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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日 과거사·독도문제, 역사의 당사자인 美·中과 함께 풀어야”

    “韓·日 과거사·독도문제, 역사의 당사자인 美·中과 함께 풀어야”

    새누리당 심윤조 의원은 13일 “일본은 적어도 단기간에는 큰 틀에서 정세를 살필 여력도, 과거사를 사과하고 독도를 포기할 (정치적) 능력도 없는 상태”라면서 “과거사나 독도 문제를 한·일 양국 간의 문제로 국한시키지 말고 일본 스스로의 문제, 일본과 국제사회의 문제로 이끌어 일본 스스로 선택하도록 여건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14일 열리는 한·일 국제포럼에서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한·일 양국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초청 강연을 하는 심 의원은 13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이를 위해 ‘역사의 당사자’인 미국과 중국이 나서도록 해야 하며 그럴 때 더 빠르고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 의원은 주일·주미대사관에서 각각 1등 서기관과 참사관을 지냈으며 외교통상부 북미국장·차관보, 청와대 외교통상비서관 등을 역임하고 주오스트리아 대사를 지냈다. 지난해 4·11 총선 때 서울 강남갑에서 당선된 심 의원은 외교부 장관에 내정된 윤병세 인수위원 등과 함께 박근혜 정부의 외교 정책의 주요 조언자 가운데 하나다. 다음은 심 의원과의 일문일답. →새 정부가 출범한다. 되돌아보면 김영삼 정권이래 김대중 정부를 제외하고는 대일관계가 시작은 좋다가 끝이 안 좋았다. 한번 점검을 해달라. -김영삼 대통령 임기 말년인 98년 1월 일본이 한·일 어업협정을 파기했다. 김 대통령이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고까지 했었다. 그런 상황에서 김대중 정권이 출범, 신어업협정을 교섭하면서 그해 말 한·일 공동파트너십을 선언하고, 새 어업협정도 발효됐다. 그 즈음 일본 대중문화도 개방이 되고, 한·일 관계는 상당히 좋았다. 노무현 정권이 들어오고 처음에는 한·일 관계를 상당히 잘하려고 했다. 노 대통령이 첫 정상회담에서 “과거사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고 할 정도로 의욕이 넘쳤다. 그러나 광복 60주년, 한·일 국교수립 40주년을 맞은 2005년 일본 시마네현이 독도를 편입시키면서부터 관계가 냉각됐다. 이후 노 대통령이 ‘국민에게 보내는 글’도 쓰고 ‘외교 전쟁’이라는 용어를 써가면서 격렬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때는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가 오는 등 서로 잘해보려고 했는데 교과서 왜곡에 동해 지도, 위안부 문제 등이 잇따라 터지면서 악화일로를 걸었다. 2011년 12월 김정일 사후 일본 교토에서 열린 양국 정상회담에서는 위안부 문제로 대화시간의 4분의3을 썼을 정도였다. →늘 문제는 반복되면서 악화됐다. 근본책은 없나. -일본이 과거사를 사과하고, 독도를 포기하면 된다. 한·일 갈등은 모든 것이 여기서 출발한다. 그러나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바라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위안부 문제나 교과서 문제 등 어느 하나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독도문제는 다뤄지는 빈도나 무게감이 달라진 끝에 ‘일상화’가 돼버렸다. 일본은 과거에 독도는 언감생심 외무장관 회담에서 꺼낼 수도 없던 문제였다. 지금은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를 운운할 정도다. 일상적인 문제가 된 것이다. →일본은 왜 사과하고 포기하지 못할 것으로 보나. -지금 일본은 큰 틀 속에서 보는 여유를 갖고 있지 못하다. 이른바 ‘잃어버린 20년’과 관계가 있다. 경제는 답보하고 국제적으로는 중국에 점점 밀리는 처지에서 군사력의 회복을 통한 ‘보통국가’를 꿈꾸고 있다. 그러면서 과거와는 다른 형태의 민족주의가 대두하고 있다. 우리는 일본에 양보를 요구해 왔지만, 그럴 능력을 상실한 상태다. →이런 갈등과 긴장 관계가 계속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인가. -우리도 이 문제를 ‘상수(常數)’로 보고 대응할 때가 됐다. →미래지향적 관계를 위해 덮고 가자는 소리로 들릴 수 있다. 다른 것은 놓아두고 같은 점을 찾아가자는 ‘구존동이(求存同異)’를 의미하나. -대일관계에 있어 피해의식이 아닌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과거사 문제는 한·일 간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일본 스스로의 문제다. 또는 일본과 국제사회의 문제다. 일본이 과연 국제사회에서 어떠한 국가가 될 것이냐. 독일처럼 사과하고 국제사회에서 지도자 국가로 행세할 것이냐. 아니면 몸집만 비대하고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국가가 될 것이냐는 일본이 선택할 문제다. 우리도 이런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과거사를 포기하자는 것이 아니라 일본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일을 다뤄나가야 한다는 얘기이다. 옛날처럼 이슈 하나가 터질 때마다 언론이나 국민이나 과도한 반응을 보일 필요가 없다. 다케시마의 날 제정이나 일본 정치인의 말 한마디에 온 나라가 들썩였다. 이제는 그럴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그런 일이 상시적으로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한·일 관계를 더욱 크고 대국적인 관점으로 가져갈 필요가 있다. →과거사는 그렇다쳐도, 독도를 영토문제화하려는 시도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이 역시 역사 문제로 인식하고, 역사문제와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면 된다. 실제로 일본이 독도를 한반도 침략의 전초 기지로 활용하기 위해 독도를 시마네현으로 편입시킨 것이다. 큰 틀에서는 과거사의 일부이다. 동북아의 역사 문제로는 미국도, 중국도 당사자이다. 유엔 등을 통한 여론조성에 영향력이 상당하다. 위안부 문제에 미국 사회가 약간이나마 거들고 나선 것에 상당한 도움을 받은 것도 확인하고 있지 않나.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을 것 같다. 국민적 공감대 형성도 쉽지 않을 테고. -물론 쉽지 않다. 관계의 근본적인 취약성과 강한 휘발성 때문이다. 그래서 한·일 관계에서는 무엇보다 지도자가 중요하다. 지금까지 한·일 갈등은 양국의 지도자를 통해 더욱 증폭되고 확산된 측면도 없지 않다. 과거 정권에서 대일 관계가 막판에 틀어진 이유 중 하나는 처음에 너무 잘하려다 보니 기대치가 높아져 그렇게 된 측면이 있다. 나쁜 상황에서 시작한 김대중 정부는 그 상황을 관리해 나간 덕분에 우호적 관계를 유지했다. 기대치를 너무 높이 갖지 말되, 포기하지 않고 계속 다루면서 이를 일본 스스로의 문제, 국제사회 속의 문제로 이끌어 내는 전략이 필요하다. 오히려 이것이 일본에 훨씬 어렵고 무거운 외교적 짐을 지우게 하는 것일 수 있다. 그래서 우리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일 관계는 한·일 관계로만 끝나지 않는다. 동북아 정세가 전반적으로 5년 전보다 많이 악화된 것 같다. 진단을 좀 해달라. -전반적으로 악화됐다. 한·일도, 중·일도 훨씬 나빠졌다. 미·중은 미국의 아시아 회귀정책으로 갈등 지수가 높아지고 있다. 북한을 둘러싼 관계도 그렇다. 미국이 북한을 신뢰하는 수준은 마이너스 이하로 떨어졌다. 북·일도 나아질 것이 없었다. 남북은 누구나 아는 대로다. 다만 북·중은 나빠졌다고 할 수 없다. 2009년 2차 북핵 실험, 2010년 천안함·연평도 사건이 있었지만 중국에 있어 북한의 가치가 높아진 측면이 있다. →한·일 관계도, 대외여건도 좋지 않은데, 무엇을 단초로 한·일 관계의 개선을 도모할 수 있을까. 우리에게 선제적 행동의 여지가 있나. -쉽지 않다. 선제적 내지는 능동적이라는 것은 국민의 기대감과 맞물려 있다. 적극적으로 대일관계 개선에 나서다 보면 국민들이 볼 때 믿음이 안갈 수 있다. 당장 오는 20일 다케시마의 날이 있고, 3~4월에 교과서, 외교청서·국방백서,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의 문제가 지뢰밭을 이루고 있다. 섣불리 발을 내딛기 어렵다. →그럼 어디서부터 풀 수 있다는 얘기인가. -역시 민간 영역이다. 엔저 문제 등에도 불구하고, 양국 간 경제협력의 여지는 많다. 정치 때문에 한류가 큰 타격을 입었지만 이 또한 회복해야 할 일이다. 경제와 문화가 활성화되다 보면 정치와 외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마련이다. 한편으로는 외교적으로도 계속 냉각만 되던 한·일, 중·일 관계에도 약하지만 긍정적인 신호들이 들어오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가 박근혜 당선인에게 특사를 보내오고, 얼마전 한·일 의원 대표단을 면담하는 등 유화적인 모습을 취하려 하고 있다. 중국에 대해서도 그렇다. 서로 극단을 피하려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공간이다. 여기에서 외교의 영역도 생겨난다. 한·미·일, 한·미·중, 한·중·일 등 한국과 주변국 사이에서 크게 세 개의 삼각 구도가 만들어지는데 각각의 틀에서 적극적인 협력관계를 만들어나가다 보면 한·일 문제뿐 아니라, 남북문제, 역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동시에 우리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국력 증진, 국가 이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아베 시대 한일관계/이춘규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아베 시대 한일관계/이춘규 선임기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말 5년 만에 총리에 재취임한 뒤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71%의 높은 여론 지지율도 있다. 강한 일본을 외쳐 온 아베는 취임 뒤 엔 약세와 2% 물가상승 목표를 밀어붙이고 있다. 최근엔 “엔저 과실을 근로자와 함께 나누라”며 재계에 임금 인상을 압박해 장기불황에 찌든 일본인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아베의 엔저 유도에 의한 가파른 원화 강세는 자동차나 전자 등 한국 수출 대기업들의 채산성을 위협하고 있다. 식민통치나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관련 새 담화를 만지작거리고, 이웃 나라를 배려하는 근린제국 조항을 수정하려고 해 한국인을 자극한다. 북핵을 빌미로 우경화로 치달을 우려도 있다. 아베시대 한·일 관계가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아베(59)가 다시 총리가 된 배경에는 좋은 집안과 출신 지역도 작용한 것 같다. 도쿄에서 태어났지만 지역구는 부친이 물려준 야마구치현이다. 야마구치현 출신 요시다 쇼인은 현대 일본의 틀을 짠 메이지유신 주역들의 정신적 지도자이다. 아베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서 정한론(征韓論)의 원조다. 극우의 본산 야마구치현은 이토 히로부미에서 아베까지 총리를 8명이나 배출했다. 광역단체 중 최다이다. 아베는 야구선수나 형사를 꿈꾸었지만 가풍 영향으로 정치인이 됐다. 그는 “어릴 때부터 주변에 정치가 있었다”고 밝혔다.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는 총리, 친조부는 중의원 의원, 부친은 외무상을 지냈다. 이런 지역·가문 출신의 아베는 강한 외교를 추구, 주변국과 충돌 가능성이 크다. 실제 아베노믹스는 미국이나 국제통화기금(IMF)이 지지하지만 실패를 경고하는 전문가도 많다. 아베와 비슷한 연배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오는 25일 취임한다. 두 사람은 모두 정치 명문가 출신이다. 지지기반도 보수이다. 북핵 상황의 변화는 한·일 협력의 촉진제가 될 수도 있다. 일본의 북한 관련 군사정보는 요긴해졌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북핵을 구실로 핵무장으로 치달으면 한·일 관계는 최악의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뒤흔들린 박 당선인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도 새 틀을 짜야 한다. 역시 북핵은 한·일 관계에 새롭게 떠오른 난제 중의 난제다. 환율 갈등도 한·일 관계 해법을 복잡하게 하는 변수다. 최근에는 변하고 있지만 1980년대 이후 엔고 때는 한국경제가 좋았고, 엔저 때는 나빴다는 실증적 분석이 있을 정도다. 박 당선인은 한 여론조사에서 48%의 낮은 지지율을 보였다. 인사 논란에 불통 지적까지 겹치며 지지율이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집권 초 낮은 지지율은 쓴 약이 될 수 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지지율이 52%로 2차대전 뒤 재임한 미 대통령 중 최저수준이었다. 위기감에 국민과 소통을 강화, 퇴임 직전에는 63%로 빌 클린턴과 선두권을 다투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한다. 박근혜 리더십도 환율 리스크와 북핵 관리로 시험대에 섰다. 통합과 소통의 리더십이 요구된다. 한·일 관계의 긴밀한 대처에는 국민들의 지지가 절실하다. taein@seoul.co.kr
  • [北 3차 핵실험 강행] 北 리스크 학습효과… 주가·환율 영향 미미

    북한의 3차 핵실험 강행에도 국내 금융시장은 무덤덤했다. 주가는 소폭 하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되레 떨어졌다. 미리 예고된 악재인 데다 북한 리스크에 대한 학습효과 때문으로 풀이된다. 1, 2차 핵실험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우리 경제에 주는 영향이 단기적이고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아시아 주요 시장이 휴장했고 일본을 제외한 주요국의 공식 대응이 아직 나오지 않아 예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12일 코스피 지수는 전거래일보다 5.11포인트(0.26%) 내린 1945.79로 장을 마쳤다. 홍순표 BS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단기 하락 후 다시 복원되는 상황이 반복돼 북핵 문제는 더 이상 시장 위협 요인이 아닌 것 같다”면서 “오히려 북핵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해소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외국인은 되레 주식을 1353억원어치 사들였다. 지난달 2일(1740억원 순매수) 이후 한 달여 만에 최대 매수세다. 원화가치도 ‘거꾸로 강세’를 보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달러당 4.9원 내린 1090.8원으로 마감, 5거래일 만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통상 북한 리스크는 원화가치를 끌어내리는 요인(환율 상승)으로 작용하지만 이번에는 ‘불확실성 요인’이었던 핵실험을 확인하자 차익실현 차원에서 방향을 튼 것으로 분석(손은정 우리선물 연구원)된다. 과거와 비교하면 ‘당일 쇼크’도 없는 수준이다.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 때는 주가가 33포인트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15원이나 올랐다. 2009년 5월 25일 2차 때는 사흘새(거래일 기준) 주가는 42포인트, 원화가치는 22원 떨어졌다. 물론 두 경우 모두 충격이 오래 가지는 않았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1차관은 “우리 경제가 위기에 단련되어 온 만큼 3차 핵실험이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도 같은 견해다. 다만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될 가능성에 대비해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점검에 들어갔다. 한범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러시아 등이 북한 핵실험에 반대 의사를 보인 만큼 주변국들의 반응과 유엔 안보리의 경제 제재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금융센터도 북한의 맞대응 수위 등에 따라 시장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열린세상] 이탈리아와 노르웨이의 엇갈린 행보/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

    [열린세상] 이탈리아와 노르웨이의 엇갈린 행보/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

    대표적 복지 공약인 기초연금과 중증질환 보장 범위에 대한 엇갈린 해석과 이행 여부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이와 관련해서 관심을 끄는 두 나라가 있다. 이탈리아와 노르웨이다. 찬란했던 로마제국의 후예인 이탈리아. 반도국가이며 오페라·칸초네로 대표되는 음악과 스파게티를 좋아하고, 감성에 민감하다는 측면에서 우리와 유사점이 많다. 노르웨이도 우리와 공통점이 여럿 있다. 오랜 기간 주변국으로부터 피해를 보며 살아왔다는 점, 산악지대가 많아 대구 무역이 번성했던 항구 도시 베르겐 지역을 제외하고는 국민의 삶이 풍족하지 않았다는 점이 비슷하다. 두 나라는 20세기 후반 이후 복지정책, 그중에서도 후세대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연금·재정 정책에서 엇갈린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끈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상당수 남유럽 국가들은 방만하게 운영해 온 국가재정이 지속불가능해짐에 따라 특급 소방수를 투입해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을 역이용하는 정치세력을 의미하는 ‘P의 공포’(Politics, 정치의 공포)가 나타나고 있다. 이탈리아 ‘P의 공포’의 장본인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다. 총리 재직 시절 온갖 기행을 일삼던 그가 회생을 위해 몸부림치는 마리오 몬티 정부에 비수를 들이댔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탄생한 몬티 정부가 추진 중인 구조조정을 원위치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걸며 표심을 얻겠다고 나선 것이다. 연금제도 개혁 경험만 따지자면 이탈리아는 세계 챔피언 감이다. 지난 20여년 동안 7차례나 연금제도를 손봤는데도 제대로 된 개혁을 못했다. 그러다 보니 앞날이 온통 잿빛이다. ‘P의 공포’ 주도 세력이 사태를 악화시킨 전직 총리란 점은 아이러니다. 구조조정이 고통스러워 옛날이 그리운 것은 이해되나, 이탈리아의 장래에 대한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다. 노르웨이의 행보는 이탈리아와 대조적이다. 노르웨이는 과거에 풍족하게 살지는 못했으나 버려진 땅에서 대규모 유전이 발견되면서 돈방석 위에 올라앉았다. 갑자기 천문학적 규모의 천연자원이 발견되면 축복보다는 저주가 되기 십상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서로 자원을 차지하려고 동족 간 갈등이 심화되고 끝내는 내전으로 치달아 무수한 인명이 살상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르웨이의 사례는 신선하다. 매년 막대한 석유 수입이 있음에도, 정부 예산편성 시 적자 폭이 5%를 넘지 않도록 준칙화했다. 당장의 욕심을 버리고 고령화 등으로 미래세대의 부담이 커질 것에 대비해 석유자원 대부분을 남겨두고 있다. 덧붙여 향후 도래할 고령화·저성장 사회에서도 지속가능할 수 있게 연금제도를 고쳤다. 반면에 자신들이 누리는 복지 혜택은 높은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평균 소득세율이 45% 안팎이다 보니, 높은 수준의 복지를 하고 있음에도 국가부채비율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50% 선을 약간 웃돌 정도다.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는 물론 부채비율이 GDP 대비 200%가 넘는 일본의 국가부채 규모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우리와 공통점이 많은 두 나라의 대조적인 행보가 관심을 끄는 이유가 있다. 복지정책의 원칙과 지향점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제도의 운영 원칙과 목표 지향점을 명확히 하여 사회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모두의 중지를 모아야 할 때라서 더욱 그러한 것 같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최소화할 수 있는 튼튼한 사회 안전망 구축, 취약계층이 더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는 복지제도, 열심히 보험료를 낸 사람이 손해를 보지 않는 연금제도, 그리고 후손에게 큰 부담을 지우지 않는 복지제도 설계를 우리가 추구하는 복지국가의 원칙과 목표로 설정한다면 사회적 합의 도출이 그리 어려울 것 같지 않다. 복지문제, 특히 연금과 관련한 많은 논쟁이 결국은 인구 고령화에 기인한다는 인식 하에 정쟁을 자제하며 정치권이 합심해 지속가능한 제도로 바꾼 노르웨이. 반면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연상시키며 ‘P의 공포’에 떨고 있는 이탈리아. 두 나라는 복지 확대를 추진 중인 우리에게 중요한 타산지석이 될 것이다.
  • [北 3차 핵실험 강행] “향후 1~2년간 한반도 정세 냉각기… 북핵 단기해결 환상 버려야”

    [北 3차 핵실험 강행] “향후 1~2년간 한반도 정세 냉각기… 북핵 단기해결 환상 버려야”

    전문가들은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등 한반도 정세가 냉각기에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기 박근혜 정부도 경색된 남북한 관계를 대화로 풀어내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한이 국제사회는 물론 우방인 중국의 반대에도 핵실험을 강행한 것은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출한 것”이라면서 “우리가 앞으로 북핵을 막을 것인지, 북핵을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 선택의 갈림길에 왔다”는 분석도 나왔다. 북한의 핵실험 강행 이후 한반도 정세에 대해 전문가들은 “최저 3개월에서 1~2년 정도의 냉각기는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사회가 대북제재를 더욱 강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또 민수품 가운데 일부 물품이 제재 목록에 추가되거나 거래금지 대상이 확대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홍순직 현대경제연구원 통일경제센터 수석연구위원은 “핵문제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대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유엔 안보리 제재가 한 단계 높아질 것”이라면서 “미국 정부와 우리 정부는 대북 제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한·미 공조를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국제사회가 대북제재 강화 이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는 점도 동시에 지적했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은 지금도 제재를 받고 있다 보니 추가로 제재를 받게 되더라도 견뎌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라면서 “한·미·일·중 등 주변국들의 새 지도부와 북한과의 관계 설정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또 “중국도 추가 제재에 동참해 대북 지원 규모를 줄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정훈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북한은 핵보유국으로 인정을 받아야 정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면서 “북한의 핵실험 강행은 경제적으로는 이미 파탄이 난 국가가 군사력으로 승부를 보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 역시 중국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그는 “중국의 차기 지도자인 시진핑도 한반도 비핵화를 말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대북 에너지나 중유, 식량 등의 지원을 중단한다면 북한도 추가 핵실험을 중단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어 핵실험을 한 것은 한국과 미국을 협상 테이블에 나오라고 하는 것”이라면서 “앞으로 일정 기간 조정기가 있겠지만 결국 중국의 중재를 통해 북·미 간 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이 추가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핵실험은 그동안 3~4년 간격으로 해왔듯 당장 연달아 하긴 어렵겠지만 미사일을 쏘는 등 추가 도발을 할 가능성은 언제든지 있다”고 주장했다. 차기 ‘박근혜 정부’에서의 남북관계에 대해 전문가들은 엇갈린 전망을 내놨다. 다만 단기적으로 냉각기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없었다. 백학순 수석연구위원은 차기 정부가 대북 강경책을 내세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내정자가 대북 대응이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고 한 것은 대북 강경책으로 나가게 될 것이라는 뜻으로 이명박 정부의 재판이 될 것”이라면서 “한반도는 당연히 긴장이 고조될 것이고 신뢰 프로세스는 없을 것이며 대결구도로 이어져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 교수는 “북한이 우리 정부가 그토록 하지 말라고 경고했는데도 핵실험을 강행한 것은 북한 나름대로 남북관계에서 자신감이 있다는 것을 나타낸 것”이라면서 “새 정부가 신뢰 프로세스를 하겠다고 한 것에 발목 잡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 정부 출범 전에 핵실험을 한 것은 현 정부는 이제 볼 것이 없고 새 정부와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면서 “북한의 핵실험은 우리와 대화를 하겠다는 표시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훈 교수는 경제 분야에서의 강력한 대북 제재를 주문했다. 그는 “지난 20년 동안 경수로 건설 등 온갖 대북 유화책을 시도했지만 수포로 돌아갔다”면서 “차기 정부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든지 아니면 북핵 불용의 의지를 보이며 북한이 정말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경제적인 압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홍순직 수석연구위원은 “박 당선인의 새 정부 출범 이전에 북한이 핵실험을 했기 때문에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는 박 당선인의 남북한 신뢰 프로세스 추진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북핵문제와 대북문제는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면서 “북핵 문제는 안보리 제재에 따라 처리하고 대북 지원은 인도적 차원에서 계속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동준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북한 핵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될 것이라는 환상은 빨리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포용 정책이든 압박 정책이든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강하게 했을 때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면서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 대북정책이 일관성을 가질 수 있도록 국내의 합의와 국제사회의 합의를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사설] 韓日, 갈등의 과거 딛고 공생의 미래 고민할 때

    요즘 동북아가 지구촌의 핫코너로 부상하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것뿐만 아니라 긴장요인들이 곳곳에 산적해 있다. 씨줄날줄로 얽혀 있는 동북아 국가들 간 과거사 갈등과 영토분쟁은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이다. 오죽했으면 머나먼 유럽의 정치지도자마저 “동북아의 지역 분쟁 상황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걱정했겠는가. 민족주의와 패권주의가 뒤엉킨 동북아의 신냉전 기류는 이제 전세계의 관심사가 됐다. 내일 서울신문과 도쿄신문이 공동 주최하는 ‘2013 한·일 미래의 길을 묻다’라는 제하의 국제포럼을 동북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자리로 주목해야 할 이유다. 동북아 지역의 경제적·지정학적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중·일 세 나라와 타이완·몽골·북한 등 동북아 지역에는 세계의 절반을 넘는 5조 달러의 외환보유고가 몰려 있다. 역내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13조 달러로 세계 경제의 21%를 차지한다.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 여부가 동북아 국가들의 역량에 달려 있을 정도로 동북아 국가들은 세계 경제의 주축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동북아에는 대립과 갈등이 만연해 있다. 한·일 간에는 독도, 중·일 간에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러·일 간에는 쿠릴열도를 둘러싼 분쟁과 갈등이 상수(常數)로 작용하고 있다. 센카쿠열도는 언제 군사적 충돌로 번질지 모를 정도로 아슬아슬하다. 기축통화인 엔화를 무기로 주변국을 딛고 일어서려는 보호주의는 동북아의 또 다른 분쟁을 예고하고 있다. 과거사의 굴레를 과감히 떨쳐내고 미래로 가야 한다. 동북아는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이지만 역내 협력체가 없는 유일한 지역이다. 다자간 안보협력체제 구축이 당장 어렵다면, 경제협력이 일차 해법이 될 수 있다. 한·중·일은 매년 두 차례 3국 정상회의와 외교장관회의 등 18개 분야에서 장관급 회의를 개최하고 있고, 이 중 경제분야가 10개를 차지한다. 한·중·일은 이미 지난 연말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를 선언하지 않았나. 동북아에서 갈등이 확대재생산된 데는 정치지도자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 대립과 반목의 과거사를 털어내고 미래로 나아가려면 각계 민간 지도자와 지식인들의 역할도 요구된다. 반성할 게 있으면 과감히 반성하되 더 이상 과거에만 얽매여서는 안 된다. 동북아 국가들이 공생·공영의 미래를 열어 나가도록 하는 일은 각 부문 리더들의 몫이다.
  • [사설] 현실이 된 北核… 안보전략 새로 짤 때다

    끝내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한반도의 평화와 동북아시아의 안정을 위해 국제사회가 백방으로 설득하며 노력했지만 29세의 북한 지도자 김정은은 기어코 어제 핵실험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동북아 주변국들의 지도체제 정비로 한반도 해법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의 지하 핵실험장에서 번뜩였을 섬광과 함께 한줌의 재로 날아갔고, 한반도는 종전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 국면을 맞이했다. 북한이 축적해 온 핵 물질과 핵무기 제조능력을 감안할 때 이번 핵실험은 비록 예상치를 밑도는 규모라고는 하나 북한이 사실상 핵 보유국으로 자리매김하는 분기점으로 훗날 기록될 공산이 크다.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예고하며 국제사회를 겁박했던 그제 2013년 2월 11일까지와, 기필코 핵실험을 강행한 12일 이후의 한반도는 이제 완연히 다르다. 1993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이후 20년간 계속돼 온 국제사회의 북핵 개발 저지 노력은 사실상 무위에 그치고 말았으며, 잠재적 위협에서 실재적 위협으로 바뀐 북핵으로 인해 한반도의 남북 간 비대칭 전력은 현실이 됐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개발과 핵실험으로 인해 국제사회 역시 언제든 날아올 북의 핵미사일에 맞서 동북아 안보전략을 새로 짜야 하는 국면을 맞았다. 초단기 군사대응 전략에서부터 중장기 외교안보전략까지 전면적으로 정비할 시점이다. 정부와 군 당국은 무엇보다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 총체적인 위기대응 태세를 갖춰야 한다. 북한은 2006년 장거리 로켓 발사와 1차 핵실험을 잇따라 실시한 뒤 곧바로 국지도발을 벌이는 행태를 줄곧 밟아왔다. 지난 10일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어제 추가 핵실험을 예고했듯 실제로 한국 등 서방세계의 대응태세를 떠보고 주변국들의 전열을 흩트리기 위해 서해 북방한계선(NLL) 등지에서 국지 도발을 자행하거나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단호히 대응하되 우발적 충돌의 확산을 막기 위해 시나리오별로 면밀한 작전계획과 응전태세를 거듭 가다듬어야 한다. 북핵에 맞선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을 위한 다각도의 외교 노력도 경주해야 한다. 유엔의 추가 대북 제재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중국의 적극적 동참을 이끌어내야 하며, 북핵 관리를 위한 중장기 대화 틀도 새로 모색해야 한다. 남북한 비대칭 전력에 따른 안보 공백을 메울 한·미 동맹 차원의 전력 강화 논의도 서둘러야 한다. 향후 지속될 한반도 안보위기에 따른 민심의 동요와 시장의 불안을 최소화할 대책도 세워야 할 것이다. 현 정부와 차기 정부, 여야의 긴밀한 대화가 요구된다. 북핵 앞에서 국론이 갈리는 일이 없도록 정치권부터 하나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 ‘국제 분란의 중심’ 日을 어쩌나

    아베 신조 정권이 외국에 거주하는 일본인의 신변이 위태로울 때 자위대가 진입해 구출할 수 있도록 하는 자위대법 개정안을 조만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어서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의 반발을 살 전망이다. 일본은 또 자체 무기수출 제한 규정을 완화한 뒤 처음으로 F35 전투기 부품 수출에 이를 적용하기로 하는 등 ‘무기수출 3원칙’을 대폭 완화하는 조치를 취하는 등 무장화의 길을 걷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별개로 일본은 중국과 영유권 다툼을 벌이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시키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어 양국 간의 또 다른 분쟁이 야기될 전망이다. 아베 총리는 최근 자민당의 이시바 시게루 간사장에게 해외 주재 일본인이 내란에 휩쓸려 신변이 위태로울 때 자위대에 의한 구출 요건을 완화하는 자위대법 개정안을 정부 입법으로 제출할 것으로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자위대법은 자위대가 해외에 있는 일본인을 공항이나 항만에서 항공기나 함선으로 수송하는 것만 인정해, 알제리 인질 사태처럼 내륙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처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일본 정부는 또 국내에서 제조한 F35 스텔스기의 부품 수출에 완화된 무기수출 3원칙을 적용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조만간 관방장관 담화를 발표할 예정이다. F35기는 중동과 대립 중인 이스라엘도 도입할 예정이어서 일본의 부품 수출이 국제분쟁을 조장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비판이 제기될 전망이다. 도쿄 이종락 특파원 jrlee@seoul.co.kr
  • [北 핵실험 임박 긴박한 한반도] 중국 “핵실험 전에 北제재 논의해선 안돼”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한 현 상황에서 대북 제재를 논의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시점에서 대북제재 논의가 시기상조라는 것으로 이 같은 기조가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에도 유지될지 주목된다. 4일 베이징의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 저지 방안으로 대북 지원 중단 등 제재 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관련국들에 전달했다. 소식통은 “한국과 미국 등은 핵실험을 막기 위해 단기간에 빨리 대북 제재안 논의에 착수하자는 입장이지만 중국은 ‘북한이 아직 핵실험을 하지 않은 만큼 제재안 논의를 통해 쓸데없이 자극해선 안 된다’며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에 동참하는 등 전보다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근본적으로 중국의 대북정책 방향이 변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최근 일각에서 제기된 중국의 대북지원 중단설도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분석이다. 중국은 대신 외교 채널을 가동해 북한의 핵실험 중단을 거듭 설득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를 수시로 불러 핵실험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소식통은 “중국은 한·미·일 등 관련국에 한반도 국면을 전환하자고 촉구하고 있다는 점을 북한에 전하면서 북한도 이에 호응해 핵실험을 자제하고 6자회담에 복귀하라고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북한에 특사를 파견할 움직임은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중국 관영 언론은 북한의 핵실험을 앞두고 중국이 보다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북핵 문제로 한반도가 혼란스러워질 경우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중국인 만큼 중국은 관련국을 베이징으로 불러 논의하는 것 이상의 적극적인 행동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사설] 中, G2답게 북 핵실험 막는 성의 보여야

    한반도에 강 대 강의 대치국면이 조성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2087 결의문 채택에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할 뜻을 내비치면서 강하게 반발하자 미국도 어제 북한의 핵실험에 중대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한반도 안정은 물론 동북아 평화를 깨뜨릴 뇌관인 북한의 핵실험은 여하한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막아야 한다.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은 북한의 핵실험 강행 움직임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유언을 실행하는 차원에서 나온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김정일은 사망 두 달 전인 2011년 10월에 남긴 유언에서 핵과 장거리 미사일·생화학 무기를 끊임없이 발전시키고, 합법적인 핵보유국으로 당당히 올라서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특히 6자회담에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미국과의 심리전에서 이겨야 한다는 주문도 했다. 김일성 주석의 사망 이후 시작된 유훈 통치는 북한 특유의 비상통치체제다. 세습체제에서 유훈이 금과옥조처럼 받들어지고 있어 북한이 핵 개발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 같아 우려스럽다. 북한은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 핵실험 때 외무성 성명을 통해 사전 예고를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김정은이 제1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방위 명의로 예고했다는 점이 예사롭지 않다. 북한이 3차 핵실험에서 플루토늄이 아닌 고농축우라늄(HEU)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런 탓에 미국도 북한의 핵실험 예고 이후 가장 강도 높은 ‘중대조치’ 경고를 내놓은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동북아 안보지형이 파국으로 치닫지 않도록 주변국들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6자회담의 당사자들은 외교적 설득과 압박을 가해야 할 것이고, 특히 한국과 미국·중국의 역할이 관건이다. 북한은 주로 석유와 석탄·기계장비류·섬유·곡물 등을 수입하고 있으며, 중국으로부터의 수입량이 전체의 46.5%를 차지한다. 특히 원유의 70~80%를 공급하는 중국이 원유 밸브만 잠그면 북한은 그날로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된다. 북한을 움직이는 데 중국만 한 나라가 없다는 얘기다. 중국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가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위성을 발사한다면 주저없이 대북 원조를 줄일 것이라고 보도한 것도 중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방증 아닌가. 중국은 가용한 수단을 총동원해 북한의 핵실험을 막아야 한다. 사실 북핵 문제가 여기까지 온 데는 북한을 싸고도는 중국의 자세에 기인한 측면이 적지 않다.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를 축으로 한 중국 5세대 수뇌부는 이런 구태에서 벗어나 한반도 비핵화에 기여하기 바란다. 그런 점에서 중국이 북한에 특사 파견을 검토하고 있어 주목된다. 북한의 핵 개발을 막는 일은 세계 주요 2개국(G2)으로서 중국이 당연히 해야 할 책임 있는 역할이라고 본다.
  • 美, 북아프리카에 ‘드론 기지’ 추진

    美, 북아프리카에 ‘드론 기지’ 추진

    미국이 북아프리카의 알카에다 연계 조직과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북서부 지역에 ‘정찰용 무인기’(드론) 기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해당 지역(북아프리카)의 기지를 활용해 비무장 정찰용 드론을 띄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물론 상황이 크게 악화되는 특정 시점에서는 드론이 미사일 공격을 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신문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직접적인 군사작전 대신 드론을 통한 정찰과 공격을 수행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정부가 최근 알카에다의 새로운 테러 근거지로 떠오른 말리와 알제리·리비아 등에서도 이를 활용하겠다는 것으로, 미국의 ‘반(反)테러리즘’ 목표가 중동에서 북아프리카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현재 미국은 걸프 아덴만의 지부티에 캠프 레모니어 기지 한 곳에 중동의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 지부 감시 임무를 전적으로 맡기고 있다. 반면 ‘보코하람’이나 ‘신의저항군’, ‘알샤바브’ 등 북아프리카에 퍼져 있는 무장 세력에 대한 드론 정찰은 케냐 등 주변국의 임시 기지를 활용하는 데 그치고 있어 미 정보 당국은 아프리카에 대한 대테러 정보수집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드론 기지를 건설하려면 먼저 미 국방부와 백악관의 승인, 해당 국가와 논의를 거쳐야 하는 절차가 남아 있지만, 프랑스군이 개입 중인 ‘말리 사태’와 관련해 국경을 맞댄 니제르가 이미 유력한 장소로 거론되고 있다고 국방부 관계자가 전했다. 실제로 미 아프리카사령부의 카터 F 햄 사령관이 최근 마하마두 이수푸 니제르 대통령을 만나 ‘장기적인 전력관계 수립’을 논의한 데 이어 이날 양쪽 정부가 주둔군지위협정(SOFA)을 체결하는 등 실질적인 군사적인 협력을 강화하고 있어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니제르 정부가 28일 자국 내 미국의 드론 기지 건설 계획을 승인했다고 니제르 정부의 고위 소식통이 29일 전했다. 비사 윌리엄스 니제르 주재 미 대사는 이날 이수푸 대통령과 만나 드론 기지 건설을 요청했고 이수푸 대통령이 이를 즉각 받아들였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1993년 소말리아 모가디슈에서 미군 정예요원 18명이 사망한 ‘블랙호크다운’ 사건 이후 아프리카에 대한 미군의 군사작전이 소극적이었지만 이번 기지 건설로 마그레브(아프리카 서북부)와 사헬(북부 사하라 사막 일대) 지역에 대한 영향력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영국 정부가 프랑스의 말리 군사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말리와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군사훈련을 담당할 병력 350명을 파병한다고 29일 밝혔다. 조속한 사태 해결을 위해 군사훈련 전문 요원 40명은 이른 시일 내 투입될 예정이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일본 재무장 시작됐다

    일본의 아베 신조 정권이 11년 만에 방위비를 늘리는 정부의 예산안을 확정하면서 국방력 강화에 시동을 걸었다. 일본 정부는 28일 2013년도(2013년 4월∼2014년 3월) 일반회계 예산을 92조 6100억엔으로 확정해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예산 중 눈길을 끄는 것은 방위비의 증액이다. 전년보다 400억엔이 증가한 4조 7538억엔(약 57조원)을 확정했다. 자위대원도 8년 만에 287명을 증원했다. 방위비 지출 계획은 지상군 숫자를 늘리고 분쟁도서 주변 해·공군력을 강화하며, 이들 도서에 대한 중국의 침입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조기 경보기를 구매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11년간의 군사비 삭감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국방비는 전년 기준 4조 7138억엔으로 세계 6위다. 더욱이 일본은 아시아 국가 가운데 최첨단의 무기를 보유하고 있어 이번 방위비 증액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싸고 영토 갈등을 벌이고 있는 중국을 한층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이날 정기국회 소신표명 연설에서 “이번 내각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 영토를 단호하게 지키겠다고 선언한다”며 외교·안보상 위기를 거론했다. 이에 대해 아사히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국방력 강화를 위한 아베 정권의 각종 정책과 관련해 “(일본이) 방위정책을 맹목적으로 바꾼다고 (주변국에서) 받아들여질 경우 오히려 지역의 긴장을 높일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이 신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은 헌법 9조의 평화원칙에 따라 자위권 행사를 스스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자위대의 해외 무력사용을 금지했으며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도 용인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하며 “아베 총리는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 용인에 의욕을 보이고 있으며, 일련의 국방 정책 수정 작업도 이를 전제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도쿄 이종락 특파원 jrlee@seoul.co.kr
  • 中, 남중국해에 리조트 건설

    중국 당국이 남중국해에서 영토분쟁 중인 도서(섬)를 대형 리조트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공표했다. 이에 따라 이들 도서의 영유권을 둘러싸고 분쟁 중인 필리핀, 베트남 등 주변국과의 갈등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국무원이 발간한 ‘전국해양경제발전 12.5규획’에 따르면 12.5규획 기간(2011~15년) 동안 중사군도(中沙群島)와 시사군도(西沙群島)에 대형 휴양 리조트를 개발하기로 했다고 20일 베이징 지역에서 발행되는 신경보(新京報)가 보도했다. 중사군도는 필리핀이 실효지배 중으로 중국과 필리핀 간 갈등이 심한 황옌다오(黃巖島·필리핀명 스카보러섬)를 포함해 전체 33개 섬·암초로 구성돼 있다. 중국이 실효지배 중인 시사군도(영어명 파라셀제도)는 40여개의 섬·암초로 구성됐으며, 베트남은 호앙사 군도라 부르며 자국령이라고 주장한다. 규획에 따르면 중국은 해양권을 동·남·북 3개 구역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유독 남중국해가 포함된 남부해양권에 대한 자원개발과 해양권익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12.5규획 기간 동안 중사군도와 시사군도에 대형 리조트 개발을 완료해 관광 활동을 실시하는 한편 시사군도 어업기지에 해양수산 번식 자원 보호구를 설치하기로 했으며, 남중국해 일대 심해 지역의 유전 및 가스, 광물 자원에 대한 탐사 개발 활동과 석유 저장 시설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또 이 지역에 도서 감시·감측 시스템을 구축해 도서 개발 및 해상 자원 이용에 대한 전방위적인 감시 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이 밖에 해양 자원 개발을 강화해 오는 2015년까지 전체 해상 석유 저축량을 10억~12억t으로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시론] 안보 위협에 무덤덤한 국회/김열수 성신여대 교양교육원 국제정치학 교수

    [시론] 안보 위협에 무덤덤한 국회/김열수 성신여대 교양교육원 국제정치학 교수

    한국 국방비는 지난 10년간 GDP의 2.8%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올려주어도 모자랄 판에 국회는 오히려 국방비를 깎았다. 국방비 삭감에 대한 진지한 토의도 없었다. 2013년도 예산이 해를 넘겨 국회에서 통과되었다는 뉴스 자막이 나왔다. 그 다음 자막은 국방비가 대폭 삭감됐다는 내용이었다. 차기 전투기, 대형 공격헬기, 해상 작전헬기 등 구매 사업 비용이 2000억원 이상 삭감됐고 전차, 장거리공대지유도탄, 장거리대잠어뢰 사업 등에서 1231억원이나 깎였다. 무려 3000억원 이상의 전력증강비가 삭감된 것이다. 숨 고를 시간도 없이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신년사도 발표되었다. 그는 “군력(軍力)이 곧 국력이며, 군력을 백방으로 강화하는 길에 강성국가가 있고 인민의 행복이 있다”고 했다. “첨단 군사력을 강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북한이 군사력을 강화하자고 발표한 날, 한국 국회는 국방예산을 대폭 깎은 것이다. 지난해 12월 미 의회도 2013년도(2012년 10월~2013년 9월) 국방예산을 통과시켰다. 재정절벽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를 두고 여야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던 때라 관심의 대상이 아닐 수 없었다. 지난해 1월 페네타 국방부 장관은 향후 10년 동안 4879억 달러(약 516조 1982억원)의 국방비를 감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2013년도 국방비가 대폭 감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 초 2013년 국방비를 약 6130억 달러 수준으로 계획했다. 그러나 의회에 제출할 때 이보다 100억 달러 이상 늘어난 6238억 4800만 달러를 요청했다. 당연히 의회에서 국방비 삭감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반대 현상이 벌어졌다. 미 상원은 지난해 12월 ‘2013년 국방수권법’을 통해 정부가 제출한 국방비가 안보상황 대처에 미흡하다고 판단해 오히려 1억 5200만 달러나 증액시켰다. 한국 국회가 깎은 반 이상을 올려주었던 것이다. 일본도 방위비를 늘리고 있다. 일본의 전통은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1%를 넘기지 않는 것이다. 그나마 최근 10년 동안 일본의 방위비는 거의 정체되었다. 그러나 아베 정부가 들어서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중국의 위협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해 4월부터 시작되는 2013년도 방위비가 늘어난다. 지난해에 비해 1200억엔(약 1조 4329억원) 늘어난 4조 7700억엔이 편성될 전망이다. 아베 정부는 그것도 모자라 추가경정예산안에 방위비 2124억엔을 편성했다. 패트리엇(PAC3) 미사일 도입, 초계 헬리콥터 도입, 중거리 지대공 유도탄 구입 등을 위한 예산이다. 정규예산과 추경을 통해 늘리는 예산이 무려 3324억엔이다. 한국 국회가 깎은 국방비의 약 10배 이상을 증액시킨 것이다. 북한은 그렇다 치더라도 미국 의회나 일본 의회에 비해 한국 국회는 태평하다. 한국이 처한 안보 환경을 낙관적으로 보는 것도 그렇고, 자기들 스스로 여유를 즐기는 것도 그렇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고위험 국가’로 분류된다. 굳이 세계로부터 평가를 받지 않더라도 천안함 침몰, 연평도 포격 도발 등을 통해 얼마나 위험한 국가에서 살고 있는지를 깨닫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매년 두 자릿수의 국방비를 증액해 나가는 중국을 이웃에 두고도 이를 못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주변국의 위협을 피부로 직접 느끼고 있는 이스라엘은 GDP의 6%를 국방비에 투입한다. 아무런 위협을 느끼지 못할 것 같은 싱가포르도 GDP의 4% 이상을 국방비에 투입한다. 그러나 한국 국방비는 지난 10년간 GDP의 2.8%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올려주어도 모자랄 판에 국회는 오히려 국방비를 깎았다. 국방비 삭감에 대한 진지한 토의도 없었다. 수많은 민원성 쪽지가 폭탄이 되어, 예산을 깎아도 불평할 것 같지 않은 국방부를 정조준했던 것이다. 이런 일들이 최근 한 달 사이에 미국, 한국, 북한, 그리고 일본에서 일어났다. “국방예산을 깎아 죄송하니 우리 외유비를 없애 국방비에 보태겠다”고 했으면 어땠을까. 웃음 짓는 모습이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국가안보엔 원래 감정이 없다. 심해도 너무 심한 것 같아 해 본 말이다.
  • 아베 “오바마와 집단 자위권 논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각종 우경화 공약 중 집단적 자위권을 우선 추진키로 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3일 NHK 방송에 출연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 문제와 관련, “다음 달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집단 자위권 행사로) 미·일 동맹이 어떻게 변할지, 지역이 어떻게 안정될지 논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가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집단적 자위권을 협의하겠다는 것은 헌법 해석을 바꿔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는 것을 전제로 이번 주부터 시작되는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에 반영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집단적 자위권은 일본이 공격을 받지 않아도 미국 등 동맹국이 공격받을 경우 반격할 수 있는 권리다. 이를 행사할 경우 탄도미사일방어(BMD) 협력 등의 분야에서 자위대의 행동 제약이 대폭 완화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과 미국이 16일부터 일본 도쿄에서 외교, 국방 당국 실무자가 참석한 가운데 유사시 자위대와 미군의 협력 체계를 규정한 미·일 방위협력지침 재개정 논의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조지프 나이 미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일본의 우경화가 ‘잃어버린 20년’의 반동이라고 진단했다. 나이 교수는 14일 마이니치신문에 실린 인터뷰에서 일본의 우경화에 대해 “일본은 20년 이상에 걸쳐 저성장이 계속됐다”면서 “일본의 민족주의는 그 반동으로 일어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1930년대에는 일본이 과잉 자신감으로 침략주의를 강화했지만 지금의 민족주의는 일본이 자신감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이 민족주의가 고양된 상황에서 경제 성장에 실패할 경우 ‘피해자’라는 의식이 고조되면서 더욱 국수주의에 빠질 위험성이 있고 주변국과의 관계가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쿄 이종락 특파원 jrlee@seoul.co.kr
  • 아베 ‘中포위’ 독트린 발표 예정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중국 포위망을 구축하고, 아시아 외교의 기본적인 방침을 밝히는 ‘아베 독트린’을 발표할 예정이다. 13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오는 16일부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의 회원국인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를 방문한다. 이번 순방은 아베 내각 출범 이후 첫 외국 방문이다. 아베 총리는 이번 순방길에 발표할 독트린에서 인도, 호주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정을 위한 지역 내 각 국가 간 다층적인 관계 구축의 필요성을 역설할 방침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동남아 지역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과 가치관이 다르다는 점을 공유해 포위망을 구축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아베 총리는 ‘가치관 외교’를 내세우고 있다. 자유 민주주의와 기본적 인권이라는 가치관을 공유한 국가들과 관계를 심화함으로써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언론들은 아베 총리의 순방이 중국 주변국과 협력을 강화해 중국의 행동을 제한하려는 전략에서 나온 것으로, 그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격화 등에 대비해 아시아를 중시하겠다는 메시지를 방문국에 전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가 자국 외교 방침을 설명하는 독트린을 발표하는 것은 1977년 당시 후쿠다 다케오 전 총리가 필리핀 마닐라에서 발표한 ‘후쿠다 독트린’ 이래 처음이다. 도쿄 이종락 특파원 jrlee@seoul.co.kr
  • [사설] 동북아 안정, 한·미·중 전략공조 성패에 달렸다

    우리와 미국·중국·일본 등 주변국들이 모두 지도체제를 정비한 상황에서 맞은 올해는 오랜 동면(冬眠) 상태에 놓인 남북관계를 중심으로 한반도 정세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남북 관계에 있어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내놓을 일성(一聲)이 향후 한반도 정세를 가늠할 방향타가 된다는 점에서 주변국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북한을 방문한 빌 리처드슨 전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가 “박 당선인의 발언에 북한이 고무돼 있다”고 밝힌 것을 보면 북한 역시 새 정부 출범에 따른 남북관계의 진전에 사뭇 기대를 걸고 있는 듯하다. 박 당선인이 남북 관계의 첫 단추를 어떻게 꿰느냐가 그만큼 중요해진 셈이다. 그러나 한반도 문제는 분단 체제의 연원과 동북아의 지정학적 역학 관계로 인해 이미 남북 두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과 중국의 이해득실에 크게 좌우되는 현실을 간과할 수 없다. 북한의 핵·미사일이 북·미 관계와 북·중 관계를 넘어 미·중 관계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받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우리와 미국, 중국의 다각적 공조가 한반도 문제를 푸는 열쇠라고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박 당선인이 대선 전 대외정책의 핵심전략 중 하나로 내세운 한·미·중 3자 전략대화는 안정적인 정세를 바탕으로 핵·미사일 해법과 남북 간 교류 확대를 함께 도모할 최적의 전략기조로 여겨진다. 갈수록 거칠어지는 미·중의 아시아 패권 경쟁과 중·일 간 영토 분쟁 및 군사적 긴장 속에서 한반도 문제가 엉뚱한 방향으로 표류하지 않도록 할 방파제를 구축하는 차원에서도 한·미·중 3각 대화의 틀을 마련하는 일은 긴요하다. 관건은 중국이다. 그제 중국 정부 특사 자격으로 박 당선인을 예방한 장즈쥔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은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의 친서를 전달하며 한·중 관계의 새로운 발전을 위한 노력을 다짐했다. 그러나 대북 정책에 있어서 중국이 얼마나 한국 정부나 한·미 공조에 보조를 맞출 것인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당장 지난달 북 로켓 발사에 따른 유엔 안보리 제재 논의에 임하는 중국의 소극적인 모습만 해도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새 정부 출범까지 남은 40여일간 박 당선인은 정부 조직개편과 조각(組閣)을 통해 향후 대외정책의 뼈대와 기조·운용 방향을 정립하게 된다. 중차대한 시기다. 과거 노무현 정부는 집권 3년째인 2005년 ‘동북아 균형자’를 자임하며 독자 외교를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주변국의 역학관계를 소홀히 한 설익은 접근 탓에 한·미 동맹에 부담만 안겼을 뿐 외교적 실익을 거두지 못했다. 미·중을 같은 거리에 두는 게 아니라 한·미 공조의 틀로 중국을 한 발짝 더 당겨 실질적인 3각 공조를 이루는 방향이 돼야 한다. 세심한 실천구상을 짜기 바란다.
  • 정부 “美·日 동맹 차원… 집단적 자위권 추진은 우려”

    정부는 일본 자위대의 동아시아 방위력 강화 기조에 대해 미·일 동맹 강화 차원으로 의미를 축소하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 확보를 통한 군사적 보통국가화 등을 추진할 경우 양국 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정부 당국자는 9일 “일본의 방위력 강화가 자위대 군대화 등 재무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일본이 평화헌법을 존중하고 주변국의 신뢰를 통해 방위력 증강을 투명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게 우리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일본 오노데라 이쓰노리 방위상과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의 전화 회담은 지난해 4월 양국 국방장관 회담 이후 미·일 동맹과 방위력의 효율화 기조를 재확인한 것으로,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정부는 일본이 미국과의 동맹 강화를 명분으로 집단적 자위권 행사 등 평화헌법 개정을 추진할 경우 강력히 반대한다는 뜻을 피력하고 있다. 정부는 아베 신조 정권 출범 후 열리는 첫 한·일 고위급 전략대화에서 자위대 문제를 현안으로 다룰 방침이다. 외교통상부는 10일 일본 도쿄에서 안호영 외교부 제1차관을 수석 대표로 가와이 지카오 외무성 사무차관과 전략대화를 열기로 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日, 방위대강 연내 수정… 국방력 증강 착수

    일본의 아베 신조 정권이 자위대 정원을 증원하고 국방예산을 늘리는 등 국방력 증강에 본격 착수한다. 방위성은 7월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 이전에 중장기 국방 전략인 방위계획대강(방위대강)과 중기방위력정비계획을 수정할 방침이다. 7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오노데라 이쓰노리 방위상은 지난 6일 이시바 시게루 간사장 등 자민당 관계자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자위대의 확충을 위해 연내 방위대강과 중기방위력정비계획을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방위대강은 2011년도부터 10년간의 국방전략을, 중기방위력정비계획은 5년간의 장비 계획을 담은 것이다. 방위성은 올해 국방예산으로 지난해보다 1200억엔 늘어난 4조 7700억엔을 요구하기로 했다. 11년 만의 국방예산 증액이다. 방위성은 또 육해공 자위관 1만 8000명의 증원도 요구하기로 했다. 기존 방위대강에서는 육상자위대의 정원을 15만 5000명에서 1000명 줄이기로 했다. 방위성은 올해 국방예산을 영해·영공·영토를 수호할 수 있는 방위력을 정비하고 자위대가 북한의 로켓 발사 등 주변국의 각종 사태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하는 데 중점을 두고 편성할 계획이며 이를 방위대강 등에 반영하기로 했다. 일본은 중국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주변 영해와 영공 침범에 대응하기 위해 호위함과 초계 헬리콥터, 조기 경보를 위한 항공기 E767과 E2C의 운용도 확대하기로 했다. 도쿄 이종락 특파원 jrlee@seoul.co.kr
  • 아베, 4대 우경화 공약 실행 본격화

    일본의 아베 신조 정권이 한국과 중국은 물론 미국의 반발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우경화한 외교·안보와 교육 공약 등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전망이다. 6일 마이니치신문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아베 정권은 총선 공약으로 내놓은 정책의 구체화를 위해 역사인식과 관련한 새로운 총리 담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금지한 헌법 해석 수정, 일본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설치, 교육개혁 등을 위한 각각의 전문가회의를 조만간 추진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아베 총리가 구상하는 새 담화는 각각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과 침략의 역사를 인정하고 사죄한 1993년의 고노 담화와 1995년의 무라야마 담화를 대체할 역사 인식을 표명하기 위한 것이다. 동맹국이 공격받는 경우 자국이 공격받은 것으로 간주해 반격하는 집단적 자위권의 경우 1차 아베 내각 당시 총리 직속의 자문기관인 ‘안전보장의 법적기반 재구축에 관한 간담회’에서 제시한 안을 검토키로 했다. 당시 간담회는 미국을 겨냥한 미사일 등을 요격하기 위해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가 필요하다고 정부에 건의했다. 교과서 검정제도 개편 등을 위한 ‘교육재생실행본부’(가칭)는 이르면 이달 중순 출범한다. 아베 정권은 교과서 검정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고 역사 기술에서 주변국을 배려한 근린제국 조항도 수정한다는 정책 공약을 내놓고 있다. 도쿄 이종락 특파원 jr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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