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침묵 “결단의 장고인가”
◎간담회서 현안 “노코멘트”의 함축/“운동권·극렬노조 겨눈 경고” 풀이도/가뭄·보선대책만 거론… 궁금증 증폭
김영삼대통령의 침묵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김대통령이 갑자기 입을 굳게 다물어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김대통령은 21일 낮 청와대본관에서 출입기자들과 오찬간담회를 갖고 대화를 나눴다.한달에 한번씩 갖기로 돼 있는 정례간담회다.
그러나 이날 김대통령은 국정현안 대부분에 대해 속마음을 밝히기를 사실상 거부했다.
김대통령은 이날 오찬장에 들어서자마자 『오늘은 여러분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로 하자.오늘은 듣기만 할 것』이라고 미리 못을 박았다.표정은 밝았다.
그러나 기자들은 식사가 끝나자 『기자의 직업은 속성상 듣는 것이지 말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질문공세를 폈다.
김대통령은 김일성의 사망에 대한 정부코멘트가 없다는 질문에 『오늘은 안 묻는 게 좋을 것』이라며 지나갔다.「주사파」와 노사분규에 대한 대책을 묻는 질문에는 『여러분도 자꾸 같은 이야기를 들으면 재미없을 것이다.이미 이야기한 것이있으니까(19일 발언을 의미)놔두었으면 좋겠다』고 했다.이어 김정일에 대한 평가,하반기 국정운영방향,기업인들에 대한 인식,부산에서의 현대·삼성공방전,대북정책의 전환용의등 질문에 대해 모두 『그것도 유보하자』로 이야기를 끝냈다.
김대통령은 이날 가뭄대책과 보궐선거대책,경제상황,월드컵유치위원장 경질문제,WTO사무총장 경선문제등에 대해서만 소상하게 설명했다.뉴스거리라고는 『북한 김일성의 사망을 세계의 어떤 정보기관도 까맣게 몰랐다』고 확인한 정도.
주돈식공보수석은 간담회가 끝난 뒤 왜 대통령이 현안에 대해 답변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글쎄,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하셨겠지』라고 답했다.어떤 수석도 대통령의 현안에 대한 침묵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의 이런 침묵에 대해 두 세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하나는 측근들이 예민한 문제들에 대해 기자들에게 자주 이야기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건의를 했을 가능성이다.두번째는 김일성의 사망과 관련,통일정책이나 국정운영방향의 일대전환을 위한 「대장고」에 들어갔을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김대통령은 장고에 들어가면 말을 하지 않는 특성이 있음을 여러차례 보여준 바 있다.
세번째는 대북문제는 김정일,노사분규는 노동자,체제정비는 운동권학생등 모두 상대방이 있으므로 중요한 시기에 「침묵의 공포」를 주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