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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러 vs 美·서방, 인터넷 통제 ‘신경전’

    인터넷 통제권에 대한 국제조약 제정을 둘러싸고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 등 서방 국가들과 충돌했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 등에 따르면 유엔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주최로 지난 3일부터 두바이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전기통신세계회의(WCIT)에서 193개 회원국 정부 규제기관 대표들이 인터넷 등 각종 통신을 통제하는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 시도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서 회의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캐나다가 새로운 국제조약의 범위를 유선과 이동통신 등 전통적인 통신회사에 국한하고 구글 같은 인터넷 회사들은 제외하자고 제안하자 다른 나라 대표들이 이를 거부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어 러시아와 중국, 아프리카 국가들이 인터넷 조항까지 포함된 새로운 국제 조약 개정안을 발표하며 맞불을 놓았다. 러시아가 주도한 이 개정안은 ITU에 인터넷을 관장하는 권한을 주고 각국 정부에도 인터넷에 대한 강력한 검열과 감시 권한을 부여하자는 것으로, 미국 및 일부 서유럽 국가들과 상반된 의견인 것이다. 개정안은 또 국가가 일부 웹사이트를 폐쇄할 수 있도록 규제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미국에 본부를 둔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가 인터넷주소 배분권을 가진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에는 러시아와 중국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알제리, 수단,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아프리카, 아랍 국가 다수가 서명했다. 회의에 참석한 미국 정부 대표는 앞서 한 인터뷰에서 “인터넷에 대한 정부의 통제 권한을 급속도로 강화하려는 어떤 합의에도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조약 합의가 이뤄지기 어려울 것임을 시사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씨줄날줄] 내포신도시/서동철 논설위원

    충남 홍성과 예산 일원에 세워진 내포(內浦)신도시가 새해 정식 출범한다. 충남도청이 80년 남짓한 대전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터전을 잡는 것이다. 충남도청은 올해 안에 이사를 마무리하고, 1월 2일 새 청사에서 ‘내포시대’를 선언한다. 충청남도는 조선 고종 33년(1896년) 전국을 8도에서 13도로 개편하면서 처음 설치됐다. 줄곧 공주에 있던 도청은 1932년 교통과 상업의 중심지로 떠오른 대전으로 옮겨 갔다. 이후 1989년 대전광역시가 분리되자 도청 이전 논의도 본격화됐다. 내포신도시라는 이름은 지난 2010년 ‘도청 이전지역 새 이름 공모’의 당선작이다. 응모자는 ‘내포’의 당위성을 역설하면서 풍부한 역사 및 인문지리 자료를 제시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위원들도 응모작 가운데 ‘내포시’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한결같이 무릎을 쳤다고 한다. 충남도청이 들어설 새로운 도시의 역사성을 이만큼 완벽하게 보여 주는 이름을 다시 찾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포는 가야산을 중심으로 한 주변 10개 고을을 지칭한다고 이중환(1690~1752)은 ‘택리지’(擇里志)에서 설명했다. 태안, 서산, 당진, 홍주, 예산, 덕산, 결성, 해미, 신창, 면천이 이에 해당한다. 내포는 바닷물이 내륙으로 드나들던 지역을 뜻하는 일반명사였지만, 서쪽으로는 바다와 만나고 내륙으로는 평야가 넓어 살기 좋은 이 지역을 가리키는 고유명사로 일찌감치 탈바꿈한 것이다. ‘백제의 미소’로 불리며 장거리 항해의 안녕을 빌던 가야산 서쪽의 서산마애불은 삼국시대부터 이 지역이 대중국 교류의 전진기지였으며, 가야산 동쪽 덕산의 전시관에서 볼 수 있는 부보상의 역사 또한 내포가 상업 활동의 중심지였음을 알려 준다. 나아가 추사 김정희의 예술혼을 낳은 내포의 정신 문화가 20세기에도 김좌진 장군과 윤봉길 의사의 충절로 이어졌음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고민도 없지 않다. 두 지역 민심이 이견을 보이며 내포가 행정구역 명칭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일산신도시나 분당신도시처럼 그저 편의상 명칭으로 굳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한 울타리 안에 지어진 도청과 도의회의 주소가 홍성과 예산으로 갈리게 됐다는 웃지 못할 뉴스도 들린다. 두 지역민에게 내포 지역이 공유한 동질성을 기억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같은 DNA를 가진 사람들이 화합의 정신을 되살린다면 더 큰 문제라도 얼마든지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Weekend inside] 불법과 합법 사이 진화하는 심부름센터

    [Weekend inside] 불법과 합법 사이 진화하는 심부름센터

    ‘흥신소’, ‘해결사’ 등으로 불리며 의뢰인의 은밀한 부탁을 수행하는 심부름센터가 최근 경찰의 표적이 됐다. 청부살인·폭행, 불법 개인정보 수집 등 심부름센터 직원의 일탈이 갈수록 심각해지자 지난달 단속의 칼을 빼든 것이다. 서울신문이 전국 3000여개로 추정되는 심부름센터 업계를 취재한 결과 심부름센터는 단속 이후 몸을 움츠린 듯하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진화 중이었다. 바람난 배우자를 뒷조사하거나 ‘주먹’들을 동원해 꿔준 돈을 받아 주는 등 기존 업무에만 매달리지 않는다. 선거철 금품수수 현장을 찍어 상대 선거사무실에 넘기거나 기업의 의뢰로 산업스파이의 뒤를 쫓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도·감청, 첨단 기기를 이용한 위치추적, 폭행 등 불법적 수단을 거리낌 없이 동원하는 업체가 대부분이다. ●‘집중단속 피하기’ 사무실 없이 비밀영업 “쾅쾅” 지난 6일 서울 강북의 한 오피스텔 9층 사무실. 철문을 거세게 두드렸지만 기대와 달리 ‘해결사’는 나오지 않았다. 인터넷 홈페이지의 안내대로라면 유명 흥신소인 ‘M 심부름센터’가 있어야 하는 자리다. 노크 소리에 놀란 옆 사무실 여직원이 문밖으로 고개를 내밀고는 “거기는 빈 사무실”이라고 알려줬다. 얼마 전까지는 간병인단체가 썼다고 했다. 전화로 연락이 닿은 M센터 박인석(42·가명) 사장은 “고객들에게 신뢰를 주려고 사무실을 2~3개씩 쓰는 것처럼 홈페이지에 써놨지만, 보안이나 자금 문제 때문에 별도 사무실을 운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심부름센터 업주들은 의뢰인의 일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미행, 몰래 촬영 등 불법 행위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최근 보도된 것처럼 청부살인이나 납치 등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주장했다. 대신 시의성 있는 현안에 도우미로 나서 고액의 의뢰비를 챙긴다고 했다. 요즘 특수는 선거다. 선거 때 특정 후보의 불법 유세 현장을 포착해 상대 진영에 넘기는 것이 대표적이다. 박씨는 “선거철이면 상대 후보의 약점을 잡아달라는 의뢰가 많아 재미를 본다.”면서 “대선 때는 비교적 덜하지만, 자치단체장이나 국회의원, 지역 농협조합장 선거 때는 확실한 증거만 잡아달라는 요청이 많다.”고 말했다. 선거 관련 심부름 일은 선거 개시 1~2개월 전부터 의뢰가 들어온다. 민감한 사안인 만큼 의뢰도 첩보전을 방불케 한다. 한 센터 관계자는 “캠프 관계자들은 반드시 공중전화나 대포폰으로 심부름센터 업주에게 전화한다.”면서 “혹시 모를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인데 용건은 대부분 상대 후보 측의 금품 살포, 음식 제공 등 공직선거법 위반 행위를 포착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용은 12시간 업무 기준으로 하루 50만~60만원 선. 성공수당은 작업 난이도에 따라 300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간혹 차명계좌를 이용해 송금하는 일도 있지만 의뢰자나 업주 모두 보안상의 이유 등으로 현찰 거래를 선호한다. 이른바 선수들은 누구를 따라다니면 되는지 등 포인트를 꼭 집어 우편이나 팩스로 보내기도 한다. 돈이 입금되면 심부름센터 직원들의 작업이 시작된다. 팀당 보통 2~3명으로 구성된 추적조가 상대 진영의 차량을 미행하며 불법 소지가 있는 장면을 망원 카메라나 캠코더로 모조리 찍는다. 한 심부름센터 직원은 “죄를 지은 사람은 촉이 좋아 미행이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큰 건은 능력이 검증된 ‘용병’을 고용하기도 한다. 운전 실력이나 영상 촬영 기술이 뛰어난 ‘프리랜서 해결사’다. 몇 배의 웃돈을 줘야 하지만 인건비만큼 효과는 확실하다. 일감이 몰리는 유명 심부름센터 직원들은 평균 5000만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전문 심부름센터도 늘고 있다. “직원이 회사 기술을 경쟁사에 빼돌리려는 것 같은데 추적해 달라.”거나 “짝퉁 제품을 만드는 업체를 잡아 달라.”는 등의 요청이 주로 들어온다. 경찰에 수사의뢰하면 간단할 것 같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핵심기술 유출을 걱정하는 기업 고객도 많다. 수도권의 B심부름센터는 최근 한 정보통신 업체로부터 “퇴사한 부장급 직원이 동종 업계에 기술을 넘기려는 것 같다. 알아봐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고용할 때 ‘퇴사 후 10년간 동종 업계에 진출하지 않는다.’는 계약서를 썼는데 라이벌 기업에 이직하려는 것 같다는 설명이었다. B심부름센터 직원 2명은 해당 직원을 24시간 미행했고 일주일간 추적 끝에 커피숍에서 경쟁 기업 간부와 이직 조건을 논의하는 내용을 도청했다. ●“산업스파이 경찰수사론 해결 난망” 산업재해를 당해 거액의 보험금을 타낸 직원 중 ‘나이롱환자’(가짜 환자)를 가려 달라는 부탁도 많다. 서울의 한 심부름센터 사장 김영래(44·가명)씨도 최근 한 전기 업체로부터 “산재보험을 받은 직원의 뒤를 캐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입사한 지 1주일 만에 사고를 당해 의사에게 장애 1급 진단서를 떼어 왔는데 영 미심쩍다는 것이었다. 차 번호, 주소 등을 파악한 김씨는 직원 2명과 함께 일주일간 환자를 미행했고, 결국 증거를 거머쥐었다. 다리를 움직일 수 없다던 직원이 동네 체육관에서 배드민턴을 치는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김씨는 이 모습을 캠코더로 찍어 업주에게 전달했다. 도망간 계주를 잡아 달라거나 횡령 등 기업 간부의 비리를 언론에 공개하겠다며 협박하는 사람을 손봐 달라는 의뢰도 있다. 폭력을 동원해야 하는 의뢰는 위험수당이 20% 정도 더 붙는다. 경제범죄 관련 의뢰는 ‘사설탐정’으로 불리는 민간조사관과 업무 영역이 겹친다. 유우종 한국민간조사협회 회장은 “산업스파이를 추적한다고 치자. 우리는 공공장소에서만 따라다니며 공개된 행동을 관찰한다. 사생활 침해, 주거지 침입 등을 하는 불법 심부름센터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현재 자격증을 가진 민간조사관 700명이 대기업과 대형 로펌, 개인 사무실 등에서 일하고 있다. 심부름센터가 돈 되는 새 사업을 기웃거리지만 가장 확실한 ‘전공과목’은 외도 현장 추적이다. 서울의 C심부름센터 관계자는 “의뢰 중 60~70%는 남편이나 아내의 뒤를 밟아 달라는 요청”이라고 말했다. 30~40대 여성 의뢰인이 가장 많지만 60~70대 노년 의뢰인도 적지 않다. “며느리에게 남자가 생긴 것 같다.”며 찾아오는 시어머니나 시누이 등도 있다고 한다. 첨단 녹음기나 소형 스파이캠(몰래카메라)을 의뢰인 배우자 차량 등에 설치해 도청·도촬하거나 불륜시약(속옷에 뿌려 정액이 묻었는지 확인하는 제품)까지 이용한다. 경찰은 지난달 6일부터 국내 심부름센터의 현황 파악과 일제 단속에 나섰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다. 전국 심부름센터 수조차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공권력 수가 제한돼 사각지대가 있는 만큼 ‘민간 조사관제’를 법적으로 인정해 사설 조사 기관을 양성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유 회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민간조사법이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면서 “수요에 맞춰 민간조사관을 인정해야 불법 행위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이범수기자 bulse46@seoul.co.kr
  • 北 “불순분자 색출” 혈안… 내부단속 강화

    북한의 공안·사법당국이 최근 내부 소요사태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불순분자 소탕 캠페인’에 대대적으로 나서는 등 ‘공안통치’를 노골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6일 “북한 검찰과 경찰, 국가안전보위부 등 공안·사법기관들이 불순분자 색출에 나서고 있다.”면서 “불순분자 검거 실적을 제출하라는 지시도 위에서 많이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안기관들이 암시장 등에서 불순분자들을 검거하기 위해 매우 애를 쓰고 있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10월과 지난달 두 차례 국가안전보위부를 방문한 데 이어 지난달 23일 전국 분주소장(파출소장) 회의를 열고, 지난달 26일 30년 만에 전국 사법검찰일꾼 열성자회의를 개최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0월 6일 보위부를 방문했을 때는 “어리석게도 딴 꿈을 꾸는 적대분자들은 단호하고 무자비하게 짓뭉개 버려야….”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달 분주소장회의 축하문에서는 “속에 칼을 품고 때가 오기를 기다리는 자들을 모조리 색출, 짓뭉개 버려야….”라고 지시했다. 이 당국자는 “일선 파출소 급까지 불만 세력과 불순분자를 소탕하는 데 전력을 집중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북한 사회 전반적으로) 공포 분위기 같은 게 조성돼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서 큰 시위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군을 비롯해 대규모 인사를 단행하니 인사에 불만을 품은 사람이 나타나는 것 아닌가 추측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국자는 또 “북한이 이 시기에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려고 하는 것은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성을 보여 주는 징후로도 볼 수 있다.”면서 “실제로 김 제1위원장은 북한 통치자이지만 통치 방향에 일관성이 없고 오락가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경제포커스-기업 임원 현주소] 기업별 보며 출근 밥먹듯 야근… 100명 중 1명 21년 걸려 ‘별’ 승진

    [경제포커스-기업 임원 현주소] 기업별 보며 출근 밥먹듯 야근… 100명 중 1명 21년 걸려 ‘별’ 승진

    연말 대기업들의 정기인사가 어느 해보다 관심을 끌고 있다. 경영 환경이 기업의 사정에 따라 들쑥날쑥하기 때문에 임원 승진에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파격적인 발탁이 있는가 하면 느닷없이 구조조정이 단행돼 인사 방향을 넘겨잡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역시 모든 월급쟁이의 꿈은 임원 승진이다. 승진과 동시에 평균 연봉 2억원과 전용차, 골프회원권 등 부장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각종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군인으로 치면 ‘별’(장성급)을 다는 것과 같다. 6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250여개 기업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이 임원이 되는 데는 평균 21.2년이 걸리고, 임원이 될 확률은 0.8%인 것으로 나타났다. 100명이 입사하면 1명도 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반면 임원은 ‘임시직원’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구조조정 대상의 1순위이다. 많은 혜택을 누리는 만큼 성과에 대한 스트레스도 심하다. ‘임원이 될 때까지는 주말이 없다. 그러나 임원이 되면 주말도 없다.’ C기업 김모(48) 상무는 “솔직히 차장급 때부터 10여년째 회사 일이 내 인생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주중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오직 회사를 위해 뛰고, 또 뛰고 있다.”고 말했다. ●임원 승진해도 주말까지 눈코뜰새 없어 김 상무의 하루는 새벽 6시 안팎에 별을 보고 출근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벌써 1년째다. 전날도 자정이 넘은 시간까지 거래처 직원들과 술을 마셨지만 출근시간은 절대 어길 수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직원들보다 일찍 나와 신문을 꼼꼼히 살피고 보고서와 프레젠테이션 자료 등을 검토한다. 오전 9시 회의를 마치면 외부 거래처와의 점심 약속이 기다린다. 오후에는 신제품 프레젠테이션, 저녁에는 지인들과 저녁, 부서 회식 등 하루를 분 단위로 쪼개도 시간이 모자란다. 김 상무는 입사 때부터 임원을 목표로 잡았다. 야근을 밥 먹듯이 했다. 상사들의 지시에 120% 부응하는 보고서를 작성하며 능력도 인정받았다. 그는 “열심히 해서인지 동기 중 처음으로 ‘별’을 달았다.”면서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회사의 한 부분을 책임지고 있다는 데 대한 보람이 더 크다.”라고 말했다. L그룹 이모(53) 전무는 “겉으로 보면 임원들이 폼이나 잡고 한가하게 보이지만 현실은 다르다.”면서 “주중뿐 아니라 주말에도 고위층과 등산, 인적 네트워크 확장을 위한 골프, 밀린 업무 처리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회사에 대한 열정과 철저한 자기관리가 임원의 첫 번째 조건”이라면서 “같은 일을 반복하려는 매너리즘을 극복하고 자기계발을 하고 끊임없이 채찍질을 하는 인재만이 임원에 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임원은 당연히 해당 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기본이고 그 이상의 무엇이 요구된다. 사업상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할 상황이 많은 임원은 어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상대편과 마주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동기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AMP) 주임 교수는 “임원은 기본적으로 해당 업무에 대한 전문성뿐 아니라 사회·경제·정치·문화 등 고른 지식이 요구되는 자리”라면서 “책이나 인터넷으로 접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많은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컨설팅업체가 ‘국내 100대 기업 퇴직임원 현황 분석’을 했는데, 임원 승진 1년 만에 그중 17.35%가 퇴직했고 15.48%는 2년 만에 퇴직했다. 결국 전체 임원의 3분의1 정도가 승진한 지 2년을 못 넘기고 물러났다는 결론이다. 어렵게 별을 달았지만 매년 재계약을 하는 ‘임시직’이 바로 임원이다. ●문책성 임원 인사로 기업들 위기 돌파 노리기도 올해처럼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 ‘희망퇴직’ 1순위도 임원이다. 일반 직원보다 구조조정의 효과가 큰 데다 노조원이 아니라는 신분 때문이다. 또 일부 임원에게 실적 악화의 책임을 묻는 문책성 인사를 단행하면 비상경영 선포 이상의 위기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자연스럽게 위기관리 모드로 변할 수 있다는 점도 경영진이 임원을 희생물로 삼는 배경이다. 불황을 잘 견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그룹은 연말 인사에서 지난해보다 임원 승진 규모를 줄인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난해 사상 최대 폭의 인사를 단행한 데다 최근 연비 파동 등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점에서 임원진 구조조정을 통해 분위기 쇄신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경영 쇄신과 내실경영 차원에서 최근 임원진의 규모부터 줄이는 분위기”라면서 “직접적으로 임원 숫자를 줄이는 것은 물론 부문장의 직급을 낮추는 방식을 도입해 임원 구조조정을 하는 기업도 있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경제포커스-기업 임원 현주소] 연봉 2억 안팎… 車·법인카드·복지혜택 등 다양

    샐러리맨이라면 누구나 꿈을 꾸는 임원이 되면 무엇이 달라질까. 대기업의 경우 이른바 ‘별’이라는 임원이 되면 우선 연봉이 뛴다. 부장급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2억원’ 안팎이다. 예전에는 출·퇴근용뿐만 아니라 주말의 행사 등에도 쓸 수 있는 전용차 등이 주어졌지만 지금은 초급 임원인 상무 등에는 홍보·대관 업무 등에만 국한한다. 대신 법인카드, 다양한 복지 혜택 등이 추가된다. ●워크아웃 기업은 임금 체불되기도 삼성의 임원이 되면 50여 가지가 달라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초임 임원인 상무의 연봉이 1억 5000만원 선이다. 여기에 연봉의 절반에 이르는 초과이익분배금(PS)과 생산성 격려금(PI) 등 성과급을 포함하면 2억원이 훌쩍 넘는다. ‘고참’ 상무가 되면 연봉은 3억~5억원으로 올라간다. 전무와 부사장 등 직급이 오를 때마다 급여는 배 이상 오른다. 전용차는 상무가 배기량 3000㏄ 미만 그랜저와 SM7, K7 등 6종에서 선택할 수 있다. 전무급 이상은 3500㏄ 미만의 제네시스 등을 받는다. 운전기사와 기름값, 보험료 등 기본 유지비 등도 회사가 부담한다. 전무급 이상 임원에게는 별도의 비서와 독립 사무공간이 제공된다. 퇴직 임원은 1~3년짜리 자문역으로 위촉된다. 급여 수준은 현직 시절의 70~80%로 알려졌다. 상무급부터 부부 동반으로 건강검진을 받는다. 현대기아차의 임원 대우는 직위나 직급 등에서 편차가 심하다. 초임 임원인 이사대우는 사실상 연봉과 비행기 좌석 정도에만 변화가 있을 뿐이다. 이사대우의 연봉은 1억 6000만원 선, 이사는 2억원 선을 받는다. 전무급부터는 대우가 많이 달라진다. 연봉이 3억원대로 오르고 각종 수당을 포함하면 4억원 선에 이른다. 또 전무급부터 제네시스 차량이 제공된다. 퇴직할 때도 전무급부터 1~2년간 상임고문이나 자문역 자리를 제공한다. LG그룹은 부장에서 상무로 승진하면 연봉이 100% 가까이 오른다. 아울러 전 임원에게 골프회원권의 사용권한을 주고 법인카드도 사용 가능하며 휴대전화와 그 요금을 지원하는 것은 기본이다. SK그룹은 신임 임원의 평균 연봉이 1억 5000만원 안팎이고 다양한 성과급 체계가 적용된다. 별도의 집무실과 담당 비서도 지원된다. 어학능력 향상을 위해 영어, 중국어 원어민 강사와 일대일로 수업을 받을 수 있고 일부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1년간의 국외 연수과정도 있다. 퇴직 후에는 고문으로 위촉된다. 한화나 코오롱, 효성 등도 임원이 되면 연봉 100% 정도 인상과 항공기 좌석 업그레이드 등 비슷한 혜택이 주어진다. 불황 속에 기업 간 임원들의 처우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보이고 있다. 대기업일지라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인 대기업 임원들, 중견기업 및 중소기업 임원들의 처우는 천차만별이다. 지난 9월 말 법정관리에 들어간 웅진그룹의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 임원들의 경우, 두 달이 넘도록 임금을 받지 못하다 지난달 말에서야 밀린 월급을 받았다. 법적으로 임원들의 월급은 회생 채권으로 분류돼 법원에서 지급 명령이 떨어져야만 받을 수 있다는 게 웅진홀딩스 측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임원들은 정규직이 아닌 통상 ‘용역’으로 분류돼 직원들과 월급 체계가 다르다.”면서 “웅진케미칼, 웅진씽크빅 등 다른 계열사들은 상관없지만 법정관리에 들어간 회사의 임원 주머니 사정이나 대우는 예전보다 나아질 게 없다.”고 털어놨다. ●중견·中企 임원들 박탈감에 공개 꺼려 워크아웃이 진행되고 있는 A그룹의 임원은 상무에게 그랜저급 승용차가 제공되고 전무와 부사장에게는 제네시스가 주어진다. 하지만 연봉이 기대만큼 오르지는 않는다. A그룹 관계자는 “부장에서 상무를 달았을 때 오르는 연봉이 수천만원 정도”라면서 “삼성이나 현대차처럼 임원이 된다고 해서 수억원씩 연봉이 오르거나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들은 비교 자체를 거부하는 상황이다. 한 중소기업 임원은 “대기업들과는 출발선이 다르고 매출도 현격하게 차이가 나는데 임원 처우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면서 “기여도나 업무 중요도에서는 앞서는데도 대우가 직원들과 별반 다르지 않아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미얀마-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이 되어

    미얀마-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이 되어

    인레호수는 소수민족의 젖줄이다 Myanmar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이 되어 미얀마라 쓰고 ‘버마’라 읽었다. 민주화가 움트지 못한 서슬 퍼런 나라에서 아이러니하게도 황금빛 자유를 만끽했다. 타나카를 바른 수줍은 미소 1962년 쿠데타 이후, 미얀마의 봄은 아직도 오지 않았다. 미얀마 양곤 공항에서 ‘아웅산 수치Aung San Suu Kyi’ 여사의 사진이 새겨진 기념품을 발견했을 땐 불필요하게 심장이 뛰었다. 독재를 글로 배운 나에게 미얀마는 쉬운 나라가 아니었다. 미얀마인의 표정은 하나같이 어둡고 일그러져 있겠거니. 마음이 불편한 여행을 마치고 무기력하게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이 여행 전부터 엄습해 왔다. 그때까지 나는 미얀마를 몰랐다. 아뿔싸, 그들은 너무 쉽게 웃었다. 은은하게 퍼지는 엷은 미소를 던지거나 “안녕하세요, 니하오, 곤니찌와.” 3개 국어를 동시에 구사하며 까르르 자지러졌다. 수십년간 군부의 그늘에서 살아 온 사람의 표정이 아니었다. 영국이 통치한 시간까지 합하면 억압당한 세월은 더 길고 길 터인데, 어찌 저리도 해맑을 수 있나. 마음이 짠해지는 분노가 일렁였다. 그들이 방긋방긋 웃을 때마다 분을 바른 듯 뽀얗게 물든 두 볼이 도드라졌다. 얼굴을 도배한 희뿌연 것의 정체는 타나카였다. ‘타나카’는 나무를 갈아 만든 미얀마표 ‘천연 화장품’으로 자외선을 차단해 준다고 했다. 기능도 기능이지만 ‘멋’을 내는 데도 한몫했다. 광대 주변에 살짝 바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얼굴 전체에 골고루 펴 바른 사람도 있었다. 바간의 쉐지곤 파고다Shwezigone Pagoda에서 한 번, 양곤의 보족 아웅산 시장Bogyoke Aung San Market에서 또 한 번 타나카를 바르고 있는 어린 소녀를 만났다. 엄마의 화장품을 훔쳐 바르는 사춘기 소녀의 표정이 저러할까. 거울 속에 비친 소녀의 손동작은 어설프면서도 진지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2 그들이 웃을 때마다 두 빰을 물들인 타나카가 도드라졌다 3, 4 타나카를 바르던 소녀 롱지를 두르고 신발을 던지다 미얀마에서 파고다는 기도하는 ‘카페’다. 무섭게 세포분열 중인 도시의 카페와 미얀마의 파고다는 데칼코마니로 찍어낸 것마냥 닮았다. 일단 둘 다 명당을 꿰차고 앉은지라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찾아갈 수 있다. 파고다에서 미얀마인은 친구를 만났고, 주전부리를 먹었으며, 잠을 자기도 했다. 한쪽에선 엉덩이를 드러낸 갓난아이가 바닥을 기어 다녔지만 다른 한쪽에선 언제 신의 부름을 받을지 모르는 나이 지긋한 노인이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았다. 그곳은 사는 것과 죽는 것의 경계가 묘연한 중간지대였다. 4박 5일간 10여 개가 넘는 파고다를 찾을 예정이었다. 미얀마의 파고다가 조건을 제시했다. “긴 하의를 입으시오, 신발과 양말은 벗으시오.” 그동안 내가 알던 ‘입기’와 ‘벗기’라는 행위는 이글거리는 욕망의 징표였다. ‘무엇을 걸치느냐’로 사람을 평가하는 이 사회에서 매일매일 옷 입기를 고민했고, 타인의 맨몸을 보고 싶은 원초적인 자아를 발견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미얀마의 파고다에선 입는 것도 벗는 것도 욕망을 지우는 과정이다. 끝까지 반바지와 신발을 고수한다면, 여행은 뒤틀리고 말 터. 급한 대로 바간의 냥우 시장NyaungU Market에서 산 ‘롱지Longyi’를 반바지 위에 둘렀다. 미얀마의 전통의상인 롱지는 사실 옷이라기보다 그저 길고 넓은 천 조각에 가까웠다. 천을 허리에 대고 몇 번을 칭칭 감은 후, 천 끝에 매달린 긴 끈으로 고정하자, 비로소 롱지가 제 모습을 갖췄다. 남자든 여자든 성별을 불문하고 롱지를 착용했다. 고작 천 하나 둘렀을 뿐인데 ‘먼 나라 이방인’이라는 흔적이 지워졌다. 신발과 양말까지 벗자 파고다의 신성한 기운이 맨 발을 에워쌌다. 풀 한 포기며 개미 한 마리며 아랑곳하지 않고 쿵쾅쿵쾅 밟았을 두 짝의 무기는 미얀마의 사원에선 온순해졌다. 까끌까끌한 모래가 발바닥을 간질였고, 자글자글한 나뭇잎까지 말을 걸어 왔다. 1, 4 미얀마의 파고다에선 신발과 양말을 신을 수 없다. 일정 내내 맨발로 돌아다녔건만 오히려 평소보다 몸과 마음이 더 편해졌다 2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 쉐산도 파고다에 앉아 미얀마를 내려다보면 인간세계가 한눈에 들어온다 3 양곤의 ‘보족 아웅산 시장’에서 만난 승려 인형 5 해질녘의 파고다가 마음을 어루만졌다 작은 수레바퀴 아래서 괴로움을 끊다 자꾸만 나풀거리는 롱지를 잡고, 두 발을 조심스럽게 내디뎠다. 여기가 말로만 듣던 미얀마의 파고다Pagoda로구나. 미얀마 인구의 약 89%가 불교 신자라 했다. 손을 들었다가 내렸다가 바닥에 몸을 바짝 붙였다가 허리를 꼿꼿하게 세웠다가…. 같은 동작을 쉼 없이 되풀이하는 저들은 대체 무엇을 위해 기도하는가. 한때 가톨릭 신자였던 적도, ‘종교는 아편’이라는 말에 감동하며 <만들어진 신>과 같은 책을 뒤적인 적도 있다. 결론은 원점. 결국 종교에 속하지도 벗어나지도 못했다. 나 같은 사람이 과연 삶이 곧 종교인 미얀마인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사원을 돌고 또 돌며 미얀마를 관통하는 ‘불교’를 이해하려 애썼다. 소승불교상좌부불교를 믿는 미얀마인은 ‘작은 수레바퀴 아래서’ 살고 있다. 파고다에서 정성을 다해 기도하는 그들 하나하나가 모두 내 눈에는 보리수나무 아래서 깨달음을 얻은 석가모니로 보였다. ‘큰 수레 안에 중생을 싣고 극락으로 간다’는 대승불교이건 개인의 해탈을 중시하는 소승불교이건간에 ‘열반’을 꿈꾸는 마음만은 같았다. 열반은 모든 번뇌에서 벗어나 편안함을 깨우친 경지, 불이 꺼진 상태를 일컫는다. 무작정 미얀마 신도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아 눈을 감았다. 세상이 일순간 캄캄하게 방전됐다. 안간힘을 쓰며 붙잡고 있었던 것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알아들을 수 없는 미얀마어로 내 옆에서 기도하던 이의 목소리가 마음을 어루만지는 주술이 되어 돌아왔다. 불심은 삶의 ‘괴로움苦’에서 출발한다. 괴로움에서 벗어나고자 미얀마인은 더 으리으리하고 더 화려하게 사원을 짓고 꾸몄다. 현세에서 불심을 증명해야 지금의 고통을 끊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그들은 중얼중얼 기도하면서도 얇은 금박지를 덕지덕지 불상에 발랐다. 사람들의 금박지 세례 때문에 불상의 몸집은 날로 거대해졌다. 1, 3 미얀마 인구의 89%가 불교 신자다. 기도하는 그들은 열반을 꿈꾼다 2 쉐지곤 파고다 귀퉁이에 ‘황금 꽃’이 피었다 4 괴로우니까 사람이다. 미얀마인이 불교를 믿는 이유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미얀마의 갠지스강, 인레 호수 미얀마 고원지대인 헤호에 다다르자, 끝없이 펼쳐지던 파고다의 행방이 묘연해졌다. 대신 헤호에는 신비로운 인레 호수Inle Lake가 흘렀다. 호수의 크기는 여의도의 10배가 넘는 수준. 그곳엔 갠지스 강의 신성함과 메콩 강의 건강함이 동시에 요동쳤다. 여기가 ‘극락’이로구나. 인레 호수는 온몸으로 자비를 베풀었다. 특히 호수 한가운데 떠 있던 파고다는 육지의 파고다보다 몇 배는 더 강렬한 기운을 뿜어냈다. 파고다를 에워싼 강물은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레테의 강에서 흘러든 것인지도 모른다. 인레 호수는 삶의 현장이었다. 샨족, 인타족 등 미얀마의 소수민족이 호수를 끌어안고 살고 있었다. 그들에게 물은 집이고 밭이고 학교다. 그들은 물 위에서 무수히 많은 것들을 건져 올렸다. 물풀, 갈대, 흙 등을 뒤섞어 근사한 밭을 일구었다. 여기서 생산된 토마토, 양파 등은 만달레이, 양곤 등 미얀마 전역으로 유통되고 있다. 한쪽 발로 노를 젓고 통발을 내려 물고기를 잡는 인타족의 몸짓도 아름다웠다. 장대를 수없이 툭툭 내리쳐야 물고기를 낚아 올릴 수 있다. 또 다른 소수민족은 직접 손으로 한 땀 한 땀 실과 면을 만들어 냈다. 심지어 그들의 손이 닿으면 연꽃의 뿌리조차 가느다란 실이 됐다. 지극히 현실적인 이곳을 4~5인승 보트에 앉아 1시간 가까이 유람했다. 물 위에 둥둥 떠 있다 보니, 하늘과 강물이 하나 되는 순간이 찾아왔다. 시골 아궁이에서 연기가 솟아오르는 것처럼 희뿌연 물안개가 조용히 피어올랐고, 소나기가 그친 후 무지개도 반원을 그렸다. 그곳에서 나는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이었다. 1 인레 호수에서 탈 수 있는 4인승 보트 2 누군가에게 호수는 집이고 밭이고 학교였다 3 미얀마에서 극락을 만났다 글·사진 구명주 기자 취재협조 베트남항공 www.vietnamairlines.com PAGODA ▶Bagan바간 정신을 잃게 만드는 황금 언덕이여 쉐지곤 파고다Shwezigone Pagoda 그늘진 사원의 복도를 관통하면, 일순간 시력을 잃을 것만 같은 강력한 빛이 뿜어져 나온다. 쉐지곤 파고다는 농후하게 익은 샛노란 과일처럼 불탑 전체가 황금빛으로 타오른다. 부처의 치아 사리를 등에 업은 코끼리가 멈춰선 명당이기도 하다. 파고다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그마한 물 웅덩이 하나가 있는데 웅덩이 앞에 앉으면 파고다 꼭대기가 물속에 비쳐 들어온다. 미얀마의 ‘마추픽추’라 부르겠소 쉐산도 파고다Shwesandaw Pagoda 일행 중 한 명은 ‘페루의 마추픽추보다 쉐산도 파고다가 아름답다’고 탄식했다. 쉐산도 파고다에 오르면 바간을 수놓은 파고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5층짜리 건물과 맞먹는 높이를 자랑하지만, 여행객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맨발로 파고다의 계단을 오른다. 후들후들 흔들리는 다리를 다독이며 파고다에 오르면 붉은 토양을 뚫고 불룩불룩한 솟아오른 수천개의 파고다가 걸어온다. ▶Yangon 양곤 최고 중의 최고, 파고다 대표선수 쉐다곤 파고다Shwedagon Pagoda 미얀마를 소개하는 사진에는 응당 쉐다곤 파고다가 주인공을 차지한다. 세계 불자의 성지순례지인 이곳은 규모로 보나 분위기로 보나 으뜸이다. 높이가 100m, 둘레가 426m에 달해 도는 데 족히 30분은 걸린다. 이 파고다는 낮에 가도 좋지만 해질 무렵, 혹은 해가 진 이후 방문하길 추천한다. 맨발로 조용히 걷다가, 기도하는 미얀마인 옆에서 함께 명상을 해보자. 거대한 쉐다곤 파고다의 신성한 기운을 온몸이 흡수하는 것만 같다. 영롱한 촛불이 켜져 있어 마음이 편안하게 가라앉는다. ▶Heho 헤호 사원을 점령한 고양이 군단 점프하는 고양이 사원Jumping Cat Monastery 사원의 이름만 들어도 귀가 솔깃해진다. 고양이가 점프를 한다고? 아니나 다를까. 사원 입구부터 고양이가 여행객을 반긴다. 사원에서 사는 지체 높은 고양이신지라 사람이 다가가도 전혀 겁내지 않는다.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길 한가운데 벌러덩 드러눕는 건 기본이다. 이 사원이 유명해진 이유 중 하나는 고양이의 묘기를 볼 수 있는 ‘쇼’가 열리기 때문이다. 스님이 굴렁쇠를 높이 들면 그 안으로 ‘폴짝’ 뛴다. 그러나 현재는 정부에서 쇼를 금지한 상태라 쉽게 쇼를 볼 수는 없다. 여자는 들어갈 수 없다고? 파웅도우 파고다Phaungdawoo Pagoda 인레 호수에 떠 있는 파웅도우 파고다에는 눈길을 사로잡은 경고문이 하나 있다. “Ladies are prohibited.” 아니 시대가 어느 때인데 여성의 출입을 금지하는가! ‘남자’만 접근할 수 있는 ‘그것’은 축구공을 닮은 불상 5개. 불상을 둘러싼 이야기도 전해 내려온다. 1965년 마을 축제 기간에 복을 빌기 위해 불상을 배에 싣고 떠났는데 그만 물속에 불상이 빠져 버렸다. 4개의 불상을 찾고 1개의 불상은 포기했는데…. 사원에 돌아오고 나니 불상이 떡 하니 기다리고 있었다고. 5개의 불상을 여자 여행객은 만질 수 없지만, 멀리서나마 볼 수 있다. ▶Travel to Myanmar 항공 인도차이나로 가는 가장 빠른 방법 베트남항공은 인천과 부산에서 베트남 하노이와 호치민으로 직항편을 운영 중이다. 12월1일부터 오후 6시5분 인천에서 출발하는 하노이행 비행기가 기존 주 4회에서 주 7회로 증편된다. 동계 스케줄을 기준으로 하노이에서 양곤으로, 호치민에서 양곤으로 각각 주 7회(오후 4시35분 출발→오후 6시10분 도착), 주 4회(11시40분 출발→오후 1시25분 도착)운항한다. 스케줄 인천-하노이 VN417편(오전 10시35분 출발→오후 1시45분 도착), VN415편(오후 6시5분 출발→오후 9시10분 도착), 인천-호치민 VN409편(오전 10시15분 출발→오후 1시45분), 부산-하노이 VN427편(오전 10시30분 출발→오후 12시45분 도착), 부산-호치민 VN421편(오전 10시 출발→오후 1시 도착) 문의 02-757-8920 www.vietnamairlines.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인타족은 한 발로 노를 젓고 통발을 내려 물고기를 잡는다 2 알려주기 싫은 비밀의 공간, 인레 리조트 숙소 바간 트리파이차야 생추어리 리조트Bargan Thiripyitsaya Sanctuary Resort 이 리조트는 미얀마 스타일을 자랑한다. 멀리서 보면 ‘리조트가 아니라 파고다 아냐?’ 하고 착각할 정도로 고풍스럽다. 키 큰 나무가 쭉쭉 뻗어 있는 정원의 사이사이로 독립된 객실이 마련돼 있다. 객실의 수는 총 76개. 객실 입구에는 몸을 누이기 좋은 넓은 의자가 있다. 이 의자에서 낮잠을 청해도 좋고 책을 한 권 읽어도 좋다. 리조트의 압권은 야외 수영장. 수영할 때마다 이라와디 강이 보이기 때문에 마치 강에 몸을 담그고 있는 것만 같다. 로비에서 ‘와이파이’가 빵빵하게 터진다. 문의 +95-61-60048 www.thiripyitsaya-resort.com 주소 Bagan Archeological Zone, Old Bagan, Mandalay Division, Union of Myanmar 인레 리조트Inle Resort 남들에게 알려주기 싫은 ‘아지트’ 같은 곳이다. 인레 호수에서 보트를 타고 한참을 들어가면 리조트가 나온다. 인레 호수의 신비로운 분위기가 리조트에까지 스며들어 있다. 저녁 무렵, 야외 테라스에서는 앉아 있으면 호수 속으로 고개 숙이는 해를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인레 리조트는 자연 친화적이다. 수풀이 우거진 리조트를 걷다 보면 피곤함이 순식간에 달아난다. 문의 +95-9-521-4655 www.inleresort.com 주소 Inlay Lake, Nyaung Shwe Township Southern Shan State, Myanmar 수도 미얀마의 수도를 ‘양곤Yangon’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 하지만 현재 미얀마의 수도는 네피도Naypyidaw다. 2005년 말 미얀마 군사정부가 수도를 양곤에서 핀마나Pyinmana로 이전했으며 1년 뒤 핀마나라는 도시명을 네피도Naypyidaw로 변경했다. 통화 & 시차 미얀마의 공식 화폐 단위는 차트Kyat. 달러를 받는 가게가 있긴 하지만 극히 드물다. 달러는 공항이나 호텔 등지에서 환전할 수 있다. 시차는 우리나라보다 2시간 30분 늦다. 날씨 비가 많이 내리는 지역이므로 우산이나 우의 준비는 필수다. 12월은 미얀마 여행의 적기다. 비가 적게 내릴 뿐더러 기온도 20~30도 선을 유지한다. 사전준비 미리 해외로밍을 하지 않으면 미얀마에선 원시인이 될지도 모른다. 자동 해외로밍이 되지 않기 때문에 문자, 전화 모두 쓸 수 없다. 출국 전 미리 로밍을 신청하라. 또한 파고다에선 짧은 반바지나 치마를 입을 수 없으니 미리 긴 옷을 준비하자. 현지에서 미얀마 전통의상인 롱지를 사 입어도 좋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경주 반하거나 미치거나

    경주 반하거나 미치거나

    후덕한 인상의 남산 불곡 마애여래좌상 경주 반하거나 미치거나 반하다 [반ː하다] [동사] 어떤 사람이나 사물 따위에 마음이 홀린 것같이 쏠리다. 미치다 [동사] 「…에/에게」 어떤 일에 지나칠 정도로 열중하다. 불국사도 석굴암도 좋고, 수학여행의 추억마저 좋은 너와 나는 이래저래 경주를 좋아한다. 그 경주의 남산에는 유독 그 마음이 넘쳐난다. ‘반하거나 미치거나’ 하는 경주 남산의 매력은 가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반할 수밖에 없는 남산南山 경주 왕궁의 남쪽에 자리해 이름 지어진 남산. 신라 사람들은 진짜 부처님이 남산에 살아 계셔 백성이 원할 때 그 모습을 드러낸다 믿었다. 신라의 임금마저도 남산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게 했던 굳건한 믿음은 남산을 경주에서 가장 많은 유물을 품은 곳으로 남게 했고 오늘날 사람들은 신라인들의 믿음의 흔적을 쫓아 남산에 오른다. 신라인들은 남산의 웬만한 돌 위마다 불상과 탑을 세웠다. 또한 반반한 절벽이라면 여지없이 부처님이 자리한다. 13기의 왕릉, 4개의 산성 터, 147개의 절터, 118체의 불상, 96기의 탑, 22기의 석등, 19점의 연화대 등 남산에서 발견된 문화유적은 672점에 이른다.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골짜기에 불상의 파편이 떠 내려오는 일이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니 숨겨진 문화유적이 얼마나 더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수백년을 거쳐 쌓은 믿음의 세월은 이처럼 단단하고 거대해 하루 만에 쫓아 눈에 담기에 부족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남산에 오르는, 남산에 반쯤 미친 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까닭도 이러하다. 하루 혹은 이틀, 짧은 시간을 남산에서 보내는 이들이라도 남산에 반하고 만다. ‘자연을 전혀 훼손하지 않고 자연을 더욱 아름답게 보이도록 조성된’ 신라인의 종교이자 믿음은 남산이라는 자연을 만나 자연스럽게 그 일부가 됐다. 경주 서남산의 문화유적 탐방 코스이자 산행 코스는 남산의 매력을 짧은 시간에 보여준다. 삼릉에서 시작해 삼릉골(냉골)과 금오산 정상을 거쳐 용장골에서 마감하는 이 코스는 3~4시간의 온전한 등산 시간을 요한다. 문화유산해설이 곁들여지면 6~7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서남산 삼릉-용장골 코스는 삼릉, 냉골 석조여래좌상, 마애관음보살입상, 선각육존불, 선각여래좌상, 경주 삼릉계석불좌상, 상선암마애대좌불, 금송정터와 바둑바위, 금오산 정상, 삼화령 대연화대, 용장사지 삼층석탑, 용장사지 마애여래좌상, 용장사지 삼륜대좌불, 용장사터, 탑재와 석등대석, 용장계 절골 석조약사여래좌상의 문화유적을 순서대로 쫓는다. 길은 때로는 평탄하고 때로는 가파르며 험난하다. 흙길은 돌길이 됐다가 바윗길이 되고 다시 돌길과 흙길로 바뀐다. 다만 길을 따라 불상과 탑이 이어지는 건 한결같다. 비와 바람을 그대로 맞으며 이미 자연의 일부가 된 유적들은 알면 보이고 모르면 지나치기 쉽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이는 이 길 위, 숲 속에 고이 앉은 경주 삼릉계석불좌상은 지나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정도로 아름답다. 연화대좌에 앉은 이 좌상은 애초에 노천불이었다고 한다. 부처님이 비바람을 맞을지언정 자연과의 조화를 깨트릴 수 없었던 신라인들은 전각 대신 하늘을 지붕으로 삼고 나무를 기둥으로 세웠다. 그리고 아름다움을 얻었다. 절벽 아래 중생을 굽어 살피는 상선암마애대좌불을 지나면 곧 금오산 정상이다. 서라벌 벌판과 북남산을 굽어보려면 정상 못 미처 자리한 금송정터와 바둑바위에 오르는 것이 좋다. 막상 정상에서는 별다른 전망을 볼 수 없다. 하산 길, 용장사지 동편 능선 위에는 용장사지 삼층석탑이 자리했다. 어느새 뉘엿거리는 해에 삼층석탑이 불그스레하다. 용장사지 절벽 끝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삼층석탑은 3층 옥개석까지의 높이가 4.5m다. 수많은 남산의 탑들처럼 기단은 따로 없다. 앞서 불상과 마찬가지로 자연과의 조화를 고려한 신라인들은 자연의 바위를 기단으로 삼아 탑을 조성했다. 사람의 손으로는 절대 만들 수 없는 200m 높이의 기단은 이렇게 탄생해 200m가 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탑을 완성했다. 서남산의 삼릉-용장골 코스에 비하면 동남산 기슭의 유적들은 찾기가 수월하다. 15분여 가파른 코스의 산행이 필요한 보리사 마애석불을 제외하면 산책 수준에 불과하다. 남산 불곡 마애여래좌상에서 시작해 남산 탑곡마애불상군, 남산 미륵곡 석조여래좌상, 보리사 마애석불, 헌강왕릉, 정강왕릉, 서출지, 남산리 사지 쌍탑 등지를 둘러보려면 4시간 가량이 걸린다. 중간중간 차로 이동해도, 걸어도 좋다. 남산 불곡 마애여래좌상은 부처골감실불상으로도 불린다. 절벽을 이룬 바위에 감실을 파고 부처를 새겨 놓았는데 후덕한 인상과 팔짱을 낀 손 모양 때문에 선덕여왕의 상이라는 설도 떠돈다. 바위에 올라 감실 내부를 자세히 보면 채색된 연꽃 그림도 있다. 숨은 그림 찾기처럼 찾기는 조금 어렵다. 남산 탑곡마애불상군은 부처의 세계다. 높이 10m, 둘레 40m에 달하는 거대한 바위의 사방에는 시대를 달리하는 불상과 탑이 새겨져 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천상의 선녀도 보인다. 경주 남산의 석불 가운데 가장 완전한 모습을 보이는 남산 미륵곡 석조여래좌상이 가까이 자리했다. 양피사지와 염불사지의 쌍탑은 고즈넉한 분위기가 일품이다. 염불사지 두 기의 탑은 복원과 동시에 스리랑카에서 모셔온 부처님의 진신 사리를 안치했다. 민간에서 추진한 일이라 자부심이 크다. 1 노천불인 경주 삼릉계석불좌상은 지나가는 등산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할 정도로 아름답다 2 동남산 기슭에 자리한 남산 미륵곡 석조여래좌상. 다리품을 적게 팔고 만날 수 있는 신라의 아름다움이다 3 중생을 굽어 살피며 아래로 시선을 둔 상선암마애대좌불 4 동남산 가파른 산길을 350m 정도 오르면 만나게 되는 보리사 마애석불 상선암마애대좌불. 금방이라도 바위에서 튀어나올 듯하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ie info 함께 걷고 이야기하는 남산 문화유산해설사와 함께 걷는 남산은 더욱 풍성하다. 유적지의 안내판이 담아내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해설사를 통해 들을 수 있어 과거 신라의 풍경이 그림처럼 피어 오른다. (사)경주남산연구소에서는 주말과 공휴일에 남산유적답사를 무료로 진행한다. 삼릉 코스, 동남산 코스, 동남산 산책, 남남산 산책 등 4개의 산행 코스와 삼릉 가는 길(둘레길 걷기)을 포함한 5개의 정규 코스를 해당 일에 맞게 운영한다. 매월 보름 전후 토요일에는 남산달빛기행을 떠날 수 있다. 저녁 7시 혹은 7시30분에 출발해 밤 11시30분경에 내려오는 일정으로 이 또한 무료다. 문의 054-777-7142 www.kjnamsan.org ●미친 사람들 경주에는 무언가에 미친 사람들이 많다. 이번 여행에 남산 해설을 맡아 주신 (사)경주남산연구소의 김구석 소장도 그랬다. 신라의 흔적을 찾아 남산에만 3,000번 가량 올랐다는 그는 아예 남산 용장골에 집을 짓고 남산을 제 집 드나들 듯 하고 있다. 답사 여행객 맞이와 강의에 그는 늘 바빠 보였는데 실제 경주에서 만난 무언가에 ‘미친 사람’들은 늘 바빴다. 자연에서 얻어 살다 야선미술관 박정희 관장 “이 나물 이름이 뭐에요?” “어제 캔 나물.” 아침 밥상에 놓인 나물 이름을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어제 캔 나물이라니. 하기는 자연이 기른 채소를 어제 캤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직접 가꾼 텃밭과 들과 산에서 채취한 싱싱한 채소들은 야선미술관 밥상의 선식으로 오른다. 덖은 무는 갈빛, 맨드라미는 선홍빛 선차가 된다. 건강한 재료로 만든 밥상과 찻상은 자연히 건강을 부른다. 야선미술관은 박정희 관장(사람들은 편하게 야선 선생님이라 부른다)의 호를 따 이름한 미술관이다. 경주 동남산 기슭에 3년여 동안 지은 네 채의 한옥은 작은 미술관이기도 하며 선식과 선차를 먹고 마시며 한옥에서 잠자리를 갖는 웰빙 체험 공간이기도 하다. 20대 젊은 시절, 대학에서 중문학을 전공한 야선 선생님은 대구의 서당에서 훈장을 했다. 십여 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며 열심히 살았지만 이상하리만치 몸에 기운은 없었다. 우연히 들렀던 경주 남산에 터를 잡고 자연과 더불어 살기를 15년. 건강한 몸의 야선 선생님은 경주 남산의 건강 전도사가 됐다. 가진 것이 많아 보인다는 누군가의 말에 야선 선생님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심지어는 빚마저도. 3년여 한옥을 지으며 앞을 향해 달리는 일을 멈출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도 잠자리와 먹을 것,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남았으니 확실히 가진 게 많아 보인다. 야선미술관의 익살맞은 작품 한옥과 넓은 마당이 있는 야선미술관의 모습. 선식과 선차는 사진 가운데에 있는 조그마한 한옥에서 맛볼 수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은 한옥 문화공간 진 한유진 대표 한옥을 허물고 집을 지을 때 주변 사람들은 ‘미친 짓’이라고 했다. 가족들도 환영하지 않았다. 마침 남편이 해외에 있어 때가 잘 맞았다 한다. 간절한 이야기에 웃음이 났다. 한유진 대표가 남 보기에 ‘미친 짓’에 매진했던 이유는 단순하다. 어린 시절, 한옥에 살던 추억이 그리워서였다. 경주도 그런 곳이었다.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경주는 늘 아련하고 그리운 고향이었다. ‘문화의 거리’라 불리는 경주 동성로의 한 켠에는 큰 대문을 지닌 기와집 한 채가 서 있다. 현대식 상가 가운데에 단아하게 자리해 저절로 눈이 가는 집이다. 집주인이자 집 한 켠을 빌어 ‘문화공간 진’을 운영하는 한유진 대표는 이 집의 대문에 먼저 반했다. 집 내부는 보지도 않고 ‘이 집이 내 집이 됐으면’ 간절히 바랐다. 그리고 2009년, 그 바람은 현실이 됐다. 1942년 광산댁이 지은 한옥은 그런 바람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살릴 건 살리고 버릴 건 버려 본연의 모습을 찾으려 했다. 여름에만 사용 가능한 전이 공간이라 대부분 철거를 하는 마루는 살리고, 처음에는 없었지만 살며 넓힌 실내 공간은 과감히 버렸다. 수리를 하며 발견된 세월의 흔적은 작은 정겨움이자 추억이었다. 한유진 대표는 울산에서 플로리스트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남편 직장도 울산이다. 한옥을 짓기 전까지만 해도 경주에서 완전히 살겠다는 마음은 아니었는데 집을 짓고 보니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짐 들어갈 공간이 부족한지라 침대와 식탁만 들고 이사를 감행했다. 살아 보니 그저 좋아 2년 넘게 살고 있다. 출퇴근 등 소소한 불편은 한옥의 매력을 이기지 못했다. 부채에 민화를 그리는 프로그램은 문화공간 진의 일일체험 중 하나다 한옥의 일부를 개인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다 ▶travie info 현재 문화공간 진은 생활 꽃꽂이, 규방공예, 민화 그리기 등으로 한옥 공간의 일부를 경주 사람들과 나누고 있다. 꽃꽂이와 민화 수업은 한유진 대표가 직접 진행한다. 2년 전부터 그리기 시작한 민화 실력은 서라벌예술대전에서 특선에 뽑힐 정도로 훌륭하다. 여행자들은 토, 일요일에 열리는 단시간 일일 체험(체험비 1만2,000원)이 가능하다. 몇시간 전에 예약을 해도 되고, 지나다 문이 열려 있으면 들어가도 된다. 좋은 공간을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어 하는 한유진 대표의 마음이다. 010-2717-3474 ●미치게 하는 맛 ▼아사가 경주 ‘문화의 거리’에 자리한 전통 찻집이다. 큰길에서 보이는 입구는 갤러리로 다기 등 차 관련 용품이 전시돼 있다. 작은 마당을 지닌 초가 찻집은 입구 옆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나온다. 작은 소품으로 가득한 찻집 마당이 볼 만하다. 판매하는 차의 종류는 다양하다. 찻집에서 추천하는 차는 대추차. 진하고 달콤하다. 주전부리로 좋은 가래떡 구이 등도 판매한다. 주소 경북 경주시 노서동 9-2 전화 054-771-7625 ▼아이차 분식 이름은 분식집이지만 추어탕만 파는 전문점이다. 경상도식 추어탕 중에서도 호박잎이 들어간 전통 방식의 경주식 추어탕을 맛볼 수 있다. 서울식이나 남원식 추어탕과는 크게 다르므로 경상도식 추어탕이 익숙하지 않다면 입맛에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 추어탕을 주문하면 생선구이가 따라 나오고 밑반찬도 꽤 많다. 점심시간이 다 돼 가는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2시 정도까지만 문을 연다. 테이블이 몇 개 되지 않아 줄을 서서 먹기 일쑤며, 한 솥만 끓여 팔고 문을 닫으므로 손님이 많은 날에는 오후 1시 가량에 문을 닫기도 한다. 일요일 휴무. 교동쌈밥 옆 골목이라 찾기가 어렵지 않다. 6,000원. 주소 경북 경주시 황남동 167-1 전화 054-741-5917 ▼고두반 농촌진흥청에서 지정한 농가 맛집이다. 텃밭에서 키운 채소를 70~80% 이상 사용하고, 장작 가마에서 구운 소금으로 간을 본다. 조미료는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경주 한우 전골이 주 요리인 고두반 밥상은 정선 큰집에서 보내 온 정선 더덕과 두부 샐러드, 콩전으로 시작해 곤드레, 민들레 김치, 비트 장아찌, 갓 김치, 감자 조림, 우엉 장아찌 등의 반찬을 낸다. 반찬은 아침마다 만든다. 1만3,000원. 다시마 가루를 넣은 두부와 가자미 식해, 돼지고기 수육이 함께 나오는 두부삼합도 맛있다. 2만5,000원. 쌀과 누룩으로만 빚은 막걸리가 요리에 잘 어울린다. 월요일은 쉰다. 주소 경북 경주시 도지동 156-2 전화 054-748-7489 홈페이지 www.고두반.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수리뫼 중요 무형 문화재인 고 황혜성 선생님에게 전수 받은 궁중 음식을 선보이는 곳이다. 깔끔하고 정갈한 메뉴에 눈이 먼저 즐겁다. 전채 요리로는 구절판과 죽이 나오고, 주 요리로는 연저육찜, 두부소박이, 더덕구이, 신선로 등이 계절에 따라 달리 나온다. 찹쌀로 빚은 왕주를 곁들여 천천히 코스를 즐기자. 용산서원과 더불어 자리해 분위기도 고즈넉하다. 수리뫼 코스 5만5,000원. 주소 경북 경주시 내남면 이조리 657 전화 054-748-2507 홈페이지 www.surime.co.kr ▼교리 김밥 교리 김밥은 통영 김밥, 동대문 마약 김밥과 더불어 전국 3대 김밥으로 알려져 있다. 얇게 썬 지단을 듬뿍 넣은 형태라 특이하다. 맛은 평범한 편인데 묘하게도 뜬금없이 먹고 싶을 때가 있다. 두 줄에 3,400원으로 자리에 앉아 먹으려면 한 명이 두 줄 이상은 주문해야 한다. 경주 최부자집과 요석궁 사이 골목에 자리했다. 주소 경북 경주시 교동 96 전화 054-772-5130 ▼참가자미 횟집 경주에서 참가자미를 맛보지 않으면 섭섭하다. 고소한 참가자미를 각종 채소와 초고추장, 콩가루에 버무려 먹는 맛이 일품이다. 요즘 경주 사람들은 감포 중매인 참가자미 횟집(동천동 786, 054-773-3611)과 대풍(동천동 808-6, 054-771-4436)을 주로 찾는다고 한다. 경주 갈 일이 있을 때 간간히 들르는 대신 참가자미 횟집(용강동 1355-1, 054-774-6203)도 괜찮다. 참가자미 횟집은 시청 근처 시내에 몰려 있다. 첨성대, 대릉원 인근에서 택시를 타면 3,000~4,000원 정도 나온다. ▼삼미정 착한 가격과 착한 맛을 자랑하는 집이다. 각종 버섯과 손두부를 넣어 빨갛게 끓여내는 두부전골이 7,000원. 돼지고기 수육과 파전도 괜찮다. 서남산 삼릉 입구에 자리했다. 주소 경북 경주시 배동 391-7 전화 054-745-8761 에디터 트래비 글 Travie writer 이진경 사진 Photographer 김경현 취재협조 (사)경주남산연구소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전주-선비처럼 놀고 한량처럼 마시다

    전주-선비처럼 놀고 한량처럼 마시다

    1,000년 역사의 자존심을 간직한 가장 한국적인 고장, 전주를 찾았다. 그리고 풍류를 마셨다. 약 700여 채의 한옥과 문화유적 등이 가득한 전주한옥마을은 전주 여행의 1번지라 할수 있다 전주 여행 1번지, 한옥마을 전주는 후백제 견훤이 도읍을 정하고 왕업의 바람을 일으켰던 곳이자, 태조 이성계가 조선왕조의 건국을 위해 한나라 유방의 시 ‘대풍가’를 불렀던 왕조의 발상지다. 또한 숱한 전란과 일제강점기를 관통하는 역사의 바람을 다스리며 전통문화의 요람으로 꼿꼿이 자리를 지켜 왔다. 그래서 전주를 여행할 때 항상 1번지가 되는 곳은 완산구 교동과 풍남동 일대의 한옥마을이다. 1930년을 전후로 일본인들의 세력 확장에 반발해 사람들은 이곳에 한옥촌을 형성했다. 현재 전주한옥마을 내에는 약 700여 채의 도시형 한옥들과 경기전, 전동성당, 오목대, 향교 등 유명한 문화유적지와 한옥생활체험관, 전통문화센터, 전통공예방과 찻집, 카페, 음식점 등 다채로움이 가득하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곳은 ‘경기전’이다. ‘왕의 사당’을 일컫는 경기전은 조선왕조를 연 태조의 초상화, 즉 ‘어진御眞’을 모시기 위해 태종 10년(1410년) 지어진 건물로, 정유재란 때 소실되었지만 광해군 6년에 중건되었다. 입구에서부터 하마비, 홍살문, 외신문, 내신문, 초상화를 모신 전각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로 150cm, 세로 218cm의 태조 어진은 경기전 본전에 봉안되어 있는데 실물 100% 크기로 태조의 나이 60세 때 그려진 것이다. 경주와 평양 등지에 봉안했던 다른 어진은 임진왜란 때 모두 불타고 전주 어진만이 유일하게 남았다. 화려하면서도 위엄이 살아있는 초상화에서는 곤룡포에 익선관을 쓴 6척 장신에 야전장수다운 태조의 기개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경기전 내에는 또한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던 전주사고史庫와, 태조어진박물관이 볼거리다. 2010년 건립된 어진박물관은 태조 외에도 세종, 영조, 정조, 철종, 고종, 순종의 어진이 전시되어 있고, 국내에서 유일하게 태조어진 봉안 때 사용하던 가마를 볼 수 있다. 또한 1872년 태조어진 봉안행렬을 닥종이 인형으로 재현한 ‘반차도(행렬 그림)’도 흥미진진하다. 전주한옥마을 | 주소 전주시 완산구 풍남동3가 102 문의 063-232-6293 한옥마을에는 재미있고 이색적인 분위기의 카페들이 자꾸만 걸음을 멈추게 한다 물맛 좋기로 유명한 전주에는 막걸리가 또한 유명하다 / 술보다는 현란한 안주에 입이 떡 벌이지는 전주막걸리골목. 주당과 함께라면 그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소리가 아름다운 집 전주에는 시조시인 가람 이병기 선생이 사셨던 양사재를 비롯해 풍남헌, 동락원 등 한옥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품격 있는 한옥 민박이 여러 곳 있다. 그 가운데 한옥마을 내에 자리한 학인당學忍堂은 전주한옥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고택이자 민가 중 유일하게 문화재로 지정된 곳이다. 한국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백범 김구 등 정부요인의 숙소로 사용되었던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원래는 99칸이었지만 지금은 본채인 학인당과 별당채인 진수헌, 사랑채인 예지헌만 남아있다. 일제강점기 전국 국악 명인 명창들의 무대였던 전주대사습놀이가 강제로 폐지되자, 인재 백낙중 선생은 판소리 명창들을 위한 무대로 1908년 학인당을 건립했다. 그후 100여 년의 세월 동안 임방울, 김소희 등 판소리 대가들이 이곳에서 공연을 펼치며 판소리의 맥을 이어 왔다. 평상시 응접실인 본채의 대청은 공연 때는 공간을 합쳐 100여 명의 인원을 수용하는 공간이 된다. 마룻바닥의 널판은 폭이 좁아 소리가 빠져나갈 틈을 줄이고, 두께는 10cm 이상 두꺼워 소리의 진동으로 인한 떨림을 줄인다. 한지 또한 4겹을 발라 소리의 울림을 극대화했다. 학인당의 아름다운 정원과 연못도 빼놓을 수 없다. 연못에는 지하로 내려가는 돌계단이 있는데, 끝에는 한여름 냉장고 대용으로 쓰였던 땅샘이 있다. 학인당 | 주소 전북 전주시 완산구 교동 105-4 문의 063-284-9929(전화예약만 가능) 5 한옥마을 민가 중 유일하게 문화재로 지정된 학인당 6 472년 조선의 역사를 기록한 조선왕조실록이 전주사고에 보관되어 있다 7 경기전 내의 어진박물관에 전시된 반차도 8 태조의 초상화가 모셔진 경기전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소문난 잔치에 오시게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라는 명성까지 얻은 전주에는 비빔밥, 콩나물국밥과 함께 막걸리의 명성도 자자하다. 전주막걸리가 맛있는 이유는 물이 좋기 때문이다. 특히 한옥마을이 있는 교동은 예부터 청수정淸水町이라 불릴 만큼 좋은 물맛을 자랑했다. 게다가 전주는 김제와 만경 등 비옥한 전북의 쌀 생산지를 옆에 두고 있다. 전주에는 막걸리촌이 여러 곳 있다. 삼천동, 서신동, 경원동, 평화동, 효자동 등 권역별 막걸리촌마다 안주가 다르고 특색이 있지만 공통점은 막걸리 값만 내면 안주는 공짜라는 점이다. 3병이 들어가는 기본 한 주전자를 비우고 다시 한 주전자를 더 시키면 새로운 안주가 펼쳐지고 최대 여섯 번까지 새로운 안주판이 펼쳐진다. 전주막걸리골목의 원조는 삼천동이다. 가장 많은 막걸리집이 모여 있고 선택의 폭도 넓다. 최근 뜨고 있는 서신동은 기존 막걸리전문점과는 달리 푸짐한 안주로 인기다. 젊은 단골들이 많다. 안도현 시인의 단골집인 홍도주막은 효자동에 있다. 블로그나 현지민들에게 가장 입소문이 자자한 서신동 막걸리 골목의 옛촌막걸리는 최근 막걸리골목 업소들의 안주가 획일화된 것에 비해 안주의 수준에서 제일 낫다는 평을 듣는 곳 중에 하나다. 이곳은 기본 2만원에 부침개, 미니족발, 두부김치보쌈, 삼계탕의 기본안주 4가지가 첫 번째 상이다. 두 번째 주문부터는 꽁치양념구이, 꼬막, 계란부침, 세 번째부터 간장게장밥, 홍합탕, 산낙지, 홍어삽합, 전어구이, 떡갈비, 은행볶음, 새우구이 등 6차까지의 안주가 아주 현란하다. 많은 가짓수보다는 제대로 된 안주 서너 가지를 내놓는다. 주인장은 당일 제조한 신선한 막걸리와 좋은 재료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해 오기에 푸짐하게 대접할 수 있다는 점이 인기 비결이라고 한다. 막걸리의 제 맛을 느끼고 싶다면 탁주로, 머리가 아플 것이 염려된다면 가라앉힌 맑은 술로, 달달한 맛을 느끼고 싶다면 탄산음료와 섞어 마셔도 좋다. 무엇보다 전주막걸리골목을 가장 잘 즐기는 방법은 배가 고플 때 주당과 함께 가는 것이다. 옛촌막걸리 | 주소 전주시 완산구 서신동 843-16 문의 063-272-9992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이세미 취재협조 한국관광협회중앙회 02-757-7485 ▶travie info 전주 서신동 막걸리골목 전주에서 가장 많은 막걸리집이 밀집한 대표적인 막걸리타운은 삼천동이지만 삼계탕이나 족발처럼 든든한 안주를 먹고 싶은 사람들은 서신동을 찾는다. 특히 이곳에는 삼계탕은 기본 안주로 하는 곳이 많다. 젊은 취향의 막걸리 집들이 야심차게 내놓은 퓨전 안주에도 도전해 보시라. 버스 노선은 서신동사무소 3-1, 3-2, 5-1, 5-2, 61, 105, 161 비사벌APT 5-1, 5-2, 61, 105, 161, 309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유통업계 X-마스 판촉경쟁 ‘불꽃’

    유통업계 X-마스 판촉경쟁 ‘불꽃’

    불황 속에 연말을 맞은 유통업계가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 한정판 제품을 쏟아내며 막판 판촉전에 몰두하고 있다. CJ몰은 4일부터 17일까지 ‘크리스마스 바로 방문’ 이벤트를 진행한다. CJ몰 주소(www.cjmall.com)를 인터넷 주소창에 쳐서 ‘바로 방문’하는 고객에게는 최대 27%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5회 이상 구매고객 1000여명은 추첨을 통해 중국 자금성 3박4일 여행권(2장), 영화 시사회 초대권 등 다양한 선물을 준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디럭스 원목 기차놀이 세트’도 정가보다 64% 싸게 판매하며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초청권과 LG생활건강의 화장품 ‘수려한’을 결합한 VIP 패키지도 20% 할인해 선보인다. GS샵은 9일까지 크리스마스 선물 특집전을 마련했다. 7만원 이상 구매 시 횟수마다 연간할인권 등 사은품이 누적되며 5회 구매 때 에그팩, 쌍빠 마스크팩 등 인기제품 8종 세트를 지급한다. 세븐일레븐은 14일까지 ‘보네스빼’ 케이크 7종, ‘하겐다즈’ ‘나뚜루’ 아이스크림 케이크 6종 등 케이크 13종을 사전 예약판매하며 통신사 할인 등 최대 23% 싸게 판매한다. 스타벅스도 19일까지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예약 판매하며 크리스마스 3종 케이크 예약 때 음료 교환권(2장)을 준다. 수제 머핀 커피전문점 마노핀은 25일까지 크리스마스 테마에 맞춰 루돌프, 산타 등을 앙증맞은 캐릭터로 만든 머핀 6종 등을 한정 판매한다. 카페베네는 벨기에산 초콜릿을 녹여 만든 ‘아몬드 다크 카쵸’ 케이크 등과 함께 31일까지 아이스크림 젤라또 위에 초코 프레이크와 호두 토핑이 어우러진 ‘루돌프 젤라또’ 12종을 특별 메뉴로 내놓았다. 투썸도 영국 런던을 주제로 한 크리스마스 한정판 케이크 20종을 선보이며 구매자 전원에게 25일까지 ‘핸드드립커피 파우치’를 증정한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위기의 검찰] ④ 잘못된 수사관행

    ‘강압 수사, 인권 유린, 무리한 기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검찰의 고질적인 수사 관행이다. 이 같은 문제점이 지적돼 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검찰의 ‘묻지마 수사’는 달라지지 않았다. ‘10명의 죄인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죄 없는 사람을 벌하지 말라.’는 원칙이 있지만 검찰의 현주소는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 식이다. 일단 혐의를 두고 원하는 답을 얻어 내기 위한 강압적 수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02년 피의자 구타 사망사건 강압 수사의 대표적인 사례는 2002년 ‘피의자 구타 사망사건’이다. 당시 검찰 수사관들은 살인 피의자 조모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자백을 얻어 내기 위해 가혹행위에 가까운 폭행을 가했다. 이로 인해 조씨가 사망하자 당시 이명재 검찰총장은 취임 첫해 사태의 책임을 지고 옷을 벗었다. 국민을 지키고 보호해야 하는 검찰이지만 대상이 사회적 약자일 때 강압 수사는 더 빈번했다. ‘수원 노숙 소녀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됐다가 지난 10월 25일 무죄를 선고받은 정신지체 장애인 정모씨의 경우 검찰의 강압과 회유로 허위 자백을 했다가 5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형기를 채우고 출소한 지 불과 두 달 만에 무죄가 밝혀졌지만 검찰은 사과도 보상도 없었다. ●권력 비리는 진술에만 의존 정치인 관련 사건에서는 진술에만 의존한 수사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약자에게 강했던 검찰은 ‘민간인 불법 사찰’,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등 권력 비리 앞에서는 작아졌다. 검찰은 내곡동 사건 조사 당시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34)씨를 소환 한 번 하지 않고 서면조사만 한 뒤 관련자 전원을 무혐의 처분했다. 이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시형씨의 검찰 진술에는 상당 부분 오류가 있었음이 밝혀졌다. 자백과 본인의 진술에만 의존한 수사가 얼마나 큰 허점들을 지니는지 잘 보여 주는 대목이다. 수사 관행의 문제는 또 있다. 실적주의를 기반으로 한 무리한 기소다. 지난달 25일 ‘성추문 검사’에게 뇌물수수죄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은 한 차례 영장이 기각된 직후 같은 혐의로 영장을 재청구했다가 다시 기각돼 오기를 부린다는 비난을 샀다. 검찰의 무리한 기소는 수치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검찰이 기소한 사건의 1심 무죄 선고율은 해마다 증가, 지난해 1심 재판 무죄 선고율이 2009년 대비 70.2%나 상승했다. 법무부의 ‘전국 지검별 1심 무죄 선고율 현황’에 따르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사람은 2009년 4587명, 2010년 5420명, 2011년 5772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올해는 지난 6월 기준 2316명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전문가 “물증 수사로 전환” 이 같은 잘못된 수사 관행에 대한 해법으로 전문가들은 ‘물증 위주 수사로의 전환’과 ‘수사권 축소’를 제시한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증언 위주가 아닌 물증 위주의 수사로 가야 하고 근본적으로는 검찰 수사권을 털어내야 한다.”면서 “불기소만 통제하는 일본의 ‘검찰 심사회’를 강화해 법원에 설치함으로써 수사·기소권의 남용을 견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희 경찰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 수사는 허위 진술을 받아내거나 인권을 침해할 위험이 크다.”면서 “선처를 미끼로 자백을 유도하는 후진적 행태를 개선하기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고 검찰의 수사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숙기자 truth173@seoul.co.kr
  • 참여연대 ‘정치검사’ 10명 발표

    참여연대 ‘정치검사’ 10명 발표

    연이은 비리와 추문으로 검찰 개혁이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참여연대가 권한을 남용했다고 자체적으로 평가한 검사들의 실명을 공개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검찰의 독립성을 훼손시켰다는 취지다. 참여연대는 4일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권을 남용했다고 판단한 14개 사건과 지휘검사 47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하태훈(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소장은 “대한민국 검찰의 현주소는 벼랑 끝”이라면서 “인적 청산을 위해 ‘정치검찰’이라는 말 대신 ‘정치검사’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검사까지 정치검찰로 규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중수부 등 일부 특정 부서가 무리한 수사를 진행하고도 인사상 불이익을 받기는커녕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14개 사건에는 ▲광우병 의혹을 보도한 MBC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수사(대법원 무죄 확정) ▲정연주 전 KBS 사장에 대한 배임 혐의 기소(대법원 무죄 확정)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한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노 전 대통령 서거로 수사 중지)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배후 밝혀내지 못해 부실수사 논란) 등이 포함됐다. 참여연대는 47명 중 검사장급 이상 10명을 ‘정치검사’로 규정하고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10명은 노환균 법무연수원장을 비롯해 최교일 서울중앙지검장, 김주현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최재경 대검 중앙수사부장, 정병두 인천지검장, 김수남 수원지검장, 신경식 청주지검장, 송찬엽 서울고검 차장검사, 오세인 대구고검 차장검사, 공상훈 대전지검 차장검사다. 검찰 개혁을 위한 대안으로는 대통령 직속 검찰개혁위원회와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처 설치, 검사장 직선제, 평검사 회의 등을 통한 민주적 의사결정 등을 제시했다. 이날 발표에 대해 서울의 한 부장급 검사는 “시민단체에서 발표한 것을 두고 우리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면서 언급을 피했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사들이 잘못한 점은 반성해야겠지만 참여연대가 선정한 정치검사에 이념적 기준이 반영된 것 같다.”고 했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홍인기기자 ikik@seoul.co.kr
  • 동작구 부동산정보 실시간 무료 열람 서비스

    서울 동작구는 3일 인터넷을 통해 토지등급을 비롯해 바뀐 지번, 개별공시지가, 도로명 주소 등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동작구 부동산정보센터’(http://land.dongjak.go.kr)를 구축하고 무료 열람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도로명 주소 등 부동산 정보를 조회할 때 여러 사이트로 정보가 분산돼 정보를 얻기 불편했고 정보제공 방식도 저장 데이터 제공 방식이어서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 구축한 정보 시스템은 일목요연하게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 구성을 개선했으며, 해당 시스템과 연계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양도소득세 신청을 위해 필요한 토지등급을 확인하려고 수수료를 내고 토지대장이나 카드토지대장을 발급 또는 열람해야 했던 불편함이 해소됐다. 1973년 4월 1일부터 1995년 12월 31일까지의 토지등급 65만 1426건에 대한 전산자료를 구축, 무료 열람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누구나 쉽게 과거 토지등급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2008년 이후 재개발 사업이나 재건축사업 등 대단위 토지개발사업으로 변경된 지번과 관련한 전산자료 7206건을 새롭게 구축, 기존 자료 1만 4744건을 포함한 총 2만 1950건에 대한 바뀐 지번찾기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도 편리하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문충실 구청장은 “이번 부동산정보센터 구축과 전산자료 무료열람 서비스는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마련한 주민 편의행정의 일환”이라며 많은 이용을 당부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사기범이 사망진단서 위조 구청·검찰·법원도 속았다

    부산에서 50대 사기 사건 피고인이 사망 진단서를 위조, 관할 구청은 물론 검찰과 법원까지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부산지검 등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28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피고인 조모(51)씨에 대한 공소를 취소하고, 부산지법도 조씨에 대한 공소를 기각했다. 피고인 조씨의 사망으로 주민등록이 말소된 서류가 접수돼 처벌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조씨는 실제 숨진 게 아니라 위조한 사망 진단서에 관할 부산 연제구청이 속아 지난 23일 주민등록을 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씨가 부산시내 모 병원에서 발급받은 자신의 모친 사망 진단서에서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을 바꿔 지난 21일 폐암으로 숨진 것으로 꾸민 것이다. 사망 진단서만 있으면 가족이나 동거인이 사망신고를 할 수 있는데 사기 사건 공범인 박모(52)씨가 자신의 주소를 조씨 주거지로 옮긴 뒤 사망신고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씨는 지난 7월 말 자신이 운영하던 상조회사를 갑자기 폐업하고 잠적하는 바람에 가입자 3000여명이 수십억원을 떼일 위기에 놓였고 장례식장 매점 운영권, 취업 등을 미끼로 지인 6명에게 7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고소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30일 즉시항고를 했고, 법원도 공소기각 결정을 취소한 뒤 재판을 계속하기로 했다. 또 검찰은 조씨와 박씨에게 위조공문서행사와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를 적용, 구속수사하기로 하고 추적 중이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흔들리는 박현주 신화] (하) 사업다각화, 약인가 독인가

    [흔들리는 박현주 신화] (하) 사업다각화, 약인가 독인가

    2007년 11월 5일 미래에셋증권의 주가는 19만 7000원이었다. 5년 뒤인 29일 종가는 3만 500원이다. 고점 대비 85%나 급락했다. 미래에셋그룹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한 지표다. 한때 ‘시중자금 블랙홀’로 불렸던 미래에셋이지만 공모펀드 설정액은 3년여 만에 반 토막 났다. 사람마저 줄줄이 떠나고 있다. 일선 직원은 물론 창업 공신까지 미래에셋에 등을 돌린다. ‘미래 없는 미래에셋’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핵심인 금융업 성적이 신통치 않자 골프·부동산사업 등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지만 반응은 엇갈린다. 미래에셋의 가장 큰 시련은 우선 실적 부진이다. 1999년 설립 이후 꾸준히 이익을 늘려 왔던 미래에셋증권은 2007년(회계연도 기준, 2007년 4월~2008년 3월) 3700억원을 정점으로 영업이익이 계속 곤두박질치고 있다. 2008년 1918억원으로 떨어졌다가 다음 해 반등(2068억원)하는 듯싶더니 지난해 다시 1535억원으로 떨어졌다. ‘인사이트 펀드’에 발목 잡힌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영업이익이 2008년(회계연도 기준) 2303억원에서 지난해 795억원으로 급감했다. 펀드 수익률도 과거의 ‘영화’를 등진 지 오래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국내 주식형 펀드 1년 평균 수익률은 3.60%다. 국내 주요 40개 운용사 가운데 24위다. 업계 평균(7.56%)에도 한참 못 미친다. 인력 이탈도 심각하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미래에셋생명보험의 설계사는 올 3월 말 7104명에서 7월 6676명으로 넉 달 사이 428명이나 줄었다. 증권(44명)·자산운용(32명)·보험(25명) 등 계열사 직원도 최근 1년 사이 100명 넘게 빠져나갔다. 미래에셋 측은 “자연스러운 이동”이라고 해명하지만 “공식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도 아닌데 설계사와 직원들이 이렇게 대규모로 이탈하는 것은 드문 현상”이라고 업계는 말한다. 최근 구재상·윤진홍·강창희 전 부회장 등 박현주 그룹 회장과 뜻을 같이했던 창업 공신들이 줄줄이 회사를 떠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특히 한때 40%밖에 남지 않았던 인사이트 펀드의 원금을 70%까지 회복시켜 놓았던 구 전 부회장의 사퇴에 그룹 내부에서도 적잖이 충격받은 모습이다. 그룹 측은 한사코 부인하지만 박 회장과의 갈등설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퇴직한 보험설계사들이 “퇴사 후 환수해 간 수당을 돌려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집단소송까지 제기해 그룹 분위기는 더욱 침통하다. 미래에셋은 최근 골프장, 호텔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강원 홍천에 836억원을 투자해 총 27홀 규모의 퍼블릭 ‘블루 마운틴GC’를 건설 중이다. 서울 광화문에 지하 6층, 지상 26층 규모로 320여개의 객실을 갖춘 6성급 호텔도 지을 계획이다. 얼마 전에는 와인 사업에까지 손대려다가 여론을 의식해 포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부동산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 같은 사업 다각화는 매우 위험하다.”면서 “또 다른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다희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핵심 영업에서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본업인 브로커리지(주식 중개)나 자산관리에서의 경쟁력 회복이 어려워 당분간 미래에셋의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이민희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도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6조원대로 떨어져 수수료 수익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그룹이 새롭게 시도하는 사업들은 일시적인 타개책일 뿐”이라면서 “결국은 브로커리지 수익 제고 등 증권업에 충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원기자 lsw1469@seoul.co.kr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보성 강골 ‘기록사랑마을’ 5호에

    보성 강골 ‘기록사랑마을’ 5호에

    ‘소작지 주소 예당리 249, 정조(定租) 380, 금년 수입해야 하는 소작료 325, 소작인 주소 오봉(五峰), 曺○○’(소작료 장부). ‘4월 2일, 3일 논 고르고 6일 뒤뜰 논 고르고 18일 논뚝, 5월 15일 모심고….’(농사일기) 1900년 초반 즈음 작성된 소작료 장부 70여 쪽에는 소작을 준 논의 위치와 원래 정해진 소작료, 실제로 받은 소작료, 소작하는 이의 주소 등이 빼곡히 적혀 있다. 1963년 김종태가 남긴 농사일기 또한 부지런한 농부의 그날그날에 대한 농사 기록이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은 29일 전남 보성군 강골마을을 ‘제5호 기록사랑마을’로 지정하고 정종해 군수와 ‘기록문화 확산 및 활성화를 위한 국가기록정보 공동 활용 교류협약’을 맺었다. 강원 함백역, 경기 파주시 파주마을, 제주도 안성마을, 경북 덕동마을에 이은 다섯 번째 기록사랑마을이다. 보성 강골마을은 지난 100여년의 마을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원암공유묵(토지의 평수를 기록한 문서로 1899년 제작 추정)과 소작료 장부, 농사일기를 비롯해 1800년대 말부터 마을에서 주고받았던 편지, 공립중학교 졸업장 등부터 1960~1980년대 교과서와 잡지, 앨범 등까지 주요 기록물 5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이 밖에도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된 열화정, 이금재 가옥, 이용욱 가옥 등 마을 고유의 전통문화를 보전하고 있다. 이는 농촌 사회의 실상과 시대 변화상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경제 브리핑] 고액·상습 체납자들 인터넷 공개

    국세청과 관세청은 29일 5억원 이상 세금을 1년 넘게 체납한 고액 체납자 개인 4490명과 법인 2804개를 관보와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체납자의 성명, 상호, 나이, 직업, 주소, 체납내용 등이 공개됐다. 지난해 국세기본법의 체납자 명단 공개 기준이 체납기간 2년, 체납액 7억원 이상에서 1년, 5억원 이상으로 바뀌면서 공개 인원이 5배 이상 늘어났다. 이들의 체납세금은 개인 6조 5566억원, 법인 4조 6831억원으로 모두 11조 2397억원이다. 1인당 평균 15억원을 체납했다.
  • [권혁 변호사의 행정법 판례 강의 (5)] 주민등록 전입 신고 수리 거주 외 사유로 거부 안돼

    이번 사안은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의 주민등록 전입신고 수리 여부에 관한 심사 범위에 대해 설시(說示)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08두10997)이다. 사안은 무허가 건축물을 실제 생활의 근거지로 삼아 10년 이상 거주해 온 사람이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하자, 서울특별시 서초구 양재 제2동장은 부동산 투기나 이주대책 요구를 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어 수리를 거부하였고, 그에 대하여 취소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먼저 수리행위란 행정청에 수리의무가 있는 경우에 신고·신청 등 타인의 행위를 행정청이 적법한 행위로서 받아들이는 행위를 말하고, 강학(講學)상 준법률행위적 행정행위로 분류한다. 주민등록법의 규정을 보면, ‘30일 이상 거주할 목적으로 그 관할 구역에 주소나 거소를 가진 자’를 등록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주민등록지는 각종 공법관계에서 주소로 되고 병역법·민방위기본법·인감증명법·국민기초생활보장법 등 일상생활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므로, 주민등록지는 전입신고자의 실제 주소지와 일치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대법원 2008두19048판결).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특히, 무허가 건축물에서 거주하는 자는 해당 토지와 건물이 공익사업으로 수용되는 경우 이주대책의 대상으로 인정되는지에 따라 법률적 이해관계가 엇갈린다(1960년대 이전에는 무허가 건축물의 경우에도 이주대책에서 입주권을 인정해 주었으나, 그 이후 건축된 무허가 건축물의 경우에는 이주대책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사안의 양재2동장은 전입신고를 할 주민이 거주의 목적 외에 다른 이해관계에 관한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여부, 무허가 건축물의 관리, 전입신고를 수리함으로써 당해 지자체에 미치는 영향 등을 거부 처분의 사유로 내세웠는데, 이주대책이 포함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 수리 거부 처분의 사유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에서는 주민등록 전입신고 수리 여부의 심사 범위에 대해서 법에서 정한 심사 범위인 ‘30일 이상 거주할 목적으로’ 여부에 한정하고 있고, 다른 사유는 주민등록 전입신고 수리 여부가 아니라 다른 법률에서 고려되어야 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수리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준법률행위적 행정행위로서, 법령에서 정한 사유 이외의 사유로 이를 거부하는 등의 재량이 있다고 하기 어렵다. 게다가 처분청에서 의식한 무허가 건축물 소유자 또는 거주자에 대한 입주권의 문제는 구청에서 무허가 건축물 관리대장을 작성하여 관리하고 있기도 하므로, 주민등록 전입신고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것도 아니다. 위 판결의 태도에 따라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한 구룡마을에 거주하는 주민의 전입신고에 대해 관할 구청이 지적 측량이 필요하고 정확한 주소지 등재가 어렵다는 포괄적인 이유로 이를 수리하지 않은 것 역시 정당한 수리 거부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본 하급심 판결 선고도 있었다(서울행정법원 2010구합641). 전입신고의 수리는 행정청으로서는 30일 이상 거주 목적의 주거라는 사실행위를 확인하여 수리할 의무가 있는 준법률행위적 행정행위의 성격을 가지는 점, 법령상 심사 범위를 한정한 점, 수리자를 구청장이 아니라 동장에게 위임해 둔 점 등을 고려하면, 판례의 태도는 충분히 지지받을 만하다고 본다.
  • 대기업에 멍드는 골목상권 2제

    대기업에 멍드는 골목상권 2제

    ■ “대형마트 낙수효과 없었다”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등이 돈을 벌어들이는 규모에 비해 현지 생산품 구매와 고용 등 지역 경제에 미치는 ‘낙수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유통 대기업들이 지역 진출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고용 창출 등 경제적 파급 효과와는 다소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27일 민주통합당 이낙연 의원이 밝힌 ‘광주·전남 대형마트 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역 50개(광주 29개, 전남 21개)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 등이 최근 3년간 올린 매출액은 2조 9525억원에 이른다. 이들 업체는 최근의 경기 불황 속에서도 올 10월 말 현재 8258억여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연말까지면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0년에는 1조 440억 9600만원, 지난해엔 1조 825억 8500만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매출 순위별로는 광주의 이마트 광주·봉선·광산점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고 전남에서는 홈플러스 순천, 이마트 순천·목포점 순이었다. 그러나 이들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의 지역에 대한 기여는 매우 인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지역 내 공익사업에 3년간 투자한 액수는 전체 매출의 0.2%인 59억 1300만원에 불과했다. 1만원어치를 팔아 20원을 사회에 환원한 셈이다. 또 지역 농산물 구매에 쓴 돈은 전체 매출의 20% 수준인 6000억여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 농산물이 매출의 50%에 이르는 농협 하나로마트와는 대조적이다. 지역민 고용 인원도 모두 3879명에 불과했다. 이는 점포당 78명꼴로 직원 대부분이 본사 또는 외지에서 충원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고용된 주민 가운데 절반 정도가 비정규직임을 감안하면 대형마트를 대표하는 한국체인스토어협회가 최근 ‘대형마트가 점포당 평균 500~600명을 고용한다’고 밝힌 수치와는 동떨어진 실정이다. 이 의원은 “일부 업체가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에 관련한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바람에 구체적인 수치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그럼에도 지역 내 고용률과 공익사업 투자 비중에서 나타나듯이 이들 대형 유통업체가 벌어들인 수익의 대부분이 본사가 위치한 수도권으로 쏠린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광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대형 유통업체가 지역에 집중적으로 진출했던 지난 10여년간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은 쇠락을 거듭하고 있다.”면서 “여·야는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 대형 업체의 무분별한 확장과 영업 시간 등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동네 토종빵집 매출 반토막” “동네 토종 빵집을 살립시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제과점에 밀려 고사 위기에 처한 ‘동네 토종 빵집 살리기 좌담회’가 27일 전북 전주에서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주최로 열렸다. 좌담회에서는 학계, 토종 빵집 대표,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해 대기업 프랜차이즈 제과점들의 무분별한 시장 잠식으로 설 자리를 잃어 가는 동네 빵집의 현주소를 조명하고 토종 빵집을 살리기 위한 방안이 제시됐다. 좌담회는 2003년 전국적으로 1만 8000개에 이르던 동네 빵집이 지난해에는 5184개로 감소하는 등 극심한 쇠퇴 현상을 보이고 있고, 살아있는 동네 빵집마저 매출이 반 토막 나는 등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위기 상황 속에서 마련됐다. 참석자들은 또 프랜차이즈 제과점이 지역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는 것에 그치지 않고 획일화된 맛으로 소비자의 입맛을 길들이며 나아가서는 지역적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원용찬 전북대 경제학부 교수는 “2008년 8153개였던 전국의 동네 빵집은 2011년 5184개로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 대기업 프랜차이즈는 3572개에서 5290개로 동네 빵집 숫자를 추월해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대기업 프랜차이즈 제과점의 확대는 지역 자금의 역외 유출, 소상공인의 빈곤화, 프랜차이즈 독과점을 형성해 지역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깨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주 덕진구 인후동에서 30년째 토종 빵집을 운영하는 하니비베이커리 임재호(50)씨는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경쟁적 확장과 광고, 영업력으로 자영 제과점은 침체 일로에 빠져 있다.”며 “이는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이 주요인이지만 동네 빵집의 차별화된 품목 개발 부진, 자본 열악, 주먹구구식 운영, 홍보 부족 등도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프랜차이즈보다 좋은 재료 사용, 독창적이고 차별화된 경영, 우리 농산물을 이용한 신제품 개발” 등을 제시했다. 참여자치 시민연대 김남규 사무처장은 “동네 빵집을 살리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에서 지역 순환형 경제, 지역 가치적 소비운동 등 지역 주민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교육청의 지역 제과점 우선 구매 협약, 자치단체의 제빵 신기술 교육과 가게 리모델링 지원, 시민단체의 지역적 가치 소비운동 전개, 제과협회의 신제품, 신선빵 생산 노력” 등으로 소비자 공감대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딥 러닝 SW’ 교통표지판 인지능력 인간 능가

    ‘딥 러닝 SW’ 교통표지판 인지능력 인간 능가

    컴퓨터가 막 도입되기 시작한 1960년대. 과학자들은 자신만만했다. 컴퓨터의 연산 속도는 하루가 멀다 하고 빨라졌다. 10의 10배를 구하기 위해서 곱하는 대신 10을 열번 더해야만 하는 구조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컴퓨터의 위력은 막강했다. 프로그램을 개선하고, 하드웨어의 성능을 바꿀수록 컴퓨터는 점점 더 많은 영역에서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과학자들은 “10년 후에는 사람처럼 생각하는 인공지능이 현실화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지나친 낙관이었다. 1980년대에 이르러서도 컴퓨터는 단순히 빨라지기만 했다. 사람처럼 생각하고, 스스로 배우는 분야에 있어서는 발전이 없었다. 이후 ‘인공지능의 겨울’이라는 비관적인 시각이 오랫동안 이 분야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2010년대에 들어서야 과학자와 기업들은 인공지능의 겨울을 벗어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내기 시작했다. 컴퓨터의 시각 인식, 언어 인식, 분자구조 분석을 통한 신약 예측 등 최근 발표되고 있는 성과들은 컴퓨터가 인공지능에 점차 다가서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로 평가되고 있다.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목표는 분명하다. 사람이 보고 듣고 이를 인식하는 세 가지 행동의 원리를 완벽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이를 해결한다면 스스로 차를 운전하거나 공장을 자유자재로 가동하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고, 사람의 일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로봇의 뇌를 설계하는 것도 허황된 꿈만은 아니다. 컴퓨터에게 사람의 사고방식을 가르치는 기술을 ‘딥 러닝’이라고 부른다. 딥 러닝의 초창기 결과물들은 이미 우리 주변에서 상용화돼 있다. 뉴언스 커뮤니케이션의 언어 인식 프로그램을 도입한 애플의 ‘시리’는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탑재돼 사람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비서 역할을 한다. 또 검색엔진 구글의 ‘스트리트 뷰’ 서비스는 특정한 주소를 인식해 이미지로 보여줄 수 있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적용했다. 하지만 최근 기업과 과학자들이 공개한 딥 러닝의 새로운 결과는 기존의 수준을 획기적으로 뛰어넘는다. 사람 뇌 속의 신경망을 모사한 ‘인공 신경 네트워크’ 또는 ‘뉴럴넷’으로 불리는 시스템이 등장한 덕분이다. 벨연구소에서 필기 인식을 개발한 인공지능 분야의 선구자 얀 리쿤 뉴욕대 교수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뉴럴넷을 비롯한 새 기술들은 기존의 기술을 뇌사상태에 빠지게 할 정도로 막강한 전환을 가져올 것”이라며 “현재 이 기술들이 보여주고 있는 방향이 명백하게 옳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신약 될 가능성 높은 분자 찾는 SW도 개발 지난 10월 제프리 힌튼 토론토대 교수는 다국적 제약사인 머크가 주최한 소프트웨어 경진대회에서 신약이 될 가능성이 높은 물질을 분자 중에서 찾아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우승을 차지했다. 힌튼의 소프트웨어는 정체가 알려지지 않은 15개 화학물질의 구조식 속에서 효과적인 약품이 될 수 있는 것을 정확하게 찾아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학계가 이 소프트웨어에 주목한 것은 개별 물질에 대한 특별한 정보나 연구결과를 제시하지 않았는데도 원하는 목표에 정확히 도달했다는 점이다. 힌튼은 프로그램과 소규모 데이터베이스만으로 약품과 가장 유사한 구조를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그 외는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데이터 전문기업 케글의 최고경영자(CEO) 앤서니 골드블룸은 “힌튼의 사례는 딥 러닝이 진정한 결과물을 보인 첫 번째 사례라고 할 수 있다.”면서 “특히 데이터양이 극도로 제한된 상황에서 원하는 결과물을 얻은 것은 지금까지의 어떤 소프트웨어보다 효율적으로 배우고 스스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라고 밝혔다. ●1400만장 사진 2만개로 분류땐 정확도 15.8% 딥 러닝의 성과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무엇이 사용자의 기호에 맞는 것인지를 고려한 애플리케이션의 정렬 프로그램뿐 아니라 마케팅이나 치안에도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의 구매 습관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구매고객에 따라 스스로 진열을 바꾸는 상점을 만들거나, 얼굴인식의 기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통합 범죄 감시 시스템을 구축할 수도 있다. 딥 러닝이 구현한 인식기술은 이제 사람과의 경쟁에 나서고 있다. 문서는 정형화된 구조로 돼 있어 검색이 쉽지만, 이미지나 비디오는 약간의 변형이나 각도 전환만으로도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판단’이 필요하다. 결국 이미지와 비디오 검색이 가능하다는 것은 인공지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페이스북에는 2000억장의 사진이 게재돼 있고, 매분마다 72시간 분량의 새로운 비디오가 올라온다. 이 같은 데이터가 용량만 차지하는 쓰레기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분류가 필요하지만, 기존의 기술로는 이를 자동화할 방법이 없었다. 지난해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 연구진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딥 러닝 기술로 사람들과 교통표지판 인식 대결을 벌였다. 연구진의 딥 러닝 프로그램은 총 5만장의 표지판 그림 중 99.46%를 정확하게 인지해내 32명의 사람들로 구성된 인간팀의 99.22%를 앞섰다. 오랜 운전경력을 가진 인간팀의 개인당 정확도는 98.84%였다. 하지만 교통표지판처럼 명확한 한계를 설정하지 않으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올여름 구글과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1만 6000대의 컴퓨터를 사람의 뇌 신경처럼 연결해 1400만장에 이르는 사진을 2만개의 카테고리에 자동으로 분류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최종 분류의 정확도는 15.8%에 불과했다. 프로젝트 책임자인 제프 딘은 “이전에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던 이미지 인식 기술보다 70% 이상 향상된 수치인 만큼 아직까지 무궁무진한 개선의 여지가 있다.”면서 “아무리 숙련된 사람이라도 5분에 250개가량의 이미지만 분류할 수 있고, 이는 인간의 힘으로는 정보처리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딥 러닝 프로그램 더 교육받으면 완벽해질 것” 언어인식에 있어서도 괄목할 만한 발전이 있었다. 사람의 언어는 ‘자연어’이기 때문에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셀 수 없이 많은 조합이 가능하다. 아무리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고 해도 완벽하게 모든 의미를 번역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리처드 라시드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과학자는 지난달 중국 톈진에서 열린 회의에서 딥 러닝을 이용한 언어인식의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제시하는 무례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라시드는 객석을 가득 채운 중국인 청중 앞에서 영어로 연설을 진행했고, 통역자도 없었다. 라시드의 뒤에 설치된 거대한 두 개의 스크린에는 라시드의 언어를 인식한 영어 자막과 이를 컴퓨터가 번역한 중국어 자막이 실시간으로 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딥 러닝 프로그램을 이용한 이 실험은 최종적으로 70% 정도의 정확성을 나타냈다. 라시드는 회사 홈페이지에 “4~5개 단어에 하나씩 틀리던 프로그램이 이제 7~8개 단어에 하나씩 틀리는 수준으로 향상됐다.”면서 “딥 러닝 프로그램이 더 많은 교육을 받으면 언젠가 완벽해질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언어인식 프로그램 개발은 1979년 시작됐다. 더디기는 하지만, 인공지능의 목표에 다가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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