭히고 죽일 수 있으면 죽이라고 지침을 내리는 것이랑 다를 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것이야말로 검찰 개혁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태고, 입으로는 검찰개혁을 말하면서 뒤로는 오히려 검찰을 정권 시녀로 또다시 이용하는 반민주적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라했던 국민의 부름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 또 다시 적폐를 쌓는 것에 단호히 싸워나가겠다”고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상곤 부총리 “우리 교육을 바꿔나가는 게 사명”

    김상곤 부총리 “우리 교육을 바꿔나가는 게 사명”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8일 취임 후 첫 외부행사에 참석해 “우리 교육을 바꿔 나가야 하는 게 우리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김 부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세종컨벤션센터(SCC)에서 열린 ‘2017 충청권 혁신학교 공동워크숍’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충청권 4개 교육청 산하 104개 혁신학교(대전 10개·세종 10개·충북 30개·충남 54개) 교원과 학부모 1000여명이 참여했다. 김 부총리는 “이재정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을 비롯한 전국 교육감의 눈물겨운 투쟁과 교육현장을 대변하는 노력이 새 정부를 만들어낸 밑거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명박·박근혜 정권 아래서 교육감들이 여러 어려움이 겪을 때 가슴 아프게 바라봤다. 이들의 노력 뒤에는 교사의 열망과 학부모의 바람이 녹아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교육, 민주 교육, 미래지향적 교육을 해 달라는 교육가족의 여망을 안고 민주정부가 출범했다”며 “앞으로 촛불혁명에 참여한 모든 국민의 바람을 민주적으로 구현해 나가는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열망이 민주정부 성공의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성공에 필요한 교육개혁을 잘 하려면 교사와 학생 중심에 학부모가 같이 참여하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부총리는 “유치원 교육의 공공성을 살려내고 중등교육의 다양한 시스템 변화를 이끌어내면서 고등교육을 서열·학벌 위주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게 국민의 요구”라며 “입시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요청도 강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 문제는 각자 처한 여건에 따라 입장이 다르지만, 그 중심은 우리 아이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하면서 미래 시민으로서 역량과 조건을 갖출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5일 취임한 김 부총리는 외부행사로 나온 게 처음이라고 밝히며 “충청권 혁신학교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한 이 자리가 교육개혁의 첫 출발이고 첫 신호탄이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대전·세종·충북·충남 등 충청권 4개 교육청이 공동 주최한 이날 워크숍은 ‘충청권 혁신학교,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라는 주제로 충청권 혁신학교의 성장과 실천 사례를 공유하고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들은 ‘혁신학교의 성과와 비판적 성찰’, ‘혁신학교의 미래와 도전적 과제’에 대해 토론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강원도교육청 예산과장, 회식서 직원에 술 강요하고 소주병 던져

    강원도교육청 예산과장, 회식서 직원에 술 강요하고 소주병 던져

    강원도교육청 예산과 과장이 과 회식에서 여직원에 술을 강요하고 소주병을 던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 과장은 뒤늦게 좌천성 인사를 받았지만, 사건 초기 교육청은 감사에서 이 사건을 은폐하려 하고, 오히려 피해 직원을 ‘조직문화와 어울리지 않는다’며 다른 곳으로 발령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강원교육청지부는 4일 성명을 통해 이같이 주장하면서 민병희 교육감에게 A과장 파면을 촉구했다. 성명에서 노조는 A과장이 회식자리에서 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를 강요하고, 같은 과 여성 직원에게 소주병을 던져 깨뜨리는 등 폭력적인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 노조는“그 사건이 발생한 후 피해 여직원이 총무과 인사고충 담당자에게 그러한 비인권적인 폭력 행위를 알렸으나 총무과장과 감사관은 사건을 은폐하려고만 할 뿐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행위는 근무의 연장이라고 할 수 있는 기관 회식에서 지방공무원법 제56조(품위유지의 우무)를 위반한 행위”라고 규정하며 “특히 여성 공무원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드러내는 독선적 외부표출행위다. 술병을 던지는 행위는 그 위험한 상황을 고려해 보면 형법상 특수폭행에 해당된다. 나아가 깨진 유리로 인해 직원이 상해를 입는다면 폭행치상의 행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달 28일 노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5월 강원도교육청 회식자리에서 여직원에게 과장이 소주병을 던졌다”며 “피해자를 조직문화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7월 1일 인사 때 내보냈다”고 주장하는 글도 올라왔다. 노조는 “폭력 행위뿐만 아니라 이를 조사하지 않고 은폐하려는 시도는 과거의 권위적인 시대에서나 나타나는 비민주적인 행동 패턴”이라며 “폭력적 행위를 알고도 응분의 조처를 하지 않았다면 직무 유기에 해당한다”고 꼬집었다. 노조는 예산과장 파면과 사건을 은폐한 총무과장·감사관 징계 그리고 폭탄주·원샷·음주강요·2차 문화 지양 등의 조직문화개선 이행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도 교육청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최근 감사에 착수했고, 오늘 해당 과장에 대한 좌천성 인사를 단행했다”고 해명했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檢 “최고 권력 남용”… 박 前대통령 직권 남용도 중형 구형할 듯

    檢 “최고 권력 남용”… 박 前대통령 직권 남용도 중형 구형할 듯

    모르쇠 일관하던 김기춘·조윤선, 최후 진술에서 억울함 토로3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근혜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들과 단체의 지원을 배제하기 위해 만든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해 ‘민주주의 원칙’을 위배한 중대한 사건이라고 재판부에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황병헌)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특검팀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에게 중형을 구형하면서 “국가 최고 권력이 남용된 사건”이라면서 ‘블랙리스트’의 불합리성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특히 이용복 특검보는 “피고인들은 우리 헌법이 수호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핵심 가치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면서 “네 편 내 편을 갈라 나라를 분열시켰고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려 놓으려 했다”고 질타했다. 특검팀은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기준이 국가안전보장 등과는 무관한 이성적 국가에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기준이었다”면서 “(지원 배제 시) 청문 등 사회적인 절차를 생략함은 물론이고 사유도 철저히 함구했고, 당사자의 합법적 이의 제기도 사전에 봉쇄하는 치밀함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배제 대상자는 사실상 1만명 남짓에 이르렀고 생계와 직결되는 모든 보조금을 무조건 배제하는 시스템이었다”면서 “저항하는 공무원 산하단체는 임직원을 배제하는 조치를 내리는 등 실행 방법이 비상식적이고 폭력적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재판이 이어지는 동안 줄곧 ‘모르쇠’로 일관했던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은 최후 진술에서도 오히려 억울함을 토로했다. 결심공판 동안 고개를 뒤로 젖히며 눈을 감고 재판에 임하던 김 전 실장은 “명단(블랙리스트)을 누구에게 강요하거나 집행하는 상황을 보고받은 일도 없고 집행상황을 알지도 못했다”고 말했고 문체부 1급 공무원들에 대한 사직을 강요한 사실도 부인했다. 조 전 장관도 “블랙리스트로 인해 피해를 입은 문화인들이나 국민들께 진심으로 안타깝고 송구하다”면서도 “다만 저로서는 장관을 하다가 어느 순간 블랙리스트 주범으로 몰려 구속되었다는 것이 엄청난 충격”이라고 말했다. 앞서 조 전 장관은 남편인 박성엽 변호사가 최후 변론을 하면서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하자 연신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특검은 앞서 오전에 열린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과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에게도 각각 5년을 구형하면서 블랙리스트 사건 자체의 엄중함을 강조했다. 특검은 이들이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실행한 배경에는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박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에 대한 재판에서도 중형을 구형할 가능성이 높다. 블랙리스트 관련 사범 7명에 대한 선고공판은 오는 27일 열린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檢 “블랙리스트, 역사의 수레바퀴 되돌려놓는 것”

    檢 “블랙리스트, 역사의 수레바퀴 되돌려놓는 것”

    檢 “대통령 잘못 바로잡지 못해…국민들 입 막고 비판자들 내쳐” 김상률 前교문수석 징역 6년, 김소영 前문체비서관 3년 구형…김종덕·정관주 각각 5년 구형문화·예술계 지원을 배제하는 명단인 ‘블랙리스트’를 작성, 관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78·구속 기소)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징역 7년이 구형됐다. 조윤선(51·구속 기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는 징역 6년이 구형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황병헌) 심리로 열린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 등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김 전 실장에게 징역 7년, 조 전 장관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은 징역 6년, 김소영 전 문화체육비서관에게는 징역 3년을 구형했다.특검팀은 “이 사건은 대통령 비서실장 등 국가 최고 권력의 남용이라는 점에서 사안이 중대하다”면서 “피고인들은 반성도 하지 않고 명백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전혀 몰랐다는 취지로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 마땅히 중형이 선고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용복 특검보는 “피고인들은 우리 헌법이 수호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핵심 가치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면서 “네 편 내 편을 갈라 나라를 분열시켰고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려 놓으려 했다”고 질타했다. “대통령의 잘못을 바로잡지 못하고 오히려 동조하면서 이를 지적하는 사람들을 내치고 국민들의 입을 막는 데 앞장섰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블랙리스트’를 작성, 관리하며 정부와 이념이나 성향 등이 다른 문화예술인이나 관련 단체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등이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강요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로 기소됐다. 그러나 김 전 실장은 최후 진술에서 “문화예술계의 개인이나 단체에 대한 선정이나 지원 배제를 위한 명단을 작성하라고 지시한 일이 없고 작성된 명단을 본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도 “제가 블랙리스트의 주범임이 사실이라면서 그에 대해 책임을 지라는 특검의 주장은 참기 힘들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앞서 특검은 블랙리스트 관리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종덕(61) 전 문체부 장관과 정관주(53)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56)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에게도 각각 징역 5년을 구형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정상회담 앞두고 정의용 극비 방미…사드 문제 매듭져

    정상회담 앞두고 정의용 극비 방미…사드 문제 매듭져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달 중순 극비리에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문제를 사전에 매듭지었던 것으로 3일 알려졌다.정 실장이 한·미 정상회담 의제 조율차 지난달 초 3일간 미국을 공개적으로 방문한 데 이어 극비리에 한 번 더 미국으로 건너가 이 문제를 깔끔하게 마무리한 덕에 이번 정상회담에서 사드 배치 문제를 따로 논의할 필요가 없었던 셈이다. 복수의 청와대 핵심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정 실장은 지난달 1일부터 사흘간의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했을 때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과 사드 문제에 깊이 교감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이 정 실장에게 ‘말이 잘 통하는 것 같으니 나중에 따로 만나서 이야기를 하자’고 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국방부의 사드 발사대 반입 허위보고 의혹에 이어 청와대가 사드 배치 부지의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겠다고 하자 미국 측은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보류하려는 것으로 보고 양측의 분위기는 냉랭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폭스뉴스 등 미국 언론이 앞다퉈 이러한 내용을 보도하자 ‘격노’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그러자 정 실장은 즉시 맥매스터 보좌관과 매튜 포틴저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 실장이 ‘언론 보도만 보지 말고 우리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을 보고 판단해달라’고 말했고 미국 측은 ‘공식 입장을 발표해줄 수 있겠느냐’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에 정 실장은 지난달 9일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정부는 한미 동맹 차원에서 약속한 내용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의도가 없다”며 “민주적·절차적 정당성을 분명히 하는 데 필요한 절차를 밟아 나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미 양측이 사드 문제를 원만히 풀게 된 결정적 계기는 지난달 15일을 전후해 우리 외교부와 주한 미 대사관도 모르게 진행된 정 실장의 미국 방문이었다. 정 실장은 워싱턴에 도착하자마자 맥매스터 보좌관의 집으로 찾아가 맥매스터 보좌관, 포틴저 선임보좌관과 심야까지 5시간에 걸친 대화를 이어나갔다. 펜으로 그림과 도표까지 그려가면서 사드 배치와 관련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상세하게 설명했고 맥매스터 보좌관은 이 내용을 완벽히 이해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실장이 설명한 내용은 백악관을 통해 미국 의회에도 전달됐다. 사전에 충분한 설명이 이뤄진 덕분에 사드 문제는 아예 한·미 정상회담 의제에서 제외됐다. 또한, 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미국 현지시간) 미 의회 상·하원 지도부 간담회에서 비교적 편안한 분위기 속에 사드 배치를 둘러싼 미국 조야의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맥 손베리 하원 군사위원장은 “사드 배치와 관련한 확인에 감사드린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번 미국 방문 때 맥매스터 보좌관을 만나 “이번에 아주 고생이 많았다고 들었다”고 따로 격려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의 취임 후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뇌관’으로 꼽혔던 사드 문제를 실무적으로 푼 정의용-맥매스터 핫라인은 당분간 양국 관계의 중요한 소통 창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북핵 등 한반도이슈는 문재인정부 기조 고스란히 반영, 무역불균형 이슈는 ´숙제´

     30일(미 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두 나라 정상의 신뢰와 우의를 단단히 다진 가운데 각자의 양보할 수 없는 우선순위인 ‘대북 정책’(한국) ‘무역불균형 개선’(미국)‘을 두고 샅바싸움을 벌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상회담이 끝나고서도 7시간이 지나고서야 공동선언문이 발표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문 대통령은 북핵 해법에 대한 미국의 동의를 끌어냈고, 탄핵위기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정상회담 테이블에 올림으로써 정치적 실리를 챙긴 것으로 평가된다.  문재인 대통령으로선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 복원을 의미 있는 성과로 볼 수 있다. 공동성명의 6가지 항목 가운데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가 고스란히 담긴 ‘북한 정책에 대한 긴밀한 공조 지속’ 부분이 전체 성명문의 40%에 이를 만큼 비중이 실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성명에서 ?남북대화 재개 ?한반도 평화통일 환경 조성 ?연합방위태세에서 한국의 ‘주도권’을 명시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특히 ‘선 비핵화, 후 대화’ 기조를 고수한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대화의 조건과 ‘보상’까지 암시한 방법론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지지한 점이 주목된다. 5·24 조치로 남북관계가 경색된 이후 사실상 미국으로 넘어갔던 대화의 주도권을 되찾은 것이다. 공동성명문에는 ‘양국은 제재가 외교의 수단이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올바른 여건 하에서 북한과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양 정상은 한국과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갖고 있지 않으며, 북한이 올바른 길을 선택한다면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에게 보다 밝은 미래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음을 강조했다’고 적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통일 환경을 조성하는데 있어 대한민국의 주도적 역할 지지한다”는 뜻을 명확하게 밝혔다.  한반도 안보위기와 맞물려 박근혜 정부에서 ‘사문화’ 됐던 전작권 전환을 되살린 점도 눈에 띈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양 정상은 조건에 기초한 한국군으로의 전작권 전환이 조속히 가능하도록 동맹 차원의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작권 전환의 대전제에 해당하는 “대한민국은 상호 운용 가능한 킬체인,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및 여타 동맹시스템을 포함해 연합방위를 주도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방어·탐지·교란·파괴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군사능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해나갈 것”이란 내용이 담겼다.  문 대통령의 ‘북핵 동결-완전폐기’ 등 이른바 2단계 접근법에 대한 지지도 끌어냈다. 북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고위급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외교부 고위관계자는 “북핵·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새 정부의 대북정책 방안에 대한 미국 측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제재와 대화를 활용한 단계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을 바탕으로 북핵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를 비롯한 ‘무역 불균형’ 시정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은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공동성명문 가운데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공정한 무역발전’ 항목은 전체의 7%에 불과하지만, 향후 파장은 예측하기 쉽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상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한·미 FTA와 무역 불균형 문제를 제기했다. 회담에 배석했던 청와대 관계자들은 “문 대통령이 ‘도대체 문제가 무엇인지를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연구하고 조사해보자’고 제의했다”고 전했다. 양측은 한미 FTA 문제와 관련해 고위급 협의체를 구성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한미FTA 재협상을 하고 있다. 공정한 협상이 되길 희망한다”고 밝혀 ‘재협상’을 기정사실화하려 했다. 특히 “한미 FTA는 미국에는 거친 협정(rough deal)이었다. 아주 많이 달라질 것이고 양측 모두에 좋을 것”이라며 “한국과의 무역 운동장을 평평하게 하겠다”고 역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자동차와 철강 분야의 무역손실을 구체적인 수치까지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국내 정치용이란 해석도 나온다. ‘러스트 벨트’로 불리는 중서부 백인 근로자층의 ‘반(反) FTA’ 정서를 등에 업고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FTA에 따른 무역손실 문제를 제기하며 한국 정부를 압박했다. 최근 러시아 스캔들과 맞물려 탄핵이 거론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무역이슈를 다시 들고나왔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미국 주장을 논리적으로 반박했다. 한국은 상품수지에서만 흑자를 봤을 뿐이고 서비스수지에서는 오히려 미국 측이 유리해 전체적으로 ‘이익의 균형’이 유지된다는 입장을 누차 강조해왔다. 우리 측의 기대대로 고위급협의체에서 무역불균형의 실태를 들여다보고 철강·자동차 등의 ‘미세조정’으로 끝날지, 미국 의도대로 FTA 전면재협상까지 이어질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우리도 TF 구성으로 대응할 여유는 확보하게 됐다. FTA 이슈를 트럼프 대통령이 직설적으로 밀어붙였음에도 우리 측이 선방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당초 최대현안으로 거론됐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공동성명에선 빠졌다. 문 대통령이 29일 미국 의회 지도부를 상대로 사드의 절차적·민주적 정당성을 강조하면서도 사드 배치를 철회 내지 번복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는 등 미국 조야의 우려를 불식시킨 덕분이다.  워싱턴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아하! 우주] ‘태초의 별들’은 어떻게 됐을까?

    [아하! 우주] ‘태초의 별들’은 어떻게 됐을까?

    제1세대 별들의 놀라운 ‘운명’ 빅뱅 직후의 우주 공간에 가장 먼저 나타났던 제1세대 별들의 놀라운 운명이 밝혀졌다고 우주 전문 사이트 스페이스닷컴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천문학자들이 2만7000광년 떨어진 우리 은하의 중심부를 들여다보려면 늘 성가신 존재를 만나게 된다. 요동치는 가스와 먼지 덩어리들이 시선을 가로막는 것이다. 그러나 거기서 방출되는 강력한 전파 신호는 이런 방해물을 거뜬히 통과해 우리에게까지 도달하고 있다. 천문학자들은 이제 우리 은하 중심부에서 전파 신호를 방출하고 있는 ‘궁수자리 A’ 전파원이 지름 4400만km(대략 태양-수성 간의 거리)에 태양 질량의 400만 배인 블랙홀일 거라고 거의 확신하고 있다. 우리 은하의 거의 모든 천체는 이 괴물 같은 블랙홀을 중심으로 돌고 있다. 태양계 역시 마찬가지로 이 블랙홀을 중심으로 해 우리 은하의 가장자리를 돌고 있다. 그러나 궁수자리 A 그 자체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과연 이 괴물 블랙홀이 어디서 왔느냐는 근원 문제이다. 과학자들의 오랜 관측과 우주론에 기초한 연구와 추론, 그리고 가설을 종합해보더라도 이 괴물 블랙홀의 근원에 대해서는 아직 어떤 확실한 단서도 얻지 못하고 있었다. 빅뱅이 일어나고 약 백만 년이 지났을 무렵, 그 까마득한 태초의 우주 공간에 최초의 별들이 태어났다. 원시 가스 구름 속에서 태어난 이 제1세대 별들을 만든 것은 빅뱅에서 생겨난 수소와 헬륨이었다. 원시 별들은 엄청난 양의 수소와 헬륨을 포식했고, 그 결과 우리 태양의 수백 배 되는 거대한 덩치를 지닌 별로 성장했다. 이처럼 거대한 덩치의 괴물 별은 현재 우주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질량이 무거울수록 별 속의 핵융합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져 별들은 엄청난 에너지를 만들며 빛나다가 순식간에 소진되고 만다. 우리 태양이 수십억 년을 사는 데 비해 그런 괴물 별은 200만 년을 버티기가 힘들다. 우주적인 척도에서 볼 때 거의 폭죽같이 빛나다가 한순간에 끝난 셈이다. 그러나 별의 죽음이 모든 것의 종말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 별들은 살아 있을 때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우주에서 수행한다고 볼 수도 있다. 별이 살아생전에 자기 몸속에서 만들었던 중원소들을 우주 공간에 흩뿌림으로써 새로운 별들을 잉태하게 해 수많은 다른 별로 환생하게 되는 것이다. 오늘날 우주를 채우고 있는 수많은 은하와 별들은 이런 별들의 윤회에 다름 아닌 것이다. 미국 뉴욕주 리먼 대학의 매트 오다우드 천체물리학 교수는 “원시 우주에서 태어났던 수많은 거대 별은 죽은 뒤 블랙홀을 남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괴물 별들로 이뤄진 무리는 거대 블랙홀 집단으로 진화했다. 그리고 연쇄적인 병합을 통해 태양 질량의 수백만 배가 되는 괴물 블랙홀로 성장해갔다”면서 “우리 은하의 중심에 똬리를 틀고 있는 블랙홀도 그런 블랙홀을 씨앗 삼아 태양질량의 수백만 또는 수십억 배 되는 초질량 블랙홀로 성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궁수자리 A 블랙홀은 우리 은하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데, 태초의 우주 공간에 나타났던 제1세대 별들이 그 근원이었을 거로 과학자들은 생각하고 있다. 또한 우주를 채우고 있는 2000억 개의 다른 은하들 역시 이런 블랙홀을 품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 완전한 결론이 난 것은 아니다. 천문학자들이 첨단 망원경을 만들고, 매일 밤 망원경에 매달려 우주를 들여다보는 것은 이런 의문들을 해소하고 더욱 견고한 우주론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이제 차세대 우주망원경인 제임스 웨브가 머지않아 우주 공간으로 발사된다. 천문학자들은 이 망원경을 통해 태초의 우주에 나타났던 제1세대 별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리 은하의 심장인 궁수자리 A의 근원을 확인하고 우주의 탄생에 대한 근원적인 통찰을 얻게 될 수도 있다. 그 근원은 우리 인간의 근원이기도 하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트럼프, 대한민국과 저를 존중하고 대접해줬다”

    “트럼프, 대한민국과 저를 존중하고 대접해줬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제가 만난 미국 정부 관계자와 정치인 모두가 촛불 혁명으로, 평화적으로 정권을 교체한 대한민국을 존중해줬고 그런 대한민국의 대통령인 저를 대접해줬다”문재인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낮 미국 워싱턴D.C. 캐피탈힐튼 호텔에서 열린 동포 간담회에서 취임 후 첫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방미 성과가 아주 좋다”며 한 말이다. 동포 간담회는 첫 해외순방의 마지막 일정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조국의 새 정부는 해외에서도 함께 촛불을 들어준 동포 여러분의 염원으로 출범했고, 그 힘이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며 “제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당당할 수 있었던 것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도 그 힘이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저는 이틀 동안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고, 그 과정에서 한미동맹의 발전과 북핵 문제의 해결, 더 나아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우리 두 정상 간에 깊은 우의와 신뢰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특히 두 정상은 북핵 문제 해결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관련 정책을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고, 제재와 대화를 모두 활용해 단계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으로 북핵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면서 “무엇보다 대화의 문을 열어 놓고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로 한 것은 큰 성과였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에 최우선 순위를 두기로 한 것은 미국 외교정책의 큰 변화로 저는 이 변화와, 트럼프 대통령과 저 사이에 형성된 신뢰를 토대로 북핵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사드 문제에서도 민주적, 절차적 정당성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미국 정부의 공감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재외 교포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과 동포들의 안전으로, 재외국민보호법을 만들고 지원조직을 확대하겠다”며 “테러·범죄·재난으로부터 여러분을 안전하게 지키고, 통역이나 수감자 지원 법률서비스를 위해 영사인력을 확충하고, 전자행정으로 영사서비스를 혁신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젊은 동포들이 차세대 인재로 성장할 수 있게 적극 지원하겠다”며 “우리 말과 글을 지킬 수 있도록 한글학교를 지원하고 한국문화를 접할 기회를 확대하겠다. 자녀들이 민족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가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문 대통령 “트럼프와 깊은 신뢰 형성…북한과의 대화 문 열어놔”

    문 대통령 “트럼프와 깊은 신뢰 형성…북한과의 대화 문 열어놔”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문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낮 미국 워싱턴D.C.캐피탈힐튼 호텔에서 열린 동포 간담회에서 “방미 성과가 아주 좋다”면서 “우리 두 정상 간에 깊은 우의와 신뢰가 형성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두 정상은 북핵 문제 해결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관련 정책을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고, 제재와 대화를 모두 활용해 단계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으로 북핵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면서 “무엇보다 대화의 문을 열어 놓고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로 한 것은 큰 성과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에 대해서도 “(배치에 있어) 민주적·절차적 정당성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미국 정부의 공감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문 대통령은 동포들에게도 덕담을 건넸다. 그는 “조국의 새 정부는 해외에서도 함께 촛불을 들어준 동포 여러분의 염원으로 출범했고, 그 힘이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면서 “제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당당할 수 있었던 것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도 그 힘이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동포들이 차세대 인재로 성장할 수 있게 적극 지원하겠다”면서 “우리 말과 글을 지킬 수 있도록 한글학교를 지원하고 한국문화를 접할 기회를 확대하겠다. 자녀들이 민족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가 뒷받침하겠다”고 덧붙였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30년 지나도록 공포에 잠 못드는···엄마는 형제복지원 생존자입니다

    30년 지나도록 공포에 잠 못드는···엄마는 형제복지원 생존자입니다

    고등학생인 이모(16)양은 초등학교를 다닐 때까지만 해도 어머니 박순이(46)씨가 미웠다. 어머니가 어린 시절 겪었던 그 ‘고통스러운 경험’을 알기 전까지는. 이양이 초등학생이었던 시절, 어머니가 매일처럼 술을 마시는 모습이 이양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박씨는 술을 마시면 항상 울었다. 딸은 그런 어머니의 모습이 싫었다.하지만 이양이 중학교를 다니기 시작했을 때인 2014년 박씨는 ‘형제복지원’에서 겪었던 끔찍했던 일들을 딸에게 털어놨다. 이양은 어머니가 9살 때 형제복지원에 강제로 끌려가 7년 동안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받았던 시절의 일들을 듣게 됐다. 박씨는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 생존자 중 한 명이다. 이 사건은 ‘한국판 홀로코스트’로 불리는 대표적인 인권 유린 사건이다. 1975년부터 1987년까지 정부는 시민들을 형제복지원에 강제로 연행하고, 복지원은 시민들을 감금해 국가의 방조 아래 강제 노역뿐만 아니라 구타·학대·성폭력·암매장·살인 등 인권 유린을 자행했다. 이 사건으로 최소 513명이 희생됐다. 1980년 삼청교육 과정에서 사망한 54명의 열 배에 가까운 숫자다(‘형제복지원 사건 개요’ 바로가기). 형제복지원이 어떤 곳이었고, 그 곳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를 알게 되면서 이양은 그제야 어머니의 행동을 이해하게 됐다. 그것은 트라우마였다. 피해 생존자들은 지금도 지워지지 않는 공포의 기억 속에서 살고 있다. 구타 후유증으로 중증 장애에 시달리거나 우울증, 알코올 중독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피해자들도 적지 않다. 지금도 벽을 보고 못 자요, 누가 잡아갈까봐… “엄마는 지금도 많이 힘들어하세요. 그 때 있었던 일로 악몽을 꾸시곤 합니다. 허공을 보면서 ‘살려달라’, ‘그러지 마세요’ 등의 말씀을 하시는데, 그럴 때마다 속으로 안쓰럽고, 똑같이 우울해지기도 합니다.” 박씨는 지옥에서 벗어난지 30여년이 지났지만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박씨는 어디를 가든 항상 뒤를 돌아보고 간판 등을 눈여겨 본다. 언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방에서 잠을 잘 못 자요. 밖에서 누가 지켜보는 것 같아요. 또 벽을 보고 잠을 못 자요. 누군가가 덮칠 것 같아서요.” 경남 문산읍에서 살았던 박씨는 9살 때인 1980년 부산에 있는 오빠 집에 가기 위해 부산진역에 갔다. 역에 도착한 시간은 밤 9시 가까이였다. “역에서 가만히 있으면 오빠가 데리러 올 테니 어디 가지 말고 있어라”라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그에게 경찰관 한 명이 다가왔다.“파출소 아저씨가 말을 걸데요. 오빠 어디 사냐고 해서 부산에서 밧데리 가게 한다고 그랬더니 “오빠 오면 데려다줄 테니 같이 가자” 하더라고. 그래서 같이 갔죠. 파출소에서 순댓국인가 국밥을 먹고 잠시 잠들었는데 막 깨우는 거예요. 일어나보니 사람들이 꽤 있었어요. 양쪽에 화장실 환풍기만 한 문만 쪼그맣게 있는 차가 파출소 앞에서 서 있는데 우리더러 다 타라고 하더라구. 그걸 타고 한 20~30분 갔나? 갑자기 쿵쿵 소리가 나면서 철문이 열리고 다 내리라데. 그러곤 한 줄로 세워가지고···.” 사과 없는 국가 이양이 형제복지원 사건을 알게 된 지 3년이 지났다.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지는 30년이 흘렀다. 하지만 가해자인 국가는 그동안 아무 사과도 없었다. 이양은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저도 이렇게 마음이 안 좋은데 직접 그런 일을 당하시고, 지금 이렇게 ‘특별법’을 하시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마음이 좀 그렇습니다”라고 2일 말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이 알려진지 30년이 지나도록 국가 차원의 진상 규명과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역대 문민 정부 모두 국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관련기사 바로가기). 그러자 국회가 나섰다. 현재 20대 국회에는 ‘형제복지원 특별법안’(내무부 훈령 등에 의한 형제복지원 피해사건 진상 규명 법률안)이 발의돼 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끝내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이 법안은 국무총리 소속으로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하고, 진상 규명 이후에 피해자와 그 유족에게는 피해의 정도 등을 고려해 보상금, 의료지원금, 생활지원금, 주거복지시설 등을 지원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담고 있다. 이 사건은 박정희 정부 때인 1975년 12월에 발령된 ‘내무부 훈령 제 410호’에서 비롯됐다. 정부는 당시 ‘부랑인’이라는 인위적인 개념을 만들어 ‘사회 정화’라는 이름으로 시민들을 단속하고 강제로 구금했다. 전두환 정부 때도 유지됐던 이 훈령은 6월 항쟁 직전인 1987년 5월 폐지됐다.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형제복지원 사건의 의미를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의 주윤정 박사는 ‘부랑인’을 만들어 사회적 편견을 조장하던 통치 방식이 “독재 체제의 핵심적인 국가 관리 방식으로 인식됐다”고 설명했다. 박정희·전두환 정부는 모두 군사 쿠데타 행위로 집권했다. 민주적 정당성을 완전히 결여한 통치 권력이 집권의 안정을 꾀하기 위해 동원한 방식은 ‘적’을 규정해 국민적 불안을 조성하는 일이었다. ‘부랑인’이라는 개념 역시 국가가 만들어낸 적이었다.국가가 위임하고 방조한 폭력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대 정부는 이 문제를 ‘국가 폭력’의 문제로 보지 않았다. 주 박사는 이것이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이 문제가 국가 폭력의 문제로 인식되지 않는 것은, 명목상의 폭력 주체가 국가가 아닌 ‘형제복지원’이라는 민간의 재단 법인이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이것이 사인들 간의 관계로 규정되고, 국가로서는 방치할 수밖에 없는 영역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국가가 위임하고 방조한 폭력’이었다는 것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 박사는 “자의적인 사적 폭력이 정당한 법적 절차 없이 행사되는 것은 법치국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주 박사와 함께 형제복지원 사건을 연구하는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팀은 형제복지원에서의 인권 침해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대목들을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부랑아’, ‘부랑인’ 단속이라는 명목 아래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더구나 불충분한 법적 근거로) 단속하여 시설에 강제수용한 것 ▲시설 수용 업무(때로는 단속 업무까지도)를 사적인 권력에 무분별하게 위탁하여 국민의 생명과 권리에 대한 책임을 방기한 것 ▲사적 권력에 위탁한 시설 운영에 대한 최소한의 관리·감독의 의무조차 다 하지 않음으로써, 수용시설 내의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를 실질적으로 묵인·방조한 것 ▲1987년 형제복지원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강제수용되어 있던 사람들을 어떠한 물질적·제도적 지원 없이 퇴소시킴으로써 이들의 생명과 인권에 대한 책임을 또 다시 방기한 것 ▲행정부, 사법부,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지금의 국가정보원) 등의 국가권력 집단이 1987년 당시 형제복지원 사건의 수사 과정을 방해하고, 진상을 체계적으로 은폐한 것 위 사실들은 그동안 피해 생존자들과 시민사회단체의 노력으로 밝혀질 수 있었다. 한종선(41)씨가 2012년 5월~2013년 2월 국회 앞 1인 시위를 통해 형제복지원 사건의 실상을 알리고 ‘살아남은 아이’라는 책을 쓰면서 숨죽이고 살던 많은 피해 생존자들이 어렵게 자기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 노력은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대책위원회’의 출범으로 이어졌다. 대책위는 그동안 정보공개청구와 현장 방문, 피해 생존자들의 인터뷰 등을 통해 사건의 실체를 확인했다. 지금까지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토론회와 피해자 증언대회 등을 여러 차례 열어 이 사건이 ‘또다시’ 잊혀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그러나 민간의 노력만으로는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사망자가 더 있을 수 있고, 형제복지원이 사망자의 시신을 어떻게 인계했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또 형제복지원이 1987년 6월 폐쇄된 이후 일부 원생들을 어느 시설로 보냈는지도 베일에 싸여 있다. 앞서 언급한 의문들은 규명돼야 하는 과제들의 일부에 불과하다. 서울대 연구팀은 “내무부 훈령이 제정된 구체적인 배경, 이 훈령이 일선 경찰 조직까지 전달되어 실제 단속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자료는 현재로서는 없다”면서 “내무부(지금의 행정자치부)나 경찰 조직(경찰청)을 통해 단속 업무와 관련하여 위에서 하달된, 혹은 아래로부터 보고된 내용들을 보여주는 문서들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의 노력이 필요하다. 피해 생존자들은 지난해 10월부터 대선 전인 지난 4월까지 서울 도심에서 23차례 열린 ‘촛불 집회’ 때마다 ‘형제복지원 특별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서명 운동을 진행했다. 지난달 27일 총 8060장의 서명 운동 용지가 국회에 전달됐다. 이제는 국회가 답을 할 차례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북핵 등 한반도이슈 문재인정부 기조 고스란히 반영, 무역불균형 이슈는 ‘숙제’

    30일(미 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두 나라 정상의 신뢰와 우의를 단단히 다진 가운데 각자의 양보할 수 없는 우선순위인 ‘대북 정책’(한국) ‘무역불균형 개선’(미국)‘을 두고 샅바싸움을 벌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상회담이 끝나고서도 7시간이 지나고서야 공동선언문이 발표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문 대통령은 북핵 해법에 대한 미국의 동의를 끌어냈고, 탄핵위기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정상회담 테이블에 올림으로써 정치적 실리를 챙긴 것으로 평가된다. 문재인 대통령으로선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 복원을 의미 있는 성과로 볼 수 있다. 공동성명의 6가지 항목 가운데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가 고스란히 담긴 ‘북한 정책에 대한 긴밀한 공조 지속’ 부분이 전체 성명문의 40%에 이를 만큼 비중이 실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성명에서 ?남북대화 재개 ?한반도 평화통일 환경 조성 ?연합방위태세에서 한국의 ‘주도권’을 명시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특히 ‘선 비핵화, 후 대화’ 기조를 고수한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대화의 조건과 ‘보상’까지 암시한 방법론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지지한 점이 주목된다. 5·24 조치로 남북관계가 경색된 이후 사실상 미국으로 넘어갔던 대화의 주도권을 되찾은 것이다. 공동성명문에는 ‘양국은 제재가 외교의 수단이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올바른 여건 하에서 북한과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양 정상은 한국과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갖고 있지 않으며, 북한이 올바른 길을 선택한다면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에게 보다 밝은 미래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음을 강조했다’고 적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통일 환경을 조성하는데 있어 대한민국의 주도적 역할 지지한다”는 뜻을 명확하게 밝혔다. 한반도 안보위기와 맞물려 박근혜 정부에서 ‘사문화’ 됐던 전작권 전환을 되살린 점도 눈에 띈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양 정상은 조건에 기초한 한국군으로의 전작권 전환이 조속히 가능하도록 동맹 차원의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작권 전환의 대전제에 해당하는 “대한민국은 상호 운용 가능한 킬체인,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및 여타 동맹시스템을 포함해 연합방위를 주도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방어·탐지·교란·파괴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군사능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해나갈 것”이란 내용이 담겼다. 문 대통령의 ‘북핵 동결-완전폐기’ 등 이른바 2단계 접근법에 대한 지지도 끌어냈다. 북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고위급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외교부 고위관계자는 “북핵·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새 정부의 대북정책 방안에 대한 미국 측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제재와 대화를 활용한 단계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을 바탕으로 북핵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를 비롯한 ‘무역 불균형’ 시정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은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공동성명문 가운데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공정한 무역발전’ 항목은 전체의 7%에 불과하지만, 향후 파장은 예측하기 쉽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상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한·미 FTA와 무역 불균형 문제를 제기했다. 회담에 배석했던 청와대 관계자들은 “문 대통령이 ‘도대체 문제가 무엇인지를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연구하고 조사해보자’고 제의했다”고 전했다. 양측은 한미 FTA 문제와 관련해 고위급 협의체를 구성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한미FTA 재협상을 하고 있다. 공정한 협상이 되길 희망한다”고 밝혀 ‘재협상’을 기정사실화하려 했다. 특히 “한미 FTA는 미국에는 거친 협정(rough deal)이었다. 아주 많이 달라질 것이고 양측 모두에 좋을 것”이라며 “한국과의 무역 운동장을 평평하게 하겠다”고 역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자동차와 철강 분야의 무역손실을 구체적인 수치까지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국내 정치용이란 해석도 나온다. ‘러스트 벨트’로 불리는 중서부 백인 근로자층의 ‘반(反) FTA’ 정서를 등에 업고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FTA에 따른 무역손실 문제를 제기하며 한국 정부를 압박했다. 최근 러시아 스캔들과 맞물려 탄핵이 거론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무역이슈를 다시 들고나왔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미국 주장을 논리적으로 반박했다. 한국은 상품수지에서만 흑자를 봤을 뿐이고 서비스수지에서는 오히려 미국 측이 유리해 전체적으로 ‘이익의 균형’이 유지된다는 입장을 누차 강조해왔다. 우리 측의 기대대로 고위급협의체에서 무역불균형의 실태를 들여다보고 철강·자동차 등의 ‘미세조정’으로 끝날지, 미국 의도대로 FTA 전면재협상까지 이어질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우리도 TF 구성으로 대응할 여유는 확보하게 됐다. FTA 이슈를 트럼프 대통령이 직설적으로 밀어붙였음에도 우리 측이 선방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당초 최대현안으로 거론됐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공동성명에선 빠졌다. 문 대통령이 29일 미국 의회 지도부를 상대로 사드의 절차적·민주적 정당성을 강조하면서도 사드 배치를 철회 내지 번복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는 등 미국 조야의 우려를 불식시킨 덕분이다. 워싱턴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한국전 인연’ 펜스 부통령과 참전기념비 헌화

    참전용사 아들 의원에 文 대통령 “감사” 장진호 연설문 호응… 美 상원 전달 검토 문재인 대통령이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30일(현지시간) 워싱턴 내 한국전 참전 기념비에 헌화하며 한·미동맹의 의미를 재확인했다. 이날 행사는 부친이 한국전에 참여했던 공화당 피트 세션스 하원의원(하원 규칙위원장)과 피터 로스캄 하원의원, 월터 샤프 전 주한미군사령관 외에 토머스 스티븐스 한국전참전용사협회(KWVA) 회장, 윌리엄 웨버 한국전참전용사기념재단(KWVMF) 이사장 등 미국 참전용사 30여명이 함께했다. 또 1976년 8월 18일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때 희생된 미군 장교 2명의 미망인인 메르시아 보니파스, 줄리엔 바렛도 참석했다. 우리 측에서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안호영 주미 대사,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 등이 배석했다. 펜스 부통령은 문 대통령과 함께 헌화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청와대는 소개했다. 펜스 부통령과 문 대통령은 한국전에 얽힌 인연이 있다. 펜스 부통령의 부친인 에드워드 펜스는 한국전 당시 소위로 한국전에 참전했다. 부친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53년 동성무공훈장을 받았다. 펜스 부통령은 부친의 훈장을 집무실에 전시할 정도로 부친의 한국전 참전을 중요시한다. 피란민의 아들인 문 대통령은 지난 28일 미국에 도착해 첫 공식 일정으로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찾아 헌화한 뒤 감사 연설을 했다. 문 대통령은 “장진호 전투 용사들이 없었다면, 흥남철수 작전의 성공이 없었다면 제 삶은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장진호 연설이 문 대통령 본인의 이야기를 담아서인지 아주 감동적이었다는 평이 많다”면서 “연설문을 미국 상원의원에게 전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세션스 의원의 부친이 한국전 참전용사라는 이야기를 들은 뒤 “덕분에 한국은 경제, 민주적으로 발전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에 샤프 전 사령관은 문 대통령에게 “아버지가 한국전 참전 중에 태어났다”면서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가슴 아프지만 지금 기뻐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그런가. 저와 비슷하다(부친이 한국전과 연관됐다는 의미)”고 답했다. 연평균 3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한국전 참전 기념비 공원은 1995년 7월 27일 준공됐다. 준공식에는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빌 클린턴 대통령이 참석했다. 8900㎡ 크기로 건립에 사용된 비용은 1650만 달러(약 188억원)다. 미국 기업과 단체, 개인이 기부금을 냈고 한국 기업의 현지법인도 500만 달러(약 57억원)를 기부했다. 대표적인 시설로는 19인의 용사상, 참전국가명비, 벽화, 회상의 연못 등이 있다. 19인의 용사상의 정면 지면에는 ‘전혀 몰랐던 나라, 만나본 적 없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국가의 부름에 응했던 우리의 아들과 딸들을 기린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이 문구를 만든 것은 세션스 하원의원의 부친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워싱턴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文대통령 “한국 촛불혁명, 美가 이식한 민주주의가 피운 꽃”

    “한국의 촛불혁명은 미국이 한국에 이식해 준 민주주의가 활짝 꽃을 피운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미국이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에 큰 도움을 준 점에 대해서도 감사드립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미국 의회지도부와의 간담회에서 “최근 한국은 정치적 시련을 겪었으나 한·미동맹이 뿌리내린 민주주의로 극복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탄생시켰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문재인 정부 탄생의 디딤돌이 된 촛불혁명이 미국식 민주주의에 뿌리를 뒀음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공화당)은 “대통령 개인의 승리일 뿐만 아니라 한국 민주주의에 있어서도 대단한 승리”라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또한 “혹시라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번복할 의사를 가지고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갖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은 버려도 좋다”고 단언했다. 문 대통령은 방미 이틀째를 맞아 상·하원 지도부와 간담회를 갖고 한·미동맹, 북핵, 사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오전 10시부터 폴 라이언 하원의장(공화당)을 비롯해 케빈 매카시 공화당 원내대표, 낸시 펠로시 민주당 원내대표, 스테니 호이어 민주당 원내총무, 에드 로이스 외교위원장(공화당) 등 하원 지도부를 만난 데 이어 미치 매코넬 공화당 원내대표와 찰스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 밥 코커 외교위원장(공화당), 매케인 위원장, 리처드 버 정보위원장(공화당) 등 상원 지도부와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 발언을 주제별로 재구성했다. ●북핵 위협 및 사드 미 의회 관계자들의 최대 관심은 역시 북한의 위협이었다. 라이언 하원의장은 “북한 위협에 한·미 양국이 동일한 입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중국이 충분한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 사드에 대한 대통령 생각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에드 마키 외교위 동아태소위 민주당 간사도 “지난해보다 북·중 교역량은 37% 증가한 것으로 아는데,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지 않는 것은 아닌가”라고 질문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미·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도) 나름대로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까지 가지 않은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과 중국의 역할이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문제를 완전히 해결한 것은 아니며, 미루었을 뿐이기 때문에 중국이 역할을 할 여지가 더 있다고 생각하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만나면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사드는 한·미동맹에 기초한 합의이고 전 정부의 합의라고 해서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겠다고 공언했다”면서도 “한국은 미국과 같은 민주국가이므로 민주적, 절차적 정당성은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환경영향평가 때문에 절차가 너무 늦어지지 않는지 걱정할 필요 없다. 번복 의사를 가지고 절차를 진행하는 건 아닌지 의구심을 버려도 좋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사드는 방어용이므로 북핵을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본질”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손베리 군사위원장은 “확인에 감사드린다. 한·미 간 이견이 없다는 것과 군사적으로 견고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호이어 원내총무도 “사드 답변은 매우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웜비어와 개성공단 매카시 원내대표가 오토 웜비어의 죽음에 대해 언급하자 문 대통령은 “웜비어 학생의 비극에 대해 그의 가족과 미국인의 비통한 슬픔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아직도 미국인 3명, 한국인 6명, 캐나다인 1명이 억류 중인데 이들에 대한 석방 교섭은 별개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엘리엇 엥겔 하원 외무위원회 간사(민주당)는 “후보 시절 개성공단을 언급했는데, 어떤 입장인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북한 주민의 생활 속에 시장경제가 일어나고 휴대전화가 필수품처럼 여겨지는 등 많은 변화가 있는 것이 사실이며, 중국의 개혁개방 시기 모습과 비슷하다고 본다”면서 “이렇게 내부로부터 변화시키는 방법도 주목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과거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은 시장경제나 남한 체제가 우월하다는 교육의 효과도 있었지만 쉽게 사업을 재개할 수 없다”면서 “적어도 북핵 폐기를 위한 진지한 대화 국면에 들어설 때만 논의할 수 있고, 국제적 공조 틀에서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정상회담 변수, 한·미 FTA 호이어 원내총무는 문 대통령에게 “한·미 FTA 이행에 관해 답변해 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는 안보동맹을 넘어 경제동맹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면서 “미 상무부 조사 결과를 보면 한·미 FTA가 발효된 후 5년간 세계 교역액이 12%가 감소하는 동안 한·미 교역액은 12% 증가했다. 한국 수입시장에서 미국 점유율이 늘어났고, 미국 수입시장에서 한국 점유율도 늘어나는 등 서로에게 이익이 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미국의 걱정은 상품교역에서 한국 흑자가 많다는 것인데, 서비스 분야에서는 미국 흑자가 많다. 또 한국의 대미 투자액이 훨씬 많아 이익의 균형이 맞는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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