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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 다세대도 2억 치솟아… “서민들에게 집값 폭등은 재앙”

    제주, 다세대도 2억 치솟아… “서민들에게 집값 폭등은 재앙”

    “땅값 올라 제주 사람들 대박 났겠네.” 제주도 사람들이 요즘 제주를 찾는 육지의 관광객들에게 듣는 소리다. 치솟는 부동산 가격에 제주 사람들은 부자가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많은 제주 토박이 서민들은 쓴웃음을 짓는다. 제주의 쓸 만한 땅은 대부분 투기에 밝은 외지인 소유다. 제2공항이 들어서는 성산 지역의 토지 41%가 이미 외지인 소유다. 수년 전부터 중국 자본이 앞다투어 개발이 가능한 땅을 싹쓸이하다시피 사재기를 했다. 중국 자본은 최근 지난해 3.3㎡(평)당 15만원을 제시했다가 사들이지 못한 서광리 마을목장 23만 76㎡을 1년여 만에 3배 가까운 42만 7000원을 제시해 298억원에 사들였다. 내 집이 없는 저소득층에게 제주 주택 가격은 재앙이다. 제주도개발공사는 올해 85㎡ 이하의 다세대주택 등 기존 주택 150호를 사들여 집이 없는 저소득층에게 싼값에 임대하기로 했다. 매입 상한선인 1채당 9300만원으로 잡고 예산은 139억 5000만원을 편성했다. 그러나 현재 집값은 1채당 2억원 안팎이다. 계획한 예산으로 주택을 사들이면 논란이 불가피해 아직 1채도 사들이지 못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는 제주도의 부동산의 문제를, 제주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제주 사람들의 속사정을 제주시를 중심으로 들여다보았다. ●땅 사서 농사짓는 제주 귀농은 불가능 “도무지 농사지을 맛이 안 납니다. 공사판에나 나갈 볼까 합니다.” 4년 전 고향인 제주로 귀농한 김모(57)씨. 김씨는 요즘 농사를 그만둘까 고민한다. 귀농 당시 김씨는 한경면 저지리의 감귤 과수원 6600㎡와 밭 3305㎡를 빌려 농사를 시작했다. 집을 판 돈과 퇴직금 등으로 제주의 감귤 과수원과 밭을 먼저 사들인 후 귀농할까 했지만, 초보 농사꾼이어서 농사를 몇 년 지어 보고서 확신이 생기면 땅을 구입하기로 했다. 감귤과 도라지 등을 재배하며 열심히 농사에 몰두해 자신감도 생겼다. 하지만 이제 하루가 멀다 하고 뛰는 농지 가격이 신경쓰였다. “농부는 자신을 땅을 가지는 게 소원입니다. 귀농 당시에 왜 바로 땅을 사지 않았는지 후회하고 있습니다.” 치솟은 농지 가격으로 김씨는 이제 자신의 땅을 사들일 엄두를 내지 못한다. 임차해 경작해 오던 감귤 과수원도 서울 사람에게 팔려 내년부터는 농사지을 다른 임차 과수원을 찾아야 한다. “귀농 당시 3.3㎡(평)당 20만~30만원 하던 동네 감귤 과수원이 지금은 70만~80만원을 호가합니다. 해마다 감귤값도 떨어지고 있는데 지금 80만원 주고 땅을 사서 농사짓는 것은 미친 짓입니다”라는 김씨는 “치솟는 농지 값 때문에 외지인들이 자신의 땅을 사서 농사를 짓는 제주 귀농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평당 10만원 넘는 농지를 구입하면 적자라는 것이 농사꾼들의 일관된 이야기다. ●“시골 농가도 구하기 어려워요” “결혼을 미뤄야 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내년 봄 결혼을 앞둔 직장인 고모(32)씨는 요즘 신혼살림을 차릴 집을 구하지 못해 애가 탄다. 5~6년 전만 해도 제주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변두리 주택가의 59.5~66㎡(18~20평) 규모 다세대주택은 1억원 정도면 골라잡을 수 있었다. 자신과 예비신부가 직장 생활을 하면서 모은 돈 6000만원에 은행 융자를 더해 신혼집을 마련하겠다는 고씨의 꿈은 산산조각나 버렸다. 제주 이주민이 많이 늘어나면서 제주 시내 다세대주택도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버렸다. 고씨는 “선배들은 제주에서 신혼부부들이 집을 구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었다”며 “8000만~1억원 정도 하던 다세대주택이 불과 몇 년 사이에 2억원 안팎으로 올랐고, 월세도 덩달아 올라 신혼부부들에게 큰 부담이 돼 버렸다”고 하소연했다. 고씨는 “제주는 서울 등에 비해 급여도 낮은데 부동산 가격은 치솟아 제주 월급쟁이가 내 집 장만하기는 정말 어렵게 됐다”고 한탄했다. 다음달 자식을 장가보내는 박모(57)씨도 치솟는 집값 때문에 당분간 자신의 단독주택에 방 한 칸을 내주고 데리고 살기로 했다. 박씨는 “제주는 전세도 거의 없는 데다 월세도 치솟아 월 200만원 정도 수입이 있는 자식이 70만~80만원의 월세를 내고는 생활이 되지 않는다”며 “집 옥상에 방 하나를 증축할까도 생각했지만, 건축 비용도 너무 올라 포기했다”고 말했다. 결혼을 앞둔 직장인 이모(33)씨는 “부모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예비부부들에게 제주의 주택 가격은 대재앙”이라며 “7~8년 전만 해도 빈집이었던 시골 농가도 이주민들이 선호해 가격이 폭등했고 구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감정원의 11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제주의 주택 매매가는 전월에 비해 1.02%의 상승률을 보여 지방에서는 가장 높았다. 전세가격 상승률은 서울 0.75%, 광주 0.64%, 제주 0.57%로 제주가 전국 시·도 중 3위를 기록했다. ●치솟는 집값에… 기업 유치 불가능 서울에서 제주로 이전한 기업에 다니는 김모(42)씨는 지난달 서울사무소에서 제주 본사로 전근 왔다. 김씨는 회사로부터 7000만원의 주거 지원비를 받았다. 초등학교가 인근에 있는 제주 시내에서 전세 7000만원짜리 집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김씨는 자신의 돈을 더 보태 제주 시내 변두리에 지은 지 20년이 다 돼 가는 30평 다세대주택을 전세 1억 3000만원에 구했다. 김씨는 “7~8년 전 제주 본사로 먼저 온 동료는 회사 지원금 등을 보태 아파트 한 채를 장만한 경우가 많다”고 비교했다. 2년 전 제주로 본사를 이전한 또 다른 기업은 직원들의 이주를 위해 제주 변두리에 짓고 있던 아파트 350채를 임대했다. 다행스럽게도 마침 완공이 임박한 아파트 단지가 있어 무더기로 직원용 아파트를 구할 수 있었다. 앞으로 임대료가 계속 인상되면 회사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회사 관계자는 “직원들의 거주비를 지원해야 하는 기업은 제주도로 회사를 이전하고 싶어도 못하게 됐다”며 “폭등하는 부동산 가격 때문에 제주는 아예 기업 유치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신규 택지 개발이라는 카드를 내놓았지만, 택지 지정과 개발에만 최소 10여년이 소요된다. ●상가 임대료 폭등 장사 포기 중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제주시 연동 바우젠거리에서 10여년째 장사를 하던 김모(56)씨는 2년 전 쫓겨나다시피 하며 장사를 그만뒀다. 중국인 관광객이 찾아오면서 바오젠거리 상가 임대료가 폭등한 것이다. 바오젠거리 상가 건물 상당수는 이미 중국인에게 넘어갔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다. 김씨는 “건물주가 갑자기 평소보다 2배 이상 임대료를 올려 달라고 해 장사를 접었다”며 “인테리어 비용은 물론 권리금도 못 건지고 계약 해지나 갱신 거절로 쫓겨난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분식집을 운영했던 이모(45)씨도 “2년 전 1000만원이던 임대료를 올해 3000만원으로 인상해 장사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바오젠거리 상가들이 돈을 번다고들 하지만 중국인이 선호하는 화장품 가게 등을 제외하면 돈을 버는 사람은 건물주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제주참여환경연대가 바오젠거리 상인들과 함께 최근 1년간 임대료를 조사한 결과 임대료 상승폭이 50%에서 최대 200% 이상인 가게가 40%에 달했다. 20~49%인 가게도 40%였다. 임대료가 연 1200만원에서 4000만원으로 233% 상승한 가게도 있다. ●쓸모없는 땅 공시지가 올라 세 부담만 오모(67)씨는 해마다 오르는 공시지가 때문에 골머리다. 오씨는 제주시 애월읍 어음리에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임야와 밭 등 1만 3223㎡를 소유하고 있다. 도로가 없는 맹지로 동네 공동묘지와 바로 인접해 있는 쓸모없는 땅이다. 하지만 제주의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덩달아 해마다 공시지가도 올라 오씨는 세금 부담이 늘었다. “경운기도 못 들어가 경작도 불가능하고 은행에서 담보로 받아 주지 않는데 공시지가만 자꾸 올라가니 기가 찰 노릇”이라고 했다. 시청에 세금 부담을 항의해도 제주도 전체의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공시지가도 올랐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오씨는 “속사정 모르는 남들은 부모에게 물려받은 땅이 있다고 부러워하지만, 제주에는 개발 자체가 불가능한 땅도 많다”며 “자식에게 물려주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제주시에는 올해 74필지에 대한 개별공시지가 이의가 접수됐고 이 가운데 85%인 63필지가 가격을 내려 달라는 요구였다. 제주 H부동산 관계자는 “제주 이주민 증가 등으로 주택은 수요 증가에 따른 가격 상승이지만, 농지 등의 토지는 외지인들의 ‘묻지마 투기’가 땅값 폭등의 주범”이라며 “제주도가 투기 세력을 차단할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3년째 철거 멈춘 철책… 내년엔 걷힐까

    3년째 철거 멈춘 철책… 내년엔 걷힐까

    해묵은 지역 숙원 사업들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경기 고양·김포의 ‘한강하구 군부대 철책 제거’ 사업과 서울 강서구의 ‘김포국제공항 주변지역 고도제한 완화’ 문제가 대표적이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4일 한강하구 군사용 철책 제거 방안 검토 소위원회를 열고 40여년 전 북한의 간첩 침투를 막기 위해 설치된 한강하구 철책의 처리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자연경관을 훼손한다는 점이 철책을 제거하는 첫 번째 이유다. 철책 제거 작업은 2012년 4월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김포 쪽 철책이 제거된 자리에 들어선 무인 감시 장비가 군으로부터 성능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서 제거 작업은 3년 넘게 중단됐다. 감시 장비 사업자인 삼성 SDS는 군의 심사 기준이 잘못됐다며 민사소송을 냈다. 현재 철책은 고양과 김포 양쪽 구간 각 1㎞씩 정도만 제거된 상태다. 이날 회의에서는 지역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우선 일산대교와 전류리(용화사) 사이 약 4.8㎞ 구간에 출입문을 만들어 주민들이 드나들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소위 관계자는 “나머지 김포 구간은 내년 10월쯤 합동참모본부의 ‘철책 대체 경계방안’ 연구 용역이 완료된 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토교통위원회는 이날 청원심사소위원회를 열고 김포국제공항 주변 지역 고도제한 완화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청원’은 국민이 국가기관에 문서를 통해 진정 또는 민원을 할 수 있는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이며, 입법의 전 단계로 볼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김포공항 주변 반경 4㎞ 이내 건축물이 해발 57.86m 미만으로 높이 제한을 받고 있어 지역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면서 “제한 고도를 119m까지 높여도 항공기 운항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연구 용역결과도 있다”며 고도 제한 완화를 주장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아직 항공 운항의 안정성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군사적인 문제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좀 더 깊이 있게 살펴볼 문제”라며 입법에 반대했다.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은 “청원은 일단 ‘계류’하기로 결정했지만 정부도 강하게 난색을 표하고 있어 입법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타 다른 6건의 청원도 이날 모두 계류 혹은 부결됐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구본영 칼럼] 제주 해군기지와 고장난 대의민주주의

    [구본영 칼럼] 제주 해군기지와 고장난 대의민주주의

    뜻밖에 제주 강정 마을은 여전히 고즈넉했다.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까닭일까. 발파 작업으로 인한 굉음도,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던 단체들의 구호도 더는 들리지 않았다. 시위대들이 내건 빛바랜 깃발들만 저지 투쟁 때의 향수를 못 잊은 듯 나부끼고 있었다. 유치환 시인이 비유했던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처럼…. 강정 민군(民軍)복합항의 공정률은 현재 94%(항만 96%, 지상 87%)로, 내년 1∼2월 준공식을 앞두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2007년 사업을 확정한 지 9년 만이다. 때마침 불어온 초겨울 삭풍에 너울이 일렁거렸지만, 30m 높이의 방파제 안 부두는 잔잔했다. 계류 중인 이지스 구축함 서애 류성룡함 갑판에서 커피를 담은 종이컵도 별로 흔들리지 않았다. 한 폭의 동양화 같은 해안과 ‘군사기지 없다 평화의 섬’이란 노란 깃발. 이 묘한 조합이 오래전 미국 하와이 방문 때의 기억을 불러냈다. 훌라춤을 추던 무희들로 인해 더 아름다웠던 와이키키 해변과 미 태평양함대의 모항 진주만의 ‘평화 공존’이 사뭇 인상적이었다. 하긴 관광선, 군함이 동거하는 항구가 이뿐이랴. 프랑스의 툴룽항과 일본 사세보항, 싱가포르 창이항이 그렇다. 세계 3대 미항에 드는 호주 시드니도 마찬가지다. 강정 해군기지는 처음부터 ‘민군복합 관광미항’을 지향했다. 방파제와 올레길이 연결된다니 관광미항으로서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더욱이 제주항에서는 불가능한 15만t급 크루즈선의 동시 접안도 가능하다지 않은가. 이제 제주 해군기지가 본격 가동되면 이어도나 남중국해 등 전략 요충지까지 우리 함정이 도달할 시간이 크게 줄어든다. 그렇다면 참여정부의 결단이 옳았다는 생각이다. 어쩌면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노 전 대통령이 나름대로 앞을 내다본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수출입 물동량의 주통로인 남중국해에서 동남아 국가들과 미·일·중이 뒤엉킨 각축으로 격랑이 이는 것을 보면서 갖게 되는 소회다. 제주도가 ‘평화의 섬’이어야 하지만, 평화를 바란다면 만일의 전쟁도 각오하라는 경구도 있다. 그런데도 ‘민군’복합항의 한 축인 민항 기능은 언제 가동될지 기약이 없단다. 크루즈 터미널 준공이 전문 시위꾼들의 반대로 늦어지면서다. 물론 기지가 본격 가동될 경우 일자리와 관광객이 늘어나 연간 9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기대되면서 반대 목소리도 잦아들고는 있단다. 기지 내 매점 입찰을 타진하는 주민들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외지인 중심 시위꾼들로 인해 토박이 주민들이 혜택을 입을 기회를 놓치고 있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더군다나 공기가 2년째 늦어지는 바람에 정부가 건설업체에 물어 줘야 할 배상금만 해도 수백억원 규모다. 국민 혈세로 이를 메워야 할 판이다. 공사 현장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이다 기소돼 재판을 받았거나, 진행 중인 사람들이 600명 선이란다. 주요 국책사업에 이런 낭비와 일부 주민의 희생이 따르는 것은 대의민주주의가 제 구실을 못 하고 있다는 뜻일 게다. 제주 해군기지는 ‘대양해군’을 기치로 참여정부가 결정한 사업이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자 이명박 정부 내내 한명숙 전 총리 등 상당수 친노 세력들이 깃발을 바꿔 들었다. 주로 반미(反美)·환경 근본주의적 시각을 가진 반대 단체들에 동조하면서다. 공사가 마무리 단계인 지금 반대 단체 인사들보다 그들 뒤 정치인들의 입장이 궁금하다. 이어도 해역 등에서 미국이 아닌 중국의 위협이 가시화되고, 공사장 인근 서귀포 앞바다의 연산호 군락은 그대로라는데 말이다. 해군은 공사 지연에 따른 손실과 관련, 반대 단체에 구상권을 행사할 계획이라고 한다. 당연지사이겠지만, 민군 상생의 취지가 바래지는 것 같아 얼마간 씁쓸하다. 갈등을 조정하긴커녕 외려 부추긴 정치권에 먼저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1987년 개헌으로 권위주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면 선진적 의회민주주의 정착이 가장 시급한 과제일 게다. 국책사업 때마다 피해를 보는 민초들이 생기기 않도록 국회가 모든 사회적 갈등을 제대로 수렴해야 하지 않겠는가. 논설고문
  • [글로벌 인사이트] 경제난·서방과 갈등·지지율 하락… 3각파도 맞은 위기의 ‘차르’

    [글로벌 인사이트] 경제난·서방과 갈등·지지율 하락… 3각파도 맞은 위기의 ‘차르’

    “터키는 테러 공범… 등 뒤에서 칼을 꽂았다.” 지난 25일 시리아 공습에 나선 러시아 군용기를 터키 공군이 격추시킨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푸틴 측은 이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아들이 이슬람국가(IS)와 석유 사업에 대한 이해관계를 공유한다는 정보를 흘렸다. 격앙된 모습은 푸틴의 과거 어법과 다르다. 첫 대통령 임기 직후 발간된 푸틴의 어록집을 보면, 그는 러시아인의 두뇌 유출에 대해 “두뇌 유출이 있다는 것은 러시아에 두뇌가 있다는 좋은 출발”이라거나 미국의 미사일방어계획에 대해 “계란요리를 위해 집을 태우는 것과 같은 일”이라고 받아치는 여유를 보였었다. 격앙된 푸틴의 어조 이면엔 지나치게 확대된 러시아의 군사 전선, 회복 기미가 안 보이는 러시아 경제, 푸틴의 권위주의 통치에 대한 청년층의 피로감이 자리잡고 있다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1. 러시아 전투기가 터키에 의해 격추되면서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척결에 앞장선다는 긍지에 큰 상처를 입은 러시아가 터키 제재 방안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푸틴은 사망한 조종사 시신을 넘겨받았지만 내년 1월 1일부터 터키 노동자의 계약 연장 금지, 비자 면제협정 잠정 중단, 터키 상품 일부 수입금지, 터키 체류일정 포함된 여행상품 판매금지 등 강도 높은 제재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전화를 두 차례 거부한 푸틴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에서 다시 한 번 에르도안의 대화 요청을 거절하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2. 지난해 러시아에 합병된 흑해 연안 크림반도의 250만 주민의 집과 상가에 정전 1주일 만인 29일 전기가 들어왔다. 촛불로 연명하던 상점들이 정상 영업에 나섰고, 흘러내린 음식을 덜어내 텅 빈 냉장고가 다시 가동됐고, 땔감으로 겨울을 나야 할지 모르는 우려를 덜게 됐다. 우크라이나 정부 결정에 따라 몇 차례 정전이 일어난 적이 있었지만, 이번 정전은 지난 22일 우크라이나의 극우 민족주의자들이 송전선을 절단하면서 일으킨 사태였다. 러시아의 크림 병합,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분리주의 운동 등은 여전히 푸틴의 골머리를 앓게 하는 이슈이다. 일련의 우크라이나 사태로 푸틴과 러시아는 서방 제재를 받고 있다. 푸틴은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하던 주요 7개국(G7)에도 초청받지 못하는 ‘국제 왕따’ 신세다. #3.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터키 대사관 앞에서 분노한 러시아인들이 항의 시위를 벌이던 날 모스크바 주변을 대형 화물트럭이 에워쌌다. 지난 24일부터 간헐적인 시위에 나선 화물차 운전기사들이 대형트럭에 대한 도로세 부과 방침에 항의하는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푸틴. 1998년 국가부도(모라토리엄)를 선언했던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48세에 러시아 대통령이 됐다. 한때 70%가 넘는 지지율을 유지하며 1999년부터 2008년까지 대통령을 지냈다. 2012년에 ‘차르’에 복귀한 그가 세 번째 대통령 임기에서 사면초가에 처할 줄을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 러시아 정보기관인 KGB 출신으로 자주 웃통을 벗고 근육질 상반신을 드러내며 ‘마초’ 성향을 거침없이 드러내던 그였지만, ‘63세의 푸틴’에게서 위태로움을 느끼는 시선도 많다. 외교와 내치, 두 측면 모두에서다. 예컨대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레오니드 베르시드스키는 “푸틴이 너무 많은 전선에 깊숙이 들어갔다”면서 “지금 푸틴의 러시아를 약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국제사회에서) 소외되어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서 ‘EU 대 러시아’, 시리아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대 러시아’ 등 2개의 전선이 형성되면서 우국이 될 수 있었던 우크라이나와 터키까지 적으로 돌리는 것은 푸틴의 무리한 전선 확대 행위로 봐야 한다는게 베르시드스키의 평가이다. 모든 상황에 푸틴이 선제적으로, 주도적으로 개입한 것은 아니다. 푸틴 입장에서 보면 러시아 코앞의 우크라이나가 EU에 편입되는 상황을 방치하지 않으려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개입을 하게 됐고, 시리아에 친서방 정권이 들어서기를 원하지 않았기에 바샤르 알아사드 현 정권을 지지한 것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시리아 양쪽 전선 모두에서 호전적인 러시아의 행보는 최악의 경우 ‘신냉전’과 같은 파국을 부를 것이란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금의 푸틴에게 따라주지 않는 것은 ‘경제’이고, 야속하게 변한 것은 ‘인기’이다. ‘경제’와 ‘인기’는 또 푸틴의 군사 전략을 바꿀 추동력으로 지목된다. 1999~2008년 푸틴의 러시아는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일원으로 고유가에 힘입어 장기호황 국면을 맞이했다. 2008년 초 러시아는 “에너지 자원개발 및 제조업 부문 수입대체 병행 전략을 발판으로 2020년까지 세계 5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다”고 선포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이후 저유가 국면은 러시아 경제를 할퀴었다. 2006년 7.4%, 2007년 8.1%이던 러시아의 경제성장률 추이는 2008년 5.6%로 주저앉은 뒤 2009년 -7.9%로 역성장했다. 이어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2010년 성장률은 4.3%에 그치다 2013년 1.3%로 떨어졌고 올해엔 마이너스 성장이 전망된다.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과 같은 대외 강경책은 서방의 금수조치와 같은 경제적 부메랑으로 돌아왔고, 러시아 경기는 악화일로를 걷는 모습이다. 군사적으로 서방과 대치하지만, 경제적 부흥을 위해 서방과의 협력이 필수란 점은 푸틴이 처한 역설이다. 지난달 푸틴은 현지 투자전문회사가 주최한 투자포럼 ‘러시아가 부른다’에 참석해 “전반적으로 경제 위기가 정점에 달했다는 전문가 주장에 동의한다”면서 “2010년 2분기 이후 이어졌던 자본 유출이 멈췄고, 올해 3분기 순유입으로 돌아섰다”고 주장했다. 이어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진 30억 달러의 차관을 갚도록 국제통화기금(IMF)이 우크라이나에 추가 차관을 제공하는 방안을 제안하라”고 재무부에 지시했다. IMF 지원이라는 서방식 처방이 긴요한 것이다. 지난해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했을 때 “히틀러도 러시아를 무너뜨리지 못했다”며 강경 발언으로 응수했지만, 이후 우크라이나에 가스공급을 재개하는 등 적절히 유화 정책을 펴는 이면에도 러시아의 경제적인 필요가 숨어 있다. 여기에 지난 25일 전투기 격추 뒤 푸틴이 선언한 터키에 대한 제재 조치가 실현될 가능성을 낮게 보는 관측 역시 러시아와 터키의 교역량이 현재 250억 달러에서 2020년 1000억 달러 규모로 급증할 것이란 낙관에서부터 비롯되고 있다. 2012년 3선을 위한 대선 당시 불길처럼 일어났던 부정투표 반대 시위에서부터 최근 화물기사 시위까지 시위가 극성인 러시아에서 4선을 위한 지지율을 유지하는 것 또한 푸틴의 당면 과제다. 1990년대 개방화 시기와 2000년대 경제 호황기에 성장해 이른바 ‘푸틴 세대’로 불리는 러시아 신세대에게 푸틴은 ‘과거로의 회귀’를 뜻했다고 박상남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설명했다. 박 교수는 “푸틴 세대는 민주주의를 장식으로 생각하고 자신들이 누릴 수 있는 자유를 더 중시하며, 국영 미디어 대신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고 안정을 희구하기보다 자신의 의사를 표명하려는 경향을 지녔다”고 설명했다. 이어 “2000년대 푸틴은 옐친 집권기의 혼란을 극복하고 러시아를 재건한 지도자로 추앙받았지만, 세 번째 임기에 편법적으로 대통령이 되며 이제 권위주의 국가의 장기 집권자들 중 한 사람으로 전락했다”고 덧붙였다. 2012년 대선에서 푸틴은 자신의 반대 세력에 대해 “배후에 러시아를 약화시키려는 서방 세력이 있다”고 선거운동을 폈고, 실제 지난해 우크라이나 사태에 개입하며 내부 결속을 다져 반대 세력을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계속 ‘서방 대 러시아’의 구도를 상정한다면 러시아 경제의 타격은 불가피해 민심 이반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신냉전 체제를 유도하며 미국과 마주 서는 패권국으로서 러시아의 위상을 지키는 길과 러시아에 우호적이지 않은 글로벌 경제 흐름 속에서 경제적 실리를 찾는 길의 기로에 푸틴이 서 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美로드아일랜드주 ‘춤추는 경찰관’ 해고 논란

    美로드아일랜드주 ‘춤추는 경찰관’ 해고 논란

    미국 로드아일랜드주(州)의 주도인 프로비던스시(市)에서 '춤추는 경관'(Dancing Cop)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교통경찰이 최근 해고 통보를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2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토니 레포르(68)는 지난 1989년 경찰관 직에서 은퇴했지만, 그는 1984년부터 도로에서 교통정리를 하면서 각종 댄스 동작을 선보여 이른바 '춤추는 경관'으로 명성을 얻기 시작해 지역 주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명물로 부상했다. 그는 은퇴 후에도 최근까지 추수감사절 등 주로 차량이 많이 붐비는 휴가철에 시 당국에 다시 고용되어 '춤추는 경관'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등 시민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시 당국은 레포르가 인종차별 문제에 관해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그를 올해에는 고용하지 않겠다고 통보하는 바람에 논란이 일고 있다. 레포르가 최근 한 제과점 직원이 동료 경관의 컵에 흑인 차별에 항의하는 문구인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blacklivesmatter)라는 글씨를 무단으로 쓴 것에 항의해 그를 해고하라는 시위를 조직한 것이 화근이 되고 말았다. 시 당국은 "공직에 있는 경찰관이 사회 문제에 관해서 과도하게 의견을 표출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행동"이라며 그를 더 이상 교통경찰로 채용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이에 관해 레포르는 "나는 30년 이상을 경찰로 복무한 사람"이라며 "나도 길에서 춤만 추는 꼭두각시가 아니라,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서 시 당국의 처사에 강력하게 항의했다. 레포르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프로비던스 시가 아니라도 다른 시에서 나를 채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면서 도로에서 춤추는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어느 시가 그를 채용할 예정이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답변은 하지 않았다고 현지 언론은 덧붙였다. 다니엘 김 미국 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자식 등 직계 혈족 누구나 중혼 취소 청구 가능, 정전 이전 혼인한 이산가족은 예외… 상속권 인정

    자식 등 직계 혈족 누구나 중혼 취소 청구 가능, 정전 이전 혼인한 이산가족은 예외… 상속권 인정

    법률혼이 이중으로 성립하는 것을 중혼(重婚)이라고 한다. 예컨대 A가 B와 혼인하고 그 혼인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C와 혼인해 이중으로 법률혼이 성립하는 경우다. 민법은 일부일처제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므로 중혼은 당연히 금지되며 중혼이 성립한 경우에는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중혼이 성립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미 혼인 상태에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혼인신고를 하더라도 가족관계등록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수리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혼의 성립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는 분단으로 인해 부부가 이산가족이 되는 바람에 중혼이 성립한 경우가 적지 않다. 전형적인 예가 6·25전쟁 중 북한 지역에 부인과 자녀들을 남겨둔 채 월남한 남편이 분단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남한에서 다시 혼인한 경우다. 남한에서의 혼인은 북한에서 성립한 혼인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중혼에 해당한다. 2010년 7월 헌법재판소 결정(2009헌가8)의 전제가 된 사실관계에서 민법상의 쟁점을 찾아내 분석해 봤다. 첫 번째 쟁점은 중혼 취소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에 관한 것이다. 민법은 중혼을 취소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에는 제한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중혼이 성립한 후 수십 년이 지나도 중혼 취소 청구를 하는 데 지장이 없다. 가사소송법 제24조에 따르면 중혼 당사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중혼 취소 청구를 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딸이 중혼 취소 청구를 한 2009년은 아버지와 계모 사이에 중혼이 성립한 지 50년이 지난 시점이다. 또 이미 중혼 당사자인 부인이 사망했지만 이러한 사정과 관계없이 중혼 취소 청구는 원칙적으로 가능하다. 다만 예외적으로 중혼 취소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기각될 수 있으나 이러한 예외가 인정되는 경우는 드물다. 두 번째 쟁점은 민법 제818조가 개정돼 직계비속도 중혼 취소 청구권자에 포함되느냐는 것이다. 즉, 딸이 아버지와 계모 사이의 중혼을 취소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딸이 서울가정법원에 아버지와 계모 사이의 혼인이 중혼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중혼 취소 청구의 소를 제기했던 2009년 당시에는 민법 제818조의 중혼 취소 청구권자에 직계비속이 포함돼 있지 않았다. 딸의 소송이 각하될 운명에 처해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이에 따라 민법규정이 개정됐고 직계혈족은 누구나 중혼 취소 청구를 할 수 있게 됐다. 직계혈족이란 직계존속과 직계비속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그렇다면 딸의 중혼 취소 청구는 법원에서 받아들여질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민법상으로만 보면 딸의 중혼 취소 청구는 가능하다. 그러나 개정된 민법 제818조의 시행에 앞서 ‘남북 주민 사이의 가족관계 및 상속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 시행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특례법 제6조(중혼에 관한 특례)는 제1항에서 “1953년 7월 27일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이 체결되기 전에 혼인해 북한에 배우자를 둔 사람이 그 혼인이 해소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남한에서 다시 혼인을 한 경우에는 중혼이 성립한다”고 규정했다. 제2항에서는 “제1항의 사유로 중혼이 성립한 경우에는 민법 제816조 제1호와 제818조에도 불구하고 중혼을 사유로 혼인의 취소를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분단 상황에서 부득이하게 성립한 중혼을 보호하려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다. 이 사건의 중혼도 특례법 규정이 보호하는 범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중혼을 취소할 수 없는 것이다. 세 번째 쟁점은 중혼 배우자의 법률상 지위, 특히 상속권에 관한 것이다. 즉 이 사건에서 전혼 배우자(첫 번째 혼인한 부인)와 후혼 배우자(두 번째 혼인한 부인)가 남편의 상속인이 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우선 전혼 배우자에 대한 상속권을 살펴본다. 두 사람은 일제강점기에 북한 지역에서 혼인해 법률상 부부가 됐다. 이러한 혼인 관계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유효한 것으로 인정된다. 비록 두 사람이 이산가족이 돼 장기간 별거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부부 관계가 저절로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전혼 배우자는 상속인이 될 수 있다. 또 전혼 배우자가 상속받은 재산은 남한에서 부재자의 재산관리인을 선임해 관리할 수 있다. 후혼 배우자의 상속권에 대해 살펴보면 남편이 사망할 당시 후혼 배우자는 법률상 배우자의 신분을 가지고 있었다. 이 때문에 배우자로서 상속권을 가진다. 만약 남편이 생존해 있는 동안 둘 사이의 중혼이 취소됐다면 상속권을 가질 수 없다. 하지만 남편의 사망 시에는 유효한 혼인 관계가 유지되고 있었다. 그리고 특례법이 제정됨으로써 이와 같은 중혼 관계를 취소할 수 없게 됐다. 결과적으로 전혼 배우자와 후혼 배우자 모두 남편의 배우자로서 상속권을 가지게 되는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가 부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 혼인의 존속을 신뢰하고 오랜 세월 혼자서 힘들게 자녀를 키우며 살아온 전혼 배우자에 대해 배우자의 지위를 확인해 주고, 그 결과로서 상속권을 인정하는 것은 법리상으로도 물론 윤리적인 관점에서도 문제가 없다. 또 남한에서 혼인해 배우자와 수십 년간 부부로서 생활하며 상속 재산을 형성하는 데 기여한 후혼 배우자에게 배우자의 신분과 상속권을 보장하는 것도 인도적 차원에서 충분히 이해될 수 있다. ■ 김상용 교수는 ▲연세대 법학과 ▲독일 프라이부르크대 법학박사 ▲법무부 가족법개정특별분과위원회 위원 ▲한국가족법학회 학술이사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 ▲법무부 상속법개정위원회 위원장
  • [의정 포커스] 마포구 서종수 복지도시위원장

    [의정 포커스] 마포구 서종수 복지도시위원장

    “홍대앞과 도화·용강동의 갈비골목에 옥외영업을 허용해 파리의 노천카페같이 꾸민다면 마포구가 파리처럼 세계인이 찾는 명소가 되지 않을까요.” 마포구의회 서종수 복지도시위원장은 25일 마포 관광 활성화를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가이드라인을 반영한 요식업종 옥외영업 허용을 촉구했다. 옥외영업은 차 없는 거리인 서대문구 연세로와 부산의 해운대구에서 이미 이뤄지고 있다. 건축법상 건물을 후퇴해서 지어 확보된 땅에서 조리된 음식만 판다는 조건만 지켜지면 옥외영업이 가능하다. 서 위원장은 “최근에 지은 건물은 후퇴선이 있어 파라솔과 식탁을 놓을 땅이 있지만, 옥외영업을 할 공간이 없는 오래된 건물의 상인들이 경쟁에서 불리하니 항의를 할 수도 있어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옥외영업에 대한 확실한 기준을 마련해 민원 발생도 줄이고 마포구 관광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도록 하자는 것이 서 위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최근 염리초등학교 인근 공터에 면세점이 들어서는 것을 주민과 함께 막아냈다. 대기업 면세점도 관광버스 주차장을 확보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는 마당에 400여평의 땅에 면세점이 생기면 인근 초등학생과 아파트 주민들이 버스의 매연과 소음으로 큰 불편을 겪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학부형과 아파트 주민 2000명의 서명을 받고 대책위원회를 구성한 서 위원장은 동주민센터에서 건물주와 주민대표의 간담회도 주선했다. 결국 서 위원장이 마련한 소통의 자리에서 건물주는 주민 의견을 따라 면세점 대신 업무시설만 짓기로 합의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제2공항 개항 2년 앞당겨야… 개발 이익 주민과 공유할 것”

    “제2공항 개항 2년 앞당겨야… 개발 이익 주민과 공유할 것”

    원희룡 제주지사가 제주 제2공항 주변을 ‘에어시티’로 조성하고, 공항 개항 시기를 2년 앞당기는 방안을 내놓았다. 원 지사는 25일 “제주도민 전체가 25년간 논의만 하던 제2공항 건설이 결정됐기에 모두 환영한다”며 “개항 시기를 2년 앞당기는 안을 놓고 청와대와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잇달아 찾아가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원 지사가 생각하는 개항 시기 단축은 예비타당성 조사 기간을 줄이고 설계·시공 일괄입찰(턴키)로 공사를 추진하는 방식이다. 원 지사는 제2공항 주변을 공공 주도의 ‘에어시티’로 조성하고 이를 통해 개발이익이 지역주민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원 지사는 “공공 개발이 이뤄지지 않으면 공항 담벼락 밖 유채밭을 내버려두고 민간이 와서 개발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주변을 도시계획으로 묶는 생각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 지사는 ‘프리포트’(free port) 카드도 내놓았다. 그는 “제2공항을 금융특화 구역으로 연계 개발해 입국대를 통과하기 전에 역외금융이 가능하고, 관세에서 자유로운 사업구역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주의 지리적 인접성, 중국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점, 자본주의 국가의 안전한 자산 체계, 이런 것들을 바탕에 두고 연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공항이 들어설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해당 지역 주민들은 본인들만 피해 보고 이득은 다른 사람이 보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큰 상태”라며 “진정성을 갖고 끈질기게 주민들의 실질적 내용에 초점을 맞춰 잘 풀어가고 공항이 원만하게 건설되도록 주민 설득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 지사는 주변 땅값이 들썩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확대할 것인지 심각하게, 실시간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성산읍 전체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고 서귀포시는 보상금을 노린 불법 개발행위를 막고자 합동단속반을 운영하고 있다. 제2공항의 24시간 운영에 대해서는 “소음피해지역 주민은 절대 반대하고, 관광업계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제주도의 발전을 위해 좋은 방향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현장 행정] 비행기 지나가면 자던 아이가 벌떡… 김포공항 국제선 증편후 더 힘들어

    [현장 행정] 비행기 지나가면 자던 아이가 벌떡… 김포공항 국제선 증편후 더 힘들어

    “비행기만 지나가면 애가 자다가 자지러지게 놀라면서 깨요. 경기를 일으킬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18일 양천구 신정3동 현장민원실에서 만난 주부 한모(29)씨는 “아이가 제일 걱정”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서울시는 지난 1년간 진행한 서남권 항공기 소음피해지역 주민건강영향조사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성인에 비해 소음 스트레스에 취약한 아동이 우울증과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증세를 보이는 비율이 최대 4배까지 높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초등학생들이 이 정도면 영·유아가 받는 스트레스는 상상하기 어렵다”면서 “소음 피해지역 주민들을 위한 지원에는 정부와 한국공항공사가 사실상 눈을 감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김포공항 인근 주민들을 위해 방음창을 달아주고 에어컨 설치를 지원하는 소음대책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에어컨 전기료는 생활보호대상자에 한해 6∼8월 총 15만원만 지급하는 등 제한적이다. 김 구청장은 “항공법규가 바뀌면서 김포공항에는 밤 11시에도 비행기 이착륙을 하고 있다”면서 “주민들이 기본권 보장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인들의 건강 상태도 좋지 않았다. 조사 결과 소음 피해 주민 3029명 중 이명을 앓고 있는 사람은 600명(19.8%)으로 비피해지역(12.4%)의 1.5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또 46.5%가 불면증을 호소했고, 긴장·분노·우울·공격성 등의 스트레스 반응도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구 관계자는 “인천공항 개항 이후 2005년 하루 운항 대수가 260대까지 줄었다가 2007년 김포공항에 다시 국제선이 취항하면서 2013년에는 368대까지 늘었다”면서 “소음피해 횟수가 하루 100번 이상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영수 한림대 의대 교수는 “청력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반응도와 기능성 위장장애, 위·식도 역류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건강이 좋지 않았다”면서 “특히 어린 학생들은 빨리 소음 피해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상황은 반대로 돌아가고 있다. 한국공항공사는 지난해 김석기 사장 취임 이후 국제선 증편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정부도 2차 항공정책기본계획에서 장기적으로 국제선 3~4개를 늘리는 방향으로 계획을 세웠다. 양천구는 주변 지자체와 함께 국제선 증편에 반대하고 있지만 버거운 상황이다. 서울시의 입장은 미묘하다. ‘관광 서울’을 표방한 서울시는 김포공항의 국제선 증편으로 중국·일본 관광객들의 접근성이 좋아지는 것이 나쁘지 않다. 시는 지난해 김포공항의 이름을 서울공항으로 개명해 달라고 국토교통부에 요청했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도 (국제선 증편에 대해) 상당히 기대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스트레스 ‘훌훌’ 터니 민원도 ‘술술’

    스트레스 ‘훌훌’ 터니 민원도 ‘술술’

    서초구가 민원부서 직원들의 ‘스트레스 관리’에 나섰다. 사회복지 등 주민과 직접 부딪치는 직원들이 대상이다. 구 관계자는 16일 “하루에도 몇 차례씩, 일방적으로 쏟아붓는 항의성 말투와 반말, 욕설 등으로 민원부서 직원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상상 이상”이라며 “민원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방치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는 이에 따라 지난 13일 구청 대강당에서 민원부서 직원 200여명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관리교육과 웃음치료 등을 진행했다. 이번 교육은 다양한 민원 처리 과정에서 마음에 상처를 입는 등 고충을 겪고 있는 직원들의 지친 감정을 치유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을 찾아 건강한 친절행정을 펼치고자 마련됐다. 구청 홈페이지 ‘구청장에게 바란다’에 접수되는 민원은 2013년 2030건에서 올 10월 말 현재 2348건으로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또 직원들이 민원인과 직접 부딪치며 처리해야 하는 ‘골치 아픈’ 민원도 적지 않아 이에 따른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직원이 증가하는 추세다. 따라서 이번 교육은 ▲직무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올바른 감정 관리 방법 ▲OX퀴즈로 풀어 보는 스트레스의 모든 것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트레스 해소법 ‘나만의 비상구’ 찾기 ▲스트레스 해결을 위한 ‘감성테라피’ 실습 등 스트레스 극복을 위한 ‘힐링의 시간’으로 진행됐다. 구는 이와 함께 직원강사 2명이 웃음체조와 친절마인드, 이미지메이킹, 행복한 일터 만들기, 전화·방문 응대 예절 등 상시 친절교육을 하고 있다. 올해에만 210회에 걸쳐 7543명이 참가했다. 직원 한 명이 평균 5~6번 교육에 참가하면서 스트레스 관리는 물론 친절한 행정을 펼칠 수 있는 힘을 키운다. 조은희 구청장은 “현대사회에서 스트레스는 누구에게나, 어디에서나 존재한다”며 “피할 수 없다면 극복해야만 하고 친절행정은 행복한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잘 관리해 정신건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무면허·음주 들킬까봐 오토바이로 단속 경찰을...

     오토바이로 무면허 음주운전을 하던 20대 남성이 단속 경찰관을 들이받고 도망쳤다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3부(부장 이효두)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및 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운전)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23)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김씨는 올해 7월 3일 오전 8시쯤 지하철 4호선 길음역 인근에서 125㏄ 오토바이를 몰았다. 술을 마신 상태였고 안전 헬멧도 쓰지 않았다. 김씨를 발견한 경찰관은 보호장구 미착용을 이유로 그를 멈춰 세웠다. 무면허였던 김씨는 면허증을 요구받자 집에 두고 왔다고 거짓말하고는 평소 외워뒀던 친구의 주민등록번호를 댔다. 술 냄새를 맡은 경찰관은 “음주 측정을 하겠다”고 고지한 뒤 무전기로 동료에게 음주측정 장비를 갖고 오라고 연락했다.  음주에 무면허까지 적발될까 겁이 난 김씨는 재빨리 오토바이에 올라타 시동을 걸고 달아났다. 경찰관이 앞을 가로막고 붙잡자 김씨는 오토바이를 일부러 도로 옆 화단에 들이받았다. 경찰관은 2m가량 나가떨어져 허벅지에 전치 2주의 상처를 입었다. 김씨는 현장에서 시민에게 붙잡혔다.  재판에서는 오토바이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의 ‘위험한 물건’으로 볼 수 있느냐가 쟁점이 됐다. ‘위험한 물건을 휴대한 범행’으로 인정돼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상죄로 처벌되면 최저형이 징역 3년이지만,일반 공무집행방해죄로 다스려지면 최저형 하한도 없어 가벼운 처벌에 그칠 수도 있다. 변호인은 오토바이가 살상용으로 만들어진 ‘흉기’도 아니고 ‘휴대’할 수 있는 물건으로 보기도 어렵기에 형법에서 정한 위험한 물건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고의로 화단을 들이받으려 한 김씨의 행동 등을 봤을 때 당시 오토바이는 사람에게 위험을 가할 수 있는 물건으로 쓰였다고 판단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해외여행 | 다시 피가 돈다-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바이칼 호수까지

    해외여행 | 다시 피가 돈다-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바이칼 호수까지

    ‘러시아’라는 세 글자가 내 속에서 퍼 올리는 건 ‘투르게네프’,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의 음습하고 도덕적인 문학적 상념, 아침이면 의례처럼 볼륨을 높이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축축한 자조에 딱 들어맞는 ‘안나 게르만’의 로망스, 시적인 위로를 주는 ‘샤갈’의 그림들, 어감마저 차가운 ‘소련’이라는 이름, 저항의 로커 ‘빅토르 최’ 그리고 뜻도 모른 채 외던 ‘레닌’의 볼셰비키 혁명과 무자비한 해체의 역사…. 그 거대한 땅덩이의 체취를 맡고서야 알았다. 러시아의 실체는 도표화된 관념보다 몽롱하고, 드물게 아름답다는 것을. 편협한 인식을 뒤로한 채 ‘떠난다’는 것이 얼마나 심장 뛰는 일인지를. ●블라디보스토크Vladivostok 아시아도 유럽도 아닌, 러시아 “‘스파시바спаси?бо’라고 해요!”블라디보스토크 도착 사인이 떴을 때, ‘고맙습니다’가 러시아어로 무엇이냐고 묻는 타이완 승객에게 스튜어디스가 말했다. 그녀는 친절하게 ‘시’에 강세를 줘야 한다는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그 순간부터 ‘스파시바’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바롭스크를 거쳐 이르쿠츠크를 지나 바이칼에 이르기까지 내가 아는 유일한 러시아어가 되었다. 지도 위에서만큼 러시아연방이 기세등등해 보일 때도 없다. 호주보다 두 배 이상 큰, 세계에서 가장 큰 영토를 가진 이 나라에서 프리모르스키 지방을 찾을 때는 손가락 방향을 오른쪽으로 한참 이동시켜야 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연해주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프리모르스키 지방의 중심도시다. 분명 이국인데, 거리에는 늘씬한 금발의 미녀들이 넘치는데, 왠지 낯설지가 않다. 그건 아마 DNA에 박힌 기억 때문일 게다. 고조선과 고구려, 발해의 시대를 지나고 1900년대 초 민족운동이 가장 활발했던 곳도 여기니까. ‘동방을 지배하라’는 뜻에서 짐작하듯 작은 변방도시에 불과했던 블라디보스토크에 러시아가 부여한 의미는 노골적이다. 겨울에도 연안이 심하게 얼지 않는, 부동항 블라디보스토크는 1년 내내 항만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어 전략적 항구도시와 군항으로는 적격이었다. 극동함대 사령부 등 해군기지가 주둔하고, 2차 세계대전 때 연합군의 원조물자가 옮겨지는 거점이기도 했으며, 극동 지역 외교와 상업의 중심지로도 활약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함정 10여 대를 격침시켰다는 잠수함 C-56(‘C’는 러시아어로 ‘에스’라고 읽는다. ‘중형급’이라는 표시)은 찬란했던 전장을 회고하는 구소련의 늙은 해군처럼 해양공원 앞 뭍에서 긴 휴식에 들어 있었다. 길이 77m의 이 강철 영웅에겐 엔진을 돌리던 승조원들의 함성은 사라지고 그들이 남긴 훈장과 어뢰, 기관총을 자랑하는 게 유일한 일과가 되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6.5m 좁은 폭, 그 안의 희박한 공기 탓인지 머리가 띵해져 잠수함에서 나왔다. 옆으로 용사들의 넋을 위로하는 ‘영원의 불꽃’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누군가 붉은 카네이션을 놓고 머리를 조아리는데 마침 뒤편 기도소에서 종이 울린다. 1941년과 1945년을 오르내리던 그 소리는 전쟁이 가당키나 하냐는 듯 평화로웠다. 1891년,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였던 니콜라이2세의 황태자 시절, 그의 방문을 기념해 세웠다는 개선문은 불과 몇 걸음 뒤다. 왜소한 풍채를 화려하게 치장한 그 건축물은 우유부단하고 소심한 천성을 숨기고 자신만만한 ‘척’했다는 황제의 운명과 닮아 보였다. 혁명 후 파괴된 것을 고증을 거쳐 복원했다 해도 원형을 되찾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나 보다. 제정러시아의 문장이던 쌍두 독수리는 개선문 꼭대기에서 볼 수 없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가장 세련되고 번화한 스베트란스카야 거리Svetlanskaya Street. 횡단보도의 초록 불은 바뀌는 순간 이미 9를 세고 있다. 으름장 놓는 선생님 같은 신호등을 째려보며 잰 발길을 놀려야 하는 일이 잦았다. 100년도 넘는 바로크양식의 건물들이 자리한 가로수 길을 걷고 있자니 막연히 ‘여긴, 유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가, 거만하리만치 딱딱한 표정의 러시아인들을 보고 그 생각은 접기로 한다. 유라시아주의를 바탕으로 강대국을 재건한다는 국가의 외교정책에 이바지하듯, 아시아도 유럽도 아닌 이곳은 오로지 극동 러시아라는 자존감을 유지하고 있다. 스베트란스카야로부터 두 블록 떨어져 자리한 중앙광장은 소비에트 정권 수립을 위해 싸운 병사들을 기리는 동상만이 생생할 뿐, 혁명전사광장이라는 옛 이름은 의미 없어 보였다. 금요일이면 주말시장이 열리고 신년축제와 기념일 퍼레이드 등 이벤트의 무대가 된 지 오래다. 과거에도 지금도 이곳에서 집회는 계속되지만 혁명에서 놀이로 그 주제는 완전히 바뀌었다. 전설만 남은 영웅들의 흔적 블라디보스토크 둘째 날, 신한촌부터 찾았다. 신한촌은 일본에 의해 침탈된 국권회복을 위해 국내외 지식인들이 모여 결의를 다졌던 장소다. 고종이 파견한 헤이그 특사 중 한 명인 이상설, 상하이 임시정부 초대 국무총리였던 이동휘, 전설의 의병장이었던 홍범도를 비롯해 신채호, 안중근, 안창호 등 수많은 항일 독립운동가들이 이곳을 거쳐 갔다. 야트막한 언덕을 넘어 아파트촌 어귀에 도착했을 때, 그곳이 신한촌 터라는 것을 눈치 챌 길은 보호 철책에 둘러싸인 ‘연해주 신한촌 기념탑’이 전부였다. 한인들이 살길을 찾아 연해주 땅을 처음 밟은 것이 1863년. 블라디보스토크가 극동 해군기지로 부상하면서 그들은 군항에서 작업인부로 일했다. 처음 자리 잡은 곳은 시내 중심부였다. 하지만 콜레라가 발생하자 시당국은 1893년 서쪽 아무르만 해안가로 한인들을 이주시키고 그곳을 ‘까레이스카야슬라보드카한인촌’, 우리말로는 개척리開拓里로 불렀다. 이후 1911년, 또 한 번의 위생 문제로 북쪽 2km 떨어진 라게르 산비탈로 이주한 한인들은 ‘노바야까레이스카야슬라보드카신한촌’를 형성했고, 이전의 거주지는 구한촌이라 불리게 되었다. 1914년, 신한촌은 3,000명이 거주하며 점차 자리를 잡아 갔지만 1937년, 스탈린이 극동에 살던 한인 17만명을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시키면서 신한촌의 한인들 역시 카자흐스탄 등지로 이송되고 그 자리는 유럽과 러시아 노동자들의 차지가 되었다. 길이가 다른 커다란 세 개의 석조물. 가운데는 한국, 왼쪽은 북한, 오른쪽은 고려인을 포함한 해외 한민족을 상징한다는 기념탑 앞에서 조국의 미래를 밤새워 고민했을 독립 영웅들의 절절함을 가늠해 보기란 쉽지 않았다. ‘민족의 최고 가치는 자주와 독립…’이라는 기념탑의 글귀는 길 잃은 아이처럼 애처롭고 속상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블라디보스토크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는 곳으로 향했다. ‘독수리 둥지’라는 뜻의 오리노예 그네즈도 산 정상은 214m에 불과하지만 도시에서 가장 높다. 계단을 올라서니 러시아의 키릴문자를 만든 아우 키릴로스와 형 메소디오스 형제의 동상이 십자가를 들고 블라디보스토크를 굽어보고 있었다. 그 시선을 따라가니 바다 위에는 2012년 APEC 정상회담에 맞춰 완공한 루스키섬까지 이어진 금각만 대교가 장쾌했다. 서울 남산에서처럼 연인들이 자물쇠를 걸며 사랑을 맹세하는 건 이곳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결혼 촬영이 한창인 신랑신부가 난간 틈을 비집고 자물쇠를 채우는 동안 신부보다 예쁜 들러리는 뭇 남자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아무르만 해변공원까지는 걸었다. 노천카페에 앉아 블라디보스토크의 명물인 메드베드카곰새우를 주문했다. 비릿하고 고소한 맛이 찬 맥주와 묘하게 어울렸다. 체 게바라가 그려진 티셔츠에 네덜란드 맥주를 마시는 청년들, 일본산 오토바이를 타고서 CF의 한 장면처럼 등장한 처녀들, 낚시를 즐기는 부부…. 히죽대며 그들의 모습을 훔치는 사이 새우껍데기만 자꾸 쌓여 갔다. ●하바롭스크Khabarovsk 시베리아횡단열차에서의 하룻밤 하바롭스크까지 가는 열차 출발 시간은 저녁 9시. 서둘러 짐을 챙기고 블라디보스토크 기차역으로 향한다. 지는 해에 순종하며 기차역이 차분히 물들고 있었다. 1907년부터 5년에 걸쳐 지어졌다는 기차역은 제정 러시아의 건축양식으로 제법 낭만적이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시베리아횡단철도의 출발지이자 종착지다. 이곳에서 모스크바까지의 거리는 9,288km. 플랫폼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철로를 달렸다는 증기기관차도 보였다. 출발은 저녁 9시인데 플랫폼의 시계는 오후 2시를 가리킨다. 철도역의 모든 시간표는 모스크바가 기준이라는 것을 깜빡했다. 난민처럼 바닥에다 가방을 열어 젖히고 주섬주섬 필요한 물건만 미리 챙겼다. 출발시간이 다가오자 승무원은 여권과 승차권을 확인하고 탑승을 종용했다. 9번 칸, 객실번호 6호 23번. 4인 1실, 양쪽으로 2층 침대가 놓인 객실 ‘쿠페’는 좁았지만 불편함은 없었다. 서서히 열차가 움직이고, 시간이 지나야 시원해질 것이라는 차장의 말처럼 에어컨은 30분이 지나서야 제 기능을 발휘했다. 하바롭스크 도착은 내일 아침 8시. 무궁화호보다 더 느린 기차를 타고 밤새 11시간을 달려야 한다. 하얀 자작나무숲, 영화 <닥터 지바고>에 나올 법한 눈보라, 잠들지 않는 백야. 시베리아횡단열차에 엄청난 로망을 품은 사람들은 흔히 이런 것들을 상상한다. 러시아에 오기 전, 몽골을 거쳐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탔다는 친구는 말했다. “러시아 애들은 책만 읽고 얘기도 가족들끼리 소곤소곤. 같이 보드카 마시자던 러시아 아저씨 아니었으면 심심해서 아마 미쳐 버렸을 걸!” 모스크바까지 꼬박 달리는 이들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열차에서의 하룻밤만으로 그 기분은 짐작하고도 남았다. 낮도 아닌 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래야 반사되는 객실 내부가 전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산 가이드북을 뒤적이다 음악을 듣고, 러시아 사람들은 무엇을 하나 복도를 기웃대다가, 키릴문자가 새겨진 맥주를 마시고 남은 소시지 3개를 승무원에게 내미는 것 외에 달리 할 일은 없었다. 다행히 수다 떨 일행들이 있어 시간은 잘 갔다. 잠자리는 생각보다 아늑했다. 꺾이는 철로마다 침대가 심하게 덜컹대긴 했다. 하지만 낮에 흘린 땀이나 미처 못 지운 바지의 소스 자국, 떡진 머리도 문제될 게 없는데 그게 무슨 대수라고. 잠결에 2층 침대로부터 커튼콜처럼 내려왔다 올라가는 이불에 깜짝깜짝 놀라거나, 변기가 막힌 줄도 모르고 30분을 화장실 문 앞에서 참던 일만 빼면. 창문 너머 흘러가는 자작나무 사이로 스미는 햇빛을 보고 잠에 빠졌는데, 곧 정차한다는 소리에 허둥지둥 이불을 박차고 객실 문을 열어젖힌다. 열차가 멈춘 곳. 하바롭스크였다. 조금 더 머물고 싶던 도시 하바롭스크는 1991년 블라디보스토크가 개방되기 전까지 극동지역의 중심지였다. 이제는 그 영광을 물려줬지만 하바롭스크는 마치 권세를 내려놓은 자가 여유를 즐기듯 유유자적했다. 이 도시에서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레닌광장 북쪽에 자리한 청동 레닌상이다. 레닌이 사망한 이듬해인 1925년에 세워졌다는데 러시아 대부분의 지역에서 레닌의 동상이 철거된 데 반해 블라디보스토크와 이곳에서는 아직 건재하다. 레닌이 굽어보고 있는 광장은 하바롭스크의 행정 중심지다. 동쪽으로 하바롭스크주 정부청사가 보였다. 아침을 맞은 광장에는 벤치에서 조용히 휴식을 즐기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비둘기가 사람보다 많았다. 레닌광장 아래로 아무르스키 거리를 쭉 따라가면 길은 아무르 강변의 콤소몰 광장까지 잇닿는다. 콤소몰은 구소련 시절 공산주의 청년 정치조직의 이름이다. 광장에는 혁명 전사들의 모습이 조각된 오벨리스크가 굳건하고, 꼭대기에 소비에트를 상징하는 별이 있었다. 눈에 띄는 것은 광장 위 우스벤스키 성당이다. 성모승천성당으로 불리는 그곳은 소비에트 시절 파괴된 후 2001년 다시 동화 같은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아무르강이 눈앞인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걸음을 재촉했다. 총 길이만 2,800여 킬로미터. 몽골에서 발원해 하바롭스크를 거쳐 오호츠크해로 흐르는 아무르강은 중국에서는 흑룡강이라 부르는 그 강이다. 전망대 앞에는 강에 이름을 제공한 시베리아 초대 총독 무라비요프 아무르스키의 동상이 있는데, 여행지에서 만난 아무르라는 이름들은 죄다 그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향토박물관은 잠시 비를 피하기에는 맞춤이었다. 연해주 일대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된 박물관으로 본래 이름은 ‘그라제코프 주립 자연사박물관’. 이 역시 설립자의 이름을 딴 것이다. 122년의 전통이 축적된 내부에는 시베리아 메머드, 아무르 호랑이, 원주민인 나나이족과 우데게이족의 생활모습 등 하바롭스크주의 역사와 자연, 민속 등 자료 15만 점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구관에는 소비에트 시절과 관련한 물품들만 전시되어 있는데, 포스터부터 장신구까지 세월의 때가 묻은 낯설고 이색적인 소소함이 눈길을 끌었다. 강을 따라 북쪽에 다다르니 또 다른 아름다운 러시아정교회 성당이 자리했다. 프레오브라젠스키 성당은 황금색 돔과 새하얀 성당이 질서정연했고 내부는 황홀했다. 천장에 그려진 그리스도와 네 명의 사도, 정면 6층 제단의 성모와 성인들의 모습을 새긴 이콘(성상화)은 다른 세상의 것인 듯 신비롭고 이질적이었다. 이콘에 향했던 눈길은 머리를 가리고 촛불을 켜 기도하는 사람들에게서 한참을 머물렀다. 진지하고 경건했다. 그 경배의 몸짓 뒤에서 할 것이라고는 숨소리를 죽이는 것 외에는 없었다. 시베리아횡단철도TSR. Trans Siberian Railroad시베리아횡단철도는 모스크바에서 시작해 시베리아를 가로질러 극동의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연결하는, 총길이 9,288km의 세계에서 가장 긴 철도다. 1891년에 착공해 1916년에 완공됐다. 90여 개의 도시를 거치는 동안 시간대만 7번이 바뀌고, 지나는 역만 60여 개다. 급행열차를 타면 일주일이 걸린다. 열차의 출발과 도착시간은 모스크바가 기준이다. 열차의 객실 등급은 1등석인 2인 1실의 ‘룩스Lyux’, 2등석 4인 1실의 ‘쿠페Kupe’, 3등석 6인실의 ‘플라츠카르타Pratskartny’와 지정 번호가 없는 8인 좌석의 ‘옵스치Obschy’로 나뉜다. 룩스와 쿠페는 객실이 분리되어 있지만 3등석은 객실 구분 없이 개방되어 있다. 콘센트가 있는 것은 1등석 객실뿐이다. 2등석은 객실 내부 말고 복도에 네 개, 화장실 밖과 안에 각 한 개씩 있다. 멀티 탭을 가져가면 도움이 된다. 열차 칸마다 뜨거운 물이 비치되어 라면이나 커피를 먹을 수 있다. 열차 한 칸당 두 명의 승무원이 교대근무하며 객실을 살피고 간단한 먹을거리도 판매한다. 술과 담배는 규정상 금지되어 있지만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다. 흡연자들은 보통 역에 정차할 때마다 내려 담배를 피우고 재빨리 오른다. 러시아 철도청 www.rzd.ru 러시아정교회 러시아정교회는 988년 블라디미르 대공에 의해 비잔티움의 동방정교를 받아들여 민족신앙과 결합한 종교다. 러시아정교회 건축양식의 가장 큰 특징은 독특한 양파 모양의 돔 ‘루꼬비짜’다. 눈이 많이 오는 러시아에서 눈이 쌓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 외에도 기도가 하늘에 닿는다는 의미를 지닌다. 흰색과 황금색은 러시아정교회 초기의 가장 기본이 되는 색채로 흰색은 평화와 순결, 황금색은 신성을 상징한다. 예배는 사제는 있지만 설교는 하지 않고, 의자 없이 서서 참여한다. 또 악기의 반주 없이 오로지 사람의 목소리만으로 성가를 부른다. 러시아정교회가 종교의 자유를 얻게 된 것은 고르바초프에 의해 1990년 소련 최고회의에서 양심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법을 의결한 후부터다. ●이르쿠츠크Irkutsk 아! 바이칼 비행기가 이르쿠츠크에 도착한 시간은 자정 무렵이었다. 이르쿠츠크는 바이칼 호수를 가기 위한 관문. 둘러 볼 겨를 없이 아침이면 또 길을 떠나야 한다. 설렘과 염려를 교차시키느라 잠은 쉬 들지 못했다. 이르쿠츠크에서 바이칼호의 들머리까지는 버스로 3시간 반. 부리야트족 자치구인 우스찌아르다를 스치는 동안에는 가을을 준비하는 스텝짧은 풀로 뒤덮인 초원이 길게 이어졌다. 어렴풋이 호수가 시야에 들어올 무렵 버스가 멈춘 곳은 사휴르따 선착장이다. 목적지인 알혼섬을 가기 위해 철부선에 올랐다. 배는 물살을 가른 지 30분도 되지 않아 사람들과 자동차를 섬에 부려놓았고, 세상사 다 겪은 아이처럼 옹골찬 ‘우아직러시아 군용차량을 개조한 4륜 승합차’이 벌써 마중 나와 있었다. 운전기사 안톤은 숙소가 있는 후지르 마을까지 한 시간을 달려야 한다며 돌투성이 길을 망설임 없이 내달렸다. 요란한 진동 모터 위에 앉은 듯 엉덩이는 시종 덜덜거렸다. 바이칼 호수가 품은 22개의 섬 중 알혼은 가장 크고, 유일하게 사람이 사는 섬이다. 거제도의 두 배쯤 되는데, 다섯 개 마을의 주민 1,500명 가운데 대부분은 후지르 마을에 모여 산다. ‘알혼’은 부리야트 원주민어로 ‘태양이 비추는 땅’이라는 뜻이다. 연 강수량이 200mm에 불과해 스텝과 사막 그리고 화강암과 침엽수림이 전부다. 그 황량함을 심장처럼 품은 바이칼호수를 향해 원주민들은 ‘바이칼은 서 있는 불. 아직도 그 불은 식지 않고 있다’며 경외심과 두려움을 표현해 왔다. 숙소에 짐을 내리고 부르한Burkhan 바위가 보이는 언덕으로 갔다. 신성한 곳임을 알리는 13개의 세르게 신목. 조상신들이 모이는 곳을 지나니 검푸른 호수 앞으로 정좌한 두 개의 지엄한 바위가 보였다. 샤머니즘의 성지로 알려진 바로 그 자리다. 주위에는 히말라야에서 방금 내려온 성자 같은 복장을 한 외국인들이 손을 맞잡고 명상에 잠겨 있었고, 가부좌를 튼 채 알 수 없는 소리를 중얼거리는 이도 보였다. 무엇이 그들을 이곳으로 이끈 건지 모르겠지만 초자연적 존재와의 교류도, 북방 몽골인종의 시원이 서린 곳이라는 학설도, 부리야트인의 피를 이어받은 칭기즈칸의 무덤이 있다는 전설도, 그 순간 눈앞에 펼쳐진 바이칼 호 자체보다 신성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우아직은 섬의 가장 북쪽 하보이곶으로 달렸다. 날카로운 송곳니 모양을 한 절벽. 그곳에서 보는 바이칼은 호수가 아니라 바다, 그것도 대양이었다. 경계도 모른 채 펼쳐진 호수는 텅 빈 채 근원에 닿을 듯 아스라해서, 차라리 공허했다. 그날 밤, 호숫가에 앉아 마신, 수심 200m의 바이칼호 물로 만들었다는 보드카는 파도소리와 함께 목젖을 뜨겁게 타고 흘렀다. 떠나기 전 호수를 꼭 한 번 더 보고 싶었다. 새벽 5시 혼자 숙소를 나섰다. 인기척 없는 마을을 두리번대며 방향을 가늠하고는 그 언덕에 다시 올랐다. 부르한 바위 앞, 잠이 덜 깬 호수는 몸을 뒤척였고 바람은 초연했다. 그리고…. 영원한 작별인 양 호수에 건넨 말은 이것뿐이었다. “스파시바… 바이칼.” ▶travel info AIRLINE대한항공에서 블라디보스토크와 이르쿠츠크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노선의 출발편은 매일 인천에서 오전 10시10분에 출발해 오후 1시50분에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하고, 귀국편은 오후 2시50분에 출발해 오전 7시10분에 인천에 도착한다. 이르쿠츠크 노선은 12월25일부터 1월15일까지 동계노선을 주 2회(월·금요일)씩 총 6회 운항할 예정이다. 출발편은 저녁 8시50분 인천에서 출발, 밤 12시5분에 이르쿠츠크에 도착하고, 귀국편은 새벽 2시30분 출발, 오전 7시10분 인천에 도착한다. 인천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는 2시간 10분, 이르쿠츠크까지는 3시간 40분이 소요된다. SHOPPING알까기 인형 ‘마트료시카’19세기 말에 탄생한 나무로 만든 러시아 인형으로 엄마를 뜻하는 러시아어 ‘마티’에서 유래했다. 일본 전통인형인 ‘다루마’에서 영감을 얻어 1891년 러시아 민속공예화가 세르게이 말루틴이 처음 디자인했다고 전해진다. 둥근 몸통 안에는 작은 인형들이 겹겹이 들어 있는데, 일본정부에 선물하려고 만든 1세트 72개가 들어있는 대형 마트료시카는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시대에 따라 외형도 변해서 만화영화의 캐릭터나 대중음악가, 스포츠 스타나 정치인의 얼굴을 담은 마트료시카도 볼 수 있다. 가격은 싼 것은 대개 400~700루블 정도이지만 디자인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FOOD국민음식 ‘보르쉬’와 ‘샤슬릭’ 러시아의 음식은 슬라브 전통에 서유럽과 몽골, 중앙아시아와 카프카스지역의 영향을 받아 대개 짜고 달고 신, 자극적이고 복합적인 맛이다. 대표적인 슬라브 전통음식인 ‘보르쉬’는 감자, 당근, 양배추에 비트와 토마토로 색을 낸 스프다. 샤슬릭은 러시아어로 ‘꼬치구이’라는 뜻이다. 이름보다는 맛 ‘오물‘오물은 바이칼호에서만 서식하는 토착 물고기다. 생긴 것은 우리의 청어와 닮았다. 회나 탕, 튀김, 샐러드 등 다양하게 먹는 방법이 있는데 자작나무에 훈제한 오물이 가장 인기다. 이르쿠츠크에서 바이칼로 가는 길에 있는 작은 항구 마을 리스트비얀카에는 오물을 파는 가게들이 잔뜩 있다. 가시가 적고 비리지 않아 담백하다. 39°도 41°도 아닌 40° ‘러시안 보드카’러시아를 대표하는 술, 보드카Vodka는 러시아어 ‘물voda’에서 유래되었다. 감자나 옥수수, 보리 등을 원료로 한 증류수로 무색, 무취, 무미다. 러시아 속담에 ‘4,000km는 길도 아니고 영하 40도는 추위도 아니며 40도가 아니면 술도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19세기 후반, 원소주기율표를 만든 러시아의 화학자 멘델레예프가 가장 입맛에 잘 맞고 숙취를 일으키는 불순물이 제일 잘 걸러지는 최상의 알코올 도수가 40%라는 것을 발견했다. 보드카의 나라 러시아에서도 밤 11시부터 오전 8시까지 공공장소에서의 음주를 금지하고 있으며, 밤 10시부터 오전 10시까지는 도수 15% 이상의 주류 판매도 금하고 있다. MUSEUM연해주의 모든 것 ‘아르세니예프 향토박물관’1890년 개관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가장 규모가 큰 박물관이다. 1906년 구시베리아 상업은행 건물로 옮겨졌는데, 아르세니예프는 연해지방을 서방에 알린 탐험가의 이름이다. 3층 건물 안에 연해주의 자연과 지리, 민속학, 고고학 사료들과 동식물 표본집, 화폐 등 약 20만 점이 전시되어 있는데, 주제가 딱히 구분되지는 않았지만 한국관에서는 지역에서 발굴된 발해의 유물을 볼 수 있다.20 Svetlanskaya Str. Vladivostok +7 4232 414 082 100루블평일 09:00~18:00, 토·일요일 09:00~17:30 HOTEL바이칼호 바로 옆 ‘바이칼로프 오스트록’알혼섬의 후지르 마을 입구에 있는 나무로 된 시베리아 전통가옥 형태의 숙소다. 2013년 문을 열었는데 114개의 객실에 250명을 수용할 정도로 알혼섬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깔끔하다. 특히 바이칼 호수 바로 앞에 위치해서 객실과 레스토랑에서 호수가 보이고 새벽에도 밤에도 산책을 할 수 있는데다, 부르한 바위까지도 도보로 20분 거리다. 7, 8월 성수기 스탠다드 트윈룸의 경우, 아침식사 포함 1박에 4,500루블(약 8만원), 화장실과 샤워실은 객실 3개가 있는 한 층에서 공동으로 사용한다. 욕실용품은 비치되어 있지 않다. 호숫가에서 바비큐를 할 수 있도록 그릴과 장작, 숯 등 일체의 도구도 대여해 준다. 666137, Russia, Irkutsk Region, Olkhonskyi District, Village Khuzir, Street Pribreznaya, 3+7 3952 404 202 www.baikalovostrog.ru 에디터 천소현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이세미 취재협조 대한항공 www.koreanair.com 참좋은여행 www.verygoodtour.com
  • 유기견에 기름 뿌리고 불지른 사이코패스 동물테러 ‘충격’

    유기견에 기름 뿌리고 불지른 사이코패스 동물테러 ‘충격’

    유기견에 기름을 뿌리고 불을 붙인 엽기적 사건이 발생했다. 충격적인 사이코패스 동물테러사건은 최근 아르헨티나 지방 멘도사의 과이마옌이라는 곳에서 벌어졌다. 거주지는 확인되지만 이름은 알 수 없는 문제의 사이코패스 용의자는 유기견이 자신의 집앞을 맴돈다는 이유로 기름을 뿌리고 불을 붙였다. 불이 붙은 유기견은 괴성을 지르면서 길에서 뒹굴었다. 개가 지르는 소리에 밖을 내다보고 유기견을 구조한 여자주민은 "몸에 불이 붙은 개가 바닥에서 뒹굴면서 주차된 자동차 밑으로 들어갔다."며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광경을 목격했다."고 치를 떨었다. 여자는 황급히 개를 보도블록 주변 물이 고인 곳으로 끌어내 몸을 적셔 불을 끄게 했다. 여자는 경찰을 부르는 한편 인근의 동물병원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다행히 현장에서 약 200m 지점엔 동네주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동물병원이 위치해 있었다. 한걸음에 달려간 수의사는유기견을 병원에 데려가 입원시켰지만 생명을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수의사는 "군데군데 입은 화상이 깊다."며 "최선을 다해 치료를 하겠지만 개가 살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야만적인 동물테러사건은 언론에 보도되자 화가 난 주민들은 용의자의 집으로 몰려 항의시위를 벌였다. 인근 지역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까지 몰려가면서 150여 명이 모여 잔인한 동물테러를 규탄했다. 동물보호운동가들은 나뭇가지를 모아 불을 피우며 남자가 사는 집 앞에 붉은 페인트로 "이 XX끼 같은 인간은 살인범"이라는 규탄 글이 적었다. 시위에 참여한 한 여자는 "살아 있는 개에게 불을 붙은 건 살인과 다름 없는 행위"라면서 "살인자가 이웃이라니 끔찍하다."고 말했다. 한편 남자는 지인을 통해 "방범창으로 밖을 내다볼 때마다 유기견이 귀찮게 해 순간적으로 화가 나 저지른 일"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웃주민들은 남자를 몰아낼 때까지 시위를 멈추지 않을 기세다. 한 여자주민은 "2층에 사는 남자를 유기견이 귀찮게 했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라면서 "살인범이 멀리 이사를 갈 때까지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트리부노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명인·명물을 찾아서] 반세기 넘게 밤바다·뱃사람 다 비춘 동해의 수호천사

    [명인·명물을 찾아서] 반세기 넘게 밤바다·뱃사람 다 비춘 동해의 수호천사

    반세기 넘게 밤바다 길잡이 역할을 해오는 강원 동해시 ‘묵호 등대’가 새로운 관광명소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푸른 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고 주변에 아기자기한 벽화마을과 펜션, 카페촌까지 어우러져 연인과 가족동반 맞춤 여행지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묵호 등대가 관광명소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부터다. 당시는 전망 좋은 곳에 있는 등대들이 앞다투어 해양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추세였다. 묵호 등대도 이런 추세에 발맞춰 변신했다. 묵호 등대는 지금도 밤이면 불빛을 밝히며 등대 본연의 역할에 나서고 있다. 낮에는 관광객들에게 고스란히 속살을 공개하며 관광객들을 끌어들인다. 묵호항에서 울릉도를 최단거리로 정기 운항하는 배편이 생기면서 관광객들이 더 몰리고 있다.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는 등대 입구에는 쉼터 광장을 만들어 관광객과 시민들 누구나 찾아가 바다를 보고 쉬어 갈 수 있도록 했다. 등대 외벽과 광장 곳곳에는 각종 조각상을 전시하고 시를 새겨놔 볼거리를 제공한다. 우리나라 첫 신체시인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 전문이 초입에 새겨져 관광객들에게 역동적인 동해의 의미도 알려 주고 있다. 등대 내부에서 전망대로 오르는 나선형 계단 벽면에는 우리나라 유명 유인 등대를 사진으로 전시해 놓았고 동서남북 구분 없이 둥글게 터 놓은 유리 전망대에 오르면 묵호항과 동해를 시원하게 내려다볼 수 있다. 맑은 날에는 에메랄드 빛 바다가 보석처럼 눈부시고, 흐린 날에는 감청색으로 변한 바다가 깊은 맛을 낸다. 등대 내부는 저녁 시간에는 고유의 등대 역할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관광객이 들어갈 수 없다. 하지만 등대 앞 쉼터광장에서는 밤바다와 불켜진 어항, 가로등 켜진 마을의 밤거리 모습을 볼 수 있어 또 다른 재미를 느끼게 한다. 10여년 전부터 등대마을 주변에 조성한 벽화가 또 다른 볼거리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묵호항에서 등대로 오르는 골목길 4갈래 길옆 담에 그려 놓은 벽화들이 추억의 걷기 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옛 묵호항의 모습부터 오줌 누는 강아지 모습, 주요 생활도구였던 리어카, 봇짐을 지고 언덕을 오르는 할머니, 구멍가게 모습 등 40~50년 전 어항주변 달동네 마을의 옛 모습을 그려 놓은 것이 관광객들에게 향수를 주고 있다. 마을의 옛이야기와 모습을 벽화로 고스란히 재현해 놓은 것이 오히려 관광객들에게 이색적인 재미를 주고 있는 것이다. 연인과 가족동반 관광객들은 이런 그림을 보기 위해 골목마다 10여분씩, 40~50분에 걸쳐 걸어서 오르내린다. 벽화만 감상하는 관광객들도 생겨났다. 곳곳에 기념사진 찍는 곳도 친절하게 알려주는 작은 입간판도 세워 놓았다. 마을이름도 등대마을에서 아예 ‘논골담길 벽화마을’로 불려지고 있다. 골목을 오르다 등대와 인접한 언덕 마을 정상쯤에 있는 집들은 몰려드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가정집을 커피숍과 펜션으로 꾸며 짭짤한 소득을 올리고 있다. 골목 정상에 옹기종기 작은 간판을 내걸고 개업한 서너 평씩의 아담한 커피숍들은 바닷가로 통유리를 내고 손님을 맞는다. 아예 작은 옥상에도 테이블을 놓고 야외 커피숍을 차린 곳도 있다. 이웃집 지붕과 지붕이 손만 뻗으면 잡히고 골목길 모퉁이 모퉁이마다 앙증맞은 입간판이 보일 듯 말 듯 수줍게 매달려 분위기를 더한다. 작은 꽃 화분과 소품들까지 작은 카페에 어울리는 물건 하나하나가 정겹다. 마을 정상에 개업한 커피숍만 6곳, 펜션은 10곳이 넘는다. 김태욱 동해시 관광과 주무관은 “항구 주변이 아늑한 만(灣)으로 둘러싸여 잔잔한 바다 모습이 좋고 부서지는 파도와 먼바다까지 조망할 수 있어 더없이 좋은 곳”이라면서 “관광객들이 더 많이 찾는 이유”라고 말했다. 등대와 마을의 풍광이 뛰어나다 보니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미 1968년 화제를 불러 모았던 영화 ‘미워도 다시 한번’의 촬영지로 잘 알려진 곳이고, 최근에는 드라마 ‘찬란한 유산’을 찍은 장소로 알려져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를 촬영하며 인접한 골짜기에는 길이 30m 남짓 되는 출렁다리도 설치했다. 구불구불 난 벽화 골목길을 오르고, 등대에서 바다를 조망한 뒤 작은 밭둑 길을 지나 출렁다리를 건너면 바닷가 옛 시골마을을 산책 나 온 듯하다. 이렇게 등대가 관광지로 탈바꿈하면서 지난해에만 21만여명의 관광객들이 찾았다. 2~3년 전부터 해마다 20% 이상씩 관광객들이 늘고 있어 주변 마을 사람들도 반기고 있다. 벽화마을 아래 항구 쪽에는 어항을 끼고 있어 횟집들이 많다. 그다지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아기자기한 횟집들이 어항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활어를 회로 떠 손님상에 내고 있다. 사계절 달리 잡히는 고기들이 동해안의 다양한 바닷고기를 맛볼 수 있게 한다. 횟집 등은 바다를 끼고 난 해안선 도로를 따라 동해안 드라이브를 즐기려는 사람들과 등대, 벽화마을을 찾아 걷기에 나섰던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또 다른 먹거리 명소가 되고 있다. 추억의 장소로 만들어 관광객들이 더 올 수 있도록 지난 8월에는 등대 앞에 ‘행복 플러스 우체통’도 만들었다. 관광객들이 보내고 싶은 사람에게 우편엽서를 써 넣으면 1년 뒤 배달되는 느린 우체통이다. 설치 한 달 만인 지난달에만 400여통이 쌓여 벌써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동해시는 아예 올해 말까지 묵호등대마을 정비를 더 진척시켜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노인들이 많이 모여 사는 낙후된 등대마을에 벽화를 더 늘려 그려 넣고 마을 곳곳의 공터에는 마을 사람들과 관광객들이 더불어 쉴 수 있는 ‘쌈지 쉼터’를 만들기로 했다. 장기적으로 갤러리도 조성할 계획이다. 특히 오징어가 한창 많이 잡힐 때 어부들이 머물던 임시 판잣집들을 살려 볼거리로 만든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찾아오는 관광객들의 씀씀이가 주민 소득으로 직접 연계될 수 있도록 마을 공터 곳곳에는 작은 카페와 지역특산품, 먹거리를 판매할 수 있는 지역소득지원시설도 짓기로 했다. 심규언 동해시장은 “1962년 주민들이 지게와 대야로 시멘트와 자갈, 모래를 직접 나르며 고생해 세운 묵호 등대가 50년 세월을 훌쩍 넘어 이제는 지역을 살리는 관광명소로 탈바꿈하고 있다”면서 “묵호항이 울릉도와 독도를 잇는 여객 관광항으로 자리잡고 등대와 주변 마을도 스토리텔링, 지역상품 브랜드, 향토 음식과 지역축제, 마을기업 설립 사업 등도 함께 추진해 묵호지역의 소프트 파워를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동해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뉴욕경찰,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 보이콧…왜?

     영화 ‘킬빌’, ‘장고:분노의 추적자’ 등으로 유명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뉴욕 경찰 가혹행위 항의 집회에 참석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뉴욕포스트 등 지역 언론은 25일(현지시간) 뉴욕경찰협회(PBA)가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에 대해 불매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전날 타란티노 감독은 ‘일어서라 10월(Rise Up October)’ 집회에 참석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뉴욕 경찰이 맨해튼 할렘에서 주민에게 총을 쏜 것과 관련, 숨진 희생자의 문제를 공정하게 처리해줄 것을 요구했다. 타란티노는 “살인사건이 제대로 다뤄졌다면 연루된 경찰은 감옥에 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뉴욕경찰협회(PBA)는 성명을 내고 “범죄와 폭력을 찬양하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경찰을 비난하는 것은 놀랍지도 않다”고 밝혔다. 또한 12월 개봉 예정인 그의 신작 ‘헤이트풀 에이트’ 에 대해서 상영 거부 운동을 벌이겠다고 덧붙였다. 이 영화는 남북전쟁 직후 서부를 배경으로 한 영화로 사뮤엘 잭슨, 커트 러셀 등이 출연한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현장 블로그] 대학 가을 축제가 남긴 ‘논란과 징계’

    지난달 A대학 축제에서는 잔인한 살인범의 이름에서 따온 ‘오원춘 세트’라는 술안주가 메뉴판에 올라 충격을 주었습니다. B대학 학생들은 축제 기간 유명 여자 아이돌 가수의 사진 옆에 ‘벗기고 싶은’ 등의 선정적인 문구를 적어 물의를 빚었습니다. 결국 해당 연예인 소속사가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이 밖에도 노출 심한 옷차림을 한 여학생들의 호객 행위나 성희롱적 언행 등 낯 뜨거운 대학 축제 현장의 주점 풍경은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한국외국어대 김동규 총학생회장 등 학생 16명이 가을축제 때 교내에 주점을 개설했다는 이유로 학교 징계위원회에 회부됐습니다. 지난 8일 오후 7시부터 새벽 2시까지 주점을 운영했던 게 문제가 됐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운영했던 ‘클린주점’은 앞서 언급한 기존의 그릇된 주점문화를 개선할 목적으로 기획한 행사였습니다. 2012년 9월 학교 측이 학생들에게 ‘교내 음주문화 개선 선언문’을 배포하고 주점을 금지한 이후 3년 만에 문을 연 교내 주점이었습니다. 총학생회 측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고 싶다”며 학교 측의 교내 음주문화 개선 선언문에 대응해 고성방가 금지 등을 제시한 ‘클린주점 선언문’을 낭독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지난 14일 수익금의 일부인 130여만원을 도서관 건립 기금으로 기부했습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캠퍼스 내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해 주점 설치를 불허한다’는 선언문 규정과 학칙 등을 이유로 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대학 관계자는 “당시 야간대학원 원생 등 늦은 시간까지 공부하던 학생들과 인근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총학 측의 행동이 잘못된 음주문화를 바꿔 보겠다는 ‘자정’(自淨)의 일환이었음을 감안하면 징계위 회부가 유일한 해법이었나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교양 있는 민주시민 양성기관’이라고 자처하는 대학에서 일방적 계도보다는 학생들 스스로 잘못을 고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를 기대하는 건 지나친 바람일까요.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네티즌 “소년범죄 적용 연령 낮춰야” 법조계 “소년범 처벌 강화 실효 적어”

    네티즌 “소년범죄 적용 연령 낮춰야” 법조계 “소년범 처벌 강화 실효 적어”

    50대 여성의 죽음을 부른 ‘용인 캣맘 사건’의 가해자 A(9)군에 대해 현행 형법상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년범죄의 처벌 수위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A군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이 시작된 상태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처벌 연령을 낮춰도 범죄 예방의 실효성이 부족하고, A군 부모 등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게 현실적”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18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경기 용인시 수지구의 한 아파트에서 고양이들을 돌보던 주민 박모(55·여)씨가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진 벽돌에 맞아 숨지자 캣맘에 대한 ‘증오 범죄’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16일 A군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논란의 출발점은 A군이 형법상 처벌할 수 없는 만 9세라는 데 있다. 만 10세 미만은 형사책임에서 완전히 제외된다. 10세부터 14세 미만은 ‘촉법(觸法)소년’으로 분류해 가정법원을 통한 감호위탁이나 소년원 송치 등의 보호처분을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설사 소년원에서 교육을 받더라도 성인 수형자와 달리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다. 이는 보호처분이지 형사 처벌이 아니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소년범죄 적용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A군 소속 학교와 담당 교육청 등에는 A군을 전학시켜 달라는 등 항의가 쏟아지고 있다.하지만 법조계는 소년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에 대체로 부정적이다. 서울 지역의 한 검사는 “소년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서 재범률이 낮아진다는 연구도 없고, 초등학생들이 자신들은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는 걸 악용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근거도 없다”고 말했다.소년 사건 전문 김용수(48·사법연수원 32기) 변호사는 “여론만 보면 A군은 소년원에서 최장 교육 기간인 2년 보호처분을 받아야 한다는 분위기지만 9살 초등학생에게는 너무 가혹한 조치”라고 말했다.실제로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12세 이하 아동을 처벌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독일, 일본 등의 형사미성년자 연령 기준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인 14세 미만이다.김성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표한 ‘형사법상 형사미성년자 연령 설정과 소년법상 소년보호처분 제도와의 관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형사책임 연령은 이미 세계에서도 낮은 수준이다. 18대 국회에서 촉법소년 나이를 만 12세 미만으로 낮추는 법률 개정안이 제출됐지만 통과되지 않았던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법조인들은 A군 부모를 상대로 한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A군의 ‘고의성’ 여부가 배상 액수 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최근 서울중앙지법은 수학여행에서 위험한 장난을 치다 친구에게 심각한 뇌 손상을 입힌 고교생의 부모에 대해 피해자 측에 4억 90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 지역의 한 판사는 “부모의 자식 교육의 의무가 어느 정도까지인가가 판단의 관건”이라면서 “법원이 A군 부모에 대해 자식 교육의 의무와 잘못에 대한 손해배상을 물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박성국 기자 psk@seoul.co.kr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이슈&이슈] 광주 “민·군 같이” 전남 “민항부터” 광주공항 무안 이전 해묵은 갈등 재연

    [이슈&이슈] 광주 “민·군 같이” 전남 “민항부터” 광주공항 무안 이전 해묵은 갈등 재연

    “공군 비행장까지 가져가라.” vs “민항 통합이 우선이다.” 광주공항과 무안공항의 해묵은 ‘통합 논란’이 재연될 조짐이다. 18일 광주와 전남도에 따르면 이낙연 전남지사가 최근 국정감사에서 “‘광주공항의 무안공항 통합 이전’을 더이상 미룰 수 없다”고 밝히면서 통합 논란이 표면화됐다. 이 지사는 무안공항 활성화 방안에 대한 질문에 “이 문제를 조만간 ‘광주·전남상생발전위원회’의 공식 의제로 상정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는 “이번에 무안공항의 기틀을 잡지 않으면 중요한 기회를 놓치게 된다”면서 “그동안 이 문제를 광주시와 시민들의 입장을 생각해 조심스럽게 접근했으나 더는 미룰 때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이 지사는 “군 공항까지 함께 전남으로 이전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국방부가 어떤 제안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일단 선을 그었다. 이어 “군 공항 이전은 주민 투표 절차 등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민간 공항 이전 통합부터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 지사의 발언은 호남고속철(KTX) 노선의 공항 경유 방침 등을 관철하기 위해 사전에 무안공항을 활성화하는 게 급선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광주시는 이와 관련, “시·도 상생 의제로 올라오면 논의해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광주공항 통합은 군 공항 이전과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시 관계자는 “딸이 조건이 안 좋은 집으로 시집가더라도 잘살기만 한다면 보내겠다”며 광주공항 국내선의 무안공항 이전 통합이 ‘상생’보다는 ‘공멸’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그 근거는 국제선이 광주공항에서 무안공항으로 이전한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이전인 2006~2007년 광주공항에는 국제선이 주 13회 뜨고 내렸고, 연간 이용객은 12만 4000여명에 달했다. 그러나 무안공항으로 이전하면서 한때 국제선 탑승객이 연간 8000여명으로 떨어지는 등 급격히 감소했다. 광역시 주민이 해외로 나갈 때 부정기 노선이 집중된 무안공항보다 정기노선 이용이 편리한 인천공항 등지로 빠져나간 탓이다. 무안공항은 지난해 중국, 일본 간 정기 및 부정기 노선이 증가하면서 연간 11만 4000여명의 국제선 승객을 확보했다. 이는 10여년 전 광주공항에서 국제선을 운용하던 때와 비슷한 승객 수를 최근에야 회복한 셈이다. 광주시는 국내선마저 무안공항으로 내줄 경우 현재 140만~150만명의 연간 광주공항 이용객이 모두 무안공항으로 흡수되기는 어려울 거란 판단이다. 2014년 140여만명이 광주공항을 이용했으나, 이 가운데 절반은 전남 동부권 주민과 전북 사람들인 것으로 파악했다. 이들이 제주를 가기 위해 광주공항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무안공항으로 통합되면 전남 동부권 주민은 김해공항으로, 전북 주민은 청주공항으로 발길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동 거리가 멀어진 탓이다. 그럴 경우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보다 ‘공멸’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처럼 시가 호남선 KTX 개통 등으로 공항의 중요성이 이전보다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무안공항으로의 이전 통합에 소극적인 것은 또 다른 이유가 있다. 6·25 동란 때 생긴 공군 제1전투비행장 소음 문제가 수십년째 계속된 탓이다. 공항 인근 주민들은 TV 시청 어려움은 물론 가축 산란율 저하 등의 소음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주민들은 실제 소음피해 배상을 요구하는 집단 소송을 냈으며, 이 재판을 진행한 서울고법이 9000여명에게 208억원을 배상하도록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대법원이 지난 15일 이를 파기 환송하자 소음피해대책위 주민들은 “군 공항을 즉각 이전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시는 이 같은 소음피해 고질 민원을 해소하고, 공항이 있는 영산강 주변 개발을 동시에 추진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정부를 상대로 군 공항을 옮겨달라며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국방부 등도 제3의 장소가 후보지로 선정되면 공항 이전을 적극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광주공항과 군 공항을 한꺼번에 옮기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았다. 민항만 따로 떼서 이전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남도는 시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선 민 공항 이전, 후 군 공항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늘어나는 중국 관광객 발길을 붙잡고 무안~제주 간 승객을 대폭 늘리는 등 무안공항 활성화에 불을 댕기겠다는 복안이다. 도는 그동안 무안~중국, 일본 등 10여개 정기 및 비정기 국제선과 무안~제주 등 국내선에 손실 보상금으로 연간 3억여원을 지원하고 있다. 2008~2014년 모두 14억원을 비용으로 지불했다. 그럼에도 승객 증가는 제자리걸음이다. 광주공항과 통합 없이는 무안국제공항 활성화가 요원하다는 판단이다. 이 때문에 광주공항 통합 이전을 요구하고 있으며, 최근 이 지사가 직접 나서 이 문제를 광주·전남상생발전위원회 의제로 상정하기로 했다. 도는 조만간 예정된 상생발전위에서 지난 4월 광주~용산 간 호남 KTX 개통 이후 광주~김포 간 승객 수가 크게 감소하는 점을 내세울 것으로 점쳐진다. 실제로 KTX 개통 이후 광주~김포 간 승객은 월평균 3만여명으로 개통 이전보다 30~40% 줄었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이 이 구간의 운행 횟수를 하루 2편 줄이기까지 했다. 정부 역시 광주공항 존치보다 무안 공항을 전남권 거점공항으로 육성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제4차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안)에도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광주시민단체 등은 수년 전부터 “지역 산업과 관광 활성화를 위해서는 광주공항 국내선 존치와 국제선 재취항이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여 왔다. 이번 공항 통합 문제 공론화를 계기로 또다시 광주·전남 지역 주민 간 갈등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시·도 관계자는 “양 지역 상생 발전에 가치를 두고 공항이전 통합 문제를 풀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총기참사 위로 방문’ 환영받지 못한 오바마 美대통령

    ‘총기참사 위로 방문’ 환영받지 못한 오바마 美대통령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9일(이하 현지시간) 지난 1일 오리건주 포틀랜드 외곽의 소도시 로즈버그에 있는 움프쿠아 칼리지에 발생한 총기 참사 사건을 위로하기 위해 이 지역을 방문했지만, 총기 규제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의 거센 항의에 직면하고 말았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지난 총기난사 사건으로 9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한 데 대해 희생자와 그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현지의 더글라스 카운티 지역을 대통령 전용 헬리콥터를 타고 방문했다. 하지만 약 300여 명에 이르는 오바마 방문 반대 시위자들이 '집에 가', '케냐로 가라', '오바마는 환영 안함'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오바마의 현지 방문을 강력하게 항의하는 시위를 펼쳤다. 대체로 보수 성향이 강한 이 지역은 거의 대다수 사람들이 수정헌법을 근거로 자체 무장을 지지하며 오바마 대통령이나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총기 규제에는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총기난사 사건에서 부상을 당한 후 마치 죽은 것처럼 위장해서 겨우 목숨을 건진 한 여성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총기 소유는 모든 사람의 권리"라며 자신은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지역의 한 유명 목사도 강연에서 "무장한 학교 보안요원을 두지 않았던 것이 이번 비극의 결정적 원인"이라며 오히려 총기 보유를 확대하는 것이 이런 참사를 막는 방법이라고 설교했다. 당혹스러운 상황이 벌어지자, 백악관의 조시 어니스트 대변인은 "이번 방문의 목적은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한 것이지 정치적인 방문은 아니다"며 파문 진화에 주력했다. 하지만 방문 반대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오바마는 총기 참사의 비극이 발생하자, 이를 총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정치적 수단(어젠다)으로 이용했다"며 강력하게 성토하고 나섰다. 일부 시민들은 "오바마가 시위에 당황해 다른 문으로 행사장에 들어갔다"며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도 피한 채 도망가듯이 사라졌다"고 주장하며 오바마의 현지 방문을 강력하게 성토했다. 사진='집에 가!'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오바마 방문을 반대하는 시민들 (현지 언론, 트위터 캡처) 다니엘 김 미국 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커버 스토리] 총선 땅따먹기 금배지 수싸움

    [커버 스토리] 총선 땅따먹기 금배지 수싸움

    합천(1992년 14대 총선)→거창·합천(1996년 15대)→산청·합천(2000년 16대)→의령·함안·합천(2004·2008·2012년 17~19대)→산청·함양·거창·합천?(2016년 20대). 경남 합천 유권자들이 뿔이 났다. 선거 때마다 이 선거구에 붙었다 저 선거구에 붙었다를 반복하면서 주민들이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를 면치 못했는데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합천을 의령·함안에서 떼어낸 뒤 산청·함양·거창에 붙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조정되면 최근 20년 사이 네 번째다. 합천군민 400여명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까지 찾아와 “현재 지역구를 타 지역으로 편입하면 2016년 총선에 전면 불참하겠다”고 항의했다. 전북 임실 주민도 천덕꾸러기 신세다. 임실·순창(15대)→완주·임실(16대)→진안·무주·장수·임실(17~19대)로 변화무쌍한 역사를 갖고 있는데 내년 총선에서도 임실을 진안·무주·장수에서 떼어내 남원·순창에 붙이는 방안이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 검토되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구가 총선마다 ‘획정’이라는 이름 아래 춤을 추면서 유권자들은 혼란스럽다. 인구수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조정이라고는 하지만 특정 지역만 유난히 조정 대상에 자주 포함된다면 차별받는다는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현재 246곳의 지역구 가운데 49곳(19.9%)이 복수 행정구역이 하나로 묶여 있다. 농어촌 지역구 통합으로 20대 총선에선 비율이 확대될 것으로 보여 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지역구가 수시로 조정되면 부작용도 작지 않다. 의정활동에 대한 심판을 내리기 어려워진다. 지난 4년을 지켜보고 평가를 하려 했는데, 갑자기 다음 총선에서 지역구가 엉뚱한 데 붙어버리면 심판은커녕 잘 알지 못하는 후보를 뽑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한편 9일 오전 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 지역구 숫자 등 선거구획정안 마련에 실패한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은 현재 300명인 의원 정수를 303명까지 확대하는 안과 현행대로 유지하는 안 등 복수의 안을 여당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자치 구·시·군 분할에 예외를 허용하는 방안은 ‘게리맨더링’(자의적 선거구 획정) 소지가 있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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