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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휘자 없는 연주, 단원 자율성으로 가능”

    “지휘자 없는 연주, 단원 자율성으로 가능”

    명지휘자 아바도 도운 바이올리니스트 악장·협연자 위주의 ‘플레이 리드’ 강조 오늘 금호아트홀에서 바이올린 독주회“단원 개개인에 대한 존중과 자율이 있기에 ‘지휘자 없는 연주’도 가능합니다. 아바도에게 자율과 책임을 배웠죠.” 카라얀 이후 베를린필하모닉의 ‘아바도 시대’를 풍미했던 바이올리니스트 콜야 블라허(55)는 지휘자 없이 악장이나 협연자가 콘서트를 이끄는 ‘플레이 리드’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4일 열리는 리사이틀을 앞두고 만난 블라허는 인터뷰 내내 연주자의 자율과 스스로 해답을 찾는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993년 서른 살의 나이에 베를린필 최연소 악장으로 선임돼 6년간 고(故) 클라우디오 아바도를 조력한 블라허는 아바도가 위암 극복 뒤 창단한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에서도 함께하는 등 끈끈한 관계를 유지했다. 거장 지휘자의 이름에 늘 붙는 ‘카리스마’나 ‘황제’ 같은 수식어와는 거리가 먼 아바도였지만, 블라허는 그의 민주적 리더십이 오히려 최상의 사운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바도는 연주자 개개인의 자율성을 무척 존중했는데, 사실 오케스트라 단원에게 자율성을 부여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수 있다”면서 “그러면서도 그는 악단을 하나로 이끌었다”고 소회했다. 푸르트벵글러, 카라얀 등 최고의 거장 지휘자들을 떠올리게 하는 베를린필의 악장이었던 그는 이제 역설적으로 지휘자의 카리스마에 기대지 않는 무대를 꿈꾸고 있다. 최근 멜버른 심포니, 대만 필하모닉 등과 함께한 ‘플레이 리드’ 공연도 단원에게 자율성과 책임감을 함께 부여한 아바도의 리더십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는 “개개인이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주체적으로 연주를 해야 하는 공연이라 단원들이 처음에는 겁을 내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결국 실내악 같은 즐거움과 흥미를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무대를 위해서는 연주자 개개인의 상당한 연습과 이해가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학생들을 가르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저의 명령을 따르는 (수동적인) 학생은 그 부분만을 잘할 뿐입니다.” 자율과 책임이 중요하다는 음악적 가치관은 스승으로서의 교육관으로도 이어진다. 그는 독일 한스 아이슬러 음대 교수로서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최초의 여성 악장으로 임용된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 등을 가르쳤다. 블라허는 이지윤에 대해 “최고 레벨에서 살아남는 연주자는 결국 난관에 부딪힐 때 끝까지 밀고 나가는 힘을 가졌는지 여부로 좌우되는데, 그런 면에서 그는 최상의 실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이번 공연의 프로그램은 베토벤과 쇼스타코비치,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 등이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여야 ‘가짜뉴스와 전쟁’ 대치… “조속한 입법” vs “민주주의 역행”

    민주당 가짜뉴스대책반 구성 본격 대응 “강력 대책 바람직… 당정 비상 대처 안도” 법안 발의 한국당, 李총리 지시에 경계 “가짜뉴스 현행법 절차 따라 처리하면 돼” 정치권이 이번엔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놓고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가짜뉴스와의 전쟁이 또 다른 정쟁으로 비화할지 모른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3일 가짜뉴스에 강력한 대책을 주문한 전날 이낙연 국무총리의 지시에 대해 “매우 바람직하며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하고 “도를 넘는 가짜뉴스의 생산과 유통에 대해 당정이 비상한 대처를 하게 된 데 안도감을 느낀다”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 1일 박광온 최고위원을 단장으로 가짜뉴스대책단을 구성해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원내종합상황실도 지난달 13일부터 ‘진짜 vs 가짜 팩트브리핑’ 콘텐츠를 6호까지 발행했다. 팩트브리핑은 주로 4·27 판문점선언 이행 비용추계, 부동산대책 관련 가짜뉴스 등 정책 사안을 다룬다. 민주당은 독일의 네트워크 법집행법(NetzDG)처럼 강력한 입법을 목표로 한다. 지난해 독일은 해당 법률을 통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제공자에게 명백히 위법한 콘텐츠는 불만 접수 후 24시간 이내에 제거하거나 접근을 차단할 의무를 부과하고 위반 시 최대 500만 유로(약 64억원)의 과태료를 물린다. 박 최고위원은 “글로벌 IT 기업들이 우리나라에서 하는 행태와 독일에서 하는 행태에 큰 차이를 보이는 것도 반드시 국회가 빠른 입법으로 제지해야 한다”고 했다. 이 문제는 데미안 여관 야오 페이스북코리아 대표이사 등이 증인으로 출석하는 1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국감에서도 집중적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한국당도 지난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대적인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한 바 있다. 당 홈페이지에 가짜뉴스·편파보도 신고센터를 마련하고, 언론중재위와 선관위의 정정 보도, 삭제 요청 사례도 함께 게재하고 있다. 앞서 지난 5월엔 강효상 의원을 비롯한 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가짜뉴스대책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한국당은 이 총리의 발언이 나오자 뒷걸음질 치는 모습이다. 정부·여당의 가짜뉴스 단속이 자칫 야당 목소리 위축으로 이어질까 경계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양수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정부와 여당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처벌 규정 양산이, 오히려 자유민주주의 발전과 표현의 자유 보호에 역행한다는 ‘민주적’ 시각을 빨리 되찾기 바란다”면서 “만일 가짜뉴스가 있다면 현행법의 절차에 따라 처리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치권 스스로가 정파에 따라 선거에 이용할 목적으로 가짜뉴스의 생산·유통 기지 역할을 해 왔다는 점에서 가짜뉴스와의 전쟁이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가상준 단국대 교수는 “어떤 뉴스가 가짜인지 진짜인지를 판단하는 데는 정치적 해석과 속셈도 깔리기 마련”이라고 한계를 지적했다. 또 “한국당의 경우는 최근 자신들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유튜브 등에 확산되니 굳이 더 큰 규제를 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아하! 우주] 뉴허라이즌스, 예정대로 새해 첫날 소행성 방문한다

    [아하! 우주] 뉴허라이즌스, 예정대로 새해 첫날 소행성 방문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우주탐사선 ‘뉴허라이즌스’의 새로운 목표는 카이퍼 띠에 있는 소행성 ‘울티마 툴레’(Ultima Thule)를 근접비행하며 탐사하는 것이다. 카이퍼 띠는 해왕성 궤도 밖에 소행성들이 모여 있는 고리이다. 현재 뉴허라이즌스의 운영팀은 새해 첫날인 1월 1일 예정된 역사적인 소행성 근접비행을 앞두고 비행 이정표를 계속 점검하고 있다. 지난달 운영팀은 비행 시뮬레이션을 위해 3일 간의 예행연습을 시행하면서, 시뮬레이션 자료를 내려받아 분석하고 이 정보를 대중과 언론에 알리는 방법을 연구했다. “이것은 우리의 최종 시험으로 거뜬히 통과할 수 있었다. 이는 곧, 100일 뒤로 다가온 울티마 툴레 근접비행 준비가 완료됐음을 뜻한다”고 뉴허라이즌스 운영팀을 이끄는 앨런 스턴 수석연구원은 성명에서 밝혔다. 지난달 6일부터 8일까지 미국 메릴랜드주(州)에 있는 존스홉킨스응용물리연구소(APL)에서 시행된 이번 과학통신 시험은 운영팀이 이미 치른 약 20건의 ‘운영 준비 태세' 중 마지막 시험이었다고 관계자는 밝혔다. 운영팀이 고안한 근접비행 시뮬레이션에서 울티마 툴레는 자잘한 파편으로 둘러싸인 2개의 천체로 묘사됐다. 실제로도 이 소행성은 이와 비슷한 상황일 것으로 예측된다. 울티마 툴레는 공식적으로 2014년 알려졌는데, 현재까지 수집된 제한적인 정보는 2개의 천체가 공동 질량 중심을 공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 37㎞의 크기인 이 소행성은 뉴허라이즌스의 첫 비행 목표였던 명왕성 너머 약 16억㎞ 거리에 있다. 참고로 지구-태양 간 거리는 약 1억5000만 ㎞이며, 뉴허라이즌스는 2015년 7월 14일 명왕성을 근접비행하면서 1만2550㎞ 이내 거리에서에 얼음으로 뒤덮인 명왕성의 놀라운 세계를 촬영해 지구로 보낸 바 있다. 울티마 툴레의 근접비행은 역사적인 명왕성 탐사 임무를 완성한 뉴허라이즌스의 연장 임무 중 핵심으로, 탐사선이 내년 1월 1일 울티마 툴레에 접근하면 소행성의 놀라운 관측자료를 지구로 전송해줄 것으로 과학자들은 기대한다. 계획대로 된다면 탐사선은 이 소행성에 3540㎞까지 접근해 탐사 임무를 수행할 것이다. ​소행성 울티마 툴레는 46억 년 전 태양계 탄생 때의 물질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천체로, 이에 대한 탐사 작업은 태양계 형성의 비밀을 밝혀줄 실마리를 제공해줄지도 모른다고 과학자들은 기대에 부풀어 있다. 절대온도 0도에 가까운 우주공간은 변화의 관점에서는 시간이 멈춘 공간이며, 46억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새해 1월 1일은 우주적으로도 의미 깊은 하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에버랜드·에스원 등 계열사로 번지는 삼성 노조와해 수사

    최근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수사를 마무리한 검찰이 2라운드에 돌입했다. 수사를 시작한 삼성 에버랜드에 이어 웰스토리, CS모터스, 에스원까지 수사가 확대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30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수현)는 삼성전자서비스와 유사한 노조 와해 공작이 다른 곳에서도 반복됐다는 삼성 계열사 4개 노조의 고소장을 검토 중이다. 특히 에버랜드의 경우 조장희 부지회장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으며 경기 용인의 본사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간 상태다. 4개 계열사 노조는 ‘2012년 S그룹 노사전략’ 문건 등에 담긴 노조 파괴 전략이 삼성전자서비스뿐만 아니라 다른 계열사에도 똑같이 적용됐다고 보고 있다. 앞서 검찰은 삼성이 2013년부터 그룹 차원에서 ‘그린화 전략’을 세워 노조 활동을 방해했다고 보고, 해당 문건을 단서로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 전·현직 임원 32명을 재판에 넘겼다. 4개 계열사 노조가 최근 검찰에 제출한 고소장에는 사측이 노조 설립 직전에 사측에 가까운 복수 노조를 설립하거나 노조 탈퇴를 권유하는 등 정상적인 노조 활동을 방해한 정황이 공통적으로 담겨 있다. 에버랜드 노조 관계자는 “정상 노조가 설립되기 직전 인사팀 노무담당(노사협의회) 출신이 위원장인 친사 노조가 설립됐고 평소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2년에 한 번씩 단체협약 주체로만 등장한다”면서 “소수노조의 자주적 단결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웰스토리 노조 역시 고소장을 통해 사측이 노조 설립 직전 지회장 등 임원진에게 노조를 탈퇴하고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말 것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노조가 생기면 직원들을 더욱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 “휴대전화를 끄고 잠수를 타면 뒷일을 수습해 주겠다”, “원하는 부서와 원하는 연봉을 주겠다”는 등의 협박성·회유성 발언도 있었다고 노조 측은 주장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김대년 선관위 사무총장 돌연 사퇴, 왜

    선관위, 김용희 前총장 배임 등 혐의 고발 김 총장 “외교문제 비화 책임 결자해지를” 김대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장관급)이 27일 임기를 2개월여 앞두고 돌연 사퇴서를 제출했다. 김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세계선거기관협의회(A-WEB) 사태로 촉발된 작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있어 제가 사퇴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기에 어려운 결심을 하게 됐다”며 “김용희 A-WEB 사무총장도 결자해지의 자세로 책임지고 사퇴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밝혔다. 김 사무총장이 사퇴서를 제출한 것은 민간기업의 투표시스템 수출을 둘러싸고 바로 직전 선관위 사무총장이었던 김 A-WEB 사무총장을 배임 등의 혐의로 선관위가 검찰에 수사 의뢰하는 등 내부 혼란이 계속되자 자리를 내놓는 것으로 사태를 수습하려 한 것이다. 선관위의 ‘A-WEB 국제개발협력(ODA)사업 감사’ 결과보고서 등에 따르면 민간기업 M사가 오는 12월 대선을 앞둔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에 터치스크린투표시스템(TVS)을 수출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A-WEB은 후발 민주주의 국가의 민주적 선거제도 정착을 지원하고자 중앙선관위 주도로 2013년 10월 출범했다. 100여개가 넘는 각국 선거관리기관이 한데 모인 민간 협의기구로 사무처도 인천 송도에 있다. 선관위의 예산 지원도 받는다. 정부는 2016년 5월 ODA 사업 심사에서 DR콩고의 조제프 카빌라 대통령이 2016년 말 임기가 끝났지만 대통령직을 내려놓지 않고 17년째 장기 집권을 하고 있어 TVS가 악용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DR콩고 TVS 사업을 탈락시켰다. 그러나 김 A-WEB 사무총장은 지난해 8월 카빌라 대통령 등을 상대로 M사가 TVS 장비를 시연하도록 하는 등 적극 지원했고 M사는 결국 TVS 10만 6000대(약 1700억원)의 납품 계약을 따냈다. 이후 DR콩고 내에서 반대시위가 이어지고 서방에서 우려를 나타내는 등 외교 문제로까지 번졌다. 선관위는 내부 감사 후 김 A-WEB 사무총장을 보조금관리법 등의 위반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전직 선관위 사무총장을 고발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김 A-WEB 사무총장은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금속노조, 국회서 포스코 새 노조 출범 발표

    포스코에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노동조합이 처음으로 생겼다. 금속노조는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지회 출범을 알렸다. 포스코지회는 지난 16일 설립 총회에서 금속노조 지회 모범 규칙을 기반으로 지회 규칙을 제정하고 지도부를 선출했다. 이들은 포스코 광양·포항 공장을 아우르는 통합 지도부다. 포스코에 민주노총 산하 노조가 생긴 것은 1968년 포항종합제철로 출발한 이후 처음이다. 1980년대 말 노조가 설립돼 한때 조합원이 1만 8000명을 넘기도 했지만, 지금은 10명 수준의 유명무실한 노조로 남아 있다. 금속노조는 “포스코가 무노조 경영을 고수했다”면서 “무노조란 노조가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노조가 생기지 않도록 회사가 그 어떤 대가나 비용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포스코지회는 회사를 바꿔야 한다는 구성원들의 공감대가 아래로부터 올라와 만든 자주적인 노조”라면서 “포스코를 바꾸는 힘은 우리 내부의 단결만으로 부족하다. 제철산업, 나아가 전체 금속노동자의 연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도 이날 여의도 한국노총 회의실에서 ‘포스코 노동조합 재건 추진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추진위는 기존 포스코 노조 비상대책위원회와 한국노총이 만든 조직으로, 포스코 노조 혁신과 재건을 추진하게 된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금속노조 포스코지회와 한국노총이 재건할 노조의 복수노조 체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인터뷰 플러스] “일하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존중받아야 건강하고 민주적인 사회 실현”

    [인터뷰 플러스] “일하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존중받아야 건강하고 민주적인 사회 실현”

    중앙 정치 권력이 바뀌어도 사회 곳곳의 기득권 세력과 지역의 풀뿌리 권력이 바뀌지 않으면 한국사회의 근본적인 변화와 개혁은 불가능하다. 한국의 시민사회운동이 중앙 정치 권력의 교체에 과도하게 집중했다면 이제는 경제·사회 기득권의 낡은 구습의 청산과 풀뿌리 민주주의 일꾼 양성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주장을 하는 사람은 2010년까지 공공운수노조에서 정책 업무를 주로 담당하면서 조직, 대외협력, 선전 등 다양한 실무 경험을 하고 노동조합과 협동조합 그리고 지역 운동을 접목하여 2014년 강서양천민중의집을 설립하고, 작년 2017년 12월에 개원한 강서구 노동복지센터의 나상윤 센터장으로 강서구 구민센터 2층에 자리 잡은 사무실에서 그의 마을과 노동 사랑의 인생 살림을 담았다. 편집자 주→센터장으로 취임하신 것을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노동복지센터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우리 센터는 크게 3가지 업무를 하고 있어요. 중소 영세사업장를 비롯한 취약계층 노동자의 권익 보호와 법률지원을 하고, 지역에서 노동인권 교육과 노동자의 복지 증진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노동실태조사 등을 통해 중장기적인 노동정책 마련하기 위한 연구 등을 하는 곳입니다. →센터장님이 상임대표를 하신 강서양천 민중의집과는 어떤 관계인지요. -먼저 민중의집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드릴게요. 지역 시민사회의 플랫폼 역할을 하는 강서양천 민중의집은 2014년에 설립돼 노동운동을 지역에서 마을공동체와 결합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노동을 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 없듯이 노동을 배제하고 지역을 말할 수 없고, 지역사회가 진정한 공동체로 성장하려면 노동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민중의집에서는 일하는 사람들이 직면하는 체불임금·부당해고·산재신청 등의 문제해결을 지원하는 노동사업을 가장 중요시합니다. 공간 공유와 공간 나눔을 통한 허브 기능 수행, 그리고 마을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이슈에 개입하고 나아가 민관협치와 시민 플랫폼 참여를 통한 마을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노동조합의 후원과 참여를 바탕으로 주거환경 개선사업인 집수리와 김장나눔 등의 지역공헌사업도 노동조합과 마을을 연결시키는 중요한 활동입니다. 그런데 서울시가 지난 2012년부터 자치구 단위로 노동복지센터를 설치하여 취약계층, 비정규노동자의 노동권익과 복지 증진을 지원해 왔고, 강서구는 다른 자치구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취약계층이 다수 거주하고 있어요. 구청에서도 이러한 사실과 필요성을 알고 있기에 2017년 노동복지센터를 설치해 운영하려 나섰는데 그동안 지역에서 거의 유일하게 노동권익 증진 활동을 해 온 강서양천민중의집이 노동복지센터로부터 운영을 위탁하게 됨에 따라 제가 센터장으로 역할을 이동하게 되었어요. →노동자가 마을로 들어온 것이군요. 이 시대에 왜 이런 곳이 필요한가요. -현 한국사회의 시대사조는 신자유주의입니다. 신자유주의는 사람보다 물질 만능을, 공정성보다는 효율성을, 분배보다는 성장만을 중시하며 사람 간에는 공동체보다 이기주의와 무한경쟁을 강요합니다. 이러한 사회환경에서, 대다수 노동하는 국민들의 삶은 하루하루가 고달프고 피곤하고 힘들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즉, 사람보다 돈이 중시되고 효율성만 강조하면 노사 간에 정규직으로의 안정고용이나 일하는 사람의 안전문제와 인권문제 등은 이익보다 후순위가 되는 것이고 우리 사회는 지난 20여 년 동안 더 불공정하고, 더 불평등한 사회로 고속 주행을 해 왔던 것입니다. 국민들은 보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보다 안정적인 노동과 사람다운 권리와 삶의 질을 요구하는데 과거 10여년의 정부에서는 이를 백안시해 온 것이 사실이지요. 그래서 국민들이 말로는 안 되고, 주장해도 안 되고, 죽음으로 호소해도 안 되는 것을 깨닫고 촛불을 들고 일어섰던 것 아닙니까. 이제는 촛불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보다 국민의 삶 속으로 들어가 주민들과 직접 해결해야 합니다. 우리 국민의 생활공간인 지역으로, 마을로 들어가서 대부분이 노동자인 주민을 조직할 필요성이 커졌고 지역의 단위 사업장을 비롯해 주민들의 삶을 변화하기 위해 지역에서 마을공동체 활동이 절실히 필요하고 중요한 시대인 것입니다. →그런데 왜 노동이 중요한가요. -이집트의 피라미드, 중국의 만리장성 그리고 임진왜란의 거북선은 누가 만들었는가? 라는 질문이 있습니다. 설계자는 왕이나 장군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결과물을 만들어 낸 사람들은 모두 일하는 사람들. 즉 노동자들입니다. 인류의 창조물 중 노동을 통해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 있을까요? 불의 발견, 농사, 산업혁명, IT와 지금의 4차 혁명 등 이 모든 과학기술과 인류 문명은 인간의 머리와 몸을 써서 만들어 낸 노동의 산물이지요. 그렇기에 노동은 사회를 유지하고 인간이 생존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최근 들어 ‘노동존중 사회’ 혹은 ‘노동인권’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아직까지 노동을 천대하는 사회 풍조가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세상과 사회를 유지하는 데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노동과 노동자들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는 것이야말로 그 사회를 건강하고 민주적인 사회로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동자의 권익에 관심이 많은 단체이니 최근 최저임금이 사회 이슈로 대두되었는데. -최저임금이 이슈로 등장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생각합니다. 최저임금 인상이 중소자영업자들에게 끼치는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70% 자영업자는 본인 또는 가족 노동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지고 오히려 문제의 본질은 천정부지의 임대료를 비롯해서 카드수수료, 본사의 수수료 그리고 과밀한 자영업 비중에 있어요. 그렇기에 최저임금을 사회 이슈로 대두시키는 것은 을(乙)들의 싸움 혹은 을과 병의 싸움으로 프레임을 만들어서 본질인 경제민주화와 재벌에 대한 규제를 피해 가려는 의도라고 판단합니다. 다만 정부에서 어떤 정책을 펼칠 때 여러 가지 정책을 하나의 패키지로 만들어서 사용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네요. →문재인 정부는 공정경제를 중시합니다. 마을에서 활동하시는 분으로서 우리 사회가 공정한 사회로 가기 위한 방법은. -‘갑질’이라는 단어가 한국사회의 불공정성을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대기업 재벌들의 경제력 집중과 다단계 하청구조가 해결되어야 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공정경제 혹은 공정사회는 불가능합니다. 사실 많은 문제가 이것으로부터 파생되었다고 생각해요. 나아가 국가권력과 직장 내 갑질을 해결하고 노동과 노동자를 존중하는 사회인식의 확산과 노동인권이 법 제도로 반드시 보장되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국가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말이 있듯이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것은 대기업 재벌들이라 생각해요. 이들을 규제하지 않고 공정사회가 가능할까요? 그런데 대기업 재벌문제는 지역사회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으나 활동으로 대응할 수 있어요. 개별 소비자로 존재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주체로 나서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탈자본주의적 대안 소비와 생산 그리고 유통체계를 지역 수준에 구축하는 노력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지역 화폐나 협동조합은 그런 측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노동인권을 침해하는 사업주나 사업장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응을 하고 동시에 노동존중 문화를 확산시키는 활동을 통해서 사회와 직장 내 갑질 횡포를 줄여나가는 것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갑질 횡포는 ‘약탈’이라 생각합니다.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이 되기 위해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재벌을 규제하고 갑질을 바로 잡아야 하는데 그것은 노동에 대한 존중과 노동인권을 보장하는 것에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시민들의 연대와 협동이 중요합니다. 공동체는 연대와 협동 없이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김병식 객원기자 kbs@seoul.co.kr
  • 정경두 “국토 위협·테러 세력 등 총괄하는 적 개념 필요”

    정경두 “국토 위협·테러 세력 등 총괄하는 적 개념 필요”

    정경두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17일 국방백서에 표기된 ‘적’ 문구 삭제 여부에 대해 “현재 다양한 각도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있고 12월에 국방백서 발간을 추진하고 있다. 삭제됐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주적이 북한군으로만 제한됐는데 영공·영토·영해에 위협을 가하는 세력이나 이슬람국가(IS)와 같은 주체 불분명의 테러 세력, 사이버테러 세력도 모두 총괄적으로 표현하는 개념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라고 밝힌 정 후보자는 “종전선언을 하면 한·미동맹이 와해한다거나 주한미군이 철수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것은 아주 잘못됐다. 우리는 그럴 생각이 없다”며 “유엔사 철수 등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또 “NLL(북방한계선)의 경우 해군이 피로 지킨 경계선이다. 그건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정 후보자는 기무사 계엄문건을 작성한 것은 잘못됐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는 논문 표절과 위장 전입 위혹에 대해선 잘못을 인정했으며, 야당 의원들도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국방위는 인사청문회를 한 뒤 곧바로 인사청문 보고서를 채택할 예정이었으나 야당의 반발로 19일에 다시 채택을 논의키로 했다.함께 열린 이종석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는 2014년 MBC가 사측에 비판적인 직원을 대상으로 낸 전보발령의 효력을 정지시켜 달라는 가처분신청을 기각한 것에 유감의 뜻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또 2011년 5월 파생금융상품 키코(KIKO)와 관련해 ‘불공정 상품이 아니다’라고 판결한 것에 대해서도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월요 정책마당] 통일교육의 사회적 합의/백준기 통일교육원장

    [월요 정책마당] 통일교육의 사회적 합의/백준기 통일교육원장

    통일교육을 하는 데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일까. 2017년 통일교육원이 실시한 학교통일교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초중등 통일교육 담당 교사 45%가 ‘이념 논쟁의 대상이 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꼽았다. 통일교육이 체제·이념 등 정치적 문제와 맞닿아 있다 보니 정권 교체에 따라 강조점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논란이 지속되기 때문일 것이다.통일교육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 통일교육의 현실은 그 반대였다. 통일교육의 방향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고 균형적인 시각을 유지하지 못하니 일관적일 수 없었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통일교육의 목표와 주안점이 바뀌어 통일교육을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혼란스러운 상황이 반복돼 왔다. 통일교육의 가장 중요한 과업은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편향성을 극복하는 것이다. 균형 잡힌 시각으로 북한을 설명하고 통일 미래상에 대해 국민이 수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통일교육의 방향을 정하고 20·30세대, 공공부문 등 부문별로 공감대를 넓혀 나가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통일교육원은 지난 8월 ‘통일교육 지침서’를 대폭 개편해 ‘평화·통일교육: 방향과 관점’으로 새롭게 발간했다. 통일교육 지침서는 통일교육의 목표 및 방향, 지도 방법 등을 제시하는 자료다. 이 자료는 2000년부터 거의 매년 발간돼 왔다. 그러나 그동안 균형 잡힌 통일교육의 길잡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통일 문제와 북한에 대한 지식을 나열하는 데 그쳤다. 이러한 문제점을 고려해 세 가지 측면에 중점을 두고 기존의 지침서를 개편했다. 첫째, 자료의 이름을 지침서에서 방향과 관점으로 변경했다. 이는 정부가 통일교육의 모든 내용을 일방적으로 정해서 하향식으로 전달하는 것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통일교육의 방향과 관점만을 제시함으로써 교육 현장에 보다 많은 자율성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둘째, 북한·통일 문제 교재와 같은 구체적인 지식이나 정보는 가능한 한 줄이고 통일교육의 보다 근본적인 사항을 제시했다. 지식과 정보는 상황 변화에 따라 바뀔 수 있지만, 사회적으로 합의한 통일교육의 원칙이 있으면 일관된 통일교육을 추진할 수 있다. 셋째,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자 했다. 지난해 9월부터 약 1년간 교사, 장학사, 시민단체,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다.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평화·통일의 중점 방향 15개항’이다. 이는 독일이 1978년 채택한 ‘독일 문제에 대한 서독 문교부의 교육 지침’을 참고한 것이다. ‘평화는 한반도 통일에 있어 우선 돼야 할 가치다’, ‘북한에 대한 이해는 객관적 사실과 인류 보편적 가치 규범에 기초해야 한다’ 등 중요한 관점 15개항을 합의를 통해 도출했다. 편향성 극복은 통일교육의 숙제인 동시에 통일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1976년 서독에서는 보수·진보를 망라하는 정치인·지식인들이 모여 이념과 정권에 치우치지 않는 정치교육의 방법에 대해 합의했다. 이른바 보이텔스바흐 협약이다. 핵심 내용은 △강제 주입식 교육을 금지하고 △논쟁 사항들은 균등하게 소개하며 △학생들의 관점에서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견이 있는 주제에 대해 논쟁하고 토론하는 열린 교육 방식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합의점을 찾아나가는 민주적 통일 과정이기도 한 것이다. 통일교육도 앞으로 서로 다른 의견들 속에서 합의점을 만들어 가는 성숙한 민주시민 역량이 구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 [의정 포커스] ‘우문현답’… “발로 뛰고 행동하는 의회 만들 것”

    [의정 포커스] ‘우문현답’… “발로 뛰고 행동하는 의회 만들 것”

    “‘우문현답.’ 우리의 문제는 항상 현장에 답이 있는 만큼 발로 뛰고 행동하는 의회를 만들겠습니다.”제8대 전반기 서울 서초구의회 의장으로 선출된 안종숙(54) 의장은 16일 이 같은 의미로 ‘우문현답’을 구의회 운영 철학으로 제시했다. 주민 생활 속을 파고드는 구의원인 만큼 행동하는 구의회가 돼 지역을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의회에 태스크포스(TF)를 조직 중이다. 지역구별로 전문가와 함께 문제가 있는 현장을 찾아가 애로 사항을 청취하고 답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정기적인 자원봉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당장 이번 추석에는 의원들과 함께 전을 부쳐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고 동시에 그들의 불편도 살필 계획이다. 이번 8대 구의원 15명 중 초선 의원이 10명으로 압도적인 만큼 공부하는 구의회도 구상 중이다. 구 과제 지원금액을 대폭 확대해 생산적인 정책이나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조례 발굴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안 의장은 “서초는 25개 가운데 녹지 비율이 1위인 만큼 의원들과 힘을 모아 자연을 최대한 살리고 가꿔 많은 휴식처를 만들겠다”면서 “낡았지만 예쁜 골목이 많은 곳은 도시재생으로 마을의 전통과 멋을 살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골목골목 버려진 휴지 한 장 없는 깨끗한 서초를 만드는 데에도 힘을 모으겠다”고 다짐했다. 구의회 운영 제1원칙으로는 대화와 소통을 강조했다. 그는 “독선적인 의회 운영 대신 신뢰를 바탕으로 구의원 한 분 한 분 의견을 존중하고, 대화를 통해 모두가 만족하는 방향으로 합의를 이끌어 내는 민주적인 의회 운영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안 의장은 1991년 제1대 서초구의회 개원 이래 30년 만에 선출된 더불어민주당 출신이자 첫 여성 의장이다. 2010년 제6대 서초구의회 비례대표로 출발해 서초 라선거구(양재1, 2·내곡동)에서 지역구 의원으로 7대에 재선한 뒤 8대에는 강남권 기초의원 중 최고 득표율로 3선이 됐다. 서초구의원 총 15명 가운데 12명의 지지를 얻어 서초구의회 수장이 됐다. 7(민주당)대7(자유한국당)대1(바른미래당) 구도 속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고른 지지를 받았다. 안 의장은 “긴 세월 특정 정당에 의한 집행부 및 구의회 권력 독점이 깨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구청과 구의회라는 두 바퀴가 잘 굴러가야 주민 행복을 싣고 갈 수 있는 만큼 여야는 물론 집행부와도 협력할 것은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김생환 부의장, “사회적협동조합 지원 아끼지 않을 터”

    서울특별시의회 김생환 부의장(더불어민주당, 노원4)은 9월 12일 오후2시, 서울특별시의회의원회관 제2회의실에서 열린 「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중앙회 서울지부 결성식」에 참석해 축사했다. 이날 결성식은 최재성 국회의원과 서울시의회 김생환 부의장, 이태성 의원, 한상석 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중앙회장을 비롯한 사회적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관련 단체장 등 2백여명이 모여 성황리에 개최됐다. 김생환 부의장은 축사를 통해 “지역의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사회적협동조합이 지역사회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서울시의회도 「서울특별시 시세감면조례 일부개정 조례안」등을 마련해 앞장서고 있다”며 “사회적협동조합의 활성화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중앙회 서울지부는 노동기 지부장을 중심으로 사회적협동조합들이 자주적이고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상호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도덕적 기준과 협동조합 정신을 지킬 수 있는 자정노력 등 신뢰구축에 힘쓴다는 목표로 이날 결성식을 갖게 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정대화의 더 정치] 촛불의 본질은 개혁… 文, 경제·사회 영역서도 분명한 메시지 전해야

    [정대화의 더 정치] 촛불의 본질은 개혁… 文, 경제·사회 영역서도 분명한 메시지 전해야

    대통령 지지율은 국정 운영의 중요한 지표가 된다. 일국의 대통령이라고 모든 국민이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연초에 80%를 오르내리던 지지율이 50% 안팎의 약보합세로 내려앉았다. 어디에선가 문제가 생겼다는 뜻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간단하게 말해서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킨 배경은 촛불혁명이다. 촛불혁명 없이는 박근혜 탄핵도 문재인 대통령 당선도 설명할 수 없다. 그래서 촛불혁명이다. 우리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이구동성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그것이 무슨 혁명이냐’고 말하고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일거에 밤을 밝힌 수백만 개의 촛불을 야유회라고 불러야 옳을까? 촛불혁명이 기존 혁명과 다른 점은 조직적이기보다는 비조직적이고, 전투적이기보다는 평화적이고, 전위적이기보다는 대중적이라는 것이다. 혁명보다 덜 이념적이고 덜 급진적이라는 차이도 있다. 혁명이 갖는 급진적인 이미지와 달리 촛불혁명은 온건하다 못해 축제 그 자체였다. 혁명과 축제의 결합, 이것으로 촛불혁명은 혁명의 인식 지평을 크게 확장시켰다. 촛불혁명이 ‘축제형 혁명’이었다는 사실과 대통령을 탄핵하고 권력을 교체하는 가공할 위력을 발휘했다는 사실을 하나로 종합하면 ‘유쾌한 혁신’이 머릿속에 떠오름 직하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게 유쾌하지 않다. 촛불혁명이 그 이후의 정치 과정에서 온전하게 수용되지 못한 탓이다.정부와 여당은 촛불을 기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통령이 가장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대통령이 국민을 대하는 자세, 상황을 파악하고 표현하는 방식, 국정 과제를 처리하는 방식에서 촛불의 흔적이 강하게 배어난다. ‘촛불대통령’답다. 그러나 참모들도 대통령처럼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혹 촛불을 혁명으로 생각하지 않고 축제로만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게 되면 ‘놀고 있네’ 라는 표현이 뒤따를 것이다. 야당은 기억상실증에 걸린 양 촛불을 까맣게 잊었다.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지워버린 것 같다. 야당은 촛불로 대통령이 탄핵되었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어 한다. 이명박과 박근혜가 저지른 미증유의 국정 농단에 대해서 진정 어린 반성을 들어보지 못했다. 적반하장으로 김병준 위원장의 국가주의 발언, 고영주의 공산주의 발언, 김성태 원내대표의 신적폐 발언에서 지극한 망각증의 징후만 보았다. 과거 박정희의 정치활동정화법이나 전두환의 정치풍토쇄신법이 아니더라도 ‘포스트 촛불혁명’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사회과학 영역에 ‘경제결정론’과 ‘정치결정론’을 둘러싼 학문적 토론이 있다. 경제결정론은 경제가 정치적 결정의 토대라는 입장이고 정치결정론은 특수한 국면에서 정치가 경제에 독립해서 고유의 결정력을 가진다는 입장이다. 다섯 수레의 책으로도 토론을 정리하기 어렵겠지만,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관점에서 경제는 정치적 결정의 토대이되 특정한 역사적 국면에서는 정치적 결정이 경제를 압도한다는 정도로 요약하자. 정치결정론이 작동하는 역사적 국면은 혁명적 변화의 상황이다. 이 국면에서는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하듯 모든 일이 정치로 통한다. 문재인 정부의 지금은 정치결정론이 강하게 작동할 시점이다. 만약 지금 경제결정론이 작동한다면 정부 정책은 재벌 친화적이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재벌 개혁과 혁신을 강조하는 것은 정치결정론이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정부는 이 정치결정론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 재벌체제 위에 선 정치를 보여주어야 한다. 재벌체제는 한국 경제의 ‘절대상수’이고 정치적 결정의 토대이다. 한국 정치는 재벌경제의 정치이고 정치경제학의 용어로 표현하면 재벌체제의 대리인에 불과하다. 재벌체제가 존속하는 한 중소기업과 자영업 문제를 해결하고 민주적 노사관계를 확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개혁과 재벌체제는 빙탄불상용의 양립 불가능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재벌체제를 능가하는 정치가 꼭 필요하다. 둘째, 정치결정론이 국내외 모든 정책에 고르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얼핏 경제와 무관해 보이는 외교안보와 남북관계 영역에서는 순수하게 정치결정론이 작동하고 있다. 대통령의 역할은 선도적이고 메시지는 명료하며 정책 집행상의 혼선도 없다. 반면, 경제 영역에서 정부의 역할은 모호하고 대통령의 메시지는 추상적이거나 간접적이며 정책 집행에는 혼선이 있다. 교육과 노동 등 사회 영역에서는 메시지 자체가 태부족한 실정이다. 셋째, 간결한 메시지로 국민에게 접근해야 한다. 정치는 메시지다. 남북관계에서 대통령이 보여준 간결하고 설득력 있는 메시지가 경제 영역에서도 필요하다. 현안인 부동산, 일자리, 최저임금 문제를 포함해서 경제 혁신의 방향과 목표가 국민에게 가감 없이 명료하게 전달되어야 한다. 그것도 이론이 아니라 실물로 들려주어야 한다. 이 메시지에 정부 각 부처, 대기업과 중소기업과 자영업, 노동자와 농민을 포함한 모든 경제주체들에게 당부하는 대통령의 말이 포함되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특별히, 국내 정치와 국제 정치의 균형은 매우 중요하다. 과거 전쟁사에서 보았던 것처럼 내우를 외환으로 다스리는 정치는 하급의 나쁜 정치이며 성공 가능성도 낮다. 내우의 조건에서는 외환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 국내 정치의 불안정은 남북관계와 동북아 국제외교의 성과를 갉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남북관계가 급진전하고 강대국의 개입이 고도화되는 유례없는 전환기적 상황에서 국내 안정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마땅히 대통령의 과제이다. 나라에 아무리 좋은 일이 많아도 곳간에 쌀이 떨어지면 함께 기뻐하기 어렵다는 것은 상식이다. 당장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민족통일이 의미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 남북관계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고 반대세력에게는 비판의 호재로 악용될 수도 있다. 전쟁이론으로 비유하자면 무리한 속도전이 보급선의 단절을 초래하거나 포위공격을 자초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축제형 촛불혁명이 기대하는 촛불정치는 ‘유쾌한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개혁이어야 할 것이다. 개혁은 여름 장마철 계곡을 흘러내리는 큰물과 같아서 우당탕거리며 흘러내린다. 이리저리 튀면서 흐르기에 일견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가는 길은 하나로 정해져 있다. 싸우듯이 소란스럽게 흐르지만 갈라지지 않고 함께 흘러간다. 무질서한 것처럼 보이지만 제법 질서 있는 개혁이 가능하다. 개혁이 혁명과 구별되는 점은 구조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고치고 다듬고 씻어서 아나바다의 방식으로 재활용하는 것이다. 버리고 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는 것이며 가면서 끊임없이 서로 조율하는 것이다. 그래서 개혁은 더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말하자면 여당과 야당이, 기업가와 노동자가, 사학의 운영자와 구성원이, 교총과 전교조가, 남과 북이 함께 가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정조 사후 조선 후기 100년을 내우에 시달렸고 그 후 100년 이상을 외환에 시달린 비통한 역사를 가졌다. 그 과정에서 식민 지배와 분단과 전쟁을 연이어 겪었고 결과적으로 한반도의 남단에서 고립된 섬으로 유폐되었다. 그 긴 세월 고생한 보람이 있어 경제를 키우고 민주주의를 회복하여 대륙으로 힘차게 뻗어나가려는 마당에 과거 독재와 불의가 횡행하던 시절에 사용했던 망령된 언어와 행태로 나라의 미래를 가로막는 일을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역사의 진보를 향해 달려가는 마차를 막아서는 자는 말발굽에 밟히고 바퀴에 깔릴 것을 각오해야 한다. 상지대 총장직무대행
  • 베이징에서 멈춰 선 강명구 마라토너가 쓴 ‘을밀대의 결의’

    베이징에서 멈춰 선 강명구 마라토너가 쓴 ‘을밀대의 결의’

    그는 1년을 힘들게 달려온 힘겨움을 내려놓고 중국 베이징에서 숨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9월 1일 네덜란드 헤이그를 출발해 평화통일 기원 유라시아 횡단 마라톤을 이어가고 있는 강명구(62)씨가 8일 베이징에 도착해 10일 오전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115편-을밀대의 결의’를 보내왔다. 15개국 1만 3000㎞를 쉼없이 달려온 그는 다음달 초 북한으로 들어가는 관문 역할을 하는 단둥에 도착해 북한 땅에 들어서는 벅찬 감격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 남과 북이 공식적으로 그의 통과를 허용하겠다는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지만 그는 평양에서 한바탕 축제를 벌인 다음 판문점을 통과해 경기 파주에서 광화문까지 달리는 완주를 꿈꾸고 있다. 아니 확신하고 있다고 표현하는 게 적절할지 모르겠다. 1만 3000㎞를 거침 없이 달려온 그가 허베이성에 들어선 뒤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원고를 인용부호 붙여 따지 않고 전문 그대로 맛보게 하는 것도 가치있는 일이라 여겨 옮긴다. 명백한 오류나 동어 반복을 손질하는 등 최소한 적게 개입하며 필자의 뜻을 온전히 전달하고자 한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어쩌면 오래달리기가 이 병들어가는 나약한 사회를 바꿀 최선의 해결책인지도 모른다.?사람들은 허겁지겁 바쁘게 사는 것 같지만 몸을 움직이지 않고 건강 불안증에 빠져 의료비나 건강보충제, 비타민제에 들어가는 비용은 가히 국가 재정을 파탄으로 몰고 갈 지경이다. 사람들이 모두 오래달리기와 손을 잡으면 더 활기차고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것이고 그러면 국가는 메말라가는 국민건강보험 기금이 남아 돌기 시작하는 축복을 누릴 것이다. 만약 국가가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할 때마다 완주 메달과 함께 장려금 100만원씩 지불한다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건강하고 가장 행복지수가 높으며 생산성이 향상되고 창의력이 높아지며 단숨에 일등 국가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 게임기 앞에서 몸과 마음이 시들어가는 우리 어린이들과 청소년들도 오래 달리기와 손을 잡는 순간 활력이 넘치는 일상과 신선한 미래를 보장받을 것이다. 달릴 때 자존감은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상승한다. 사람이 사는 게 그렇듯이 가장 행복한 순간은 자신에 대한 만족감을 느낄 때,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인정할 때이다. 주위 사람이 나를 인정하는 것은 내가 돈이나 명예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나에게 남다른 정신이 존재하고 놀라운 기질이 있고, 다른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꾸준히 노력하는 중에 자신도 생각하지 못한 놀라운 일이 발생할 때가 아주 많다. 나의 발걸음은 거침없이 태항산맥을 넘어 허베이성(河北省)으로 들어선다. 황허(河)의 북쪽에 있다고 해서 이름붙여졌다. 베이징과 톈진을 품고 있는 허베이성은 중국의 찬란한 문화와 역사를 두루 만날 수 있는 지역이다. 성도인 스자좡(石家莊)을 비롯하여 바오딩(保定),청더(承德) 등 유서 깊은 도시들이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협곡 중 하나인 태항산대협곡과 만리장성의 동쪽 끝 요새인 산해관도 이곳에 자리하고 있다. 춘추전국시대에는 연나라와 조나라 땅이었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원소의 본거지이며,?원나라, 명나라, 청나라는 베이징을 수도로 삼았고 이때부터 정치군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때문에 중국에서도 역사 유적이 많기로 유명하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청더 피서 별장, 장성, 청동능과 청서능도 모두 이곳에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백이(伯夷)와 숙제(叔齊)도 허베이 사람들이다. 이들은 주(周) 왕실에 타협하지 않은 채 의리와 명분, 절개를 지키러 수양산에 들어가 고사리를 따먹으며 연명하다 의로운 죽음을 맞이한다. 허베이성의 약칭은 지(冀)로 기주에서 유래했다. 낯이 익을 것이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 나오는 가장 감동적인 장면을 꼽으라면 유비와 관우, 장비 세 사람이 각자 28세, 29세, 24세에 맺은 영원한 약속, 도원결의가 아닐까 한다. 사내아이들이라면 술 배울 나이에 친구들끼리 술 한 잔 마시며 이 도원의 결의를 흉내내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내가 지나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바오딩 시가 있다.?이곳이 유비와 장비의 고향 탁현이고 이곳에서 도원결의를 맺는다. 허베이는 조자룡의 고향이기도 하다. 황건적의 난이 천하를 어지럽힐 때 유비와 관우, 장비가 허름한 주막에서 만나 무너져가는 황실의 부흥을 위해 의기가 투합했고 천하의 대사를 논의했다. 이보다 더 멋지고 낭만적이면서도 결의에 찬 도원결의를 이번 가을 남북정상회담에서 꿈꾼다. 남북정상이 다시 손을 맞잡고 이름도 대박인 평양시 대박산 능선에 올라 우리 민족의 생명의 근원이 되는 단군릉에 참배하고,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는 을밀대로 가 우리 민족의 평화는 우리끼리 지키자는 결연한 ‘을밀대의 결의’를 맺고 자주적으로 우리의 평화와 통일을 이루어 나가는 역사적이고 감동적인 명장면이 연출되기를 바란다.
  • [싫존주의 세대] 꼭 해야 하나, 그건 내가 아냐

    [싫존주의 세대] 꼭 해야 하나, 그건 내가 아냐

    기성세대와 달리 ‘노력=성공’ 믿음 깨져 안정적 일자리 찾는 스펙 세대와도 구별 저성장 시대에 자기 정체성 표현에 집중 같은 싫음의 취향 가진 사람끼리 결집도 “그냥 싫다” 아닌 “남들도 싫다” 합리화 개인과 집단이 섞인 과도기적 현상 분석“어른들은 ‘노력하면 잘살 수 있다’고 저희를 가르쳤지만, 지금 세대에게는 그 믿음 자체가 깨진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기성세대들이 젊었을 때 기준으로 현 세대를 평가하려고 할 때마다 화가 납니다.” 취업준비생 심민섭(28)씨는 ‘싫존주의’를 따르는 지금의 20대가 바라보는 현 사회를 이렇게 표현했다. 일명 ‘N포 세대’라 불리는 세대, 혹은 그 아래인 1988~1997년생들은 유사 이래 최고 높은 대학진학률에도 불구하고 청년 고용 한파의 직격탄을 맞은 세대다. 경제가 확장하던 시절에 성장해 정치부터 문화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민주화의 가치를 개척한 40~50대,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풍토 속에서 줄어드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잡기 위해 ‘스펙 경쟁’에 몰두한 30대와 구별된다. 지난 7월 청년실업률 9.3%, 체감청년실업률 22.7%라는 현재의 수치 못지않게 앞으로도 이 수치를 개선할 방안을 찾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을 20대는 경험적으로 느끼고 있다.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 교수는 지난해 발표한 ‘청년의 성공 요인에 관한 인식조사’에서 성공의 요인으로 재능을 꼽은 대학생이 22.1%, 노력은 9.0%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대학생들은 대신 성공 요인 1순위는 부모의 재력(50.5%)이다. 중국 대학생 조사에선 재능(45.3%), 노력(12.9%), 부모 재력(12.5%) 순으로 조사 결과가 나왔다. 어린 시절 기성세대가 강조하던 사회적 성공을 자신의 노력만으로 이룰 수 없다고 확신한 싫존주의자들은 저성장 시대 인생의 목표를 성공이 아닌 자기 정체성 표현에 두기 시작했다. “내가 싫어한다는 것을 존중받는 것”이라는 박도연(21·여)씨의 말은 싫존주의 세대를 대변한다. 싫존주의 세대는 집단에 얽매이지 않으며 자기 자신의 이해와 욕구를 실현하는 데 더 큰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파편화된 개인으로만 남아 있지는 않는다. 오히려 비슷한 ‘싫음’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 결집했다. ‘오싫모’(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나 ‘술싫모’(술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 등이 단적인 예다. 싫존주의 세대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양했지만, 공통된 의견은 살아남기 어려운 저성장 시대에 ‘싫음’을 표출하는 것은 이들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수단이며 그 용기를 인정해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장기엔 체제에 철저히 순응할수록 많은 것을 받을 수 있지만 저성장 시대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20대들이 깨달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좋은 직장이나 직업 등 사회적 성취를 통해 자존감이 자연스레 확보됐던 과거와 달리 스스로 자기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자존감의 원천으로 삼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싫음’을 부정적인 감정이라 여겼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 싫존주의 세대에게 ‘싫다’는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하나의 수단이 된 셈이다. 싫존주의가 개인주의의 결과물인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견해 차이가 있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싫다’는 건 개성의 여러 표현 중 하나이기 때문에 싫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것 자체는 건강한 현상”이라며 “20대들의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졌고 동시에 감정 표현에서도 민주적인 사회가 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반면 김지호 경북대 심리학과 교수는 20대들이 다양한 감정 표현 수단을 가졌다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그냥 ‘내가 싫으면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남들도 싫어한다’는 사실을 꼭 알리고 합리화시키려는 경향이 보인다”며 “이는 완전한 개인화라기보다는 개인화와 그 개인들의 집단이 묘하게 섞이는 과도기적 현상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싫존주의 세대가 어디에서, 무엇 때문에 시작됐는지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이들을 맞이하게 될 사회의 자세다. 여전히 싫존주의 세대의 싫음은 상대가 나와는 다를 때, 혹은 상대의 권력이 높을 때 쉽게 무시되고 별 것 아닌 것처럼 치부된다. 1년째 개인적인 신념으로 “고기가 싫다”고 선언한 채식주의자 김서형(22·여)씨는 “다수의 취향과는 확연히 다를 때 내 ‘싫음’을 드러내기가 더 어렵다고 느낀다. 직장이나 공적인 자리에서 ‘힙합이 싫다’고 했을 때와 ‘고기가 싫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완전히 다르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글 사진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중구 맞춤형 주차 완화”…전통시장 한가위만 같아라

    “중구 맞춤형 주차 완화”…전통시장 한가위만 같아라

    정부 543곳 최대 2시간 주차 허용에 ‘중부’ ‘방산’ 연말까지 24시간 주차 OK 중앙시장 주변도 1일 13시간까지로 늘려“저희 중구가 정한 주정차 단속 완화 구역 이외에 추가로 필요한 곳이나 다른 건의 사항을 알려 주시면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서양호 서울 중구청장은 지난 7일 구청장실에서 지역 내 대표 시장 상인들과 간담회를 갖고 정부의 전통시장 인근 주정차 단속 완화 정책을 알리면서 추가 건의 사항을 수렴했다. 행정안전부가 추석과 국가 쇼핑관광 축제인 코리아세일페스타를 맞아 오는 13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전국 543개 전통시장 주변 도로에서 최대 2시간까지 주차를 허용하도록 한 것과 관련,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추가 지원 조치를 마련해 시장 활성화에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에서다. 간담회에는 이국헌 남대문시장상인회장, 김정안 중부·신중부시장 상인연합회장, 김교선 방산시장상인연합회장, 이삼수·김달우 방산종합상가상인회장, 최순오 중앙시장회장 등 지역 전통시장 관계자 6명이 참석했다. 서 구청장은 간담회에서 상인들의 의견을 두루 들은 뒤 주차 허용 시간을 확대하기로 했다. 당장 중구의 대표 시장인 퇴계로 남대문시장의 하영사~회현역 7번 출구, 남산육교~한우촌 등 2개 구간의 주정차 허용 기간을 추석이 아닌 연말까지로 늘리고, 주정차 허용 시간도 기존(0시부터 5시간)보다 3시간여 늘어난 밤 10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 30분으로 확대했다. 남대문시장의 연세악세사리~동그라미식당 구간은 추석까지만 주정차 완화를 하되, 시간을 오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 30분까지 기존(밤 10시~다음날 새벽 5시)보다 14시간여 늘려 주기로 했다. 중부시장(동호로)의 삼융아크릴~건림상사 구간은 연말까지 24시간 주정차 가능하도록 했다. 중부시장(창경궁로)의 을지로사거리~중구청 앞 구간은 추석 이후에도 서울시 노상주차장이 본격 운영될 때까지 24시간 주정차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방산시장(창경궁로)의 청계4가 대도조명~을지로4가 가보조명 구간도 연말까지 24시간 주정차할 수 있도록 했다. 중앙시장(마장로)의 성동공고주차장~은성종합주방 구간, 혜명가구~대상주방 구간도 주정차 완화 시간을 기존 9시간 대신 연말까지 13시간(오전 9시~밤 10시)으로 늘렸다. 상인 대표들은 이외에도 “손님 1명이 차를 오래 주차하지 못하도록 구청이 관리해 달라”, “잠시 짐을 내리기 위해 정차해도 무인 카메라가 불법 주차로 인식해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도록 해 달라” 등의 요구를 쏟아냈다. 이에 서 구청장은 “최대한 지원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겠다”고 답했다. 이날 김정안 회장은 “서 구청장 취임 이전에는 중구청이 우리를 구청장실로 불러서 이야기를 들어준 적이 없다”면서 “민주적으로 상인들의 의견을 듣고 문제를 개선해 주려고 노력하는 데 감사하다”고 말했다. 서 구청장은 “정책 수립부터 수요자와 함께해야 추진 과정에서 정책추진 취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면서 “중구청은 상인들과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시장이 활성화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행안부는 9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추석 명절에 전통시장 이용 증대로 내수 진작을 도모하기 위해 기존 연중 상시 주차가 허용되는 시장 170곳 이외에도 추가로 373곳의 전통시장에 대해 오는 10월 7일까지 한시적으로 최대 2시간 주차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자주적 도시외교 선언...부산도시외교 비전과 전략 발표.

    자주적 도시외교 선언...부산도시외교 비전과 전략 발표.

    부산시가 민선 7기를 맞아 자주적 도시외교를 선언했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4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시아 중심 허브도시로 도약을 위한 부산시의 도시외교 비전과 전략을 발표했다. 오 시장은 “정부의 신남방, 신북방 정책이 가속화 되면서 그 연결고리인 부산을 중심으로 새로운 경제지도가 그려지고 있다”며 “남북경제협력이 가시화되면서 해양과 대륙을 연결하는 접점도시 부산이 세계도시로 웅비할 절호의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이점을 살려 부산 실정에 맞는 자주적 실리적 도시외교를 추진해 아시아 중심 허브도시 부산을 실현하고 지역 경제발전의 새 동력을 창출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를 위해 △ 실질적 성과창출을 위한 도시외교 추진계획 수립 △ 신남방·신북방시장 진출 및 남북협력 선도 △ 도시외교 관련 인프라 확충 △ 도시외교정책 전략적 추진체계 마련 등 4대 전략과 14개 추진과제를 수립해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는 먼저 도시외교의 실질적 성과 창출을 위해 잠재적 발전 가능성이 있는 상하이,닝보,오사카,후쿠오카,싱가포르,호찌민,블라디보스토크 4개 권역 7개 도시와 교류를 집중하기로 했다. 부산경제발전을 견인할 신남방,?신북방 시장진출과 남북경제협력사업도 적극 추진한다. 아세안과 인도는 인구 20억명이 넘고 총 GDP가 우리나라의 3.4배인 5조 8000억 달러에 이르는 방대한 시장인만큼 중국. 일본중심의 초광역경제권 사업을 아세안 시장으로 확장하고, 부산기업들이 소비재 시장에 활발히 진출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만들어 나갈 방침이다. 또 정부가 추진하는 ‘9-브릿지(Bridge) 사업’과 연계해 부산에서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유럽으로 향하는 부산발 유럽대륙철도 사업을 추진한다. 남북 해빙 분위기와 함께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비하고 나진-하산 프로젝트와 남북한 스포츠,영화 등 문화교류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도시외교 관련 인프라 확충을 위해 부산시의 5개 해외무역사무소를 도시외교의 거점으로 활용해 통상업무 외에도 문화,관광,의료,인적교류 등 역할을 강화하고 블라디보스토크 등에도 무역사무소를 추가 설치한다. 이밖에 도시외교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기존 자매·우호협력 도시 외 다른 도시와도 도시외교 협력체계를 구축해 우수정책을 알리고 도시브랜드 이미지를 높여갈 방침이다. 오시장은 “그동안 부산은 27개국 36개 도시와 자매·우호협약을 체결해 교류해 왔지만, 부산발전을 위한 실질적 교류협력보다는 단순한 친선교류나 형식적 MOU체결에 그쳤다.”라며 “올해를 부산시 도시 외교의 원년으로 삼고 부산실정에 맞는 자주적 실리 도시외교를 추진해 부산을 아시아 중심 도시로 만들겠다.” 말했다.. 부산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가사노동 ‘경제적 가치’ 부여하고 도련님·아가씨 호칭도 수정

    가사노동 ‘경제적 가치’ 부여하고 도련님·아가씨 호칭도 수정

    3차 건강가정기본계획 보완 사안 추가무급 가사노동 경제적 가치 환산하고‘도련님’ vs ‘처남’ 호칭문제도 개선정부가 가족과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변화함에 따라 무급 가사노동을 가치화하고, ‘도련님’과 ‘처남’으로 대비되는 성차별적 가족 호칭을 개선한다. 자녀의 성(姓)과 본(本)을 결정하는 시기도 혼인신고 때에서 자녀출생 때로 확대된다. 여성가족부는 급속한 가족환경 변화에 대응해 ‘3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16~2020)’에 평등하고 민주적인 가족관계 실현을 위한 사안을 보완했다고 30일 밝혔다. 건강가정기본계획은 5년 단위로 수립되는 범정부 차원의 가족정책 로드맵으로 3차 계획은 2015년 만들어졌다. 우선 빨래, 청소, 음식 준비 등 무급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는 ‘가계생산 위성계정’을 개발하기로 했다. 정부 차원에서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파악해 양성평등한 가족관계 형성을 돕겠다는 취지다. 여성이 주로 담당하던 집안일은 오래도록 ‘노동’으로 인식되지 못했으며, 전업주부는 여전히 대학생이나 수험생과 함께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고 있다. 2014년 조사에 따르면 맞벌이 부부의 가사·돌봄 노동 시간도 여성이 3시간 13분으로 남성(41분)의 5배 수준으로 높다. 가족 내 성차별적인 호칭 문제도 개선한다. 2016년 국립국어원 조사에 따르면 남편의 동생을 ‘도련님’이나 ‘아가씨’로 높여 부르는 데 반해, 아내의 동생은 ‘처남’, ‘처제’로 부르는 것에 대해 응답자의 65%가 개선돼야 한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부계에 친할 친(親)자를 붙여 친가라고 부르고, 모계를 바깥 외(外)자를 써서 외가라고 부르는 것이나, ‘시어머니, 시아버지’와 ‘장인, 장모’도 개선돼야 할 호칭으로 꼽힌다. 아울러 자녀의 성과 본을 결정하는 시점을 혼인신고 때에서 자녀출생 때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한부모 가정이나 미혼모 가정에서 친부가 자녀의 존재를 알게 되더라도 아동의 성을 기존대로 유지하되, 아동의 의사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개선할 방침이다. 한부모 가정이나 미혼모부 가정의 아동들이 차별을 겪지 않도록 출생 신고서에 ‘혼인 중·혼인 외 출생자’를 구분해 표기하는 방식도 개선한다. 주민등록표에 ‘계부·계모·배우자의 자녀’ 등의 표시도 삭제하는 등 다양한 가족 형태와 관련한 불합리한 법과 제도적인 차별 사항을 없앤다는 취지다. 정현백 여가부 장관은 “가족을 바라보는 가치관이 변화해야 하며, 다양한 가족 간, 가족 내 구성원 간 평등이 실현되는 일상 민주주의가 우리 의식과 생활 속에 더 깊이 뿌리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꽉 막힌 비핵화… 文, 특사·핫라인으로 촉진자 역할 강화해야 ”

    “꽉 막힌 비핵화… 文, 특사·핫라인으로 촉진자 역할 강화해야 ”

    美, 한미훈련 재개 카드로 대북 압박 北, 민족끼리 행동하자며 대미 맞공세 靑 “한미훈련 재개 상황 봐 가며 협의” 전문가 “대북·대미 특사 파견해 조율 한미·남북 정상 핫라인으로 물꼬 터야”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교착 상태가 지속되면서 한국의 촉진자 및 중재자 역할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굳건한 한·미 공조를 통한 대북 압박을, 북한은 우리 민족끼리 판문점 선언을 이행하는 대미 압박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면서 일견 한국이 ‘샌드위치’ 신세인 것처럼 비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대북·대미 특사 파견, 남북 정상의 첫 핫라인 통화, 한·미 정상 간 핫라인 재개 등을 통해 한국이 촉진자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때라고 제언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9일 “현재로서는 한·미가 이 문제(한·미 연합 군사훈련 재개)를 논의한 적이 없다”며 “비핵화 진전 상황을 봐 가면서 한·미 간 협의하고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제임스 매티스 장관이 28일(현지시간) “현재로서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더는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발언한 데 대한 설명이다. 한·미는 지난 6월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과 해병대연합훈련(KMEP)을 무기한 유예하고 북한의 비핵화 진행 상황을 봐 가면서 추가 중단 여부를 정하기로 합의했는데 여전히 변화가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무산된 직후에 매티스 장관이 기존 합의를 짚었다는 점에서 결국 한·미 공조에 집중해 달라는 요청이자 한·미 연합군사훈련 유예 카드를 대북 압박 수단으로 쓰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반대로 북한은 판문점 선언 이행, 미국을 비롯한 외세 개입 최소화 등을 연일 주장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29일 ‘자주통일, 평화번영을 위한 역사적 선언’이라는 글에서 “민족의 화해·단합과 통일로 향한 현 정세 흐름을 계속 추동해 나가자면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의 이행을 다그쳐야 한다”며 “북과 남은 외세가 아니라 우리 민족끼리 뜻과 힘을 합쳐 나라의 통일 문제를 자주적으로 풀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최근 러시아 기업 등에 내린 대북 추가 제재에 대해서도 비난했다. 정부는 북·미 간 비핵화 협상과 남북 관계 진전이 선순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6월 북·미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협상이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적극적인 중재·촉진 역할로 교착 상태를 뚫어야 하는 이유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3월 북한과 미국을 방문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성과를 얻은 정의용(청와대 국가안보실장)·서훈(국가정보원장)과 같이 한국이 특사를 파견해 중재안을 제안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단계적으로 북핵 리스트를 제공하는 등의 중재안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한국의 가장 큰 대북 레버리지는 미국이 등 뒤에 있고 한국의 요청을 미국이 들어준다는 것”이라며 “따라서 한·미 정상 간 핫라인을 재개해 공조를 강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양 정상은 지난 6월 12일 마지막으로 통화했다. 김동엽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남북 정상이 핫라인을 처음으로 가동해 북·미 간 협상이 안 되면 남북 관계까지 주눅드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며 남북 관계가 북·미 협상에 종속되는 것은 긍정적이지 않다고 했다. 반면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과 북한이 ‘네 탓 공방’을 하는 것을 볼 때 판 자체를 깨는 데는 서로 큰 부담을 갖고 있으며 협상 의지도 있다는 뜻”이라며 “정부가 성급하게 개입하는 것보다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전북대 직원·학생 총장선거 보이콧

    전북대 직원과 학생, 조교로 구성된 ‘민주적 총장 선출을 위한 비교원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29일 선거 보이콧을 선언했다. 공대위는 이날 “교수회가 비교원의 투표 반영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를 끝내 거부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공대위는 “교수회가 총장추천위원회를 통해 합의해야 하는 투표 방법이나 반영비율 등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학무회의 의결을 거치려는 시도마저 서슴지 않았다”며 “총장 선거 자체를 거부하는 것만이 힘없는 약자들이 할 수 있는 최후의 몸부림이라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공대위는 “대학 구성원 모두의 화합과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할 총장 선거가 교수회의 일방통행과 불통으로 인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며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가장 민주적인 총장 선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전북대 교수회는 오는 10월 직선제로 뽑는 총장 선거에서 직원과 학생, 조교 등 비교원의 투표 반영비율을 전체의 15.13%로 정했다. 그러나 이는 전국 국립대 평균치인 16.21%, 거점 국립대 평균치인 15.74%를 밑도는 수치여서 반발을 사고 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곽민수의 고대 이집트 역사기행] 낯선 이들에게도 박하지만은 않았던 고대 이집트인들

    [곽민수의 고대 이집트 역사기행] 낯선 이들에게도 박하지만은 않았던 고대 이집트인들

    낯선 이들에게 경계심을 갖는 것은 누구에게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의 영역으로 다가오는 나와 다른 모습을 한 이들에게 배타성을 드러내는 것은 지극히 본능적인 반응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최근에 있었던 대규모의 외래인 유입에 대해 꽤 많은 수의 시민들이 우려를 표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사회적 문제로까지 확대되는 난민 문제는 대체로 최소한 수만 명 단위의 인구 유입과 관련된 만큼 겨우 500여명 정도의 난민을 ‘대규모’라고 하는 것이 조금 어색하기는 하지만, 겨우 수백 명 단위라고 하더라도 처음 겪는 외래인의 집단적 유입에 불쾌감과 공포심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을 갖게 되는 건 이해할 만하다.이런 배타적인 태도가 본능적이라 하더라도 이를 극복할 수 없는 것은 또 아니다. 본능은 인간의 실천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기제이지만, ‘인간다운 모습’이라고 할 만한 것들은 대부분 이 본능을 인위적으로 극복한 결과물이다. 인류 문명사는 동물적 본능과 그 본능을 넘어서는 가치 사이에서 방황하고 갈등하는 인간들이 만들어 내는 드라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이집트적인 것을 ‘우주적 질서’로 여기고 이를 토대로 외국인들을 평가했다. 그런 그들에게 자신과 다른 이들에 대한 경계와 거기에서 더 나아간 혐오는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이집트인들은 이 경계의 본능을 어느 정도는 극복한 ‘인간다운’ 사람들이기도 했다. 그들은 외국인들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경계했지만, 일단 이집트로 이주해 온 외국인들에 대해서는 그리 배타적이지 않았다. 이집트인들은 스스로를 ‘나일강의 물을 마시는 사람들’이라고 규정했는데, 이는 ‘이집트인’이라는 집단 정체성이 생김새나 출신 지역보다는 ‘지금 같은 곳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과 더 관계가 깊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집트 중부 베니하산의 중왕국 시대 지역 태수였던 크눔호테프의 무덤 벽화에는 가족들을 이끌고 이집트로 들어오는 서아시아인들이 그려져 있다. 무덤의 주인은 자신이 그들을 환영했다는 사실을 뿌듯해하며 무덤 속에 기록으로 남긴 것이다. 이집트에서는 이집트로 이주해 오는 외국인들을 따뜻하게 맞이하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졌을 뿐만 아니라 외국 출신의 이민자가 사회의 최상위 계층에까지 이른 사례들도 확인된다. 구약성경 속의 요셉이라는 인물은 노예로 팔려 온 미천한 신분이었지만 능력을 인정받아 이집트 제2의 권력자인 총리가 된다. 널리 알려진 이 이야기가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해서 쓰인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지만, 비슷한 사례들을 역사 속에서 찾을 수는 있다. 예컨대 누비아 출신이었고, 아마도 보통의 이집트인들과는 생김새가 완전히 다른 흑인이었을 가능성이 큰 마이헤르프리는 파라오들만 묻힐 수 있었던 왕들의 계곡에 무덤을 만들 수 있는 특권을 받았다. ‘엘(El)의 하인’이라는 다분히 서아시아적인 이름을 갖고 있어서 그 지역 출신이거나 그 지역에서 이주해 온 가문 출신으로 여겨지는 아페르엘은 성경 속 요셉과 비슷하게 18왕조 시대 아멘호테프 3세의 치하에서 총리의 지위에까지 오른다. 비슷한 시기의 인물인 유야도 이름과 미라의 해부학적 특징을 근거로 할 때 오늘날 시리아 북부에 있었던 미탄니 출신일 가능성이 큰데, 그 역시도 굉장한 고위직에 올랐을뿐더러 그의 딸 티예는 아멘호테프 3세의 왕비가 되기도 했다. 국무총리 무함마드 살라흐, 기획재정부 장관 킬리앙 음바페, 교육부 장관 루카 모드리치, 과학기술부 장관 앨런 스미스 같은 내각 목록이 지금이야 한없이 어색하고 또 한편으로는 거부감이 들기도 하겠지만, 언젠가는 이곳 대한민국에서 그런 내각을 볼 수 있게 되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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