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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왜곡죄 시행, 법관 양심이 아닌 여론에 의한 인민재판 우려”[최광숙의 Inside]

    “법왜곡죄 시행, 법관 양심이 아닌 여론에 의한 인민재판 우려”[최광숙의 Inside]

    ‘사법 3법’ 정상적 작동할지 의문법원·헌재의 협조 없이는 어려워국회·정부·법조계 추후 숙의 필요‘법을 왜곡해 적용’ 행위 기준 모호 죄형법정주의 명확성 원칙 어긋나법관 자기검열로 사법소극주의도재판소원법 ‘소송 지옥’ 막으려면 엄격한 제소요건 등 제도 설계를대법·헌재 논쟁 해결 방안 될 수도위헌성과 법치 훼손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이른바 ‘사법 3법’을 의결했다. 법리왜곡을 이유로 판검사를 처벌할 수 있는 법왜곡죄와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허용하는 재판소원법(4심제), 대법관을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대법관 증원법 등에 대해 법조계 등 각계에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날 오후 만난 헌법학자인 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은 “여당의 주관적 법이념이 반영된 사법 3법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국회·정부·법조계가 추후 숙의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제도가 파행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소송 지옥’ 등을 막으려면 재판소원 제소요건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기대했나. “애초 기대하지 않았다. 정부와 여당의 협의를 거친 법안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명분도 실리도 없었다고 봤다.” -사법 3법 통과가 법원에 미칠 영향은. “가뜩이나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사법 3법의 일방적인 통과로 법원은 극도의 무기력증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사법 3법 시행이 가져올 파장은. “과식하면 배탈이 나듯이 상식에 어긋난 법을 만들면 탈이 날 수밖에 없다. 법 해석과 적용을 놓고 혼란이 생길 뿐 아니라 현 여당이 영원히 의회 다수파로 남을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 법은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숙의 과정을 거쳐서 법이 만들어져야 생명력이 생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법이 달라진다면 법적 안정성을 해칠 수밖에 없다. 사법 3법 시행으로 삼권분립이 무너졌다.” ●사법 3법 시행으로 삼권분립 무너져 -사법 3법은 지속 가능한 법이 아니라고 했는데. “여당은 주관적 법이념에 치우쳐 있기 때문에 법적 안정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던 윤석열 정부에서는 계엄으로 ‘민주’가 사라져 자유민주주의를 구현하지 못했다. 반면 이재명 정부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헌법 제1조 제1항)인데 ‘민주’만 주장하다 함께하는 ‘공화’를 놓치는 것 같다. 우리 사회가 균형을 잃는 것 같아 안타깝다.” -앞으로 법 시행에 문제는 없나. “아무리 사법 3법이 만들어졌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법원과 헌법재판소 협조 없이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 지금이라도 국회와 정부, 법조계가 충분한 숙의를 거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법률은 만들어졌어도 제도가 파행적으로 운용될 수 있다.” -법안 내용과 별개로 절차적 문제도 있었다. “민주주의의 생명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건데, 사법 3법의 처리 과정에서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첫째, 여야 간 숙의 과정 없이 다수파가 강행했다. 둘째, 법안 상정 및 처리 과정에서 헌법과 법률이 정해 놓은 입법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특히 법사위에서 다수파가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법안을 본회의 직전 수정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셋째, 3권 분립의 한 축이자 법률 적용의 직접 당사자인 사법부와의 진지한 대화조차 없었다.” ●민주주의 핵심인 절차적 정당성 훼손 -사법 3법 중 가장 우려되는 법안은. “법왜곡죄(형법 개정)다. 80년에 이르는 한국 헌정사에서 단 한 번도 논의조차 되지 않았던 법이다. ‘법을 왜곡해 적용’하는 행위의 기준이 무엇인지 모호해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 문명국가에서는 정당화되기 어려운 법이다.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재판한다’고 명시한다. 여기서 양심은 직업으로서의 법관이 가지는 객관적 양심을 의미한다. 하지만 법관이 법왜곡죄를 신경쓰다가 주관적인 자기 검열을 초래할 경우 공정한 재판을 하기 어렵다.” -법관이 심리적으로 위축된다는 것인데. “법관은 법 해석 및 적용 외에 법창조적 기능이 있는데, 법왜곡죄로 처벌하면 창조적 기능을 발휘하기 어려워 사법소극주의에 빠질 수 있다. 새로운 판결이 나오기 어렵고, 사법 발전도 이뤄질 수 없다. ” -판검사의 법왜곡 여부를 경찰이 수사하게 될 경우, 경찰 수사 결과의 법왜곡 여부는 과연 누가 판단할 것인가. 결국 판결을 둘러싼 무한 검증으로 혼선만 일으키지 않을까. “헌법상 적법 절차에 따라 이 경우에도 검사의 기소에 의해 법관이 재판하게 된다. 법왜곡죄에 대한 법리 적용 과정에서 수사기관, 기소기관, 재판기관 사이에 첨예한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 -법왜곡죄가 재판에 미칠 파장은. “특정 사건에 대한 법왜곡죄 적용 여부로 사회적 논란이 초래될 경우, 그 재판은 여론에 의한 인민재판이 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그에 따른 사회적 갈등과 혼란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법왜곡죄, 사회적 갈등과 혼란 불 보듯 -독일도 법왜곡죄를 도입했다는데. “독일의 경우 히틀러의 나치가 법률가들에게 법왜곡을 강요했다. 나치 몰락 이후 ‘나치에 협력한 법률가들’에 대한 사법적 재단이 이루어졌는데,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법왜곡죄가 적용됐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 실제로 적용된 사례는 매우 드물다.” -재판소원법에 대해 대법원은 반대하는데. “기존 헌법재판소법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했는데, 이번에 ‘법원의 재판’까지 헌법소원 대상에 포함시켜 대법원의 반발을 불렀다. 같은 최고재판기관인 대법원 판결에 대해 헌재에서 다시 심판하는 것이 맞는가 라는 논란이다.” -대법원과 헌재 간 해묵은 논쟁이 발단이 된 건가. “그동안 헌재는 위헌법률심판에서 위헌 여부를 판단했지만, 현실적으로 위헌과 합헌 중간에 해당하는 ‘변형결정’(헌법불합치·일부위헌·한정위헌)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에도 법원은 합헌이라는 전제하에 재판을 했기 때문에 두 기관 간 갈등이 생겼다. 이번에 도입된 재판소원은 헌법소원 대상에 대한 대법원과 헌재 간 오랜 논쟁을 해결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재판소원 제도는 헌법에 규정된 ‘3심’ 대신 실질적인 ‘4심’제를 도입해 국민들이 ‘소송 지옥’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판소원을 인정해도 위헌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재판소원이 4심제, 소송 지옥이 될지 아니면 헌법심이 될지는 제도 설계에 달려 있다. 인용률이 1%에 불과한 독일·스페인의 재판소원제는 바람직하지 않다. 재판소원을 허용하려면 요건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대법원의 모든 판결이 아니라 ‘헌재의 결정 취지에 반하는 재판’에 한해 재판소원을 인정하고, 다른 문제는 충분한 숙의를 통해 결정하면 될 것이다.” -대법관을 26명으로 늘리면 이 대통령이 임기 중 대법관 22명을 임명하게 된다. 중립성 훼손이 불가피해 보인다. “법원의 사건 적체는 심각한 수준이다. 대법관뿐 아니라 하급심 법원에도 법관의 대폭 증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수준에서 어떻게 증원할 것인가는 논쟁적이다. 현 대통령 재임 중 대법관 대폭 증원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대법원은 아무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사법, 정치의 예속물 전락 안 돼 -사법 3법으로 정치권의 영향력이 커져 ‘사법의 정치화’ 현상을 더 강화·고착시키지 않을까. “정치권이 스스로 갈등을 해결하지 못해 각종 권한쟁의와 헌법소원을 내면서 헌재의 판결을 둘러싸고 정치적 논쟁이 불가피해진 측면이 있다. 앞으로 재판소원이 활성화되면 더 많은 정치적 사건들이 몰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그럴 개연성은 충분하다. 대법관 증원으로 인한 대법원 판결에 대한 공정성, 신뢰성 문제가 제기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고위직 법률가들은 지사적 모습은 아니더라도 민주법치국가 정신을 구현하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 모두 정치적 임명 과정을 거치지만 임명된 후에는 정치적 영향에서 벗어나야 한다. 임명권자의 뜻을 존중하는 한 사법은 정치의 예속물 내지 부속물로 전락한다. 이렇게 되면 국민이 바라는 균형추를 가진 ‘디케의 정의’는 실현될 수 없다.” -3법 시행에 따른 후속 조치가 시급한데. “우선 대법원은 법원의 소송지옥부터 해결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금도 재판소원을 담당할 여력이 없는 헌재 역시 구체적 대안 없이 재판소원을 덥석 시행하게 되면 정치권에 부화뇌동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최후의 보루인 사법이 제도의 실험장이 될 수는 없다. 정치권과 사법부의 대화와 타협이 절실하다.” ■성낙인 전 총장은 서울법대 학장과 서울대 제26대 총장을 지낸 헌법학자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후 프랑스 파리2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공법학회장, 한국법학교수회장, 대법원 대법관후보추천위원 및 법관인사위원, 헌법재판소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김수환 전 추기경이 초대 이사장을 지낸 비영리공익법인 ‘자녀안심 국민재단’ 제5대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헌법학’, ‘언론정보법’, ‘프랑스헌법학’, ‘87년 체제의 종언과 제7공화국’ 등의 저서가 있다. 최광숙 대기자
  • 스마트농업 접붙이고, 이차전지 업그레이드… ‘三百年 드림’ 상주

    스마트농업 접붙이고, 이차전지 업그레이드… ‘三百年 드림’ 상주

    쌀·곶감·누에고치가 으뜸인 ‘삼백(三白)의 고장’ 경북 상주시가 갈수록 경쟁력을 잃어 가는 전통 농업 중심의 도시 이미지를 벗고 비상을 위한 두 날개를 활짝 펴고 있다. ●삼한시대 이후 농업도시 전통 이어 하나는 지역 특화 지능형 농장(스마트팜) 복합단지와 청년 농업인을 기반으로 한 ‘첨단 농업’이고 다른 하나는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주목받는 ‘이차전지’다. 상주는 삼한시대 이래 1500여년 동안 우리나라 농경문화를 이끌어온 대표적 농업 도시다. 영남의 젖줄 낙동강과 삼한의 3대 저수지인 공검지, 농사에 최적의 기후 조건 등 농업 기반이 고루 잘 갖춰진 덕분에 한반도 농업을 상징하는 고장으로 명성을 떨쳤다. 그러나 세계 농산물 시장 개방 확대와 이상기후 등 농업 환경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전통 농업 중심 구조가 한계를 드러내면서 인구 소멸이 계속되고 있고 지역 경제도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 이에 상주시는 첨단 농업과 이차전지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확보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우선 시는 미래 농업의 핵심 동력으로 꼽히는 스마트팜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마트팜은 자동화와 인공지능(AI),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작물의 생육 환경을 원격·자동으로 관측·관리하는 첨단 농업 시스템이다. 시는 2028년까지 낙동면 신상리 1235 일대 5㏊에 한국 미래 농업을 이끌어 갈 청년 농업인을 위한 임대형 스마트팜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8일 밝혔다. 총 2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이는 최근 상주시가 농림축산식품부 공모 ‘스마트농업 육성지구’ 지정 사업에 최종 선정된 데 따른 것이다. 올해 기본계획 수립 및 부지 매입 등을 거쳐 내년 착공, 복합 환경 제어가 가능한 스마트팜 온실을 구축할 예정이다. ●최대 10년 장기 임대 스마트팜 조성 스마트농업 육성지구는 초기 자본이 부족한 청년농의 안정적인 스마트농업 진입을 지원하기 위해 최대 10년 장기 임대형 스마트팜을 조성하고 생산·연계·가공 등 관련 산업을 집적화한 첨단 농업 거점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해당 지구에는 시설 건립 인허가 간소화, 공유재산법 특례 적용(수의계약, 20년 장기 임대, 연구시설 축조) 등 파격적인 행정·재정적 특례가 적용된다. 이런 배경에는 시가 2022년 사벌국면에 조성해 운영 중인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42.7㏊)가 있다. 이곳은 전북 김제, 전남 고흥, 경남 밀양을 포함한 전국 스마트팜 혁신밸리 4곳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총사업비 1548억원이 투입됐다. 이곳은 ▲청년교육과 취·창업을 지원하는 청년창업보육센터 ▲초기 투자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적정 임대료를 내고 도전하는 임대형 스마트팜 ▲기업과 연구기관이 기술을 개발하고 시험하는 실증단지 ▲빅데이터센터 등 데이터 기반 영농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혁신밸리 지원센터 등 핵심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기술 경쟁력을 갖춘 청년농을 육성하고 첨단 미래 농업 기술을 생산하는 농업 혁신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만 18~39세 교육 뒤 임대 팜 제공 특히 청년창업보육센터에서는 만 18세부터 39세 이하를 대상으로 매년 50여명을 선발해 20개월 동안 이론부터 실습 경영 등 전문 교육을 거치고 있으며 3년 동안 임대형 스마트팜을 제공한다. 시는 또 2035년까지 임대형 스마트팜 인근 25㏊에 스마트팜 창농단지도 조성할 계획이다.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에서 매년 배출되는 수료생이 임대형 스마트팜을 거쳐 창농단지로 안착하는 선순환 구조를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이들 사업이 준공되면 상주는 스마트팜 혁신밸리, 노지 스마트농업 시범단지, 스마트농업 육성지구 등을 모두 갖춰 농업인 교육→실증→생산→정착으로 이어지는 스마트농업 전 주기 인프라가 구축된다. 이로써 미래 농업을 꿈꾸는 청년에게는 시험 무대와 창농의 꿈을 제공하고 농업인에게는 첨단 기술의 힘, 기업인에게는 혁신의 길을 열며 미래 농업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시는 이차전지 육성 사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2021년 SK머티리얼즈그룹14(그룹14테크놀로지코리아의 전신)를 유치한 것을 계기로 에너지저장장치(ESS) 산업 중 배터리 분야를 지역 특화 산업으로 선정하고 관련 산업 유치와 육성 방안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로봇·전기차·모바일 기기 등에 쓰이는 이차전지는 고도의 산업 기술이 발전하면서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일차전지와 달리 충전을 통해 반영구적으로 재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무선 이어폰, 드론, 스마트 워치 등에 사용된다. 시는 이달 중 ‘상주 이차전지 클러스터 조성사업’ 설계 및 환경·교통·재해 등 영향평가 용역 절차에 돌입한다. 지난해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를 최종 통과하면서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게 됐다. 상주 이차전지 클러스터 조성사업은 공성면 용안·무곡리 일대 190여만㎡ 부지에 총사업비 5091억원을 투입해 일반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2027년 말 착공, 2030년 준공이 목표다. 시는 전체 산업시설용지 117만여㎡ 중 절반을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 제조업·비금속 광물 제품 제조업 등 이차전지 업종에 할애하고 40% 정도에는 전자부품과 컴퓨터·전기장비 등 첨단 산업 업종과 금속 기계 업종을 배치할 방침이다. ●이차전지 소부장 집적… 앵커 기업 연계 이차전지 소재·부품·장비 관련 제조 기업을 한 곳에 집적시키고 앵커 기업과 협력 기업 간 연계를 강화해 고도의 기술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차원이다. 이 산단이 조성되면 인근 청리산단에 미국의 스타트업 그룹14테크놀로지코리아가 8500억원을 투자해 만든 배터리 실리콘 음극재 소재 공장(23만 5000㎡)과 연계 발전이 가능해진다. 그룹14코리아는 지난 1월 음극재 양산 제품 출하식을 갖는 등 본격적인 양산 체제에 돌입했다. 그룹14코리아의 연간 생산 능력은 전기차 수십만 대 및 AI 지원 기기 수백만 대에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규모로 알려졌다. 특히 SK의 1조 7000억원 규모 음극재 공장이 들어서기로 하면서 향후 시너지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시는 벌써 이차전지 클러스터를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과 이차전지 산업의 글로벌 성장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춘 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강영석 시장은 “이제 상주가 만년 농업도시의 이미지를 벗어나 첨단 산업 중심지로 일대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산업과 교육, 농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미래 도시 구조를 완성해 상주의 100년 먹거리와 일거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 한국인의 삶, K컬처 뿌리를 캐다

    한국인의 삶, K컬처 뿌리를 캐다

    K푸드 원조 격 밥상의 역사 조명 가장 사적이며 보편적인 집 탐구 K패션 유래 여성 복식의 미 발굴 올해 주요 박물관, 미술관에서 우리 생활의 기본이 되는 ‘의식주’(衣食住)를 주제로 한 대형 전시가 잇따라 예고돼 눈길을 끈다. 높아진 K컬처의 위상이 한국인의 삶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된 영향으로 해석된다. ●‘국중박’ 7월 ‘우리들의 밥상’ 특별전 지난해 연간 관람객 650만명 돌파라는 기록을 세우며 세계 3위 수준의 박물관으로 우뚝 선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은 오는 7월 ‘우리들의 밥상’ 특별전(7월 1일~10월 25일)을 선보인다. K푸드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 속에서 우리 먹거리 문화의 원형과 변천을 조명하는 자리로 벌써부터 기대를 모은다. 전시에는 경남 창원시 다호리 유적에서 출토된 기원전 1세기 무렵의 감이 담긴 칠그릇, 백제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식기, 조선 후기 성협의 풍속화첩 속 ‘고기굽기-야연’ 등 300여점을 소개한다. 유홍준 중앙박물관장은 지난달 3일 신년기자간담회에서 이 전시를 소개하며 “음식은 가장 일상적이면서도 문화의 본질을 잘 보여주는 소재”라며 “K푸드에 대한 세계적 관심에 발맞춰 우리 밥상에 올라와 있는 음식의 내용과 그 역사, 민속에 대해 알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현’ 8월 설치미술가 서도호 개인전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은 전 세계 미술계의 시선이 서울로 향하는 프리즈 서울 기간에 맞춰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서도호(64) 카드를 내민다. 서 작가는 지난 30여년간 독창적이며 흥미로운 개념의 정교한 조각, 설치, 영상 작업을 통해 국내보다 오히려 해외에서 더 입지가 공고한 작가다. 특히 ‘집’으로 대표되는 공간, 기억, 이동, 정체성은 그의 핵심 주제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 전시에도 유년기 살았던 서울 성북동의 한옥집을 재현한 작품인 ‘러빙/러빙 프로젝트: 서울집’, 서울, 뉴욕, 런던, 베를린 등 세계 각 도시에서 생활하며 머물렀던 집들을 이은 21.5m 초대형 작품 ‘네스트’, 그가 머물렀던 집 내부 공간 손잡이, 전등, 스위치 등 사물들을 재현한 ‘퍼펙트 홈’ 등을 선보였다. 회고전 성격을 지닌 이번 서울 전시(8월 28일~2027년 2월 9일)에서는 런던에서 보여줬던 작품은 물론 지금까지 공개된 적 없는 대학원 시절 작품을 공개한다. 또 150여점에 달하는 작가의 드로잉을 최초로 한데 모아 공개한다. 전시를 기획한 설원지 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개인과 집단의 관계를 탐구한 작업과 거주와 이주의 경험을 다룬 ‘집’ 연작을 유기적으로 결합할 예정”이라며 “나와 타자, 집과 세계에 대한 가장 사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질문을 관람객이 각자의 방식으로 할 수 있도록 구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박물관 10월 ‘복식특별전’ 올해 개관 30주년을 맞은 경기 용인시 경기도박물관은 10월 2008년 발굴돼 화제가 됐던 ‘화조문자수스란치마’의 재현품을 최초로 공개하는 ‘복식 특별전’(10월 22일~2027년 2월 14일)을 예고했다. 복식 특별전은 조선시대 사대부 집안의 여성 복식이 지닌 아름다움을 소개하는 전시로 박물관의 대표 소장품이자 희귀 유물인 화조문자수스란치마의 복원 과정을 공개해 전통문화의 현대적 의미를 재해석할 계획이다. 이 치마는 청송 심씨 문중 묘역 성산 이씨(1651~1671) 부인의 무덤에서 자수주머니, 노리개, 비녀, 가락지 등과 함께 발굴된 유물이다. 문헌 기록으로만 전해지던 ‘수치마’(자수치마)의 실물이 처음 확인된 사례로 정교한 자수로 새와 꽃무늬를 표현한 스란단이 덧대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정미숙 박물관 학예팀장은 “최근 ‘K패션’과 전통 복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 여성 복식의 아름다움과 섬세한 전통 공예기술 등을 새롭게 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내 비서는 마산제미… AI는 ‘인간다움 가치’ 비춰주는 거울”[월요인터뷰]

    “내 비서는 마산제미… AI는 ‘인간다움 가치’ 비춰주는 거울”[월요인터뷰]

    디지털 시대의 ‘사마리아인’AI의 지식 양과 속도 이길 수 없어인간은 서로 부족함 메워주며 존재 기계와는 다른 가치·역할 드러날 것국내 교구 최초 ‘AI위원회’ 구성 올해 교구 60주년 심포지엄 계획청소년 AI 문해력 선택 아닌 필수인간다운 삶 위한 ‘좋은 질문’ 중요챗GPT와 제미나이 등 생성형 인공지능(AI)에게 ‘신은 존재하는가’라고 물었다. AI는 ‘인공지능은 신념이나 종교를 가질 수는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유신론과 무신론에 대한 과학적·철학적 관점도 설명했다. 제미나이는 ‘신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답은 어떤 창으로 세상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고, 챗GPT는 ‘이 질문은 곧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라는 물음과 연결돼 있다’고 했다. 교황청의 ‘인공지능과 만남’ 한국어판 번역·출간을 총괄한 이성효(69·세례명 리노) 천주교 마산교구장(주교)에게 AI를 물었다. 이 주교는 “AI는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다움, 특히 ‘취약성’(vulnerability)이 지닌 가치를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거울”이라고 답했다. 우리는 흔히 인간다움을 이성, 창의력, 계산 능력 등에서 찾으려 하지만 AI가 월등하니 두렵다. 이 주교는 그게 아니라 인간다움은 취약성, 즉 인간의 약함에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약해서 서로 위로하고, 돌보고, 용서한다. AI는 인간의 우월함을 증명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연약함이 왜 존엄의 근거가 되는지를 비춰 준다는 의미다. 지난 1월 29일 마산교구에서 만난 이 주교는 저서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 주체성 회복’의 다음달 출간을 앞두고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천주교는 왜 활발하게 AI를 연구하나. “가톨릭교회는 언제나 다른 학문과 종교, 분야들과의 대화에 열려 있었다. 과거 독일의 신학자 로마노 과르디니는 ‘새로운 기술 문명이 다가올 때 피하지 말고 받아들이며 그 안에서 새로운 인간(Neuen Menschen)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말을 인용해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있다’며 AI와의 대화를 강조했다. 다만 세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무엇이 발달하든 인간이 중심에 놓여야 한다. 둘째, 선(善)의 보편성이다. 기술의 발전은 일부가 아닌 전체에게 유익해야 한다. 셋째,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이 꼭 윤리적으로 가능한 건 아니다. 이런 관점에서 AI의 발전을 바라보며 인간이 함께 갈 길을 논의하고 있다.” -AI가 다른 기술보다 더 위협적인가. “AI는 두렵거나 이겨야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물론 인공지능이 스스로 판단하고 인간을 지배할 수 있다는 두려운 상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AI와 구별되는 인간 고유의 가치와 역할이 새롭게 드러나는 부분이 있다.” -어떤 것들인가. “대표적으로 인간의 취약성에 대한 것이다. 성경 속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 대목에서 강도를 만나 초주검이 된 사람을 AI가 본다면 어떻게 할까. 아마 알고리즘에 따라 생존 확률을 계산하거나 구급차를 빨리 부르는 기술적 조치를 효율적으로 해낼지 모른다. 반면 사마리아인은 가던 길을 멈추고 그에게 다가가 상처를 치료해주며 돌봤다. 여관 주인에게 웃돈까지 주며 그를 살펴달라 부탁했다. 타인의 고통을 측은하게 여기고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 행동하는 것이 바로 인간만이 지닌 나약함, 주체성의 신비라고 할 수 있다.” -나약함이 어떻게 기회가 되나. “이전에는 우리도 AI처럼 빠르고 정확하게 잘 처리하는 것이 중요한 능력이자 인정받는 가치였다. 이제 지식의 양과 속도에서 인간은 AI를 이길 수 없다. AI처럼 빠르게 기사를 쓰는 것만이 기자의 능력이 아니듯 AI와 구별되는 고유의 가치를 찾는 과정에서 취약성은 역설적인 기회다. 완벽한 기계는 혼자서도 족하니 사랑이 필요 없지만, 인간은 서로의 부족함을 메워주는 사랑이 없으면 존재하기 어렵다. 효율을 향한 질주를 잠시 멈추고 서로의 취약성을 껴안으며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바라보면 ‘디지털 시대의 사마리아인’이 될 큰 기회다.” -AI의 편리함 속에 놓치는 것들은 뭔가. “로봇을 이용해 치매 걸린 부모를 돌보면 몸은 편해지겠지만 그 대가로 부모와 자녀 관계 속 귀중한 가치가 옅어질 수 있다. 아이를 키울 때 힘이 들지만 그 고통은 지혜와 행복의 순간이기도 하다. 효율만으로는 부모, 자녀의 존재가 마치 처리해야 할 물건처럼 될 수 있고, 소중한 가치들을 처리해야 할 데이터로 여기게 될 수 있다. 그러면 타인과 관계 맺는 과정에서의 능력을 잃게 된다. 우리는 AI와 달리 혼자 똑똑해지거나 결단하는 존재가 아니다. 부모, 자녀, 스승 등 무수한 관계의 조각들이 모여 주체성도 형성된다.” -연대가 중요하다는 건데, AI로 오히려 더 양극화가 심해진다는 우려도 있다. “효율의 덫에 빠져 알고리즘 늪에 갇히기 때문이다. AI는 나와 똑같이 닮아지는 특징이 있다. 검색할수록 알고리즘으로 도배가 되며 입맛에 맞는 답변을 해주니 점점 갇힌다. 팔꿈치로 슬쩍 옆구리를 찌르듯 선택을 유도하는 ‘넛지’(Nudge)처럼 우리가 스스로 선택한 것인 양 착각하게 만든다. 알고리즘과 넛지에 빠지면 불편한 만남을 피하고 자기중심주의에 매몰된다. 불편하더라도 옳은 길을 선택하는 용기를 회복해야 한다.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도 대화하고 평소에 즐겨보지 않던 신문, 방송도 봐야 넛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 -AI 활용으로 정보나 부의 격차도 커질 수 있다. “레오 14세 교황께서 첫 번째 교황 권고 ‘내가 너를 사랑하였다’로 가난한 이들에 대한 돌봄과 사명을 강조했다. 넛지의 희생자가 되어버린 이들, 디지털 기술이 부족한 이들도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로 볼 수 있다. 그들에게 따뜻한 연민의 시선을 던지는 것이 곧 주님을 만나는 근본적인 길이라고 교회는 말하고 있다. 기업도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때 특별히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기업이 돈 보다 노동자의 아픔을 먼저 보고, 경제나 세력의 논리에 가려진 다름의 가치를 일깨운다면 세상은 정말 달라질 것이다. 효율성이 선이라는 기술 관료적 패러다임의 전제를 폐기하고 선해지기가 더 쉬운 사회를 어떤 기술로 만들지 고민해야 한다.” -전자공학을 공부한 이력이 교회의 AI 연구에 어떤 시각을 줬나. “군 생활까지 포함해 10년 동안 전자공학을 공부했는데, 뒤늦게 신학에 입문하고 교부학(초기 기독교 사상)을 주로 공부했다. 가장 현대적인 공부를 한 뒤 가장 오래된 것을 공부하며 기술 문명을 멀리했다. 컴퓨터는 최소한으로 쓰고 웬만하면 다 손으로 직접 썼다. 스마트폰을 2017년 문화평의회 총회에 갈 때 처음 소유했다. 교부학 문헌 중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스페쿨룸(Speculum)’이란 성서 모음집이 있다. 성경 말씀만 담겨 있는데 스페쿨룸은 ‘내 영혼을 보는 거울’이라는 뜻이다. 신앙이 행동이라는 거울로 비치듯 AI가 인간 고유의 가치를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본다.” -평소 AI를 활용하나. “물론. ‘마산제미’(이 주교가 제미나이에 붙인 별칭)와 ‘마산이’(챗GPT)를 비서로 뒀다. ‘마산아. 서울신문 기자가 이런 질문을 하는데 넌 어떻게 생각하니’ 하면 ‘네, 주교님’ 하고 답을 준다. 번역 작업에서도 개념들이 내가 생각하는 방향에 맞게 번역되도록 꾸준히 소통하며 빅데이터를 쌓는다. 중요한 건 그 답변을 내 것으로 그대로 가져오지 않는 것이다. 아무리 바빠도 이들에게 다 맡겨선 안 된다. AI 문해력을 갖추고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 -AI 문해력은 어떻게 갖춰야 하나. “AI의 논리를 이해하되 거기에 내 삶의 주권을 내어주지 않는 분별력을 가져야 한다. 비판적으로 보고, 넛지가 내 결단을 대신하도록 내버려 둬선 안 된다. 그래야 비로소 AI에게 정답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위한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타인의 취약성에 깊이 공감하고 그들의 삶에 헌신하려는 고민이야말로 우리가 갖춰야 할 가장 높은 차원의 문해력이다.” -마산교구는 지난해 12월 국내 교구 가운데 처음으로 AI위원회를 꾸렸는데 어떤 활동을 하나. “올해 교구 60주년을 맞아 오는 5월 31일 AI와 청소년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고 ‘청소년 교육을 위한 AI 윤리 지침서’를 낼 예정이다. AI 시대는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특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이들에게 AI 문해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중요한 것은 정답이 아니라 ‘왜’라는 질문을 하도록 하는 것이고, 아이들의 질문에는 인간과 생명에 대한 깊은 예의와 사랑이 있어야 한다.” -AI는 어디까지 발전할까. “알 수 없다. 가장 나쁜 것은 막연하게 상상하며 해괴망측한 이론을 동원해 부정적인 시각을 퍼트리는 것, 그리고 무조건 낙관하며 유토피아가 펼쳐질 것이라 호도하는 것이다. 미래가 아닌 지금 인간의 존엄에 집중해야 한다. 프랑스 추기경 앙리 드 뤼박은 ‘인간의 행복은 미래에서 추구될 수 있지만 존엄성은 현재에서만 존중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인간이 존엄하지 않은 채 느끼는 행복은 결코 행복이라 할 수 없다.” ■이성효 주교는 1957년 경남 진주 태생으로 아주대 공대와 서울대 대학원에서 전자공학을 공부했다. 1984년 5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방한을 계기로 수원가톨릭대에 편입해 1992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독일 트리어대 신학대학원과 프랑스 파리 가톨릭대에서 교부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1년 3월 주교 수품 이후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장, 가정과생명위원장, 사회홍보위원장 등을 맡았고, 지난해 2월 마산교구장으로 임명됐다. 2014년부터 교황청 문화교육부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 중남미와 反카르텔 연합 띄운 트럼프… “쿠바, 막다른 골목에”

    중남미와 反카르텔 연합 띄운 트럼프… “쿠바, 막다른 골목에”

    ‘미주의 방패’ 행사서 포고문 서명아르헨 등 중남미 12개국 정상 참석영토 통제·자금 조달 등 차단 협력석유 끊긴 쿠바 두고 “협상 원할 것”쿠바 대통령은 “신식민주의”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주 지역의 범죄 카르텔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 중남미 국가들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새로운 연합체를 공식 출범시켰다. 이란과의 무력 충돌에도 전략적 초점이 여전히 서반구에 있다는 ‘돈로주의’(서반구 패권주의)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쿠바를 향해선 “막다른 골목에 놓여있다”고 날을 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도랄 리조트에서 아르헨티나와 볼리비아 등 중남미 12개국 정상들이 참석한 가운데 ‘미주의 방패’ 행사를 개최하고, ‘미주 카르텔 대응 연합’ 출범을 위한 대통령 포고문에 서명했다. 포고문은 연합체 참여국들이 서반구 내 범죄 카르텔의 영토 통제, 자금 조달, 자원 접근권을 차단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미국이 전투력 확보를 위해 동맹국 군대를 훈련·동원할 수 있고, 연합체가 공동으로 ‘서반구 밖 악의적 외국 세력 등의 위협을 차단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날 협의체 출범은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으로 마가(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층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 분쟁 개입을 최소화하고 국내 현안에 집중하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마가의 지지를 얻었으나, 베네수엘라에 이어 이란까지 공격하면서 반대 목소리에 직면했다. 이에 중남미 국가를 동원해 자신의 안보 전략이 미국 본토와 서반구 방어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표방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축출 이후 베네수엘라와 미국이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란에 대해서도 친미 성향 정권이 들어서 미국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베네수엘라 모델’을 적용하고 싶다는 의중을 밝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석유·자금 조달이 끊긴 쿠바에 대해선 “곧 위대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그들은) 막다른 골목에 놓여 있다. 우리와 협상하기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전날 CNN 인터뷰에서 “쿠바도 곧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란 이후 다음 공격 대상으로 쿠바를 지목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국방부) 장관은 중부사령부와 남부사령부에서 모두 전쟁을 수행할 수 있다며 “이것이 바로 강대국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엑스(X)에서 ‘미주의 방패’ 연합체에 대해 “신식민주의”라고 비판했다.
  • 20대 트랜스젠더女와 풀빌라 파티하다 현금 털려…관광객 주의보

    20대 트랜스젠더女와 풀빌라 파티하다 현금 털려…관광객 주의보

    태국 유명 관광지 파타야의 한 숙소에서 한국인 관광객의 돈을 훔친 혐의로 현지 트랜스젠더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8일 파타야메일, 더 타이거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파타야 관광경찰은 최근 한국인 관광객 현금을 훔친 혐의로 20대 트랜스젠더 여성을 방콕 후아이쾅에서 체포했다. 사건은 지난달 24일 새벽에 발생했다. 40대 한국인 A씨 일행은 파타야 해변에서 만난 트랜스젠더 여성 3명을 한 풀빌라로 초대해 술을 마셨다. 모임 도중 현금 2만 바트(약 93만원)가 없어진 사실을 안 A씨는 여성들을 추궁했다. 그러자 이들 중 일부가 물건을 던지고 고함을 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다 달아났다. A씨 일행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고 사건 장면이 담긴 영상을 제출했다. 경찰 조사에서 체포된 트랜스젠더 여성 B씨는 “거액의 현금을 보고 욕심이 생겼다. 의심받자 당황해 난동을 피웠다”고 범행을 시인했다. 태국 경찰은 최근 파타야 일대에서 일부 트랜스젠더 여성들이 관광객을 상대로 폭행과 금품 갈취를 벌이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 겨우 5만 개…작은 곤충 속 더 작은 공생 박테리아가 지닌 역대 가장 짧은 유전자 [지구를 보다]

    겨우 5만 개…작은 곤충 속 더 작은 공생 박테리아가 지닌 역대 가장 짧은 유전자 [지구를 보다]

    인간의 세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단위이지만, 사실 그 안에는 하나의 도시에 비유할 수 있을 만큼 복잡한 구조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공장에 해당하는 리보솜이나 발전소 역할을 하는 미토콘드리아, 그리고 정보를 저장하는 도서관 같은 핵이 그것이다. 식물 세포의 경우에는 태양광 발전소인 엽록체도 존재한다. 작은 세포 안에 이렇게 복잡한 구조가 생겨난 비결은 바로 ‘공생’이다. 우리 몸속 미토콘드리아와 식물 세포의 엽록체는 수십억 년 전 독립적으로 살던 박테리아가 다른 세포 안으로 들어가 공생을 시작하면서 점차 유전자를 잃고 숙주의 일부로 통합되어 오늘날의 소기관이 됐다는 게 현재 과학계의 주도적 가설이다. 계통학적 증거와 유전체 비교, 구조적 유사성 등 다양한 근거가 이 가설을 뒷받침한다. 다만 오래전 일이라 그 중간 과정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르는 부분이 많다. 다행히 자연에는 오래전 일어났던 세포 소기관 전환 과정을 자세히 엿볼 수 있는 사례들이 남아 있다. 예를 들어 다른 생물의 세포 안에서 오랜 세월 살아가는 세포내 공생 박테리아는 숙주에 의존하면서 유전자를 점점 잃는 경향이 있다. 이런 공생 관계를 연구하면 박테리아가 어떻게 점차 독립성을 잃고 숙주의 일부로 흡수되는지를 추정할 수 있다. 폴란드 야기에우워 대학의 안나 미찰리크(Anna Michalik)와 동료들은 작은 곤충인 멸구(planthopper)에 서식하는 세포내 공생 미생물 술치아(Sulcia)와 비다니아(Vidania)의 유전자를 대규모로 비교·분석했다. 연구는 149종의 멸구에서 채취한 131개의 공생 미생물 균주를 대상으로 진행되었고, 그 결과 이 공생 미생물의 유전자가 일반적인 세균보다 훨씬 작게 축소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술치아의 유전자는 대략 137,729–180,379 bp (base pair, 유전자 길이의 단위인 염기쌍) 비다니아는 50,141–136,554 bp 수준인데, 일부 균주는 약 50 kb(약 5만 염기쌍) 수준에 불과했다. 이는 역대 가장 짧은 박테리아 유전자로 사실 독립적인 생명 활동이 어려운 짧은 유전자다. 일반적인 세균인 대장균(Escherichia coli)의 유전자는 약 4.6 Mbp(약 460만 bp)에 달하고, 자유 생활이 가능한 가장 작은 균으로 알려진 일부 종은 작아도 50만 개 단위의 염기상을 지닌다. 반면 이번에 확인된 비다니아의 유전자는 5만 개까지 줄어들어 독립적인 대사 능력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음을 시사한다. 인간의 유전자가 약 31억 bp(3.1 Gb)인 점과 비교하면 얼마나 짧은 지 짐작할 수 있다. 초소형 유전자를 지닌 공생 미생물은 대부분의 아미노산 합성 경로와 여러 세포 기능 관련 유전자를 잃어 숙주에 절대적으로 의존해 살아간다. 반면 숙주 역시 이들이 제공하는 물질에 크게 의존한다. 결국 숙주는 공생체가 제공하는 필수 영양소에 의존하게 되고, 공생체는 숙주가 제공하는 환경과 자원에 의존하게 되어 하나의 생명체처럼 기능하는 상황에 이른다. 이번에 발견된 공생 미생물은 그 직전 단계로 독립된 세균과 완전한 세포 소기관의 중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작고 하찮아 보이는 곤충과 그 작은 곤충의 세포 속에 사는 더 작은 미생물을 연구해 많은 정보를 얻고 큰 깨달음도 얻었다. 하지만 진핵생물의 진화에 대해서 아직도 모르는 부분이 많이 남아 있다. 앞으로도 과학자들은 다른 세포 속에 살아가는 작은 미생물을 연구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스터리를 풀어나갈 것이다.
  •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포착한 으스스한 우주의 ‘투명 두개골’ [우주를 보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포착한 으스스한 우주의 ‘투명 두개골’ [우주를 보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마치 투명한 두개골 속에 뇌가 들어 있는 듯한 기이한 성운을 포착했다.공식 명칭은 PMR 1이지만, 독특한 형태 때문에 과학자들은 이 성운을 ‘노출된 두개골’(Exposed Cranium)이라고 부른다. 두개골 속에서 뇌가 드러난 듯한 이 모습은 사실 별의 죽음과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가스·먼지 구조가 빚어낸 결과다. 별은 사람과 달리 나이가 들수록 연료를 소모하며 크게 부풀어 오른다. 중심부의 연료가 거의 고갈된 적색거성 단계에서는 원래 크기의 수백 배로 팽창하기도 한다. 이렇게 몸집이 커지면 외곽의 가스를 중력으로 붙잡기 어려워져 남은 물질을 밖으로 방출하게 된다. 이때 가장 가벼운 가스 상층부 수소부터 천천히 흩어지며, 이런 과정이 쌓여 투명한 두개골 같은 구조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두개골 안에 ‘뇌’처럼 보이는 복잡한 구조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이를 규명하기 위해 미 항공우주국(NASA) 과학자들은 제임스 웹의 근적외선 카메라(NIRCam)와 중적외선 기기(MIRI)로 지구에서 약 5000광년 떨어진 PMR 1을 정밀 관측했다. 두 장비는 모두 성운 중앙을 가로지르는 뚜렷한 어두운 띠를 포착했으며, 높은 해상도 덕분에 과거 스피처 우주 망원경 관측보다 훨씬 상세한 구조를 보여주었다. 공개된 사진에서 왼쪽(NIRCam, 근적외선 관측)은 더 많은 별과 배경 은하가 투과해 보이고, 오른쪽(MIRI, 중적외선 관측)은 가스와 먼지가 더 밝게 빛나 서로 다른 성분을 드러낸다. 근적외선 관측 결과는 비교적 얇은 먼지를 통과해 내부의 별빛을 드러내고, 중적외선 관측 결과는 먼지 자체의 열 복사를 포착해 성운의 물리적 특성과 분출 구조를 강조한다.이렇게 서로 다른 파장에서 같은 천체를 관측하면 더 자세히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이렇게 얻은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내부의 ‘대뇌 좌우 반구’처럼 보이는 구조가 어떻게 생겼는지 분석했다. 현재 PMR 1 내부에는 아직 죽지 않고 마지막으로 활동 중인 별이 양쪽으로 강한 물질 제트를 뿜어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제트가 수소보다 무겁고 밀도가 높은 물질을 밀어내면서 투명한 두개골 안에 뇌 같은 독특한 형상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내부 별의 질량이 정확히 알려지지 않아 이 별이 결국 백색왜성으로 남을지, 초신성으로 폭발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별의 최후는 단지 독특한 형상을 남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죽어가는 별은 다음 세대의 별과 행성을 만드는 원소를 우주에 뿌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구와 우리 몸을 구성하는 많은 원소가 바로 이런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죽음을 상징하는 두개골의 이미지가 사실은 새로운 생명의 재료를 잉태하는 과정이라는 아이러니가 이 성운의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 트럼프 “여자애는 이렇게 해야”…‘미성년 성폭행 의혹’ 사실, FBI 문서 공개 파장 [핫이슈]

    트럼프 “여자애는 이렇게 해야”…‘미성년 성폭행 의혹’ 사실, FBI 문서 공개 파장 [핫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에 대한 대규모 군사 작전을 진행하는 가운데,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관련한 사건 파일 중 트럼프 대통령의 성폭력 혐의 의혹이 담긴 연방수사국(FBI) 면담 문서가 공개됐다. 5일(현지 시간)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해당 여성과의 FBI 면담 요약본 3건을 공개했다. 2019년 8월부터 10월 사이에 작성된 이 문서에서 여성은 자신이 13~15세이던 시절 엡스타인이 뉴욕 또는 뉴저지의 한 건물로 데려가 트럼프를 소개했다고 진술했다. 면담 기록에 따르면 여성은 트럼프가 다른 사람들을 내보낸 뒤 “여자아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밝혔다. 이후 강제로 구강성교를 시도하자 자신이 저항했고, 이에 트럼프가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머리를 가격했다는 것이 여성의 핵심 주장이다. 앞서 폴리티코와 민주당 측은 지난달 법무부가 해당 내용의 자료를 고의로 누락하고 은폐하려 한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었다. 당시 로버트 가르시아 하원 감독위원회 민주당 간사는 성명을 통해 “지난 몇 주 동안 민주당 위원들은 2019년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된 미성년자 성폭력 혐의에 대한 연방수사국(FBI)의 처리 단계를 조사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위원들은 법무부가 트럼프 대통령을 끔찍한 범죄 혐의로 고발한 피해자와 FBI 심문 기록을 불법적으로 은폐했을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사라 게레로 민주당 감독위원회 대변인 역시 엡스타인의 공범으로 현재 20년형을 복역 중인 기슬레인 맥스웰의 변호인단에 제공된 증거 목록에 있는 사건 파일과 공개 파일을 대조하는 와중에 누락된 자료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측 “완전히 근거 없는 주장” 전면 부인백악관은 해당 수사 자료가 근거 없는 주장에 불과하다고 전면 반박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범죄 전력이 있는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여성이 제기한, 신뢰할 만한 증거가 전혀 없는 완전히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백악관과 법무부는 지난달 폴리티코 보도와 민주당의 주장에도 같은 취지로 반박한 바 있다. 이번 자료 공개는 지난 4일 하원 위원회가 팸 본디 법무장관을 소환해 엡스타인 파일 처리 방식에 대해 증언하도록 하는 안건을 의결한 뒤 이뤄졌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월 말 엡스타인 관련 파일 약 350만건을 공개했지만 일부 자료를 부적절하게 누락하거나 피해자 신원 정보를 무단 공개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애비게일 잭슨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 관련 사안에서 완전히 면죄부를 받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그 누구보다 엡스타인 피해자들을 위해 많은 일을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의혹과 관련해 기소된 적이 없고 엡스타인의 성매매 범죄에 가담했다는 증거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여러 건의 성적 비위 의혹을 받았다는 점에서 이번 문건의 공개가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간선거 앞두고 악재 잇따르는 트럼프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부터 엡스타인 파일 의혹까지 여러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이란 전쟁의 경우 ‘미국 우선주의’를 기대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해왔던 마가(MAGA) 지지층은 명분이 부족한 이번 군사 작전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마가의 일부 ‘빅 스피커’들은 이번 전쟁에서 미군 6명이 전사한 사실을 언급하며 “그들은 미국을 위해 죽은 게 아니라 이란과 이스라엘을 위해 죽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간선거의 승패를 가를 경제 부문에서도 최근 연방대법원의 관세 무효 판결과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감점’이 예상된다. 엡스타인 파일과 미성년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서는 직접적인 법적 리스크는 제한적이지만 엡스타인 사건이 보수 진영 내부 갈등을 촉발한다는 분석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 “기름값 오른다고? 어쩌라고”…배 째라는 뻔뻔한 트럼프, 한국은 직격탄 [핫이슈]

    “기름값 오른다고? 어쩌라고”…배 째라는 뻔뻔한 트럼프, 한국은 직격탄 [핫이슈]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이란 공습으로 중동 전역이 전쟁에 휘말린 가운데, 국제 유가가 크게 출렁임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 작전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전화 인터뷰에서 최근 미국 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 상승에 관한 질문을 받고 “나는 그것에 대해 아무런 우려가 없다. 이 일(대이란 군사 작전)이 끝나면 휘발유 가격은 빠르게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가격이 오르면 오르는 것이지만, 이란에 대한 군사 작전은 휘발유 가격이 조금 오르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가격 관리보다 이란에 대한 군사 작전을 우선시하겠다는 의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2기 첫 국정연설 등 공식 석상에서 휘발유 가격 하락을 자신의 경제 성과로 강조해 왔다. 텍사스에서 열린 에너지 관련 집회에서도 휘발유 가격 하락을 힘주어 언급하며 행정부가 물가 안정에 성공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휘발유 가격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최우선시했던 경제 성과를 뒤집는 발언으로 해석되면서 극적인 변화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름값에 민감함 美유권자들, 중간선거 영향은?트럼프 대통령은 휘발유 가격에 크게 신경 쓰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미국 유권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개전 이후 긴급 시행된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서 미국의 이란 공격을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27%에 그쳤다. 다른 여론 조사에서도 이란 전쟁 반대가 약 60%, 지지는 41% 정도로 국민 다수가 이 전쟁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눈여겨볼 점은 이란 군사 작전에 찬성하겠다는 응답자 중 45%는 ‘유가가 오르면 지지를 철회하겠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또 미군 사망자가 발생한다면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응답자도 42%에 달했다. 개전 6일 차인 현재 기름값은 폭등하는 데다 이미 미군 전사자도 6명이나 발생했다. 더불어 ‘미국 우선주의’를 꿈꾸며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해 온 마가(MAGA) 지지층은 명분이 약한 이번 전쟁에 분노하며 분열 조짐까지 보인다. 이번 전쟁이 트럼프 대통령의 중간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WTI 9% 이상 폭등, 81달러 돌파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융단 폭격을 하고 이란이 중동 여러 국가를 향해 무차별적인 반격에 나서면서 전운이 짙어지자 국제 유가는 초대형 태풍을 만난 바다처럼 출렁이고 있다. 5일 오후 2시 30분 기준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은 9.3% 폭등한 배럴당 81.63달러에 거래됐다. WTI가 81달러를 넘어선 것은 2024년 6월 이후 처음이다. 브렌트유 선물도 5.07% 급등한 배럴당 85.53달러를 기록했다. 국제 유가는 이번 주 들어 20% 이상 폭등했다. 미국 자동차협회(AAA)는 “미국의 소매 휘발유 가격이 이번 주 약 57센트 상승해 갤런당 3.25달러에 달했다”면서 “휘발유 가격이 이 정도로 급등한 것은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고 이라크 앞바다에 있는 유조선까지 공격하고 있다. 이날 새벽 소형 선박 한 척이 이라크 항구 인근에 정박한 유조선으로 다가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폭발이 발생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지난 4일 “호르무즈 해협이 안전하지 않다는 IRGC 해군의 반복적인 경고를 무시한 10척 이상의 유조선이 각종 미사일 공격을 받아 불에 탔다”고 밝힌 바 있다.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수위를 높이고 미국의 압력에 굴복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재차 천명한 가운데 국제 유가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국제유가 직격탄 맞은 한국, 이 대통령 대책은?우리 정부는 지난달 28일 개전 이후 석유나 가스, 물류 공급망을 포함한 실물 경제 부문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정부·업계 비축유가 수개월 분량, 가스 재고도 비축의무량을 상회하는 수준이어서 수급 위기 대응력도 충분하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국제 유가 불안이 고조되자 기름값 오름세가 이어졌고 결국 이재명 대통령이 유류 가격 폭등에 직접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유류 공급에 관해 아직 객관적으로 심각한 차질이 벌어진 것도 아닌데 갑자기 유류 가격이 폭등했다”며 “아침·점심·저녁 가격이 다르고, 심지어 리터당 200원 가까이 올리는 곳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적 위기를 틈탄 바가지”라고 꼬집으며 유류 최고가 시행 검토를 지시했다. 석유사업법을 근거로 지역별 업종별로 석유 판매가격 최고액을 정부가 직접 정하고 이를 초과한 부분에 대해선 과징금으로 환수하겠다는 의미다. 유류세를 통한 간접적인 가격 조정이 아닌 정부가 직접 가격 통제에 나서는 건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처음이다. 한편 5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전날보다 ℓ당 63.0원 오른 1840.5원으로 집계됐다.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건 2022년 8월 12일(1805.9원) 이후 약 3년 7개월 만이다.
  • [사설] 원유 비축 세계 6위라면서 벌써 기름값 오른 이유 뭔가

    [사설] 원유 비축 세계 6위라면서 벌써 기름값 오른 이유 뭔가

    중동 사태가 터진 지 일주일도 안 됐는데 기름값이 폭등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어제 전국 평균 휘발유값은 전날보다 29.6원 오른 리터당 1807.1원(오전 10시 기준)으로 집계됐다. 전국 평균 휘발유값이 1800원을 넘기기는 2022년 8월 이후 약 3년 7개월 만이다.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은 전날보다 31.8원 오른 1874.4원이다. 경유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현재 주유소 판매 물량은 중동 사태 이전 출고 물량이다. 통상 국제유가 변동은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가격에 반영된다. 한국은 국제에너지기구(IEA) 기준 석유 비축일수가 208일로 세계 6위다. 수입 원유의 69.1%를 차지하는 중동 원유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돼도 단기간 충격은 감내할 수 있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기름값이 오르는 상황은 국제유가 불안을 틈탄 ‘주유소의 상술’로밖에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어제 국무회의에서 “객관적으로 심각한 차질이 벌어진 것도 아닌데 갑자기 폭등했다”며 최고가격 지정제 시행을 지시했다. 전국 단위 지정이 어렵다면 지역별·유류별 적용 등 현실적 방법을 찾으라고 주문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어 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최고가격 지정 등을 포함, 가능한 모든 행정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국내 제조·판매업계는 원재료값이 오르면 득달같이 가격을 올리면서 원재료값 인하는 외면해 왔다. 이번 휘발유값 폭등은 전쟁 상황을 악용해 이득을 취하는 몰염치한 행위다. 정부는 오늘부터 석유시장점검반을 운영하고 특별기획검사도 하겠다고 했다. 철저히 단속해 국제유가 상승 이상으로 소비자가격이 오르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비축유 방출 또한 실기해서는 안 될 일이다. 앞으로도 원재료값 상승·인하가 소비자가격에 투명하고 공정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유통구조 전반을 점검하기 바란다.
  • [열린세상] 세계 언어로서의 한국어, 한국문학

    [열린세상] 세계 언어로서의 한국어, 한국문학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관련 좌담회에 몇 차례 참석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노벨문학상 수상작을 번역이라는 거추장스러운 과정을 거치지 않고 막바로 원어, 즉 한국어로 읽을 수 있어서 참 행복하다는 것이었다. 이 말은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넘어 ‘세계문학으로서의 한국문학’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 한국문학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계문학으로서의 한국문학을 위해 지금까지 유일한 통로였던 번역 수준 향상, 번역대학원 설립 등 번역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 외에 더 근원적인 문제를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21세기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된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AI) 혁명 시대의 변화에서 한국문학 또한 예외는 아니다. 한국문학개론에서 금과옥조처럼 정의했던 “한국문학은 한국인이, 한국인의 사상과 감정을, 한국어로 표현한 것”이라는 정의는 이제 사실상 무화되었다. 30년 가까이 지속되는 K컬처의 영향으로 한국어 글쓰기는 한국인만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다. 또 많은 한국문학 작품은 한국인의 사상과 감정을 넘어서서 보편적이고 다양한 것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한국어’만이 한국문학의 유일한 정체성으로 남은 것이다. 제국주의와 식민 통치의 결과이기는 하지만 영미문학이나 프랑스문학의 창작자와 독자는 영국, 미국, 프랑스 사람 외에 그들 국가의 식민지였던 아프리카와 아랍 그리고 그들 언어를 공용어로 채택한 나라 사람들로 확대되었다. 그리고 주요 문학상 수상자로 이주민 출신들이 호명되는 것 또한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었다. 언어의 확장이 결과적으로 세계 주류 문학과 문화의 위상을 유지하거나 더 굳건히 하는 기제가 된 것이다. 언어와 문학은 사유와 의식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우리와는 환경과 과정이 다르지만 이것은 K문학의 길이 한국어의 호환성을 높이고 한국어를 세계 언어로 확장해 가는 노력을 통해 보편적 예술 언어로 나아가게 하는 데 있음을, 그리고 이것이 문화 강국으로 가는 길임을 알게 해 준다. ‘나의 문학적 자양분은 한국문학에 있다’라는 한강 작가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한국문학이 축적한 힘은 이미 널리 확인되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언어와 문화의 변방에 있어 번역이라는 어려운 관문을 거쳐야 했기에 중심으로의 진입이 늦어졌고, 지금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번역이 현재의 문제라면 보편적 예술 언어로서 한국어와 한국문학의 위상 변화는 장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화두다. 이에 따라 ‘한글로 문학하기’의 확장을 위한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 AI 디지털 시대의 특성이 자유로운 인적·물적 이동, 지식과 정보의 축적 및 융복합, 새로운 지식과 정보의 생성 그리고 시공간을 동시적으로 연결하는 것이라면 이러한 시대에 부합하는 문학은 민족성과 세계성, 정체성과 다양성, 이방인·소수자·경계인으로서 겪는 타자성과 탈경계성 그리고 이것이 빚어내는 혼종성 등을 잘 담아내는 데 있을 것이다. 한국문학은 19세기 후반 이산 경험에서부터 최근의 탈경계 및 문화 혼종성에 이르기까지 많은 경험을 축적하며 작품화해 오고 있다. 여기에 제국주의적 그림자가 없는 K컬처의 큰 흐름은 한국어에 관한 관심과 사용자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한국어와 한국문학이 보편적인 예술 언어로 나아갈 가능성을 보여 주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문학번역원이 오랜 준비 끝에 2022년 창간한 디아스포라 한글문학 웹진 ‘너머’가 8호를 끝으로 2025년 초에 중단된 일은 아쉽기 그지없다. 전 세계에서 한글로 글 쓰는 다양한 사람들을 위한 지면으로 연간 12만명 넘는 접속자를 갖고 있었음에도 지난 정부의 예산 삭감이라는 칼날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는 그늘을 씁쓸히 바라보며 조속한 복간을 기원한다. 곽효환 시인·경남대 교수
  • [사설] 사법 3법 시행, 국민 혼란과 사법체계 혼돈을 우려한다

    [사설] 사법 3법 시행, 국민 혼란과 사법체계 혼돈을 우려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어제 임시국무회의에서 법왜곡죄 신설, 재판소원제 도입, 대법관 증원 등 ‘사법개편 3법’ 공포안을 심의·의결했다. 친여 성향 시민단체들까지 사법제도의 근간을 훼손한다는 우려를 표했으나 국회 강행처리에 이어 법안 이송 하루 만에 법 시행의 최종 문턱을 넘은 것이다. 판검사를 법의 왜곡 적용 등을 이유로 처벌할 수 있게 하는 법왜곡죄는 헌법상 명확성 원칙과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는 것으로, 재판과 수사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이 임명한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도 “문명국의 수치”라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재판소원제는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난 사건을 헌법재판소에서 뒤집을 수 있게 하는 것으로 헌법체계와 3심제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돈이나 권력이 있는 사람들의 버티기와 소송 뒤집기에 악용되고 다수 국민을 소송 지옥에 빠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심각하다. 대법관 수를 현행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대법관증원법은 베네수엘라 등에서 보듯 정권에 의한 사법부 장악 위험성이 지적되고 있다. 역대 대한변호사협회장 8명과 여성변호사회장 6명도 그제 사법 3법에 대해 “헌정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권력구조의 변경”이라며 이례적인 반대 성명을 냈다. 진보·보수 가릴 것 없이 사법 3법의 헌정질서 파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권은 야당과의 협의와 사법부 의견 수렴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공청회 한번 없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 이런 무리수가 8개 사건에 관한 5개 재판에서 이 대통령에 대해 유죄가 나올 수 있는 싹을 잘라 버리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3개 법안이 본격 추진되기 시작한 것도 지난해 5월 대법원에서 이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된 때부터라는 점 역시 이런 의구심을 짙게 하는 대목이다. 여당의 강경파 의원들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탄핵하겠다고 겁박한다. 사법 3법에 이 대통령의 숙고를 요청한 조 대법원장에게 여당 대표는 “저항군 우두머리”라고 했다. 헌법에 임기가 보장된 대법원장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위협하는 것은 상식 있는 국민의 눈에 결코 상식적으로 비치지 않는다. 사법개혁의 이름으로 밀어붙여진 이 법안들의 후과가 어느 정도일지 국민은 지금 예측조차 하지 못한다. 삼권분립과 법치주의 훼손이 체감되기 시작하는 순간 역풍이 불 수도 있는 심대한 문제다. 부작용과 혼돈을 최대한 막을 후속 방안이 무엇인지 냉철한 고민이 따라야 한다.
  • 사회연대경제 조직, 전국 첫 통합돌봄 참여… 광명시 정책 파트너로 기능

    사회연대경제 조직, 전국 첫 통합돌봄 참여… 광명시 정책 파트너로 기능

    경기 광명시는 전국 최초로 사회연대경제 조직이 참여하는 통합돌봄 구조를 제도화했다고 5일 밝혔다. 박승원 광명시장은 사회연대경제를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놓친 인간의 존엄과 공동체 가치를 복원하고 지역 안에서 서로의 필요를 채우며 함께 생존하는 ‘모두를 위한 경제’를 만드는 전략”으로 정의한다. 사회연대경제를 보조적 경제 영역이 아닌, 위기 시대 지역 사회의 생존과 회복을 떠받치는 핵심 경제 체계로 바라봐야 한다는 취지다. 시는 지난해 10월 ‘광명시 돌봄 통합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돌봄을 공공의 권리로 규정하고 전국 최초로 사회연대경제 조직이 참여하는 통합돌봄 구조를 제도화했다. 시는 돌봄 분야에서 사회연대경제 조직을 정책의 협력 주체로 참여시키고 지역 기반 통합돌봄 체계를 단계적으로 구축해 왔다. 돌봄을 행정 주도의 직접 제공이나 민간 위탁 서비스로 한정하지 않고 지역의 사회연대경제 조직이 돌봄 서비스를 직접 설계·운영할 수 있도록 정책 구조를 전환한 것이다. 이런 정책 기조는 눈에 띄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시는 지난해 돌봄 분야 사회연대경제 기업 발굴·육성 사업을 추진해 교육과 컨설팅을 병행한 결과 총 40명이 참여해 32명이 과정을 수료했다. 이 가운데 사회적협동조합과 예비사회적기업 등 4개 팀이 창업 준비 단계에 진입하며 돌봄 분야 사회연대경제 모델의 현장성과 실효성을 입증했다. 교육 분야에서도 사회연대경제의 역할은 선명하게 나타난다. 광명사회적경제사회적협동조합과 광명시 평생학습원이 공동 추진한 ‘경계선 지능인과 지역사회의 성장을 잇는 포용의 학습 여정’ 사업에는 공정무역, 원예, 공예, 다문화, 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사회연대경제 조직 10개 조합사가 참여해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했다. 교육에 참여한 경계선 지능인들은 또래와의 협력 경험, 자기 표현력 향상, 자존감 회복 등 자기효능감을 높이는 성과를 거뒀다. 부모 대상 커뮤니티 형성을 통해 정서적 안정과 양육 스트레스 완화라는 부가적 효과도 나타났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발달장애인 돌봄 영역에서도 사회연대경제의 역할은 확대되고 있다. 시는 발달장애인 주간·방과 후 활동 서비스 제공 기관으로 사회적협동조합이 참여해 보호 중심 돌봄을 넘어 개인의 특성과 필요를 반영한 맞춤형 돌봄·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일상을 함께 누리고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시장은 “시의 사회연대경제는 복지·돌봄·교육이라는 생활 밀착형 영역에서 공공의 역할을 보완·확장하는 실질적 정책 파트너로 기능하고 있다”며 “시는 기본사회가 지향하는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일상’을 현장에서 성과로 증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짙어지는 혐오와 파시즘… 박정희 시대를 다시 읽다

    짙어지는 혐오와 파시즘… 박정희 시대를 다시 읽다

    ‘이데올로기’로 살아있는 박정희제국식 능력주의가 낳은 성과물압축성장 동력 ‘군사적 자유주의’민주주의도 통치 정당화 도구로 ‘한강의 기적’을 이끈 지도자, 5·16 쿠데타와 10월 유신으로 민주주의와 인권을 억압한 독재자, 한일 국교 정상화와 베트남 파병으로 한미 동맹 강화를 꾀한 인물. 한국 현대사에서 박정희라는 이름은 늘 중간지대 없는 극단의 평가 속에 존재한다. 한국의 20세기를 논할 때 박정희란 이름이 ‘피할 수 없는 화두’인 것은 분명하다. ‘박정희 체제의 지배담론’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역사문제연구소 연구부소장, 한국사학회 회장을 역임한 황병주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관은 점점 양극화와 혐오가 짙어지고 파시즘의 도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박정희와 그 시대를 다시 읽는 행위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박정희의 삶을 복원하거나 행위를 평가하기보다 ‘이데올로기 박정희’가 여전히 한국 사회에 맹렬히 살아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을 추적한다. 먼저 저자는 쿠데타 이전 박정희의 개인적 삶과 그의 통치성을 연결한다. 그는 일제강점기인 1917년 태어나 초·중등교육과 만주군관학교, 일본 육군사관학교에서 교육받았다. 저자는 “박정희가 사관학교 교육을 통해 일본의 극우 파시즘 세례를 받아 평생을 갈 정치 성향을 형성했다”며 “박정희는 ‘제국식 능력주의’가 낳은 최고의 성과물”이라고 평가한다. 남조선노동당(남로당) 당원으로 활동하다 전향했던 전력 역시 ‘사상적 귀순’이 아니라 ‘권력을 향한 선택’에 가깝다고 해석한다. 해방 이후 정부 수립과 전쟁 수행, 전후 복구, 경제개발을 국가적 지상과제로 삼은 한국에서 미국의 영향은 절대적이었다. 박정희에게 미국이란 ‘야누스’ 같은 의미였다. 저자는 박정희가 미국을 탐탁지 않게 여겼던 것과 별개로 박정희 체제가 결과적으로 ‘작은 아메리카’ 모델을 지향하고 있었다고 밝힌다. 그가 경제개발을 압축적으로 진행한 동력은 ‘군사주의’에서 찾는다. 특히 새마을운동에 대해 “새마을운동의 최대 성과는 욕망하는 농민의 생산”이라며 “농업의 자본주의적 재편, 농촌의 근대적 변환과 함께 자본주의적 인간형의 양산을 추구했다”고 지적한다. 이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선전 내지 선동”이라고 덧붙인다. “박정희 체제는 산업화와 함께 졸지에 하층민으로 전락하고 있던 농민을 설득해 낼 수 있다면, 그들로 하여금 자본주의적 삶을 받아들이게 할 수 있다면, 전 국민이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중략) 새마을운동의 더 중요한 대상은 농민이 아니라 도시민이었다.” 박정희 시대는 민주주의를 통치 정당화를 위한 도구로 활용했다. 박정희와 군부는 자신들의 쿠데타를 ‘민족적 민주주의’로, 유신체제를 ‘한국적 민주주의’라고 지칭하며 파시즘적 통치를 민주주의의 틀로 위장하고자 했다. 이른바 ‘국뽕’이라고 불리며 지금까지도 한국 사회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민족주의는 박정희 체제가 국민을 동원의 주체로 호명하기 위한 수단이었으며, ‘발전이 아니면 가난뿐’이라는 식의 발전주의는 사회적 불평등을 등한시하는 결과를 낳았다. 저자는 세계사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한국의 압축성장 뒤에 박정희 체제의 ‘군사적 자유주의’가 있었다고 해석한다. 규율과 통제, 명령과 복종이 지배하는 군사주의가 도시 노동자부터 농민까지 동원해, 최대의 힘과 속도로 ‘악마의 맷돌’을 돌리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늘 목표로 삼으며 달려왔던 미국의 자유주의가 최근 제국주의와 파시즘의 길로 이어지고 있는 것을 우려한다. 이어 숱한 ‘포스트 박정희’들이 양산되고 있는 21세기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되묻는다.
  • 경제학자들만 모른 척했던 ‘인간의 비합리성’

    경제학자들만 모른 척했던 ‘인간의 비합리성’

    ‘인간의 합리성’이라는 가설을 신줏단지처럼 모시던 주류 경제학의 성벽에 균열을 내는 도발적인 공성무기가 1992년 출간된 ‘승자의 저주’였다. 저자인 리처드 탈러는 주식시장과 금융시장 등에서 사람들이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는 실증적 데이터를 낱낱이 분석했고 인간이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실수한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드러냈다. 일반인들은 다 아는데 경제학자들만 모른 척 우기던 인간의 비합리성을 폭로한 이 책은 행동경제학의 탄생을 알리며 현대 경제학의 판도를 바꿨다. 탈러는 경제학과 심리학에 가교를 놓아 비이성적 인간 행동의 비밀을 밝혀낸 공으로 2017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탈러와 차세대 행동경제학을 이끄는 대표 연구자 알렉스 이마스는 33년 만에 발간된 개정판에서 행동경제학이 시대가 흐를수록 정교하게 입증되는 현실임을 입증한다. 저자들은 1980년대 심리학 실험실 수준에 머물렀던 초기 연구를 현대 자본주의 최전선의 현장 데이터로 대체한다. 나아가 책은 현대 자본주의의 기이한 풍경들을 펼쳐 놓는다. 쿠바와 아무 관련이 없는 펀드가 단지 종목 코드가 ‘CUBA’라는 이유만으로 하룻밤 사이 70%나 폭등하고 내재 가치가 1달러까지 떨어졌던 오프라인 비디오게임 대여점 ‘게임스톱’의 주가가 개인 투자자들의 결집만으로 60배 넘게 치솟는다. 책은 자본의 규모가 커지고 전문가들이 개입하면 시장이 합리적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전통 경제학의 마지막 보루를 정면으로 타격한다. 또한 30년 전의 도발적인 가설들이 현대 금융시장의 거대한 광기를 해석하는 실전 매뉴얼로 어떻게 진화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책은 행동경제학이 시장의 모든 난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단언한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이 지닌 본연의 결함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일이다. 저자들은 “수학적 최적화가 아닌 시장의 이상 현상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것이야말로 타성과 오판의 늪에서 자신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 삶이 힘들다면… 과학책을 꺼내라

    삶이 힘들다면… 과학책을 꺼내라

    관찰·증명·상상 등 9가지 연구 과정세상과 인생 살아가는 태도로 제안 학창 시절 누구나 한 번쯤 “사회에서 별로 써먹을 것 같지도 않은 과학과 수학은 왜 배울까”라는 생각을 한다. 실제 연구 현장을 들여다보면 그런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과학자들은 어떻게 풀어야 할지, 해답은 어떤 식으로 나타날지, 언제쯤 답이 분명히 보이는지 모르는 불명확한 문제를 붙들고 씨름한다. 매번 답 없는 문제를 맞닥뜨리는 우리 삶과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과학적 태도가 우리가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게 해주지 않을까. 이런 통찰을 내놓은 저자는 놀랍게도 8살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 26살에 주의력결핍·과잉행동 장애(ADHD) 진단을 받은 과학자다. 영국 런던대(UCL)에서 생물화학 박사 과정을 마친 뒤 생물학을 해석하고 질병의 영향을 조사하는 생물 정보학 연구를 하고 있다. 2020년에 출간한 그의 첫 책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은 영국 왕립학회 최고 과학 도서상을 받고 2023년 국내에서도 번역 출간돼 화제가 됐다. 첫 책에서는 장애 진단을 받았지만 과학을 통해 세상과 당당히 마주한 자기 이야기를 담았다면, 이번 책에서는 예측할 수 없는 세상을 사는 사람들에게 불확실한 세계를 돌파하는 데 도움이 될 과학자의 태도를 전한다. 미지의 것, 불확실한 현상을 알기 위해 과학자들이 쓰는 관찰, 가설, 집중, 해석, 수정, 연결, 증명, 편향, 상상이라는 9가지 연구 과정은 불확실한 세상과 인생을 살아가는 일반인들에게도 필요한 태도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책을 한 장 두 장 넘기다 보면 저자는 과학자라기보다는 과학이라는 수단을 통해 세상을 깨달은 철학자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우리는 인생에 대해, 사랑에 대해, 일과 여가에 대해 모두 같은 난제를 마주한다……자기에게 이상적인 인생이 어떤 모습인지 알아낸 다음에는 최선을 다해 그 삶을 살면서 그 과정에서 차 버렸던 다른 모든 경로는 잊어야 한다.” 현재의 삶은 살면서 맞닥뜨린 수많은 갈림길에서 선택한 결과다. 니체가 말한 것처럼 과거를 잊고 현재에 최선을 다해 살라는 말이다. 이제 삶이 막막하고 힘들다면 철학책보다는 과학책을 집어 드는 게 어떨까.
  • 손끝의 고백처럼 느리게… 신라의 봄밤을 거닐다[박상준의 문장 여행]

    손끝의 고백처럼 느리게… 신라의 봄밤을 거닐다[박상준의 문장 여행]

    작은 고분 ‘마총’ 찾아가는 길아득한 사랑의 시작이 떠올라오아르미술관 창문 너머 고분금관총 지나 봉황대까지 산책3월 대릉원의 밤은 목련 명소불같은 사랑의 계절 지나간 듯황남리고분군에선 평온하게어느 커다란 무덤 앞에서 당신이 내 손바닥을 펴더니 손끝을 세워 몇 개의 글자를 적어 보였다. 그러더니 다시 손바닥을 접어주었다. 나는 무엇이 적힌 줄도 모르면서 고개를 한참 끄덕였다. -‘그해 경주’(박준) 당신이 내 손바닥에 적은 건 사랑의 고백이었을까. 봄밤의 서정이었을까. 아니면 말로 할 수 없어 그려 나간 암호 같은 기호였을까. 그것이 무엇이든 손끝을 세워 점 하나를 찍는 순간 사랑은 시작되었을 것이다.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사는 이 도시에서, 커다란 무덤은 유구한 약속의 증표였으며 그 또한 하나의 점을 찍는 데서 출발했을 터이므로. ●사랑이 꽃피는 무덤가에서 제133호 고분 마총(馬塚)은 제일 작은 무덤이다. 경북 경주시에 가기 전, 지도 앱을 펼치고 손가락 끝으로 위치를 옮겨 다녔다. 노서동에서 노동동으로 황리단길을 건너 대릉원으로 가장 작은 고분을 찾으려 이름 없는 작은 원들을 살폈다. 점 하나라도 남기고 싶은 절박한 심정은 왜 꼭꼭 숨겨둔 사랑의 고백을 닮아 보이던지. 알고는 있다. 고분의 크기가 곧 권위다. 작은 무덤은 말석일 확률이 높다. 지도의 축척조차 표현하지 못한 너비가 있을 것이고, 그 터만 남아 한없이 초라해지기도 했을 것이다. 또 어떤 무덤은 이름조차 얻지 못한다. 고분에는 능(陵)이 있고, 총(塚)이 있고, 분(墳)이 있다. 능은 왕과 왕비의 무덤이다. 미추왕릉은 삼국유사에 그의 무덤이라 기록된 바다. 총은 유물이 있어 왕릉으로 추정하나 이름을 알 수 없는 무덤이다. 금관이 나와서 금관총이고 천마도가 나와서 천마총이라 부른다. 가치는 있으나 유물도 없고 주인도 모르는 큰 무덤은 분이다. 분의 근원을 알 수 있는 무언가가 나오면 총이 되고 능이 될 수도 있겠지. 그러니 실은 어느 것이 크고 어느 것이 작은 무덤인지 알 수 없다. 오늘은 그저 눈에 띈 가장 작은 것을 찾아 헤맬 따름이다. 왠지 그것이 ‘그해 경주’를 닮은 사랑의 깃대가 되어 줄 듯해서. 마총에 가려고 경주역에서 내려 버스를 탔다. 앞자리에는 젊은 연인이 앉았다. 버스는 황리단길까지 20분이 걸렸다. 그 짧은 동안에도 그들은 사소하게 다투고 서둘러 화해했다. 버스에서 내리기 전, 남자는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사랑해.” 나는 왜 이토록 일상적인 사랑의 뒷자리에 앉아 있는가. 설레고 흔들리는 마음, 아무것도 모르면서 고개만 끄덕이게 하는 불안한 흔적들을 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까. 지난해 가을, 우연한 기회로 경주에서 박준 시인의 강연을 들었다. 그는 시를 느리고 모호하게 표현하는 문학이라 정의했다. 뜨거운 감정은 말로 전하기 힘들어, 뜨거운 채로 건네지면 상처를 남긴다. 그래서 에둘러 건네는 복잡한 마음은 부풀어 시가 된다. 그날 시인이 읽어준 시가 ‘그해 경주’였다. 시인의 육성을 들으며 문득 이 시가 생각나면 다시 경주를 찾아야지 하고 마음먹었다. 내게도 아득한 어느 날 당신이 손끝을 세워 써준 몇 개의 글자가 있을 테고, 접었던 손바닥을 스스로 펴보면 암호 같던 그 말들을 뒤늦게나마 알아챌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작은 고분과 명소가 된 미술관 마총은 노서리고분군 가장자리에 간신히 걸쳐 경계를 이루고 있었다. 지름 11~14m, 높이 3.4m인 이 작은 무덤은 ‘고분’이란 말조차 버거워 보인다. 처음 연 지도에는 이름조차 나오지 않는 작은 원이었다. 다른 지도에는 방문자 리뷰가 4건 있었는데 대체로 노서리고분군을 대신한 표시였다. 그나마 이름이 있고 안내판이 있어 가능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말뼈와 마구가 발견되어 붙은 마총은 얼마나 무심한 명명인가. 고분의 위용은 외려 이름 없는 134호 고분이 두드러진다. 남과 북의 두 기가 겹친 규모로 마총을 압도한다. 마총 곁에는 지난해 4월 1일 오아르미술관이 개관했다. 작은 고분 곁에 일어난 거짓말 같은 일. 오아르는 ‘오늘 만나는 아름다움’을 뜻한다. 유현준 건축가가 설계했다. 건축가의 명성 덕분인지 단숨에 경주의 명소로 떠올랐다. 고분과 접한 미술관 동쪽은 2층 전체가 거대한 창이다. 고분군의 풍경을 잔뜩 품어 안는다. 그래서 미술관을 소개하는 글에는 어김없이 ‘고분을 품은 미술관’ ‘왕릉 뷰’라는 수사가 따른다. 그때 고분과 왕릉에는 금관총과 봉황대 등 커다란 고분이 오르내린다. 마총은 미술관 가장 가까이에 있지만 슬며시 이름을 감춘다. 작은 봉분을 마주하려 미술관을 짓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문을 여는 건 고작 작은 열쇠 하나다. 미술관 1층은 카페와 전시장이 공존한다. 카페만 이용할 수도 있는데 다정한 시간을 원하는 연인들은 그곳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다. 그들이 1층에서 바라보는 건 어김없이 마총이다. 거대 고분군을 배경으로 소담하게 솟은 마총은 아래쪽 석재가 높이의 절반을 차지한다. 기단처럼 보이지만 봉분 안의 널길이나 돌방의 일부일 것이다. 본래의 크기는 인근에 있는 쌍상총(지름 17m, 높이 5m) 정도로 추정한다. 그러니 카페에서 보이는 마총의 서남쪽은 훼손된 형체, 시간이 지나 부서지고 무뎌진 자취다. 그 자리에서 ‘그해 경주’는 마총으로 인해 달리 읽힌다. 당신이 내 손바닥에 적은 말들은 어쩌면 접어 쥔 손안에서 모래시계처럼 흘러내려 이별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 ‘그해 경주’가 실린 산문집의 제목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난다)이다. 사랑이 지나간 후의 노래 같아서 책 속에는 ‘그해’로 남은 시가 유독 많다. ‘그해 인천’과 ‘그해 경주’가 첫 장을 열고 여수, 협재, 묵호, 행신, 삼척을 지나 ‘그해 연화리’라는 글로 닫힌다. 그해 경주에서, 시 속의 당신과 내가 나란히 앉아 바라보던 무덤은 혹여 마총 같은 자그마한 고분은 아니었을까. 다만 사랑했으므로 우리의 맹세는 그 무덤을 커다랗다고 믿게 만들지는 않았을까. ●경주의 시간을 걷는 길 오아르미술관 2층에는 134호 고분의 정상부가 눈을 맞춘다. 마총은 보이지 않는다. 134호 고분은 하부가 절반쯤 사라진 높이로 주변의 고분과 부유한다. 창가로 한 걸음 다가가자 비로소 마총이 보인다. 한층 낮아진 고분 곁으로 손을 마주 쥔 연인들이 지난다. 그들에게는 이 모든 고분이 사랑의 배경이 될까. 마침 전시의 제목은 ‘잠시 더 행복하다’(2026년 3월 16일까지)다. 박서보, 야요이 쿠사마, 줄리안 오피 등의 작품을 본다. 시간을 겹겹으로 쌓아 그리는 박서보, 이우환과, 김문호 관장이 천진함에 반했다는 아야코 록카쿠가 세대를 넘나든다. 작품은 없지만 옥상은 잠시 더 행복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장소다. 계단식 전망대가 고분 위에 앉아 경주를 내려다보는 듯한 시점을 제공하는데, 봉분들은 파도처럼 넘실대고 능선 끝에서 기어이 경주 남산까지 가닿는다. 교촌마을의 한옥 또한 옹기종기하다. 천년 경주의 스펙트럼이 그 한 장면 안에 있다. 다시 부풀고 설레는 마음. 이런 황홀한 풍경을 같이 바라볼 때, 연인은 그 감정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처음으로 손을 잡을지 모르겠다. 미술관을 나와서는 금관총을 지나 봉황대를 돌아본다. 그러고는 대릉원으로 옮겨간다. 오로지 고분만을 따라 걷는 산책이다. 지도 위에 무뚝뚝한 직선을 그으면 500~600m 남짓이지만 발끝을 세워 걸으니 누그러져 부드러운 곡선을 그린다. 이때만은 옛 무덤의 문을 두드리듯 능이나 총이라 이름 붙여진 고분의 사연을 물어도 좋겠다. 금관총은 봉분이 없다. 대신 돔을 덮어 유적 전시관으로 거듭났다. 신라의 고분은 어떻게 지어졌을까. 그 대답이 금관총 안에 고스란하다. 지난해 APEC 2025 정상회의 기간, 국립경주박물관은 신라 금관 여섯 점을 한데 전시해 주목받았다. 금관총은 처음 신라의 금관을 발견한 고분이다. 주막 주인이 언 땅을 파헤친 게 계기다. 2013년에는 ‘이사지왕’(爾斯智王)이란 이름을 새긴 고리자루큰칼이 출토되며 한 번 더 세상을 놀라게 했다. 봉황대는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다. 마총과 반대로 경주에서 가장 큰 고분이다. 지금은 엄두도 못 낼 일이지만 조선시대 문인들은 구릉인 줄 알고 올라 경주를 조망하는 시를 읊었다. 고목 아홉 그루가 사슴 뿔처럼 무덤을 장식한다. 보는 방향에 따라 조금씩 변화해 연인들은 자꾸만 무덤 주위를 맴돈다. ●봄밤 그리고 목련 대릉원은 봄밤의 다정한 산책에 적합하다. 노서리와 노동리고분군이 집들과 경계 없이 한데 어울린다면 미추왕릉, 천마총, 황남대총은 담장을 둘러 한층 은밀하다. 어둠에 묻힌 능은 서로의 능선이 엇갈리며 길을 만들고, 그 사이로 다정한 걸음을 낼 때 봄밤의 상큼한 기운을 물씬 풍긴다. 그 또한 밤의 무덤일 텐데 두렵지 않은 건 왜일까. 고분과 고분, 대나무숲과 연못 사이를 거닐 때는 도심마저 잊힌다. 손끝에 아지랑이가 피어나는 연인들은 3월 중순이 나을 수도 있겠다. 대릉원 황남대총 동쪽은 목련 한 그루가 유명하다. 박준 시인의 ‘그해 경주’를 사진으로 그려내면 이런 장면이 아닐까. 두 봉분 사이로 하얗게 핀 목련은 고분 위에 쓰인 연서인 듯 하다. 목련 앞에는 사진으로 추억하려는 이들이 늘 길게 늘어선다. 고분의 목련은 경주오릉도 뒤지지 않는다. 오릉은 ‘능’이니 그 이름의 주인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삼국사기는 신라 시조 박혁거세와 왕비 알영부인 그리고 후대 네 임금의 무덤이라 기록한다. 경주오릉 숭덕전 담장에는 여러 그루의 목련이 전각보다 높게 자란다. 잎도 나기 전에 꽃부터 피운 나무는 사랑에 비유하면 풋풋하여 풋사랑이다. 그래서 어느 날 후드득 꽃잎을 떨구는 것이려나. 대릉원과 오릉 사이에는 황남리고분군이 있다. 고분 사이에 키 큰 메타세쿼이아가 눈길을 끈다. 남쪽에는 테라로사 경주점이 있는데 한옥의 대청마루에서 그 전경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다. 먼 데서 보는 황남리고분군은 지척의 노서동이나 품 안의 대릉원과는 또 다른 감흥을 안긴다. 불같은 사랑이 지나가고 평온한 시절의 연인을 보는 듯 하다. “손끝을 세워 몇 개의 글자를 적어” 보는 대신 발끝을 세워 나란하게 지나온 궤적들, 오므린 손바닥을 가만히 펴서 지난 ‘그해’의 시간들을 들여다본다. 사랑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것은 셈할 수 없는 발견이었을 뿐, 간절한 것은 또 얼마나 오래 걸려 이곳으로 왔던가.
  • 中,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 4.5~5% 설정… 35년 만에 최저

    中,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 4.5~5% 설정… 35년 만에 최저

    리창 “다자주의·자유무역 큰 위기”소비·부동산 침체 따른 둔화 인정연착륙 과정… 목표율 현실화할 듯국방 예산은 7% 유지… 400조 돌파日 “힘에 의한 일방적 강화” 비난 중국이 5일 1991년 이후 가장 낮은 4.5~5%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를 내놓았다. 최근 3년간 ‘5% 안팎’의 경제성장률 목표를 제시했던 중국이 5% 목표를 허문 것은 톈안먼 민주화 시위와 코로나 19로 위기를 맞았던 1991년과 2020년뿐이다. 지난 40년간 중국의 급속한 경제 성장 모델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인정한 것이다.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한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4차 회의 개막식에서 리창 국무원 총리는 이와 같은 내용으로 정부 업무 보고를 했다. 리 총리는 “지정학적 위험이 증가하고 있으며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은 심각한 위협에 직면했다”며 “외부 도전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갈고닦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경제성장률 목표치 하향 조정은 소비 부진,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성장 둔화를 용인한다는 뜻이다. 이종혁 성균관대 중국연구원장은 “성장률 목표치를 하향한 것은 중국 경제의 연착륙 과정으로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한다는 의미”라며 “내년에도 4.5~5%, 후내년은 4~4.5% 성장 목표율을 제시하는 식으로 점점 현실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017년 제19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고품질 발전을 처음 언급하며 고속 성장에서 질적 발전 단계로 옮겨간다고 선언했다. 리 총리는 성장 목표와 관련해 “실제 업무에서는 더 나은 결과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국방 예산은 5년 연속 7%대 증가율을 보여 올해는 사상 처음 400조원 규모의 예산이 책정됐다. 중국의 국방비 증가율은 2022년 7.1%를 기록한 이후 계속 7%대였다. 올해 국방 지출 예산은 지난해 대비 7.0% 늘어난 1조 9096억위안(약 405조원)이다. 특히 2027년 건군 100주년을 맞아 시 주석이 지시한 군 현대화 목표 달성을 위해 국방 예산 증가율은 유지했다. AFP통신은 지난 1월 ‘군 이인자’ 장유샤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실각하는 등 군대 내부에서 강력한 반부패 숙청 작업이 이어지고 있지만, 국방 예산은 일관성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리 총리는 업무보고에서 “건군 100년 분투 목표 공격전을 잘 이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만 문제를 놓고 중국과 대립 중인 일본 정부는 국방예산과 관련해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를 강화하고 있다”며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다. 한편 양회 기간 중 장관급 인터뷰가 열리는 ‘부장 통로’에는 인허쥔 과학기술부 부장이 가장 먼저 등장해 인공지능(AI)과 휴머노이드 로봇 등 기술발전에 대한 중국의 의지를 보여줬다. 인 부장은 “기초연구 투자액이 2800억 위안(약 59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면서 과학기술 발전의 성과를 내세웠다.
  • ‘사법 3법’ 국무회의 의결… 장동혁 “끝까지 싸울 것”

    ‘사법 3법’ 국무회의 의결… 장동혁 “끝까지 싸울 것”

    싱가포르·필리핀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이른바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재판소원제·대법관 증원법)을 심의·의결했다. 국민의힘은 “법치와 민주주의가 설 자리가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사법 3법에 대해 법조계가 반발하는 중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것은 이 대통령이 법 취지에 공감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냐’는 질문에 “정부에서 해당 법률안의 내용과 국회 논의 경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또 “국회에서 소정의 절차를 거친 법안들인 만큼, 정부로서는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이를 의결하고 공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사법 3법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권이 판결문을 쓰고 사법부 위에 군림해 법치와 민주주의가 설 자리가 없다”며 “국민의힘은 헌정 질서와 자유 인권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도 최고위에서 “법관들, 심지어 대한변호사협회 전직 회장단 등 법조계 원로들까지 나서 사법 3법에 대한 숙고를 촉구했음에도 정부와 여당은 아랑곳하지 않고 법안을 강행 처리했다”며 “충분한 토론과 설득 없이 힘으로 밀어붙이는 이런 정치 방식 자체가 독재”라고 말했다. 이날 약 70여명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무회의 시작 직전 청와대 앞에서 현장 의원총회를 열었다. 사법 3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검은 옷을 입고 검은 마스크를 쓴 채로 ‘사법파괴 3대악법,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 거부하라!’고 적힌 현수막 뒤에 섰다. 국민의힘은 이날 의총 중 정을호 신임 청와대 정무비서관에게 사법 3법 철회요구서를 전달했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나오지 않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청와대 인근을 걸으며 도보 투쟁을 하기도 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등 7개 사건의 검찰 수사·기소 과정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오는 11일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국조 대상 사건은 대장동 외에 위례 신도시 개발비리 의혹 사건,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금품 수수 의혹 사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부동산 등 통계 조작 의혹 사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 수사무마 의혹을 보도한 언론인 기소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기소 과정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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