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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허물어져 가는 100년의 기억 ‘소록도’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허물어져 가는 100년의 기억 ‘소록도’

    소록도가 앓고 있습니다. 개발의 압력도 거세지만 그보다 문화재급 옛 건물들이 허물어져 가는 게 더 문제입니다. 한센인들이 거주하던 마을 몇몇은 이미 흔적 없이 사라졌고 서생리 등 그나마 남은 자취마저 생멸이 경각에 달려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즐겨 찾을 곳을 소개해야 하는 본연의 직무와 동떨어진 소록도 안쪽을 낱낱이 보여드리는 건 이 때문입니다. 시나브로 허물어져 가는 100년의 기억을 서둘러 붙잡아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지요. 그러니 이번 여정은 국민들이 아직 가볼 수 없는, 그러나 국민들의 관심이 모여야 할 곳을 전한다는 의미만 갖습니다.먼저 전남 고흥 소록도의 발자취부터 살핍니다. 소록도 한센인의 역사는 일제강점기인 1916년 자혜의원이 들어서면서 시작됩니다. 현 국립소록도병원의 전신이지요. 자혜의원 주변으로는 한센인들이 거주했던 병사(病舍)들이 하나둘 들어서게 됩니다. 여기가 서생리 일대입니다. 이후 전국적으로 수많은 한센인들이 수용되기 시작하면서 한센인 마을도 급속도로 확장됩니다. 1933년부터 시작된 확장공사로 자혜의원은 현재의 국립소록도병원 자리로 이주하게 됐고 한센인 마을도 남, 북 병사에서 9개 마을로 확대됩니다. ●병에 대한 무지·공포에 유린당한 인권 현재 일반인들이 갈 수 있는 곳은 소록도 초입의 수탄장 일대와 관사 지대, 소록도병원 주변 정도입니다. 수탄장은 한센인 부모와 ‘미감아’(한센병에 감염되지 않은 아동이란 뜻)들이 눈물로 상봉하던 장소입니다. 한센인 부모와 아이들은 정해진 시간에 각각 도로 양쪽 끝에 서서 마주 보기만 했다지요. 아이들은 바람을 등지고 섰고, 부모들은 그 반대편에 섰습니다. 미구에 발생할지도 모를 전염을 우려한 조치였다고 합니다. 소록도 병원 주변에도 명소들이 많습니다. 한센인들을 동원해 조성한 중앙공원, 일제강점기에 인권 유린이 자행됐던 소록도갱생원 검시실(등록문화재 66호)과 감금실(등록문화재 67호) 등이 남아 있습니다. 한센인들은 거주 이전의 자유와 이동권을 박탈당했고, 병의 대물림을 우려해 단종(정관수술)과 낙태를 강요당했습니다. 우리가 한센인들에 대해 죄책감을 갖는 것도 이 대목 때문일 겁니다. 병에 무지해 막연한 공포를 갖고 있었다고는 해도 그 지독했던 인권유린과 탄압은 결코 설명될 수 없습니다. 나을 수 있고 전염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일부의 책임이 가장 크지만, 무지와 편견으로 거대한 벽을 쌓았던 우리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지난 2013년에 보건복지부 등이 밝힌 한센인 피해 진상조사 결과를 보면 해방 이후부터 1970년대까지 6462명의 한센인들이 살해당하거나 강제노역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직접적인 피해 외에도 공학(共學) 반대운동 등 거대한 차별의 벽에 부딪히기도 했지요. 하지만 우리는 여태 우리가 벌인 일들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사과의 뜻을 밝혔을 뿐이지요.●애환 담긴 간장공장 허물고 기념관으로 관사지대는 병사지대 건너편에 있습니다. 말 그대로 한센인을 돌보던 병원 직원 등 정상인들이 생활하던 공간입니다. 저 유명한 ‘소록도 할매’, 그러니까 오스트리아 출신의 간호사 마리아네 스퇴거(83)와 마르가레트 피사레크(82)가 1962년부터 머물던 집도 관사지대 초입에 있습니다. 소박하고 단아한 두 ‘할매’의 집을 지나면 소록도 선착장이 나옵니다. 소록대교가 놓이기 전까지 바깥세상과 소록도를 이어 주던 공간입니다. 당시 운항하던 행정선과 철부선 등이 여태 남아 있습니다. 선착장 뒤는 2층 건물을 짓는 신축 공사장입니다. ‘소록도 할매’들의 기념관이라고 합니다. 건물을 짓는 명분은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그간의 경위를 짚어 보면 그리 개운하지만은 않습니다. 우선 건물이 들어서는 자리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 자리에 옛 간장공장 건물이 있었다고 하지요. 한센인의 애환이 담긴 기억의 집을 허물고 자신들의 기념관을 짓는다는 걸 두 할매들은 반길까요. 게다가 훗날 소록도를 찾는 우리 후손 역시 ‘이 자리에 간장공장이 있었다’는 사실만 전해 들어야 하잖습니까. 무엇보다 할매들께선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알지 못하게 하고 싶어 합니다. 그걸 굳이 끄집어내는 게 감사의 뜻일까요. 이 신축 건물을 보자면 이제 여러 사람의 합리적인 생각을 모으고 정당한 방법으로 소록도를 기리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라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이제 소록도 안쪽을 살펴볼 차례입니다. 외부인 출입금지 시점을 지나 조붓한 언덕을 몇 번 오르내리면 서생리 자혜의원(지방문화재자료 238호) 건물과 만납니다. 소록도의 역사가 시작된 곳입니다. 하지만 병원의 문을 열면 감회는 곧 실망으로 바뀝니다. 복원 작업을 거쳤다는 내부는 시골의 버스 대합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입니다. 이쯤 되면 복원이 아니라 개악으로 보입니다. 자혜병원 아래로는 한센인 병사가 여러 채 이어집니다. 소록도에서 가장 먼저 들어선 병사도 이 마을에 있습니다. 마을 아래는 바다입니다. 지금이야 아름답지만, 유배 생활을 하는 한센인들에게도 어디 그랬으려고요. 아마 절벽 같은 바다였을 겁니다.●30년 가까이 폐가로 방치된 한센인 병사 병사 건물들은 다소 낯설게 느껴집니다. 우리의 가옥 양식과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기와가 특히 그렇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중국에서 데려온 연와공에게 기술을 전수받아 한센인들이 직접 만들었다고 합니다. 기와는 사각형의 평탄한 모습입니다. 우리 전통 기와처럼 물결치는 모양새가 아닙니다. 건축 양식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 또한 차차 연구돼야 할 부분일 겁니다. 몇몇 건물은 강관 파이프들이 외관을 감싸고 있습니다. 소록도병원의 의뢰를 받아 성균건축도시설계원이 진행한 ‘소록도 서생리 마을 옛터 보존사업’의 결과물입니다. 보존사업을 이끈 조성룡 성균관대 교수는 “무너져 내릴 가능성이 큰 부분만 보강하면서 가능하면 기와 한 장, 벽돌 한 무더기도 그대로 뒀다”고 했습니다. 뭔가를 덧대고 개선을 운운할 단계가 아니라는 거지요. 조 교수의 말처럼 지금은 보존이 시급한 때입니다. 굵은 나무들이 건물을 휘감고 있습니다. 그 서슬에 낡은 벽과 담장이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워 보입니다. 자혜병원 왼쪽 언덕엔 옛 목욕탕과 이발소 건물이 남아 있습니다. ‘소록도 할매들’이 고국에 읍소해 지원받은 돈으로 지어졌다고 합니다. 이발소 건물에 서면 남해 바다가 창문 자리 가득 채워집니다. 말 그대로 ‘오션 뷰’지만 당시 한센인들에겐 아마 그림의 떡보다 못했을 겁니다. 한센인 병사들의 건물로서의 ‘법적 지위’는 등록 말소된 폐가입니다. 쉽게 말해 아무것도 아니란 거지요. 1920년대 세워진 이후 1990년대까지 한센인들이 거주했으니 이후 30년 가까이 폐가로 방치된 셈입니다. 감금실, 안치실 등은 그나마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병사 건물은 다릅니다. 보호받을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지금도 소록도병원의 많지 않은 관리 예산으로 근근이 명맥을 잇고 있는 형편입니다. 우리의 역량이 시험받아야 할 곳은 바로 이곳이라고 생각됩니다. 시민사회의 지원이든, 나라의 지원이든 보존을 위한 역량이 모여야 합니다. 조 교수는 영국의 사상가 존 러스킨의 말을 빌려 “집은 기억”이라고 했습니다. 집이 허물어지면 기억도 사라집니다. 그 자리에 회한만 남겠지요. 그러니 한센인들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반성은 그들이 머물던 집의 보존에서부터 시작돼야 할 겁니다. 서생리에서 서남쪽 해안 절벽을 따라 걷기 좋은 길이 있습니다. 소록도 성당 측에서 치유의 길로 조성해 일반에 공개하려던 곳입니다. 더 오래전에는 한센인들이 박해를 피해 도망가려던 탈출의 길이었고, 이들을 잡기 위한 추격의 길이기도 했지요. 담긴 내력은 슬퍼도 길은 아름답습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급하지 않고, 주변의 숲 그늘도 퍽 깊은 편입니다. 죄지은 한센인들을 구속했던 교도소(옛 순천교도소 소록도지소)가 이 길 끝에 있습니다.●오마도 간척사업은 ‘좌절·분노의 장소’ 정말 아름다운 길은 구북리에서 신새마을 사이에 숨어 있습니다. 한 굽이 돌 때마다 탄성이 절로 나오는 길입니다. 오래된 삼나무와 편백나무, 곰솔들이 더없이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어우러져 있습니다. 소록도의 상징인 사슴을 만난 것도 이 언저리였습니다. 1992년쯤 경기 호법의 한 농장에서 기증했다는 사슴입니다. 소록도에 터를 잡은 녀석들은 번식을 거듭해 지금은 주민 텃밭과 야생화를 해치는 애물단지가 됐습니다. 그래도 큰 말썽 없이 그럭저럭 어울려 사는 듯합니다. 동생리 쪽에도 허물어져 가는 병사가 몇 채 있습니다. 소록도 병사성당(등록문화재 659호), 녹산초등학교 등 시간이 켜켜이 쌓인 건물들도 제법 많습니다. 붉은 벽돌이 인상적인 소록도갱생원 식량창고(등록문화재 70호), 1937년 세워진 소록도 등대(등록문화재 72호) 등도 이 마을에서 멀지 않습니다. 소록도를 둘러본 뒤엔 오마간척지로 가야 합니다. 우리가 한센인들에게 깊은 좌절과 분노를 안겨줬던 장소지요. 1962~64년 소록도의 한센인은 고흥 도양면의 다섯 섬을 잇는 ‘오마도 간척사업’ 공사에 동원됐습니다. 사업이 완료되면 간척한 토지를 나눠 주겠다는 달콤한 약속도 받았지요. 하지만 약속과 달리 한센인들은 간척사업 중도에 손을 떼야 했고, 이후 어떤 보상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당시 한센인들의 아픔을 기억하는 기념물이 오마간척지 언덕에 조성돼 있습니다. angler@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최고 생산성은 주민 참여”… ‘협치 은평’으로 지방자치 완성

    [자치단체장 25시] “최고 생산성은 주민 참여”… ‘협치 은평’으로 지방자치 완성

    “집단지성이 최고의 생산성을 발휘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주민 자치가 바로 그것입니다.”김우영(48) 서울 은평구청장은 지난 18일 은평구청 사무실에서 이뤄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능력 있는 카리스마형 지도자나 계몽군주가 주도하는 시대는 지나갔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김 구청장은 “한 명의 뛰어난 리더보다 다양성이 훨씬 더 많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길”이라면서 “이런 면에서 주민참여의 중요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참여 행정’은 민선 5~6기를 관통해 온 김 구청장의 소신이자 최대 성과이다. 김 구청장은 주민참여 행정이 성공해야 주민 중심의 지방자치 구현이 가능하다고 보고 취임 초기부터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2010년 7월 민선 5기에 취임한 이후 그해 12월 서울시에서 최초로 ‘주민참여 예산제’를 시행했다. 주민참여예산제는 공무원이 아닌 주민들이 예산 편성 과정에 직접 참여해 예산 낭비를 막아 지방재정 투명성,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참여민주주의 제도다. 이를 위해 ‘주민참여 기본조례안’을 제정해 참여 자치의 기반을 조성했다. 이어 2011년 11월에는 주민 총회를 개최하고 2012년부터는 인터넷, 모바일 투표도 시행하며 주민이 행정에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늘려 왔다.김 구청장은 “처음에는 주민참여예산제 등 주민 자치에 대해 절차가 복잡해지고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등의 이유로 부정적인 시각이 있었다”면서 “전문가 용역을 통해 이러한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고 설득해 가면서 정책을 추진해 왔다”고 말했다.은평구의 주민참여예산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서 서울시가 이를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은평구는 2011년 서울시 주민참여예산 사업에 공모해 ‘구산동 도서관마을’ 조성 관련 예산 24억원을 얻어내며 사업 추진을 위한 초기 자본을 마련했다. 이후 노후 다가구와 다세대주택들을 리모델링해 만든 구산동 도서관마을은 지난해 서울시 건축상 대상과 제10회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대상을 받는 성과도 이뤘다. 불광천변 공중화장실 설치, 갈현동 비탈길 소형제설차량 구입 등도 모두 주민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추진한 주민참여예산 사업이다. 올해 3월에는 한발 더 나아가 민관협력과 주민참여 활성화를 지원하는 ‘은평구 민관협치활성화를 위한 기본 조례’를 제정했다. 또 지난 8월 ‘협치은평선언 대회’를 개최해 지역주민, 시민사회, 행정이 협치를 통해 지역 발전을 이뤄 나갈 것을 다짐했다. 김 구청장은 문재인 정부가 지방자치를 강조하고 있는 것과 관련, “지방자치는 현재 중앙이 독점하고 있는 권력을 지방으로 분배하자는 것”이라면서 “이는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을 강화하는 게 아니라 국가가 가지는 권력을 그 힘의 원천인 국민에게 돌려주고 국민의 삶을 개선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은평구는 도시재생사업의 ‘선구자’이기도 하다. 김 구청장은 2010년 민선 5기를 시작하면서 주민 주도의 도시재생 사업을 위해 두꺼비하우징이라는 사회적기업을 만들었다. 첫 사업 대상지는 은평구 신사동 ‘산새마을’이었다. 1960~70년대 망원 지역 수해민들이 이주해 온 지역으로 재개발 사업성이 없어 낙후됐었다. 이에 구는 10억원 정도를 서울시로부터 받아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했다. 주민들과 공무원이 몇십t의 쓰레기를 치워 텃밭을 만들었다. 보도블록 하나도 주민이 고르고 설계했다. 그 결과 산새마을은 안전하고 쾌적하며 주민 커뮤니티가 살아 있는 마을로 재탄생했다. 은평구에서 시작한 도시재생사업은 서울시 정책이 되고,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토대가 됐다. 김 구청장은 “도시재생사업은 단순히 건물에 페인트를 칠하고 마는 게 아니라 공동체를 복원시켰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면서 “산새마을은 주민들이 사업을 주도하면서 텃밭을 만드는 과정에서 주민들 간의 관계망이 형성됐다. 주민의 삶이 운영되는 원리를 바꾼 것”이라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춰 불광동 향림마을에서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해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불법 주정차 폐쇄회로(CC)TV 구축, 홀몸 어르신의 집안에 센서를 설치해 위기상황에 대비하는 홀몸 어르신 서비스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은평구는 지난해 말 기준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서울 자치구 중에서 가장 많은 구이기도 하다. 이에 김 구청장은 공공 노인 일자리 사업을 꾸준히 시행한 결과 2004년 150명이 참가했던 일자리 사업이 올해는 68개 사업에 2805명이 참여하는 규모로 크게 확대됐다. 특히 김 구청장은 문화를 통한 지역성장 동력을 마련하고자 임기 내내 힘써 왔다. 북한산과 불광천 등 자연환경이 좋고 많은 문인과 예술인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의 특색을 살리겠다는 것이다. 김 구청장은 “은평구는 변방이지만 역사와 문화 자원이 풍부하다”면서 “교육과 문화를 통해 품격을 높이는 방법으로 도시 발전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2015년 한문화체험특구로 지정받은 진관동 북한산 일대를 북한산둘레길, 은평역사 한옥 박물관, 셋이서 문학관 등과 연계해 한류문화의 중심지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기자들이 모여 살았던 기자촌 지역에 언론기념관을 짓고 한국 고전번역원 등이 건립되면 기자촌~은평한옥마을~북한산을 잇는 문화체험 관광벨트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은평구는 남북을 잇는 통일로의 접점지역이라는 상징성도 있다. 이에 구는 최근 ‘분단문학의 거장’ 이호철 작가를 기려 ‘이호철 통일로 문학상’을 제정했다. 이 작가는 은평구에서 50년 이상 거주하며 분단 현실과 사회 갈등을 다룬 글을 쓰다가 지난해 별세했다. 김 구청장은 “통일로는 도로 명칭이기도 하나 통일이라는 목표를 뜻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생전 이 작가와 함께 공을 들였던 국립한국문학관 유치가 무산 위기에 빠지면서 난관에 부딪힌 상황이다. 정부는 2015년 서울 4개 자치구와 세종시를 대상으로 국립한국문학관 건립 기본계획 용역 및 심사를 벌여 은평구 기자촌을 문학관 설립 적격지로 결정했다. 공모 결과 전국에서 24개 지자체가 참여하는 등 유치전이 치열해지자 문체부는 지자체 간 과열 경쟁을 이유로 공모를 취소했다. 김 구청장은 “임기가 끝날 때까지 국립문학관 유치를 포기하지 않고 온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구청장은 또 남은 임기 동안 수색역사를 문화 역사로 재탄생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 구청장은 “수색역은 통일의 관문이고 인천공항철도와 경인선이 만나는 교두보”라고 강조했다. 김 구청장은 “그동안 수색역 개발 문제를 민간 자본에 의지해 추진하려다가 사업이 늦춰졌다”면서 “공공 개발 방식으로 바꿔 수색역세권을 문화·교통 전진기지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김우영 구청장은 누구 민선 5기 41세 최연소 당선… 정치·행정 두루 경험 김우영 서울 은평구청장은 강원 강릉 출신으로 성균관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고 장을병 국회의원의 비서관으로 정계에 입문해 민주당 이미경 의원 입법보좌관으로 10년 가까이 일했으며 노무현재단 기획위원 등을 역임했다. 민선 5기 지방선거에서 당시 41세로 ‘최연소’ 구청장으로 당선된 후 민선 6기 구청장을 맡고 있다. 지방행정과 중앙정치를 두루 거치면서 정치와 행정 분야 양쪽에서 경험을 쌓았다.
  • [송혜민의 월드why] 종교 다르다고 ‘인종청소’ 해도 되나요?

    [송혜민의 월드why] 종교 다르다고 ‘인종청소’ 해도 되나요?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이름인 로힝야족은 미얀마 북부 라카인주(州)에서 거주하는 인구 110만 명의 이슬람 소수민족이다. 전 세계에 약 220만 명이 분포하며, 대다수가 불교도인 미얀마에서 특히 극심한 탄압을 받아왔다. 급기야 지난달 25일 로힝야족 무장반군과 미얀마 정부군의 무력 충돌이 발생했고, 정부군은 무장 반군 진압을 이유로 로힝야족에게 무자비한 폭행을 가했다. 로힝야족 민간인에 대한 학살과 방화, 고문, 성폭행으로까지 번지며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이미 40만 명에 달하는 로힝야족 난민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몸을 피했다. 그야말로 폐허이자 전쟁터가 된 고향에 남거나, 어쩔 수 없이 난민의 삶을 선택한 로힝야족의 눈물이 끊이지 않는다. 종교를 둘러싼 미얀마와 로힝야족의 갈등은 180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85년 영국은 미얀마를 식민지배하면서, 대규모 농지를 경작할 노동력을 공급하기 위해 미얀마 인근에서 인도계의 무슬림을 이주시켰다. 이때부터 불교도인 토착민과 이주민인 무슬림 사이에서는 문화적‧종교적 갈등이 시작됐다. 2012년 불교도와 로힝야족 간의 유혈사태가 발생한 뒤 유엔은 로힝야족을 ‘세계에서 가장 박해받는 소수민족’의 하나로 규정하기도 했다. 이후 로힝야족에 대한 미얀마 정부의 탄압에는 ‘인종청소’라는 극단적인 표현이 쓰이기 시작했다. 인종청소에 대한 정확한 국제적인 정의는 아직 없고 국제법에 따라 독립적인 범죄로도 인정되지 않는다. 다만 유엔은 “강제나 협박을 통해 일정 집단의 사람들을 제거하고 인종적으로 균일한 지역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정의내린 바 있다. ◆종교 둘러싼 ‘인종청소’, 미얀마만의 일 아니다 종교로 야기된 유사한 갈등은 미얀마 인근 국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불교왕국’으로도 불리는 부탄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히지만, 힌두교를 믿는 네팔계 부탄인들에게는 결코 행복한 나라가 아니다. 네팔계 부탄인들은 국민이 아닌 불법 이민자로 간주됐고, 국민으로서 그 어떤 권리도 보장받지 못했다. 힌두교도들의 시위가 무력으로 진압당한 사례도 있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사무소(UNHCR)에 따르면 2013년까지 서방국가 이주를 신청한 네팔계 부탄인 난민의 수는 약 10만 명에 달한다. 현재 부탄의 불교도는 75%, 힌두교도 및 회교 등은 25%를 차지한다. 태국도 만만치 않다. 2015년 9월 남부 나타리왓주의 상카시티타람 사원 인근에서 3차례 폭탄 공격이 발생해 2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나타리왓은 주민 대다수가 무슬림인 3개 주 중 하나로, 현지 경찰은 이 공격이 말레이시아 이슬람 분리주의자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타리왓 및 얄라, 파타니 등 3개 주에서는 2004년 이래 6500 명 이상이 폭탄공격 등으로 사망했다. 반대로 이슬람교를 국교로 하는 방글라데시는 1%가 채 되지 않는 불교도를 탄압하기도 했다. 2012년 한 불교도 어린이의 SNS에 코란을 불태우는 사진이 실렸다는 ‘괴소문’이 돈 뒤, 이슬람교도 수천 명이 불교사원 20여 채와 가옥 50여 채를 파괴하면서 2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 바 있다. 당시 문제의 사진을 올린 이가 누구인지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탄압은 또 다른 탄압과 폭력을 낳는다 이처럼 이슬람교와 불교의 갈등은 여러 나라에서 꾸준히 발생해왔지만, ‘인종청소’로 표현되는 미얀마와 로힝야족의 유혈사태는 이전보다 더 심각한 위험을 내포한다. 말레이시아의 국영 베르나마 통신의 지난 18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출신 IS 조직원들이 로힝야족의 인종청소 논란을 빌미로 삼아 미얀마를 포함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세력 확장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S는 미얀마가 IS의 본거지인 시리아보다 말레이시아와 더 가깝다는 지리적 특성을 이용하고, 동시에 세력을 잃어가고 있는 시리아가 아닌 새로운 지역에서 ‘부흥’을 꿈꾸는 것으로 분석됐다. 로힝야족에 대한 미얀마의 탄압이 또 다른 탄압 뿐만 아니라 테러와 관련한 ‘위험한 가능성’을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소수라는 이유로 끊임없이 박해받아온 이들이 삶의 터전과 가족을 모두 잃고 끝없는 절망에 빠져 있을 때, 이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다름 아닌 국제적인 테러조직이라는 사실은 더 끔찍한 미래를 상상하게 한다. 용서와 희망보다는 복수와 죽음을 떠올릴 가능성을 높이고, 더 나아가 이전에 없던 새로운 탄압과 폭력을 양산케 할지도 모른다. 제2, 제3의 로힝야족이 나오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눈과 귀를 기울이고 행동해야 하는 이유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다문화 가족 위한 영등포 생활 꿀팁 쏙쏙

    다문화 가족 위한 영등포 생활 꿀팁 쏙쏙

    서울 영등포구는 ‘다문화 도시’로 유명하다. 2015년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서울 거주 외국인 40만 8083명 중 5만 7000명(14%)이 영등포구에 거주한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1위다. 조길형 영등포구청장이 ‘공존의 시대’에 발맞춰 다문화 주민들을 따뜻하게 보듬고자 하는 이유다.영등포구가 20일과 오는 24일 양일간 다문화 가족과 외국인 주민을 대상으로 ‘영등포구 생활안내교육’(포스터)을 실시한다고 19일 밝혔다. 원광디지털대 서울캠퍼스에서 열린다. 구청 관계자는 “문화와 언어의 차이에서 나오는 내외국인 간 갈등을 해소하고, 지역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안내함으로써 한국 생활에 조기 적응하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은 지역 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보 안내와 범법행위 예방 교육으로 나누어 진행한다. 지역 생활정보는 ▲다문화 가족 등을 위한 주요 지원시설과 복지, 보건정책 ▲취업 및 한글교실 등이다. 쓰레기 분리배출 방법, 주정차 질서 위반 등에 따른 과태료 부과 사례를 통해 꼭 지켜야 할 내용도 안내한다. 한국에 이주한 지 10년 이상 된 중국 동포가 강사로 나선다. 조 구청장은 “실생활에 꼭 필요한 정보인 만큼 다문화 가족과 외국인 주민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참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이주민’ 네이마르·‘원주민’ 카바니, 6연승 독주하는 PSG의 시한폭탄

    ‘이주민’ 네이마르·‘원주민’ 카바니, 6연승 독주하는 PSG의 시한폭탄

    연달아 실축… 감독 통제 안 해 잘나가는 파리 생제르맹(PSG)에 시한폭탄이 재깍거리고 있다. ‘박힌 돌’ 에딘손 카바니(30·우루과이)와 ‘굴러온 돌’ 네이마르(25·브라질)가 벌이는 신경전이다.PSG는 18일(한국시간) 파리의 파르크 데 프랭스로 불러들인 올랭피크 리옹과의 리그앙 6라운드 경기에서 상대 자책골로만 득점해 2-0 완승을 거뒀다. PSG는 개막 6연승으로 지난 시즌 챔피언 AS 모나코(승점 15)를 따돌리고 단독 선두를 내달렸다.먼저 후반 30분 PSG 카바니의 절묘한 힐킥을 리옹 수비수 마르셀로가 걷어내려다 자책골로 연결됐다. 4분 뒤 카바니의 페널티킥이 골키퍼 안토니 로페스의 선방에 막혔으나 후반 41분 킬리안 음바페의 슈팅이 리옹 수비수 제레미 모렐의 자책골로 연결됐다. 그러나 카바니와 네이마르는 두 차례나 킥을 차겠다고 실랑이를 벌였다. 후반 9분 네이마르가 얻어낸 프리킥을 카바니가 차겠다고 나섰다. 일곱 경기 연속 득점을 노리는 그로선 욕심을 낼 법했다. 네이마르의 절친 다니 알베스가 카바니에게서 공을 빼앗아 킥 지점에 놓아줬다. 네이마르의 킥은 안토니 로페스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1-0으로 앞선 후반 34분 음바페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이번에는 네이마르가 차겠다고 나섰다. 카바니는 뭔가를 열심히 설명했고, 네이마르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돌아섰다. 결국 카바니가 찼지만 역시 로페스의 선방에 막혔다. 우나이 에머리 감독은 경기 뒤 “킥오프 전 ‘알아서 하라고 했다. 둘이 합의하지 못하면 내가 결정한다’고 알렸다”고 털어놓았다. 네이마르가 ‘발롱도르’(올해의 유럽 최고선수) 수상을 노리고 감독에게 전담 키커 지위를 달라며 덤볐지만 딱지를 맞았다고 최근 한 매체는 보도했다. 감독의 우유부단함도 둘의 신경전을 부채질한 것으로 보인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현장 행정] 을지로 건·맥에 가을 ‘입맛 춤’

    [현장 행정] 을지로 건·맥에 가을 ‘입맛 춤’

    기승을 부리던 열대야가 물러가고 어느새 선선한 가을바람이 분다. 바야흐로 ‘건맥’(건어물·맥주)의 계절이다. 치킨, 피자 등 첫 자를 따 ‘치맥’, ‘피맥’이라 부르듯 건어물의 ‘건’ 자를 땄다. 맥주를 마실 때 빠질 수 없는 기본 안주가 노가리, 오징어, 쥐포, 진미채 등이다.지난 14일 서울 중구 을지로 30길 중부건어물시장에서는 1만원 이하 현금으로 ‘건맥’을 즐길 수 있는 제2회 건어물맥주 축제가 열렸다. 평소 노점이 즐비한 중부시장 한가운데는 축제 소식을 듣고 삼삼오오 시장을 찾은 시민들로 빼곡히 찼다. 축제 현장을 방문한 최창식 중구청장은 줄지어 선 간이 탁자를 일일이 돌았다. 중부시장 상인들이 절치부심하며 준비한 축제 분위기를 살피고, 격려하기 위해서였다. “전통시장에서 맛보는 건어물과 생맥주 맛이 어떻습니까. 괜찮습니까. 오늘 하루 마음껏 즐기시고, 평소에도 중부시장을 많이 찾아 주시기 바랍니다.”(최 구청장) “선선한 날씨에 시장의 아치형 지붕 아래 모여 어울리니 건어물 맛이 더 좋습니다. 한마디로 ‘굿’이에요.”(이맹이·61·중구 약수동 주민) 중부건어물시장은 1963년 남대문·동대문 시장이 팽창하면서 건어물 상인들만 단체로 이주해 형성된 전통시장이다. 50여년 전부터 전남 완도산 김, 울릉도산 오징어, 강원 속초산 코다리와 노가리 등 전국 방방곡곡에서 생산된 건어물의 국내 최대 집결지로 자리매김했다. 1000여개 점포 중 건어물 점포 비중이 80%에 이른다. 하지만 1996년 유통 시장이 전면 개방되면서 굳건했던 입지는 좁아졌다. 대형마트는 물론 인터넷 쇼핑몰 등 새로운 유통망이 속속 생겨난 탓이다. 시중에 비해 30% 낮은 수준으로 가격이 형성돼 도매 손님은 여전하지만 인근의 광장시장처럼 젊은층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윤명구(69·정용상회 대표)씨는 “내년까지 다양한 먹거리를 조성해 오장동에 냉면을 먹으러 온 시민들이 2차로 중부건어물시장을 들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중부건어물시장의 대표 브랜드인 ‘아라장’을 론칭하기도 했다. 물이라는 뜻의 ‘아라’와 시장의 ‘장’을 결합한 이름이다. 김국, 아귀포, 오징어집 버터구이, 건어물 스낵 등 간편식으로 건어물 소비층을 젊은 세대로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최 구청장은 “상인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의식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내년쯤에는 멋진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커버스토리] 검은 절망 닦아낸 123만 영웅들, 희망의 성지로 돌아오다

    [커버스토리] 검은 절망 닦아낸 123만 영웅들, 희망의 성지로 돌아오다

    “생각나, 생각나. 봉사활동 갔다 와서 기름 냄새 때문에 사흘 동안이나 밥을 못 먹었다니까.” 10년 전 검은 기름으로 뒤덮인 지옥과 같았던 서해 바다를 살려낸 영웅들이 15일 태안에 다시 모였다. 충남 태안군 연안에서 일어난 유류피해 사고 극복 10주년 기념행사에는 전국에서 기름을 걷어내고자 그야말로 구름처럼 몰려들었던 123만명의 자원봉사자들 가운데 3000여명이 참석했다. 123만명의 이름 없는 영웅 가운데는 이날 VIP로 참여한 문재인 대통령도 있었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시원해지는 푸른 파도가 넘실대는 태안 만리포해수욕장 앞 행사장에 모인 10년 전의 영웅들은 그날의 기억을 웃음과 함께 떠올렸다.●불임 경고받던 아가씨, 4살 아들 둔 엄마로 참석 대한민국 국민이 만든 서해의 기적을 보여 준 태안은 ‘자원봉사 희망의 성지’로 선포됐다. 자원봉사의 어마어마한 저력으로 새로 태어난 태안 바닷가에는 서해안 유류피해 극복 기념관도 들어섰다. 푸른 바다를 늠름하게 헤쳐 나가는 하얀 돛단배를 연상시키는 형태의 기념관은 10년 전 나의 얼굴이 혹시 사진 속에 있을까 찾아보는 자원봉사자들로 북적였다. ‘서해의 기적’을 낳은 자원봉사자들의 힘은 내년 평창동계올림픽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10년 전에도 오늘처럼 서울시청 앞에서 버스를 타고 태안 신두리로 향했습니다, 삽으로 기름을 퍼서 포대에 담았는데 추운 겨울 바다에서 하는 삽질이 여간 힘들지 않았어요. 기름 냄새가 정말 지독했는데 나중에 불임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에 손수건과 마스크를 이중으로 쓰고 작업했어요.”10년 전 미혼이었던 박인영(39)씨는 이제 네 살 난 아들을 키우는 엄마가 됐다. 태안에서 손으로 기름을 푸고 닦아냈던 자원봉사자들에게는 함께 살렸기에 희망이 된 바다를 만나는 유류피해 극복 10주년 기념식 초청 문자메시지 등이 발송됐다. 2007년과 달리 즐겁고 설레는 마음으로 버스에 올랐다는 박씨는 “아무런 문제 없이 건강하게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다”며 활짝 웃어 보였다. 2007년 12월 7일 태안군 앞바다에서는 삼성중공업 소속 크레인선과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가 충돌해 1만 2547㎘(1만 900t)의 원유가 바다로 쏟아졌다. 서해안 일대가 전남 끝자락 진도까지 온통 시커먼 기름으로 뒤덮였고 말 그대로 검은 파도가 쳤다. 허베이 스피리트호가 쏟아낸 기름의 양은 1995년 여수 시프린스호 사고로 유출된 원유 5035t의 2배에 이르는 것으로 대한민국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였다.검은 바다와 절망한 어민들의 모습이 뉴스를 뒤덮자 자원봉사자들이 너도나도 서해로 몰렸다. ‘자원봉사 희망의 성지’ 선포자로 참여한 이영숙(58)씨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기름제거 작업에 자녀와 함께 가족봉사단으로 참여한 후에도 봉사활동을 이어 가 현재는 ‘서울 꽃동네 사랑의 집’에서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씨는 “기름으로 뒤덮인 바다를 보고 학부모 봉사단으로 자녀와 함께 4번 정도 기름제거 작업에 참여했다”며 “그때 자원봉사의 힘을 체감하고 아이도 저도 지금까지 10년째 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들도 죽어 가는 바다를 살리는 데 빠지지 않았다. 파키스탄에서 귀화해 사고 당시 시흥이주노동자 지원센터를 통해 봉사활동에 참여한 모함마드 수바칸(48)도 희망의 성지 선포식 참여자다. 봉사에 참여했던 외국인 노동자 가운데 한 명은 “태안에 오기 전까진 고향에 있는 가족을 생각하며 일만 하느라 한국 사람과 어울릴 기회가 없었다”며 “처음 봉사활동을 하러 갔을 때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건 처음 봤는데 내가 그 속에 있는 게 뿌듯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봉사활동을 하면서 함께 기름 닦고 밥 먹는 것이 마치 가족과 같이하는 것처럼 좋아서 한국인의 정을 느끼고 오히려 위로받았다”고 덧붙였다. 고령에도 사고 당시는 물론 현재까지 열성적으로 봉사활동을 계속해 나간 박노권(80)씨, 사고 당시 대학생 봉사단원으로 참여한 것이 계기가 돼 현재는 전북자원봉사센터에서 근무하는 유정훈(35)씨도 태안을 자원봉사 희망의 성지로 선포하는 기념식에 함께했다. ●최대 180만명 추산… 10일 만에 원유 30% 거둬 사실 태안에서 봉사활동에 참여한 정확한 자원봉사자의 숫자는 모른다. 130만명에서 180만명까지로 추산할 뿐이다. 아이의 고사리 같은 손부터 할아버지의 힘줄이 불거진 손까지 모두 기름을 닦는 걸레를 들자 시프린스호 기름유출 사고 때 5개월 동안 회수했던 폐유를 태안에서는 단 일주일 만에 거뒀다. 사고발생 10일이 지나자 유출된 원유의 30%를 거둬들일 수 있었다. 해양환경 보전을 위해 설립된 공기업 해양환경관리공단은 2007년부터 오염된 자갈과 모래를 자동으로 씻는 자갈 세척기를 개발했다. 한 시간에 평균 4.5t의 자갈을 씻어 사람 500명이 할 일을 해내는 자갈 세척기는 2016년 부산 영도 해안에서 발생한 오션탱고호 기름 유출 사고에서 맹활약했다. 2014년 여수 우이산호 오염사고에서도 높은 방제 효과를 선보였다. 자갈 세척기는 컨베이어 벨트에 자갈을 놓으면 80도의 뜨거운 물과 마찰로 기름을 닦아낸다. 이날 해양환경관리공단은 10년 전 태안에서 거둔 시커먼 자갈을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기름 범벅 자갈을 직접 닦아 보는 체험 행사도 마련돼 자원봉사자들은 물론 기념식 참가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10주년 기념 유류극복 피해 기념관도 설립 서해안 유류피해 극복 10주년 기념식 ‘함께 살린 바다, 희망으로 돌아오다’는 정부와 충남도가 기적을 일군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다시 살아난 서해를 알리고자 마련됐다. 유류피해 극복 기념관과 함께 자원봉사 사진 공모 거리전, 자원봉사 아카이브 역사관, 자원봉사 동참선언 ‘우리함께 캠페인’, 체험프로그램 등 많은 시민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참여형 행사가 열렸다. ‘10주년 기념식’에는 2007년 기름 제거를 위한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한 자원봉사자와 지역 주민 등 3000여명이 참석해 자원봉사를 통한 ‘공존과 통합’의 정신을 되새겼다. 만리포해수욕장 앞 희망광장에 마련된 자원봉사 아카이브 역사관에서는 10년 전 전국에서 모인 수많은 자원봉사자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살려냈다. 20대 대학생, 70대 노인, 초등학생, 외국인 노동자 등 ‘곱셈의 희망을 만들어낸 작은 영웅들’인 자원봉사자 7명의 캐릭터를 담은 등신대를 설치해 봉사자들의 증언을 입체적으로 전했다. 서울시자원봉사센터의 김의욱 사무국장은 “10년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자원봉사자들이 태안에 모였던 것은 처음엔 안타까운 심정으로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거대한 역사의 현장에 동참하겠다는 마음이 모였기 때문일 것”이라며 “봉사자들의 기록이 휴대전화 번호밖에 남아 있지 않아 많은 이들을 초청하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당시 자원봉사센터는 방제복, 장갑, 마스크 등 방제작업 장비와 버스 수송 등은 체계적으로 제공했지만,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시간 등은 기록으로 남기지 못했다. 이는 결국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으로부터 받아야 할 제대로 된 보상의 근거를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아직 짧은 우리 자원봉사 역사의 뼈아픈 실수다. 올해는 한국자원봉사협의회, 한국자원봉사센터협회,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가 주관하고 행정안전부가 후원하는 한국자원봉사의 해다. ‘지속가능한 미래, 행복한 공동체’라는 주제로 자원봉사 문화 확산을 위해 내년까지 진행된다. 다음달에는 자원봉사 경험을 나눠 대한민국을 밝히는 ‘이그나이트 브이-코리아’가, 12월에는 전국자원봉사자대회가 열린다. 이날 10주년 기념식에 참여한 윤종인 행안부 지방자치분권실장은 “자원봉사로 하나 된 시민들의 열정과 에너지를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로 이어 가도록 지원하겠다”며 “자원봉사는 정부의 손길이 닿기 어려운 대한민국 구석구석까지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기적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태안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우리 이웃 접경지역 : 규제 해소 통한 발전 방안] 토지 3694㎢ 이중삼중 규제… 민통선 이남 ‘틀’ 깨고 조정 필요

    [우리 이웃 접경지역 : 규제 해소 통한 발전 방안] 토지 3694㎢ 이중삼중 규제… 민통선 이남 ‘틀’ 깨고 조정 필요

    DMZ는 전쟁이 낳은 의도치 않은 결과물이다. DMZ의 설치로 국토의 허리가 잘리면서 한때 서울에서 원산까지, 더 크게는 북방 대륙까지 주 이동로로 기능했던 지역은 ‘접경’이라는 이름의 국토의 막다른 길이 되었다. 국토 방위의 최일선이자 군사대치의 현장이 되었다. 경기도의 연천군, 강원도의 철원군, 화천군, 양구군, 인제군, 고성군은 모두 해방 이후에는 38선 이북의 지역으로, 분단되면서 수복된 지역이다.2011년 현재 전국에 지정되어 있는 군사시설보호구역의 면적은 8819.7㎢이다. 이 중 49.2%를 차지하는 4382.1㎢의 면적은 군사분계선과 잇닿아 있는 인천시의 강화군, 옹진군, 경기도의 김포시, 파주시, 연천군, 강원도의 철원군, 화천군, 양구군, 인제군, 고성군 등 10개 접경지역 시·군에 지정되어 있다. 접경지역의 군사시설보호구역은 민간인통제선(이하 민통선)을 기준으로 통제보호구역과 제한보호구역으로 나뉜다. 즉 남방한계선에서 민통선까지의 8㎞ 지역은 통제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고, 민통선을 기준으로 그 이남의 15㎞까지는 제한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에 반해 후방지역, 즉 제한보호구역 이남의 군사시설보호구역은 군사기지(방공기지 포함)를 중심으로 시설의 종류에 따라 반경 0.3㎞에서 5㎞까지를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문제는 접경지역에는 군사시설보호구역 외에도 여타의 다른 목적을 배경으로 한 이중삼중의 토지이용 규제가 가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5년 접경지역시장군수협의회의 발표에 따르면 접경지역 10개 시·군 행정구역 면적의 171.2%인 1만 1940.4㎢가 규제지역이고, 이 중 3694.1㎢가 중복규제지역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행정구역 면적의 53.0%, 규제면적의 30.9%가 중복규제지역인 셈이다. 중복규제가 심한 이유는 이 지역에 한반도의 등줄기인 백두대간이 지나고 북한강, 임진강, 한탄강 등이 흐르며, 한강하구와 철원평야 등 한반도 중부의 대표적 곡창지대가 있기 때문이다. 보전산지 등 산지와 관련한 규제는 5513.2㎢로 10개 시·군 행정구역 면적의 79.0%를 차지하고, 상수원보호구역 등 환경 관련 규제는 13.5%, 농업진흥구역 등 농지 관련 규제는 8.6%를 점하고 있다. 시·군별로도 대부분 군사시설보호구역, 보전산지, 농업진흥구역의 지정은 공통사항으로 되어 있다. DMZ가 남북한 간 군사적 완충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듯이 접경지역은 통일 전 남북교류협력의 전진기지 역할과 통일 후 북에서 남으로 이주하는 인구이동의 완충 공간 역할이 큰 지역이다. 정부 계획에서도 파주시와 철원군, 고성군은 특화발전지구로 지정되어 교류협력의 전진기지 역할이 주어져 있고, 고성군은 금강산 육로관광의 플랫폼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고성군의 경우 금강산 육로관광의 효과가 지역 발전으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오히려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지난 9년간 약 2조 3030억원의 경제적 피해를 겪고 있다. 군사분계선과 잇닿아 있는 접경지역 10개 시·군은 지역발전 수준이 전국 평균 이하의 낙후 지역이다. 접경지역의 낙후는 지역의 중심과 멀리 떨어져 있고 경계를 마주하고 있는 국가와의 교류가 없다는 일반론에 더하여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고 군사지역으로서 경제와 산업 활동에 제약이 따르는 특수성에 기인한 결과다. 즉 접경지역의 낙후는 분단의 결과다. 전쟁의 폐허에도 우리는 지난 60여년간의 피나는 노력으로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놀라운 성과를 이루었다. 최빈국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으로 성장했다. 세계를 놀라게 한 이 성과는 분명히 온 국민의 단합된 노력의 결과이지만, 우리는 자주 지난 60여년간 국방의 최일선으로 지역발전의 기회를 감내해 온 접경지역 주민의 희생을 간과하고 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으로서 이제는 후방의 국민이 전방의 접경지역 주민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때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우리와 같이 분단된 독일은 통일을 이루기 전까지 접경지역에 대한 지원을 범정부적으로 추진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기본적으로 접경지역의 낙후가 분단에서 왔다는 점을 온 국민이 공감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국민적 공감대 위에 접경지역의 발전과 주민 지원은 다른 정책에 우선하여 추진되었고, 분단에 따른 발전지체분을 제도적으로 보장했다. 우리 정부도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접경지역에 대한 지원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오고 있다. 2003년부터는 접경지역지원사업을 법정계획에 의해 추진했으며, 2011년에는 접경지역지원법을 접경지역지원특별법으로 격상하여 접경지역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다. 2009년부터는 특수상황지역사업을 통해 접경지역을 지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추진에 필요한 재원의 부족과 접경지역지원특별법이 타 법에 우선하지 못하는 법체계상의 구조적 문제로 사업의 추진은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장기간의 남북 관계 경색으로 접경지역에 대한 관심이 점점 적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북핵 실험으로 전례 없이 강한 유엔의 대북 제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연이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최근 북·미·관계의 긴장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긴장관계가 커지면 커질수록 대화를 통해 이를 풀려고 하는 노력도 커질 것으로 보고, 지금이 남북 관계의 재개에 대비해야 하는 적기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남북 관계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그 어느 지역보다도 큰 접경지역이 앞으로 전개될 남북 대화와 교류협력에 대비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통일시대를 대비하여 접경지역의 미래 발전에 필요한 제도적 기반을 선도적으로 구축하는 일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통일시대 접경지역의 역할과 기능을 고려하여 사전에 각종 제도적 장애요인을 해결하고,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지원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먼저 접경지역이 받고 있는 불합리하고 과도한 규제를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낙후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여 남북 통일을 대비한 접경지역의 개발 수요를 계획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획일적이며 일률적으로 지정되어 있는 군사시설보호구역은 그 틀을 벗고 군사규제가 필요한 구역과 이로부터 좀더 자유로운 구역을 구분해 합리화하는 방안이 바람직해 보인다. 남방한계선 이남 8㎞의 통제보호구역은 현행 틀을 유지한다 하더라도 민통선 이남의 제한보호구역에는 변화를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일부 진행되고 있지만 군사시설보호구역 내 일부 지역에 대해 군 협의 업무를 지자체에 위탁하는 ‘협의위탁’을 확대하는 방안과 제한보호구역 이남의 지역처럼 군사시설을 중심으로 반경 0.3㎞에서 5.0㎞까지를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문제도 심도 있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통제보호구역은 과거에도 5㎞씩 두 차례 조정된 사례가 있다. 1997년에는 군사분계선 이남 20㎞ 지점에서 15㎞ 지점으로 북상했으며, 2007년에는 군사분계선 이남 15㎞ 지점에서 10㎞ 지점까지 북상한 바 있다. 2025년이면 서울과 속초를 잇는 동서고속화철도가 건설을 마치고 접경지역을 횡단하는 역사적 운행을 시작한다. 인력 중심의 전방 군 배치가 기계화부대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은 오래전부터 논의되어 왔고, 저출산 현상으로 계획보다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군 주둔 지역에서의 민군관 협력은 이제 국방의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를 요구하고 기대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고령 인구의 증가 등 인구구조의 변화로 탈도시 현상이 점점 늘어날 전망이며, 생태환경에 대한 국민적 수요도 점점 커질 것이다. 군사지역과 낙후지역 그리고 국토의 막다른 장소로 멀게만 느껴졌던 접경지역이 일반 국민에게 가까운 장소로 다가오는 시기도 얼마 남지 않았다. 시대에 맞는 합리적 규제의 변화를 통한 접경지역의 발전을 기대해 본다.■ 김범수 강원연구원 통일북방연구센터장 ▲ 미 남가주대 도시계획학 박사 ▲ 접경지역 초광역개발계획 자문위원 ▲ DMZ연구센터장
  • [서울 신문고] “대기업 무주택 서민 3200명 가족 울린 사법 적폐 사건… 청산은 문재인 정부에 바라는 국민의 명령입니다”

    [서울 신문고] “대기업 무주택 서민 3200명 가족 울린 사법 적폐 사건… 청산은 문재인 정부에 바라는 국민의 명령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광화문 촛불민심의 결과로 탄생했습니다. 그때 주된 구호 중의 하나가 ‘적폐 청산’입니다. 적폐란 긴 세월 동안 쌓이고 쌓여온 폐단을 말하는 것 아닙니까. 한때의 잘못된 폐단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 오랫동안 잘못돼 온 폐단은 헌법에 명시된 국민주권을 지키지 않고, ‘권력횡포’로 국민 위에 군림해 온 겁니다. 그 결과 민주주의는 실종되고, 정의로운 사회는 요원해졌으며, 가진 자들의 전횡에 많은 국민이 절망과 좌절로 속수무책이었습니다. ‘갑질과 양극화’가 대표적이지 않습니까. 갑질을 일소하고 양극화를 해결하자면 ‘법치’를 바로 세워야 합니다. 적폐 가운데서 특히 ‘사법 적폐’를 뿌리 뽑아야 합니다.” 이는 문장식 ‘문재인 정부 사법 적폐 청산 1호 제안자’인 ㈜호삼건설 회장의 토홍(吐紅)이다. 문 회장은 지난 1991년 ㈜호삼건설의 대표로 ‘돈암·정릉재건축사업’을 추진했다. 문 회장에 따르면 그는 당시 현황측량, 안전진단, 설계, 고도제한 해제 및 각종 인허가는 물론 이주비 지급과 토지매입 등을 통해 세입자 1050세대와 재건축조합원 400여 세대 모두를 이주시킨 다음 철거까지 100% 완성했다. 순항할 것 같았던 그의 사업은 1995년 대기업이 개입되면서 사단이 나고 말았다. 1999년 11월 모함에 의한 사법 적폐로 실체적 진실은 은폐되고 왜곡돼 그는 7년 6개월을 복역하고서야 2007년 4월 30일 만기 출소했다. 그는 출소 후 수차례 억울함을 풀고자 검찰을 찾아 고소했지만, 그때마다 그에게 돌아온 것은 ‘증거불충분’이라는 이유와 ‘혐의없음’ 처분이었다. 그가 박근혜 정부 출범 2개월쯤인 2013년 4월 26일 국회 앞에서 ‘검찰 개혁 없이는 국민이 불행해지고 국가존립 자체가 흔들린다’는 유언장과 훈장증을 뿌리며 분신자살을 시도한 이유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는 ‘사법 적폐 청산’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되레 민간인 최순실 씨 등과 국정농단으로 ‘광화문 촛불집회’을 자초했다. 그러자 문 회장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상징으로 말 조형물을 제작해 타고 촛불집회에 참석, ‘적폐 청산’을 외쳤다. 촛불이 횃불이 되어 마침내 그가 염원한 ‘촛불 정권,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그가 문재인 정부에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사법 적폐 청산’이다. ‘사법 적폐 청산 없이는 국민주권 시대를 열 수 없다’고 말하는 문 회장. 그의 억울한 사연을 인터뷰했다. 편집자 주다음은 일문일답이다. →문재인 정부 사법 적폐 청산 제1호를 제안하셨는데요. 어떤 사건인가요. -검찰이 피해자와 가해자를 서로 바꿔치기 한 사건입니다. 검찰의 바꿔치기로 50억원 상당의 피해를 입힌 가해자는 무혐의처분으로 사건이 종결된 반면, 피해자는 검찰의 기소와 재판을 거쳐 7년 6개월 동안 억울하게 감옥 생활을 한 사건입니다. 그러니까 검사는 사건을 조작하고, 판사는 조작된 사건의 공소장을 100% 인용(사건 97고합1377)했습니다. 21세기에 찾아보기 어려운 사법 적폐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2개월쯤에 국회 앞에서 분신자살을 시도했습니다. 어떤 이유인가요. -내가 7년 6개월간 억울한 감옥 생활을 하고 출소해 나와 보니 재건축사업을 위해 약 400억원을 투자한 단지 7500평, 시가 750억원 상당 가치의 부동산은 모 대기업건설사가 가로채 간 상태였습니다. 기소권을 갖고 있는 검찰은 저와 무주택 서민 3200여 가족의 재산을 편취한 대기업에 대해 무혐의처분으로 면죄부를 주었습니다. 해서 나는 검찰에 수백억대 횡령 사건을 고발했는데도 검찰은 조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억울한 사정을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습니다. 내가 분신을 결행한 것은 부패한 검찰을 그대로 놔둔다면 박근혜 정부가 표방한 ‘희망의 새시대’고 뭐고 없고, 특히 대한민국의 장래가 암울하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검찰개혁 없이는 국민이 불행해지고 국가존립 자체가 흔들린다’는 유언장을 뿌리게 된 배경입니다. 그때가 2013년 4월 26일입니다. 막강한 적폐 앞에 훈장도 휴짓조각이었습니다.→분신하면서 유언장과 함께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서 받은 훈장과 표창이 복사된 종이 2장을 왜 함께 뿌렸나요. -나는 해병 일병이란 계급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서 전우 9명을 단독으로 구출한 공적을 인정받아 훈장과 포장을 받은 파월장병 출신이자 상이군인입니다. 이 한 몸 불살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사법개혁’을 이루길 간절히 당부드리고 싶었습니다. →지난 광화문 촛불집회에 말 조형물을 타고 참석해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내가 분신하면서까지 박 전 대통령에게 기대했던 ‘정의사회구현’은 민간인 최순실 등의 국정농단으로 짓밟혔습니다. 그래서 5차 촛불집회인 2016년 12월 3일부터 말 조형물을 타고 ‘박근혜 퇴진, 박근혜 하야’ 집회에 적극 참여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절대다수 국민의 촛불민심에 따라 결국 탄핵되었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광화문 1번가’로 국민의 정책제안을 수렴한다고 해서 지난 6월 초에 광화문에 횃불 들고 말 조형물을 타고 나가 ‘사법 적폐 청산 제1호 제안’을 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사건의 발단은 무엇인가요. -나는 1991년부터 시작된 서울시 성북구 돈암·정릉재건축사업의 설립인가를 주관한 ㈜호삼건설의 대표로서 재건축 반대 주민의 토지를 개인적으로 매입해 사업을 추진한 당사자입니다. 그러니까 나는 당시 개인 자금 약 100억원과 회사 자금 약 300억원 상당을 투자해 사업단지 내 9개 단위 참여조합과 정릉·돈암재건축조합을 연계시켜 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한 동업자의 지위입니다. 참여조합대표입니다. 이에 따라 나는 돈암·정릉재건축단지 전체 토지 356필지 1만 3000평 가운데 188필지 7500평을 매수와 양도받는 방법으로 확보한 다음 사업단지 내 토지를 제3자에게 매매하거나 관리처분할 수 없다는 조건을 붙여 명의신탁하는 등의 약정을 해 두었습니다. 이러한 절차를 거쳐 내가 시행사를 맡고, 우성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해 토목공사가 한창이던 1995년 대기업이 이 사업에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그때부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대기업과 7500평 관리인(안모 씨) 및 후임 돈암·정릉재건축 조합장(변모 씨)과 공모해 사업단지를 인수하고, 나의 제거에 나섰습니다. 그 결과 무주택서민 3200여 가족 재산 750억원을 편취했습니다. 또 나에게 ‘물 딱지를 팔았다’며 사기 분양범이란 누명을 뒤집어씌워 나는 7년 6개월간 감옥 생활을 해야만 했습니다. →대기업이 편취했다는 증거나 근거가 있습니까.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된 진경준 전 검사장이 넥슨코리아 회장 김정주로부터 4억원을 뇌물로 지원받아 주식을 매입한 후 일정 기간이 지난 다음 고가에 되파는 방법으로 120억여원의 시세차익을 편취한 사건과 유사한 형태입니다. 그러니까, 대기업은 단돈 1원 한 푼 투자하지 아니하고 재건축 조합원당 8000만원씩 걷어 300억원을 마련한 다음 7500평, 75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외상으로 가져간 뒤 1년 후 1247억원에 이르는 개발이익 중 일부를 편취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300억원은 대기업 자금이었다’는 대기업의 주장은 거짓입니다. 검찰이 재수사를 통해 이를 밝히면 헝클어진 실타래가 풀리듯이 사건 전체가 규명될 것입니다. 내가 교도소 있는 동안 조합 간부들이 대기업에 매수돼 사업부지를 대기업에 넘긴 사실, 대기업이 7500평을 손에 넣고 기존 재건축 사업부지까지 합쳐 설계변경을 한 뒤 재건축조합원 지분을 제외한 아파트 810세대와 상가 29채, 부풀린 건축비 약 350억원, 유치원 등을 분양해 1247억원의 이익을 남긴 사실을 검찰이 사실대로 조사하면 됩니다. →공소시효에는 문제가 없습니까. -그동안 검찰은 공소시효를 빙자하고, 또 증가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를 들어 ‘혐의없음’의 처분을 해 왔습니다. 하지만 2017년 8월 현재까지 공소시효는 계속 유효합니다. 특히 재건축조합 명의신탁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이 재건축조합장 개인 통장에 입금하자 지난 5월 4일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경우입니다. 재건축조합이 해산된 지 1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러 가지로 자금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공소시효는 염려할 것이 없습니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이 사실대로 수사를 하느냐 못하느냐의 여부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300억원의 출처와 사용내역, 대기업이 편취한 1247억원의 배분과 지출내역에 대해 검찰이 정의롭게 수사하느냐의 여부입니다. →무주택 영세서민 3200여 가족이 재산상 750억여원의 손해를 입는 피해를 보았다는 주장의 내용은 무엇인가요. -조합원 가운데는 7500평의 권리를 포기한다는 각서를 써 준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에게 돌아온 몫은 토지매입대금의 40~48%에 불과했습니다. 나아가 일부 조합원들은 조합이 임의 해산되면서 이마저도 받지 못했습니다. 억울한 사람들은 나뿐 만이 아닙니다. 오직 내 집 마련이 소원인 조합원들까지 피해를 당했습니다. 법치국가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까. 무주택 영세서민들의 피해보전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문재인 정부와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국민의 억울함은 국민의 눈물입니다. 억울함이 없어야 정의로운 민주주의 나라입니다. 국민은 눈물을 닦아주는 정치를 기대하며 문재인 정부를 출범시켰습니다. 국민의 뜻에 따라 문재인 정부가 ‘광화문 1번가’로 정책제안과 민원접수를 한 것은 잘 한 것입니다. 사법 적폐 청산은 그래서 문재인 정부에 바라는 국민의 명령입니다. 무주택 영세서민 3200명 가족의 억울함을 풀어주길 당부합니다. 서원호 객원기자 guil@seoul.co.kr
  • [함혜리 선임기자의 예술산책] 가을 바람 부는 제주… 예술의 섬, 성찰의 섬

    [함혜리 선임기자의 예술산책] 가을 바람 부는 제주… 예술의 섬, 성찰의 섬

    천혜의 자연을 자랑하는 섬 제주. 올가을, 제주를 찾아야 할 또 다른 이유가 생겼다. 제주시 전역에서 제주비엔날레 첫 행사가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예술 프로젝트라는 개념을 내걸고 열리는 제주비엔날레는 제주 사회의 현안인 ‘관광’이라는 주제를 15개국 70팀의 현대미술 작가들이 설치, 회화, 영상, 조각, 사진 등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보는 자리다. 오늘날 우리에게 관광이 어떤 의미인지, 제주 관광 개발의 방식이 옳은 것인지, 아픈 역사 위에 세워진 관광 자원이 과연 그렇게 낭만적일지, 제주가 삶의 터전인 사람들의 입장은 어떤지를 종합적으로 성찰해 본다.전시는 제주도립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제주시내 예술공간이아, 서귀포시 이중섭거리, 서귀포시 대정읍의 알뜨르비행장 등 다섯 권역에서 진행된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비극적 사건이 일어났던 곳을 관광 목적지로 삼는 ‘다크투어리즘’ 장소로 관심을 끌고 있는 서귀포시 대정읍의 알뜨르비행장이다. ‘알뜨르’란 제주 방언으로 아래뜰을 뜻한다. 이름만 들으면 어딘가 정겨운 느낌이 들지만 이곳에는 모슬포의 거센 바람보다 더 아픈 역사가 서려 있다. 일제는 중국 대륙의 난징 폭격을 위한 전진 기지로 1926년부터 10년 동안 알뜨르에 비행장을 건설했다. 패전의 기색이 역력하던 1944년 일제의 본토방어계획으로 자행된 가미카제 전투기를 감추기 위해 수십개의 격납고를 만들었다. 당시 총 38개의 격납고 중 20개가 아직까지 콘크리트 구조물로 이곳에 남아 있다. 알뜨르비행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섯알오름은 제주 4·3사건 때 수많은 양민이 학살된 곳이다. # 제주현대미술관·이중섭거리 등 다섯 권역서 진행 지역 주민들이 격납고 사이 농지에 마늘, 콩 등 농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한 덕분에 생명이 움트고 있는 알뜨르비행장에 예술가들은 역사와 장소에 대한 성찰을 담은 작업을 설치했다. 동학농민운동, 일제강점기, 4·3 사건 등 제주를 관통한 근현대사를 저마다의 상상력으로 풀어낸 10여점의 대형 설치 작품들이 검은 흙을 뚫고 생명이 자라고 있는 들판의 풍경과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늘 한 점이 없는 곳이라 감상 환경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지만 장소 자체가 주는 강렬함이 꽤 크다. ‘섯알오름 4·3’이라고 쓰인 빛바랜 입간판이 놓인 비행장 초입에는 대나무로 만들어진 거대한 소녀상이 머리에 새 한 마리을 얹고 서 있다. 쪼개진 대나무를 엮어서 만든 9m 높이의 대형 조형물은 최평곤 작가의 ‘파랑새’다. 대나무는 동학농민군이 사용했던 죽창에서 영감을 얻은 재료이지만 작가는 둥글고 긴 원통형으로 겸손한 자세를 취하며 알뜨르비행장의 풍경과 바람과 조우하며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 옆에는 37세로 요절한 작가 구본주의 역작 ‘갑오농민전쟁’이 설치돼 있다. 역사적 사건을 빌어 인체 조형의 솟구치는 힘을 저항의 에너지로 표현한 작품이 알뜨르비행장의 역사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감동을 준다. 바람에 흔들리는 황금색 천으로 만들어진 김해곤 작가의 대형 작품 ‘한 알’은 생명을 품은 밀 한 알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알뜨르비행장이 지닌 전쟁의 역사가 치유되고 새로운 한 알의 생명이 잉태되어 평화의 시작을 알린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드넓은 벌판에 고분처럼 봉곳하게 자리잡고 있는 격납고들에도 작품이 설치돼 있다. 강문석 작가의 ‘기억’은 날개가 부러진 채 출격할 수 없는 모습의 전투기를 형상화한 것이다. 그 옆의 격납고에는 2010년 박경훈과 공동작업으로 설치한 ‘제로센 전투기’가 녹슨 채 놓여 있다. 제로센 전투기는 1940년 도입된 일본 해군 항공대의 경량급 전투기로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이 가장 많이 사용한 기종이다. 이번 비엔날레 참여 작가 옥정호는 격납고 앞에 무지갯빛의 진지를 설치해 원래 감추려는 목적의 진지에 평화의 제스처를 담았다. 또 다른 격납고에선 입구에 철망 구조물을 세우고 철망 사이에 역사의 편린을 상징하는 제주의 자연석을 끼워 넣은 전종철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철망 구조물 속에는 꽃밭을 만들어 평화와 생명, 평화와 전쟁의 경계선을 관통하는 예술의 의미를 부각시켰다. 강태환 작가의 ‘숨을 쉬다’는 격납고 안에 비계를 설치하고 기하학적 형태로 거울과 이끼를 교차설치한 작품으로 인간과 자연이 서로의 일부가 되어 살아가는 모습을 이야기한다. 김지연 제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은 “전쟁의 상처가 남았던 알뜨르비행장이 농지로 이용되면서 조금씩 치유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면서 “초록의 생명으로 치유되는 풍경을 보여주도록 생태의 현장을 과하게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작품을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제주현대미술관에서는 전쟁, 학살, 개발독재, 신자유주의, 인간의 이기심 등으로 사라진 풍경이 여행의 새 주제로 주목받는 현실을 다룬 작품들이 선보인다. 제주라는 지역적 범위를 뛰어넘어 ‘관광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왜 관광을 할까’ ‘지속 가능한 관광이란 무엇일까’ 등 다양한 의문들을 고민한 결과물들이다.자개 작업을 하는 김유선 작가는 남측 유리 전면에 성에가 낀 듯 설치를 했다. 유리 조각과 자개 조각을 섞어 레진으로 작업한 작품은 원주민과 이방인이라는 두 개의 정체성으로 대변되는 제주의 모습을 표현하면서 ‘나는 누구인가’를 묻고 있다. 부모 모두 제주 출신인 김 작가는 “관광객과 이방인들이 많아지면서 예전과는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제주 원주민들은 그 때문에 자녀 교육 등에서 의외의 고충을 겪는다”며 “파편화되어 있지만 자개처럼 여전히 아름다운 제주를 그렸다”고 말했다. 정연두 작가는 인종 대학살의 비극을 겪은 르완다를 여행하며 찍은 동영상을 통해 아직 씻기지 않은 아픔의 모습을 바라보는 제3자(관광객)의 입장을 보여준다. ‘천 개의 고원’으로도 불리는 르완다는 전 세계에서 번개가 가장 많이 관측되는 곳이기도 한데 영상의 배경음으로 들리는 번개 소리는 마치 내전 당시의 총성처럼 들린다. 한국의 압축성장과 산업화로 인한 공동체의 해체를 주제로 작업하는 ‘무늬만 커뮤니티’는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로 살아가는 셰르파들과 제주를 여행하며 촬영한 영상을 출품했다. 히말라야 고산등반에서 안내인 역할을 하던 그들이 제주관광의 소감을 말하는 가운데 자신들의 새로운 삶과 희망에 대해 얘기한다. 스페인 작가 디오니시오 곤잘레스는 실제 존재하는 도시 건축물과 디지털로 재구성한 구조물을 한 프레임에 배치시킨다. 이탈리아 베니스, 베트남의 하롱베이를 다룬 작품들은 다양한 이유로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이 비현실적 공간에서 삶을 되찾을 수 있을지를 묻는다.# 본전시장 제주도립미술관 ‘투어리즘’ 명암 살펴 본전시장에 해당하는 제주도립미술관에는 전 지구적 이슈로서의 투어리즘을 다룬 작품들이 전시된다. 부정적 측면부터 긍정적 부분까지의 폭넓은 투어리즘의 스펙트럼을 살펴본다.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210여곳을 찾아다닌 홍진훤 작가의 ‘마지막 밤들’ 연작, 중국 만리장성을 따라 걷는 90일을 영상으로 풀어낸 마리아 아브라모비치·울라이 작가의 ‘더 그레잇 월 워크’ 등이 흥미롭다. 이원호 작가는 욕망의 대상이 된 제주에 대한 작업을 풀어낸다. 300만원을 들고 제주에서 땅을 찾아다니다 추자도에 자그마한 자투리땅을 구하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한 영상과 구입한 땅의 지적도가 작업의 결과물로 소개되고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건 현장을 기록해 온 사진작가 박진영은 제주에서 후쿠시마를 거쳐 필리핀, 말라가 해협까지 해경 소속의 배를 타고 2개월간 이동하면서 선실에서 찍은 바깥 풍경을 ‘움직이는 핵’이라는 제목의 연작 작업으로 보여준다. 박 작가는 “평범해 보이는 바다지만 후쿠시마에서 바다로 흘러들어온 방사성 오염수를 통해 재앙이 거리와 시간을 거스르며 여전히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제주시 원도심 ‘예술공간이아’에는 희생의 땅에서 이뤄진 관광 제주의 오늘을 뼈아프게 진단하는 작품들이 전시됐다. 김태균 작가의 설치작품 ‘위와 같이 아래에도’는 제주 관문인 제주국제공항 활주로 모형을 음각해 놓고 제주의 풍광을 담은 영상과 함께 제주 4·3사건을 겪은 이들의 증언을 소개한다. 4·3 당시 학살터이자 암매장 장소에 세워진 공항에서 제주 관광이 시작되는 아이러니에 얼얼해진다. 김범준 작가의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는 환상의 섬에서 접한 현실을 설치작업으로 표현한 것이다. 비엔날레를 주관하는 제주도립미술관 김준기 관장은 “제주는 관광의 성찰과 점검이 필요한 시점에 왔다”면서 “역사, 자연 등 유무형의 자원이 박제화하거나 사라지는 문제, 원주민·입도민 등 구성원 간 갈등 등을 예술 작품으로 접근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제주비엔날레는 12월 3일까지. 각 사이트 찾아가는 방법과 전시 해설을 담은 스마트폰 오디오가이드 서비스도 제공되고 있다. 글 사진 lotus@seoul.co.kr
  •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차밭, 벽화, 동굴… ‘풍경의 용광로’ 속으로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차밭, 벽화, 동굴… ‘풍경의 용광로’ 속으로

    흔히 말레이시아를 ‘용광로’(melting pot)라 표현합니다. 다양한 민족이 어울려 살아간다는 뜻이지요. 이에 견줘 이번 말레이시아 여정에서 만난 이포는 ‘풍경의 용광로’였습니다. 다양하면서도 압도적인 경관들이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용광로를 ‘멜팅 폿’(pot)이라 적지만 이번 경우엔 ‘멜팅 스폿’(spot)이라고 쓰렵니다. pot에 견줘 의외성에 더 많은 방점이 찍힌 표현이라니 말입니다. 말 그대로 난데없이 풍경이 찾아왔다는 표현이 적확하겠습니다. 좀더 정직하게 말할까요. ‘검색질하다 얻어걸린’ 경우랍니다. 여기에 셀랑고르 강변 반딧불이의 몽환적인 ‘빛의 쇼’와 팡코르섬의 낭만 등이 더해지니 그야말로 밤낮으로 쉴 틈이 없었습니다.이포는 미로 같은 곳이다. 알면 알수록 더 들여다보고 싶고, 여기저기 찾아다니다 결국 그 매력 속에 갇혀 버리고 만다. 지리적으로 이포는 페락주의 주도다.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북쪽으로 200㎞ 정도 떨어져 있다. 지형적으로 보면 딱 ‘뭍의 할롱베이’다. 석회암 성분의 산들이 베트남 할롱베이의 섬들처럼 봉긋봉긋 솟았다. 산들은 대부분 안쪽에 거대한 동굴을 품었다. 물에 잘 녹는 석회암 성분의 산이기 때문이다. 이는 이포가 가진 중요한 관광자원의 하나다. 문화적으로 보면 이포는 지금 ‘르네상스 중’이다. 그 바탕에 주석 광산과 영국 식민지의 기억이 있다. 쇠락한 공간들에 조금씩 문화의 옷을 입혔고, 조용하지만 선명하게 고도(古都) 재생에 성공하고 있다.이포는 말레이어로 은을 뜻한다. 이포가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한 건 1880년대다. 인근에서 거대한 주석 광산이 발견됐고, 노다지를 찾아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가장 붐을 이룬 건 1920년대다. 당시 이포로 이주한 이들은 대부분 중국인이었다. 현재도 주민의 70% 정도를 중국인이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1970년대 주석값이 붕괴되면서 이포 역시 급격히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한때 탄광도시로 번성했던 우리의 강원 태백과 비슷한 유전자를 가진 도시라 보면 틀림없겠다. 이포가 다시 서기 시작한 건 최근의 일이다. 옛 정취 가득한 영국 식민지 시대의 건축물과 석회암 언덕, 불교사원이 들어선 동굴 등을 관광자원으로 개발하면서 옛 영화를 되찾아 가고 있다. 이포는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 아니다. 무엇보다 위치가 어정쩡하다. 쿠알라룸푸르와 유명 관광지인 페낭, 랑카위 사이에 끼어 있다. 개별 여행자들조차 이포를 쿠알라룸푸르에서 페낭으로 가는 길에 있는 작은 정류장쯤으로 여겼다. 그러니 패키지여행 상품이 없는 것도 당연한 노릇이다. 이포 도심은 ‘올드 타운’이라 불린다. 1920년대 영국 식민지 시대에 세워진 영국풍의 건물들이 몰려 있다. 주석 광산이 활황이던 시절, 그러니까 우리 식으로 ‘동네 개들도 100파운드짜리 지폐를 물고 다녔을’ 시절에 들어선 건물들이다. 장식성 강한 집들은 그러나 점차 애물단지로 변했다. 시간은 그대로 건물 위에 쌓였고, 집은 화석처럼 변했다. 이제는 달라졌다. 낡은 건물마다 음식점, 상가 등이 빼곡히 찼다. 도시 재생사업에 불을 댕긴 건 벽화였다. 리투아니아 태생의 어네스트 자카레비치가 낡은 건물을 도화지 삼아 벽화를 그렸다. 이게 이포를 상징하는 가장 인상적인 풍경이 됐다. 작가가 그린 그림은 모두 8점이다. 현재는 7점이 남았다. 작품 하나하나마다 번호가 매겨져 있다. 등위를 뜻하는 건 아니지만 7번에서 시작해 1번까지 천천히 돌아보길 권한다.1번 작품, 그러니까 ‘커피 컵을 든 늙은 아저씨’ 벽화가 있는 건물 안에 ‘화이트 커피’ 1호점이 있다. 일반적으로는 ‘원조’ 대접을 받을 텐데, 이포에선 상황이 다르다. 관광안내소 직원이 주저 없이 ‘엄지 척’을 한 곳은 ‘남헝’이란 이름의 허름한 음식점이다. ‘원조’와 정확히 대각선 끝에 있다. 시원한 에어컨이 있는 1호점에 견줘 낡은 선풍기가 삐걱대며 돌아가는 집이다. 이쯤에서 이포의 명물 ‘화이트 커피’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화이트 커피는 빛깔이 하얗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 아니다. 커피의 유래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다. 가장 유력한 건 중국어 ‘흰 백’(白)자에서 왔다는 견해다. 이포 사람들은 커피를 보통 ‘코피 오’(Kopi-O)라 부른다. ‘오’를 ‘까마귀 오’(烏)자로 표기하는 것도 이채롭다. 아마 화이트 커피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신조어이지 싶다. ‘흰 백’자엔 희다는 뜻 외에 ‘없다’는 뜻도 있다. 보통 커피를 볶을 때 팜 오일과 마가린, 귀리 등을 섞는다고 한다. 한데 주석 광산의 중국인들은 귀리 등을 첨가하지 않고 볶았다. 여기에서 화이트 커피가 유래했다는 것이다. 그럼 맛은? 뭐 그저 그런 정도다. ‘설탕 두 스푼, 크림 두 스푼’의 전형적인 ‘다방 커피’에 가깝다. 다소 쓴 커피를 즐기는 한국인 입맛엔 외려 코피 오가 더 잘 맞을 듯하다. 다만 일반적인 커피 오는 설탕 커피를 뜻하니 현지에선 설탕을 빼 달라고 주문해야 한다. 옛 건축물을 찾아가는 여정도 재밌다. 현지에선 이를 ‘헤리티지 트레일’이라 부른다. 시간에 쫓기는 여행자들이 현지인처럼 여행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핵심적인 장소 정도는 빼놓지 않고 돌아보는 게 좋을 듯하다. 헤리티지 트레일의 출발지는 이포역이다. 이포역은 ‘이포의 타지마할’이라 불린다. 바로크와 네오 무어, 네오 사라센 등 여러 건축 양식이 혼재돼 있다. 1894년 첫 역사가 들어선 이후 1917년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다. 건물을 설계한 이는 아서 베니슨 허백이라는 영국인이다. 현역 육군 장교 시절에 말레이시아에서만 무려 25개의 건축물을 설계했다고 한다. 쿠알라룸푸르의 자멕 모스크 등 유명 건축물들이 죄다 그의 손을 거쳤다. 이포 시청과 법원 건물도 그의 작품이다.도시 외곽으로 나가면 수많은 석회암 동굴이 여행자를 맞는다. 딱 ‘뭍의 할롱베이’다. 봉긋봉긋 솟은 산마다 불교사원들이 들어찼다. 삼포통(三寶洞), 켁룩통(極洞) 등이 알려졌다. 칭신링(淸心嶺)처럼 당최 정체를 알 수 없는 ‘테마파크’도 있다. 도드라진 풍경은 없는데 ‘인증샷’은 잘 나온다. 참 희한한 곳이다.팡코르섬으로 간다. 낭만으로 리셋할 시간이다. 팡코르섬은 이포에서 인도양을 향해 100㎞ 정도 떨어져 있다. 흔히 ‘팡코르섬=팡코르 라웃 리조트’처럼 인식되지만 둘은 엄연히 다르다. 팡코르 라웃 리조트는 팡코르섬에 딸린 작은 섬이다. 섬 전체를 리조트로 개발했다. 팡코르섬은 리조트 섬보다 수십배 크다. 회교 사원과 구멍가게, 허름한 숙소 등 일반적인 섬의 풍모를 갖고 있다. 라무트 선착장에서 페리로 오갈 수 있다.이제 캐머런 하이랜드를 말할 차례다. 이포에서 가깝지만 행정구역상 파항주에 속한 고원 도시다. 우리의 강원 정선쯤 되겠다. 보통은 쿠알라룸푸르에서 접근한다. 한데 개별 여행자라면 이포에서 캐머런 하이랜드를 돌아본 뒤 쿠알라룸푸르로 복귀하는 삼각 동선으로 여정을 꾸려 보는 것도 좋겠다. 직선거리로는 이포와 캐머런 하이랜드 모두 쿠알라룸푸르에서 200㎞ 정도 떨어져 있다. 이포에서 캐머런 하이랜드까지는 대략 75㎞ 거리다. 캐머런 하이랜드 일대의 구글 지도를 열 때마다 늘 두 가지가 궁금했다. ‘말괄량이 삐삐’의 주근깨처럼 빼곡하게 박힌 호수들은 뭔지, 전기장판 열선처럼 구불구불한 길엔 또 무엇이 있을지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물소가 풀 뜯는 태곳적 호수 풍경은 없었다. 원색의 옷을 입은 고산족들이 반길 것 같았던 구절양장 길 역시 그저 차 엔진이 열 받을 만큼 버거운 산길에 불과했다. 뭐 그렇다고 아쉬울 것도 없다. ‘열 받는’ 풍경 위로 그야말로 선경이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캐머런 하이랜드는 영국의 탐험가 윌리엄 캐머런에서 이름을 따왔다. 역시 1885년 영국 식민지 시대에 개발됐다. 1930년대부터 차밭과 딸기 등 고랭지 채소 재배지, 골프 코스 등이 잇달아 들어서며 ‘영국인들이 이마의 땀을 닦을 피난처’가 됐다. 고도는 1300~1829m에 이른다. 연평균 기온은 약 18도. 밤엔 9도까지 내려가고 낮 기온은 25도 이상 오르지 않는다. 무더위와 싸워야 하는 말레이시아 사람들에게 그야말로 천국과도 같은 곳이다. 주변에 브린창 등 여러 배후 도시가 어지러이 들어선 것도 무더위에 지친 도시인들이 물밀듯 찾아들기 때문일 터다. 이 일대 풍경의 압권은 차밭이다. 키는 낮아도 둥치는 굵은 차나무들이 산자락 골골마다 들어찼다. 오토바이를 빌려 이 일대를 돌아보는 서구 청년들의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차밭 중턱의 ‘BOH tea center’에서 차를 맛볼 수 있다. 이포·브린창(말레이시아) angler@seoul.co.kr
  • 성남시·LH 가성남지역 도시재생사업 업무협약 체결

    성남시·LH 가성남지역 도시재생사업 업무협약 체결

    경기 성남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성남지역 도시재생사업을 함께 추진한다. 성남시는 13일 오전 10시 30분 시청 9층 상황실에서 이재명 시장, 박상우 LH 사장 등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남형 도시재생사업 수행을 위한 기본업무 협약’을 했다. 이번 협약은 시가 수정·중원 본 도심 주거환경개선 패러다임을 전면 철거 방식에서 주민 중심의 도시재생사업으로 전환함에 있어 LH와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맞춤형 재생사업을 발굴·시행함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사업 추진 땐 수정·중원지역이 1970년대 초 서울시 무허가 판자촌 철거민 이주단지로 조성되던 당시, 구릉지에 66㎡(20평) 규모로 쪼개 분양돼 노후 주택 밀집, 좁은 도로, 주차장 부족 등의 문제를 안고 있는 지역 특성을 고려한다. 이를 위해 양측은 이달 말 실무협의회를 구성해 협업 사업의 내용과 시기를 구체화할 계획이다. 우선 태평2·4동, 태평4-2, 단대논골 지역의 도시재생 활성화 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성남시는 청년층의 주거안정을 지원하는 행복주택 건립, 소규모 재건축인 가로주택정비사업, 비용을 최소화한 조립식 주택인 모듈러 주택 도입 등의 공공임대주택 확대 방안이 포함된 도심재생 안을 놓고 LH와 협의해 시범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이후 매년 사업목표를 정해 도시재생 사업 모델을 공동 발굴하고, 성남시 전역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정비 사업을 협력 시행한다. 성남시는 LH가 참여하는 사업과 관련해 각종 인·허가나 관계 기관 간 협의가 필요한 경우 행정적으로 업무를 지원한다. 원주민의 원활한 이주와 재정착을 유도하기 위한 순환용 주택건설이 필요한 경우 LH와 협의하며, 이주단지 조성에 적극 협력한다. 이번 협약은 성남시 도시재생사업 전반에 성공적인 추진이 마무리될 때까지 유지될 전망이다. 성남시는 LH와 협력체계를 이뤄 도시재생 뉴딜정책 동력을 확보하고, LH는 도시기반 사업 추진 여건이 풍부한 성남지역에서 정비사업의 새로운 모델을 찾게 될 전망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LH는 성남 신도시 조성뿐만 아니라 지역 기여도로 볼 때 성남 역사의 일부분”이라면서 “앞으로 성남시가 해야 할 도심재생사업과 외곽지역개발사업 관련해서도 그동안 쌓은 노하우와 역량을 가지고 성남시에 크게 기여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문화특별시’ 부천을 빛낸 영광의 5명 얼굴들

    ‘문화특별시’ 부천을 빛낸 영광의 5명 얼굴들

    경기 부천시는 향토문화 창달과 지역사회 발전에 공로가 큰 문화상 수상자 5명을 최종 선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문화상 주인공은 문화부문 곽홍찬(61)씨, 예술부문 고경숙(56)씨, 지역사회 발전(봉사)부문 구점자(59)씨, 체육부문 박봉엽(60)씨, 산업기술부문 이영식(70)씨 등 모두 5개 부문 5명이다. 곽홍찬씨는 경기도무형문화재 조각장 보유자로 14년간 조각장 보유자로서 꾸준히 활동하는 등 부천의 전통문화를 활성화한 공로다. 현재 부천예총 부회장인 고경숙씨는 매년 복사골예술제 기획에 참여해 왔다. 수주문학상과 부천신인문학상, 펄벅문학상 등 부천 문학발전에 앞장서 왔다. 뿐만 아니라 유네스코 창의도시 추진을 위해 한국문인협회와 MOU 체결에 매진해 시민문학의 저변 확대에 힘썼다. 구점자씨는 무료급식소와 재가나들이, 김장담그기 등 13년동안 성실히 봉사활동을 펼쳐 왔다. 또 현재 시 자유총연맹 여성회장을 비롯해 오정동 주민자치위원, 복지협의체 위원, 원종종합사회복지관 운영위원장을 역임하며 주민 복지향상에 기여했다. 부천시 체육회 이사로 활동 중인 박봉엽씨는 사명감과 책임감이 매우 투철하다. 특히 부천시자전거연맹 고문으로, 자전거 인구의 저변확대에 힘써 지역체육분야를 크게 발전시켰다. 산업기술부문 이영식씨는 모터 전문 생산업체인 GGM회사를 설립했다. 현재 부천상공회의소 부회장이다. 지난 39년간 투철한 기업가 정신으로 고품질 제품을 개발해 45개국에 수출하는 등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주형 부천시 문화예술과장은 “무화상은 현재의 문화도시 부천을 만드는 데 크게 공헌하신 분들에게 드리는 명예로운 상”이라며 “앞으로도 이번 수상자들과 지속적으로 협력해 부천 문화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화상 시상식은 오는 10월 14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시민의 날 기념행사에서 진행된다. 올해까지 모두 114명이 문화상 수상 영예를 안았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김광수 서울시의원, 뉴타운 상계3구역 해산추진委서 감사패

    김광수 서울시의원, 뉴타운 상계3구역 해산추진委서 감사패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광수(노원5) 국민의당 대표의원은 지난 3일 지역주민이 함께한 자리에서 뉴타운 상계3구역 해산추진위원회로 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서울시는 2005년 8월에 상계동을 지역균형발전사업을 통해 낙후 지역의 도시환경을 강남수준 이상으로 개발해 강남에 집중되는 주택 수요를 상당부분 흡수해 나가겠다는 의지로 3차 뉴타운 사업지로 발표했다. 그리고 이듬해 2006년 10월에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하여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상계3,4동 뉴타운사업지에는 1970년대 청계천 도심재개발사업으로 조성된 무허가 집단 이주촌으로 합동마을, 양지마을, 희망촌이 있어 개발계획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는 컷다. 개발계획에 의해 상계뉴타운은 6개 지역으로 나누어 사업이 진행되었으나 어려움이 가중되었고 결국 사업성이 약한 상계 3구역은 조합설립을 중단했다. 2014년 5월에 노원구는 서울시에 정비구역해제를 요청했고 서울시는 2014년 7월에 구역해제 고시를 했다. 이로 인해 3구역은 2014년 7월 서울시에 그동안 사용비용(매몰비용) 보조금 10억6천3백만원 을 신청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추진위원회 총회에서 결의가 없이 지출되었다는 이유로 신청서는 반려됐다. 한편 추진위원장은 3구역 추진위원회가 취소되면서 채권자들로부터 가압류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됐다. 김광수 의원은 총회의 결의가 없어 매몰비용을 한 푼도 못 받게 된 처지를 알고 주변의 전문가 자문을 받아 조례 변경 절차를 추진했으며, 2015년 10월 조례의 개정으로 총회를 거치지 않고 ‘법원의 판결, 결정으로 인하여 주민총회를 개최하지 못한 경우’도 매몰비용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조례 개정 후 해산추진위가 제출한 매몰비용을 노원구청이 검증한 결과 3억6천만으로 결정이 되어 이를 서울시에 요청하여 최종적으로 서울시는 2016년 1월에 2억5천700만원을 결정 통보했다. 그러나 지역주민 M씨가 ‘조합설립추진위원회승인취소 무효 확인’ 소송을 노원구청을 상대로 제기해 매몰비용을 지급하지 못하고 대법원 판결까지 가는 상황이 진행되었으나 결국 원고 패소가 확정이 되어 노원구청은 지난 7월 28일 매몰비용을 지급했다. 이에 3구역 해산추진위원회는 절차에 의해 차용금, 인건비, 식대, 사무실임대료, 선관위인권비 등으로 한정해 30여명에게 2억7천500만원을 지급했다. 결국 한 푼도 받지 못할 상황이었는데, 김 의원의 노력과 서울시의 협조로 30여명에게 경제적인 어려움을 덜게 하였으며, 해산추진위원들은 김 의원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게 됐다. 김 의원은 감사패를 받으며 “어려움은 언제나 뜻하지 않게 찾아오지만, 미력한 힘을 보태 이렇게 도움을 드릴 수 있게 되어 기쁘다. 당연히 할 도리를 했는데 이렇게 감사패까지 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라고 하며 “앞으로 우리 지역사회를 위해 더욱 노력하는 밥값하는 시의원이 되겠다”고 하며 주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동연 “보유세 인상 검토 안 해”

    김동연 “보유세 인상 검토 안 해”

    “증가율 한 자릿수로 낮출 것”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부동산 투기 억제 대책으로 보유세를 인상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이날 취임 100일을 맞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여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보유세 인상 주장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어 “지금의 부동산 대책은 과열이 있는 일부 지역에 맞춘 것”이라면서 “그러나 보유세는 전국적으로 적용되는 문제이고 (매매에 따른) 실현 이익이 아닌 보유한 부동산에 대한 과세여서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부총리는 또 “일부 정치권에서 보유세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이해는 되지만 대통령도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보유세 인상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씀하셨다”며 “보유세와 거래세 인상은 바람직한 조세정책 방향 차원에서 복합적으로 검토하면서 국민 공감대를 거쳐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기재부는 하반기에 구성될 조세·재정개혁 특별위원회에서 증세 여부를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이 금융시장에 넘치는 자금, 즉 ‘과잉 유동성’이라는 지적과 관련해 그는 “집값 상승 문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면서 “과잉 유동성을 부동산 문제의 원인으로 보려면 에비던스(근거)를 좀더 살펴봐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다만 김 부총리는 집값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가계부채 대책을 다음달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가계부채 대책의 방향에 대해 “한꺼번에 부채를 줄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두 자릿수 이상이었던 가계부채 증가율을 한 자릿수로 떨어뜨리고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 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최종구 금융위원장,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참석하는 경제현안점검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대책을 논의한다. 김 부총리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기 추가 배치로 주민 갈등이 첨예한 경북 성주와 김천 지역에 대한 재정 지원 여부와 관련해선 “전향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밤섬 실향민의 추석맞이 고향 방문

    평소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 한강 밤섬이 추석을 앞두고 실향민맞이 행사를 위해 개방된다. 서울 마포구는 오는 16일 한강공원 망원지구 선착장에서 바지선을 타고 밤섬으로 들어가는 행사를 연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행사에는 과거 밤섬에 거주하던 주민 50여명 등 150명이 참석한다. 개회식에 이어 분향명촉, 초헌, 아헌, 종헌 등의 순으로 귀향 제례를 올릴 예정이다. 밤섬 옛 사진 전시회도 열린다. 밤섬은 한강 하류의 유일한 철새도래지로 지금은 일반인 출입이 통제된 자연생태보전지역이지만 한때 사람이 거주하는 마을이었다. 1968년 2월 10일 한강 개발과 여의도 건설을 위해 밤섬을 폭파하면서 당시 거주 중이던 62가구, 443명이 창천동에 있는 와우산 기슭으로 이주했다. 폭파로 5만 8000㎡ 규모의 밤섬 대부분이 없어지고 일부만 남았다. 이후 한강 상류 퇴적물이 쌓이며 지금의 24만 1000㎡ 규모 밤섬이 형성됐다. 버드나무, 갯버들과 흰뺨검둥오리, 알락할미새, 중대백로 등 다양한 새가 서식하고 있다. 2012년 람사르습지로 지정됐다. 500년 전 조선의 한양 천도로 배를 만드는 기술자들이 밤섬에 처음 정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1940년 밤섬에서 태어나 1968년까지 거주한 유덕문 밤섬보존회장은 “밤섬 거주 당시에는 한강 물을 먹고,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호롱불로 생활했다”며 “한여름에는 넓은 백사장에서 놀고 추운 겨울이면 한강이 얼어 배가 다닐 수 없게 돼 섬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씨줄날줄] 미얀마의 인종청소/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미얀마의 인종청소/최광숙 논설위원

    이스라엘 역사학자들은 이스라엘 건국에 대해 “비어 있는 땅에 정착해 사막에 꽃을 피웠다”고 했다. 하지만 유대인의 지식인 일란 페페는 저서 ‘팔레스타인 비극사’에서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당시 ‘인종청소’ 계획인 ‘플랜 달렛’을 통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내쫓기 위해 군대를 동원해 주민을 살해하고, 여성들을 겁탈했다고 했다. 그 결과 팔레스타인들의 86%가 난민이 됐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땅의 78%를 차지했다. 나치의 인종청소 피해자 유대인이 가해자가 된 것이다.일본이 아시아에서 자행한 전쟁범죄, 유고슬라비아 전쟁, 코소보 전쟁에서 자행된 만행들도 인종청소에 속한다. 민족, 종교, 언어 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한 민족이 다른 민족에게 가한 학살, 방화, 강간 등의 만행은 수십만명의 목숨을 앗아 가고 수십만명의 난민을 양산하는 참혹한 비극을 초래했다. 최근 미얀마에서도 인종청소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25일 미얀마 라카인주에서 무슬림 소수민족 로힝야족 반군과 미얀마 정부군 간 유혈 충돌이 벌어졌다. 유엔난민기구는 정부군과 반군의 교전 등으로 로힝야족 난민 29만명이 방글라데시로 탈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로힝야족 반군의 경찰관 9명 살해로 촉발된 이들 간의 교전은 이제 정부군의 로힝야족 소탕작전으로 인종청소 의혹에 불을 지핀 상태다. 무슬림 국가인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까지 나서 “로힝야족이 인종청소를 당하고 있다”고 나설 정도다. 하지만 미얀마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겸 외무장관은 최근 로힝야족에 대한 인권 탄압 사태에 관해 오랜 침묵을 깨고 “정부의 로힝야족 학살 방치는 사실이 아니다” 고 반박했다. 미얀마의 주류 세력인 불교도 버마족(68%)이 아닌 소수민족들은 오랫동안 차별과 학대를 받아 왔다. 그 배경에는 영국 식민지 시절 영국이 버마족을 천대하고 소수민족들을 우대한 데 대한 반감이 깔려 있다. 불교도와의 반목으로 방글라데시로 쫓겨났던 무슬림 로힝야족을 미얀마로 다시 이주시킨 것도 영국이다. 버마족들이 근본적으로 로힝야족을 미얀마인으로 보지 않는 이유다. 수치 고문이 소수민족 차별 정책에 눈감고 있는 것은 자신이 이끄는 민주민족동맹의 지지층이 버마족이기 때문이다. 그는 로힝야족이 무슬림 국가들의 도움으로 힘을 키우고 있다고 경계한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그의 행보에 대해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민주화운동 투사와 정권 실세 간의 간극이 커 보이는 수치다.
  • [커버스토리] 그 길에서 나를 찾다

    [커버스토리] 그 길에서 나를 찾다

    가을이다. 걷기 좋은 계절, 놀멍 쉬멍 걸으멍 고치(놀면서 쉬면서 걸으면서 같이) 가는 제주 올레길이 손짓한다. 올해 10살이 된 제주 올레길은 도보여행 바람을 일으키며 전국 곳곳에 수많은 올레길을 탄생시켰다. 도시의 가파른 속도에 지친 사람들은 간세다리(게으름뱅이)가 돼 꼬닥꼬닥(천천히) 올레길을 걸으며 일상의 지친 마음을 달랬다. 제주올레 10년이 바꿔 놓은 세상을 들여다봤다.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2007년 9월부터 지난 10년 동안 걸어서 여행하는 길 26개 코스를 제주 땅 위에 냈다. 길이만 해도 425㎞에 이른다. 그동안 800여 만명의 올레꾼들이 찾았다. 제주올레가 일으킨 도보여행 열풍은 거셌다. 도보여행 통합사이트(www.koreatrails.or.kr)에 등록된 올레길만 1539곳에 이른다.올레길이 생기자 사람들은 하나 둘 차를 버리기 시작했다. 배낭 하나 달랑 메고 두 발로 걷는 도보여행이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제주 올레길은 이름난 관광지가 아닌 제주의 속살을 그대로 보여준다. 오름과 바다, 아름다운 원시 자연과 내세울 것 없는 소박한 마을들, 물질하는 해녀들, 감귤 따는 농부들, 제주의 일상을 가만히 보여준다. 바쁠 것 없는 슬로 제주 풍경에 올레꾼들은 빠져들었다. 차이나머니의 화려한 리조트가 아닌 안티 콘크리트 제주의 진짜 가치를 제주올레가 재발견했다. 혼자여서 더 좋은 올레길, 아무런 간섭과 눈치 볼 것 없이 나 홀로 터벅터벅 걷는 게 올레길 여행의 매력이다. 오직 나만을 위한 여행, 제주 올레길에는 혼행족(혼자 여행하는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나 홀로 도보여행은 자신의 내면과 대화하는 여행. 올레길이 생긴 후 혼밥, 혼술에 이어 혼행이 크게 늘었다. 혼행 올레꾼은 호텔과 펜션이 전부였던 제주에 수많은 게스트하우스를 탄생시켰다. 이 바람은 전국으로 퍼졌고 도보여행, 혼행족, 게스트하우스라는 새로운 여행문화를 창출했다.●1600여명, 26개 올레길 전 코스 여행 반나절이라도 시간이 있다면 떠날 수 있는 게 올레길 여행이다. 동행자를 구할 것도 호텔과 렌터카를 예약할 필요가 없다. 올레길 주변 값싼 게스트하우스에 하룻밤을 의지하면 된다. 도보여행은 거창한 계획도 많은 돈도 필요 없는 저비용 여행. 2013년 제주 땅에 26개 올레길이 모두 들어선 이후 1606명이 올레길 전 코스를 여행했다. 언제든지 부담 없이 혼자서라도 떠날 수 있는 도보여행, 제주 올레는 일상과 여행의 경계를 허물었다. 제주 올레길에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입대를 앞둔 아들과 아버지, 암 선고를 받은 가장을 둔 가족들, 취업에 실패한 청년, 첫 사랑에 실패한 청춘 등. 일진을 아들로 둔 아버지는 올레길을 걸으며 난생처음 자식과 속 깊은 대화를 나눴다. 제주 올레가 10주년을 맞아 공모한 올레이야기에는 다양한 사연이 넘쳐난다. 이들은 한결같이 ‘올레길이 내게, 우리에게 말했다. 수고했다. 모든 게 잘될 거야’라고. 올레길에서 상처 난 마음을 치유했고 서로 소통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2년 첫 도전에 실패한 뒤 제주 올레길을 걸으며 마음을 달랬다. 2015년 민주당 분당 사태가 터지자 다시 제주 올레길을 찾았다. 혼행족들은 더러 눈이 맞아 부부의 인연을 맺기도 했다. 마법 같은 올레길은 수많은 사람의 상처를 보듬었고 다시 용기를 일상으로 돌아갔다. ●2010년부터 작년까지 5만 6000명 제주로 이주 제주 이주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2010년부터다. 입소문을 타고 제주 올레길 여행이 막 인기를 끌기 시작한 시기와 궤를 같이한다. 올레길 걸으면서 빨리빨리 속도전을 벌여야 하는 도시의 일상과 사뭇 다른 제주의 일상에 반했다. 나도 이런 곳에 살고 싶다며 다운시프트 이주족이 늘기 시작했다. 다운시프트는 자동차 기어를 고속에서 저속으로 낮춘다는 뜻이다. 돈벌이와 성공에 쫓기는 도시 일상을 거부하고, 넉넉하진 않지만 자연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삶을 살아 보겠다는 이주민들이 몰려들었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5만 6000명이 제주 이민을 감행했다. 제주의 농촌 마을도 젊은이들은 모두 떠나고 노인뿐이였다. 하지만 올레길이 농촌 마을을 지나면서 올레꾼들이 생기를 불어 넣었다. 손님이 없어 닫았던 동네 상점은 다시 열었고 할머니가 혼자 살던 시골집은 할망민박으로 변신, 골목 경제가 다시 깨어났다. 손님 걱정하던 재래시장인 서귀포 매일 올레시장은 2007년 10월 제주올레 6코스에 편입된 뒤 해마다 매출이 30%씩 늘어났고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재래시장이 됐다. 신한은행 빅데이터 센터와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분석한 결과 주요 올레길이 지나가는 구좌읍, 성산읍, 서귀동, 안덕면, 애월읍 등지에서 관광객 카드 이용이 해마다 늘어나 ‘올레노믹스’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올레 6코스’ 서귀포 매일 올레시장, 매출 매년 30% 증가 돌하르방이 전부였던 제주에 올레는 간세(게으름)라는 새로운 디자인을 입혔다. 제주 조랑말을 형상화해 한 땀 한 땀 손으로 만든 간세인형은 최고의 제주 기념품이자 상징 디자인이 됐다. 제주 올레길 인기가 치솟자 일본은 2012년 제주올레에 도움을 요청했고 규수지역에 올레길을 수출했다. 규수 올레는 현재 19개 코스 220.1㎞가 개장됐다. 규슈 올레는 제주올레의 표지인 간세와 화살표, 리본을 그대로 사용한다. 규수 관광추진기구는 매년 제주올레에 자문비와 로열티 등을 낸다. 제주올레는 지난 6월 몽골에도 2개 코스의 몽골 올레길을 만들었다. 가을에 열리는 제주올레 걷기 축제는 울타리가 없는 축제이지만 유료 축제다. 해마다 3000여명이 기꺼이 2만원의 참가비를 내고 찾는다. 일본 등 외국인 참가자도 10%에 달한다. 참가비를 내지 않더라도 눈치 보지 않고 축제를 즐길 수 있다. 올레길을 번갈아 가며 열리는 올레축제는 트레킹과 수준 높은 전시·공연, 올레길에 사는 주민들이 정성껏 내놓은 토속 먹거리 등이 어우러져 힐링을 선사한다. 올레꾼들은 ‘내가 바로 축제의 주인공’이라며 즐긴다. 세금을 쏟아붓고도 사람들을 동원해야 하는 수많은 전시성 축제와는 다른 새로운 축제 모델을 만들었다. 올해 축제는 11월 3~4일 제주올레 3, 4코스에서 열린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현장 행정] 연령별 계층별 ‘알아야 누린다’ 별별 복지 체험

    [현장 행정] 연령별 계층별 ‘알아야 누린다’ 별별 복지 체험

    7일 오후 1시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백화점 건대스타시티점 앞 광장은 여느 때와 달랐다. 젊은이의 거리로 통하는 이곳에 청년뿐 아니라 어린이, 청소년, 가정주부, 노인까지 2000여명의 시민이 몰렸다. 제18회 사회복지의 날을 맞아 ‘다 함께 잘사는 행복한 광진’을 주제로 열린 ‘사회복지박람회’를 찾은 사람들이다.광장에 마련된 무대에서는 난타, 인디밴드 공연단 별꽃필의 버스킹, 청소년 댄스 등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연이 펼쳐졌다. 말 그대로 남녀노소가 한데 어우러진 축제였다. 김기동 광진구청장도 참석했다. 사회복지에 대한 지역민들의 이해 폭을 넓히고, 복지기관 종사자들의 노고를 격려하고 자부심을 높이기 위해서다. 김 구청장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복지 제도와 서비스를 일반 시민들이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며 “이번 박람회가 우리 구의 복지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복지 증진이나 저소득층에 대한 봉사에 기여한 공무원과 복지기관 종사자에게 사회복지유공자 표창도 수여했다. 광장에는 영유아, 청소년, 여성, 노인, 장애인 등 전 계층의 복지를 아우르는 사회복지 체험 부스 22개가 꾸려졌다. 각 부스에서는 종이와 클레이로 모형 만들기, 여성취업상담, 치매예방테스트, 청소년 관련 퀴즈, 수어 배우기, 성인 우울증 검사, 핸드드립커피 만들기 등 연령별·대상별 맞춤형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건국대에 재학 중인 이주민(21)씨는 “연령별 사회복지 서비스가 이렇게 많은 줄 처음 알았다”며 “청년 대상 복지 서비스를 한눈에 볼 수 있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박진석(52·자양동)씨는 “박람회를 통해 구에서 지역민들을 위해 어떤 복지정책을 펼치고 있는지 알게 됐다”며 “광진구의 복지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구축돼 있어 안심이 된다”고 밝혔다. 광진구에는 사회보장급여가 필요한 지원 대상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관 협의 기구인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있다. 15개 전 동에 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조직돼 복지 사각지대 소외계층을 발굴, 지원하고 있다. 동마다 뿌리내린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를 통해서도 소외되는 이웃이 없도록 살피고 있다. 김 구청장은 “복지가 제대로 구축되면 지역 내 소외되거나 어려운 이웃들이 있을 수 없다”며 “365일 작은 일부터 큰일까지 지역사회 복지를 위해 봉사해 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우리 구가 구민 모두가 행복한 도시로 도약한 것 같다. 정말 흐뭇하고 구민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주찬식 서울시의원 “풍납토성 성곽주변 공공주택 제한에 주민 반발”

    주찬식 서울시의원 “풍납토성 성곽주변 공공주택 제한에 주민 반발”

    지난 4일 서울시가 주택조합사업 피해 방지 차원에서 발표한 지구단위계획 제도개선에 ‘성곽주변은 지역주택조합 등 민영주택사업을 위한 지구단위계획 수립에서 제외한다’는 입지기준을 신설함에 따라, 풍납토성과 같은 성곽주변에 대한 공동주택 신축이 제한받게 되자 주찬식 의원과 주민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시의회 주찬식 의원(자유한국당, 송파1)에 따르면 금번 서울시 제도개선 중 성곽주변에 대해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제한하도록 한 것은 성곽이라는 문화재로 인해 재산권을 제약받고 있는 상처입은 주민들에게 소금을 뿌리는 겪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송파구 풍납토성 주변의 경우 이번 서울시 개선책 발표로 공동주택 신축이 원천 봉쇄되어 주민들의 재산상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라면서 서울시가 풍납토성 주민들의 고통을 진정 이해한다면 서울시는 당장 이번 제도개선에서 풍납토성만큼은 풀어줘야 한다고 서울시를 압박했다. 주 의원은 “문화재 주변은 「문화재보호법」 제13조와 이에 따른 「서울시 문화재 보호 조례」 제19조에서 정한 앙각규정(높이제한)만 충족하면 얼마든지 건축행위가 보장되어 문화재보호와 시민들의 재산권 보호가 동시에 만족토록 하고 있음에도 서울시가 발표한 제도개선은 그야말로 현행법규를 벗어난 초법적 발상”이라며, “그렇지 않아도 주민들의 이주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채 진행 중인 풍납토성 복원ㆍ정비사업으로 주민들의 재산상 피해가 이루 말할 수 없는데 또 다시 이러한 개악을 통해 주민들을 두 번 죽이는 서울시는 과연 누구를 위한 서울시냐”고 따져 물었다. 마지막으로 주 의원은 서울시 정책으로 인해 정신적ㆍ경제적 고통을 받고 있는 지역이 있다면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할지라도 획일적 제도 적용은 배제되어야 한다면서 지역적인 특성과 상황을 고려하여 이번 서울시의 지구단위계획 제도개선을 조속히 수정해 줄 것을 촉구했다. 서울시가 지난 4일 발표한 지구단위계획 제도개선안은 용도지역 상향을 전제로 한 사업자 중심의 사업계획 추진으로 지역과의 단절, 도시경관 부조화 등에서 오는 부작용과 저층 주거지에 획일적인 공동주택화 방지, 그리고 양호한 저층주택지 보전이라는 목표를 두고 있는데, 이 중 도시경관 조화를 위해 “성과주변·구릉지 연접부·정비구역 해제지역은 지역주택조합 등 민영주택사업을 위한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제외”하는 입지기준을 신설하여 논란이 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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