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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퍼스트레이디가 안보이는데…

    후진타오 주석의 부인인 류융칭(劉永淸·70) 여사가 후 주석의 방미길에 동행하지 않았다. 18일(현지시간) 오후 워싱턴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한 후 주석은 예상과 달리 혼자 트랩을 내려왔다. 이날 밤 백악관 올드 패밀리다이닝 룸에서 열린 ‘사적만찬’ 참석자 명단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과 류 여사 이름이 빠져 있었던 비밀도 자연스럽게 풀렸다. 중국 최고지도자로는 14년 만의 국빈방미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퍼스트레이디’가 동행하지 않았다는 점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후 주석은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비롯, 최근 몇 년간의 국빈외유 때는 대부분 류 여사와 동행했다. 중국의 ‘퍼스트레이디’들이 대부분 얼굴을 감추는 은둔형이지만 류 여사는 적극적이진 않긴 해도 ‘퍼스트레이디 외교’를 피하지는 않았다. 류 여사의 불참과 관련, 일각에서는 2009년 11월 중국을 첫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이 영부인을 대동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중국식 평등외교의 표현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14시간이 넘는 비행시간과 빡빡한 일정을 고려, 영부인을 대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한반도서 北위협 평화적 해결시 中, 주한미군 철수 요구 가능성”

    미국은 한반도에서 북한의 위협이 평화적으로 해결될 경우 중국이 주한미군의 철수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음이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외교전문에서 드러났다. 노르웨이 일간 아프텐포스텐이 19일 공개한 2009년 1월 6일 자 미 국무부 전문에 따르면 당시 주중 미 대사관은 ‘향후 30년간 미·중 관계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내다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그동안 동아시아의 미군 주둔으로 인한 이익을 인정해 왔으나 일본의 미사일방어체제(MD) 가입이나 미국의 첨단 군사기술에 위협을 느낀다면 이를 재평가하는 동시에 태국이나 필리핀 등 미국의 우방에 경제적 압박을 통해 선택을 강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은 이어 중국 관료들은 아직 중국이 ‘글로벌 리더’라고 주장하길 꺼리고 있으나 점점 자신감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30년 뒤에는 더 이상 개발도상국을 대표하는 역할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은 또 많은 중국의 전문가들이 중국과 한국, 미국, 일본, 인도, 호주,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을 포함하는 이른바 ‘아시아·태평양 주요 8개국’(G8)의 설립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중국을 ‘G9’에 편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외교전문에 따르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2006년 4월 미국 방문 당시 입은 수모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이듬해 4월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을 경질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5월 24일 상하이 주재 미국 총영사관이 본국에 보고한 전문에 따르면, 후 주석은 2006년 방미가 ‘국빈 방문’으로 격상되지 못한 데다 워싱턴의 환영식장에서 파룬궁 수련자의 소동이 있은 점 등을 들어 리자오싱을 질책했다는 것이다. 20 07년 당시 중국 정부는 리자오싱이 정년이 다 차서 퇴임하게 됐다고 밝혔으나, 국제 외교가에서는 어떤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웃으며 만찬 즐긴 후진타오, 환영행사선 표정 굳었다

    웃으며 만찬 즐긴 후진타오, 환영행사선 표정 굳었다

    18일(현지시간) 3박 4일의 미국 국빈방문 일정에 돌입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미국 정부의 환대는 저녁 만찬과 다음날 공식 환영 행사에서가 마지막이었다. 여기에 의회와 재계의 압박, 중국 정부의 타이완 및 티베트 정책에 반대하는 단체들의 항의시위도 5년 만에 다시 백악관을 찾은 후 주석 앞에 펼쳐졌다. 도착 당일 웃는 얼굴로 만찬장에 들어갔던 두 정상은 19일 오전 9시 시작된 공식 환영 행사에서는 내내 굳은 표정이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아내 미셸과 나란히 서서 후 주석에 대해 최대한의 예의를 갖췄지만 분위기는 차가웠다. 행사장의 공기는 오바마 대통령이 환영 연설에서 중국의 인권 문제에 대해 직격탄을 날리면서 더욱 싸늘해졌다. 후 주석은 ‘인권’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핵심 이익’이라는 말로 중국의 방식을 존중해달라고 응수했다. 전날 후 주석을 태운 특별기는 오후 4시쯤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조 바이든 부통령은 직접 앤드루스 공군기지로 영접을 나가는 등 최대의 예우를 갖췄다. 오후 6시 30분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매우 이례적인 ‘사적인 비공개 만찬’을 가졌다. 오바마 대통령 가족의 숙소인 백악관 관저 내 ‘올드 패밀리 다이닝 룸’에서 열린 만찬에는 미국 측에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톰 도닐런 국가안보보좌관만 배석하고, 중국도 후 주석 외에 2명만이 참석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화기애애했다. 후 주석도 구두 성명 대신 서면으로 발표한 방미 성명에서 “지금의 국제정세는 복잡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양국의 공동 책임도 증가하고 있다.”는 말로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하며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중국의 위상을 대외에 천명했을 뿐, 미국을 자극할 만한 말은 아꼈다. 이는 오붓한 분위기를 연출한 ‘사적인 만찬’이 19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환율과 북한 문제 등 쟁점현안에 대한 서로의 의중을 떠보기 위한 치열한 탐색전이었음을 짐작케 한다. 최소한 처음은 환대로 시작했던 백악관과 달리 일부 의원들과 재계는 중국 시장 개방 확대와 위안화 절상 등을 거듭 요구하며 중국을 압박했다. 미 상공회의소 토머스 도너휴 회장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재계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수출확대 기조를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중국이 자국 산업을 편애하는 데 대해 우려한다.”고 말했다. 금융기관 연합체도 중국이 공정경쟁을 위해 금융서비스 부문을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 김균미특파원 kmkim@seoul.co.kr
  • ‘北문제 조율’ 핫라인 풀가동…한·미 안보관계자 매일 통화·접촉

    19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전후로 한국과 미국 정부는 긴밀한 협의 채널, 즉 ‘핫라인’을 유지했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에 북한 문제가 주요 의제로 포함됨에 따라 한·미는 서울과 워싱턴의 외교채널을 총동원해 사전에 밀도 있게 입장을 조율했다. 서울에서는 외교통상부와 청와대, 주한미국대사관 등이 주축을 이뤄 중국 측의 한반도 관련 입장에 대한 공동 대응책을 협의했고, 워싱턴에서는 주미한국대사관과 백악관, 국무부 라인이 가동됐다. 한덕수 주미대사는 최근 미·중 정상회담을 실무적으로 준비한 백악관의 제프리 베이더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총괄담당 국장 및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등과 거의 매일 전화통화를 하거나 만났고, 정상회담이 열린 19일에도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과 접촉했다. 서울의 외교 소식통은 “미국 측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한·미가 사전에 협의한 내용으로 이번 정상회담에 임했다.”면서 “따라서 미국이 회담에서 중국에 주장한 내용은 한국의 입장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통상 미국은 다른 나라와의 회담에서 한반도 현안에 대해 논의할 경우 동맹국인 한국과 사전에 의견을 조율하고, 회담이 끝난 직후에는 그 결과를 신속히 통보해 왔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이 틀이 유지된 셈이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 측은 일단 외교채널을 통해 미·중 정상회담 결과를 간략하게 한국에 통보했다.”면서 “조만간 고위급 인사를 한국에 보내 정상회담 결과를 정식으로 설명하고 향후 대응 방향도 조율할 것”이라고 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중국의 ★, 뉴요커들 머리위 ‘반짝’… G2위상 ‘ON’

    중국의 ★, 뉴요커들 머리위 ‘반짝’… G2위상 ‘ON’

    미국 심장부인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내걸린 중국 홍보 영상은 미국과 더불어 주요 2개국(G2)으로 우뚝 선 중국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중국 정부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에 맞춰 공개한 홍보영상 ‘국가이미지선전편’은 60초 분량이지만 1년 가까이 공 들여 만든 야심작이다. 미려(美麗), 지혜(智慧), 재능(才能), 용감(勇敢), 재부(財富) 5개 분야에 걸쳐 중국을 대표하는 얼굴 50명을 엄선했다. 문화예술계 스타들이 가장 많고 스포츠, 재계 거물도 포진해 있다. 우리나라가 ‘제야의 종’ 타종 행사에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일반인을 초청하듯, 중국도 쓰촨대지진 때 활약한 최연소 구조대원 린하오(林浩) 등 외국에는 낯설지만 자국에서는 영웅 대접을 받는 일반인들을 포함시켰다. 중국이 세계에 자랑하는 ‘진짜 영웅’ 양리웨이(楊利偉)도 들어가 있음은 물론이다. 그는 중국 최초의 우주비행사다. 인물 홍보영상은 매일 오전 6시(현지시간)부터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시간당 15회씩 하루 300회 방영된다. 뉴요커와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마주치는 ‘차이나 스타’는 문화예술계 인사들이다. 영화 ‘패왕별희’로 1993년 프랑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천카이거(陈凯歌)와 ‘페이스오프’ ‘미션임파서블2’ 등 상업영화로 미국 할리우드에서도 탄탄한 입지를 굳힌 우위썬(吴宇森) 감독이 단연 눈에 띈다. 영화 ‘엽문’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홍콩 액션영화 아이콘’ 전즈단(甄子丹)과 중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여배우라는 판빙빙(范冰冰)·저우쉰(周迅), 미스월드 출신의 슈퍼모델 장쯔린(張梓琳)도 모습을 드러냈다. 전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공연 전에는 ‘매진’, 공연 뒤에는 ‘기립’이라는 공식을 만들어낸 슈퍼스타 랑랑(郞朗)도 있다. 중국이 자랑하는 천재 피아니스트이다. 세계적인 화가 황융위(黃永玉)도 어깨를 나란히 했다. 미국에서의 인지도만 따진다면 다른 분야보다 월등히 높은 스포츠 스타들도 전광판을 빛냈다. 선두주자는 미국프로농구(NBA) 휴스턴 로키츠의 센터로 활약하고 있는 ‘걸어다니는 만리장성’ 야오밍(姚明). 2004년 그리스 아테네올림픽과 2008년 중국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를 휩쓴 ‘다이빙 여제’ 궈징징(郭晶晶)과 150㎝의 작은 키로 1990년대 탁구계를 평정했던 ‘마녀’ 덩야핑(鄧亞萍)도 당연히 포함됐다. 은퇴 이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는 등 다재다능함을 드러냈던 덩야핑은 베이징시위원회 부서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 등 정치인 경력을 쌓고 있다. 베이징올림픽 성화 봉송 중 프랑스 파리에서 시위대로부터 봉변을 당한 장애인 펜싱선수 진징(金晶)과 배구스타 랑핑(郎平)도 이름을 올렸다. 재계 인사는 정보통신(IT) 거물 위주로 진용을 짠 점이 이채롭다. 어린 시절 인력거꾼과 이삿짐센터 일꾼, 신문팔이를 전전하며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B2B) 기업을 세운 마윈(馬雲) 알리바바닷컴 회장, 중국 최대 검색엔진인 바이두(白度) 설립자 리옌홍(李彦宏) 회장, ‘중국의 빌 게이츠’로 불리는 포털사이트 왕이(網易)의 최고경영자 딩레이(丁磊), 왕젠저우(王建宙) 차이나모바일 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메이드 인 차이나’의 싸구려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첨단 중국’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13억 달러(약 23조 6000억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재산과 활발한 기부활동으로 유명한 홍콩의 리카싱(李嘉誠) 청쿵(長江)실업 회장도 ‘차출’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후 주석을 꾸짖으라” 美 인권단체 백악관 앞 시위

    “후 주석을 꾸짖으라” 美 인권단체 백악관 앞 시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국빈방문이 시작된 18일(현지시간) 백악관 주변과 의사당으로 향하는 주요 도로에는 성조기와 함께 중국 오성홍기가 나란히 내걸려 워싱턴 시내를 붉게 물들였다. 중국 현지에서는 언론들이 후 주석에 대한 미국 측의 적극적 환대를 집중적으로 보도하면서 부쩍 성장한 중국의 위상에 뿌듯함을 숨기지 않았다. 그렇지만 오성홍기가 나부끼는 백악관 주변 인도와 라파예트 광장에서는 중국과 티베트, 위구르족 인권 활동가들이 몰려 중국의 인권상황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가 잇따랐다. 시위대 수백명은 중국 정부에 항의하는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백악관 밖에 모여 중국의 인권탄압 및 티베트 문제와 관련, 오바마 대통령에게 “후진타오를 꾸짖으라.”고 요구했다. 또 인권활동가들이 확성기와 마이크로 중국 정부 규탄 구호를 외치면서 “후진타오는 실패한 지도자”라는 내용의 유인물을 나눠줬다. 타이완계 미국인 단체 17개는 후 주석의 방미 기간 중 백악관 앞에서 중국의 타이완 정책과 티베트 탄압 등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혀 경찰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 현지 언론들은 후 주석의 방미에 큰 무게를 실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신화 통신을 비롯한 대부분의 언론들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백악관 올드 패밀리 다이닝 룸에서 후 주석 등 단 6명만 참석한 ‘사적만찬’을 베푸는 등 역대 어느 나라 정상을 맞을 때보다 품격 높고, 친밀한 의전을 마련했다는 점도 집중 강조했다. 인민일보는 “후 주석이 미국에 체류하는 68시간 동안 모두 20개가 넘는 각종 행사에 참석하고, 양측이 40여개의 각종 경제협력 협정에 서명할 계획”이라며 방미 성과 띄우기를 시작했다. 중국중앙방송(CCTV)은 후 주석의 도착, 백악관 만찬, 현지 화교들의 기대 섞인 인터뷰 등을 순서대로 매 시간 뉴스의 머리기사로 내보냈다. 워싱턴 김균미·베이징 박홍환특파원 kmkim@seoul.co.kr
  • [오늘 美·中 정상회담] 후, 10년 리더수업 절제형 vs 오바마, 킹목사 이후 ‘달변 킹’

    [오늘 美·中 정상회담] 후, 10년 리더수업 절제형 vs 오바마, 킹목사 이후 ‘달변 킹’

    18일(현지시간) 시작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만남은 주요 2개국(G2) 정상 간 회담이라는 의미 못지않게 ‘화법(話法)의 달인’ 간 대결이라는 점에서 시선을 끈다. 후 주석은 모호하고 비유적인 화술을 구사하면서도 실리 앞에서는 직설화법을 마다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변호사 출신답게 알기 쉽게 논리적으로 상대를 설득하면서 때로는 단문의 강력한 메시지로 상황을 타개해 나간다. ●후, 모호하고 비유적 화술 미국인은 후 주석의 화법을 경험한 바 있다. 2006년 4월 그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다. 이번의 국빈방문보다는 격이 낮은 공식방문의 형식이었다. 당시 후 주석은 고전과 한시를 구사하며 자신의 의중을 비유적으로 표현해 미국인에게 큰 인상을 심었다. 묵자(墨子)의 구절을 빌려 ‘강자가 약자를 못살게 굴지 않고(强不執弱) 부자가 가난한 사람을 모욕하지 않는다.(富不侮貧)’며 ‘슈퍼 파워’ 미국의 행태를 준엄하게 꾸짖었다. ‘군자는 쉼 없이 스스로를 다듬는다.(君子以自强不息)’는 역경(易經)의 경구를 들어 중국의 분발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조지 W 부시 대통령 주최 오찬에서는 당나라 시성 두보(杜甫)의 시 망악(望嶽)에 나오는 ‘언젠간 산 정상에 올라 발 아래 뭇 산을 내려다보리라.’라는 구절을 읊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슈퍼파워’로 발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당시 후 주석의 표현들에는 도광양회(韜光養晦·참고 기다림)를 거쳐 대국굴기(大國崛起·우뚝 일어섬)의 시대로 나아가겠다는 중국의 의지가 우회적으로 녹아 있었다.  이 같은 후 주석의 화법은 권좌에 앉기 전까지 10년간의 ‘지도자 수업’을 통해 익힌 절제와 외유내강형 리더십에 따른 것으로, 중국 역대 지도자가 구사한 전통적인 화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바마, 논리적으로 상대 설득  오바마 대통령의 화술은 논리적이고 겸손하다. 2008년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빛을 본 그의 화법은 우리나라에도 ‘기적의 스피치’로 널리 소개될 만큼 상대방이나 군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 마틴 루터 킹 목사 이후 최고의 달변가로 꼽힌다.  그는 대통령 취임 이후 주요 양자 또는 다자회담에서 상대방의 주장을 주의 깊게 들은 뒤 자신의 입장을 조목조목 제시하며 입장을 관철시키려는 모습을 보였다. 풍부한 내용과 재료를 쉬운 말로 전달하며, 때로는 예의를 다해 간절하게 호소하기도 한다. 장황하지도 않고, 미사여구도 거의 없다.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이 강조하고자 하는 대목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상대방이 명확하게 기억할 수 있도록 깔끔하고 간결한 문장으로 강력한 메시지를 제시한다. 대선 당시 ‘Yes, we can.’이라는 한마디는 ‘오바마 화법’의 절정으로 평가된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국익을 위해서는 ‘단호할 때는 매우 단호하게’ 자신의 입장을 피력한다. 일례로 지난해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6월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천안함 사건에 대한 중국의 태도를 공개적으로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난해 9월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는 원자바오 중국 총리에게 위안화 추가 절상 문제를 직설적으로 거론한 바 있다.  워싱턴 김균미·베이징 박홍환특파원 kmkim@seoul.co.kr
  • 中 ‘大國崛起’ 시작됐다

    中 ‘大國崛起’ 시작됐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3박4일 일정으로 18일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중국 지도자로는 1997년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 이후 14년 만의 국빈자격 방문이다. 1980년대 개혁개방과 함께 덩샤오핑(鄧小平)이 주창했던 ‘도광양회’(韜光養晦·재능을 감추고 때를 기다림)의 시대를 끝내고 마침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대국굴기(大國崛起·떨쳐 일어섬)가 시작됐음을 지구촌에 선포하는 행보로 평가된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특히 향후 10년 이상의 중장기 미·중 관계의 향방을 가늠해 볼 자리라는 점에서 지구촌의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다.  오바마 미 대통령과 후 주석은 19일 오전(현지시간·한국시간 19일 밤~20일 새벽) 백악관에서 단독 및 확대정상회담을 갖고 북핵 및 이란핵 등 안보 현안과 중국 위안화 절상, 양국간 무역 불균형 해소 방안 등 경제·통상 현안, 대테러 대책 및 기후변화 등 글로벌 현안들을 집중 논의한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특히 양국간 최대 안보현안으로 부상한 북한 문제가 심도 있게 논의될 예정이어서 향배가 주목된다.   워싱턴 김균미특파원 kmkim@seoul.co.kr
  • [오늘 美·中 정상회담] 180도 달라진 美 의전

    미국은 18일부터 시작되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워싱턴 방문을 앞두고 최종 점검을 마쳤다. 2006년 후 주석이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저질렀던 실수들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예행연습까지 했다.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의 위상에 걸맞게 미국 의전도 180도 달라졌다. 미 권력서열 2위인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부부가 직접 앤드루스 공군기지로 나가 후 주석을 맞는 것도 이례적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보도한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이 이틀 연속 만찬을 하는 것도 드물다. 더욱이 대통령 가족들이 사용하는 식당에 초대, 극히 사적이고 비공식적인 자리를 마련한 것은 처음이다. 19일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는 워싱턴 백악관 주변과 워싱턴 기념탑 주변은 중국의 ‘오성홍기’로 붉게 물들 것으로 보인다. 후 주석의 2006년 방미는 국빈 자격이 아닌 공식 방문이었다. 국빈만찬 없이 조지 부시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점심만 함께했다. 부시 대통령은 대신 정상회담에 앞서 환영식을 갖고 21발의 예포를 발사했다. 당시 후 주석에 대한 미국의 의전은 실수의 연발이었다. 환영식 연단에서 부시 대통령이 후 주석의 팔을 잡아당기는가 하면 사회자가 중국 국가를 타이완 국가로 소개하는 등 최악의 실수들이 이어졌었다. 게다가 후 주석이 연설하는 동안 백악관 주변에선 해외의 반정부단체가 된 파룬궁의 항의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백악관과 국무부는 이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 문화가 상대로부터 어떤 대접을 받느냐를 중시하기 때문에 오바마 정부도 후 주석에 대한 예우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워싱턴 김균미특파원 kmkim@seoul.co.kr
  • [오늘 美·中 정상회담] 왕치산·다이빙궈 등 정책사령탑 총출동

    중국은 후진타오 주석의 이번 미국 국빈방문을 40년 교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방문으로 규정하고 빈틈없이 준비해 왔다. 미·중 관계의 틀을 새로 짜는 역사적 행보라는 것이다. 최고, 최대 규모의 수행단을 꾸렸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중국의 경제정책 실무책임자인 왕치산(王岐山) 부총리와 외교 사령탑인 다이빙궈(戴秉國) 국무위원이 수행단의 선두에 섰다. 후 주석의 ‘책사’들로 외유 때마다 그림자처럼 수행하는 닝지화(寧計劃) 중앙판공청 주임과 왕후닝 중앙정책연구실 주임도 빼놓을 수 없다. 닝 주임은 20년 넘게 후 주석을 ‘모시고’ 있는 오른팔이고, 상하이 푸단(復旦)대 교수 출신인 왕 주임은 후 주석의 ‘조화세계론’ ‘과학발전관’ 등의 이론적 토대를 만든 핵심 브레인이다. 외교부에서는 양제츠 부장과 미주 담당 추이톈카이(崔天凱) 부부장이 동행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장핑(張平) 주임과 셰쉬런(謝旭人) 재정부장, 천더밍(陳德銘) 상무부장이 위안화 절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지적재산권 보호 등 경제·통상 쟁점 협상에 나선다. 후 주석이 구이저우(貴州)성 당서기 시절부터 호흡을 맞춰온 천스쥐(陳世炬) 주석판공실 주임(비서실장)도 ‘후 주석의 집사’ 자격으로 밀착수행하고 있다.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의 러우지웨이(樓繼偉) 회장 등 최대 500명의 기업인이 후 주석과 함께 ‘선물 보따리’를 들고 나섰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오늘 美·中 정상회담] 후 주석 3박 4일 행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18일부터 21일까지 3박 4일간 미국 워싱턴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역구인 시카고를 방문한다. 지난해 워싱턴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 때 방문했지만 이번에는 격이 다르다. 국빈방문이다. 중국 지도자로는 1997년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 이후 14년 만이다. 후 주석은 미 동부시간으로 18일 저녁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 조 바이든 부통령 내외와 카프리샤 마셜 의전장의 영접을 맞으며 방미 일정에 들어간다. 오바마 대통령과 후 주석은 백악관 안의 ‘올드 패밀리 다이닝룸’에서 비공개 만찬을 한다. 이곳은 1800년대부터 미국 대통령 가족이 식사를 해온 곳이다. 지극히 사적인 공간으로, 이곳에서 두 정상 내외가 함께 식사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개인적 친밀도를 높이자는 뜻이다. 이튿날인 19일에는 백악관에서 공식환영식과 단독정상회담, 확대정상회담이 잇따라 열린다. 연쇄 회담 뒤 두 정상은 백악관 인근 아이젠하워 청사 건물로 자리를 옮겨 45분동안 양국 재계 지도자들과 회동한다. 그러고는 다시 백악관 이스트룸으로 옮겨와 공동 기자회견을 갖는다. 이 자리에서 공동성명이 발표된다. 20일에는 후 주석과 미 의회 지도자들과의 회동이 이어진다. 후 주석은 미 상·하원 지도자들을 만난 뒤 미·중 관계국가위원회와 미·중 재계위원회가 마련한 오찬에 참석, 연설을 할 계획이다. 이어 워싱턴 공식일정을 마친 뒤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로 향한다. 후 주석의 시카고 행에는 그를 수행한 중국 기업인 수백명이 따라붙는다. 미·중 양국 재계의 경제대화가 펼쳐지는 셈이다. 저녁에는 리처드 데일리 시카고 시장 초청 만찬에 참석하는 것으로 방미 일정을 마무리하고 21일 귀국길에 오른다. 워싱턴 김균미특파원 kmkim@seoul.co.kr
  • [오늘 美·中 정상회담] 핵확산·기후변화 등 논의… 전세계 촉각

    전 세계가 주요 2개국(G2) 정상의 만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워싱턴 회동은 단지 두 나라 사이의 문제뿐 아니라 지역안보, 기후변화, 핵 확산 등 전 지구적인 현안을 다루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다. 특히 중국이 사실상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G2 반열에 오른 이후 처음으로 국가 정상이 미국을 국빈방문한다는 점에서 세계는 복잡한 심경 속에 중국의 ‘굴기’를 지켜보고 있다. 타이완은 대규모 방공훈련으로 이번 회동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관영 신화통신과 중국중앙방송(CCTV),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등 중국 관영언론과 홍콩의 문회보 등 중화권 언론은 후 주석이 전용기에 오른 18일 일제히 이번 방미의 의미 등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도 인터넷판 등에 ‘후진타오가 워싱턴에 온다’는 특집 코너를 만들어 이번 방미의 의미와 미·중관계 전망 등을 대대적으로 쏟아냈다. 후 주석의 리더십 등에 대한 분석도 봇물을 이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후 주석에 대해 “가장 힘있는 국가 가운데 하나를 이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전 세계 주요 지도자들 가운데 가장 이해되지 않는 인물”이라고 규정했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오늘 美·中 정상회담] 6억원짜리 국빈만찬… 후 주석, 오바마 세번째 ‘주빈’된다

    [오늘 美·中 정상회담] 6억원짜리 국빈만찬… 후 주석, 오바마 세번째 ‘주빈’된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 방문에서 가장 화려한 조명을 받을 이벤트는 19일 백악관에서 펼쳐질 ‘국빈만찬(state dinner)’이다. 한단계 낮은 ‘공식만찬’이나 소규모 인원이 참석하는 ‘실무만찬’과는 질적으로 차원이 다른 이벤트 중의 이벤트가 국빈만찬이다. 이 식사자리는 단순히 밥을 먹는 행위가 아니라 미국의 최고급 음식문화와 예술, 매너 등이 한데 어우러지는 하나의 종합문화예술 행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고급 요리사가 선보이는 전통 고급요리와 유명 예술인의 공연 등이 펼쳐지고, 미·중 양국을 대표하는 각계 인사들과 외교사절 등 300여명이 참석한다. 그들이 식탁에 앉은 장면만으로도 장관이라 할 만하다. 미국이 중국 정상을 위해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는 것 자체가 중국을 주요 2개국(G2)으로서 극진히 모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세계의 두 ‘황제’가 마주 앉아 초호화 저녁을 즐기는 격이다. 한 해에도 수십명의 국가원수들이 워싱턴을 다녀가지만 백악관 국빈만찬은 모든 정상들에게 베풀어지는 행사가 아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들어서는 만모한 싱 인도 총리, 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에 이어 후진타오가 세번째 국빈만찬에 초청됐다. 의전상 최고의 예우가 국빈만찬인 셈이다. 백악관 국빈만찬 대접 여부는 대통령의 재량이지만 백악관 비서실장, 국무부 등의 추천을 받아서 결정된다. 포린폴리시 등의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 국빈만찬은 횟수가 줄어드는 추세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재임 때 57번의 국빈만찬을 가진 반면 빌 클린턴 대통령은 29회,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6번의 국빈만찬을 치렀다. 국빈만찬 감소의 원인은 준비가 너무 번거롭기 때문이다. 무려 50만달러가 넘는 비용이 들어갈 뿐 아니라 백악관으로서도 준비하는 데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국빈만찬에서는 안주인인 미셸 오바마 여사가 ‘중국풍’ 드레스를 입을지, 만찬 분위기를 돋울 음악으로 미국 팝 뮤직이 흘러 나올지를 비롯해 하나하나가 관심사이다. 어떤 유명 요리사가 만찬을 준비할지도 궁금하다. 칼데론 대통령 국빈만찬 때 미셸 오바마가 고향 시카고의 유명 멕시코 레스토랑 요리사를 초청한 것처럼, 이번에 전통 중국음식 요리사를 등장시킬지도 모른다. 싱 총리 국빈만찬 때 식기와 식탁보, 냅킨 등을 모두 인도 국기에 들어있는 녹색으로 통일시켰던 것처럼 이번에는 중국인이 좋아하는 붉은색으로 만찬장을 물들일 수도 있다. 중국 최고지도자에 대한 백악관 국빈만찬은 1997년 빌 클린턴 대통령 당시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을 대접했던 것이 마지막이다. 당시 만찬 석상에서는 조지 거쉰의 ‘파리의 미국인’, 존 필립 소사의 ‘성조기여 영원하라’ 등이 연주됐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이용원칼럼] 청일전쟁, 6·25 그리고 2011년 한반도

    [이용원칼럼] 청일전쟁, 6·25 그리고 2011년 한반도

    오늘 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중국이 미국에 버금가는 강대국으로 훌쩍 성장했기에 양강(G2)의 정상이 만나 세계적인 현안을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이목이 집중하는 건 당연하다. 특히 지난해 ‘연평도 포격’ 사태를 겪은 우리 국민으로서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평화적으로 풀어나갈 해법이 제시되는가를 초미의 관심을 갖고 기다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런데 미·중 정상회담을 바라보면서 뇌리에서 결코 떨쳐지지 않는 생각이 있다. 지난 백수십년간 우리 민족의 운명이 외세에 의해 좌지우지되었다는 역사적 교훈이다. 19세기 말 이후 한반도에서는 두 차례 큰 전쟁이 벌어졌다. 1894년에 일어난 청일전쟁과 1950년 발발한 6·25전쟁이다. 두 전쟁은 발생 원인부터 전개, 결과에 이르기까지 확연히 다르지만 한 가지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중국이 직접 파병해 전쟁을 치렀다는 사실이다. 청일전쟁은 중국의 마지막 왕조 청(淸)나라와 동아시아의 신흥 강자 일본이 조선의 지배권을 놓고 벌인 전쟁이었다. 두 나라는 남의 땅 한반도를 무대로 자웅을 겨루었다. 또 북한의 남침으로 발발한 6·25는 내전에 그치지 않고 미국과 중국이 총칼을 맞대는 국제전으로 비화했다. 한마디로 정리해 지난 100여년간 한반도에서 벌어진 두 차례 전쟁 모두에서 중국은 당사국이었던 것이다. 청일전쟁 때도, 6·25 때도 중국엔 힘든 시기였다. 청일전쟁 당시 청나라는 이미 종이호랑이였다. 1830년대와 1850년대에 영국과 두번 맞붙은 아편전쟁에서 철저하게 패했고 그 결과 구미 열강에 강제로 문호를 열어준 반(半)식민지 상태가 되었다. 6·25 참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일제 패망 후 장제스군(蔣介石軍)과 4년간 치열한 국공내전을 벌인 끝에 대륙을 통일한 지 불과 1년 만이었다. 국내 사정이 어려운데도 중국이 굳이 군대를 보내 한반도에서 전쟁을 치른 까닭은 무엇일까. 해답은 간단하다. 우리로서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결론이지만, 중국은 한반도가 자신의 영향권 아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럼 2010년대에 접어든 현재 중국의 입장은 변했을까. 그렇지 않다. 중국은 여러 해 전부터 동북공정을 진행해 만주는 물론 북한 지역까지 중국사의 영역에 포함된다고 주장해 왔다. 무력으로 점거한 티베트를 대상으로 서남공정을 한 데 이어 동북공정을 추진한 목적은 일종의 연고권을 확보하려는 데 있다. 아울러 연평도 포격 사태 이후에 보듯이 북한을 일방적으로 감싸고 도는 태도에 한치의 변화가 없다. 중국에게, 적어도 북한만큼은 여전히 자신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면 안 되는 지역일 뿐이다. 중국은 그렇다 치고 그럼 미국은? 미국이 무섭게 따라붙는 경쟁국을 견제한 흔적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지난해 7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남중국해 분쟁의 평화적 해결이 미국 국익과 직결된다.”고 공개 발언한 뒤로 그 해역에서 양국 간에 군사적 긴장은 고조됐다. 이어 연평도 포격 사태 후에는 미국의 항공모함이 서해와 일본 해역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였다. 중국으로서는 미국이 코앞에서 ‘군사적 시위’를 한다고 받아들일 법한 상황 전개인 것이다. 게다가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서는, 이라크 종전과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수 결정 등으로 미 군수산업이 활력을 잃은 상태에서 차기 분쟁지역으로 한반도를 노린다는 불길한 분석마저 나도는 상황이다. 청일전쟁으로 우리는 나라를 빼앗겼고, 6·25로 전 국토가 폐허가 됐다. 남북 간 군사적 대치에다 미·중 간 패권다툼까지 겹쳐 2011년 한반도에는 암운(暗雲)이 그득하다. 이를 헤치고 우리 민족이 평화와 상생, 통일을 이루는 방법은 단 하나이다. 참고 또 참으며 북쪽과 대화해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일이다. 그것만이 외세의 영향에서 벗어나 우리 민족이 살아갈 길이다. 특임논설위원 ywyi@seoul.co.kr
  • 환율 울리는 ‘트리플 악재’

    원·달러 환율의 하락을 부추기는 이른바 ‘환율 트리플 악재’가 다시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이후 잠잠했던 글로벌 ‘환율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국내 금리인상 영향으로 해외자본 유입이 더 빨라질 전망이다. 여기에 올 6월까지 6000억 달러를 푸는 미국의 ‘양적완화’도 달러 약세를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는 원화 강세(환율 하락)로 이어져 한국의 수출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원자재 등 수입가격을 낮춰 물가 억제에는 도움이 될 전망이다. 17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1117.6원으로 지난해 말(1134.8원) 대비 17.2원(1.5% 절상) 떨어졌다. 또 지난해 연평균 환율은 전년보다 120.3원 하락한 1156원을 기록해 10.4% 하락했다. 문제는 앞으로의 환율 하락이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선진국의 유동성 확대와 신흥국의 자본 유출입 규제 등으로 맞서는 글로벌 환율 갈등이 다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신흥국들이 최근 자국 통화 강세에 따른 수출경쟁력 악화 등을 우려해 환율 방어책을 쏟아내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태국 정부는 직접 미국 달러 매입을 통해 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완은 올해 신규 외화예금에 대한 은행 지급준비율을 기존 9.775%에서 90%로 대폭 인상했다. 인도네시아도 오는 3월부터 은행의 외화예금 지급준비율을 현행 1%에서 6월까지 8%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측은 “신흥시장국으로 자금 유입세가 지속되면서 통화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율과 관련해 미국과 중국도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달러 기축통화는 과거의 산물”이라며 미국의 위안화 환율 하락 요구에 앞서 선수를 쳤다. 프랑스는 다음달 G20 파리 재무장관 회의에서 기축통화 재편 논의를 의제로 내놓을 예정이다. 반면 미국은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에 대한 합의 요구로 맞불을 놓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은 국내와 선진국 간 금리 차이를 노린 해외자본의 유입을 가속화시켜 장기적으로 환율 하락을 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물가 불안으로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주식과 채권시장 등에 해외자본의 쏠림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물가 불안으로 금리 인상을 결정한 만큼 외환당국이 과거처럼 강하게 외환시장에 개입해 환율을 방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和則兩利, 鬪則俱傷”… 경쟁보다 타협 對美 메시지

    “和則兩利, 鬪則俱傷”… 경쟁보다 타협 對美 메시지

    곧 미국을 국빈방문할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17일 미국 언론들을 통해 몇 가지 의미있는 ‘신호’를 내보냈다. 이날 공개된 워싱턴포스트 및 월스트리트저널과의 공동 서면인터뷰는 후 주석이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언급할 내용을 상당 부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간접 메시지’ 성격도 띠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양국 정상회담에서 비중 있게 논의될 것으로 보이는 한반도 문제나 미·중 양국관계 등에 대해 후 주석은 비교적 분명하게 중국의 입장을 공개했다. 미·중 양국 간 입장차가 많아 정상회담에서의 논의가 주목된다. ●“남북한 자주평화통일 지지” 후 주석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 “중국은 남북한이 자주적이고, 평화적인 통일을 이루기를 일관되게 지지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것이 남북한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고 부연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남북통일’보다는 ‘한반도 안정’과 ‘6자회담 재개’에 방점이 찍힌 발언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반도 안정과 비핵화를 위해서는 6자회담 재개가 급선무라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한 소식통은 “남북한 자주평화통일 지지는 한국과의 수교 이후 중국의 일관된 입장”이라면서 크게 무게를 두지 않았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는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비중과는 달리 실제 정상회담에서는 그리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않을 것이라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관측이다. 이미 양국 간에 상당한 조율이 이뤄졌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조용하게 베이징을 다녀간 가운데 중국의 다이빙궈(戴秉國) 국무위원은 지난 15일 톰 도닐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하며 마지막 조율에 나서기도 했다. 정상회담에서의 논의 내용과는 별개로 공동성명에 담길 내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은 후 주석의 발언 수준에서 한반도 관련 내용이 담기길 원하겠지만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을 큰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미국이 과연 그 수준에서 합의할지는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맞서면 모두 다친다” 후 주석은 미·중 양국관계와 관련, 냉전시대의 ‘제로섬’ 사고를 버리고, 상대방의 발전방식 선택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대방의 주권과 영토보전, 발전이익을 존중해야 한다고도 했다. 중국식 발전모델을 인정하고, 타이완 문제 등 중국의 ‘핵심이익’을 건드리지 말라는 얘기다. 후 주석은 지난해 논란이 됐던 중국의 정치체제 개혁과 관련, 사회주의 민주정치를 계속하면서 중국의 국가 상황에 맞게 추진해 나갈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양국관계에 대해 ‘화합하면 양측에 모두 이익이고, 맞서면 모두 다친다’(和則兩利, 鬪則俱傷)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는 미국에 대한 경고이면서 동시에 중국이 닥친 현실을 직시한 발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경제발전에 치중해야 할 개발도상국이라는 점에서 미국과의 경쟁으로 힘을 빼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내부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런 점에서 미국에 보내는 ‘타협’의 메시지로도 들린다는 것이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무기판매 등 타이완 문제에 대한 개입 중단 등을 미국 측에 계속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이 중국의 ‘약점’을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도 타이완에 대한 무기판매 중단 등을 약속하지 않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확인해 주는 선에서 끝낼 것이라는 얘기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열린세상] 중국은 우리에게 소련이 아니라 프랑스다/서재진 통일연구원장

    [열린세상] 중국은 우리에게 소련이 아니라 프랑스다/서재진 통일연구원장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을 국빈 방문하여 19일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것에 대해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브레진스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32년 전 덩샤오핑의 방미 이래 가장 중요한 이벤트라고 평가하였다.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이다. 우리가 신경 쓰는 것은 중국의 한반도에 대한 관심과 영향력이다. 그러나 문제는 중국의 영향력을 너무 지나치게 우려하고 우리 스스로의 역량이나 주도력에 대해서는 과소평가하거나 망각하는 경향이 크다는 점이다. 중국이 경제적으로는 주요2개국(G2)의 반열에 오른 것은 사실인데 아직 정치적·도덕적 영역에서 그런 역량이 구비되지 못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국제사회에서 중국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과거에는 반미 정서가 컸지만 이제는 어느덧 반미보다는 반중 정서가 더 크다는 사실을 중시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한국에 대한 태도가 우리의 예상이나 기대에 어긋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중국 내부에서도 커져 버린 경제력에 상응하는 대외정책의 방향을 잡지 못하였고, 외교정책에 있어서 군부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도 중국이 풀어야 할 과제이다. 사안별로 정책결정 과정이 다르며, 후진타오 주석이 통제하기 어렵다는 학자들의 증언도 있다. 국내정치에 있어서도 신좌파·신자유주의파·민주사회주의파 등으로 시각이 분화되고 있고, 대북정책에 있어서도 전통파와 국제전략파로 분화되고 있다. 차기 시진핑 주석이 취임하는 시기에는 이러한 권력분화 추세가 더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유동적인 중국 내부의 분화과정에 우리의 조야 정책전문가와 학자들이 중국 측과 대화를 심화하여 설명하고 공감대를 확산할 필요가 있다. 우리 국민이 중국에 대하여 가장 우려하는 점은 우리의 통일과정에 중국이 개입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과거 동·서독이 통일된 것은 소련의 경제력이 쇠퇴하여 독일통일을 막지 못하였지만, 중국은 떠오르고 있기 때문에 남북통일을 어떤 식으로든 방해할 것이라는 것이 우리 국민 다수의 인식이다. 그럴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지만 이 문제에서도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당시 소련은 동독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었지만 중국은 북한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지 않다. 동·서독 통일 당시 독일과 국경을 접한 프랑스가 동·서독 통일을 집요하게 반대하였지만 결국 개입하여 저지하지 못하였다. 영국도 마찬가지였다. 국제법적 규제 때문이다. 남북한이 합의에 의하여 통일을 선포할 경우, 중국도 마찬가지로 남북통일을 반대하더라도 개입하여 저지할 명분은 없다. 중국은 우리에게 소련이 아니라 프랑스인 셈이다. 중국의 현재 대북 정책도 보기에 따라서는 우리의 통일에 유리할 수 있다. 가령, 현재 중국은 대북 정책의 목표로 비핵과 안정 두 가지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으나 비핵보다는 북한체제 안정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우리의 대북 정책과 충돌하고 갈등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중국이 추진하는 대북 정책은 이 두 가지 정책목표의 어느 한 가지도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아이러니이다. 중국이 북한체제의 안정을 우선시한답시고 핵실험에 대해서도 묵인하고,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에 대해서도 묵인하고 방조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중국의 이러한 태도가 오히려 북한의 정책변화를 지연시키고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를 더욱 연장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결국 중국이 북한체제의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악화시키고, 지연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중국이 북한의 체제 안정은 물론이고 비핵화도 실패하고 있으며, 비핵화가 지연될수록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도 더욱 연장될 수밖에 없다. 북한체제가 결국 안으로부터 폭발할 수밖에 없도록 조장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이 북한에 대하여 취하는 조치들이 과연 중국을 위한 것인가, 북한을 위한 것인가, 우리 한국을 위한 것인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답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 [데스크 시각] ‘신종 샌드위치’ 한국의 생존전략/오일만 경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신종 샌드위치’ 한국의 생존전략/오일만 경제부 차장

    2006년 4월 20일,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 과정에서 벌어진 해프닝 하나가 중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당시 백악관 환영식장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후진타오 주석의 소매를 ‘기분 나쁘게’ 잡아당기는 모습이었다. 식전 행사가 끝난 것으로 착각한 후 주석이 단상으로 내려가는 것을 막는 과정에서 부시 대통령의 오만한 표정과 후 주석의 일그러진 얼굴이 오버랩됐다. 미국은 이날 타이완(Republic of China)의 호칭을 사용했고, 중국 당국이 극도로 기피하는 파룬궁 시위마저 방치했다. 미국은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중국인들은 한동안 ‘굴욕감’에 치를 떨어야 했다.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절치부심, 5년의 세월이 흘렀다. 19일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언론들은 ‘세기의 담판’이라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중국의 위상이 불과 5년 만에 주요 2개국(G2)으로 우뚝 섰고, 미국도 최상의 예의를 갖춰 손님맞이에 한창이다. 달도 차면 기울 듯, 전후 팍스 아메리카나(미국 주도의 세계질서)를 구가하던 미국도 중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다. 2극, 다극체제로의 변화는 어찌할 수 없는 대세다. 문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샌드위치’ 형국이 된 한국의 자화상이다. 샌드위치라는 말은 2007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신흥 중국과 기술력에서 앞선 일본 사이에 끼여 있는 한국의 어려움을 빚댄 말이다. 하지만 2011년의 상황은 당시보다 더욱 엄중하다. 전문가들은 향후 10년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최대 변수로 G2(미·중)의 글로벌 경제패권 전쟁을 꼽는다. 원하든, 원치 않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는 환율과 금리, 재정 등 모든 경제전략을 놓고 불꽃 튀는 대결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11월 주요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서의 환율 갈등은 길고 긴 경제전쟁의 서막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안보 측면에서도 한반도 냉전체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충돌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진행형’이다. 미국의 아시아 중시전략을 중국은 대중 포위전략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당분간 한·미·일 3국과 북·중·러 3국이 대립하는 구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안보적 입지는 더욱 좁아들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안보의 최대 파트너(미국)와 경제의 최대 협력자(중국) 사이에서 한국은 어떤 생존 전략을 펴야 하는가. 우선 한국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는 경제적으로 ‘소규모 개방경제’의 모순이 집약된 곳이다. 온갖 외풍이 곧바로 우리 경제에 직격탄으로 날아오는 구조다.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온몸으로 견뎌야 했다. 우리의 무역 의존도는 2009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82.4%로 G20 국가 중 가장 높다. 지난해 한국의 대중 수출규모(1168억 달러)는 이미 미국과 일본을 합쳐 놓은 액수보다 더 커졌다. 중국시장을 포기하는 것은 우리로서는 재앙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중국의 길목을 선점해서 역량을 집중하는 수밖에 없다. 바로 손자병법 36계 가운데 18계인 ‘금적금왕’(擒賊擒王)의 전략이다. 적을 제압하기 위해 가장 핵심부인 적장부터 잡아야 한다는 의미다. 다행히 중국은 산업재편 과정에 돌입했다. 지난해 12차 5개년 경제개발 규획(規劃)을 통해 신재생 에너지와 바이오, 신소재 등 6대 분야를 핵심 전략산업으로 결정했다. 중국기업들도 일본과 한국기업의 성장 경로를 따르지 않고 곧바로 첨단 산업에서 승부를 보는, ‘도약형 성장’을 택했다. 중국이 향후 10년 동안 집중투자에 나설 6대 미래 지식기반 산업을 우리가 빨리 선점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거대중국과의 한판 승부가 불가피하지만 중국이 한국에서 기술과 지식을 사가도록 경제 지형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이필상 고려대 교수는 “고래등(중국)을 타고 태평양을 건너야 한다.”고 일갈한다. 결국 용중(用中)의 국가전략은 ‘샌드위치 한국’이 피할 수 없는 외통수인 것이다. oilman@seoul.co.kr
  • [사설] 미·중 정상회담 한국 소외돼선 안 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미·중 정상회담이 내일 열린다. 이번 회담은 1979년 1월 덩샤오핑이 미국을 방문해 국교를 정상화한 이래 가장 주목받는 양국관계 일정으로 평가될 정도로 주목을 끈다. 주요 2개국(G2)으로 급성장한 중국이 미국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뿐 아니라 향후 10년간 양국관계에 결정적인 외교 행사로도 불린다. 그래서 사전조율 과정에서 이견이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에 대한 평가 및 처리 문제에서 가장 첨예하게 맞섰다고 한다. 이처럼 한반도 및 북핵 문제는 양국 정상회담의 중요한 의제다. 실제로 후 주석은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사국들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적극적인 조치들을 취하고 환경을 창출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 정부도 “북한 문제는 미·중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라고 밝힐 정도로 북한 문제에 관심이 지대하다. 다행스럽게도 지난해 천안함·연평도 사태를 거치며 신경전을 펼쳤던 미·중 두 나라는 최근엔 동북아시아에서 긴장을 완화할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6자회담 재개 등 세부 사안에 대한 시각차는 여전하다. 문제는 당사자인 남북한이 한반도 문제 해법에서 비켜서 있다는 점이다. 남북한은 신경전을 진행 중이지만 미국과 중국은 조만간 6자회담 재개 쪽으로 의견을 조율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천안함·연평도 사태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하면서 무조건 남북대화 재개에는 부정적이다. 북한의 대화 제의 진정성도 의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 문제 해법이 미·중의 처분에만 맡겨져선 안 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따라서 미·중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소외돼선 안 된다. 정부는 우리의 입장이 반영되도록 노력하고 있다지만 한국의 소외 지적은 계속 제기되고 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최근 “(한국이 소외되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인택 통일부장관도 “미·중이 정상회담을 했다고 해서 남북대화가 이뤄지고, 안 했다고 해서 이뤄지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두 장관의 말대로 미·중 정상회담의 남북문제 해법에는 우리의 입장이 꼭 반영돼야 한다.
  • [美·中 정상회담 D-1] 6자·남북관계에 큰 영향 ‘오·후 어떤 합의할까’ 긴장

    [美·中 정상회담 D-1] 6자·남북관계에 큰 영향 ‘오·후 어떤 합의할까’ 긴장

    19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리 정부가 ‘정중동’(靜中動)하고 있다. 겉으로는 침착하지만 미·중 정상회담 결과가 한반도 정세에 미칠 파장에 대해 초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번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가 북한 문제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17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해 아주 구체적인 합의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며 “그러나 미·중 정상 간 큰 틀에서 어떻게 의견을 모으느냐에 따라 향후 6자회담 및 남북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기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선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미·중 정상회담과 관련해 “중국 정부가 이 지역의 주도적 국가로서 평화와 안정, 비핵화를 위해 책임 있는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정부로서는 이번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고, 핵문제 등 북한 문제와 관련해 미 정부와 입장을 조율하고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동안 정부가 미·중·일과 협의해 온 만큼 공은 중국 측에 넘어갔다는 것이다. 그는 또 “남북관계 진전이나 6자회담 재개를 통한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라며 “후 주석의 방미를 계기로 북한의 태도 변화와 관련된 문제점들이 중점적으로 다뤄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다룰 북한 문제 가운데 핵심은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처리 및 남북관계 개선, 6자회담 재개 방안 등이다. 특히 UEP 문제는 미·중 간 이견이 드러난 만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부 문제 등이 어떻게 조율될 것인지 주목된다. 이와 함께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요구하는 중국 측과, 남북대화 우선이라는 미국 측의 신경전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도 관심사다. 일각에서는 남북대화와 6자회담 일괄 타결에 대한 관측도 나오지만, 기싸움만 벌이다가 봉합될 가능성도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미·중이 어떤 식의 합의문을 내놓든지 국제사회의 중요한 증거가 될 것”이라며 “기존 공감대에 맞게 책임 있는 합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미경·윤설영기자 chaplin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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