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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낙연 “탄핵 정부 멀쩡했나”…황교안 “조국 손절했나” 첫 토론회 맞짱

    이낙연 “탄핵 정부 멀쩡했나”…황교안 “조국 손절했나” 첫 토론회 맞짱

    여야 팽팽한 신경전...토론중 13분 녹화 중단 “멀쩡한 나라를 2~3년에 망가뜨렸다고 하시는데, 이 얘긴 정말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만 2~3년 전 멀쩡한 나라였다면 헌정 사상 초유의 탄핵이 왜 있었을까, 이런 의문을 가집니다.”(더불어민주당 이낙연 후보) “이 후보는 국무총리 시절 조국(전 법무장관) 수사 검찰을 향해 비난하며 조국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그 이후엔 마음의 빚이 없다며 조국과 손절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조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미래통합당 황교안 후보)4·15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출마한 여야 대권 ‘1번 주자’ 민주당 이낙연 공동 상임선대위원장과 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6일 종로구 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최한 후보자 토론회에서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두 사람이 토론으로 맞붙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황 후보는 현 정권의 경제 정책에 대한 평가와 조국 전 법무장관에 대한 입장을 파고들며 ‘조국 대 경제’ 프레임으로 각을 세웠고, 이 후보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정부의 총력전과 박근혜 정부의 탄핵까지 거론하며 적극 방어했다. 그러나 공방이 이어지면서 구체적인 공약 검증은 이뤄지지 못했다. 황 후보는 “이번 총선은 경제를 살리느냐, 아니면 조국을 살리느냐, 하는 평가가 이뤄지는 선거”라며 “지난 3년간 이 정권은 총체적 난국을 초래했음에도 자화자찬을 하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권이 경제 폭망의 주범이었다면 그 당시 총리였던 이 후보도 공동 책임자”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탄핵된 박근혜 정부를 거론하며 반격했다. 당시 국무총리였던 황 후보를 겨냥한 것이다. 이 후보는 황 후보가 현 정권을 ‘좌파 독재’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 “최근 해외 언론이나 외국 지도자들은 투명하고 개방적인 민주주의 국가라고 칭찬한다. 좌파 독재라 규정하는 것은 황 후보 소속 정당뿐”이라고 맞섰다. 비례정당·종부세·조국 공격에 “황, 말 바꿔도 신뢰하겠다” 각자 원하는 주제로 질문하는 주도권 토론 순서에서는 공방이 더욱 거세졌다. 황 후보는 이 후보가 애초 ‘비례정당은 꼼수다, 민주당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가 지금에 와서는 찬성한 것에 대해 캐물었다. 여기에 이 후보는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 길을 열어주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채택 뒤에 황 후보 소속 정당에서 위성정당을 만들었다. 위성정당은 차단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기에 한 발언”이라며 “그러나 민주당은 바깥으로부터 연합정당 참여를 제안받았다. 현실적으로 불가피했다”고 해명했다. 또 황 후보는 종합부동산보유세(종부세), 조국 전 법무장관에 대한 입장을 물으며 “지도자의 말바꾸기는 지도자의 생명을 갉아먹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자 이 후보는 “황 후보가 말씀을 바꾸더라도 황 후보를 신뢰하겠다”며 응수했다. 與 “코로나 3차 추경” vs 野 “240조 재원 마련”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평가는 상반됐다. 황 후보는 “코로나 사태 발생 이후 (국내에서) 1만명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고, 183명의 희생자가 생겼다. 최초 방역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정부와 여당에 책임을 물었다. 이에 이 후보는 “코로나19 대처 과정에서 세계 언론과 각국 지도자가 한국을 칭찬한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황 후보는 “외국의 평가는 헌신적인 의료진과 우리 시민이 받아야 할 평가”라고 받아쳤다. 코로나19 대처를 위한 경제 정책에 대해서는 황 후보는 “세금을 더 내지 않아도 되는 정책으로 극복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한 반면, 이 후보는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이 외면당하지 않도록 미흡한 부분은 3차 추경때라도 반영해 지원하겠다”며 추가 추경안을 거론했다.한편 후보자 공약과 개별·보충 질문을 하는 과정에서 두 번의 질문 기회를 모두 소진한 황 후보가 “사회자가 보충 질문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며 항의하면서 13분 가량 토론이 중단되기도 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코로나19, 인류에 새로운 ‘정보 비상사태’ 초래했다

    코로나19, 인류에 새로운 ‘정보 비상사태’ 초래했다

    “미지의 바이러스가 인류에게 ‘정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라는 새로운 비상사태를 가져왔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일본에서 화장지, 미용티슈, 키친타올 등 펄프로 만들어진 제품의 품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촉발시킨 것은 역설적으로 인터넷에 올려진 무수한 ‘진짜정보’들이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6일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이날 ‘선의의 정보가 인류를 농락하다’라는 특집기사에서 “코로나19 확산은 인류가 ‘데이터의 세기’에 들어선 이후 처음으로 겪는 팬데믹 현상”이라면서 “직접적인 바이러스 감염 피해뿐만 아니라 거짓정보의 확산에 의한 차별, 매점매석과 인공지능(AI) 오작동에 따른 주가불안 등 데이터에 의해 2차 피해가 증폭되는 정보 팬데믹이 인류를 농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딜로이트토마츠 컨설팅의 시산에 따르면 전세계의 ‘정보 확산력’은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이 발생했을 당시의 68배에 이른다. 그 중심에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가 있다. 사스 때에는 1대1 전달을 기본으로 하는 이메일이 중심이었다. 니혼게이자이는 최초 1개의 잘못된 정보에 의해 시중에서 화장지가 사라지게 된 과정을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지난 2월 말 전국 상점에서 화장지가 일제히 사라졌다. 이 현상은 왜 일어났는가. 도쿄대학과 데이터분석회사 핫링크, 니혼게이자이신문의 공동분석 결과 의외의 ‘범인’이 떠올랐다. ‘중국에서 수입이 안돼 품절된다.’ 대란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것은 2월 27일 오전 트위터에 올라온 단 1개의 가짜정보. 하지만 이 글에 대한 리트윗은 단 1건으로 거의 확산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불과 몇시간 후 흐름이 바뀌었다. “화장지는 대부분 국산이다”, “침착해라” 등 선의의 게시글들이 확산되면서 트위터의 화제 키워드 상위에 올랐다. 27~28일 이틀 동안 당초의 거짓정보를 부정하는 선의의 게시물 리트윗은 총 32만건에 이르렀다. 그러나 동시에 생활필수품의 품귀 가능성을 알리는 경고성 게시물도 급증했다. 이 글들이 뉴스 사이트에 도배되면서 전국 규모의 혼란으로 발전했다. 가짜정보를 없애려는 개인들의 게시물들이 반대로 물품 부족을 연상시킨 것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중국을 시작으로 인종과 국적에 대한 차별이 순식간에 확산된 것, 지난 2월 아프가니스탄의 SNS에 중국 음식점이 불타는 가짜 동영상이 퍼진 것, 대만에서 ‘병원에서 마스크를 무료로 나눠준다’는 거짓 트윗이 퍼지면서 병원이 군중들에게 포위되는 소동이 벌어진 것 등도 사례로 들었다. 하시모토 요시아키 도쿄여대 교수는 “인간은 정보를 접하는 것만으로도 행동이 바뀐다”면서 “데이터 이코노미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정보과잉은 이제 세계가 직면한 새로운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수능 본다’며 잠적한 갓갓… 수사 혼선 주려 여러 대화명 쓴 듯

    ‘수능 본다’며 잠적한 갓갓… 수사 혼선 주려 여러 대화명 쓴 듯

    “밥은 먹고 다니냐?”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형사 송강호가 카메라를 향해 묻는다. 대한민국 대표 미제 사건으로 꼽히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에게 던진 말이었다. 지난해 자칫 완전범죄로 묻힐 뻔한 화성 사건의 진범이 모습을 드러냈다. 놈을 잊지 않고 추적하는 누군가가 있었기에 33년 만에 이춘재의 가면을 벗길 수 있었다. 흔히 ‘완전범죄는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흉악범이 죗값을 치르는 건 아니다. 추악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본모습을 숨긴 채 사는 범인이 당신 곁에 있다. 그놈이 가장 바라는 건 영원히 잊히는 일이다. 그러므로 또렷이 기억해야 한다. 그놈을 잡기 위해.●“n번방은 단지 재미있는 노예게임이다.”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아동과 여성들의 성착취 영상을 제작·유포한 n번방 사건의 주범 ‘갓갓’(이하 대화명)은 자신의 범죄를 이렇게 표현했다. 5일 서울신문이 입수한 n번방 대화록에 따르면 갓갓은 여성의 약점을 잡아 성착취 영상을 만들고 유포하는 일련의 과정을 스트레스 해소나 일탈 행위쯤으로 정의하며 정당화했다. 지난해 2월 텔레그램에 1번부터 8번까지 번호가 붙은 채팅방 8개가 생겼다. 채팅방에는 남성 공중화장실에서 나체로 널브러져 있는 여성의 영상, 여성이 개처럼 짖거나 칼과 바늘로 자신을 학대하는 모습 등 잔혹한 성착취 영상이 올라왔다. 1~8번 방의 이용자들은 영상 속 여성을 ‘노예’라 부르며 즐거워했다. 피해자 중에는 미성년자도 있었다. 날이 갈수록 진화하는 디지털 성범죄의 민낯을 드러낸 이 사건은 숫자가 붙어 있던 방의 이름을 따 ‘n번방 사건’이라 불린다. n번방은 ‘와치맨’이 만든 ‘고담방’, ‘박사’ 조주빈(25·구속)이 운영한 ‘박사방’ 등 수많은 파생방을 만들며 곰팡이처럼 퍼져 나갔다. 이들은 미성년자를 포함한 많은 여성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파생방의 운영자들과 공범은 경찰에 잇따라 검거되고 있지만, 아직 이 사건의 출발점이라 불리는 n번방 개설자, ‘갓갓’의 정체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추악한 범죄 수법 만든 ‘갓갓’은 누구인가 갓갓은 피해자 신상 정보를 알아낸 다음 이를 빌미로 피해자를 협박해 성착취 영상을 찍고 텔레그램 대화방에 유포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주요 범행 대상은 트위터에서 ‘일탈계’, ‘살색계’를 운영하는 여성들이었다. 일탈계와 살색계는 자신의 얼굴과 정보를 가린 채 신체 노출 사진 등을 올리는 계정이다. 갓갓은 피해자들에게 해킹 링크를 보내거나 경찰을 사칭해 개인 정보를 요구하는 방법으로 신상 정보를 알아냈다. 갓갓은 피해자들의 개인 정보를 손에 쥔 후 “지인과 가족에게 알리겠다”,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성착취 영상을 찍으라고 지시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영상은 피해자의 이름과 학교 등 개인 정보와 함께 n번방에 공유됐다. 문화상품권 표면의 스크래치를 긁으면 나오는 핀(PIN)번호만 있으면 온라인에서 현금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노린 갓갓은 1만원어치 상품권의 핀번호를 보낸 사람에게 n번방 입장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수익도 올렸다. 갓갓은 ‘뀨릅’이란 대화명으로 n번방을 홍보하기도 했다. 갓갓의 정체를 추정할 단서는 극히 제한적이다. 그가 텔레그램에 남긴 대화를 참고해 어렴풋이 추측만 할 뿐이다. 갓갓은 지난해 9월쯤 “수능을 준비해야 한다”며 돌연 잠적했다. 한때 n번방에 참여했던 제보자 A씨는 “n번방이 지난해 8월까지 입장 가능했다가 9월쯤부터 전부 폐쇄됐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갓갓이 범행 당시 고등학교 3학년, 또는 재수생이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하지만 일부러 수능을 언급해 정체를 숨기고 수사에 혼란을 주려 했을 가능성도 있다. 박사 조씨도 수사망을 피하려 중년 남성인 척하거나 ‘김윤기’라는 거짓 이름을 사용한 바 있다. n번방 공범자들 사이에선 갓갓의 거주지가 경기 안성이라는 추측이 돈다. n번방에 성착취물 등 9000여건을 유포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9월 구속된 와치맨 전모(38)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갓갓의 트위터 계정을 추적한 결과를 올리면서 “트위터에 남아 있는 정보를 조합해 보면 갓갓은 경기 안성에 산다”고 주장했다. 갓갓의 뒤는 현재 경북지방경찰청이 쫓고 있다. 사이버 범죄의 범행장소가 온라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피의자의 주거지는 전담 수사기관 배정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아니다. 경북청은 갓갓이 사용한 컴퓨터의 IP 주소를 특정해 수사망을 좁히고 있다. 갓갓이 입장료로 받은 문화상품권은 결제 내역 등 추적이 어렵다고 알려졌지만 경찰은 “수사기법으로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박사 조씨를 따르는 ‘부따’, ‘사마귀’, ‘이기야’ 등 공범이 있었던 것처럼 갓갓에게도 ‘코태’와 ‘반지’라는 대화명을 쓰는 공범이 둘 있었다. 코태는 갓갓과 함께 피해자의 트위터 계정을 해킹하거나 피해자를 직접 만나 성폭행하는 등 행동대장 역할을 맡은 인물이다. 일부 텔레그램 이용자들은 코태와 갓갓이 동일인물일 가능성도 제기했다. 두 사람이 범행을 같이하면서도 현장에 동시에 등장한 적이 없었다는 이유다. 갓갓이 수사망을 피하려고 여러 대화명을 사용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난 절대 안 잡혀”… 완전범죄 자신한 그놈 와치맨 전씨가 블로그에 남긴 갓갓과의 텔레그램 대화 기록에 따르면 갓갓은 경찰을 조롱하고 완전범죄를 자신했다. 전씨가 지난해 7월쯤 n번방의 운영 방식과 갓갓 등 n번방 운영자들의 잔혹한 성착취 영상 제작·유포 방식을 그대로 묘사해 올리자 갓갓이 먼저 전씨에게 접근했다. 갓갓과 대화를 나눈 전씨는 그 내용을 블로그에 인터뷰 형식으로 남겼다. 대화를 살펴보면 갓갓은 “트위터, 페이스북, 라인, 카카오톡, 텔레그램 모두 한국 경찰에서 수사 불가능하다”며 자신은 체포될 리 없다고 확신했다. 갓갓은 자신이 이미 경찰에 검거됐다는 소문이 돌자 “경찰도 (n번방 사건) 해결 못 하는 것 인지하고 모방범죄 안 일어나게 잡혔다고 소문만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갓갓은 경찰의 수사를 비웃었다. 갓갓은 n번방 이용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경찰 조사를 받고도 풀려난 사실을 언급하며 “경찰이 (그 사람의) 휴대전화 검사도 안 하고 ‘몰랐다’고 하니까 2번 정도 출석해 조사받았는데 (검찰에) 기소도 안 됐다”며 수사당국을 조롱했다. 갓갓은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해도 n번방 이용자가 “합의하에 사진과 영상을 받았다”고 말하니 신고가 반려됐다는 이야기를 풀어놓기도 했다. n번방 사건이 여러 차례 언론에 보도되고 경찰이 본격적으로 수사하기 시작하자 잠적했던 갓갓은 다시 나타났다. 복수의 목격자에 따르면 갓갓은 지난 1월 돌연 조씨가 운영하는 박사방에 등장해 16살이라 적힌 성착취 사진을 올리고 “언론 보도를 보고 왔다”고 말했다. 갓갓은 박사 조씨를 두고 ‘제자’라 부르며 “네 수법은 다 알려져 의미가 없다”고 도발했다. 이 자리에서 갓갓은 자신의 목적은 “노예게임과 재미”라 말하고 조씨는 “여자는 돈벌이”라 맞받아치면서 서로 자신의 범죄가 더 우월하다고 설전을 벌였다. ●그놈 후예 ‘켈리’ ‘와치맨’ 솜방망이 처벌 논란 갓갓의 n번방이 인기를 끌자 텔레그램에는 수많은 파생방이 생겼다. 파생방은 성착취 영상뿐 아니라 지인, 연예인과 음란물을 합성한 딥페이크, 불법촬영 영상 등이 피해자의 신상 정보와 함께 공유되는 성범죄의 온상이 됐다. 5일 기준 경찰이 붙잡은 성착취 영상 제작·유포한 피의자는 모두 140명이다. 이 중 23명이 구속됐다. 140명 중 29명은 대화방 운영자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는 최소 103명이다. 성착취 영상을 본격적으로 사업화해 가상화폐 등으로 수익을 올린 박사 조씨는 지난달 17일 경찰에 검거돼 같은 달 25일 검찰로 송치됐다. 갓갓의 n번방을 물려받은 것으로 드러난 ‘켈리’ 신모(32)씨는 춘천지법에서, n번방으로 들어가는 관문인 고담방을 운영한 와치맨 전씨는 수원지법에서 각각 2심과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켈리의 항소를 포기하고 와치맨에게 3년6개월형을 구형한 검찰은 n번방 사건 공론화 이후 비난을 의식한 듯 두 사건 모두 변론재개를 신청했다. 추가 조사를 통해 더 엄한 벌을 받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성착취 영상 공유방을 운영한 미성년자 ‘로리대장태범’ 배모(18)군, ‘태평양’ 이모(16)군도 재판에 넘겨졌다. 갓갓과 일부 운영자를 검거한다고 n번방 사건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갓갓과 갓갓이 만든 영상을 죄의식 없이 즐겼던 일부 이용자들은 누군가의 절망을 ‘재미있는 게임’이라 부르며 사이버 세상을 전전하고 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수배범 검거에 결정적인 제보를 하신 분에게 신고포상금이 지급됩니다. 전화번호 112 또는 모바일앱 ‘스마트 국민제보’, 서울신문 이메일 police@seoul.co.kr로 제보할 수 있습니다.
  • 수능보고 온다며 사라진 n번방 창시자 ‘갓갓’을 잡아라

    수능보고 온다며 사라진 n번방 창시자 ‘갓갓’을 잡아라

    “밥은 먹고 다니냐?”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형사 송강호가 카메라를 향해 묻는다. 대한민국 대표 미제 사건으로 꼽히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에게 던진 말이었다. 지난해 자칫 완전범죄로 묻힐 뻔한 화성 사건의 진범이 모습을 드러냈다. 놈을 잊지 않고 추적하는 누군가가 있었기에 33년 만에 이춘재의 가면을 벗길 수 있었다. 흔히 ‘완전범죄는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흉악범이 죗값을 치르는 건 아니다. 추악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본모습을 숨긴 채 사는 범인이 당신 곁에 있다. 그놈이 가장 바라는 건 영원히 잊히는 일이다. 그러므로 또렷이 기억해야 한다. 그놈을 잡기 위해.“n번방은 단지 재미있는 노예게임이다.”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아동과 여성들의 성착취 영상을 제작·유포한 n번방 사건의 주범 ‘갓갓’(이하 대화명)은 자신의 범죄를 이렇게 표현했다. 5일 서울신문이 입수한 n번방 대화록에 따르면 갓갓은 여성의 약점을 잡아 성착취 영상을 만들고 유포하는 일련의 과정을 스트레스 해소나 일탈 행위쯤으로 정의하며 정당화했다. 지난해 2월 텔레그램에 1번부터 8번까지 번호가 붙은 채팅방 8개가 생겼다. 채팅방에는 남성 공중화장실에서 나체로 널브러져 있는 여성의 영상, 여성이 개처럼 짖거나 칼과 바늘로 자신을 학대하는 모습 등 잔혹한 성착취 영상이 올라왔다. 1~8번 방의 이용자들은 영상 속 여성을 ‘노예’라 부르며 즐거워했다. 피해자 중에는 미성년자도 있었다. 각 방에는 300명에서 700명 사이의 이용자들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날이 갈수록 진화하는 디지털 성범죄의 민낯을 드러낸 이 사건은 숫자가 붙어 있던 방의 이름을 따 ‘n번방 사건’이라 불린다. n번방은 ‘와치맨’이 만든 ‘고담방’, ‘박사’ 조주빈(25·구속)이 운영한 ‘박사방’ 등 수많은 파생방을 만들며 곰팡이처럼 퍼져 나갔다. 이들은 미성년자를 포함한 많은 여성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파생방의 운영자들과 공범은 경찰에 잇따라 검거되고 있지만, 아직 이 사건의 출발점이라 불리는 n번방 개설자, ‘갓갓’의 정체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수능 보고 온다”며 사라져…‘갓갓’은 누구인가 갓갓은 피해자 신상 정보를 알아낸 다음 이를 빌미로 피해자를 협박해 성착취 영상을 찍고 텔레그램 대화방에 유포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주요 범행 대상은 트위터에서 ‘일탈계’, ‘살색계’를 운영하는 여성들이었다. 일탈계와 살색계는 자신의 얼굴과 정보를 가린 채 신체 노출 사진 등을 올리는 계정이다. 갓갓은 피해자들에게 해킹 링크를 보내거나 경찰을 사칭해 개인 정보를 요구하는 방법으로 신상 정보를 알아냈다. 갓갓은 피해자들의 개인 정보를 손에 쥔 후 “일탈계를 운영했단 사실을 지인과 가족에게 알리겠다”,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성착취 영상을 찍으라고 지시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영상은 피해자의 이름과 학교 등 개인 정보와 함께 n번방에 공유됐다. 문화상품권 표면의 스크래치를 긁으면 나오는 핀(PIN)번호만 있으면 온라인에서 현금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노린 갓갓은 1만원어치 상품권의 핀번호를 보낸 사람에게 n번방 입장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수익도 올렸다. 갓갓은 ‘뀨릅’이란 대화명으로 n번방을 홍보하기도 했다.갓갓의 정체를 추정할 단서는 극히 제한적이다. 그가 텔레그램에 남긴 대화를 참고해 어렴풋이 추측만 할 뿐이다. 갓갓은 지난해 9월쯤 “수능을 준비해야 한다”며 돌연 잠적했다. 한때 n번방에 참여했던 제보자 A씨는 “n번방이 지난해 8월까지 입장 가능했다가 9월쯤부터 전부 폐쇄됐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갓갓이 범행 당시 고등학교 3학년, 또는 재수생이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하지만 일부러 수능을 언급해 정체를 숨기고 수사에 혼란을 주려 했을 가능성도 있다. 박사 조씨도 수사망을 피하려 중년 남성인 척하거나 ‘김윤기’라는 거짓 이름을 사용한 바 있다. n번방 공범자들 사이에선 갓갓의 거주지가 경기 안성이라는 추측이 돈다. n번방에 성착취물 등 9000여건을 유포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9월 구속된 와치맨 전모(38)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갓갓의 트위터 계정을 추적한 결과를 올리면서 “트위터에 남아 있는 정보를 조합해 보면 갓갓은 경기 안성에 산다”고 주장했다. 갓갓의 뒤는 현재 경북지방경찰청이 쫓고 있다. 사이버 범죄의 범행장소가 온라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피의자의 주거지는 전담 수사기관 배정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아니다. 경북청은 갓갓이 사용한 컴퓨터의 IP 주소를 특정해 수사망을 좁히고 있다. 갓갓이 입장료로 받은 문화상품권은 결제 내역 등 추적이 어렵다고 알려졌지만 경찰은 “수사기법으로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박사 조씨를 따르는 ‘부따’, ‘사마귀’, ‘이기야’ 등 공범이 있었던 것처럼 갓갓에게도 ‘코태’와 ‘반지’라는 대화명을 쓰는 공범이 둘 있었다. 코태는 갓갓과 함께 피해자의 트위터 계정을 해킹하거나 피해자를 직접 만나 성폭행하는 등 행동대장 역할을 맡은 인물이다. 반지는 n번방 범죄의 흔적이 경찰에 걸리지 않도록 사이버 관리자 구실을 했다. 코태는 평소에 “갓갓은 내 친구”라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텔레그램 이용자들은 코태와 갓갓이 동일인물일 가능성도 제기했다. 두 사람이 범행을 같이하면서도 현장에 동시에 등장한 적이 없었다는 이유다. 갓갓이 수사망을 피하려고 여러 대화명을 사용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나는 절대 안 잡혀”…완전범죄 자신한 그놈 와치맨 전씨가 블로그에 남긴 갓갓과의 텔레그램 대화 기록에 따르면 갓갓은 경찰을 조롱하고 완전범죄를 자신했다. 전씨가 지난해 7월쯤 n번방의 운영 방식과 갓갓 등 n번방 운영자들의 잔혹한 성착취 영상 제작·유포 방식을 그대로 묘사해 올리자 갓갓이 먼저 전씨에게 접근했다. 갓갓과 대화를 나눈 전씨는 그 내용을 블로그에 인터뷰 형식으로 남겼다. 대화를 살펴보면 갓갓은 “트위터, 페이스북, 라인, 카카오톡, 텔레그램 모두 한국 경찰에서 수사 불가능하다”며 자신은 체포될 리 없다고 확신했다. 갓갓은 자신이 이미 경찰에 검거됐다는 소문이 돌자 “경찰도 (n번방 사건) 해결 못 하는 것 인지하고 모방범죄 안 일어나게 잡혔다고 소문만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갓갓은 경찰의 수사를 비웃었다. 갓갓은 n번방 이용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경찰 조사를 받고도 풀려난 사실을 언급하며 “경찰이 (그 사람의) 휴대전화 검사도 안 하고 ‘몰랐다’고 하니까 2번 정도 출석해 조사받았는데 (검찰에) 기소도 안 됐다”며 수사당국을 조롱했다. 갓갓은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해도 n번방 이용자가 “합의하에 사진과 영상을 받았다”고 말하니 신고가 반려됐다는 이야기를 풀어놓기도 했다. n번방 사건이 여러 차례 언론에 보도되고 경찰이 본격적으로 수사하기 시작하자 잠적했던 갓갓은 다시 나타났다. 복수의 목격자에 따르면 갓갓은 지난 1월 돌연 조씨가 운영하는 박사방에 등장해 16살이라 적힌 성착취 사진을 올리고 “언론 보도를 보고 왔다”고 말했다. 갓갓은 박사 조씨를 두고 ‘제자’라 부르며 “네 수법은 다 알려져 의미가 없다”고 도발했다. 이 자리에서 갓갓은 자신의 목적은 “노예게임과 재미”라 말하고 조씨는 “여자는 돈벌이”라 맞받아치면서 서로 자신의 범죄가 더 우월하다고 설전을 벌였다.n번방의 후예는 어떻게 됐나 갓갓의 n번방이 인기를 끌자 텔레그램에는 수많은 파생방이 생겼다. 파생방은 성착취 영상뿐 아니라 지인, 연예인과 음란물을 합성한 딥페이크, 불법촬영 영상 등이 피해자의 신상 정보와 함께 공유되는 성범죄의 온상이 됐다. 5일 기준 경찰이 붙잡은 성착취 영상 제작·유포한 피의자는 모두 140명이다. 이 중 23명이 구속됐다. 140명 중 29명은 대화방 운영자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는 최소 103명이다. 성착취 영상을 본격적으로 사업화해 가상화폐 등으로 수익을 올린 박사 조씨는 지난달 17일 경찰에 검거돼 같은 달 25일 검찰로 송치됐다. 갓갓의 n번방을 물려받은 것으로 드러난 ‘켈리’ 신모(32)씨는 춘천지법에서, n번방으로 들어가는 관문인 고담방을 운영한 와치맨 전씨는 수원지법에서 각각 2심과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켈리의 항소를 포기하고 와치맨에게 3년6개월형을 구형한 검찰은 n번방 사건 공론화 이후 비난을 의식한 듯 두 사건 모두 변론재개를 신청했다. 추가 조사를 통해 더 엄한 벌을 받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성착취 영상 공유방을 운영한 미성년자 ‘로리대장태범’ 배모(18)군, ‘태평양’ 이모(16)군도 재판에 넘겨졌다. 갓갓과 일부 운영자를 검거한다고 n번방 사건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박사방 이용자 닉네임을 1만 5000개(중복 제외) 확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보자 A씨는 텔레그램 내 불법 성착취 영상 이용자가 약 3만명 정도라고 추정했다. 여성단체들은 중복 계정을 포함해서 26만명으로 보고 있다. 지금도 갓갓과 갓갓이 만든 영상을 죄의식 없이 즐겼던 일부 이용자들은 누군가의 절망을 ‘재미있는 게임’이라 부르며 사이버 세상을 전전하고 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수배범 검거에 결정적인 제보를 하신 분에게 신고포상금이 지급됩니다. 전화번호 112 또는 모바일앱 ‘스마트 국민제보’, 서울신문 이메일 police@seoul.co.kr로 제보할 수 있습니다.
  • 北 “미사일 발사는 자위적 훈련”…도발 정당화 의도

    北 “미사일 발사는 자위적 훈련”…도발 정당화 의도

    북한이 최근 시험발사 중인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대해 ‘자위적 훈련’의 일환이라는 기존의 주장을 반복했다. 3일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 TV’는 이날 게시한 ‘노동신문사 편집원 김인철’의 ‘입 다물고 있는 것이 상책이다’라는 제목의 1분짜리 인터뷰 영상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요즘 새로운 우리식 무기체계들의 연속적인 출현과 시험사격 훈련을 놓고 남조선 군부가 이러쿵저러쿵하며 여론을 오도하고 있다”며 “이것은 조선반도(한반도) 정세 격화의 책임을 딴 데로 돌려보려는 서푼짜리 술수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어 “남조선 군부가 지금껏 외세와 벌린 합동군사연습이 아이들 군사 놀이이고 미국산 F35A를 농약이나 뿌리려고 끌어들였다면 누가 믿겠는가”라고 일갈했다. 그는 또 “우리의 자위적 군사훈련을 놓고 남조선 군부가 여론을 오도하면 할수록 조선반도 정세를 격화시킨 주범으로서의 정체만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합동참모본부는 지난달 29일 북한이 강원 원산 일대에서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 2발을 발사하자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이러한 군사적 행동은 대단히 부적절한 행위”라며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북한의 자위적 훈련 주장은 군 당국의 이러한 비판에 반발한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달 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담화에서 자신들의 ‘화력전투훈련’ 등이 자위적 훈련이라고 주장한 것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올해 들어 동계훈련의 일환으로 네 차례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행하고 있다. 북한이 이날 탄도미사일 발사의 정당성을 주장함에 따라 조만간 추가적인 도발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최근 잇단 발사 행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비난을 고려해 관영매체가 아닌 선전매체로 수위 조절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9일 초대형 방사포 발사 당시에도 김 위원장은 참관하지 않아 수위 조절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교육·종교·정치의 원칙 파괴가 n번방·박사방을 키웠다

    교육·종교·정치의 원칙 파괴가 n번방·박사방을 키웠다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기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인 코리아 그 등불 다시 한번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지금으로부터 91년 전인 1929년 4월 2일 동아일보에 실린 인도의 시인 타고르의 시 ‘동방의 등불’이다. 조선을 방문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가지 못하는 대신 짧은 한 구절 시로 식민지 지배에 신음하던 동병상련의 조선에 깊은 애정을 표현했다. 우리 국민이라면 초중등 어느 시기엔가 타고르의 시를 접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 시는 인도의 시인이 쓴 대한민국의 국민시라 해도 좋을 법하다. 아마도 많은 사람이 타고르의 시에서 적잖이 정신적 위안을 받았을 것이다.물론 타고르의 위안이 현실에 즉시 부합한 것은 아니었다. 타고르의 진심 어린 위로에도 우리는 매우 오랫동안 모진 시대를 살았다. 이 시가 발표된 이후 오히려 식민지 지배는 더욱 광폭해졌고, 식민지 후에 다가온 해방은 분단과 동족상잔의 전쟁으로 심하게 뒤틀렸으며, 참혹한 전쟁의 끝은 길게 이어진 민간독재와 군사독재의 가시밭길이었다. 이때쯤이면 절망이 찾아들고 스스로 좌절할 법도 했다. 그러나 다행히 결과는 좋았다. 그간의 과정에 대한 판단과 디테일에 대한 평가는 별론으로 더 토론할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세계 여러 나라들이 절치부심 얻고자 했던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나라가 됐다. 우리가 우리 입으로 그렇게 말해도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나라들이 그렇게 평가해 주니 고마운 일이다. 1987년 이후의 민주화, 1980년대 3저 호황 이후의 경제발전, 문화와 체육 분야의 한류 열풍과 같은 현상들이 이 평가를 뒷받침한다. 사실이 그렇다. 최근에 또 다른 고무적인 평가가 추가됐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사태가 세계적 대유행으로 확산되는 국면에서 코로나19에 대한 우리의 대응이 널리 호평을 받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많은 나라가 우리의 대응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 이유는 민주적 방식에 질서 있는 대응이 결합된 한국식 모델이 중국의 억압적 모델과 구별되고 이탈리아 등의 무질서한 대응과도 질적으로 다르다고 봤기 때문이다. 학문적으로 표현하면 민주주의와 효율성이 잘 결합됐다는 뜻이니 극찬에 해당한다. 갑자기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많은 국민이 고통을 겪었지만 잘 통제돼 다행이다. 정부와 국민이 협력하고 의료계가 무한헌신한 덕분인데 나라의 품격을 높이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됐다. 한국에는 피겨 여왕 김연아가 있고 비틀스에 버금가는 BTS가 있는데 코로나 대응에도 탁월한 역량을 보여 일약 ‘코로나 선진국’ 반열에 오르게 된 것이니 어찌 자랑스럽지 않겠는가. 이 정도에서 중단하고 글을 마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빛보다 깊은 어둠을 보았다. 코로나19 와중에 터진 ‘박사방 사건’으로 우리 사회가 정신적 지옥을 경험하고 있다. 악마를 보았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언론에서 박사방,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등으로 보도되던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면서 경악을 금치 못하게 됐다. 성을 상품화하는 정도를 넘어서 성을 착취하고 여성을 노예화하는 지옥도가 백주대낮에 버젓이 이루어진 것이다. 인간의 탈을 쓴 악마가 따로 없다. 주모자들의 나이는 젊은 편이다. 대학생도 있고 젊은 공무원도 있다. 박사, 와치맨, 갓갓, 켈리 등 괴상한 익명을 사용하는 주모자들 중에서 박사로 불리던 조주빈의 신상이 국민에게 공개됐다. 대학을 졸업했고 학보사 기자를 지낸 평범한 청년인 데다 봉사활동도 많이 했다고 한다. 조주빈을 보면서 한나 아렌트가 독일의 유대인 학살 문제를 다루면서 아이히만을 빗대 정식화한 ‘악의 평범성’이라는 말이 다시 떠오른다. 악은 평범하게 다가오지만 그 속에 악마가 숨어 있다. 주모자들에 대한 일벌백계는 당연한 일이다. 단순 합계가 26만명에 달한다는 공범자들에 대한 신상공개와 처벌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지나가다가 봤다거나 우연히 봤다는 말로 이 상황을 비켜 가기는 어렵게 됐다. 어느 누구도 조주빈을 포함한 텔레그램방의 주범과 공범들을 비호하거나 용서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자. 이렇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박사와 갓갓만 처벌하면 되나. 그렇지 않다. 코로나가 번성하는 것처럼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수많은 박사와 갓갓을 양산했다. 12년을 끌었던 김학의 사건이 용두사미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있다. 국민들은 진실을 보았는데 검찰과 법원은 외면했다. 장자연 사건도 10년을 넘겼지만 영구미제가 됐다. 그 사이에 수많은 미투 사건이 줄을 잇는 가운데 서울 강남의 나이트클럽에서 마약과 성범죄 등 온갖 저급한 범죄가 망라된 버닝썬게이트가 터졌다. 결국 박사방이란 김학의, 장자연, 미투, 버닝썬 등 너무나 성(性)스러운 대한민국의 오프라인 진면목이 정보기술(IT) 강국 대한민국의 온라인망 속에 그대로 구현된 것이다. 우리 공동체가 성(性)스럽기만 한 것이 아니다. 더 근원적인 문제가 있다. 우리가 동족상잔의 분단국가라는 사실과 지역주의로 분열돼 있다는 사실을 외면할 수 있을까. 아직도 노사관계가 원만하지 않고 경제구조가 뒤틀려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있을까. 이뿐만이 아니다. 신천지, 구원파, 영생교 등 유사종교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대형교회의 세습 문제도 여전하다. 구원의 빛이어야 할 종교가 사회의 짐이 돼 버린 형국이다. 만연된 사학비리가 해결되지 않는 것도 우리 교육의 한계다. 교육은 사회를 정화하는 맑은 물의 마지막 원천인데 교육기관 자체가 비리로 혼탁해서 교육과 장사가 구별되지 않는 상황에서 누가 누구를 정화한단 말인가. 그리하여 신동엽 시인이 “껍데기는 가라!”고 외친 후에도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껍데기와 가짜가 판을 쳤다. 군인은 쿠데타를 하고 정치가는 변절하고 기업가는 부패하고 공무원은 부화뇌동했다. 철학은 교과서에만 있고 원칙은 마음속에만 존재하고 정의는 법학개론 서문에 너무 작은 글씨로 감추듯 씌어 있었다. 우리의 성공이 얼치기 성공을 담고 있다는 말이다. 최근 선거국면에서 양대 정당이 보여 준 낯 뜨거운 비례위성정당 경쟁 놀음 역시 껍데기의 증거일 뿐이다. 그렇다고 자랑스러운 성공의 역사를 부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희생과 헌신으로 쟁취한 민주화의 성과는 길이 기억될 것이고 코로나 국면에서 정부와 국민이 보여 준 단결과 헌신 역시 높게 평가받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성공이 부분적인 성공이고 불완전한 성공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가 됐다. 몸은 성장했지만 영혼이 채워지지 않은 미성숙한 상태가 성공의 실상이다. 그 미성숙함은 양적인 부족함이 아니라 질적인 결핍이자 불균형이다. 국민총생산(GDP) 성장률이나 올림픽 금메달로는 메울 수 없는 철학의 부재, 원칙의 파괴, 가치의 전도가 문제이고 여기서 온갖 사회문제들이 비롯되며 그 연장선상에서 박사방이라는 참혹한 일탈이 아무런 죄의식 없이 아주 평온한 가운데 시작됐다. 지능을 가진 사람에게 인간과 자연, 사회에 대한 가치판단이 결여되면 금수와 구별되지 않고 금수보다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다시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민주화를 성취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동족상잔의 전쟁을 치른 75년 분단국가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기업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교육과 종교와 정치에서 기본을 상실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종교에서 신성을 발견하고 교육에서 휴머니즘을 앙양하고 정치에서 창조적 타협과 공존의 미학을 체득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가치는 민주와 정의, 평화와 통일이며 동시에 이해와 배려, 협동과 공존의 작고 소중한 가치로 보완되는 것들이다. 이것 없이는 n개의 박사방이 n²개로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상지대 총장
  • 피해자 엄마 “중학생 딸 집단 성폭행 당해” 국민청원

    피해자 엄마 “중학생 딸 집단 성폭행 당해” 국민청원

    중학생 딸이 같은 학년의 남학생들로부터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며 가해자들을 엄벌해 달라는 피해자 엄마가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에 1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동의했다. 지난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인터넷 게시판에는 “‘오늘 너 킬(KILL)한다’라며 술을 먹이고 제 딸을 합동 강간한 미성년자들을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인천에 사는 두 아이의 엄마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지난해 중학교 2학년이던 딸이 같은 학년의 남학생 2명으로부터 계획적인 집단 성폭행과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23일 새벽 1시 가해자들이 제 딸과 친한 남자 후배를 불러서 딸을 불러내라고 강요했다”며 “딸은 자신이 나가지 않으면 그 후배가 형들한테 맞는다고 생각해 (다른) 친구에게 전화로 ‘무슨 일이 생기면 112에 신고해달라’고 한 뒤 나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해자들은 자신들의 아파트에서 ‘오늘 너 킬 한다’며 제 딸에게 술을 먹였다”며 “가해자들은 범행 장소를 찾으며 기절한 제 딸을 땅바닥에 질질 끌고 키득키득하며 폐쇄회로(CC)TV가 없는 28층 아파트 맨 꼭대기 층 계단으로 갔다”고 했다. 청원인은 “그 과정에서 주범인 가해자는 제 딸의 얼굴을 때리고 침까지 뱉었고 가위바위보를 해 순서를 정한 뒤 강간했다. 이 사건으로 제 딸은 정형외과에서 전치 3주, 산부인과에서 전치 2주의 진단을 받았다”고 말했다.이 국민청원 글(www1.president.go.kr/petitions/587352)은 하루만인 30일 오후 1시 시민 10만여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사건 발생 후 가해자들로부터 2차 피해를 봤다고도 호소했다. 그는 “가해자들은 이 사건으로 학폭위(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열리던 날 불참하고 10명의 친구 무리와 돌아다니다가 제 딸을 보고서 이름을 부르며 쫓아왔다”며 “제 딸이 도망가서 신고해 경찰 도움으로 집에 온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딸은 몇 시간을 울고 흉기로 자해까지 시도했다”며 “가해자들은 친구들에게 제 딸을 술 먹여 건드렸다고 이야기했고 소문이 나서 저희 가족은 집도 급매로 팔고서 이사하고 딸은 전학을 했다”고 말했다. 청원인은 가해자들은 특수준강간상해라는 중죄를 저지른 성범죄자들이라며 반드시 10년 이상이나 무기징역의 엄벌을 받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또 “중죄를 저지른 미성년자들이 어리다는 이유로 소년보호처분을 받고 있다”며 “피해자들은 보호하지 않고 악질적인 범죄자들을 보호하는 소년보호처분 체계를 반드시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이 사건과 관련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A군 등 중학생 2명을 수사 중이다. 경찰은 A군 등 중학생 2명과 피해 여중생을 각자의 부모가 동석한 가운데 조사했으며 정확한 혐의는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중학생 딸이 피해를 봤다’는 신고가 접수됐다”며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고 아직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박원순 “신천치 파렴치 단체…종교 자유보다 생명권이 우선”

    박원순 “신천치 파렴치 단체…종교 자유보다 생명권이 우선”

    박원순 서울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원인이 신천지교에 있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30일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과 한 인터뷰에서 “신천지는 종교의 자유를 벗어난 파렴치한 반사회적 단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는 2011년 신천지 관련 법인의 설립을 허가했고 2014년과 2016년 등 두 차례에 걸쳐 신천지 신도나 단체에 봉사 관련 표창장을 수여한 적이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신천지를 코로나19 확산 주범으로 보고 이만희 총회장 등 지도부에 대한 살인 혐의 고발, 법인 설립허가 취소, 세무조사 등으로 압박하고 있다. 박 시장은 이날 표창장 관련 질문을 받고 “신천지는 그런 봉사상을 받을 정도로 표면적 활동은 문제가 없어 보였다”며 “이번에 수면 아래나 음지에서의 반사회적 실체가 드러난 만큼 법인 취소 등 엄중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울시의 신천지에 대한 대응은 종교 행위의 자유가 국민 생명권보다 위에 있지 않다는 상식을 확인하는 것”이라며 “온 국민이 여기에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천지 측은 서울시의 법인 취소 조치에 대해 지난 28일 “신천지는 해당 법인체로 종교 활동이나 공익을 해하는 활동을 한 적이 없다”면서 “서울시의 법인 취소가 방역 관점에서 어떤 도움이 되는지 냉정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지금은 정치가 아닌 방역에 집중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미세먼지 많은 봄만이라도 석탄발전소 가동 확 줄여야”

    “미세먼지 많은 봄만이라도 석탄발전소 가동 확 줄여야”

    기자 시절 화력발전소 문제점 목격 시설 건설 백지화 등 직접 뛰어들어 “당진, 대기오염·온실가스 배출 1위 태양광·고로 수소연료 등 전환해야”“봄철만이라도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을 확 줄여야 합니다. 미세먼지가 자주 덮치지만 에너지 소비는 적을 때거든요.” 유종준(50) 충남 당진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29일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코로나19 확산 이후로 파란 하늘을 자주 볼 수 있는 것을 두고 “이동제한으로 자동차 운행이 줄기도 했지만 석탄화력 등 가동이 준 것도 영향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 국장은 “아이러니하지만 경제 침체 때 오히려 미세먼지가 줄었다”면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의 공장·석탄화력 가동과 자동차 운행이 감소한 것도 우리나라 하늘을 푸르게 바꿔 놨다”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 대기오염에 미치는 건 한국과 중국이 반반이다. 양쪽 동시에 모든 화석연료를 태우면 고농도 미세먼지로 덮힌다”며 “미세먼지는 화석연료가 주범”이라고 덧붙였다. 유 국장이 석탄화력에 집중하는 이유는 당진이 전국 시군구 중 대기오염과 온실가스 배출량 1위 지역이기 때문이다. 대규모 고로를 가동하는 현대제철 당진공장과 당진화력발전소가 주범이다. 그는 “석탄화력은 전국의 절반이 충남에 있는데 대부분 민간 것이 아니어서 정부가 통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 국장은 민간 석탄화력 건설 백지화에 힘을 보탠 경험도 있다. 김홍장 당진시장 등과 함께 2016년 SK가스 등이 석탄화력 에코파워 건설을 추진하자 그해 7월 서울 광화문에서 장기 농성에 들어갔고, 끝내 태양광발전소로 바꾸게 했다. 지난해는 비밀리에 추진된 석탄화력 수명연장 시도를 폭로했다. 그는 “당진화력이 10년 더 수명을 늘리려고 한다는 제보를 받고 ‘전국이 같을 것’이란 생각에 자료공개 등을 통해 확인하고 전국 시민단체 등과 공동 대응해 발전사의 철회를 이끌어 냈다”고 말했다. 유 국장은 지난 18일 환경재단 미세먼지센터의 제2회 맑은하늘상 시상식에서 시민단체상을 받았다. 충남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지역신문 ‘당진시대’ 기자로 10년간 일한 뒤 환경단체에 들어가 대기오염 배출을 줄이는 데 애쓴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기자 생활할 때 관찰자 입장에서 봤던 석탄화력에 대한 문제의식을 직접 뛰어들어 풀어 보고 싶었다”고 했다. 요즘 그는 산업폐기물처리장 문제로 바쁘다. 지방에 수도권지역 폐기물까지 마구 떠넘긴다는 것이다. 산업폐기물은 발생한 지역에서 처리하고, 처리장은 산업단지 안에 건설할 것을 담은 폐기물관리법 개정 등을 각 당과 총선 후보에게 요구하고 있다. 유 국장은 “산업성장에 가려 부수적 문제이던 환경이 이제는 대기오염과 기후변화로 개인의 쾌적한 생활뿐 아니라 인류의 위기로까지 다가왔다”며 “태양광발전과 고로 수소연료 가동 등 대안이 있는 석탄연료 시설부터 서둘러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당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환경파괴로 터전 잃은 바이러스… 인간을 돌고 돈다

    환경파괴로 터전 잃은 바이러스… 인간을 돌고 돈다

    인구 증가와 환경 파괴 등이 맞물리면서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신종 감염병에 고통받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더구나 감염병이 대규모로 유행하는 주기도 빨라지고 있다. 2002년 사스부터 2009년 신종플루까지는 7년이 걸렸지만 2015년 메르스까지는 6년, 2020년 코로나19까지는 5년이 걸렸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3~4년 만에 또 다른 감염병이 확산할 수 있다는 예측까지 나온다. ●메르스 후 5년 만에… 유행주기 점점 빨라져 최근 대규모로 유행한 감염병들은 인수공통감염병이라는 특징이 있다. 인수공통감염병이란 사람에게 전염되는 동물의 감염병을 말한다. 병원체가 공격 목표를 동물에서 사람으로 바꾸고, 사람의 몸속에 자리잡는 데 성공하면 새로운 질병이 모습을 드러낸다. 야생 물새에서 시작해 몇몇 가축을 거쳐 1918~1920년 사이에 전 세계에서 5000만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스페인독감’도 마찬가지다. 라임병, 웨스트나일병, 광견병, 한타바이러스 폐증후군, 탄저병, 라싸열, 니파 바이러스 모두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전 세계에서 새롭게 나타나는 감염질환의 75%가량이 이런 인수공통감염병으로 알려졌다. 희한한 신종 질병이 있다면 인수공통감염병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미다. 동물에게서 옮겨온 바이러스는 치명적이다. 사람에게는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이 없어 한번 걸리면 전파가 빠르고 치사율도 높다. 조류독감의 치사율은 무려 60%에 이르고, 메르스는 30~40%, 에볼라 바이러스는 50~70%나 된다. 신종플루는 치사율이 낮은 대신 확산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 1년도 안 되는 시간에 지구 한 바퀴를 돌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을 감염시켰다. 코로나19도 치명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대신 전파 속도가 빨라 발생 두 달여 만에 전세계에서 56만 7000여명(28일 기준)을 감염시켰다. 전문가들은 동물과 인간의 ‘종(種) 간 장벽’을 뛰어넘어 이런 신종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이유로 환경 파괴를 든다. 미국의 수의학자인 마크 제롬 월터스는 저서 ‘에코데믹’에서 “인류의 지구환경 및 자연의 순환과정 파괴가 신종 감염병 등장과 감염병 확산의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개발이 계속되는 한 신종 감염병은 계속해서 출현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감염병을 뜻하는 ‘에피데믹’을 변형해 ‘에코데믹’(eco-demic), 즉 환경감염병으로 부를 것을 제안한 바 있다. 국내 학자들도 에코데믹의 출현을 경고해왔다. 국립수의과학연구원 정석찬 연구관은 2011년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산림자원의 훼손으로 인한 매개체(모기, 쥐 등) 증가, 화학물질의 오염에 의한 숙주동물(인간 등)의 면역기능 약화, 매개 동물 및 병원체 이동의 증가에 따라 인수공통전염병 발생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5년 전국을 휩쓴 메르스도 환경 파괴가 신종 감염병 확산을 부른 사례였다.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와 사스는 염기서열의 상당 부분을 공유하는 사촌뻘이다. 이보다 유전적으로 더 가까운 게 박쥐 코로나바이러스다.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가 박쥐로부터 왔다고 학자들이 추정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인간에게 직접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를 옮긴 것은 중간 숙주인 낙타로 알려졌다. 사는 곳이 다른 낙타와 박쥐는 원래 만날 일이 없는 동물이지만 자연 파괴로 박쥐들이 마을로 넘어와 낙타와 마주치는 일이 잦아졌다. 이 과정에서 박쥐 코로나 바이러스가 낙타에게 전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이후 낙타 안에서 이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사람에게 전파되기 쉬운 형태로 변화됐다는 게 정설이다. 코로나19는 천산갑이란 포유류가 사람에게 전파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국을 방문해 코로나19 조사를 진행한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팀은 지난달 베이징에서 중국 전문가팀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가 박쥐에서 시작돼 중간 숙주인 천산갑을 거쳐 사람에게 전파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이름도 생소한 천산갑이 사람과 접촉할 일은 많지 않지만, 사람들이 천산갑을 보양 식품으로 섭취하면서 위험에 노출됐을 것이란 가설이다. 미국의 유명한 과학저술가 데이비드 콰먼은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란 책에서 “나무가 벌목되고, 토종 동물들이 도살 될 때마다 그들의 몸에 깃들어 살던 미생물이 주변으로 확산된다”며 “밀려나고 쫓겨나 서식지를 빼앗긴 기생적 미생물 앞에는 두 가지 길이 놓여 있다. 새로운 숙주를 찾든지 멸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바이러스에게 77억명을 웃도는 인류는 그야말로 ‘블루오션’이다. 2100년이면 109억명으로 최대치에 이를 정도로 개체수가 많은 데다 조류처럼 멀리 이동할 수 있으니 숙주로 삼기에 제격이다. ‘전염병의 세계사’ 등을 쓴 미국의 역사학자 윌리엄 맥닐은 “인구는 최근까지도 지금의 절반에 불과했으나 25~27년 사이에 두 배로 증가했다”며 “굶주린 바이러스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더라도 수십억 인체는 기가 막힌 서식지이며, 인체에 침입해 적응할 수만 있다면 기가 막힌 표적”이라고 말했다. 인류는 천연두를 완전 퇴치한 경험이 있다. 새로운 백신을 개발해 코로나19와 같은 인수공통감염병을 퇴치할 수 있을까. 바이러스는 스스로 번식하지 못한다. 숙주가 없는 한 혼자서는 생존할 수 없다. 따라서 한 몸에서 다른 몸으로 옮겨가는 것을 막으면 이론적으로는 박멸할 수 있다. 하지만 인수공통감염병은 예외다.●‘사람만 감염 ’ 천연두·소아마비 퇴치 성공 천연두는 인수공통감염병이 아니었다. 오직 사람에게만 감염을 일으킨다. WHO가 전 세계적으로 전개한 천연두 퇴치 운동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천연두 바이러스가 인간의 몸 외에는 어디서도 번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에게만 감염되는 소아마비도 마찬가지다. WHO는 국제적으로 소아마비 박멸운동을 시작해 전 세계 소아마비 환자 수를 99% 감소시키는 데 성공했는데, 이는 바이러스가 인간 외에는 달리 숨을 곳이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백신으로 인간이 집단면역을 형성하더라도 인수공통감염병의 병원체는 어디론가 숨어버릴 수 있다. 모든 사람이 백신을 맞더라도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원래 숙주인 박쥐나 천산갑에, 메르스 바이러스는 박쥐와 낙타에, 뎅기 바이러스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사는 원숭이 몸에 도사리고 있다가 조건이 맞으면 재등장할 수 있다. 코로나19 완전 종식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다만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병률을 낮추는 것은 가능하다. 아직 코로나19 백신이 없는 상황에선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일부에서 인구의 60~70%가 감염되면 코로나19 사태가 해소될 것이라고 얘기한 게 주목을 받았다. 지난 23일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은 “인구 60%가 면역을 가졌을 때 (코로나19의) 확산을 멈출 수 있다”고 밝혔다. 해외 연구에서도 인구의 70% 정도가 집단적으로 감염되면 면역이 형성돼 나머지 30%의 인구에는 더 이상 추가 전파가 되지 않을 것이란 이론이 제기된 바 있다.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완치되면 면역력을 갖게 되고, 이런 사람의 비중이 커질수록 접촉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될 확률이 낮아진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 감염병을 종식시키기에는 희생이 너무 크다. 윤태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우리나라 인구가 약 5000만명이고, 이 중 70%가 감염된다면 3500만명이 감염된다. 이 중 치명률이 1%라는 점을 고려하면 35만명이 사망해야 집단면역이 형성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집단면역은 이론으론 가능할지 몰라도 정책으로는 부적합하다. 바이러스는 지금까지 알려진 생물 중 돌연변이율이 가장 높아 운 좋게 백신을 개발하더라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RNA를 유전자로 갖고 있는 바이러스는 유전정보를 담은 염기쌍(유전정보 조각들)이 평균 1만개 정도에 불과하다. 적은 유전자 한계를 극복하고자 바이러스는 다양한 수법으로 진화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다. 따라서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이기려면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코로나19의 전파 속도와 치명률을 낮추는 것 밖에 답이 없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 정부가 ‘생활방역’을 이야기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염병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바이러스 완전 정복은 요원한 숙제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29일 전화인터뷰에서 “이번에 독감(인플루엔자) 유행이 빨리 끝난 것은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를 생활화 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기침 예절 지키기와 마스크 착용, 물리적(사회적) 거리두기만 잘 지켜도 감염병을 상당히 예방할 수 있다. 바이러스를 피하는 방법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생활화하는 것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단독] 군사정권에 땅 뺏겼던 농민들도 ‘라임 사태’ 피해자였다

    [단독] 군사정권에 땅 뺏겼던 농민들도 ‘라임 사태’ 피해자였다

    1960~70년대 군사정권에 의해 농지를 강제로 빼앗기고 범죄자가 된 이후 50여년이 지나 누명을 벗고 권리를 되찾은 피해자들과 그 후손들도 이번 ‘라임자산운용(라임)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 피해를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른바 ‘구로 분배농지 사건’ 피해자들과 그 후손들의 모임인 ‘구로 군용지 명예회복 추진위원회’(추진위)는 “신한금융투자(신한금투)가 위험한 상품을 마치 안전한 상품인 것처럼 속였다”면서 피해사실을 적은 신고서와 진술서를 각각 금융감독원과 서울남부지검에 제출했다고 29일 밝혔다. 신한금투는 라임자산운용(라임) 사모펀드 판매사 19곳 중 한 곳으로, 라임의 무역금융펀드(모펀드 중 하나인 플루토 TF-1호)에서의 부실 발생 사실을 은폐하고 정상 운용 중인 것으로 속인 혐의를 받고 있다. ‘구로 분배농지 사건’은 1961년부터 박정희 정권이 지금의 서울 구로구 구로동 일대의 농지에 공업단지와 주택 등을 조성하기 위해 해당 농지에서 경작하던 농민들을 쫓아내고 형사처벌한 사건이다. 농민들은 해당 농지는 자신들의 소유하며 국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1968년 대법원으로터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후 박정희 정권은 1970년 피해자들을 불법으로 긴급체포 또는 연행하고 가혹행위를 가해 농지 소유권을 포기할 것을 강요했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소송사기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 2008년 7월 국가가 이 사건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화해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힌 적이 있다. 2006년 결성된 추진위 회원들은 민·형사 재심을 청구했고, 2017년 11월 대법원은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의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승소 판결금을 받은 회원 650여명은 2018년부터 추진위 회비를 납부하기 시작했다. 회원의 약 40%는 70~80대 고령의 노인이다. 이렇게 모인 회비 일부를 한무섭(77) 위원장 등 추진위 임원들은 2018년 초에 신한은행 A지점 계좌에 넣었다.“선조들 한 서린 돈인데…” 그런데 2018년 12월 신한은행 A지점장이 “매우 안전한데 수익률도 높다”며 라임 펀드 가입을 적극 권유했고, 그 후에 만난 신한금투 B지점장도 라임 펀드를 안내하며 “목돈을 1년 정도만 맡겨놓으면 높은 수익을 돌려주고 원금도 지켜준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단 한 번도 펀드에 투자한 적이 없는 추진위 임원들은 안전한 상품이라는 말을 믿고 라임 펀드에 총 40억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라임 사태가 터졌고, 신한금투는 지난해 12월로 예정된 환매일이 무기한 연기됐다고 추진위에 통지했다. 한 위원장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회비는 모두 사회에 기부할 계획이었다”면서 “투자 목적으로 돈을 넣은 게 아니라 안정적으로 돈 관리가 가능하고 이자가 4% 이상이라고 해서 넣었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안전이 이유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돈은 국가 공권력에 의해 탄압받은 선조들의 한이 서린 돈이다. 이자는커녕 원금도 거의 사라질 수도 있다는데, 이런 일이 생겨서 정말 당혹스럽다”고 덧붙였다. 이에 신한금투 관계자는 “라임 펀드 판매사들의 불완전판매 의혹에 대해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고 금감원이 현장 조사를 할 예정이어서 구체적인 입장을 말하기 어렵다”면서 “소명 절차에서 최대한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라임 사태’ 관계자 잇따라 구속 한편 라임 사태를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조상원)는 지난 27일 임모 전 신한금투 본부장을 구속했다. 임 전 본부장은 신한금투를 통해 라임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에게 해외 무역금융펀드에 직접 투자를 하는 것처럼 속여 480억원을 가로챈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그는 라임 펀드 구조를 설계할 때에도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본부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서울남부지법은 “증거를 인멸하고 도망할 염려가 있다”면서 “사안이 매우 엄중하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검찰은 또 라임 사태의 주범인 이종필(42·수배) 전 부사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한모씨, 성모씨를 전날 구속했다. 이 전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행방을 감췄고 현재까지 도주 중이다. 이 전 부사장은 출국이 금지돼 있으며 출국한 기록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검찰은 이 전 부사장이 밀항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경찰청을 통해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조주빈 주사용 계좌는 모네로 코인…유료회원 잡는 건 시간문제

    조주빈 주사용 계좌는 모네로 코인…유료회원 잡는 건 시간문제

    공개 계좌 3개 중 2개는 연막용 가짜 텔레그램 집단 성폭력 사건의 주범 ‘박사’ 조주빈(25·구속)이 성착취물 제공 대가로 가상화폐 ‘모네로 코인’을 주로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비트코인 등 대중적인 가상화폐와 달리 거래내역을 숨길 수 있는 대표적인 프라이버시 코인이다. 조씨는 익명성이 보장된 모네로 코인으로 범죄 수익을 챙기며 수사망을 피하려 애썼지만 지난 16일 결국 덜미를 잡혔다. 제아무리 암호화가 잘 된 가상화폐라도 본인인증이 필수인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와 구매대행업체를 이용했다면 돈을 보낸 사람과 받은 사람의 신원 확인이 어렵지 않다는 게 수사당국과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27일 경찰 등에 따르면 박사방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은 조씨의 모네로 코인 지갑(계좌)을 중심으로 그에게 ‘후원금’을 보낸 유료방 회원들을 추적하고 있다. 조씨는 자신을 향한 수사망이 좁혀오던 지난 11일 텔레그램에 ‘문의방’을 만들어 회원들에게 가상화폐 지갑 주소를 3개 공지했다. 지갑은 일반 은행 거래에 비유하자면 계좌번호에 해당한다. 가상화폐를 보관하고 타인에게 송금하거나 입금받을 수 있는 가상공간이다.조씨가 공개한 지갑 주소는 각각 비트코인, 모네로, 이더리움을 입금할 수 있는 주소였다. 경찰은 이 가운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지갑 주소는 조씨의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조씨가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인터넷 상에 떠도는 불특정 타인의 지갑 주소를 공지했다는 것이다. 다만 경찰은 모네로 지갑 주소는 실제 조씨가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조씨는 평소에도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모네로 코인의 안전성을 강조하면서 후원금(유료방 입장료)을 모네로로 보내라고 요구했다. 조씨는 문의방 공지를 통해 “가장 안전한 게 모네로 코인”이라며 “특별한 이유 없이 굳이 다른 코인이나 계좌로 보낸다는 건 수사기관이거나 기자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읽지 않고 차단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씨 “모네로는 안전하다” 강조경찰은 앞서 빗썸, 업비트, 코인원 등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3곳과 가상화폐 구매대행업체인 ‘베스트 코인’을 압수수색해 조씨의 모네로 지갑 등으로 송금한 가상화폐 거래 내역을 확보했다. 조씨에게 모네로를 입금한 송금자를 역추적해 유료 회원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서다. 인천의 한 전문대에서 정보통신을 전공한 조씨는 가상화폐에 대한 정보에 밝았던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일반적인 가상화폐는 송금자와 수신자의 거래내역이 블록체인 원장에 남는다. 누구든 지갑 주소만 알면 지갑의 거래내역을 조회할 수 있다는 뜻이다.다크코인도 국내 거래는 추적가능 하지만 모네로는 입출금 내역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자금 거래시 임의로 생성한 일회용 주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익명성 때문에 범죄에 악용되곤 한다. 이 때문에 다크코인이라고도 불린다. 대표적인 다크코인에는 모네로, 대시, 지캐시, 코모도, 버지, 바이트, 스타크웨어, 머큐리, 그린 등이 있다. 다크코인의 대장주는 모네로로 시가총액이 8억 4000만 달러, 우리 돈 약 1조원에 이른다. 전체 코인 시장에서 14위 규모다. 다크코인이라도 국내에서 거래됐다면 익명성이 무력화되는 경향이 있다. 경찰이나 업계가 조씨의 가상화폐 장사 방식을 초보적 수준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국내에서 모네로 코인을 취급하는 업체는 빗썸과 후오비 코리아 등 거래소 2곳이다. 베스트코인 등 일부 구매대행업체에서도 모네로 코인을 구입할 수 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 업체를 이용하려면 엄격한 회원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모든 거래소는 이메일 또는 휴대전화로 본인인증을 해야 회원가입이 된다. 가상화폐를 사고팔거나 누군가에게 송금하려면 신분증 등으로 비대면 신원 확인을 거쳐야 한다.직거래, 해외거래소 이용시 추적 어려워 구매대행 업체도 마찬가지다. 조씨는 가상화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회원들에게는 구매대행 업체를 이용하라고 안내했다. 구매대행 업체는 현금을 받아 원하는 가상화폐로 바꿔준 뒤 지정한 사람에게 보내준다. 조씨가 회원들에게 소개한 구매대행 업체인 베스트코인을 이용하려면 본인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이름과 전화번호는 물론, 이메일로 신분증 사진과 신분증을 든 본인 사진, 거래일 입출금 내역이 찍힌 은행계좌 등 3가지 서류를 첨부해야 한다. 20만원을 초과해 입금하려면 업체와 사전 상담을 해야 한다. 연락처를 허위 기재하면 거래가 불가능하다. 이런 대행업체를 이용해 박사 조씨에게 가상화폐를 보낸 유료 회원 역시 경찰이 찾아내는 건 시간문제라는 얘기다. 다만 이런 거래소나 중간업체를 끼지 않고 조씨와 직접 가상화폐를 거래했다면 수사가 쉽지는 않다. 기존에 가상화폐를 거래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지갑에서 바로 조씨의 지갑으로 모네로를 보낼 수 있다. 실제 조씨는 경찰과 언론의 추적으로 검거될 위기에 처하자 회원들에게 모네로 등 다크코인 지갑을 직접 만들어 송금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가상화폐 업계 관계자들은 해외 가상화폐 거래소를 이용해 조씨와 거래한 사람도 찾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관련 사항이라 상세히 밝힐 수 없으나 개인간 거래를 한 회원도 추적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해외 거래소를 이용한 거래에 대해서도 국제 공조를 통해 끝까지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32억’ 조주빈 비트코인 계좌는 가짜…유료회원 수사망 조이는 경찰

    ‘32억’ 조주빈 비트코인 계좌는 가짜…유료회원 수사망 조이는 경찰

    속속 드러나는 조주빈의 거짓말 텔레그램 집단 성폭력 사건의 주범인 ‘박사’ 조주빈(25·구속)이 수사에 혼선을 주려고 가짜 가상화폐 계좌를 대화방에 올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가상화폐 거래소를 압수수색해 확보한 조씨의 자금 거래 내역을 분석 중이다. 조씨에게 돈을 내고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관람한 유료회원들을 찾는 동시에 조씨의 범죄 수익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서울지방경찰청는 27일 “복수의 가상화폐 거래소와 구매대행업체를 상대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범죄 수익을 추적하고 있다”며 “다만 조씨가 유료방 입장료를 받기 위해 게시한 3개의 가상화폐 지갑주소 가운데 2개는 조씨가 인터넷에 떠도는 것을 게시한 것으로, 조씨가 실제 사용한 계좌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조씨는 지난 11일 텔레그램에 ‘문의방’을 만들어 회원들에게 가상화폐 지갑 주소를 3개 공지했다. 각각 비트코인, 모네로, 이더리움으로 입금할 수 있는 일종의 계좌다.수사에 혼선 주려고 가짜 지갑 올려 조씨는 “돈은 코인으로 제출한다”며 적힌 지갑 주소에 코인을 송금하고 송금내역과 함께 ‘OOO코인 송금했습니다. 기다리고 있습니다’라는 텔레그램 개인 메시지를 보내면 (고액방 등에) 초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소 가운데 2개는 조씨의 것이 아니었다. 인터넷에 떠도는 불특정인의 지갑이었다. 이 중 비트코인 계좌는 2013년 11월 첫 거래를 튼 것으로 총 거래금액이 360(BTC)비트코인, 우리돈 약 32억원에 달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씨는 유료방 입장 의사를 밝힌 회원과는 반드시 일대일 대화를 했고, 이때 진짜 지갑주소를 알려줬다”며 “단체방에 공지로 다른 사람의 지갑 주소를 올린 것은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서였다고 조씨가 털어놨다”고 전했다. 경찰, 유료회원 집중 추적3개의 지갑 주소 가운데 비트코인을 포함한 2개의 주소는 조씨와 관계가 없지만 그 중 1개는 실제 조씨가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경찰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씨의 실계좌는 모네로 코인 지갑일 가능성이 있다. 조씨는 당시 문의방 공지를 통해 “가장 안전한 게 모네로 코인”이라며 “특별한 이유 없이 굳이 다른 코인이나 계좌로 보낸다는 건 수사기관이거나 기자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읽지 않고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씨가 사용한 가상화폐 계좌는 여러 개로 추정된다”면서도 “실제 범행과 관련된 암호화폐 지갑주소의 개수 또는 거래내역 횟수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경찰은 조씨에게 돈을 보낸 유료회원들을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은 앞서 지난 13일 빗썸, 업비트, 코인원 등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3곳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19일에는 가상화폐 구매대행업체인 ‘베스트 코인’을 압수수색해 조씨가 박사방을 운영한 기간(지난해 9월~올해 3월) 이 업체가 중개한 2000여건의 거래기록을 확보했다. 또 다른 대행업체 ‘비트프록시’에 수사 협조를 요청해 관련 자료도 확보한 상태다.연예인 휴대전화 해킹도 본인 소행이라고 속여 경찰 관계자는 “압수수색 자료 가운데 조씨와 관련된 거래내역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2000여건의 거래가 모두 조씨와 관련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조씨는 텔레그램에서 3단계의 유료 대화방을 운영하면서 입장료 명목으로 가상화폐를 받은 다음 성착취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조씨의 가상화폐 거래내역 분석을 통해 유료 회원의 신원을 파악하고 조씨가 숨겨둔 범죄수익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지난 16일 조씨를 주거지에서 검거하면서 1억 3000만원의 현금을 압수했다. 조씨가 박사방을 운영하면서 회원들에게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 말의 상당수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조씨는 평소 자신이 연예계와 언론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강조하면서 연예인 휴대전화 해킹 사건이 자신의 소행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해당 사건은 조씨와 전혀 관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반복되는 디지털 성범죄 “강력한 처벌 제도화 필요”

    반복되는 디지털 성범죄 “강력한 처벌 제도화 필요”

    아동·청소년 착취 등 죄질 악랄해져도 처벌 미약… 중형 선고 법안 마련해야텔레그램을 악용해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착취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구속)이 잡혔지만 여전히 과제는 남았다. 조씨의 범행은 온라인 속 활동 무대만 바뀌었을 뿐 수법도 범죄의 행태도 그대로 반복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과거 비슷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범죄자는 일망타진되는 듯했다. 하지만 점점 음지로 스며든 디지털 성범죄는 더 악랄하고 집요하게 피해자를 괴롭히고 있었다.1999년 등장한 소라넷이 원조격이다.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 등이 무더기로 유포됐는데 이용자 계정만 100만개에 달했다. 주범 격인 송모씨는 징역 4년형을 받았고 소라넷은 폐쇄됐지만 얼마 후 에이브이스누프(AVSNOOP)라는 유사 사이트가 생겼다. 회원비에 따라 등급이 부여됐고, 접근할 수 있는 음란물의 종류도 달라졌다. 경찰 추적을 피하려 문화상품권이나 가상화폐로 거래가 이뤄졌다. 회원은 121만여 명에 달했고, 아동·청소년 음란물 등 46만여 건이 유통됐다. 그러나 운영자 안모씨가 받은 형량은 징역 1년 6개월에 불과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벌금형 외 특별한 전과가 없고, 회원들이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게시하지 못하도록 금지어를 설정한 점을 참작한다”고 판시했다. 그사이 디지털 성범죄는 다크웹이나 텔레그램처럼 보안성이 더 강화된 곳으로 옮겨 갔다. 수법 역시 교묘해졌다. 시청이나 파일 공유를 넘어 ‘박사방’에 이르러서는 아동과 청소년을 직접 노예화하고, 음란물을 제작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조씨가 검거된 지금도 디지털 성범죄는 더욱 보안성이 강화된 메신저인 디스코드나 위커, 와이어 등으로 이사했을 뿐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가벼운 처벌로 사회적 약자인 미성년자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기술의 발달로 피해자들에게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고, 유포도 더 쉬워졌지만 초범이라는 이유로 감형되는 등 처벌이 미약하다”면서 “타인을 착취하는 방식으로 성욕이 발현돼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온라인 기반 성착취물을 처벌하는 법은 물론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시청만 해도 처벌하는 제대로 된 법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들의 ‘2차 피해’를 막고 지원하는 일도 중요하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번호변경위원회는 n번방 사건 피해자들이 주민등록번호 변경 신청을 할 경우 3주 내에 심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통상 주민등록번호 변경은 최소 3개월이 소요된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반복되는 디지털 성범죄… “강력처벌 제도화를”

    반복되는 디지털 성범죄… “강력처벌 제도화를”

    아동·청소년 착취 등 죄질 더 악랄해져도 처벌 미약… 중형 선고하게 법안 마련해야 텔레그램을 악용해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착취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구속)이 잡혔지만 여전히 과제는 남았다. 조씨의 범행은 온라인 속 활동 무대만 바뀌었을 뿐 수법도 범죄의 행태도 그대로 반복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과거 비슷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범죄자는 일망타진되는 듯했다. 하지만 점점 음지로 스며든 디지털 성범죄는 더 악랄하고 집요하게 피해자를 괴롭히고 있었다.  1999년 등장한 소라넷이 원조격이다.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 등이 무더기로 유포됐는데 이용자 계정만 100만개에 달했다. 주범 격인 송모씨는 징역 4년형을 받았고 소라넷은 폐쇄됐지만 얼마 후 에이브이스누프(AVSNOOP)라는 유사 사이트가 생겼다. 회원비에 따라 등급이 부여됐고, 접근할 수 있는 음란물의 종류도 달라졌다. 경찰 추적을 피하려 문화상품권이나 가상화폐로 거래가 이뤄졌다. 회원은 121만여 명에 달했고, 아동·청소년 음란물 등 46만여 건이 유통됐다. 그러나 운영자 안모씨가 받은 형량은 징역 1년 6개월에 불과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벌금형 외 특별한 전과가 없고, 회원들이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게시하지 못하도록 금지어를 설정한 점을 참작한다”고 판시했다. 그사이 디지털 성범죄는 다크웹이나 텔레그램처럼 보안성이 더 강화된 곳으로 옮겨 갔다. 수법 역시 교묘해졌다. 시청이나 파일 공유를 넘어 ‘박사방’에 이르러서는 아동과 청소년을 직접 노예화하고, 음란물을 제작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조씨가 검거된 지금도 디지털 성범죄는 더욱 보안성이 강화된 메신저인 디스코드나 위커, 와이어 등으로 이사했을 뿐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가벼운 처벌로 사회적 약자인 미성년자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기술의 발달로 피해자들에게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고, 유포도 더 쉬워졌지만 초범이라는 이유로 감형되는 등 처벌이 미약하다”면서 “타인을 착취하는 방식으로 성욕이 발현돼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온라인 기반 성착취물을 처벌하는 법은 물론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시청만 해도 처벌하는 제대로 된 법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들의 ‘2차 피해’를 막고 지원하는 일도 중요하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번호변경위원회는 n번방 사건 피해자들이 주민등록번호 변경 신청을 할 경우 3주 내에 심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통상 주민등록번호 변경은 최소 3개월이 소요된다. 위원회는 최근 유사사건 2건에 대해 각각 3주와 7주 만에 주민등록번호 변경 심사를 완료했다고 밝혔다.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세계 상위 10%가 기후변화 주범…화석연료 187배 더 쓴다”

    “세계 상위 10%가 기후변화 주범…화석연료 187배 더 쓴다”

    전 세계의 상위 10%에 드는 부자들이 기후 변화 문제의 주범임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6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영국 리즈대 연구진이 유럽연합(EU)과 세계은행(WB)이 집계한 세계 86개국의 소비분석 자료를 토대로 소득 집단별 에너지 사용량을 추정했다. 부자가 가난한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얘기이지만, 그 차이는 개인은 물론 국가 차원에서도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에서 두 집단의 가장 큰 차이는 교통수단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0%의 부자들은 자동차나 비행기 등으로 하위 10%보다 화석연료를 187배나 많이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차이는 가난한 사람들이 대중교통과 걷기에 훨씬 더 의존하는 반면 부자들은 혼자 차를 타고 다니는 경향이 있으며 종종 짧은 거리도 운전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또 다른 큰 차이는 요리와 난방 그리고 에어컨 등 가정용 에너지 사용에 있다. 상위 10%는 가정에서 쓰는 모든 에너지의 약 3분의 1을 소비하고 있는데, 이는 냉방과 난방 그리고 에너지 효율이 낮은 전자기기를 더 많이 소지하고 사용하고 있기 때문임을 보여준다. 이 연구는 또 세계의 에너지 소비 형태가 소득만큼 불균형하게 분포돼 있는 것을 보여준다. 영국의 20%와 독일의 40%, 룩셈부르크 전체 인구는 세계 에너지 소비자 상위 5%에 들지만, 중국에서는 인구의 2%, 인도에서는 고작 0.02%만이 이 집단에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영국에서 가장 가난한 20%의 사람들조차 인도의 4분의 3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오는 2050년까지 교통수단에 관한 에너지 소비 만으로 31% 더 증가할 수 있으며, 이는 기후에 비극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의 기후 전문가인 케빈 앤더슨 틴들 기후변화연구센터 연구원은 BBC에 “이번 연구는 우리 같이 비교적 부유한 사람들에게 듣고 싶지 않은 사실을 말해준다. 기후 문제는 정치인과 사업가, 언론인 그리고 학자 등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사람들에 의해 틀이 잡혀 있다”면서 “우리는 우리의 삶이 정상이라고 확신했지만 이런 수치는 매우 다른 이야기를 해준다”고 지적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네이처 에너지(Nature Energy)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123rf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조주빈 티셔츠에 ‘휠라’…울다가 웃다가

    ‘악마는 휠라를 입는다(?)’ 스포츠 브랜드 휠라가 25일 하루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휠라’ 상의를 입은 모습이 언론에 공개되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지만, 이날 아이러니하게도 휠라코리아 주가는 전날보다 약 20% 급등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이날 조씨는 ‘휠라’ 로고가 큼지막하게 새겨진 보라색 맨투맨 티셔츠를 입고 오전 8시쯤 서울 종로경찰서 로비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장면은 공중파, 유튜브 등으로 생중계됐다. ●생중계 악재에… 부랴부랴 로고 모자이크 1020세대가 주요 고객인 휠라는 이미지 타격을 걱정하며 당혹스러워했다. 국내 시장에서 휠라의 주요 타깃이 1020세대인데, 10대를 성적으로 착취한 조씨가 휠라 제품을 입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휠라코리아는 이날 입장문에서 “오늘 아침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n번방’ 사건 주범 조주빈이 휠라 제품 착용 후 포토라인에 섰다”면서 “현장에서 일일이 챙기기 어려우시겠으나 휠라 로고에 모자이크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신창원 때처럼 본의 아닌 마케팅 효과” 하지만 회사의 우려와 달리 대형 악재에도 휠라홀딩스 주가는 오히려 전날 대비 21.3% 상승했다. 휠라홀딩스가 지난 23일 주가 안정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오는 9월까지 2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날 주가 강세는 본격적으로 자사주 매입을 시작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종의 ‘마케팅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악마는 휠라를 입는다’거나 ‘옛날 신창원 옷 유행한 것처럼 공짜로 홍보한 것 같다’는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서울포토] 말이 많은 조주빈

    [서울포토] 말이 많은 조주빈

    텔레그램에서 불법 성착취 영상을 제작, 판매한 박사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호송차량으로 향하기 전 포토라인에 서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국회 “본 사람도 공범…텔레그램 ‘n번방’ 26만명 신상공개” 촉구

    국회 “본 사람도 공범…텔레그램 ‘n번방’ 26만명 신상공개” 촉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텔레그램 ‘n번방’ 운영자에 대한 엄벌 뿐만 아니라 26만여명으로 추정되는 ‘가입자’들도 ‘공범’에 준하는 처벌을 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25일 과방위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본관에서 긴급 전체회의를 열고 텔레그램 ‘n번방’ 사태에 관한 현안 보고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과방위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n번방’ 주범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대출 미래통합당 의원은 “n번방 사태는 어린이 피해자를 협박해 자기 의사 반해 고문을 하고 이를 촬영한 반인륜·반인권 범죄이자 조직적인 범죄”라면서 “스스로도 표현했듯 ‘악마’ 그 자체인 주범 조주빈과 운영진에 대한 엄벌은 물론, 가입자들도 ‘악마 추종자’인만큼 26만명을 전수조사 해 악마 소굴을 소탕해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동영상을 구매하거나 공유하는 것 자체가 디지털성범죄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 법적근거를 만들어서라도 스스로 탈퇴하고 이런 영상을 더이상 유포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송희경 의원은 “디지털성범죄 관련해 불법 동영상 유포, 소지를 범죄로 처벌할 수 있는데 문제는 ‘스트리밍’으로 2006년생의 성행위가 실시간으로 방송되는 사이트가 있다는 점”이라면서 “이는 결국 촬영자나 유포자 외에 스트리밍을 구매하고 시청하는 구매자가 있기 때문이기 때문에 이들도 동일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여당인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게 “관계자 전원 처벌과 26만명 전원 신상공개가 가능하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이에 대해 한 위원장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동영상을 촬영하고 유포한 주범 외에 이를 유료로 구매하고 유포하는 것도 성범죄에 포함시켜 강력 처벌해야 한다”면서 “이용자 뿐만 아니라 서비스를 이용하는 인터넷 사업자들의 법적책임도 크게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과방위는 텔레그램 n번방 사태와 관련한 ‘결의문’을 채택하기로 하고 관련 내용에 대해 여야 간사가 협의를 진행하는 중이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박사방·n번방 참여자 10만명…운영자엔 공무원도

    박사방·n번방 참여자 10만명…운영자엔 공무원도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4)이 검찰에 넘겨졌다. 조주빈은 아르바이트 등을 미끼로 피해자들을 유인해 얼굴이 나오는 나체사진을 받아낸 뒤 이를 빌미로 성 착취물을 찍도록 협박하고 박사방에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구청·동사무소에서 일하는 사회복무요원들을 통해 피해 여성과 박사방 유료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빼돌려 이를 협박과 강요의 수단으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악질적인 범죄를 저지른 그는 일상에서는 학보사 기자로 활동하고 주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등 철저한 두 얼굴의 모습을 보였다. 박사방 운영자 중에는 지방 시청 공무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의 한 시청 8급 공무원 A씨는 박사방 유료회원 모집책 등으로 활동하다 주범 조주빈 등 운영진 13명과 함께 구속됐다. 시청 관계자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월10일부터 출근하지 않았으며 같은 달 23일 형사사건 구속으로 직위해제가 결정됐다. 서울과 수원의 한 동사무소에 근무하는 공익근무요원 2명은 피해자 가족의 주소나 휴대전화 번호 같은 개인정보를 조회해 조주빈에게 넘기는 모집책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박사방, n번방과 같은 텔레그램 비밀방은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100여개에 이른다. 이들 방에 참여한 이들은 단순 합산으로 26만명가량 된다는 분석이 나왔으며 중복을 고려해도 10만명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는 게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의 설명이다. 경찰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 영상의 생산·유포자는 물론 가담·방조한 자도 끝까지 추적해 검거하겠다”고 밝혔다. ‘방조자’는 해당 채팅방에 입장해 성착취 영상을 본 사람들을 일컫는 것으로 해석되며, 경찰이 이들에 대한 검거 방침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디지털 성범죄는 사람의 영혼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사회 공동체마저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라며 “국민의 분노에 전적으로 공감하며 책임을 통감한다.피해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위로를 드린다”고 말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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