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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불붙은 ‘전깃줄 점용료’ 논란

    다시 불붙은 ‘전깃줄 점용료’ 논란

    전봇대에 연결된 공중선에 도로 점용료를 물리는 법안이 다시 추진되면서 찬반 논란이 되살아나고 있다. 국토해양부와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도로법 시행령 개정안이 방송통신위원회와 지식경제부, 통신·케이블TV사업자, 한국전력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이다. 2009년 국무총리실에서 추진했던 법안을 당시 국토부가 반대했으나, 이번에는 국토부가 추진하고 총리실에서 중재에 나섰다. 17일 국토부와 방통위에 따르면 개정안은 전봇대 사이 5~6m 높이에 연결된 공중선(전력선, 통신선, TV케이블)에 대해 ▲설치 또는 철거 때 관할 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고 ▲새로 점용료를 부과하며 ▲기존 점용료도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전환하도록 했다. 얽히고설킨 공중선 정비를 통해 ‘도시 미관’을 살리고, 관리 주체가 분명하지 않은 공중선의 교통 방해를 개선한다는 게 개정안의 취지다. 그러나 KT와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은 개정안대로라면 통신선 점용료 895억원 등 총 2조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 수익성 악화로 큰 부담일 뿐만 아니라 이용자들의 통신비도 오를 수 있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이승진 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실장은 “점용료를 정률제로 바꾸면 통신선이 충분히 구축돼 있는 도심 거주민은 인터넷 설치비 등에서 별 차이가 없겠지만, 수십㎞씩 깔아야 하는 시골 주민들은 그 몇 배의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이는 정보화 정책에 역행하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개정안이 반대에 부딪히자 법안의 적용 시점을 2013년 7월에서 2015년 1월로 늦추는 대안을 내놓았고 총리실은 점용료를 부과하되 액수를 조금 낮추는 조정안을 제시했으나, 여전히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원전·화전에 강원민심 ‘두 쪽’…지자체장 시험대

    원전·화전에 강원민심 ‘두 쪽’…지자체장 시험대

    원자력·화력발전소 유치를 놓고 지역 주민들 간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해당 자치단체장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17일 강원도에 따르면 강릉·삼척·동해·고성 등 동해안 자치단체장들이 최근 몇년 사이 수조원에 이르는 원자력과 화력발전소를 잇따라 유치하는 과정에서 주민들 간 갈등의 골이 깊어져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우선 삼척시는 근덕면 동막·부남리 일대에 원자력발전소를 유치하면서 주민들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반대 측은 핵발전소 반대투쟁위원회를 조직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투쟁에 나서 핵발전소 건설만은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원전유치 신청을 한 김대수 삼척시장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에 나서고 있다. 최근 정부가 삼척을 아예 신규 원전 예정 구역으로 지정 고시하자 반발은 더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찬성 측인 삼척원자력산업유치협의회는 “원전 건설이 추진되면 하루 평균 3000명의 건설인력이 투입되고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금과 지방세수 증대 등 6조원의 지방재정 확충으로 삼척시가 상전벽해의 변화를 맞을 것이다.”고 반기고 있다. 동해시도 북평·송정동 일대에 ㈜STX전력과 함께 화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면서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민들은 “동해항과 동부메탈 등으로 이미 주민들이 엄청난 환경오염의 고통 속에 살고 있는데 또다시 오염을 유발시키는 화력발전소를 건설한다는 것은 결국 주민들을 떠나라는 것과 같다.”며 반대하고 나서 행정당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강원 고성군 현내면지역 화력발전소 건설도 주민들의 반대가 이어져 주춤한 상태다.‘신규 발전설비 건설의향서’를 한국전력거래소에 제출한 대림산업 측은 현내면 지역 130만㎡의 부지에 6조 5000억원을 들여 4000㎿ 규모의 화력발전소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반발은 더 커졌다. 군에서는 “주민들의 50% 이상이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주민들의 의향조사에 나서는 등 해결책을 찾고 있지만 결정을 유보한 상태다. 강릉시도 강동면에 한국남동발전, 삼성물산과 함께 2020년까지 화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역시 주민들의 반대에 막혀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역마다 “열악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다.”는 찬성 여론도 만만찮다. 이 같은 발전소 건설을 놓고 갈라진 민심을 놓고 자치단체장들은 “수조원에 이르는 대형 발전소를 건설하면 지역경제 발전을 이끄는 기폭제가 될 수 있는데 주민들의 갈등의 골만 깊어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골치아프다.”고 말했다. 최문순 도지사도 “핵발전소는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뽀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고심하고 있다. 강릉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31兆 용산개발 또 표류

    단군 이래 최대 사업(31조원)으로 불리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1·2대 주주 간의 갈등으로 또다시 표류하고 있다. 토지주인 코레일이 사업을 이끌고 있는 롯데관광개발에 2010년 약정에 따라 지분을 모두 내놓고 사업경영에서 사실상 손을 떼라고 통보했고, 롯데관광개발은 이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용산역세권 개발 출자사 모임이자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PFV·드림허브)에 따르면 코레일 측 이사진 3명은 17일 이사회를 열어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정상화를 위한 구조개편안’을 논의하겠다며 30여 개 전 출자사에 소집을 통보했다. 코레일은 이사회에서 롯데관광개발이 2010년 삼성물산으로부터 인수한 용산역세권개발(용산AMC) 지분 45.1%를 다시 넘겨받을 계획이다. 현재 시행사인 드림허브는 코레일이 25%로 1대 주주, 롯데관광개발이 15.1%로 2대 주주로 있으며, 드림허브가 설립한 용산AMC는 롯데관광개발이 70.1%를, 코레일이 나머지 29.9%를 소유하고 있다. 당초 지분이 25%에 불과했던 롯데관광개발은 2010년 10월 삼성물산이 내놓은 지분 45.1%를 인수하면서 실질적으로 사업을 이끄는 역할을 해왔다. 당시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은 ‘자산관리위탁지분 관련 합의서’에서 ‘향후 제3의 투자자(외부투자자)가 선정될 때까지 대상주식(삼성물산이 내놓은 주식)의 소유권을(롯데관광개발이) 잠정적으로 취득한다.’는 내용에 다른 주주 몰래 합의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롯데관광개발이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증자에 반대하는 등 대주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있는 만큼 합의서에 따라 믿을 만한 기업이 나올 때까지 주식을 환수해 한시적으로 AMC 경영을 주도하겠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롯데관광개발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17일 이사회에서도 격론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5년여 동안 개발을 기다려온 서부이촌동 등 지역주민의 어려움만 가중될 전망이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대주주 증자 갈등… 용산개발 법정 공방 갈 듯

    대주주 증자 갈등… 용산개발 법정 공방 갈 듯

    용산역세권개발(용산 AMC)의 두 주체인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이 갈라선 데는 증자와 보상안 확정 과정에서 사사건건 다툼이 있었기 때문이다. 코레일이 이번에 롯데관광개발에 사실상 결별 통보를 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용산역세권 개발 출자사 모임이자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PFV·드림허브) 1대 주주인 코레일(25%)과 2대 주주인 롯데관광개발(15.1%)의 갈등은 사업 추진을 위한 증자에서부터 비롯됐다. 코레일은 우선 증자를 하자고 주장했고, 롯데관광개발은 증자 대신 먼저 보상계획의 확정을 요구했다. 코레일은 “재원 마련 계획도 불투명한 상태에서 보상안만 확정하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지난 6월 11일 이사회에 증자안을 상정했으나 롯데관광개발의 반대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어 7월 4일 이사회에도 이 같은 안건을 제출했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양측은 절충을 벌여 지난달 23일 이사회에서 1조원 규모의 주민 보상을 추가하는 내용의 보상안을 확정하되 1조 6000억원도 증자하는 내용도 같이 통과시켰다. 하지만 주주총회에서 양측은 또 격돌한다. 지난 10일에도 코레일은 1조 6000억원을 증자해 현 1조 4000억원인 자본금을 3조원으로 늘리자는 내용의 정관변경 안건을 상정했지만 부결됐다. 롯데관광개발 등이 외부투자자 증가에 따른 지분 감소와 발언권 약화를 우려해 반대했기 때문이다. 코레일은 대주주이면서도 증자도 발목이 잡히고, 실질적인 사업을 추진하는 주체인 용산역세권개발(대표이사 회장 박해춘·AMC·자본금 50억원)에서도 대주주인 롯데관광개발 때문에 사업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6억원이 넘는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 자본 유치 등에서 실적을 내지 못한 경영진 교체를 시도했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게 되자 최후의 카드로 용산역세권개발의 주식 회수에 나선 것이다. 용산역세권개발은 당초 코레일이 29.9%, 롯데관광개발이 25%였으나 2010년 삼성물산이 손을 떼면서 45.1%의 지분을 받아 70.1%의 대주주가 된 상태다. 코레일은 이 가운데 삼성물산으로부터 인수한 45.1%의 지분을 회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당시의 합의서를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롯데관광개발이 삼성물산에 건네받은 지분 45%는 나중에 사업을 이끌만 한 곳이 나타나면 양도하도록 돼 있고 그 대상에 코레일도 포함되는 만큼 이를 회수하겠다.”고 주장한다. 반면 롯데관광개발은 삼성물산에서 AMC 지분 45.1%를 넘겨받을 당시 코레일과 맺은 사업합의서엔 “향후 외부투자자 등에게 양도할 것”이라고 명시돼 있어 코레일이 회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소송으로 이어질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대주주들이 다투면서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해법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애매한 주민만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커버스토리-세종시대 개막] 서울역~세종청사 70분이면 OK… 교통비만 月 32만원 ‘허걱’

    [커버스토리-세종시대 개막] 서울역~세종청사 70분이면 OK… 교통비만 月 32만원 ‘허걱’

    # 2013년 1월 10일 오전 6시 서울 광화문 인근 아파트 단지에 사는 A씨가 휴대전화 알람 소리에 어김없이 깬다. 오전 7시 10분 서울역에서 오송역으로 가는 KTX 열차를 타기 위해서다. 천안아산역을 거치는 열차는 오송까지 53분, 거치지 않는 대부분 열차는 43분이면 도착한다. A씨는 지난해 말 정부 부처 이전으로 세종시에서 근무하게 된 모 부처 과장이다. A과장은 2012년 12월부터 경기 과천이 아닌 세종시로 출퇴근하고 있다. 오송역에서 청사까지는 무료로 운행되는 셔틀버스나 간선급행버스(BRT)로 오간다. 출퇴근 시간 자체는 예전과 큰 차이가 없지만, 피곤한 건 사실이다. 차라리 국회 회기 중에 여의도로 바로 출근하면 피곤이 덜할 것 같다. 부인도 이전 대상 부처의 공무원이기는 하지만, 현재 인천 지역 외청에서 파견 근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은 이사를 미룬 상태다. 다음 인사에 부인이 본청으로 발령을 받으면 대전 유성 인근의 집을 알아볼 생각이다. 주변 얘기를 들으니 출퇴근 시간이 30분도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세종시 이전 대상 부처에 속한 현직 공무원의 사연을 듣고 각색한 정부 부처 ‘세종시 시대’의 내년 모습이다. 15일 국무총리실 등을 시작으로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이 시작된다. 1그룹 이전(9월 14~16일)은 기획단과 임시 사무실 사용 부서, 독립업무 수행 부서가 대상이다. 이번 1그룹 이전으로 당장은 세종시 전체가 ‘들썩’일 정도는 아니라는 게 지역민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주민 권은희(32·여)씨는 “뉴스를 듣기는 했지만, 인원이 12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교통편이 편리할 것이라는 생각 정도이지 당장은 사람이 크게 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시 원룸 월 30만~50만원 서울에서 출퇴근하면 서울역이나 광명역에서 KTX를 타거나 강남에서 버스를 타야 한다. 43분이 걸리는 서울~오송 구간 KTX의 월 정기권은 원래 가격보다 50%가 할인돼 32만 4000원이다. 17일부터는 오송역에서 세종 청사까지는 통근버스와 93인승 BRT가 함께 운행된다. 출퇴근 시간 각각 한 번 운행되는 통근버스는 무료이고, BRT는 시범 운행되는 내년 3월 말까지만 무료다. 요금은 일반 시내버스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주의 업무가 시작되는 월요일 아침에는 서울에서 세종시로, 업무가 끝나는 금요일 저녁에는 세종시에서 서울로 2회씩 통근버스가 운행되기도 한다. 부처별로는 ‘가족의 날’ 행사로 오후 6시 정시 퇴근을 권장하는 수요일에 서울까지 운행하는 통근버스를 운영할지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RT는 사실상 세종시의 주요한 출퇴근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범 운영 기간 운행 횟수는 오전과 오후 12회, 오송역에서 세종청사~첫마을 아파트~세종터미널~대전 반석역을 오간다. 총 31.2㎞다. 청사를 중심으로 어디든 2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A과장은 오전 8시 30분이면 사무실에 도착할 수 있는 셈이다. 유성 노은·반석지구에 거주하면 지하철과 BRT를 이용해 대전에서도 세종시까지 출퇴근이 가능하다. 대전월드컵경기장이 위치한 이들 지역은 2000년대 초부터 개발된 대전의 신흥 주거 지역이다. 대전시청역에서 반석역까지 걸리는 시간도 20분에 불과해 시청 등이 위치한 둔산동 인근에서도 출퇴근은 크게 어렵지 않다. 세종시 대평리와 유성 등의 오피스텔·원룸의 월세 가격은 30만~50만원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관계자는 “처음에는 소도시인 대평리에 주거지를 얻었다가 대규모 택지개발이 된 유성이나 신도심인 서구로 옮기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업용지는 이제 입찰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주변에 식당도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이전 공무원들은 당분간 3500원 안팎의 가격인 구내식당을 계속해서 이용해야 한다. 승용차로 5분 거리인 첫마을 1·2단지에서 식사도 많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첫마을 아파트는 전체 6529가구 가운데 72%가 분양됐고, 상가는 215호 가운데 84%가 입점해 있다. 분양 당시 평당 650만원 안팎이었던 가격은 현재 평당 850만원이 넘는다. 현재도 매물은 남아 있다. ●행정 비효율·실질 소득 감소로 ‘한숨’ 공무원들은 180도로 변하는 환경에 대한 걱정보다는 앞으로 있을 행정 비효율과 실질소득의 감소를 더 우려한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국회 업무뿐만 아니라 외부 민간 위원들과의 각종 회의로 서울로 자주 와야 한다.”면서 “외부 위원들과의 회의 장소로는 중간지점인 서울역 회의실을 자주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전 부처의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는 세종시에서 여는 것이 행정도시 건설의 취지 측면에서 더욱 부합되는 것 아니냐.”고 제안했다. 출퇴근 비용이나 정주 비용을 정부가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실질 소득은 감소하는 셈이다. 서울에서 출퇴근해도, 세종시 인근에서 출퇴근해도 가족과 함께 완전히 정착하지 않으면 돈이 들 수밖에 없다. 국장급 한 공무원은 “젊은 공무원들은 소득의 적잖은 부분을 월세나 출퇴근 비용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면서 “오송으로 이전한 식품의약품안전청과 보건의료인력개발원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특히 계약직 공무원들은 이직을 심각하게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리실 세종시지원단 관계자는 “민간 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이라면 회사가 지방으로 이전하게 될 경우 이직 등 다른 방법을 강구할 수 있지만, 공무원들은 다른 대안이 없다.”면서 “부처 이전에 자신과 가족의 삶 모두를 맞춰야 하는 것이 공무원들의 애로”라고 말했다. ●자녀 부적응에 정착과정 남모를 고통 이 때문에 앞서 이전을 경험한 정부대전청사 공무원들은 ‘지방행’을 권하는 것이 대체적이다. 특히 야근도 잦고 주말 근무도 많은 사무관급 이상 공무원들은 서울 출퇴근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1998년 산림청 이전으로 서울에서 대전으로 내려온 이명수(56) 산림청 산사태방지과장은 “공직자로 남을 거면 오는 것이 맞다.”며 고민에 빠진 이전 부처 공무원들에게 ‘지방행’을 권했다. 거주지로는 세종시에 얽매이지 말고 인접한 대전까지 염두에 둘 것을 주문했다. 그는 “가족 이주가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이었다.”고 자평했다. 이 과장의 대전 안착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대전행을 결심한 것은 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됐다. 부처가 옮기기에 당연한 수순으로 생각했고, ‘한 가족, 두 살림’에 대한 경제적 부담도 한몫했다. 1996년 입주한 경기 성남시 분당의 아파트를 팔아 대전청사 인근 샘머리아파트에 입주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상황이라 제값을 받지 못한 데다 평수를 줄여 이사한 것은 지금도 아쉬운 대목이다. 정착 과정에서 남모를 고통과 아픔을 겪기도 했다. ‘대전행’을 반대했던 중 1, 중 3 두 아들이 이제 대학을 마치고 취업했지만 이주 초기 성적이 떨어지는 등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큰아이가 적응에 실패해 학교를 자퇴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대전으로 내려와 가장 힘든 시기이기도 했지만 인식을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원하는 공부를 하도록 적극 지원했다. 서울에 있었다면 상상도 못 했을 일이다. 아이들의 표정이 밝아지면서 오히려 성적이 향상됐고 가정도 화목해졌다. 그는 가족을 서울에 두고, 혼자 온 ‘대전 총각’들을 볼 때마다 안쓰럽다. 불규칙한 식사와 잦은 음주 등으로 건강이 나빠지고, 장기간 나홀로 생활에 우울증 초기 증세를 보이는 직원도 생겨났다. 출퇴근도 쉽지 않은 일이다. 대전청사는 수도권에서 출퇴근하는 공무원이 거의 사라졌다. 이 과장은 세종시가 대전과 비교해 정주 여건이 열악하다는 점을 걱정한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난 것도 대전청사 이전 당시와는 달라진 세태다. 그러면서도 가족 이주를 좌우할 ‘열쇠’로 자녀들의 교육 문제를 들었다. 이 과장은 “공직자로 남을 거면 오는 것이 맞다.”면서도 “세종시가 새로 조성되는 신도시로 안정화 전까지는 생활이 불편할 수 있기에 (가족 이사는) 시기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총리실 3단계 이전… 연말까지 12개 기관 이전 한편 국무총리실 6개 부서 직원 120여명이 14일 저녁 6시부터 5t 트럭 40여대로 1단계 이전 작업을 시작했다. 새만금사업추진기획단, 세종시지원단, 주한미군기지이전지원단, 지식재산전략기획단, 공직복무관리관실 등이다. 총리실은 올 12월 16일까지 국무총리 집무실 이전을 끝으로 모두 이사한다. 행정 권력의 수장이 600여년 만에 서울을 떠나는 셈이다. 또 기획재정부(12월 10~30일), 공정거래위원회(12월 17~30일), 농림수산식품부(11월 26~12월 9일), 국토해양부(11월 26~12월 16일), 환경부(12월 17~30일) 등 6개 중앙 부처가 올해 이전한다. 6개 부처 등 12개 기관 4139명의 중앙 공무원이 이동한다. 내년에는 교육과학기술부 등 6개 중앙행정기관 및 12개 소속 기관 등 4116명의 이전이, 2014년에는 국세청 등 4개 중앙행정기관, 2개 소속 기관 등 2197명이 옮기면서 이전이 마무리된다. 3년 동안 16개 중앙행정기관과 20개 소속 기관 1만 452명의 공무원 이전이 진행된다. 정부는 2013년 11월부터 서울과 세종시에서 번갈아 가며 국무회의와 차관회의,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16개 중앙행정기관의 이전이 거의 마무리되는 2014년 11월부터는 영상회의의 상시화를 준비하고 있다. 2014년 말부터 본격적인 세종시 시대의 작동이 예고된 셈이다. 정부는 총리를 위원장으로 하고 각 부 장관을 위원으로 하는 세종특별자치시지원위원회를 지속적으로 운영하면서 세종시 시대의 안착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처종합 안석기자 ccto@seoul.co.kr
  • “다른 사람과 문제없이 어울렸는데…”

    “다른 사람과 문제없이 어울렸는데…”

    “정말 안타깝습니다. 조금 더 지켜봤어야 하는데….” 20년째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서 민간갱생보호시설 담안선교회를 운영하고 있는 임석근(57) 목사는 답답하다는 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달 20일 서울 중곡동에서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서모(42)씨가 이곳을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범행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2004년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서씨는 지난해 11월 만기 출소한 뒤 이곳을 찾아 5개월을 머물렀다. 담안선교회는 출소자들의 재사회화를 돕는 7개 민간갱생보호시설 가운데 하나다. 이곳에는 200여명의 출소자가 있다. 법무부 산하인 한국법무복지보호공단을 제외하면 최대 규모다. 인천교도소장을 지낸 고 이정찬 목사가 1985년 설립했다. 출소자들은 원하면 최대 2년간 이곳에서 머무르며 사회 적응을 할 수 있다. 담안선교회는 취업이 출소자들의 자립에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프린터용 재생 카트리지를 만드는 공장을 세워 이들을 돕고 있다. 임 목사는 서씨에 대해 “조금 더 이곳에 머물며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억지로 붙잡아 둘 수는 없었다.”면서 “누군가 잡아 줬어야 할 때 혼자 지내면서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임 목사는 이어 “이곳에서는 다른 사람과 어울리며 문제없이 지냈다. 나름의 사회생활도 하고 통제도 받으면서 정상적으로 지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설을 떠나 혼자가 된 서씨는 다시 범죄의 길에 빠져들었다. 임 목사는 서씨의 범행에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모든 출소자가 재범을 저지르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2006년 출소한 2만 4626명 중 출소 후 3년 이내에 교정시설에 재입소한 비율은 22.5%에 이르렀지만 2004년부터 2008년 사이 갱생보호시설에서 도움을 받았던 출소자들의 재범률은 0.4%에 불과했다. 특히 출소 후 3년 이내에 재복역한 5553명 중 초범 출소자는 8.5%, 2범 23.0%, 3범 30.7%, 4범 41.2%, 5범 이상은 50.1%를 차지해 출소자가 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할 경우 만성적인 범죄로 이어질 수 있음을 드러냈다. 담안선교회를 비롯한 갱생보호시설이 처한 상황은 어렵다. ‘위험천만한 범죄자는 때려 죽여도 시원찮다.’는 인식이 팽배해서다. 서영교(중랑구갑)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 7월 국회 법사위 회의에서 권재진 법무부 장관에게 담안선교회의 이전을 공식 요청했다. 지난 6월 한국법무복지보호공단이 있는 서울 양천구 주민 8000여명도 지역구 의원인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에게 시설 이전을 요구하는 서명을 제출했다. 주민들의 반대로 법무부는 법무복지보호공단의 지역 지부를 새로 짓지 못하고 있다. 갱생보호시설과 지역 범죄율에는 상관관계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지만 한 해 6만여명이 넘는 출소자를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은 국립과 민간을 합쳐 800여명에 불과하다. 담안선교회에서는 지금까지 100쌍에 가까운 출소자가 결혼했다. 마약에 빠져 있던 한 여성 출소자는 남성 출소자와 결혼해 지난해 딸을 낳았다. 이들도 새로운 삶을 꿈꾼다. “인간은 누구나 변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10여년간 교도소를 전전한 뒤 새 삶을 찾은 임 목사의 말이다. 글 사진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아산 신정호 훼손…경찰대 오지 마라”

    경찰대 이전으로 인한 이주자 택지가 충남 아산시 기산동으로 사실상 결정되자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조망권 침해 등을 들어 주민들이 강력 반발하면서 2016년 경찰대의 아산 이전 계획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산동 주민들은 13일 충남지사, 아산시장과 한국농어촌공사에 이주자 택지 결정철회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주민서명서와 함께 보냈다. 마을과 인근 신정호 관광지 등 곳곳에 택지 결정 반대 현수막도 내걸었다. 이들은 진정서에서 “마을 앞 500m 전방에 시민들이 주로 찾는 신정호 관광지가 있는데 그 사이에 이주자 마을을 만들면 조망권을 침해해 우리 마을은 낙후될 수밖에 없다.”며 택지 결정 철회를 요구했다. 박완순(64) 기산1통장은 “경찰대와 아산시 등 관련 기관이 기산동 주민들과 사전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택지를 결정했다.”면서 “이주자 택지에서 배출되는 오·폐수가 신정호를 오염시키는 것은 물론 흙을 쌓아 택지를 조성하면 우리 마을이 심각한 홍수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 마을은 경기 용인의 경찰대가 이전해 오는 아산시 신창면 황산리에서 1㎞도 채 떨어지지 않았다. 경찰대가 들어서는 황산리 34가구 100명 안팎의 주민들이 기산동 내 5만㎡의 농어촌공사 소유 부지로 집단 이주하기로 하면서 이 같은 갈등이 발생했다. 기산동 주민들은 이주자 택지가 자기네 마을로 확정되면 전 아산시민을 상대로 반대 서명운동에 돌입하고 환경단체 등 지역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강력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대가 3511억원을 들여 2016년 아산으로 이전하는 사업이 차질을 빚지 않으려면 황산리 주민들이 내년 5월까지 마을을 떠나 집단 이주해야 한다. 아산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은행 강도단, 경찰과 추격전 중 도로에 돈 뿌려 대소동

    은행 강도단, 경찰과 추격전 중 도로에 돈 뿌려 대소동

    ”돈이다!” 은행을 턴 무장 강도단이 경찰과 쫓고 쫓기는 추격전 중 자동차 창문을 열고 길거리에 돈을 뿌리는 보기드문 광경이 펼쳐졌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오전 10시 경 미국 LA에 위치한 ‘뱅크 오브 아메리카’ 지점에 무장한 4인조 강도가 들이닥쳤다. 돈을 훔치는데 성공한 이들은 SUV 차량을 타고 도주했으나 곧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쫓기게 됐다. 영화처럼 시내에서는 긴박한 추격전이 펼쳐졌고 이같은 장면은 방송국 헬기에 의해 생생히 안방으로 중계됐다.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은 이때. 갑자기 강도들은 창문을 열고 거리에 돈을 뿌리기 시작했다. 경찰의 추격을 돈을 줍기위해 몰려드는 사람들로 방해하고자 머리를 쓴 것. 이들은 10여 차례에 걸쳐 거리에 돈을 뿌리기 시작했고 생중계로 지켜보던 주민들은 일제히 집 밖으로 나와 돈을 줍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의 행동은 계산과는 반대로 자신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몰려든 사람들로 도로가 정체돼 오히려 도주로가 차단되고 만 것. LA경찰은 “4명의 범인중 2명은 체포했으나 2명은 도주 초기에 차량에서 뛰어내려 도망쳤다.” 면서 “범인들이 무장한 상태였으나 다행히 부상당한 시민들은 없다.”고 밝혔다.  현지 주민들은 그러나 강도들의 행동이 싫지만은 않은 표정이다. 한 주민은 “과거 강도들은 돈을 들고 도망치기만 했는데 이들은 돈을 던져줬다.” 면서 “결과적으로 우리들을 도와준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강도들이 훔친 돈의 액수는 알려지지 않았으며 경찰은 도망친 2명의 범인들을 쫓고있다. 인터넷뉴스팀 
  • [독서의 해-도서관에서 길을 묻다] (3회) 도서관, 복합문화공간으로 변모하다

    [독서의 해-도서관에서 길을 묻다] (3회) 도서관, 복합문화공간으로 변모하다

    ■경기 용인 ‘느티나무 도서관’ 경기 용인시 수지의 한 주택가. 세련된 회색 건물로 다가갈수록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커진다. 건물 외벽에 쓰인 문구가 한눈에 확 들어온다. “느티나무 한 그루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책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넓은 세상을 만나고 경쟁보다 먼저 어울림을 배우기를 바랐습니다.” 느티나무도서관의 첫인상이다. 느티나무도서관은 주택가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다. 도서관 문을 열면 책보다 먼저 동아줄로 연결된 그네가 방문객을 맞는다. 그 뒤 정면에, 책들이 가득하다. 벽마다 서고가 있다. 높은 천장으로 받아들이는 햇빛이 포근한 느낌을 준다. 지하 1층부터 2층까지 구석구석, 퍼질러 앉을 수 있는 공간마다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책을 읽는다. 자연과학 서적을 즐겁게 읽고 만화책을 보는 모습은 사뭇 진지하다. 아이 책 따로, 어른 책 따로 두지 않고 문학과 비문학으로 나눠 각각 1·2층에 배치했다. 아이가 어른 과학책을 읽어도 되고, 어른이 아이 그림책을 읽어도 좋다. 책을 읽는 데는 남녀노소, 경계가 없다. “이 책을 읽어라, 청소년에게는 이런 책이 좋다는 식으로 추천 목록을 두지 않아요. 청소년들이 모인 ‘책사이’나 ‘비행클럽’, 추리소설 모임인 ‘미스클럽’ 등 11개 동아리가 활동하면서 읽을 만한 책을 모아둔 곳이 있어요.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이 되면 이 책꽂이를 참고하면 되고요.” 천서영 서비스2팀장의 설명이다. 책을 대출하고 반납하는 카운터 높이는 1m도 안 된다. 덕분에 아이들도 편하게 사서나 자원활동가들과 대화할 수 있다. 일반 책에 점자 필름을 붙인 도서를 만들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두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지체장애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승강기도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중심에 뒀다. “보통 장애인용 승강기는 한쪽 구석에 있어요. 장애인들은 그런 것을 볼 때마다 마치 오지 못할 곳에 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네요.”(천 팀장) 이곳의 유일한 수익사업 공간은 지하 1층 카페 ‘전기요금’이다. 이름처럼 수익은 모두 도서관 전기요금을 내는 데 쓴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여는 헌책장터에서 버는 돈 역시 운영비로 사용한다. 헌책장터, 저자와의 만남, 책 전시회, 책 읽어주기 등 책을 매개로 한 모든 일들이 전체 면적 1000여㎡가 조금 넘는 이 건물에서 벌어지고 있다. “느티나무 도서관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갈 수 없다.”고 동네 사람들이 말한다는데 실로 그럴 만하다. 굳이 책을 읽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교복 입은 여학생들은 계단 밑 사랑방에 퍼질러 앉아 수다를 떨고, 남학생들은 2층 영화방에서 만화영화를 보기도 한다. ‘도서관에서 할 일’이라고 규정할 수 없는 다양한 모습이 이곳에 있다. 하루 평균 102명이 오가고 543권이 대출되는, 지역사회의 중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느티나무도서관은 이런 역할 변화를 전국에 전파하고 있다. 2007년에는 서울 신림동 난곡주민도서관 새숲을, 2008년엔 부산 화명동 맨발동무도서관과 대전 문지동 모퉁이어린이도서관을 친구도서관으로 만들었다. 매달 책구입 예산비 100만~200만원을 지원하고, 운영자·사서 워크숍을 하는 등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서울 성북구청과 달빛마루도서관 등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황광선 느티나무도서관재단 사무국장은 도서관 운영 비결에 대해 “책만 많이 꽂아놓으면 도서관이 자연히 운영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먼저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황 국장이 지적하는 부분은 ‘사람’과 ‘장서’에 대한 개념이다. 특히 사서가 중요하다. 사서를 비정규직이나 자원봉사자로 활용하는 것을 비판했다. 도서관법 시행령 제4조 1항에 공공도서관은 면적(330㎡당)과 장서(6000권당) 기준으로 사서 직원을 채용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지켜지지 않는 곳이 부지기수다. 곽철완 강남대 문헌정보학과 교수가 조사한 ‘공공도서관 사서직 인력 현황’에 따르면 서울 양천구, 경기 광주시 등 17개 기초자치단체에서 공공도서관은 2008년 59개관에서 2011년 95개관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사서 채용률은 2011년 현재 도서관 1곳당 1.1명 수준에 불과하다. 느티나무도서관은 이윤남 관장을 포함해 직원 10명(인턴 2명·순회 사서 1명 포함)이 운영한다. 사서 7명에 자원활동가가 무려 250명이다. 황 국장은 “작은 도서관을 수십개 만드는 양적 팽창보다 앞으로 도서관 운영에 대한 질적 성장이 우선돼야 한다.”면서 “사서를 제대로 기용·배치하고 예산 확보 등을 도서관 정책의 우선순위에 둘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글 사진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100년 전통 ‘뉴욕공공도서관’ 1911년 개관해 100살이 넘은 뉴욕공공도서관(NYPL)은 ‘지성의 성지(聖地)’로 불리는 세계 최고의 도서관이다. 시 예산과 기부금으로 운영되고 이용자가 연간 1600만명에 이른다. 책을 빌려주는 전통적 도서관 범주에서 일찌감치 벗어나 시민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을 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도서관 사서들은 단순히 책만 찾아주는 게 아니라 이용자가 찾는 책을 보고 필요한 상담자나 의사를 소개하는 등의 ‘시민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NYPL이 좋아서 이사를 못 간다.”는 시민들이 있을 정도다. NYPL이 이토록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신문은 지난 7일(현지시간) NYPL 측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그 비밀을 들어봤다. →전통적인 도서관의 역할에서 변신을 추구하는 이유는 뭔가. -지난 100년 이상 우리 도서관은 수백만 이용자의 지식 원천이었다. 앞으로도 미래를 내다보면서 우리의 전설을 이어갈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쉼 없이 변신을 추구하고 있다. 변신의 바탕에는 모든 연령대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열정적으로 도서관을 지역사회의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즉, 책과 아이디어, 서비스, 각종 공공 프로그램 등을 통해 도서관과 시민 생활을 이어주는 시스템을 지향한다. 우리는 작가, 연구원, 이민자, 학생 등 우리의 고객들에게 각종 행사와 전시회, 온라인 검색 등을 최대한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우리의 목표는 도서관을 직접 찾거나 온라인으로 방문하는 이용자들에게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고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변신하는 것이다. →지나친 변신을 반대하는 여론도 있는데. -이용자 중에는 책, CD, DVD 대여 등 전통적 도서관 역할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다. 반면 리서치를 위해 온라인으로 자료를 빌리고, 사진을 얻으려고 ‘디지털 갤러리’를 찾는 고객들도 있다. 그런가 하면 각종 행사나 강좌 등을 통한 주민 간 상호교류를 위한 공간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이용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한다. →NYPL이 제공하고 있는 ‘시민 밀착형’ 서비스는 무엇인가. -‘교육 및 학습’ 프로그램으로는 영어, 수학, 미술, 컴퓨터 교육은 물론 교사 준비 과정 과목도 있다. ‘문자해독과 대(對)시민 서비스’ 프로그램에는 성인교육대학, 다문화 문학, 여성과 리더십, 젊은이와 도서관 연결, 학생 보충학습 등이 있다. 특히 우리는 평소 도서관을 거의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이나, 정부지원을 덜 받거나 신체적·정신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런 다양한 프로그램을 맨해튼과 브롱크스, 스태이튼 아일랜드 등 지역사회에 제공한다. →사서들의 전문성 제고 등 자질 향상을 위한 재교육은 어떻게 하고 있나. -우리는 본인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대학 공부를 원하는 사서들에게 등록금을 지원하고 있다. 학사과정은 물론 석·박사 학위 과정 등록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현 직책에 연관된 비(非)학위 학습 프로그램 비용도 보조하고 있다. 이런 지원을 통해 사서들의 전문성이 높아지면 결과적으로 도서관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우리는 이것을 투자라고 생각한다. →지난 2월 NYPL이 재개발 계획을 통해 현재 300만권에 달하는 서고 중 절반을 뉴저지주 창고로 옮기겠다고 한 이후 반대의 목소리도 나오는데. -뉴저지주 프린스턴에 수년간 이용해온 최첨단 서적 보호시설이 있다. 늘어나는 서적을 효과적으로 보존하려는 조치는 당연하다.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꼭 해야 하는 일이다. →앞으로 100년 뒤 NYPL의 모습은 얼마나 변해 있을까. -100년 뒤를 상상하는 것은 가슴 설레는 일이다. 분명히 지역사회와 테크놀로지가 변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연령과 다양한 배경의 고객들에게 교육과 오락을 제공한다는 우리의 기본 정신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울진 사는데 태백 가서 구직상담 하라니…

    고용노동부가 일방적으로 경북 울진군 관할 노동지청을 포항지청에서 강원 태백지청으로 변경 예고하자 울진지역 주민들이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10일 울진군 등에 따르면 현재 대구지방노동청 포항지청 울진출장센터에서 처리하고 있는 울진 주민들의 실업급여 수급과 구인·구직 상담 등 고용 및 노동 관련 업무가 다음 달 15일부터 태백지청으로 옮겨진다. 고용부가 최근 지역 노사관계 안정 등을 명목으로 포항지청의 고용 및 노동 관련 업무를 태백지청으로 이관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관련 규칙을 개정·공포한 뒤 다음 달 15일부터 시행할 예정이기 때문. 이에 따라 울진 주민들은 앞으로 노동 상담은 태백으로, 고용 상담은 태백지청 삼척고용센터에서 각각 해결해야 해 시간적·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각종 행정업무의 혼선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행정구역이 같은 경북도의 울진지역 노동 및 고용 통계 수집, 노조 관리, 일자리 창출 등에 대한 업무 협의가 한층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노동쟁의가 발생할 경우 태백지청이 수사, 지도하고 경북지방노동위원회가 조정, 중재를 해야 하는 등의 모순점도 예상된다. 울진군 관할 노동지청이 변경될 경우 각종 문제 발생이 예상되는데도 고용부는 관련 규칙 개정 과정에서 경북도와 울진군 등에 사전 통지조차 하지 않았다. 경북도, 울진군과 군의회, 울진군상공인연합회, 지역발전협의회, 울진군번영연합회 등은 14일쯤 고용부를 항의 방문키로 하는 등 노동지청 관할 구역 변경 반대 투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앞서 이들은 지난 6일 대구지방노동청 포항지청을 방문해 “고용부가 경북 관할인 울진의 행정 구역과 주민의 주 생활권까지 무시해 가면서 일방적으로 관할 노동지청을 변경한 것은 무효”라고 항의했다. 이들은 또 “당장 울진출장센터가 폐쇄될 경우 울진에서 삼척까지 1시간, 태백까지는 2시간 이상이 걸리는 거리를 오가야 하는 등 불편이 엄청날 것”이라면서 “주민 불편을 담보로 한 규칙 개정이 어디 말이나 되느냐.”고 반발했다. 군의회 관계자는 “매주 1회 포항출장센터 이용 주민만 해도 120명, 한달이면 500명에 이르는데 노동지청이 태백으로 바뀔 경우 주민 불편은 불 보듯 뻔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 행정관리담당관실 양현수 서기관은 “이번 규칙 개정은 조직 내부의 업무 분장과 관련된 사항으로, 노동지청별 업무량 등을 분석해 합리적으로 내린 결정”이라며 “울진군 등에 규칙 개정 사항을 사전에 알리지 않은 것은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울진군 관할 노동지청이 태백지청으로 변경되더라도 울진 주민들이 굳이 포항지청에서 민원을 보겠다면 그렇게 해도 무방하다.”고 덧붙였다. 울진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인천 수도권매립지 골프장 운영 3각 갈등

    인천시 서구 수도권 매립지에 조성된 골프장의 운영 주체를 놓고 환경부와 기획재정부가 갈등을 겪다 민간 위탁으로 결정되자 이번에는 인천시가 민간 위탁에 반대하면서 골프장 운영에 참여하겠다고 나서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특히 시는 주장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골프장과 관련된 모든 인허가를 보류하겠다고 배수진을 치고 나와 매립지 기한 연장 문제와 연관된 강수라는 해석이 나온다. 7일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 따르면 당초 환경부와 협의를 거쳐 매립지 골프장을 직영하려 했으나 재정부가 ‘공공기관 선진화 방침’을 들어 이의를 제기함에 따라 민간에 위탁, 관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러나 인천시는 공적 자금이 투입된 공익시설인 매립지 골프장이 일자리 창출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민간 위탁은 있을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시는 나아가 매립지 골프장 운영에 참여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환경부와 수도권매립지공사에 발송했다. 매립지 골프장이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을 위해 건설됐고 경기 후 주변 주민의 복지 증진을 위한 시설인 만큼 시가 관리하는 것이 골프장 조성 취지에 부합한다고 주장한다. 매립지 골프장은 다음 달 개장할 예정이다. 인천시는 민간 위탁이 강행될 경우 현재 진행 중인 골프장 구조물에 대한 승인과 영업 허가, 클럽하우스 등의 인허가를 전면 보류하겠다고 밝혀 민간 위탁을 추진하는 중앙부처와의 힘겨루기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남해 火電 주민투표로 결정

    찬반 논란이 거센 경남 남해군의 화력발전소 유치 여부가 주민투표로 결정된다. <서울신문 8월 11일자 13면> 6일 남해군에 따르면 남해 에너지파크 유치 여부를 주민투표로 결정하기로 했다. 남해에너지파크는 한국동서발전㈜이 남해군 서면 중현리 일원 175만㎡에 건설하려는 4000㎿ 규모의 화력발전소를 말한다. 정 군수는 “남해 에너지 파크 유치는 주민의 복지와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기 때문에 주민들이 직접 결정하는 것이 가장 공정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남해군은 주민투표 실시 동의서를 군의회에 제출했다. 남해군은 의회에서 동의안이 통과되면 주민투표 청구요지 공표 발의 등의 절차를 거쳐 남해군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오는 10월 10일 주민투표를 할 예정이다. 남해군은 지난해 7월 한국동서발전㈜이 중현리 일대에 8조 6000억원을 들여 4000㎿ 규모의 화력발전소를 포함한 남해에너지파크 건설을 제안하자 타당성 용역조사를 하는 등 유치를 추진해 왔다. 동서발전은 2013년부터 2021년까지 1·2단계로 나눠 에너지파크를 건설할 계획이다. 남해군은 서면 일대에 추진하는 조선산업단지에 참여 기업이 없어 무산되자 대안으로 에너지파크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발전소 유치를 놓고 건설예정지 주민 등은 찬성하고 있으나 환경단체와 농·어민, 농·어업 관련 단체들은 환경오염 등을 우려하며 반대하는 등 찬반 논란이 거세다. 남해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장애인은 보통 사람들이 사는 이곳에 들어오면 안돼” 아파트 공고문 논란

    “장애인은 보통 사람들이 사는 이곳에 들어오면 안돼” 아파트 공고문 논란

     “보통사람이 사는 이곳에 장애인이 들어오면 안된다.”  서울 도봉구 한 아파트 주민회가 장애인복지관 설립을 반대하며 붙인 게시물이 인터넷 안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 도봉구 방학동 A아파트 입주자 대표회는 지난 4일 단지 내 아파트 엘리베이터 게시판에 장애복지관 건립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붙였다.  게시물에는 ▲아파트 집값 하락이 대두할 수 있음 ▲주변 차량통행이 복잡해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 ▲장애인 출입이 과다해 사고의 위험이 현저하게 있음 ▲구청앞에서 집회 시위하는 장애인들 단체들을 보면서 절대로 그런 시설이 보통사람들이 사는 이곳에 들어오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이 실렸다.  입주자 대표회는 “장애인 시설이 들어선다면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주민들의 반대 서명을 받는 것”이라며 “반대 서명에 동참해 달라.”고 덧붙였다.  게시판 글이 인터넷에서는 퍼지면서 비난이 폭주하고 있다. 트위터 상에는 “장애인들을 마치 보통 사람과는 다른 공간에 격리돼 생활해야 할 존재로 여기는 게시글은 인격모독이다.”, “장애는 해당 아파트에 사는 주민이나 가족에게도 언제든 생길 수 있는 문제인데 저런 내용을 단지 안에 당당하게 붙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한심스럽다.” 등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도봉구는 서울시내 25개 구에서 유일하게 장애인 복지관이 없다. 따라서 도봉구에 사는 장애인이 복지관을 이용하려면 인근 다른 구 복지관을 이용하거나 이사를 가야 하는 실정이다. 도봉구청은 “논의 끝에 아파트 옆이 장애인 복지관 부지로 선정됐다.”면서 “현재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 하남시, 열병합 발전소 건립 암묵적 동의?

    경기 하남시가 미사보금자리지구 내 열병합발전소 건립 추진에 앞서 지식경제부가 요청한 두 차례의 주민의견 수렴과정에서 반대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교범 시장이 뒤늦게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것은 주민의 강력 반발에 따른 표를 의식한 행위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6일 하남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하남직할사업단에 따르면 사업시행자인 코원에너지서비스는 미사지구 남쪽 풍산동 4만 4973㎡ 부지에 열병합발전소를 올 상반기에 착공해 2014년 6월 완공할 예정이다. 그러나 주민의 반대로 사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당초 발전소는 미사지구 북쪽 선동 부지 2만㎥에 들어설 예정이었으며, 서울시 강동구 상일동에 있는 기존 시설의 보조시설로 설계됐었다. 그러나 강동구 주민들이 “강동구에서 생산한 열을 미사지구에 공급해야 하느냐.”며 반대하자 코원은 3㎞ 정도 떨어진 미사지구 남쪽 풍산동에 별도의 발전소를 건립키로 하고, 지난해 7월 지식경제부로부터 사업허가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지경부는 하남시에 여론수렴을 요청했고, 시는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고만 했을 뿐 위치 변경이나 열병합발전소 건립에 대한 반대의견을 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사업자 코원은 열원시설 이전배치 계획 변경을 신청했다. 국토해양부도 지난해 11월 미사지구 개발계획 변경 승인을 추진하면서 하남시에 여론수렴을 요청했다. 하지만 시는 의견수렴 기간인 12월 11일까지 반대의견을 제출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열병합발전소는 지금의 풍산동에 설립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됐다. 이런 사실을 안 주민들이 반발하기 시작하자 하남시는 1월 26일 “아파트 가격 하락 등 주민들의 민원이 발생하고 있어 민원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계획된 입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달라.”는 추가 의견서만 국토부에 전달하고, 위치 변경 등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았다. 현재 LH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된 사업을 이제 와서 변경할 수 없다.”며 사업강행 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사업부지조차 매입하지 못하는 등 사업에 난항을 겪고있다. 시는 주민들이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자 당초 입장과 달리 반대 입장에 편승했다. 시 관계자는 “여론수렴 과정에서 에너지에 대한 부분만 검토하다 보니 위치와 관련된 사안은 간과했었다.”고 해명했다. 장충식기자 jjang@seoul.co.kr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94) 상주 용포리 느티나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94) 상주 용포리 느티나무

    300년쯤 된 느티나무 한 그루의 값어치는 얼마나 될까. 조경 전문가라면 나무의 생김새나 규모를 보고 금세 값을 계산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으로 나무의 가치를 가늠하는 게 가능할까. 오래된 나무에는 필경 긴 세월의 풍진을 이겨낸 생명의 애옥살이는 물론이고, 나무를 심고 가꾸어온 조상들의 정신과 나무에 기대어 살아온 많은 사람들의 애환이 담겨 있게 마련이다. 사람들이 그동안 나무로부터 얻었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얻게 될 물리적 정신적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당산나무, 정자나무 등으로 사람살이의 그늘이 되어, 오랫동안 마을을 지켜온 나무라면, 그 값은 쉽게 매길 수 없다. ●15가구가 3300만원 모으기까지 “느티나무가 있다고 해서 당장에 도움 되는 건 하나도 없습니다. 나무가 해마다 풍년을 보장해 주는 것도 아니고, 또 나무에 치성을 드린다고 해서 당장 큰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경북 상주시 낙동면 용포리 평오마을의 이인희(54) 이장은 나무를 통해 큰 덕을 얻을 건 없다고 단언한다. 그 점에서 마을 사람들 모두의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을 사람들은 마을 어귀에 서 있는 한 쌍의 느티나무를 지키기 위해 가구당 200만원씩이라는 결코 작지 않은 돈을 선선히 내놓으면서까지 나무를 지켜냈다. 사건은 3년 전인 2009년 여름에 시작됐다. 마을 어귀에 다정하게 서 있는 한 쌍의 느티나무가 마을 사람들이 모르는 사이에 나무 수집상에게 팔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나무가 서 있는 땅 주인이 나무의 값을 매겨 내놓은 것이다. 창졸간에 300년 동안 마을을 지켜온 나무가 사라지게 됐다. 평오마을 사람들은 이를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었다. 마을에 들어서려면 반드시 나무를 지나쳐야 했기에 오랫동안 할배 할매처럼 친근하게 느껴온 생명체였다. 그를 그렇게 떠나보낼 수 없었다. 수심 속에 가을걷이를 끝낸 마을 사람들은 머리를 맞대고 나무를 지킬 방도를 궁리했다. 오랜 궁리 끝에 먼저 각계에 탄원서부터 내기로 했다. ‘나무 이식 반대에 관한 주민 동의서’를 작성해 전체 주민의 동의를 받아 상주시청과 상주경찰서에 탄원서를 냈다. 주민들은 ‘할배 할매나무’라 부르는 한 쌍의 느티나무를 마을 역사의 산 증거이자 상징이라 했으며, 마을의 길흉화복을 같이하는 동반자이며 수호신이라 했다. 마을 사람 모두가 자신의 분신처럼 아끼는 나무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탄원서 보내고 나무 수집상 설득하고 탄원서를 받은 상주시에서는 나무와 마을 환경을 조사했다. 나무는 이미 1997년에 보존 대상의 노거수로 지정된 바 있지만, 보다 치밀한 조사가 필요했다. 상주시는 전문가들의 조사를 거쳐 2010년 4월 27일에 나무를 보호수 10-08-01로 지정했다. 보호수 지정 절차는 마쳤으나, 그렇다고 상황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었다. 나무 수집상은 이미 땅 임자에게 나무의 값, 1100만원을 치렀고, 나무 이식을 막는 주민들을 업무방해로 고소하고 손해배상까지 청구한 상태였다. 나무 수집상은 막무가내였다. 마을 사람들은 다시 머리를 맞대고 끝까지 나무를 지켜내기 위한 묘책을 강구했다. 나무 값을 치르더라도 나무만은 지키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우리가 돈이 어디 있겠어요. 한푼 두푼 모은 것과 대처에 나가 사는 자식들에게 돈을 좀 달라 해서 모았지요. 저 할배 할매나무 없이 우리가 어찌 살겠어요. 나무 없는 우리 마을 풍경은 상상이 안 돼요.” 마을에서 오래 살아온 임기수(66)씨의 이야기다. 나무 수집상에게 나무를 옮겨가지 않는다는 온전한 합의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모두 3300만원이 필요했다. 모두 해야 15가구밖에 안 되는 마을에서 집집마다 200만원씩 내기로 했다. 농촌 마을에서 200만원이라면 결코 작은 돈이 아니지만, 마을의 상징이자 분신처럼 여기는 나무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흔쾌히 내놓겠다고 모두가 동의했다. 나무를 잃는 건 자신들을 낳아 키운 조상들의 은혜를 저버리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수굿이 돈을 모았다. 나무 수집상과의 합의는 마침내 2010년 7월, 한참 농사 일로 바쁜 철에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듬해인 지난 2011년 5월에는 경상북도에서 마을에 감사패를 수여했다. 각박한 현대 생활에서 한 그루의 나무를 지키기 위해 애쓴 마을 사람들의 노고를 두고두고 치하한다는 뜻에서였다. ●마을의 역사를 담고 서 있는 큰 나무 조선시대 때는 이 마을이 영남에서 한양으로 가는 길목이어서 마을에 관리들의 쉼터인 오리원과 마방을 세우기도 했다지만 지금은 흔적도 없다. 사라진 마을의 오랜 역사를 오롯이 간직한 건 한 쌍의 느티나무뿐이다. “우리 마을뿐 아니라, 인근에서도 유명한 나무예요. 옛날에는 영남 지역에서 한양으로 가는 나그네들의 중요한 쉼터이기도 했고, 요즘은 이 근방 사람들이 만날 약속을 하는 아주 중요한 자리가 바로 우리 나무이죠.” 평오마을로 귀농한 지 8년째인 박성하(57)씨는 나무를 지켜낸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나무는 그렇게 사람들에 의해 지켜졌다. 도저히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나무의 참 가치를 지키기 위해 사람들은 결코 적지 않은 부담이었을 돈을 흔쾌히 내놓았다. 제 앞가림만으로도 허청대는 요즘 세상에서 평오마을 사람들이 느티나무를 지켜낸 일은 흔치 않게 기억해야 할 특별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한 쌍의 느티나무를 지켜내고자 싸웠지만 정작 사람들이 지켜낸 건, 바로 사람살이의 안녕이었고, 조상들의 삶과 철학이 담긴 마을의 역사였다. 느티나무 앞에서 가만히 머리를 숙이고 숙연해질 수밖에 없다. 글 사진 상주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 경북 상주시 낙동면 용포리 31. 중부내륙고속국도의 상주나들목으로 나가서 선산 방면으로 1.4㎞ 가면 헌신교차로가 나온다. 우회전해 1㎞쯤 간 뒤 오른쪽으로 난 성동리 방면 도로로 빠져나간다. 3㎞쯤에서 나오는 삼거리에서 화산리 방면으로 우회전해 2.2㎞ 직진하면 삼거리가 나온다. 우회전해 2㎞ 남짓 가면 지방도로 916호선과 만나는 삼거리가 나온다. 좌회전해 4㎞쯤 가면 왼편으로 낙동초등학교 용포분교가 나오고 그 옆에 낙동농협 용포지소가 있다. 나무는 농협지소 뒤편 마을 어귀에 있다.
  • [지자체는 소송중] 부당이득·공공물 부실관리 손배 많아… 소송비 수십억

    [지자체는 소송중] 부당이득·공공물 부실관리 손배 많아… 소송비 수십억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은 크게 보면 두 가지 유형이다. 먼저 전국적인 공통현상으로 부당이득금을 둘러싼 갈등이나 공익적인 목적을 위해 설치한 도로 등 영조물과 관련된 보험회사 등의 손해배상 소송이 여기에 속한다. 산악지역이 많은 강원도는 열악한 도로와 관련된 민사소송이 전체 민사소송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도로의 시설물이나 장마철 도로에 흘러내린 토사로 인한 차량 손상과 관련, 보험료를 물어준 손해보험사가 지자체를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하면서 민사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사도가 심하거나 굽은 길, 낙석, 빗물에 흘러 내린 토사, 규정보다 낮게 설치된 가드레일 등으로 인한 차량 손상 등 산악지역에서 발생한 피해에 따른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경남도 법무담당관실 관계자는 “지자체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에서는 보험회사에서 영조물관리 하자를 이유로 제기하는 구상권 청구 소송이 50%에 달한다고 보면 된다.”라고 밝혔다. 보험회사는 지자체의 과실이 조금이라도 있다고 판단되면 소를 제기한다. <보험회사 구상권 청구 사례> #사례 1. 2010년 2월 23일 오전 11시 경남 창원시 동읍 지방도 35호 도로를 걸어가던 초등학생 2명이 차에 치여 사망했다. 보험회사는 피해자 2명에게 6억원을 보상한 뒤 경남도를 상대로 30%의 책임이 있다며 2011년 2월 22일 구상권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같은 해 7월 6일 1심 재판에서 경남도가 승소했고 보험회사는 항소했다. 2012년 5월 3일 항소기각으로 경남도가 최종 승소했다. #사례 2. LIG손해보험회사는 지난 6월 19일 울산지법에 경남 양산시를 상대로 양산시 어곡동 지방도 1051호 도로에서 난 대형 교통사고와 관련해 구상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 도로에서는 2008년 11월 16일 양산 배내골에서 야유회를 마친 쌍용자동차 엔진공장 노동자 35명을 태우고 창원으로 가던 관광버스가 15m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져 4명이 숨지고 31명이 다쳤다. 보험회사 측은 보상비 등으로 12억원을 지급한 뒤 도로 관리권자인 양산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두번째는 각종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수도권에서 인·허가와 보상금을 둘러싼 분쟁이 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다. <개발사업 관련 소송 사례> #사례 1. 경기 성남시는 골프연습장 인·허가와 취소를 반복했다가 17년간의 소송 끝에 결국 150억원을 물어주게 됐다. 1995년 1월 분당구 이매동 서현근린공원 내에 골프연습장을 짓기로 했던 사업자 장모(73)씨는 당시 성남시로부터 조건부 인가를 받았지만 이후 시가 인근 주민들의 반대를 이유로 인가를 취소하면서 지루한 다툼이 벌어졌다. 행정심판위원회 재결과 재인가 신청 등을 반복하면서 결국 행정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장씨는 2007년 3월 투자금과 예상수익, 이자 등 169억 2000만원을 시에 청구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 대법원 승소 판결을 얻어냈다. #사례 2. 2005년 경기 과천시 과천·주암·갈현동 일대 개발제한구역 65만여㎡를 해제하면서 이 가운데 21만여㎡를 주차장과 공원 등의 용지로 지정했지만 용도 변경 전 가격으로 보상을 실시, 토지주들이 과천시가 토지보상비를 적게 주기 위해 용도지구 변경 전 가격으로 토지보상을 했다며 2009년 소송을 제기했다. 이처럼 민사소송이 증가하면서 소송기간에 따른 공무원들의 업무 공백과 패소에 따른 예산낭비 등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소송이 평균 6개월 이상 소요돼 담당 공무원이 이 일에만 매달려 있어야 하는 데다 해마다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이르는 소송 비용과 패소할 경우 물어야 하는 수백억원대의 손해배상을 예산으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성남시의 경우 지난해 소송비용으로 14억원의 예산을 책정했지만 민사소송이 급증하면서 모두 22억원을 사용했다. 부족한 예산 탓에 예비비까지 사용한 것이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연초 8억원의 예산을 책정했지만 현재 추경을 통해 7억원의 소송비용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창원 강원식·성남 장충식기자 jjang@seoul.co.kr
  • ‘꿈의 원자로’? ‘軍의 원자로’?

    ‘꿈의 원자로’? ‘軍의 원자로’?

    도쿄에서 신칸센과 특급열차로 3시간 거리의 후쿠이현 쓰루가시. 이곳에는 핵연료의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꿈의 원자로’라고 불리는 몬주 고속증식로가 있다. 일본이 고도의 핵개발 능력을 갖고 있다고 보는 근거 중 하나는 바로 몬주 때문이다. 고속증식로는 플루토늄과 우라늄의 혼합산화물(MOX)을 투입해 발전하면 투입량보다 많은 플루토늄을 배출한다. 풀루토늄을 효율성 있게 연소시키려면 에너지가 강한 중성자를 사용하는 고속로가 적합하지만 무기로 사용 가능한 순도 80%의 플루토늄이 나온다는 점이 우려할 대목이다. 몬주는 1991년 시운전에 들어갔지만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다가, 본격 가동에 들어간 1995년 나트륨 유출사고로 화재가 발생한 후 가동이 중단됐다. 고속증식로는 냉각재로 물이 아닌 나트륨을 사용하는데, 나트륨은 물에 닿기만 해도 폭발해 일반 원전보다 위험성이 훨씬 더 크다. 하지만 민주당 정부가 들어선 2010년 5월 몬주는 가동을 재개했고 같은 해 8월 원자로 격납용기의 부품 공급이 끊기면서 다시 가동이 중단됐다. 지난달 30일 현지에서 만난 관계자들은 몬주가 실제로 상업용 발전을 할 수 있는 시기를 2050년이라고 밝히고 있다. 몬주는 연간 유지비만 100억엔 정도씩 투입되는데 지금까지 이미 1조엔(약 14조원)을 집어삼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향후 10년간 몬주의 유지·연구 개발비로 연간 약 3000억엔을 더 투입할 계획이다. 미국, 영국, 독일은 사고 위험과 기술적인 어려움 때문에 사실상 고속증식로의 상용화를 포기했다. 프랑스도 고속증식로 ‘슈퍼 피닉스’ 가동을 중단했다. 일본 정부가 사고 위험은 높은 반면 상용화 가능성은 낮은 몬주를 천문학적 돈을 퍼부어가며 계속 유지하는 것에 대해서는 ‘핵보유 잠재 능력 확보’를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일본은 이미 재처리 시설과 플루토늄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고속증식로를 포기하면 많은 플루토늄을 사용할 곳이 없어지기 때문에 고속증식로 계획을 지속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본 고속증식로는 핵 무기의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을 연료로 쓴다.”며 “이는 에너지 목적도 있지만 군사적 안보 목적도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이 공식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플루토늄의 양은 국내에 6.7t, 영국과 프랑스 재처리시설에 23.3t 등 총 30t으로 핵폭탄 수천 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북한이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무기급 플루토늄 30~50㎏보다 최대 1000배나 많다. 일본 내에서 가동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곤도 사토루(61)소장은 “일본, 한국처럼 우라늄을 전량 수입해야 하는 나라는 고속증식로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면서 “일본은 현재 2030년의 원자력발전 비율을 논의하고 있지만 고속증식로는 100년 후에 필요한 시설”이라고 강조했다. 후쿠이현 현지도 몬주 가동 재개에 대해 찬반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다. 운전 재개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몬주 근처에서 항의 집회를 여는가 하면, 지역경제 활성화에 불가결이라고 호소하는 주민들은 재개를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글 사진 쓰루가(일본 후쿠이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중국식 국민교육 도입 반대” 홍콩주민 4만여명 또 시위

    중국 공산당 정치체제의 우수성을 담은 ‘중국식 국민교육’ 과목 도입을 앞두고 홍콩 주민들의 반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홍콩 당국은 국가에 대한 소속감과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해당 과목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맞서고 있어 향배가 주목된다. 홍콩 주민 4만여명이 지난 1일 정부청사 앞에서 ‘중국식 국민교육’ 과목 도입 반대 시위를 벌였다고 국제뉴스 전문 채널인 라디오 프랑스 인터내셔널(RFI)이 2일 보도했다. 시위는 지난 7월 말에 이어 두 번째로 3일 또 한 차례 예정돼 있다. 시위대는 자유, 인권 그리고 민주주의를 중심으로 하는 홍콩의 ‘핵심가치’를 지키기 위해 중국식 국민교육 과목 도입을 반대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침례교 목사인 주야오밍(朱耀明)은 자신을 소년 공산당 조직인 소년선봉대 출신이라고 소개한 뒤 “중국 공산당의 애국 교육은 전형적인 우민화 교육이다.”라고 주장했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 英 대헌장은 보장했다…보통사람도 잘사는 세상

    英 대헌장은 보장했다…보통사람도 잘사는 세상

    ‘마그나카르타 선언’(피터 라인보우 지음, 정남영 옮김, 갈무리 펴냄)은 술술 읽어 나가기엔 녹록지 않다. 서술 자체가 어려워서가 아니다. 맥락의 문제다. 저자는 영국사를 전공한 미국인. 거기다 문학적이다. ‘이 정도는 다 알지?’라고 전제를 깔고 글을 풀어 나가는데 맥락이 다른 우리로서는 생소하다. 가령 셰익스피어 작품 ‘존 왕’을 끌어들이는데, ‘존 왕’은 가장 영국 색이 짙다는 이유로 셰익스피어 작품 가운데 좀처럼 한국 무대에 세워지지 않는다. 또 근엄한 아더왕 신화를 영국식 블랙코미디로 재조립한 코미디 그룹 몬티 파이손의 현란한 말장난도 등장한다. 전설적 코미디 그룹이고 그나마 ‘스팸 어 랏’이라는 뮤지컬로 국내에 소개되긴 했지만 생소하긴 매한가지다. 한발 더 나아가 미국 각급 법원 건물의 그림과 부조들을 분석할 뿐 아니라, 프랑스 인상파를 “파리 코뮌의 물귀신 같은 악몽을 역사의 기억으로부터 말소”했다고 딱 한 문장으로 요약해 버리기도 한다. 다소 어리둥절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눌러앉아 읽을 만한 이유는 신자유주의, 88만원세대, 양극화,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오늘날의 현상에도 적용가능한 역사적 근거를 아주 근본적으로 복원해 냈기 때문이다. 저자의 출발점은 1215년 존 왕이 선포한 63개 조항의 마그나카르타다. 한국인에게 익숙하게 ‘대헌장’이다. 마그나카르타에 대한 찬사는 화려하다. 정치적 자유를 선언한 최초의 문건이다 보니 억압받는 자는 누구나 마르나카르타를 거론했다. 특히 법 없이 왕이 제 마음대로 인신을 처벌할 수 없다는 내용의 39조는 오늘날 영장 주의, 고문 금지, 배심 재판, 법의 지배 원칙을 확립시키는 주춧돌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역시 이 전통을 이어받았다고 자부한다. ‘상식’(Common Sense)이라는 책으로 미국 독립혁명의 당위성을 주장했던 토머스 페인(1737~1809)은 마그나카르타에 필적하는 대륙헌장을 만들자고 제안할 정도였다. 지금도 미국 헌법에는 마그나카르타의 용어가 남아 있고 대법원 판결문에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저자는 “영국이 불문법 국가라는 상식이 잘못됐다.”고까지 하면서 박수를 보내지만, 동시에 “마그나카르타가 개인주의, 사유재산, 자유방임주의 및 영국 문명을 찬양한다는 이야기는 그 위에 칠해진 흰색 도료”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선언한다. 무기는 마그나카르타 뒤에 숨겨진 16개 조의 삼림헌장(Magna Charta de Foresta)이다. 이 헌장이 마그나카르타와 동시에 작성됐는지, 아니면 나중에 추가됐는지는 불분명하다. 분명한 것은 1225년 두 헌장이 동시에 재반포됐고, 1297년 판례법의 지위를 굳혔으며, 1369년 단일한 법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 둘을 합쳐 ‘영국의 자유대헌장들’(Magnae Chartae Libertatum Angliae)이라고 분명한 복수형 표현을 쓴다. 그렇다면, 질문은 하나로 좁혀진다. 삼림헌장은 왜 만들어졌고 어떻게 잊혀졌는가. 현대 문명 이전에는 의식주에 필요한 모든 것을 나무와 숲에서 얻었다. 그래서 생계 자급을 위해 나무와 숲은 공유지(Commons)로서 모두가 관리하고 모두가 이용가능해야 한다. 이는 “공동으로 사용하는 천연자원에 기반을 둔 공동체적 삶”에까지 연결된다. 진정한 자유는 정치적 자유만으로 불충분하니 사회경제적 자유까지 보장받아야 했고, 그 내용은 개인주의와 사유재산에 터잡은 자유방임주의와는 상극이었다는 얘기다. 즉 자유대헌장들은 공유지(Commons)를 바탕으로 보통 사람들(Commoner)이 공통적으로 행복이나 복지를 추구할 수 있는 권리(Common Rights)까지 보장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왕국’(Kingdom) 이후 영국이라는 국가의 명칭에는 코먼웰스(commonwealth)라는 단어가 쓰이게 된다. 뛰어난 지배계급의 영도력을 중시하는 공화국(Republic)이나 혈연과 문화적 동질성을 중시하는 좁은 의미의 민족국가(Nation)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저자는 홉스와 로크의 경우 코먼웰스라는 표현을 썼음에도 자유대헌장들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혹평하는데, 이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잊혀진 이유도 똑같다. 보통사람들의 공통권을 인정하면 특권이 침해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여기서 왕과 귀족들이 특권을 지키기 위해 마그나카르타 해석을 왜곡한 사례, 삼림헌장을 누락하는 사례, 핵심 키워드인 ‘코먼’(Common)이란 단어를 윤색하고 다른 표현으로 갈아치우는 사례 등을 꼼꼼하게 기록해 뒀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이런 행동들은 “공유지의 운명을 양피지의 변덕, 필사자의 실수, 설치류의 관심, 기록보관소의 신비에 맡겼다.”가 된다. 이는 영국의 마그나카르타에 비견되는 대륙헌장을 만들었다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건국 때는 마그나카르타를 들먹였지만 일단 나라를 세운 뒤에는 인디언들의 공유지를 빼앗아야 했기 때문이다. “식민지 개척자들은 왕의 권위에 맞서는 데 마그나카르타를 활용한 반면, 막상 자신들이 원주민 숲지대를 침입하게 됐을 때는 삼림에 관한 조항들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에서 마그나카르타란 “친숙한 동시에 무관심하고, 강박적인 동시에 장식적이며, 근본적인 동시에 부차적”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치적 자유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사회경제적 자유를 규정한 자유대헌장들이 아주 잊혀질 리는 없다. 공유지에서 함께 살아왔던 오랜 세월의 경험이 한순간 증발할 리 없을뿐더러, 정치적 자유를 고민할수록 사회경제적 자유 또한 필수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대목이 특히 흥미로운데, 저자는 독실한 기독교 신앙으로 단일토지세를 주장한 헨리 조지, 러시아 아나키즘의 원조 표트르 크로포트킨, 영국의 토착 사회주의자 윌리엄 모리스 등이 모두 자유대헌장들의 영향권 안에 있었다고 본다.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이론에 대해서도 어린 시절 모젤 농민과 마르크 공동체를 겪었던 경험이 녹아 있다고 평가한다. 이를 더 연장해 미국의 뉴딜 정책과 2차대전 후 서구 복지국가에서도 자유대헌장들의 정신, 그러니까 국가는 특권층의 이득이 아니라 일반인들의 공통된 이익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정신이 면면이 드러난다고 봤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에르너 오스트롬이다. 경제학에서 공유지 하면 대개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을 떠올린다. 그러나 오스트롬은 공유지에서도 희극이 있을 수 있음을 주장해 2009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저자도 한마디 해뒀다. “경제적 이슈로서 공유지는 그림의 떡처럼 보이지만, 학문적 연구는 그 반대로 그것이 현실적인 것임을 보여 준다.” 800년 전 양피지는 의외로 더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다. 2만 3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특파원 칼럼] 일본, 이제는 가슴보다 머리로 대하자/이종락 도쿄특파원

    [특파원 칼럼] 일본, 이제는 가슴보다 머리로 대하자/이종락 도쿄특파원

    폭풍이 지나간 듯한 느낌이다.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볼라벤’과 ‘덴빈’의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폭풍우가 잦아진 뒤에 느꼈을 공허감이랄까, 그런 기분을 느끼는 요즘이다. 지난 2년 동안 그렇게 좋았던 한·일 관계가 한순간에 어그러졌기 때문이다. 2년 전 특파원으로 갓 부임했을 때 도쿄대의 한 교수와 한·일 관계를 토론한 적이 있다. 그 교수는 불행한 과거사를 안고 있는 두 나라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려면 무엇이 제일 중요하겠냐고 물었다. 문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양국민 500만명이 서로 오가는 시대를 맞아 상대방 국민들이 서로의 문화를 느끼면 이해도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일본 국민들에게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은 한국이 정치·안보적으로도 일본인에게 가깝고 소중한 나라라는 인식을 높여주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 교수는 정치라고 답했다. 양 국민들이 아무리 서로를 잘 이해하려 해도 독도나 교과서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이 있을 때는 다시 냉각 국면으로 전환돼 어렵사리 쌓아온 우호관계가 하루아침에 무너진다는 반론을 폈다. 결론적으로 지난 2년간은 내 대답이 맞았고, 최근 20일 동안은 도쿄대 교수의 생각이 정답이었다. 그러면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땅인 독도를 넘보려 하고 일본군 위안부를 강제동원하지 않았다고 뻔뻔하게 말하는 보수 우익 정치인들의 모습에 분노하면서 일본과 영원히 담을 쌓아야 하는 건가. “그놈의 정치가 문제”라며 일본인들 뼛속 깊이 스며든 한류 바람을 이제는 포기해야 할까. 카라·소녀시대·티아라·2AM·2PM·장근석 등이 일본 가요계를 장악하고, 가라오케에서 한국의 최신 노래가 인기 순위 상위 10위를 휩쓰는 지금의 일본 모습을 이제는 기대하지 말아야 하나. 최근 며칠간 머리가 복잡했다. 일본과의 관계가 이렇게 망가진 마당에 ‘일본은 그래도 중요하다’고 떠들기가 참 부답스럽다. 친일파로 낙인 찍히면 당대는 물론 자손대대 오명 속에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본은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제는 흥분하고 분노했던 가슴을 조금 진정하고 냉철한 머리로 일본이 왜 중요한지를 다시금 곱씹어 보자고 제안하고 싶다. 일본의 보수 우익들에 대해서는 강력히 응징해야 하지만, 일본의 장점은 최대한 받아들이고 활용해야 한다는 우국충정으로 말이다.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을 겪었지만 부품소재, 제조업 수준은 여전히 세계 최고다. 오늘의 삼성과 현대차, LG가 일본의 부품소재에 힘입어 세계적인 대기업이 된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과거에는 우리가 부품소재를 일본에서 사와 완제품을 만들어 제3국에 수출했기 때문에 일본과는 B2B(기업 간 거래)가 주류였다. 하지만 최근 한국의 완제품이 일본 소비자에게 팔리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로 바뀌어 가고 있다. 삼성, LG전자 등의 스마트폰과 TV, 각종 한류 제품이 호조를 보이면서 지난해 대일 수출이 43% 증가했다. 이제야 일본시장이 우리에게 문을 열기 시작한 시점이다. 안보 측면에서도 일본은 중요하다. 북한은 김정은 후계체제로 바뀌면서 불안한 걸음마를 시작한 상황이다. 한·일 정보협정은 우리 정치권의 반대로 무산됐지만, 일본이 동아시아 지역협력 차원에서 주요한 파트너임은 부인할 수 없다. 단기적으로는 북핵문제, 장기적으로는 통일을 앞두고 일본은 우리가 활용해야 할 이웃 국가다. 북핵 6자회담의 일원임은 물론이고 통일 이후에 막대한 통일비용의 상당 부분을 일본 자금에 의존해야 한다. 한국은 일본이 아시아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맹국이며, 민주주의와 시장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라는 점에서 ‘철천지 원수’로 지내서는 안 될 이웃이다. 일본의 보수 우익세력을 꾸준히 비판하고 당당히 맞서야 한다. 하지만 양심적인 정치인과 시민단체, 일반인들과는 계속 소통해야 한다. 그것이 일본을 배워 일본을 이기는 지름길이다. jr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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