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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년 째 방치된 포르쉐와 BMW…중국 졸부들의 기싸움

    시안(西安)의 거리 한 구석에 고가의 명품차량 두 대가 1년 넘도록 방치된 채 희뿌연 먼지에 뒤덮여 있다. 무슨 이유일까? 1억원이 넘는 고가의 BMW5와 포르쉐 차량이 길가 한 구석에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주차되어있다. 그런데 주차 위치가 좀 이상하다. 포르쉐 차량이 BMW 차량이 나오는 방향을 막고 서 있다. BMW 차량이 움직이려면 포르쉐 차량이 비켜주지 않으면 불가능한 위치다. 차량 두 대는 이곳에 주차된 지 1년이 넘었고, 차량 주인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마침내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경찰이 나섰다. 알고 보니, 차량 주인간의 기싸움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지난해 초 BMW 차주가 포르쉐 차주를 때렸고, 이에 화가 잔뜩 난 포르쉐 차주가 BMW 차주가 나오지 못하도록 BMW 앞에 차를 주차한 것이다. BMW 차주는 다른 고가의 차량을 소유했기에 차량을 1년 째 세워둘지언정, 포르쉐 주인을 찾아 차를 빼달라고 사정하지 않았다. 경찰에도 신고하지 않았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포르쉐 주인의 소심한 복수에 앙갚음 한 셈이다. 과연 누가 먼저 감정을 삭히고, 차를 뺄 것인지 주변인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인민망(人民网) 이종실 상하이(중국)통신원 jongsil74@naver.com
  • 먼지 뿌연 포르쉐와 BMW…중국 졸부들의 기싸움

    먼지 뿌연 포르쉐와 BMW…중국 졸부들의 기싸움

    시안(西安)의 거리 한 구석에 고가의 명품차량 두 대가 1년 넘도록 방치된 채 희뿌연 먼지에 뒤덮여 있다. 무슨 이유일까? 1억원이 넘는 고가의 BMW5와 포르쉐 차량이 길가 한 구석에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주차되어있다. 그런데 주차 위치가 좀 이상하다. 포르쉐 차량이 BMW 차량이 나오는 방향을 막고 서 있다. BMW 차량이 움직이려면 포르쉐 차량이 비켜주지 않으면 불가능한 위치다. 차량 두 대는 이곳에 주차된 지 1년이 넘었고, 차량 주인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마침내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경찰이 나섰다. 알고 보니, 차량 주인간의 기싸움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지난해 초 BMW 차주가 포르쉐 차주를 때렸고, 이에 화가 잔뜩 난 포르쉐 차주가 BMW 차주가 나오지 못하도록 BMW 앞에 차를 주차한 것이다. BMW 차주는 다른 고가의 차량을 소유했기에 차량을 1년 째 세워둘지언정, 포르쉐 주인을 찾아 차를 빼달라고 사정하지 않았다. 경찰에도 신고하지 않았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포르쉐 주인의 소심한 복수에 앙갚음 한 셈이다. 과연 누가 먼저 감정을 삭히고, 차를 뺄 것인지 주변인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인민망(人民网) 이종실 상하이(중국)통신원 jongsil74@naver.com
  • [초선 내 정치를 말한다] 새누리당 김정재

    [초선 내 정치를 말한다] 새누리당 김정재

    20대 국회 새누리당의 유일한 여성 지역구 초선 의원이 보수의 아성인 TK(대구·경북) 지역에서 배출됐다. 주인공인 김정재(경북 포항북구) 당선자는 20대 국회 여당의 첫 번째 원내대변인으로도 활약하게 됐다. ‘포항의 첫 여성 국회의원’ 타이틀도 거머쥔 김 당선자는 ‘선택받은 수혜자’가 아니라 ‘바닥부터 밟아온 현장형’임을 앞세웠다. Q. 내게 정치란. A. 일상.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누구나 일상에서 주변인들을 대상으로 정치를 한다. 공동체 안에서 함께 고민하고, 희열하고, 각자가 추구하는 지향점에 다가가는 과정이 정치 아닐까. 다만 그 지향점이 각자 다를 뿐이다. ‘국민이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게 내 지향점이다. Q. 내 정치의 원동력은. A. 소통. 길거리에서, 시장에서 시민들과 소통할 때 엔돌핀이 샘솟는다. 함께 고민하고 해결점을 찾았을 때의 기분은 희열 그 자체다. 정치하는 목적이 여기 있는 것 같다. Q. 정치인으로서 최대 관심사는. A. 공정사회 구현. 서울시의원으로 일할 때 우리 사회곳곳에 아직도 부조리한 관행이 너무 많다는 걸 실감했다. 중소기업이 입찰 하나 따내고 기술개발을 해도 대기업이 돈으로 사버리면 그만이다. 비정규직, 원청·하청 문제부터 전관예우까지 마찬가지다. 정치권도 신인들이 현역에게 도전하기에는 진입장벽이 너무 높다. 기득권층에게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으라고 하면 내려놓겠나. 사회적 약자가 외면받지 않고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Q. 20대 국회에서 나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A. 편견을 뚫었다. 경북 맨바닥에서부터 부딪치며 ‘여성 당선은 불가능하다’는 편견을 헤쳐나왔다는 점이다. 처음에 지역인사를 다니니 특히 어르신들의 거부감과 어색함이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었다. 그래도 2번, 3번, 4번 낮은 자세로 다가갔다. 느리지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여시더라. ‘딱딱하고 높고 먼 정치’가 아니라 ‘부드럽고 낮은 정치’를 하려는데 기대를 걸어주신 것 같다. Q. 여성우선공천을 받아 ‘낙하산’ 반발도 나왔다. A. 실력으로 검증받은 공천. 시의원은 서울에서 했지만, 2014년 지방선거 포항시장 경선을 준비하면서부터 지역을 누볐다. Q. 여성정치인으로 손해본 적도 많을 것 같다. A. 여성에게 정치는 블루오션. 사심 없이 부지런히 일하면 유권자들은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 다만 정치가 아직 남성의 영역이라 입문 과정이 험난하다. 남성들의 조직 네트워크를 뚫기 위해 상향식 소통을 택했다. 어촌계, 복지관, 시장에서 직접 얘기 듣고 부딪치다보니 자연히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과도 연결됐다. Q. 중점 추진 정책은. A. 포항을 살고 싶은 도시로. 신성장동력을 만들고 영일만대교 등 기반시설을 조기 완공해 경북 제일의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들고 싶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프로필 ▲1966년 경북 포항 출생 ▲포항여고·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미국 프랭클린피어스 법과대학원 ▲새누리당 부대변인 ▲제 7·8대 서울시의회 의원
  • ‘세기의 대국’ 고뇌와 흥분의 뒷얘기

    ‘세기의 대국’ 고뇌와 흥분의 뒷얘기

    알파고 VS 이세돌/홍민표 지음/김진호 해제/이상/216쪽/1만 5000원이세돌의 일주일/정아람 지음/동아시아/232쪽/1만 2000원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고의 세기의 대국을 복기한 책들이 잇따라 출간됐다. ‘알파고 VS 이세돌’은 지난 3월 9일부터 7일간 이세돌과 알파고가 펼친 5번의 대국에 대한 해설과 후일담을 담았다. 프로 9단인 저자가 대국이 끝난 뒤 호텔방에서 이세돌과 함께 그날의 대국을 되짚으며 알파고의 약점과 극복 전략을 고민한 흔적들이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 최고의 경지에 오른 고수 이세돌의 모습이 아니라 한 수 한 수를 놓으며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 그리고 한 번의 승리에 기쁨을 감추지 못한 순수한 소년의 모습이 훈훈한 감동을 전한다. 5차례의 대국에 대한 기보와 해설도 풍부한 그래픽과 함께 충실히 다뤘고, 알파고의 작동 원리와 우리 사회에 던진 의미도 분석했다. 저자는 “인간의 신경망보다 복잡할지도 모르는 알파고의 알고리즘과 학습 능력 등에 대한 분석은 전문가의 몫”이라며 “우리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깨닫고 인간 사고의 불완전성을 성찰하며 인공지능과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세돌의 일주일’은 지난 3월 9일부터 일주일간 벌어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을 현장에서 지켜본 아마 5단의 현직 기자가 쓴 취재기다. 이세돌이 구글 딥마인드의 도전장을 받고 알파고와 대결하기까지의 과정, 1국부터 5국까지의 대국, 이세돌의 성장 과정과 주변인들이 말하는 이세돌의 모습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이세돌의 스승 권갑용 8단, 이세돌의 누나인 이세나 ‘월간바둑’ 편집장, 이하진 국제바둑연맹 사무국장 등을 인터뷰한 내용은 그동안 접하기 어려웠던 이세돌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경기마다 화제를 모았던 이세돌의 어록도 정리하고, 알파고와의 대결 이후 일어난 ‘이세돌 신드롬’과 바둑계의 변화 등도 생생하게 기록했다. 저자는 “인공지능과 맞서 싸우는 이세돌을 취재하면서 이세돌이 패했을 땐 진심으로 마음 아파했고, 값진 승리를 거뒀을 땐 내가 이긴 것보다 더 기분이 좋았다”면서 “취재를 하면 할수록 그의 인간적인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제2의 파리테러’ 막은 무슬림 여성의 용기

    ‘제2의 파리테러’ 막은 무슬림 여성의 용기

    무슬림 여성이 지난해 발생한 프랑스 파리 테러의 총책임자를 검거하는데 큰 역할을 한 사실이 알려졌다. 목숨을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신속하고 용감한 제보로 ‘제2의 파리테러’를 막았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등 해외 언론의 11일자 보도에 따르면,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한 무슬림 여성은 파리테러의 총책임자로 지목된 압델하미드 아바우드(27·사망)의 은신처를 알게 된 뒤 이를 직접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성은 아바우드의 사촌이자 역시 또다른 테러 용의자로 지목된 하스나 아이트블라첸(26·사망)과 매우 각별한 사이었으며, 테러가 발생한 뒤 아이트블라첸이 나무가 우거진 교외로 아바우드를 만나러 나갈 때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는 이 자리에서 아바우드가 제2의 파리테러를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며, 이 과정에서 두려움과 죄책감을 느끼고 경찰에 직접 아바우드 및 아이트블라첸의 은신처를 알려줬다. 피라테러가 발생한 지 5일 후, 경찰은 이러한 제보 등을 종합해 아바우드가 파리 북부 생드니 코르비용가의 3층짜리 다세대주택에 은신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곧장 검거작전을 펼쳤다. 아바우드와 사촌 아이트블라첸은 이날 총격전으로 사망했다. 이 여성은 경찰에 자신의 신고 경위를 설명하면서 “중요한 것은 아바우드와 그 주변인들은 이슬람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았다는 걸 사람들이 알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각별한 사이로 알려진 아이트블라첸에 대해서는 “3년간 함께 지냈으며, 2013년 시리아에 여행을 다녀온 후부터 테러집단에 가담한 것 같다”면서 “그녀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낀다”고 진술했다. 또 “아바우드가 아이트블라첸을 만났을 당시 5000유로를 주며 자신과 자신의 동료들을 위한 은신처를 찾으라고 지시했다”면서 “아바우드에게 파리테러와 관련해 ‘왜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했느냐’고 묻자 ‘파리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유럽에서 이보다 더 큰 공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아바우드를 비롯해 테러주범들은 파리 테러 발생 5일 이후, 파리 부도심인 라데팡스에서 추가 테러를 벌일 계획이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한 바 있다. 현재 이 무슬림 여성은 IS의 보복 등을 우려해 현재 파리 경찰의 보호 아래 생활하고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IS의 ‘제2 파리 테러’ 막은 무슬림 여성의 용기

    IS의 ‘제2 파리 테러’ 막은 무슬림 여성의 용기

    무슬림 여성이 지난해 발생한 프랑스 파리 테러의 총책임자를 검거하는데 큰 역할을 한 사실이 알려졌다. 목숨을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신속하고 용감한 제보로 ‘제2의 파리테러’를 막았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등 해외 언론의 11일자 보도에 따르면,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한 무슬림 여성은 파리테러의 총책임자로 지목된 압델하미드 아바우드(27·사망)의 은신처를 알게 된 뒤 이를 직접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성은 아바우드의 사촌이자 역시 또다른 테러 용의자로 지목된 하스나 아이트블라첸(26·사망)과 매우 각별한 사이었으며, 테러가 발생한 뒤 아이트블라첸이 나무가 우거진 교외로 아바우드를 만나러 나갈 때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는 이 자리에서 아바우드가 제2의 파리테러를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며, 이 과정에서 두려움과 죄책감을 느끼고 경찰에 직접 아바우드 및 아이트블라첸의 은신처를 알려줬다. 피라테러가 발생한 지 5일 후, 경찰은 이러한 제보 등을 종합해 아바우드가 파리 북부 생드니 코르비용가의 3층짜리 다세대주택에 은신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곧장 검거작전을 펼쳤다. 아바우드와 사촌 아이트블라첸은 이날 총격전으로 사망했다. 이 여성은 경찰에 자신의 신고 경위를 설명하면서 “중요한 것은 아바우드와 그 주변인들은 이슬람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았다는 걸 사람들이 알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각별한 사이로 알려진 아이트블라첸에 대해서는 “3년간 함께 지냈으며, 2013년 시리아에 여행을 다녀온 후부터 테러집단에 가담한 것 같다”면서 “그녀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낀다”고 진술했다. 또 “아바우드가 아이트블라첸을 만났을 당시 5000유로를 주며 자신과 자신의 동료들을 위한 은신처를 찾으라고 지시했다”면서 “아바우드에게 파리테러와 관련해 ‘왜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했느냐’고 묻자 ‘파리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유럽에서 이보다 더 큰 공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아바우드를 비롯해 테러주범들은 파리 테러 발생 5일 이후, 파리 부도심인 라데팡스에서 추가 테러를 벌일 계획이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한 바 있다. 현재 이 무슬림 여성은 IS의 보복 등을 우려해 현재 파리 경찰의 보호 아래 생활하고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단독] 7세 딸 암매장한 엄마는 ‘집주인의 꼭두각시’였다

    [단독] 7세 딸 암매장한 엄마는 ‘집주인의 꼭두각시’였다

    “처음엔 애 엄마(박모씨·42)가 딸을 때려 살해한 뒤 암매장한 사건이라고 봤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꽤 복잡한 사건이더라고요. 아이 엄마는 사는 집 여주인(이모씨·45)이 그저 시키는 대로 행동하는 ‘꼭두각시’에 불과했어요. 딸에 대한 폭행도 집주인의 사주에 따라 이뤄졌어요. 아이 엄마에게 집주인은 일종의 교주였던 셈이죠. 집주인 이씨에게 살인죄를, 엄마 박씨에게 학대치사죄를 적용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검찰 관계자) 박씨의 딸 A양(2011년 10월 사망 당시 7세)이 숨지기 직전 33개월(2009년 1월~2011년 10월) 동안 어른 6명과 그들의 자녀 5명이 함께 생활했던 경기 용인의 72평 아파트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고성 여아 학대 암매장 사건’의 주범인 이씨와 이씨의 언니(50), 박씨, 박씨의 친구 백모(42)씨, 백씨의 친모 유모(68)씨 등 피의자 5명이 최근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사건의 수사를 담당한 검찰과 의학 전문가 등이 전하는 비극의 실상은 당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충격적이었다. 21일 검찰 등에 따르면 박씨가 A양과 둘째 딸 B양을 데리고 이씨의 아파트로 들어온 건 2009년 1월이었다. 대학(서울의 4년제 대학) 동창인 백씨로부터 “기도만 해 줘도 아픈 게 싹 낫는 영험한 분”이라고 이씨를 소개받고서였다. 이씨는 백씨 아들(11)의 학습지 교사였다. A양의 친모 박씨는 당시 몸이 아프고 의지할 곳 없는 외로운 상태였다. 친정 식구들은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멀리 있었고, 남편과는 별거 중이었다. 집주인 이씨는 박씨를 “우리가 함께 지내야 악귀를 물리칠 수 있다”며 꼬드겼다. 박씨는 늘 자신만만하고 신실해 보이는 집주인 이씨를 언니이자 선생님으로 모셨다. 자신의 친정집을 처분해 마련한 9억여원을 이씨의 꾐에 빠져 갖다 바쳤다. 백씨도 이미 1억여원을 이씨에게 건넨 상태였다. 집주인 이씨는 11명 공동 주거지의 ‘교주’ 집주인 이씨를 포함한 이들은 모두 기독교 신자였다. 이들에게 이씨는 용인 아파트라는 ‘성전’을 이끄는 ‘교주’였다. 친모 박씨와 친구 백씨가 3년 가까이 이씨 소유의 휴대전화 매장 등에서 월급도 받지 못하고 ‘노예’처럼 일한 것도 그런 탓이었다. 박씨와 백씨는 주민등록증과 휴대전화까지 뺏겨 외부와의 접촉도 막힌 상태였다. 집주인 이씨는 “위(하나님)에서 시킨 일”이라는 논리로 집안의 독재자로 군림하며 박씨의 큰딸인 A양을 학대하기 시작했다. 소파 등 가구에 흠집이 생기면 “기도해 보니 A가 한 짓이라는 계시를 받았다”며 박씨에게 딸을 때리도록 했다. 그전까지와 달리 박씨가 A양을 폭행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이씨의 사주로 자기 딸을 “희대의 악녀”라고 부르며 베란다에 감금하고, 보름간 하루 한 끼만 주는 등 학대 행위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자수하자”는 A양 친모에게 암매장 지시 A양이 숨지던 날에도 이씨는 친모 박씨에게 “A가 여기 사람들을 다 죽여 버려야겠다고 생각하니 교육 좀 시키라”고 지시했고, 박씨는 딸을 의자에 묶은 뒤 30여분 동안 수십 차례 허벅지 등을 때렸다. 이씨는 박씨가 휴대전화 매장으로 출근한 뒤엔 A양을 직접 회초리 등으로 마구 때리고 4시간 동안 방치했다. 그 결과 A양은 쇼크 등으로 사망했다. “자수하자”는 박씨에게 암매장을 지시한 것도 집주인 이씨였다. 박씨의 무한 충성에도 불구하고 이씨는 지난해 10월 사소한 일을 트집 잡아 박씨와 일곱 살이던 B양을 내쫓았다. 올 1월 박씨는 충남 천안의 한 막걸리 공장 숙직실에서 B양을 학교에 보내지 않은 혐의(교육적 방임)로 경찰에 검거됐다. 그럼에도 수사 초기 박씨는 집주인 이씨의 존재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검찰 관계자는 “박씨는 ‘선생님(이씨)을 저주하면 천벌받아 죽는다’며 끝까지 이씨를 보호하려 했다”고 전했다. 집주인은 ‘자기애성’, 친모는 ‘의존성’ 인격장애 이씨와 박씨의 지배·종속 관계에 대해 이들을 상담했던 김경우 통영정신병원장은 “친모 박씨에게선 의존성 인격장애 성향이, 집주인 이씨는 자기애성 인격장애 성향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의존성 인격장애 환자는 보살핌을 받으려는 과도한 욕구 탓에 타인에게 순종적이고 매달리려는 성향을 보인다. 자기애성 인격장애의 경우 타인에게 자신에 대한 복종을 요구하는 게 특징이다. 전체 인구 중 각각 1% 정도가 여기에 해당한다. 김 원장은 “양극단에 위치해 있는 인격장애 환자들이 만나 최악의 결과로 이어진 매우 드문 사례”라며 “박씨의 경우 가족 등 주위 사람들로부터의 고립이 심해지면서 의존성 인격장애가 악화된 것 같다”고 밝혔다. “‘안산 세모자 사건’과 비슷한 양상” 자신과 두 아들(17세, 13세)이 남편 등 주변인 40여명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30여차례나 허위로 고소하면서 지난해 11월 무고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산 세모자 사건’의 어머니 이모(44)씨와 사건을 배후 조종한 무속인 김모(56·여)씨 역시 이들과 비슷한 경우로 손꼽힌다. 검찰 관계자는 “안산 세모자 사건의 이씨는 ‘자신의 병을 낫게 해 줬다’고 여긴 김씨를 맹목적으로 따랐다”면서 “김씨 역시 이씨를 자신의 의도대로 조종하기 위해 이씨와 주변인들 사이를 꾸준히 이간질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의 자문을 맡은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박씨는 재산까지 모두 이씨에게 건넨 뒤 경제적 독립도 불가능해졌다”며 “이씨의 끊임없는 이간질로 박씨는 같은 집에 살던 사람들로부터도 고립되면서 이씨에 대한 심리적인 종속은 강화됐고, 그 결과 자신의 딸을 죽음으로 내몬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사건 해결의 단서는 박씨 스스로 제공했다고 수사팀 관계자들은 전했다. A양의 행방에 대해 박씨는 “서울 노원구의 한 놀이터에서 잃어버렸다”고 했다가 나중엔 “내가 죽여 혼자 야산에 파묻었다”고 말을 바꿨다. 수사팀 관계자는 “자기 잘못을 시인하면서도 누군가를 보호하려는 듯한 모습에 의구심을 가졌던 게 결국 주변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살아있을 때 모습 그대로…이색 장례식 눈길

    살아있을 때 모습 그대로…이색 장례식 눈길

    사랑하는 사람이 우리 곁을 갑자기 떠나게 된다면, 주변인들은 그의 생전 모습을 그대로 기억하고 싶다는 염원을 갖게 된다. 이러한 유족들의 바람에 맞춰 생소한 방식으로 장례를 치르게 된 한 남성의 모습이 화제다. 12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매체 메트로는 관 속에 눕는 대신 의자에 앉아 마지막 길을 떠난 푸에르토리코 남성 페르난도 데 헤수스 디아스 베아토(26)의 사연을 소개했다. 베아토는 지난 3일 푸에르토리코 수도 산후안 시에 위치한 자택 앞에서 15발의 총격을 받은 끝에 사망했다. 가족들은 슬픔 속에서 그를 위해 특별한 장례식을 열기로 결정했다. 베아토의 시신을 관 속에 안치하는 대신, 즐겨 입던 옷을 입힌 채 의자에 앉아 손가락에 담배 한 개비를 들고 있는 모습을 연출한 것. 가족들이 이런 전례 없는 장례식을 준비한 가장 큰 이유는 그의 살아있을 때 모습을 그대로 기억하기 위해서다. 베아토의 누나 이이스 디아스 베아토는 “우리가 동생의 장례를 이렇게 치르기로 한 것은, 그가 생전에 매우 밝고 활동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며 “우리는 그를 그 모습 그대로 기억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례 준비를 주관한 장례식장 대표 다마리스 마린은 가족들과 밀접하게 협조하여 그들의 요구사항을 충실히 들어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베아토의 생전 모습을 생생히 재현하고 싶다는 가족들의 요청에 마린이 고안해낸 아이디어 중 가장 독특한 부분은 바로 베아토의 눈을 감기지 않도록 한 것이다. 과거 9번에 걸쳐 독특한 장례식을 기획한 경력이 있는 마린은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도록 한 것도 특이하지만, 눈을 뜬 채 장례식을 치른 사람은 베아토가 역사상 처음일 것”이라며 이번 장례식의 특별함을 강조했다. 전에 본 적 없는 독특한 장례식에 조문객들 또한 놀랍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린은 “우리가 그동안 봤던 것 중 (조문객들의) 반응이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례식이었다”고 밝혔다. 베아토의 또 다른 누나 또한 “장례를 찾아온 모든 사람들은 그가 생전의 모습 그대로인 것을 보며 크게 놀랐다”고 전했다. 한편 푸에르토리코 경찰은 아직까지 페르난도를 사살한 범인에 대한 단서를 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메트로 웹사이트 캡처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이별 통보받자 데이트 폭력… 전치 5주 배상액 2480만원

    가해자 59% 형사처벌 전력…전과 정보조회 ‘클레어법’ 추진 직장 여성 A씨는 지난해 2월 친구들과 클럽에 갔다가 그곳에서 일하던 B씨와 사귀게 됐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관계는 ‘악몽’으로 변했다. B씨는 A씨가 “바람을 피운다”며 걸핏하면 폭언과 손찌검을 일삼았다. 술에 취한 날이면 흉기을 들고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A씨는 부모님이 계신 고향으로 피신을 하기도 했다. A씨는 B씨에게 여러 차례 결별을 통보했는데, 그때마다 B씨는 “잘못했다”고 용서를 구하는 한편 “죽여 버리겠다”는 식의 협박도 일삼았다. 참다못한 A씨가 7월 결별을 통보하자 B씨는 A씨를 마구 때려 얼굴뼈 골절 등 전치 5주의 상처를 입혔다. A씨는 B씨를 고소하고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8단독 정우석 판사는 “B씨는 A씨에게 치료비 480여만원과 위자료 2000만원 등 248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B씨는 이와 동시에 형사재판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사회봉사 80시간 판결을 받았다. 경찰청은 이러한 연인 간 폭력(데이트 폭력) 집중 신고기간을 최근 한 달간 운영해 전국에서 신고 1279건을 접수, 가해자 868명을 입건하고 이 중 61명을 구속했다. 가해자의 연령대는 20∼30대가 58.3%, 40∼50대가 35.6%였다. 형사처벌 전력이 있는 사람이 58.9%로 5명 중 3명꼴이었다. 가해자의 11.9%는 전과 9범 이상이었다.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92%)이었으나 남성(4%)도 있었고 쌍방 폭행도 있었다. 피해 유형은 폭행·상해(61.9%)가 많았으며 감금·협박(17.4%), 성폭력(5.4%) 등 순이었다. 경찰은 데이트 상대방의 전과 정보를 조회할 수 있도록 하는 한국판 ‘클레어법’ 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클레어법은 2009년 클레어 우드라는 영국 여성이 인터넷 연애사이트에서 만난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한 이후 제정됐다. 이 남성은 과거 자신의 연인을 폭행하고 학대한 전과가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전국 경찰서에 상담 전문 여경 등을 배치해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할 것”이라며 “데이트 폭력이 강력범죄로 발전하지 않도록 사건 발생 초기 피해자나 주변인들의 적극적인 신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서울 마포구 ‘가방 속 시신’ 사건 유력 용의자 숨진 채 발견

     서울 마포구에서 가방에 담겨진 채 시신으로 발견된 2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던 유력한 용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17일 오후 9시10분쯤 경기 평택시의 한 원룸에서 정모(31)씨가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원룸에는 B5 크기 노트에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적힌 유서가 발견됐다. 시신으로 발견된 김모(23·여)씨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숨진 정씨가 김씨의 동거남이었다가 헤어진 관계였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김씨의 주변인 조사 과정에서 정씨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살펴본 결과 마포구에 인접한 은평구 쪽과 통화량이 많았고 실제로 과거 그가 은평구에 살았다는 점에서 이 지역을 잘 아는 인물로 보고 용의선상에 올렸다.  김씨의 시신 얼굴과 목 부위에 감긴 수건에 은평구에 있는 한 사무실 주소가 찍혀 있었다는 점도 경찰이 그를 유력 용의자로 본 이유 중 하나였다.  경찰은 전날 정씨가 사는 원룸을 압수수색하려고 찾아갔다가 문이 잠겨 있자 소방당국의 협조로 문을 열었고 원룸안에서 그의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타살 정황이 없어 정씨의 시신 부검은 하지 않기로 했다. 앞서 17일 오후 5시10분쯤 서울 마포구 성산동 월드컵터널 위쪽 유턴 차로변에 놓인 가방 안에서 김씨가 알몸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면식범의 소행일 개연성 등을 염두에 두고 김씨와 주변인들의 휴대전화 통화내역 등을 토대로 용의자를 추적 중이었다. 부검 결과, 김씨는 누군가에게 목이 졸려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1차 소견이 나왔다.  김씨는 가족과 떨어져 경기도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지난해 말부터 연락이 닿지 않아 가족이 이달 1일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한 상태였다. 경찰은 정씨와 김씨의 행적을 추가로 조사할 계획이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영화 多樂房] 스티브 잡스

    [영화 多樂房] 스티브 잡스

    대니 보일 감독과 주연을 맡은 마이클 패스벤더에게는 분명 외람된 일이겠으나 영화 ‘스티브 잡스’의 제작진 크레디트에서 가장 먼저 언급하고 싶은 사람은 각본을 쓴 아론 소킨이다. ‘어 퓨 굿 맨’(1992) 때부터 탁월한 이야기꾼이었고, ‘웨스트 윙’ 등의 드라마도 큰 인기를 얻었지만, ‘소셜 네트워크’(2010)와 ‘머니볼’(2011)의 각본은 숨이 막힐 만큼 멋졌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를 스크린에 재현해내는 데에는 페이스북 설립자(‘소셜 네트워크’)나 미 프로야구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단장(‘머니볼’)의 이야기를 쓰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용기와 노력, 그리고 재능이 필요했을 것이다. 잡스와 그의 제품에 대한 경외심의 중량은 곧 부담감을 뜻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소킨은 모든 불안을 불식시키고 본인이 얼마나 독보적인 각본가인지를 증명해냈다. 영화평에 감독이나 배우가 아닌 각본의 우수성을 먼저 말하게 만든 것은 바로 그 자신이다. 영화는 단 세 개의 시퀀스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시퀀스는 1984년 매킨토시 론칭, 두 번째는 1988년 넥스트 큐브 론칭, 그리고 세 번째는 1998년 아이맥 론칭 프레젠테이션을 앞둔 상황이다. 카메라는 부산히 마지막 점검을 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잡스를 쫓는다. 시퀀스마다 잡스의 기업가적 지위나 상황은 달라져 있으며, 그에 따라 주변인들과의 관계도 바뀌어 있지만 구성은 거의 유사하다. 각 시퀀스는 행사를 앞둔 상황의 긴박감, 일대일로 대면하는 사람들과의 갖가지 갈등, 열광 속에 시작하는 행사를 담고 있으며, 주인공은 1막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2막과 3막에서도 만나고, 1막에 등장했던 대사나 대화들은 2막과 3막에서도 조금씩 변형되어 등장한다. 3막쯤 오면 2막에서의 학습효과와 더불어 자잘한 디테일들까지 때론 세련되고 때론 위트 있게 살려내는 솜씨에 소름이 끼친다. 강박적으로 완벽을 추구하는 잡스의 캐릭터가 서사 구조에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야말로 각본가가 이 세계적인 독선가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표현했는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소셜 네트워크’가 마크 저커버그의 별난 성격과 도의적 무책임을 꽤나 객관적으로 묘사했던 것처럼, 영화는 잡스의 저 유명한 괴팍함과 대인관계 장애를 파고든다. 스티브 워즈니악, 존 스컬리, 조안나 호프만 등 동료들은 물론이고 딸 리사와도 갈등을 겪었던 잡스의 캐릭터는 초반부 강하고 건조하게만 보인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인간적인 면이 부각되는데 이것은 기업가로서 그의 위대함과 함께 클라이맥스를 장식한다. 호환성 대신 ‘아우라’를 가진 IT 기기, 소비자의 논리보다 욕망을 공략했던 스티브 잡스는 이제 그가 선보인 어떤 제품보다도 더 크게 숭배받고 있음을 이 영화는 잘 보여주고 있다. 자, 이제 각본을 충실히 해석하고 발전시켜 살아있는 인물 및 영상으로 빚어낸 배우들과 감독에 대해 이야기할 차례다. 21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윤성은 영화평론가
  • 힘들다·외롭다는 신호…살려달라는 호소

    힘들다·외롭다는 신호…살려달라는 호소

    심리부검/서종한 지음/학고재/320쪽/1만 5000원 사람이 살고자 하는 본능을 거슬러 자신에게 위해를 가할 때 몸과 마음은 감당하지 못하고 주저흔을 남기게 마련이다. 그래서 자살은 많은 경우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그 자살신호를 관측해 보살핀다면 때 이르고 불필요한 비극적 죽음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2009년 제주 화순 해수욕장 해변의 자동차 안에서 번개불을 피우고 ‘그를 처벌해주세요’라는 유언장을 남긴 채 목숨을 끊은 가정주부 이모씨의 자살 사건을 들여다보자. 유언장에는 남편이 출장 간 사이 20대 시동생이 자신을 성폭행한 내용이 들어 있었다. 이씨는 가슴에 그 사실을 묻어둔 채 10여년을 살아오다 남편, 시부모에게 털어놓았지만 외려 정신병원에 끌려가야 했다. ‘더이상 문제 삼지 않겠다’고 애원해 간신히 풀려나왔지만 결국 자살을 택했다. 자살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본인은 물론 남아 있는 가족, 지인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고통과 회한을 남긴다. 그래서 막을 수 있는 죽음과 남겨진 고통을 차단하고 줄이기 위해 ‘심리부검’이 활용되고 있다. 심리부검이란 자살을 선택한 사람이 남긴 자료를 분석하고 남겨진 사람에 대한 면담을 통해 자살에 이르게 된 원인을 찾는 것을 말한다. 시신이 아닌, 살아남은 자들에 대한 정신적 부검인 셈이다. 일반에겐 생소하지만 1950년대 미국 수사기관에서 시작돼 현재 자살 방지와 유족 심리 치유 등에 널리 쓰인다. 국내에선 2009년 제주 해변 가정주부 이 모씨 자살사건 때 처음 이뤄졌다. ‘심리부검‘은 미국에서 한국인 최초로 심리부검 전문가 자격을 획득한 경찰청 프로파일러 출신 저자가 국내에선 처음으로 심리부검을 소개한 책으로 눈길을 끈다. 국내외 40개의 심리부검 사례를 통해 심리부검이 왜 필요하고 어떤 효력을 갖는지, 자살의 한국적 유형을 사건 중심으로 펼쳐 눈에 띈다. ‘나는 자살한 것을 후회한다’는 부제 그대로 자살에 수반되는 주저흔이 간과되기 일쑤이며, 그래서 주변인들이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손에 들고 있던 물컵이 심하게 흔들렸다. 안절부절못하고 넋이 나가 있는 상태였다”(2003년 장국영) “복잡해서 죽을 것 같다. 혹시 못난 내가 아직도 보고 싶으신 건지, 주님이 생각지도 못한 순간 나를 안아주신다.”(2007년 정다빈) “외롭다. 죽고 싶다. 세상 사람들이 섭섭하다. 사채니 뭐니 난 이런 것과 상관없다.”(2008년 최진실) 저자는 자신이 직접 심리부검한 자살자 200명 중 89%는 정신질환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고발한다. 그 자살자들은 사회적 낙인이 두려워 병원에서 전문적인 치료를 받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2009년부터 실시한 심리부검 결과를 바탕으로 자살의 12가지 원인을 찾아내 급성 스트레스, 만성 스트레스, 적극적 자해 자살 시도, 정신과적인 문제 등으로 정리한 ‘한국적 유형 분석’도 눈길을 끈다. 이를테면 지난해 활달한 성격으로 주변인과 원만하게 지내던 중 입주민으로부터 인격모욕을 받아 자살한 아파트 경비원 분신 자살은 급성 스트레스 유형에 속한다. 경제적 어려움과 가족들의 절망적 상황을 벗어날 탈출구를 찾지 못해 숨진 송파구 세 모녀 자살은 만성 스트레스 유형이다. 특히 자살과 관련한 직접적 요인에 추가적 요인(악성 댓글, 불면증, 이혼, 부부폭력, 우울증, 자살경험)이 겹쳐진 최진실의 자살은 고위험군에 속한다. “가족 구성원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새 생긴 자살은 사망자에 대한 죄책감으로 유가족들이 죽음을 생각케 하는 악순환을 만든다.” ‘죽은 사람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간 그 길이 적어도 나중에는 사람을 살리는 길로 변화되기를 바랐다’고 책을 쓰게 된 동기를 밝힌 저자는 이렇게 갈무리한다. “죽겠다는 의지를 찾느라 애쓰다 보면 그 죽겠다는 의지가 사실은 살고 싶다는 의지, 살려달라는 내면의 호소였음을 알게 된다.”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영화 多樂房] 스윗 프랑세즈

    [영화 多樂房] 스윗 프랑세즈

    ‘스윗 프랑세즈’는 생각보다 복잡한 영화다. 플롯은 어렵지 않지만 영화관을 나올 때 다시 한 번 결말부터 거슬러 올라가며 의미를 재구성하고 곱씹게 만든다. 상투적인 멜로 드라마와는 확실히 다른 점이다. 그것은 상당 부분 캐릭터의 복합성에 기인하는데, 이들은 전쟁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경제적 위계질서와 세대, 성별, 인종 그리고 국적에 따라 다른 그룹으로 헤쳐 모이기를 반복한다. 표면적으로 집중하고 있는, 적군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 한 여인의 숙명이란 그 시대를 살아갔던 이들의 불안정한 삶과 역동적인 상호작용 중 일부일 뿐이다. 주인공들의 위험천만한 로맨스와 더불어 주변인들의 캐릭터와 갈등 관계가 1940년 프랑스의 작은 마을, 뷔시의 경직된 분위기를 그대로 전달하며 무게중심을 잡는다. 영화는 각각 남편과 아들을 전쟁터에 보낸 후 함께 살고 있는 루실과 시어머니의 생활을 보여 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폭격 중에도 소작농들의 임대료를 받으러 다니는 냉정한 성격의 시어머니는 소작농들과도, 루실과도 갈등 관계에 놓여 있다. 그러나 독일군이 뷔시의 가정집에 주둔하게 되자 그 갈등은 독일군과 마을 사람들, 특히 여성들과의 관계로 옮겨간다. 여기서 뷔시는 터질 듯한 긴장감으로 휩싸인, 또 하나의 전쟁터와도 같은 공간으로 묘사된다. 위압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독일군들과 민간인들은 외양적 대비만으로도 프레임 안에서 물과 기름처럼 나뉜다. 루실 또한 자신의 집에 머물게 된 독일장교 ‘브루노’를 극도로 경계하지만, 매일 피아노로 자작곡을 연주하는 이 점잖은 군인에게 점점 끌리게 되고, 이제 갈등은 용납될 수 없는 로맨스의 안과 밖으로 전이된다. 루실과 브루노는 외적 갈등과 내적 갈등 속에서 미칠 듯이 방황하며 현명한 결단을 요구받는다. 결국, 영화는 공적 이데올로기와 사적 감정 사이에 ‘정의’의 문제를 살짝 끼워 넣음으로써 두 사람의 결정을 뒷받침한다. 그리고 영화 내내 모습을 바꾸며 지속되던 갈등이 해결되는 마지막 장면은 진한 감동을 남긴다. ‘카사블랑카’를 잠시 떠올리게 하는, 멋진 결말이다. ‘스윗 프랑세즈’라는 동명 소설의 원작자가 실제로 독일군의 프랑스 점령을 경험했던 이렌 네미로프스키라는 점은 흥미롭다. 콘텍스트적인 요소일 뿐이지만 이것은 영화를 보면서 들 수밖에 없는 한 가지 의문, 과연 적군을 사랑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하는 문제에 대해 긍정적인 답을 내놓는다. 현실을 결코 미화시킬 수 없는 절박한 상황에 있었던 작가가 당당하게 사랑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영화의 리얼리티란 다양한 방식으로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든 네미로프스키의 원고가 60년 동안이나 출판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은 공개하기 껄끄러웠던 은밀한 사랑이 오랜 세월 후에야 조심스럽게 들춰진 것 같은, 하나의 징후처럼 보인다. 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윤성은 영화평론가
  • “전국이 다 내 고향”… 생전 뜻 따라 고향 흙 대신 마사토 뿌려

    김영삼 전 대통령이 26일 오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영원한 안식에 들었다.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불꽃처럼 타올랐던 88년 인생의 마지막 육신은 장군 제2묘역 우측과 장군 제3묘역 왼쪽 능선에 자리잡았다. 2012년 차남 현철씨가 지관인 황영웅 영남대 교수와 함께 둘러보고 정해둔 곳으로, 풍수지리상 봉황의 왼쪽 날개에 해당하는 곳이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된 발인 예배는 수원중앙침례교회 김장환 목사가 집전했으며 유족과 김수한 전 국회의장, 김덕룡 전 의원 등 측근, 정관계 인사 100여명이 함께했다. 40분에 걸친 발인 예배 후 조문은 정오까지 이어졌다. 이후 김 전 대통령의 관을 실은 검은색 링컨 리무진과 유족, 장례식 참석 인사들을 태운 버스들이 국회로 이동했다. 영결식을 마치고 국회를 떠난 운구 차량은 오후 4시 10분쯤 서울 상도동 사저를 들렀다. 동네 주민 100여명은 골목 입구에서부터 도열해 눈시울을 붉히거나 휴대전화 사진을 찍으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애도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합니다’라고 쓰인 검은 플래카드도 내걸렸다. 장손 성민씨가 영정을 들고 약 5분간 집 안을 한 바퀴 돌았다. 장남 은철씨 등 직계가족 15명이 뒤를 따랐다. 현관 복도를 지나 왼쪽 안방, 맞은편 식당을 지난 영정은 고인이 손님을 맞이했던 거실에서 제자리로 한 바퀴를 돌았다. 거실 벽면 가운데는 고인이 직접 쓴 ‘송백장청’(松栢長靑) 휘호가 걸려 있었다. 1969년 성북구 안암동에서 거처를 옮긴 이래 고인이 46년간 거주했던 상도동 자택은 고인은 물론 주변인들에게 단순한 집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민주화 운동의 거점이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 자택과 함께 민주화 논의의 성지였다. 고인이 차량 초산 테러를 당했던 곳도, 23일간 가택연금을 당했던 곳도 이곳이었다. 이어 운구 행렬은 자택에서 500m가량 떨어진 김영삼대통령기념도서관 앞을 지났다. 생전의 김 전 대통령이 “매일 출퇴근하고 싶다”고 되뇌었다던 곳이다. 방향을 튼 운구 차량은 당초 예정 시간인 오후 4시보다 40분 늦게 동작구 사당동 국립서울현충원에 도착했다. 눈발이 날리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조문객들이 몰려들었다. 마지막 의식은 국군 의장대의 받들어총, 조악 연주와 함께 시작됐다. 충혼당 앞에서 열린 안장식은 고인에 대한 경례, 헌화·분향, 운구, 하관, 흙을 관 위에 뿌리는 허토 순으로 이뤄졌다. 250석 규모의 식장 맨 앞줄엔 부인 손명순 여사 등 유족 대표와 김수한·박관용 전 국회의장이 자리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외 동교동계 인사들, 장의위원, 일반 시민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차남 현철씨가 유족 대표로 헌화했고 정의화 국회의장이 조문객 대표,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장례 집행위원장 자격으로 헌화했다. 운구는 조곡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약 150m 떨어진 묘소 예정지까지 10여분간 이뤄졌다. 11명의 의장대가 태극기로 감싼 관을 조심조심 옮겼다. 현철씨는 하관하는 모습을 먹먹한 얼굴로 바라봤다. 뒤늦게 도착한 손 여사는 양쪽의 부축을 받고 맨 앞에 서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하관을 지켜봤다. 허토 의식 후 평소 고인과 친분이 깊었던 고명진 목사가 부활대망예배를 집전했다. 본격적인 허토가 시작되자 현철씨는 무궁화가 그려진 관 상판 위에 흰 국화꽃잎을 두 손으로 수북이 집어 두번 뿌리고 흙을 뿌렸다. 전 국회의장들도 한 삽씩 손을 보탰다. 관이 흙에 가려 보이지 않게 되자 참지 못한 현철씨가 “아버님, 아버님” 소리 내어 흐느꼈다. 손 여사의 충혈된 눈에서도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다. 군악대의 조총 발사, 묵념 속에 참석자들은 각자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고인의 고향인 경남 거제도에서 가져온 흙 대신 일반 마사토가 허토에 사용됐다고 한다. “전국이 다 내 고향”이라고 했던 고인의 뜻을 받들어서다. 관은 유족들이 마련한 것으로 고동색에 윤기가 조금 도는 나무 무늬만 있는 수수한 관으로 알려졌다. 묘소 봉분 앞에는 ‘제14대 대통령 김영삼의 묘’라고 새겨진 3.49m 높이의 목재 임시 묘비가 세워진다. 돌로 제작한 실제 비석은 내년 1월쯤 제막한다. 안장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현철씨는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아버님께서 하늘에서라도 우리나라를 위해 끊임없이 걱정하고 지켜보시리라 생각한다”면서 “아버지의 유언인 ‘통합과 화합’이 우리 사회와 국민 전체에 큰 울림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나우 지구촌] “내 아들의 죽음에 ‘절망과 안도’를 동시에 느꼈다”

    [나우 지구촌] “내 아들의 죽음에 ‘절망과 안도’를 동시에 느꼈다”

    영국인이지만 악명 높은 이슬람 테러리스트가 됐던 한 영국 남성의 모친이 최근 아들의 사망 소식을 접했을 당시의 복잡한 심경을 밝혀 이목을 끌고 있다. 어머니 샐리 에반스(57)에 따르면 테러리스트 토마스 에반스는 한 때 ‘수줍음 많고 부드러운 소년’이었다. 아버지가 가출했을 때 13세였던 토마스는 절망한 어머니에게 ‘나는 절대 어머니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따듯한 위로를 건넬 줄 아는 아이이기도 했다. 샐리가 그런 아들을 걱정하기 시작한 것은 그가 14세에 접어들어 학교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대마초를 피우는 등 비행을 일삼으면서부터다. 결정적으로 오래 사귀던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새로 만난 아시아계 친구들과 어울린 이후로 그는 급진주의적 인물이 되고 말았다. 갑자기 자신의 이름을 압둘 하킴으로 바꾼 토마스는 어머니에게 개종을 강요하기도 했다. 샐리는 “처음에는 무슬림이 되기로 한 그의 결정을 존중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 동생과 나에게 이슬람교로 개종하지 않으면 지옥에 가게 될 것이라며 내 생활을 바꾸려 들었다”고 회상한다. 이렇게 이슬람 극단주의에 점점 깊이 빠져들던 그는 급기야 2011년 이집트로 향했다가 2012년 소말리아로 밀입국, 급진 테러조직 알샤바브에 가입하기에 이른다. 이후 에반스는 간혹 집에 연락을 취해 자신의 소식을 전했지만 그 소식들은 하나같이 충격적인 것들뿐이었다. 그가 전화를 걸어 자신이 13~14세 정도의 말도 통하지 않는 수디아라는 소녀와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려왔을 때 샐리는 일기에 “아들은 행복해 보였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아들과 그 소녀 둘 모두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고 적었다. 아들이 나중에 다시 전화를 통해 알샤바브의 민간인 학살 테러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을 때에는 억장이 무너지는 심경이었다고 그녀는 전한다. 그러던 지난 7월 14일, 그녀는 한 언론인의 연락을 통해 토마스의 사망 소식이 인터넷에 널리 퍼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트위터 등 SNS에는 그의 시신 사진까지 버젓이 올라와 있었다. 샐리는 최근 영국의 대태러 싱크탱크 ‘퀼리엄’(Quilliam)이 주최한 한 행사에서 당시의 심경을 밝혔다. 샐리는 “아들의 죽음을 접하고는 절망감과 안도감을 동시에 느껴야 했던 심정을 상상해 보라”고 말한다. 그녀는 이어 “나는 그가 세뇌당한 채 이런 세계에 발을 들여 결국 죽고 말았다는 사실에 절망을 느껴야 했으며, 한편 그가 더 이상 무고한 사람을 해칠 수 없다는 사실에 안도감 또한 느꼈다”고 말해 자신의 슬픔을 전했다. 둘째 아들 마이클 또한 “(주변인들에게)일어나는 자그마한 변화를 결코 무시하지 말길 바란다”며 “그들의 인생에 서둘러 개입해 그들이 세뇌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줘야만 한다”고 경고했다.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아들 죽어서 다행”…英출신 ‘이슬람 테러리스트’ 모친의 슬픈 심경

    “아들 죽어서 다행”…英출신 ‘이슬람 테러리스트’ 모친의 슬픈 심경

    영국인이지만 악명 높은 이슬람 테러리스트가 됐던 한 영국 남성의 모친이 최근 아들의 사망 소식을 접했을 당시의 복잡한 심경을 밝혀 이목을 끌고 있다. 어머니 샐리 에반스(57)에 따르면 테러리스트 토마스 에반스는 한 때 ‘수줍음 많고 부드러운 소년’이었다. 아버지가 가출했을 때 13세였던 토마스는 절망한 어머니에게 ‘나는 절대 어머니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따듯한 위로를 건넬 줄 아는 아이이기도 했다. 샐리가 그런 아들을 걱정하기 시작한 것은 그가 14세에 접어들어 학교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대마초를 피우는 등 비행을 일삼으면서부터다. 결정적으로 오래 사귀던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새로 만난 아시아계 친구들과 어울린 이후로 그는 급진주의적 인물이 되고 말았다. 갑자기 자신의 이름을 압둘 하킴으로 바꾼 토마스는 어머니에게 개종을 강요하기도 했다. 샐리는 “처음에는 무슬림이 되기로 한 그의 결정을 존중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 동생과 나에게 이슬람교로 개종하지 않으면 지옥에 가게 될 것이라며 내 생활을 바꾸려 들었다”고 회상한다. 이렇게 이슬람 극단주의에 점점 깊이 빠져들던 그는 급기야 2011년 이집트로 향했다가 2012년 소말리아로 밀입국, 급진 테러조직 알샤바브에 가입하기에 이른다. 이후 에반스는 간혹 집에 연락을 취해 자신의 소식을 전했지만 그 소식들은 하나같이 충격적인 것들뿐이었다. 그가 전화를 걸어 자신이 13~14세 정도의 말도 통하지 않는 수디아라는 소녀와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려왔을 때 샐리는 일기에 “아들은 행복해 보였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아들과 그 소녀 둘 모두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고 적었다. 아들이 나중에 다시 전화를 통해 알샤바브의 민간인 학살 테러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을 때에는 억장이 무너지는 심경이었다고 그녀는 전한다. 그러던 지난 7월 14일, 그녀는 한 언론인의 연락을 통해 토마스의 사망 소식이 인터넷에 널리 퍼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트위터 등 SNS에는 그의 시신 사진까지 버젓이 올라와 있었다. 샐리는 최근 영국의 대태러 싱크탱크 ‘퀼리엄’(Quilliam)이 주최한 한 행사에서 당시의 심경을 밝혔다. 샐리는 “아들의 죽음을 접하고는 절망감과 안도감을 동시에 느껴야 했던 심정을 상상해 보라”고 말한다. 그녀는 이어 “나는 그가 세뇌당한 채 이런 세계에 발을 들여 결국 죽고 말았다는 사실에 절망을 느껴야 했으며, 한편 그가 더 이상 무고한 사람을 해칠 수 없다는 사실에 안도감 또한 느꼈다”고 말해 자신의 슬픔을 전했다. 둘째 아들 마이클 또한 “(주변인들에게)일어나는 자그마한 변화를 결코 무시하지 말길 바란다”며 “그들의 인생에 서둘러 개입해 그들이 세뇌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줘야만 한다”고 경고했다.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사설] 늘어나는 보복범죄 예방책 고민해야

    승용차 트렁크 살인사건의 피의자가 또 다른 보복범죄를 준비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다. 더구나 희생된 범죄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거나 죄의식을 갖기보다 자신의 작은 억울함을 보복하겠다며 범행 대상자의 명단을 만들어 다녔다니 가히 엽기적이라 아니 할 수 없다. 대형마트 지하주차장에서 30대 여성을 납치, 살해하고 시신을 불태우려 한 엽기적 사건의 피의자가 그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전 “또 다른 사람을 죽이려 했다”고 털어놓았다. 피의자와 차선 문제로 다투다 쌍방 폭행사건에 연루된 시민이었다. 특히 피의자는 자신이 갖고 있던 28명의 명단을 두고 “이들을 다 죽여야 했다”며 아쉬운 듯 말했다고 한다. 명단에 적힌 이들은 의사, 간호사, 식당주인, 판사 등 자신과 관련이 있었던 주변인들이라고 한다. 만약 경찰이 피의자를 빨리 검거하지 못했다면 제2, 제3의 보복성 범죄가 실행됐을 가능성은 매우 높았을 것이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이 같은 보복성 범죄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어 국민들을 더욱 불안하게 한다. 지난 2011년 122건이었던 보복성 범죄 발생은 2012년에 235건으로 늘어난 데 이어 2013년 237건, 지난해 255건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운전자들 사이의 사소한 시비가 제2, 제3의 인명 사고로 이어지는 보복 운전이 사회문제가 되다시피 하고 있다. 보복 범죄는 피해자가 또다시 악몽 같은 범죄에 노출된다는 점에서 철저한 관리와 대책이 필요하다.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은 보복의 목적으로 죄를 저지른 피의자는 더욱 엄중히 처벌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법은 피해자들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특히 범죄자들을 관리하고 교화하는 사회적 시스템은 허점투성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트렁크 살인사건 피의자는 전과가 무려 22범이나 되는 데도 관할 경찰의 우범자 명단에 들어 있지도 않았다고 하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차제에 범죄자 교화 시스템을 다시 점검하고 예방책도 고민해야 한다. 피의자는 20대 초반부터 잡범으로 교도소에 들락날락하면서 20년 가까이 복역했다. 복역 기간이 길었던 만큼 교화의 효과가 나타나야 했지만 사회적 관심에서 벗어난 가운데 오히려 흉포화했다는 것은 생각해 볼 일이다. 아울러 범행을 반복하는 흉악 범죄자는 사회와 적절히 격리하는 효과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 [영화 多樂房] ‘이민자’

    [영화 多樂房] ‘이민자’

    ‘이민자’는 자유의 여신상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한 남자의 시선으로부터 시작한다. 오른손에는 횃불을, 왼손에는 독립선언서를 든 자유의 여신상은 뉴욕 항구를 통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이민자들이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구조물로, ‘아메리칸드림’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이다. 이민자들은 이 거대한 조각상을 바라보며 같은 희망을 품었을 것이다. 그러나 첫 장면에서 그녀는 앞모습을 보여 주지 않는다. 대신, 25분의 러닝타임이 흐른 후 두려움과 불안으로 떨고 있는 한 여인이 자유의 여신상으로 분장한 채 등장한다.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지만 영혼은 피폐해졌고 육체는 남성들에게 농락당하기 직전의 여신이다. 1920년대, 자유와 기회의 땅을 찾아온 이민자들에게 아메리칸드림의 실패는 이처럼 창녀로 전락해 버린 여신과도 같은 것이었으리라. 전쟁을 피해 엘리스 섬에 도착한 체코 출신의 ‘에바’는 미국 이민의 단꿈에 젖어 있다. 그러나 당장 입국 심사장에서 여동생이 폐질환으로 격리되고 자신도 추방될 위기에 처하자 그녀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생면부지의 ‘브루노’에게 간절히 도움을 청한다. 극장에서 쇼를 하는 브루노는 그녀를 그곳에서 빼내어 잠자리와 일자리까지 주선하지만, 에바와 같은 처지의 여성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극도로 제한되어 있다. 동생을 데려올 돈을 마련하기 위해 자유의 여신이 되어 무대에 선 에바는 남성들의 검측스러운 눈길을 피하지 못하고, 급기야 몸을 팔기에 이른다. 동생과 생이별을 한 채 온갖 수치를 당하는 에바는 물론이요, 에바를 사랑하면서도 그녀를 남성들의 노리개로 만드는 브루노, 미국에 정착하는 데 성공했지만 여동생조차 내쳐버리는 에바의 언니와 형부는 아메리칸드림의 허상을 낱낱이 들춘다. 같은 약자인 그들이 서로를 속이며 경계하고 반목하는 모습은 그들의 가난보다 더 가슴 아프다. 그러나 몇 차례 폭풍을 겪은 후, 인물들이 다시 엘리스 섬으로 돌아가 저마다의 돌파구를 찾아 떠나는 마지막 장면은 실낱 같은 희망을 남긴다. 그렇게 그들의 삶은 계속되었고, 자유의 여신상은 여전히 그 위용을 자랑하며 서 있다. 영화의 후반부에서 에바가 신과 주변인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장면은 의미심장하다. 용서를 구해야 할 주체와 대상은 과연 누구인가. 제임스 그레이 감독은 이민자들의 고단한 삶이 한낱 흔한 통속극의 소재로 치부될까 조심스레 접근한다. 차분한 브라운 톤의 화면을 통해 인물들의 암담한 상황과 심정을 충분히 전달하면서도 처절한 밑바닥의 삶을 결코 천박해 보이지 않도록 절제한 연출에서 그 시절 이민자들에 대한 애틋함이 묻어난다. 오히려 한순간도 기품을 잃지 않는 이 영화에서, 마리옹 코티아르는 화룡점정이라고 할 만하다. 그레이 감독은 그녀의 우아함을 통해 이민자들의 아픔을 격조 높은 멜로드라마로 승화시켰다. 현실의 고통과 예술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맛보게 하는 작품이다. 15세 관람가. 윤성은 영화평론가
  • 누렇게 갈라진 발톱 빙초산에 담그면 큰일나요!

    누렇게 갈라진 발톱 빙초산에 담그면 큰일나요!

    직장인 정애라(31·여)씨는 발톱에 색색의 페디큐어를 칠하고 샌들을 신는 것을 여름철 큰 즐거움으로 삼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한여름인 지금까지도 발이 드러나는 샌들을 한 번도 신지 못했다. 발톱이 누렇게 변하고 두꺼워지는 발톱 무좀이 생겼기 때문이다. 정씨는 “초기엔 페디큐어로 가릴 수 있었지만 요즘 들어 발톱이 갈라지기까지 해 도저히 발을 내놓을 수 없어 괴롭다”고 털어놨다. 무더운 여름이면 정씨와 같이 손발톱 무좀으로 고민하는 환자를 쉽게 볼 수 있다. 기온과 습도가 높은 여름철에는 손발톱 무좀균이 번식하기 쉽고 감염과 재발이 잦기 때문이다. 특히 여름철 즐겨 찾는 워터파크, 해수욕장 등에서 맨발로 다니다 보면 손발톱 무좀균에 노출되기 쉬워 환자가 크게 늘어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2008~2012년 월별 평균 무좀 환자 수는 1~3월 20만명대를 유지하다 4월부터 늘기 시작해 7월 58만 3811명, 8월 57만 6123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하고 9월부터 차츰 줄어 12월에 다시 20만명 수준을 유지한다. 손발톱 무좀에 걸리면 손발톱이 황색 혹은 하얀색으로 변색되거나 두꺼워지고 갈라지며 부스러진다. 초기에 특별한 통증과 가려움 등이 없어 치료할 필요가 없다고 여기기 쉽고, 단순히 영양부족 탓이라고 오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손발톱 무좀은 자연 치유가 어렵고 심하면 손발톱의 변형을 불러올 수 있다. 발톱이 차츰 두꺼워지면서 주변을 파고들면 염증을 유발한다. 특히 감염된 손발톱이 다른 신체 부위 또는 주변인들에게 닿으면 진균증 전염 위험이 있어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손발톱 무좀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는 연간 120만명이나 된다. 많은 사람이 앓지만 내버려 두거나 잘못된 방법으로 치료해 더욱 악화되거나 재발하는 악순환을 반복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더군다나 손발톱 무좀은 발을 청결하게 유지한다고 치료되는 게 아니다. 무좀균이 손발톱 표면뿐만 아니라 뿌리에도 서식하기 때문에 비누로 씻어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발톱 무좀 때문에 발톱 주변 피부가 무좀균에 감염될 수 있고, 신경 쓰인다며 발톱을 자주 만지다 보면 손톱으로 전염될 수 있어 초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게 좋다. 정씨처럼 변색된 손발톱을 감추겠다며 무좀이 생긴 부위에 매니큐어를 바르고 다니면 질환이 더 악화될 수 있다. 검증되지 않은 각종 민간요법을 사용하면 환부가 크게 덧날 수 있다. 간혹 식초나 소주, 소금물에 발을 담그거나 환부에 직접 바르기도 하는데 이런 민간요법은 2차 세균 감염을 유발해 증세를 악화시킨다. 특히 무좀을 치료한다며 발을 빙초산에 담그는 것은 매우 위험해 절대로 해선 안 된다. 발톱 무좀을 치료하겠다며 피부 무좀 치료제를 발톱에 바르는 사람도 있는데, 잘못된 방법이다. 일반적인 크림이나 연고 형태의 치료제는 딱딱한 손발톱에 잘 흡수되지 않아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손발톱 무좀 감염 부위가 50% 미만이라면 손발톱 무좀 전용 국소치료제를 사용하는 게 효과적이다. 국소치료제 선택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은 바로 ‘침투력’이다. 손발톱은 피부와 달리 표면이 딱딱한 케라틴 조직으로 구성돼 있어 약의 성분이 단단한 손발톱 조직에 신속히 침투하고 치료 농도가 잘 유지되는 제품을 선택하는 게 좋다. 변색, 발적 등 부작용 발생이 없고 안전성이 검증된 제품인지도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약만 바른다고 무좀이 낫는 것은 아니다. 발을 깨끗이 씻고 잘 말리는 등 위생 관리도 철저히 해야 한다. 신발은 자주 바꿔 가면서 신어 신발에 습기가 차지 않도록 한다. 또 운동화 등 통풍이 잘 안 되는 신발은 맨발로 신지 않아야 한다. 발을 씻은 다음에는 발가락 사이의 물기를 완전히 말린다. 가족 중 무좀이나 손발톱 무좀 환자가 있다면 발수건과 슬리퍼를 따로 써야 전염을 피할 수 있다. 무좀이 손발톱에 많이 번졌거나 증상이 심하면 항진균제를 복용하는 등 상태에 맞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항진균제를 복용할 때는 꼭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고지혈증, 고혈압, 협심증, 배뇨장애, 발기부전, 편두통, 결핵 등을 치료하는 약과 항진균제를 함께 복용하면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항진균제와 함께 투여하면 안 된다고 고시한 약품은 653개 품목으로, 실제 항진균제(케토코나졸)와 알레르기성 질환에 사용하는 항히스타민제(테르페나딘)를 함께 복용해 환자가 사망한 경우도 있었다. 예전의 경구용 항진균제는 간 독성 등의 문제가 있었으나 요즘 나오는 약들은 간에 이상이 없다면 별문제 없이 복용할 수 있다. 다만 간에 문제가 있는지는 검사를 하지 않는 한 잘 모르니 안전을 위해선 우선 검사를 받아 보는 게 좋다. 자신이 복용하는 의약품이 다른 의약품과 함께 먹어도 되는 약인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www.hira.or.kr) 또는 스마트폰 ‘건강정보’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손발톱 무좀은 무엇보다 꾸준히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손발톱 표면에 무좀 증상이 사라지면 보통 치료를 중단하는데, 손발톱 무좀을 완전히 치료하려면 새로운 손발톱이 자랄 때까지 치료를 지속해야 한다. 개인차는 있지만 손톱은 약 6개월, 발톱은 약 12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증상이 호전됐다고 치료를 중단하면 남아 있는 오염 부위 때문에 재감염되기 쉽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기고] 인성교육진흥법, 제대로 시행해야/유미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복지사업본부장

    [기고] 인성교육진흥법, 제대로 시행해야/유미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복지사업본부장

    인성교육진흥법이 지난 2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지만 인성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인성교육진흥법의 목적은 개개인이 건전하고 올바른 인성을 갖춘 국민으로서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학교에 인성교육 의무가 주어진다. 최근 입시 위주의 교육과 도덕적 가치관 붕괴, 가족 간에도 소통이 부재하는 갑갑한 현실 속에서 청소년 비행 및 범죄가 계속 늘어나자 이를 타파할 정책으로 인성교육진흥법이 탄생했다. 하지만 인성은 일시적인 교육이나 프로그램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가르쳐서 배우는 ‘지식’이 아니라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마음의 그릇에 담아 나가는 ‘체화’ 교육이다. 이러한 산교육은 일상생활에서 부모와 교사, 어른들의 말과 행동을 보고 습득해 나가는 것이어서 어른들이 먼저 올바른 인성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인성교육진흥법이 유명무실한 법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한 아이가 바른 인성으로 성장하도록 주변인들의 각고의 노력이 담겨야 한다. 미국 등 해외 선진국 사례들에서 찾아볼 수 있듯이 인성교육은 독립된 교육이 아닌 역사, 사회, 문학 등 다른 교과와 연계해 교과과정 전반에 걸쳐 실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상과 상황에 맞게 유연하고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이 운영될 수 있도록 인성교육의 난이도나 제공 방식이 융통성이 있어야 하고, 학부모 및 지역사회를 인성교육의 파트너로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필자가 속해 있는 단체에서는 아동이 바른 인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존중, 협동, 배려, 나눔, 기쁨, 감사, 성실, 용기, 정직, 협동, 사랑, 약속 등 모두 12개의 가치들로 인성교육 콘텐츠를 개발했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으로 지녀야 할 덕목들로 아이들은 ‘인성나무’를 통해 인생의 소중한 가치들을 내재화하고 실천함으로써 바른 인성을 함양하며 자라날 수 있다. ‘인성나무’는 아이들이 직접 몸으로 부딪치는 상황들을 역할극으로 재연하고 게임이나 만화, 그리기, 동영상 등을 통해 즐겁게 참여하면서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전국 7000여명의 초등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 아이들은 친구들과 더 친밀해졌다고 대답했으며, 단기간이 아닌 꾸준히 지속적으로 실시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은 가정과 학교에서 부모 및 교사들이 아이들을 존중의 마음으로 대하며 인성교육을 지속해 나갈 때 비로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인성교육진흥법이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 마지막으로 정부에 당부하고 싶다. 이런 법 제정이 하나의 이벤트로 끝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책이 현실에 적용될 때 모순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특히 법 제정 취지와 달리 인성을 점수화해 줄 세우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더불어 현장에서 질 높은 인성교육을 지속적으로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예산 지원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인성교육은 국가가 정한 법이기에 앞서 우리 아이들의 행복과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할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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