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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민 대규모 송환? EU-터키 정상회의 합의

     유럽연합(EU)의 난민 수용 능력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난민 정책도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EU 소식통들은 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터키 정상회담에서 터키로부터 그리스로 유입된 난민을 대규모로 송환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현지 언론에 밝혔다.  이를 방증하듯 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난민 유입 루트인 오스트리아와 발칸 국가들을 돌면서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투스크 의장은 지난 3일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 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모든 경제적 이주민은 유럽으로 들어오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터키 총리와 만난 이후에는 “너무 많은 난민이 유럽으로 몰려 들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EU-터키 정상회의 초청 서한에서 “이번 정상회의의 성공 여부는 터키가 대규모의 난민 송환에 동의하는 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터키에는 현재 200만명 넘는 난민이 들어와 있으며 대부분 유럽행을 원하고 있다.  경제적 이유로 고국을 등진 이주민들을 가려내 송환한다는 방침이지만 안팎으로 적잖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난민 본국 송환이 체계적이고 대규모로 이뤄지면서 단속을 피하려는 난민들의 희생이 크게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다. 앞서 지난 2일 그리스에 도착한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 출신 난민 308명은 처음으로 본국으로 송환됐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도 난민 송환에 협력할 방침이다. 현재 나토 해군 함정들은 동지중해에서 난민 밀입국 조직을 단속하고 해상 난민을 구조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새해 들어서도 난민 유입 사태가 지속되면서 난민의 유럽 유입 통로인 그리스의 난민 수용 능력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아울러 난민의 서유럽행 경로인 ‘발칸 루트’가 막히면서 난민 사태가 폭발 직전의 위기에 직면했다는 경고가 이어졌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아이들 영어실력 키워주는 동대문

    아이들 영어실력 키워주는 동대문

    오는 12~20일 동대문구 용두어린이영어도서관에서 영화 ‘마다가스카의 펭귄’ 상영과 떡 공예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올해로 4돌을 맞는 ‘용두어린이영어도서관 개관 기념 행사’다. 이주영 용두어린이영어도서관장은 2일 “도서관 이용자들과 지역 주민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지역 문화공간과 주민 사랑방으로서의 기능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이번 행사 대상은 용두어린이영어도서관 이용자와 지역 주민이며, 프로그램 참여 신청은 2일부터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선착순으로 진행된다. 12일에는 ‘행복한 4번째 생일’(Happy 4th Anniversary) 도서 전시회가 열리고, 13일에는 개관 4주년 특별 영화인 ‘마다가스카의 펭귄’이 상영된다. 14일과 16일에는 ‘행복한 생일’(Happy Anniversary) 영어 스토리텔링, 19일에는 책과 클래식의 만남(Book & Classic), 20일에는 아이싱 쿠키 만들기(Icing Cookies), 떡 공예(Rice Clay)가 마련된다. 한편 용두어린이영어도서관은 동대문구 최초의 영어 특성화 도서관으로 2012년 3월 14일 개관한 후 4년 동안 지식·정보 전달과 함께 양질의 영어 독서환경을 만들고 있다. 유덕열 구청장은 “앞으로 구 차원에서도 지역 주민들과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참여형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책 읽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제주 공공임대주택 2만 가구 공급

    제주도는 부동산 가격 폭등에 따른 서민 주거난 해소를 위해 공공 임대주택 2만 가구 공급을 추진한다고 29일 밝혔다. 도는 내년부터 저소득층을 위해 나눔(국민)주택 3000가구를 공급 주거안정을 위해 지원하고 사회초년생(신혼부부, 대학생 등) 및 취약계층 등을 위한 디딤돌(행복)주택 7000가구도 공급할 계획이다. 주거면적은 계층별로 동일하게 공급하고 소득에 따라 임대보증금을 차등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또 일반 도민과 이주민 등을 위한 내 집 마련 안심(공공)주택 1만 가구를 공급하는 등 현재 4%인 공공임대주택을 2025년까지 12% 이상인 3만 9000가구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민간 분야 주택공급도 늘려나갈 계획이다. 향후 10년간 7만 가구의 분양주택과 민간임대주택인 1만 가구의 뉴스테이를 민간주택시장을 통해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도는 주거지역 내 미개설 도시계획도로 개설, 사실상 도로의 지적정리를 하고, 상하수도, 도로 폭 등 기반시설이 충분한 녹지지역 및 계획관리지역에서 주택을 건설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민간의 뉴스테이 건설을 유도하기 위해 건폐율, 용적률, 건축물 고도 완화 등도 검토하기로 했다. 도는 올 상반기 중 저소득층을 위한 맞춤형 임대주택인 ‘수눌음주택’에 대한 세부기준을 마련하는 등 제도를 정비하고 주거복지정보센터를 설치, 도민들에게 종합적인 주거복지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강창석 제주도 디자인건축지적과장은 “내년부터 주거복지에 300억원, 공공임대주택건설에 500억원, 택지공급에 400억원 등 매년 1200여억원을 투입해 서민들의 주거문제를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실패에서 배운다-아차차!] 이달곤 前 행정안전부 장관

    [실패에서 배운다-아차차!] 이달곤 前 행정안전부 장관

    “성남과 광주, 하남의 행정구역 통합을 일궜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랬다면 성남 구도심 등 재개발 사업이 훨씬 빨리 추진됐을 것이고 각광받는 거주지로 발돋움했을 겁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행정안전부 장관(2009년 2월~2010년 3월)과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2012년 2월~2013년 3월)을 지낸 이달곤(63) 가천대 행정학과 교수는 장관 재임 시절 행정구역 자율통합을 추진해 큰 주목을 받았다. 미국 하버드대 정책학박사를 취득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장을 지낸 이 교수는 학자답지 않은 추진력으로 숱한 논란을 뚫고 창원·마산·진해와 성남·광주·하남 통합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창원 등은 통합해 인구 100만명이 넘는 광역시급 도시로 발돋움했으나 성남 등은 야당의 반대로 실패했다. 이 교수는 2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성남·광주·하남 통합 불발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지역사회의 틀을 바꾸는 일인 데다 이해관계가 강하게 얽힌 사안이라 쉽지 않았다”며 “정치권에서 주민의 뜻에 따라 결단을 내렸어야 했다”고 회상했다. 성남·광주·하남이 통합됐다면 서울(605㎢)보다 넓은 행정구역(665.7㎢)과 135만명의 인구를 가진 전국 7대 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한 예비후보는 이 지역 통합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거는 등 여전히 관심사로 남아 있다. 이 교수는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행정구역 통합에 대해 “알아서 하라”는 전권위임을 받은 뒤 전국을 돌며 사전답사했다. 장관 부임 첫 해인 2009년 여름 휴가 때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충청과 호남, 영남을 차례로 돌았다고 한다. 인구가 줄고 재정적자가 심한 일부 지자체는 통합이 시급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러나 주민투표로는 개표요건(유권자의 33.3%)을 충족하는 게 쉽지 않다고 판단해 지방의회 의결을 통한 통합을 유도했다. 당시 이 교수는 충북 청주·청원 통합에도 큰 공을 들였다. 청원군수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세 차례나 직접 내려가 설득했지만, 청원군의회의 반대로 국회에 법안조차 제출하지 못했다. 이 교수가 통합을 성공시킨 곳은 창원 한 곳뿐이라 용두사미였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 교수는 “행정구역은 선거구와 맞닿아 있어 여러 곳을 통합시키는 건 불가능했다”며 “한 곳이라도 성사되면 상징성과 함께 향후 다른 지역 통합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이 교수가 행안부 장관에서 물러난지 2년 뒤인 2012년 청주·청원은 주민투표를 실시해 투표율 36.7%, 찬성률 79%로 통합에 성공했다. 이 교수는 “서울과 수도권의 정부기관 및 공기업을 이주시켜 지역을 발전시키려는 시도가 여러차례 있었지만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며 “행정구역 통합으로 지역에 거대 도시를 만들면 자연스럽게 지방분권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브렉시트 일단 막아… 6월 국민투표도 잔류 택할 듯

    브렉시트 일단 막아… 6월 국민투표도 잔류 택할 듯

    집권보수당 강경파 탈퇴 원해 ‘혼전’ 예상 英언론 여론조사 잔류 48%·탈퇴 33% 캐머런 총리, 탈퇴 확정 땐 실각 가능성 유럽연합(EU) 정상들이 영국의 EU 탈퇴를 막기 위한 협상에 어렵사리 합의했다. 그간 영국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개혁안이 대부분 받아들여지면서 6월로 예정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에서도 잔류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1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영국을 EU 회원국으로 남아 있게 하기 위한 개혁안에 28개 회원국 정상들이 만장일치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EU 정상들은 EU 통합의 최대 걸림돌이던 브렉시트를 저지하기 위해 30시간 넘게 마라톤협상을 벌인 끝에 극적으로 합의에 도달했다.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EU가 유명무실화된다’는 위기감 때문에 EU 정상들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내놓은 영국에 대한 특혜 요구를 큰 틀에서 수용했다. 영국은 최대 쟁점이던 EU 이주민 복지 혜택 제한과 관련, 7년간 복지 서비스 제공을 유예하는 ‘긴급 중단’ 조치를 얻어냈다. 영국 이주자가 많은 동유럽 국가들이 강하게 반발했으나 독일과 프랑스 등의 간곡한 설득으로 무마됐다. 캐머런 총리는 20일 내각회의를 열고 전날 EU 정상회의에서 타결된 EU 개혁 협상 합의안을 설명한 뒤 “EU 잔류·탈퇴를 묻는 국민투표를 6월 23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1975년 EU의 전신인 유럽공동체(EC) 가입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 이후 EU 관련 국민투표로는 40여년 만이다. ‘선택의 날’까지 4개월 남은 현 시점의 여론은 일단 영국 정부의 바람대로 EU 잔류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날 공개된 대중지 데일리메일 여론조사에서는 ‘영국이 EU를 탈퇴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아니다’(잔류)라고 답한 응답자가 48%, ‘그렇다’(탈퇴)가 33%로 나타났다. 하지만 캐머런 내각의 일부 장관이 ‘탈퇴 지지’를 표명하고 있어 결과를 장담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과 크리스 그레일링 하원 원내대표가 EU 탈퇴 캠페인 합류 의사를 표명하는 등 20일까지 장관을 포함한 집권 보수당 인사 6명이 캐머런에게 등을 돌렸다. 현재 보수당 내 강경 세력과 반(反)EU 정당인 영국독립당(UKIP)은 영국이 EU에서 탈퇴해 독자 노선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야당인 노동당과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EU에 잔류해 유로존 국가들과 공조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만약 6월 국민투표에서 EU 탈퇴로 결과가 나올 경우 캐머런 총리는 자리에서 물러나고, 스코틀랜드는 “우리는 EU에 남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2014년에 이어 또 한 번 독립 찬반투표를 추진할 것이 확실시된다. 여기에 ‘영국이 없는 EU에 남아 (이민자 수용 등) 무거운 짐에 억눌릴 필요가 없다’는 자국 여론을 앞세워 프랑스도 탈퇴하는 ‘프렉시트’까지 현실화되면 EU는 돌이킬 수 없는 쇠락의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굴러온 돈의 횡포…뜨는 동네의 눈물

    굴러온 돈의 횡포…뜨는 동네의 눈물

    뜨는 동네의 딜레마, 젠트리피케이션/DW 깁슨 지음/김하현 옮김/눌와 출판/408쪽/1만 8000원 어느 시골에서 상경한 듯한 가족. 삽과 곡괭이가 가장의 머리맡에 놓여 있고, 어린아이는 아버지 옆에, 임신한 아내는 남편의 아랫배에 머리를 대고 곤히 공사장에서 잠들어 있다. 잠자는 가족의 모습 뒤로는 폐허가 된 도시가 있고, 귀퉁이 한쪽 논밭에서는 어린애를 업은 채 논일을 하는 아낙네가 보인다. 임옥상 화백의 회화 ‘행복의 모습’(1983)은 역설적이다. 폐허가 된 도시를 배경으로 피곤에 찌들어 잠든 가족의 모습을 행복의 한 장면으로 꼽는다. 행복하기보다는 상실감과 인간 소외가 느껴지는 그 그림 속 여인의 배는 불러 있다. 그럼에도 생명을 잉태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학자 우석영은 신간 ‘철학이 있는 도시’(궁리)에서 이 그림을 가리켜 “논밭이라는 농촌공동체의 토대는 이제 변두리 공간으로 밀려나고 중심 공간은 난개발이 일어나는 도시 공간으로 한국의 대도시 이주민 집단 전체의 알레고리로 봐야 한다”고 분석한다. 장면을 바꿔 보자. 2013년 뉴욕 시장에 당선된 빌 더블라지오는 “우리는 거대 개발업자들에게 더 저렴한 주택을 지으라고 요구하고, 동네 병원을 럭셔리한 콘도로 바꾸지 말라고 항의한다”며 “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부지런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서 그러는 것이며 이 사람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동네에서 매일매일 건강하게 일하고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공약했다. 뉴욕은 월가뿐 아니라 도시 전체가 마치 자본주의의 ‘견고한 성채’ 같다. 거대한 자본들이 뉴욕으로 몰려들었고, 낡은 집들을 허문 자리에는 새 건물과 멋진 상점, 카페들이 들어선다. 집값과 임대료가 치솟고, 오랫동안 살아온 원주민들과 상인들은 변두리로 밀려나고 만다. 바로 한국의 홍대, 성수동, 이태원, 경리단길, 가로수길 등 ‘뜨는 동네들’에서 건물주의 갑질과 맞물려 일어나는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 상승으로 원주민 등이 쫓겨나는 현상)이다. 뉴욕과 서울은 이 점에서 쌍둥이처럼 닮아 있다. 이 책의 저자는 20여년 전만 해도 소득이 낮은 유색 인종과 이민자들이 거주하던 지역에서 소위 쿨한 동네로 떠오른 뉴욕 브루클린에 사는 수십명의 사람들을 만나 젠트리피케이션의 생생한 현장을 포착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누구에게는 낙후된 지역을 개발하는 긍정적 일이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정든 삶의 터전을 떠나게 만드는 자본의 횡포가 되고 있다. 저자는 “젠트리피케이션은 그 폭력성을 뚜렷하게 드러내지 않는다”며 “총알이나 칼날보다는 한 건물 한 건물씩 서서히 퍼져 나가는 유독한 일산화탄소 가스와 비슷하다”고 지적한다. 저자가 만난 사람들은 각자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낸다. 브루클린의 부동산 업자인 트칼라 키튼은 “브루클린이 개발돼서 쫓겨난 사람이 몇 명이나 있습니까? 있어도 그건 쫓겨난 게 아니었어요”라고 젠트리피케이션을 옹호한다. 주택 임대업자는 “피땀 흘리지 않고 번 돈이 단 1달러도 없다”고 강변하고,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젠트리피케이션은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5대째 브루클린에 살고 있는 토박이 주민 샤이타 스트로더는 “새로 온 사람들이 지역사회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불평하고, 건축가 기타 난단은 “주민에게 필요 없는 가게가 들어오는 건 젠트리피케이션의 전형”이라고 반론한다. 딜런 고티에 뉴욕시립대 교수는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빨리 알아차리자”고 역설한다. 한 미술품 중개인은 “임대료가 터무니없이 비싸져서 아예 뉴욕을 떠나버리기 전까지 예술가들은 얼마나 더 변두리를 전전해야 할까요”라고 반문한다. 뉴욕을 서울로 바꿔 읽으면 홍대에 있던 예술가들이 치솟는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고 쫓겨나는 현상과 다를 바 없다. 저자 역시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하지만 결론만큼은 단호하다. 개발업자뿐 아니라 동네 토박이들조차 땅을 상품으로만 여기고 젠트피케이션의 개발 신화에 젖어 있다는 비판이다.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은 자본이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 간의 상호 작용이라는 저자의 인식이 전환적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카자흐, ‘어린이 기절’ 등 집단 괴질환 발생…환경오염 원인 의심

    카자흐, ‘어린이 기절’ 등 집단 괴질환 발생…환경오염 원인 의심

    카자흐스탄의 한 마을에서 어린 학생들이 수일에 걸쳐 의식을 되찾지 못하는 기괴한 현상이 전염병처럼 퍼져 놀라움과 우려를 안기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보도에 따르면 약 1500명이 거주하는 베레조브카 마을 어린이들은 수업 도중에 기절하는가 하면 복통, 경련, 사지 감각 마비, 현기증, 시야 흐려짐과 같은 다양한 증상에 시달리고 있으며, 한번 의식을 잃으면 최대 일주일 동안 깨어나지 못하는 등 심각한 상태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자녀가 학교에서 수업을 듣던 중 갑작스럽게 쓰러져 경련을 일으키는 사건이 빈번하다고 증언하고 있다. 이러한 자녀들은 인근 도시에서 치료를 받은 뒤에도 일부 증상이 사라지지 않거나 재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운동단체인 ‘크루드 리스폰서빌러티’는 “전체 주민의 50%가 만성 질환을 앓고 있으며, 전체 아동의 80%는 호흡기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고했다. 마을 주민들은 이러한 현상이 마을 인근에 위치한 ‘카라차가낙 페트롤륨 오퍼레이팅’(KPO) 화력발전소에서 방출하는 오염물질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다국적 거대 에너지기업 로열 더치 셸의 자회사 BG그룹이 소유한 이 발전소에서는 지난 2014년 11월 큰 소음과 함께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사고가 일어났는데, 그 후 약 90명의 주민이 질병에 시달리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전소 측은 당시의 연기가 한 번에 대량의 연소과정이 일어나 발생된 것일 뿐, 주민들의 질병과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마을주민 및 환경운동가들은 이러한 주장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크루드 리스폰서빌러티와 일부 주민은 BG그룹과 카자흐스탄 정부가 합심하여 2014년 사고의 내막을 은폐하려 했다고 주장한다. 또한 독립 조사기관 자료에 의하면 베레조브카 마을의 대기에는 황화수소를 비롯한 다양한 유독물질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카자흐스탄 당국은 해당 지역의 대기오염도가 안전한 수준이라며 다소 상반된 조사결과를 발표했었다. 한발 더 나아가 사파바예프 카자흐스탄 부총리는 발전소가 아닌 이 지역 학교의 온수 공급 시설 등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문제가 지속되자 카자흐스탄 당국은 올해 말까지 주민들을 약 24㎞ 거리에 떨어진 악사이 마을로 이주시킬 계획을 세운 상태다. 현재 1500여 주민이 이미 이주한 상태고 올해 말까지는 총 1808세대가 이사를 마칠 예정이다. 그러나 이미 이주를 마친 주민들의 경우에도 어지럼증을 비롯한 여러 증상은 완치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당국은 환자들을 해외 의료 시설에 보내 진료 받게 해달라는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BG그룹은 KPO의 운영이 질병을 발생시켰다는 증거는 전혀 존재하지 않으며, 2014년의 사건 또한 유독가스의 허용치 이상 방출 혹은 누출과 연관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또한 KPO는 해당지역에 대해 이루어지는 당국의 조사에 적극 협력할 것이며 그 과정 중에 관련 규정을 모두 준수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며 숨길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데일리메일 캡처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제주 ‘궨당 위에 이주당?’

    제주 ‘궨당 위에 이주당?’

     ‘궨당 위에 이주당?’ 제주에는 선거철만 되면 ‘이당 저당보다 궨당이 최고’라는 말이 회자된다. 궨당은 친·인척을 일컫는 제주말이다. 최근에는 친·인척에다 학연, 지연까지를 포함한 뜻으로 널리 쓰인다.  제주는 ‘섬’이란 좁은 사회이다 보니 한 다리만 건너면 서로 혈연, 지연, 학연으로 얽힌다. 이런 궨당문화는 선거 때마다 큰 영향을 미친다. 궨당 탓에 거대 정당들이 별로 힘을 못 쓴다는 이야기다. 거대 여야 정당들이 후보를 냈지만 제주에서는 2010년, 2014년 지방선거에서 무소속 후보가 도지사에 당선됐다. 이는 제주 궨당 선거문화의 위력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하지만 오는 4월 총선에서는 궨당보다 이주당의 표심이 큰 관심거리다. 이주당은 제주 이주 바람 등으로 최근 4~5년 사이 제주로 온 외지 이주민들이다. 20대 국회의원 선거 제주 지역 전체 유권자 수는 49만 658명 규모다. 2012년 총선 이후 4년 동안 제주는 이주민 유입으로 인구가 5만여명 늘어났다. 특히 이주민 80%는 대부분 선거권이 있는 성인들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4월 총선에서는 이들 이주민의 표심이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지난해 제주 서부 지역의 한 단위농협 조합장 선거에서는 귀농 이주민의 지지를 받은 후보가 당선됐다. 이 때문에 예비후보들은 궨당을 넘어 이주민 표심 잡기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예비후보들은 귀농 이주민 지원 대책 강화와 이주민·토착민 갈등 해소 방안 등을 내세우며 이주민들을 파고들고 있다. 한 예비후보는 “연고주의 궨당문화에서 자유로운 이주민들이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면 제주의 병폐인 궨당 선거문화에 새로운 변화를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퇴 이주민 박모(65·제주시 애월읍)씨는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이주한 만큼 제주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한 표를 행사할 것”이라며 “이주민들 사이에도 무관심하지 말고 투표에 적극 참여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의회 관계자는 “후보 간에 뚜렷한 우열이 없는 상태여서 이주민들이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하지만 이주민들이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흔들리는 ‘하나의 EU’

    영국 6월 ‘EU 잔류’ 국민 투표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15일(현지시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와 시리아·아프리카 난민 유입으로 EU가 붕괴 위험을 맞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를 반영하듯 브렉시트 저지를 위한 영국과 프랑스 간 정상회담 역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투스크 의장은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클라우스 요하니스 대통령과 회담한 뒤 “(브렉시트 저지를 위한) 협상 과정이 대단히 취약해 붕괴 위험이 실재한다”면서 “한번 깨진 것은 고칠 수 없다”며 회원국들의 협력을 촉구했다. 이어 그는 “지난 1년간 (유럽에) 도착한 이주민 물결이 EU를 한계까지 밀어붙였다”면서 “이민자 유입을 저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이미 들어온) 이민자들에 대해서는 인도적 도움을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투스크 의장은 18∼1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연례 정상회의를 앞두고 영국과 EU 집행위원회가 마련한 합의안 초안에 대한 회원국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유럽 국가들을 순방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영국의 EU 회원국 자격과 난민 위기 문제가 핵심 의제로 다뤄진다. EU가 브렉시트 저지안에 합의하면 영국은 이 안을 6월쯤 국민투표에 부쳐 EU 잔류 여부를 결정한다. 다만 지금까지만 놓고 보면 협상 타결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이날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프랑스 파리를 찾아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브렉시트 문제를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AFP통신은 “양쪽이 합의점을 찾을 ‘정치적 의지’는 있지만 경제적 지배 구조(거버넌스)에 있어서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힌 프랑스 관리의 말을 전하며 협상 과정의 난항을 설명했다. 자국 통화로 파운드화를 쓰는 영국은 “19개 유로존 국가들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영국의 이익이 침해받지 않게 해 달라”며 여러 예외 규정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EU 간 차별 없는 규정을 원하는 프랑스는 이를 반대하고 있다. 영국은 또 예산 절감을 위해 EU 시민권을 가진 이주민들에 대한 복지 혜택을 축소하려 해 동유럽 회원국의 반발을 사고 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부산 연제구,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도시 만든다

    부산 연제구,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도시 만든다

    부산 연제구는 저출산 시대에 출산문제를 극복하고 아이 키우기 좋은 보육환경 조성을 위한 다양한 출산장려 시책을 추진한다고 16일 밝혔다. 연제구는 다자녀 출산을 유도하기 위해 둘째 자녀, 셋째 이후 자녀, 이주여성 출산 가정 등에 출산지원금과 출산용품을 지원한다. 지난해까지 다자녀 시책이 셋째 이후 자녀 지원에 집중했으나 그 대상이 적고, 점차 둘째의 출산율이 낮아짐에 따라 올해부터는 둘째 자녀의 지원금을 늘렸다. 다음 달부터 둘째 자녀 지원금을 기존 10만원에서 17만원으로 인상했다. 임산부의 건강관리를 위해 임신 16주 이상 임신부에게는 철분제를 무료 제공하고 모유수유 클리닉과 임산부 건강교실, 셋째 이상 자녀는 진료비 감면 등 보건소와 연계해 모자보건사업도 운영한다. 또 출산장려 분위기와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보육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여성결혼이민자 고국방문 지원사업, 다문화가정 출산지원품을 지원하는 행복만들기사업, 아이돌보미사업, 워킹맘·워킹대디 지원사업 등을 추진한다. 이밖에 아기 주민등록증 무료 발급과 이주여성 자녀와 셋째 이후 자녀는 첫돌 축하카드와 기념사진 촬영권 지원 등 다양한 사업들을 펼치고 있다. 이위준 연제구청장은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출산과 가족의 사회적 중요성을 알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적극적인 참여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전기 없이 촛불로… 개성 ‘농경사회’ 돌아가나

    전기 없이 촛불로… 개성 ‘농경사회’ 돌아가나

    가족 포함 30만여 주민들 생계 막막 공단 생기기전엔 농업으로 먹고 살아국가 식량 배급 언제까지 갈지 미지수인근 황해도 등지 협동농장 지원 유력中·러 등 해외로 인력 송출도 힘들 듯 개성공단 폐쇄로 졸지에 ‘실업자’가 된 데다 전기와 수돗물까지 끊긴 개성지역 주민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개성공단이 생기기 전 개성에는 원래 10만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었다. 여기에 개성공단이 만들어지면서 평양과 황해도 인근 지역에서 당국의 지시로 이주해온 근로자들과 그들의 가족 등 20만여명이 더해져 현재 개성지역에는 30만여명의 주민이 산다. 우리 정부가 지난 11일 개성지역 전기와 수돗물을 차단함에 따라 개성 주민들은 하루아침에 거의 ‘원시 농경사회’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추측된다. 이제 암흑천지가 된 개성의 주민들은 옛날처럼 촛불로 밤을 밝힐 수밖에 없게 됐다. 다만 공단이 있을 때도 가정 난방은 석탄, 나무와 같은 화석연료를 썼기 때문에 단전과 상관없이 추운 겨울은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식수 문제도 그럭저럭 해결할 수 있을 듯하다. 공단이 있을 때도 북한 당국에서 수돗물을 정해진 시간에만 한정적으로 공급해왔고, 그래서 각 가정은 예전처럼 우물이나 ‘쫄장’으로 불리는 손관정(파이프에 손으로 수압을 가하면 지하수를 끌어올릴수 있는 기구)을 병행 사용해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생계 수단이다. 공단이 생기기 전 개성지역은 농업으로 근근이 먹고살던 곳이어서 다른 직업을 찾기가 어렵다. 당분간 국가의 식량 배급을 기대하겠지만 그마저도 가능할지 미지수다. 우선 거론되는 것은 다가오는 농번기를 맞아 개성과 가까운 황해도 등지로의 협동농장 지원이 가장 유력하다. 평양 등 다른 지역 출신 등 일부는 고향으로 돌려보내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시킬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북한의 산업이 변변치 않은 상황에서 이들을 받아줄 여건이 있는 곳을 찾기 쉽지는 않을 것 같다. 특히 개성공단에서 남한 자본주의의 ‘달콤한 꿀물’을 먹던 주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흘러들어가 남과 북의 수준 차이를 비교해 떠드는 것도 사상 통제에 노심초사하는 북한 당국으로서는 고민일 것이다. 일부에서는 중국과 러시아 등 해외로의 인력 송출을 거론하고 있지만, 해외로 보내기 위해서는 개개인에 대한 당국의 깐깐한 신상조사와 해당국의 허가만 해도 몇 달이 걸릴 것이기에 당분간 마땅한 해법은 없어 보인다. 개성공단이 들어서기 이전의 개성은 수도인 평양과 멀리 떨어진 곳이고, 남북군사분계선을 가까이 하고 있기에 북한 입장에서는 산업단지로 키울 수가 없었다. 그렇다 보니 농사 외에 주민들이 생계를 꾸려가기가 어려운 곳이 됐다. 그러다가 대량 아사자가 발생한 1997년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문화재 도굴이 ‘성업’했다. 고려조 500년간 도읍이었던 ‘송악’이 바로 지금의 개성이다. 최근 고려의 궁궐터였던 ‘만월대’에서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로 평가받은 독일의 구텐베르크 활자보다 한 세기 앞서는 금속활자가 출토되는 등 개성은 현재도 유적들이 많이 나오는 곳이다. 1997년 당시 개성에서는 현지인은 물론 각지에서 모여든 도굴꾼들이 무덤과 유적들을 찾아다니며 돈이 되는 물건들은 모두 훔쳤다. 이들은 훔친 물건을 평양을 거쳐 중국에 내다 팔아 돈을 챙겼는데 팔린 골동품 상당수가 한국에 흘러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골동품이 돈이 된다는 소문이 돌자 가짜 골동품을 만들어 팔아먹는 일당도 등장했다. 당국이 도굴꾼 단속에 나섰지만 단속하고 지키는 사람보다 훔치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관료들마저도 이들을 묵인하고 잇속을 나누는 데 혈안이 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잠시만 안녕 최남단 분교

    잠시만 안녕 최남단 분교

    한때 학생 20명… 제주 등으로 떠나 “폐교 아닌 휴교” 내년 신입생 예정 ‘아침이면 붉은 해가 바다에서 뜨고, 저녁에는 붉은 해가 바다에서 지는/ 마라도(가파도)는 남쪽 바다 외딴 섬이나, 우리들은 슬기로운 마라(가파) 어린이/ 너도나도 배우고 배워 바르게 자라, 우리 학교 마라교(가파교)를 널리 빛내자.’ 국토 최남단 마라도의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 교가에는 해바라기하는 외딴섬에 살지만 열심히 배워 학교를 빛내겠다는 섬 소년, 소녀들의 야무진 꿈이 엿보인다. 5일 마라분교에서 졸업식에서는 유일한 재학생이었던 김영주(13)군이 이런 교가를 부르며 정든 학교를 떠났다. 반세기 동안 마라도에 울려 퍼졌던 이 노래는 이제 한동안 들을 수 없게 됐다. 씩씩한 모습으로 목청껏 소리 높여 ‘마라분교를 빛내자’고 노래하는 재학생도 신입생도 없어 마라분교가 다음달부터 휴교하는 탓이다. 1958년 8월 가파국민학교(현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장으로 설립 인가를 받은 지 57년 만이다. 김 군은 선배 정모양이 2014년 졸업한 후 5, 6학년 2년간 ‘나 홀로’ 학교를 다녔다. 그 덕에 김군의 졸업성적은 전교 1등(?)이다. 지난 2년간 학교 컴퓨터와 선생님 사랑도 독차지했다. 체육 시간에 같이 축구, 야구를 할 친구나 후배가 없는 게 내내 아쉬웠다. 김군은 제주 본섬 중학교에 진학, 3월에 마라도를 떠난다. 오동헌 교사는 지난 4일 마지막 수업에서 김군에게 “중학교에 가서도 바른 생활로 마라분교를 빛내는 사람이 되라”고 당부했다. “짜장면 시키신 분”이란 이동통신사 광고로 유명해진 마라도의 유일한 교육기관인 마라분교는 관광 자원이기도 하다. 소박한 모습의 학교 건물과 파도소리가 들리는 작은 운동장에 향수에 젖은 육지 관광객들은 셔터를 눌러 대고 운동장을 서성거렸다. 김군 어머니 김은영(47)씨는 “마라도 주민에게 마라분교는 학교 이상의 의미”라며 “학교가 문을 닫으면 왠지 마을 전체가 휑하니 쓸쓸해질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마라분교에 학생 수가 많을 때는 20여명이나 됐다. 그러나 주민들이 생업을 찾아 제주 본섬 등으로 이주해 1990년대 들어 한 자릿수로 줄었다. 1995년과 2000년, 2007년에도 ‘나 홀로’ 학교로 명맥을 유지했다. 졸업생은 모두 89명이다. 마라도에 주소를 둔 사람은 지난해 현재 137명이나 실제 거주자는 70여명 정도다. 현재 마라도에는 7, 6세 여자 어린이 1명, 4세 남아와 여아 1명 등 미취학 어린이가 4명이다.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휴교가 됐지만 당장 폐교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미취학 아동들이 마라분교에 입학한다면 2020년까지 신입생이 있다”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설 명절 어려운 이웃과

    “설 명절, 어려운 이웃과 함께 나누세요!” 신학기와 설을 맞아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나눔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 연제구여성자원봉사회 회원과 이주여성 100여명은 4일 구청 지하 1층에서 ‘설 명절 음식 만들어 드리기’ 행사를 열고 이날 만든 설음식을 어려운 이웃 260여가구에 전달했다. 앞서 건설회사를 운영하는 경성리츠 대표 채창일씨는 지난 1일 구청을 방문, 교복지원금 360만원과 온누리상품권 500만 원 등 모두 860만원의 후원금을 전달했다. 교복지원금은 신학기를 맞아 교복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소득가정에 지원된다. 이 밖에 사단법인 연제이웃사랑회와 동별로 구성된 12개 민간사회안전망은 물론 기업, 단체, 일반주민 등이 다양한 나눔 활동을 펴고 있다. 이위준 연제구청장은 “경기불황 등으로 위기 가정이 늘어나고 있지만 행정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안타까운 사연들이 많다”며 “복지 사각지대 발굴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소통 공감의 민관 복지네트워크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제주 부동산 급등에 조상땅 찾기 열풍

    제주 부동산 급등에 조상땅 찾기 바람이 불고 있다. 5일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해 3418명이 조상땅 찾기 민원을 신청, 이 가운데 942명에게 3584필지(292만 4631㎡)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 2014년에는 978명이 민원을 신청, 450명에게 2203필지(153만 9596㎡), 2013년에는 330명에게 1720필지(135만 2784㎡)의 토지정보를 제공했다. 특히 제2공항 건설 예정지 선정, 이주민 증가 등의 영향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신청자가 3.5배나 폭증했다. 조상땅 찾기 서비스는 사망한 조상 명의의 토지를 전국 지적전산망인 국토정보시스템을 활용해 찾아주는 행정서비스다. 제주도 디자인건축지적과나 제주·서귀포시 등 행정시 종합민원실을 방문해 신청하면 된다. 금융감독원과 국토교통부, 국세청, 국민연금공단, 자치단체 등은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를 마련해 지난해 7월부터 전국적으로 시행 중이다. 읍·면사무소나 동주민센터에 사망신고를 할 때 사망자의 재산조회 통합처리 신청서를 함께 적성해 접수하면 7일 이내 조회결과를 안내받을 수 있다. 온나라부동산정보 통합포털(www.onnara.go.kr)의 ‘내 토지찾기 서비스’를 활용하면 행정기관을 방문하지 않고도 조상땅을 찾을 수 있다. 부준배 제주도 지적새주소담당은 “제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혹시나 하는 생각에서 조상땅을 찾아 보겠다는 민원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법원에서 채무자의 개인회생 및 파산 신청에 필요한 구비서류로 개인별 토지소유현황 자료를 요구하는 것도 조상땅 찾기 민원이 급증한 요인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하늘 아래 귀네미 마을 야생화 천국으로 변신

    대단위 고랭지 배추 재배단지인 강원 태백시 귀네미마을이 올해부터 야생화 생태 전문 관광지로 바뀐다. 4일 태백시에 따르면 농업회사법인 ㈜귀네미사계절야생화는 다음달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시 지원금 등 6억 9000만원을 들여 백두대간 고랭지 단지 삼수동 귀네미마을에 친자연 야생화 생태 전문 관광단지를 만든다. 귀네미 마을 진입로 3.5㎞ 일대 10곳에 야생화 가로수 화단을 조성한다. 봄에는 복수초와 얼레지, 여름에는 동자꽃과 모싯대, 가을에는 구절초와 용담 등을 심어 ‘야생화 천국’을 만든다. 또 백두대간 등산로 바로 옆 야생화 재배단지 1만 7000㎡에는 관상 가치가 뛰어날뿐더러 상큼한 향기가 돋보이는 백두대간 야생화들을 보존·증식해 농가 등에 보급한다. 특히 김유정 소설 동백꽃의 소재로 부각됐던 생강나무를 비롯, 복숭아와 살구꽃 아기 진달래 등 초·중·고 교과서와 유명 시, 소설 등에 실렸던 주제별 야생화 화단도 조성한다. 이와 함께 농가 4곳은 야생화 카페와 전시관, 게스트하우스 등으로 리모델링해 체류형 야생화 관광지로 만들 예정이다. 야생화 단지가 들어설 귀네미마을은 상수원인 광동댐 수몰지역 주민들의 이주단지로 1988년부터 주민 29가구 가운데 23가구가 해발 1000m 농경지 64㏊에 고랭지 배추를 재배하며 국내 대표 고랭지마을로 알려졌다. 김연식 태백시장은 “귀네미골 야생화 단지엔 백두대간 일대에서 자생 중인 야생화 300여종이 보존·증식돼 지역 농민들에게도 알찬 수익을 안겨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태백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부산 연제구, 설 맞아 어려운 이웃에 나눔 손길

    부산 연제구, 설 맞아 어려운 이웃에 나눔 손길

    “설 명절, 어려운 이웃과 함께 나누세요!” 신학기와 설을 맞아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나눔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 연제구여성자원봉사회 회원과 이주여성 100여명은 4일 구청 지하 1층에서 ‘설 명절 음식 만들어 드리기’ 행사를 열고 이날 만든 설음식을 어려운 이웃 260여가구에 전달했다. 앞서 건설회사를 운영하는 경성리츠 대표 채창일씨는 지난 1일 구청을 방문, 교복지원금 360만원과 온누리상품권 500만 원 등 모두 860만원의 후원금을 전달했다. 교복지원금은 신학기를 맞아 교복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소득가정이다. 이밖에 사단법인 연제이웃사랑회와 동별로 구성된 12개 민간사회안전망은 물론 기업, 단체, 일반주민 등의 다양한 나눔 활동을 펴고 있다. 이위준 연제구청장은 “경기불황 등으로 위기 가정이 늘어나고 있지만 행정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안타까운 사연들이 많다”며 “복지 사각지대 발굴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소통 공감의 민관 복지네트워크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균형발전·혁신도시 대해부(끝)] “중국 省처럼 혁신도시 10곳 경쟁해야”

    [균형발전·혁신도시 대해부(끝)] “중국 省처럼 혁신도시 10곳 경쟁해야”

    다양한 성공 배워 자생 모델 구축 필요… 지역 대학·기업들 협력이 ‘발전 동력’ “중국의 각 성(省)들처럼 혁신도시 10곳이 다양한 실험을 하며 경쟁하고 서로 배워야 합니다.” 참여정부의 초대 대통령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66) 한국미래발전연구원 이사장이 29일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공공기관 이전이 마무리돼 가는 만큼 혁신도시들이 중앙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자생적 성공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청와대 정책실장과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장 등을 지내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좌했다. 지난해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직에서 정년 퇴임했다. 다음은 이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참여정부의 혁신도시 구상과 현재 조성된 모습은 얼마나 비슷한가. -방향은 비슷하게 가고 있다. 다만,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적극적이었다면 사업 기간을 줄일 수 있었을 텐데 예상보다 3년 정도 지체됐다. 생각했던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생산유발 효과와 고용 효과 등이다. 특히, 혁신도시의 공공기관들이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직원을 뽑고 있다. 내가 사는 대구의 공공기관들도 지역 대학 졸업생을 우선 채용한다. 예전에는 지방대를 졸업하면 서울만 쳐다봤다. →노 전 대통령이 국가균형발전에 가진 애착은 어느 정도였나.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뒤 지방자치실무연구소를 열어 10년 정도 운영했을 정도로 애정이 강하다. 2002년 대통령 선거 때 내세운 행정수도 이전 공약은 찬반이 나뉘었지만 수도권 집중의 폐해가 워낙 커 꼭 바로잡아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다.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졌다면 수도권에서 표 잃는 공약을 할 수 있나.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국가균형발전 철학에 역행하는 정책을 편다는 비판도 있는데. -맞다. 지역에 살다 보니 더욱 예민하게 느낀다. 이명박 정부는 ‘균형 발전’이란 표현을 아예 못 쓰게 했다. 박근혜 정부는 좀 낫지만 균형 발전 의지가 매우 약하다. 수도권 규제 완화 같은 조치를 보면 알 수 있다.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 직원의 가족동반 이주율이 30% 정도로 저조하다. -가장 큰 문제다. 가족과 함께 가지 않는 건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 번째는 성장기인 아이가 친구를 잃을까 걱정해서다. 두 번째는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 탓이다. 혁신도시의 정주 여건이 좋아지고 각 대학이 서울대의 지역균형선발전형 같은 제도 개선을 하면 상황이 나아진다. →혁신도시가 내실을 기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기업과 지역 대학 간 협력이 중요하다. 지역에도 좋은 대학과 교수가 많다. 많은 기관이 내려오고 대학이 기업과 함께 연구할 프로젝트가 생기고 일자리가 창출되면 자생적 발전 체계가 만들어진다. 또, 혁신도시 10곳이 경쟁·협력해야 한다. 중국의 고성장 동력 중 하나는 각 성이 자치권을 가지고 성장하면서 다양한 성공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한 지방의 성공모델은 다른 지역으로 전파되고 서로 배운다. 세종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열쇠공 출장비 아끼려 밧줄 타다가 추락사

    열쇠공 출장비 아끼려 밧줄 타다가 추락사

    아무리 구두쇠라고 해도 목숨을 건 절약은 금물이다. 푼돈을 아끼려던 남자가 4층에서 떨어져 절명했다. 남자는 열쇠공에게 주는 돈이 아까워 밧줄을 타다가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사고는 스페인 알리칸테에서 최근 벌어졌다. 한 이웃주민이 촬영해 TV 방송국에 제보한 영향을 보면 문제의 남자는 4층 건물 옥상에서 밧줄을 타고 건물 벽을 타고 내려오기 시작한다. 남자가 내려오기 시작한 벽면엔 층마다 창문만 있을 뿐이다. 오른쪽으로 꺾여 있는 건물 코너를 돌아야 발코니가 있다. 밧줄에 몸을 의지한 남자는 스스로 불안한지 꺾어진 벽면 4층 발코니에 잠깐 내렸다가 다시 밧줄을 타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내 밧줄을 잡은 손이 미끄러지면서 아래로 추락하고 만다. 우연히 현장을 목격하고 영상을 찍은 이웃남자의 옆에서 끔찍한 장면을 목격한 한 여자는 "꺅~"하고 비명을 지른다. 떨어진 남자는 스페인에 이주한 에콰도르 출신의 52세 이민자로 확인됐다. 남자는 아파트 열쇠를 깜빡하고 문을 닫은 뒤 집에 들어갈 궁리를 하다가 한 이웃에게 밧줄을 빌려 옥상으로 올라갔다. 열쇠공을 부르면 해결될 일이었지만 비용을 아끼려 밧줄을 타기로 한 셈이다. 남자에게 밧줄을 빌려준 이웃도 사고 당시 옥상에 있었다. 그는 "밧줄에 일정하게 매듭이 지어져 있어 쉽게 놓치지는 않을 줄 알았다"며 "위험한 일을 말리지 않고 밧줄을 빌려준 게 매우 후회된다"고 말했다. 사진=TV뉴스캡처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내집 찾아 서울 탈출 … 1000만 붕괴 초읽기

    내집 찾아 서울 탈출 … 1000만 붕괴 초읽기

    올해 서울시 인구 1000만명 붕괴가 확실시된다. 지난해 서울을 나간 사람이 1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서울 인구는 1002만명을 갓 넘었다. 초저금리 기조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면서 이주 수요가 크게 늘고 전셋값 급등으로 서울을 떠나 경기권 등으로 옮긴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국내인구 이동통계’에 따르면 수도 서울의 인구는 지난해 13만 7256명이 순유출(들어온 사람 수-나간 사람 수)된 1002만 2181명(주민등록 기준)을 기록했다. 18만명이 서울을 떠났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8년 만에 가장 많다. 서울 인구는 2014년 1010만 3233명에서 1년 만에 8만명 이상 빠져나갔다. 최근 3년간 해마다 4만명 이상이 서울을 빠져나간 점을 감안하면 올해 서울 인구는 1000만명 밑으로 떨어질 것이 확실하다. 서울 인구가 1000만명 밑으로 내려가는 것은 1988년 1014만명으로 첫 진입한 이후 28년 만이다. 이미 재외국민, 거주불명자 등을 제외한 거주자 인구 수는 2013년 998만명으로 처음 900만명대로 내려앉았고 2014년 995만명, 2015년 986만명으로 계속 줄고 있다. 서울 인구의 최고치는 1992년 1094만명이었다. 서울 전출자의 60.2%는 경기도로 이동했다. 수도권 순유출자는 3만 3000명으로 대부분 세종시 등 중부권으로 흡수됐다. 서울이 전국 시·도 가운데 순유출률이 -1.4%로 가장 높았던 반면 2012년 말 본격화된 정부세종청사 이전에 따라 세종 인구는 해마다 증가해 지난해에는 1년 만에 29%(5만 3000명) 급증한 21만 1000명으로 전 연령별로 인구 유입률이 가장 높았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균형발전·혁신도시 대해부] ‘서울서 90분’ 김천 혁신도시

    [균형발전·혁신도시 대해부] ‘서울서 90분’ 김천 혁신도시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한 구상’을 내놓은 지 13년이 흘렀다. 그사이 ‘기업하기 좋은 도시’ 전국 1위의 김천시는 ‘혁신도시’로서 또 다른 승부수를 던졌다. 2007년 9월 첫 삽을 뜬 김천 혁신도시는 115만평 면적에 8676억원을 투입한 김천시 최대의 국책사업으로 진행됐다. 시는 전국 10개 혁신도시 중 가장 빨리 기반시설 공사를 완료하고 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신문과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은 국가 균형 발전 10년의 성과와 과제를 짚어 보기 위해 한국도로공사 등이 내려간 경북 김천시를 들여다봤다. ‘KTX로 서울에서 1시간 30분 거리. 역에 내리면 바로 앞이 집인 혁신도시’. 지난 21일 만난 오진한 한국도로공사 통행료통합센터 차장은 김천 혁신도시의 가장 큰 장점으로 교통 여건을 꼽았다. 출퇴근도, 서울로의 출장도, 가족 여행도, 모든 것이 빠르고 편리하다. ‘조급증’이 없어졌다는 것이 오 차장의 설명이다. 그는 “서울에선 차가 너무 막혀 매일 전쟁이었는데 여기선 회사가 집 앞에 있으니 한결 여유가 생겼다”면서 “경주, 안동, 부산 등 엄두도 못 냈던 여행지도 주말마다 다닌다”며 웃었다. 또 “국회 등 서울에 업무를 보러 갈 때도 오전에 일을 다 처리하고 퇴근 시간 전에 돌아오니 정말 편리하다”고 덧붙였다. 오 차장은 지난해 7월 엠코 아파트를 분양받아 가족들을 데리고 김천으로 왔다. 어린 자녀 둘이 있는 그는 “계획도시라 깨끗하고 공원도 잘돼 있어 아이들이 자라기 좋은 환경”이라고 평가했다. 김천 혁신도시 안에는 현재 근린공원 4개, 어린이공원 6개가 있다. 녹지 비율만 25%다. 최근 파출소가 문을 열었고 김천경찰서도 혁신도시로 이전할 계획이라 치안을 안심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편의시설은 아직 충분하지 않지만 하나둘 생기고 있다. 현재까지 대형마트는 이마트 에브리데이 하나뿐이지만 롯데마트가 곧 들어설 예정이다. 오 차장은 “최근 한 프랜차이즈 빵집이 들어왔는데 줄을 서서 먹는 명소다. 첫날 매출이 1000만원이었다고 한다”면서 “개인적으론 순대국밥집과 당구장이 생겼을 때가 제일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병원과 약국이 턱없이 부족해 불편하다. 현재 혁신도시 내에는 치과 두 곳만 문을 연 상태다. 김천시에서 대학병원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수요 부족을 염려해 선뜻 나선 곳이 없다. 오 차장은 “애들이 아프면 김천시청 쪽으로 나가거나 구미로 간다”면서 “우선 급한 대로 약국이라도 생겼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천 혁신도시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주민 9234명이 살고 있다. 인구 2만 6000명의 신도시 조성이 목표다. 현재 한국도로공사와 한국전력기술 등 10개 공공기관이 내려와 있다. 한국건설관리공사와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등 2개 기관도 다음달 말 입주를 마칠 예정이다. 이전 기관들은 당초 예상보다 빨리 기존 주민들과 상생하며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이날 혁신도시에서 만난 김미자(56·여)씨는 요즘 “새 삶을 찾았다”는 표현을 한다. 최근 한 이전 기관 사무직에 취직한 지역민인 그는 “동화구연 강사로 일했는데 우연히 경력 단절 여성 공개채용 공고를 보고 시험에 응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운 좋게 합격했는데 시설도, 대우도 좋아 지역 청년들도 많이 채용됐으면 좋겠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혁신도시의 정착을 위해 필수적인 것은 이전 기관 직원들의 ‘가족 동반 이주’다. 이를 위한 선행 조건으로는 모두들 ‘교육’을 꼽았다. 혁신도시 안에는 현재 율곡초, 율곡중, 율곡고가 있다. 향후 유치원과 초·중·고교 등 7개 교육기관이 추가로 들어설 예정이다. 가족들과 함께 내려온 이기영 한국전력기술 인재개발교육원 팀장은 자녀가 현재 율곡고 1학년에 재학 중이다. 그는 “교육 환경만 잘 조성되면 내려오지 말라고 해도 오게 돼 있다”고 강조한다. 이 팀장은 “세종시에는 국제고, 과학고 등이 있지만 10개 혁신도시 중에서는 그런 곳이 없다”면서 “교육 문제는 교육부 등 정부 부처와 도교육청에서 당초 약속대로 제대로 추진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혁신도시 인구 평균 연령이 30.8세로 매우 젊고 자녀에 대한 학업 의지가 강해 기본적인 교육 여건은 잘 갖춰져 있다. 김천고와 성의고같이 혁신도시에서도 우수 인재를 많이 배출할 수 있도록 학교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우수 교사를 확충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영유아 자녀를 위한 대책 마련도 중요하다. 혁신도시에는 어린 자녀를 둔 젊은 부부들이 많지만 아직 공립 유치원이 1개뿐이다. 이 팀장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교육과정이 다른데 정원이 부족해 유치원에 가야 할 아이들까지 사내 어린이집에 맡기고 있다”면서 “혁신도시 이주민에 대한 교육 편의 제공을 정부에서 권고 사항으로 해 놨는데 필수적인 부분들은 ‘의무’로 전환해야 한다. 이주민들끼리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오 차장 역시 “편의시설 부족 등의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점차 해결될 것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이라고 동조했다. 그는 “김천 혁신도시가 은퇴하더라도 떠나기 싫은 도시가 됐으면 좋겠다”면서 “직장 때문에 내려왔지만 직장을 그만둬도 살기 좋은 동네가 될 것이라고 ‘김천시 주민’으로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천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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