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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인사이트] ‘슈퍼 코끼리’ G2처럼 파워 과시…태평양까지 넘본다

    [글로벌 인사이트] ‘슈퍼 코끼리’ G2처럼 파워 과시…태평양까지 넘본다

    지난달 7일 태평양의 미국령 괌 앞바다에 인도 해군 동부 함대 소속 함정 3척이 출현했다. 인도 해군의 주력 다목적 스텔스 호위함 ‘사햐드리’(6200t급)와 군수지원함 ‘샤크티’(2만 7000t급), 대잠함 ‘카모르타’(3500t급) 등은 이날부터 16일까지 미 해군 및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들과 ‘말라바르’ 연합 해상 훈련을 실시해 가상의 중국 잠수함을 탐지·추적하는 작전을 펼쳤다. 비상이 걸린 중국은 같은 기간 2900여㎞나 떨어진 괌 주변에 해군 정보수집함을 파견해 이들 군함에서 방출하는 통신 신호를 수집·분석하는 대응 작전을 실시했다.말라바르 훈련은 1992년부터 미국과 인도 해군의 연례적 연합 훈련으로 시작됐지만 2015년 일본 해상자위대가 참가하면서 미국·인도·일본 3국 훈련으로 바뀌었다. 이 훈련은 태평양 일본 연해와 인도양에서 번갈아 진행됐지만 괌에서 실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3국이 괌에서 합동 훈련을 실시한 가장 큰 이유는 인근 남중국해·동중국해 등에서 주변국을 위협하는 중국을 견제한다는 공동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2017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계기로 아시아·태평양이라는 지역 개념을 인도·태평양으로 확대했다. 이른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을 연결해 중국을 포위하는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으며 인도는 이 전략의 서쪽 축이 되는 셈이다.●인도, 中과 미확정 국경 놓고 대립 특히 인도와 중국은 3500여㎞에 이르는 미확정 국경을 사이에 두고 끊임없이 대립해 왔다. 중국은 파키스탄의 과다르항, 스리랑카의 콜롬보·함반토타항, 방글라데시의 치타공항, 미얀마의 차우퓨·시트웨항 등의 개발을 위해 직접 투자하고 있다. 중국은 해상 수송로를 강화하려는 상업 경제적 목적이라고 주장하나 인도는 앞마당으로 여기는 인도양에서 중국이 거점을 마련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13억 인구에 국내총생산(GDP) 세계 7위의 인도는 미국이 의도한 대로 단순히 중국을 견제한다는 목표만으로 인도·태평양 전략에 참여한 것이 아니다. 2014년부터 집권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액트 이스트’로 명명한 ‘신동방 정책’을 기치로 내걸고 동남아와 태평양 국가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 왔다. 이는 궁극적으로 인도양뿐 아니라 태평양에서도 미·중과 어깨를 나란히 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과 같은 ‘글로벌 파워’로 부상하기 위해서다. 미국 외교 전문 매체 더디플로맷은 지난달 13일 “인도가 태평양에서 전략적 팽창 정책을 펼치고 있다”면서 “인도의 관심은 인도양 연안을 넘어 남태평양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냉전 시절 비동맹 노선을 견지하던 인도에게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그동안 관심 대상이 아니었지만 탈냉전기를 맞아 경제 개혁을 추진하면서 아세안(ASEAN) 국가들을 비롯한 동남아 지역이 매력적 시장으로 다가왔다. 인도는 1994년에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1997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 가입을 신청했지만 지역 안보와 경제에 기여한 것이 없다며 가입을 거절당하는 망신을 당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인도가 매년 6~10%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면서 아·태 지역 국가들의 인도에 대한 인식은 달라졌다. 특히 중국에 대한 두려움이 가시화되면서 상대적으로 평화 지향적 이미지를 내세운 인도를 끌어들이면 동남아에서 중국과의 세력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우호적 인식이 확대됐다. 인도는 지난 2월에는 인도 최동북단 마니푸르주와 미얀마, 태국을 잇는 1400㎞ 길이의 고속도로 건설에 2억 5600만 달러(약 2866억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이 추진 중인 육·해상 실크로드 ‘일대일로’(日帶一路)에 대항해 이들 국가와 적극 협력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모디 총리는 “인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네팔, 부탄, 방글라데시, 미얀마 등에 건설하는 도로와 철도를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 등까지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태평양에 상주 해군 기지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인도는 우선 태평양으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인도네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고있다. 모디 총리는 지난 5월 30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인도·인도네시아 해양 협력에 관한 공동 비전’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인도네시아는 말라카해협 부근의 사방섬을 인도가 사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인도는 이 섬을 태평양으로 향하는 인도 해군의 보급 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더디플로맷이 전했다. 인도는 2002년부터 남태평양 섬나라 14개국의 지역 협력 기구인 태평양도서국포럼(PIF)에 ‘대화 상대국’ 자격으로 꾸준히 참석하고 있으며 피지, 솔로몬제도, 통가 등 PIF 회원국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PIF 회원국들은 2015년 유엔에서 인도가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는 것을 지지한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모디 총리는 2014년 11월에는 이들 태평양 도서 국가들을 피지에 초청해 인도·태평양도서국협력포럼(FIPIC)을 결성하기도 했다. 인도에서 1만 1000㎞ 떨어져 있는 남태평양의 피지는 옛 종주국이던 영국의 인도인 이주 정책으로 주민의 40%가 인도계다. 인도는 2014년 피지에 7500만 달러 규모의 차관을 제공했고 지난해 5월에는 피지와 상호방위조약을 맺어 인도군이 피지군의 해군 시설 개선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는 궁극적으로 인도 해군이 피지를 영구 주둔할 기지로 운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인도의 군사적 자신감도 한몫하고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의 국방비 지출은 2016년에 비해 5.5% 증가한 639억 달러를 기록, 프랑스를 제치고 5위로 올라섰다. 미국의 군사력 평가기관 글로벌파이어파워(GFP)는 인도의 군사력을 미국, 러시아, 중국에 이은 4위로 평가했다. 인도는 중국보다 40년이 앞선 1961년부터 항공모함을 보유한 해군 강국이다. 현재 인도 해군은 러시아 항모를 개조한 ‘비크라마디티아’(4만 5000t급)를 운용하고 있으며 2020년에는 자체 기술로 건조중인 ‘비크란트’(4만t급)를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이어 2030년경에는 6만 5000t급의 신형 항모 ‘비샬’도 취역시키는 등 3척의 항모로 인도양과 태평양에서의 제해권 다툼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계획이다.1974년 이래 6차례의 핵실험을 실시한 인도는 중국과 핵군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3일에는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아그니5’의 6번째 시험 발사에 성공해 전력화가 멀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아그니5의 사거리는 5500~8000㎞로, 베이징 등 중국 북부를 포함한 아시아 대부분 지역과 유럽 일부를 사정권에 두고 있다. 인도는 사거리 1만 4000㎞의 중국 ICBM ‘둥펑41’에 맞서 사거리 1만 2000㎞인 ‘아그니6’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도는 특히 2016년부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전략핵잠수함(SSBN)도 실전 배치해 바다에서도 은밀히 핵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 ●인도, 여전히 핵심 이익은 인도양 하지만 인도가 미국이 의도한 바대로 인도·태평양 전략에 묶여 언제까지나 중국을 견제할 서쪽 축으로 남아 있게 될지는 미지수다. 원유의 63%를 중동에서 수입하는 인도는 1997년 환인도양국가연합(IORA)을 주도적으로 설립했듯이 여전히 중동과 동부 아프리카를 포함한 인도양을 ‘핵심 이익’으로 여기고 있으며 태평양은 부차적이다. 특히 인도는 전체 석유 수요량의 10.4%를 미국의 ‘숙적’ 이란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중앙아시아에 진출할 관문으로 삼기 위해 이란 남동부 차바하르 항구에 5억 달러를 투자할 정도로 이란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도계인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대사가 지난달 27일 모디 총리를 만나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을 요구하자 인도 정부도 고민에 빠졌다. 인도가 미국·일본처럼 중국의 부상에 위협을 느끼고 심각한 도전으로 여기는 것은 분명하지만 핵심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발이 묶이는 상황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아브히즈난 레즈 인도 옵서버재단(ORF) 연구원은 ORF 기고문을 통해 “인도는 인도양에 더 중점을 둔 나름대로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실현할 것”이라며 “미국은 인도양이 여전히 인도의 핵심 이익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맛·역사·문화 향기 만끽… ‘정도 천년’ 빛고을 관광객 몰린다

    맛·역사·문화 향기 만끽… ‘정도 천년’ 빛고을 관광객 몰린다

    2018년은 ‘전라도’로 명명한 지 천년이 되는 해다. 고려 현종 9년인 1018년부터 전주와 나주의 첫 글자를 따서 전라도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광주, 전남북도 등 호남권 3개 시·도는 ‘정도 천년’을 기념해 올해를 ‘전라도 방문의 해’로 지정했다. 광주시는 도심 관광의 원년을 열겠다며 지역의 명소 투어를 비롯, 지역의 독특한 문화를 살린 테마관광개발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28일 광주시에 따르면 맛과 멋, 5·18 민주화운동과 역사문화 자산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호남선 고속철(KTX)·수서발 고속철(SRT)의 개통 이후 꾸준히 늘고 있는 외지 방문객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젊음의 광장으로 변신한 전통시장과 세계문화 플랫폼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권, 양림동 근대역사문화마을 등 도심 곳곳이 ‘핫 플레이스’로 뜨고 있다.●전통과 젊음이 어우러진 시장 호남고속철(KTX)의 종착역인 광주송정역에 내리면 길 건너편에 ‘1913송정역시장’이란 입간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밤이 되면 상가마다 노란 불빛이 켜지면서 정겨운 골목시장으로 변신한다. 1913년 매일시장으로 개장, 한때 광주권 물류 유통의 중심지였다. 산업화 이후 성쇠를 거듭하다가 최근엔 대형마트 등의 진출로 쇠락의 길로 접어든 듯했다. 그러나 2016년 지자체와 상인들이 힘을 모아 시장에 문화예술과 ‘스토리’를 입히면서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2년 남짓 지난 요즘은 젊음과 전통이 어우러진 ‘명물 장터’로 거듭났다. 허름하고 아기자기한 골목길을 걷는 재미도 있지만 먹거리를 빼놓을 수 없다. 시장 안에 들어서면 구수하게 스며드는 빵 굽는 냄새가 허기진 여행객의 침샘을 자극한다. 즉석에서 식빵을 구워내는 ‘또아’ 빵집엔 밤낮없이 손님들로 장사진이다. 초코식빵, 치즈식빵, 옥수수식빵 등 종류도 다양하다. 우리밀을 발효해 구워낸 빵은 구수한 맛과 쫄깃한 식감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골목 곳곳의 상점에서는 순대국밥, 인절미, 고로케, 호떡, 양갱, 김부각, 수제 식혜와 맥주 등 자연의 식재료에 정성을 더한 여러 가지 간식을 즐길 수 있다. 옛 도심권인 동구 대인시장 ‘별장 프로젝트’도 올해로 11년째 진행 중이다. 매년 3~12월 토요일 오후 7~11시 야시장이 열린다. 광주시는 시장 내 허름한 상가를 임대, 지원하는 방식으로 한평갤러리와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시장에서 거주하는 예술가와 상인이 협업을 통해 각종 퍼포먼스를 연출한다. 올해는 다문화 가족으로 구성된 ‘드리머스’의 노래와 아프리카 타악그룹의 음악·댄스 등도 선보인다. 먹거리 가판대, 수공예 작가들의 공동 판매대, 창작 갤러리 등에 방문객이 넘쳐나면서 불야성을 이룬다. 같은 날, 대인시장과 이웃한 궁동 예술의 거리에서도 아트마켓과 길거리 공연이 이어진다. 이곳과 3㎞쯤 떨어진 동구 학동 남광주시장에서는 매주 금~토요일 펼쳐지는 ‘밤기차 야시장’이 연인들의 새로운 데이트코스로 각광받고 있다.●국립아시아문화전당권 올해로 3년째인 ‘프린지 페스티벌’은 국내의 대표적인 도심 축제로 자리잡고 있다. 금남로·충장로와 이웃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주변 곳곳에서 매년 4~11월 주말마다 펼쳐진다. 지난 22~23일 전당 앞 5·18민주광장 일대에서는 일본·중국·태국·홍콩 등 6개국 예술가들이 참여한 ‘아시아 마임캠프’가 열려 관람객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광장에 설치된 12개 텐트에서는 국내외 마임 아티스트 22개 팀 34명이 각종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프린지 페스티벌이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관광앱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외지 관람객도 크게 늘고 있다. 축제는 인형극, 매직 서커스, 어쿠스틱 음악, 힙합, 퓨전국악, 난타공연, 마술쇼, 색소폰 연주 등 모든 장르를 망라한다. 행사가 시작되면 평균 1만 5000여명의 관람객이 몰리는 등 올해만 지난달 현재 13만여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D-1년 기념행사가 열리는 다음달 7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인근 대인·남광주야시장 등 도심 곳곳에서는 프린지 페스티벌과 동아시아 문화도시공연, 하늘마당 평화버스킹 등 다양한 문화행사도 이어진다. 이와 별도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에 찾아오는 ‘ACC 브런치 콘서트’도 인기다. 지난 27일 오전 11시 ‘트리오 오원과 함께하는 클래식 오딧세이 스토리’가 열려 실내악의 진수를 보여 줬다. ACC 문화창조원에서는 ‘파킹찬스 2010-2018’(PARKing CHANce)과 ‘베트남에서 베를린까지’를 만날 수 있다. 다음달 8일까지 진행되는 ‘파킹찬스’는 영화감독 박찬욱과 미디어아티스트 박찬경 형제가 협업한 프로젝트로 신작 단편영화를 비롯해 다양한 사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베트남에서 베를린까지’는 전 세계에서 발생한 역사적 사건과 사회적 주요 이슈들에 대해 반응하고 기록한 150여점의 작품들로 구성됐다. 이 전시는 퐁피두센터, 싱가포르 내셔널 갤러리, 인도 키란나다르 미술관 등 모두 15개국 35개 기관의 협조로 이뤄졌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한 ‘아시아컬처마켓’은 30일까지 하늘마당과 플라자브릿지에서 매주 금·토요일 오후 5시 진행된다.●양림동 근대역사문화마을 아시아문화전당에서 광주천을 건너 1㎞ 남짓 거리의 남구 양림동엔 근대역사문화마을이 있다. 1900년대 초부터 기독교를 통해 서양 문물이 전해진 흔적과 건물 등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미국 선교사들이 처음 들어와 선교 활동을 했던 곳이다. 수피아여중고, 기독간호대학, 오웬기념각, 호남신학대학, 윌슨 선교사 사택, 이장우 가옥 등이다. 다형 김현승의 시비와 연안송·팔로군행진곡 등을 작곡해 현대 중국의 악성으로 불리는 광주 출신 정율성의 생가도 만날 수 있다. 양림동커뮤니티센터 인근 펭귄마을도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오래된 주택가인 이 마을에서 빈집이 불탄 뒤 쓰레기장이 되자 한 주민이 쓰레기를 치우고 텃밭을 가꾼 게 시작이었다. 이주하는 이들이 두고 떠난 옛 물건들을 골목에 하나둘 전시하면서 지금의 모습이 됐다. 펭귄이라는 이름도 다리가 불편한 연로한 주민들이 걷는 모습이 펭귄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골목길 곳곳에는 멈춰버린 시계, 신발 등 각종 생활용품, 잡동사니로 꾸며져 있다. 주말이면 골목길은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과 친구, 연인들로 북적거린다.●무등산 시가문화권과 5·18묘지 무등산은 2013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5년 만에 2000여만명이 다녀간 것으로 국립공원관리사무소가 최근 집계를 발표했다. 정상부의 서석대·입석대 등 무등산권은 최근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산자락인 북구 충효동과 전남 담양 남면 일대엔 조선조 시가문학을 탄생시킨 누정이 즐비하다. 조선조 대표적 정원으로 꼽히는 소쇄원, 식영정, 환벽당, 풍암정 등 과거 시인과 묵객들의 발자취를 더듬어 볼 수 있다.이들 가사문화유적지에서 서남쪽으로 차량으로 20여분 거리에는 국립5·18민주묘지가 있다. 매년 5·18 때 기념식이 TV 등으로 생중계되는 묘지엔 5·18 당시 희생자의 무덤과 유영봉안소 등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각종 조형물을 만날 수 있다. 광주시는 ‘전라도 방문의 해’와 휴가철을 맞아 다음달 광주송정역~터미널~아시아문화전당~광주호생태공원(무등산시가문화권)~국립5·18민주묘지 등을 둘러보는 순환형 투어버스를 운행한다. 도심권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대인야시장~남광주밤기차시장~동명동 카페거리를 오가는 테마형 순환버스도 운영한다. 호남권 3개 시·도는 올해부터 2024년까지 모두 4600억원을 들여 ▲전라도 이미지 개선 ▲전라도 천년 문화관광 활성화 ▲문화유산 복원 ▲랜드마크 조성 등 전라도 정도 천년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한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하태경 “진짜 난민은 따뜻하게 포용해 한국의 품격 지켜야”

    하태경 “진짜 난민은 따뜻하게 포용해 한국의 품격 지켜야”

    최근 제주도에 예멘 출신 난민 수백 명이 갑자기 몰리면서 국내에서 갑론을박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27일 “진짜 난민들은 따뜻하게 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예멘난민을 국가현안으로 건의하겠다는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기사를 링크 한 뒤 자신의 의견을 적었다. 하 의원은 “엄격한 심사를 통해 테러리스트, 경제적 이주민은 배제하고 정치, 종교적 박해 때문에 피신해 온 진짜 난민들은 따뜻하게 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그동안 상당히 엄격한 난민심사를 통해 4만여명의 난민 신청자 중 800여명만 인정했다”면서 “무분별한 난민 유입을 우려해 진짜 난민까지 추방시키자는 주장은 과하다. 선진개방국가로서 한국의 품격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희룡 지사는 지난 26일 ‘제13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에서 “이미 2012년 제정된 난민법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난민의 처우에 대해 인도주의적 의무를 다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국가적으로 이런 경험이 없다”며 “강제 징집을 피하기 위한 가짜 난민의 문제나 불법 취업을 위해 난민법을 악용하는 사례 등이 끊임없이 제보되고 있고, 이와 관련된 청와대 국민청원이 40만 명 가까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주에 입국한 예멘인은 561명, 비자를 통해 입국한 난민도 200여 명이다. 우리나라에 총 800여 명에 이르는 난민들에 대해 인도주의적 지원의 문제를 넘어 제주의 무비자 입국을 악용하는 사례나 감당해야 할 사회적 비용, 이 과정에서의 불필요한 갈등들을 어떻게 조화롭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교계와 인권단체 등은 예멘 난민들을 따뜻하게 맞이하자고 나섰지만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제주도 불법 난민 신청 문제에 따른 난민법, 무사증 입국, 난민신청허가 폐지 및 개헌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50만명이 참여하는 등 반대 여론이 거세다.한편 제주로 오는 예멘인들은 같은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에서 머물다가 한국으로 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는 난민법이 없어서 난민 지위를 얻으려면 한국으로 올 수밖에 없다. 난민 지위를 얻게 되면 국내 체류 및 이동은 물론 다른 나라까지 출국할 수 있으며 취업 등이 가능해 안정적인 생활이 보장된다. 현재 제주에 체류 중인 예멘인 486명도 출도 제한 조처만 풀리면 다른 지역으로 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실제 지난 4월 말 출도 제한 조처가 실시되기 전 제주에 온 예멘인 60여명은 입국 즉시 외국인등록증을 취득, 다른 지역으로 간 것으로 조사됐다. 난민 인정심사 결과에 따라 출도 제한 조처가 풀리게 되면 서울 등 다른 지역으로 가겠다는 예멘인들도 많은 상태다. 난민 심사는 26일 시작돼 하루에 2∼3명이 면접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전체 486명이 모두 심사를 받으려면 8개월이 걸리지만, 심사를 받은 순서대로 차례로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25∼26일 심사를 받은 예멘인들은 한 달 후면 인정 여부를 통보받게 된다. 난민으로 인정되거나 인도적 체류가 허가되면 출도 제한 조처가 해제돼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 불인정 되더라고 이의신청과 행정소송 등의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별도로 출도 제한 조처에 대해 해제 여부를 따질 수 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당신집이 관광지가 된다면?…부산 관광문화 캠페인 영상 공개

    당신집이 관광지가 된다면?…부산 관광문화 캠페인 영상 공개

    “당신 집이 관광지가 된다면?” 최근 사람이 사는 마을이 관광지가 되면서 관광객들로 인한 사생활 침입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부산시가 관광문화 캠페인 영상물을 제작해 눈길을 끌고 있다.‘우리 집에 왜 왔니’ 영상은 최근 감천문화마을,흰여울문화마을 등 부산지역 주거지를 중심으로 조성된 관광명소에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발생하는 소음,쓰레기,사생활 침해 등의 문제를 담아냈다. 일부 관광객의 무분별한 행동이 거주민의 처지에서는 공포와 불안감으로 다가온다는 점을 표현했다. 이런 불편함 때문에 결국 거주민이 다른 곳으로 이주하게 되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 현상을 공포영화 형식으로 만들었다.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이란 관광지화한다는 뜻의 ‘Touristify’와 상권개발로 원주민이 쫓겨난다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을 합친 말이다. 감천문화마을의 한 주민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인한 사생활 침해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아무리 더워도 창문을 열어놓고 생활할 수가 없어 다른 곳으로 이사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 현상은 관광도시 부산만의 문제가 아니며 서울,제주도 등 전국에서 사회문제로 부각하고 있다”며 “이번에 만든 영상으로 관광객들이 거주민을 위한 배려심을 가질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우리집에왜왔니 영상은 부산시유튜브(www.youtube.com/DynamicBusan),페이스북(www.facebook.com/BusanCity)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부산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사설] 난민 논란, 결혼·노동 이주민 혐오로 확산되면 안 돼

    제주도에 들어와 난민 신청을 한 예멘 사람들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난민법 폐지 주장에 지지를 표명한 사람이 이미 38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어제는 한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블로그에 오는 주말 서울광장에서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집회를 연다는 글이 올랐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이 글에도 참석하겠다거나 지지한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2000건 가까운 댓글이 붙었다는 것이다. 국민이라면 어떤 사회적 움직임에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누구나 갖는 당연한 권리다. 하지만 극단적 표현으로 난민 신청자를 포함해 국내에 있는 외국인들을 무조건 배척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올해 제주도에 난민 신청을 한 사람은 출신국별로 예멘 549명, 중국 353명, 인도 99명, 파키스탄 14명, 기타 48명 등 1063명이다. 내전이 벌어지는 예멘 출신의 난민 신청자는 지난해 42명에서 많이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난민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진 데는 예멘 국민 대부분이 이슬람교 신자라는 것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 국민 청원 게시판의 댓글에는 이슬람교도라는 이유로 이들을 무조건 배척하는 목소리조차 없지 않다. 나아가 “자기 방어를 위해서는 총기 소유를 허용해야 한다”거나, “이슬람 사원을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런 배타적 분위기가 난민에 머물지 않고 노동 이주민과 결혼 이주민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느 나라도 국제사회와 동떨어져 자신들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살아갈 방법이 없다. 국제사회와 공동 번영을 원하는 국가라면 박해받는 난민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것은 당연한 의무다. 아시아 최초라고는 하지만 한국이 2013년 7월 난민법을 도입한 것도 그런 점에서는 오히려 늦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난민 인정률은 세계 최하위 수준이라고 한다. 한국이 난민 신청을 처음 받은 1994년 4월 이후 지난 5월 말까지 신청자는 모두 4만 470명에 이른다. 심사가 끝난 2만 361명 가운데 난민으로 인정받아 한국에 머문 사람은 839명에 불과하다. 예멘 난민 신청자들도 다르지 않은 절차를 거친다. 지금은 난민법 폐지를 말할 때가 아니다. 오히려 한 사람의 난민이라도 더 정치적 박해의 중심으로 다시 내몰지 않는 방법을 찾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주지하다시피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많은 사람의 노력으로 다문화 현상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조금씩 개선돼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난민법 폐지 주장은 유감스럽다. 나아가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외국인 혐오증을 불러일으키는 선전선동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인식의 전환을 촉구하기에 앞서 인간애(人間愛)의 발휘를 호소하고 싶다. 무엇보다 ‘나와 다른 종교’를 인정하는 종교 지도자들의 노력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 [기고] 도시재생 뉴딜, 도시와 건축물 안전의 흑기사/손병석 국토교통부 제1차관

    [기고] 도시재생 뉴딜, 도시와 건축물 안전의 흑기사/손병석 국토교통부 제1차관

    “똑같은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가득한 그런 동네를 원하십니까? 서울 사대문 안에 얼마 남지 않은 고풍스러운 이 동네가 보존된다면 그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습니다.”올해 초 종영한 ‘흑기사’라는 드라마에서 도시 재생 전문가인 남자 주인공이 도시재생 사업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한 말이다. 이 남자는 첫사랑과의 추억이 어려 있는 한옥마을을 지키기 위해 낡은 한옥과 상가를 매입해 청년 창업자와 지역 예술가들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도시재생 사업을 한다. 도시재생이 우리 실생활과 얼마나 가까워졌는지를 잘 보여 주는 장면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 도시재생 뉴딜 정책을 국정 과제로 삼고 68곳의 시범 사업지를 선정했다. 각 지역에서는 주민이 사업을 제안하고 실행하는 주민 주도의 도시재생을 위해 주민협의체 구성과 ‘도시재생지원센터’ 설립에 나서고 있다. 오는 8월까지 100곳 내외의 추가 사업지 선정도 마칠 계획이다. 본격화되고 있는 도시재생 뉴딜이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도시 경쟁력 향상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교통망과 편의시설 같은 생활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 지역이 갖고 있는 기억과 역사를 품은 장소들에 숨결을 불어넣을 수 있는 콘텐츠도 필요하다. 그리고 도시가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이 있다. 주민들이 안전하게 안심하고 살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즉 ‘안전한 도시’여야 한다는 것이다. 도시재생의 시작과 끝이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도 도시재생 뉴딜을 추진하면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 노후 불량 건축물의 수, 현재 상태, 외부 위험요인 등을 조사한 뒤 도시재생 활성화 계획에 반영하고, 안전문제 해소를 위해 뉴딜 사업 지역에 대한 공공지원도 강화할 계획이다. 붕괴 위험이 있는 빈집에 대해 호당 1000만원까지 철거 비용을 지원하고,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의 경우 사업비의 최대 70%까지 1.5%의 낮은 이율로 주택도시기금 융자를 지원한다. 지난 4월 개소한 자율주택정비사업 통합지원센터는 설계부터 착공, 이주까지 모든 과정을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뉴딜 사업 지역에 있는 재난 발생 위험 공동주택은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해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으로 재건축하고 있다. 특히 원주민들에게 우선 입주권과 1.3%의 낮은 이자로 이주비를 지원해 안정적인 거주 여건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노후 건축물의 안전 강화를 위한 추가적인 대안 마련도 고민하고 있다. 세입자를 계속 거주시키는 조건으로 노후 주택의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하고, 도시재생사업 인정제도를 신속히 도입해 도시재생 활성화 지역 밖에 분산돼 있는 위험한 노후주택 정비도 지원할 계획이다. 이제부터 지역 주민, 지자체와 함께 사회적 가치의 회복, 물리적 공간의 혁신을 위한 도시재생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작은 건물부터 재생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도시재생의 스펙트럼 또한 넓혀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 도시가 다시 활력을 찾고, 주민이 안심하고 쾌적하게 살 수 있는 ‘사람 중심의 도시’가 되길 기대해 본다.
  • [발표 그후 정책 체크] 영아돌봄 맞춤·종일반 자격 지자체마다 주먹구구식 적용

    [발표 그후 정책 체크] 영아돌봄 맞춤·종일반 자격 지자체마다 주먹구구식 적용

    종일반 자격에 ‘유산’ 없어 혼선 프리랜서 자기기술서·근로증명 지자체 담당자별 판단 기준 달라 종일반 이용 가능한데 활용 못해 “종일반 기본으로 운영” 밝혔지만 복지부장관 정책 달라진 게 없어만 2세 아이를 어린이집에 맞춤반(6시간)으로 보내던 전업맘 김현주(33·가명)씨는 최근 종일반(12시간)으로 자격이 바뀌었다. 둘째를 임신해 출산 때까진 종일반으로 아이를 맡길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를 유산하는 아픔을 겪은 김씨는 어린이집으로부터 “임신한 상태가 아니니 ‘맞춤반’으로 다시 자격을 변경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종합육아지원센터에 문의하자 “어린이집과 협의해 종일반에 있을 수도 있지만 원칙적으론 주민센터에 통보하고 맞춤반으로 바꾸는 게 맞다”는 답을 들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유산은 모성보호 차원에서 출산 예정일까지 종일반 신청 사유가 된다”고 밝혔다. 다음달이면 맞춤형 보육제도 도입 2년째를 맞지만 지방자치단체별로 종일반과 맞춤반 기준을 다르게 적용해 혼선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맞춤형 보육제도란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만 0~2세반 영아에 대한 보육서비스를 종일반(오전 7시 30분~오후 7시 30분)과 맞춤반(오전 9시~오후 3시)으로 나눠 맞벌이, 다자녀 등 장기간 어린이집 이용이 필요한 가구만 종일반을 이용할 수 있는 제도다. 도입 당시 전업맘은 맞춤반, 워킹맘은 종일반을 이용하는 것으로 이해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모호한 규정이 많았다. 김씨가 겪은 ‘유산’은 복지부의 ‘종일반 자격 기준’에 없어 지자체와 일선 어린이집에서 혼선이 빚어진 사례다. 복지부 관계자는 “참고 자료로 보낸 ‘민원 대응용 FAQ’(자주 하는 질문들)에서 유산을 종일형 신청 사유로 인정하고 있다”고 했지만 어린이집은 물론 지자체도 이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전업맘 이주언(30·가명)씨는 간헐적으로 실신하는 지병이 있지만 만 0세와 만 2세인 아이들을 종일반에 맡길 수 없다. 종일반 자격 기준에는 ‘1개월 이상 입원’이 명시된 의사의 진단서가 필요해서다. 언제, 얼마나 오랫동안 실신할지 모르는 이씨는 해당 진단서를 받을 수 없었다. 이씨는 “요리하다가 쓰러지거나 실신한 사이 아이들이 위험한 행동을 할까 봐 걱정되지만 추가 금액을 내지 않으면 종일반 돌봄을 받을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프리랜서를 비롯한 ‘기타 근로자’도 ‘종일반 요청 자기기술서’와 근로 활동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들을 지자체에 제출해 인정을 받아야만 종일반에 아이를 맡길 수 있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담당자별로 판단이 달라 일선에선 최대한 구구절절하게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를 서술해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자체마다 부정 수급을 막기 위해 엄격하게 심사하다 보니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 같다. 하지만 지금도 종일반 이용 비율이 70~80%에 이를 정도로 넓은 범위에서 신청을 받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맞춤반과 종일반을 나누는 데 행정력과 예산을 들일 바에야 부모가 상황에 맞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7월 인사청문회에서 “맞춤형 보육을 폐지하고 종일반을 기본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달라진 게 없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닻 올리는 드루킹 특검팀… ‘수사관 파견’ 경찰과 삐걱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25일 법무부로부터 이선혁(50·31기) 청주지검 부장검사와 평검사 1명을 추가로 파견받으며 파견검사 13명의 인선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파견 수사관을 놓고선 경찰과의 불협화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추가로 파견이 확정된 이 부장검사는 청주지검에서 특수사건을 수사해 왔다. 또 헌법재판소 파견 경력이 있다. 준비 기간 종료를 하루 앞두고 검사 인선을 끝낸 특검팀은 27일부터 60일간의 수사 기간에 돌입한다. 기존의 드루킹 수사를 지휘해 온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이진동)는 특검 인력 파견 없이 이미 기소된 부분에 대한 공소 유지만 전담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3만쪽에 달하는 수사 기록 사본을 넘겼다”면서 “경찰로부터 추가로 인계받은 자료도 조만간 처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특검팀은 경찰과는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여 주기도 했다. 이날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은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지금까지 44명을 피의자로 입건했다며 이른 시일 내에 조만간 증거자료 등 사건 일체를 특검팀에 넘기겠다고 밝히면서도 인력 지원과 관련해선 “아직 공식 요청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상융 특검보는 “이미 지난주 경찰청을 통해 공식 파견 요청을 했다”면서 “서울청에서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경찰은 1차적으로 수사 기록을 지난 18일 특검팀에 인계했다. 디지털 매체 증거물은 2시간짜리 영화 6600편 분량인 26.5테라바이트(TB)이며 수사 기록은 4만 7000쪽에 달한다.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4베이 구조 부산 ‘사상역 경보 센트리안’ 분양 본격 진행 중

    4베이 구조 부산 ‘사상역 경보 센트리안’ 분양 본격 진행 중

    최근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주택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면서 가성비가 좋은 설계특화 아파트가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부산시 사상구의 핵심요지인 사상역 역세권에 중아건설의 ‘경보 센트리안 아파트’가 지난 6월 22일 본격 오픈했다. 분양 관계자는 사상역이 속한 괘법동 일대는 개발호재에 비해 신규 공급이 부족한 지역으로 아파트 신규 구입이나 사상역 주변으로 이주를 희망하는 지역주민 및 인근지역 주민들에게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고 전했다. ‘사상역 경보 센트리안’ 아파트는 4bay 구조를 기본으로 거실 아트월은 이탈리아산 수입 마감재를 사용하여 중소형 아파트에서는 보기 힘든 고급스러움을 갖추었으며, 현관과 주방에는 펜트리 공간을 확보했다. 또한 사물 인터넷(IOT)도 사상구 아파트 최초로 적용하여 스마트홈 서비스를 제공한다. 입주민은 전용 앱을 통해 조명, 난방, 가스밸브부터 입주민이 구매하는 가전제품까지 집 밖에서도 제어가 가능하다. 옵션은 발코니 확장비용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천천정 매립형 시스템 에어컨과 고급 중문도 이벤트를 통해 선착순으로 지급할 예정이며, 미세먼지 대응과 에너지 절감에 효과적인 전열교환기, 광파오븐렌지, 음식물 파쇄기, 건조기능이 있는 전동 빨래건조기와 고급 비데도 무상으로 제공한다. ‘사상역 경보 센트리안’ 아파트의 생활환경 인프라는 도보 4분 거리의 애플아울렛, 롯데시네마, 이마트와 르네시떼, 홈플러스, 서부산센텀병원, 대규모 삼락생태공원 등 쇼핑∙문화∙상업∙체육시설이 집중돼 있으며, 사상초교, 창진초교가 단지와 인접하여 학세권 단지이기도 하다. 더불어 ‘사상역 경보 센트리안’ 아파트 사업지 주변으로도 다양한 개발 계획이 진행 및 예정되어 있다. 주요 개발 계획으로는 사상역 복합환승센터(2020년 예정), 마산~사상~부전 복선전철(2020년 예정), 사상~하단 도시철도(2022년 예정) 등이 있다. ‘사상역 경보 센트리안 아파트’는 부산 지하철 2호선 사상역에서 도보 1분 거리인 사상로 일대에 조성되며, 지하1층~지상 20층의 높이에 전용면적 46㎡~66㎡로 총 2개동 133세대로 구성된다. ‘사상역 경보 센트리안’ 아파트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 및 사상구 사상로에 위치한 모델하우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청년이 몰려온다… 함박웃음 터진 영양

    청년이 몰려온다… 함박웃음 터진 영양

    전국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섬 지역인 경북 울릉군을 빼고 인구 최소인 경북 영양군에 100명에 가까운 석·박사급 전문가들이 대거 둥지를 튼다. 21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영양군 영양읍 대천리 부지 258만 3700㎡에 총사업비 841억원을 들인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가 올해 말 개관한다. 멸종 위기에 놓인 한반도의 야생생물을 보전·복원할 목적으로 설립된 핵심 연구시설이다. 전체 근무자 105명 모두가 4년제 대학 졸업 이상 학력 소지자들이다. 석·박사가 70여명이다. 대부분 20~50대로 알려졌다. 이처럼 많은 젊은 고급 인력들이 영양에 유치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군 전체가 벌써 한껏 들뜬 모습이다. 무엇보다 군의 최대 현안인 인구 늘리기에 큰 보탬을 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영양군은 지난해부터 인구 늘리기에 사투를 벌이고 있다. 2025년까지 2만명을 회복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45년 전인 1973년만 해도 7만여명이던 군 인구는 지난해 말 1만 7479명으로 줄어들었다. 이마저도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5963명으로 전체의 34.1%를 차지한다. 이번 센터 운영으로 침체된 지역 경제와 사회 분위기를 되살리는 데도 적잖은 활력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주민 김모(53)씨는 “점점 활력을 잃어가고 있어 안타까움을 사는 도시에 젊고 우수한 인재들로 구성된 대규모 시설을 유치해 큰 축복으로 받아들여진다”며 반겼다. 전종근 영양군 부군수는 “종복원센터 구성원과 가족들을 전입시킬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고 협조를 구하겠다”고 말했다. 영양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미래가치 기대되는 ‘아산테크노밸리 5차 이지더원’ 선착순 분양

    미래가치 기대되는 ‘아산테크노밸리 5차 이지더원’ 선착순 분양

    이지건설은 충남 아산시 둔포면 석곡리에 위치한 '아산테크노밸리 5차 이지더원’을 공급한다. 계약 즉시 입주가 가능한데다 3.3㎡당 600만원대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분양에 나서는 만큼 잔여 분도 조기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아산테크노밸리 5차 이지더원’은 총 2개블록으로 이뤄져 있다. Ac2블록은 총 6개동 전용면적 76~84㎡ 422가구, Ac3블록은 총 14개동 전용면적 65~84㎡ 929가구 규모다. 2개블록을 합쳐 총 1351가구의 대단지다. 전 타입 광폭 거실 구조로 수납공간, 주방, 거실 등 주택형 별 특화공간을 설계해 상품성을 극대화했다. 단지가 위치한 아산테크노밸리는 총 2,983,845㎡ 규모의 자족형 복합도시로 산업, 상업, 문화, 교육시설 등이 체계적으로 갖춰지고 있는 만큼 미래가치가 무궁무진하다. 단지 옆으로 중심상업지구가 들어설 예정이라 생활편의시설 이용이 수월하다. 인근에는 센트럴파크(중앙공원)이 조성되며 단지 바로 옆에도 근린공원이 마련될 예정이다. 또 호수공원도 도보 거리에 위치해 있어 산책은 물론 어린 자녀나 반려동물 등이 자유롭게 뛰놀 수 있는 건강한 주거생활도 가능하다. 교육환경도 좋다. 단지 주변에 둔포초교, 염작초교, 테크노중학교를 비롯해 단지 내 학원가도 조성되다. 단지부터 10km 내외에는 황해경제자유구역과 탕정삼성LCD산업단지가 위치해 있으며, 아산제2테크노밸리 본격 가동 및 평택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미군, 관련자 등 신규유입으로 인한 배후수요는 더욱 늘어 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접근성도 주목할 만하다. KTX천안아산역과 SRT지제환승역에 이어 평택역이 가까워 서울까지 30분대로 이동이 가능하다. 경부고속도로 안성 IC(나들목)와 북천안 IC, 서해안고속도로 서평택 IC가 근처에 있어 차량을 이용해 전국 각 지역으로 빠르게 이동이 가능하다. 또한 평택 미군기지 개발사업이 사실상 마지막 단계에 들어서며 미군 렌탈하우스도 주목받고 있다. 올해 9월 경이면 이전이 완료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많은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평택으로 이주할 미군은 약 8000가구에 달한다. 이 중 캠프 험프리스 안에 거주할 수 있는 수요는 1100여 가구 정도로 알려졌다. 7000여 가구가 영외 거주를 해야하는 상황이라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 업계에서는 배후수요만 주한미군 4만5000여명, 가족과 군무원 등이 8만5000여명 정도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렌탈 임대료는 월 또는 연간으로 받을 수 있으며 미8군 주택과에서 임대료가 지급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임대수익을 거둘 수 있다. 월 임대료는 일반사병 기준 월 144만원 정도다. 한미 주둔군지위협정에 따라 2060년까지 주한미군이 주둔할 예정으로 향후 40~50년간 공실 걱정이 없다는 것도 큰 장점 중 하나다. ‘아산테크노밸리 5차 이지더원’ 분양을 맡은 와이낫플래닝 박찬주 대표는 “‘아산테크노밸리 이지더원’의 경우 1차부터 7차까지 국내 단일 브랜드로는 최대 규모인 8000가구가 공급되는 희소성 있는 단지 아파드다”며 “향후 주거 인프라가 다 갖춰지게 되면 집값 상승은 물론 아산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아파트로 발돋움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지건설은 '아산테크노밸리 5차 이지더원' 상업시설도 공급할 예정이다. Ac2, Ac3 2개 블록으로 총 58개(25개, 33개) 점포로 이뤄져 있다. 이 상업시설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정적인 배후수요를 품었다는 것이다. 이지건설은 해당 지역에 7차까지 8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현재 5차까지 5000가구가 입주해 있거나 입주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단지 내 입주민 배후수요만 해도 큰 임대수익을 거둬들일 것으로 보인다. 도로변에 인접한 스트리트형 상가 형태로 조성되는 만큼 외부 유동인구도 많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산테크노밸리 5차 이지더원’의 모델하우스는 충남 아산시 둔포면 석곡리에 마련돼 있다. 미리 예약하고 방문하면 기다리지 않고 자세한 분양 상담 및 문의가 가능하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은빛자서전 프로젝트<2>]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내 고향 옥천이여

    [은빛자서전 프로젝트<2>]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내 고향 옥천이여

    정지환 감사경영연구소장은 충북 옥천신문과 손잡고 ‘은빛자서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한 사람의 일생은 그 자체가 역사이고 작은 박물관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80세 이상 주민의 구술(口述)을 풀어내 자서전으로 정리하는 프로젝트다(서울신문 3월 16일자 ‘인터뷰 플러스’ 참조).이번에 만난 사람은 군북면 대촌리에 사는 류항보(80) 씨입니다. 방아실 혹은 방화실(芳花室)로 불리는 바로 그 마을이 그의 고향입니다. 류 씨는 20대 중반에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활로를 모색하다 향수(鄕愁)를 이기지 못하고 24년 만에 귀향했습니다. 서울에서 생활의 습관으로 만든 것이 봉사였습니다. 고향에 돌아와선 조용히 살고 싶었지만 운명이 된 봉사를 그만둘 수는 없었습니다. 문화 류씨 종친회 총무와 회장을 맡게 되었고, 최근에는 마을 노인회 회장과 군북면 노인회 부회장, 전국농업기술자협회 옥천군지회 지회장 등으로도 봉사하고 있습니다. 류 씨는 고향을 세 번 떠났다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일제 강점기였던 유년 시절에 부모를 따라 중국 흑룡강성 하얼빈에 가서 살다가 꽁꽁 얼어붙은 압록강을 건너서 돌아왔고, 20세 무렵에 군대에 입대하느라 고향을 떠났다가 3년 만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이제 남은 인생 고향을 떠나지 않고 고향을 위해 봉사하며 살고 싶은 것이 류 씨의 마지막 소원입니다.●항상 항(恒) 도울 보(輔), 운명적 내 이름 나(류항보)는 1939년 옥천군 군북면 대촌리에서 태어났다. 1506년 창봉 류근 선생이 화산 아래 터를 잡고 세운 문화 류씨(文化 柳氏) 집성촌인 대촌리는 두 개의 또 다른 마을 이름을 가지고 있다. 외지인들은 ‘방아실’이라 부르고, 주민들은 ‘방화실(芳花室)’이라 부른다. 대촌리는 아랫말, 웃말, 둔턱골로 나뉘는데,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은 아랫말이다. 마을 이름도 두 개였듯이 내 이름도 두 개였다. 문화 류씨 집성촌인 대촌리에선 돌림자를 써야 했다. 그래서 내 이름은 ‘우열(芋烈)’로 지어졌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집에서는 ‘항보’라고 불렀다. 한자로 쓰면 항상 항(恒)에 도울 보(輔)였다. 그리고 그 이름은 나의 운명이 되었다. 실제로 평생 남을 돕는 봉사를 하면서 살아왔다. ●갈까마귀 떼 울부짖던 압록강을 건너서 나는 고향을 세 번 떠났다가 돌아왔다. 첫 번째 출향과 귀향을 체험한 시기는 10세 전후 무렵이었다. 일제 강점기 말기에 우리 가족은 중국으로 이주했다. 당시 흑룡강성의 성도인 하얼빈에서 큰형이 제과업을 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4~5년 동안 지내다 귀국했다. 우리 가족은 추위로 얼어붙은 압록강을 엉금엉금 걸어서 건넜다. 자칫 얼음이 깨지면 풍덩 빠질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귀국길이었다. 압록강을 건널 때 갈까마귀 떼가 하늘을 뒤덮은 채 울부짖던 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것만 같다. 고향으로 돌아온 나는 늦은 나이에 대정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두 번째 출향과 귀향을 체험한 시기는 20세 전후 무렵이었다. 군대에 입대해 약 3년 동안 병영에서 청춘의 시기를 보내고 귀향한 것이다. 부산에 위치한 육군 부대였는데, 부대장의 신임을 받아 “군대에 ‘말뚝’을 박으라”는 권유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고향을 떠나선 살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거절했다. 막상 제대하고 귀향하자 먹고 살길이 막막했다. 어렵게 자전거 한 대를 마련해 쌀장사를 시작했다. 수몰되기 전이었던 당시의 대촌리는 116가구의 비교적 큰 마을이었다. 마을에서 농민들에게 쌀을 살 때는 ‘되’나 ‘말’이 넘치도록 고봉으로 측정했고, 대전에 나가서 쌀을 팔 때는 되나 말의 높이에 정확히 맞추어 측정했다. 그렇게 하면 한 말에 보통 4~5홉 정도가 남았는데, 그것이 내가 챙길 수 있었던 이문으로 일종의 유통 비용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쥐꼬리만큼 차익을 남겨서 생계를 유지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나는 도시, 특히 서울 생활을 동경하게 되었다. 23세에 지금의 아내를 중매로 소개받아 결혼했다. 동갑내기 아내인 박선호는 당시 이원면 역전에 살고 있었다. 생활력이 강했던 아내는 세천에서 두부 장사를 했다. 이듬해 맏아들 영덕이 태어났다. 아이를 도시에서 공부시켜야 가문을 일으켜 세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더욱 강렬해져 갔다. ●24년 동안 23회 이사, 부평초 서울 생활 나는 26세가 되던 해인 1964년 마침내 결단을 내리고 상경했다. 아내와 아들을 고향에 남겨 두고 먼저 단신으로 서울로 향했다. 서울에서 터전을 잡기 위해 보낸 약 2년은 한마디로 ‘맨땅에서 헤딩하기’였다. 밑천과 연줄 하나 없이 시작한 도시 생활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1988년 귀향할 때까지 24년 동안 무려 스물세 번이나 이사를 다녔다. 거의 1년에 한 번은 이사를 다닌 셈이었다. 상경해서 가장 먼저 자리 잡은 곳은 동작구 상도동이었다. 그곳에 엉성하게 지어놓은 니트공장(일명 요꼬공장)이 있었다. 따로 묵을 곳이 없었던 사람들 15명이 공장에서 함께 일하며 숙식을 해결했다. 우리는 낮에는 편직기계를 돌리고 밤에는 그곳에서 칼잠을 잤다. 임시 건물이라 추위를 온전히 가릴 수 없었고, 이와 빈대까지 들끓어 마음 놓고 잠을 잘 수도 없었다. 하지만 달리 기댈 곳이 없었기에 그 추운 요꼬공장에서 두 해 겨울을 보내야 했다. 서울 생활에 어느 정도 익숙해질 무렵에 아내와 아들을 서울로 불러올렸다. 그 무렵 나는 선배가 운영하던 무역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플라스틱 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하던 회사였는데, 그곳에서도 정말 열심히 일했다. 컵과 쟁반 등 신제품을 개발하기도 했다. 한창 장사가 잘될 때는 한 달에 25만개의 제품을 생산한 적도 있었다. 힘겨운 생활이었지만 소소한 행복이 우리 부부를 위로했다. 1965년 맏딸 영미가 태어났고, 1968년 둘째 아들 영남이 태어났다. 거의 서울 사람이 되어갈 무렵 나는 독립해 건축업을 시작했다. 이후 10년 동안 서울과 수도권 곳곳을 다니며 약 30동이 넘는 주택을 지었다. 서울에서 거주지는 수시로 바뀌었다. 상도동에서 시작한 서울 생활은 아현2동, 공덕동, 제기동, 아현1동으로 이어졌다. 당시 내가 절감한 것이 하나 있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이사 다니지 않고 한곳에 정착해 살 수 있는 것만도 큰 영광이자 행복이라는 깨달음이 바로 그것이었다. ●열심히 사는 사람만 행복 누릴 수 있어 내 인생에서 가장 고마운 사람을 꼽으라면 아내 박선호를 가장 먼저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20대 초반에 가난한 나에게 시집와서 60년 가까이 동반자가 되어준 것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혼자 서울로 올라가 터전을 잡을 동안 두부 장사를 하면서 아이를 키워주었다. 서울로 올라온 뒤에도 수없이 이사를 다녔지만 불평 한마디 하지 않고 가정을 지켜주었다. 나는 아내 박선호와의 사이에서 2남 1녀를 낳았다. 그리고 영덕, 영미, 영남 3남매가 다시 6명의 손주를 낳아주었다. “열심히 사는 사람만이 행복을 만날 수 있고, 누릴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열심히 살아라. 그러면 반드시 살길이 열릴 것이다.” 내가 후손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다. 종친회 어른 중의 한 분이 내 호를 ‘방산(芳山)’으로 지어주었다. 남은 인생도 방화실을 지키는 산처럼 살 것을 다짐해본다. 내 이름 항보(恒輔)처럼 항상 남을 돕는 인생을 살겠다. 서원호 객원기자 guil@seoul.co.kr·사진 옥천신문
  • 文, 수사개혁 주도 인물 전면에… ‘수사권 조정’ 경찰 손 들어줘

    文, 수사개혁 주도 인물 전면에… ‘수사권 조정’ 경찰 손 들어줘

    檢, 기득권 대거 포기 조짐에 ‘충격’ 문무일, 文과 독대에도 소득 없어 “현실 왜곡” 검사 집단 반발 전망도 경찰 “조정안 나와 봐야” 표정 관리검찰이 기득권을 대거 포기해야 하는 내용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 발표가 임박하며 대검찰청은 충격에 휩싸였다. 반면 경찰은 대통령이 직접 검·경 수장을 불러 식사하는 자리에서 “경찰에 더 많은 수사 자율성을 부여하겠다”며 경찰의 손을 들어준 것에 고무된 분위기다. 특히 이날 저녁 대통령은 민갑룡 경찰청 차장을 새 경찰청장 후보로 전격 지명했다. 민 차장은 그동안 경찰 내에서 수사권 조정 개혁을 주도해 온 인물이다. 검찰에는 이날 두 차례 충격파가 전해졌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청와대 오찬 전 문재인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검찰 의견을 직접 전달했지만 문 대통령의 수사권 조정 의지만 재확인한 채 소득을 건지지 못한 게 첫 번째라면, 독대 뒤 청와대가 공식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과 문 총장 간 대화내용을 공개한 것이 두 번째 충격파다. 문 총장은 청와대 오찬이 끝난 뒤 4시간여 만인 5시 52분쯤 서울 서초동 대검으로 복귀했다. 이어 고검장 간담회를 가진 뒤 6시 45분쯤 퇴근했다. 문 총장은 대통령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에게 “국민이 문명국가의 시민으로 온당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정착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 원론적 발언으로 읽힌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 논의 과정에서 문 총장은 반발을 이어 왔다. 지난 3월 대검 기자간담회에서 “궁금해서 (법무부 장관에게) 물어본 적은 있지만 구체적 경과를 알지 못하고 조정안이 있는지 문의했으나 답변을 못 들었다”고 토로해 ‘검찰 패싱’ 논란에 불을 붙인 게 대표적인 사례다.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수사권 조정안 추진 의지를 내비침에 따라 검사들의 집단 반발도 예상된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검찰이 사후적으로 경찰 수사를 통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청와대가 지적했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이미 그렇게 하고 있던 일”이라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가 나온 십수년 전 잣대로 검·경의 현실을 왜곡해 파악하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이와 반대로 검찰 스스로 자신들의 과오를 자인하고 있는 만큼 과거 참여정부 시절과 같은 검사들의 집단적인 반발은 없을 것이란 전망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반면 경찰은 민 차장이 차기 경찰청장에 내정된 것만으로도 수사권 조정은 어느 정도 일단락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검찰이 대통령의 원칙적인 발언에 반발하는 것은 과민한 반응”이라면서 “청와대의 구체적인 수사 조정안이 나와 봐야 알 수 있다”며 표정 관리를 했다. 한편 차기 경찰청장으로 유력했던 이주민 서울청장은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한 축소 수사 의혹에 연루돼 ‘치안총감’의 꿈이 무산됐다. 민 차장이 경찰청장에 임명되면 검·경의 수장을 모두 호남 출신이 차지하게 된다. 전남 영암 출신인 민 차장은 경찰대 4기로 1988년 경찰에 입직했다. 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장, 기획조정담당관, 국민안전 혁신추진TF단장 등을 거쳐 2015년 인천경찰청 제1부장을 지냈다. 이후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장, 서울경찰청 차장, 경찰청 기획조정관을 지낸 뒤 지난해 말부터 경찰청 차장을 맡았다. 2016년 말 경무관에서 치안감으로 승진한 데 이어 지난해 치안정감으로 1계급 승진하는 등 초고속 승진의 연속이었다. 이어 반년 만에 또 1계급 승진을 눈앞에 두게 됐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서부산 개발호재 누릴 수 있는 ‘사상역 경보 센트리안’ 오픈

    서부산 개발호재 누릴 수 있는 ‘사상역 경보 센트리안’ 오픈

    부산 사상구 사상역은 현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사상역 복합환승센터(2020년 예정)와 마산~사상~부전으로 이어지는 복선전철 구간(2020년 개통 예정), 사상~하단 간 도시철도(2022년 예정) 등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기존 지하철(2호선 사상역)과 경전철(사상~김해), 시외버스터미널(사상), 김해국제공항까지 더하면 사상역과 주변의 교통 인프라는 부산은 물론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최대 광역교통망을 갖추게 되는데, 이에 따라 사상역 주변의 토지와 주택에 대한 관심이 꾸준하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영남 지역의 중견 건설사인 중아건설(주)에서 부산시 사상구의 핵심요지인 사상역 초역세권에 ‘경보 센트리안 아파트’를 오는 20일에 오픈한다. 사상역이 속한 괘법동 일대에는 개발호재에 비해 신규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지역으로 아파트 신규 구입이나 사상역 주변으로 이주를 희망하는 지역주민 및 인근지역 주민들에게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정부의 규제 정책으로 주택시장이 투자자보단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면서 가성비가 좋은 설계특화 아파트가 주목받고 있는데, 특히 이들 아파트는 같은 지역 내에서도 평면의 선호도에 따라 청약경쟁률이 크게 차이가 나고 분양권 프리미엄도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어 건설사에서도 상품설계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아파트 시공 관계자에 따르면 “채광과 환기가 우수하고 공간의 효율성이 높은 4bay 평면이 아파트 실수요자들에게 인기가 많아 건설사들이 4bay에 3면 발코니는 기본이고 중소형 평면에서는 보기 힘든 중대형급 드레스룸을 도입하거나 4bay에 알파룸 구조 등을 선보이는 등 신평면을 무기로 분양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도 “직접적으로 청약경쟁률이나 분양가 프리미엄에 영향을 미칠 만큼 세대 평면이나 상품력이 아파트를 결정하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며 이러한 트렌드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사상역 경보 센트리안’ 아파트는 우수한 입지는 물론 사상구에서는 보기 힘든 4bay구조에 알파룸, 펜트리 공간까지 모두 갖추고 있어 뛰어난 상품 경쟁력까지 가지고 있다. 또한 생활환경 인프라도 매우 우수한데, 도보 4분 거리의 애플아울렛, 롯데시네마, 이마트와 르네시떼, 홈플러스, 서부산센텀병원, 대규모 삼락생태공원 등 쇼핑∙문화∙상업∙체육시설이 집중돼 있다. 더불어 사상초교, 창진초교가 단지와 인접하여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가 안심하고 자녀를 통학 시킬 수 있는 이른바 학세권 단지이기도 하다. ‘사상역 경보 센트리안’ 아파트는 인기가 높은 4bay 구조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거실 아트월은 이탈리아산 수입 마감재를 사용하여 중소형 아파트에서는 보기 힘든 고급스러움을 갖추었으며, 현관과 주방에는 마법 같은 펜트리 공간을 확보함으로써 주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또한 최근 아파트가 첨단 지능형 아파트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핵심기술인 사물 인터넷(IOT)도 사상구 아파트 최초로 적용하여 스마트홈 서비스를 제공한다. 입주민은 전용 앱을 통해 조명, 난방, 가스밸브부터 입주민이 구매하는 가전제품까지 집 밖에서도 제어가 가능하다. 옵션부분에서는 발코니 확장비용은 무상으로 제공하고, 청약 당첨자가 계약기간에 계약할 경우 고가의 유상 옵션인 천정 매립형 시스템 에어컨과 고급 중문도 이벤트를 통해 선착순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그 밖의 무상설치 품목으로는 미세먼지 대응과 에너지 절감에 효과적인 전열교환기, 주방의 품격을 더해주는 광파오븐렌지, 음식물 쓰레기의 양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음식물 파쇄기, 건조기능이 있는 전동 빨래건조기와 고급 비데도 빠짐없이 설치되어 있어 부족함 없이 상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무엇보다 사상구는 청약조정대상에서 제외된 지역으로 6개월의 전매 제한만 있어 부담 없는 청약과 자유로운 투자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사상역 경보 센트리안’ 아파트 분양 관계자는 센트리안 아파트는 “트리플 역세권과 개발호재가 풍부한 사상역 최중심에 위치해 있어 공실 걱정 없는 확실한 임차수요까지 기대 된다”고 설명했다. ‘사상역 경보 센트리안 아파트’는 부산 지하철 2호선 사상역에서 도보 1분 거리인 사상로 223번길 22 일대에 조성되며, 지하1층~지상 20층의 높이에 전용면적 46㎡~66㎡로 총 2개동 133세대로 구성된다. ‘사상역 경보 센트리안’ 아파트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사상구 사상로 196 한빛빌딩 7층에 위치한 모델하우스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사상역 경보 센트리안’ 아파트는 그랜드 오픈 기념으로 가수 장윤정, 남진 등 가수들을 초정하여 축하 공연과 푸짐한 경품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101살 할머니도, 외국인노동자도… “한 표가 세상 바꾼다”

    101살 할머니도, 외국인노동자도… “한 표가 세상 바꾼다”

    ‘투표소 인증샷’ 하나의 문화로 MB 옥중 투표·박근혜는 포기 투표소에서 촬영 후 적발 소동 불법 선거도박 정황 포착 내사 “나를 대신해 제대로 일할 것 같은 사람을 찍었습니다. 주권재민(主權在民)이지 않습니까.”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13일 전국의 유권자들은 각자의 의미를 담아 한 표를 행사했다. 소중한 권리 이행을 기념하며 투표소 안내판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는 행위는 이제 하나의 투표 문화로 자리잡았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민센터에서 투표한 최광휘(46)씨는 “서울시장에게 시를 운영할 권리를 준 사람은 바로 나”라면서 “믿음이 가는 후보를 찍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교동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 입구에서는 한 노부부가 누구를 찍을지를 놓고 옥신각신했다. 할머니가 “○번 찍어”라고 하자 할아버지가 “내 마음대로 찍을 거야”라고 되받았다. 간호조무사인 조윤정(24)씨는 밤샘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는 길에 관악구 대학동의 투표소를 찾았다. 조씨는 “투표로 세상이 바뀌는 것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에 잠이 쏟아지는 것을 무릅쓰고 나왔다”고 말했다. 교육열이 높은 곳으로 알려진 강남구 대치동의 유권자들은 서울교육감 선거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단대부고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만난 김모(43)씨는 “전교조 친화적인 후보냐 아니냐가 선택의 기준이 됐다”고 전했다. 국내로 이주해 국적을 취득한 유권자들도 주인 의식을 발휘했다. 이모(71·여)씨는 “중국에서 온 이주민들의 일자리를 늘려 주겠다고 약속한 후보를 찍었다”고 귀띔했다. 인천에 사는 회사원 김모(30)씨는 “마땅히 지지하는 후보가 없어 투표하지 않으려 했는데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망하면 인천)이라는 정치인의 막말에 화가 나 투표장에 나왔다”고 했다. 울산 중구 우정동 제3투표소에서는 1917년 7월생인 김두애(101) 할머니가 주변 사람으로부터 아무런 도움도 받지 않고 직접 한 표를 행사했다. 김 할머니는 “이게 마지막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투표했다”고 말했다. 서울 동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7일 거소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권리 행사를 포기했다. 선거권이 없는 청소년들은 “선거연령을 낮춰 달라”고 촉구하며 거리로 나왔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른들끼리만 하는 선거는 민주주의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한국YMCA와 ‘18세 참정권 실현을 위한 6·13 청소년모의투표 운동본부’는 같은 장소에서 만 18세 미만 청소년만 참여할 수 있는 서울시장·서울교육감 선거를 진행했다. 각종 사건·사고도 잇따랐다. 충남 서산의 한 투표소에서는 한 50대 남성이 투표지를 촬영하다 적발됐다. 이날 오전 10시 35분쯤 서산 인지면 차동초등학교에 마련된 제3투표소의 기표소 내에서 ‘찰칵’ 소리가 들렸고, 선거 관리 직원이 A(58)씨를 적발했다. A씨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투표지 사진은 삭제됐고, 그 표도 무효 처리됐다. 울산 중구에서도 40대 여성이 기표소 안에서 투표지를 촬영하다 적발됐다. 공직선거법 제166조의2는 기표소 내 투표지 촬영을 금지하고 있으며,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지방선거 결과를 둔 불법 도박 사이트가 운영되는 정황을 포착하고 충북경찰청에 내사를 지시했다. 해당 사이트는 일부 광역단체장 선거에 돈을 걸어 결과를 맞히면 배당률에 따라 배당금을 받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팀·전국종합 jiye@seoul.co.kr
  • [6·12 북미 정상회담] “20% 진행돼도 불가역적 비핵화 돌입…가능한 한 빨리할 것”

    [6·12 북미 정상회담] “20% 진행돼도 불가역적 비핵화 돌입…가능한 한 빨리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 싱가포르 카펠라호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혼자서 1시간가량이나 길게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거의 모든 질문에 사양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답하는 등 정상회담 성과를 적극 홍보하는 모습을 보였다.→김정은은 주민들을 굶주리게 했고 오토 웜비어를 죽게 만들었다. 그런데 편안하게 재능 있는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나. 실제로 재능 있는 사람이기 때문인가. -26세에 이런 나라를 물려받았고, 나라를 통치해 왔다. 원래 인간성에 대해서는 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26살짜리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웜비어는 정말 특별한 사람이고 평생 기억할 것이다. 그분의 가족들도 정말 좋은 친구다. 웜비어의 죽음이 없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체제 안전 보장을 하겠다는 것인가. 군사 역량을 감축하고 줄이겠다는 것인가. -축소할 생각은 없다. 현재 한국에 3만 2000명의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언젠가는 집으로 돌아와야 하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렇게 된다면 굉장히 많은 비용이 절감될 것이다. →합의문에 CVID가 없는데 우려하지 않나. -전혀 우려하지 않는다.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을 약속한다고 돼 있고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고 돼 있다. →북한핵 비핵화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 했는데 -과학적, 기계적으로 가능한 한 빨리 할 것이다. 20%만 진행되면 되돌릴 수 없게되는 지점이 있을 것이다. (얼마나 걸릴 것이냐는 추가 질문에) 알수 없다. 하지만 빨리 될 것이다. →그 과정에 미국이 포함되나. -미국이 포함된다. 여러 사람이 포함될 것이다. 신뢰 관계를 구축할 것이다. 폼페이오는 잘해 왔는데, 저희 직원들이 많이 들어가서 여러 가지 작업을 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완전한 비핵화를 말한다. 불가역적인 비핵화에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김정은의 의지를 확인해야 하지 않겠나. -과거에도 뭐라 했는데 아무 일이 없었다. 수십억 달러를 들이는데 그 어떤 일도 들이지 않았다. 김정은이 오히려 언급했다. 이 정도로 이룬 게 없다고 했다. 김정은이 무엇인가 이룰 것이라는 확신이 높다. 그리고 저만큼이나 이상으로 이루고 싶어 한다고 생각한다. 포괄적인 성명에 서명했다. 굉장히 많은 것을 포괄한다. 그가 이행할 것이라 믿는다. 도착하자마자 프로세스할 것이라 생각한다. 분명 좋은 일이 일어나는 것이고, 실제로 무엇인가 이루고자 한다고 생각한다. →인권 문제에 대해 논의했나. -논의했다. 앞으로도 계속 다루게 될 것이다. 미국인들이 전사자의 유해를 돌려달라고 하는 요청을 굉장히 많이 받은 바 있다. 한국전쟁은 정말로 끔찍한 전쟁이었다. 그래서 제가 그 부분을 요청했고 마지막에 그 부분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유해가 중요한 이슈인데, 김정은이 어떻게 생각하나. -논의를 분명히 했다.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는 짧게 논의했다. 김 위원장도 무언가 하고 싶어 한다고 생각한다. 김정은은 똑똑하고 좋은 협상가다. 올바른 일을 하고 싶어 한다고 본다. 과거에는 수십억 달러가 투자됐지만 그럼에도 핵프로그램이 다음날 계속됐다. 그런데 시대가 달라졌다.→평화협정에 대해 말했나. 평양을 방문할 것인가. -적절한 시기에 방문할 것이다. 내가 기대하는 순간이다. 김정은도 적절한 시기에 백악관에 초청할 것이다. 적절한 시기에 조금 더 진전하자는 얘기를 했고 김정은도 수락 의사를 밝혔다. →일본인 납북자 문제도 논의했나. -아베 총리가 말했다시피 비핵화 의제 외에도 납치자 문제가 아베 총리에게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는 걸 잘 안다. 명문화되지는 않았지만 언급했다. →인권을 다루는 데 북한은 그동안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더 인권을 침해했다. -북한 상황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 문제도 다뤘다. 오늘 분명한 목적은 비핵화이기 때문에 거기에 중점을 뒀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후속 회담에서 논의할 거라고 생각한다. →비핵화 시간표와 첫 제재 완화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적으로도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그럼에도 절차가 시작되면 그것은 거의 완료에 가까워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재 해제는 핵무기가 위험 요인이 아닐 때 해제하겠다. 곧이길 바란다. 현재는 제재가 가해진 상황이다. 제재는 핵 문제가 더이상 문제가 아니다라고 인식하게 될 때 해제될 것이다. →적대행위를 중지하겠다고 했는데 한·미 군사훈련에 관한 것인가. -우리가 훈련을 오래 해왔다. 워게임(전쟁연습)이라고도 하는데 많은 비용을 지불한다. 한국도 재정 지원을 하지만 100%는 아니다. 이와 관련해 군비, 교역과 관련해 한국 정부와 얘기해야 한다. FTA 재협상도 남아 있다. 관련 논의도 하지만, 폭탄이 어디서 날아오나. 괌에서 날아온다. 6시간씩 괌에서 날아오는데, 훈련을 하고 다시 오랫동안 괌으로 날아가는데 정말 많은 비용이 든다. 도발적이기도 하다. 도발적인 상황이다. 이 상황을 생각해 보라. 그 옆의 국가라 생각해 보라. 이런 포괄적 협상을 한다면 워게임하는 게 꼭 적절하진 않다. 비용 효율이 중요하다. →북한이 주는 건 뭔가. -‘대통령이 너무 많은 걸 포기했다. 얻은 것이 없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지난 24시간 동안 거의 잠도 자지 않고 계속 협상을 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포기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이번 합의는 미국과 북한에 모두 좋은 내용이다. 우리는 안전 보장을 제공하며 북한은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를 약속했다. 그리고 이번 회담을 위해서 억류된 미국인 3명을 풀어 줬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것으로 이 회담의 성공을 측정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왜 CVID를 포함하지 않았나. -시간이 부족했다. 김정은은 이 회담에 오기 전부터 이에 대해 알고 있었고 실무협상을 통해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만약 북한 측에서 합의하지 않았다면 공동성명에 아예 서명하지 못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이 말을 넣는 게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다. →북한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군사적 결과(옵션 가능성)는. -답하기 까다롭다. 위협적으로 보이기 싫다. 서울(수도권)에는 2800만명의 국민이 있다. 굉장히 큰 규모다. 비무장지대(DMZ) 바로 밑이 서울이다. 10만명 이렇게 말하는데 2000만명, 3000만명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5000만명도 죽을 수 있다. 서울이 경계선 바로 옆이다. →김정은에게 회견 직전에 상영된 영상을 보여 주었나. -아이패드로 보여 주었다. 북측의 8명 정도의 대표단이 그 영상을 보면서 반응이 아주 좋았다. 저는 미래가 무엇인지 보여 주고 싶었다.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 →화염과 분노를 언급했었는데. -그때 당시에는 그것이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미국의 관점에서 북한 핵능력의 발전을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일본 역시도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아침에 김정은을 만나고 회의장에 계속 남아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1초만 보면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처음부터 우리는 아주 말이 잘 맞았다. 만나서 얘기를 했고, 그냥 앉아서 계속 얘기를 했다. →다음 정상회담은 어디서 열리나.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다. 그 전에 정상회담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떤 회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진척됐다. 서로 관계를 잘 구축하고 호감을 갖고 그러면 좋다. 전쟁 전사자 포로 유해를 송환 발굴하는 것도 굉장히 좋은 진전이라고 생각한다. →비핵화 비용에 대해 논의했나. 누가 이 비용을 지불하게 되는 것인가. -한국과 일본이 도와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도울 거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돕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많은 대가를 치렀다. →2차 회담이 있다면 김정은이 워싱턴을 방문하나.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설정하지는 않았다. 아마도 다른 회담이나 회의가 필요할 것 같다. 사람들의 기대감을 너무나 올리고 싶지는 않았다. →중국이 이 프로세스를 가속화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할 거라고 생각하나. -중국에 대한 저의 기대는 중국은 위대한 나라이고 위대한 지도자를 갖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저의 친구이기도 하다. 아마 오늘 회담 결과에 만족할 거라 생각한다. →김 위원장과만 평화협정을 체결할 것인가. 한국, 중국도 서명국으로 참여하는 것을 고려하나. -한국과 중국도 참여했으면 한다. 법적으로 의무 사항인지 여부와는 별도로 한국과 중국도 참여하기를 바란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여기는 중국] 덩굴로 뒤덮인 中 ‘유령마을’, 관광지 되다

    [여기는 중국] 덩굴로 뒤덮인 中 ‘유령마을’, 관광지 되다

    멀리서 보면 덩굴로 뒤덮인 마을 전체가 마치 이끼에 뒤덮인 돌들이 모인 듯하다. 다소 으스스한 중국의 한 작은 마을이 현지인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관광지가 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AP통신을 인용한 10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 남부 상하이에서 90㎞떨어진 ‘호우토우완’은 오래 전 어부와 만선으로 가득했던 어촌 마을이다. 이 마을은 30여 년 전 600가구의 주민이 살았을 정도로 호황기를 누렸지만, 정부의 어업제재 및 교통과 교육 인프라 부재 등으로 결국 주민들에게 버림을 받았다. 결국 마을은 비바람에 갈라지고 부서진 폐가와 이를 뒤덮은 덩굴만이 남아있는 유령 도시로 변했고,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하지만 최근 이 마을의 존재가 인터넷을 통해 알음알음 알려지면서 주말이 되면 물 넘고 산 건너 이 마을을 찾는 관광객이 늘고 있다. 최근 이 마을을 찾은 관광객인 22세 학생 황씨는 “덩굴식물과 바람, 비, 식물에 둘러싸인, 인간이 만든 구조물의 아름다움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찾아왔다”면서 “이 마음은 애초부터 자연의 한 부분이었던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또는 인간에 의해 침략 받았다가 결국 자연으로 되돌아간 지역을 연상케 하기도 한다”고 감상평을 남겼다. 덩굴로 뒤덮인 이 마을이 완전한 무인도는 아니다. 총 5명의 주민이 여전히 마을 중심에서 조금 벗어난 거리에서 생활하고 있다. 여기에 개 몇 마리도 텅텅 비어버린 빈 집을 오가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여전히 이 마을에서 생활하는 한 주민은 “사람들이 두려운 마음에 이 곳에 유령이 살고 있다고 믿으면서 ‘유령마을’이라고 불리기 시작했다”면서 “나는 오랫동안 이 곳에 살았고, 결코 유령은 만난 적이 없다. 마을 주민들이 떠난 뒤 그곳에 양배추와 상추 등을 심어 농장을 운영하며 살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상하이 화둥사범대학 사회학과 자오예친 교수는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이 마을은 중국 사회 전체의 축소판이나 다름없다”면서 “셀 수 없이 많은 중국인이 농촌이나 어촌에서 상하이, 선전, 광저우와 대도시로 이주하는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AFP·연합뉴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러시아계 중도 입학생 몰려와… 농촌학교 수업 진행 힘들어요”

    “러시아계 중도 입학생 몰려와… 농촌학교 수업 진행 힘들어요”

    “옛 소련 국가 학생들이 물 밀 듯이 중도 입학해 수업 진행이 무척 힘들어요. 한국말을 못 알아들어 눈만 멀뚱멀뚱 뜬 학생이 많습니다. 더러는 구글 번역기를 보면서 수업을 듣기도 하죠. 원래 수업시간에는 휴대전화를 쓸 수 없지만 선생님도 사정을 아니 눈감아 줄 수밖에 더 있나요.” 충남 아산시 신창초등학교 A 교사는 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만 벌써 1학년 22명을 비롯해 모두 47명이 우리 학교에 중도 입학했다”며 갖가지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농촌 총각이 베트남, 캄보디아 등 다른 나라 신부와 국제결혼해서 낳은 다문화가정 자녀가 농촌 학교에 많은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요즘 외국인 부부가 한국 근로자로 취업하면서 데려온 자녀, 이른바 ‘중도 입학’ 학생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대도시도 적잖지만 신생 기업이 많이 입주한 농촌에 이런 현상이 더 도드라집니다.신창초엔 현재 외국인 130여명이 재학 중입니다. 전교생이 490여명이니 26%를 웃돕니다. 우즈베키스탄, 벨라루스 등 옛 소련연방 7개국 아이들입니다. A 교사는 “2014년 전까진 중국 국적 학생 3명 정도만 중도 입학해 전교생이 360여명이었는데 이후 러시아계 학생이 갑자기 늘었다”며 “인근 현대차 아산공장 부품 협력업체와 신창농공단지에 취업한 외국인 자녀들”이라고 했습니다. 임금이 자기 나라보다 높아 모국 친인척과 이웃까지 불러 모으고, 그들이 자녀를 데려와 빚어진 일입니다.1학년은 한 반 20여명 중 6~7명에 이를 만큼 올 들어 더 늘었습니다. 중도 입학생이 한 반의 30%로 매우 높은 비율입니다. ●학습 경험 없는 저학년은 가르치기 너무 벅차 이 학교는 올해 급히 ‘한국어 랭귀지스쿨’인 예비학교를 하나 더 늘렸습니다. 이 과정을 원하는 중도 입학생이 80명 정도로 급증해 2개 반을 운영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죠. 이곳에선 이중언어 강사가 온종일 한국어를 가르칩니다. 학교는 또 올 신학기부터 방과후 수업으로 ‘다문화 이주자활용 외국어교육’을 도입했습니다. 1, 2학년이 주요 대상이지만 고학년도 원하면 들을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엔 40명이 있습니다. 빠르면 3개월, 늦으면 2년까지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도 있지만 수업 시간에 헤매기는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신창초 B 교사는 “중도 입학생은 한국어를 잘해도 직각삼각형 등 용어를 몰라 많이 당황한다. 교사가 이를 설명하느라 진땀을 뺀다”고 했습니다. 이어 “담임교사가 ‘야, 교실에서 떠들지 마’라고 소리를 쳐도 중도 입학생 대부분이 알아듣지 못해 멈추지 않는다”며 “그래서 한국어를 잘하는 중도 입학생이 통역을 하기도 하고, 이마저 답답해 러시아어를 배우는 교사도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가장 어려운 과목은 국어입니다. 한국어 표현이 다채로워서입니다. 고학년은 사회 과목을 힘들어한다고 합니다. 역사와 사회 규범·시스템이 크게 달라서죠. B 교사는 “중도 입학생은 수학은 물론 전 과목 다 힘들어한다”고 털어놨습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도 있지만 상당수 중도 입학생은 시험을 치르면 백지 답안지를 내거나 제목을 그대로 베껴 제출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합니다. 특히 모국에서 입학 전에 건너와 학습 경험이 전무한 저학년은 모국어로든, 한국어로든 가르치는 것 자체가 벅차다고 합니다. 문제는 예비학교까지 만들어 한국어를 가르쳐야 하느냐는 논란입니다. 일부 교육계 인사는 “자신이 원해서 온 외국인에게 굳이 우리 예산으로 우리말을 가르쳐야 하느냐”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김영숙 충남도교육청 장학사는 “한국에선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으로 전 과목을 다 가르쳐야 하는데 언어장벽 탓에 아예 이수할 수 없어서 선제적 지원으로 한국어 예비학교를 운영하는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박석준 배재대 한국어문화학과 교수도 “단순 외국인이라면 몰라도 장차 귀화인을 교육하는 공교육 개념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미국 등도 외국에서 온 학생들에게 ‘제2 언어로서 영어’(ESL) 과정을 무료로 교육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학기 시작 후에도 중도 입학생 계속 늘어 학부모와의 상담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부모 중 한 명이 고려인인 가정도 많지만 한국어를 모르기는 똑같습니다. 학교 안내문은 러시아어로 번역해 보낸다 해도 대면 상담은 큰 장벽에 부딪힙니다. 러시아어를 잘하는 사람을 수시로 동행하기 어려워 학부모나 교사가 휴대전화로 ‘3자 통화’를 시도하기도 합니다. 충남외국인주민통합지원콜센터 황세경 팀장은 “교사와 상담하던 외국인 학부모가 ‘선생님과 상담 중인데 도통 뭔 말인지 모르겠다’고 도움을 요청하는 긴급 전화를 자주 받는다”고 합니다. 또 “60%는 충남 학교 학부모들이지만 나머지는 경기, 경남 등에서 걸려와 전국 방방곡곡에서 벌어지는 일인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교육부는 올해 전국 195개 학교에서 모두 221개 학급의 예비학교를 운영 중이라고 했습니다. 지난해 179개 학급에서 40여개 학급이 늘었습니다. 안산 외국인마을을 낀 경기도가 65개 학교 70개 학급으로 가장 많고 충남 20개 학교(20개 학급), 서울 17개 학교(19개 학급), 부산 13개 학교(15개 학급) 등입니다. 그러나 학기 시작 뒤에도 중도 입학이 끊이지 않아 계속 늘어나는 상태입니다. ●이중언어 자격 있는 강사 농촌엔 잘 지원 안 해 이 때문에 교실난이 심각합니다. 김동옥 신창초 교장은 “포화 상태인 중도 입학생 때문에 컴퓨터와 영어를 가르치는 특별실과 보건실을 없애고 교무실도 두 칸에서 한 칸으로 줄였다. 복도를 좁히고 심지어 공터에 컨테이너 교실을 지어 7개 공간을 더 만들었다”고 소개했습니다. 아울러 “그런데도 교실 부족으로 예비학교 정원이 반당 15명을 훌쩍 넘어도 2개 학급밖에 운영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더이상 공간을 확보할 곳이 없어 장애학생 등을 위한 특수학급도 만들지 못하는 처지인데 교육청 등 관련 기관에선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학생들은 대부분 한 학년 정도 낮춰 한국 학교에 중도 입학합니다. 김 교장은 또 “중도 입학생이 교실에서 자기들끼리 러시아 말로 떠드는 등 심각한 학습권 침해로 한국 학생을 전학 가게 만들기 시작했다”고 혀를 찼습니다. 중도 입학생끼리 놀아도 될 정도로 많아진 것입니다. 김 교장은 “한국말 습득이 더딘 이유”라며 안타까워했습니다. 학교에선 결국 중도 입학을 원하는 학부모에게 ‘더이상 한국어를 가르칠 여건이 안 되니 각자 알아서 하라’고 예비학교에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엔 아동권리 협약은 이주 아동의 교육권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으나 현실과 동떨어진 것입니다. 집이 대부분 신창초 근처인 학부모로서는 난감한 일입니다. 이곳은 당초 순천향대 학생이 몰려 살던 원룸촌인데 대학 옆에 새 원룸촌이 형성되고 수도권 전철이 대학 근처까지 들어오면서 비어 가던 것을 이들이 채웠습니다. 월세가 싸 25만원 정도면 원룸을 얻어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낯선 타국에서 근처 학교 놔두고 먼 학교로 아이를 보내 한국어를 배우게 해야 하니 심란한 것이죠. 끝내 일부 학부모는 신창초에서 4㎞쯤 떨어진 신광초로 자녀를 중도 입학시켰습니다. 이 학교 중도 입학생도 20명을 웃돌죠. ●일반·예비학교 따로 운영 양측 학습권 보호해야 강사 구하기도 어렵답니다. 농촌에선 이중언어 자격 강사를 찾기 어렵고 주거환경이 열악해 잘 오지 않습니다. 신창초엔 인근 순천향대 한국어교육원에서 한국어 자격증을 딴 우즈베키스탄인 등 4명이 강사로 일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실정입니다. 아산에 공장을 둔 삼성전자 등 기업이 강사를 지원하고 한국 학생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탁구부를 운영하게 도울 정도입니다. 신창초 C 교사는 “중도 입학생이 20~30명일 땐 감당할 수 있었는데 100명을 넘기면서 학습지도가 불가능할 지경”이라면서 “일반 학교와 예비학교를 별도 운영해 한국 학생과 중도 입학생의 학습권을 모두 보호해야 한다”고 확실한 대책을 요구했습니다. 교육부는 시·도 교육청과 함께 예비학교 운영 등 정책을 펴고 있지만 아직 미흡합니다. 이가원 교육부 사무관은 “경기, 충남, 경북을 중심으로 중도 입학생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고 한국어 교육 여건이 안 되다 보니 입학 거부 사태도 생긴다”면서 “강사의 정규직화에 따른 재정 부담 등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좀더 거시적인 시각에서 해법을 찾아야 할 때인 것은 맞다”고 했습니다. 아산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사설] ‘드루킹 특검’, 성역 없는 수사로 의혹 규명하라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된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로 허익범 변호사를 임명했다. 여야는 지난달 18일 특검과 특검보 3명, 파견검사 13명에 수사관과 파견공무원 각 35명씩 모두 87명으로 일명 ‘드루킹 특검’에 합의했다. 드루킹 사건은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여론 조작의 진위를 가려 내야 하는 사건이다. 특검은 지난 대선 때 드루킹 등의 불법 댓글 올리기를 통한 여론 조작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배후 세력이 누구인지 밝혀내야 한다. 제기된 의혹대로라면 드루킹 사건은 여론 조작으로 민주주의를 유린한 범죄가 된다. 특검팀이 성역 없는 수사로 진실을 밝혀야 하는 이유다. 특검은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서둘러 팀을 꾸리고 수사 범위와 대상부터 정하기 바란다. 법적으로 명시된 20일의 준비 기간을 감안하면 본격 수사는 이달 중순 이후에나 가능하다. 수사 범위의 경우 정권 실세의 포함 여부가 주목된다. 김경수 전 의원 등 핵심 인사가 수사 대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 해도 논란의 핵심인 정권 실세의 불법 여론조작 관여 여부에 대한 수사가 아니라면 특검까지 도입해야 할 이유가 없다. 지난 대선 전에 드루킹을 4차례 만났고 김 전 의원에게 드루킹을 소개해 줬다는 사실이 드러난 송인배 제1부속비서관에 대한 수사 여부도 주목된다. 특검은 수사 방해 의혹을 받는 경찰도 조사해야 한다. 경찰이 초동 수사 단계에서 늑장 압수수색을 하는 등 부실 수사를 했고, 이주민 서울청장은 송 비서관이 관련돼 있다는 보고를 받고도 40일 동안이나 이 사실을 경찰청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특검 이후 논란을 남기지 않으려면 철저한 수사만이 길이다. 특검의 능력은 수사 기간 연장 여부에도 있다. 특검은 기본적으로는 수사 개시일로부터 60일 이내에 기소까지 해야 한다. 수사 기간은 대통령 승인 아래 한 차례, 최대 30일까지 연장 가능하다. 수사 도중 청와대 핵심 인사를 대상에 올리면 기간 연장을 놓고 마찰이 생길 수 있다. 특검팀이 어떤 수사력을 보여 줄지 주목된다. 이번 특검은 특검 후보 인선난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관련자 진술에 의존한 수사로 공소 유지가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게다가 선거법 위반 논란이 있는 김 전 의원의 센다이 총영사 자리 제안이 사실이더라도 공소시효가 오는 28일이면 만료돼 실효성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행위는 역사적 기록으로라도 남겨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 노량진 ‘인강의 그늘’ 신림은 ‘부활의 노래’

    노량진 ‘인강의 그늘’ 신림은 ‘부활의 노래’

    공시생, 실강보다 인강 선호 방값 저렴·조용한 신림동 이주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이후 쇠락의 길을 걷던 ‘원조 고시촌’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활기가 돌고 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에 터를 잡고 공부하던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의 ‘이주 러시’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인터넷 강의’(인강)의 확대, 저렴한 방값, 조용한 환경 등이 이유로 꼽힌다. ‘공시 메카’ 노량진의 침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공시생들로 늘 북적이던 식당 ‘고구려’의 폐업이다. 이 식당은 싼 가격에도 뷔페식 메뉴를 제공해 호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공시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식당 주인은 “공시생 수가 크게 줄어 수익이 나지 않고 건강도 나빠져 폐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노량진에서 15년 넘게 분식집을 운영하는 안모(58)씨도 “잘 나갈 때에는 하루 매출이 100만원이 넘었는데 지금은 50만원도 채 안 된다”고 토로했다. ‘탈노량진화’는 통계로도 드러난다. 통계청의 주민등록인구현황에 따르면 동작구 노량진1·2동에 거주하는 20~30대 인구수는 2015년 1만 5872명, 2016년 1만 5583명, 2017년 1만 5228명, 2018년 5월 기준 1만 5118명으로 집계됐다. 매년 300여명씩 빠져나갔다. 이와 반대로 관악구 대학동(옛 신림9동)의 20~30대 인구수는 2015년 1만 574명, 2016년 1만 906명, 2017년 1만 1023명, 2018년 5월 기준 1만 1310명으로, 매년 300명 안팎으로 늘었다. ‘이노향신’(노량진을 떠나 신림동으로 향하는 것) 현상이 생긴 가장 큰 이유는 ‘인강의 발달’이다. 과거에는 정해진 시간에 학원에 가야 수업을 들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인터넷으로 언제 어디서든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노량진에서 신림동으로 넘어온 공시생 배모씨는 “학원에서 직접 수업을 듣는 ‘실강’은 5과목 6개월 과정에 200만~300만원을 내야 하지만 ‘인강’은 1년 내내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 있는 ‘프리패스’ 상품이 100만원을 넘지 않는다”고 말했다.상대적으로 저렴한 신림동의 방값도 공시생 유인 요소다. 노량진은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50~70만원인 반면 신림동은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30만~40만원 선이다. 건물 임대료도 노량진이 신림동보다 3배 정도 비싸다. 노량진에서 8년간 헌법학을 가르치다 지난해 9월 신림동으로 넘어온 박철한 강사는 “건물 임대료 때문에 신림동으로 넘어오는 학원 운영자들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신림동으로 넘어온 공시생 다수는 “여의도 등과 인접해 차량 통행량이 많은 노량진보다 관악산에 가까이 있는 신림동이 상대적으로 소음이 덜해 공부하기에 좋다”고 입을 모았다. 신림 고시촌에서 서울신문이 찾아간 부동산 대부분 최근 경시생과 공시생이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 부동산은 “원룸이나 고시원에 계약하는 경시생들이 30~40%까지 늘었다” 면서 “경찰공무원 관련 학원도 최근 10개쯤 생겼다”고 말했다. 다른 부동산 중개사는 “사시 때에 견줄 정도는 아니지만 최근 경시생이 늘어나며 거리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림동은 애초 서울대가 1975년 서울 종로구 동숭동(현 대학로)에서 신림동으로 이전해 오면서 고시생들의 보금자리가 됐다. 이후 사법시험 폐지로 위기를 맞았다가 공시생 유입으로 옛 영화를 되찾고 있는 셈이다. 노량진 학원가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불어닥친 취업난 속에 치솟는 공무원의 인기와 맞물려 호황을 누렸다가 ‘인강’이라는 복병을 만나 위기를 맞은 셈이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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