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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는 남미] 中 스마트폰의 굴욕…도둑도 외면하는 화웨이 제품

    [여기는 남미] 中 스마트폰의 굴욕…도둑도 외면하는 화웨이 제품

    화웨이 스마트폰이 도둑에게조차 외면을 받는 굴욕을 당했다. 페루 피우라에 있는 한 핸드폰판매점에 최근 도둑이 들었다. 도둑들은 매장에 있던 신형 스마트폰을 싹쓸이했지만 화웨이 제품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매장에 있던 화웨이 스마트폰은 모두 프리미엄급 고가 제품이었다. 화웨이 스마트폰이 봉변을 면한 건 미국 때문이다.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구글이 화웨이와 결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웨이 스마트폰이 외면을 받게 된 것. 경찰에 붙잡힌 도둑도 이런 사실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매장에 들어가 스마트폰을 훔친 건 일단의 소년들이었다. 주범은 14살 소년이었다.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이 소년은 경찰조사에서 화웨이 스마트폰에 손을 대지 않은 이유에 대해 "미국의 제재로 화웨이 제품은 처분하기 어려울 것 같아 훔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팔아봤자 헐값을 받을 게 뻔해 훔치면 오히려 골칫거리가 될 것 같았다"고 소년은 덧붙였다. 한편 사건이 보도되면서 화웨이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걱정은 커지고 있다. 구글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게 되면 스마트폰이 사실상 무용지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남미 검색시장에서 구글의 지배력은 압도적이다. 현지 언론은 "화웨이 스마트폰이 저렴한 가격으로 페루에서 큰 인기를 끌었지만 앞으론 상황이 달라질 것 같다"고 보도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화웨이 페루는 최근 성명을 내고 '고객 불안 잠재우기'에 나섰다. 회사는 "(구글과의 거래가 중단되지만) 필요한 보안 업그레이드를 계속 제공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페루에서 판매된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대한 보증서비스에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엘티엠포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우리둘은1학년]“특목고 준비는 6세부터?”…선행학습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우리둘은1학년]“특목고 준비는 6세부터?”…선행학습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편집자주]올해 초등학교에 딸을 보낸 워킹맘의 우여곡절을 연재합니다. 딸만큼이나 서툰 것투성이인 엄마도 ‘학부모 1학년’입니다. 아는 동네 엄마 하나 없고, 사교육에도 문외한인 아웃사이더 엄마는 ‘인싸’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지난 금요일, 아이들을 학교로, 어린이집으로 보내고 나서 시내에 나갔다. 오전 10시 30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는 한산했다. 문제집을 파는 코너에 사람들이 모여있다. 40대로 보이는 여성 예닐곱이 진지한 표정으로 국어독해, 수학 문제집을 고르고 있었다. 한쪽엔 초등학교 교과서도 팔았다. 한 권에 5000원 정도였다. 지난 3월 학부모 총회 때 딸의 담임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3월 말부터 교과서 수업에 들어갑니다. 교과서는 집에 보내지 않고, 숙제도 없습니다. 수학익힘책도 학교에서 저와 같이 풉니다. 아무 신경 쓰지 마세요. 대신 한 단원이 끝날 때마다 수학익힘책을 집에 보내드릴 테니 우리 아이들 많이 칭찬해주시고 격려해주세요.” 부모가 자녀에게 교과서를 미리 공부시키지 않도록 하려는 목적 같았다. 그런데 서점에서 이렇게 쉽게 교과서를 구할 수 있다니…. 부지런하고 꼼꼼한 엄마들은 이미 교과서를 사서 봤을 것이다. 난 한참 멀었다. 딸이 초등학교에 들어간 지 어느덧 3개월이 지났다. 다행스럽게도 별 탈 없이 학교에 적응했다. 혼자 학교에 가고, 끝나면 집에 오고, 친구들과도 잘 논다. 사람 마음은 참 간사하다. 처음에는 아주 기본적인 화장실 스스로 가기, 실내화 갈아신기 같은 것만 잘해도 감지덕지했는데, 이제 딸의 공부가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선행학습. 남의 일인 줄 알았는데 어느새 내 일이 돼버렸다. 처음엔 ‘초등학교 1학년이 배울 게 뭐가 있다고, 열심히 뛰놀면 그만’이라는 생각이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 말씀만 잘 들으면 충분하다고 믿었다. 공부에는 때가 있다. 보통은 공부도 어릴 때 해야 효과가 있다는 말로 받아들인다. 반대의 뜻도 통한다. 어린 나이에 배우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공부도 머리가 굵어지면 쉽게 이해한다. 중학교 1학년 때인가, 초록색 성문기초영문법을 보기 시작했다. 당최 무슨 소린지 알 수 없었다. 학원 선생님은 네댓 번 보면 괜찮을 거라고 했다. 이해되지 않는 외국말을 달달 외우라는 소리가 싫어서 결국 학원을 관뒀다. 고등학생이 되어 다시 그 책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슥슥 잘 읽혔다. 이렇게 쉬운 걸 왜 4년 전에 억지로 배우려 했을까. 선행학습에 대한 불신이 큰 나지만 자식 키우는 처지가 되자 마음이 심하게 흔들린다. 이런 생각이 자꾸 머릿속을 맴돈다. 적어도 한글은 깨우치고 학교에 가야지. 초등학교 1~2학년이면 영어 알파벳이랑 음가(파닉스) 정도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3학년 되면 학교에서 생존수영을 배운다는데, 그전에 수영을 배워놓으면 더 좋겠지. 요샌 줄넘기도 필수라는데 동네 문화센터 줄넘기 강좌라도 듣게 해야 할까. 선행학습이란 무엇인가. 교육당국은 학생 스스로 또는 학원이나 과외를 통해 학교 수업 진도보다 최소 1개월 이상 미리 공부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학교 수업 준비를 위해 1~2주 먼저 공부하는 ‘예습’과는 다르다.교육과정평가원이 2013년 발간한 ‘학교교육 내 선행학습 유발 요인 분석 및 해소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초·중·고교생 중 86.2%가 영어 또는 수학 선행학습을 경험했다. 당시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2학년, 고등학교 2학년 학생(학부모) 9720명을 조사한 결과다. 학교급으로 보면 초등학생의 84.1%, 중학생의 87%, 고등학생의 89.5%가 선행학습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초등학생 설문을 분석해보니 ▲학급 내 성적이 높을수록 ▲진학 희망 고등학교가 특목고 또는 자사고일 경우 ▲월평균 가구 소득이 높을수록 ▲어머니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선행학습 시간이 길었다. 3월 초에 만난 대학선배 언니 A가 해준 기막힌 이야기가 떠올랐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A는 둘째를 올해 초등학교에 보냈다. A는 어렵사리 유명한 수학학원 강사 전화번호를 구했다. (유능한 사교육 강사 연락처를 확보하는 게 학부모의 정보력이라고 한다.) A는 강사에게 둘째 교육을 의뢰했다가 면박을 당했다. 강사가 그러더란다. “어머니, 너무 늦으셨네요. 특목고 가려면 6살 때부터 준비해야 해요.” 선행학습은 사교육을 받는 주요 목적 중 하나다. 통계청이 매년 발표하는 사교육비 조사(복수응답)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을 받은 초등학생 가운데 39.7%가 선행학습이 목적이라고 답했다. 학교수업 보충이 86.2%로 가장 많았고 보육(17.6%), 진학준비(15.9%) 등의 순이었다.다만 선행학습을 위한 사교육은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다. 통계청의 사교육비 조사는 2007년부터 시작됐는데 그해에는 초등학생의 65.6%가 선행학습을 위해 사교육을 받는다고 답했다. 지금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았다. 반면 학교수업을 보충할 목적으로 사교육을 받는 초등학생은 2007년 49.6%에서 1.7배 이상 늘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 선행학습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퍼졌기 때문은 아닐까. 사교육에서 성행한 선행학습은 공교육을 무력하게 만드는 주범으로 지목됐다. 사교육을 통해 미리 교과 내용을 학습한 학생에게 학교 수업이 재미있을 리 없다. 그런 학생이 많으면 교사들도 기본 개념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넘어간다. 결과적으로 선행학습을 받지 않은 학생들은 학습권을 침해당하게 된다. 교육 전문가들은 주입식 선행학습에 익숙해진 학생은 스스로 생각하는 힘과 자기주도적인 학습 능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선행학습이 대학입시를 위한 속도 경쟁을 부추겨 건강한 인격체로 성장하는 것을 방해한다는 우려도 끊임없이 나왔다. 오죽하면 법으로 선행학습을 금지했을까. 지난 2014년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공교육정상화법)이 제정됐다. 이 법은 ▲선행학습을 전제로 한 학교 수업 ▲교육과정을 벗어난 범위와 수준의 시험 출제 ▲대입전형 논술 시험 등에서 고교 교육과정 벗어난 문제 출제 등을 금지했다.법 시행 이후 학교에서는 선행학습을 유발을 할 수 없게 됐다.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아침 저녁 보충수업과 방학 특강을 통해 교과과정을 미리 배울 수 있었는데 지금은 불가능하다. 방과후 학교에서도 선행학습은 원칙적으로 금지다. 다만, 지난 3월 국회에서 공교육정상화법이 개정된 덕에 초등학교 1·2학년도 방과후 학교에서 영어를 배울 수 있게 됐다. 영어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정규교과에 포함되기에 초 1·2 대상 영어 수업은 선행학습에 해당된다. 하지만 국회는 교육현장과 학부모 요구를 받아들여 예외적으로 이를 허용했다. 공교육정상화법에 대한 학부모 반응은 둘로 갈린다. 선행학습을 억제하려는 노력을 반기는 쪽도 있지만, 학교에서 공부를 더 안 시키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인 부모도 있다. 흥미로운 점은 어느 쪽이든 공교육법이 사교육 의존도를 낮출 걸로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딸은 수학 시간이 제일 싫다고 한다. 지난주에 들고 온 수학익힘책을 보니 한자리수 덧셈과 뺄셈을 배우고 있다. 예컨대 ‘5와 3의 합은 8입니다. 5와 3의 차는 2입니다’ 이런 걸 배우는 모양이다. 손가락 10개로 더하고 빼기를 해결하는 딸에게 딱 맞는 수준이다.딸은 선행학습은커녕 ‘후행학습’마저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딸의 실력을 확인하고 싶어 가끔 10이 넘어가는 두자릿수 덧셈을 시켜볼 때가 있다. 그러면 딸은 빽 소리를 지른다.(손가락 10개로 셈을 할 수 없어서다. 잘 구부러지지 않는 발가락을 동원하다가 성질을 낸다.) 돈을 셀 때 1000원을 1만원이라고 하고, 100원을 10원이라고 하기에 세자릿수 읽기를 가르쳐보려고 시도한 적도 있다. 딸은 어김없이 화를 낸다. “엄마, 학교에서 배울 거잖아. 왜 엄마가 가르치려고 해?” 그럼 학교에서 배운 덧셈과 뺄셈을 복습해보자고 붙잡아 앉히면 또 저항한다. “아니, 학교에서 배운 건데 왜 엄마랑 또 해? 싫어!” 속에서 천불이 난다. 공부하지 않겠다는 고집만큼은 아주 자기주도적이다. ‘됐다, 됐어. 네 인생이지, 내 인생이냐.’ 속으로 뇌까려봤자 아쉬운 쪽은 나다. 어느새 서점에서 사온 덧셈 연산 책을 펴놓고 어르고 달래며 3장만 풀어보자고 애원하고 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다음주 주제는 ‘코앞으로 다가온 복직’ 입니다.
  • 송인택 울산지검장 “검찰총장 후보 ‘정권 충성맹세’ 루머… 태생적 한계 고쳐야”

    송인택 울산지검장 “검찰총장 후보 ‘정권 충성맹세’ 루머… 태생적 한계 고쳐야”

    송지검장, 국회의원에 이메일… 9개 개혁방안 제시 “검찰총장, 법무장관, 청와대 檢권력집중 개혁해야”“법무부장관에 수사, 처리 사전보고를 해야 하나”“민정수석실, 사건 관여하지 않는다고 하면 위선”“표만 의식 검찰 해체… 세월호 해경 해체와 같아”송인택(56·사법연수원21기) 울산지검장이 국회에서 논의 중인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세월호 참사 때 해경을 해체한 것과 다르지 않다”는 비판을 담은 e-메일을 국회의원 모두에게 보냈다. 송 지검장은 검찰 권력이 검찰총장, 대검, 법무부 장관, 청와대에 집중되는 구조라고 지적하며 이에 대한 구체적인 개혁 방안을 9가지로 정리해 제시했다. 송 지검장은 26일 오후 8시 국회의원 300명에게 ‘국민의 대표에게 드리는 검찰 개혁 건의문’이라는 이메일을 보냈다. 이 문서엔 A4용지 14장에 달하는 장문의 건의가 담겼다. 송 지검장은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요구가 권력의 눈치를 보는 수사,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잃은 수사, 제 식구 감싸기 수사를 한다는 의혹과 불신에서 비롯돼 그 책임이 검사에게 가장 많다는 것을 잘 알고 국민께 얼굴을 들기가 부끄러울 때도 많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송 지검장은 “검찰이 국민의 비판을 받게 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분석은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공안·특수 분야에 대한 개혁방안 없이 마치 검사의 직접수사와 검사제도 자체가 문제였던 것처럼 개혁의 방향이 변질되어 버렸다”며 “표만 의식해서 경찰의 주장에 편승한 검찰 해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세월호 사건 때 재발 방지를 위한 개혁이라고 해경을 해체한 것과 무엇이 다른지 묻고 싶다”고 했다. 송 지검장은 “지금 정치권에서 수사권 조정이라는 명분으로 논의 중인 법안들은 경찰에게는 마음껏 수사를 할 수 있다가 언제든 덮을 수 있어서 좋고 변호사들에게는 새로운 시장이 개척돼 돈 벌 기회가 늘어서 좋다고 반기는 내용들 뿐”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송 지검장은 현재 검찰 권력이 검찰총장, 대검, 법무부 장관, 청와대에 집중되는 구조적 문제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민정수석은 권력의 핵심이고, 법무부 장관은 정권에 의해 발탁되고 정권에 충성해야만 자리를 보전한다”고 한 송 지검장은 “법무부 장관에게 수사 진행 과정과 처리 사항을 왜 일일이 사전보고해야 하냐”고 반문했다. “대통령 아들 수사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지 않고 자리를 버린 법무부 장관도 있지만 이는 극히 예외일 뿐이다. 이 한목숨 다 바쳐 충성을 다해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한 어느 법무부 장관처럼 정권의 이해를 대변하는 분도 많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한 송 지검장은 “민정수석실이 우리는 보고 받지 않는다거나 보고는 받았어도 사건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면 초등학생도 믿지 않을 위선”이라고 꼬집었다. 송 지검장은 조만간 이뤄질 검찰총장 인사에 대해서도 “검찰총장 후보들이 거론될 시점이 되면 누가 충성맹세를 했다는 소문이 돌곤 한다. 현재 시스템이라면 태생적으로 검찰 내부의 신망과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분이라기보다 코드에 맞는 분, 최소한 정권에 빚을 진 사람이 검찰총장이 되게 돼 있다”고 했다. 다음은 송 지검장이 제시한 검찰개혁 분야 9가지 건의다. ▲법무부나 청와대에 수사 정보를 사전에 알리는 현행 보고 시스템 개선 ▲정치적 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상설특검 회부 요구 장치 마련 ▲부당·인사권침해 수사를 한 검사를 문책하는 제도 ▲청와대 같은 권력기관에 검사를 파견할 수 없도록 제도 개선 ▲공안·기획이나 특수 분야 출신 검사장 비율 제한 ▲검찰 불신을 야기한 정치적 사건과 하명 사건 수사는 경찰이 주도하도록 변경 ▲대통령이나 정치 권력이 검사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없도록 독립적인 위원회의 인사 제도 등이다. 다음은 송인택 지검장이 보낸 e-메일 전문이다. 국민의 대표에게 드리는 검찰개혁 건의문 저는 진실을 밝혀 옳은 것을 옳고, 그른 것을 그르다고 하는 직업, 누군가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이 직업이 좋아서 검사의 길을 택했고, 가족을 돌볼 겨를도 없이 사건과 기록에 파묻혀 사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이제는 집보다 사무실이 더 편한 그런 검사입니다. 공안·기획이나 특수 전담을 제외한 대다수의 검사들은 형사부와 공판부에서 누군가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일을 한다는 긍지 하나로 야근은 물론 주말 근무도 마다하지 않아 왔음을 저는 잘 압니다. 저 스스로가 검사라면 주말도 하루정도는 나와서 근무해야 한다고 강요하던, 후배들이 힘들어 하던 선배였기 때문입니다. 정치적 중립성을 논할 사건보다는 사기, 횡령, 공갈, 폭력, 강·절도 등 보통 사람들 사이에 벌어진 분쟁에서 누군가의 억울함을 풀어주어야 할 사건들, 그러나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여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해도 더러는 속고, 더러는 범죄자에게도 마음의 눈물을 흘려야 하는 그런 사건들에 파묻혀 살아왔습니다. 밀려오는 사건의 대다수가 기록만으로 판단이 서지 않거나 보완할 점이 너무 많기에, 때로는 경찰에게 수사방향과 보완할 점을 요구하기도 하고, 때로는 직접 수사를 통해, 더러는 꿈에서조차 진실을 찾아 헤매면서 죄가 밝혀지면 기소하고, 없으면 불기소하는 일만 해오던 대다수의 검사들이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시비를 일으킨 주범으로 취급되는 작금의 검찰개혁 논의를 보면서 세월호 비극의 수습책으로 해경이 해체되던 때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검찰을 개혁하여야 한다는 요구가 권력의 눈치를 보는 수사,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잃은 수사, 제 식구 감싸기 수사를 한다는 의혹과 불신에서 비롯되었고, 그 책임이 검사에게 가장 많다는 것을 잘 알고 국민께 얼굴을 들기가 부끄러울 때도 많습니다. 누구든 검사를 고발할 수 있고, 경찰이 검사를 수사하는 제도적 장치도 있으며, 상설특검제도도 마련되어 있는 데다가, 이제 공수처까지 더 생긴다니 제 식구 감싸기 수사를 한다는 논란은 곧 없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검찰 개혁은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시비가 공안, 특수, 형사, 공판 중 어느 분야의 수사에서 생겼는지, 검찰에 대한 의혹과 불신을 초래하는 잘못된 사건처리를 가능하게 한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검찰의 진지한 반성 위에서 충분한 논의 절차를 거치고, 국민의 불편을 경감시키는 방향으로, 국민이 억울함을 당하지 않는 방향으로, 권력에 눈치 보지 않고 공정한 수사가 이루어 질 수 있는 방향으로 수사구조와 검찰에 대한 개혁이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법안들은 애초의 개혁 논의를 촉발시킨, 수술이 필요한 공안과 특수 분야의 검찰수사를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는 덮어버리고, 멀쩡하게 기능하고 있는 일반 국민들과 직결된 검사제도 자체에 칼을 대는 전혀 엉뚱한 처방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검사제도 자체가 악은 아닙니다. 검사제도의 근간인 수사지휘제도와 영장통제제도, 검사에 의한 수사종결제도 때문에 검찰수사가 공정성과 중립성이 지켜지지 않는 것일까요? 검사의 권한이 크고, 그게 문제여서 이를 경찰 등에게 나누어주면 대한민국에서 수사기관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이 저절로 확보될까요? 검사가 직접 수사를 할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의 형사사건 수사가 왜곡되는 것인가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수사를 초래하는 공안과 특수 분야의 보고체계와 의사결정시스템을 바꾸지 않고, 정치권력의 마음에 들지 않는 수사를 하면 인사에서 불이익을 주는 제도를 개선하는 내용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작금의 개혁안들이 마치 그동안의 모든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인 것처럼 추진되는 것을 지켜보자니, 진상을 잘 모르시는 국민께 진실을 알리지 않는 것이 또 하나의 죄가 되는 것 같습니다. 한 명의 억울한 사람도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에 부합하도록 논의되어야 할 수사구조 개혁이 엉뚱한 선거제도와 연계시킨 정치적 거래의 대상으로 전락되어, 무엇을 빼앗아 누구에게 줄 것인지로 흘러가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형사분쟁에 있어서는, 경찰이 수사권 발동에 아무런 제약없이 언제든지 수사를 개시하고, 계좌와 통신과 주거를 마음껏 뒤지고, 뭔가를 찾을 때까지 몇 년이라도 계속 수사하고, 증거가 없이도 기소의견으로 송치하거나 아니면 언제든지 덮어버려도 누구하나 책임지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그것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입니다. 경찰이든 검사든 국민에 대한 수사는 마음껏 할 수 있게 허용해서는 안 되며, 까다로운 절차와 엄격한 통제 속에서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정치권에서 수사권 조정이라는 명분으로 논의 중인 법안들은 경찰에게는 마음껏 수사를 할 수 있다가 언제든지 덮을 수 있어서 좋고, 변호사들에게는 새로운 시장이 개척되어 돈을 벌 기회가 늘어서 좋다고 반기는 내용들일 뿐입니다. 평범한 국민들간의 분쟁사건 수사에 있어서 검사가 최종 책임을 지는 수사종결제도와 보완을 요구할 수 있는 수사지휘제도 때문에 검찰수사에 대한 공정성 시비가 벌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검사가 책임지고 최종 결론을 내기 때문에 경찰 수사단계에서 소위 빽이 통하는 일도 적어지고,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는 들었어도, 검사보다 경찰이 더 공정하게 수사하고 검사보다 경찰이 형사소송법이 추구하는 진실규명에 더 부합하는 결정을 한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검찰개혁안들이 국민에게는 불편과 불안을 가중시키고, 비용은 늘어나게 하며, 수사기관의 능력 때문이 아니라 제도의 잘못으로 인하여 진실과 다르거나 범죄자를 처벌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는지에 대하여 정치논리를 떠나 진지하게 검토되었는지 의문입니다. 만일 그런 위험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지금처럼 모든 검사를 적폐와 개혁의 대상인 것처럼 취급하며 검사들의 의견수렴 절차를 생략한 채 추진되고 있는 개혁안들은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과 제도를 설계할 때 절대 금물은 일단 시행해 보았다가 문제가 드러나면 그 때 가서 고친다거나, 부작용이 적기 때문에 감수하고 간다는 태도입니다. 그런 점에서 검사들의 개인적 경험과 문제를 제기하는 구체적 사례는 매우 소중하고 반드시 반영해야할 중요한 자산입니다. 특히 열 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형사법의 대 원칙은 어떠한 경우에도 준수되어야 할 가치이기에 국가의 수사구조에 관한 제도의 변경이 섣부른 실험의 대상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될 것입니다. 오히려 승진을 위해 무고한 국민을 범죄자로 만들어 보도자료만 배포하려는 수사, 유죄를 받아내 범죄자를 처벌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는 아니면 말고식 떠넘기기 수사, 범죄혐의에 대한 증거를 찾아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범죄혐의 자체를 발굴하기 위해 수사단서가 나올 때까지 압수수색과 별건수사를 계속하는 수사의 폐해를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 그와 같은 경찰 수사에 대한 정당한 사법통제를 강화하고, 수사결과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원점으로 돌아가서, 검찰개혁 필요성을 촉발한 가장 큰 이유인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논란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검찰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고, 저도 비록 개혁의 대상으로 몰린 검사이지만 그런 개혁이 이루어지기를 누구보다도 열렬히 응원하고 기대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수사 때문에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논란이 벌어졌고, 검찰이 권력의 충견이라는 비난을 받게 된 것인 지에서부터 개혁의 논의가 시작되고 처방되어야 할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저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전 정권 사람들이나 미운 사람들을 쳐내고 손보려는 소위 하명사건, 정치권에서 정치로 풀어야 할 문제를 사법으로 끌고 들어와 진실보다는 진영논리에 갇혀 사법기관들을 비난하고 국민을 선동하는데 이용하는 사건들에 대한 잘못된 수사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검사인 저 조차도 일반 국민의 삶과는 무관한 정치권이 가장 관심 갖고 싸우는 분야인 공안사건과 특수사건 수사에서 그동안 검찰이 권력의 눈치를 보고, 누구에게는 신속하고 가능하면 되는 쪽으로 사건을 처리하고, 누구에게는 가급적 천천히 가급적 안 되는 쪽으로 사건을 처리한 예가 없지 않다고 믿고 있습니다. 때로는 증거확보의 어려움을 알아주지 않는 억울한 비판도 있겠지만, 특검에서 뒤집힌 사건, 과거사위원회에서 문제된 사건 등 국민들이 검찰의 잘못된 수사관행이라고 지적하는 문제에 대하여 검찰은 진솔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그러한 비판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제대로 된 개혁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누구는 말합니다. 검사들이 다 정치적이고 권력에 아부하는 사람들이다. 과연 수사팀 모든 검사가 그럴까요? 검사들은 다 인사에 목을 매고 눈치를 보는 사람들이다. 과연 제도와 시스템은 문제가 없는데 단지 사람만의 문제일까요? 진심으로 개혁을 원한다면, 검사들의 인성을 비난하며 모든 검사가 선비가 될 것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그런 인간 본성을 전제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검찰이 가장 욕을 먹고 개혁의 도마에 오르게 한 정치적 사건이나 하명사건 수사에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지 제 경험을 바탕으로 솔직하게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국민은 물론 심지어 검사들 중에서도 연륜이 짧거나 중요사건 수사에 참여해 본 경험이 없는 검사들은 정치적 사건 등에 있어서 검사의 수사가 검찰청법 제4조의 규정대로 주임검사의 책임으로 단독으로 진행되거나 검찰청법 제21조에서 규정한 검사장의 책임 하에만 진행되는 줄로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특수나 공안 사건 중 국민적 이목이 집중되는 주요사건에서 수사의 개시와 진행 및 종결에 대한 결정이 주임검사 단독으로 진행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부장검사와 차장검사 및 검사장의 결재를 거쳐서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대검의 사전지휘를 받게 되어 있고, 압수수색 영장의 청구나 사람의 소환은 물론 수사에 착수할 것인지 여부도 대검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되어 있습니다. 더 나아가 그러한 사건에서 대검은 일선의 수사상황을 법무부에게 보고하고, 법무부는 청와대의 민정수석실에 보고합니다. 우리나라 정치권력은 사법의 영역에 있어서 조차 국민의 기대와 달리 내 편인가 아닌가를 구분하고, 내 편에 불리한 수사나 재판을 하면 적으로 간주하고 인사에 불이익을 주는 것을 당연시합니다. 이러한 풍토 속에서 내 편에 대한 수사 진행상황을 보고받고 법과 원칙에 따라 내편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도록 과연 놔두었던 적이 있었는지 정치권력도 스스로 반성하고, 국민에게 양심고백을 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현재와 같은 검찰 수사의 의사결정시스템과 보고시스템 아래에서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그에 터 잡아 추진해야만 검찰개혁은 성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민정수석은 권력의 핵심이고, 법무부장관은 기본적으로 정권에 의해 발탁되며, 언제든지 해임될 수 있는, 정권에 충성해야만 자리를 보전하는 자리입니다. 대통령 아들 수사에 대하여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지 않고 자리를 버린 법무부장관도 있지만 이는 극히 예외일 뿐, “이 한 목숨 다 바쳐 충성을 다하여 정권 재창출을 위하여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한 어느 법무부장관처럼 정권의 이해를 대변하는 분도 많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법무부장관에게 수사진행과정과 처리예정사항을 왜 일일이 사전보고를 해야 합니까? 개인적으로 저는 동의하지 않지만 만일 꼭 그렇게 해야 할 사건이 있다면 그것은 어느 정도로 한정할 것인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 민정수석실에서 사전보고를 받을 사항이 굳이 있다면 무엇으로 정할 것인지도 마찬가지 입니다. 우리는 보고받지 않는다거나 보고는 받았어도 사건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면 초등학생도 믿지 않을 위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검찰총장 후보들이 거론될 시점이 되면 누구누구는 충성맹세를 했다는 소문이 돌곤 합니다. 총장의 임면이 현재와 같은 시스템이라면 태생적으로 검찰내부의 신망과 국민으로부터 존경 받는 분이어서라기 보다는, 좋게 말하면 코드에 맞는 분, 나쁘게 의심하면 정권에 충성서약을 했다고 인정하는 분은 없을 테니 최소한 정권에 빚을 진 사람이 검찰총장이 되게 되어 있습니다. 정권에 빚을 진 검찰총장이 임명권자의 이해와 충돌되는 사건을 지휘함에 있어서 100%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의 바람대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지휘할 수 있겠습니까? 세상에 공짜는 없고 빚을 지면 갚아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과거사위원회에서 문제되고 있는 대부분의 사건들, 특검에서 결정이 번복된 사건들은 모두 대검의 지휘를 받은 사건임에도 공정성 시비 문제에 휘말렸다는 점에서,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대검의 손을 타는 바람에 망가졌다고 봐야 할 사건들입니다. 지금 국회에서 논의 중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공수처 설치와 수사권 조정에 관한 문제인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시비와 권력의 충견이라는 비판을 초래한, 그래서 가장 시급히 개혁해야 할 직접적 분야인 공안, 정치, 특수 사건 수사에 대한 개혁은 다 어디로 갔습니까? 이들 사건 수사에서 검찰이 국민의 비판을 받게 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분석은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공안·특수 분야에 대한 아무런 개혁방안도 없이, 마치 검사의 직접수사와 검사제도 자체가 문제였던 것처럼 개혁의 방향이 변질되어 버렸습니다. 직접수사권 폐지하고, 수사지휘권 폐지하고, 수사권을 어떻게 떼어줄 것인가로 개혁논의가 옮겨간 것은 개혁의 대상과 방향을 잃어버린 것이라 아니할 수 없고, 표만 의식해서 경찰의 주장에 편승한 검찰 해체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이는 세월호 사건 때 재발방지를 위한 개혁이라고 해경을 해체한 것과 무엇이 다른지 여쭙고 싶습니다. 집권 경험을 가진 여야 정치권을 포함하여 현재 국회에 상정되어 있는 법안들을 검찰개혁으로 추진하는 모든 분들은 진정한 검찰개혁을 바라는 모든 국민께 다음 두 가지를 분명하게 납득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국회에서 추진 중인 검찰개혁안이 환부에 대한 정확한 진단에 기초한 환부에 대한 수술인지, 그리고 그 제도가 도입되기만 하면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은 저절로 확보될 것인지 입니다. 만일 환부가 아닌 엉뚱하게도 멀쩡한 다른 부분을 수술하는 것이라는 비판에 귀를 닫고 검사들조차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밀어붙인다면, 진정한 검찰개혁을 기대하고 있는 국민들에게는, 집권시 정권의 칼로 검찰을 계속 활용하고 싶은 여야 정치권의 속마음과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검찰의 이해와 통제받지 않고 마음껏 권력을 휘두르고 싶은 경찰의 이해가 서로 맞아 떨어진 위선이거나, 평소 검찰에 대하여 갖고 있던 불편한 감정을 풀기 위한 정치권의 보복으로 비쳐질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할 것입니다. 저는 비록 공안·특수의 요직을 거친 검사는 아닙니다만, 검찰에서 24년 넘게 근무한 검사장으로서 검사로서의 근무경험을 바탕으로 솔직한 심정에서 몇 가지 건의를 드리고자 합니다. 다소 표현이 과하더라도 충정으로 이해해 주시고, 제대로 된 검찰개혁안이 도출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하면서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 시비에서 비롯된 검찰개혁 논의가 본궤도에서 이탈하지 않고 제대로 깊이 있게 논의되어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는 결과가 도출되었으면 하는 바램뿐 입니다. 첫째, 검찰총장 임면절차를 개선하여 정권에 충성서약하거나 빚을 진 총장이 아니라 국민과 검찰 구성원 모두로부터 신망과 존경을 받는 분이 임명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사람은 권력의 옷을 벗어버렸을 때 참모습이 드러나 제대로 된 인품과 능력을 검증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검사가 현직에서 총장으로 승진하는 구조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하고, 가급적 이번 총장부터 당장 개선되기를 기대합니다. 현직검사가 아닌 사람 중에서 검찰업무에 관하여 능력과 인품을 검증하고, 국회의 동의 절차를 거쳐 임명되도록 함으로써, 총장을 바라보는 고검장들, 정치권력과 관계되는 수사를 가장 많이 맡게 되는 서울중앙지검장이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을 여건을 마련해 주고, 검사장 이상에게는 국민만 바라보고 일하다가 퇴직하는 제도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그렇게 임명된 검찰총장이라 하더라도 지금처럼 구체적 사건마다 모두 만기친람하며 수사의 착수여부, 구속여부, 기소여부는 물론 어디를 압수수색하고 누구를 불러 조사할 것인지조차 총장 또는 총장의 위임을 받은 대검 참모의 사전지휘를 받게 하는 검찰총장의 제왕적 지휘권은 반드시 제한되어야 합니다. 검찰총장이 참모를 내세워 아무런 근거도 남기지 않고 지휘하는 비민주적 의사결정 관행은 총장에게는 편리하나, 문고리권력만 양산하고 책임소재는 불분명하게 하는 등 부작용이 훨씬 큽니다. 총장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권은 검찰청법 제4조와 제21조를 형해화시키지 못하도록 그 범위를 대폭 축소하고, 지휘권을 발동할 경우에도 반드시 문서로 직접하고 참모에게 위임하지 못하게 해야 하며, 문서로서 지휘하지 않으면 효력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또 지휘권을 행사한 때에는 기소나 불기소 결정과 함께 총장의 서면지휘 내용이 그때마다 국민에게 공개되도록 의무화하여 반드시 국민의 감시와 통제를 받도록 해야 합니다. 국회에서 오래전에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법률을 개정하여 폐지한 상명하복과 구속승인제도 조차 지금은 그 입법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지침 하나로 사실상 과거보다 훨씬 못한 상태로 부활되어 있습니다.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종 지침과 예규 제정에 관한 총장의 무제한적 지휘권한도 그것이 조직 전체의 업무와 밀접히 관계된 제도라면 검사장회의와 평검사대표 기구의 심의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등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는 절차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정치권력에게는 내 편의 사람에 대한 수사정보를 사전에 알려서 개입을 유발하는 일이 불가능하도록 수사에 관한 현행 보고 시스템을 당장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무부나 청와대의 소속 직원이 사전에 보고를 받도록 허용되지 않은 수사 사항에 대하여 보고를 받은 것이 밝혀지면 지위나 보직에 불문하고 보고를 받은 사람은 물론 보고를 한 사람까지 형사처벌을 하는 규정을 도입해야 할 것입니다. 상대방에게 알려주고 수사해야하는 구조로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넷째, 국민의 뜻으로 특별검사제도와 상설특검제도가 도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치권력과 시민단체는 늘 검찰을 비난하면서도 고소·고발장은 검찰에 제출합니다.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은 검찰로 집중되는 정치적 사건을 특검이나 경찰로 보내지 않고 직접 수사를 자처해서 검찰을 정치적 분쟁의 하수구로 전락시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장관이나 총장에게 맡겨서는 앞으로도 개선되지 않을 것이 분명하므로 차제에 일정 수 이상의 검사장들이나 평검사 대표들이 상설특검 등의 회부를 요구하면 특검에 회부되도록 하여 검찰 스스로가 정치적 분쟁에 휘말리지 않을 장치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섯째, 의욕이 앞서서, 또는 상관의 지시에 굴복하여 부당하거나 인권침해 수사가 벌어진 경우에는 그 검사를 문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함께 도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평검사는 정의로움이 지나쳐 잔인하게 수사할 우려가 있고, 간부는 인사상 불이익 때문에 인사권자의 눈치를 보는 수사를 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인사는 1년마다 하고, 재판결과는 몇 년이 걸려야 확정되기 때문에 수사결과에 대하여 책임지지 않는 현행 인사시스템도 권력의 입맛에 맞는 수사를 유발하고 있으니, 늦어도 1심 판결 선고 직후에는 반드시 책임소재를 따지는 절차를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섯째, 청와대, 국회, 국정원 등 권력기관에 실질적으로 검사를 파견할 수 없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질적 파견금지를 위해서는 그러한 기관에 근무한 사람은 아예 검사로 복귀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사표내고 나갔다가 곧바로 돌아오는 편법을 사용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검사의 권력기관 파견제도는 정치권력과의 유착만 조장하기 때문입니다. 일곱째, 현재 검사장 이상은 대부분 공안기획이나 특수 분야 출신들입니다. 지금 같은 공안기획 및 특수 분야 출신 검사를 우대하는 인사제도는 잘나가는 간부에게 잘 보이게 하여 결국 검사들을 말 잘 듣는 검사로 순치되게 하고 있으니, 우수한 검사들이 형사부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공안기획이나 특수 분야 출신의 검사장은 일정비율 이하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덟째, 서민의 생활과 직결된 일반사건이 아니라 검찰에 대한 불신을 야기해 온 정치적 사건과 하명사건에 대한 수사는 경찰이 주도하도록 변경하는 방안도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때문에 검찰개혁 논의가 촉발되었는데도 이렇다 할 개선책은 없이 검찰에 왜 그대로 남겨두겠다는 것인지 그 뜻을 모르겠습니다. 경찰이 오랫동안 독자적 수사 종결권을 갖고 마음대로 수사하고 싶어하는 영역인 만큼 경찰을 크게 만족시킬 수 있는 반면 설사 경찰이 일차적 수사종결권을 부당하게 행사하거나 수사권을 남용하는 사례가 있다 하더라도 일반국민의 민생과는 무관한 힘 센 분들에 관한 것이므로 스스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니 검사가 그분들의 인권침해를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경찰이 일정기간 이내에 수사를 끝내지 않고 계속할 경우, 그 즉시로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고 송치명령까지 할 수 있게 한다면 부작용도 최소화될 것입니다. 아홉째, 대통령의 검사에 대한 인사권을 내려놓고, 정치권력이 검사 인사에 영향력을 미칠 수 없도록 검찰이나 법무부 밖에 독립적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실질적인 인사가 이루어지도록 검사인사제도가 개선되어야 합니다.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된 판사에 대한 인사제도와 달리 검사는 대통령이 마음대로 인사를 할 수 있도록 해 놓고, 정작 업무 수준은 검사에게 판사와 같은 정도로 중립성과 공정성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대통령이 검사 인사에서 손을 떼고, 장관이나 총장이 전횡할 수 없도록 프랑스 등 외국처럼 독립적 위원회에 검사에 대한 인사를 맡긴다면 검사장 직급을 강등시킨다 한들 누가 반대하겠습니까? 검사들은 대통령의 정무적 인사권 행사가 가능하게 하는 차관급 예우보다는 검찰의 인사독립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덧붙여 검찰 개혁에 관한 사항은 아니지만 이 기회를 빌어 말씀드리자면, 국민적 관심사건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게 처리되는 원인은 의지와 능력이 부족한 검사에게 그 일차적 책임이 있습니다만 진실을 규명할 방법이 없는 잘못된 영장재판제도에도 그 원인이 있는 경우가 있다는 점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진실을 규명하려면 진실규명에 꼭 필요한 자료를 확보해야 하는데, 국민적 관심사건이 된 당사자들은 잃을 것이 많고 힘도 세므로 스스로 자료제출을 하지 않고, 참고인조차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므로 결국 압수수색과 통신 및 금융계좌 추적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판사 들 중에는 진실규명을 위해 필요한 자료를 찾기 위한 영장도 구속영장에 대한 재판처럼 범죄사실의 입증부터 먼저 소명하라고 기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는 범죄혐의 유무를 판단하기 위한 핵심자료를 보자는 압수수색 영장 등에 대하여 혐의부터 입증하라는 것이어서 선후가 바뀐 것입니다. 그 결과 수사기관 인지사건도 아닌 고소·고발 사건의 경우까지 그들에게 입증책임을 전가시키는 결과가 되어, 임의수사로 확보한 자료만으로는 진실규명이 안되므로 증거부족을 이유로 피의자에게 면죄부를 줄 수밖에 없게 됩니다. 특히 그것이 국민적 관심사건이고 상식에 반하는 결과일 때 수사기관은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지탄을 받기도 합니다. 수사기관의 인지수사가 아니라면 개인의 주거가 아닌 공공기관 등에 보관중인 자료에 대하여는 범죄혐의 유무 판단에 필요한 압수수색에 범죄혐의에 대한 입증부터 먼저 요구하는 일이 없도록 함으로써 억울함을 밝혀달라는 국민에게 입증책임을 전가시키는 영장재판 관행은 꼭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바늘도둑은 가진 것이 없다보니 주거가 부정으로 구속되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은 도망의 염려가 없다고 소도둑도 불구속수사의 원칙을 적용하여 구속영장을 기각함으로써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데도 현실은 이렇다 할 불복 방법이 없습니다. 검사조차도 구속기준 자체를 알 수 없는 것이 오늘날 영장재판의 현실임을 알아야 합니다. 차제에 법원의 영장기각에 대하여 불복할 수 있도록 허용하되, 그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으로 결정하게 하여 구속여부든 압수수색이든 국민이 영장심사에 참여하여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도록 영장재판에 대한 합리적 국민통제 제도를 도입해 주시기를 건의드립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미세먼지로도 모자라… 中 동부, 프레온가스 대량 방출

    미세먼지로도 모자라… 中 동부, 프레온가스 대량 방출

    2010년부터 전 세계 모든 나라가 프레온가스(CFC-11)를 포함한 오존층 파괴 물질을 사용하거나 생산하지 않기로 몬트리올 의정서(1989년)를 통해 약속했으나 여전히 프레온가스가 대량으로 발생하는 지역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대 지구시스템과학부 박선영 교수 주도로 영국 기상청, 브리스틀대, 일본 국립환경연구소, 미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우주비행센터, 스위스 연방재료과학기술연구소, 호주 연방기후과학센터 등 6개국 13개 연구기관으로 구성된 국제공동연구팀은 오존층 파괴 주범 프레온가스가 중국 동부 지역에서 매년 7000t 이상 새로 배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앞서 지난해 미국해양대기관리청(NOAA)이 2012년을 기점으로 대기 중 프레온가스 농도의 감소 추세가 둔화되고 북반구에서는 농도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는 관측 결과를 발표하기는 했으나 대량 발생 지역을 특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23일자에 실렸다. 프레온가스는 2010년 이전 건축물이나 냉장시설의 폼 단열재 등에 쓰였기 때문에 오랫동안 지속 배출될 수 있지만 배출량 자체는 크지 않아 지금과 같은 배출량 증가는 유엔환경계획(UNEP) 오존사무국에 보고되지 않은 생산과 사용에 따른 결과로 보아 왔다. 그러나 정확한 증가량과 배출 지역은 밝혀내지 못한 상태였다. 연구팀은 동북아시아 대표 대기관측지점인 제주도 고산 온실기체관측센터와 일본 국립환경연구소 하테루마섬 관측소에서 2008~2017년 실시간 연속 관측된 대기 중 프레온가스 농도 자료와 대기·화학 역추정 시뮬레이션 모델을 이용해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최근 전 지구적으로 증가된 프레온가스 배출량 상당 부분이 한반도와 서해를 마주하고 있는 산둥성과 허베이성을 중심으로 하는 중국 동부 지역에서 기원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들 지역에서 2013년 이후 증가된 배출량은 연간 7000t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는 전 지구 프레온가스 증가량의 약 60%에 해당된다. 반면 동일 기간 동안 북미 서부, 중미, 유럽, 호주에 위치한 국제대기관측네트워크(AGAGE) 관측소에서는 프레온가스 농도 증가 현상이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박선영 경북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장기적으로 수집된 대기 중 프레온가스의 정밀관측 결과와 입자확산 알고리즘의 종합분석을 통해 사용과 생산이 전면 금지된 프레온가스의 배출 증가량과 배출 지역을 처음으로 규명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새로 배출되고 있는 프레온가스는 오존층 회복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대학교수 단체들 “교육부에 대학 개혁 맡길 수 없어 … 특단의 대책 필요”

    고등교육 정책을 둘러싸고 교수 사회의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전국교수노동조합(교수노조)과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국교련),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사교련),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한교조) 등 5개 교수단체는 22일 서울 종로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 개혁을 교육부에 계속 기대하는 것은 손 놓고 대학을 죽이는 길”이라면서 “대학개혁의 적기를 놓치려는 교육부를 통렬히 비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5개 단체는 대학역량진단평가와 강사법(개정 고등교육법), 사학비리 척결 등 최근 진통을 겪고 있는 교육부의 고등교육 정책에 대해 작심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대학역량진단평가는 재정지원을 미끼로 한 대학 길들이기”라면서 “대학 교육을 획일화시킨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과 3주기 평가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대학 황폐화의 책임이 막중한 총장들의 단체인 대교협이 주도하는 대학 평가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김용석 사교련 이사장은 “민주성과 공공성, 자율성, 다양성 등 대학이 추구해야 할 가치부터 정립하고 제대로 된 진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가 하반기 사학비리 척결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웠지만 이들 단체는 “교육부는 의지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김 이사장이 교육부가 2017~2018년 진행해 홈페이지에 공개한 대학 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검찰 고발 대상인 비리 사안에 대해 모두 경고 처분에 그쳤다. 이들 단체는 “교육부는 사학비리를 감독한다며 변죽만 울렸을 뿐, 오히려 ‘교피아’라는 말에서 보듯 일부 관료들이 사립대학 재단과 유착해 사학 부정을 보호했다”고 주장했다. 홍성학 교수노조 위원장은 “사립대학들의 일상적인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서는 사학법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국가교육위원회에 중장기적인 교육 정책을, 시도교육청에 유·초·중등 교육을 이양하고 고등교육과 평생교육을 중심으로 역할을 재정립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들 단체는 “교육부와 관료가 주도하는 하향식 교육개혁의 폐단을 강화, 연장하는 행태”라면서 “국가교육위원회에 고등교육 정책을 이양하거나 별도의 고등교육위원회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 단체는 오는 8월 시행되는 강사법을 앞두고 강사 등 비정규 교원들에 대한 처우 개선과 학문정책 수립, 대학 거버넌스(지배구조) 개선 등을 촉구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뇌물 의혹’ 원경환 서울청장, “진정서 낸 브로커 무고죄로 고소”

    ‘뇌물 의혹’ 원경환 서울청장, “진정서 낸 브로커 무고죄로 고소”

    오늘 동부지검에 고소장 접수원 청장 “사건 실체 빨리 가려져야”검찰 “경찰 흠집 내려 내용 흘렸다는 건 사실 아냐”‘10년 전 브로커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진정이 검찰에 접수된 원경환 서울경찰청이 해당 의혹을 제기한 ‘함바(공사장 밥집) 비리 사건’의 주범 유상봉(73·수감 중)씨를 무고죄로 고소했다. 원 서울청장은 22일 서울경찰청 출입기자단에 “나를 상대로 검찰에 진정한 유상봉씨에 대해 오늘 오후 동부지검에 무고죄로 고소장을 접수했다”면서 “사건의 실체가 신속하게 가려져 더이상 불필요한 오해나 억측이 나오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유씨는 지난달 서울동부지검에 원 서울청장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했다. “원 서울청장이 강동경찰서장으로 재직하던 2009년 금품을 건넸다”는 주장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현재 이 사건을 내사하고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원 서울청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반발했다. 경찰에 따르면 원 서울청장은 과거에도 유씨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강희락 청장의 부탁으로 서장실에서 한번 본 적은 있지만 이후 교류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부인했고 실제 감사에서도 금품 수수 등이 확인되지 않았다. 유씨는 2010년부터 경찰 간부, 공기업 경영진, 건설사 임원 등에게 뒷돈을 건네거나 함바 운영권을 미끼로 사기 행각을 벌인 인물이다. 이 사건으로 강희락 전 경찰청장이 구속돼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개월형을 선고받았다. 한편, 검찰은 이번 사건의 첫 보도 경위를 두고 경찰 흠집내기를 위해 의도적으로 흘린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첫 보도를 한 기자가 진정서 내용을 알고 확인을 해와 진정서 접수 사실을 확인해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수사권 조정 문제를 두고 검경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검찰이 의도를 가지고 내용을 흘린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中동부서 오존파괴범 ‘프레온’ 대량 배출 확인

    [달콤한 사이언스]中동부서 오존파괴범 ‘프레온’ 대량 배출 확인

    2010년부터 전 세계 모든 나라가 프레온가스(CFC-11)를 포함한 오존층 파괴 물질을 사용하거나 생산하지 않기로 몬트리올 의정서(1989년)를 통해 약속했으나 여전히 프레온가스가 대량으로 발생하는 지역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대 지구시스템과학부 박선영 교수 주도로 영국 기상청, 브리스틀대, 일본 국립환경연구소, 미국 미국항공우주국(NASA) 고다드우주비행센터, 스위스 연방재료과학기술연구소, 호주 연방기후과학센터 등 6개국 13개 연구기관으로 구성된 국제공동연구팀은 오존층 파괴 주범 프레온가스가 중국 동부지역에서 매년 7000t 이상 새로 배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앞서 지난해 미국해양대기관리청(NOAA)이 2012년을 기점으로 대기 중 프레온가스 농도의 감소 추세가 둔화되고 북반구에서는 농도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는 관측 결과를 발표하기는 했으나 대량 발생 지역을 특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23일자에 실렸다. 프레온가스는 2010년 이전 건축물이나 냉장시설의 폼 단열재 등에 쓰였기 때문에 오랫동안 지속 배출될 수 있지만 배출량 자체는 크지 않아 지금과 같은 배출량 증가는 유엔환경계획(UNEP) 오존사무국에 보고되지 않은 생산과 사용에 따른 결과로 보아왔다. 그러나 정확한 증가량과 배출 지역은 밝혀내지 못한 상태였다.연구팀은 동북아시아 대표 대기관측지점인 제주도 고산 온실기체관측센터와 일본 국립환경연구소 하테루마섬 관측소에서 2008~2017년 실시간 연속관측된 대기 중 프레온가스농도 자료와 대기-화학 역추정 시뮬레이션 모델을 이용해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최근 전 지구적으로 증가된 프레온가스 배출량 상당부분이 한반도와 서해를 마주하고 있는 산둥성과 허베이성을 중심으로 하는 중국 동부 지역에서 기원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들 지역에서 2013년 이후 증가된 배출량은 연간 7000t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는 전 지구 프레온가스 증가량의 약 60%에 해당된다. 반면 동일 기간동안 북미 서부, 중미, 유럽, 호주에 위치한 국제대기관측네트워크(AGAGE) 관측소에서는 프레온가스 농도 증가 현상이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박선영 경북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장기적으로 수집된 대기 중 프레온가스의 정밀관측 결과와 입자확산 알고리즘의 종합분석을 통해 사용과 생산이 전면 금지된 프레온가스의 배출 증가량과 배출 지역을 처음으로 규명했다는데 의미가 크다”라며 “새로 배출되고 있는 프레온가스는 오존층 회복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성남시, 3년간 미세먼지 먹는 숲 41ha 만든다

    성남시, 3년간 미세먼지 먹는 숲 41ha 만든다

    “미세먼지 먹는 숲을 조성하라.” 경기 성남시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오는 2022년까지 41ha 규모 녹지공간을 만드는 도시 숲 조성 사업을 편다고 21일 밝혔다. 시는 환경· 녹지 등 시는 8개 부서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미세먼지 문제해결을 위해 총력전을 펼친다. ▲지역 내 초·중·고등학교에 1000㎡씩의 녹지 공간을 조성하는 학교 숲 ▲도로변 고가 아래나 콘크리트 벽면의 입체 녹화 ▲공공기관이나 민간 건물 옥상에 수목이나 지피식물을 심는 옥상녹화 ▲도로변에서 발생하는 소음·분진을 막는 숲 조성 ▲국공유지 내 숲 가꾸기 사업 등 3년간 생활권 녹지 공간 확충을 위해 총 272억원을 들여 가용 가능한 공간은 최대한 활용하기로 했다. 공공기관에서 주도하던 시민 참여 환경 프로그램도 시민들이 주도해 녹지를 가꿔갈 수 있는 마을 정원 만들기 같은 사업으로 변경해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시는 지난 한 달간 도촌동 자동차 전용도로 주변, 수정구 태평동 영장공원 등 3ha 면적에 이팝나무, 스트로브 잣나무 등 2848그루를 심었다. 나무가 있는 1ha(=1만㎡)의 녹지공간은 경유차 362대가 뿜어내는 미세먼지 169㎏을 흡수한다. 생활권 주변 조림 사업을 통해 미세먼지를 효과적으로 줄이고 도심 열섬 현상을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시는 최근 성남교육지원청과 ‘미세먼지 저감과 폭염 완화를 위한 에코스쿨 조성에 관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미세먼지·폭염에서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초·중·고등학교에 꽃과 나무가 가득한 녹지공간 조성하기 위해서다 협약에 따라 성남교육지원청은 지역 내 157곳 모든 초·중·고등학교와 협의한 뒤 녹지공간을 조성할 학교의 유휴 공간, 건물, 부지를 선정한다. 시는 다양한 녹화기법을 적용해 학교 한 곳당 1000㎡ 규모의 녹지·생태 공간, 자연학습장, 옥상녹화, 학교 숲 등을 조성한다. 학교 주변 횡단보도에 미세먼지 신호등, 미세먼지 안심 대기선도 설치한다. 녹지공간 유지 보전을 위해 시는 전정, 병충해 방제 등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사후관리를 지원하고 성남교육지원청은 학교별 청소, 물주기 등 일상적인 관리를 맡는다. 은수미 성남시장은 “에코스쿨 조성은 학교 주변 오염물질에 노출돼 있는 학생들에게 친환경 보호막과 같은 맑은 쉼터가 될 것”이라면서“시민들의 결단과 참여가 있을 때 미세먼지 저감 대책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미세먼지의 주범이 노후 차량 배출 가스라는 점을 정조준해 친환경 전기차와 전기저상버스 도입을 대폭 확대한다. 성남시내버스와 손잡고 오는 2023년까지 친환경 전기저상버스 200대를 도입한다. 78억원 예산을 투입해 전기 자동차를 345대 보급한다. 또 28억원을 들여 관용 차량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경유차를 수소전기차, 전기차,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차량으로 교체한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짜고 친’ 교통사고…택시노조간부·기사 보험사기 무더기 적발

    ‘짜고 친’ 교통사고…택시노조간부·기사 보험사기 무더기 적발

    운전자 보험에 중복 가입한 뒤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는 방법으로 수억원의 보험금을 챙겨온 전북 전주 모 택시회사의 노동조합장과 택시기사 등 51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전북 전주덕진경찰서는 21일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로 모 택시회사 노동조합장 A(47)씨 등 조합 간부 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범행에 가담한 택시기사와 대리운전 기사를 포함해 48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들은 2016년 8월부터 최근까지 가해자와 피해자로 역할을 나눠 30차례 고의 교통사고를 낸 뒤 보험사로부터 보험금 3억 90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밝힌 범행 수법을 보면 이들은 차량 2대에 나눠 타고 전주 시내 한적한 도로로 이동해 앞선 차를 고의로 들이받은 뒤 일반적인 사고로 위장해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다. 이들은 이런 범행에 앞서 1인당 운전자 보험에 2∼3개씩 가입했고, 해당 보험 약정에 사고 차량에 탔던 동승자들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사고 후 보험금이 입금되면 동승자와 운전자가 돈을 나눴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들은 대부분 경미한 사고를 내고 보험금을 타냈지만 범행에 이용한 차량을 폐차시키기 위해 한 차례 세게 들이받았다가 예상 외의 큰 충격을 받아 병원 신세까지 지기도 했다. 이들은 유흥업소 앞에서 대기하다가 주취자가 운전대를 잡으면 곧장 뒤따라가 고의로 사고를 내는가 하면 신호위반 차량을 범행의 표적으로 삼아 교통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사고 때 보험사의 의심을 피하고 경찰 수사망을 따돌리기 위해 범행에 10대가 넘는 차량을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택시운전 경험을 통해 쌓아온 정보들과 보험 처리 관계를 잘 아는 만큼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한 셈이다. 경찰은 주범인 A씨 등 택시회사 노동조합 간부들이 1인당 5000만∼8000만원의 보험금을 챙긴 것으로 추정했다. 이와 관련해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보험 기록 등을 분석해 이들을 모두 검거했다. A씨 등은 수사 초기에 “일부러 사고를 내지 않았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다가 결국 범행 일체를 털어놨다. 구속된 주범들은 범행 초기 소수 택시기사와 일을 벌이다 사납금 납부에 어려움을 겪는 택시기사들을 범행에 가담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보험사로부터 챙긴 금액을 생활비나 도박자금으로 사용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억대 보험금 챙긴 택시기사 무더기 적발

    운전자 보험에 중복 가입한 뒤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고 보험금 수억원을 챙긴 전주 모 택시회사의 노동조합장과 기사 등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전북 전주덕진경찰서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로 모 택시회사 노동조합장 A(47)씨 등 조합 간부 3명을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범행에 가담한 택시기사와 대리운전 기사를 포함해 48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들은 2016년 8월부터 최근까지 가해자와 피해자로 역할을 나눠 30차례 고의 교통사고를 낸 뒤 보험사로부터 보험금 3억 90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차량 2대에 나눠 타고 전주 시내 한적한 도로로 이동해 앞선 차를 고의로 들이받은 뒤 일반적인 사고로 위장해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다. 범행에 앞서 1인당 운전자 보험에 2∼3개씩 가입했고, 여기에는 사고 차량에 탔던 동승자들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사고 후 보험금이 입금되면 동승자와 운전자가 돈을 나누어 가졌다. 이들은 유흥업소 앞에서 대기하다가 주취자가 운전대를 잡으면 곧장 뒤따라가 고의로 사고를 내는가 하면 신호위반 차량을 범행의 표적으로 삼아 교통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때 보험사의 의심을 피하고 경찰 수사망을 따돌리기 위해 10대가 넘는 차량을 범행에 동원하기도 했다. 경찰은 주범인 A씨 등 택시회사 노동조합 간부들이 1인당 5000만∼8000만원의 보험금을 챙긴 것으로 추정했다.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보험 기록 등을 분석해 이들을 모두 검거했다. A씨 등은 수사 초기에 “일부러 사고를 내지 않았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다가 결국 범행 일체를 털어놨다. 경찰은 여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그때의 사회면] ‘관악마운틴 노루 점핑’

    [그때의 사회면] ‘관악마운틴 노루 점핑’

    내년 대입설명회가 시작됐다. 역대 대학입시 가운데 가장 혼란스러웠던 때는 1981년이다. 본고사 폐지와 졸업정원제라는 갑작스런 입시제도 변경 탓이다. 이해에 서울대 등 유명 대학의 많은 학과는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졸업정원제로 모집 인원이 130% 증가했지만, 서울대는 총 모집정원 6530명 중 합격자가 5292명에 그쳐 무려 1238명의 정원이 미달됐다. 무제한 복수 지원한 후 학생들은 최종적으로 한 곳을 선택해야 했는데, 통신수단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라 다른 학과의 사정을 잘 알 수 없었다. 미달 사태의 주범은 예상 커트라인 발표였다(동아일보 1981년 1월 27일자). 대학들이 합격선을 높여 발표하기도 했고, 점수가 합격선을 웃돈 학생들도 안전한 합격을 위해 하향 지원했다. 문제는 배짱 지원한 학생들이었다. 합격 최저 요건도 없었다. 반에서 꼴찌 하던 학생이 서울대에 합격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대학들은 점수가 낮은 배짱 지원자들의 합격 인정을 놓고 골머리를 앓았지만 불합격시킬 근거가 없었다. 서울대 법대의 합격 안전선은 306점으로 예상됐는데 184점을 받은 지원자가 합격했다. 당시 예비고사 합격선은 180점이었다. 200점 이하의 저득점을 받고 서울법대에 합격한 학생은 5명이나 됐다. 지원자들은 면접에서 ‘관악산에 노루가 뛰논다’, ‘법대 교수’, ‘너는 참아 다오’를 영어로 말해 보라는 주문에 ‘Kwanak mountain 노루 jumping’, ‘teacher of 법대’, ‘you need no energy’라고 대답했다고 한다(경향신문 1981년 1월 29일자). 면접시험은 형식적이었고 면접에서 탈락시키는 예는 없던 때였다. 서울대의 사회대, 경영대, 의예과 등 다른 단과대학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184점으로 서울대 법대에 합격한 수험생의 신상이 신문에 공개됐다. 기자들의 추적과 인터뷰 요청 때문이었을 것이다. 합격생은 전남의 빈농 출신 Y씨로 홀로 상경해 대입검정시험에 합격했으며, 서울대 법대에만 3년째 지원서를 내 합격했다고 말했다. “떨어지면 또 내년에 시험을 치겠다는 것이 나의 결심이었다”고도 했다. 그는 입학 후 학업을 따라가지 못해 자퇴했다는 후문이 있었다. 그 이듬해 1982학년도 입시에서는 ‘2개 대학 지원, 3개 학과 지망’으로 바꿨지만 명문대 미달 사태는 재연됐다. 서울대 경영대에 184점을 받은 학생 두 명이 지원했고, 법대에는 221점을 받은 수험생이 원서를 냈다. 교육 당국의 탁상행정으로 입시제도는 해마다 이랬다 저랬다 했고 수험생들만 피해를 봤다. 미달 사태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1983년, 1986년에도 미달 학과가 또 발생했다. 손성진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기침 많이 한다며 따돌림당했던 학창 시절은 어떻게 보상받나요

    기침 많이 한다며 따돌림당했던 학창 시절은 어떻게 보상받나요

    김기태(45) 변호사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 전국 네트워크’ 공동운영위원장이다. 2017년 5월부터 전국 각지의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피해 회복을 위한 법률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해 왔다. 그사이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는 한편 기업 관계자들이 여럿 구속되고 최근에는 천식 환자도 피해자로 인정되는 등 일부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2회에 걸친 그의 리포트를 통해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가려진 진실을 드러내고 제2, 제3의 참사를 막기 위해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들을 곱씹어 보고자 한다.가습기 살균제의 주성분인 PGH, PHMG, CMIT, MIT 등은 원래 해외에선 세정살균제 용도로 물건을 씻거나 닦아 내는 데 사용되던 독성유해물질이다. 상식적으로 위험한 물질이었기 때문에 사람이 흡입하는 제품에 사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떤 영문인지 1994년 우리나라에서는 이 독성물질을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 제품이 세계 최초로 출시됐다. 그 과정에서 위해성에 대해 어떠한 문제 제기나 규제도 이뤄지지 않았다. 가습기 살균제는 현재까지 43종류 998만개가 판매됐고, 약 800만명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왜 이토록 많은 국민이 피해자가 됐나 피해자들은 2000년대 초반 어린이와 임산부 등을 중심으로 발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신들의 병세가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계속 고통받아야 했다. 그때까지도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 판매하는 대기업과 대형마트 등은 제품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광고를 전면적으로 내보내고 있었다. 소비자들은 광고 내용을 전적으로 믿었고 피해는 계속 확대됐다. 2011년 3월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에 원인 미상의 중증폐질환을 가진 환자 7명이 입원하면서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가 실시됐다. 그 결과 가습기 살균제의 위해성이 증명됐다. 그제야 보건복지부는 시중에 판매되고 있던 가습기 살균제 강제 수거 명령을 내렸다. 무려 18년간 온 국민이 가습기 살균제의 위험에 아무런 인식이나 대비 없이 노출돼 있던 셈이다. 이토록 많은 피해자들이 나온 가장 큰 이유는 가습기 살균제의 위해성에 대해 어떠한 국가적 규제나 기업의 예방방지 노력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게 사회 각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피해 보상은 시작 단계에 불과 환경부는 2014년 3월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환경보건법상 환경성 질환으로 지정했다. 또 같은 해 4월 피해자 지원 대상 및 방안을 확정해 보상을 하고 있다. 실제 피해를 입었다고 해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상 피해자 인정 기준은 매우 엄격하다. 피해자로 인정받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또 피해자로 인정돼도 치료비 명목으로만 수령할 수 있는 보상금은 십수 년간 받아 온 고통을 회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심지어 자신의 병이 가습기 살균제 때문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피해자들도 여전히 많다. 2016년 6월 출범한 가습기 살균제 참사 전국 네트워크 및 법률지원단은 전국을 순회하며 피해 구제를 위한 설명회를 실시해 보다 많은 피해자들이 구제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지난 10일 기준 6399명이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피해를 공식 접수시켰다. 사망자만 1405명에 이른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는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왜 정작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하나 피해자들이 제대로 배상과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잘못된 판정 기준 때문이다. 환경부의 가습기 살균제 건강 피해 기준에 의해 인정되는 질환은 크게 두 가지다. 말단기 소엽중심성 폐섬유화를 동반한 간질성 폐질환과 천식이다. 그리고 폐질환 1, 2단계로 인정받은 산모에 한해 태아 피해를 인정해 주고 있다. 이 밖에 수많은 피해자들은 3단계(가능성 낮음), 4단계(가능성 거의 없음)로 분류돼 국가나 기업으로부터 배상과 보상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엉터리 판정 기준의 철폐 및 개선을 끊임 없이 주장하고 있으나 환경부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또 특별법은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피해자가 ‘현재’ 어떠한 병을 앓고 있는가를 중심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유아, 청소년 시절에 극심한 고통을 받았으나 현재 성인이 돼 건강 상태가 상당 부분 호전된 경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로 인정되지 않거나, 인정이 되더라도 ‘과거’의 치료비에 대해서만 일부 보상이 이루어질 뿐이다. 노인의 경우에는 현재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이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것이 아니라 노환이나 기존에 갖고 있던 질환에 의한 것이라는 이유로 역시 제대로 된 피해 인정과 보상이 이루지지 않고 있다. ●최대 피해는 정신적 고통·트라우마 특히 특별법은 피해자들의 신체적인 손해에 대해서만 보상할 뿐 정신적 고통에 대한 보상은 규정하고 있지 않다. 사실 피해자들에게 가장 중대한 손해는 십수 년간 원인도, 가해자도 모른 채 아프고 소외돼야 했던 정신적 고통과 트라우마다. 예컨대 병원에서도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하니 아프다는 핑계로 살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배우자로부터 수년간 소외가 되거나, 학창 시절 밖에서 뛰어 놀아야 할 시기에 왜 그렇게 기침을 많이 하냐며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수업이나 모임에 제대로 참석할 수 없었던 피해자들의 정신적 고통과 트라우마는 어떻게 회복이 될 수 있을까. 특별법은 피해자들이 공식 청구하는 과거와 장래에 대한 치료비만 지급하면 손해가 모두 회복된다는 취지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가장 중대한 손해는 정신적 고통과 트라우마라는 점에서 피해 정도와 기간에 따라 정신적 손해를 보상하는 규정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유년, 청소년 시절 오랜 기간 치료를 받으며 고통의 시간을 보낸 피해자들은 성인이 돼 건강이 상당 부분 회복된 뒤에도 고통의 시간들을 쉽게 잊을 수 없고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에서 회복이 더 힘들다. 최근 정부가 피해자 가정 실태를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상당수가 사회적으로 고립됐다고 느끼고, 대인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안전망을 신뢰할 수 없고, 언제 후유증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불안감 역시 트라우마의 한 유형이다.●사망사건 주범 옥시 대표는 왜 처벌 안 받나 2018년 1월 대법원은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과 관련해 가장 많은 피해자를 야기한 옥시의 신현우 전 대표이사에게 징역 6년형을 선고했다. 반면 후임 대표이사 존 리(미국)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홍보와 매출은 존 리의 대표이사 재임 시절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왜 처벌받지 않은 것일까.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의 인체 유해 여부를 보고받지 못했다는 게 무죄의 이유다. 특히 대법원은 존 리 대표이사 재직 당시 직접 보고 관계에 있었던 마케팅 본부장 거라브 제인(인도)을 조사하지 못했기 때문에 간접 증언 등 여러 정황에도 불구하고 존 리를 처벌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사실은 거라브 제인이 존 리에 이어 옥시의 대표이사에 올랐다는 점이다. 또한 서울대 교수에게 가습기 살균제의 안전성 정보를 조작하라고 지시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검찰은 사실상 사건의 몸통인 그가 외국에 머물고 있다는 점만으로 소환하지 못했고, 형식적인 차원에서의 서면 조사만 이뤄졌다. 당연히 거라브 제인이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는 답변을 보내 왔을 리 없다. 존 리는 가습기 관련 사항은 전적으로 거라브 제인으로부터만 보고를 받았는데, 거라브 제인이 유해성 보고를 한 적이 없다고 항변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거라브 제인에 대한 조사는 제대로 이루어진 적이 없다. 존 리에게 무죄가 선고된 전말이다. 형사소송법 제325조에 따르면 범죄 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 만에 하나라도 억울한 옥살이를 하는 사람을 만들지 않기 위한 규정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규정은 어디까지나 범죄 사실에 대해 제대로 된 수사가 이루어지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 어떻게 유해한 가습기 살균제가 우리나라에 출시됐고, 어떤 경로로 대량 유통돼 다수의 피해자들을 발생시켰는지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 그러나 사건의 몸통을 제대로 조사하지 못하는 이상 진정한 규명은 멀었다고 본다. 김기태 변호사
  • [전문] 文, 5·18기념사 “공권력이 행한 야만적 학살에 깊이 사과”

    [전문] 文, 5·18기념사 “공권력이 행한 야만적 학살에 깊이 사과”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공권력이 광주에서 자행한 야만적인 폭력과 학살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국민을 대표해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기념사를 통해 “진실 앞에서 우리의 마음을 열어놓을 때 용서와 포용의 자리는 커질 것”이라면서 “진실을 통한 화해만이 진정한 국민통합의 길임을 오늘의 광주가 우리에게 가르쳐준다”고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광주로부터 뿌려진 민주주의의 씨앗을 함께 가꾸고 키워내는 일은 행복한 일이 될 것”이라며 “광주의 자부심은 역사의 것이고 대한민국의 것이자 국민 모두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기념사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광주시민과 전남도민 여러분,어김없이 오월이 왔습니다. 떠난 분들이 못내 그리운 오월이 왔습니다. 살아있는 오월이 왔습니다. 슬픔이 용기로 피어나는 오월이 왔습니다. 결코 잊을 수 없는 오월 민주 영령들을 기리며 모진 세월을 살아오신 부상자와 유가족께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진정한 애국이 무엇인지 삶으로 증명하고 계신 광주시민과 전남도민들께 각별한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제 내년이면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입니다. 그래서 대통령이 그때 그 기념식에 참석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올해 기념식에 꼭 참석하고 싶었습니다. 광주시민들께 너무나 미안하고 너무나 부끄러웠고 국민들께 호소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광주시민 여러분과 전남도민들께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80년 5월 광주가 피 흘리고 죽어갈 때 광주와 함께하지 못했던 것이 그 시대를 살았던 시민의 한 사람으로 정말 미안합니다. 그때 공권력이 광주에서 자행한 야만적인 폭력과 학살에 대하여 대통령으로서 국민을 대표하여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립니다. 아직도 5·18을 부정하고 모욕하는 망언들이 거리낌 없이 큰 목소리로 외쳐지고 있는 현실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헌법 전문에 5·18정신을 담겠다고 한 약속을 지금까지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 송구스럽습니다. 국민 여러분,1980년 오월,우리는 광주를 보았습니다. 민주주의를 외치는 광주를 보았고 철저히 고립된 광주를 보았고 외롭게 죽어가는 광주를 보았습니다. 전남도청을 사수하던 시민군의 마지막 비명과 함께 광주의 오월은 우리에게 깊은 부채의식을 남겼습니다. 오월의 광주와 함께하지 못했다는 것 학살당하는 광주를 방치했다는 사실이 같은 시대를 살던 우리에게 지워지지 않는 아픔을 남겼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광주를 함께 겪었습니다. 그때 우리가 어디에 있었든,오월의 광주를 일찍 알았든 늦게 알았든 상관없이광주의 아픔을 함께 겪었습니다. 그 부채의식과 아픔이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의 뿌리가 되었고 광주시민의 외침이 마침내 1987년 6월 항쟁으로 이어졌습니다. 6월 항쟁은 5·18의 전국적 확산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광주에 너무나 큰 빚을 졌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같은 시대,같은 아픔을 겪었다면,그리고 민주화의 열망을 함께 품고 살아왔다면 그 누구도 그 사실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5·18의 진실은 보수·진보로 나뉠 수 없습니다. 광주가 지키고자 했던 가치가 바로 ‘자유’이고 ‘민주주의’였기 때문입니다.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습니다. ‘광주사태’로 불리었던 5·18이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공식적으로 규정된 것은 1988년 노태우 정부 때였습니다. 김영삼 정부는 1995년 특별법에 의해 5·18을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규정했고,드디어 1997년 5·18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했습니다. 대법원 역시 신군부의 12·12 군사쿠데타부터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진압 과정을 군사 반란과 내란죄로 판결했고 광주 학살의 주범들을 사법적으로 단죄했습니다. 국민 여러분,이렇게 우리는 이미 20년도 더 전에 광주 5·18의 역사적 의미와 성격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이루었고 법률적인 정리까지 마쳤습니다. 이제 이 문제에 대한 더 이상의 논란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의미 없는 소모일뿐입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광주 5·18에 감사하면서 우리의 민주주의를 더 좋은 민주주의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입니다. 그럴 때만이 우리는 더 나은 대한민국을 향해 서로 경쟁하면서도 통합하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역사가 한 페이지씩 매듭을 지어가며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마음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학살의 책임자,암매장과 성폭력 문제,헬기 사격 등 밝혀내야 할 진실이 여전히 많습니다. 아직까지 규명되지 못한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광주가 짊어진 무거운 역사의 짐을 내려놓는 일이며 비극의 오월을 희망의 오월로 바꿔내는 일입니다. 당연히 정치권도 동참해야 할 일입니다. 우리가 모두 함께 광주의 명예를 지키고 남겨진 진실을 밝혀내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가고 있습니다. 5·18 이전,유신 시대와 5공 시대에 머무는 지체된 정치의식으로는 단 한 발자국도 새로운 시대로 갈 수 없습니다. 우리는 오월이 지켜낸 민주주의의 토대 위에서 함께 나아가야 합니다. 광주로부터 빚진 마음을 대한민국의 발전으로 갚아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광주시민과 전남도민 여러분,지난해 3월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 특별법’이 제정되었습니다. 핵심은 진상조사규명위원회를 설치하여 남겨진 진실을 낱낱이 밝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위원회가 출범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국회와 정치권이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노력해 주실 것을 촉구합니다. 우리 정부는 국방부 자체 5·18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을 통해 계엄군의 헬기 사격과 성폭행과 추행,성고문 등 여성 인권 침해행위를 확인하였고 국방부 장관이 공식 사과했습니다. 정부는 특별법에 의한 진상조사 규명 위원회가 출범하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자료를 제공하고 적극 지원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광주시민과 전남도민 여러분,5·18 광주민주화운동 39년이 된 오늘,광주는 평범한 삶과 평범한 행복을 꿈꿉니다. 그해에 태어나 서른아홉 번의 오월을 보낸 광주의 아들딸들은 중년의 어른이 되었습니다. 결혼하기도 했을 것이고,부모가 되기도 했을 것입니다. 진실이 상식이 된 세상에서 광주의 아들딸들이 함께 잘 살아가게 되길 저는 진심으로 바랍니다. 민주주의를 지켜낸 광주는 이제 경제민주주의와 상생을 이끄는 도시가 되었습니다. 노사정 모두가 양보와 나눔으로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냈고 ‘광주형 일자리’라는 이름으로 사회통합형 일자리를 만들어냈습니다. 모든 지자체가 부러워하며 제2,제3의 ‘광주형 일자리’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광주형 일자리’ 타결로 국내 완성차 공장이 23년 만에 빛그린 산업단지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자동차 산업도 혁신의 계기가 될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을 위한 광주의 노력도 눈부십니다. 미래 먹거리로 수소,데이터,인공지능(AI) 산업 등을 앞장서 육성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국내 최초로 수소융합에너지 실증센터를 준공한 데 이어 국내 최대규모의 친환경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건설도 추진 중입니다. 도시문제 해결을 위해 지자체와 민간기업이 함께하는 스마트시티 챌린지 공모사업에도 광주가 최종 선정되었습니다. 광주는 국민 안전에도 모범이 되고 있습니다. 감염병 대응,국가안전대진단,재해 예방 등을 포함한 재난관리평가에서 광주는올해 17개 광역지자체 중 재난관리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되었습니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 감소율 전국 1위를 달성하는 성과도 이뤘습니다. 광주시민과 공직자 모두가 전국에서 가장 안전한 광주 만들기에 노력한 결과입니다. 아픔을 겪은 광주가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앞장서 주셔서 고맙습니다. 정부는 광주가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항상 함께할 것입니다. 국민들도 응원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광주시민과 전남도민 여러분,오늘부터 228번 시내버스가 오월의 주요 사적지인 주남마을과 전남대병원,옛 도청과 5·18기록관을 운행합니다. 228번은 ‘대구 2·28 민주운동’을 상징하는 번호입니다. 대구에서도 518번 시내버스가 운행되고 있습니다. 대구 달구벌과 광주 빛고을은 ‘달빛동맹’을 맺었고 정의와 민주주의로 결속했습니다. 광주에 대한 부정과 모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구 권영진 시장님은 광주시민들께 사과의 글을 올렸습니다. 두 도시는 역사 왜곡과 분열의 정치를 반대하고 연대와 상생 협력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가야 할 용서와 화해의 길입니다. 오월은 더 이상 분노와 슬픔의 오월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오월은 희망의 시작,통합의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진실 앞에서 우리의 마음을 열어놓을 때 용서와 포용의 자리는 커질 것입니다. 진실을 통한 화해만이 진정한 국민통합의 길임을 오늘의 광주가 우리에게 가르쳐줍니다. 광주에는 용기와 부끄러움, 의로움과 수치스러움, 분노와 용서가 함께 있습니다. 광주가 짊어진 역사의 짐이 너무 무겁습니다. 그해 오월,광주를 보고 겪은 온 국민이 함께 짊어져야 할 짐입니다. 광주의 자부심은 역사의 것이고 대한민국의 것이며 국민 모두의 것입니다. 광주로부터 뿌려진 민주주의의 씨앗을 함께 가꾸고 키워내는 일은 행복한 일이 될 것입니다. 우리의 오월이 해마다 빛나고 모든 국민에게 미래로 가는 힘이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5·18 부정 망언 부끄럽다” 기념식서 울먹인 문 대통령

    “5·18 부정 망언 부끄럽다” 기념식서 울먹인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80년 5월 광주가 피 흘리고 죽어갈 때 광주와 함께하지 못한 것이 그 시대를 살았던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미안하다”며 “공권력이 광주에서 자행한 야만적 폭력과 학살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국민을 대표해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 기념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광주 학살에 대해 직접 사과 발언을 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내년이면 40주년인 만큼 내년에 (기념식에) 참석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저는 올해 꼭 참석하고 싶었다”며 “광주 시민들께 너무나 미안하고, 너무나 부끄러웠고, 국민들께 호소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대목에서 목이 메인 문 대통령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침묵이 길어지자 참석자들 사이에서 박수가 터져나왔고, 문 대통령은 울먹이며 연설을 계속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아직도 5·18을 부정하고 모욕하는 망언들이 거리낌 없이 큰 목소리로 외쳐지는 현실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부끄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담겠다고 한 약속을 지금까지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 송구스럽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는 국방부가 자체 조사위 활동을 했고 국방부 장관이 공식 사과했다. 진상규명위가 출범하면 정부도 모든 자료를 제공하고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문 대통령은 “6월 항쟁은 5·18의 전국적 확산이었고,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광주에 너무나 큰 빚을 졌다”며 “5·18의 진실은 보수·진보로 나뉠 수 없다.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광주 사태’로 불리던 5·18이 광주민주화운동으로 공식 규정된 것은 노태우 정부 때이며, 김영삼 정부는 국가기념일로 지정했다. 대법원 역시 신군부의 군사 쿠데타부터 5·18에 대한 진압 과정을 반란과 내란죄로 판결해 주범들을 단죄했다”고 언급했다. 5·18의 성격에 대해서는 “이미 20년도 더 전에 5·18의 역사적 의미와 성격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이루고 법률적 정리까지 마쳤다”며 “더 이상의 논란은 필요하지 않다. 의미 없는 소모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광주 5·18에 감사하며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라며 “미래로 나아가도록 국민 여러분이 마음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또 “학살의 책임자, 암매장과 성폭력 문제, 헬기 사격 등 밝혀내야 할 진실이 여전히 많다”며 “규명되지 못한 진실을 밝히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을 향해 문 대통령은 “비극의 오월을 희망의 오월로 바꾸는 것은 당연히 정치권도 동참해야 할 일”이라며 “5·18 이전, 유신 시대와 5공 시대에 머무는 지체된 정치의식으로는 단 한 발자국도 새로운 시대로 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특별법이 제정됐으나, 아직 진상조사규명위원회가 출범조차 못하고 있다”며 “국회와 정치권이 더 큰 책임감을 갖고 노력해달라”라고 촉구했다. 지역주의 극복 및 화합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대구 달구벌과 광주 빛고을은 ‘달빛동맹’을 맺어 정의와 민주주의로 결속했다”고 소개하며 “광주에 대한 부정과 모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권영진 대구시장은 광주 시민들께 사과의 글을 올렸다. 두 도시는 역사 왜곡과 분열의 정치를 반대하고 연대와 상생, 협력을 실천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가야 할 용서와 화해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광주형 일자리’를 언급하며 “민주주의를 지켜낸 광주가 이제 경제민주주의와 상생을 이끄는 도시가 됐다”고 격려하기도 했다.문 대통령은 “5월은 더는 분노와 슬픔의 5월이 아닌, 희망의 시작이자 통합의 바탕이 돼야 한다”며 “진실 앞에서 우리의 마음을 열어놓을 때 용서와 포용의 자리는 커질 것이며, 진실을 통한 화해만이 진정한 국민통합의 길임을 광주가 우리에게 가르쳐준다”고 밝혔다. 취임 첫 해인 2017년 5·18 기념식에 참석했던 문 대통령은 격년마다 행사에 참석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최근 광주 민주화 운동 배후 의혹들이 제기되고 관련 한국당발 망언 및 진상규명위원회 발족 연기 등으로 인해 직접 광주행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속도는 느린데 통행료는 그대로… 경인고속道 운전자 속도 탑니다

    속도는 느린데 통행료는 그대로… 경인고속道 운전자 속도 탑니다

    인천기점~서인천IC 일반화 사업 구간 제한속도 60㎞ → 70㎞ 거북운행 여전 고속도로 짧아졌는데 통행료 고수 불만경인고속도로 일반도로화 구간에 대한 차량 제한속도를 조금 올렸지만 시민 불만과 교통체증은 여전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인천시가 경인고속도로 중 인천기점∼서인천IC 구간(10.45㎞)의 관리권을 2017년 12월 한국도로공사로부터 넘겨받자 인천지방경찰청은 제한속도를 시속 100㎞에서 60㎞로 대폭 줄였다. 인천시가 도로관리권을 쥐기는 했지만, 정작 일반도로화 공사는 2021년 시작됨에도 4년이나 앞서 제한속도를 일반도로 수준으로 낮춘 것이다. 이후 사실상 고속도로인 일반화 구간의 제한속도가 지나치게 낮아 정체현상이 심해져 운행 시간이 크게 늘어났다는 운전자들의 불만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도로 이용자들은 “통행량이 많지 않은 인천기점∼서인천IC 구간에서 거북이 운행을 해야 해 교통체증의 주범이 되고 있다”며 인천시 홈페이지 등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인천경찰청은 지난 3월 제한속도를 60㎞에서 70㎞로 조금 올렸지만 시민들이 느끼는 불편은 여전하다. 정모(48)씨는 “제한속도를 10㎞ 올렸다고 하지만 크게 와닿지 않는다”며 “제한속도 상향이 생색내기에 그쳐 교통체증은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해당 구간이 법적으로 일반도로로 전환된 이후에도 인근 경인고속도로 부평요금소에서 통행료를 계속 받아 반발이 일고 있다. 일반도로화로 경인고속도로가 23.89㎞에서 13.44㎞로 크게 줄었음에도 도로공사는 기존 통행료를 고수하고 있다. 시민들은 오히려 10여년 전부터 경인고속도로가 만성적인 체증 등으로 고속도로 기능을 상실했다며 통행료 폐지를 요구해 왔다. 박모(42)씨는 “통행료를 없애기는커녕 도로 길이가 축소됐음에도 그대로 받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경인고속도로 일반도로화 사업은 기본계획 용역 중이다. 2021년 상반기 착공, 2025년 준공한다. 이 사업으로 도로가 8~10차로에서 4~6차로로 줄어들고 20개 교차로를 만들면 교통 상황이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문희상 특사, 내주 방일”…‘일왕 사과’ 발언 설명할듯

    “문희상 특사, 내주 방일”…‘일왕 사과’ 발언 설명할듯

    ‘문 특사’, 13일 방일… 아베 면담 여부 불투명이달 중순 한국서 한일의원연맹 간사회의 개최내달 오사카G20 개최 이전 한일관계 개선도모퇴위한 아키히토(明仁) 일왕은 “전쟁 주범의 아들이며 위안부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던 문희상 국회의장이 일본에 특사를 보내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우익 성향의 일본 산케이신문은 8일 일한의원연맹회장 간부의 말을 인용해 “문 의장의 특사가 오는 13일 일본을 방문하는 방향으로 조율되고 있다”면서 ‘일왕 사과’ 발언에 대한 해명이 이번 특사 파견의 목적이라고 전했다. 특사가 집권 여당인 자민당의 간부들과 만날 예정이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나 고위 관료와 만날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특사는 일본에서 문 의장이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밝혔던 ‘일왕의 사죄’ 발언에 대해 설명할 계획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앞서 문 의장은 지난 2월 미국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키히토 일왕을 ‘전쟁 범죄의 주범 아들’이라고 칭하면서 “일본을 대표하는 총리나 곧 퇴위하는 일왕이 고령 위안부의 손을 잡고 진정 미안했다고 말하면 그것으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외교 경로를 통해 한국 정부에 항의하며 반발했다. ▶ 문희상 “일왕, 위안부 직접 사죄”에 日외상 “말조심해야”▶ “일왕, 한국방문 다리 놔달라”는 문희상 발언에 日정계 발칵 한편 6월 초로 예정됐던 한일의원연맹과 일한의원연맹의 간사 회의가 2주일 앞당겨 이달 중순 한국에서 개최될 계획이라고 이 매체가 보도했다. 회의 조기 개최는 한국 측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다음달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 전 관계 개선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산케이는 설명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유엔, 지구상 100만종 멸종 위기...주범은 인간

    지구의 생물 중 100만여종이 인류의 욕심 때문에 멸종 위기에 처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구상의 생물 전체를 800만여종으로 본다면 8분의 1이 없어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CNN은 50개국 145명의 과학자들이 6일(현지시간) 유엔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 총회 보고서에서 인간의 끊임없는 소비가 자연을 파괴하고 인류에 의해 황폐화된 지구의 암울한 미래를 경고했다고 전했다. IPBES 보고서는 “지구상 모든 생물 종의 멸종률은 이미 지난 1000만년 동안 평균 수십 배에서 수백 배 더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어 “서식지 감소와 천연자원 소모, 기후변화, 오염 등이 생물 종의 주요 손실 원인”이라면서 “양서류 40%, 산호초 33%, 해양 포유류 3분의 1 이상이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왓슨 IPBES 의장은 “인류나 다른 모든 종들이 의존하고 있는 생태계의 건강이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면서 “이 지구를 구하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왓슨 의장은 이어 “불길한 전망에도 아직은 변화를 일으키기에는 늦지 않았다”면서 “국가 단위에서부터 전 세계 공동 대응까지 모든 수준에서 지금 시작해야 한다. 경제 시스템의 전면 개편과 정치, 사회 의식의 변화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더 걷은 세금 25조로 왜 재정확대 안 했나… 내수진작 기회 놓쳤다”…“법 개정·야당 탓 말고 시행령으로 가능한 개혁과제부터 이행해야”

    “더 걷은 세금 25조로 왜 재정확대 안 했나… 내수진작 기회 놓쳤다”…“법 개정·야당 탓 말고 시행령으로 가능한 개혁과제부터 이행해야”

    서울신문과 참여연대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2년을 맞아 정부의 국정운영을 4회에 걸쳐 분야별로 평가했다. 국정과제 목표를 달성했거나 이행 중인 사안이 54%로 이행률은 나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노동·교육 등 일부 영역은 낙제점에 가까웠고 검찰 등 주요 권력기관 개혁과 재벌 개혁은 이행된 것이 없거나 대폭 후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평가를 바탕으로 정해구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과 각 분야 전문가 4명을 초청해 문재인 정부 2년을 돌아보고, 남은 임기 동안 해결해야 할 과제에 대해 짚어 봤다. 토론에는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조영철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가 참석했다. 토론은 전문가 4명의 평가에 대해 정해구 위원장이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진행은 이창구 사회부장이 맡았다.-지난 2년간 문재인 정부 정책 이행 중 가장 아쉬웠던 분야를 꼽아 달라. 신광영 교수(신 교수) 집권하고 맨 먼저 시행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다. 초반에 굉장히 의욕적으로 내세웠으나 공정성을 둘러싸고 ‘노노(勞勞)갈등’ 등 사회적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처음 의도했던 것과 다른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선언적인 목표 제시보다 정책 설계를 구체적으로 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조영철 교수(조 교수) 재벌개혁 정책과 공정경제 실현이 매우 미진했다. 법률 개정이 어렵다면 시행령 개정으로 할 수 있는 조치들을 해야 했었는데 적극 나서지 않았다. 재벌 개혁에 의지가 있느냐는 의구심이 나오는 이유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 정책도 전략적 판단과 치밀한 준비 없이 진행돼 보수 세력의 공격 대상이 됐다. 비용 상승으로 인한 자영업자 등 사용자들의 반발을 완충할 전략이 있었어야 했다. 그런 점에서 2018년 발생한 초과세수 25조 4000억원 규모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게 결정적 실수다. 이 정도 규모는 0.3~0.4%의 추가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초과로 걷힌 세금을 재정 확장에 적극 투입했어야 했는데, 국고에 쌓아 놓아 결과적으로 긴축정책을 편 꼴이 됐다. 추경을 통해 제대로 재정운영을 하고 내수를 활성화했다면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자영업자의 반발이 이렇게 심하지 않았을 것이다. 서복경 교수(서 교수) ‘정책의 정치 과정’이 없었다. 소득주도성장이든 공정경제든 정치적 메시지 전달에 성패가 갈린다. 촛불 이후에 한국 사회가 원한 것은 사회와 경제 시스템의 근본적 변화다. 그런 면에서 문재인 정부는 큰 틀에서의 기획을 갖고 있지 못했다. 현안이 터지면 대응하기 급급하다 보니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정책이 작동하지 못했다. 정책이 성공적으로 집행되려면 청와대의 메시지 전달, 국회에서의 정치, 관료들의 이행 등 세 가지 축이 함께 맞아들어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와 맞지 않는 최정호 후보자를 국토부 장관에 지명했던 게 한 예다. 양홍석 변호사(양 변호사) 집권하고 바로 세월호 진상규명부터 했어야 하는데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의 책임자들이 말만 앞세우고 실행하지 않았다. 촛불 정권이라면 최소한 이 문제는 해결했어야 했다. 적폐청산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적폐청산은 피의자 몇 명을 구속하는 게 다가 아니다. 수사 이후 정책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 국정원, 기무사,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 개혁이 전혀 되지 않았다. 남은 임기에도 못할 것 같아 우려된다. 정해구 위원장(정 위원장)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에는 국민 요구안이 총망라돼 있다. 국민의 요구 수준이 매우 높았다. 정책기획위원회에서 정책 이행 과정을 지켜보면 촛불혁명을 통해서 미래로 나가려는 세력과 여전히 기득권을 지키려는 세력 사이의 충돌이 크다는 것을 느낀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과감히 나가는 게 쉽지 않았다. 경제와 관련해서는 정부 출범 초반 경제문제를 다소 이상적으로 본 것 같다. 집권 당시에는 2018년 하반기에 있을 경제 하방 압력을 예측하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사전 대처가 미흡했다. 재정확장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지 못한 것은 재정 안정성을 강조하는 기재부 내부의 흐름, 강한 보수성에 원인이 있다고 본다. 적폐청산이나 각종 개혁입법이 미흡한 것은 국회에서 법 개정이 되지 않은 게 큰 원인이다. 일자리 문제는 아쉬웠다. 1호 정책으로 내세웠지만 경기 부진 등 민간 부문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이런 것이 사회 갈등을 증폭시켰다.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는 생각보다 성과를 내지 못한 채 경제 위기의 주범으로 몰렸다. 남은 임기에 성과를 낼 가능성이 있나. 조 교수 최저임금 인상 이후 보수언론으로부터 고용 참사라는 기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객관적 지표는 다르다. 언론이 주로 취업자수 감소만 놓고 비판했는데, 가장 중요한 고용 지표는 고용률(15세 이상 생산가능인구 중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고용률은 외환위기 이후 2018년 수치가 가장 좋다. 고용 대란이 절대 아니다. 일자리 정부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가 기대에 못 미친 것은 사실이지만 최저임금 상승은 임금근로자 가계 소득 개선에 분명한 효과를 가져왔다. 2018년 소비증가율이 2.8%인데, 2012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임금 상승의 효과다. 소비가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있기 때문에 소득주도성장이 실패했다는 평가 역시 섣부르다. 오히려 거시경제의 지표들을 보면 이후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부분이 많다. 다만 정 위원장님 해명처럼 기재부 관료와 선출된 권력인 대통령 사이에서 거시경제 정책 방향을 놓고 이견이 있다면 청와대의 판단이 우선 돼야 한다. 관료의 의사를 지나치게 존중한 것 아닌가. 신 교수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마치 굉장히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정책처럼 추진하고 있다. 그 이유로 보수진영의 공격이 더 세졌다. 하지만 이 정책은 세계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국제 금융기구들이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대대적으로 권고하고 있는 정책이다. 소득주도성장, 포용성장은 결국 불평등을 줄여 성장의 장애물을 없애려는 것이다. 정부가 이 정책에 대해 이미 많은 국제경제기구에서 내세운 정책이라는 것을 알려 불필요한 비판을 막아야 한다. 정책만 제시한다고 경제가 성장하는 게 아니다. 기업 등 다양한 경제 주체가 움직이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서 교수 소득주도성장이 궁지에 몰린 것은 정치영역, 즉 국회에서의 담론 투쟁에서 실패한 측면도 크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자유한국당은 ‘반기업 규제법안’이라고 규정한다. 경제 정책을 정치적 언어로 공격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통과에 주력하겠다”고 말을 하면서도 이 법안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국민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시스템을 바꾸는 구조적 문제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확실한 기획이 없었던 것이다. 정 위원장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 경제의 주요 패러다임 자체는 잘 짜였다고 본다. 초반에 성과가 안 나왔다고 방향을 전환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패러다임 전환은 중장기 과제인데 국민들은 당장의 효과를 요구한다. 이 부분을 헤쳐 나가는 것도 정부의 능력이다. 경기 하방 압력 속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아직은 드러나지 않고 있는데, 앞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핵심 국정과제인 노동존중사회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 우호적 정책을 많이 펼쳤다지만, 노동자들은 실질적으로 나아진 게 없다고 인식한다. 이 간극을 좁힐 수 있나. 신 교수 우리나라 노동자 퇴직 연령이 평균 49.1세다. 50세도 안 돼 퇴출당하고 나머지 30년을 빈곤층으로 산다. 근속연수도 5.8년으로 유럽이나 일본의 절반 수준이다. 대다수가 제도적, 조직적 보호 밖에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의 소득 불안과 삶의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노동 관련 법안이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합의를 통해 노동자들에 대한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 비정규직 처우 개선도 지금 당장 안 된다면 앞으로 10년, 15년 후 개선 방향을 보여 줘야 한다. 체계적 일정표가 있는 장기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서 교수 경사노위 진통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탄력근로제 확대처럼 기업에서 제기한 이슈를 경사노위 의제에 맨 먼저 올리면 노동계는 달리 할 게 없다. 노동계 안건을 동시에 다루거나 의제 선별권을 주는 등의 방법으로 노동계의 목소리를 보장하는 조치를 했어야 했다. 조 교수 경사노위를 통해 합의에 성공한 외국 사례들 중에는 1~2년 내에 성과를 낸 곳이 없다. 우리나라는 서구와 달리 사측(경총)이나 노측(한국노총) 모두 대표성까지 약하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나 탄력근로제처럼 급박하고 첨예한 현안을 덜컥 올려놓으니 합의가 되질 않는다. 처음부터 경사노위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던져졌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스스로 의제를 정해 하나라도 합의를 내는 게 중요하다.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서는 정부가 중장기적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일단 3~4년간의 구체적 계획을 보여 준 뒤 장기적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예컨대 정부가 최저임금 속도 조절에 들어간 상황에서, 민주노총 입장에서는 왜 경사노위에 들어가야 하냐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인상 공약 후퇴가 명백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노동계에 앞으로의 계획과 상황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이제는 남은 3년의 계획을 보여 줄 시점이 됐다. 정 위원장 최저임금 인상 효과 등으로 실제로 임금이 오른 사람이 많다. 그러나 임금이 오른 사람은 대체로 입을 닫는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협상이나 합의보다는 투쟁으로 얻는 게 많을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노사는 서로를 배제하는 문화에 익숙하다. 그러나 이젠 배제를 넘어 협상을 통해 상생하는 사례를 쌓아야 한다. 경사노위는 중요한 사회적 합의 모델이고 성공을 위해 기다려 줄 필요가 있다. 4050세대가 일자리 시장에서 밀려나면 이후 사회적 보호의 틀, 복지가 필요하다. 서로 양보를 통해 일자리, 자영업 문제, 복지 문제를 합의하고 결과를 내야 한다. -적폐청산은 잘 이행됐다고 보나. 전문가 평가에서는 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에 대해 혹평이 나왔다. 양 변호사 정부는 법 개정을 통해 적폐청산을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법 개정이 안 되면 개혁을 할 수 없다는 전제 자체가 개혁에 맞지 않는 발상이다. 다음 총선 이후에 새 국회에서 검찰, 경찰, 기무사 개혁이 가능할까. 회의적이다. 권력기관 내에는 법으로 처벌할 수 없는 적폐가 더 많다. 법적 처벌이나 법 개정보다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조직과 예산을 바꿈으로써 개혁할 수 있는 게 더 많다. 검찰권 남용이 문제가 됐던 검찰의 특수부서는 하나도 건드리지 않았다. 민생과 관련된 형사부를 늘리고 검찰 내 특수부를 줄이거나 예산을 줄이면 개혁이 가능하다. 경찰도 정보국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오히려 커지고 있다. 국정원 개혁도 국내 정보 부분을 줄이고 대북, 해외 부분을 늘리는 방식으로 재배치하면 된다. 어찌 보면 남북 관계나 경제처럼 단기적으로 성과가 나오지 않는 분야보다 권력기관 개혁이 더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다. 그런데 거의 바꾸지 않았다. 조 교수 양 변호사의 말에 동의한다. 시행령으로 가능한 개혁 과제들을 적극적으로 이행했어야 했다. 현재 의회 구도에서 법 개정이 쉽지 않다는 것은 국민들도 알고 있다. 민주당 내 개혁 성향 의원들이 정부에 강하게 요구하고, 시행령으로 가능한 것을 적극 제시할 필요도 있다. 촛불의 힘과 좋은 경제지표를 등에 업고 있던 집권 초기에 검찰, 국정원, 경찰 등을 확실히 개혁해야 했다. 서 교수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의석은 변수가 아닌 상수다. 이런 의회 내 조건에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냉정하게 판단하고, 가능한 것에 힘을 집중해야 한다. 2년간 정부는 수많은 국정 과제들을 국회에 던지고 해결이 되지 않으면 국회나 야당 탓을 하는 패턴을 반복했다. 초반에 높은 대통령 지지율 탓에 연합보다 독자 노선을 택한 게 문제였다. 그러나 이제는 ‘개혁 연합’이 필요하다. 국회 앞에서 개혁이 멈춘다고만 얘기하고 끝낼 문제가 아니다. 지금까지 유치원법, 김용균법 등 국회 문턱을 넘은 개혁 법안들은 정부 여당이 나선 것이 아니었다. 정부와 여당은 20대 남성 지지율 하락을 고민할 때가 아니라 시민들의 개혁 요구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해야 한다. 정 위원장 현재 적폐 청산의 단계는 문제를 조사하고 처벌하는 1단계의 마무리까지 왔다. 2단계는 재발 방지를 위한 법제도 개선이다. 가장 속도가 나지 않는 검찰개혁은 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법 개정이 필요하다. 시행령 개정을 통해서라도 개혁하라는 비판을 그동안 많이 들었지만 결국 개혁의 완성은 법 개정을 통해 이뤄진다. 정치적 전략으로 돌파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말이 쉽지, 삼권분립하에서 법 개정은 국회의 몫이다. 인사나 예산, 조직개편 등의 수단으로 개혁 압박을 가하라는 것은 잘못하면 비민주적인 행정을 하라는 말이 될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은 법개정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앞으로 남은 3년 동안 중점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를 짚어 달라. 신 교수 출산율은 세계 최저, 고령화는 세계 최고 속도라는 전대미문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 출산율 저하가 일본 사회 자체를 침체시키고 마이너스 성장의 경제로 만들었다.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 흔들리고 있다. 장기적인 차원에서 미래에 대비하는 정책 마인드가 필요하다. 저출산 예산으로 100조원을 썼다는데 어디다 썼는지 와닿지 않는다. 청년 일자리, 결혼, 출산, 교육비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획기적 접근을 해야 한다. 또 이런 현실의 문제를 연구하고 해결책을 제시할 학문 정책도 필요하다. 양 변호사 법 개정이 안 돼 개혁을 못 한다는 것은 의지가 없다는 뜻이다. 이런 태도라면 내년 총선 이후에는 동력이 떨어져 더 힘들어진다. 입법적 조치마저도 정부 안으로 나오는 것들이 별로 없다. 대체로 의원 발의 형식이다. 실제로 개혁의 방향이 섰다면 법안을 내고 공청회를 거치고 여론을 수렴하면 된다. 조 교수 2기 청와대의 모습을 보면 장기 계획보다 그때그때 현안을 긴급하게 처리하는 데 바빠 보인다. 촛불의 사명을 받은 정부가 사회, 경제, 권력기관 개혁과 같은 중요 정책 의제에 아직 관심이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현재 정치 지형에서 법률개정이 어렵다면 어떤 방법으로 접근할지, 산적한 개혁 과제를 어떻게 이행할지 해결책을 찾고 책임 있는 계획을 발표할 때가 됐다. 내년 총선에서 여당이 압도적으로 승리해 단독으로 법 개정을 할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 노무현 정부는 임기 말에 중장기 계획인 ‘비전 2030’을 제시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내년 총선 전에 장기 계획을 발표해 정책에 대한 실행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게 책임 있는 촛불 정부의 모습이다. 서 교수 내년까지 이행 가능한 정책과 불가능한 정책에 대해 냉정한 판단을 했으면 좋겠다. 내부적으로 일단 선별을 한 뒤 시민들에게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정직하게 말해야 한다. 중장기 계획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3년간 이행할 이슈별 목표도 설명해야 한다. 지난 2년간 국민들의 요구사항이 왜 이행되지 않았는지,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총선 전에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국민들의 정치적 인내를 구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절차는 꼭 필요하다. 앞으로 1년간 유권자들이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줘야 한다. 정 위원장 우리나라를 발전시켜 온 주체는 대통령이나 재벌이 아니라 국민이다. 양극화의 간극을 좁히고 낙후된 복지를 개선해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게 앞으로 3년 동안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정말 행복” 김정남 살해 베트남 여성 흐엉 웃으며 출소

    “정말 행복” 김정남 살해 베트남 여성 흐엉 웃으며 출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던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31)이 3일 출소했다. 징역 3년 4개월을 선고받은 흐엉은 지난 2년간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으면서 모범수로 인정돼 감형을 받아 이날 석방할 수 있었다. 흐엉은 변호사를 통해 “정말 행복하고, 모든 이들에게 매우 감사드린다. 당신들 모두를 사랑한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변호사는 “입이 귀에 걸리도록 웃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길 기대하고 있다”라고 흐엉의 모습을 전했다. 흐엉은 이날 저녁 7시 15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베트남 국적 여객기를 이용해 고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흐엉은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27·여)와 함께 2017년 2월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한 혐의로 체포돼 재판을 받아왔다. 시티와 흐엉은 VX가 묻은 옷가지를 객실에 방치하는 등 증거조차 없애지 않은 채 어슬렁거리다가 범행 2∼3일 만인 2017년 2월 15일과 16일 잇따라 체포됐다.실제 두 사람에게 VX를 주고 김정남의 얼굴에 바르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된 리재남(59), 리지현(35), 홍송학(36), 오종길(57) 등 북한인 용의자 4명은 범행 직후 출국해 북한으로 도주했다 말레이시아 형법은 고의적 살인에 대해 예외 없이 사형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북한인 용의자 4명을 ‘암살자’로 규정하면서도 북한 정권을 사건의 배후로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다.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을 모두 놓쳐버린 말레이시아 검찰은 시티와 흐엉의 유죄를 입증하는데 열을 올려왔지만, 올해 3월 11일 시티에 대한 공소를 돌연 취소하고 그를 석방했다. 지난달 1일에는 흐엉의 살인 혐의를 철회하고 상해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흐엉의 석방으로 김정남 암살에 연루됐던 인물들은 전원 자유의 몸이 됐으며 김정남 암살을 지시한 배후의 실체는 영원히 미궁으로 남게 됐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미궁 속에 빠진 김정남 암살 사건… 사건 가담자 전원 풀려나

    미궁 속에 빠진 김정남 암살 사건… 사건 가담자 전원 풀려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던 베트남 여성 도안티 흐엉(31)이 3일 석방됐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흐엉의 변호사인 히샴 테 포 텍은 이날 오전 7시20분쯤 흐엉이 수감 중이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외곽 까장 교도소에서 풀려났다고 밝혔다. 현지 법원 관계자도 이날 흐엉의 석방 사실을 확인했다. 그녀는 이날 저녁 베트남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흐엉은 지난 2017년 2월 북한 공작원의 지시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인도네시아 국적의 시티 아이샤(27)와 함께 김정남의 얼굴에 신경작용제 VX를 발라 살해한 혐의로 말레이 당국에 붙잡혔다. 흐엉과 아이샤는 이후 ‘살인’ 혐의로 말레이시아에서 재판을 받아왔으나, 아이샤는 지난달 11일 현지 검찰이 돌연 공소 취소를 결정하면서 먼저 풀려났다. 말레이 검찰은 흐엉에 대해서도 이달 1일 당초 적용했던 ‘살인’ 대신 ‘상해’로 혐의를 변경했고, 결국 이날 풀려나게 됐다. 흐엉과 이야사는 살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교수형에 처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재판 내내 자신들은 ‘몰래카메라’ 형식의 TV프로그램을 촬영하는 줄 알고 있었다며 ‘무죄’를 주장해왔다. 흐엉의 이날 석방으로 범행 직후 도망친 북한 공작원 등을 포함해 김정남 암살 사건 가담자들은 모두 자유의 몸이 됐다. 이에 따라 김정남 암살 사건은 발생 2년여 만에 영구미제 사건으로 남게 됐다. 사건에 연루됐던 인물 전원이 자유의 몸이 된 만큼 암살을 지시한 배후의 실체는 말할 것도 없고 여태 풀리지 않았던 많은 의문에 대한 해답도 사실상 찾을 길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암살 사건의 개요는 대략 이렇다. 김정남은 2017년 2월 13일 오전 9시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들어서자 인도네시아인 아이샤와 베트남인 흐엉 두 여성이 그를 앞뒤로 막아섰다. 아이샤가 김정남에게 말을 건네며 그를 향해 팔을 뻗었고, 흐엉은 그 틈을 타 뒤에서 손을 뻗어 김정남의 얼굴에 맹독성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바른 뒤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달아났다. 갑작스레 ‘봉변’을 당한 김정남은 근처 안내 데스크 직원에게 문의한 뒤 공항 경찰을 만나 “두 여성이 얼굴에 뭔가를 발랐다”고 밝히고 함께 공항 내 진료소로 이동했으나 걸음걸이가 흐트러지는 등 이상 증세를 보이다가 발작을 일으켰다. 의료진은 한 시간쯤 뒤 더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해 김정남을 시내 대형병원으로 옮기는 도중 끝내 그는 숨을 거뒀다. 말레이시아 화학청 산하 화학무기 분석센터의 라자 수브라마니암 소장은 김정남의 안구와 혈장에서 순수한 VX가 확인됐다면서 얼굴 피부에서 검출된 VX의 농도가 체중 1㎏당 0.2㎎ 수준으로 치사량의 1.4배에 달했다고 밝혔다. 사건이 조기에 알려지게 된 것은 말레이시아 경찰의 ‘실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김정남의 여권에 기재된 국적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을 한국으로 착각해 현지 주재 한국대사관에 김정남의 사망을 알린 것이다. 김정남은 당시 이름이 ’김철‘로 기재된 북한 외교여권을 갖고 있었다. 한국대사관 측은 김철이 김정남의 가명 중 하나란 사실을 알렸고, 말레이시아 경찰은 즉각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김정남의 시신을 인도해 달라는 북한대사관의 요청도 거부했다. 이런 우연이 아니었으면 김정남의 죽음은 말레이시아를 방문했던 북한 국적 외교관이 심장마비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간주해 그대로 묻혔을 공산이 크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최소 8명의 북한인이 사건에 연루됐다고 밝혔으나, 이중 체포된 인물은 약학과 화학 전문가로 알려진 리정철(48) 뿐이다. 아이샤와 흐엉에게 VX를 주고 김정남의 얼굴에 바르게 한 것으로 조사된 리재남(59)과 리지현(35), 홍송학(36), 오종길(57) 등 북한인 용의자 4명은 범행 직후 출국한 뒤 인도네시아와 캄보디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러시아 등을 경유해 평양으로 돌아갔다. 주범 격 인물을 놓친 경찰은 리정철이 사건의 진상을 밝힐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도주한 북한인들에게 차량을 제공하는 등 정황 외에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다. 결국 말레이 당국은 현지 건강식품업체에 위장 취업한 고정간첩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리정철을 국외로 추방하는 데 그쳤다. 현지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 현광성(46)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39), 아이샤를 섭외하고 예행연습을 시킨 북한인 리지우(일명 제임스·32) 등 다른 연루자들도 치외법권인 대사관 내에 숨는 바람에 조사를 하지 못했다. 북한이 평양 주재 말레이시아 외교관과 민간인을 전원 억류하는 ’인질외교‘를 벌이는 바람에 굴복해 말레이시아는 김정남의 시신을 넘겨주고 이들의 출국을 허용했다. 반면 북한인 용의자들이 버려두고 간 아이샤와 흐엉은 범행 2∼3일 만에 잇따라 체포돼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이제 사건 연루자들조차 전원 자유의 몸이 된 만큼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김정남 암살사건을 지시한 배후의 실체는 미스터리로 남을 전망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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