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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대 금융, 상반기 11조 실적 잔치… 우리금융만 ‘제자리걸음’

    4대 금융, 상반기 11조 실적 잔치… 우리금융만 ‘제자리걸음’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추진해 온 조직 쇄신과 사업 재편이 시험대에 올랐다.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가 올해 상반기 11조원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우리금융만 사실상 제자리걸음에 그칠 전망이다. 여기에 임 회장이 공들여 영입한 외부 출신 자회사 최고경영자(CEO)들까지 잇따라 외부로 이동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조직 쇄신 작업에도 변수가 생겼다. 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상반기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11조 18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우리금융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0.20% 증가한 1조 5975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지주는 금리와 시장 상황 등 공통된 영업환경의 영향을 받는 만큼 실적 흐름도 대체로 비슷하다. 하지만 우리금융만 성장세에서 뒤처지고 있다. KB금융은 같은 기간 6.15% 증가한 3조 6587억원, 신한금융은 5.53% 증가한 3조 2654억원, 하나금융은 6.76% 증가한 2조 4802억원의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금리 상승과 증시 호황으로 다른 금융지주들은 이자이익은 물론 증권 계열사의 위탁매매, 투자은행(IB), 자산관리(WM) 등 비이자이익도 함께 늘었다. 반면 우리금융은 핵심 캐시카우 역할을 해야 하는 우리은행의 부진이 그룹 전체 실적을 끌어내리고 있다.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에 따른 자본 확충 부담에 더해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로 대출 확대도 쉽지 않다. 보험사를 인수하면 건전성 규제가 강화돼 더 많은 자본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임 회장은 우리은행 IB그룹의 올해 이익 목표를 기존 5000억원에서 7000억원으로 높이며 수익성 개선을 주문한 상태다. 전년도 목표치는 3000억원 수준이었다. 이런 가운데 외부에서 영입한 핵심 경영진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임 회장을 보좌해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을 하는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박정훈 대표는 차기 은행연합회 전무로 거론된다. 이태훈 은행연합회 전무 임기는 지난달 6일 만료됐다. 행시 35회로 공직에 입문한 박 대표는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장 등을 역임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과 친분이 두텁고, 다선 국회의원과 네트워킹도 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우리금융 관계자는 “자회사 CEO가 전무급으로 이동하는 것은 격이 맞지 않다”고 했다. 박 대표 임기는 이달 끝난다. 임 회장이 공들여 영입해 온 보험 통합 전문가 성대규 동양생명 대표를 둘러싸고도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성 대표는 행시 33회로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 등에서 보험 관련 업무를 22년 넘게 한 ‘보험통’이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를 통합하는 작업을 주도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성 대표가 관 출신인 데다 현장 경험도 풍부해 차기 협회장으로 거론되지만 임기가 내년 6월까지인 점이 변수”라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 내부에서 은행 중심의 ‘내부 출신’과 비은행 강화를 위해 투입된 ‘외부 출신’ 사이의 견제도 강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기존 우리금융 내부 파벌이 한일·상업은행 출신으로 갈렸다면, 최근에는 이런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투입된 외부 인물의 출신성분에 따른 새로운 파벌이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사설] “보유세 높이되 거래세 낮춰야” OECD 권고 귀담아듣길

    [사설] “보유세 높이되 거래세 낮춰야” OECD 권고 귀담아듣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어제 부동산 거래세는 낮추고 보유세는 올리라고 조언했다. OECD는 회원국에 대해 2년마다 경제동향을 분석하고 정책분석·권고를 담은 보고서를 발표한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세수(3.0%)는 OECD 평균(1.6%)보다 높지만 부동산 세수 내 보유세 비중(29.4%)은 OECD 평균(56.0%)의 절반 수준이다.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로 구성된 거래세 비중이 높아서다. OECD는 “거래세 비중은 줄이고 보유세는 늘리는 세수중립적 전환이 주거 이동을 촉진하고, 노동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며, 주택 시장의 마찰을 완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속세 부과 방식의 전환 필요성도 제기됐다. 우리나라의 상속세는 유산 총액에 대한 누진세율로 상속인 모두가 연대 책임을 지는 합산 부과 방식이다. 전형적인 징세 편의주의라는 비판에 개별 상속인이 받은 만큼 세금을 내는 유산취득세로 개편하자는 논의가 이어졌다. 그러나 세수 감소 등의 이유로 중장기 과제로 계속 밀렸다. OECD는 조세원칙의 기본인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을 다시 강조했다. 우리나라 법인세는 4단계 누진세율이다. OECD 회원국 중 22개국은 단일 세율이며 3단계 이상 세율 구조인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4개국뿐이다. 반면 비과세·감면 등으로 걷지 못하는 조세지출이 법인세의 15.5%다. 전체 근로자의 32.5%가 소득세 비과세 대상이다. 주식 양도차익 등 자본이득은 개인에 대해서는 사실상 비과세라고 평가했다. 급속한 고령화로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다. OECD는 이대로라면 2050년 나랏빚이 GDP 대비 200%가 된다고 경고했다. 성장을 뒷받침할 세입 기반을 확대하고 연금 개혁, 재정건전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 세금이 복잡하고 비과세 항목이 많으면 징세 비용이 늘어나고 국민의 신뢰는 줄어든다. 이달 발표될 세제개편안이 예측 가능한 세금과 안정적 세수 확보의 모멘텀이 돼야 한다.
  • [정정엽의 마음 처방] 투자도 내 속도에 맞춰야 행복

    [정정엽의 마음 처방] 투자도 내 속도에 맞춰야 행복

    주식 시장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경제와 투자에 관심을 갖는 것은 분명 중요하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뜨겁다 못해 과열된 모습들이 여기저기서 관찰된다. 어딜 가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이야기가 들린다. 심지어 빚을 내어 주식을 샀다는 경우도 많다. 인간은 외적 보상이나 강요 없이 스스로 목적을 선택하고 행동할 때, 즉 내재적 동기에 따라 삶의 방향을 선택할 때 가장 큰 만족을 얻는다고 한다. 심리학자 데시와 라이언이 정립한 자기 결정성 이론이다. 당신이 주식을 시작한 동기는 무엇인가. 주식 투자가 재미있고 흥미로워서 ‘하고 싶다’는 마음에 시작을 한 것인가, 아니면 주변 사람들이 다 주식으로 돈을 버는데 지금이라도 하지 않으면 거지가 될 것 같은 ‘불안’을 피하기 위해 시작을 한 것인가. 아마도 강요 아닌 강요를 하는 외적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주식을 시작했을 것이다. 외재적 동기에 따라 선택한 삶의 방향은 어느새 내 것이 아니라 타인의 속도에 맞춰지게 된다. 외적 보상만을 좇는 삶의 끝은 공허함이다. 심리학의 기본 법칙 중 하나인 ‘쾌락 적응의 법칙’이다. 10억원을 벌면 잠시 기쁘지만 곧 20억원이 목표가 되고 다시 더 큰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기준은 계속 높아지고 어제의 행복은 오늘의 평범함이 된다. 결국 삶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여정이 아니라 끝없이 남을 따라잡는 경주가 되기 쉽다. 성공하더라도 만족은 없고 공허함만이 내 앞에 놓여 있을 뿐이다. 레버리지 문제는 삶의 만족감을 뛰어넘는 조금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기반은 생존과 직결된다. 진화심리학적으로 인간이 혹독한 자연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가장 큰 보상을 탐했기 때문이 아니라 치명적인 위험을 피했기 때문이다. 오늘 열매 하나를 놓치더라도 살아남으면 내일 다시 얻을 기회가 있다. 그러나 포식자에게 잡히면 다음 기회는 없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큰 수익을 얻는 것보다 시장의 변동 속에서도 일상을 지키며 계속 투자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과도한 레버리지는 경제적 자유를 앞당길 수도 있지만, 한 번의 실패가 삶 전체를 흔들 수도 있다. 우리는 종종 삶도 투자처럼 생각한다. 누구보다 빨리 성공해야 하고 누구보다 빨리 부자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삶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 방향을 잃은 속도는 결국 남이 정한 목적지에 도착하게 만든다. 성공하더라도 공허함만이 있을 뿐이다. 반대로 방향이 분명한 사람은 속도를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 인간은 빠름을 추구하도록 진화했지만, 의미 있는 삶은 천천히 쌓인다. 돈도 복리로 불어나듯 실력도, 신뢰도, 건강도, 관계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투자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욕심이 삶의 방향을 대신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행복한 사람은 가장 빨리 달린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방향을 잃지 않고 꾸준히 걸어가는 사람이다. 정정엽 광화문숲 수면센터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사설] “보유세 높이되 거래세 낮춰야” OECD 권고 귀담아듣길

    [사설] “보유세 높이되 거래세 낮춰야” OECD 권고 귀담아듣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어제 부동산 거래세는 낮추고 보유세는 올리라고 조언했다. OECD는 회원국에 대해 2년마다 경제동향을 분석하고 정책분석·권고를 담은 보고서를 발표한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세수(3.0%)는 OECD 평균(1.6%)보다 높지만 부동산 세수 내 보유세 비중(29.4%)은 OECD 평균(56.0%)의 절반 수준이다.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로 구성된 거래세 비중이 높아서다. OECD는 “거래세 비중은 줄이고 보유세는 늘리는 세수중립적 전환이 주거 이동을 촉진하고, 노동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며, 주택 시장의 마찰을 완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속세 부과 방식의 전환 필요성도 제기됐다. 우리나라의 상속세는 유산 총액에 대한 누진세율로 상속인 모두가 연대 책임을 지는 합산 부과 방식이다. 전형적인 징세 편의주의라는 비판에 개별 상속인이 받은 만큼 세금을 내는 유산취득세로 개편하자는 논의가 이어졌다. 그러나 세수 감소 등의 이유로 중장기 과제로 계속 밀렸다. OECD는 조세원칙의 기본인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을 다시 강조했다. 우리나라 법인세는 4단계 누진세율이다. OECD 회원국 중 22개국은 단일 세율이며 3단계 이상 세율 구조인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4개국뿐이다. 반면 비과세·감면 등으로 걷지 못하는 조세지출이 법인세의 15.5%다. 전체 근로자의 32.5%가 소득세 비과세 대상이다. 주식 양도차익 등 자본이득은 개인에 대해서는 사실상 비과세라고 평가했다. 급속한 고령화로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다. OECD는 이대로라면 2050년 나랏빚이 GDP 대비 200%가 된다고 경고했다. 성장을 뒷받침할 세입 기반을 확대하고 연금 개혁, 재정건전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 세금이 복잡하고 비과세 항목이 많으면 징세 비용이 늘어나고 국민의 신뢰는 줄어든다. 이달 발표될 세제개편안이 예측 가능한 세금과 안정적 세수 확보의 모멘텀이 돼야 한다.
  • [나태주의 풀꽃 편지] 스위스 여행

    [나태주의 풀꽃 편지] 스위스 여행

    나는 어려서 외갓집에서 자랐다. 세 살부터 열두 살 때까지. 부모가 없어서 그런 게 아니라 외할머니가 혼자 사는 분이고 또 아버지네 집이 가난하여 맏이인 나를 외할머니에게 맡겼던 것이다. 외할머니네 마을은 산골이고 아버지네 마을은 들판이었다. 나는 아버지네 마을보다는 외할머니네 마을이 좋았다. 나무가 많아서 좋았고 집 뒤로 산이 곧바로 있어서 좋았다. 특히 외갓집은 동네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집으로 동네 사람들은 ‘꼬작집’이라 불렀다. 꼭대기에 자리한 집이란 뜻도 되지만 지게 위에 짐을 더 얹기 위해 덧대는 꼬작이란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외갓집은 마을의 꼭대기에 자리한 집으로 대문도 없고 울타리도 없는 초가삼간. 서쪽을 향해 있는데 문을 열면 곧장 천방산이 건너다보이도록 되어 있었다. 아침저녁으로 틈만 나면 천방산을 바라보는 것이 좋았다. 학교 다녀온 오후 시간에도 천방산을 바라보는 것이 좋았다. 좋다는데 무슨 분명한 이유가 있겠는가. 그냥 멍하니 바라보는 것이 좋았다. 마음이 터억 놓였다. 날마다 저녁 해가 천방산 너머로 졌다. 해가 지고서도 오래도록 천방산 위의 하늘엔 검붉은 노을이 남아 서성였다. 그때 아이는 분명히 천방산 너머에는 방금 넘어간 해가 빠져서 이글이글 끓고 있는 바다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것은 하나의 어린 사람의 낭만이요 꿈이었다. 특히 초등학교 4학년 교과서에서 스위스란 나라를 배운 뒤로는 천방산 너머 어딘가에 스위스란 나라가 분명히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스위스. 산 높고 골짜기가 깊은 나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을 가진 나라. 산꼭대기에는 봄이 와도 녹지 않는 새하얀 눈이 있고 산 아랫마을에 푸른 풀밭과 나무와 꽃들이 무성하게 자라는 나라. 그런 풍경 속에서 사람들은 동화에나 나올 법한 집을 짓고 산다고 했다. 초등학교 4학년 담임인 황우연 선생은 인자하고 좋은 선생님으로 사회 수업 시간에 스위스에 대한 이런 말씀을 상세하게 들려주셨다. 아, 그런 나라에 한번 가보고 싶다! 그러한 생각을 한 뒤로는 천방산을 건너다보는 마음이 예사롭지 않았다. 천방산 너머에 지는 해가 빠져서 이글거리는 바다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멀리에는 스위스란 나라도 있을 것이다. 내 자라서 어른이 되면 분명히 스위스란 나라에 가 보아야지. 이렇게 해서 스위스는 나에게 가장 가 보고 싶은 나라가 되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스위스에 가 볼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겨우 외국 여행의 기회가 주어진 것은 내 나이 49세 때. 유럽 지역이었지만 그때도 방문국이 영국과 프랑스, 독일이라 스위스를 비켜 갔다. 그 뒤로는 딸아이 민애가 대학에 들어가면 함께 스위스 여행을 가야지, 계획을 세웠으나 그마저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겨우 중국을 통해 백두산을 돌아보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그러나 이제는 나도 나이를 먹을 대로 먹은 사람.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헝가리 부다페스트대학교 한국어과 학생들이 한국어로 시 강연을 해달라 초청장을 보내온 것이 아닌가! 이미 대만과 일본을 다녀온 일이 있기는 하지만 이번의 일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가는 길에 일정을 조정해 우리 풀꽃문학관 한동일 국장을 대동하면서 평생 좋아했던 헤르만 헤세의 흔적을 찾아보기로 했다. 우선은 독일 칼프에 갈 것이고 그다음은 헤르만 헤세가 생애 후반부에 살았던 스위스의 몬타뇰라에 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스위스 여행도 하게 되고 헤르만 헤세의 발자취를 찾아보는 일도 된다. 일거양득인 셈이다. 다녀와서는 ‘나태주 시인 헤르만 헤세를 찾아가다’란 제목으로 사진 전시회도 하고 쓰여진 글이 모인다면 새로운 책을 내기도 할 것이다. 다만 딸아이와 스위스 여행을 약속했는데 그것을 지키지 못함이 미안할 따름이다. 민애야, 미안하구나. 아빠의 스위스 일정은 오는 9월 중순이야. 일단은 다녀와서 너에게 이야기 들려 줄게. 네가 너무 많이 섭섭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나태주 시인
  • [훔치고 싶은 문장]

    [훔치고 싶은 문장]

    네모 코끼리 전시회(이안 지음, 한연진 그림, 사계절) “엄마가/ 요/ 오늘부터 열두 살이니까/ 요/ 오늘부터는 꼬박꼬박 존댓말 쓰라고 해서/ 요/ …엄마도 원래 열두 살 때부터 할머니께/ 요/ 꼬박꼬박 존댓말 썼어/ 요?/ 근데 얼마 전에/ 요/ 마흔아홉살인 엄마가 일흔아홉 살인 할머니께/ 요/ 엄만 왜 아직도 내 말 안 듣고 이 추위에 보일러 안 돌려/ 엄마 땜에 내가 아주 속상해 죽어/ 왜 그렇게 전화했어/ 요?” 읽다 보면 저절로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어린이가 무심히 쓰는 말 속에서 리듬을 찾아 우리말을 쌓고 반복하거나 생략하는 변주로, 익숙한 일상을 낯설고 매력적인 놀이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이 특별한 동시 전시회에서 말과 글의 신비를 만나면서 마침내 동심이 가진 나를 만나게 하는 즐거운 성찰을 끌어낸다. 124쪽, 1만 4000원. 이자만큼 성실하게(이소호 지음, 교유서가) “그러니까 순수 예술이 널 보니까 밥을 먹여주지는 않겠네/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원래 배움이 짧고 신념만 곧은 술 취한 새끼는 지금 설득하는 게 아니다. 또렷한 정신으로 내 문장으로 뭉개주리라. 벼리며 눈앞의 소주를 연거푸 들이켰다.” 등단 12년 차 시인 수진이 자본주의 한복판에서 우아하고도 처절하게 파산하는 과정을 그렸다. 생계를 위해 진 빚이 낳은 이자를 감당하려 역설적으로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해야 하는, 씁쓸하기 그지없는 현실을 유쾌한 블랙코미디로 펼쳤다. 실소와 냉소를 오가는 날카로운 문체로 사기와 실패가 인격 결함이 아니라 자본의 속성이라는 걸 폭로하는 책은 구조적 모순을 응시하는 대담한 오답 노트라 할 만하다. 236쪽, 1만 6000원. 시부야의 초급반(남궁인 지음, 문학동네) “막 동이 튼 후지산이 보였다. 몇 번 보았다고 벌써 배경화면을 보듯 시큰둥해졌다. 풍광을 보고 탄성이 나오는 것은 하루나 이틀까지만이다.…탄성을 지르기 위해서는 다른 경치를 보러 떠나야만 한다. 적당한 행복을 느끼려면 끝없이 계획을 세우고 몸을 움직여야만 한다. 눕지 않고 몸을 움직여서 낯선 방에 가야 하는, 그것 또한 인생의 굴레일 것이다.” 응급의학과 의사이자 에세이스트인 남궁인이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다 훌쩍 일본 도쿄로 떠났다. 겨울 휴가를 털어 2주짜리 ‘초급반 유학생’이 돼 낮에는 서툰 일본어를 배우고 오후에는 ‘고독한 미식가’가 되어 이국의 맛을 탐하며 밤에는 맥주 한 잔에 외로움을 달랜다. 낯선 언어와 문화 속을 배회하며 얻는 기묘한 해방감을 일기처럼 풀어낸 글은 독자에게 신선한 대리 만족과 웃음, 따스한 위로를 함께 선사한다. 268쪽, 1만 6800원.
  • “이념·진영 없이 실용행정으로… ‘창업특별도’ 충북 대전환” [민선 9기 광역단체장에게 듣는다]

    “이념·진영 없이 실용행정으로… ‘창업특별도’ 충북 대전환” [민선 9기 광역단체장에게 듣는다]

    “도민의 삶을 최우선으로 하는 실용 행정을 중심으로 충북의 대전환을 이루겠습니다.” 신용한(57) 충북지사는 2일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민생과 실용, 현장을 강조했다. 그는 “선거 기간 내내 화려한 정치 구호보다 시장과 공장, 농촌과 골목을 찾아다니며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데 집중했다”며 “책상보다 현장을 중시하겠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답을 찾으며 재정 효율성이 떨어지는 보여주기식 정책은 과감하게 손을 대겠다는 취지다. 신 지사는 선두에 서서 공직사회의 대대적인 변화를 이끌겠다는 뜻도 피력했다. 그는 “공무원들도 적극적으로 발로 뛰며 영업해야 하는 시대인데 그동안 수동적 행정의 연속이었다”며 “중요한 국책 공모 사업은 제가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맡는 등 솔선수범하며 반복적으로 하드 워킹을 주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충북주도성장이란첨단산업·관광·물류 경제 축 구축SK하이닉스 ‘청주 투자’ 신속 지원중앙정부 지원만 기다려서는 안 돼-현역 지사를 누르고 당선됐는데. “이번 선거 결과는 개인 승리가 아니라 변화를 원하는 도민들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도민들이 저의 경제 전문성과 실용주의, 그리고 정치보다 성과를 앞세우겠다는 진정성을 믿어주신 것 같다. 충북이 더 빠르게 성장하고 더 실용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충북주도성장을 강조했다. “충북주도성장은 중앙정부 지원만 기다리는 전략에서 벗어나 충북 스스로 동력을 만들어가는 새로운 모델이다. 충북은 반도체와 바이오, 이차전지, 화장품, 첨단 소재 등 대한민국 최고의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창업과 투자, 인재가 선순환하는 생태계를 만들면 충분히 대한민국의 중심 지역이 될 수 있다. 충북은 변화를 따라가는 지역이 아니라 변화를 선도하는 지역이 될 것이다. 청주공항을 중심으로 바이오와 반도체, 관광과 물류가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경제 축을 만들겠다.” -대표 공약이 창업특별도다. “창업특별도는 단순히 창업 기업을 많이 만드는 정책이 아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창업으로 이어지고, 창업이 투자로 연결되며 기업이 성장해 다시 지역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저는 기업을 직접 경영했고, 국가 경제 정책에도 참여했다. 기업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투자자가 어떤 환경을 원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규제를 과감히 혁신하고 투자 환경을 개선해 기업이 찾아오는 충북, 청년들이 도전하고 성공할 수 있는 충북을 만들겠다. 이를 위해 창업펀드를 확대하고 창업지원플랫폼을 구축하겠다. 대학과 연구 기관, 기업을 연결하는 산학연 협력 체계를 강화하겠다.” -충북 최대 현안은. “내적으로는 도 재정 상황이다. 전임자가 재정 사업을 워낙 많이 해 재정 상황이 상당히 안 좋다. 민선 8기 말 기준 도 부채가 1조 3866억원이다. 7기 말보다 1조 260억원이 늘었다. 9기 재정 운영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 같다. 재정정상화운영위원회를 가동해 재정 효율성이 떨어지거나 부담으로 작용하는 사업은 강력하게 보완할 생각이다. 외적으로는 도가 주력해온 반도체, 바이오, 이차전지와 관련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일이다. 구체적으로 공개하기 어렵지만 이미 투자 유치 활동을 시작했고 대규모 투자에 대한 확답을 받아놓은 성과도 있다. 최근 SK하이닉스가 청주에 100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신속한 투자가 이뤄지도록 전담팀을 구성해 지원하고 청주시와도 긴밀하게 협력할 계획이다.” 최대 현안과 정책 방향성은1조원 부채… 비효율적 사업 보완청풍교 관광화 등 중단 여부 고민공항공사 등 공공기관 유치 추진-민선 8기 정책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을 예고했다. “어르신들에게 소일거리를 주고 상품권 등을 지급하는 ‘일하는 밥퍼’는 현장에서 많이 원하는 사업인데 조정이 필요하다. 직접적으로 일을 한 분들이 받아 가는 게 많아야 하는데 전달 체계에서 너무 많은 게 빠져나간다. 이런 부분들을 완벽히 보완해 이어가야 한다. 또한 계속 추진할지 아니면 중단할지 결정하기가 어려운 사업이 적지 않다. 사업을 이어가면 추가적인 재원이 부담되고, 중단하면 그동안 들어간 비용이 매몰된다. 청풍교 관광자원화 사업의 경우 중단 의견이 대부분인데 사업을 멈추고 청풍교를 철거하려면 307억원 정도가 들어간다. 공무원들 사이에서 업무 공간이 좁다는 불만들이 나오고 있어 도청 본관 3개 층을 리모델링해 만든 그림책 정원도 고민이다. 도시농부, 도시근로자 사업은 도에서 부담하는 비용이 너무 많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2차 공공기관 이전 유치 경쟁이 치열한데. “충북은 한국공항공사,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환경공단을 우선 유치 기관으로 잡고 있다. 최근 공항공사를 방문해 충북 이전을 건의했다. 공항공사 직원들도 어차피 가야 한다면 충북 청주를 1순위로 생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공항공사는 원칙대로면 1차 이전 공공기관들이 모여 있는 혁신도시로 가야 하는데 예외를 둘 수 있는 법안이 발의돼 있다. 더구나 공항공사는 특수성 때문에 공항 근처에 있어야 한다. 현재 공항공사가 김포공항 안에 있다. 충북이 청주공항의 특성과 성장 속도 등을 활용해 공항공사 유치에 나서면 해낼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환경공단은 우리나라 화력발전소의 절반 정도가 있는 충남에서 환경오염에 대한 보상 차원으로 이전을 요구해 만만치가 않은 상황이다.” 민선 8기 정책 계승·발전청주 ‘도립파크골프장’ 인기 폭발미호강변 등 활용 추가 건설 추진관광객 유치해 지역경제 활성화-지방자치단체장이 처음이라 우려의 시선이 있다. “걱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지방 행정도 경영의 시대다. 전국 16개 시도지사 가운데 유일하게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다. 제가 업무 파악을 제대로 못 할까 걱정하는데 공무원들이 저에게 업무 보고를 하러 왔다가 대부분 놀라서 간다. 그동안 공무원들은 책상머리에 앉아서 일을 했다. 더군다나 충북도는 최근 몇 년간 우리 돈으로 하는 사업에만 주력했을 뿐 전국 공모 사업은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 땅 짚고 헤엄친 거다. 기업들은 공무원들이 찾아가 머리를 조아리는 등 지극정성을 다해도 쉽게 오지 않는다. 자체 경쟁력을 갖기 위해 적극적으로 뛰어야 한다는 것을 수시로 강조할 생각이다. 제가 하드 워킹을 주문하다 보니 직원들이 비서실 근무를 부담스러워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민선 8기 정책 가운데 계승 발전시킬 게 있나. “청주 내수읍에 지은 도립파크골프장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청주 미호강변 등을 활용해 명품 파크골프장을 만들겠다. 이를 통해 외지인들이 충북을 방문해 숙박하고 체류하면서 파크골프를 즐기도록 하겠다. 현재 강원도 화천군이 파크골프의 성지다. 파크골프를 즐기기 위해 화천에 온 외지인들이 1박 2일, 2박 3일 머물면서 소고기를 사 먹는 등 많은 소비를 한다. 화천 산천어축제보다 파크골프의 소비 창출이 더 크다. 파크골프장을 잘 만들어서 지역경제를 살리겠다.” 도민 삶 바꿀 실용주의자자유한국당 때 탄핵 반성 없어 실망민주당 입당… 李대통령 자주 소통정부·국회·여야 가리지 않고 협력-이재명 대통령의 복심이라고 했는데.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모시는 분들이 복심이다. 저는 지금 대통령과 떨어져 있다. 하지만 지금도 직접 소통하는 채널이 있다. 소통도 자주 한다. 이를 활용해 대통령에게 충북 인재들이 청와대 행정관 같은 실무진에서 많이 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건의할 생각이다. 장관과 차관 같은 고위직은 충북이 고향인 고시 출신이 많지 않아 건의하기 어렵다. 청와대에 충북 출신들이 많이 진출하면 지역 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 -대선 도전 경험이 있다. “2017년 자유한국당 소속 시절 당시는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아무도 반성하지 않아 현장 청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대선 경선에 출마했던 것이다. 당시 출마 선언문을 보면 탄핵을 반성하며 다시 거듭나고 새 출발 해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때를 떠올리며 제가 또 대선에 나갈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당시 상황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지향하는 정치적 이념은. “저는 실용주의자다. 도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어느 쪽 정책이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겠다. 경제에는 이념이 없고, 민생에는 진영이 없다. 도민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정부와 국회, 여야를 가리지 않고 협력하겠다. 민선 9기 충북도정은 갈등과 대립보다 협력과 통합, 이념보다 성과를 중심으로 운영하겠다. 정치보다 민생이 앞서는 충북을 만드는 게 목표다.” ■신용한 충북지사는 1969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청주고와 연세대를 졸업했다. 맥스창업투자 대표이사 등을 거쳐 박근혜 정부 시절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장(장관급)으로 발탁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캠프 정책총괄지원실장을 맡았지만 윤석열 정부에 참여하지 않고 야인 생활을 하다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서 선거 직전까지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부위원장(차관급)을 지냈다.
  • 쾌락과 나락의 소용돌이, 이 남자의 끝은…

    쾌락과 나락의 소용돌이, 이 남자의 끝은…

    헝가리 어느 동네, 임대주택 단지에 이사 온 열다섯 살 이슈트반은 친구들과 섞이지 못했다. 옆집 중년 유부녀와 관계를 맺으며 첫 경험을 했고, 곧 사망 사건에 휘말려 소년원에 갔다. 군에 입대해 이라크에 파병됐다가 영국 런던으로 흘러들어 어느 부호의 경호 운전기사로 일했다. 고용주의 아내와 불륜 관계에 있다 고용주가 사망하면서 그 아내의 새 남편이 됐다. 벤틀리를 몰고 롤렉스를 차는 상류층의 삶을 살다가 아내와 둘째 아들을 모두 잃는 비극을 겪으며 그의 삶은 나락을 향한다. 다시 어릴 적 동네로 돌아온 그에게 늙은 육체만 남았다. 그러나 그는 다시 살아간다. 데이비드 솔로이의 ‘살’(FLESH)은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예술, 거기에 딸려 오는 모든 고통에 관한 하나의 논고”라는 평을 받은 ‘2025 부커상’ 수상작이다. “페이지의 여백을 잘 활용한 소설”이라는 표현처럼 한국어 번역본에서도 확실히 빈 공간이 많다. 이슈트반의 말은 대체로 “네”, “그래”, “몰라요”, “글쎄요” 같이 짧다. 적극적으로 말을 시작하거나 묻는 일도 거의 없다. 성적 욕망, 폭력, 전쟁, 이민, 신분 상승까지 많은 ‘육체적 경험’에서 느낀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않는다. 독자가 그의 감정을 추측하고 직조해야 한다. 빈 페이지 후에 “그런 일이 일어나면 뭘 해야 하는지 모른다/ 충격이 너무 커서/ 그는 그냥 의자에 앉아 있는다/ 밤새 거기 앉아 있는다”(421쪽)라는 문장만이 적힌 페이지를 만나면 이슈트반의 엄청난 슬픔이 느껴진다. 이 소설이 가진 독특함이다. ‘유럽의 어느 남자’인 이슈트반으로부터 과거 오랫동안 여성을 다뤄온 방식을 읽을 수 있다. 욕망의 대상이 되면서도 존중받지 못했던, 때로는 신분 상승의 통로로 그렸던 ‘육체의 관계’가 이슈트반에게 투영됐다. 그저 운명에 순응하고 반응하는 모습을 통해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통념도 비워냈다. 임대주택에서 살던 소년이 상류층에 편입되는 계층 이동은 자수성가처럼 보이나, 의지와 노력이라는 요소는 그 안에 두지 않았다. 솔로이는 이 남자에게 엄청난 비극을 안기면서도 쓰러지게 하지도, 구원하지도 않는다. 그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게 한다. 남자는 그곳에서 조금 다른 사람이 돼 한 발 내디딜 뿐이다. 그런데 그 미미한 변화가 오랜 여운을 남긴다.
  • “상대 깎아내려서라도 이기면 끝?… 더그아웃 관행 곪아터졌다”

    “상대 깎아내려서라도 이기면 끝?… 더그아웃 관행 곪아터졌다”

    “성적 우선주의에 스포츠 정신 실종”김응용 “무조건 감독·코치가 잘못”김인식 “어린 선수들 심판에 항의”박용진 “어른들, 아이들 뒤에 숨어”조범현 “수수방관하다 파장 키워” “지금이라도 잘못된 더그아웃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 어른들이 제구실을 못 해서 벌어진 일이다.” 5·18 광주 민주항쟁을 폄훼한 응원 구호로 상대 팀을 조롱해 공분을 산 배재고 야구부 파문에 야구 원로들이 입을 모아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예의를 갖추는 ‘스포츠 정신’을 가르쳐야 할 어른들이 학생들을 제대로 교육하지 않고 방치하다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해태 타이거즈의 전성기를 이끌며 광주의 정서에 누구보다 깊은 공감대를 갖고 있는 김응용 전 감독의 첫마디는 “아이고 거 감독들이 뭐 하는지 모르겠어”였다. 그는 “아직 덜 성숙한 학생들이 뛰는 무대인데 사고가 없을 수가 없다”면서 “평소에 선수들을 잘 이끌어서 서로 존중하면서 경기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무조건 감독이 잘못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어른들은 학생들에게 ‘자세’를 가르치지 않고 학생들은 성적만 신경쓰는 분위기가 리틀야구에 퍼져 있다”면서 “상대를 깎아내려서라도 이기기만 하면 제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선수들이 심판한테 대드는 경우도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과거 배문고, 상문고에서 학생 선수들을 지도했던 경험이 있는 김인식 전 야구대표팀 감독은 “몇 년 전부터 걱정했던 게 결국 이렇게 곪아 터졌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학생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학생다운 야구를 하는 자세를 익혀야 한다”면서 “더그아웃에서 응원하느라 법석을 떠는 데 정신을 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하는지 배우고 익혀야 한다. 감독·코치들도 더그아웃이 배움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차하면 심판 판정에 항의하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면서 “그러다 보니 국제대회에 나가면 우선 심판부터 불신하는 학생들이 굉장히 많다”고 학생 야구답지 않은 모습도 꼬집었다. 그는 “쉽진 않겠지만 배재고 학생들을 용서해 달라고 광주제일고 교장 선생님께 부탁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선린인터넷고 감독을 시작으로 한화 이글스 등에서 2군 감독을 역임했던 박용진 전 감독은 “가장 유감스러운 건 사태를 바로잡아야 할 책임이 있는 어른들은 뒤로 숨고 징계와 책임의 무게를 오롯이 아이들에게만 떠넘기고 있다는 사실”이라면서 “문제가 있다면 그 시스템을 만들고 관리하지 못한 어른들이 책임을 지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원칙과 규정은 중요하지만, 결국 아이들을 올바르게 키우고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면서 “학생들이 어른들의 잘못으로 인해 가장 빛나야 할 시기에 상처받고 있다는 게 가장 가슴 아프다”고 밝혔다. KIA 타이거즈 사령탑을 역임한 뒤 현재 경일대 감독으로 학생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는 조범현 감독도 이번 사태를 안타깝게 지켜본 야구 원로 가운데 하나다. 그는 “지나치다 싶으면 심판들이 현장에서 제재도 하던데 이번엔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다”면서 “어른들이 수수방관하다 파장을 키웠다. 앞으로는 지도자들이 좀 더 경각심을 갖고 단단히 교육시켜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감독은 “고교 야구 현장에 가보면 지나칠 정도로 요란하게 응원을 해서 언젠가 한 번은 이런 일이 불거질 수도 있겠다 걱정을 했다”며 “상대 선수는 물론 지도자를 조롱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투지 넘치는 응원은 좋지만 상대를 자극한다거나 예의에 어긋나는 언행은 삼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 죽음, 이토록 처절한 삶의 몸부림이 있던가

    죽음, 이토록 처절한 삶의 몸부림이 있던가

    더는 희망도 절망도 없는 헤어짐고비마다 외로움과 싸운 흔적들8편의 이야기에 켜켜이 눌러담아죽음은 이해하는 것 아닌 느끼는 것“삶의 일부인 죽음, 난 소설로 증명” 죽음은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타자(他者)다. 삶의 모든 순간은 죽음으로 다가가는 걸음이자, 죽음을 알고자 하는 의지의 몸부림이다. 소설가 백가흠의 신작 단편집 ‘가를 두고’는 죽음을 향해 있는 존재로서 인간의 생활을 지독하면서도 허무한 방식으로 묘파하고 있다. 백가흠의 여섯 번째 소설집으로 최근 5년간 쓰인 8편의 단편을 묶었다. 생의 고비마다 우리는 거대한 외로움과 직면해야 한다. 책에 실린 작품들은 그 외로움과 싸워낸 흔적처럼 읽힌다. 이 싸움에서 승리하기는 불가능하다. 정신없이 싸우다 보면 어느새 죽음이 찾아와 있기 때문이다. “많은 것이 이미 지나가버렸고 돌아오지 않는 시간 속으로 함몰됐다. 우리는 그저 생을 버틴다. 아무런 소망도 없고 더는 절망도 없다. 죽고 싶지도 않고 살고 싶지도 않다. 회복 불가능한 삶의 연속, 그것이 우리의 현재다.”(‘석별—아무도 모르게 2’ 부분·79쪽) ‘석별’은 노부부의 절망적인 일상을 포착한다. 늙음은 본디 외로움의 연속이다. 그러나 치매에 걸린 아내를 돌보며 살아가는 일은 어떨까. 아내가 곁에 있으니 외롭지 않다고 해야 할까. 그러나 옆에 있는 이 사람은 나와 평생을 함께한 그 사람이 아니다. 제대로 된 소통이 불가능한 이 관계는 우리를 더욱 깊은 슬픔에 빠뜨린다. 그토록 사랑했던 아내는 지금도, 앞으로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내 기억 속에만 있다. 어쩌면 나에게 그것은 아내가 이미 죽은 것과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예 손 놓을 수는 없다. 환자들이 잠깐 제정신을 찾을 때가 있어서다. 이 위태로운 ‘희망고문’은 우리가 삶의 무상함을 깨닫는 계기가 된다. “오랜만에 현재로 돌아온 그녀다. 나는 이 순간을 오래 붙잡으려 애쓰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멀어진다는 것을 안다. 아내를 보면 우주의 섭리를 알 것 같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혼재된 무질서의 시간, 무질서함으로 질서를 만드는 진리를 말이다.”(91쪽) 늙음은 원치 않은 이유로 자신을 부정해야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복숭아를 씹으며’의 주인공 김영태는 한때 잘나가던 학자이자 평론가였다. 아내와 아들의 죽음 이후 조용한 섬에서 지내는 그의 하루하루는 “언제일지 모르는 죽음 쪽으로 다가가는”(190쪽) 것에 불과하다. 화려했던 젊은 시절과 달리 말년은 온갖 조롱과 비난을 견디는 일의 연속이었다. 마당 한쪽에 놓인 아내와 아들의 무덤을 보며 그는 자신에게도 얼른 죽음이 찾아오기만을 바라고 있다. 한때는 김영태를 따랐던 것으로 보이는 후배 김민중이 어느 날 찾아와서는 그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다. “선생님의 시대는 이미 낡고 늦었습니다.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사람들이 사실이라고 믿으면 사실이 되는 세상이잖습니까.”(208쪽) 백가흠은 200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단편집 ‘귀뚜라미가 온다’, ‘조대리의 트렁크’ 등과 장편 ‘향’, ‘마담뺑덕’, ‘아콰마린’ 등을 펴냈다. 계명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표제작 ‘가를 두고’는 부모님과 여동생을 잃고 세상에 남겨진 한 사람의 처절한 자기 고백이다. 이유를 알 수 없이 그저 계속해서 찾아오는 죽음 앞에서 그는 다만 이렇게 생각해 버린다. “죽음은 이해하는 것이 아니고 느끼는 것입니다. 나는 근래 그런 생각을 하는 중입니다.”(260쪽) 책을 덮은 뒤 조금은 심란해진 마음으로 백가흠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우리 삶에서 죽음이 지니는 의미 그리고 문학과 죽음은 무슨 관계냐고 물었다. “모리스 블랑쇼는 ‘문학은 죽음을 확인하는 일’이라고 했고, 마르셀 프루스트는 삶의 연장에서 죽음을 이해하며 글을 쓰는 이유로 들기도 했어요. 제게 죽음은 삶의 일부분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소설은 그것을 증명하는 일 같고요.”
  • 실패한 세계화에서 AI 경제 시대를 엿보다

    실패한 세계화에서 AI 경제 시대를 엿보다

    1989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자전적 에세이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1994년 11월 김영삼 전 대통령은 21세기 국가 발전 전략으로 세계화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3년 뒤인 1997년 11월 ‘IMF 외환위기’가 터져 국가 부도 상황을 마주했다. 위기 상황에도 ‘세계는 넓다’며 확장 경영을 하던 대우그룹은 1999년 11월 결국 해체됐다. 세계화에 대한 기대감은 21세기가 시작된 후에도 이어졌다. 2005년 미국 언론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저서 ‘세계는 평평하다’에서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폭발적 발전으로 세계화는 막을 수 없는 대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책이 나오고 3년 뒤인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전 세계는 최악의 금융위기를 겪었다. 1989년 동유럽과 중앙유럽의 공산주의가 붕괴했을 때 전문가들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승리했음을 알리는 역사의 종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세계는 하나’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블룸버그와 워싱턴포스트 등에서 30년 넘게 세계 경제를 취재한 경제 전문 저널리스트인 저자 데이비드 린치 역시 그랬다. 그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세계화’는 피할 수 없는 대세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 책에서 세계화가 어떻게 실패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워싱턴의 정책 결정자와 오하이오의 타이어 공장 노동자, 실리콘밸리의 벤처 투자자, 글로벌 제조업체의 CEO 등 세계화의 한 복판에 있었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서다. 무역 개방과 자유 시장으로 대변되는 세계화는 많은 사람을 부자로 만들고, 심지어 독재 국가들에서도 통할 것으로 여겨졌다. 중산층이 늘어나 정치에 더 많은 발언권을 요구하면서 민주주의가 확산돼 세계 평화를 끌어내지 않겠냐는 장밋빛 전망이었다. 그러나 세계화의 이면에는 맹목적인 자본 이동의 부작용, 혜택에서 소외된 노동자들의 억눌린 분노가 끓고 있었다. 저자는 이들의 분노가 마침내 터져 나온 게 2016년 영국의 브렉시트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었다고 설명한다. 세계화의 반발로 생겨난 ‘신보호무역주의’에 대한 경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소외된 사람을 살피지 않는다면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클린턴 전 대통령의 입을 통해 “세계화의 이득이 더욱 폭넓게 배분되도록 보장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실제 실행되지 못했다”며 “결국 뒤처질 것이라고 걱정한 사람들은 실제로 뒤처졌다”고 밝혔다. “정부의 의무는 세계화든 뭐든 정책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사람들에게 다른 일자리를 찾아줌으로써 계속 성장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는 저자의 주장이 뼈아프다. 인공지능(AI) 경제에 올인하고 있는 지금, 논의에서 소외된 사람을 살펴보기 위한 대책은 과연 준비돼 있기는 한 것일까 궁금해진다.
  • 휘발유 동난 세계 최대 원유국… 중장비 대신 맨손으로 잔해 파헤쳐

    휘발유 동난 세계 최대 원유국… 중장비 대신 맨손으로 잔해 파헤쳐

    공무원은 현장서 귀중품 훔치고부실 공공주택 모래성처럼 폭삭의료진 “실제 사망자 3배 넘을 것”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가 휘발유 부족으로 중장비 대신 맨손으로 잔해를 파헤치며 생존자를 찾고 있다고 CNN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강진 발생 일주일째를 맞은 베네수엘라 현지의 구조 작업은 더디기만 하다. 무너진 건물 잔해를 치우기 위해서는 굴착기 등 중장비가 동원되어야 하지만, 연료 부족으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구조대원과 주민들은 곡괭이와 삽, 맨손으로 콘크리트 잔해를 치우며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원유 매장량이 약 3030억 배럴로 세계 1위이지만, 정치적 불안과 경제난이 계속되며 인프라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실제 원유 생산량은 크게 부족하다. 대부분 정제가 까다로운 초중질유라는 특성과 과거 국유화 조치도 생산량 급감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아울러 좌파 대중영합주의와 강경한 반미주의가 결합한 ‘차비스모’ 집권 기간 지어진 부실한 공공주택이 이번 지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1년부터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무상 공급한 71~82㎡ 면적의 서민주택 526만채가 베네수엘라 전역에 건설됐는데, 특히 193채가 있던 차베스 마을은 이번 지진으로 대부분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정부의 무능한 재난 대응에 주민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지진 피해 현장을 방문한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을 마주한 한 주민은 “꺼지라”고 야유하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피해 잔해 속에서 귀중품을 훔친 공무원 4명이 체포되며 가뜩이나 성난 민심에 불을 질렀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피해 발표에 미온적임에도 이날 기준 전날보다 352명 증가한 2295명의 사망자가 집계됐다. 영안실에서 하루 약 400구의 시신을 처리하는 의료진은 “실제 사망자 수는 3배 이상일 것”이라고 밝혔다. 사망자가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날 오후 6시부터 일주일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 국조특위, 잠실개표소 27일 만에 진입… 현장 검증 후 다시 폐쇄

    국조특위, 잠실개표소 27일 만에 진입… 현장 검증 후 다시 폐쇄

    국회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가 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내 개표소에 처음으로 진입했다. 지난달 5일 시위대가 “개표함 반출을 막겠다”며 출입구를 봉쇄한 지 27일 만이다. 국조특위 여야 위원들은 이날 오후 경찰이 확보한 통로를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가 약 40분간 현장 검증을 했다. 위원들은 송파구 투표함 약 380개와 투표지 247만장, 투표록·개표록 등이 보관된 지하 사무실을 차례로 둘러보며 보관 상태와 통제 현황 등을 점검했다. 다만 투표함 내부를 열어보지는 않았으며, 현장을 그대로 보존한 채 다시 경기장 문을 폐쇄했다. 특위 위원장인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앞서 송파구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아 “단순한 행정 착오나 계산 실수가 아니라 참정권을 박탈한 민주주의 배임 행위임을 무겁게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당 간사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선관위가) 투표용지를 못 지킨 건 집회 탓, 사무실 빼준 건 임차인 탓, 투표용지를 축소한 건 예산 탓, 답변하는 게 다 남 탓이다. 이러니 욕을 먹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올림픽공원은 이날 오전부터 긴장감이 팽팽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두른 시위 참가자들이 핸드볼경기장 출입구를 빼곡히 메운 채 “윤어게인”, “부정선거” 등을 연이어 외쳤다. 2-1 게이트 앞에는 황교안 자유와혁신 대표와 지난달 체육단체 직원들의 사무실 진입을 끝까지 막아 ‘올다르크’로 불린 30대 여성 A씨도 자리를 지켰다. 시위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봉쇄 방식을 둘러싸고 고성이 오갔다. 일부는 성조기 깃대를 붙잡고 몸싸움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2명이 다쳐 구급차로 이송됐다. 정오 무렵 국조특위 위원들이 현장에 도착하자 긴장감은 한층 고조됐다. 경찰은 “이동로 확보 등 안전조치에 불응하거나 경찰관을 폭행·협박할 경우 공무집행방해죄 등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 거듭 경고한 뒤, 출입구를 점거한 시위 참가자들을 한 명씩 바깥으로 이동시키며 통로를 확보했다. 현장 검증이 이어지는 40여분 동안에도 경기장 밖에서는 “부정선거”, “경찰이 폭력을 쓴다” 등의 외침이 끊이지 않았다. 경찰은 이날 대화경찰 100여명과 형사 200여명, 기동대 20여개 부대 등 총 1500여명을 투입해 현장을 관리했다. 진입 과정에서는 경찰관을 폭행한 60대 남성 1명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국조특위는 오는 7일 2차 현장 조사를 실시한 뒤 14일과 22일 두 차례 청문회를 열고 결과보고서를 채택할 예정이다. 경찰도 개표소 출입을 막은 봉쇄 시위와 불법행위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A씨는 이르면 다음 주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출석해 조사받을 예정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시위가 점차 격화되고, 그 과정에서 충돌과 폭력이 반복되면서 경찰력 투입도 계속 늘고 있다”며 “국조특위가 조속히 결론을 내려 갈등을 마무리해야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교사 무더기 무고·협박’ 학부모… 1년 되도록 기소도 안 됐다

    ‘교사 무더기 무고·협박’ 학부모… 1년 되도록 기소도 안 됐다

    교권 보호를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이 사회적 관심을 모은 가운데 제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와 교직원들을 무고성으로 무더기 고소하고 교사와 그 가족까지 협박한 혐의로 고발당한 학부모에 대해 교원단체가 검찰의 신속한 수사와 엄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제주교사노동조합과 초등교사노동조합은 3일 제주지검 앞에서 ‘아동학대 무고 및 교사 살해 협박 사건 신속 기소·엄벌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탄원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2일 밝혔다. 단체들은 지난해 8월 해당 학부모를 무고 등 혐의로 고발했지만 1년이 다 돼가도록 기소가 이뤄지지 않는 등 사실상 수사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회견에서는 학부모가 교사 등 12명을 상대로 제기한 무고성 아동학대·직무유기 고소 경위와 수사 지연 문제를 제기하고 관련자 엄벌과 함께 악의적인 아동학대 신고를 막기 위한 아동복지법 개정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교사노조 등에 따르면 해당 학부모는 수업 방식과 반 편성 때문에 자녀의 지병이 발현됐다고 주장하며 자녀를 가르친 초등학교 1~6학년 담임교사 전원과 교장, 행정실장, 교육청 직원 등을 지난해 초부터 잇따라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모두 무혐의 처리됐다. 이와는 별도로 이 학부모는 교육부와 교육청에 100건이 넘는 민원을 제기하고 일부 교사에게는 “결혼식에 찾아가 훼방을 놓겠다”는 등 협박성 발언과 문자까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교사는 탄원서를 통해 “협박 때문에 경호원을 고용해야 했고 ‘결혼하고 나보다 먼저 죽어라’ 등의 말을 들어 신변 위협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이 교사는 또 극심한 스트레스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으며 현재는 학교에 복귀했지만 여전히 불안감 속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정우 제주교사노조 위원장은 “교권 침해와 무고성 고소, 사법기관의 늑장 대응을 한꺼번에 보여준 사례”라며 “교육 현장에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검찰의 책임 있는 판단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극보수파 ‘교황 승인’ 없이 주교 서품 강행… 교황청, 파문 처분

    극보수파 ‘교황 승인’ 없이 주교 서품 강행… 교황청, 파문 처분

    가톨릭 현대화 반대 전통주의 파벌“성 비오 10세회 교회법 위반” 발표SSPX “징계, 법적 효력 없다” 주장1988년에도 갈등… 이번에 또 충돌 교황청의 현대화 개혁에 반대해 온 극보수 가톨릭 단체가 레오 14세 교황의 만류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자체 주교 서품을 강행했다. 지난해 5월 교황 즉위 이후 ‘교회 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온 레오 14세가 맞은 최대의 위기라는 관측이 나온다. AP통신·BBC 등 외신에 따르면 가톨릭 전통주의 분파인 ‘성 비오 10세회’(SSPX)는 지난 1일(현지시간) 스위스 에콘에 있는 신학교에서 교황의 승인 없이 스위스·프랑스·미국 출신의 신임 주교 4명의 서품식을 진행했다. 앞서 레오 14세는 서한을 보내 교황의 승인 없는 주교 서품은 “극도로 중대한 죄”이자 “분열적인 행위”라고 강력히 경고했으나, SSPX는 이를 무시했다. 교회법에 따르면 교황의 승인 없는 주교 서품은 교황청에 불복종하는 교회 분열 행위로 규정돼 서품받은 사람과 의식을 집전한 주교 모두 자동 파문(성직 수행·성사 참여 등 영적 권리 정지) 대상이 된다. SSPX 측은 이번 서품이 “가톨릭 신앙을 지키기 위한 신성한 의무”라며 교황청의 징계는 법적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교황청은 서품식 다음 날인 2일 파문 처분을 내렸다. 교황청은 신앙교리부 장관 명의로 발표한 교령에서 SSPX의 알폰소 데 갈라레타 주교 등 6명이 교회법을 위반해 자동 파문을 받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직자와 평신도들에게 분열에 가담하지 말 것을 경고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파문에 처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SSPX는 1970년대 프랑스 출신 마르셀 르페브르 주교가 1960년대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도입한 가톨릭 현대화에 반대하며 세운 단체다. 이들은 지역 언어가 아닌 라틴어 미사를 고수하고, 개신교 등 다른 교파와 화합을 도모하는 교회일치운동(에큐메니즘)을 거부한다. 현재 SSPX는 전 세계 75개국 이상에서 사제 750여명을 보유하고 있으며, 신도 수는 60만여명으로 추산된다. 교황청과 SSPX는 1988년에도 갈등을 빚은 적이 있다. SSPX는 당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승인 없이 주교 4명을 서품했다가 파문을 자초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후임인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교회의 분열을 막고 화해를 도모하기 위해 2009년 파문을 철회했으나 이번에 또다시 충돌하게 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번 서품식은 교회의 일치를 의도적으로 깨뜨리는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SSPX는 교황의 지도력에 위협이 되는 존재로, 이번 서품식은 교황에게 첫 번째 중대한 위기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 동점 또 동점, 거를 타선 없던 LG가 웃었다…키움 꺾고 50승 선착

    동점 또 동점, 거를 타선 없던 LG가 웃었다…키움 꺾고 50승 선착

    동점에 동점이 또 이어진 경기 끝에 LG 트윈스가 웃었다. 점수는 7점. 그리고 타점을 낸 선수도 7명이다. LG가 말 그대로 거를 타선 없는 경기력으로 키움 히어로즈를 꺾고 2연승을 달리며 시즌 50승에 선착했다. LG는 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의 주중 시리즈 마지막 경기에서 7-5로 승리했다. 이날 1회 3-3, 4회 4-4, 5회 5-5가 되는 접전이 펼쳐졌지만 6회 6-5, 9회 7-5가 되며 기어코 승리를 거뒀다. 특히 이날 2번 타자 박해민, 3번 타자 오스틴 딘, 4번 타자 문보경, 5번 타자 송찬의, 6번 타자 문성주, 8번 타자 이영빈, 9번 타자 신민재가 모두 타점을 기록하며 ‘팀 LG’의 힘을 보여줬다. 1회부터 양팀 선발 투수들이 흔들리면서 타격전이 됐다. LG는 1회초 천성호가 볼넷을 골랐고 박해민이 2루수 땅볼로 물러난 뒤 1사 2루에서 키움 선발 배동현의 폭투가 나와 천성호가 3루를 밟았다. 오스틴 딘이 볼넷으로 출루한 후 문보경이 우전 적시타로 선취점을 냈다. 이어 송찬의의 2루타에 오스틴이, 문성주의 2루 땅볼 때 문보경이 득점에 성공하며 3-0의 리드를 잡았다. 키움은 2사 1루에서 최주환이 좌전 안타를 쳤고 1, 2루 기회에서 박찬혁의 2루타로 1점을 따라갔다. 이어 임병욱이 우중간을 가르는 2타점 2루타를 때려 경기는 3-3 원점이 됐다. 4회초 LG가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이영빈과 신민재의 안타로 추가점을 냈다. 그러나 4회말 키움이 여동욱의 솔로포로 다시 균형을 맞추며 경기가 팽팽하게 흘러갔다. 5회초 LG는 전날 2홈런을 터뜨린 오스틴이 이날도 솔로포를 날리며 달아났지만 5회말 1사 1, 3루에서 박찬혁의 유격수 땅볼 때 3루 주자 안치홍이 홈을 밟으며 다시 균형을 맞췄다. 승부는 6회부터 기울었고 LG의 승리로 이어졌다. 6회초 박동원이 2루타와 폭투로 3루를 밟았고 이영빈이 우중간을 가르는 1타점 2루타를 날려 6-5가 됐다. 9회초에는 신민재와 구본혁의 안타로 무사 1, 3루의 기회를 잡았고 박해민의 적시 2루타로 1점 더 달아났다. 박해민의 2루타는 개인 통산 250번째로 이는 KBO리그 역대 61번째 기록이다. 경기를 마무리 짓기 위해 9회말 손주영이 올랐다. 손주영은 임지열과 서건창에게 잇따라 볼넷을 내주며 무사 1, 2루 위기에 몰렸지만 안치홍의 보내기 번트를 손주영이 잡은 뒤 3루 주자를 아웃시켰고 후속 타자들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승리를 지켜냈다. 염경엽 LG 감독은 “오스틴의 홈런으로 계속 우리의 흐름으로 이어갈 수 있었고 이영빈의 중요한 결승타와 추가점이 절실한 상황에서 박해민이 추가 타점을 올려주면서 승리할 수 있었다”면서 “키움 원정 3연전이 굉장히 힘든 경기였는데 선수들이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해서 위닝 시리즈 만들어낸 것을 칭찬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 추경호 대구시장, 취임 첫 실·국장급 인사…1호 조례 입법도

    추경호 대구시장, 취임 첫 실·국장급 인사…1호 조례 입법도

    대구시가 민선 9기 추경호 시장 취임에 맞춰 실·국장급 인사를 단행하며 조직 개편에 나섰다. 실·국장급 일부가 포함된 이번 인사에서는 12년 만에 내부 공무원을 시장 비서실장으로 발탁해 눈길을 끌었다. 2일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 미래산업 전환과 핵심 경제 현안을 총괄하는 미래혁신성장실장 직무대리로 김태운 동구 부구청장이 임명됐다. 대구시 일자리투자국장과 창업진흥과장 등 경제 부서 근무 경험이 많은 김 실장은 지역 경제 대개조와 대기업 유치 등을 이끌 전망이다. 이와 함께 조직 내부 기강을 바로 세우고 시정 혁신을 주도할 행정국장으로는 김동우 달서구 부구청장을 임명했다. 김 국장은 공직자가 능동적으로 일할 수 있는 행정시스템을 다듬는 작업을 총괄할 것으로 보인다. 국외훈련으로 공석이 되는 김진혁 공보관 자리에는 한응민 정책기획관이 부임한다. 한 공보관은 과거 공보관으로 근무한 적이 있고 정책기획관으로 일하며 시정 전반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서실장에는 이성용 공항정책관을 발탁했다. 공무원이 시장 비서실장이 된 것은 민선 5기 이후 12년 만이다. 이는 시장 비서실이 소위 ‘시장 측근 실세·비선’을 운운하는 구설에 오르는 것을 원천 차단하고 안정적 실무 보좌 체계로 개편하기 위한 추 시장의 의지가 담긴 결정이라는 게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의관 미래혁신실장은 달서구 부구청장으로, 김동규 군사시설이전정책관은 동구 부구청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시장 권한대행 체제 시기에 조직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온 안중곤 행정국장은 대구시정 싱크탱크인 대구정책연구원으로 파견됐다. 한편, 추 시장은 1호 조례로 ‘정책토론청구에 관한 개정 조례안’을 마련하고 입법 절차에 들어간다. 이는 추 시장이 취임사에서 강조한 시민 중심의 공감 시정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조치다. 추 시장은 “지금 대구는 비상한 경제 상황을 타개하고 미래로 도약해야 하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며 “권위주의와 낡은 관행을 벗어던지고, 오직 시민만 바라보며 능동적이고 창의적으로 일하는 실무형·현장형 조직으로 빠르게 쇄신하겠다”고 말했다.
  • “안타까운 일...지금이라도 잘못된 더그아웃 관행 바로잡아야” 배재고 사태 지켜본 야구 원로들 한 목소리

    “안타까운 일...지금이라도 잘못된 더그아웃 관행 바로잡아야” 배재고 사태 지켜본 야구 원로들 한 목소리

    “지금이라도 잘못된 더그아웃 관행은 바로 잡아야 한다.” 5·18 광주 민주항쟁을 폄훼한 응원 구호로 상대팀을 조롱해 공분을 산 배재고 야구부 파문에 야구 원로들이 입을 모아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예의를 갖추는 ‘스포츠정신’을 가르쳐야 할 어른들이 학생들을 제대로 교육하지 않고 방치하다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해태 타이거즈의 전성기를 이끌며 광주의 정서에 누구보다 깊은 공감대를 갖고 있는 김응용 전 감독의 첫 마디는 “아이고 거 감독들이 뭐 하는지 모르겠어”였다. 그는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회장을 맡았고 최근에도 리틀야구와 중학교 야구 현장을 드나들며 어린 선수들과 교감을 나누고 있다. 김 전 감독은 “학생들이야 실수할 수 있다. 그리고 실수를 통해 배움을 얻는 거다. 무조건 감독이 잘못했다. 평소에 제대로 가르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내가 협회장을 맡고 있을 때도 여러가지 사건 사고가 많았다. 아직 덜 성숙한 학생들이 뛰는 무대인데 사고가 없을 수가 없다. 그래서 평소에 감독, 코치들이 선수들을 잘 이끌어서 서로 존중하면서 경기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놔야 한다. 협회도 관심의 끈을 놓으면 안된다”고 어른들의 책임론을 강조했다. 김 전 감독은 “너무 옛날 얘기지만 우리가 어렸을 때는 감독 선생님이 나오시면 야구는 안 가르쳐주시고 매일 인간이 되기 위해 운동해라 그런 말씀만 하셨다. 감독이 아니라 도덕 선생님 아니신가 싶을 정도로 정신 자세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이 없다. 선수들도 진로 문제가 직접 얽혀 있어서 그런지 상대를 깎아내려서라도 이기려 든다. 성적만 나면 제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에는 판정에 불만이 있어도 선수들이 심판에게 직접 항의하는 법이 없다. 그런 일이 있으면 오히려 감독이 선수를 나무라고 경기에서 제외시켜버린다. 우리는 이기는데 집착하다보니 선수들이 심판한데 대드는 경우도 있다. 이래서는 안된다. 요즘은 그런 문화가 리틀야구에까지 퍼져 있다”며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아마추어 야구 전반에 걸쳐 인성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 배문고, 상문고에서 학생 선수들을 지도하기도 했던 ‘국민감독’ 김인식 전 감독은 “몇 년 전부터 얘기했던 부분이 결국 이렇게 곪아터지고 말았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김 전 감독은 “더그아웃에서 응원을 한답시고 합창을 하면서 율동까지 보태더라. 무슨 콩쿨을 하는 줄 알았다. 결정적인 승부처도 아닌데 점수가 날 때마다 전부 튀어나와서 법석을 떠는 것도 보기 싫었다. 그런 부분 때문에 경기 시간도 늘어지고 문제가 많아 보였다”며 비뚤어진 더그아웃 응원 관행을 직격했다. 그는 “여차하면 심판 판정에 항의하는 모습도 거슬렸다. 그러다보니 국제대회에 나가면 우선 심판부터 불신하는 학생들이 굉장히 많았다”고 학생 야구 답지 않은 모습들을 꼬집었다. 김 전 감독은 “학생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학생다운 야구를 하는 자세를 익혀야 한다. 근본적으로 야구 선수 이전에 학생 아닌가. 더그아웃에서 응원하는데 정신을 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하는지 배우고 익혀야 한다. 감독 코치들도 더그아웃 또한 배움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수수방관한 어른들에 대한 질책도 잊지 않았다. 김 전 감독은 “물론 학생들이 잘못한 것은 맞다. 그래도 그런 부분에 대해 협회는 사전에 알고 있었을 것이고 조치할 기회도 있었을 것이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됐는데도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징계에 기대 공식적인 사과 발표 조차 없는 것은 좀 비겁한 것 아닌가 싶다”며 협회도 함께 책임을 지는 동시에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물론 현장 지도자들은 끊임 없이 서로를 존중하고 학생다운 야구를 하자고 입버릇처럼 말해야 한다. 그래야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이제부터라도 고쳐나가면 된다. 야유로 상대를 흔들어댈 시간에 자기 팀과 상대의 플레이를 집중해서 관찰하고 그 속에서 실력을 키워나가야 야구가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김 전 감독은 마지막으로 관용과 화해를 이야기했다. 그는 “광주제일고 측에서 배재고 측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들었다. 지금 당장은 어렵겠지만 성난 민심이 조금 가라앉으면 그 때는 배재고 학생들을 진심으로 용서해달라고 광주제일고 교장 선생님께 부탁드리고 싶다. 잘못한 제자를 가슴으로 품는 것도 학생을 가르치는 스승의 몫이 아니겠나. 어른다운 포용력을 보여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선린인터넷고 감독을 시작으로 태평양 돌핀스, 삼성 라이온즈, LG 트윈스, 한화 이글스 등에서 2군 감독을 역임하는 동안 끊임 없이 ‘사람됨’을 강조했던 박용진 전 감독은 “평생을 야구와 함께 살아온 사람으로서 마음이 참으로 무겁고 참담하다”고 했다. 박 전 감독은 “가장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은 사태의 원인을 제공하고 바로잡아야 할 책임 있는 어른들은 뒤로 숨고 그 무거운 징계와 책임의 무게를 오롯이 아이들에게만 떠넘기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따끔하게 지적하며 “문제가 있다면 그 시스템을 만들고 관리하지 못한 어른들이 엄중한 책임을 지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린 학생선수들이 받을 상처를 걱정했다. 박 감독은 “고3을 맞은 학생들이 어른들의 잘못과 허물로 인해 가장 빛나야 할 시기에 상처받고 있다는 점이 가장 가슴 아프다. 프로와 대학이라는 마지막 관문을 향해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하는 생명과도 같은 시기에 내려진 중징계는 한 아이의 진로와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치명적인 처사”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어 “물론 원칙과 규정은 중요하다. 그러나 규정이라는 것은 아이들의 미래를 꺾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들을 올바르게 키우고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전후 사정을 깊이 고려해 우리 아이들이 더 이상 어른들의 갈등 속에서 희생되지 않고 다시 마운드와 그라운드에 서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현명하고 전향적인 결단이 내려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SK-KIA-kt의 사령탑을 역임한 뒤 현재 경일대 감독으로 학생선수를 가르치고 있는 조범현 감독도 이번 사태를 안타깝게 지켜본 야구 원로 가운데 하나다. 그는 고교 야구 현장에 가장 가까이 있는 현역 지도자다. kt를 마지막으로 프로야구팀 지휘봉을 놓은 이후로도 전국 각지를 돌며 순회 코치로 야구 유망주들을 지도했다. 대학 팀을 맡은 지금도 스카우트를 위해 틈나는 대로 고교야구 현장을 찾고 있다. 조 감독은 “어린 학생들이니 뭘 알고 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도가 지나쳤다. 고교 야구 현장에 가보면 지나칠 정도로 요란하게 응원을 해서 언젠가 한 번은 이런 일이 불거질 수도 있겠다 걱정을 했다”며 “상대 선수는 물론 지도자를 조롱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파이팅 넘치는 응원은 좋지만 상대를 자극한다거나 예의에 어긋나는 언행은 삼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너무나 파장이 커졌다. 과하다 싶으면 심판들이 현장에서 제재도 하던데 이번엔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다. 사전 교육이 철저하게 진행됐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어른들이 수수방관하다 파장을 키웠다. 앞으로는 지도자들이 조금 더 경각심을 갖고 단단히 교육시켜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더 큰 지진 올 수도”…日 규모 7.2 강진 전부터 바닷속 판 움직였다 [핫이슈]

    “더 큰 지진 올 수도”…日 규모 7.2 강진 전부터 바닷속 판 움직였다 [핫이슈]

    일본 이와테현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7.2 강진이 해저 판 경계가 천천히 움직이는 ‘슬로 슬립’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이 움직임이 30년 넘게 대규모 지진이 없었던 구간까지 퍼졌을 수 있다며 추가 강진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2일 일본 NHK 등에 따르면 우치다 나오키 도쿄대 지진연구소 교수는 지난달 25일 이와테현 앞바다에서 발생한 지진 이전부터 산리쿠 앞바다의 슬로 슬립 활동이 활발해진 것으로 분석했다. 슬로 슬립은 두 판의 경계가 큰 흔들림 없이 수일에서 수년에 걸쳐 천천히 어긋나는 현상이다. 판 사이의 응력을 일부 해소하기도 하지만, 주변 단층에 힘을 전달해 지진 발생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어 학계가 움직임을 주시한다. 일본 기상청은 지난달 25일 지진의 규모를 7.2로 확정했다. 당시 아오모리현 하시카미마치에서는 일본 지진 등급상 진도 6강의 강한 흔들림이 관측됐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아오모리·이와테현 앞바다에서는 지난해 11월 규모 6.9를 시작으로 지난해 12월 규모 7.5, 올해 4월 규모 7.7, 지난달 규모 7.2 지진이 잇따랐다. 규모 7.7 뒤 슬로 슬립 활동 확대됐나 우치다 교수는 지난 4월 20일 산리쿠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7.7 지진이 슬로 슬립 활동을 더욱 활발하게 만든 것으로 추정했다. 당시 지진은 태평양판과 육지판의 경계에서 발생했으며, 이와테현 구지항에서는 약 80㎝ 높이의 쓰나미가 관측됐다. 일본 기상청은 후속 대규모 지진 가능성이 평소보다 높아졌다며 ‘홋카이도·산리쿠 앞바다 후발지진 주의정보’를 발령했다. 슬로 슬립과 규모가 큰 지진의 연관성은 과거 연구에서도 관찰됐다. 일본 연구진은 산리쿠 앞바다의 판 경계가 빠르게 미끄러지는 시기에 비교적 큰 지진이 자주 발생했고, 1994년 산리쿠 먼바다 지진과 2011년 동일본대지진도 이런 시기와 겹쳤다고 분석한 바 있다. 다만 슬로 슬립만으로 지진의 발생 시점이나 규모를 예측할 수는 없다. 30년 잠잠했던 1994년 강진 주변까지 영향 우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곳은 1994년 규모 7.6의 산리쿠 먼바다 지진이 발생한 구역이다. 이 일대에서는 당시 강진 이후 30여 년간 비슷한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지 않았다. 우치다 교수는 현재 슬로 슬립이 활발한 영역이 1994년 진원지의 남쪽과 서쪽까지 확대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지난 4월 규모 7.7 지진 뒤에도 슬로 슬립이 가속하면서 인접 구역의 지진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그는 다음 지진이 언제, 어느 정도 규모로 발생할지는 예측할 수 없다면서도 “지금까지 발생한 규모와 같거나 그 이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며 평소 대비를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슬로 슬립을 곧바로 대지진의 전조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다만 일본 기상청도 최근 아오모리·이와테현 앞바다의 지진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한 만큼, 해안 지역 주민들은 강한 흔들림이 느껴지면 쓰나미 경보를 기다리지 말고 높은 곳으로 대피해야 한다.
  • 한국이 이란에 준 10조원 어디로?…“트럼프, 동결자금 해제” 백기 들었나 [핫이슈]

    한국이 이란에 준 10조원 어디로?…“트럼프, 동결자금 해제” 백기 들었나 [핫이슈]

    미국과 이란이 카타르 도하에서 실무단 협상을 진행한 뒤 30억 달러(약 4조 6700억원) 규모의 이란 동결자금을 해제하기로 합의했다. 악시오스는 1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이란이 실무단 협상을 순조롭게 진행했고, 상호 충돌을 자제하기로 했으며 향후 고위급 회담 재개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며 “미국 측은 이란에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보다 핵 합의와 지역 평화 협정을 통한 미국의 지원이 훨씬 더 경제적 가치가 크다고 설득했다”고 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매체인 알아라비야 방송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카타르에 있는 이란 동결자금 중 30억 달러를 지급하는 합의가 이뤄졌다”며 “이란은 협상 진전이 나타날 때마다 30억 달러씩 동결을 해제해달라는 조건을 내걸었다”고 보도했다. 다만 동결자금의 지급 방식과 정확한 날짜 등은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결자금 두고 서로 다른 주장이란 측도 동결자금 일부 해제에 대한 논의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이란 실무협상단을 이끈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부 차관은 이날 국영 IRNA 통신에 “카타르 중앙은행을 포함한 카타르 측 관계자들과 회의에서 동결자금 중 일부 사용 문제를 논의하고, 우리가 필요로 하는 물품을 구매해 제공해 주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현재 카타르에는 과거 한국에 동결돼 있던 이란 자금 60억 달러(추정치)가 예치돼 있다. 조 바이든 전 미국 행정부가 2023년 9월 당시 이란에 억류됐던 미국인 5명의 석방 대가로 한국 내 은행에 예치된 이란 동결 자금 60억 달러를 카타르로 보내도록 조치했기 때문이다. 해당 자금은 카타르 상업은행 QNB의 이란중앙은행 계좌로 송금돼 일부가 이란에 대한 인도적 물품 구매에 사용됐지만, 한 달 뒤 가자지구 전쟁 발발로 다시 동결된 바 있다. 다만 사우디 측 보도와 달리 악시오스는 중동 소식통을 인용해 “30억 달러가 이란에 현금으로 주는 것이 아닌 이란 중앙은행이 인도주의 물품 구매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일부는 미국산 물품을 구매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란이 해제된 동결자금으로 미국산 물품을 구매하기로 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이란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더불어 30억 달러의 동결자금 해제 보도와 관련해서도 미국 측은 “어떤 동결자금도 해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자화자찬 트럼프 “이란과 좋은 협상”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좋은 협상을 이뤘다며 자화자찬했다. 그는 이날 카타르가 선물한 전용기 탑승 전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들과 매우 좋은 회담을 가졌고 앞으로 지켜볼 것”이라며 “협상단은 큰 진전을 이룬 것 같다. 이란의 비핵화는 잘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실무단 협상은 중재국을 통한 간접 협상이었으며 핵심 문제인 호르무즈 해협과 레바논 문제, 핵 협상 등과 관련해서는 진전이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악시오스에 “우린 다음 한 주 동안 상황을 조용히 유지하여, 미사일이 날아다니지 않는 생산적인 환경에서 양해각서의 모든 측면에 대한 진전을 이뤄낼 수 있도록 한다는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오는 4~9일 열리는 이란 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장례식 기간 양쪽이 충돌을 자제하기로 한 것을 의미한다.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장례식이 끝나면 양측은 호르무즈 해협을 두고 또다시 충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란 고위 소식통 2명은 로이터 통신에 “이란은 필요하다면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AP 통신은 “협상단은 양국 지도자들이 합의에 도달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사항들을 확정 짓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과 레바논 문제에 대한 이견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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