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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섬 실향민 고향 방문 행사

    밤섬 실향민 고향 방문 행사

    추석을 앞두고 서울 밤섬 실향민들이 29일 고향 땅을 밟는다. 서울 마포구는 밤섬 실향민 200여명을 대상으로 고향 방문 행사를 연다고 27일 밝혔다. 실향민들은 10시 한강시민공원 망원지구 보트선착장에서 바지선을 타고 밤섬으로 들어간다. 개회식을 시작으로 귀향제, 밤섬 옛 사진전 및 나눔의 시간을 갖는다. 밤섬은 밤알을 까 놓은 것처럼 생겨서 붙은 이름이다. 빼어난 풍광 덕분에 마포 8경 중 하나로 꼽혔다. 1968년 여의도 개발 때 윤중제 공사에 쓸 모래·자갈 채취로 폭파됐다. 당시 면적은 17만 2188㎡(5만 2087평)였다. 62가구 443명의 주민은 마포구 창전동 와우산 기슭으로 이주했다. 폭파 이후 대부분은 사라졌지만 쌓인 퇴적물로 매년 평균 4400㎡씩 증가해 현재 27만 9531㎡로 넓어졌다. 현재 서강대교 아래 한강 가운데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속하는 위 밤섬과 마포구 당인동에 속하는 아래 밤섬으로 이뤄졌다. 버드나무, 갯버들 같은 식물이 자라고 있고 흰뺨검둥오리, 알락할미새, 제비, 중대백로, 물총새, 왜가리, 개구리매, 청둥오리 등이 서식하는 생태보전지역이다. 한강 수량이 적으면 여의도와 연결되기도 한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심리학자 373명, 세월호 유족 지지 선언…특별법에 수사권·기소권 보장돼야

    심리학자 373명이 27일 세월호 유가족과 국민이 입은 극심한 세월호 참사 트라우마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수사권·기소권이 보장된 세월호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며 유가족들을 지지하고 나섰다. 심리학자 373명은 이날 오후 세월호 유가족들이 엿새째 농성중인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세월호의 침몰은 유가족들에게 어떠한 고통과도 견줄 수 없는 심리적 외상을 남겼으며, 이를 지켜본 국민들 역시 유가족에 버금가는 직접적인 외상의 형태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면서 “우리는 인간의 고통을 이해하고, 마음을 치유하는 심리학자로서, 유가족을 비롯한 국민들의 비통한 심정에 깊이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는 이제 유가족과 생존학생들에게 ‘당신들의 잘못이 아닙니다’라고 거듭 말해야 한다. 또한 세월호 사고로 깊은 외상을 입은 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라고 스스로를 탓하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도 위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이 진정 잘못된 것인지에 대한 제대로 된 진상조사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는 참혹한 고통을 극복하고자 하는 유가족의 처절한 몸부림이자, 거대한 희생과 맞바꾼 ‘안전을 향한 절박한 바람’”이라면서 “이에 우리는 정부와 정치권이 이제라도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통해, 유가족과 국민의 요구에 책임 있게 응하기를 강력히 촉구하는 바”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심리학자들의 성명 전문  수사권, 기소권을 보장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심리학자들의 성명 지난 4월 16일, 세월호가 서서히 바다로 가라앉던 장면을 우리는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세월호의 침몰은 유가족들에게 어떠한 고통과도 견줄 수 없는 심리적 외상을 남겼으며, 이를 지켜본 국민들 역시 유가족에 버금가는 직접적인 외상의 형태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우리는 채 피지도 못한 생명들의 죽음 앞에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뼈아픈 반성을 떨칠 수 없었으며, 대통령 또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며 철저한 진상조사와 대대적인 개혁을 약속하였다. 그리고, 사고 발생 4개월이 넘은 지금, 우리는 국회에서 세월호 특별법이 침몰하는 상황을 마주한 채, 다시금 절망하고 있다. 우리는 인간의 고통을 이해하고, 마음을 치유하는 심리학자로서, 유가족을 비롯한 국민들의 비통한 심정에 깊이 공감한다. 또한, 우리는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 유가족과 국민들의 지극히 인간적인 요구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쟁점으로 흘러가는 지금의 사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자식이 죽은 이유를 밝히기 위해 40일이 넘도록 곡기를 끊고 처참하게 말라가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유가족들에게 위로는커녕 더 큰 고통과 절망을 가하는 불통(不通)의 현실에 깊은 참담함을 느낀다.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정부와 정치권의 무책임하고 성의 없는 태도로 인해 유가족들의 슬픔과 분노, 좌절감이 커져만 가는 상황을 목도하며, 이러한 반(反)치유적 상황을 더 이상 묵과하기 힘들다. 이에, 373명의 심리학자들의 뜻을 모아,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다음과 같이 강력히 표명하는 바이다. 첫째, 비극적인 현실의 이유를 밝히고자 함은,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이다. 납득되지 않은 경험은 계속되는 고통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왜?” 라는 질문은 인간이 현실을 이해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이자,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가장 적극적인 노력이다. 하지만, 우리는 세월호 침몰 후 130일이 다되도록 거대한 비극의 원인에 대해 아무런 답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왜, 세월호가 침몰하였는가?”, “왜, 사고 초기에 더 많은 생명을 구하지 못하였는가”라는 질문에 답하지 않고서는, 지금의 현실을 결코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하지 못한 현실을 극복하기란 단언코 불가능하다. 둘째, 진상규명을 통해 죽음의 원인을 밝히는 것은 유가족의 어깨를 짓누르는 죄책감을 덜 고, 고맙게도 사고에서 살아 돌아 온 생존학생들의 고통을 줄이는 출발점이다. 유가족과 생존학생들은 소중한 가족과 친구를 잃은 것만으로도 이미 인간으로서 극한의 상실을 경험하였다. 하지만, 유가족과 생존학생들이 겪는 상실의 고통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소중한 가족을 잃고도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유가족들은 끝없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생존학생들은 곁에서 죽어간 친구들이 떠오를 때 마다 혼자 살아 남았다는 죄책감에 평생 시달릴 것이다. 우리는 이제 유가족과 생존학생들에게 “당신들의 잘못이 아닙니다”라고 거듭 말해야 한다. 또한, 세월호 사고로 깊은 외상을 입은 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라고 스스로를 탓하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도 위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이 진정 잘못된 것인지에 대한 제대로 된 진상조사가 전제되어야 한다. 명백한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다면,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라는 우리의 위로는 어떠한 힘도 가지지 못할 것이다. 셋째,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는 과거의 과오를 밝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과거와 다른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참사의 인과관계를 밝히고 재발을 막지 않는다면, 우리는 언제, 어디서 이러한 사고가 다시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다. 이토록 끔찍한 참사를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크나큰 불안과 긴장을 야기한다. 또한, 수많은 희생자를 떠나보내고 형언할 수 없는 절망과 슬픔을 겪으면서, 우리는 어느 때보다도 안전한 사회를 갈망하게 되었다. 이는 생존을 지키고자 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요구이자, 고통에 머무르지 않고 성장으로 나아가려는 인간의 위대한 노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댓가를 치르고도 아무 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면, 우리의 미래는 언제 일어날지 모를 참사에 대한 불안과 함께 무력감과 좌절감이라는 더 큰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해 수사권, 기소권을 보장하라는 유가족의 요구는 결코 정치적 쟁점이 될 수 없다. 특별법을 통해, 우리는 다음 세대가 살아 갈 이 사회에 정당한 제도와 시스템이 정착되도록 하자고 말하는 것이다. 무참히 희생된 아이들이 아무 의미 없이 잊혀져 가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아이들의 이름으로 이 세상을 변화시켜야 할 의무를 다 하고자 한다. 그렇게 되었을 때 아이들은 새로운 의미로 되살아나 이 사회의 정의와 함께 계속 살아 갈 것이다. 한 희생과 맞바꾼 ‘안전을 향한 절박한 바람’이다. 이미 대통령은 유가족과의 면담을 통해서, 진상규명에 유가족의 여한이 없도록 하겠노라 약속한 바 있다. 이 약속이 지켜질 때야 비로소, 유가족의 고통과 좌절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갈등과 불신 역시 잦아들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우리는 정부와 정치권이 이제라도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통해, 유가족과 국민의 요구에 책임 있게 응하기를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2014년 8월 27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심리학자 373명 일동 강귀련 강명선 강미연 강선희 강연우 강은영 강정실 강지선 강지현 고내숙 고승환 고영미 고윤희 고은희 고혜정 고희정 곽수진 곽희정 구민정 국은선 권계영 권민희 권은미 권혜경 금민지 기화 김경선 김경아 김경하 김경희 김금미 김길문 김담희 김도환 김동은 김래선 김면수 김명권 김문정 김미랑 김미숙 김미정 김미진 김빛누리 김상희 김선아 김선희 김성건 김성민 김세련 김세정 김소희 김송희 김수미 김수연 김수연 김수진 김수형 김순희 김시내 김신실 김신애 김아름 김아신 김영자 김영주 김영혜 김영혜 김예실 김우영 김우정 김원빈 김은영 김은주 김은진 김은혜 김인혜 김자혜 김정동 김정현 김정화 김준범 김준홍 김지연 김지영 김지영 김지영 김지혜 김지혜 김진순 김진아 김진희 김태사 김태형 김하영 김한우 김현아 김현주 김형진 김혜령 김혜민 김혜진 김효선 김효주 김후영 김희정 나세원 남종희 남희경 노상선 단정수 류수정 류현미 류현순 류혜진 명은파 문경주 문수종 문은영 문현미 민경화 민병배 민요달 박규상 박내석 박민숙 박민아 박민우 박부금 박부영 박상희 박선희 박성현 박성호 박세란 박수진 박수현 박영주 박우란 박윤선 박윤아 박은 박일 박종수 박주용 박주현 박준화 박지혜 박지혜 박초롱 박하얀 박헌정 박현 박현경 박현주 박현진 박혜원 박효정 박효정 박희경 방경은 방경은 배수연 배은지 변상우 서경희 서기영 서유진 서재임 서주연 서혜선 설진미 성고은 성은경 소현숙 소희정 손보영 손세인 손유미 송수정 송주영 송현주 신동주 신선영 신은삼 신주혜 심윤정 심정자 안류연 안주현 안창현 양근원 양서연 양원영 양윤경 양윤란 양재원 양지연 어유경 엄미선 엄정은 엄홍식 여은경 여환홍 연보라 오세중 오영아 오욱진 오지영 오지영 오현정 유경이 유금분 유민숙 유상원 유윤경 유재인 유지현 유천기 윤경희 윤미자 윤선희 윤성옥 윤성우 윤숙경 윤아랑 윤운영 윤유경 윤은선 윤재호 윤정임 윤지원 윤지희 윤하영 윤황 이계정 이기현 이다랑 이미혜 이민수 이서정 이서정 이석호 이선아 이선애 이선영 이선영 이선주 이선화 이세미 이소영 이슬 이슬아 이슬아 이승미 이승욱 이신혜 이양자 이영경 이우상 이원희 이유나 이유진 이윤경 이윤정 이윤희 이은경 이은상 이은식 이은실 이은애 이은화 이정숙 이정은 이정은 이정하 이종림 이주열 이주영 이지연 이지연 이지연 이지연 이지연 이지윤 이지은 이지현 이지혜 이태희 이항순 이현주 이현진 이혜미 이혜정 이효진 임고운 임다예 임선영 임선영 임소영 임진 장경숙 장미선 장미수 장선희 장세미 장윤정 장은진 장인경 장현진 장희진 전선명 전윤미 전지열 정경심 정경진 정근와 정미지 정미진 정민 정민 정민경 정민영 정상철 정선경 정성진 정소정 정신아 정안숙 정안숙 정영주 정윤재 정인혜 정정숙 정해인 정혜진 정희용 조도현 조명숙 조문주 조민경 조성실 조소현 조수연 조은희 조준규 조해연 조혜정 차마리아 차인권 차지숙 최명식 최승은 최유연 최유희 최윤영 최정문 최정아 최지영 최향미 표미림 한아름 한혜현 허재경 허재석 현혜민 홍상희 홍정순 홍주현 홍지수 황선정 황세희 황수영
  • 국토부·LH, 하남 수산물센터 특혜 논란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보상을 받고도 이전하지 않는 하남미사강변도시 내 수산물센터를 주거지 인접 지역으로 이전하려 하자 악취를 우려하는 주민들이 ‘떼법에 굴복한 특혜’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수산물센터 상인조합이 입주 전 사용할 가이주 단지까지 싼값에 임대하려 해 “나쁜 선례를 남길 것”이란 지적도 받고 있다. 25일 LH 경기하남사업본부에 따르면 국토부와 LH는 수산물센터를 덕풍동 하남지식산업센터 인근 U2 부지로 이전하기로 하고 상인조합과 협의 중이다. 또 2017년 3월 말 입주 전까지 U2 부지 내 자족시설용지 8-1블록 2만 3100㎡(주차장 제외)에 가이주 단지 조성을 마치기로 했다. 수산물센터에는 당초 200여명의 상인이 영업하고 있었으나 대부분 보상을 받고 떠났다. 하지만 80여명의 상인은 조합을 결성, 자신들이 원하는 지역에 조성원가 수준으로 대체부지를 마련해 달라며 이전을 거부해 왔다. 현재 상인조합이 점유한 부지는 학교·공원·도로·상하수도 등 도시기반시설이 설치될 곳으로, 10월까지 철거하지 못하면 28블록 1542가구 주민들의 12월 말 입주가 불투명해진다. 28블록 입주 예정자 400여명은 최근 하남시와 LH가 수산물센터 이전에 소극적이라며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다급해진 국토부와 LH가 상인조합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자 이번에는 이전 예정지에 가까운 제일풍경채아파트와 온천마을 주민들이 악취 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더욱이 자족시설용지에 들어설 교회까지 반대하면서 LH와 국토부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주민들은 “LH가 용지임대 규정(조성원가의 5%)보다 터무니없이 싼값(1~2.5%)에 가이주 단지를 상인조합에 임대해 줄 경우 수십억원의 임대 수입이 감소할 것”이라며 “내년 준공 예정인 자족시설용지를 가이주 단지가 철거될 때까지 매각할 수 없어 약 500억원에 이르는 기회비용 손실도 입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토부와 LH 관계자들에 대한 문책도 요구했다. 그러면서 “LH가 모든 법적 절차를 마치고도 시간을 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경기 LH 하남사업본부 사업관리처장은 “28블록 입주 예정자들을 차질 없이 입주시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악취, 해수로 인한 환경오염 등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집달관을 동원하기도 했지만 번번이 무산돼 ‘나쁜 선례’라고 보면서도 막판에 몰려 어떻게든 내보내야 하는 정무적 판단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산책] 웰빙업종 전문가 키우는 ‘참살이실습터’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산책] 웰빙업종 전문가 키우는 ‘참살이실습터’

    새로운 취업 및 벤처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 대한 ‘참살이실습터’ 교육이 관심을 끌고 있다. 삶의 질을 높이려는 웰빙(Well-being) 트렌드 확산에 따라 등장한 ‘참살이’는 ‘행복, 삶의 만족, 질병이 없는 상태’를 뜻하는 순 우리말이다. ‘참살이실습터’는 중소기업청이 문화, 뷰티, 건강 등 웰빙업종의 전문가 양성 및 직업교육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교수님 이렇게 따면 되나요?” “아니죠. 방울토마토는 꼭지가 떨어지지 않도록 함께 따야 합니다.” 지난 14일, 부산 신라대학교 야외학습 농장에서는 한 무리의 중년들이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농부수업을 받느라 한창이다. 올해부터 새로이 개설된 참살이실습터 ‘도시농업코디네이터’ 양성 과정이다. 얼핏 자기네 식구들이 먹을 작물을 가꾸는 주말농장처럼 보이지만 엄연한 교육현장이다. 참여자 90% 이상은 농사 경험이 전혀 없는 초보 농부들. 첨단기기를 작동하고 만지듯 농기구를 다루고 작물을 따는 손길이 조심스러우면서도 진지하다. 장희정 신라대학교 평생교육원장은 “개별적으로 지정해 준 텃밭에서 작물을 키워보는 맞춤형 영농교육을 실시한다”고 말했다. 각자 참여 동기는 다르지만 창업에 대한 꿈과 열정은 하나같이 뜨겁다. 장 원장은 “도시농업 전문강사를 꿈꾸는 전업 희망자, 전문실습장을 운영하고 싶은 사람들이 참살이실습터의 문을 두드린다”고 말했다. ‘복지건강운동전문가’ 양성 과정은 최근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최민우 부산과학기술대 참살이실습터 사업단장은 “주로 유소년과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스포츠 지도법을 익히는 과정으로, 늘어나는 복지시설에 따른 전문 인력의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 학교의 푸드코디네이터 과정은 최근 외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교육생이 몰리는 인기 과목이다. 호텔조리계열 박영희 교수는 “테이블 공간을 디자인하는 스타일리스트 과정부터 요리 연구와 메뉴 개발 등 음식에 관련된 비즈니스 전반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 대덕대학교의 웰빙발효식품 비즈니스과정은 각종 발효식품을 기능성 음료 및 식품으로 가공하거나 힐링음식으로 개발하는 전문가 과정이다. 김현자 평생교육원장은 “전통발효식품을 상품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며 “지역민의 인적자원 개발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교육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참살이실습터가 지역 주민들의 창업, 취업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김선칠 대구보건대 대구시니어체험관장은 “실습 위주의 강도 높은 교육프로그램을 마친 후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대구지역 창업, 취업 전문 기관과 연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청이 주관하고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관리하는 참살이실습터 사업은 현재 12개 참살이 업종, 총 37개 과정이 전국 8개 지역 10개 기관에서 운영하고 있다. 기존 참살이 업종으로는 커피바리스타, 네일 아티스트, 두피관리사, 플로리스트, 복지건강운동전문가, 공예디자이너, 와인소믈리에, 플라워데코레이셔너, 푸드코디네이터 등이 있고, 신규 업종으로는 도시농업 코디네이터, 업사이클링 도자기페인팅, 웰빙발효식품 비즈니스 과정이 있다. 김수암 소상공인진흥공단 교육지원실장은 “교육생이 되면 현장경험이 풍부한 전문 강사진에게 실무 위주의 강의를 들을 수 있고, 다양한 실습 기회와 10시간 이상의 인턴십 과정도 제공된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1110명의 수료생 가운데 59명이 창업하고, 486명이 취업했다. 2012년 충남 논산시 건양대의 커피바리스타 과정을 수료하고 커피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주형씨는 “실습터 교육을 받으면서 현실적인 체험뿐만 아니라 전문적 기술까지 습득한 것이 창업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참살이를 통해 열심히 하면 일한 만큼 거둘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고준석 중소기업청 지식서비스창업과장은 “참살이실습터 사업의 목적은 웰빙 관련 분야의 전문가 양성 및 창조기업 육성”이라며 “향후 운영기관의 경영컨설팅 등 지속적인 사후관리를 통해 성공 창업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의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전략의 중심 가치는 참살이다. 따라서 참살이사업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웰빙 분야의 지식 기반 서비스 산업에 종사할 인력을 양성하는 사업이다. ‘참살이실습터’가 미래산업을 선도하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글 사진 부산·대전·논산 jongwon@seoul.co.kr
  • [독자의 소리] 북한이주민 또는 이주자로 부르자

    ‘북한이탈주민’이란 북한에 주소, 직계가족, 배우자, 직장 등을 두고 있는 사람으로서 북한을 벗어난 후 외국 국적을 취득하지 아니한 사람을 이른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들을 ‘탈북자’라고 일컫기도 하고, ‘새터민’이라고도 부르다가 이제는 ‘북한이탈주민’으로 부르고 있다. 이들 가운데 한국으로 이주해와 정착한 사람들이 지난 6월 현재 2만 68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이 10만명이 됐을 때 남북통일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그런데 북한이탈주민이라는 호칭은 어딘지 모르게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이탈’이라는 표현은 궤도이탈, 정신이탈현상, 탈선 등에서처럼 본래 있어야 하는 자리에 머물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은 독재의 땅, 가난의 땅, 억압의 땅인 북한을 떠나 온 것이지만 ‘이탈’이 아니라, 정확한 의미는 ‘탈출’이다. 일단 더 나은 삶을 위해 떠나왔고 대한민국에서 잘 정착해 생활하고 있다. 남북통일이 언젠가, 아니 예상치도 못한 때 이뤄질 텐데 북한이탈주민이라는 호칭으로 북한출신이라는 것을 알리고 또 ‘이탈’이라는 용어를 써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필요는 없다고 본다. 북한이탈주민을 ‘북한이주민’ 또는 ‘이주자’로 용어를 바꿔 사용하는 것이 통일을 향한 작은 실천이다. 이용식 서울중랑경찰서 먹골파출소 경위
  • [책꽂이]

    엑소더스-전지구적 상생을 위한 이주 경제학(폴 콜리어 지음, 김선영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10억명의 국제 이주민이 엄존하는 현실에 대한 고찰이다. 이주노동자 유입국은 노동력을 확보하는 대신 문화 충돌을 겪는 등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인력 유출국은 외화를 벌어오는 대신 교육된 인재를 잃는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저자는 두 가지 이득이 최고점에 이르는 적정 수준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384쪽, 2만 3000원. 중국과 미국의 해양경쟁(이재형 지음, 황금알 펴냄) 현재 중국의 국경 분쟁은 절대적으로 바다에서 이뤄진다. 타이완, 일본, 필리핀, 베트남 등과 다투고 있지만 실제로는 압도적인 미국의 군사력과 맞서는 상황이다. 에너지 자원 및 대외무역 문제도 함께 걸려 있어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다. 최초의 항공모함 랴오닝함을 도입하는 등 해군력 증강에 힘을 쏟는 이유다. 304쪽, 2만원. 장서의 괴로움(오카자키 다케시 지음, 정수윤 옮김, 정은문고 펴냄) 장서가. 꽤 고상해 보이는 명명이다. 하나 실상은 탐욕의 다른 이름이고 책에 치여 허덕이는 고단한 현실이다. 책에 대한 상념을 풀어내며 ‘책 다이어트 방법’, 장서의 기술 등을 소개한다. 3만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는 저자는 가장 적정한 장서의 양을 500권이라고 제안한다. 진짜?248쪽, 1만 3000원. 제자백가 공동체를 말하다(임건순 지음, 서해문집 펴냄) 고리타분한 공자, 맹자 이야기가 아니다. ‘어떻게 해야 나라와 사회가 더 발전하고 백성들이 살기 좋아질까’ 하는 사상의 핵을 틀어쥐고서 공동체를 중심으로 사유하고 실천해 온 정치사상가 13명의 이야기다. 2000여년 전 이들을 호출해 2014년 한국 사회의 문제를 바라보는 창으로 삼고 해법을 모색한다. 496쪽, 1만 8000원.
  • 강동 철거되는 놀이터 시설 재건축 단지에 무료로 지원

    “낡은 어린이 놀이시설을 바꿔 달라는 민원이 잇따르지만 교체하려면 1곳에 5000만원이나 들어요. 우리 입장에서는 만만찮은 돈이죠. 그런데 참 반가운 소식을 들었지 뭐예요. 시설을 입양한다네요.” 20일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이렇게 털어놨다. 이어 “게다가 재건축단지라 2~3년이면 이주해야 하는 터라 6500가구 입주민들도 체념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곳엔 12개의 어린이 놀이터가 있다. 30년에 걸쳐 몇 차례 개·보수를 거쳤지만 녹까지 슬었다. 하지만 이웃 아파트 놀이시설을 재활용한 덕분에 기존보다 나은 놀이터를 갖게 됐다. 구에 따르면 철거되는 어린이 놀이시설을 지역 내 재건축 단지에 무상으로 지원한다. 구는 놀이시설을 전면 철거하고 재설치하는 아파트 단지와 협약을 맺어 쓸 만한 것을 무상으로 넘겨받았다. 대한산업안전협회의 설치검사 협조를 받아 재활용이 가능한 어린이 놀이시설을 선별했다. 암사동 한강현대, 명일동 우성아파트 등 7개 단지에서 조합놀이대, 기차, 철봉, 시소 등 8개 놀이기구를 확보했다. 바로 사용할 수 있거나 일부 보수 후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이다. 구 관계자는 “지난해 12월부터 아파트 내 주민공동시설을 탄력적으로 설치할 수 있는 주민공동시설 총량제가 도입되면서 놀이시설을 없애고 다른 시설을 만드는 단지들이 있다”며 “더구나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에 따라 어린이 놀이시설은 설치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전문가 자문을 거치기 때문에 시설 기준에도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구는 22일까지 어린이 놀이시설 설치를 원하는 재건축단지 신청을 받는다. 설치검사 계획 일정이 빠른 단지에 우선 지원할 계획이다. 놀이시설에는 ‘○○아파트에서 기증한 어린이 놀이기구예요’라는 표식을 붙인다. 이해식 구청장은 “재건축사업에 치중하다 보면 입주민들의 주거 환경이나 어린이 시설 관리에 소홀할 수 있다”며 “이웃끼리 나눔을 실천해 재건축단지 내 어린이 시설을 개선할 수 있어서 좋다”고 반겼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통행금지에도 야간 시위 확산… 주방위군 투입

    통행금지에도 야간 시위 확산… 주방위군 투입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시에서 발생한 흑인 소년 마이클 브라운(18) 사망 사건의 파장이 점차 커지고 있다. 비난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주민들은 야간 통행금지가 발령된 지 이틀째인 17일(현지시간) 밤에도 시위를 벌이며 경찰과 충돌했다. 이에 미주리 주정부는 치안 회복을 위해 18일 주방위군을 투입하기로 했다. 대부분 젊은 흑인인 400여명 규모의 시위대는 통금이 발효되는 이날 자정을 몇 시간 앞두고 세인트루이스 교외 지역인 퍼거슨에서 또다시 거리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공중으로 손을 들거나 경찰이 던진 최루가스 용기를 다시 경찰들을 향해 던지며 항의를 이어 나갔다. 경찰이 연막탄과 최루탄 등을 발사하고 시위 참가자들이 이를 피해 도주하면서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런 가운데 브라운이 최소 6발의 총탄을 맞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브라운의 부검 결과 머리에 2발, 오른쪽 팔에 4발 등 최소 6발을 맞고 숨졌으며 총격은 모두 그가 경찰을 마주 보고 있는 상태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8일 보도했다. NYT는 가족의 요청에 따라 별도의 부검을 실시한 마이클 베이든 전 뉴욕시 검시관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이에 따라 첫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휴가를 떠난 오바마 대통령은 퍼거슨 사태 등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17일 저녁 백악관으로 복귀해 이틀간 업무를 수행한다. USA투데이는 에릭 홀더 법무장관이 18일 퍼거슨 사태에 대해 브리핑한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일리노이주 연방 상원의원이던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포스트 인종주의’ 미국을 언급하며 더는 흑과 백을 구분 짓지 않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연설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오바마가 주장했던 ‘포스트 인종주의’ 사회가 그때보다 더 멀어졌다”며 “퍼거슨 사태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9일 퍼거슨 사건 발생 이후 오바마 대통령은 2차례 성명을 발표했다. 첫 번째 성명에서는 “구체적인 것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퍼거슨을 기억하자”고 했고, 두 번째에는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며 진정을 촉구했다. 과거 흑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보다 한발 물러선 모습에 흑인들의 분노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마크 힐 모어하우스대학 흑인학 교수는 CNN에 기고한 글에서 “오바마는 애매모호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위안부 할머니·송전탑·쌍용차… 끝까지 ‘낮은 곳’ 밝힌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마지막 날인 18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에서 주례하는 화해와 평화를 위한 미사에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3명을 비롯해 각계 인사 1500여 명이 참석할 전망이다. 교황은 직접 집전하는 미사 강론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위한 메시지를 선포한다. 남북 천주교의 만남으로 관심을 모았던 북한 천주교 신자들의 모습은 볼 수 없게 됐다. 명동성당 미사는 교황의 방한 전부터 시선이 집중됐던 사안이다. 아시아, 특히 한반도의 평화와 북한 주민들에 대한 관심이 많은 교황이 메시지에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지가 관심의 초점이다. 실제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4일 청와대를 예방한 자리를 비롯해 여러 행사를 통해 거듭 화해와 평화를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허영엽 교황방한위원회 대변인은 17일 브리핑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일관되게 복음에 기반을 둔 평화의 중요성과 그를 위한 지속적인 대화를 중시한다”면서 “교황이 한국에 오신 것은 아시아를 만나러 온 것인 만큼 북한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모든 나라를 염두에 둔 포괄적인 메시지를 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귀띔했다. 교황방한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미사에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와 제주 강정마을 주민, 밀양 송전탑 건설 예정지역 주민, 용산 참사 피해자 등 우리 사회의 갈등과 대립으로 상처받은 이들이 대거 초청됐다. 6·25전쟁 전 평양·원산·함흥을 비롯한 북한 지역 교구에 소속됐던 사제와 수녀, 신자 등 실향민 외에 새터민과 그 가족들, 고려인 이주 15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 관계자 5명도 포함됐다. 한국과 교회의 미래를 위한 측면에서 중·고교생 50명도 초청됐으며 경찰과 환경미화원, 장애인, 메리놀 수도회, 천주교 사회봉사단체인 한국카리타스 관계자, 가톨릭 노동장년회원, 가톨릭 농민회원 등도 자리를 함께할 예정이다. 한센병 환자들에게 인술(仁術)을 펼쳐 지난해 ‘교회와 교황을 위한 십자가 훈장’을 받은 치과의사 강대건(82)씨도 미사에 초청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사를 집전하기 직전 7대 종단 지도자들과 만남을 갖고 성당에 입장하면서 서울대교구 직원을 비롯한 이들 참석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눌 예정이다. 한편 허 대변인은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 주교가가 초청장을 보낸 뒤 여러 경로를 통해 북한 천주교 신자들의 참석을 요청한 데 대해 내부사정상 참석이 어렵다는 답장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오늘의 눈] 인종차별 ‘노 모어’/백민경 국제부 기자

    [오늘의 눈] 인종차별 ‘노 모어’/백민경 국제부 기자

    “양손을 들었으니 쏘지 마(Hands up don´t shoot).”, “더 이상은 안 돼(No more).” 미국에서 어른 키 반만 한 어린 꼬마도, 대학 신입생도, 같은 지역 주민들도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지난 10일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퍼거슨시의 외할머니 집 근처에서 사망한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18)을 위해서였다. 그는 대학 입학을 며칠 남겨둔 상태였다. 뚜렷한 혐의조차 없었다. 양손을 머리 위로 들고 항복 의사까지 밝힌 상태였다. 그런데도 경찰은 그를 향해 수차례 총을 난사했다. 쓰러지고 나서도 쐈다. 불과 몇 주 전, 미국 한복판에서 일어난 일이다. 멀쩡한 청년을, 그것도 공격 의사가 없는 이를 경찰이 죽였다. 며칠도 지나지 않아 이번엔 LA 남부에서 변이 생겼다. 이젤 포드라는 20대 흑인 남성이 ‘수색을 위한 정지명령’을 받고 차를 정차한 뒤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또 총에 맞아 숨진 것이다. 그의 모친은 포드가 당시 땅바닥에 누워 있는 상태로 등에 총알을 맞았다고 주장했다. 잇단 흑인 사망에 미국은 들끓고 있다. 흑인들도, 심지어 백인들도 분노하고 있다. 흑인이 대통령인 나라에서 버젓이 자행되는 인종차별에 항의 시위는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비단 남의 나라 일일까. 피부색이나 나라를 두고 사람을 차별하는 악습은 한국에서도 낯익은 소재다. 팔려오 듯 국제결혼을 하고, 고된 시집살이와 폭력에 멍들고, 직장과 학교에서 도구 취급당하는 이들은 아직도 적지 않다. 지난달엔 한 야구 해설자가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타자에 대해 얘기하며 “밝은 옷을 입지 않으면 밤에 자동차를 몰고 갈 때 구분이 잘 안 된다”며 생각 없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영화 ‘초능력자’에서 한국말을 유창하게 구사해 눈길을 끌었던 가나 출신의 청년은 성적표와 추천서를 보고 긍정적으로 반응했던 의과 대학 관계자들이 그의 얼굴을 보고 마음을 바꿔 의대 진학이 좌절된 사연을 털어놓기도 했다. 부끄러운 현실이다. 17일은 2004년 8월 시행된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10주년을 맞는 날이다. 외국인 근로자에게 취업비자를 줘서 국내 근로자와 똑같은 대우를 보장해 주려고 만든 제도이지만 이주·인권단체들은 이를 현대판 노예제라고 부른다. 쉽게 직장을 옮길 수 없는 점을 악용해 고용주들이 일부러 임금을 체불하거나 퇴직금을 주지 않는 사례가 잇따른다. 아직도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증거다. 조금씩 우리가 바꿔나가야 한다는 현실이다. 피부색은 차이일 뿐 차별의 이유가 돼서는 안 된다. 차별은 또 다른 차별을 만들고, 계급을 만들어 누군가를 억압하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일하러 왔다고 해서,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에서 왔다고 해서, 무시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간단하다. 타국에 나가면 우리 역시 외국인일 뿐이다. 유색인 일 뿐이다. 아시아의 작은 나라 출신일 뿐이다. 오늘날 미국의 인종차별 사건에 더 분노하고 ‘노 모어’를 외쳐야 하는 이유다. white@seoul.co.kr
  • 전남, 은퇴 후 살기 좋아요

    전남지역에 이주한 도시민들의 생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남이 올해 이주한 도시민 1591가구를 대상으로 생활 만족도 설문조사를 한 결과 ‘매우 만족’ 15.5%, ‘만족’ 36.7%, ‘보통’ 38.4%로 나타났다. 만족하지 못한다는 답변은 9.4%(149명)였다. 수도권에 사는 50대 자영업자가 친지의 권유로 가족 1명과 함께 농사를 짓기 위해 전남으로 이주한 경우가 많았다. 이주 전 거주 지역은 경기 693명, 서울 443명, 인천 183명 등 수도권이 41.9%로 가장 많았고, 광주 34.2%, 영남권 6.6%, 충청권 3.9% 순으로 나타났다. 가구주의 연령은 50대가 546명(34.3%)으로 가장 많았고, 60대 23.6%, 40대 23.2%, 30대 12.1%, 70대 이상이 6.8%다. 이주 전 직업은 자영업 528명(33.2%), 회사원 517명(32.5%)이며 공무원과 교사·공기업 9.9%, 예술인 등 기타 24.4%였다. 이주 가족 수는 2명 이주 582가구(37%), 단독 이주 722명(23%), 3명 이주 210가구(20.1%), 4명 이주 110가구(13.9%), 5명 이상 33가구(6%)다. 전남으로 이주를 결심하게 된 가장 큰 동기는 귀농 604명(38%), 전원생활 438명(27.5%), 고향 이주 278명(17.5%), 요양 등이 271명(17%)였다. 시·군별 이주 지역은 해남군 383명, 화순군 354명, 순천시 327명 순이며 영농 조건·생활 편리·전원생활 적합지 등에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안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교황 “한반도 통일 위해 기도하겠다”

    교황 “한반도 통일 위해 기도하겠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4일 “한반도는 점차 하나가 될 것이므로 이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 면담을 갖고 “한국민이 하나의 언어를 사용하는 건 평화의 씨앗”이라며 “이(씨앗)를 잘 심고 가꾸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한반도 분단의 비극인 이산가족에 대해서는 “떨어져 사는 이산가족의 아픔을 이해하고 있으며, 가톨릭 교회도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오전 10시 36분 한국 땅을 밟았다. 바티칸 전세기로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한 교황은 공항에 마중 나온 박근혜 대통령이 “교황 방한을 계기로 우리 국민에게 따뜻한 위로가 전해지고 분단과 대립의 한반도에 평화와 화해의 시대가 열리길 바랍니다”라고 말하자 “한반도 평화를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왔습니다”라고 답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공항에 나온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4명을 비롯해 탈북민, 필리핀과 볼리비아 출신 이주 노동자, 범죄 피해자 가족 모임 해밀 회원, 장애인, 시복 대상자 후손, 외국인 선교사, 수도자 대표 등 천주교 평신도 32명과 인사를 나눴다. 특히 세월호 유족들의 손을 하나 하나 맞잡고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다.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위로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교황 환영식에서 “저와 우리 국민은 교황님의 방한이 오랜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고 한반도에 희망의 통일시대를 열어 가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이면 남북 분단 70주년을 맞는데, 대한민국 정부는 전쟁과 핵 위협을 벗어나 평화와 화해의 길을 가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북한 주민을 돕기 위한 인도적 지원과 동질성 회복을 위한 민간 교류도 확대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 정부 공직자와 외교단에 대한 연설에서 “저는 한반도의 화해와 안정을 위하여 기울여 온 노력을 치하하고 격려할 뿐이며 그러한 노력만이 지속적인 평화로 가는 유일하고도 확실한 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의의 결과’이며 정의는 하나의 덕목으로서 자제와 관용의 수양을 요구한다”면서 “우리 모두 평화 건설에 헌신하며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평화를 이루려는 우리의 결의를 다지게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해외여행 | 멕시코 Mexico- 당신의 허니문이 코수멜이어야 하는 이유

    해외여행 | 멕시코 Mexico- 당신의 허니문이 코수멜이어야 하는 이유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 허니문은 코수멜Cozumel Island이 어떻겠냐고. 일생에 한번은 코수멜을 방문해야 했던 마야 여인들처럼, 일생에 한번은 멕시코를 여행해야 하고, 그것이 허니문이라면 코수멜인 것이 좋겠다고. 코수멜은 아주 먼 옛날부터 생명의 섬, 잉태의 섬이었으므로. 이스라 코수멜 Isla Cozumel 코수멜섬은 멕시코만 하단에서 불쑥 솟아오른 유카탄 반도, 그 반도에서 20km 떨어진 캐리비안 해상에 자리잡고 있다. 킨타나 오Quintana Roo주에 속해 있으며 섬의 수도는 산 미구엘. 멕시코 최대의 유인도이자, 마야 유적지와 해양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어서 해마다 200만명이 찾아오는 대표적인 크루즈 기항지다. 새들이 먼저 발견한 낙원 아마도 당신은 지구상에 ‘코수멜’이라는 섬이 있다는 사실을 지금 처음 들었을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멕시코는 대한민국에서 너무나 먼 나라이고, 마야 문명은 오래전에 사라졌으며, 코수멜은 제주도보다도 작은 섬이니 말이다. 그나마 정보다운 정보를 준 사람은 칸쿤에서 만난 미국인 밥 할아버지였다. “코수멜에 간다고? 페리를 타고 섬에 도착하면 선착장 앞에 커다란 제비상이 있을 거야. 코수멜은 제비의 땅Cuzaam Luumil이거든. 그래서 원래 이름도 쿠싸밀Cuzamil이었고. 남아메리카로 이동하던 제비떼가 쉬어 갔던 곳이 코수밀이었거든. 뭐, 대부분의 관광객들이야 이런 사실에 관심도 없지만.” 제비처럼 날쌘 페리는 육지를 떠난 지 30분 만에 코수멜 선착장에 주민들과 뒤섞인 여행자들을 쏟아냈다. 정말로 선착장 입구에는 커다란 새 조각상이 날개를 활짝 펼쳐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는데 밥의 귓띔이 아니었다면 사실 제비인 줄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제비들이 먼저 그 가치를 알아봤던 ‘쉬어 갈 만한 섬’ 코수멜은 지금 캐리비안해를 항해하는 크루즈십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항지가 됐다. 코수멜의 크루즈 선착장에는 비수기에도 한 달에 5~9척, 성수기에는 무려 25~32척의 크루즈가 입항한다. 마이애미 다음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크루즈 선착장이다. 이 때문에 제주도와 비교해 면적647km²은 3분의 1이고, 인구약 8만5,000명는 6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코수멜은 연간 200만명이 방문하는 멕시코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문제는 오로지 당신에게 허락된 시간일 뿐. 저녁이 되면 다시 배를 타고 떠나 버리는 성마른 여행자들을 위해 코수멜은 효율적인 ‘수용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를 테면 ‘찬카납공원Chankanaab Park’이 그렇다. Chakanaab Beach Adeventure Park South Coastal Road 5 miles 성인 21달러, 어린이 14달러 월~토요일 08:00~16:00 스쿠버다이빙 45달러, 스노클링 15달러 www.cozumelpark.com 바다놀이터, 찬카납해양공원 찬카납은 작았다. ‘작은 바다Little Sea’라는 뜻의 마야 이름 그대로 이 천연의 라군은 잔잔한 연못 같았다. 잠시 구름에 가렸던 햇빛이 물속을 비추는 순간, 커다란 크랩 한 마리가 바위틈으로 나왔다가 산호 사이로 사라졌다. 그 뒤를 쫓아 뛰어들고 싶지만 찬카납 라군에서는 수영이 철저하게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이 작은 바다에 얼마나 많은 물고기와 해양동물들이 살고 있는지는 육안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물이 맑다. 최고의 자연수족관이라는 표현대로다. 찬카납은 작지만 찬카납해양공원은 작지 않다. 1980년에 해양생태계 보존구역으로 지정했지만 사람의 접근을 막는 대신 자연과 인간이 사이좋게 공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발을 시작했다. 그래서 찬카납해양공원은 멕시코의 역사, 문화, 자연을 조금씩 맛볼 수 있는 어드벤처비치파크가 됐다. 부드러운 모래가 깔린 자연 풀장에서의 수영은 물론이고 바다로 조금만 나가도 스노클링, 스쿠버다이빙 명소가 나온다. 공기호스가 연결된 헬멧을 쓰고 잠수할 수 있는 씨트렉Sea Trek도 있고 물개쇼도 진행된다. 하지만 이곳에서 가장 인기 높은 프로그램은 역시 돌핀 수영이다. 돌고래를 품에 안아 보거나 수영을 함께 즐길 수 있다. 해양스포츠만 있는 것도 아니다. 수백 종의 열대 식물이 자라는 정원을 거닐거나 마사지를 받을 수도 있고, 데킬라 테이스팅을 할 수도 있다. 좀더 아드레날린을 분출할 방법을 찾는다면 지프라인을 추천한다. 시작하자마자 맥없이 끝나 버리는 단 한번의 줄타기가 아니라 7개의 타워 사이를 날아서 이동하는 장쾌한 경험이다. 처음에는 발을 떼기조차 두려워하던 사람들도 거의 1km에 달하는 지프라인 비행을 마치고 나면 개인기 현란한 공중묘기를 마다하지 않는 지프라인의 달인이 될 수 있다. 천국의 수심은 제로 결국 다른 표현을 찾지 못했던 것 같다. 코수멜 사람들은 자신들의 땅을 ‘지상의 낙원’이라고 설명했다. 세상에 ‘낙원 인증’만큼 어려운 것이 또 있을까. 특히 그 낙원이 물속에 있다면 말이다. 코수멜은 멕시코에서 온두라스까지 캐러비안해를 따라 1,000km 정도 이어진 그레이트 마얀 리프Great Mayan Reef에 속해 있다. 65종의 경산호와 350종의 연체동물, 비늘돔, 해면동물, 노랑가오리 등 500여 종의 물고기로도 모자라 예수상, 성모상도 바다 속에서 만날 수 있다. 더 흥분되는 소식은 이 바다의 수질이다. 26~27℃ 사이의 따뜻한 수온, 60m 이상의 가시거리라니. 하지만 코수멜은 이 장점도 가볍게 넘어선다. 코스멜과 리비에라 마야 지역의 지질은 온통 석회암이라 땅 아래에는 수십 킬로미터에 달하는 복잡한 수중 동굴들이 형성되어 있다. 입구와 출구를 표시한 수중지도가 있을 정도다. 그런데 당신은 다이버가 아니고 그리하여 천국은 너무나 멀다고? 아쉬워하지 않아도 된다. 수면 아래로 내려오지 않는 당신을 위해 거북이들이 모래사장으로 올라와 알을 낳고, 악어들이 기슭에서 헤엄치고, 심지어 돌고래는 당신의 발끝을 밀어 수중에서 뛰어오르게 도와주기도 한다. 코수멜은 아름다운 해변과 100여 개가 넘는 리조트(코수멜은 4,200여 실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로 둘러싸여 있고 곳곳에 마얀 유적지가 펼쳐져 있다. 남북 길이는 약 48km, 동서 폭은 16km 정도니 렌터카를 빌리면 섬 어디든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다. 얼음을 채운 블루 마가리타 한잔을 옆에 놓고 하루 종일 해변에 누워 있다가 밤이 되면 섬의 수도인 산 미구엘San Miguel의 델 솔 광장으로 내려가 라이브 음악에 맞춰 살사를 춰도 좋다. 천국에 대한 증언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별이 빛나는 천국의 바다 코수멜은 작지만 단조로운 섬이 아니다. 본토와 마주보고 있는 서해안에는 수도 산 미구엘San Miguel을 중심으로 한 다운타운과 리조트들이 몰려 있고, 식수원을 보호하기 위해 개발이 제한된 동해안에는 고즈넉한 프라이빗 해변이 곳곳에 숨어 있다. 올인크루시브로 운영되는 이슬라 파시온Isla de Pasion은 하루 나들이로 좋은 곳이다. 산 미구엘의 선착장을 출발해 30분 정도 달리면 옥빛 라군으로 포위된 섬에 도착한다. 입장료에 왕복 배편과 해먹, 선베드, 샤워 사용, 발리볼, 수중 트램폴린, 카약, 페달 보트뿐 아니라 오픈 바에서 제공되는 음료수와 점심식사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다. 아보카도를 듬뿍 넣은 과카몰리Guacamole, 닭고기 바비큐, 마히 마히 생선요리 등을 즐길 수 있다. 섬 전체가 그레이트 마얀 리프에 속해 있는 코수멜은 어디서 스노클링을 해도 실패하지 않지만 특별히 엘 시엘로El Cielo로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불가사리 때문이다. 바다 속에서 별을 볼 수 있는 곳, 그래서 이름이 ‘천국’이다. 코수멜의 별은 그리 깊지 않은 곳에 있어서 수영을 잘 하는 사람들은 맨몸으로 잠수해서 불가사리를 만져 볼 수도 있을 정도다. 동해안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는 곳이 있으니, ‘색의 전망대’라는 뜻의 깔라 미라도르Cala Mirador다. 나뭇가지의 자연스러운 형태를 고스란히 살린 가구와 조형물을 해변에 전시하고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바다에 펼쳐지는 푸른색의 스펙트럼은 일일이 이름을 붙일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코수멜 토박이인 레이몬은 이 경치 포인트를 놓치지 않고 최근 바를 오픈했는데 그 바텐더가 바로 해변에 전시된 작품들의 조각가이니, 멋진 작품을 구입할 수도 있다. Isla de Pasion Carretera Costera Norte, Cozumel 77600, Mexico 어른 45달러, 어린이 30달러 보트출발 9:00, 11:00, 13:00(섬 체류 약 5시간) +52 (987) 872 5858 www.isla-pasion.com Cala Mirador Carretera Oriental 28km Cozumel, Quintana Roo, Mexico 10:00~16:00 +52 (998) 213 6968 소녀, 악어를 만나다 한국에 돌아온 지 2주쯤 지났을 때 이메일을 한 통 받았다. “잘 돌아갔나요? 여긴 이미 거북이 프로젝트가 시작됐어요. 지난 2주 동안 12개의 거북이알 둥지를 발견했답니다. 알아요. 많은 숫자가 아니죠. 하지만 우리가 계속 찾아볼 거예요. 또 연락해요. 친구.” 발레리아Gaia Valeria Romero는 코수멜의 콜롬비아 라군에서 악어를 관찰할 때 만났던 현지의 소녀였다. 이제 겨우 15살의 그녀는 악어와 거북이, 맹그로브 숲 등 섬의 해양생태계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어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었다. 7살 때부터 FPMCQROOFundacion de Parques y Museos de Cozumel, Quintana Roo, 킨타나루 코수멜 공원박물관재단에서 지원하는 에코프로그램에 꾸준히 참가했기 때문. “매년 이 바다에 2만5,000여 마리의 거북이가 찾아와 산란을 해요. 5월부터 산란을 시작하는데 그 둥지가 6,000여 개나 되죠. 부화는 2달 정도 있다가 시작되어 10월까지 이어져요. 새끼 거북이가 태어나 바다까지 무사히 돌아갈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이 지역을 철저하게 보호하고 있어요. 그래서 수영은 절대로 금지예요. 대신 바다거북을 관찰하는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하죠.” 멕시코 정부는 1990년부터 바다거북을 보호하기 위해 나섰지만 바다거북은 여전히 위기종이다. 킨타나 오주에서는 13개의 붉은바다거북loggerhead turtle 보존구역이 있는데 코수멜 최남단의 푼타수르에코비치파크Punta Sur Eco Beach Park가 그중 하나다. 라군, 맹그로브, 산호, 해안 사구 등의 다양한 지형을 관찰할 수 있고, 각각의 지형을 보금자리로 삼고 있는 악어, 거북이, 새 등도 더불어 만날 수 있는데 발레리아를 만났던 콜롬비아 라군도 그중 하나다. 수심이 깊지 않은 콜롬비아 라군Colombia Lagoon에는 악어를 가장 가깝게 그리고 안전하게 관찰할 수 있도록 브릿지와 타워를 설치했다. 이곳에 사는 악어 옐로아메리카 크로코다일은 코수멜의 고유종으로 가장 큰 것이 400kg 정도라고 했다. 대형 악어종이 아니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동작이 날쌔다. 코수멜의 그 요란한 바람을 온몸으로 느낀 곳은 셀라라인 등대Faro Celarain 전망대다. 공원입구에서 8km 정도 들어가면 섬의 가장 남단에 서 있는 하얀 등대를 발견할 수 있다. 수백년 동안 이 섬을 거쳐 갔던 탐험가와 해적들의 흔적은 등대 1층에 마련된 항해문화박물관Navigation and Cultural Museum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FPMCQROO 찬카납 어드벤처비치파크, 푼타수르에코비치파크, 코주멜뮤지엄, 산 헤르바시오 유적지 등을 운영하고 그 수익을 지역사회와 자연보호에 환원하는 비영리재단으로 300여 명의 장학생 선발, 여름 캠프, 문화예술 워크숍, 공예품 워크숍, 전통문화보호, 바다거북보호 프로그램, 맹그로브조림프로그램, 해변청소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다. Punta Sur Eco Beach Park South Coastal Road 15 miles 어른 12달러, 어린이(3~11세) 8달러 주차 시간 | 월~토요일 09:00~16:00 마야는 머물지 않는다 앞서 말했지만 코수멜은 마야여인들이 일생에 한번은 꼭 방문해야 했던 성지였다. 결혼식을 올린 후 이 섬을 방문해 잉태와 풍요의 여신 익셀Ix Chel에게 경배를 올려야만 신성한 결혼의 의식을 온전하게 마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임신과 순조로운 출산을 기원하는 여인들의 정성은 수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당시 여인들이 경배를 올렸던 익셀 여신의 신전이 아직도 코수멜에 남아있다. 코수멜에 있는 6개의 마야 유적지 중 최대 규모인 산 헤르바시오San Gervasio Archaeological Site가 대표적인 장소다. 코수멜 북동부의 작은 정글 안에서 발견된 소규모의 정착지들은 AD300~600년 사이에 형성된 지구도 있고, AD1,250~1,500년대에 형성된 지구도 있다. 그중에서 3,000여 명이 흩어져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산 헤르바시오는 백색의 포장도로Sacbeeob를 통해 다른 정착지와 연결되어 있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돌과 조개껍데기 등을 섞어 재료로 사용해 밤에도 달빛을 반사해 길을 잃지 않도록 설계한 것. 이토록 높은 수준을 자랑했던 마야 문명이 스페인 침략 이전에 갑자기 사라진 이유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분명한 것은 그들이 수학, 천문학, 기상학에서 놀라운 식견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 마야인의 건축은 그들의 세계관을 담고 있는데, 예를 들어 마야인들은 4계절(혹은 4방향)이 13번 반복되면 세상이 끝난다고 생각했기에 52년마다 살던 도시를 버리고 새로운 도시로 이동했다고 한다. 산 헤르바시오도 그렇게 52년간 살았던 도시 중 하나일 뿐이지만 정글 속에서 1,000년을 굳건하게 서 있다. 마치 콘크리트처럼 견고해 보이는 건축들은 모두 산호와 고무를 혼합한 재료로 만들어진 것. 때로는 편백나무에서 흘러나온 호박amber에 고무를 섞어서 사용하기도 했다. 산 헤르바시오의 유적들은 마야의 건축 중에서도 높이가 낮은 동해안 양식East Coast Style으로 분류된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작은 손’이라고 불리는 주택인데, 건축가들이 남긴 것으로 추정하는 벽면의 손자국이 아직도 선명하다. 바닥이 아니라 돌침대에서 잠을 잤고 하수도 시스템이 있었으며 음식을 시원하게 저장하는 지하동굴 저장고도 있었다. 또한 노예제도를 갖지 않았고 일처일부제 였으며 카카오를 화폐로 사용했고 옥수수를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마야 문명 이후 코수멜은 멕시코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스페인의 침략과 식민지화, 기독교 개종 등의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섬이라는 조건 때문에 무역항으로 발달할 수도 있었지만 같은 이유로 캐리비안의 해적들에게 숱한 약탈을 당하기도 했다. 1571년 해적 산프로이Sanfroy의 침략을 시작으로 1700년대까지 많은 해적선들이 코수멜섬을 근거지로 삼아 본토를 공략하기도 했으며, 그 과정에서 섬 주민들을 가혹하게 다루었다. 코수멜에 인구가 다시 급격하게 늘어나게 된 것은 1847년 마야 인디언과 비인디안 사이에 일어난 ‘카스트 전쟁’을 피해 온 이주민들 때문이었다. 승세가 완연했던 이 전쟁에서 마야 인디언들은 농번기가 되자 농작지로 돌아갔고, 이 기회를 틈타 정부는 군대를 재정비하고 역도들을 일망타진하고 말았다. 이 혼란을 피해 많은 난민들이 코수멜에 정착했고 이후 껌의 원료일 치클과 로그우드Logwood를 수출하여 경제적으로도 넉넉해질 수 있었다. 지금도 코수멜의 사포딜라 나무에는 치클을 추출한 상처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 현재 코수멜은 관광산업에 집중하고 있다. 멕시코 정부의 주도하에 세계적인 리조트 휴양지로 개발된 칸쿤에 비해서 인지도는 낮지만 코수멜은 멕시코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휴양지였다. 그리고 거대한 리조트와 쇼핑점들이 줄지어 있는 칸쿤의 상업적인 느낌이 싫은 사람들은 여전히 코수멜을 선택한다. 코수멜을 다른 휴양지와 다르게 만드는 초강력 에너지는 ‘생명력’이다. 풍요와 잉태를 약속했던 익셀 여신의 정령은 코수멜의 자연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그래서 이 섬에 들르는 모든 사람들에게 생명의 기운을 축복처럼 나눠 준다. San Gervasio Archaeological Site Carretera Transversal Km. 7 성인 9.5달러, 어린이(10세 미만) 무료 주차시간 | 08:00~15:45 글·사진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멕시코정부관광청 www.visitmexico.com 코수멜관광청 www.cozumel.travel ▶travel info Cozumel Island Airline & traffic 멕시코로 가는 직항편이 없어서 일본을 경유해야 한다. 아에로멕시코항공(www.aeromexico.com)은 일본 도쿄에서 멕시코시티까지 직항편을 운행하고 있으며 멕시코 내에서 국내선 연결 노선은 다양하다. 코주멜섬까지의 비행편도 있지만 본토에서 배를 이용할 경우에는 유카탄 반도의 동해안인 리비에라 마야의 플라야 델 카르멘Playa del Carmen에서 코수멜까지 30분 정도 페리를 탑승하면 된다. 울트라마르Ultramar와 멕시코 워터젯Mexico Waterjets 두 개의 페리선사가 있으며 비용은 왕복 16달러 정도다. Hotel B라고 불리는 일류 부티크 호텔-Hotel B Cozumel 배를 타고 가까운 바다에 나갔다 돌아오는 길에 아예 호텔 B의 선착장에 내렸다. 놀랍게도 오후 4시의 호텔 B 수영장은 라이브밴드의 연주를 즐기는 선남선녀들로 꽉 들어차 있었다. 수영장이 아니라 마치 ‘최상급 수질’의 클럽에 온 것 같았다. 2001년 문을 연 이 부티크 호텔이 그 동안 호텔 B가 추구해 온 아방가르드 정신이 자리를 잡은 결과이리라. 부티크 호텔답게 모든 소품들이 예사롭지 않았는데 멕시코 전통 수공예품이거나 디자인 제품으로 직접 판매도 하고 있었다. Carr. Playa San Juan Km 2.5 Zona Hotelera Norte C.P. 77600 +52 (987) 87 20 300 www.hotelbcozumel.com 또 하나의 완벽한 휴가-Occidental Grand Cozumel Resort 맹그로브 숲에 둘러싸여 있는 옥시덴탈 그랜드 코수멜 리조트는 아름다운 정원 사이에 6개의 레스토랑, 4개의 바, 3개의 수영장이 흩어져 있는 대규모 리조트다. 올인크루시브 리조트답게 낮에도 많은 사람들이 리조트 내부의 수영장과 해변 근처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최고의 다이빙 지역으로 뽑히는 팔랑카 산호Palancar Reef가 가까이 있으며 코수멜 스노클링 명소의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엘 시엘로로 출발하는 보트도 리조트 선착장에서 탈 수 있다. 투숙객이 아니어도 별도의 데이패스를 구입하면 식사와 해변 이용이 가능하다. 또한 로열클럽으로 업그레이드하면 클럽 라운지 무료 이용과 개인풀장, 카레타 레스토랑 이용 등이 가능해 리조트 안에 또 다른 럭셔리 리조트를 체험할 수 있다. Kilometro 16.6 Carretera Sur, El Cedral, San Francisco, Palancar 77600-Cozumel, Quintana Roo, Mexico +52 (987) 872 9730 www.occidentalhotels.com Restaurants 집에서 먹는 저녁-Casa Mission Restaurant 넓은 정원에 둘러싸인 오래된 콜로니얼 스타일의 고택에서 흘러나오는 마리아치들의 연주. 그 음악에 곁들이는 데킬라 한잔. 이것이 코수멜 최고의 해산물 레스토랑으로 꼽히는 까사 미션의 선물이다. 은퇴한 정부관료나 고관들이 살았던 이 고택은 현재 미란다 가문Miranda Morales의 소유인데, 거실 공간만을 레스토랑으로 사용할 뿐 내부의 주거공간은 그래도 보존하고 있어서 살짝 훔쳐보는 재미가 있다. 신선한 해산물 요리의 항연 끝에 ‘불꽃쇼’를 통해 만드는 특별한 커피 후식도 근사하다. 여러 가지 해산물을 조금씩 맛볼 수 있는 콤비네이션 메뉴Combinacion Mexican가 221 멕시코페소 MXN다. Avenue between Avenue Juarez and 1º Sur. Street Cozumel, Quintana Roo, Mexico 7:30~23:00 +52 (987) 872 1641 www.missioncoz.com 퓨전 멕시코 요리-Kondesa Cozumel Restaurant 뉴욕에서 요리를 공부한 크리스가 2012년 말에 오픈한 레스토랑. 셰프였던 아버지와 멕시코 출신인 어머니의 DNA를 골고루 자신의 요리철학에 적용하고 있어서인지, 콘데사의 메뉴는 전통적인 멕시코 요리와는 다른 퓨전스타일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요리교실도 운영하고 있는데, 물론 모든 재료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신선한 식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가든 테이블은 마치 자연 속에서 식사를 하는 느낌이고 자체적으로 개발한 칵테일을 주문할 수 있는 바와 홀은 밤새토록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편안함이 있다. 5ta Av. between 5 and 7 South#456, 77600 Cozumel, Quintana Roo, Mexico +52 (987) 869 1086 www.kondesacozumel.com 데킬라의 재발견 까사 미션레스토랑에서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유명한 데킬라 브랜드인 로스 트레스 토노스Los Tres Tonos의 시음과 데킬라 투어를 할 수 있다. 3대째 데킬라를 만들고 있는 노스 트레스 토노스는 100% 블루 아가베Agave를 사용하고 아메리칸 버번 배럴에 담아서 숙성시킨 데킬라를 판매하고 있다. 한 병을 기준으로 숙성년도에 따라 1병750ml에 55달러, 65달러, 85달러, 110달러. 데킬라 투어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도 있는데 하시엔다 안티구아Hacienda Antigua는 산 미구엘 시내와 칸차납공원에서 만날 수 있다. 멕시코 정부는 데킬라의 전통을 보존을 위해 오직 할리스코 지역에서만 데킬라를 생산을 허가하고 있기 때문에 시음장에서 마시는 모든 데킬라는 할리스코에서 주조한 것이다.
  • 구름 위 푸른 장미

    구름 위 푸른 장미

    강원도 산간 지역을 돌다 보면 산자락 높은 곳에 조각보처럼 펼쳐진 밭을 종종 본다. 쪼가리 밭들이 모여 이룬 고랭지 경작지다. 이를 옛 어른들은 ‘높드리’라 했다. 강원도 태백·평창 등 국토의 등줄기를 이루는 지역에 이런 높드리가 특히 많다. 이런 곳엔 대개 고랭지 배추를 심는데, 수확을 앞둔 이맘때면 배추의 푸른 향연을 보러 오는 사람들로 늘 북적댄다. 잘 여문 배추는 장미를 닮았다. 빛깔만 푸를 뿐이다. 일년에 딱 한 차례 광활한 산기슭 위에 수백만 포기의 ‘푸른 장미’들이 물결친다. 여행자들이 이 시기에 부러 배추밭 유람에 나서는 건 이들이 펼쳐 내는 빼어난 조형미를 보자는 뜻이다. 배추 출하 시기는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8월 말~9월 초에 집중된다. 이는 이 시기를 놓치면 한여름 ‘풍경의 별미’와 마주하기 위해 또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풍경 좋기로 소문난 나라 안의 높드리들을 모았다. ●바람도 쉬어 가는 곳, 매봉산 바람의 언덕 태백엔 이름난 고랭지 배추밭이 두 곳이다. 그 가운데 가장 이름난 곳을 꼽으라면 역시 매봉산(1303m)이다. 풍력발전단지가 함께 조성돼 있어 흔히 ‘바람의 언덕’이라 불린다. 매봉산의 연평균 풍속은 초속 8.4m로 대관령 바람보다 강하다고 한다. 매봉산 능선을 따라 수십 기의 풍력발전기가 세워진 건 이 때문이다. 매봉산 산기슭은 전체가 배추밭이다. 면적은 132만㎡(약 40만평)가량 된다. 산자락 이쪽저쪽을 타고 넘는 배추밭의 방대한 규모에 입이 떡 벌어질 정도다. 이름난 여행지인 탓에 휴가철엔 교통체증까지 빚어진다. 바람의 언덕 풍경도 감상하고 백두대간의 서늘한 칼바람으로 더위를 식히자는 여행객들이 하루 1000여명씩 찾기 때문이다. 그 탓에 매봉산 아래 삼수령(三水嶺) 일대의 편도 2차선 도로 양쪽은 아침부터 주차장으로 변하기 일쑤다. 여느 계절엔 매봉산 풍력발전단지까지 승용차가 올라가지만 이 시기에 한해 삼수령부터 차량 통행을 제한한다. 걷거나 태백시에서 제공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올라야 한다. ●‘배추고도’ 귀네미 마을 ‘차마고도’에 빗대 ‘배추고도’로도 불리는 귀네미 마을은 매봉산 바람의 언덕에서 차로 십분 남짓 떨어져 있다. 마을을 감싸고 있는 산의 형태가 ‘소의 귀’를 닮아 ‘귀네미’라 부른다. 귀네미 마을은 1980년대 광동댐공사로 삶의 터전을 잃은 수몰민들이 집단 이주해 일군 땅이다. 대대로 농사를 짓던 옥토를 댐에 내준 주민들은 척박한 산기슭을 고랭지 배추 재배 단지로 개간해 냈다. 빠르면 10월 초, 늦으면 5월 초까지 눈이 내린다는 귀네미 마을에선 해마다 9월 말까지 시퍼런 배추밭이 장관을 펼쳐 낸다. 매봉산 바람의 언덕에 견줘 이름값이 덜한 덕에 한결 여유 있게 돌아볼 수 있다. 원래는 동해 해돋이로 소문난 마을이었다. 최근엔 풍력발전기를 세우는 등 여행지로 새로 태어나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귀네미 마을 배추밭은 해발 1200m에 달하는 산자락에 펼쳐져 있다. 면적은 65만 3000㎡(약 20만평)쯤 된다. 길은 승용차로 돌아볼 수 있을 만큼 잘 포장돼 있다. 다만 출하 시기를 앞두고는 화물차들이 자주 드나드는 만큼 걸어서 돌아봐야 한다. ●‘구름 위 배추밭’ 안반데기 강릉의 안반데기는 풍경으로나 이름값으로나 태백의 매봉산에 견줄 만한 곳이다. 안반데기는 ‘안반(案盤)덕’의 사투리가 공식 명칭으로 굳어진 특이한 이력을 가진 마을이다. ‘안반’은 떡메로 반죽을 내리칠 때 쓰는 오목하고 넓은 통나무 받침판, ‘덕’은 고원의 평평한 땅을 뜻한다. 풀자면 우묵한 고지대에 터를 잡은 마을이란 의미다. 안반데기는 1100m 산자락에 독수리처럼 날개를 펼쳤다. 여기에 깃든 배추밭의 면적은 198만㎡(약 60만평)에 이른다. 1965년 화전민들이 국유지를 개간한 것이 시초다. 한여름 출하 시기엔 마을 북쪽 고루포기산에서부터 남쪽 옥녀봉에 이르는 산자락이 배추로 가득 찬다. 그 덕에 ‘구름 위의 배추밭’이란 예쁜 별명까지 얻었다. 행정구역은 강릉 왕산면이지만 평창군과 가깝다.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때도 평창 쪽으로 가는 게 수월하다. 횡계나들목∼용평리조트 방면∼리조트입구 삼거리에서 도암댐 방면 직진∼도암댐 못 미쳐 왼쪽 고갯길로 가면 된다. 포장이 잘 돼 있어 승용차로도 너끈하게 올라갈 수 있다. ●‘평창 아리랑’ 발원지, 육백마지기 말 그대로 육백마지기(약 12만평)쯤 되는 배추밭이다. 평창군 미탄면 청옥산(1233m) 정상 부근에 있다. 통상 1마지기가 논 200평이니 총면적은 40만㎡쯤 될까. 최근까지 꾸준히 면적이 확장돼 현재는 1800마지기쯤 된다고 한다. ‘볍씨 육백 말(斗)을 뿌릴 수 있는 곳’이란 설도 있다. 1960년대 개간된 육백마지기는 돌이 많고 오르는 길도 험하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아리랑’ 가운데 하나인 ‘평창 아리랑’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육백마지기 일대에서 곤드레 등의 산나물을 뜯으며 살던 주민들이 삶의 고달픔을 잊기 위해 부른 노래가 바로 ‘평창 아리랑’이다. 육백마지기는 겨울이 길고 눈이 많다. 당연히 배추 심는 시기가 다른 곳에 견줘 늦고, 출하 시기도 마찬가지다. 육백마지기가 깃든 청옥산 자락엔 요즘 구릿대, 동자꽃 등의 들꽃들이 산기슭 여기저기에 무리 지어 피었다. 규모는 작지만 오르는 길에 있는 자작나무숲도 볼만하다. 승용차로 미탄면 평안리 쪽이나 회동리 쪽에서 오를 수 있다. 길이 험해 육백마지기 초입에 차를 두고 걸어서 돌아보길 권한다. 글 사진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 [줌 인 서울] 다문화 여성들 전문인력으로 키운다

    [줌 인 서울] 다문화 여성들 전문인력으로 키운다

    “좋은 직업을 갖게 돼 마음이 뿌듯하고 베트남에 있는 가족들도 너무 자랑스럽다고 했어요.” 베트남 출신인 응웬티 띠엡(25·여)씨는 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결혼 이주여성 가운데 첫 번째로 여행사에 취업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2008년 8월 결혼해 입국한 띠엡씨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종합사회복지관에서 다문화 이해 교육, 베트남어 계약직 강사를 하며 전문직 취업을 꿈꿨다. 그러던 중 복지관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의 소개로 서울시 주관 관광통역안내사 육성 과정에 참여하게 됐다. 그는 자격증 시험에서 한 차례 낙방한 뒤 재도전해 올 6월 마침내 합격증을 땄고, 지난달에는 국내 최대 여행사에 취업할 수 있었다. 띠엡씨는 “앞으로 관광 관련 학과가 있는 대학에도 진학해 일과 공부를 병행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띠엡씨의 경우 서울시가 육성·지원하는 결혼 이주여성 전문인력 양성 과정의 첫 취업사례다. 시내 다문화가족의 월평균 소득 200만원 미만 가구는 44.4%나 된다. 특히 결혼이민자·귀화자 중 취업자가 64%이지만, 3분의 1 정도가 단순노무직이다. 미취업자의 76.5%는 취업을 희망한다. 서울시는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관광통역안내사협회와 연계해 지난해부터 이들의 취업을 위한 교육과정을 꾸렸다. 지난해 교육과정 수료자 대상으로 집중교육을 한 결과 올해 2명이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베트남어)을 취득했다. 또한 서울시는 지난달 10일 청사 시민청에서 ‘결혼이주여성 취·창업 박람회’를 열었다. 결혼 이주여성 200명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이를 통해 우즈베키스탄 출신 우타바에바 니루파르(34)씨가 유명 성형외과에 취업하는 등 2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니루파르씨는 “공장 일을 하면서 힘들었는데 한국에서 병원을 찾는 고국 사람들을 위해 일하게 돼 뿌듯하다”며 웃었다. 이 밖에 서울시는 결혼 이주여성 취업 또는 창업을 위해 산모관리마스터 양성과정, 호텔룸어텐던트 양성 과정, 아동급식 전문가 등 6개 사업을 추가로 추진 중이다. 올 3월에는 영어·중국어·일본어·몽골어·베트남어 등 서울통신원 11명을 선발해 통·번역 등 외국인 주민을 위한 서비스도 넓혔다. 조현옥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지금껏 결혼 이주 여성들의 경우 단순 노무직에서 일하기 일쑤였지만, 앞으로 체계적인 교육을 적극적으로 제공해 전문인력을 늘려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기업투자가 지역경제 살린다] 삼성디스플레이 ‘블루크리스탈빌리지’

    [기업투자가 지역경제 살린다] 삼성디스플레이 ‘블루크리스탈빌리지’

    온천수 개발 지역을 인근 온양에 떼주고 ‘끓을 탕, 우물 정’이라는 이름만 겨우 유지해 오던 충남 아산시 탕정면이 요즘 다시 끓고 있다. 지난해 초 입주가 시작된 블루크리스탈빌리지가 대표 사례다. 삼성그룹의 상징색(블루)과 LCD의 C(크리스탈)를 딴 이름으로 주민들의 삼성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 하얀색 건물에 파스텔톤 지붕 때문에 ‘지중해 마을’이라고도 불린다. 3층짜리 건물 66동이 들어서 있는데 1층엔 개성 있는 상가들이 들어섰다. 면 단위 지역에선 좀처럼 보기 어려운 와인바나 카페들이 즐비하다. 온양온천을 찾는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고 탕정면사무소 직원이 귀띔한다. 판교신도시에서 수제 호두파이로 큰 인기를 끈 ‘수호두파이’도 용산 2호점을 거쳐, 올 초 3호점을 이곳 탕정에 차렸다. 백종성 지점장은 “수도권의 여러 입지를 둘러봤지만 탕정이 우리 가게 콘셉트에 가장 알맞다고 판단했다”면서 “월 임대료가 평당 10만원 정도로 수도권에 비해 싼 편은 아니지만 삼성디스플레이 직원들이 있어 꾸준한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블루크리스탈빌리지는 또 기업·주민 상생을 상징하는 곳이다. 마을 설립을 이끌어온 곳은 탕정산업㈜이다. 처음엔 이주 및 생계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공장 설립을 반대하면서 삼성과 대립각을 세웠지만 지금은 삼성 측의 최대 아군으로 바뀌었다. 최규섭 탕정산업㈜ 대표이사는 “처음에는 대기업이 우리 집과 농토를 뺏어간다고 결사반대했다. 관도 메보고 안 해본 투쟁이 없을 정도로 극심하게 반대했다”면서 “하지만 삼성 측이 주민과의 상생 방안을 내놨고 지금까지 약속을 잘 지키고 있어 주민 대부분이 삼성 팬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향 땅에 남아 농사도 계속 지으면서 임대업도 하고 식당도 차려서 과거보다 소득이 많이 늘었다”고 덧붙였다. 마을 인근 식당가엔 점심시간마다 손님이 가득하다. 때문에 월세도 다른 지역에 비해 비싸다. 1층 30평짜리 국숫집은 보증금 5000만원에 월 300만원, 2층 74평 고깃집은 1억원에 월 400만원이다. 아산에서 제일 비싼 것은 물론, 서울 강서구나 충남 최대 도시 천안 중심부와 비슷한 수준이다. 2012년부터 고깃집 ‘웰빙마을’을 운영하는 임병구(47)씨는 “요즘 다른 지역은 경기가 많이 죽었는데 이곳은 삼성 직원들인 고정 고객 때문에 분위기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천안·아산 지역 삼성디스플레이 임직원은 2004년 8372명에서 2014년 2만 3600명으로 해마다 1500명씩 늘어나고 있다. 늘어난 인력의 대부분은 탕정단지 임직원이다. 삼성디스플레이로 인한 1차 협력사 고용만 2004년 3205명에서 2012년 3만 3000명으로 크게 늘었다. 인구는 물론 지방세 징수액도 눈에 띄게 늘었다. 탕정면 인구는 2004년 8000명 수준에서 2014년 2만 3000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주민등록 미등록 거주자를 합치면 5만 5000명 수준으로 집계된다. 또 2004년 1882억원에 불과했던 아산시 지방세 징수액은 2012년 4140억원으로 120.0% 상승했다. 이 기간 전국 지방세 징수액 증가율이 57.4%(34조 2000억→53조 9000억원)에 그친 것과 비교된다. 지역 인프라도 확충됐다. 2004년까지만 해도 탕정면엔 탕정초등학교 단 한곳만 있었지만 지금은 탕정초·탕정미래초 등 2곳의 초등학교, 탕정중학교와 충남외고, 충남삼성고 등도 들어섰다. 모두 삼성디스플레이가 기부채납 등으로 지원하고 있는 학교들이다. 또 의료보건시설 수는 1999년 134개에서 2010년 220개로 1.6배, 이 기간 체육시설은 83개에서 244개로 2.9배 급증했다. 탕정 개발의 순기능으로 지역인재 채용이 늘었다. 천안공고 출신으로 삼성SDI 천안공장에 근무하는 임정호씨는 “반에서 5등 안에만 들면 삼성SDI, 삼성디스플레이 등에 취업할 수 있어 면학 분위기가 뜨겁다”고 말했다. 조영석 삼성디스플레이 단지기획팀 부장은 “2004년 수도권 밖의 심리적 저지선인 화성을 넘어 탕정으로 사업장을 옮긴다고 했을 때 대상 직원의 10% 정도가 회사를 그만둘 정도였다”면서 “지금은 수도권 등에서 통근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직원들이 알아서 이 지역에 정착한다. 그만큼 살기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주거 중심도 자연스럽게 아산시내에서 탕정 쪽으로 넘어왔다. 부동산 가격도 이런 추세를 반영한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아산시의 평(3.3㎡)당 아파트값은 2004년 302만원에서 2014년 565만원(연초 기준)으로 크게 올랐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 가장 아파트값이 비싸게 형성되는 곳은 탕정삼성트라팰리스다. 평당 800만~850만원이다. 웬만한 수도권 신도시를 뺨친다. 4000가구로 2009년 입주 당시엔 삼성 임직원만 살았지만 올해부터 일반에 개방됐다. 사라졌던 전통시장도 되살아났다. 과거처럼 5일장 형식이 아닌 달라진 생활환경에 맞게 ‘주 2일장’이 지난해 생겨났다.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에 탕정삼성트라팰리스 앞에서 장이 열린다. 탕정면 명암2리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김영희(74·여)씨는 “그때그때 생산되는 농산물을 팔고 있다”면서 “좀 싸게 팔아도 아파트 주민들이 고정적으로 사가기 때문에 예전에 비해선 훨씬 이득이 크다”고 말했다. 오원근 탕정면장은 “10여년 전만 해도 탕정면이나 송악면에 산다고 하면 괜히 위축됐는데, 지금은 탕정에 산다는 것 자체가 자랑거리”라며 활짝 웃었다. 탕정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삼성디스플레이 탕정 사업장은 2000년 삼성전자는 수익성을 높이고자 대형 LCD 라인을 충남 아산시 탕정면 일대 460만㎡ 크기 땅에 짓기로 결정했다. 투자비용은 지금까지 30조원 넘게 들었다. 2004년 7월 세계 최초로 7세대(1870×2200㎜) 라인이, 2007년 8월 8세대(2200×2500㎜) 라인이 가동에 돌입했다. 2006년 삼성전자가 일본 소니를 제치고 세계 TV시장 1위에 오르고 8년 연속 정상을 지키는 수훈갑이 바로 이곳 탕정 사업장이다. 2012년 탕정 사업장이 속한 삼성전자 LCD사업부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와 합쳐져 삼성디스플레이로 회사명을 바꿨다.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기베르 드 노장의 자서전(기베르 드 노장 지음, 박용진 옮김, 한길사 펴냄) 중세 프랑스 수도사 기베르 드 노장(1053~1125년)의 고백록. 1114~1117년에 쓰였고 수없이 인용됐던 책의 첫 완역본이다. ‘혼자 부르는 노래’라고 이름 붙인 이 자서전은 “오 위대하신 하느님! 끝없는 실수로 하느님이 정한 길에서 벗어나기를 수없이 하였음을 고백합니다”로 시작한다. 어린 시절부터 수도원장이 되기까지 자신의 성장과정을 되돌아보고 속세의 당면 문제들을 가감없이 서술한다. 당대에는 별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중세 유럽의 가족제도, 결혼풍습, 신분체계 등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어 19세기 이래 다양한 측면에서 새롭게 해석되어 왔다. 원래 총 3권으로 이루어졌으며 특히 3권에서는 12세기 프랑스 북부도시 랑에서 일어난 폭동과 코뮌 운동을 상세히 기록해 근대 부르주아 혁명의 기원이 중세에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료로 취급됐다. 316쪽. 2만 2000원. 이덕일의 고금통의 1·2(이덕일 지음, 김영사 펴냄) 많은 대중 역사서를 펴낸 역사학자 이덕일의 역사 지혜서. 한국과 중국 고전에 등장하는 1000여개의 역사적 순간에서 오늘을 가치 있게 사는 방법, 더 나은 내일을 위한 통찰의 메시지를 전한다. ‘고금통의’(古今通義)는 중국 역사서 사기(史記)의 삼왕세가(三王世家)에 나오는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관통하는 의(義)는 같다는 뜻으로, 지금 벌어지는 일의 미래도 옛일에 비춰 알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 정조의 수원 화성 축조에서 일자리 창출의 모범답안을, 고려시대 계수관 제도에서 지방자치의 참모습을 발견한다. 조선 후기 실학자 유수원의 공생공영 철학에서는 승자 독식 사회의 모순을 해결할 실마리를, 고구려의 망명객 수용 정책에서는 진정한 국가의 품격을 읽는다. 정치·경제·문화·생활 등 여러 분야에 걸쳐 명문장과 생각의 단서, 그리고 오래된 교훈이 즐비하다. 오늘을 위한 성찰을 담은 1권 512쪽· 내일을 위한 통찰을 모은 2권 520쪽. 각 권 1만 8000원. 레드마켓, 인체를 팝니다(스콧 카니 지음, 전이주 옮김, 골든타임 펴냄) 인체조직이나 장기, 난자, 대리모 등 인간과 인체를 놓고 비밀거래가 이루어지는 ‘레드마켓’을 고발한 책. 탐사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전 세계 레드마켓의 거대한 지하경제를 쫓아다니며 현장에서 5년을 보내고 쓴 책이다. 주민들 대부분이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의 신장을 팔아 ‘키드니바깜’이라는 별칭이 붙은 인도의 마을, 서구의 의과대학이나 실험실에서 사용될 해부학용 해골을 위해 묘지나 영안실, 화장장에서 인간의 뼈를 훔치는 부도덕한 도굴꾼들, 신자들의 머리카락을 미국의 가발 제조사에 팔아 연간 600만 달러의 돈을 버는 고대 사원 등 흥미롭지만 소름 돋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수십억 달러짜리 지하 거래의 성장과 몰락 및 재기를 초기 의학 연구와 오늘날의 대학 연구 활동에서부터 가난에 피폐해진 유라시안 지역과 서구의 첨단 실험실에 이르기까지 생생하게 폭로한다. 296쪽. 1만 6000원. 파리의 심판(조지 M 태버 지음, 유영훈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1976년 6월 7일자 ‘타임’ 월요일판에 프랑스 주재원 조지 태버가 쓴 ‘파리의 심판’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파리의 한 와인 시음회에서 라벨을 가리고 시음하는 블라인드 테이스팅 결과 캘리포니아 와인이 모든 프랑스 와인을 눌렀다는 내용이었다. 이 현장을 취재한 유일한 기자였던 저자는 훗날 이 사건이 와인의 역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담은 역사서를 구상하고 전 세계 와인 산지를 누빈다. ‘파리의 심판’은 1976년 5월 24일 파리에서 열린 시음회 현장을 복원하고, 그 현장의 맥락을 와인의 세계사로 확장시킨 논픽션이다. 2005년 초판 발행 10년 만에 새로운 완역으로 복간됐다. 560쪽. 1만 8000원.
  • 한반도와 닮은 오키나와 저항의 역사

    한반도와 닮은 오키나와 저항의 역사

    저항하는 섬, 오끼나와/개번 매코맥·노리마쯔 사또꼬 지음/정영신 옮김/창비/544쪽/2만 8000원 오키나와는 많은 이들에게 ‘일본 속 고통받는 미군기지 섬’으로 인식된다. 실제로 오키나와는 일본 전체 면적의 0.6%에 불과하지만 주일 미군기지의 75%를 떠안고 있다. 15세기 해상왕국으로 번성했지만 19세기 후반 일본에 병합됐고 2차대전 이후 미국의 점령을 받다가 일본에 반환되며 굴욕과 희생의 땅으로 여겨졌다. ‘저항하는 섬, 오끼나와’는 특별한 역사를 갖는 섬, 오키나와에서 이어졌던 저항의 역사를 담은 책이다. 호주 국립대 명예교수와 일본 평화운동가가 의기투합해 미·일동맹의 패권주의적 팽창과 그로 인해 점철됐던 오키나와의 희생과 저항사를 세밀하게 추적했다. 근대 일본국가에 병합된 오키나와인들은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버려야 하는 황민화 정책에 시달렸다. 2차대전 중 3개월간의 무차별 폭격으로 유명한 이른바 ‘오키나와전’의 참상은 오키나와에 반(反)일본정서가 뿌리박히게 된 이유라고 저자들은 말한다. ‘오키나와전’ 당시 폭격으로 오키나와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2만명이 사망했다. 일본군은 한 술 더 떠 연합군 스파이가 될 것을 우려해 오키나와인들을 말라리아가 창궐하는 산간지역으로 강제이주시키고 자살을 강요했다. 일본군의 강제 아래 가족끼리 죽이고 죽는 참극이 빈발했다. 1972년 미국은 일본에 오키나와를 반환했지만 오키나와는 여전히 환경피해며 미군 성범죄 같은 기지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미·일 정부가 후텐마 기지를 대체해 거대한 새 미군기지를 건설하려는 데 대한 주민들의 반대와 저항은 갈수록 격해지고 있다. 책에선 오키나와와 한반도의 겹치는 현대사 속 굴곡을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다. 미국이 아시아 회귀를 선언하며 태평양의 두 번째 거점으로 선택했다는 제주도의 상황도 자연스레 포개진다. ‘오키나와를 이해하는 것은 한국을 이해하는 것’이라는 저자들은 그래도 한국어판 서문에 이런 희망 섞인 메시지를 남겼다. “한국과 오키나와는 민주적이며 협력적인 전후 및 패권 이후의 질서가 이 지역 전체에 뿌리내리고 자라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보여준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내전·뇌물에 찌든 삶… ISIL이 준건 통제·안정

    내전·뇌물에 찌든 삶… ISIL이 준건 통제·안정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는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이 흐르는 이라크와 옛 레반트 지역(시리아, 레바논, 요르단, 팔레스타인)에서 신정(神政) ‘이슬람국가’를 건설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ISIL은 올 초 점령한 시리아 북부 도시 라카에서 자신들의 ‘이상향’을 실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슬람국가의 사실상 수도 역할을 하고 있는 라카 주민 한 명을 비밀 취재원으로 고용해 그가 전한 생활상을 24일 보도했다. 내전에 찌든 알레포에서 의류 공장을 운영하던 카드리는 죽음만은 피하자는 심정으로 ISIL에 충성을 맹세한 뒤 라카로 이주했다. 카드리는 “라카에는 다른 시리아 지역에는 없는 질서와 안전이 있다”고 말했다. ISIL이 강요하는 엄격한 계율만 지키면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ISIL은 라카를 점령하자마자 가장 먼저 3개뿐이던 기독교 교회의 십자가를 떼어냈다. 교회 건물은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한 ‘순교자’들의 행적을 선전하는 전시관으로 바뀌었다. 마을 곳곳에 걸려 있던 시리아 대통령 바샤르 알아사드의 초상화도 모두 떼어내고 대신 자신들이 옹립한 칼리프(통치자) 아부바크르 알바그다디의 얼굴로 대체했다. 젊은이들이 즐겨 찾던 알아마시광장은 철제 담장으로 둘러쳐졌다. 카드리는 “말 그대로 ‘이슬람국가’가 건설되고 있다”고 전했다. 도둑의 손목은 광장에서 만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절단됐다. 공공장소에서의 흡연도 금지됐고 기도 시간에는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아야 한다. 전기와 물은 하루 4시간만 사용할 수 있다. 어느 날 버스를 타고 가는데 갑자기 ‘신앙 경찰’이 들이닥쳐 버스를 세운 뒤 얼굴을 완벽하게 가리지 않은 여성을 끌어냈다. 경찰관은 이 여성이 집에 돌아가 율법에 맞는 복장으로 갈아입고 온 뒤에야 버스를 출발시켰다. 숨 막히는 통제가 가져다준 것은 안정이었다. 알아사드 정권의 관리들에게 거액의 뇌물을 줘야 했던 상인들은 두 달에 20달러만 내면 안정적으로 장사를 할 수 있다. 새로운 지배계급으로 떠오른 다혈질의 젊은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들도 이젠 ‘통치의 기술’을 터득했다. 조직 충성도가 높은 이들을 각 조직과 지역 곳곳에 감시자로 배치해 통제의 끈을 조이는 한편 ISIL의 권위에 복종만 하면 누구든 생업을 이어 갈 수 있게 했다. 전쟁에 지친 시리아 주민들은 점차 ISIL을 지지하고 있다. 더욱이 중동 각국의 수니파 원리주의자들이 라카로 오고 있다. 튀니지와 리비아에서 온 이들이 검문소를 지키고, 전력을 통제하는 이는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이며, 요르단에서 온 의사가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이슬람 형제들이여, 라카로 오라”는 알바그다디의 선동이 동영상 속의 공허한 외침만은 아닌 것이다. 이창구 기자 window2@seoul.co.kr
  • 베네수엘라 ‘세계 최고층’ “다비드타워” 빈민가 정리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빈민가’에 살던 거주민들이 모두 쫓겨나게 됐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22일(현지시간) 무장 경찰을 동원, 짓다가 만 45층 높이의 건물에 살던 무단 거주민 수천 명 가운데 일부를 카라카스 남쪽 외곽의 정부 소유 아파트로 이주시켰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다비드 타워’로 불리는 이 건물은 골조와 외벽 공사가 끝난 뒤 1990년대 닥친 금융위기 때 건축이 중단됐다. 2000년대 중반부터 무단 거주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해 점차 늘어나면서 지하 주차장부터 옥상까지 자리를 잡았다. 이들은 전기를 끌어들이고 미용실 등 가게를 여는가 하면 자체적인 건물 관리 시스템을 갖추는 등 공동체를 형성했다. 다비드 타워는 그동안 베네수엘라에서 실패한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인식됐다. 미국의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이 건물을 살인 등의 폭력이 난무하는 무정부주의 지역으로 묘사되기도 했다. 에르네스토 비예가스 베네수엘라 재개발 장관은 도심에 자리 잡고 있는 이 건물이 위험 요소를 안고 있어 거주민들의 이주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어린이들이 추락사하는가 하면 낡은 외벽이 부서지거나 창문이 떨어지는 사고도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제공하는 버스에 옮겨타고 떠나는 거주민들은 ‘정든 집’과 이웃들과의 이별을 아쉬워했다. 이들은 외곽으로 이사 가게 되면 일자리를 잃을 뿐 아니라 대중교통이나 편의시설을 쉽게 이용하기 어려운 현실과 부닥치게 된다. 그러나 다비드 타워 주변 주택가 주민들은 이 건물이 그동안 성폭력이나 강도 등 범죄의 온상이 됐기 때문에 무단 거주민들을 내보내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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