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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이터 기자 中비자 거부당해… “공산당 비판에 보복”

    중국에서 18년간 주재 기자로 일해 온 영국 로이터 통신의 아시아 지역 담당 베테랑 기자가 중국 당국의 비자 발급 거부로 특파원 발령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뉴욕타임스는 9일(현지시간) 공산당 핵심 지도부에 대한 외신의 잇따른 보도에 불만을 품은 중국 정부가 개별 기자에 대한 입국 거부권으로 보복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의 폴 무니 기자는 이날 뉴욕타임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 8일 오후 중국 외교부가 회사로 전화를 걸어 와 내 비자를 발급해 줄 수 없다고 통보했다”면서 “비자 발급 불허 이유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무니 기자는 지난해까지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서 일하다 중국 비자가 만료돼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으며 올 3월 로이터의 베이징 특파원에 다시 임명돼 비자를 기다리고 있다. 신문은 이번 비자 발급 거부 사태가 중국 정부의 인터넷 통제로 외국 언론과 갈등이 불거진 상황에서 나온 점을 주목했다. 지난해 10월 뉴욕타임스 베이징 주재 기자인 크리스 버클리가 당시 ‘서민적 이미지’로 유명한 원자바오 총리 일가의 재산이 3조원이라는 특종 보도를 한 후 중국에서 자사 홈페이지가 1년째 차단되고 있다. 이 사건으로 뉴욕타임스뿐만 아니라 로이터 등 다른 외신 기자들의 중국 비자 발급도 늦어지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무니 기자는 “지난 30년간 아시아에 관한 기사를 다뤄 왔으며 이 중 대부분인 18년을 중국 베이징에서 지냈다”면서 “내가 쌓아 온 경력이 이런(비자 불허라는) 일로 중단될 줄 몰랐기 때문에 너무 실망스럽고 한편으로 슬프다”고 밝혔다. 한편 국제언론감시기구인 국경없는 기자회는 지난 5월 ‘세계 언론 약탈자’로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함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이름을 새로 발표했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김규환 선임기자의 차이나 로드] 글로벌 중심인물들 애타는 ‘中心 잡기’

    [김규환 선임기자의 차이나 로드] 글로벌 중심인물들 애타는 ‘中心 잡기’

    “중국의 자본을 유치하라.” 세계 경제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그리스, 인도 등 세계 각국에 내려진 특명이다. 이들 국가는 3조 6600억 달러(약 3885조원·2013년 9월 말 기준)에 이르는 세계 최대 외환 보유고를 바탕으로 ‘묻지마 투자’에 나선 중국의 투자자금을 끌어들여 제조업 재건과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한 경제 살리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메리어트와드먼파크호텔. 중국 등 세계 60여 개국 1200여명의 최고경영자(CEO), 투자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외국인 투자 유치 설명회 ‘선택 미국 2013 투자 서밋’(SelectUSA 2013 Investment Summit)이 열렸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개막 연설을 통해 “세계에서 미국보다 더 기업을 경영하기 좋은 나라는 없다”며 미국에 투자해 줄 것을 ‘애타게’ 호소했다. 투자 서밋에는 오바마 대통령 외에도 제이컵 루 재무장관, 존 케리 국무장관, 마이클 프로먼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페니 프리츠커 상무장관 등 미 고위 경제관료들이 총출동해 투자 유치를 위한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이번 미국의 투자 서밋은 사실 중국 자본의 투자를 정조준한 것이다. 중국 민영기업인 푸싱(復星)그룹은 지난달 JP모건체이스로부터 뉴욕 맨해튼의 ‘원 체이스 맨해튼 플라자’를 7억 2500만 달러에 인수했다. 부동산 개발 기업인 루디(地)그룹 역시 뉴욕 브루클린의 상업 및 주거지구 개발에 50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 중국이 ‘큰손’으로 등장한 덕분이다. 미 정부는 앞서 9월 중국의 돼지고기 가공업체 솽후이(雙匯)가 동종 업체인 스미스필드를 인수하는 것을 승인하는 등 중국 자본 유치를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미국은 우선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阿里巴巴)의 상장을 뉴욕 증시로 유치하는 데 승부수를 던졌다. 알리바바는 구글과 아마존에 이어 시가 총액이 무려 12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IT 공룡이다. 하지만 현 상황으로는 미국이 안심할 처지가 못 된다. 최근 베이징을 방문한 보리스 존슨 영국 런던시장 일행이 알리바바 경영진을 만나 런던 증시 상장을 타진하자 알리바바 측도 적지 않은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은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을 대표로 하는 투자유치단을 베이징에 파견했다. 지난달 13일부터 5일간 베이징 등을 방문한 투자유치단에는 찰리 빈 영국중앙은행(BOE) 부총재,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과 영국 정보기술(IT)기업 대표들이 참가해 투자 유치 활동을 벌였다. 영국 정부는 이를 위해 1주일 이상 걸리던 비자 발급 시간을 24시간 이내로 줄이는 ‘최우선 비자’제도를 도입했다. 중국 은행의 지점 설립을 허용하는 파격적인 금융 규제 완화 정책도 제시했다. 지난 6월 영국은 중국과 200억 파운드(약 34조 2522억원) 규모의 통화 스와프 협약을 체결하는 등 선심 공세를 폈다. 영국의 ‘러브콜’에 중국은 대규모 투자로 화답했다. 중국 베이징 젠궁(建工)공사는 오즈번 장관의 출국에 맞춰 맨체스터공항 상업지구 개발에 대한 투자 계획을 밝혔다. 8억 파운드 규모로 1만 6000여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오즈번 장관은 “런던올림픽 이후 최대의 개발 사업”이라고 적극 환영했다. 이달 3일에는 상하이에 본사를 둔 부동산 기업 중룽(中融)그룹이 5억 파운드를 들여 1936년 불타 버린 수정궁을 런던 하이드파크에 복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수정궁은 1851년 만국박람회를 위해 건설된 유리벽 건물로 영국 현대 건축물의 자존심으로 불린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중국 화웨이(華爲)도 영국에 1억 2500만 파운드를 투자해 기술연구소를 설립하기로 했다고 BBC 등이 보도했다. 프랑스는 지난해 시진핑(習近平) 체제가 출범한 이후 서방 주요 국가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해 환심을 샀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지난 4월 프랑스 정·재계 인사 100여명을 이끌고 베이징으로 날아가 시 주석과 양국 간 통화 스와프협정을 체결하고 항공 및 에너지, 환경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중국은 에어버스가 만든 항공기 A320 42대와 A330 18대 등 80억 달러 규모를 구매하는 데 합의해 프랑스에 ‘통 큰 선물’을 했다. 독일은 안방에서 ‘중국 손님’을 환대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5월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를 접대하기 위해 휴일까지 반납하고 그를 극진히 모셨다며 “리 총리가 받은 예우는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누려보지 못한 환대”라고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가 보도했다. 메르켈 총리는 헬리콥터를 타고 베를린에서 북쪽으로 70㎞ 떨어진 영빈관 메제베르크궁까지 날아가 리 총리에게 만찬을 베푼 뒤 다음 날 조찬도 함께 했다. 현재 중국 위안화 국제 거래의 허브 유치를 목표로 뛰고 있는 프랑크푸르트시는 독일의 경제·금융 중심지라는 강점을 내세워 홍보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국가 부도 위기에 몰려 구제금융으로 연명하고 있는 그리스도 발벗고 나섰다. 안도니스 사마라스 총리는 지난 5월 베이징을 방문해 리 총리와 주요 기업인들을 만나 그리스가 추진하는 500억 유로(약 71조 3570억원) 규모의 국유자산 매각에 중국이 적극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다. 반대급부로 중국 선박 142척을 수주했다. 2400억 유로의 구제금융 지원금을 받은 그리스는 중국의 자금을 유치해 경제 회생을 꾀한다는 복안이다. 중국과 ‘앙숙’ 관계인 인도는 중국 전용 공단 건설을 추진할 방침이다. 지난달 22~24일 베이징을 방문한 만모한 싱 인도 총리는 리 총리 등 중국 지도부와 만나 인도 내 중국 기업 전용 공단 7곳을 조성하는 문제를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싱 총리는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와 구자라트주 등 7개 주를 ‘중국 특구’ 후보지로 제시하며 전자·제약업체 등의 입주와 서비스센터의 설립을 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khkim@seoul.co.kr
  • [중국 18기 3중전회 내일 개막] 공안, 최고 경계령… 3중전회 테러 비상

    “멈춰 서지 말고 빨리빨리 지나가라!” 7일 18기 3중전회(18기 당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 개최지인 베이징 양팡뎬시루(羊坊店西路) 인근 징시(京西)호텔 일대는 무장경찰들이 대거 진을 치고 경계를 최고 수준으로 강화한 모습이다. 호텔 일대는 행인 전체가 무장경찰, 공안, 교통경찰, 공산당 자원봉사자 등 치안유지 관계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물샐틈없는 경비가 이뤄지고 있다. 기자는 이날 징시호텔 전경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호텔 건너편에 잠시 멈춰섰을 때 당국자로 보이는 요원으로부터 바로 물러나라며 제지를 당했다. 회의가 열리는 징시호텔 인근은 물론 최근 차량 돌진 테러가 발생한 톈안먼(天安門)광장, 중난하이(中南海·최고 지도부의 집단 거주·근무지), 베이징 각 역사 등 3중전회를 맞아 민원인과 시위대가 노릴 만한 핵심 지역들을 중심으로 경계 태세가 강화됐다고 중화권 언론들이 보도했다. 베이징 당국은 최근 연일 3중전회 안보 관련 회의를 열고 질서유지에 만전을 기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명보는 궈성쿤(郭聲琨) 공안부장(장관)이 최근 저녁 시간에 사복을 입고 톈안먼과 각 지하철역을 순시하며 몸소 경계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톈안먼 차량 돌진 사건 이후 보안 수준을 최고 등급으로 높인 민족 분쟁지 신장(新疆) 우루무치(烏魯木齊)에서는 안전검사가 날마다 시행되고 있다. 시짱(西藏·티베트)에서도 경계 수준을 고도로 유지하라는 지침이 내려진 것으로 전해진다. 헤이룽장(黑龍江)성, 간쑤(甘肅)성, 구이저우(貴州)성 등에서도 칼과 총기류 단속이 이뤄지고 있다. 충칭(重慶)시 정부는 거리마다 보초를 강화한 것은 물론 일선 학교에서도 가위, 자 등을 위험물로 단속하며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이날 산시성 연쇄 폭발 사고 발생 직전 범인이 검정색 소나타에서 내려 폭발물이 든 가방을 당 위원회 청사 인근 정원에 내려놓는 정황이 포착됐다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타이완 경찰대 둥리원(董立文) 교수는 “이번 사고는 분배를 강조하며 화해(和諧·화합)사회를 내세운 전임자인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이 지난 10년간 누적된 사회 갈등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라며 “이는 시 주석의 3중전회가 보여줘야 할 개혁의 난이도가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노주석 선임기자의 서울택리지] 풍수 (하)

    [노주석 선임기자의 서울택리지] 풍수 (하)

    >>> 치산치수·종묘사직 보전 위해… 풍수도 성형 인공산·연못 만들고 돌 하나 나무 한 그루까지 통제 풍수학의 고전 ‘청오경’에 “명당이라는 것은 자연스럽게 조성될 수도 있고 인위적으로 조성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완벽하지 않은 땅을 사람과 환경이 조화롭게 공생할 수 있는 땅으로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비보(裨輔)라고 한다. 장승을 마을 어귀에 세우거나 물새를 앉힌 솟대를 물가에 꽂거나 물길이 흘러 나가면서 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자 돌탑을 쌓거나 마을이 외부로 훤히 트여 있으면 나무를 심는 당숲 등이 우리가 흔히 보는 신앙 비보 사례다. 물에 관련된 수구(水口) 비보와 연못을 파거나 해태상, 돌거북을 설치해 불길을 누르는 화기(火氣) 비보, 땅의 힘이 부족하거나 훼손되기 쉬운 곳을 가다듬는 산천(山川) 비보, 이름을 바꾸는 지명(地名) 비보 등을 통틀어 비보풍수(裨輔風水)라 이른다. 한국의 비보풍수는 도선 국사(827~898)에게서 비롯됐다. 고려는 산천비보도감, 조선은 관상감이라는 관청을 두고 국가 차원에서 운영했다. 우석대 김두규 교수는 “비보풍수는 국토의 지형 지세를 살펴서 부족한 것을 보완하고자 하는 일종의 국역 조경”이라고 평가했다. 한양은 풍수지리학상 완벽한 도읍이 아니었다. 결점을 보완하고자 나무를 심고 인공산(가산)을 쌓고 연못을 팠다. 한양은 중세 세계 최대 도시 중 하나였다. 인구가 개국 초기 10만명에서 후기 20만명까지 늘어나면서 주택 공급, 생활 하수 처리, 산림 녹지가 급선무였다. 그래서 풍수는 승려나 풍수학인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왕과 성리학자들이 풍수서를 읽고 연구했다. 가장 중요한 국가정책인 치산치수와 종묘사직의 보전이 곧 비보풍수였기 때문이다. 사산금표도(四山禁標圖)란 소나무를 베거나 돌을 캐거나 무덤을 쓰거나 사찰을 짓는 행위를 금한 영역표시 지도이다. 문을 폐쇄하고 소나무를 심고 민가나 사찰을 철거했다. 지맥과 수맥을 보호하기 위해 법제화한 강력한 통제책이었다. 현대적 시각에서는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라고 볼 수 있지만 훨씬 적극적인 개념이다. 금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철거하거나 공사를 해 보존했다. 삼각산(백운대, 만경봉, 인수봉)~보현봉~백악(북악)으로 이어지는 주맥(主脈)을 보호하는 데 힘을 쏟았다. 숙종과 영조에 이어 정조 때도 보현봉에 흙을 쌓았다. 김정호는 ‘수선전도’에서 보현봉 아래를 ‘보토소’라고 표기했다. 북한산 여러 봉우리 중에서 구준봉(구봉) 뒤쪽의 잘록한 고개를 보토고개(보토현)라고 부르는데 이곳이 삼각산~보현봉~백악을 잇는 급소라 하여 중점적으로 관리한 것이다. 사산금표도를 보면 한양의 행정구역이 보인다. 금표 지역과 사대문 밖 성저십리(城底十里) 지역이 거의 일치한다. 성저십리는 도성으로부터 정확하게 10리는 아니었다. 5리도 있고 10리가 넘는 지역도 있었다. 대개 우이동~장위동~석관동~중랑천~전농동~살곶이다리~옥수동~용산~마포~망원동~성산동~역촌동을 잇는 선이다. 남쪽은 한강, 북쪽은 북한산이 경계다. 행정구역상 한강 이북의 6분의5에 해당하며 강남 개발 이전의 서울 면적과 비슷하다. 금산과 금표는 조선 전기 엄격했고 연산군대에 최고조에 오른 이후 느슨해졌다. 왕권과 신권의 헤게모니 쟁탈전이 영향을 미쳤다. 성종실록에는 임금과 신하 간 풍수 기 싸움에서 임금이 패한 이색적인 대목이 등장한다. 성종 12년 창덕궁 뒤편 응봉산 남쪽 기슭에 세도가의 가옥 100여채가 들어서 궁궐을 억누르고 있다는 상소가 올라왔다. 왕이 철거를 명했으나 신하들의 반대가 빗발치자 흐지부지됐다는 내용이다. 오늘날 혜화동쯤인데 이 지역에 사는 권신과 유생들의 조직적 반대에 왕이 한걸음 물러난 것을 의미한다. 서울의 관문에 얽힌 풍수 이야기도 흥미롭다. 서울성곽을 축조할 때 4개의 대문과 4개의 소문을 두었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새 통로에 대한 수요가 생겼다. 물자와 사람이 가장 많이 오가는 한강나루(한남동)에서 도성 안으로 들어가려면 남산을 빙 돌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래서 세조 3년 숭례문(남대문)과 광희문 사이에 남소문(南小門)이라는 길을 열었다. 장충단길 국립극장과 반얀트리호텔(옛 타워호텔) 사이쯤이다. 13년 후인 예종 1년에 남소문 폐쇄론이 제기됐다. 황천살(黃泉殺)이 열려 세자가 요절하고 임금도 시름시름 앓는다는 풍수설이었다. 그 후 200여년간 폐쇄된 남소문이 당쟁의 대상이 됐다. 남소문을 열면 남인이 득세하고 닫으면 서인이 권세를 잡는다며 개문파와 폐문파로 나뉘어 다퉜다. 태종 13년 돈의문(서대문)을 경희궁이 있던 남쪽 언덕으로 옮기면서 이름을 서전문(西箭門)이라고 고쳤다. 풍수 최양선이 경복궁의 지맥 보전에 필요하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세종 4년 백성의 통행 불편에 대한 원성이 잇따르자 본래 자리로 옮기고 이름도 되돌렸다. 지금의 강북삼성병원 앞이다. 최양선은 도성의 북쪽 큰 문인 숙정문(숙청문)과 작은 문인 창의문(장의문, 자하문)도 경복궁의 양팔에 해당하므로 지맥 보호를 위해 폐쇄할 것을 건의해 관철했다. 숙정문은 원주 가는 길이지만 산이 높고 길이 험해서 이용하는 사람이 드물었고 주로 혜화문을 통했다. 숙정문을 폐쇄한 이설(異說)이 이규경이 쓴 ‘오주연문장전산고’에 전해진다. “이 문을 열어두면 성 안에 음풍(桑中河間之風)이 불어댄다 하여 폐했다”라고 기록돼 있다. 한양의 세시풍속에 ‘정월 보름 이전에 부녀자들이 숙정문을 세 번 다녀오면 액운이 없어진다’고 하여 부녀자들의 북문 나들이가 성황을 이루자 남자들이 모여들었고 급기야 ‘사내 못난 것 북문에서 호강받는다’는 속담이 생겼다는 것이다. 풍기 문란 탓에 북문을 걸어 잠그게 됐다는 얘기다. >>> 물 확보 위해 ‘공사다망’ 했던 조선의 왕들 광화문 해태상·숭례문 세로현판으로 불기운 막아 조선의 역대 왕들은 물을 얻으려고 끊임없이 공사를 일으켰다. 풍수학의 고전 ‘금낭경’에서 ‘풍수지법(風水之法) 득수위상(得水爲上) 장풍차지(藏風次之)’라 하여 장풍보다 득수를 중시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경복궁에 물이 부족한 것이 흠이므로 도랑을 파서 물을 끌어들이고(태종), 소격서 골짜기에 못을 조성하고(세종), 숭례문 밖에 못을 파고(세조), 흥인지문 안에 인공산 3개를 조성하고(성종), 동지를 파고 인공산을 쌓고(명종), 관왕묘를 흥인지문 밖에 짓고(선조), 흥인지문 밖에 못을 파고(광해군), 두모포(옥수동)의 채석을 금지(인종)했다. 특히 동지(연지동), 서지(천연동), 남지(숭례문), 북지(삼청동 소격전) 등 4개의 큰 연못을 조성했다. 동지(東池)와 서지(西池), 남지(南池)는 물론 경회루와 성균관 연못, 광화문 앞 해태상, 숭례문의 세로 현판이 모두 불을 막기 위한 풍수 장치였다. 숭례문 밖 남지에 대한 기록은 1629년 이기룡이 그린 ‘남지기로회도’에 잘 나타나 있다. 연못에는 연꽃이 무성했고 버드나무가 보인다. 남지는 지금의 서울역 광장과 대우빌딩 자리쯤으로 어림된다. 1899년 일제가 서울역을 확장하면서 메워 버렸다. 동지는 흥인문 밖과 경모궁 밖에 있는데 두 곳 다 연꽃을 심었다고 ‘동국여지비고’에 기록돼 있으며 김정호의 ‘수선전도’에는 경모궁 앞, 연동 앞, 흥인문 앞 등 3곳에 연못이 그려져 있다. 돈의문 밖 지금의 영천시장 자리에 서지가 있었다. 태종 및 세종실록에는 ‘길이가 100m, 폭 122m의 네모진 못에 낮은 담을 쌓고 버드나무를 심었다’라고 적혀 있다. ‘한경지략’에는 ‘돈의문 밖 서지가에 천연정이 있는데 꽃이 무성해서 여름철 성안 사람들이 연꽃 구경하는 곳으로 제일’이라고 적었다. 경복궁의 명당수 역할을 위한 삼청동 북지(北池)를 제외한 동·서·남지가 백성의 출입이 잦은 큰 문 앞에 자리한 것은 화재 방지용 방화수는 물론 경관 조성을 통한 유희용 등으로 두루 쓰였음을 알 수 있다. 서울의 풍수 개념상 내(內) 명당수인 개천(청계천)을 둘러싼 풍수 논쟁도 끊이지 않았다. 명당수냐 아니면 도시의 배수구냐의 다툼이었다. 세종 26년 집현전 수찬 이선로가 “개천물에는 더럽고 냄새나는 물건을 버리지 못하게 하여 물이 늘 깨끗하도록 해야 하겠나이다”라는 상소를 올렸다. 세종은 중신들과 논의한 끝에 한성부(서울시)가 나서서 개천에 오물을 버리지 못하도록 하고 어기는 자는 사헌부로 하여금 엄벌토록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집현전 교리 어효첨이 개천의 오염은 지리적인 특성과 도시 생활 하수 배출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로 풍수 논리를 잘못 적용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세종은 하수구를 잃게 된 백성의 원성을 대변한 어효첨의 손을 들어 줬다. 세종은 “풍수서라는 것은 다 믿을 것이 못 되나 옛 사람들이 다 풍수서를 알고 있으니 이런 사람들에게는 풍수설을 자문할 것이고 어효첨 같은 자는 마음으로 풍수설을 그르게 여기니 그것에는 일하지 말게 하라”는 명을 내렸다. ‘풍수대왕’ 세종이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눈물을 머금고 태조가 정한 명당수를 하수구로 판정한 것이다. 항상 열려 있어야 할 개천(開川)이 복개와 복원을 반복한 통한의 과거사를 상기시키는 문답이다. joo@seoul.co.kr
  • [서울신문 보도 그 후] 외교부 홈피에 여전히 없었다, ‘월북 장관’사진

    [서울신문 보도 그 후] 외교부 홈피에 여전히 없었다, ‘월북 장관’사진

    ‘단순 실수인가, 의도적인 배제인가.’ 정부가 국민의 알권리를 강화한 ‘정부 3.0’ 비전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서울신문은 지난 8월 외교부 홈페이지의 역대 장관 소개란에 김성환·최덕신 두 전직 장관의 사진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보도 후 3개월이 넘은 7일에도 외교부 홈페이지에는 최 전 장관의 사진이 여전히 공란으로 남겨져 있다. 반면 김 전 장관의 사진은 보도 직후 바로 채워졌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월북한 최 전 장관의 과거가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최 전 장관은 월북한 국내 인사 중 최고위직이다. 역대 정부는 최 전 장관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꺼려 왔다. 그래서 민주화 이후에도 월북 인사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불관용성이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961년 10월부터 1963년 3월까지 제9대 외무부(외교부) 장관을 지낸 최 전 장관은 현재 북한 평양의 애국 열사릉에 묻혀 있다. 최 전 장관은 8·15 해방 이전 광복군에서 복무했고 육군사관학교 교장을 거쳐 6·25전쟁 때 사단장으로 참전하기도 했다. 이후 외무부 장관과 독일 대사를 거쳐 1967년부터 민족종교인 천도교 교령을 맡았다. 하지만 박정희 정부와의 불화로 1976년 미국으로 건너갔고 이후 1981년 6월 김일성 주석의 초청으로 평양을 방문해 1986년 9월 북한에 정착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대한민국의 외무부 장관을 했던 사람이 월북했다는 면에서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불명예”라면서 “남북 관계가 교착된 현재 상황으로 봤을 때 최 전 장관에 대한 재평가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열린 정부’를 지향하면서 공과에 따라 인물의 기록 사진 자체를 누락시키는 것이 타당한가 여부다.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적성 국가로 도피한 장관의 훈·포장을 취소하게 하는 상훈법 규정은 있으나 기록 자체를 말살하는 법은 없다”고 밝혔다. 육군사관학교는 6대 교장을 지낸 최 전 장관의 사진을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다.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교육홍보실장은 “선 아니면 악이라는 이분법적 논리가 적용되는 분단 구조 속에서 최씨의 월북에 대해 자유로운 평가는 어렵다”면서도 “정부에 반하는 행위 때문에 사진을 누락시켰다면 3·15 부정선거를 촉발시켜 의회 정치를 말살한 이기붕 전 국회의장의 사진도 국회에서 떼어 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인사 자료에 (최 전 장관의) 사진이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시스템을 구축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혼선이 있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문재인 걸고 넘어진 새누리

    새누리당은 7일 ‘사초 실종’ 사태와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은 문재인 민주당 의원과 정부의 해산심판 청구 대상이 된 통합진보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문재인 의원의 검찰 소환 모습을 보며 무책임을 넘어 뻔뻔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사초가 없어져 조사를 받으러 가는 자리에서 ‘회의록은 멀쩡히 있다’고 외친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발언이며 또다시 정쟁을 유발하고자 하는 의도로 해석될 뿐”이라고 말했다. 문 의원을 ‘말 바꾸기의 달인’이라고 표현한 김기현 정책위의장은 “문 의원은 사초 폐기 책임을 고인이 된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돌렸고, 국가기록원에 미이관된 것은 실무자의 실수로 떠넘겼다”면서 “자신이 책임진다고 호언장담하던 자신감과 패기는 아침 안개처럼 사라져 버리고 발뺌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문 의원은 사초 폐기죄·은닉죄·절취죄·유출죄·사기죄 등 5대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통합진보당을 향한 압박도 계속됐다. 홍문종 사무총장은 “진보당 의원 5명의 삭발식이 보여주기식 퍼포먼스라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면서 “진보당은 삭발이 아니라 국민 앞에 사죄부터 해야 하며,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세비도 자진 반납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최 원내대표는 “진보당 강령에 나오는 ‘진보적 민주주의’는 북한 김일성 주석의 주장을 도입한 것이며, 그들이 주장하는 계급투쟁도 결국 북한의 주장”이라면서 “진보당의 강령이나 활동이 북한의 지령과 긴밀히 연계돼 왔다”고 말했다. 그 근거로 “해산 청구안에 ‘총선으로 원내에 진출해 혁명의 교두보를 확보한다’는 내용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인제 의원도 “독일 통일 전 서독에서 나치 부활을 추구하는 사회주의제국당과 공산당을 강제로 해산시킨 바 있다”면서 “애국가를 부르지 않고 국기에 대한 경례도 하지 않고 ‘RO’라는 조직으로 구체적 행동을 한 점은 위헌정당 해산 청구의 충분한 근거가 된다”고 말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중국 18기 3중전회 내일 개막] “덩샤오핑 수준 고강도 개혁… ‘시진핑 체제 10년’ 청사진 나올 것”

    [중국 18기 3중전회 내일 개막] “덩샤오핑 수준 고강도 개혁… ‘시진핑 체제 10년’ 청사진 나올 것”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18기 3중전회(18기 당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에서는 덩샤오핑(鄧小平)의 11기 3중전회에 버금가는 개혁의 방향이 나올 것이다.” 시진핑 체제 10년의 개혁 청사진이 공개될 18기 3중전회가 9일부터 4일간 열린다. 서울신문은 중국 정치·행정 전문가인 국가행정학원 쉬야오퉁(許耀桐) 교수로부터 이번 3중전회의 핵심을 짚어봤다. 국가행정학원은 국무원 직속 싱크탱크이자 고급 공무원 배양의 요람이다. →18기 3중전회가 주목되는 까닭은. -3중전회는 중국의 개혁 청사진이 제시되는 장이다. 덩샤오핑은 1978년 11기 3중전회를 통해 극좌 노선과의 단절을 고하고 개혁·개방을 선포했다. 덩샤오핑의 남순강화(南巡講話, 개혁·개방을 촉구한 담화)가 이뤄진 직후 1993년 열린 14기 3중전회에서는 중국 경제사에 남을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 건립’이 나왔다. 개혁·개방 이후 35년 동안 중국 사회에 빈부격차 등 갈등이 심화됐는데, 이번 18기 3중전회에서는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고 개혁·개방을 심화하기 위한 총체적인 개혁 방향이 나온다. →18기 3중전회 의미는. -덩샤오핑의 11기 3중전회 때는 문혁(문화대혁명) 10년에 대한 반성을 주제로 장시간 토론 끝에 부유한 사회주의를 위한 경제 건설을 목표로 개혁·개방을 결정했다. ‘물 속의 돌을 손으로 만지며 낮은 강물을 걸어서 건너는 식’으로 개혁을 시작했다. 반면 시 주석 시대의 개혁은 깊은 물을 건너야 하는 상황이다. 시 주석이 “개혁이 심수구(深水區)에 진입했다”고 말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심수구에는 이전엔 해결할 수 없어 제쳐둔 큰 돌덩이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게 도사리는 위험도 많아 꼼꼼히 탐색하며 건너야 한다.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이 요구되기에 이번 3중전회는 전면적인 개혁을 다룰 예정이다. →18기 3중전회의 화두는. -전면적·종합적·심화적 개혁이다. 과거 3중전회는 경제 위주였으나 이번에는 경제·정치·사회·문화·생태문명·당 건설 등 6대 분야를 아우른다. →개혁의 구체 방안이 나오나. -3중전회는 큰 방향, 대원칙, 개론을 정한다. 구체적인 세칙은 이번 3중전회에서 원칙이 정해진 뒤 향후 계속 출시된다.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가 생각하는 개혁이란. -시 주석은 총서기 취임 이후 관료주의 타파와 근검절약을 강조한 8조를 내놨다. 빈부격차로 사회 갈등이 심화된 상황에서 공직 사회에 부패가 만연한데, 이는 공산당의 지도력을 약화시키는 만큼 반부패를 통해 기강을 잡아 국가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3중전회에선 지방 기율검사위의 독립 등 강력한 반부패 조치가 기대된다. 리 총리는 과거 인구(저렴한 인건비)가 경제성장을 이끄는 보너스였다면, 이제는 개혁을 보너스로 삼아야 한다며 도시화와 내수진작을 큰 방향으로 내세웠다. 이에 따라 독점산업, 토지, 금융, 세제, 호구제 등 각 분야의 개혁을 검토하고 있다. →정치개혁 내용은. -헌정, 삼권분립, 1인1표제 등 서구식 정치개혁은 없다. 이번 3중전회에서 말하는 법치란 당이 헌법과 법률의 틀 안에서 율령과 지도 방침을 내놓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새 지도부는 경제 개혁을 강조하면서 정치적으로는 마오쩌둥의 보수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데. -중국 정치는 안정이 최대 명제다. 이는 중국특색사회주의 기본으로 덩샤오핑 이후 줄곧 변함이 없었다. 글 사진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삼국유사 품은 인각사의 속살

    삼국유사 품은 인각사의 속살

    일연 스님이 ‘삼국유사’를 집필한 곳으로 알려진 군위 인각사를 삼국유사와 연계해 조명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불교중앙박물관이 13일부터 내년 1월 12일까지 여는 ‘인각사와 삼국유사’ 특별전이 그것으로 불교문화재 77건 195점(보물 5건 7점, 시도유형 3건 3점 포함)을 보여준다. 통일신라기에 창건된 인각사는 고려시대까지 번성을 누렸던 것으로 전해지며, 특히 이곳에 주석한 일연이 국사(國師)에 책봉된 뒤 위세를 떨쳤다고 한다. 1597년 정유재란 때 소실된 뒤 소속이 변경되면서 여러 차례 중수됐지만 1992년 이후 5차례의 발굴 조사와 복원을 통해 본 모습을 되찾고 있다. 불교중앙박물관은 2008년 제5차 발굴에서 수습돼 우리나라 최초의 일괄 출토품으로 인정받은 청동병향로, 청동향합, 청동정병 등 10여점을 보존처리해 최초 공개한다. 일연 스님이 입적한 후 왕명에 의해 세워진 ‘인각사 보각국존 정조탑비’(普覺國尊靜照塔碑)도 눈길을 끄는 유물. 일연의 생애를 기록한 이 비에는 일연이 인각사에 주석하면서 2회에 걸쳐 구산문도회(九山門都會)를 개최한 대목이 들어 있다. 불교중앙박물관은 전시를 위해 전국의 탁본첩을 모아 이 탑비의 원형을 그려볼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전시에서는 고려말 혹은 조선 초기에 찍어낸 판본인 삼국유사 권4-5(보물 419-3호)를 비롯해 개인이 소장한 보각국사비첩, 일연의 국사 임명 사실을 기록한 대목이 들어간 고려사 권29도 볼 수 있다. 이 밖에 ‘삼국유사’속 단군을 제석천으로 숭상한 이야기며 역신을 물리친 처용, 아이의 눈을 뜨게 한 천수천안관음보살, 선덕여왕과 모란꽃에 관한 이야기 등과 관련된 유물 전시도 관심을 모으는 부분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김정은, 정상회담 안한 유일한 정상”

    “김정은, 정상회담 안한 유일한 정상”

    전 세계에서 정상회담 경험이 없는 유일한 현직 정상은? 미국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는 4일(현지시간) 이 같은 질문의 답으로 북한 김정은(얼굴)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꼽았다. 김 제1위원장이 정상회담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유일한 현직 정상의 기록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FP는 “차히야 엘벡도르지 몽골 대통령이 최근 김 제1위원장 집권 약 2년 만에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했지만 끝내 정상회담이 성사되지 않아 ‘희귀한’ 기록이 깨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FP는 엘벡도르지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원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김 제1위원장이 이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이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의 통화 등 ‘거물급 정상’과의 대화를 염두에 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엘벡도르지 대통령은 지난달 말 나흘간 북한에 머무르면서 김영남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장 등을 만났다. FP는 특히 김 제1위원장이 미 프로농구(NBA) 선수 출신 데니스 로드먼을 2차례나 만났으면서도 외국 정상들과는 한 번도 만나지 않는 보기 드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 [위클리 포커스] 中 3중전회 9일부터 4일동안 개최… 무슨 내용 담길까

    [위클리 포커스] 中 3중전회 9일부터 4일동안 개최… 무슨 내용 담길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9일부터 3박4일간 열리는 18기 3중전회(제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 종합적인 개혁 방안이 나올 것이라며 개혁·개방 심화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3일 관영 중국신문사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21세기위원회’ 위원들을 만나 “중국의 개방 대문이 닫히거나 개혁·개방이 멈추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9일 시작되는 3중전회에서 종합적인 개혁 방안을 제시하고 개혁을 심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발전할수록 개혁·개방의 수준도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 주석이 3중전회를 앞두고 개혁·개방을 강조한 것은 시진핑 체제 10년의 개혁 청사진이 그려질 이번 3중전회를 통해 상당수 개혁 심화 방안이 나올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각종 규제 완화, 정부 개입 축소, 민간 투자 확대 등을 통해 자원 배분이나 가격 결정에서 시장의 역할을 강화하는 조치들이 구체화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앞서 중국 최고 싱크탱크인 국무원 산하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시 주석의 경제 책사인 류허(劉鶴) 부주임의 지도 아래 만든 ‘383개혁방안 보고서’에서 토지 처분권 개선, 금융 체계 혁신(금리와 환율의 시장화), 세제 개혁, (철도·석유·전력 등 국유기업의) 독점산업 완화, 대외 개방 등의 분야를 중점 개혁 분야로 제시한 바 있다. 특히 금융 체계 혁신의 경우 시장 참여 범위를 확대하는 동시에 금리와 환율이 시장에 의해 결정되도록 하고 위안화의 자유 태환(교환) 범위를 넓혀 가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한다. 시 주석도 앞서 “중국은 금리와 환율에 대한 개혁을 심화해 점진적으로 위안화 자유 태환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번 3중전회의 최대 관전 포인트로 국유기업과 토지 개혁 범위를 꼽고 있다. 국유기업 개혁의 경우 민간 투자 확대뿐만 아니라 대출 금리 등 특권 제한도 포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토지는 소유권을 농민에게 넘기는 등 완전 시장화는 불가능하지만 지방 정부에 의해 소유권이 임의로 개발업자에게 넘어가지 못하도록 소유권 관리 및 용도 통제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추진될 것이란 설명이다. 한편 정치개혁의 경우 서구식 입헌정치나 다당제 등의 도입은 기대할 수 없어 사실상 거의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평이 대체적이다. 대신 당내 민주화 강화, 정부에 대한 감시 강화 등을 위한 정부개혁 조치는 일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中 개혁파 원로들 ‘시진핑號 힘 실어주기’

    중국의 개혁파 정치 원로들이 시진핑(習近平) 체제 개혁의 청사진이 제시될 공산당 18기 3중전회(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를 앞두고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정치 체제 개혁을 주장했던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가 저서 ‘원자바오, 교육을 논하다’(인민출판사)를 펴냈다고 신화망이 1일 보도했다. 원 전 총리가 최근 모교인 난카이(南開)중학교를 찾아 “과학과 민주만이 중국을 구할 수 있다”고 말한 연설도 함께 소개됐다. 그는 지난달 말 시 주석의 아버지 시중쉰(習仲勳)과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통해 퇴임 후 처음 얼굴을 내비친 바 있다. 중국 경제 개혁을 견인한 것으로 평가받는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는 지난달 23일 베이징 국빈관인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칭화(淸華)대 경제관리학원 고문위원회 위원들을 접견했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은행장, 러우지웨이(樓繼偉) 재정부장(장관)은 물론 최근 3중전회에 제출한 ‘383 개혁 보고서’의 총책임자인 류허(劉鶴)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 겸 당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 등 개혁파 경제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이 위원회는 주 전 총리가 이 학원 원장을 맡았던 2000년 10월 결성됐다. 개혁파 원로들의 잦은 공개 활동은 지도부의 개혁 개방 심화 의지에 힘을 싣기 위한 것으로 3중 전회에서 제시될 개혁의 범위를 두고 좌·우파 간 물밑 다툼이 치열하다는 신호로도 풀이된다. 관영 매체들은 연일 보수파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최근 중국 주요 싱크탱크인 국무원발전개혁위원회가 3중전회에 제출한 ‘383개혁 보고서’에 대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셈이다. 당 중앙위원회의 기관지인 구시(求是)와 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해외판은 사설에서 “383 보고서는 여러 싱크탱크가 내놓은 개혁안 중 하나에 불과하다”며 보고서가 적시한 토지개혁안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세계 영향력, 반기문 32위 이건희 41위 박근혜 52위

    세계 영향력, 반기문 32위 이건희 41위 박근혜 52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제치고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정상에 올랐다. 포브스는 30일(현지시간) 전 세계 인구 1억명당 1명꼴로 ‘올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72명을 선정한 결과 푸틴 대통령이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위였던 오바마 대통령은 3위였던 푸틴 대통령에게 밀려 2위로 내려앉았다. 포브스는 “오바마 대통령은 연방정부 일시폐쇄(셧다운), 미국 정보기관의 도·감청 파문 등이 잇따라 터지며 권력 누수를 겪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시리아 사태 해결 등에서 리더십을 보인 동시에 러시아에 대한 지배력도 공고하게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함께 세계 양대 강국(G2)으로 떠오른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3위에 올랐고 프란치스코 교황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각각 4위와 5위를 차지했다. 이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와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인으로는 반기문(32위) 유엔 사무총장과 이건희(41위) 삼성전자 회장, 박근혜(52위) 대통령 등 세 명이 이름을 올렸다. 한국계 인사로는 손정의(45위·일본) 소프트뱅크 회장과 김용(50위·미국) 세계은행 총재가 포함됐다.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46위로, 지난해보다 2계단 떨어졌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노주석 선임기자의 서울택리지] (17) 풍수(상)

    [노주석 선임기자의 서울택리지] (17) 풍수(상)

    서울은 풍수에 의해 선택됐고, 풍수에 의해 조성됐으며, 풍수에 의해 유지·관리된 도시이다. 심하게 얘기하면 풍수의, 풍수에 의한, 풍수를 위한 도시였다. 불교를 버리고 한양으로 도읍을 옮긴 ‘유교의 나라’ 조선의 풍수의존도가 이다지도 높았던 이유는 뭘까. 조선은 유교를 국교로 정했지만, 겉과 속이 달랐다. 왕에서부터 백성에 이르기까지 생활양식은 유교를 따랐지만, 생각은 불교식으로 했다. 급한 일이 생기면 풍수나 굿 같은 무속신앙을 찾았다. 살아서 집터를 구하고, 죽어서 묏자리를 정하는 일은 철저하게 풍수에 따랐다. 깐깐한 유학자(선비)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주유야풍’(晝儒夜風)이라 하여 낮에는 성리학, 밤에는 풍수를 바탕으로 살았다. 겉으로는 근엄했지만 속으로는 자유분방한 풍류(風流)를 즐겼다.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풍수 논쟁을 읽다 보면 정도전, 하륜, 권근, 황희, 정인지 같은 대유학자들도 예외 없이 풍수학의 대가였다. 이들에게 풍수학이란 전통적인 지리학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고 합리적인 설명이 불가능하지만, 경험상 존재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현상’을 거스르지 않음으로써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고자 한 것이다. 그래서 어느 외국학자는 “한국이라는 나라를 이해하려면 유교적 시각에서 접근해야 하고, 한국인의 기질을 알려면 불교와 무속신앙을 연구해야 한다”고 했다. 지도를 보면 서울은 내사산(백악-남산-낙산-인왕산)이 서울성곽 18㎞를 이어 사대문을 이룬다. 내(內)명당수인 개천(청계천)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면서 도성 내부를 관통한다. 또 외사산(삼각산-관악산-용마산-덕양산)이 도성 밖 4㎞(城底十里)를 빙 둘러싸고 있으며 외(外)명당수인 한강이 전체를 감싸고 도는 구조이다. 이른바 바람(氣)을 갈무리하고 물을 얻는 지형이다. ‘풍수’(風水)가 ‘장풍득수’(藏風得水)의 줄임말이고 보면 서울 풍수의 큰 윤곽을 알 만하다. 그렇다면 서울은 흠잡을 데 없는 천하의 명당일까. 결코 그렇지는 않다. 조선왕조실록에 서울은 명당수가 부족하고, 경복궁의 좌우 지맥(地脈)이 허약하고, 동쪽의 지형 지세가 낮으며, 물이 흘러나오는 출구(水口)가 열려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 숱하게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양은 명당수가 부족했다. 세종 때 황희가 “궁궐 좌우의 물줄기가 끊임없이 흐르지 않는 것이 흠”이라고 인정했다. 개천도 물이 마르기 일쑤였다. 이를 보완하고자 궁성 안팎에 못을 파서 도랑을 냈고, 도성 사방에 동지·서지·남지·북지라는 4개의 인공연못을 각각 조성했다. 특히 서울을 둘러싼 풍수 논쟁의 핵심은 주산(眞山)과 수구(水口)였다. 주산은 임금이 정사를 보는 최고의 명당자리(明堂穴)가 어디냐는 것이다. 주산이 백악이냐, 무악산이냐, 인왕산이냐, 응봉이냐에 따라 명당자리가 달라서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백악을 주산으로 하면 경복궁 근정전이요, 무악을 주산으로 하면 지금의 신촌 연세대가 왕궁 자리이다. 인왕산을 주산으로 하면 경복궁은 마찬가지이나 궁의 위치가 동쪽으로 기울어서 ‘군주는 남쪽을 보고 정사를 본다’는 제왕남면(帝王南面)의 원칙에 맞지 않다. 응봉(성균관대 뒷산)을 주산으로 하면 창덕궁 인정전이 명당이 된다. 임진왜란 때 불탄 경복궁을 300년 가까이 재건하지 않고 법궁(正宮)을 아예 창덕궁으로 사용한 것은 국란을 겪은 이후 ‘응봉 주산론’이 득세한 탓도 컸다. 청계천의 수구막이(수구맥이)도 논쟁거리였다. 물의 출구(水口)로 기가 새나가지 않도록 막으려고 인공산(假山)을 쌓거나, 나무를 심거나, 사당을 지었다.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좋은 땅의 제1조건으로 수구가 닫혀 있어야 한다”고 하였고, 홍만선은 산림경제에서 “수구는 잘록하여야 한다”고 했다. 실제 신증동국여지승람에 “훈련원(동대문역사문화공원) 동북쪽에 인공산을 쌓았으니 땅의 기운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함이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선조 31년 흥인문 밖에 중국 후한 시대 명장 관운장을 모신 남관왕묘를 세웠다. 임진왜란 때 조선에 출병한 명나라 장군들이 은자를 내 조성한 것이다. 관우를 군신(軍神)으로 모신 관왕묘는 수구로 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으려면 사당을 지어야 한다는 풍수에 따른 것이다. 관왕묘는 한양의 좌청룡에 해당하는 낙산이 너무 낮아 허약한 기운을 돋우는 역할을 했다. 사대문 가운데 유독 동대문만 옹성(성문 앞 작은 성곽)을 두른 이유도 동대문의 지대가 낮아 청계천 범람 때마다 물에 잠긴 것에 대한 보완책이다. 백악과 인왕산, 남산에서 각각 발원한 개천은 한양의 생활용수이자 자연하수도였다. 한양의 인구가 조선 초기 10만명에서 조선후기 20만명까지 늘어나면서 개천의 오염과 물난리가 큰일이었다. 산업혁명 이전인 17세기 프랑스 파리인구가 10만명, 영국 런던이 15만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한양도성의 인구 밀집도와 이로 말미암은 하수처리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대대적인 하천 준설공사가 수시로 이뤄졌다. 태종 때 5만 2000명이 동원됐고, 영조 때 20만명을 동원해 57일간 양안에 석축을 쌓고 수로를 직선으로 바꾸는 대역사를 실행했다. 왕도 풍수의 신봉자였다. 태조의 한양 천도 풍수, 세종의 주산 풍수, 광해군의 인왕산 풍수, 영조의 개천 풍수, 정조의 보현봉 풍수 등 조선 초기부터 후기까지 풍수가 조정을 풍미했다. 단군 이래 최고의 명군으로 칭송되는 세종 15년에 조선 초기 최대의 풍수사건이 터졌다. 한양의 주산(主山)은 백악이 아니라 응봉이어야 하는데 잘못 잡았다는 것이다. 당시 왕조를 대표하던 최고의 풍수 최양선이 불러일으킨 이 풍수 논쟁은 무려 9년이나 끌었다. 황희, 정인지 등 당대의 유학자들도 논쟁에 가세했다. 세종이 친히 백악에 올라 현장을 검증할 정도로 끓어올랐다. 이 와중에 오간 군신 간의 문답을 보면 조선 풍수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다. 예조 좌참판 권도는 “공자님이 하신 말씀도 아닌 한낱 풍수를 가지고서 지금 조정 안이 술렁거리고 있음에 심히 걱정됩니다. 어찌 국가의 이해관계가 궁궐이 명당인가 흉당인가에 따라 달렸다고 볼 수 있겠습니까.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이단설을 집현전 학자들에게 연구케 하여 국가경영에 참고하라고 어명까지 내렸다 하니 심히 부당합니다. 바라건대 풍수와 같은 망령된 학문을 물리치시고 집현전에서의 공식적인 풍수강론 토의는 금지해 주옵소서”라고 상소를 올린 것이다. 세종의 답이 흥미롭다. “태조께서 나라를 세우고 도읍을 정하는 데 풍수를 살펴서 정하시고, 태종께서는 ‘풍수를 쓰지 않는다면 몰라도 만일 그것을 쓴다면 정밀히 하여야 한다’고 하시었다. 더구나 건원릉(태조왕릉)도 모두 풍수를 써서 정하였는데 유독 궁궐 짓는 데에만 풍수를 버리는 것이 옳겠는가. 권도의 말은 임금을 위한 것이나 잘못되었다. 그러나 그대로 두고 논하지는 말라”고 답했다. 풍수를 이단설로 몰아붙인 젊은 유학자의 생각은 틀렸지만 역사(실록)에 남기되 잘잘못을 가려 처벌하지는 말라는 세종다운 해법이었다. 세종은 또 영의정 황희, 좌의정 맹사성, 우의정 권진과 국사를 논하면서 “경복궁의 오른팔은 대체로 모두 산세가 낮고 미약하므로 남대문 밖에다 못을 파고 문 안에다가 지천사(支天寺)를 둔 것이다. 나는 남대문이 이렇게 낮고 평평한 것은 필시 당초에 땅을 파서 평평하게 한 것이었으리라고 생각한다. 이제 높이 쌓아 올려서 그 위에다 문을 설치하는 것이 어떻겠는가”라고 하문했다. 이에 모두가 “좋습니다”라고 머리를 조아렸다. 임금이 풍수로 북치고 장구 치는 격이다. 이때 남대문의 지대를 높여서 남산과 인왕산의 지맥과 연결해 오늘날의 모습을 갖췄다. 도읍을 정할 때부터 주산을 놓고 이설(異說)이 난무했다. 하륜이 ‘무악 주산론’을 주장했으나 터가 협소하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인왕산 주산론’과 ‘백악 주산론’은 불교와 유교의 정면 대결 양상이었다. 결국 정도전에게 밀린 무학이 “신라 의상대사의 산수비기(山水?記)에 따르면 ‘도읍을 정할 때 승려 말을 들으면 태평성세를 누릴 것이지만 정(鄭)씨 성을 가진 자가 이에 시비하면 5세(五代)가 되기 전에 왕위 찬탈의 화가 일어날 것이요, 200년 내외에 나라가 탕진될 위험이 있다’고 했다. 내 말을 따르지 않으면 크게 후회할 것이다”라고 예언했다. 정씨 성을 가진 자는 정도전을 이르며 실제 5대(태조-정종과 태종-세종-문종-단종)를 지나자마자 세조의 왕위찬탈이 있었고, 정확하게 200년 후에는 임진왜란이 일어났다. 이것이 ‘인왕산 왕기설’로 과장돼 이 말을 들은 광해군이 인경궁을 짓도록 어명을 내렸다는 것이다. 주산풍수 논쟁은 고려 때 도선국사(827~898)가 송도를 왕궁으로 잡은 산세와 궁궐 입지가 당시 한양도읍 입지와 같다는 모든 속설을 잠재우는 권위 있는 풍수설이 나올 때까지 계속됐다. 우리나라 풍수의 창시자인 도선은 ‘다음 왕은 이씨이며 한양에 도읍을 정한다’라고 도선비기를 통해 예언한 바로 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joo@seoul.co.kr
  • “난 공산주의를 믿지 않습니다”

    “난 공산주의를 믿지 않습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중국의 꿈’(中國夢)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베이징대에서 쫓겨난 경제학과 샤예량(夏業良) 교수가 공산당을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 30일 미국의 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공산당과 사회주의 제도를 비난하고 시 주석의 ‘중국의 꿈’을 비웃고 왜곡했다는 혐의로 고발당한 것과 관련, “솔직히 말해 중국 공산당의 일당독재와 사회주의 제도 자체에 의문과 비판적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를 반당·반사회 분자라고 말해도 좋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은 중국에서 나 혼자가 아니다”라며 공산당과 사회주의가 수많은 결함을 보여 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샤 교수는 “사회와 당, 정부를 비판하고 선진 지식과 이념을 소개해 사회 발전을 추동하는 게 지식인이 할 일이며, 나는 지식인으로서 이 같은 소임을 열심히 수행해 왔다”고 주장했다. 또 해임 소식이 사전에 알려져 미국 교수 100여명이 그를 위한 청원에 나섰던 것에 대해 베이징대 경제학원 원장으로부터 학교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경고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中 3중전회 키워드는 법치·소유권 강화

    中 3중전회 키워드는 법치·소유권 강화

    중국 시진핑(習近平) 정부의 개혁 청사진이 제시될 공산당 18기 3중전회(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가 다음 달 9일부터 3박 4일간 베이징에서 열린다. 3중전회는 관례적으로 경제 개혁을 논하는 자리이지만 이번에는 경제 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법률 사회 등 각 분야의 개혁도 상당수 포함될 것으로 전해져 주목된다. 당 중앙 정치국은 최근 시 총서기 겸 국가주석 주재로 회의를 열어 3중전회에서 논의될 ‘전면적인 개혁 심화에 관한 당의 몇 가지 중대 문제 결정’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30일 보도했다. 시진핑 체제에서 진행될 경제 개혁 로드맵을 담은 지침성 문건으로 의견 수렴을 거쳐 3중전회에서 확정된다. 신경보(新京報)는 이날 3중전회에서 논의될 주요 개혁 의제로 법치, 호적제도, 수입분배 등이 꼽힌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법치는 개혁의 성공을 가늠하는 중요 지표이며 법치 국가 건설을 추진하는 것은 중대한 역사적 관건이자 개혁을 위한 조건”이라고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시 주석은 지난해 말 당 총서기에 취임한 이후 조직과 개인은 모두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야 한다며 법치 강화를 강조한 바 있다. 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공공부문에 대한 민간 개방 심화 조치들이 3중전회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문은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사회주의 경제의 근간인 공유제(共有制)의 반대 개념인 소유제(所有制) 강화를 이번 3중전회에서 구체화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리 총리는 최근 국무원 상무위 회의를 통해 금융, 석유, 전기, 철도 등 공공 분야에 대한 민간 자본 개방 심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당국은 2010년 정부가 독점하는 교통운송, 수도, 철도, 군수, 석유, 통신, 항공 등 여러 부문에 민간 투자를 허용·장려하는 내용의 ‘신 36조’를 내놓은 바 있으나 시행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하지만 외부 전문가 사이에서는 중국이 공산당 지도체제라는 틀 안에서 과연 어느 수준까지 법치와 공공부문 민간 개방을 구체화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30일 첫 ‘개성 국감’

    북한이 30일 국정감사 활동 차원에서 개성공단을 시찰하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북측 책임자와의 ‘돌발 면담’이 현장에서 이뤄질지 주목된다. 박근혜 정부 들어 국회 차원의 개성공단 방문은 처음으로, 북한이 의원들에게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 등을 제기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나왔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이번 기회를 통해 남측의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하려 할 것”이라며 “개성공단 발전을 위한 화해·협력적 정책, 금강산 관광 문제 등을 구체적으로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개성공단을 첨단기술개발공단으로 키우려는 생각을 분명히 갖고 있다”면서 “이를 위한 남한 내 우호적인 정치 환경 조성을 시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 대북정책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회의원들의 방북인 만큼 리금철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장 등 북한 고위급 책임자가 직접 시찰에 동행할 가능성도 높다. 방북단 규모는 총 47명이며 안홍준 위원장을 비롯해 외통위 위원 21명과 김남식 통일부 차관 등 통일부 관계자, 취재진이 포함됐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재·보선 일정으로, 탈북자 출신인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은 북측이 불허해 방북단에서 빠졌다. 방북단은 홍양호 개성공단관리위원장으로부터 공단 현황 브리핑을 듣고 입주 기업 4곳과 정·배수장, 변전소 등 주요 시설을 돌아본 뒤 귀환할 예정이다. 한편 방북 이틀째인 차히아긴 엘베그도르지 몽골 대통령 일행은 이날 판문점과 개성 공민왕릉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 친필비, 판문각 등을 둘러봤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부고]

    ●이주훈(전 외환카드 대표이사)주석(전 웅진그룹 부회장·전 서울지방국세청장)주호(전 한국거래소 부장)현국(이문건설 대표)씨 부친상 26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29일 오전 7시 (02)2227-7556 ●김종선(전 목포대 총장)씨 별세 유리(강남차병원 내과 교수)주지(미국 무어칼리지 미대 교수)태헌(사업)태일(사업)씨 부친상 박원순(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렌조 올리바(전 이탈리아 펜실베이니아 총영사)씨 장인상 26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9일 오전 8시 30분 (02)3410-6920 ●이기용(호만프라자 대표)선용(1001안경원 진건점 대표)씨 부친상 심학경(경기도교육청 장학관)씨 시부상 이성희(전 GM자동차 상무이사)씨 장인상 27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9일 오전 5시 (02)3010-2230 ●조동수(전 송파구 복지문화국장)임대성(수도권교통본부 시설부장)권대운(큐원에코텍 대표)씨 장모상 27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9일 오전 10시 (02)3010-2265 ●김진성(미국 거주)진호(경향신문 선임기자)씨 부친상 26일 이대목동병원, 발인 29일 오전 8시 (02)2650-2747 ●김철환(국민연금관리공단 장애인활동지원부장)기환(조이젠 CS영업부 차장)씨 부친상 27일 건국대병원, 발인 29일 오전 5시 (02)2030-7901 ●정황(전 미국 남캘리포니아공과대 교수)순영(전 국회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씨 모친상 이행로(동숭갤러리 대표)이성연(목사)씨 시모상 정인성(KBS 보도국 차장)호성(무학교회 목사)씨 조모상 27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30일 오전 8시 30분 (02)3410-3151 ●김풍철(MBC 감사2부 국장)씨 형님상 27일 보라매병원, 발인 29일 오전 6시 (02)870-2977
  • 中 싱크탱크 “농민들에 토지소유권을”

    중국 시진핑(習近平) 체제의 개혁 청사진이 제시될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가 11월 초 열릴 예정인 가운데 이 대회에서 논의될 구체적인 개혁안이 중국 정부의 싱크탱크인 국무원발전연구센터에 의해 27일 공개됐다고 공산당신문망이 보도했다. 공산당신문망은 “국무원발전연구센터가 ‘383 개혁방안 보고서’를 3중전회 측에 제출했다”고 전했다. 383이란 ▲시장·정부·기업 등 3대 부문을 종합 개혁하기 위해 ▲토지, 금융, 세재, 국가자본, 공무원, 기초산업, 대학, 대외개방 등 8개 분야를 중점 개혁하여 ▲시장·정부·기업 등 3대 부문의 개혁이 상호 작용을 일으켜 시너지를 내도록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선 보고서는 8개 분야 가운데 토지와 관련, 농민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농민들의 토지소유권도 일정 부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무에 대해선 공무원이 부정부패를 저지르지 않고 퇴임하면 그에 상응하는 거액의 연금으로 보답한다는 내용의 연금제를 제안했다. 금융 부문은 금융업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고 시장에 의한 환율 형성과 위안화 자본 항목의 태환화 등 시장경제를 가속화하기 위한 방안들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의 책임자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경제 책사로 통하는 류허(劉鶴)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 겸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으로 알려졌다. 한편 위정성(兪正聲)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전국위원회 주석은 앞서 지난 26일 광시(廣西)장족자치구 난닝(南寧)시에서 열린 양안(兩岸·중국과 타이완) 경제·무역·문화 포럼에서 3중전회에서 유례 없는 경제·사회분야 개혁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중국시보 인터넷망이 전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김규환 선임기자의 차이나 로드] “물까지 약탈” 시위 진압…발포…신장·티베트·네이멍구 지역 준계엄

    [김규환 선임기자의 차이나 로드] “물까지 약탈” 시위 진압…발포…신장·티베트·네이멍구 지역 준계엄

    신장(新疆)위구르·시짱(西藏·티베트)·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등 중국 3대 민족 갈등 지역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중국의 강압 통치와 차별 대우에 반발하는 이들이 공안 당국, 한족과 유혈 충돌함으로써 이들 3개 소수민족 자치 지역은 ‘준(準)계엄’ 상태에 들어갔다. 지난 19일 시짱자치구 나취(那曲)지구 비루(比如)현 샤취(夏曲)진에서 티베트족 100여명은 진(鎭)정부 앞에 모여 전날 체포된 주민 단쩡랑줘(丹增讓卓·34)를 즉각 석방하라고 요구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정부 당국은 순박한 티베트족을 반란자의 죄명을 씌워 잡아들이고 있다”면서 “당국은 사법 집행을 공정히 하라”며 한족과의 차별 대우 철폐를 촉구했다. 현지 공안 당국은 이들을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무차별적으로 구타하며 티베트족 6명을 체포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1일 보도했다. 8일에는 비루현 썬탕(森塘)촌에서 국경절(10월 1일)을 맞아 중국 오성홍기를 게양하는 것에 반대한 티베트족을 체포했다. 이에 주민들이 당국에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다 공안의 발포로 3명이 숨졌다. 현지 주민 쌍주(桑珠)는 “중국 당국은 200명 이상의 준군사 조직과 경찰차를 마을에 배치하고 주요 도로에 검문소를 설치했다”면서 “공안들은 신분증을 소지하지 않은 이들을 모두 붙잡아 데려갔다”고 밝혔다고 RFA가 전했다. 이들 지역에 긴급 상황이 발생하자 궈성쿤(郭聲琨) 공안부장은 14~16일 시짱자치구를 급거 방문해 “무장경찰과 민병조직 등 모든 치안 역량을 동원해 순찰을 강화하고 위법 행위를 단속하라”고 지시했다. ‘국가반테러공작영도소조’의 수장인 그의 이 같은 발언은 소수민족의 분리·독립 활동에 강력한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공안 당국이 지난달 말 이후 위구르족 7명을 테러 혐의로 사살해 공포 분위기에 휩싸였다. 6월 26일 투루판(吐番)지구 산산(?善)현 루커친(克沁)진에서 위구르족 30여명이 파출소와 지방청사 등을 습격해 한족과 위구르족 47명이 사망하는 최악의 사건이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신장 지역에서는 최근 4개월간 위구르족과 공안, 한족 간의 유혈 충돌로 1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2009년 7월 5일 우루무치(烏木齊)에서 위구르족과 한족 간의 충돌로 197명이 사망한 ‘7·5사건’ 이후 최악의 참사로 기록됐다. 네이멍구자치구에서는 테러 움직임이 포착됐다. 네이멍구 당국은 지난달 30일 퉁랴오(通遼)시에서 ‘2013 안정 임무’라는 암호명으로 실전을 방불케 하는 대규모 반테러 훈련을 실시했다. 공안과 무장경찰, 소방 등 15개 기관에서 1700여명이 참가한 이번 훈련은 불법적인 시위 진압에 초점이 맞춰져 현지 주민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도 이뤄졌다. 앞서 공안국은 “최근 네이멍구 지역에서 실시한 일제 단속에서 폭발물 50t, 12만개의 기폭장치 그리고 총 2000정과 칼 3만 2000개가 압수됐다”고 주장했다. 이들 투쟁에는 한족이 부(富)와 권력을 독점하는 데 대한 불만과 차별 대우에 대한 반감 등이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은 한족과 55개 소수민족으로 구성돼 있다. 전체 인구 12억 7318만여명 가운데 한족이 11억 5939만여명(약 91%)이고 55개 소수민족은 1억 1379만여명에 불과하다(2010년 11월 1일 제6차 인구조사). 이들 소수민족 가운데 위구르족(약 839만명)과 몽골족(581만명), 티베트족(542만명)이 한족 통치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저마다 다른 투쟁 이유도 있다. 시짱자치구는 1950년 10월 중국 인민해방군이 침공해 점령했다. 1951년 5월 중국은 ‘티베트의 평화적인 해방’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티베트와 17조 협의를 체결해 강제 합병했다. 1959년 고문과 학살로 강압 통치를 하는 중국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주도한 이후 인도로 망명한 달라이 라마를 정신적 지도자로 받들고 있다. 1960년대 문화혁명 때는 사찰 3700개 가운데 13개를 제외하고는 모조리 파괴됐다. 신장 지역 위구르족은 중국 정부에 뿌리 깊은 증오심을 갖고 있다. 위구르는 1759년 청나라 건륭제 때 중국에 강제 합병된 이후 여러 차례 반란을 일으키다 진압당했다. 한족들이 신장 지역으로 물밀듯이 이주해 오면서 위구르족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이 때문에 자치구 내 위구르족 비율이 40.1%로 곤두박질쳤다. 이슬람교를 믿는 위구르족이 끊임없이 분리·독립 운동을 시도하면서 중국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네이멍구자치구에서는 한족에게 생활 기반을 빼앗기고 있다는 불만이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에너지 자원 확보를 위해 이 지역의 석탄을 ‘싹쓸이’하고, 사막화로 물이 부족한 상황인데도 수자원을 독점 이용하고 있는 데 대해 몽골족이 반발하는 것이다. 신장 및 시짱 지역의 투쟁 방식은 네이멍구 지역과는 달리 조직적이고 계획적이다. 중국 내는 물론 해외에 지부 또는 망명정부를 구성해 중국 정부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고 있다. 위구르족은 ‘세계위구르대표대회’(독일 뮌헨)와 산하조직 ‘세계위구르청년대표대회’,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파키스탄), ‘동투르키스탄 망명정부’(터키) 등의 조직을 거느리고 있다. 티베트족은 ‘티베트 망명정부’(인도 다람살라)와 산하 조직으로 ‘티베트 청년대회’ 등을 두고 있다. 중국 정부는 유화 공세도 펴고 있다. 위정성(兪正聲)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이 티베트를 방문해 티베트 사회 안정 방안을 협의했다. 위 주석은 지난 8월 1일부터 5일까지 티베트 라싸 등 각 지역의 전통 불교 사원과 학교, 기업, 농촌 등을 방문해 각계 대표들로부터 티베트 발전 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사회 안정에 협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khkim@seoul.co.kr
  • 무기징역으로 끝난 ‘보시라이 스캔들’

    무기징역으로 끝난 ‘보시라이 스캔들’

    중국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당서기에 대해 내려진 무기징역 원심이 확정되면서 장장 1년 10개월에 걸쳐 중국을 뒤흔든 ‘보시라이 스캔들’이 막을 내렸다. 산둥(山東)성 고급인민법원은 25일 보시라이에 대한 2심 공판을 열어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유지한다고 선고했다. 중국은 2심제를 채택하고 있어 보시라이는 더 이상 항소할 수 없다. 앞서 지난(濟南)시 중급인민법원은 지난달 22일 보시라이에 대한 1심 판결에서 뇌물수수, 공금횡령, 직권남용 등의 혐의가 대부분 인정된다며 무기징역, 정치권리 종신 박탈, 개인재산 몰수 등을 선고했다. 보시라이가 이날 선고 결과에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짙은 남색 잠바 차림으로 수갑을 찬 채 시종 미소를 띠며 선고 내용을 듣는 모습이 관영인 중국중앙(CC)TV를 통해 전역에 방송됐을 뿐이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중국 형법은 수뢰액이 10만 위안(약 1800만원) 이상이면 10년 이상 혹은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고 사형도 가능하다”면서 “국가 공무원인 보시라이의 수뢰액은 2044만 위안에 달한다”며 1심 판결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또 보시라이가 제기한 항소장을 기초로 보시라이 본인과 변호인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한 뒤 판결한 것이라고 강조해 일각에서 제기되는 ‘정치 재판’ 의혹도 일축했다. 원심 판결 유지는 보시라이가 항소할 때부터 예견된 것이어서 특별한 파장을 일으키진 않고 있다. 다만 보시라이는 끝까지 자신의 혐의를 부인해 정치적 희생양의 이미지를 구축하면서 중국 내 좌파(이념 중시 보수세력)의 상징이 됐다. 앞서 지난달 공개된 그의 옥중 편지에는 중국 8대 혁명원로인 아버지 보이보(薄一波) 전 부총리가 여러 차례 수감됐지만 결국 재기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나도 감옥에서 천천히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조만간 정치범 수용소인 베이징시 인근 친청(秦城) 교도소로 옮겨져 기약 없는 종신형을 살게 되지만 여전히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자당(당·정·군 혁명 원로의 자손)의 대표 주자였던 보시라이는 2011년 11월 아내 구카이라이(谷開來)가 영국인 닐 헤이우드를 독살한 사실이 드러나고 이 과정에서 아내의 범죄를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한편 이날 재판이 마무리되면서 중국 정가는 저우융캉(周永康) 전 당 정치국 상무위원도 사법처리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석유방(석유산업을 기반으로 막대한 부를 쌓은 정치세력)의 ‘거두’인 저우융캉을 처벌할 수 있다면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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