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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수처 표결 직전까지 서로 맹공

    공수처 표결 직전까지 서로 맹공

    국회가 지난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을 30일 본회의에서 표결하기 직전까지 여야는 극한 대치를 이어 갔다. 공수처법을 악법으로 규정한 자유한국당은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에 균열을 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은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인 공수처법 통과를 밀어붙였다. 한국당은 이날 4+1 협의체 소속 의원들의 양심에 호소하며 공수처법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여 용기 있게 행동해 달라”며 “헌법 사상 최악의 법이 20대 국회를 통과하는 데 협조한다면 역사가 여러분을 어떻게 기록할지 두려운 마음으로 행동하라”고 말했다. 실제 4+1 협의체 소속인 바른미래당 당권파 의원 일부는 공수처법에 거듭 반대 의견을 밝혔다. 바른미래당 박주선 의원은 페이스북에 “여권과 일부 의원이 검찰개혁을 위해 공수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실질은 검찰개혁과 무관하다고 본다”고 했다. 앞서 바른미래당 당권파인 김동철, 주승용 의원도 공수처법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지난 28일 4+1 협의체의 공수처법에 대해 수정안을 낸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권은희 의원은 무기명투표를 요구했다. 4+1 협의체 소속 의원들이 무기명투표를 하게 되면 눈치를 보지 않고 ‘권은희안’에 찬성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창당준비위원장은 한국당을 향해 “권은희안을 당론으로 채택해 최악의 공수처를 막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권은희안’에 대해 “실질적 기능을 거의 못 하는 공수처를 만드는 법”이라고 평가하며 4+1 협의체의 공수처법 통과를 밀어붙였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권 의원의) 수정안은 차라리 공수처 무효법이라고 부르는 게 낫겠다”며 “공수처를 무력화하면서 정치 소용돌이에 빠지게 하는 안이기 때문에 공수처법으로서의 역할을 못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수처는 무소불위, 안하무인의 검찰을 견제해 국민을 위한 검찰로 바꾸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이인영 “내일 공수처법 마무리 희망…표결로 결말 짓자”

    이인영 “내일 공수처법 마무리 희망…표결로 결말 짓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9일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가 종료된 만큼 다음날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안에 대한 표결을 마무리짓자고 제안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간담회를 갖고 “30일 시작되는 임시국회에서 공수처 신설을 위한 법적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면서 “난폭한 극우 정치의 국회 습격에 대응해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국회법이 보장하는 절차를 밟아가며 검찰개혁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검찰 개혁을 완수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검찰 공화국이 된다”며 “야당 대표들께도 정중하게 요청드린다. 이제 갈등을 매듭지을 시간이 됐다. 의견의 충돌을 물리적 충돌로 변질하지 말고 선진화법 정신 그대로 정정당당한 표결로 결말을 짓자”고 촉구했다. 이어 “한 번 더 국회법을 위반하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거듭된 경고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절제되고 품격있는 대처를 부탁한다”며 “내일 국회의장께는 본회의 개최를 요청드리고자 하고, 일방적 요청이 되지 않도록 원내수석부대표간 실무 협상부터 시작하게 야당에서 창구를 열어달라”고 촉구했다. 바른미래당 등 ‘4+1’ 협의체 소속 일부 의원들의 반대에 따른 ‘표단속’ 필요성에 대해서는 “표단속을 한다는 것은 좋은 표현은 아닌 것 같다”며 “발의 과정에서 156인의 의원들이 공동 발의자가 돼 있다. 우회적으로 표현하지만 크게 충돌하지는 않고,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날 본회의를 열면 추미애 법무장관 후보자 인사청문과 일정이 겹친다는 지적에는 “진행할 수 있는 것은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며 “내일 본회의를 열어 의결한다면 검찰개혁법이 2개가 남아있고 유치원법 3개가 남아있어서 이 과정이 빨리 해결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 해가 저무는 이 시점까지 아름다운 국회의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참으로 송구스럽다”면서 “자유한국당에 의해 국회 선진화법은 다시 한 번 난폭하게 유린됐고, 국회의원다운 품격조차 절제하지 못하는 최악의 국회 모습을 저희는 여전히 극복하지 못했다”고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을 겨냥해서는 “아스팔트 위에서 벌어진 공안검사 출신 황교안 대표의 어색한 민주세력 코스프레가 치기어린 투쟁쇼가 아니었기를 진심 바란다”며 “그러나 저는 극우정치의 광기 앞에 민주정치의 인내 또한 한계에 도달했음을 고백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나치게 특정인을 공격하고 특정인에 대한 왜곡된 마타도어 중심으로 무제한 토론을 활용하는 분이 계셨다”면서 “특히 국회의장에 대한 인신공격과 모독이 국회 천장을 뚫고 지나치게 난무하는 현실은 매우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이 원내대표는 “지나치게 반복적으로 거세게 국회의장석을 중심으로 해서 벌어지는 소란, 점거, 물리적 침해 행사 과정 이런 것은 명백하게 국회법에 위반되는 행위”라며 “반복적으로 오히려 확대돼서 국회법 위반 행위가 된다면 불가피하게 법적 절차를 통해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공수처법안과 관련해 “후보추천위원 7명중 2명이 야당 추천위원이고, 7명중 6명이 찬성해야 공수처장 후보가 될 수 있어 야당이 절대적 비토권을 갖고 있다”며 “청와대는 어떤 방식으로든 관여할 수 없게, 대통령과 연계를 차단하는 조항이 신설됐다”고 강조했다.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하면 통보하도록 해 논란이 되고 있는 조항에 대해서는 “원안이 가진 무제한적 이첩권을 제한하기 위해 도입됐다”며 “원안은 어떤 이유에서든 이첩을 요구하고 받을 수 있는 권한을 보장받는다”고 부연했다. 박 최고위원은 공수처 기소 대상에 국회의원이 빠진 것에 대해선 “포함돼야 한다는 게 당입장이지만, 반영되지 못했다”면서 “반대했던 분들은 야당에 대한 탄압으로 보이지 않을까 오해했을 것으로 추측한다”고 설명했다. 이르면 내년 7월이라는 공수처 설치와 관련해서는 “가장 빨리 당겨봤을 때 7월이 아닐까 해서 한 말이고, 다른 위원회나 기구 설치의 예를 보면 조금 더 늦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헌재 “정치자금법 제6조 일부 ‘헌법불합치’”…이재명 주장 인정

    헌재 “정치자금법 제6조 일부 ‘헌법불합치’”…이재명 주장 인정

    헌법재판소가 27일 이재명 경기도시사 등 2명이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예비후보의 후원회 설립을 금지한 현행 정치자금법 6조는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헌법불합치라고 결정했다. 사실상 위헌 판단이다. 앞서 이 지사는 성남시장 시절인 2018년 3월 정치자금법 6조가 헌법이 보장한 평등권과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당시 이 지사는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었다. 현행 정치자금법 6조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후보자가 후원회를 두고 선거비용을 모금할 수 있도록 하지만, 광역 및 기초단체장, 지역교육감, 기초·광역의회 의원을 뽑는 지방선거는 예비후보 단계에서 후원회를 만들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이날 광역자치단체장선거의 예비후보자에 관한 부분은 헌법불합치를, 자치구의회 의원선거의 예비후보자에 관한 부분은 기각 결정했다. 우선 광역단체장선거 부분에 대해 “국회의원 선거의 예비후보자 및 그 예비후보자의 후원금을 기부하고자 하는 자와 광역단체장 선거의 예비후보자 및 이들 예비후보자에게 후원금을 기부하고자 하는 자를 계속해 달리 취급하는 것은 불합리한 차별에 해당하고 입법 재량을 현저히 남용하거나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헌재는 다만 당장의 위헌 결정은 법적 공백 상태를 야기할 수 있다며 2021년 12월까지 기존 조항의 효력을 유지하기로 했다. 반면 자치구의회 의원선거의 예비후보자 부분에 대해서는 “선거비용 이외에 정치자금의 필요성이 크지않고 지역주민들과 접촉하며 직무를 수행해야하는 지위에 비춰보면 선거과정에서부터 미리 예비후보자나 후보자에 대한 대가성 후원을 통해 당선 이후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접근 내지 그 접근 등으로 인한 부작용에 예상된다”며 “후원회를 통한 정치자금 모금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며 기각했다.앞서 이 지사 측은 정치자금법 6조가 “지자체장 선거 예비후보자가 어떠한 경우에도 정치자금을 기부받을 수 없도록 함으로써 대통령·국회의원 선거 예비후보자와 차별해 헌법상 평등권과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대가성 후원은 대통령과 국회의원, 지자체장 모두에게 문제가 되는데 유독 지자체장에게만 후원을 금지하는 건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제도적 제약으로 돈 없는 후모는 출마조차 할 수 없어 경제적 능력 유무에 따라 공무담임권이 침해된다는 취지다. 또 후원회제도 자체가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양성화하는 제도인데 후원회 설립이 대가성 후원을 종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하는 한편 지자체장 선거 예비후보에게 후원해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려는 권리를 침해한다고도 봤다. 이 지사는 당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면서 “도지사 후보의 후원회를 막는 것은 ‘가난하면 정치하지 마라. 가난하면 부정부패를 하라’고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이는 정상적인 청렴한 정치를 근본적으로 못하게 막는 또 하나의 적폐”라고 강조했다. 한편 헌재는 이와 별도로 이 지사의 항소심에서 도지사직 상실에 해당하는 벌금형을 선고하는 근거가 된 공직선거법 조항의 위헌여부 심리에도 착수한 상태다. 헌재는 백종덕 변호사 등 4명이 지난 10월 공직선거법 2501조1항과 형사소송법 383조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한 사건을 지난달 26일 심판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공직선거법 250조1항은 후보자와 후보자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의 출생지·가족관계·신분·직업·경력 등·재산·행위·소속단체, 특정인 또는 특정 단체로부터 지지여부 등에 관한 허위사실을 공표한 자를 5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형사소송법 383조는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선고 외엔 상고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이는 이 지시가 항소심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뒤 관련 법률 위헌성을 주장하며 지난달 대법원에 신청한 위헌법률심판제청과는 다른 건이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서울 영등포구, 시 공동협력사업 11개 분야 수상…복지분야 11년째

    서울 영등포구, 시 공동협력사업 11개 분야 수상…복지분야 11년째

    서울 영등포구가 시·구 공동협력 사업 평가에서 최대 11년 연속 수상했다고 27일 밝혔다. 시·구 공동협력 사업은 서울시에서 25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복지, 일자리, 보육, 안전 등 12개 분야 주요 역점 사업의 추진 성과를 평가해 매년 시상하고 있다. 구는 올해 11개 분야에서 수상을 거머쥐었다. 구 관계자는 “각 분야별 지표는 주민 편의와 복지 증진 등을 척도로 하는 만큼 수상은 곧 주민 삶의 질 향상에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이는 자치구의 성과와 직결돼 우수한 행정력을 증명하는 지표라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우선 시·구 공동협력 최장수 수상 사업은 ‘복지’ 분야로, 2009년 이후 11년간 연속 수상했다. 구는 올해 저소득층 600명 대상 건강음료 배달로 안부를 살피는 ‘살구 초인종’, 발달 장애인 직업훈련·자립 시설인 ‘차오름’ 개소, 노인 일자리 3564개 창출 등으로 눈에 띄는 성과를 이뤄냈다. 또한 보완·대체 의사소통 도구와 시설 확충으로 무(無) 장애 ‘AAC 마을’ 조성, 빨간 우체통 사업으로 복지사각지대를 발굴하는 등 꾸준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다음으로 ‘일자리’ 분야에서 10년 연속 수상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구는 어려운 경제 여건에서도 양질의 일자리 창출, 노동 복지 향상, 사회적 경제 활성화 등 다방면에서 우수성을 입증했다. 구는 대상별 맞춤 취업 박람회, 취업 역량 프로그램 등 개최와 사회적 기업 활성화를 도모했다. 특히 올해는 기업 방문으로 일자리 창출 방안을 함께 논의하고, 경영 애로사항을 청취하며 구직자와 기업의 상생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여성·보육’ 분야도 9년 연속 수상했다. ‘여성늘품센터’ 취·창업교육 확대 운영, 여성 귀가 지원, 불법 촬영 점검, 성별영향평가 실시, 성인지 교육 추진 등으로 성주류화 정책 확산을 위해 노력했다. 또한 국공립 어린이집 9개 확충, 자녀 돌봄 시설 ‘우리동네 키움센터’ 개소 등으로 안심할 수 있는 보육 인프라를 구축했다. ‘안전’ 분야에서는 8년 연속 수상의 성과를 거뒀다. 폐쇄회로(CC)TV 425대 추가 설치, 전통시장 소화기 설치, 안전 취약시설 집중 점검 뿐 아니라 효과적 재난 대응 체계 구축, 안전 관리 내실화, 재난 현장대응 매뉴얼 배포 등으로 늘 대비하는 자세를 잃지 않았다. ‘환경·에너지’ 분야도 8년 연속으로 수상했다. 특히 올해는 전 자치구에서 1위를 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구의 선도적 입지를 굳건히 했다. 우선 친환경 보일러 2500대 교체 지원, 저소득가구·복지시설 147곳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교체, 경로당에 미세먼지 차단망 536개와 공기청정기 327대를 설치했다. 또한 대로변·지하철역 등 재활용품 수거함 설치, 한강공원 전단지 수거함 배치, 의류 수거함 교체 등으로 쾌적한 거리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했다. 구는 ‘건강’ 분야에서도 8년 연속 수상했다. 금연 사업으로 건강 행태 개선, 대사증후군 관리, 치매 예방·정신건강 증진 사업, 감염병 대응력 강화 등으로 주민의 심신 건강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아울러 스마트메디컬특구 지정으로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6년 연속 수상한 ‘공유’ 활성화 부문에서는 공공·민간 부설주차장 605면을 주민에게 개방하고, 사물인터넷(IoT) 활용 주차 공간 98면을 확보했다. 또한 학교시설 공유, 아이 용품 공유 등으로 자원 순환 활성화에 앞장섰다. 한편 구는 올해 시·구 공동협력 11개 사업 외에도 서울시 일반평가 19개 사업, 정부기관 평가 11개 사업, 기타 외부기관 8개 사업 등 모두 49개 사업 분야의 수상으로 32억원의 재정을 확보했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은 “주민을 위한 마음을 담은 정책을 펼쳤기에 시구 공동협력 사업 평가에서 오랜 기간 좋은 결실을 맺었다”면서 “영등포구는 앞으로도 주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으로 탁트인 영등포를 만들겠다”고 전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누가복음의 뜻 그대로, 베두인 목동 가정의 출산 돕는 기독교 병원

    누가복음의 뜻 그대로, 베두인 목동 가정의 출산 돕는 기독교 병원

    고대 기독교 전통 가운데 하나는 요르단강 서안 베들레헴에 사는 이들은 가장 가난한 이들의 출산 과정을 도우라는 것이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땅을 점령한 뒤 국가를 세우고 전쟁과 유혈 충돌이 끊이지 않는데도 이런 전통이 지금도 지켜지고 있다. 베들레헴에서 한참 떨어진 사막 한가운데 베두인 목동 가정에게도 도움의 손길을 뻗고 있다. 영국 BBC는 베들레헴 근교 베이트 사후르(야경대의 집) 마을에서 멀지 않은 알라샤이다 마을 입구에서 베들레헴의 성가정 병원이 운영하는, 이동 산부인과 진료팀의 밴 승합차를 기다리는 여성들의 모습을 25일 르포로 전했다. 밴 문이 열리자 간호원 한 명과 여자 산부인과 의사 둘이 내렸다. 이 병원은 유래가 깊다. 1100년경 예루살렘에 처음 들어선 기사 병원이 모태다. 그 뒤를 이어 몰타 기사단이 운영하고 있다. 종교와 종족, 치료비를 낼 능력이 있느냐를 따지지 않고 모든 여성과 어린이들을 돌보는 것이 의무이며, 의사와 간호사들의 종교와 종족 역시 따지지 않는다. 이 마을은 튀니지부터 오만까지 수십개 나라에 유목민으로 흩어져 사는 알라샤이다 부족의 마을이다. 이스라엘 정부가 1970년대 초반 사해 근처에 머물던 이들의 이주와 정착을 허용하고 마을 이름까지 부족의 이름을 따 짓게 했다.이날 진료를 받기 원한 산모 중에는 임신 8개월째인 누라가 있었다. 그녀의 집은 이스라엘 정부가 불법 건축으로 규정해 불도저로 밀어버려 사라져 이웃 마을에 머무르고 있었다. 전통적으로 베두인족은 늘 떠돌지만 이제는 조금씩 정착하고 있다. 과거에는 여자들도 목동 일을 했지만 정착하면서는 집안 일에만 매달리고 있다. 이 마을 역시 서안 지역의 다른 많은 마을들처럼 이스라엘 점령지로 포위돼 있고 가축을 치는 일도 금지된다. 원래 자급자족했던 베두인이지만 지금은 바깥의 지원에 점점 의지하고 있다. 본인들도 2류 시민으로 여기고, 실업률은 치솟고 교육율은 현저히 낮다. 영아 사망이나 조산 사망, 빈혈 등이 많았다. 하지만 미셸 보 원장에 따르면 지난 30년 동안 이 마을을 비롯한 베두인족의 상황은 많이 나아졌다. 누가복음 2장 8절부터 10절까지다. “8 그 지경에 목자들이 밖에서 밤에 자기 양떼를 지키더니/ 9 주의 사자가 곁에 서고 주의 영광이 저희를 두루 비취매 크게 무서워하는지라/ 10 천사가 이르되 무서워 말라 보라 내가 온 백성에게 미칠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을 너희에게 전하노라” 런던 킹스 칼리지에서 기독교를 연구하는 존 테일러 교수는 “고대에는 양 치는 사람이 베두인 유목민 뿐만아니라 마을 주민들도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목동은 남성일 수도 여성일 수도 있고 아이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누가가 썼던 그리스어로는 목동이 “젠더를 가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미셸의 추천으로 찾은 카드라의 집은 아이들이 10명이었는데 모두 이 병원에서 태어났다고 했다. BBC 기자가 부엌에 들어갈 때 뒤에서 “Hello, how are you?”라고 플류트 소리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카드라의 셋째 딸 마이였는데 수학과 과학 점수가 빼어났다고 자랑했다. 이제 베두인의 딸들도 매일 등교하거나 동반자 없이 다닌다고 했다. 아주 소수는 대학에 다닐 수도 있도록 허락을 받는다. 마이도 어머니와 시집 간 두 언니 모두 든든히 지원해 입학했지만 집과 베들레헴 대학을 왕복하는 셔틀 밴 막차를 타고 집에 돌아오려면 오후 수업이나 시험을 빠질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2학년에 올라가서는 등록금을 낼 여력도 안돼 결국 포기하기로 했다. 아버지 오마르는 척추를 다쳐 일할 수 없고 카드라가 형편이 나은 이웃의 허드렛일을 해줘 받는 돈으로 입에 풀칠을 하고 수확기에 요르단 계곡 위쪽의 공장에서 50일 정도 침식을 해결하며 돈을 모은다. 이번 겨울에는 마이가 어린 동생들을 돌봐야 한다. BBC 기자는 마이가 학교를 마칠 수 있고 카드라가 일년 내내 자녀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돈을 기부할 만한 사람을 찾겠다고 다짐했다고 털어놓았다. 마이는 나은 삶을 누리길 희망한다면서도 마냥 떠돌며 살고 싶지 않다며 대학을 마친 뒤에는 알라샤이다의 어린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면서 집과 문화, 가족과 관계를 유지하며 살고 싶다고 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모든 사진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 [임지연의 내가 갔다, 하와이] 흰 눈보다 뜨거운 크리스마스 열기

    [임지연의 내가 갔다, 하와이] 흰 눈보다 뜨거운 크리스마스 열기

    전 세계가 하얀 눈이 내리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꿈꾸는 이 시기. 무더운 여름 속에 그 어느 곳보다 빠르게 크리스마스 열기가 시작된 곳이 있다. 바로 하와이. 실제로 365일 연평균 26~28도가 유지되는 따뜻한 남쪽 도시 하와이에서는 매년 12월 초부터 이듬해 1월 초까지 약 30일에 걸친 장기간의 크리스마스 행사가 지속된다. 올해 역시 이달 7일 시작된 ‘호놀룰루 시티 라이트(The Honolulu City Lights)’ 행사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과 25일 당일을 앞두고 그 열기가 한껏 고조된 분위기다. 지난 1985년 처음 시작된 ‘호놀룰루 시티 라이트’ 행사는 호놀룰루 시 정부가 지난 35년 동안 직접 주도해왔을 만큼 관광 도시 ‘하와이’에서도 제법 큰 규모의 이벤트로 꼽힌다. 시 관계자와 시민 단체 등이 참여, 매년 새로운 ‘테마’를 정한 뒤 시 의회와 오피스 지구가 자리한 다운타운을 시작으로 와이키키 해변까지 이어지는 도심 곳곳에 대형 장식물과 트리 50~60개가 설치되는 방식이다. 이 행사는 매일 오전 8시부터 밤 자정까지 도심 곳곳에서 진행된다. 이 시기 시 정부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야간 관광용 버스를 운행하는데, 전구와 꽃으로 장식된 일명 ‘전구 꽃 버스’에 탑승한 여행자들은 형형색색의 대형 장식물로 채색된 호놀룰루의 밤거리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이 시기가 되면 도심 곳곳에서는 유명 로컬 뮤지션과 미국 대륙에서 찾아온 대형 팝 가수들의 공연 소식이 줄을 잇는다. 올해에는 팝스타 어셔(Usher)가 참여한 ‘드림 위크엔드 콘서트’가 이달 말 예정돼 있는 것이 알려지면서,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 관심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이에 앞서 지난해 이 시기에는 ‘스눕 둑(Snoop Dogg)’이 참여한 공연이 펼쳐지면서 현지 주민과 여행자 등을 포함한 약 3만 명의 관객들이 공연을 관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시 정부 주도의 대규모 행사 덕분일까. 올해 하와이 주 정부는 이 일대를 찾은 관광객의 수가 역사상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돌파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하와이를 찾아온 여행자들의 수는 약 980만 명 수준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그보다 약 200만 명 증가한 ‘1000만 관광객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짐작인 셈이다. 실제로 하와이 관광청(HTA)는 지난 10월 기준, 이미 하와이를 방문한 관광객의 수가 870만 명을 돌파했다고 최근 이 같이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 기준 820만 명 수준이었던 여행자 수와 비교해 50만 명(약 5.5%) 증가한 수치다.특히 지난 10월 한 달 동안 하와이를 찾아온 이들의 수는 약 80~90만 명으로 예측,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약 4만 명 이상 증가한 것으로 확인했다. 이 시기 10월 한 달 동안 관광객들이 하와이 현지에서 지출한 비용은 약 13억 2500만 달러(약 1조 6000억 원)에 육박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 관광객들이 ‘뿌린’ 지출 비용과 비교해 약 0.9% 증가한 수치다. 특히 불과 한 달 동안 하와이 일대에서 관광객들이 지출한 1조 6000억 원의 비용은 한국의 내년도 ‘AI와 데이터 활용(AI 국가전략)’ 분야 예산 1조 600억 원을 훌쩍 넘어설 정도로 큰 금액이다. 더욱이 최근 10년 동안 하와이를 찾아오는 여행자들의 수는 매년 약 5%씩 꾸준하게 증가해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미국 본토에서 찾아오는 미국인 관광객 이외에도 중국과 한국, 일본 등 아시안 관광객의 증가가 하와이 관광 시장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하와이 관광청은 분석했다.그러면서도 관광객 수의 증가 대비 수익은 기대 이하라는 평가다. 하와이 관광청은 현지 관광업계 관계자의 분석을 인용, 상당수 여행자들이 전문적으로 운영 중인 대형 호텔에 숙박하는 대신 불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개인용 주택에 숙박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탓에 실제 하와이 주에서 집계한 관광 수익은 예상 수익 기준치를 밑돌고 있다는 것. 실제로 1박 당 평균 200달러 이상을 훌쩍 초과하는 고가의 호텔 비용 대신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에 숙박할 수 있는 개인용 주택에 머무는 여행자들의 수가 크게 증가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숙박 시, 관광객이 직접 음식을 조리할 수 없는 호텔 대신 주방 시설이 갖춰진 일반 주택 숙박에 대한 문의와 답변은 온라인 SNS을 통해 꾸준하게 진행되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 경우 세금 징수 등에 대한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 호놀룰루 시 정부는 꾸준하게 개인용 주택에 대한 렌탈 서비스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강력한 처벌 의사를 밝혀오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시 정부는 주택 렌탈 서비스를 제공한 혐의가 의심되는 현지 주민 약 5천 명에게 경고 서한을 발송하기도 했다. 시 당국은 해당 경고 문서를 통해 렌탈 서비스 일체를가 불법으로 규정, 해당 행위가 적발될 경우 하루 최대 1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할 것이라는 엄포를 놓은 바 있다. 이 경고 서한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 SNS 계정을 통해 렌탈 서비스 제공을 해 온 이들을 대상으로 발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시 당국은 현지 주민의 개인용 주택 단기 렌탈 서비스 제공을 막기 위해 일명 ‘온라인 호스팅 플랫폼 조사팀’을 꾸리는 등 꾸준한 감시 감독을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해당 서한을 받은 이들의 목록은 시 당국 홈페이지에 ‘블랙 리스트’라는 제목으로 공개돼 있을 정도다. 시 당국은 주의 주요 수입원인 ‘관광 수입’을 저해하는 행위 일체를 불법으로 규정하기 위해 지난 8월 ‘베이케이션 렌탈 규제 법안’을 전면 도입했다. 현지 주민들은 법적으로 규범화 된 ‘렌탈 서비스 불법화’로 인해, 향후 개인적으로는 법이 규제하는 주택 단기 렌탈 서비스 일체를 여행자들에게 제공할 수 없게 된 셈이다. 물론 이 같은 시 당국의 강경한 입장에 대해 반발의 목소리도 꾸준하게 제기되는 상황이다. 하와이 베이케이션 렌탈 소유주 협회는 최근 해당 법안이 하와이의 근간 사업인 관광업에 치명타를 입힐 것이라는 비판적인 목소리를 제기한 상황이다. 이들은 “법으로 문서화된 해당 법률 탓에 합법적으로 렌탈 서비스를 제공하던 소규모 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면서 “합법적인 서비스 업체들의 홍보, 광고 등이 저해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하와이에서도 제법 규모로 손꼽히는 반얀 콘도 소유자들은 시 정부를 상대로 단기 임대 규제 법안에 대한 위헌 소지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상태다. 한편, 시 당국의 렌탈 서비스 제재 입장은 매우 단호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커크 콜드웰 호놀룰루 시장은 공식 석상에서 “시 정부에 대한 소송이 있을 경우에도 새 법 시행에 대한 당국의 움직임은 멈춰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소송이라는 행위로 시 정부가 법을 집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은 큰 오산”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호놀룰루=임지연 통신원 808ddongcho@gmail.com   
  • [글로벌 In&Out] 북한군의 모체 철도경비대 어떻게 창설됐는가/바실리 V 레베데프 고려대 사학과 석사

    [글로벌 In&Out] 북한군의 모체 철도경비대 어떻게 창설됐는가/바실리 V 레베데프 고려대 사학과 석사

    북한 정부 수립 역사와 한국전쟁 연구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북한의 조선인민군 건설사다. 북한군이 북한 정부보다 먼저 창설됐으며 1949~1950년의 38도선 무장충돌과 한국전쟁에서 활동한 주요 무장세력이었기 때문이다. 북한군 건설 과정은 북한 당국뿐만 아니라 소련, 중국 등 외부세력의 영향을 받은 극도로 복잡한 것이며 아직까지 규명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그뿐만 아니라, 냉전 시기와 사료 부족도 북한 군사(軍史) 연구에 악영향을 미쳤다. 또한 많은 연구자가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사료로 확인되지 않은 가정을 사실처럼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이 사실을 잘 보여 주는 것이 북한의 철도경비대 창설이다. 1946년 1월 초에 창설된 철도경비대는 북한의 최초 무장조직 중 하나다. 현재까지 많은 연구에서는 철도경비대 창설의 주요 이유가 소련이 북한의 정규군 창설을 위해 합법적인 위장간판을 만들고 “은밀히 군사 목적의 병력을 확보, 양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과연 그랬을까? 소련 측 자료를 중심으로 북한 철도보안대의 창설 과정을 알아보자. 1945년 8월 소련군은 북한에 주둔한 일본군과 전투를 치르면서 북한 동해안의 일부 도시를 해방시키고 남하해 나갔다. 진격하는 소련군과 해방된 조선인의 복수를 두려워한 많은 일본인 관료들은 가져갈 수 없는 선박, 열차, 궤도 등을 파괴하고 남한으로 도망갔다. 이 때문에 전후, 북한 철도 시설의 상태가 극히 불만족스러웠다. 일제를 격파하고 북한에 진출한 소련군 부대 일부의 철수, 전리품의 소련 운반 등에 바빴던 소련군이 철도 이용권을 독점한 것과 전쟁으로 인한 경제 손실 등의 이유로 경제 생활이 극히 어려워진 북한 주민들이 불만을 품게 됐다. 그 결과 1945년 11월 말 나진시에서 일제 탄약을 소련으로 운반하는 열차 방화(放火) 사건이 발생했다. 그 폭발로 인해 도시가 큰 피해를 입었다. 이 사건으로 북한 철도 문제의 심각함을 인식하게 된 소련군은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1945년 12월 북한 민정청 교통국 대표인 예고로프 상위가 민정담당 사령관 로마넨코 소장에게 만주에서 열차를 보내는 것과 함께 2개 철도운영연대, 그리고 철도경비를 위해 2개 내무인민위원부(NKVD) 철도경비연대를 파견할 것을 요청했다. 2차 세계대전 종결로 인해 대규모의 제대를 실시한 소련군 최고사령부는 약 5000명 규모의 병력을 추가적으로 북한에 파견할 수 없었다. 1946년 초 조선인들로 구성된 철도경비대를 조직했고 이를 민정청 보안국 경비부 철도과로 편입해 운영하다가 1946년 7월에 보안국에서 철도경비사령부로 독립시켰다. 1946년 3월 백의사 등 테러단체가 소련군인과 북한정치가들을 상대로 일으킨 일련의 테러행위를 계기로 소련이 북한경찰을 준군사화할 것을 결정했다. 이에 군사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군사고문단을 파견했으나, 철도보안대는 군사교육을 받지 못하고 철도경비를 계속 수행했다. 1946년 12월 말 북한 부대의 현황조사를 진행했던 소련 군사고문단 정치 담당 고문 카넵스키 대좌는 북한 철도부안대의 상태를 ‘불량’이라고 평가했다. 이 상황에 대해 불만을 느낀 김일성은 1947년 3월에 제25군 사령관에게 직접 보낸 편지에서 철도경비대가 군사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철도경비 임무로부터 벗어나게 해 줄 것을 요청했다. 철도경비를 위해 북한 철도경비대를 이용해 온 소련군은 진퇴양난이었다. 김일성 요청을 부분적으로라도 수용하기 위해 제25군 사령부는 “조선인들이 경비하는 철도 시설 지도를 준비할 것”을 명령했다. 1947년 중순이 돼서야 북한 철도경비대가 북한군에 편입할 준비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 출사표 던지는 관료들… 꽃길 못 걸어도 흙길엔 안 서더라

    출사표 던지는 관료들… 꽃길 못 걸어도 흙길엔 안 서더라

    “우리 차관님은 들리는 이야기 없나요?” 내년 총선이 4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관가가 어수선하다. 주요 부처 고위급 인사가 잇달아 출마 선언을 하거나 소문에 휩싸이면서 이들에 대한 거취 전망이 공무원들의 단골 화제다. 이미 출마 선언을 한 인사들은 ‘험지’에 출사표를 내 금배지로 금의환향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출마설 단골인 전현직 차관급 인사들 김경욱(53) 전 국토교통부 2차관과 김영문(55) 전 관세청장, 강준석(57) 전 해양수산부 차관 등 차관급 인사 3명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 입당과 총선 출마를 밝혔다. 최근 청와대의 차관급 인사에서 교체된 노태강(59)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도 조만간 출마 선언을 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 밖에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 등도 출마설이 나도는 단골 인사다. 최근 총선에선 관료 출신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20대 국회에선 34명의 관료 출신이 당선돼 19대(16명) 때보다 2배 이상 늘었다. 관료 출신은 오랜 공직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성과 안정감을 함께 갖춘 경우가 많아 정치권의 선호도가 높다. 20대 총선에선 집권당이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 관료 출신을 싹쓸이하다시피 영입했는데, 올해는 민주당이 영입에 박차를 가하며 여당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관료 출신 출마자의 앞날이 ‘꽃길’인 것만은 아니다. 특히 이번에 출마 의사를 밝힌 인사들은 민주당 간판을 달고선 당선이 쉽지 않은 곳에서 도전한다. 김경욱 전 차관은 고향인 충북 충주에 출사표를 냈는데, 이곳은 재선인 이종배 자유한국당 의원이 탄탄한 입지를 다지고 있는 곳이다. 검사 출신 김영문 전 청장도 고향인 울산 울주에 도전장을 냈다. 근로자가 많은 울산은 부산·울산·경남(PK)에서 진보 표가 그나마 많이 나오는 곳이지만, 울주는 전통적으로 보수 진영이 강세를 보이는 지역이다. 강준석 전 차관은 부산에 출마할 예정이며, 구체적인 지역구는 민주당과 협의 중이다. ●정권 2년 남아… 험지서 떨어져도 보은 기대 관료 출신은 선거에서 약점이 있다. 정치인에 비해 지역 주민과의 ‘스킨십’이 적어 인지도가 낮은 것이다. 또 선거운동 경험도 미숙해 표를 호소하는 데 낯을 가리는 경우도 많다. 이런 탓에 관료 출신으로 낙선한 인사들도 적지 않다. 20대 총선에선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이 새누리당 소속으로 성남시 분당갑에 출마했으나 민주당 김병관 의원에게 밀려 낙선했다. 분당이 새누리당 텃밭인 걸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였다. 19대 총선에서도 윤영선 전 관세청장과 이명노 전 새만금군산경제자유구역청장 등이 쓴잔을 마셨다. 비록 금배지를 달지 못하더라도 내년 총선에 출마하는 관료 출신은 손해 볼 것 없다는 시각이 많다. 총선 이후에도 정권이 2년 이상 이어지는 만큼 ‘보은’을 해주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경찰대학장(치안정감) 출신 손창완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20대 총선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경기 안산 단원을에 출마했다가 낙선했지만 지난해 공공기관장 자리를 꿰찼다. 현 정부의 전신으로 평가받는 참여정부 때도 경북 영주와 구미에서 각각 낙선한 이영탁 전 국무조정실장과 추병직 전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 차관이 각각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건교부 장관에 발탁됐다. ●장관급 인사들도 총선 단골 후보 개각과 함께 장관급 인사의 총선 차출설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직을 2년 7개월여 만에 마무리하고 정계 복귀를 눈앞에 둔 가운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도 차출이 거론된다. 다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장관급 인사는 후임 물색이 쉽지 않아 섣불리 차출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경제 부처 국장급 공무원은 “장차관 거취가 바뀌면 연쇄 인사 이동이 일어나는 만큼 공직사회에선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며 “고위 관료들의 총선 행보가 결정되기 전까지는 공직사회가 붕 뜰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한 공직자 사퇴 시한은 다음달 16일까지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박원순 “예산설명회 법적 문제 없어… 계획대로 마칠 것”

    박원순 “예산설명회 법적 문제 없어… 계획대로 마칠 것”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 25개 구를 돌며 주민들을 대상으로 실시 중인 신년 예산설명회를 내년 1월 말까지 계획대로 마친다는 방침을 24일 밝혔다. 서울시 측은 이날 “예산설명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의 협의를 통해 법에서 규정한 테두리와 절차 안에서 진행 중인 만큼 법적인 문제가 전혀 없다”며 설명회 완주 의사를 확인했다. 박 시장은 25개 자치구를 직접 돌며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최근 서울시의회를 통과한 예산을 설명하는 일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두고 자유한국당은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라며 박 시장을 전날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박 시장은 그동안 연말·연초 신년인사회를 한 적은 있지만 예산설명회라는 이름으로 주민을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장이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전에 없던 예산설명회를 열면 예산을 확보한 시의원과 이를 도운 국회의원을 홍보할 수 있고, 이는 자연스럽게 민주당으로 민심을 모아 갈 수 있다는 점에서 공격을 받고 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24개 자치구 구청장이 민주당 소속이고, 49개 국회의원 지역구 가운데 40곳이 민주당 소속 의원이다. 지자체의 장은 선거일 6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 정당의 정강·정책과 주의·주장을 선거구민을 대상으로 홍보·선전해선 안 되며, 공무원 정치 중립을 지켜야 한다. 이에 대해 서울시 측은 “매년 1월 자치구별로 개최하는 신년인사회 대신 예산설명회를 통해 주민들과 밀착 소통하려는 것”이라면서 “정치권이 오히려 적극 권장해야 할 현장행정을 고발한 것은 전형적인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박 시장은 지난 19일 중랑을 시작으로 이날까지 8개 구에서 설명회를 마쳤으며 내년 1월 말까지 모든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설명회 때마다 500명 정도의 주민이 모인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인권위 “뇌병변장애인 인감증명 발급 거부는 차별”

    인권위 “뇌병변장애인 인감증명 발급 거부는 차별”

    뇌병변 장애인이 말이나 글씨로 의사표현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인감증명서를 발급하지 않은 것은 차별이라면서 국가인권위원회가 현행 규정 개정을 행정안전부에 권고했다. 24일 인권위에 따르면 뇌병변 장애인인 진정인은 인감증명서 발급을 신청하기 위해 지난 6월 활동지원사와 함께 주민센터를 방문했다. 그러나 주민센터 직원은 인감증명을 받기 위해서는 말로 의사표현을 해야 한다면서 발급을 거부했다. 활동지원사는 진정인이 비록 말을 할 수 없지만 손짓으로 의사표현을 할 수 있고 ‘예’, ‘아니오’로 짧게 대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담당 직원은 말을 해야만 인감증명서 발급이 가능하다며 결국 발급을 거부했다. 담당 직원은 인권위 조사에서 “뇌병변장애인을 접한 경험이 거의 없어서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했다”면서 “‘사무편람’(서명확인 및 인감증명 사무편람)에 따라 법원 판결로 성년후견인이 인감증명서 발급을 신청하도록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현행 ‘사무편람’은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신청인에게 인감증명서를 발급할 수 있다며 그 기준을 구술 또는 필기로 인감증명서를 발급해 줄 것을 말하거나 쓸 수 있는 신청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럴 수 없는 사람은 성년후견제도를 이용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인권위는 “정상적인 사고의 판단 기준을 구술과 필기로 한정할 경우 이름과 주소지, 주민등록번호는 알고 있는데 글로 적거나 말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청각장애인, 언어장애인 등은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는 사람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구술 또는 필기는 의사표현 수단 중 하나이고 구술과 필기를 못한다고 해서 정상적인 사고가 어렵다고 간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사무편람 소관 정부부처인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뇌병변장애 등 장애 유형과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일률적으로 장애인에 대하여 인감증명 발급을 거부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무편람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日·만주군과 전투 200여회 승리… 남북 국립묘지에 모신 유일 독립투사

    日·만주군과 전투 200여회 승리… 남북 국립묘지에 모신 유일 독립투사

    “조선의 독립, 자유를 완성하기 위하여, 조선 민족의 자유와 행복을 도모하기 위하여, 최후 성공이 있을 때까지 왜적과 계속 투쟁하라! ” 만주를 호령하던 조선혁명군 사령관 양세봉은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이렇게 말했다. 독립운동사에 길이 남을 혁혁한 전과를 거둬 군신(軍神)으로 추앙받았지만 양세봉을 모르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양세봉은 1896년 7월 15일 평북 철산군 세리면 연산동에서 소작농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가난해서 학교에 다니지 못했고 마을 서당 문지기로 일하며 귀동냥으로 천자문과 논어, 명심보감 등을 익힌 것이 배움의 전부였다. 훈장의 안중근 의사 이야기는 그에게 큰 영향을 줬다. 양세봉은 죽음을 앞둔 안 의사가 남긴 “슬퍼하지 마라. 대장부로 태어나 조국과 민족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데 무엇이 슬프단 말이냐”는 말을 가슴 깊이 새겼다.1912년 아버지가 갑자기 병환으로 사망하는 바람에 양세봉은 겨우 16세에 가장이 됐고 임재순과 결혼했다. 일제의 핍박이 심해지자 양세봉은 식솔을 이끌고 만주로 향했다. 흥경현(현 신빈현) 영릉가를 거쳐 한인 집단 거주지인 홍묘자 사도구에 정착했다. 1919년 4월 홍묘자에 있던 홍동학교 교장 이세일은 3·1운동 지지 시위를 주도했는데 양세봉도 동참했다. 이후 양세봉은 천마산대에 가입해 본격적인 독립투쟁의 길에 들어섰다. 1920년 12월 최시흥이 청장년 500여명으로 조직한 천마산대는 경찰서, 면사무소를 습격하고 밀정과 일경을 처단하는 활동을 하던 항일 유격대였다.●“중국인, 관운장보다 유능한 장군으로 흠모” 천마산대는 일제의 공격을 받자 만주 유하현으로 가 광복군총영에 합류했다. 양세봉은 군기 검사관이 됐다. 그 뒤 만주 지역 독립운동단체들은 대한통의부로 통합, 무력 부대를 설치했는데 오동진이 사령장이었고 양세봉도 두령이라는 작은 자리를 맡았다. 1923년 5월 양세봉은 평북 창성을 습격하고 일본군 10여명을 사살하는 등 전투에 참여했다. 그 후 새로 출범한 참의부 소대장이 돼 압록강을 건너가 유격 투쟁을 이어 갔다. 평북 초산과 강계에서 일경 수명을 사살했고 조선 총독 사이토 마코토가 경비선을 타고 압록강을 지나갈 때 저격을 지휘해 일제가 간담을 쓸어내리게 했다. 1924년부터 남만주에는 정의부가, 북만주에는 신민부가 설립돼 참의부와 함께 3부 체제가 됐다. 양세봉은 참의부 중대장으로 승진한 뒤 정의부로 옮겨 갔다. 3부는 1929년 4월 민족유일당 운동으로 우여곡절 끝에 국민부로 통합됐다. 흥경현 왕청문에 자리잡은 국민부는 조선혁명군을 창설했다. 국민부는 선민부 토벌에 나섰다. 조선민회라고도 불렸던 선민부는 한인 변절자들이 이끌고 있었다. 일제의 조종을 받아 독립군을 색출하고 가족을 살해하는 등 온갖 악행을 저질렀다. 양세봉은 부사령을 맡아 선민부 지휘부와 지부를 습격해 우두머리와 일당을 모조리 죽여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1931년 9·18 만주사변이 일어나자 일제의 탄압은 더욱 심해졌다. 이듬해 1월 조선혁명당과 군 간부 10여명이 회의 도중 습격을 받아 체포되고 이후 두 달 동안 간부 83명이 붙잡혀 혁명군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지역 부대장들의 추천으로 양세봉은 조선혁명군 총사령관에 임명됐다.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양세봉 장군은 부대를 재정비하고 속성군관학교를 세우는 한편 조직적인 항일 투쟁에 나섰다. 또한 왕동헌, 이춘윤, 양희부 등 중국 지도자들과 협력해 ‘요령농민자위단’을 결성했다. 당취오가 총사령인 ‘요령민중자위군’과도 힘을 합쳐 자위군의 특무대 사령으로서 대일 연합작전을 벌였다. 괴뢰정부인 만주국 군대가 흥경현을 점령하자 연합부대는 20여일 동안 치열한 전투를 벌여 탈환했다. 일본군은 400여명의 사상자와 500명 가까운 실종자를 냈다. ‘제1차 흥경혈전’이다. 그 중심에 양세봉 장군이 있었다. 다음달 일본군은 비행기까지 동원해 흥경으로 돌진해 왔다. 2차 혈전에서도 연합부대는 악전고투 끝에 일본군을 물리쳤다. 연합부대는 1932년 8월 청원현을, 다음달에는 석탄 탄광이 있는 무순을 공격했다. 그러자 일본군은 연합부대가 지나갔던 평정산 마을 주민 3000여명을 학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1932년까지 한중 연합부대는 일만 연합군과 200여 차례 전투를 벌였고 장군은 그때마다 크고 작은 승리를 거뒀다. 한편으로 멀리 경상도까지 소부대를 보내 경찰서 등을 파괴하고 악질 경찰을 살해했다. 1932~1933년 압록강 주변에서만 26차례 파괴 공작을 벌였고 일본 군경 243명을 사살했다. 1933년 5월 서원준을 황해도에 밀파해 사리원 경찰서 등을 습격한 것은 신문이 호외로 다룰 만큼 큰 사건이었다. 그럴수록 일제의 추격은 집요해졌다. 조선인 변절자를 이용해 혁명군을 체포하고 가족과 친구까지 살해했다. 혁명군 수백명을 처형해 머리를 매달았다. 장군의 체포에도 혈안이 돼 현상금을 걸었다. 1934년 3월 장군은 중국 동북인민혁명군 사령관 양정우와 연합했다. 장군은 공산주의에 적대적이었지만 항일을 위해 신념도 버렸다. 조선혁명군과 인민혁명군은 진주령 일본군 기차 습격, 노구대 격전, 쾌대무자 전투 등 연합작전에서 연전연승, 일본군에 엄청난 타격을 줬다. 그해 9월 18일 일제의 지시를 받던 박창해는 장군과 면식이 있던 압동양을 보내 “저희 부대가 양 사령관께 오려고 합니다. 함께 가서 무기를 받아 주시면 좋겠습니다”라며 유인했다. 장군은 경호대원만 데리고 따라나섰고 일행이 소황구에 이르렀을 때 어둠 속에서 압동양이 옥수수밭으로 사라졌다. 동시에 매복하고 있던 일군들이 기습 사격을 가했고 장군은 가슴에 총탄 두 발을 맞았다. 장군은 “조선독립혁명을 완성하고 가지 못하는 나는… 민족의 죄인입니다”라고 자책하며 20일 오후 1시쯤 숨을 거뒀다. 15년 동안 풍찬노숙하며 일제와 싸웠던 영웅은 이렇게 희생됐다. 한인들은 “하늘에서 별이 떨어졌다”며 슬퍼했다. 장군의 나이 38세였다.한인들은 시신을 위치가 드러나지 않게 평장(平葬)했다. 같은 달 26일 양세봉의 죽음을 알고 향수하자촌에 일군이 몰려와 한인 70여명을 모아 놓고 시신을 내놓지 않으면 다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하는 수 없이 마을 둔장(屯長)이 묘의 위치를 말하자 일군은 시신을 파내 놓고 마을 노인 김도선에게 작두로 머리를 자르라고 했다. 김 노인은 “나는 조선 사람이다. 조선 사람이 어찌 자기 사령관의 머리를 자를 수 있단 말이냐”며 단호하게 거부했다. 그러자 일본군은 그 자리에서 김 노인의 머리를 베고 장군의 머리를 가져갔다. 마을 사람들은 머리 없는 장군의 시신을 다시 고구려산성 아래에 묻었다. 장군은 전투에선 호랑이 같았지만 마음은 너무나 따뜻했다. 계급을 불문하고 대원들을 평등하게 대했고 거친 밥을 똑같이 나눠 먹었다. 이불을 덮어 주고 발을 씻겨 주기도 했다. 배움이 부족한 ‘소작농 장군’이었지만 인격으로 감동시켰다. 장군의 비서였던 박윤걸(중국에서 작고)씨는 “중국인 이춘윤은 관운장보다 더 유능한 장군이라며 흠모했다”고 말했다.●김일성 아버지와 의형제… 가족들 평양에 정착 광복 후 북한은 장군의 가족을 평양으로 데려가 정착시켰다. 장군은 김일성의 아버지와 의형제 사이였다고 전해진다. 1961년 후손들이 유골을 북한으로 이장했고 장군은 애국열사릉에 옮겨져 묻혔다. 국립서울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도 이회영 선생 묘소의 바로 왼쪽에 장군의 가묘가 있다. 남북 양쪽 국립묘지에 묘소가 있는 독립투사는 장군이 유일하다. 우리 정부는 1962년 장군에게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글 사진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日·만주군과 전투 200여회 승리… 남북 국립묘지에 모신 유일 독립투사

    日·만주군과 전투 200여회 승리… 남북 국립묘지에 모신 유일 독립투사

    “조선의 독립, 자유를 완성하기 위하여, 조선 민족의 자유와 행복을 도모하기 위하여, 최후 성공이 있을 때까지 왜적과 계속 투쟁하라! ” 만주를 호령하던 조선혁명군 사령관 양세봉은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이렇게 말했다. 독립운동사에 길이 남을 혁혁한 전과를 거둬 군신(軍神)으로 추앙받았지만 양세봉을 모르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양세봉은 1896년 7월 15일 평북 철산군 세리면 연산동에서 소작농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가난해서 학교에 다니지 못했고 마을 서당 문지기로 일하며 귀동냥으로 천자문과 논어, 명심보감 등을 익힌 것이 배움의 전부였다. 훈장의 안중근 의사 이야기는 그에게 큰 영향을 줬다. 양세봉은 죽음을 앞둔 안 의사가 남긴 “슬퍼하지 마라. 대장부로 태어나 조국과 민족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데 무엇이 슬프단 말이냐”는 말을 가슴 깊이 새겼다.1912년 아버지가 갑자기 병환으로 사망하는 바람에 양세봉은 겨우 16세에 가장이 됐고 임재순과 결혼했다. 일제의 핍박이 심해지자 양세봉은 식솔을 이끌고 만주로 향했다. 흥경현(현 신빈현) 영릉가를 거쳐 한인 집단 거주지인 홍묘자 사도구에 정착했다. 1919년 4월 홍묘자에 있던 홍동학교 교장 이세일은 3·1운동 지지 시위를 주도했는데 양세봉도 동참했다. 이후 양세봉은 천마산대에 가입해 본격적인 독립투쟁의 길에 들어섰다. 1920년 12월 최시흥이 청장년 500여명으로 조직한 천마산대는 경찰서, 면사무소를 습격하고 밀정과 일경을 처단하는 활동을 하던 항일 유격대였다.●“중국인, 관운장보다 유능한 장군으로 흠모” 천마산대는 일제의 공격을 받자 만주 유하현으로 가 광복군총영에 합류했다. 양세봉은 군기 검사관이 됐다. 그 뒤 만주 지역 독립운동단체들은 대한통의부로 통합, 무력 부대를 설치했는데 오동진이 사령장이었고 양세봉도 두령이라는 작은 자리를 맡았다. 1923년 5월 양세봉은 평북 창성을 습격하고 일본군 10여명을 사살하는 등 전투에 참여했다. 그 후 새로 출범한 참의부 소대장이 돼 압록강을 건너가 유격 투쟁을 이어 갔다. 평북 초산과 강계에서 일경 수명을 사살했고 조선 총독 사이토 마코토가 경비선을 타고 압록강을 지나갈 때 저격을 지휘해 일제가 간담을 쓸어내리게 했다. 1924년부터 남만주에는 정의부가, 북만주에는 신민부가 설립돼 참의부와 함께 3부 체제가 됐다. 양세봉은 참의부 중대장으로 승진한 뒤 정의부로 옮겨 갔다. 3부는 1929년 4월 민족유일당 운동으로 우여곡절 끝에 국민부로 통합됐다. 흥경현 왕청문에 자리잡은 국민부는 조선혁명군을 창설했다. 국민부는 선민부 토벌에 나섰다. 조선민회라고도 불렸던 선민부는 한인 변절자들이 이끌고 있었다. 일제의 조종을 받아 독립군을 색출하고 가족을 살해하는 등 온갖 악행을 저질렀다. 양세봉은 부사령을 맡아 선민부 지휘부와 지부를 습격해 우두머리와 일당을 모조리 죽여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1931년 9·18 만주사변이 일어나자 일제의 탄압은 더욱 심해졌다. 이듬해 1월 조선혁명당과 군 간부 10여명이 회의 도중 습격을 받아 체포되고 이후 두 달 동안 간부 83명이 붙잡혀 혁명군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지역 부대장들의 추천으로 양세봉은 조선혁명군 총사령관에 임명됐다.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양세봉 장군은 부대를 재정비하고 속성군관학교를 세우는 한편 조직적인 항일 투쟁에 나섰다. 또한 왕동헌, 이춘윤, 양희부 등 중국 지도자들과 협력해 ‘요령농민자위단’을 결성했다. 당취오가 총사령인 ‘요령민중자위군’과도 힘을 합쳐 자위군의 특무대 사령으로서 대일 연합작전을 벌였다. 괴뢰정부인 만주국 군대가 흥경현을 점령하자 연합부대는 20여일 동안 치열한 전투를 벌여 탈환했다. 일본군은 400여명의 사상자와 500명 가까운 실종자를 냈다. ‘제1차 흥경혈전’이다. 그 중심에 양세봉 장군이 있었다. 다음달 일본군은 비행기까지 동원해 흥경으로 돌진해 왔다. 2차 혈전에서도 연합부대는 악전고투 끝에 일본군을 물리쳤다. 연합부대는 1932년 8월 청원현을, 다음달에는 석탄 탄광이 있는 무순을 공격했다. 그러자 일본군은 연합부대가 지나갔던 평정산 마을 주민 3000여명을 학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1932년까지 한중 연합부대는 일만 연합군과 200여 차례 전투를 벌였고 장군은 그때마다 크고 작은 승리를 거뒀다. 한편으로 멀리 경상도까지 소부대를 보내 경찰서 등을 파괴하고 악질 경찰을 살해했다. 1932~1933년 압록강 주변에서만 26차례 파괴 공작을 벌였고 일본 군경 243명을 사살했다. 1933년 5월 서원준을 황해도에 밀파해 사리원 경찰서 등을 습격한 것은 신문이 호외로 다룰 만큼 큰 사건이었다. 그럴수록 일제의 추격은 집요해졌다. 조선인 변절자를 이용해 혁명군을 체포하고 가족과 친구까지 살해했다. 혁명군 수백명을 처형해 머리를 매달았다. 장군의 체포에도 혈안이 돼 현상금을 걸었다. 1934년 3월 장군은 중국 동북인민혁명군 사령관 양정우와 연합했다. 장군은 공산주의에 적대적이었지만 항일을 위해 신념도 버렸다. 조선혁명군과 인민혁명군은 진주령 일본군 기차 습격, 노구대 격전, 쾌대무자 전투 등 연합작전에서 연전연승, 일본군에 엄청난 타격을 줬다.그해 9월 18일 일제의 지시를 받던 박창해는 장군과 면식이 있던 압동양을 보내 “저희 부대가 양 사령관께 오려고 합니다. 함께 가서 무기를 받아 주시면 좋겠습니다”라며 유인했다. 장군은 경호대원만 데리고 따라나섰고 일행이 소황구에 이르렀을 때 어둠 속에서 압동양이 옥수수밭으로 사라졌다. 동시에 매복하고 있던 일군들이 기습 사격을 가했고 장군은 가슴에 총탄 두 발을 맞았다. 장군은 “조선독립혁명을 완성하고 가지 못하는 나는… 민족의 죄인입니다”라고 자책하며 20일 오후 1시쯤 숨을 거뒀다. 15년 동안 풍찬노숙하며 일제와 싸웠던 영웅은 이렇게 희생됐다. 한인들은 “하늘에서 별이 떨어졌다”며 슬퍼했다. 장군의 나이 38세였다. 한인들은 시신을 위치가 드러나지 않게 평장(平葬)했다. 같은 달 26일 양세봉의 죽음을 알고 향수하자촌에 일군이 몰려와 한인 70여명을 모아 놓고 시신을 내놓지 않으면 다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하는 수 없이 마을 둔장(屯長)이 묘의 위치를 말하자 일군은 시신을 파내 놓고 마을 노인 김도선에게 작두로 머리를 자르라고 했다. 김 노인은 “나는 조선 사람이다. 조선 사람이 어찌 자기 사령관의 머리를 자를 수 있단 말이냐”며 단호하게 거부했다. 그러자 일본군은 그 자리에서 김 노인의 머리를 베고 장군의 머리를 가져갔다. 마을 사람들은 머리 없는 장군의 시신을 다시 고구려산성 아래에 묻었다. 장군은 전투에선 호랑이 같았지만 마음은 너무나 따뜻했다. 계급을 불문하고 대원들을 평등하게 대했고 거친 밥을 똑같이 나눠 먹었다. 이불을 덮어 주고 발을 씻겨 주기도 했다. 배움이 부족한 ‘소작농 장군’이었지만 인격으로 감동시켰다. 장군의 비서였던 박윤걸(중국에서 작고)씨는 “중국인 이춘윤은 관운장보다 더 유능한 장군이라며 흠모했다”고 말했다. ●김일성 아버지와 의형제… 가족들 평양에 정착 광복 후 북한은 장군의 가족을 평양으로 데려가 정착시켰다. 장군은 김일성의 아버지와 의형제 사이였다고 전해진다. 1961년 후손들이 유골을 북한으로 이장했고 장군은 애국열사릉에 옮겨져 묻혔다. 국립서울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도 이회영 선생 묘소의 바로 왼쪽에 장군의 가묘가 있다. 남북 양쪽 국립묘지에 묘소가 있는 독립투사는 장군이 유일하다. 우리 정부는 1962년 장군에게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글 사진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日 은둔형 외톨이 고령화… 부모 노후생활 ‘시한폭탄’

    日 은둔형 외톨이 고령화… 부모 노후생활 ‘시한폭탄’

    젊은층보다 많고 고령 부모에 경제 의존 부모 때리거나 세상 떠도 시신 집 안 방치이른바 ‘8050 문제’로 불리는 중장년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틀어박히다’, ‘죽치다’를 뜻하는 일본어 동사에서 파생된 말)가 일본 사회에서 갈수록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8050 문제란 80대 부모와 50대 히키코모리 자녀가 한집에 사는 상황을 빗댄 것으로, 사회 부적응 청년들의 고령화가 초래한 어둡고 우울한 현상들을 포괄하는 말로 쓰인다. #1. 지난해 8월 일본 나가사키현 나가사키시의 주택가에 악취가 진동했다. 동네 주민들이 냄새의 진원지를 더듬어 보니 한 아파트 2층이었다. 혹시나 싶어 주민들이 경찰에 신고했고, 방 안에서 70대 여성의 시신이 나왔다. 모두를 경악시킨 것은 함께 살고 있던 40대 후반의 아들이었다. 그는 어머니가 집 안에서 잘못 넘어져 사망하고 시신이 부패할 정도로 시간이 흘렀는데도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자기 방에 틀어박혀 있었다. 아들은 과거 아버지의 일을 도우며 생활했지만 아버지가 약 10년 전 사망한 뒤부터 집에 틀어박혀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관청에서는 모자에 대해 행정 지원을 하려 했지만 아들이 한사코 거부했다고 한다. 지난해 4월에도 후쿠오카현 후쿠쓰시에서 60대 히키코모리 아들이 80대 어머니의 시신과 동거하고 있다가 발견돼 충격을 줬다. #2. 지난 16일 일본 언론들은 전 농림수산성 사무차관 구마자와 히데아키(76)가 법원에서 징역 6년형을 선고받은 사실을 속보로 전했다. 관료로서 최고 정점에 올랐던 구마자와는 아들(44)을 살해한 죄로 기소됐다. 그는 지난 6월 도쿄 네리마구의 집에서 아들을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숨지게 한 뒤 경찰에 자수했다. 중학교 때부터 폭력적 성향을 보였던 아들은 1994년 대학 입학과 동시에 부모와 떨어져 살기 시작한 뒤 25년을 히키코모리로 지내 왔다. 그러다 올 5월 갑자기 부모의 집에 찾아와 같이 살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여러 차례 폭력을 휘둘렀다. 구마자와는 결국 자신이 죽임을 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해가 미칠까 두려워 아들을 세상과 격리시키기로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올 3월 일본 정부 발표에 따르면 전국의 40~64세 히키코모리 인구는 61만 3000명(2018년 기준)으로 추산되고 있다. 15~39세의 젊은층 히키코모리 54만 1000명(2015년 기준)보다 많다. 일본 정부는 집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내며 가족 이외에는 교류가 없는 상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통상 히키코모리로 분류한다. 정신과 의사로 이 문제 전문가인 사이토 다마키 쓰쿠바대 교수는 현재 일본 전국의 히키코모리 수를 200만명으로 추산한다. 그러나 중장년 히키코모리가 급격히 늘면서 앞으로 많게는 1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일본에서 히키코모리 문제가 심각한 이유로 ‘강한 가족 유대감’을 들었다. 사이토 교수는 한 기자회견에서 “영국과 미국처럼 자식이 부모와 동거하는 경향이 약한 나라에서는 사회적인 배제가 노숙이라는 형태로 많이 나타나지만, 일본처럼 부모와 성인 자녀의 동거 경향이 강한 나라에서는 히키코모리의 형태로 나타나기 쉽다”고 말했다. 30년 이상의 히키코모리 지원 경험을 바탕으로 ‘부모의 시신과 함께 사는 젊은이들’이란 책을 쓴 야마다 다카아키는 “히키코모리들은 자신의 존재가 사회에 극히 마이너스가 된다고 인식한다”며 “마음속에서 직업이 없는 자신을 늘 부정하지만 누군가와 상담할 수조차 없어 부모가 사망하면 뒤를 따라가려는 사람도 있다”고 니시니혼신문에 말했다. 중장년 히키코모리 문제의 심각성은 자신은 물론 부모의 노후 생활까지 망가뜨린다는 데 있다. 본인들이 돌봄서비스를 받아야 할 판인 고령자들이 히키코모리 자녀를 보살피다 보니 노후 생활은 그야말로 파탄 그 자체다. 특히 대부분 히키코모리가 연금으로 생활하는 고령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다 보니 삶의 질이 동반 추락하는 경향이 강하다. 일본 정부는 적극적인 히키코모리 대책 수립을 촉진하기 위해 전국 기초자치단체들에 재정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탈북민 강제북송 50일, 그들은 지금 어떻게 됐을까(상) [강주리 기자의 K파일]

    탈북민 강제북송 50일, 그들은 지금 어떻게 됐을까(상) [강주리 기자의 K파일]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26일은 정부가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혐의로 탈북한 남성 2명을 강제 북송한 지 50일째 되는 날이다. 지난달 29일 한국행을 시도하다 베트남에서 체포된 탈북민 10명은 정부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중국으로 추방됐다. 그들은 지금쯤 어떻게 됐을까. 유엔 총회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본회의를 열고 북한의 인권 침해를 규탄하고 즉각적인 개선을 촉구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을 전원 합의로 채택됐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60개국이 공동제안국에 이름을 올렸지만 한국은 한반도 사정을 이유로 빠졌다. 탈북민 사회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숨죽인 탈북민 사이에서는 문재인 정부에서 탈북민 정책이 바뀐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생존과 자유를 위해 남한으로 넘어온 탈북민 수는 약 3만 5000명(추정치). 남한에 정착한 20~30대 탈북민 5명을 만나 이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인터뷰한 탈북민들의 신변 안전을 위해 이름은 모두 가명 처리했다. Q. 탈북 시도하다 북송된 사람들 어떻게 되나 “100% 죽었을 것… 한국행 단어 나오면 끝”탈출 못하게 탈북민 손바닥 쇠줄로 뚫어 북송중국인들 잔인함에 질색…이후 철족쇄로 변경탈북민들은 북한에서 탈출하다가 붙잡혀 북송될 경우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가거나 사형을 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했다. 특히 한국행으로 추정되거나 한국에 귀순의사를 밝힌 북한 주민들이 강제 북송될 경우에는 “100% 죽임을 당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강지성(2016년 탈북)씨는 “한국에 왔다가 돌아가는 건 북한 헌법상 조국반역죄로 사형된다. 본인뿐 아니라 연좌제가 적용돼 다른 가족들이 다 피해를 입는다”고 말했다. 이승철(2012년 탈북)씨도 “북송됐다가 탈출한 사람들 말로는 구치소나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는데 엄청 많이 맞았다고 한다”면서 “가부좌를 틀게 한 뒤 움직이지 못하게 해 복사뼈가 다 썩었더라”고 전했다. 김지은(2002년 탈북)씨는 “중국에 돈 벌러 나왔다가 탈북민들이 북송되는 것을 봤다”면서 “북송되는 중간에 탈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 5명의 손바닥 중간을 쇠줄로 뚫어서 꽂은 채 묶여 이동한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그것을 본 중국인들이 너무 끔찍해서 ‘여기서 이러지 말고 자국에 데려가서 하라’고 할 정도였다”면서 “2010년 이후로는 발목에 무거운 철족쇄를 채우는 걸로 바뀌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한국 귀순 확인되면 가족 트럭에 실려갈 것”베트남 등 동남아, 내몽골 한국 기도 분류“한국서 북송은 재판 없이 즉결 처형될 듯”이들은 모두 목숨을 걸고 한국으로 왔다. 2년 전 탈북한 하선우(2017년 탈북)씨는 “한국에서 귀순의사를 밝혔던 탈북민들은 다 죽게 될 것이라고 탈북민 사회는 보고 있다. 가족들도 트럭에 다 실려갈 것”이라고 추측했다. 탈북민들은 탈북 과정에서 ‘한국’, ‘남조선’이라는 단어는 절대 나와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하씨는 “북한에서는 한국행(남조선)이라고 하면 적과 내통했다는 ‘적선’이라고 해 무조건 정치범이라고 보고 정치범수용소로 보낸다. 가면 살아서 못 나온다고 했다”고 우려했다. 그는 “탈북 당시 절대 ‘한국행’이란 말을 하면 안 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한국과 관련된 자료는 다 불태우고 혹시라도 잡히면 고문 받기 전에 죽을 생각으로 면도칼을 입에 물고 내려왔다”고 비장했던 탈북 당시를 회상했다. 탈북 경로에 따라 북한 당국은 한국이라고 자의적으로 판단될 경우 극단적 처벌까지 서슴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내몽골이나 동남아(베트남, 태국 등)에서 잡히면 한국 기도로 분류돼 엄하게 처벌받는다”면서 “북한은 즉결 처형제가 가능하다. 한국에서 북송됐기 때문에 재판조차 받기 어렵고 재판 없이 사형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라고 말했다.김정은 정권 들어 더욱 살벌해진 감시강 철조망에 감전용 전기선 설치 특히 김정은 정권이 북한에 들어서면서 탈북민 감시가 더욱 삼엄해졌다고 탈북민들은 전했다. 탈북민들에 따르면 탈북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중국 등 국경에 접한 강 주변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시로 철조망에 전기 감전을 일으키는 장비가 설치됐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북한군에게 탈북민들이 돈을 주면 돈은 챙기고 신병을 넘기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5년 함흥에서 아이를 유괴했다가 풀어줬다는 이유로 부부와 자녀 등 일가족 3명이 공개 처형(총살)되는 것을 목격한 강씨는 “이번에 강제북송된 두명은 스스로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했다고 밝힌데다 한국으로 귀순의사까지 밝혔기 때문에 국가에 대한 반역죄에 해당돼 재판 자격도 없다”면서 “내가 북한에 있을 때도 그랬다”고 말했다. 탈북민들은 “북한에도 변호사가 있지만 검사의 형량에 정당성을 부여해주는 역할을 할 뿐 전혀 도움을 받을 수 없다”고 전했다. 사형되기까지가 ‘지옥’ “인권유린 참혹”“北사형수, 죽기 직전까지 고문 자행…밥 안줘”“공정한 재판 받을 권리 없다…변호사? 검사편”탈북민들은 사형 과정 자체가 ‘인권유린’이라는 전했다. 북한 수용소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탈북민은 “한국은 사형수에게도 인권이 있지만 북한은 어차피 죽일 자라 밥은커녕 두들겨 패서 말도 못할 정도로 초죽음을 만들어 놓은 뒤 확인 사살시키는 정도의 사형을 진행한다”고 잔혹함을 설명했다. 통일연구원의 ‘2019 북한인권백서’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단순히 한국 녹화물을 시청·유포하거나 한국행을 알선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최고형인 총살에 처해지고 있다. 한 탈북민은 2014년 모녀가 한국행을 기도하다 붙잡히자 모녀를 포함한 일가족이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됐다고 증언했다. 북한은 국제연합총회가 1976년 발효한 개인의 시민적·정치적 권리를 국제적으로 보장하는 국제조약인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대한 국제규약’(이하 자유권)에 가입돼 있다. 자유권규약(12조 2항)에는 “모든 사람은 자국을 포함에 어떠한 나라로부터 자유로이 퇴거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다르다는 게 탈북민들의 일관된 증언이다.북한 형법은 탈북 행위를 비법국경출입죄와 조국반역죄로 구분해 처벌하고 있다. 한국행으로 발각돼 북송된 탈북민들에게 적용되는 조국반역죄는 5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되는 비법국경출입죄와 달리 ‘조국을 배반하고 다른 나라로 도망쳤거나 투항, 변절, 비밀을 한 조국반역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최소 5년 이상의 노동교화형에서 최대 사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은 주민들이 탈북을 위해 국경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인민보안단속법, 행정처벌법을 통해서도 무보수노동 등으로 탈북민을 처벌하고 있다. 北도 가입한 ‘자유권 규약’에는고문 금지·이동의 자유 명시…현실은 반대김정은, 탈북민 자발적 귀환도 강하게 처벌 백서는 “김정은 집권 이후 탈북민에 대한 처벌이 크게 강화돼 2014년 이후부터는 탈북 횟수에 관계 없이 노동교화형이 부과되고 자발적 귀환도 강하게 처벌하고 있다”며 두 차례 탈북했다 처벌을 받은 탈북민 증언을 인용해 설명했다.백서에 따르면 갈수록 탈북민 수가 늘면서 탈북민 가족들에 대한 북한 내 수용소가 부족해지자 김정은 정권은 탈북민 가족들에 대한 감시와 제재를 다각도로 강화했다. 2016년 탈북민은 하루에 두세 번씩 전화를 걸어 집에 있는지 확인하고 추궁한다고 증언했고 이러한 박해를 견디다 못해 탈북을 결심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백서는 전했다. 통일연구원은 북한인권백서에서 “탈북민 강제송환은 송환 이후 집결소, 구류장, 노동단련대, 교화소에서 조사·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고문 및 비인도적 처우를 받지 않을 권리(자유권 규약 7조)와 피구금자의 권리(자유권규약 10조)를 심각하게 침해받는다”면서 “특히 중국 등에서의 한국행 기도나 기독교 접촉은 공개처형되거나 정치범수용소에 수용되는데 이는 생명권(자유권규약 6조)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자유권 규약 14조)를 침해한다”고 명시했다. 강제송환 여성에 알몸수색·자궁검사임신한 여성 배 구타 강제낙태·영아살해유엔인권위, 국제형사재판소 北회부 권고 특히 중국에서 임신한 탈북 여성에 대한 강제낙태와 북한 여성의 인신매매 행위 역시 비인도적 취급을 받지 않을 권리(자유권규약 7조)와 신체의 자유와 안전에 대한 권리(자유권규약 9조) 침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강제송환된 사람들은 다른 수감자들 앞에서 옷을 벗고 알몸 운동과 내부 수색을 받는다. 이는 송환된 사람들이 숨기고 있을지 모를 돈을 몰수하려는 의도라고 한다. 북한은 함경북도 온성군, 평안북도 신의주시, 양강도 혜강시의 국가보위성 구류장에서 알몸수색, 소지품 검사, 에이즈 검사(위생 검사)를 거친 후 수용된다. 북한의 여성권리보장법 제37조는 여성에 대한 신체 수색을 금지하고 있지만 강제송환된 탈북 여성의 경우 알몸수색과 동일 장갑을 이용한 비위생적인 자궁 검사, 발가벗긴 채 앉았다 일어섰다(‘뽐뿌질’)를 100회 이상 반복하는 등 고의적으로 모멸감을 주고 수치스러운 조사를 반복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강제송환된 임신한 여성은 배를 구타하거나 약물을 주입해 강제낙태시키고 출생 직후 영아를 산모가 보는 앞에서 죽이는 영아 살해 증언들도 수두룩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2014년 보고서에서는 이런 수많은 증언들이 기록돼 있다. COI는 “정치범수용소에서 탈북민 등에 대해 고문, 구금, 강제낙태, 성폭력 등 반인도적 범죄가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면서 “유엔이 북한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것을 권고한다”고 명시했다.유엔총회 올해 北인권결의안 채택한국, 60여 공동제안국서 빠져 유엔총회는 지난 18일 채택한 북한인권결의안에서 “북한은 오랜 기간에 걸쳐 현재까지도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중대한 인권침해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결의안에는 북송된 탈북민 등에 대한 강제수용소 운영, 강간, 공개처형, 비사법적·자의적 구금·처형, 연좌제 적용, 강제노동 등 각종 인권침해 행위가 나열됐다. 2005년 결의안 채택 이후 15년째로 표결 없이 전원 합의한 것은 2012~2013년, 2016~2018년에 이어 올해로 6번째다. 미국, 일본, EU 등 60개국이 공동제안국에 참여했지만 한국은 빠졌다. 주유엔 한국대표부는 “현재의 한반도 정세 등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이번에는 공동제안국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은 유엔의 결의안 채택에 반발하며 인권침해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는 “반(反)북한 적대세력에 의한 정치적 조작물”이라면서 “결의안에 언급된 모든 인권침해 사례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강주리 기자의 K파일은 강주리 기자의 이니셜 ‘K’와 대한민국의 ‘K’에서 따온 것으로 국내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이슈들을 집중적으로 다룬 취재파일입니다. 주변의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시사까지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드리겠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온라인 서울신문에서 볼 수 있습니다.
  • 브렉시트법, 영국 하원 통과…1월 31일 탈퇴 ‘청신호’

    브렉시트법, 영국 하원 통과…1월 31일 탈퇴 ‘청신호’

    제2독회 찬성 358표·반대 234표로 가결내년 1월 31일 브렉시트 가능성 높아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를 단행하기 위한 법안이 첫 관문을 통과했다. 이에 따라 영국은 내년 1월 31일 예정대로 브렉시트를 단행할 가능성이 한층 커지게 됐다. 영국 하원은 20일(현지시간) 하원에 상정된 EU 탈퇴협정 법안의 제2독회 표결에서 찬성 358표, 반대 234표로 통과시켰다. EU 탈퇴협정 법안은 영국과 EU 간 합의한 탈퇴협정을 이행하기 위해 영국 내부적으로 필요한 각종 법안을 말한다. 기존 EU 회원국으로서의 법률 등을 영국 국내 법률로 대체하고, 전환(이행)기간, 상대국 주민의 거주 권한, 재정분담금 등 영국과 EU 간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법적 효력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영국의 법안 심사과정은 3독회제를 기본으로 하는데, 제2독회를 통과했다는 것은 하원이 법안의 전반적 원칙을 승인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EU 탈퇴협정 법안은 내년 1월 7∼9일 위원회 단계에서의 상세한 심사를 거치면서 검증을 받게 된다. 이후 전체회의에 보고돼 수정 여부를 논의한 뒤 마지막으로 제3독회를 끝내고 의결이 되면 하원을 최종 통과하게 된다. 이후 상원을 거쳐 ‘여왕재가’를 얻으면 정식 법률로 효력을 가진다. 지난 12일 총선에서 보리스 존슨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이 안정적인 하원 과반 의석을 확보한 만큼 법안은 큰 문제없이 나머지 절차를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EU 탈퇴협정 법안이 하원 제2독회 관문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존슨 총리는 당초 브렉시트 시한인 10월 31일을 앞두고 EU와 브렉시트 재협상 합의에 도달한 뒤 이를 토대로 한 EU 탈퇴협정 법안을 하원에 내놨다. 법안은 제2독회 표결에서 찬성 329표, 반대 299표로 통과했다. 그러나 브렉시트 시한 이전에 법안을 사흘 내 신속 처리하기 위한 의사일정 계획안이 부결되자 존슨 총리는 법안 상정을 중단하고 브렉시트 추가 연기를 EU에 요청했다.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교착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조기 총선 카드가 성공, 보수당이 하원에서 안정적인 과반을 확보하자 전날 다시 EU 탈퇴협정 법안을 내놨다. 새로 내놓은 법안은 내년 말까지로 설정된 브렉시트 전환기간을 연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을 추가했고, 기존 유럽사법재판소(ECJ)의 판례를 영국 대법원은 물론 하급법원에서도 뒤집을 수 있도록 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용산구, ‘10년의 이야기’ 구정백서 발간

    용산구, ‘10년의 이야기’ 구정백서 발간

    서울 용산구가 ‘10년의 이야기’란 표제로 구정백서를 500부를 발간했다고 20일 밝혔다. 행정부문으로는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 운영, 베트남 퀴논(꾸이년)시와 국제자매도시 사업 추진, 용산제주유스호스텔·용산공예관 건립, 청년기본조례 제정 및 청년정책자문단 운영, 지역특화발전특구지정 추진 등이 실렸다. 문화사업은 이태원 지구촌 축제가 대표적이다. 2010년 20만명에 불과했던 축제 방문객이 2019년 100만명으로 5배 늘었다. 유관순 열사 추모비 건립, 안중근 의사 기념사업, 효창공원 의열사 상시개방 등 ‘역사 바로 세우기’ 사업도 주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경제분야로는 국제빌딩 주변(1~5구역) 도시환경 정비사업, 한남연립·렉스아파트 공동주택 재건축, 효창4, 5, 6구역 주택재개발, 용산역 전면 지하공간개발 등 지역개발사업과 100억 청년 일자리기금 조성, 소상공인 육성지원, 상생 일자리 창출 협약 등 지역경제사업이 성과를 봤다. 이 밖에도 구는 100억원 규모 용산복지재단 설립운영, 어르신의 날 제정 및 행사 추진 등 복지사업과 용산꿈나무종합타운 운영, 평생학습도시 선정 등 교육사업, 효창공원 정비, 한강로 일대 방재사업 확충 등 녹지·안전사업, 치매안심센터 운영 등 보건사업을 다양하게 추진했다. 성장현 구청장은 “지난 10년 간 우리 용산은 끊임없는 도전과 새로운 시작을 이어왔다”며 “이번 백서 발간이 용산의 과거는 물론 미래를 주민들과 함께 그려보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정직한 진료로 시민 보편적 건강권 위해 노력”

    “정직한 진료로 시민 보편적 건강권 위해 노력”

    “공공의료 사업으로 생기는 ‘착한적자’는 중앙·지방정부에서 충분한 보전해줘야 의료소외 계층 없게 공공병원 역할 충실”“과잉진료 없는 정직한 진료를 시민들에게 약속드립니다. 우리 의료원은 수익성보다 시민들의 보편적 건강권을 위해 존재할 것입니다.” 지난 16일 시범진료에 들어간 성남시의료원 이중의(56) 원장은 18일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이 원장은 외과·응급의학과 전문의로 분당서울대병원 부교수, 삼성서울병원 교수를 거쳤다. 다음은 일문일답. -성남시의료원이 우여곡절 끝에 시범진료를 시작했다. “지난 4월 취임했을 때 과연 개원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다. 불가능한 면도 있었지만 11월에는 진료를 시작하고 내년 3월에 열자는 무리한 목표를 세웠다. 한 달이 지연됐지만 진료를 시작하게 됐다.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 확보가 무엇보다 힘들었다. 원도심 주민들의 기대가 매우 크다. 첫 환자를 받으며 모든 직원이 긴장되고 설레는 등 많은 생각들이 들었을 것이다. 오랜 시간 참아 오신 성남시민 여러분에게 감사드리며 정직한 병원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성남시의료원이 공공의료의 모델 병원을 지향하는데. “지역에서 가장 필요한 게 응급의학이다. 응급의료는 사회 안전망이라 매우 중요하다. 공공의료 모델로 응급의료를 해내는 지방의료원이 될 것이다. 우리 의료원은 500병상 규모로 수용 능력이 상당하다. 자체적인 응급의료 기능을 갖춘 지방의료원으로 발전할 것이다. 의료소외 계층의 아픔을 보듬도록 하겠다.” -적자를 줄이기 위한 방안은. “공공의료원은 적자가 불가피하다. 공공의료기관으로 기능을 수행하면서 생기는 착한 적자와 경영을 잘못해서 생기는 적자를 구분해야 한다. 착한 적자에는 지방정부가 충분하게 보전해 줘야 한다. 착한 적자는 주로 의료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공공의료사업으로 인해서 발생한다. 진료부문에서 안정적인 경영성과를 달성하고 착한 적자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성남시와 민간 기업 등과 협업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겠다.” -서민층 특히 구도심 의료 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이 기대된다. “환자가 응급실에 왔을 때 모두 수용해서 주민들이 성남에 사는 게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의료 안전망을 구축하겠다. 분당구에 비해 대형병원이 부족한 수정구, 중원구 지역주민에게 직접적인 의료혜택이 돌아갈 것이다. 또한 성남시 의료취약계층에 대한 공공의료사업도 활발하게 진행해 성남시에서 의료로 인해 소외받는 계층이 없도록 공공병원의 역할에도 충실하겠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성남시민 의료 안전망 강화”… 내과 등 11개과 시범진료 ‘스타트’

    “성남시민 의료 안전망 강화”… 내과 등 11개과 시범진료 ‘스타트’

    시공사 법정관리로 착공 6년여 만에 완공 종합병원 규모 509병상· 총 24개과 진료 응급실·병실 등은 내년부터 단계적 운영 의료진 130명·최신 첨단 의료장비 비치 市에서 내년 한 해에만 300억여원 투입 대학병원 수준 양질의 의료서비스 기대 장례식장 직영체제로 비용 부담 최소화경기 성남시는 전국 최초로 시민발의 조례에 의해 설립한 성남시의료원이 지난 16일 부분개원, 전체 24개 과목 가운데 11개 과목의 시범진료를 시작했다고 18일 밝혔다. 11개 과목은 내과·가정의학과·정형외과·비뇨의학과 등이고, 국가건강검진도 가능하다.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 병실은 내년 1월부터 단계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며 다른 과목으로도 진료를 확대할 계획이다. 시는 의료센터, 재활치료센터, 건강검진센터, 입원전담진료센터, 진료협력센터 등 5개 센터 24개 진료과를 갖추는 목표를 세웠다. 시의료원은 1691억여원을 투입해 수정구 태평동 옛 시청사 부지 2만 4711㎡에 지하 4층, 지상 10층, 연면적 8만 5684㎡ 규모로 지어졌으며 509병상을 갖춘다. 현재 이중의 의료원장을 포함해 의사 20여명 등 130명이 근무한다. 성남시는 대학병원 등 의료시설이 분당에 집중된 지역 간 의료격차를 해소하고, 시민 누구나 보편적 의료서비스를 누림으로써 건강한 삶을 영위하도록 하기 위해 2003년 12월 주민조례 발의 절차를 밟아 공공의료원인 시립병원 설립을 시작했다. 2013년 11월 착공했지만 시공사의 법정관리 등에 따른 공사 지연으로 6년여 만인 지난 2월 11일 준공돼 개원에 차질을 빚었다.성남시는 내년에 원도심 유일의 공공의료 종합병원인 성남시의료원에 300억여원을 투입한다. 시는 성공적인 개원과 조기 안정화, 지역거점 공공병원으로서 시민의 신뢰도·만족도 제고 등을 위해 이 같은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간호사를 위한 기숙사 임차, 장례식장 운영, 공공보건의료사업, 의료환경 개선, 가정간호사업 차량 구입 등을 위해 모두 319억 8771만원을 편성했다. 시는 시의료원이 지역민들에게 웬만한 대학병원 못지않은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이 같은 예산을 쏟아부었다. 이에 따라 시의료원은 대사증후군과 심·뇌혈관 질환 등 한국인의 다빈도 질환에 대한 예방과 치료를 위해 3.0T MRI, 256채널 CT 등 최신 첨단 의료장비를 도입해 대학병원 수준의 진단과 검사가 가능하다. 의료원은 또 비급여는 줄이고 적정 의료수가는 그대로 유지해 시민들의 다양한 의료 수요를 반영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전체병상 대비 다인 병상 비율을 84%인 428병상으로 해 시민들의 입원 의료비 부담을 최소화하고 기준병실을 4인실로 마련해 쾌적한 입원 환경을 제공할 예정이다. 장례식장도 직영체제로 운영해 거품 없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공공장례서비스를 시민들에게 제공할 방침이다. 시의료원은 사회 안전망 확보를 위해 장애인, 기초생활보호대상자, 집단거주지 복지시설 수용자, 북한이탈주민 건강증진사업, 학대피해노인 치료전담병원 등 의료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다양한 공공의료사업을 펼친다. 민간의료기관과 차별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시범진료 첫날 첫 진료환자로 선정된 윤은배(59·신흥동)씨는 “오래 기다린 만큼 기대도 크다”며 “친절한 의료 시비스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중의 의료원장은 “대한민국 공공병원을 선도하는 병원으로 의료접근성을 강화해 지역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공공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준 높은 의료의 질을 확보해 지역주민의 건강수준 향상과 건강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며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소극적인 응급의료 분야에 집중해 응급환자들이 이 병원, 저 병원 전전하며 골든타임을 놓쳐 생명을 잃는 안타까운 현실을 확실히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31년 만의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응답하라 국회

    31년 만의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응답하라 국회

    지난 3월 행정안전부는 31년 만의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은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이다. 만약 이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국회를 거쳐 통과한다면 우리나라 지방자치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상상해 보자. 지방자치단체의 기관구성 형태를 주민투표로 변경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다는 게 가장 먼저 떠오른다. 지금은 전국 243개 시도, 시군구는 모두 주민들이 단체장과 의원을 직접 뽑는 형태다. 이를 주민의 손으로 바꿀 수 있게 된다면 가령 지방의원만 주민들이 직접 선출하고 단체장은 지방의회가 지역현안 관련 전문가를 초빙하는 방식도 가능해진다. 장기적으로 주민이 동의한다면 선거로 지방의회를 구성한 뒤 지방의원 가운데 한 명이 단체장이 되는 지자체 차원의 내각제를 할 수도 있다. 또 지방의회의 의정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정책지원 전문인력을 지방의회에 배치할 수 있게 된다. 정책지원 전문인력은 지방의회 위원회의 조례 제·개정, 예산·결산 심사, 행정사무 감사와 조사 등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인력이다. 올해 기준으로 지자체 예산 규모가 231조원에 이르고 400여개의 국가사무가 지방으로 이양되도록 하는 지방이양일괄법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는 등 지자체의 사무권한, 예산, 인력 등의 규모는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정책지원 전문인력을 배치할 수 있게 된다면 단체장과 지방공무원 등 집행기관을 감시·견제하고 주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지방의회의 정책적 전문성이 한층 높아질 수 있다. 주민이 지역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주민자치회 제도화도 본궤도에 오를 수 있다. 현재 시범 실시 중인 주민자치회는 지역에 오랫동안 고민거리였던 갈등의 실마리를 찾고, 지역에 꼭 필요한 사업을 선정하여 추진하는 기능을 할 수 있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학생들에게 민주주의 의사결정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풀뿌리 자치 우수사례를 다수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단체장과 지방의원 위주로 집중돼 있던 지방자치 권한이 주민의 손으로 돌아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은 31년간 누적된 지방자치제도의 숙원과제에 대한 개선방안을 담았다. 물론 이 법안이 통과된다고 해서 우리나라 지방자치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한순간에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건 물론 아니다. 그럼에도 그 출발이 돼야 하는 것이 바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이다. 지방자치는 우리나라 핵심 의사결정체제이다. 체제 발전은 콘텐츠 업그레이드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의 지방과 주민들이 갖는 무한한 잠재력이 국가의 성장 동력으로 커 나갈 수 있도록 우리나라 지방자치를 진일보시켜야 할 때이다.
  • 노인·근로자 건강 살피는 공간, 구로 G밸리보건지소

    노인·근로자 건강 살피는 공간, 구로 G밸리보건지소

    서울 구로구가 구로디지털단지에 두 번째 보건지소를 열었다. 지역 격차를 해소하고 양질의 보건건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구로구는 17일 오후 이성 구로구청장, 지역 주민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G밸리보건지소 개소식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예산 약 14억 5000만원을 투입해 약 193.28㎡(약 58평) 규모로 조성된 G밸리보건지소는 만성질환관리센터, 마음건강상담실, 다목적 프로그램실, 건강돌봄서비스실 등을 갖췄다. 만성질환관리센터에서는 혈압, 혈당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다각적 신체평형능력 분석 시스템(FRA)을 통한 운동상담 및 비만예방 프로그램, 생애주기별 맞춤 영양교실 등을 제공한다.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치매예방건강교실을 운영하고 노인 만성질환 검진도 한다. 마음건강상담실에서는 디지털단지 근로자, 워킹맘 등을 대상으로 한 ‘토닥토닥’ 마음상담을 운영하고 전문심리상담사의 1대1 상담과 미술치료를 진행한다. 건강관리에 도움이 필요한 지역 주민을 위해 마을의사, 간호사, 영양사 등이 찾아가는 통합 돌봄 ‘서울케어 건강돌봄서비스’도 진행한다. 구는 G밸리보건지소 주변인 구로3동과 가리봉동 일대가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 및 산업근로 종사자 밀도와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지역인 만큼 이 같은 특성을 살린 맞춤형 보건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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