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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新국토기행] 경남 거제시

    [新국토기행] 경남 거제시

    경남 거제시는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면적은 402.26㎢, 해안선 길이는 386.74㎞에 이른다. 해금강을 비롯해 섬과 해안의 기암괴석,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이 그림 같다. 곳곳에 해수욕장이 있고, 한국전쟁 당시 17만여명의 포로를 수용했던 포로수용소 등 구석구석에 유적지와 관광명소가 있다. 특히 동부면 학동고개에서 노자산 전망대 사이 1475m 구간에 한려수도 비경을 조망할 수 있는 케이블카가 내년 상반기 완공되면 거제도의 새로운 관광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거제 주변 청정해역은 수산물의 보고다. 사시사철 싱싱한 해산물을 공급한다. 세계 3대 조선소 가운데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있는 조선산업 중심지다. 거제도는 1971년 통영시와의 사이에 거제대교가 놓여 육지와 처음 다리로 이어졌다. 1999년 신거제대교에 이어 2010년 부산 가덕도와 해저터널·다리로 잇는 거가대교가 개통됐다. 교통이 편리해지면서 한려해상권의 거점 해양관광도시로 발전하고 있다. 시민 평균 연령이 36.2세, 해마다 5000여명씩 인구가 늘어나는 젊고 성장하는 도시다. [볼거리] ●바다의 금강산 명승 제2호 ‘해금강’ 거제 관광을 대표하는 명소로 남부면 해금강마을에서 남쪽으로 500m쯤 떨어진 해상에 있는 무인도다. 원래 이름은 갈도(葛島)다. 생김새가 칡뿌리가 뻗어 내린 모습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자연경관이 빼어나 바다의 금강산이란 뜻으로 해금강이라 불린다. 1971년 명승 제2호로 지정돼 ‘거제 해금강’으로 등재됐다. 수억년에 걸쳐 파도와 바람에 씻긴 바위섬의 환상적인 비경에 눈을 뗄 수가 없다. 사자바위, 미륵바위, 촛대바위, 신랑바위, 신부바위, 해골바위 등 천태만상의 기묘한 바위가 깎아지른 듯 수십m 높이로 절벽을 이뤄 섬을 둘러싸고 있다. 열십자 모양으로 뚫린 십자동굴 사이로 배가 드나든다.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하려고 서불을 갈도에 보냈다는 서불과차(徐市過此) 설화도 전한다. ●바다 풍경이 한눈에 ‘바람의 언덕&신선대’ 남부면 갈곶리 도장포마을 북쪽 해안에 있는 언덕으로 사시사철 바닷바람이 분다. 언덕이 바다 쪽으로 볼록하게 튀어나와 있어 앞이 탁 트여 있다. 언덕에서 보면 아름다운 바다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원래 지명은 띠밭늘이었다. 2002년 바람의 언덕으로 불리며 여러 드라마 촬영을 통해 알려졌다. 신선대는 바람의 언덕으로 가는 길목 입구인 남쪽 해변에 있는 기암괴석 지역이다. 신선이 내려와 풍류를 즐겼다고 할 정도로 해안 경관이 절경이다. 파도가 쉴 새 없이 밀려와 기암괴석에 부딪혀 하얗게 부서지는 모습과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이 장관이어서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해안 따라 굴러다니는 흑진주 ‘몽돌해변’ 흑진주처럼 반들반들 윤이 나는 검은 몽돌이 덮인 몽돌밭 해변이 1.2㎞에 걸쳐 있다. 몽돌밭은 폭 50m로, 면적은 3만㎢에 이른다. 바닷물이 밀려들고 나가면서 몽돌의 ‘자글자글’ 굴리는 소리는 우리나라 자연 소리 100선에 선정될 만큼 아름답고 감미롭다. 바닷물이 맑고 깨끗해 가족 피서지로도 알맞다. 땅 모양이 학이 날아오르는 것처럼 생겼다고 해서 학동으로 불리게 됐다. 해안을 따라 3㎞에 걸쳐 천연기념물 제233호인 동백림이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팔색조 번식지로도 유명하다. ●740여종의 식물과 공룡 흔적 간직한 ‘외도’ 해상식물공원이 조성된 개인 소유 섬으로 거제도에서 4㎞ 떨어져 있다. 해안선 길이는 2.3㎞에 이른다. 기암절벽으로 둘러싸인 외딴섬을 이창호(2003년 작고)·최호숙 부부가 사들여 식물공원을 조성했다. 1976년 관광농원 허가를 받은 뒤 30여년에 걸쳐 개간과 조경을 해 1995년 외도해상농원을 개장했다. 희귀 아열대 식물을 비롯해 740여종의 식물을 정갈하게 가꿔 놓은 식물원과 전망대, 조각공원 등이 바다를 배경으로 아름답게 조성돼 있어 이국적 정취가 느껴진다. 개발되지 않은 섬 동쪽 끝에 공룡굴과 공룡바위, 공룡발자국화석이 있다. 외도 관광은 오전 8시~오후 5시(여름철은 6시)이며 숙식은 할 수 없다. 장승포동이나 일운면 구조라, 동부면 학동리, 남부면 갈곶리, 일운면 와현리 등의 선착장에서 해상관광유람선이 다닌다. ●섬 전체가 동백나무로 뒤덮인 ‘지심도’ 섬 전체가 동백나무 숲이라 동백섬으로도 불린다. 일운면 지세포리에 딸린 섬으로 지세포에서 동쪽으로 6㎞ 떨어져 있다. 면적은 0.356㎢, 해안선 길이는 3.7㎞다. 섬 모양이 군함처럼 생겼다. 섬에서 가장 높은 곳이 해발 97m쯤 된다. 조선 현종 때 주민 15가구가 이주해 살기 시작한 뒤 현재 10여 가구, 20여명이 거주한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군 1개 중대가 광복 직전까지 주둔했던 군 요새였다. 섬을 덮은 동백나무는 12월 초순부터 4월 하순까지 꽃이 핀다. 동백꽃을 구경하기에 가장 좋은 때는 3월이다. 장승포항에서 배를 타고 20분쯤 걸린다. 섬 안에 민박집도 있다. ●닭과 용을 닮은 해발 566m 명산 ‘계룡산’ 거제 본섬 한가운데 우뚝 솟은 명산이다. 해발 566m로 꼭대기에는 의상대사가 절을 지었다는 의상대 터가 있다. 산 형상이 닭과 용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1688년(숙종 14년)에 현령 김대기가 산허리를 가로지르는 길을 개설했다. 이를 기리는 김현령치비가 서문고개에 있다. 계룡산 아래에 6·25전쟁 때 포로수용소가 설치됐다. 포로수용소 건물 돌담 벽이 보존돼 있다. 정상에 서면 거제도가 한눈에 들어오고 부산 가덕도와 태종대도 볼 수 있다. 맑은 날에는 대마도까지 보인다. 산행코스 가운데 계룡사에서 계곡을 따라 송신탑으로 오르는 길은 경사가 급해 힘들다. 능선을 따라 불이문바위, 장군바위, 거북바위, 장기판 바위 등 기암괴석이 줄지어 있다. 가을 억새도 아름답다. ●대통령이 남긴 발자취 ‘김영삼 대통령 생가’ 장목면 대계리 외포마을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태어나 13살 때까지 살았던 곳이다. 거제시는 오래된 김 전 대통령 생가를 헐고 2001년 새로 지었다. 566㎡의 대지에 팔작지붕으로 된 본채와 사랑채, 시주문을 건립하고 돌담도 만들었다. 생가 옆에 김영삼 대통령 기록전시관이 있다. ●시인 유치환의 숨결 ‘청마 생가&기념관’ 거제도는 ‘깃발’ 시인 청마 유치환이 태어난 곳이다. 청마는 1908년 거제시 둔덕면 방하마을에서 태어나 1910년 통영으로 이사했다. 시는 2000년 생가를 복원했다. 생가 근처에 청마 묘소가 있다. 청마의 문학 정신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청마기념관을 생가 옆에 2008년 건립했다. 청마는 1967년 2월 13일 오후 9시 35분 부산 동구 좌천동 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부산대학병원으로 옮기는 도중 운명했다. 처음에는 부산 사하구 하단동 승학산 기슭에 장지를 마련했다. 그 뒤 양산시 백운공원묘지로 이장했다가 1997년 4월 5일 이곳으로 옮겼다. [먹거리] ●청정해역서 자란 바다의 우유 ‘굴’ 거제 연안에서 바다의 우유로 불리는 굴이 많이 생산된다. 미국과 일본 등 세계 여러 나라로 수출된다. 미국은 식품의약국(FDA)이 거제 연안을 엄격하게 심사해 청정지역으로 지정하고 굴을 수입한다. 굴은 남성에게는 정력 식품, 여성한테는 미용 식품으로 알려졌다. 성장발육과 학습능력 향상에 효과가 크고 소화흡수가 잘되는 타우린, 아연 등의 성분이 많아 어린이들에게 최고 영양식이다. 고혈압, 뇌졸중, 당뇨, 관절염, 골다공증 등 성인병 예방에도 좋다. 겨울이 제철이다. 껍질째 익힌 뒤 까서 초장 등에 찍어 먹으면 향긋한 맛이 느껴진다. ●진한 색과 강렬한 향의 유혹 ‘유자’ 거제는 기후·환경이 유자 생산에 알맞다. 연평균 기온이 13도 이상 온화한 기후에서 자란 거제 유자는 색깔이 진하고 껍질이 두꺼워 향이 강하고 오래간다. 생산 시기는 11~12월이다. 껍질이 두껍고 울퉁불퉁한 못난 것일수록 품질이 좋은 것이다. 유자는 비타민C를 비롯해 유익한 성분이 많아 스트레스 해소, 피로회복, 통증·염증·기침완화, 혈액순환, 위암·폐암·피부암 억제 등에 효과가 있다. 잘게 썰어 설탕에 재어 유자청을 만들어 차로 마신다. 빵도 만든다. ●추워질수록 맛 좋아지는 ‘대구’ 대구는 머리와 입이 커서 대구(大口)라고 부른다. 동해·서해 깊은 바다에 떼 지어 사는 한대성 고기로 겨울철 산란을 하기 위해 냉수층을 따라 남해 진해만으로 회유한다. 동해·남해안에서 잡히는 대구는 서해에서 잡히는 대구보다 크다. 특히 진해만 일대(거제해안)에서 겨울철에 잡히는 무게 7.5㎏이 넘는 대구를 최상품으로 꼽는다. 겨울 거제에서 잡은 대구로 요리하는 대구탕은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대구는 산란기에 암수가 사랑을 나누면서 서로 볼을 비벼대는 특성이 있어 살이 더욱 쫄깃하다. 대구볼찜 요리는 쫄깃한 대구 고기 식감을 음미할 수 있다. 대구는 고단백질 저지방 식품으로 간세포 재생 및 해독작용, 노폐물 배출, 피로회복 등에 효험이 있다. 황산화 영양소인 비타민 A는 살보다 알에 6배쯤 많다. 대구탕에 내장과 알을 함께 넣어 먹으면 간 보호 효과가 크다. ●싱싱함이 살아 있는 거제 별식 ‘멍게·성게 비빔밥’ 거제 지역 별미 음식 가운데 하나다. 멍게 비빔밥은 4~6월 거제 해안에서 채취한 싱싱한 멍게를 재료로 쓴다. 멍게를 양념과 버무려 저온에서 숙성시킨 뒤 참기름·깨소금·김가루 등을 넣고 밥과 함께 비빈다. 비빔밥과 함께 내놓는 싱싱한 생선으로 끓인 담백한 국 맛도 으뜸이다. 멍게에는 항균·항암과 체력보강, 식욕증진, 노화방지, 숙취해소를 비롯해 감기·기침을 멎게 하는 데 효과가 있다. 성게는 밤송이 조개라고도 한다. 성게는 5~6월이 산란기이며 여름이 제철로 가장 맛이 좋다. 해녀들이 직접 잡은 성게를 재료로 요리하는 거제 성게 비빔밥은 특유의 향긋한 향과 쌉쌀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어우러져 식욕을 돋운다. 성게는 빈혈예방, 결핵 완화와 거담작용, 암 예방 및 노화방지 등에 효능이 있다. ●자연이 키우고 전통 방식으로 채취한 ‘돌미역’ 거제 자연산 돌미역은 사등면 견내량 지역과 남부면 여차 지역 등에서 생산된다. 물살이 빠른 암반에서 자라 맛이 쫄깃하고 영양이 뛰어나 최고의 상품으로 꼽힌다. 3~5월 봄철에 전통 방식으로 채취한 뒤 바닷바람에 건조한다. 견내량에서 채취하는 미역은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도 나온다. 미역은 혈압을 낮추고 암세포를 억제하며 나쁜 콜레스테롤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몸 안의 중금속이나 농약, 발암물질 등을 밖으로 배출하며 체질개선과 노화방지 효능이 있다. 거제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뿌리 아래 송림의 신하…붉은 수피 곤룡포 입고 독야청청

    뿌리 아래 송림의 신하…붉은 수피 곤룡포 입고 독야청청

    이 땅에서 가장 오래 됐다는 금강송을 찾아 가는 길입니다. 이른바 ‘대왕금강송’입니다. 경북 울진의 안일왕산 정상 어름에서 600여년을 살아낸 나무입니다. 나무는, 흔히 상상하듯 훤칠하다거나 기골이 장대한 쪽과는 거리가 멉니다. 주변을 둘러친 ‘왕자 소나무’ 등에 견주면 수형은 외려 뒤져 보입니다. 하지만 대왕금강송은 쉬 범접할 수 없는 기품과 주변을 지배하는 카리스마가 있었습니다. 밤낮으로 바뀌고 변하는 사람의 깜냥으로는 도무지 소나무의 깊이를 가늠조차 할 수 없더군요. 그래서 누구나 소나무처럼 늙길 원하지만 아무나 그처럼 늙지는 못하는 것인가 봅니다. 바다는 길을 밀었다 당겼다, 차는 장단 맞춰 이리 돌고 저리 휜다. 갯가 따라 오보록하게 들어선 집들은 덩달아 들어앉고 나앉고, 빨랫줄에 널린 갯것들은 바닷바람에 퀴퀴한 냄새를 풍겨댄다. 7번 국도 따라 울진 가는 길. 곧게 펴져 옛맛은 덜 하지만, 그래도 넘실대는 바다와 이렇게 나란히 달릴 수 있는 길이 흔하지는 않지 싶다. 울진읍내를 지나 봉화 쪽으로 접어들면 사방은 곧 숲으로 변한다. 여기가 ‘금강송면’이다. 원래 울진군 서면이었는데 지난 4월께 이름을 바꿨다. 금강송 군락지로 얻은 유명세를 관광 분야에도 이용해 보자는 뜻이겠다. 붉은 빛 감도는 수피를 가진 금강송(金剛松)은 색이 붉어 적송(赤松), 늘씬하게 뻗어 미인송(美人松), 봉화의 춘양역에서 운반됐다고 해 춘양목(春陽木), 왕실의 관곽재로 사용돼 황장목(黃腸木) 등으로도 불린다. 붉은 빛 표피는 시간이 흐를수록 딱딱해지며 둥치부터 회색으로 변한다. 나무의 껍질은 점차 육각형으로 갈라지다가 수백년이 지난 후엔 마침내 거북의 등딱지 모양이 된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소나무들 중 유난히 곧고 길어 외래종이 아닐까 생각되지만, 우리 땅에서 우리 민족과 함께 호흡해온 토종 소나무다. 알려졌듯,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엔 많은 금강송이 자란다. 안일왕산과 샛재 등에 수령 200~300년의 금강송이 8만 그루 정도라고 한다. 예전엔 무시로 출입했으나 2011년부터 예약탐방제로 바뀌어 인터넷을 통해 예약한 사람만 드나들 수 있다. 가장 오랜 세월을 살아낸 나무는 역시 대왕금강송이다. 안내판은 수령이 600년으로 추정된다고 적고 있다. 높이는 14m, 가슴높이 지름은 1.2m, 둘레는 5m쯤 된다. 안일왕산 정상 못 미처 780m 능선에서 서 있다. 대왕금강송을 보려면 안일왕산 등산 코스를 따라 가야 한다. 산림청에서 소광리 일대에 조성한 숲길 가운데 4번째 구간으로 거리는 9.2㎞쯤 된다. 소광2리에서 대왕금강송을 거쳐 장군터까지 간다. 들머리에서 대왕금강송까지는 빠른 걸음으로 두 시간 정도면 족하다. 푹신한 육산의 능선을 따라 가는 길이지만 대왕을 만나러 가는 길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간간이 된비알을 만나기도 하니 등산화를 바투 조일 일이다. ‘형제금강송’ 등 제법 기품을 자랑하는 금강송들을 지나고 나면 ‘문지기 노송’이 나온다. 구부정한 모습이 꼭 허리 굽혀 인사하는 듯하다. 대왕금강송까지는 이제 겨우 몇 걸음, 문지기 노송 너머에 있다. 한데 ‘대왕님’께선 뜻밖에 선선히 자태를 드러내지 않으신다. 뭐가 마뜩찮으신 걸까. 비와 안개로도 모자라 바람까지 보내 방문객의 정신을 쏙 빼놓는다. 어렵게 알현한 대왕님의 풍채는 당당했다. 몇 백년 세월의 두께가 고스란히 가슴으로 전해오는 듯하다. 대왕님 앞으로는 응봉산, 중미동봉, 삿갓재 등의 산들이 마루금을 좁히고 서 있다. 그야말로 늠름한 군주의 모습이다. 위쪽에서 내려다 보면 대왕의 모습은 더욱 멋들어지다. 붉은 빛 수피로 ‘곤룡포’ 삼고, 땅 아래로 옹골차게 뿌리를 박았다. 한데 나무 중간쯤의 가지 하나가 잘려 나갔다. 한 사진작가가 보기 싫다며 주민을 시켜 베어낸 것이다. 이뿐 아니다. 사진 구도 설정에 방해가 된다며 아래쪽의 이른바 ‘신하 금강송’도 일부 훼손했다. 자연을 제멋대로 소유하려는 오만한 인간의 톱질 탓에 ‘옥체’가 온전한 형태를 잃고 말았다. 이왕 나선 길,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의 몇몇 ‘스타 금강송’은 함께 살펴보는 게 좋겠다. 대왕금강송 등산로 초입의 너삼밭재에서 왼쪽 임도를 따라 오르면, ‘오백년 금강송’과 만날 수 있다. 조선 성종 때 싹이 터 임진왜란, 일제강점기, 6·25전쟁 등 이 땅의 풍파를 모두 지켜본 늙은 소나무다. 둥치는 성인 두 명이 팔 벌려 껴안아도 손이 닿지 않을 정도로 굵다. 시원스레 뻗은 몸매와 이리저리 틀어진 가지가 예사롭지 않다. 임도 좀 더 위의 산자락 중턱엔 ‘못난이 소나무’가 서 있다. 나이는 오백년 금강송과 동갑이다. 체형이 삐뚤빼뚤 굽은 데다 말벌집 등이 달라붙어 ‘피부’ 조차 곱지 않은 탓에 이 같은 이름으로 불린단다. 임도 가장 끝자락엔 ‘미인송’이 서 있다. 이 나무는 굳이 안내판을 보지 않더라도 단박에 알겠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늘씬한 모양새가 등 쫙 편 모델을 보는 듯하다. 솔숲을 나와 후포 해변으로 들어선다. 여름의 열기 사라진 해변은 희고 밝고 적막하다. 한가위 대목 맞은 포구 앞 재래시장은 장이 서 번다하다. 여기저기 흥정하는 다글다글한 목소리들은 장터를 맴돌다 사라지고, 짭조름한 해산물 향기는 하늘로 바다로 고샅길로 흩어진다. 갯가 언덕엔 전망대가 세워졌다. 갓처럼 생겼다는 ‘갓바위 전망대’다. 높이 올라 보면 전망대의 평면이 대게 형상이라나. 작은 전망대지만 발 아래 전망은 제법 탁 트였다. 벼랑 위엔 하얀 후포등대가 빠꼼히 고개를 내밀었다. 지금은 범상한 생김새지만 올 11월께 등대가 깃든 등기산 공원이 ‘전국 최고의 별빛 조명공간’으로 탈바꿈하고 나면 ‘핵심 스타’로 등극할 예정이다. 등대 아래 늙은 팽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청잣빛 바다를 가슴으로 바짝 끌어안을 수 있는 장소다. 벤치에 앉아 넋 놓고 바다를 보자면, 가슴속 멍울과 상처가 제법 옅어져 있음을 알게 된다. ‘제13회 울진금강송 송이축제’가 10월 2~4일 울진왕피천엑스포공원 일대에서 열린다. 독특한 향과 맛의 울진 송이를 싸게 맛볼 수 있는 기회다. 올해는 특히 체험 프로그램을 대폭 늘리고, 송이 할인 행사를 실시간으로 운영하는 등 프로그램 개편에 힘을 쏟았다. 송이 채취 체험, 소광리 금강소나무 군락지 탐방, 굴구지 은어길 탐방 등 다양한 행사가 준비됐다. 송이와 울진특산품을 함께 맛볼 수 있는 시식코너도 마련됐다. 송이 비빔밥과 송이국, 한우와 어우러진 생송이 맛보기, 금강송 송이주 등 특별 음식들이 준비된다. 또한 축제장을 찾은 관광객을 위해 송이 30~50% 할인 행사도 진행된다. ‘성류문화제’와 ’2015 대한민국 온천대축제’ 등도 함께 개최될 예정이다. 글 사진 울진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지역번호 063) →가는 길:금강송 숲길을 돌아보려면 탐방 3일 전까지 금강소나무숲길 홈페이지(www.uljintrail.or.kr) 또는 전화(781-7118)로 예약해야 한다. 하루에 80명까지 신청을 받는다.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중앙고속도로 영주, 혹은 풍기 나들목으로 나와 36번 국도로 갈아타고 울진 방향으로 가다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로 좌회전해 들어간다. 영동고속도로, 동해고속도로를 거쳐 7번 국도를 타고 가는 것도 좋다. 다만 울진읍에서 다시 봉화 방향으로 거슬러 올라야 해 거리는 다소 멀다. →맛집:7~8월 금어기를 지난 붉은 대게(홍게)는 9월 하순께부터 제맛이 들기 시작한다. 후포항의 왕돌회수산(788-4959)은 주인장이 경매사여서 질 좋은 대게와 붉은 대게를 맛볼 수 있다. ‘우럭지리탕’(맑은탕)도 별미다. 천년한우식육식당(783-6818)은 송이와 고기를 함께 구워 먹기에 맞춤한 집이다. 망양정횟집(783-0430)의 해물칼국수도 별미다. 가리비 등 해산물을 듬뿍 넣어 바다의 향을 만끽할 수 있다. →잘 곳:후포항 쪽의 지앤미(788-8885) 모텔이 깔끔한 편이다. 한화리조트 백암온천(787-7001)은 가족 단위 여행객이 온천을 겸해 묵어 가기 좋다. 덕구온천 쪽에선 호텔덕구온천(782-0677)이 규모가 크다.
  • “이민자를 형제처럼 대하고 전세계 사형제도 폐지 나서야”

    “이민자를 형제처럼 대하고 전세계 사형제도 폐지 나서야”

    “교황님이 왜 좋으냐고요? 그는 내가 가톨릭 신자라는 사실을 멋있게 느끼게 해 주니까요.” 23일 오전 11시 30분(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의 퍼레이드 행렬이 지나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남쪽 공원 ‘디엘립스’에서 만난 10대 소년, 소녀들은 교황의 방미에 왜 열광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집안이 가톨릭이라는 한 소년은 “교황님을 트위터를 통해 매일 접해서인지 직접 만나니 너무 친근하다”며 “교황님의 모든 연설과 미사를 듣기 위해 (교황의 모국어인) 스페인어를 배우고 있다”고 ‘열성 팬’의 모습을 보였다. 교황은 이날 새벽부터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기다린 수만 명의 인파를 향해 손을 흔들며 백악관 인근을 20여분간 돌았다. 경비가 삼엄했지만 교황은 아기 2명을 직접 안고 입을 맞췄으며 경호원이 번쩍 들어 데려온 한 소녀에게도 입을 맞추며 축복을 내렸다. 교황에게 편지와 노란 티셔츠 선물을 전한 이 행운의 소녀는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소피 크루즈(5)로, 멕시코 출신 불법체류 부모를 둔 이른바 ‘앵커 베이비’다. 크루즈는 “부모님이 언제 추방당할지 몰라 슬프다”며 “아빠는 매일 공장에서 열심히 일하는데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미 언론은 “한 소녀가 교황에게 이민 문제를 제대로 전했다”고 평했다. 교황은 앞서 백악관에서 열린 환영 행사에서 “이민자 가정의 아들로서, 그런 가정으로 주로 이뤄진 이 나라에 손님으로 와서 기쁘다”고 밝혔다. 교황은 퍼레이드 후 세인트매슈성당에서 한 연설에서도 “이민자 가정이 이 나라를 부유하게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또 연설에서 주교들을 향해 “(사제들의 성 학대) 희생자들을 치유에 이르게 하려는 여러분의 노력을 지지하며 그런 범죄가 결코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자”고 말했다. 미 언론은 “교황이 사제 성 학대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지 않기로 한 대신 이 같은 언급을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너무 미온적인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교황은 이어 성모국립대성당으로 자리를 옮겨 2시간이 넘는 미사를 집전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그동안 논란이 돼 온 스페인 출신 선교사 후니페로 세라(1713~1784) 신부를 성인으로 선포해 미국에서 이뤄진 첫 시성(諡聖)을 주관했다. 세라 신부는 1769년 스페인의 캘리포니아 통치 당시 원주민 선교를 위해 이주한 뒤 선교원을 세우고 원주민들을 대거 개종시켜 미국에 가톨릭 기반을 닦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원주민 후손들은 세라 신부가 원주민을 잔혹하게 강제 개종시켰다며 시성 반대 청원 캠페인을 벌이는 등 시성 추진에 반대해 왔다. 교황은 24일에도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오전에는 교황으로선 처음으로 미 의회에서 상·하원 합동연설을 해 주목받았다. 교황은 연설에 앞서 가톨릭 신자인 존 베이너(공화당) 하원의장과 별도로 만났다. 기립박수를 받으며 입장한 교황은 연설에서 “자유와 용기의 나라인 미 의회에서 연설하게 돼 감사하다”며 “의회는 취약한 사람들을 위해 일해야 하며, 입법 활동은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바탕이 된다”고 미 정치권에 일침을 가했다. 교황은 이어 “미국인의 정신에 영원히 흐르는 기본 가치를 만든 사람들”로 아브라함 링컨 전 대통령,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가톨릭 사회운동가 도로시 데이(여), 가톨릭 영성작가 토머스 머튼을 꼽으며 이들의 자유와 평등, 정의, 소통 정신에 대해 강조했다. 교황은 “우리, 이 대륙의 사람들은 이방인(외국인)들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들 대부분도 한때 이방인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도 이민자의 아들로서 여러분 중 많은 사람들이 이민자의 후손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베이너 의장을 비롯, 쿠바계 공화당 대선 후보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등은 눈물을 보이며 박수를 쳤다. 교황은 또 “우리 세계는 세계 제2차 세계대전 이래 본 적이 없는 규모의 난민 위기를 맞고 있다”며 “이 대륙에서도 수천 명의 사람들이 사랑하는 가족을 찾고 더 큰 기회를 찾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자신의 자녀들에게 바라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그들(이민자)의 숫자에 놀라서는 안 되며, 그들을 인간으로 바라보고 얼굴을 보고 그들의 얘기를 들어서 그들의 상황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응답해야 한다. 항상 인간적이고 공정하며 형제처럼 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황은 사형제와 기후변화, 무기 살상, 가족 해체 문제 등에 대해서도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사역 초기부터 전 세계에서 사형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 왔다”며 ”나는 이 길이 최선이라고 믿는다. 왜냐하면 모든 생명은 신성하고 모든 인간은 빼앗을 수 없는 존엄성을 부여 받았으며,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이 재활하면 사회에 득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미 의회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나는 인간의 활동으로 초래된 환경적 악화의 심각한 영향을 피하기 위해 용기 있고 책임 있는 노력을 요구한다”며 “우리는 변화를 만들 수 있으며, 미국과 미 의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지금은 용감한 행동과 전략이 필요할 때”라고 거듭 강조했다. 교황은 이어 “개인과 사회에 이루 말로 할 수 없는 고통을 안기려는 이들에게 살상 무기가 왜 판매되고 있는지 우리에게 물어야 한다”며 “슬프게도 답은 우리가 모두 알고 있듯이 단순히 돈 때문”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무기 판매로 얻은 돈은 ”피에 적셔진 돈이며 그 피는 무고한 이들의 것인 경우도 많다“며 ”문제를 직시하고 무기 거래를 중단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미국 내 총기 거래도 함께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교황은 이어 세인트패트릭성당과 자선단체 ‘가톨릭체리티’를 방문해 노숙자 등과 만나는 등 몸을 낮춘 서민 행보를 이어 갔다. 교황은 이날 오후 뉴욕으로 떠나 25일 오전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27일까지 필라델피아를 방문할 예정이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돌고래호 구조 도운 어민 부부 안전처 제1회 ‘참 안전인상’

    돌고래호 구조 도운 어민 부부 안전처 제1회 ‘참 안전인상’

    지난 6일 오전 6시 25분쯤 어민 부부는 주낙어선 97흥성호(9.7t)를 타고 제주 추자도 남쪽 무인도인 ‘섬생이’ 섬 옆으로 1.1㎞를 지나고 있었다. 남편 박복연(54)씨는 “멀리서 움직이는 검은 물체를 발견해 배 속력을 올려 다가가던 중 손을 흔드는 사람을 봤다”고 말했다. 전날 저녁 낚싯배가 전복돼 추자도 북쪽에서 구조작업을 펴고 있다는 뉴스를 들었던 터라 또 다른 사고로 알았다. 더욱이 당시 높은 파도 때문에 97흥성호가 충돌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다급함을 깨닫고 부인 김용자(52)씨와 함께 97흥성호와 비슷한 크기인 문제의 선박에 다가가 보니 3명이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바로 전날 전복 사고를 당한 ‘돌고래호’였다. 부부는 밧줄에 묶은 구명 튜브를 던져 생존자들을 구출했다. 탈진한 이들이 의식을 잃지 않게 응급조치를 취했다. 이후에도 수색에 동참했다. 전남 진도에서 출생한 박씨는 한때 서울에서 봉제공장을 꾸렸으나 의료사고로 건강을 잃어 요양하기 위해 완도로 이주해 살고 있다. 국민안전처는 24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회 ‘참 안전인’ 시상식을 열어 이 부부에게 상패와 기념메달, 포상금을 수여했다고 밝혔다. 부부는 전남 완도읍 개포리 주민이다. ‘참 안전인 상’은 각종 재난안전사고 현장에서 다른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 국민을 발굴해 안전처와 전국재해구호협회가 공동으로 시상한다. 안전처와 국민추천 후보를 대상으로 관할 지자체에서 실사를 벌여 공적심의위원회가 최종 심의해 결정한다. 박인용 안전처 장관은 “각종 재난·안전사고 현장에서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인명과 재산을 보호한 사례를 찾아 수시로 시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21세기 문학 바탕은 다민족·다언어·다문화”

    “21세기 문학 바탕은 다민족·다언어·다문화”

    “인종, 민족, 문화 간에 대화와 상호작용을 통해 고유성과 보편성이 공존하는 사회가 돼야 합니다. 이주자들을 이익 추구 대상으로 여기고 이득만 본 뒤 배제시키거나 완전히 ‘한국민화(化)’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문학평론가 이경재(40) 숭실대 국문과 교수가 2000년대 들어 급격하게 진행된 다문화·탈민족 사회를 문학사적 관점에서 집중 조명하고, 한국사회가 나아갈 길을 모색했다. 등단 이후 10여년간의 구슬땀을 집대성한 문학연구서 ‘다문화 시대의 한국소설 읽기’(소명출판)에서다. 이 교수는 “20세기 문학 또는 문학 연구가 단일 민족, 단일 언어, 단일 문화에 바탕을 둔 민족(주의) 형성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면 21세기 문학 또는 문학 연구는 다민족, 다언어, 다문화에 바탕한 새로운 공동체 이념을 사유하는 역할을 부여받았다고 생각한다”며 “그 역할에 부합하는 새로운 문학 연구를 시도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우선 이주노동자, 결혼 이주 여성, 탈북자 등 2000년대 들어 우리 사회에 본격적으로 유입된 이주민들의 삶이 문학 속에 어떻게 형상화됐고, 그들을 어떻게 포용하며 살아야 할지를 살폈다. 네팔 이주노동자들의 사연을 다룬 박범신의 ‘나마스테’, 조선족 결혼 이주여성의 삶을 조명한 천운영의 ‘잘 가라, 서커스’, 탈북자들을 소재로 한 정도상의 ‘찔레꽃’ 등을 분석했다. 호주 이민자들의 애환을 다룬 해이수의 ‘젤리피쉬’ 등을 통해 다른 나라에 정착해 사는 한국인들의 삶도 짚었다. 다음으론 ‘탈국경·탈민족’ 현상이 한국 작가들의 상상력과 사유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작품에는 어떤 식으로 구현되는지를 탐색했다. 이 교수는 “급격한 변화는 역사소설에서도 감지된다”고 설명했다. “과거 역사소설들은 이순신, 을지문덕 등 민족주의적 감수성을 고양시키는 게 대세였다. 다문화 현상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면서 역사소설도 외국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거나 외국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들이 나오고 있다.” 네덜란드인 하멜의 시선으로 조선 사회를 그린 김경욱의 ‘천년의 왕국’, 멕시코를 무대로 한 김영하의 ‘검은 꽃’이 대표적이다. 끝으로 이효석의 ‘벽공무한’, 채만식의 ‘소년은 자란다’ 등 1930년대 후반 만주국을 무대로 한 소설들을 통해 한국인이 경험한 다문화 사회의 초기 모습을 고찰하고 우리가 지향해야 할 올바른 삶의 태도와 이념적 지향을 살폈다. 이번 연구서는 이 교수의 어린 시절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의 어머니는 1938년 일본에서 태어나 해방되던 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어머니는 가끔 어린 아들에게 일본에서 살았던 7년간의 삶을 들려줬다. 일본 학생들의 폭력이 무서워 화장실에 숨어 있는 등 어머니의 일본 생활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공포였다. “저의 유년 시절 일부는 어머니의 일본 이야기로 채워져 있습니다. 본격적인 문학 연구 이전부터 이주민들에 대한 공부를 해 왔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주민들에 대한 서사에 별다른 이유도 없이 그토록 끌렸던 것을 보면 어머니가 겪은 일본에서의 삶이 이 책을 만들어낸 씨앗이었음이 분명합니다.” 그의 어머니는 지난해 2월 돌아가셨다. 이 교수는 2006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으로 등단했으며, 저서로 ‘단독성의 박물관’, ‘한국 현대소설의 환상과 욕망’ 등이 있다. 2013년 제14회 젊은평론가상을 받았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다문화 시대의 한국소설 어떻게 읽어야 할까

    다문화 시대의 한국소설 어떻게 읽어야 할까

     “인종, 민족, 문화 간에 대화와 상호작용을 통해 고유성과 보편성이 공존하는 사회가 돼야 합니다. 이주자들을 이익 추구 대상으로 여기고 이득만 본 뒤 배제시키거나 완전히 ‘한국민화(化)’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문학평론가 이경재(40) 숭실대 국문과 교수가 2000년대 들어 급격하게 진행된 다문화·탈민족 사회를 문학사적 관점에서 집중 조명하고, 한국사회가 나아갈 길을 모색했다. 등단 이후 10여년간의 구슬땀을 집대성한 문학연구서 ‘다문화 시대의 한국소설 읽기’(소명출판)에서다. 이 교수는 “20세기 문학 또는 문학 연구가 단일 민족, 단일 언어, 단일 문화에 바탕을 둔 민족(주의) 형성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면 21세기 문학 또는 문학 연구는 다민족, 다언어, 다문화에 바탕한 새로운 공동체 이념을 사유하는 역할을 부여받았다고 생각한다”며 “그 역할에 부합하는 새로운 문학 연구를 시도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우선 이주노동자, 결혼 이주 여성, 탈북자 등 2000년대 들어 우리 사회에 본격적으로 유입된 이주민들의 삶이 문학 속에 어떻게 형상화됐고, 그들을 어떻게 포용하며 살아야 할지를 살폈다. 네팔 이주노동자들의 사연을 다룬 박범신의 ‘나마스테’, 조선족 결혼 이주여성의 삶을 조명한 천운영의 ‘잘 가라, 서커스’, 탈북자들을 소재로 한 정도상의 ‘찔레꽃’ 등을 분석했다. 호주 이민자들의 애환을 다룬 해이수의 ‘젤리피쉬’ 등을 통해 다른 나라에 정착해 사는 한국인들의 삶도 짚었다.  다음으론 ‘탈국경·탈민족’ 현상이 한국 작가들의 상상력과 사유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작품에는 어떤 식으로 구현되는지를 탐색했다. 이 교수는 “급격한 변화는 역사소설에서도 감지된다”고 설명했다. “과거 역사소설들은 이순신, 을지문덕 등 민족주의적 감수성을 고양시키는 게 대세였다. 다문화 현상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면서 역사소설도 외국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거나 외국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들이 나오고 있다.” 네덜란드인 하멜의 시선으로 조선 사회를 그린 김경욱의 ‘천년의 왕국’, 멕시코를 무대로 한 김영하의 ‘검은 꽃’이 대표적이다.  끝으로 이효석의 ‘벽공무한’, 채만식의 ‘소년은 자란다’ 등 1930년대 후반 만주국을 무대로 한 소설들을 통해 한국인이 경험한 다문화 사회의 초기 모습을 고찰하고 우리가 지향해야 할 올바른 삶의 태도와 이념적 지향을 살폈다.  이번 연구서는 이 교수의 어린 시절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의 어머니는 1938년 일본에서 태어나 해방되던 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어머니는 가끔 어린 아들에게 일본에서 살았던 7년간의 삶을 들려줬다. 일본 학생들의 폭력이 무서워 화장실에 숨어 있는 등 어머니의 일본 생활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공포였다. “저의 유년 시절 일부는 어머니의 일본 이야기로 채워져 있습니다. 본격적인 문학 연구 이전부터 이주민들에 대한 공부를 해 왔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주민들에 대한 서사에 별다른 이유도 없이 그토록 끌렸던 것을 보면 어머니가 겪은 일본에서의 삶이 이 책을 만들어낸 씨앗이었음이 분명합니다.” 그의 어머니는 지난해 2월 돌아가셨다.  이 교수는 2006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으로 등단했으며, 저서로 ‘단독성의 박물관’, ‘한국 현대소설의 환상과 욕망’ 등이 있다. 2013년 제14회 젊은평론가상을 받았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구로서 ‘넥타이 부대’ 달린다

    구로서 ‘넥타이 부대’ 달린다

    다음달 2일 구로디지털단지에서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의 직장인 수백명이 한꺼번에 뜀박질을 하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구로구는 서울상공회의소 구로구상공회와 함께 ‘제13회 G밸리 넥타이 마라톤 대회’를 연다고 22일 밝혔다. 넥타이 마라톤 대회는 넥타이를 매고 구로디지털단지 일대 5㎞ 코스를 달리는 이색 행사다. 공단에서 디지털단지로 변모한 구의 모습을 알리고 디지털단지 근무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시작했다. 2013년부터는 일반 주민도 운동복 차림에 넥타이를 매고 함께 달리는 행사로 확대했다. 구는 올해 행사 주제를 ‘지역 경제 활성화’로 잡았다. 기업인과 주민들이 힘을 모아 침체된 지역 경제를 살려 보자는 뜻을 담았다. 이런 주제에 맞춰 행사장에 중소상공인 판로 확대를 위한 중소기업 판매전을 마련하고 디지털단지 내 생산품을 전시 판매한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구로·금천 지역 호텔들은 홍보 활동도 병행한다. 서울바자축제, 코리아그랜드세일 행사와 관련된 홍보물도 제작해 방문객들에게 안내할 예정이다. 이 밖에 행사장에서는 심폐소생술 체험, 4대악 척결 운동 홍보, 안전한 도시가스 사용을 위한 안전교육, 선진회 힐링봉사단의 마사지 서비스, 보디페인팅 체험 등 다양한 행사도 준비한다. 넥타이만 지참하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참가비는 무료다. 한편 구는 다음달 2일부터 디지털단지와 안양천, 고척근린공원 등에서 3일까지 점프구로축제를 함께 연다. 2일 안양천 메인 무대에는 개막식과 자치회관 프로그램 발표회, 축하 공연 등을 올린다. 건강 노인장 대회, 가족 건강 걷기 대회, 이주민과 함께하는 명랑운동회 등을 마련했다. 안양천 메인 무대 옆 부스에서 캉캉댄스, 샹송 공연, 음식 체험 등 프랑스 문화축제도 진행한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창조경제혁신센터 현장을 가다] 제주혁신센터

    [창조경제혁신센터 현장을 가다] 제주혁신센터

    지난 6월 제주 벤처마루에 둥지를 튼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제주를 일과 휴양, 문화가 결합한 창조의 섬으로 만든다는 꿈을 꾸고 있다. 문화와 소프트웨어의 연결을 통해 스타트업을 육성, 한국판 실리콘 비치를 조성한다. 제주 전역에 비콘 플랫폼을 구축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고품질·고부가가치 관광 사업화를 이끈다는 전략이다. 탄소 배출 없는 ‘카본 프리 아일랜드 제주 2030’으로의 전환을 위해 전기차, 신재생에너지의 테스트 베드화도 지원한다. 특히 급증하는 제주 문화 이민자들의 창의력을 바탕으로 생산된 창작물과 소프트웨어의 결합을 추진해 스타트업 창업을 유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모바일을 통한 유통과 마케팅, 나아가 수익 창출에 이르기까지 밸류 체인 전 과정을 지원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선보일 수 있도록 돕는다. 제주의 전통산업인 관광 산업 육성을 위해 최신 위치기반 기술인 비콘 플랫폼을 제주 전역에 구축하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제주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더 다양한 볼거리, 즐길거리를 선사하고 전통 시장 활성화 등 지역경제 발전에도 기여한다는 목표다. 농업과 어업 등과 같은 전통 산업 종사자는 물론 타 지방에서 건너온 문화 예술 작가, 정보기술(IT) 개발자, 연예인 등 다양한 생산 주체들과의 유기적 협업도 추진 중이다. 상호 간의 자연스러운 연결을 통해 정보 교류를 이끌어 내 공동 아이디어 기획 및 개발, 나아가 창업까지도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제주 지역 청년 일자리 창출 및 창업 지원을 위해 휴먼라이브러리를 통한 멘토링, 앱교육 과정을 통한 개발 교육, 창업 경진 대회를 통한 대학생 스타트업 육성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할 예정이다. 딱딱한 창업 환경이 아닌 청년들이 흥미를 갖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클럽데이, 플리마켓, 카페 게스트하우스들의 미니콘서트, 문화 이주민과 연계한 공연축제 등 문화와 IT가 융합된 창조 페스티벌도 개최할 계획이다. 제주센터는 스타트업, 중소기업은 물론 예비 창업자를 포함한 개인에게도 열려 있다. 문화에 관심 있는 창작자에겐 문화 콘텐츠 데이터베이스, 문화창조융합벨트와 연계한 화상 멘토링, 센터 내 공방과 3D프린터 등의 장비를 지원한다. 관광 서비스 관련 창업자에겐 관광 관련 빅데이터, 스마트 관광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는 SDK, 앱개발 교육, 관광창업사관학교 커리큘럼 등을 지원한다. 지난달에는 전국 단위로 진행된 ‘아이디어 창업 경진대회’ 등에서 입상하거나 아이디어가 뛰어난 9개 기업의 센터 입주를 확정했다. 최종 입주 선정 기업은 혁신 주체들과의 교류를 지원하고 네트워킹 프로그램과 전문가 멘토링 및 금융, 법률 등의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가 제공된다. 전정환 센터장은 “스타트업 창업을 위한 혁신 거점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 창출에 앞장설 것”이라며 “아이디어는 있지만 어떻게 어디서 사업화를 해야 할지 모르는 분들, 좋은 아이템으로 스타트업을 시작했지만, 기술력이 부족하거나 판로 개척이 어려워 수익 창출을 힘들어하는 기업들을 위한 든든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송혜민의 월드why] 전업맘vs워킹맘 갈등, 복지 선진국과 비교해보니

    [송혜민의 월드why] 전업맘vs워킹맘 갈등, 복지 선진국과 비교해보니

    국가를 불문하고 여성의 사회참여율이 높아지면서 가사와 육아, 직장일을 병행하는 워킹맘이 늘고 출산율이 떨어졌다. 이에 한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들은 보다 안정적으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보육복지를 시작했다. 하지만 유럽 등 선진국과 한국의 보육복지시스템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게다가 한국은 전업주부를 일컫는 전업맘과 워킹맘 사이에 묘한 심리적 간극까지 존재한다. 보육복지를 둘러싼 갈등, 외국은 어떨까? ▲복지선진국 유럽, 보육지원제도의 기초는 ‘차등지급’ 프랑스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육아‧보육수당을 지원한다. 다만 소득과 관계없이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한국과 달리, 프랑스는 소득수준 및 아이 수에 따라 차등지급한다. 예로 3~5세는 유치원 교육비를 전액 지원받지만, 급식비는 소득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 저소득층일수록 급식비는 저렴해진다. 자녀수에 따른 보육비지원도 촘촘하다. 출산 직후부터 자녀가 만 20세가 될 때까지, 2자녀는 129유로, 3자녀는 293유로, 4자녀는 458유로 등 차등지급을 통해 출산을 장려하고 소득이 낮은 가구일수록 더 높은 수당과 면세혜택 등을 제공한다. 복지천국이라 불리는 스웨덴의 경우 2012년 기준, 가구평균소득의 3%를 보육료 상한선으로 설정했다. 영국은 저소득 가구에 한해 2세 영아에 대한 무상보육을 실시했고, 근로소득이 낮은 계층에 대해서는 근로세액공제 즉 면세혜택을 통해 보육료의 70%를 지원한다. 캐나다는 어린이집 비용을 이용자가 부담하게끔 하나 저소득 가구에 대해서는 국가 보조금 형태로 지원하고, 지독한 출산율 저하문제를 겪고 있는 독일 역시 부모 소득에 따라 3세 미만의 어린이집 이용료가 달라진다. 주목할 만한 국가는 스웨덴이다. 스웨덴은 여성의 취업여부, 즉 전업맘이냐 워킹맘이냐에 따라 보육료를 차등 지급한다. 워킹맘에게는 주 40시간을, 전업맘에게는 주 15시간의 공공보육을 보장해준다.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은 전업맘에게는 공공보육 혜택을 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 차등 혜택을 지원하는 것이다. ▲유럽의 보육복지도 진행형…한국은 ‘인식의 차이’ 가장 커 유럽 등 선진국의 모든 보육지원제도가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것은 아니다. 특히 소득이 높다는 이유로 차별 아닌 차별을 받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프랑스 파리에 사는 두 아이의 엄마 샤를로트 카잘레(34)는 매달 300유로씩 받던 보모 지원금과 가족수당이 75% 감면됐다. 직장을 옮기면서 소득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카잘레는 “정부가 보육 지원 자금으로 쓰는 세금을 중산층과 고소득층에서 많이 떼면서 이들에게 주는 지원금을 줄이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독일 역시 비슷한 문제로 내홍을 겪은 바 있다. 양육수당 지급을 두고 저소득층과 이주민의 자녀들이 도리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양육수당을 지급받으면 취업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메리트가 낮은 여성들이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가정양육 할 확률이 높아진다. 가난한 부모는 교육 대신 당장의 돈을 선택하고, 이로 인해 어린이집에 가지 않은 아이들 사이에 교육 격차가 벌어지는 사태를 우려한 것이다. 여기서 생각해볼만한 것은 모든 맞벌이 부부가 외벌이 부부에 비해 경제적 사정이 좋은가 하는 문제다. 모든 전업맘이 워킹맘에 비해 부유하게 사는 것은 아니며, 역시 모든 워킹맘의 자녀가 엄마의 경제활동 덕분에 전업맘의 자녀보다 반드시 더 나은 교육의 기회를 가지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엄마가 일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조건 하나만으로 복지 지원 여부를 결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보다 60년 더 앞서 보육복지제도를 시작한 스웨덴이나 프랑스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꾸준히 제도를 보완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무엇보다도 유럽의 보육지원제도가 한국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 배경에는 ‘돈 주고도 바꿀 수 없는’ 인식이 있다. 육아의 책임이 오롯이 여성에게 있다는 고정관념보다는 부모가 함께 아이를 키워나간다는 생각이 깊은데다, 주로 저소득층을 위주로 한 지원이 이뤄지면서 전업맘과 워킹맘이 인식의 차이로 대립하는 일은 잦지 않다. ▲복지선진국 ‘모방’이 최선일까…‘한국식 모델’의 필요성 한국은 현금으로 지급되는 양육수당보다 무상보육에 더욱 치우쳐져 있다.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는 가구에게 육아수당을 지급하지만, 어린이집에 보낼 경우 현금 대신 35만7000원 상당의 보육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때문에 전업맘은 육아수당보다 높은 보육혜택을 누리기 위해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낸다. 종일반‧반일반에 상관없이 같은 지원금을 받는 어린이집 입장에서는 하원시간이 이른 전업맘의 자녀를 선호해 워킹맘의 자녀를 받아주지 않는다. 그러자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를 가진 전업맘에 비해 그렇지 않은 워킹맘의 불만이 커졌다. 워킹맘과 전업맘이 직접적으로 충돌하는 지점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윤자영 박사는 서울신문 나우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현재의 노동시장에는 낮은 소득이나 차별 등 전업맘들의 취업을 어렵게 하는 문제가 엄연히 존재한다. 모든 전업주부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단순히 전업맘이 일하기 싫어서 집에 있는 것처럼 비춰지는 인식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비스 공급책인 어린이집 제도에도 문제가 있다. 그런 부분은 손대지 않고 일방적으로 한쪽의 입장을 비난하는 방식으로 가다보니 전업맘과 워킹맘 사이에 갈등이 심화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위에 언급한 복지 선진국의 다양한 보육지원제도가 훌륭하다고 평가되는 것은 두 가지 이유다. 첫째는 제도를 뒷받침하는 국민들이 자녀교육에 있어서 부모의 동등한 역할분담을 인정한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각국이 자국 사정에 따른 ‘맞춤형 제도’를 내놓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훌륭한 옷도 내 몸과 맞지 않으면 입을 수 없다. 한국사회가 당면한 갈등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해야지만 그에 꼭 맞는 복지제도도 탄생할 수 있다. 한국식 보육복지모델이 절실한 이유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독일, 나치시절 강제수용소에 난민 배치 논란

    독일, 나치시절 강제수용소에 난민 배치 논란

    대규모로 유입되는 난민들의 거처 마련이 시급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독일에서 일부 난민을 나치시절의 강제 수용 시설에서 지내도록 한 사실이 알려지며 일각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의 11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현재 거처를 구하지 못한 20여명의 난민들이 2차 세계대전 기간 포로들을 가두었던 부헨발트 강제수용소 막사 건물에서 수 개월째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헨발트 수용소는 1937년 처음 설립돼 전쟁 기간 동안 유럽 전역에서 온 포로 25만 여명을 수용했던 독일 최대 수용소 중 하나다. 수용자들은 온갖 생체실험의 희생자가 되는가 하면 휴식시간 없이 강제노역에 시달려야 했다. 이곳에서 처형된 포로의 수만 약 5만6000명에 달한다. 현재 난민들이 머물고 있는 건물은 노역자들이 머물던 건물이 아니라 막사로 사용됐던 건물이지만 일부에서는 끔찍한 역사를 가진 시설을 활용할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해당 결정을 내린 크리스티앙 한케 독일 베를린시 미테 지구장은 “임시방편이었고 다른 방도가 없었다”며 “이 건물에는 (난민들이 지낼 수 있는) 공간이 많다”고 말했다. 난민지위가 정식 인정될 때까지 이곳에서 머물 예정인 이주민들 또한 당국의 결정에 불만이 없다는 분위기다. 아브두라함 마사는 이곳이 수용 및 처형 시설이었다는 점에 개의치 않는다면서 “내게는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난민 또한 “다른 사람들은 이마저도 구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감사한다는 태도를 내비쳤다. 독일은 올해 말까지 약 80만 명의 난민을 받아들이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 독일 미르켈 총리는 난민 행렬의 규모가 “숨막힐 정도”라고 표현하며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태는 향후 독일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올가을 쏟아지는 뮤지컬 선택 팁 3가지

    올가을 쏟아지는 뮤지컬 선택 팁 3가지

    가을, 뮤지컬 대향연이 펼쳐진다. 해외 오리지널팀 내한 공연부터 대형 라이선스 공연, 순수 창작 뮤지컬까지 다양하다. 프랑스 오리지널팀들의 내한 공연이 눈에 띈다. 국내 프랑스 뮤지컬의 팬층을 두껍게 한 ‘로미오 앤 줄리엣’과 국내에 프랑스 뮤지컬의 문을 연 ‘노트르담 드 파리’가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세기의 러브스토리 ‘로미오 앤 줄리엣’은 2009년 이후 6년 만의 오리지널팀 내한 공연이다. 2007년, 2009년 두 번의 내한 공연을 통해 프랑스 뮤지컬만의 감각적이고 세련된 극의 구성과 음악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6년 전 벅찬 감동을 선사했던 배우들이 다시 출연해 그날의 감동을 고스란히 재현한다. 2009년 벤볼리오 역으로 여심을 사로잡았던 시릴 니콜라이는 로미오로, 순수하지만 당차고 열정적인 줄리엣을 열연했던 조이 에스테르는 더 성숙한 줄리엣으로, 머큐쇼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며 국내 팬클럽까지 보유한 존 아이젠은 또다시 머큐쇼로 돌아온다. 작곡가이자 작품의 원작자인 제라르 프레스귀르비크는 “이번 공연은 새로운 곡들이 추가되는 등 업그레이드됐다. 기대해도 좋다”고 자신했다. 지난 2월 한국 초연 10주년 기념 공연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오리지널팀도 4주간 앙코르 공연을 한다. 1998년 프랑스 초연 이후 17년간 카지모도 역을 1000회 이상 소화한 매트 로랑, 그랭구아르 역의 리샤르 샤레스트, 프랑스 초연 멤버인 클로팽 역의 루크 메빌 등 스타 배우들이 모두 출동한다. 2005년 한국 초연 당시 8만 관객을 동원해 세종문화회관 최단 기간, 최다 입장객 수를 기록했다. ‘원스’ 오리지널팀은 모든 배우들이 직접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와 연기, 안무까지 소화하며 감동을 전한다. 2006년 아일랜드에서 제작된 동명의 인디 영화가 원작이다. 2012년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독창적인 연출과 이야기로 그해 토니상 베스트 뮤지컬상 등 8개 부문을 휩쓸며 평단과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국내 초연인 ‘신데렐라’와 ‘인 더 하이츠’는 라이선스 공연의 대표작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신데렐라’는 2013년 브로드웨이에서 첫선을 보인 후 토니상, 드라마 데스크상, 외부 비평가협회상 등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로저스와 해머스타인이 1957년 방송용 뮤지컬로 만들었던 ‘신데렐라’를 더글러스 카터 빈이 무대 뮤지컬로 각색했다. 로저스와 해머스타인은 ‘사운드 오브 뮤직’ ‘왕과 나’ ‘남태평양’ 등 명작 뮤지컬에서 호흡을 맞춘 뮤지컬 작곡가와 작가다. 마법으로 누더기가 드레스로 바뀌고 호박, 생쥐, 여우가 각각 마차, 말, 마부로 변하는 동화 속 내용이 무대에서 그대로 실현되는 장면이 압권이다. 공연 제작사 엠뮤지컬아트 김선미 대표는 “국내 무대도 브로드웨이 공연처럼 의상과 무대에 심혈을 기울여 화려하고 신기한 마법으로 관객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안시하·서현진·윤하·백아연이 신데렐라 역을, 엄기준·양요섭·산들·켄이 크리스토퍼 왕자 역을 맡았다. ‘인 더 하이츠’는 미국 뉴욕의 라틴할렘이라 불리는 워싱턴 하이츠를 배경으로 이주민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민자들의 삶과 꿈, 희망이 진한 감동을 준다. 그동안 뮤지컬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랩, 힙합 등의 음악과 파워풀한 ‘스트리트 댄스’가 관객들을 압도한다. 뮤지컬 ‘마인’에 이어 8년 만에 무대에 오른 배우 겸 힙합가수 양동근, 아이돌그룹 인피니트의 김성규·장동우, 엑소의 첸 등이 출연한다. 국내 창작 뮤지컬도 주목받고 있다. 대학로 소극장 뮤지컬의 흥행 역사를 새로 쓴 ‘풍월주’가 대표적이다. 2012년 초연 이후 세 번째 공연이다. 고대 신라시대, 남자 기생 ‘풍월’인 열과 사담 그리고 진성여왕의 얽히고설킨 사랑을 다뤘다. 슬프면서도 매력적인 이야기, 중독성 강한 노래로 호평받고 있다. 이번 공연에선 국악기 연주자가 직접 무대에서 음악을 들려주며 애절함과 진한 여운을 극대화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노트르담 드 파리, 로미오 앤 줄리엣, 원스...뮤지컬 쏟아진다

    노트르담 드 파리, 로미오 앤 줄리엣, 원스...뮤지컬 쏟아진다

    가을, 뮤지컬 대향연이 펼쳐진다. 해외 오리지널팀 내한 공연부터 대형 라이선스 공연, 순수 창작 뮤지컬까지 다양하다. 프랑스 오리지널팀들의 내한 공연이 눈에 띈다. 국내 프랑스 뮤지컬의 팬층을 두껍게 한 ‘로미오 앤 줄리엣’과 국내에 프랑스 뮤지컬의 문을 연 ‘노트르담 드 파리’가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세기의 러브스토리 ‘로미오 앤 줄리엣’은 2009년 이후 6년 만의 오리지널팀 내한 공연이다. 2007년, 2009년 두 번의 내한 공연을 통해 프랑스 뮤지컬만의 감각적이고 세련된 극의 구성과 음악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6년 전 벅찬 감동을 선사했던 배우들이 다시 출연해 그날의 감동을 고스란히 재현한다. 2009년 벤볼리오 역으로 여심을 사로잡았던 시릴 니콜라이는 로미오로, 순수하지만 당차고 열정적인 줄리엣을 열연했던 조이 에스테르는 더 성숙한 줄리엣으로, 머큐쇼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며 국내 팬클럽까지 보유한 존 아이젠은 또다시 머큐쇼로 돌아온다. 작곡가이자 작품의 원작자인 제라르 프레스귀르비크는 “이번 공연은 새로운 곡들이 추가되는 등 업그레이드됐다. 기대해도 좋다”고 자신했다. 지난 2월 한국 초연 10주년 기념 공연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오리지널팀도 4주간 앙코르 공연을 한다. 1998년 프랑스 초연 이후 17년간 카지모도 역을 1000회 이상 소화한 매트 로랑, 그랭구아르 역의 리샤르 샤레스트, 프랑스 초연 멤버인 클로팽 역의 루크 메빌 등 스타 배우들이 모두 출동한다. 2005년 한국 초연 당시 8만 관객을 동원해 세종문화회관 최단 기간, 최다 입장객 수를 기록했다. ‘원스’ 오리지널팀은 모든 배우들이 직접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와 연기, 안무까지 소화하며 감동을 전한다. 2006년 아일랜드에서 제작된 동명의 인디 영화가 원작이다. 2012년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독창적인 연출과 이야기로 그해 토니상 베스트 뮤지컬상 등 8개 부문을 휩쓸며 평단과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국내 초연인 ‘신데렐라’와 ‘인 더 하이츠’는 라이선스 공연의 대표작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신데렐라’는 2013년 브로드웨이에서 첫선을 보인 후 토니상, 드라마 데스크상, 외부 비평가협회상 등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로저스와 해머스타인이 1957년 방송용 뮤지컬로 만들었던 ‘신데렐라’를 더글러스 카터 빈이 무대 뮤지컬로 각색했다. 로저스와 해머스타인은 ‘사운드 오브 뮤직’ ‘왕과 나’ ‘남태평양’ 등 명작 뮤지컬에서 호흡을 맞춘 뮤지컬 작곡가와 작가다. 마법으로 누더기가 드레스로 바뀌고 호박, 생쥐, 여우가 각각 마차, 말, 마부로 변하는 동화 속 내용이 무대에서 그대로 실현되는 장면이 압권이다. 공연 제작사 엠뮤지컬아트 김선미 대표는 “국내 무대도 브로드웨이 공연처럼 의상과 무대에 심혈을 기울여 화려하고 신기한 마법으로 관객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안시하·서현진·윤하·백아연이 신데렐라 역을, 엄기준·양요섭·산들·켄이 크리스토퍼 왕자 역을 맡았다. ‘인 더 하이츠’는 미국 뉴욕의 라틴할렘이라 불리는 워싱턴 하이츠를 배경으로 이주민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민자들의 삶과 꿈, 희망이 진한 감동을 준다. 그동안 뮤지컬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랩, 힙합 등의 음악과 파워풀한 ‘스트리트 댄스’가 관객들을 압도한다. 뮤지컬 ‘마인’에 이어 8년 만에 무대에 오른 배우 겸 힙합가수 양동근, 아이돌그룹 인피니트의 김성규·장동우, 엑소의 첸 등이 출연한다. 국내 창작 뮤지컬도 주목받고 있다. 대학로 소극장 뮤지컬의 흥행 역사를 새로 쓴 ‘풍월주’가 대표적이다. 2012년 초연 이후 세 번째 공연이다. 고대 신라시대, 남자 기생 ‘풍월’인 열과 사담 그리고 진성여왕의 얽히고설킨 사랑을 다뤘다. 슬프면서도 매력적인 이야기, 중독성 강한 노래로 호평받고 있다. 이번 공연에선 국악기 연주자가 직접 무대에서 음악을 들려주며 애절함과 진한 여운을 극대화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하남 미사지구 ‘40억 딱지’ 사기

    부동산중개업소 중개보조원이 가정주부 등 수십명을 상대로 이주자 택지용 ‘딱지’ 사기 행각을 벌여 40억원가량을 가로챈 혐의로 경찰에 고소됐다. 이 딱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경기 하남 미사지구에 주택이 수용된 주민들에게 2013년 준 점포 겸용 단독주택용지를 일반 분양가보다 20%가량 싼 값에 살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한번은 매매할 수 있다. 9일 하남경찰서와 피해자들에 따르면 하남 A부동산중개업소 보조원 B씨(50·여)는 3년여 전부터 같은 마을에 사는 가정주부 등 아는 사람들에게 “LH가 미사지구 개발로 이주하는 원주민들에게 공급한 딱지를 싼값에 사서 되팔면 큰 이익을 낼 수 있다”고 꾀어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씩 투자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최근 같은 내용으로 피해자 여러 명이 고소하자 수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피해자는 같은 마을에 살던 가정주부와 종교인, 초등학교 친구 등 30여명으로 추정되며 피해 금액은 40억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피해자 수와 금액은 갈수록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피해자들이 “내가 매입한 딱지의 실체가 없다”며 투자한 돈을 돌려 달라고 요구하자 최근 서울 모 대학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뒤 외부와의 접촉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중 일부는 지난 8일 하남농협 회의실에서 긴급 모임을 갖고 공동 고소장 제출 등의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조모(여)씨는 “지난 6월 평소 알고 지내던 B씨로부터 C씨 소유의 이주자 택지 투자를 소개받고 1억원을 B씨에게 건네줬으나 이날 현재 딱지 관련 서류를 주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딱지를 양도한 것으로 알려진 C씨는 서울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인접 초등학교 또래인 B씨가 ‘내 딱지를 갖고 다닌다’는 말은 들었지만 나는 딱지를 누구에게 판 적도 없고 매매할 생각 역시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B씨가 다른 친구들에게도 딱지 투자를 권하고 다녔으며 몇 명이 수천만원씩 돈을 건넨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우리동네 흥겨운 축제] 놀멍… 해녀들 삶 느끼고, 쉬멍… 해안 따라 거닐고

    [우리동네 흥겨운 축제] 놀멍… 해녀들 삶 느끼고, 쉬멍… 해안 따라 거닐고

    꼬닥꼬닥 올레꾼, 노릇노릇 감귤 익는 소리, 쪽빛 바다와 높고 파란 하늘. 가을의 문턱, 국토 최남단 제주 서귀포는 여유와 풍요가 넘친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헤치며 밀려드는 올레꾼, 가지마다 주렁주렁 늘어진 감귤, 서귀포 앞바다는 푸른색을 더 하고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은 높아만 간다. 뭐 하나 아쉬울 게 없는 서귀포의 가을이다. 넉넉한 서귀포의 가을, 이곳에 눌러 살 수는 없을까. 요즘 서귀포를 찾는 사람들은 이루지 못할 서귀포의 일상을 한번쯤 꿈꾼다. 이루지 못할 꿈, 원주민과 이주민, 관광객이 한데 어우러지는 칠십리축제는 그런 꿈을 잠시나마 꿔볼 수 있는 무대다. 서귀포시는 오는 10월 2일부터 4일까지 칠십리축제를 펼친다고 8일 밝혔다. 올해 스물한 번째로 제주의 대표 가을축제다. 올해는 ‘칠십리가 뭐꽈?’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칠십리는 조선시대 정의현청이 있었던 표선 성읍마을에서 서귀포구까지 거리를 말한다. 1653년 발간된 탐라지에 ‘서귀포는 정의현청에서부터 서쪽 70리에 있다’고 전해온다. 지금은 동북아의 유명 관광지이지만 당시만 해도 보잘것없는 작은 포구 마을에 불과했다. 거리 개념의 칠십리는 요즘 서귀포에 대한 애틋함이 묻어나는 말로 통한다. 제주 전통 어선인 테우를 타고 광활한 바다를 누비던 아버지, 가쁜 숨을 몰아가며 물질하던 어머니의 삶이 칠십리 곳곳에 오롯이 담겨 있다. 올해 축제 무대는 서귀포를 가장 서귀포답게 하는 자구리 해안이다. 노천 미술관인 작가의 산책로, 쇠소깍에서 외돌개까지 눈이 부신 제주올레 6코스, 푸른 밤 별이 한가득 쏟아지는 서귀포항, 무태장어의 고향, 천지연 폭포로 이어지는 자구리 해안은 제주에서도 최고의 풍광을 자랑한다. 자구리 해안에서는 북으로 한라산 남으로는 넓은 남태평양을 한꺼번에 품을 수 있다. 축제 전야(10월 1일)로 서귀포 예술의 전당에서 한뫼국악예술단이 홀로그램 무용극 ‘붓 천 자루 벼루 10개’가 열린다. 서귀포에서 귀양살이했던 추사 김정희 집념과 예술혼을 무용극으로 펼쳐낸다. 지구촌 모든 축제는 퍼레이드로 통한다. 칠십리퍼레이드는 17개 마을 1500여명이 방앗돌 굴리기, 테와 자리돔 등 마을 고유의 문화와 설화를 재구성, 서귀포 도심에서 한바탕 퍼레이드를 펼친다. 관광객도 개성 있는 옷을 입고 참여할 수 있다. 퍼레이드 행렬이 자구리 공원에 도착하면 17가지 마을 이야기를 들려 주는 칠십리 마당놀이를 펼친다. 감귤탄생 실화, 소금졸래기 등 오랜 세월 칠십리 사람들이 거친 바람과 파도를 이기며 살아온 자신의 삶 이야기를 마당놀이로 풀어낸다. 제주사투리는 제주 축제의 단골 메뉴다. 2011년 유네스코는 제주어를 지구에서 소멸위기에 처한 언어로 등록했다. 경고장이지만 인류가 보존해야 할 제주어 가치를 강조했다고 제주 사람들은 믿는다. 제주 사람들에게는 제주어는 아련한 향수이고 이주민들은 한번쯤 배워보고 싶은 아니 배워야 하는 난제다. 제주어골락대회는 칠십리 사람들이 저마다 갈고 닦은 제주어 솜씨를 뽐내고 외국어처럼 들리는 이주민과 관광객은 살짝 제주어 한마디를 배울 수 있다. 제주어 노래, 제주어 랩 등 축하공연은 덤이다. 질펀한 노래자랑이 없는 축제는 팥소 없는 찐빵이다. 칠십리가요제는 노래방 좀 다녔다는 17개 마을 대표 가수가 서귀포, 섬, 바다를 테마로 한 노래로 솜씨를 뽐낸다. 칠십리가 알려진 것도 노래 덕분이다. ‘진주알이 아롱아롱 꿈을 꾸는 서귀포/전복 따던 아가씨는 어디로 갔나/물새들도 그리워라 자갯돌도 그리워/서귀포 칠십리에 물안개 곱네’ 1938년 가수 남인수가 부른 ‘서귀포 칠십리’는 일제강점기 억눌려 살던 국민에게 향수와 애틋한 그리움을 불러 일으키며 전국에 서귀포 칠십리를 알렸다. 제주에서 활동 중인 톡톡 튀는 뮤지션들도 한자리 모여 축제 열기를 한껏 달군다.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빙떡도 만들어 볼 수 있다. 메밀전의 담백한 맛과 무숙채의 삼삼하고 시원한 맛이 어우러져 독특한 맛을 내는 빙떡은 빙빙 돌려 말아 만든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포만감은 주지만 칼로리는 높지 않아 다이어트 음식으로 인기다. 서귀포는 무병장수와도 궁합이 맞다. 무병장수를 상징하는 별 남극노인성(南極人星)은 서귀포에서만 볼 수 있다. 서양에서는 카노푸스라고 불리는 노인성은 추분과 춘분쯤 육안 관측이 가능하다. 진시황의 신하 서복이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서귀포로 찾아왔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칠십리 사람들을 위한 무병장수 기원 퍼포먼스가 개막식 행사의 하나로 펼쳐진다. 축제 기간 내내 자구리 공원에는 서귀포 특산품 판매홍보관, 귀농·귀촌 체험홍보관, 제주마 승마체험, 무병장수체험관, 제주향토음식관, 제주전통옹기 체험홍보관 등을 상설, 운영한다. 칠십리축제 조직위원장 양진건 제주대 교수는 “올가을 자구리 해안에서 누구나 한번쯤은 빠져 보고 싶은 칠십리의 풍광, 칠십리의 맛, 칠십리의 아름다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행운을 누리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해외여행 | FIJI Bula, Vinaka! 안녕 고마워

    해외여행 | FIJI Bula, Vinaka! 안녕 고마워

    피지는 화려하다. 그리고 소박하다. 일곱 가지 색으로 물든 하늘을 뒤로하고 돌아섰을 때, 애잔한 피지의 이별노래 ‘이사레이’가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때 알았다. 나도 모르게 피지에 푸욱 빠지고 말았다는 것을. ●피지를 다시 보다 피지의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았다. ‘불라Bula·피지어로 ‘안녕’을 뜻하는 말’에 있었다. 리조트에서도 시장에서도 거리에서도 모든 시작은 ‘불라’였다. 남태평양의 아름다운 섬나라, 산호초들의 고향, 피지. 피지가 특별한 이유는 여행자뿐만 아니라 피지 사람에게도 천국이기 때문이다. 피지는 2012년 캐나다 ‘레거 마케팅’의 조사 결과 행복체감지수 1위 국가로 꼽혔다. 무엇이 피지를 행복의 나라로 만든 것인지 궁금했는데, 피지에 가 보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연중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 끈끈한 대가족 중심 사회, 깨끗한 물과 자연, 단단한 자존감 위에 세워진 ‘오늘의 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않는’ 삶의 철학. 그 모든 것들이 피지를 다시 보게 만들었다. 피지의 크기는 제주도의 약 10배다. 총 333개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중 100여 개 섬에만 사람이 산다. 비티 레부Viti Levu와 바누아 레부Vanua Levu가 가장 큰 섬이다. 비티 레부에는 피지의 수도인 수바와 난디국제공항이 자리해 있고, 북섬으로 불리는 바누아 레부엔 럭셔리 리조트들이 모여 있다. 섬들은 옹기종기 모여 군도를 이루고 있다. 여행자들은 마마누다 군도와 야사와 군도를 많이 찾는다. 비티 레부의 서쪽, 마마누다 군도는 섬 하나에 리조트 하나만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푸른 바다와 그림 같은 백사장이 마마누나 군도의 풍경을 대표한다. 비티 레부에서 경비행기로 40분 거리에 있는 야사와 군도는 영화 <블루라군>의 촬영지다. 태초의 자연을 그대로 간직한 이곳은 산호초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피지는 단순한 휴양지 그 이상의 매력을 갖고 있다. 푸른 바다 속에서 총천연색 물고기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은 물론 카약, 요트, 서핑, 제트스키, 패러세일링 등 갖가지 수상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특히 수온이 24~29도 정도로 따뜻해서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람바사, 라키라키, 퍼시픽하버 등 다이버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드는 다이빙포인트도 도처에 널려 있다. 골프를 빼면 섭섭하다. 피지의 하루 라운딩 비용은 약 3만원. 50만원이면 1년치 골프회원권을 손에 넣을 수 있다. 더 없이 좋은 환경에서 이렇게 저렴하게 라운딩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또 있을까? 피지에는 아주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들도 많다. 그중 하나가 전 세계 네 곳에 존재하는 날짜변경선이다. 같은 자리에서 어제와 오늘을 왔다 갔다 하는 체험이 가능하다. 이 날짜변경선 덕에 피지는 ‘세상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나라’이기도 하다. 매년 1월1일 정동진을 찾는 이들에게 타베우니 여행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다. 해양 액티비티의 최고봉으로 평가받는 상어 먹이 주기도 피지에서 도전할 수 있다. 철망도 없이 바다 속에 들어가 상어 입에 먹이를 넣는 일은 사진으로만 봐도 아찔하다. 피지 여행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또 하나의 특권, 할리우드 스타들이 즐겨 마시는 ‘명품 생수’인 피지워터를 마음껏 마실 수 있다는 것이다. 물도 공기도 좋은 피지에서 피지워터를 마시며 여행을 마치고 나면 매끈해진 피부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피지 사람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귀에 꽃을 꽂는다. 재미있는 건 꽃을 꽂은 위치에 따라 미혼인지 기혼인지 알 수 있단 점이다.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은 왼쪽에, 결혼을 한 사람은 오른쪽에 꽃을 꽂는다. 이렇게 꽃을 꽂는 것을 피지어로 ‘테끼테끼’라고 부른다. 자, 이제 화려한 히비스커스 꽃 한 송이를 ‘테끼테끼’하고 본격적인 피지 탐험에 나서 보자. 아, 절대로 잊어선 안 되는 한 가지가 있다. ‘피지타임FIJI Time’의 속도를 지키는 일이다. 피지 특유의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반걸음 느린 속도로 천천히 걷다 보면 어느새 행복이 슬그머니 당신 곁에 와 있을 것이다. ●천국을 즐기는 방법1 재래시장에서 발견한 피지 문화 생생한 피지 문화를 엿보기 위해 찾아간 곳은 피지 난디의 재래시장. 난디는 국제공항이 있어 여행자들에게 익숙하고 피지에서 세 번째로 규모가 크지만, 시내에 나가 보면 이곳이 얼마나 소박한 곳인지 알게 된다. 이색 식재료 ‘카사바’와 ‘달로’ 시장은 자그마했지만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식재료들이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카사바Cassava와 달로Dalo. 이 두 구근식물은 피지 사람들의 식탁을 책임지는 중책을 맡고 있다. 우리로 치면 쌀이나 마찬가지다. 달로는 큰 토란을 연상하면 된다. 피지언들은 달로로 탄수화물을 섭취하는데 주로 익혀서 먹는다. 섬유질이 많고 열량이 높은 편. 카사바는 큰 고구마를 생각하면 된다. 쪄 먹기도 하고 빻아서 다른 과일과 함께 요리해 먹기도 한다. 피지 바나나는 우리나라에서 파는 것보다 통통하고 큰데, 날로 먹지 않고 구워 먹는다. 우리는 ‘카바’로 친구가 된다 시장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니 각종 뿌리채소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뭔가 했더니 ‘카바Cava’의 원료인 후추나무 뿌리다. 피지 문화를 이야기할 때 빠지면 안 되는 것이 ‘카바’다. 피지에서 카바를 함께 나눠 마시는 행위는 ‘친구가 되고 싶다’는 의미다. 손님을 맞이하는 마을에서는 ‘카바 세리모니’를 준비한다. 카바 가루를 타노아Tanoa라는 그릇에 넣고 즙을 짠 후 빌로Bilo라는 코코넛 껍질로 만든 컵에 담아 손님에게 건넨다. 잔을 받은 사람은 손뼉을 두 번 치고 ‘불라!’를 외친 후 카바를 단숨에 마신다. 다 마신 후 손뼉을 세 번 친 다음 ‘비나카Vinaka·피지어로 ‘고맙습니다’라는 말!’라고 외치면 환영 의식이 마무리된다. 카바 세리모니는 피지 숙소 어디에서나 쉽게 경험할 수 있다. 카바의 색은 연한 갈색이고, 맛은 쌉싸름하다. 많이 마시면 혀가 얼얼하고 취한 기분도 들지만 알코올 성분은 없다. 피지 국민의 49%는 인도사람 시장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또 하나는 수북이 쌓인 형형색색의 향신료. 마트에는 갖가지 인도 향이 진열돼 있고, 길거리에선 인도 음식점이 자주 눈에 띈다. 그뿐 아니다. 거리 곳곳에 화려한 힌두사원이 있고, 이곳저곳에서 인도 음악이 귀를 파고든다. 남태평양 한가운데 섬나라가 아닌 인도의 작은 도시에 와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알고 보니 피지는 1874년 영국에 합병되었는데 그때 사탕수수 농장의 노동력으로 많은 인도인들을 이주시켰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고향으로 돌아갈 법도 했지만 인도 사람들은 사람 좋고 자연 좋은 피지에 눌러 앉았다. 그렇게 시작해 지금은 전체 피지 인구의 49%를 인도인이 차지하게 되었다. 그러니 피지에서 인도를 만나더라도 놀라지 말 것, 그리고 피지 인도인 중 상당수는 인도에 가 본 적조차 없다는 것도 알아둘 것. ●천국을 즐기는 방법 피지의 삼색 액티비티 스쿠버다이빙, 스노클링, 낚시, 요트타기 등 피지의 바다에선 가지각색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그러나 꼭 바다가 아니어도 된다. 하늘에서도 강에서도 즐길 거리는 무궁무진하다. 1분 사이 다시 태어난 기분 피지의 푸른 바다와 수백개 섬을 한품에 안는 방법, 스카이다이빙에 도전하기로 했다. 스카이다이빙을 위한 장비를 착용하고 경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는 그림 같은 피지의 하늘을 유유히 날았지만 심장은 콩닥콩닥 뛰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래도 노련한 네덜란드 출신 인스트럭터가 있어 마음이 놓였다. 10여 분쯤 날았을까, 마침내 경비행기의 문이 열리고 허공에 몸을 던져야 할 순간이 왔다. 하늘에서 뛰어내릴 땐 ‘바나나 모양 몸’을 꼭 기억해야 한다. 손은 위로 높이, 다리는 엉덩이에 닿을 정도로 바짝 접어야 안정적인 낙하를 할 수 있다. 그렇게 하늘 속으로 풍덩! 아, 자유낙하가 선사하는 이 짧고 강렬한 느낌을 세상의 어떤 액티비티와 비교할 수 있을까. 사방으로 퍼지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자유낙하를 경험한 1분 사이 다시 태어나는 기분이었다. 그 후 5분 동안 낙하산을 타고 천천히 내려오면서, 뛰어내리기 직전 인스트럭터가 해 준 말이 생각났다. 스카이다이빙을 할 때 조심할 것은 중독되는 것뿐이라는. www.skydivefiji.com.fj 내 머리 위의 이구아나 쿨라 에코파크는 피지의 독특한 동식물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장소다. 입구에서는 띠 이구아나와 피지 보아뱀을 직접 만져 볼 수 있고, 이구아나를 머리나 어깨에 올린 채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내부엔 거대한 숲이 조성돼 있는데, 구석구석에서 피지의 동식물을 발견할 수 있다. ‘쿨라’는 피지어로 ‘색깔’을 의미한다. 쿨라 에코파크에 서식하는 각양각색의 동식물을 보면 그 이름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에선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무료 생태교육을 제공한다. 사라져가는 피지의 동식물을 보호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여행하는 가족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장소다. www.fijiwild.com 피지의 젖줄 속으로 길이가 1,202km에 이르는 싱가토카강은 피지의 젖줄이나 마찬가지다. 피지 사람들은 싱가토카강이 있어 농사를 지을 수 있었고, 수많은 먹거리를 식탁에 올릴 수 있었다. 싱가토카 리버사파리는 피지의 자연과 역사를 만나는 프로그램이다. 보트를 타고 시원하게 강을 가르면서 강가에 살고 있는 원주민 마을을 방문하고, 피지 사람들의 삶을 볼 수 있다. 마을투어 역시 카바 세리모니부터 시작한다. 피지 사람들이 사는 마을과 집을 둘러보고 나면 피지 전통 음식으로 차려진 점심이 기다린다. 전통 음식을 맛본 후에는 피지 사람들과 어깨를 들썩이며 한바탕 노는 시간이 이어진다. 그리고 어느새 찾아온 이별의 시간. 우리는 서로 보이지 않을 때까지 힘차게 손을 흔들며 작별인사를 보냈다. www.sigatokariver.com ●천국을 즐기는 방법3 만인을 위한 피지 리조트 피지에서는 ‘리조트는 커플을 위한 곳’이란 편견은 버리자. 가수 박진영이 허니문을 다녀온 ‘라우쌀라 아일랜드 리조트Laucala Island Resort’처럼 하루 수천달러에 달하는 곳도 있고, 배낭 하나 매고 마음껏 섬을 즐길 수 있는 도미토리 숙소도 있으니까. 리꾸리꾸·나누쿠에서 ‘로맨틱 커플여행’ 퍼시픽 하버에 위치한 나누쿠리조트Nanuku Resort는 피지 스타일의 인테리어와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친절한 스태프들이 있는 곳이다. 시설은 두말 할 것도 없다. 야자수를 보면서 샤워를 하거나 프라이빗풀에서 커플만의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이곳에선 피지에서 키워낸 유기농 재료를 이용해 음식을 만든다. 그 음식을 원하는 장소 어디에서나 즐길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스노클링, 쿠킹클래스, 요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무료로 제공돼 24시간이 짧게 느껴진다. 저녁에 열리는 피지 스태프들의 전통춤 공연 역시 놓치면 안 된다. nanuku.aubergeresorts.com 리꾸리꾸리조트Likuliku Lagoon Resort는 데나라우 항구에서 페리로 1시간 거리인 마마누다 군도 말롤로섬에 자리했다. ‘잔잔한 바다’라는 의미의 ‘리꾸리꾸’란 이름에서부터 로맨틱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방갈로 스타일 객실인 오버워터 부레는 바닥 일부가 유리로 되어 있어 산호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다. 또 객실에서 바다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사다리가 마련돼 있어 호젓한 바다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www.likulikulagoon.com ‘엄마도 아이도 행복한 섬’ 플랜테이션아일랜드 플랜테이션아일랜드 리조트Plantation Island Resort는 어디를 가나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밝은 에너지가 넘친다. 한마디로 어린이 천국. 산호 만들기, 대나무 공예 등 아이들이 할 수 있는 놀이가 수십 가지나 준비되어 있다. 이곳에선 피지언 매니저들에게 아이를 맡기고 부부끼리 오붓한 시간을 즐기는 것이 가능하다. 피지언들은 아이들을 사랑하고 잘 돌보기로 유명하니 안심해도 된다. www.plantationisland.com ‘청춘을 위한 섬’ 비치콤버아일랜드 비치콤버아일랜드 리조트Beach Comber Island Resort엔 도미토리형 객실인 ‘그랜드 부레’가 있다. 뷔페 식사가 숙박료에 포함된, 합리적 요금의 객실이다. 젊은이들이 모이는 리조트다 보니, 비치콤버의 화이트비치엔 언제나 비키니 차림으로 광합성을 하는 젊은이들이 즐비하다. 또 패러세일링, 제트스키, 워터스키, 카누, 윈드서핑, 스쿠버다이빙 등 각종 해양스포츠를 즐기는 이들로 분주하다. 밤마다 열리는 피지 전통쇼와 파티에서 신나는 추억을 만들 수 있다. www.beachcomberfiji.com 에디터 고서령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채지형 취재협조 피지정부관광청 www.HappyFIJI.travel ▶travel info FIJI Airline 대한항공이 인천-난디 직항을 주 3회(화·목·일요일) 운항한다. 비행 소요시간은 약 9시간 45분. 화·목·일요일에 인천에서 출발한다. 피지 국적항공사인 피지에어웨이즈는 홍콩-난디 노선을 주 2회 운항한다. 목요일과 토요일에 홍콩에서 출발. What to Drink 피지워터를 수시로 마시자. 피지워터는 500년 된 암반에서 올린 생수로, 물맛 좋기로 유명하다. 피지워터로 만든 피지 맥주도 잊지 말 것. 피지골드Fiji Gold와 피지비터Fiji Bitter가 인기 있는데, 피지비터가 좀 더 쌉쌀하다. 가격은 비싼 편이지만 부드러운 맛이 일품인 보누Vonu도 맛보자. What to Buy 천연 원료를 사용해 만든 화장품 ‘퓨어피지’가 가장 사랑받는 피지 여행 기념품이다. 미스트와 오일, 비누, 바디로션, 샤워젤, 슈가스크럽 등이 유명하다. 카바 세리모니에 사용하는 ‘타노아’와 ‘빌로’도 피지 문화를 보여 주는 재미있는 기념품.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태백 고랭지배추 귀네미골 야생화 관광지로 변신

    산골마을 강원 태백시 고랭지 배추 재배단지 귀네미마을이 야생화를 테마로 한 관광지로 새롭게 변신한다. 태백시는 8일 고랭지 배추로 유명한 삼수동 일대 야생화 군락지에 정부 지원 등 6억 9000만원을 들여 백두대간 야생화 증식 단지마을로 개발한다고 밝혔다. 2017년까지 해발 1000m 안팎의 고원지대에 사계절 자생하는 야생화를 증식, 보존해 관광객들을 맞을 예정이다. 태백산 야생화 동호회 회원과 마을 주민들이 이달 중 법인을 설립해 추진한다. 우선 2억원을 들여 마을의 농가 4채를 야생화 카페, 전시관, 게스트하우스 등으로 리모델링해 체류형 야생화 관광지를 만들 계획이다. 이어 귀네미마을에는 내년과 2017년 2년간 4억 9000만여원을 들여 야생화 재배단지 1만 7000㎡와 야생화 꽃길 3.5㎞ 등이 조성된다. 해발 1000m 지역에 조성될 야생화 재배단지와 야생화 꽃길에는 복수초, 얼레지, 하늘나리 등 백두대간 야생화 300여종이 심어진다. 태백시 상수원인 광동댐 수몰지역 주민들의 이주마을인 귀네미마을은 1988년부터 주민 29가구 가운데 23가구가 64㏊가량의 고랭지에서 배추 등을 재배하며 생활해 오고 있다. 최명식 시 도시건축과장은 “귀네미골의 백두대간 야생화 보존 증식 단지는 지역 주민들에게 고랭지 배추에 못지않은 알찬 소득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태백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김경운 기자의 맛있는 스토리텔링 6] 국수와 파스타

    [김경운 기자의 맛있는 스토리텔링 6] 국수와 파스타

    국수(면)만큼 거의 세계 전역에서 즐기는 음식도 흔치 않다. 국수의 모양이나 요리법, 곁들이는 고명은 지역의 특징에 맞게 변천했지만, 그 원형은 유라시아 문명 교류의 중요한 상징이다. ●국수, 기원전 5000년 중앙아시아 유목민 음식서 유래 면(麵)은 중앙아시아로부터 전해진 밀가루를 이르는 말이다. 진나라 때 서역인이 ‘밀’이라고 부르는 말을 한자로 음차한 것으로 보인다. 또 국수라는 말은 삶은 면을 물에 헹궈 건져 올린 것을 뜻하는 한자어다. 따라서 밀가루를 반죽해 물에 넣고 삶은 게 면이자 국수다. 국수는 기원전 5000~6000년쯤 중앙아시아 유목민의 음식이었다. 반면 서양인은 기원전 3000년쯤부터 밀가루로 음식을 만들었다. 그들의 주식인 고기에 부족한 탄수화물을 섭취하기 위해서다. 국수가 빵보다 역사가 깊은 셈이다. 국수의 유래에 대해 많은 학설이 있지만, 국수가 유목민의 음식인 까닭은 우선 남방의 쌀과 달리 밀은 북방의 건조한 지역에서 자라는 작물이기 때문이다. 반죽한 밀가루를 굳이 수고스럽게 손바닥으로 비벼서 가는 국수 형태로 만든 것은 잠시 머문 정착촌에서 국수를 물에 삶을 때 되도록 빨리 익히기 위해서다. 가느다란 국수가 식감이 좋고 소화도 잘 됐을 것이다. 또 양고기나 마른 야채 등을 넣고 함께 끓여도 잘 어울린다. 다시 이동할 때에는 반죽한 국수만 잘 보관하면 그만이다. 오히려 숙성의 맛을 더할 수 있다. 국수는 기원전 1~2세기 후한 때 실크로드 상인에 의해 동쪽으로 전파된다. 국수는 진과 당을 거쳐 송나라 때 꽃을 피운다. 송의 수도 카이펑에서는 높은 성벽이 사라지고 개방된 국제도시답게 노점이 성행했다. 이 노점에서 국수에 국물을 붓고 고기 절편 등 고명을 얹어 먹었다. ●통일신라~고려초 한반도 유입... 밀가루 귀해 잔치때만 맛 봐 이 시기인 (통일)신라 또는 고려 초 한반도에도 국수가 전해진다. 그러나 우리 땅에선 밀가루가 귀한 식재료였다. 따라서 조선 시대 때까지도 결혼식, 회갑연, 제례일 등 특별한 날에만 국수를 맛볼 수 있었다. 이는 요즘 결혼식장에서 잔치국수를 내놓고 또 일부 지역에선 제사상에 삶은 국수를 올리는 전통으로 이어진다. 우리의 국수 요리는 크게 냉면, 비빔국수, 국수장국(온면), 제물칼국수로 나뉜다. 이 4종에서 무려 60여 가지의 국수 음식이 탄생한다. 우리는 메밀이나 녹두 가루도 국수 재료로 썼다. 함경도와 평안도에는 비빔국수와 냉면이 있다. 황해도 개성은 예부터 부유한 상인이 많이 살던 곳인 만큼 귀한 밀국수를 즐겼다. 지금 밀국수의 본고장은 옛 개성처럼 국제적 항만 도시인 부산이다. 6·25전쟁 이후 미군 원조로 받은 밀가루 덕분이다. 이어 한양에서는 각종 국수 음식이 다 있었지만 특히 전통식 온면을 으뜸으로 여겼다. 온면의 국수는 밀가루 외에도 메밀가루 등을 썼다. 경기도에선 국물이 걸쭉하고 구수한 칼국수를 먹었다. 온면은 삶은 국수를 먼저 그릇에 담은 뒤 맑은 형태의 육수를 부어 깔끔한 맛을 낸다. 반면 제물칼국수는 각종 식재료가 들어간 육수에 국수를 함께 넣고 푹 끓인다. 전라도와 경상도도 만들기 편한 칼국수를 즐겼는데 다만 서해 지역은 조개, 동해나 남해 지역은 멸치, 육수 등 지역 특산물로 맛을 더했다. 까다로운 선비의 고장이라는 안동의 건진국수는 일종의 칼국수이긴 한데, 이를 다시 온면 방식으로 국수를 건져 육수를 붓는 정성을 더 들였다. ●9세기 이슬람 시칠리아 지배하며 국수 유럽에 전파 동양에선 국물과 함께 먹는 국수 음식이 발달된 반면 서양에선 국물 없이 소스를 이용한 국수를 선호했다. 로마 제국이 멸망한 뒤 게르만족, 바이킹족 등이 유럽에서 득세하는 동안 중동에선 신흥 이슬람 세력이 힘을 확장하고 있었다. 이슬람 세력은 중앙아시아도 손에 넣으며 현지 음식인 국수를 받아들인다. 그들은 북아프리카와 스페인을 굴복시킨 뒤 오래전부터 지정학적으로 유럽의 교두보 역할을 하던 시칠리아마저 정복한다. 827년 이슬람군 1만명이 시칠리아 섬에 상륙해 200여년 동안 지배하면서 중앙아시아에서 배운 국수 요리를 처음 유럽 땅에 전파한다. 유럽 남부의 지중해 근처에는 흰 경질밀보다 노란 듀럼밀이 흔했다. 듀럼밀은 단단하고 거칠지만 접착력과 탄력성이 좋다. 우리가 아는 파스타의 노란색 국수 원료다. 스파게티는 300여종에 이른다는 파스타의 한 종류일 뿐이다. 이슬람인들은 듀럼밀로 국수를 만들어 먹었고, 이게 이탈리아 본토인 나폴리 등을 거쳐 오늘날 세상에 퍼진 파스타가 된다. 토마토소스는 남미의 작물인 토마토가 유럽에 전해진 것이 16세기, 식재료가 된 게 19세기 중반인 만큼 나폴리 등에서 소스로 사용하다가 이탈리아계 미국 이주민이 늘면서 확산된 것이다. 그전엔 치즈 가루 등만 뿌려 맛을 냈다. ●흰 경질밀아닌 노란 듀럼밀 사용... 포크 사용문화로 면 길이 짧아져 그럼 왜 긴 가닥의 국수가 마카로니 등처럼 짧고 도톰한 모양의 파스타(쇼트 파스타)로 바뀐 것일까. 또 이슬람권에서는 왜 국수가 거의 사라졌을까. 국수를 먹는 방법의 차이에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동양에서는 고대 시절부터 젓가락과 숟가락을 사용했다. 젓가락은 길고 미끌미끌한 국수 가닥 한 올까지 잘 잡을 수 있다. 반면 서양인은 포크를 쓴다. 우리 상식과 다르게 유럽 귀족이 지금과 같은 모양의 포크를 사용한 것은 베네치아 공국 이후였고, 백성은 대부분 손이나 작은 칼을 썼다. 그러니 가느다란 국수 가닥을 잡기에는 불편했다. 따라서 더 굵거나 또는 나사 모양으로 돌돌 감은 국수를 파스타의 재료로 사용했다. 아울러 이슬람인은 손으로 음식을 집어서 먹는 게 전통인데, 끈적끈적한 육즙을 묻혀 미끈거리는 국수는 더 이상 환영받지 못했을 것이다. 옛 이란 원주민은 국수를 이르는 말을 가느다란 ‘실’이라는 뜻과 함께 썼다. 음식은 언어처럼 더 나은 진화를 향해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래서 음식의 원형을 찾는 노력을 하면 인류 문명의 긴 역사가 보일 것이다. 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 제주, 레미콘업계 제한 생산 무기 연장

    골재 등 원자재 수급 차질로 빚어진 제주 지역 레미콘업계의 제한 생산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제주도레미콘공업협동조합은 골재 부족 등으로 지난 7월부터 실시하는 ‘주 5일 제한 생산’을 무기한 연장한다고 1일 밝혔다. 제주 지역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골재 등의 원자재 공급난으로 레미콘 공장이 일시 휴업하는 등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레미콘업계는 타 지역에서 골재를 들여오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제주 지역은 이주민 증가와 외국 자본의 대규모 개발 사업, 해군기지 항만 공사 등의 건설 경기 호조로 레미콘 수요가 크게 늘어난 상태다. 특히 제주 해군기지 항만 건설 등으로 수요가 늘어나면서 골재의 공급 부족과 골재 가격 급등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1㎥당 8000원이던 골재 가격이 최근에는 1만 7000원까지 급등한 상태다. 제주 지역 산림 골재 채취량도 2007년 105만 8000㎥에서 지난해 208만 7000만㎥로 7년 사이 두배 가까이 늘어났다. 조합 관계자는 “제주도가 골재채취법에 따라 골재 수급 계획을 세워 골재 수급 안정 노력을 기울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도내 건설 환경 예측과 대책 마련에 소흘했다”고 밝혔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데스크 시각] 막장의 유혹/박상숙 국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막장의 유혹/박상숙 국제부 차장

    “두고 봐라.”(You just watch)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로 나선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반이민 공약의 구체적 실행 방법을 묻는 말에 내놓은 대답이다. 유세 때마다 “1100만명에 달하는 불법 체류자를 추방하겠다”고 핏대를 세우는 것에 비하면 싱겁기 그지없다. 트럼프는 이성에 호소하지 않는다. 콘텐츠는 없지만 자극적인 표현과 슬로건으로 대중의 감성을 건드릴 줄 안다. TV 리얼리티쇼에서 매회 “당신 해고야”(You are fired)를 수년간 외쳐 온 인물답게 대중을 부추기는 게 주특기다. 문제는 그의 선동이 지지율 고공 행진으로 나타나자 짐짓 점잔 빼던 경쟁 후보들까지 말려들었다는 데 있다. 최근 두 번의 대선에서 연패한 공화당에서는 중남미계 이주민인 히스패닉을 끌어들이지 못한 것이 패인이라는 자성이 일었다. 백악관을 탈환하려면 최대 이민자 집단을 포용하는 것이 당면 과제가 됐다. 하지만 미꾸라지 한 마리가 만든 진흙탕 속에서 경쟁자들이 함께 뒹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후보마다 트럼프를 따라 반이민 기치를 들면서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이란 덕목 따위는 헌신짝 취급이다. 다시 점화된 ‘앵커 베이비’(anchor baby) 논란만 봐도 트럼프가 공화당 전체를 얼마나 막장으로 몰고 가는지 알 수 있다. 미국에서 태어나 시민권을 얻은 아이가 ‘닻’ 역할을 해 불법 체류자인 부모가 합법적인 체류 자격을 얻는 것을 의미하는 이 말은 암묵적인 ‘금기어’다. 주로 미국 내 히스패닉을 향한 경멸적, 차별적 언어로 통하기 때문이다. ‘막가파’ 트럼프는 그렇다 쳐도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처럼 멀쩡한 인사까지 이를 입에 올렸다는 사실에 현지 언론들은 충격을 표시했다. 멕시코 이민자를 부인으로 둔 부시는 히스패닉 유권자들 사이에서 가장 호감 가는 공화당 후보로 꼽혔다. 부시는 과거 앵커 베이비란 표현을 사용하지 말자고 앞장선 공화당 인사 중 한 명이기도 했다. 이러한 사실을 따져 묻는 기자에게 그는 “그럼 다른 표현을 달라”며 오히려 발끈해 실망을 안겼다. 여기에 이민 문제의 화살을 아시아 원정출산족으로 돌리는 자충수까지 두며 스스로 함정을 팠다. 어느 나라나 사회·경제의 양극화는 쾌도난마식 해법을 찾을 수 없는 난제다. 뾰족한 비전과 공약이 나오기 어렵다. 그럴 때 가난과 결핍에 대한 막연한 분노를 이용해 대중을 오도하는 선동가가 출현한다. 가장 만만한 약자를 분풀이 대상으로 삼는 역사가 지금 미국 정치판에서도 되풀이될 모양새다. 뉴욕타임스는 공화당 후보들이 트럼프를 따라 반이민 공세를 펴는 것을 보고 차별금지 등 이민제도 정착을 위한 수세기에 걸친 투쟁과 진보의 역사가 무위로 돌아가고 있다고 개탄했다. 총선과 대선을 앞둔 한국 사회도 아슬아슬하다. 뿌리 깊은 지역갈등에 양극화 심화와 급격한 다문화사회의 도래까지 겹쳐 집단 간, 개인 간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가 평상시에도 난무한다. 시사 평론가로 둔갑한 한물간 정치꾼들이 종편에 나와 시도 때도 없이 해대는 막말은 트럼프의 뺨을 치고도 남는다. 불안과 불만은 선동가들의 토양이다. 안 그래도 포퓰리즘이 판치는 한국 정치판에서 트럼프와 같은 이들이 기승을 부리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alex@seoul.co.kr
  • [열린세상] ‘위로공단’을 위하여/박홍규 영남대 법학과 교수

    [열린세상] ‘위로공단’을 위하여/박홍규 영남대 법학과 교수

    마르크스의 ‘자본’을 미술관에서 낭독한다면 그것은 미술일까. 그 물음에 답도 하기 전에 누군가가 당장 구속하라고 외치고, 이어 경찰이 즉각 구속하지 않을까. 노동운동 탄압을 기록한 영화를 미술관에서 상영해도 마찬가지일까. 아무리 성실하게 열심히 노력해도 사람답게 살 수 없는 현실을 고발하는 기록 영화를 1000만명은커녕 서너 명이 아침 8시도 되기 전에 덩그런 영화관에 앉아서, 하루 한 번 상영이라도 해주니 너무나 고맙다는 저자세로, 무조건 봐 주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보아야 하는 것도 한국이어서일까. 그렇게 본 임흥순의 ‘위로공단’은 지난 수십 년의 처절한 노동운동을 분노의 눈물을 철저히 배제하고 만든 탓에 더욱 처절하게 마음을 찢었지만, 노동자를 위해 노동자가 만든 노동자의 영화임에도 대부분의 노동자가 보지 않는 듯해 너무 안타깝다. 반면 벌써 1000만명이 보았다는 영화는 언제나 그렇고 그래서 이번에도 아무런 관심이 없다가 여성 독립군과 반민특위를 처음 묘사한 작품이라고 해서 본 다른 영화는 비록 할리우드를 모방한 활극이었지만, 노동운동과 마찬가지로 정의를 위해 싸우다 권력에 의해 탄압된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반가웠다. 여성 독립군과 여성 노동운동가가 한 사람인데도 왜 노동영화를 보지는 않는가. 출연료가 수십억이라는 소위 스타들의 황당무계한 총칼 놀이가 없어서인가. 지난가을 부산영화제에서 내가 강연한 오리엔탈리즘이나 탈제국주의라는 주제와 가장 밀접한 것이 거기 처음 출품된 ‘위로공단’이었지만 ‘다이빙벨’의 영향이었을까, 아니면 아예 한국이어서였을까 수상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40년 전의 공순이부터 콜순이 등의 감정노동자, 동남아 노동자에 대한 착취와 억압 상황에 이르는 보편적 노동사를 정확하고 냉정하게 기록한 영화였기에 인류 공통의 감동을 얻기에 충분했다. 인류가 대부분 노동자이고 노동자의 자녀이기 때문이다. 마르크스의 ‘자본’이 낭독되는 세계 최고의 미술제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위로공단’이 은사자상을 받았다고 하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것처럼 한때 화제였지만, 소위 미술 관계자는 물론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고 놀라운 일이었다. 지난 100년 이상 파리나 뉴욕 등의 화려한 유행을 따라 현대 미술이니 동시대 미술이니 하며 허위의 서양 가면을 떡칠하기에 모두 야단법석이지만, 베니스비엔날레도, 임흥순도, 밀레도, 반 고흐도 미술을 비롯한 모든 예술이 인간의 삶을 진지하게 다루는 것이라고 하는 지극히 단순한 진실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다. 더욱이 그 삶을 파괴한 제국주의나 국가주의나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도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다. 이제 그 이상으로 베트남 전쟁에서의 학살이나 베트남인을 비롯한 이주민 결혼의 참상이나 이주민 2세에 대한 차별까지 우리의 아류 제국주의적인 침탈과 억압에 대한 영화 등의 예술이 나와야 한다. 그래서 혹시 지금 우리가 서양이나 일본의 제국주의를 모방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을 던져야 한다. 동남아 기업 진출이나 한류 진출도 그 일환이고, 그곳 사람들과 구별하기 위해 우리 자신을 열심히 백인처럼 성형을 하며 헬스장이나 골프장에 세월을 바치면서 영어로 영혼을 죽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물어야 한다. 그러려면 서양이라고 하는 것이 처음부터 제국주의적인 우월과 차별의 논리가 아니었는지,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최고라고 받들면서 그 모방에 미쳐 있는 것은 아닌지도 물어야 한다. 인문학이니 뭐니 하기 전에 플라톤, 카이사르, 니체, 하이데거 같은 사람들이 제국주의나 국가주의의 원흉이 아닌지도 물어야 한다. 세계의 미술관에서 ‘자본’이 낭독되고 ‘위로공단’의 아픈 노동이 인류를 위로하는데도 정작 우리 사회는 아직도 처벌의 위협과 냉담한 무관심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래서는 참된 세계 예술의 창조에 참여할 수 없다. 예술을 형식적으로 구분하고 그 가치의 척도를 서양에 두는 제국의 시대도 지났다. 중요한 것은 오로지 보통 사람, 노동자들이 어떤 억압이나 차별도 없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려고 하는 삶의 진실을 담는 예술의 창조, 아니 그 삶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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