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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국 대사부인 의문사’ 외교분쟁 비화 조짐

    ‘태국 대사부인 의문사’ 외교분쟁 비화 조짐

    지난 9월 19일 급성 장폐색증으로 순천향대병원에서 진료를 받다 사망한 티띠낫 삿찌빠논(53) 주한 태국대사 부인의 의문사<서울신문 9월 21일자 9면>와 관련, 주한 외교단과 태국 경찰청이 이례적으로 한국 정부에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자칫 외교분쟁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주한 외교공관장들로 구성된 주한 외교단 단장인 비탈리 펜 주한 우즈베키스탄 대사는 최근 김황식 국무총리와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태국대사 부인 사망과 관련, 별도의 독립된 위원회를 구성해 순천향대병원 국제진료소의 당시 진료 행위를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주한 외교단은 서한에서 순천향대병원의 의료 과실과 태만을 강하게 비판했다. 외교단은 “국제클리닉이라는 곳에 영어 소통이 가능한 직원이 한명도 없어 중요한 의사소통조차 되지 않았다는 점은 다른 외교단원을 통해서도 종종 보고돼 왔다.”면서 “티띠낫 부인이 병원에서 당한 부당한 처우에 대해 (한국)정부가 나서 조치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태국 경찰청도 최근 조현오 경찰청장에게 티띠낫 부인의 사인 규명을 요구하는 공식 서한을 보냈다. 이명박 대통령도 차이용 삿찌빠논 주한 태국대사에게 애도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수사는 답보 상태다. 수사를 맡은 서울 용산경찰서 측은 “병원 관계자를 불러 조사했지만 모두 ‘의료 절차상 전혀 문제가 없다. 응급 조치도 제대로 이뤄졌다’고 진술했다.”면서 “태국에서 실시한 티띠낫 부인의 부검 결과가 오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티띠낫의 의무기록을 대한의사협회에 분석을 의뢰한 상태다. 주한 태국대사관 측은 “태국은 한류의 선도적 국가”라면서 “이번 사건이 국제재판 등으로 비화해 국위를 훼손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서울신문은 국내 최초의 신문 법의학 리포트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를 매주 수요일자(인터넷은 매주 화요일 오후부터 게재)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16일 시작된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시리즈는 굵직한 사건현장을 누빈 베테랑 기자의 생생한 경험과 법의학 전문가 및 일선 형사들의 자문, 치밀한 수사기록 분석 등을 바탕으로 구성하는 서울신문의 특화기사입니다. 그동안 연재돼 온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의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크랩해 두시면 한편의 현장 과학수사의 사례집으로 활용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성원과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3) 부인을 죽인 건 오열했던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죽거나 혹은 더 나빠지거나 4) 아내의 눈속에 담긴 죽음의 비밀…흔해서 더욱 잔인한 교통사고 위장 살인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남성의 사연 6) 살인현장 속 왠 대변(?)검사… 초미니 흔적 ‘미세증거물’ 속에 숨은 진실 7) 정자가 수상한 정액…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8) 엽기살인마는 피가 다르다(?) 혈흔 속 性염색체가 ‘악마의 姓’ 을 지목하다 9) “왜 그날 조폭은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10) 물 마신던 A씨의 갑작스런 사망 왜? 사람의 능력 이상으로 물 많이 마시면 생명 잃는다 11) 장문의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엄마…알고보니 생활반응은 죽음의 진실을 알고 있다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그녀가 아들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찾기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4) 성형수술 자국이 일러준 주검의 주민번호 광대뼈 축소술, 동거男에 목졸린 백골의 한 풀다 15) 연쇄살인범에 당한 20대女…6년만의 대반전 연쇄살인 택시기사, 274만개의 눈 CCTV가… 16) 20대 여성이 남긴 마지막 글씨…살인자를 지목하다 찢어진 장부가 범인을 증언하다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살인자를 가리키다 바다에서 건진 토막시신의 신원찾기 18) 헤어드라이어 살인…‘전류반’은 못 숨겼네 몸에 남은 전기충격 자국이 완전범죄 밝혀내다 19) 자살이라 보기엔 너무 폭력적인 죽음…왜? 참혹한 죽음…가해자·피해자는 하나였다 20) 아파트 침대 밑 여성 시신 2구의 잔인한 진실게임…누명 벗겨준 거짓말 탐지기 21) 그 남자 노리는 ‘한밤 통증’… 동양인의 저주? 청장년 급사 증후군 22) 70% 부패한 시신… 말없이 증언하는 ‘어금니’ 억울한 죽음 단서 된 치아 23) 살인현장의 240㎜ 운동화…60대 노인의 트릭이었다 별무늬 자국의 비밀 24) 사회 첫발 20대女 살해한 택시기사, 흙탕물이… 돈 버리고 납치 이상한 택시 강도 25) 그녀가 남긴 담배꽁초…DNA는 남자라고 말하는데 살인 현장에 남은 ‘그 남자’의 립스틱 26) 목졸려 숨진 60대 시신 크게 훼손됐는데… 범인의 속임수였다 ‘파란 옷’ 입었던 살인마 27) 흉기에 17번 찔려 죽은 여자 유일 목격자 경비 최면 걸자 법최면이 일러준 범인의 얼굴 28) 소리없이 사라진 30대 새댁, 알고보니 들짐승이… 부러진 다리뼈가 범인을 지목하다
  • 제주 추자도 올레 코스

    제주 추자도 올레 코스

    이제 올레를 빼고 제주를 말할 수는 없게 됐습니다. 1코스부터 19코스까지, 일부를 제외한 제주 해안 전역이 올레로 연결돼 있습니다. 제주의 경승지들은 죄다 꿰고 있는 셈입니다. 추자도나 마라도 등 제주 본섬 밖의 곳들에도 올레는 어김없이 조성돼 있습니다. 예컨대 추자도는 18-1코스인 것이지요. 산지천에서 조천을 잇는 18코스의 가짓길, 추자도를 다녀왔습니다. 제주의 다른 부속섬과는 달리 제주 같지 않은 모습을 하고 있는 섬입니다. ●바다 위에 뜬 꽃봉오리 같은 섬 추자도는 전남 완도와 제주의 중간쯤에 있다. 상·하추자와 추포도, 횡간도 등 4개의 유인도와 38개의 무인도로 이뤄졌다. 고려 때는 영암, 조선시대엔 완도 등에 속했다가, 일제강점기(1910년)에 제주도로 편입됐다. 제주특별자치도에 속하지만 주민들의 말투나 습속, 음식 등은 전남에 가깝다. 면적으로는 하추자도(3.5㎢)가 상추자도(1.5㎢)보다 세 배 가까이 크다. 하지만 주민 2500여명 가운데 3분의2가 상추자도에 모여 산다. 남동쪽에 놓인 하추자도가 상추자도의 바람막이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상·하추자도는 추자대교로 연결돼 있다. 추자도의 주요 볼거리들은 추자도 올레 구간에 대부분 포함돼 있다. 상추자도 추자항에서 출발해 상·하추자도 산 능선길과 해안길을 돌아 다시 추자항으로 돌아온다. 거리는 17.7㎞. 오르락내리락 7~8시간은 족히 걸리는 상(上)급 코스다. 추자도의 전망 포인트로 꼽히는 나바론 절벽과 등대전망대, 돈대산 정상, 바다 위로 뜬 섬 예초마을 등을 두루 거친다. 상추자도의 중심인 추자항에서 추자도 올레 트레킹은 시작된다.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최영 장군 사당이다. 고려 공민왕(1374) 때 목호(牧胡·원나라 출신의 목자)의 난을 진압하러 가던 최영 장군이 풍랑을 만나 추자도에 들렀다가, 주민들에게 그물 짜는 기술을 가르쳐 줬다고 한다. 주민들이 이를 기려 해마다 제를 올린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원정길에서 최영 장군은 제주 본섬 주민들과 허물기 힘든 벽을 쌓게 된다. 현지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최영 장군이 제주 사람들과 섞여 토착 세력화한 목호들을 정벌하는 과정에서 많은 양민들이 죽임을 당했다. 이로 인해 ‘육지부’와 달리 제주에서는 최영 장군을 전혀 존경하지 않게 됐다는 것. 한 인물에 대한 평가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대목이다. 그런데 여기서 올레가 놓친 지역이 있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꼭 다녀와야 할 곳들이다. 우선 상추자도 끝자락의 다무래미다. 추자 10경 가운데 제2경인 직구낙조(直龜照)와 만날 수 있는 곳. 썰물 때면 앞 섬까지 다녀올 수 있다. ‘용둠벙’도 마찬가지. 올레 코스를 따르자면 최영 장군 사당에서 봉글레산을 지나 곧바로 대서리 처사각 쪽으로 발걸음하게 돼 있다. 처사각 옆길을 통해 나바론 절벽 정상까지 오르는 맛도 각별하지만, 아무래도 절벽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이에 견줘 나바론 절벽 전망터에서는 물 고인 ‘용둠벙’ 너머로 장쾌하게 펼쳐진 나바론 절벽과 마주할 수 있다. 유람선을 이용하지 않는 이상 걸어서 이처럼 기골이 장대한 절벽과 마주할 수 있는 곳은 전망터가 유일하다. ‘나바론’은 영화 ‘나바론 요새’(1961)에서 독일군 야포 진지가 있던 절벽을 닮았다는 뜻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옛이야기 안고 가는 섬길 추자도를 거쳐간 이 가운데, 다산 정약용의 맏형인 정약현의 딸 정난주(정마리아)와 그의 아들 황경한(‘황경헌’이란 설도 있다) 이야기도 흥미롭다.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에 따르면 천주교 신자였던 정난주는 신유사옥 때 남편 황사영을 잃고 자신은 탐라도로 유배돼 관노로 살았다. 유배 갈 때 2살 난 아들 황경한을 추자도 예초리 물쌩이끝 바위에 내려놓았는데, 주민이 발견해 키웠다고 한다. 황경한의 묘가 예초리 산자락에 있다. 어머니 정난주의 묘가 있는 대정읍 11코스와 마주하고 있다. 묘 아래엔 ‘황경한의 눈물’이란 샘이 있는데, 어머니를 그리며 흘린 그의 눈물을 닮아 마를 날이 없다는 전설이 전해져 온다. 먼 바다의 섬들이 대개 애틋한 정이 담긴 이름을 갖듯, 추자도의 새끼섬들도 그렇다. 푸랭이섬, 섬생이, 악생이, 미역섬, 밖미역섬, 납덕이, 큰보름섬, 덜섬, 검은가리, 사자섬, 쇠머리섬…. 한 올레꾼은 이런 추자도의 새끼 섬들을 ‘동물농장’이라고 표현했다. 사자섬은 갈기 세운 사자를 빼닮았고, 고릴라나 악어를 닮은 섬도 있단다. 이런 풍경은 추자도 최고의 전망대 돈대산에 서면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먼 바다로 향한 신양항의 자태가 장쾌하고, 하추자도 끝자락 예초마을은 바다 위에 뜬 꽃봉오리처럼 어여쁘다. 배로 한 시간 거리의 완도 보길도나 제주 한라산도 손 뻗으면 닿을 듯하다. ●“간세다리 다 모입서”… 9~12일 제주올레걷기 축제 한국방문의해위원회(위원장 신동빈)는 올해 ‘4대 특별이벤트’ 가운데 하나로, 9~12일 ‘2011 제주올레걷기축제’(www.ollewalking.co.kr)를 연다. 행사 구간은 올레 6~9코스다. 9일은 6코스, 10일 7코스, 11일 8코스, 12일 9코스 등 하루 한 코스씩 걸으며 진행된다. 세계적인 여행서 ‘론리 플래닛’의 창업자 토니 휠러도 참가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축제의 특징은 참가자들이 길을 걸으며 야외 공연을 감상하고, 각 마을에서 선보이는 먹거리 등을 즐길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길 곳곳에 40여개의 공연 프로그램이 마련됐고 ‘쉰다리’와 ‘지름떡’ 등 각 마을의 독특한 먹거리도 싼 가격에 맛볼 수 있다. 쉰다리는 제주의 전통 발효 음료로, 제주 사람들의 지혜가 엿보이는 음식이다. 여느 청량음료보다 몇 곱절 새콤달콤하고 시원하다. 한 잔에 1000~2000원. 알코올이 약간 함유돼 있으나 취할 정도는 아니다. 6코스 중간 한가세자(75) 할머니가 처음 소개한 뒤 인기를 얻고 있다. 매일 밤 8~9시 서복전시관 야외무대에선 ‘간세다리, 다 모여라’가 펼쳐진다. ‘간세다리’는 게으름뱅이란 뜻의 사투리로, 느릿느릿 걷는 제주올레 걷기축제 참가자들을 일컫는다. 축제 기간 중 각 코스 시종점과 제주시·서귀포시를 오가는 셔틀버스(편도 3000원)와 축제 코스 순환버스(무료)도 운행한다. 캠핑 장비를 가져가지 않은 캠핑족이라면 롯데호텔 제주의 캠핑존을 찾는 것도 좋겠다. 완벽하게 세팅된 캠핑장에서 흑돼지 오겹살과 LA 갈비, 전복 등 계절 해산물 모둠, 수제소시지, 랍스타 테일 등 온갖 바비큐 메뉴를 즐길 수 있다. 여기에 각종 야채와 밑반찬, 주먹밥, 컵라면, 생수, 커피, 과일 등이 곁들여진다. 직접 고기를 구울 수 있도록 앞치마와 장갑, 조리사용 모자 등도 제공된다. 이마저 서툴거나 귀찮다면 호텔 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텐트, 캠핑 트레일러 등에 전기장판까지 설치돼 따뜻하게 쉴 수도 있다. 여느 캠핑장과 똑같지만 숙박만은 객실을 이용해야 한다. 글 사진 추자도(제주)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64) ▲가는 길:제주항에서 하루 두 번 추자도를 오간다. 제주항→추자항은 매일 오전 9시30분(핑크돌핀·1만 2500원)·오후 1시 40분(한일카훼리 3호·1만원), 추자항→제주항은 오전 10시 30분(한일카훼리 3호)·오후 4시 15분(핑크돌핀·1만 1000원)에 출발한다. 쾌속선 핑크돌핀 호(758-4233)는 1시간 10분, 차량을 싣고 가는 한일카훼리3호(751-5050)는 2시간이 걸린다. ▲잘 곳:민박집만 20여곳 된다. 숙박과 식사가 가능하다. 낚시 관련 도구들도 빌릴 수 있다. 무인도 등을 오가는 어선도 운영한다. 일인당 4만원. 추자면사무소 742-8400. ▲맛집:굴비정식은 추자도의 별미로 꼽힌다. 추자항 선착장 앞 중앙식당, 추자삼거리 등이 이름났다. 대개 2인 기준으로 판다. 1인 8000원 선.
  • 추위·경찰진압… 동력 잃은 ‘99%’

    미국의 월가 점령 시위가 기로에 섰다. 갈수록 날씨가 추워지고 경찰이 시위 시설물 철거에 나서면서 시위 근거지 유지가 쉽지 않아진 데다 확산 일로에 있던 시위대 규모도 주춤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상당수 지역에서 인근 주민의 불편 호소로 경찰이 강력한 법 집행 의지를 보이면서 체포되는 시위자도 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미국의 주요 도시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격렬한 마찰을 빚으면서 시위자 체포가 잇따랐다. 오리건의 시위대 수백명은 포틀랜드 도심에서 주 당국이 시행하는 자정 이후 통행금지령에 항의하며 해산을 거부하다 경찰과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 30명이 체포됐다. 텍사스주 오스틴에서도 경찰이 시청 광장에 설치된 식탁 등 시위대 캠프 시설을 치우려는 과정에서 충돌이 빚어져 39명이 연행됐다. 콜로라도주 덴버에서도 20여명이 체포됐다. 테네시주 내슈빌에서는 밤 10시 이후 통행금지령에 대한 시위대의 반발이 계속됐다. 시위대는 밤늦게까지 주 청사 건물 인근 광장에서 “누구의 광장인가? 우리의 광장이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통행금지령에 항의했다. 내슈빌의 톰넬슨 치안판사가 시위대를 철창에 가둘 법적인 근거가 없다며 시위자들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를 거부하면서 테네시주와 사법 당국이 통행금지령의 적법성을 놓고 갈등을 빚는 양상까지 보였다. 월가 점령 시위의 본산인 뉴욕 맨해튼 주코티 공원의 시위대는 폭설에도 불구하고 공원을 떠나지 않고 꿋꿋이 버티고 있다. 시위대는 그러나 뉴욕의 겨울이 워낙 춥기 때문에 지금까지 모금한 기부금을 활용해 겨울을 나기 위한 건물을 찾고 있다. 북미 지역 독립언론 애드버스터스가 수백만 거리행진을 제안한 ‘디데이’인 지난 29일 미 북동부 지역에 때마침 내린 폭설과 일반 시민의 무관심으로 시위 참가자 수는 기대보다 많지 않았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中 저장성 조세저항 폭동 일단 소강] “사망자 없다” 발표 “수백명 죽어” 소문

    중국 저장(浙江)성 후저우(湖州)시 우싱(吳興)구 즈리(織里)진에서 발생한 아동복 공장 업주들의 ‘조세저항 폭동’이 일단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저장성 직영 인터넷사이트인 저장온라인은 30일 “규모가 비교적 큰 140여개 업체가 모두 생산라인을 재가동하기 시작했고, 70~80%의 아동복 관련 업체들이 속속 생업을 재개하고 있다.”며 사태가 호전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140여개 업체 생산라인 재가동 당국은 이번 사태로 사망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인터넷 통제에도 불구하고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는 “저장성 정부가 모든 소식을 차단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로 이미 수백명이 숨졌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어 진위 여부가 주목된다. ●웨이보에 출처 불분명 시신사진도 웨이보에는 현지 촬영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시신 사진까지 유포됐다. 특히 안후이(安輝)성 출신 업주들과 저장성 주민들 간의 지역갈등 양상으로 비화하면서 인접한 두 성 주민들 간의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글도 쏟아지고 있다. 강경진압으로 사태는 표면적으로는 수그러들었지만 언제든 다시 폭발할 수 있는 ‘화근’을 남겨두고 있는 셈이다. ●당국 “구속 21명 중 상당수 전과자” 후저우시 공안 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까지 이번 폭동 관련자 21명이 구속됐다. 당국은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전과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업주들의 동태에 대한 감시도 본격화됐다. 후저우시 주요 기관과 우싱구 및 즈리진 각급 간부 890여명이 업주들을 1대1로 맡아 선무활동에 나섰다. 아동복 생산공장이 밀집한 즈리진에서는 재봉틀에 부과하는 세금이 올 들어 크게 오른 데 항의하는 업주들이 지난 26일부터 사흘간 대규모 폭동을 일으켰다. 특히 현지 정부가 저장성 사람들이 운영하는 공장보다 안후이성 출신 업주들의 공장에 과도한 세금을 부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안후이성 출신들이 대거 결집해 항의하는 등 지역갈등 현상까지 드러났고, 시위대들이 거리를 지나는 고급 외제차들을 때려부수는 등 빈부격차 확대에 대한 분노표출 양상으로도 확대됐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中 봉제공장 ‘재봉틀 세금’ 인상… 민심 폭발

    중국의 민심이 폭발하고 있다. 이번엔 당국의 과도한 세금징수에 항의하는 ‘조세저항 시위’까지 발생했다. 후진타오 국가 주석 등 중국 최고지도부가 연초부터 강도 높게 ‘사회관리’를 주문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저장성 북부 후저우(湖州)에서 28일까지 연 사흘째 대규모 폭력시위가 이어지고 있어 중국 당국이 크게 긴장하고 있다. 현지에는 중무장한 진압병력이 대거 배치됐다. 경찰과 방범대원 등 4명이 부상당하고 경찰 차량 1대가 전소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 “주민들과 진압경찰의 충돌로 8명이 사망하고, 100여명이 부상당했으며 시위대가 경찰차량을 포함한 수천여대의 승용차를 부쉈다.”는 글이 올라왔지만 확인되지는 않는다. 이번 시위는 지난 26일 오후 후저우시 우싱(吳興)구 즈리(織里)진의 아동복 생산공장 밀집지대에서 시작됐다. ‘아동복세’를 징수하려던 지역 세무공무원과 안후이(安徽)성 출신 업주 간에 다툼이 발생하자 순식간에 같은 고향 출신의 주변 업주들이 몰려들었다. 즈리진에는 5000여개의 중·소규모 아동복 공장이 밀집해 있다. 당국은 재봉기 1대당 343위안(약 6만 1000원)씩 부과하던 세금을 올 들어 620위안으로 대폭 올려 업주들의 불만이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안후이성 출신인 시위대 600여명은 같은 날 밤 늦게까지 거리 곳곳을 돌아다니며 현지인들의 차량을 부수고, 진 정부 청사까지 몰려가 돌을 던지며 격렬히 항의했다. 이어 27일에도 밤 늦게까지 수십명씩 진압 경찰들과 숨바꼭질을 벌이며 차량들을 때려 부쉈다. 인구 30만명인 즈리진에는 주로 안후이성 출신의 외지인이 20여만명에 이른다. 경영난을 겪는 중소업자들의 조세저항에서 비롯됐지만 지역갈등 양상까지 띠는 점은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중국에서는 올 들어 대규모 시위가 여러 차례 발생했다. 지난 5월 네이멍구자치구에서 몽골족들의 대규모 시위가 발생한 데 이어 6월에는 광둥성 쩡청(增城)시에서 쓰촨성 출신 농민공들이 사흘 동안 격렬한 시위를 벌였고, 8월에는 랴오닝성 다롄(大連)에서 1만여명의 주민들이 유독성 화학물질 생산공장의 이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여 당국의 ‘항복’을 받아내기도 했다. 칭화대 사회학과 쑨리핑(孫立平) 교수는 “빈부격차 확대와 당국의 과도한 행정조치에 이어 인플레이션까지 시위발생 조건과 원인이 구조적이고 다양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10·26 재보선] 서울 200곳 투표소 변경 ‘혼란’

    [10·26 재보선] 서울 200곳 투표소 변경 ‘혼란’

    ‘10·26’ 재·보궐선거 투·개표 현장은 별다른 사고 없이 차분했다. 다만 일부 선거구의 유권자들은 투표 장소가 종전과 달라 찾아 헤매는 불편을 겪기도 했다. ●투표소 종전과 달라 시민들 혼란 투표소가 바뀐 바람에 추운 날씨에 일부 시민들은 투표소를 찾느라 허둥댔다. 이제껏 줄곧 투표를 해왔던 동 주민센터나 학교에 투표소가 설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서울지역 투표소 2206곳 가운데 지난 8월 24일 무상급식 투표소와 다른 곳은 200여곳이다.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 사는 임모(32·여)씨는 “예전에 투표를 하던 주민센터가 아닌 지역의 외진 곳에 있는 한 고아원에 투표소가 설치돼 위치를 찾느라 한참 걸렸다.”고 말했다. 인터넷과 트위터에는 “선관위가 투표율을 낮추기 위해 투표소를 찾기 힘든 곳으로 바꾼 것이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제기됐다. ●장애인 유권자 배려 여전히 부족 장애인들은 힘들게 유권자의 권리를 행사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자치회관 투표소를 찾은 시각장애인 김유신(40)씨는 “신분증으로 장애인 복지카드를 제출했는데도 선관위로부터 별도의 안내를 받지 못했다.”면서 “점자 투표지가 없어 투표지를 눈 앞에 대고서도 한참 걸려 겨우 투표를 마쳤다.”고 하소연했다. ●“투표 명의 도용당해” 항의 소동 서울 구로구 구로3동 제1투표소에서는 투표 명의를 도용당했다는 시민 때문에 한때 술렁였다. 한 남성이 선거인명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누가 내 이름으로 서명하고 투표하고 갔다.”며 항의한 것이다. 구로구 선관위 측은 “오전 일찍 다녀간 유권자가 이름이 비슷한 옆 칸에 실수로 서명하고 간 것으로 확인돼 무효표 처리 없이 해결했다.”고 밝혔다. ●삼엄한 도곡동 타워팰리스 투표소 서울의 대표적인 부자 동네로 꼽히는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1층에 마련된 투표소에서는 사설 보안업체 직원들의 삼엄한 경비가 눈길을 끌었다. 투표소 주변에 배치된 건장한 체격의 남성 직원 5~6명이 주민들의 투표를 안내하면서도 외부인에 대해서는 일거수일투족을 경계했다. 타워팰리스의 ‘특별 투표소’라는 조롱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사건·사고 없이 순조롭게 개표 마무리 8시 30분쯤부터 서울 등 전국 55개 개표소에서 일제히 개표 작업이 시작되자 선관위 직원들은 현장으로부터 개표 상황 등을 확인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선관위 직원들은 특별한 사건·사고 없이 개표가 순조롭게 마무리되자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김동현·강병철·신진호·김소라기자 sayho@seoul.co.kr
  • 泰 방콕 침수위기 “수돗물 비축하라”

    50년 만의 홍수로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 태국의 수도 방콕에 강물 유입 비상령이 내려진 가운데 방콕 북부의 돈 무앙 공항에 강물이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25일 외신들이 전했다. 이로 인해 적어도 한 개의 정기항공선이 운항을 중단했다. 돈 무앙 공항의 대변인은 강물이 공항 북쪽 구역에 유입됐다고 확인했으며, 태국 항공사 녹(Nok)에어의 최고경영자(CEO) 파티 사라신은 “저가 항공사 한 곳이 11월 1일까지 돈 무앙 운항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파티는 돈 무앙을 향해 이미 이륙한 항공기들은 수바르나부미 공항(신방콕국제공항)으로 착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일 안에 대규모 강물이 방콕 도심을 향해 유입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주민들의 우려는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차런 파사라 방콕 수도청장은 “수돗물 상황이 예상보다 나빠지고 있다.”며 주민들에게 수돗물을 비축하라고 당부했다. 방콕 도심을 보호하는 홍수방지벽이 무너지면 방콕 전역이 침수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태국 정부는 상류지역 강물의 유입시기와 바닷물 만조기간이 겹치는 28~31일이 이번 홍수 피해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전남 광양 vs 경남 하동 ‘재첩 싸움’

    재첩 채취 구역을 둘러싸고 섬진강과 접한 전남 광양과 경남 하동 주민들이 마찰을 빚고 있다. 반면 전남 진도군 고군면과 해남군 송지면 사이에 있는 마로해역 양식어민들의 ‘바다 영토 분쟁’은 17년 만에 극적으로 해결됐다. 광양시는 최근 진월면 월길리와 다압면 원동리 마을 어촌계 어민들이 마을 앞 섬진강에 서식하는 재첩 채취 과정에서 강건너 하동군 광평리 어촌계 어민들이 광양쪽 채취 구역을 침범했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하동 주민들이 20여년을 지켜온 채취 구역을 하루아침에 침범하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즉각 이 구역에서 채취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분쟁이 발생한 곳은 1993년 당시 전남과 경남의 도 경계로 새마을양식계 관리구역을 배정받아 재첩 채취를 해 오던 곳이다. 양행호(66) 월길리 어촌계장은 “지난달 중순쯤 광평리 어촌계에서 자신들의 채취구역을 되찾겠다며 광양 쪽 채취 구역을 70여m나 침범하고 부표를 설치해 이에 강력히 항의하고 당일 바로 부표를 철거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강 가운데를 도 경계로 수십년 동안 아무런 마찰 없이 재첩을 잡아왔는데 하동 쪽 어촌계가 사적으로 측량을 한 뒤 자신들의 구역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라고 분개했다. 그러나 하동군 광평리 어민들은 “도 경계로 된 업무구역을 보면 경계구역이 하동군에 불리하게 돼 있다.”며 “시간이 지났지만 측량을 다시 제대로 해 그동안 잃어버린 구역을 되찾을 방침”이라고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삶의 터전과 관련된 분쟁의 골이 깊어진 곳만 있는 건 아니다. 진도군 고군면과 해남군 송지면 양식어민들 간의 김 양식장 분쟁은 17년 만에 극적으로 해결돼 상생의 신호탄을 올렸다. 해남 어민들은 분쟁의 대상이었던 김 양식장 1370㏊에 대해 오는 2020년까지 채취권을 행사하고, 진도군은 신규로 같은 면적(1370㏊)의 면허를 받는 것을 골자로 광주지법 해남지원에서 합의했다. 이로써 면허지 확대와 합법적인 채취가 가능해진 덕에 100억원의 소득이 증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두 지역의 김 양식장 분쟁은 1980년대 초 해남 어민들이 진도 바다로 넘어가 김 양식을 하다가 진도 어민들이 반발하면서 시작, 진도대교 점거 농성 사태까지 벌어지는 바다 영토권 싸움으로 비화됐다. 무안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뉴 캅스-수사 버전을 올려라] (3부) 국민의 경찰로 가는 길 ① ‘대민 서비스’ 질 높이자

    [뉴 캅스-수사 버전을 올려라] (3부) 국민의 경찰로 가는 길 ① ‘대민 서비스’ 질 높이자

    “양천경찰서 형사계 팀장 ○○○입니다. 살인사건 현장에 남아 있는 피 냄새가 지독하다고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어요. 청소 좀 해주세요.” 지난해 8월 중순 금요일 오후 4시쯤 서울남부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전화가 걸려 왔다. 직원은 퇴근 무렵이라 일정을 미루고 싶었지만 마지못해 현장을 찾았다.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바로 지난해 여름 단지 ‘행복한 웃음소리가 났다’는 이유만으로 흉기를 휘두른 ‘신정동 옥탑방 살인사건’ 현장이었다. 센터는 지역 검찰청 산하의 민간 봉사단체다. 사건 발생 일주일이 지난 터라 피는 바싹 말라붙어 있었다. 숨 쉬기 힘들 만큼 냄새는 고약했다. 음식물까지 부패했다. 온통 악취가 진동했다. 센터 직원은 결국 청소대행 업체를 불러 청소를 마무리했다. 그는 “살인 현장의 피를 보니 피해자와 가족이 겪었을 고통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며 몸서리쳤다. 남편이자 아이들의 아빠가 눈앞에서 죽는 것을 바라본 유가족들의 정신적 충격은 말할 수 없다. 사망한 임모씨의 부인은 사건 당시 범인에게 머리를 둔기로 맞아 2주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퇴원한 그는 “친척들이 가까이 살고 있는 곳에서 떠나기가 무섭고 두렵다.”며 한때 스마일복지센터 입소와 심리치료를 거절했다. 센터의 설득 끝에 부인과 두 자녀는 센터에 들어가 10일간 심리치료를 받았지만 상처는 지워지지 않았다. 살인 현장을 흥건히 적신 피는 누가 닦아 낼까. 경찰일까, 유가족일까. 정답은 유가족이다. 또는 범죄피해자지원센터다. 경찰에게는 사건 현장을 뒤처리할 책임이 없다. 경찰은 사진을 찍고, 증거물을 채취하고 나면 곧장 현장을 떠난다. 때문에 현장 보존이 끝난 이후 사건 흔적을 닦고 지우고 복구하는 일은 가정이면 유가족에게, 공공건물이면 소유주가 맡을 수밖에 없다. 사건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현장은 유가족이 감당해야 할 몫인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현장 뒤처리와 관련한 지원 예산이 따로 없기도 하지만 경찰 본연의 역할이 아닌 서비스는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범죄 현장 뒤처리를 담당하는 공식적인 정부 단체나 용역 업체는 따로 없다. 그나마 법무부로부터 국고 지원을 받는 지역 검찰청 산하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 사건 현장 뒤처리 및 피해자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별 차이가 크다. 사건 당일 즉각 수습하는 센터가 있는가 하면 일주일이 되도록 처리를 하지 않는 곳도 있다. 지원센터가 활성화되지 않아서다. 또 사건 현장 뒤처리를 1차 수사기관인 경찰이 아닌 검찰이 맡고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뒷수습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경찰 측은 “왜 경찰이 사건 뒤처리와 범죄 피해자를 지원하지 않느냐고 비판할 수 있지만 예산 문제 등 제도 개선이 되지 않으면 현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물론 경찰 내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는 제도는 갖춰져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는 곳이 드물었다. 형식적이다. 경찰은 2004년 8월 ‘범죄 피해자 보호규칙’을 경찰청 훈령으로 제정해 공포했다. 법에 근거해 ‘피해자보호관’, ‘피해자서포터’ 등 범죄 피해자를 위한 장치들이 마련됐다. 일선서에서는 범죄피해자지원협회 등 자원 시민단체를 위촉, 도움을 받고 있다. 문제는 경찰이 이 제도를 제대로 숙지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피해자보호관은 형사·수사과장 등 일선서 과장급, 피해자서포터는 담당 형사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찰도 부지기수다. 경찰 조사를 받는 피해자들에 대한 인권상담 안내도 이뤄지지 않는 편이다. “법무부를 통해 피해자 구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안내하는 데 그친다.”고 털어놓은 경찰도 있다. 특히 피해자서포터의 경우 경찰 경력 10년 이상, 피해자 보호에 열의가 있는 자 등의 조건을 달고 있지만 지켜지는 곳은 드물다. 더욱이 경찰서마다 설치돼 있는 인권상담지원관인 부청문감사관도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제 역할을 못하는 곳이 많다. 피해자들이 먼저 이 제도를 알고 경찰에게 다가가지 않고서는 도움을 받기 힘든 구조다. 경찰청의 범죄 피해자 보호규칙 역시 ‘경찰 공무원은 피해자 보호를 위한 초기 대응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등 원론적인 내용만 담고 있는 탓에 실효성이 낮다. 표창원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노력해야 한다 수준의 총론식 규정을 보다 실질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면서 “범죄 피해자들이 경찰의 무관심으로 인해 2차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충분한 배려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자문기관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자문단 곽대경(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박행렬(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오창익(인권연대 사무국장), 유정현(한나라당 의원), 이동희(경찰대 법학과 교수),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이윤호(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표창원(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특별취재팀 백민경, 이영준, 윤샘이나, 김진아기자 [독자의 제보를 받습니다] 서울신문은 ‘뉴 캅스(New Cops), 수사 버전을 올려라’ 기획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경찰 수사로 피해를 입었거나 비리 등을 목격한 독자의 제보를 받습니다. 사회부 경찰팀(전화 02-2000-9172~6) 또는 white@seoul.co.kr로 연락 바랍니다.
  • 전병헌 의원 비서관 “이 X이…” 주민센터서 소란

    전병헌 의원 비서관 “이 X이…” 주민센터서 소란

     민주당 전병헌 의원 비서관이 지역구(동작 갑)의 한 주민센터에서 여직원에게 서류를 집어던지며 욕설을 하는 등 소란을 부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조선일보는 서울 동작구 전국공무원노조와 구청 관계자의 말을 인용 전 의원실 이모(43) 비서관이 지난달 19일 지역구 내 독거노인의 전입신고 문제로 노량진1동 주민센터를 찾아가 물의를 일으켰다고 1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비서관은 8급 공무원 김모(여·32)씨에게 “독거노인의 전입신고를 해달라.”고 요구했으나 김씨는 “본인이나 가족이 아니면 대신 전입신고를 할 수 없다.”고 거부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김씨가 전입신고가 불가능하다며 민원신청서를 옆으로 밀쳐 내자 이 비서관은 “이것이 어디다 대고….”라고 고함을 지르며 민원신청서를 김씨에게 집어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비서관은 김 씨에게 “이 ×××× ×이….”라는 욕설에 가까운 폭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비서관은 다음날 동작구청장 비서실에 전화해 여직원 김씨를 다른 곳으로 전출시키라고 요구했다. 전화를 받은 구청 관계자는 김씨를 불러 질책하고 경위서를 작성하고 이 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하라고 지시했다. 신문은 김씨는 최근 병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 일이 알려지자 공무원노조가 나서서 전병헌 의원실에 “김씨의 응대에 큰 문제가 없었다.”라는 내용의 항의전화와 편지를 보내냈다. 노조 관계자는 “주민센터 직원은 원칙에 따라 일을 처리한 것인데 구청에서 국회의원 눈치 보느라 직원을 무작정 죄인으로 몰아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 비서관은 “김씨가 너무 퉁명스럽게 응대해 민원인의 한 사람으로서 항의한 것일 뿐 국회의원 비서관 신분을 이용해 압력을 가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노조가 반발하는 등 사태가 확대되자 전 의원은 선임 보좌관을 주민센터로 보내 “비서관 신분으로 경솔하게 행동한 것 같다.”고 사과하도록 하고 사태를 수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한수원 경주 도심 이전 공방’ 법정 가나

    ‘한수원 경주 도심 이전 공방’ 법정 가나

    경북 경주시가 한국수력원자력㈜의 본사 이전지를 돌연 경주 도심권으로 변경하자 도심 이전을 반대해 온 주민들이 기어코 들고 있어났다. 경주시 양북면 주민들로 구성된 ‘한수원본사사수비상대책위원회’는 11일 시청 광장에서 주민 1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도심권 이전 작업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경주시는 방폐장이 들어서는 양북면과 합의도 없이 추진 중인 한수원의 도심권 이전 작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대책위 김원수 공동위원장은 “시가 도심권 이전을 강행하면 한수원 본사 이전 작업 중지, 방폐장 공사 중지 가처분신청 등 법적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앞서 지난 7일에도 시청을 항의 방문하고 “시장 퇴진운동을 전개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최양식 시장이 지난 6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수원 본사를 도심에서 약간 비켜난 배동지구 60만㎡ 규모의 녹색기업복합단지에 15만㎡를 확보해 이전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최 시장은 “배동지구가 경주역, 신경주역과 가깝고 시내까지 10분 거리여서 도심과 연계한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최 시장은 “당초 본사 부지로 선정됐던 양북면 등 동경주지역(양북·양남면, 감포읍)의 발전을 위해 연말까지 방폐장 지원금 1000억원을 투입하고, 에너지박물관 건립 재원 2000억원으로 골프장 등 대체 사업을 추진하는 등 총 8600억원 규모의 ‘그린2020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수원은 “시가 동경주지역 주민과의 합의를 이루면 공공기관 지방이전 주무부처와 위치 변경 등이 가능한지 협의할 수 있다.”고 종전 입장을 되풀이했다. 한 관계자는 “한수원 직원은 본사 위치가 장항리든, 도심이든 개의치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수원은 경주에 운영 중인 원전 4기에 2기가 추가 건설 중이고 월성 1호기 수명 연장 문제도 걸려 있어 논란에 휩싸이는 것을 꺼리고 있다. 하지만 경주시는 도심권 이전을 밀어붙일 태세다. 그래야 침체된 해당 지역을 공공청사와 연계해 발전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조만간 한수원에 도심권 입지를 추천하는 공문을 보내고 동경주 지역 주민들을 계속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한수원 본사의 전체 직원 600여명 가운데 100여명은 지난해 7월 경주 임대 건물로 옮겨와 근무하고 있다. 경주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악취민원 봇물… 동네북 된 수도권매립지 현장을 가다

    악취민원 봇물… 동네북 된 수도권매립지 현장을 가다

    서울과 경기도에서 발생되는 쓰레기를 매립하는 수도권매립지가 몸살을 앓고 있다. 매립지 사용연한 연장문제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상황에서 악취 민원도 급증, 집단 항의도 빈번하다. 단일 매립지로 세계 최대 규모(1541만㎡)를 자랑하는 수도권매립지가 복잡한 현안들로 사면초가에 놓여있다. 매립지관리공사 직원들은 이래저래 동네북이 됐다며 어려움을 호소한다. 인천 서구 백석동에 위치한 매립지 현장을 찾아 갈등을 빚고 있는 현안 문제와 대책 등을 알아봤다. 지난 주말 인천시 서구 매립지 현장을 찾았다. 매립지 외곽을 끼고 흐르는 굴포천은 준공을 앞둔 경인 아라뱃길 마무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굴포천 건너편에는 환경연구단지와 최근 입주가 시작된 청라지구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최근 청라지구에 대단위 공동주택 일부가 완공돼 입주가 시작되면서 주민들의 수도 부쩍 늘었다. 3만 200가구 10만여명이 거주하게 될 대단위 단지가 현재도 조성 중이다. 공항철도가 개통되면서 주변은 온통 개발 붐이다. 곳곳에는 악취대책을 마련하라며 주민들이 내건 플래카드가 즐비하다. ●올해 들어 악취민원 6000여건 올들어 매립지에 대한 집단민원도 부쩍늘어 6000여건에 달한다. 최근에는 송영길 인천시장과 청라지구 주민대표들이 매립지공사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인천시와 매립지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서구청에도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민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인천시장과 서구청장은 민원의 중심지인 청라지구에 각각 거처를 마련해 한시적으로 거주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 측 관계자는 “매립장 추가 공사와 인천 아시안게임 경기장 건립, 매립장 사용 연장 등 현안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다 악취 문제까지 불거진 상황”이라며 “갈수록 지자체와 주민들의 요구사항이 많아져 공사 존립마저 흔들리는 위기에 처해 있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최근 문제가 된 악취 발생은 원인을 찾아내고 대처해 많이 개선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공사 조춘구 사장은 가스가 새어나오는 곳을 발견해 이미 조치했다며 현장으로 안내했다. 조 사장은 “최근 냄새가 심했던 원인은 발전을 위해 매립장과 연결된 노후된 가스관 두 곳에 구멍이 나 가스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라며 “가스관 전면 교체작업을 완료했다.”고 말했다. ●인근 청라지구 10만여명 입주 예정 수도권매립지에 쓰레기가 반입된 지 10년이 됐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난지도 쓰레기매립장이 수명을 다하자, 정부는 1992년부터 대체 부지로 이곳에 쓰레기를 묻기 시작했다. 현재 하루 폐기물 운반차량 1200~1300대가 1만 5000t의 쓰레기를 반입하고 있다. 처음 쓰레기 반입량 등을 추산해 2016년까지 쓰레기를 묻고, 종료하기로 계약이 돼 있다. 하지만 음식물 쓰레기 반입금지, 소각처리량 증가, 종량제 분리수거 등의 정책시행으로 재활용률이 높아지면서 쓰레기 반입량이 현격히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매립 초기였던 1994년 1166만 4891t이었던 반입 쓰레기량은 지난해 404만 2429t으로 65%이상 감소했다. 따라서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매립장 사용연한이 30년 이상 더 가능해졌다는 분석이다. 환경부와 서울시는 수도권매립지 사용연한을 2044년으로 연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인천시와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협상 중이다. 또한 현재 매립중인 제2매립장이 수명이 다 됐기 때문에 제3매립장 공사를 서둘러야 할 시점이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다. 공사 승인요청을 했지만 인천시가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서울시, 2044년으로 연장 가닥 조 사장은 “매립장을 새로 만들려면 최소한 4년이 필요하다.”면서 “제2매립장의 수명이 다하는 시점이 2015년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제3매립장 조성 공사를 이번달부터 착공에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매립장 조성은 악취나 침출수 유출방지 작업이 까다롭기 때문에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매립지가 오염원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주변에는 각종 오염 배출업체들도 산재해 있다. 인천시 적환장과 서부산업단지, 공촌하수처리장, 검단 중소공업단지·하수종말처리시설, 서인천 화력발전소 등이다. 이처럼 주변에는 오염배출 시설들이 많은데 덩치가 큰 매립지에 민원이 집중되고 있다. 한 부동산업체 관계자는 “매립지 악취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른 시설에 대한 관리·감독도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들도 “지역 여건을 감안하지 않고 대단위 주거단지가 조성돼, 매립지에 대한 민원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최대 위기에 놓인 수도권매립지, 문제 해결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서로 힘겨루기로 일관하다 자칫 쓰레기 대란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된다. 글 사진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뉴 캅스-수사버전을 올려라] 고발장 받고도 임의파기… 청소년 윽박질러 진술 받기도

    [뉴 캅스-수사버전을 올려라] 고발장 받고도 임의파기… 청소년 윽박질러 진술 받기도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57년 만인 지난 6월, 경찰의 숙원인 ‘수사 개시권’이 명문화됐다. 검사 지휘에 관한 구체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하는 ‘수사권 조정 2라운드’ 싸움 역시 불과 2개월 남짓 남은 상황이었다. 서울신문은 독자적인 수사주체로 처음 인정을 받은 경찰이 현장에서 어떻게 사건을 처리하고, 얼마나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힘을 쏟았고 쏟고 있는지 등을 살필 계획이다. 또 신고·수사 절차에서의 잘못된 관행과 제도, 부족한 시스템 등 수사 전반을 둘러싼 고질적인 병폐와 문제점, 원인을 짚고 해법을 모색할 방침이다.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수사주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뉴 캅스(New Cops), 수사버전을 올려라’라는 시리즈는 크게 ▲피의자에서 피해자 중심의 수사로 ▲과학적 수사가 해답이다 ▲국민의 경찰로 가는 길 등으로 나눠 다룰 예정이다. 형사정책연구원·인권연대·경찰대·시민단체 등의 관계자로 ‘전문 자문단’을 구성, 조언을 들었다. white@seoul.co.kr로 제보 및 의견을 받는다. ●자문단=곽대경(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박행렬(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오창익(인권연대 사무국장), 유정현(한나라당 의원), 이동희(경찰대 법학과 교수),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이윤호(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표창원(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한국형사정책연구원 ●특별취재팀=백민경, 이영준, 윤샘이나, 김진아기자 경찰은 지난해부터 지난달까지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121건의 시정권고를 받았다. 권익위가 경찰 수사과정에서 발생한 과실과 인권침해, 직권남용 등 부당함이 인정돼 개선하라는 행정지도를 내린 것이다. 시정권고 처분이 내려지지는 않았지만 경찰의 수사과정과 태도 등에 부당함을 느낀 국민들의 민원 신청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았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고 공공질서 유지에 힘써야 할 경찰이 기본적인 의무를 다하지 않아 국민에게 피해를 입힌 경우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권익위 시정권고 현황을 중심으로 경찰의 불합리한 수사관행과 수사상 과실로 국민들이 입은 피해사례를 살펴본다. ●6시간 방치 60대 남성 결국 숨져 2006년 12월 초. 112신고센터에 경북 포항시 항구우체국 앞에 한 60대 남성 A씨가 술에 취해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경찰이 A씨를 발견했을 때 다행히 의식은 남아 있었지만 비까지 내린 혹독한 겨울 날씨에 몸은 이미 언 상태였다. 경찰은 A씨를 병원이 아닌 지구대로 데려갔다. A씨는 그 뒤로 차가운 지구대 의자 위에서 6시간 이상 방치됐다. 평소에도 술에 취해 지구대를 자주 들락거렸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의식을 잃은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을 거뒀다. 항의하는 유족에게 경찰은 “주취자의 안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형식적인 해명을 했다. 그러나 지구대 안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는 경찰의 잘못된 대처가 고스란히 담겼다. 경찰은 A씨에게 냄새가 난다며 신문지로 얼굴과 가슴 쪽을 덮고, 가슴을 발로 차기도 했다. 결국 경찰은 폭행사실 등 과오를 시인했다. 권익위는 지난해 12월 해당 경찰서에 대해 ‘보호조치 대상자 처리매뉴얼 위반’에 대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사적인 용도로 개인정보 조회 경찰이 수사상의 필요에 의한 것처럼 속여 자신과 민사소송 중인 상대방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조회한 직권남용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12월, 서울에 사는 한 40대 남성 B씨는 사적인 이유로 서울의 한 경찰서에 재직 중인 C경감과 민사소송을 진행하다 황당한 경험을 했다. C경감이 B씨 가족의 주민번호와 은행계좌정보 등 개인정보를 재판에 증거로 제출한 것이다. C경감은 B씨 가족의 은행 계좌가 개설된 지점, 이사를 간 시점까지 세세한 정보를 모두 알고 있었다. 권익위의 조사결과 C경감은 수사과정상 필요한 정보라며 수개월 동안 B씨의 거주정보를 조회해 오고 있었다. C경감은 또 은행 콜센터에 자신이 경찰이라고 밝히며 B씨 가족의 개인정보를 요청했다. 권익위는 당시 C경감이 소속된 경찰서에 시정권고를 내렸고 C경감은 경찰 내부 징계위원회에도 회부돼 감봉조치를 받았다. ●청소년·장애인 등 인권보호 뒷전 인천에 사는 중학교 3학년생 D군은 경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권익위에 진정서를 냈다. D군은 이른바 ‘일진회’ 멤버로 인근 학생들을 대상으로 500만원을 빼앗는 등 상습공갈 및 협박, 특수절도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됐다. 경찰 조사과정은 문제투성이였다. 겁에 질린 D군을 윽박질러 진술을 하게 하는가 하면 늦은 시간 조사가 끝난 뒤 차비도 없는 D군을 혼자 돌려보냈다. 경찰은 보호자나 변호인이 입회했을 때만 청소년을 조사할 수 있다는 범죄수사규칙을 위반해 결국 D군의 진술은 모두 효력이 없게 됐다. 이 밖에도 경찰은 D군에게 “바른대로 말하지 않으면 교도소 간다.”라고 겁을 주고 욕설을 퍼붓는가 하면 밤 9시에 조사를 마칠 때까지 밥도 주지 않았다. 권익위는 사회적 약자인 청소년에 대해 욕설과 폭언을 하고 인권보호수칙을 지키지 않았다며 경찰에게 시정을 권고했다. 해당 경찰들은 자체적으로 열린 징계위원회에서 견책처분을 받기도 했다. ●“내 업무 아냐”… 수개월 기다려야 경찰이 수사를 오랫동안 지연시켜 공소시효가 지나 버리는 등 수사 지연과 업무태만도 도마에 올랐다. 경남 통영시의 한 어촌마을에 사는 70대 노인 E씨는 마을에 조직된 어촌계에서 왕따를 당하는 등 마을사람들과 불화가 있었다. E씨는 경찰서에 마을사람 중 한명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서 “어업피해 보상과 관련한 어촌계 내부의 비리를 알고 있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제출했다. 그러나 담당경찰은 비리사건은 자신의 업무가 아니라면서 담당자를 찾아 연락을 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E씨가 고발장을 제출한 지 두 달이 지나도록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참다 못한 B씨가 6개월 뒤 직접 경찰서를 찾아가 자초지종을 물었지만 그제서야 “고발장이 제대로 접수되지 않았다.”는 어이없는 답변만 늘어놓았다. 화가 난 B씨는 고발장을 내놓으라고 했지만 경찰은 “문서를 이미 파기했다.”며 사과했다. 권익위는 경찰이 제출한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하지 않고, 임의로 없애 범죄수사규칙을 위반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전남 여수의 한 어촌계장이 6년간 저질러 온 임대료 횡령, 편취 등의 각종 범죄행위를 알면서도 묵인해 공소시효를 넘기게 한 경찰도 있었다. 마을 주민 F씨는 어촌계장이 6년간 공동어업권을 무단으로 빌려주고 임대료를 횡령하거나 여수 인근의 무인도인 수리섬의 소유권 이전을 두고 돈을 챙기는 등 각종 비리를 저질렀다며 어촌계장을 고소했다. 그러나 수사의뢰를 받은 경찰관은 수수방관했다. 특히 경찰은 어촌계장의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탓에 지난해 6월 공소시효가 지났다. ●접수하면 신고자 보호 나 몰라라 경찰은 사건의 신고자, 목격자 등에 대한 보호를 소홀히 해 오히려 이들이 피해를 입은 사례도 포함됐다. 40대 남성 G씨는 길거리에서 폭행사건을 목격하고 112에 신고했다가 되레 봉변을 당했다. G씨는 그날 경기도 부천에 일을 보러 갔다가 중년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길거리에서 여성을 마구 때리는 모습을 보고 곧바로 경찰에 알렸다. 잠시 뒤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자 방금 전까지 때리고 맞던 남성과 여성의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맞던 여성은 경찰에게 자신을 때린 사람은 G씨라며 거짓말을 했다. 여성이 막무가내로 우기는 통에 경찰도 G씨를 폭행 피의자로 생각하고 남녀와 함께 경찰차 뒷좌석에 태웠다. 다행히 현장을 떠나기 직전 또 다른 목격자가 “때린 사람은 G씨가 아니라 다른 남자”라고 진술해 오해는 풀렸지만, 경찰이 목격자 진술을 듣기 위해 차에서 내린 사이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 있던 남녀는 G씨의 멱살을 잡고 얼굴을 때리며 분풀이를 했다. G씨는 사건을 신고하고도 억울하게 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됐다. 권익위는 “경찰이 신고자 보호에 소홀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던 피해를 입혔다.”고 시정권고했다.
  • 中 광둥성 토지수용 불만 수천명 격렬시위

    中 광둥성 토지수용 불만 수천명 격렬시위

    토지수용과 관련된 보상에 불만을 가진 주민들의 집단시위가 빈발하면서 중국 남부 광둥성에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 21~22일 광둥성 산웨이(汕尾)시 루펑(陸豊)현 둥하이(東海)진 우칸(烏坎)촌에서 토지 수용에 항의하는 주민들의 집단시위가 발생한 이후 인근 마을로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25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 등에 따르면 시위가 벌어졌던 우칸촌 인근의 룽터우(龍頭)촌에서도 지난 23일 주민들이 불도저 2대와 굴착기를 동원해 수용된 토지의 철망을 뜯어내는 등 강력한 항의시위를 벌였다. 수천여명의 주민들은 루펑현 정부청사를 둘러싼 채 “우칸에 이어 룽터우도 일어섰다.” “룽터우촌은 죽기를 각오하고 농지를 보호한다.” “땅이 있어야 사람이 있고, 땅이 없으면 망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인근 룽탄(龍譚)촌 주민들도 자신들의 토지가 보상 없이 강제수용된 데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는 등 토지보상과 관련된 루펑현 시위사태는 주변마을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우칸촌에서는 지난 21~22일 주민들이 파출소를 공격하는 등 격렬한 항의시위를 벌였다. 주민 200여명은 21일 토지수용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다 진압경찰과 충돌했고, 이 과정에서 어린아이가 경찰에 맞아 숨졌다는 소문이 돌면서 감정이 격앙됐다. 이들은 다음 날 마을 인근의 파출소에 몰려들어가 경찰차를 부수고 파출소에 근무하던 경찰들을 공격했다. 이 시위로 경찰 10여명이 부상했고, 경찰차량 6대가 파손됐다. 주민들의 시위가 주변마을로 확산되면서 당국이 크게 긴장하고 있다. 둥하이진 30개 마을의 책임자들은 지난 23일 긴급회의를 열어 대책마련에 나섰다. 회의에 참석한 한 인사는 “가능한 한 빨리 모든 문제를 해결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면서 “당국은 우리에게 마을 주민들 사이에 불만이 고조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라고 경고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광둥성 루펑현 시위사태가 심상치 않은 것은 지방정부와 토지개발업자 간 결탁을 통해 주민들의 삶의 터전인 토지를 헐값에 개발업자에게 넘기고, 주민들에게는 쥐꼬리만한 보상비만 건네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단 광둥성만의 문제가 아닌데다 부패와 관련돼 있어 상황이 심각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번 시위사태에서도 주민들은 ‘부패 척결’ ‘관상(官商)결탁 척결’ 등의 구호를 전면에 내걸고 있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폐광지역 살려내라” 태백시 뿔났다

    “폐광지역 살려내라” 태백시 뿔났다

    “폐광지역 주민들이 생존을 위해 도움을 청하는데 정부는 왜 나 몰라라 합니까?” 강원 태백시민들이 국회 앞 시위를 벌이며 생존권 투쟁을 벌이고 있다. 폐광지역을 살리기 위해 폐광지역특별법(폐특법) 연장 등을 정부에 요구했지만 대답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태백시지역현안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와 시민 1000여명은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상경투쟁집회를 열고 3000명 이상의 고용 대체산업 유치, 국민안전체험 테마파크 정부 운영, 강원랜드의 폐광지역 균형 투자, 폐광지역지원특별법 연장 등 9개의 지역 현안 해결을 촉구했다. 대책위는 “태백시민들의 생존권 쟁취를 위한 뜨거운 함성과 염원인 폐특법과 대정부 합의문을 이끌어내고 중앙부처를 방문해 합의사항 이행을 수 차례 건의했지만 정부는 현재까지도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정부의 조속한 대책을 촉구했다.이들은 또 “태백은 계속되는 인구감소와 대체산업 정착이 요원한 실정으로 백척간두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며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무기한 전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회의원, 지역 도의원 등은 삭발식까지 펼치며 “폐특법 연장, 대체산업 유치 등은 생존의 문제이지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다.”고 역설했다. 집회에 나선 시민들은 ‘파멸이냐 생존이냐 생존권 수호하라’,‘태백시 우롱하는 정부는 각성하라’, ‘더이상은 못 참겠다 태백시민 다 죽는다’ 등의 구호가 담긴 만장을 들고 시위를 펼쳤다. 대책위는 지난달 23일 황지연못에서 대정부 투쟁 출정식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촛불집회, 침묵시위, 중앙정부청사 항의방문, 궐기대회 등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1일에도 태백지역 대부분의 상가가 철시하고 110여개 시민·사회단체와 350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생존권 시위를 벌였다. 당시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3000명 고용 대체산업 유치와 국민안전체험테마파크 운영, 강원랜드의 폐광지역 균형투자,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 연장, 석탄산업법 개정 등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앞서 지난 1999년 12월에도 12일동안 농성을 벌여 고용 대체산업 유치 등 지역경제 회생방안 5개항을 정부와 합의한 바 있다. 김연식 태백시장은 “태백의 인구는 한때 13만여명으로 전성기를 누렸지만 정부의 석탄산업 합리화정책으로 이제는 5만여명으로 급감하고 지역 경제는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이다. 태백시민들은 생존권을 걸고 폐특법 연장 등 정부 지원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차일피일 이를 미루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우리는 태백에서 살고싶다. 살려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태백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Canada West & East ① I Love Victoria 실크처럼 몸에 감기는 빅토리아

    Canada West & East ① I Love Victoria 실크처럼 몸에 감기는 빅토리아

    여행 중에 가장 당혹스러운 순간은, 마치 자신이 불청객이 된 듯한 느낌이 들 때다. 도시에 흡수되지 못하고 부유하는 듯한 이물감... 해협을 끼고 내항에서 다시 내항으로, 빅토리아는 캐나다 서부의 가장 안락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 Canada West & East 이 달에 <트래비> 특집에서는 캐나다의 세 여인을 만났다. 꽃처럼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빅토리아Victoria는 서부 해변의 여인이다. 세련되었지만 새침하지 않는 밴쿠버Vancouver는 멋내기를 좋아하는 아가씨다. 상냥한 매력으로 사람을 매혹시키는 퀘벡Que′bec은 프랑스에서 왔다. 당연히 세 여인과 데이트하는 법은 달랐다. 쿵쿵 뛰는 심장을 살짝 눌러주어야 했던 달콤한 기억. 미처 전하고 오지 못한 ‘사랑의 고백’을 이제야 털어놓는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I Love Victoria 실크처럼 몸에 감기는 빅토리아 여행 중에 가장 당혹스러운 순간은, 마치 자신이 불청객이 된 듯한 느낌이 들 때다. 도시에 흡수되지 못하고 부유하는 듯한 이물감. 하지만 브리티시 콜롬비아British Columbia의 주도 빅토리아에서라면 그런 불쾌함은 잊어도 좋다. 오히려 몸에 착착 감기는 안락함. 심지어는 일체감. 사실 빅토리아는 태생적으로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조건을 갖추고 있었고, 그래서 방문객의 행렬이 끊이지 않았으며, 자연스레 ‘친여행자 도시’로 성장했다. 그러니 가서 그녀와 친해지기만 하면 된다. 탐색에 앞서 잠시 역사를 살펴보자. 도시의 설립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북미의 가장 큰 소매업체로 무역을 주도했던 허드슨 베이 컴퍼니였다. 1843년 창설 당시 포트 빅토리아의 풍경은 지금보다 영국풍이 더 짙었으며 해군들이 대거 주둔하고 있었다. 이후 1858년 골드 러시 기간 동안 도시는 유럽인과 아시아인들을 적극 받아들이며 성장했고, 다양한 문화가 조화롭게 뒤섞여 발전한 흔적들은 지금까지도 도시 곳곳에 남아 있다. 글·사진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캐나다BC주관광청 www.hellobc.com Beautiful Harbour 잊지 못할 해변의 여인 빅토리아 여행은 항구에서 시작됐다. 미국 시애틀에서 출발한 배는 3시간의 질주 끝에 캐나다 빅토리아의 내항에 사람들을 내려놓았다. 엄밀히 말하면 빅토리아는 밴쿠버 아일랜드라는 섬의 남쪽에 자리잡은 도시다. 아직 메인랜드에 도착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그 섬의 규모가 남한 면적의 3분의 1정도이니 이미 충분히 크다. 짐을 챙기고 입국절차를 마치고 나자 부두에서 호텔까지는 걸어갈 수 있을 만큼 가까웠다. 이 도시에서의 여행이 이렇게 순탄하고 편안하리라는, 강한 예감이 들었다. 빅토리아 다운타운의 구조는 간단하다. 내항의 가장 안쪽 코너를 끼고 있는 주정부청사Legislature Buildings와 페어몬트 호텔은 고풍스러운 외관으로 도시의 랜드마크 역할을 한다. 관광안내소에 들러 즉석에서 계획을 짜고, 부차든 가든처럼 유명한 곳을 방문하기 위해 몇 가지 교통편을 예약하는 일은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 지갑을 열 만한 호텔과 쇼핑점, 카페, 레스토랑 등은 대부분 항구쪽에 집중되어 있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19세기 영국풍 상점들이 남아있는 메인 쇼핑거리인 거버먼트 스트리트Government Street가 200m쯤 이어지고, 그 너머에는 차이나타운이 있다. 빅토리아 차이나타운은 작지만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비밀문이라도 되는 양, 한 사람만을 겨우 통과시키는 좁은 골목길인 판 탄 앨리Fan Tan Alley을 통과하자 모습을 드러낸 차이나타운은 조금 퇴색한 모습이었다. 아편과 도박이 유행했던 시절에 대한 기록들도 남아있었다. 빅토리아는 유럽과 아시아뿐 아니라 캐나다 원주민들의 문화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거리에는 전세계에서 온 사람이 넘치고, 물 위에는 온갖 종류의 배가 항해하고, 물 아래에는 돌고래가 헤엄치는 다양하고 활기찬 도시다. 1 빅토리아에 가장 먼저 발을 들여 놓았던 영국 탐험선 제임스 쿡 선장의 동상 너머로 밤마다 화려한 불빛을 두르는 BC주정부 청사가 보인다 2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된 크레이그다로슈저택의 다이닝룸. 1800년대 말 빅토리아 최고 부호의 저택은 식탁마저도 예사롭지 않다 3 작은 요트들이 정박해 있는 빅토리아 내항의 평화로운 풍경 4 황폐한 채석장에서 세계 최고의 정원으로 변신한 부차트 가든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항구 도시의 안팎을 거닐다 스치며 구경하는 대신 공을 들여 관람해야 하는 곳들이 있다. 그 첫 번째는 BC주의 역사를 독특한 방식으로 전시한, 로열 BC 뮤지엄(www.royalbcmuseum.bc.ca)이다. 1886년부터 운영해 오면서 방대한 규모의 자료를 소장하게 되었는데 특히 퍼스트 네이션first nation이라고 부르는 캐나다 원주민들의 신앙과 생활유물이 흥미롭다. 그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BC주의 비공식 예술 수호성인’으로 추앙받는 화가, 에밀리 카Emily Carr의 작품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원주민의 삶에 대한 그녀의 애정이 읽힌다. 뮤지엄 관람 후에 주변을 둘러보는 시간도 마련해야 한다. 1940~50년대에 세워진 원주민들의 토템폴Totem Pole과 목조주택, 공룡발자국 주형물, BC주 고유 수종으로 이뤄진 가든, 1852년에 축조된 BC주에서 가장 오래된 가옥 등 볼거리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운이 좋으면 BC주에 사는 독일인들이 선물했다는 네덜란드 편종Netherlands Carillon에서 울려 퍼지는 62개의 종소리가 들려올지도 모른다. 1898년에 세워진 주정부청사Legislature Buildings도 입장이 가능하다. 무게감이 느껴지는 주회의장이라든가 BC주의 정치역사를 보여주는 각종 사진과 자료들, 그리고 100년 전 건축의 특징들을 찬찬히 돌아보면 캐나다라는 나라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까다로운 절차 없이 출입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캐나다의 정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내항의 풍경에 익숙해졌다면 수상택시를 타고 외항으로 나가 보자. 수시로 이륙하고 착륙하는 경비행기와 작은 보트들, 요트들로 가득한 항구를 가로질러 피셔맨스 와프Fisherman’s Wharf를 찾아갔다. 보트하우스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배를 개조해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의 살림살이가 궁금한 또 다른 사람들이 배를 타고 찾아오는 곳, 그래서 관광명소가 되어 버렸다. 관광객들은 밥스Barb’s 레스토랑의 인기 메뉴인 피시앤칩스를 먹은 후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들고 남의 집을 기웃기웃하다가 물개에게 먹이를 주기도 한다. 누군가 물고기 바구니를 들고 접근하면 귀신처럼 알고 수면으로 올라와 먹이를 조르는 물개들의 재롱에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가 힘들다. 극과 극 체험이라고 할까. 크레이그다로슈저택Craigdarroch Castle은 보트 하우스와 대극을 이루는 초호화 저택이다. 4층의 가옥 안에는 오크나무로 만들어진 87개의 계단이 있고 창문은 멋진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됐으며, 가구들은 하나하나 예술작품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정교하다. 석탄 채광으로 BC주 최고의 부자가 된 로버트 던스뮤어Robert Dunsmuir가 원했던 것은 빅토리아 시대의 건축 기술과 공예기술이 총동원된 최고의 주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집이 완성되기 한 달 전인 1889년에 사망했고 그 모든 호사를 누리며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은 사람은 아내 조안Joan이었다. 아르마딜로(북미에 사는 동물)의 가죽으로 만든 바구니, 하녀와 소통하기 위해 벽에 설치했던 튜브 모양의 인터컴, 사진 감상용 안경, 당구실에 설치된 망원경, 사람의 머리털과 말의 털로 만든 화환장식 등 흥미로운 물건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또 타워에 올라가면 빅토리아 시내의 전망도 눈앞에 펼쳐진다. 조안의 사망 이후 고택은 퇴역군인병원, 대학 사무소, 음악 학교 등으로 사용되었다가 현재 일반에게 개방되고 있다. 비영리기구가 운영을 맡아 매년 15만명에 이르는 방문객들의 후원으로 살림살이를 하고 있다. 던스뮤어 가문과 다르게 위대한 유산을 대를 이어 잘 지켜 온 가문을 대라면, 이견 없이 부차드 가문을 떠올릴 수 있다. 100년 전 로버트 부차트와 제니 부차트 부부는 황폐한 채석장에 나무와 꽃을 심기 시작했다. 그들은 세계를 여행하면서 수집한 수목들을 조화롭게 가꾸어 선큰 가든Sunken Garden을 조성했다. 이후 이탈리아 정원, 장미 정원, 일본 정원 등으로 차츰 규모를 늘려 왔고, 이제 그 후손들의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 결과가 22만 평방미터에 이르는 부차트 가든Butchart Gardens이다. 천천히 꽃을 감상하며 전체를 돌아보기 위해서는 사실 한나절도 부족하다. 부차트 가든의 특징은 꽃과 나무에 이름표가 전혀 없다는 것. 궁금증이 있으면 직원들에게 문의하거나 사진을 찍어 온라인으로 질문하면 답을 얻을 수 있다. 단, 아무리 궁금해도 후손들이 살고 있는 사택의 문을 두드려서는 안 된다. 대신 꼭 해봐야 하는 것이 있다면 ‘다이닝룸 레스토랑’에서의 우아한 애프터눈 티다. 본고장인 영국이 무색할 만큼 격식을 갖춘 티세트(1인당 26.65캐나다달러, 세금 별도)는 디저트용 위를 따로 보유하지 않은 이상 다 소화하기 힘들 만큼 푸짐하다. 스폰지 케이크, 홈메이드 소시지, 라스베리 마지판, 초콜릿 마카롱, 각종 샌드위치, 생강 스콘, 다즐링 홍차 등으로 이뤄져 있다. 부차드 가든(www.butchartgardens.com)은 시내에서 북쪽으로 21km 정도 떨어져 있으므로 CVS 크루즈 빅토리아(www.cvscruisevictoria.com)에서 운영하는 차편과 부차트 가든 입장권이 포함된 패키지(3시간 30분, 48캐나다달러)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Things to do 빅토리아를 만나는 법 빅토리아는 혼자서도 씩씩하게 여행할 수 있는 곳이다. 물론 둘이라면 더 좋다. 효율적인 여행 계획을 위한 몇 가지 교통 팁과 해볼 만한 액티비티를 소개한다. 혼자라도 상관없다. 물론, 둘이라면 더 좋겠지만. Clipper & Ferries 바다 건너 그녀에게 가는 길 빅토리아가 미국과 멀지 않다는 지리적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시애틀 같은 북미의 도시를 여행의 관문으로 이용할 수 있다. 시애틀에서 빅토리아 내항까지 3시간 만에 주파하는 빅토리아 클리퍼Victoria Clipper가 있기 때문이다. 국경을 넘는 것이므로 체크인, 체크아웃의 과정이 있지만 시원하게 달리는 뱃길 여행을 즐길 만하다. 빅토리아로 향하는 동안 왼쪽 시야를 장악하는 웅장한 산맥은 워싱턴주의 올림픽 마운틴이다. 클리퍼 요금은 온라인 예약시 100미국달러 내외이며 조기예약 할인을 이용하면 저렴하다. www.clippervacation.com 빅토리아와 밴쿠버 사이를 이동하는 방법도 배다. 페리에 탑승하는 시간은 95분 내외. 페리의 규모가 커서 푸드코트 등의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편도 요금은 15캐나다달러 내외. 이 밖에도 BC 페리는 25개 항로에서 최대 478개 항구까지 차량과 승객을 운송하는 정교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www.bcferries.com Big Bus 보는 만큼 알게 되리라 도시를 집중 학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처 걷거나 달려 보는 것이다. 빨간색 빅버스는 올드 타운, 차이나타운, 록랜드, 오크베이 빌리지 등 23개의 정류소를 90분 안에 이동하며 대략의 분위기를 스캔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매일 10~20분 간격(비수기에는 45분 간격)으로 운행하므로 홉 온 홉 오프hop-on-hop-off 버스의 장점을 잘 살려서 원하는 곳에서 내려서 시간을 보내다가 다음에 오는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된다. 트롤리 스타일의 이층 버스에 앉아 바람을 맞는 기분도 좋고 이어폰으로 한국어(7개 국어를 서비스한다) 안내를 듣는 것도 흐뭇하다. 빅토리아 빅 버스 2일권은 37캐나다달러, 밴쿠버 2일권은 45캐나다달러이며, 2개 도시에서 모두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은 72캐나다달러다. 티켓은 기사에게 직접 구매할 수 있다. www.bigbus.ca Walk + Run 시속 4km로 만나는 빅토리아 걷기 여행의 트렌드를 빅토리아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건강한 여행자라면 튼튼한 두 발로 빅토리아 다운타운뿐 아니라 외곽지역까지 여행하는 일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 방법을 모를 뿐. 그래서 우연히 발견한 <Walk+Run Downtown Vitoria> 지도는 횡재에 가까웠다. 왕복 혹은 편도를 기준으로 4~6km 거리로 설계된 7개의 도보여행 코스는 규모가 작은 다운타운을 과감히 벗어나 동서남북, 어느 방향으로 걸어가야 할지를 명확히 알려준다. 어퍼 하버 워크웨이, 시크릿 패시지, 하버 뷰, 후안 데 푸카, 아트 & 앤티크 등의 코스가 있다. 준족의 여행자라면 6~12km 사이의 조깅코스에 도전해도 좋다. 남쪽의 비콘힐 파크Beacon Hill Park는 해변을 끼고 있어서 최상의 풍경을 약속한다. 하나 더, 빅토리아는 50km에 이르는 사이클링 코스도 갖추고 있다. Spinnakers Brewpub 영혼은 양조장에, 심장은 부엌에 스피나커스 가스트로 브루펍Spinnakers Gastro Brewpub은 빅토리아에서 유일하게 식사와 양조맥주 시음을 함께할 수 있는 곳이다. ‘수공예 맥주’라고 불리는 정교한 맛의 맥주뿐 아니라 요리 실력으로도 최고를 인정받고 있다. ‘스피나커스의 영혼은 양조장에, 심장은 부엌에 있다’는 누군가의 표현이 그럴싸하다. 그 비결은 아무래도 세월의 내공에 있는 것 같다. 스피나커스는 캐나다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 중의 하나다. 북미 지역에 소규모 양조장이 유행처럼 생겼던 양조장 르네상스의 시대에 스피나커스는 최일선의 개척자였다. 일례로 빅토리아에는 에일 트레일 셀프 투어가 있는데 스피나커스는 그중 가장 인기 있는 명소다. 100% 밴쿠버 아일랜드에서 생산된 재료들만 사용하는 것도 이 집의 자랑 중 하나다. 주소 308 Catherine Street, Victoria, British Columbia V9A 3S8 문의 1-877-838-2739 www.spinnakers.com Fairmont Empress Hotel 아침과 오후의 갈등 빅토리아 최고의 티타임 장소는 페어몬트 엠프레스 호텔Fairmont Empress Hotel이다. 호텔이 워낙 고가라 숙박은 엄두를 내지 못하더라도 애프터눈 티 정도는 욕심을 내볼 만 하다. 19세기에 빅토리아로 이주해 온 영국인들이 함께 가져온 오후의 티타임은 이곳에서도 익숙한 시간이다. 사라사 무명으로 둘러싸인 티 로비에는 100년 역사를 증명하는 앤티크 가구들이 거만하게 앉아서 손님을 기다린다. 역사가 오랜 만큼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전해 온다. 1908년 개보수 공사 중에 나온 목재로 현재 티 로비의 테이블을 만들었으니 어찌 보면 바닥목재 위에서 차를 마시는 것과 마찬가지다. 예약은 온라인으로도 가능하며 비수기 요금은 51캐나다달러 내외. 주의할 점은 최소한 스마트 캐주얼 이상의 복장 격식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소 721 Government Street Victoria, BC V8W 1W5 문의 250-384-8111 www.fairmont.com Kayak Tour 생애 첫 카약에 도전하기 카약은 한국에서 그리 대중적인 레저 스포츠가 아니지만 빅토리아에서는 친숙하고 일상적인 운동이다. 그 첫 경험지로 빅토리아 항구만큼 적합한 곳도 없다. 피셔맨스 와프에 위치한 켈프 리프 어드벤처Kelp Reef Adventures에서는 가이드가 있는 카약 투어를 해볼 수 있다. 장비와 복장을 제공하기 때문에 선글라스, 모자, 카메라만 준비하면 된다. 오전 9시에 출발하는 3시간 동안의 패들Paddle 프로그램은 후안 데 푸카 해협을 따라 천천히 패들을 저어 나가다가 켈프 포레스트에서 간단한 피크닉 시간도 갖는 일정이다. 밴쿠버 아일랜드의 생태계와 해양생물들을 가까이 관찰할 수 있는 기회. 오후 7시에 시작하는 해질 무렵의 이브닝 카약도 낭만적이다. 저녁 식사를 위해 떠오르는 물개, 수달들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 모닝 패들(3시간)은 90캐나다달러, 2시간 투어나 이브닝 패들은 각각 59캐나다달러다. 문의 250-386-7333 www.kelpreef.com 1, 2, 3 항구도시 빅토리아에는 요트, 수상택시, 조정, 수상 경비행기, 마차, 2층 버스, 관광용 자전거 등 다양한 교통수단이 관광객을 싣고 하루 종일 분주히 움직인다 4 수상가옥이 모여 있는 피셔맨스 와프는 호기심을 자아내는 곳이다 5 피셔맨스 와프에서는 물고기가 든 바스켓을 들고 물가에 접근하자마자 물개들이 환호하며 수면으로 떠오른다 6 위풍당당한 BC주정부 청사는 일반 관광객에게도 개방되어 있다 7 로열 BC 뮤지엄에서는 캐나다 원주민의 생활상과 유물을 실감나게 경험할 수 있다 8 비틀즈의 멤버였던 존 레넌이 소장했던 차를 뮤지엄 로비에서 만났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지방시대] 제주 해군기지 문제도 소통 부족/이지훈 지역희망디자인센터 상임이사

    [지방시대] 제주 해군기지 문제도 소통 부족/이지훈 지역희망디자인센터 상임이사

    해군기지 파동으로 최근 핫이슈의 한가운데 놓였던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이 마을 초등학교와 마을회관이 있는 오거리에는 슈퍼마켓 두 곳이 마주보며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해군기지를 찬성하는 주민들은 A마트, 반대하는 주민들은 B마트만 이용한다. 외부인이 이런 상황을 잘 모른 채 한 슈퍼마켓을 이용하게 되면, 다른 한쪽의 야멸찬 시선을 받기 일쑤였다. 심지어는 이런 해프닝도 있었다. 지난 5일 오전 “해군기지 반대 세력이 개를 시켜 우리 집 개를 물어뜯는다.”는 신고전화가 서부파출소에 걸려왔다. 경찰이 곧바로 강정마을로 출동해 상황을 파악한 결과 단순 개싸움으로 밝혀졌는데, 사건의 전말이 기가 막히다. 이른바 가해 개는 강정마을에서는 유명한 ‘중덕이’로, 이 놈이 해군기지를 찬성하는 주민 소유의 개를 문 것이다. 단순 개싸움조차 찬반으로 나뉘고, 경찰이 출동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까지 벌어진 것이다. 웃어넘기기엔 너무나 뒷맛이 씁쓸하다. 이것만이 아니다. 마을공동체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100개가 넘는 친목계, 수십개의 각종 모임이 모두 깨지고 경조사에도 서로 가지 않는단다. 5년여에 걸친 해군기지 갈등이 마을을 갈가리 찢어 놓은 것이다. 물이 귀한 제주에서, 사시사철 늘 맑고 깨끗한 물이 흘러내리는 두 개의 하천(강정천과 악근천)을 끼고 있는 마을. 땅까지 비옥한 덕에 마을 사람들이 고루 잘살아 ‘일강정’으로 불리는 자부심 넘치는 마을이었던 이곳, 평화롭던 마을 공동체가 산산이 깨져 버린 것이다. ‘주민과 상생하는 해군기지’를 표방하는 해군이라면 이 갈등의 주요 원인 제공자로서 이러한 갈등을 치유하기 위한 노력에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했다. 특히 반대여론을 설득하고 주민들과 신뢰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전방위적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그러나 해군은 오히려 찬반 주민의 갈등을 부채질하고 적극 조장하는 듯한 모습만 보여줬다. 추석 전날인 지난 11일, 제주해군방어사령관이 해군기지를 찬성하는 일부 주민들의 집을 일일이 방문하며 ‘군납용 제주(祭酒)’를 추석 선물로 돌리다가 주민들의 항의를 받았다. 바로 전날 반대 주민들(강정마을회)에게 시설물 철거 계고장을 보내 ‘행정대집행’을 하겠다고 경고한 해군이 아니었던가. 강정마을회는 “군납용 추석선물 소동은 ‘네편 내편’을 가르는, 국가공권력의 치졸함을 드러낸 것”이라며 “해군기지로 인한 주민 갈등을 더욱 조장한 해군의 행태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필자는 해군기지에 대한 찬반을 떠나, 정부당국의 국책사업 추진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거버넌스’와 ‘소통’이라는 단어가 여전히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주제가 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특히 국책사업이 대다수 국민들의 행복과 안녕을 보장하기 위해 시행된다고 한다면, 해당 사업으로 인해 피해를 볼 수 있는 이들에 대한 이해와 설득, 소통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것이 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말이다. 해결이 안 되는 이유를 외부세력이나 이념으로 덧칠하기보다는, 그동안 소통을 위해 얼마나 진정성 있게 마을 주민들에게 다가서서 그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어 왔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소통은 ‘듣기’에서 시작된다.
  • “이자가 좋아 이용했는데…” 70대 예금자 울먹

    “이자가 좋아 이용했는데…” 70대 예금자 울먹

    토마토·제일저축은행 등 7개 저축은행의 영업정지가 확정된 18일 오후 해당 저축은행 영업점 안팎은 패닉 상태였다. 굳게 닫힌 출입문 밖에서는 영업정지 안내문을 보고 발을 동동 구르는 예금자들의 모습이, 안에서는 영업정지 소식에 후속 대책 마련에 분주한 직원들의 모습이 교차됐다. ●“번호표 지금 달라” 항의 빗발 업계 2위 토마토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소식이 전해진 직후 경기 성남시 수정구 토마토저축은행 본점에는 60여명의 예금자가 찾아와 은행 측과의 대화를 요구했다. 일부 흥분한 예금자들은 셔터를 발로 차기도 했고 곳곳에서 “내 돈 돌려달라.”는 아우성이 들리기도 했다. 한 여성은 “이 은행에 3억원을 넣었다. 기미가 이상해 지난 금요일 은행 직원에게 문의했는데 ‘걱정 말라’는 답변만 들었다.”고 은행측의 무성의를 성토했다. 70대로 보이는 한 예금자는 “내 돈은 2000만원 예치돼 있지만 자식들 돈 3억원도 이곳에 있다.”며 “이자가 좋아 이 은행을 이용했는데 은행은 지금 전화도 받지 않는다.”고 울먹였다. 예금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은행 측은 영업정지와 관련한 설명회를 19일 오전 9~10시, 오후 1~2시 두 차례에 걸쳐 성남시 신흥3동 주민센터에서 열겠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다시 붙였다. ●“없는 사람만 당하는 거냐” 울분 토마토저축은행 수원지점에도 예금자 50여명이 몰려든 가운데 경찰 10여명이 긴급 출동, 불상사에 대비했다. 토마토저축은행 김수진(42) 수원지점장은 예금자들 앞에서 “월요일 오전 9시부터 수요일 영업종료 시까지 5000만원 이하 예금자들에게 하루 300명씩 번호표를 나눠준 뒤 목요일부터 가지급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에이스상호저축은행에 5000만원을 예금한 한모(51)씨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미리 정보를 입수해 돈을 찾아가고 없는 사람들만 이렇게 당하는 거 아니냐”며 울분을 토했다. 임주형기자·전국종합 lark3@seoul.co.kr
  • [열린세상] ‘安風’의 정치적 교훈/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열린세상] ‘安風’의 정치적 교훈/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서울시장 출마설의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아니 정치와 언론이 안철수 바람에 매달리고 더 키우고 싶어하는 듯하다. 왜 그럴까. 그동안의 정치가 보여주지 못했던 모처럼의 흥미와 감동, 그리고 유익을 조금이라도 더 끌고 가고 싶은 심사가 작동한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여야 정당 가릴 것 없이, 심지어 대통령과 청와대까지도 유권자의 정서, 희망사항과는 한참 동떨어진 채 빗나가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래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정당은 물론, 청와대까지도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든 학생처럼 놀라고 당황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는 그야말로 현실이고 조직이기 때문에 닷새간의 안철수 바람이 현실 정치에서 실제 정치 세력으로 부상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치적 돌풍을 일으킨 그 짧은 기간에서조차 안 교수는 ‘간이 배 밖에 나왔다.’는 등의 험한 말을 들어야 했고 안 교수 스스로 ‘한나라당 응징’이라는 사실상 정치적 실언을 함으로써, 그가 거리를 두고 싶어하는 기존 정치인과 같은 처지에 빠져들 뻔했다. 그러나 최고의 관심과 인기를 누릴 때 떠나는 스타처럼, 안 교수는 안풍(安風)이 최고점에 다다를 때 홀연히 정치판에서 퇴장함으로써 최고의 정치적 효과를 거두고, 신비감이라는 부수적인 과실도 얻을 수 있었다. 문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총선, 대선을 앞둔 정치판도가 안풍이 가라앉는다고 해서 결코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극히 짧은 안철수 돌풍은 그간의 정치판의 속살을 거의 모조리 드러내 버리면서 현실정치가 이렇게 변해야 한다는 몇 가지 정치적 교훈을 남기고 물러났다. 정치가 변하지 않으면 안풍 또는 다른 형태의 안풍이 언제든지 몰아닥칠 터이다. 첫째, 정치권력의 소통노력, 소통 능력의 중요성에 대한 일침이다. 안철수 돌풍의 계기가 됐던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에 정당들이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해 보지만, 결국 투표 결과는 집권세력의 소통 부재에 대한 항의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무상급식 정책 자체는 지자체 예산의 효율적 집행 측면에서 분명 포퓰리즘적인 속성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오세훈 전 시장과 야당이 이 문제를 정책이 아니라 정치 투표로 끌고 가면서 어느새 이미 집권세력과 시민과의 소통 문제가 이번 투표의 핵심이 돼 버렸다. 이번 투표 결과는 결국 여러 업적에도 불구하고 시민과의 소통에 문제를 드러낸 대통령과 집권 정당에 대한 집단적인 불만의 표현이었다. 소통의 문제는 야당도 예외가 아니어서, 안풍은 야당에 결코 유리하게만 작용하지 않고 있다. 소통 능력의 문제는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당락의 주요변수가 될 공산이 크다. 현재 급부상하고 있는 차기 대권 후보들의 공통된 특징은 들려줄 스토리가 있다는 것이고, 그 스토리를 가지고 유권자와 소통할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둘째, 안풍은 국정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대안 이슈에 대한 갈구를 암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집권정당이든 야당이든 유권자들을 감동시킬 국정 이슈를 가지고 있지 못했다. 그러니 소통도 잘 안 된다. 4대강, 경제 살리기, 공정사회, 공생 등은 나름대로 취지는 좋지만 일방적이고 도식적이어서 관심과 감동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은 안철수 바람을 통해 뭔가 창의적이고 대안적인 국정이슈, 그리고 이슈에 접근하는 다른 방식에 대한 갈구를 드러냈다. 차기 지도자가 되는 길은 창의적인 국정 이슈의 창출과 그것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얻는 데 있다. 셋째, 안철수 바람을 일으킨 미디어가 무엇이었느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안풍은 신문 방송, 또는 독립적인 온라인 매체와 같은 소위 전통적인 언론매체에 의해서 불어 닥치지 않았다. 뉴스가 아니라 강호동의 무릎팍 도사 등 소위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또 온라인도, 오프라인 미디어도 아닌 ‘청춘 콘서트’와 같은 탈미디어 경로를 통해 안철수 교수는 어느새 스타 정치인이 됐다. 안풍은 정치뿐만 아니라 언론매체에도 변화와 창의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 [Weekend inside] 주민센터 공무원들에게 들어본 민원백태

    [Weekend inside] 주민센터 공무원들에게 들어본 민원백태

    올해 설 무렵의 일이다. 수도권의 한 시의원이 “왜 나를 몰라보느냐.”며 주민센터 공무원에게 가방을 집어던지고 고함을 지르는 등 소란을 피워 입방아에 오른 적이 있다. 예전의 동사무소 직원은 주민에게 군림하는 공무원이었을지 모르지만, 민선단체장 시대로 접어들면서 사정은 180도 달라졌다. 그런데 달라도 너무 다르다. 문제는 주민센터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이른바 ‘진상’ 민원인들이다. 민원창구의 공무원에게 고래고래 고함을 치는 것은 기본이고, 인신 모욕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때로는 9급 창구 직원에게 “인사조치를 하겠다.”며 ‘공갈포’를 놓기도 한다. 주민센터에서 민원 담당 공무원들의 입을 통해 민원 백태를 들어 보자. 우선 규정에 어긋나는 일을 요구한다. 신용정보업체 직원들은 종종 돈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의 명단을 들고 와서는 주민등록초본을 대량으로 떼어 간다. 그러나 주민등록법은 동일인(또는 동일 법인)에게 하루 20건만 발급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어느 날 한 신용정보업체 직원이 68통의 초본을 당장 떼어 달라고 했다. 창구 직원은 선의로 “이번만 해 주겠다.”고 허락했지만 그 직원은 동료까지 불러들여 비슷한 양의 초본 발급을 요청했다. 그때서야 ‘얕보였다’는 것을 깨달은 직원이 강경하게 거절하자 신용정보업체 직원은 감사실로 올라가 길길이 뛰며 항의하다 돌아갔다. 법원이 행정기관에 떠민 책임을 동 직원이 뒤집어쓰는 일도 있다. 주로 형사상 책임이 얽힌 공탁사건이다. 주민센터는 인적사항이 명시된 서류를 갖고 오지 않으면 서류를 발급할 수 없다. 법원에서는 그러나 해당자를 확인할 수 있는 어떠한 정보도 주지 않는다. 개인정보 유출 방지가 이유다. 그러나 행정기관에 서류 발급을 요청하려면 주소지 정도는 알려줘야 한다. 동 직원이 법원에 전화해 “법원에서도 책임을 못 지는 걸 동 직원이 책임을 지란 말이냐.”라고 물으니 법원에서는 “형사사건에 관한 한 우리들도 책임을 질 수 없다. 알아서 하라.”고 쏘아붙인다. 통화를 지켜보던 민원인은 결국 폭발해 버린다. “서류 발급을 안 해 주면 나 공탁 못 걸어서 감옥 가야 하는데, 당신이 나 대신 감옥 갈 거야?” 결국 행정부의 말단 직원은 민원인의 분노와 항의를 고스란히 뒤집어써야 한다. 개인의 지갑을 열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서울 도봉구의 한 주민센터에 한 여성이 뛰어들어 왔다. 주민센터가 발급한 등본에 기관 인증이 찍히지 않아 경기도 일산에서 택시를 타고 왔다는 것이다. 동 직원은 인증을 찍어 주고 미안하다고 했지만, 민원인은 “일산에서 택시를 타고 왔으니 3만원의 택시비를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았고, 택시비를 주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을 태세였다. 동 직원은 자신의 지갑에 들어 있는 전 재산 1만 4000원을 내밀었고, 민원인은 이를 낚아채서 돌아갔다. 때리는 민원인보다 말리는 동료가 미울 때도 있다. 가족관계증명서 발급을 요청한 한 민원인. 서류 발급은 민원인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신청인의 이름을 넣게 돼 있다. 그러나 서류를 발급하자 그 민원인은 신청인을 자신의 딸로 바꾸어 달라고 요구했다. 딸의 신분증을 가지고 왔으니 신청인란에도 딸 이름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나와 아이가 모녀 관계인 걸 확인했으면 당연히 해 줘야 한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업무를 마비시켰다. 이 직원은 민원인의 뜻대로 서류를 꾸밀 수밖에 없었다. 민원인이 사라지자 옆에 있던 동료가 “그걸 왜 해 주냐.”고 핀잔을 줬다.“그럼 진상 민원인 앞에서는 왜 도와주지 않았느냐.”는 말이 튀어나올 뻔했다. 또 연말소득공제를 안 해 준다며 구청에 와서 “호적 원본을 달라”, “오늘부로 대한민국 국민 안 한다.”는 등 난리를 부리는 주민도 있다. 알고 보니 차상위 계층이라 세금 자체를 거의 납부할 일이 없어 연말에 소득공제할 것이 없는 사람이었다. 성북구의 한 동사무소에서는 한 모녀 민원인이 찾아와 ‘** 색종이 접기 교실’ 주소와 연락처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로비에 설치된 컴퓨터를 이용하시라고 권유하자 갑자기 삿대질을 하며 “언니뻘 되는 사람이 하라면 시키는 대로 해야지 그걸 또 거절을 하느냐.”며 “그러니까 결혼을 못하지. 넌 평생 혼자 살 팔자야.”라고 저주하며 떠났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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