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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미세먼지 해결사’ 반기문/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미세먼지 해결사’ 반기문/이순녀 논설위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10년 재임 기간 중 최대 업적으로 평가받는 분야는 기후변화다. 2015년 12월 체결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195개국이 동참한 데는 반 전 총장의 지속적인 관심과 끈질긴 설득이 원동력이 됐다. 각국 정상을 만나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북극 등 온난화의 영향을 받는 지역을 수차례 방문하는 등 임기 내내 기후 문제의 위험을 알리고 대응책을 모색하는 일에 매진했다. 반 전 총장 스스로도 ‘2030 지속가능개발목표(SDG)’와 함께 파리기후변화협약을 가장 큰 성과로 꼽는다. 기후변화에 대한 반 전 총장의 관심은 퇴임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서울에 본부를 둔 국제기구인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의장에 선출됐고, 10월에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등과 뜻을 모아 기후변화글로벌위원회(GGA)를 출범시켰다. 반 전 총장은 GGA 출범식 기조연설에서 “전 세계는 기후변화로부터 돌아올 수 없는 지점에 처해 있다”며 더 늦기 전에 기후변화 대응 방안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미세먼지가 시급한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반 전 총장이 국내 미세먼지 컨트롤타워의 수장을 맡을지 주목되고 있다. 청와대는 그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제안을 수용해 미세먼지 관련 범사회적 기구를 구성하고, 반 전 총장에게 위원장을 맡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무총리실에 미세먼지특별위원회가 설치돼 있지만, 중국발 미세먼지 등 외교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손 대표가 반 전 총장을 추천하면서 “파리기후협약을 성사시킨 국제적 경험이 있고, 외교 전문가로서 중국 등 주변국과 미세먼지 문제를 협의하고 중재할 능력을 갖췄다”고 말한 배경이기도 하다. 반 전 총장이 현재 해외에 머물고 있어 당장 위원장직 수락 여부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언론에 보도된 측근의 전언에 따르면 평소 미세먼지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고, 정부가 말하는 해결 필요성에도 동감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반 전 총장은 1년 전 GGGI 의장 취임 기자회견에서 “미세먼지(문제)가 아주 중요하다. 우리가 관심을 갖고 정부 기관과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어제 국회가 본회의에서 미세먼지를 사회 재난에 포함하는 개정안 등 미세먼지 대책 법안 8건을 일괄 처리했다. 미세먼지 발생의 국내 요인을 줄이는 토대를 뒤늦게나마 마련한 것은 다행이다. 이에 발맞춰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외교적 해법이 중요한 시점이다. 미세먼지 해결사로서 반 전 총장의 역할이 주목되는 이유다. coral@seoul.co.kr
  • 文 “미세먼지 범사회적 기구 구성 수용하라”

    文 “미세먼지 범사회적 기구 구성 수용하라”

    靑 “반 전 총장 기구 이끌지 확인할 것” 제안한 손학규 “예산·조직 지원 충분해야”문재인 대통령은 12일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범사회적 기구를 구성하자’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제안을 적극 수용하라고 지시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문 대통령이 이날 브루나이 국빈 방문 중 김수현 정책실장으로부터 미세먼지 관련 대책을 보고받고 이같이 지시했다”고 전했다. 앞서 손 대표는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및 확대간부회의에서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정부와 국회, 사회 전 계층이 참여하는 범사회적 기구 구성을 제안한다”며 범사회적 기구의 위원장으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추천했다. 손 대표는 “반 전 총장은 2015년 파리기후협정을 성사시킨 국제적 경험이 있고 국내적으로 진보·보수 모두의 신망을 받고 있다”며 “외교 전문가로서 중국 등 주변국과 미세먼지 문제를 협의하고 중재할 능력을 갖췄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김 대변인은 “청와대는 반 전 사무총장에게 기구를 이끌어 줄 수 있는지 확인할 것”이라면서 “아울러 기존 미세먼지특별위원회와 새로 만들어질 범국가적 기구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도 검토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손 대표는 창원·성산 선거대책본부 발대식에서 이 소식을 듣고 환영하며 “이런 결정을 해 준 대통령께 감사를 드린다”고 답했다. 이어 “반 전 총장에게 기구를 맡기면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범사회적 기구로 하되 예산, 조직을 충분히 갖춰 반 전 총장이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근본적 대책을 세울 수 있게 해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文 “미세먼지 범사회적 기구 구성 수용하라”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범사회적 기구를 구성하자’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제안을 적극 수용하라고 지시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문 대통령이 이날 브루나이 국빈 방문 중 김수현 정책실장으로부터 미세먼지 관련 대책을 보고받고 이같이 지시했다”고 전했다. 앞서 손 대표는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및 확대간부회의에서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정부와 국회, 사회 전 계층이 참여하는 범사회적 기구 구성을 제안한다”며 범사회적 기구의 위원장으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추천했다.  손 대표는 “반 전 총장은 2015년 파리기후협정을 성사시킨 국제적 경험이 있고 국내적으로 진보·보수 모두의 신망을 받고 있다”며 “외교 전문가로서 중국 등 주변국과 미세먼지 문제를 협의하고 중재할 능력을 갖췄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김 대변인은 “청와대는 반 전 사무총장에게 기구를 이끌어 줄 수 있는지 확인할 것”이라면서 “아울러 기존 미세먼지특별위원회와 새로 만들어질 범국가적 기구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도 검토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손 대표는 창원·성산 선거대책본부 발대식에서 이 소식을 듣고 환영하며 “이런 결정을 해 준 대통령께 감사를 드린다”고 답했다. 이어 “반 전 총장에게 기구를 맡기면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범사회적 기구로 하되 예산, 조직을 충분히 갖춰 반 전 총장이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근본적 대책을 세울 수 있게 해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시리아 8년 내전 ‘끝없는 악몽’…36만명 죽고 인구 절반이 난민

    시리아 8년 내전 ‘끝없는 악몽’…36만명 죽고 인구 절반이 난민

    열강이 지핀 8년 전쟁의 불길이 36만여명의 목숨을 집어삼키고 시리아인 절반을 난민으로 내몰았다. 오는 15일로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지 만 8년이 된다. 10일(현지시간)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내전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 등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내전이 일어난 2011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36만 4792명이 목숨을 잃었다. 민간인이 전체 사망자의 3분의1인 11만 687명을 차지했다. 이 가운데 어린이가 2만여명, 여성이 1만 3000여명이었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부 측 사망자는 12만 4000여명이었다. 절반이 정부군 장병, 나머지 절반이 알아사드 대통령을 지지하는 외국인 전투원으로 추산된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알카에다 등 전투원도 6만 4000여명이 죽었다. 겨우 살아남은 사람들은 난민이 됐다. 전쟁 발발 전 시리아 인구는 2100만명이었다. 현재 시리아 난민은 그 절반이 넘는 1200만명이다. 560만명이 요르단 등 타국을 전전하며, 나머지는 전쟁을 피해 시리아 각지를 떠돈다. 애초 이렇게 최악으로 치닫지 않을 수 있는 전쟁이었다. 그러나 이해가 얽힌 주변국과 열강이 개입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내전의 시작은 중동을 휩쓴 민주화 운동 ‘아랍의 봄’이 한창이던 2011년 3월 1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리아 전역에서 알아사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무력으로 진압했다. 대규모 시위가 내전으로 비화했다. 이웃나라 이라크에서 2014년 6월 발호한 IS가 혼란을 틈타 시리아 동부까지 세력을 확장했다. 2015년 6월 미국이 주도한 국제동맹군이 시리아에서 IS 격퇴전을 시작했다. 같은 해 9월 러시아도 IS 토벌을 명분으로 시리아 내전에 뛰어들었다. 여기에 반군을 지지하는 수니파 국가 터키, 시아파 알아사드 정권의 편에 선 시아파 맹주 이란 등이 복잡하게 얽혔다. 시리아 내전은 열강과 주변국의 대리전이 됐다. 러시아의 적극적인 개입, 지난해 1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발표 등으로 내전은 알아사드 정권의 승리로 기울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알아사드 대통령은 최근까지 시리아 영토의 70%를 수복했다. 그러나 전쟁의 끝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1월 러시아 주도로 열린 ‘시리아 국민 대화’에서 헌법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가 도출됐지만 전후 처리를 놓고 러시아, 이란, 터키 등은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거기에 이란의 적성국 이스라엘이 수시로 시리아 정부군 장악 지역 및 시리아 내 이란군 주둔 지역을 공습해 긴장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文, 독도함 첫 승함… 해양주권 수호 의지

    文, 독도함 첫 승함… 해양주권 수호 의지

    日자극 우려 속 잇단 망언 겨냥해 결단 文 “싸우면 꼭 이기는 군대 돼 달라” 첫 도입 공중급유기 ‘시그너스’ 탑승문재인 대통령이 5일 해군사관학교 제73기 졸업 및 임관식에 참석하면서 해군함정 독도함에 내려 입장했다. 문 대통령의 독도함 승함은 이번이 처음으로 해양주권 수호와 해군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헬기를 타고 청와대를 출발, 행사장 앞바다의 독도함 갑판에 내렸다. 해군 항만 경비정으로 옮겨간 문 대통령 내외는 도열한 안중근함, 독도함, 손원일함, 서애류성룡함 순으로 대함 경례를 받았다. 2005년 진수한 1만 4500t급 독도함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강습상륙함이다. 특히 이름으로 인해 독도 영유권을 제기하는 일본이 가장 기피하는 함정이기도 하다. 최근 한일 관계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 징용 기업 배상 판결, 초계기 갈등 등으로 경색된 가운데 불필요하게 일본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지만 청와대는 독도 관련 일본의 끊임없는 망언 등을 겨냥해 문 대통령의 독도함 승함을 진행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주변국에 우리의 해군력을 보여 주고 해양주권 수호 의지를 직접 천명하고자 하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는 경남 창원시 해군사관학교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 심승섭 해군참모총장, 졸업생 가족 등 1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대함 경례 이후 문 대통령은 해사 부두에 도착, 졸업·임관식에 입장했다. 계급장 수여 때 몇몇 신임 소위에게는 계급장을 직접 달아줬다. 문 대통령은 축사에서 “주변국을 둘러보면 세계 4대 군사 강국이 해군력을 주도면밀하게 확충하고 있다”면서 “최대한 전쟁을 억제하되 싸우면 반드시 이기는 군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시대의 해군은 북극항로를 개척하고 더 많은 무역이 이뤄질 남쪽 바다의 평화를 지켜낼 것”이라며 “우리가 의지를 갖고 한결같이 평화를 추구하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는 반드시 올 것”이라고 밝혔다. 축사 후에는 해군 특수전 요원 33인의 해상강하 시범, 해상 사열이 이어졌다. 졸업생과 일일이 악수한 문 대통령에게 일부는 다가가 ‘셀카’를 함께 찍는 등 자유분방한 모습도 나왔다. 졸업생 149명 중 여성 생도는 14명이며 이 중 해병대 2명이 포함됐다. 베트남, 필리핀의 수탁 생도 2명도 졸업증서를 받았다. 임관한 해군 가족들도 화제다. 박현우(22) 소위는 누나 2명에 이어 3남매가 모두 국군 장교가 됐고 최한솔(22) 소위는 아버지, 동생에 이어 삼부자가 해군 간부가 됐다. 한편 문 대통령은 복귀 전 김해공항에서 우리나라가 처음 도입한 공중급유기인 KC330 ‘시그너스’에 탑승해 참관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존엄한 죽음을 말하다] 디그니타스를 바라보는 스위스 현지 시각

    [존엄한 죽음을 말하다] 디그니타스를 바라보는 스위스 현지 시각

    스위스에서는 지난 20년 동안 2700명이 넘는 외국인이 디그니타스를 통해 생을 마감했다. 특히 독일과 영국, 프랑스 등 안락사가 금지된 주변국에서 죽기 위해 스위스로 넘어오는 일이 빈번해졌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디그니타스가 자살 관광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2011년 조력자살 금지법안 상정… 시민들 85% 반대 스위스에서 외국인 안락사가 가능해진 건 1998년 디그니타스 설립 이후부터다. 1980년대 들어 환자와 의사를 연결해 주는 민간단체들이 하나둘씩 생겼지만 자국민에 한해서였다. 하지만 디그니타스는 대상을 외국인으로까지 넓혔다. 조력자살 지원 단체들의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스위스 현지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2011년 취리히주의회는 조력자살 자체를 금지하고, 외국인에게도 조력자살을 허용하지 않는 법안을 각각 상정했다. 하지만 당시 취리히 시민의 85%와 78%가 각각 반대표를 던지면서 기존의 법안을 유지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런 법안이 발의된 배경에는 조력자살이 일상화되는 데 대한 우려와 함께 외국인의 무임승차론 등 문제도 있다. 조력자살이 발생하면 일단 스위스 검찰과 경찰, 법의학자가 현장에 나가 조사를 해야 한다. 현지 화장장도 세금으로 무료 운영된다. 취리히대 법의학연구소의 미하엘 탈리 교수는 디그니타스 블루하우스(조력자살을 시행하는 집)를 “마치 죽음을 찍어내는 공장 같다”고 묘사했다. 그는 “거의 매일 조력자살이 이뤄지면서 조사팀은 통상 근무시간 중 3시간가량을 조력자살 조사에 매달려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디그니타스는 회원비를 받는다지만 외국인 주검을 처리하는 사회적 비용은 모두 스위스인이 부담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인 주검 처리, 스위스인이 부담” 부정적 시각도 외국인의 경우 신원 확인이나 사망자의 판단 능력을 확인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우스터검찰청의 마누엘 케얼리 수석검사는 “병 때문에 신분증의 모습과 사망자의 모습이 다른 경우도 많고, 가족이나 지인들이 이미 자리를 떠 조사 과정에서 종종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이런 탓에 디그니타스를 바라보는 당국의 시선은 곱지 않다. 취리히 검찰은 2017년 디그니타스 설립자이자 공동대표인 루드비히 미넬리가 조력자살을 돕는 과정에서 이익을 취했다며 기소했고, 지난해 1심에서 미넬리가 무죄를 받자 항소했다. 취리히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 [여기는 남미] 나무로 만든 폭스바겐 타고 자동차 여행하는 부녀

    [여기는 남미] 나무로 만든 폭스바겐 타고 자동차 여행하는 부녀

    특별한 생일을 앞둔 딸을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한 아빠가 중남미 언론에 소개돼 화제를 뿌리고 있다. 페루에 살고 있는 비엔베니도 오르테가(56)가 바로 그 주인공. 오르테가는 곧 15살이 되는 딸과 함께 페루에서 미국 뉴욕까지 자동차여행을 시작할 예정이다. 그가 잡고 있는 여행기간은 약 2개월, 약 3만2000km에 달하는 대장정이다. 여기까진 특별할 게 없지만 그가 타고 갈 자동차를 보면 누구나 깜짝 놀라게 된다. 페루~미국 여행에서 부녀의 애마가 되어줄 자동차는 나무로 만든 차다. 딸을 부탁으로 오르테가가 직접 제작했다. 13살이던 2017년 딸은 문득 아빠에게 "(2019년) 15살 생일에 무슨 선물을 주겠냐"고 물었다. 딸은 그러면서 "아빠가 만든 차를 타고 해외여행을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중남미에선 15살 생일을 여자에게 가장 중요한 생일로 여긴다. 연회장을 빌려 결혼식 피로연보다 성대한 파티를 치루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특별한 생일을 앞둔 딸이 '특별한 부탁'을 하자 아빠 오르테가는 당장 자동차 제작에 착수했다. 평생 가구를 만드는 목수로 일한 그는 쉐보레의 소형차 코르사를 모델로 뚝딱뚝딱 첫 나무 차량을 만들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시험 삼아 주변국으로 해외여행에 나섰지만 콜롬비아에서 나무 차량의 수명(?)이 다한 것. 그는 주저앉지 않고 다시 나무 차량 제작에 착수했다. 이번엔 한때 세계적으로 최고의 인기를 끈 폭스바겐 비틀 1세대를 모델로 삼아 작업을 했다. 이렇게 8개월 만에 완성된 차량이 곧 뉴욕으로 떠날 '나무 비틀'이다. 오르테가는 "나무로 만든 차를 타고 딸과 함께 떠나는 여행은 그야말로 '사량의 여행'이 될 것 같다"며 "딸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주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페루레푸블리카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日은 이성 외교·中은 능구렁이 외교… 한국, 다른 접근법 써야”

    “日은 이성 외교·中은 능구렁이 외교… 한국, 다른 접근법 써야”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을 바라보는 국내외 반응은 제각각이다. 북한이 중국·러시아와 공조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는가 하면, 일본이 현 경색 국면을 국내정치에 이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명확한 것은 한국이 주변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더욱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미·중·일에서 두루 공부한 보기 드문 국제관계 전문가인 우수근(52) 중국 산둥대 교수에게 3일 한·중·일 관계의 지향점을 들어 봤다. -‘우스트라다무스’라는 별명이 있더군요. 다른 나라의 최고 지도자의 행보를 언론에서 예측한 것이 맞아떨어진 게 적지 않습니다. “국가관계가 어떤 국면에 들어설 때가 됐는지, 상대국 국민의 마음을 파고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해 보면 답이 나와요. 그런데 우리는 그런 노력이 부족했던 거죠. 그때 외교부에 쓴소리를 해대다가 ‘친일파’, ‘친중파’라는 딱지가 붙었지요. 요즘은 ‘간첩’이라고 불려요. 외교부 공무원들이 접하지 못하는 사람과 접하며, 자신들이 알지 못하는 정보 등을 취하니까 그렇다는 거였는데.” - 외교라인의 노력을 무시하는 거 아니었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년 가까이 됐는데, 이젠 외교·안보라인의 궤적을 냉철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과는 최악, 중국과는 데면데면, 러시아와는 그렇고 그런 사이로 오로지 미국에 ‘올인’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다 어느 날 트럼프 대통령이 노(No)라고 한다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는 아찔한 외교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주요 직위에 거의 모두 미국 등의 서방 출신이 포진해 있어요. 이런 분들이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과연 얼마나 잘 이해할 수 있을까요. 대미 외교를 더 스마트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주변국들을 협상 지렛대로 활용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 한국 외교 문제가 많군요. “중국은 일본 외교에 쩔쩔 맵니다. 일본 외교를 냉철하고 앞뒤로 재고 또 재는 ‘철저한 이성 외교’로 본다고 합니다. 중국 외교도 일본 못지않게 매우 우회적이며 간접적인 ‘능구렁이 외교’입니다. 일본은 우리 외교를 ‘감정 외교’, ‘포퓰리즘 외교’라고 놀립니다. 한국은 이슈가 있으면 들불처럼 확 들고 일어났다가 금방 사라지는 것에 동의하시죠. 외교에 감정이 개입되면 쉽지 않은데, 이런 말을 들으면 전 자존심이 많이 상합니다. 제 자존심에 차치하고, ‘밀림의 법칙’과 같은 냉혹한 국제관계에서 감정을 앞세운 우리 외교가 국익을 제대로 챙기기나 할까요. 외교는 국민 감정에서 떨어져 있어야 합니다.” -일본에서 8년 넘게 생활해 식견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해외여행 자유화 바람이 불던 1990년, 군 제대 후 휴학하고 일본에 갔어요. 일본 주재원을 아버지로 둔 친구집에 머물렀는데, 아침은 물론 점심도 반찬 한 가지인 도시락으로 때웠습니다. 저는 흙수저가 아니라 ‘손수저’입니다. 하하. 가보니 ‘쪽바리의 나라’ 일본이 아니었습니다. 큰 충격을 받았죠. 일본을 알기 위해 일본 게이오대 대학원에 진학해 국제법을 공부했습니다.”-대일관계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을 듯한데. “우리와 일본은 정말 다릅니다. 예컨대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한국은 대성통곡을 하지만 일본인은 남들이 보는 데서는 눈물 한 방울 안 흘리며 ‘저의 어머님이 돌아가셨습니다’라고 차분하게 말합니다. 오히려 무섭게 느껴집니다. 감정적으로 치고 들어가면 일본은 반발이 생깁니다. 그 차이를 알고 접근해야죠. 아베 총리나 우파 정치인이 한국을 ‘긁는’ 발언을 하면 우리는 ‘사이다’ 발언으로 맞대응합니다. 우파 정치인은 한국 언론의 보도나 국민 감정을 계산하고 발언하기에 우리 대응이 자칫하면 우파에 말려들면서 일본 국민으로부터 멀어지게 됩니다. 그 결과 일본 우파만 힘을 키우고, 해결은 까마득해지는 겁니다. 일본의 양식 있는 민간기구를 잘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들에게 잘 다가가서 우리가 아닌, 그들이 일본의 우파 정치권의 어리석은 행태를 계도하고 국민을 설득하도록 움직여야 합니다. 독도나 위안부,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일본 시민단체도 많이 도와주고 있지 않습니까. 새로운 자료가 발견되면 일본어로 번역해 시민단체, 민간기구에 전달해서 우회적으로 파고들어야 합니다. 우리가 감정적으로 팍팍 치고 들어가면 역효과만 납니다. 그런 결과가 지금의 한일 관계가 아닐까요.” -중국에서 박사 학위를 땄는데 한중 관계는 어떻게 보시나요. “일본에서도 국제법은 미국만 쳐다보니 종주국에서 공부해야 하나 싶어서 2002년 미네소타주립대 로스쿨에 들어갔어요. 그때 같이 유학하던 중국인들이 왜 중국에선 공부하지 않느냐고 묻길래, 2003년 방문학자로 중국에 갔죠. 그때도 중국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곳에 머물면서 박사 과정을 시작하고 그 뒤로 14년간 살았습니다. 한중 관계는 풀렸을까요? 아니라고 봅니다. 사드 문제와 관련해 중국과 입장을 바꿔 생각해 봅시다. 중국 입장에선 자국 안보에 크든 작든 영향을 미치는 무기가 한국에 들어왔어요. 철회하라고 요구했습니다만, 우리 한국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아 중국 입장에선 변한 것이 없습니다. 우리는 ‘대국인 중국이 치사하게 경제 제재 조치를 안 푼다’고 여기는데 중국은 자신이 가진 최대 무기인 경제력을 수단으로 삼은 겁니다. 미국이 군사력을 직접 사용하는 것처럼. 당초 중국이 사드 문제와 관련해 4단계의 제재 조치를 준비를 했는데, 최근엔 한국을 대하는 태도가 약간 누그러졌습니다.” -중국 태도가 누그러진 배경은. “그건 우리의 노력이나 외교안보 라인의 성과가 아니라 순전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덕분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복관세니 무역전쟁이니 하면서 중국을 하도 흔들어대니 한국에 대한 태도가 완화된 것입니다. 중국은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아프리카나 중남미, 태평양에 있는 작은 섬나라에도 공을 들이는데, 한국은 바로 옆에 있는 중견 강국입니다. 여차하면 자신들의 안보나 국익 등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나라이니, 미중 관계가 험난한 상황에서 우리와의 관계를 마냥 나쁘게 가져갈 수는 없는 것이죠. 이럴 때 중국과의 데면데면한 관계를 해소할 명분을 만들어야 합니다. 외교라인이 이런 것을 고민해야 하지만 사실상 트럼프 입만 쳐다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중국을 어떻게 공략해야 할까요. “중국은 지금, 일본의 스모선수처럼 ‘초고도비만증’ 환자입니다. 겉으로는 아무도 못 건드릴 덩치이지만, 속으론 각종 질병이 겹쳐 합병증에 걸린 겁니다. 건강하려면 살을 빼야 하는데 그러면 스모선수로서 생명은 끝납니다. 중국은 부정부패, 빈부 격차, 환경 오염, 민족문제 등이 너무 많습니다. 14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고, 6개국과 해상분쟁 중입니다. 이럴 때 우리가 중국을 토닥거릴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중국은 산업 첨단화를 위해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미국이나 일본은 기술을 빼앗기고 주도권을 내줄까 봐서 안 해 줍니다. 하지만 우리 기업이 지분을 갖고 합작으로 중국에 들어가 전 세계로 진출하는 것은 어떤가요?” -우리 젊은층이 중국이나 일본을 제대로 알려면 어떻게. “한국 언론도 정치인만큼이나 ‘좀비’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뒤떨어지고, 기괴한 것 위주로 보도해요. 일본은 극우 정치인의 혐한, 반한 발언 보도가 많지 않나요. 그러나 중국이나 일본에서 살다 온 사람들은 이런 류의 보도를 부인합니다. ‘차이나 현상’, 들어 보셨어요? 중국에 대해 한국 매스컴을 통해 얻은 간접경험과 살면서 직접 경험한 게 엄청 차이가 난다고 해서 그리 이름 붙인 겁니다. 마찬가지로 일본에도 ‘2개의 일본’이 있습니다. 불행했던 역사가 반복된다고들 합니다. 왜 반복되는 걸까요? 바로 우리가 만든 거예요. 언론 책임도 많습니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 주류 언론들이 보도한 홀대론에 대해 방송에서 아니라고 반박했더니 통째로 편집돼 나가지 않았습니다. 우리 언론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좀비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글 사진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유시민 “2차 북미회담 결과에 제일 좋아한 아베…화가 난다”

    유시민 “2차 북미회담 결과에 제일 좋아한 아베…화가 난다”

    유시민 노무현재단이사장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열매를 맺지 못했지만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가능성은 더 커졌다”면서 여전히 ‘키맨’(key man)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라고 평가했다. 유시민 이사장은 2일 재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유시민의 알릴레오’ 9화에서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정의당 김종대 의원과 이야기를 나눴다. 유시민은 “하노이 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가 나오고 나서 전 세계에서 제일 좋아한 사람이 일본 아베 신조 총리였다. 그 각료들도 희색만면해 잘됐다고 하는데 3·1절에 그 장면을 보니 화가 났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전날 “안이한 양보를 하지 않고 북한의 구체적 행동을 촉구해 가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을 일본은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유시민은 “의외로 아베 총리만 기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도 그런 분이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참 아프다. 아무리 민족주의가 문명의 대세는 아니라 하더라도 이 일을 기뻐하는 심리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30대 초중반의 젊은 권력자인 김 위원장이 가난한 상황에 있는 나라를 이끌고, 집권한 지도 오래되지 않은 조건에서 미국과 한국의 국내정치, 여론지형을 다 감안해야 하니 참 힘들 것”이라면서도 “미국에 대한 두려움이 70년간 있었겠지만, 김 위원장이 떨치고 나왔으면 한다. 담대한 도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북한이 리스트를 다 제출하고 국제 사찰을 받는다고 해서 무기를 다 내려놓는 것이 아니라는 게 내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부에도 “(북한이) 혼자 힘으로 미국을 상대하지 못하니까 국제 여론과 북한에 기본적으로 우호적인 주변국을 믿고 손잡고 한번 가보자고 하면서 북한이 대담하게 다 던져버리는 식의 선택을 하도록 중재하면 어떨까 한다”고 제안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북미 당분간 냉각기 불가피…“군사위기 고조는 없을 것”

    업적 필요한 트럼프, 경제 발전 원하는 金 협상 의지는 여전… 다시 만날 동력 관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28일 합의문 없이 막을 내리면서 향후 시나리오에 대해 각종 전망이 나온다. 당분간 냉각기가 있을 수 있지만 지난해와 같이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공감대였다. 또 두 정상이 비핵화 협상에 대한 의지가 있기 때문에 외교적 협의라는 협상 방식은 유지될 것으로 봤다. 정부 관계자는 “양측이 바로 다시 만나 비핵화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적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볼 때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등으로 지난해와 같은 위기 고조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이 핵실험이나 로켓 실험발사 또는 핵과 관련된 그 어떤 시험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걱정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의 경제적 잠재력을 재차 강조하며 북미 관계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대북 압박용 언급일 수 있지만 비핵화 협상에 대한 의지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다음 회담 시점에 대해서도 올해가 지날 수도 있다면서도 조만간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다만 조만간 양 정상이 다시 만나려면 우호적 상황과 함께 새로운 동력이 필요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위 ‘러시아 스캔들’과 민주당의 견제를 넘어서야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번 협상 결렬에 대해, 그럼에도 비핵화를 통한 경제발전이 나아갈 길이라고 강조하고 내부 불만을 잠재워야 한다. 특히 두 정상이 이번 회담을 통해 입장 차를 좁힐 수 없다는 회의론을 가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협상공백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경제발전을 원하는 김 위원장과 비핵화 업적이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 모두에게 긍정적이지 않다. 따라서 외교적 대화의 기회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와 같은 톱다운 방식이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이번 회담으로 향후 실무급이나 고위급에서 충분히 합의된 상태에서 정상회담을 열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간 양자 위주의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평화 프로세스가 진행됐지만 이제는 주변국을 포함한 다자협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노이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북미 당분간 냉각기 불가피… “군사위기 고조는 없을 것”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28일 합의문 없이 막을 내리면서 향후 시나리오에 대해 각종 전망이 나온다. 당분간 냉각기가 있을 수 있지만 지난해와 같이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공감대였다. 또 두 정상이 비핵화 협상에 대한 의지가 있기 때문에 외교적 협의라는 협상 방식은 유지될 것으로 봤다. 정부 관계자는 “양측이 바로 다시 만나 비핵화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적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볼 때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등으로 지난해와 같은 위기 고조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이 핵실험이나 로켓 실험발사 또는 핵과 관련된 그 어떤 시험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걱정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의 경제적 잠재력을 재차 강조하며 북미 관계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대북 압박용 언급일 수 있지만 비핵화 협상에 대한 의지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다음 회담 시점에 대해서도 올해가 지날 수도 있다면서도 조만간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다만 조만간 양 정상이 다시 만나려면 우호적 상황과 함께 새로운 동력이 필요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위 ‘러시아 스캔들’과 민주당의 견제를 넘어서야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번 협상 결렬에 대해, 그럼에도 비핵화를 통한 경제발전이 나아갈 길이라고 강조하고 내부 불만을 잠재워야 한다.  특히 두 정상이 이번 회담을 통해 입장 차를 좁힐 수 없다는 회의론을 가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협상공백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경제발전을 원하는 김 위원장과 비핵화 업적이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 모두에게 긍정적이지 않다. 따라서 외교적 대화의 기회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와 같은 톱다운 방식이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이번 회담으로 향후 실무급이나 고위급에서 충분히 합의된 상태에서 정상회담을 열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간 양자 위주의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평화 프로세스가 진행됐지만 이제는 주변국을 포함한 다자협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니얼 데이비스 디펜스 프라이어리티스 선임연구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그동안 북미의 간극을 좁혀 주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며 “향후 북미 관계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노이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북미회담 中매체 ‘딴지’…“북미 관계 개선되면 한국이 시기”

    북미회담 中매체 ‘딴지’…“북미 관계 개선되면 한국이 시기”

    베트남 하노이에서 진행되는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중국 관영매체가 정부 차원의 지지 의사를 재확인하면서 딴지를 걸고 있다. 환구시보는 그동안 중국 당국의 속내를 가장 적나라하게 표출했다. 중국 환구시보는 28일 ‘중국이 북미회담을 지지하는 태도가 안정적인 이유’라는 제목의 사평(社評)을 통해 “한국과 미국은 중국의 진심을 더는 의심하지 말기 바란다”면서 “중국이 뒤에서 역할을 하는지 의심하지 말기 바란다”며 ‘막후 역할론’을 부인했다. 우리나라 신문의 사설에 해당하는 사평은 ‘북한이 핵을 포기 시 베트남처럼 발전할 수 있다’고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언급을 소개하면서, 미국의 적에서 친구가 된 베트남의 사례는 북한에 매력적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미국과 베트남의 관계에는 천장이 있다”면서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로서, 싱가포르나 한국 같은 미국의 동맹이 될 수는 없다”고 평가 절하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면 국내정치와 미국 제도의 충돌이 심해질 것”이라면서 “북미 관계가 일정 정도 개선되면 한국이 시기할 수 있다”고도 했다. 사평은 “북미 관계의 상한선은 베트남과 미국 관계 정도일 것”이라면서 “그 정도 수준에 이르는 데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사평은 북미 관계 개선이 북·중 관계를 저해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 “지난해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북·중 정상회담이 열리고 북·중 관계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이러한 추측은 사그라들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미국과 관계를 개선한다고 해도 중국과의 전통적 우의를 희생시키지 않는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사평은 “중국은 주변국의 평화·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음모를 꾸미지 않는다”면서 “진심으로 주변국을 돕고 이성적이고 침착히 주변국과의 불일치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美, 영변핵 폐기 상응조치로 ‘종전 카드’… 4자 평화협정 공감대

    美, 영변핵 폐기 상응조치로 ‘종전 카드’… 4자 평화협정 공감대

    지구상 마지막 남은 남북 냉전체제 해체 전쟁 종식 문서화 만으로도 역사적 전기 文 “주도권 잃지 말아야” 종전선언 염두 남북경협 넘어 北 경제개방까지 내다봐 평화경제 시대로 나가겠다는 의지 담겨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미 양자 간 종전선언이 합의될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그동안 종전선언 가능성에 대해 언급을 극도로 삼가며 말을 아꼈던 청와대가 25일 종전선언 합의 가능성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영변 핵 폐기에 대한 상응 조치로 미국이 종전선언 카드를 제시했을 가능성이 짚이는 대목이다.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고 향후 평화협정으로 법적 토대가 마련돼야 완전한 전쟁 종식과 평화체제 구축이 된다. 하지만 한국전쟁 이후 지난 66년간 정전상태인 한반도에서 ‘전쟁이 끝났다’고 북미 양측이 선언하고 그것을 문서화하는 것은 그 자체로 역사적인 전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구상 마지막 남은 냉전체제의 해체라는 역사적 의미도 곁들여진다. 북미 양자 간 종전선언은 남·북·미·중 4자 간 종전선언과 효력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어차피 북미 간 적대관계가 그동안 가장 골자였기 때문이다. 또 평화협정 체결 때 4자가 함께하면 된다는 공감대도 남·북·미·중 4자 사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미가 종전선언에 합의한다면 지난해 싱가포르선언에서 합의한 3개 항 중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및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 2개 항의 실질적 진전으로 볼 수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미가 전쟁을 끝내는 데 합의가 된다면 향후 평화협정 프로세스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종전선언 안에 불가침선언이 포함돼 있고, 북한은 불가침선언보다는 쉽게 뒤집을 수 없는 종전선언을 선호하는 입장이기에 더 안정적이라고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는 종전선언 내용만 합의문에 넣고 향후 채택하는 방식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신한반도 체제’란 표현을 처음으로 쓰며 2차회담 이후 한반도의 미래를 언급한 점도 종전선언을 염두에 둔 측면이 있어 보인다. 한반도가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으로 전환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북한 경제가 개방된다면 주변국가들과 국제기구, 국제자본이 참여하게 될 텐데 그 과정에서 우리는 주도권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말해 종전선언 이후 대북제재 해제 및 남북 경협, 나아가 북한 경제 개방까지를 내다봤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견인하기 위한 상응 조치로서 한국의 역할을 활용해 달라”며 “남북 사이의 철도·도로 연결부터 경협 사업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북제재의 일부 완화에 대한 공감대는 한미 간에 무르익는 상황”이라며 “과거 냉전시대의 잔재인 북미 관계를 종결시키는 종전선언과 남북 경협 등을 통해 평화경제의 시대로 나가겠다는 신한반도체제 구상은 맞물려 있는 것”이라고 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美, 영변핵 폐기 상응조치로 ‘종전 카드’… 4자 평화협정 공감대

    美, 영변핵 폐기 상응조치로 ‘종전 카드’… 4자 평화협정 공감대

    지구상 마지막 남은 남북 냉전체제 해체 전쟁 종식 문서화 만으로도 역사적 전기 文 “주도권 잃지 말아야” 종전선언 염두 남북경협 넘어 北 경제개방까지 내다봐 평화경제 시대로 나가겠다는 의지 담겨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미 양자 간 종전선언이 합의될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그동안 종전선언 가능성에 대해 언급을 극도로 삼가며 말을 아꼈던 청와대가 25일 종전선언 합의 가능성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영변 핵 폐기에 대한 상응 조치로 미국이 종전선언 카드를 제시했을 가능성이 짚이는 대목이다.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고 향후 평화협정으로 법적 토대가 마련돼야 완전한 전쟁 종식과 평화체제 구축이 된다. 하지만 한국전쟁 이후 지난 66년간 정전상태인 한반도에서 ‘전쟁이 끝났다’고 북미 양측이 선언하고 그것을 문서화하는 것은 그 자체로 역사적인 전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구상 마지막 남은 냉전체제의 해체라는 역사적 의미도 곁들여진다. 북미 양자 간 종전선언은 남·북·미·중 4자 간 종전선언과 효력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어차피 북미 간 적대관계가 그동안 가장 골자였기 때문이다. 또 평화협정 체결 때 4자가 함께하면 된다는 공감대도 남·북·미·중 4자 사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북미가 종전선언에 합의한다면 지난해 싱가포르선언에서 합의한 3개 항 중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및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 2개 항의 실질적 진전으로 볼 수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미가 전쟁을 끝내는 데 합의가 된다면 향후 평화협정 프로세스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종전선언 안에 불가침선언이 포함돼 있고, 북한은 불가침선언보다는 쉽게 뒤집을 수 없는 종전선언을 선호하는 입장이기에 더 안정적이라고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는 종전선언 내용만 합의문에 넣고 향후 채택하는 방식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신한반도 체제’란 표현을 처음으로 쓰며 2차회담 이후 한반도의 미래를 언급한 점도 종전선언을 염두에 둔 측면이 있어 보인다. 한반도가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으로 전환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북한 경제가 개방된다면 주변국가들과 국제기구, 국제자본이 참여하게 될 텐데 그 과정에서 우리는 주도권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말해 종전선언 이후 대북제재 해제 및 남북 경협, 나아가 북한 경제 개방까지를 내다봤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견인하기 위한 상응 조치로서 한국의 역할을 활용해 달라”며 “남북 사이의 철도·도로 연결부터 경협 사업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북제재의 일부 완화에 대한 공감대는 한미 간에 무르익는 상황”이라며 “과거 냉전시대의 잔재인 북미 관계를 종결시키는 종전선언과 남북 경협 등을 통해 평화경제의 시대로 나가겠다는 신한반도체제 구상은 맞물려 있는 것”이라고 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화웨이 창업자 “스파이라면 회사 문 닫겠다”

    화웨이 창업자 “스파이라면 회사 문 닫겠다”

    미국 정부가 화웨이 통신장비에 대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가운데 화웨이를 창업한 런정페이 최고경영자(CEO)가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스파이 행위를 한 적이 없으며 그런 일을 했다면 회사 문을 닫겠다”고 밝혔다. 런 CEO는 18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이 우리를 무너뜨릴 방법은 없다”며 “우리는 앞서 나가고 있기 때문에 세계는 우리를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와 중국 공산당의 유착관계를 의심하며 화웨이가 통신장비에 ‘백도어’(인증 없이 전산망에 침투해 정보를 빼돌릴 장치)를 만들어 중국 정부의 스파이 노릇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런 CEO는 “백도어는 없다”면서 “화웨이는 어떤 스파이 행위도 하지 않을 것이며 그런 행위를 한다면 회사 문을 닫겠다”고 말했다.미국 정부는 이런 이유로 5세대 이동통신(5G) 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해야 한다고 주변국에 촉구했으며 호주, 뉴질랜드, 일본 등은 실제 정부 통신장비 구매 등에서 화웨이를 배제했다. 그는 “서쪽의 빛이 꺼져도 동쪽은 여전히 빛난다. 북쪽에 어둠이 와도 남쪽은 여전히 존재한다”면서 “미국은 전 세계를 대표하지 않는다. 미국은 오직 세계의 일부만 대표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중심의 화웨이 배제 움직임과 달리, 최근 영국 정보기관은 화웨이의 5G 장비를 사용하면서도 사이버 안보 리스크를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의 결론을 내렸다. 화웨이에 대한 영국 정부의 결정은 미국의 다른 동맹국들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런 CEO는 이날 “우리는 여전히 영국을 믿는다”면서 “미국이 우리를 신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미국에서 영국으로 투자처를 옮기고 영국에 더 큰 규모로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런 CEO는 자신의 딸인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이자 부회장에 대한 미국의 기소에 대해 “정치적 의도를 가진 행위”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미국은 지난달 멍 부회장과 화웨이를 상대로 금융사기, 기술절취 등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런 CEO는 “미국은 제재하기를 좋아한다. 문제가 있을 때마다 미국은 이런 전투적인 방법을 사용한다”고 비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박현갑 논설위원이 만났습니다…러 극동 개발 지휘 트루트네프 부총리·초대 북방위원장 역임 송영길 의원

    박현갑 논설위원이 만났습니다…러 극동 개발 지휘 트루트네프 부총리·초대 북방위원장 역임 송영길 의원

    극동 러시아는 ‘얼음 속 보석’으로 불리운다. 수산, 광물, 산림자원이 널렸지만 눈보라 등 혹한의 날씨로 동토의 땅이다. 석유, 천연가스 자원이 널린 북극해의 야말반도에서부터 우리의 슬픈 역사와 망향의 한이 서린 사할린주, 러시아 유일의 부동항이자 과학기술 연구개발의 핵심 요충지인 블라디보스토크가 있는 연해지방 등 9개 극동관구가 여기에 해당한다. 극동관구의 총면적은 640만㎢로 러시아 국토의 36%, 남한의 30배 크기이지만 인구는 630만명으로 러시아 전체 인구의 4.3%에 불과하다. 도로, 철도 등 교통수단이자 물류 인프라도 미흡하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2010년대부터 ‘신동방 정책’을 통해 극동 러시아 개발에 진력하고 있다. 유리 트루트네프(62) 부총리가 극동연방관구 전권대표로 개발을 진두지휘한다. 2012년에는 극동 경제문제를 전담할 중앙부처로 극동개발부도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는 러시아, 몽골, 중국의 동북 3성 등 유라시아 국가와의 경제협력 확대를 골자로 한 ‘신북방정책’을 추진 중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4개월 만인 2017년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서 9개 사업(조선, 항만, 북극항로, 가스, 철도, 전력, 산업단지, 농업, 수산)에서의 한러 간 협력을 제안했다. 이를 추진할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도 출범시켰다. 한러 간 극동 러시아에서의 경제협력 전망에 대해 러시아 부총리와 초대 북방위원장을 지낸 송영길 민주당 의원에게 각각 들어 봤다.■“韓기업 러 물류·조선·보건 등 관심…양국 상호 장점 공유하면 좋을 것” 유리 트루트네프 러시아 부총리 지난 12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은 극동 러시아에 관심 있는 국내 기업과 러시아 기업인들로 북적댔다. 2017년 9월 동방경제포럼 당시 코트라와 러시아 극동투자수출지원청이 한러 기업의 극동지역 비즈니스 협력 확대를 위해 맺은 업무협약에 따라 해마다 갖는 한국 투자자의 날 행사 참석자들이었다. 올해로 세 번째 행사인데 서울서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참석자 가운데 가장 돋보인 인물은 유리 트루트네프 러시아 부총리 겸 극동관구 대통령 전권대표였다. 매년 행사 때마다 국내 기업인들을 1대1로 만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해소하는 민원해결사를 자처하고 있다. 트루트네프 부총리는 페름(Perm)시 시장, 주지사를 거쳐 러시아 천연자원환경부 장관 등을 지냈으며, 가라테 6단 소유자로 러시아 무술연맹 회장이기도 하다. 인터뷰는 2박 3일간의 방한 일정을 끝내고 귀국하는 13일 오후 서울 롯데호텔에서 했다. -문재인 정부의 신북방정책의 핵심인 ‘9브리지(bridge)행동계획’에 서명했다. 러시아 입장에서 9가지 협력사업 가운데 한국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투자해 주기를 기대하는 분야가 있나. “우리가 어디에 투자할지를 정하는 게 아니라, 투자자가 정해서 하는 것 아니겠느냐. 한국 투자자들이 관심 있는 분야는 물류, 조선, 수산가공, 건설, 보건 등으로 알고 있다.” -부총리가 매년 외국기업의 투자 프로젝트를 점검하는 게 인상적이다.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저희 업무란 게 사무실에 그냥 앉아 있는 게 아니지 않느냐. 한러 협력에 대해 말하자면 경제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도 있지 않느냐. 두 나라 간 신뢰, 거래의 안정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 직접 기업인들을 만나 장벽이 있다면 그 장벽을 무너뜨리는 일을 한다. 우리는 투자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조각처럼 퍼즐을 하나하나 맞춰 가고 있다. -올해가 3회째 행사인데 성과가 있나.” “예전보다 (투자자들의) 질문이 구체화됐다. 옛날에는 한국 기업들이 러시아에 투자 시 러시아에서 뭘 해 줄 수 있는지, 부지 선정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봤다면 지금은 그러한 검토를 다하고 실질적인 투자에 대해 얘기한다. 예를 들어서 산업단지를 조정하려고 하는데 이렇게 혜택받고 싶다는 등 실질적인 내용으로 진행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 내 국제의료특구를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 의료기관이 진출하면 기대효과는. “한국병원을 국제의료특구에 설립하면 러시아뿐만 아니라 한국·중국·일본 등 주변국에서도 많이 올 수 있을 것이다. 거리상으로 보자면 (서울에서) 블라디보스토크나 하바로스크가 2~3시간밖에 안 걸린다. 많은 사람이 의료관광을 할 수 있다. 극동지역 러시아인들은 현지에서 바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한국 의료기관 진출을 계기로 양국 간 의료기술 공유를 통한 의료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 그런데 의료분야는 의료법 등 규제가 복잡하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를 통해 환자들이 받는 의료서비스를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2012년 만든 극동개발부의 성과가 궁금하다. “숫자로 말하겠다. 극동 러시아에 대한 직접 투자는 16배 늘어났다. 러시아 전체 지역에서 차지하는 극동 투자비중이 종전에는 2%였는데 지금은 32%다. 그리고 새로 운영되는 기업이 180개다. 진행 중인 프로젝트도 1500개다. 일자리 2만 7000개도 창출했다.” -3년 전 한국 경제부총리와의 면담 때, 사할린의 스키 리조트 건설에 한국 기업 참여를 제안했더라. 리프트, 도로 등 인프라는 러시아가 책임지고 한국 등 외국인 관광객 유입을 기대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되고 있나. “극동지역의 해외관광객 증가율이 연 30% 정도다. 한러 비자면제협정, 2012년 이후 연해주 일대 항공자유화 등의 덕분이다. 사할린으로 말하자면 아직은 개발 중이다. 스키 트랙은 2개에서 14개로 늘었다. 호텔도 계속 늘고 있다. 현재 사할린 주 정부가 주최하는 제1회 아시아청소년 동계 스포츠대회가 열리고 있는데 한국팀이 1등을 하고 있다.” -극동 러시아에서의 한러 경제협력을 전망한다면. “한러가 우정과 신뢰가 강화되고 상호 장점을 공유하면 좋겠다. 두 나라는 경쟁국가가 아닌 상호 보완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느냐. 임업, 수산, 북극항로 개설, 물류 등에서의 협력을 강화해 서로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eagleduo@seoul.co.kr■“초당적 북방정책 野 비판 없지만 美·유럽 경제제재로 상당히 위축” 송영길 민주당 동북아특위 위원장 민주당의 동북아 평화협력 특별위원회는 문재인 대통령의 신북방정책을 구체화할 대통령 직속기구인 북방경제협력위원회의 당 버전이다. 동북아특위 위원장이자 북방위 초대 위원장을 지낸 송영길 의원을 만나 한러 경제협력 방안을 들어 봤다. 인터뷰는 지난 8일 의원회관에서 했다. -역대 정부의 북방정책과 문재인 정부의 신북방정책을 평가한다면. “노태우 정권 시절 박철언씨가 주도했던 북방정책은 냉전시대 붕괴로 소련이 해체되는 과정에서의 자연스러운 부산물로 우리가 소련과 (1990년에) 국교를 수립하면서 됐던 반면 문재인 정부의 신북방정책은 냉전이 다시 부활하는 그런 시기에 하려니 대단히 어렵고 힘들다. 그러나 더 보람 있고, 역설적으로 더 필요하다는 것이 큰 차이다. 북방정책은 여야 불문하고 초당적으로 추진돼 야당이 비판한 것은 없는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도 러시아와의 가스관 도입 문제를 메르베데프 대통령과 합의한 바 있고, 박근혜 대통령도 푸틴 대통령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협의해 왔다. 그런데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을 이유로 유럽과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하는 바람에 상당히 위축되어 있다.” -일본은 러시아 제재에 어떤 입장인가. “일본은 겉으로는 미국과 공조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경제적 실리를 다 취한다. 예를 들자면 범중화 경제권 구축 프로젝트인 중국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정책에 공식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B) 사업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오히려 미국, 호주와 함께 자유로운 인도·태평양 항해원칙에 따라 중국 포위전략에 참여하지 않느냐. 이에 비해 우리 정부는 중국의 일대일로에 공식적으로 참여한다고 발표한 상태인데 실질적 투자는 일본이 더 많이 한다. 러시아(제재)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미국과 공조하면서, 러시아를 제재한다지만 훨씬 더 적극적으로 러시아와 비즈니스를 한다. 그런데 우리는 남북관계 등을 고려해 러시아 제재에 빠져 있다. 우리는 겉으로는 러시아에 친한 척하면서 실질적 진전이 별로 없는 외화내빈이다.” -이런 점에 대해 러시아가 불만을 표시한 적 있나. “트루트네프 부총리가 불만을 토로한 적 있다.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에) 실질적 진전이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노바텍이 개발한 시베리아 북극해 연안 야말반도의 액화천연가스(LNG) 개발프로젝트가 있지 않느냐. 거기는 천연가스 매장량이 엄청나다. 카타르에서는 천연가스를 영상 40도에서 영하 160도로 압축·액화하는 것에 비해, 야말은 기온이 영하 40도라 액화비용이 훨씬 적다. 거리가 먼 단점은 있다. 그런데 러시아에서 야말 개발 프로젝트에 우리 정부가 참여해 주기를 여러 차례 권했으나 박근혜 정부 때 왜 안 했는지 모르겠다. 그때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전이다. 지금은 중국 기업이 다 들어가 있다. 대우건설이 참여하고 싶어 했는데, 파이낸싱 문제로 못했다.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눈치 보느라고 말이다.” -외교정책 때문에 경제적 실리를 챙기지 못했다는 뜻인가. “그렇다. 소극적으로 했던 것이다. 예를 들어서 미국도 러시아를 제재하지만 미국의 엑슨모빌은 사할린 가스전 개발에 25% 지분을 갖고 참여하고 있다. 제너럴일렉트릭(GE)이나 트럼프 회사 등 미국 기업도 600개 이상 러시아에서 활동하고 있다. 미국도 예외적으로 한다면 우리는 왜 못하느냐. 외교력 때문이다. 정부가 외교적으로 풀어 줘야 하는데 그걸 못하니 기업들은 자신 없어 투자를 못하는 것이다. 러시아는 우리 보고 ‘나토’(NATO)라고 한다. 행동은 없고 말만 한다는 것이다. 나진·핫산 프로젝트도 박근혜 정부 때 하자고 해 놓고 명태 쿼터나 받은 정도다. MB 정부 때 천연가스 도입 문제도 하나도 안 됐다. 이제야 한국가스공사가 (러시아 가스회사인) 가스프롬이랑 같이 검토, 용역하고 있다.” -러시아는 왜 한국 기업 투자에 목매나. “중일 견제를 위해서다. 연해주가 원래 중국 땅을 뺏은 것 아니냐, 1860년 북경조약 때 뺏은 땅이다. 블라디보스토크는 ‘동방을 정복했다’는 뜻이다. 얼마나 기분이 좋았으면 그런 이름을 지었겠느냐. 극동관구의 제일 큰 도시라는 블라디보스토크나 하바로프스크, 모두 인구가 60만명이다. 그런데 1억명이 넘는 중국의 동북 3성이 옆에 있다. 중국이 밀고 들어오면 어찌 되느냐. 한국이 같이 있어야지.” 박현갑 논설위원 eagleduo@seoul.co.kr
  • 미 항모에 이어 영국 항모도 시위

    미 항모에 이어 영국 항모도 시위

    영국이 자국 및 미국의 스텔스 전투기 F-35 등을 탑재한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호를 영유권 분쟁지역인 남중국해에 파견할 계획이다. 미국 구축함 2척이 11일(현지시간)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군도)를 시위 항해한데 이은 동조 항해로 중국에 대한 견제를 밝힌 것이다. 개빈 윌리엄슨 영국 국방장관은 이날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에서 한 연설에서 “영국은 해당 지역에서 두 번째 투자자로,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BBC 등에 따르면 월리엄슨 장관은 “남중국해로 파견된 항모에는 영국과 미국 F-35 항공 중대가 탑승하게 되고, 이는 우리군이 미국 파트너들과 가장 가깝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중국은 이 지역을 난사군도로, 필리핀은 칼라얀 군도로, 베트남은 쯔엉사군로 부르며,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다. 퀸 엘리자베스호는 2009년 건조를 시작해 2017년 12월 취역했다. 길이 280m의 6만5000t급 디젤 항모로, 30억 파운드(약 4조 3500억원)가 소요됐다. 1600명의 병력과 수직이착륙 기능을 갖춘 F-35B 36대를 비롯해 중형 대잠수함 헬기와 공격헬기 등 함재기를 동시에 탑재할 수 있다. 영국 항모가 남중국해에 파견될 경우 중국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앞서 지난해 8월 영국 앨비언 상륙함이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에 진입해 중국이 강력히 반발했었다. 앞서 중국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미국은 11일 미사일 구축함인 스프루언스함과 프레블함을 ‘항행의 자유’를 근거로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 팡가니방 산호초와 약 12해리(22.2km) 지점까지 진입시켰다. 이에 중국 외교부 화춘잉 대변인은 “미국 군함들이 중국 주권을 침범하고 남중국해 해역의 평화와 안전, 질서를 훼손 파괴했기 때문에 강력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 입장을 표명한다”고 반발했다. 석유와 가스 등 천연자원 매장량이 풍부한 남중국해는 중국이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주변국과 함께 영유권과 어업권 등을 놓고 끊임없이 분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 인공섬에 군사시설을 세우고 비행 훈련 등을 하며 실질적으로 점유한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반면 미국은 군함을 동원해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치면서 유럽 동맹국과 합동훈련을 통해 중국에 압력을 넣고 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트럼프 ‘IS 격멸’ 오락가락?… “완전 탈환했지만 계속 싸울 것”

    ‘시리아 철군’ 안심시키려다 불안감 키워일부 “IS 완전 격멸 실패 자인한 셈” 지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주에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물리적 거점을 모두 탈환했다고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한동안 IS의 잔재와 전쟁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미국은 계속 IS를 격퇴하겠다”며 거드는 등 IS 박멸을 선포하면서도 격퇴전을 이어간다는 모순적 입장을 보였다. 사실상 트럼프 정부가 지난해 12월부터 주장해온 IS 완전 격멸에는 실패했다는 사실을 자인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79개국 외무장관 및 고위 관리를 초청해 개최한 ‘반(反) IS 국제연대’ 회의 연설에서 “IS가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보유했던 영토를 모두 해방시켰다”면서 “다음주에 공식적으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IS 잔당만이 남았지만, 잔당 또한 매우 위험할 수 있다. 불행하게도 오랫동안 테러와의 전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시리아 주둔 미군이 철수한 것은 본질적으로 전술적 변화일뿐 미군의 임무가 바뀐 것이 아니고 오래된 싸움의 새로운 단계”라면서 “미국은 여전히 IS에 대한 싸움을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의 모순적 입장은 시리아 주둔 미군 철군 강행으로 각국의 불안이 고조된 가운데 나왔다.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과 주변국을 안심시키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날 회의에서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로 인한 잠재적인 힘의 공백 상태가 빚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회의 참가국들은 결국 “IS는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영토를 잃은 것을 패배가 아니라 후퇴로 보고 있다. IS와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철군의 외교적, 정책적 함의를 설명하는 데 실패했다”고 논평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지난해 12월 자신이 한 IS 격퇴전 승리 선언을 뒤집었다”면서 시리아 민병대 지휘관의 말을 인용해 “IS는 지상에서 패배할 수 있지만, 사람들의 뇌리 속에 깊이 각인될 것”이라고 전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흩어진 거제 조선업 가족들…중공업 유토피아는 어디에

    흩어진 거제 조선업 가족들…중공업 유토피아는 어디에

    기업들이 줄도산한 IMF 시기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자리한 ‘조선업의 도시’ 경남 거제는 황금기를 맞았다. 2010년 중반까지 세계 1위 선박 수주를 자랑하며 승승장구했다. “거제에서는 개가 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그러나 2015년 하반기 선박 발주량이 급감하는 최악의 ‘수주 절벽’에 부딪히며 상황은 바뀐다. 2015년 대우조선해양은 3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내고, 뒤이어 2016년 앙골라 국영회사인 소난골이 발주한 이동식 시추선인 드릴십 대금을 둘러싼 이른바 ‘소난골 프로젝트’가 유예되며 위기의 골은 깊어진다. 지난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문을 닫았고, 협력업체 70%가 폐업했다. 언론은 그들이 일을 마친 뒤 술을 기울이던 옥포동의 상황을 연일 보여 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많은 돈을 받는 ‘귀족노조’가 흥청망청했고, 돈 잔치에 빠진 회사는 방만하게 경영했다는 것이다.●양승훈 교수, 거제 조선업 ‘흥망’ 분석 신간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는 이런 이야기의 뒤에 숨은 사정들을 들려준다. 저자 양승훈(38)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2012년부터 5년 동안 대우조선해양 인사·기획팀에서 일했던 경험과 사회학자로서의 시각을 섞어 거제의 조선업을 분석한다. 한국이 1990년대 세계 조선 시장을 석권하기 전 유럽과 일본이 조선업 패권을 잡고 있었다. 유럽은 오랜 기술과 주변국의 저임금을 바탕으로 1960년대 전후 조선업을 이끌었다. 그러나 일본이 1970년대 용접으로 강판을 조립하는 방식을 도입하며 주도권을 가져온다. 한국은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 그리고 블록의 대형화·모듈화, 생산효율 극대화 등의 기술로 일본을 누르고 세계 최고에 올라선다. ●정부 적극 투자 등 90년대 시장 석권 저자는 이런 바탕에 ‘중공업 가족´이 있었다고 말한다. 옥포조선소를 비롯해 여러 조선소가 거제시에 들어서며 일감이 늘고,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여든다. 이 과정에서 끈끈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하는 노동자 공동체, 직원 공동체가 형성된다. 이른바 ‘회사·가족 공동체’다. 그러나 이 가족은 위기를 맞으며 급격하게 무너진다. 2000년대 조선소는 불황과 함께 선박 대신 바다 위에 세워두는 해양플랜트 사업으로 눈길을 돌린다. 선박과 달리 해양 플랜트는 많은 공정을 요구했고, 이에 따른 많은 문제를 불렀다. 급할 때 불러 쓰는 하청업체의 비정규직을 가리키는 ‘물량팀’이 업무 시간을 넘어 밤샘하는 ‘돌관 작업’을 해야 했다. ●무리한 해양플랜트 수주는 위기 불러 2008년 경제 위기로 해운 물동량이 줄어든 데다가 해양 플랜트를 과하게 수주하면서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회사·가족 공동체´의 붕괴를 짚어낸다. 고임금을 받는 직영업체 정규직과 더 위험한 일을 하면서도 적은 돈을 받는 하청업체 비정규직 간의 갈등, 그리고 고교만 졸업하고 현장에서 고임금을 받은 과거 직원과 달리 수도권 대학을 나온 고학력 젊은 노동자는 호시탐탐 회사를 벗어나려 노력한다. 여기에 전통적인 남초 현상에 따른 각종 부작용 등으로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였던 거제는 서서히 그 빛을 잃는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뿐 아니라 조선업의 흥망에 맞춰 인구 유입 변화와 부동산 가격 등 각종 통계와 전 세계적인 산업 동향을 함께 엮었다. ●“거제 다음 주역은 누가 돼야 하는지…” 5년 동안 흥망을 바라보고 치밀하게 조선업을 분석한 저자는 이제 미래를 이야기할 때라고 강조한다. 저임금으로 덤비는 중국과 기술력으로 다시 조선업을 넘보는 일본이 있다. 여기에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한 동남아시아의 공세도 매섭다. 저자는 이와 관련,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보장된 정년과 높은 연봉으로 대표되던 정규직 노동자들은 이제 고용 유용성과 저성장에 맞물려 있다. 악화한 시장에서 수주한 선박은 예전처럼 10%에 이르는 수익률을 담보하지도 못한다. 여기에 숙련된 직영 노동자들과 엔지니어들이 이룩했던 왕년의 높은 생산성을 다시 회복해야 하는 과제 등 여러 난관을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거제의 다음 주역은 누가 돼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거제를 떠났던 딸들, 높은 연봉과 수도권을 향했던 젊은 엔지니어들이 일할 수 있는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글로벌 1위 규모 ‘매머드급’ 조선사 탄생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과 노조의 반발 등 문제도 여전하다.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 거제는 또다시 중공업의 유토피아로 되살아날 수 있을까.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북한 당국자들 “남측은 미국 눈치만 보니, 개성공단 재개도 못해” 불만

    북한 당국자들 “남측은 미국 눈치만 보니, 개성공단 재개도 못해” 불만

    북한이 기대했던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해소되지 않자 남측을 향해 여러 가지로 불만을 드러내는 것으로 4일 전해졌다. 그간 경색됐던 남북관계가 지난해를 기점으로 개선되면서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한 차례의 북미정상회담 등의 결실을 맺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줄기차게 요구한 것은 대북 경제제재 해제와 남북경협을 통한 금강산 관광 재개, 개성공단 재가동 등이다. 그러나 북미 간 비핵화 진전이 지지부진하면서 남북 간 경협 역시 제자리걸음이다. 한 정부 소식통은 이날 “북한 당국자들이 남측을 향해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며 “자신들은 남북 관계 진전을 위해 모든 것을 다 하고 있는데 남측은 미국의 눈치만 보면서 개성공단 재개조차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한다”고 했다. 실제 북한 관영매체들은 남측을 향해 남북 간 협력은 민족의 문제라는 논리를 앞세워 경협 재개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앞서 북한 대외선전 매체 메아리는 지난달 7일 “우리 공화국은 과분할 만큼 미국에 선의와 아량을 베풀었다”면서 “이제는 미국이 행동할 차례로, 공화국의 성의 있는 노력에 상응 조치로 화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민족끼리도 지난달 5일 “이제 미국이 행동할 차례이고 우리에게 진 빚을 갚을 때”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소식통은 “북한의 조급함을 모른 것은 아니지만, 미국과의 핵협상이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남측만 나설 수 도 없고, 또 나섰다고 해도 대북제재에 위반되는 상황”이라며 “매우 난감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미국 측은 남한이 동맹보다 북한에 경도됐다는 의심을 내비치며 한미워킹그룹을 통해 남북 협력의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이 때문에 지난달 25일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방북 승인도 유보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까지 합해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은 7차례 불허 또는 유보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북미 간 진전 없이는 남북 간 경협이 먼저 갈수 없다는 미국 측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란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북한은 내부적으로 남북, 북미 관계가 진전되면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이 해소되고 이에 대한 보상이 남한과 한반도 주변국들로부터 올 것이라고 주민들을 다독여 왔다. 그러나 기대했던 남측으로 부터의 경협과 지원이 늦어지면서 그에 대한 불만이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의 ‘냉면 목구멍’ 발언으로 함축돼 있다는 것이 안팎의 해석이다. 리선권은 지난해 9월 평양에서 진행된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측 기업인들을 향해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고 말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상황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북한 주민들도 서서히 당국에 대한 기대를 접는 다고 대북 소식통들은 귀띔하고 있다. 특히 설과 추석 등 명절 기간 중 대규모 선물 정치를 통해 민심을 다잡아 온 북한 체제 특성상, 대북제재로 인해 외화 고갈 등 통치자금이 바닥난 상황에서 남측의 경협과 지원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 대북 소식통은 “평양을 제외한 지방에서는 이번 설 선물을 구경도 못했다고 한다”면서 “평양 주민도 예전만큼 당국에서 주는 설 선물에 큰 기대는 하지 않지만 그래도 남북 관계가 해소되면 다 해결될 것이란 선전이 먹히지 않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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